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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 “남재준 원장 당장 해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3/18 07:53
  • 수정일
    2014/03/18 07: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권종술, 백운종 기자 
기사입력: 2014/03/18 [01: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남재준 국정원작 해임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 대표는 “법치에 대한 도전이고 대통령 스스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한국 사회가 비정상적 상황임을 보여주는 나쁜 징표가 될 것”이라며 “남재준 원장을 당장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17일 낮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1인 시위에 앞서 “진보당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최근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2.5%의 우리 국민들이 남재준 원장이 해임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국정원법 제2조(지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돼 있다. 해임은 그 누구도 아닌 박근혜대통령 본인이 해야 합한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남재준 원장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이 벌인 날조 무고행위에도 불구하고 신임을 표한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남재준 원장을 당장 해임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열릴 「간첩조작 내란조작 남재준 해임」을 촉구하는 행진과 국민촛불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1인시위에 앞서 오전에 열린 제6차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은 실제로는 한 달이 넘도록 남재준 원장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습니다. 남재준을 보호하겠으니 조직적인 간첩날조를 어떻게든 단순 문서위조로 축소시키라는 뜻으로밖에는 해석될 수 없는 행동아다. 남재준 해임은 이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며 “대통령이 이 당연한 조치마저 계속 거부하면, 결국 국민들은 남재준 원장을 넘어서 대통령에게 이 희대의 간첩 날조사건의 책임을 묻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진보당은 지난 13일에도 최고위원‧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도부와 6.4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출마예정자 등이 ‘남재준 해임 촉구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를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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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진짜 제대로 이름값을 하려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 당명으로'새정치민주연합'을 결정하고 3월 16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개회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26일 중앙당 창당 작업과 6.4 지방선거 준비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통합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무너져가는 민주당 김한길의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로 창당이 흔들리던 새정치연합의 안철수를 기사회생하는 묘수였습니다. 

이들의 선택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사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새정치민주연합'이 쭉쭉 나아가기는 힘들 듯합니다.  

아이엠피터가 바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득권 내려놓기와 밥값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기득권 내려놓기 등을 통한 낡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낡은 정치는 당연히 사라져야 합니다. 기득권도 내려놔야 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어떻게 낡은 정치를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 방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인사말 중에서>

첫째,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당입니다. 
정치혁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고민하고,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합니다.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새누리당이 내려놓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지방선거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선거 공천폐지라는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내려놓고 비울수록 국민들께서 더 많은 것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기득권 내려놓기와 낡은 정치 청산은 기존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던 '새정치'라는 부분과 유사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새정치의 전부는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또한, 어떤 것을 내려놓을지에 대한 명확함이 없습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주는 각종 혜택을 기득권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받는 세비에 비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것이 기득권의 전부는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자신들이 받는 세비만큼 밥값을 한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밥값을 해야 할까요? 바로 정당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그들의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 정당에서 문제가 됐던 정당의 힘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개혁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부터 정당의 힘이라고 부르는 '공천권'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들이 전략 공천 운운하며 나아가기보다는 시민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참여경선단을 운영하고, 공천자에 대한 시민의 검증을 강화해야 합니다. 

130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지만, 그 내부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기성 정치인은 당에서 퇴출해야 합니다. 일을 잘하는 국회의원에게는 정당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불량 의원에 대해서는 자체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단호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정당 자체를 시민이 평가하는 '정당 벌점제'를 운영하여, 정당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시민 자문단을 통해 정치 공학적인 법안보다는 시민이 꼭 필요한 법안을 우선으로 만들고 통과시켜야 합니다.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면, 기존에 가졌던 정당의 권리와 힘을 포기하고 시민의 명령을 먼저 듣고 수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계파 싸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당마다 각각 계파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계파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정당이지만 조금씩 각자의 정치적 생각과 방향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계파들이 서로 당권을 잡겠다고 싸우면 그때부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 내 여러 계파와 안철수 의원 영입 인사들의 출신에 따라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게 됐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친노', '주류', '비주류', '문재인', '박지원', '손학규', '김한길' 등으로 안철수 의원 측은 '측근파', '구민주계',' 시민사회계,''구 한나라당계'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정당 색깔은 안철수 의원이 주장한 새정치 신당 정책에 가깝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우클릭된 모습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룰 수는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각 계파가 자신들의 진짜 기득권인 '지역 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입니다. 양보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지역 조직 선정은 '힘겨루기'가 될 것이고, 당연히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친노,비노니 반노니 이런 표현들이 언론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친노 종북은 신당에 따라오지 말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각 세력 내부는 물론이고, 지역당 조직 과정에서 민주당의 조직 보전과 안철수 측의 기득권 포기 주장이 강하게 맞서면 잡음과 싸움이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만약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서 말했던 '기득권 내려놓기', '낡은 정치 청산', '새정치'는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선거에 어떻게 이길 것인가?' 

정당의 평가는 선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 선거 문제도 있지만, 아이엠피터는 한 편으로는 야당이 일정 부분 막지 못했던 무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이엠피터가 자료를 찾고 조사를 하면 할수록 놀라운 사실은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은 선거에서만큼은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가진 조직력+ 언론 장악력+선거 전략은 야당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약속을 지킨 정당 VS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 프레임을 통해 새누리당을 압박, 6.4 지방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실천율'을 중심으로 지금 대선 공약을 지키고 있는 과정을 강조하며, 박근혜 정권의 장점을 부각하며 맞설 계획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여야 간 말싸움에 불과해질 전망입니다. 이럴 경우 유리한 측은 새누리당입니다. 야권의 주장이 바람을 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진 선거 전략은 새누리당도 이미 대처를 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전혀 예상치 못하는 6.4 지방선거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필승의 전략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모든 계파가 공천받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실어주는 일입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왜 손을 잡았습니까? 그들 독자적인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연합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연합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천 과정의 투명함과 후보자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후보자가 선정된다면, 어디 출신이냐를 따지지 말고 후보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이후는 그 후보가 선거에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생각을 버리고 그 후보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조직력과 힘이 더 많다고 안철수 의원 측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지 말아야 합니다. 안철수 의원 측은 민주당이 무조건 낡은 정치라는 프레임을 벗어야 합니다. 

이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명칭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진짜 융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주당과 새정치 연합이 통합신당을 만들고도 각자의 길을 가면서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거가 끝나고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짜 이름 그대로 '새정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결합하는 힘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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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기능이 다를 뿐, 동격인 전체와 부분

정태옥 2014. 03. 17
조회수 214 추천수 0
 

 

떼이야르 드 샤르댕 ‘소멸과 생성’ 

 

1967년 보스턴 대학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체세포 분열하는 세포의 기원에 대해'이라는 제목의 한 논문을 [이론 생물학 저널]에 발표하였다.(열다섯 번이나 거절당한 후 겨우 게재되었다고 한다.)

 

19세기 라마르크의 ‘동물철학’과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우리들 대부분은, 단세포에서 고등 생물까지 생물의 진화는 기본으로 가지치기하는 과정 즉 공통조상을 가진 자손들이 DNA의 돌연변이를 통해 점진적이며 단선적으로 진화함으로서 다양한 종이 출현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이 논문에서, 생물 가지들이 서로 합쳐서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생물 간의 '내부 공생'에 의해 점진적이고 평면적인 진화의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생물진화론에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식물이 낮에는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배출하고 밤에는 산소를 호흡하는 생물임을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약30억 년 전 모든 생물이 단세포 이었던 때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기성 프로테오 박테리아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처음에는 - 악어와 악어새 같은 - 공생을 하다가 아예 한 몸인 키메라가 되어 오늘날 식물의 원조가 되었다. 

 

미토콘드리아.jpg

*미토콘드리아

 

오늘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에는 시아노박테리아의 DNA, RNA, 리보솜 등이 남아 있어 식물세포의 핵과는 독립적으로 생리작용을 수행하고 있으며, 오늘날 동식물의 세포 소기관으로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프로테오 박테리아가 원조로 생물에서 에너지 생성과 性, 죽음에 관여하는 독립 생리기능을 하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붉고 흰 코스모스에는 엽록체도 있고 미토콘드리아도 있어 코스모스는 적어도 세 계통의 유전 형질이 모인 키메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에 펼쳐진 넓고 푸른 숲은 사실 우글거리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무수한 군상들인 것이다.

 

생물 간의 '내부 공생설'은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처음으로 주장한 학자는 아니었다. 이미 19세기 말, 20세기 초 독일의 식물학자 쉼퍼(Schimper)와 소련의 식물학자 메레츠코프스키(Merezhkovsky)에 의해 '내부 공생설'을 제기하였으나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이론의 실증이 불가능했음으로 무시와 반증에 타격을 입고 1960년까지 생물학계에서는 사장된 이론이었다.

20세기 후반 전자현미경과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힘입어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DNA 염기서열이 식물 세포의 핵 속에 있는 DNA 염기서열 보다 현존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프로테오 박테리아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서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내부공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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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

 

오늘날에도 우리는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키메라 동식물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 예를 들면 포마토(토마토+감자), 유전자 조작 콩이나 옥수수, 인슐린 생성 박테리아, 메탄 생성 박테리아 등이 있다. 또한 토마토 대목에 까마중을 접붙여 부정아(여러 개의 불규칙 싹 눈)를 발생시켜 그 줄기를 자르면 한쪽은 토마토의 형질이고 다른 쪽은 까마중 형질을 갖는 키메라임을 볼 수 있다.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에 의한 생물 간의 '내부 공생설'에 이어 1980년대 중반 콜로라도 대학의 생화학자 토머스 체크(Thomas Cech)는 섬모충류 원생동물인 테트라히메나 테르모필라(Tetrahymena thermophila)의 RNA 가닥을 편집(splicing) 실험하는 중에 RNA는 다른 효소 단백질이 없어도 ‘RNA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자르고 붙인다’는 매우 충격적인 결론을 얻게 되었다. 여기에 식물과 동물의 DNA 염기서열이 같은 뿌리임이 밝혀짐으로서 오늘날 생화학자들은 DNA와 RNA가 초기 생명(체)의 한 개체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존하는 생물의 세포 속에는 핵(핵막과 염색체(DNA), 뉴클레오솜 등이 있다.), 세포막, 그리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세포물질이 많이 들어있는데 -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엽록체(엽록소), 리보솜, RNA, 소포체 등등이다. 우리들은 핵물질과 세포 소기관이 생물 개체가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초기 생명(체)의 한 개체이었으며 하나의 영역(세포)안에서 공생 또는 흡수, 스와핑에 의해 - 키메라가 되어 - 원핵(단세포)생물로 출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생태환경이 바다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키메라가 가능했었다.

오늘날 분자 생물학자들은 생물 간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 비교함으로서 식물의 원조를 비롯한 현존하는 모든 진핵(다세포)생물원조 또한 약7억 년 전 원핵(단세포)생물 간의 키메라에 의해서 출현하였으며 적어도 3~6 번 이상의 키메라 과정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키메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 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인 - 괴물 키마이라에서 유래된 말로서, 하나의 생물체 안에 유전형

질이 다른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생물을 뜻하는 유전학에서 쓰는 용어이다. 
린 마굴리스로 대변되는 생물진화의 키메라 현상은 라마르크와 다윈에서 시작된 진화론의 가장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이며 수천 년 간 인류, 특히 서양인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던 창조론 - ‘神의 영역’- 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적자생존’이라는 다윈이즘에 의한 생물진화에서 -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다윈이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영국의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스펜서(Herbert . Spencer 1840-1910) 이다. - ‘자연선택’이란 “모든 생물은 높은 번식능력이 있어 많은 수의 자손을 낳는데 이 자손들 가운데 성체로까지 생존할 수 있는 개체 수는 극소수이어서, 과잉 생산된 개체들 사이에는 생존경쟁이 필연이다. 또한 개체사이에는 유전적 변이에 따른 형질의 차이가 있어, 환경에 보다 잘 적용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춘 개체일수록 생존이 유리하다. 즉 적자생존을 통하여 생물은 진화한다.”는 이론이 린 마굴리스에 의해 수정되기 시작했다.

 

생물은 무기질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무기질과 유기질의 에너지 응축양이 1:100이다) 존재로서 생물은 자신이 존재이면서 다른 생물의 먹이인 숙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 광합성을 하는 독립영양생물 식물조차도 무기질 비료(N, P, K등)와 유기질 비료(동식물이 분해된 양분이며 퇴비, 깻묵, 닭똥, 외양간 거름 등이 있다.)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 치열한 생존경쟁이 필연이라 생각하지만 생태계 먹이 사슬은 하부구조가 넓고 상부구조가 좁아 치열한 생존경쟁이 아니라 땀 흘리는 노동이 필요한 곳이다.

 

피리미드의 먹이사슬의 형성은 性의 분화와 임신기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고등생물로 진화함에 따라 性의 분화가 개체 수의 조절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호랑이나 사자가 수억 개의 포자를 날리는 버섯이 아니더라도 토끼나 개의 번식력이라면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자연선택’에서 ‘선택’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의미보다 - 길은 항상 어디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는 - 바다에서 항로를 ‘찾는 일’ 즉 시행착오(試行錯誤)의 반복이라는 의미가 크다.

 

헤겔과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철학자들의 사고에서 인간의 사회상이 자연과 생물환경의 연속성임을 올바르게 인식하였지만 그들 자신이 생물학자가 아니었으며,  근대 사회학자 정치, 경제학자들이 ‘자연선택’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함으로써 생물진화의 본질을 몹시 왜곡해온 것이다. 생물진화의 올바른 인식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무엇인가?”를 옳게 해석하는 지름길이다.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말은 개체(種)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권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린 마굴리스의 '내부 공생설'과 라마르크의 ‘용불용설’로 생물의 진화양상을 모두 설명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의미에서 선택에 가까워 오늘날 진화론에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생물의 개체는 풍선처럼 한 개의 단체(單體)가 부풀어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구조와 기능이 같은 작은 풍선(세포)이 모여, 하나의 보다 큰 풍선(조직)을 이루고 다시 보다 큰 풍선(기관)과 가장 큰 풍선(개체)이 되는 단체(團體)로서 오늘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프렉털 구조이다. 위 원조식물의 출현에서 보았듯이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독립된 기능은 식물 전체와 함께 성장하고 소멸되며 식물이라는 통일된 하나의 개체로 통합하고 조정되는 동질성이며 동시성이다. 세포 한 개와 개체가 동격이나 단지 역할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생물키메라를 통래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현상의 본질 - 독립성, 동질성, 동시성을 쉽게 알아듣기 시작했으며 샤르댕은 이 구조를 양파구조라 하여 진화와 생명권으로 확대 인식하였다.

 

키메라영화타이탄의분노.jpg

*키메라. 영화 <타이탄의 분노> 중에서

 

키메라는 진화의 평면인식 즉 현상인식이며, 프렉털은 키메라의 입체인식이며 축적된 시간인식으로서 생물진화의 양상과 개체의 성장단계 인식이다. 독일의 생물학자 헤켈(Haeckel)은 이런 현상을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반복 발생설’로 주장하였다. 즉 고등생물은 축적된 하등생물의 진화상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개체(種)의 진화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적자생존’이 아니라 개체(種)간 생명권 정보의 공유와 협력에 의한 새로운 種의 출현, DNA-생명권 공진화이다.


샤르댕은 현대 분자생물학이 발생하기 이전에 생명권에서 생물의 진화를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사상을 온전히 알아듣지 못했었다. ‘생명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태환경 이상의 공간 즉 암석권과 수권이 내재된 생명에너지 권역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물질은 ‘생성’이고 에너지는 ‘소멸’이라는 인식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멸’은 물질이고 ‘생성’은 에너지로 사고의 전환을 해보자. 그렇다고 물질 - 에너지 순환현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빅뱅’ 직후 에너지, 무기질 에너지, 유기질 에너지, 생명 에너지, 정신 에너지에서, 에너지의 응축량(력)이 다르다. 식물이 광합성에 이용되는 빛에너지는 ‘빅뱅’ 직후 에너지가 아니라 응축된 수소 에너지이다. 여기에서 생성된 탄수화물은 수소 에너지와의 에너지 응축량이 100:1이다.

그에게 있어서 생명권은 새로운 에너지의 응축력은 새로운 물질로 인식되며, 현상에서 소나무와 강아지의 키메라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에너지 정보로 인식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 개가 아니라 하나로 인식되는 공통점 - 수렴하는 것이다.

 

씨앗은 복제되고 압축된 개체이다. 상온에서 무기질에 압축을 가하면 상태변화가 일어나지만 유기질은 파괴된다. 씨앗은 물질의 압축현상이 아니라 생명 에너지의 덧붙임으로 즉 단백질의 구조변화이다. 생물학에서는 이 현상을 질적재조정작용이라 하며 샤르댕은 ‘똬리틀기’라 인식했다. 이것이 압축현상과 생명권을 형성하는 생명에너지의 본질이며 샤르댕이 인식하는 진화이다. 이것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샤르댕의 저서 ‘물질의 심장’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말이나 ‘소멸과 생성’이라는 말은 같은 의미이면서 현상을 이해하는 다른 방향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대 이집트인은 스핑크스 외에 '성스러운 황소'로 알려진 '아피스', 머리가 개나 자갈 같은 '아누비스', 머리가 독수리 형상인 '호루스' 등 키메라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봉황, 청룡, 천마, 해태, 삼족오, 천록 등 상상의 동물은 전해오나 키메라는 거의 없고, 불교의 사천왕 도깨비 상이나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새인 극락조 '가릉빈가'가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이들 키메라의 기원에 관하여 스위스 태생의 유사 고고학자 ‘에리히 폰 대니켄’등은 수 천 년 전 지구를 방문한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이 만든 유전체 형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종교학자들은 이집트의 키메라 신상에 관하여 인류의 토테미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에서 먹이사슬구조와 키메라 연상이 우연인 것만은 아니다. - 그 이상 우주의 본질을 나타내는 상징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샤르댕은 스핑크스의 얼굴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임에 주목했다. 가톨릭의 ‘성모 공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兩性(양성)이 종족 번식에 절대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얇아진다. 특히 인간에게는 더욱 그렇다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사자인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보고 고대 이집트 미신 신앙의 한 단면을 보듯 웃곤 하지만, 웃고 있는 우리 인간이 바로 키메라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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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덕분에 설명 필요없는 이야기 됐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3/17 11:20
  • 수정일
    2014/03/17 11: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4.03.17 08:29l최종 업데이트 14.03.17 08:3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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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잡고'에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은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사회적 의제가 되는 모습에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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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 출범식이 열렸다. '손잡고'는 노조를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다.

파업을 했던 노조에게 무차별적으로 내려지는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자각에서 출발했다. 하종강, 조국, 한홍구 교수 등 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고, 5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형에서 벗어났다"

정치권에서 노동의 가치를 줄곧 외쳐온 은수미 민주당 의원도 손잡고의 공동발기인이다. 손배가압류의 문제는 결국 법률을 고쳐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참여가 절실하다.

은 의원은 국회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손잡고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결과적으로 4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손잡고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은 의원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가수 이효리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손배가압류 문제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설명하기가 복잡하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됐다. 이효리씨 덕분이다. 정말 이 자리를 빌려 이효리씨에게 감사드린다. 의원들에게 말할 때 그 얘기를 하면 금방 다 알아들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스토리가 됐다. 그렇게 민주당에서만 40명이 넘게 공동제안자로 참여했다."

'손잡고'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손배가압류 피해자 지원을 위한 '노란 봉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금 47억 원을 목표모금액으로 시민 10만 명이 1인당 4만7000원을 모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14일 현재 1만7757명이 참여해 1·2차 목표액인 9억4000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캠페인을 시작한지 33일만이다. 가수 이효리씨의 참여로 탄력을 받은 캠페인에 시민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은수미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사회적 의제가 되는 모습에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면서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기존의 지형에서만큼은 벗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파업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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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잡고'에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은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사회적 의제가 되는 모습에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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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현재 노조에 떨어진 손해배상·가압류는 금속노조 KEC 156억 원, 한진중공업 158억 원, 현대차 255억 원, MBC 195억 원, 철도노조 267억 원, 쌍용자동차 47억 원 등이다. 이미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적게는 수십 억 원, 많게는 수백 억 원의 보복성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근거 중 하나는 '업무방해죄'다. 이에 대해 은수미 의원은 "파업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 권리"라고 강조했다. 파업의 목적 자체가 업무를 방해해 노조의 권리를 찾으려는 것인데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파업권을 제한시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불법파업'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설령 파업이 위법적이라고 해도 심각한 침해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불법파업이라고 해도 괜찮다. 기본권을 보장하는 거다. 업무방해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는데, 일부 노조원의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 폭력행위를 문제 삼아야지 파업자체를 불법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은 의원은 또 손배가압류가 노조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단지 노조에만 손배가압류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심지어 개인재산에도 차압이 들어온다. 누가 파업할 엄두를 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은 파업할 엄두를 낼 수 없다. 현행법상 비정규직의 파업은 불법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라며 "정규직이 절차를 거쳐도 불법이 되는 마당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파업권을 가진 시민은 노조 조직률(9%)보다도 낮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은 의원은 "노조법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으로만 쟁의행위(파업)를 가능하게 한정하고 있어 파업의 합법적 범위가 좁다"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손해배상의 범위는 파업 행위 자체에 부과되면서 과도하게 넓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로 인한 손해 배상을 제한하고 폭력 등으로 직접 피해가 발생한 부분만 책임을 묻자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파업권은 확대하고 업무방해죄는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두 가지를 동시해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절차를 다 밟아 파업에 들어가도 불법으로 몰아간다. 가장 큰 원인은 노조가 해당 조합원 임금과 근로조건에 한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노조가 이기적으로 움직일 때만 합법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러한 법률개정 움직임에 재계와 정부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은 의원은 "솔직히 그쪽이 강하게 반발해서 논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 정치는 반대를 하는 상대자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보고 하는 거다. 국민의 다수가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바로가기 [일문일답] "불법 파업도 괜찮아, 그것도 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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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인민회의 쉽게 알기

 

[친절한 통일씨] 북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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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6  18: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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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는 한 주간의 뉴스 중에서 주요한 이슈를 선정해 쉽고 자세하게 풀이해 주는 [친절한 통일씨] 란을 신설했습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뉴스들이 대체로 딱딱하고 복잡해서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많은 관심과 홍보 부탁드리며, 질책과 비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가 지난 9일 시작, 11일 대의원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는 우리로 치면 국회의원을 뽑은 것과 같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는 김정은 시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라서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기능이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1.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국회와 비슷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2012년 4월 13일 개정) 6장 국가기구 중 제1절 최고인민회의 편에서 의미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라고 밝히고, '입법권을 행사한다'고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한 조항과 같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 국민의 대표 자격을 갖기 때문에, 국회를 최고 주권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입법권 외에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수정.보충, △부문법 제정 또는 수정.보충, △국가의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선거 또는 소환, △국가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 심의 및 승인, △내각 및 중앙기관 사업정형 대책수립, △조약 비준 및 폐기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회가 국가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법률안을 제출.심의.통과하거나 조약 체결.비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 대통령 탄핵소추 등의 역할을 하는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5년 임기의 최고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하는데, 정기회의는 1년에 1~2차, 임시회의는 최고인민회의는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 전체 1/3의 요청이 있을 때 열립니다.

하지만 10기 최고인민회의 당시에는 1년에 1차례만 열렸고, 회기도 단 하루에 그쳤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매년 1회, 100일간 정기회의를 하고, 임시회의는 국회 재적의원 1/4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30일간 열립니다.

2. 일반.평등.직접 선거와 비밀투표..100% 찬성율 정치문화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해 비밀투표로 선출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되니까 선출방식은 규정상으로는 남북이 똑같군요.

이번에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사람이 놀라워 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투표율과 찬성률입니다.

지난 11일 북한 중앙선거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3기 대의원은 총 687명으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참가, 해당 선거구 대의원에게 100%의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99.97%라는 높은 투표율도 흥미롭지만, 100% 찬성은 어리둥절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의 각 선거구에 출마한 대의원은 경선을 거치든, 단독후보이든 일단 한 선거구, 1인 후보자를 원칙으로 합니다.

1948년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를 살펴보면, 212개 선거구에 227명이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원래 단일 입후보자를 원칙으로 했지만, 212개 선거구 중 15개 선거구에 복수후보가 나왔던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대의원 후보자들은 경선 방식이 아닌 단일 후보로 대의원 후보에 등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보 자격의 기준이 있을까요?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데 자격은 지역 일꾼이면 되겠죠? 우리 국회의원들도 지역의 일꾼인 것처럼요.

지난 5일 발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 추천 및 등록 관련 보도에는 "김정은 동지의 선군혁명 영도를 높이 받들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인민군 군인들과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 일꾼들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로 추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지역 일꾼으로 단독 후보에 오른 대의원이라면 여러분들은 찬성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아니면 기권표나 반대표를 던지시겠습니까? 그것은 유권자들의 몫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일꾼들에게 100% 찬성을 던져 힘을 실어줬겠죠. 비밀투표이니 비밀을 어떻게 캐내겠습니까.

그렇지만 북한에서 왜 100% 찬성률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암시할 수 있는 문건이 있습니다.

바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기 선거 당시인 1948년 8월 4일 자 <노동신문>, '조선최고인민회의 선거로 조선인민의 단결력을 시위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우리는 이 선거사업에서 어떻게 조선인민의 통일 단결력을 시위할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의 원칙적 노선을 더욱 강화하며, 광범한 민주역량을 더욱 결집하여, 모두 다 선거에로 인도하며,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에서 추천한 공동입후보자에게 일치하게 투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며 조선이 통일되지 못한 것은 오직 미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정책과, 그들의 비호 하에서 단선은 철두철미한 허위라는 것을 더욱 뚜렷이 세계인민 앞에서 폭로하여야 할 것이다"

1948년 첫 선거에서 시작된 '입후보자에게 일치된 투표'를 하도록 하는 정치문화는 2014년 현재까지 습관처럼 몸에 배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100% 찬성표는 우리와는 너무 다르지만 북한의 전통에서는 이해됩니다.

3.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분단의 산물

이번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의 정국을 다 살펴봐야 하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복잡한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도 어렵고, 다 설명하는 것은 눈의 피로를 더할 뿐이니,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분단의 산물과 같습니다.

해방 이후 분단된 한반도에는 북쪽에는 김일성, 남쪽에는 여운형, 박헌영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쪽에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세력도 함께 공존했지요.

남북의 좌익계들은 공동 선거를 통해 통일을 도모하였지만, 결국 1948년 5월 10일 남한에서 단독선거가 치러집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처음 시작된 것입니다.

이에 북한도 1948년 8월 25일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를 강행합니다. 일치된 선거로 남북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길은 요원해졌습니다. 물론, 남조선인민위원회도 지하선거를 통해 306명이 뽑혔지만, 남쪽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1948년 8월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로 국회의장 격인 초대 의장은 허헌, 부의장은 김달현과 리영이 선출됐습니다.

우리나라 초대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이승만입니다.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출마한 이후에는 신익희가 의장을 김약수.김동원, 윤치영이 부의장을 맡았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자료정리-통일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기 1차 회의는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북한에서 선출된 212명의 대의원과 남한에서 지하선거로 선출된 360명의 대의원 등 총 572명 가운데 528명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대의원들은 노동자 120명(20.9%), 농민 194명(34%), 사무원 152명(26.7%), 수공업자 7명(1.24%), 상인 22명(3.84%), 기업가 29명(5.1%), 문화인 33명(5.8%), 전 지주 1명(0.02%), 종교인 14명(2.4%) 입니다.

이 중 일제 당시 일제에 의해 체포.구금된 경력은 248명, 수감기간은 총 957면 4개월이고, 성별로는 남성 503명, 여성 69명입니다.

북측 대의원 중에는 김일성, 김두병, 김책, 주영하, 허가이, 최창익, 박일우 등 잘 알려진 인물 외에도 김선길 평양제2양말공장 직공, 김용국 소작농, 옥영자 인민학교 교수 등이 있습니다. 김일성은 평안남도 강동군 승호선거구 대의원이었습니다.

북한은 우리 초대 제헌의회 국회의원들이 친일분자와 자본가, 지주 일색이고 노동자.농민의 대표자가 없다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근거로 항상 이 문제를 거론해왔습니다.

1948년 1기 572명으로 시작한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전쟁을 거쳐 2기(1957년) 125명, 3기(1962년) 383명, 4기(1967년) 457명, 5기(1972년) 541명, 6기(1977년) 579명, 7기(1982년) 615명, 8기(1986년) 655명을 거쳐 9기(1990년) 687명으로 뽑아 지금까지 같은 숫자의 대의원을 선출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으로는 1967년 처음으로 재외국민선거를 인정해 재일조선인총연합회 회장인 한덕수를 포함해 7명이 선출됐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한 차례 선거가 연기돼 1998년 10기 대의원을 뽑았습니다.

고 김일성 주석은 1948년 1기 대의원에 선출된 이후 9선,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2년 황북 송림에서 7기 대의원에 선출된 이후 6선에 올랐습니다.

4.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 재미있게 들여다볼까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이 선출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명단을 두고 분석을 쏟아냈습니다.

이미 많은 보도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 독자들도 누가 됐고, 누가 떨어졌고 아시겠지요? 그렇다면 재미있게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들을 살펴볼까요?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처음으로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에서 선출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3대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셈이죠.

우리나라에도 3대째 국회의원을 지낸 집안이 있습니다. 바로 정일형, 정대철로 이어진 정호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지역구도 서울 중구를 3대째 대물림 받았습니다.

이번에 11선 고지에 오른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은 최다선자로 꼽힙니다. 양형섭은 1962년 3기부터 시작해 한 번도 빠짐없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뒤를 이어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10선입니다.

최고령자는 단연 1919년생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입니다.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은 북한의 대표적 '항일빨치산' 출신인데요. 1919년 5월 3일생이니, 3.1만세운동은 뱃속에서 들었겠군요.

황순희에 이어 리을설, 류미영이 1921년생, 김영주가 1922년생으로 90대 나이에 대의원직을 수행합니다.

우리도 많이 들어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이번에 처음으로 대의원이 됐습니다.

1989년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임수경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방북대표가 평양을 방북했을 때 강지영 당시 북측대표가 임수경 씨환 함께 했었죠. 임수경 씨를 보고 "미모를 보고 통탄했다"고 말했다네요.

당시 남북 대학생 신분으로 만난 인물들이 이제는 임수경 민주당 국회의원, 강지영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이 됐으니, 남북 국회의원 교류가 있다면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임수영 의원도 '수산나'라는 세례명이 있고, 강지영 대의원도 '바오로'라는 세례명이 있으니 같은 천주교 신자군요.

임수경 의원의 느낌은 어떨까요? <통일뉴스>가 통화해봤습니다.

"강지영..정말 오랜 친구 느낌이죠. 그 분과 저는 띠동갑이에요. 나이 차가 많아요. 하지만 같은 시대에 통일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는 점에서 소감이 남달라요. 제가 평양에 갔을 때 그 분은 김책공대 학생회장이었어요. 어찌 보면 이번에 강지영 씨도 국회의원이 된 거잖아요? 서로 의원신분으로 만난다면, 예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죠. 어깨가 무겁네요."

이 외에도 김양건 당비서를 비롯해 얼마전 남북고위급접촉 단자으로 나온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장재언 조선가톨릭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강수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회장 등 대남사업 관계자들도 13기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과 관련해서 남쪽에도 잘 알려진 인물인 홍선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도 이번에 재선됐습니다.

홍선옥 서기장은 북한 '조선일본군'위안부'및강제연행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조대위) 위원장을 오랫동안 맡았고, 지난 2007년에서 서울을 방문, 수유리 여운형 선생 묘역과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습니다.

아쉽지만, 남쪽 여성계에 알려진 인물인 로성실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위원장은 이번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습니다. 장성택 후폭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남북 간 여성교류는 이제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해야겠습니다.

최근 북한의 국가수반으로 일컫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낙선됐다는 분석이 나와 다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55호 은하선거구에 당선된 김영남은 상임위원장이 아닌 과학자 대표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인데요. 통일부는 정보당국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아 오는 4월에 열릴 13기 1차 회의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정은 시대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는 국내외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의원 면면에 대한 분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북한의 687명 대의원 명단에 관심을 반드시 가져야 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해 어떤 인물이 주요 직위에 오를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는 4월에 열릴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를 한번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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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함대가 한반도 해전에서 패하는 이유

한호석의 개벽예감 <105>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03/17 [07:4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사진 1>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5일 김요환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미국 육군 제19원정지원사령부(19th Expeditionary Sustainment Command)를 방문하여 스티븐 파먼(Steven E. Farmen) 사령관(준장)을 만났다. 그 무렵 최윤희 합참의장도 그 사령부를 방문하였다. 지원사령부는 전시에 병참지원, 수송, 의료, 건설, 방제작업을 맡는다. 미국 육군은 현역 지원사령부 3개, 예비역 지원사령부 8개, 방위군 지원사령부 2개를 포함하여 총 13개의 지원사령부를 두었는데, 그 가운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배치된 해외 지원사령부는 대구에 있는 제19원정지원사령부가 유일하다. 이것은 미국군이 언제라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 한반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 자주민보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전쟁연습

‘키 리졸브(Key Resolve)’ 대북전쟁연습을 끝낸 미국군은 지금 ‘독수리(Foal Eagle)’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는 중이다. ‘키 리졸브-독수리’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전쟁연습이다.  왜냐하면, 군사훈련은 평시에 작전계획에 의거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고, 그와 달리 전쟁연습은 작전계획에 따라 전시에 대비하여 비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이해하면,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군사행동이야말로 미국군이 자기의 작전계획에 따라 기획하고, 준비한 다음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전시에 대비하여 실시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미국군은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자기들의 군사행동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봐도 무력침공을 위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이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군사훈련이라고 우기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군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키 리졸브’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에 따라 미국 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괌, 오키나와, 일본, 한국에 있는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이 군사통신위성을 통해 상호연계하여 전시작전지휘를 연습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고, ‘독수리’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특수전부대를 비롯한 각 군종, 병종이 총출동하여 아군과 대항군으로 편성된 실제 전투상황 속에서 야전기동연습과 실탄사격연습을 벌이는 실전급 대북합동전쟁연습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이처럼 당장이라도 실전에 돌입할 것 같은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기 때문에, 그에 맞선 조선인민군은 특별경계강화태세를 갖추고 방사포발사연습과 미사일발사연습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한반도 주변에 주둔하는 중국인민해방군과 러시아극동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예하 전투부대들에게 지시하였고, 러시아극동군은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된 날 전략핵폭격기 두 대와 공중조기경보기 한 대를 동해에 출격시켰다. 이런 사실들은 미국이 한반도의 위태로운 정전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주기적으로 강행하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이 큰 위협을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는 중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감행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작성한 작전계획(operation plan)이다. 어느 나라 군대든지 작전계획이 없으면 전쟁연습이 불가능하며, 군대는 작전계획에 따라 전쟁을 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군은 어떤 작전계획에 따라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나라나 자기 군대의 작전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미국군이 수행하고 있는 작전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 하지만 요즈음 몇몇 언론보도에 실린 정보들을 눈여겨보면, 그 작전계획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빠진 7함대 해군무력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전례 없이 해군무력을 대규모로 동원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이 미국 해군 태평양사령부 예하 7함대(7th Fleet)를 중심으로 수립된 작전계획에 따라 실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인 상황은 아래와 같다.

지난 3월 3일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USS Blue Ridge)가 핵추진 전략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함께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재배수량이 19,609t이며, 씨호크(Seahawk) 해상작전헬기 두 대를 싣고 다니는 대형 지휘함 블루 리지호에는 해전을 지휘할 해군 지휘관 268명이 탑승한다.
 
그런데 지휘함 블루 리지호는 지난 3월 12일 부산을 떠나 홍콩에 입항하였다. 그 지휘함은 왜 3월 12일에 부산을 떠났을까?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블루 리지호가 3월 3일에 부산에 입항하였다가 3월 12일에 홍콩으로 떠난 것은, 그 지휘함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 마지막 단계인 3월 4일부터 3월 6일까지 기간에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과 연계한 해전지휘연습을 실시하고 떠났음을 의미한다.
 
7함대 공보실이 2014년 3월 8일에 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7함대 ‘키 리졸브’ 부기획관인 해군 중위 알렉샌즈 쿠르저(Alexsandrs Kruza)는 올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통신(communication),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 동시행동(synchronization)이 굉장히 향상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 <사진 2>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10일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각각 입항하였다. 이 사진은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가 전라남도 목포항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이 네 척의 전함들에 탑재된 각종 미사일은 모두 404발이나 된다. 이처럼 수많은 미사일로 중무장한 7함대 해군무력이 우리 수역에 들어섬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자주민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다면,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은 해전기동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가 부산을 떠나기 이틀 전인 3월 10일 7함대 전함 네 척이 남측 항구들에 각각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전라남도 목포항에는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USS Lake Erie)가 입항하였고, 경기도 평택항에는 미사일구축함들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와 래슨호(USS Lassen)가 함께 입항하였고, 강원도 동해항에는 미사일구축함 하워드호(USS Howard)가 입항하였다. 7함대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같은 날 입항한 것은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 중에 벌어질 해전기동연습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만재배수량이 9,800t인 레이크 이리호에는 사거리가 각각 1,300km, 1,700km, 2,500km이며,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각종 함대공미사일, 사거리가 22km인 애스락(ASROC)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각종 미사일 122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8,900t인 커티스 윌버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85km인 RIM-15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0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래슨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67km인 RIM-6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하워드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위에 열거한 전함무장상태를 살펴보면,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에 각종 미사일 404발이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으로 이루어진 함대에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까지 가세하면,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내세우는 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이 편성된다. 

이번에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참가시키고 싶었겠지만, 그 항공모함은 25년마다 주기적인 정비를 받고 원자로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 버지니아주에 있는 노퍽해군정비소(Norfolk Naval Shipyard)로 떠났다. 

항공모함은 참가하지 못했으나, 지휘함 한 척, 전략잠수함 한 척, 미사일순양함 한 척, 미사일구축함 세 척을 포함하여 전함 여섯 척이 한국 해군 전함들과 연합기동함대를 편성하여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것은,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들의 전쟁양상이 해전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7함대가 한반도 수역에서 벌일 해전은 함포를 쏘아대는 포격전이 아니라,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사일전이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이 출동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작전기들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사일순양함과 미사일구축함들이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규모 미사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7함대 항모타격단의 그런 무장력에만 관심을 두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약점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다. 7함대 항모타격단의 약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파악하려면 미국 해군의 실전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4,010t과 157,652t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

교전쌍방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붙었던 세계 해전사 최초의 해전은 1988년 4월 18일 이란혁명수비군과 미국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맞붙은 해전이었다. 미국 해군사에는 그 해전이 ‘프레잉 맨티스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란에서는 그 해전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알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그 해전을 페르시아만 해전이라 부른다.
 
페르시아만 해전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해전에서는 대함미사일이 아니라 함포 또는 어뢰가 사용되었다. 1988년에 있었던 페르시아만 해전을 전환점으로 현대해전에서는 함포나 어뢰보다 대함미사일이 결정적인 타격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던 1988년 4월 18일은 1980년 9월 22일에 시작되어 1988년 8월 20일에 총포성을 멈춘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 끝나기 넉 달 전이다. 이라크 전투기들이 이란 공군기지를 기습한 선제타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은 장기소모전으로 이어졌다. 이란 민중이 1925년부터 54년 동안 장기간 집권하며 악정을 일삼았던 팔라비 왕조(Pahlavi Dynasty)를 타도하고 그 왕조를 지원해준 미국을 축출하였던 이란 혁명은 1979년 2월에 승리하였는데, 이란혁명수비군은 그 때로부터 불과 1년 6개월 만에 가열하고 처절한 장기소모전에 휘말렸다.
  
이란이 이라크를 상대로 싸운 8년 장기소모전에서 지쳐있었던 마지막 시기에 미국 해군의 선제공격으로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기의 적국이 약해지고 지치기를 노리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침공수법에 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남부 연안에서 선제공격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계속하며 이란을 침공할 준비를 다그쳤다. 미국 해군이 그처럼 침공준비를 다그치며 도발기회를 노린 것과 달리, 이란혁명수비군은 8년 전쟁 마지막 단계에서 이라크군의 무차별적인 화학무기공격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전황이 그처럼 이란혁명수비군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때를 놓치지 않은 미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에 들이밀어 끝내 전쟁을 도발하였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가한 교전쌍방의 무장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해군이 이란 침공에 동원한 항모타격단은 아래와 같이 열 척으로 편성된 강력한 해군무력이었다.  
1. 지휘함으로 사용된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USS Enterprise) - 배수량 94,781t  
2. 해군 특수전병력(SEAL)을 침투시킨 상륙공격함 트렌튼호(USS Trenton) - 배수량 16,590t  
3. 핵추진 미사일순양함 트럭스턴호(USS Truxtun) - 배수량 8,659t  
4. 미사일순양함 웨인롸이트호(USS Wainwright) - 배수량 7,930t
5. 구축함 메릴호(USS Merrill) - 배수량 8,040t 
6. 구축함 린드 매코믹호(USS Lynde McCormick) - 배수량 4,526t
7. 구축함 조셉 스트러스호(USS Joseph Strauss) - 배수량 4,526t
8. 프리깃함 씸슨호(USS Simpson) - 배수량 4,200t
9. 프리깃함 배글리호(USS Bagley) - 배수량 4,200t
10. 프리깃함 개리호(USS Gary) - 배수량 4,200t

페르시아만에 들이닥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서 이란혁명수비군이 동원한 소형 함정은 아래와 같이 아홉 척이었다. 
1. 프리깃함 사한드(Sahand)호 - 배수량 1,540t
2. 프리깃함 사발란(Sabalan)호 - 배수량 1,540t
3. 경비정 조샨(Joshan)호 - 배수량 275t
4. 쾌속정 보그해머(Boghammer) 여섯 척 - 척당 배수량 110t

미국 해군이 출전시킨 항모타격단의 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무려 157,652t인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출전시킨 소형 함정 아홉 척의 배수량을 합하면 겨우 4,010t밖에 되지 않았다. 배수량을 비교하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39배나 더 큰 압도적인 무장력을 동원하였고,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은 교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무장력에서 열세를 보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은 이란이 설치해놓은 해상석유시설(oil platform)의 경비초소 두 군데를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처럼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추고 ‘세계 최강’이라고 우쭐대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적국을 공격한답시고 조그만 해상경비초소나 파괴하였으니, 이것은 해전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 해상경비초소에는 기관총으로 경무장한 소수의 경비병들밖에 없었다. 원래 겁이 많은 미국군은 강적과의 격전을 피하는 대신에 약한 상대만 골라서 공격하는 습성을 지녔는데, 페르시아만 해전에 출전한 항모타격단도 그런 습성대로 행동하였던 것이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으로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자, 이란혁명수비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쾌속정 보그해머 여섯 척을 출동시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국 국적, 영국 국적,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들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는 거대한 유조선을 격침시킬 강력한 무기가 없어서 선체 일부를 격상시켰을 뿐이다. 그러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A-6E 인투르더(Intruder) 공격기 두 대를 출격시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게 집속탄을 퍼부었다. 그 공중공격으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 한 척이 격침되었고, 격상당한 다른 쾌속정들은 퇴각하였다.
 
분노한 이란혁명수비군은 경비정 조샨호를 출전시켜 항모타격단을 향해 하푼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배수량이 275t밖에 되지 않는 그 소형 경비정은 항모타격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경비정 조샨호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집중응사한 대함미사일을 맞고 격침되었다.
 
쾌속정 한 척과 경비정 한 척을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한드호를 출전시켰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은 사거리가 25km이고, 해수면을 스치듯이 비행하는 이탈리아산 대함미사일 씨 킬러(Sea Killer) 다섯 발로 무장하였다.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과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서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해전을 벌였더라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에서 또 다시 공격기를 출격시켰다. 그런데 사한드호에는 공격기를 격추할 함대공미사일이 없었다.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에 함대공미사일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A-6E 공격기를 출격시킨 것이다.

사한드호가 A-6E 공격기에 맞설 무기는 20mm 방공포 3문이었다. 그런데 그 방공포는 사거리가 1.5km밖에 되지 않아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밖에 공격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A-6E 공격기는 사거리가 120km 이상인 공대지미사일, 사거리가 8km인 127mm 로켓포, 사거리가 4km인 70mm 로켓포, 사거리가 14km인 레이저유도폭탄, 사거리가 19km인 집속탄 등으로 중무장하였으므로 무장력에서 사한드호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 <사진 3> 1988년 4월 18일 이란과 미국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 사한드호가 미국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발진한 A-6E 공격기의 공중폭격으로 격침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압도적인 무장력에 밀려 그 해전에서 완패하였다.     © 자주민보


사한드호는 A-6E 공격기를 향해 20mm 방공포를 발사하였으나 사거리가 짧아 무력하였고, A-6E 공격기가 발사한 미사일과 레이저유도폭탄, 그리고 미국 구축함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에 맞아 격침되었다. <사진 3>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는 사한드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한드호를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발란호를 출전시켰으나, 이번에도 A-6E 공격기가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을 맞고 격상당하여 황급히 퇴각하였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에게는 항모타격단을 상대할 대응무기가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이란혁명수비군은 해안에 배치한 실크웜(Silkworm) 계열의 대함순항미사일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향해 발사하였으나 맞추지 못했다.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한 척, 경비정 한 척, 쾌속정 세 척을 격침당했고, 프리깃함 한 척을 격상당했으며,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해상작전헬기 한 대가 격추되는 가벼운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전한 미국 해군 지휘관이 남긴 전투기록에 따르면, 그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이란 침공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실시해온 미국 해군이 우려하였던 문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는 소형 고속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을 동원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기습공격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이란혁명수비군을 압도하는 무장력을 동원하였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전술적 약점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전술적 약점은 고속으로 기동하는 함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일 이란혁명수비군이 다수의 고속정과 저고도 침투기와 대함미사일을 동시다발로 투입한 기습공격-고속입체전으로 맞섰다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커다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은 기습공격전술에 사용할 타격수단들은 어느 정도 준비하였지만, 그런 타격수단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전술은 준비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 <사진 4>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막대한 경비와 인원을 투입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 2002'를 실시하였다. 이 사진은 당시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는 합동군사령부 지휘소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대항군으로 출전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에 걸려 궤멸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완패를 당한 이란-미국 해전 이후 14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 자주민보


12년 전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궤멸당한 항모타격단

페르시아만 해전 이후 오늘까지 26년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의 침공위협에 맞설 군력증강에 힘써왔다. 

그런데 그 기간에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이 있었다. 미국 해군이 자기들이 실시한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참패를 당한 사건이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2억5,000만 달러의 경비를 투입하고, 연인원 13,500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Millennium Challenge) 2002’를 실시하였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 역할을 맡은 대항군은 방사포고속정, 미사일고속정, 해안포, 대함공격기를 동시다발로 대거 투입한 군집전술(swarming tactics)과 자폭전술(self-blasting tactics)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기습공격하여 항공모함 한 척, 상륙공격함 두 척, 미사일순양함과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하여 모두 16척을 격침하고 해군 병력 20,000여 명을 몰살시켰다.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대승을 거둔 것이다. 

모의전쟁연습 중에 뜻하지 않게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던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모의전쟁연습을 즉각 중지시키고, 가상작전에서 격침된 항공모함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긴급구조명령을 내리는 등 갈팡질팡하였다.
 
1988년의 페르시아만 해전에서는 이란혁명수비군이 전술 부재로 완패하였으나, 그로부터 14년 뒤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또 다시 벌어지는 경우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키고 대승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 관해서는 2009년 2월 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패전을 경고 받은 모의전쟁 MC02’에서 논한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때로부터 오늘까지 12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자기 군력을 한 층 더 증강시켰다. 그리하여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재래식 무기를 자체로 만드는 군사과학기술과 군수공업체계를 보유하였다.
  
그런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군력을 갖추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설 전술은 여전히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들에게 전략무기와 최첨단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가졌다면,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는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 해군은 군집전술과 자폭전술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은 아군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는 전술이므로, 조선인민군 해군은 자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작전은 피한다. 조선인민군에게 있어서 자폭정신으로 평시에 정신무장을 하는 것과 자폭전술을 실전에서 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왜냐하면 자폭정신으로 정신무장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폭전술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작전능력을 준비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자기들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자폭전술을 굳이 택하겠는가. 

 
▲ <사진 5> 이 시잔은 핵어뢰를 시험적으로 폭발시킨 순간 엄청난 핵폭발력으로 바다 전체가 뒤집히는 충격적인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공모함을 비롯한 10여 척의 미사일순양함, 미사일구축함, 전략잠수함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 전체를 핵어뢰 한 발로 흔적도 없이 날려보낼 타격준비를 갖추었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행동이야말로 위험천만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 자주민보


오늘 조선인민군에게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초정밀기습타격으로 공격할 무인폭격기가 있고,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한 공격기가 있고, 명중률이 높은 정밀타격 지대함미사일이 있고, 초공동로켓어뢰를 탑재한 고속어뢰정이 있고,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핵어뢰 한 발로 항모타격단 전체를 수장시킬 전략잠수함이 있다. 조선인민군이 이처럼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남측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자기들보다 물량적으로 39배나 더 작은 이란혁명수비군을 상대로 벌인 해전에서 이겼다고 하지만, 오늘 한반도 해전이 일어나면 7함대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해야 한다. 7함대 항모타격단은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로 해전을 벌일 수 있을까?
 
이 물음과 관련하여 한반도 전쟁을 지휘할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군사전문지 <해군력(Sea Power)> 2014년 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사령관 쌔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는 당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해군협회 전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북이 미국에게 가장 큰 국가안보위협”을 주고 있다고 매우 우려하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무장력이 얼마나 강하면, 한반도 해전에서 항모타격단을 지휘해야 할 태평양사령관이 그처럼 겁먹은 소리를 공식석상에서 꺼내놓고 있겠는가.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말은, 한반도 해전에서 7함대가 조선인민군 해군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합동군사령부가 2002년에 이란혁명수비군을 대항군으로 삼고 실시했다가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한 모의전쟁연습을 오늘 한반도 상황에서 재연한다면, 한반도 모의전쟁연습에서 조선인민군 해군은 이란혁명수비군과 달리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고 순식간에 7함대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것이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위험천만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당장 중지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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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축' 신장개업… 그런데 뭐하는 가게?

 

 

[이철희의 이쑤시개]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이명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15 18:24:03

 

 

 

 

 

 

 

"가게가 새로 생긴다며? 뭐하는 데래?"
"글쎄…. 새로 생기는 건 맞는데,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겠어." 
 
통합 신당 신장개업 발표, 2주가 지났다. 그러나 지지율은 30% 대에 머물러 있다. 3월 첫 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을 한 자릿수 차로 따라잡으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격차는 다시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이 같은 지지율 정체는 기대와 달리, 창당이 지지부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통합신당 '컨벤션 효과' 끝…지지율 '주춤')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한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13일 "예상보다 일주일 정도 더딘 수준"이라며 "절차적인 부분에서 삐끗해 정치공학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같이 새 가게(정당)를 만든다는 소문은 났지만, '왜 합쳤는지' '어떤 물건을 팔 건지' 등 이유와 목표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야권이 유일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에 맞서 '뭉쳐야 산다'는데 동의하며 통합 신당 창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당은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먹고사는 문제 즉,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신당추진단 분과위원장단 합동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신당추진단 분과위원장단 합동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에 '복지'를 붙여라! 
 
이철희 소장은 야권의 통합 논의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았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이 당내 중진을 대거 차출하며 총 동원령을 내리는 등 6.4 지방선거를 시끄러운 정치 선거로 만든 것이 야권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로써 구도는 '박근혜 대 야권' 또는 '박근혜 대 안철수'로 바뀌었다. 그러나 전선이 인물 대결로 형성되면, 패자 쪽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야권은 왕창 망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절차에 발목이 잡혀 유권자 설득에 실패, 외면까지 당한다면 신당의 운명은 '도로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 
 
최재천 의원도 창당 발표문 내용대로 새 정치와 민생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무엇을 위한 민생 중심주의인지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보다 정책적 수렴도가 높은 경제민주화나 기초연금법을 포함한 복지 정책을 통합의 명분으로 부각했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다. 
 
이철희 소장은 "지금 통합 신당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가야 한다. 절차를 밟는 한 트랙과 지방선거 전략과 전체 동력을 가져가는 또 한 트랙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번 선거가 '복지'를 가지고 전선이 형성된다면 야권이 분리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삶의 문제로 새누리당과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라"고 강조했다.  
 
김윤철 교수와 이종훈 평론가도 같은 의견이었다. 특히 기초연금법과 관련해 집권여당의 '불효자 정당' 공세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하위 100%와 70%를 문제 삼아 20만 원을 주네, 마네' 하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야권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대신 "우리가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더 좋은 안(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 원 일괄 지급)을 실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겠다"라며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귀띔했다. 
 
고장 난 레코드 '민주 대 반민주', 언제까지?
 
최재천 의원은 지방선거와 신당 창당 전략으로 '민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에 공감하면서도 민주당 내 만연해 있는 '민주 대 반민주' 인식의 한계를 토로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이나 검찰의 정치 공작에 대해 끊임없이 싸우면서 대통령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게 민주당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 대 반민주'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복지' 세력이 형성됐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나 당 관련자로 지난 시대를 경영한 사람들을 몰아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 시대도 시원치 않게 한 사람들이 복지 시대도 우리가 주도하겠다고 하니까" 대중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김윤철 교수도 "그게 새 정치다"라고 호응하며, 민주당이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 영입과 대중 설득에 무관심했다고 비난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도 중요한 문제지만, 현재는 우리가 목표로 한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가겠다'와 같은 정치적 과정이 없었으며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새 정치를 풍부하게 하는 논의도 없었다는 것. 김윤철 교수는 "한 마디로 민주당은 정치를 안 했다"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모순의 대안으로 이철희 소장은 리더십을 강조했다. '통합'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린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도 "리더로서의 자격 이상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며 통합에만 초점을 맞춘 에이전트 노릇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은 "이철희 소장이 번역한 샤츠슈나이더의 책<민주주의의 정당적 기초>(페이퍼로드 펴냄)에서 '정당은 리더십이 사라진 곳에 관료주의가 판을 친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지금 '정당 관료주의'에 젖어 버렸다. 새로운 리더십, 즉 머리가 커져야 하는데 몸만 커졌다"라고 자체 평가했다.  
 
결국 지방선거는 통합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얻은 야권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야권 후보들 간의 경쟁이 정책을 중심으로 한 차기 리더들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철 교수는 이번 선거가 "차기 대선을 향한 야권 재편의 정수가 될 것"이라며 "야권 인사들이 총출동해 하나의 빅 리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원순·안희정·노회찬 등 정당과 이념, 계파에 상관없이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겨루는 장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야권의 수권 의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철희 소장 역시 "지방선거가 끝나면 전면적으로 리더십 경쟁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기는 사람이 실제 야권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지분을 가진다고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정당 흐름 상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내려오는 것밖에 없다. 반면, 통합 신당은 올라가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야권은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국민들이 보기에 선거보다 더 재미있는 박 터지는 싸움이 벌여야 한다. 지도자 경쟁, 리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국무회의 때 빨간 잠바 입고 나올 것"
 
최재천 : 지방선거 이후 새누리당의 모습이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가 없는 선거다. 절대적 리더가 없는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분열이 가시화될 것이다. 
 
이철희 : 박 대통령, 매일 유세 하고 있지 않나. 
 
김윤철 : 조만간 국무회의 때 빨간 잠바 입고 나올 것이다. 
 
이철희 : 요즘 용어 격하더라. 
 
김윤철 : '불타는 애국심' 같은 말은 경기동부가 많이 쓰는 건데….
 
최재천 : 원수, 암 덩어리, 쳐부수어야 할 등 센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이종훈 : 북한 말을 그대로 받은 줄 알았다. 
 
김윤철 : 아, '통일 대박'이라고 하더니 그래서 자꾸 북한 용어를 쓰나? 
 
이철희 : 그런 건 다음 주 <이쑤시개>에 출연할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이런 건 또 노 전 대표 전공이다.  
 
▲ 3월 13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 왼쪽부터 최재천 의원, 김윤철 교수, 이철희 소장, 이종훈 평론가. Ⓒ프레시안(최형락)

▲ 3월 13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 왼쪽부터 최재천 의원, 김윤철 교수, 이철희 소장, 이종훈 평론가.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3003번(정보이용료 1000원)으로 응원 또는 의견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이 보낸 문자는 일주일 단위로 기사 및 방송에 소개됩니다.

 

정보이용료 1000원이 부과되는 #3003번 문자는 SKT, KT, LG U+ 통신사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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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설명회’

 

“간첩을 만드는 것은 국가범죄 행위” 유우성씨 등 시민앞에서 설명회

15일 오후 청계광장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설명회’

 
전지혜 기자·이병호 수습기자
입력 2014-03-15 19:42:24l수정 2014-03-15 19:47:23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대한 심정을 밝히는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괴물을 어찌할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철수 기

 

서울 도심에서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규탄하고 해당 사건을 설명하는 국민설명회가 열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와 유씨의 변호인, <뉴스타파> 최승호 PD 등은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설명회-이 괴물을 어찌할까’에서 증거 조작 사건의 정황을 시민에게 설명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의 사회로 유씨를 비롯해 민변의 장경욱, 양승봉 변호사, 최승호 PD는 무대에 올랐고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다. 박주민 변호사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돌고 있는 질문을 유씨에게 물었다.

박 변호사가 ‘어떻게 민변 변호사를 만나게 됐느냐’고 묻자 유씨는 “작년 1월 10일 긴급체포가 된 이후 8일 뒤 장경욱 변호사를 처음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온 뒤 탈북청년과 남한청년이 같이하는 모임 ‘영한우리’ 회장을 맡고 있었고, 이 모임을 후원하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신부는 긴급체포로 행방불명된 유씨를 찾는 과정에서 민변에 연락했다는 것이다.

유씨는 심경을 묻는 말에 “언론에서는 저에 대해 굉장히 왜곡된 뉴스가 나오면서 동생은 울면서 괜찮냐고 하는데, 사실 저는 괜찮냐는 말이 안 통하는 것 같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서 저 자신도 컨트롤이 안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계속 말씀드리는데 아마 재판이 끝나서도 계속 얘기할 것”이라며 “저는 간첩이 아니다. 백번 말하라고 하면 말하고 천 번 말하라면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남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걸 몰랐다”며 “차라리 사람이 아니라 다른 걸로 사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되는 기사들이 저를 괴롭히지만 저는 국정원에서 20일, 검찰에서 30일 총 50일 동안 조사를 받았다”며 “사실 하나만 추구하며 왔고 저는 계속 진실만 따라서 갈 거다. 마지막으로 저희 가족처럼 불행한 일이 벌어지질 않기를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게 명백한 사건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 자정능력은 기대할 수 없다”
 
유우성씨 백번 천번 말해도 간첩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괴물을 어찌할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주민 변호사는 중국을 방문해 증거가 조작된 정황을 보도한 최승호 PD에게는 ‘국정원이 왜 유씨를 간첩으로 만들려고 했는지, 취재하면서 받은 느낌’을 물었다. 최 PD는 “제가 봤을 때는 (간첩 증거 조작)이 사건이 이거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고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유우성을 왜 잡았느냐’ 이게 아니고 국정원이라는 기관 자체가 간첩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생존하는 기관이고 (간첩을)만들어 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게 진실”이라고 말했다.

양승봉 변호사는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 검찰의 책임을 묻는 말에 “공소 제기하고 유지하는 건 검찰의 몫”이라며 “비공개로 전개된 1심 재판 3~4개월 동안 치열하게 법정 공방을 벌였고. 검찰은 1심에서도 이미 조작되고 은닉된 증거를 제출했다.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또한 이번 사건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시민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양 변호사는 “저는 보수적이고 관공서를 믿는 사람이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국가기관이 ‘이런 허무맹랑하고 한 사람을 죽이는 짓을 하는구나’ 생각을 했다”면서 “이렇게 명백한 사건을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자정능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이제 시작”이라며 “한국사회에 어떤 공포가 있고 (한국사회가)인간적인 양심조차 찾기 어려운지 하루속히 깨닫고 모든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 수사권 함께 가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
영사확인서 조작하는 일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 설명하는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괴물을 어찌할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유씨의 변호인인 민변 김용민 변호사는 증거조작 사건의 발단부터 최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중국 화룡시를 방문해 3개의 문서가 조작된 정황을 파헤친 과정을 설명하면서 “검사와 국정원은 문서를 만드는 나라에서 위조됐다고 하는데 그것 말고 더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벌과 관련 “단순히 사문서위조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상 날조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국정원장과 검찰 수뇌부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예상되며, 이는 집행유예가 안 되는 범죄”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수사권을 함께 가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아무도 통제받지 않고 어떤 수사가 이뤄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정원의 수사권은 더이상 인정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의 국가범죄적 성격 분석’을 주제로 영사확인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서 영사확인서를 조작하는 일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간첩을 잡는 것은 동의하지만 만드는 것은 국가범죄”라며 “과거 간첩사건 속에서 자수 간첩이 등장한다. 제가 알기로는 이종수씨 사건도 그렇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도 나왔다. 국정원 협력자가 법정에 와서 말하는 것에 시민사회 주목하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요원인 사람이 일본 현지에서 임의로 수사하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지만, 활동한 기록을 법원에 내 자진적인 신고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수사기관이 첩보로 증거도 아닌 걸 증거라고 내놓는 것은 공권력이 국제규범을 위배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번에 정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 “유우성 힘내라” “진실은 밝혀진다” 등 외쳐
 
부정선거 규탄하는 청년들

3.15 부정선거 54주년을 맞는 15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선거조작, 간첩조작 남재준 해임의 요구 제 36차 시국촛불 집회 3.15부정선거 54년,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 특검촉구 민주수호 국민대회에서 민주수호청년연석회의 청년들이 부정선거에 항거한 4.19를 재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번 설명회는 민변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민주당 국정원 특위, 서기호 정의당 의원 등의 주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시민 300여 명과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일부 시민들은 “유우성 힘내라”, “진실은 밝혀진다”, “우리가 응원한다. 힘내라” 등을 외치며 유씨를 격려했다. 청계광장을 오가던 시민들은 간첩 증거 조작사건이 어떻게 걸음을 멈추고 설명을 듣기도 했다. 가족과 청계천에 왔다가 설명회를 보게 됐다는 박상훈(38)씨는 “국정원이 속이고 있는 건지, 국정원과 검찰이 속이고 있는지, 유우성씨가 우리를 속이는지 모르겠지만 만일 유우성씨가 희생양이라면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무고한 사람들 이런식으로 모는 건 안된다. 철저히 진실을 파헤쳐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국정원대선개입시국회의가 주최한 ‘3·15부정선거 54년, 국가기관대선개입 사건 특검촉구 민주수호 국민대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시민 1천여명(경찰 추산 350여명)이 참가했다.

시국회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드러났는데 박근혜 정권은 진상을 은폐하고 부정선거를 없던 일로 하려 한다”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도 독립적 수사 보장되지 않으면 진상규명은 묘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찍어내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면서 “관권 부정선거 시스템과 인물들이 유지된다면 이번 6.4 지방선거도 보나마나 뻔하다”고 말했다.

시국회의는 이날부터 4월 19까지 ‘관권 부정선거 및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것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방지 운동을 펼칠 것을 국민들에게 제안했다. 또한 야당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특검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에 힘쓰고 책임자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울먹이는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괴물을 어찌할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정원 강요 동생의 증언 동영상에 눈물 흘리는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괴물을 어찌할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서 동생의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청년들 민주정의 바로잡자

3.15 부정선거 54주년을 맞는 15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선거조작, 간첩조작 남재준 해임의 요구 제 36차 시국촛불 집회 3.15부정선거 54년,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 특검촉구 민주수호 국민대회에서 민주수호청년연석회의 청년들이 부정선거에 항거한 4.19를 재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부정선거 규탄 백만학도여 뭉쳐라!

3.15 부정선거 54주년을 맞는 15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선거조작, 간첩조작 남재준 해임의 요구 제 36차 시국촛불 집회 3.15부정선거 54년,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 특검촉구 민주수호 국민대회에서 민주수호청년연석회의 청년들이 부정선거에 항거한 4.19를 재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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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청와대 전에 꼭 이곳을 찾으십시오

14.03.15 21:08l최종 업데이트 14.03.16 12:10조정(oreng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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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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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로마의 날씨는 어떤가요? 저희 집 마당에는 수선화와 둥굴레 새순이 솟았습니다. 땅이 보내는 소식입니다. 이 무렵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립니다. 따스해진 햇살과 솟아나는 새순을 보며 옷을 얇게 입기 때문이지요. 한국의 저녁 뉴스 앵커들도 자주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오"라는 인사를 하곤 합니다. 교황님께서도 감기에 걸리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황님, 저는 교황님의 8월 방한 소식을 봄소식처럼 반가워했던 한국의 시인입니다. 취임 후 1년 동안 교황님께서 보여주신 사제적 의지에 무척 공감하고 큰 갈채를 보내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 신임 추기경이 교황님의 의지에 반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하실 때는, 제가 알고 있는 '사제적 의지'에 대한 원칙이 순간 헛갈리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중순, 로마에 갔습니다. 여느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서 바티칸 입장권을 샀고, 오후에는 베드로 대성당의 돔까지 헉헉거리며 올라갔습니다. 돔을 빙 돌며 내려다본 로마는 퍽 아름다웠습니다. 

<술 취한 노파>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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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취한 노파>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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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이 좀 쓸쓸해졌습니다. 오랫동안 나지막하게 자기 키를 유지하고 있는 로마가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오래된 도시들이 있지만, 기품 있는 집과 골목 그리고 나무들은 큰길과 고층건물들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맑은 바다와 산을 지키려고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데, 쉽지 않습니다. 

교황님, 제게 로마 여행은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꿈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늦가을 보르게세 공원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지난해 저는 보르게세 공원에 갔고, 미술관에 가서 <아폴로와 다프네> <플루토와 페르세포네>를 봤습니다. 

그러나 여행 중 보았던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카피톨리니 미술관에서 본 <술 취한 노파>였습니다. 술병을 끌어안은 노파는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무릎과 술병에는 비애가 가득 차있었습니다. 하늘을 향한 그녀의 웃음은 기도 같기도, 원망 같기도 했습니다. 

교황님. 수많은 그림과 조각 덕분에 저의 로마 여행은 '압도당함'이라는 말로 축약됐습니다.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교황님의 8월 한국 여행도 복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 솔직히 털어놓자면, 교황님의 방문이 저희에게 실제적인 복이 되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손님에게 뭔가 받으려는 태도는 매우 무례한 것이지만, 사제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용납되리라 믿습니다. 

"교황님, 밀양과 강정에 가주세요"

교황님께 편지를 쓰기 전,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교황님께 편지를 씁니다, 교황님께 바라는 게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라고. 제 친구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를 선생님께 이르는 것처럼 교황님께 우리 사정을 일러야 하는 건가. 교황님이 우리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 줄까?"(가장 긴 글을 남긴 조아무개님)
"교황님,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청와대 비우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세요."(현 정부에 잔뜩 화가 나 있는 배아무개·이아무개님)
"추기경…, 다시 뽑아주세요."(차아무개님)
"밀양 할매들과 강정 주민들에게 가 주세요. 안 되면 한 곳이라도."(신아무개님)
"정치적인 것은 제쳐놓고 북한에 좀 가주세요. 교황님이 가시기만 해도 북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거예요."(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아무개님)
"먼저 청와대로 가지 마시고…, 꼭! 제주도 강정에 먼저 가셔서 교황님의 평소 의지를 보여주세요."(늘 마음이 가난하고 아픈 김아무개님)

해양생태 과학자인 황아무개님은 "교황님께 전해주세요, 문 열어달라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제주교구 염미카엘라님은 "교황님,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제주도를 또다시 전쟁 제물로 내줘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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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7일 해군은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자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경찰들이 이들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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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께서는 제 친구들이 전하는 말을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솔로몬왕 이후 남북으로 나뉜 이스라엘처럼, 한국과 북한은 한 민족이면서 60년이 넘도록 분단돼 있습니다. '김씨 왕조'가 된 북한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인간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형제자매인 저희는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 남쪽 한국에서는 상위 1%를 위한 부의 재편성이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초법적인 존재가 되려는 부자와 권력자들은 동북아 패권다툼에 영토 일부분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내주고 있습니다. 그곳이 제주도 강정마을입니다. 

교황님. 세상은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르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먹이사슬과 같다지요. 

저희가 믿고 의지하는 황금률은 저희 자신의 존귀함이 하늘로부터 왔다는 사실입니다.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속한 사람도 함부로 해직당하거나, 돈이 없어서 학교나 병원에서 내쫓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농사지을 땅과 바다와 마을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열강의 동북아 패권다툼의 희생양으로 살아왔습니다. 미국의 묵인하에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동서 냉전의 인질로 민족이 나누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동족 간 처참한 전쟁이 치러졌고, 강대국의 요구를 뿌리칠 힘이 없어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수많은 생명을 내줬습니다. 

오늘 밤에도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는 제주도 해군기지 야간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 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나 다름없습니다. 제주도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진기지로 수탈당했고, 미군의 좌익척결 정책에 의해 3만여 도민이 학살당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제주도를 다시 전쟁의 제물로 내줘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교황님, 저희는 제주도가 동북아 분쟁의 비무장평화지대 (DMZ)가 되기를 원합니다. 전쟁기지나 외국 군인들을 위로하는 유흥가 대신 유엔 평화대학과 같은 각종 평화기구들이 제주도에 세워지길 바랍니다. 제주 남쪽 바다를 둘러싼 한국·중국·일본·대만이 전쟁 대신, 평화로운 외교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교황님께서 전쟁을 거부하는 저희의 꿈과 평화적 저항에 힘을 보태주시기 희망합니다. 

한국의 '버림받은 사람들'을 만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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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하라! 제주 해군기지. 교황님은 평화의 메신저십니다. 우리 곤경을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피켓.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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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행 당시 피렌체의 아카데미아와 우피치 미술관을 보고 로마로 돌아온 다음날은 마침 많은 사람들이 베드로 대성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대열에 함께했습니다. 교황님께 드릴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만나뵐 수는 없었으므로 피켓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교황님의 창문에서 가장 잘 보일 법한 곳에 자리를 잡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저는 피켓에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철수하라! 제주 해군기지. 교황님은 평화의 메신저십니다. 우리 곤경을 도와주세요.'

제 호소는 교황님이 나오시기 직전, 경찰에 의해 차단됐습니다. 하지만 제 기도는 그곳에 남았습니다. 

교황님, 저희는 언론에 보도되는 교황님의 소식을 매일 듣습니다. 힘센 자들이 유포한 규칙에 포박된 사람들은 교황님의 선포에 귀를 기울입니다. 카피톨리니 미술관의 <술 취한 노퍼>처럼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이들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과 그들의 편에 선 사제들은, 억압된 이들의 기다림으로부터 교황님을 차단하려고 할 것입니다. 보기 좋게 꾸며놓은 행려자들의 집 같은 곳에 교황님을 모시고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서시게 할 것입니다. 

물론 그곳도 소중한 곳이긴 합니다. 그러나 교황님, 하실 만하거든, 버림받은 사람들의 마당인 대한문 앞에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땅과 바다와 미래를 전쟁으로부터 지키고 있는 강정마을 사람들을 꼭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는 손들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교황님의 소식을 듣게 된 이 봄이 기쁩니다. 뵐 때까지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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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번역] 서구의 적대행위, 우크라이나 외교 깨부수다
필자:휘냔 커닝햄/역자:정성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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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6  00: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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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휘냔 커닝햄 <Strategic Culture Foundation> 칼럼니스트
역자 :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출처 : <The 4th Media> 2014년 3월 13일자

 

미국과 그 동맹 유럽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둘러싸고 러시아를 무모하게 전쟁 전야로 끌고 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책동, 선동적 언술, 경제적 제재 준비는 대결을 향한 불길한 추진력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고조되는 긴장을 완화하는 조금의 외교적 선택도 가로막고 있다.

조금의 외교적 선택도 가로막는 워싱턴과 브뤼셀

워싱턴과 브뤼셀(나토 본부)은, 위기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입 침해했다고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또 오랜 상호조약에 따라 크리미아 공화국에서의 국익을 옹호하는 러시아의 권리를 비판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초 그의 러시아 상대역인 세르게이 라브로프의 제안-모스크바에서 급히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워싱턴은 거꾸로 매우 민첩하게 전투기, 정찰기, 군함과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선에 있는 발트해,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로 파견했다.

미 의회는 이번 주에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지 않을 시 일련의 제재를 가하는 의안을 처리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지도자들도 대 러시아 제재를 위한 유사한 안을 수립하고 있다. 프랑스 외무장관 파비우스는 대 러시아 제재안은 수일 내 수립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영국 총리 카메론은 공군정찰기를 폴란드의 나토군에 서둘러 보냈다.

한편, 미국과 그 동맹 나토는 이번 주말에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으로 분리해 러시아연방에 귀속될 거냐에 대한 크리미아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했다. 나토 무력이 크리미아 자결권을 고강도로 박탈하는 것은, 크리미아 의회의 독립선언을 비난한 키예프의 친 서구 신정권과 박자를 맞춘 것이다.

분명하게 서구 강대국들은 외교적 해법을 위한 작은 통로도 가로막고 있다. 워싱턴과 브뤼셀은 모스크바에 이행 불가능한 요구를 들이대고 있다. 이 같은 횡포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외교적 언술로 푸틴이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외교와 관련하여 진지하지 않을 푸틴이 아니며, 그러는 쪽은 워싱턴과 나토 동맹들이다.

러시아의 적법성과 서구의 부당한 요구

초기에 러시아는 서구를 자극할까봐 크리미아를 합병하려 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흑해함대사령부가 위치한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와 맞닿아 있는 크림반도에 합법적으로 25,000명을 파병했다.

러시아는 이 해군기지 사용료로 매년 1억 달러를 지불한다. 이 기지 사용은 향후 25년간 유효하도록 2010년 갱신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러시아가 합법성이 부여된 영토를 무리하게 합병할 수 있겠는가?

서구의 성명서에는 독립 크리미아 공화국의 의회가 키예프의 극심한 불안 속에서 다수 민족, 러시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러시아 군대를 요청했다는 사실 인식이 빠져 있다. 그 불안으로 2월 22일 자칭 신나치와 반러시아 준군사조직이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후 도네츠, 카르코프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다른 쪽에서는 몇몇 친 러시아 주민이 거리에서 알 수 없는 무장부대에 의해 총을 맞았으며, 또 많은 주민들이 충돌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러므로 위험하고 휘발성이 강한 문장으로 보안군을 크리미아에서 철수하라는 서구의 대 러시아 최후통첩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그 최후통첩은 러시아로 하여금 수세기 동안 역사와 유산을 공유하고 있는 국경 지역에 대한 국익을 양도하라는 열 받는 요구이다. 동포들의 삶이 위협받는 것을 러시아가 멍하니 지켜보리라고 서구는 정말 기대하는 것인가? 미국, 영국, 프랑스가 비슷한 처지에 놓이면 무엇을 할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더구나 모스크바에 대한 워싱턴과 브뤼셀의 요구는 결코 지지할 수 없는 키예프 신정부와의 협상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존 케리와 서구 지도자들은 모스크바가 외교에서 진지함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러시아정부가 키예프와의 협상을 거절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서구는 러시아에게 선출된 야누코브스키 대통령의 권력을 지난달 말 탈취한 키예프 친미음모세력의 합법성을 인정하라고 강요한다.

이것은 서구가 주장하는 부당한 요구이다. 러시아는 키예프에서 자임하고 있는 통치세력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보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근거는 야체누크와 투르치노프 임시 대통령이 주도한 신정부가 폭력과 대규모 위협으로 선출된 현직 대통령을 몰아냈다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또한 마이단 데모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많은 사망자들은 실제로 반정부세력을 위해 은밀하게 일하는 저격수들에 의해 발생했다.

이 사태에 대해 국제위원회가 조사해야 한다. 대량 학살의 가해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신생 정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으니 이를 그냥 놔둬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모스크바는 신 나치당을 포함하고 있는 키예프의 자칭 통치자들을 범죄자들이 아니더라도 헌법 위반이라고 건전하게 반대하는 편이다. 그들의 정권장악은 폭력과 테러를 사용한 쿠데타로 법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웨인 매드슨과 또 다른 해설가들이 명료하게 밝혔듯이, 키예프의 쿠데타는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은밀하게 불안정하게 만든 결과이다. 서구는 1990년대 초로 돌아가 친 서방 체제 변화를 조작하는 명백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 체제변화는 서구자본을 우크라이나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시키고 러시아에 대한 포위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워싱턴과 나토 동맹은 러시아가 키예프의 전적으로 불법적이고 적대적인 체제를 공식 인정하라는 이행 불가능한 정치적 양도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를 나토에 굴종시키려는 미국의 거친 도박

이번 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키예프의 자칭 총리인 야체누크에게 베푸는 리셉션은 불법을 옹호하는 경축행사일 뿐 아니라 주요 강대국인 러시아를 뻔뻔하게 윽박지르는 것이다.

우연인지 아닌지 자칭 대통령 투르치노프는 이번 주에 뉴욕 타임지에 등장해 러시아의 침략을 또 다시 비난하면서 최근 크림반도 안전조치에 대해 소말리아 해적처럼 행동한다고 매도했다. 이는 국제관계의 교본과 양식을 촌스럽게 무시하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최고 수준의 공격이다.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나토군의 지속적이고 빠른 무력 증강, 외교문서에서 우크라이나 불안정의 실제 원인에 대한 명백한 거부, 워싱턴과 브뤼셀에 의한 키예프 정권의 등장, 이 모든 것은 서구 권력이 러시아와의 대결을 위해 머리를 처박는 불길한 징후이다.

특히 미국에 의한 지금의 외교 공백은 2001년 아프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1991년 1차 걸프전쟁 이전의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 해법 모색이 어떻게 무모하게 일축되었는지와 매우 유사하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를 나토에 굴종시키려는 마지막 기회로 삼는 미국의 거친 도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려스런 것은 거만과 불법에 취한 미국이 파괴적인 행동을 피하는 어떤 대안을 깨부수는 고도로 위험한 상황을 만든다는 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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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는 미국]

 3. 반전평화투쟁의 중요성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4/03/16 [06:48]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자주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주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호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한 일련의 정책방향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고 본인이 관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 무늬만 관계개선 

박근혜 정권은 1월 6일, 신년맞이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한마디로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며 이른바 “통일대박론”에 불씨를 당겼다. 이어 2월 25일, 취임 1주년 담화에서는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3월 1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통일준비위원장을 맡는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러한 “통일대박”론은 일련의 행동조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나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였다. 북한 역시 1월 24일,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였으며 온갖 우여곡절 끝에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상봉이 진행되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2월 5일, 외교안보 부처들의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3월 6일, '2014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DMZ 평화공원” 사업착수를 목표로 체계적인 사전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대북관계개선”은 사실상 무늬만 “관계개선”일 뿐이다.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은 결코 방치할 수 없습니다.”라며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였다. 북한의 핵이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말은 북한핵이 폐기되어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북핵폐기를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북한당국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의 “통일대박론”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흡수하면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흡수통일 방안이다. 이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이 겉으로 남북대화를 이야기하고 민족정서에 호소하는 듯 보인다고 해서 향후 남북관계가 발전하리라고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북한당국도 박근혜 정권의 대화제의에 응하면서 대화자리에서 서로 체제경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북불신으로 똘똘뭉친 박근혜 정권의 북한 흡수통일방안은 북한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가 겉으로 대화처럼 보여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2. 미국의 강경정책으로 퇴색한 통일대박 

그나마 박근혜 정권의 “통일대박”론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가로막혀 본격적 방안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살펴보면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은 박근혜 정권이 대북정책을 펼 입지를 갈수록 좁혀놓았다. 지난 2013년, 광명성 3호 2호기에 대한 미국의 유엔제재결의안 추진으로 인해 북한은 제3차 핵시험을 단행하였으며 3월 31일에는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북한의 핵증산선언을 전혀 제지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핵증산선언을 되돌릴 군사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한미동맹만 쳐다보며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충실히 임했지만 눈앞에 다가온 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라는 북한의 핵증산선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이 북핵폐기를 전면화한다는 것은 북핵폐기의 비현실성만 더욱 증폭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실제 남북접촉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2월 5일,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의 B-52전략폭격기가 서해 직도에서 훈련을 가졌던 것이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이튿날인 2월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B-52 한반도 진입에 반발하였고 결국 이산가족 상봉 합의는 일시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미국은 키리졸브 군사훈련 일정을 이산가족 상봉일정으로 이미 합의되었던 2월 20일에서 25일 기간과 겹치도록 발표해 이산가족 상봉에 일련의 장애를 조성하였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상봉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던 불안한 정국이었다. 

실제로도 키리졸브 훈련 이후 독수리훈련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남북 고위급의 향후 접촉은 아직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2월 14일에 합의했던 상호관심사의 협의도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략적 인내”로 대변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한반도에서 어떠한 관계변화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통일대박론”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미국의 대북강경정책 아래에서 박근혜 정권이 미국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통일방식은 북한정권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장성택 사건에서 보이듯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지도체계를 전면화한 북한이 박근혜 정권의 임기 중에 붕괴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3. 반전평화 투쟁의 중요성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는 이상 남북관계가 순탄하게 발전할 수는 없다.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상황에 빠져 있는데 “확고한 안보태세”를 뇌까리며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하겠다는 말장난은 누구에게도 통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남북간 신뢰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태세가 완화될수록 쌓이게 된다. 미국의 한반도 군사적 호전성을 꺾어야 남북신뢰도 가능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반도는 휴전선에서 북한과 한미연합군의 군사대결로 대변되는 정전체제 아래 놓여 있다. 북-미가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평화를 떠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로 대박을 꿈꾼다면 반전평화 분위기를 만들어 진짜 “대박”의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북불신으로 똘똘뭉친 미국이 한반도 관계개선을 거부한다면 민간진영에서 반전평화투쟁에 모두 나서야 한다.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인내”속에서 한반도 변화를 거부하는 미국에 맞서 전폭적인 반전평화투쟁으로 온 나라가 들끓을 때, 6.15 공동선언의 이행에 의한 진짜통일과 진짜대박이 우리민족 앞에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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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사건, 대선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간첩, 상상과 실제 ④]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서어리 기자,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14 10:50:56

 

 

 

 

 

 

 

 

간첩.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 중 하나다. 간첩이라는 말은 세 겹의 공포를 딛고 서 있다. 간첩에 의해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 내가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사람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한다. 탈북 화교 유우성 씨에 대한 간첩 조작 사태를 계기로, <프레시안>은 앞서 3회에 걸쳐 대한민국에서 간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간첩 조작극을 통해 드러난 바는 명료하다. 간첩은 국가 권력의 어떤 필요에 의해 철저히 기획·가공될 수 있다는 점, 이 조작극을 위해 국정원과 검찰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명료하다.

최병모 변호사는 지금이야말로 대공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한 국가정보원 개혁, 독립 수사전담기구 신설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 등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간 ‘조봉암 사건’을 52년 만에 무죄 판결로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뚝심 있게 파헤쳐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구성원이기도 한 그는 특히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이 현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권의 핵인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 대두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양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간첩, 상상과 실제]

④ "유우성 사건, 선거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중정 후신 국정원, ‘박정희 딸’ 돕는 게 당연"

프레시안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최병모 : 한 마디로 '조작 간첩 사건'이다. 조작 간첩 사건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정권마다 위기 국면 조성을 위해서 국민을 희생시켰다. 민주화의 결과로 1990년대 이후로는 간첩 조작 사건이 많이 줄었지만, 결국 이번 정부 들어서 또 등장했다.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 선거 부정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부정행위를 덮기 위해 국정원이 사건을 만든 것으로 보아야 한단 얘기다.

박 대통령은 거의 20년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정권을 장악해서 강압 통치를 하고, 그 사이에 10월 유신과 암살을 당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자신의 본보기가 아버지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과하거나 객관적으로 논평한 적이 없다. 국정원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집권은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만든 주체의 딸이 집권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같은 성격의 정권이라고 믿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앞장서서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모든 간첩 사건이 조작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간첩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다.

최병모 : 박정희 정권까지는 김신조 사건 같은 실제 간첩 사건이 꽤 있었다. 북한이 1980년대 전까진 적화통일 목표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적화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북한이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북한이 사회주의 성공사례로 선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남북 간 경제력이 뒤집어졌다. 1980년 북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제안했다. 남과 북이 각자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호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연방제 형태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거의 포기하면서 더불어 1980년 이후 북한의 남파간첩도 줄었다. 그런데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중항쟁을 거치면서 전두환 정권이 집권했다. 그러면서 다시 간첩 사건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 사건들 대부분이 위기 조성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작 간첩 사건들이었다.

"안기부, 변호사·피의자 가족한테 '간첩 도와주는 거냐' 협박"

프레시안 : 말씀하셨듯, 과거에도 조작 간첩 사건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재판 도중에 조작 사실이 밝혀져서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조차 사실상 시인한 전례는 없었다.

최병모 : 없었던 게 당연하다. 옛날엔 재판에서 변호사가 정상적으로 변론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1970년대 유신 때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는 변호사가 변론하려고 하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불러서 "너 변호사 계속 할래"라고 했다. 변호사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변론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하는 피의자 가족들도 불렀다. "너희 가족까지도 수사 대상이다", "간첩 도와주려고 하는 거냐"라면서 협박을 했다.

제가 1980년대부터 맡았던 제주도 강희철 씨 사건이 그렇다. 강 씨는 어렸을 적 일본에 밀항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쪽 고등학교인 대판조선고급학교(조고)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불심검문을 받아 22살 무렵 한국에 강제송환됐다. 당시 강 씨가 군 보안대의 강압 수사 과정에서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을 했는데, 그 내용이 보안대 수사관이 웃어버릴 정도로 완전 엉터리였다. 그래서 보안대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강 씨를 석방했다. 그러다가 6~7년 지난 뒤 다시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84일간을 영장 없이 얻어맞고 감금당하고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그 당시 재판받을 때, 일본에 사는 강 씨의 고모들이 한국에 와서 변호사 선임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보기관에서 "너희도 간첩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간첩죄로 조사하겠다"라고 해서 친척들이 겁을 먹고 변호사 선임을 못 했다.

 

 

▲2008년 간첩활동에 따른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희철씨가 제주지법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변호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이 최병모 변호사. ⓒ연합뉴스

▲2008년 간첩활동에 따른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희철씨가 제주지법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변호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이 최병모 변호사. ⓒ연합뉴스

 

 

프레시안 : 유우성 씨의 경우 탈북 화교 신분으로 북한에 한 번 갔다 온 기록이 있어 증거를 조작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1심 재판부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최병모 : 과거에도 똑같은 수법이었다. 심지어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간첩 후보 명단까지 뽑아놨었다고 한다. 친척이 일본에 있는 사람, 특히 그중 친척이 조총련계에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경력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사람을 만난 적 있는 사람 등. 그렇게 10~20명 목록을 만들어 놨다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간첩 사건을 만들었다. 강희철 사건에서, 검찰은 강 씨의 간첩 증거로 그의 형이 일본에서 보내 준 녹음기와 사진을 냈었다. 사진 뒷면을 통해 정보가 오갔다느니, 녹음기가 간첩하기 위한 도구였다느니 하는 주장이었다. 그런 허술한 증거들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

과거에는 조총련 계 재일교포 사회가 있어 재일교포들이 주로 간첩 사건의 타깃이 됐다. 그러다가 이제는 탈북자 쪽이 더 조작하기 쉬우니 국정원에서 중국 쪽에 살던 사람을 찾았고, 유우성 씨가 운 나쁘게 걸렸다.

프레시안 : 과거 재일교포 간첩 사건을 보면 검찰이 간첩 증거로 영사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누가 영사증명서에 도장을 찍었는지도 모르고, 담당 영사라는 사람들도 신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최병모 : 예전엔 영사증명서를 증거로 많이 냈다. 그런데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영사증명서가 재판부로 제출돼도 재판부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강희철 사건의 경우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영사증명서에 분명히 피고인이 무죄라는 증거가 있는데 무죄 정황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었다.

강 씨가 조고에 다닐 때 그 학교 서무과에 조총련계 간부가 근무했었다. 그리고 강 씨는 그 간부의 사촌 동생과 동급생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씨가 그 간부를 통해 지령을 받아 북한에 다녀왔다는 내용으로 기소를 했다. 강 씨 동급생의 사촌 형이자 조총련계 간부였던 사람은 강 씨가 조고를 졸업한 직후 조총련계에서 탈퇴해서 조련과 끊임없이 싸우고, 조총련 본부 앞에서 조총련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영사증명서에 그대로 기록돼있었다. 판사가 영사증명서만 제대로 봤어도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그냥 넘어갔다. 판사가 제대로 볼 노력조차 안 했는지, 아니면 그것을 보고도 유죄 판결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국정원, 증거 재판주의 개념 없다"

프레시안 : 국정원 협력자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증거 조작 요구를 받은 사실을 실토했고, 국정원도 사실상 문서 조작을 인정했다. 사실상 사건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최병모 : 당연히 무죄가 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무죄가 나야 맞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유무죄 여부를 떠나 유우성 씨가 간첩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병모 :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유무죄를 떠나서 간첩일 수 있다니, 그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인가? 특히나 여당 쪽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증거 재판주의(소송법상 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를 완전히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그간 얼마나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민들을 옥죄어 왔으면,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당당하고 통찰력 있는 발언인 것처럼 취급되는지 황당하다.

과거 어떤 여당 중진 간부는 '간첩은 고문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문을 하면 사건이 조작될 수밖에 없다. 유우성 씨 경우도 국정원에서 여동생을 데려다가 허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가혹 행위를 한 것 아닌가. 영장 없이 6개월씩 감금했던 것 자체가 가혹행위이고 고문이다. 헌법에선 미란다 원칙(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 선임이 자비로 어려울 경우 국가가 선임해 주도록 돼 있다. 미란다 원칙을 위배했다면, 그 이후 나온 진술은 모두 무효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국정원은 그런 식으로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갖고 비대해지니 검찰도 망가진다"

프레시안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병모 : 방금 말했듯 국정원은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는 기구다. 그래서 수사를 하면 안 된다. 정보기관이 수사권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다.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은 숨어서 활동하지, 대놓고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정보를 필요하면 만들어내기도 하고, 역정보 활동을 하기도 한다. 외국 나가서 자기들이 작전 수행하려면 정보를 일부러 만든다. 정보를 만들어내는 자들이 수사하게 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 기구 자체를 축소해서 외교부 밑에 대외정보처 정도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강대국도 아니고, 분단 상황에서 정보기관에 거대권력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 대외정보처 수준으로 해서 완벽하게 대외정보에 대해서만 처리하게 하고, 국내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 국가 정보기관이 비대해지니까 검찰까지도 예속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대공수사권 폐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못했다.

최병모 : 그 부분은 아주 잘못한 일이다. 두 정부 모두 전혀 개혁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니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유우성 씨가 '성명불상자'의 수사기관 담당자를 상대로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 건가.

최병모 : 모든 경찰의 수사권에 대해선 검사가 지휘감독을 하게 돼있다. 국정원도 수사에 관해선 검찰의 지휘감독 받게 돼 있다. 당연히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해야 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검찰도 이번 사건의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맞나.

최병모 : 물론 검찰도 조작에 대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라고 제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도 국정원과 더불어 공범이다. 검찰이 조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변에서는 특검을 이야기하는 거다. 물론 특검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다른 수단이 없다.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

사실 국가권력이 이런 식으로 상층부에서부터 부패, 왜곡을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진상을 밝힐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는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독립된 공직자 수사전담기구가 생길 필요가 있다. 그런 기구를 제5의 독립부서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선거 부정부터 유우성 사태까지… 박근혜, 소환 사유 많다"

프레시안 : 국보법 자체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는 것 같다.

최병모 : 사실 유우성 사건에서 국보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이건 조작 사건이다. 조작 가담자들은 국보법상 무고, 날조죄 혐의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어쨌거나 간첩 사건이 조작되는 걸 보니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형법에는 반란죄처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그런데도 굳이 국보법이 따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보법 7조 때문이다.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 변란을 선정·선동한 자를 처벌'(1항)하고,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한 자를 처벌'(5항)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들에 나온 개념들 자체가 워낙 불명확하고, 내용도 추상적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나왔듯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국보법 위반이라고 했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보자. 이석기가 혁명동지가를 불렀다고 북한을 찬양했다는 건데, 사실 혁명동지가는 우리나라 작곡가가 쓴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반독재 투쟁하면서 데모할 때마다 다 같이 부르던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찬양·고무'라고 한다면, 옛날과 달라진 게 뭔가. 이적표현물 목록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같은 책 몇 권 정도가 빠진 것 말고는 과거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민변에서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를 이끌고 계신다. 현 정부에서 민주주의 수준이 어떻다고 보나.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최병모 :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다. 정권 시작과 함께 터진 대선 부정 사태부터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대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거에 부정이 생겼다면, 대의 민주정은 근본부터 깨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일어난 선거 부정은 민주주의 위기라고 판단했고, 거기서 파생된 게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구 조치라고 본다. 이석기 사건의 유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당의 정당정책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해산 청구를 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본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고 본다.

일단 정부가 부정 선거 사태의 전말부터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무조건 덮고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대의정치 체제 아래서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해서 임기 동안은 무슨 짓을 하든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선출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의정치의 기본 틀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 게 주민소환제다. 뽑은 이유도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끌어내릴 때도 특별한 이유가 필요치 않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소환할 수 없게 돼 있다. 만약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소환 사유가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지금 벌어지는 사태들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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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매화나무 앞에서 생각에 잠기다

 
법인 스님 2014. 03. 15
조회수 28 추천수 0
 

 

[삶의 창] 봄날, 매화에 대한 여러 생각

 법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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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볕이 내리쬔 27일 오후 홍매화가 붉게 핀 전남 광양시 진상면 내금마을 금이리 들판에서 농부가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

광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땅끝마을의 봄소식은 초록 풀빛에 앞서 대흥사 천불전 담장 곁의 청매화 한 가지에 먼저 찾아왔다. 모진 한겨울을 견디고 망울을 터뜨려 환하게 피어난 꽃을 보노라니 그저 반갑고 고맙다. 꽃은 그 모습과 향기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기쁨이 된다. 사람도 이와 같아야 하리라. 꽃 앞에 서면 수행자는 삶의 향기로 말해야 한다는 옛 스님의 말씀이 거듭 절실하게 다가온다.


수행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그래서 한세상 의미있고 감동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종교적 울타리를 초월하여 누구라도 수행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늘 깨어 있는 노력이 없이 타율적 의무와 습관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면 인생의 생기와 향기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멈출 줄 모르는 속도와 낮출 줄 모르는 성장에 갇혀 ‘정신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이런 때야말로 수행과 혁명이 필요하다. 수행은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길 위에서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개성과 가치를 꽃피우는 나만의 길이다. 진달래, 개나리, 장미, 호박꽃, 매화는 제각기 그들만의 이름과 향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꽃들의 향기를 탐하지 않는다. 참으로 오묘한 어울림이며 화음이 아닌가?

 

수행은 또 자신의 이름과 향기를 간직하고 뿜어내는 일이다. 이름과 향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바로 ‘지조’라고 이를 수 있다. 올곧게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내는 사람을 지사라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은 대나무와 매화 등 사군자에서 지사의 풍모를 찾았고, 뜰 앞에 그것들을 심어두고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자 했다.

 

매화를 노래한 시 중에서 나는 조선시대 신흠의 시를 좋아한다. “매화는 평생을 추위에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구절에서 이 땅의 숱한 지식인과 독립운동가들의 혹독한 인고의 세월을 생각한다. “풍란화 매운 향기 님에게 견줄쏜가/ 이날에 님 계시면 별도 아니 더 빛날까/ 불토가 이 위 없으니 혼아 돌아오소서.” 위당 정인보가 만해 한용운의 지사적 삶을 풍란화에 비유하여 지은 추모시다. 매운 향기라니, 그렇다. 일제와 조금도 타협하지 않고 곤궁과 고독의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간 만해의 모습은 칼날 위에 부는 훈풍이고 얼음 위에 핀 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향기를 파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이 땅의 지식인과 정치인, 노동운동가 등 이른바 사회지도자들이 평소의 가치와 신념을 저버리고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역사는 지조를 버린 이들을 변절자라고 부른다. 간혹 서울 나들이를 갔다가 보게 되는 종합편성채널에는 변절자들의 해괴하고 교묘한 논리가 판을 친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분노를 넘어 한없이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 조용히 생각해본다. 왜 변했을까? 방법은 바꿀 수 있어도 길은 바꾸면 안 되는 것인데, 왜 자신이 평소 걸어오던 길을 바꾸었을까? 결코 놓을 수 없는 권한 행사, 더 풍족한 경제생활, 아니면 그보다는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조를 버린 그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들은 믿음이라는 이름과 존경이라는 향기를 잃었다. 그들이 얻은 것은 변절자의 초라한 모습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는 그윽한 향기로 찾아왔다. 봄의 초입, 잠시 매화나무 앞에 서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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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유출없다"던 정부...8천만명 개인정보 또 털렸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3/15 12:14
  • 수정일
    2014/03/15 12: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출모집인에게 다시 팔려나가...금융당국 책임론 다시 부상할듯

14.03.14 19:24l최종 업데이트 14.03.14 20:33김지혜(pri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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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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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유출된 1억여건의 개인정보 중 8000만 건 이상이 대출모집인에게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2차 유출은 없다고 확신하던 금융당국 등 정부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변철형)는 14일 광고업체 조아무개씨(36)로부터 개인정보를 사들여 금융대출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법 위반 등)로 대출모집인 이아무개씨(36) 등 4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조씨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 아무개씨(39)로부터 1억400만건의 개인정보를 사들인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KCB 전 직원 박씨가 빼돌린 KB국민카드, HN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의 고객정보 1억400만 건 중 일부를 사들여 이씨를  포함한 대출모집인에게 다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박씨로부터 개인정보 8050만건을 입수해 이 중 대부분을 대출모집인인 이씨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박씨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는 롯데카드 250만명, NH카드 2430만명, KB카드 5370만명인 것으로 집계 됐다.

검찰은 지난 1월 8일 박씨와 조씨, 이씨 등 3명을 기소하면서 박씨가 빼낸 1억400만 건의 고객정보 중 100만 건만이 조씨를 통해 이씨에게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이씨로부터 자료 모두를 압수해 추가유출 및 유통은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1억여건 정보유출 제3자 유포없다고 강변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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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3사 고객정보를 몰래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KCB 직원 박 모씨(뒷줄 일어선 이)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맨 앞은 신제윤 금융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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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수사결과는 검찰의 지난 1월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꼴이 됐다. 당초 발표와 달리 수천만건의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됐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도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카드사 정보 가운데 비밀번호,본인인증코드(CVC)가 포함되지 않아  유출 정보만으로 카드복제는 안된다"며 "대출중개영업을 위해 한 범죄이므 로 보이스 피싱 등 다른 범죄 이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추가유출로 금융당국 등의 책임론도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돼 온 추가 유출과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당초 유출됐던 개인정보가 전량 회수됐고 비밀번호와 CVC가 유출되지 않아 피해가능성은 전혀없다"며 "단 한건의 피해사례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불안해하실 필요 없다, 안심해도 좋다"고 주장했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검찰발표대로 유출된 고객정보가 제3자에 게 유포되지 않아 일반인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면서 "카드사 정보가 불법 유출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신고나 민원접수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었다.

이처럼 금융당국은 수차례에 걸쳐 "추가 유출이 없기 때문에 2차 피해도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정보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가 정보유출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문송천 카이스트교수는 지난달 2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카드사태 범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동식저장장치(USB) 하나에만 저장하고 추가 유출 안 했다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에 추가 정보유출이 확인된 것이다. (관련기사:"카드사태, 청문회 보며 해커들은 비웃고 있을 것" ) 

문 교수는 이어 "'2차 피해 없다'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말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면서 "주민등록번호 재부여 등 정부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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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입국을 허하라"

 

KIN포럼, 일본과 화상연결해 재일동포 입국문제 토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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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4  13: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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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이 13일 주최한 ‘제1회 KIN 네트워크 포럼’에서 정정훈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철주 ‘Excite Worgs’ 대표, 정 변호사, 이재승 건대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여행증명서가 아예 발급이 안 되고 있다. 2008년 이후 한 번도 큐슈 동포들이 들어오신 적이 없다.”

일제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머물고 있는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들의 한국 방문이 2008년 이후 사실상 불허돼 일본 큐슈지역 동포들과 교류사업을 진행해오던 서은숙 해외동포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동포넷) 운영위원은 발만 구르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은숙 운영위원은 2005년부터 부산에서 가까운 큐슈지역 민족학교 등을 자주 방문해 교류를 쌓았고, 2007년에는 조선적 동포들이 방한해 환갑잔치를 함께 벌이는 등 동포애를 나눠왔다.

서 위원은 “실제로 돌아가실 날이 다 되어 가는 나이드신 분들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큐슈와 후쿠오카 영사관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신청하지만 거부당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분들의 애환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동포들이 영사관을 두드리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KIN(지구촌동표연대)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KIN 네트워크 포럼’의 첫 번째 주제는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문제’였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채 한국이나 조선(북한) 국적도 취득하지 않아 일본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무국적자나 다름 없는 서러움을 당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이들은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입국이 불허되고 있다.

1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무악재 ‘재한조선족연합회 문화활동중심’ 사무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인터넷 화상채팅 기술을 적용해 일본 현지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진행됐으며, 모든 과정이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 이날 포럼은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 일본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가운데 진행됐으며, 유튜브에 생중계 됐다. 일본에서 접속한 정영화 교수가 화면에 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정정훈 변호사가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 있는 정영환 메이지학원대학 교양교육센터 교수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실상 정 변호사는 정영환 교수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취소 처분’ 담당 변호사로 2009년부터 함께 법정투쟁을 벌여온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의 한국 방문이 불가능해 한 번도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던 것.

정 변호사는 “들어와서 말씀 나눴으면 좋았는데 결과가 안 좋아 죄송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고등법원 판결에서 무국적 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주는 권한 정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남북교류협력법에서 재외동포의 출입보장이라고 했던 내용과 반하는 매우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법원은 정 교수의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 활동을 문제삼아 발급 거부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조선 사람으로서 조선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며 “조선적 동포들이 조선(북한)과 함께 살아온 역사를 한국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족학교를 다니고 총련 활동에 참여한 것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역사이고 이를 포용하는 것이 분단극복의 과제라는 것이다.

법학자인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150년 동안 식민지배를 당하고 강제로 분단되고,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한민족이 각각 서 있는 위치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며 “이 문제 해결 방법은 국내법적으로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무국적 재외동포들이 단순히 외국인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를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에서 결론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고국권(故國權)’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한민족의 특수한 상황까지도 포괄될 수 있도록 ‘고국권’을 통해 UNHRC에서 보장하는 이동권, 출국권, 귀환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구상이다.

   
▲ 이날 인터넷 화상회의는 서정우 AOK(Action one Korea) 회원이 기술을 담당했다. 조선적 재일동포이자 NGO 활동가인 배안 씨가 화면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참가자들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다양한 입국 거부 사례들을 공유하고 극복 대안을 놓고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성균관대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오인제 씨의 경우, 주일 한국영사관 담당영사와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한국 국적이 아니라 미국, 중국 국적도 고민하고 있다는 기발하지만 씁쓸한 내용도 녹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김태식 씨는 고민 끝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며 “발언하기 복잡한 심정이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서 잘 해야겠다”고 심경을 전하고 “내 친구는 조선적이지만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 유학하다 문제없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며 “영사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철주 ‘Excite Worgs’ 대표는 “한 번도 방문을 못한 1세도 중요하지만, 좋았던 시절 부모님 유골을 선산에 묻었는데 제사도 못 지내는 1.5세대와 2세대의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며 “입국문제는 (한국의) 초청 주최 측에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토론에 참여한 조선적 NGO 활동가 배안 씨는 “조선적을 가진다는 것은 무조건 북을 지지한다든지 꼭 북을 따라야 된다든지가 아니라 남북과 일본, 세 나라를 이어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의도를 가진 자들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 역시 한국 방문을 못 하고 있다는 배 씨는 “그냥 우리 친구들 보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싶고, 한국 가서 공부도 하고 싶고, 그런 소원들을 그냥 평범하게 풀었으면 한다”며 “같은 민족, 같은 역사를 공유한 민족의 한 성원으로서 서로가 정말 편하게, 당연하게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면 좋겠고, 많은 생각과 사상을 서로 존중하고 살아가는 그런 아시아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배덕호 KIN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배지원 KIN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나 헌법소원 제기, 국제법 활용, 여론 환기 등 다양한 해결책들이 거론됐지만 하나의 해결책으로 모아지지는 않았다.

배덕호 KIN 대표는 “모래알처럼 입국거부 당한 재일동포들이 일본 전역에 있을 것인데, 공개적인 모임이 한 번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줄기차게 낡은 관행과 제도들을 부셔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N 네트워크 포럼’ 두 번째 모임은 4월 17일 사할린 한인 문제를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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