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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세요 <무한도전>, 그거 위법입니다

 

[주장] 최저임금 위반한 <쩐의 전쟁2>...알바들은 웁니다

14.11.25 20:48l최종 업데이트 14.11.25 20:50l
 

 

 

김태호 PD님과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서희입니다. 지난 22일 방송된 <무한도전-쩐의 전쟁2>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방송이 끝날 즈음에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알바 채용한 <무한도전> 멤버들, 최저임금 지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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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쩐의 전쟁2> 이번 <쩐의 전쟁2>에서는 직원 채용시 임금은 자본금에서 차감하고 2014년 기준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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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2>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본금 100만 원으로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내라는 제작진의 미션을 받았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게 목표였지요. 각 멤버들은 직원을 채용할 수 있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생겼습니다. 정형돈씨와 노홍철씨를 제외한 멤버들에게는 게스트가 따라 붙었습니다. 멤버들이 고용한 알바들이었죠.

그런데 방송 말미, 게스트들이 24시간 동안 <쩐의 전쟁2>를 녹화하면서 최소한 12시간 이상은 일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이 받은 급여가 너무 적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MBC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 15일 방송된 <쩐의 전쟁2> 첫 번째 이야기를 다시 봤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게스트들과 어떻게 근로계약을 맺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직원 채용 가능 단, 직원 채용 시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라며 '직원 채용시(2014년 기준)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이상 지급'이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2015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입니다). 사실 이 자막이 나왔을 때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요? <무한도전> 팬인 저의 '혹시나' 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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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소할 길 없는 갑의 횡포 최저임금 위반은 노동청에 신고하고, 산재 미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면됩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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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와 박명수씨는 알바에게 일당 5만 원을 지급했습니다(다른 멤버들은 게스트들에게 얼마를 줬는지는 방송에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받은 임금은 정당했을까요? 한번 계산해보았습니다. 

박명수씨는 DJ 철수씨를 일당 5만 원에 고용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장사를 개시했고, 오후 11시에 끝냈습니다. 총 13시간 30분을 일하고 5만 원을 받았는데, 쉬는 시간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7만335원(5210원×13.5시간)의 돈을 받아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노동에 30분씩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하면, DJ 철수씨가 쉰 시간은 총 1시간 30분. 즉 12시간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6만2520원(5210원×12시간)을 받아야 합니다. 박명수씨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하하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씨는 미노씨와 오전 9시부터 일을 하고 오후 11시에 마감을 했습니다. 14시간 일을 했다고 하면 7만2940원(5210원×14시간)을 지급받아야 합니다. 물론 미노씨는 방송에서 일이 힘들었다고 항의, 1만 원을 더 받아 일당 6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그렇다해도 하하씨는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자가 됩니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최저임금법 28조).

물론 '게스트들이 촬영 시간 내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예를 들어 미노씨가 호박식혜를 패트병에 나눠 담는 시간)이나 대기 시간(고명환씨가 푸드 트럭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미노씨는 소시지를 구우면서 숯불에 머리가 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에 하하씨는 머리하라고 6000원을 추가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건 산재보험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입니다. 실제로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단 하루 한 시간을 일하다가 다쳤어도 치료비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부상이더라도 치료비 전액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알바 지켜주는 근로계약서, 무도에 왜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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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로 입금협상을 하고 있는 유재석씨와 남창희씨 근로계약서는 서면으로 2부 작성하고, 사업주는 그 한 부를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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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를 알바로 채용한 유재석, 하하, 박명수, 정준하씨가 보여준 사업주로서의 모습도 방송을 보는 내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유재석씨는 게스트인 남창희씨에게 시급 7000원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남창희씨가 매출의 20%를 인센티브로 요구해 급여를 다시 조정하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시급 6000원, 인센티브 10%' 안으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근로자는 각각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1부씩 나눠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은 악수로만 합의하고 말았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근로기준법 17조)에 처하게 되는데도 말이죠.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의 경우처럼 한 개인이 일회성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는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긴 합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주는 노동자를 고용할 때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사업주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무한도전>이라면 멤버들이 자진해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피해를 입은 많은 알바노동자를 봐왔기 때문입니다(설마 썼는데, 편집된 건 아니겠지요?). 

제가 일하는 알바노조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하는 사업은 세 가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운동, 알바 노동 상담, 노동인권 교육입니다. 정식으로 노동법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1년 넘게 일하면서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압니다. 그것은 바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과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전화 혹은 홈페이지로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알바)들의 상담이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옵니다. 상담 중에 저희가 항상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근로계약서를 쓰셨냐?'는 질문입니다. 그 중의 90% 이상이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친구 고명환씨와 일을 시작한 정준하씨의 태도도 이해 불가였습니다. 고명환씨는 자신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정준하씨는 "내가 잘 챙겨줄게"라고만 할 뿐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알바노동자'라고 적힌 자막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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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철수 씨는 아르바이트'생'인가요? 무한도전에서 앞으로 자막을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고 표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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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드립니다. 다음 주에 있을 무한도전의 <극한알바> 편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무한도전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보면, 유재석씨는 탄광에서, 박명수씨는 63빌딩 외벽에서 일합니다. 정형돈씨는 굴까기를 하고, 하하씨는 택배물류센터에서 짐을 나르며, 정준하씨는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겐 하루 알바일지 모르지만, 이 일들을 업으로 여기며 오랜기간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바노동자들입니다. 반면 '알바생'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학생의 의미가 강해 보입니다. <쩐의 전쟁2>를 보면서 게스트로 출연한 미노씨와 DJ철수씨에게 붙은 '알바생'이라는 자막이 불편했던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알바노조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는 사업을 하다가 접은 40대 중년도 있고, 고등학생을 키우며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심지어 정년퇴직을 하고 환갑이 넘어 식당에서 일하다가 해고되어 연락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건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알바' 혹은 '알바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무한도전>에서도 앞으로는 '알바노동자'라는 표현을 쓰셨으면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김태호 PD님과 <무한도전>의 힘을 보여주세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강서희님은 알바노조 홍보팀장입니다.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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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명박 실세 5인방 비리 ‘칼 댄다’

문건 보니 박영준·윤상직·최경환 도마 오를 듯… 총리실 “자원외교 감사원·檢 수사 착수”
 
입력 : 2014-11-26  10:36:29   노출 : 2014.11.26  11:04:08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실세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 사업, 방위력개선사업 등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칼을 대려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이른바 ‘4자방’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날린 경위 파악을 위해 감사원 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전예진 국무총리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실 사무관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이미 석유공사에 대해 감사를 벌인 상태이고 조만간 감사결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자원외교 전반에 걸쳐 최근 시민단체에서 고발이 들어가 검찰이 수사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5일 미디어오늘이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이명박 정권 시절 이뤄진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 개최 현황’ 자료를 보면, 회의를 누가 주도했으며,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가 나온다. 특히 이 문건엔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관련 부처 차관 또는 실국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참석한 부처 및 기관은 기재부·교과부·외교부·구 행안부·문화부·농림부·구 지경부·구 국토부 등 부처 뿐 아니라 원자력연구원, 한전, 한수원 원자력연구원, 석유공사, 수출입은행,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지질자원연구원, STX조선해양, KDI, KAIST, 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 등 관련 공기업과 기관이 총망라돼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개발 정책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회의는 5년간 18차례 진행됐으며,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총리들의 순방을 통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 기획 및 전략, 홍보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씌여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 UAE 원전 건설현장에서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자와 주변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던 모습.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장은 조중표(1대), 권태신(2대), 임채민(3대), 임종룡(4대) 등 4명이다. 회의엔 국무차장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명박 정권 실세 5인방의 한 명인 박영준씨로, 그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었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박씨는 지경부 차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것으로 노 의원은 보고 있다.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경부 1차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의원이 입수한 문서에 대해 전예진 총리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실 사무관은 “총리실장이 주재하고 부처에서는 차관이나 실장국장급이 참석했으며, (박영준) 국무차장이 참석한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다”며 “박영준 차관의 참석여부는 확인해봐야 하며,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을 현재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윤상직 장관과 최경환 장관의 참석여부에 대해 전 사무관은 “자세히는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 왼쪽부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해당 문서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전 사무관은 “(이명박 정부시절 총리실 내에) 자원협력과라는 조직에서 2012년에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인데, 이 부서가 (현 정부 들어) 없어졌으며, 우리도 이 업무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에 다시 국회에서 요청이 와 다시 찾아보고 제출한 것”이라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 최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날’이라는 정유회사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다가 대부분 날린 사실이 밝혀진 것과 관련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 장관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으며, 당시 석유공사 사장과 만나 투자여부를 상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장관은 지난 4일 대정부질문에서 “잘 판단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이명박 정부 핵심 사업에 박 대통령이 칼을 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과거부터 내려온 방위사업 비리 문제, 국민 혈세를 낭비해온 문제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단호하게 가려내서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타협이 될 수 없으며 반드시 밝혀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주재한 국무회의. 사진=청와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4자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적도 있으며, 원래 부패와 비리에 질색해오던 차에 이번에 확실히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재정손실을 입힌 데 대해 책임을 묻고 바로잡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가다보면 비리를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B 세력과 결별 수순으로 보는 정치적 해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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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정희,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후변론서 재격돌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시간 2014-11-25 12:21:43 최종수정 2014-11-25 12:21:43
 
헌법재판관들을 지켜보는 이정희 대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 최종변론에서 최종준비 서면을 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최후변론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다.

이날 오전에는 사건 당사자인 법무부와 진보당이 제출한 증거들을 정리하고, 오후 2시부터는 양측 대표자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직접 나서 최후변론을 한다.

지난 해 11월 정부가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와 정당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는 1년여 동안 증거 조사 등 심판 절차가 진행됐다.

이 사건에서 정부와 진보당이 제출한 서면 증거는 모두 8천여 건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심판 절차 초기에는 이에 대한 서증 조사가 진행됐는데, 정부가 제출한 서증 중 상당수는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증거 신청이 철회됐다.

이어 양측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정부 측 증인으로는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원 출신인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영환 ‘강철서신’ 저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의 국정원 프락치 이모 씨 등이 출석했고, 통합진보당 측 증인으로는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출석했다.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증거 조사 과정에서 정부와 진보당은 진보당 강령과 활동 등의 위헌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최후변론에서도 황 장관과 이 대표는 그동안 다뤄졌던 쟁점들을 바탕으로 각자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진보당 민주주의’ 등 진보당의 강령 내용이 사실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위헌성을 제기했고, 진보당은 정부의 추측에 의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또 정부는 내란음모 사건 등을 두고 진보당 구성원들을 ‘위헌 세력’으로 간주해 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진보당은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내란음모 부분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정당과 관련 없는 개인적인 사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변론이 종결되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평의를 열어 여러 증거를 토대로 진보당의 당헌과 강령, 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지 심리한다.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심리에 참여해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 해산을 선고할 수 있다.

지난 달 국정감사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올해 안에 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어, 내달 중에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때와 달리 여론이 달라진 점도 주목된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 사건인 만큼 여론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세웅 신부,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등 시민사회·종교·언론·정치권 등 각계를 대표하는 주요인사 10명의 제안으로 지난 6일 열린 원탁회의에서는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국내외 법학전문가 및 헌법학자들도 그동안 토론회 등을 열고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평의회 산하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 수장이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 대해 언급한 점도 유의미하다.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 참석차 지난 9월 방한했던 베니스위원회 지아니 부키키오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관련해 “위원회에서 제공한 가이드라인과 해외 사례를 참고한다면,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당해산 요건과 관련해 국내외 법학전문가들은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가 베니스위원회 지침에 위배된다고 지적해왔다.

통합진보당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직선거 운동이 벌어지는 11~12월 박근혜 정부의 정당해산 시도에 맞선 총력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정당해산 반대, 민주주의 수호’ 시국선언도 전국 곳곳에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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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노동자의 외침 : 내가 전광판에 올라간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11/25 17:27
  • 수정일
    2014/11/25 17: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미디어 바로미터] 임정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입력 : 2014-11-24  18:07:10   노출 : 2014.11.25  13:40:26
임정균 희망연대노조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정책부장 |media@mediatoday.co.kr  
 
지난 12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소속 케이블설치기사 두 명이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 올랐다. 원청 씨앤앰과 하청 업체의 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광판에 오른 두 명 중 한 명, 임정균씨가 미디어오늘에 자신의 심정이 담긴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이곳에 올라온 지 벌써 14일이 지났다. 처음 올라왔을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우리들의 모습을 봐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에도 다른 이들이 우리 문제를 그저 순리처럼, 당연한 법칙처럼 여기는 것에 화가 났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이 희생을 당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보였을까?

생태계 최고의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생태계 최고의 존재는 물과 풀이다. 물과 풀이 없다면 모든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이 사회의 물과 풀은 노동자다. 노동자가 없이 이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자본은 본인들이 잘돼야 우리가 잘 되는 것처럼 교육시키고, 아직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된 물과 죽어가는 풀을 먹는 동물들이 건강할까. 그 병든 동물을 먹는 또 다른 동물들은? 아주 쉬운 생각인데도 저들은 어렵게 설명한다.

씨앤앰은 업계 3위의, 240만 가입자로 구성된 케이블 방송이다. 씨앤앰의 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로 사모펀드다. MBK 파트너스는 2014년 씨앤앰을 매각하여 수익을 내려고 시도하였으나 매각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유한 건물의 매각을 시도하고 2013년에 체결한 단체협약 파기와 노동조합 탄압을 시작했다. 총 109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이는 씨앤앰 원청과 노동조합이 체결한 2013년도 단체협약과 노사상생협약을 파기하는 행동이었다.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 각계각층과 지역사회까지 나서서 씨앤앰에 사태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씨앤앰 경영진은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의 승인 없이는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하고 있다. 

결국 사모펀드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의 ‘먹튀’ 의도와 씨앤앰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130여일이 넘는 노숙농성과 생존권 위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미터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됐다.

   
▲ 지난 18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소속 케이블설치기사 두 명이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 올라간 모습이다. 이들은 원청 씨앤앰과 하청 업체의 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서 전광판에 올라갔다. 사진=이치열 기자
 

선진국에서 이렇게 해고를 쉽게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 주장하면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규제가 없고, 있다 해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다. 우리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했고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배려도 있었다. 사모펀드가 이사회에 자리 잡고, 노동자 삶을 갉아 먹으면서 그것이 사라진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것이 씨앤앰 정규직 지부였고 정규직 지부는 아웃소싱 된 비정규직 지부에게 같이 살자며 손을 내밀었다. 진심은 통했다. 난 이 과정을 처음부터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고공농성 3일 차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점점 많은 대오와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가슴 속에 불안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터져 버려서 종일 울었다. 

8일차 되던 날 저녁문화제 때 씨엔앰 쟁의부장이 했던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아래는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위 두 분은 저희를 믿고 편히 쉬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정규직지부가 있을까. 난 또 하나를 배웠다.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부가 같은 동지라고, 연대가 아니고 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있을까.  

고공농성을 선택했을 때 나에 대한 원망, “왜 당신이여야만 하나” 물어보던 집사람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했다. 내가 이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그 누군가가 나라서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할 수 없었다.  

   

▲ 임정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둘째 딸이 아빠 보고 싶다고 극성이란다. 음식을 먹을 때도 한두 개 정도는 아빠 줄 거라고 안 먹고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내가 너무 밉고 심장이 아프다. 다른 표현을 못하겠다. 정말 아프니까.

MBK와 씨엔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까지의 싸움의 방식이 기다림과 대화였다면 지금부터의 싸움은 육탄전이다. 둘 다 죽느냐 아니면 같이 사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싸움이다. MBK와 씨앤앰이 이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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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살인죄보다 비밀 알아내는 게 더 중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78] 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운영위원장

14.11.25 14:06l최종 업데이트 14.11.25 14:06l

 

 

세월은 유수와 같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시계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에서 멈춰져 있다. 어디 유가족뿐이랴.

지난 7일 미흡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유가족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제정됐는데도 서명운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해 지난 19일 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소장으로 있는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했다. 다음은 박 공동운영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특별법 제정됐다고 세월호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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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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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와 함께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어요.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날 기자회견에서 가족 대책위는 서명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어요. 세월호 서명은 600만 명 정도 모였는데 그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이었고 특별법은 제정됐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처음에 천만 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이 될 수 있게 서명을 받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특별법은 여러 가지 한계도 있고 미완이지만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거잖아요.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특별법에 의해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시작된 거죠.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된 겁니다. 사람들이 '특별법이 제정됐으니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 모르고 오해하는 겁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도 12월 말까지 시행령도 만들고  특별법에 의해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해요. 그리고 1월 1일 특별법이 발효되면 그때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죠. 그래서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래서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가 잘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그럼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천만 명이 목표니까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하자는 거죠. 또,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서명은 계속해 갈 수 있지요. 그리고 진상규명 활동을 위원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관심 갖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 자리에서 박 운영위원장께서 "'4·16지킴이'를 모으겠다"고 하셨는데 '4·16지킴이'를 모으는 취지는 무엇인가요?
"서명자가 600만 명이지만 그 사람들이 다 여기에만 관심을 가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중에 의지가 있고 적극적인 사람들에게 '4·16지킴이'를 시키자는 거죠. 진상규명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구체적인 실천들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이 '4·16지킴이'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국민진상조사단을 12월에 정부와는 별개로 만들 거예요. 4·16지킴이들은 조사단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제안도 해야 하고 조사단을 끌고 갈 겁니다. 각계 대표들과 시민대표들을 모아 국민진상조사단을 만들고 여기는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하고 위원회를 감시하고 잘 갈 수 있도록 격려할 겁니다. 또 국민들이 바라는 진상규명 과제들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제보도 받는 일을 해가는 거죠. 그걸 국민대책회의가 꾸리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진상조사단이 연말연초에 전국을 돌면서 시군구 단위의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진상조사단'을 말씀하셨는데 아무 힘도 없는 '민간진상조사단'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특별법으로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위원회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져요. 그렇게 되면 특별법도 미흡한데 지금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어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여론이 살아서 정치적 이슈로 유지돼야만 위원회가 힘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분명히 정부는 위원회 조사활동에 비협조로 나올 겁니다. 이럴 때는 국민들이 필요하면 집회도 하고 농성도 하면서 뚫고 가야 하거든요. 국민진상조사단을 만들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활동을 해가는 거죠. 그렇게 될 때 위원회가 힘 받아서 조사 작업을 잘할 수 있지요. 

위원회 조사기간이 짧은데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해야 해요. 그러려면 법이 개정되어야 하지요. 그리고 우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계속 얘기했는데 이게 없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것도 법을 개정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해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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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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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어떻게 시작되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나고 다 힘들었잖아요. 그 큰 배가 침몰하게 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침몰한 배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명도 구조를 못했고... 지켜보는 것도 힘들던 나날을 보내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시작했어요.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전국의 단체에 제안해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를 5월에 구성하게 됐지요. 국민대책회의를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농성, 집회 등의 활동을 해왔어요. 이 싸움에서는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해왔지만 저희가 거기에 보조를 맞춰서 국민대책회의라는 틀을 이용해서 여론을 모아내는 작업들을 했죠."

- 참사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저는 그날 참사가 일어난 줄을 몰랐다가 행사를 앞두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사람들이 말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뉴스에 전원 구조됐다고 해서 '잘 됐다, 우리나라도 구조 실력이 선진국 수준이네'하는 말까지 나누었지요. 그리고 2시간 뒤에 행사가 끝나고 확인해 보니 그게 오보였다는 거예요. 그때는 세월호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우왕좌왕이고 혼란스러웠지요." 

- 국민대책회의가 만들어진 지도 6개월이지났는데 활동을 평가하자면요?
"저희가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것도 많아요. 먼저 잘한 것은 유가족들이 이런 싸움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물론 유가족이 의사결정을 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같이 보조를 맞추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모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들을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는 성과인 것 같아요. 

유가족과 함께 한 싸움의 결과로 악조건 속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해 냈지요. 지금은 유가족과 함께 전국을 돌면서 국민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흩어져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활동해온 단위들을 만나고, 모아내는 작업을 하는 거지요. 이렇게 역량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정치적인 상황도 굉장히 안 좋았고 시민사회운동의 상황도 안 좋았어요. 애초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지요. 정치권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힘을 모아내지 못했죠. 그게 '청와대로 가자'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가 힘이 별로 없죠. 그런 것으로 인해 국민 대책회의가 힘들을 모아 정치권을 압박하는 행동을 못한 건 저희 한계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모으려는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군인 출신들로 국민안전처 만들고... 박근혜 정부 못 믿어

- 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이 흘렀어요. 참사 때는 모든 국민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지만 7개월이 흐른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그 원인을 뭐라고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리들은 마음이 굉장히 급해요. 참사 이후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고 겨우 특별법 하나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특별법이 시행되면 위원회가 진상규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거든요. 이런 작업들이 진행되어야지 이후에 세월호 참사와는 다른 나라를 만드는 거죠. 

겉으로 보기엔 똑같지만 참사 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는데, 지금은 더러 지친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앞으로 위원회가 조사작업을 하며 성과를 내고 국민진상조사단과 '4·16지킴이'가 역할을 해나가면서 우리사회를 바꿔갈 거예요.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어 있어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가, 위험사회인가를 확인했고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있어요.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대안까지 찾아가면서 만들어 가느냐는 아직 손에 쥔 것이 없어서 앞으로 과제죠."

-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보세요?
"정부와 정치권은 신뢰할 수 없잖아요. 정부에 기대서 우리 사회를 안전 사회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박근혜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는데 엉망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잖아요. 왜냐면 군인 출신들을 임명한다든지 하면서… 사실 그게 국가의 안전과 안보가 다른데 정부는 군대식 안전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는 안전 사회로 갈 수 없죠.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다 드러났지만 정치권도 인식 자체가 수준 낮은 거죠. 국민들처럼 고민하지 않아요. 특히 새누리당은 자꾸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가급적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걸 봉쇄하려고 부정적인 역할만 해왔죠. 그래서 4월 16일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드는 일은 국민들이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너무 암담해요. 

저는 세월호 참사가 304명이나 희생되면서 우리 사회에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304명이 수장되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정부와 무책임한 정치권을 확인했잖아요. 이렇게 됐을 때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힘들이 절박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이 요구하고 행동할 때만 나온다고 생각해요."

- 지난 11일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실종자 가족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9명이 아직도 못 돌아오고 있는데 정부에서 계속 압박을 해가면서 실종자 수색을 포기하도록 만들었어요. 수색을 포기하는 대신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인양 약속을 받아낸 거잖아요. 18일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인양할 때까지 팽목항을 지키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어요. 인양이 필요한 이유는 실종자 수색하는 부분도 있지만 세월호 자체가 증거잖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인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인양할 때까지 거길 지키겠다고 하는데 정부여당은 이미 인양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이런 정부에 맞서서 국민적 운동을 벌여 세월호를 인양하게 해야 합니다. 때문에 국민대책회의는 12월 6~7일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팽목항에 가서 여론을 불러  일으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팽목항을 지키면서 인양을 압박할 생각이죠."

"세월호 참사, 단순한 사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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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석에 앉은 이준석 선장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준석 선장이 체념한 듯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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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잖아요. 이준석 선장에겐 살인죄가 적용 안 되어 논란인데.
"저는 이 선장의 살인죄 적용 문제보다는 이 선장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말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알고 있는 비밀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필요해요. 이 사람을 살인죄 적용해서 사형을 선고하면 후련하겠지만 이 사람이 입을 다물면 여러 가지 진실규명은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이 선장뿐만 아니라 선원들도 진실을 말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들은 뭐가 무서운지 밝히지 않고 있어요.

이 선장은 계약직이었어요. 15일 밤에 출항할 때 안개가 많았지만 강행했어요. 그리고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만 빠져나왔어요. 또, 해경은 현행범인 선원들은 모텔에서 재우고 이 선장은 해경 아파트에서 재웠잖아요. 그때 2시간 동안 CCTV가 삭제됐고요. 무언가 숨겨야 할 게 없다면 이런 이해 못할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 입을 열어야죠. 그게 본인이나 진실규명을 위해서도 좋죠."

- 그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보세요?
"네. 단순한 사고는 아니라고 봐요. 물론 음모론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투명한 게 없어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요. 검찰은 기본적인 수사도 안했어요. 뭐냐면 항적도를 복원했어야 하는데 항적도를 복원한 건 유가족들이에요. 즉, 항적도을 복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애초에 각본을 짠 대로 정부를 성역으로 보호하고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거죠. 

우선 침몰 원인이 과적에 의한 급변침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왜 구조를 안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잖아요. 그리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해서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지요. 이런 걸 밝혀야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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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맥주가 맛있다고 말하면 체제미화인가요?"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씨..'고무.찬양' 토크 콘서트 내사 "황당"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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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5  11: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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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 씨. 최근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문제삼은 일부 종편채널, 보수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북한체제 미화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의 강이 깨끗하고 대동강맥주가 맛있다고 말한 게 과연 북한체제를 미화한 것인지...억울하고 당혹스럽다."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여성인력개발센터 강당에서 만난 신은미 씨는 최근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와 함께 진행한 토크 콘서트에서 한 발언이 일부 종편채널을 타고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11일까지 대전, 대구, 부산, 익산에서 열기로 한 토크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와 함께 진행한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일부 종편채널이 북한체제를 미화하고 3대세습을 옹호한 것이라며 융단폭격을 가하고 이어서 보수단체들이 긴급고발하는가 하면 검.경이 국가보안법 상 고무.찬양 혐의로 신 씨를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도된 뒤였다.

신 씨는 토크 콘서트에서 말한 내용은 "북한의 강이 깨끗하다, 대동강맥주가 맛있더라, 해외동포라며 더 반갑게 맞이해 주더라, 탈북자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자주 보내온다"는 것 등이라며, 토크 콘서트의 내용과 관련한 보도는 얼토당토않다고 잘라말했다.

특히 일부 종편채널에서 신 씨가 토크 콘서트에서 북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한 것이나, 하필이면 유엔 제3위원회의 북인권결의안 채택에 때를 맞춰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며 간첩활동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신 씨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남과 북을 왕래할 수 있는 해외 동포들이 북한 동포의 삶의 실상을 알리는 오작교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신은 북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을 뿐 현재 살고 있는 미국이나 남한, 북한 그 어느 곳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남과 북을 왕래할 수 있는 해외 동포들이 북한 동포의 삶의 실상을 알리는 오작교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어두운 얼굴로만 알려진 북의 밝은 면도 함께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9일 조계사에서 가졌던 토크 문화 콘서트는 이미 2~3달 전에 연락받고 장소도 섭외된 것으로서,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에 맞춰 계획했다는 주장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그 전에 통일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지만 방북 연재기를 쓰면서 수십만의 독자들이 여행기를 보고 격려해줘서 더 힘이 나서 썼다고 말했다.

이날도 신 씨는 기자들과 만난 후 제15회 광진구 통일한마당의 일환으로 '남과 북, 우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강연회에서 지난 6차례의 방북경험을 토대로 솜씨있게 강연을 진행했다.

신 씨는 지금까지 관계당국으로부터 직접 연락받은 바는 없지만 그동안 말로만 듣던 '국가보안법'이 숨통을 죄어오는 느낌을 받으면서 "숨이 막힌다"고 덧붙였다.

또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 온 후에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그곳 사람들은 순박하고 공기는 맑더라'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가 '너 거기 가서 살아라'고 반응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그렇게 좋으면 거기가서 살라'고 말하는 이 사회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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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역풍 자초하는 미국의 극단적 대결정책

북의 핵역풍 자초하는 미국의 극단적 대결정책
 
한호석의 개벽예감 <139> 대북유엔인권위 제소와 북의 핵시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11/25 [12: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특사자격으로 워싱턴 디씨를 출발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지난 11월 7일 저녁 특별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북은 미국에게 대통령 특사의 내방을 요구하였고, 미국은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을 특사로 평양에 보냈다. 사진에 나온 군복을 입은 사람은 특사를 맞이하기 위해 평양국제비행장에 나온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오른쪽은 통역관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이하 동일)

 

 

북은 왜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요구했을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는 특사로 지명된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11월 7일 평양에 도착하였다. <사진 1>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특별기편으로 떠난 방북길이었다. 평양에 도착하여 하루를 머문 그는 북이 사면, 석방한 미국인 억류자 두 사람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주목하는 것은, 클래퍼 국장의 방북이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요구한 북의 제의에 따라 성사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WSJ)> 2014년 11월 15일부에 실린 클래퍼 국장의 대담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북은 미국 대통령의 고위급 특사가 대통령 친서를 가지고 조속히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미국에게 요구하였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당시 북이 중시한 것은 미국인 억류자를 사면, 석방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특사가 친서를 가지고 내방하는 문제였다. 


북은 왜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요구한 것일까? 위의 대담기사에 따르면, 당시 북은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요구하면서, “주요 국제회의 전에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국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인용문에 나온 ‘주요 국제회의’는 지난 11월 18일에 진행된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를 뜻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가 열리기 17일 전에 북이 미국 대통령 특사의 조속한 방북을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른바 ‘북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 상정되기 전에 북이 대미직접협상을 통해 그 안건의 상정을 저지하려고 시도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 상정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서유럽 몇 나라들과 일본인데, 북은 왜 대미직접협상을 통해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 ‘북인권결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일까?


‘위킬릭스(Wikileaks)’에 폭로된 한 편의 비밀전문에서 그 사연이 드러난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하여 2010년 2월 5일 본국에 보낸 ‘유엔인권이사회 3월 회의에 대처하는 한국과 미국의 행동통일의 중요사항들(ROK, U.S. Priorities In Sync for March Human Rights Council Session)’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당시 미국 국무부는 ‘참고대책문건(reftel demarche)’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남측 외교통상부(당시 명칭)에 전달하였다. 미국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제기할 때 남측 정부가 미국의 문제제기에 찬성의사를 표시해달라는 요구가 그 ‘참고대책문건’에 담겨져 있었다. 이 비밀전문은 미국이 남측만이 아니라 다른 추종국들과 친미국가들을 인권공세에 끌어들이기 위해 은밀히 벌여온 막후공작의 일단을 보여준다. 미국은 바로 그런 식의 은밀한 막후공작으로 추종국들과 친미국가들을 동원하여 자기의 적국 또는 잠재적국들에게 인권공세를 가해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유엔무대에서 벌어지는 대북인권공세의 주범은 대북적대정책에 집착하는 미국이고, 대북인권공세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북은 미국 대통령 특사를 평양으로 불러 직접협상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클래퍼의 방북 이후에 전개된 상황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은 클래퍼가 방북한 기회에 북의 협상요구를 거부하였고,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서는 미국의 각본대로 ‘대북인권결의’가 채택되었다.  


지난 11월 16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은 미국 CBS 텔레비전방송의 시사대담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하여 자신의 방북경험담을 들려주었는데, 자신이 평양에 도착한 직후에 마련된 만찬 중에 북의 고위급 인사들과 “서로 밀고 당기는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북의 고위급 인사들은 “미국이 개입주의적 접근에 따라 북의 내부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북의 내부문제’라는 것은 북의 ‘인권문제’를 뜻한다. 북의 고위급 인사들은 미국 대통령 특사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에서 북의 내부문제에 개입하는 미국을 비판하면서, 북의 ‘인권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북의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 대통령 특사를 만나자마자, 북의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미국을 비외교적 언어로 비판한 것은,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이 북미직접협상으로 이어질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시 상황은, 미국이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 ‘북인권결의안’을 상정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북과 협상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미국인 억류자 송환만 생각하면서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사진 2> 이 사진은 지난 11월 8일 북이 평양고려호텔 회의실에서 진행한 미국인 억류자 사면식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북측 인사는 미국 대통령 특사 클래퍼에게 대통령 특사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모멸하였고, 그의 신변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하였고, 20분 시간을 줄테니 짐을 싸라고 명령하였다. 북은 사면식을 마치자마자 클래퍼 일행을 미국인 억류자 두 명과 함께 곧바로 출국시켰다. 미국 대통령 특사에 대한 북의 그러한 모멸과 위협과 냉대는 '북인권결의안'을 조작하여 유엔총회에서 채택하려는 미국의 대북인권공세를 저지하기 위한 북의 대미협상제의를 거부한 미국에 대한 보복이었다.     © 자주민보


평양에 나타난 클래퍼 국장의 태도에서 위와 같은 미국의 속셈을 간파한 북의 고위급 인사들은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한 그를 위협하고 모멸하고 냉대하였다. 이를테면, 북측 인사는 클래퍼 국장에게 “우리는 단지 억류자 두 사람을 데리러 온 당신을 더 이상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간주하지 않는다. (대통령 특사가 아니므로) 당신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시간 뒤에 다른 북측 인사는 클래퍼 국장과 일행에게 “20분 시간을 줄테니 짐을 싸라”고 말했고, 20분이 지난 뒤 클래퍼 일행을 평양고려호텔로 데리고 가서 미국인 억류자 사면절차를 진행하자마자 곧바로 클래퍼 일행과 억류자들을 출국시켰다. <사진 2>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은 자기 나라를 찾아온 미국 대통령 특사를 마치 황제의 칙사를 모시는 것처럼 극진하고 융숭하게 대접하는 법인데, 북은 미국 대통령 특사의 자격을 특사의 면전에서 부정하였을 뿐 아니라, 특사자격을 인정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신변안전도 보장해줄 수 없다고 위협하기까지 하였다. 또한 북은 클래퍼 국장에게 “특사자격을 인정할 수 없는 당신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20분 안에 짐을 싸서 이 땅을 떠나라”는 식으로 명령하였으니,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는 아메리카제국이 보낸 대통령 특사를 모멸, 위협, 냉대하는 북의 당당함과 배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북이 미국 대통령 특사를 그처럼 모멸, 위협, 냉대하여 돌려보낸 것은 북의 협상제의를 거부한 미국에 대한 보복이었다.

 

▲ <사진 3> 클래퍼 특사가 북으로부터 모멸과 위협과 냉대를 받고 황망히 워싱턴 디씨로 돌아간 날로부터 열흘이 지난 11월 18일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서 '대북인권결의'가 표결로 채택되었다. 사진은 그 회의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이 전광판에 나타난 표결결과를 지켜보는 장면이다. 미국은 1 대 1로 맞붙어 번번이 패해온 북과의 양자대결을 유엔무대로 끌고 가서 자기 추종국들과 친미국가들을 반북선동과 막후공작으로 동원하여 '북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 자주민보


평양에 간 미국 대통령 특사가 북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모멸과 위협과 냉대를 받고 황망히 워싱턴 디씨로 돌아간 날로부터 열흘이 지난 11월 18일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서 ‘대북인권결의’가 표결로 채택되었다. 이것은 이제껏 1 대 1로 맞붙어 번번이 패해온 북과의 양자대결을 유엔무대로 끌고 간 미국이 자기 추종국들과 친미국가들을 반북선동과 막후공작으로 동원하여 ‘북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만든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적대행위가 전면전위험을 촉발하여 북의 조국통일대전이 임박하였음을 알지 못하는 미국추종국들과 친미국가들은 미국의 반북선동과 막후공작에 부화뇌동하며 ‘대북인권결의’를 채택한 것이다. <사진 3>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꺼내든 미국

 

주목하는 것은, 유엔총회 69차 회의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에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채택되어온 ‘대북인권결의’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온 ‘대북인권결의’들은 북이 자국 인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개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번에 채택된 ‘대북인권결의’는 북이 자국 인민들에게 ‘반인륜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자행하였음을 지적하면서, ‘반인륜범죄’를 자행하는 북의 ‘범죄자’들을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제소할 것을 권고하는 권고안을 유엔안보리에 제출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반인륜범죄는 인권침해와 전혀 차원이 다른, 가장 극악한 범죄유형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미국이 반북선동과 막후공작으로 ‘대북인권결의’를 채택하게 만든 것은 종래의 대북적대행위를 뛰어넘어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북측 국방위원회는 지난 11월 23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에 ‘대북인권결의’를 채택한 것이 “우리 국권을 해치려는 가장 로골적인 선전포고로 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북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남으로 넘어간 일부 악질탈북자들이 악의를 품고 날조한 ‘증언’에 바탕을 두고 조작된 북의 ‘인권문제’를 유엔무대로 끌고 가서 북을 ‘인권침해국’으로 몰아간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이제는 북에게 ‘반인륜범죄국’의 올가미를 씌워 국제형사재판소로 끌어가려는 미국의 극단적인 대북적대행위가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반북선동과 막후공작으로 유엔무대에서 ‘대북인권결의’가 채택된 것은 2005년 12월에 진행된 제60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처음 시작되어 해마다 되풀이되어온 일인데, 올해 2014년 12월에 진행될 유엔총회 제69차 본회의에서도 또 다시 ‘대북인권결의’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4> 이 사진은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6자회담에 참석한 6자 대표들이 9.19공동성명을 채택한 직후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맨 오른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대표, 일본대표, 우다웨이 중국대표, 송민순 남측대표, 김계관 북측대표, 러시아대표다. 미국은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새로 꺼내들고 그 이행을 가로막았으며, 6자회담을 파탄시켰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는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가로막은 대북적대정책의 산물인 것이다.     © 자주민보


그런데 미국은 왜 2005년 11월 17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대북인권공세를 처음 시작했던 것일까? 이 의문을 해명하려면, 당시 두 달 시차를 두고 일어난,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채택과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 채택이 상호연관된 것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양자가 어떻게 상호연관된 것일까? 200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이 충실히 이행되면, 미국은 북침전쟁연습을 영구 중지해야 하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하고, 한반도에 드리운 ‘핵우산’을 철거해야 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동맹의 완전해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9.19공동성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성명이 이행되지 못하게 가로막은 방해공작을 서둘러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이 느닷없이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꺼내든 배경이다. <사진 4>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날로부터 보름이 지난 2005년 10월 6일 미국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R. Hill) 당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겸 6자회담 미국수석대표는 9.19공동성명이 이행되어 ‘북의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북의 인권침해문제’까지 해결되어야 그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미관계정상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의 그런 발언이야말로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새로 꺼내들고 그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당시 부쉬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의사를 드러낸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자기의 대북적대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지속하려는 구실로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한반도정세에 있어서 지난 9년은 미국의 대북적대행위가 촉발한 수많은 사연과 굴곡과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겨온 험난한 기간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북의 인권침해문제’를 또 다시 거론하는 기존 대북적대행위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북의 반인륜범죄’를 거론하는, 극단적으로 악화된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하였다. 유엔무대에서 “북이 자국 인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줄곧 비방중상해오던 미국이 올해에는 “반인륜범죄를 저지르는 북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반북대결정책이 극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얼마 전까지 그들이 그토록 목청을 높였던 ‘전략적 인내’라는 것은 결국 유엔무대에서 반북대결의도를 드러낸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마침표를 찍었다. 제국주의지배체제를 전면 거부하고 6.15 공동성명과 10.4 선언에 따라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북을 어떻게 해서든지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적 공격심리가 유엔무대에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함으로써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북측 국방위원회는 11월 23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벌어진 사태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무섭게 격노시키고 있으며 치솟는 보복열기는 하늘 끝에 닿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21일 세계보수정당연합체인 국제민주연맹(IDU) 당수회의 참석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나누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며 단절과 고립의 길을 고집하면서 지금 북한 주민들은 기아와 비극적인 인권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비난조의 연설을 하였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이른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금 대폭발 직전 상태로 밀려간 한반도정세를 생각하면, 위와 같은 대통령의 발언과 새누리당의 행동은 이번 사태로 인해 분노와 보복열기로 들끓는 북을 더욱 자극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11월 21일 북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991군부대를 시찰한 소식을 일제히 전하였다. 제991군부대는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항공군부대다.


유엔총회 제69차 회의 제3위원회에서 ‘대북인권결의’가 채택된 시각은 지난 11월 18일 오후였는데, 평양과 뉴욕의 시차를 대입해보면, 그 결의가 채택되었다는 보고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상신된 시각은 11월 19일 새벽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보고를 받고 장거리시찰길에 올랐다. 그 장거리시찰은, 북측 언론보도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외진 북변에 위치한 군부대”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이 유엔무대에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를 향해 장거리시찰길에 오른 것이다. 왜 그러하였을까?

 

▲ <사진 5> 2006년 3월 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를 시찰하고, 그 부대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날로부터 꼭 일곱 달이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은 제1차 지하핵실험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였다.     © 자주민보

 

▲ <사진 6> 2014년 11월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를 시찰하고 그 부대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부대가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에는 만탑산 핵실험장이 있다. 미국이 북에게 '반인륜범죄국'의 올가미를 씌워 북의 최고영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그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만탑산 핵실험장을 향해 장거리시찰길에 올랐던 것이다.     © 자주민보




여기에 실린 두 장의 기념사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5>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를 시찰한 날은 2006년 3월 2일이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부대를 시찰한 날은 2014년 11월 20일이다. <사진 6>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그 부대의 장병들은 406명이었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뒤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그 부대의 장병들은 44명밖에 되지 않는다.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병들이 왜 그처럼 줄어든 것일까?


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991군부대를 시찰하였을 때는 수행원들이 조립식 발판과 구호판을 현장에 가져갔지만,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군부대를 시찰할 때는 수행원들이 조립식 발판과 구호판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대의 지휘관들과 비행사들 44명만 간소하게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던 것이다.


북의 최고영도자가 군인들이나 인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조립식 발판은 400~500명이 한꺼번에 올라서는 크고 무거운 철제장비인데, 발판 위쪽에 커다란 구호판이 세워진다. 그처럼 크고 무거운 조립식 발판과 구호판을 사진촬영현장에 가져가려면, 대형화물차 두 대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이 유엔무대에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제991군부대를 향해 장거리시찰길에 오를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립식 발판과 구호판을 실은 대형화물차 두 대를 동행시키지 않고 고위급 군지휘관 4명과 경호병들만 대동하였던 것이다. 왜 그러하였을까?


이 의문을 풀려면, 우선 제991군부대의 주둔위치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과 남에서 나온 어떤 언론보도기사에서도 그 군부대의 주둔위치를 말해주는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위의 기념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제991군부대는 장병 약 400명으로 편제된 부대이므로, 항공군부대로서는 아주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는데, 그처럼 작은 규모의 항공군부대여서 언론보도에 그 주둔위치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북에서 북변이라고 하면, 험준한 산악지대가 펼쳐진 함경북도 내륙지방을 일컫는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가 함경북도 내륙지방의 외진 곳에 주둔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함경북도를 가로지른 북위 41도와 42도 사이에 위치한 비행장 세 곳이 눈길을 끈다. 남에서는 공군기지와 공항을 구분하지만, 북에서는 항공군기지와 공항을 구분하지 않고 비행장으로 통칭한다. 눈길을 끄는 그 비행장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어랑비행장, 경성비행장, 길주비행장이다. 어랑비행장은 함경북도 어랑군 해안지대에 있고, 어랑비행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경성비행장은 함경북도 경성군 해안지대에 있고, 그 두 비행장들에서 멀리 떨어진 길주비행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내륙지방에 있다. 해안지대에 위치한 어랑비행장과 경성비행장은 규모가 비교적 큰 비행장들이어서 언론보도에 가끔 나오지만, 내륙지방에 위치한 길주비행장은 규모가 아주 작은 비행장이어서 언론보도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11월 20일에 찾아간, 외진 북변에 위치한 제991군부대는 길주비행장에 주둔하는 항공군부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유엔무대에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그 소식을 듣고 제991군부대를 향해 장거리시찰길에 오른 것일까? 
주목하는 것은, 함경북도 길주군에 길주비행장만이 아니라 만탑산 핵실험장도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유엔무대에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산악지대에 있는 만탑산 핵실험장을 향해 장거리시찰에 올랐고, 그 시찰길 도중에 제991군부대부터 돌아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거리시찰길을 가고 있었던 11월 20일 북측 외무성은 대변인성명에서 “미국의 대조선적대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핵시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언명하였다. 2006년 3월 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제991군부대를 시찰한 때로부터 꼭 일곱 달이 지난 10월 3일 북측 외무성은 지하핵실험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주었고, 그로부터 엿새가 되던 10월 9일 제1차 지하핵실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이 해발고 2,205m의 거대한 만탑산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바로 그 군부대를 시찰하였고, 북측 외무성은 북이 새로운 지하핵실험을 자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북측 외무성은 이미 지난 3월 30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반인륜범죄국’의 올가미를 북에 씌우려는 미국의 난폭한 대북적대행위는 북에게 제4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명분을 안겨준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이번에 미국이 북에게 ‘반인륜범죄국’의 올가미를 씌워 북의 최고영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극단적 대북적대 정책 실행으로 사실상의 대북선전포고를 공식화하였는데,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누가 감히 북에게 보복할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참고 견디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 60년 동안 지속되어온 북미대결사를 보면, 이번에 벌어진 극도로 엄중한 사태를 북이 묵과하고 지나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북은 미국에게 반드시 보복할 것이다. 북측 국방위원회는 지난 11월 23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미 선포한대로 극악무도한 대조선<인권>광란극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기 위한 미증유의 초강경대응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강경대응전이란 북이 새로운 형태로 실시할 지하핵실험의 핵역풍이 머지 않아 미국을 강타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이 핵실험을 상시적으로 준비한다고 보지만 가까운 시일에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뭔가 어설프다. 북은 핵실험징후를 사전에 절대로 노출하지 않고 불시에 전격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북의 핵실험징후를 포착하지 못한다. 따라서 북이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한민구 국방장관의 말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만일 북이 새로운 형태의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미국은 또 다시 유엔안보리를 사주하여 대북제재를 추가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다. 이에 북은 이전보다 더 강한 보복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측 국방위원회가 이번에 성명에서 예고한 초강경대응전이 결국 폭발점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형태의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강타하게 될 북의 초강력한 핵역풍이 우려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은 근래 들어 통일성전을 자주 운운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는데 또 이렇게 북미관계까지 악화일로를 걸어가고 있어 더욱 한반도 운명에 대한 걱정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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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왜 '죽어가는 산업'에 돈 쓰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11/24 12:18
  • 수정일
    2014/11/24 12: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국 정부, 왜 '죽어가는 산업'에 돈 쓰나"

[인터뷰] 존 번 델라웨어대 교수가 말하는 '에너지 정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과연 '남의 일'이기만 할까. 한국 안에서도 원자력 발전소(핵발전소) 안전 문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월성, 고리 등 노후 원전에선 사고가 잇따른다. 수명이 끝난 원전을 연장 가동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고리원전 주변 주민에게 갑상선암(갑상샘암)이 발병한 책임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있다는 판결이 나온 게 지난달 17일이다. 그보다 조금 앞서 실시된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는 참가 주민의 85%가 반대표를 던졌다. 원전의 위험성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핵발전)에서 벗어나자는 '탈핵'에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약한 편이다. 원전은 불안하지만, 딱히 대안은 찾기 힘들다는 게 흔한 생각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그는 서울시에 "1억87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의 옥상이 있는데, 이 중 환경적 조건을 충족하는 30%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도시 전체가 주간에 사용하는 전력의 60%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 훗날에나 상용화될 수 있는, 이른바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개인이 태양광 패널을 구입해서 설치하는 건 아직 무리이므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존 번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구성원이며, 기후 변화를 공론화한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그를 지난 10일 국회에서 만났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지만, 그는 전문가의 역할에 선을 긋는다. 원자력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원전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득권 집단, 이른바 '핵 마피아' 문제를 푸는 것도 결국 원전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날 그와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프레시안(손문상)

 
"원전 피해 지역 주민과 대도시 주민이 직접 교류해야"
 
프레시안 :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호응은 미미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탈핵'에 대한 공감대가 약한 탓일 게다.  
 
존 번 : 에너지 이슈라는 게 기본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시민에게 와 닿게끔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서울시가 주도하면서 보통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다른 국제도시들과 비교해도, 서울은 분명한 목표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 6월에도 서울을 방문했는데, 당시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청책(聽策) 토론회를 열었다. 젊은 학생들부터 전문가들까지, 각계각층의 시민이 개진한 의견이 수렴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앞으로도 공동체와 지역 기반의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프레시안 : 한국은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핵에 대한 감수성은 낮은 편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의 경우, 고리 원전에서 아주 가깝다.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원전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서울에 왔었다. 사람들은 그 사고의 영향이 있을까 상당히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대형 원자력 사고가 세 번 있었다. 그 중 최근이 후쿠시마 사고다. 사고 직후엔 원전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다가 자연스럽게 관심이 식는다. 언론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이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알리려면,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와 역할이 중요하다. 
 
또 원전지역 주민들과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주민과의 소통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 잘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대도시 주민들은 원전 사고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전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어 보자.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는 것과 희생자 부모들과 직접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원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후쿠시마 사태는 일본인들에겐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다. 농작물 생산은 물론, 지금까지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원전 피해 지역 주민과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서울 옥상 면적 30%에 태양광 발전 설치, 주간 전력 60% 생산"
 
프레시안 : 대안에너지로 태양광 발전이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도 태양광 관련 투자가 한 때 활발했다. 그러나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다. 
 
존 번 : 서울시의 모든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을 때 얼마나 많은 전력을 얻을 수 있을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건물이 밀집한 서울시의 경우 1억87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의 옥상이 있는데, 이 중 환경적 조건을 충족하는 30%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도시 전체가 주간에 사용하는 전력의 60%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태양광의 잠재력이 이 정도라는 얘기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등 다른 전력 생산 방식보다 훨씬 잠재력이 크다. 또 설치하는데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이걸 서울시가 정책적 계획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미국엔 '지속가능 에너지 공익사업체(Sustainable Energy Utility, SEU)'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런 식의 태양광 발전 모델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통해 전기를 적게 쓴 만큼 아낀 돈으로 지속가능 에너지 사업에 재투자를 하는 식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나 워싱턴DC, 캘리포니아, 펜실베니아 등에서 이런 모델을 적용해 지속가능 에너지 발전을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지속가능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기에 일단 서울시의 한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볼 수도 있겠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 지역에서 생산해야"
 
프레시안 : 한국에선 몇 년째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이 진행됐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을 지나가는 전기의 주요 소비자도 아닌데, 다른 대도시 지역의 전기 소비를 위해 희생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강자의 편리를 위해 약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조다. '정의(正義)' 문제다. 하지만 국내에선 밀양 주민의 이 격렬한 반대가 '에너지 정의'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존 번 : 발전소나 송전탑 등 에너지 생산 시스템은 결국 정부 돈으로 만든다. 그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이 국민의 세금으로 송전탑을 지을지, 아니면 지속가능 에너지에 투자할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부족하고, 그럴 만한 역량도 부족한 편이다. 왜 그런가? 그 문제가 바로 '에너지 정의' 이슈다.  
 
결국 정책 결정은 정치, 경제 권력에 의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원전 지역 주민이나 밀양 주민들에겐 권력이 없기 때문에 송전탑과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 예컨대 서울 강남지역엔 송전탑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정의' 이슈다. 
 
에너지 빈곤과 관련한 조사를 했다. 서울에서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이들은 에너지 소비에 소득의 13%를 쓴다. 이들이 에너지 빈곤층이다. 반면, 소득 상위 10%의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에 소득의 2%만을 사용한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 역시 '에너지 정의'다. 
 
현재는 모든 에너지 시스템의 설계와 운용을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그러다보니 '에너지 정의'가 요원해진다. 지역 기반의 민주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역과 생산하는 지역이 따로 있는 형태다. 그러니까 에너지 생산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일어난다. 한국 실정에 맞게 지역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만든다면, '에너지 정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에 깔린 철학은, 단순히 발전소 하나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정의를 높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원전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에너지 정의'를 점점 떨어뜨린다.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통해 '에너지 정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원전을 하나 줄이면, '에너지 정의'는 올라간다. 
 
"원전 더 지으면 신용등급 떨어진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원전 수출에 목을 맸다. 모순된 행태인데, 원전 수출을 경제 성장의 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책 기조는 지금도 유지된다. 원전 관련 산업은 여전히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생태적인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의문이 든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조심스러워졌다. 이는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이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존 번 : 미국은 원자력발전을 최초로 시작한 국가다. 그러나 원전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보조금 때문이었다. 원전 건설비용에 일단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고,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금에도 보조금이 투입된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인 셈이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는데, 이런 보조금이 없다면 원전은 경제성이 없다고 본다. 한국 정부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원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경제성이 없다고 본다.
 
원전은 죽어가는 산업이다. 미국엔 두 개의 커다란 원전 건설회사가 있는데,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mpany)과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다. 이들 역시 주문을 제대로 따내지 못한 지 오래다. 신용평가기관 역시 원전에 부정적이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탓이다. 원전을 더 지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경고를 한 적도 있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쪽에 흥미를 갖는다. 원전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원전 수출에 기대를 거는 한국 정부의 태도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원전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4배가량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더 낫다.
 
"'핵 마피아' 깨려면, 원전 지역 주민들이 나서야"
 
프레시안 : 한국에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핵 마피아'로 불리는 이해관계자들이다. 산업 당사자와 전문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정치인 및 관료들이다. 이들의 결속과 기득권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마피아'라고 불린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존 번 : 미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일단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고, 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핵 마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원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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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 풀려면 당사자 참여 늘려야

 
이수경 2014. 11. 24
조회수 17 추천수 0
 

환경상식 톱아보기 2. 대의민주주의가 헌법정신?

국민 구성과 국회 구성이 달라, 비례대표 늘려야 민의 제대로 대표

국정 전반에 시민참여 늘려야, 당사자는 가장 중요한 참여 주체

 

사본 -05137532_R_0.jpg» 지난 9월18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옆에서 농민들이 쌀 전면개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농민 인구 8%, 농민 의원 0.7%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국민의 의사나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는 역설은 대의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다수의 ‘대표’가 ‘다수’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기고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선구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고르게 대표하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0.3%로 남성보다 많지만 19대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은 15.7%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 인구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3.7%이지만 국회의원 당선자의 47.3%가 50대다(주 1). 게다가 농민은 우리나라 인구의 8%에 달하지만 농민 출신 국회의원은 0.7%에 불과하다. 
 
이렇게 국민의 구성과 국민의 대표한다는 국회의 구성은 다르다. 국민의 관심사나 의견, 더 나아가서는 이해까지 국회가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gr0.jpg» 19대 총선 성별, 연령별, 직업별 당선인 수 (단위 : 명, %)(주 2)

 
다양한 국민 대표할 비례대표 늘려야 
 
19대 국회에서 장애인 관련법안을 제일 많이 발의한 의원은 장애를 갖고 있는 의원이었다. 당사자라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의 경우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을 알기 어렵다.  
 
또 당사자라야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정에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회에서 직능대표인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대표인 입법부에서만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임명직인 사법부와 행정부의 경우, 국민의 상식이나 합리성과 다른 행정 집행, 또는 사법적 판단으로 국민의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국가운영이 국민의 상식과 합리성,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이익과 어긋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입법, 행정은 물론 사법에까지 국민의 직접 참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입법, 정책참여, 시민배심원제와 같이 입법, 행정, 사법에 국민이 참여할 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참여제도도 턱 없이 부족하고 국민의 참여도 적은 편이다.

 

사본 -05123597_R_0.jpg»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호씨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모습. 사진=박승화 기자

 
당사자를 빼야 객관적인가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입법권 침해라고 반대했고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도 사법권 침해라며 반대했다. 유족이 원했던 세월호특별법을 국민의 과반수가 찬성했지만 결국 새누리당의 억지대로 세월호특별법은 기소권도 수사권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지 않았고 입법과정에 당사자인 유가족의 참여도 허락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입법, 사법, 행정권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해서 국민의 주권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삼권의 독립을 주장한 게 아니라,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삼권이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셈이다.

 

애초에 애초에 정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제대로 하고, 국회가 세월호법을 제대로 만들어낼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면 슬픔만으로도 무너져 내리는 유족이 당사자로 참여하겠다고 주장하지도 국민들이 유족을 참여시키라고 촛불을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의민주주의가 헌법정신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참여가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거라 주장하지만 국가기구가 국민의 권리를 제 멋대로 행사하고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을 거역하는 일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집회나 시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이 직접 국가운영에 참여할 길을 넓혀가기 위해 시민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사자라서 국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당사자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사자라 객관적일 수 없는 게 걱정된다면 전체 절차가 객관적일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국민이 주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드는 게 민주주의이지 절차를 핑계로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다. 다수결이나 대의민주주의라는 절차를 헌법정신인양 들고 나오면서 국민의 뜻을 무시한다면,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우리 나라의 주인은 국민일까 헌법의 자구일까?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환경운동가
 

<참고자료>
(1) 제19대국회의원선거총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통계포털>, 통계청
(2) 제19대국회의원선거총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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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환경운동가
전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했으며 시민운동과 에너지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메일 : eprgsoo@gmail.com      
블로그 : http://eco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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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뽑는 민주노총 위원장... 전국의 '장그래' 구할까?

 

[현장] 20주년 앞두고 첫 임원 직선제... 비정규직-박근혜 총파업 '시간문제'

14.11.23 20:45l최종 업데이트 14.11.23 20:4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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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과 연대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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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조합원 모두가 유권자다."

19년 만에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위원장 등 임원 선거를 열흘 앞둔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일요일 아침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 전국 지역본부 회의실과 대강당을 돌며 합동유세만 벌이다 모처럼 커피를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네 후보 진영도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여유도 잠깐, 토론이 시작되자 각 후보들 표정은 곧 굳어졌다. 이미 지난 15일 한 차례 TV 토론으로 벌였지만 70만 조합원 앞에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1000명 정도의 대의원을 상대로 간선제로 치러진 이전 선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활'... 현장 투쟁-법제화 등 해법 다양

미리 언론사들을 통해 취합한 3가지 질문으로 진행된 1부 토론 첫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특수고용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 그동안 노조 활동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문제는 민주노총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미 '100만 비정규직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기호 4번(전재환 위원장·윤택근 수석부위원장·나순자 사무총장팀, 아래 전재환 선본)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지역본부를 거점으로 비정규직 업종별 조직별 조직을 강화하고 청년유니온이나 알바 노조 같은 맞춤형 조직화를 이루어내겠다"면서 "비정규직 총파업을 조직하고 비정규직 임금단체협상을 위한 재정 마련, 비정규직 간부를 위한 노동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철폐를 공약으로 내건 기호 3번(허영구·김태인·신현창 팀, 아래 허영구 선본) 신현창 사무총장 후보는 "전략조직투쟁본부 설치해 총연맹 상근자들을 투쟁 현장으로 보내 비정규직 조직화에 첫 단추를 꿰겠다"면서 "조합비 납부 기준을 기본급 1%에서 임금총액 1%로 늘려 추가 의무금 500억 원 정도를 비정규직 조직화 인력 1000명 확보에 쓰겠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연대해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로 확산시키겠다는 기호 1번(정용건·반명자·이재웅팀, 아래 정용건 선본) 이재웅 사무총장 후보는 "비정규직 조직화 핵심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조직 체계를 마련하고 조직화를 위한 전술전략 프로그램을 교육해서 지역본부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지부장 출신으로 2년 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송전탑에서 171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기호 2번(한상균·최종진·이영주팀, 아래 한상균 선본)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현대차 사내하청이 대법원에서 정규직 판명을 받았음에도 민주노총을 이들을 정규직화하고 전 사회로 확산 시키지 못하는 나약함을 보여줬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총파업', 당장 내년-2016년 총선 연계 엇갈려

새 민주노총 임원진은 임기 3년을 박근혜 정부와 함께 마치게 된다. 최근 공기업 민영화와 공무원연금법,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박근혜 정부와 어떻게 맞설지도 관심거리다. 대정부 강성 투쟁에는 네 후보가 공감했지만 총파업 돌입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수차례 역임한 기호 3번 허영구 위원장 후보는 "1월 대의원회의에서 총파업 기획단을 조직하고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반기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여의도를 점령하는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우리가 법을 하나 만들어도 개악하는 경우가 많아 임기 3년 동안 대국회 대정치권 투쟁은 매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사무금융노련 위원장을 지낸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최근 투쟁들이 고립분산적으로 가고 있어 이제 크게 모아내야 한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산별 중심으로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 투쟁을 집중하고 2016년에 그 힘을 모아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전개해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투쟁'을 상징하는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나온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2015년에 승부를 못 걸면 반격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서 투쟁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한 후보는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민영화, 비정규직법 등 투쟁 동력을 하나로 모아내고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 10만 대반란을 조직해 그 힘으로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투쟁을 해내겠다"면서 "어물쩍해서 박근혜 정부를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선거 기간도 투쟁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인 기호 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2015년 초반 투쟁도 중요하고 2016년, 2017년을 바라보는 준비된 투쟁도 중요하다"면서 "공무원연금이나 노동시간 문제도 수세적으로 갈 게 아니라 거꾸로 국민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1000만 명 서명을 받고 노동시간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자고 공세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 간 이해 갈등 여전... 누가 되든 '정파 연대' 추진 

비정규직 문제나 대정부 투쟁은 시기나 방법론 정도의 차이만 보였을 뿐 대체로 의견이 비슷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 정파간 이해 갈등이나 진보정당과의 연계 문제 등을 놓고는 첨예한 논쟁이 오갔다. 

우선 '무정파'임을 내세운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정파운동 각자의 이념과 경향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최근 정파운동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특정 정파가 선거 때 권력을 잡으려고 담합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하고 정파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좌파노동자회'를 제외한 범현장파 통합 후보인 기호 2번(한상균 선본)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정파는 민주노총의 동력이고 서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드러난 단점은 정책 문제가 아닌 인맥 중심의 패권주의"라면서 "어떤 후보든 정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맞받았다. 다만 당선한다면 각 정파 대표자와 함께 하는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역시 현장노동자회, 전국회의 등이 연합한 통합후보임을 내세운 기호 4번 전재환 후보도 "정파는 역기능과 순기능이 있는데 순기능만 작동하는 덧셈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면서 "내년 각 의견 그룹을 임원회의에 들어오게 해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좌파노동자회' 소속으로 한상균 후보 쪽과 단일화를 추진하다 무산된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도 "정파가 문제가 아니라 패거리 집단으로 전락하는 게 문제인데 정파를 부인하는 건 운동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우린 지난 10년 동안 직선제 투쟁해 이뤄낸 작은 정파지만 노동 운동에 입각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각 정파 통합후보들 간에 논쟁도 이어졌다. 기호 4번(전재환 선본) 윤택근 후보는 허영구 후보를 향해 "앞서 TV 토론할 때 만약 결선 못 가면 기호 2번(한상균 선본)을 지지하겠다고 했다"며 담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허영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당선자가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하는 좋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만약 당신이 결선 못 가면 누가 당선됐으면 좋겠느냐 물어서 유사한 정책을 가진 2번 후보를 지지한 것이지 단위 통합 개념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또 허영구 후보가 "기호 4번(전재환 선본)이 통합 후보라고 하는데 우린 분열 후보냐"면서 "민주노총 통합 얘기를 하면서 4개 조직이 후보로 나왔는데 계속 통합 후보라고 주장할 거냐"고 따졌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허영구-한상균 후보도 통합하려고 노력했는데 조정 안 돼 따로 나온 거 아니냐"면서 "서로 욕심 안 내고 뺄셈 아니라 덧셈으로 만들자, 민주노총 내 갈등을 해소해 보자고 통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년 앞둔 민주노총... '청년 비정규직'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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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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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5년 11월 20주년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임원 직선제 역시 변화를 위한 몸부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정규직 중심이었던 노동운동 1세대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2부에선 비정규직이 중심인 젊은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전재환 후보는 "20년 동안 흘러오면서 노동운동 토대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창립 세대는 퇴직이 임박했고 조직에 비정규직이 들어와야 하는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20주년에 맞춰 미래전략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도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만으로 투쟁할 수 없다"면서 "지역본부, 산별 체제로 가고 중앙은 총파업을 조직하는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허 후보는 "조합원이 젊어지면서 '3불 시대'에 대학 학자금 금융 부채 문제, 결혼 문제, 육아 문제, 주택 전월세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면서 "젊은 조합원들이 볼 때 우리 87년 세대가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 있어 새로운 노동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지역 내 소통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조합원 눈높이에서 요구를 수용하고 불만을 해소하는 게 사회연대 전략"이라면서 "너무 투쟁만 얘기하면서 정파 갈등만 있는데 따뜻한 민주노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상균 선본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자체가 관료화돼 현장성을 상실했다"면서 "직선제가 민주노총을 총체적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느냐는 한 기자의 돌발 질문에 후보들은 바빠서 TV를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 투쟁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카트>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인간적 고뇌를 그린 영화 <명량>을 각각 거론했다.

아쉽게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미생> 주인공인 장그래 역시 종합상사 '2년 계약직' 사원이다. 원작 만화에서도 노조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직장 상사인 오 과장과 대한문 앞 쌍용차 투쟁 현장을 찾아 노동자 영정 앞에 묵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 2500일 넘게 민주노조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건물이 비친다. 바로 '비정규직' 장그래의 현실이다. 

이제 민주노총에 가입한 비정규직 조합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이 직접 뽑은 민주노총 임원들은 전국의 수많은 '장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임기 3년의 제8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는 오는 12월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간 현장 투표와 ARS 전화 투표(02-2670-9212)를 통해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12월 17일~23일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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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호텔 TV속의 박정희 대통령 드라마


<새연재> 최재영 목사의 남북사회통합운동 방북기 (2)
최재영  |  9191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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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4  0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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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방북기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이번 방북일정을 사전에 계획했을 때 이북의 국가행사나 명절이 없는 기간을 피해서 선택했다. 왜냐하면 국가행사가 빈번하게 개최되는 기간에는 내가 계획한 방북목적과 일정들이 성사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를 담당하는 해당부서들은 행사를 치르면서 동시에 나의 일정을 섭외하고 추진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거나 진땀을 빼야 한다. 또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제반 업무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한가한 시기를 선택한 것이다.

나의 이번 방북기간은 2014년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잡았으며 내가 설립한 NK VISION 2020의 중요 기관 중에 하나인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의 자격으로 방문을 했다. 나의 이번 방북에는 중국과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시민권자 신분의 목회자 부부가 학술원의 회원자격으로 나와 함께 동행했다.

이번에 나의 방북목적은 종교적인 업무와 학술적인 업무를 비롯하여 남북의 양측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은 매우 차분하면서도 기대감이 넘치는 마음으로 중국 심양에 당도하여 북조선 영사관측으로부터 비자를 받고 평양발 고려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필자)



다른 부서에서 차출된 안내원과 운전기사

 

 

   
▲ 좌측부터 운전기사, 필자, 안내원. [사진제공-최재영]

 

안내원 일행을 만나자 나는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마치 길 잃어버린 미아가 엄마를 만난 듯 반가웠다. 더구나 얼굴을 대충 훑어보니 내가 말을 편하게 해도 좋을 정도로 젊고 착해 보이는 안내원과 기사였다. 영접 나온 일행이 아무도 안보이자 사실 나는 속으로 “뭐가 잘못 된건가?” 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겁이 덜컥 난 상태였다.

아무튼 그동안 몇 차례 방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영접국이나 사업국 소속의 웬만한 직원들과 안내원들의 얼굴은 인사를 나눌 정도로 거의 알고 있는 편인데 내 눈앞에 서있는 이 안내원은 아무리 위 아래로 훑어봐도 완전 낯 설은 초면이다. 또한 그의 말투에서 이북 사투리는 거의 찾아 볼 수도 없었고 대화 자체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스타일이었으며 틈만 나면 담배를 꼬나무는 애연가였다.

“아이구 최 선생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사실 아까 전부터 이 자리에서 최선생님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 선생님 얼굴을 저만치서 뵙고도 제가 헷갈렸습니다.”

“아니, 그러면 나에게 다가와서 최 선생이 맞냐고 물어봐야지! 김 선생 말씀이 좀 이해가 안 되네. 다른 승객들은 다 빠져나가고 아무도 없고 우리만 덩그러니 공항 대합실에 남아 있자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잖아. 그런데 오래 전에 도착했다는데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우리가 평양 한복판에서 졸지에 고아가 되는 줄 알았잖아.”

왜소한 크기의 안내원은 우물쭈물하며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짐 찾는 곳에서 나오지를 않자 잠시 밖에 나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는데 사업국에서 걸려온 손전화를 받고 지금 막 들어왔노라고 이리저리 둘러댔다. 안내원은 40세의 남성이며 김일성종합대 수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다. 초등학교와 초급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가장이라고 한다. 수재라서 그런지 역시 그의 두뇌는 놀랄 정도로 우수했다.

도착 첫날밤에 그와 평양호텔 커피숍에서 방북일정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의 명석한 두뇌에 혀를 찼다. 열흘이 넘는 나의 일정은 매일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코스로 진행되는 강행군 스케줄이다. 그런데 안내원은 열흘이 넘는 나의 빡빡한 전체 일정표를 종이 한 장 없이 머릿속에 모두 암기하고 내 면전에서 줄줄 외워댔다. 그것도 시간과 장소와 목적지, 참석인원, 만나야 할 대상, 이동하는 동선 코스들을 종합적으로 브리핑하며 나에게 설명해 줄 정도였으니 기각 막힐 따름 이었다.

동행한 운전기사는 꽃미남 스타일의 조 씨 성을 가진 38세 미혼 청년이다. 조 기사의 특징은 방문지 어디를 가도 우리 일행을 따라다니며 자신 소유의 카메라를 들고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양 본인 사진 찍기에만 여념이 없는 순진무구한 인물이다. 또한 매일 중식과 석식을 같이 하였는데 매번 김치를 두세 번을 추가 주문하는 ‘김치광’ 식성을 가진 착한 청년이다. 참고로 모든 평양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를 리필할 경우 철저히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여름휴가를 이북에서 보내려는 재미동포들

 

   
▲ 도착 당일 밤 체류일정을 조율하는 회의 장면. [사진제공-최재영]

 

우리 일행은 주차장에 준비된 승합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향하면서 안내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아마도 내가 이번 방북일정 기간을 잘못 잡은 듯 했다. 알고 보니 이 안내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를 관장하는 해동사업국의 미주담당국 OO국 직원이 아니라 재일동포와 청년학생들만 담당하는 OO국 소속 안내원이었던 것이다. 이번 기간에 워낙 많은 미국교포들이 방북을 하다 보니 미주담당 안내원이 총동원되어 인력이 모자라자 재일교포 담당 안내부서에서 인력지원을 받은 것이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미국에서 전례 없이 아주 많은 방문단들이 들어오셨단 말입니다. 그래, 저도 긴급히 연락을 받고 최 선생님 방문단에 투입이 된 겁니다.”

“아니 지금이 뭐, 휴가철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가행사 기간이나 명절도 아닌데 미국에서 뭐하러들 이렇게 많이들 방문했지? 나는 일부러 복잡한 기간을 피해서 일정을 잡아 방문한 건데?”

“아. 그거야 미국 교포님들이 모두 최 선생님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이번에 조선에 방문하면 좀 한가하겠지?’라고 생각들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우리 측에서도 당황할 정도로 미국에서 유례없이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습니다. 대개 이 계절은 방문단이 뜸하고 한가한 시기인데...”

“아, 그렇구나, 모두들 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젠장.”

“미국 동포 분들이 워낙 바쁜 생활들을 하시다보니 올 여름 휴가를 좀 연기하고 조금은 늦었지만 우리 조국을 인차(이제) 방문해서 여름휴가처럼 보내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북조선이 미국 교포들의 휴가지로 찾는 세상이 왔구먼.”

실제로 이번 방북 기간 중에 각종 행사나 참관지 등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미주동포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으며 지인들이나 눈에 익은 교포들도 많았다. 다음부터는 방북일정을 계획할 때, 시기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래도 이번 방북기간에 나를 담당한 안내원은 재일교포 학생들만 전담해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교감과 소통이 부족함을 느꼈다. 재미동포만을 전담한 베테랑 안내원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어설프고 불편하였으며 융통성이나 일정에 대한 추진력 등이 약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양호텔의 스포츠중계와 TV 공식 채널
 

   
▲ 룡남산TV 채널. [사진제공-최재영]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대동강변에 자리 잡은 평양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여장을 풀었다.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라서 고려호텔이나 양각도, 보통강, 해방산 등의 호텔보다는 평양호텔이 매우 정감 있고 소담스러워서 나에게 편하고 어울리는 숙소다.

일행이 세 명이다 보니 부부는 한방을 쓰고 나는 2인용 호텔방을 혼자서 사용하였다. 갑자기 체크아웃 하는 날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은근히 호텔비 계산이 부담스러워졌다. 우리 일행과 안내원 일행들은 호텔 근처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4층 커피숍에서 방북일정을 조율하는 시간을 보낸 후 각자의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TV를 켰다.

마침 이번 방북 기간이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하는 중이라서 호텔 로비나 식당 등의 공공장소에 비치된 TV에서는 중계방송에 여념이 없었다. 방문기간 중에 살펴보니 북측 선수단이 우승하거나 결승전에 진출하는 종목이 있는 경우에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중계방송을 하거나 반복해서 재방송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스포츠중계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남측 방송국과는 달리 해설사가 없이 혼자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아나운서가 직접 경기 현장에 파견되어 데스크를 설치하고 실시간 현장중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니터를 보면서 아나운서가 간접적으로 하는 뒷북 중계라서 그런지 거의 현장감과 긴박감이 없었다. 경기중계 방송이 매우 밋밋하고 흥미롭지 못했으나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스포츠 용어들이 모두 순수한 조선말들이라서 그나마 이채로웠고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 조선중앙TV의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결승 장면. [사진제공-최재영]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서 시청하다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남측 아나운서들의 긴장감 넘치고 다이나믹한 중계방송에 익숙한 나로서는 답답해서 도저히 못 볼 지경이었다. 똑같은 상황의 전반전 장면에서 남측 아나운서가 빠른 속도로 100마디 멘트를 한다면 북측 아나운서는 겨우 20마디 정도를 느리게 멘트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TV 브라운관 영상에는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기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는데 음향은 거의 정적이 흐르는 침묵 수준에 가까운 상태에서 중계방송을 시청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평양시민들과 호텔 직원들은 채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번역한 그대로 ‘통로’라고 호칭했다. 이번 방북 기간 중에 호텔방에서 잡힌 평양시내의 TV 공식 채널들은 조선중앙 TV 채널(10번), 용남산 TV 채널(12번), 만수대 TV 채널(12번) 등 모두 3개로 확인이 되었다.

이 중 만수대와 룡남산 채널은 주말에 한정된 시간에만 방송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평양시내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방영하고 있는 채널은 만수대 TV 채널이었고 주로 중국과 러시아와 동구권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는 듯 했다.

만수대 채널은 평양시 일대에 한정된 지역 방송이지만 인접한 남포시와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 일대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룡남산 채널은 주로 영어자막 방송이 많았으며 과학탐구나 남측의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들과 철학, 경제학, 역사학 등 사회과목과 관련된 방송 내용들이 많았다.

평양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박정희 전문배우 나카무라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시차로 인한 피로감 때문인지 잠시 단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아직도 TV가 켜진 채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눈을 비비고 보니 오늘의 아시안게임 스포츠 중계는 이미 끝나고 눈에 익숙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는 한눈에 봐도 눈에 익은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동안 방북할 때마다 간간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민족과 운명’이라는 드라마가 오늘 밤에 운 좋게도 방영을 하는 중이었다. 북조선에서 최대 걸작으로 자랑하고 있는 다부작 극영화 장르에 속하는 이 드라마는 이미 1990년대부터 방영을 시작해서 아직도 주민들이 잊지 못하는 최고 인기 시리즈물이다.

때마침 이번 방북기간에 방영되는 부분이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스토리 부분이어서 매우 흥미로웠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민족과 운명’은 공식적으로는 종영되지 않고 계속 재방송을 보여 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계속 시리즈가 제작되어 방영이 되는 스펙터클한 시리즈물이었다.

나는 이튿날 아침에 교회를 가는 승합 차량 안에서 그 이야기를 화제로 꺼냈다. 함께 탑승한 북측 일행들의 이야기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끝났지만 지금도 박 대통령의 역을 맡았던 배우 김윤홍의 명대사가 주민들에게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다고 증언들을 했다.

“맞습네다. 거 나카무라상 있잖습네까. 그 사람이 아주 우리 조선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입네다. 아주 잘 생겼다구. 박정희 역을 얼마나 잘했는지 우리 장군님이 칭찬해주시면서 자동차도 선물했다고 하지 않습네까?”

“아니, 나카무라요? 그럼 일본배우가 여기 와서 박 대통령 역을 했단 말인가요? 왜 일본배우가 이북에서 연기활동을 합니까?”

“맞습니다. 그 동무가 재일교포 출신인데 그 당시 박정희 역할을 아주 잘해서 인기가 높아지니까 나중에는 최고의원(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됐고 더 유명해졌단 말입니다.”

“거, 박정희가 김재규 총에 맞기 전에 했던 마지막 대사가 우리 인민들한테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됐단 말입니다. 김재규가 권총을 들이대고 쏘려고 하는데도 의연하게 두 사람(차지철, 김재규)한테 호통을 치는 박정희 모습에 인민들이 감동했단 말입니다.”

“아, 그래요? 그게 무슨 대사입니까?”

“최 선생님은 아직도 잘 모르시는구만요. 사람이 권총을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마련인데 박정희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하들을 향해 태연한 표정으로 ‘무슨 짓들이야? 감히 누구 앞이라구. 썩 그만두지 못해?’ 하면서 야단을 쳤지 않습니까? 그 말을 하고 나서 김재규한테 총알을 맞았잖습니까?”

 

   
▲ 북측 영화에서 박정희 전문배우인 재일동포 김윤홍. 평양주민들은 그를 일본식 본명인 '나카무라'로 부른다. [사진제공-최재영]

 

재일교포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도 김윤홍을 평양주민들이 언급할 때는 일본식 본명인 ‘나카무라’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량 안에 합석한 여러 명의 안내원들이 모두 신바람이 나서 한결같이 김윤홍을 ‘나카무라상’이라고 기억하며 대화에 합세했다. 이를테면 한국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최민수가 마지막으로 사형장에서 했던 명대사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유행어처럼 이북에서도 김재규의 총에 저격당하기 직전에 했던 박 대통령의 마지막 한마디 대사가 아직도 주민들에게는 최고 인기 대사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김윤홍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내가 이번에 평양시 형제산 구역에 위치한 국립영화제작소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 방문했을 때 담당 해설사에게 그에 대해서 틈틈이 물어보니 북조선 영화사상 처음으로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은 김윤홍은 그 드라마로 인해서 인기스타로 급부상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후에 김윤홍을 비롯한 당시 출연했던 주연급 배우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하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연회를 베풀어 직접 그를 만나 주었고 그를 호칭할 때는 “어이, 박정희!” 라고 부르거나 농담으로 “박정희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며 박장대소하며 연기력에 대해 칭찬했다고 한다.

또한 김윤홍은 연기 초창기에는 여러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을 많이 했으며 주로 코믹스런 연기들을 했다고 한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고생하던 무명배우가 한계를 극복하고 박 대통령 배역을 맡게 되어 큰 인기를 얻자 그야말로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다.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심지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어 의정활동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근황을 물어보니 지금은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를 만날 수 없냐고 부탁 했더니 지난주간에 평양에서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를 치렀고 하필이면 영화배우들과 연출가들이 모두 오늘 그 행사장에 참석하기 위해 모두들 거기에 갔노라고 귀띔해 주었다.

방영된 드라마 내용을 틈틈이 보니 김형욱 실종사건을 다루는 장면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프랑스에서 잡아와서 청와대 내부 밀실에 포박하여 가두고 있다가 박 대통령이 권총으로 직접 사살하는 장면도 나온다. 김형욱의 시신 처리는 박정희 옆에 서있던 김재규가 벽에 걸린 커다란 독수리 박제에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자 시신이 쓰러져있는 바닥이 갑자기 자동으로 개폐되어 김형욱의 시신이 지하로 추락하는 스토리가 나왔다.

또한 10.26사태를 다루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제13부 홍영자편 제3부에서 주인공 홍영자가 김형욱의 죽음, 박정희의 죽음, 김재규의 죽음에 충격을 받으며 그 사건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10.26 궁정동 사태와 관련된 배우들의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들과 흡사했고 궁정동 안가의 만찬장도 마치 고증을 한 것처럼 한국 언론에 보도된 현장을 동일하게 참고하여 세트장을 만든 것 같았다. 드라마 내용은 박정희 저격사건의 배후 음모에는 김재규에게 미국이 개입하여 조종한 것처럼 묘사했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민족의 운명을 외면한 독재정치는 비참한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간간히 시청한 이 드라마 시리즈에서 다룬 한국정치는 어둡고 비열하고 부정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 드라마의 내용들은 시대 역사물이나 다큐멘터리처럼 팩트에 근거를 두지 않았다. 또한 홍영자라는 여주인공을 설정하여 김형욱, 박정희와의 삼각관계에 삽입시켜서 흥미와 허구를 바탕으로 한 픽션으로 구성된 것임을 곧 바로 알 수가 있었다. 평소 남측이 북측 정치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듯이 북측도 남측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계속)

 

최재영 목사

 

   
 
미국 The Lignht of Glory Church 담임목사 역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
NK VISION 2020 설립 & 대표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
동북아종교위원회 위원장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남가주노회) 소속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박사(GM.D.MIN)
미주장신대학교 대학원 (TH.M)
미주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안양대학교 신학과(B.TH), 동 신학대학원(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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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가장 좋아할 나라는?

 
 
 
북한, “아직도 핵실험이 필요한가?… 경제개발, 개혁과 개방에 매진하라”
 
김원식 | 2014-11-23 10:13: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국의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장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국가는 물론 범죄 집단이나 개인이 한 국가의 중요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사이버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CNN 화면 캡처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 다른 1~2개 국가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의 전력망 가동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나 언론인들이 여러 자료를 인용해 이러한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로저스 국장이 중국 말고 1~2개 국가가 더 이러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했으나, 이날 그는 어느 나라를 지칭하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발표만 안 했을 뿐, 러시아와 북한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란과 함께 일부 언론은 시리아도 언급하는 등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핵 능력은 물론이고 특히, 해커 등을 이용한 사이버전에서 북한이 이미 이들 나라보다도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로저스 국장은 이날 언급에서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늘 강조해 말하고 있는 이 '불량 국가(Rogue State)'에 대한 핵 능력이나 군사력에 대한 발표는 항상 정치적인 입장에서 축소되거나 때론 과장되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당장 이 불량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만으로도 미국의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미 국민들의 불안은 물론 이에 따른 비난으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실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이러한 사이버 공격뿐만 아니라 이른바 'EMP(전자기파)탄'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능력이 때로는 축소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과장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막강한 비대칭 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가능하면 유독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능력만은 일반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히,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나 환경을 고려해서 축소하거나 때론 확대해 발표하는 것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8월 7일, 미 정보기관의 또 다른 부서인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은 전격 사임했다. 그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대북 정보에 있어서 플린 국장은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여러 보고를 했으나, 클래퍼 국장이 이를 전부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이들의 불화설에 한 몫을 차지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 기술을 포함한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정부인 백악관은 미국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매파 "'북한인권문제' 제기에 열 받은 북한 제발 핵실험 하라"고 부추겨

기자가 이러한 점을 다시 지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지난 18일 유엔 총회에서 이른바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하자 다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다"며 "전쟁억제력을 무제한 강화할 것"이라며 또 설익은 핵실험 위협론 등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기자가 표현한 '설익은 위협론'이라는 말에 반감을 보이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한 스스로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이미 발표했는데, 또 무슨 핵실험이 필요하냐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1만킬로미터가 넘어가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능력을 보여줘 같은 기술이 필요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을 보여줬는데, 또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참에 EMP탄도 보유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이를 실험하려고 해도 평양을 포함해 북한 상공에 이를 폭발시켜 북한 전역의 전력망이 마비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 다른 나라의 사막을 빌려 실험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인공위성을 올리는 불필요한 ICBM의 기술을 보여준다 한들 이전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이러한 과민 반응을 바로 미국의 강경파인 매파와 네오콘들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른바 '북한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고 나면 북한은 반드시 과민 반응을 할 것이고 더 나아가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오호 쾌재라! 기회가 왔다"고 박장대소를 할 세력들이다. 그래야 한반도에는 다시 초긴장 상태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에는 특히, 북한이 이른바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완료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북한 스스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미국이 언론을 통해 우리의 잠수함발사 미사일 능력에 대해 계단식으로 계속 여론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잠수함발사미사일 여론을 확대해 국제무대에서 대조선 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려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큰 오산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몰이보다도 한방에 북한을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북한은 다시금 깨닫기 바란다. 북한 말대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드는 세력의 의도를 북한이 정녕 모른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강위력한" 핵능력이나 핵억제력은 이미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이를 발표하든 안 하든 그것은 북한이 신경을 쓸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발표를 안 한다고 해서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과장해 발표한다고 해서 없는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핵능력, 전쟁억제력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지금이 경제개발에 매진할 때"

따라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미국 내 일부 강경 세력들이 나름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른바 "북한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데 대해 부화뇌동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북한은 아마 미국 등이 북한을 말살하거나 고립시키려고 지난 세월 동안 북한에 해온 일을 되새겨 보라고 기자에게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예를 들어 북한이 지금보다도 못한 핵능력을 가졌을 때에는 미국은 왜 북한의 이른바 연변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지 못했다고 북한은 생각하는가? 북한 스스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고 주장하듯이 어찌 보면 1994년 당시부터 이른바 전쟁억제력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완벽한 핵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한 전쟁 억제력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핵무기란 단 한발이 살아남아도 상대방에게는 전멸에 가까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핵 억제력이라는 초등학교 수준의 설명은 더는 필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제라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미국과 특히, 미국의 강경 세력과 맞짱을 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경제 개발에 매진하기 바란다. 미국 등 서구권이 그렇게 봉쇄 정책을 취하면 지금처럼 더욱 대러시아 경제외교를 강화하고 중국과도 경제 교류를 더욱 확대해 한국을 비롯한 서구권을 오히려 경제적으로 안달이 나게 만드는 것이 추가 핵실험보다 몇천 배의 효과가 있음을 북한은 알기 바란다.

오바마 행정부 집권 기간 내내 솔직히 말해서 바뀌지 않는 '전략적 인내'라는 허울 좋은 '북한 봉쇄정책'에 관해 북한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말기를 권고한다. 또한, 미국 내 일부 강경파들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이른바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닫기 바라고자 한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공산주의 진영의 치열한 사상 투쟁의 결과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한 사상 투쟁 속에서도 현실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수용하고 이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확대해 실천할 수 있었던 현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서구나 남한 국민들이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이제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 다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이 지도자가 앞으로 우리 민족에 어떠한 발자취를 남길지, 아니 적게는 북한에 어떠한 번영을 가져다줄지가 지금 이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도자의 현명한 지도력은 밑에 있는 일꾼들이 정확한 정세 판단을 해서 이를 뒷받침할 때만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 지나간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다시금 북한의 오늘과 내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고 현 지도자를 뒷받침하고 있는 조선로동당 고위급 관료와 그 핵심 지도부 세력에게 국제 정세에 관한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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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마초 합법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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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JU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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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1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미국 최초로 오락용(recreational) 대마초가 합법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웨스트의 한 판매점 앞에서 대마초를 사려는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일렬로 줄을 서 있다. 최근 오리건주에서도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마약은 성매매와 더불어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로 불리기도 합니다. 마약은 스스로에게 해가 될 뿐, 다른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대마초 합법화가 이슈입니다. 예술가의 논리가 아니라 이윤이 합법화의 근거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마리화나 논쟁에서 우리가 영감을 얻을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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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말하지 않는다. 이제 미국의 대마초 합법화론자들은 작가의 자기파괴적인 어법이 아니라 경제학자의 논리로 말한다. 대마초, 칸나비스, 마리화나, 해시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온 대마초가 몇년 전부터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오락용(recreational) 대마초 합법화를 두고 잇달아 투표가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에서도 그랬다. 오리건주에서 남동쪽으로 아이다호주와 유타주를 지나면 ‘마리화나 난민’들의 성지가 된 콜로라도주가 있다.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는 2012년 투표를 통해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그리고 오리건주는 11월4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중간선거일에 마리화나 합법화 여부를 다루는 ‘마리화나의 통제·규제·과세에 관한 법률’(The Control, Regulation, and Taxation of Marijuana and Industrial Hemp Act)에 대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긴 법을 ‘입법제안 91호’(Measure 91)라고 불렀다.

콜로라도와 워싱턴주의 선택

지난 10월22일(현지시각) 오후 6시 반부터 포틀랜드 주립대학(PSU)과 오리건 지역 방송사 <케이투>(KATU)가 공동주최한 ‘오리건주 대마초 대토론회’가 열렸다.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하는 2명과 반대하는 2명이 무대에 섰다.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공동 패널로 함께했다. 오후 6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리처드 해리스 전 오리건 주정부 약물중독·정신건강 감독관, 잉게 프리클런드 전 연방검사가 찬성편에 앉았다. 조슈아 마키 클랫섭 카운티 검사, 론 슈워츨러 ‘평온의 길’ 치료센터(Serenity Lane Medical Services) 감독관이 반대편에 자리했다. 찬반 양쪽의 모두(첫머리) 발언 뒤 패널, 청중들과 자유토론이 있었다. 양쪽 차이가 도드라진 장면들이 있었다.

#1. 토론 15분께 남성 청중 질문

-청중: 저는 밀워키에서 온 로이입니다. 저는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대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죠? 왜 우리는 잠시 멈춰서 콜로라도와 워싱턴주가 몇달 전 통과시킨 그 법으로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면 안 되는 겁니까? 왜 허겁지겁하는 겁니까? 우리는 뭘 위해서 이걸(대마초 합법화) 하는 거죠? 왜 (콜로라도의)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멈춰서 지켜보면 안 되는 거죠?

-잉게 프리클런드 전 연방검사: 마리화나는 1935년부터 불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리화나와의 전쟁은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의 정치 캠페인 중 하나였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특히 마리화나와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이제 79년이 됐어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마리화나는 매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되었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마리화나를 얻을 수 있고 제 직장 동료의 손자나 다른 고등학생들은 정말 쉽게 구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구한 대마초는 순도도 알 수 없고 약효도 불분명한데다 농약에 오염되었고, 공급망은 아마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관되어 있을 범죄자들의 수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대마초로 얻는 이익은 전부 그들에게 가죠. 우리 공동체의 어른들은 본질적으로 눈을 감고 있어요. 우리는 어떤 결정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걸 범죄자들의 손에 맡겨놓고 있어요. 70여년간 이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게 두는 건 부도덕한(unconscionable)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른 접근이 필요한 때가 왔어요. 그게 바로 우리 공동체의 어른들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 그게 바로 대마초 규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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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2일(현지시각) 오후 6시 반부터 포틀랜드주립대학(PSU)과 오리건 지역 방송사 <케이투>(KATU)가 공동주최한 ‘오리건주 대마초 대토론회’ 진행 장면.

11월4일 오리건 주민들이 투표할 ‘입법제안 91호’는 △21살 이상 성인의 마리화나 소지·흡연·재배 처벌 철폐 △개인 소지·재배·구매 한도 △마리화나 유통체계 △과세 기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허용 연령, 처벌 조항, 과세 기준 등도 담겨 있다. 대마초 ‘관리’에 가깝다.

마약 중독자였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치안판사에게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오락용 대마 옹호론자들은 외려 자신들의 입장을 ‘규제’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1968년의 히피라면 ‘해방’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을 요구를 2014년의 민주당은 ‘규제’라고 부른다.

대마초 합법화는 ‘자유주의’를 가르는 정치적 쟁점이 됐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3월 논쟁 끝에 오락용 대마초 규제 철폐를 당론으로 정했다. 반면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잇달아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를 비난했다. 프리클런드가 언급한 1972년 닉슨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무책임한 부자 리버럴’ 이미지를 씌워왔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그 이미지 뒤에서 68혁명 때 마리화나와 엘에스디(LSD·1938년 발명된 환각제의 일종)를 들이마시던 히피를 떠올릴 것이며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했던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미지도 떠올릴 게다. 10월22일 저녁 대마초에 관해 토론하는 미국인들을 둘러싼 정치적 공기는 이런 것으로 추측된다.

청중 대부분은 40대 이하였다. 찬성 쪽의 주장에는 박수가 나왔지만, 반대하는 주장에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토론회 35분께 반대론자인 론 슈워츨러 ‘평온의 길’ 치료센터 감독관이 대마초로 영아가 숨진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자 흥분한 청중들이 “사실이 아냐!”라고 소리지르는 일도 벌어졌다. 스스로를 대마 사용자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반대 패널과 논쟁을 벌였다.

“지금 제게 알코올을 권하시는 건가요?”

#2. 토론 45분께 청중이 반대론자에게 질문

-청중: 46년간 오리건주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는 1990년부터 대마초를 피우고 있습니다. 저를 죽이는 알코올보다 대마초가 더 낫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저는 재택근무를 하니 (대마초 흡연으로) 직장에 영향을 줄 일 없습니다. 저는 애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일도 없습니다. 저는 승용차도 없고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가기 때문에 교통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을 겁니다. 만약 ‘입법제안 91호’가 통과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제게 범죄자들한테서 계속해서 구매하라고 권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내게 범죄자가 되라고 권하는 것이고, 술집에서 대마를 구해 가지고 와서 그럼으로써 범죄자가 되라고 권하는 것이며, 의료용 마리화나 제도를 악용하라고 권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청중들 박수)

-슈워츨러 감독관: 의료용 마리화나를 악용하는 것은… 의료용 마리화나는, 제가 알기에, (허가받으면) 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이 어떤 질환이 있다면… 그런데 당신의 질환이 뭔지는 제가 알 수 없죠… 그런데 당신은 왜 대마초를 필요로 하나요?

-청중: 왜냐면 술보다 대마초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감독관: 오케이, 당신은 권리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청중: 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저는 제가 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감독관: 그래서 지금도 대마초를 하고 있나요? 아마도 당신은 중독된 것 같진 않군요, 미국 인구 10%를 차지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말이지요… 분명 당신은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고 저는 그들을 옹호할 수도 있지만… 제가 지금 변호하고자 하는 건 의학적, 환경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청중: 99%의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지금의 범죄적 암시장을 지탱하고 있죠.

-감독관: 저는 그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청중: 그게 선생님이 제게 남긴 유일한 선택지인데요.

-감독관: 당신은 왜 약을 하나요? 기분 좋으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우리 삶의 정상적인 것들(normal things in life)로 스트레스를 풀면 안 됩니까?

-청중: 당신은 지금 제게 알코올을 권하시는 건가요?

 
 

청중과의 설전은 사회자의 제지로 여기서 끝났다. 연방법상 불법인 대마초를 피워왔다고 청중이 토론회에서 공개하는 일은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대마초는 불법이되 ‘일상화된 불법’이며 ‘기준이 모호한 불법’으로 보인다. 의료용 대마초도 주마다 다르다.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미국 시민단체 ‘마약정책연합’(Drug Policy Alliance)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 50개 주와 1개 특별구인 수도 워싱턴 디시(DC) 가운데 23개 주와 워싱턴 디시 등 24곳에서만 의료용 대마초가 허용된다. 캘리포니아주가 1996년 의료용 대마초를 최초로 합법화했다.

marijuana

워싱턴주에서 처음으로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구입한 손님

합법화론자들은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과학적 근거’까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이외에 합법화론자들은 마리화나 처벌 고비용을 합법화 근거로 제시한다. <허핑턴 포스트>의 2012년 보도를 보면, 미국 연방 교도소 수감자의 50.1%인 9만8554명이 마약사범인데 이 중 27%는 마리화나 사범이다. 마리화나 형사처벌에 아까운 세금이 낭비된다는 논리다. 반대론자들은 청소년에게 해롭고, 마리화나 사용이 다른 심각한 마약류 사용으로 이어진다고 반박한다.

옹호론자들은 2개 주에서 승리했다. 콜로라도주 선거인단은 2012년 11월6일 투표에서 오락용 대마초 허용을 담은 ‘주법 수정안 64조’(Amendment 64)를 찬성 138만3139표(55.32%), 반대 111만6894표(44.68%)로 통과시켰다. 워싱턴주 선거인단은 같은 날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을 찬성 172만4209표(55.7%), 반대 137만1235표(44.3%)로 가결했다.

젊은이들은 대마초를 찾아 콜로라도로 몰려갔다. 언론은 이들을 ‘마리화나 난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엔비시 뉴스>는 올 2월6일 ‘마리화나 난민들: 대마초가 합법화된 주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 기사를 보도했다. “그들은 마리화나 난민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몇몇 주에서 새로 정착하거나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보도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올해 초 콜로라도로 이주한 한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콜로라도를 대마초 흡연이 합법인 네덜란드의 수도에 빗대 ‘뉴 암스테르담’이라 부른다. 괴짜 저널리스트·논픽션 작가 헌터 톰슨이 1960년대 마약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보안관 선거에 나섰던 애스펀이 콜로라도주에 있었음을 기억하는 논픽션 팬에게도 콜로라도의 최근 논쟁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난민들의 ‘망명지’에 오리건주가 추가됐다. <오리고니언>을 보면, 오리건 선거인단은 지난 11월4일 찬성표 76만1689표(56.0%), 반대 59만7901표(44.0%)로 입법제안 91호를 가결했다. 법은 오는 12월3일부터 시행된다. 반면 플로리다에서는 같은 날 의료용 마리화나 허용 법안이 부결됐다. 이날 미국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다.

우루과이 국회는 이미 지난해 세계 최초로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선택을 뒤따르는 나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엔은 엄연히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한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International Narcotics Control Board)는 올 3월 펴낸 ‘2013년 정례보고서’에서 미국과 우루과이 정부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제마약통제협약의 완전한 실천을 계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marijuana

한국은 여러차례 대마 처벌 합헌 결정

한국에서 대마초는 예술과 결부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잊을 만하면 대마초를 피운 음악인이나 배우들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검찰 보도자료로 발표됐다. 환각 체험에 매혹된 건 한국의 예술인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이미 19세기 말에 발자크, 빅토르 위고 등 문호들과 대마초 환각 체험을 기록한 <해시시 클럽>을 썼다. “발명의 시대에 아직 아무도 새로운 쾌락을 발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썼던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처럼 환각 체험이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한 예술가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 마약이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동서양 모두 오랫동안 국가는 환각 체험을 형사처벌해왔다. 지금 미국의 대마초 논쟁은 과거 예술가들의 해방의 논리와 다른 어법으로 벌어진다. 19세기에는 보들레르가 대마초를 논했지만 21세기에는 <뉴욕 타임스> 사설이 대마초 합법화를 논한다.

대마초가 미국처럼 일상화된 사물이 아닌 한국에서 당장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다시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대마초 합법화를 요구하는 위헌신청이 2005년에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대마초 흡연을 처벌하도록 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2005년 이후 여러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검찰청 김후균 마약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마초는 유엔에서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다”며 “미국과 우루과이의 정책에 대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은 호응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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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판결 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등록 : 2014.11.23 14:13수정 : 2014.11.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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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영 기자가 이소영 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쌍용차 해고’ 대법원 판결 날, ‘한겨레’ 1면에 실린 사진을 보고 
한 독자가 한겨레신문사로 편지와 작은 정성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진 너머, 그날의 이야기를 현장에 있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독자 이소영 씨가 ‘한겨레’ 14일자 1면에 실린 대법 판결 후 울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를 보고 4만 7천 원과 편지를 보내왔다. 이소영 씨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응원하는 내용과 함께, 손배·가압류 해결을 위해 시민 1인당 4만 7천 원씩 모두 4억 7천만 원을 모으는 캠페인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모금 목표액 4억 7천만 원은 장기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가 회사와 경찰에 배상해야 할 액수에서 착안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송파에 사시는 이소영 독자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김장은 하셨나요? 저는 지금 막 평택에서 김장 담그기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독자님께 보낼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평택을 떠날 때 한 분이 손에 쥐어주신 검은 봉지 속에서 김치 냄새가 폴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독자님께 무슨 말로 답장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한겨레신문사 사진부의 신소영입니다. 독자님께서 며칠 전 저희 신문사로 보내주신 편지를 잘 받아보았습니다. 제 이름과 같은 성함을 가지신 독자님께서 지난 11월14일치 <한겨레> 1면에 실린 사진을 보시고 보내주신 편지를 읽고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됐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님께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다는 그 사진을 취재한 13일 오후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독자님께 사진 너머의 그날 이야기를 좀 더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겨레 11월 14일자 1면
▶기사 바로 가기 : 25명 보내며 5년 버틴 ‘복직 꿈’ 대법원에서 무너지다

 

그날은 지난 2009년부터 오랜 시간 해고의 아픔 속에서 힘든 상황을 버텨온 153명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이 ‘해고무효 확인소송’ 2심에서 승소한 터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대법원 법정 앞으로 모였지요. 저도 해고농자들의 눈빛에 담긴 간절함이 느껴져 선고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함께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백하건데 제가 찍고 싶었던 사진은 독자님께서 보신 그 사진이 아니라 해고노동자들이 승소 확정에 기뻐 함께 부둥켜 안고 감격해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문에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듣고 법정 밖에서 눈물을 훔치던 한 해고노동자의 모습이 실렸습니다.

 

사실 오후 2시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불길한 조짐이 느껴졌습니다. 의경들이 법정 주변에 가득 배치됐기 때문이죠. “혹시 판결에 대비한 경비 병력 배치?”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대법원의 차가운 판결이 전해지면서 법정 주변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법정에 있었던 해고노동자들과 변호인이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있던 이들이 숨죽인 채 그들을 지켜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 탄식이 터져나왔고, 사진기자에게는 ‘찍는 자의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한 해고노동자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는 그의 모습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며 저도 속으로 함께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다른 동료들도 서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애꿎은 시선을 바닥을 향해 떨어뜨렸습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오른쪽)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모(41)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금 뒤 금속노조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상황을 추스르고는 취재진을 향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소처럼 큰 그의 눈에는 눈물을 참으려다 생긴 핏발이 벌겋게 섰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건네는 이들을, 그는 되레 다독였습니다. 그도 위로를 건네는 이들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연신 플래쉬를 터트리며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기자가 어쩌면 야속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들려드렸나요?

 

그날 마지막에 만난 한 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며 답장을 마쳐야겠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노란 서류봉투에서 A4용지를 한 꾸러미 꺼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들은 승소한다면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찢어 하늘로 뿌리려 했다고 합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노조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 노조원이 해고노동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하늘에 뿌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지만 하늘로 뿌려진 종이들은 맥 없이 땅바닥에 흩어졌습니다. 그때 한 해고노동자가 바닥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집어 들더니 ‘내가 해고노동자’라고 말했습니다. 허탈한 미소였지만 그가 ‘이제 완전한 해고노동자가 되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은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힘내자”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성함은 김수경씨였습니다.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해 2심에서 승소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파기환송 선고한 13일 오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정리해고자 김수경씨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늘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제게 김치가 담긴 검은 봉지를 손에 쥐어주신 분의 성함도 김수경씨입니다.

 

네, 저는 오늘 쌍용차 해고노동자 치유 공동체인 ‘와락’에서 김장 담그기 취재를 했습니다. 해고 이후에 해마다 모여 김장을 담그는 그들을 취재하기로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조심스러웠습니다. 무슨 인사말을 건네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와락에 들어섰는데 제일 먼저 김수경씨가 보였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김수경씨는 그날처럼 웃어주시더군요. 안심이 됐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김칫속을 넉넉히 묻힌 배추 잎을 여러번 얻어먹었습니다. 몇 년만에 다시 뵌 해고노동자들의 부인들은 수육을 삶고 있으니 먹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바쁜 척하는 기자에게 갓 담은 김치를 서너포기나 담아주셨습니다. 검은 김치 봉지를 들고 취재 차량 앞까지 배웅해주신 김수경씨께 김치를 건네 받으며 열심히 김치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눈물로 담았을 그 귀한 김치를 어떻게 먹을 수 있냐고요?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수경 씨가 21일 경기 평택시 원평로에 위치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치유공동체 ‘와락‘에서 함께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이 함께 김장을 하던 중 기자에게 김치를 먹어보기를 권하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니요, 저는 어서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면에 올려 먹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볶음밥도 만들어 먹을 겁니다. 해고노동자들은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다는 것으로 무언의 치유와 위로를 나누고, 그 힘으로 끝까지 싸우자는 약속을 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와 이름이 같으신 이소영 독자님. 제 편지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걱정하시는 독자님께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독자님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정성이 담긴 4만7000원은 해고노동자들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14년 11월23일

 

공덕동에서 신소영 기자 올림
독자 이소영 씨가 ‘한겨레’ 14일자 1면에 실린 대법 판결 후 울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를 보고 4만 7천 원과 편지를 보내왔다. 이소영 씨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응원하는 내용과 함께, 손배·가압류 해결을 위해 시민 1인당 4만 7천 원씩 모두 4억 7천만 원을 모으는 캠페인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모금 목표액 4억 7천만 원은 장기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가 회사와 경찰에 배상해야 할 액수에서 착안했다./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소영 독자가 한겨레신문사로 보내온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회사원 남편을 둔 주부 이소영입니다.

 

저는 지난 11월14일 금요일 한겨레 신문에 실린 사진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쌍용차 대량 해고는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우는 분의 모습 때문입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보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들은 ‘노란 봉투’ 이야기가 생각 났습니다. 저는 그 사건을 몰라서 4만7천원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울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분들을 위해 저도 늦게나마 4만7000원을 보냅니다. 저처럼 몰라서 돈을 보내지 못했던 분들도 많은 줄 압니다.

 

우리 다함께 다시 힘을 모아 그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김부선씨가 난방비 비리를 국감에서 증언하면서 한 말을 우리 모두에게 위로로 드립니다.

 

“진실은 느리지만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있다”

 

2014년 11월19일

 

이소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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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한국 정부의 사이버 사찰 실태와 우려 언급

동아시아포럼, 한국 정부의 사이버 사찰 실태와 우려 언급

 

 

 

 


-한국정보통신 업체들에게 주는 텔레그램의 교훈

동아시아포럼이 한국에서 9월 16일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의 개인 메신저 서비스를 감시하려는 계획에 대한 응답으로 40만 명의 카카오톡 계정탈퇴와 300만 명 이상의 텔레그램 메신저 앱 다운로드를 통한 사이버망명으로 정부의 언론탄압에 항의하였으며 사생활에 대한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였고 사이버 공간의 권리 수호를 외쳤다고 보도하였다.

이어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개입이 분명해진 상황에서도 정부가 세월호 침몰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사이버 사찰을 통한 개인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이미 이전부터 정부의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 사실들이 있었음을 검찰의 국내정보통신사들에게 협조 요청한 사례들의 요청내용별 통계숫자를 인용하며 그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국가안보국과 FBI의 사례를 들며 정부기관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극심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파이스의 김어준이 텔레그램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설명하며 개발자의 공권력에 대한 고객보호의 뚜렷한 의식을 칭찬한 것을 언급하고 파파이스가 방영된 지 일주일 안에 150만 명이 텔레그램에 등록한 것은 한국 정보통신업체에 교훈을 주었고 정부에도 그러한 규제의 움직임이 평판을 떨어뜨리고 국제적인 비판을 유발할 것임을 가르쳐주었다고 마무리 하고 있다.

요즈음 들어 한국에 관한 추문과 놀라움을 표시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OECD국가 중 최고 자살률, 아이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 최고의 부패지수를 자랑하는 국가,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이 없는 국가 등 여러 가지로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사와 통계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 기사와 통계들을 보며 과연 한국정부의 지도자와 당국자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동아시아포럼의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elisabeth

기사  바로가기 ☞       http://bit.ly/1r7vwaC

 

South Koreans defend their rights in cyberspace

한국인들, 사이버공간 권리 수호

20 November 2014

Author: Eun Jeong Soh, ANU

Capture 동아시아 포럼

Over 3 million South Koreans have downloaded a Germany-based smartphone messenger app, Telegram, while 400,000 users of Kakao Talk — the nation’s most widely used messenger app — terminated their account, in protest against government attempts to crackdown on dissenters.

300만 이상의 한국인들이 독일 소재 스마트폰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다운로드했고, 반면에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카카오톡 이용자 40만 명이 반대자들을 탄압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항의하기 위해 계정을 탈퇴했다.

Capture 동아시아 포럼  P

The mass boycott of Kakao Talk occurred in response to the public prosecutor’s initiative to impose surveillance on personal messaging services. Kakao Talk is an integral part of everyday life of Koreans; of the country’s population of 50 million, 35 million use the smartphone application. By terminating their user accounts, these ‘cyber exiles’ asserted their right to privacy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attracted domestic and international attention regarding the state’s intrusion and control of cyberspace. In response, Daum-Kakao hurriedly announced that the company would not in the future cooperate with the public prosecutor’s warrants for wiretaps or access to stored messages, and would adopt appropriate technology to prevent government screening.

카카오톡에 대한 대량 보이콧은 검찰이 개인 메시지 서비스를 감시하려는 계획에 대한 응답으로 발생했다. 카카오톡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5000만 인구 중 3500만이 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그들의 계정을 종료함으로써 이 ‘사이버 망명’은 사생활에 대한 그들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였고, 사이버공간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및 통제에 대해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검찰의 감청 영장이나 저장된 메시지에 대한 접근을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 검열을 막기 위해 적절한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신속하게 발표했다.

The state control and manipulation of cyberspace and online platforms has been a growing concern since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systemic involvement in online commenting became evident in the last presidential election. The government access to personal messaging services is a particularly alarming move; it substantiates the concern that the government is determined to monitor private communications in order to protect the president. It began with President Park Geun-hye’s remark on 16 September ‘not to neglect debunking remarks which bring about social polarisation’ in the context of a prolonged debate over the president and the government’s response to the sinking of Sewol. In response to this remark, the public prosecutor demanded four major domestic IT companies to cooperate with the prosecutor’s request to ‘gain real-time access, share information and delete messages’ that are considered ‘groundless rumours on socially controversial issues, false statements, and debunking statements’.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댓글에 국정원의 체계적인 개입이 분명해진 이후, 사이버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조종이 점점 우려가 되고 있다. 개인 메시지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접근은 특히 걱정스러운 움직임이다; 그것은 정부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대화를 감시하기로 결정했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그것은 9월 16일 세월호 침몰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에 관한 장기토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회를 양분시키는 폭로성 발언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언급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발언에 응답해서 검찰은 4개의 주요 국내 IT회사들에게 ‘사회적으로 논쟁의 소지가 있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들과, 거짓 진술들, 그리고 폭로성 발언들’로 여겨지는 ‘메시지들에 실시간 접근 권한을 주고, 정보를 공유하며 삭제하게’ 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But it was revealed that government surveillance on private messaging services had occurred in the past. In the first half of this year, Daum-Kakao received 61 warrants to wiretap user accounts and 2131 requests to release user information, and the company had cooperated with more than three quarters of the requests. This means ‘near real-time’ surveillance as well as a large-scale screening of completed contents had already been made. It was further revealed that the number of police searches of e-mails and mobile messengers has doubled under President Park’s administration.

하지만, 이미 개인 메시지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올해 전반기에, 다음카카오는 사용자 계정을 감청할 61 건의 영장과 사용자 정보를 넘겨달라는 2131 건의 요청을 받았으며, 다음카카오는 그 요청들의 3/4이상에 협조했다. 이것은 완료된 콘텐츠들에 대한 대규모의 검열뿐만 아니라 ‘실시간에 가까운’ 감시가 이미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메일과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경찰의 수색 횟수가 박근혜정부 하에서 두 배로 늘어났음이 드러났다.

This raises a further concern that government agencies can gain access to the servers of the companies and can freely collect information even without search warrants, as the United States’ NSA and FBI did in cooperation with nine IT companies under the PRISM program.

이것은 미국의 NSA와 FBI가 PRISM 프로그램 하에서 9개의 IT 회사들과 협력해 가능했던 것처럼 정부 기관이 회사 서버들에 접근할 수 있고 심지어 수색영장 없이도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심화된 우려를 야기한다.

So how did Telegram come about as an alternative? Kim Ŏ-joon, the host of an internet-only show Papa Is, introduced Telegram as a safe alternative on 1 October, thanks to its commercial-in-confidence chat function which does not save records on the servers, and a delete function which allows users to erase messages forever on both sides of the conversation. What was further attractive about Telegram was its philosophy, reflected in the app motto, ‘Ta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 Kim commended the founder, Pavel Durov’s, refusal to release VK (Russia’s largest social network) user information upon the request of the Russian Federal Security Service, which was contrasted with Kakao Talk’s docile response to the demands o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he software used in Telegram were considerate choices based on the founder’s consciousness about privacy protection. Within one week of the release of the show, 1.5 million Koreans registered as Telegram users.

그렇다면 어떻게 텔레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인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파파이스의 진행자인 김어준은 10월 1일 텔레그램을 안전한 대안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서버에 기록을 저장하지 않는 비밀 대화 기능과 사용자들이 양쪽 대화에서 메시지를 영구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삭제 기능 덕분이라고 했다. 텔레그램의 더 매력적인 점은, 앱 모토 ‘우리의 사생활 권리 회복’에도 나타나듯이, 그것이 추구하는 철학이다. 김어준은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 연방 보안국이 VK(러시아 최대 사회 관계망)에 사용자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한 것을 거절한 점을 칭찬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고분고분하게 수용한 카카오톡과 대조된다. 텔레그램에 쓰인 소프트웨어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개발자의 의식에서 비롯된 신중한 선택이었다. 파파이스가 방영된 지 1주일 이내에, 150만 명의 한국인들이 텔레그램 사용자로 등록했다.

This mass action taught South Korea’s IT companies and engineers an important lesson: that the rights of the user should be the foremost priority. The cyber exiles also taught the government that any further moves to violate privacy and curtail freedom of speech would damage its reputation and would attract critical international attention and scrutiny. But most importantly, it taught technology users that they themselves had a responsibility to be ‘technology-literate’ to protect their own rights.

이 단체 행동은 한국 IT업체들과 기술자들에게 사용자들의 권리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또한 이 사이버 망명은 정부에게도 사생활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더 이상의 움직임은 정부의 평판을 손상시키고 국제적으로 비판적인 주목과 심층조사를 유발할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학기술의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기술문맹 퇴치’의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는 점이다.

Eun Jeong Soh is a post-doctoral fellow at the School of Culture, History and Language, at the ANU College of Asia and the Pacific. She participates in ARC Laureate Project, ‘Informal Life Politics’.

소은정은 ‘ANU 아시아 태평양학 대학’의 ‘문화, 역사, 언어 대학’의 박사과정 후 연구원이다. 그녀는 ARC 로리엇 프로젝트인 ‘비공식적 생활정치’ 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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