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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진실 드러낸 성매매 여성 14인의 죽음

 

군산 개복동 화재 13주기... 무엇을 남겼나

 
 
15.01.29 18:17l최종 업데이트 15.01.29 18:27l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2년 1월 29일. 모두가 한일월드컵으로 기억하는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당시 전북 군산시 개복동 일대는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했다. 전날도 성매매 영업은 번성했고, 유흥주점의 조명은 찬란했다. 

유흥업소의 찬란한 조명이 꺼진 오전 11시. 대명동 성매매업소 '대가'는 삽시간에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화재였다. 인근 유흥업소의 무선전화기 전선 합선으로 일어난 불은 '대가'로 옮겨 붙었고, 불과 30분 만에 2층 건물을 태웠다. 2층 건물이 모두 탄 현장에서 개복동 일대를 가득 채웠던 찬란한 조명의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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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29일, 개복동 유흥업소 '대가' 건물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 이 안에서 모두 14명의 여성이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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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1층과 2층은 방으로 된 구조였다. 화재 당시 1·2층은 좁은 계단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었다. 밖으로 통하는 1층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2층 출입문도 잠금 열쇠로 봉쇄된 상태였다. 밖에서 창문으로 보이는 곳은 모두 베니어합판에 벽지가 붙어 있던 벽이었다. 

이날의 화재 진압 뒤 '대가' 건물 계단에서 15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이 중에는 1명의 남성 지배인(신고서 상 주인)이 있었다. 1층에서 잠을 청하던 이들은 화재가 나자 봉쇄된 1층 문을 부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2층으로 대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2층 출입문도 봉쇄된 상태여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뒤엉켜 계단에 쓰러졌다. 그들의 주검 밑에서는 열쇠꾸러미가 발견됐다. 긴박한 상황에서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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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발생 11년이 지난 2013년 2월, 건물 내부가 공개됐다. 2층 방은 보는 바와 같이 창문이 벽으로 막혀 있었다. 희생된 여성들의 옷이 화재 당시 그대로 있었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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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여성 시신 한 구가 2층 숙소에서 발견됐다. 이 화재로 모두 14명의 꽃다운 여성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평소 나비가 되어 자유롭고 싶다던 이 여성들의 꿈은 화재가 발생한 뒤에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대학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으로 진학을 포기한 이가 있었고, 아픈 어머니 대신 생계를 책임지던 이도 있었다. 이날의 화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는 따뜻한 밥 한 번 먹이지 못하고 고생만 시켰다며 절규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다수의 차용증과 노예각서와 다름없는 각서들은 성매매가 사실은 성 착취이고,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실제 업소의 주인은 화재 발생 후 달아났고 5일 만에 검거됐다. 그는 감금 및 불법성매매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그의 부인도 감금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화재가 일어난 개복동 '대가' 건물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는 파출소가 있었다. 화재는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심각한 폭력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들이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참사 발생 한 달 뒤, 군산경찰서와 개복동 파출소 경찰관들이 업주들로부터 떡값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군산소방서장은 화재 당시 혼선과 소방점검 미비 등의 이유로 직위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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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29일 개복동 화재참사로 14명의 여성들이 희생되면서 성매매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됐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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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 여성인권센터로 만들어 여성인권 보호의 현장으로"

이와 같은 진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성매매 특별법' 제정의 주춧돌이 됐다. 군산 개복동 성매매집결지 화재 참사 이후, 성매매는 이 사회의 침묵과 비호 속에 성장한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리고 여성단체들의 노력으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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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9월이면 '민들레 순례단'이라는 이름으로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여성단체들과 활동가들이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을 찾았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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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은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법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며 포주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나비가 되고 싶었던 개복동 참사 희생자들의 바람은 여전히 묘연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3년 2월 흉물처럼 존재했던 개복동 '대가' 건물이 철거됐다. 그동안 여성단체들과 반성매매 시민사회단체들의 순례지였던 그 현장은 현재 잔디밭으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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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3월 개복동 화재 건물을 군산시는 안전의 이유로 철거했다. 그 후 여성단체들은 여성인권센터 건립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묘연하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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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장에 여성인권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제안은 그때부터 나왔다. 참사 현장을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한국사회에서 여성 인권의 역사 과정을 기록한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제안에 담겼다.

그러나 건물의 안전성을 문제로 철거를 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자던 전라북도와 군산시, 정치권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근거로 머뭇거리고 있다. 벌써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살아서는 무시 받으며 폭력 앞에 고통 받던 여성들의 죽음이 이대로 잊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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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단체들은 이 곳이 성매매와 여성폭력, 성 착취의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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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아픔 치유 위해 더욱 기억해야"

그동안 희생된 여성들의 추모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사단법인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참사 13주기를 맞이해 2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잔디밭으로 조성된 참사 현장을 여성·인권교육의 현장으로 되살려야 한다면서 여성인권센터 건립을 재차 촉구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는 "군산 개복동 주민들도 화재사건을 상처로만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으로 만들고, 인권과 평화교육의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라며 "이는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외침에 우리사회가 대답하는 것은 성산업 확산을 막아내고, 성착취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비범죄화로 인권이 보장하는 대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폭력과 성 착취,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공간, 개복동에 여성인권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세월호 참사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더욱 기억을 해야 하듯이 개복동 화재 참사의 아픔도 기억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라며 "10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당시 일을 상처로 안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구도심이 된 개복동의 재개발 문제나 청소년 문화의 거리 등 군산시가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추진이 예상되는 여러 계획들과 여성인권센터는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다"면서 "지역사회와 여성인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을 갖고 군산시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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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효과 빼면 실질 지지율 10%대, 이미 레임덕 문턱”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1/30 09:16
  • 수정일
    2015/01/30 09: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김기춘 교체 타이밍 놓쳐… 인사 참사, 역대 최악 기록될 수도"
 
입력 : 2015-01-29  20:32:04   노출 : 2015.01.29  20:32:04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1년은 지켜봐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감싸는 의견을 밝히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박 대통령 지지자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최진 원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기자로 청와대를 출입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홍보비서실에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소속돼 일했다. 

하지만 현재 최 원장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최 원장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을 가지고 본인의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파격적인 인사개편만이 살길이고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같은 지지율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대통령 본인의 실수와 소통 부족, 인사 문제를 꼽았는데 “소통 문제와 인사 문제가 겹치면서 급격히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도 역대 대통령의 20대 지지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내놨다. 최 원장은 정치적 기반 10%, 지역적 기반 10%에 더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 10%, 개인의 감성효과 10% 등 박 대통령의 기본 지지율이 40%에 이른다면서 “기본점수가 워낙 높기 때문에 20%대로 떨어진 것을 다른 대통령의 20% 지지율과 본질적으로 다르고 훨씬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사실살 레임덕의 문턱까지 왔다는 것이 최 원장의 진단이다. 

최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한 흥미로운 분석도 내놨다.

최 원장은 “박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로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이들 모두 무겁고 안정적이며 치밀하고 용의주도해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한다”면서도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동안 집권을 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 경제개발과 같은 단점을 보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친화력이 부족하고 진보적인 틀에 덧씌어 공격을 받았는데 자신의 한계를 알고 인사 정책과 소통 연출을 통해 엄청나게 노력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특히 대통령의 단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참모의 기용이 절실한데도 '옛 사람', '연고가 있는 사람' 위주로 인사하면서 거듭 실패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다양한 국정경험을 가지고 있고 야심이 없다. 조직 장악력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라면서도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 못지않게 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권위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한 경력을 들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 어려운 심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 원장은 “현재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참모의 직언과 소통이다. 현재 다른 능력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김 비서실장은 정권에 엄청난 부담요인이 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번 청와대의 인적 쇄신안에 대해 “혼자 달리고 국민들은 외면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인사(총리)에도 불구하고 20%까지 지지율이 내려갔다”며 “사람들은 비서실장, 청와대 3인방(교체 여부)만 보고 있는데 민심을 완벽하게 외면해버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통틀어서 최고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아무리 대포 소리가 나도 흔들리지 않은 안정성 때문에 좌충우돌하지 않는 것인데 안정성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어두운 면이 있다”며 “그것이 바로 답답함이다. 아무리 등을 떠밀어도 귀에 대고 고함을 질러도 전혀 미동을 하지 않은 답답함이 극대화될 수 있는데 현재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지속되면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현재 대중들의 심리는 미움, 아쉬움, 섭섭함 등이 뒤섞여 있는 상태인데 이런 상태로 6개월이 넘어가면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고 성과를 내더라도 무조건 등을 돌려 버리는 ‘묻지마 쇼’가 나타나고 무조건 싫어하는 미운털이 박혀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현재 박근혜 정부를 레임덕 상태로 진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두운 터널이 끝나는 순간 이정표 왼쪽에 레임덕, 오른쪽에 안정이라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레임덕의 담장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원장과 인터뷰한 일문 일답 내용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유신 정권에 대한 비판을 안고 출범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지우기 위해 노력을 할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여성이지만 워낙 내공의 깊이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 외우내환을 잘 컨트롤해 나갈 것이고 권력 암투라든지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조직 관리를 해나가지 않을까 국정 장악능력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우려를 했던 부분은 원래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로 볼 때 권위주의가 재현되지 않을까 상당히 답답하고 나홀로 정치를 하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기대는 전혀 못 미치고 우려했던 부분들이 정도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최 원장이 항상 강조했던 것이 인사 문제였다. 여론의 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번 인적 쇄신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사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했던 부분이다. 대선 때 보니까 김지하 시인,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끌어안는 것을 보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파격적인 통합 인사를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못 미쳤다.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인사에 관한 한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이 될 수 있다.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아주 명심해야 될 부분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해체, 금융 실명제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망쳐버렸다고 찍혔다. 아이엠에프로 낙인이 찍히니까 지워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인사 문제로 낙인이 찍혀버리면 아무리 잘해도 낙인을 지울 수 없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 신임 비서실장은 직언파 참모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기춘 비서실장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총평을 하자면 비서실장으로서 다양한 국정경험을 가지고 있고 야심이 없다. 본인이 차기 대권이라든가 큰 정치적인 꿈이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조직 장악력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다. 비서실장으로서 두루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단점은 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서실장도 대통령 못지않게 소통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이도 많고 60-70년대 권위주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원천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대통령리더십연구원 홈페이지
 

- 결국 대통령에게 할말을 못하고 있다고 보나

직언을 하기에 매우 한계가 있는 사람이다. 관료 스타일이 몸에 베있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셨던 관계라 직언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거북한 심리적 관계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과 직언이다. 다른 능력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대통령의 부족한 단점을 보완해주기는커녕 단점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박 대통령도 아버지 시절 옛날 사람들과 만나고 국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나이 많은 고령 인사가 익숙한 것이다.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여권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목소리가 나오지만 청와대에서는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아직까지 김 실장이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김 실장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정권에 엄청난 부담 요인이 된 상태이다. 여당도 친박 사이에서 김 실장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혼자 달리고 국민들은 외면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괜찮은 인사에도 불구하고 20%대까지 내려갔다. 사람들은 비서실장, 청와대 3인방만 보고 있는데 민심을 완벽하게 외면해버렸다. 오늘 당장 비서실장을 교체한다고 해도 타이밍이 늦었다. 

청와대 3인방 역시 총론적으로 보면 권한이 다수 몰려있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참모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지적) 그 자체만으로도 교체 요인이 되고 있다.
 
- 청와대 참모를 했던 경험으로 볼 때 국정운영 책임은 참모의 탓이 큰 것인가 아니면 본인의 잘못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인가

장담컨대 대통령의 개인적인 리더십 때문에 많은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문제 있다라는 차원이 아니다. 원래 박 대통령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고 내향적인 스타일이 많은 문제의 소지가 본인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적이고 조심스럽다. 때문에 연고성 있는 참모만 배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힘들어진다. 이런 스타일은 쉽게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본인 리더십의 단점을 보완하는 좋은 참모를 두면 의외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역대 대통령과 비교 평가를 한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의외로 소통이 취약한 사람이다. 친화력이 부족하고 그리고 상당히 진보적인 틀 내에 덧씌어졌는데  본인의 단점과 한계를 알고 엄청나게 노력한 사람이다. TK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쓰면서 편협된 좌빨 이미지를 걷어버렸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초대 비서실장으로 누가 하느냐의 문제였다.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도도 만들어서 국민과 소통을 하는 것처럼 열린 모습을 보여줬다. 소통의 달인 박지원을 옆에 핵심 참모로 두고서 여야를 넘나들면서 사통팔달 소통을 만들었다. 이런 부분이 놀라운 것이다. 단점을 인정하고 보완하기 위해 뼈아픈 노력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엄청난 장점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치명적 단점을 인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참모를 한두명 쓰고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못하는 것이다.

-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앞서 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토론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말 일회성로 눈으로만 보여주는 연출이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10분 동안 티타임 한다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데 무슨 아프리카 나라냐. 너무나 뻔한 것인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이런 것이 기사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1년 365일 그렇게 한다면 인정을 해주겠다. 여야와 시민단체, 진보적 인사하고도 한시간씩 티타임을 해야 한다. 뭐가 두렵나. 더 많은 사람들과 훨씬 더 강도 높은 티타임을 갖고 공개를 하라는 것이다. 

-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레임덕 현상의 전초전으로 봐야 하나

레임덕의 갈림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완전히 접어들었다는 것은 무리이다.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터널이 끝난 순간 이정표가 나타나고 왼쪽에 레임덕, 오른쪽에 안정이 표시돼 있다. 

- 20%대 지지율을 두고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치적 기반 10%, 지역적 기반 10%, 아버지 후광 효과 10%, 개인 감성효과 10% 등 40%가 기본 지지율이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기본 점수가 가장 높고 기본만 해도 40%를 유지할 수 있는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쉽게 안 떨어졌다. 바위처럼 견고한 지지기반이지만 본인 실수나 부족한 소통, 인사 문제를 잘못하면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소통과 인사 문제 두가지가 겹쳐 버렸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봐야 한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본 점수가 워낙 높기 때문에 다른 대통령의 20% 지지율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훨씬 더 위험하다. 

   
▲ 박근혜 대통령
 

-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통틀어서 최고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정치적인 시쳇말로 내공이 있어 아무리 대포 소리가 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안정성은 하지만 동전 양면과 같은 어두운 면이 있다. 그게 바로 답답함이다. 아무리 등을 떠밀어도 귀에 대고 고함을 질러도 전혀 미동을 하지 않은 답답함이 극대화될 수 있는데 현재 지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대중들이 답답함을 지속적으로 느끼면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미움, 아쉬움, 섭섭함 등이 뒤섞여 있는 상태로 3개월이 흘렀는데 6개월이 넘어가면 분노가 표출될 것이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좋은 일을 하고 성과를 내더라도 무조건 등을 돌려 버리는 묻지마 쇼가 나타나고 무조건 싫은 미운털이 박혀 버린다.

- 역대 대통령의 어떤 점을 배워야 한다고 보나

박 대통령 리더십은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리더십의 속성과 비슷하다. 무겁고 안정적이고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한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동안 집권을 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단점을 보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경제 개발로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180도 다른 대통령이다. 소통의 달인이었다. 오히려 소통을 한꺼번에 가볍게 해서 후유증을 가져와버렸다. 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통을 잘했던 부분을 벤치 마킹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전망을 어떻게 보나

성격이나 스타일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 박 대통령 남은 3년에 대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다. 이게 여론이다. 전문가나 국민 모두 이게 큰 흐름이다. 더구나 이렇게 보는 시각이 강한 곳이 여당이다. 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을지도 모른다. 

나는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적 면을 짚어주고 노골적으로 1년을 더 지켜보자고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로 볼 때 너무 부족하고 앞으로 전망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리더십이 망가질 수 있고 최악의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을 해야 한다. 본인의 사고 전환과 과감하고 파격적인 인적 개편만이 살 길이다. 그게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집권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리더십 변화가 아닌 외부적 요소에 의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나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환호성을 지르지 않는다. 내일 당장 정상회담이 열리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옛날에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엄청나게 유리했다.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어느 쪽이 유리할지 모른다. 자칫 행동을 잘못하면 여당과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 정치심리학의 감성 시대가 변화시킨 현실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해득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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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김용판이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다”

 
대법, 김용판 무죄 확정에 네티즌 “권력의 충견” 비난
나혜윤 기자  |  balnews21@gmail.com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시켜 대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아 SNS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김 전 청장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용판 전 청장의 무죄 소식에 SNS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들끓고 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용판 대법 무죄 확정, 대법관님들 그렇게도 확신에 가득찬가요? 앞으로 고위직 공직자가 한탕 노리고 선거에 사실상 개입하는 꼴을 자주 보겠네요”라고 비꼬았고, 곽노현 전 교육감은 “김용판이 무죄면 권은희를 잡아넣어라”며 “개인보신과 조직보호 차원의 집단거짓말에 눈감은 것들이 환관이지 법관인가”라고 질타했다.

   
   
 

파워트위터리안 ‘자로(@zarodream)’는 “대통령을 바꿔놓은 혁혁한 공로를 법원이 공식 인정한 셈”이라며 “조만간 청와대 입성이 유력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정말 나라꼴 개판 오분전”(hi***),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민주국가란 말이냐. 허허 웃음만 나오는구나”(p****),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선진국의 사법권이 부러울 따름”(렙코***), “역대 최악의 정권에서 나온 판결이라 놀랍지도 않다”(용**), “용판이가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다”(김**),

“일등 공신인데 어련하실까”(jong******), “진짜 대한민국 법원은 쓰레기”(무위**),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판결”(cjho**), “권력의 충견”(s*), “이럴 줄 국민은 다 알았지. 다음에는 경상도 국회의원으로 나온다. 우리가 남인가”(조*) 등의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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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경협시대-니들이 러시아를 알아?

 
이규정 2015. 01. 29
조회수 205 추천수 0
 

  2014년 7월3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북·중 정상회담보다 먼저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 7월21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리고 9월부터 북한은 노골적으로 친 러시아 행보를 내딛는다. 리수용 외무상,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러시아를 연달아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러 경제협력에 관해 깊은 논의를 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미국은 북·미 탐색대화와 대북제제 카드를 동시에 쥔 채 행동에 나섰다. 7월5일 로버트 아인혼이 언론 기고문을 통해 북·미 탐색대화를 주문한 이후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차관보, 스티븐 보스워즈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대화파’들이 북·미 탐색대화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한편으로 미국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상정을 주도하고 소니 해킹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경제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남오세티아 공화국을 놓고 냉전에 버금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제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미·러 관계는 고르바쵸프 전 소련 대통령이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핵전쟁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을 만큼 악화되고 있다. 당분간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를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통’으로 꼽히는 차윤호 경북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를 만나 한반도 정세와 러시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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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윤호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인 최초 러시아 연방 변호사다.

 

  -우선 최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소니해킹 사건을 어떻게 봤나?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소행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미국에 응수하고 있다.

  =사이버전쟁의 특성이 그렇다. 포탄이 떨어진 건 분명한데 누가 그랬는지 잡기 어렵다. 하지만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그렇게 나올 수는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1993년 모스크바 유학 시절 ‘최고 존엄’에 대한 북한사람들의 인식을 느낀 적이 있다. 
  모스크바 전철역에서 북한 대사관 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 북한직원은 노동신문 수십 부를 들고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아는 채를 하니 그가 신문 한 부를 줬다. 1면에 김일성 주석과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나온 큰 사진이 걸려 있었다. 무심코 신문을 반으로 접어서 옆구리에 꼈다. 그랬더니 북한 관리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떻게 수령님 사진을 꾸길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성향을 생각하면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를 만든 제작사에 더한 짓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미국 의회까지 나서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인데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사이버전쟁의 국제법 격인 ‘탈린 매뉴얼’과 맞지 않다. 사기업 공격에 국가차원으로 대응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카드로 경제제제가 있을 텐데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대북 경제제제는 큰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과 탐색대화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경제제재 등으로 북한을 압박한다. 한편으로 북·러 관계는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몇 년 전부터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동, 유럽, 우크라이나, 러시아, IS(Islam State) 문제 등으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태다. 마음만 아시아에 있지 몸은 여기저기 있는 상태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기 들어서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경제 발전전략 2025’를 승인했다. 대규모 투자단지, 인프라 재건 등에 2025년까지 약 38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을 중심으로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고 확장하려 한다. 
  김정은은 2014년12월17일을 보내며 김정일 사망 3주기를 넘겼다. 이른바 ‘3년 탈상’을 했으니 이제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려 할 것이다. 대상이 러시아든 중국이든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진정한 데뷔를 하려고 계획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를 겨냥해 ‘용과 코끼리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중국 역시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려면 한반도를 잡아야한다. 미국은 소니해킹사건을 빌미로 한반도 긴장을 유지시켜 미국의 패권을 지키려 하는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아시아로의 복귀’가 실현될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 러시아가 아시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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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진항 러시아가 장기임대 아래 투자한 제3부두 전경

 

 러시아는 아시아에서도 특히 극동아시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열었다. 전략적으로 동진정책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러시아에게 극동은 한마디로 ‘깜깜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이곳에 약 24조원을 투입해 APEC회의를 준비하고 4~50만 인구를 55만 인구로 늘려 놨다. 도로, 공항 등 기반시설을 재정비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구증가는 러시아에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극동 쪽 러시아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에서 APEC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동진정책을 밀고 가는 동시에 외자유치를 모색하려 했던 것이다. 외국정상들을 낙후한 극동으로 초대해 투자 좀 하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높은 유가 덕택에 러시아 경제는 호황기였다. 이 때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상위 3위에 들기도 했다. 지금도 높은 외환 보유고 때문에 경제위기를 그나마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유가가 반 토막 났다. 그러다보니 러시아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달러 대비 루블 가치도 2배 가까이 떨어졌다. 2014년 초 1달러에 30~32 루블 하던 것이 지금은 60~68 루블까지 내려갔다. 러시아는 국가 예산의 60%가 에너지 자원이다. 유럽에서 판로는 뻔하고 정치적 불안감이 너무나 크다. 확장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극동이다.

  -극동아시아에서의 러시아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러시아가 극동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도한 조치도 궁금하다.

  =지난해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푸틴은 4천억 달러 천연가스 계약을 따냈다. 이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간다. 중국은 국제시세보다 좀 싸게 가스를 공급받게 됐다. 이로써 러시아 경제에 숨통이 트였고 중국과 러시아는 확실한 밀월관계를 만들어 놨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는 새로운 판매처를 모색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한국 더 나아가서는 동남아시아까지 러시아 자원의 잠재적 고객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한다. 20년 전부터 러시아는 한·러 경제협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형제국가인 북한을 재껴 놓고 경제협력을 위해 한국과 수교한 역사가 있다. 당시 한국도 수많은 양해각서(M.O.U)를 남발하고 러시아에 기대를 줬다. 
  하지만 그렇게 1991년부터 10년이 지난 2001년, 러시아에서 한·러 경제교류협력에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해 푸틴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북한의 경제적 가치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러 경제협력 중 나진항이 긍정적인 모델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극동아시아 지도를 한번 보자. 중국이 동해로 가는 길목을 러시아가 꽉 막고 있다. 중국은 동해로 나가려면 북한이나 러시아를 통해야 한다. 러시아는 이 점을 강력한 무기로 삼는다. 나진항에는 1~3번 항구가 있다. 1~2번 항구는 북한이 쓰고 3번 항구는 러시아가 임대받았다. 3번 항구의 물류사업에서 북·러 경제협력 모델이 나왔다. 
 러시아는 자기 자본으로 러시아와 압록강 하류의 하산 사이에 54km 철도를 깔았다. 시베리아에서 나진으로 가는 길을 낸 것이다. 러시아 유연탄 4만 톤이 북한 내 항구를 통해 포항제철로 이동했다. 유연탄은 화력발전소, 제철소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이것은 남북·러 삼각무역 모델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판매처가 생겨서 좋고, 북한은 항구 이용료를 받아서 좋다. 톤당 8 달러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남한은 에너지수급 다원화 전략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 ‘윈-윈’을 뛰어넘은 ‘윈-윈-윈’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개성공단보다 더 확실한 안전장치를 갖고 있 다. 러시아가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때문에 북한이 ‘항구 폐쇄’ 같은 카드를 쓰기도 부담스럽고 만의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공급자 원칙’이라는 게 있다. 러시아의 책임성이 크다. 
  그런데 이 북·러 경제협력에 남한이 끼어든건 편법이다. ‘5.24 조치’ 때문에 북한에 직접투자를 못한다. 한국은 북·러 합작회사의 러시아 지분의 절반을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70% 지분의 절반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제2의 나진항구 같은 걸 꾸준히 만들어 북한을 자본주의 체제에 더 자주 노출시켜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3기 들어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기업인들도 나서야 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다.

  -북·러 경제협력의 진전이 남·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북·러 경제협력이 가속화되고 이것이 북·러 군사협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북한은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를 당장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늘 그래왔듯이 북한은 새로운 정권을 기다릴 것이다. 비록 남·북 정상이 최근 정상회담 의사를 주고받았으나, 이와 무관하게 남·북 관계 역시 쉽사리 경색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이면 북한은 러시아에 더 붙어버릴 것이다. 
  다만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2월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 수위를 조정한다든지, 북·러 경협에 적극 참여해서 남·북 별도의 대화채널을 갖는 등 방법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규정 디펜스 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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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오바마 '북한 붕괴' 발언, 진짜 목표는…"

 

[정세현의 정세토크] "미국의 강경책에 북한이 '핵 카드' 꺼낼 수도"

이재호 기자(정리) 2015.01.29 09:54:54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행정명령을 통한 금융제재에 돌입했고 급기야는 22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를 언급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붕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미국이 북한 붕괴를 목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한층 높여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면의 다른 목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을 정말 붕괴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압박을 통해 북한의 저항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이를 핑계 삼아 군사적 대비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쓰는 이유는 북한보다는 중국 때문"이라며 "북한을 압박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라고 관측했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금융제재를 가하고 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외부의 정보를 유입하면 반드시 북한이 반발하고 군사적인 행동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인정 및 일본 군사력 강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력 강화 등이 함께 추진될 것"이라며 "이러면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신들의 수고를 덜고 현지의 대리인인 일본과 한국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게 이보다 좋은 시나리오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이 가까워지면 미국은 북한 핑계를 대고 중국을 두들길 수 없다"며 "미국은 동북아에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명분을 북한이 제공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남북이 가까워지면 북한 핑계를 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북한 역시 4차 핵실험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자위력을 강화하고 △미국에게 자신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정치적으로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 간 갈등이 커지면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 전 장관은 "통일부에서 전단 살포하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살포 단체들한테 자제 요청을 보내고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대처해서는 북쪽에서 고위급접촉을 재개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긴 힘들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도서관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북남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이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하자고 호응했습니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남북대화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습니다. 급기야는 지난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붕괴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이쯤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그동안의 '전략적 인내', '전략적 무시'를 넘어 '전략적 적대'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남북대화와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정세현 :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말한 이유는 북한을 정말 붕괴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압박을 통해 북한의 저항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이를 핑계 삼아 군사적 대비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겁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양해각서를 기반으로 3국 간의 군사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쓰는 이유는 북한보다는 중국 때문입니다. 북한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정책의 좋은 구실이 되는 셈입니다.  
 
프레시안 :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쿠바, 그리고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란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만은 노골적인 적대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중국 때문일까요?  
 
정세현 : 그렇다고 봅니다. 우리 속담에 '기둥을 때리는 것은 대들보 울리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을 압박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미국의 본심입니다.  
 
쿠바의 경우 압박을 계속 한다고 해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큰 국제정치적 이익이 없습니다. 북한의 배후에 중국이 있는 것처럼 쿠바의 배후에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국가가 없습니다. 미국이 쿠바 배후에 있는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쿠바의 반발을 유도하려고 해도 배후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압박 전략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 될 것이 없습니다. 이는 이란도 마찬가지입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련의 흐루쇼프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긴장관계에 있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2015년의 러시아는 쿠바의 배후 국가 노릇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당시만큼 러시아의 국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러시아는 과거에 소련 내에 있던 나라들을 미국이 자꾸 자기 쪽으로 끌어가려는 것을 경계하면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즉 러시아는 관념적으로 쿠바를 동지 국가로 인식할 수는 있지만, 군사·정치·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
 
이란의 경우에는, 이란 자체가 중동에서 큰 나라입니다. 중동지역이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거의 전쟁 수준까지 가고 있지만,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 시절부터 중동에 있으면서도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좀 다른 곳이었습니다. 지리적 위치를 봐도 러시아나 중국을 등에 업을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과는 관계를 좋게 해서 이를 통해 석유와 관련된 이득을 계산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미국이 태평양의 전체 제해권을 장악하고 2차대전 이후 계속되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뒤쪽이 깨끗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쿠바와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는 요인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기 위해 쿠바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은 미국이 볼 때 중국 견제를 위한 매우 좋은 카드로 써먹을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북한의 운명이 기구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잘해보고 싶어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중국 때문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인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금융제재를 가하고 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외부의 정보를 유입하면 반드시 북한이 반발하고 군사적인 행동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기다리려는 속셈인데, 실제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남북대화 분위기는 사실상 깨지게 되고 대북제재는 불가피해집니다. 
 
또 미국의 대북제재가 합리화, 정당화되면서 동시에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인정 및 일본 군사력 강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력 강화 등이 함께 추진될 공산이 큽니다. 이러면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신들의 수고를 덜고 현지의 대리인인 일본과 한국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에게 이보다 좋은 시나리오가 어디 있겠습니까. 
 
▲ 지난 22일 공개된 오바마 대통령과 유튜브 관계자와 인터뷰. 오바마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지난 22일 공개된 오바마 대통령과 유튜브 관계자와 인터뷰. 오바마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프레시안 : 그런데 그동안 미국이 한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 인터넷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의 소니 해킹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그럼에도 가만히 있었다면 이것은 미국이 북한의 해킹을 방치했다는 뜻 아닌가요?  
 
정세현 : 그것도 일종의 설(說)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겠지만,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해킹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능력도 파악하지 않았겠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공격할 카드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카드를 언제 써먹을지는 여러 가지 국제정치적인 상황과 연계해서 정하게 되는 것이죠. 
 
국내 정치도 그렇지 않습니까.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 순간, 예를 들면 대선의 경우 투표 이틀 전 정도에 이를 터뜨려서 상대방이 대응 못하게 하고 그걸로 상대방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해서 선거 승리를 도모하지 않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남북이 자기들끼리 뭔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굉장히 불안했을 겁니다. 한미일 정보공유양해각서라는 변칙적인 방법을 쓰면서까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공유 전선을 3국이 가까스로 구축해놓았는데, 분단 70년, 광복 70년이라는 명분 때문에 남과 북이 갑자기 접근하는 것이 미국에게는 상당한 불안요소로 떠올랐을 겁니다.  
 
남한이 미국에 "올해는 분단 70년, 광복 70년이라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남북관계 진전에 미국이 협조해 달라"라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 휴가지에서 서둘러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시작한 것입니다. 남북이 가까워지면 미국은 북한 핑계를 대고 중국을 두들길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은 동북아에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명분을 북한이 제공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남북이 가까워지면 북한 핑계를 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0년에 시작한 남북 총리급 회담이 탈냉전 추세를 타면서 빠른 속도로 진전됐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산복합체나 국방부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추세는 무기를 내다 팔 시장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1991년 초중반으로 넘어오면서 빠른 속도로 남북이 합의문을 내놓을 것 같으니까 미국은 그해 여름, 북한의 핵 활동 정보를 슬그머니 내놓으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고가 아닌 사실상 압박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이 같이 나오게 된 겁니다. 
 
당시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미국은 이를 남한에도 적용하려 했습니다. 그때 남한 내부에서는 소위 '핵주권'을 잃어버렸다는 비판들도 나왔습니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무기 시장이 없어진다는 문제도 있지만 북한의 핵 기술이 제법 발전해있는데 이걸 남북이 공유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1992년으로 넘어오면서 미국 국방부와 안보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1992년 가을에 중단됐던 한미 연합훈련인 팀스피릿 훈련을 다음해인 1993년 재개한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서 남북 기본 합의서는 상당 부분 훼손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 붕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정세현 :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라고 기억합니다. 예전에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이 가까워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붕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바마는 이번 인터뷰에서 인터넷으로 외부의 정보가 들어가서 북한 내부 불만이 증폭되고 이를 통해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된다는 공식을 적용했는데,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전략을 세우는 미국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동유럽에는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1975년부터 시작된 헬싱키 프로세스도 10년 이상이 걸리긴 했지만 그동안 계속 경제교류·사회문화 협력을 진행하면서 외부 정보가 들어갔고 사회주의 체제 열등성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겼습니다. 이후 체제 변환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평화적 이행' 방안이라고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일이 북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산권 국가들을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이 유럽 공산주의에 비해 아시아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2차대전 이후 중국과 대만 간 국공협상을 했을 때도 미국이 개입했는데, 미국은 판단 착오로 국민당보다는 공산당의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역시 미국의 판단 오류로 결국 공산당의 수중에 베트남이 들어간 것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판단을 잘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오바마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통제됐고 3대 세습이 가능한 곳입니다. 이는 그만큼 사회가 폐쇄됐다는 뜻으로, 북한은 바깥에서 자기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접하고 북한 내부 주민들이 동요해서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러면 북한 당국은 그렇게 될 때까지 손 놓고 있을까요? 오히려 북한 내부의 감시 감독 및 통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심해질 것이고, 그러면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또 북한 내부 통제가 강화되면 북한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부족한 물자를 구해 어느 정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국경지역의 보따리장수들도 활동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면 생필품도 줄어들게 됩니다. 미국식 사고방식으로는 생필품이 줄어들면 그 자체가 불만 요인이 되기 때문에 체제가 무너질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렇게 보는 것은 자본주의적 마인드입니다.  
 
북한은 워낙 어렵게 살았던 세월이 길어서 이런 식이 과연 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라는 말을 했는데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런 문구가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북한은 이렇게 버틴 국가입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압박하고 봉쇄하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북·중 간 국경지역의 경제 상황도 수년 전보다 좋아지고 있고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곳이긴 하지만 평양 시내도 활기가 있어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의 강경한 대북 압박, 북한 핵실험으로 응답하나  
 
프레시안 : 미국에 대한 북한의 대응으로 4차 핵실험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상태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싶은 것이 미국의 의도인 것 같은데 북한이 정말 여기에 기름을 붓는 4차 핵실험을 감행할까요?  
 
정세현 : 미국 쪽의 정보에 의하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플루토늄은 구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의 수치가 북한의 핵 능력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즉 자신들의 핵 능력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핵 능력이 외부에서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즐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커지면 북한이 자위력을 강화하고 미국에 자신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압박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로 연결되고 이것이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도 미국 쪽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북한도 뻔히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도 대내 정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민들에게 "미국이 우리를 건드리면 저들도 죽는다고 우리가 말하지 않았느냐"며 "핵실험 성공했다, 소형화에 근접했다, 미사일에 실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북·중 관계가 지금보다 더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는 것을 우려해 일관되게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이 북한에 넉넉하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관계보다는 대내 정치적으로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측면과 미국에 자신들을 건드리면 상황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차원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가시화될 때 느끼는 정치적 부담이나 군사적 위협 등이 중국에는 크지만 러시아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손짓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에 핵실험 유예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맞바꾸자는 식의 제의를 했고 이후 16일(현지시각) 현학봉 주영 북한대사가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붕괴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가요?   
 
정세현 : 북한의 그 제안은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봐야 합니다. 북한도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실제 북한 국방위원회에서 이 두 가지 사안을 맞바꿀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있었다면, 제가 김정은이었다면 그렇게 판단한 실무자를 그냥 그 자리에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한의 제안은 "우리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 쌓기용입니다. 미국이 그런 것에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군사훈련이 일종의 '신종 무기 이동 박람회'인데,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이 이걸 중단하려고 하겠습니까?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걸 모를 리는 없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정말 대북 방위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훈련이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정세현 : 한미연합훈련이란 게 이순신 장군의 칼을 들고 도마 위의 무를 자르는 것이랑 비슷합니다. 무를 자르려면 식칼 정도면 되는데 말이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대남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대중 봉쇄용이고 무기 시장의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고위급 접촉 시작도 못하고 있는 남북 
 
프레시안 :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초 발언으로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하려면 5.24조치 해제 등 남북대화 분위기를 가져가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도 막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응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정세현 :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북한이 생각하는 대화의 로드맵이 다 나와 있습니다. 일단 통일준비위원회와 통일전선부 간 대화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고위급접촉을 재개해서 몇 가지 문제, 예를 들면 5.24 조치 해제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원칙을 교환해 놓고 부문별 회담으로 넘어가자고 했습니다. 부문별 회담이 활성화되다 보면 "북남 최고위급회담을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도 그렇고 부문별회담도 그렇고 일단은 고위급접촉 재개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로 들어가서 부문별회담이라는 마당을 거쳐서 정상회담이라는 안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이 내걸고 있는 고위급접촉 재개의 조건이 대북 전단 문제입니다. 대북전단 문제로 무산됐던 지난해 10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부는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이며 미국인이 전단을 뿌리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며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급접촉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전단 문제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칙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에서는 전단 살포하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살포 단체들한테 자제 요청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해서는 북쪽에서 "좋다, 그 정도면 고위급접촉 재개할 상황이 됐으니까 해보자"라고 나올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합니다. 
 
고위급접촉을 못하면 이산가족 상봉, 경협회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회담 모두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다면서 여기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남북 간 얽혀있던 매듭이 풀리고 나머지 사업들도 잘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건 기본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오는 자리에서 어디서 회담을 합니까? 남북 정상이 만나면 최소한 2박 3일 정도는 필요하고 참모들까지 따라가서 주거니 받거니 협상하면 최소한 공동선언 정도도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 남북 정상이 이 정도의 회담을 할 수 있습니까? 상견례 정도는 몰라도 회담은 불가능합니다. 
 
야당에서도 논평을 통해 러시아에서 정상회담하라고 부추기던데, 정부에 충고를 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책임지고 막아서 고위급접촉이 재개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되고 금강산 관광 재개하고 그 과정에서 5.24조치도 해제되고 그러다가 8.15쯤 정상회담이 되는 것이 좋은 모양새 아닙니까?  
 
야당에게 거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야당이 집권하면 그런 식의 정상회담을 할까요? 정상회담이 뭡니까?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관계를 총정리하고 이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한 그런 회담 아닙니까? 만나서 사진만 찍으면 정상회담입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하는 이유로 현재 박 대통령의 국내 정치 지지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나마 마지막 남은 지지기반인 극우세력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릴까봐 그것마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세현 : 그것보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관 자체가 "북한을 압박하고 고통을 줘야만 저들이 손들고 나온다, 북에서 해달라는 것 적당히 들어주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아니면 지금부터 통일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남북관계가 원숙한 상태로 발전하고, 그래야 비로소 통일로 넘어가는 건데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통일준비라는 것은 이런 단계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망해가고 있으니까 통일을 빨리 준비해야 하고, 올해 8.15를 계기로 해서 통일헌장을 발표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남한 정부의 고위층들이 이런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북한 붕괴를 언급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칫 이런 태도가 우리에게 좋지 않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북한 붕괴론이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는 과정에서 비용의 70%를 우리보고 부담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곧 북한 붕괴한다면서? 그럼 이건 결국 너희들 것이 되네? 그럼 돈 더 내야지"라는 겁니다. 북한 붕괴론이 우리한테 비용을 덮어씌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고위직들이 북한 붕괴론을 신봉하고 있다면 의미 있는 남북관계 진전은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정세현 : 신년 업무보고 때 통일부의 보고 내용을 보니 북한 정부는 그 안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서 사업을 시작해버리는 것만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과 협의해서 일을 한다거나 북측에 물자를 줘서 그들이 집행하라는 내용이 별로 없었습니다. 즉 우리의 행정력이 그대로 북한에 들어가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통준위 구성을 봐도 명색이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분야별 전문가만 있습니다. 바로 북한에 들어가서 내무행정, 문화행정, 보건행정, 산림녹화 등등을 해버리려는 구상입니다. 
 
통준위의 인적 구성을 봐도 통일부 장·차관 출신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성향과 맞는 보수적인 통일부 장관 출신도 아직 건강하게 활동하는 사람 많은데 그런 인물 하나 없는 겁니다. 장관이야 정치적인 배경이 있으니까 그렇다 치고, 차관 출신 중에서는 상당한 이론적 식견과 더불어 실무에도 밝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관 출신도 없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붕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통일대박도 그렇고 2015년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론도 그렇고 "이게 남는 장사다, 대박이다, 돈 들어가는 것 아까워하지 말고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주고 있는 겁니다. 통일 임박했으니까 국민들은 돈 낼 준비 하고 국가에서는 북한을 접수할 준비를 한다는 차원에서 통준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실현 가능할까요?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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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이 읽어야 할 책…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

 
 
耽讀  | 등록:2015-01-29 12:37:02 | 최종:2015-01-29 13:36: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2009년 세계는 경제 위기를 맞았다. 올해는 구제역과 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여 청와대 지하 벙커 안에 ‘워룸’까지 만들어 놓고 ‘경제’를 외쳤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바쁘지만 용산철거민 참사에서 보듯이 서민들과 약자들은 기댈 곳 하나 없었다. 박근혜정권도 별 다르지 않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국민열불시대’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시장만능주의와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본주의에 빠져 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구조이다. 자본은 갈수록 배를 부르지만 노동자 삶은 팍팍해진다.

과연 대안은 없는가? 여기 김수행 교수가 있다. 지난 2008년 2월 정년 퇴임하기까지 20년간 서울대에서 강의한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66)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를 만나 나눈 대화를 모은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세계 경제 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과 견줄 만큼 위기라고 하는데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적 생산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공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토대로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은 시장만능주의 같은 경제로는 해결 방법이 없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주류경제학은 공황이론이 없다. 그러니 현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아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시장만능주의와 맹신주의에 빠져 모든 것을 시장에 맞기면 된다는 주장을 했지만 지금 세계 경제는 한쪽은 부가 흘러 넘치고, 한쪽은 배고픔과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른바 ‘새로운 사회’다. 새로운 사회란 “양극화 해소→ 내수기반 확충→ 경제의 안정적 성장→ 인권유린과 증오 해소→ 사회적 타협의 확대로 나아가는 것이 유럽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을 제시한다.
 
이는 미영식 자본주의 곧 “자신들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올리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줄이고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해 점점 더 야만적인 사회를 만들어 온” 길과는 다르다. 자본과 시장에 모든 것을 맞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경제체제, '계획참여 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다든지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힘을 모아서 이 사회에 대해서 도전을 해야 하고, 그것을 지식인들과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66쪽)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맞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김수행 교수는 "스웨던은 정부가 산림보호 요원, 폐수관리와 환경관리 요원을 양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자리를 통하여 앞으로 닥칠 엄청난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돈은 더 적게 들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요, 새로운 사회다.
 
아이들 보육하는데, 환자를 돌보는 일이나 늙은이를 돌보는 일에 인력을 투입. 실업을 한 사람들을 교육시켜서 다른 직업을 얻도록 도와주기도 하구요, 이렇게 국내시장을 성장 시키니까 그 나라들은 경제성장률도 올라가면서 복지도 잘 되죠. 이게 같이 가는 거예요. 복지와 성장,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하는 겁니다.(155쪽)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만 한다.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비교적 노동자와 서민들을 생각했던 노무현 정권마저 성장을 통한 복지를 지향했다. ‘파이’를 키워야만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논리다. 한미FTA 비준되면 더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살 있다고 하는 논리와 같다.

이에 대하여 김수행 교수는 이런 논리는 재벌만 더 배부르게 할 뿐 서민들 배는 채워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규제를 풀어 재벌과 다국적 기업을 배불리게 하지만 그 부는 자본가들에게 갈 뿐, 서민들에게는 오지 않는다. 이런 재벌 독점을 깨야만 진정한 민주화 사회라고 까지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재벌이 모든 걸 독점하고 있는데, 시장에 맡겨버리면 어떻게 국부가 증진되겠어요? 독점하고 있는 놈들만 배부르게 되는 거죠 바로 이점이 애덤 스미스와 시장주의자들과 근본적인 차이입니다.”(168쪽)
 
한국 경제는 수출이 아니면 살아갈 방법이 없는가? 김수행 교수는 “‘우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방식의 경제를 운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고 말해 우리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를 개혁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시장과 개인에게만 맞기거나, 수출만 살길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일자리는 4대강 정비 같은 삽질이 아니라 환경과 보건, 교육 따위 무궁무진한 진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수기반을 튼튼히 할 때 새로운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

이런 사회를 위하여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필요하다. 지휘자가 착취와 기능이 결부되지 않고, 오케스트라 구성원 모두를 하나되게 하는 일이다. 과연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대한민국 지도자는 없는가? 모든 구성원을 더불어 살게 하는 지휘자는 없는가? 솔직히 현재 지도자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를 덮으면서 느낀 답답함이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606&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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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의 어두운 과거, 삼청교육대에서 뭐 했나

 
[뉴스분석] 국보위 내무분과위 소속, 구체적 업무 안 밝혀… 교육대상자 분류 작업했을 가능성
 
입력 : 2015-01-28  15:54:20   노출 : 2015.01.29  08:50:17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초법적 행정기구인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에서 일하고 훈장을 받은 경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에 지난 1980년 경정 계급으로 일을 하다 국보위 내무분과위원회 파견돼 근무를 했고 보국훈장광복장을 수여받았다고 밝혔다. 

국보위는 ‘10. 26 사건’ 이후 사회적 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분을 들어 대통령 자문기구 형식을 빌려 출범했다. 하지만 사실상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행정을 통제하기 위한 기구였다. 설치는 전두환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의 지시아래 이뤄졌고 당시 최규하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산하 13개 분과위원회로 출범했다. 국보위 소속의 과장은 장관의 권한보다 셀 정도로 권력이 집중됐다. 특히 국보위는 사회정화 작업을 한다며 삼청교육대를 설치했는데 내무분과위원회는 교육 대상자를 분류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대법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과 관련한 판결에서 국보위 및 상임위 설치에 대해 “헌법기관인 행정부 각 부와 대통령을 무력화시킨 것은 국헌문란에 해당하고 폭동 행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취재진 조치는 내란행위”라고 판결했다. 또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삼청교육대에 대해 공직자 숙정이나 언론인 해직, 언론 통폐합과 같이 신군부의 내란죄의 한 부분으로 판결했다. 이 후보자의 경력대로라면 초법적 기구의 내란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했던 것이 된다. 

이 후보자가 국보위 내무분과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자신이 밝히지 않은 이상 정확히 할 수 없지만 추정해 볼 수 있는 증언이 있다.

1979년 보안부 정보처장이었고 국보위에서 내무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권정달 전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나는 내무분과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나와 현홍주(당시 중정 정보국장) 두 사람은 국보위를 통해 주기적으로 시국에 관한 전반적인 정세 현황을 보고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권 전 의원은 “국보위의 주요 활동상은 (사회)정화위원회의 삼청교육대 설치, 문공위원회의 과외금지, 경제위원회의 중화학공업육성의 지속적인 투자와 조정을 들 수 있다”며 "국보위 정화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해서 시행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대상자 선별은 현지 경찰에서 맡아 진행했다“고 밝혔다.

권 전 의원은 “사적인 친소관계가 개입돼 취지를 흐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며 “이를테면 당시 한 서울지역의 조직폭력 두목을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하는데 보안사의 어느 누가 이 사람을 빼달라고 한다면서 서울시경 형사과장이 나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국보위 내무분과위원회 소속으로 삼청교육대 대상자를 분류하는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권 전 의원은 경찰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후에 삼청교육대에 갔다 온 사람들 사이에서 ‘지옥에 가라면 갔지 거기는 못 갈 데’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 조폭 두목은 겉으로 보기엔 용모가 잘 생기고 유력한 사업가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로서는 사정을 들어주지 못해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도 삼청교육대는 국보위 사회정화분과위에서 입안해 전반적인 조정, 통제 업무를 담당했고 계엄사령부가 내무와 법무부를 지휘 감독해 분류 심사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계엄사령부는 1980년 8월 1일부터 1981년 1월까지 6만여명을 법원 영장 없이 검거해 4등급으로 분류하고 4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삼청교육대로 배치했다. 피검거자 가운데 35.9%는 전과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분별한 검거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 삼청교육대 훈련 모습. ⓒ 연합뉴스
 

장봉(55)씨도 삼청교육대 피해자 중 한명이다. 김씨는 1980년 7월 시골집 전남 해남에서 가족 농사일을 돕고 있다가 끌려가 광주 31사단에서 훈련을 받고 강원도 양구 삼청교육대에서 군사 도로를 닦는 일을 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출소해 바로 입영통지를 받고 군대를 갔다.

삼청교육대 당시 이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악몽을 꾸고 일상생활 중 깜짝 놀라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또한 결혼을 하고 뒤늦게 삼청교육대 입소 경력이 알려져 이혼까지 당하게 됐다.

김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직업도 없고 시골집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쉬고 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시골 면 단위로 할당이 돼서 우리 마을에서 두명이 끌려가게 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삼청교육대 6개월 입소 전력 때문에 사회에서 낙인이 찍혀 버렸고 이혼까지 했다”며 “당시엔 전두환 정권 어디에서 대상자로 선정했는지 몰랐는데 대상자 선정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곳에 근무했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켜서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상식에 맞지 않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이 후보자가 총리 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완구 총리의 국보위 경력에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국민은 ‘총리 각하’의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내무분과위 시절을 알고 싶어 한다”며 “삼청교육대를 비롯한 국보위의 주요 내무분과 업무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떤 업무를 수행해 보국훈장 광복장까지 받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일국의 총리 후보자가 과거 공직시절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아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기록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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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전기 만들어야


<칼럼>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승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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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7  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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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광복과 분단 70년의 역사적인 해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에 남북 양 정부의 정상들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였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대화를 추진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남과 북은 과거에 보였던 익숙한 장면들을 연출하며 답답한 교착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남북 간의 신뢰 구축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거나 완화시키면서 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서로에 책임을 넘기는 공방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왜 남북대화는 이렇게 온민족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교착만을 반복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이 교착상태를 넘어 남과 북이 광복 70년을 대립과 갈등에서 화해와 협력의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

남북관계 진전에서 북을 제약하고 있는 핵심문제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의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북한이 이런 입장을 갖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에 대범한 양보를 했지만, 이후 국면은 이런 북한의 이런 양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배신감의 연속이었다.

이산가족상봉을 합의해주면 한미합동훈련을 로우키(low-key)로 전개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약속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력 시위로 이어졌고,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삐라 살포, 한미간 전시작전권 이양의 무기연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등이 연이어졌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해할 종북공세와 통합진보당 해산 등이 강행되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난 한해는 우리 정부가 북한 적대를 앞세우면서 대북압박의 총공세를 퍼부은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판판 다른 남조선당국의 이중적행태가 온 겨레를 격노시키고” 있다면서(1.25 북한 국방위 정책국 성명) “남조선당국이 북남관계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 실천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 남조선당국의 립장변화를 지켜볼 것”(1.23 북한 조평통 성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역할이 뒤바뀐 대화공세

북한이 대남 불신으로 인해 남북관계 진전에 극도로 신중해져 있다면, 우리 정부는 변화를 위한 조건의 개선에 지극히 소극적인 문제가 근본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는 한 러시아 언론이 평가하듯이 “한국 사회와 북한에 한 발짝도 물러서 양보하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된다”는 스스로의 제약에 빠져있고(<러시아의 소리> 1.14),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변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라는 언술만 반복하고 있다.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하여 현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그런 전제조건들을 먼저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할 생각은 없다”라든가,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다면 ‘전제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서 북한이 원하는 관심사유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포괄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통일부 대변인의 말은 이런 우리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정부의 언술은 사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든가 혹은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이러한 익숙한 풍경이 완전히 거꾸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신뢰회복의 초석 쌓기부터

이러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없는 역할 바꾸기와 극도의 대남불신이 남북관계 답보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서로 각자가 처한 조건을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워서는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상대를 대화에 나오라고 압박만 하거나, 일방적 전제조건만 내세워서는 대화가 시작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신뢰 회복을 위한 실제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미합동훈련이나 삐라문제, 5.24조치 해제 등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러나 작지만 변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이런 문제들을 넘어서서 대화를 위한 신뢰를 쌓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선 올 봄에 이루어질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최대한 규모를 축소하고 로우키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 선제공격 논란이 있는 대규모 공개 무력시위를 강행하면서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일이다. 또 최소한 삐라문제를 포함한 비방중상 중단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5.24조치는 천안함사건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는 정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민간교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변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겠다거나 광복7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 민간교류를 부당하게 또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당장 올해 15주년을 맞는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문제부터 정부는 ‘무조건 금지’라는 기존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의 공동노력만이 한반도를 변화시킬 것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를 축적하면서 신뢰의 초석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만 변하면 된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북한 역시 무리한 전제조건만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로가 상대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조건이라 하더라도, 남과 북이 신뢰를 쌓아나가는 작은 노력들을 축적해나간다면 최소한 올 봄 이후에는 남북관계 변화의 긍정적 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굳이 광복 70년을 대전환의 시기로 만들자는 북한의 주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런 작은 변화는 남북관계 전반의 대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일부에서는 ‘북한 붕괴 추진’ 등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들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우려하는 미국의 태도를 걱정하지만, 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관건은 우리 정부의 태도이지 미국의 입장이 아니다. 이미 한반도문제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 많은 지점에서 ‘한반도화’의 궤도에 들어서 있다. “통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북한의 공동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며(<러시아의 소리> 1.24), 이는 이미 2000년 이후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상대만 탓하는 냉전의 유년기를 지난지 오래이며, 또 미국 등 외부의 누구에게 한반도문제의 책임을 전가할 시기도 넘어선지 오래다. 남북 양 정부가 작은 노력의 투입조차 마다하고 갈등만 누적시키면서 광복 70년의 계기를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의 역사적 전기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엄중한 역사적 책임과 후과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승환은 1958년 경북 포항에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 경남대 북한대학원(정치학 석사)을 거쳐 경남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승환은 통일맞이 정책위원장, 열린정책연구원 정치아카데미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이며, 또한 민화협 집행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5년여에 걸쳐 남북 민간교류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6.15남북공동행사 등을 진행해왔다.

그가 쓴 글로는 “문익환, 김일성 주석을 설득하다”(창작과비평, 통권 143호, 2009), “6월항쟁 20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와 통일담론”(창작과비평, 통권 137호, 2008), “2000년 이후 대북정책담론 연구”(북한대학원,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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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 동원 ‘집값 띄우기’

등록 : 2015.01.27 21:48수정 : 2015.01.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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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소유자·은행 수익공유형’ 첫 도입
국토부 “이르면 3월께 상품 출시”
전세난 완화·매매 활성화 겨냥
무주택 고소득자 대출제한 없어

연 1%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그 대출금으로 구입한 주택의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주택 소유자와 은행이 나눠 갖는 ‘수익 공유형 대출 상품’이 나온다. 1% 안팎의 대출 금리는 2.0%인 기준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전세 수요자들로 하여금 집을 사게 하기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는 경우 조달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줘 생기는 은행의 손실을 대한주택보증이 보전해주는 방안이어서, 은행과 대주보를 동원한 집값 떠받치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7일 “무주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금리 상품인 ‘초저리 수익 공유형 은행 대출’ 상품을 오는 3~4월께 시장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주택 구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크게 낮추고 집값 변동에 따른 수익을 ‘주택 소유자’와 ‘은행’이 나누는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오는 3~4월 우리은행에서 3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삼아 2013년에 출시된 기존 ‘수익 공유형 주택기금 대출’을 개선한 대출 상품도 마련돼 2월16일에 새로 선보인다.

 

수익 공유형 은행 대출은 여러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무엇보다 소득 제한이 없어 무주택자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고소득자라도 집이 없으면 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1주택자 가운데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상 주택도 공시가 9억원 이하, 전용 면적 102㎡ 이하 아파트로 그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고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 부채 부담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 공유형의 금리 조건은 20·30년 만기의 변동 금리(코픽스 금리 - 1%포인트)이며, 현재 기준으로는 1.1%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적인 주택 담보 대출보다 2%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전체 대출 기간 중 처음 7년까지는 이런 조건의 초저금리를 적용하고, 8년째부터는 보통의 주택 담보 대출 금리로 바뀐다. 대출 금액은 주택 가격의 70%까지다. 대상 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가 모두 포함된다. 상품 유형은 수익 공유형이며, 손익 공유형 상품은 출시되지 않는다.

 

이 상품의 특징은 대출로 산 주택 가격이 오르면 그 이익을 주택 소유자와 은행이 나눠 갖는다는 점이다. 주택을 팔거나 대출금을 중도에 갚을 때, 7년이 지나 일반 금리로 바뀔 때 매각·평가 이익에서 대출금의 비율만큼 은행이 가져간다. 다만 은행의 최대 수익률은 최대 연 7% 정도로 제한된다. 대출금을 5년 안에 갚으면 조기 상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3년 안에는 연 2.7%, 3~5년 사이는 연 1.3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출 상품은 우리은행에서 상품 내용을 확정하고, 은행과 보증기관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진 뒤인 3~4월께 신청을 받는다. 손태락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 초저금리 은행 대출은 전세난의 진원지인 고가 전세 주택 수요자들을 매매 시장으로 유도해 전세난을 완화하고 매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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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소통?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 먹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01/28 02:53
  • 수정일
    2015/01/28 02: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소통은 없고 ‘소통 같은’ 소품만,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
 
육근성 | 2015-01-27 12:33:3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 대통령 취임 2년 동안 단 한 번도 국민과 소통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잘 짜여진 각본과 순서에 따라 가자들과 묻고 답하는 ‘문답 연극’을 보는 게 전부였다.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나?

국민에게 직접 해야 할 말을 청와대 비서관들 모아 놓고 하거나 참모들의 입을 빌어 단 몇 줄 읽어 주는 게 고작이다. ‘몇 마디 해줄 테니 주워듣던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럴 때마다 ‘국민 취급도 못 받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에게 무시당하는 국민들의 서운함과 답답함을 조금이라고 헤아릴까.

그러면서도 툭하면 소통을 얘기한다. 놀랍게도 수석비서관들에게 왜 국민과 소통하지 않느냐고 호통 칠 때도 있다. 여야 간 왜 소통이 없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남의 ‘불통’은 보면서 자신의 ‘불통’은 보지 못하는 희한한 시각을 소유해서 인가, 아니면 애당초 소통이 무언지 몰라서 저러는 건가.

박 대통령이 또 소통 얘기를 끄집어냈다. 이번 경우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소품’까지 등장시켰다. ‘소통’이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횟수도 잦다. 며칠째 연일 ‘소통’ 타령이다. 지난 26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많은 토론을 했지만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토론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했고, 회의에 참석한 네 명의 특보에게는 “국민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지율 급락, ‘박심(朴心)’은 ‘똥값’

다양한 소품까지 동원했다. 먼저 티타임. 여태껏 있었던 수석비서관회의와는 달리 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 회의 장소도 바꿨다.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해 오던 것을 청와대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위민1관에서 주재했다. 좌석 배열도 신경을 썼다. 박 대통령 양 옆에 청와대 참모가 아닌 특보들이 자리를 잡았다. 회의가 끝난 뒤 늦게나마 A4 용지 2~3장 분량의 회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서비스도 곁들였다.

왜 갑자기 ‘소통 흉내 내기’에 열을 올리는 걸까. 추락하는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국면전환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며 감행했던 국무총리·청와대 인사개편에도 불구하고 추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6일 리얼미터가 조사(19~23일/전국 성인 2500명 대상)한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5.3%포인트 하락한 34.1%로 나타났다. 이보다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친박 최측근 인사들도 ‘박심(朴心)’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난 해 6.4지방선거 때만 해도 어떻게든 ‘박심’을 등에 업으려고 안달이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대표적 ‘박심’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출연해 “나는 중립”이라며 “계파를 가지고 정치를 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호평’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를 염두해 두고 한 말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을 향해 있는 ‘박심’이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발언이다.


소통은 없고 ‘소통 같은’ 소품만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2013년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경환 후보는 “청와대로서도 바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박심’을 업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그랬던 ‘박심’이 이번 경선에서는 부담스러운 짐이 돼 버린 것이다. ‘박심 마케팅’이 두 차례나 연거푸 실패하면서 ‘박심’ 기피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선거에서 친박 황우여 의원이 비박 정의화 의원에게 졌고, 7.14 전당대회에서도 친박의 보스 서청원 의원이 비박 김무성 의원에게 대패했다. 여기에 최근 지지율 급락까지 겹치자 ‘박심’이 똥값이 되고만 것이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박심’이 똥값이 되자 그 이유가 ‘불통’에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좌석 배열을 달리하고, 회의 장소를 바꾸고, 회의 전 티타임을 갖고, 회의 뒤에는 토론내용을 정리한 페이퍼를 배포하는 등의 ‘소통 연출’에 열을 올린다.

아무리 난리를 쳐도 국민 상식의 눈으로는 소통으로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연출된 소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붙통에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다고 해서 불통이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소통이 없는데 ‘소통 같은 소품’만 늘어놓는 딱 그 꼴이다.

소통은 ‘서로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가 맞아야 하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이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예 먹통이다.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다

최근 청와대 인사만 봐도 그렇다. 국민들은 청와대의 불통이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십상시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며 ‘문고리 3인방’을 정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왜 내보내라고 하느냐’는 투로 반박하며 국민들을 핀잔 주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당연히 사퇴시킬 거라고 예상했던 김 실장과 ‘3인방’ 모두 유임됐다. 더욱이 김 실장은 최근 진행된 개각과 청와대 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 인적 쇄신 대상 ‘1순위’인 사람이 인사개편을 진두지휘하며 개각까지 주무르다니. 사죄하며 물러가야 할 사람이 ‘청와대 쇄신’ 운운하며 설쳐댄다. 참 뻔뻔하다.

회의 장면을 공개하고 티타임 갖는 것을 보여주고, 기자들에게 페이퍼 몇 장 돌리는 걸 소통이라고 우긴다.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지 구경꾼이 아니다. 국민 속에 들어와 국민과 마주해야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 먹통,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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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추천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 차기환 위원

세월호 유족에 맞선 변호사
일베 '리트윗'하는 뉴라이트

[인물탐구 ①] 여당 추천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 차기환 위원

15.01.27 20:52l최종 업데이트 15.01.27 20:52l

 

 

"설립준비단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모였다는데 보고받으셨습니까?" 

지난 2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회의실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세월호 특위)' 2차 간담회.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이 일언반구도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사태를 설명해달라"고 이석태 특위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차분하던 회의실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위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차기환(53) 변호사(우정합동법률사무소)다. 이날 모임은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이 위원들에게 세월호 특위 직제와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이 설명도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준비단 해체를 요구했다.

이미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을 구성해 특위 조직과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차 변호사의 막무가내식 딴지걸기에 회의 내내 다른 위원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관련기사 : '박근혜 지지자'의 세월호 특위 '딴지 걸기').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은 "극우 성향의 인사"라며 차 변호사의 위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트 법조인에서 뉴라이트 인사로 활동한 차 변호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일찌감치 '브레이커', '훼방꾼'으로 지목됐다.

법복 벗은 뒤, 뉴라이트 인사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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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조달청에서 열렸다. 차기환 비상임위원(새누리당 추천)이 '회의를 공개하자'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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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위 위원은 여야 각 추천 5명씩,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2명씩, 세월호 가족대책위 3명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통령 임명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위원 내정자 신분이다. 세월호 특위는 출범 이후 짧게는 1년 6개월, 304명의 희생·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난·재해 안전 대책을 제시하는 역사적 책무를 맡았다.

여당 몫으로 추천된 차기환 변호사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 여의도고-서울대 법대(81학번)를 거쳐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7기 수료 후 군 검찰관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이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과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지냈다. 1998년 만 35살의 나이에 변호사의 길로 나섰다.

변호사를 하면서 그는 보수진영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4년, 뉴라이트의 깃발을 든 시민단체 '자유주의연대'가 설립됐다. 자유주의연대는 '전향 386세대 3인방'인 신지호 대표를 비롯해 홍진표 사무총장, 최홍재 조직위원장 등이 주축이었다. 이중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 그룹으로 차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자유주의연대는 북한 인권 개선, 한미자유무역협정 성사,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북한의 공개처형 중단 등을 주장했다.

당시 자유주의연대의 한 핵심 인사는 차 변호사에 대해 "자유주의연대 내 운동권 그룹과는 달리 합리적이고 중도적이었다"며 "말이 차분하고 온건해 뉴라이트 계열에서 신선한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후 2006년 12월, 차 변호사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참정치운동본부 산하 클린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자유주의연대를 떠났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정권교체를 위해 뉴라이트 인사들이 한나라당에 속속 합류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으로 보수 진영은 승리했고 이후 차 변호사는 MB 정권에서 자주 등장했다.

이어 2009년 6월,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되었다. 함께 선임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도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였다. 이후 MBC는 노조 파업과 김재철 사장의 전횡, 편파 방송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가운데에서 MBC 사측을 비호했다고 평가 받는 이가 바로 차 변호사다.

특히 김재철 MBC 전 사장을 비호하면서 '청와대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MBC의 '대통령 탄핵' 관련 보도에 대해서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김재철 사장 체제가 더 공정해졌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차 변호사에 대해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민변 대항한 행변 만들어... 종북몰이에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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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연루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대리기사 변호를 맡았던 차기환 변호사
ⓒ 채널A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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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에 맞서기 위해 2014년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행변)을 만들면서 보수진영의 시민사회계를 결속시켰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극우 성향 누리집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의 글을 '리트윗(RT)'하거나 링크했다. '종북좌파에게 보여주면 대답못하는 사실', '한국이 일본의 730배 이상 감청하고 있다는 매체 비판 글'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그를 두고 "나이 먹은 일베"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차 변호사에게 언론의 공정성 확보와 민주·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바른사회를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상'을 수여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민변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이념'이 있고 이를 공유해 나갔기 때문에 성장했던 것"이라면서 "우리도 우리의 이념을 정립하고 이를 공유하는 노력을 통해 보수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보수 성향은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해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진보당 해산 이후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보수단체 '통진당해산 국민운동본부'의 상임대표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 침해 등의 이유로 해산된 만큼, 그 당원 전체를 반국가단체 구성원들로 간주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동 대표로 있는 행변은 '이석기 구명' 취지의 글을 보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터 전 대통령이 전적으로 틀린 사실에 근거해 비판을 한 것이 안타깝다"며 "그의 눈은 자신이 미국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정지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정면 비판했다.

세월호 유가족 구속 기각되자 불만 터뜨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언론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유가족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SNS에 "일부 유가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며 "전원 의사자 인정(의사자 개념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 등을 요구하는데...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여론을 (유가족들이) 저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는 걸로 확장·해석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8월에는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제1야당이 그들 요구에 따라 여당과 한 합의를 번복해 수사권·기소권을 요구하는 건 자책골, 이제부터 세월호는 야당에게 더 악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또 그는 세월호 유가족 연루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대리기사의 변호를 맡았다.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재판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그는 "여러 명이 1명을 때린 집단 구타 사건이라는 점, 국회의원과 세월호 유가족이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행동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점을 법원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리기사의 진료비가 없다며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차 변호사가 세월호 특위 위원으로 지명된 뒤 지속적으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도 "극우 성향의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정부의 구조 실패와 부실 대응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추궁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실만큼은 알고 싶다고 절규하는 가족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부적격한 인사들에 대한 추천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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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멧돼지 갈래, 경상 전라 제주 달라

 
조홍섭 2015. 01. 27
조회수 6689 추천수 0
 

동남아, 중국 거쳐 한반도로 남하…아시아 멧돼지 지역별 형질 차이 밝혀져

전라도 멧돼지는 경기도, 경상도와 단절돼 고립…제주는 중국산? 자생종?

 

boa2.jpg» 비무장지대의 멧돼지. 한반도의 멧돼지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른 형질을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한반도의 멧돼지는 어디서 왔을까.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멧돼지는 다 같은 종류일까. 동아시아 멧돼지의 고향은 어디일까. 대도시에도 종종 출현하는 흔한 동물이지만 멧돼지의 기원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멧돼지가 처음 출현한 곳은 동남아 섬이다. 빙하기 때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퍼져나간 멧돼지는 현재 아시아의 대부분과 유럽, 북아프리카에 분포한다. 아메리카와 호주에는 사냥용으로 풀어놓았거나 기르던 것이 야생화 했다.
 
 boa2_Altaileopard_1280px-Sus_scrofa_range_map.jpg» 멧좨지 분포도. 녹색은 자생지, 푸른색은 옮겨놓은 곳이다. 그림=_Altaileopard,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아시아의 멧돼지는 형질에 차이가 없는 단일한 종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멧돼지는 미얀마·타이·베트남에서 기원했다는 주장과 가축화한 멧돼지가 동아시아에서 독특하게 야생화 했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동아시아 멧돼지의 기원을 밝힐 주목할 연구가 나왔다. 이항 교수 등 서울대 수의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비엠시 유전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아시아 멧돼지 집단의 유전적 차이와 구조를 초위성체 좌위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했다. 기존 연구가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연구는 유전자 전체를 조사한 것이다.
 

Hajotthu _1280px-Frischlinge2008s.jpg» 멧돼지 새끼들. 사진=Hajotthu,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동남아와 동아시아 6개국 멧돼지 238마리의 유전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멧돼지는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화돼 모두 7가지 무리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원지인 동남아에서 중국 남동부를 거쳐 동북아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흐름은 유전 다양성의 차이로 나타났다. 유전 다양성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남동부 윈난성에서 가장 높았고 러시아 연해주는 중간 수준, 한반도는 가장 낮아 동남아의 절반 수준이었다. 멧돼지의 조상은 동남아 섬에서 남중국을 거쳐 동북아로, 한반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확산해 나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1280px-Bache_mit_Frischlingen_2010s.jpg» 멧돼지는 산을 타고 이동할 수 있지만 영역은 비교적 좁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반도에 멧돼지가 처음 출현한 고고학적 증거는 78만~13만년 전이다. 이번 연구로 러시아 연해주로부터 백두대간을 타고 남쪽으로 퍼져 나갔음이 밝혀졌다. 
 
북쪽으로 갈수록 러시아 연해주 멧돼지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것이 그런 이동 경로를 말해준다. 특이한 것은 좁은 면적이지만 한반도 안에서도 멧돼지의 유전적 형태가 지역마다 달랐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구에서 멧돼지 집단 사이의 유전적 공통점과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주성분(PCA) 분석 결과를 보면, 제주 멧돼지는 본토의 멧돼지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본토 멧돼지 가운데는 경상도가 연해주와 가깝고 이어 경기와 강원이 비슷했다. 전라도 멧돼지는 이들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oa-9jpg.jpg» 지역별 동아시아 멧돼지 집단의 유전적 관계(A). 각 집단의 차이와 공통점을 보여주는 주성분(PCA) 분석도(B).  

 

연구자들은 멧돼지가 산을 넘을 수는 있지만 백두대간이 확산의 장벽 구실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멧돼지는 태어난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아 영역 면적은 6.5㎢ 이하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와 전라도는 평야로 연결돼 있지만 멧돼지의 이동은 매우 단절돼 두 집단 사이의 유전적 구성은 3.6%만 같았다. 제주도만큼은 아니지만 전라도 멧돼지도 상당히 고립된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항 교수는 “외국의 예를 봐도 이렇게 좁은 땅에서 멧돼지의 유전 형질이 지역적 차이를 보이는 예는 드물다. 이런 유전적 차이를 앞으로 멧돼지 관리 때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주 멧돼지는 가장 특이했다. 제주에는 1~8세기 동안 멧돼지가 있었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제주 멧돼지는 최근 다시 출현해 급속히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boa5.jpg» 최근 급증한제주 멧돼지를 당국이 포획하는 모습. 사진=제주 / 연합뉴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는 2011년 멧돼지 22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제주의 재래돼지나 본토의 멧돼지와 전혀 다른 중국 멧돼지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멧돼지가 한 마리의 어미로부터 기원해 중국에서 들여온 멧돼지가 사육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제주 멧돼지는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았다. 또 한반도 본토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중국 멧돼지와 유전적으로 가까웠다. 
 
이 교수는 “제주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멧돼지가 최근 급증해 중국에서 들여온 개체가 야생으로 탈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육지와 단절돼 진화한 독특한 형질의 개체가 숨어있거나 사육되다가 야생으로 탈출했을 가능성도 있어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확한 기원이 밝혀지기 전에 무조건 박멸하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멧돼지가 이처럼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지역적으로 분화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그 관리 방법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사냥감이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로 제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시아 멧돼지의 유전 다양성은 유전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집돼지의 품종개량이나 질병 저항 형질을 개발하는데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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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용사' 때려잡던 '대성공사', 사라지지 않았다

[단독]'귀순용사' 때려잡던 '대성공사', 사라지지 않았다

탈북자 증언 "총 든 군인 감시에 지하 독방 생활…인권 사각지대"

 
탈북자 신문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대성공사'가 지난해 10월까지 운영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성공사'는 2008년 탈북자 신문 기능을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이관한 뒤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한 국가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또 '대성공사'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의혹 역시 여전하다.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 한다. 국정원 자료 역시 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한다.   
 
탈북자 신문 과정에서 인권 유린,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 '귀순용사'로 불리기도 했던 '탈북자'들은 남한에 들어온 뒤 신문 과정에서 종종 인권 유린을 겪곤 했다. 군사정부 시절만이 아니다. 민주정부 시절에도 인권 유린 사례가 있었다. 1954년, 북한군 포로 및 귀순자 신문 목적으로 설립된 '대성공사'가 그 현장이었다. (관련 기사 : "'자유 대한'이 나를 고문했다"'대북 삐라' 이민복 "나도 국정원 고문 피해자")  
 
중앙합동신문센터가 문을 연 2008년 이후에도, 탈북자 신문과정에서 인권유린은 여전했다.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유가려 사건'이 대표적이다. 유가려 씨는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의 감금, 폭행, 가혹 행위, 회유를 견디지 못하고 오빠 유우성과 함께 북한의 간첩 활동을 하였다는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가혹 행위 의혹을 풀겠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기자들을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초청해 내부를 공개했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서도, '대성공사'는 운영되고 있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조차 알 수 없었던 사실이다. 중앙합동신문센터와 '대성공사'를 모두 경험한 탈북자들은 "대성공사에 비하면 중앙합동신문센터는 '호텔'"이라고 이야기한다. '유가려 사건'의 현장이었던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비해, '대성공사'가 훨씬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대성공사'. ⓒ프레시안(최형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대성공사'. ⓒ프레시안(최형락)  

 
 
 
대성공사, 운영 중단 알려진 뒤에도 4년 간 비공개 운영 
 
국정원이 현재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탈북자 조사 시설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2008년 개관한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시흥 합신센터)'로 불렸던 곳이다. 남한 입국을 신고한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국정원‧군‧경찰의 지휘 하에 탈북 및 국내 입국 경위, 신분 확인, 대공 용의점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조사관들이나 탈북자들은 시흥 합신센터를 정식 명칭 대신 '양지공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성공사' 역시 위장 명칭으로, 정식 명칭은 '군 정보사령부 중앙신문단'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4년 주한미군이 귀순한 북한군, 포로 등을 신문하기 위해 처음 세웠으며,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다. 현장에 가보면, 높은 담장과 두꺼운 철문이 설치돼 있다. 입구에는 위장 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프레시안>이 지난 19일부터 연속 보도한 탈북자 김관섭 씨, 이민복 씨 등이 고문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건물 노후화 문제와 더불어 탈북자 수용 공간 부족 해소를 이유로 시흥에 건물을 새로 지었다. 2008년 시흥 합신센터가 정식 개관하면서, 대성공사는 시흥 합신센터로 기능을 넘기고 역사 속 공간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언론 보도 내용도 그렇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입수한 국정원 문서에 따르면, 대성공사는 여전히 탈북자 조사 시설로 이용되고 있었다. 
 
▲1974년 '귀순'한 김관섭 씨가 지난해 말 대성공사 현장을 찾았다. 김 씨는 이곳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1974년 '귀순'한 김관섭 씨가 지난해 말 대성공사 현장을 찾았다. 김 씨는 이곳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국정원 "재가동 후 인권 침해 우려로 일시 중단…유지할 필요 있어"
 
국정원은 해당 문건을 통해 "중앙신문단(대성공사)은 2008년 12월 경기도 시흥 소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보호 업무 개시 직후 운영이 중단되었으나, 국내 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급증하여 시흥 소재 보호센터의 수용 능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2010년 1월 재가동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가 다시 감소한 데다, 군 시설 사용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 등으로 인해 2014년 10월 이후 중앙신문단 운영은 일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2010년 4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은 탈북자 수는 연간 430명 규모다.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연간 탈북 및 입국자 수를 계산한 결과는 1895명으로, 탈북자 4.4명 중 한 명이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탈북자 가운데 적잖은 인원이 대성공사를 거쳤음에도, 대외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비밀 운영'된 셈이다.
 
국정원은 현재는 대성공사 운영을 '일시 정지'한 상태지만, 다시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중앙신문단의 기본 임무는 탈북민 대상 북한 군사정보 수집, 전쟁포로 조사 등인 점을 감안, 조직을 향후 지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 탈북자에 대한 조사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문건을 보면, 국정원 측은 스스로 대성공사 수용 시 인권 침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이곳의 인권 상황은 어떠할까. <프레시안>은 지난해 12월, 몇몇 탈북자들을 접촉하며 대성공사 수용 생활에 대한 다양한 증언들을 얻었다. 
 
"허리에는 권총, 손에는 곤봉24시간 감시" 
 
40대 여성 탈북자 김신형(가명) 씨는 지난 2011년 12월 입국 직후 시흥 합신센터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다른 탈북자들과 같았다. 그러나 시흥 합신센터에 들어온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점심 배식을 받으러 가던 도중 동기 다섯 명과 함께 국정원 직원에게 불려갔다. 직원은 그들에게 "서울로 간다"고 했다.
 
"예전에도 서울로 가는 사람이 몇 명 있기에 다들 '간첩인가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저더러 갑자기 서울로 가라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긴장이 되더라고요. 다들 수군수군하고요."
 
김 씨는 동기 다섯 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 어딘가로 떨어졌다. 버스가 멈춰 서자 큰 문이 열렸고 큰 울타리가 둘러쳐진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울타리 안에 'ㄱ'자 모양으로 4~5층짜리 건물 두 채가 있었다. 부지 바깥엔 큰 도로가 있었고 맞은편에 아파트 단지들이 보였다. 
 
건물 모서리마다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허리춤에는 권총이 있고, 손에는 곤봉을 들고 있었다. 복도엔 창문이 없었다. 방 안에 창문이 있긴 하지만 철 혹은 알루미늄 재질의 가림막이 있어 창밖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지하 식당으로 가는 길은 미로 같아서 군인이 안내하지 않으면 알아서 찾아갈 수 없었다. 
 
▲대성공사 건물의 모든 창문은 막혀 있어 안에서 밖을 볼 수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성공사 건물의 모든 창문은 막혀 있어 안에서 밖을 볼 수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지하 독방에서 조사'묵비권' 안내 없어'아프다' 해도, '참으라'고만"
 
조사가 시작되자 지하 독방에 갇혔다. 시흥에선 조사실마다 화장실이 있었지만, 여기선 복도 끝 한 군데에만 있었다. 밤에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방 안에서 벨을 눌러 밖에 서 있는 남자 군인을 불러야 했다.
 
조사 전,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묵비권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조사관은 김 씨에게 "간첩이냐"고 물었다. 계속 간첩이냐고 묻자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중 먼저 입국한 탈북자 이름을 대자 그제야 조사가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큰소리 없이 조사가 끝났지만, 다른 방에서는 고성, 울음소리가 들렸다. 일주일 뒤 조사가 끝나고 다시 지상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운동은 하루 한 시간씩, 부지 내 운동장에서 했다. 매일 시간대는 달라졌다. 수용자마다 운동하는 시간이 모두 달라 만날 수 없었다. 조사 중에는 한 번도 건물 밖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시흥에서는 아플 때 바로 병원에 보내주는 등 적절한 조처가 있었다. 그러나 대성공사에선 그렇지 않았다. 대성공사로 넘어온 어느 날, 김 씨는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 벨을 눌렀다. 원래 담낭이 좋지 않았다. 식은땀이 나고 죽을 것처럼 아프다고 얘기했지만, 군인은 '참으라'는 말만 하고 다시 나갔다. 결국 다음해 담낭 절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시흥 센터는 '호텔'이었죠. 대성공사는 사람 사는 데가 아니었어요" 
 
▲대성공사 부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성공사 부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저는 왜 대성공사에서 조사받았던 걸까요?" 
 
김 씨가 대성공사에 있었던 기간은 40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전후로 누구도 김 씨가 대성공사에서 조사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한 달 넘게 머물렀던 공간이 '대성공사'라고 불린다는 것도 마지막 날 알았다. 
 
김 씨는 조사 장소를 시흥과 서울 두 곳으로 나누는 기준을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국정원이 앞선 문건에서 밝힌 대로라면, 대성공사 수용 대상자는 북한 군사정보를 아는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자여야 한다. 그러나 김 씨는 대성공사에 함께 간 이들 중 젊은 여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탈북자 수가 급증하여 시흥 센터 수용 능력이 부족했다'는 국정원 설명에 대해서도 의아해 했다. 애초에 탈북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 새로 지었기 때문에 시흥 합신센터는 공간이 워낙 넓었고, 또 2011년부터는 탈북자 수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402명, 2011년 2706명이던 탈북 및 입국자 수는 2012년 1502명, 2013년 1514명, 2014년 1351명으로 급감했다. 적어도 2012년부터는 '수용 능력 부족'이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24일 대성공사를 찾아 취재요청을 하자 대문을 지키던 군인이 나와 "국가보안시설"이라며 막아선 모습. 입구에 있는 간판에는 위장 명칭이 적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24일 대성공사를 찾아 취재요청을 하자 대문을 지키던 군인이 나와 "국가보안시설"이라며 막아선 모습. 입구에 있는 간판에는 위장 명칭이 적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성공사, 언론 공개하고 인권보호관 배정, 면회소 설치해야" 
 
김 씨를 포함해 '서울에서 조사받았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일관됐다.
 
△건물 안에서도 총 든 군인이 지키고 서 있었다는 점, △안에서 밖을 볼 수 없도록 창문이 막혀 있다는 점,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점,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대성공사에서 따로 조사를 받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점 등이다. 
 
'유우성 사건' 등을 통해 탈북자 시설 내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경욱 변호사는 "앞으로도 대성공사를 운영할 계획이 있다면, 시흥 합신센터처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유우성 사건, 국정원 '불법 구금' 인정됐다") 
 
국정원은 지난해 유우성 사건을 통해 합신센터 내 가혹 행위 논란이 커지자 의혹을 풀 목적으로 언론사 기자들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합신센터에 초청해 공개한 바 있다. 
 
장 변호사는 "시흥 합신센터도 제한적으로 공개돼 내부 상황을 다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심지어 대성공사는 그동안 운영 사실 자체도 은폐돼 왔기 때문에 수용자들의 인권 실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더군다나 건물 내부에서 총을 든 군인이 있다거나, 과거 고문 행위가 이뤄진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게 했다는 점을 보면 이미 광범위하게 인권 침해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보호관 배정, 면회소 설치 등 시흥 합신센터와 비슷한 수준의 인권 보호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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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쇠락의 15년,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기획] 열정페이가 아니라 신념페이, 최저임금도 보장 안 돼… "배고픈 것보다 미래 안 보이는 게 더 힘들어"
 
입력 : 2015-01-27  10:22:26   노출 : 2015.01.27  10:55:19
 

통합진보당 해산과 국민모임 등장으로 진보정당 간 재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진보정당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약 15년 간 큰 부침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는 직장을 잃었고, 어떤 이는 스스로 직장을 떠났다. 또 어떤 이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진보정당 쇠락의 15년, 그 안의 사람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진보정당? 대표적인 노동법 위반 사업장”

많은 언론이 기사를 쓸 때 ‘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의 같은 단어로 쓴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더 이상 진보정당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진보정당에게도 한 때  전성기가 있었다.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원내 10석을 차지하며. 진보정당운동에 희망을 줬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NL과 PD의 대립이라는 내부 정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2008년 분당했다. 분당 이후 진보정당은 이합집산을 거쳐 세 갈래로 갈라졌다. 그 중 가장 다수였던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고, 정의당은 아직 원내 제3당으로 남아 있지만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통합진보당 창당 때 독자노선을 택했던 노동당(구 진보신당)은 2012년 이후 원외정당이다. 녹색당도 있고 그 외 진보정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아직 진보정당은 지리멸렬하다.

진보정당의 쇠락 과정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이들은 진보정당의 당직자, 활동가들이다. 노동당의 부대표였던 장석준씨는 민노당 창당 이전인 창당준비위원회의 교육부장으로 당 활동을 시작했다. 장씨는 “민노당이 원내진출하기 전 한 달에 50만원 받았다. 아마 4대 보험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며 “원내진출을 전후로 급여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아주 많은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민노당 원내진출 전후를 경험한 당직자들과 당시 민노당 의원 보좌관들은 월급으로 평균 150~180만원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2000년 민노당에 입당해 2004년 중앙당 정책연구원으로 활동한 윤현식씨는 “노동자 평균임금 정도를 받자고 하고, 그 선에서 임금을 맞췄다”고 말했다.

   
▲ 2004년 총선 직후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 등 당선자들이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월급 150만원을 좋았던 시절로 기억할 만큼 진보정당 당직자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사회를 바꾸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일종의 ‘신념노동’이지만, 정작 이들의 노동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생계문제는 이들이 진보정당을 떠나는 중요한 요인이다.

원외정당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다. 진보신당은 조승수 전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지 원외정당이었다. 조 전 의원이 탈당한 후 원외정당이 되면서 당직자들이 80만원을 받았던 때도 있다. 지금은 현실화됐지만, 여전히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원외정당의 당직자 생활을 경험한 A씨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진보정당은 대표적인 노동법 위반 사업장”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공식적으로는 6시 퇴근, 5시 퇴근으로 산정하고 임금을 주는데 그렇게 적시만 했을 뿐 일은 훨씬 많이 한다. 말도 안 되는 야근과 살인적인 일정이 많다. 야근수당이 나와야 맞는 것”이라며 “1년 6개월 간 야근하고 주말이 없는 생활을 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노동시간을 계측하기도 쉽지 않다. 윤현식씨는 “당직자들은 업무가 끝난 후에도 여러 활동을 한다. 조직파트의 활동가라면 술 마시는 것도 일”이라며 “틈만 나면 집회 나가고 현장을 지키느라 밤새는 일도 많다. 이런 일들은 업무로 잡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결혼·가족 부양 불가능에 가까워”…강제 세대교체

이러한 임금 수준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전·현직 진보정당 당직자들은 결혼을 하는 것도 힘들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른 일을 같이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 “출산을 포기해야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한 달에 105만원 받았는데, 결혼해서 애가 있는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투잡’을 뛰어야하지만, 노동시간이 너무 많아 투잡을 뛸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2002년부터 당 활동을 시작했던 B씨는 민노당 지역위원회, 진보신당 경기도당, 진보신당 중앙당에서 일하다 결국 당직자 생활을 접었다. 그는 민노당 지역위원회에서 일할 때 110만원, 이후 약 130~160만원을 받았으나 진보신당이 등록 취소된 이후에는 8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 2008년 4월 22일 국회의원 등록을 마친 민주노동당 단병호(오른쪽), 이영순(왼쪽)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등록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B씨는 “2012년 총선 이후 그해 말까지 80만 원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부양해야할 어머니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 때문에 아프셨다”며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B씨는 진보정당 당직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B씨는 “분당 이후 진보신당 창당 초기에 일을 하는데 3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은 적도 있다”며 “중앙당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역 당협에는 상근자 두기 어려운 곳도 많다”고 전했다. B씨는 “모 지역당협의 경우 사무국장이 80만원을 받는 상황에서 한 당원이 당 활동을 해보겠다고 왔다. 그래서 30만원을 더 끌어와서 한 사람은 60만원, 다른 사람은 50만원을 받으며 일했다. 그냥 혈기만 가지고 생활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밝혔다.

진보정당 당직자들이 보수정당보다 젊은 이유도 적은 임금이 용인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석준씨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 전에는 미혼에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당직자들이 많았다. 진보신당과 노동당 당직자들도 20~30대로 젊은 편”이라며 “세대교체라는 의미도 있으나 젊은 세대가 가족 부양 등의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열악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퇴직금 받으려…“한 달만 있다 분당하면 안 되나요?”

결국 당직자들의 삶의 굴곡은 진보정당의 굴곡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당직자들이 진보정당의 전성기였던 민주노동당 시절을 가장 좋았던 시절로 꼽는 이유다. B씨는 “원내정당이 되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 당직자의 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국고보조금이 끊기면 유지할 수가 없다”며 “의원실의 보좌관이나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부서 등 원내정당이 되면 각종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원내정당의 장점으로 여러 정책대안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윤현식씨는 “임금보다도 원내정당일 때 당이 더 많은 역량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치 기획과 정책대안이 아주 수월했고 효과도 컸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어려워지면서 현재는 유지·관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념을 가진 이들도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서 당을 떠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은 것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직자들 입장에서 민노당 분당은 생활이 어려워지는 결정적 계기였다. 민노당 당직자 출신의 C씨는 “정파 갈등으로 분당했을 때도 당직자의 절반 정도는 분당에 반대했다. 당이 불안정해지고, 따라서 급여를 못 받을 수도, 급여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당직자 B씨는 분당 상황에 엄청난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상근활동가 입장에서 당이 갈라지면 과연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며 “퇴직금도 생각해봤는데 당시 규정에 따르면 퇴직금을 받기엔 근무기간이 한 달 모자랐다. 그래서 지역위원장에게 ‘한 달만 더 있다 분당하면 안 되나’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3월 6일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진보신당 현판식. 사진=이치열 기자
 

옛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은 더 극단적인 사례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당직자 200여명은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게다가 일부는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잔여 재산 처분 작업 등 청산 작업을 하고 있다. 안승혜 전 통합진보당 공보부장은 “청산 작업을 안 하면 사법처리를 당하거나 벌금을 내야하는데 당이 해산됐기에 당에서 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나라에서 주지도 않는다”며 “우리들끼리 농담으로 ‘열정노동’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진보정당의 분당, 이합집산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진보정당을 떠났다. 민주당으로 건너간 이들도 많았다. 민주노총 대변인으로 20년 간 노동운동을 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을 지낸 손낙구 보좌관이 대표 사례다. 그는 진보진영에서 알아주는 ‘정책통’이었고, 부동산 문제의 전문가다. 그러나 2011년 민주당 손학규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학규 전 의원이 대선 때 내놓은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은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C씨는 “손낙구 선배처럼 민주당으로 간 경우 생계적인 어려움과 정치적인 신념의 변화 두 가지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신념이 바뀌는 데 생계 문제가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진보정당 출신으로 민주당으로 옮겨 간 D씨는 “진보정당을 그만두고 싶어서,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취직자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정책통’으로 꼽혔던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역시 민노당 분당 이후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분당의 이후 일에 전념했으나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민노당 때부터 당직 생활을 한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정책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만뒀다. 정책 쪽 활동가들은 정책을 만들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당위가 컸는데 지속적 분당과정을 통해 삶이 위태로워지고 정치적 의지도 꺾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식씨는 진보신당이 원외정당이 됐을 때 두 차례 자진 사표를 냈다. 윤씨는 “당 사이즈를 줄이는 과정에서 자진 사직을 했다. 정책 업무는 외부네트워크에서도 할 수 있고, 선거 시기에 중요하지 당직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19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판결후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당직자들이 일을 그만둘수록 정당의 재생산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당 입장에서는 숙련된 활동가가 그만두고, 새로운 젊은 활동가가 들어와 훈련을 거친 뒤 다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정당의 매력이 색다른 정책대안이라는 점에서 정책 담당자들이 당을 떠나는 것은 진보정당에 큰 타격이다. 보수정당들이 무상복지, 노동 및 비정규직, 선거구제 개혁 등 진보정당의 의제들을 가져가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진보 재편 우려하는 당직자들 “내 일자리는 보장 되나요”

당직자들은 진보 재편 논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진보결집 논의가 진행 중인 노동당의 당직자 E씨는 “다른 정당과 통합하면 활동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다. 특히 지역위원회들이 더 큰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정당이 하나로 합쳐지면 두 개의 지역위원회도 하나가 되는데, 과연 정당이 그 지역위원회의 당직자를 두 명이나 배치하려 할까.

정파 갈등도 이러한 불안감을 부추긴다. B씨는 “민노당 시절 위원장이 다른 정파로 바뀌면 당직자가 교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정 정파가 당권을 잡으면 그 정파의 당직자가 늘어나는 과정들이 있었다. 정당을 합치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치’라는 대의를 강조하며 당직자들의 고용안정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직자들의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당은 재생산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리더들의 의견에 비해 당직자들이 갖고 있는 전망과 비전이 사소하게 느껴졌던 것이 그간 진보정당의 관성”이라며 “당직자들이 지속적으로 일하며 활동이 축적되고 생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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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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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작년 4분기 한국경제성장 6년 중 최저기록

 
 
한국은행의 경제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뉴스프로 | 2015-01-27 09:51:1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BBC, 작년 4분기 한국경제성장 6년 중 최저기록 
-조세수입부족으로 인한 정부부문 투자와 수출 저조가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경제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영국국영방송 BBC가 2014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언급하며 유가인하의 효과에 따른 경제성장은 2015년 2/4분기에나 나타나기 시작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리고 이 불안한 경제지표로 한국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의 추가인하의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석유수입국으로 유가의 변동이 경제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는 한국은 유가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기사는 유가의 지속적이고 큰 폭의 하락에도 소비의 촉진이 재활성화되는 2015년 2/4분기에나 약간의 경제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BBC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bbc.in/1ELpIvk

South Korea growth hits six year low in fourth quarter
지난 4분기 한국 경제 성장, 지난 6년 중 최저 기록

South Korea’s economy slowed in the last three months of 2014, compared to the previous quarter

2014년 3/4분기와 비교해 4/4분기 한국경제 성장이 침체됐다

Growth in Asia’s fourth largest economy, South Korea, fell to a six year low in the fourth quarter of last year.

아시아의 4번째 경제대국인 한국의 성장률이 작년 4/4분기에는 6년 중 최저로 떨어졌다.

The economy grew a seasonally adjusted 0.4% in the October to December period from the previous quarter when growth hit 0.9%.

경제성장률 0.9%를 기록하며, 이전 분기로부터 10월-12월의 기간 동안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후 경제는 0.4% 성장했다.

Fourth quarter growth of 2.7% from a year ago also missed market forecasts.

4분기 중 전년도보다 2.7% 성장한 것도 시장 예측을 빗나갔다.

Economists said a slump in infrastructure spending and exports had a big impact on the country’s growth.

경제학자들은 사회기반시설을 위한 소비감소와 수출 저조가 한국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Construction investment fell by a seasonally adjusted 9.2%, the worst since 1998 as weaker tax revenue led the government to cut back spending on projects.

조세수입 부족으로 정부가 건설사업에 대한 소비를 축소한 결과 건설투자는 1998년 이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후 최악인 9.2%까지 떨어졌다.

Barclays economist Wai Ho Leong said that annual growth of 3.3% in 2014 had fallen below the bank’s forecast of 3.5%.

바클레이스 경제학자 렁와이호는 2014년의 연간성장률 3.3%는 예측치였던 3.5% 아래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Growth will] remain soft in the first quarter of 2015 before reaccelerating from the second quarter as the pass-through of lower oil prices rekindles global external demand,” he said in a note.

“더 낮아진 오일가격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어 세계적인 외부수요를 재활성화시키는 가운데 2015년 1/4분기 [성장은] 낮은 채로 머물러 있다가 2/4분기로부터 재가속될 것이다”고 그는 보고서에서 말했다.

Rate cut ahead?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인가?

The disappointing data could lead the country’s central bank to cut interest rates again to boost the economy, according to economists.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이 실망스러운 통계자료는 국가의 중앙 은행으로 하여금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도록 할 수 있다.

The Bank of Korea has cut the interest rate in three steps since the current easing cycle began in May 2013.

한국은행은 현재의 안정 주기가 시작된 2013년 5월 이후 세 단계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The most recent move came in October when it cut the base rate to a record low of 2%.

가장 최근의 것은 기본이자율을 2%라는 기록적인 저금리로 인하한 10월에 있었다.

However, last week the central bank did cut its growth forecast for this year to 3.4% from an earlier forecast of 3.9%, anticipating the slowdown in the economy.

하지만 지난 주 한국은행은 경제 하락을 예상하며 금년의 경제성장률을 이전의 예측이던 3.9%로부터 3.4%로 하향 조정했다.

The central bank is set to meet on 17 February.

한국의 중앙 은행은 2월 17일에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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