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은폐 의혹 확산
야당 국정조사 요구에 조선·중앙 “참사의 정쟁화 멈춰라”
기후정상회의 COP27 개막했지만…조선·중앙·동아 언급 없어

▲ 11월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추모 쪽지들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 11월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추모 쪽지들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 규명과 원인 파악이 이어지고 있다. 인파사고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던 보고서가 참사 당일 용산서 간부 주도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나 정부 내 은폐 의혹이 확산됐다. 야당은 정부 재난 대응 시스템 재점검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참사를 정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선동’이라고 선을 그으며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한 원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2명이 고립 221시간만에 극적 생환하면서 ‘봉화의 기적’이 일어났다. 7일 아침신문은 기적의 배경으로 ‘생존 매뉴얼’을 꼽으면서도 붕괴 사고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했다. 지난 8월 같은 수직갱도에서 광부 2명이 매몰돼 1명이 숨졌고, 업체의 은폐 의혹, 당국의 초기 대응 등이 문제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찾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97개국이 참여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해당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7일 지면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 7일자 아침신문 1면.
▲ 7일자 아침신문 1면.

중앙 “참사 정쟁화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7일 아침신문은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의 ‘은폐 의혹’에 주목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인파 사고 경고 문건을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참사 발생 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과장 등을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경향신문은 “보고서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을 거쳐 서울경찰청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실제 보고서는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경찰 내부망에서 삭제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 7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 7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경찰 수뇌부의 ‘늦장 대응’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 47분 보고를 받고 도보 10분 거리를 사탭 발생 50분만인 11시 5분에 도착했다. 차량 정체에도 관용차량 탑승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첫 긴급지시를 내린 시각(오후11시21분)에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사고가 난지도 몰랐다”며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29일 소방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뒤 90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시각은 행안부가 서울시·용산구에 상황 관리를 통보한 뒤 27분이 지난 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이 장관의 사고 인지 전까지 행보는 여전히 미궁”이라고 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6일, 야당은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촉구하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의 거취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를 ‘참사의 정쟁화’로 규정했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7일 사설 ‘도 넘은 참사 정치화 세력, 재발 방지엔 관심도 없을 것’에서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책임자들을 무조건 다 물러나라 하면 어떻게 하나”면서 “민주당은 당장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나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에선 여야가 편 갈라 싸움만 벌일 뿐 진상을 제대로 밝혀낸 경우는 드물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남대문·용산 등지에선 모두 15건의 집회·시위가 있었다. 한국·민주노총과 촛불행동,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좌·우 성향 단체 4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집회 대응을 위해 서울 지역 경찰 기동대의 거의 전원인 3540명이 현장에 출동했다”며 “참사 현장의 요청에도 기동대가 신속하게 투입되지 못했다.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한 원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7일 사설 ‘이태원 참사 정쟁화 조짐, 옳은 접근법 아니다’에서 “민주당의 최근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참사 초기엔 정쟁과 거리를 두는 듯하더니 일부라곤 하나 ‘정권 퇴진’을 입에 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려다 취소했는가 하면,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주말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는 구호까지 외쳤다”며 “자신들이 불과 6개월 전까지 집권하며 만들어놓은 시스템 탓도 있다는 걸 외면한 것이다. 염치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참사가 정쟁화했을 때의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에 들이고 수사·감사·조사가 아홉 차례 되풀이됐지만 진영 간 갈등이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양 조난 사고도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같은 실수를 또 할텐가“라고 했다.

▲ 7일자 한겨레 사설.
▲ 7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윤석열 대통령에 사과 및 결단을 촉구하는 사설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7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국정조사는 거부하고 문책 경질은 하지 않으면서 이런 회의나 연다면 ‘보여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尹, 사과와 수습·문책의지 더 명확히 해야’에서 “총체적 위기관리 실패의 최종 책임이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에게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사회의 지휘관도 대통령이다. 당연히 공식적인 형태로 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방통행식 담화가 돼서도 안 되며 유가족, 일반국민,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쌍방향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갖춰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최소한의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봉화의 기적’에 한겨레 “커지는 의혹들”

▲ 7일자 조선일보 1면.
▲ 7일자 조선일보 1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극적 구조됐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해 가며 지하수와 커피믹스로 9일을 버텼다. 의식이 있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구조돼 현재 일반병동에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외부의 ‘구조 노력’을 평가했다. 7일 사설 ‘“국민 희망 돼 다행” 생환한 이도, 구해낸 이도 모두가 영웅’에서 조선일보는 “사고 후 구조대는 매몰자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 172m까지 천공 작업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래도 멈추지 않고 지하 140m 수직 갱도 아래에서 325m에 달하는 진입로를 확보해 구조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암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틴 생존자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한 소방대, 시추와 탐사를 담당한 육군 장병이 보여준 드라마는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희망을 전했다. 그들이 영웅”이라고 했다.

▲ 7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7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한겨레는 갱도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명했다. 한겨레는 10면 ‘사고 은폐·부실 대응…‘봉화의 기적’ 뒤 커지는 의혹들’에서 한겨레는 “생환의 기적 뒤에 가려진 날것 그대로의 현실은 보는 이의 분노와 실망감을 키운다”며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노후 갱도, 119신고 없이 자체 구조했던 업체의 은폐 의혹, 20년 전 도면 보고 이틀간 엉뚱한 곳 뚫은 당국 등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비상수칙 지킨 건 매몰된 베테랑 광부뿐”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COP27 개막 언급 없는 조선·중앙·동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지난 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이 함께하고 한국에선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점검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어떻게 적응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경향신문은 칼럼 ‘여적’에서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더 늘었고, 기후변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며 “산불, 홍수, 가뭄 등 유난히 기후재앙이 많았던 올해 국내외의 풍경이 이를 증명한다. 그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거의 없는, 낮은 곳에 있는 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온실가스의 절대량 감축 이행 점검과 함께, 이 지독한 부정의를 바로잡는 개발도상국 보상 방안이 올해 COP27의 주요 의제”라고 했다.

한겨레는 7일 사설에서 “이번 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COP27 소식을 7일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주요 9개 아침신문 중 6개 일간지는 모두 지면에 해당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