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05. ⓒ뉴스1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탄핵반대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5일 광화문에서 수많은 시민이 외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이 열렸다. 학교가 끝나고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회사에서 홍대에서 청량리에서 인천에서 멀리 광주에서 온 시민 2만 명이 촛불을 들고 동화면세점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한 붕어빵 노점상의 표현처럼 이날 모인 광장의 시민들의 분노는 붕어빵이 익을 정도로 뜨거웠다. 1980년 광주에서 옆에 있던 친구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70대 광주시민은 “무섭지만, 도망치지 않겠다. 끝까지 싸울 거다. 목숨을 바치겠다”라고 목청껏 외쳤다.
홍대 노점상의 ‘윤석열 퇴진 붕어빵’
윤석열 ‘친일 인사’에 분노한 역사학도
처음 거리로 나온 두 아이의 엄마
광주시민의 세 번째 계엄
책 '야생초편지' 저자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가 5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 참석했다가 올린 사진. 그는 페이스북에 "귀국하자마자 (참가한) 촛불집회"라며 이 사진을 올렸다. 2024.12.05. ⓒ'야생초편지' 저자 황대권 페이스북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노점상 김문호 씨도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최근 동료 노점상들과 함께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시작했다. 어제(4일)도 518명에게서 퇴진투표를 받았고, 여태까지 4000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퇴진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점상이 뭐 이런 것까지 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도 똑같은 국민이고 주권자이기에 하고 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그런데 막상 손님들께 “윤석열 퇴진 투표를 해 달라”고 입을 떼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주인의 무게구나”라고, “붕어빵 마차 주인으로서 투표에 참여해 주는 분께 붕어빵 하나라도 더 드려야겠다”라고. 그랬더니 “손님이 자꾸 또 손님을 데려왔다”면서 “손님이 더 적극적이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윤석열이 또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을 갖는 국민이 있느냐”라며 “이제 우리의 분노로 윤석열을 퇴진시키자”라고 외쳤다. “감히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독재의 시간을 부활시키려 한 윤석열을 절대 용서치 말고 우리 힘으로 끌어내리자”라고 외쳤다.
이날 각 대학교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온 동국대·서울여대·숙명여대 학생들도 참여했다.
서울여대 시국선언 제안자 서희진 씨는 지난 2일부터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연서명에는 328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가 계엄을 제지했지만, 이날 오후 열기로 한 기자회견이 걱정이었다. 회견에 함께해 주겠다던 12명의 학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모두 꼭 오겠다고 답해줬다. 그리고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 가보니, 오히려 더 많은 학우가 모여 있었다. 서 씨는 40여 명의 학우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국민의 일상에 총을 내민 대통령은 필요 없다.”
서 씨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토요일 여의도에서 대학생 시국선언 대화가 있다”라며 “이제 거리에서 외칠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12월 7일, 우리 모두 광장에서 만나자! 더 정의로운 세상에서 만나자!”라고 외쳤다.
숙명여대 학생 황다경 씨는 윤석열 정권의 ‘친일 뉴라이트 인사’ 때문에 꿈이 무너졌다고 했다. 역사를 전공한 그의 꿈은 국사편찬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친일 역사 왜곡세력을 주요 역사기관에 임명했고, 제가 꿈으로 여기는 국사편찬위원회도 역사 왜곡세력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게 그가 거리로 나가자고 결심한 이유였다. 황 씨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주체가 대학생이란 걸 역사에서 배웠다”라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지금이야말로 대학생이 나서야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퇴진 운동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동국대에서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한 홍예린 씨는 전날 부모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위험한 짓 하지 말아라”라는 연락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학우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홍 씨는 “대학생들이 끝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앞장서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헌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외정책부장이 5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 참석했다가 올린 사진. 2024.12.05. ⓒ김웅헌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외정책부장 페이스북
인천 시민 노현옥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간호사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때도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조금만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만 하고 산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는 순간 “끔찍했다”고. 그는 “탱크가 나오고, 헬기가 나오고, 공수부대가 (국회) 유리창을 부수는 걸 보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맞나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노 씨는 “윤석열은 이 나라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면서 “꼭 탄핵시켜 좋은 곳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멀리 광주광역시에서 상경한 광주시민 이병채 씨. 그는 부마항쟁 당시 부산에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때 광주에 있었다. 두 번의 계엄을 이미 경험한 셈이다. 그리고 이번이 그가 경험한 세 번째 계엄이었다. 그는 윤석열이 계엄을 발표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때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공수부대가 쳐다본다는 이유로 쫓아와 내리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때는 “무서워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뒤에 있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총소리가 들리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쓰러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때의 상흔이 낫질 않아서인지, “계엄”이라는 말을 들은 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씨는 “도망치지 않고 목숨 바쳐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김건희를 구속시키자!”라고 있는 힘껏 외쳤다.
명지대 1학년이라는 모경현 씨도 “설령 다시 계엄이 선포된다고 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거리로 나올 것”이라며 “깨치고 나아가 끝내 승리하자”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산다는 양선경 씨는 “윤석열은 위기에 빠져있어서 계엄을 선포했다”며 “윤석열은 그 위기에서 나오려고 무엇이든 하겠지만, 우리 힘으로 퇴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윤석열과 그 쿠데타를 모의했던 가담자들을 모조리 구속시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회장 “탄핵 반대는 내란범죄 동조”
민중행동 대표 “추경호, 내란쿠데타 공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가 5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 참석했다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페이스북에 "오늘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민촛불이 열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진을 올렸다. 2024.12.05. ⓒ박석훈 한국진보연대 대표 페이스북
집회 주최 측의 발언은 집회 마지막에 나왔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한밤중에 무장한 군인들을 국회로 보낸 것은, 우리 국민에게 총을 겨눈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고, 창문을 깨고 들어가 계엄해제요구 의결을 막으려고 한 것은 폭력으로 헌법기관을 장악하려 한 폭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날 새벽 항의하는 시민들이 국회로 모이지 않았다면, 그날 새벽 190명의 의원들이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면, 우리는 오늘 여기 모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없었을 수도 있다. 독재정권 시절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와 피눈물이 또 반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파괴자 윤석열은 계엄 선포한 그날부터 대통령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며 “하루빨리 헌법질서 회복을 위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파괴 범죄자 윤석열의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반헌법적 계엄을 묵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내란범죄 동조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탄핵이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일 오후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이 열렸다. 시민들이 '내란죄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참가하고 있는 모습. 2024.12.05.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지난 3일 밤 국회 밖 당사로 동료 의원들을 부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쿠데타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또 “탄핵반대 당론에 찬성한 한동훈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의힘을 해체시키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시는 정치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협의된 오후 8시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청계천 소라탑과 서울역을 지나 남영사거리까지 행진하며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불법계엄 윤석열을 체포하라”, “국회침탈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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