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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노총 양경수 “정치적 대안 제시하고 주도하는 광장 투쟁 필요”

“윤석열 정권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선 진보정당 단결 필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직선 4기 임원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위원장 당선인의 두 어깨는 무겁다. 임기가 시작되는 2024년은 총선이 있는 해이다. 이번 총선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권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분명히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양 당선인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 당선인은 올여름 직선 3기 위원장을 지내면서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는 내용의 민주노총 총선방침을 결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새 임기에는 이걸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당면 과제다. 양 당선인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양 당선인을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만났다.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 총선방침 추진 구상


- 민주노총의 4월 총선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일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국회, 또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국회로 재편돼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총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를 하게 됐을 경우 윤석열 정권의 폭주가 굉장히 가속화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저지할 거냐, 이걸 어떻게 돌파할 거냐라고 하는 방법론이 다양하게 제출되고 있다. 그런데 저는 모든 것은 진보정당들의 단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과 생존이 보장되고 바뀔 수 있는 총선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단결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총선에 임할 생각이다.”

- 노동자가 중심이 돼 진보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다. 어떤 중심 세력이 형성돼야 진보정당이 이 구심력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논의를 하게 되고 견해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이재명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도 진보정당 당원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지 않나. 그래서 노동운동, 대중운동이라고 하는 중심 세력을 강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진보정당들의 단결에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노동 중심성을 세워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는 총선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진보정치 단결을 위해서는 그동안 오랜 기간 노력을 해왔고 올해만 해도 4월과 9월 대의원대회를 하는 과정에서도 각 정당 대표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면서 쭉 논의도 하고 협업을 해왔다. 얼마 전까지도 민주노총-진보정당 연석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눴다.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결단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서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 된다. 진보정당들을 만나서 설득할 건 설득하고, 대중적 여론을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진보정당의 단결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단결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진보정당들에게도 주려면 실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광장 투쟁도 한 축으로는 굉장히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민심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안팎에서 역할을 다 하겠다.”

- 양 당선인이 생각하는 광장 투쟁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마중물을 댄다고 해도 광장의 역동성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올해 1년간 쭉 해보면서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여론전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는 고민이 있는데, 일단 두 가지 측면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정치적 대안이 하나로 명확히 정리돼야 하고, 광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주도하는 광장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투쟁이나 자기 역할, 또 헌신성 이런 것들이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투쟁을 완강하게 벌이는 집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이나 민주노총은 일정 정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국회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이 요동 칠 것이다. 이때 진보진영이 어떻게 주도권을 가지고 판을 만들어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 진보정당이 과연 힘을 모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진보정당들이 전반적으로는 다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가선 의미있는 총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간의 불신과 차이보다는 지향해야 할 우리의 과제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내는 게 지금 시기에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도 굉장히 큰 한걸음을 뗄 수 있는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1월 한 달 동안 최대한 노력을 다 할 것이다.”

-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려면 민주-진보 정치연합도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진보정당의 단결이 일단 우선이다. 그것이 전제되어야 다른 영역과의 연대를 넓히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지금 민주-진보 정치연합을 이야기하거나 고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민주-진보 정치연합이라는 그림을 지금 크게 그린다고 해서 그것이 성사되거나 가시화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진보정당 단결에 힘을 쏟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 지금은 정치가 아니라 현장 투쟁을 더 강화할 때라는 민주노총 일각의 주장은 어떻게 보나.

“정치와 현장 투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건 자본과 정권의 논리다. 노동자들이 현장 문제나 신경 써야지 왜 자꾸 정치 투쟁하냐고 갈라치기를 해왔는데, 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현장 투쟁은 상호 보완적으로 연결돼 있는 문제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임금 인상 투쟁을 열심히 했는데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와서 임금 인상하지 말라고 한다면 사용자들은 그에 맞게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개악안을 낸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정치 투쟁과 현장 투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이를 위해 힘을 모으자며 노동자들을 조직해내고, 그 과정에서 현장 투쟁을 벌이며 사회적 변화의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진보정당 운동에 있어서 상층 논의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감한다. 그러니 실제 현장을 조직하고 광장에서의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정치와 현장 투쟁을 분리하려는 의도나 관점은 적절치 않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

 

"익숙한 방식의 투쟁으론 유의미한 변화 만들기 어렵다"


양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은 ‘압도하라! 민주노총’이다. 이는 지난 3년간의 투쟁을 넘어 새 시대를 주도할 민주노총을 건설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주요 공약은 ▲‘새로운 30년 위원회’ 설치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강화 ▲노동중심진보연합정당 건설 ▲‘100인 조합원 집회문화기획단’ 운영 ▲국민 여론 홍보 전담 부서 설치 및 임원·청년 대변인제 도입 등이다. 동시에 민주노총에 대한 정권의 탄압에도 계속 맞서야 한다. 양 당선인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 새 집행부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 전반과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전망을 세우는 것, 민주노총의 사회정책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 그리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완성하는 것까지 크게 보면 세 가지 정도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내후년이면 민주노총도 창립된 지 30년인데, 지금 시기에 맞는 민주노조 운동의 전망을 어떻게 세울 거냐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망을 세워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민주노총 위상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히 노동운동 단체가 아니라 실제 한국사회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걸맞게 사회정책의 영향력을 어떻게 확장해나갈 것이냐는 고민을 좀 더 폭넓게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모든 것을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 투쟁으로 힘이 모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새 집행부에게 부여된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

- ‘누구나 투쟁을 얘기하지만 조합원이 나서고 국민이 지지해야 승리한다’는 슬로건도 선거 때 내걸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익숙한 방식의 투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회 내에서 진보정당들이 유의미한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진보운동이나 사회운동이 과거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거나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어떤 거버넌스가 활발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과거에 비하면 조합원이 1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양적 성장을 해왔다. 그렇다면 이 조합원들의 역동성이나 주인의식, 주체의식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현시키냐가 민주노총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대국민 여론을 형성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노총은 총파업이나 총궐기와 같은 큰 대중집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왔다. 그것도 유의미하고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

- 그 방안은 무엇인가.

“간부들이 아닌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사가 표현될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들고, 그 소통 구조가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고,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조합원 참여 예산과 노동자대회 조합원 기획단 구성을 공약했다. 또 내년 연말에는 정책 페스티벌을 진행할 생각이다. 노동운동 전략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현장에서부터 토론해서 공론화하고 실제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들을 많이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대국민 홍보 전담 부서를 만들 생각이고, 부위원장 당선자 중 한 명을 대변인으로 선임해서 대변인의 지위도 격상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서 내용을 만들어내고, 이 내용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나 형식을 갖춰보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입법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거부권은 법적인 문제가 아주 심각하거나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거나 하는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인데, 양곡관리법이나 노조법 2·3조, 간호법, 방송3법과 같은 개혁적인 입법 과제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 축으로는 총선을 통해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국회가 자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형을 만들고, 또 한 축으로는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은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투쟁을 통해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는 병행되어야 한다.”

- 향후 정권의 탄압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은 지속될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한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대화에 응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노총’, 또 민주노총에 대해선 ‘대화도 거부하고 강성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 이렇게 아마 프레임을 씌우고 갈라치기를 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 최근 정부의 회계 공시 압박이 부당했음에도 이를 결국 수용하는 데까지 고심이 깊었을 것 같다. 탄압의 양상이 이전과는 또 다른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술적으로는 유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계 공시 문제를 판단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전선에서, 또 조합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선에서의 투쟁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회계 공시 문제나 사무공간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노조법 2·3조든 개정 문제든, 근로기준법 위반 적용의 문제든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정부에 맞서 투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동안 민주노총 화물연대나 건설노조에 대한 굉장한 탄압이 있었는데 이에 맞서 싸우면서도 우리는 노동시간이나 임금체계 문제들을 계속 이야기해 왔다. 그러면서 실제 정부가 하려고 했던 노동시간의 확장이나 임금체계에서 성과연봉제로의 전환이 일정 정도 늦춰지거나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역에서 투쟁을 벌이면서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한계,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 이런 것들을 폭로하고 관련된 투쟁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은 없나.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대화나 교섭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논의 테이블을 전혀 형성하지 않고, 오히려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조를 배제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을 주요한 노동 의제에서 아예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다.”

- 앞으로 대응해야 할 주요 노동 현안은 무엇인가.

“총선 이후 정부·여당은 노동시간이나 임금체계 개편, 파견법 확장, 부분 근로자 대표제와 같은 반노동 제도를 더 본격적으로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하면 노동을 공격하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할 공산이 크고, 총선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낸다면 그것을 등에 업고 노동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이런 제도들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응할 준비를 차분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공공성 의제를 포함해서 주요한 입법과제를 설정해 1년 내내 투쟁을 쭉 해나가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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