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재명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수도권 정부'로 규정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역민의 피해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에 절망한다고도 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그 후손들 역시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함에도 지원금 챙겨 지역을 떠나라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실 인구 규모로 볼 때, 수도권은 주택, 교통, 환경, 범죄 등 '집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을 더 짓고, 도로를 더 넓히고, 오수 처리 시설을 더 세우고, 경찰력을 더 늘리는 걸로 대응해선 안 된다. 그럴수록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동시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건 허황한 욕심이다.
지인들과의 추석 대화는 수도권을 넘어 지역 내 갈등 문제로 이어졌다. 전남권 국립 의대를 어디에 세우느냐를 두고 벌어진 순천대와 목포대의 볼썽사나운 대립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는 발에 치이는 게 병원인 수도권의 주민들에겐 어린아이들의 치기 어린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료적으로 낙후된 두 지역민에겐 오랫동안 숙원 사업이었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 단체 중에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선거철마다 여야 후보자들은 의대 설립을 공약했지만, 그때마다 공염불에 그쳤다. 의료적 소외는 지역의 인구 유출을 부추겼고, 전남의 인구 감소율은 해마다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다. 정부의 국립 의대 설립 추진 방침이 전남 지역민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유다.
지역민의 관심이 컸던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뜨거웠다. 전남 동·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순천대와 목포대는 각 지역의 유치 필요성을 내세워 총력전을 펼쳤다. 여수, 광양 등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해 산재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순천대와 도서 벽지가 많아 의료 접근성이 가장 취약하다는 목포대의 명분은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처음엔 두 대학을 통합한 뒤 통합 의대를 설립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가 의대 캠퍼스를 어느 곳에 두느냐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에 중재를 위한 공을 넘겼고, 지방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외부 기관에 의뢰해 공모 심사를 맡겼다. 이는 갈등이 첨예했던 만큼 누가 이기든, 상대가 승복하기 힘든 '악수'였다.
순천대가 가까스로 이겼고, 예상대로 목포대는 결정에 불복했다. 대학 간의 갈등은 정치인과 지역민의 싸움으로 번졌다. 지역 정치인들은 삭발과 단식 투쟁을 감행했고, 목포대는 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오매불망 염원하던 지역 의대 설립을 두고 순천과 목포 지역민들은 하루아침에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지인들은 순천과 목포, 두 곳 어디도 편들지 않았다. 다른 시설도 아닌, 국립 의대의 유치 경쟁이라면 극단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난의 화살은 이재명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향했다. 두 대학과 지역의 갈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거고, 예상하고도 중재를 포기한 건 무책임한 거라며, 지역 통합의 명분조차 사라졌다고 통탄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제기됐다. 정치인들의 삭발과 단식은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음 선거를 위한 '퍼포먼스' 아니겠느냐며, 직능별 비례대표제였다면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됐을 거라고 말했다. 결국 정치인들의 중재 역할이 또다시 사법부 판단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또한 본질적으로는 지역 차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요?"
지인들과의 추석 대화는 이렇게 매조지었다. 오랫동안 의료적으로 소외당하며 살아왔다는 설움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지역민들이 의대 유치에 사생결단식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의료 서비스가 거주지와 상관없는 온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애초 벌어지지 않았을 사달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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