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 부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2.13 ⓒ 연합뉴스
지난 특강에서 대통령님께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 ASML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복습 한 번 하겠습니다. ASML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데 미국, 독일, 대만 등에 있는 생산시설에서 장비 모듈을 제작한 뒤 네덜란드로 보내고 본사에서 조립과 테스트를 마친 후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에 판매를 합니다. 한국에도 R&D센터와 생산시설을 만들 의향은 있지만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ASML의 입장에선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한국에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들은 어떨까요? ASML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유럽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진작에 탄소배출을 규제하는데 앞장선 곳이라서, ASML이 거기에 발맞추느라 조금 더 앞서 나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회사들의 경우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5대 반도체 장비회사를 꼽으라면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AMAT)와 램리서치(LAM), KLA,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 있습니다.
세계 톱5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달성 계획
▲ AMAT의 탄소중립 목표와 지속가능한 설계의 결과물인 새로운 장비 플랫폼 "비스타라(Vistara)" ⓒ AMAT
먼저 AMAT부터 보겠습니다. 2022년 AMAT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AMAT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고, 전 세계 사업장을 모두 포함하면 69%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AMAT 자사의 운영을 위한 탄소 배출(범위 1과2)은 물론 공급사와 고객사에서의 장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범위 3)까지 배출량을 50% 이상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MAT의 탄소 중립을 향한 실천에는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 6월 AMAT의 최고경영자는 세미콘웨스트 행사에서 "넷 제로를 향한 협력적 경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는데 거기서 새로운 장비 플랫폼인 비스타라(Vistara)를 소개합니다. 특정 공정을 수행하는 여러 장비를 하나로 결합한 이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에 비해 설치 공간은 30%, 에너지 소비는 최대 35%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에너지, 화학물질, 클린룸 면적 등 세 가지를 30% 줄이겠다는 AMAT의 "3x30 계획(지속가능한 설계)"에 따라 나온 첫 작품입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핵심으로 두고 있는 화두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 LAM 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 항목별로 진행사항을 표시해 놨습니다. ⓒ LAM
LAM은 어떨까요? LAM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5%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한 계획은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 중립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한 진행 상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측정 장비를 주로 만드는 KLA가 발행한 연례보고서를 보겠습니다. KLA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2030년까지 범위 1과 2에 해당하는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 KLA는 2023년 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고 합니다. ⓒ KLA
KLA의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것은 2023년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 높은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고,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는 각 사가 처한 형편에 따라 별도의 목표를 정한 후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TEL은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TEL
이번에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살펴보겠습니다. TEL은 애초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초,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촌 전체가 매우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 항목 중 재생에너지 사용 100%는 2031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톱 5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향후 1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고 있고, 2050년까지는 모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습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 (GHG : Greenhouse Gas) |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 Greenhouse Gas)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했는데 크게 세 개의 범위(Scope)를 설정했다. 범위 1 (SCOPE 1): 기업의 소유 혹은 통제 범위 안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범위 2 (SCOPE 2): 기업이 구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범위 3 (SCOPE 3):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 가운데 1과 2를 제외한 기타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이중 범위 3은 부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협력사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에서의 탄소 발생까지 측정하기 때문에 달성이 어렵고 기업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
탄소 중립 관련, 구체적인 계획 세우지 못한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메스, 원익IPS, PSK, 케이씨텍, 주성엔지니어링 같은 회사들은 한국 기업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 제조회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각 사의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계 톱5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각 사 홈페이지에 탄소 중립을 위한 목표를 공개하고 또 그와 관련된 연례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에는 탄소 중립과 관련된 장기 목표나 보고서를 밝힌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의 환경경영 게시물. 시계순으로 세메스, PSK, 케이씨텍, 원익IPS ⓒ 각사 홈페이지
세메스 : 녹색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화학물질, 에너지, 수자원 사용을 저감하고, 폐수 재이용 및 폐기물 재활용을 활성화하며,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익IPS : 원익IPS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 정비와 미사용 시설 사용 차단 등 유틸리티 설비의 가동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계장치의 처리시설 개선을 통하여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활동으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PSK : PSK그룹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에 있어 환경경영이 기업의 필수 책임과 의무임을 인식하며,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 인증을 취득하여 국제표준 따르고 사업장 내에서 실천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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