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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무효소송인단 대국민 성명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1/04 11:44
  • 수정일
    2014/01/04 11: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 1주년을 맞아
 
선거무효소송인단  | 등록:2014-01-04 09:20:55 | 최종:2014-01-04 09:24: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민주주의를 염원하시는 국민 여러분!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인단(이하 선거소송인단)은 법과 원칙에 의해 제기한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박근혜 퇴진의 정당성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확인하고자 합니다.

고 이남종 민주열사께서 불법정권 조작정권 "박근혜 퇴진"과 총체적부정선거에 대한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민주주의 제단에 스스로 산화하셨습니다. 이남종 열사의 순국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모의 뜻을 전하며, 영면을 기원합니다. 뿐더러 님께서 남기고 가신 "모든 두려움은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일어서주십시오."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선거소송인단은 2013년 1월 4일 대법원에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느덧 1주년이 다가오는 2014년 1월 4일을 맞이하여 국민 여러분께 그 진실을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선거소송인단이 대법원에 제기한 주요내용은
하나, 중앙선관위의 개표부정(개표조작),
하나, 국정원을 비롯한 총체적관권선거,
하나, 박근혜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댓글녀 김하영 관련),
하나, 새누리당의 부정선거(윤정훈 목사의 십알단 활동) 등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쟁송은 크게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공직선거법 제222조에 의하면 민사소송은 당선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형사고발소송은 선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은 당사자인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만이 할 수 있는 "당선무효소송"과 대한민국 유권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거무효소송"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당선무효소송은 최종소송제기일이 경과(법적용어 "도과")했기 때문에 법적효력이 상실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무효소송은 전국의 시민들과 선거소송인단이 당선확정일로부터 13일 경과한 2013년 1월 4일 소송을 제기했기에 현행공직선거법을 충족하였으므로 법적효력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대통령 선거소송은 180일 이내에 판결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입니다. 그런데 법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은 180일이 훨씬 경과한 365일이 다가오는 싯점에서도 판결 뿐만 아니라 변론기일도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현행법을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은 2013년 5월 9일 검찰에 형법 제87조 내란죄, 동법 제91조 국헌문란죄, 동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동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등으로 이명박, 박근혜, 김무성, 김능환, 이종우, 문상부, 원세훈, 김용판, 김하영 등 9인을 고발조치했습니다. 위 고발사안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사범들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법원과 검찰은 판결과 수사를 기피하여 사후공모죄를 범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대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을 속행하라!
하나,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 김무성 등 9인의 국헌문란 내란세력을 즉각 구속수사하라!
하나, 불법정권 조작정권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라!

국민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권력을 지키는 대열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사소송법 제68조에 의해 추가로 국민원고소송인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 원고소송인단"에 참여해주십시오. 현실적으로 현행법에 의해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무효화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헌법전문에 보장되어 있는 "불의에 항거하는 무제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여 불의한 권력을 징치하고,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대법원과 검찰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참여만이 제18대 대통령선거무효소송을 속행시키는 지름길입니다. 뿐더러 현행 공직선거법과 대법원의 판례대로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판결을 도출하는 비책입니다.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대법원의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분노와 규탄의 함성을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1960년 4.19혁명의 김주열 열사, 1980년 5.18민중항쟁의 윤상원 열사, 1987년 6월항쟁의 이한열 열사 등의 피값과 목숨값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자 역사의 명령입니다. 개표조작, 총체적관권선거, 박근혜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로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가짜정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며 독재의 길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끝없는 탐욕으로 강자독식의 동물의 세계를 지향하며 국민을 착취하는 재벌권력의 독재를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억압과 착취를 타파하는 유일한 비책은 여러분의 참여로 불의에 항거하는 무제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미래는 정치민주화를 통한 자유와 경제민주화를 통한 평등의 시대입니다.

여러분의 참여로
여러분의 정부,
여러분에 의한 정부,
여러분을 위한 정부를 만들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월 4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인단

http://cafe.daum.net/electioncase/EzjK/7264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188&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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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서울역 분신’ 이남종씨 유서 내용을 숨겼나

 

등록 : 2014.01.02 21:13수정 : 2014.01.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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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검’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한 이남종씨 시민장례위원을 맡고 있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오른쪽)와 최현국 목사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유품 가운데 불에 타다 남은 일기장을 공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현장에서]

죽음의 이유는 명백해 보였다. 이남종(41)씨는 지난 12월31일 오후 스스로 몸을 불살랐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펼침막들을 난간에 내건 뒤였다. 그의 죽음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저항을 뜻한다고, 펼침막을 본 이들은 여겼다. 적어도 경찰의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까진 그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씨가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숨진 지 3시간여 만인 1일 오전 10시50분께 보도자료를 뿌렸다.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독촉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경제적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이씨 동생의 진술도 보도자료에 실었다.

 

이씨는 분신 현장에 일기장을 남겼다. 표지는 타버렸지만 안에 담긴 유서는 고스란히 남았다. 경찰은 분신 직후 이 일기장을 확보했다. 경찰이 2일 유족에게 넘겨준 유서에는 분신의 계기가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이씨의 일기장을 확보하고도 분신의 진짜 이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씨의 ‘정부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는 “다이어리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하여 정부에 대한 불만 내용이 들어 있는 메모 글이 있어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여집니다”라고 적었을 뿐이다.

 

이재욱 기자
이씨의 형은 분개했다. “경찰이 왜 그렇게 발표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경찰이 사건을 빨리 무마하려는 것 같다.” 그는 경찰이 의존한 막내아우의 진술에 대해서도 “남종이는 나랑 같이 살고 막내는 어머니와 따로 살아서 남종이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7년 전 다단계 사기에 속아 형제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뒤로 막내는 우리와 왕래가 많지 않아서 잘못 알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동생에게 쓴 유서에는 어머니 건강(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동생은 ‘경제적 고민이 아니면 다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그래서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제적인 이유라고 확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씨의 유서를 읽어본 사람이 이런 해명을 납득할 수 있다고 경찰은 정말 믿는 것일까.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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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방송 사유화, 충격적인 '유사보도 몰이'

 

[편집국에서] 수십년 보도했다면, 법을 고칠 일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03 오전 8:07:52

 

 

 

 

 

어떤 언론이 우파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종북 언론'이라는 보수세력의 '종북몰이'를 피해가기 어렵다. 하도 몰아대니까 비판적인 보도를 했는데, "종북 아니냐"는 시비를 안 걸리면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그 언론의 보도 자체를 '유사보도'라고 몰아가면 어떨까? 용어도 고약하다. '유사'라는 딱지는 기존체제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편파성'을 띠고 있다. 

그것도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좌파, 우파 정권이 교체돼도 어떤 정권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던 방송사에 대해 "유사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규정한다면 해당 방송사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가 반발할 일이다. 아니, 이런 '유사보도'에 놀아난 시청자도 모욕적으로 느낄 일일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새해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문편성방송사업자의 유사 보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인즉,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방송이나 전문채널은 시사보도를 할 자격이 없는데, 시사보도까지 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런 보도들을 "유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십년간 보도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방송사들에 대해 '"유사보도를 하고 있다"는 낙인을 찍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앞두고 갑자기 '유사보도' 낙인

방통위는 특히 "이들 방송사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의 갈등 상황을 보도, 논평하면서 여론, 특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미 상당히 많은 애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불교방송의 <박경수의 아침저널>, 그리고 시민방송채널 RTV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뉴스타파>, <GO발뉴스> 등이 포함됐다.

방통위가 '유사보도'라고 규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50조는 종합편성이 가능한 방송과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보도전문채널이 아니면, 보도 프로그램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CBS나 불교방송, 평화방송은 종교방송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발표 시점이다. 민주화 이후 90년대 전후로 이들 방송이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 왜 새 정부 들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이들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들을 '유사보도'로 규정하는 발표를 했느냐는 의문이다.

방통위 스스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CBS의 '역사적 사실'이 갖는 무게

그러다보니 언론계에서는 방통위의 발표를 박근혜 정부의 방송정책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로 노골적으로 향하고 있는 정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CBS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발표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CBS 노조는 '유사보도'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당성 논란에 휩싸인 '유사 정권'이 감히 누구를 '유사보도' 운운하며 평가하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그런데 CBS 노조가 이렇게 반발할 만한 '역사적인 논거'는 충분하다. CBS는 1954년 국내 최초의 민간방송으로 출범했고, 종합편성이 가능한 방송사였다. 그런데 군사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1980년 전두환 씨의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보도기능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시사보도를 할 수 있도록 허용이 됐다. 불교방송과 평화방송 같은 경우도 1990년 방송국 허가를 받은 이후 25년째 보도기능을 수행해 왔다.

방통위가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당국이 강력하게 진압에 나서듯 방통위가 "계속 불법 보도를 일삼는다면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는 식의 입장은 보인 것은 아니다. 방송법상 불법 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자에는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위반이 반복될 경우 전문채널의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해당 방송사들이 스스로 방송 법규를 지켜달라고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현행법과 그동안 해당 방송사들이 시사보도를 해왔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어긋난 점이 있기에 법적 정비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통상 '역사적 사실'이 부정할 만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법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법적 미비 사항'헤 해당한다. 그래서 법을 정비한다면, '역사적 사실'에 법을 맞추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법적 정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사고 있다. 뭔가 이 과정에서 방송사와 어떤 딜을 하려는 게 아니냐, 선거와 관련해서 함부로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게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언론노조 "방송 사유화·신군부 흉내내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통위가 '유사보도'라는 문제를 꺼낸 배경에 대해 아예 "2014년 지방선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현 정권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사유화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면서 "신군부처럼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이다 보니 이제 와서 신군부 흉내 내기라고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국PD연합회도 2일 방통위의 '유사보도 실태조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언론의 비판 기능 저해하는 방통위는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방통위는 '법과 현실의 불일치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가 언론의 비판적인 기능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방통위의 폭력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PD연합회는 이번 유사보도 실태조사가 특정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만일 방통위가 진심으로 '현재까지 사실상 보도를 허용해온 역사성과 법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이번 실태조사의 목적이라면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미비한 법적 지위를 찾아주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PD연합회는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방송 길들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언론의 비판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면서 "마치 정권에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지 않으려면 방송을 그만두라는 식의 폭력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PD연합회 역시 "이번 '유사보도 실태조사'와 향후 제도개선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보를 통제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만을 만들어가겠다는 야욕에 대해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의 규정 개악 논란

박근혜 정부는 이미 방송 심의 자체를 '이중잣대'로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면 징계 쪽으로 심의하고, 정권이 원하는 방향의 내용이면 문제를 삼지 않으려거나 가급적 징계수위를 낮추는 식으로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공중파보다 더 공정한 시사보도를 하고 있다는 JTBC의 <뉴스 9>이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 사건과 관련해 통합진보당 측의 입장만 내보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JTBC 방송에서 전반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많이 보도했고, 특정 코너에서 통합진보당 측의 얘기를 들은 것은 오히려 전반적인 보도에서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방송사 측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거꾸로 어떤 방송이 정부의 입장만 반영한 프로그램을 방송했을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다른 입장들도 다른 프로를 통해 반영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며 징계를 하지 않았다.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심지어 방통위는 심의 규정 개정안에 '민족의 존엄성' 조항을 신설하려고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송은 일반적으로 인식된 역사적 사실 또는 위인을 객관적 근거 없이 왜곡·조롱·희화화하여 폄훼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제25조 2항 '민족의 존엄성')는 것이다. 이 조항은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제29조 2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조항과 함께 신설될 경우 '정치적 심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야당 추천 방통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방송 심의의 주체인 국가가 특정 내용과 관점을 억제하기 위해 심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제 정권에 밉보인 방송사는 심의대상이 되는 보도는커녕, 보도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승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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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지막 표범 뱀가게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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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2014. 01. 02
조회수 8166 추천수 0
 

1962년 경남 합천서 잡힌 '마지막' 표범 이후 합천서 새끼 표범 또 포획

대구시 한약재로 뼈와 고기 모두 팔려, 일본 동물 작가 엔도 키미오 두번째 책

 

leo1.jpg» 한국표범의 기품있는 모습. 열대 표범보다 크고 털이 길다. 사진=이담  

 

한반도에 서식하던 호랑이와 표범은 구별 없이 그저 ‘범’이란 통칭으로 불렸다. 한국인의 의식에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동물인 범은 “좋으면서 싫어하고, 무서워하면서 우러러보았던” 특별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호랑이(또는 한국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와 표범(또는 한국표범, 아무르표범, 극동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로 손꼽힌다. 특히 한국표범은 한국호랑이보다 더욱 적은 수만 남아있어 시급한 보존대책이 절실하다.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존하고 복원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사라져갔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 역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호랑이와 표범의 발자취일 것이다.
 

그 일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일본의 야생동물 작가인 엔도 키미오(81)는 한국호랑이의 최후를 밝힌 책 <한국의 호랑이는 왜 사라졌을까>(엔도 키미오 지음·이은옥 옮김/한국학술정보/1만5천원)를 2009년 발간한 데 이어 최근 <한국의 마지막 표범>(엔도 키미오 지음, 이은옥·정유진 옮김/ 이담)을 냈다.(■ 관련 기사한국의 호랑이는 언제, 왜 사라졌을까)
 

leo0.jpg

한국의 마지막 표범

엔도 키미오 지음/ 이은옥·정유진 옮김/ 이담

 

엔도가 한국표범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에 들어간 것은 1975년이었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이농 물결이 이어지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는 연이어 긴급조치를 발동하던 격변의 시기였다.
 

엔도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표범이 1962년 경남 합천에서 잡혀 창경원으로 옮겨진 뒤 1974년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창경원을 찾았다. 창경원의 사무 책임자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표범을 잡은 기록이요? 글쎄……. 없을걸요. 여긴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곳이라 이제 겨우 재건된 상태라서요. 자료는 죄다 불타 버렸지요. 그런데 당신, 동물학자나 도쿄 대학의 교수라도 됩니까? 아니라고요? 그럼 일본인이 대체 뭐 하러 표범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겁니까, 이런 때에.”(18쪽)

사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표범은 물론 호랑이도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1922년 마지막 호랑이가 경주 대덕산에서 잡혀 죽고 40년 만에 표범이 산 채로 잡혔는데도 별다른 보호조처는 없었다. 다른,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 급했을 터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엔도의 가슴은 안타깝기만 했다. 

 

이 무렵의 일본은 열도 개조를 외치는 정치가에 의해 발이 닿는 곳마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농약의 활용이 확대되어 산과 바다, 강의 환경이 악화되고 따오기나 황새뿐만 아니라 송사리에서 반딧불이, 잠자리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사라진 것은 자연으로부터의 경고였으나 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자들은 자연 파괴에 대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도 선진국의 뒤를 이어 자연을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하고 있지 않은가. 상황이 이렇게 되니 초조한 마음에 한국의 야생을 어서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이 커져만 갔다." (26쪽)

 

그는 오랜 친구인 원병오 경희대 교수의 도움으로 합천군으로부터 마지막 표범이 잡힌 경과를 적은 공문을 입수할 수 있었다. 1962년 2월12일 경남 합천군 묘산면 산제리 가야마을에 사는 농부 황홍갑(64)씨가 노루를 잡으려 놓은 덫에 표범 한 마리가 걸려 이를 집에 데려왔다 창경원에 기증했으며, 문교부는 그에게 감사장과 함께 당시로서는 거액인 30만원을 수여했다는 내용이었다.
 

leo2.jpg» 마지막 한국표범이 잡혔던 합천 오도산의 1981년 모습. 정상에 레이더 기지가 있었다.

 

leo3.jpg» 정상 아래 큰 바위 부근에서 표범이 잡혔다.

 

당시 가야산 줄기에 있는 이 마을은 접근도 쉽지 않았고 통역을 거치거나 일본말을 배운 노인과만 소통을 할 수 있었던 엔도는 고생 끝에 표범을 잡은 사람들과 만나 당시의 정황을 자세히 듣는다. 
 

강철 줄로 만든 올가미에 ‘다행히’ 발이 아닌 허리가 걸린 새끼 표범을 마을 사람들이 드럼통으로 만든 임시 우리에 가두고 먹이를 주어 잠시 기르다 창경원에 기증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한다. 표범을 붙잡는 과정에서 발톱에 할퀴어 손바닥에 심한 부상을 입은 주민도 만난다. 우리나라의 어떤 언론인도 기초적이지만 이런 취재를 한 기록을 볼 수가 없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leo6.jpg» 오도산에서 잡혀 창경원에 전시된 한국표범. 12년 뒤 폐사했다.

 

그는 또 서울대학교 서고의 조선총독부 기록을 뒤져 일제 강점기 동안인 1919~1942년 사이  표범 624마리가 호랑이 97마리와 함께 ‘해로운 짐승 구제’ 명목으로 포획되었음을 알아낸다. 그는 일제가 한반도의 호랑이와 표범에 마지막 치명타를 가한 사실을 두고두고 미안해 하며 사죄한다.
 

leo4.jpg» 오도산에서 표범을 잡은 황홍갑씨.

 

leo5_황홍수.jpg» 생포한 표범 새끼를 우리에 넣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큰 부상을 입었다고 증언하는 황홍수씨.  

 

엔도는 한국 민화의 선각자인 조자용과 만나 그의 도움으로 공식적인 ‘마지막 표범’ 이후에 잡힌 표범 취재에 나선다. <동아일보> 1963년 3월26일치에 실린 “열 두살짜리 표범을 포획…벗 잃은 엽견, 필사의 설욕전, 합천 가야면 비끼니 산서”란 다소 선정적인 제목이 달린 기사가 단서였다.
 

이 기사는 이 지역 대전리에 사는 주민 황수룡(38)씨가 전날 잃어버린 자신의 사냥개를 찾아나선 길에 길이 1m, 꼬리 길이 70㎝인 12살짜리 표범을 잡았고, 대구시장에서 8만원에 팔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같은 가야산 줄기에서 표범이 잡힌 지 1년 남짓 뒤에 다른 표범이 잡힌 것이었다.
 

leo7.jpg» 표범 새끼가 잡힌 비끼니 산(뒤편 큰 산).

 

엔도는 대성리 황씨를 만나 진돗개를 데리고 새끼 표범을 잡은 증언을 확보했다. 진돗개 한 마리를 잃고 찾아 나선 길에, 전날 개를 잡아먹고 포만감에 빠져 있던 새끼 표범을 개가 몰고 사람이 돌로 쳐 잡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처음 삵을 잡을 줄 알았지만 나중에 귀한 범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대처인 대구로 이를 팔러 나갔던 것이다.

 

leo8.jpg» 진돗개와 함께 새끼 표범을 돌로 잡은 주민 네 명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자용 에밀레 미술관 관장도 이 표범 소식을 듣고 대구로 향했다. 그의 증언은 이렇게 소개돼 있다.

 

신문을 본 조 관장은 매우 놀라, 즉시 표범을 사기 위해 급히 대구시로 향했고 신문기자로부터 아시아 총포상에 팔린 것을 확인했지만 표범은 뱀 가게에 다시 팔린 상태였다. 뱀 가게는 대구의 달성 근처에 위치한 한약재상이었는데, 찾아가 보니 표범은 지하실의 큰 도마 위에 놓여 있었다. 시퍼런 어금니가 달린 얼굴을 손님들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아름다운 모피째로 검붉은 고기가 팔기 좋게 무참히 잘려 있었다. 손님이 쇄도하는 바람에 고기도 뼈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모피는 이미 판매가 예약되어 있었다."(167쪽)

 

표범_동아_1963_3_26.jpg» 비끼니 산에서 표범을 잡았다는 <동아일보> 1963년 3월26일치 기사.  

 

표범은 이미 거의 마지막 잔존 개체가 살아남은 상태였지만 이를 보호하겠다는 개념 자체가 당국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전혀 없었다. 그저 횡재를 안겨줄 주인 없는 들짐승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의 신문기자를 들춰 보면 엔도가 합천군 가야면에서 취재한 마지막 표범이 잡힌 이후에도 표범이 계속 잡히고 있다.  여덟 달 뒤인 1963년 11월13일 <동아일보>는 앞서 어린 표범이 사로잡혀 창경원으로 옮겨진 합천군 묘산면 산제리 가야마을에서 또 다시 11월10일 김칠리(51)씨가 길이 2m, 무게 15관(56㎏에 해당)짜리 암표범을 이번에도 오도산 중턱에서 철사 올가미로 잡았다고 보도했다.

 

사진과 함께 실린 이 기사의 어른 표범은 10시간 넘게 몸부림을 치다 죽었다는 것이다. 이 암표범은 창경원 새끼의 엄마 표범이었을지도 모른다.
 

표범_동아_1963_11_13.jpg» 사로잡혀 창경원으로 옮겨진 새끼 표범인 잡힌 오도산에서 1년 9개월 뒤 잡힌 어미 암표범에 관한 <동아일보> 1963년 11월13일치 기사.

 

엔도가 주민과 면담했을 때도 표범을 한 마리 더 잡겠다는 증언을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주민들은 뒤늦게 잡힌 이 표범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1970년 3월6일치 <경향신문>에도 표범 기사가 실렸다. 경남 함안에서 18살로 추정되는 길이 160㎝의 커다란 수컷 표범을 포수가 총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사처럼 이 기사에도 이 표범의 시가가 70만원이라고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고 판매가를 적어넣는 요즘의 기사를 후세에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표범_경향_1970_3_6.jpg» 1970년 경남 함안에서 커다란 수표범이 잡혔다는 <경향신문> 1970년 3월6일치 기사.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기록이 있는 마지막 야생 표범이다.

 

엔도는 두 번째 표범 취재를 마치고 조 관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가 토로한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표범이나 호랑이를 소중히 여기는 학자와 작가가 없는 거야! 어째서 일본 사람이 찾으러 다니는 거냐고!”(190)


이 책과 앞서 ‘최후의 호랑이’ 책은 모두 ㈔한국범보전기금이 기획했다. 이항 이 단체 대표(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 책에 덧붙인 기획후기에서 조 관장의 한탄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 두 권의 책을 기획하고 출판함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져간 호랑이와 표범을 위한 진혼곡의 서곡 부분이 겨우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된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부분은 관심가진 한국인 연구자에 의해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들의 슬픈 역사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에 의해 수집되고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지
 만, 사실 야생의 동물들에게 무슨 국적이 있고 국경이 있으랴." (202쪽)
 

이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한국표범은 역사적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연해주 남부에 널리 분포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극동러시아 연해주 남서 끄트머리 서식지에 있는 50마리 정도가 고작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접경지역이면서 두만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도 접해 있는 이 지역을 러시아 정부는 2012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경기도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620㎢의 제법 넓은 지역이다. 
 

leopard.jpg»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한국표범. 사진=세계보전협회(WCS)

 

이 교수는 이 국립공원이 한국표범 보전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과 맞닿아 있어 장차 북한으로 서식지 확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 표범들이 비록 지금 러시아 땅에 살고 있지만, 그 혈통은 “한국표범”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와 러시아의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가208 한국의 마지막 표범 같은 혈통인 것처럼, 아무르표범과 한국표범은 같은 혈통이며 같은 아종이다. 그러므로 비록 이들이 지금은 한반도에서 살 곳을 잃어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접경 지역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한국인이 잊지 않고 관심을 갖고 돌보아 주어야 할 동물들이다. (209~210쪽)

 

아직도 표범 또는 그 흔적을 보았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을 뿐이다. 그러나 더 그럴듯한 가능성이 있다. 강원도 북부와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일대가 주목의 대상이다. 이곳에 표범이 서식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 표범의 먹이가 풍부하고 지정학적 여건으로 보아 러시아의 아무르표범을 재도입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시 한국표범을 되찾게 된다. 이항 교수의 말처럼 “어쩌면 한 세대 안에 한국표범을 다시 보게 될 날이 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에 살아남은 한국표범이 언젠가 한반도로 되돌아올 날을 꿈꾸는 것은 적어도 허황된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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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미화' 교학사 교과서 채택 고등학교 명단

 


2014년 새 학기를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친일성향이 강하고, 독재정권과 독재자 등을 미화하는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도 교육부 검정을 통과해 일선 고등학교에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문제점과 오류가 수두룩한 교학사 교과서를 어느 고등학교에서 선택할까 하겠지만, 뜻밖에 일부 고등학교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하여 2014년부터 학생들이 사용할 예정입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어디인지, 그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친일독재미화 교학사 교과서 채택 고등학교 명단' 

현재 전국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는 총 14곳입니다. 1월 2일까지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제주,세종,대전,강원은 한 곳도 없었고, 서울은 창문여고 한 곳이었습니다. 
 

 

 


경기도는 동우여고,동원고,운정고,제일고,분당영덕여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습니다. 대구는 포산고,울산 현대고,경부 성주고와 경남 창녕고, 산청 지리산고,합천여고,전주 상산고,충남 서산 서일고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습니다. 

전국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총 14곳 중에서 10곳이 사립이었고, 4곳이 공립 또는 기숙사형 공립 고등학교였습니다. 현재 경기 파주 운정고, 제일고,분당영덕여고,성주고 등은 채택은 됐지만, 학생과 학부모, 일부 교사의 반발로 재선정 절차에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전국 수백 개 고등학교 중에서 14곳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지만, 일부 고등학교 등은 지역 명문고등학교로 불리고 있는 곳이라, 그 영향력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사립고등학교는 어떻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14곳을 보면 10곳이 사립학교입니다. 사립학교가 이렇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던 것은 그 선정과정부터 사립학교가 가진 비합리한 권력 구조 때문입니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교과서 8종을 놓고 역사교사등이 참여하는 '교과협의회'가 순위를 매겨 3종을 결정합니다. 이 3종 교과서를 다시 학부모 등이 참여한 '학교운영위원회'가 검토해서 최종적으로 교과서를 채택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립학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먼저 교과협의회가 검토하는 3종 교과서에 교학사 교과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장이 압력을 행사합니다. 

역사교사들이 아무리 교학사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도, 인사권을 가진 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1위에 놓으라고 하면 일선 교사들은 그것을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교장 등이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가 교사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 창문여고,여주 제일고,경부 성주고 등은 교과협의회가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로 올려놓아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문제점을 감독하고 학교운영을 돕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관변 단체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대구시 국공립계 일반계 고등학교 운영위원 연합회'라는 곳에서는 대구 일선 고등학교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문의 '사실은 좌편향 7종이 더 큰 문제입니다.'는 대목을 보면, 아예 '교학사 교과서'이외에는 좌편향 교과서라고 자신들 멋대로 지정해, 오히려 정치적 성향을 더 크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립학교와 기숙형 공립학교는 재단 이사장,학교장,학교운영위가 학교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교학사 교과서와 같은 논란의 교과서를 강압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 동문과 학부모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줘야 한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미화는 기본이고, 수많은 오류투성이로 교과서로서의 가치조차 떨어지는 교과서입니다. 아이엠피터는 그동안 계속해서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대사] -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 후소샤' 한국판?
[현대사] -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고교 교과서'
[현대사] - 친일파 김성수를 미화,왜곡하는 동아일보 '인촌상'

아무리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역사만큼은 올바르게 가르쳐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오류투성이에 정치적 편중화가 더욱 심한 이런 교과서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한다면, 우리 스스로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좌편향된 역사를 가르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립학교들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습니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서울 창문여고는 이사장의 남편이 교장을 하다가 아들로 교장이 바뀐 세습체제 족벌 학교입니다. 그들 스스로 비상식적으로 학교를 운영해놓고 좌편향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시사] - 1천4백억 횡령 '사학 대도(大盜)' 어떻게 풀려났지?
[정치] - '차기 서울시장' 노리는 사학재벌딸 나경원 의원.
[정치] - 사학재벌 딸 나경원을 위한 사학법 개정안

파주 운정고,분당영덕여고,경부 성주고 졸업생과 학부모등은 학교 게시판에 교학사 선정 항의 글을 수십 건씩 올리면서, 이들 학교는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재검토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없애거나 관련 글이 올라오면 삭제하는 등의 강압적인 조처를 취하기도 하면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원 동우여고 학생들은 교내에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반대하는 '소자보'를 붙이면서,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잃어버렸다는 말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배울 때는 주입식 역사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 아이들은 그 여린 가슴으로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자 막강한 사학재벌 학교 권력의 횡포에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선배이자 아버지,어머니라면 그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나서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아이들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다시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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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새해 특집①>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불철주야 2014/01/02 13:44 Posted by 동북아의 붉은_달

 

 

유신독재부활에 맞서 국민적 저항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14년을 맞이한다. 민주주의와 평화, 진보와 통일을 바라는 모두는 격변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2013년을 돌아보고 새해 정세를 전망하는 새해 특집 기획을 준비하였다. 새해 특집 기획은 ①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②좌충우돌 대북정책과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③열강의 각축 속에 부상하는 동북아 시대 등 모두 세 편으로 준비하였다.

 

<새해 특집①>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1. 박근혜 정부 1년 평가

 

유신독재 부활하다

 

집권 1년을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는 <유신독재부활정권>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총체적 관권부정선거로 권력을 장악한 박근혜는 유신독재시기 인물을 기용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불통정치, 공작정치, 공포정치로 한국 사회를 유신독재시대로 되돌려놓았다.

 

박근혜 정부는 총체적 관권부정선거를 저질렀으며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조차 용납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였다. 국민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선거는 의미가 없으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다.

 

부정하게 집권한 박근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안탄압을 통해 국민들의 저항을 억누르려 하였다.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10시간 생중계를 해가며 침탈했다. 조작된 증거물로 내란음모 사건을 만들고 제2야당인 진보당을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군사독재시절에나 보던 공포정치의 광경을 21세기에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는 유신헌법을 만든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앉히고, 육사 출신 남재준을 국정원장에 앉혀 전두환 군부독재시기에나 볼 수 있던 육법당을 부활시켰다. 국정원은 정권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내란음모 조작사건 등을 통해 혼란을 조성하는 등 공작정치에 앞장섰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제1야당 대표를 불러다 모욕을 주면서 대화와 협상이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박근혜 정부에게 정치란 없으며 오직 <폐하의 통치>만 있을 뿐이다. 청와대는 이런 정부를 불통이라 비판하는 국민들에게 ≪불통이 자랑스럽다≫며 철면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는 심지어 같은 보수끼리도 <어명>을 받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쳐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라고 띄워주던 김종인, 친박의 핵심 인물이었던 진영, 통일부장관 물망에 올랐던 최대석, 채동욱 검찰총장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박근혜 정부는 입만 열면 <종북>을 외치며 비판 세력들을 찍어 누르고 있다. 사회 전반에 퍼진 <종북 낙인찍기>는 <종북>으로 몰린 피해자들을 비난하지 않아도 <종북>으로 의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마치 반공반북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심지어 통일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처벌받던 군부독재시절을 보는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종북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데 남북관계가 제대로 발전할 리 없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그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소재로 보고 있을 뿐이다. 박정희 정권이 통일을 명분으로 유신독재를 시작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노선을 부분 수정한 것에 불과하며 현실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다. 그나마도 집권 초반 심각한 전쟁위기를 거치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

 

파탄 난 서민경제

 

이명박 정부 내내 악화일로를 걸은 서민경제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로 서민복지는 꿈도 못 꿀 상황이며,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부자 곳간을 채워주는 부자와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물가인상은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재정적자는 무려 100조 원 가까이 됐다. 연평균 20조 원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무모한 4대강 사업, 과도한 국방비 등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재정적자는 23조4천억 원. 내년 역시 20조 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의 재정적자가 150조 원 이상 나게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적자가 오래 쌓이면서 국가채무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 국가채무가 5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1인당 국가채무가 1천만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국가부채가 2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각한 재정적자는 서민복지 축소로 이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찬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 20만 원이 집권 초반에 거짓말로 드러났고 이 문제로 복지부장관이 바뀌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어느 정부든 집권 초반에는 대선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려 하면서 민심을 사려 노력하는 법이다. 이렇게 볼 때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 공약을 폐기한 것은 그만큼 정부 재정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기초연금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반값등록금, 장애인 연금 20만 원 등 여러 복지공약이 축소, 폐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자증세를 할 대신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통단속이다. 과태료 징수 목표를 크게 늘리고 대대적인 교통질서 위반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가 2013년 징수한 과태료는 2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2년 1조8788억 원을 크게 웃돈다. 특히 교통단속 범칙금 부과건수는 2012년 166만 건에서 2013년 270만 건으로 크게 늘었다. 과태료는 대부분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기 때문에 사실상의 서민증세나 마찬가지다.

 

여기다 심각한 물가인상도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2013년 9월 우윳값 인상을 시작으로 유제품, 과자, 빵, 음료도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또 정부가 공기업들에게 부채를 줄이도록 강요해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이미 전기요금은 올랐고 가스, 우체국 택배 등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말을 뜨겁게 달군 철도파업도 철도민영화가 주된 이유였다. 철도민영화 외에도 의료민영화, 가스민영화도 속전속결로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서민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자본의 논리에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대신, 재벌과 해외 자본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안겨주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2. 2014년 국내 정세 전망

 

대선부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집권 첫 해를 혼란 속에 보낸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요구에서 국가기관이 총 동원 된 총체적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자 처벌로 요구 수준을 높였고, 박근혜 정부의 민생파탄 정책들에 대한 저항을 더해 마침내 정권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권퇴진 요구가 진보정당이나 단체에서 먼저 나오지 않고 네티즌과 종교계 등 중간층이라 할 수 있는 집단에서 먼저 나왔다는 점이다. 진보정당과 단체에 정권의 탄압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중간층에서 먼저 정권퇴진 요구가 나왔다는 점은 그만큼 정권퇴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네티즌과 종교계가 주로 대선부정 문제로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면 노동계는 노동운동 탄압과 민영화 등 생존권적 문제에서 출발해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에 한국노총까지 반발하는 것을 보면 노동계 전반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를 뒤이은 박근혜 정부 역시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가혹한 민영화,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모든 피해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대학 사회를 중심으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부당한 사회 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던 대학생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개인의 장래 문제에 매몰돼 사회 문제에 발언을 아끼던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대학생들이 한국 사회가 개인의 노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징조로 풀이된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가 새해 첫날부터 재벌 특혜 시비가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재벌에 편중된 정책을 펴면서 서민들은 물론 중소기업들에도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제왕적 통치, 일방통행식 정치로 인해 보수세력 내에서도 정부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득권층, 집권층 내부 갈등과 분열을 불러올 것이다.

 

이처럼 사회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2014년 박근혜 퇴진 운동과 민주회복 운동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정치로 풀기보다 강경대응으로 풀 가능성이 높아 결국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이라는 결론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정치가 실종되고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의지가 관철되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형적인 독재정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과거 유신독재시대와 지금은 정치 환경, 사회 환경이 크게 다르다. 예전 같으면 긴급조치 따위로 완전히 묵살해버렸을 대선부정 문제가 집권 1년이 다 되도록 해결은커녕 더 확산되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선부정 문제는 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사그러들지도 않고, 박근혜 정부도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2014년에도 대선부정 문제는 여전히 핵심 이슈로 존재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위기에 몰리면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보다 더 극단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봉규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군사쿠데타가 다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도 그저 개인의 황당한 목소리가 아니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재원 의원이 계엄령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란음모 조작사건과 진보당 해산청구,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 등 예상을 뛰어넘는 공안탄압 행태를 볼 때 정부가 위기에 몰리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친위쿠데타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신독재식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여당 인사들이라면 능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계엄령, 친위 쿠데타 같은 게 가능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전두환 정부가 87년 6월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다 포기한 때부터 이미 시대는 바뀌었다. 만약 국민들의 저항을 물리력으로 진압하려 한다면 더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국이 제2의 10.26사태와 같은 방식으로 손을 쓸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민중봉기가 일어나 급진세력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극우 정권이 물러나고 온건한 정권이 들어서는 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갑오농민전쟁 120돌을 맞는 2014년, 박근혜 정권과 대격돌이 불가피한 속에서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태세 정비에 모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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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늑대 괴담', 2000년 전 이솝이 웃겠다!

 

[초록發光] 민영화, 이젠 전기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02 오전 8:12:38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긴 쉽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고 지루하고 힘듭니다. 교활한 양치기 소년 때문에 우리는 어렵고 지루하고 힘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전 국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배포한 <늑대가 나타났다>는 홍보 책자의 일부다. 홍보 책자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려고 했는지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된다는 건 괴담'이라는 주장과 함께 민영화는 민주당에서 추진했지 새누리당은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록했다.

홍보 책자의 말대로라면 새누리당은 공공 부문 민영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에겐 참으로 등불과도 같은 존재가 확실하다. 그런데 왜 소위 우매한 민중들은 그런 괴담에 쉽게 속고 휩쓸리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당사자가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홍보 책자가 뿌려지기 4일 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철도 민영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지난달 청와대에서 재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에는 개방 대상으로 철도 부문이 포함되어 있다. 또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일단 '쪼개고' 나면, 민영화는 쉬워진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에너지 분야의 민영화 추진에서 목도할 수 있다.

전력 부문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기본 계획'에 따라 2001년에 6개로 분할됐다. 2003년에는 구역 전기 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민간 발전 회사의 길을 터주었다. 2011년에는 6개 발전 회사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됐고, 그리고는 2012년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통해 민자 발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남은 상황은 상상하지 않아도 뻔하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이제 효율성을 이유로 발전 자회사들을 민영화한 뒤 배전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까지 민영화하면 긴 시간을 들인 전력 부문 민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송·배전과 전력 판매 부문을 민영화하는 방안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다.

거기에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는 분산형 전원을 늘린다는 미명하에 민간 발전사 키우기에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분산형 전원 체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자가 발전을 의미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이미 석유 분야는 민영화된 지 오래됐고, 가스 분야는 가스 직도입을 통해 새로운 민영화의 길을 열어 젖혔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는 건 바로 '효율성과 경쟁' 논리다. 그렇다면 과연 민영화론자들의 주장대로 공공 부문의 효율성이 높아졌을까? 전혀 아니다.
 

▲ 새누리당의 홍보 책자 <늑대가 나타났다>. ⓒ연합뉴스


2011년 발전 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자 정부로부터 유리한 경영 평가를 받기 위해 개별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오히려 저하됐다. 해외 발전소 경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오히려 발전 회사들을 재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한국전력이 맥킨지에 의뢰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전력이 발전 자회사들과 재통합할 경우 연료 구매 분야에서 5000∼8000억 원의 구매 비용 절감 효과와 연구 개발 분야에서 1200∼1500억 원, 설비 투자 감소 및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2020년 기준 연간 약 1조2000억 원의 경비 절감이 예상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발전 부문 분리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배전 분할을 중단하기도 했다.

민간 발전 회사 확대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민간 발전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발전 원가 이하로 생산하고 있는 생산 단가 이상을 보장해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SMP(계통한계가격)에서 특혜를 주는 식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민자 발전사 당기 순이익은 9348억 원에 달했다. 반면 6개 공기업 발전사의 당기 순이익은 8061억 원에 불과하다. 얼핏 보면 수지가 맞춰진 상황처럼 보이지만 민자 발전사들의 발전 용량은 공기업 발전사들의 발전 용량의 10%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자 발전사들이 더 늘어나면 정부의 부담 폭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의 부담해야 하는 몫이 된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다시 전력 판매 민영화 검토나 민간 발전 회사 진입 허용 등으로 민자 발전 확대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흔히 전력 민영화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는 캘리포니아 대정전, 미국 동북부 대정전은 오히려 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 우려스러운 건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 서비스가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게 넘어가버리면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도 다시 되돌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재국유화는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돌과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철도 민영화가 가시성이 높아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전력 민영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이 되어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것 역시 괴담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길지만 집요한 민영화 추진으로 인해 우리는 이미 혹독한 결과를 감내하고 있다. 따라서 철도 민영화 철회가 확실해진다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전력 민영화에 대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탈핵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민영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다. 또 누군가는 분산형 전원 체계로 가기 위해 민자 발전사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산형 체계란 수요처 인근으로 발전소를 분산시켜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거지 그걸 민간 회사가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역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책임성을 높이는 게 오히려 답이 될 테다. 물론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전력 체계 전환은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미 현대 사회의 기본권 중에 하나기 때문에 복지, 경제, 고용 문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민영화는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사족(蛇足) 하나. 늑대가 나타났다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늑대는 결국 나타났다. 이 우화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우환을 대비하자는 거다.

무슨 집권 여당의 홍보 자료가 해석 달린 어린이용 이솝 우화 수준에 불과하나. 길지도 않은데 다음부터 이솝 우화 정도는 다시 정독해보고 인용하길 권한다. 2000년 전 사람인 이솝도 웃겠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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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정수 트위터 VS 조선일보 '악마의 편집'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박근혜 퇴진' 등을 이유로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이모씨가 결국 1월 1일 오전 7시 55분경 사망했습니다. 

이모 씨의 죽음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이모 씨의 죽음을 헐뜯거나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배우 한정수 씨가 올린 트윗을 아예 '거짓말 트위터 선동'이라고 하며 그를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한정수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역 분신, 결국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어느 뉴스에도 이 사건은 보도죄지 않는다는 것,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한정수, 거짓말 트위터 선동,,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보도 안해? 100건도 넘게됐는데!>라는 기사를 올리며 한정수 씨가 거짓말로 트윗을 올렸고, 트위터에서 이모 씨의 죽음을 선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정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도대체 트위터에서 뉴스라고 말하는 것이 어떤 뉴스를 말하는지 전혀 이해조차 못 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다고 하는 말을 하는데, 이때의 뉴스는 지상파 3사의 메인 TV뉴스를 의미합니다. 결코 네이버에 나오는 인터넷 뉴스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 한정수 씨는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1월1일 저녁에 방송된 지상파 3사 뉴스 어느 곳에서도 분신 사망한 이모 씨의 죽음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수갑을 풀고 파출소를 도주한 절도 피의자 검거 소식은 있었어도,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한 이모 씨의 죽음은 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정수의 트윗은 사실과 달랐다. 한정수가 트윗을 올린 오후 6시 기준으로는 이미 전날부터 100건이 넘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고, 네이버 다음 등에서도 ‘핫토픽’ 등으로 선정해 기사가 널리 확산한 상황이었다. 기사를 쓴 언론사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부터 진보언론까지 다양했다. (조선닷컴 장상진 기자)


조선일보는 한정수의 트윗이 사실과 달랐다는 근거로 인터넷과 네이버,다음만을 거론했습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보는 지상파 3사 정규 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아예 없었습니다.

기자라면 최소한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인터넷 뉴스가 아닌 지상파 TV 뉴스라는 것 정도는 알았을 것입니다. 기준을 엉뚱한데 해놓고 한정수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오히려 조선일보 기자가 독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사를 쓴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보여준 악마의 편집'

자신의 독해력 부족은 생각지 않고, 배우 한정수 씨를 향해 '거짓말 트위터 선동'이라고 말했던 조선일보는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이모 씨의 분신 사망을 보도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수십 건의 이모 씨 분신 사망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기사를 제목만 바꿔 보낸 조선일보 기사들의 핵심은 '이모 씨 죽음 왜곡하기'였습니다. 

제목만 봐도 조선일보는 이모 씨의 분신 사망 원인을 '개인빚과 보험을 노린 죽음'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이모 씨의 죽음을 '개인 빚'과 '보험금을 노린 죽음'으로 왜곡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해 첫날부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시작된 우리 사회의 관심을 개인의 문제로 추락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학사 장교로 대위로 전역까지 했지만, 취업 문제와 형의 개인 채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됐던 이모씨의 삶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그가 그런 어려움 때문에 분신자살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빚이 있었다면 7~8년 전에 했어야지 지금 와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이유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사건 관련 한정수 트윗에 네티즌들은 “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사건 관련 한정수 트윗, 거짓부렁 선동하지 말라”, “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사건 관련 한정수 트윗, 괜히 깨어있는척 해보려다가…ㅋㅋㅋ”, “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사건 관련 한정수 트윗, 황당하네” 등의 반응이다.(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는 <한정수, 거짓말 트위터 선동...'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보도 안해? 100건도 넘게 됐는데!>라는 기사에서 한정수 트윗에 네티즌들이 조롱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한정수 배우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me******)
배우 한정수씨의 일침입니다.(@se*****)
멋진 한정수님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coo****)

 

그러나 배우 한정수 씨를 응원하는 트위터도 많았습니다. 언론이 이렇게 편중된 반응만을 일부 보도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과도 같은 기법입니다. 

 

 

 


조선일보는 배우 한정수 씨의 트위터를 거짓말로 만들면서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 잡지 않으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거꾸로였다는 증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언비어는 SNS가 아닌 언론사였으며, 이런 언론사가 있으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라는 사실을...


문제는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독해력 부족과 언론 스스로의 편중된 기사를 통해 조작하는 언론의 폐해는 절대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우가 트위터에 트윗 한 마디 쓴 것은 개인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언론사가 기사로 보도한 것은 언론이라는 책임감이 부과됩니다. 

진짜 누가 잘못된 유언비어를 지금 이 사회에 퍼트리고 있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2014년 새해부터 첫날부터 보여준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은 진짜 우리 사회에서 추방해야 할 자들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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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중상' 중단시, 당국회담 가능성 열려

'비방중상' 중단시, 당국회담 가능성 열려<분석> 북한 신년사로 본 2014 남북관계 향방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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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1  16: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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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 중 남북관계 분야에서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외세에 의해 갈라져 살고 있는 것만도 가슴아픈 일인데 동족끼리 비방하고 반목 질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그것은 조선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지난해 3,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필두로 일부 언론의 '최고존엄 모독', 일부 보수단체의 '화형식', 탈북자단체들의 대북 전단살포 등을 대북 적대행동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신년사는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하며 자주와 민주,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촉발된 '종북몰이'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게다가 미국과 일부 군부 강경세력을 향해, "북침 핵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오는 3.4월에 열리는 연례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지목했다.

요약하면, 당면한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최고존엄 모독 등 대북 강경노선이 어떻게 가라앉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 "북과 남은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자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우리민족끼리 입장에 확고히 서야 하며 공동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7.4성명을 포함한 남북 공동선언 존중.이행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 정부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6.15선언,10.4선언 이행요구를 껄끄럽게 생각해왔으며,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보여온 바 있다.

그렇기에 북측이 먼저 남측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을 제거해주고,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994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관련 문서 서명을 강조해,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간 대화의지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공을 우리 정부에 넘긴 셈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이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되는 해'라고 강조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한 꺽어지는 해의 의미를 뒀을 수도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간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이 세 차례 언급된 것에 주목, "올해 남북대화 추진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올해 상반기에 북한이 2013년에 추진했다가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상봉의 재개를 제안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허용을 요구하면서 당국간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도 신년사 평가에서 "대남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하였으나, 비난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태도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심스레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의 조건으로 비방중상과 종북소동 중단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김일성 조국통일 친필 20돌을 언급했지만, 비방중상을 중단하고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라며 남북관계 개선 전제조건을 내건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유리한 환경 조성과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총리회담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가 지난해와 달리 당국간 대화를 중심으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기고에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이틀동안 남북은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으로 화답하는 등 최고지도자들이 입장을 주고받는 성격을 취해 올해 남북관계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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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이씨 죽음 폄훼, 한심한 작태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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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아무개(40)씨의 빈소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에 '박근혜 OUT'이라는 피켓이 놓여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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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오후 11시 10분] 

분신 이씨, 고인이 되어서도 '박근혜 OUT'을 품다 
추모객들 "이런 분 더 이상 안 나오는 새로운 사회 되길"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아무개(40)씨의 빈소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무궁화2호 특별실)에 마련됐다. 이씨의 장례는 민주시민장으로 4일동안 치러지며, 오는 4일 오전 9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이 치러진다. 시신은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치하는 방안을 유족과 논의중이다. 

빈소에는 이씨의 형과 동생이 상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흘 전에 와서 용돈으로 80만 원을 쥐어주고 갔는데 죽었을 리 없다"며 오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새해 첫 날의 영향인지, 이 씨의 빈소에는 아직 친인척들의 방문이 활발하진 않았다. 대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빈소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 아래에는 '박근혜 OUT'이라고 적힌 피켓들이 놓여있다. 빈소를 방문한 신재성(40)씨는 "고인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2013년의 마지막 날에 돌아가시고 새 날을 열고 싶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발 이런 분들이 더 이상 안 나오는 새로운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신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남용씨도 "불통에 대한 답답함을 박근혜 정부에 너무 알리고 싶어 나도 이씨 같은 생각을 불쑥불쑥 해본 적이 있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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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아무개(40)씨의 빈소. 정동영·강기정 민주당 의원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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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인의 빈소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정동영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고, 민주당 강기정,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등이 조문했다. 

SNS 등을 통한 유명 인사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배우 문성근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명복을 빕니다. 긴급 속보. 몇 분 전, 12월 31일에 서울역 고가에서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펼침막을 건 채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분신하신 이모 씨가 운명하셨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문씨는 이어 이씨의 장례식장과 장지 소식, 오는 4일 영결식을 치른다는 글을 리트윗(RT)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탤런트 한정수씨도 이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역 분신, 결국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어느 뉴스에도 이 사건은 보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온라인 상에서는 고인과 관련한 기사가 보도됐지만, TV 뉴스 등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장례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6시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오후 7시 30분에는 추모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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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5시 29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이아무개(40, 광주광역시)씨가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두 플래카드를 내건 채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사진은 분신 직후 상황으로, 고가도로 위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마친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이 찍어 트위터에 올린 이 사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각도와 정황상 분신 상황이 맞다고 확인했다.
ⓒ @cantaloup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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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오후 7시 20분] 

이씨 유서 추가 공개... "빚 때문에 분신" 경찰 발표 논란

"국민들의 두려움 다 안고 내가 가겠다. 국민들이여 일어나라."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아무개(40)씨의 유서 일부가 추가로 공개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1일 오후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씨의 다이어리에 적힌 유서 내용 일부를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이씨의 형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배석했다. 

또한 이씨에게 빚이 없다는 형의 진술이 나와, 이씨의 분신 동기를 개인의 금전적 어려움 등에 의한 것으로 발표한 경찰 수사 내용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경찰이 유족의 진술을 잘못 받은 것 같다"며 "형의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실질적인 빚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 유서 "민주주의 유린... 박근혜 정부가 밝혀야" 

박주민 변호사에 따르면, 이씨가 분신 현장에 남긴 다이어리에는 국민에게 보내는 2통의 편지가 적혀 있다. 박 변호사는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현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며 "그것 외에 짧은 글에는 국민들을 향해 '내가 이 두려움을 다 안고 갈 테니까, 일어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형식 편지에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개입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일탈로 치부하고 진실규명을 안 한다.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것을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이씨의 다이어리에는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 외에 형, 동생, 어머니에게 각각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도 적혀 있다. 또한 자신이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2통의 편지도 발견됐다. 

박 변호사는 "유서가 적힌 다이어리는 겉표지만 타고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며 "다이어리는 내일(2일) 공개할 예정이지만 유족과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빚 독촉으로 힘들어 해" vs. 민변 "빚 전혀 없다" 

특히 박 변호사는 이날 "이씨가 최근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동생의 진술을 공개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발표한 수사상황 자료에서 "동생의 진술에 의하면, 이씨가 일주일 전 동생에게 전화를 해 이씨가 가입한 보험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 놓으라고 했고, 이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 하였다면서 경제적인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보험의 수급자를 바꿨다는 점, 신용불량 상태라는 점 등을 부각시켜 경찰이 이씨의 분신을 개인의 금전적 어려움에 따른 일탈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경찰이 받은 (동생의) 진술은 유족들이 경황이 없을 때 말한 것"이라며 "동생보다 고인이랑 한 집에서 같이 산 형님의 진술이 더 정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이씨가 빚을 진 게 아니라 형님이 잘못된 투자로 빚을 진 것이고 수입으로 충분히 빚을 감당할 수 있었다"며 "빚을 진 게 7~8년 전인데, (빚 때문이라면) 몇 년 전에 자살하지, 왜 지금 자살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또 "나중에 유서를 확인하게 되겠지만 상세하게 기록된 유서 내용에도 빚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측은 이씨의 동생과 형의 진술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씨에게 빚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형의 진술에 따르면, 숨진 이씨가 형 때문에 카드빚 3000만 원 있고, 7~8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형은 카드대금 청구서가 많이 왔었지만 그것 때문에 고인이 자살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표창원 "고인 사생활 마구 공개, 한심한 작태에 분노" 

한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씨의 죽음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표창원 전 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14년 벽두를 맞으며... 사람의 가치가 그리도 가볍습니까?"라고 이씨의 분신 사건을 언급했다. 

표 전 교수는 "한 사람의 목숨이 쓰러졌다. 결코 이 분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옹호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러나 이 분의 사망을 이용해 선동하는 행동에도 반대한다. 같은 마음으로 이 분의 삶과 죽음을 폄훼하고 그 명예를 훼손하는 작태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가족의 동의 없이 이 분의 경제 사정이나 부채, 개인 사생활 관련 내용을 마구 공개 유포하고 보도하며 애써 이 분이 죽음으로 주장하려던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막고 돌리려는 한심한 작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또 표창원 전 교수는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가벼운가? 당신들의 이익과 편함을 위해 그리 매도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동안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 철도노조 등 반대나 불편을 야기하는 대상마다 사생활 혹은 인격 내지 명예를 까발리거나 공격, 훼손하며 본질을 호도하던 작태를 생명손상 사건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가"라고 지적했다. 

[1신 : 1일 오전 11시 40분]

분신 이씨 유서 "안녕하십니까, 안부 묻기도 힘들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을 시도한 이아무개(40)씨가 1일 오전 7시 55분경 끝내 사망했다. 이씨는 지난 12월 31일 오후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했다.(관련기사: 이씨, 분신 전 "박근혜 사퇴" 외쳐)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다이어리에서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 형식의 글이 발견됐다. 특히 다이어리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메모가 기록돼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씨 "슬퍼하지 말고.... 엄마를 부탁한다"

또한 '삶에 대하여(Paradigm of God)'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누구나 결국 신의 영역으로 돌아간다"는 등 영(혼)과 신에 대한 얘기가 15줄에 걸쳐 적혀 있다. 

삼형제 중 둘째인 이씨는 동생에게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다"면서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기쁘게 갔다고 생각해라. 엄마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주로 어머니의 건강문제 등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고, 이씨의 형에게도 "행복하게 살라"는 간단한 언급이 적혀 있다

경찰은 이씨의 다이어리에 휘발유통, 앰프, 벽돌형(톱밥) 압축연료 등 용품 명세서와 차량을 빌리기 위해 적어 놓은 렌터카 회사의 연락처, 현장에 내걸었던 현수막 제작업체 연락처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씨가 사전에 분신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특정 단체나 노조 등에 소속된 점은 확인된 바 없다"면서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형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이씨의 형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동생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어제 오후 7시 30분경에 경찰의 전화를 듣고 알았다"며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망한 이씨 함께 광주에서 살고 있었다는 형은 "동생이 서울에 올라간지도 몰랐다"며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 먹고 살기 바빠서 열흘 전에 연락한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형은 "고인이 평소 정치적인 발언을 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며 "지금 어머니는 너무 놀라셨고 이 상황을 못 믿겠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한편 이씨의 장례식은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기독교대책위원회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시민장을 추천했고 고인의 형이 이를 수락했다. 4일장으로 서울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은 1일 이아무개씨가 사망한 직후 경찰이 발표한 수사사항 전문이다.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사건 수사사항

□ 서울남대문경찰서(총경 연정훈)는 

❍ 2013. 12. 31. 17:35경 서울역 앞 고가도로(만리동→회현동) 중간지점에서 발생한 이모씨(40세)의 분신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 분신을 기도한 이씨는 지문확인을 통해 정확한 인적사항을 확인하였고, 광주시 북구 00동에 거주하고 '○○편의점' 대리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하고 있으며, 아직 미혼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이씨는 현재 서울대병원을 거쳐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중 오늘 아침 07시 55분경 사망하였습니다. 

❍ 현장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이씨의 다이어리를 분석한 결과, 휘발유통, 앰프, 벽돌형(톱밥) 압축연료 등 용품들과 차량을 빌리기 위해 적어 놓은 렌터카 회사의 연락처, 현장에 내걸었던 현수막(90Cm×690Cm) 제작업체 연락처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사전에 분신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물품들은 현장에서 확인되거나 유류된 물품들과 같습니다. 

❍ 또한, 다이어리에는 가족에게 남긴 유서형식의 글이 발견되는데, 동생에게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다라고 시작하여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기쁘게 갔다고 생각해라. 엄마를 부탁한다"라고 끝을 맺고 있으며 엄마의 건강문제 등에 대한 걱정이 주요내용이고, 형에게도 마찬가지 행복하게 살라는 간단한 언급과 엄마에게는 사랑한다고 간단히 적혀 있습니다. 

❍ 다이어리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하여 정부에 대한 불만내용이 들어있는 메모 글이 있어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여집니다. 

❍ 다이어리 뒷부분에는 삶에 대하여(Paradigm of God)라는 제목으로 "누구나 결국 신의 영역으로 돌아간다"는 등 영(혼)과 신에 대한 얘기 등(15줄)을 적어 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 현재 유족인 동생의 진술에 의하면, 이씨는 일주일 전에 전화를 하여 이씨가 가입한 보험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 놓으라고 하여 12. 30 보험회사에 찾아가 수급자를 바꾼 사실이 있으며,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전혀 없고,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 하였다면서 경제적인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 사망자는, 특정 단체나 노조 등에 소속된 점은 확인된 바 없으며(코레일 인사부에 확인한 바 철도노조원은 아님),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추후 경찰은 정확한 분신 동기 등 추가로 중요사항이 확인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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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앞둔 가리왕산, 600살 주목의 '마지막 겨울'

조홍섭 2014. 01. 01
조회수 841 추천수 0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 위한 환경영향평가 중, 이르면 내년 봄 착공

주목 묘목부터 수백년 거목까지 내륙 유일의 번식지 파괴될까

 

j1.jpg» 활강경기장 안에 자리잡은 600년생 초대형 주목. 지난 여름에 촬영한 것으로 산림청은 현지에 보존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사할 우려가 높다고 본다. 사진=우이령사람들

 

잎을 떨군 활엽수림이 솜털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눈 덮인 가리왕산은 평화로웠다. 이르면 내년 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 경기장 공사가 시작되면 능선과 골짜기는 전기톱과 굴착기의 굉음에 휩싸일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20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은백색 수피가 아름다운 왕사스레나무들은 주황색 겨울눈을 서둘러 피어 올려 꽃이 핀 것 같았다.
 

j2.jpg» 가리왕산 임도가에 늘어선 반짝이는 수피의 개벚지나무와 흰 수피와 큰 기의 왕사스레나무.

 

지난 21~22일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회장 이병천)이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해발 1561m) 스키 슬로프와 리프트·곤돌라 건설 예정지에서 벌인 수목 조사에 동행했다. 조사단은 숙암 분교를 출발해 가리왕산을 해발 약 1000m 높이로 한바퀴 휘감는 임도를 따라 조사지로 향했다.
 

j2-1.jpg» 임도의 관중적 예정지 표시. 스키장이 건설되면 빽빽한 활엽수림은 대부분 벌채될 전망이다.

 

길가에는 줄기에서 황갈색 광택이 나는 개벚지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나라 야생 벚나무 가운데 가장 큰 열매가 달려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나무이다.

 

j3.jpg» 양지바른 임도변 참나무에 자리잡은 희귀 기생식물인 꼬리겨우살이의 열매가 노란 꽃처럼 보인다.

 

임도가 굽이쳐 해가 잘 드는 길가 참나무 위에 노란 열매가 다닥다닥 열린 꼬리겨우살이가 눈길을 끌었다. 울진 소광리 등 전국에서 5곳에서밖에 볼 수 없는 산림청 지정 희귀종이다. 활강 경기장 공사와 함께 임도가 확장되면 사라질 식물의 하나이다.
 
■ 스키장으로 나무 5만 그루 훼손
 
j4.jpg» 해발 1000m를 넘어서자 분비나무, 전나무와 함께 상록인 주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리왕산 중봉 근처인 해발 1337m 지점에서 출발하는 여자 활강 슬로프 예정지로 향했다. 해발 1000m를 넘어서자 소나무가 전나무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활엽수림 사이에 듬성듬성 고산성 침엽수인 주목과 분비나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 쌓인 비탈에 나무들이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나무에 매달려 있는 빨강·노랑·흰색 꼬리표가 없었다면 고적한 겨울 산의 분위기를 연출했을 것이다.
 

아름드리 신갈나무에는 벌목 대상임을 가리키는 붉은 리본이 매달려 있는 반면 손가락 굵기의 나무에는 노란 리본에 ‘이식 대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j5.jpg» 스키 슬로프에 있어 벌채 대상인 초대형 활엽수들과 분비나무 등 침엽수들.

 

산림청은 지난 7월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던 가리왕산의 일부인 78㏊를 해제하는 한편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던 중봉 정상을 슬로프에서 제외하는 등 슬로프를 일부 변경하도록 했다. 또 슬로프 건설로 훼손이 불가피한 주목, 분비나무, 전나무 등 121그루를 옮겨심기로 했다.
 

강원도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옮겨심어도 잘 사는 비교적 작은 나무를 이식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나무 높이 3~5m, 지표 굵기 14㎝ 이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결국, 어린 나무 일부를 뺀 가리왕산을 대표하던 크고 멋진 나무의 상당수가 벌채된다는 얘기다. 강원도가 추산하는 스키장으로 인해 훼손되는 나무는 모두 5만여 그루이다.
 

j6-1.jpg»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란 어린 주목. 국내 내륙에서 주목으로 이렇게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곳은 가리왕산이 유일하다.

 

여자 활강경기장 슬로프의 꼭대기 가까운 해발 1227m 지점에서 조사단이 탄성을 질렀다. 거대한 분비나무 옆에 작고 어린 주목이 올망졸망 자라고 있었다.
 

“전국에서 주목이 어린 개체부터 수백 년 된 노거수까지 세대별로 출현하는 곳은 내륙에서 가리왕산이 유일하다”고 이병천 회장이 말했다. 이 박사는 임업시험장과 국립수목원에서 식물 보전 관련 일을 하다 최근 정년 퇴임했다.
 
■ 우회 슬로프에서도 주목 세대별로 분포

 

j6.jpg» 어린 주목. 산림청은 이들을 슬로프 밖으로 이식시킬 예정이지만 스키장 건설로 달라진 미기후에서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이다.


 주목 등 희귀식물 보호를 위해 중봉 정상을 슬로프에서 제외하고 새로 낸 우회노선에서도 주목이 세대별로 분포했다. 가슴높이 지름이 6~26㎝인 주목 10그루가 이곳에서 확인됐다. 활강코스의 폭은 30~100m이지만 이 조사는 30m 구간에서만 했기 때문에 실제로 훼손될 주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
 

하봉 정상까지 남자 활강선수들을 태우고 갈 곤돌라가 건설될 폭 20m의 비탈에도 가슴 높이 지름이 68㎝인 음나무와 한 번도 수액채취를 당하지 않아 꼿꼿하게 자란 지름 62㎝의 고로쇠 등 거목이 즐비했다. 이곳에서도 지름 10~38㎝인 다양한 연령대의 주목 10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j6-2.jpg» 이병천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이 새대별로 분포하는 주목의 중요성을 현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승호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한국자원식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설악산 저항령(1100m)에는 지름 20㎝ 이하의 어린 주목이 전혀 분포하지 않았고 덕유산에도 지름 10㎝ 이하의 어린 주목은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은 주목 군락이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된 소백산 비로봉(1439m)과 태백산 장군봉(1567m)에서도 비슷했다.
 

j7.jpg» 하봉 연습코스 상단에서 발견된 지름 1m가 넘는 초대형 주목. 사진=우이령사람들

 

우이령 사람들은 지난 7월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 사이 능선에서 숙암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봉 연습코스 상단 1305m 지점에서 가슴 높이 지름이 무려 125㎝와 88㎝인 초대형 주목 2그루를 발견하기도 했다.

 

또 여기서부터 해발 1264m 지점까지 100여 그루의 크고 작은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전체 사업 지역 안 주목이 모두 35그루라고 밝히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j7-1.jpg» 환경단체 우이령사람들 회원들이 스키 슬로프 예정지의 초대형 주목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우이령사람들
 

주목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20~30㎝ 굵기로 자라는데도 약 100년이 걸린다. 따라서 지름 120㎝의 거목이라면 수령은 600~700년, 고려 시대부터 가리왕산을 내려다보고 있던 나무인 셈이다.
 

이 단체 박운상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7차례에 걸쳐 슬로프와 연습코스, 리프트, 곤돌라 예정지를 현장 답사하면서 노거수를 하나하나 전수조사했는데, 모든 예정지에서 주목이 세대별로 분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덕유산 활강경기장 주목 70% 고사 중"
 

 j8.jpg»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위해 산림청의 유전자원보호구역이기도 했던 덕유산의 향적봉 일대 주목 군락이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주목 고사목은 아직도 서 있다.


산림청은 1970년대부터 주목의 도벌을 막기 위해 모든 자생지의 주목에 일련번호를 달아 관리하고 있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예정지에서도 주목은 크기에 관계없이 베어내지 않고 그 자리에 보존하거나 인근 지역에 옮겨 심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로 주목의 자생림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병천 박사는 “국내 최대의 주목 자생지였던 덕유산에 유니버시아드대회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옮겨심었거나 경기장 주변에 위치한 주목의 70%가 죽고 현재도 죽어가고 있다. 하이원 스키장을 건설한 백운산이나 발왕산에서도 주목이 죽어가고 있다. 주목을 보호하려면 자생지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j7-3.jpg» 지난 여름에 촬영한 가리왕산 스키 슬로프 예정지의 세대별 주목 군락. 사진=우이령사람들 

 

가리왕산에서 주목이 대를 이어 번식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의 독특한 지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리왕산에는 활강경기장 안 7500㎡와 주변을 포함해 약 2만㎡에 걸쳐 사면에 돌 더미가 쌓인 지형인 애추가 분포한다. 이런 곳에는 겨울에 쌓인 눈 밑에서 따뜻한 기운이 나오고 여름에는 서늘하고 습한 미기후가 조성된다.
 

j15.jpg» 스키 슬로프 건설 예정지 인근인 장구목이에 있는 가리왕산 최대의 주목. 스키장 건설로 미기후가 교란됐을 때도 괜찮을지 우려가 나온다.

 

이 박사는 “눈과 안개가 많은 덕유산과 화산암 돌 더미가 애추를 이루는 한라산과 울릉도에서만 주목이 번식한다는 사실은 풍혈 지형이 주요 요인임을 짐작하게 한다. 가리왕산에 스키장이 건설된다면 인근의 핵심 보호구역인 장구목이의 미기후도 교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가리왕산을 지키는 ‘3신 나무’와 희귀 수목들
 
j10.jpg» 국내 최대로 추정되는 가리왕산 장구목이의 신갈나무. 세 아름이 넘는다.

 

2010년 설악산국립공원에 편입된 점봉산은 국내 최고의 원시림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거목에 관한 한 가리왕산이 점봉산보다 윗길이라고 수목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리왕산에는 환경운동가들이 ‘3신 나무’라고 부르는 국내 최대급 나무 3그루가 있다. 활강 경기장에서 2㎞쯤 떨어진 장구목이에는 가슴 높이 지름이 130㎝인 신갈나무가 서 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하게 솟은 이 나무를 끌어안으려면 어른 세 명이 손을 맞잡아도 모자란다. “점봉산에 있던 지름 150㎝의 신갈나무가 1979년 벼락으로 쓰러져 이 나무는 국내 최대의 신갈나무로 보인다”고 이병천 박사는 설명했다. 수령 220살로 추정된다.
 

j11.jpg» 슬로프 예정지에 있는 초대형 들메나무.

 

남자 활강경기장이 건설되는 하봉 아래쪽 능선에는 가슴 높이 지름이 110㎝인 들메나무가 자란다. 1.5m 높이에서 세 갈래로 갈라졌지만 옆으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위로 쭉 뻗은 이 나무는 80살로 추정되며, 천수에 가깝게 산 국내에서 보기 힘든 들메나무이다.
 

중봉 여자 활강 경기장 예정지 근처에는 가슴 높이 지름 120㎝의 음나무 거목이 다른 대형 음나무들을 거느리고 서 있다.
 

 j12.jpg» 중봉 여자 활강 경기장 인근에는 가슴 높이 지름 120㎝인 초대형 음나무가 서 있다.

 

‘우이령 사람들’ 조사단이 지난해부터 가리왕산 활강 슬로프와 곤돌라·리프트 건설 예정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가슴 높이 지름 50㎝ 이상인 거목은 모두 200그루에 이르렀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노거수가 65본”이라고 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단체의 조사결과를 보면, 가리왕산의 스키장 건설 예정지에는 특히 신갈나무와 소나무 거목이 많았다. 또 왕사스레나무가 남한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나무는 가리왕산 말고는 남한에선 점봉산에만 분포한다.


이밖에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는 굵기도 굵고 개체수도 많아 남한 내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로쇠나무 거목들도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이다.

j13.jpg» 최근 중봉 우회노선 바로 옆에서 발견된 포대형 철쭉.

 

게다가 조사가 계속될수록 보호가치가 큰 나무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 22일 중봉 우회노선 바로 옆에서 거대한 철쭉을 새로 찾아냈다. 이 철쭉은 지면부터 5개의 줄기로 나뉘었는데, 각각의 굵기가 18㎝, 17㎝. 14㎝, 14㎝, 10㎝일 정도로 굵다.

 

정선/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주목이란 어떤 나무?

 

j14.jpg» 주목은 수피와 재질이 붉은 나무이지만 달콤하고 붉은 열매도 맺는다.

 

주목은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등 1000m 이상의 산에만 분포하는 대표적인 고산수목이다. 강원도와 전북에 가장 많이 분포하며 극동러시아, 중국 동북부, 일본에도 자생하는 상록 침엽수이다. 수피와 나무 재질이 붉어 주목이란 이름이 붙었다.
 

흔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수식어가 붙는 주목은 더디게 자라는 만큼 나무 결이 곱고 단단해 고급 가구와 건축재료로 인기가 높다. 나무 내부가 썩어도 겉은 멀쩡하게 유지하기도 하며 고사목도 오랜 기간 유지된다. 이 나무에서 항암성분인 택솔을 추출하기도 한다.
 

고산지대의 천연 주목은 줄기가 뒤틀리고 옆으로 자라는 불규칙한 형태이지만 공원이나 정원에 심는 원예용 주목은 곧고 바르게 자라는 차이를 보인다. 주목의 자연적인 번식은 매우 어려우며 정원수로 보급된 주목은 거의 일본산이다. 늦여름에 달콤한 과육이 있는 컵 모양의 열매가 열려 새들의 먹이가 되고 이를 통해 씨앗을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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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쓸 때마다 쥐여준 스마트폰에…2살배기 ‘중독의 늪’

등록 : 2013.12.31 21:35수정 : 2014.01.01 11:50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1부

어릴 적 할머니와 자란 27개월 난 보람이(가명)는 돌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직접 쥐고 쓴다. 아빠 전화, 엄마 전화, 할머니 전화의 잠금화면 패턴이 각각 다른데 모두 구분해서 잠금해제 뒤 쓴다. 동영상을 보다가 한편을 다 보면 다음 편을 직접 실행해서 감상한다. 엄마는 보람이가 밥을 먹거나 떼를 쓸 때 30분가량씩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보람이에게 스마트폰은 일종의 마취제이자 보육도우미다.

 

5살 원철이(가명)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최근 놀이치료를 받았다. 원철이 엄마 강혜진(가명·32·서울 영등포구)씨는 3살까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아이가 4살 무렵 직장을 구했다. 4살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어린이집 선생님이 원철이가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도 원철이가 점점 스마트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도 않고, 잠자리에서조차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썼다. 엄마가 스마트폰을 뺏으면 울면서 엄마를 물고 할퀴기까지 했다. 강씨는 “일을 나가면서 자꾸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퇴근 뒤 아이가 원하면 스마트폰 게임을 허용했다. 단호하게 제재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육아도우미 스마트폰, 그 치명적 유혹

 

 

부모가 바쁠 때, 아이 달랠 때
효과 만점인 ‘마법의 육아도우미’
“아이에게 좋지 않단 걸 알면서도
순간순간 유혹 느껴요”

 

최초사용 평균연령 2.3살로 ‘뚝’
자극적 영상이 젖먹이들 현혹
안주면 짜증 작동 안되면 ‘쾅쾅’
“중독 영유아들 공격 성향 심각”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영유아들이 부모와 함께 노출되면서 보육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스마트폰을 ‘마법의 보육도우미’로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순간순간 항상 유혹을 느껴요.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바쁘고 급한 상황에서 아이를 어딘가에 집중시켜야 할 때 항상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하는 유혹을 느끼죠.” 13개월 남아를 키우는 양아무개(33·서울 강남구)씨의 얘기다.

 

양육자의 보살핌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은 마법의 강력한 기능의 육아도우미다.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리고 자극적인 영상이 보이면 울던 아이도 금세 울음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그사이 부모는 빨리 집안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잠시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다. 자동차나 기차, 버스, 비행기 등에서도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하는데,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도록 만든다. 힘들고 지루하고 통제 불가능한 육아 상황이 스마트폰 하나면 뚝딱 해결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이 영유아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스마트폰 비율은 2012년 기준 63.7%로 전년도의 31.3%에서 1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노출 연령도 갈수록 하향화돼,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2.27살로 조사됐다.

 

반응이 즉각적인 스마트폰은 인터넷·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영유아에게 오랜 시간 노출되면 폐해가 심각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너무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영유아의 뇌 발달이 저해되고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스마트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스마트폰 육아’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2월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키즈카페 안,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놀이터를 찾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앉아서 음식을 먹는 식탁이 놓인 공간으로 구성된 이 놀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부모와 아이들은 쉽게 목격됐다. 30개가 넘는 식탁 가운데 다섯곳 정도에서만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머지 식탁의 어른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부 아이들은 뛰어놀고 와서 쉬거나 부모와 대화를 하기보다,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유아용 게임을 했다. 소라(가명·4살)와 민준이(가명·6살)도 나란히 앉아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한글 따라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 소아무개(37·서울 영등포구)씨는 “1시간 반 정도 놀다 아이들이 지쳐 보여 교육용 앱을 틀어줬다. 게임이나 동영상은 못 하게 한다. 나이에 맞는 유아용 프로그램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부모들은 대부분 교육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5살 아이와 6개월 신생아를 키우는 명아무개(32·서울 성북구)씨는 아예 ‘스마트폰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다. 청소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 차 타고 이동할 때,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명씨는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명씨는 “다른 아이들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여주면 오히려 더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전자파가 걱정되지만 지나친 억제보다는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또 아이가 먼저 요구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혼자서 두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엄마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아이들이 돌아다녀서 다칠 염려가 없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유아에게는 되도록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으며, 보여주더라도 하루 15~20분 이내로 부모와 함께 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28일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엄마들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재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처럼 부모들이 다양한 이유로 ‘스마트폰 육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부모들은 ‘스마트폰 육아’의 부작용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세계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아이가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아예 현실 세계보다는 스마트폰에만 관심 갖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정서적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28개월 된 리나(가명)의 경우도 그런 예다. 리나는 유난히 엄마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고 다지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아빠 조아무개(38·서울 관악구)씨는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낼 때 울리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횟수가 점점 늘었다. 조씨는 “두돌이 지났을 무렵 원하는 콘텐츠가 빨리 다운로드되지 않는다고 딸이 스마트폰을 쾅쾅 쳤다. 그런 조급함은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것 같아 이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영유아의 뇌가 주로 사용하는 직관과 이미지에 의존해 개발됐다. 이는 영유아가 스마트폰에 중독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군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보상 기제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한 여성이 아기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효 기자

 

출생 후 0~3살 동안은 아이들의 우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우뇌는 사회·정서적 두뇌로서 정서·인지 조절과 같은 비언어적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런 기능들이 발달해야만 다른 사람의 표정과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유아기에 스마트폰 화면처럼 반복적인 자극에 오래 노출되면 우뇌 발달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서울·경기 지역 0~5살 영유아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디어에 중독된 영유아들은 대체적으로 정서·사회성 발달이 지체되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공감능력이 결여돼 공격적이었고 자아중심적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표현방법도 미숙했고, 전반적으로 발달의 모든 영역에서 지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모의 잠깐 동안의 편함을 위해 또는 교육적 목적으로 준 스마트폰이 우리 아이들의 오감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영유아 시기는 그나마 부모들이 미디어 노출에 개입하고 중재할 수 있는 시기다. 부모들이 스마트폰 육아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양선아 권오성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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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적 박근혜, 진화한 민주주의로 가는 진통 과정"

 

[인터뷰]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한국, 아시아 민주주의 허브 되자"

곽재훈 기자,임경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01 오전 3:05:09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예외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은 이 조치에 저촉되더라도 처벌되지 아니한다. 다만 그 발언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 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 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 이 조치에 의한 주무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1975년 5월 13일부터 실제로 한국에서 시행됐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가운데 있는 내용들이다. 이 조치는 조치를 발령한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도 40여일 넘게 살아남아, 1979년 12월 8일에야 해제됐다. 이 조치로 인해 구속된 사람은 1387명으로, 974명이 사법적 제재를 받았다. (☞관련기사 보기)

그로부터 34년 후인 올해 3월 2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많은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대 75학번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도 그 중 하나다.

조 교수는 김종수 도서출판 '한울' 대표, 김준묵 전 스포츠서울 회장, 변재용 한솔교육 대표이사, 하석태 전 경희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 기금'을 세우는 데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내놨다. 이들 6명은 지난 23일 배상금과 자발적 기부금 등 5억5000만 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해 기금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들의 의기투합에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12월 27일 조 교수를 만나 기금 설립 취지와 향후 계획,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우리의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민주주의 발전의 결정적 요인은 시민사회 역량 강화"

프레시안 :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기금' 설립의 과정과 취지를 설명해 달라.

조희연 : 긴급조치 9호 세대가 배상금을 많이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는다. 9호 위반자 전체가 1000명이 넘고, 배상액이 상당히 된다. 양민호 '긴급조치 9호 관련자 재심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배상액 중 5%씩을 모아서 '민주인권평화재단'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민주인권평화재단은 70~80명이 서약해 규모가 한 40~50억 정도 된다. 그건 우리가 모아서 우리 국내 민주주의를 위해 쓴다는 거다.

저희의 취지는, 이미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 꼭 보상을 안 받아도 되는 사람들이 다액을 출연해 좋은 일을 한 번 하자는 것이다. 반독재 세력, 진보세력이 보수의 눈에서 보면 똑같이 돈, 권력, 명예를 가진 집단이고, 때로는 부패 사건도 나면서 보수를 압도하는 도덕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점을 반성적으로 보면서 누가 봐도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다.

원래 1970년대에는 민주주의라는 말 속에 인권이라는 개념도 포함돼 있었다. 법에 의하지 않고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가 '인권'이었다. 그런 민주주의 정신을 살리는 일을 하는데,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민주주의나 인권에서 어려운 위치이고 상대적으로 저발전된 아시아를 우리가 보듬어 안고 지원하는 게 그래도 새로운 일이고 누가 봐도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도 1980년대까지 (민주화 과정에서) 독일,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우리가 받은 것을 다시 우리보다 민주화가 지체된 곳에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이 우리가 지키려 했고 '타는 목마름으로' 소망했던 민주주의 정신을 다음 세대로 넘기고 일반화, 보편화하는 과정이 되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 처음에 기금 설립 아이디어는 누가 냈는가? 6명이 5억5000만 원을 모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했는데,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인가?

조희연 : 아이디어는 제가 냈다. 공감대가 없으면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김준묵 선생 등이 적극 화답하고 공감해 저도 용기를 얻어 의기투합한 셈이다. 기금은 우리가 기탁해 아름다운재단이 쓰게 된다. 그런데 낸 돈을 허물어 사용하고 마는 게 아니라, 그 정신이 좋으니 사회적 캠페인으로 하자는 것이다.

처음 6명이 5억5000만 원을 낸 다음에 14명이 추가로 1차 기부자로 나섰다. 이분들은 배상금 중에 5%는 변호사비로 내고, 5%는 민주인권평화재단에 기탁하셨는데 한 100만 원 정도 출연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응했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 같은 경우는 1000만 원이나 내셨다. 이 14분이 내신 것만 20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면 일정한 액수가 되지 않겠나? 더 규모를 키워 좋은 일을 하면 어떻겠나 한다.

프레시안 : 일단은 긴급조치 9호 위반자들 보상금으로 시작하지만 피해자 아닌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인 것 같다.

조희연 : 그렇다. (23일) 기자회견도 그런 취지에서 했다. 널리 알려서 기금을 받고, 취지에 동감한다면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 아이한테도 '아빠가 좋은 일 하니 너도 10만 원이라도 같이 해보자'고 해서 확답을 받은 상태다. (웃음) 언론이 주목해 주고 일부 신문에서는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옷을 입혀주기도 했다. 송구스러운 한편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프레시안 : 아름다운재단에서는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 계획이 있는 것인가?

조희연 : 몇 가지 예시가 있는데, 아시아 각국 민주주의 지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나 5.18재단도 하고 있다. 아시아 정치 난민 지원, 대항언론 지원,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인력 및 교육 지원 등이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하지만 복사기도 중요하니(웃음) 복사기 사서 지원도 한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 아시아 민중의 인권이라는 게 포괄적 개념이니 좋은 사업을 안출하는 것도 일일 것 같다.

우리는 사실 기금만 기탁하고 끝내려 했는데, 커뮤니티를 만들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하고, 어떤 단체와 파트너로 사업할 건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의 결정적 요인이 뭐냐 하면, 시민의 힘의 발전이다. 시민의 역량, 시민사회 역량을 강화하는 그런 사업을 많이 개발하면 좋겠다. 또 하나, 아시아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 사업을 하면 지원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통해 지원하는 일도 이뤄지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이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민주주의 지원은 '국익'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 돼"

프레시안 : 아름다운재단을 통로로 삼은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조희연 : 아름다운재단이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공신력을 갖는 재단이 된 것 같다. 그 공신력에 결합하는 의미도 있었고, 더 적극적으로는 아름다운재단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재단이 아니라 아시아의 아름다운재단으로 시야를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을 놓고 우리가 싸우고 갈등하고 있으니 후진적인 것 같지만, 비교사회적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싸우되 그 에너지의 20~30%는 아시아에 투영하면 좋겠다. 제가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데, 참여연대에도 예컨대 간사가 50명이면 그 중 30%는 아시아에 투자하자고 하고 있다. 그럴 정도가 됐다고 본다. 참여연대나 아름다운재단 정도면 아시아 국제조직의 성격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한국이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아시아에서 자력으로 민주화를 이룬 거의 유일한 나라인데, 조 교수는 아시아 민주주의에 대한 비교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동남아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희연 : 물론 민주주의를 서구식, 미국식 기준으로 일렬 종대로 세워 '이 나라는 높이 발전했다', '이 나라는 아니다' 이렇게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동북아시아의 한국, 일본, 대만은 그래도 일반적인 선거나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본다. 동남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지체돼 있고, 버마 같은 나라는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그렇게 3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아시아에는 상당한 정도로 한국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 '한류'에 대한 선망 속에는 물론 한국의 문화와 경제 발전에 대한 선망도 있지만, 그 정치적 역동성과 시민사회의 발전, 비정부기구(NGO)의 강력한 힘에 대한 선망도 있는 것 같다.

제가 몸담고 있는 성공회대학교에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 과정(MAINS)'이라는 석사 과정이 있는데, 전액 장학생으로 10명의 아시아 민주주의 활동가를 초빙해 교육하는 사업이다.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이 한국의 운동에 대한 선망을 갖고 온다. 태국 출신 활동가가 많고,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에서도 오는데, 한국이 상대적 민주주의 선진국처럼 인식돼 있다. 이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도 국가로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한 가지 우려는, 이런 민주주의 지원 사업이 피지원국의 민주주의 발전보다 자칫 지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희연 : 정당한 우려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같은 경우가 그런데, 저는 그래서 NED 모델을 따르면 안 된다고 본다. 민주주의 지원 사업은 어떨 때에는 오히려 국익과 반대로 가야 한다.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인 공적개발원조(ODA)처럼, 정치적인 공적 부조로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assista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영역이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 기금이 거기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수출론적인 입장으로 국익이나 기업의 이해와 같이 가면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이 이미 동남아에 가서 많은 돈을 벌면서 노동 착취, 인권 탄압도 해 왔다. 그것을 상쇄하는 역할,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다국적 기업과 싸우는 동남아의 노동자와 빈민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방금 NED 얘기를 했는데,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민주주의 이식'이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민주주의는 '이식'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민주주의를 자력으로 가능하게 하는 민중의 힘을 키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데 고민의 초점을 둬야 한다.

"北도 민주주의 거부 안돼…'북한 특색의 민주주의' 고민해야"

프레시안 : 아시아 민주주의 문제에서 사실 중국과 북한이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중일 갈등의 복판에서 일본은 한국에 '같은 민주주의 국가끼리 힘을 합하자'고도 하고 있다. 국내 보수세력들은 아시아 인권을 얘기하면 '북한 인권부터'라고도 한다.

조희연 : 사실 '민주주의 지원'에서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자칫 NED 식으로 갈 수 있다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다. 물론 NED도 일부에서는 무슨 미 중앙정보국(CIA) 돈을 받는다느니 하는 편견이 있지만 90%까지는 통상적 지원이고 10% 정도가 미국 국익과 같이 가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실무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그런 점은 이해해야 한다.

북한 부분에서 바로 그런 문제가 튀어나올 수 있다. 이게 북한의 딜레마이면서 남한 내 '반미 자주파'의 딜레마이기도 한데(웃음), 1970년대까지는 남북한 체제가 수평적인 경쟁관계였지만 1970년대 후반을 넘어서며 남이 북을 경제적으로 앞서기 시작했고,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정치적으로도 앞서기 시작했다. 체제 경쟁에서 이미 남한이 북한을 굉장히 앞서는 상황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도 인권이 보장되고 북한 특유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따라서 일정 측면에서는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 사업에 북한에 대한 민주주의 지원 역시 포함되거나 중첩될 수 있다고 인정된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 지원은 분리해서 다른 영역으로 하지 않으면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의 순수성이 의심받고 국내에서 정치적 쟁투의 대상이 되거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은 그 자체로 순수하게 다른 범주로 분리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제가 과거에 중국 민주주의와 관련해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democracy with Chinese charactristics)'라는 글을 썼다. 대만에 6개월 정도 강의하러 가 있을 때 쓴 것인데, 중국 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쓴 논문이다.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딜레마는 경제적인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민주화의 도전 앞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북한 지식인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 서되,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체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2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과잉-보편주의'적인 민주주의관으로, 서구식 민주주의만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잉-특수주의'적인 민주주의관으로, 민주주의를 결국 외부 사람이 자기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로만 보는 것이다. 중국이나 북한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프레시안 : 박정희 유신정권의 '한국식 민주주의'도 '과잉-특수주의'일 것 같다.

조희연 : 그렇다. 저는 그래서 과잉-보편주의나 과잉-특수주의 민주주의관을 넘어서서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고민해 보라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주문을 하고 싶다. 무슨 뉴라이트 단체처럼 '삐라' 뿌려서 체제를 붕괴시키려 하는 식으로 민주주의를 활용할 건 아니다. 북한 체제가 사회주의라는데, 원래 사회주의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아니냐. 물론 그 과정에서 인민이 체제 붕괴를 원한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고 소련이 그 길로 간 것이다.

과거 동아시아에 3가지 국가사회주의가 있었는데, 소련은 민주주의의 도전, 서방식 정치 및 경제적 발전의 요구를 완벽히 거부함으로써 붕괴됐다. 중국은 정치적인 민주주의 요구는 거부했지만 경제적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체제는 유지했으나 지금 정치적 민주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둘 다 거부한 채 아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북한에도 여러 경로가 있을 수 있고 나름대로 자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난 10월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Asia Democracy Network, ADN)도 출범했는데 이들과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 기금의 역할 차이나 분담이 있을까?

조희연 : ADN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신형식 기획조정실장과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등이 실무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2~3개월 정도의 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데 사무국 역할을 한국이 하게 됐다. ADN에는 아시아개발연대(ADA)부터 아시아 자유선거를 위한 네트워크(ANFREL) 같은 공정선거 감시 단체, ODA 감시 단체, 남아시아 지역협력단체, 동북아 평화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 등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제조직이 다 모여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공명선거와 개발, 투명성 등을 다 포괄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인데, 포괄적 의미의 네트워크,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셈이다. 우리도 기금이 많이 모아진다면 ADN과 협력해 지원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 운동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조희연 : 그럴 수 있다. 식민지 경험이 우리의 도덕적 자원인 것 같다. 중국이 '아시아'를 얘기하면 바로 과거의 제국, 중화주의의 기억이 살아난다. 일본이 하면? 바로 대동아공영권이다. 그러니 한국이 좀 했으면 한다. 그런데 뉴라이트는 여기서 북한을 아예 배제하고 붕괴시키려고 하는데,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가 지적했듯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과 버마의 관계를 따르면 좋겠다. 버마에서 미얀마 정부가 아웅산 수치를 연금하는 등 군사독재를 했지만 아세안은 버마를 배제하지 않았다. 배제하면 할수록 동남아시아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동북아도 그렇다. 북한을 악마화(demonize)하면 한국과 일본의 우익세력은 좋을지 몰라도 모든 국제적 불안정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아세안의 버마 관리 모델을 따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버마는 타협된, 관리된 민주주의의 경로로 갔다. 미얀마 정부의 군부나 집권층들이 체제 붕괴를 염려하지 않고 민주화의 길로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도 초입은 그래야 한다. 동북아 지역안보 체제에 북한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끌어들여야 북한도 그런 길을 갈 수 있다. 체제 붕괴? 그 나라 민중이 판단할 문제이지 한국 뉴라이트가 판단해줄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동아시아도 북한을 '버마 모델'로 풀어야 한다는 말인데, 동아시아 내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 화해가 중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내정치적으로 보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며 반북 정서가 불어났고, 이 반북 정서가 보수의 국내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는 데 너무 좋은 도구가 됐다. 2010년 이후 계속 반북 정서로 보수가 정치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조희연 : 북한이 자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력 강화 정책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 군국주의화를 촉진하는 요소가 된다. 북한은 이미 악마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 번 악마화되면 좋은 행위를 해도 그건 '위장 전술'이 되고, 나쁜 행위를 하면 본질이 발현되는 것이 된다. 뭘 해도 나쁘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북한을 악마화하면 할수록 북한은 또 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을 하는 등 자폐적인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불안정을 낳는다. 그래서 '버마 모델'을 말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어떻게 스스로를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타자의 시선, 비판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성찰성이고 역지사지의 능력이다. 북한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북한이 주도하는 햇볕정책'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이 악마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해체하기 위한 적극적 전략을 편다면, 동북아 지역협력 체제에 편입돼 자기들 체제 보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꼭 '미국 주적론'의 관점에서 '미국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내가 취하는 전략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생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종북' 담론 부상이 문제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박정희 정권이 써먹던 '빨갱이' 담론은 지배 이데올로기로써 권력에 의해 강요된 담론인 반면, 지금의 종북 담론은 상당히 의사(擬似) 합의적 담론 같은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진보 세력 일부가 '종북'을 비판하며 이게 국민적으로 확산된 담론처럼 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나 국정원은 수시로 종북 담론을 끌어내 이제 '노조에도 종북이 있다', '공무원 중에도 있다', '교사도 있다' 하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분당 후에도 2012년 부정 경선을 둘러싼 통합진보당의 악마화 과정이 덧붙여지면서 국정원이 종북 담론을 국내정치에 악용할 수 있는 지반이 확장됐다.

한국에서도 90%가 권력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10%는 스스로의 잘못된 전략과 오류에 의해 확산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08년 분당의 원인이 된 일심회 사건의 경우, 당원 명단을 북한에 넘긴 것은 분명한 범죄적 행위이고, 이를 정정하라는 요구를 조승수, 심상정 의원이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종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당을 나오게 된 빌미가 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성찰적 자기 전환 같은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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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국정원 대선개입,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일부다"

프레시안 : 그렇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 민주주의가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그게 체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도 '독불 정치'로 나갔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래도 박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고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우지 않겠나'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채워지지 않고 있다. 기존에 이룬 민주주의의 성취도 무너지는 느낌이다.

조희연 : 저는 그 점은 약간 여유 있게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촛불집회하면서 싸울 때는 '(박근혜 정부가) 유신 시대로 돌아갔다', '신(新)파쇼체제가 등장했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아시아 전체 민주주의의 맥락에서 보면 한국이 겪는 진통은 한 단계 높은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적극적 진통 과정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갈등은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가는 진통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87년 항쟁으로 이룬) 한국 민주주의를 공습해 무너졌고 '반독재 민주정부'도 그것을 방어 못하고 붕괴했다. 그래서 비정규직, 양극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저는 이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도 과거와 동일한 성격이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국정원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 더 심화된 형태로 민주주의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통제됐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국정원이 정치 영역에서 장막 뒤의 행위자(behind actor)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의 아주 극단적으로 퇴행적인 정치 개입을 통해 이미 존재해 왔던 국정원 선거개입이 공론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거기 대해 민주적 규제를 하려고 하는 진통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본다. 형태상으로는 이미 성취한 민주주의가 퇴행한 것을 회복하는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 사회·경제적 심화라는 한 단계 진화한 갈등의 주제가 결합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즉 현재 한국이 가진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고, 이것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 모델이 되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아시아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시아에는 본격적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한 나라가 없고, 싱가포르가 내용적으로는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지만 그건 냉전 시대에 사회주의의 위협 속에서 싱가포르 권위주의 체제가 사회민주주의적인 요소를 받아들인 것으로 맥락이 좀 다른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 집권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내세운 것이 바로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가 됐다는 증명인 것 같고, 박 대통령 역시 이것이 시대적 요구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집권 이후 관련 공약들이 파기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희연 : 2012년 12월의 박근혜가 있고, 2013년 12월의 박근혜가 있다. 이 둘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있다. 2012년 12월의 '전향적 박근혜'는 왜 탄생했느냐, '반독재 민주정부'에 대한 실망과 좌절, 민심의 이반 위에서 '선진화' 담론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집권했다. 유권자들은 '선진화'라는 이름에서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민생 민주주의를 연상했지만, 5년간 기업 친화적인 정책과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만 하면서 실망과 좌절이 쌓이고 중산층과 자영업자의 삶은 붕괴했다. 여기에서 광범위한 불만이 생겨났다. 보수세력이 권력을 상실할 것 같은 위기 속에서 극약 처방으로 '전향적 박근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처럼, 집권 후에는 본인 스스로가 그런 약속(에 대한 의지)이 약해지는 것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보수 내부의 반발이다. 기업들이 나서서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전향적 박근혜'를 '이전의 박근혜'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다. 저는 박 대통령이 대차게 나가야 한다고 본다. 진보의 입장에서는 '2012년의 박근혜'가 더 큰 도전이고 어려움이다. 보수가 진화한 만큼 진보도 업그레이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3년의 박근혜는 '퇴행적 박근혜'다. 대중의 불만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저항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신 권위주의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문제다. 지금 그것이 전면화돼 나타나는 양상이 아닌가 한다.

프레시안 : 불만이 전면화됐다고 하지만, 사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가지는 중대함에 비해 대중의 분노 정도는 약하지 않았나?

조희연 : 한국민들의 전통적이고 관행적 지혜가 집권 1년에서 1년 반 정도 '공약한 대로 마음껏 해 보라'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그게 새 정부와 언론, 새 정부와 국민 간의 밀월이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박근혜 정부는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저는 솔직히 2013년 12월의 '퇴행적 박근혜'의 모습이 어디서 나오는지 고민이다. 정치학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박 대통령 특유의 캐릭터가 있는 것 같고, (박 대통령 주변의) 집단이 가지는 역사적 특성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등장은 김 실장 개인의 등장이 아니라 많은 지점에서 '70대'라는 집단의 등장이다. 이건 (박 대통령이 김 실장으로 대표되는 집단을 국정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집권세력이) '박근혜를 상징군주로 하는 30년 만의 보수 대연합'이라는 것이다.

이 헤게모니 세력의 성격은 이제 70대가 된 관료 집단과 군(軍), 그리고 검찰이라는 공안 세력이다. 이들은 지난 20년 민주화의 진통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박 대통령 본인도 민주적 쟁투 과정에서 훈련받을 기회가 없었다. 정치 이력을 봐도, 천막 당사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지 않았나. 그러니 갈등을 조정하고 대중과 소통하고 타협도 하는 그런 리더십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좀 성찰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지금 대중은 과거의 대중이 아니다. 높은 기대를 갖는 대중이고, 독재를 무너뜨렸던 대중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성이 안 찼던 대중이다. 그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수가 스스로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좀 허물면서 가라고 주문하고 싶다.

"2012년 탄생한 '전향적 박근혜'의 퇴행은 모두의 불행"

프레시안 :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민영화 이슈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높은 강도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내면화된 믿음이 있지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표일까?

조희연 :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며 친기업 정책,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의 비판적, 저항적 감수성과 분노가 확대된 면이 있다. 이곳 서울 합정동에도 3~4개월 동안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 마트 입점에 반대해) 천막을 치고 투쟁하기도 했다. 칼 폴라니가 '시장의 지배력이 전 사회적으로 확장되면 사회의 자기 보호 본능이 발현되면서 시장에 저항하게 된다'고 했는데, 재래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 같은 전통적 집단들의 저항에는 그런 성격이 있다. 산업·금융 쪽에 있던 대자본이 유통 분야로까지 오면서 자기 삶이 급속히 붕괴되는 데 대한 사회적 저항인 셈이다.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도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논리가 과거에 비해 이미 폭넓게 수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변화가 있다.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수준의 민영화를 할 거냐, 대중이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느냐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민영화에 대한 굉장히 폭넓은 저항적 감수성이 있는 사회다. 한국의 보수정부도 미국·영국식으로만 할 게 아니라, 한국 대중에 맞게 민영화 정책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설사 민영화가 맞더라도 한국 대중의 태도가 영·미와는 다르니 정부도 거기 맞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달라진 국민적, 시대적 요구에 박근혜 정부가 눈을 떠야 한다는 주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조희연 :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강경정책은 굉장히 오래되고 익숙한 통치전략이다. 이런 오래된 전략과 변화된 대중의 인식 간 격차가 있는 것 같다. 만약 박근혜가 MB의 위치에 있었다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MB가 아닌 박근혜가 이겼다면, 박근혜 역시 MB의 전철을 밟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2012년 12월의 박근혜'는 정확히 박정희 모델을 따라한 MB가 국민적 저항을 받는 것을 보고 그 모델을 수정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거기서 '전향적 박근혜'가 탄생했다.

그런데도 MB의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로 보나,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측면에서 보나,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는 아시아 민중의 입장에서 보나 불행이다. 한국의 보수는 중도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은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를 갖는 대중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현실 정치에서 보수의 정치 메커니즘이 민주주의와 친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조희연 : 사회에는 언제나 적대적 갈등과 비적대적 갈등이 있다. 민주주의는 적대적 갈등의 의제를 비적대적 갈등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러려면 공론장이 확장돼야 한다. '너는 빨갱이니 배제한다', 이런 게 아니라 이슈를 공론장으로 끌어와 타협적인 정치 가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MB가 내건 '선진화'의 진정한 의미가 이런 것이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더 많은 협의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는) 정반대로 퇴행하고 권위주의적으로 갔다. 제가 주장하는 '보수의 중도화'란 이런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보수가 진보적 의제를 자기 식으로 융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는 체질상 더 급진화되기 쉽고 보수적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려운데, 상대적으로 보수는 편한 위치에 있다. 보수의 중도화가 이뤄지면 오히려 보수의 정치적 기반이 확장될 것이다.

프레시안 : 보수의 중도화는 상당히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고, 지난 대선에서 그 효과가 확인됐는데, 막상 집권 뒤에는 왜 정치적 이득이 되는 그런 통치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건가?

조희연 : 제가 진짜 궁금한 게 그거다. (웃음) 왜 그렇게 나가야 하느냐, 그러다 보니 이게 혹시 체질이거나 역사적으로 내재화된 성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연령적으로 70대인 집권 엘리트들의 문화 속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다.

프레시안 : 민주주의의 갈등 구조에 대해 얘기하면서 '공론장'을 언급했는데, 흔히 한국사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긴다. 특히 언론 지형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9:1 정도로 보수 우위가 됐고, 종편 출범에 이어 '지상파의 종편화(化)'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언론 환경이 지금 집권세력에게 자아도취를 주지는 않을까?

조희연 : 공론장에 심대한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공론장이 왜곡되면 전반적 여론분포를 보수에 유리하게 해석하게 되고, 그러면 정책 처방이 왜곡돼 보수에게도 독이다. 종편 출범은 보수 언론의 힘을 공중파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고, 여기 자본의 힘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미 강력한 자본권력의 힘이 언론기업과 결합해 공론시장을 보수적으로 확실히 재편하려고 하는데 이게 문제다. 한 번 허가된 종편을 취소할 수도 없고…. 오히려 다음에 진보적 종편도 만들고 해서 역으로 다원화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 있는 것을 없애기는 어렵다. 저항이 너무 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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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민주-반민주 구도로는 불충분…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 선도 모델 돼야"

프레시안 :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최근 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절차적 민주화에서 연원한 것이지만, 야당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방패가 되기도 했고, 지금에 와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현재 상황에서 '민주 대 반민주'가 여전히 야권이 제기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타당한 전략일까?

조희연 : 정치학에서 '87년 체제'라고 하는데, 1987년의 시기에는 독재의 유산을 척결하기 위해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 구도가 유효하게 존재했고 정치적 갈등의 지배적 의제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 등 독재 유산과의 싸움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저는 지배적 의제의 전환에 착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는 '포스트 민주화'로의 전환이 있었다고 본다. MB정부부터 시작된 보수정부 10년은 일종의 '민주화 이후 시대'다. 그 시대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민주화 의제도 갖고 있지만 다른 새로운 의제, 새로운 갈등과 분노, 요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저항성을 끌어안는 '민주화 이후 시대'의 새로운 전선 구성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의 파쇼적, 반민주적 유산을 여전히 갖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이른바 민주진영에는 강점이다. 저항의 전선에 '민주주의'라는 국민적 합의담론을 가져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일 뿐, 그것만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이길 수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싸움조차 필요조건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많은 경우 '다시 87년으로' 라고 하면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을 취하는데, 새로운 저항의 주체가 나와 새로운 전열, 새로운 대치선이 만들어질 때 박근혜 정부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충분조건은 이런 것이다. 젊은 세대가 겪는 새로운 모순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로 표출됐다. 이들의 새로운 분노를 끌어안고, 사회경제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의 분노까지 끌어안는 저항의 연합전선, 무지개 전선을 만들어야 박근혜 정부를 넘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주제로 싸우는 것은 굉장히 소모적인 일일 뿐이다. '보수의 중도화'를 통해 과감한 전환을 해야 하고, 새로운 미래지향적 주제를 가지고 싸우는 게 좋다. 박근혜 정부도 그렇게 앞으로 나가면 좋겠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희연 : 아시아 각국의 상황을 보면, 선거를 통한 정치적 민주주의는 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지금 아시아는 한 단계 높은 민주주의의 모델을 누가 만들 것이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는 3가지 모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민주화된 싱가포르' 모델이다. 싱가포르는 냉전 시대 사회주의의 위협 속에서 국가에 의한 주택 공급 등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가지게 됐는데, 이런 싱가포르 모델이 권위주의를 넘어 민주화될 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민주화 및 재사회화된 중국' 모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지니계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불평등한 국가가 됐다. 중국 혁명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재정립해야 하고, 정치적 민주화 도전도 겪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이 '병목 지점'을 돌파한다면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마지막 하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실현한 한국' 모델이다.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저는 한국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싱가포르는 시민사회의 힘이 약하고, 중국은 재사회화의 동력이 아래에서만 나올 경우 중국판 자유주의 혁명으로 갈 수도 있다. 시민사회와 노동의 역동성이 있는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선도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곽재훈 기자,임경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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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자, 세상 끝에서 밀양을 외치다

 

 

남미 9개국, 80여 도시를 돌며 '송전탑 반대' 사진을 찍다

13.12.31 16:13l최종 업데이트 13.12.31 16:1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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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마추픽추에서 든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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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배낭 사줬으니까 나는 마추픽추에서 피켓 만들어 오빠 사무실 홍보 해줄게."
"좋지! 아, 근데 마추픽추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들고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 보는건 어때? 송전탑에 대해서도 널리 알릴 수 있고, 의미도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부끄럽게도, 오빠와 이런 대화를 하는 중에도 난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온통 며칠 후면 떠날 '남미여행'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빠의 뜬금없는(?) 제안 때문에 나는 밀양 송전탑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동양 최대 규모의 전력량'을 자랑하는 송전탑이 내 고향 밀양에 세워지면, 엄청난 전자파가 발생해 인근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이 구간'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평생을 땅만 일구며 순박하게 살아온 지역 시골 어르신들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페루·볼리비아에서 든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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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이과수폭포에서 든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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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득 안고 꿈에 그리던 남미,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10배는 더 멋지고 매력적인 콜롬비아를 여행하던 중 오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레포츠의 천국이라 불리는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 '산힐'에서 작은 문구점을 찾았다. 도화지를 산 후 배낭 깊숙이 넣어뒀던 매직을 꺼내어 오빠와 의논한 문구를 정성스레 적었다.

'내 고향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지 마세요! 핵발전소가 없는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꿉니다.'

애초에는 마추픽추에서만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뉴스에서조차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내 고향의 문제, 밀양 송전탑 이야기를 나라도 좀 더 열심히 알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방문하는 도시마다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과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시골여자의 촌티나지 않는 여행'에 올리기로 했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배낭을 열어 송전탑 건설 반대 피켓을 꺼냈다. 마추픽추의 감동에 빠져있는 여행 동행자들에게 "나 이거 중요한 거야, 빨리 사진 좀 찍어줘"라며 채근하기도 했고, '소금호수'라 불리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투어를 떠날 때 내가 가장 먼저 챙긴 것도 송전탑 반대 피켓이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있는 웅장한 이과수폭포에서는 매의 눈으로 적당한 외국인 관광객을 콕 찍어서는, 피켓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해발 4060m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인 볼리비아의 '포토시'에서도, 아르헨티나에 있는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도시 '우수아이아'에서도, 에콰도르 해발 4100m 안데스 산맥 줄기에서도, 페루의 수도 리마 광장에서도 어김 없이 난 피켓을 들었다.

8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밀양 송전탑 반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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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든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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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240일 동안 남미 9개국, 80여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틈틈이 송전탑 반대 사진을 찍었다. 물론 너무 바쁘게 노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곳도 꽤, 솔직히 엄청 많다. 하지만 나는 이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복권을 간직하듯 혹시 찢어지지는 않을까,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제일 안전한 곳에 보관하며 그렇게 여행을 다녔다.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이 질문을 하곤 했다.

"종이에 적힌 글이 너희 나라 말이야? 무슨 내용이야?"

마음 같아서는 내가 사는 곳 밀양이 어떤 도시인지 부터 시작해 그곳에 건설되는 송전탑의 전력이 어쩌고저쩌고, 주민들이 어쩌고저쩌고. 정말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나리자의 애매한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남미이지 않은가! 게다가 자기소개도 아닌 밀양 송전탑 관련 이야기를,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로 해야 한다니...

스페인어로 이런 내용들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765kV의 고압 송전선이 밀양이 아닌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아니 자랑스럽고 싶은 밀양의 딸이 아니던가. 호스텔에서 열심히 사전을 찾아 밀양 송전탑에 관한 이야기들을 스페인어 문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설프게 작문한 문장을 외워 더듬더듬 현지인 친구들에게 입술을 바르르 떨며, 손과 팔은 더 바쁘게 움직이며 대충 설명했다. 친구들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내 설명이 어느 정도 전해지긴 했나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여행자의 관심'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남미를 여행하면서 찍은 밀양 송전탑 반대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후, 몇몇이지만 함께 송전탑을 반대해주는 사람이 생겨 뿌듯했다. 또 남미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여행자가 "아 시골여자님! 밀양 송전탑 반대하시는 분이죠? 블로그에서 봤어요"라며 내게 먼저 인사를 해 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 고향 밀양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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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엘찰튼 피츠로이에서 든 '밀양 송전탑 반대' 피켓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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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진 못했지만, '나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긴다면 내게는 기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정말 행복했다.

8개월 동안 남미의 여러 나라들을 방문했고 입이 쩍 벌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름다운 도시들을 가봤지만 그곳에서 나는 단지 여행자일 뿐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 하지만 고향은 어떤가? 굳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는 이런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고향은 내 마음의 안식처이자 나의 모든 것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는 10만도 채 안 되는 소도시 밀양, 사람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아름다운 밀양, 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을 볼 수 있는 맑은 공기가 머무는 내 고향 밀양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남미여행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7월까지 8개월 동안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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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부정,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시론] 선거 부정,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등록 : 2013.12.31 19:08수정 : 2013.12.31 21:37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의 조합원과 시민들이 “민영화를 막아내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첫번째 새해를 맞는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수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외치면서 2013년 한 해가 저물었다. 지난 12월18일과 19일에는 재야 인사들과 종교인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선거부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시위에 나섰다.

 

12월28일 오후에는 보신각 앞에서 150여명의 변호사들이 지난 대선의 선거부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시청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여기에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함께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시청광장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집회에 수만의 사람들이 운집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난입을 성토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결의하고, 대통령의 불통을 비난했다.

 

이것은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요즈음 한국인이라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그 어느 곳에서든 자기가 있는 곳에서 지난 대선의 선거부정을 규탄하고 쓰린 가슴으로 서로 안부를 묻는다. 외신들도 한국의 부정선거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는 전갈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그게 뭐 대수냐는 생뚱맞은 표정인데다 방송과 보수신문들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을 보노라면 부끄럽고 창피하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해 국정을 맡기는 대의정치 제도의 근본을 이룬다.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면 그 선거로 권좌에 오른 대표자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정당성을 잃은 자가 행사하는 권력은 국가권력의 외관을 지녔을지라도 벌거벗은 폭력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역사에서 이승만·박정희와 전두환 일파를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들로 단죄하는 것이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자기들의 행위를 치장해 본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일 뿐 역사의 단죄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주권자인 국민은 본래 가지고 있는 권한의 일부를 선거를 통해 대표자에게 위임하여 공직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 위임은 언제라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위임일 뿐이다. 국민은 여전히 주권자로서의 지위에서 공직자를 감시감독할 권한이 있고, 위임의 본뜻에 따르지 않는 공직자에 대한 위임을 철회할 수 있다. 이것이 국민주권의 본뜻이며, 국민주권으로부터 연유하는 국민 저항권과 소환권의 근거를 이룬다.

 

그런데 지난 대선 직전부터 제기되었던 국가권력의 선거개입 의혹이 그동안 차츰 베일을 벗고, 국정원,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국방부, 보훈처 등 다수의 국가기관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부정행위를 전방위적으로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도 더 많은 부정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대선이 3·15 부정선거 이래 최대의 관권개입 부정선거였던 사실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이익을 받은 바도 없다’는 말로 진상규명을 피해가려 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답지 못한 치졸한 변명이다.

 

그뿐 아니라 검찰의 부정선거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장을 축출하는 일마저 서슴지 않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부정선거로 인한 정권의 위기를 덮으려는 수단인지 33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진보정당을 옥죄고, 정당해산 심판 청구까지 제기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말처럼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고 이익을 받은 바도 없다면 왜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저렇게도 두려워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공공연히 유신과 같은 권위주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인가.

 

대통령의 생각이 어떠하든 국민은 그가 지난 대선의 선거부정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처럼 그와 직접 관계가 없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가 이익을 받은 바 없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가 부정선거였던 지난 대선을 통해 당선되었고 현재 국정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인 것이다. 국가의 근본 기틀을 뒤흔드는 국가기관의 선거부정에 대해 대통령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면 다른 어느 누가 이것을 대신 할 것인가? 만일 이러한 부정을 없다는 듯 덮고 넘어간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우리 국민들의 미래는, 우리가 그토록 애쓰면서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는, 이 모든 것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취임 당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선서하였으니, 여기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정선거는 헌법을 유린하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국민은 당연히 지난 대선의 선거부정에 대하여 대통령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1948년의 정부 수립 이후 우리는 국가권력이 저지른 너무나도 많은 학살과 조작, 고문과 억압, 부정과 부패, 월권과 불의를 보아왔다. 그리고 그 모든 의롭지 못한 행태의 근본에는 국민의 의사가 아닌 부정선거로 찬탈한 권력, 총칼로 강탈한 권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러한 권력의 횡포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

 

이것은 일제 36년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후과일 뿐이다. 정부 수립 직후 출범한 반민특위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승만 정권의 친일경찰에게 무참히 유린되었고, 그 결과 36년의 참혹한 식민지배 기간 중 일본에 부역한 자들을 단 한명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독일에 점령되었다가 4년여 뒤에 국권을 회복한 후 나치에 부역한 자들을 수만명씩 처단한 사례들을 보면, 우리의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이하고 황당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이후 지금껏 그 불의한 권력은 대를 이어 계승되어 왔고, 그런 까닭에 권력이 자행한 불법과 불의 역시 제대로 청산된 일이 없다. 이것이 선거부정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대선에 불복하느냐’고 호통치면서, 지난 대선의 선거부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호도하려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믿는 구석이다. 이번 사태 역시 끝까지 버티면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은 분노하고 있지만 조만간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체념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들이 믿는 것처럼 정말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라도 우리 국민은 이와 같은 과거청산의 부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저질러진 부정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철저하게 수사하여 책임이 있다면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선거 부정행위의 공범이 기소되어 있으니 공소시효도 정지되었고, 책임이 있다면 처벌에 장애가 없다. 국민이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의 이 사태는 이명박 정권 초기에 있었던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로 촉발된 촛불시위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주권이 모욕당한 지난 대선, 선거권의 신성함이 오욕된 부정선거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의 그물은 넓어 성긴 것처럼 보여도 빠뜨림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 하지 않는가. 만일 이 정권이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선거부정을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또한 국민의 열망을 읽지 못하고 반민주적 행태를 지속한다면, 국민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할 것이다.
최병모 변호사
권력의 즉각적인 와해를 가져오지는 않을지라도 국민의 불신과 권력의 누수로 인하여 심대한 정치적 무능에 빠져드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후일 우리의 역사는 이 시기를 나쁜 대통령의 시대로 기록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 4년 넘게 남은 임기를 생각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지난 대통령선거 부정의 진상규명을 피해가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만이 이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고 내외에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길이다.

 

최병모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수호 비상특별위원장 최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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