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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의 의미와 ‘미국의 벼랑 끝 전술’

  •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  
  •  승인 2023.07.30 0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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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은 모른 채 지나간 ‘7월 위기’

2. ‘위임에 따라’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김여정 부부장

3.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미국

4. 달을 보고 짖는 개

1. 한국인은 모른 채 지나간 ‘7월 위기’

김여정 담화와 북한(조선) 국방성 담화가 7월 중 연이어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연이어 발표된 내용은 긴박하고 심각했다. 담화는 과거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나 미국의 EC-121 정찰기가 동해상에서 공중 격추되는 것과 유사한 충격적 사건이 재연할 수 있는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와 실제 위험 상황을 비슷하게라도 전하는 한국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위험을 감지한 미국이 북에 대한 공중 정탐행위를 중지하고 한 발을 빼면서 그러한 심각한 사태는 다행스럽게 모면했지만, 만약 그러한 일이 실제 벌어졌더라면 한국민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조차 못 한 채 전쟁 위기 국면으로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으며 언젠가 실제상황으로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한국언론이 미국의 앵무새 역할 이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평상시 북에 대한 공중 정탐 경계선을 넘어선 위험한 영공침해 정탐 비행을 의도적으로 감행하며 ‘7월 위기’를 연출했는가이다. 또 이번 북의 담화와 대응을 보면 차후 전개될 북미관계 양상과 본질을 추론할 수 있다. 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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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임에 따라’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김여정 부부장

김여정 부부장(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은 북의 입장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면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나 발표는 전통적 외교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원래 북의 외무성 담화도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의 공식기구보다 더 분명히 북의 입장과 특히, 북 최고지도자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조선)과 미국의 과거 성명이나 발표를 돌아보면, 어떤 현안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발언은 무엇이 본심이며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정반대로 해석하면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반면 북의 발표나 김여정의 담화는 언론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미 간 내밀한 고급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포커페이스의 미국발표보다 언론과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해소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 진위를 떠나 북의 입장을 말 그대로 해석할 때 실제상황과 진실의 퍼즐에 부합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현재 북미 간의 대화나 접촉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실패 이후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다. 물론 하노이 합의 불발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미국이 현재 북미 간 여러 대화 채널이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너스레에 불과하다. 현재 북미 관계는 남북관계처럼 단절되어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확인되는 것은 미국은 위험한 ‘대북 위협 곡예’와 함께 내심 또다시 ‘시간 끌기 외교용 대화국면’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은 이에 대해 만약 미국이 또다시 계선을 넘을 시 핵 억제력의 행사, 즉 공중요격과 전술핵도 부득불 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북은 미국의 계선을 넘은 공중 정탐비행과 40여년 만에 전략핵잠수함( SSBN) 켄터키함을 동원한 이례적 군사위협을 통해 북의 정면대결전 입장이 일보후퇴하길 기대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번 담화에서 북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 폐기’ 의향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협박하고 어르며 기만적인 대화국면을 재개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이중적 태도를 정면거부했다고 볼 수있다.

북 국방성 담화와 연이은 김여정 담화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핵탄두를 탑재한 미전략핵잠수함의 조선반도전개는 1981년이후 처음으로 핵충돌위기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북 국방성, 2023년 7월 10일)

2) “조선동해에서는 몇차례나 미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령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북 국방성, 2023년 7월 10일)

3) 미군이 북측 경제수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바깥에서 정탐행위를 하는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또다시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경제수역을 침범할 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 (김여정, 2023년 7월 10일)

4) “미국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지금 우리와의 협상조건, 거래거리가 될수 있는것을 찾아낼수가 있겠는가?설사 미국이 몇년전 전임자가 공약했던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의 잠정중단과 같은 낡은 수를 또다시 꺼내들거나 기껏해서 련합군사훈련의 축소나 전략자산전개중단과 같은 가역적인것을 가지고 그 누구의 구미를 돋구어보자고 접어들 가능성도 예견해볼수 있다.

시간벌이를 위한 그런 얄팍한 술책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 미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설사 미국이 남조선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2023년 7월 17일)

5) “나(강순남)는 이 담화를 통하여 미군부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전개의 가시성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사용조건에 해당될수 있다는데 대하여 상기시킨다.” 강순남 국방상 담화 (2023년 7월 20일)

이 성명들이 의미하는 것은 이 사태가 한반도 핵전쟁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최고의 수준에서 바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을 상대한 것은 외무성이 아니라 국방성과 김여정 부부장이다. 외무성을 거칠 필요도 없이 국방성이 바로 북의 입장을 표현했으며,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김여정 담화가 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미국에 전달했다.

북의 강대강 정면대결전 의도는 전혀 변함없음이 확인되었으며, 미국은 이 위험한 곡예를 더는 할 수 없이 처지가 되었다. 미국이 의도한 특별한 핵전략 자산 총동원이라는 호기에 찬 위협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그에 부수적으로 따를 수 있는 북미 대화국면 유도 가능성도 미국은 단념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3.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미국

벼랑 끝 전술이란, 마치 당장이라도 전쟁을 할 것처럼 상대를 밀어붙여서 적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외교적 협상전술을 말한다. 당장이라도 판을 엎어버릴 기세로 상대를 공갈협박하여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술로 사용된다.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은 북한(조선)이 단골로 쓰는 전술이라고 언론이 주로 보도하는데 벌어지는 현실은 정반대이다.

이번 미국의 벼랑 끝 전술의 주요한 목적은 우선 아직도 독자 핵개발의사를 단념하지 못한 한국 수구보수와 북이 개발한 다종의 전술핵으로 실제 안보위기를 체감하는 한국정부를 안심시키는 조치일 것이다. 다음으로 최대의 전략자산 전개와 동시에 진행된 실질적 전쟁위협으로 북의 입장변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전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과거 여러 반미국가에 대해 군사적으로 협박하던 전통적 수법이다. 미국이 벌인 7월 ‘벼랑 끝 전술’ 실패 이후 미국의 가능한 외교나 군사전략이 무엇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북미간 긴박한 무력대치와 설전을 통해 이미 아래와 같은 분명한 가이드라인은 몇 가지 정해졌다고 볼 수있다.

1) 다시 7월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미국에 의해 재발된다면, 지난 시기 북미간 충격적 사건으로 즉각 전쟁위기로 돌입했던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혹은 ‘EC-121기 격추사건’과 같은 전쟁위기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은 과거상황과 다르게 상호 핵무력이 긴박한 대치상태에 있는 한반도에서 일방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곧바로 전술핵전투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것이 전략핵무기 사용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것이 북이 7월 ‘화성18호’ 시험을 이 기간에 다시 재개한 이유일 것이다.

2) 미국의 시간끌기용 북미 대화전술에 북이 응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북은 미국의 이른바 조건없는 대화전술을 북을 호전 세력으로 몰며 국내외 여론을 호도하는 미국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중단, 평화협상 더 나아가 ‘환상적’ 주한미군 철수 등 북의 구미에 당기는 새로운 대화의제를 테이블에 실제로 올려 ‘대화를 위한 무용한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북의 태도는 미국이 이미 지나간 ‘트럼프 버스’를 다시 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는 조처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 담화내용을 보면 미국이 애써 과거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명이 살아있다고 선전해도 북은 이를 이미 휴지조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과거 협상공식인 북미관계 정상화와 연동된 한반도 단계적 비핵화와 그 협상공식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어떤 무용한 협상자체가 아니라 점증하는 한반도 핵전쟁위기와 미국 본토 안보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전후 70년 대북적대정책을 스스로 철회하는 길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스스로 대북적대정책 폐기의 진정성이 없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용으로 테이블에 올려도 북은 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정부가 평화협정 이야기를 흘리거나 미국의회 일부에서 평화협정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고 해서 북미관계의 변화가 크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사이비 평화협상’도 많으며 평화협정의 수준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협상을 하려면 지난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에서 결심했어야 했다. 당시 북은 일정하게 양보를 하더라도 미국과의 협상으로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했다. 하노이 북미 협상실패 이후에도 북은 2020년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정인 이른바 ‘정면대결 노선’까지 무려 1년 동안 미국의 태도변화와 협상복귀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 지배세력 내부의 합의건, 트럼프 행정부의 역량과 의지부족이건 미국은 진정한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미국이 그러한 준비가 되지 못한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상당기간 북미 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정면대결노선에 기초한 북 핵억재력(핵능력)의 무한확대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달을 보고 짖는 개

한국주류언론과 언론에 등장하는 군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북의 군사력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미국정부가 언론을 통해 흘리는 평가를 그대로 베끼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해 아무런 민족적, 주체적 관점이나 문제의식 없이 기사를 쓰는 것도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이제 무엇을 무시하거나 감추기에는 눈에 보이는 현실이 너무 많은 것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언론을 따라 북한(조선) 핵의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 다종화는 먼 미래의 일이라 부정하던 한국언론은 앞으로 할 말을 잃게 되었다. 현실은 북이 이 모든 것을 거의 완성하여 실전훈련으로 적용됨을 보여주고 있다. 북이 민족이 공멸할 전략핵을 한반도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 전략핵은 분명 미국용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북아 권역 용도의 소형화, 다종화된 전술핵 사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년 한미 연합훈련의 내용은 기존에 상상하던 재래식 전쟁연습이 아니다. 상호 공격적인 선제 핵공격과 대응 전술핵 훈련으로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북도 이미 시험이 끝난 다종의 전술핵(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 핵방사포,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전략순항 미사일 화살-1,2형, 최근 선보인 무인기)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전에 적용해 대응하는 훈련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드러난 한국 국방의 무방비, 무대책 상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미연합 방위력으로도 날로 첨단화, 지능화, 무인화 되는 북의 비대칭 핵전략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한계지점에 이르렀다. 한국군 장성들의 의식구조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있지만, 이 정도 국방상황에도 미국만 믿고 아무런 반성과 대책이 없다면 그것은 이들이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조선)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핵투발잠수함, 핵항공모함, 전략폭격기)에 대응해 최근 모의 전술핵탄(EMP탄= 전자기펄스탄)발사로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은 올해들어 회피기동하는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에 EMP 전술핵탄을 탑재하여 투발하는 실전 연습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현재 이를 막을 묘수가 없다.

참고로 EMP탄이 발사되면 직접적 폭발반경의 인명피해는 없으나 군사 전자장비는 모두 먹통이 된다. 쉽게 말해 항공모함도, 날아오는 전략전투기도, 핵잠수함도 고철 덩이리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김여정 담화를 분석하는 한국언론 보도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북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북이 정식으로 ‘2개 한국정책’을 인정했다는 기사는 황당하기에 앞서 민망하다.

한국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현실을 오독하는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허무맹랑한 대결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6.15정신을 회복하고 한국 보수조차 평화협정을 심중히 타산해야 할 때이며, 한국정부가 정전70년이 지나도록 타국에게 맞긴 빼앗긴 군사주권(군작전지휘권)부터 회수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비상시 미국의 허락 없이 총 한 방 쏠 권한이 없는 대한민국의 수치를 이제라고 그만두라고 해야 한다.

한국언론을 보면,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 끝만 보고, 마치 달을 보고 밤에 짖는 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보고 짖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이성의 소리가 아니라 해괴한 울부짖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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