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국 핵폭격 훈련과 한반도 정세전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2/09 09:23
  • 수정일
    2014/02/09 09: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정부 남북관계 개선 결단이 필요
 
[분석과전망]미국 핵폭격 훈련과 한반도 정세전망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2/08 [22: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최근 한반도에 와서 폭격 훈련을 진행한 미국 b-52 전략핵폭격기     ©자주민보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진행할 때 미국은 B-52 일명 까마귀 핵폭격기를 두 차례나 서해 직도 사격장에 동원하여 핵폭격연습을 단행하였다.

첫번째 핵타격연습은 13시부터 13시 20분까지로 남북적십자실무접촉 단장들 사이 협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고 두 번째는 또 다른 1대가 15시 50분부터 16시 10분경까지 핵타격훈련을 벌렸는데 이 시각은 남북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의가 채택된 소식이 금방 전해져 온 민족에게 들뜬 기대감을 안겨주던 시각이었다.

이미 계획된 훈련, 연례적 훈련이니 하며 미국은 변명을 하지만 이렇듯 기가 막히게 선정한 시간대만 봐도 미국은 남북대화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도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에 철저히 장단을 맞추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태도이다. 말로는 통일대박론을 운운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으로 진행될 지자체 선거를 위해서도 박근혜정부는 종북몰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 종북몰이 명분과 기본틀을 허물어버릴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박근혜 정부가 과연 추진할 의사가 있겠는지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대북적대 행동을 보면 역시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말과 달리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 바라지 않아

이는 박근혜정부나 백악관의 정책전문가들이 현 한반도의 위기국면의 본질을 제재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그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응방침에 따라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데서 나온 결과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방 중상 계속 시, 합의이행 고려"하겠다는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보면 민족분단의 비극을 끝장내고 기어이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조되고 있다.  

“민족분렬의 쓰라린 아픔을 더 이상 그대로 안고 살수 없다는것이 온 겨레의 절절한 지향이며 시대적요구이다.”-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성명 중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더는 분단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분단을 끝장낼 결심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북을 취재하고 나온 해외 언론인들, 해외인사들 속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와 이어진 중대제안에 바로 그런 의지가 공식적으로 천명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2014년 북 신년사 중에서

북은 이런 신년사를 실천하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북은 대남 비방 방송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의 뉴스에 단골 꼭지로 등장하던 남측 시위 관련 보도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측의 언론들은 대북 악담보도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북이 어떻게 남측의 대북 비방중상을 끝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북은 계속되는 남측의 비방중상과 분단의 비극을 이제는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만은 계속 천명하고 있다.

“벌어지고있는 현실은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민족사적흐름에 합류할 용의가 있는가, 아니면 그에 역행하여 현 대결의 악순환을 그대로 지속시키겠는가 하는 시대와 겨레의 엄숙한 물음에 정식으로 자기의 속내를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성명 중에서

이는 이 말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남북관계 흐름 속에서 살펴본다면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언급이다.

남북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까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많은 남북 당국 사이, 최고지도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지만 다시 유신시대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간 오늘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결단이 시급

우리 당국과 당국자들은 지금의 정세를 결코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남북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군산복합체에서 생산한 군수물자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일본의 재무장 등 ‘아시아로의 축의 이동’ 정책을 수행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는 말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대북적대적 행동들을 끊임없이 자행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대북정책을 거의 포기한 상황이다. 속수무책이다. 그런 미국에 우리 정부가 너무 기대려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미국에 무조건 부회뇌동하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국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부디 신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분단과 대결사에 종지부를 찍고 남과 북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에 사심없이 나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온 겨레와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00m 활공 ‘나는 뱀’의 비밀, 몸통 비행접시 꼴로

조홍섭 2014. 02. 07
조회수 10932 추천수 0
 

나무에서 나무로 100m 활공, 몸 단면을 비행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성능 드러나…미 연구진 실험실서 확인

 

 sn4.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동남아의 축축한 열대림에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는 뱀이 산다. 길이는 1m 남짓에 나무타기 선수인 이 뱀은 주로 나무에 사는 도마뱀이나 박쥐 등을 잡아먹는다.
 

무엇에 쫓기거나 먹잇감이 눈에 띄어 재빨리 이동을 해야 할 때 이 뱀은 높은 가지에서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때 몸을 납작하게 만들고 마치 헤엄을 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는데 한 번에 수평으로 100m쯤 비행한다.
 

Alan Couch.jpg» 나무타기 선수인 파라다이스날뱀. 나무 위에서 주로 도마뱀이나 박쥐를 잡아먹는다. 사진=앨런 카우치, 위키미디어 코먼스

 

sn1-1.jpg»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모습. 사진=제이크 소차, <실험생물학회지>

 

박쥐처럼 펄럭이거나 매처럼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뱀의 활공은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날뱀이 하늘다람쥐나 날도마뱀처럼 꽤 효율적으로 활공하는 비결은 뭘까.
 

제이크 소차 미국 버지니아 공대 생물기계공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파라다이스날뱀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뱀의 단면을 삼각형의 비행접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양력을 높이고 저항력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실험생물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유튜브 동영상(소차 연구실)

 

 

 

 

이 뱀은 다른 4종의 날뱀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에서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에까지 분포하는데 지금까지 몸을 이런 형태로 변형시켜 활공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공기역학적인 특성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뱀이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이동하는 모습은 이렇다.  처음 아래로 뛰어내리면 각도 62도로 돌멩이처럼 가파르게 떨어진다. 이때 파라다이스날뱀은 마치 낙하산을 펼치듯 몸을 납작하게 만드는데, 갈비뼈를 벌리고 등을 배 쪽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이런 형태에서 속도가 붙으면 양력이 생기고 하강 각도도 차츰 누그러져 13도가 되면서 멀리까지 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뱀은 단지 몸의 단면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면서 원하는 방향을 찾아간다.
 

sn2.jpg» 활강하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몸이 삼각형 형태로 납작해져 있다. 사진=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sn3.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단면. 그림=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연구진은 여러 가지 형태의 단면이 다양한 각도로 유체를 통과할 때 어떤 비행 능력을 얻는지 실험한 결과 날뱀의 삼각형 단면이 항공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신 저자인 소차는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날뱀의 비행접시 모양으로 변형시킨 단면은 원래의 원통 모양보다 비행 성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비행기 날개를 뱀의 크기로 축소해서 비교해도 뱀이 그에 못지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뱀의 단면만을 연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뱀이 활공하는 3차원 모습을 연구해야 날뱀 비행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aerial-paradisi-3.jpg

 

aerial-paradisi-4-37.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날뱀이 효율적으로 활공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뱀이 왜 나는지는 아직 제대로 모른다. 소차는 자신의누리집에서 동물이 활공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먹이 추적이나 천적으로부터 도망, 효율적이고 빠른 이동 등이라고 밝히고, 실험 과정에서 날뱀은 주로 달아날 때 활공을 했지만 자연 상태에선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날뱀이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aniel Holden et. al., Aerodynamics of the flying snake Chrysopelea paradisi: how a bluff body cross-sectional shape contributes to
gliding performance,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4) 217, 382-394 doi:10.1242/jeb.0909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범민련 3자연대 공동결의문 채택

(속보)범민련 3자연대 공동결의문 채택
 
남북 해외 본부 공동의장단 2014년 활동방향 결정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4/02/08 [11:10]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북측본부, 해외본부 등 3자연대는 공동의장단 회의를 통해 남북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뜻 깊은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할 것을 공동 결의했다.



범민련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2월 8일 모사전송의 방식으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제14차 공동의장단회의’를 개최하여 2014년 범민련 활동방향을 결정하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를 공동구호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범민련 공동의장단이 채택한 공동 결의문 전문을 게재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제14차 공동의장단회의 공 동 결 의 문


지금 해내외의 온 겨레는 조국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낙관에 넘쳐 새해의 장엄한 통일대진군 길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고 있다.

이 땅을 무겁게 짓눌렀던 적대와 대결의 어둠을 밀어내고 광명한 새날을 안아 온 새해의 장쾌한 해돋이는 겨레의 가슴을 통일애국의 열정과 의지로 용암마냥 세차게 끓어 번지게 하고 있다.

세기와 연대를 넘어 지속되고 있는 국토양단과 민족분열의 역사를 끝장내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것이 온 겨레의 한결같은 요구이며 강렬한 지향이다.

이러한 때의 남북 사이의 모든 적대행위와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데 대한 북측의 중대제안과 애국의 호소 그에 따르는 대범한 실천적 조치들은 온 겨레에게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더 해주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애국애족의 결단과 통일의지로 맥박치고 있으며 조국반도에 조성된 오늘의 엄중한 사태를 시급히 가셔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북측의 중대제안과 조치들을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한다.

해내외의 온 겨레는 굳게 단합하여 남북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뜻깊은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이것이 올해에 범민련이 조국통일운동에서 높이 들고 나가야 할 구호이다.

자주통일의 길을 앞장에서 헤쳐 온 범민련은 선봉적역할로 해내외에서 높아가는 겨레의 통일애국운동을 더욱 고조시켜 올해를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역사적인 해로 빛내어나갈 불같은 의지를 안고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범민련은 민족자주의 원칙, 우리민족끼리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나갈 것이다.
민족자주, 우리민족끼리는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 민족번영의 새 역사를 펼쳐나가기 위한 전 민족적 기치이다.

범민련은 조국통일 3대원칙과 남북공동선언에서 엄숙히 천명된 민족자주의 원칙,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을 민족적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나갈 것이다.

해내외 동포대중 속에 우리 민족이 우선이고 제일이며 민족을 중시하는 투철한 자주의식을 심어주고 온 민족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자주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나갈 것이다.

동족보다 외세와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민족문제를 그에 종속시키거나 민족의 운명과 이익을 남에게 내맡기려는 사대매국행위를 저지시키며 외세가 우리 민족문제에 끼어들고 간섭하려는데 대해 단호히 배격해 나갈 것이다.

2. 범민련은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고수 이행하기 위하여 앞장에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남북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해 나가는 여기에 진정한 애국애족이 있으며 민족의 밝은 미래가 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여러 갈래의 접촉과 대화, 협력 사업을 재개하고 더욱 활성화하며 선언의 조항들과 그에 의하여 마련된 남북사이의 모든 합의들이 실천에 옮겨지도록 적극 추동해나갈 것이다.

겨레의 지향과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여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하고 그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사소한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3. 범민련은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하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며 통일의 지름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첫 출발점이다.

범민련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이며 당면하여 남과 북으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남북 사이의 폭넓은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각방으로 협력할 것이다.

범민련은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발표 기념일들, 조국해방의 날을 비롯한 여려 계기들에 남과 북, 해외 각계 층과 다양한 통일회합들을 성대히 개최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환경과 분위기를 마련해 나가는데 앞장설 것이다.

특히 남북 사이의 적대와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할 데 대한 선의의 제의와 실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며 조국반도와 그 주변에 핵전쟁장비들을 끌어들이고 외세와 함께 각종 명목의 합동군사 연습을 벌여놓으려는데 대해 반대 배격하며 온 겨레와 함께 강력히 저지 파탄시켜 나갈 것이다.

4. 범민련은 해내외 각계각층과의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하여 민족의 대단합을 힘 있게 추동해나갈 것이다.
범민련이 내세우는 민족의 대단합은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당파와 소속, 정견과 신앙, 관민을 초월하여 굳게 손잡고 나가는 가장 폭넓은 단합이며 민족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기 위한 공고하고도 영원한 대단합이다.

이것은 어제 날에도 그러하였고 오늘도 내일도 변함이 없는 범민련의 일관한 입장이다.
범민련은 6.15민족공동위원회를 비롯하여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해내외의 정당, 단체, 인사들과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통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나라의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갈 것이다.

지난날에는 비록 잘못된 길을 걸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민족을 위한 길에 들어선다면 그가 누구이든 과거를 불문하고 그들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5. 범민련은 조직을 튼튼히 꾸리고 남, 북, 해외 3자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범민련 조직을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각계 층의 통일애국운동을 앞장에서 이끌어 나가는 선봉조직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부당하게 구속된 남측본부 임원들을 비롯한 모든 통일애국인사들을 석방시키며 남녘에서 통일논의와 활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보다 집중적으로 벌여 나가며 남, 북, 해외 3자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남과 북, 해외 온 겨레와 함께 삼천리강토 위에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 6.15자주통일시대를 반드시 이어나가려는 범민련의 의지는 드높고 기세는 충천하다.

우리 모두 희망찬 새해에 승리의 신심 드높이 참다운 애국의 기치, 우리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굳게 단합하여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아침을 힘차게 마중해 나가자!
                            
                                                   2014 년 2월 8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산가족 상봉 판 깬 핵폭격기, 미국은 왜?

[정욱식 칼럼] 살얼음판에 돌 던진 오바마, 노벨평화상의 의미를 되묻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07 14:53:38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제(6일) 오후에 회의를 마치고 동료들과 식당에 들어섰을 때, 방송 뉴스를 보고 절로 나온 탄식이다. 미국이 5일 B-52 전략 폭격기를 출격시켜 군산 직도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이었다.

 

동료들은 이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태도에 강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북한은 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해놓고 6일에는 또다시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남측 일부 언론의 대북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합의 이행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변덕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좀 이상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미 양국이 예정대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상태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했고,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반북 보도 역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북한은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날 이산가족 상봉 합의 이행의 재고를 시사하며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비방중상의 중지를 요구했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 북한은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날 이산가족 상봉 합의 이행의 재고를 시사하며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비방중상의 중지를 요구했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런데 ‘북한이 왜 이럴까’라는 궁금증은 미국이 전략 폭격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를 접하곤 풀리게 되었다. 북한이 예정대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로우키(low key)'를 유지하겠다는 남측의 시그널이 이었던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미국은 뒤통수를 치듯이 남북한이 이산가족 실무 회담을 하던 날에 전략 폭격기 훈련을 강행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미국

 

북한이 이 사안을 또다시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관계 개선을 향해 살얼음판을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그 위에 큰 돌을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전략 폭격기 동원 훈련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합의 소식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도대체 미국의 속셈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B-52 편대가 소속된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태평양 지역에 전략 폭격기를 순환 출격시켜왔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것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해명은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이는 격’이다. B-52는 최대 12기까지 핵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개당 폭발력은 170~200kt 수준이다. 1기의 전폭기만으로도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전폭기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훈련해왔다면, 이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던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위반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10년 이전부터라면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아마도 태평양 사령부 등 미국 펜타곤과 군부는 남북한의 화해협력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펜타곤은 10년간 5천억 달러 안팎의 군사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군비 삭감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특히 매년 봄이면 미국 의회가 국방예산 심의에 착수하기 때문에 펜타곤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음모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이러한 해석이 아니고선 미국의 행태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작년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 북한의 위협과 남한 내에서 부상하는 핵무장론을 동시에 억제하기 위해 B-52와 B-2 등 전폭기를 공개적으로 동원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사유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B-52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덕분에 노벨 평화상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서 오바마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이름 하에 대북 협상에는 몸을 사리고, 핵무력 시위는 수시로 벌이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세계 최강 미국이 핵무기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면서 다른 나라도 이 길로 유도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23년 전 미국은 한반도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키고 핵공격 훈련이 포함된 ‘팀 스피릿’을 중단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 기여한 바 있다. 비록 93년에 한미 양국이 ‘팀 스피릿’을 재개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그 성과는 유실됐지만, 미국이 자제할 때 북한도 호응할 수 있다는 교훈을 찾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끝으로 북한에도 당부하고 싶다. 미국의 B-52 동원 훈련에 분개할 수는 있지만, 이걸 이유로 남한과의 합의를 번복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 미국 내 매파들을 돕는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기조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다행히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상봉자 명단을 교환하고 금강산 시설 점검차 남측 인원의 방북은 이뤄졌고 한다. 모쪼록 안팎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화해협력과 평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것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몸싸움 끝에 '야스쿠니 퍼포먼스' 불발

(2보) 아베 총리에 질의서 전달, '위안부' 강제연행 등 따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07  16:04:46
트위터 페이스북

(2보, 18:14)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몸싸움 끝에 '야스쿠니 퍼포먼스' 불발 
 

   
▲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대원 중 한 명이 7일 오후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일본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억울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학생 새내기 2014학번 소진희(부산대) 학생의 말이다.

오후 4시경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가 야스쿠니 신사 앞에 도착했으나 일본 경찰이 신변 위험을 이유로 가지 못하게 하는 통에 30여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일본 경찰의 감시 아래 버스에서 내려 신사로 가던 중에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는 손 현수막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 원정대가 손 현수막을 지참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이 원정대를 가로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제공 - 원정대]

 

   
▲ 일본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여학생 원정대원들에 대해서도 물리력을 행사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경찰은 학생들을 버스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하고 학생들은 버스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 일본 경찰이 가리지 않고 여학생들을 잡아끌면서 여학생들이 울먹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4차선 도로 너머에서 일본 우익들이 일장기를 들고 달려오면서 학생들이 버스로 피신, 상황이 종료됐다. 결국 야스쿠니 신사 답사와 참배 반대 퍼포먼스는 시도도 못한 셈이다.

원정대 대장인 강혜진(숭실대) 학생은 “우리는 평화를 말하기 위해 일본에 온 대학생들이다. 일본이 우리의 질의서는 받아주지도 않고, 야스쿠니 신사에서도 경찰들이 앞장서서 우리를 막았다”고 분노했다.

   
▲ 일본 경찰은 원정대원의 옷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원정대 대원 박수홍(부산대) 학생도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왔는데 야스쿠니 신사 담벼락만 보고 가게 됐다”며 “지금 면목이 없다”고 밝혔고, 대원 김주연(신라대) 학생은 “지켜줘야 할 경찰이 더 폭력적으로 나와 화가 났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8일 오후 1시 95년전 2.8 독립선언이 진행된 조선기독교청년회관 터(현 재일 YMCA)에서 2.8 독립선언 재현 만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는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2.8 도쿄 조선청년 독립선언 95주년에 즈음한 대학생 선언문’이 낭독된다.

(1보, 16:04)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日 경찰이 야스쿠니 행 저지
 

   
▲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대원들이 7일 도쿄 내각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왜곡과 군국주의화에 항의하기 위해 7일 일본을 방문한 ‘2.8 조선청년 독립선언 95주년 맞이 대학생 도쿄원정대’(이하 ‘원정대’)가 일본 경찰에 의해 활동이 가로막혀 있다.

현지 원정대에 따르면 오후 3시 반 현재 ‘2.8 대학생 도쿄원정대’는 일본 내각부 청사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일정부터 쉽지 않은 걸음을 하고 있는 셈.

원정대는 오후 3시경 ‘아베 총리에게 드리는 질의서’를 일본 내각부 청사에 전달하려 했으나 일본 경찰이 ‘대표단만 버스에서 내리라’고 한 것.

   
▲ 일본 경찰은 원정대의 단체 행동을 저지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 두 명의 원정대 대표가 내각부 경비실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결국 ‘현수막을 들고 대표단이 전달하는 선’에서 강혜진(숭실대) 학생과 김주연(신라대) 학생이 몸수색을 마친 후에 청사에 들어갔으며 경비실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곧바로 야스쿠니 신사로 향하는 일정이었으나 경찰과 한국 영사관 측이 신변 보호를 이유로 2.8 대학생 도쿄원정대의 이동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 원정대에 대한 일본 언론과 한국 특파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사진제공 - 원정대]

 

   
▲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정대 대표들. [사진제공 - 원정대]


한편, 현지에는 NHK, 요미우리, 아사히,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 특파원들까지 원정대의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정대는 ‘아베 총리에게 드리는 질의서’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생각과 △야스쿠니 신사에 조선인 1천여 명이 합사된 사실을 아는지,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한반도와 아시아를 평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유 등을 물었다.

앞서, 원정대는 일본으로 출국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주일대사관과 부산 주일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 청년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당당하게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고 역사 왜곡과 각종 망언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95년 전 그때처럼, 앞장서서 나아가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행동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 출국에 앞서 원정대가 7일 오전 10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아베 총리께 드리는 질의서

아베 총리께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대학생과 청년 등으로 구성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는 아베 총리님의 솔직하고 정확한 답변이 한일 관계를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미래지향적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꿈꾸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부디 아베 총리께서 질의서에 대해 답변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첫째, 아베 총리께서는 진정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강제 연행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16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폐지 수집으로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셨던 황금자 할머니께서 지난 1월 26일 돌아가시면서 많은 한국인들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강제 연행된 게 아니라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4일 마이크 혼다 미국 하원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법안’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말한 것처럼 “살아남은 희생자들에게는 인내할 여유가 없습니다”. 한국에는 55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계십니다. 시간을 늦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하셔야합니다.

둘째, 야스쿠니 신사는 침략전쟁을 영광으로 기념하는 곳이기에 많은 이들이 참배를 반대하거나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께서 참배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더불어 야스쿠니 신사에 조선인 2만 1천명이 묻혀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유족들 대부분은 일본 정부에게서 전사 통지를 받지 못했고 유골도 반환받지 못했으며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상을 신사에서 빼내줄 것을 요구하는 유족들은 “야스쿠니 합사는 살아서는 강제징병이고 죽어서는 강제수용인 이중의 강제연행”이라고 기막힌 심경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피해 국민들이 A급 전범자들과 함께 묻혀있기를 거부하는 마음을 이해하실 수는 없으십니까.

셋째, 아베 총리께서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는 것이라 밝히셨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와 아시아의 긴장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게 아니라 더 평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센카쿠 등을 영토분쟁 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일본이 재무장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께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아베 총리께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의 질문에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95년전 조선의 청년들이 독립을 선언한 2.8 독립선언 기념행사와 답사 일정 등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



(추가, 16:2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두 달을 못 버티고 요양원을 찾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2/08 12:21
  • 수정일
    2014/02/08 12: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 2014.02.07 19:55수정 : 2014.02.08 09:11

툴바메뉴

기사공유하기

보내기
 

[토요판] 
가족 / 할머니의 치매

▶ 얼마 전 한 아이돌 가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할머니가 함께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수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와 암에 걸린 어머니를 더이상 부양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지요. 사건을 본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살을 두고 흔히 하는 ‘목숨이 그리 가볍냐’는 비판도, ‘안쓰러워 어쩌누’라는 위로도 할 수 없었어요.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언니, 어딜 나가? 어제랑 그제도 내가 할머니 당번했잖아.”

 

“미안해. 남자친구 오랜만에 만나는 거 알잖아. 한번만 봐줘.”

 

“진짜 이기적이다. 나도 오늘 약속 있다고. 할머니보다 남자친구가 더 중요해?”

 

“카드 줄 테니까 할머니 맛있는 거 사드려. 나 갈게.”

 

“야 이 싸가지 없는 년아. 언니! 야!”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할머니를 모신 지 두달 만에 우리는 지쳐 있었다.

 

효자라면 효자였다. 아버지를 비롯한 6남매는 부모에게 자주 찾아가는 편이었고 용돈도 적지 않게 드렸다. 입만 열면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 없다’는 말을 하고 하루 한 번 전화도 빼먹지 않았다. 할머니가 동네로 찾아오는 장사꾼들에게 속아 가짜 건강식품이나 게르마늄 옥매트, 불량 청소기 따위를 사들였을 때도 자식들은 그저 웃었다. ‘우리가 더 자주 찾아뵈었으면 저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반성이 먼저 나왔으니까.

 

그런데도 할머니는 끝내 자식들의 효성을 시험해보고 싶으셨나 보다. 87살이 되던 해 치매가 찾아왔다. 초기에는 잘 몰랐다. 그저 노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압력밥솥에 불을 올렸다가 솥을 통째로 태워먹자 자식들의 걱정은 커졌다. 얼마 뒤 할머니는 부엌을 통째로 태웠다. 불이 안방으로 번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자식들은 마을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앞으로 하루 세끼 도시락을 배달시켰다. 6가지 찬에 따끈한 밥과 국이 포장된 정갈한 도시락을 보면서 자식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은 안전하시겠지.’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됐다. 할머니는 사람을 점점 못 알아봤다. 누가 가도 손자의 이름만 불렀다. 내면의 한도 터져 나왔다. 7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할아버지한테 푸념 한번 하지 않던 할머니는 미워 죽겠다는 듯 할아버지를 때렸다. 할머니의 한풀이에 90살을 넘긴 할아버지는 몸에 멍이 들도록 맞으며 평생의 죄를 갚고 있었다. 더이상은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온전한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맡기고 할머니는 삼남매가 나눠서 돌보기로 했다. 큰아들네 두달, 작은아들네 두달, 셋째네 두달. 딸 둘과 외국 사는 막내아들은 순번에서 제외됐다.

 

우리 집이 첫번째였다. 아버지가 큰아들이다. 아버지는 소똥 냄새 나는 고향과 참기름 향을 풍기는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치매 걸린 노인을 돌보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잠시 눈을 떼면 사고가 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이 사라져 있고, 때론 무선전화기가 냉장고 안에 있었다. 책상 위에는 흙 묻은 아버지 신발이, 옷장에서는 반찬통이 튀어나왔다. 할머니는 입만 열면 ‘집에 가서 니 아버지 밥해줘야지’라고 소릴 지르며 신발을 신었다. 서울의 아들집은 할머니에겐 그저 남의 집이었다.

 

식사도 문제였다. 평소에는 반찬이 없어도 그럭저럭 버티던 아빠가 예민해졌다.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는데 반찬이 이게 뭐야. 노인네가 이걸 어떻게 씹어!” 워킹맘인 엄마도 지지 않았다. “열두시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밤새 만든 건데, 싫으면 당신이 직접 하든가.” “그게 지금 말이야?” “말이 아닐 건 뭐야. 그렇게 어머니, 어머니 하더니 한달을 못 참고 나한테 짜증 내잖아.”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다. 아빠는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할머니 수발에 나섰지만 본래 간호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할머니와 있으면서도 그저 주무시길 바랄 뿐 달리 간병인 구실을 하지 못했다. 
 

 

 

사라진 할머니를 찾고 나서 
우리는 주저앉아 울었다 
부모를 고작 두 달 모시고 
피폐해진 게 부끄러웠다 

고집불통 할매는 요양원에서 
생기도 사라지고 얌전해졌다 
그래도 우리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졌다. 덥다고 문을 열어둔 게 화근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사색이 된 아빠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20층도 넘는 아파트에서 노인이 어떻게 내려갔을까’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길도 모르고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양반이 어딜 갔나’ ‘못 찾으면 어떡하지…’. 안 좋은 생각이 꼬리를 물자 우리는 모두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아파트와 집 주변을 나눠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네 식구가 소리를 지르며 찾은 지 한시간 만에 할머니를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발견했다. 아빠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가긴 어딜 간다고 나갔어.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양반이 왜 자꾸 간다고….” 아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엄마도, 나도 울었다. 우리는 그저 복도에 주저앉았다. 평생 길러준 부모를 고작 두달 모시고서 피폐해진 것이 부끄러워서다. 할머니는 그 와중에도 ‘집에 갈라고’를 연발했다. 밤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던 그날 밤 우리는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창문까지 닫고 누웠다. 치매 앞에서 네 식구는 무력해졌다.

 

그렇게 생채기를 남기고 난 뒤에야 지방에 있는 한 치매노인 요양원을 구할 수 있었다. 허름한 요양원에 있던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 요양원비에 기저귀, 간식비 등을 포함해 한달에 한분당 150만원이 들었다. 이 역시 6남매가 나눠 내기로 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감사해야 했다.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할머니는 허리까지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늘 은비녀로 곱게 정돈한 머리의 할머니는 사내아이처럼 짧은 머리가 됐다. 그런 머리가 감기기 쉽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할머니는 유난히 조용했다. 목욕은 일주일에 두번, 밥도 잘 나오고 간식도 드신단다. 한데 생기가 사라졌다. 꼭 호되게 혼난 어린이집의 아이 같았다. ‘집에 가서 니 아버지 밥해야제’를 연발하던 고집불통 할매는 없고 얌전한 요양원 노인이 앉아 있었다. 밤에 잠을 안 주무셔서 약을 좀 먹였다는 얘기도 있고, 집에 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안정제를 투여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래도 우린 할 말이 없었다. 고작 두달 만에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것들이 자식이라고 와서 ‘왜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느냐’고 말하는 건 자기기만이었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는 그저 요양원 보호사 선생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잘 좀 부탁드린다”고 얘기했다. 나는 “할머니 미안해”만 반복했다.

 

쓸쓸하게 돌아섰다. 자주 오겠다고 말했지만 요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 지고 있던 삶의 짐을 다시 떠올렸다. 할머니에게 느꼈던 미안함은 내일 출근, 모레의 실적 마감, 다음주에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곧 사라졌다. 잠시나마 효자이고 싶었던 우린 그렇게 또 불효자로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 뒤에서 우는 불효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용판 무죄' 선고에 대해 권은희 수사과장 입장 밝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
상급법원 명확한 판단 위해 노력"

[현장- 기자회견] '김용판 무죄' 선고에 대해 권은희 수사과장 입장 밝혀

14.02.07 10:09l최종 업데이트 14.02.07 12:59l

 

 

기사 관련 사진
▲ 충격적인 결과에 말문을 잇지 못한 권은희 과장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신 보강 : 7일 오후 1시] 
권은희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7일 오전 11시, 송파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책임자로서 제기했던 수사 축소, 지연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공직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판부의 사실적, 법률적 판단이 부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은 만큼 1심 재판부가 판결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당시 사건 담당 수사과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명확한 사실적 판단이 나오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김 전 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권 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고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과 모두 엇갈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하드디스크 분석을)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별도로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에 대한 분석은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진행했고, 자신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집중했기 때문에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들의 진술과 자신의 진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권 과장은 특히 "재판부는 (수사 은폐·축소가) 경찰 조직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점, (하드디스크 분석 등)사이버를 이용한 행위였다는 특성을 전제로, 핵심 쟁점에 대해 명확하고 정치하게 검토해야 했다"며 재판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권 과장이 김병찬 서울청 2계장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법원이 확인한 것은 휴대전화고 (나는) 김 계장과 경찰 내부 전화를 이용했다"며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권 과장은 국정원 직원 김씨의 디지털 증거분석 과정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김 계장에게 수차례 항의전화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 그는 "자세한 결과를 들여다보기까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적, 법리적 판단을 받아보지 못한 만큼 앞으로 재판 진행 과정에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대처하겠다"며 사직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정치권이 논의 중인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답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권은희 과장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목이 메여 잠시 발언을 중단하기도 했다. 

[1신 : 7일 오전 10시 10분] 
권은희, '김용판 무죄' 입장 밝혀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법원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7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송파경찰서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청장 무죄 선고에 대해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입장 관련 자료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김 전 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권 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용판 전 청장은 "공정하게 진실을 밝혀줌으로써 저와 경찰가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권 과장은 줄곧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자신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입장 발표에 따라 향후 정국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뢰밭' 건드린 미국, 박근혜 이래도 '줄푸세'?

[주간 프레시안 뷰] 세계금융의 혼란, 역주행하는 한국과 일본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07 09:15:54

 

 

 

 

 

 

 

 

안녕하세요? 경제 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작년 말 2014년 경제전망을 소개해하면서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는 올해를 자못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세계경제는 3%대 중반, 한국경제는 3.9% 성장), 곳곳에 지뢰밭이 숨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지뢰밭의 뇌관을 미국이 건드렸습니다. 작년 12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기 시작해 올해 1월에도 민간 자산 구입액을 100억 달러 축소했습니다(두 달에 걸쳐 매월 9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 문제는 신흥경제입니다.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즉 통화 증발을 하면서 풀려난 돈은 성장률과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경제로 몰려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양적완화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돈이 그나마 안전한 나라로 되돌아가면서 취약한 신흥경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죠.

 

 

▲ 미(美)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월 8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 미(美)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월 8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2월 5일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국제결제은행(BIS)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무려 9조1000억 달러의 자금이 불과 1% 금리에 국제 자본시장에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합니다. 또한 2010년 이후 2013년 중반까지 신흥국 은행과 기업들이 조달한 채권 규모만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연준이 양적 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축소하기로 한 뒤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외국으로 빠져나가려는 투자자에게 바꿔줄 달러가 없다면 외환위기가 되는 거죠.

 

 

 

 <파이낸셜타임스>의 분류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베네수엘라가 가장 위험하고 터키와 남아공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을 기록한 한국은 금융 자체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금융혼란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다시 흔들리고, 아직도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유럽이 위기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중국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채무도 문제가 되고 있죠.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진다면 수출의 50%를 동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현재 상황은 괜찮지만, 아베 총리의 다보스 연설을 보면 일본도 본격적인 역주행에 나섰고 결국 "일본은 망할 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Japan’s New Dawn)

 

지난 1월 다보스 회의에서 아베의 연설 제목은 ‘일본의 신새벽(Japan's New Dawn)’이었습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자화자찬이죠.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아베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은 각각 금융, 재정 확대정책입니다. 그리하여 수출도 늘고 성장율도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해서 이제는 ‘일본의 신새벽’이 왔다는 겁니다. 이 기세를 몰아 세 번째 화살을 쏘겠다는 게 연설의 핵심입니다.

 

세 번째 화살촉에는 ‘개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물 샐 틈 없이 굳은 일본의 사회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수단입니다.

 

아베가 제시한 목록을 보면 1) 전력 자유화(liberalization. 내용이 발전과 송전 분리, 발전부문 완전 경쟁인 것으로 보아 민영화) 2) 의료 산업화. 핵심은 거대 의료공급자를 만드는 것(역시 민영화), 3) 40년 동안 시행된 ‘쌀 생산조정’ 제도의 폐지와 사기업의 농업부문 진입 허용(역시 농업 자유화) 4) 투자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예컨대 용적률 제한 폐지. 이를 통한 고급주택, 비즈니스 단지, (이산화탄소) 제로 배출 마을 건설입니다. 모조리 민영화, 자유화죠.

 

이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은 바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입니다. 즉 개방을 통해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요? 여기에 법인세 인하도 덧붙었으니 일본도 ‘줄푸세’입니다.

 

한국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여성 고용의 증대(그리고 2020년까지 30%의 leading management position에 여성을 앉히겠다), 외국노동자 허용, 사외이사의 확대와 기관투자자가의 역할 증대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연설에선 단 한마디 나왔지만, 노동자 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그것도 일본 재계가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 형태로 올리겠다니, 이건 일본의 한 줄기 희망입니다.

 

하지만 전체 방향은 전면적 개방에 의한 민영화와 규제완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느 사회나 꽉 쥐어 짜이면(특히 일본은 70년대 석유위기, 80년대 플라자 합의 이후 사회가 더 정교해져서 쥐어짜도 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배집단의 특권이 강화되고 정치도 이에 완전히 포섭되어 변화가 불가능해지죠. 더구나 초고령화는 일본 사회를 완전히 수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개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래로부터 새로운 공동체 정신을 북돋고 고용과 생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즉 임금인상, 중소기업 생산성 강화, 사회적 경제와 복지 확대, 그리고 생태사회로의 대전환이 개혁 방향이죠.

 

그 반대로 더 시장에 의존해서 단기간에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명박-박근혜에 이어 아베도 망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일본의 시민들이 이 흐름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요? 아베 말대로 동아시아의 시대가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핵심적 위치에 있는 두 나라가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아베의 연설 일주일 뒤에 스티븐 로치가 ‘미국의 엉터리 새벽’이라는 칼럼을 발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 말의 4%에 이르는 반짝 경기는 단명으로 끝날 거라는 주장입니다.

 

(☞ America’s False Dawn)

 

사실 미국의 고용율은 떨어졌고 실질 임금 역시 오르지 않았습니다. 2008년 이래 미국의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죠. 오죽하면 클린턴 시대에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임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러므로 현재의 미국 경기 회복은 풀려난 돈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장차 거품 붕괴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와 수출 증가가 경상수지를 개선한 것은 청신호입니다. 하지만 재정은 3월에도 국가부도의 경고등이 켜질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세계경제의 지뢰밭을 다시 확인하다 보니, 세계경제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빠진 걸로 느끼실 겁니다. 국제기구나 한국정부가 호들갑 떨 정도의 경기회복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겠지만, 올해에는 이런 지뢰들이 터질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계경제 얘기를 하다 보니, 벌써 지면이 모자라는군요. 약속대로 희망적인 기사 하나를 올립니다. 북한이 세계 희토류의 3분의 2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깁니다.

 

(☞ North Korea May Have Two-Thirds of World’s Rare Earths)

 

이 기사에 따르면, 아직은 북한이 자국의 자원을 지켜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의 숙청 이유를 보면, 그가 중국에 북한의 국부를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경제가 나빠지면 북한이 구한말 조선이 그랬듯 중국 등 외국에 광물 채굴권을 넘길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남북과 동아시아가 참여하는 호혜적인 개발이 이뤄져야겠죠.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권은희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김용판 무죄 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특정후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경찰 수사를 축소, 은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월 16일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끝난 직후에 발표된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혐의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수사 결과 발표에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검찰은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면죄부를 받음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발표였던 경찰 발표가 정당했다는 논리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용판은 결코 무죄가 될 수 없었으며, 당시 수서경찰서의 발표는 명백한 대선 개입이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밝혀드리겠습니다. 

' 12월 16일 무죄, 그러나 지금은 유죄' 

이번 사건의 쟁점은 12월 11일 민주당의 신고로 발각된 국정원 직원 김하영이 대선 개입을 했느냐에 대한 12월 16일 수사 결과 발표가 정당했느냐입니다. 
 

 

 


12월 16일 밤 11시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김하영의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 '<2012년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간 문재인,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4월 18일 수사 결과 발표에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김하영), 이모씨에 대해서 국가정보원법 위반 (정치관여) 혐의 인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로 본다면 분명 2012년 12월 16일 수사결과에는 혐의가 없었지만, 현재는 그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것입니다. 즉 범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 의도된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국정원 직원의 범죄 혐의는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월 16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는 무혐의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수사 결과 발표가 12월 16일에 나왔을까요? 
 

 

 


경찰수사가 얼마나 의도적인지 보여주는 핵심 내용은 바로 <ⓛ 보도자료 작성>에 있습니다.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12월 16일 오전 이광석 수서경찰서 서장에게 '(디지털증거) 분석 결과를 빼고 나머지 부분만 보도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합니다. 

범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디지털 분석 결과를 빼고 보도자료를 준비하라는 것 자체가 이미 경찰이 수사결과를 왜곡하겠다는 의도로 충분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의 <②디지털 분석 결과>도 이상합니다. 서울경찰청은 수서경찰서에 디지털 분석 보고서만 넘겼지, 핵심 디지털 증거분석 자료는 12월 18일, 대선 전날에야 넘겼습니다. 

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수서경찰서입니다. 그런데 수사 담당자에게 분석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는 점은 왜곡된 분석보고서로 증거를 은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③ 수사 진행>에도 의문이 듭니다. 빠른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디지털 자료를 문서 파일로 변환하는 데만 이틀이 소요됐습니다. 

IT 전문가들은 30만 건 정도의 자료를 문서 파일로 변환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정당하기 위한 왜곡된 변명에 불과합니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보고 받은 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최종안을 받은 시간이 오후 10시 42분입니다. 이 서장은 보도자료를 받고 불과 18분 후인 오후 11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상식적으로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불과 18분 만에 발표 당사자인 수서경찰서장이 받았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12월 16일 수사 결과 발표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왜곡했습니다. 

' 권은희의 진술만 신빙성이 없다?' 

재판 결과에서 증인의 진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타의 증인이 나오더라도 핵심 증인 한 명이 증언함으로 판결이 뒤바뀌는 결과가 얼마든지 나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수서 경찰서 수사과장은 일관되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은희 과장은 12월 16일 밤 11시에 발표한 댓글 사건에 담당 수사관이 철저히 배제된 채 불순한 의도로 발표된 수사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은희 과장의 이런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다른 경찰관은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가 권은희 과장은 제외하고 믿었던 다른 경찰관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디지털증거 분석관을 비롯해 김용판 경찰청장의 지시와 명령 체계에 있던 경찰관들입니다. 

경찰관들은 재판에서 무서운 생각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이 무섭다고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데 이런 사람의 말은 믿고, 권은희 과장의 말만 거짓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상명하복인 경찰에서 권은희 과장만이 다른 증언을 했습니다. 이것은 분명 그녀의 주장이 합당한 이유가 있음이 분명함에도 재판부는 다른 경찰관들의 진술만 믿어줬습니다. 

'상명하복' 시스템의 경찰 조직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왜곡된 판단을 한 것입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역전한 골든크로스가 12월 16일 경찰 발표 이후 박근혜 후보 우세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리서치뷰는 국정원 사건이 지금처럼 밝혀졌다면 박근혜 후보 투표자 8.5%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해서 승패가 갈렸을 것이라는 여론조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내용이 시기와 내용 면에 있어서 최선이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중대한 영향을 끼친 내용에 대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권은희 과장의 증언을 거짓말이라 판단한 재판부는 결국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국민 또한 거짓말쟁이로 만들었습니다. 

진짜 거짓말쟁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역사의 판결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떼이야르 드 샤르댕’ 사상의 본성과 이성

'떼이야르 드 샤르댕...

정태옥 2014. 02. 06
조회수 3471 추천수 0
 

 


들어가는 말

 

침팬지한겨레자료.png

*침팬지. 한겨레 자료

 

오늘날 인류와 침팬지의 DNA 염기서열이 겨우 1.6% 차이로 침팬지는 동물원의 쇠창살에 살고, 인류는 우주의 주인인 냥 활개 치며 살아가고 있다. 이 1.6% 차이에 인류의 문화, 문명이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수만 개의 문화, 문명이 소멸하고 발생했다. 이 인류의 유산은 DNA가 아닌 정신권을 형성하여 사회유전 되었으며 생성, 성장, 소멸을 반복하면서 보다 복잡한 사회구조와 인류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이 와중에서 어떤 사람은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자신과 사회를 일치시키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구조적인 가난과 억압받는 삶을 강요받음으로써 소외감이 가중되어 고립된 두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고 있다.

 

붓다. 공자. 예수의 공통점은 “물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생물에서도 일어나고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와 “소멸되는 생성” 즉 사회성이다. 붓다는 “전체는 압축되고 제한된 전체의 부분으로 구성된 부처이다.” 라고 설파하셨으며, 예수는 “인간은 神의 아들이다.” 이라 가르치셨다. 그들의 가르침은 사상이 아니라 올바른 삶 자체이었으며, 붓다와 공자는 당시 상류층 신분이었기에 그의 가르침에 별 저항이 없이 동양에서는 2500년 간 붓다와 공자의 말씀을 생활화함으로써 나보다 우리라는 의식 속에 삶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예수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삶 자체와 가르침에 심오한 우주의 본질을 나타내고 있어 “예수, 그는 누구인가?”가 그를 따르는 자들이 언제나 떨쳐버리지 못하는 의구심이었다. 당시 제자들의 의식 수준으로 ‘예수의 삶이 인간의 삶임을’인식하지 못했다. 예수의 직접 제자는 아니지만 오늘의 가톨릭(기독교)이 있게 한 바오로에 의해 예수를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로 정의 되었고 믿음의 대상이 되었다. ‘예수의 삶이 인간의 삶임을’인식한 일부 제자들은 교회에 흡수 되거나 소멸되고 말았다. 

 

여기에 5세기 이후 스콜라 철학(가톨릭 신학)이 플라톤의 ‘이데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를 존재로 인식하여 세상을 이원론으로 해석함으로써 예수의 본 모습은 어디가고 독생성자 그리스도만 남아 1천여 년 간 서양인의 사고를 정지시켰다. 물론 이 시대는 인류 전체의 사고가 정적

인 세계관이었기 때문에 사고의 정지가 유독 서양에만 있던 현상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 사고를 오늘날에도 인류 전체에 설파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양인들에게 동적인 세계관으로 인식의 전환은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비롯하여 갈릴레오, 뉴턴, 등 천체물리학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사고는 18세기에 와서야 플라톤의 이데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가 명사가 아니라 동명사일지도 모른다는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신학에서가 아니라 유물론에서부터 왔다. 마르크스로 대변하는 유물론은 물질의 일원론으로 서양인에게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지만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이기 때문에 유물론 자체가 관념유물론의 한계를 갖고 있다. 그들은 생명과 정신이 물질 자체 속에 흐르는 에너지(의식)의 다른 형태임을 몰랐다. 즉 자동차 부품 한 개에서 한 대의 자동차의 생성은 불가능 하지만 세포 한 개에서 하나의 개체가 나오는 물질의 키메라와 프렉털 구조를 몰랐다. 또한 오늘날 과학에 의해 인식되는 이원론은 스콜라 철학에서 인식되는 개체의 안과 밖이 아니라 전체와 부분의 관계현상임을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근대 과학의 여명기이기 때문에 유물론의 한계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마르크스 이후 정치권력에만 매몰됨으로써 철학으로서 유물론은 정체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인류가 일원론으로 사고의 전환을 가져 오게 한 공은 인류사에 커다란 발자국이 아닐 수 없다. 사제인 샤르댕은 스콜라 철학이 아닌 이 물질의 일원론으로 사고의 전개를 한다.

 

18세기 교회를 떠난 계몽사상은 인류의 사회성에 큰 진전을 도왔지만 존재론과 관념론의 한계를 못 벗어났다. 헤겔에 의해 합리적인 이성을 통해 현상을 ‘현상 되는 것’ 동명사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지만 神과 예수와 교회를 관념 속에 가두어 둠으로써 또 다른 하나의 스콜라 철학을 만들었다.
“헤겔 이후에 철학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독일의 관념론이 지난 세기에 서양인들의 사고에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헤겔과 거의 같은 시기에 프랑스의 동물학자이며 오늘날 동물학과 식물학을 합쳐 생물학으로 명명한 라마르크가 그의 저서 ‘동물 철학’에서 생명의 물질 기원과 기린의 목으로 상징되는 용불용설과 획득형질의 유전을 통해 생물의 진화를 다윈보다 50년 앞 서 주창하였다. 더 나아가 생물의 진화는 복잡화의 증대이며 이는 의식의 증대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또한 인간의 심리는 물리, 화학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설명함으로써 당시의 사고로는 이해하기가 불가능하여 사람들로부터 배척받아 불우한 생을 마쳤다. 적어도 라마르크는 '물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생물에서도 일어나고 인간에게도 일어난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오늘날 생물학과 의학에 그의 이론을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뒤를 따라 샤르댕은 아리스토텔레스 이 후 서양인 최초로 암석과 식물과 동물에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았다.

 

샤르댕 모음.jpg

 

 

‘떼이야르 드 샤르댕’은 1881년 5월 1일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에서 태어났다. 18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1911년 신부가 되기까지 신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을 연구했다. 소로본 대학에서 포유류의 진화를 연구, 자연과학 부분의 박사학위를 받고 “파리 가톨릭 연구원”의 지질학 교수 자격도 얻었다.

1923년 과학적 사명을 띠고 중국에 파견된 후 20년 이상 지질학 및 고생물학의 연구와 탐험에 몰두했다. 1929년 북경 주구점에서의 북경원인 발굴은 고고인류학 분야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다.
2차대전 후 파리로 돌아온 떼이야르는 “파리 과학 연구원 국립중앙연구소장”에 임명되었으며, “꼴레즈 프랑스”의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1951년에는 인류학 연구기관인 뉴욕 웬느 그렌 재단의 상임연구원으로 초청받고, 1955년 별세하기까지 거기서 연구와 집필을 계속했다.

그는 신학자, 철학자이기 전에 지질학자요 고생물학자였다. 그러나 경험적 현상의 발견과 설명에만 치중하는 단순한 과학자는 아니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발전 속에 함축된 인간의 의미를 숙고함으로써 조화있는 세계관 수립에 힘쓴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의 진화론을 신학에 도입하여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 나아가 우주의 미래를 예시함으로써 현대 그리스도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신화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샤르댕 지음. 이병호 옮김. 분도 출판사 간행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 서문에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글을 읽다보면 라마르크의 ‘동물 철학’을 읽고 있는 듯 착각을 할 때가 많다. 생명의 물질의 기원과 유기체와 무기체의 결합생성의 차이, 진화의 복잡성과 의식의 증대, 물리 화학법칙에 의한 동물의 행동과 신경계통의 복잡화와 뇌의 진화 등등 샤르댕 사상의 핵심이다. 샤르댕이 라마르크에 의해 얼마만큼의 영향을 받았는지 직접 언급한 일이 없어 그와의 관계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18세기 ~ 19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유물론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히 보인다. 그러면서도 ‘물질 양의 증가에 의한 질적 변화’를 바탕으로 일원론을 제시한 유물론자들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학자로서 스콜라 철학의 이원론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가 명사가 아니라 동명사임을 깨달은 그는 스콜라 철학의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해 평생을 받쳤다.

 

그는 유물론자들로부터는 유신론자의 한 사람으로 낙인찍혔으며, 스콜라 정통 신학자들로부터는 유물론자 내지 범신론자로 취급되어 한 때는 그의 모든 저서가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되었으며 그의 연구와 강의를 정지시키고 결국에는 말년에 미국 뉴욕으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그는 신학자로서 예수의 삶을 통해 진리를 봄으로써 평생을 그의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었으며,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고인류학자로서 '물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생물에서도 일어나고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와 '소멸되는 생성'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의식의 전환이었다.

 

생명과 정신은 ‘복잡성의 물질적 결과’이지만 유물론자들은 도봉산의 바위 덩어리의 응축된 에너지보다 그 바위를 기어오르는 개미의 단위 당 응축된 에너지가 몇 억 배 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또한 물질 덧붙임은 단순한 순열식 덧붙임이 아니라 자신이 소멸됨으로써 다른 개체와 결합하여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는 키메라 현상이며 보다 큰 공간으로의 프렉털 구조를 간과하고 있다. 샤르댕은 이 현상을 ‘똬리 틀기’라 표현했으며, 이 물질의 구조가 물질에 국한된 구조가 아니라 생물과 인간과 우주를 형성하는 본질임을 인식했다. 오늘날에서야 생물학과 물리학에서 물질의 키메라와 프렉털 구조를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인류가 세상을 이원론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이며 우주의 본질이다. 스콜라 철학에서 이원론은 인간에게 국한된 인식이라는데 오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신을 인간 고유의 소산이라 인식하는 유물론자들과 같은 수준의 사고이다.

 

샤르댕에게 있어서 생물의 진화는 개체의 진화와 함께 전체가 하나의 생명으로 연관되어 진화하는 생명권의 진화이다. 오늘날 생물학에서는 DNA - 생명권 공진화라는 용어를 쓴다. 라마르크와 다윈으로 이어지는 種의 진화론이 샤르댕에 의해 생명의 진화를 폭 넓게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에 의해 인간에게 정신이 출현함으로써 유길질 DNA에 의한 진화가 인간에게서 끝났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인류(Homo sapiens sapiens)는 DNA 진화에 의한 척색동물문 최종 수렴점이며, 40억 년 간 유기질 진화사의 축적되고 압축된 프렉털이며, 모든 생물의 합작품 키메라이다. 즉 인간의 DNA는 생명권과 동의어이다. DNA는 생명의 정보이다. 인간의 DNA가 생성되는 데에 약40억 년이 걸렸다. 오늘날 인류가 생성하는 정보는 빛의 속도로 빠르고 그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남으로써 유기질 DNA로 전환은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인류는 정보를 문화, 문명에 저장함으로써 정신권을 형성하여 새로운 DNA - 정신권 공진화가 시작되었다.

 

샤르댕은 DNA - 생명권 공진화의 종착점이 인간의 출현으로 보았듯이, DNA - 정신권 공진화의 종착점을 인식하여 ‘오메가 포인트’로 설정하여 예수와 같은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예견하였다. 마치 약40억 년 전 유기질이 이합집산을 통해 생명을 출현시켰듯이 인간은 하나의 정신분자로써 인간과 인간 및 자연과의 키메라에 의해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다. 즉 물질의 비가역 점이다. 여기에서 인간의 영혼은 개체의 정보로 인식된다. 이 현상에서 개인은 자신이 완전히 소멸되는 두려움과 절망을 느낄 수도 있지만 ‘우주가 바로 나’라는 진리를 깨달으면 소멸은 새로운 희망이 된다. 붓다, 예수가 우리에게 가르치신 핵심이다.  약40억 년 전 유기질에는 선택의 자유가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이 자유가 있다. 이 자유를 위해 유기질은 40억 년을 시행착오의 갈之자 길을 걸어 온 것이다.

 

헤겔은 ‘인류의 성장은 한 인간의 성장과 같다’로 인식했으며 생물학자 해켈은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반복발생설을 주장하였다. 현재에서는 과거의 사상을 미신이라 인식하지만 당시에는 가장 앞 선 사상이었다. 문제는 사상의 전환을 거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의식이다. 언제인가는 샤르댕 사상 또한 미신으로 전락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현상을 통해 과학과 종교의 일치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뛰어넘어 하나의 새로운 사상을 제시한 사람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떼이야르 드 샤르댕’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샤르댕은 그의 저서 ‘물질의 심장’에서 그가 동양에 관심을 둔 것은 “사람이나 사상이 아니라 자연뿐이다.”라고 한 말을 보면 그가 불교철학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함에도 그의 사상의 대부분이 불교철학과 유사하여 불교철학이 생활화 되어 있는 우리들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 서양인들 보다 훨씬 이해가 빠르다.

원래 본성과 이성이라는 낱말은 형이상학과 관념론에서 나온 인간 행동의 이원성 표현으로서, 그의 사상 속에 이것은 본성이고 저것은 이성이라는 정의를 한 적은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원론의 본질은 개체의 안과 밖이 부분과 전체의 관계현상으로서 정의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본성과 이성을 샤르댕 사상의 흐름 속에 나름으로 정의한 것이다. 또한 이 이론의 전개를 통해 샤르댕 사상의 개략적인 소개에 목적이 있다.

 

붓다, 공자, 예수는 우리의 삶 자체가 우주의 본질임을 깨달은 분들이다. 이분들은 관념의 언어를 사용하였지만 샤르댕은 과학의 언어를 이용했다. 누구든지 심오한 진리를 깨다를 수도, 깨달을 필요도 없다. 삶이란 우리 모두가 아인슈타인이 아니어도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잘 사용할 줄 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위 세 분은 누구보다도 이 진리를 잘 알고 계셨기에 삶 자체가 가르침이다. 우리는 철학의 어떤 사상을 쇼파에 누워 읽어도 ‘“아하, 그렇구나!” 쉽게 이해하지만 불경, 중용, 성경은 읽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삶을 통해 실천해야 알아듣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깨달음이 필요하며 그래야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올바른 길을 가게 된다.

 

샤르댕 사상은 먼 미래를 위한 사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인식해야 할 사상이며, 완성된 사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할 사상이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머지않아 손오공처럼 자신을 복제하는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샤르댕의 사상은 후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몸이 수조 개의 세포가 하나의 통일된 개체로 나타나며 각각의 세포는 개체로 전환될 수 있는 생물임을 인식하며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반도에 출현한 미군의 폭격기의 종류와 이륙지점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2/07 11:55
  • 수정일
    2014/02/07 11: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종수정 2014.02.07 07:34기사입력 2014.02.06 16:28

 

  •  
  •  
 
정치경제부 양낙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북한 국방위원회가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지를 촉구하며 5일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서해 직도상공에서 훈련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 합의이행의 재고를 시사하며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지를 촉구했다. 

양낙규 기자의 Defense Club 바로가기 

국방위는 6일 정책국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핵전략폭격기 편대들이 기어들게 나라의 영공을 개방하고 있는 속에서 신뢰를 조성하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어떻게 외쳐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지난해 3월에도 B-52는 한반도에 3차례 이상 출격해 가상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연이어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출격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제1위원장이 전략미사일 부대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맞서 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언제든지 실전 발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렇게 민감한 이유는 폭격기의 위력 때문이다. 6·25전쟁 때도 마지막 공세를 준비 중이던 북한군을 향해 98대의 B-29 폭격기가 26분 동안 960t의 폭탄을 퍼부었다. 김일성 북한 주석도 "미군의 폭격으로 73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는 2채의 건물만 남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폭격기가 무서운 것은 다양한 포탄 이외에도 폭격기 한 대에 다양한 전투기가 호위를 한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하늘의 항공모함'이라고도 불린다. 

제트엔진이 발달함에 따라 폭격기는 항속거리를 기준으로 종류를 나눈다. 전략목적에 사용되는 원거리폭격기(9600㎞)·전략공격에 사용되나 전술목적에도 사용되는 중거리폭격기(5600~9600㎞)·전술공격에만 사용되는 공격기(또는 근거리폭격기)로 나눈다. 

B-52는 원거리 폭격기에 해당한다. 7만5000lb의 폭탄을 탑재하고, 2만㎞를 항속할 수 있다. B-52는 미·소 냉전 시기인 1950년대 미국이 소련과의 핵 전쟁을 위해 육지(탄도탄미사일), 해상(잠수함용 순항미사일)과 함께 공중에서 '핵 보복 3원 체제(triad)'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수립하면서 본격 개발됐다. AGM-129와 AGM-86 등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있는 미사일 32발을 실을 수 있다. 그 자체가 핵무기인 셈이다.

B-52와 함께 미 공군의 태평양 전진기지인 괌의 앤더슨기지에는 2009년 3월부터 B-2 스텔스 폭격기 4대가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B-2는 지난해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 공중급유를 받고 1만500㎞ 이상을 날아 남한 상공에 도달한 B-2는 전북 군산 앞 서해상의 직도사격장에 훈련탄 투하 훈련을 하고 복귀하기도 했다. 

미 공군의 주력 폭격기인 B-52를 대체하는 B-2는 1978년 개발계획이 수립된 이후 극비리에 개발이 진행됐다. 당시 록히드마틴사와 노스럽사가 경쟁을 벌인 끝에 주계약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1988년 4월 의회의 강력한 요구로 미 공군이 상상도를 공개한 바 있다. B-2 폭격기의 당초 뒷모양은 W모양이었다. 하지만 저공비행능력을 추가하면서 모양이 변경돼 지금의 'WW' 모양이 된 것이다. 

첫 시험비행이 1989년에 이뤄진 이후 1993년부터 미 공군에 인도되기 시작해 2003년 22대 전력화가 완료됐다. 2세대 스텔스기로 분류되며 꼬리날개가 없는 전익기 B-2A폭격기다. 미 공군의 태평양 지역 전진기지가 있는 괌에는 2009년 3월 처음으로 배치됐다.

폭 52.12m에 길이 20.9m로 좌우가 긴 형태로 최대속도는 마하 0.9, 무장탑재능력은 22t이며, 최대 비행고도는 5만ft(1만5000㎞)로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다. 최대항속거리는 무장 1만6919㎏을 탑재할 경우 1만1680㎞를 비행할 수 있다. 중간 급유 없이 괌에서 출격해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복귀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무장을 1만886㎏으로 낮출 경우 1만2230㎞까지 비행할 수 있다. 

무장은 총중량 1만8144㎏에 달하는 핵폭탄 16발을 탑재할 수 있다. B-2A는 수많은 업그레이드를 거쳐 블록 30은 통합직격탄(JDAM), 통합장거리무기(JSOW), 통합 공대지장거리무기(JASSM)를 운용할 수 있는 다기능 중폭격기로 변모했다. 

엔진은 F110에서 업그레이된 F118 애프터버너를 생략한 터보팬엔진을 사용한다. 엔진의 배기가스는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기 위해 차가운 바깥공기와 섞여 온도를 낮춘 뒤 배출된다. 적외선 탐지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공군은 B-2A폭격기를 당초 132대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획득비용이 치솟자 미주리주 화이트맨 기지 내 제50폭격비행단에 21대를 배치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B-2폭격기의 첫 투입은 1999년 3월 코소보 항공전에서다. 또 B-2A는 아프간전쟁, 이라크전쟁까지 참여해 항속과 스텔스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병기를 여러 발 탑재해 미국의 군사전략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아프간전에서는 무려 44시간 18분을 비행하는 최장시간 실전 포격기록도 세웠다. 

폭격기는 현재 소수국가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최신예전투기들은 공대공 공대지 등 다양한 임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운용하고 있으며 북한도 소수의 구형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원거리폭격기는 7만5000lb의 폭탄을 탑재하고, 2만㎞를 항속할 수 있는 B-52, 러시아는 4만lb의 적재량으로 1만2500㎞를 항속할 수 있는 TU-95 베어가 있다. 중거리폭격기에는 최대적적재량 3만7500lb, 최대항속거리 6100㎞인 미국의 FB-111 A, 최대적재량 2만lb, 최대항속거리 6400㎞인 러시아의 TU-16 바자가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끝내 묻히고 만 물고기들의 억울한 죽음

김정수 2014. 02. 05
조회수 5952 추천수 0
 

환경과학원 조사 1년 뜸들였지만 "원인 불명…추가조사 없다"

환경단체 "초동 조사 부실" "4대강 사업 연관될까 눈치" 비판

 

IE001634701_STD.jpg» 2012년 10월 금강변에 입을 벌리고 죽은 누치 등이 물고기들이 하얗게 떠올랐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2012년 10월17일 충남 부여군 백제조 상류 금강에서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 위에 허옇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사체 수는 다음날 더 늘어났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물고기 사체를 거두어 치우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치우고 돌아오면 다시 떠올라 있는 물고기 사체 때문에 수거 작업은 11월 초까지 계속됐다. 
 

이렇게 백제보에서 29㎞ 하류 사이 구간에서 걷어낸 물고기만 환경부 집계로 6만마리가 넘었다. 환경단체들은 미처 사체를 수거하지 못한 물고기들까지 고려하면 당시 60여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폐사한 물고기는 수거된 사체의 80%를 차지하는 누치와 끄리, 참마자, 눈불개, 쏘가리, 동자개, 숭어, 강준치 등 10여종에 이른다. 죽은 물고기 가운데는 길이가 1m36㎝가 넘는 초대형 메기도 있었다.  
 

fi.jpg» H5s2012년 10월21일 오후 충남 부여를 가로질러 흐르는 금강 부여대교 근처에 죽은 채 떠올라 있는 물고기들. 사진=부여/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되고 일주일쯤 지나 낙동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북 구미 지역 낙동강에서 24일부터 누치, 동자개, 붕어 등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죽어 물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금강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이 동원돼 10월 말까지 걷어낸 물고기는 환경부 공식 집계로 5550여 마리에 이른다. 환경단체들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거나 크기가 작아 제대로 수거되지 않은 물고기들까지 고려하면 환경부 발표 10배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26-2.jpg» 2012년 10월 낙동강에서 떼죽음한 누치 등 물고기 주검을 인부들이 수거하고 있다. 사진=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2012년 가을 금강과 낙동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이토록 많은 물고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물속에 흘러든 유독 물질이나 급속한 부영양화에 따른 산소 부족 등으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는 사고는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금강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사고는 수량이 풍부한 4대강 본류의 넓은 범위에서 여러 날 동안 수만~수십만 마리의 엄청난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는 달랐다. 환경단체들이 4대강 사업의 하천환경 파괴에 혐의를 두는 것은 당연했다.
 

금강유역환경청과 대구지방환경청 등의 조사를 통해 폐사 원인이 확인되지 못한 가운데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 부작용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자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 말부터 정밀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1년 이상을 뜸들인 정밀조사에서도 물고기들의 억울한 죽음의 사연은 끝내 확인되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 확보를 위해 수계별로 관련 학회가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10여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현장 정밀조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폐사 가능 요인을 여러모로 검토했으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사인 규명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물고기 떼죽음을 앞둔 2012년 여름 부여 벡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jpg»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2년 여름 부여 백제보 앞. 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과학원은 정밀조사 결과, 암모니아 독성, 용존 산소 부족, 독성물질 유입, 질병 등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집단 폐사 요인이 되는 모든 항목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암모니아 농도 실측치(백제보)는 0.146㎎/ℓ여서 미국 환경청의 급성독성 기준(2.419㎎/ℓ)에 미치지 않아 암모니아 독성에 의한 폐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됐다.
 

환경단체들은 일찍부터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되면서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게 된 것을 집단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충남도 민관공동조사단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국립환경연구원 정밀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가능성도 배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남도 민관조사단에서 용존산소 부족을 사인으로 지목한 것은 이후 수질측정을 통해 추정한 것”이라며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 용존산소 최소값이 금강에서는 7.6㎎/ℓ 이상, 낙동강에서는 9.4㎎/ℓ 이상으로 나타나 산소부족 현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류 폐사가 시작되는 용존 산소 농도는 2㎎/ℓ 이하로 알려져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금강에서 사고기간 중 수온이 5℃ 급감했고, 저서성 대형무척추 동물의 밀도가 낮게 나타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환경과학원은 폐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수온의 경우 2012년 10월16일 18.8℃에서 10월23일 13.5℃로 7일 만에 5℃ 이상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어류는 수온의 급락에 내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폐사의 원인이라는 결론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어류의 먹이가 되는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의 종수와 개체밀도가 2009년에 비해 2012년에 감소한 점도 확인됐으나, 폐사체의 외관상 굶주림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 보고서는 바람에 의한 물 뒤집힘 현상, 혼탁수 유입, 조류 발생 등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다. 
 

IE001634698_STD.jpg» 금강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죽었지만 당국은 1년간 조사한 뒤 모르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들은 처음부터 물고기 집단 폐사가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에 민관합동공동조사를 제안했다. 환경부가 이 제안을 받아 공동조사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주장한 공동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독립적 조사ㆍ평가 방안을 환경부가 거부하면서 공동조사는 결국 무산되고 환경과학원 주도의 정밀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4대강 사업으로 이뤄진 준설과 보는 4대강에 사는 생물들이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하천 환경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변화가 수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는 형식적으로 이뤄진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대로 예측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는 물고기 집단 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단정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출발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정밀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 사고 현장과 증거 보존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밀조사라고 해봐야 기존 측정자료를 재검토하는 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인 불명’이라는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수질통합관리연구센터장은 “어류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폐사체 생체 조직의 단백질 변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전문 인력과 핵자기공명분광기(NMR)와 같은 분석 장비 미비로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환경과학원의 이런 정밀조사 결과를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사고 발생 당시 4대강 사업과 연관되는 것을 우려한 방어적 태도로 초동 조사에 늑장 대응하면서 원인 규명을 할 기회를 놓친데다, 이후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한 조사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물고기 집단 폐사 사고의 30~40%는 원인 규명이 안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물고기 폐사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강ㆍ낙동강 물고기 집단 폐사에 대해 추가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가을 금강과 낙동강에서 영문 모르게 떼죽음한 물고기들의 사인은 4대강 사업 부작용이라는 심증만 남긴 채 공식적으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리 1호기 ‘불통의 핵’ 보인다

[르뽀] 고리 1호기 ‘불통의 핵’ 보인다
 
제7편, 핵발전소 보다 더 두려웠던 경비초소
 
장유근 | 2014-02-05 17:25: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르뽀] 고리 1호기 ‘불통의 핵’ 보인다
-제7편, 핵발전소 보다 더 두려웠던 경비초소-

핵발전소의 두려움은 언제쯤 느끼게 될까…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에 위치한 신(新)고리 핵발전소의 위용이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을 길거리로 내 몰고,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우는 경찰들이 할매 할배들을 짐짝처럼 다루었던 밀양송전탑 공사 반대현장의 원흉이랄까. 적지않은 시민들은 송전탑 공사 반대 시위를 지켜보면서도 왜 그분들이 송전탑 공사를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지 잘 알려고 들지 않는다.

아니 송전탑 공사 반대 내용을 잘 살펴봐도 그들의 아픔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같은 사정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송전탑 아래에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런 생각은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여성들이나 남성들이 출산의 고통을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출산을 해 봐야 '출산의 고통'을 알게 될 것이며, 한 생명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것.

지난 18~19일, 필자 포함 11명의 시사블로거들이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주최한 <시사팸투어>를 다녀오게 됐다. 길게 늘어선 부산의 도시 형태에 따라 이동한 일정은 빠듯해, 일정 속에 포함된 '고리 핵발전소'를 둘러볼 즈음 해가 뉘엿거리더니 마침내 깜깜해지고 말았다. 일행은 고리 핵발전소가 바라 보이는 기장군 장안읍 고리의 한 바닷가에서 정수희 핵발전소 멘토(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로부터 고리 핵발전소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듣게 됐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주) 입구까지 자동차 투어를 하며 핵발전소의 실체를 만나고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투어 과정에서 차창 밖으로 보였던 경비초소 하나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경비초소는 고리 핵발전소로부터 이어진 거대한 송전탑 선로 바로 아래 지어진 것으로, 국가 기간산업으로 보호되고 있는 핵발전소를 24시간 지키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1인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세 사람이 3교대로 연중 핵발전소를 지켜야 할 것.

사실이 그러하다면 세 사람 중의 누군가는, 어쩌면 세 사람 전부는 송전선로가 내뿜는 전자파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밀양송전탑을 반대하는 반대 이유가 그러했기 때문에 특정인이 받을 '전자파의 해(害)'가 마치 내가 느끼는 것처럼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한 이유를 살펴본다.

 * 자료사진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 대리에 위치한 배내골의 만추의 모습(지난해 11월 초 다녀옴)으로 뒷산에선 밀양으로 연결되는 송전탑이 송전선 연결 작업을 앞두고 있는 모습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한 이유
 
첫째, 전자파 때문에 송전탑 주변은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 한전은 밀양에만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송전탑을 69개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에 세워지는 송전탑은 일반적인 송전탑이 아니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에 송전탑을 69개나 세운다는 것. 크기는 일반 송전탑의 5배 크기이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괴물같은 송전탑이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면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소도 송아지를 낳을 수 없고, 벌이 꽃을 찾지 못하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밀양은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의 희생양이 밀양의 할매 할배과 밀양땅이라는 것. 밀양에 세울 예정인 송전탑은 서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연결체이다. 서울에서 먼 지역으로부터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울산에서 경남까지, 밀양을 포함해 76만 5000 볼트의 송전탑 161개를 세우는 것이다. 서울은 자체 공급 전력량이 전체의 2%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제일 적게 쓰는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 집을 빼앗고 고향을 빼앗아 '전기를 공급하라'고 다그치는 게 밀양의 할배 할매들이 겪는 고초다. 이쯤되면 정부의 장단에 놀아나는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곰팡이'인 셈이다.

* 해질녘 경남 양산시 원동면 대리에 위치한 송전탑이 을씨년스럽다.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우는 배냇골로 가는 길 옆에는 경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게 국민 대신 부조리로 행해진 '송전탑을 지키는 일'이라니…

셋째, 송전탑 공사가 전력난 때문이란 것.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관련해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 밀양 송전탑을 서둘러 건설해야 한다고 발언한 변준연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한전은 이날 "해외담당인 변 부사장이 소관 업무가 아닌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와 관련해 매우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책임을 물어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전 부사장이 사임한 이유는 단 하나. 그동안 겨울 전력수급 때문에 공사를 강행한다고 했던 한전의 입장들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밀양의 모든 폭력적 사태는 UAE원전 수주를 둘러싼 이명박 정권의 사기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핵발전소 수출을 위해 불공정계약을 한 뒤 그 모든 것을 밀양에 떠넘기고 있었던 것.

넷째, 적절치 못한 보상문제도 한 몫 거들었다.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보상금 때문에 그런다'는 악의적 소문을 퍼나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송전탑 문제 때문에 분신자살한 이치우 어르신이 소유한 땅 값은 평당 20만원을 호가했다. 어르신이 소유한 전체 땅을 합하면 4억원에 달하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6,000만원의 보상금을 줄 테니 나가라'고 한 것이다. 정부가 아니라 날강도같은 행위가 아닌가.

대를 이어 살아온 고향땅이 죽음의 땅으로 바뀌는 데 그 대가는 한 어르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분노'를 안겨준 것. 뿐만 아니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주민 매수'까지 일삼았단다. 밀양 주민 중 일부에게 '합의 보상금'이란 명목으로 10억 5천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한전 간부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 1인의 입장에서 참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핵발전소 때문에 송전탑이 생기고 송전탑 때문에 죽음의 땅이 생기는 한편, 그 혜택을 받아온 사람들은 전혀 고통을 모른다는 말일까.
 


고리의 핵발전소 가동 멈춰야 한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송전선로가 내뿜는 전자파 때문이었다. 핵발전소 시설 등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경비초소가 안녕하지 못할 건 분명한 사실. 그게 투어 중에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것인데 더 큰 두려움은 부산시민들의 몫이었다. 밀양이 송전탑을 머리 위에 이고 있어야 할 운명에 처했다면, 부산은 핵발전소의 위험을 옆구리에 낀 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리의 핵발전소를 둘러본 이유였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발전소의 위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저 남의 나라 일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며 핵발전소는 안전한 것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원전의 부산물인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일반의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오염수는 후쿠시마 앞 바다(태평양)의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관련 수산물에도 방사능을 피폭 시킨 것. 따라서 일본산 고등어 등 우리나라가 수입하던 어종 다수는 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을 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됐다. 방사능이 생물의 몸체 속에 남아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보유한 23기의 핵발전소에 대한 일반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이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을 조금만 달리해도 핵발전소가 수도권에 지어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놀랄 것.

핵공학자들이 제아무리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외쳐도 인구 과밀지역에 짓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안전사고' 때문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동되고 있다는 500여개의 핵발전소 중에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건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손가락 셋에 들 정도. 하지만 피해 내용을 참조하면 핵폭탄 이상의 가공할 위력을 가진 게 핵발전소의 멜팅다운(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 사고) 모습이다. 최근 문제가 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만 해도 피해지역은 수 십 킬로미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 정수희 핵발전소 멘토(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로부터 고리 핵발전소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경청하고 있는 시사블로거들과 지역소셜러


고리 핵발전소 사고 나면 어떻게 될까
 
만약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지역이나 기타 지역의 핵발전소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멜팅다운이 시작되면, 30km 이내의 주민들이 1차 피해 대상자들이다. 후쿠시마 원전 같은 경우 반경 30km 이내의 주민들 수는 15만명으로, 부산·울산. 경상남도 지역에 산재한 원전 주변의 주민 343만명과 비교도 안 될 정도. 만약 사고 직후 소개령이 발령되어 주민이 한꺼번에 대피하려면 피폭 지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방사능에 오염되고 말 정도로 도로 사정은 최악일 것.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나마 사고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어야 몇 사람 정도는 대피할지 모르겠지만, 여수 앞 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참고하면 보고과정이 축소될 것이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계산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므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으로 판단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가능한 건 최소한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핵발전소의 납품비리다. 얼마 전 우리사회를 경악하게 한 사건이 핵발전소의 납품비리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핵발전소 부품의 품질 보증 서류 위조, 시험 성적서 위조, 인사 청탁 등의 핵발전소 비리로 총 43명을 기소하고 5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중엔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한국전력 이종찬 부사장,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포함되어 있다. 핵발전소 관련 집단은 사고 은폐 집단이자 사실상 비리 집단임이 증명된 것.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게 대한민국의 핵발전소 관련 집단이었던 것이다. 핵발전소에는 무서운 방사능 대신 국민들의 세금을 갉아먹는 '인간 버러지'들이 득실 거리고 있었던 것이며, 원전이 자연재앙 외에도 멜팅다운에 이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게 대한민국이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이 지진 등 자연해로부터 절대 안전한 지역이 아니란 점이다. 부산 인근 지역은 지난 10년간 핵발전소 4곳의 반경 50킬로미터 내에서 총 75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란 말을 무색게 하고 있는 것. 또 바닷가에 위치해 있으므로 당연히 쓰나미 피해도 가능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 언제인가 날벼락을 맞게 될 것이란 건 주지의 사실인 것이다.

지난 2008년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차이텐 화산은 대략 9400년 만에 일어난 화산활동이었다. 당장 몇 백 년 전후의 데이터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게 차이텐 화산이 보여준 자연재앙의 실례이자 실체였다. 아울러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온배수 문제는 이미 시작된 핵발전소 피해라고 볼 수 있다. 정수희 핵발전소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일행들에게 이런 취지로 말했다.

"핵발전소의 온배수는 1초당(1,000㎿기준으로) 50~60톤이 흘러나옵니다. 그것도 7℃나 높은 물이므로지난 20년간 다른 나라의 해수 온도는 0.7℃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만 1.4℃상승한 원인이 바로 이 핵발전소의 온수의 영향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핵발전소가 23기나 가동되니 무려 1초에 2,000톤 이상의 더운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데 해수 온도가 상승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요. 실제로 핵발전소 근처의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들은 같은 어종이라 할지라도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어종과 달리 덩치가 큰 게 특징입니다."


어이없는 '이명박의 선택' 공포의 핵발전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핵발전소 근처 바다로 24시간 흘러든 게 핵발전소가 배출한 온배수였다.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가동되는 순간부터 주변 해역이 피해대상 지역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핵발전소의 문제를 감추어 왔고 폐기처분해야 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이 우리 일행이 방문한 문제의 고리 핵발전소였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2007년 현재 '30년의 수명'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10년간 재가동을 승인해 지금껏 돌아가고 있었던 것. 그러니까 고리 1호기는 '노후 핵발전소'도 아니고 사실상 폐기해야 할 '폐핵발전소'인데 이걸 땜질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건설된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건설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인해 세 조각을 붙여 만든 이른바 용접 원자로로 전체 핵발전소 사고 및 고장 건수 659건 가운데 129건을 기록한 '공포의 핵발전소'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핵발전소 평균 수명이 19.3년에 불과한 데 수명이 30년 이상된 고리1호기는 병원에 누운 고령의 환자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듯한 희한하고 위험천만의 풍경. 지난해 7월 고리 1호기의 비상 발전기 2대가 무려 18시간 동안 멈췄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이마저도 또 은폐하려 했던 것인지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알려졌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금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늘 그래왔듯이 그 조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고리 1호기가 됐던 어떤 원자로가 되었던 뜻밖의 재앙으로 멜팅다운이 시작되는 순간, 부산광역시 주변은 재앙의 땅 내지 죽음의 땅으로 변하며 대한민국을 멈추게 할 것이란 게 이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견해다. 불행하게도 그 사고가 고리 1호기로부터 시작된다면 주변은 어떻게 될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국방과학연구소의 화생방 시스템 모델에 기상청 자료 등을 입력한 시물레이션 결과, 고리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규모의 사고가 날 경우, 북동풍이 초속 4미터로 불면 기장군은 20분 만에, 50분이 지나면 서부산 경계 지점까지, 90분이면 부산 전역이 방사능으로 덮인다고 한다. 북동풍이 잘 부는 여름엔 더 빠르게 퍼진다고 한다.

결국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해운대 구민들에겐 30~40분, 부산 시민들에겐 90분 남짓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 시간에 도시를 탈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나면 부산과 울산의 공장들이 멈추게 되고 세계 5위의 부산항이 폐쇄돼 경제적 손실이 6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한다. 사실상 대한민국이 마비되는 재앙이 고리 1호기 등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인 것. 또 장기적 사망자가 30만~80만 명이라는 견해도 있다.

결국 국가적 대재앙으로 이어지며 지속 불가능한 사태로 한 나라의 멸망을 부를 것이란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의 이기심 때문에 나라와 국민 전체가 멸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게 핵발전소의 끔찍한 정체였다. 핵발전소가 원흉이 되어 부산시민이 볼모로 잡힌 격이고 송전탑으로 이어지는 선로 때문에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그 가운데 아무 것도 모르는(?) 한 경비 아저씨는 초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로 밑 경비초소에서 8시간의 근무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가 롤모델

서두에 잠시 밀양 송전탑 선로 공사 문제를 살펴봤다. 밀양 송전탑 선로 공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의 원흉은 핵발전소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전직 대통령이 만들어낸 부조리가 여태껏 남아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거기에 또 하나!...핵발전소를 건설하면서 핍박한 시민들의 권익과 부당한 권력의 횡포가 숨겨져 있었다.

고리 지역의 경우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된 1970년대 초부터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개발을 제한했다. 발전소 주변 8km지역이 대상이었다. 고리 핵발전소가 위치한 장안읍 전체 면적의 100%, 서생면은 96%애 해당하는 면적이었다. 또 또 장안읍,일광면,정관면,기장읍,서생면 전체의 88%가 그린벨트로 성정돼 주민들은 개발문제로 오랜 싸움을 해 왔던 것인데 그마나 1998년에 이르러서야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펼치며 한국수자원원자력(주)과 군수를 대상으로 6년동안 싸움을 해 온 것.

그러나 정말 끔찍한 음모를 품고 있었던 건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이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1호기가 롤모델이었다는 것이다. 2007년 한국수자원원자력(주)이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면서 선진국 선례를 보여준다며 지역주민들을 데리고 일본을 방문한 곳이 바로 재앙의 모델 후쿠시마 원전이었던 것. 참 기막히고 어이없는 현실이다. 나라 전체에 친일파가 득실 거리는 것도 모자라 멜팅다운된 후쿠시마 원전을 롤모델로 삼았다니…

벤치마킹도 잘 해야 산다. 한 전문가는 핵이 그냥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 '인류와 공존이 불가능한 물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을 직접 지휘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핵발전소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핵발전 정책이다."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를 맞아 핵의 정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본 다음 기장 대변항에서 저녁 삼아 장어구이를 먹게 됐다. 그런데 자꾸만 자꾸만 사람의 흔적이 뜸한 텅빈 바닷가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바닷가에는 사람들 구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는 게 시사하는 바 컸던 것. 되도록 핵발전소로부터 멀어지는 게 현명한 선택이자, 서울과 수도권에 핵발전소 건설이 안 되는 큰 이유가 기장의 바닷가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목에 쇠사슬을 두르고 죽음을 무릅쓰며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펼치는 걸 아픔으로 여기면, 이분들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될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5&table=dream_jang&uid=8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검사님, 내란음모에도 등급이 있나요?

[주장] '레이디 가카'의 겨울왕국에는 토끼도 뿔이 있다

14.02.05 18:30l최종 업데이트 14.02.05 18:30l
기사 관련 사진
▲ 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지 난 3일 내란음모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징역 20년은 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에 적용되는 중형이다. 과연 이석기 의원은 살인자보다 위험한 존재일까? 이 의원은 정말 내란을 모의했을까?

헌 정사상 유례가 없는 현역의원의 내란예비음모에 대한 '세기의 재판'은 1심 기한인 6개월을 거의 꽉 채워 진행됐다. 6개월여 동안 열린 45차례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재판은 예상 외로 싱거웠다. 국정원과 검찰의 연이은 헛발질로 '세기의 재판'은 '세기의 희극'으로 끝났다. 

재판 시작부터 검찰과 국정원의 '개그콘서트'는 대한민국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국정원은 내란예비음모의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녹취록 원본을 분실(?)했다. 그리고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IT 전문가는 녹취록의 조작 가능성을 법정에서 입증했다. 검찰은 원본과 위본을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게다가 녹취록은 온통 누더기였다. 무려 670곳이 오기됐다. 오기는 결정적이고 의도적이며 악의적이었다. '통일'은 '폭력'으로, '시 단위'는 '실탄'으로, '선전'은 '성전'으로 '전쟁반대투쟁'은 '전쟁에 관한 주제'로, '구체적 준비'는 '전쟁준비'로, '절두산 성지'는 '결전성지'로 위조됐다.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전쟁반대' 강연을 내란음모로 '조작'했다. 그리고 언론은 누더기 녹취록으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난도질했다. 결국 검찰은 녹취록을 수정했다. 

45차례의 공판... 내란음모는 없었다

공판 과정에서 녹취록을 제공한 내부제보자(혹은 프락치)가 국정원 직원을 150차례나 만나 그때마다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매수행위다. 매수된 제보자의 증언은 당연히 신뢰할 수 없다. 매수된 자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녹취록도 증거능력이 미약하다. 제보자는 이른바 RO의 실체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 의원이 'RO의 총책'라는 주장도 자신의 상상에 불과했다. 심지어 RO의 내란음모도 국정원의 발표 이후에 알았다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현장에 있었던 제보자도 몰랐던 내란음모를 누더기 녹취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45 차례의 공판을 통해 검찰과 국정원은 오직 자신의 무능을 입증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RO는 없었다. 내란음모도 없었다. 내란음모는 오직 그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이석기의 혐의는 한마디로 '내란음모상상추정죄'였다. 이석기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대한민국 현역 의원이, 선거로 선출되었고 취임 첫해를 맞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복하려 했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이냐며 검찰의 주장은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기사 관련 사진
▲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이 12·12및 5·18사건에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1996.12.16)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 지만 '토끼뿔'은 있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3>의 이안 헌트는 '토끼발'을 끝내 못 찾았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기어이 토끼뿔을 찾아냈다. 그들은 불가능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영화 <겨울왕국> 엘사의 마법보다 더 놀라운 '레이디 가카'의 마법은 토끼뿔도 만들어냈다. 그들은 '혼외자'도 만들 수 있다. '레이디 가카'의 겨울왕국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 의원이 북한과 연계된(혹은 추종하는) 혁명조직(RO)의 총책으로 조직원들에게 내란을 지시했다면 검찰의 20년 구형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내란을 모의하고 지시한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겨우 징역 20년이라니! 그것은 내란을 모독하는 것이다. 검찰은 내란음모와 관련된 판례조차 검토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의원과 피고인들에게 반국가단체 가입·구성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RO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검찰은 RO가 "반국가단체(북한)과 직접 연루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독자적으로 정세를 판단, 정무 수집과 군사행동을 모의할 수 있는 조직이 실재한다는 게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토끼뿔'을 찾았다

북한과 연계되면 위험하고, 연계되지 않으면 더 위험하다? 그럼 대한민국에 위험하지 않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북한과 연계도 없이, 혁명조직도 없이 내란을 모의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가? 만일 가능하다면 그것은 예수의 처녀수태보다 더 신비로운 기적이다. 검찰의 주장이 맞다면 이 의원은 21세기의 붉은 예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란음모혐의에 대한 구형은 무죄(혹은 법정 최소형량인 3년) 아니면 사형(혹은 무기징역)일 수밖에 없다. '적당히 위험한' 내란음모가 가능한가? 징역 10년짜리 내란음모와 징역 20년짜리 내란음모의 차이는 대체 무엇인가?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20년이 라는 절묘한 구형은 이번 재판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면 사형, 적어도 무기징역을 구형해야 했다. 아니라면 법정 최소형(검찰이 무죄를 구형할 수는 없으니까)을 구형했어야 한다. 만일 검찰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면 아마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반대로 최소형을 구형했다면 청와대의 벼락을 맞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20년이라는 절묘한 숫자를 찾아냈다. 요즘 검사들은 법학보다 정치학에 더 탁월한 듯하다.

내란음모재판의 결과는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진보당의 해산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유신시대로 후퇴시키게 될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자유민주의의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의 잔해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사법부의 판단은 자명하다. 검찰이 20년을 구형한 상황에서 재판부는 무죄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만일 유죄라면 구형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란음모의 '수괴'로 사형 이하의 판결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아무쪼록 토끼는 뿔이 없다는 상식을 재판부가 입증해주기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땡박뉴스 지존' 민경욱, 역시나 청와대 대변인 임명

 
 

 

 


민경욱 전 KBS 앵커가 그동안 공석이었던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 이후 대변인 자리를 맡고 있던 김행 대변인의 사퇴 한 달 이후에 이루어진 인선이었습니다.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은 2월 5일 청와대 대변인 임명이 발표되고 난 뒤에 '지난 며칠 동안 극도의 번뇌 속에 외로움이 있었다. 결국 받아들이기로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설날 전에 대변인 자리를 제의한 박근혜 대통령은 왜 민경욱 전 KBS 앵커를 대변인 자리에 임명했고, 민경욱 대변인은 왜 수락했는지,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실패작 민경욱'
 
청와대의 이번 민경욱 대변인 임명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민경욱 전 앵커는 대변인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KBS 윤리강령 제1조 윤리강령 3항을 보면 <KBS인 중 TV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경욱 앵커는 2013년 10월까지 KBS 9시 뉴스 앵커로 활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채 6개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것입니다. 
 

 

 


물론 TV 뉴스 앵커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될 수 있습니다. MB정권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도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뉴스 앵커에서 물러나고 8년 뒤에나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앞서 KBS 윤리강령에 6개월이라고 정한 이유는 방송 이미지를 그대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청와대는 이런 최소한의 인사 검증 장치조차 무시하고 민경욱 전 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박근혜식 인사가 또다시 문제가 되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스파이? 언제 줄줄 샐지 모르는 마우스' 

민경욱 앵커는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등장한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 가운데 2007년 9월 19일자 미 대사관발 비밀전문에는 민경욱 앵커의 이름이 나옵니다. 
 

 

 


미국 대사관의 비밀문서를 보면 KBS 고대영 (해설위원, 보도본부장)은 미국 대사관 연락책으로 적혀 있었으며, 각종 한국 정치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옵니다. 

2007년 대선 직전, 민경욱 앵커는 고 본부장과 함께 미국 대사관에 이명박 후보에 관한 당선 여부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일을 제공했습니다. 

민경욱 앵커는 위키리크스에 나온 비밀문서 내용이 별다른 정보가 없는 대화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위키리크스 논란에 대한 민경욱 앵커의 해명

 


민경욱 앵커는 미국 비밀전문의 작성자는 워싱턴 이웃과 함께 왔던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밥 먹으면서 했던 말을 전문에 적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을 하던 사람이 미국 정보원을 몰라 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기자라면 최소한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정도는 대부분 파악합니다. 

 

 

▲2007년 제17대 대선이후 방영된 KBS스페셜 '대한민국은 왜 이명박을 선택했나' 한 장면. 출처:KBS

 


민경욱 앵커는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이 누군인지 알고 있었으나, 중요한 얘기가 아니므로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설명해줬을 것입니다. 

정보는 이런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라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방송되기도 전) 그대로 미국에 넘기는 일 또한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야 마땅합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도 단순한 내용이라고 미국 정보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미국 정보원들은 좋아하겠지만..)

' 땡박 뉴스의 지존, 결국 박근혜의 낙점을 받다' 

민경욱 전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과 언어적 소통 한 번 없던 인물이 단순한 나팔수 경력으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다는 점입니다.  
 

 

 


9시 뉴스에 대통령의 얼굴이 첫 번째로 나오는 형태를 우리는 '땡전 뉴스'라고 부릅니다. 전두환이 언론을 장악했을 때 나왔던 양상으로 언론이 전형적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모습을 빗댄 것입니다. 

민경욱 대변인이 뉴스를 진행하던 10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KBS 9시 뉴스 첫 번째로 나온 사례가 무려 29번 22%나 됩니다. 
 

 

 


민경욱 앵커가 진행한 박근혜 대통령 소식은 그리 별다를 것이 없는 뉴스들이었습니다.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의지와 행보에 불과했습니다. 

공영방송이었던 KBS는 조사 기간(취임 초부터 10월까지) 9시 뉴스 전체의 59% 비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출연시켜, 그녀를 메인 뉴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민경욱 앵커는 성공한 정치 언론인의 사례로 손꼽힐 수 있을 것입니다. 

<민경욱은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 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KBS의 다큐는 이명박이 아주 좋아할 만한 것>이라는 미국 대사관 비밀전문에 따라 MB정권에서 9시 뉴스 메인 앵커로 성공했습니다.
 
민경욱 전 앵커는 부활한 '땡박 뉴스'의 지존답게 박근혜 정권 취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더니, 이제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 들어가 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앵커를 그만둘 때까지 8개월 중의 1개월을 민경욱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말로 뉴스를 시작했고, 이런 인물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돼, 이제는 장소만 바꾸어 '박근혜 대통령께서'를 말하게 됐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