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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평통 “유엔 인권결의, 南이 美 추종.. 이는 선전포고”

北 조평통 “유엔 인권결의, 南이 美 추종.. 이는 선전포고” (전문)
이계환 기자  |  k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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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3  0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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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된 것과 관련, 북한은 여기에 남한이 미국에 추종했다며 이는 “전면적인 선전포고”라고 22일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22일발에 따르면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남조선괴뢰들이 미국에 추종하여 도발적인 반공화국 ‘인권결의’ 조작놀음을 벌려놓은 것은 우리 제도, 우리 인민을 반대하는 전면적인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조평통은 “우리는 괴뢰패당의 ‘인권’ 모략소동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인권’의 미명하에 우리의 존엄과 제도, 인민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평통은 남측 당국이 “반공화국 ‘인권’공조를 구걸하면서 허위와 날조, 모략으로 꾸며낸 자료로 ‘인권결의’ 조작을 극구 추동질”했으며, 또한 “‘인권’의 탈을 쓴 국제사회의 어중이떠중이들을 남조선에 끌어들여 추악한 인간쓰레기들과의 면담놀음을 벌려놓다 못해 인간추물들을 국제무대들에까지 끌고 다니며 ‘증언’이니 뭐니 하는 나발을 불어대게 한 장본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조평통은 남측당국이 미국에 추종하여 인권결의 조작에 앞장선 것은 “우리 공화국의 높은 권위와 영향력을 훼손하고 동족대결책동을 합리화하며 여론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 민심을 수습하고 남조선인민들의 반정부 투쟁기운을 무마하여 통치위기를 극복해보려는데 그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남측당국에 대해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 내맡기고 군통수권마저 외세에 섬겨 바친 세상에 없는 특등사대 매국노, 남조선을 최악의 인권폐허지대로 만든 인권유린왕초들이 그 누구의 ‘인권’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역공했다.

한편, 지난 18일(뉴욕 현지시각)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EU 등이 제안한 ‘북한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됐다.

《인권》의 미명하에 우리의 존엄과 제도,인민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자들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것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보도 제1080호--

알려진바와 같이 얼마전 유엔총회 제69차회의 3위원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극히 도발적인 반공화국《인권결의》라는것을 조작하는 놀음을 벌려놓았다.
우리 체제를 전면부정하고 반공화국압살을 노린 전대미문의 날강도적인 모략문서가 조작된것은 우리의 존엄높은 사회주의제도를 허물어보려는 적대세력의 발악적책동이 극히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지금 괴뢰들은 반공화국《인권결의》가 강압통과되자 승기가 나서 《환영》이니,《국제사회의 우려의 반영》이니,《적극적인 협력》이니 하며 분주탕을 피워대고있다.
그런가하면 괴뢰국회에서의 《북인권법》강행처리니,유엔《북인권사무소》설치니 하는 광란소동까지 벌리면서 남조선을 국제적인 반공화국《인권》모략의 소굴로 만들려고 발악하고있다.
괴뢰패당은 이번에 또다시 《공동제안국》으로 나서서 《인권결의》조작에 피눈이 되여 날뜀으로써 극악한 대결광신자로서의 정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반공화국《인권》공조를 구걸하면서 허위와 날조,모략으로 꾸며낸 자료로 《인권결의》조작을 극구 추동질한것도 남조선괴뢰들이고 《인권》의 탈을 쓴 국제사회의 어중이떠중이들을 남조선에 끌어들여 추악한 인간쓰레기들과의 면담놀음을 벌려놓다 못해 인간추물들을 국제무대들에까지 끌고다니며 《증언》이니 뭐니 하는 나발을 불어대게 한 장본인도 괴뢰역적패당이다.
괴뢰패당이 미국에 추종하여 《인권결의》조작에 앞장선것은 우리 공화국의 높은 권위와 영향력을 훼손하고 동족대결책동을 합리화하며 여론의 이목을 딴데로 돌려 민심을 수습하고 남조선인민들의 반《정부》투쟁기운을 무마하여 통치위기를 극복해보려는데 그 불순한 목적이 있다.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 내맡기고 군통수권마저 외세에 섬겨바친 세상에 없는 특등사대매국노,남조선을 최악의 인권페허지대로 만든 인권유린왕초들이 그 누구의 《인권》에 대해 떠들어대는것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우리 공화국은 인민대중의 존엄과 권리를 최상의 높이에서 보장해주는 참다운 인권존중의 사회로서 《인권문제》란 있을수도 없다.
오늘 우리 공화국은 절세위인의 숭고한 인민사랑,후대사랑의 정치에 의해 인민의 모든 꿈과 리상이 실현되는 사회주의무릉도원,인민의 지상락원으로 만사람의 부러움과 찬탄을 받고있다.
선군으로 위용떨치고 일심단결로 승승장구하는 우리 사회주의를 그따위 《인권》소동으로 흔들어보려는것은 가소롭기 그지없으며 그것은 천년이 가도 만년이 가도 영원히 이룰수 없는 개꿈에 불과하다.
남조선괴뢰들이 미국에 추종하여 도발적인 반공화국《인권결의》조작놀음을 벌려놓은것은 우리 제도,우리 인민을 반대하는 전면적인 선전포고이다.
우리는 괴뢰패당의 《인권》모략소동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것이며 《인권》의 미명하에 우리의 존엄과 제도,인민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것이다.
온 겨레와 국제사회는 미국과 남조선괴뢰패당이 벌리는 반공화국《인권》모략책동의 추악한 내막과 불순한 흉계를 똑바로 보고 단호히 반대배격해야 할것이다.

주체103(2014)년 11월 22일
평 양 (끝)

(출처-조선중앙통신 201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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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건축, 민족성과 비반복성이 생명

[통일문화255] 북 건축, 민족성과 비반복성이 생명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255] 북의 건축관련 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11/22 [23:39]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민족통신에서 소개한 2012년에 주체사상탑에서 촬영한 평양,  정면 중앙 건물이 인민대학습당, 그 뒤쪽 스키모자처럼 생긴 건물이 빙상관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개건완공단계에 이른 평양공항을 시찰하고 내부장식이 잘못되었다면서 재시공을 지시한 게 조선(북한)에서 기사 1편에 그쳤다면 반도의 남반부에서는 수많은 기사를 양산했다. 재시공의 이유가 원래대로 하면 어느 나라의 공항과 비슷하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남의 어떤 언론들은 중국의 어느 공항과 비슷했으리라고 추측하면서, 중국 네티즌들이 그 소식을 보고 분개했다는 민의까지 조작해냈다. 건축물의 일부가 다른 건축물과 비슷한지 비슷하지 않은지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첫 눈에 알리는 법이라, 원래대로 준공되었더라면 남의 일부 언론들은 “짝퉁”을 연발하면서 수없이 비웃을 것이다. 민의조작은 그런 비웃을 권리를 잃어버려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지경이다.

 

▲ 평양공항 건설을 지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     ©자주민보

 

평양공항의 내부가 어떻게 설계, 시공되었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만, 그 보도를 보면서 별로 놀라지 않았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대형건축물을 마지막단계에서 수정하여 재시공하는 건 조선의 전통중 하나라고 할 지경으로 적어도 수십 년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1950년대 소련의 건축이념과 방식을 그대로 본딴 평양 윤환선거리의 생겨난 걸 가슴아프게 생각해서 20여 년 뒤 통째로 폭파해버리고 새 거리-창광거리를 세웠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조직비서는 기념비적건축물에 불미스러운 점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확신을 가졌고 따라서 준공 전에 아무리 품이 많이 들더라도 건축물을 고쳐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거니와 총서 “불멸의 향도”에 속하는 장편소설 《전환의 년대》(리신현 지음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8년 11월 출판발행, 도합 383쪽, 사진)이 다루는 얘기이기도 하다.

 

▲ 불멸의 향도-전환의 년대     © 자주민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평양에 생겨난 평양산원, 빙상관, 주체사상탑, 창광거리, 인민대학습당 등의 건설을 둘러싸고 김정일 조직비서를 중심으로 하여 건축설계가, 시공자, 구두수리공 등등 사람들의 변화발전을 그린 장편소설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1950년대 중국에서 건축난제 하나를 해결한 이야기를 화두로 삼는다.

 

195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10돌이 되는 해로서 굉장한 규모로 경축했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베이징에 일떠선 10대 건축이고 그 가운데서 특히 두드러지는 게 인민대회당(人民大会堂)이었다. 인민이 모여서 국사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장소로 지은 인민대회당은 남북길이 336미터, 동서넓이 206미터, 높이 46.5미터, 부지 15만 제곱미터에다가 건평 17.18만 제곱미터로서 명, 청 두 나라 황궁인 고궁(자금성)의 총건평보다도 더 컸으니 규모부터 중국 역사상 전례가 없었거니와, 형식 또한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다나니 새로운 문제들에 숱해 부딪쳤고 풀어야 할 난제들이 엄청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건축가들이 특별히 골머리를 앓은 것은 대회당의 중심으로 되는 너비 76미터, 깊이 60미터로서 만 명을 수용하는 만인대회당에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눌린다(压抑)는 느낌과 스스로 작다(渺少)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느냐였다. 인간과 건축의 모순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가 “인간을 위주로 하면서 물건은 인간이 쓰도록 한다(以人为主 物为人用)”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수천일색(水天一色, 쑤이톈이써, 물과 하늘이 일색으로 된다)”는 설계구상까지 내놓았다.

 

“사람이 바닷가에 서면 바다가 멀어보이지 않고 하늘이 높아보이지 않는바 사람이 작아보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원인인가?” 저우 총리는 불규칙 타원형 천정그림을 연필로 그려보이면서 이런 시각착각을 이용하라고 귀띔했다. 눈앞이 환해난 전문가들은 곧 천정과 벽면이 둥근각으로 사귀도록 하여 궁륭모양을 만듦으로써 상하가 둥그스레 혼연일체를 이루게 하여 눌리거나 텅텅 비었다는 느낌이 생기지 않게 했다. 또 천정에는 전등 500개를 물결모양으로 세 바퀴 설치함으로써 불이 켜지면 별하늘효과가 생기게 했다.

 

난제는 이렇게 저우 총리의 아이디어와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이 결합되어 풀렸는데, 사실은 왜 그런 난제가 제기되었는가부터 따져야 맞다. 고층건물의 시조로 되는 유럽에서는 사람이 건축물 안에서 스스로 작고 보잘 것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문제로 되지 않았을 뿐더러 건축가들은 의도적으로 그런 효과를 강조했다. 유럽의 옛 종교건축물들의 안팎을 살펴보면 원죄를 갖고 태어났다고 정의된 인간들이 위압감을 받도록 설계, 시공되었음이 분명히 알린다. 뒷날 종교색채가 농후하지 않은 건축물들이라도 유럽에서든 아메리카에서든 부유함을 과시하거나 건축기술을 자랑하거나 등등 이유로 엄청난 규모나 화려한 장식으로 보는 사람들과 들어간 사람들에게 압도감을 주곤 했다. 그러나 인민을 주인으로 규정한 새 중국에서는 인민들이 국사를 의논하는 장소, 더욱이 키가 작은 민족들이 많은 상황에서 위압감, 왜소감의 산생은 금물로 간주되었다. 하여 그런 문제가 생겨났고 그런 해결책이 나왔던 것이다.

 

이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바, 인간이 설계하고 인간이 짓고 인간이 쓰는 건축물이란 결국 건설자들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구체적으로는 인간관을 보여준다. 여자의 다리 모양이나 남자의 생식기 모양으로 이뤄진 건축물들이 근년에 중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결국에는 세계관, 인간관의 쟁론이다. 서양인들이 서양에서도 실행하지 못한 별의별 괴상한 아이디어들이 중국에서 실물로 나타난다는 걸 좋은 현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세계에는 나라들이 많지만 가장 특수한 인간관을 가진 나라는 “인간을 세계의 주인”으로 정의하는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하는 조선이다. 그런데 역사적 원인으로 하여 조선의 첫 세대 건축전문가들은 소련과 동유럽에 가서 전문지식, 전문기술을 배웠고 따라서 그 영향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하여 평양에 가본 외국인들이 소련식 건축물들을 보았다거나 소련풍  설계를 봤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장편소설 《전환의 년대》의 중점은 건축물들의 건축과정을 열거한 게 아니라 설계가, 시공자들이 어떻게 건축물에서 주체사상의 이념을 반영하느냐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그 스승은 김정일 조직비서이다.

 

소설은 빙상관 설계를 맡은 유명 설계가 림성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서 빙상운동의 원종장인 백두산 삼지연 일대에까지 갔으나 5일이 지나도록 별 소득이 없어서 모대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평양으로 급히 돌아오라는 시당비서의 연락을 받고 직승기(헬기)에 앉아 공중에 오른 림성욱은 한숨을 쉬다가 수백 미터 밑의 백두산 장수봉 모습에서 계시를 받아 갑자기 환성을 올리더니 장수봉을 중심으로 해서 한 바퀴 선회해달라고 간청한다.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직승기가 선회하고 림성욱은 급히 연필로 수첩에 스케치한다. 장수봉모양에서 빙상관을 스키모자모양으로 만들려는 아이디어가 태어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동료들과 김정일 조직비서의 찬성을 받았고 결국 빙상관은 첫 눈에도 그 목적이 알리도록 설계, 시공된다.

 

▲ 평양산원     ©1코리안뉴스


빙상관이 별 이의를 만들어내지 않고 생겨났고, 평양산원의 설계와 건설은 세계최대규모, 최상수준이라는 요구에 맞춰서 림성욱과 동료들이 소련 등 나라의 유사한 병원들을 견학하면서 설계를 마치고 시공했다는 정도로 간단히 지나간 것과 달리 주체사상탑, 개선문의 탄생은 훨씬 복잡하게 엮어졌고, 참신한 창광거리와 평양의 중심지 남산재에 세우는 인민대학습당의 건설은 아주 상세하게 그려졌다.


장수봉을 보고 빙상관 외형을 찾아냈던 림성욱은 창광거리 설계에서 새로운 돌파를 하지 못해 모대기다가 연습 중인 가극 《피바다》를 보러 간다.

 

“어쨌든 림성욱은 총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텅 빈 객석에 네댓명 심사원들이 주런히 앉은 가운데 무대에서는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의 련습이 한창 진행되고있었다. 림성욱은 무대장치와 장면변화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 극장에 찾아 온 원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라없는 설음을 안고 그 자신이 뼈저리게 체험했던 광복전생활이 눈앞에 얼른거려 주인공 꽃분이며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그도 울었다. 그러던 림성욱은 무대에 무용 《환상》이 펼쳐지는 바람에 고개를 버쩍 쳐들었다. 그가 자기 집 서재에서 모지름을 쓰다가 극장에 찾아오게 된것은 바로 이 무용장면을 통해 그 어떤 착상을 얻을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머리에 번개쳤기때문이였다. 오늘 다시 봐도 《환상》장면은 참말로 황홀하였다. 민족악기를 배합한 관현악의 미묘한 음색과 애절한 방창에 끌려서 자기를 잊고있었다. 림성욱은 흥분한 나머지 공연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였다. 총장이 그의 부자연스러운 거동을 돌아다보면서 무엇을 잊은게 아닌가고 나직이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정말 꿈장면이 대단합니다.》
《그런걸 전… *********께서는 이 가극을 지도해주실 때 환상장면에 각별한 의의를 부여하시였습니다. 불행에 시달리는 꽃분이를 가엾게 여기며 울던 관중들이 주인공의 밝은 미래를 감수할수 있게 무용에 랑만적인 세계를 펼쳐주셨지요. 여기에 와서는 모든 무용수들이 아름답고 힘있는 동작을 충분히 수행할수 있게 무대공간도 활짝 넓혀주어야 한다시며 저희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뜻깊은 가르치심을 주셨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총장이 김정일동지께서 무용 《환상》을 지도해주시면서 말씀하신 내용을 간단히 들려주었다. 성욱도 무용수들이 밀집되였다가는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는 모이며 주인공의 황홀한 꿈의 세계를 펼쳐보이는것을 보면서 무엇인가 눈앞이 번쩍이는것을 느끼였다.
그는 생각에 깊이 빠져버린채 자기 가슴속의 흥분을 어떻게 다잡을지 몰라 혼자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렇군요. 시각적공간이 탁 트이게 고층건물들이 종횡무진으로 일떠선 거리를… 아니, 아니, 무용수들이 춤을 추어야 한다는것이겠습니다.》
총장은 의아해서 림성욱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과묵한 건축가가 갑자기 무엇인가 혼돈을 하고있지 않는가 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림성욱의 눈앞에서는 몸매가 호리호리한 무용수들이 금강산의 기암봉우리로 변하기도 하고 갑자기 앞으로 창광거리에 일떠서게 될 현대적인 고층건물로 둔갑하면서 환상의 세계를 펼쳐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희한한 거리를 형성했다가 허물어버리고 허물었다가는 전혀 새로운 거리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무아경의 세계에 잠겨 앉아있었다. 이윽고 무용 《환상》장면이 끝나자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둬걸음 발을 옮겼을 때에야 림성욱은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총장에게 인사도 없이 서둘러 떠나려고 한 자신을 깨닫고 멈춰섰다.
《내 이젠 가봐야겠습니다. 도움을 주어서 고맙습니다.》”(260~262쪽)

 

림성욱의 아이디어는 김정일 조직비서의 수정을 거쳐 완성되는바, 고쳐진 창광거리 모형사판을 보면서 김정일 조직비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당비서동무나 소장동무가 잘 아는것처럼… 세계건축사를 돌이켜보면 저 에짚트의 피라미트와 그리스의 빤데은신전으로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 중국의 고궁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은 그 어느것이든 막론하고 인민이 소유하고 인민이 향유한것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들은 하나부터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제왕이나 통치자들, 부자들과 착취자들을 위한것이였고 그 족속들이 향유한것이였습니다. 현대자본주의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유사이래 건축가들은 수천년동안 건축예술을 창조하고 발전시켜 온 당사자인데도 그들자신이 소유자로, 향유자로 되여본적도 없었습니다. 인류사상 아직 한번도 해결해본적이 없는 이 불합리한 모순을 해결하자는것이 우리 ***의 뜻이고 우리 당의 뜻입니다. 그래서 나는 인민이 소유하고 인민이 향유하게 된 인민대학습당도 세계의 으뜸가는 건축예술의 걸작품으로 만들자는것입니다. 우리의 수도시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도 조형예술적견지에서 봐도 당당히 세계에서 자랑할만 한 멋쟁이로 만들자는것입니다. 우리가 진행하려는 건축혁명의 본질은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271~272쪽)

 

이 말에서 핵심은 “인민이 소유하고 인민이 향유하게 된”다는 대목이라 해야겠다. 다른 건축물들도 그러하지만 인민대학습당은 특별히 강한 상징적의의까지 지닌다. 소설에서 인민대학습당의 설계와 건축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는다. 
120명 설계가들이 반년 동안 주야로 일하여 내놓은 첫 설계방안을 보는 자리에서 어떤 일이 벌여졌는가?

 

“어느덧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대학습당 모형사판이 진렬돼있는 방문앞에 이르시였다. 림성욱이와 남정기가 량쪽에 갈라서서 시누런 문양이 새겨진 문손잡이를 잡아쥐고 출입문을 정중히 열었다. 널직한 광실 한가운데서 인민대학습당모형이 웅건한 자태를 드러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모형사판으로 다가가시였다. 가슴을 옥죄는 숭엄한 정적이 장내에 깃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미소가 어린 밝은 모습으로 인민대학습당모형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때로는 걸음을 옮기기도 하시였다. 예지로 빛나는 눈길이 전체로, 부분으로 흘러가고 또 머물렀다.
림성욱이도 남정기도 다른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그이의 얼굴만 초조히 지켜보았다. 120명의 설계집단이 반년간이나 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대건축물이 최종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시각이여서 숨을 내쉬기도 어려웠다. 드넓은 방안은 물뿌린듯이 고요하였다. 가끔 그이께서 사판의 정면과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시는 발걸음소리만이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성공인가 아니면 실패인가.
드디여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림성욱이쪽으로 돌아서시였다.
《대단히 수고들 했습니다.》
그이의 음성은 저력있게 울리였다. 아직은 설계가들이 기울인 노력과 수고에 대한 인사의 말씀뿐이시였다. 그다음엔 무슨 평가의 말씀을 하시겠는지? 설계가들은 가슴을 조이며 긴장해서 서있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아주 많은 품을 들였다는것이 알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띄운 안색으로 또 한번 힘주어 말씀하시고 림성욱에게 시선을 던지시였다.
《소장동무, 여기에 얼마만 한 품을 들였습니까?》
《120명의 설계가들이 반년동안 주야로 작업했습니다.》
《큰 력량이 달라붙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뇌이시고 인민대학습당의 푸른 지붕들을 다시금 자세히 눈여겨보시다가 반쯤 돌아서시였다.
《남정기동무, 우리 나라 력사에서 탑이 건립되기 시작한것은 어느 때부터입니까?》
남정기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얼떠름한 표정이 되여버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무슨 일로 갑자기 탑의 력사에 대해 문의하시는지 알수 없었다.
《불교에서 발생했다고 보구있습니다. 불교가 성행하기전에는 탑건축이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하시였다.
《우리 나라 도처에 있는 옛 탑들은 거의 모두가 불당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원래 불탑은 불사리를 넣어두는 무덤건축이였습니다. 불교가 성행한 시기에는 각곳에 절간기념물로도 많이 세워졌습니다. 한때 우리 나라 건축의 시조라고 불리운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그 대표적인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시면서 여전히 인민대학습당모형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시였다.
우리 나라 고전건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탑은 불교의 전파와 직접 관련되는 건물로 종교적인 신비성이 농후한것이 특징이였다. 고려초기에는 다각에 5층이상의 다층탑들이 건립되였으며 점차 형태가 장중하고 화려해졌다. 탑꼭대기의 상륜부는 청동제로 되고 탑개의 추녀끝마다 풍경을 매달아 음향적인 효과까지 내면서 집요하게 종교적숭배심과 위압감을 고취하여왔다.
《그런데 보시오. 남정기동무… 인민대학습당모형이 어쩐지 불탑과 비슷해 보이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남정기쪽으로 돌아서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예?》
남정기는 심장이 멎는듯싶었다. 눈앞이 캄캄하게 어두워졌다가 서서히 다시 밝아졌다. 학습당모형이 망막으로 육박해왔다. 그는 두눈을 크게 뜨고 대학습당모형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눈앞에 웅장화려하게 솟은 (좀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보였던) 이 건물모형은 틀림없이 불당을 련상시키고있었다.
4층겹집으로 높이 형성한 인민대학습당의 총체적인 모습이 하나의 거대한 불당을 방불케하면서 눈을 아프게 찔렀다.
민족적양식미를 살리려고 단청을 입힌 붉은 기둥도 여불없는 불당의 기둥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불당… 불당처럼… 보입니다.》
남정기는 신음하듯 부르짖고나서 창백해진 얼굴을 무겁게 떨어뜨리였다. 심장이 옥죄여들어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가누고 서있었다.
《다른 동무들의 의견이 어떤지 좀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으시며 뒤에 선 곽운필을 돌아다보시였다.
《참모장동문 어떻게 생각합니까?》
곽운필은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였다.
설계가들이 인민대학습당형성안을 성과작이라고 극구 찬양할 때 유독 혼자서 시원치않게 보았던 곽운필이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견해가 옳았다는것을 느끼자 오히려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하였다. 겉보기에는 거칠어도 속이 깊고 인정미가 있는 곽운필의 인간됨을 잘 알고있는 림성욱이 그를 대신하여 그이께 솔직히 말씀드리였다.
《참모장동문 학습당형성안이 봉건냄새가 나서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땐 론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다보니… 저희들이 미처…》
림성욱이 죄스러운 빛을 띠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서운한 기색으로 서계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인민대학습당설계에 노력은 많이 들였는데 잘되지 못하였습니다. 참모장동무가 옳은 의견을 제기하였습니다. 보시오. 물론 동무들이 민족적형식을 살리면서 현대감이 나게 설계하려고 한 의도는 보입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총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이 불당처럼 되고말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그런 느낌이 들고 부분을 뜯어봐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단청 하나만 봐도 조잡하고 현대감이 나지 않습니다. 개성부근의 여러곳에 있는 절간들을 보면 단청이 울긋불긋하고 란관에까지 붉은 칠을 하였습니다.
사원을 왕궁처럼 장엄하고 사치하게 장식한것은 탑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내세우기 위한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동무들이 설계한 인민대학습당이 그 모양을 본딴것처럼 되였습니다. 인민대학습당의 성격을 잘못 리해하였습니다.》
남정기는 컴컴하게 질린 얼굴로 묵묵히 서있었다. 어찌하여 자기가 이렇듯 큰 과오를 범했는지 알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각에는 불보듯 명백한 결함을 120명의 대설계집단이 여섯달동안이나 전투를 벌리면서도 어찌하여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알수 없었다.
남정기는 머리를 떨군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인민대학습당을… 세상에서 제일 요란한 건축물로 설계하려고만 하였습니다. 요란하고 현란한것을 추구한 나머지… 인민대학습당설계를 망친것 같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남정기가 괴로와하는 모양을 측은히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한참후에야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집을 설계해내겠다는 욕망이야 나쁠게 있습니까. 욕심이 없구 배짱이 없는 건축가는 참다운 건축가라고 할수 없습니다. 문제는 건축가의 탐구와 욕심이 우리 ***의 의도와 우리 인민의 미감에 부합되여야 은을 내고 빛을 낼수 있는건데… 그렇게 되지 못한것이 유감입니다.》
짙은 실망이 어린 음성이였다. 잠시 침묵속에 모형사판앞을 이리저리 거니시던 그이께서는 가슴속에 서린 괴로움을 감추지 못하시며 안타깝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은 수도의 제일중심에 그 어떤 건물도 앉히지 못하게 하고 거기에는 오로지 인민을 위한 대학습전당을 앉혀야 한다고 하신 ***의 진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였기때문에 온 설계집단이 달라붙어서 반년동안이나 고생했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께서는 김일성광장을 앞에 끼고있는 수도의 한복판에 있는 제일 좋은 터전인 남산재에 내각종합청사를 앉히자고 했을 때도 반대하셨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청사를 앉히자는것도 반대하시였으며 의사당을 앉히는것도 반대하시였습니다. ***께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수도의 중심자리에 인민을 통치하는 관청을 앉히지만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수 없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에는 반드시 인민들이 항시 모여들어 활용할 인민을 위한 대건축물을 앉혀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께서 그렇게 하신것은 인민을 하늘같이 여기시는데서 출발하신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인민을 하늘같이 여기시는 ***께서는 인민이 주인으로 되고있으며 실제적인 통치자로 되고있는 우리 나라의 인민적성격을 바로 수도의 한복판에 세우는 건축물에 구현하자는것이였습니다. 그러므로 인민대학습당은 단순히 인민이 모여들어 학습하는 대전당이기만 한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직관적으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인민대학습당은 그 성격에 맞게 마땅히 조선식으로 돼야 할뿐아니라 가장 철저하게 인민적인것으로 되여야 합니다.… 동무들은 민족적특성을 잘못 리해하고 복고주의적오유를 범하여 불당식으로 만들었는데 *** ***의 의도에 맞게 조선식으로 인민의 미감에 맞는 건축물로 설계를 개작해야 하겠습니다.》”(82~86쪽)

 

뒤이어 김정일 조직비서는 총건평 17만 평방(중국의 인민대회당과 비슷하다)이면 남산재의 덩지에 비해 너무 요란하다고, 규모적으로 대작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내용적으로 대작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것은 조화로운것이라는 것을 명심”(86쪽)하라고 일깨워준다. 
1979년 12월 말에 인민대학습당의 새로운 형성방안이 나온다. 김정일 조직비서가 또다시 심사한다.

 

“출입문가에 멈춰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안색이 대뜸 환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새로 만든 대학습당모형이 첫눈에 벌써 마음에 드시였다. 불당같던 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웅건하고도 수려하고 아주 세련돼보이면서 품위있는 조선식건축물이 사판우에 거연히 솟아있었다. 창공에 금시 날아오를것 같은 거대한 푸른빛합각지붕들과 그밑으로 층층이 은근한 빛을 뿜는 벽면들과 그 사이의 창문들, 이제 모든 요소들이 확대된다면 여불없이 장엄하고 우아한 건축물이 될것이다. 기둥들도 웅장한 건물을 믿음직하게 떠받쳐주면서 억센 기상을 풍기고있었다.
웅장함과 화려함, 전통과 혁신… 고전식과 현대식의 배합, 인민적인 친근감과 궁전식의 풍격이 한데 어울려서 더 말할나위없이 리상적조화를 이룬 걸작이였다.
《됐소, 이제야말로 인민의 대학습전당 같소. 이제 여기엔 인류가 쌓은 지식이 다 모여질게요. 그러니 이 대전당에서는 우리 인민의 지혜와 재능이 수없이 태여나 사회와 자연을 개조하는, 나아가서 우주를 정복할 환상이 나래칠것이고 세계적인 학자들도 수많이 배출될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팔을 가슴우에 엇결으시며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남정기가 눈물이 솟구쳐오르는지 머리를 들지 못하고있었다. 림성욱과 김광성의 얼굴에도 기쁨이 넘쳐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광성을 돌아보시였다.
《시당비서동무, 그럴것 같지 않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말씀을 듣고보니 정말 학습당의 성격에 맞게 설계된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화려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저의 생각이 확실히 짧았댔습니다. 지도자동지의 말씀을 받아안고보니 이 건물이 이제는 대학습전당다운 풍모를 갖췄다고 생각됩니다. 국제친선전람관에 짝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특히 민족성을 잘 살려 지붕처리를 잘했습니다. 저렇게 장쾌하고 부드럽구 아름다운 지붕은 우리 나라에서만 볼수 있는것입니다. 그런걸 저는 너무 고전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댔습니다.》
김광성이 열 띤 음성으로 말했다.
《시당비서동무가 이제야 비슷한 소리를 하누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족하시여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모형사판을 향해 다시금 돌아서신 그이께서는 인민대학습당의 정면과 정각, 건물의 중심부분들을 자세히 살펴보시였다. 조선식건물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지붕들이며 처마, 부연, 두공들에 이르기까지 그이께서는 세심하게 살펴보시였다.
《성공입니다. ***께서도 기뻐하실겁니다. ***께서 남산재우에 지어주시려고 구상하신 인민대학습당은 바로 이런것입니다. 동무들이 큰일을 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정기를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남정기동무가 이제는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보시오. 열정과 담력이 있는 예술가는 이렇게 걸작을 내놓습니다. 내가 남정기동무한테 바란게 바로 이것입니다. 남정기동무는 대단한 건축가로 됐습니다.》
그이께서는 만시름을 놓은듯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남정기, 강문혁이, 미영이… 드디여 신진들이 로장들과 함께 건축혁명을 떠메고나갈수 있게 자라난것이 제일 기쁘시였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남정기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남정기동무, 그런데 저쪽의 지붕은 왜 밋밋하게 만들었습니까?》
그이께서는 인민대학습당뒤켠의 평지붕을 가리키면서 물으시였다. 남정기가 갑자르면서 입을 열었다.
《저 지붕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앞부분과 중간부분 그리고 뒤부분에 똑같은 형태의 지붕이 세개씩이나 겹놓이는게 너무 반복감을 줄것 같아서 그것만은 평지붕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고충이 리해됩니다! 하지만 평지붕 하나때문에 전체적인 조화가 깨지는감이 나지 않습니까?… 평지붕은 조선식건물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조선식건물의 개성을 파괴할수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다시금 지붕부분을 살피던 남정기가 고개를 들며 눈빛을 번쩍이였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남정기가 흔연히 기운찬 대답을 하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께서 생각하신 인민대학습당은 철저히 조선식건물입니다. 잡식이 되여서는 안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인민대학습당 하나만 봐도 조선을 알게 하자는것이 ***의 의도입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정기에게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시고 몇걸음 뒤로 물러서서 인민대학습당모형을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시였다.
《인민대학습당형태는 잘되였지만 규모가 남산재의 크기에 비해 너무 큰감이 납니다. 지금의 비례대로 하면 남산재언덕이 대학습당에 눌려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상실당하고 말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우산을 쓴격으로 될수 있습니다. 남산재언덕이 대학습당을 떠받들고있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규모를 좀 줄여야겠습니다.… 덮어놓고 규모만 줄이지 말고 중심지붕의 높이도 조절하여 균형을 잘 보장하시오. 아직도 주지붕이 좀 높아보입니다.》
《수도의 한복판에 솟아날 건물이다보니 전체적인 조화는 생각지 않고 욕심만 부렸습니다.》
그이께서는 림성욱이 자책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그를 위안하시듯 《그 욕심엔 나도 반대없습니다. 물론 커야 합니다.》 하시고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한데 대학습당은 이미 건설해놓은 김일성광장과 그 주변의 건물들 그리고 남산재와 잘 조화되여야 합니다. 건축물이란 결코 규모로써 걸작이 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실용적가치와 예술적가치로써 걸작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는건 전문가들인 동무들이 더 잘 알것입니다. 그러니 주변건물들과도 잘 어울리고 남산재와도 잘 조화되게 학습당의 규모를 결정해야 합니다. 수도건설에서 주체사상탑과 인민대학습당이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주체사상탑을 조선의 머리라고 비유한다면 인민대학습당은 조선의 얼굴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얼굴은 세상 그 어디에 내놔도 으뜸가는 미남으로 돼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머리우로 추켜드시고 뜨거운 열정이 어린 음성으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김광성이도 림성욱이도 남정기도 모두 숭엄한 감정에 잠긴채 그이의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그만합시다. 조금만 더 손질하면 대학습당이 아주 훌륭한 건물로 되겠습니다. 우리 건축계의 2세가 설계한 력작인데 손색이 없어야 합니다. 지붕색갈이 좋습니다. 꼭 이대로 합시다. 수고들 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드넓은 형성관안이 차넘치게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을 끝낸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정기한테 뜨거운 고무와 격려가 어린 미소를 보내시고 림성욱이와 김광성을 향해서도 손을 들어 답례하시고는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시였다.”(295~298쪽)

 

그런데 수정을 거쳐서 시공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김정일 조직비서는 설계가 남정기와 함께 직승기를 타고 부감하다가 중심지붕이 높아질 가봐 걱정한다. 작은 모형으로 브는 것과 남산재 위에 실제로 건설되고 또 주위의 환경과 결부시켜보는 느낌이 다른 건 명백한 이치이다. 아무리 상상력이 좋더라도 이런 차이는 극복하지 못한다. 김정일 조직비서의 걱징이 현실로 드러난다. 김일성 주석이 학습당건설장에 나와서 중심지붕에 얹혀질 구조물의 높이를 가늠해보더니 갓 쓰고 혼자 우뚝 선 것처럼 될 뻔했다면서 중심지붕을 낮추어야 건물자체도 무게 있어보이고 더 아름다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남정기는 고심 끝에 그날로 중심지붕을 2. 2m 낮출 방안을 작성하여 논의에 붙인다. 그런데 시공주인 곽운필이 완강하게 반대한다. 반복공사도 피하고 자재와 노력의 랑비도 막자고 타산하는 곽운필은 중심지붕을 60㎝만 낮추잔다.

“《여보, 제발 코막고 답답한 소리 하지도 마오. 눈섭지붕 하나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기나 하오? 자그만치 30t이란 말이요. 열한개나 되는 그 눈섭지붕을 몽땅 까자면 석달이 걸려도 안돼. 안된다면 안되는줄 아오. 이 곽운필이가 언제 우는 소리를 하는걸 봤소?》
《참모장동지의 심정은 알만합니다. 그렇다고 중심지붕을 60㎝쯤 낮춰서야 지붕이 낮아진것으로 됩니까? 60㎝면 세뽐도 채 안됩니다. 고작 세뽐도 안되게 낮춰서야 이 큰집이 줄어든게 알리기나 하겠습니까?》
《걱정말라니까. 나하구 당신하구 키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재보자오? 겨우 3∼4㎝ 차이야. 그 정도만 해도 나는 키 큰축이고 동문 중키야. 우리가 하자는대로 낮추구 량켠에 쌍기둥만 세우면 일없다질 않아? 쌍기둥을 세운후의 시각적효과도 생각해야 할게 아니요. 그런건 고려하지 않고 덮어놓고 냅다 미는 곧은박인 보다보다 처음이요. 전번에도 남의 말을 듣지 않구 우겨대더니만… 까놓구 말해서 동무네 그 옹고집때문에 학습당을 불당처럼 만들어놨지. 그때 단단히 혼쌀나구두 아직 정신이 덜 들었구만. 정 고집하겠으면 동무가 다 맡아서 하오.》
《참모장동지, 저도 인민대학습당이 아니면 고집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여보시오, 설계가선생. 말 좀 삼가하오. 누군 뭐 얼렁뚱당 넘기자는 사람인줄 아오? 도대체 저 중심지붕을 누가 껑충하게 만들었소? 동무가 아니요? 제가 설계를 잘못해놓구 시공자들한테 중심지붕을 2. 2m 낮추라, 눈섭지붕을 까라구 떠들어댈 체면이 있는가 말이요. 그래 눈섭지붕을 까구 동문 무사할것 같소? 동무한테 목이 몇개나 된다구 뻗대는거요? 괜히 소란을 피우지 말구 잠자코 있는게 좋소.》
《참모장동지. 《정말 나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붕을 더 내려앉혀야 한다구 봅니다. 아무리 품이 들어도 학습당은 흠 하나 없이 건설해야지 않습니까. 전 학습당을 제대로 지어놓고 어떤 처벌이든지 다 받겠습니다.》
《이 사람 봐라? 점점 한다는 소리가… 여보, 안된다면 안되는줄 아오. 처벌을 받겠으면 받고 맘대로 하오. 그러나 눈섭지붕을 까는 문제는 동무가 결론할 일이 아니요. 시당비서동무도 우리가 내놓은 안대로 하자는데 동문 왜 자꾸만 간참해나서며 이 야단이요?》”(325~326쪽)

 

▲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위해 89년 5월 1일 완공한 15만명 수용 규모의 평양 릉라도의 5.1경기장, 80년대 이런 디자인의 경기장을 건설하였다니 놀랍다. 아치와 곡선의 미학을 잘 살리면서도 구조 역학적으로 뛰어나고 비가림 등 편의성도 훌륭해 보인다. 특히 이 건출물을 아무리 봐도 물리지 않고 늘 새로운 느낌이며 거기다고 포근한 정감까지 안겨준다.     © 자주민보

 

문제는 김정일 조직비서에게까지 올라가고 김정일 조직비서는 곽운필의 눈가림수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공사기일이나 따지면서 설계가의 잘못을 탓하지 말고 설계가의 양심을 봐야 함을 강조한다. 결국 인민대학습당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조직비서가 바라는대로, 설계가가 소원하는대로 지어진다.


인민대학습당의 지붕개조와 비기면 평양공항의 내부장식재시공은 규모방면에서 훨씬 작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인민대학습당의 지붕재시공이 높이 때문이었다면, 평양공항의 내부장식은 모방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모방은 김정일 위원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었다. 여러 자료에서 나오지만 전 외교관 허담이 쓴 《김정일 위인상 1》(조선로동당출판사 2000년 8월 2판1쇄, 도합 322쪽)에서 일부 내용을 가져온다.

 

▲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당의  품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자주민보, 김수복 재미교포 제공


《전환의 년대》가 그린 시기에서 몇 해 지난 1986년 5월 13일 허담은 무슨 문제를 결론받으려고 김정일 조직비서에게 갔다가 함께 만경대소년궁전 형성방안들을 보게 된다. 허담의 눈에는 《꽃봉오리》, 《해바라기》, 《새날》, 《수정》이라고 이름 지은 4가지 방안 중 어느 것을 택했으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다 마음에 들었는데, 김정일 조직비서는 부결해버린다. 이유인즉 《꽃봉오리》는 지붕을 둥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건물모양이 구라파(유럽)나라 건물 같다, 《해바라기》도 잘 만들지 못했으니 원유가공공장 같아보인다, 《새날》은 색칠을 하여서 그런지 평양제1고등중학교 건물과 비슷하다, 《수정》은 다른 나라의 유리집 같다. 허담이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꽃봉오리》는 유럽의 어느 한 교예극장 같았고 《해바라기》는 까스삐해지역의 어느 한 원유가공공장 같아 보였다. 《새날》은 평양제1고등중학교와 같았고 《수정》은 남방의 어느 한 체육관 같아 보였다. 김정일 조직비서는 지금 전시한 학생소년궁전설계형성안을 다 무시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말했고, 달반가량이 지난 1986년 7월 4일에 9가지 형성안이 새로 나왔다.


허담도 마침 심사자리에 있어서 살펴보았더니 《해바라기》, 《별무리》, 《배움터》, 《포부》, 《별》, 《새날》, 《수정》, 《탐구》, 《품》등으로 이름지어졌는데, 전반적으로 덩지가 크고 무게가 있어 여간만 성의를 넣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설계형성안을 다 본 김정일 조직비서는 또다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해바라기》는 건물형식이 평양산원과 비슷하다. 평양산원 건물형성수법을 본따서 만든 것 같다, 《별무리》는 건물형식이 평양학생소년궁전처럼 울뚝불뚝한 윤곽이 나타나게 만들었다, 《배움터》는 공예화된 감이 난다, 《포부》에서 창문을 웽그리아(마자르)대사관 창문 비슷하게 만든 것은 좋지 않다,…… 이렇게 8가지 형식의 설계형성안을 다 부결한 다음 마지막으로 남은 설계형성안 《품》을 김정일 조직비서는 제일 좋게 평가했다.

 

《학생소년궁전 설계형성안들가운데서 〈품〉이 제일 낫습니다. 설계형성안 〈품〉은 유리를 많이 넣게 되여있기때문에 해빛도 잘 들고 툭 터쳐놓은감이 나서 좋습니다. 학생소년궁전은 해빛이 잘 들게 건설하여야 합니다. 설계형성안 〈품〉을 건물 가운데부분만 그리고 량옆부분은 그리지 않았는데 형성안을 마저 그려놓으면 어떻게 보이겠는지 모르겠습니다.》(259쪽)

《품》은 특색 있는 주제를 발견했으나 그 새로운 주제를 건축학적으로 잘 형상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불합격되었는데, 13건의 설계형성안이 부결된 이유를 묻는 허담에게 김정일 조직비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창조는 우리 당의 로선과 방침, 우리 인민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새것을 발견하는것입니다. 모방은 앵무새처럼 남이 해놓은것을 흉내내거나 그대로 본따서 만든것입니다. 창조가 발견이고 성공이라면 모방은 반복이고 실패입니다. 
……
우리 당과 인민이 세계일등급의 궁전을 독특하게 건설하여 아이들에게 선물할것을 바라고있는데 이미있는 건물형식을 본따서 궁전을 건설한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모자라 그런 볼품없는 건물을 건설해놓았다고 욕할것입니다.
지난 시기에 없었던 건물이 이 땅에 솟아난다고 하여 새로운 창조물로 되는것이 아닙니다. 건축물의 형성안에 대한 〈합격〉과 〈불합격〉의 절대적인 기준은 새것에 대한 독특한 창조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것입니다. 창조의 가치는 오직 새로운 자막대기로만 잴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새로운 자막대기란 창조를 삶의 방식으로 삼는 우리 당과 인민의 지향과 요구입니다.
새것을 끊임없이 창조하여 인민들에게 선물하는것은 나의 행복이며 삶의 방식입니다.》(260~261쪽)

 

사실 김정일 위원장은 “건축에서 모방은 죽음이다”라고 단언할 지경으로 모방을 질색했다. 결국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품》방안을 수정보완하여 건설되었는데, 1989년 5월 21일 밤 2시 퇴근길에 오른 김정일 조직비서는 야경속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 보고싶다면서 허담과 함께 만경대갈림길 쪽으로 간다. 승용차가 궁전 앞에 이르러 차창을 내린 김정일 조직비서는 동독(민주도이췰란드)의 텔만명칭 소년궁전보다 낫다는 허담의 평가를 듣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제일 으뜸가는 궁전이다, 건물의 크기도 제일이고 건물의 종자도 제일이다. 나는 설계가들에게 설계형성안을 만들 때 건물의 사상주제적내용을 반영하여 이름을 달 것을 요구한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형성안을 만들 때 설계가들은 나의 의도대로 궁전이 어린이들을 한품에 안아주시는 수령의 품이라는 뜻에서 형성도안의 이름을 《품》이라고 뜻 깊게 달았다. 종자가 좋으니 아이들을 한품에 안는듯한 부드러운 곡선건물이 이 세상에 태여날 수 있었다. 건설에서도 종자가 명백하고 독창적인 것이여야 훌륭한 기념비적건축물이 태여날 수 있다.……


조선사람들이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모양을 보면서 수령의 품이라고 생각하든 외부사람들이 아이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품을 연상하든 보는 사람들의 해석은 각각이겠다만,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 주제에 알맞게 포근한 느낌을 준다는 건 분명하다.

 

▲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후 바로 건설한 만수살림집 건물,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매우 뛰어난 평양의 아파트단지 , 요즘도 주상복합아파트 개념인 김책공대교육자아파트 등 신식 아파트와 빌딩들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 자주민보


근년에 조선에서 과학자들과 관련된 고층건축물을 펼쳐진 책 모양으로 만든 것도 “건물의 사상주제적내용을 반영”하는 전통을 발전시켰다고 해야겠다. 
장편소설 《전환의 년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은 건축을 조형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축은 일정한 대상에 극한된 회화적인 묘사만이 아니다. 교향악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째이고 조화된 추상의 산물에도 가깝다. 그래서 건축을 《응고된 음악》이라고 일컬어왔다.”(245쪽)


조선에서는 “응고된 음악”이 조선식이냐 서양식이냐 아니면 다른 어느 동방나라 식이냐는 문제가 상당히 첨예하게 제기된다고 보아야겠다. 조선에서 생겨나지 않았던 건축물, 경험이 부족한 건축물들이 어떻게 조선식음악을 연상시키게 하겠느냐는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2013년 11월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평양건축종합대학의 명예총장으로 되겠다고 나섰는데, 비행기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첫 인상을 받게 될 평양공항에 신경쓰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 북의 국립연극극장, 전통 기와지붕의 유려한 선을 현대적 미감에 맞게 잘 살려낸 북의 건축이다.     © 자주민보, 김수복 재미동포 제공


평양공항의 내부장식에 대해서는 이제 준공되고 사용된 다음 뭇사람이 보고 평하겠지만 단순한 찬양이나 간단한 폄하보다는 민족특색을 살리려 애쓴 노력을 긍정하는 동시에, 실용성이나 세부조화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솔직히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그것 또한 통일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제 조선관광이 보다 활성화되면 함흥이나 다른 지방에도 공항을 여러 개 짓겠는데, 평양공항의 모방품이 아니라 지방특색과 규모에 걸맞는 아담한 공항들을 만들어내는 게 조선건축가들의 숙제겠고, 조선이 잘 되고 조선사람들이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조언할 사항이겠다. [2014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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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걸어서 오른다? 뭔가 다른 멕시코표 피라미드

 

[사표 쓰고 떠난 세계일주 71]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테오티우아칸

14.11.22 21:04l최종 업데이트 14.11.22 21:04l

 

 

세계 3대 박물관, 국립 인류학 박물관

멕시코 시티에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히는 느낌이다. 뒤늦게 숙소에서 만난 용하 형, 형철, 상규와는 매일 저녁 멕시칸 음식 파티를 벌이다시피 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고, 먹을 것이 많은 이 도시는 온갖 사람들이 뒤엉켜서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독수리가 뱀을 잡아 먹은 곳에서 도시를 일으켰다는 멕시코 시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그 무구한 역사와 옛됨이다. 그런 면에서 의견이 잘 맞았던 우리는 모두 함께 국립인류학 박물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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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인류학박물관 기원전부터 마야, 아즈텍, 사포텍까지, 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주요 유적을 모두 모아 둔 박물관이다. 야외 광장에 설치된 분수 기둥은 팔렝케 유적의 생명의 나무를 토대로 만든 것으로 단일 기둥으로는 세계 최고 규모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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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멕시코의 국기를 지나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84m 크기의 캐노피를 업고 있는 기둥이었다. 때마침 떨어지던 물줄기 덕에 멀리서 보면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는 이 기둥의 이름은 '생명의 나무'. 그 생명의 기둥 아래 펼쳐진 23개의 전시실에는 아메리카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수많은 사람과 신의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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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돌 중심에는 대지의 괴물과 태양신이 새겨져 있고, 가장 바깥 쪽에는 두 마리의 뱀과 52년을 주기로 하는 아스텍력을 상징하는 조각들이 새겨져 있어 그 자체로 달력의 기능을 했다고 전해진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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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멕, 테오티우아칸, 톨텍, 아즈텍 등 기원전 2000년부터 시작된 아메리카 문명의 시초를 들여다 보며 놀람과 의문을 반복하던 중 아즈텍의 달력 '태양의 돌' 앞에 멈추어 섰다.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수많은 신들이 우주와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었던 아즈텍인들은 태양석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들의 달력을 새겼다. 그런 땅에 자신들의 유일신을 내세우며 파괴를 일삼은 스페인들과 원주민들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기괴한 팔다리를 가진 땅의 여신, 노래와 춤을 담당했다는 거북이 모양의 신, 독특한 옷을 입은 팔렝케 원주민들의 모습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로 가득한 태양의 돌을 보고 나니 과학과 믿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된 호기심은 기어코 우리를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유적지로 향하게 만들었다.

기원전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쿠스코의 마추픽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비하면 너무 쉽다.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로 겨우 한 시간 가량 달리고 나니 기원전에 시작되었다는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을 만날 수 있었다. 멕시코의 모든 유적지에서는 입구에서부터 기념품 사기 전쟁이 벌어진다. 

수많은 미스터리를 품은 멕시코의 고대 문명을 기반으로 한 기념품은 어디를 가도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인류학 박물관에서 봤던 '태양의 돌'을 조각한 것을 집어들고야 이 신비의 도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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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의 길 총 길이 5.5km에 달하는 ‘죽은 자의 길’ 은 당시에는 대규모 주거단지로 크고 작은 유적들이 좌우에 흩어져 있다. 길의 끝에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던 달의 피라미드가 가로막고 있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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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요금의 기차도, 숨 쉴틈 없이 몰아치는 사막의 모래 폭풍도, 5분에 한 명씩 귀찮게 구는 호객꾼들도 없는 테오티우아칸이 마추픽추, 이집트 피마리드와 같은 유적지보다 월등한 것이 있다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다. 아니,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거대하다.

해발 2000m 고원 지대에 위치한 테우티우아칸은 기원전에 시작되어 갑자기 자취를 감춘 7세기까지, 약 1000여 년간 번성했던 인구 20만의 대도시였다고 한다.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없어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미스터리한 땅을 칭하는 '테오티우아칸'이라는 말도 훗날 아즈텍에 의해 붙여진 이름일 뿐, 이곳에는 수없이 많은 태양과 달의 신화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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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티우아칸 인구 20만의 대도시로 추측되는 테오티우아칸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전해지는 바가 없다. 다만 피라미드 건축물 외에도 다채롭고 잘 보존된 상태의 벽화들로 수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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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수직으로 길게 뻗은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는 이제는 터만 남아 있는 무수히 많은 유적의 잔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상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구조로 지어진 건물의 벽에는 이들이 숭배했던 재규어의 벽화와 기이한 모습의 조각이 깨알같이 새겨져 있었다. 인류학 박물관에서 보고 들었던 그대로의 모습에 우리는 그때마다 퀴즈의 정답을 맞추는 것처럼 묘한 쾌감을 느꼈다. 

가로로는 100m, 세로로는 5km 남북으로 길게 뻗은 중앙의 긴 길에는 '죽은 자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길의 반대편 끝에 위치한 달의 피라미드로 향하는 길이다. 그냥 걷는 데만도 1시간 가량 걸리는 죽은 자의 길에는 소문대로 그늘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한여름에 걸었다간 그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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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피라미드 이집트 피라미드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아메리카에서는 가장 높은 피라미드인 태양의 피라미드는 사람이 걸어서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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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고비는 태양의 피라미드에서 찾아왔다. 비교적 서늘한 겨울이었지만 해발 2000m에서 높이에서 65m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듯 가볍던 두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중턱에 오르자 자연스레 허리가 굽어졌다. 

흐르는 땀방울을 닦기에도 바쁜 두 손마저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떨어질 겨를이 없자 이제는 걷는다기 보다는 기었다. 우리 꼴이 꼭 인류 진화의 과정을 거꾸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농담에 웃어보지만, 참다가 내뿜은 것도 아닌데 최대로 키워놓은 TV 볼륨마냥 커지는 호흡 끝에는 나도 모르게 욕설이 뒤섞였다. 대체 이들의 왕은 여기까지 매일 어떻게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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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피라미드 위의 풍경 저절로 네 발로 기게 될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자랑하는 태양의 피라미드에 오르면, 아즈텍인들이 왜 이곳을 가리켜 ‘신들의 도시’ 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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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 아래에서 바라본 태양의 피마리드는 거대한 사람의 누워 있는 듯한 모양으로 계단이 나 있었는데,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꼭대기에 서자마자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이거구나! 여기에 왕이 오르면 아까 그 계단으로 그려진 사람의 얼굴 위치에 왕이 서는 거지. 태양이 이 너머에서 뜨면 그 후광 때문이라도 신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꼭 신이 아니더라도 태양의 피라미드에 올랐을 때 펼쳐지는 풍경은 내 발 아래에 세상을 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겨우 65m 밖에 되지 않는 높이지만 고저 없이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는 그 어떤 것도 이 태양의 피라미드에 범접하지 못했다. 

현대 문명인인 우리가 봐도 놀라운 이 풍경을 아즈텍인이 발견했을 때는 '신들의 도시'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매일 이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는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피라미드 위에 선다고 믿는 것이 타당하다. 그 장엄한 풍경을 앞에 두고 우리는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 댔다. 그 너머로 보이는 달의 피라미드는 그저 고요했다.

달의 피라미드를 향해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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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의 피라미드 죽은 자의 길 끝에 위치한 달의 피라미드는 신에 대한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산 제물의 피와 심장을 바치던 장소였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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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테오티우아칸에 있는 '죽은 자의 길'만큼 드라마틱한 길이 있을까. 태양의 피라미드를 지나 욱씬거리는 발목을 부여잡고 죽은 자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달의 피라미드는 거대해져만 갔다. 조금 전 등반의 고통을 돌이켜 보니 달의 피라미드에 달하면 마치 생명이 다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믿음이 없는 사람도 이곳에 도착하면 저절로 고개를 수그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낮지만 경사는 더 악랄하다. 가운데 철봉을 잡지 않고서는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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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의 피라미드에서 바라본 풍경 테오티우아칸을 감상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는 달의 피라미드다. 정상에 서면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중앙 고원에 위치한 유적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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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이었다는 달의 피라미드 양 옆으로는 죽은자의 길을 따라 소름끼치도록 대칭을 이루는 풍경이 펼쳐졌다. 자연스레 영화 <아포킬립토>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좌우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관은 천천히 피라미들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 그곳에서 포로로 잡힌 제물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뜯어낸다. 끝도 없이 사열한 사람들은 열광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그들의 왕과 신을 받들었다. 

그토록 강력한 왕과 신의 지배 아래 있던 테오티우아칸도 약 600년경 붕괴했다. 폐허가 된 도시를 아즈텍인들은 그들만의 제국으로 만들어 '테노치티틀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훗날 결국 스페인 군대에 함락 당해 파괴 당한 도시는 간척 사업을 통해 도시로 변모했고 오늘날의 멕시코시티에 이르렀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는 다리는 계속해서 떨렸다. 숨이 가빠서이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현실과 공상이 머리 속에서 뒤석이면서 묘한 흥분이 나를 덮쳤다. 나는 마치 몰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숨어든 좀도둑마냥 감히 그 공간에서 쉽사리 등을 돌릴 수 없었다.
 

간략여행정보
국립 인류학 박물관은 총 23개의 전시실로 모두 돌아보려면 최소 3~4시간은 걸린다. 오후에는 사람들이 많아 입장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니 오전 9시 개장 시간에 방문한 후 점심 시간에 나온다면 여유로운 박물관 투어가 된다.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투어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서른두 개나 있다지만, 테오티우아칸은 세상에 둘도 없는 독보적인 보물이다. 멕시코시티의 북부터미널(Terminal Norte)에서 출발하는 버스로 갈 수 있는데, 약 1시간이면 도착하는 이 고원 지대는 유적지 내에 그늘이 하나도 없어 선크림과 충분한 물이 필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죽은자의 길'의 길이만 5km로, 그저 그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유적지 내부가 워낙 넓으니 언제 가도 사람이 붐빌 일은 없지만, 이 곳의 하이라이트인 달, 태양의 피라미드에 올라 감상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여러모로 태양이 덜 뜨거운 오전 일찍 가는 것이 상책이다.

좀 더 자세한 테오티우아칸 여행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aladinx.blog.me/30157016640
 

김동주 기자(fsrknight)

일찍부터 세계일주를 꿈꿨다. 실수처럼 아프리카행 티켓을 끊고, 정신을 차리자 돌이킬 길이 없어 그대로 세계일주를 해버렸다. 누군가 부족한 내 글을 읽고, 왜 인생이 여행에 비유되는지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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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국의 혼돈, 나라가 어둡다

 
 
양아치 정치 vs 비렁뱅이 정치가 죽이는 우리 아이들
 
임두만 | 2014-11-21 14:51: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황우여는 1947년생입니다. 김재원은 1964년생입니다. 황우여는 직전 새누리당 대표였습니다. 당시 김재원은 대표가 임명한 당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황우여를 모셨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황우여는 바로 직전까지 김재원으로선 자신이 모셨던 직속상관이었습니다.

 

 

황우여는 법조인입니다. 1971년에 사시에 합격했고 1974년 판사로 임용되어 1992년까지 재직했으니 판사로만 22년입니다. 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하고 차관급인 감사위원을 거쳐 1996년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표에게 영입되어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1997년 대선 당시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이회창은 대선에서 낙선했으나 황우여의 정치행보는 승승장구였습니다. 2000년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에 출마 당선되면서 내리 4선을 했으므로 현재 5선 중진에다. 당 원내대표, 당 대표를 역임하고 당당히 사회부총리 겸임 교육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김재원도 법조인입니다. 그런데 김재원이 법조인이 된 케이스는 좀 특이합니다. 행시 출신으로 중앙부처 사무관을 7년씩이나 하다가 사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사시에 합격한 때가 1994년, 연수원을 졸업하고 검사로 발령을 받은 때가 1997년이니 법조계 입문은 많이 늦은 편입니다. 특히 그 때는 황우여가 법복을 벗고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법사위원을 할 때였으니 초임검사 김재원은 올려다볼 수도 없는 나무였겠지요.

 

 

어떻든 김재원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짧은 기간 검사로 재직한 것을 끝으로 검사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새피 수혈 케이스로 영입되어 경북 군위 지역구에서 당선되므로 국회의원이 됩니다. 때문에 김재원은 태생적 박근혜 키드입니다. 그래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경선룰 협상대리인 이명박 후보 검증 대리인 캠프 대변인 등을 맡아 활약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에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08년 공천에서 친박학살 케이스의 핵심인물로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탈락 후 김재원은 스스로 정계은퇴 선언 비슷한 것을 하고는 정계를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9대 총선 때 또 박근혜가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공천을 받아 군위 지역구에서 출마하여 당선되므로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박근혜가 달아 준 배지 이명박이 뗐고, 다시 박근혜가 떨어진 배지를 달아줬다. 뭐 이정도 쯤 되겠습니다.

앞서 황우여를 논하고 김재원을 비교한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당 대표를 지낸 원로 선배 정치인이며 현 사회부총리로서 국가서열 10위 권 내인 황우여를 이제 국회의원 경력 6년 남짓인 김재원이 들이받았습니다.

주무부처 장관이자 정계 법조계 선배이며 직전 직속상관이었던 사람이 정국 정상화와 국가 장래를 위해 여야 정당의 협상대표들과 합의한 내용을 당직으로 선출직도 아닌 임명직 원내수석부대표 밖에 안 되는 자가 면전에서 똥물을 뿌렸습니다.

깡패도 못 되는 왈왈이들을 세간에선 양아치라고 합니다. 양아치들은 의리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선배도 업계의 도리도 자신의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더럽고 추잡한 짓을 서슴치 않습니다.

깡패지만 스스로 건달을 자부하는 자들은 그나마 자신들 계통의 의리도 지키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지킵니다. 물론 은퇴하여 힘이 없어도 선배였을 경우 선배 대접도 제대로 합니다. 하지만 양아치들은 이런 것 없습니다. 어제까지 ‘형님’ 하면서 90도 허리 굽혀 인사하더니 돈과 이익이 결부되면 오늘 배신하고 칼침 들이미는 놈들입니다.

저는 어제 김재원의 행태를 보면서 현재 권력의 노른자위에서 행세께나 하는 치들의 습성이 꼭 양아치 같음을 봅니다. 김재원 이전 원내수석부대표를 하던 윤상현도 김재원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윤상현이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누님싸움’을 한다는 말이 있었지요. 즉 같은 친박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랑했다하여 나온 말입니다. 조직 폭력배들의 두목을 두고 하는 충성경쟁, 이 충성경쟁에서 밀려나면 다른 충성파에게 칼침을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사는 사람들… 윤상현과 김재원을 보면서 저는 그 생각이 듭니다.

또 이렇게 일천한 경력의 이제 6년 남짓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김재원이지만 김무성에게 “형님 제가 아닙니다”라는 조폭인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당시 김재원의 행태는 이명박 학습효과로 신권력이 어딘지 확실한 줄서기까지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다릅니다. 요즘은 아주 당과 나라를 자기 것으로 아는 안하무인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다른 각도로 봅니다. 김무성이 여당 내 권력투쟁에서 확실히 박근혜에게 졌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3~5세 어린이들 보육비는 이런 깡패도 못 되는 양아치 습성을 지닌 정치인의 저질 정치 때문에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이들은 또 다음의 전국선거에서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별도 달도 다 따다 드리겠습니다”코스프레를 하겠지요. 이후 당선되면 또 양아치 정치를 하구요.

그런데도 더 한심한 것은 야당입니다. 이런 양아치 정치도 제압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양아치에게 나와바리 빼앗겨 변방에서 소리나 지르는 늙은 껄렁패 수준의 비렁뱅이로 보입니다. 요새 나오는 뉴스들을 보노라면 나라가 희망이 없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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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내게 핵 없는 삶이 가능하냐 묻는다면…

의사인 내게 핵 없는 삶이 가능하냐 묻는다면…

[민들레]핵‧① 핵에 둔감한 사람들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의사인 내가 탈핵운동가가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 된 후, 경주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성을 살펴보니 당국의 설명과 달리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일 년 동안 자료 조사를 해보니 방폐장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누출될 확률은 100퍼센트(%)였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의뢰해봤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2년 동안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이 핵 문제에 그렇게 둔감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1년 후쿠시마에서 전대미문의 핵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고를 보면서 '방폐장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 핵발전소가 없어져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탈핵 강의를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람들이 우리는 안전하냐고 물었다. 정부는 우리 원자로는 일본 것과 다르다고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얘기를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국토의 약 70%가 방사능 물질로 오염되었으며 북태평양 오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토의 오염은 곧, 밥상의 오염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으며, 일본인의 방사능 피폭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일본에서 암, 유전병, 심장병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핵사고 확률을 제로로 줄이는 방법인 '탈핵(脫核)' 즉, 사고 나기 전에 원전을 모두 닫는 것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원전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나는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짧은 글로나마 설명하려 한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012년 3월 10일 서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시민문화행사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을 열고 반핵, 탈원전을 촉구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012년 3월 10일 서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시민문화행사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을 열고 반핵, 탈원전을 촉구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거꾸로 가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많은 이들이 '원전이 없으면 지금처럼 싸고 편리하게 전기를 못 쓰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또한 원전을 '필요악'으로 인식해 '우리나라는 탈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은 원전을 꾸준히 줄이면서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어왔다. 이미 많은 나라가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같은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지구 상 전기의 약 20%를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량은 지금도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 2050년까지 핵발전소뿐 아니라 화력발전소까지 모두 없애고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70%의 전기를 화력발전에서 생산하고 약 30%는 핵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는 0.4% 정도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세계 평균이 20%인데 우리나라는 0.4%라니, 놀라운 차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정부의 '원자력과 화력 중심' 에너지 정책 때문이었다. 매년 원자력 예산은 늘고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예산은 줄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또한 원자력에 대해서는 "경제적이다, 안전하다"고 긍정적으로 선전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개발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비싸다, 고장이 잦다, 전기가 별로 안 나온다,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등 부정적인 선전을 해왔다. 전 세계 흐름과 정반대 길을 걸어온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세 가지 장점을 갖는다. △ 환경오염이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점, △ 공짜라는 점, △ 국산 에너지라는 점 등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좋은 에너지를 무시하고 있다. 
 
▲ 세계 연도별 신설 발전시설 현황. 수풍력 발전은 매년 20%이상, 태양광은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핵발전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Green Peace, 2012

▲ 세계 연도별 신설 발전시설 현황. 수풍력 발전은 매년 20%이상, 태양광은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핵발전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Green Peace, 2012

위 그래프를 보면 전 세계에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지만 핵발전소 신설은 거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계의 원전 개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인 250여 개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20년 내에 250개의 원전을 짓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전은 머지않아 그 숫자가 줄어들고, 결국은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세계적인 동향이 탈원전으로 향하는 것은 단순히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 못지않게 '수요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전기 사용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수요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기 사용이 증가하지 않았던 것은 전기 절약에 앞장선 국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적극 투자했기 때문이다. 건물의 열효율을 높이고, LED 전구로 교체하고, 산업체의 대형 모터 효율을 높여서 전기 수요를 줄이는 여러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이런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정부와 기업 투자가 더해져 전기 수요가 줄어들면서도, 국가총생산(GDP)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전기 수요가 늘지 않거나, 혹은 줄어들면 더 이상 발전소나 송전탑을 지을 필요도 없어진다. 선진국 어디에서도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밀양 송전탑과 같은 갈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이런 노력을 등한시해왔다. 선진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으면서도 전기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15년 후 우리나라 전기 수요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수준에 비해서 많은 전기를 쓰고 있는 한국이 이 같은 전기 수요를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송전탑을 증설하면서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 주요국들의 일인당 전기사용량. 우리나라는 급격한 전기사용량 증가로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 사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전기사용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

▲ 주요국들의 일인당 전기사용량. 우리나라는 급격한 전기사용량 증가로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 사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전기사용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

 
그래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전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는 '값싼 전기 요금'이라는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보다 30~40% 낮은 산업용 전기 요금은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투자를 방해했고, 또한 다른 에너지의 전기화를 촉진했다. 생산 과정에서 다른 에너지를 이용해야 하니 원칙적으로 보면 전기가 가장 비싸야 하지만, 오히려 값이 싸 기업들은 전기  사용을 늘리고 다른 에너지는 덜 쓰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값싼 전기 요금 때문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외국 설비 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전기 소비의 급증과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적자는 결국 한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세계 원전 현황과 사고의 현주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계속 원전을 늘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 대부분은 다른 나라들도 원전을 늘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원전은 1954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다가 1990년에 450개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원전 개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즉, 25년 동안은 그 개수를 유지만 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했지만 세계의 원전 총개수는 제자리다. 이유가 뭘까.
 
바로 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원전을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는 지난 25년간 약 50개의 원전을 줄였다. 매년 두 개씩 줄인 셈이다. 유럽의 원전이 모두 노후됐음(수명을 다 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20년 이내에 선진국의 원전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세계 원전 산업은 25년 전부터 답보 상태며, 의식 있는 선진국들이 서서히 발을 빼는 사이 줄어드는 유럽 원전의 빈자리를 개발도상국이 메운 것이다. 이는 원전 산업이 세계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자력은 사양 산업인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안심하라고 큰소리쳤지만 실상을 알면 탈핵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핵 사고를 살펴보면, 미국·소련·일본처럼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만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개수가 많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한데, 그 외 사고 확률을 높인 것은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다. 30년 동안 굴린 차와 지금 막 출고한 차 중에 어떤 게 고장이 잘 날까? 당연히 노후 차량이다. 후쿠시마에서도 마찬가지로 10개의 핵발전소 중 1~4호기가 터졌는데, 발전소의 나이 순서대로 폭발했다. 사고가 난 4개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시설이었으며, 사고가 나지 않은 5~10호기는 모두 30년이 안 된 것이었다. 30년 넘은 원전만 정확히 골라서 폭발했다는 것은 노후 원전일수록 핵 사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 전국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전국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도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30년 넘은 시설이다. 바로 옆 일본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안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폐쇄는커녕 수명 연장을 강행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것 아닐까?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는 지금껏 약 700건에 이르는 크고 작은 사고가 났다. 사고의 위험은 늘 있지만, 정말 큰 사고는 사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데서 온다. 법에서는 핵발전소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24시간 이내 국민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동안 사고를 은폐하다가 나중에 들통 난 사건이 열몇 건 있었는데, 성공적으로 덮어버린 사고는 얼마나 더 있을지 궁금하다. 은폐야말로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렇게 위험하고도,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인 핵발전소를 우리 정부는 왜 고집하는 것일까. 선진국처럼 원전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일까.
 
탈핵의 길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 원전 증설을 막고, 수명 연장을 금지하면서 차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나서자는 말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일단 전기 수요가 잡히면, 원전과 화력 발전을 서서히 줄여가는 동시에 태양광
과 풍력, 지열과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막막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도 탈핵이 충분히 가능하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못 갈 이유가 없다. 핵 사고는 한 번 터지면 그 어떤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생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예방'뿐이다. 그게 바로 '탈핵 운동'이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민들레>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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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공간 서울도서관으로.. “잊지않겠습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11/22 10:32
  • 수정일
    2014/11/22 10: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세월호 기억 공간 서울도서관으로.. “잊지않겠습니다”박원순 시장 “정부 주도 추모시설 없다면 서울시라도 나설 것”
강주희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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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1  18:22:25
수정 2014.11.21  18: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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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희
지난 4월 2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서울 도서관 3층에 있는 서울기록문화관으로 이전한다. 분향소가 세워진 지 209일만이다.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 분향소의 철거가 확정된 21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임종석 정무부시장 등이 분향소를 찾아 마지막 분향식을 가졌다. 분향대에 국화꽃을 올린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잊지 않고 분향소를 찾아준 서울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마지막 분향’이라는 말에 울먹이며 눈물을 닦았다.

분향 후 유가족들과 박 시장은 서울도서관 3층에 조성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이하 세월호 기억공간)’ 개장식에 참여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가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상설 추모시설이다. 85㎡ 규모로 조성돼 시민들이 남긴 추모 자료와 노란리본, 노란 종이배 등을 그대로 옮겼다.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추모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추모 공간 조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안산에 제대로 된 세월호 추모 박물관을 만들 때 (그 쪽으로) 인계 하겠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라도 제대로 된 추모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강주희
박 시장은 이날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우리가 되새기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을 것”이라며 “온 국민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후 조영삼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관의 설명에 따라 박 시장과 유가족들은 전시 시설을 관람했다. 기억·추모·참여·치유 등 총 4가지의 주제로 꾸며진 기억공간은 사진, 일러스트, 모형 등이 설치됐다.

공간 한 켠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세월호 탑승을 위해 이동하는 장면과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전시됐다. 시민들이 접은 노란 종이배 500장을 담은 유리 상자와 8000여장의 추모글, 노란 추모 리본 1만5000여개가 공간 곳곳에 전시됐다.

   
▲ ©강주희
   
▲ ©강주희
시설을 둘러본 유가족들과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추모의 벽’에 서서 소감을 전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라며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하고 안전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이 제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기억 공간을 만들었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은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억공간을 잘 보존해 세월호 사고와 같은 불행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개장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이날 ‘추모의 벽’에 아이들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메모지를 붙였다. 메모지에는 ‘보고싶다’, ‘사랑한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라는 말들이 가장 많았다. 박 시장은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지어 사진 앞에 놔주고 싶은데 정부가 그럴 시간이 없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왜 유가족이 울며불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 ©강주희
김씨는 “이런 모습을 하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보면 부모들을 얼마나 불쌍하게 여기겠냐. ‘우리 엄마, 아빠가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냐”며 “애들이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9시에 철거된다. 시는 분향소 철거에 앞서 제를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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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편은 아줌마의 '이북여행담'을 물고 뜯었나

 
 
자원외교실패, 무상급식 파탄 등 여론악화..'색깔론 돌파?'
 
정찬희 기자 
기사입력: 2014/11/22 [01:22]  최종편집: ⓒ 자주민보
 
 

 

통일운동단체가 주최한 방북 여성들의 통일이야기에 대해 보수 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고, 이에 발을 맞춰 경찰이 국보법 위반혐의를 내세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통일시민운동단체가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6.15공동선언 이행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이하 6.15서울본부)는 21일 재미교포로 방북 연재기와 강연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은미 음대교수와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 방북한 경험이 있는 라디오 반민특위 진행자인 황선씨의 방북담을 듣는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 이야기'를 주최한 것을 두고 보수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하고있으며, 경찰 당국은 이에 보조를 맞춰 수사하겠다는 기미를 보인것을 단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이북여행기 토크콘서트를 가진 재미동포 신은미 씨     © 정찬희 기자

 

그런데 과연 그 여성들의 '이북 여행기'가 그렇게 종북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질만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직접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기존의 한국 언론의 카더라 통신과는 다른 신선한 다른 나라의 이야기' 정도로 느낄 정도였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2014년 4월 신촌에서 개최된 재미동포 신은미 씨의 여행담은 꽤나 흥미로웠다. '한국돈으로 약500원 정도하는 대동강 맥주가 무척이나 맛이 있었고, 아이들이 미국 유명 캐릭터 가방을 메고 다니고 아가씨들은 하이힐을 신고 다닌다'는 다만 기존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북의 모습과는 다르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 하는 것이 강연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신은미 씨가 강연에서 공개했던 북한 여행기 사진을 일부 게재한다. 

 

▲ 재미동포 신은미 씨가 찍은 북의 하이힐 신은 아가씨들     © 정찬희 기자

 

 

▲ 미국 유명 캐릭터가 들어간 가방을 맨 아이들     © 정찬희 기자

 

▲ 북의 거리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재미동포 신은미 씨     © 정찬희 기자

 

▲ 거리의 사람들     © 정찬희 기자

 

▲ 이북의 복권 가게     © 정찬희 기자


자신의 여행담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한 신은미 씨는 "나는 매우 보수적인 경상도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 나또한 북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을 따라 여행을 가보고 그곳 또한 사람사는 곳이고, 정많은 사람들을 보며 역시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반목만 할 것이 아니라 원래 한민족이었으니 통일을 해야겠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보고 들은 것을 알리게 되었다" 며 자신의 여행담을 공개하는 취지를 밝혔다.

 

실상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내세우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통일에 대한 바램'이 정부의 기조와 다르지 않은 것임에도 왜 종편은 그녀의 여행담을 그토록 물고 뜯어야 했을까?

  

▲ 대북삐라를 날리는 단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 정찬희 기자

 

이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통일정책에서 그 이유를 일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 이라며 통일지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북 삐라를 살포하여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단체들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세월호정국으로 무능함을 전국민에게 여실히 증명하였고 지난 정권이 벌여놓은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실패와 비리가 연일 뉴스로 터져나오면서 수세에 몰리자 으레 써먹던 '색깔카드'를 또다시 꺼낼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발맞추어 정권 편향적 논조를 가진 종편들이 '재미동포 아줌마의 북한 여행기'를 그 이슈로 다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인천시 발간 관보의 표지 중 일부     © 정찬희 기자

 

무능한 정부의 정국 돌리기 물타기 '색깔론'으로 종편의 희생양이 된 '재미동포 아줌마의 통일 지향 북한 여행기 콘서트' 의 이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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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총리의 체면, 말이 아니게 됐다"

 

누리과정 합의안 파기에 교육시민단체 "관철하거나 사퇴하라"

14.11.21 19:40l최종 업데이트 14.11.21 19:4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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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과정 예산 관련 답변하는 황우여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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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정부조직법 공포에 따라 '사회부총리'로 승격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하루 만에 추락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에 의해 "월권"을 저지른 장본인으로 찍히는 등 공개 수모를 당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황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 합의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간사 사이에 이끌어낸 직후 벌어진 일이다.   

교육부 "저쪽에서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깝다"

21일 수모를 당한 황 장관을 수장으로 둔 교육부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은 한마디로 "안타깝다"는 것이다. 

한 중견관리는 "그래도 누리과정 파국은 막아보겠다고 황 부총리께서 적극 해결하려고 하다가 결국 다른 쪽(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서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문제가 커질 텐데 우리도 고민이 깊다"고 털어놨다.

황 장관은 이날 오후까지 전날 합의 파기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했던 한 시도교육감 보좌관도 "당대표까지 맡았던 교육부총리가 이끌어낸 합의안이 여당 지도부에 의해 무참히 깨지는 걸 보니 기가 막히다"면서 "앞으로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문제가 터질 때마다 교육부장관이 아닌 새누리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상의해야 하는 것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는 결의문에서 "교육부장관과 교문위 양당 간사 간에 합의했던 사항은 관철되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이러한 절박한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시·도교육청에서 편성했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집행을 유보할 예정"이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교육감협의회가 황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비상대책위에서 문재인 비대위원은 "교육을 비롯한 사회 분야 예산을 총괄하는 교육부총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면서 "부총리 위에 원내부대표가 있을 리 없으니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당대표를 역임했던 주무장관인 (황우여) 부총리에게까지 호통을 쳤다니,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의 최고책임자와 교문위 여야 간사가 오랫동안 숙의한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소위 실세라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일언지하에 걷어차는 여당이 과연 제대로 된 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50개 교육시민단체 "누리과정 대란 책임 청와대가 져라"

이날 어린이집 원장들과 관련 단체들은 '합의안 파기'와 관련 새누리당에 항의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황 장관의 국고 지원 중재안을 지지하며 새누리당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연대,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학부모회 등 5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교육재정확보를위한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이번 합의안 파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합의 내용 관철에 나서거나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운동본부의 김재석 집행위원장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일부 세력이 교육부장관도, 국회 교문위원장도, 여야 간사도, 17개 시도교육감도 동의한 누리과정 국고 지원 합의안을 걷어찼다"면서 "앞으로 누리과정 대란의 책임은 파국의 장본인들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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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 허가 받고 밀렵, 생선가게 맡은 고양이

 
윤순영 2014. 11. 20
조회수 15426 추천수 0
 

 

철새 이동과 수렵허가 시기 맞아 밀렵꾼 등쌀, 보호동물 영문 모른 떼죽음

야생동물 보호한다며 총질도, 아침 저녁 총들고 다니면 밀렵 의심해야

 

_DSC_2160[1].jpg» 독극물에 중독된 채 발견된 재두루미의 눈망울에 공포가 가득하다.

 

철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이동하는 요즘은 밀렵이 성행하는 때이다. 해마다 이맘 때 밀렵철을 맞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는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밀렵감시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밀렵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밀렵을 감시하는 곳은 겨울철새의 주요 도래지인 한강하구철원시화호천수만고암저수지낙동강 등이다.특히 올해엔 밀렵신고가 빈번한 인천 영종도와 국내 공항 주변의 밀렵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19545_2929_160[1].jpg»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의 밀렵감시 홍보물.

  

달라진 여건에 따라 밀렵도 진화한다. 요즘엔 '허가 낸 밀렵꾼'이라는 말도 나온다.

 

합법적인 야생동물 보호자인듯 행세를 하는 밀렵꾼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수렵 허가증을 보여 주고, 포획구역 지도를 보여 주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일반인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정상적인 야생동물 보호단체 회원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일출 전이나 일몰 후 총소리가 나거나 총을 들고 다니는 이가 있다면 밀렵으로 의심해도 무방하다.

 

엽탄에맞아 신음하는 쇠기러기DSC_8454.jpg» 엽총탄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쇠기러기. 눈빛이 공포에 차 있다.

 

L1010835.JPG» 밀렵꾼에 의해 날개를 부상당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고니.

 

수렵 허가증에는 수렵지역이 명시돼 있다. 그 지역을 이탈하여 수렵을 하는 것은 밀렵으로 간주된다.

 

밀렵꾼의 차량은 일반차량과 달리 움직임이 빠르지 않고 머뭇거리며 4륜 구동인 스포츠실용차량이 많다. 철새 도래지에서 이런 차를 만나면 의심을 하고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밀렵은 아침과 저녁에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정해진 이동 길목에 잠복하여 밀렵을 하는 경우와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에서 총을 쏘는 일명 '차치기' 수법이 있다.

 

농경지에서 차량이 멈췄을 때 새들이 갑자기 날아가면 밀렵이 있었던 곳이라고 보면 된다. 총탄 세례를 본 새들은 미리 경계하기 때문이다.

 

총기로 살생의 짜릿한 맛을 본 밀렵꾼들은 마약중독과 같이 쉽게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밀렵을 근절하기 쉽지 않다야생동물이 보신용으로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은밀한 생계형 밀렵도 계속되고 있다.

 

DSC_1652[1].jpg» 부상당한 흰꼬리수리. 맹금류의 눈빛이 살아 있지만 힘겹게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수술_DSC_1587[1].jpg» 엽총탄에 찢긴 날개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는 흰꼬리수리.

 

독극물을 사용하는 밀렵꾼은 살충제인 무색 무취의 다이매크론을 물에 풀어 볍씨를 담가 두었다가 말려 뿌린다. 이 농약은 독성을 지속적으로 끼쳐 밀렵 대상을 넘어 야생동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

 

독극물이 떼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독극물로 죽은 새는 사람의 눈을 피해 저녁에 거두어 가지만 밀렵꾼이 찾지 못하면 농약에 중독된 사체를 독수리삵 등 다른 동물이 먹고 2차 피해를 입는다.

 

산에서 주로 사용하는 창애나 덫올무는 일반인보다 주변 환경과 동물들의 습성을 잘 알고 이들의 이동 길목과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전문적인 밀렵꾼이 주로 놓는다.

 

독극물에 희생된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재두루미DSC_6288.jpg» 독극물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재두루미. 

 

1L1010175.JPG» 창애에 걸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큰기러기.

 

개구리도 이제 동면에 들어갔다북방산개구리는 식용개구리로도 알려져 있다. 허가를 받아 계곡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를 양식해 판매할 수는 있다하지만 야생의 개구리를 잡아 먹는 것은 불법이다.

 

움직이는 먹이만 먹는 개구리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양식한 개구리라고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유이다. 산개구리 포획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DSC_2550~2.jpg» 보신용으로 마구 포획되고 있는 산개구리.

 

필자는 지난 2월19일 야생동물 보호 단체 회원이라는 이들이 김포공항 인근에서 밀렵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공항 새 퇴치 허가로, 딴 데서 보호새 밀렵).

 

지난 2월 6일 오후 6시께 김포공항 주변인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농경지에서 엽총 소리가 들렸다밀렵이라고 직감하고 뛰어나갔다.

 

수렵이 허가된 곳이 아닌데다 일몰 이후에는 엽총을 쏠 수가 없다. 이들은 “항공 안전을 위해 한국공항공사의 요청을 받아 새를 쫓고 있다” "밀렵감시도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도래하는 곳이었다.

 

SY2_7365.jpg» 김포공항 주변에 재두루미가 도래한다.

 

밀렵꾼으로 의심받던 이가 제발로 이를 신고한 주민에게 찾아와자신들은 밀렵꾼이 아니라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민간협회 회원들로서 합법적으로 유해조수를 퇴치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허가증을 내보이며 보호조류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쏘지 않고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주로 쏜다고 주장했다어두운 저녁에 날아가는 새의 종을 구별하며 총을 쏜다는 얘기였다.

 

엽탄에 맞아 죽은 쇠기러기L8055393.jpg» 엽총탄에 맞아 수십 마리가 한 번에 죽음을 당한 쇠기러기.  

DSC_0046.jpg»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엽총탄 탄피.

 

이후 한국항공사는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을 알고 이 단체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이 단체는 계약이 파기된 것이 필자 때문이라며 업무방해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필자를 고소하여 강서경찰서에서 3시간 반 동안 2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결국 서울남부지방 검찰청이 수사를 한 결과 지난 59일 무혐의 처분이 확정되었다. 밀렵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를 괴롭히려는 고소였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밀렵 의혹이 짙었는데도 그 부분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DSC_6052.jpg» 평화롭게 앉아있는 노루. 갑자기 날아든 밀렵꾼의 엽총탄에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렵과 야생동물을 함께 보호하는 단체가 있다밀렵도 감시한다. 어떻게 한 단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모순으로 보인다.

 

수렵은 수렵인의 단체로, 야생동물 보호는 보호단체에 의해 운영되어야 마땅하다사냥과 밀렵감시보호를 함께 하는 단체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단체의 일부 회원들에 의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밀렵의 문제와 오해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유해동물 퇴치 허가 따위의 그럴듯한 명목 아래 영문도 모른 채 야생동물들이 죽어가서야 되겠나

 

■ 밀렵. 밀거래 등 불법 행위 시 처벌 규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고사시키기 위하여 폭발물, 덫, 창애, 함정, 전류 및 그물설치 또는 사용하거나 유독물, 농약 및 이와 유사한 물질을 살포 주입한자 3년 이하 징역에 포획금지 대상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2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멸종위기 1급 동물을 밀렵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밀렵신고는 환경신문고 국번 없이 128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031)988-4119 시도(군. 구)환경과 .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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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죽이는 수능,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11/21 13:56
  • 수정일
    2014/11/21 13: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용택 | 2014-11-21 09:51: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성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다. 돈 많은 사람이, 힘센 사람이, 권력을 가지 사람이 그 가진 힘으로 차별하는 사회는 계급사회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고 좋은 게 좋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막가파 사회다. 옳은 걸 옳다하고 틀린 것을 틀린다고 하면 문제아가 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지식인이 침묵하고 언론인이 권력과 야합해 불의를 외면하는 사회는 썩은 사회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수학능력고사를 치른 후 성적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들이 있다, 수능이 끝나기 바쁘게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닌 다섯명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미디어>

울산에 거주하는 고3 수험생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맸고, 경기도 양주에 사는 고3 학생은 17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수능이 끝난 17일 울산에 거주하는 고3 여학생은 수능 가채점 이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고,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을 휴학하고 수능을 본 경남 창원의 20살 대학생이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었다.

점수가 나쁘다는 이유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끊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인가? 그것도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94년 첫 수능을 도입 후 20년간 계속되어 온 일이다. 이제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어도 뉴스거리도 안 된다, 제도의 잘못으로 개인이 죽어나가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넘어 가는 사회는 이성적인 사회인가?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무슨 짓을 못해?’라고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사회는 정말 죽을 각오로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인지를…
 
수학능력고사(修學能力考査)란 이름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그런가? 수학능력고사가 도입취지와는 다르게 사람의 가치를 서열매기는 줄 세우기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떤 대학에 가느냐의 여부에 따라 한 개인의 인생이 달라지는… 아니 운명을 좌우하는 시험이다. 인품이 아니라 졸업장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막힌 시험이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정부는 수능을 도입하는 취지를 “학력고사가 각 교과별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통합교과적으로 소재를 활용하여 출제하고 고도의 정신능력을 측정함으로써 중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교라는 학교는 영재학교든 특수목적고든 자사고든 학교라는 학교는 모두 입시학원이 됐는가? 서울대, 고대, 연세대를 입학하면 교문 앞에 플랙카드를 내걸고 축하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인가?
 
솔직히 말해 ‘정답 하나로 인생이 결정되고, EBS 교재와 교과서에 학생들을 가둬 창의성을 말살하는 수능은 교육이 아니라 괴물’이다. 학생들은 수능의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하고, 학교는 EBS 교재풀이로 교육과정은 무용지물이 됐다. 수능 한 두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영향력에 더해 올해 수능은 ‘물 수능’에 ‘출제 오류’까지 겹치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능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를 놓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비판은 쏟아지지만, 이제껏 정부는 미봉책만 반복해왔지 한 번도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다.
 
학교는 수능을 준비하느라 정답 찾기에 몰두하는 바람에 대한민국 교실에는 토론, 협력, 창의성이라는 말을 사정에도 없다. 왜 학교는 경쟁이 아닌 토론수업과 창의적인 수업을 하면 안 되는가? 수학문제까지 달달 외우는 게 정말 교육인가? 이런 현실이 일이 년 계속되는 게 아닌데 왜 그 수많은 교육학자들은 침묵만하고 있을까? 도대체 대한민국 교육부는 무얼 하는 곳인가?

<이미지 출처 : 연합 뉴스>

수능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고 수능 출제오류문제가 반복되는 현실을 ‘쉬운 수능’과 ‘출제자의 보강’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서열화 된 대학에 맞춰 학생들을 한 줄 세워야 하는 수능의 정체성을 바꾸고, 서열화 된 대학구조를 해소하지 않는 한 해마다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법은 없는 게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잔인한 시험을 바꾸고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해 입학전형을 통합하고, 공동 학위제, 교수 전보제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성적 상위 30% 학생들 간 성적경쟁을 해소함으로써 지나친 입시경쟁문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2003년부터 교육계와 학계에서 공론화되다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이 공약까지 내걸지 않았는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잔인한 수능은 이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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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부적격 인사, 포스코에서만 25조 날렸다"

"MB 부적격 인사, 포스코에서만 25조 날렸다"

[MB의 비용 2부] <2>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인사 정책

 
허환주 기자(정리) 2014.11.21 07:17:05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하고 있다. 1부에서는 4대강, 자원외교, 기업 비리, 원자력 발전소 비리, 한식세계화 등 주요 정책이 끼친 손실과 관련해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해봤다. 
 
2부에서는 비용으로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명백하게 '손실'을 끼친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경제정책 범주를 넘어서 통일외교, 정치 등 국가 시스템과 관련된 정책 의제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대담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지난 18일 두 번째 대담으로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와 윤태범 방송통신대학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는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가 맡았다. 아래 대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 김용진 서강대 교수(왼쪽),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 김용진 서강대 교수(왼쪽),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낙하산 인사’, 이 용어가 적절한가
 
이승선 : '낙하산 인사'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정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를 먼저 정리하기 전에는 우리가 주제로 잡은 'MB의 낙하산 인사 비용'을 따지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듯하다. 
 
김용진 :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낙하산 인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부적격 정실 인사'가 문제다. 
 
이승선 : '보은인사'가 더 맞지 않나. 
 
김용진 : 아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 전문가가 들어가 일을 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사람이 대선 후보의 공약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었다. 그 뒤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그러면 그 전문가는 대선 후보와 함께 그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윤태범 : 낙하산 인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에서 이긴 당선인에게 ‘너 혼자 들어가라'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당선인 혼자 '철옹성'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승선 : 낙하산 인사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두 분 모두 생각하는 듯하다. 반면, 부적격 정실 인사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 용어를 바꿔서 MB의 부적격 정실 인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용진 : '정실'은 서로 잘 아는 사이를 일컫는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람이 적격한 사람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환경부 장관에 앉히려고 한다면 환경 관련 최소한 그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든지, 자격증을 가지고 있든지, 경력이 있든지 그래야 한다. 그래서 ‘아, 저 사람은 저 분야 전문가다’, 그렇게 인정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잘 아는 사람, 즉 전문성은 없으면서 캠프에서 일했다고 고위직에 앉히는 것은 부적격 정실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윤태범 : 전문성이 부적격 정실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것은 맞다. 과거 이철 국회의원이 철도공사(코레일 전신) 사장으로 취임할 할 때, 부적격 정실 인사 논란이 나왔다. 그때 나는 그가 부적격 정실 인사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철도공사는 전환시기였다. 비정규직 고용문제로 노사갈등이 심각했고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 구조가 있었기에 당시 철도공사는 경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철도공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했다. 
 
이승선 : 변화전문가가 필요했다는 건가. 
 
윤태범 :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철 사장에게 미션을 줬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여기에 임명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당신이 의원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거기서 영업 흑자 만들라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이다. 지금 최연혜 코레일은 사장은 흑자가 미션일수 있다. 하지만 이철 사장은 아니었다. 낙하산 인사에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프로세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사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인사 프로세스를 생각할 때 첫째,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성됐나, 그다음으로 그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는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한다. 하지만 MB 때는 이 두 가지 모두 잘 안 됐다. 인사 프로세스의 외관조차도 부실한 상황이었고, 설사 형식적으로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 해도 실제로는 부적절하게 운영됐다. 시스템 자체도 제대로 마련이 안 된 상황에서 대부분 인사가 무사통과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때는 낙하산 인사로 언론 등에 많이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인사검증에 관한 법을 하나 만들려고 했다. 그때 나는 청와대 인사검증 자문위원을 했고 법안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당시 법에는 고위직의 자격조건과 후보에 대해 무엇을 검증하려는가에 대한 프로세스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스스로 우리 발목 잡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국회에서는 논의도 못 했다. 한나라당이 자기들이 정권을 잡은 뒤를 생각해 부담을 느끼니까 반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청문회가 있지만, 절름발이다. 장관을 예로 들면 청문회는 있지만, 그 사람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없다. 청문회법은 국회법이다. 즉, 그 전에 거쳐야할  검증에 관한 법은 없다. 청와대가 후보자를 선정하고, 자체 검증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검증을 못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에 인사 후보자를 보낼 때는 주민등록번호, 병역기록 등 몇 가지만 해서 보낸다. 이러니 검증이 제대로 되겠나.
 
이승선 : 미국에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법으로 되어 있나. 
 
윤태범 : 그렇다. 미국은 백악관에서 법에 따라 검증을 마친 뒤, 의회에 검증서를 보낸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에서 검증하니 후보자들이 만신창이가 된다. 제대로 인사를 하려면 완벽히 검증한 뒤, 국회로 보내서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구조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승선 : 우리나라의 청문회 제도는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직무수행이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유가 사전 검증 절차가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김용진 : 미국은 최소 6개월 이상 인사에 대한 검증을 한다. 낱낱이 뒤진다. 
 
MB 때 유달리 많았던 비리 인사
 
▲ 김용진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김용진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승선 : 그렇게 부족한 검증 시스템이지만, 이상하게 MB 때 부적격 정실 인사 비리가 유달리 많았던 것 같다. 
 
김용진 : 윤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인사에서 전문성은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프로세스를 말했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예를 들어 MB 정부 때 이석채 KT 회장은 KT와 같은 업종에서 1년 이상 사외이사를 했다. 당시 KT 정관은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LG전자와 SK C&C 사외이사로 있었던 이석채 회장은 사장 후보로 응모할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KT 사장추천위원회는 ‘정관을 개정한다’는 조건으로 이석채를 사장 후보로 추천하는 꼼수를 부렸다. 뭔가 공정성을 위해 만든 법도 그 사람을 위해 바꿔버린 셈이다. 그게 MB의 방식이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게 선임한 인사, 즉 이석채 회장은 편법으로 자신을 선임한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이석채 회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빨리 가서 나를 도와라’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다 해먹어라’인 듯하다. 얼마 전 KT 임원 만났는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석채 회장 때 벌려놓은 수습하기 어려운 사업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조직을 망가뜨린 셈이다. 부적격 정실 인사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보은 할 게 많은 사람 앉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승선 : 그렇게 자기 사람을 심으려 무리한 인사를 했는데, 그에 따른 비용이 상당하다. 
 
김용진 : 부적격 정실 인사가 쓴 비용은 엄청나다. 대표적인 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자원외교 비리다. 지금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자신들도 그 정도로 손실이 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거다. 
 
이승선 : 세부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그 비용을 발생시킨 리스트를 꼽아 달라. 
 
윤태범 : MB 인사라는 게 두 가지 영역이 있는 듯하다. 장‧차관 인사와 공공기관장‧ 상임이사. 비용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정책의 실패'로 표현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업에는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동원됐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부채비율이 전체자산의 20%에 불과한 우량기업에 속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부실 공기업으로 변했다. 
 
공기업 회계는 정부가 저지르는 일종의 분식회계다. 정부의 위탁사업을 실행하는 게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부채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대강 사업이 공기업 부실을 초래한 과정을 보자. 정부 사업을 공기업이 하도록 하고 그 비용은 지불해주지 않고 수익사업권만 준다. 도로공사를 예로 들면, 도로 하나 만드는데 정부는 전체비용의 50%밖에 도로공사에 안 준다. 나머지는 도로공사가 스스로 채워야 한다. 결국, 통행료로 채워야 하는데 이것은 공사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적자를 메우려면 몇십 년 걸릴지 모른다. 
 
수익을 올릴만한 도로건설은 대부분 민자로 빠진다. 대표적인 게 맥쿼리였다. 정부가 최소수입까지 보장해주었다. 그러니 수익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대박이다. 맥쿼리가 하는 사업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이승선 : 이 정도는 하려고 부적격 정실 인사를 한 게 아닌가.(웃음) 제대로 전문성 있는 사람을 수자원공사 등에 임명하면 방해가 되니 부적격 정실 인사를 해서 나라살림을 거덜 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적격 정실 인사로 나라살림을 거덜 낸 사람들이 상당할 듯하다. 
 
김용진 : MB 정부에서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 부적격 정실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이석채 회장이 꼽힌다. KT가 이석채 회장 재임 때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궁화호 2호, 3호 위성 매각 사건을 보자. 이 회장이 홍콩 위성업체 ABS에 단돈 45억 원에 매각하는 결정을 했다. 무궁화 2호, 3호의 설계수명이 다 됐다고 하지만, 보수하면 13년간 추가 운영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 결정으로 초래한 비용을 따져보자. 무엇보다 국가별로 할당된 위성궤도까지 못쓰게 했다는 게 심각한 손실이다.  
 
대체 위성도 없는 상황이라서 13년에 걸쳐 52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 새로운 위성 구매에 4000억 원 정도 들어가니 합하면 1조 원 가까운 비용이 초래됐다.
 
위성이 없으므로 군사정보를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야 한다. 군사적 정보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10조 원으로 추산된다. 
 
더 한심한 것은 국가에 할당된 위성 궤도까지 걸린 매각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하는데, 민간업체가 결정한 것을 정부가 사후에 덜컥 승인해줬다는 점이다.  
 
이승선 : 위성이 없어 군사정보를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비용이 10조 원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뭔가.
 
김용진 :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전작권을 안 가져와 미군 주둔 비용을 우리가 내지 않나. 그것을 추산해보라.
 
이승선 : 이석채 회장 이외에도 그런 인물이 있나. 
 
김용진 :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도 기업을 망쳐놓으며 큰 비용을 발생시킨 인사로 꼽을 수 있다. 정 회장의 경우는 부적격 정실 인사라기보다는 인사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다.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 정부 지분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영포 라인’으로 불리는 MB 측근 실세들이 정준양을 회장으로 임명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회장으로 임명됐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자기 패거리 이익을 생각하는 대표적인 도적들
 
이승선 : 정준양 회장도 정부가 미션을 주기 위해서 임명한 건가. 
 
김용진 : 당시 천신일, 박영준 등 핵심실세가 논의해서 정준양을 포스코에 보낸 거다. 그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2010년 70만 원이던 포스코 주가는 2013년에 30만 원으로 반 토막 이하로 폭락했다. 주가가 내려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엉뚱한 짓을 많이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부실기업들을 무수하게 매입했다. 포스코 시가총액이 현재 24조 원이다. 절반 떨어진 것으로 계산해도 25조 원을 날린 거다. 
 
▲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윤태범 :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정상적으로 CEO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 부적절한 과정을 거쳐 임명된 인사는 ‘보은’을 할 수밖에 없다. KT, 포스코는 민영화된 일반 기업임에도 아직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임명된 인사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더라도 정통성이 약하게 된다.  
 
이승선 : 정부 입김으로 들어갈 때, 뭔가 정권의 미션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김용진 : 당시 포스코 내에서는 정준양 회장 말고 다른 사람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그걸 박영준과 천신일이 뒤집은 거다. 그러면 뭐가 되겠나. 그 자리에 앉혀줬으니 뭔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승선 : 공기업 사장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그런 인사가 있지 않나. 
 
김용진 : 자원외교는 공기업이 다 한 거다.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등. 이들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했는데, 대부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연결된다. 실세라는 건 그런 돈을 만질 수 있는 라인, 즉 석유공사 사장 등을 임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거기에 사람을 채우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8조 원 넣을 때, 정부에서 갚아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윤태범 : 박영준 전 차관은 전형적인 부적격 정실 인사다. 산업자원부(MB 정부 때 지식경제부)는 정무적인 판단보다는 전문가 역량이 필요한 곳이다. 특히 장관이 정무직 인사라면, 차관은 더욱 실무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거기에 이상득 보좌관 출신의, 정치만 평생 하던 사람을 앉힌 거다. 
 
이승선 : 박영준 전 차관의 인사 과정도 문제인 듯하다. 
 
윤태범 : 박 전 차관이 모든 공직에 못 간다는 건 아니다. 청와대에도 있었지 않았나. 장‧차관 중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의원도 국민권익위원회로 갔다. 그것은 부적격 정실 인사가 아니다. 전문성조차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영준은 가서는 안 되는 자리에 간 거였다. 가서 자원외교에 몰입하지 않았나. 
 
이승선 : 박영준이 개입한 공기업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윤태범 : 정확히 추산하기는 힘들다. 자원개발은 나중에 실패했다고 해서 부적격 정실 인사 때문에 발생한 비용 문제로 단순히 치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김용진 : 개발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탐사 사업이라면 평가가 쉽지 않다. 탐사 사업은 전문성이 강한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MB의  자원개발은 '자주' 개발률을 높이려는 사업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자주개발률을 높이려면 이미 탐사가 끝나고 개발이 되고 있는 사업 지분을 획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석유공사가 매입했다가 헐값에 팔아버린 하베스트의 자회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하베스트는 매입 당시 이미 운영되는 곳이었다.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업체를 매입한 것이다. MB 정부는 자주 개발률 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35조 원이나 퍼부었는데, 결과를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이승선 : 4대강 사업, 기업 문제, 자원외교 등에서 발생한 비용과 손실을 보면 결국 부적절 정실 인사와 연결이 되는 문제인 듯하다. 
 
김용진 : MB 정부가 초래한 비용을 ‘기회비용’으로 넓혀보면 더 심각하다. IMF 사태 이후 정부가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사업을 주도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 때는 IMF 사태 이후 수습을 하느라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등한시했다는 점에서는 노무현 정부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늦어도 MB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주력했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우리는 100원 벌면 45원이 해외로 나간다. 대규모 원천 기술 같은 것에 제때 투자를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탐사선을 보내 혜성에 탐사로봇까지 착륙시키는 데 1조700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만일 착륙에 실패했었다고 해도, 이 사업을 통해 이미 엄청나게 먼 거리까지 조정이 가능한 통신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유럽에서 10여 년에 걸쳐 이런 사업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로봇 물고기 운운하고 있었다.(웃음) 22조 원을 날리면서 말이다.  
 
이승선 :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 ‘MB의 비용’을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MB 정부는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이 두드러진 것 같다. 
 
김용진 : 박근혜 정부에서 아직 부적격 정실 인사로 얼마나 큰 비용이 초래되는지에 대해 큰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그나마 대통령이 아직 힘이 있어 부적격 정실 인사들이 이상한 짓을 해서 자기네끼리 맘대로 해먹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반면 MB 정권 때는 위에서 아래까지 다 해먹는 구조였다. 
 
윤태범 : 박근혜 정부도 지켜봐야 안다. MB 정권 때도  2년차 때까지는 자원외교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정권 말에 자원외교에 대한 문제가 확 드러났다.
 
김용진 : 박근혜 정부는 실제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나중에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 문제가 MB 때처럼 심각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거 같다. 
 
이승선 : 해먹으려면 뭔가를 벌려야 하는데, 벌린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인 듯하다. MB 정권의 실책이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 등인데, 또 다른 게 있을까. 
 
윤태범 : 공기업 부채 증가다. 상상을 초월한다.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급상승했다. 이 원인은 부적격 정실 인사와 부실한 감사 때문이다. MB 정부의 주요 국책 사업을 수행한 공공기관은 대부분 부채가 늘었다. 그런 공공기관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적격 정실 인사가 벌어진 곳이다. 
 
▲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

▲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이들이 망친 MB 정권의 5년
 
이승선 : MB 정부 5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가 200조 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김용진 : 외교안보분야에서 초래되는 기회비용도 생각해 보라. 이건 더욱 천문학적이다. 북한이 가진 자원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6000조 원 정도 된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다 가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허가한 제2롯데월드 문제도 군사적 비용과 관련해서 보자. 그 높이를 허가해주려면 성남 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원래 7도 틀어야 했다. 그런데 3도만 틀어도 되게 해줬다. MB는 결코 승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을 자르고, 다른 사람을 앉혀서 허가해줬다. 7도를 틀면 1조2000억 원이 들고 3도 틀면 3000억 원 든다. 이것만으로 롯데에 9000억 원의 이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안보상으로 심각한 비용을 초래했다. 
 
이승선 : 결국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 외교 관계에 의해 얻어지는 국익을 외면하고 이상한 정책을 써서 엄청난 기회비용을 초래했다.  
 
윤태범 : MB 정부 때는 단순한 부적격 정실 인사뿐 아니라, 정책을 무리하게 합리화하기 위해 부적격 정실 인사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더욱 나쁘다. 
 
이승선 : MB 정부가 자행한 부적격 정실 인사는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측면이 강해 나라의 미래까지 망쳐버렸다. 
 
김용진 : 제대로 된 낙하산 인사는 욕심 대신 열정, 무능 대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앉히는 것이다. 반면 MB 정권에서는 욕심과 무능만 가득 찬 인물들이 주요 요직에 앉아 나라살림만 거덜 냈다. 일자리 창출 사업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었다. 지속적인 고용창출이 아니라 돈으로 임시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이다. 자전거 도로 사업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인 주요사업들보다 이 사업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자전거가 별로 다니지 않는 곳까지 자전거 도로를 만드느라 예산을 마구 썼다. 이런 사업은 나중에 유지보수 비용까지 경직성 비용을 계속 발생시킨다.
 
4대강 사업을 할 때, 내가 ‘제대로 사업이 되려면 IT가 동원된 컨트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인을 통해 청와대에 건의한 적이 있다. 비의 양을 예측하고 수문 조절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청와대 측의 반응이 한심했다. 'IT 몰라요. 우린 토목만 알아요'라는 것이었다. ‘토목’만 아는 전문성이 없는 부적격 인사들로 채워져 있으니 이런 것이다.
 
이승선 : 대통령 자체가 부적격이었던 듯하다. 
 
김용진 : 내가 미국에서 10년 있다가 2007년에 귀국했는데, 이미 그때 나는 한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에 대해 ‘토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가 주장했다. 
 
이승선 :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나. 
 
김용진 : 토목 분야는 모든 비리와 협잡이 횡행하는 곳이다. 이곳의 전문경영인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토목 분야에서 CEO는 황제다. 그런데 토목사업의 CEO는 다시 오너의 머슴이다. 따라서 토목 분야 CEO 출신에게 민주주의적인 마인드와 국가를 생각하며 국정운영을 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승선 : 유권자들이 김 교수의 탁견을 알았다면, MB를 대통령으로 뽑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독재를 하더라도 잘 살게 해주면 그만이라는 기대가 커서 ‘부적격 인사’인 줄 가려내는 눈이 멀었던 것 같다. 정실 인사라고 해도 ‘적격’이면 된다고 하는데,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
 
윤태범 : 해당분야 전문성을 지녔다면 일단 필요조건을 갖춘 것이다. 정치인 중에도 대표적으로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을 앉히는 경우, 선거에서 도와준 사람 앉히는 경우 등은 정실 인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적격이냐 아니냐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오죽하면 좋은 낙하산, 나쁜 낙하산으로 구분하겠는가. 
 
인사를 할 때는 해당분야에서 업무전문성을 가장 먼저 보고 그다음으로 고위직이 갖춰야 할 보편적인 조건으로 도덕성을 봐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세 번째로 과도하게 이해충돌이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 라는 ‘윤리성’을 따져봐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김성주 총재는 대표적인 부적격 정실 인사
 
이승선 :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적격 정실 인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적격 인사인데, 부적격으로 매도당하거나, 적격 인사라고 청와대에서 강변하지만 명백한 부적격 인사 사례를 꼽아 달라. 
 
윤태범 :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적격 정실 인사가 아니다. 기본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반면, 윤진숙 전 해수부 장관은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가 없다. 그가 전문성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해양수산 전문가는 아니다. 대표적인 부적격 정실 인사다. 그 사람이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많은 사람이 ‘수첩에 적혀 있다는 이유‘로 검증도 없이 임명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용진 :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도 부적격 정실 인사다. 그 사람은 그쪽 전문성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적십자사비도 5년 동안 안 냈는데 말 다했다. 전문성, 도덕성 등 두 개 기준에서 다 안 된다. 필요조건이 안 되는 거다. 필요조건을 충족했다고 해도,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나. 그것도 아니다. 미국은 장관을 임명할 때 대통령이 나서서 ‘이 사람은 무엇을 잘하고, 나는 무엇을 하려고 이 사람을 임명한다’고 밝힌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인사권자가 그냥 덜렁 ‘너희가 검증해라’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병역기록 등 몇몇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 사람이 왜 필요한가’라고 설명하는 거다. 그러면서 ‘승인해 달라’고 하는 거다. 우리는 걸핏하면 전문성이 있느니, 도덕성이 있느니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다. 바로  '목적적합성' 이라는 충분조건이다.
 
윤태범 : '낙하산이다 아니다', '적격하다 아니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없다. 모든 것을 언론에 맡긴다. 자격을 갖추고 있는데, 선거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오물을 씌운다. 인사검증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법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격한 인사도 이런 상황에서 임명되면 만신창이가 된다.
 
이승선 :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선거에서 이겨도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더라.
 
김용진 :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철수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랑 같이 정책을 만들고, 나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했던 사람이 같이 안 들어가면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겠는가.  
 
이승선 : 기업 CEO 출신이면 다 대통령감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김용진 : 거대한 시장을 읽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정도면 모르겠다. 700억 원 정도 규모의 IT기업, 그것도 뭔가를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보안솔루션을 주요 제품으로 하는 기업을 운영한 CEO 출신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주주권이 존재하는 기업환경을 가진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기업환경은 업종을 불문하고 민주적인 마인드셋이 형성된 CEO 출신 정치인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업주 출신도 마찬가지다. 
 
이승선 : 끝으로 부적격 정실 인사로 국민에게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제도적 정비에 대해 말씀해 달라. 
 
윤태범 : 늘 부적격 정실 인사를 둘러싸고 논란만 있고 제도적 정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여야건 언론이건 간섭 말라고 청와대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은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검증할 권한이 있다. 국회 청문회가 인사권 간섭이 아닌 정책 검증을 하려면, 청와대에서 확실한 사전 검증을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승선 :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앞으로 ‘MB의 부적격 정실 인사가 초래한 비용’ 같은 대담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길 바란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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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박근혜, 우리가 하는데 왜 끼어들어 간섭하나” 반발

 
 
朴 돌연 김무성 회동 “예산안·공무원연금 적기처리, 여당 도와달라” 주문 “권위주의 발상”
 
입력 : 2014-11-21  11:12:35   노출 : 2014.11.21  11:34:30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해외순방을 다녀온 박근혜 대통령이 연말 국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돌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예산안과 공무원연금 개혁과제의 적기처리에 여당이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국회활동을 간섭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여당 대표단과 청와대에서 만나 해외순방 성과를 간략히 설명한 뒤 “이제 앞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FTA들도 빨리 통과시키고, 예산안이라든가 민생법안이라든가, 또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은 이런 개혁과제들도 적기에 처리가 된다면 경제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여당이 힘을 모아서 많이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불참한 데 대해 “사실 오늘은 야당도 함께 초청해서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좀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 발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 하시면서 정상회담, 또 정상회의를 통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런 마음이 있다”며 “다음부터는 좀더 열심히 해가지고 올리신 성과가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함께 회동 참가 요청을 받았지만 부적절한 자리라며 반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에 대한 의례적인 당부를 넘어선 월권이자 국회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20일 회동. 사진=청와대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및 보도국장 출신의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다 불렀으나 우리가 안간 것은 현재 여야가 협상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떠들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예산심의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인데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 주듯이 언제까지 처리하라는 것은 월권이며, 더구나 국회 지도부를 불러 ‘협조 당부’라는 형식을 빌어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러 국가와 타결된 FTA 비준안 처리를 요구한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김 대변인은 “여당 지도부 말처럼 ‘하청업체’도 아니고, 협상 내용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빨리 비준동의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우리가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했는데도, 대통령이 시한을 정해놓고 통과시키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누리과정 예산도 합의해놓고 여당 스스로 깼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 공약해놓고 한마디 언급도 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자원외교 비리의 경우 국정조사하라는 것이 국민여론이며, 여당 최고위원도 하자고 하는데 이런 논의는 않고 그저 하고 싶은 것만 국회에 요구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함께 초청했으나 거절한 것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애초에 대통령이 요청한 것을 우리가 걷어차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아예 (부적절한 회동에) 청와대가 우리 지도부를 초청한 것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으나 여당 쪽에서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공개된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들어갔다 해도 ‘사자방’ 비리 국정조사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 얼굴만 붉히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여야가 예산 논의를 하는 것이 먼저인데 왜 대통령 자신이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에게 김무성 대표가 ‘업적을 갖고 오셨는데 당이 뒷받침 못해 송구스럽다’ ‘다음부터 열심히 하겠다’, ‘성과가 결실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김 대변인은 “자신들끼리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든지 말든지 우리는 별로 할 말도 없다”고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의 MBC 보도국장 시절.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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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농민들, 대통령 조형물에 닭머리 쏟아부어

 

[농민 상경투쟁 현장] 전국서 4천여명 서울시청 앞 집결... "농업 파탄 위기"

14.11.20 21:18l최종 업데이트 14.11.20 21:1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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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 다 팔아먹는 괴물 불 살라 벌리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대표자들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농산물 가격보장은 뒷전이고 오직 FTA와 쌀 전면개방만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야 야합으로 추진되고 있는 FTA 비준을 막기 위해 장기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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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분별한 FTA 추진에 뿔난 농민 성난 농민이 박근혜 대통령 조형물을 부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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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은 똥값인데, 시내에 파는 공산품은 너무 비싸. 못 살겠어."

평생 땅만 일구고 살았다는 한 촌로가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원정시위'를 온 이유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왔고, 지금도 전라남도 나주에서 고추를 재배한다는 홍아무개(67·여)씨는 몸에 '쌀 전면개방 반대',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몸자보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홍씨는 농사를 지어 4남매를 키워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생계가 어려워 홍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오래전 당한 교통사고로 성치 않은 몸을 돌보려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3천 평짜리 고추밭은 일구어봤자 벌이가 못 된다.

그는 농사를 짓는 틈틈이 일당 5만 원짜리 일용직으로 나선다고 했다. 파란색 패딩점퍼를 입고 얼룩무늬 스카프로 목을 단단히 여민 홍씨는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농민가>에 맞춰 오른팔을 부지런히 흔들었다.

농민 4천여 명, 서울시청 앞 광장 상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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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해서 대기업만 잘 살게 하는 생각에 분노한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한·중FTA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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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도 국민이다. 억울해서 못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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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쌀 관세화) 선언에 이어 한중FTA 타결로 한국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일 오후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는 전국의 농민 4천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모였다.

특히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농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농민들은 정부가 지난 7월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올해만 4건의 FTA(호주·캐나다·중국·뉴질랜드)를 타결한 것은 2012년 대선에서 "농업을 시장논리에 맡길 수 없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며 분노했다.

일부 농민들은 '기호 1번 새누리당 박근혜'에게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 그림 위에 '속여서 뺏은 농민표를 돌려달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경상도에서 온 농민들은 "새누리당 안 찍는다, 안 찍는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서도 "새누리당 이중대, 각성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이날 결의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보장은 뒷전인 채 오직 FTA와 쌀 전면 개방만을 추진하며 한국농민을 정신적 공황에 빠뜨리게 했다"며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장기적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 쌀 전면 개방 반대 ▲ 한중FTA 중단 ▲ 무분별한 FTA 국회비준 반대 ▲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무대에 오른 박석운 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서 FTA를 실질적으로 타결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들었다"며 "농업이 파탄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국민이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통합진보당·정의당 "철저한 검증으로 FTA 국회 비준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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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주권 못 지키는 나라, 국민들이 나서서 싸우겠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 참석해 식량주권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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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대표들도 농민들을 지지하며 쌀 시장 개방과 무분별한 FTA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을 먹여살리고 앞으로도 7천만 겨레를 먹여살릴 사람은 바로 농민"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한·캐나다, 한·뉴질랜드, 한·호주 FTA와 쌀시장 전면 개방으로 농민을 말살하려는 데 맞서 끝까지 농민과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이정미 정의당 공동부대표는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해 농민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FTA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대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본딴 스티로폼 조형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빨간색 한복을 입은 박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쌀 수입 전면개방', '한중FTA 체결'이라고 쓰인 팻말을 양 손에 든 모습이었다. 일부 농민들은 집회 중간에 아이스박스에 미리 담아온 닭머리 수십 개를 이 조형물 앞에 쏟아부었다. 이어 한 농민이 조형물을 쓰러뜨린 뒤에 짓밟으면서 주최 측이 이를 말리는 일도 벌어졌다.

주최 측은 '한중FTA', '혼합미', 'WTO', '개방농정' 등의 손팻말이 붙은 허수아비를 불에 태우는 상징의식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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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개방은 미친 짓이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를 마친 뒤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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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모형 탈취하는 경찰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농민들이 한중FTA 체결을 규탄하며 준비한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경찰이 빼앗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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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에 처한 우리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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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는 농업포기, 농민은 박근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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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거리로 장난치는 박근혜 정권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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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모, 내년 4.2공동성명 기념행사 '마지막' 추진

정경모, 내년 4.2공동성명 기념행사 '마지막' 추진문익환 목사 가족, 정경모 선생 요코하마 자택 방문
요코하마=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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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9  17: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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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소집하는 마지막 모임”

   
▲ 문익환 목사 가족이 17일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 자택을 찾았다. 선생은 내년 4월 5일 마지막으로 4.2공동성명 기념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내가 나이 아흔 아닌가. 내년 4.2공동성명이 내가 공식적으로 소집하는 마지막 모임이 될 것 같아.”

눈썹까지 하얀 서리가 내린 구순의 정경모 선생은 일본 요코하마 자택을 찾은 문익환 목사의 셋째 아들 문성근 ‘국민의 명령’ 상임운영위원장 등 문 목사 가족들을 반갑게 맞으며 내년 기념행사 이야기부터 꺼냈다.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정경모 선생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주선해 1989년 3월 문 목사와 함께 방북했으며, 문 목사는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회동한 뒤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공동명의로 ‘4.2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경모 선생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5일 도쿄 YMCA에서 4.2공동성명 기념행사를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선생은 “6.15도 있고 10.4도 있고 기념해야 할 날이 많지만, 내가 직접 관여됐다고 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4.2공동성명을 기념해야 된다”며 “다른 것은 다들 권력자들끼리 했지만 4.2공동성명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게 목숨을 걸고 가서 김 주석을 만나고 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간 연방제 처음 나온 것이 4.2공동성명”

   
▲ 문익환 목사의 맏딸 문영금 씨와 셋째 아들 문성근 씨, 외손자 박문칠 씨가 정경모 선생을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특히 “남북 간에 연방제 이야기가 제일 처음에 나온 것이 4.2공동성명”이라며 “김 주석은 군사권과 외교권을 가지고 있는 연방을 만들자고 했다”며 “문 목사가 그거는 안 된다고 현실적이 아니란 것을 설명을 했다”고 회고했다.

“당신(문 목사)은 연방제를 승인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을 하지 않고 남북을 통일시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을 알지만, 지금 김 주석이 생각하는 것처럼 군사권과 외교권을 쥐고 있는 통일연방제를 당장에 한다는 것은 도저히 현실적이 아니니까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는 것.

9개항의 4.2공동성명 중 네 번째 항은 “쌍방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에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4.2공동성명의 맥락에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6.15공동선언’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선생은 “그때는 연방제를 한다고 하면 다들 빨갱이라고 펄쩍 뛰던 시절”이라며 “그 후에 김대중 대통령도 가고 노무현 대통령도 (북에) 가서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선생은 “내년 4.2공동성명 기념행사에는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사람들도 부르려고 한다”며 “남북이 같이 합동해서 4.2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서 해야 될 일이 연방제”라고 강조했다.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쥐를 잡는 법도 있으니까”

   
▲ 정경모 선생과 부인 지요코 여사(왼쪽)가 문영금, 문성근 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겨레>에 인기리에 연재한 뒤 단행본으로 펴낸 『시대의 불침번』에서 2010년 오바마 대통령 등장으로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던 선생은 “오바마에 대한 기대는 벌써 꺼진지가 오래고, 오바마는 늘 자기 행동보다는 말이 앞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납치자 문제를 두고 북-일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아베는 이북 땅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대가리에 뿔이 달린 귀신들만 살고 있는 것처럼 일본사람들한테 선전해서 그것 때문에 부상이 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베는 또 현실적이랄까 욕심이 있으니까 이북이 가지고 있는 지하자원에 대한 욕심은 있다”고 진단했다.

선생은 “(아베 총리가) 북조선에 한 번은 가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는데 약속이 이행된 적은 없다”며 “이번에는 북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서 일본과 북조선 사이가 긍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쥐를 잡는 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 정경모 선생과 부인은 대문 밖까지 손님들을 배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시간에 쫒겨 서둘러 돌아가는 일행에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걸음걸이를 보여주겠다”며 굳이 대문 밖까지 배웅을 나선 선생의 허리가 유난히 굽어보였다.

 

<정경모 선생이 기록한 문익환 목사 방북과 4.2공동선언>

김대중 씨가 헛다리를 짚는 바람에 뚱딴지같이 정권을 노태우에게 가로채이고, 또 88올림픽 소동으로 모두 정신이 들떠 있는 한편에서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문익환 목사의 모습이 떠오릅디다. 그리고 홱 머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어요. 문 목사를 평양으로 모시고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게 하는 거다...

문 목사와 연락을 어떻게 취하나 혼자서 궁리에 잠겨 있던 차인데 유원호 씨가 나타났소이다. 유원호 씨를 앉혀놓고 그 자리에서 곧 붓을 들어 그리 길지 않은 짤막한 편지를 썼소이다...

문 목사와 나, 그리고 수행원으로 함께 따라간 유원호 세 사람이 경유지인 베이징을 향해 나리타를 출발한 것이 1989년 3월 24일 오후였소이다...

   
▲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이 1989년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맞이]

그러니까 1989년 3월 27일 아침 10시쯤이었을까. 우리 일행은 숙소를 나와 주석궁이라는 곳을 향해 출발하였소이다... 문 목사가 뚜벅뚜벅 걸어 다가서자 두 분은 순간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껴안으시더이다. 수인사 같은 것은 나눌 겨를도 없었고요...

문익환 목사 일행이 평양을 떠난 것이 1989년 4월 2일 오후였소이다. 그날 아침 문 목사가 기자단 앞에서 낭독하신 선언문이 오늘 우리가 ‘4.2남북공동성명’이라고 부르는 것이오이다. 이 성명문은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에 걸친 김 주석과 문 목사 사이의 회담을 담은 것으로 9개 항목에 걸친 상당히 장문의 것이지만, 알맹이만을 뽑아서 요약한다면 다음 세 가지 항복이 아닐까 하오이다.

①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요,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니만치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다.
② 통일에 관한 남북 간 대화의 창구는 널리 개방되어야 하며, 당국자들 사이의 독점에 맡기지 않는다.
③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질진대 연방제는 거치지 않을 수 없는 경로인데, 이의 실시는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

이 문서를 작성하느라고 나와 안병수(훗날 안경호로 확인) 동지는 31일 밤을 꼬박 세웠지요...

   
▲ 정경모 선생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길에 동행했다. [자료사진 - 통일맞이]

아무튼 4.2공동성명은 그로부터 11년의 세월이 흘러간 후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날의 동지 문익환 목사의 발자취를 따라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후 발표된 6.15공동성명으로 직결되고, 또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 때의 10.4공동성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니,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공동성명의 시발점은 문 목사의 평양 방문이었음이 자명한 사실이라 하겠지요.

(정경모, 『시대의 불침번』, 한겨레출판, 2010. 361-399쪽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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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삼성 정직원들은 안 했겠죠”

 
[전자산업 피해자 연속인터뷰 ③] 하청노동자 이민국씨 “삼성반도체 제일 밑바닥에서 일 했어요”
 
입력 : 2014-11-19  09:51:53   노출 : 2014.11.20  09:02:07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나는 처음 들어본 병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사는 천천히 말했다. 피부 T세포 림프종 입니다. 의사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아직은 추정일 뿐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물었다. 이게 피부암입니까? 의사는 넓게 보면 그렇다고 했다. 아, 내가 암에 걸린건가.” 

이민국(50.가명)씨는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다. 피자, 치킨, 독서실…사업에 실패했다고 일을 안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당시 늦둥이 막내는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1년 11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하청업체 한양CMS의 구인글을 보게 됐다. 이씨는 무엇보다 지원가능 나이가 마음에 들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그러나 이씨는 1년 3개월만인 2013년 1월,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사타구니가 가려워 찾은 피부과에서는 사타구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등에 있는 반점만 봤다. 이씨는 그때까지 등에 반점이 있는지도 몰랐다. 의사는 ‘피부T세포 림프종’이라고 말했다. 이는 림프종(임파선암)의 일종으로 면역체계에 발생하는 피부암이다. 이씨는 지난 달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 전자산업 피해 노동자들과 반올림이 지난 달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 신청을 했다. 사진=반올림 제공
 

“삼성반도체, 제일 밑바닥에서 일 했어요”

“제가 일하던 곳은 제일 아래였어요. 피라미드로 보면 제일 밑바닥.” 이씨는 자신이 하던 업무를 그렇게 표현했다. 이씨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삼성반도체 화상공장 15라인·16라인 CCSS룸에서 일했다. CCSS는 화학물질 중앙 공급 시스템(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의 준말로 각종 화학물질이 이 CCSS룸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에 공급된다.

‘밑바닥’ 이라는 표현처럼 업무는 위험하고 단순했다. CCSS룸의 위치부터 그랬다. CCSS룸은 반도체 생산라인과 분리돼 있었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출입구에 ‘적색지역’ 이라는 경고문이 있어요. 출근 첫 날 그 문구를 보고 위험하다는 걸 알았어요. 삼성 사람들은 거기로 안 오죠.”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두 차례 불산사고가 일어난 곳도 바로 CCSS룸이었다. 

‘적색지역’으로 분류된 곳에서 이씨는 화학물질이 든 드럼통을 다루었다. 업무는 크게 화학물질 입고(delivery)와 충전(charge)으로 나뉘었다. 드럼통이 도착하면 이를 창고로 옮기는 일이 ‘입고’이며 창고에서 드럼통을 꺼내 공급탱크와 연결하는 일이 ‘충전’이다. 공급탱크와 연결된 화학물질은 관을 타고 7층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공급됐다.

그는 업무 중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되기도 했다. ‘충전’하기 위해서는 드럼통 뚜껑을 열어야만 했다. 공급탱크 관이 고장 나면 드럼통 위에 화학물질이 떨어지면 직접 닦았고 공급호스가 드럼통 안으로 들어가면 손으로 호스를 빼냈다고 이씨는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다룬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 한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어떻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려주지 않고 그냥 장갑이랑 마스크를 끼라고 했어요. 그게 우리가 받은 교육의 전부예요. 공급탱크가 있는 설비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가 붙어있었는데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제대로 본 적은 없어요. 일하기 바쁜데 볼 시간이 어디 있나요. 누가 보라고 말도 안 했고요.” 

   
▲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로 일했던 이민국(50.가명)씨를 지난 17일 수원에서 만났다. 사진=이하늬 기자
 

“원료창고에 가면 바지 끝단이 닳았어요”

다만 이씨는 업무용 이름은 조금씩 기억했다. ‘랄500(LAL-500)’ ‘티(WLC-T)’등이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그가 다루었던 화학물질은 크게 산, 알칼리, 솔벤트(유기용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산 중에서는 LAL-500·질산·WLC-T·왕수·황산구리 등을 솔벤트 중에서는 시너·초산 등을 기억했다. 정확한 정보는 산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 

그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가정 하에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나온 해당 물질의 유해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급성독성·피부부식성 및 피부자극성·심한 눈 손상 및 눈 자극성·생식세포 변이원성·호흡기 과민성·특정표적장기독성·흡인 유해성. 그는 LAL-500의 경우 드럼통에 쓰인 성분 중 불산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불산은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이다. 백혈병 산재를 인정받은 고 황유미씨가 했던 작업이 바로 식각공정이다. 

굳이 이런 사실을 몰라도 위험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았다. “화학물질 드럼통을 보관하는 창고에 가면 바닥 색깔이 푸르스름하게 변한 곳이 있었어요. 바닥이 움푹 파인 곳도 있었고요. 화학물질이 독해서 그런 거 같아요. 심하게는 바지 밑단이 닳아요. 제가 거기서 일할 때 집 사람이 ‘왜 이렇게 바지가 닳냐’고 하더라고요.” 특히 솔벤트 창고에는 ‘발암물질 주의’라는 표시가 있었다고도 기억했다. 

위험을 몸으로 겪기도 했다. “시너(솔벤트의 일종)를 충전해야 하는데 공급탱크의 연결 부위(커플러)가 깨져서 시너가 드럼통 위로 흘렀어요. 장갑을 낀 채로 닦았죠. 마스크를 꼈는데도 냄새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사람이 쓰러질 정도의 냄새라는 건 맡아보지 않으면 모를거예요.” 

사고 이후 그는 15라인 CCSS룸으로 이동을 요청했다. 16라인에 비해 15라인은 그나마 ‘무해’하다고 생각했다. 15라인으로 옮긴 다음 그는 회사에 오래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위험하지만 이 나이에 갈 데가 없잖아요.” 하지만 4개월 뒤, 이씨는 피부T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일종의 피부암이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3월 서울 곳곳에서 전자산업 피해자 추모주간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반올림 제공
 

“위험하니까 삼성 직원들은 안 하겠죠”

암은 발생한 부위와 발생한 세포,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이씨의 경우 피부에 암이 발생했지만 암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림프구다. 즉 림프종(임파선암)이 피부에 발병한 셈이다. 반올림에 접수된 피부암 전자산업 피해자는 이씨의 경우가 유일하다. 하지만 림프종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례는 많다. 송창호씨와 고 박효순씨 등이다. 

이는 자료로도 증명된다. 2008년 산보연이 전체 반도체 종사자 22만9683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악성 림프종(비호지킨림프종)은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한 통계가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여성 노동자는 일반인에 비해 2.67배 높게 나왔으며 특히 조립 공정 생산직의 경우 발병률이 5.16배나 높게 나왔다. 이종란 노무사는 “꼭 성별에 국한해서 볼 필요는 없다”며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씨는 자신이 다루었던 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부터 필요하다. 역학조사가 시작되면 산보연은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 이씨가 사용했던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것이다. 문제는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회사가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노동자는 알 길이 없다. 하청노동자의 경우 이는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노동자에게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는 산재 제도의 구멍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증명을 못 해서 산재를 인정 못 받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반도체 공장 때문인 거 같아요. 단순노동이긴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일이니까 삼성 직원들은 직접 안 하겠죠. 나이든 사람을 쓴 이유도 그런 거 같아요. 어렵고 위험해도 못 그만두니까요.” 지난해 발생한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에서 숨진 노동자도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저는 삼성이 공장 문 닫아야 한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열심히 일했고 그런데 얻은 게 암이에요. 하청업체 일이라고 미룰 게 아니라 이 업무가 없으면 반도체 공장이 안 돌아가거든요. 삼성이 책임을 져야죠. 아픈 사람이 저 말고도 많잖아요.” 현재까지 반올림과 함께 산재를 신청한 피해자는 총 62명이다. 이 중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피해자가 3명, 법원에서 인정받은 피해자가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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