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기춘과 우병우 모두 최순실의 사람이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11/28 12:19
  • 수정일
    2016/11/28 12: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기춘과 우병우 모두 최순실의 사람이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 2016-11-27 23:41:06
수정 2016-11-28 09:42:34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범행의 공모자로 광고감독 차은택이나 안종범, 정호성 등 청와대 비서관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고위급에 있는 거물들이 최씨의 휘하에서 국정농단을 조력했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점점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속속 드러나는 최순실-김기춘 관계 = 우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순실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신빙성 있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씨의 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47)씨는 27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최씨의 지시로 김기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차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날 차씨가 구속기소된 직후 취재진과 만나 “2014년 6~7월께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김 전 실장이 그동안 “최순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최씨의 국정개입을 까맣게 몰랐다”며 최씨와의 관계를 부인해온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양지웅 기자

앞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을 통해 최순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 일가가 주로 이용하면서 박 대통령 대리처방까지 했던 차움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것은 물론 비타민 주사를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14년 11월 공개돼 파문이 일었던 청와대 문건(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이 등장하고, 해당 문건 파동 때 김 전 실장이 검찰의 수사를 봉합한 정황도 이미 드러났다. 이것들만 놓고 봐도 문건 내용을 인지한 김 전 실장이 최씨를 몰랐다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문건 작성을 위한 ‘초안’ 성격의 ‘시중여론’에는 정윤회 관련 첩보와 함께 최순실의 국정개입이나 그 영향력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엔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 모임에서 “이 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는 ‘극치의 말’이 오갔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김 전 실장은 최소한 문건 파동을 전후해 최씨의 존재와 국정농단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문건 파동에 대해 “누설은 쓰레기 같은 짓”이라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수사가 한창이던 12월 13일 “수사를 조기 종결토록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듬해 1월 5일 수사 한 달여 만에 문건에 나오는 비선실세 의혹이 가짜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순실은 어떻게 우병우를 품게 됐나 =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우병우 전 수석이 청와대 내 요직 중 하나인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배경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통상 민정수석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공을 세운 인사이거나, 그 인사의 직계 라인이 맡아왔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발탁되기까지 과정이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현 정권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 배경에 최순실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우 전 수석과 최씨의 인연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우 전 수석의 장모와 최씨가 골프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가 2014년 6월 최씨를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화성 기흥컨트리클럽(CC)에 초대해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부터 돌기 시작했고, 차은택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는 27일 이 의혹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기흥CC는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최대 주주인 골프장이다.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된 시기는 그해 5월이었다. 따라서 우 전 수석의 장모가 사위의 청와대 입성에 대해 최씨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해 2월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골프계에서는 “최순실이 기흥CC에서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에 내정되기 전인 그해 4월에는 최씨의 차명 소유 회사인 ‘티알씨’와 우 전 수석의 처가 회사인 삼남개발이 커피 원두 거래를 한 내역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을 매개로 처가와 최씨가 지속적인 교류를 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 발탁에 최순실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정유라 특혜’ 비리 이화여대와 최순실-우병우 커넥션 = 우병우 전 수석과 최씨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입학 및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일 제기된 이화여대가 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교내 기숙사 신축 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이대가 올해 펴낸 ‘창립 130주년 대외협력처 연간 보고서’에는 김 대표가 기부자 6명 중 한명으로 등장한다. 김 대표는 6명 중 이화여대 학부 졸업생이 아닌 유일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이대는 최근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CC에서 골프대회를 열 계획도 세웠었다.

이 골프대회 관련 공문에는 이대 측 참석자 5명 중 최경희 총장 외에 이인성 교수가 포함돼 있다. 이 교수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참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여름 계절학기 수업인 ‘글로벌 융합 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의 담당 교수다. 이 교수는 2015년 7월 이후 3건의 정부 지원 연구를 수주해 총액 55억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과 최씨 모녀가 이대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정의철 기자

이 같은 연결고리들을 감안해본다면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 및 이권 챙기기 행보에 개입하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했을 것이라는 의심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로 평범한(?) 법조인 생활을 하던 우 전 수석에게 최순실이 출세의 길을 걷게 해 준 은인이라면 더욱 납득이 쉽다.

검찰은 이미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과도한 국정개입이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강제모금 과정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직무유기 혐의)과 관련해 우 전 수석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돌입했다.

이밖에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이 케이스포츠재단에 복합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줬다가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최씨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통상 검찰의 주요 수사 정보는 대검찰청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되고 법무부장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청와대에 보고한다. 검찰 수사 정보는 민정수석실이 수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 전 수석에게 의심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 정권 최고위급 참모를 지냈던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의 역할 정도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갖는 무게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열흘 정도 시한이 남아 있는 검찰 수사나 곧바로 이어질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국정조사 증인 명단에 올랐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