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독립은 간토 학살 100주기를 맞아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6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8월 일본대사관 앞 시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날부터 한달간 계속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모임 독립은 간토 학살 100주기를 맞아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6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8월 일본대사관 앞 시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날부터 한달간 계속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연의 섭리는 365일을 돌고 돌아 세상은 어제와 같은 듯 다른 매일의 일상을 겪지만 올해 9월 1일은 각별히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할 날이다.

한달 뒤 9월 1일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가 되는 날이다.

100년전 그날 오전 11시 58분 일본 도쿄와 간토(關東, 관동) 남부지역에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다. 큰 화재가 발생했고 불길은 9월 3일까지 이어졌다. 일본에서 발행된 '국사대사전'의 기록에 따르면 사망자만 약 10만명, 부상자와 행방불명자는 약 15만명, 이재민은 약 340만명에 달했다. 

숱한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더 참혹한 재앙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불안과 공포, 불만이 극에 달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간토지역에 거주하던 식민지 조선인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끔찍한 대량학살을 자행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100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죄악에 침묵하고 참상의 진실을 지금까지 덮고 있다. 당연히 사과는 없다.

지난 2021년부터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을 기억하며 진상규명과 공식사과를 촉구해 온 시민모임 독립(이사장 이만열)은 간토 학살 100주기를 맞아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6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8월 일본대사관 앞 시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날부터 한달간 계속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의 요구는 일본 정부의 간토학살 진상공개와 공식 사과, 그리고 국회의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로 모아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제노사이드 범죄에 대해 일조협회가 1963년 '조선인희생자 조사위령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전개하고 1973년부터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세우면서 공식 추도식을 시작한 이래 50년을 이어온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지내는 등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의 분투가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학살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밝힌 바 없기 때문이다.

해방된 조국의 정부도 100년이 다 되도록 이에 대한 공식조사는 물론 일본 정부에 자료 공개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철저한 무관심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100주기를 맞아 윤석열 정부는 간토학살 진상규명에 즉시 나서라는 요구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발의한 '간토 대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21대 회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다시는 이런 야만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의 양심과 한국의 후손들이 꼭 기억하자는 의미이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이사장은 맨 먼저 마이크를 잡고 "오염수 투기를 두둔하는 한국의 정부 여당의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당신들이 섬겨야 할 국민은 어디에 있나? 일본 정부를 두둔하고 섬기는 이유가 뭔가?"라며, 정부여당을 직격하는 일성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간토대학살의 진상규명은 시대적인 과제이며, 일본 정부는 자료공개로 협조해야 한다"며, "역사범죄를 은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일본 국민과 정부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이 이사장은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오래된 원한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라며, "아직도 간토지역을 정처없이 헤매고 있는 귀천혼령(歸天魂靈)들을 위로, 안돈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학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학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우리 동포 수천명을 학살하고도, 제대로 수습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의 처사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기억이나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며, "우리는 78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인정과 사죄를 다시 일깨우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가 인류와 지구생태에 대한 영구적인 죄악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간토학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신문에 6천여 명이라고 추정했던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희생자 숫자일 뿐 100년전 일본 도쿄 한 복판에서 학살된 희생자가 도대체 몇분이나 되는지 지금 아무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며, 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정부와 군부에 의해 영문도 모른채 방화범으로 몰리고, 우물에 독을 탄 불순분자로 몰려서 죽창에 찔려 학살당했던 우리 선조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특별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전 일본변호사협회가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에 일본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지만 사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가 이제와서 스스로 그렇게 할리가 없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우리 선조들 6천여명이 억울하게 학살당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을 일본정부에 떳떳하게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한일 과거사 현안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되었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과 달리 간토학살은 청구권협정에서 다뤄지지도 않은, 관계없는 사건인만큼 우리 정부가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간토 학살 100주기, 다시 8월 일본대사관 1인 시위에 나선다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에게 아주 중요한 민족운동이 있었다.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규탄 운동이다. 예컨대 1924년 3월 오사카 나카노시마 공회당에서 열린 조선인 학살 규탄대회가 있다. 무려 30명의 보고자가 연단에 올랐고, 흥분한 참석 청중은 7천 명에 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 일대에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9월 3일까지 화재가 계속되었다. 도쿄와 그 주변 가옥 45만 채가 파괴됐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천여 명에 달했던 자연 재해였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재앙은 지진 이후에 발생했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 “조선인이 부녀자를 강간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조직적으로 유포되었다. 이것이 빌미였다. 

계엄령 아래서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은 무차별 조선인 학살을 자행했다.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 범죄였다. 당시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조선인 희생자 수를 6,661명으로 추산했다. 일본 사회의 조선인 혐오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경험한 조선인들은 일제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이들은 조선에 돌아오거나 일본에 남는다. 이 비극의 역사를 끝낼 운동을 전개한다. 자주독립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었다. 

해방 후에도 재일 조선인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및 규탄 운동은 지속되었다. 

진실을 향한 역사전쟁이었다. 재일사학자 강덕상과 금병동이 1963년 편찬한 <현대사 자료 6: 간토대진재와 조선인>은 이렇게 출간된 역작이다.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가 함께 했다. 

일조협회는 1963년 ‘조선인희생자 조사위령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진상조사를 전개한다. 1973년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세우고 공식 추도식을 시작한다. 올해 9월 1일에도 열리는 이 추도식은 50년을 이어온 행사다. 

사단법인 봉선화 니시자키 마사오 이사의 노력은 눈물겹다. 1982년 대학생으로 이 사건을 접하고 조선인 학살 장소 아라카와 강변에 자리잡는다. 40년 넘게 진상조사와 추도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본 정부 책임이라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한 것은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부끄럽다. 이 모든 활동이 대한민국 정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2014년 19대 국회 여야의원 103명이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전환의 계기였지만, 그조차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을 위해 복무한다. 한국 시민사회가 연대한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단체들도 100주기 추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유기홍 의원을 포함한 100명 여야 의원들이 다시 ‘간토 대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역사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다.  

시민모임 독립은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기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일본 정부의 간토 학살 진상공개와 사과를 요구하는 8월 일본대사관 1인 시위를 전개한다. 21대 국회가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것을 반대한다. 이번에는 진상규명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100년 전 조선인 학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해야 한다.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서 50년 동안 추도식을 이어온 고령의 미야카와 야스히코 일조협회 도쿄도 연합회장은 현장을 찾은 시민모임 독립 방문단에게 말했다. “간토 조선인 희생 100주기, 이제 싸움은 시작입니다.” 맞는 말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8월 한 달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 다시 서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

1. 일본은 간토 학살 진상을 공개하라
1. 일본은 간토 학살 공식 사과하라
1. 국회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1. 윤석열 정부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에 즉각 나서라


2023년 8월 1일 

시민모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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