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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책임 두고 중앙 "타락한 지방자치" 한겨레 "정부 부처 책임"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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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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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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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 여권 발맞춰 ‘지자체 때리기’

경향 “전북도 갈라치기, 차별·혐오 낳는다” 한겨레 “정부 부처 책임도”

‘이동관 왜 문제인가’ 특집 기사 낸 한겨레 “비판 언론 ‘킬 체인’ 구축”

파행 속 끝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놓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지방자치단체를, 한겨레,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원 감사 등 정치권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언론 또한 책임 주체를 가리기 위해 상반된 비판 대상을 찾는 모습이다.

▲ 14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조선 “시설관리본부 모두 지방공무원” 중앙 “타락한 지방자치”

▲ 14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기사.

▲ 1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운영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묻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이번 대회를 새만금에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은 전라북도이고, 새만금 지역 배수 등의 문제에 전북도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도 새만금 개최에 동의했었다”며 “이후 약 5년간 문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부지 매립과 배수 등의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잼버리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맞춰 조선일보도 1면에 <문제된 잼버리 시설, 관리자 모두 지방공무원> 기사를 내 전북도의 책임을 따졌다. 조선일보는 “153국에서 온 참가자 4만3000명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본지 취재 결과 대회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위 사무국 인원 115명 가운데 53명(46%)이 전북도청과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이었다. 대원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화장실·샤워장 관리, 그리고 상하수도 및 배수 시설을 담당하는 사무국 산하 시설관리본부 직원 8명 역시 모두 전북도 등에서 파견된 지방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직위에서 화장실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지난 4일 잼버리 현장을 찾았을 때 더러운 화장실에 놀라 직접 청소에 나섰다”며 “화장실 관리, 쓰레기 청소는 전북 공무원들이 맡았는데 가장 기본적 업무를 이렇게 처리할 줄 몰랐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 또한 1면에 <잼버리 끝난 뒤 준공 전북 이상한 계약서> 기사를 내고 “전북도가 계약 단계부터 느슨한 일정의 사업자 선정으로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라북도가 발주한 공사·용역·물품 계약 256건 중 개막식(지난 1일) 이후로 ‘이행 완료’ 시점을 잡은 건수가 15건이었다. 중앙일보는 “전북도가 지역 소규모 기업으로 입찰대상기업을 한정하고 잼버리같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이 전무한 지역 기업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한 결과가 잼버리 초반의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지자체 때리기’는 사설과 칼럼에서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이미 매립된 새만금 내 다른 부지가 많았는데도 굳이 매립도 안 된 갯벌을 잼버리 행사장으로 정한 점이다. 조성된 부지에 나무를 심고 기반 시설을 설치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뒤늦게 야영지 매립 공사를 시작해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그 결과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고 물이 흥건한 진흙탕 매립지에서 국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전북도가 대회 성공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대회 유치를 새만금 매립 촉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는 이하경 칼럼 <타락한 지방자치, 최악의 잼버리>을 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이 잼버리 대회를 유치해 지지부진한 새만금의 인프라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이 2조원이 넘는 예산만 노렸다면 토건세력과 결탁한 고의범으로 정죄(定罪)해야 한다”며 “타락한 지방자치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 “지자체 때리기 혐오 차별 낳는다… 권위주의 재확인”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러한 ‘지자체 때리기’가 정부의 ‘책임 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1면에 <잼버리 파행 사과커녕 책임회피 바쁜 윤 정부> 기사를 배치, “전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미는 정부, 여당의 태도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잼버리 운영 계획을 일부 실행한 전라북도는 물론, 실질적인 종합계획의 수립·승인·결정 권한을 지녔던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임에도 정부 ‘선방론’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잼버리 관련 최종 의사결정권이 여가부 장관 등 정부 부처에 있다는 것을 짚었다. 한겨레는 “잼버리의 계획·준비·운영 등 책임 주체를 규정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잼버리 지원법) 등을 보면 최종 의사결정권은 여가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쪽에 있다”며 “특히,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 가운데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3명(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 정부 국무위원들”이라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잼버리 파행, 재발 않으려면 책임 소재 낱낱이 밝혀야>에서 “어떻게 지방정부에 다 떠넘기고 쏙 빠져나가려 하는가. 비겁과 몰염치의 극치”라며 “물론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폭염·위생 대비 등 행사 운영을 포함해 대회 전반 책임을 현 정부에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해부터 몇 번이나 ‘잘 준비하고 있다’ 했는데, 그땐 뭘 준비했단 말인가. 일 터지기 전까진 문제가 뭔지, 무슨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는 게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란 걸 잼버리 사태가 그대로 보여줬다”고 했다.

▲ 14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경향신문은 정부의 ‘지자체 때리기’가 혐오·차별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잼버리의 열악한 시설·위생 상태가 지난 1일 개영 직후부터 논란이 되자 개최지인 전라북도에 대한 ‘지역 혐오’ 발언이 확산했다.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들은 ‘전라도 잼버리 참사’ ‘잼버리, 전라도가 먹고사는 방식’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상을 게시했다”며 “여당이 중앙정부 책임론을 피하려고 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전라북도 때리기’에 나선 것이 ‘전라도 대 대한민국’ 구도가 확산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잼버리 운영에서 드러난 권위주의적 행태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국가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공무원을 잼버리에 ‘강제동원’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경향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으나 K팝 콘서트를 두고도 ‘아이돌 차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팝 슈퍼 라이브’ 주관 방송사인 KBS의 <뮤직뱅크> 본방송이 취소됐고, 여기에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들은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특집 시작한 한겨레, “24시간 모니터링, 대선 공보 킬체인”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가 ‘이동관 왜 문제인가’라는 이름의 특집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비판 언론을 겨냥해 ‘킬 체인’(Kill chain)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킬 체인은 북핵 사용 징후를 탐지한 뒤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군사용어다. 한겨레는 “2007년 7월1일 그가 공보실장 직함을 달고 캠프에 출근하며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24시간 언론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촘촘한 모니터링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빠른 대응까지. 이 후보는 이 시스템에 ‘대선 공보의 킬 체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YTN 뉴스동향 및 문제 보도 조치’ △‘조선일보 문제 보도’ 등의 문건이 있다. 정권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문제 보도를 분류한 증거다. MBC 보도에 대해 “단순 동정은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한 반면 ‘재산 환원’ 등 논란 이슈에 대해선 상세히 조명하고 앵커 클로징을 통해 거듭 비판 시도”라고 했다. YTN에 대해선 ‘조치 결과’까지 적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10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는 조치 결과가 남아 있다.

▲ 14일자 한겨레 4면 기사.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중요한 사회 의제를 다룬) 기사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한 게 아니라 ‘비보도 조치’를 했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정원 언론 장악 문건 중 일부가 이동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 후보자가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다”고 답변한 것을 소개하며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결론은 다르다. 당시 수사팀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 PD, 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사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의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남영진 KBS 이사장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사설 <공영방송 이사장 전격 해임 시도, 이명박 시즌2 보는 듯>에서 “방통위는 통상적으로 매주 월요일 상임위원 간담회를 열어 안건을 논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데, 이번에는 상임위원 간담회를 생략하고 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남 이사장과 정 이사 해임안을 상정한다”며 “일련의 무리한 행태로 보아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과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는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의 조사 및 감사 결과 등 어떤 공식적인 사실 확인도 없는 상태다. 수사도 안 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취임 전에 일 처리를 끝내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법원에서 부당한 해임이란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투다. 그때는 이미 방송장악을 다 끝낸 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영방송 이사장을 무리하게 갈아치우고 난 뒤,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 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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