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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생활의학(생명살림운동)에 들어서며

민족생활의학(생명살림운동)에 들어서며
 
 
 
김승교 변호사 
기사입력: 2015/01/15 [10:42]  최종편집: ⓒ 자주민보
 
 

 

김승교 변호사
▲  양현당 치유 격려를 온 이정희 대표와 김승교 변호사의 따뜻한 담소

 

1. 양현당에 들기까지

전남 화순에 있는 양현당(민족생활교육원)에 들어 단식하면서 해관 장두석 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길을 배워온지 오늘로 꼭 31일이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사이 몸도 마음도 새로 태어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나 자신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에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꽃마을한방병원) 결과 2차 검진(간 부위)을 받으라는 통보가 왔고, 미루다가 12월초에야 상계백병원에서 간정밀검사를 받아 12월 11일 그 결과를 들으러 갔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간암이라는, 종양크기가 11cm 정도 된다는, 하여 이대로는 수술이 어렵고 색전술을 통해 크기를 줄여놓은 후 수술하자는 담당의사의 소견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고대안암병원으로 옮겨 상계백병원에서의 검사결과를 전달하고 그 소견을 들은 후, 다시 검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14일 난생 처음 입원이란 걸 했고, 15-16일 이틀에 걸쳐 X-ray, 피검사, CT, MRI, 전신 PET-CT 등등 상태와 수술가능여부를 판단할 여러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같았습니다. 다만, 색전술의 효과가 미미할 것 같고 종양의 진행속도가 빨라 이미 문맥을 침범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다음날(17일) 절제수술을 하자는 소견이었습니다. 또한, 다른 부분에 전이가 아직 안되었고, 간기능도 현재론 정상이며, 다른 모든 기능도 정상이므로 현상태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고 최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6-11개월 생존하고, 수술하더라도 임상경험상 80%이상 재발하며 그러면 짧게는 1년에서 길면 2년 산다는, 그래도 현상태에서 수술이 최선이라는 솔직한 소견도 들었습니다.

처와 지인 극소수 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채(심지어 부모형제와 아들·딸에게도) 바로 수술할 수는 없어, 수술 날짜를 22일(월)로 늦추고서 처와 동지들과 상의한 결과 16일 오후 퇴원하고 바로 전남 화순 양현당으로 향했습니다. 때마침 내린 폭설로 길이 험해져 도중에 하룻밤을 묵고 17일 오전에 도착해 장두석 선생님을 뵙고, 병원에서의 수술과 치료를 포기하는 대신 양현당에서 스스로 치유·치료하는 길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장두석 선생님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라는 통일운동단체의 설립시(2000년) 상임공동대표를 맡으셔 활동하셨기에 그 인연으로 평소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컸고, 나를 이곳으로 이끈 벗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며, 스스로도 나에게 이렇게 빨리 닥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지만 ‘내가 만약 그 언젠가 불치의 중병이 걸린다면 여생 동안만이라도 할 일을 다하며 즐거이 인간답게 살다 가지 병원의 쇠사슬에 매여 그 그늘 아래에서 생명만을 연명한 채 몸도 마음도 시름시름 꺼져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평소 다져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술이 대성공한다고  해도 길어야 2년 생존이라는데 그 2년도 수술후유증으로 거의 요양원 신세를 면할 수 없는 게 병원치료였습니다.

어쨌든 예기치 않은 일로 느닷없이 양현당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2. 양현당에서 1개월을 보내며

양현당에 들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 스스로 치유·치료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의 치유법이, 나의 생명과 운명을 남모르는 타인에게 의지한채 그 처분만을 바라보기보다 ‘내 몸안의 의사(醫師)인 자연치유력(自然治癒力)’을 일으켜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의 병을 스스로 고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몸의 각종 독소와 장기(臟器)를 대청소하고 기능을 강화시키며, 본래의 피부기능을 되살리고, 체질과 체형을 개선하며,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면 내몸 스스로가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이치입니다. 선생님도 한달여 사이에 ‘자기 병은 자기가 고치는 것이여’, ‘자기 말고는 아무도 고칠 수가 없어, 의사나 약은 절대로 고칠 수가 없어’, ‘자기 병을 고칠 사람은 자기밖에 없어, 달리 의사나 약이 없어’라는 말씀을 수십회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늘상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나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며 삶에 대한 새로운 의욕과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양현당에서의 생활은 그 어느 하나도 쉬운게 없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지만, 단식이라는 것도 시국으로 길거리에서 길게는 10여일까지 몇차례 해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달여 장기간이나 그것도 매일 관장과 규칙적인 생활 및 운동을 겸하며 한다는 것은 해본 적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냉온욕(7냉6온)도 평생 한번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고, 풍욕(창문열고 알몸으로 각1-2분내외 12번 이불덮고 11번 이불벗은채 각종 운동하는 것)은 아예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일이었으며, 심지어 소금(볶은소금)으로 이닦기뿐만 아니라 관장(灌腸)이란 것도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었습니다. 20분이상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발물)도 처음해보는 일이었습니다. 하루 6-7회 이상 대변을 위해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일은 고역 중에 고역이었습니다. ‘40분 합장’도 해보았고, ‘기초적인 뜸’도 배웠습니다. 매일 오전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내용도 생소하고 놀랄만한 것 투성이였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한 것들이었지만, 새로 태어나야겠다는 투지로 하루하루를 적응했고, 그 결과 불과 며칠만에 추위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해질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매우 편해지고 가뿐해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경부터 간부위에서 빈도와 강도가 점차 높아져온 결림증상(통증)과 이질감 또한 단 며칠만에 현격히 줄고 얼마안가서는 그 마저 거의 못느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하여, 한달여 장기단식을 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이상하리만치 한번도 배고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채 바삐 지낼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한달여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 큰 기쁨은, 양현당에 든지 사흘째 되던 날 엄마를 따라 면회온 둘째아들(초등5학년 12살)이 선생님에 의해 눌러 앉혀져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습니다. 한달여를 한이불아래 같이 잠자고 생활하므로 인해 서로 정(情)도 쌓고 많은 위안이 되었지만, 생후 1-2년경부터 10여년을 고생해온 아들의 아토피를 치유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습니다. 때마침 아토피가 가장 심해져 있어 온몸이 긁은 상처자욱으로 발부터 얼굴과 머리까지 성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9일 단식과 최상의 회복식 및 오곡생채식으로 아토피가 거의 말끔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몸을 긁어주지 않으면 잠들지를 못하던 10여년의 고질적 가려움도 불과 며칠만에 없어졌고, 7-10여일이 지나자 밤에 무의식적으로 온몸을 긁어대는 버릇도 거의 없어져 잠을 편안하게 잘자게 되었고, 밤마다 이부자리에 수북히 쌓이던 각질도 없어져 갔습니다. 심해졌을 때 가끔씩 먹어왔던 약도 한알 먹지 않고, 매일 아침과 취침시에 바르던 보습제조차 전혀 바르지 않고 지냈지만, 팔·다리부터 점차 몸안쪽으로 좋아져 온몸 대부분이 또래 아이들의 피부를 되찾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병원은 10년을 가도 못고쳤고 방법이 없다던 것을, 양현당은 단 한달만에 체질을 바꾸며 근본적인 치유의 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민족생활의학과 양현당의 치유법이 얼마나 올바르며 위력적인지를 백분 실감하고 남는 일이었습니다.

양현당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온갖 병마에 시달려온 중환자들이었습니다. 특별한 병명은 없지만 고질적인 이상증세를 느껴 건강차원에서 찾은 분들도 가끔 계셨지만, 대부분은 중증환자들이었습니다. 예컨대, 어느날 3명이 함께 한방에서 알몸으로 나란히 앉아 풍욕하다가 생각해보니 모두가 각각 병원이 붙여놓은 병명으론 소위 폐암말기, 담낭암말기, 간암말기 환자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수차례의 절제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다가 병원이 포기하여 뒤늦게 찾은 분들이 많았고, 저와 같이 수술도 항암치료도 전혀 받지 않은채로 오는 경우는 오히려 적어 보였습니다. 나이도 남녀노소 십대초반에서 70대까지, 직업도 다종다양, 병의 이름과 진행정도도 각양각색, 거주지역도 국내 전국각지는 말할 것 없고 미국·중국에서 오신 분들까지로 정말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수술을 받은 이후든지 이전이든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온갖 질환으로 시달려온 중환자들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개의치 않고 받아들여 ‘병은 없다’, ‘병은 병원이 붙인 딱지일뿐 본래 병은 없는 것이다’, ‘병은 잘못된 식·의·주 생활과 반자연적 생활 및 햇빛·산소·물·소금·비타민C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병은 몸의 균형과 조화가 깨어져 몸이 알려주는 경고일 뿐이다’, ‘스스로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는 지론과 소신을 거듭거듭 일깨워 주시려 애쓰셨습니다. 저는 자신의 변화(증세의 호전)와 아들의 변화(아토피 치유)뿐만 아니라, 정기교육에서 스스로 병을 고친 여러 체험사례를 당사자본인으로부터 직접 듣거나, 병원이 선고한 소위 ‘시한부 불치의 병’을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고치고 이겨낸 분들이 감사인사를 드리러 찾아오는 경우 등을 자주 지켜보면서 이를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양현당은 자기치유의 기초를 닦고 준비를 시켜 내보내는 곳이니, 결국 자기 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맡겨져 있는 것으로, 양현당을 나선 후가 오히려 문제이고, 평생에 걸친 자기관리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에, 선생님이 틈나는 대로 늘상 수회에서 수십회 강조하시던 <바른생활 건강수칙>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 둡니다. 이후, 병마를 끝내 이겨낼지, 또 얼마나 건강하게 더 오래살지는 이 가운데 얼마나 실천하며 살 수 있을지에 달려 있겠지요.

O 식(食) 생활
  -백미·고기 대신 현미오곡밥(현미·보리·콩·조·수수·기장·밀 등)과 채식 위주로 식사하기
  -발효식품(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류, 장아찌, 식초 등)을 먹기
  -집에서 직접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사용하기
  -열성이 강하고 살균력이 좋은 무, 생강, 마늘, 고추, 양파, 파 등을 먹기
  -내 고장에서 나는 제철음식 먹기
  -좋은 소금(죽염, 볶은소금 등)으로 짜고, 맵고, 시고, 달고, 쓰게 먹기
  -물 많이 마시기(생수 하루 2.5리터 이상)
  -좋은 소금(볶은소금)으로 양치질하기
  -적게 먹고, 아침을 안먹기(매일 단식 효과)
  -화학조미료·첨가물이 든 음식 안먹기
  -양식어류, 사료먹여 키운 육류 안먹기(항생제, 방부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등 범벅)
  -각종 가공식(즉석식품), 과자류, 청량음료류 안먹기
  -기름에 튀긴 음식 안먹기
  -설탕 안먹기
  -치약(계면활성제 등 화학성분)과 화학세제(주방용·세제용) 사용 안하기
  -탈나면 관장하고 단식하기

O 의(衣) 생활
  -통풍이 잘되는 옷 입기(산소공급, 피부기능 및 혈액순환)
  -천연섬유·면소재로 된 옷 입기
  -밝은색 위주로 옷 입기
  -바닥이 부드러운 신발신기(굽 높은 신발 안신기)
  -허리띠 졸라매기(대맥 자극)
  -남녀불문하고 삼각팬티 안입기(혈액순환 저해)
  -특별한 경우 외 브라자 안차기(혈액순환 저해)
  -몸에 꽉끼는 레깅스 등 안입기(혈액순환 저해)
  -머리염색 안하기
  -비누·샴푸·스프레이·젤 사용 안하기
  -먹을 수 없는 것(화장품)은 피부에 쓰지 말 것

O 주(住) 생활
  -햇빛이 잘드는 남향집에서 거주하기(햇볕받기)
  -땅기운을 받을 수 있는 낮은 층에서 거주하기(예컨대, 단독주택 1-2층)
  -항상 통풍이 잘되게 하기(산소공급)
  -방바닥에 앉는 생활을 습관들이기
  -딱딱한 바닥에서 살기(오동나무평상 등)
  -머리베게 대신 목에 경침베고 자기
  -쇼파·식탁 등에서의 생활을 최소화하기

O 기타
  -아침마다 냉온욕하기
  -매일 풍욕(바람냉온욕)하기
  -하루 30분이상 햇볕 쬐기
  -운동을 많이 할 것
  -병원의 수술 안받고, 약(화학합성물질·석유찌꺼기) 안먹기
  -출산시 자연분만하기
  -분만후 100분이상 알몸으로 두기
  -2년간(최소1년) 모유 수유하기
  -각종 예방접종 안맞히기 등등

 

3.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단식은 꼭 한달로 끝났고, 회복식을 얼마간 한 후 1월말경에는 이제 저 역시 양현당을 나섭니다. 정작 양현당을 나설 시간이 다가오니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마침 국가는 변호사자격정지를 시켜 앞으로도 4년여 동안이나 자유(?)로운 시간을 주었고, 동료들도 병치료에 전념하라며 1년의 휴가(?)를 주었기에, 좀 나은 처지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론, 의(衣)생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식(食)생활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주(住)생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 혼자 결단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족들의 협조와 동참이 없이는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온 사회가 식의주(食衣住)는 말할 것 없고 생활 전반을 바꾸어야 될 일이고, 의료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결국엔 온 국민의 사회적 문제이고,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할 국가적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늘상 강조하시듯이 ‘간염 하나도, 피부병(아토피) 하나도 고치지 못하는 병원’,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질환마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원’에만 온 국민을 붙들어 매놓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이 담겨있는 민족생활의학, 대체의학, 민간의학을 불온시·불법시하고 고사시켜가는 국가정책이 그대로인 한 개인의 건강도 국민들의 건강도 날로 악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저의 경우만을 놓고 보더라도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들이 ‘수술하더라도 시한부’라는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지만, 그러한 병원의 판단과 달리 기적으로 치부되는 숱한 사례들이 이미 존재하거니와, 만에 하나 제가 이런 민족생활의학으로 병마를 극복하고 온전해진다면 병원의 존재의미와 역할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회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살 수 있는 사람’을 ‘병원이 붙들어 매어 결국 죽여 놓는’ 합법적 살인면허를 부여받고 합법적 살인을 자행하는 셈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하여, 오늘의 민족생활의학과 이를 온 사회에 전국화·대중화하려는 생명살림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여, 저 역시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평생토록 새기며 실천하려 노력하는 한편, 이제 한달여 아직 아는 것도 경험도 일천하지만 이러한 생명살림운동에도 힘 닫는대로 함께 참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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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굴뚝농성자, 음식 제공 거부…"SOS"

 

이창근 "대화 빗장 빨리 매듭지어야…비상 식량으로 버틸 것"

선명수 기자 2015.01.15 01:26:35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 70미터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자들이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물과 음식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14일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해고자들이 만나며 노사 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이미 7년을 기다린 해고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끝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14일) 아침 식사와 물 등 농성물품이 올라오던 밧줄을 위에서 묶었다"라며 "앞으로 일체의 물품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창근 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15일로 굴뚝 농성 34일을 맞았다. 이들은 전날 마힌드라 회장의 평택공장 방문 당시 깔개 위에 청색 테이프로 'Let's Talk(대화합시다)'라고 쓴 피켓을 만들어 내걸기도 했다.  
 
 ⓒ굴뚝일보

ⓒ굴뚝일보  

 
 
 
"농성물품 거부는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 
 
이 실장은 "마힌드라 회장과의 만남으로 이제 대화의 빗장이 풀린 것"이라며 "이제까지 유령 취급을 당했던 해고자들의 존재를 회사가 인정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 내일(15일)이라도 당장 교섭 일정을 잡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7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음식과 물, 방한용품 등을 거부하는 것이 "이곳에서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 잔인한 시간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우리가 굴뚝 위에서 상체를 내려 손을 뻗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는 "마힌드라 회장이 출국을 했고 신차 발표회도 마쳤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 국면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실장은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단식 농성'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굴뚝 위에 아직 남아있는 비상 식량으로 버티겠다는 것이다. 현재 굴뚝 위엔 소량의 라면과 육포, 생수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빨리 굴뚝에서 내려가고 싶어서 한 끼라도 덜 먹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혹한의 날씨에 2명의 농성자가 채 며칠도 버틸 수 없는 조건이다.  
 
"티볼리 성공이 해고자 복직의 '전제 조건' 되어선 안 돼" 
 
이 실장은 마힌드라 회장이 신차 '티볼리'의 성공을 사실상 해고자 복직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신차가 잘되면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런 논리라면 신차에 해고자들이 깔려죽을 수도 있다"면서 "회사가 해고자 문제를 '조건부 미끼' 식으로 엮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해고자 복직보다 회사의 수익 창출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복직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그 인력은 2009년 해고자들 중에 뽑게 될 것"이라며 이른바 '조건부 복직'을 언급한 것이다. (☞관련 기사 :쌍용차, 해고자 이용해 '티볼리'만 팔겠다?) 
 
신차 출시와 맞물려 방한한 그는 이튿날인 14일엔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쌍용차 인수 이후 처음으로 해고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의 면담에서 "굴뚝농성자와 해고자들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해, 노사 대화가 끊겼던 쌍용차 사태의 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마힌드라-해고자 면담, 진전된 해법 논의없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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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정권교체를 원하십니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안의 지역감정’입니다
 
김갑수 | 2015-01-14 14:58: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진정 정권교체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부터 마음을 비워야


허심탄회 이야기해 봅시다. 2017년 정권교체를 원하시지요? 독재세력인 새누리에 맞서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누가 뭐래도 야권 결집이 핵심입니다. 여기까지는 여러분과 저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야권 결집을 이룰 수 있느냐 하는 방법론이 다르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새민련 내부의 이른바 ‘친노’가 지금 야권에서 가장 큰 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들은 대체로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약간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박원순을 지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으며 이 두 세력은 일정 부분 겹칩니다. 깨놓고 말해서 여기에는 영남주의도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 문제는 여전히 대한민국 선거의 첫째 변수입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듯이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호남의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호남은 노무현에게 김대중보다 더 몰표를 주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나름 선전한 바탕에도 호남 몰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비호남 민주세력이 전폭적으로 합세해야 합니다. 이 둘의 순서를 바꾸어 말해도 무방합니다. 아무튼 ‘호남 + 비호남 야권’의 총결집이 없이는 정권교체 못합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문재인과 박원순은 대권 구도에서 앞서 나가는 주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구도로서는 문재인이 나서든 박원순이 나서든 필패라고 봅니다. 차기 대선에서 호남은 그들에게 과거와 같은 몰표를 세례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새누리 이정현이 호남 순천에서 친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불길한 징조입니다. 게다가 새누리에는 ‘영남수구’라는 이름의 독재 지지층 35%가 옹벽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국민모임 서울 대토론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새로운 정치세력,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토록 어려운 구도에서 어떻게 해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가 있을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해답은 야권 결집에 있습니다. 그것도 ‘총결집’해야 되는 일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모임이 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동영이 가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이 동시 출마했을 때 저를 끝까지 괴롭힌 것은 과연 누구를 찍어야 노태우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전에 ‘김대중 지지 문인 195인 서명’에 참여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11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탈당과 함께 재야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모임’에 합류하겠다고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

국민모임에 대해 ‘야권 분열론’을 펴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7년 정동영이 출마했을 때 비호남 야권의 다수는 투표를 포기했거나 문국현을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동영의 표가 25%밖에 안 나온 것이지요. 사실 야권 분열은 그때가 최악이었지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은 비호남 야권을 잡기 위해 자기 세력의 3분의 1도 안 되는 부산 출신 이기택에게 지분의 40~50%를 주면서 야권 결집을 이루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김종필과 박태준까지 가세시켰기 때문에 건국 이후 최초로 정권교체의 위업을 이룰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2017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야권 총결집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국민모임이 커져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모임의 형세가 문재인·박원순 세력의 최소 50% 이상은 되도록 성원해 주어야 합니다. 이래야 선거를 앞두고 연대와 결집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치의 생리이자 역설입니다.

좀처럼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새민련 간판에 김대중·노무현에 비해서 능력과 자질이 확연히 모자라 보이는 문재인·박원순 후보로는 99% 정권 교체 안 됩니다. 일단 국민모임을 성장시켜 치열하게 야당 경쟁을 시킨 후, 적절한 타이밍에 공정하고도 극적인 결집을 하도록 만들어야만 그나마 정권교체의 희망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레 흠집을 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상호간 합리적인 비판은 좋지만 근거 없는 적대감이나 배타심은 자제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안의 지역감정’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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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권력 파헤치기 3부작의 검찰편 <펀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1/15 09:11
  • 수정일
    2015/01/15 09: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명박·박근혜 실체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

[게릴라칼럼] 한국의 권력 파헤치기 3부작의 검찰편 <펀치>

15.01.14 18:13l최종 업데이트 15.01.14 19:35l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아귀' 같은 검찰 수뇌부의 이전투구를 처절하게 까발리는 SBS 월화드라마 <펀치>. 이 작품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확실하다. 비서실장은 있는데 대통령은 없다. 현존하는 한국 드라마 작가 중 현실을 바로 반영하는데 선수 중 선수랄 수 있는 박경수 작가의 스타일에 비춰 본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등장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없는 꼴이다. 그런데, 진짜 없다. 

13일 방송된 9회가 특히 그랬다. 극 중 현 검찰총장인 이태준(조재현 분)과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은 청와대에 자주 들러 비서실장에게 현안을 보고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특검 실시를 요청하고 물러나는 청와대의 복도엔 한국 전직대통령들의 초상화(혹은 사진)가 걸려 있다. 이승만·박정희는 물론 전임 이명박 대통령까지. 당연히, 거기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재밌지 않은가. 전직 대통령은 실명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의 캐릭터에게는 모두 (9회가 지난 현재까지도) 현실과 같은 직책이 자막으로 부여되며 확실히 각인된다. '반부패부'란 대검찰청 부서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는 허구이되 에피소드나 내적 환경은 현실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박 작가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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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펀치>의 한 장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나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대통령의 자리는 공석이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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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자리에서 검찰과 법무부 관련 현안들을 지시하는 장면이 매번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야말로 '왕실장' 혹은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드러난) 행태를 드라마 속에서 재현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리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낙마시킨 소문의 출처가 청와대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과 독대하지 않는 대통령이야말로 박경수 작가가 현실을 반영하는 극치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펀치>가 지시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분신들 

헌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경수 작가는 간헐적이지만 끊임없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다. 단 한 명으로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펀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어른거린다. 일단, 주인공이자 악역인 이태준과 그 주변부 인물은 이명박의 분신들이라 해도 거리낄 게 없어 보인다. 

일단, 물욕과 개인주의, 가족주의의 화신인 이태준의 형 이태섭(이기영 분)은 전 세진자동차의 대표이자 오션캐피탈의 대표였다. 여기선 '분신'이란 말을 잊으면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전 이상득 의원을 직접 연상하는 건 무리지만, 이태준이 '못난' 형 이태섭을 이끌어줬다는 설정은 검찰이 재벌을 수호하는 금권의 시녀 역할을 자임해왔다는 직설적인 비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태준, 아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가 등장한다. 이태섭과 주종관계로 얽혀 있었던 오션캐피탈 김상민 회장(정동환 분)이 그다. 박경수 작가는 그에게서 '현대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게 하다 못 해 이명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까지 덧씌우는 기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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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펀치>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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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주인공들과의 거래를 마무리한 김상민 회장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플래카드 앞에서 강연을 한다. 맞다. 현대가 고 정주영 회장의 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말이다. 이 강연 동영상은 주인공 박정환(김래원 분)이 부패한 검찰 수뇌부에 맞서게 되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동영상…. 여기서 단어 하나가 연상된다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운대 'BBK 동영상' 말이다.   

박경수 3부작, 한국사회의 권력을 해부하다 

박경수 작가는 이미 미니시리즈 데뷔작 <추적자>를 통해 대선을 둘러싼 재벌과 정치권의 결탁을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을 움직이는 재벌가 사위이자 대선 후보인 강동운(김상중 분)과 그에 맞서는 소시민 '형사' 아버지 백홍석(손현주 분)의 분투를 무려 투표 독려와 연결시키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후 그가 쓴 <황금의 제국>은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재개발 투쟁에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대신해 재벌가에 투신해 '괴물'이 되어가는 장태주(고수 분)를 통해 "가족까지 팔아 치우는 재벌가는 어떻게 한국사회를 움직이며 자멸해 가는가"에 대한 무시무시한 보고서였다.

'한국 권력 해부' 3부작의 마무리는 검찰이다. 박경수 작가가 겨냥하는 건 결국 정의로운 검찰이나 부패한 검찰 따위의 일차원 적인 묘사가 아니다. '검찰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직업 묘사에도 관심이 없다. <펀치>는 단도직입적으로 검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 그 권력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정밀 보고서'와도 같다. 

재벌(가 형)과 결탁한 검찰총장은 어디까지 부패할 수 있는가. 개인(아들)의 (병역)비리를 감추기 위해 법무부장관은 어떻게 힘을 쓸 수 있는가. 이를 위해 검찰(권력)은 언론과 정치권을 어떻게 쥐고 흔드는가. 그렇다면, 우리(와 박경수 작가)는 그 검찰이 어떠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가. 

박경수 작가는 결국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가는 (니체적) 인간들에게 관심이 많다. 아니, 한국사회의 상층부로 올라간 이들은 대개 그러거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가 대표적이고, <펀치>의 윤지숙 장관도 그러하다. 이미 태생부터 재벌가 태생이거나 권력을 쥔 이들은 이미 괴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나쁜 판본 박정환 검사가 가리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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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펀치>의 한 장면. 법무부 장관이 지나는 복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얼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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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는 괴물이 되어가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린 박정환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딸을 위해 정의를 실천하는 <추적자>의 백홍석이나 재벌가에 들어가 또 하나의 괴물이 되어가는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와 또 다르다. 

그의 활약상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나쁜 판본에 가깝다. 박정환은 7년간 '이태준의 개'로 살았기에 그들의 검은 거래나 힘없는 자들을 약탈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를 그 길로 빠지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하얀 괴물이자 진보주의자로 비치는)윤지숙 장관이었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암덩어리'와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달은 뒤에서야 괴물과 맞서는 박정환의 '뇌종양'은 박경수 작가가 그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경고이자 선한 바람과도 같다.  

요즘 (한국영화에서 현 사회의 시대정신이라는 듯 자주 등장시키는) "나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은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박경수 작가는 검찰 선서를 가슴에 깊게 새긴 정의파 신하경 검사(김아중 분)를 등장시키는 건 <추적자> 때로 충분했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 정치판과 같은, 차악과 차악의 대결은 '이태준 vs. 박정환'에 이어 윤지숙 장관의 뒤늦은 참전으로 점입가경과 같은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삼파전은 이미 <황금의 제국>에서 손현주, 이요원, 고수가 불꽃 튀는 연기로 체험한 바 있다. 박경수 작가는 여기에 괴물이 되기를 아예 거부한 신하경 검사를 내세우면서 <펀치>를 훨씬 더 풍성하고 숨 쉴 여유가 있는 드라마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두 나쁜 놈의 극한의 대결을 그리는 건 무리가 있을 테니.    

<대부>를 경유해 한국사회 권력자들에게 날리는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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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수 작가의 주인공들. <추적자>의 손현주, <황금의 제국>의 고수, <펀치>의 김래원.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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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현실반영 3부작'을 레퍼런스와 비교해 보는 일은 매우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그 자체로 유의미한 해석을 안겨 준다. 바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3부작 <대부> 말이다. <대부>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마피아가 되어가는 과정을 비장하게 그리며 미국의 역사가 폭력으로 얼룩진 이민자의 역사라는 알레고리였다. 그 중심엔 물론 가족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다(심지어 <추적자>의 메인 테마는 <대부>의 그것과 거의 흡사했다). 

<대부>의 자장을 흡수한 박경수 작가가 그 가족주의의 처절한 생존과 몰락, 그리고 폭력을 한국식으로 변환한 것이 바로 재벌가다. 아마도 '재벌이 깡패(마피아)다'로 번역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데, <펀치>에서 그 가족주의에서 비롯된 권력의 폭력은 이태준으로 대변되고 있다.  

자, 그러니까 두 편 모두 박근형이 연기한 <추적자>의 서회장이나 <황금의 제국>의 최동성 회장의 그 재벌가 총수의 금권이 정치권에 이어 검찰에까지 힘을 미친 것이 <펀치>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아마도 박경수 작가의 다음 소재는 언론이 아닐까).  

9회 마지막 장면에서 박정환은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시네. 총장님, 저 감옥에서 죽겠습니다"라는 명대사를 날렸다. 이태준과 함께 지옥에 떨어지겠다는 선포였다. 그 이태준 검찰총장(과 그의 주변 인물들)은 앞서 한국사회에서 유일하게 CEO에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을 아른거리게 만든다. <펀치>는 박경수 작가가 그 괴물과도 같은 한국사회의 권력자들에게 날리고픈 통렬한 복수의 한방과 같아 보인다. 강렬한 두 글자 제목 '펀치'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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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주십시오

황선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주십시오
 
 
 
패채널615
기사입력: 2015/01/15 [00: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1월 13일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구속되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1월 14일 황선대표가 수감되어있는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긴급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황선대표의 남편인 윤기진씨가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윤강열 영장판사와 박근혜대통령에게 공개질문을 던졌다.

윤기진씨는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서대문경찰서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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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먼저 들어내는 일이 영주댐 철거보다 힘들 거예요”

“저를 먼저 들어내는 일이 영주댐 철거보다 힘들 거예요”

김정수 2015. 01. 14
조회수 127 추천수 0
 
인터뷰: 영주댐 철거 소송 나서는 지율 스님
“이기고 지고 떠나 소송 통해 좋은 이야기 만들어 나가야죠”, 변호사 없이 나홀로 준비
“내성천과 낙동강까지 망치는 댐 언젠간 헐어야죠. 담수 시작돼도 내성천변 안떠날 터”
 
ji1.jpg»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내성천변 제방 위에 있는 거처인 천막 앞에 선 지율 스님.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10여년 전 ‘천성산 도롱뇽’을 앞세운 환경 소송으로 인간의 편리만을 추구해온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졌던 지율 스님이 이번엔 막 본체 공사가 끝난 댐의 철거를 목표로 한 환경 소송에 나선다. 
 
스님은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땅 한평 사기에 동참한 이들과 함께 이번주 안에 국가와 수자원공사,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내성천 수계 보호를 위해 경북 영주시 내성천을 가로막는 영주댐 철거를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신청자들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해준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소송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동호교를 건너자 멀리 제방 위에 있는 스님의 거처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동그란 천막이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우주선 같다. 
 
ji2.jpg» 지율 스님이 이날 내성천을 찾은 '재성천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천막 앞 농로로 진입하려고 핸들을 꺾으니 50m쯤 앞에 고라니 한 마리가 자신이 집 지키는 개라도 되는 듯 길을 막고 서 있다. 녀석은 잠시 차 쪽을 빤히 쳐다보다 갑자기 놀란 듯 길 옆 묵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바닥에 모래가 깔린 천막 안에서 지율 스님은 찻물을 끓이는 중이었다.
  
스님은 자신에 대한 왜곡 보도와 부당한 비난에 맞서 늘 해온 방식 대로 이번 소송도 소장 작성부터 자료 준비까지 모두 ‘나홀로 소송’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에겐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벌여 이긴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댐 철거라는 전례 없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은 단순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이기는 소송, 지는 소송의 문제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희는 경우에 따라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주장도 하고 싶거든요. 남이 안 하는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변호인을 통하면 법률적 틀에 가둬져서 확장이 안 돼요.”

 

영주댐 건설 사업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사이 내성천 중상류에 높이 55.5m, 길이 400m, 총저수용량 1억8100만㎥의 댐을 쌓는 사업이다.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는 4대강 사업의 일부로 댐 본체 공사가 끝났지만, 이설 도로 공사와 주민 이주 등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불린다. 

 

ji4.jpg» 영주댐이 완공되면 수몰될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집성촌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 뒤편으로 영주댐이 보인다. 사진=영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9년 착공 당시 영주댐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률(B/C)은 사업비 8400억원을 투입하는 조건에서 1.015로 편익이 비용을 겨우 넘겼다. 이후 수자원공사 공식 발표로 1조850억원까지 불어난 사업비를 적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다.
  
영주댐 공사와 낙동강 본류 준설이 시작된 뒤 고운 모래로 덮여 있던 내성천변은 점점 자갈밭으로 변하면서 풀로 덮이는 곳이 늘어났다. 4대강 사업으로 상류에서 공급되는 모래양과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래양 사이의 균형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내성천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사실 저는 좋은 데서만 살아서 풍경에 대한 그리움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지천이 망가지면 본류의 회복이 불가능해져요. 내성천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가장 좋은 곳이지요.” 11일 오후 카메라를 둘러메고 내성천 주변 환경 조사를 나서는 스님의 말이다.
 
ji3.jpg»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물돌이마을 회령포 전경. 영주댐 하류에 위치한 이곳은 댐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제한되면 모래 유입이 적어져 점차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사진=탁기형 기자
 
내성천 환경 파괴 말고도 스님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안전 문제다. 그는 “지금 문화재 발굴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수몰 예정지 주변 도로가 계속 무너져 주민 이주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댐 사업이 부실한 지질 조사와 설계를 바탕으로 추진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스님과 함께 돌아본 수몰 예정지 주변 도로 곳곳에선 무너진 절개면을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님은 지난해 2차로 벌인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통해 곧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 인근에 있는 840평짜리 논을 50% 지분 공유 방식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땅에는 4대강 기록관을 지을 계획이다. 
 
찬성과 반대, 우리가 옳다 이런 것보다도 관련 자료를 전부 한곳에 모아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정부의 홍보 동영상이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내놓은 보도자료 같은 것을 지금 보면 코미디 같지만, 그렇게 사업을 추진했던 힘들을 기록해놓는 것도 의미가 크겠죠.”

 

언젠가 영주댐을 헐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스님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에서 내성천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영주댐 본체를 그대로 두고 홍수조절용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덜컹덜컹하다고 했다. 
 
댐 본체에만 3000억여원이 들어간 댐을 짓자마자 바로 철거하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겠느냐고 하자 스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뭐가 부담스러워요. 4대강 보를 헐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면서 영주댐 허물라는 소리는 왜 못하나요. 사실 보 허는 것이 더 힘든데.”
 
ji5.jpg» 지율스님이 2012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영주댐 건설로 황폐화되고 있는 내성천의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2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영주댐을 철거하고 350만평에 이르는 수몰예정지에 100만평 이상의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스님과 내성천 보전운동 모임인 ‘내성천 친구들’의 조사에서 내성천 주변은 먹황새·흑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22종의 법정보호동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에 낙동강 상류 최대의 인공습지를 조성하면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에 댐 건설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득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영주댐을 헐어 내성천을 살리는 싸움을 장기전으로 준비하고 있다. “10년은 생각하고 들어왔어요. 지금은 안 돼도 언젠가는 헐게 하겠다는 거죠. 10년 동안 계속 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틈이 생기겠죠.”
 
스님은 영주댐으로 토막나는 내성천에 “위로가 돼주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 봄부터 지금 자리에 눌러앉았다. 천성산을 파헤치는 굴착기 앞에 맨몸으로 맞서고 여러차례 목숨을 건 단식을 마다않은 그에게 그래도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것은 우문이었을까.
  
그는 “어떡하긴 어떡하겠어요. 제가 여기 나가기는 하겠어요? 저를 먼저 들어내는 일이 영주댐 철거보다 힘들 거예요”라며 웃었다. 
 
영주/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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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신문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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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5/01/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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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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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뉴스 브리핑] 1.14 신문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마힌드라 회장 “티볼리 선전․쌍용차 흑자 전환돼야 인력 충원?”
류효상 특파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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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4  09:34:05
수정 2015.01.14  09: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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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구조 실패로 피해를 키운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유족 73명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해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뭘 달라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원인 규명을 해달라는 게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상처투성이인데...

2.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는 한솔그룹 창업주 이인희 고문의 손자 조모(24)씨가 군 복무 대체인 산업기능 요원으로 근무 중 규정을 위반한 혐의(병역비리 혐의)로 고발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재벌들의 병역 면제율이 상상을 초월하지요... 삼성가의 병역 면제율이 70%라니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들이 경영은 잘 할라나 몰라~~

3.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는 주민이 술에 취해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아파트 경비가 무슨 집안 몸종쯤으로 생각들 하시나봐... 요즘 왜케 '갑'질 하는 놈들이 많지?

4. 흡연자 10명 가운데 9명은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배를 끊기로 한 이유로는 담뱃값 인상, 건강을 위해,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순이었습니다. 그 중에 한명이 접니다. 담배값, 건강을 이유로 금연하는 건 좋은데, 흡연자를 무슨 죄인 취급하진 맙시다. 세금 더 많이 내시는 분들입니다요~

5.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해 특혜나 역차별은 없다는 원칙을 밝힌 가운데 이번달 예정된 가석방 대상자에 주요 기업인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행이네... 우리가 말이야 기업인을 무슨 '사회 지도층인사' 이렇게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별로 지도 받아본 적도 없지만 지도층인사면 솔선수범하는 모습 보여야지 않겠어? 그런 의미에서 만기 출소 좋다!!!

   
 

6. IS를 자칭하는 해커가 미군의 네트워크를 해킹해 북한·중국 내 병력 배치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해킹사실은 인정했지만, 기밀정보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근데 공개한 '전쟁 시나리오' 중 일부로 보이는 이 자료에 한반도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조차 이슬람 성전을 펼치고 있다고 선언했다는데, 어째 으시시하다. 해킹으로 핵시설 파괴하고 막 그런건 아니겠지?

7. 전국 최대 빙어 낚시터인 대청호에 겨울 낚시를 즐기려는 애호가들이 몰려들면서 당국의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얼음 두께가 호수 중심부는 얇기 때문입니다. 빙어 잡으려다 사람 잡을지 모릅니다. 너무 깊은 데로 들어가지 마세요. 빙어는 대청호 어디에든 있다니까요~

8. 고용노동부는 회사차량이 아닌 지하철 또는 버스로 출퇴근하다 다쳐도 보상해 주는 것을 포함해, 산재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출퇴근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산재보험이 적용됐다는 얘기인데, 똑같이 출퇴근하는 길인데 왜 그랬을까? 혹시 딴데로 셀까바 그런건 아니겠지?...

9. 한국의 스타벅스 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조사 결과에 스타벅스가 한국 인건비, 땅값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뉴욕 땅값하고 인건비가 우리보다 더 쌀리가 없는데 뉴욕 커피값이 가장 쌉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지 그러냐? 한국에선 이게 먹히니까 파는 거라구... 호갱 생활 1, 2년 하는 것도 아니구먼 뭐~

   
 

10. 머릿속으로만 운동해도 근육의 약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보도했습니다. 말 시키지 마시라. 지금 상상 운동중이랍니다. 다른 상상하지 마라. 잡혀가는 수 있으니까~~

11. 결식이 우려되는 초·중고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꿈나무카드'가 오히려 상처만 준다고 합니다. 터무니없는 지원 금액과 이용방식도 문제입니다. '나 결식아동 입니다' 써 붙이고 다니라는 것도 아니고, 어째 그렇게 생각들이 없으실까? 상대방의 입장, 배려 이런 거 해본 적이 없으니 그렇겠지만, 내 새끼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보면 안되겠니?

12.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말이 안통하네트'. 연두 기자회견을 본 사람 중에는 콘크리트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위 기사는 동아일보 칼럼입니다. 아무래도 조중동 마저 버리는 것 같다. 뭘 붙잡고 가시려나~~ 심히 안타깝소이다.

13. 중산층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대기간 8년의 ‘레미안’ ‘자이’ 등 유명 브랜드를 단 임대아파트가 만들어집니다. 정부는 민간 주택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택지·기금·세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걸로 전세대란이 해소되리라는 생각 안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거 같구만... 나쁘지 않아~

14.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인 배우 김보성씨가 독거노인을 위해 써달라며 예능프로그램 출연료 2천만원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호감가는 인물은 아닌데, 그래도 이런 건 박수치고 칭찬하고 본받아야 해... 고마워요~~ 의리!!!

15. 전 세계 곳곳에서 팬티만 입고 지하철에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깜짝 놀란 분들도 계셨을텐데, 매년 열리는 ‘바지 안 입고 지하철 타기’ 행사였습니다. 이 좋은 행사를 우리나라는 왜 안하는 거야? 우리도 다음부터는 꼭 합시다!!!

16. 쌍용차 마힌드라 회장은 '티볼리와 같이 흥미롭고 혁신적인 차를 많이 내놓아야 한다.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기분이 싸~ 하니 좋은 소식 있을 줄 알았는데 말야... 에이 자본가는 결국 다 똑같은 거였어~

   
 

17. 보건복지부가 주류에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가만 보면 누가 말을 딱 던져 놓고 여론이 안 좋으면 개인적 일탈이고, 여론이 나쁘지 않으면 집행하는 수순 같아... 이 자식들 영특한 걸~

18. 검찰 직원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가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관까지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7급 직원으로 밝혀졌습니다. '7급 공무원' 영화 생각나는데~ 7급이면 못하는 게 없는가 봐, 고급 룸싸롱 다니지, 난동 부리지... 그러고 결국 수사는 자기 식구 검찰한테 받겠지~

19. 해외 자산 취득과 관련한 불법 외환거래 사실이 당국에 적발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배우 한예슬이 신고 누락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어째 돈 좀 만지면 다들 이렇게 실수들을 하실까? 실수 안하려고 회계사, 세무사, 법률 고문 변호사까지 쓰시면서 말야~ 그리고 세금 더 내는 실수는 왜 없지? 맨날 누락하는 실수 뿐이냐고~

20.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불거진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의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때 히딩크 만나러 슬리퍼 신고 반바진가 입고 나왔던 그 어린애 말야? 많이 컸네... 기특하지 벌써 전무야? 곧 사장되겠다.

   
 

21. 기업체의 40%가 인건비 절감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 한답니다. 추위에 몸 녹이려 술한잔이 되레 저체온증을 유발해 위험하답니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기승으로 손 자주 씻어야 한답니다. 다음카카오가 24시간 후 사라지는 사진 메신저 쨉(Zap)을 출시 했답니다. '열심히 일하면 생활 좋아진다'에 20대의 43%만 동의 한답니다.

아파트 화재 시고가 잇따르고 있어 아까운 생명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겨울철 화재 사고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예방에 각별히 힘쓰시기 바랍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나 깨나 불조심'
오늘 하루도 힘들지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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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수첩 속 ‘K.Y’ 누군가 보니 ‘막장 드라마’

 
 
김무성 수첩 속에 적혀 있던 이름들…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모씨
 
임병도 | 2015-01-14 08:11: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월 12일- 김무성 수첩

 

지난 1월 12일 뉴스웨이 김동민 기자는 1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수첩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촬영합니다. 김무성 대표가 바라보고 있는 수첩에는 '문건 파동 배후는 K.Y'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문건 파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말했던 정윤회 문건을 의미합니다. 청와대와 정치권을 강타했던 정윤회 문건의 파동 배후가 K.Y라면, 그 사람들이 누군지만 밝히면 될 듯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에는 '문건 파동 배후에는 K.Y'라는 문장 밑에는 '내가 꼭 밝힌다'고 적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누군지 밝혀내겠다는 K.Y가 도대체 누구인지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12월 18일- 이준석,손수조,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의 술자리

 

도대체 K.Y가 누구인지 알려면 먼저 수첩 속에 나왔던 첫 문장을 봐야 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에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손수조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이동빈 제2부속실 행정관, 신모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들의 이름이 왜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에 적혀 있었을까요? 시간은 지난달 18일 저녁으로 돌아갑니다.

 

박관천 경정이 구속된 날 저녁,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과 이준석, 손수조, 이동빈,신모 씨등이 술자리를 가집니다.

 

이 자리에서 음종환 행정관은 방송에 자주 나가 정윤회 문건을 말했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팩트를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박관천 경정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피라미에 불구하고, 조응천 비서관이 배후다. 조응천 비서관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줄을 대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사실로 믿고 그런 평론을 하느냐, 섭섭하다'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이날 음종환 행정관이 문건 유출의 배후로 분명히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고 한겨레 신문사에 답했습니다. 2

 

결국, 김무성 수첩 속에 나온 K는 김무성 대표, Y는 유승민 의원이라고 봐야 합니다.

 

#1월 6일- 새누리당 의원들 식사 모임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과 이준석,손수조,신모씨의 만남이 있고 난 뒤인 1월 6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식사 모임에서 누군지 모르지만, 당시 발언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전달됐습니다.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의 발언을 들은 김무성 대표는 화를 냈고,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에게 술자리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음 행정관에 대한 감찰이나 징계를 요구했지만, 불발됐습니다.

 

유승민 의원도 인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세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K와 Y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맞지만, 배후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4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감찰과 징계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통해 사건은 점점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깊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1월 1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

 

오늘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제' 얘기가 중심이 될 듯합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경제를 얘기하지만, 박근혜 정권을 보면 경제보다는 '찌라시', '문건'이라는 단어가 더 귀에 많이 들려옵니다.

 

찌라시 얘기하면 김무성 대표가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 유세장에서 찌라시를 근거로 남북 대화록을 줄줄이 말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찌라시로 성공한 자, 찌라시로 망하는가요? 박근혜 정권은 만들기 전부터 찌라시라는 단어가 나오더니, 집권 3년차에도 대통령 기록물로 둔갑한 찌라시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청와대 비선 실세와 정윤회 문건, 김기춘 비서실장과 새누리당의 갈등은 정리할 수가 없습니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는 막장 드라마처럼 한 치 앞을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말한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는 의미는 문건 파동의 배후를 밝히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세력이 누군인지 찾아내겠다는 의미입니다.

 

재벌 가문에서 서로 돈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 그 속에서 불거지는 각종 폭로와 의혹, 그리고 '찌라시' 얘기들

 

막장 드라마는 그저 TV 드라마이기에 시간 때우기로 보던지, 안 보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세력들이 막장 드라마처럼 서로 물고 뜯고 권력을 탐하는 추한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쪽대본처럼 하루하루 달라지는 박근혜 정권의 모습을 보면서, 막장 드라마보다 더 추한 암투를 3년이나 더 봐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옵니다.

1. “내가 꼭 밝힌다”…김무성 수첩 속 K 그리고 Y. 뉴스웨이 2015년 1월 12일 http://goo.gl/UhiwH2 
2. “문건파동 배후 지목된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 한겨레 2015년 1월 14일. http://goo.gl/ktZHWi
3. 수첩 속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與 막장 내분. 프레시안 2015년 1월 13일.http://goo.gl/P1ZnDC 
4. “문건 파동 배후 수첩의 K·Y는 김무성·유승민” 경향신문 2015년 1월 13일. http://goo.gl/LgDehO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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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대책위 첫 공식 인터뷰집 출간

'아빠, 다음에 비행기 태워줄게'
헬리콥터에서 딸의 관 잡고 통곡

세월호 가족대책위 첫 공식 인터뷰집 출간... 유가족의 생생한 육성 담아

15.01.13 21:26l최종 업데이트 15.01.13 21:2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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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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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가 나하고 농담을 잘해. 생전에 나랑 팔짱 끼고 드러누워서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게' 했어. 그 말 많이 하잖아,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한 200번(시신 수습 순서)까지는 앰뷸런스 타고 올라왔을 거야. 그 뒤부터는 (시신)훼손이 많이 돼서 바로바로 올라가야 하니까 헬리콥터를 타고 간 거야. 

근데 미지가 나왔는데 그 생각이 딱 나는 거야, 헬리콥터를 딱 탔는데. '야유,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 비행기를 태워주는구나'. 그때 울음이 나더라고. 헬리콥터로 올라오는 동안 내내 관 옆에서 울었어. 와,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도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을까."

- <금요일엔 돌아오렴> '죽은 뒤 지킨 딸의 약속, 아빠와 함께한 하늘여행' 58쪽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유미지양의 아버지 유해종씨는 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한 것을 제일 후회한다.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 세 번째 인터뷰에서 딸 미지와 함께한 '하늘여행'을 말하며 감정을 드러냈다.  

2학년 2반 길채원양 어머니 허영무씨는 세월호 참사 후 9개월, 300여 일이 다 돼가는 지금도 "모든 시간이 꿈 같다"며 "평생 알 수 없는 아이의 마지막에 대해 늘 생각한다"고 했다. 몸무게 약 40kg, 유방암 말기 환자인 허씨의 인터뷰 제목은 '엄마 없는 세상 살아갈 딸을 걱정했는데 딸을 먼저 보냈어요'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348쪽)>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가족대책위 차원의 첫 공식 인터뷰집으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대표 김순천) 12명이 지난해 4월 16일 직후부터 240일간 유족들과 동고동락하며 써낸 기록이다. 3박 4일 수학여행 후 그 주 금요일(4월 18일)에 돌아오기로 돼 있던 학생들에게 바치는 조사(弔詞)다.

반장으로서 친구들을 침착히 돕고 정작 자신은 물에 쓸려 나오지 못한 고 유미지양 등,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유족들 떨리는 숨소리까지"... 작가 12명이 8개월간 써내려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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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을 맞아 13일 열린 출판간담회는 1시간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왜 책으로만 추억해야 하고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 서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크를 잡은 작가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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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간을 맞아 13일 열린 출판간담회는 1시간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왜 책으로만 추억해야 하고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 서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크를 잡은 작가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얕은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간담회에서 정씨는 "저는 똑똑하지 않고 법도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건 안다"며 "죽어서 내 아들에게 떳떳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아이가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갈 때 나는 뭐했을까'란 죄책감에 시달린다, 바라는 건 오로지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울먹이며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세 번 말했다.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 아버지 유경근씨는 "아이들 삶이 영원히 꽃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출판사와 기록단에 감사를 표했다. 유씨는 "가족들 시간은 여전히 그 날 4월 16일 아침에 머물러 있다"며 "추억을 한 아름 들고 아이들 돌아올 금요일이 정말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니면 부모들이 아이들 만나러 갈 수 있는 금요일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작업을 총괄한 르포 작가 김순천씨는 "안산과 진도 팽목항, 광화문 등에서 만난 가족들은 숨도 잘 쉬지 못하고 울었다"며 "그 떨리는 숨소리까지 기록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집은 13명 유가족의 내밀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평범한 시민이 유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우리 모두의 얘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해정 작가는 "이 책이 골방의 흐느낌이 아니라 '광장의 통곡'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아이 잃고 평생을 견뎌야 할 유가족의 참담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세월호 후 가장 많이 했던 '잊지 않겠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는 <미생>의 윤태호, <아만자> 김보통 등 만화가 8명도 참여했다. 아이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삽화는 물론 진도 팽목항과 관매도, 동거차도 등에 둘러싸인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 광화문 광장과 안산 단원고 주변 풍경 등을 그렸다. 만화가와 작가들은 삽화료를 포함한 책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활동에 기부한다. 

이들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도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작가 기록단과 유가족은 2월 5일 서울 조계사, 9일 대구 등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또한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유족들의 이야기, 생존학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2차 후속작업도 고민하고 있다. 

"딸이 네 살 때부터 저 혼자 키웠시유. IMF 때 월급이 많이 깎였는데 그걸로 살림허기 힘들었나, 애 엄마가 아이 키우는 걸 포기허고 어딘가로 가버렸시유. (...) 소연이를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만유.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프레스 다루는 일을 혔는데 손가락을 다 잘라먹였구만유. 저 장애 6급이여유. 소연이가 그런 걸 다 알아서 아이가 철이 일찍 들었나봐유. 

소연이허고 참 재미나게 살았어유. 소연이만 보면 모든 피로가 다 풀렸어유. 근듸 이렇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갔으니 딸 생각만 하면 미치겠어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소연이 장례식 끝나고 바로 죽어버리고 싶었어유. (...) '아, 이러다간 안되겠다' 혀서 분향소에 나가기 시작했어유. 어떻게 누가 죽였는지 알게 해줘야지, 그걸 못하면 아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고 있어유." 

-'세상에 딸과 나, 둘만 남겨졌는듸 그 아이를 잃었어유' (3반 김소연양 아버지 김진철씨)

유족들, 26일부터 안산~팽목항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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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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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월호 참사 유족 중 일부는 지난 5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부작위(不作爲)'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다(관련기사: "세월호 구조 실패는 위헌" 유족들 헌법소원 제기). 

유경근씨는 간담회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안전하게 책임지지 않았다는, 방기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온다고 유족이 보상을 더 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가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처럼 손 놓는 생명이,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매일 광화문을 지킨 유가족 2명이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장기간 소음과 매연에 노출돼 기관지·청력 등이 손상됐다"며 "희생자 형제자매들도 집에 방치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자살시도를 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갈 생존학생들이, 그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오는 14일 오후 4시 16분 진도 팽목항에서 분향소를 열고,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을 함께 기다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오는 26일에는 안산 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선체인양'을 주제로 약 20일간 도보순례에 나선다. 이 또한 희생된 아이들에게 "엄마 진짜 열심히 했다고, 네가 헛되이 간 것만은 아니라고(고 신승희양 어머니 전민주씨)" 말하기 위한 부모들의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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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5.24해제 '화요캠페인' 개시


남북경협·종교·시민단체연대, 5.24해제까지 매주 화요일 공동행동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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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3  17: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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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4조치 해제를 위한 경협·종교·시민단체 연대'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를 위한 남북경협 기업인 선언'과 이를 위한 화요캠페인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무기한 캠페인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어느때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연초에 '5.24조치 해제를 위한 경협·종교·시민단체 연대'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를 위한 남북경협 기업인 선언'과 이를 위한 화요캠페인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이날부터 무기한 캠페인에 돌입했다.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화요캠페인'(화요캠페인) 첫 주관단체인 서울겨레하나 신미연 사무국장은 "5.24조치는 단지 남북경협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해 활동해 온 모든 종교,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이며, 한반도 평화번영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바램"이라며, "오늘부터 5.24조치가 해제되는 날까지 매주 화요일 정오 이 자리에서 남북경협인들과 함께 5.24조치의 모순과 폭력성을 알리기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캠페인 계획을 발표했다.

   
▲ 신미연 서울겨레하나 사무국장은 이날부터 5.24조치가 해제되는 날까지 매주 화요일 정오 광화문 사거리 사랑의열매탑에서 남북경협인들과 함께 5.24조치의 모순과 폭력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 국장은 "그간의 남북교류는 우리 사회에 인권, 자유, 평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시간들이었다"며, "5.24대북제재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이 몰살당했다"고 말했다. 특히 5.24조치로 인해 "1,100 여개에 달하는 남북경협업체와 5,000여 명의 개성공단 입주자와 협력업체들이 부도, 파산으로 내몰렸다"며, 이것은 "기업이 투자한 곳에 국가가 강제몰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며, "자본주의 사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남북경협기업인들은 160개 기업 명의로 선언문을 발표해 "이제 5.24조치 해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남북의 상생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는 일부 기업들의 예외를 인정하는 식이 아니라 남북경협 기업 모두의 사업재개를 위해 5.24조치를 조건없이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말 남-북-러시아간 3각물류 협력사업으로 진행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을 위해 정부가 '5.24조치 예외'를 선언한 것은 "남북관계가 열리던 초창기부터 남북경협의 선두주자로 헌신하다 5.24조치로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남북경협기업들의 피와 땀, 눈물을 외면한 채 일부 대기업에게만 특혜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5.24조치 발표 이후 5년이 지나도록 북한에 대한 투자가 불허되면서 모든 경제협력은 중단됐고 왕래와 접촉마저 금지되어 시설, 설비 등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점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투자, 교역, 금강산관광 기업 1,000여 곳 중 약 80% 이상이 사실상 휴·폐업상태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빈자리를 중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힘 안들이고 차지해, 북한의 피해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당한 직접 피해액만도 15조 8,239억원에 이른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 이선영 케이제이엔터프라이즈 대표,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왼쪽부터) 등 경협기업인들은 조건없는 5.24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은 "분단 70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조언을 드린다"며, "하루 빨리 백해무익한 대결과 대치국면에서 벗어나 남과 북이 대화와 소통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함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경협 기업인들은 노태우 정부의 7.7선언, 민족공동체정책 , 김영삼 정부의 남북민간경협활성화정책, 김대중 정부의 6.15공동선언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개발, 노무현 정부의 남북교류협력활성화 정책 등 4개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동질성 회복, 통일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올바른 대북 방향임을 신뢰하여 대북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본 후 "허탈감 뿐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고 "더욱 분개한 것은 정부의 일관성없는 대북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나진-하산에 대기업 3개사를 참가시켜서 사실상 5.24조치를 해제했고 개성공단에서도 입주경영을 하고 있는데 왜 자신들과 같은 영세한 기업들은 안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우리가 경영을 잘 못해서 사업이 중단되고 피해를 본 게 아니라, 정부정책에 순응하다가 정부정책에 따라 닫혀서 지금까지 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7년동안 시설물 점검을 위한 방북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정책을 어떻게 납득하라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은 "얼어붙은 남북의 벽을 녹여내고 한민족으로 물꼬를 열어내는 가치있는 몸짓으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여는 말을 시작했다.

   
▲ 이날 참석자들은 남북경협기업인 선언을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와 남북의 상생을 위해서도 5.24조치 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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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대표 구속은 6.15 정면 부정

황선 대표 구속은 6.15 정면 부정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1/14 [02:5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희망정치 연구포럼 황선 대표가 검찰의 구속방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작부터 끝까지 몽족몰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에게 법원이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 구속했다.

연합뉴스, y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소명되는 혐의가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성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황 씨 토크콘서트를 열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발언을 하고 김일성 찬가를 부르고 블로그에 김일성 주석의 업적 등과 같은 이적 표현물을 보관한 혐의, 북을 조국으로 표현하는 등의 이적표현물도 직접 작성하고 소지한 혐의 등을 내세워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황선 대표는 이에 대해 통일콘서트는 남과 북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통일운동 일환이었으며 이적표현물과 관련된 수첩 등도 17년 전에 쓴 것이라며 반론을 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황선 대표가 사회를 본 통일토크콘서트는 신은미 씨의 방북기와 자신의 방북경험을 바탕으로 진행한 것으로 신은미의 방북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책으로 제작되어 정부의 권장도서로도 선정되기도 했었다.

 

황선 대표의 방북기는 본지에서 '어머니 여기도 조국입니다.', '통일 참 쉽다'라는 제목의 방북기행문으로 출간하여 대학생들에게 수만권이 판매되었고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에서도 장기간 비문학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런  내용마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면 북에 대해서는 비난 외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며 6.15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대해 정면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히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까지 다 문제삼는 것을 보면 유신보다 더한 반북 독재로 회귀한 정권이라는 비판도 쏟아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조중동마저 불통회견, 독선적 회견이라고 지적을 많이 하고 있는데 다시한번 그런 불통 정권의 본모습을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남북관계도 이미 끝장이 난 것이 안닌가 생각된다. 참으로 통탄스런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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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2017년, 새 '진보집권플랜'이 필요하다"

 

[단박 인터뷰] 서울대 조국 교수 -③ 인터뷰 전문

 
<진보집권플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주 활동무대였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대중적', 내지는 '정치적' 영역으로 불러낸 책이다. 이명박 정권인 2010년 조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정권을 되찾는 것을 전제로 '플랜'을 고민했다. 그 이후 조 교수는 보수세력의 집중 타깃이 됐다. 명예훼손 등으로 날라온 고발장만 10여 장이라고 한다. 최근엔 <경향신문>에 쓴 칼럼으로 '살인교사'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2012년 '진보집권플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형법이 전공인 조 교수가 최근 낸 책 <절제의 형법학>을 통해 비판하는 '과잉 범죄화'의 사례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 문제다. '국민통합', '경제 민주화'라는 대선 공약을 사실상 포기한 박근혜 정권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지지자들의 결집'뿐이며, '법치'라는 미명 하에 사법기관을 조정해 보수정권과 그 지지자들의 정치적 '소원수리'를 하는 식의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골수지지자인 35~40%의 대통령을 추구하고 있다"고 조 교수가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는 12일 박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예언'이 됐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특검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의 퇴진도 모두 거부했다.   
 
결국 박근혜 정권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가 아닌 다수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호모 사케르(Homo Sacer, 벌거벗은 생명)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집권세력이 나서서 깨는" 박근혜식 '통치'는 조 교수가 2017년 범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물론 현재의 야권 상황을 보면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다. 당장 2월 8일로 예정된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에 대중들은 큰 관심이 없다. 조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순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당 대표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이대로라면 향후 총·대선을 이기기란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명운도 2015년 정당 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새해 초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탈당으로 가시화된 새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 등 범진보진영의 상황은 혼란스럽지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목표로 철저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새 당대표, 그리고 진보정당 각각의 사람들이 정당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기회가 모두 없어진다"며 "지금은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범진보 혁신의 시기이며, 혁신된 범진보를 전제로, '집권플랜'이 새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와 인터뷰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편집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35% 대한민국' 대통령?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가 '100% 대한민국'이었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줄여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3년,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조국 :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가 공약한 것 중 30%, 그중에서도 '경제 민주화' 약속은 지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한 게 뭔가. 공약 수행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특히 경제 민주화는 할 의사가 없었고, 경제 살리기는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선 당시 여야 모두가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 박근혜 대선후보도 김종인 박사(전 국민행복특위 위원장)를 데려오면서 강력하게 얘기했다. 국민 중 '경제민주화가 대세네, 그런데 난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가 좋아'라는 의견이 51.6%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경제 민주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경제 살리기'는 결국 재벌 특혜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벌 특혜는 경제 민주화에 대한 완전 부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벌 특혜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노동과 복지를 강화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경제 민주화)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에 경제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무엇으로 박수를 받을 것인가. 대한민국을 지킨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고, 범(凡)보수진영의 박수를 받았다. '100% 대한민국'은 포기한 지 오래고,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 35~40%의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한국 범보수세력의 실력과 밑천이 다 드러났고 소진됐다. 남은 사람이라면 김종인, 이상돈 정도인데,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바로 버려졌다. 현재 박근혜 정부 인물을 보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올드보이, 공안보수파 및 성장론자들뿐이다. 
 
적과 나를 가르고, 전선을 그어 지지자를 결집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고 '정치의 여왕'이다.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도 매우 잘했다. 아버지에게 교육받은바, 거의 생리적 정치인이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100% 대한민국)을 추구한 적이 없다.   
 
"호모 사케르에겐 희망을 주지 않는다" 
 
프레시안 : 정치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지지자 결집'을 상황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는 말인데, 정치적 틀을 벗어나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어 걱정된다. '일간베스트' 회원이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에서 황산을 뿌린 일이라던가, 단식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국 : 박근혜 정부는 '일베'의 황산 테러나 폭식 투쟁에 대해 공식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을 이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하는 있는 것이다. '일베'라 불리는 극우적·야만적 집단이 자기 세상이 왔다고 느껴 '나서도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콘서트'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보수 우파 대통령이었다면, 동시에 황산 테러를 비판했어야 한다. 보수적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토크콘서트 비판을 이해한다고 해도, 실제 범죄 행위인 황산 테러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박 대통령이 테러를 자행한 고등학생을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독일 보수정당 출신인 기민당 메르켈 총리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메르켈 총리는 단호하게 나치를 비판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될 수도 없고, 두 사람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말을 지켰다면, 메르켈 총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메르켈 코스프레'를 한 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사회 공동체가 깨지고 있다. 첫째, 집권 세력이 공동체를 깨뜨리고 있다. 국가를 양분해서 아군의 나라, 즉 자신들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 둘째, 호모 사케르(Homo Sacer, 벌거벗은 생명), 수많은 버려진 인간들을 양산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든, 청년들이든 호모 사케르에겐 희망을 주지 않는다. 과거 노예제 사회에서 왕이 노예에게 희망을 줬나. 채찍질만 했다. 현(現) 집권 세력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포기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희망을 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진보·보수·좌우 모두가 다 같이 살아야 하는 나라다. 그런데 호모 사케르를 양산하고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2년까지 이어진다는 것 아닌가. 아찔하다. 그때가 되면,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15살이 된다. 아이들은 '대통령은 매번 새누리당에서 나오고, 야당은 늘 무능하고, 지식인들은 자기 좋은 얘기만 하고, 엄마와 아빠는 가끔 울분을 터뜨리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 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변화의 희망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포자기하게 마련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2017년에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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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우경화된 법치, 털어내야…" 
 
프레시안 : 책 얘기를 좀 해보자. 지난해 12월 <절제의 형법학>(박영사 펴냄)을 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엄격한 법적용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책에선 형법의 절제를 말하고 있다. 
 
조국 : 1987년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87년 헌법체제'(민중 요구에 의한 자율적 헌법)도 만들어졌다. 재벌, 복지국가, 노동에 대한 '경제적 민주화'는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대중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형법의 민주화' 또한 민주주의 내용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정권과 일제 식민지 시대 등의 영향으로, 보수·진보 어느 정권이든 형법의 과잉 현상이 계속됐다. OECD 국가에서 애초에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까지도 우리는 '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민주화 영역에서 시민 스스로 나서 재벌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형법이 동원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경찰·검찰이 개인의 집과 몸을 옥죄는 것이다. 죄가 확정되면, 극단적으로는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 등이 박탈된다. 유죄 판결이 나지 않아도 검경의 수사를 받는 순간,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형법이 가장 조심스럽게 쓰여야 한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의 합의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적 보수주의와 정치적 보수주의가 연대해 형법을 과하게 쓰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형법을 통하여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약·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법치(法治)'를 유독 강조해왔고, 대중들은 법치를 굉장한 '선(善)'으로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과 법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 왔다. 이를 정치적 언어로 풀면 대중의 반발과 비판이 뒤따르지만,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대중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조국 : 법 자체가 신성화되어 있다. 대중은 법의 신성성, 법의 중립성 자체를 믿는다. 정치적인 얘기보다는 법을 먼저 내세우면 사람들은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다.  
 
'법치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전제는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잘 만들어져 있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법이 세 가지 즉, '제정-해석-집행된다'는 전제로 사람들이 법치를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적·도덕적으로 입장이 다른데, 법만큼은 합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을 지켰을 때 힘이 생긴다.  
 
OECD 국가에서 '노동자의 파업은 기본권이다' '파업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좌우가 합의했기 때문에 파업은 법을 지키는 것이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 쪽도 비판하지 않는다. 군인 간 동성애나 간통 문제에 대해서도 도덕적 문제이기 때문에 좌우가 관여하지 않는다. 살인, 강도, 기업 범죄, 강간 등에 있어서는 정치적·도덕적 보수든 정치적·도덕적 진보든 합의 사항을 만들고 무조건 지킨다. 나머지 부분은 '정치적 자유'라고 해서 우파 또는 좌파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인정해준다. '프라이버시 문제' 또한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인정한다. 이렇게 양쪽의 동의하에 '법을 지킨다'라는 말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는 '법치'의 내용 자체가 과잉 우경화 상태다. 정치적으로 과잉 우경화되어 있고, 도덕적으로는 과잉 윤리화된 채 고착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보수는 '법치'라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진보는 '법치'를 말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뭔가 좀 불리한 것 같이 느낀다. 
 
'법치'에 대한 관념을 바꾸려면, 기존의 법에서도 특히 형법 질서와 제도를 털어내야 한다. 정리할 게 너무 많다.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낼 것,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보낼 것을 정리한 뒤에 '법치'를 강조해야 한다.  
 
ⓒ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식 '법치' 중 문제로 지적되는 게 '법 적용의 불균형'이다. 대표 사례가 노동자와 기업인이다. 
 
조국 : 법 제정-해석-집행의 불평등 문제다. 예전보다는 상당히 좋아졌다. 유전무죄·무전유죄에 대한 비판이 워낙 많아서 2007년에 양형위원회(대법원 산하 양형정책 연구기관, 초대위원장 김석수)가 설립됐다. 2013년부터 4기 양형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기 양형위원회 위원이었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감옥에 있다. 가진 자, 있는 자에 대한 형벌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진보가 이뤄졌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자 파업은 쉽게 말하면, 왕조 시대 때 민란 수준으로 진압하고 있다. 형사적으로 업무방해죄로 잡아 놓고, 민사적으로 가압류 청구해 월급·집값·전세금·예금 등을 다 뺏는다. 파업은 헌법상의 권리인데, 이를 행사하면 감옥에 가고 패가망신한다. 부부는 이혼하고, 자식과는 뿔뿔이 흩어진다. 
 
이 정도의 강도로 기업 범죄를 처벌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보다는 강화됐지만, 형사·사법 권력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니다. 지금도 기업가 가석방 논란이 뜨겁다. 기업가에게는 관용의 원칙이 먼저고, 노동자에게는 무관용의 원칙이 먼저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를 보면, 차별은 분명하다.  
 
표현의 자유, 정권에 따라 다르다?  
 
프레시안 : 사회 민주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형법 질서에서 털어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보수 논객들이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조국 :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고소장이 정기적으로 날아온다. 한 10여 장 되는 것 같다. 변희재, 정미홍, 강용석, 서북청년단 등이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절제의 형법학> 중 제8장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라는 게 맞는 말 같지 않나. 그러나 명예훼손을 범죄로 처벌한다는 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처벌대상이지만, 사후적으로 봤을 때 부분적 허위가 발견됐다고 해도, 문제가 됐던 당시 시점에 충분히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와 이유가 있으면 애초에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어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비판에는 바로 수사기관이 작동한다. 진보 정권이냐, 보수 정권이냐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관계없이, 특히 공인에 대한 비판과 풍자 및 야유는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 지금은 범죄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고 있다. 
 
현 정부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비판을 고려해 '백설공주 박근혜' 풍자 포스터를 붙인 팝아티스트 이하 씨,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 일부를 닭의 부리로 묘사한 대학생 등을 선거관리법, 주거침입죄, 손괴죄 위반 혐의로 문제 삼았다. 외관상 중립적으로 보이게 처벌한 셈이다.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때 그 사회 공동체의 창조성은 최대치가 된다. 국가가 검열하고 허용한 표현만 보장되는 시대를 수십 년 겪었다. '통합진보당, 안 돼!'라고 하면 일반 시민들의 언어, 문화 등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통진당 당원만 위축되는 게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 사법 권력까지 장악 
 
ⓒ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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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법 자체가 가진 보수성도 있지만, 그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문제도 큰 것 같다. 검찰과 법원 등 인사 문제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개선할 방향은? 
 
조국 : 그 사람들이 경찰, 검사, 판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인사권자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이다. 경찰,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까지 대통령 인사권이 4곳 모두에 적용된다. 청와대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을 통제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임명된 대법원장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한다. 거기에 대통령이 직접 3명, 대통령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여당이 1명, 또 여야 합의로 1명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다. 9명 중 8명이 대통령 영향력 아래 있는 헌법재판관이다.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서 8명이 해산 의견을 낸 게 우연이 아니다.   
 
이를 다 분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제1공화국 때는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김병로 대법원장이 당당하게 이승만 정권의 견제와 통제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제도적 배경이 있다. 제2공화국 헌법은 대법원장을 판사들의 선거로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첫 대법원장 선거(1961년 5월 18일)는 시작되려던 차 5.16쿠데타로 좌초돼 버렸지만.  
 
또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하고, 검찰총장이 검사장을 임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미국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검사장을 직선한다. 서울시장을 뽑을 때 서울시 검사장도 뽑는 식이다. 이렇게 뽑힌 검사장은 대통령과 여당 눈치도 봐야 하지만, 또 자신을 뽑은 시민이라는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따로 생기는 셈이다. 
 
경찰청장도 현재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찰청장 인사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한다고 하면, 주로 정치적 권력을 얘기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정치가 아닌 법을 통해서 투쟁이 벌어진다고 본다. 과거에는 '법을 통한 투쟁'보다 '거리의 투쟁'이 훨씬 강했다. '법을 통한 투쟁'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즉 합법적 통로가 없었기 때문에 거리에서 싸웠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서 정치적 투쟁이나 논쟁이 법을 통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 온갖 논쟁이 법원과 헌재에 가 있다. 사람들은 법원이 자기편을 들어주면 좋아하고, 아니면 싫어한다. 그러나 법원이나 헌재 재판관들은 우리가 뽑은 사람이 아니다.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박한철 헌재 소장과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관심처럼 중요한 결정이 나면, 그때 비로소 관심을 가진다.  
 
각 나라에서는 사법기관이 장이 누가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사법 권력이 나름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한다. 그런데 우리는 진보정권 포함해서 왜 하지 않았는가 하면, 'All or Nothing Game'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치권에서 분권화를 얘기하는 것은 서로 한 번씩 찌르고 찔려 보면서 '(사법 권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 같다. 개헌과 관계없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가 권력 중 형벌권을 여야에서 중립화한 위원회로 보내면, 그때는 정치권도 시민도 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법원의 존재 이유가 국가 권력과 행정 권력을 통제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통제와 견제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법원도 심지어 기강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행정 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도 약화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  
 
검사장 직선제도 필요하다. 시민 입장에서는 어색할 수 있지만, 과거 시장 직선제와 교육감 직선제 또한 어색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권력을 잡으면 사법 권력도 함께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교육감 등 직선제 부작용도 있지만,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좋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과잉 범죄화 대표 사례"  
 
프레시안 :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판결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 정당이 법원의 결정으로 붕괴될 수 있다니 . 행정권이나 입법권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법권을 얘기하지만, 정치적 갈등이 커질수록 사법권에 의지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통진당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나?  
 
조국 : '법치'에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제대로 됐다면, 지금쯤 통제받고 있는 사법 권력도 같이 연구돼야 한다. 
 
통진당 해산 판결 메시지는 '국가 권력이 정당을 해산시키고, 그 사람들을 다 수사하는구나!'라는 것이다.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헌재 판결문에 나와 있지만, 읽어 보면 정치적 판결에 가깝다. 이유는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사실상 대통령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과 당의 공안 라인이 작정한 것이다. 
 
2016년 예정되어 있는 시민들의 투표권을 헌재가 빼앗았다. 그 점에서 옳지 않다. 정당 자체를 없앤 것이야말로, 과잉 범죄화의 대표 사례다.  
 
프레시안 : 법원 상급심으로 갈수록 재판관이 보수화된다거나 대법원이나 헌재처럼 구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미 50대 좋은 대학을 나온 법관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보수성이 뚜렷하다. 
 
조국 : 현재 대법관 자체가 엘리트이며, 정치적·도덕적 보수주의를 체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끊임없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이뤄졌던 때가 노무현 정권에서다.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 전수안 대법관이 들어가면서 좋은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이 말은, 즉 '보수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럴 때 관심이 사법적 권력의 분권화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판사가 대법관을 뽑는 것 외에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다. 여러 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판사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해결법은 배심제 도입이다. 지금은 1%에 불과한데 빠른 시일 안에 10%까지 확보해야 한다. 판사는 정치적으로 보수적 경향이 강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도 보수인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을 나와 로스쿨까지 가서 판사로 임용돼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 고통, 꿈, 희망, 욕망 등을 아는 데 한계가 있다.  
 
ⓒ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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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집권, 2015년 정당 혁신에 달렸다"  
 
프레시안 : 최근 대표적인 두 가지, '통진당 해산'과 '정윤회 문건 파동'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충격과 분노가 큰 사안이다. 하지만 야당은 너무나 순응적이다. 문제의식이 있나 의심스럽다.
 
조국 : '정윤회 문건 파동'만 해도, 여야 합의로 상설특검법이 통과됐다. 정확히 상설특검법이 발동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관여돼 있고, 대통령이 검찰 수사 초기에 입장 표명을 했는데 대통령의 인사권이 작동하는 검찰이 어떻게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정윤회 씨와 관련된 의혹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승마협회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주 의심되는 수사 발표다.  
 
조중동까지 사설을 통해 정윤회 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우리는 수가 부족해 특검을 못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하다. 이 말은 '2016년 총선 이전까지는 아무 일도 못 한다'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대중 다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순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당 대표 선거가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어떤 세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분명히 표를 까는 확인의 의미는 있겠지만, 현재의 모습 그대로라면 향후 총·대선을 이기기란 어렵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명운도 2015년 올해 정당 개혁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진보정당보다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현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체제가 훨씬 더 잘 잡혀 있다. 단적으로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를 만든 조동원 전 홍보기획단장이 이미 '크레이지 파티'라는 네트워크 정당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논쟁을 여전히 하고 있다.  
 
정당 개혁 논쟁은 사실 오래된 것이다. 진성 당원으로 가느냐, 지지자 정당으로 가느냐 등의 논쟁을 거쳐 지금 정치학자 대부분은 '네트워크 정당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당에 가입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손뼉 치는 것에만 만족하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묶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세가 약한 경우에 집권하려면, 사람들이 열광해야 한다. '노무현을 지키자'라던가,  오바마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 등을 이유로 사람들이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조직 세를 엎을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정치권에 비관적인 이유는 스타가 있어도 내 마음을 격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스타에게 가려면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을 쏴야 갈 수 있다. 그런데 스타에게 갈 로켓발사대도 없고 연료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로켓발사대라고 하면 구조와 조직의 문제고, 연료라고 하면 열정의 폭발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열정이 부족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정당이 시민들 마음의 불길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2015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대표, 그리고 진보정당 각각의 사람들이 정당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기회가 모두 없어진다. 위험하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범진보 혁신의 시기다. 그리고 혁신된 범진보를 전제로, '집권플랜'이 새로 나와야 한다.
 
2017년에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권을 바꿔야 한다. 보수정권에서 2022년까지 보내야 한다면, 15년 동안 쌓일 정신적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
 
★ from 조국 to 김의성
 
 
조국 교수가 추천한 두 번째 '단박 인터뷰' 주인공은 배우 김의성 씨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을 응원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김 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듭니다.    
 
 
조 교수는 "김 씨가 어떤 이유로 활동하는지 모른다. 다만, 언론을 통해 쌍용차 고공농성 등 노동자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신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단박 인터뷰'를 통해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는네요, 이렇게 물어봐 달라고 합니다.  
 
 
"배우가 왜 해고 노동자를 응원하세요?" 
 
▲ 김의성 씨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을 응원하며 '1월 11일 굴뚝데이'를 제안했다. ⓒ김의성 트위터

▲ 김의성 씨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을 응원하며 '1월 11일 굴뚝데이'를 제안했다. ⓒ김의성 트위터

 
 
 
 
* '단박 인터뷰'는 2015년 <프레시안>이 새롭게 연재하는 조합원과 독자 참여형 인터뷰입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이후철(피터팬 79), 유수환(레인보우), 남태우(블랙겟타) 씨가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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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자녀들을 참전 유공자 유족으로 인정하라

 
2015. 01. 13
조회수 29 추천수 0
 

  2014년 8월, 무더운 어느 날이었다. 내가 일하는 국회의원 사무실로 낯선 말투를 쓰는 3명의 남녀가 찾아와 무작정 의원과 면담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나는 순간 그들이 평범한 우리나라 주민이 아니고 북한 사람, 즉 탈북자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탈북자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는 하지만, 탈북자를 아무 선입견 없이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더구나 최근 일부 탈북자들의 ‘삐라 날리기’ 등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위 때문에 나 역시 탈북자를 보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도대체 비난 문구로 가득찬 삐라를 날리는 행위가 남북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또 그러한 행위가 결국 우리 국민의 안전만 위협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탈북자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날도 탈북자로 보이는 일단의 사람들이 무작정 찾아와 국회의원 면담을 강압하니 내 특유의 분노가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대답하는 내 말투가 고울 리 없었다. 퉁명스러운 내 태도에 방문한 남자의 태도도 거칠어졌다. “왜 사람을 무시하듯 불친절하게 대하냐”며 강하게 치고 나오는데 그 말이 다시  내 속을 자극했다. “내 말이 뭐가 문제라는 거냐? 확인해서 답해 준다고 하는데 뭐가 잘못되었단 말이냐”며 대꾸하니 바로 큰 소리가 왕왕 터지는 상황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다른 보좌진들이 말리고 또 그쪽 일행도 말리면서 대충 상황이 정리되었다. 이 때 갑자기 보좌관 한 명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 “보좌관님, 사실 저 분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국군포로 자녀들이라고 합니다.” 순간 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 알게 된 국군포로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이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 책임져야할 큰 정신적 빚인 국군포로, 우리가 몰랐거나 또는 외면했던 그 이야기다.

  한근수. 그날 나를 찾아온 국군포로 명예회복 관련 단체의 회장 이름이다. 북한에 여전히 남아 있는 다른 가족을 위해 나는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한다. 그는 함경북도 경흥군에서 태어났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 아주 악명 높은 그 곳, ‘아오지 탄광’이 그가 태어난 고향이란다. 여기서 잠깐 아오지 탄광에 대해 정확히 확인해 보자.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SNS에서 우스개 농담처럼 떠돌던 말이 있었다.

28년 만에 한국 남자축구가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 올라갔는데 결승전 상대가 북한이었다. 이때 우리나라 일부 네티즌들이 농담으로 ‘북한에 져주자’는 글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비록 결승에서 진다하더라도 축구 대표선수 중 군 미필자 일부만 논산훈련소로 가면 되지만 북한은 패배하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간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것은 과거에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1994년 탈북한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문기남 씨 증언에 의하면 1960년대까지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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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당시의 국군포로 모습

 

  아오지 탄광 출신의 국군포로 2세

 

  여하간 이처럼 아오지 탄광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있어 북한의 독재와 인권유린의 상징처럼 기억되는 이름이다. 바로 그곳에서 한근수 씨는  태어났다. 도대체 한근수 씨 부모는 누구이기에 이른바 저주받은 땅, 아오지 탄광에서 한근수 씨를 낳은 것일까.

  한근수 씨의 아버지는 국군포로였다. 1931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한 씨의 아버지는 18살이 되던 1949년 8월 15일 국방 경비대에 입대하게 된다.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같은 해 12월 말 또는 이듬해인 1951년 1월경 강원도 양구에서 중공군에 생포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끌려간 곳이 평안남도 강동에 위치한 포로수용소. 이곳에서 한 씨의 아버지는 다른 국군포로와 함께 수용되어 체포 당시 입게 된 부상을 치료하며 감금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던 1953년 8월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북한군 계급으로는 중좌, 우리나라 계급으로 치면 중령에 해당하는 인민군 장교가 포로수용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 국군포로에게는 수용소 연병장으로 전부 나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어 인민군 중좌는 모여 있던 국군포로에게 “조국 해방전쟁이 우리 공화국의 승리로 끝났다!”는 거짓 선전을 하더니 연병장 한 가운데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행동에 놀라 말없이 이를 지켜보던 국군포로에게 인민군 장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화국이 동무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지금 여기에 그어놓은 선을 기준으로 남조선으로 내려가고 싶은 자는 좌측으로, 그리고 우리 공화국에 남아서 살고 싶은 자는 우측으로 이동하라.”

  그때였다. 한근수 씨의 아버지는 천천히 좌측으로 움직였다. 남한으로,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삼척으로,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이 있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 한근수 씨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국군포로 역시 한근수 씨의 아버지처럼 좌측으로, 좌측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그때였다. 순간 연병장에 도열해 있던 인민군들이 대한민국을 선택한 국군포로 발밑으로 기관단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는 사람, 공포와 두려움으로 몸을 움츠리고 고꾸라진 사람, 또는 자신이 이미 총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기절하거나 또 누군가는 울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 들려온 인민군 장교의 목소리. “동무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시오. 다시 선택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갔어” 더 무엇을 생각할까. 좌측에 서 있던 이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인민군 장교는 웃으며 “동무들을 공화국의 이름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는 말을 남기고 해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군포로는 단 한 명도 북한에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스스로 공화국을 선택하여 남은 자들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날의 일화가 그 주요한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끌려간 그곳 ‘아오지 탄광’에서의 삶

 

  이 일이 있고 2, 3일이 지나가던 어느 날, 강동 포로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던 한근수 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국군포로들은 강제로 기차를 타게 된다. 승객 수송용 기차가 아닌 화물을 실어 나르는 기차였다. 이후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꼬박 하루를 달려 기차가 도착한 곳이 바로 ‘아오지 탄광’이었다고 한다.

  아오지 탄광은 북한 인권 탄압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유가 뭘까. 아오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오지 탄광은 단순한 탄광이 아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이 높았다. 1945년 광복 후 북한 지역 통치자들이 친일파를 비롯한 북한 반체제 인사들을 아오지읍으로 강제 이주 시켰고 그곳에서 노역과 함께 외부로 나갈 수 없도록 철저히 통제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곳 아오지에 국군포로도 보내진 것이다. 한근수 씨에 따르면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국군포로들은 그날 이후 아오지읍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었고 그곳에서 일생을 마쳐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 국군포로들에게 새겨진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북한인민 서열 ‘43호’라는 숫자였다. 북한은 인민들에게 계급처럼 번호를 매긴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최고로 높은 1호는 김일성 일가라고 한다. 그리고 2호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참전했던 군인 및 그 가족, 그리고 3호는 우리나라로 치면 의사자로 지정된 사람들. 이런 방식으로 각기 인민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그중 가장 마지막 번호는 43호였고 아오지 탄광 등에서 강제 노역을 하던 국군포로가 그 번호의 주인이었다고 한다. 즉, 43호는 북한에서는 반역의 저주받은 계급이었던 것이다.

 흥남철수.jpg

  1950년 12월 흥남항에 몰려 철수를 기다리는 북한주민들 <자료사진>

 

  그렇다면 이러한 국군포로는 누구와 결혼했을까. 한근수 씨의 어머니 역시 기구한 인생이었다. 1951년 1월 4일,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갔던 국군이 중공군 개입으로 전선 후퇴를 결정한다. 그리하여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긴급 철수를 하게 되는데 그때 국군은 흥남에서 배들을 강제 동원하게 된다. 이때 국군의 후송을 강요받은 배의 선주들은 자신의 가족을 남겨둔 채 남쪽으로 배를 몰아야 했는데, 그 가족들이 북한 입장에서는 부역자의 가족이 된다. 그래서 그렇게 남게 된 부역자의 가족은 또 다른 ‘43호’가 되었고 이후 아오지 탄광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것이 한근수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오지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경위였다.

  이들은 삶은 또 어떠했을까. 북한 당국은 이들 국군포로들에게 일률적으로 작은 방과 부엌이 달린 ‘사택’을 제공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택처럼 칸칸이 이어붙인 집이었는데 옆방에서 방귀를 끼면 그 소리가 들릴 정도의 허술한 집이었다고 한다. 가구와 살림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어 이불과 책상이 전부였다. 그래도 결혼이나 누군가가 환갑 등을 맞이하면 잔치는 했다고 하는데, 그 잔치 방식이 진짜 음식으로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모형으로 된 과일과 떡을 행정기관에서 빌려와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한편 한근수 씨가 자신의 신분, 그리니까 ‘43호’라는 굴레를 이해하게 된 때는 15살이 되던 해였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왜 아오지에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던 한근수씨에게는 잊을 수 없는 절망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국군포로라는 사실, 그래서 국군포로의 자식은 대학을 갈 수도, 인민군에 입대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근수 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전형적인 비행 청소년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국군포로의 자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탄광에서 일하는 것 뿐이었다. 다만 국군포로인 아버지는 탄광 안에 들어가는 채탄공만 할 수 있다면 그 자녀는 탄을 지상으로 옮기는 일을 할 수 있는 차이일 뿐 일평생 탄광에서 일하다 죽는 것은 똑같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아버지 고향은 강원도 삼척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삐뚤어진 막내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한근수 씨에게 나무 하러 산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한다. 그래서 따라나선 그날, 한근수 씨는 오랫동안 묻고 싶었으나 꺼낼 수 없었던 그 말을 꺼냈다고 한다. “왜 아버지는 괴뢰군(국군)으로 살면서 공화국에 전향하지 않았냐?”는 원망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주춤하더니 아들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아버지의 입에서 고향 강원도 삼척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푸른 바다, 그리고 나무, 돌, 바람, 사람들. 특히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중 한근수 씨가 가장 믿기 어려운 대목이 과일 중 ‘배’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기 고향 삼척에서는 배가 어린애 머리통처럼 크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한근수 씨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에 살면서 그렇게 큰 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북한의 재배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 큰 배를 본적이 없는지 모르겠으나 설령 있다 해도 그 좋은 1등급 수준의 배를 아오지 탄광에서 저주받은 최하위 계급 43호인 국군포로에게 줄 리 있었을까. 여하간 그날 아버지에게 들은 배 이야기가 한근수 씨는 제일 신기했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이야기 말미에 아버지는 어린 아들 근수에게 속삭이며 말을 이어갔다. 놀랍고 무서운, 그러면서도 일생을 바꿀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근수야, 잘 듣거라. 너의 두 형과 누이는 이 체제에서 그냥 안주하며 살아갈 것 같고 너는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 너는 때를 보아 남으로 탈출해라. 그리고 그곳에 가서 이 아버지의 군번을 알려줄테니 국방부를 찾아가거라. 이곳에서는 우리가 비록 43호로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지만 거기서는 우리가 또 2호가 되는 것 아니겠니. 그러니 탈출해라. 너만은 그곳에서 대우받고 잘 살 수 있도록 해라.”

  2004년 4월 9일. 그날 한근수 씨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국군’으로 전향하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버지 장례가 끝난 직후 한근수 씨는 아버지의 군번을 가지고 북을 탈출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말한 고향 삼척도 가고 거기서 아버지가 말한 어린애 머리통만한 배가 정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침내 43호의 굴레를 벗고 다시 새로운 대한민국의 ‘2호’로서 거듭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로 다할 수 없는 탈북의 고난 끝에 입국한 대한민국. 한근수 씨는 아버지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아버지가 말한 어린 애 머리통만한 배도 봤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영원히 버리지 않은 조국 대한민국에 안긴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6.25당일에 전사한 아버지의 기록

 

  국방부를 찾아가 국군포로인 아버지 군번을 대자 국방부가 아버지가 병적기록에서 전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다. 사망 추정일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일에 아버지는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한근수 씨의 아버지 뿐 만이 아니었다. 1986년 국방부가 내 놓은 한국전쟁 요약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의 숫자는 82,318명으로 기록되어 있고 이중 휴전 협정 후 돌아온 국군 포로 7,86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950년 6월 25일 전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한근수 씨는 아버지의 소원처럼 ‘2호’가 되지 못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북한의 ‘43호’였던 한근수 씨는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43호’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최고의 예우로 국군포로의 자녀를 대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 유공자 후손에게 주는 연금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너무도 어처구니없다.

  한근수 씨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2004년까지 전향하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는 주장을 국방부는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근수 씨의 아버지는 병적기록표상 여전히 1950년 6월 25일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때 사망한 사람이 어찌 1962년에 아들을 낳았다고 인정할 수 있느냐는 논리였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한근수 씨처럼 목숨걸고 북을 탈출한 국군포로 자녀가 93세대나 있으나 다른 참전 유공자 자녀와 달리 월 100만원 남짓 되는 연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한근수 씨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현재 이들 국군포로의 자녀들은 매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신들을 북한의 2호처럼 예우해달라는 요구도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 다만, 다른 참전 유공자 유족처럼 대우만 해 달라는 것이 전부다. 과연 이것도 무리한 요구인가? 나는 대한민국의 양심에 묻고 싶다.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다. 국군포로 문제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인권의 문제다. 북한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우리 정부에 송환해야 한다. 정부가 파악한 사실에 의하면 최소한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여전히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송환을 위해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에게 마땅히 취해야 할 이 나라의 예우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국군포로와 그 자녀들을 정당하게 예우해야 한다. 그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은 갚아야 할 ‘정신적 부채’를 안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 및 예우를 다 해야 한다. 그것이 끝내 전향하지 않고 조국 대한민국을 선택한 그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그것이 옳다. 나는 수많은 고통 속에서 살아 나와 대한민국으로 온 국군포로의 자녀에게 깊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힘내시라.

 고상만 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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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음악영상] 잊지 말아요

[세월호 추모음악영상] 잊지 말아요

노래-말로, 사진·그림 - 손문상

프레시안 2015.01.13 11:11:55

 

 
눈부신 봄,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가슴 아프게 기억해야 할 날이 하루 더 늘었습니다. 봄날 같은, 햇살 같은 아이들이 사라졌기에 더 아픈 대한민국 역사의 '생채기'입니다.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기억하기에 앞서 여전히 눈앞에 놓인 '아이들의 죽음의 원인'인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싸워야 할 때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이런 마음을 모아 추모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가수 말로의 노래에 본지 손문상 화백의 사진과 그림을 담은 추모음악영상입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 공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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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박근혜, 이런 점까지 닮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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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가혜 결심공판 지난해 12월 2일 목포지법 형사 2단독 장정환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홍가혜씨와 양홍석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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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당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됐던 홍가혜씨가 지난 9일 무죄판결을 받았다. 홍씨의 판결을 보니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본명 박대성) 사건이다. 

두 사람은 재판도 받기 전에 구속되어 1백일 넘게 감옥생활을 하다가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또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렸다는 '의혹'을 사는 점도 같다.  

수사기관은 미네르바의 수많은 글 중 단 2편만을 문제삼았고, 홍씨 역시 SNS 글 1편과 방송인터뷰 하나로 전격적으로 구속했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이나 언론에 올라온 수많은 글이나 말들을 이 잡듯이 뒤진다면 하루에 수만 명, 수십만 명이 법정에 서고도 남을 것이다. 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    

[판결 대 판결] 4번째 이야기는 정부를 공격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닮은 꼴 사건을 분석해 본다. 세월호 해경 명예훼손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이다.    

세월호 인터뷰, 홍가혜씨는 왜 형사처벌 대상이 되었나

2014년 4월 16일 오전 온 나라를 뒤흔든 참사가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도 구조자는 늘어나지 않고 실종자는 사망자로 변해갔다. 대형참사 앞에 속수무책인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사고 사흘째인 18일 인터넷과 언론에는 '홍가혜'라는 이름이 오르내린다. 홍씨가 자신을 진도에서 구조활동을 펼치던 민간 잠수부라고 속이고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그날 새벽 홍씨는 종편인 MBN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잠수부에 대한 지원이 안 되고 있다', '해경이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언론에선 실시간으로 후속기사가 등장했다. 그가 잠수부 자격증이 없고, 발언이 거짓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일부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은 홍씨의 과거까지 거론하자 그는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 '관심종자'가 되어버렸다. 급기야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홍씨는 4월 20일 경찰에 자진출석했다가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된다. 

어떤 사람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을 때 비난과 지탄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지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냉정히 따져보자. 홍씨는 왜 구속되었을까. 거짓말을 해서? 아니면 정부의 구조작업을 비판해서? 민간잠수부 자격이 없는데도 행세를 해서? 국민을 우롱한 괘씸죄로? 어떤 것도 처벌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8개월 여 시간이 흐른 지난 9일 1심 법원(광주지법 목포지원 장정환 판사)은 홍씨가 무죄라고 판결했다.   

검찰 "허위 인터뷰로 해양경찰청장과 구조담당자 명예훼손" 

그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 건 딱 2가지 때문이다. 2014년 4월 18일 새벽 SNS의 일종인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게시물 1편과 종편인 MBN 방송과의 인터뷰가 바로 그것이다. 이 2가지로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과 현장구조대원 등 세월호 구조담당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SNS 게시물은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방송인터뷰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두 가지 죄목 모두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다. 법원은 우선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졌다.

법원은 ▲ 홍씨가 잠수자격증을 소지한 민간잠수사가 아님에도 인터뷰를 제안 받고 승낙한 사실, ▲ 잠수부로서 구조작업에 참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글을 게시하고 인터뷰 한 사실은 인정했다. 법원은 이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방의 목적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당시 언론을 통해 세월호 생존자에 대한 대규모의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으나, 홍씨가 팽목항 현장에서 선박 및 장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민간잠수부들의 구조작업 투입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하게 되자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주된 목적에서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하고 인터뷰를 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주요한 동기,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목적이나 동기가 일부 내포되어 있더라도 홍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법원 "홍씨의 인터뷰와 글,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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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홍가혜 인터뷰
ⓒ MBN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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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검찰이 허위사실로 지목한 발언 내용은 어떤 것일까. 인터뷰 발언과 SNS 게시물을 종합해보면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① 4월 17일 구조작업에 투입된 민간잠수부가 벽을 두고 생존자와 대화하였다(인터뷰)
② 해양경찰이 민간잠수부에게 지원을 하지 않고(SNS, 인터뷰), 민간잠수부의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인터뷰)
③ 구조대원이 유가족에게 "여기는 희망도 기적도 없다"고 했다(SNS, 인터뷰)
④ 해경이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다"(인터뷰)

법원은 홍씨의 글과 인터뷰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①과 ②에 대해 법원은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민간잠수부들이 생존자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사실 △민간잠수부들은 해경이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고 인식하였고, 이후 민간잠수업체 '언딘'과 유착 의혹까지 제기된 점을 비추어 홍씨가 "허위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③의 경우 홍씨가 팽목항에서 회의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이와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고 ④와 관련, 민간구조대원이 해경과 교신 과정에서 "잠수부 300명 정도가 있으니 민간잠수부가 필요 없다. 선회하다가 그냥 가라"는 말을 듣고 "그럼 시간만 때우고 가란 말이냐"라고 반문하였다가,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답변을 들은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홍씨의 글과 인터뷰 내용은 일부 사실과 다르고 과장이 있을지언정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정부나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다" 원칙 제시

법원은 해양경찰청장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다만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해양경찰청장은 당시 세월호 생존자 구조작업을 현장에서 지휘․통제하였던 공적인 존재"라며 "홍씨는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주된 목적에서 글을 게시하고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로 지목된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담당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세월호 구조담당자는 그 수를 가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경계가 불분명하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09조 제1항의 출판물(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텔레비전은 '기타 출판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9일 홍씨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거칠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홍씨가 민간잠수사 자격이 없었고 일부 확인되지 않거나 과장된 사실을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맞다. 하지만 진도 현장에 있던 홍씨는 민간잠수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구조작업 투입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려 구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 판결에 검사가 항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작업과 희생자 인양작업이 급선무였던 시점에서 정부와 수사기관이 홍씨를 구속기소한 일이 적절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더구나 공적인 구조업무를 담당했던 해양경찰청장과 구조담당자들의 명예가 그렇게 소중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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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전기통신법으로 구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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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2009년 4월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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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해 벽두부터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필명 미네르바(본명 박대성)의 구속이었다. 

미네르바는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의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280여편의 글을 올렸다.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환율폭등 사태, 주가지수 등을 예측하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반면 정부 당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네르바가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네티즌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검찰은 2009년 1월 7일 미네르바를 체포한 뒤 구속기소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의 글이 오른 뒤 불안감이 퍼지면서 정부가 상당한 금액의 외환을 시장에 풀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먼저 검찰의 '공소장' 중 주요 내용을 보자.   

미네르바는 2008년 7월 말경 "8월부터 외화예산 환전 업무 중단"이라는 뉴스 제목을 발견하자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 라는 제목 아래 마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①번 글)을 게시하였다. 

2008년 12월에는 '아고라'에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 1보'라는 제목 아래 "2008. 12. 29.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정부 긴급명령 1호-"라는 허위 내용의 글(②번 글)을 게시하였다. 

검찰은 2개의 게시물을 통해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였다"고 기소하였다. 

검찰은 280여 편의 글 중에서 단 2개만 문제삼았다. 더구나 그에게 적용된 법률은 일반인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전기통신법이다. 47조 1항은 다음과 같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 "미네르바 글, 표현 과장되었더라도 허위사실 아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미네르바의 글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둘째, 그가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다.  

서울중앙지법(유영현 판사)은 우선 "외화 환전업무가 중단된 것이 (미네르바의 주장과 달리)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씨의 '①번 글'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유 판사는 그러나 "박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한다는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 판사는 외환시장 자체 및 연말 외환시장의 특수성, 인터넷 경제토론방의 성격을 감안하면 "글이 표현방식에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더라도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판사는 이어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검토했다. 유 판사는 ▲작년 8월경 실제로 외환보유고가 감소되었고, ▲ 인터넷 게시판은 누구나 글을 게시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인 점 ▲ 미네르바의 '②번 글' 게시 이후 달러 매수량 증가가 미네르바의 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보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 미네르바의 글이 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이는 개연성 정도에 불과하며 ▲ 오히려 미네르바는 개인들의 환차손 피해를 방지하고자 글을 올렸다고 주장한 점 등을 보더라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2009년 4월 20일 내려진 판결의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미네르바는 고의로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미네르바의 글은 공익성을 위반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공익'은 추상적...명확성 원칙 위배" 위헌결정

그 후 전기통신법 47조 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28일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법률적인 표현으로 한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미네르바는 무죄판결을 받고 104일 만에 풀려난다. 판결에 불복, 검사가 항소하지만 처벌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마저 위헌이 되자 곧바로 항소를 취하한다.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네티즌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세월호 해경 명예훼손 사건에서 법원은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정부나 수사기관도 깨달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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