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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MB 발언은 비겁한 변명”

 

4대강조사위원회 박창근 교수 "4대강 사업의 재앙, 점점 드러날 것"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시간 2015-01-02 18:01:21 최종수정 2015-01-02 18:48:16
 
정부의 4대강 조사 결과 못 믿는다.
2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국무조정실 4대강조사평가위 조사결과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석 및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4대강사업 조사·평가 결과에 대한 수자원 분야 분석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4대강 사업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업 이후 나타난 총체적 부실을 감추기 위한 변명입니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 공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사업이 완료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보 안전성, 녹조 및 수질악화, 홍수감소 효과 미비 등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 지적들은 4대강 사업 이전부터 환경전문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요. 곳곳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4대강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데 10년 뒤에 평가할 일이라는 발언 자체가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박창근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가 언급되던 지난 2008년 전국 2500여명의 대학교수들과 ‘운하반대교수모임’을 결성해, 이후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지적해왔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박 교수는 지난 2008년에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물 공사는 10년이 하자 보수 기간”이라면서 “약간의 문제들이 발견됐지만, 앞으로 모두 하자 보수하면 된다”며 시간을 더 두고 4대강 사업의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역대 정권이 더 많은 돈을 들여 정비하려던 사업을 (지난 정권 때) 20조원을 들여 해냈다”며 사업의 불가피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조라떼 손에 든 비리덩어리 이명박'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원자력 발전, CJ그룹 비자금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지시를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한해 6000억 유지관리가 약간의 하자 보수?”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실패한 토건 사업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환경적 재앙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전혀 실효성 없는 사업으로 기록될 거라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발생한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만 한 해 60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환경부 수질개선비용이 빠져 있어서, 이같은 비용이 더해지면 유지관리비는 더 높아집니다. 사업에 있어서 편익은 없고 지출만 있는, 말 그대로 전혀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에요.”

박 교수는 보 안전성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목적 중 하나였던 홍수감소 효과도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보 밑으로 형성된 물길을 따라 물이 위로 솟구치는 ’파이핑 현상’으로 보 밑을 바치는 모래가 급속도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적절한 유지보수가 없다면 함안·합천보 등이 기울거나, 무너질 수 있어요. 또 국무조정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 구간에서 홍수저감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홍수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당초 사업의 목적성을 상실한 졸속 공사를 10년 뒤에 평가하자는 말은 현재 드러난 총제적 부실을 입막음 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화보]“하늘에서 본 낙동강, 700리 강물이 썩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상류에서 하류까지 낙동강이 녹색의 썩은 물로 변해가고 있다. 낙동강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가 지난 6월 항공촬영한 낙동강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낙동강 박진교를 거쳐 내려가는 강물의 모습. 녹조현상이 심각하다.ⓒ낙동강복원부산시민운동본부

‘죽음의 공간’ 4대강...“후속작업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사업이 진행된 전역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이 사라지는 등 생태 파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참여하는 4대강조사위원회는 국무조정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발표 이후인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획일적 준설 등으로 생물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장기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생태계 측면에서 전혀 쓸모 없는 사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위원회는 “4대강 사업의 목표가 가뭄해소, 홍수저감, 수질개선, 수생태계 복원이었지만 사업 이후 수질 악화, 수생태계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홍수저감과 가뭄해소의 타당성도 확인받지 못했다”며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전 구간의 생태계가 회복 불능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의 작년 10월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후 환경평가 등을 비교해 본 결과 사업이 진행된 일대에서 담비와 하늘다람쥐, 물범 등 보호 포유류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사업이전 41종 이상 발견되던 보호 조류 역시 2013년도에는 21종만 발견되고 있다.

박 교수는 “수질악화나 녹조 등의 문제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이미 많은 전문가가 예견해 왔다”며 “현재 환경전문가들이 생태계 파괴와 홍수 효과의 미비 등의 문제를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만큼 4대강 사업의 비효율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명확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주댐 공사 등 남은 4대강 사업과 지천 정비사업 등의 후속 사업의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대강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수습하기 위한 4대강 후속대책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가리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또 박 교수는 불투명한 사업추진과정과 실패한 사업목적 등을 감안해 국정조사 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 피해 실태 사진들
2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4대강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범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시민조사 결과 발표와 4대강 건설사 비리, 불법, 담합 수사를 촉구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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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폭발물 던진 고3, 그래도 용서하고자

 

[통일콘서트 부상자 이재봉 교수가 보내는 편지] 신은미씨도 테러범도 종편방송 피해자

15.01.03 19:19l최종 업데이트 15.01.03 21:20l

 

 

2014년 말미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일어나 신은미·황선 통일콘서트 테러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폭발물에 의해 화상 피해를 입은 이재봉 원광대 교수는 테러범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익산 통일콘서트를 준비한 당사자였던 이 교수가 편지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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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씨의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있던 테러 당시 사진.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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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폭력과 독재 대신 평화와 민주를 맞이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10일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토크 콘서트'에서 고등학생 A군이 던진 폭발물에 의해 화상을 입었습니다. 제가 테러를 당하자 많은 분들이 걱정하며 격려해 주셔서 언젠가는 경과를 알려드려야겠다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마침 지난해 마지막 날 밤 A군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수 지향적이 되었다는 사연을 곁들이며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2주 전에 제가 면회하면서 던진 질문에 대한 보충 답변이지요. 여러분의 고견을 구할 겸 새해 인사 삼아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보고합니다.

테러 피해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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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2월 10일 오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참석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아무개씨가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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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린 대로 저는 지난 12월 10일 신은미·황선 통일토크 콘서트에서 폭발물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유일한 피해자도 아니고 가장 큰 부상자도 아니지만, 언론에 의해 가장 널리 알려진 피해자가 되었지요. 

아래위 옷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에 불이 붙고 양쪽 신발에까지 구멍이 뚫릴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얼굴과 무릎의 상처는 이제 거의 아물었고 손목에서도 며칠 전부터 새살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큰 통증은 없지만 목욕이나 샤워는커녕 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몹시 불편하군요.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가며 귀중한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 하는 것은 더욱 괴롭고요.

가장 크게 신체적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서울에서 내려온 행사 진행자였습니다. 테러범이 폭발물질이 든 그릇에 불을 붙여 무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발견하고 내려치느라 특히 얼굴을 크게 다쳤습니다. 신은미씨와 황선씨에겐 생명의 은인인 셈인데, 시간이 지나도 얼굴 일부는 완전히 복구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군요. 성당을 빌리도록 주선해준 한 원로신부는 불편한 몸으로 빨리 피신하지 못해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켜 한 동안 호흡 곤란을 겪었고요. 

신체적으로 해를 입은 사람은 저를 포함해 이렇게 셋입니다. 셋이 앉은 자리가 각각 떨어져 있었는데도 직간접적으로 행사를 주관한 사람들만 골라 다쳤으니 불행 중 천만다행이지요.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200여 명 모두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겠습니까만, 일반 청중 가운데 신체적으로 다친 사람은 없으니 그야말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은 행사 이틀 전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보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참석했던 사람들의 피해를 일일이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관련기사: 신은미씨 옵니다...뉴라이트와 탈북자 분들도 오세요)

테러범과의 면회 및 부모와의 만남

이틀 뒤 폭발물을 던진 A군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익산경찰서에 10여 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면회를 포기했는데, 그날 저녁 A군의 부모가 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부모는 제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부모에게 대충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다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이지 돈이 아닙니다. 진보적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권력도 금력도 완력도 없지만, 극우세력이나 폭력을 옹호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확실하게 지니고 있는 게 있습니다. 도덕성과 양심이지요. 치료비를 조건으로 합의를 추진하지 마세요."

일 주일 뒤 익산경찰서 유치장에서 테러범 A군을 만났습니다. 앳된 모습의 조그만 체구가 고3 같지도 않더군요. 얼굴과 팔다리에 화상을 입은 직후 응급실에 실려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테러범이 '1996년생'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주위에서는 "탈북자인가 보다" 했지만, 저는 잘못된 정보라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길에 테러범이 고교 3년생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1996년생 18세 고등학생이 정치 테러를...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성당 앞에서 방해 시위를 하던 60~70대 어르신들에게 당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이죠.

익산경찰서 면회실의 두꺼운 유리벽 건너편 학생에게 먼저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넸습니다. 

"자네 참 대단하군. 요즘 대학생들조차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못하는데 고등학생이 사회 문제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다니 말이야. 자네나 나나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보자는 목표는 비슷하겠네. 그러나 방법이 크게 다르군. 난 비폭력적 방법으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데 자네는 폭력으로 사회를 바꾸려 하니까. 

사회의 부정과 비리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길은 비폭력 저항일세. 두 번째 좋은 방법은 폭력으로라도 맞서는 것이고. 세 번째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저항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일세. 무관심하거나 무지해서 저항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용기가 부족하거나 비굴해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자네는 세 번째 부류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낫다는 뜻일세. 그런데 내가 추구하는 비폭력 방법과 자네가 저지른 폭력적 방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앞으로 차분하게 잘 생각해보게."

저는 20여 년 전 미국의 대학원에서 평화학과 비폭력정치학을 배우면서부터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해 왔습니다. 연년생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가벼운 손찌검이라도 한 번 해본 적 없지요. 그러기에 행사 당일 두어 시간 전부터 성당 입구에 이른바 '애국'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카톡과 페북 등을 통해 급히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르신들이 어떠한 시비를 걸더라도 대응하지 말라고요. 혹시 때리면 그냥 맞고 들어가라고 부탁했습니다.

A군에게 언제부터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물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탈북자 선교사의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라고 하더군요. 교회에서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배운 셈이랄까요? 크게 나무랐습니다. 

"이 사람아, 예수님의 가장 큰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원수도 사랑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교회 다닌다는 사람이 그렇게 끔찍한 폭력을 저질러?"

사실 테러 직후 실려 간 응급실에서 테러범이 18세 고3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손양원 목사였습니다. 1948년 여수·순천 지역에서 일어난 '항쟁' 또는 '반란' 과정에서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 둘을 때려죽인 좌파 청년이 사형에 처해지기 직전 구출해 양아들로 삼아 목사로 키운 분이죠. 

20여 년 전 손양원 목사의 딸이자 죽은 두 아들의 누나가 쓴 수기를 읽고, "이 분이 과연 인간일까?" 하는 경외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군을 만나면서 바로 그 분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좌파 청년이 우파에게 저지른 살인 행위를 용서하고 그 살인범을 자신의 아들로 삼은 목회자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흉내 내어 우파 청년이 저지른 테러를 용서하면서 제 학생으로 삼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발상을 품은 것이지요. 겨우 2도 화상을 입은 제 자신과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그 학생을 만나기 전 제 집을 찾아온 부모에게 위 사연을 들려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즘 '애국'한다는 사람들은 아드님의 테러를 옹호하고 지지하며 '지사'나 '열사' 칭호를 붙인다는군요. 경찰서 앞에 100여 명씩 모여 '석방'과 '불구속 수사'를 외치고,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앞으로 해외유학까지 시켜줄 계획이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그러면 아드님이 지금은 테러 초년생으로 폭발물질을 던졌지만 다음엔 테러 왕초가 되어 기관총까지 쏘아댈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아드님에게 그런 물질적 지원은 조금도 하지 못하겠지만 아드님을 포용해 진보 쪽으로든 보수 쪽으로든 비폭력 운동가로 이끌어보고 싶습니다." 

부모가 동의하더군요.

종편방송 왜곡보도의 폐해

그 학생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네가 죽이고자 했던 신은미씨가 쓴 책을 단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거나 그녀가 이전에 한 강연을 단 한 대목이라도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인터넷 게시판에 미리 알리지 않았는가. '신은미가 폭사 당했다고 들리면 난줄 알아라'고 말이야. 아무튼 신은미씨를 어떻게 알았는가?" 
"TV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테러범 A군도 종편방송 왜곡보도의 희생자였습니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신은미씨의 강연을 반대하거나 방해한 사람들 가운데 그녀의 글 한 쪽이라도 직접 읽거나 강연 한 대목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했다는 종편방송의 악의적 왜곡보도에 온 사회가 휘둘린 것이지요. 

저는 지난 6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에서 전문가 증언을 한 것과 관련해 극우언론의 왜곡과 그에 기초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난을 생생하게 겪어본 터라 그 왜곡을 바로잡고자 <프레시안>에 '이재봉의 법정증언'이라는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하게 왜곡 및 비방을 당한 신은미씨가 계획된 강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말렸습니다. 자신이 '종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 아니냐며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과 억지 그리고 횡포에 굴복하지 말고 소신껏 강연하라고 부추긴 것이었지요.

이런 취지로 저는 신은미씨를 익산으로 초청했습니다. 사회과학대학장 사표까지 내며 원광대에서의 행사를 추진한 이유이고요. 극우언론의 왜곡보도에 휘둘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과 시각이 다르다고 강연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자체가 억지고 횡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가 2012년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매주 1~2회 연재하던 글은 매회 수십만 명이 읽었습니다. 그 연재를 엮어 2013년 출판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통일부는 그 책을 홍보하는 동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고요. 2014년 4월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펼칠 때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기는커녕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듯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엔 <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진보 또는 '친북좌빨'로 불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그 뒤의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요. 바로 지금의 박근혜 정권에서 생긴 일입니다. 지난 4월 강연과 12월 강연의 내용은 비슷하거나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형식적으로 4월엔 혼자 했는데 12월엔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황선씨와 같이 했다는 점이요, 시기적으로 12월은 박근혜 정권이 어쩌면 최대 위기에 몰려 그 돌파구가 필요한 때였다는 점이지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극우언론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묘하게 고의적으로 왜곡보도를 일삼아왔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극우언론의 왜곡보도를 활용해왔고요. 그런데 지식인들까지 이러한 왜곡보도에 놀아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익산에서 테러가 일어난 며칠 뒤 한 점잖은 종교인이 "웬 재미교포 극좌(極左) 성향의 여성이 종북(從北) 콘서트를 한다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였습니다"는 문장을 포함한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거의 매일 수만 명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는 터라 책도 많이 읽고 글깨나 쓰는 어르신 같은데, '극좌'라는 말의 뜻도 모르고 신은미씨의 글을 몇 줄이라도 읽어보지 않은 듯 함부로 글을 쓴 것이지요. 일부 지식인들마저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보도를 진실로 보고 믿는 것일까요? 글쓰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겸비했을 텐데 말이죠.

그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고 면회를 끝냈습니다. 

"자네가 죽이려고 했거나 죽이고 싶도록 증오했던 신은미씨를 늦게나마 제대로 알아보게. 자네가 원하고 자네 변호사나 부모님이 허락하신다면 다음에 그녀가 쓴 책 한 권 갖다 줄 테니 잘 읽어보게."

마침 그 학생이 2주 후 제게 보낸 편지엔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는군요.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한 달 책값만 10만 원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는데, 안 그래도 책 안 읽는 나라에서 도서정가제니 부가세니 붙여버리는데 좋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나라가 이 모양이니 저 모양이니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반응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우리나라를 욕하느냐' 반문하면 .....(중략) 그 이전부터 제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을 끼고 살지 못해서 제 마음은 병들어 있던 건지도 모릅니다"

신은미씨와 테러범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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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 11일 오후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앞에서 "신은미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건물진입 시도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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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과 횡포에 따른 폐해가 너무 큽니다. 온 사회가 '종북' 논란에 휩싸인 것도, 많은 사람들이 신은미씨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녀의 강연을 반대하거나 방해한 것도, 고등학생이 그녀를 대상으로 정치 테러를 저지른 것도, 지식인조차 그녀를 '극좌'와 '종북'으로 매도한 것도... 모두 종편방송의 교묘하고 악의적인 왜곡보도에서 비롯된 것들이죠.

그러기에 저는 그 때 행사 진행자들이나 참석자들 일부가 '테러 피해자 모임'을 만드는 것엔 반대했습니다. 테러범도 왜곡보도의 피해자인데 그에게 무슨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였습니다. 게다가 신은미씨와 그 행사를 주관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옳다고 하더라도, 역시 극우언론의 왜곡보도에 따라 그 행사가 테러에 의해서라도 중단된 게 고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요.

신은미씨는 1월 9일까지 두 번의 출국정지 기간 연장 속에서 세 번의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곧 강제로 출국 당하거나 불구속 기소가 될 것 같습니다. 경찰이 그녀의 책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아무리 샅샅이 살펴봐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아들일 내용이 없고, 강연 내용을 뒤져봐도 잘못이 없으며, 미국 내에서 지인들과 통화한 기록까지 털어도 시비를 걸 게 없으니,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강연하며 돈을 벌었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며칠 전엔 그녀가 글에서든 강연에서든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한 적이 없다고 용기 있게 공표했습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지시를 받거나 눈치를 보며 무슨 꼬투리로라도 처벌해야 하는 경찰을 비난하기보다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생고생하는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야겠지요. 아무튼 그녀는 조카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고국을 방문했다가 결혼식 참석은커녕 가족들로부터도 왕따 당한 채 피신해 있습니다. 미국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사업체엔 요즘 온갖 비방과 협박 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종편방송의 왜곡보도가 초래한 결과가 이렇게 끔찍한 것이지요.

한편, 테러범을 용서하고 비폭력 운동가로 이끌고 싶다는 제 의견에 반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를 용인하면 모방범죄가 잇따르기 쉽다고 우려하며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저보다 훨씬 큰 화상을 입은 사람의 처지나 엄청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려야겠지만, 다음과 같은 점도 고려해야겠고요. 

제가 선처를 호소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와 극우언론은 그 학생이 처벌 받도록 가만 놔둘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테러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종북' 콘서트라고 확고하게 단정해 버렸잖아요. 게다가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그 학생을 '우국청년'으로 치켜세웠습니다. '애국' 단체들에서는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모아놨다고 하고요. 경찰이 그 학생을 위로하며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담당 검찰 역시 합의와 선처 호소를 바라는 모양이고요.

두가지 조건

물론 제가 선처를 호소하거나 용서하는 데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재판 과정을 통해 테러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합니다. 무슨 일에서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둘째는 사법부라도 독재를 견제하며 폭력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막아야 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평등하게 살면서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다는 공산주의의 이상과 목표가 바람직하더라도, 공산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폭력과 독재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기 때문 아닌가요. 
 

기사 관련 사진
▲  이재봉 교수

'통일 대박'을 외치고 평화통일을 바란다면서도 북한을 증오하도록 이끄는 것은 위선이요, 반공을 국시로 삼듯 하면서도 다양성을 부인하고 독재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공산주의를 닮아가는 것은 모순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테러범을 어찌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고견을 기대하며 새해 인사를 마칩니다. 
감사하며 이재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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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토관 얼어 계기판 먹통된 뒤 기수 올리다가…”

등록 : 2015.01.02 19:07수정 : 2015.01.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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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인도네시아 인근 자바해에 추락해 사라진 에어아시아 8501편의 항공기인 에어버스 320-200(등록부호 PK-AXC)이 2011년 8월7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활주로를 달리고 있다. 이 항공기는 에어아시아의 상징인 빨간색을 칠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등 단거리를 비행했다. 에어버스 320 시리즈는 지난 11월말까지 6000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토요판] 뉴스분석, 왜?
에어아시아 추락 시나리오

▶ 지난 12월28일 새벽, 한국인 세 명을 포함한 승객과 승무원 162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여객기 8501편이 인도네시아 자바해 해상으로 추락했습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현대의 항공기는 웬만한 악천후에도 끄떡없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항공재난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서 온다.’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지만, 2009년 악천후 속에서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 사고가 떠오릅니다. 이번 사고의 한 시나리오를 추적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는 자카르타를 잇는 인구 300만명의 제2의 도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도시 사람들도 싱가포르에 가서 노동을 하고 업무를 보고 때로는 관광을 한다. 28일 새벽 5시35분에 출발하는 에어아시아(QZ) 8501편에 탄 승객 155명 가운데 149명이 인도네시아 사람이었다. 한국인이 3명, 싱가포르인, 말레이시아인, 영국인이 각각 1명이었다. 인도네시아인 이리얀토 기장과 프랑스인 부기장, 5명의 승무원과 엔지니어를 포함해 모두 162명이 새벽 비행기에 탔다.

 

 

난기류 때문에 우회로를 선택했다면

 

이륙한 에어아시아 8501은 유럽의 항공기제작사 ‘에어버스’가 만든 ‘A(에어버스)320’ 시리즈 중 하나였다. 미국의 항공제작사 ‘보잉’의 737과 함께 주로 대륙 내 중·단거리 구간을 운항하는 기종으로, 에어버스 누리집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으로 6331대가 주문돼 6092대가 운항 중인 ‘베스트셀러’다.

 

에어아시아 8501은 이날도 바지런히 날았다. 항공정보 웹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등록부호 PK-AXC의 이 항공기는 저가항공의 젊은 이미지를 상징하는 빨간색 도색을 하고 수라바야,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 동남아시아 자바해 연안의 도시를 쉼없이 돌아다녔다. 사고 전날인 27일만 하더라도 새벽 5시53분 수라바야를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를 갔다 왔고 다시 수라바야를 기점으로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의 왕복 비행을 완수했다. 총 여섯 번의 비행이었다. 한 시간 안팎 연착하고 40여분 만에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등 저가항공의 특성인 빡빡한 스케줄을 완수했지만, 자바해에 짙게 깔린 검은 구름을 보기까지 이 빨간 비행기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6시12분 이리얀토 기장은 상공의 먹구름 때문에 왼쪽으로 기수를 틀고 운항고도를 해발 3만2000피트(9754m)에서 3만8000피트(11,582m)로 올리겠다며 인도네시아 관제탑에 항로 변경을 요청한다. 그러나 관제탑은 해당 고도에 다른 항공기가 운항 중이라고 답한다. 이것이 마지막 교신이었다. 2분 뒤 관제탑은 왼쪽으로 7마일(11㎞)을 비행해 3만4000피트(10,363m)에 진입하라고 안내한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6시16분만 해도 8501은 관제탑 레이더에서 개미처럼 북진하고 있었다. 2분 뒤인 6시18분, 비행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진다. 7시30분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도네시아 노동자와 여행객들을 내려주기로 되어 있던 빨간 비행기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래 이번 사고는 지난해 3월 일어난 말레이시아항공(MH) 370 실종사건을 연상케 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레이더망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370은 아직까지도 항공기로 확증될 만한 잔해가 발견되지 않아 항공사고 최대의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에어아시아 8501도 수수께끼의 심연 속으로 빨려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30일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 해안에서 약 170㎞ 떨어진 바다에서 기체 잔해가 발견되면서, 사고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다.

 

맨 먼저 드는 의문은 왜 인도네시아 관제탑이 사고기의 항로 변경을 재빨리 승인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2분 뒤에야 우회항로를 제안한 건 너무 늦은 것인가. 그러나 항공전문가들은 낯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보통 적란운이나 먹구름, 태풍 등 기상현상이 예상되면 항공기는 정규항로를 이탈하여 우회로를 선택한다. 조종사는 관제탑에서 전달하는 기상정보와 비행기에 부착된 웨더레이더(레이더를 통해 기상현상을 감지하는 장치)가 주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험지대를 피해 간다. 고도를 높여 구름 위로 지나가거나 아예 에둘러 가는 게 일반적이다. 사고기도 정규항로 왼쪽의 고지대로 우회하는 항로를 요청했다. 근처에 형성됐던 것으로 보이는 두께 5~10㎞의 적란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게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의 추측이다.

 

하지만 항공 교통량이 많으면 우회로도 붐빈다. 사고 당시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3만8000피트(11,582m) 상공에서 운항하는 등 주변 항공기만 5대였다. 대도시 국제공항 주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항공기가 정체하기 때문에 낯선 일은 아니다. 에어아시아가 관제탑의 우회항로 불승인 뒤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다수 항공전문가는 설사 항공기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상지대를 통과하더라도 치명적이진 않다고 말한다.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라면 터뷸런스(난기류)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경우다. 기장은 속도를 낮추고 기류의 흐름을 탄다. 덜컹거림 때문에 승객들은 불안해하지만 기장에게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 한 국내항공사의 한 기장은 “터뷸런스가 나타나면 권장속도로 속도를 줄인다. 엔진이나 날개의 장치를 켜서 계측장치가 얼지 않도록 조심히 통과한다”고 말했다.

 

그럼, 문제는 에어아시아 8501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추락에 이르렀느냐다. 항공기가 어떤 기상현상에 직면했고, 항로 변경을 승인받지 못한 이리얀토 기장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항공기가 ‘공기역학적 실속’(aerodynamic stall·비행기가 양력을 상실한 상태)에 빠져들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사고기가 악천후로 인해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다. 항공기는 생각보다 자주 번개를 맞는다. 지금까지도 1963년 12월 팬암 214 여객기(보잉 701-121)가 번개에 맞은 사고는 항공재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당시 메릴랜드 상공을 날고 있던 기체의 날개를 번개가 직접 때리자, 날개 하단의 연료탱크가 폭발했다. 조종사는 “메이데이”(비행기 위급상황시 조난신호)를 외쳤지만, 항공기는 이내 추락했고, 탑승객 전원인 81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상공을 운항하는 민항기에 낙뢰사고를 방지하는 방전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했고, 지금은 세계의 거의 모든 민항기가 번개의 위험 없이 운항한다. 번개의 고압전류는 날개와 꼬리 뒷부분에 있는 방전장치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그을음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카르타 찍고 쿠알라룸푸르 찍고…
바지런히 날던 저가항공
기장 “왼쪽으로 상승하겠다”
관제탑에 요청하고 사라져
‘미스터리의 6분’은 블랙박스에

 

시속 700~800㎞로 돌진하는 항공기
조종사의 감각은 부품에 달렸다
속도·고도 측정하는 ‘피토관’
얇게 얼어도 계기판은 엉망 된다
‘에어프랑스 447’ 사고의 재판인가

 

기체 머리 부분에 장착돼 속도, 고도를 측정하는 피토관. 2009년 에어프랑스 447 추락사고 이후 악천후 때 얇게 끼는 얼음 문제로 논란이 되어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피토관 착빙은 에어버스의 중대 관심사”

 

이렇듯 악천후가 직접적으로 항공기를 떨어뜨리진 않는다. 웬만한 적란운이나 난기류 등 위험지대를 통과해도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현대 항공기는 추락할 정도로 물리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시엔엔>(CNN)의 기상전문가 캐런 매기니스도 지난달 29일 에어아시아 8501이 기상 악화로 추락했을 가능성에 대해 “터뷸런스 때문에 항공기가 추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터뷸런스에 대처하는 기장의 조처가 추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항공전문가들은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해 228명의 사망자를 낸 에어프랑스(AF) 447 사고를 환기시킨다. 에어프랑스 447은 이번 사고기와 가장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고 있었다. 항공기 기체는 에어버스에서 만든 A330이었으며, 사고 당시 천둥과 번개가 치는 적도의 난기류에 있었다. 재앙은 가장 사소한 곳에서 시작됐다. 1986년 고무패킹 하나가 얼어서 폭발로 이어진 우주선 챌린저호처럼 작은 부품의 오작동이 걷잡을 수 없는 재난으로 이어졌다.

 

문제의 부품은 ‘피토관’(pitot tube)이라 불리는, 1m도 되지 않는 작은 계측장치다. 항공기 동체 앞부분에 장착되는 피토관은 자신을 통과하는 기체의 압력을 측정해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 등을 산출한다. 그런데 높은 습도와 낮은 온도(주로 높은 고도의 상공)에서는 피토관에 ‘크리스털 아이스’라는 얇은 얼음이 낄 수 있다. 이때 피토관은 제구실을 못하게 되고, 조종석 계기판에는 오류 덩어리 정보가 뜬다. 항공기 속도와 고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기민하게 대처하려고 해도, 창밖엔 드넓게 펼쳐진 하늘뿐이라서 제대로 된 공간과 속도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조종사들에게는 목숨을 건 난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국제민간조종사협회(IFALPA)의 사고조사관으로 일하는 신동훈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안전실장이 30일 말했다.

 

“일반적으로 오버스피드가 나오면(항공기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표시되면) 기장은 마치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처럼 기수를 높이고 파워를 빼서 속도를 줄일 겁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기수를 낮추고 파워를 넣어서 속도를 높이겠지요. 에어프랑스 447처럼 오버스피드가 아닌데도 계기판에 잘못된 정보가 뜨면 조종사는 잘못된 대응을 하게 되는 거지요.”

 

시속 700~800㎞ 이상으로 전진하는 두어평의 좁은 조종실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빠르게 지나가는 기체 외부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와는 아주 다르다. 돌풍, 낙뢰, 난기류,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장애물. 인간 지각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조종석 계기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잘못된 계기판 정보는 치명적인 사고를 부른다.

 

에어프랑스 447 사고가 일어난 뒤 유럽항공안전국(EASA)은 피토관 교체와 개선을 지시했다. 에어버스는 2009년부터 A330과 A340에 들어가는 해당 모델의 피토관 교체를 하고 있지만, 기술적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다. 유럽항공안전국은 지난 10월에도 피토관과 관련한 기존 조처가 높은 고도에서의 착빙현상을 완전 방지하는 데는 미흡하다며 추가 개선 조처를 지시했다. 이번에 추락한 에어아시아 8501에 피토관과 관련한 수리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항공 칼럼니스트 존 골리아는 “피토관의 착빙현상은 에어프랑스 447 사고 이후 에어버스 항공기의 중대한 관심사가 되어왔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두 건의 항공사고가 피토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 6월 홍콩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노스웨스트항공은 3만9000피트(11,887m) 상공에서 폭우를 만나면서 갑자기 속도계가 이상을 일으킨다. 자동운항장치가 꺼지고 경고신호가 울리는 가운데 조종사들은 직접 조종대를 잡아 기체의 중심과 속도를 잡는 데 성공해 무사히 도쿄에 착륙했다. 2009년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브라질 상파울루로 향하던 탐(TAM)항공 8091편의 계기판에도 갑작스런 감속과 고도 저하가 표시됐지만, 조종사는 대체장치를 활용해 아무 사고 없이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조종사는 왜 기수를 올렸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일 조사당국에서 일하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에어아시아 8501이 추락 직전에 믿기 어려울 만큼 가파른 경사로 급상승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레이더 분석 결과, 이런 경사도는 에어버스 320의 설계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왜 이리얀토 기장은 항공기의 기수를 비정상적으로 올렸을까. 피토관의 착빙에 따른 계기판 오류가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이런 급기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에어아시아 8501의 추락 원인을 밝혀내는 핵심적인 열쇠다. 항공전문가들은 예단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악천후 때 발생할 수 있는 항공기의 결함, 조종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행기는 항공사고를 거치면서 최첨단 기술로 무장했다. 항공전문가들은 요즈음의 항공재난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말한다. 8501의 추락 원인은 조종사들이 관제기관과 웨더레이더의 기상정보를 얼마나 잘 판단해 최악의 위험지대를 벗어나는 항로를 짰느냐, 그리고 만약 계기판에 문제가 생겨 자동운항장치가 무용지물이 됐을 경우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잘 항공기를 기동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에어아시아가 빠져든 악천후에서는 많은 실전 경험과 연습이 조종사의 기민한 판단과 침착한 대처 능력을 결정한다고 항공전문가들은 말한다.

 

에어아시아 8501의 블랙박스에는 이리얀토 기장이 관제기관과 마지막 교신을 한 6시12분부터 항공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6시18분까지 조종실에서 부기장 등과 나눈 대화가 기록됐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를 찾아내면 미스터리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색당국은 2일 오후까지 기체 일부와 주검 16구를 수습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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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하자보수만? MB의 끝나지 않은 착각

 
조홍섭 2015. 01. 02
조회수 2385 추천수 0
 

국무조정실 조사위 “성과” 주장한 홍수저감과 물 확보 실질 효과 의문
하천관리예산 4대강 뒤 곱절로 되레 늘어, 국정조사 통해 근본 대책 필요

 

4r0.jpg» 12월23일 세종문회회관에서 국무조정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소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해 첫날 4대강 사업에 대해 “하자보수만 하면 된다”고 감싸고 나서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4대강 조사 평가위원회가 연말에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문제를 털고 가려던 정부의 구도가 어긋나게 됐다.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조사결과를 보는 시각은 친이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평화방송>에서 한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까지 못 받아들이면 영원히 논란은 끝나지 않는다. 큰 틀에서는 성공한 사업이고 부분적으로 보완해야 될 것이 있다.”
 
과연 그럴까. 4대강 사업의 핵심 쟁점은 홍수 저감, 가뭄 대비, 수질 개선, 생태계 회복이다. 이 가운데 조사위 스스로 “생태가 고려되지 않았다” “보와 준설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인정했으니 뒤의 두 개는 논외로 치자. 조사위가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근거는 이수와 치수였다.

 

rain_46263_91920_ed.jpg» 4대강과 1996~2005년 사이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이 높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왼쪽)와 가뭄이 심한 지역 지도.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이 심한 어느 지역과도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료=국토해양부 
 
먼저 조사위는 “4대강 주변 홍수위험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홍수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마치면 해마다 나던 4조원의 홍수 피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국민 앞에서 큰소리친 바 있다. 1일 이 전대통령을 만난 김무성 대표도 ‘김대중 정부가 43조, 노무현 정부가 87조원을 들여 막으려던 홍수재해를 이명박 정부는 22조원으로 끝냈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한 두 해만 지나면 거짓임이 들통날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애초 홍수피해가 큰 곳은 동해안과 남해안, 경기 북부, 영남 내륙 등이지 4대강 주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침수피해는 정비가 거의 끝난 4대강과 주변 지류에서 제방이 무너져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로 태풍 경로나 태백산맥 등 지형적 영향을 받는 곳에서 지천이 범람하고 도심에 고인 물을 제때 퍼내지 못해 일어났다.
 
4r2.jpg» 낙동강 합천 창녕보. 이수와 치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처음부터 논란을 불렀고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는 의혹을 샀다. 사진=김태형 기자

 

처음부터 홍수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을 가두고(이수) 물을 빼 홍수를 다스리는(치수) 정반대 기능을 보 하나로 하겠다는 기본 구상을 보고서였다. 물을 쓰려고 가둬놓으면 홍수에 약하고, 홍수에 대비하려고 물을 빼놓으면 쓸 물이 없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조사위는 애초 보에 홍수조절능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목적댐처럼 대량의 물을 가둘 수 없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면 수문을 열어 물을 빨리 소통시키는 게 고작이다. 
 
보 자체는 홍수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조사위도 인정했다. 강 안에 거대한 구조물을 앉혀놓았으니 물이 빠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4대강의 홍수위가 낮아진 것은 오로지 강바닥을 대대적으로 파냈기 때문이다. 홍수 때 수문이 고장을 일으켜 제대로 안 열리거나 강바닥에 토사가 쌓인다면 홍수위험은 당연히 커진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볼 때 4대강 사업의 치수효과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다음 이수문제. 가뭄에 대비해 13억t의 용수를 확보하겠다던 4대강 사업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물은 10%인 1억3000만t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 강을 일련의 저수지로 만들면서 확보한 물을 4대강 본류 이외의 가뭄지역에 보내려면 모터를 돌려 퍼올릴 수밖에 없다. 
 
조사위가 보완대책으로 제시한 그런 내용의 ‘용수공급체계’가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아마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물지게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은 무겁다. 상수도건 하수도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는 이유다. 
 
가뭄은 강변이 아닌 고지대나 섬에서 주로 발생한다. 강이 흐르는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에너지를 써가며 물을 보내는 것이 난센스라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안다. 
 
조사위도 물이 꼭 필요한 곳에 보를 막지 않은 사실을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과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에둘러 인정했다. 성과 운운할 일이 아닌 것이다.
 
4r1.jpg» 국무조정실의 조사평가위가 끝난 뒤 같은 자리에서 환경단체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소영 기자

 

조사위는 정치적, 사법적 판단은 빼고 과학적인 부분만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요한 과학적 평가 결과는 사업을 하기 전에 비판적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이미 지적한 것들이다. ‘물그릇’을 늘린다고 수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고인 물은 썩는다. 홍수 피해지역은 4대강변이 아니다, 보 때문에 홍수위험이 커진다, 같은 보로 이수와 치수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많은 물을 가둬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등등. 
 
과학이라기보다는 상식에 가까운 얘기들이다. 정작 과학 이외의 정치적, 경제적 분야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부터 배제됐다.
 
정부의 하천관리예산은 4대강 사업 뒤 곱절로 늘어 약 6000억원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은 곧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보강과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아무 구실도 못하는 4대강 보에 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모른다. 
 
그러니 이명박 전대통령이 2007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이래 8년째, 지긋지긋해도 ‘4대강’은 새해에도 붙들고 씨름해야 할 우리의 숙제인 것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을 철저히 밝혀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근본 설계가 잘못됐는데 마무리가 제대로 안 돼 하는 하자보수로 끝낼 일은 더욱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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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모든 형식 대화 열려있다"

통일부, "모든 형식 대화 열려있다"(추가) 고위당국자 "지금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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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2  12: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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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는 2일 “이미 제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과 통준위 차원의 대화를 포함하여 남북 간 관심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의 대화가 열려있다”고 다시 한번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새해 첫날부터 남북 양측이 다양한 수준의 대화 의지를 서로 밝히며 입장을 주고받는 가운데 통일부는 2일 “이미 제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과 통준위 차원의 대화를 포함하여 남북 간 관심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의 대화가 열려있다”고 다시 한번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오후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지금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화 형식은 북측이 고르라는 메시지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북측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통준위 차원의 1월중 대화 제의에 대한 언급없이 ‘고위급접촉 재개’와 ‘부문별회담’ 등을 거론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남북 간 모든 관심사항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통준위 차원의 대화제의가 사실상 묵살된 것 아니냐는 일부 분석과 수정제의를 할 생각이 없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정부는 남북대화의 필요성과 의지를 충분히 밝혔다”며 “현 상황에서 특별히 추가적인 수정제의를 할 생각은 현재로서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통준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1월 중 남북대화를 제안한 데 이어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1일 오후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안을 주면 거기에 맞출 수도 있는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1일 오후 류길재 장관이 당국자간 회담 제안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연말에 우리가 회담 제의했고 회담 제의에 의해서 (북이) 화답한 것으로 보고 우리가 조금 더 북의 징후를 남북관계 개선 쪽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오후에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준위 대화, 고위급 접촉, 당국간 대화 등 어느 것 하나 매듭지어진 것이 없어서 교통정리는 불기피한 것으로 보인다.

임 대변인은 지난해 제안한 고위급접촉에 대해 북측에서 응답을 해 오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북측이 신년사에서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군사훈련 중단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할 것”이며,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부가 미리 말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당국간 회담 의제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단순히 만나자는 것이 아니고 상호간에 관심사”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최고위급 대화’까지 있기 때문에 다 올려놓고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치군사 문제’에 관한 협의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데 컨센서스가 있다”며 생사확인, 서신교환, 수시 상봉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북이 받아주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적극적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면 그동안 북측에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에 대해 설명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켜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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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해맞이 명절 분위기 흥성

(사진)북, 새해맞이 명절 분위기 흥성
 
기념품상점. 유희장. 음식점 북적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5/01/03 [07:54]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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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동포들이 새해 명절을 맞이해 설렘으로 흥성거리는 모습이라고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2일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1일 전국의 음식점과 기념품 매장에 새해 명절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고 보도한 내용을 전했다.

 

이 신문은 평양의 대표적인 음식점인 옥류관과 청류관 등을 찾는 주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고기쟁반국수신선로메기탕떡국을 즐겼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 야외 매대에서 꽈배기군밤솜사탕 등을 즐겼다.”고 전하며 명절 분위기를 소개했다.

 

신문은 함흥시의 신흥관사리원시의 경암각 등에서는 주민들이 지방 특산 음식을 즐기며 기쁨을 나눴다고 밝혀 북녘 동포들은 평양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신년을 맞아 흥성 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녘 동포들은 우편엽서·연하장 등을 파는 평양 축하장기념품 상점을 찾아 하루 종일 붐볐다.

 

상점에서 연하장 한 묶음을 산 한 여성은 "청천강계단식 발전소 건설장에 있는 동무들에게 보낼 것"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고 상점 직원 안윤옥 씨는 "새해를 맞아 새로 나온 축하장(연하장)만 15종이나 된다"며 "인민야외빙상장 야경마식령스키장 전경 등을 담은 축하장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릉라곱등어(돌고래)관을 찾은 청소년 학생들은 화려한 돌고래 쇼를 보며 새해를 맞았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과 선대지도자들의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에는 주민들의 참배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 새해 자정에는 평양 김일성 광장 맞은편 대동강변에서 새해 축포 야회가 약 15분 정도 진행 됐으며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불꽃놀이를 즐기며 새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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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지어진 청계천, 시청, 동대문…그 결과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1/03 09:58
  • 수정일
    2015/01/03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작은것이 아름답다]도시‧① 욕망

 
김영준 건축가 2015.01.02 16:51:08
 
건축이나 도시 공간의 작업을 하다 보면 설계 기준이라는 것을 활용하게 된다. 설계 행위는 예술이나 문화이기 이전에 일상의 삶을 담아야 하므로 그만큼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계 기준은 규모, 속도, 길이, 폭의 단위 치수에서부터 구조, 냉난방, 조명, 단열, 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정비되어 있다. 또한 기준은 삶의 조건이나 기후의 차이가 반영되어야 하므로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한동안 호화 논란을 빚었던 공공 건축물의 과다한 모습도 따지고 보면 기준이 잘못되어 있거나 혹은 기준을 잘못 적용한 데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집무실 크기, 1인당 소요면적, 적정한 공유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사용 인원에 맞춰 빈틈없이 예측하고 검토해서 정확한 기준이 적용됐어야 할 일이었다.  
 
▲ 현실은 불편한 도시 공간의 구축물이 경쟁하는 환경이다. 너무 많은 엘이디 조명으로 도시 곳곳이 번쩍이고, 가로마다 기괴한 장식의 난간과 가로등이 어지럽다. 삶은 사라지고 과시 욕망만이 발견된다. ⓒ전재원

▲ 현실은 불편한 도시 공간의 구축물이 경쟁하는 환경이다. 너무 많은 엘이디 조명으로 도시 곳곳이 번쩍이고, 가로마다 기괴한 장식의 난간과 가로등이 어지럽다. 삶은 사라지고 과시 욕망만이 발견된다. ⓒ전재원

 
 
흔히 말하는 엔지니어링 기준도 문제가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구조의 기준이 지나치게 많이 잡혀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철제 속성을 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변형 이전 값에서 강도의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화된 기준이다. 그리고 냉방이나 난방 기준, 조도 기준도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온도를 낮추고, 형광등을 하나씩 끄고, 변기통에 벽돌을 하나 넣는 일도 사용자의 선택이 아니라 설계 기준부터 정비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나친 기준이 만들어내는 과잉 투자는 어쨌든 피해야 할 일이다. 
 
치수나 통계로 체감할 수 있는 설계 기준을 넘어서 미의 기준, 기대의 기준, 가치의 기준도 있다. 무릇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환경은 누군가 판단을 내려 구축하는 것이고, 그 판단에는 여러 단계의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공간 환경은 개인이 하는 창조 작업이라기보다는 사회의 복잡한 체계에서 이뤄지는 삶의 창작이다. 따라서 다양한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낱낱이 설계의 기준이 마련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사실 아름다워야 하고, 감동 있어야 하고, 효율성이 있어야 하는 여러 가지 판단의 설계 기준은 정확히 재단하기 어려운 변수이다. 아니 매우 많고 다양한 기준이 뒤따르는 변수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정 부분 불합리한 결론이 쌓이기 쉽다. 많은 사람이 일에 끼어들다 보면 불특정한 책임 소재로 흐를 개연성도 많다. 사회에서 공유되는 기준이 낱낱이 정비되어야 하고, 수많은 도시 제어 수단이 작동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교통, 전기, 통신, 안내, 안전 시설물의 상호 관계를 꼼꼼히 검토하고 서로 연계하여 적절히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공간의 과다한 욕구를 관계성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전재원

▲ 교통, 전기, 통신, 안내, 안전 시설물의 상호 관계를 꼼꼼히 검토하고 서로 연계하여 적절히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공간의 과다한 욕구를 관계성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전재원

 
 
그러나 현실은 불편한 도시 공간의 구축물이 경쟁하는 환경이다. 너무 많은 엘이디 조명으로 도시 곳곳이 번쩍이고, 가로마다 기괴한 장식의 난간과 가로등이 어지럽다. 삶은 사라지고 과시 욕망만이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어떤 경로로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만들었을까. 이들 도시 공간 시설을 좀 더 근사하게 기품 있게 절제 속에서 만드는 방안은 없을까. 이 사람들을 사회 구성원의 공감 속에서 좀 더 나은 결과로 만드는 방안은 없을까. 몇 가지 명제 속에서 도시 공간 설계의 기준을 생각해본다. 
 
첫째는 장소성이라는 명제이다. 도시 공간의 시설은 항상 장소성을 지향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장소성은 공간적 배경만이 아니라 인문, 역사, 사회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나의 설계가 복제되어 도시 공간 곳곳을 점령하는 전략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한동안 서울에서는 디자인을 화두로 도시 모습을 일대 혁신하려는 욕망과 함께 청계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서울시청, 오페라 하우스 같은 도시의 상징들이 넘쳐났다. 오랜 논쟁 속에서 결과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같은 전략의 같은 결과물이 복제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용도도 다르고 겉모양도 다르지만 시대의 인식, 사회의 영향, 도시의 배려, 삶의 터전으로서 전략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조형의 차별화만이 만능 해법처럼 보인다. 장소성이라는 개념에 근거한 가치의 기준이 공유되었어야 했다.  
 
대개는 '이상 모델'을 그대로 도시에 옮겨심으려는 자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도시를 한 번에 바꿔버리려는 과시 욕망에서 비롯된다. 작은 곳부터, 오래 생각하고, 길게 바라보고, 천천히 바꾸어 가야 한다. 그래야 삶이 묻어 들고 사회의 공감이 반영되고 시대 과제가 구현된다. 디자인으로 정리하는 일이라기보다 장소를 만드는 일이라는 인식이 우선해야 한다. 
 
둘째는 관계성이라는 명제다. 도시 공간은 갈래가 다른 여러 분야의 요구가 복합된 곳이다. 효율이 중시되어야 하고, 안전해야 하며, 불특정 대상에게 공평해야 한다. 때로는 멋지기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하기 쉬운 지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쪽의 비중만이 강조될 수 없기에 서로 다른 결론이 경쟁하는 과다한 집적의 공간이 되어간다. 
 
모더니즘 시대 뒤로 문제의 해결안을 절대적이기보다는 관계적인 줄기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힘을 얻게 되었다. 개별 사안의 독자 결론보다는 연계 속에서 좀 더 나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도시 공간에서도 단독 조형물보다는 여러 요구를 연계한 복수의 불규칙한 다른 종류의 새로운 해결안을 찾고 있다. 조경, 인프라, 건축, 도시의 다양한 관점이 통합하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 공간의 시설은 당연히 다양한 욕구를 적절히 제어하고 조정하는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통, 전기, 통신, 안내, 안전 시설물의 상호 관계를 꼼꼼히 검토하고 서로 연계하여 적절히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공간의 과다한 욕구를 관계성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는 시스템이라는 명제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일은 결국은 제도를 넘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좋은 생각 바른 생각으로 도시 공간의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 공간의 시설은 작업의 분산만큼 사람의 선정도 분산되어 있다. 좋은 사람이 일하게 하는 유연한 제도와 탄력 있는 운영이 필수다. 
 
ⓒ전재원

ⓒ전재원  

 
 
좋은 도시는 이런 작업을 총괄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런던, 바르셀로나, 베를린,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시 건축가'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어떤 사람이 어느 때 하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결국,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남미 어느 도시인가를 설명하는 책자에는 도시를 파괴한 주범으로 지진과 허리케인과 함께 전임 시장들을 꼽는 문장이 있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지금의 시대에 우리 도시 공간의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지, 우리가 도시 공간에 어떠한 삶을 담아야 하는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것이 '시스템'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건축과 도시 공간은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도시 환경은 미래만 바라볼 수도 없고, 과거 굴레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다는 얘기이다.  
 
건축가 렘 콜하스가 쓴 <정신착란의 뉴욕>이라는 책이 있다. 20세기 대표 도시가 된 뉴욕의 모습이 역사 시기마다 상업적 욕망에 충실한 결과라는 사실을 규명한 책이다. 수많은 욕망이 충돌되면서 법제 기준으로 결국 지금의 뉴욕을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도시 에너지는 물론 욕망에서 시작된다. 다만 이들 욕망을 제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너무 모자라지 않게 사회의 욕망을 제어하는 일, 그것이 도시 공간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기본자세여야 하는 셈이다.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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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노엄 촘스키 교수 김어준, 주진우 두 언론인을 위한 청원에 동참

인텔뉴스, 2014년 정보관련 10대 빅뉴스 보도
 
정상추 | 2015-01-02 12:47: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MIT 노엄 촘스키 교수 김어준, 주진우 두 언론인을 위한 청원에 동참
-뉴스프로에 보내진 노엄 촘스키 교수의 메시지
-두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 기소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

김어준, 주진우 두 언론인을 위한 청원문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로부터 기꺼이 청원문에 서명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이 두 언론인을 지지한다는 연대성명이 뉴스프로에 보내져, 아래와 같이 공유한다.

청원문 바로가기 ☞ http://bit.ly/1zz1sYM

번역 감수: 임옥

▲노엄촘스키 교수

Thanks for sending the petition. Glad to sign. It is doubtless a very serious matter. And thanks very much for the greetings. Short statement follows
South Korea’s democratic revolution was an inspiration to the world. Regrettably, some of its achievements are being undermined. The prosecution of the two journalists Choo Chinwoo and Kim Oujoon for defamation is a serious attack on freedom of press. I would like to join those who are calling on the judicial system to reject this serious attack on the democratic rights that have been won by courageous struggle.

Noam Chomsky

청원문을 보내주어 감사합니다. 기꺼이 서명합니다. 이는 의심할 나위없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안부인사 대단히 감사합니다. 짧은 연대 메시지 아래 보내드립니다.
한국의 민주혁명은 전세계에 굉장한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성취들이 현재 훼손되고 있습니다. 주진우와 김어준, 이 두 언론인들에 대해 명예훼손 기소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입니다. 나는 용기있는 투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 권리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사법부에 호소하고 있는 이들과 뜻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노엄 촘스키

 


 

인텔뉴스, 2014년 정보관련 10대 빅뉴스 보도
-10위를 기록한 국정원 선거개입 부정부패
-정보의 수장이 정치와 경제 부정에 깊이 개입

세계 각 정보부의 소식을 다루는 전문 매체인 ‘인텔뉴스’가 2014년도 정보관련 10대 빅뉴스를 보도하며 10위를 기록한 국정원 선거개입 부정과 국정원장의 적극적인 개입 그리고 경제 부정에도 깊이 관여하여 뇌물수수와 정치개입혐의로 수간된 사실을 상세히 알렸다. 그리고 북한의 부패정권과 진배없는 한국의 공직자 부정을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인텔뉴스는 3위로 ‘US, Cuba, exchange alleged spies as part of rapprochement-미국과 쿠바, 관계회복의 일환으로 간첩혐의자들을 교환하다.’, 2위로 ‘NSA spy leaks continue to cause diplomatic headaches for Washington.-미국 국가 안보국 정보 누설, 지속적으로 워싱턴의 외교적 두통거리가 되다.’, 1위로 ‘Western spy agencies refocus on Russia.-서방 정보기관들 러시아에 재집중하다.’를 각각 선정하였다.

1988년 미국에서 설립된 인텔뉴스는 두 명의 정보전문가가 운영하는 블로그 뉴스로 전문가와 학계연구자 등을 위해 전 세계의 첩보와 간첩에 관한 이슈들을 전문적으로 분석 보도하는 이 분야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블로그 뉴스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전하는 인텔뉴스 기사의 관련부분 번역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bit.ly/1wDAkpu

Year in Review: The 10 Biggest Spy-Related Stories of 2014
2014년 리뷰 : 2014년 정보활동 관련 10대 빅뉴스

DECEMBER 29, 2014 BY INTELNEWS
By J. FITSANAKIS and I. ALLEN | intelNews.org

10. South Korean ex-spy chief jailed for bribery and political interference. Much of the world’s media has focused on the seemingly endless stream of lunatic antics by the corrupt government of North Korea. But corruption is also prevalent south of the 38th parallel. The year 2014 saw the disgraceful imprisonment of Won Sei-hoon, who headed South Korea’s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 from 2008 to 2013. Last September, a court in Seoul heard that Won ordered a group of NIS officers to “flood the Internet” with messages accusing South Korean liberal election candidates of being “North Korean sympathizers”. Prosecutors alleged that Won initiated the Internet-based psychological operation because he was convinced that “leftist adherents of North Korea” were on their way to “regaining power” in the South. A few months earlier, Won had been sentenced to prison for accepting bribes in return for helping a private company acquire government contracts.

한국의 前국정원장이 뇌물과 정치개입혐의로 수감됐다. 많은 세계언론이 북한의 부패정권에 의한 끝이 없어 보이는 광적이고 터무니없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38선 이남에서도 부패는 만연하다. 올 2014년에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국가정보기관(NIS)의 수장이었던 원세훈의 불명예스러운 구속이 있었다. 지난 9월, 서울의 한 법원은 원세훈이 국정원 팀에게 한국의 진보진영 대선 후보자들을 “북한 동조자들”로 비방하는 메시지로 “인터넷을 넘쳐나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원세훈이 “좌익 북한 추종자들이” 한국에서 “세력을 회복하는” 중에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인터넷 기반의 심리작전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몇달 앞서서 원세훈은 한 사기업이 정부계약을 수주하게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 US, Cuba, exchange alleged spies as part of rapprochement.

미국과 쿠바, 관계회복의 일환으로 간첩혐의자들을 교환하다.

2. NSA spy leaks continue to cause diplomatic headaches for Washington.

미국 국가 안보국 정보 누설, 지속적으로 워싱턴의 외교적 두통거리가 되다.

1. Western spy agencies refocus on Russia.

서방 정보기관들 러시아에 재집중하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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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13년차? 한국신문들 신년호에 담긴 비밀코드

 
삼성공화국 13년차? 한국신문들 신년호에 담긴 비밀코드
[한국신문 팔불취] 일간지 신년호 1면 광고 삼성전자가 매년 게재, 10년간 광고집행액 1조 5617억원 … “삼성은 한국 언론의 밥줄, 조현아가 이현아였다면?”
 
입력 : 2015-01-02  10:02:51   노출 : 2015.01.02  10:30:30
윤성한 논설위원 | gayajun@mediatoday.co.kr    
 
   
2015년 1월 1일 신년호 종합일간지 1면 하단은 모두 삼성전자의 광고가 차지했다. 
 

올해도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신년호 1면 하단 광고는 삼성전자의 차지였다. 2003년부터 13번째다. 한국의 신문은 삼성전자가 밥줄이다.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매년 펴내는 ‘광고연감’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광고비지출 순위에서 SK텔레콤을 2위로 밀어낸 2003년부터 1위 광고주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삼성은 언론사의 최대광고주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지출한 광고비를 총합해보니 무려 1조 5617억원에 달했다. 2위인 SK텔레콤과 비교해봐도 5,600여억원 차이가 난다. 

   
제일기획이 매년 발간하는 광고연감 데이터를 활용하여, 삼성전자와 다른 대기업 광고비 지출을 비교해보았다.
 

이래서 한국의 언론들은 삼성을 비판하기 쉽지 않다. 만약 '땅콩회항'의 주인공인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가의 조씨가 아니라 삼성가의 이씨였다면, 구속되는 상황까지 언론들이 여론을 만들어 갔을까? 2014년 신문 신년호 1면을 보고 들었던 짧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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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만이 강군을 만들고 민주주의에 부합할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01/02 03:24
  • 수정일
    2015/01/02 03: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게시됨: 업데이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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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병영에서 터진 각종 끔찍한 사고들은 그 원인을 찾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당연한 여론을 불러 일으킨 것에 이어(문제는 현 정부 수준이 그런 최소한의 요구조차 제대로 반영할지 의심스럽다는 참담함이겠지만) 어쩌면 보다 근본적으로 징병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 하는 논의마저 다시 일어나게 한 듯하다. 이 글에서는 모처로부터의 권유에 따라 내 트위터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하여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성인 남성(이스라엘과 같이 여성도 포함인 경우도 있음)이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군대를 가야하는 (현재 우리나라가 유지하고 있는) 징병제(徵兵制)와 직업군인들만으로 군대를 구성하는 (현재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인) 모병제(募兵制)의 장단점을 서양사의 맥락에서 한번 살펴 보기로 한다.

징병제의 기원이라면 무엇보다도 고대 그리스의 중장보병제(重裝步兵制)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 것 같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폴리스)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부담으로 무기와 갑옷을 마련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부였으나, 외적이 쳐들어 오면 중장보병으로 변신해서 자신들의 집과 가족, 고향을 지켰다. 이렇게 전사와 농민을 겸한 이 고대 그리스의 중장보병은 밀집방진(密集方陣)을 이루어 적과 싸웠는데 내가 싸우다 무너지면 내 곁에서 싸우는 내 동료, 내 이웃도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이들을 끈끈하게 전우애로 뭉치게 했고 나아가 내가 내 힘으로, 내 돈으로 마련한 장비로 내 고장을 지킨다는 자부심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꽃피게 되는 토양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고대 그리스의 중장보병은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페르시아제국과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용병들로 이루어진 페르시아제국군을 마라톤과 플라타이아의 육전에서 물리침으로써 이런 (고대) 시민군의 우수성에 대한 신화가 퍼져 나가게 되는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중장보병의 장비를 갖추기 위한 적지 않은 비용이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작농 수준에서 고대 민주주의의 기반을 제한하였었는데 역시 페르시아 전쟁 중의 살라미스 해전에서 좀 더 가난한 시민들까지 수병(水兵)으로 참전하게 되고 이들을 위한 국가의 보조금의 지급까지 이루어지자 이제 고대 그리스, 그 중에서도 가장 번영했던 도시국가 아테네에서는 모든 성년 남성 시민들(안타깝게도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여성, 미성년자, 외국인은 투표권이 없었다)이 함께 무기를 들고 싸우면서 일하고(응?) 같이 민주주의를 가꿔 나가는 고대 그리스의 최전성기가 꽃피게 되었다(기원 전 5세기 중엽).

자율적인 시민들이 모두 평등하게 군대를 가고 그들은 평소에는 농사짓고 일하다가 자유와 내 고장을 지키기 위해 같이 무기를 들었으며 이런 중장보병/수병들은 강제로 끌려오거나 돈에 팔려온 전제 국가의 군대나 용병보다 암만 숫자상으로는 딸린다 하더라도 투지와 동기부여에서 앞설 수밖에 없으니 전쟁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시민군의 정당화근거였고 나아가 근대로 와서도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 징병제의 이론적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중장보병, 시민군 무패의 신화는 고대 그리스에서조차 역사적으로 항상 타당성이 입증된 것이었나? 이런 자율적 시민군의 용병에 대한 우월성의 근거로 들어지는 이 페르시아 전쟁의 신화는 그 후 그리스 도시국가 간의 전쟁인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가장 민주적이던 아테네는 군국주의 스파르타한테 패하고 만다. (얼마 전 트위터스피어에서 어느 보수적인 트위터리안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중 가장 민주주의가 발달한 이 아테네가 당연히 군국주의적 정치 체제를 가졌던 스파르타를 이겼으리라고 착각했다가 대망신을 당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스파르타도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에게 패하여 패권은 테베로 넘어 갔다가 그리스 북쪽의 마케도니아왕국의 전제군주 필립포스왕에 의해 그리스 도시국가 전체가 정복되고 만다. 자율시민군과 민주주의가 용병과 전제주의를 반드시 이긴다는 것은 페르시아 전쟁에서만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고, 싸움은 그냥 싸움 잘하는 군대가 이기는 것이었음이 페르시아 전쟁 직후의 그리스의 사정이 생생히 보여 준 셈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그리스군 중 일부는 페르시아 제국 내의 내전에 용병으로 가담해서 불과 1만명의 군대로 페르시아 전역을 짓밟고서 나름 유유히 빠져 나온 일도 있었으니(크세노폰) 용병보다는 시민군이 좋다는 것도 고대 그리스의 이런 사정을 살펴 보면 글쎄 예전의 유행어처럼 "그때 그때 달라요"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군 옹호론자들이 고대 그리스의 몰락에서 물러날 이들이었으면 오늘날까지 징병제가 이어 지게끔하는 신화가 안 만들어졌을 것이다. 시민군, 중무장 보병의 신화는 고전 고대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역사적 지지 근거를 찾으니 이는 물론 고대 로마 공화정이다. 기원전 6세기 초부터 시작했다는 고대 로마 공화정 역시 자작농 기반의 중장보병 시민군들에 크게 의지를 했고 고대 로마 공화정이 이탈리아 반도를 한땀 한땀 통일해 가는 과정과 그 로마군을 이룬 평민들이 귀족들과 계급투쟁을 해가며 공화정을 더욱 평등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은 거의 겹쳤으니 고대 그리스와 거의 동시대에 진행된 이러한 고대 로마공화정의 사례는 마키아벨리나 프랑스대혁명기 혁명가 등 후대의 국민개병제 옹호론자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대 로마공화정의 이들 중장보병 시민군은 기원 전 3세기부터 기원 전 2세기까지 세 차례에 걸친 카르타고와의 포에니전쟁에서 절정의 모습을 보여 준다. 강력한 해군국인 카르타고를 제1차 포에니 전쟁에서 육전 같이 선상에서 싸울 수 있게 한 까마귀란 도구를 이용하고 또 전함들이 격침되어 갈 때 (우리로 치면 꼭 예전에 노사모가 돼지 저금통 모금하듯이) 시민들이 전함 건조비를 모아서 이겼었던 로마인들이라니 마키아벨리부터 시오노 나나미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위인, 작가들이 고대 로마에 끊임없이 감동할 만한 이유가 바로 이 포에니전쟁이라고 할만하다. 또한 한니발이란 걸출한 명장을 그야말로 갖바치 세 명이 모여도 제갈량보다 낫다는 정신으로 뭉친 로마군들이 물리친 제2차 포에니전쟁도 길이길이 시민군/징병제 옹호론자들이 인용할만한 역사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3차에 걸친 포에니전쟁의 승리 후 로마는 카르타고를 꺾고 지중해세계를 제패했으나 바로 그 성공이 그 후의 백여년 간 계속된 공화정 말기 대혼란의 원인이 되었고 그 와중에 징병제 옹호론자들은 그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역사적 증거를 찾았다고 보여진다. 즉 포에니전쟁의 결과 로마 귀족들의 토지겸병(土地兼倂)이 진행되고 로마가 정복한 영토들로부터 쏟아져 들어 온 노예 노동력을 활용한 대규모 농장들과의 경쟁에서 자작농(自作農)들이 밀려나면서, 그 자작농에 기반을 둔 시민군/중장보병제에도 위기가 닥치면서 고대 로마 공화정 자체도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

아울러 그 해법으로 나온 마리우스 이래의 모병제 스타일의 군대는 결국 이렇게 군대를 모집해 먹이고 장비를 갖춰줄 수 있는 몇몇 유력자들의 손에 로마 공화정의 운명이 맡겨지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유력자들(마리우스, 술라, 크랏수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간 지긋지긋한 100여년 간의 내전 끝에 결국 공화정이 무너지고 내전의 최종승자인.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가 제정(帝政) 즉 로마 제국의 문을 열게 된다. 즉 거칠게 말해서 징병제의 붕괴는 로마 공화정의 붕괴를 가져 왔고 1인 독재에 세습제가 결합된 제정으로 이어지고 말았으니 징병제 옹호론자들은 지금도 징병제가 공화정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공동체 시민들 간의 평등을 촉진한다는 강력한 역사적인 징병제 지지 근거를 로마공화정이 제정으로 변질되어 가는 전개 과정에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역시 시민군이 용병보다 더 우수하다는 류의 주장은 로마가 제국으로 바뀐 후에도 팍스 로마나 즉 로마제국 하의 평화가 로마군의 힘에 의해 200여년 간 유지된 것을 보면 근거가 그렇게 튼튼하지 못함이 고대 그리스의 사례에 이어 고대 로마의 사례에서도 다시금 확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즉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도 로마제국이 가장 번영했다고 기술한 이른바 다섯 명의 현명한 황제 즉 오현제(五賢帝) 시대가 서기 1세기 후반부터 2세기 후반까지 이어졌다. 이때 비록 공화정은 무너졌고, 시민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로마제국은 직업군인제로 유럽에서는 영국에서부터 라인강에서 다뉴브강으로 이어진 기나긴 방어선 및 아시아에서는 지금의 이라크에 있는 유프라테스강까지 미치는 대제국을 유지하였다.

서양사에서 징병제/모병제 간의 논란은 로마제국이 게르만족 대이동으로 망하고 중세. 천년의 이른바 암흑시대(정말 그랬느냐는 호이징가 같은 학자의 주장대로 논란이 있지만)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기에 고전 고대 부활의 움직임이 일어나며 다시 등장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시민군 옹호론자인 이탈리아 도시국가 피렌체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통속적으로 이해된 소위 마키아벨리즘으로 500년 넘게 이어지는 악명을 얻었지만 그의 사상은 정치와 도덕을 분리해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숙고하게 하였다는 것에 그 근대적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의 사상 중 주로 시대상-15세기말, 16세기초의 이태리 르네상스기-을 반영한 부분 중의 하나는 시민군 양성론 겸 용병 혐오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어찌 보면 고대 그리스와 비슷하게 도시국가들(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등) 간의 쟁패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용병대장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자신의 군대를 거느리고서는 이들 도시국가들 간의 싸움을 대신 해주고 있었음. 예컨대 피렌체가 자신의 속국인 피사가 반란을 일으켰다 싶으면 꼭 심부름센터에 전화해서 심부름 시키듯이 자신들이 계약한 용병대를 불러내서 그들을 써서 반란을 진압하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도시국가와 용병대장 사이에서는 후대에 주류(主流)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대리인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즉 도시국가 피렌체로서야 속국 피사의 반란을 진압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용병대장이야 계약상 의무는 다 하지만 자신이 거느린 용병 부대를 가능한 한 다치지 않게 하면서, 즉 그 전력(戰力)을 계속 보존하면서 오랫동안 용병대장 노릇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기 마련. 그래서 실제 피사의 반란 진압에 있어서도 용병대장이 급료가 적다느니 지원이 부족하다느니 핑계를 대면서 전쟁을 질질 끌었고; 이 피사의 반란은 용병대에 무력을 의존하고 있던 피렌체공화국 정부의 무능함을 만천하에 폭로한 예가 되었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용병대장들은 예를 들어 자기네끼리 각각 도시국가에서 의뢰를 받아 전투를 할 경우엔 심지어 단 한 명도 전투에서 안 죽고 싸우는 시늉만 한 예도 있었다고(그 '전투'에서는 사고로 한 명이 딱 죽었다고 함) 개탄하기도 했었음.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비롯해서 고전 고대의 역사를 나름 깊이 공부했던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국방을 용병에게 외주를 준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신성로마제국 같은 외세의 개입을 불러와 이탈리아의 상황을 참담하게 만들었다고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의 타개는 군사적으로는 이런 용병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나 고대 로마 공화정처럼 자유로운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군을 양성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마키아벨리는 (물론 다른 면에서도 그 매력에 흠뻑 빠졌지만)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서자; 체사레 보르자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용병대장들을 처단했을 때 이탈리아를 좀먹는 자들을 없앴다는 취지로 발표하자 그야말로 열광했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론적으로만 시민군을 주창한 것이 아니라 피렌체 공화국 제2서기관으로 있을 때에는 아예 시민군조직에 나서기까지 했었다. 그가 조직한 시민군이 처음 대오를 갖춰 훈련하는(?) 날을 가리켜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다룬 그녀의 책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서 마키아벨리의 삶 중 제일 행복한 날이었을 것 같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일전에도 썼듯이 마키아벨리는 군사지휘관으로서는 영 소질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가 조직한 피렌체 공화국의 시민군도 외세를 등에 업은 참주(僭主)가문 메디치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즉 뭐랄까 시민군이란 것이 민주주의나 공화국의 정신에는 분명 부합하지만 싸우는데 이골이 난 프로들인 용병들하고 말하자면 평소에 다른 일을 하던 일반인들인 아마추어 시민군들이 서로 맞붙으면 이 르네상스 시기에도 마키아벨리의 그런 시민군의 이상론과는 달리 실제 용병부대에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여간 르네상스기에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다시 정식화한 시민군/국민개병제/징병제 옹호론은 마키아벨리 생전에 출판되어 그에게 어느 정도 상업적 성공을 안겨 준 [전술론]에서 제대로 전개 되었다는데 이런 시민군 옹호론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영국령 즉 후일의 미국으로 건너가 토머스 제퍼슨과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런 자작농들이 중심이 된 민병대(militia)야말로 민주주의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하며 실제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 대륙군 사령관이었고 독립 후 초대 대통령이 되는 조지 워싱턴은 아예 민병대 지휘관 출신으로 프렌치 인디언 전쟁부터 입신양명했으니 미국이야말로 어찌 보면 건국부터 시민군/국민개병제/징병제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됨을 믿었던 이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말하자면 진정한 유격대국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근대에 들어와 징병제를 대세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프랑스대혁명. 자유, 평등, 박애의 기치 아래 이 세상에 존재해온 모든 불의와 부정과 적폐를 이성의 힘으로 다 때려부수겠다는 장쾌한 청사진을 제시한 이 프랑스대혁명은 당연히 유럽대륙 전체에서 구체제(앙샹 레짐)에 동정적이던 외세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왔다. 마악 태어난 프랑스공화국에 제대로 된 군대가 있을 리 없었고 결국 장비도 제대로 못갖춘 거지꼴인 채로 혁명정신만은 충만한 국민군이었는데 아아 정말 놀랍게도 프랑스혁명군은 유럽대륙 각국 군들을 거의 모조리 쳐부순다.

뭐랄까 왕이나 황제가 소집해 억지로 끌려나온 구체제가 지배하는 나라의 군인들이랑 비록 거지꼴일망정 공화국 시민들이 내 자유를 지키겠다고 뛰쳐 나온 군인들이랑 붙어서 후자가 완전히 전자를 무찔러 버린 것. 괴테는 프랑스혁명군의 첫 승리인 발미 전투를 두고서 역사가 새로 만들어지는 중이란 취지로 말했다던데 정말로 그러했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 등등 유럽 열강들의 군대는 프랑스혁명군 나중에 나폴레옹의 대육군 앞에 그저 추풍낙엽이었다.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이 작곡했으나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부터 혁명을 구출하기 위해 모인 군인들이 우렁차게 불러제끼며 파리까지 진군해 와 '라 마르세이예즈'가 되었다는 프랑스국가처럼 근 30년 가까이 프랑스군은 유럽을 휩쓸었다. 프랑스혁명군/대육군 보다 더 국민군/징병제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예는 없었던 것 같았다. 프랑스혁명이 불러일으킨 자유/평등/박애의 정신과 민족주의가 결합하니까 정말 어마어마하고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게 나폴레옹 전쟁 말기쯤으로 가니까 유럽 전역에서 말하자면 반면교사 격으로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프랑스 말고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도 이런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국민군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19세기 후반 이태리와 독일이 뒤늦게 통일될 무렵쯤에는. 민족주의적 열정에 감염된 각국의 국민군들로 유럽 대륙이 가득 차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인 1914년에는 이렇게 대치하던 각국의 징병제 하의 국민군들이 부딪히는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제1차 세계대전 특히 서부전선에서 3년 넘게 계속된 참호전에서 한세대의 유럽 젊은이들이 포연 속에 사라지고 나서야, 민족주의라는 것이, 국민개병제라는 것이 실은 사람 목숨을 갈아 넣는 허울좋은 미친 짓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폭로되고 만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불과 20년만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시즘이란 이념의 광풍을 통해 유럽이 또 한 번 잿더미가 되고 말자 이제 민족주의, 이념 과잉, 애국심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나름의 분위기가 적어도 (서)유럽(아니면 미국 아들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을 지낸 럼스펠드의 표현대로라면 Old Europe)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유럽을 말하자면 바로 잿더미서 구출해 줬던 미국에선 여전히 국민개병제/징병제가 20세기에 들어 와서도 상당 기간 동안 큰 비판 없이 나름대로 유지되었다. 이게 좀 흥미로운 게 미국 독립전쟁이야 민병대에 의지한 면이 있었다고 하겠지만 실은 미국은 19세기 중엽의 남북전쟁이란 끔찍한 내전을 겪으며 징병제란 것이 생사람 잡는 짓이라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집단 체험을 하기는 했었고, 특히 미국 남부로 진격한 북군 셔먼 장군의 작전은 뒷날 일본군이 중일전쟁 때 했다던 삼광작전(三光作戰)을 방불케 하는, 그야말로 적의 민간인과 산업시설마저 초토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작전이었다.

이러한 내전을 직접 겪고 나서도 말하자면 툭툭 털어 버리고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국가통합을 이루어낸 미국의 힘이란 것은 뭐랄까 그저 가공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싶다. 그리고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및 제2차 세계대전에 호출되어 (이건 뭐 데우스 엑스마키나라. 해야 하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몇 년 간 영불 연합군과 독일군이 지리하게 참호전으로 맞서던 서부전선을 단칼에 정리해 힌덴부르크선이라는 독일 방어선을 와르르 무너지게 하질 않나,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쟁에서는 초기 일본 연합함대가 불과 몇 척의 항공모함을 가진 걸 두고 우리 항공모함을 전세계에서 제일 많이 갖고 있음하고 자랑하던 것을 전쟁 말기로 가면 미국은 항모 50척씩을 척척 생산해 낸다든지 버마에서 일본군이 정글전을 하려고 하니 정글을 모조리 밀어 도로를 만들어 버렸으니, 미국의 압도적 산업생산력과 이로 뒷받침되는 미국의 무력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겠다.

양차 세계대전 후의 한국전쟁에서도 미군은 사실 이런 불패의 신화랄까 이런 걸 계속 이어간 셈이고 말하자면 세계의 보안관 내지 소방수 역할을 한 셈인데 1954년 프랑스가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베트민에게 패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배권을 포기하게 되는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자신들이 이 전쟁을 떠맡게 되고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서 남북전쟁이란 내전을 겪고도 유지했던 징병제란 이슈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듯 싶다.

뭔가 눈에 씌인듯이 당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은 베트남에서 식민지에 대항하는 독립운동 세력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반공의 대결 프레임으로만 인도차이나 반도를 바라 봤다. 실은 미국이 공산권 지도자라 할지라도 예컨대 충분히 반소적일 수 있는 예를 유고슬라비아의 티토와 같은 경우로 겪고 나서도, 그리고 중국에서 공산당의 모택동이 아닌 장개석의 국부에 베팅했다가 폭망한 경험이 있음에도 호지명이란 베트남 독립운동가를 그저 공산주의 지도자란 틀로만 바라본 큰 실책을 한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이 결코 선린관계가 아니었다는 것도 간과한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철저히 실패한 다음에야 이제 자진해서 자신들에게 군사 기지를 내어주며 접근하는 통일 베트남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이런 일은 베트남전쟁이란 참혹함을 겪지 않고도 몇십 년 전에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 아니었을까 싶다.

징병제 찬반론 얘기한다고 시작한 글이니(쿨럭;) 다시 그 얘기로 돌아가면 이런 미국의 월남전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조금 멀게 잡으면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의 정치적 타협을 거부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부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미국을 베트남전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가장 큰 책임자는 케네디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 출신으로 미국 진보의 화신이며 심지어 그런 그가 못마땅한 이른바 군산복합체의 음모에 의하여 암살당했다는 음모론이 지금까지 떠도는 안타까운 대통령 존 F. 케네디이지만 그의 재임시부터 미국이 월남전의 수렁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에 그가 월남의 독재자 고딘디엠을 제거하는 것에 동의한 건 월남의 정정(政情)을 지극히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케네디 다음 대통령인 존슨 때의 통킹만 사건 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월남전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특히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 이후로 미국에서는 반전 여론이 높아졌고 심지어 징병을 기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훗날 미 대통령이 되는 빌 클린턴은 징집영장을 불태웠고 조지 W 부시는 주방위군으로 복무해서 조부와 부친의 빽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렸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였고 현재 국무장관인 존 케리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참전용사였으나 제대 후 반전운동에 뛰어드는가 하면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당시 부당하게 집행된 징병제가 미국민들의 단결을 해쳤다는 취지로 자서전에서 개탄하기에 이른다. 결국 미국이 북베트남과 파리 강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을 베트남에서 철수시킨 후에 닉슨 대통령 재임 중 미국은 사실상 징병제를 폐지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진 나라인 세계 최강국 미국이 징병제를 없앤 것이다.

여태까지 살펴 본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 보면, 징병제를 옹호해 온 가장 강력한 두 가지 근거가 징병제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강력한 군대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이 두 가지 주장 모두에 대한 또 하나의, 그것도 극히 최근의, 강력한 반례가 생긴 셈이라 하겠다. 미국 민주주의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나서 위기에 처하기는커녕 대통령을 탄핵해서 끌어 내렸고(닉슨), 탄핵시도를 하는가 하면(클린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아서 여전히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 중이다. 미국의 군사력도 여전히 세계 최강이어서 보스니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쟁에서 유감없이-_-; 과시되었고 소련과의 냉전도 승리로 마무리하였다.

주마간산 격으로 살펴 봤지만 이렇게 역사를 살펴 보아도 징병제라는 것이 모병제(募兵制)에 비하여 반드시 군의 전력 강화라든지 사회통합,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군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이 시점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도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징병제를 다른 나라와 시대처럼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순간이 된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마침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고 차기 대선에서도 이미 유력 주자로 거론 중이신 문재인 새정치연합 전 비대위원께서 앞으로 모병제로 가야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셨다니 어찌 보면 이로 인해 논의의 물꼬가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군을 모두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징병제와 모병제 관련 논의가 전개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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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통곡의 2014년을 보내다

[포토스케치] 팽목항 통곡의 2014년을 보내다

2015년 1월1일, 세월호 참사 261일

손문상 기자 2015.01.01 13:30:08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없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는 2014년 마지막 날까지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날을 기억하며 우리를 잊지 말라는 듯 강풍이 몰아쳤다.  
 
이날 팽목항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해넘이'에 참석한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014년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매서운 바람이 우리를 일깨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행사 내내 방파제와 등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아닐까. 박 씨는 아이의 사진을 쓰다듬다 결국 오열했다. 다윤이는 260일이 지나도록 뭍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4월 16일을 잊을 수 없는 이들에게 1월 1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261일, 하루하루 억장이 무너지는 날이 더해질 뿐이다.  
 
* 손문상 화백이 2014년 12월 31일과 2015년 1월 1일 팽목항을 기록한 사진입니다.      
 
▲ 다윤이 엄마는 여전히 딸을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다윤이 엄마는 여전히 딸을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객 304명 중 9명은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객 304명 중 9명은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2014년 12월 31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과 경기 안산, 진도 팽목항에서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를 외쳤다. ⓒ프레시안(손문상)

▲ 2014년 12월 31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과 경기 안산, 진도 팽목항에서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를 외쳤다. ⓒ프레시안(손문상)  

 
 
▲ 딸아이가 추울까. 연신 사진 속 얼굴을 쓰다듬던 다윤이 엄마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진도 앞바다를 쳐다본다. ⓒ프레시안(손문상)

▲ 딸아이가 추울까. 연신 사진 속 얼굴을 쓰다듬던 다윤이 엄마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진도 앞바다를 쳐다본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 4월 16일을 기억하는 이들의 염원이 오늘도 등대를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 4월 16일을 기억하는 이들의 염원이 오늘도 등대를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팽목항을 수호하는 세월호 솟대. ⓒ프레시안(손문상)

▲ 팽목항을 수호하는 세월호 솟대. ⓒ프레시안(손문상)  

 
 
▲ 진도민주시민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해넘이'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프레시안(손문상)

▲ 진도민주시민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해넘이'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 발생 216일째인 2015년 1월 1일 새벽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참사 발생 216일째인 2015년 1월 1일 새벽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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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일했는데 일당 3천원...'진상' 사장 탑5

 

2014년 알바 노동인권 상담으로 본 알뜰 살벌한 사장님들

15.01.01 21:10l최종 업데이트 15.01.01 21:10l

 

 

알바노조와 알바상담소에서는 2014년 한 해동안 600여건의 크고 작은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의 대부분은 주휴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이 었다. 상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한 임금체불을 당한 경우도 봤다. 알바노조와 알바상담소가 선정한 2014년 알뜰 살벌한 사장님 TOP 5를 소개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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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알바노동상담 중인 알바상담소 지난 10월, 알바상담소는 마포구 마을박람회에 참가해, 노동상식 길거리 캠페인과 함께 알바노동상담을 진행했다.
ⓒ 알바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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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습기간 사후 적용 : 그만두니 수습기간이었다며 월급 삭감

한식당에서 2개월 간 월급 150만 원을 받으며 일하던 E씨는 3개월 차 보름만에 개인적인 일로 식당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둔다고 하니 사장이 갑작스레 수습기간 얘기를 꺼냈다. 앞서 받은 두달치 월급도 수습기간으로 쳐서 더 받은 월급은 제하고, 3개월차 임금도 그에 맞춰 깎겠다는 것이다. 최초 면접에서 구두계약 할 때에도 수습기간 얘기는 없었고 150만원 월급으로 시작한다고만 했었다. 

많은 알바 노동자가 비슷한 사례로 상담을 해온다.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았으니 임금의 70%만 준다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거나. 이는 모두 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불법이다. 수습을 사유로 임금을 감액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 더군다나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말이 없다가 그만둔다고 하니 수습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E씨는 당연히 150만 원을 기준으로 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4 주휴수당 합의 : 다른 알바에게 주휴수당 지급 사실을 알리지 말라!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못받은 D씨는 사업주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뜨끔했는지 사장이 임금체불합의서를 갖고 왔다. 그런 그 내용이 뭔가 위험해보여서 그냥 돌아왔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근로자는 이후 사업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다른 알바에게 주휴수당 언급하지 않기 등) 위 사항을 어길 시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위자료 10배 배상한다."

임금체불에 있어서 반드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서가 없으면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합의서를 쓰든 안 쓰든 상관없다. 합의서의 유무는 체불금을 빨리 받나 늦게 받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D씨의 경우 사업주가 갖고 온 '이상한' 합의서에 서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D씨가 서명했더라도 위법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무효가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종용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돈을 못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근로감독관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3 이면 근로계약서 : 표준근로계약서와 특약 근로계약을 동시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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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전문점이 제시한 계약서 내 특이사항엔 놀랄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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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에서 일하게 된 C씨는 알바상담소에 두 장의 근로계약서를 보내왔다. 첫 번째 장은 '단시간 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로 특이한 점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두 번째 장은 '특약 근로계약'으로 이면 근로계약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요 내용은 1) 30분 지각 시 1시간 시급공제, 1시간 지각 시 2시간 시급공제, 2) 1주일은 무급, 1개월 근무시 시급의 50%, 3개월까지 80%, 6개월 이상 근무시 100% 지급 3) 시간제이니 식사 금지 4) 휴대폰 사용 금지 5) 직원할인 20%로 아메리카노만 허용 등이다. 

문구 하나하나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불법 투성이인 문서였다. 그러면서 그 이면 근로계약서 맨 끝에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 왜 가족이라면서 아메리카노 외에는 못 먹게 하는가. 이런 불법 투성이인 근로계약은 서명을 했더라도 무효가 된다. 문제는 많은 알바 노동자들이 이런 불법적인 것을 '내가 사인했으니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권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2 임금체불 : 편의점 알바 임금체불, 알고보니 700만 원 

얼마 전에 한 포털사이트에서 편의점 알바가 임금체불로 700만 원을 요구한다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어떤 개인이 지어낸 허구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사람의 상상했던 일이 알바상담소에는 존재한다. 비슷한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한 편의점에서 2년 가까이 일하던 B씨는 야간에만 일하다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우연히 편의점 알바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장에게 퇴직금을 달라고 했다. 점장은 알겠다며 200만 원 정도의 퇴직금 계산 내역을 보내왔다. B씨는 아무래도 액수가 적은 것 같아서 알바상담소에 상담을 요청했다.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B씨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높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점장은 낮게 계산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계산한 것이다. 점장이 계산한 것과 알바상담소에서 계산한 퇴직금이 6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런데 상담하는 과정에서 지난 2년 동안 주휴수당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씨가 받아야 하는 주휴수당을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530만원 정도가 체불되어 있었다. 주휴수당은 만근한 주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결근한 날을 별도로 따져봐야 했다. 

출퇴근 기록부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B씨가 친구와의 문자대화를 통해 지난 2년 동안의 출퇴근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한 B씨의 주휴수당은 약 470만 원이었다. 못 받은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합하면 B씨의 체불임금은 약 750만 원이다.

#1 최저임금 미지급 : 말도 안되는 현실, 12시간 일했는데 일당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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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깃집 알바는 알바를 하면 할수록 알바가 받는 임금이 줄어들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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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7세 청소년인 A씨는 친구를 따라서 고깃집에서 3일 동안 알바를 했다. 첫째 날은 최저임금으로 받았는데 둘째 날에는 시급 4천 원을 받았다. 간혹 지방 편의점에서 시급 4천 원정도를 받고 있다며 상담을 요청한 사례는 있었는데, 임금이 날마다 줄어드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셋째날은 더 가관이다. 12시간을 꼬박 일한 A씨의 손에는 고작 3천 원이 쥐어져 있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250원이다. 요즘 껌값도 싼 게 500원인데 시급 250원이라니. 그것도 애초에 한 푼도 안주려던 걸 거듭 요구했더니 준 것이다. 

A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3천 원을 받은 당일 알바상담소 페이스북 메시지로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소에서는 곧바로 노동청에 신고하라고 안내했고, A씨도 그러겠다고 했으나 그 는 노동청이 아닌 사장에게 갔다. 사장은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A씨를 윽박질렀고 임금이라며 고작 4만 원을 줬다. 상담소에서는 사장이 답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폭행죄까지 추가해서 노동청에 고소하라고 했고 A씨도 알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닿지 않아 진행경과를 알 수는 없지만 2014년 최고의 알뜰 살벌한 사장님으로 일당 3천 원 사장님을 꼽아본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박종만은 알바상담소 책임간사입니다. 알바상담소에서는 무료로 아르바이트 노동상담을 진행합니다. ☎ 1800-7525 / 카페: cafe.naver.com/talka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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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정상회담 가능할까?

2015년 남북정상회담 가능할까?<칼럼>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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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1  16: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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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5년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최고위급회담’ 가능성에 대한 시사이다. 역사적으로 신년 공공사설이나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 북한은 신년사나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짚고 넘어갔다. 그런 가운데서도 1994년 남북 정상회담이 시도되었고,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에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금년에는 북한 신년사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한층 높아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년 신년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여러 가지의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남한이 미국과 ‘핵전쟁 연습’을 진행하는 한 ‘신의있는 대화’가 어렵다는 주장한다. 이것은 곧 남한이 3월부터 재개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을 중지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둘째, 남한이 ‘체제대결’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년사는 자기의 사상을 상대방에 강요해서는 전쟁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남한이 ‘자유민주주의식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이다. 셋째, 남한이 북한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이다. 이것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 중지를 의미한다.

넷째, 남한이 “북한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을 중지하라는 요구이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이나 러시아, UN 등에서 북한이 핵무기 및 ‘병진로선’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중지하라는 의미이다.

다섯째, 남한이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않은 문제”로 시비를 걸지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2013년 초 대화의 ‘격’문제로 대화가 중단된 것을 의미한다. 여섯째, 남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년사는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필자 강조)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이라고 표현하여 남한이 회담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하고 각종 하위급 회담이 잘되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된다면”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은 남한이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우리로서는 당장 키 리졸브 훈련을 중지할 수도 없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거론 안할 수도 없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식 통일을 포기할 수도 없고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공개적으로 막기도 어렵다.

결국 2015년 각종 남북대화와 정상회담 진전 문제는 우리의 ‘통 큰’ 양보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왜냐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주변관계구도가 어떻게 바뀌든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와 병진로선을 변함없이 견지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것”이라고 말하여 우리가 요구하는 핵무기 개발 및 ‘병진로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장하는 한계선(red line)을 후퇴시키지 않는 한 ‘진정성’있는 남북대화는 어렵게 되어 있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5년을 ‘조국해방과 당창건 70돐’로 규정하고 ‘혁명적 대경사’로 빛내고 ‘10월의 대축전장’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혹시 ‘7차 당대회’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지 모른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주장대로 인민의 식량 문제는 물론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19개의 경제개발구가 잘 개발되어야 한다. 당연히 외국 자본 특히 남한 자본이 들어와야 성공이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내세운 ‘전제조건들’은 ‘체면 상’ 그냥 ‘해본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무엇이 진정일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해 12월 29일 북한에게 금년 1월 중에 남북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공식 제의했다.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이기도 한 류 장관은 이날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과 함께 2015년 1월 중 남북이 서울이나 평양, 또는 기타 상호 협의한 장소에서의 회담을 제의하고 금년 구정 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길 원했다.

그리고 회담이 이루어질 경우 ‘5·24 조치,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관심 사안은 무엇이든 논의가능하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지난 해 12월 30일 북한이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고 또 그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3년처럼 남한이 ‘격’을 문제 삼지는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 29일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통일준비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새해에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2015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보았을 때 ‘해방 및 분단 70주년’인 2015년에 통일과 관련하여 무엇인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강력한 희망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제2차 고위급 회담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성사는 가장 중요한 의제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대화가 잘 된다면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도 고려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의 태도와 비교했을 때 ‘통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남북한 간 ‘제2의 6.15 시대’가 도래하는 것으로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2014년처럼 2015년 1월 중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중심으로 제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고 2월 구정 때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여 일단 제2차 고위급회담에 응할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3월부터 개최될 키 리졸브 한미합동 군사연습이다. 이 즈음에 대북 삐라 살포도 재개될 수 있다. 이들 문제를 두고 남북 간에는 첨예한 대립이 벌어질 것이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전제조건들이 ‘그냥 해 본’ 것인지 아닌지가 판명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 북한이 ‘해 본 소리’로 그치고 남북 간의 모든 문제가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북한의 태도로 보아 합동군사 훈련 중지라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거나 다른 조건들이 맞지 않을 때 북한은 언제든 대화를 중지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2014년의 재판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막상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의제화되었을 때 남북한이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가 될 지도 미지수이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남한 보수세력의 입장과도 맞물려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접촉을 통한 변화’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박 대통령이 통일 모델로 제시한 독일통일이 바로 이러한 전략에 의해 달성되었다.

‘접촉’을 확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전략’이 정해지면 ‘전술’은 다양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안개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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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과제 해결, 천정배식 정치 하겠다!

‘호남희망’ 내세우며 온건적 진보정치 들고 나온 ‘천정배’ 전 장관
 
임두만 | 2015-01-01 11:03: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시대적 과제 해결, 천정배식 정치 하겠다! 
[신년대담] ‘호남희망’ 내세우며 온건적 진보정치 들고 나온 ‘천정배’ 전 장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갑오년이 가고 을미년 양띠의 해가 밝았다. 2015년 한 해를 여는 아침 해는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지만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갑오년에 저질러진 각종 갑들의 폐해가 그대로 농축된 가운데 새해라고 그리 뽀족한 수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심화, 이 양극화란 것이 경제적 양극화만이 아니라 이념적 양극화, 지역적 양극화, 심지어 남북관계의 양극화까지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가속화 되고 있는 공안정국 등 대결의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맞서 야당이 제 역활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그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에게 희망이라기보다 절망이다. 그래서 야당의 지지도는 뒤로 후퇴만 하고 있는 가운데 신당설이 계속해서 가시화 되고 있고, 현 새정치연합의 대주주라 할 정치 지도자급의 탈당설 등이 난무한다.

이런 위기의 새정치연합이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으나 국민들의 관심은 누가 대표로 선출될 것인지보다 전당대회를 통한 분당설의 가시화에 더 관심이 크다. 그래서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새로운 야권의 구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정동영-천정배 두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또한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탄생 주역이자 핵심이었으나 현재는 당 외곽으로 물러나 있는 천정배 전 장관은 이 같은 정국을 어떤 복안으로 타개하려고 하고 있을까. 을미년 신년대담으로 천정배 전 장관과의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대담은 지난 12월 30일 오후 인사동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아래는 천 장관과 나눈 대담의 전문이다.


천정배 전 장관 “실패한 새정치 비대위 엄중한 정치적 책임져야…”

▲대담은 12월 30일 인사동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추광규 기자

-정기국회가 끝나고 1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중에 여야는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 자원외교특위, 공무원연금특위, 부동산 3법 합의 등등 굵직한 문제들에서 합의하고 특위들이 출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비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지도부가 열심히 하면서 고생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선의혹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초유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야당에 대한 지지도는 요지부동입니다.

특히 전당대회 분위기로 들어감에도 새정치연합이 가진 만성적인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야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질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에 과거에 당 지도부에도 있어 봤기에 저라면 어떻게 할까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해 봤을 때 야당이 국민 대중의 미래에 관한 확실한 정책적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집권하고 그리고 또 어떻게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보여주어야만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로부터 더 멀어진 것이지요.

따라서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떻게 집권해서 어떻게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 야당의 만성적인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의 지지나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 현 새정치연합의 문희상 비대위를 실패한 비대위로 평가하셨습니다. 지금도 비대위에 대한 평가는 실패로 규정하십니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선출된 권력이 물러난 후 이 비상한 시기에 쇄신을 이끌겠다던 실세 비대위는 지금이야말로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 있죠. 실제로 비대위원들이 말 그대로 당의 실세들 아니었습니까? 그런 실세들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 그런 점에서 비대위원들은 국민과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2.8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박지원 문재인 양강 대결로 굳어졌습니다. 이는 당이 죽는 길이라는 계파전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당에 오래 있었던 핵심 당원으로서 정말 지금이라도 잘해줬으면 합니다. 일전에 제가 연말까지 제대로 쇄신을 못해낸다면 비대위원들은 무슨 낯으로 당 대표가 된다고 나서겠느냐 포기하라고까지 이야기 했는데...지금 어떻습니까? 현실적으로 지금에 와서 재를 뿌릴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확실한 쇄신경쟁을 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현재 당원으로서 희망과 기대를 가져봅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당에 있는 당원으로서… 어떻든 그럴 수밖에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를 가져 봅니다. 저는 당 대표를 하겠다고 출마하신 분들의 당 대표 출마선언문 같은 것은 자세하게 검토는 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지금이라도 전면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좋은 방안을 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정세균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광의의 분류로 봤을 때 범 친노 후보의 사퇴가 되는데 이는 결국 친노 결집을 통한 문재인 의원 밀어주기 차원이라고 봐도 될까요?

“그 문제를 해석해야 할 위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으로서 대표 출마를 안했으니까. 그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출마는 잘한 일이라고 보인다는 말들을 합니다.”

-이른바 비노 또는 비주류 대표 격으로 내세우려던 김부겸 전 의원은 출마의사를 접은 상태에서 조경태 이인영 박주선 의원이 출마했습니다. 이분들 중 당내에서 문재인 박지원 불출마 요구 성명에 동참했던 분들의 의사를 대신할 단일후보가 나올까요?

“당의 지도자들인데 개개인에 대해서 논평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당의 전체적인 문제를 보면 당의 지금의 계파논쟁이라든지 하는 비판은 이 당이 가진 어떤 만성적인 질환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런 만성적인 질환(천 장관은 현재의 새정치연합 친노 비노 싸움 등을 질환이라고 표현했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몇 개월짜리 문제가 아니고 김대중 이후 포스트 디제이 시대에 당이 어떤 비전과 쇄신을 보여 왔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지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신 후 퇴임하신 게 벌써 만 12년이 되었습니다. 현대 정보화 시대에 12년이라면 정말 엄청난 시간입니다. 그 엄청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동안에 당은 정치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비전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12년이라는 세월을 국민들에게 표를 얻는다는 선거를 기준으로 본다면… 지난 12년 동안 새누리와 비교해서 국민에게 지지를 못 받는 것이 더 확실함에도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그런 성찰과 함께 당을 이끌던 지도자들이 책임을 지고 새로운 비전을 내려고 노력하고 대중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12년이라는 세월이 계속 흘러버렸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비대위나 전당대회를 바라볼 때 현재까지의 과정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로운 모습을 현재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2월 8일까지 새로운 비전이 있을까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솔직히 제1야당의 전당대회는 야당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민심은 싸늘합니다. 특히 2.8 전당대회가 박지원 문재인 양강 대결로 굳어지면서 계파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전당대회 이후 분당 가능성도 표면화 되고 있습니다. 분당의 가능성은 있나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분당이라는 의미를 새정치연합의 현 국회의원이 몇 명이라도 나와서 다른 당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면 별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지, 된 후 지금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부분을 잘라 버린다면 문제가 다르겠지요. 그러나 대체적으로 새정치연합 현역 국회의원들은 민심이 흔들리기는 하지만 이대로 다음 총선까지 끌고가서 그래도 이 안에서 공천 받고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현재 당 대표 출마하신 분들의 당 개혁 방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어떻든 차기 공천과 관련해서는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하신 것으로 압니다.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고 모바일 활성화 등을 말씀하시면서…

하지만 그런 방향들이 언뜻 보면 개혁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득권의 온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제도입니다. 즉 그런 공천 제도라면 현 새정치연합 현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공천을 받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마도 대표 당선이 우선이라 현역들 눈치 보기를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담이 한 시간이 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천정배 전 장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가 말하고 있는 미래정치의 수준은 높아 보였다.


호남이 상수였을 때 한국의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실현!

- 신당 창당에 대한 민심의 요구는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계십니까? 또 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설 및 국민모임 합류설 등에 대해서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또한 정동영 전 장관께선 자기 말고도 다른 분들께도 의사 타진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장관님도 합류 요청을 받으셨나요?

“신당에 대한 요구는 강력한 민심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신당설은 저도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서 접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저한테도 같이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대표권자가 공식적으로 요청이 온 것은 아니지만 같이 해보자는 분들은 있습니다.

-일전에 교통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평화방송에서도 그렇고...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 신당을 창당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셨던데요. 만약 정치권 밖에서 신당을 창당하면 거기에 합류할 의사는 있다, 이렇게 봐도 됩니까?

“현재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정치연합 당원으로서 어떤 경우라도 어떻게 당이 아무리 밖에 분들이 가망 없다고 해도 끝까지 희망을 갖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당이 해왔던 것을 보면 12년 동안 해왔던 것을 보면 은 여기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굉장한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특정 정당이라는 것을 붙들어야만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신당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당은 국민에게는 비전을, 당원에게는 보통 선거권을 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온건한 진보 확고한 개혁을 추구하는 광의의 중도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으면 합니다. 당 시스템으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당원이면 누구나 당의 중요 결정에 참여해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신당입니다.

조금 덧붙인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공안통치가 계속되고 있는데 신당은 온건 진보를 중심으로 하고 그러면서 합리적인 보수와 소통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분들과 힘을 합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 등 이런 문제에 관해서 보수까지 아울러서 힘을 합쳐 소통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는 정당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문제를 위해 국회에서도 ‘양극화해소특위’를 만들어서 돌려보자는 것입니다. 양극화란 이제 경제적 양극화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념적 양극화, 지역적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특위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또한 점진적인 복지를 위해 복지국가 2단계 10개년 계획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선을 갖는 신당은 저를 포함해서 기성 정치인이 끌고 가기에는 솔직히 명분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정치권 밖의 각계의 유능하고 개혁적이고 국민이 신뢰할만한 양심적인 인사들이 모여서 세력을 만들고, 신당의 골간을 형성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현 새정치연합을 두고 세간의 평가는 1980년대 민한당 취급을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같은 평가를 하고 있음에도 대안정당, 즉 새로운 정치세력이 이 새정치연합을 압도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또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관님과 정동영 전 장관님 두 분의 행보가 관심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이런 평가는 어떻게 보십니까?

“과분한 평가입니다(웃음) 또 그렇게 보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저로서는 더욱 정진해야 한 일이지요. 저는 한국의 개혁정치를 전진시키고 복지국가로 잘 발전해 가는데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개혁정치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집단지성이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 각계에 엄청나게 좋은 젊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잠깐 동안 만나 뵌 광주에서만 보더라도 정말 좋은 국회의원감이 수십 명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서로 의논하고 힘을 합쳐 봤으면 합니다. 상응해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그분들이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의 큰 일은 어떤 특정인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힘이 미약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지기를 바라면서 모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모여지면 일조할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장관님은 4선 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시는 등 중진 중의 중진이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의 주류라기보다는 주류 측의 개혁을 요구하는 개혁 정치인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평가는 어떻습니까?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나름대로는 늘 우리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서 국민의 지지도 얻고 희망도 얻고 국가 사회를 전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일 당시는 새천년민주당의 지역성 탈피가 최대의 개혁이라고 하셨는데 지난 달 광주에 정치연구소를 개소하시면서 호남 개혁정치 복원을 강조하셨습니다. 어떤 의미로 호남 개혁정치를 말씀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정치연구소 이름을 ‘호남의 희망’이라고 정하셨는데 이런 부분이 지역 탈피와 상충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무게 중심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근본 취지는 똑 같으며 상충되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를 회고해 보면, 그 당시 일관되게 했던 말은 민주당 안팎의 개혁세력을 총집결해서 신당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분당이 아니었습니다.

즉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 지지자 그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새롭게 형성된 세력이 총 집결해 힘을 키우자는 뜻이었습니다. ‘호남의 희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린우리당 만들 때보다 지금 개혁세력의 앞날이 훨씬 어두워 졌습니다. 그걸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호남의 역할이 역시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를 되돌아 보면 호남이 상수였을 때는 한국의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호남이라는 것은 지역이 아닙니다. 호남 패권주의라는 것도 아닙니다. 소수가 어떻게 패권을 행사합니까? 주창 세력의 정신적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민주주가 무너졌을 때 호남이 보루였습니다. 그 정신을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역으로의 호남이 완전히 배제된 것도 아닙니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은 특정 지역이 배제되거나 차별되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호남의 희망이 곧 한국의 희망이란 것입니다”

-솔직히 ‘천정배 정치’란 뭘까요? 그리고 그 같은 ‘천정배 정치’로 신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할 의사는 없습니까?

“정치라는 것은 그 나라와 사회가 각 시대마다 가지고 있는 과제를 몸과 마음을 던져서 이룩하기 위해서 실천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 아닌가 합니다. 과거 민족의 독립이 절실할 때에는 독립 운동가들이 그리고 군사독재 시대에는 어떻게 민주화를 이룩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 바친 그 분들이 실제 정치인이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 저는 지금 시기의 시대적 과제는 극심한 양극화의 청산과 남북 간의 이념대립의 극복을 들고 싶습니다.

국민소득이 3만 불에 가깝고 전 세계에서 15대 강국에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국민 대다수의 사람들은 민생에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산층의 붕괴는 말 할 것도 없고 미국과 비슷하게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 가져간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하위 40%가 얻는 소득이 전체소득의 2% 밖에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극심한 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정치가 지금 그런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 간의 이념대립에 있어서도 분단으로 인한 냉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간 대립도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입니다. 포지티브하게 이야기 한다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저는 이 같은 시대적 과제를 몸과 마음을 바쳐서 이룩하려고 실천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천정배 정치’라고 봅니다. 또 이를 위해서 제 달란트만큼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각오입니다. ‘천정배식의 정치란 바로 양극화로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우고 싶은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탁을 앞에 놓고 정치적 현안을 놓고 대담을 하고 있는 본인과 천정배 전 장관 © 추광규 기자 


정윤회 소환에서 보여준 검찰 태도는 청와대 문건 유출의 단면 보여줘…

-연말 정국과 관련해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검찰의 지금까지 수사과정, 전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떻게 지켜보고 계십니까?

“사실은 세부적인 수사상황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 보면 이 검찰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과연 그 살아있는 권력과 맞설 수 있는 기개를 갖고 있느냐 처음부터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정개입인지 농단인지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윤회씨 소환 장면이 굉장히 시사적이었습니다.

정윤회씨가 소환된 후 검찰 직원들이 전용통로를 통해서 데리고 간 후 검색도 안하고 검찰 전용 엘리베이터로 모시고 갔다는데 굉장히 상징적인 조치였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찰 스스로 정윤회는 넘어설 수 없는 실세라는 것을 웅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검찰에 대해서는 ‘너희들 알아서 해라 정치권 눈치 볼 필요 없다’고 했고 저도 1년여 동안 법무부장관을 하면서 언사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권한을 줬습니다.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게끔 만들었지만 지금 검찰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과, 통합진보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은 어떻게 보십니까?

“통진당 정치적 입장과는 별도로 통진당 정당자체를 해산 한 것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상실케 한 것은 굉장히 무리 한 것입니다. 저는 김이수 헌재 재판관 판시가 옳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와 함께 증거가 없이 인정한 게 아닌가 생각해서 헌재가 신행정수도를 무산시킨 결정에 버금가는 오버를 해버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떻든 헌재의 결정으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당선되었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 성남수정 광주서을 지역 보궐선거가 내년 4월에 치러집니다. 언론들은 벌써 장관님을 광주서을 등의 출마예상자로 꼽고 있던데 출마의사는 있으신가요?

“저는 이 문제는 좀 더 개혁정치 내부 상호간에 두루 소통해 가면서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심지어 저한테 선거를 보이콧 하자고 합니다. 선거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참여한다고 한다면. 이때는 뭔가 이번에 개혁정치 세력의 전진 현재의 정치를 개혁해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면서 그것을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전략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새정연 지도부가 새로 뽑히면 그 지도부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권 밖에 있는 사회에서도 광범위한 소통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야권에겐 참으로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혁정치의 전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천정배 개인 중심으로 바라볼 것은 아닙니다.”

-야권 강세지역마저 새누리당에 줄 수 없다는 논리로 다시 또 야권연대라든지 연합공천 등의 논리가 횡행할 텐데 이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지요.

“여러 차원의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무소속으로 나오신다는 통진당 출신 전 의원들과의 연대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억울하게 정당해산을 당했다는 새로운 문제는 있지만 연대가 적절한 것인지는 정치적인 문제이지요. 지난번 총선에서는 야권연대가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당밖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런 등등의 문제를 열어놓고 논의할 부분이 있겠지만, 각 정치세력이 이번에는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하고 이번 보궐 선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는가 합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평안하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정리. 사진 =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동영상 박훈규 기자 )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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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거목 울고 가로림만 물범 웃었다

가리왕산 거목 울고 가로림만 물범 웃었다

김정수 2014. 12. 31
조회수 622 추천수 0
 

2014년 환경 이슈 10가지 열쇠말
잊을 틈 없는 미세먼지 위협 속 화학물질 안전대책 관심 집중
힘얻은 반핵 깊어진 원전 불신에 환경 안 비껴간 규제완화 강풍

        

adu0.jpg» 2014년은 마치 한 형제 같은 가리왕산과 가로림만의 운명이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선 9월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한 벌목이 시작되면서 지름 1m가 넘는 거목까지 예외 없이 잘려나갔다.(왼쪽) 반면 충남도 서산 가로림만에선 10월 조력발전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점박이물범이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됐다.(오른쪽) 사진=정선 서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조금도 상투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2014년이 지나간다. 올 한해 환경 분야 주요 이슈들을 10가지 열쇳말을 중심으로 풀어본다.

 

고농도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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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밝게 빛나는 붉은 태양을 기대하고 가까운 산에 오른 많은 수도권 시민들은 구름이 없는데도 부옇게 떠오른 태양의 모습에 실망해야 했다. 짙은 먼지에 가려진 탓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환경부가 건강한 일반인에게까지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인 1㎥당 12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갔다.

 

중국발 황사나 스모그에 국내산 대기오염물질이 합쳐진 고농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PM2.5)는 올해 내내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와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유해화학물질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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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가 언제든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는 화학물질에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주변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정 논의가 시작돼, 환경부 화학사고정보통합시스템(CATS)의 공개를 의무화한 법 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에서도 화학물질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한 하위법령 준비를 끝냈으나 상위법 취지와 달리 화학사고 처벌 기준을 약화시켜 논란이 됐다.
 

반핵 지자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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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삼척 시민들은 ‘원전 백지화’를 내세운 이른바 ‘반핵 시장’을 선출하고, 이어 10월 주민투표에서 원전 반대에 84.97%의 몰표를 던졌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원전의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와 원전을 상대로 한 주민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노후 원전의 가동연장과 폐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연말에 불거진 원전자료 유출 문제는 원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큰빗이끼벌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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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부터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라는 흉물스런 외래종 태형동물 군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 생물이 번성한 원인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에 의한 수질 정체 탓이라고 지적하고, 4대강 사업 시행자인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5개월 동안 관련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사한 환경부는 지난 17일 이 생물의 번성이 보 설치에 따른 수몰 고사목 대량 발생과 유속 감소에 따른 것이란 분석 결과를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규제완화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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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정부는 산지관광 활성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등이 포함된 ‘서비스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산지관광특구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는 발표에서 환경단체와 비판적 전문가들은 4대강을 파헤친 삽날이 산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떠올렸다.

 

올해 사회 모든 분야를 휩쓴 규제완화 바람 앞에 환경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경부는 상수원 상류 입지규제 원칙까지 허물어 상수원 상류 지역의 소규모 공장 설립을 뒷받침했고, 보전이 원칙인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 사업을 일부 허용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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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정부는 차량 배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저탄소협력금제 시행일을 2015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까지 줄여야 하는 국가 목표에 비추어 명백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후퇴 선언이었다. 일주일 뒤 정부는 산업계에 대한 2015~2017년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애초 계획한 16억4300만t에서 4400만t 더 늘려줬다. 차기 정부에 그만큼 더 많은 감축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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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정선 가리왕산에 전기톱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단 사흘 동안의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경기를 위해 국내에서 유전적·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기로 손꼽히는 숲을 합리적인 복원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베어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9월29일부터 평창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톱질은 계속됐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을 위한 벌목은 30% 이상 진행된 상태다. 하지만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지금도 가리왕산을 살리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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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 환경부는 갯벌 훼손 논란을 빚어온 충남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의 승인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조력발전 사업으로 인한 가로림만 갯벌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고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훼손을 막는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환경부의 이 결정에 이어 사업 시행을 위한 ‘공유수면매립계획’ 기간까지 지난달로 만료돼 8년간 끌어온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2000년 영월댐 건설을 막아 동강을 지켜낸 것과 비교될 수 있는 환경의 승리인 셈이다. 

 

리마 기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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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4일 페루 리마에서 전세계 190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참가국들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리마 기후회의에서는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진전된 합의는 없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이번 세기말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평균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내년 말 파리 기후회의에서 2020년 이후의 새 기후체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국체적인 일정에 합의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시각도 많다. 

 

4대강사업 조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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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조사평가 결과는 총평에서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핵심 시설인 보의 위치가 이·치수 효과가 아닌 불분명한 기준에 의해 선정됐고, 보와 준설이 수질 악화와 녹조 사태를 초래했음을 확인했다. 강살리기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생태계 복원에 대한 고려조차 없이 진행됐다는 결론은 앞선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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