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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말레이 여객기, 정상 항로 수백km 벗어났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3/12 14:49
  • 수정일
    2014/03/12 14: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4.03.12 09:01l최종 업데이트 14.03.12 14:41l김원식(tongt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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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항로를 이탈한 실종 여객기 .
ⓒ 김원식(구글맵 이용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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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후 2시 40분]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지난 8일(아래 현지시각)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370)가 애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종 당시 정상 항로를 수백km 벗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AP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말레이시아 공군 당국은 "이 실종 여객기가 정상 항로를 수백km 벗어난 말라카 해협에서 군사 레이더에서 최종적으로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이는 애초 민간 항공 통제소가 마지막으로 파악한 실종 여객기의 위치(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경계 해역)에서 서쪽으로 수백km 떨어진 곳이다.

따라서 왜 이 여객기가 자동 응답 장치(transponder)를 끄고 이 지역까지 비행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관해 CNN은 전직 미 항공 조사관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사실이 맞다면, 이는 조종실에서 누군가가 관련 장치를 끄고 의도적으로 항로에서 벗어나 비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상치 않은 증거(sign)"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실종 항공기를 찾는 수색 작업도 기존 지역과 함께 여객기가 군사 레이더에서 최종적으로 사라진 말라카 해협 일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체 잔해 등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덧붙였다.

하지만 로잘리 다우드 말레이시아 공군 사령관이 12일(현지시각)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떠한 성명도 내놓은 바 없다"며 사고기가 말라카 해협까지 도달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실종된 여객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기름띠나 노란색 구멍보트 추정 물체 등이 모두 실종 여객기와는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런 가설들이 중구난방으로 불거지고 있다.

단서조차 없는 '미증유의 사건'으로 비화

특히, 이번 실종 사건에서 항공기가 전혀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부에서는 '조종사의 자살설'도 제기하고 있다. 실종 당시는 물론 실종 이후에도 사고기에 탑재된 조난항공기 위치송신기(ELT) 등 첨단 장치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누군가가 고의로 이 장치들을 꺼버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도난 여권 사용 등으로 이번 실종 사건이 테러리스트와의 관련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사 및 조사 당국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폴(Interpol)의 로럴드 노블 사무총장은 "정보들이 더욱 취합될수록 이번 사건은 테러리스트와 관계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매우 불안한 미스터리인 이번 사건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테러리스트와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아직 아무런 잔해나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어 이번 실종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최소 10개 국가에서 약 40대가 넘는 정찰 비행기와 수십 척의 선박을 동원한 수색에도 실종된 지 사흘이 넘게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여객기 실종 사건은 이른바 '버뮤다 해협 실종 미스터리'처럼 미증유의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여객기 실종이 장기화되자 미국의 한 민간 위성정보 제공 업체가 "모두가 힘을 모아 찾자"며 이른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으로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디지털글로브(www.digitalglobe.com)'는 실종 여객기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중국해 등 인근의 위성 사진을 올리며 누리꾼들에게 "여객기 잔해나 기타 연관이 있는 물체를 찾으면 표시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수십 만 명의 접속자들이 몰려 다운되는 등 접속이 불안한 상태다. 
태그:실종 여객기, 말레이시아항공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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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밝은 미래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합의이행에 남북관계 밝은 미래있다"'남북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 南 당국, 보수언론, 탈북자 삐라살포 비난 (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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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2  11: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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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결코 겉발린 말로 민족을 기만할 때가 아니다."

북한은 11일 남북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최근 남측 정부와 보수언론들의 대북 비방과 중상이 남북고위급접촉에서 한 상호 합의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남측 당국자와 보수언론매체의 비방중상 중지, 탈북자들의 반북 삐라살포 중지 등 3개항의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전문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대변인은 3개항의 원칙적 입장에서 먼저 외교부장관과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집권자(박근혜 대통령을 지칭)의 못된 발언은 더 외울 지경이 못된다"며, "진정으로 북남관계의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국자들부터가 모든 재난의 화근인 입을 다물고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언론을 겨냥해 "지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 매체들이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모략보도를 날리면 'KBS', 'MBC', 'SBS' 등 방송매체들이 그에 뒤질세라 허황한 소리를 보태여 청을 돋구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남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비뚤어진 정권의 시녀가 되어 불신과 적대감을 고취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매문가들의 집합체가 될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애족, 애민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대변인은 탈북자들에 의한 삐라살포와 관련해서 "남조선 당국이 그 무슨 '표현 및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당치 않은 변명을 늘어 놓으면서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을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제한할 수 없다'는 식으로 놀아댈수록 자기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것은 물론 북남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변인은 앞서 "우리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앞으로 반공화국 삐라를 살포하는 것과 같은 비방중상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남측 당국이 앞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있는 경고 통지문을 보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온 겨레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북남고위급접촉이 마련되고 귀중한 민족적 합의가 이룩됐지만 한달도 못되는 기간에 벌어진 현실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에 남조선 당국이 떠드는 '신뢰조성'이 있고 북남관계의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북남관계개선이 소중하다면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전문)
--북남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담화--


남조선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뢰조성》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기초를 쌓아야 한다고 요란스럽게 웨쳐대고있다.
지난 2월 14일에 있었던 북남고위급접촉때에도 남조선당국은 《신뢰조성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완전히 중지할데 대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물고 온 겨레앞에서 그 리행을 엄숙히 다짐하였다.
신뢰는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며 그것은 약속을 지키는것으로 더욱 깊어지는 법이다.
그러나 남조선당국과 그에 추종하는 보수언론들의 우리에 대한 비방과 중상은 북남고위급접촉에서 이룩한 합의에 관계없이 더욱더 악랄하게 벌어지고있다.
당국자들이 공개석상에 나타나 공공연히 우리를 헐뜯어대면 언론매체들이 그에 맞장구를 치며 춤추어대고 인간쓰레기들이 군사적비호까지 받으면서 기세를 올리고 반공화국삐라살포에 열을 올리고있는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는 동족비방과 중상이 도수를 넘어 우리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까지 함부로 헐뜯는 지경에 이르게 되였다.
우리 선거가 진행되기전부터 많은 《투표소》들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하여 숱한 군병력이 순찰과 경비를 강화하면서 총부리를 겨누고있기때문에 마치 선거자들이 공포에 질려 할수없이 찬성투표하는것처럼 날조해댄것이 그 대표적인 실례이다.
지어 100% 투표, 100% 찬성이라는 결과까지 《의심이 간다.》고 걸고드는 등 적대감이 골수에 배지 않고서는 꾸며댈수 없고 병적거부감이 체질화된자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비방중상에 피눈이 되여 돌아치고있다.
우리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로 말하면 천만군민이 령도자의 두리에 굳게 일심단결된 우리 공화국의 위력을 만천하에 힘있게 과시하는 또 하나의 계기이다.
나라마다 선거가 있지만 로동자, 농민, 지식인들을 포함한 모든 공민들이 정권의 주인, 정치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귀중한 자기주권에 대한 다함없는 신뢰와 정을 안고 충정의 한표, 애국의 한표를 바치는것이 바로 우리의 선거이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에도 정도가 있고 날조와 모략에도 분별이 있어야 한다.
사실 남조선당국은 선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남을 시비할 초보적인 체면도, 자격도 없다.
선거때마다 만사람을 경악시키는 형형색색의 부정행위가 판을 치고 그것으로 세상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고있는 곳이 다름아닌 남조선땅이다.
금전과 뢰물로 자리다툼을 하는것과 같은 온갖 추행도 모자라 《정치댓글사건》,《관권개입사건》과 같은 사상초유의 사건들까지 란무하는 남조선의 선거는 그야말로 악몽의 련속으로 이어지고있다.
남조선당국은 이러한 현실을 덮어두고 마치 저들의 선거가 《권력을 재생산, 교체하는 다원주의꽃》이고 《민주주의꽃》이나 되는듯이 미화분식해대고있다.
악취풍기는 시궁창에서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여난다고 우겨대는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반공화국비방중상이 북남고위급접촉 이후 우리에 대한 남조선당국자들의 로골적인 비난발언에 의해 더욱더 크게 확산되고있다는데 있다.
북남고위급접촉은 각기 최고수뇌부의 특명을 받아 진행된것만큼 당국자들부터가 여기에서 이룩된 합의의 리행에 솔선 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그 누구보다 비방중상에 제 정신없이 날치고있다.
최근 며칠사이에만도 우리의 핵에 대하여 입버릇처럼 떠들다 못해 나중에는 북남관계를 가로막고있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바로 북핵》이라고 걸고든것도, 핵무력건설과 경제건설을 병진시키는것이 《불가능》하다며 그 누가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하라는 도발적인 선동에 열을 올린것도 다름아닌 남조선집권자이다.
우리의 자위적조치인 로케트발사를 한사코 걸고들면서 유엔제재까지 떠들고있는것도, 우리의 면전에서 반공화국삐라살포행위를 감행케 한것도 다름아닌 남조선당국이다.
지금 사람들은 남조선당국의 이러한 처사가 《청와대식신뢰조성》인가고 야유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모처럼 마련된 북남고위급접촉합의리행이 엄중한 기로에 놓여있는것과 관련하여 북남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은 다음과 같은 원칙적인 립장을 밝히지 않을수 없다.
1. 남조선당국자들부터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 북남고위급접촉합의에도 아랑곳없이 비방중상의 선두에 서있는것이 남조선당국자들이다.
외교부 장관이라는자는 우리가 대화공세를 펴고있지만 실제로는 합동군사연습중단을 요구하는 등 《도발에 여념이 없고》《아무런 변화움직임도 없다.》는 심히 자극적이고 오만무례한 수작질에 계속 매달리고있다.
《통일부》장관이라는자 역시 동족비난에 환장이 된 나머지 우리가 그 무슨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치사하고 역겨운 망발로 우리 군대와 인민을 격분시키고있다.
집권자의 못된 발언은 더 외울 지경이 못된다.
정수리에 부은 더러운 구정물이 발뒤꿈치까지 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남조선전역을 반공화국비방중상의 도가니로 만들려고 꾀하고있는것이 바로 당국의 대북관련 부처 장관들의 못된 혀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하의 모든 선과 악이 혀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진정으로 북남관계의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국자들부터가 모든 재난의 화근인 입을 다물고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아야 한다.

2. 남조선의 보수언론매체들도 제멋대로 놀아대지 말아야 할것이다.
언론은 시대의 선각자이고 정의의 수호자이며 여론의 공정한 대변자이다.
언론이 이 본연의 사명을 잊는다면 기필코 민심을 등지고 대세에 역행하기 마련이다.
지금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매체들이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모략보도를 날리면 《KBS》,《MBC》,《SBS》등 방송매체들이 그에 뒤질세라 허황한 소리를 보태여 청을 돋구고있다.
남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삐뚤어진 정권의 시녀가 되여 불신과 적대감을 고취하고 분렬을 조장하는 매문가들의 집합체가 될것이 아니라 민족적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애족, 애민의 선도자가 되여야 한다.

3. 당국이 추악한 인간쓰레기들을 군사적으로 비호하며 반공화국삐라살포에로 내모는 어리석은 처사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할것이다.
이른바 《탈북자》들이라고 하는 인간쓰레기들로 말하면 우리 공화국에서 살인강도와 부화타락, 부정부패 등 갖은 악행을 다 일삼다가 친혈육들에게서까지 버림을 받고 쫓겨난 추물중의 추물들이며 개만도 못한자들이다.
이 구린내나는 시대의 퇴적물들을 껴안고 동족을 비방하며 대결해보려는 남조선당국의 처사야말로 얼마나 가련하고 초췌한가.
우리는 이미 두차례에 걸쳐 청와대 앞으로 반공화국삐라를 살포하는것과 같은 비방중상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남측 당국이 앞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것이라는 의미있는 경고통지문을 보낸바 있다.
남조선당국이 그 무슨 《표현 및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당치 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을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제한할수 없다.》는 식으로 놀아댈수록 자기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것은 물론 북남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온 겨레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북남고위급접촉이 마련되고 귀중한 민족적합의가 이룩되였지만 한달도 못되는 기간에 벌어진 현실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고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합의에 대한 성실한 리행에 남조선당국이 떠드는 《신뢰조성》이 있고 북남관계의 밝은 미래가 있다는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금은 결코 겉발린 말로 민족을 기만할때가 아니다.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움직임을 엄밀히 주시해볼것이다.
주체103(2014)년 3월 11일
평 양

<출처-조선중앙통신 20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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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치품 6억4천만달러 수입” 보도… 내막은?

유엔 보고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주장 인용 드러나…언론은 그저 재탕
 
김원식 재미언론인 
기사입력: 2014/03/12 [09:09]  최종편집: ⓒ 자주민보
 
 
 

11일(아래 현지시각), <연합뉴스>는 뉴욕발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호화·사치 품목을 사들이는데 무려 6억4천580만 달러(6천886억원가량)나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터프츠대학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와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에 기고한 '북한의 헝거 게임'이라는 기고문에서 지난달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광범위한 북한의 반(反)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664쪽의 북한 인권보고서에 숨어있는 6억4천580만달러라는 숫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화장품, 핸드백, 가죽제품, 시계, 전자제품, 승용차, 술 등 고가의 사치품목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돈의 규모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이러한 보도는 곧바로 다른 한국의 언론 매체들도 인용하며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호화 사치품에 막대한 돈을 썼다는 것으로 보도하였다.
 

▲ 북한 김정은 사치품 수입 관련 3월 11일자 한국 언론 보도 


 

 

<연합뉴스>의 이 보도는 <뉴욕타임스> 3월 7일 자, '의견(Opinion)'란에 '평양의 굶주린 게임(Pyongyang's Hunger Games)'이라는 제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두 기고자가 공동으로 게재한 내용이다.

 

<연합뉴스>가 언급한 데로 이 두 기고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달 유엔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북한 관련 보고서의 664 문단(paragraph)에 묻혀 있는 '$645,800,000'이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합뉴스>가 잘못 해석한 '664쪽'이 아니라 총 372페이지로 되어 있는 유엔 조사위의 이 보고서 664 문단(항)에서는 "북한의 사치 품목 소비가 2012년에는 6억4580만 달러로 증가했다"며 "2013년 10월 보도에 의하면 이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 한 해 평균인 3억 달러보다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유엔 조사위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로 (996호 주석을 사용해)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2013년 10월 14일 자로 보도한 '북한 김정은 통치 강화를 위해 사치품 낭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

 

▲ 유엔 조사위 보고서의 북한 사치품 관련 내용 


 

 

그렇다면 <텔레그래프>의 보도 내용은 무엇을 근거로 했을까? 이 매체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오늘(2013년 10월 14일) 한국 국회에 제출된 보고에 의하면"이라고 밝히며 그 보도의 근거로 "<연합뉴스>가 집권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이 근거는 다름이 아니라 2013년 10월 14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이다. 이미 이러한 윤상현 의원의 발표 내용은 지난해 10월 14일 전후에도 한국 여러 언론 매체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미 학자가 이른바 '유엔 조사위 보고서'를 인용했고 이 기고문이 <뉴욕타임스>에 실렸다는 이유로 그 내용의 근거를 확인하지도 않고 다시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윤상현 의원이 발표했다는 이 같은 내용의 근거는 무엇일까?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10월 14일, 이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인 도표까지 언론에 제시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발표한 북한 사치품 수입 현황 

 

 

하지만 윤상현 의원실 관계자는 이 자료의 출처를 묻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료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자료는 우리 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중국 세관의 자료를 입수 및 분석하여 대북 반출 제한 품목을 분류하여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엔 조사위가 북한 인권보고서에서 밝힌 북한 사치품 수입 관련 내용의 근거는 결국, 한국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발표를 인용한 것임이 드러났다. 또한, 마치 새로 나온 듯한 이러한 유엔 조사위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재미 학자의 기고문을 한국 언론들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재탕하고 있다.
 

 

다음은 이에 관해 윤상현 의원실 관계자와 기자가 11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사치품 수입 현황이라는 자료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인가?

: 그렇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매년 관련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 자료가 관련 기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관련 기관은 어디인가? 아니면 의원실에서 직접 취합해서 작성한 것인가?

: 관련 기관은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우리(헌법 기관인 의원)가 밝힌 것으로 하면 된다.


 

이 자료는 중국 세관의 자료를 기초로 했다고 하는 데 사치품이라는 기준은 무엇인가?
 

: 알다시피 중국 등은 이러한 규제 내역이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지정한 대북 반출 제한 품목과 규정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기준으로 작성된 수치라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규제 항목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 기준이 가장 현실적으로 잘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라서 적용한 것이다.
 

발표한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2년에도 전자기기, 차량, 선박 등을 제외하면 사치품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항목의 수입이 1억 달라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 세관 자료라면 이 모든 것이 김정은의 사치품으로 수입되었다는 근거가 있는가?

: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지금 이런 품목보다도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쌀을 수입해야 한다.
 

질문한 것은 주장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확인 차원이다. 이 자료가 전부 김정은 제1비서의 사치품으로 수입되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은 이렇게 드러나는 자료에서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자료에서도 사치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의원의 발표와 주장이 그대로 유엔 조사위 보고에 반영되었고, 이러한 보고서 내용에 근거하여 재미 학자 등이 쓴 기고문이 다시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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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간첩은 어떻게 조작돼 왔나

[간첩, 상상과 실제 ①] 간첩과 간첩 조작의 역사
박세열 기자,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11 11:59:55

 

 

 

 

 

 

 

 

 

최근 증거 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 유우성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간첩인가요?" 유 씨는 "전에는 이런 질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웃고 넘긴다"고 했다. 그는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 국정원 조력자의 증거 조작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내세웠던 증인들조차 말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아직 판결은 나지 않았다. 그는 무죄로 추정되는 인간일 뿐, 무죄는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가 있다. 지하철에서 닫히는 문에 끼인 옷자락을 빼려고 했던 청년은, 수상한 손짓을 보였다는 이유로 성추행범이 된다. 일단 규정된 순간, 그는 사회적으로 성추행범이 돼야 마땅했다. 권력과 관료제의 희생양이 된 그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간첩. 우리 분단 현실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 중 하나다. 간첩이라는 말은 세 겹의 공포를 딛고 서 있다. 간첩에 의해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 내가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사람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한다. 유우성 씨 사건을 계기로 <프레시안>은 한국 사회 속에 존재하는 허상이자 실제인 '간첩'의 사상누각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을 계기로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나갔다. 분단 과정을 거치면서 남한과 북한은 치열한 첩보 활동을 벌였다. 1950년 이후 남북한 곳곳에서 활동했던 간첩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였다. 이들은 정보 수집, 반정부 지하조직 구축, 요인 살해, 납치, 파괴 등의 활동을 했거나, 시도했다. 
 
남한 내에서 얼마나 많은 간첩이 활동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북한 정부의 부인, 검거 실패, 작전 수행 성공 등으로 인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다. 간첩으로 오인당하거나, 정권의 필요에 의해 조작된 사건도 있기 때문에 검거된 간첩 숫자 역시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성호 전 국회의원의 <우리가 지운 얼굴-북파 공작원>,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검거 간첩 연도별, 기관별 통계>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검거된 간첩은 4495명에 달한다. 남한에서 북한에 침투시킨 요원은 생환자 포함 1만1273명이다. 물론 북한이 보낸 남파 간첩의 경우, 검거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남파 간첩의 숫자는 주로 1950년대(1674명), 1960년대(1686명)에 집중돼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 시절이다. 1970년대에 검거 간첩은 681명으로 줄어든다.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했던 1980년 대에는 340명,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에는 114명의 간첩이 검거됐다. 
 
표면적으로 1970년대 들어서 검거된 간첩이 줄어든 것은 남파 간첩 숫자 자체가 줄어든 탓이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 중 하나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전 세계적 해빙 무드에 맞춰 남북한의 관계도 다소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1974년 7월 이른바 '울릉도간첩단 사건' 피의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은 유신 정권 하에서 조작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이다. 47명이 검거됐고 3명이 사형당했다. '사법살인'이었다. 이 사건은 훗날 재심을 통해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의 잃어버린 삶은 그러나, 누가 보상해줄까. 박정희 정권은 살인을 저지르고 어떤 대가를 치렀나. ⓒ연합뉴스

▲1974년 7월 이른바 '울릉도간첩단 사건' 피의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은 유신 정권 하에서 조작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이다. 47명이 검거됐고 3명이 사형당했다. '사법살인'이었다. 이 사건은 훗날 재심을 통해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의 잃어버린 삶은 그러나, 누가 보상해줄까. 박정희 정권은 살인을 저지르고 어떤 대가를 치렀나.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국정원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07년 10월 펴낸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에 따르면, 간첩 사건의 '주류 유형'은 1976년을 기점으로 다소 변하게 된다. 1976년 이후 간첩으로 자수하거나 체포, 사살된 사람은 약 700명인데, 그중 침투 단계에서 사살된 사람이 130여 명이었다. 검거된 직파 공작원은 1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재일교포, 해외 취업 등을 통한 우회 간첩 사건이나, 월북자 가족 관련 간첩 사건, 납북 어부 간첩 사건 등이었다. 1990년대에는 주로 남한에 자생한 '운동권' 관련 간첩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간첩 숫자는 줄었지만 조작 사건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정치 사회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생긴 변화라면 변화였다.  
 
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과거사 진상 규명 관련 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심 신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들도 많아졌다. 이를테면 최근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긴 하나, 1974년 무려 47명을 검거해 3명을 사형시켰던 '울릉도 간첩 사건'은 지난 1월, 2월 재심 법원에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숱한 간첩 조작 사건의 진상이 더디지만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약해질 때, '조작 간첩' 사건이 나타났다
 
간첩 사건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직파 간첩 사건, 월북자행방불명자 가족 관련 간첩 사건, 해외 관련 간첩 사건(우회 간첩 사건), 납북 귀환 어부 간첩 사건, 운동권 북한 연계 조직 관련 간첩 사건 등이다. 
 
1971년 대선에서 정권의 안위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민심을 감지했던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유신 체제를 구축하는 최악의 수를 둔다. 유신 정권 이후부터는 무리하게 조작된 간첩 사건이 줄줄이 터진다.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 민청학련-2차 인혁당 사건,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 등이 그것이다.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치환시키기 위해 공안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1970년대의 굵직한 간첩 사건은 그래서 조작에 의한 것이 많았다. 개별적 남파 간첩이 줄어들자 대규모 자생적 조직 사건, 즉 '간첩단 사건'이 늘어나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진상 규명 노력에 의해 밝혀져 재심이 청구된 사건들의 상당 부분이 1970년대 벌어진 사건들이다. 정치적인 상황도 관계가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을 계기로 재일교포 간첩 조작 사건 등이 늘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그야말로 '겨울왕국'이었다.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에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수사기관(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군 보안사, 경찰, 검찰)이 수사한 간첩 사건 중, 공소 사실의 간첩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난 사례는 1970년대에 단 두 건뿐이다. 그 두 건은 군 보안사에서 수사했던 사건이었는데, 권력이 가장 강했던 중앙정보부가 수사한 사건에서는 단 한 건도 무죄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반면 1970년 이전에는 중정·안기부가 수사한 간첩 사건 무죄가 세 건이 있었고, 심지어 법원이 자체적으로 재심 결정을 내려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 서슬 퍼렇던 1980년대에도 11건의 간첩 사건 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다. 
 
지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유우성 사건의 경우에는 조작된 증거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들통난 사례다.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전직 조사관은 "과거에는 무죄가 나더라도 '조작'이 인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증거가 너무 허술해 핵심 증거인 피의자의 자백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판사가 도저히 유죄를 선고할 수 없는, 그런 허술한 사건들에 한해서 무죄가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가로지르는 간첩 사건 중 대표적인 조작 사례는 '송창섭 일가 간첩 사건'이다. 북한 노동당 연락부부부장을 지냈던 송창섭의 남한 내 남겨진 부인, 일가 친척들을 간첩단으로 조작, 기소한 사건이다. 황당한 것은 이 사건이 안전기획부에 의해 발표된 1982년, 정작 송창섭과 그의 부인 한경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사를 하는데, 간첩 행위자는 없고, 그 친인척들로 구성된 일종의 '조직원'만 있었던 희한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연루된 송 씨 일가 사람들 대부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수사 착수 경의도 황당하다. 안기부는 "충북 출신 월북자 송충건(송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충청도에 지하당을 건설한다는 뜻)이 남파, 연고선을 접촉하고 복귀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문제의 인물 '송충건'을 충북 출신 월북자 송창섭으로 추정하고 내사를 진행했다. 송창섭은 22년 전인 1960년, 4.19혁명 직후 남파돼 민주당 정권 하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김영선을 만나고 복귀했던 전력이 있다. 즉 1960년부터 공안 당국이 주목했던 인물인 셈이다. 
 
그런데 송창섭은 정작 196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공식 기록에서 사라지게 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의 일가친척을 엮어 '간첩단'으로 포장해 발표한 셈이다. 
 
송창섭이 1960년을 포함, 이후 1977년까지 총 8회 남파됐다는 것이 안기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8회에 걸쳐 남파됐다는 정황 증거는 대부분은 반대 증거에 의해 탄핵당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고문, 감금, 증거 조작 등이 동원되면서 결국 송 씨 일가는 간첩죄로 유죄를 선고 받게 된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여 년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잃어버린 삶'은 누가 보상해 줄까.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한 원인을 제공했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정사(오른쪽)씨와 유성삼씨가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23일 오전 서초구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1.9.23 ⓒ연합뉴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한 원인을 제공했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정사(오른쪽)씨와 유성삼씨가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23일 오전 서초구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1.9.23 ⓒ연합뉴스

1980년대, 영사증명서를 이용한 간첩 조작들, 그리고 2014년
 
1980년대에는 직파 간첩 사건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죽산 조봉암 선생 사법살인 사건 등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었던 최병모 변호사는 "1980년 10월 10일 노동당 제 6차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내놓으면서 북한은 사실상 '적화 통일'을 포기하게 되는데, 그 때부터 대남 전략도 바뀐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파 간첩이 줄어든 계기에는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상황 변화도 있었다는 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된 후 1980년에는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났다. 신군부가 정권을 폭력적으로 찬탈한 것이다. 정통성이 없는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공안 정국은 또다시 조성됐다. 당시 나왔던 간첩 유형은 재일교포 간첩 사건 등, 과거 남파 간첩 사건과는 다른, 제 3국을 낀 유형의 사건이 횡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연계 간첩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영사증명서'가 주요하게 사용된다. 해외 연계 간첩 사건이 많았던 이유는 조작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 영사증명서는 1970년대 주요 해외 연계 간첩 사건의 증거로 활용됐다. 날조가 되더라도 확인할 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짜맞추기 증거'들이 법정에 제출됐다.  
 
최근 국정원의 증거 조작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우성 씨 사건은 1980년대 제일교포 간첩 사건, 제 3국 우회 간첩 사건들과 닮았다. 재북 화교 출신 탈북자라는 유 씨의 특수한 상황은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영사관에게 역할을 부여해줬다. 현재 중국 정부는 유 씨의 출입경 기록 발급 사실을 증명하는 영사공증 문서 등을 '위조'로 지목한 상황이다. 
 
이 사건의 특이한 부분은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고, 그 증거 조작이 재판 과정에서 발각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재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간첩 사건이 있었지만, 증거 조작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혹시 드러나더라도 국정원이 압력을 행사해 무마시키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났다. 
 
유 씨가 간첩 혐의를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재북 화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공민권자인 것처럼 해, 탈북자로 인정받았다는 것 때문이다. 국정원은 첩보를 수집하는 내사 단계에서 그가 화교인 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 들어온 재북 화교들이 탈북자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유 씨는 억울할 만한 이유가 있다. 재북 화교는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본인을 북한 사람으로 여겼던 유 씨가 의도적으로 재북 화교 신분을 숨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를 탈북 후 포섭된 간첩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는 별개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유 씨에게 유리한 자료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자료를 조작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과 검찰의 참담한 증거 조작 실체가 드러났다. 21세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에서나 있었던 간첩 조작 사건의 유령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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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열 기자,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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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황소가 달구지를 끄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개성 시내 길가의 쵸코파이 껍질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3/11 [09:49]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개성인근의 선전물, 그림의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전차 차단 구조물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언제까지 이 분단의 비극 후대엑게 물려줄 것인가.     © 자주민보
 
▲ 개성 도로가의 쵸코파이 껍질     © 자주민보
 
▲ 개성 중앙 대도로     © 자주민보
 
▲ 개성의 전통식 호텔, 서양 외국인들이 특히 전통 기와집을 살린 이런 호텔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 자주민보
 
▲ 개성 호텔의 풍성한 식탁, 육류는 부족하지만 다양한 야채가 많다. 중국인 관광객은 굉장히 맛있었다고 했다.     ©자주민보
 
▲ 북측에서 바라본 판문점, 오도가도 못하고 서로 마주보고 언제까지 애간장만 태울 것인가.      © 자주민보
 
▲ 평양에서 개성 가는 길, 북녘의 농촌풍경, 정성들여 키운 튼실한 황소가 달구지를 끄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어린시절 고향에서 저런 풍경을 보고 자란 필자가 단언컨데, 저때가 좋았다. 쵸코파이는 없었지만 진짜 사람사이에 정이 있었으니 말이다.부디 북도 쵸코파이 대신 정을 파는 현대화를 하지 말았으면, 현대화를 해도 정만은 꼭 살렸으면, 그리고 저 달구지도 꼭 없애지 말았으면 축력은 친환경, 자연과 공존의 상징 아닌가.     © 자주민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국인(조선족으로 보임) 관광객인 이번 2.16경축 명절을 맞이하여 북녘을 여행했는데 개성 가는 길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전기도 자주 끊기는 등 북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운 점도 많다는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


특히 개성 도로가에서 쵸코파이 봉지를 발견하고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적잖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북녘에서도 쵸코파이의 그 치명적인 단맛과 부드러움을 어쩌지 못하나 보다. 중국, 러시아에서 귀한 손님 접대용 음식으로 나올 정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쵸코파이가 북한 주민들의 입맛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가했음을 위의 사진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아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녘 동포가 간식으로 받은 쵸코파이를 아껴 간직해 두었다가 자녀에게 가져다 준 모양이다. 
하기에 쵸코파이를 보니 뭐라도 맛있는 것이 생기면 주머니에 넣어와 자식들 입에 넣어주던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다.


모 회사에서는 정이라는 말이 크게 찍힌 쵸코파이를 팔기도 했는데 그 쵸코파이가 나온 이후 세상은 점점 정이 메말라갔다. 


산업화가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정은 메마르고 조미료와 화합물로 범벅이 된 자극적 음식과 문화만 널리 퍼졌다.


부디 북은 그런 산업화, 현대화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쵸코파이를 만들더라도 친환경 유기농 쵸코파이를 만들어 꼭꼭 씹을수록 고소한 무첨가 통밀의 그 고소한 참맛을 아이들이 알게 하고 무엇보다 정이 살아 있는 문명국을 건설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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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조작인가, 대선 조작인가

[손석춘 칼럼] 언론도 대선 부정 의혹의 한 당사자일 수 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
 
입력 : 2014-03-11  11:19:43   노출 : 2014.03.11  11:32:16

경제민주화가 흐지부지 되고 복지공약도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를 신문과 방송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형. 그나마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 사건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요. 국정원장 책임을 추궁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사설을 읽으면 새삼 ‘언론 자유’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형과 제가 기자 새내기 시절에 한국 언론을 끌어가던 동아일보의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을 영장도 없이 연행해 짐승처럼 팬 기관이 바로 국정원의 전신 중앙정보부였습니다. 편집국장 이채주는 회고록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책임자급의 사나이는 주황빛 전등 아래에서 마치 거인처럼 커 보였다”고 기록했지요.

그런데 이형. 언론자유를 확인할수록 더욱 오늘의 언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정원이 증거 위조를 지시했다면 “30~40년 전에나 있을 법한 일로 조직의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을 사건”이라고 비판합니다. 사설을 낸 시점에서 ‘수사 대상'은 국정원 대공수사팀의 팀원인데 “(국정원이) 위조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알았다면 위조 지시까지 했는지” 매섭게 따집니다. 이어 국정원을 “위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씁니다. 

중앙일보 사설도 “진실게임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그 몸통을 밝혀내야 할 대상”이라고 부르댑니다. 국정원이 몰랐다고 공식 해명했는데도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과 진술 등으로 볼 때 국정원이 과연 위조 사실을 몰랐는지 의문”이라며 국정원이 “우리 법치주의의 기반을 허무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질타합니다. 검찰은 “어느 선까지 지시와 보고가 이뤄졌는지 밝혀내야 한다”면서, “꼬리만 잘라내고 수사를 끝낸다면 특검 수사로 가는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라”고 다그칩니다. 동아일보 사설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형. 눈치 채셨겠지요. 지금까지 인용한 따옴표의 추궁을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에 적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적중하지요. 그런데 서류 조작으로 국정원이 법치주의 기반을 흔들었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존재이유까지 묻는 숱한 언론인들이 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선 끝내 모르쇠로 일관할까요. 

서류 조작과 대선 조작 사이에 무엇이 더 큰 범죄인가, 무엇이 법치주의 기반을 허무는 중대 범죄인가를 천연덕스럽게 물어야 하는 제가 차라리 우스꽝스러울 정도입니다. 

이형. 그래서 동아일보 사설이 흥미롭더군요.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줄기차게 비판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을 비판하며 “국정원 댓글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이어 “정의구현사제단만 한 용기를 갖고 있지 않아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구럭부립니다.

과연 그런가요? 참으로 놀랍습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철저한 수사’ 촉구는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그 판단력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그 이유로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대목은 생게망게합니다. 범죄 사실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언제부터 다수결로 바뀐 걸까요? 제대로 된 수사도 않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정의구현사제단만한 용기가 없어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고 사뭇 당당합니다.

이형. 제가 보기에도 ‘용기’가 넘칩니다. 서류 조작 의혹보다 견줄 수 없을 만큼 큰 ‘국기문란 범죄’인 대선 개입에 대해 남김 없는 의혹 해소를 요구하지 않는 논설,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은 물론, 민주시민의 분신까지 모르쇠하는 보도는 용기가 아닙니다. 만용, 더 나아가 여론 조작이지요. 서류 조작 사건으로 대선 조작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닐까 의심마저 듭니다. 

언론기관과 정보기관이 앞다퉈 조작에 나서면서 나라꼴은 무장 망가지고 있습니다. 기실 두 기관이 주고받은 여론조작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심각했습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거짓 발표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확대됐습니다. 이를테면 문화방송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후보가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을 계속한다고 비난하는 박근혜 후보의 육성을 29초나 내보냈지요. 통상 리포트에서 육성은 길어야 12초 안팎인 사실에 비춰보면 파격적 편파방송입니다. 당시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6~7%인 사실에 비춰보면, 국가 권력기관들의 대선개입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확대 됐다고 보아야 합니다. 언론 또한 대선 부정 의혹의 한 당사자일 수 있다는 성찰이 절실한 까닭이지요. 지금이라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신문과 방송이 책임감 갖고 보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형. 국정원에 대한 특검 요구는 한낱 정파적 정치공세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로서도 의혹을 깔끔히 씻어냄으로써 곰비임비 이어질 국력소모를 막을 기회입니다. 

언론사 안팎의 상황이 녹록하진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펜과 마이크를 쥔 사람들의 어깨가 무겁고 그만큼 보람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건투를 빕니다.
 
 
▲ 손석춘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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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새정치연합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나란히 앉은 김한길과 안철수...왠지 못 미덥다

[게릴라칼럼] 민주당+새정치연합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14.03.11 08:59l최종 업데이트 14.03.11 08:59안호덕(minju81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새누리당 몸이 달았겠네. 이러다 김한길·안철수한테 다 빼앗기에 생겼어. 박근혜 대통령이 힘들겠네…." 
"지나봐야 알지, 뭐 달라질 게 있으려고. 오히려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물어뜯고 싸우기 밖에 더하겠어?"

출근길, 지하철 안. 지난 2일 기습 발표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제3지대 신당창당 소식을 두고 경로석에 앉는 초로의 노인 둘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쪽은 통합된 야당과 맞붙게 되면 여당은 선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다른 쪽은 통합이 이전투구 싸움판으로 변할게 뻔해 오히려 여당이 힘을 얻을 거란 반응이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이 며칠째 여론과 언론의 중심에 서 있다. 여당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들은 위기감과 낙관론으로 의견이 갈려 한창 논쟁이다. 이에 비해 일부 진보세력이나, 민주당, 새정치연합의 지지층들은 대부분 잘되었다는 반응이다. 새정치연합의 일부는 통합에 반대하며 통합신당에 합류하는 걸 거부하고 있지만, 야당이 나뉘어져 지방선거에 돌입하면 양쪽 모두 참패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앞에선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박근혜 정권이 집권한 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정치는 유신시대로 회귀했고 사법부와 입법부도 정권의 허수아비가 돼버렸다. 국민들이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야당의 출현을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때문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은 분명 희소식이고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 박수 받을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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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안철수, 지방선거 무공천... 신당 창당 합의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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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까지다. 통합은 지방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도 아니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아설 수 있는 '만능의 보검'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양적인 확대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적 혁신을 이루어 내느냐에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을 앞설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만으로는 절대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1=2가, 아니라 '1'이 될 수도, '3'이나 '5'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정치 셈법이다. 

18대 대선 이후 불거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과 서민의 경제난 심화, 박근혜 정권의 각종 공약 후퇴 등 수많은 정치적 이슈에서 야당인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무력함이었다. '지지율 갉아먹으며 제1야당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비아냥거림이나 '창조경제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조롱에 가까운 농담은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가 보여준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악재를 번번이 업어치기로 맞받아 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새누리당의 민첩성과 비교한다면,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의 무력함은 지지자들조차도 한숨짓게 만든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보훈청까지 나서서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무력화한 사건이다. 그러나 끓어오른 민심을 민주당은 받아 안지 못했다. 민주당은 '우리가 요구하는 건 국정원 개혁이지 대통령 하야나 대선 불복은 아니'라며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퇴로를 열어주고 광장의 분노와 선을 그었다. 또 매번 '종북프레임'에 갇혀 자기 결백을 증명하는 웃지 못 할 처지에 놓이곤 했다. 

앞서 이슈가 된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이나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유출되어서는 안 될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해서 대선에 이용한 것은 새누리당임에도 오히려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때 불거진 숱한 의문들은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문제제기가 될 사안이었음에도,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을 내쳤다. 안철수 의원의 행보 또한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을 고치거나 폐기하는 일에 나서지 않은 채 '법안의 진보'를 외칠 때는 '야당의 존재는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본분마저 잊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무능한 '민주당', 원칙 없는 양비론에 기댄 '새정치연합'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정치에서만 무능했던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대선 때 내걸었던 수많은 복지 공약이 폐기되거나 축소됐다. '경제 민주화'는 집권 1년도 되지 않아 '경제 성장'이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거의 매일 생계를 비관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곳에서 야당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초연금 파기 논란과 관련, 18대 대선 당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지난 달 2월 20일 한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고 실토했을 때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대선 선거운동을 총괄했던 당사자가 기초연금 공약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통일문제는 또 어떤가? 개성 공단이 패쇄 위기를 맞았을 때나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몇 번이나 좌초되었을 때도 박근혜 정부의 안보론을 넘어서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통일정책만이라도 제대로 계승하고자 했다면 박근혜 정부의 군사력 우위의 안보론을 비판해야 했다. 그러나 '절대안보'가 하루아침에 '통일대박'으로 바뀌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 변화 과정에서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구경꾼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이 모든 것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가기관을 비롯해 언론 등 모든 시스템이 정권과 여당에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의 투쟁이 힘겹다는 논리다. 일정 부분 이해는 되지만, 이는 무기력증에 빠진 야당의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푸념만 했지,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볼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야당의 맨얼굴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제대로 죽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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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당방식 합의문 발표하는 박광온-금태섭 민주당 박광온(오른쪽) 대변인과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신당 창당 방식에 대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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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너무 나태하고 나약했다. 국민들에게 대안 세력으로서 각인되기보다 '세비를 축내는 또 다른 파워집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멀어졌고 위기를 맞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민주당은 본인들이 자초한 일이고 새정치연합은 원칙 없는 양비론에 기댄 결과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는 통합은 절대 1+1=2 이상의 결과를 거둘 수 없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은 이들에게 기회이면서 위기다. 몸집만 비대해져 빠르고 바른 걸음을 할 수 없다면 많은 기득권을 가진 여당에 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먼저 낙담할 필요도 없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수많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면서 민심은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국가기관 대선 개입은 규명되어야 하고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절규는 올바른 정치 세력의 등장을 부르는 국민들의 초혼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살려고 하면 죽는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제대로 죽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희망이 될 수 있는 신당이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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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른 국정원 압수수색? 박근혜의 '선거' 구하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3/11 12:26
  • 수정일
    2014/03/11 12: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국정원 본원이 2005년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2013년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이어 세 번째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재빠른 강제 수사’, ’말 맞추기 차단‘,’ ‘진상조사’라는 말을 사용하며 검찰의 국정원 압수 수색을 마치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은 물론이거니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어떻게 유지하려고 하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 증거는 사라지고 쇼만 남은 압수수색’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한 마디로 쇼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져도, 국정원이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 하나 검찰은 찾아낼 수도 가져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3월 10일 오후 5시에 이루어졌습니다.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김진태 검찰총장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3월 9일 일요일 오후 9시 국정원은 보도자료도 아닌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월 10일 월요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거자료에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3월 10일 오후 5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은 절대로 국정원을 수사할 수 없었다. 

검찰은 이미 2월 14일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졌지만, ‘섣부른 압수수색은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 스스로 문을 열 수밖에 없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말은 국정원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국정원을 강제로 수사할 수 있는 조직은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말입니다. 

② 일요일 밤에 이루어진 국정원 발표문 

일요일 밤에 국정원은 이메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은 아마 검찰과 사전 조율을 끝냈고, 이에 따른 자신들의 변명을 위해 형식적으로 사과문이랍시고 메일을 배포한 것입니다. 

③ 대통령 모양새 갖추기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검찰 총장 한 마디에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의 사전 협의가 있었고, 이후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협조 당부를 통해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봐야 합니다. 

몇 달을 끌어오던 증거조작 수사가 갑자기 27시간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법과 원칙보다는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왜 갑자기 국정원 압수수색을?' 

증거 조작에 대한 많은 증거가 나왔는데도 가만히 있던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가 왜 수사에 협조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간첩조작 사건 파문이 계속된다면 꺼져가는 '박근혜 심판론'이 탄력을 받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6.4 지방선거에 박근혜 심판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조사에서는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대도시 지역 유권자 40%이상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와 심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40% 이상이 박근혜 심판론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시점에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이 더 큰 이슈로 변하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국정원 수사를 마무리 짓고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논의가 이미 청와대,검찰,국정원에서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언론도 이런 방침에 따라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남재준 국정원장을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가 오히려 중국 정부의 견제 때문에 위조라고 판명이 났다는 기사를 내보냈었습니다. (2월 16일 기사)

2월 20일에는 관인 위치가 다른 이유가 '한꺼번에 발급받아'라는 국정원 해명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국정원을 옹호하던 동아일보가 돌변하여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조중동의 이런 변화는 '공안통치'의 주역이었던 박근혜 정권의 문제점을 단순히 '국정원 개인의 책임'으로 마무리하고 이 사건을 조기에 해결, 6.4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박근혜 정권과 국민' 

국정원 압수수색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수사를 지시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별로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국정원 수사 협조 지시 내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봤습니다. 

3월 10일 '제3차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관련 브리핑'에는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론에는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청와대에서는 국정원 사건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봐야 합니다. 

국정원을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 증거를 조작해서 간첩을 만들어낸 국정원이라는 문제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청와대 주재기자들에게만 알리는 사실 자체가 문제) 있는 부분은 '공안 통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엠피터는 국정원 관련 이슈가 3월 10일에 이루어진 이유가 병·의원 휴진이 예정된 날짜와 맞추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문제보다 병·의원 휴진에 더 관심있는 국민들은 언론들이 쏟아내는 '아픈 아이, 애태운 엄마','아이 볼모' 등이라는 단어에 공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대응>을 찬성하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의료민영화는 찬성하면서 병·의원 휴진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런 이중성에도 국민은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대응>만 기억합니다. 

야당이 국정원 특검을 요구하고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심판론이 불붙기 전에 박근혜 정권과 언론은 새로운 이슈를 터트릴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국민들의 시선은 연예인 열애설 등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것입니다. 

'정권을 지키기 위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증거조작도 할 수있다'는 생각을 가진 국정원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공정할 수가 없습니다.그런 국정원의 범죄에 <엄정대응>하지 못하고 <수사 협조>만 당부하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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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국미사 “괴물 된 국정원, 근본적 개혁 필요”


“부정선거라는 정권 한계 극복 없이 ‘국민의 대통령’ 될 수 없어”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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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0  1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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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인천 부평1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10일 오후 3시 인천 부평구 부평1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지난해 시국미사에 이어 인천교구에서 두 번째로 봉헌된 이번 시국미사는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을 비롯해 각 교구와 수도회 소속 사제 100여 명과 수도자와 신자 500여 명이 참여했다. 또 인천교구 원로사제인 김병상 몬시뇰과 황상근 신부가 각각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이날 황상근 신부는 강론에서 “아버지는 새벽에 총을 들고 한강을 넘어와 민주정권을 빼앗았는데, 그 딸은 역사 이래 가장 큰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며, 국가 범죄 중에 가장 큰 범죄인 부정선거를 통해 국민을 속이고도 발뺌하고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보다 더 질이 나쁜 행위라며 질책했다.

황상근 신부 “앞으로 부정선거 않겠다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아”

황 신부는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을 향해, 지난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선거에도 개입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가질 수 없다면서 “통제는 물론 개혁하지도 못할 거대 세력, 이 나라의 괴물처럼 되어버린 국정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적으로 개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상근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 통제, 국가기관 장악, 인권정책 외면, 공약 파기 등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권력이 사람들을 해치고 나쁘게 되면 해적과 같다”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인용했다. 이어 “부정선거에 대한 어떤 책임과 개선 노력을 하지 않기에 사퇴를 넘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3.1 독립운동,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저항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하느님께서 작은 일을 통해 큰일을 이루신다는 믿음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기독생명연대 윤익중 목사가 참여해 지지 발언에 나섰다. 윤익중 목사는 엘살바도르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독재를 멈추십시오. 탄압을 멈추십시오. 군부는 이 말을 들으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쏘려면 나를 쏘십시오”라는 말을 여기 모인 이들에게서 다시 듣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 목사는 작년 엘살바도르 정부가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에 정부가 개입된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듯이, 박근혜 정부 역시 과오를 인정하고 사퇴 촉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함께 이 길을 걸어서 반칙이 아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사순 시기에 우리는 세상의 유혹을 묵상한다. 이 자리에는 먹을 것이나 권력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혹에 자유로운 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진실된 소리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마음 아픈 일들이 넘치는 세상,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걷고 있다”면서 “함께하셨으니, 모두 함께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0일 오후, 인천 부평1동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국민을 적으로 규정한 행위 중단 · 사죄하고, 대통령 사퇴해야”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고백하는 하느님의 평화는 더욱 그러하다. 뒤틀린 것은 바로잡고 무너진 것은 다시 고쳐 세워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이고 믿음이 고백하는 평화다. 곧 ‘평화는 정의의 작품’(사목헌장 75항)이라는 말씀이 우리가 마음을 쏟아야 할 자리다.”

이날 사제단은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불법 선거 개입 책임자들의 사법처리,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행위의 중단과 사죄,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의 요구는 유권자들의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호소를 해묵은 이념의 잣대로 왜곡하고 낙인찍어 이적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라고 질책했다.

이어 이러한 광기의 범람에 누구보다 충실히 부역한 것이 언론이며, 덕분에 이 나라는 갈등과 반목으로 두 동강나고 민주주의는 빈사 직전에 이르렀다고 개탄하면서, “특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정치적 판결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차대한 기로에 직면해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은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 이상의 것이며,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어지는 상위의 개념이다.”

사제단은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요건인 형식적 규범 준수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정권에게 참된 민주주의 실현 따위를 기대하는 것만큼 과한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라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일 수는 있으나 결코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10일 오후,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인천 부평1동성당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현진 기자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선언문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 1년을 보내며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 (루카 19,40)

이 땅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다져진 고통의 역사인 동시에 자유와 평등을 향해 쉼 없이 걸어온 희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기간 중 벌어진 국가 권력기관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적 선거 개입은 무명의 헌신들의 희생과 고통, 희망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에 크나큰 수치요 상처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이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다. 선거 과정 중 벌어진 범죄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응분하는 책임자 처벌은 절차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유권자들의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이 지금까지 몰두한 것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각계의 호소를 해묵은 이념의 잣대로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이었고, 이와 관련한 일체의 비판을 적으로 규정하는 일이었다. 국민을 적으로 삼는 것만큼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다. 덕분에 나라는 갈등과 반목으로 두 동강났고, 민주주의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어디 그뿐인가.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역사의 퇴행과 훼손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시도들마저 부당한 압력으로 모조리 무위로 몰아간 일이나, 죄과가 명백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정치적 판결’ 역시 이 땅의 민주주의의가 얼마나 중차대한 기로에 직면해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성과 사죄는 고사하고 겁박과 은폐만이 난무한다.

교회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은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 이상의 것이라 가르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어지는 상위의 개념이다(사회교리 407항).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일 년이 넘도록 우리가 목도한 것은 역사의 퇴행과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거의 모든 공약은 퇴보하거나 번복되었고, 진보정당 해산시도, 노조 탄압, 공공재의 민영화 시도, 역사왜곡 등 정권의 잇속만을 위한 일에 열을 올리는 사이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이로써 대선 이전 여당과 대통령 후보가 입에 올렸던 민생과 복지, 국민행복시대 모두 기만적 선거용 구호였음이 자명해졌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 요건인 형식적 규범 준수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정권에게 참된 민주주의 실현 따위를 기대하는 것만큼 과한 일은 없다. 언감생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라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일수는 있으나 결코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권력은 허망한 것이다. 힘으로 군림했던 권력들의 말로는 언제나 참담했다.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고백하는 하느님의 평화는 더욱 그러하다. 뒤틀린 것은 바로잡고 무너진 것은 다시 고쳐 세워야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이고 믿음이 고백하는 평화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루카 19,40)라는 말씀에 위로를 얻고 “평화는 정의의 작품”(사목헌장 76항)이라는 정언에 희망을 건다. 세상이 침묵한다면 기꺼이 돌이 되어 외치겠다.

우리는 이 시대 모든 양심의 소리와 선의의 마음에 동참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불법선거 개입의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라.
2, 이념의 잣대로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낙인찍는 일체의 모든 언행을 중단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
3. 지난 대선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겸허히 사퇴하라.

2014년 3월 10일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
천주교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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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파업 전공의 1000여 명 집결한 의사협회 회관

가운 들고 나온 전공의들... "우린 정부 하수인 아냐"

 

14.03.10 13:15l최종 업데이트 14.03.10 15: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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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환규 의협 회장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파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날 노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분들께 잠시 고통을 드리더라도, 정부가 국민 여러분께 거짓을 말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기어이 막아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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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은 의사들의 자존심이에요. 제 자존심은 놓고 올 수 없잖아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인 김아무개(29)씨. 그는 수술할 때 쓰는 하늘색 마스크를 꼈다. 그리고 종이 가방에 흰색 가운을 넣어 왔다. 가운을 들어 보인 그는 "가운이 의사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가운 오른쪽 가슴에 병원 마크가 보였다. 그는 이날 아침 5명의 동료들과 병원에서 모여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 회관에 집결했다. 10일 하루 예정된 집단 휴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의협 회관에서 만난 김씨는 이날 파업 동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한 명의 의사이기 전에 한 명의 노동자"라며 "강도 높은 일에 지쳐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민영화에 귀를 막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난으로 폐업하는 개원가가 늘어 생명 돌보는 일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는 곧 돈벌이 의사만을 양산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 휴진에 나선 전공의 1000여 명 집결... "의사는 정부 하수인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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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모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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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 가운 입고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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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가 파업에 돌입한 10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날 하루 파업에 나선 전공의 1000여 명이 의협 회관에 집결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한양대학교병원, 상계 백병원 등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다. 한 손에는 의사 가운을 들고 하늘색 마스크를 쓴 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래위 가운을 입은 전공들도 보였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전국 230여 개 병원에서 1만6천여 명이 수련 중이다.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전공의가 100명 이상인 70여 개 병원 중 세브란스 병원 등 약 50∼60개 병원의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휴진 참여율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관에서 만난 전공의들은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이아무개(27)씨는 "의사는 타인의 생명을 돌보는 사람들인데, 사회적 책임감이 없어서는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없다"며 "의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하수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훗날 선배가 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며 "정부의 의료 민영화를 저지를 위해 많은 선배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 전공의 윤아무개씨는 "학부 때에도 이런 단체 행동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이 문제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아무 힘 없는 전공의들이지만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2차 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 "정부의 면허 취소 협박은 망발이자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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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제도 정상화 요구하는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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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혈하는 전공의 "불편을 끼쳐 죄송"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헌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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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노환규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운을 입고 나타난 노 회장을 전공의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노 회장은 먼저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사과했다. 그는 "의사의 손길이 절박한 환자들에게 송구스럽다"며 "하지만 오늘 하루 환자들에게 고통을 드리더라도 거짓된 원격진료, 의료 영리화 정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니까 진료에 매진하던 의사들이 투사가 되고 있다"며 "정부가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에서 비롯된 망발이자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국민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의사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이후 전공의 대표로 나선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송 위원장은 "저희들이 풍족한 직업을 가진 자들이라고 하지만 저임금으로 4년 동안 일하기로 한 '88만원세대'의 노동자일 뿐"이라며 "환자들을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파업하게 돼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자본으로 의료계를 길들이려고 반대 의사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으름장이 무섭지 않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료했듯이 이제 사회를 위해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의협회관에 모인 전공의들은 정오부터 헌혈 운동을 벌이며 파업 예정 시간인 오후 6시까지 집단 행동을 일어갈 예정이다. 

한편, 의료계 파업에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등 의료법 등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에 나섰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현재 휴진 의료기관을 파악해 확인되는대로 해당 기관에 업무개시를 명령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우선 이날 휴진한 의료기관 문에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이고, 현장에서 휴진 참가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는 전화 등을 통해 이날 중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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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협조자’ 김 씨의 ‘자살’이 암시하는 것

 

<칼럼>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장대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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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0  0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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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그는 왜 갑자기 자살을 택했나?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한 공중파와 수구보수언론이 꽁꽁 숨겨서 그렇지, 사실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중국의 정부공문을 3건이나 위조했다가 그 중국정부에 덜컥 들켜버린 사건은 국정원의 그 넓은 ‘오지랖’으로도 다 덮을 수 없는 광폭의 문제, 국제적 사태다.

“한국 검찰이 제출한 위조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되며,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하고자 하니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 2월 13일 주한중국대사관이 우리나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서’다.

공문이 위조된 사실을 알리는 ‘외교문서’를 전하면서 그걸 위조한 자를 찾아내라는 창검을 우리정부에 겨눈 것이다. 이걸 무슨 수로 덮는단 말인가? 하여 저들은 중국에 내밀 재물, 그 ‘꼬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협조자’ 김 씨는 자기가 서걱, 식칼에 베이는 비운의 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분식집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 데 국정원에서 ‘봉급’까지 받는 ‘고정 협조자’가 그 정도 이치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서울 오는 비행기에 선뜻 오른 것은 나름 무기를 비장했다는 뜻일 터. 그가 검찰 조사(‘수사’가 아니라 ‘진상조사’였다)에서 견지한 입장은 대략 두 갈래였다.

첫째는 ‘비장의 무기’를 적절히 과시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문서를 구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국정원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 국정원 직원들 사법처리 겨냥’ 한국일보 3월 8일 기사 인용)> 국정원이 주범, 자기는 종범이니 검찰이 칼을 빼면 국정원을 먼저 찌르게 된다는 식이다.

또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과 오래 관계를 맺어온 김 씨가 상당히 많은 양의 진술을 했다”면서 “충격적인 내용의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첫 문건엔 1000만원 준 국정원, 두 번째엔 지급 안 해... 왜?’ 동아일보 3월 8일 기사 인용)>. 자기를 건드리면 내부 고발자로 확, 변신할 수 있다는 투다.

둘째는 국정원의 거짓말에 장단을 맞춰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것이다. <김 씨가 입국하기 전 국정원이 그와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정원은 지난달 문건 위조 의혹이 불거지자 “선양총영사관을 통해 정식으로 발급받았다”(2월 16일)고 밝혔다. 그러다 같은 달 25일 검찰 진상조사팀에 보낸 답변서에서 “제3의 직원이 제3의 협조자를 통해 중국 측으로부터 입수했고 선양총영사관의 이모 영사는 이를 검찰에 전달만 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 씨도 처음에는 “현지인을 통해 싼허 세관 측으로부터 입수한 것”이라고 국정원의 입장을 반영한 진술을 했다. (‘국정원이 간첩 증거조작 지시했다면 국보법 처벌’ 중앙일보 3월 8일 기사 인용)>.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철썩 같이 믿었던 검찰이 다른 데도 아닌 국정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 즉 자신의 진술을 다 뭉개며 공격 자세로 돌변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검찰이 김 씨의 통화 기록과 금전 거래 명세 등을 제시하자 2, 3차 조사에선 “중국에 있는 A 씨로부터 B 씨를 소개받았고 돈을 얼마간 줬더니 문건을 가져왔다”고 말을 바꿨다. 문서에 쓰인 내용을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한 진술도 “위조한 사람이 만들어 왔다”에서 “내가 문구를 써줬다”로 달라졌다. (위 동아일보 3월 8일 같은 기사 인용)>

협조자 김 씨는 이제 기로에 섰다. “(실체를 알 수 없는 - 아니, 가상의) A 씨와 B 씨가 꼬리가 되어 (가공으로) 잘리는 것”으로 조사가 마무리 될 것인가, 아니면 “꼼짝 없이, 자기 자신이 꼬리가 되어 (정말) 잘리는 것”으로 조사의 방향이 잡힐 것인가?

<검찰은 이처럼 김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마지막 3차 조사에선 “문서를 누구에게 부탁해 위조했는지 정확히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며 김 씨를 귀가시켰다.(위 동아일보 3월 8일 같은 기사 인용)>

막다른 골목으로 떠밀린 김 씨는 “국정원이 시켜서 한 일”이라거나 “자기도 잘 모르는 A 씨, B 씨가 최종적인 위조 범죄자다” 등 위 기사에서 검찰이 말하는 “오락가락 진술”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검찰이 “국정원의 누가 사주했는지”로 조사 방향을 틀었다면 김 씨의 자살 급선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말은 다 못 들은 척, 쾅쾅 대못을 박는다. “다음 조사에서는 문서를 위조한 자를 밝혀라” 끌어다 댈 실존인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위 기사처럼 김 씨는 벌써 진술을 하지 않았나. “내가 문구를 써줬다”고.

꼬리를 자르면 피가 튄다!

<검찰에서 세 차례 조사받은 그는 지난 5일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하기 앞서 아들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고 했다. 이어 “2개월 봉급 300X2=600만원,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과 수고비”를 거론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입니다. ‘국민생활보호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맞게 운영하세요”라고 적었다.(‘간첩사건 증거 조작, 몸통 제대로 밝혀야’ 중앙일보 3월 8일 기사 인용)>

협조자 김 씨는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오후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오른쪽 목을 칼로 긋고 그 피로 ‘진실’을 알리는 글을 모텔 벽에 적은 다음 침대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발견되었다.

충격적 사건이 ‘날 것’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그의 주장은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국민이 아는 만큼 언론도 ‘아는 체’를 하느라, 갑자기 호들갑이다.

<앞서 김 씨는 검찰에서 “국정원 직원의 요청으로 싼허세관 공문을 위조해 넘겨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어제(7일) 검찰이 그간의 진상조사 체제에서 수사 체제로 공식 전환한 것도 범죄 혐의가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위 중앙일보 같은 기사 인용)> 또는 <국정원이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위조의 단독범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간첩 증거조작 지시했다면 국보법 처벌’ 중앙일보 3월 8일 기사 인용)> 등이 다 그런 하품 나는 기사들이다.

헷갈리지 말자. 검찰이 조사를 수사로 전환하고,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양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를 지적한 시점은 김 씨에 대한 세 차례 조사를 마친 때가 아니다.

언론이 전하는 것처럼, 그가 검찰에서 “국정원이 시켜서 한 것”임을 누누이 진술했어도 검찰은 귀를 닫았다. 대신 “문서를 위조한 자가 누구인지” 색출하는데 집중, 김 씨를 정조준했다. 그랬던 검찰이 갑자기 왜 회전문을 탄 것일까?

피가 튀었기 때문이다. 꼬리를 자르려다 얼굴에 피범벅을 하기 싫으면 칼을 내려놓으라, 이것이 김 씨가 자살(시도)을 통해 전달 또는 쟁취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원세훈도 김용판처럼 곧 무죄 판결 되겠구나, 암시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퇴임 1년을 맞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기념사업회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따라 일정 부분 국고가 지원된다.(연합뉴스 3월 5일 기사인용)>

업적도 없고, 인기는 더욱 없고, 오직 비리혐의로 떡칠이 된 전직 대통령, 그러나 거기도 건드리면 피가 튄다. 몸통도 꼬리도 구별이나 차별 말고 모두 싸안고 가면, 행여 꼬리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노심초사 오히려 더욱 챙기는 깨알 지도력으로 계속 가면, 그럼 무사할까?

간첩조작사건의 본질은 지방선거 조작

<국정원이 왜 이렇게 무리를 하며 유 씨한테 간첩 혐의를 씌우려 했는지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규정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 내려고 증거를 조작하면서까지 유 씨를 옭아매려 했다는 분석이 많다. (돈 주고 공문서 위조·진술 짜깁기... 국정원 ‘총체적 조작극’ 한겨레 3월 8일 기사 인용)>

그랬다. 뚜, ‘경고’는 벌써 1년 전에 울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여당.정부기관.민간단체.학계를 총동원해 박 시장을 ‘제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내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나왔다... 또한 학부모 단체, 경총.전경련, 저명 교수.논객, 언론 사설.칼럼, 자유청년연합.어버이연합 등 범보수진영 등 민간단체로 하여금 비난 여론을 조성하게 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박원순 시장 제압’ 국정원 문건 입수‘ 한겨레 2013년 5월 15일 기사 인용)>

문건의 진위 여부는 아직 분명히 가려지지 않았다.(검찰은 2013년 10월 7일, 이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을 각하했다) 그러나 그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만은 분명하다.

<국정원이 지난해 1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발표하자 ‘서울시’라는 말이 붙은 것만으로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표적이 됐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서울시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을 성토했다. 시의회에서도 새누리당 측은 “간첩에게 공무원 지위를 유지시켜줬고, 탈북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박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추궁했다. 당시 구속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우성씨가 임용된 것은 박 시장 취임 이전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1년 6월이었지만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박원순.정보기관 끈질긴 악연... 선거 앞두고 '긴장감'’ 뉴스1 2월 25일 기사 인용)>

밑 빠진 독에 또다시 물을 부어서야

국정원과 검찰이 유우성 씨 2심 재판부에 제출한 문제의 그 조작된 증거는 판결을 뒤집고도 남을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유우성 씨가 곧 있을 2심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저들의 악착같은 의지나 압도적인 화력을 볼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치명상을 입는다. 그리고 수도권의 야권 후보들도 강력한 유탄을 맞는다. 영남은 더욱 상처가 크다. 이것보다 더 정교하고 더 확실한 선거 개입, 선거 조작이 또 어디 있을까?

김 빼고, 초 치고, 지지고 볶고, 공갈빵에 꽃 장식까지, 6월 지방선거를 자기들 입맛대로 요리하려는 권력기관의 주방 장악 시나리오가 한 참 전에 벌써 시작되었고, 요사이 더욱 열기를 뿜는 중이다, 이것이 김 씨 자살(시도)의 두 번째 암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 만들기로 한 통합신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첫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주간 <일요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3일 이틀간 전국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통합신당이 43.8%의 지지도를 기록해 43.3%의 지지도를 기록한 새누리당을 오차범위 내인 0.5%p 앞섰다. 무당층은 8.7%로 나타났다. (뷰스앤뉴스 3월 4일 기사 인용)>

야권 표 분산, 어부지리가 사라지고 ‘1 : 1 구도’가 점차 가열 될수록 ‘유혹’은 하늘에 닿을 것이며, 지난 대선 관권부정선거를 쓱쓱 문질러 지우는 것을 보며 ‘용기’는 땅을 가득 채울 것이다.

선거를 주무르던 장관을 선거 직전, 후보로 차출한 것은 선거관리 사무에 종사하는 모든 공무원에게 은밀히 통하는 칼을 뽑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 후보의 입을 빌려 잘 되기를 바란다, 공개 지지, 공식 응원한 것은 여당 후보 모두가 잘 되기를 바란다, 대놓고 선거 운동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 비서관이 여당 출마희망자들을 면접, “나가라, 말라”하는 세상에서 무슨 선거 공정성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대선은 밑 빠진 독이었다. 수리를 하지 못했으니, 이번 지방선거 역시 밑 빠진 독이다. 이 봄이 가기 전 특검을 시작하자.

특검이라도 움직여야, 관련자들이 거기 불려 다니는 정도라도 되어야, 선거 공정성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이 봄에 특검? 막연하지만은 않다. 겨울을 난 촛불이 아지랑이를 따라 넘실대지 않는가.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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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QDR 2014’

현실변화 따라가지 못한 ‘2014 QDR’
 
한호석의 개벽예감 <104>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03/10 [10:08]  최종편집: ⓒ 자주민보
 
 

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QDR 2014’
 
▲ <사진 1>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DR)'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군사보고서는 조선인민군의 군사력에 대처하지 못하는 미국군의 역량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이 군사패권을 틀어쥐었던 한 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군사보고서를 이 글에서는 ‘국방검토’로 약칭한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군사전략 전반을 논했고, 군사부문 자원투입의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라는 이름을 붙인 군사보고서를 4년마다 한 차례씩 발표한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검토’를 4년 만에 다시 펴낸 목적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국방전략을 제시하고, 세계를 지도하는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합동군사력의 균형을 조절하고, 내부경비지출을 통제하고, 전체 자원군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3대 군사전략을 아래와 같이 논하였다.

첫째, “미국 본토에 대한 (적대세력의) 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며, (적대세력의) 가능한 공격과 자연재해로부터 오는 영향을 완화하는 ‘미국 본토 방어전략’이다.”

둘째, “지역안보를 유지하고, 적국을 억지하고, 동맹국과 우호국을 지원하고, 안보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세계 안보 유지전략’이다.”

셋째, “적국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테러조직을 분쇄, 파괴하고,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를 시행하는 ‘무력 투입 및 결정적 승리의 전략’이다.” 

위에 열거한 3대 군사전략에서 주목하는 것은, 현 시기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전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검토’를 읽어보면, 미국 국방부는 군사전략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작전방침에서도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방검토’에 따르면, 현 시기 미국의 3대 작전방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작전방침

둘째, 지속적이고 분배적인 반테러작전을 시행하는 작전방침

셋째, 전진배치 및 교전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적대세력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동맹국을 지원하는 작전방침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자기의 군사전략 및 작전방침에서 각각 첫 자리에 앉힌 것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처음 드러내 보인 변모된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냉전시기 미국 본토가 소련군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중시한 바 있었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된 때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다시 거론할 만큼 두려워하는 ‘최대 적수’는 어느 나라일까? 미국 국방부는 외부에 공개하는 문서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서술하는 관행을 따르는데,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면서도 미국에게 그처럼 두려운 존재로 부상한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이 아닌 다른 서술부분에서 미국의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서술부분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북의 장거리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특히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으로 된다.”

여기 옮겨 적은 위의 문장은 미국 국방부가 북을 미국의 ‘최대 적수’로 여기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핵무력을 보유한 북이 미국에게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을 주는 ‘최대 적수’라고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4년 전에 펴낸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는 북의 핵무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 한반도 군사상황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문제만 언급하였을 뿐이다. 그 대목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역적 및 세계적 범위에서 방위협력을 위한 장기적 능력을 강화하고, 동맹국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더욱 적합하고 유연한 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를 발전시킬 것이다.” ‘2010년판 국방검토’와 ‘2014년판 국방검토’를 비교해보면,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미국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줄곧 은폐해오던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펴낸 ‘국방검토’에서 처음으로 그 위협에 대해 언급하였음이 드러난다.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의 핵무력 건설사를 다시 살펴보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충격시점은 2003년 9월 초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몇몇 자료들을 보면, 2003년 9월 초에 미국은 북이 사거리가 15,000km로 추산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음을 파악하였고, 2003년 9월 9일 북의 건국 55주년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대형트럭에 연결된 차량견인운반대에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가 실려 있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려 있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는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였다. 이에 관해서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3929

이처럼 미국은 이미 2003년 9월 초에 북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찰위성 영상자료를 통해 파악하고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관련 정보를 은폐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에 나온 ‘2014년판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북의 핵무력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이라는 사실을 11년 만에 결국 시인하였던 것이다. 미국은 지난 11년 동안 북의 핵무력을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느껴왔으면서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북의 핵무력에 관련된 정보를 은폐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은폐술책이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2012년 4월 15일 북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 화성-13호를 군사행진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북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3호를 처음 공개하였지만, 그로부터 11년 전인 2003년 9월 초부터 북의 핵무력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였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근본적인 변화는 한반도 정세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뒤바꿔놓은 것이고, 북미관계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동북아시아 군사상황을 뒤바꿔놓은 것이다. 

11년 시간격차를 두고 각각 등장한 북의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 5기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6기는 정세와 역량관계에서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요인이며, 북의 핵무력 건설은 ‘지각변동’의 마지막 단계다. 

북의 핵무력에 의해 이처럼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도,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엄청난 변화충격을 느끼지 못하였다.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2014 QDR’

북의 핵무력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위험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 따르면, 미국 본토 방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그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하여 ‘국방검토’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상배치 요격체계를 30개에서 44개로 더 늘리고, 감시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협력하여 제2 감시레이더를 일본 영토에 설치하는 중인데, 이것은 북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 및 추적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문장만 읽으면,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제법 위력적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고, 미국이 미사일방어력을 꽤 증강시키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 <사진 2> 2013년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체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이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막아낼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그냥 말 뿐이다. '2014 QDR'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갖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하였다.     © 자주민보

그러나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상황을 감시, 추적하는 능력밖에 갖지 못했으며,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기 위해 다급하게 요구한 미국 본토 방어책은 없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싶지만 마련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서둘러 구축한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단 한 발도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이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공중요격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떠들썩하게 선전해온 미국의 미사일방어력은 원래 그런 수준밖에 안 된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또 다른 문장으로 이어진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것이다.” 미국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 문장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인용문도 미국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0년이 아니라 21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는 동안 북도 그에 대응하여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더 강력한 핵무력을 건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이 자력갱생의 노력으로 획득한 최신 과학기술성과를 총동원하여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군사기술을 놓고 맞붙은 북과 미국의 사활적인 대결에서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다.


한반도 전쟁에서 통하지 않을 미국군의 ‘원-플러스 교리’ 

미국 국방부는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검토’에서 언급하였다.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란 적대세력과의 전쟁을 뜻하므로,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그런 경우에 대비한 전쟁교리(war doctrine)를 서술한 것이다. 이번에 ‘국방검토’에 서술된, 미국의 전쟁교리에 관한 두 가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지역의 적대세력을 패퇴시킨다.

둘째, 두 적대세력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 제2 공격자의 목적추구를 저지하거나 또는 그런 공격행위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척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에 인용한 두 가지 서술내용 가운데 첫 번째 것은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관한 언급이고, 두 번째 것은 미국의 ‘원-플러스 교리(one-plus doctrine)’에 관한 언급이다. 

미국이 말하는 ‘원-플러스 교리’는, 두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게 된 미국이 한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한다는 이른바 ‘2개 전쟁 교리(two-war doctrine)’를 유지했으나, 2012년 1월 5일에 발표한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유지하며: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문서에서 ‘2개 전쟁 교리’를 포기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2012년에 채택된 ‘원-플러스 교리’에서 말하는 미국의 전면전 교전상대는 북이며,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원-플러스 교리’가 상정한 전쟁을 수행하는 작전계획이다. 또한 ‘원-플러스 교리’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이 북과 전쟁하면서 그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게 억지하려는 대상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2012년 1월 5일 공식 발표한 ‘원-플러스 교리’는 그것이 발표된 때로부터 불과 석 달 뒤인 4월 15일에 사실상 무효화되었다. 왜냐하면,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무력을 바로 그 날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작전계획 5027’ 자체가 종말을 고하였기 때문이다. 북의 미국 본토 타격력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 미국은 자기의 새로운 전쟁교리마저 효력이 정지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겪었던 것이다.  

 
▲ <사진 3> 2014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군사기지를 민간항공기편으로 출발한 미국 육군 제1대대, 제12기갑연대 병력 800명이 경기도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장면이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이처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려는 전쟁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변화된 한반도 군사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계획이다. 대규모 증원군이 미국 본토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한반도 전쟁은 단숨에 끝날 것이다. 미국군은 72시간 안에 끝날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서 미국군이 넘지 못할 역량한계를 엿볼 수 있다.     © 자주민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는 시차별 다단계 작전으로 북과 장기총력전을 벌이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왜냐하면, 핵무력을 각각 보유한 북과 미국이 전선에서 밀고 밀리며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식의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핵무력을 보유한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 전쟁징후를 간파한 다른 쪽이 먼저 치명적인 핵공격으로 상대를 굴복시킬 것이므로,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에 따른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국방검토’에서 언급한 ‘원-플러스 교리’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원-플러스 교리’는 아직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을 미국이 공격하는 페르시아만 전쟁에서는 혹시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무력을 보유한 북과 미국이 맞붙을 한반도 전쟁에서는 전혀 통할 수 없다. 

북은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미국만 일찌감치 핵무력을 보유했던 지난 핵무력 불균형 시대에 한반도 전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처럼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밀고 밀리는 장기총력전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이 아닐 것이고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더욱 아닐 것이다. 만일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이 전개되는 낡은 양상의 장기총력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전쟁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선제기습타격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함으로써 전쟁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끝나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초단기속결전일 것이다. 북의 핵무력 보유가 한반도 전쟁양상을 장기총력전에서 초단기속결전으로 전환시켰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새로운 전쟁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군이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군이 지난 2월 24일에 시작하여 오는 4월 18일까지 계속하는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 시나리오를 시차별로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미국군이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선제기습타격을 개시하고,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집결시켜 원산만 상륙과 평양 진격을 감행하겠다는 ‘작전계획 5027’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수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킨 가운데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키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미국군이 한반도 군사상황의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전략에 의존하며 역량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동해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이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상정한 치열한 교전연습을 계속하였다. 보도통제로 시야를 차단당한 이 땅의 국민들은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교전연습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번에 북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을 동원하여 2월 21일, 2월 27일, 3월 3일, 3월 4일에 방사포와 미사일 같은 강력한 화력타격수단들을 동해로 연속 발사하였다.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의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두 가지 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선제기습타격능력이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사전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왕래하는 등 한미정보당국이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과 3일에 이뤄진 발사는 사전징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군부도 인정하였다. 2014년 3월 6일 미국 국방장관실이 작성하여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상황전개(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서 북이 “경고를 거의 드러내지 않거나 전혀 드러내지 않고(with little or no warning)”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타격대상을 선별하여 오차 없이 타격하는 선별정밀타격능력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화력타격연습을 실시하면서,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고 북측 어선들의 해상조업을 통제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군은 인민군 전략군이 방사포와 미사일을 여러 날에 걸쳐 동해로 연속 발사하면서도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은 것이 동해를 지나가는 항공기와 선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난하였지만, 인민군 전략군의 해명은 전혀 다르다. 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3월 5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로케트 발사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비행궤도와 목표수역에 대한 사전안전대책까지 빈틈없이 세운 데 기초하여 진행된 우리 전략군 화력단위들의 이번 훈련”은 “일찌기 있어 본 적이 없는 최상 수준의 명중확률을 과시”하였으며, “국제항해질서와 생태환경에 사소한 영향도 줌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위의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인민군 전략군은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정된 타격대상을 선별적 정밀타격으로 단숨에 제거해야 전쟁피해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므로, 인민군 전략군은 그처럼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이번에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한 화력타격연습에서 현대전의 승패를 가를 두 가지 결정적인 작전능력인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과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민군의 이러한 작전적 의도를 뒤늦게 알게 된 미국군은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7함대 지휘함 블루리지(USS Blue Ridge)호를 지난 3월 3일 오전 부산항에 급파하였다. 

 
▲ <사진 4> 지난 3월 3일 미국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한반도에 긴급출동하여 부산항에 정박하는 장면이다. 지난해 3월 22일에는 핵추진잠수함 샤이엔호가 부산항에 출현하였다. 이처럼 미국은 해마다 실시하는 대북전쟁연습에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고 있는데, 핵추진잠수함을 해마다 한반도 수역에 긴급출동시키는 까닭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북을 향해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발사한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300km 이상 먼 거리에서 공중격파할 수 있다.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의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군사전략균형은 미국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     © 자주민보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부산항에 긴급출동한 콜럼버스호는 만재배수량이 6,927t인 핵추진잠수함이다. 시속 37km로 잠항하는 이 핵추진잠수함은 533mm 어뢰, 사거리 3,100km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 130km 하푼 대함미사일, 기뢰로 무장하였다. 콜럼버스호는 지난 2월 19일 모항인 진주항-힉컴 합동기지(Joint Base Pear-Harbor Hickam)에서 출항하여 동중국해를 돌아다니다가 그 날 부산항에 갑자기 출현하였다.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를 대북전쟁연습에 급파한 것은, 인민군 전략군의 화력타격연습에 맞서려는 긴급대응조치로 생각된다. 전시에 콜럼버스호는 해수면 아래서 불시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을 시행할 것인데, 이번에 긴급출동은 미국이 북을 겨냥한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외기권으로 치솟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지표면 또는 해수면 위로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을 하는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시속 900km밖에 되지 않아 방공망에 걸려 요격당하기 쉬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최첨단 수준의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인민군 반항공군의 먼 거리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사거리가 400km인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발사하여 발사원점으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공중이동표적을 격파하였는데, 순항미사일은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도 번개-6호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미국군이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에 맞설 방도는 핵추진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밖에 없지만,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번개-6호가 구축한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에서 미국 해군이 핵추진잠수함까지 긴급출동시켰는데도 사실상 판정패를 당하였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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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에 목숨까지 끊었건만, 회사는 기어이...

[손배소에 가로막힌 노동3권 ④] 쌍용차·한진중공업 파업관련 소송

14.03.09 20:34l최종 업데이트 14.03.09 20:34l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두 회사를 떠올리면 정리해고, 파업과 같은 아픈 단어가 연상된다. 두 회사는 닮은 점이 많다. 회사의 정리해고,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잘려나갔다. 이에 반발, 노조가 점거파업을 했다.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한 가지 더 있다. 사측은 파업 손배청구를 했고 법원은 노조에게 수십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어떤 근거로 그런 판결이 나온 걸까.   

한진중 노조 "듣지도 보지도 못한 158억" 소송 당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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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2월 21일 오후 열린 '한진중공업 복직자 최강서 열사 경과와 대책' 기자회견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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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2011년 2월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되었다가 이듬해 11월 일터로 돌아온 최강서(당시 35세)씨는 재입사 3시간만에 무기한 강제휴업을 당한다. 노조의 조직차장이었던 그는 2012년 12월 21일 노조 대회의실에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손배소 철회를 유서로 남겼지만, 사측은 2014년 1월 기어이 판결을 받아내고 만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왜 소송을 당했을까. 부산 영도구 소재 한진중공업은 경영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2009년부터 정리해고를 시도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잠정 중단했다. 이듬해인 2010년 사측은 노조에 400명 감축계획을 통보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조는 임단협 성실교섭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그해 12월 영도조선소 점거파업에 돌입한다. 사측은 이에 맞서 2011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이하 지회)와 채길용 당시 지회장 등 11명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사측은 애초 청구액 51억여 원으로 제소했다가 도중에 158억 원으로 늘렸고, 2011년 12월에는 지회를 제외한 개인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다). 

법원(부산지법 7민사부, 재판장 성금석 부장)은 지난 1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측의 청구액 158억 원 중 59억 원을 노조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측의 정리해고는 적법,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2008년경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진중공업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사실을 인정해준다. 또한 정리해고가 ▲긴박상 경영상 필요에 의해서 이뤄졌으며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으며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고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를 하는 등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하다고 보았다. 

반면, 노조의 파업은 목적이나 수단 모두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인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파업에 나아갔다고 할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영권을 상당히 '존중'하는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파업의 수단에 대해서도 "영도조선소에 대한 관리지배를 배제한 전면적, 배타적 점거로써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라고 보았다.  

한진중 노조 59억 배상 판결은 1심에서 확정

이에 대해 지회는 "2010년 당시 파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합원 총회를 거쳐 실시한 합법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파업의 목적에 대해서도 "임단협 교섭과 관련된 조합원들의 처우개선이 주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갱신 교섭을 하는 자리에 회사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안을 의제로 들고 교섭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며 교섭을 해태하였다"며 "부득이하게 파업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체결에 대한 이견이 파업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주된 목적은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조가 조선소를 점거하면서 선박건조에 차질을 빚었다고 사측이 청구한 금액 중 선박이동비용, 장비임차료, 도장비용 등 사외작업비용, 지체상금(납기일 지연 비용) 등 74억 원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이중 회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여 80%인 59억 원을 노조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회는 판결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인지대를 납부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아서 항소장이 각하된 상태다. 따라서 1심 판결은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후가 문제다. 

노사는 최강서 조합원 사망이후인 2013년 2월 22일 쌍방 민형사사건 취하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서에는 파업손배소 사건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별도의 회의록을 통해 "회사가 제기한 158억 손해배상 청구소송(1억 소송건 포함)은 확정판결 이후에 지회와 반드시 합의하여 처리한다"는 합의사항을 남겼다. 

지회 쪽은 이를 사측이 사실상 소송을 철회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박성호 지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회사 쪽 책임자를 만났는데 회사는 항소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동안 (판결에 따른 강제)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지회장은 "항소심에서 불법파업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최종적으로 금속노조와 상의해서 소송을 일단락짓기로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한진중 손배사건은 확정된 판결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노사합의에 대한 효력을 놓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

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파업은 경영권 침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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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27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정문 앞에서 정부와 사측의 부당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와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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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쌍용자동차는 2646명의 인력구조조정안을 발표한다. 노조는 그해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이른바 옥쇄파업에 들어간다.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형사고발까지 했다. 그 와중에도 1666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나갔고, 980명이 정리해고됐다. 

그해 8월 6일 노사는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자들을 무급휴직, 희망퇴직, 영업직 전환 등으로 처리했다. 최종 정리해고 대상자는 159명이었다. 2009년 구조조정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환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은 24명이나 된다.      

사측은 파업의 책임을 물어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간부 등 140명을 상대로 50억~100억원 대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1심 법원(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민사부 재판장 이인형 부장)이 인정한 배상액은 33억 원이다. 

사측과는 별도로 국가도 손배소에 가세했다. 파업진압시 장비파손, 경찰관 부상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 측을 상대로 제소한 것이다. 법원은 대부분의 손해액을 인정, 위자료를 포함 14억 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최근 이슈가 된 '노란봉투 캠페인' 등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배상금이 47억 원으로 알려진 것은 두 사건의 금액을 합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파업판결도 한진중공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업목적과 방법에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특히 재판부는 "옥쇄파업의 주된 목적은 정리해고에 관한 사측의 권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자체가 경영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또한 방법에 있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부한 상태에서 고도의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평택공장 내 생산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등 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어느 모로 보나 명백한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손해액을 공헌이익(영업이익+고정비) 상당액으로 계산했다. 쉽게 말해 파업기간 동안 자동차 판매로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과 고정비(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를 합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파업주도자·참가자·지원자 110명, 33억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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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공헌이익이 아닌 실손해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고, 파업으로 판매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산정한 손해액은 55억 원이다. 다만 경영악화에 사측이 막중한 책임이 있고 쌍용차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파업이 없더라도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던 점을 참작, 60%는 노조가 40%는 사측이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33억 원의 배상액이 나오게 되었다.   

피고 140명 중에서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람은 110명이다. 이들은 ▲파업을 주도한 지부 간부 ▲공장 점거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파업을 지원하거나 공장을 점거한 금속노조 간부 ▲ 공장에 들어간 민주노총, 사회단체 간부 등이다. 재판부는 이들 모두가 공동으로 33억 원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여기엔 국가가 청구한 14억 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양측이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고무효 소송 승소했는데, 해고반대 파업은 불법이라니

파업손배소 판결로 두 사건 모두 목적과 방법에서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이 되고 말았다. 특히 정리해고는 파업의 사유로 삼을 수 없는, 그야말로 성역이다. 현행 판례대로라면 임금인상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사항으로 합법이지만, 근로자격을 박탈하는 정리해고 반대파업은 불법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 서울고법(제2민사부 재판장 조해현 부장)에서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판결이 나왔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2심 판결이다. 해고무효소송에서 "사측이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은 검토보고서의 재무제표에 유형자산손상차손이 과다계상되었다"는 노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인원삭감의 필요성과 규모의 합리성을 사측이 입증하지 못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아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로서 무효"라는 것이다. 쌍용차 파업손배소 재판부가 "구조조정 방침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사뭇 다른 결론이다. 

노조원 중에는 파업손배소의 피고이자, 해고무효소송의 원고인 이들이 상당수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이창근씨는 이 인원을 약 40명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최근 기자와 한 전화통화를 통해 "정리해고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이기 때문에 그 후에 발생한 문제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게 된 중요한 변화"라며 "파업 손배소송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하고도 해고 반대 파업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수십 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 기이한 현실과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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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비정상의 극치…시치미 뗀다고 국민이 믿을까"

'사면초가' 남재준…<조선>도 "남재준 과잉 신념 탓"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10 11:10:24

 

 

 

 

 

 

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보수세력의 바이블'로 불리는 조선일보마저 남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사건 발생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입장 표명 요구도 거세졌다.
 
민주당-조선일보 한목소리 낸 사연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의 경계도 없다"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진정한 자기 반성이나 책임지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성'을 극명하게 대표적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며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신속·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지만 국정원에 동조한 의혹이 있는 검찰의 수사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며 "특검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통합신당 창당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공동 회견을 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김 대표가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경악에는 진보·보수 이념의 경계도 없다'고 한 부분은 이날자 <조선일보> 사설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책임져야' 제하 사설에서 "아직 국정원이 위조를 지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설사 위조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주한 중국대사관의 '위조' 주장 이후 국정원이 계속 뻗대기를 해온 것을 거론하며 "거짓말이거나 무능이다. 국정원이 그동안 내세워 온 '50년 대공수사 노하우'의 실상이 이것이라니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남 원장의) 과잉 신념은 국가의 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며 "국정원 관련 모든 문제의 바탕에는 무절제한 신념이 어른거리고 있다"고도 했다. 
 
신문은 "남 원장이 문서 위조를 몰랐다면 다른 누구보다 앞장서서 문서 검증을 지시했어야 한다"며 "유(우성) 씨가 실제 간첩이라면 남 원장과 국정원이 놓아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간첩이 아니라면 무고한 사람에게 엄청난 누명을 씌운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날 1면 머릿기사에서는 국정원 소속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인철 주 선양(瀋陽)총영사관 영사가 허룽(和龍)시에 가보지도 않고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들어 보냈다면서, 이 영사가 검찰에서 "처음에는 확인서 작성을 거부했지만 본부(국정원) 측의 거듭된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 줬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겨레>는 자살을 시도했던 조선족 동포 김모 씨가 올해 1월 중국 칭다오(靑島)시에서 중국 변호사와 만나, 유 씨의 출입경기록 문건을 보여주며 '중국 상급기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고 당시 동석했던 재중동포의 말을 빌어 전했다. 이 동포는 "김 씨가 그때 서류를 들고 왔는데 그게 (두께가) 한 1cm쯤 됐다. 복사본인지 뭔지 도장도 있었던 거 같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는 김 씨가 싼허(三合)세관에서 발급받았다고 위조한 것으로 알려진 '출입경기록 정황에 대한 회신(회신)' 문건 외에 다른 문서 위조에도 관여했을 정황이다. 검찰이 국정원에서 건네받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문서 가운데는, 김 씨가 칭다오에서 중국 변호사에게 문의했다는 내용과 정확히 같은 내용의 문서가 있다.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며 법원에 낸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확인서)'다. 
 
국정원 '송구하다' 보도자료, 오히려 뭇매
 
국정원이 전날 "세간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는 보도자료룰 낸 것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정원은 일요일인 전날 밤 입장을 내어 "국정원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하여 검찰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은 휴일 밤 늦게 이메일을 보내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을 찾아보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문서 위조 자체에 대해 인정하거나 사과 한 마디 없었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휴일 밤늦게 형식적 사과문으로 하려는 꼼수가 통할 리 없다"며 "남 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 개혁과 개과천선은 남재준 사퇴와 특검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같은 당 신경민 최고위원도 "국정원이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한 듯 하다"고 혀를 찼다. 신 최고위원은 "국정원은 처음에는 진본이라고 주장하다가, 진본이라고 믿었다고 하면서 책임을 넘기고 있다"며 "찌질해도 너무도 찌질한 국정원"이라고 꼬집었다. 신 최고위원은 "만기친람하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긴급 현안이 나오면 침묵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부하는 학생이 아는 문제만 골라서 답할 수 없듯, 대통령은 질문을 피하거나 할 수 없다"고 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국격 떨어뜨린 남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거들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조작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제 국정원이 도둑처럼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문서 위조 그 자체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마치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다. 이를 믿을 국민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천 대표는 "국정원 수장 남재준 원장과 황교안 법무장관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며 여당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증거조작이 명백해진 이상, 그간 국정원을 비호하고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까지 했던 것에 대해 사죄하고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여당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기준 최고위원은 기존 여당의 입장과 똑같이 "정치공세로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야당을 공박하면서도 "간첩혐의는 간첩혐의, 증거조작은 증거조작"이라며 "이번 사건은 간첩혐의와 증거조작이다. (각각의) 잘잘못을 엄중히 따지면 된다"고 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단 한 점도 남지 않게 철저히, 공정히 수사하지 않으면 검찰의 신뢰는 물론 대한민국 정부의 신뢰도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특검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최대 수위의 방어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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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원혼이라도 좋은 곳으로 가야지

등록 : 2014.03.07 19:20수정 : 2014.03.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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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신당(神堂)에서 김금화 만신을 만났다. 최근 영화 <만신>의 개봉으로 시사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한 그는 이날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갈라지면서도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 만신 김금화

오래전 그의 굿을 본 적이 있다. 십수 해 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일하던 때, 후배 작가 하나가 그의 굿판에서 며칠째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동료들과 작당해서 “우리도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고 밤길을 달려갔다. 경기도 인근이라 만만하게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 내비게이터도 없던 시절 막상 시골로 들어서니 이 길이 저 길 같고 사방이 똑같아 천지분간을 하기가 어려웠다. 도깨비에 홀린 듯 논두렁 사이를 헤매다가 문득 발견한 불빛들. 검은 들판에 흘러 퍼지던 장구와 피리, 제금 소리…. 그 빛과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 그가 있었다. 형형색색 나부끼는 깃발과 무신도(巫神圖) 앞에서 쾌자 자락을 펄럭이며 춤을 추던 김금화.

 

무당의 작두타기가 그냥 바닥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사람 키를 훨씬 뛰어넘는 높이에 정성스레 차린 칠성단을 딛고 올라서는 거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칠성단에 작두를 타러 오르던 그의 하얀 종아리가 기억에 선명하다. 작두타기가 서커스 기예를 보듯 흥미진진할 줄 알았는데 이상스레 처연하고 서러웠다. 칼날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가장 여린 마음으로 세상의 극심한 고통을 감싸 안는 게 무당의 업이란 뜻일까.

 

최근 그를 소재로 한 영화 <만신>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래전 묻어두었던 질문들이 새삼 떠올랐다. 그는 왜 무당이 되었을까. 그에게 무업이란 무엇일까. 하고많은 무당 가운데 왜 김금화, 그에게만 나라만신이란 별칭이 붙은 걸까. 지난달 27일 서울 이문동 신당(神堂)에서 김금화 만신을 만났다. 

 

 

철물이굿 2박3일, 대동굿 5박6일 
짧아도 하룻밤 하룻낮 걸리지만 
어려서부터 해와 안 잊어버렸어 
미신타파한다며 하도 못 하게 해 
안 하고 넘어가는 대목 생겼지만 

죽은 사람 한풀이하는 게 업인데 
적군묘지의 중공군과 북한군들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다들 좋은 곳 가라고 굿한 거지 
그래야 우리나라도 평안할 거고
 

 

 

열두살 무렵에 찾아온 ‘무병’과 시집살이

 

-요즘 영화 시사회 때문에 바쁘시다고 들었다.

 

“어제도 용산에 다녀왔는데 시사회장에서 (굿)공연도 하고…. 요즘 그렇게 다니느라고 아주 피곤하다. 영화는 보셨나?”

 

 

내가 봤다고 하자 대뜸 영화가 어떻더냐며 감상평을 물어왔다.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만큼 좋은 반응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그는 배우 류현경, 문소리 등과 함께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한다.

 

 

-키가 무척 크시던데. 극 중에서 다른 여배우들하고 나란히 섰을 때도 전혀 밀리지 않더라. 실례지만 키가 몇이신지?

 

“1미터 67인가? 몰라….”

 

-옛날 미스코리아들보다 더 큰 키다.

 

“그래서인가, 호주를 갔는데 시장님도 오고 무슨 행사가 크게 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쫙 모여 있고 나는 하얀 한복을 입고 서 있는데, 나보다 작은 사람들도 있더라고. 거참 이상하다 했지.”

 

-훤칠한 키에 평생 변함없이 군살 없는 몸매, 무당에게 이런 수려한 용모는 복인가 업인가?

 

“업은 아니지…. 그렇게 외국 나가서 무대 많이 서고 한국에서도 무대 많이 섰는데, 내 키가 쪼그매봐, 땅딸보처럼 쪼그매가지고 거기서 춤을 추고 맴돌고 그러면…. 팍 꺼져서 눈에 얼른 띄지도 않겠지.”

 

-키나 용모는 어머니나 외가 쪽을 닮으신 건가?

 

“어머님이 작은 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어려서부터 (무당)춤을 많이 춰서 그런 것 같애. 자꾸 뛰니까 (성장판에) 자극이 돼서 더 큰 것 같아.”

 

 

김금화는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김택근과 이음전 사이 5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아들을 학수고대하던 집안에선 어린 그를, 남동생이 어깨너머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의 “넘세”라는 아명으로 불렀다. 넘세는 열두살 무렵부터 이상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나무나 돌을 보고 얘기를 건네고 같이 놀던 친구한테 “네 아버지는 일찍 가시갔다”는 말을 내뱉곤 했다. 무병(巫病)이었다. 정신대 모집을 피하느라 열네살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지만 시어머니 구박과 매질로 상태는 더 나빠졌다. 굶주림에 개밥을 주워 먹기도 하고 장티푸스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결국 매질을 참지 못해 시집 뒷간의 바자울 썩은 틈으로 기어서 도망 나왔다. 그의 나이 17살이었다. 얼마 후 외할머니 김천일로부터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 손녀에게 무업을 물려주지 않으려 마지막 순간까지 안간힘 쓰던 김천일은, “만신이 된다는 건 뭇사람들이 참지 못하는 고통을 숱하게 참아내는 것”이라며 눈물로 금화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시어머니는 혹시나 그 이후에 혼백으로라도 접하신 적이 있나?

 

“더러…. 꿈에 만나 본다든가, 굿을 할 때 (혼백으로) 만나 본다든가.”

 

-시어머니 혼령을 접하니 어떻던가? 용서가 되던가?

 

“그분이 뉘우쳤지. 당신이 잘못했다고…. 그래도 ‘그 덕에 네가 훌륭하게 잘 커서 잘되고 있다’고 하셨고, 나도 ‘내가 어려서 부족한 게 많았다’고 얘기하고….”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큰무당이 되려면 이런 시련을 반드시 거쳐야 하나? 평탄하게 살면 무당이 못 되나?

 

“그럼. 만신이 되려고 그런 시련을 먼저 겪는 거다. 신령이 선택을 해서 신이 시키는 공부다.”

 

-뭘 배우라는 공부인가?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외로운 걸 다 겪어봐야 남을 이해할 수 있는 거다. 그래야 참다운 마음이 가득하게 생기는 거고. 절에서 수행, 수행 하는데 이런 게 다 수행이다.”

 

-고생을 한다고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성격 자체가 비뚤어진 사람이 만신이 되면 좀 나아지긴 해도 100% 다 바르게 되는 건 아니다. 남한테 악담하고 심술 내고 이런 사람은, 만신이 돼도 그런 근성을 다 버리진 못한단 말이지. 치성 불공드려서 돈이 좀 들어왔어도 어떤 철없는 사람은 남자 만나서 술 먹고 돈 다 뿌리는 사람이 있지. 반면에 어떤 사람은 뉘우치고 깨치면서 아 이건 감사하다,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든가, 쌀을 사준다든가, 그렇게 수행하는 맘으로 살지.”

 

-만신이 어떻게 마음을 쓰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만신을 통해서 들어오는 신도 달라지나?

 

“그렇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남한테 가슴 아프게 안 하면 그게 복을 짓는 거다.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 거지. 남 나쁘게 해코지하고 가슴 아프게 하면 복을 받을 수가 없는 거야.”

 

자신을 갈고닦으며, 사람들이 서로 복을 베풀도록 권하고, 화해와 용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당은 여느 종교의 사제와 다를 바 없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는 “무속을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로 규정짓는 시각은 자기 종교의 시각으로만 보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무교는 한국인의 가장 고유한 종교”라고 주장한다. 도올 김용옥도 무속문화가 우리 예술의 원류이고 종교의 원점이었음을 강조하면서 “김금화는 그런 우리 문화의 대맥을 이은 마지막 진짜”라고 헌사를 바친 바 있다. 그러나 김금화가 살아온 세월 동안 무속은 늘 터부와 멸시, 조롱의 대상이었다. 일제는 조선의 무속전통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것으로 폄하했고, 해방 후 유입된 기독교와 서구문명은 무속을 사이비 종교로, 새마을운동은 뿌리 뽑아야 할 미신의 잔재로 규정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굿을 따라갔더니 영화가 나오더라”

 

-다른 종교에 경전이 있다면 무속에서는 무가(巫歌)가 있다. 굿에 따라 며칠씩 계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긴 판소리보다도 그 사설이 길다. 그 많은 무가를 어떻게 다 외시나? 나이 들면 잊어버리지 않나?

 

“어려서 외운 거라서, 컴퓨터 입력되듯이 (기억에 새겨져) 있다. 사실 더러 잊어버리는 무가도 있는데, 옛날처럼 다 부르지를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 옛날에 가정집 굿 중에서 철물이굿(철 따라 하는 황해도 재수굿)은 2박3일, 대동굿(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은 5박6일, 짧은 것도 하룻밤 하룻낮이 걸리는데, 쭉 해오면 안 잊어버릴 걸, 새마을운동 때 하도 못 하게 하고 미신 타파한다고 경찰에서 나오고 하다 보니 원래 예식을 줄여서 안 하고 넘어가는 대목이 생긴다.”

 

 

1995년 김금화는 전통 무가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이 행해 온 6개 굿의 준비 절차와 순서, 내용, 무가와 무구 목록까지 총망라하는 <김금화의 무가집>을 발간했다. 내림굿의 “만세받이” 중 한 대목을 인용하여 <검으나 따에 만신, 희나 백성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배연신굿, 대동굿, 진오귀굿(지노귀굿)을 포함해 모두 430여쪽에 이르는 전통 굿의 생생한 복원이자 재현 매뉴얼이다. 이전까지 굿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은 민속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왔다. 김금화 무가집은 무당에 의해 직접 편찬된 첫 번째 무속백과인 셈이다.

 

 

-예전에 화가 천경자 선생이 “굿을 한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영화가 나오더라”고 했다던데, 정말로 굿에는 다양한 극적 요소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굿이 처음에는 경건하고, 중반까지 엄숙하게 가다가, 중반 지나면 하나의 연희처럼 웃고 떠들고 어우러진다. 모두 거리감 없이 허심탄회하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게 굿이야.”

 

-무속의 원리로 친다면,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무당의 접신 체험을 관객하고 공유하는 건가?

 

“그렇지.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거기 와서 스트레스도 풀고, 옛날에는 무슨 춤추는 데가 있나 영화관이 있나. 뭐 어쩌다 서커스나 말광대 뭐 그런 거 일년에 한두번 보기도 힘든데, 그런 굿은 자주 볼 수 있었거든. 마을굿 한번 한다 하면 한 7~8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지.”

 

-대규모 라이브 공연팀의 준비 과정이랑 비슷한 모양이다.

 

“굿이 마을 전체의 제사고 잔치야. 마을 남자들이 일편단심 마음을 모아가지고 정성 들여 최선을 다했다. 그때는 주인이 굿의 전체 과정을 뚜르르 꿰고 다 알아서 준비했는데 이제는 만신이 굿 준비도 일일이 해줘야 되고, 그렇게 바뀌었다고.”

 

-요즘 사람들이야 별로 굿을 본 적 없으니까.

 

“그때는 정말 양반이었지. 며칠 굿하고 나서 주인이 ‘만신, 돈 얼마나 나왔나 봅시다!’ 그래. 이게 별비(공연 과정에서 구경꾼으로부터 받은 돈) 나온 게 얼마냐 그 소리야. 그럼 그간 장구에 매달아놨던 거, 자루에 놨던 거, 다 꺼내놓으면, 같이 세어 보는 거야. 그래서 ‘돈 많이 나왔네. 보별(의뢰인이 주는 목돈) 좀 적게 줘도 되겠네’ 하거나, 아님 ‘적게 나왔으니 더 줘야 되겠네’ 그러면 더 주고. 사람들이 아주 순수했어.”

 

 

무(巫)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추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다. 무당은 하늘의 소리를 땅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의 기원을 하늘에 고한다. 그 수단은 춤과 노래. 일반적으로 굿은 주변의 잡귀 잡신을 물리치는 ‘부정거리’로 시작하는데, 굿이 거의 끝날 때쯤엔 물리쳤던 잡귀 잡신들마저 다시 불러들여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는 ‘뒷전거리’로 끝을 맺는다. 춤과 노래로 하늘과 소통하고, 푸짐한 음식으로 잡귀마저 달래는 한국의 굿에는, 박멸해야 할 사탄이나 봉인해두어야 할 악령은 없다. 억울하고 한 맺혀서 배회하는 불쌍한 원혼들만 있을 뿐. 그들은 위로와 연민의 대상이지, 배척과 적대의 대상이 아니다. 김금화는 박정희의 영혼을 위해서도 제를 올리고 김일성의 넋을 받아 공수(혼령이 전하는 말)를 하기도 한다. 천안함 희생자를 위해서 사비를 털어 제를 올린 것처럼, 6·25 때 전사한 북한군을 위해서도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린다.

 

 

-나라만신이라고 불리시는데, 특히 전쟁이나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은 넋들을 위로하는 나라굿을 많이 하셨다. 1998년 임진각에서 한 통일기원 굿이나 1996년의 윤이상 진혼제 같은 건, 아무 만신이나 쉽게 마음을 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왜 이런 굿을 시작하셨나?

 

“199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민속제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벽돌담 깨뜨린 베를린 담장에 장구하고 방울 부채 가지고 가서 나도 굿을 한 거리 했다. 한국 무당이 가서 빵 놓고 우유 놓고 포도주도 없이 물 떠놓고 기원했지. 여기 있는 영혼들도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지만 여기서 그냥 떠돌고 헤매지 말고 잘 위로받아서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그리고 그 담장에 매달려서 벽돌을 깨뜨리고 통일을 이룬 그 국민들 기를 받아가지고 와서 우리나라 통일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우리 동향민들, 인천에 주로 거주하던 황해도 이북 사람들하고 뜻을 모아 추렴하고 굿을 한 게 1998년 <통일이여 오라> 굿이다. 그때 불교인이나 천주교, 개신교인 제반 종교인들도 많이 모였어. 내가 작두를 타고 높이 올라가 ‘우리 모두 국민들 마음으로, 통일이여 오라를 외칩시다!’ 하면서 선창을 하니까 자기 종교가 뭐든 너나없이 모두 같이 손들어 ‘통일이여 오라!’를 외쳤다고.”

 

-임진각에서 김일성의 넋과 접신을 하고, 파주 적군묘에서 북한군 영혼을 위로하는 굿을 하기도 하셨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이런 일을 벌이는 게 두렵지 않으셨나?

 

“개인적으로 두려울 게 뭐 있겠나. 우리는 영혼을 달래고 죽은 사람들을 위로해서 한풀이하는 게 업인데. 중공군이며 북한군이며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들 어서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원 풀고 한풀이해라, 하면 좋지 뭐. 진주엠비시 의뢰로 죽은 빨치산을 위한 진혼굿을 지리산에 가서 한 적도 있어. 우린 만신이니까 죽은 사람들 위로하고 그 사람들 좋은 곳으로 보내는 게 목적이잖아. 나라의 잘못으로 전쟁에 참여했지, 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한 것도 아니고. 우리 군인들이나 그 사람들이나 나라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그러니까 마음 풀고 배들 고픈데 많지 않은 음식이라도 받아가지고 좋은 곳으로 가라, 그런 의미에서 한 거지. 그래야 우리나라도 평안할 거 아니냐고.”

 

 

신의 도움으로 평화통일 굿이나 해보자

 

-누가 거액을 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 가족들이 애걸복걸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사비까지 들여가며 이런 대형 굿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신하고 대화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니까, 그 한 많아 떠도는 영혼들 원 풀어서 자기 가족한테 보내든가 좋은 하늘나라로 보내든가 하면 그 영혼들도 고마워하지 않겠냐고. 우리가 이북 사람이니까 언제나 그저 바라는 건, 삼팔선 빗장 빼고 문 확 열어서 마음대로 오고 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고, 실향민들이 고향을 간절히 그리고 가족들 만나고 싶어하니까 판문점에 8월이나 정월달 되면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조상의 힘으로라도, 빨리 통일을 평화롭게 앞당겼으면 그런 마음으로 하는 거야.”

 

-80년대 이후 무속의 예술적·종교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인정해 준 지식인들이 대개 진보적 학자들이었는데 그들과의 교유가 민족통일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게 한 건 아닌가?

 

“그건 아니야. 옛날에 대동굿이 많았잖아. 대동굿은 마을굿인데, 나라굿이라고 못할 게 뭐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특히 내가 고향이 이북이니까, 정말 신의 도움으로 험한 일 없이 평화통일 굿이나 해보자. 천재지변이 없고, 나라에 험한 일 없이 전쟁도 없고, 만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게 만신이 해야 할 의무라고.”

 

-신령님들은 전쟁을 반대하나?

 

“환영하지 않지.”

 

-어떤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를 위해서라도 전쟁을 해야 한다고….

 

“그건 수양이 덜된 거지. 신당 앞에 꽃이 있는 것도 평화를 상징하는 거야.”

 

김금화의 평화를 위한 기도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나라만신 김금화의 간절한 기구는 오늘도 이어진다.

 

“검으나 따에 희나 백성/ 극히 보살펴 잘 도와줄 때/ 정한 마음으로 원수가 있거든/ 내리 사랑하고 잘 도와주어라./ 불리러 가요 외기러 가요/ 닫은 문을 열러 갈 제 나를 따라 오너라/ 나를 따라올 제/ 험하고 머나먼 길이어라…”(황해도 내림굿, ‘만세받이’ 중에서)

 

녹취 김혜영(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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