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사흘 연속 나온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을 다시 흔들었다. 14일 골드 국제전략연구소에서 한 조건이 바뀌었고 계획도 바뀌었으니 새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15일 국내 보도가 시작되자 이 말은 곧바로 '미국이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로 읽혔다.
1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브런슨 사령관 발언(영상 56분부터)의 맥락은 보도와 달랐다. 12일과 13일 행사는 미 육군협회(AUSA)가 주최하거나 함께 연 행사였고, 브런슨 사령관이 준비해 간 주제는 분산 훈련과 다영역특임부대 배치 등 주한미군의 지상군 전력 강화였다.
13일 CSIS에서의 전작권 발언은 한국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지지하며, 시기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면 따르되 군사적 위험을 보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보도에서 부각된 것은 '새 기준'이라는 한 구절이었고, 그것이 미국의 반대로 포장되는 모양새였다.
전작권 전환에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환은 한미 두 정부가 결정하고, 미국 쪽에서는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다. 지금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상원과 주한미군이 조기 전환에 신중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령관의 발언 하나를 '미국의 반대'로 확대하면 큰 그림을 놓친다.
그렇다면 브런슨 사령관과 의회는 왜 속도를 늦추려 하는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내용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크게 보도되는 상황에서 살펴봐야 할 공식 문서가 있다. 9월 22일 미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 명의로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된 국방전략 이행 보고다. 1월 발표된 국방전략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의회에 알리는 공식 기록이다.
한국 관련 대목은 한 단락이지만 내용은 분명하다. 한국은 핵심 군사역량에 국내총생산의 3.5%를 쓰는 새 기준을 채택한 첫 비(非)나토 동맹국이며,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한국의 전작권 전환 가속을 한국군 전투력을 한 세대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전환을 늦추거나 조건을 바꾸겠다는 내용은 없다.
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오히려 군사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같은 문서에서 국방부는 유럽사령부에 배정된 여단전투단을 5개에서 3개로 줄였고, 유럽 주둔 태세와 기지를 6개월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재래식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썼다. 유럽에서는 줄이고 한국에서는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강화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문서는 주한미군의 태세를 북한만이 아니라 "모든 역내 위협"에 대비해 강화한다고 적었다. 즉, 인도·태평양 항목의 제목은 '중국 억제'이고, 동맹에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이유는 미국이 여러 전장에서 동시에 싸워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북 억제는 한국군에 넘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에 전력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서가 나온 배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책차관은 9월 17일 상원 군사위 비공개 브리핑에 모두발언 없이 출석해 양당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 서면 보고는 그 닷새 뒤 제출됐다. 행정부와 상원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사정은 전작권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행정부는 전환을 밀어붙일 태세이고, 상원은 속도를 늦추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미 의회가 제동 걸기 전 전환 시기 매듭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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