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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10년전 언론인들의 ‘국회 투쟁’

국회서 종편탄생법 반대했던 언론인들 5년 재판 끝에 유죄… 형사처벌 규정 국회선진화법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26일 금요일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려 한 자유한국당이 고발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후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 회의를 방해한 혐의(국회법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언론계에서는 2009년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했다가 유죄를 받은 언론인들이 회자된다.  

노종면 YTN ‘더 뉴스’ 앵커는 26일 페이스북에 “2009년 7월22일 국회 로텐더홀을 거쳐 본회의장 방청석에 들어갔다. 당시 언론은 ‘난입’이라고 했다. 종편 태생법인 미디어악법 날치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고발을 당했고 오랜 수사를 받았다”고 썼다.

 

▲ 2009년 7월22일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심석태 언론노조 SBS본부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009년 7월22일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심석태 언론노조 SBS본부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때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현 SBS 특임이사),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 등 현역 언론인 30~40명은 국회 창문을 통해 본청에 진입했다. 

 

최 위원장이 “언론노조가 마지막 파업 지침을 내린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마지막 파업 지침”이라고 선언하며 결사 항전을 주문했으나 집권 여당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법안 처리를 막아내진 못했다. 

당시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국회 투쟁에 참여했던 김보협 한겨레 기자는 지난 2017년 6월 칼럼(노종면·박성제를 방송에서 보고 싶다)에서 “숨겨왔던 얘기 한 토막 이제 털어놔도 되겠다”며 2009년 국회 현장을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장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다. KBS 앵커 출신인 이윤성 당시 국회부의장(한나라당)이 언론 악법들을 상정하자마자 행동에 들어갔다. 우리의 언어로는 투쟁이었고, 그들에게는 난동으로 비칠 일이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국회 바깥 집회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막 상정했고 김보협 동지 혼자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 우리도 뚫고 들어가자.’ 국회 본회의장이 있는 건물 출입구는 이미 막혀 있어서 어떤 이들은 창문을 넘고 어떤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들어왔다.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기자회견을 한 사진이 다음날 한 신문에 실렸다. 그대로 증거가 돼 대부분 검찰에 불려다녔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수백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YTN 노종면은 200만원, MBC 박성제는 400만원이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혼자 난동을 피우던 나는 문제의 사진에 등장하지 않아 무사했다. 생방송까지 나간 탓에 검사들의 질문 공세가 집요했으나, 기소된 동지들은 ‘난 모르는 사람’이라고 버텼다.”

언론 노동자들에겐 ‘투쟁’이었던 그날 국회 진입에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다. 국회에 진입했던 언론인들은 ‘국회 내 불법 집회’, ‘국회 본관 공동주거침입’, ‘회의 방해’ 등 각종 사유로 재판에 불려 다녔다.  

 

▲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2009년 7월22일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친 뒤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2009년 7월22일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친 뒤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가운데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하고 3차례의 언론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상재 전 위원장은 2014년 8월20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최 전 위원장은 ‘국회 투쟁’ 5일 뒤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도 2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까지 5년 걸린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피고인(최상재·노종면)은 언론노조 조합원 30여명과 공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려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유기준과 그를 경호하는 국회 경위들을 몸으로 밀치거나 국회 경위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국회 입장을 저지해 유 의원의 입법 활동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과 국회 경위의 국회의원 경호에 관한 정당한 집무집행을 방해했다.”

“피고인들은 출입이 금지된 국회 본관에 창문을 통해 침입한 후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안 심의가 진행 중이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연설하고, 그곳과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집단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소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2012년 도입된 ‘몸싸움 방지법’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하는 물리력을 금지한다. 처벌 수위가 높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국회를 점거한 한국당 의원들이 이번 민주당 고발로 입건되면 이 법에 따라 형사 판단을 받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1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 제166조 2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노종면 앵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신에 따라 더 큰 가치를 지키려고 실정법을 위반한 책임을 지고 전과를 안은 것에 한치의 후회도 없다”면서도 “이번에 나선 이들도 분명하게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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