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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의 관료주의 강력 비판"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의 관료주의 강력 비판"

 

관료들의 아첨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자기도취적인’ 교황들 너무 많았다"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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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7 10:39:07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임명한 8명의 자문위원회 추기경들과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고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개혁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 안건에는 1989년에 발표된 교황령 <착한 목자>에 대한 재검토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착한 목자>는 교황청 행정조직의 개념과 체계, 업무지침 등을 정리한 법령이어서, 교황이 이 법령의 현대화를 통해 교황청의 관료주의를 개혁하고자 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8명의 자문위원회 추기경들과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동영상 youtube.com/vatican 갈무리)

 

 

교황청의 일차적 개혁과제는 ‘관료주의’ 청산
‘성직자 중심주의는 그리스도교와 관련 없다’

 

회의에 앞서, 교황은 지난 1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La Repubblica)>의 칼럼니스트 유제니오 스칼파리와 인터뷰에서 꾸리아(Curia)라고 불리는 교황청 관료조직이 교황직 수행에 가장 큰 걸림돌임을 솔직하게 전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긴 교회 역사에서 보편교회가 지향해야 할 더 큰 사명들에 집중하기보다는 바티칸에서 일하는 관료들의 아첨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자기도취적인’ 교황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교황은 “교황청 관료조직이야말로 교황직 수행의 가장 나쁜 영향의 근원지”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재도 “너무 바티칸 중심적”이라고 말하며, 교황청이 주로 교황청의 이해관계를 돌보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세속적인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처럼 바티칸 중심적인 관점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소홀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나는 이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 문제점을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며, 반드시 그런 존재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영혼을 돌보는 사명을 맡은 사제와 다른 사목자들, 주교들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섬겨야 하며, 교황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교회를 섬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직주의와 관련해 “나는 ‘성직자 중심주의자’를 만나면, 어느새 반(反)성직주의자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서 “성직자 중심주의는 그리스도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비(非) 유다인, 이교도,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신 바오로 사도가 이 점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가르쳤다”고 말했다.

 

“교황직 수락 전 거부할 마음도 있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제대로 실현하고 싶어”

 

인터뷰에서 교황은 자신의 신앙과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교황은 “하느님은 비록 어둠을 해소하지는 않으시지만 어둠을 비추시는 빛이요, 우리 모두 안에 있는 신성한 빛의 불꽃”이라며 “인류라는 종은 끝이 있겠지만 하느님은 끝이 없으신 분이요, 그런 점에서 하느님은 모든 영혼 속에 스며들고, 모든 이들 가운데 계실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직 수락을 주저한 순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교황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나는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과연 내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있는 방 옆에서 몇 분 정도를 보낼 수 있는지. 머리가 온통 하얘지더니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불안감을 떨치고 긴장을 풀기 위해 나는 눈을 감고서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을 지워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전례 절차에서 허용되는 대로 수락을 거부하겠다는 생각조차 지워버렸습니다. 눈을 감고서 더 이상 불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나는 커다란 빛으로 채워졌습니다. 그 빛은 잠깐일 뿐이었지만, 내게는 매우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 빛이 사라지자 나는 홀연히 일어나서 추기경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가서 수락을 의미하는 테이블 앞으로 갔지요. 나는 서명을 했고 시종 담당 추기경이 연서를 하였는데, 그때 발코니에 ‘새 교황이 나셨다’는 문구가 내걸렸죠.”

 

이번 인터뷰에서 교황은 교황직을 수행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실제적으로 실현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교황은 교회의 목적이 남을 ‘개종’시키는 데 있지 않으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회복시켜주고, 노인들을 도우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사랑을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더 가난해야 한다”며 “우리는 배제된 자들을 다시 품고, 평화를 설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오로 6세 교황과 요한 23세 교황의 영감 속에서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의 정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현대 문화에 개방적이 되기를 결의하였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럼에도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운동과 비신자들과의 대화에서 별다르게 진전시킨 게 거의 없다면서 “나는 그 일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겸손한 야심이 있다”고 밝혔다.

 

“상명하복식 아닌 수평적 조직 갖춘 교회가 시작된다”

 

 

   
▲ 산 다미아노 성당 ⓒ김용길 기자

프란치스코 성인에 관해 교황은, 먼저 “나는 신비주의자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의 삶 여러 측면에서 분명히 ‘신비주의적’이었다면서, “나 자신은 신비주의의 소명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말이 갖는 심오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생각하는 신비주의자는 “모름지기 스스로 행위와 사실들, 목표와 심지어 사목적 사명까지 벗어던지고 성서의 팔복(八福)과 교감하는 데까지 향상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분은 순례자이자 선교사이며, 시인이자 예언자였으며, 신비주의자였다”면서 “그분은 당신 안에서 악을 발견하셨고, 그것을 뿌리 뽑았다. 그분은 자연과 동물, 잔디밭 위의 풀잎과 하늘을 나는 새들을 사랑하셨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분은 사람들, 아이들, 노인들, 여성들을 사랑하셨다. 그분은 우리가 일찍이 말했던 아가페적 사랑의 가장 빛나는 모범”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자신이 프란치스코와 같은 거룩한 사람은 아니지만, 교회개혁을 위해 선임한 8명의 자문위원 추기경들과 함께 수평적인 조직을 갖춘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나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아닙니다. 그분 같은 힘이나 거룩함도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로마의 주교요, 가톨릭 세계의 교황입니다. 제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은 8명의 추기경들을 저의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일입니다. 신하가 아니라 현명한 분들이 저와 느낌을 공유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단지 상명하복식이 아닌 수평적인 조직을 갖춘 교회의 시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개혁을 위한 8인 위원회를 마치고, 4일 프란치스코 성인이 활동했던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주의 아시시를 방문했다. 교황은 아시시에서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숨진 수백 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통곡의 날”이라면서, “수많은 사람이 노예 상태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쳐야 하는 사실에 무관심한 세상”을 개탄했다. 이어 교회와 인간이 허영과 자만으로 연결된 세속적인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며 “오늘 아시시를 방문한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사람들을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 기사 번역 제공 / 배우휘 편집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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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땅 54%가 콘크리트와 시멘트, 물 안 빠져

서울 땅 54%가 콘크리트와 시멘트, 물 안 빠져

 
김정수 2013. 10. 07
조회수 775추천수 0
 

전국 땅은 7.9%…청계천은 71.5%나, 지자체 가운데는 부천시가 61.7%로 최고

1970년대 비해 2.6배 늘어, 도시침수·열섬화·수질고갈 불러…선진국은 빗물요금제 등 대책

 

04794686_P_0_김태형.jpg » 서울의 고층빌딩 숲. 산과 한강을 빼면 빗물이 침투할 땅이 별로 없다. 사진=김태형 기자

 

우리 국토의 7.9%가 건물, 콘크리트, 아스팔트, 보도블록 등으로 덮여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 지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국토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산지와 내륙 수면 등을 빼고 계산하면 이 비율은 22.4%에 이른다.
 

환경부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용도지역·지구도, 수치지적도 등을 활용해 전 국토의 불투수 면적률을 조사한 결과, 1970년대에 비해 2.6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7.9%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불투수 면적률은 유역 내 하천의 수질과 수생태계 건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지만, 지금까지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01264561_P_0.jpg » 보도블럭 틈을 비집고 간신히 돋아난 식물. 사진=강철규 기자

 

조사 결과, 전국에서 불투수 면적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기도 부천시로 나타났다. 부천시는 전체 지표면의 61.7%가 건물, 도로, 광장 등으로 덮여 빗물이 스며들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다음으로 서울시 54.4%, 경기 수원시 49.3%, 전남 목포시 46.3%, 경기 광명시 43.9% 등이 뒤따랐다. 불투수 면적률이 낮은 지역은 인제군 1.5%, 화천군 1.7%, 정선군 1.8%, 영양군 1.8% 등 주로 산지 비율이 높고 개발이 덜 이뤄진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지자체들로 나타났다.

 

rain.jpg
 

4대강 유역별로 보면, 117개 중권역 가운데서는 한강 서울 권역이 35.6%로 불투수 면적률이 가장 높았고, 부산 수영강 권역 31.8%, 한강 고양권역 26.7%, 울산·양산의 회야강 권역 24.2% 순으로 나타났다.

 

850개 소·권역 단위에서는 서울 청계천 유역이 71.5%로 가장 높았고, 인천 공촌천 67.3%, 서울 안양천 하류 66.5%, 서울 홍제천 합류 전 61.5%, 대구 진천천 61.0% 순으로 높았다.
 

01193954_P_0.jpg » 청계천 주변의 모습. 복원한 개울을 빼면 전국에서 비가 가장 스며들기 힘든 곳이다. 사진=이정아 기자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불투수 면적의 확대는 자연의 물 순환구조를 왜곡해 도시 침수를 일으키고, 수질 악화, 하천 생물종 다양성 저하, 지하수 고갈, 도시의 열섬현상 심화 등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들에서는 불투수 지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사업이나 건축물의 불투수 면적에 비례해 부담금을 물리는 빗물요금제, 유역 내 불투수 면적의 상한을 설정해 관리하는 불투수 면적 총량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불투수 면적 관리 제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빗물 침투를 늘리는 11가지 요소 기술(자료=환경부)

 

□ 식생체류지

 

rain1.jpg » 토양에 의한 여과, 생화학적 반응, 침투 및 저류 등의 방법으로 강우유출수를 조절하는 식생으로 덮인 소규모의 저류시설.

 

옥상녹화

 

rain2.jpg » 강우유출수를 옥상에서 차집하여, 여과, 증발, 저류함으로써 도시화된 지역의 유출을 저감하는 기술요소. 도심 내 열섬해소 효과, 휴게 공간 제공 등 부가적인 편익 창출.

 

나무 여과장치

 

rain3.jpg » 가로수 하부에 여과부가 포함된 구조물(콘크리트 박스)을 매립하여 강우시 유출되는 우수를 유입시킨 후 여과, 침투 유도.

 

식물 재배 화분

 

rain4.jpg » 도심 녹지공간이나 기존 수목이 식재된 화분 등의 공간을 활용하여 우수를 저류, 체류 할 수 있는 시설물로 지피식물, 관목류 등의 식재를 통해 녹지기능과 우수관리기능을 확보.

 

식생수로

 

rain5.jpg » 배수 구조물로서 토양에 의한 여과, 생화학적 반응, 침투 및 저류 등의 방법으로 강우유출수를 조절하는 식생으로 덮인 수로.

 

식생 여과대

 

rain6.jpg » 자갈 및 식생활착이 유리한 토양으로 구성되며 강우유출수를 감소시키고 사면안정과 함께 여과기능을 수행, 수질개선 및 도심내 녹지공간 기능.

 

침투 도랑

 

rain7.jpg » 자갈, 쇄석 등 공극이 많은 재료로 채워진 형태의 도랑으로 강우시 유출수를 담아두고 토양으로 침투시키는 기술요소.

 

침투통

 

rain8.jpg » 자갈 또는 돌 등으로 채워져 있고 건축물의 홈통과 연결되어 있거나 불투수면의 유출수가 유입될 수 있도록 설치되어 토양으로 침투시키는 기술요소

 

투수성 포장

 

rain9.jpg » 강우유출수와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다공성 아스팔트 ․ 콘크리트 ․ 투수블록 등과 쇄석의 공극을 통과하여 강우유출수를 토양에 침투시키고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기술요소.

 

모래 여과장치

 

rain10.jpg » 불투수면의 강우유출수를 모래여과를 통해 유출수내 협잡물 및 부유물질을 제거하여 수질을 개선시키는 기술요소.

 

빗물통

 

rain11.jpg » 지붕 유출수를 이용하기 위해 설치되는 저류시설로 소규모의 강우에 대해서 유출량 저감과 대체용수 확보. 집수된 물은 조경용수, 화장실 세척수 등으로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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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길 포기한 종편, 또 기회 줘야 하나"

[종편 생존 전략 ⑥ ·끝] 종편 재승인 심사 전망은?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0-07 오전 10:37:12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이 탄생한 지 어느덧 두 해가 지나가고 있다. 길지 않은 종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영광스럽다기보단 그렇지 않은 장면이 더 많았다. 탄생 과정부터 불법 특혜 의혹으로 얼룩졌고, 개국 이후 한동안은 기술적 이유 등으로 '수준 미달 방송'이라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기술적 한계 등이 보완이 되고 나선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자극적인 보도와 발언을 내보냈지만 애석하게도 괄목할만한 시청률은 나오지 않았다. 혹자는 이런 종편을 '귀태(鬼胎)', 즉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종편은 이미 탄생했다. 시청률이 낮다고 하지만 고정 시청층이 생겼고, 설령 부정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이 나오고 있다. 이미 힘을 가진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태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순 없지만, 생명 연장을 멈출 방법은 있다. 단 하나, 재승인 심사다. 바로 내년 3월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재승인 심사 기준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심사만 남겨놓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 주도의 위원회 시스템 하에서 재승인 심사 결과는 지난번 첫 심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워낙 종편들이 심사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공재 포기… 모회사 따라 여론몰이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에서 '2014년도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 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심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35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23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160), 재정 및 기술적 능력(80점) 등이다. 총점은 1000점으로, 방통위는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650점 미만 사업자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의결할 수 있다.

다만, 공정성과 콘텐츠 편성 항목 배점에서 50%에 미달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받게 된다. 이 항목은 비계량 평가로 향후 심사위원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꾸려지는지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또 최근 종편의 공정성 논란 및 획일적인 콘텐츠 편성의 문제점을 고려해 별도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핵심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과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에서 배점의 50%에 미치지 못 하면 총점과 상관없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의결할 수 있게 했다.
 

▲ 종합편성채널 로고들


심사 항목이 많고, 채점 방식도 복잡하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종편이 방송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방송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사업으로 공공재 성격이 짙다. 때문에 신문과 달리 공공성·공익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재승인 심사 기준안에서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부문이 핵심항목으로 선정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부가 종편 출범의 취지로 앞세웠던 '여론의 다양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일단 종편이 사회 공공재 역할을 수행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이희완 사무처장은 종편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공공재 성격을 포기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사무처장은 "지난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보도라든지,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한 보도,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보도에서 보여준 행태를 봤을 때,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과 전혀 관련 없는 선정적 방송 행태를 보여서 결국 여론을 호도해 전면적으로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유리한 이슈들을 계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사회를 보수화시키려고 하는 첨병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도 종편 출범 이후 큰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 50대 이상 보수층의 정치적 보수성이 더 두꺼워졌다"고 짚었다. 심 교수는 "종편의 뉴스나 토크쇼를 통해 보수적인 목소리들이 전달되면서 정치적 보수층은 자신들의 생각을 재확인하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데 탄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던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의 목소리는 방송매체를 통해 강화되는 데 반해, 진보의 목소리는 인터넷 방송 등 대안적 공간으로 이동한 것도 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여론 다양성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쏠림 현상을 조장해 공공성을 해친 배경에는, 종편 대부분의 최대 주주로 보수 신문사가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무처장은 "최근 언론 단체가 함께 3차례에 걸쳐 내보낸 자료를 보면, 신문사와 방송사 간 긴밀한 유착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보수 신문을 이끌었던 이들이 결국 방송에서도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애초에 종편 방송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그 보수 신문사들이 언론 악법을 통과시켜주는 길을 터줬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종편4사 비밀TF 회의록에 따르면, 종편 4사는 각 사의 팀장급이 참석해 지난 5월 2차례 회의를 가졌다. 회의록에는 각 종편의 경영진이 종편4사 공조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있으며, "최종 의사결정은 발행편집인총괄 모임에서 결정"한다는 대목이 등장했다.
 

▲ 시민단체의 종편 심사 자료 분석이 3차에 이르면서 종편 심사 과정의 문제점들이 무더기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5일 종편 승인심사 검증 태스크포스 2차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종합편성 채널' 이름 값 못한 부실 방송"

또 하나의 핵심 항목인 '콘텐츠 편성' 부문에서도, 종편이 말 그대로 '종합편성 채널'이었는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편중하면서 프로그램 다양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에서 종편 감시 역할을 맡은 유민지 활동가는 "TV조선과 채널A는 종합편성 채널이라고 볼 수 없는 형태의 구성으로 돼 있다. 예능과 보도, 드라마,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방통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사들은 방송 첫해 동안 방송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고, 편성의 30~50%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메운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채널이었던 MBN은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선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22.7%로 적어냈으나 실제로는 편성의 절반이 넘는 51.5%를 보도에 할애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보도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각각 24.8%, 23.6%로 적어냈지만 실제 35.9%, 34.1%를 보도로 채웠다. 방통위는 이에 따라 각 종편사들에 대해 '승인신청 당시의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제작, 편성 부문에선 JTBC의 노력을 높게 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JTBC는 타 종편에 비해 오락 부문에 치중했었고, 편성 주 타겟을 나이 든 시청자 층으로 잡지 않았다. 오락 강화를 하면서도 젊은 층에 맞춰져 있었다"며 "그런데 콘텐츠에 투자하면서도 시청률은 나오지 않아 종편 4사 중에 손실액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JTBC는 최소한 편성 면에선 '종편'의 의미에 가까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다른 종편들도 JTBC처럼 편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편은 대자본을 투입한 콘텐츠를 내놨으나, 대부분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JTBC의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JTBC 제공


재정 능력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종편의 출범으로 '방송시장 규모는 1조6000억 원, 생산유발효과는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2만1000명 늘어난다'던 정부 호언과는 달리, 대다수 종편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를 안고 있는 상태서 손해액이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 콘텐츠 투자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지난 7월 방통위가 공개한 종편 4사들의 재무 현황에 따르면. JTBC가 132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채널A가 619억 원 손실, TV조선이 553억 원 손실, MBN이 256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종편 4사의 손실 합계액은 2754억 원에 달한다. 종편에 대한 정부 투자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편의 적자 경영은 미디어 환경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광고 시장을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원칙대로라면 종편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그에 맞게 광고비도 적게 책정돼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종편 개국 당시 종편은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광고주들에게 지상파의 70% 수준의 광고단가를 요구했다. 채널에이는 아예 공개적으로 '보도프로그램 광고상품 패키지'라는 대기업 대상 광고 영업 프로그램을 홍보하기도 했다. "뉴스 등 보도상품을 묶은 패키지를 구매하면 30분짜리 광고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작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종편은 출범 초반 KT 그룹으로부터 각각 20억씩을 받았고, JTBC와 채널A는 현대 그룹으로부터 현대상선 15억 원, 현대증권 11억2500만 원 등 어마어마한 금액을 얻어냈다.

종편들은 최근에도 부족한 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모회사인 보수 신문사의 영향력을 앞세워 대기업을 압박하고, 대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를 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가의 광고 단가를 요구하고, 대신 광고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최대한 대기업의 자본력을 흡수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이 사무처장은 종편의 재무 상황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편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건 지표상으로 나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어려움을 겪는지 정보가 거의 드러나고 있지 않다"며 "직접 영업을 하면서 얼마나 불법적인 일을 했는지 소문들만 있고 증거는 안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광고주들이 괴로움이 많을 텐데 '조중동 방송'을 정권이 봐주는 상황이니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종편들이 그렇게 곤경에 처해있지 않을 수 있다. 저마다 '힘들다'고 하는 건 그만큼의 특혜를 달라는 요구, 즉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상파 재허가 때와는 여론 달라… 심사 제대로 해야"

방통위가 제시한 안에만 비춰봐도 종편이 재승인을 받기에 부적격이란 의견이 많다. 한 언론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방송이기를 포기한 방송들이다. 이번 재승인에서 통과하면 그렇지 않아도 방종을 일삼던 그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문제들에도 내년 재승인 심사에서 실제로 탈락하는 곳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정부 기관인 방통위가 재승인을 탈락시키는 위험부담이 높은 선택을 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것. 방통위가 이번에 확정한 심사기준안이 연구반에서 기존에 제시했던 안보다 다소 후퇴한 것도 그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연구반은 공정성과 편성 등 두 항목의 과락 기준을 60%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방통위 사무처가 이를 40%로 낮추자고 주장했고, 결국 50%로 절충한 안이 최종 확정됐다.

방통위 재허가 심사안 연구반에 참여한 한 교수는 "상당 부분이 결국 심사위원 구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확정된 안 자체에는 '재승인 거부'도 포함돼있다. 심사위원들이 당시 판단할 때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다면 재승인 거부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종편 재승인 심사 관련해선 심사위원 구성에 눈과 귀가 쏠릴 예정이다. 방통위는 내년 1월중 심사위원회를 심사위원장 1인과 방송, 법률, 경영·회계 등 전문 분야별 심사위원 14인으로 구성하고 2월 중 재승인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추 사무총장은 "지상파도 종편인데, 지상파 재허가 땐 이렇게까지 심사를 잘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며, "재승인 심사에 대한 요구가 강한 건, 첫 심사 당시 제대로 된 방송 사업에 어울리는 자본, 방송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없었고, 종편이 나왔을 때 전체 방송 환경이 괜찮는가 하는 사전적인 연구나 검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 심사 때의 공백을 제대로 살펴보라는 것이고, 현재 나온 재승인심사 기준안을 두고서도 말이 많지만 최소한 그 기준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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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밀양송전탑 주민 안전이 최우선”

“국민 불통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 공사 못하도록 함께 싸울 것”
 
황경의, 백운종 기자
기사입력: 2013/10/07 [15:18]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현장을 방문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 경찰측에 주민안전을 최우선시할 것을 당부하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밀양 주민들 ©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이상규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 의원은 부북면과 상동면 경계지점에 있는 126번 송전탑 건설 현장과 단장면 미촌리 금곡 헬기장(신고리 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건설현장),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있는 96번 현장을 차례로 방문, 경찰의 인권 침해 상황 등을 살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을 만나 “어머니들, 이렇게 고생하셔서 어떡하시냐”고 위로한 뒤 “공사를 저지시키도록 야당이 함께 노력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도록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김종양 경남지방경찰청장, 김수환 밀양경찰서장, 현장 경찰 책임자들을 만나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처음 찾은 126번 현장은 경찰의 검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을 동행한 인권활동가는 당뇨, 혈압 등의 지병이 있는 주민에게 경찰이 약 공급, 식사 공급 등을 차단해 인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 의원은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 감독에게 “10월20일쯤 지방 국감이 경남도를 방문한다. 여기 내려오는 국감팀이 여기 현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인권 침해가 있으면 찬반 논란을 넘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주민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주민은 이 의원에게 “농민이 가장 바쁠 시기를 노린 것”이라며 “철새도 보호하는데 우리는 짐승 취급도 안 한다. 정부에서 국민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민들도 “분하고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다”, “우리는 국민도 아니다”, “저들은 한전 경찰이다. 소화기를 뿌려 밥도 못 먹게 했다”고 울분을 쏟아내며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이 의원은 “어르신들 죽게 만들어놓고 공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을 저지시켜야 하는데 야당이 힘이 없어 못 박아 죄송하다”면서 “어떻게든지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위로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이런 상태로 박근혜 정부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 통행하는 것은 자신이 얘기한 국민 소통, 국민 행복을 무시한 것”이라며 “야당은 국민의 힘을 결집시켜 원내외에서 투쟁을 만들어 박근혜 정부에 따끔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단장면 금곡 헬기장으로 불리는 신고리 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건설현장 사무소다. 지난 2일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이 이곳에서 헬기로 송전탑 건설 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는 것을 막으면서 투쟁이 불붙은 곳이다. 이날 오전부터 여러 차례 행정대집행 기운이 감돌아 주민과 탈핵희망버스 등 연대세력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들 앞에 선 이 의원은 “도대체 왜 전기를 왜 만드는 거냐. 국민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잡아 가두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이 자리에 와서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경남 유권자들의 피맺힌 절규를 들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국민의 고통, 어르신의 절규를 외면하는 그런 정치, 그런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 이제 모든 양심세력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어르신들이 분노로 함께 하고 있다. 밀양의 투쟁이, 평택 쌍용차 투쟁이 차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 분명해지는 이 마당에 양심 있는 모든 국민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이곳 밀양에서부터 투쟁의 불길을 활활 지펴 올리자. 통합진보당 함께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이 의원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에게 “어르신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축적돼 비관해서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걱정”이라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 달라.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기가 막힌 상황이다. 연로하신 어머니들이 아무 것도 없는 채로 공사 현장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다. 경찰병력이 최대한 인권 침해 소지가 없게 공사를 진행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어머니들의 울부짖는 절규에 가슴이 아팠다”고 현장을 둘러본 심경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고 현장에서 시민단체, 인권단체가 힘을 모아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공사 강행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라며 “이것은 말로는 국민 소통, 국민 행복을 얘기면서 실제로는 국민 불통을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전체 야권이 공사를 막도록 힘을 모아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인권 침해와 관련해선 “현장에서 만난 어머니들의 팔, 다리가 성한 데가 없었다. 멍투성이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최소한 인권 보장,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장 곳곳에서 여러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주민의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민과 경남도당 당원들이 지키고 있는 96번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비탈진 산길을 30분가량 올라가야 하는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과 함께 “우리는 목숨 걸고 막겠다고 무덤을 팠다”는 주민의 얘기를 들으면서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진보정치 황경의기자>

 
국민 불통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과 함께 싸울 의사를 밝히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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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국정원 전 간부, '증인'에서 '피고인'으로

[원세훈 7차 공판] 검찰, 이종명 전 3차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기소

13.10.07 17:08l최종 업데이트 13.10.07 21:36l
이병한(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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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지난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석에서 대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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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7일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7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두 사람에 대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상상적 경합이 있다고 보고 같이 병합해 기소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국정원 관계자는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을 비롯해 모두 세 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당초 상명하복이 명확한 국정원의 조직 특성을 고려해 원 전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불기소 처분했지만, 지난달 23일 서울고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민주당의 재정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고위직인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명령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두가지 이상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등 사이버 행위가 선거법 위반과 동시에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원 전 원장 역시 상상적 경합으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이 병합 기소함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한 심리는 원 전 원장 공판을 진행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같이 담당하게 됐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장이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에게 "혹시 새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해서도 변호하는가"라고 묻자 "다른 변호사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한 차례씩 증인으로 소환됐던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은 다음 공판부터는 신분이 피고인으로 바뀐 채 법정에 서게 됐다. 수십 년간 군 생활을 한 사단장 출신인 이 전 3차장은 지난달 9일 출석해 '적군-민간인론'을 피력하고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정부 전복 시도'로 바라보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인 바 있다(관련기사 : 국정원 심리전단, '일베' 동향 수시 보고). 그는 지난해 사건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시기(12월 11일, 14일, 16일)마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청장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공판 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관련기사 : 사건 터진 날, 김용판-3차장 같이 있었다).

지난달 2일 출석했던 민 전 단장은 지난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던 대선 다음날 오후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에게 "덕분에 선거 결과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관련기사 : 국정원 심리전단장, 대선 다음날 김하영에 문자).

심리전단 직원 "(종북 대응보다는) 국정홍보 측면 강하다 생각"

한편 이날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윤아무개씨는 모든 사이버 활동은 상부로부터 지휘체계를 통해 내려온 '이슈 및 논지'에 따라 행해졌다고 증언했다. 김하영씨와 같이 심리전단 3팀 5파트에서 활동했던 그는 이슈 및 논지의 선정 과정은 알지 못하지만, 주요 내용은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됐던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과 흡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솔직히 나도 그 지시를 보면서 어떤 부분은 (북한이나 종북 대응보다는) 대통령이나 국정홍보의 측면이 더 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며 "그러나 어쨌든 상부에서 여러 사항을 고려해 그런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시가 내려온 이상 지시에 따라 글 게시 활동을 했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는 이에 대한 확인 질문에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슈 및 논지에) 북한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 언뜻언뜻 들었던 것일 뿐이고 잠깐이었다, 이내 종북세력 대응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했다"고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게시글을 삭제했다는 그는 삭제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정하면서 삭제 이유에 대해 "그냥 내가 싫었다"고만 반복해 대답했다.

윤씨와 함께 증인 출석이 예정됐던 심리전단 직원 황아무개씨는 임신으로 인한 입덧 및 구토 증세가 심해 출석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첨부된 불출석 증명서를 제출해 신문이 연기됐다.

'박원순 제압 문건' 무혐의 각하... "감정 결과, 국정원 문건 아니다"

한편 검찰은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반값등록금 대응 문건'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문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무혐의 각하 처분했다.

검찰은 "고발된 문건과 국정원이 생산한 다른 문건에 대해 문서 감정을 했는데 동일한 문건이 아니다, 혐의 없음이 명백해서 각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식 등에서 다르다, 구체적인 건 보안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에서는 해당 문건이 국정원 문건이 아니라고 진술했고, 이 문건 의혹을 제기한 진선미 의원실도 제보자 등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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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세계 평화를 가로막는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0/08 06:11
  • 수정일
    2013/10/08 06: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고> 무엇이 세계 평화를 가로막는가?

홉스 세계관의 아류와 무기의 상품화가 세계 평화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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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7 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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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승 (통일뉴스 전문위원)


‘국가들 사이의 “자연상태”는 패권국에 의해서만 극복된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이래 서구의 지배적인 세계관

20세기가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앞서 내다본 것은 ‘제국주의론’(1916)을 쓴 이의 혜안이었다. 그 예견이 들어맞아 20세기 전반에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후반에도 크고 작은 전쟁이 잇달았다. 가히 20세기는 ‘전쟁의 세기’(게이브리얼 콜크 등)란 이름을 얻을 만했다. 이 한 세기 동안에 1억5000만 명이 목숨을 빼앗긴 것으로 어림잡는데, 최소로 잡아 그러하단다. 불구가 된 사람, 삶의 터전을 떠나 난민이 된 사람, 가족을 잃고 통한의 여생을 살았거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수는 어림으로도 잡히지 않고 있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인간의 세계에서 왜 이런 살육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어느 동물도 먹이나 영역을 놓고 다툴 때 말고는 제 동종을 죽이기 위해 발톱을 세우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계열 안에서 다른 종을 잡아먹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행위일 뿐이다. 인간에게도 수렵이 중요한 생존수단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생긴 육식 습성이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어 생존본능에서만 보면 맹수 같은 짐승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과 동물의 이런 유사성에서 인간이 전쟁을 하는 근거를 찾고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동물과 마찬가지로 야성(맹수성)을 본성으로 가진 존재로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자연상태에선 인간은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고 만인이 만인과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만인의 만인과의 투쟁에선 어느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만인이 모두 서로 죽이고 죽는 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맞선 사람과의 투쟁에서 요행히 이긴다 해도 한 순간만 죽음을 모면한 것일 뿐, 다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전을 받게 된다. 죽음이 두렵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자연상태의 인간은 서로 죽이고 죽는 사이여서 누구나 항상 죽음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것, 이런 ‘상호적 공포’가 자연상태를 지양하여 국가를 세워야 하는 동기가 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17세기 서양에 있었다. 영국인 토머스 홉스이다. 물론 그가 말한 자연상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국가 성립의 동기로 도입한 이론적 가설이지만, 그런 가설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은 원초적인 인간의 삶이기보다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한 당시의 사회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류역사의 어느 시기에도 만인이 만인과 투쟁한 적은 없다. 인류사의 초기라면 더구나 맨손뿐인 혼자의 힘보다 씨족이든 부족이든 모두 힘을 보태는 것이 살아남는데 유리했을 것이다. 만인의 만인과의 투쟁은 원시적인 자연상태가 아니라 문명화한 자연상태,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고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생존을 위해선 스스로의 힘밖에 기댈 곳이 없게 된 사회에서 나타난 삶의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달리 말해서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면 세계의 누구와도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종종 법이나 권력이 미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인간이 서로 늑대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을 조사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20세기에 발생한 몇몇 끔찍했던 자연재난들 뒤, 법과 권력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은 통념과는 달리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던 경이로운 이타성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 폐허의 무법지대에서 사람들은 살인이나 강도 절도와 같은 ‘야수성’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따뜻한 연대와 상호부조의 꽃을 피웠다.(레베카 솔니트: 지옥에 세운 낙원-재난 속에서 움튼 특별한 공동체) 인간은 무법상태(자연상태)에선 저마다 제 잇속만 챙기는 이기적 본성을 드러낸다는 통념이 실은 자연상태 이론이 심어준 편견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만인이 만인과 투쟁하는 미개한(무법의) 자연상태가 개인들로부터 자연권을 위임받은 국가의 공적인 권력에 의해 지양된다는 생각은, 지난 몇 백 년 동안 약간의 차이를 가지면서도 서구 사회의 지배적인 세계관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라는 공적인 권력에 의해 지양된 자연상태는 결코 화해와 평화의 상태로 승화될 수 없었다. 더구나 홉스의 사상적 후예들에 의해 투쟁 상태로서의 자연상태의 주체가 개인에서 국가(국민)로 되면서 국가들 사이의 자연사태 (전쟁상태)를 극복하는 과제가 새로이 제기되고, 18~20세기에 걸쳐 이 과제를 놓고 진지한 ‘이론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이는 국가들 사이의 전쟁을 막고 지속적인 평화상태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들의 연방인 ‘세계공화국’이란 모델을 인류의 역사가 도달해야 할 이념형으로 내놓았고, 어떤 이는 세계사는 여러 국가들이 서로 다투는 법정(세계법정)이라면서, 그 법정에서 세계사의 이념이 ‘이성의 간지’에 매개되는(조종받는) ‘세계사적 국가’(패권국가)에 의해서만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전자가 말하자면 국가들 사이의 자연상태를 ‘연방 계약’ 같은 것을 맺어 극복해야 한다는 이상론적인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면, 후자의 주장은 국가들 사이의 자연상태는 패권적인 힘을 가진 국가의 권력의지를 통해서만 극복된다는 것으로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 이래 지배적인 세계관이 되었다. 2003년에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 논객인 로버트 케이건이란 사람도 후자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비판한 유럽의 정치가나 지식인들을 ‘포스트 모던의 낙원’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비웃으면서, 세계의 안전과 평화는 미국처럼 군사력(하드 파워)이 강한 나라에 의해서만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군사력이 강한 패권국의 총구에서 세계의 안정과 평화가 나온다는 생각인 것이다. 누군가 말한 ‘패권 안정론’이다. 실행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 구상에서도 홉스 이래 서구 세계관의 일관성을 엿볼 수 있다.(홉스의 후예 가운데는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 사상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주고 나치정권의 승리를 도운 저명한 공법학자 카를 슈미트 같은 사람도 있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복수의 관점에서 존재할 때만 세계가 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민족이든 국가든 저마다 독자적이고 고유한 문화와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의 집단체인데, 그러한 다양성과 복수성을 적대 상태로만 보고 동일화하려 하거나, 또는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변방의 모난 귀퉁이로만 보고 도려내려고 하는 것은 결국 세계를 파괴하는 짓이 된다. 홉스의 자연상태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패권 안정론이 오늘날 국가들 사이의 전쟁을 막고 세계를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패권국의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고, 그래서 복수성으로서의 세계를 파괴하게 된다면 ‘세계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에서 종언’(한나 아렌트)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수전노에게 화폐가 축장의 목적으로 되듯이
무기가 전쟁의 수단에서 목적으로 바뀌기도

또 하나, 오늘날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무기의 고성능화와 상품화, 그리고 무기의 위상 변화이다.

고래로 전쟁의 역사는 곧 무기의 역사였다. 전쟁의 발생과 무기의 발명은 연대가 시초부터 같다. 인간의 첫 무기인 활과 화살 칼과 창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조건의 발생에 따라 발명된 것이다.

그 무기가 전쟁의 세기란 이름에 걸맞게 20세기에 들어서 인명 살상과 파괴의 성능이 너무 커졌다. 이젠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나라도 가능한 한 이들 무기를 사용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참혹할 것임에 틀림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 없고, 드레스덴이나 도쿄 등에서도 세계는 현대 전쟁의 참상을 보았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발칸전쟁 이라크전쟁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전쟁은 네이팜탄 고엽제 열화우라늄탄 같은 무차별 살상 무기를 사용한 역사상 가장 ‘비문명적인 방법’으로 싸운 전쟁이란 비판을 받기에 족하다.

이전 시기의 전쟁이었다면 당연히 전투 현장에서 병사들의 살상이 많이 발생하고 후방에 있는 민간인들의 살상은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었는데, 새로운 무기들의 등장으로 현대 전쟁에선 후방에 있는 비전투 민간인의 희생이 훨씬 더 많아졌다. 그것도 전투 중의 실수나 우발사고가 아니라, 거의 모든 희생이 전쟁 지휘부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전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비전투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살상한 것은 이전의 전쟁에서 신화로나마 남아있던 인륜적 기준이 송두리째 무너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핵폭탄 같은 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은 미래의 전쟁이 한 도시의 참화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파멸 만물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전 세계를 향해 예고했다.

인류는 그동안 파괴하는 능력과 건설하는 능력의 균형을 이루면서 장기적으로는 전자보다 후자가 우세하여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세계가 재건되고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융합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젠 인류가 하기에 따라선 건설 능력과 파괴 능력의 우열이 역전될 수도 있게 되었다. 만약이란 단서를 붙인 가정이긴 하지만 앞으로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세계는 재건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그동안 인류가 이뤄온 문명이 모두 괴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예언적 가상이 아니라 처음으로 현실적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현재 지구상엔 인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죽일 수 있을 만한 양의 핵무기가 저장되어 있다)

다만 이와 같은 핵무기의 위력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사이의 전쟁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사실일 듯하다. 분쟁 지역의 나라들이 전쟁 억지력을 얻기 위해 핵무기를 갖고 싶어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핵무기가 안전한 세계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만이 아니라 핵발전 같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까지도 후대의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을 물려주는 나쁜 유산이 될 것이란 우려와 비판에 많은 사람들이 점차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그 재앙의 예고였다)

게다가 원자력산업에선 다량의 핵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 핵폐기물로 만드는 무기가 열화우라늄탄이다. 한국전쟁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네이팜탄, 베트남의 삼림과 농촌을 초토로 만든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걸프전쟁과 발칸전쟁에서 사용한 열화우라늄탄 같은 무기들은 핵무기가 아니라도 여러 의미에서 인간의 조건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그동안 이들 무기가 사용된 것은 모두 비서구 나라들이거나 서구 세계의 변방국들이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전쟁에 동원되어 참전한 서구 나라들의 젊은이들 또한 면할 수 없었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그들이 전장에서 사용한 무기는 자신들에게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들은 베트남전쟁증후군, 걸프전쟁증후군, 발칸전쟁증후군이란 새로운 병명을 얻어 가지도 귀향하게 된 것이다.

현대 전쟁은 참전 군인들의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에 관해선 일찍이 제1차 세계대전 뒤 레마르크가 소설(‘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형상화하여 증언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영국의 한 정신과의사도 현대 전쟁이 ‘신경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의학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전한다. 아마도 20세기에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른 것은 미국일 것이다. 그런 만큼 전쟁으로 피해를 본 젊은이들이 그 나라에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 예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실태를 보자.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 중 70만 명이 지발성 스트레스로 진단받았고 그들 가운데는 자살자도 많았다. 기혼자의 38%는 귀국 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못하고 6개월 안에 이혼했다. 전투경험이 있는 사람의 4분의 1은 범죄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1980년대까지 뉴욕에서만 4만 명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 아편중독자로 등록되었다.(크리스토퍼 코커: 전쟁과 20세기, 1994)

미국은 베트남전쟁 뒤에도 2000년까지 모두 63회나 지역분쟁 또는 내전에 개입했는데, 이후에도 개입 횟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처럼 이데올로기가 명분인 것도 아니고, 석유 등 자원의 확보 같은 다른 어떤 실익과도 관련이 명확하지 않은 군사개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막대한 군비를 들여 지역분쟁이나 내전에 계속 개입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전이든 지역분쟁이든 어떤 전쟁도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부족이나 민족 종파 사이의 다툼으로만 보이지만 실은 각 종 무기의 대결이다. 소총 등의 총기류와 탄약은 통상적인 무기이고 전투가 확대되면 장갑차도 미사일도 동원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자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외래 무기들이다. 군수산업 선진국에서 생산된 이들 무기가 없었다면 참혹한 살육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다툼의 원인이 종족이나 민족 종파 사이의 증오와 대립의식이란 것만 세상에 알려지고,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상표가 무엇인지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다투는 당사자들도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대립의식이 그들에게 제공된 무기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쌍방에 똑같이 홍수처럼 흘러들어가는 각 종 무기를 가지고 서로 죽이고 죽는 것인데, 실은 더 많이 죽이고 죽을수록 선진국의 군수산업은 더욱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한데 선진국 군수산업의 호황엔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수요를 만들어내자면 타사 제품보다 성능이 좋아야 하고, 성능이 너무 좋으면 전쟁이 너무 일찍 끝난다. 그렇다고 성능이 뒤져도 안 된다. 전시가 아니라도 사정은 같다. 군사력은 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가상의 적국 또는 언제 적대관계로 돌아설지 모르는 이웃 나라들보다 상대적 우세를 유지해야한다. 그래서 전시가 아니라도 각 국은 국방예산을 계속 늘려야하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무기를 일정한 주기로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선진국 군수산업들이 무기의 개발과 도태의 순환을 되풀이 하면서 세계 무기 시장을 지배하는 원리이다. 또한 이는 몇몇 군사 강국을 빼고는 어느 나라도 군사력의 절대 우세를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지역의 안정도 계속 불안하게 한다.

무기는 전쟁이 필요하게 된 사회적 조건의 발생에 따라 약 1만 년 전쯤 중석기시대에 인류의 역사 무대에 등장한 이래, 그동안 그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고 무기의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전쟁의 규모와 본질이 바뀌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무기는 전쟁의 수단이었다. 그렇던 것이 20세기에 들어서 무기의 상품화와 함께 전쟁과 무기의 위상이 바뀌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마치 상품교환의 수단이었던 화폐가 수전노(화폐 축장자)에겐 그 자체가 목적으로 된 것처럼, 현대 군수산업에겐 무기가 전쟁의 수단에서 목적으로 바뀌는 전도가 일어난 것이다.

피로 얼룩진 세기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지 한참 되었는데도, 우주 차원에서 보면 먼지보다 작은 이 지구에선 인간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지구엔 핵무기를 비롯하여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는 무기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무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그 성능이 내전이나 분쟁 지역의 현장에서 과시되고 있다.

에른스트 융거란 독일의 작가이자 평론가는 제1차 세계대전 때의 전쟁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에서 전쟁을 정치적 공기를 정화해주는 ‘강철의 광풍’으로 미화했다 한다. 그의 수사를 빌리면 제2차 세계대전은 그 많은 살육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에 오염된 지구의 공기를 씻어낸 전쟁이 된다. 그래서 드레스덴이나 베를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참상이 응보주의의 관점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갚음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리라. 하나 그러한 인정은 전쟁이 타자(민족 또는 국가)에 대한 부당한 폭력의 억지, 곧 평화라는 목표를 가질 때에만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고 지배나 다른 어떤 이득을 노린 것이라면 그러한 전쟁은 무뢰배의 폭력일 뿐이고 무기는 아무리 첨단과학의 최고 산물이라 해도 전혀 자랑거리가 아닌 흉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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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길은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며 함께했던 순례

수행길은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며 함께했던 순례

 
청전 스님 2013.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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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의 라닥 순례기, 마지막 일곱번째편>

 

 

멀지 않은 건너편 계곡에 이름 있는 헤미스 곰빠가 있다. 대중스님들은 마을에 행사에 모두 나가고 몇몇 스님들만 보인다. 이 큰 절에 많은 건물에 스님들이 없으니 아쉽다. 특히 오리정도 위쪽 산에는 무문관 수행으로 이름나 있는 괴창(독수리 둥지) 암자가 자리한다. 그날은 어찌 햇볕이 따가운지 올라가다가는 일이 생길 것 같아 방문을 취소했다.


<<헤미스 절 오르는 길에 오랜 불탑이 때맞춰 핀 유채꽃과 넘 아름답지요.
헌데 한쪽 귀퉁이 한 사람, 누구꽁? 잠 덜 머저리 지 교수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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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방문지는 딱나 곰빠, 우리말로 하면 “호랑이 코 절”이란 뜻인데 지형이 꼭 호랑이 콧잔등에 자리해있는 모습에서 연유 한단다. 큰 절은 아니라도 깔끔한 절임을 당장 알아차린다. 노란 승복 입힌 네 살 아이인 아기스님을 극진하게 모시는데 이 절에서 돌아가신 딱나 린포체의 후신으로 밝혀진 아기 스님이다. 2008년에 92세로 입적 했고 2010년 히마찰 주 산간 고을 킬롱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며칠 후에 다시 이 절을 찾아갔는데 야크님이 준비한 팽이를 이 아기스님께 드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팽이를 돌려 바닥에 놓으니 빨간 불이 번쩍번쩍 하며 돌아가는데 어떤 아기라도 이런 장난감에 혹하지 않겠는가. 아기스님이 무척 좋아한다.

<<딱나 린포체 환생자로 밝혀진 아기 스님, 역쉬 똘똘하게 보입니다. 이제 3살 반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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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신도 분들이 아기 스님을 친견하러 들른다. 코가 땅에 닿게 극진하게 절을 올린다. 야크님이나 지 교수는 어린이에게 줄 갖가지 예쁜 선물꺼리를 많이도 챙겨왔다. 어디서라도 어린 아이들 만나면 한 개씩 빼어주니 그놈들은 그날 토정비결이 잘 빠진 날일게 틀림없다. 마토 곰빠와 공항 근처 스피톡 곰빠를 마지막으로 참배하며 바쁘고 지친 하루 일정을 마쳤다.

 


<<어느 절을 가든 마니 코르로(윤전대)를 돌리며 들어갑니다. 늘 바쁜 현대인에게 반박자 쉬는 좋은 전통이라고 봅니다.
그 회전통 안에는 경전 두루마리가 들어 있어 한바퀴 돌리면 경전 한번 읽는다는 소박한 티벳의 신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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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을 쉬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이제 누브라 계곡을 넘는다. 우선 이 고개는 파키스탄 국경을 마주하기에 오가는 외국인에게 꼭 몇 차례 여권과 허가서를 확인 대조 해 보며 허가서 한 장을 떼어 간다. 대원들에겐 이 고개가 기네스북에 있는 차량 고개로써 세상 최고 높은 고개임을 알고 호기심 백배이다. 우리 백두산을 두 개나 얹어 놓은 해발 5606m이니 정말 높은 고개다. 이 한여름이라도 어쩌다가 악천후에 걸리면 눈으로 덮이기가 일쑤여서 몇 번은 눈 치울 때까지 기다려 넘었던 경험이 있다. 지루하게 오르다 보면 포장길에서 자갈길을 만나고 뽀얀 먼지 길을 얼마나 가다보면 정상이 나온다. 이미 먼저 온 관광 차량들이 빼곡하다. 대충 기념 촬영을 마치고는 바로 내려가는데 나에겐 이 길이 너무 지루하며 매년 왕복의 길이라서 더욱 그렇다.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풍광에 신이난다. 점심때가 되어 안면 있는 가게의 불을 빌려 우리 라면을 끓여먹는데 완전 포식이다.


<<시상에서 질 높은 고개라니 키념 촬영을. 우리 야크님이 팍 찍어뿟습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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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끼 곰빠에 이른다.


<<꼭 포스트 카드: 엽서나 같습니다. 데끼 곰빠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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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 이런 절이 있다니, 허긴 이런 험하고 힘든 삶 단조로운 생활에서 이런 종교의 의지처라도 있어야겠지. 몇 해 전에 라닥 트럭 불자 연합에서 세운 큰 미륵불상이 먼저 눈에 띈다. 절은 완전 벼랑에 붙어있는 제비집과 흡사하다. 왜 꼭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이런 벼랑을 이용하여 절터를 잡았을까 의심이다. 좀 더 아래쪽엔 얼마나 넓은 평지가 많은가. 한 노스님의 피부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몹시 심하게 번져가서 다람쌀라로 겨울에 나와 치료받도록 했다. 수술을 받아야 될 악성 종양이다. 세 스님이 나오시기로 했다.


<<곰빠에서 내려다 본 아랫 마을 풍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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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짜락사 곰빠만 참배하기로 했지만 뜻밖에 많은 주민들의 환영 행사로 꼼짝없이 점심을 대접 받고 예정에 없는 진료를 해야만 했다. 영양제가 부족 할 것 같아 비상수단으로 각 약병을 반으로 나눠 겨우 약이 바닥나지 않게 진료를 마쳤다. 가끔 대중없이 약을 쓰다가 약이 바닥나면 낭패를 본다.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다시 나오며 쌈땐링 곰빠를 들르다 보니 하루해가 다갔다. 이 절엔 젖소가 세 마리나 된다. 암소가 새끼를 낳아도 꼭 암 송아지를 낳아 이리 늘어난 것이다. 예정은 저쪽 파키스탄 국경 쪽을 구경삼아 가기로 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이틀을 데끼 절에서 자게 되었다.



<<우리가 떠나옴을 배웅해 주시는 노시님(롭쌍 타르친 86세),
공부가 많으셔 근처 인도 군인들에게 정신훈화를 초청 받으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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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승 학교 선생스님이 잠자리며 먹는 문제를 어지간히 신경 써 보살펴주니 왠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옛날 사 준 소가 올 봄에 죽어 나갔다하여 다시 젖소 한 마리를 사도록 보시금을 드렸다. 매년 라닥에 들어가면 젖소 몇 마리는 긴요하게 사드릴 수가 있는바, 알게 모르게 소문을 듣고 누군가가 눈먼 돈을 보내온다. 모르는 분들의 성금을 이런 의미 있는 보시 처에 쓸 수가 있음에 얼마나 보람이 되는가.
이튿날 지루한 그 길을 일찍 나서서 늦은 점심을 레에 나와 먹을 수가 있었다.

이제 계획된 빵공초 호수를 가는 일로 거의 일정이 마무리 된다.


<<샤추쿨 곰빠의 마을 주민들이 약을 받으러 모입니다. 한쪽에서는 안경도 맞춰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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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받으러 오신 할배 한분, 백내장 환자네요. 그 누가 이런 극오지에서 인술을 베풀 의원은 없는지?
제가 수술쪽까지는 힘이 않닿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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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시원한 빵공초 호수. 해발 4500m의 높이에 자리한 호수라니.................
갈매기 한마리가 나르고 있어 운치가 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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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가는 길목에 샤추쿨 곰빠가 있어 진료도 하며 하룻밤 묵기로 하니 일거양득이다. 어느 절을 가건 마을 주민들의 힘든 삶을 읽을 수가 있다. 이 절에서도 똑같다. 주민들의 모습에서 애잔한 감정이 인다. 어찌 이런 모습일까. 거기에 입고 있는 옷차림도 때 국물이 줄줄 흐르니 더욱 가상하다. 어쩔 건가? 이런 환경에서 태어났으니, 그렇다고 뱁새 다리가 짧다고 황새 다리 만들어 줄 수 없지 않은가. 늘 잠자리에선 이 세상의 가난과 삶의 고(苦)를 떠올린다. 오후 늦게 호수로 나가니 의외의 관광객 차가 즐비하다. 물이 파랗기가 짝이 없다. 저쪽의 황토 빛 모래 산이 더욱 대비를 이루며 희한한 풍경을 자아낸다. 염호수다. 좀 작은 갈매기가 난다. 300Km나 길게 생긴 이 호수는 중국측과 인도측이 반반을 점유하며 가끔은 국경선 분쟁의 빌미를 만들기도 한다.


<<약 받으러 오신 주민들이 제 약 사용 설명을 귀담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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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고 나오다가 야크 떼를 치는 유목민을 만나 몇 가지 약품과 마지막 남은 손톱깍기를 두 가족에게 하나씩 드리니 이제 남은 약이며 선물꺼리는 바닥이 났다.


<<우리 야크님이 야크와 함께, 아마 전상에 야크였나봐. 누가?
사진의 갈색 야크는 희귀종이지요. 얔캄바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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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와서 참배할 절이 남아있는데 레 근처의 유일한 닝마파 절로 닥톡 곰빠다. 티벳 불교 종조로 모시는 빠드마 삼바바(구루 린포체)의 시커먼 바위동굴 법당이 신비와 함께 큰 힘을 내품는다. 마스크 댄스가 닷새간 진행된다고 외국인 관광객이며 장사치와 함께 시끌벅적 하며 부산을 떤다. 참배를 못 한 마지막 틱쎄 곰빠, 라닥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많은 스님들이며 커다란 법당 등등 사진에 많이 나오는 절이다. 몇몇 노스님들을 호명하니 거동이 불편하다며 당신 거처나 가까운 친인척 집에서 기거한단다. 티벳 불교 승가제도에서는 남방불교 제도와 같이 우리식의 상좌 개념이 없다. 출가하여 수계하고 스님이 될 때 스승이 정해지지 않는다. 모두 똑같이 일불제자(一佛弟子), 즉 부처님 제자일 뿐이다. 늙어 몸 거누기 어려울 땐 측근 제자가 있다면 그래도 나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곳 전통과 관습이다. 부처님 경전에 보면 비구로써 제일 큰 공덕행이 무언가를 말씀하신다. 병들어 늙어 죽어가는 마지막 비구의 임종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왔다 해도 못 나오시는 노스님들, 바로 이것이 인생무상인 것이다. 영양제와 보시금을 따로 전해 달라하고 나올 땐 맘이 무겁다. 나도 곧 그리 되어 갈 거라는 지금 눈앞의 현실에.

지금까지 방문하고 진료한 곰빠 숫자를 세어보니 꼭 스물여덟 개의 절을 다녔다. 라마유루 곰빠를 떠나오며 왜 띡모강 곰빠를 놓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예정된 모든 절과 들를 곳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라닥을 떠나는 일이다.
운행 중 가끔 이상한 소리며 앞바퀴에서 뭔가 타는 냄새 등등 먼 길에 아무래도 불안하다. 직접 운전수를 데리고 차량 정비소에 가서 점검해보니 두 군데의 주요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만약 가는 길에 주저앉는 꼴이 발생한다면 그 무인지경의 길에서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내 여관에 들어가면 늘 어느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 지금은 놀랍게도 어제 틱쎄 곰빠에서 못 만난 노스님들이 여섯 분이나 오셨다. 다들 한 가지씩 선물이라고 뭘 싸오셨다. 뭔가 챙겨드리는 것도 일이기는 하지만 이 노스님들과의 관계로 그냥 뭘 드리는 것으로 끝낼 그런 스님이 아니다.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늘 먹는 이쪽 음식이나 인도 음식이 아닌 스님들이 잡술 기회가 거의 없는 서양음식을 제안 했는데 모다 동의하신다. 내가 좋아하던 그 삐잣집에 가서 세 가지 음식을 두 개씩 시켜 두 상에서 나눠먹으니 필자로선 행복이기도 하다. 주로 치즈와 야채가 듬뿍 든 프랑스 요리였는데 희한케도 이 스님들은 순수 채식가였기 때문이다. 달걀이 들어간 빵도 안 드시니 신중하게 주문했고, 다행히도 한 점 남김없이 모두 맛나게 잡수신다. 마지막 여기서 직접 갈아 만든 과일 요쿠르트에 구색이 맞다. 내일 여기를 떠나는데 스님들이 딱 맞게 잘 오신 격이다. 기쁨이다. 필자로선 이런 자리가 그리 신나며 고맙다. 노인들이 별난 음식 오물오물 드시는 것만 봐도 행복이지 않은가. 몇 스님은 겨울 전에 다람쌀라로 나오신단다.


<<무려 열둘이나 모여 서양식 점심을, 제 앞자리 두 노시님: 이 두분 신님언 50년대 티벳에 간 유학파, 신진파 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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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 새벽 4시 기상에서부터 먼 길 갈 준비다.
늘 그렇지만 나갈 때는 우선 그 많던 짐이 없어져 홀가분하다. 일어나니 이 지방엔 여간해서 안 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불안한 마음이다. 높은 고개를 세 개나 넘어야 목적지에 닿는다. 비 멈추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또 다른 지역을 들어가야 되는 약속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며, 빠리 스님과 두 신부님이 델리로 나가 각각 비행 스케쥴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큰 차들이 우리를 추월해 가는 것을 보고 높은 고개가 눈으로 막히지는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개 아래서 짜이도 없이 준비한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타랑 라 고개로 5328m인데 사실 이 고개를 넘을 땐 고개 넘는 맛이 난다. 그만큼 장엄한 주위 풍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길은 운이 좋게도 얼마 전에 입힌 시컴한 새 포장도로라서 우리가 온다고 이리 했나보다며 흥을 돋구며 올랐다.


<<타랑라 정상에는 운무가 찐했지만 눈이 안쌓인게 행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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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내려오며 차 안에서 찍은 풍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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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비조차 안내려 아침 근심은 기우로 끝나니 더욱 가벼운 운전길이다. 내림 길에서부터는 “팡”이란 끝없는 평지를 달린다. 걸릴게 없는 그런 평원이 있다니. 참 시원한 풍광이다. 더러 멋진 경치에서는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댔다.


<<그냥 갈 수 없는 곳에서는 잠깐 스토프 하고는 이런 사진을. 잠 모다 군기가 팍 들은 듯.............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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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개 라추룽 라(5035m)를 넘으니 점심때에 계곡 물가에 간이 찻집이 있다. 이젠 먹을 것도 바닥이 나서 그냥 맛없는 인도 메기라면을 부탁할 수밖에, 많은 라면을 한꺼번에 끓이다보니 물이 부족 했는지 너무 오래 끓였는지 일행 모두가 속이 편치 않았다. 싸르추에 이르면 검문소가 있다. 라닥과 히말찰주 경계지역이다. 우리는 여권 보여주고 기록하며 쉽게 끝났는데, 라닥 차량 두 대 운전수들은 뭔가 불평이다. 알고보니 통과증을 만들어주며 불법인 이 백 루삐씩 뜯긴 것이다. 우리차야 어딜 가건 노란 영업용이 아닌 하얀 자가용 번호라 쉽게 다니지만 영업용 차량 운전수들은 주를 벗어 날 때마다에 애환이 있다. 하긴 그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썬글라스 낀 교통경찰 아저씨들이 애꿎은 화물차나 소형차 세워놓고 돈 뜯어내려고 닦달하던 그런 때가 있었지. 바라라차 라(4950m)를 넘으니 공기가 달라진다. 그 건조한 코피 터지는 마른 공기가 아닌 습한 공기 내음을 맡을 수가 있다. 문명권인 킬롱에 들어서니 주위가 온통 파란 나무와 초지다. 여기서부터는 우기철 몬순을 감지한다.

오늘 밤 자고나면 빠리스님과 두 신부님은 길이 다르다. 세분은 마날리로 나가 델리로 가야 한다. 프랑스와 그리이스로 날라 가는 일정에 맞춰야 된다. 이튿날 뜨거운 포옹으로 한 달여 생사고락을 서로 인정한다. 어찌된 인연으로 그 험한 길 고개를 함께 걷고 넘었다. 어설픈 음식을 받아놓고도 어떤 불편한 기색 없이, 또 항상 힘든 모습 내색 않고 여기까지 정확히 온 것이다. 저녁이면 이 얘기 저 얘기로 많은 말을 나눴다. 종교, 수행, 교리, 바른 삶, 사랑과 자비, 이 시대 성직자의 타락상 등등, 또 지나온 자기 수행을 길고 길게 얘기했다. 사실 이런 허심탄회의 자리는 쉽지 않은 기회다. 수행자의 신분이 달랐기에 수행길은 다르지만, 이번 순례길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각자의 인격을 존중 했다. 특히나 두 신부님은 매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무일과의 기도와 의식을 새벽과 잠자기 전에 거르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두 신부님의 일정이 이집트에서 갈린단다. 레오 신부님은 10월 말 경에 한국으로, 심 신부님은 의외의 계획 즉 미얀마 선원에 들어가 석 달 불교 안거를 마치고 내년 1월이나 한국행이란다.

 

이 시대에 이런 분을 누가 알아들을까, 누가 이런 벽 없는 수도자를 이해할까. 반면에 필자는 내적으로 가벼운 내 수행에 부끄러울 뿐이다. 신부님의 한 말씀을 이 자리에서 옮겨야 되겠다. “정의란 남의 것을 전부 돌려주는 것이며, 사랑이란 내 것을 전부 이웃에게 주는 것이다.”라는 말씀에 가슴으로 동의한다. 어느 종교나 사랑과 자비를 외쳐왔건만 실천 없는 가식의 말장난에 위선의 극치였고, 지금도 성직자의 타락은 가지며 챙기는 자기 것이란 재물의 소유에 있지 않는가. 너무 많이 가지는 게 이 시대의 죄악이 아닌가. 자본주의의 모순이 어떻게 정리될지?


<<마지막 고개 로탕 패쓰를 넘으며 지천에 꽃이.................. 인제 우기 지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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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꽃밭이............... 일생 최고 최대의 꽃들판은 1996년 티벳 암도 유목민 마을에서. 3일을 달려도 꽃이 천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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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우리 차안은 너무도 한가하다. 비좁은 찌프차에 늘 일곱이 앉다가 셋이 빠져나가 넷이서 한적한 자리를 만들고 이동하니 이리도 편할 수가. 원래 계획은 뀐좀 라(4992m) 고개 넘어 스피티로 가기로 했지만 길가다가 들으니 대형 산사태로 길이 없어져 두 달 후에나 가능 하단다. 별 수 없이 되돌아 나와 마날리, 나가르 거쳐, 초뻬마 참배하고 다람쌀라에 돌아오니 꼭 31일짜리 순례길이 되었다. 360도 삥 돌아 온 꼴이다. 마날리에서 나오면서 가까운 아는 절에 공양청을 받았다. 물론 여기서도 많은 약을 드렸다. 한 노 비구니 스님은 귀가 않들린다하여 며칠 후에 인편으로 보낼 수가 있었다. <아래 사진 참조>


<<마날리 근처 팡간 곰빠의 노 비구니 시님(82세). 어렸을 때 동진출가를 하셨답니다.
특징은 이 시님 귀가 울마 큰지 완조니 부첸님 귀, 귀가 얼굴 보담 더 큰거 아닙니까!!! ㅋ ㅋ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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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니 찐한 운무 속에 무서운 빗속이다.
그래도 어떤 불미스런 일 없이 무사히 올 수 있음에 그저 이번 길에 함께 한 우리 벗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릴뿐이다.
내년은 어떤 봉사의 길을 만들 것인가의 일 년 숙제로 남겨 놓고서. <<끝>>

 

 

 

<<후기>>

 

재미도 없었을 글 다 읽으시느라 애먹지는 않으셨남요?
저는 나름대로 지나온 시간을 되살려 글을 써봤습니다만, 원래 글쟁이가 아닌지라.....................
그리고 지금 이곳은 심한 우기라서 정전도 많고 인터넷이 많이 꺼지곤 합니다.
겨우겨우 정전 안되는 시간에 이렇게라도 글을 맺을수가 있어 다행입니다.
끝내 이 한달여 라닥 의료 봉사의 길에 이름없이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요.
또 젖소 공양이며, 약품, 안경, 옷가지, 양말, 털모자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자상한 도움 주신분들 그저 고맙습니다.
이제 또 내년을 서서히 준비 합니다. 하긴 일년 농사(?)가 그리 쉬운것은 아니니까요.
비구로써 불법승 삼보의 가피로 다 일이 이뤄지리라 믿고, 부족하지만 또 내년을 희망 합니다.
한가지, 9월 부터 라닥의 노시님덜이 꽤 많이 여기에 나오십니다.
혹독한 라닥의 겨울을 피하시는 인연에 겨울준비 잘 해둬야지요.
제기로 그분들이 실제로 불보살이니까요.
저는 10월 말 경에 한국 잠깐 들르구요, 맡아둔 숙제 해야 됩니다.
그 숙제란 근 3 년간 못간 우리 조선땅에서 절, 학교, 방송국 등등에서 법문과 강의을 해야 되는 숙제랍니다.

 

<< 이 글 읽으신 모든분들이 늘 조용한 행복의 나날이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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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 25년 전에도 빨갱이라더니”

[인터뷰]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3-10-07 01:17:21l수정 2013-10-07 07:51:10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김철수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는 한 달 안에 규약을 개정해 해직교사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최후통첩을 전교조에 보냈다. 이로 인해 합법화 14년 만에 다시 ‘법외 노조’의 가시밭길을 걷게 될 위기가 전교조에 드리웠다. 후배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보는 이가 바로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이다.

1989년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1700여명의 교사가 해직당한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사건 당시 그는 전교조 사무처장이었다. 이후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고, 평교사 출신의 서울시 교육감 후보까지 오른 그는 전교조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교육현실에 실망한 교사들, 전교조 결성에 뛰어들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1974년 경북 울진의 제동중학교에 첫 부임했던 시절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유신독재의 서슬퍼런 시절, 학교도 병영과 마찬가지였고 공장에 인력을 대기 위한 훈련소였다.

“경쟁과 획일적인 교육으로 인성교육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학교는 교장, 교감 등 경영자들 맘대로 운영하고 부패도 심했다. 한 반에 60~70명씩에 오전·오후반 2부제니 교사들이 애들 이름도 몰랐다.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돈 주며 자기 애들 부탁하고, 체벌이 난무하고. 소풍 가서 찍은 단체사진, 수학여행 다 비리였다.”

당시 이 전 위원장 역시 학생들을 체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 현실에 실망한 그는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교육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엔 둘만 모이면 불법이고 조직사건 나니까 YMCA나 흥사단 같은 단체의 우산 아래 들어가 교사들이 모였다”고 회고했다.

교육운동 1세대들은 1987년 민주화 물결을 타고 전국교사협의회를 만들었고, 1989년 5월 28일 전교조를 결성했다. 예상한 바지만 정부의 전교조 탈퇴 압박과 언론의 ‘의식화 교사’라는 공세는 혹독했다.

“오죽했겠나. 지방에서 부모님이 올라와 울고불고, 교장 찾아가 잘못했다고 빌고. 친척은 물론 교장과 교감이 나 좀 살려달라고 하고. 그런 일이 부지기수였다.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 막노동꾼으로 전락하려고 하냐.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도 있었고, 학생들 의식화하는 빨갱이가 아니냐고도 했다. 전교조 초기에는 좋았는데 요즘 왜 그러냐고? 전교조 인정받은 적 없다. 그땐 더 미워했지.”

부모가 식칼을 꺼내놓고 같이 죽자고 하거나 투병 중이면서 치료를 거부하며 탈퇴하라고 한 일이 곳곳에서 터지던 시절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24년 기억하며 “보수진영에게 전교조는 25년 동안 종북이고 좌파였다”고 일갈했다. 평온하던 그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 유달리 높아졌다.

1989년 해직사태 5년 뒤 1차 복직이 이뤄지고, 1999년 합법화하면서 최종 복직이 이뤄졌다. 합법화 이후 전교조의 위상은 높아졌고, 교육현장은 더욱 빠르게 달라졌다. 촌지와 부정부패가 상당히 줄었고, 체벌도 사라졌다. 그가 위원장이던 시절 김대중 정부와 교섭해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해 시행되기도 했다.

보수정치권과 언론, 정치적 이해관계로 교육의 중립성 흔들어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김철수 기자

 
이 전 위원장은 전교조의 과제도 짚었다. 우선 밖에서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을 스스로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자기희생적 요소’라고 표현했다.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교원평가 문제의 대응이나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네이스(NEIS) 반대 투쟁 등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교육 문제의 제일 큰 책임은 정책을 편 정부에 있는데 이를 전교조에 떠넘기려 한다”면서도 “문제가 있을 때 전교조가 조금 더 유연하게 국민을 인식하면서 정부와 잘 교섭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교육의 중립성을 흔들고 위협하는 것은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라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보수진영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통령은 전교조가 아이들을 의식화한다고 선거 때마다 전교조를 이용했다. 저도 작년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선 토론에서 이름까지 거론하며 공격하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교육을 정치적 이해로 이용하면 안 된다. 전교조를 공격해서 보수 표 결집하고, 그런 게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 박근혜 대통령 사립학교법 개정했을 때 텐트치고 촛불 들고 난리였는데 다 같은 것이다.”

공안정국 의도 파악하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이 전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갑작스럽게 전교조에 규약 개정을 요구한 것을 현재의 공안정국 속에서 파악했다. 단순히 노동 문제나 규약개정하면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 저쪽은 정보를 독점하고 이쪽을 교묘하게 분리시킨다. 우리가 별것도 아닌데 당했다. 전교조도 서로 분리시키려 한다. 이제 조용히 애들이나 가르치지 이런 식으로. 학교 실정을 잘 몰라서 그렇지 물신주의, 경쟁, 효율화 이런 것이 학교가 제일 심각하다. 그걸 막으려는 게 참교육이고 그동안 그나마도 ‘이건 아니다’라고 말한 게 전교조 교사들이었다. 이제 그걸 완전히 뿌리를 뽑으면 학교가 어떻게 되겠냐. 정말 암담하다.”

고용노동부의 통보 이후 전교조 내부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해직 교사를 배제한다는 것은 전교조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법외화 역시 자칫 조직을 약화·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넘어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여전히 희망과 전화위복을 말했다.

“어느 때라고 우리가 고통과 어려움이 없을 때가 없었다. (전교조 문제를)무슨 정치적 이슈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 전체가 약화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 미래를 올바로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운동의 근본이다. 오히려 좋은 기회다. 다시 한번 뭉치고 연대하고 싸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를 찾는 전교조 후배들에게 이런 말도 전했다.

“후배들이, 또 지도부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세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건 아니다. 1989년 당시에도 그랬다. 문익환 목사 방북으로 공안정국이 시퍼런데 어떻게 하냐. 그런데도 우리가 나선 것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옳은 것을 가르치고 또 가르침을 내가 실천하려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 길 밖에는 없다.”

그는 “내가 위원장 할 때 정부와 중앙교섭도 하고 조합원도 가장 많아 10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6만명 정도로 40%가 줄었다”면서 “전교조라고 돌아오는 이익이 있나, 신나는 일이 있나? 욕이나 먹지. 그래도 매달 상당액의 조합비를 내면서 조합원으로 6만명 이상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여기에 길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전교조 건설부터 지금까지 교육운동의 최전선을 지킨 활동가로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김철수 기자

 


우선 전교조 결성 당시 양김(兩金)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달랐다고 한다.

“당시 야당에 김대중, 김영삼 두 분 계셨는데 전교조 이야기를 하면 정말 알만한 분들인데도 ‘우리나라에서 남북이 분단된 상황이어서 교사가 노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당신들 하는 일 옳지만 우리 현실은 안 된다는 거죠. 정확한 판단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옳은데 왜 안 되냐고 했고, 그냥 싸움을 했어요.”

“전교조 결성 준비하던 88년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국회의원 사무실로 찾아갔어요. 설명을 하니까 ‘교사가 노동자인 건 맞고 노조 결성도 옳다. 현행법이 그걸 못하게 하면 법이 잘못된 거다. 잘못된 법을 고치기 위해 과감하게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 대량 희생을 각오해야 할 거다’ 그러면서 내 기억에 열 사람 정도 구속되고, 100명 정도 해직될 거라고 말했어요. 그게 대량해고였던 거죠. 노 전 대통령, 그 뒤로 많이 도와줬어요.”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진영은 촛불시위의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하고 공격해왔다. 과연 그럴까?

“옛날 생각이에요. 선동하는 지도부가 있고 뒤에 배후가 있고 이런 잘못된 생각으로 촛불 배후가 누구지? 자기들 볼 때 전교조밖에 없는 거죠. 물론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친 것은 잘하는 겁니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게 하죠. 그러나 전교조가 학생들을 선동을 했을 거라고 보는 것은 정말 잘못 짚은 것이다. 요새 애들이 누구야? 촛불 나가려고 하다가도 선생님이 나가라면 안 나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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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스스로 무덤 판 주민들에게 국가란?

[포토스케치] 송전탑 공사 재개, 고립된 밀양의 힘겨운 싸움

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0-07 오전 9:22:42

 

 

밀양 송전탑 공사가 2일부터 재개됐다. 막아서는 주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강경했다. 목에 쇠사슬을 묶고 길을 막는가 하면, 찬 새벽에 산 속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경운기와 트랙터로 공사장 입구를 막은 채 움막 안에 무덤을 파 놓고 버티기도 했다. 곳곳에 자살을 암시하는 밧줄이 내려와 있었다. 상동면의 경우 감 수확철이었지만 한 해 농사를 포기하고서라도 공사를 막아내겠다는 노인들이 산 깊은 공사장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수시로 일어나는 마찰에 고령의 주민들이 실신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이토록 처절한 반대는 이들의 존재의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우리가 늙고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다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는 말이 이들의 처절한 싸움을 설명했다. 다수를 위해 희생을 감당하라는 국가의 시대착오적 논리 앞에서, 그 논리와 절차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않으면 보상금 몇 푼 더 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돼 버릴 상황에서 이들의 싸움은 더 절박했다.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국민인지 다수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을 국민인지를 확인하려는 몸부림이었다.
 

▲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주민들이 몸에 쇠사슬을 감고 길을 막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밀양은 고립돼 있었다. 올 겨울 전력난을 우려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오랜 싸움에 여론도 식을대로 식은 상태. 한전과 밀양시청은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나이 든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었다. 후보시절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고 떠난 '거짓말 대통령'에 대한 체념 혹은 노골적인 배신감이 증명하듯 밀양 주민의 삶은 국가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 밀양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전쟁 상태에 있다. 국가의 지배 논리, 원전의 논리가 주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국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전쟁에 임한 밀양 주민들의 절박하고 결연한 얼굴들을 사진에 담았다.
 

▲ 126번 공사 현장. 주민들은 산꼭대기에서 노숙하며 공사 재개를 반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89번 현장. 2일 오전 주민의 반대를 봉쇄하고 공사가 강행됐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4공구 현장. 헬리콥터가 공사현장에 자재를 나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밧줄로 목을 맨 문정선 밀양시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4공구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탈핵 희망버스' 참가자가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126번 공사 현장에서 한 노인이 힘겹게 경찰과 맞서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127번 공사 현장. 주민들이 움막을 치고 현장을 지킨다. ⓒ프레시안(최형락)


 

▲ 127번 현장의 움막.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파 놓은 이 구덩이를 주민들은 '무덤'이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겠다는 뜻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109번 현장. 상동면 고정리의 고답마을, 고정마을, 모정마을과 도곡리의 도곡마을 등 4개 마을 주민들이 공사 반대를 위해 올라와 있다. 이 곳에서 밤을 새우지만 천막이나 이불 등의 반입을 경찰이 막고 있다. 상동면은 상동반시로 유명한 감 산지다. 지금 한창 수확철이지만 공사 재개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주민들은 한전이 이 점을 노렸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109번 현장은 걸어서 한시간 가량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언론 노출이 거의 되지 않은 곳이다. 한 주민이 두개의 지팡이를 짚고 공사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127번 현장의 움막. 태극기가 걸려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언론 상황은 좋지 못하다. 올 겨울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갈등이 조속히 봉합되고 송전탑 건설이 시급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방송사의 입장이다. 이러한 고립 상태에서 밀양 주민의 싸움은 힘겹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미지프레시안>에서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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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은 이미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됐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10/07 10:10
  • 수정일
    2013/10/07 10: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지원'은 이미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됐었다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삭제 흔적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NLL 대화록 실종 중간 수사 발표에 '삭제'와 '이관되지 않음'이라는 용어가 나오자,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라며 문재인 의원의 정계 은퇴까지 요구하며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TV와 언론 보도를 보는 국민들은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대화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며,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믿음 속에 굉장한 모순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NLL 대화록을 둘러싼 모순점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지원 기록물은 이미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됐었다'

NLL 대화록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국가기록원과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 사본을 봉하마을로 옮긴 것에 대해 '불법 무단 유출'이라며 고발하여 수사를 진행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록물을 봉하 사저로 가져갔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언론 대부분은 '유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노무현 대통령을 범법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유출이라는 말은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몰래 빼돌린 것으로 사람들은 인식합니다. 그런데 당시 봉하마을에 있던 시스템을 국가기록원이 조사했을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기록원의 이지원 운용 현장 확인)
- 11:40분경 협의가 끝난 직후 국가기록원의 실무관계자 2인이 김경수 비서관의 안내에 따라 사저내 이지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서버실을 방문하였다.
- 서버실은 사저내 통제구역으로 정해놓았고, 출입문에는 이중 잠금장치를 했으며, 윈도우를 구동하고 이지원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음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 또한 사저에 설치된 이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가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이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와 제조회사가 다르며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 기종임을 설명하였고, 기록원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 또한 우리는 사저의 이지원 시스템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독립망으로 되어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시켜 주었고, 서버실과 대통령님 거실에 있는 단 두 대의 단말기만 접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단말기는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고, 국가기록원측은 이를 확인하였다.

국가기록원 조사관들은 봉하사저 안에 이지원 시스템이 설치된 서버실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국가기록원은 서버실이 통제구역이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다는 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말은 청와대의 이지원 서버를 복사해서 가져왔고, 대통령 이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했으며, 외부와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청와대에 있던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봉하마을에서도 똑같은 자료를 볼 수만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검찰은 봉하마을의 자료와 대통령 기록관 자료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컴퓨터 관련 전문 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첨단범죄수사부 (구본진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했습니다.(현재 수사 중인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광수 부장검사)

약 3개월간 컴퓨터 전문 범죄 수사팀이 수사한 결과 반납한 사본과 보관 중인 대통령 기록물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봉하 이지원 시스템을 검찰 입회 하에 대통령기록관에 봉인까지 했습니다.

2008년에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을 조사하면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자료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난리가 났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 있던 자료와 국가 기록관에 있던 자료는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봉하 이지원의 자료와 국가기록원에 넘긴 자료는 같으며 이는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 국가기록원 시스템 팜스 변환은 참여정부가 아닌 MB정권 시절'

2013년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은 대통령기록관 특수 서고에 있던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 해제 및 시스템 접속 기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살펴보려면 참여정부 시절의 대통령 기록물이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참여정부에서 생산된 대통령 기록물의 문서는 기록관 서고로 직접 옮겨지는 데 반해, 전자기록물은 <청와대 이지원>을 기초로 기록물관리시스템을 거쳐 이관용 외장 하드에 기록을 옮깁니다. 참여정부는 이관용 외장하드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했습니다.

참여정부로부터 받은 이관용 외장하드를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 팜스(PAMS)로 변환 기록하는 과정은 참여정부가 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즉, MB정권 시절에 참여정부 외장하드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으로 기록된 것입니다.

(MB정권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록원장도 교체했다)

 

 

 


현재 검찰 발표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3가지입니다. 청와대 이지원, 봉하 이지원, 국정원본입니다. (검찰도 이 세가지가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그에 따른 해석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아, 새누리당은 이미 7월에 앞으로 NLL 논란을 다시 제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봉하 이지원의 자료는 당시 청와대 이지원의 복사본입니다. 원본이 없는데 복사가 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검찰은 청와대 이지원에서 삭제됐던 자료를 복구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참여정부가 청와대 이지원에 있던 대화록을 삭제했다면 분명 2008년에 청와대 이지원과 봉하 이지원 (2013년에도 존재한다고 발표했으니)의 차이를 검찰은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검찰 첨단수사팀은 대통령 기록관에서 거의 3개월을 비교 조사했다. 이것은 빠른 시일 내에 중간수사 결과만 발표한 현재 검찰보다 당시 검찰이 더 자세히 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2008년 청와대 이지원과 봉하 이지원의 자료가 동일하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첨단수사팀을 다시 불러, 그때 수사했던 자료를 들춰내고 관계자를 소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지금 참여정부 인사만 소환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모순이 여기서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 국가기록물,공공기록물, 도대체 무엇이냐?'

대부분 언론에서는 '대화록 삭제','대화록 폐기','사초 폐기'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함부로 삭제한 것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난리를 칩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면서 참여정부 인사를 대통령기록물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대해서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로 규정하고,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그러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화록을 아예 일반문서로 재분류해서 공개했습니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했던 내용을 녹음해서 그것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면 생산주체는 당연히 대통령이 되는 대통령기록물인데, 대화록 공개의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대통령 기록물을 일반 문서로 만든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녹음 파일을 국정원에 정리하라고 한 것은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국정원 기술로 정확히 대화록을 만들라는 의도였다.)
 

 

 


MB는 자신이 대화록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경향신문에서 어떻게 봤느냐고 질문을 하자, 대통령기록물로 열람한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것은 많지 않느냐"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개나 소나 다 볼 수 있는 문서 쪼가리가 이제는 대통령기록물로 둔갑해버린 것입니다. 검찰은 먼저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의 잣대에 대해 반드시 그들 스스로 법리 해석을 제대로 다시 해야 합니다.

2008년 봉하마을이 반납한 이지원 사본에 대화록이 있으며,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됐다면 참여정부에서 삭제됐다는 말은 모순입니다. 봉하 이지원 자료이지만 분명히 대통령 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은 불법 유출 운운하며 관계자를 소환 조사 수사했으나 이지원의 자료를 모두 반납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2008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반납하지 않고, 추가로 유출한 자료나 더 복제돼 나간 자료는 없다고 발표했다.또한 지금 참여정부 소환 대상자들은 이미 2008년에도 소환됐었다.>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했다고 수사했다가 다시 돌려줘서 이미 수사가 끝난 상황인데, 대통령 기록물을 삭제했고 이관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은 법적으로도 짜맞추기, 정치 공작에 불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 열람 시스템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고생하다 겨우 10억 6천만원을 마련해서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퇴임 후에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은 예산 때문에 만들지 못해 '기록물 유출'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도 직면했었습니다.

이명박은 퇴임 후 사저에서 편안하게 온라인 열람을 하기 위해 무려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온라인 열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08년 7월 13일 오전 11시 45분 봉하 사저를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의심나는 기록이 있으면 확인하고 가고, 확인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협조하겠다. 확인하고 이 문제는 깨끗이 정리해주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참 나쁜 사람 같습니다. 왜 이리 일찍 세상을 떠나, 무덤에서도 분노할 만큼의 오해와 멸시를 지금까지 받고 있으며, 조금이나마 진실을 아는 국민을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떠난 지 4년이 넘었지만, 그때 그를 괴롭혔던 새누리당과 언론들은 그를 무덤에서 끌어내다 못해, 그의 친구 문재인 의원을 향해 돌팔매질하고 있습니다.

이 땅을 떠나지 말고, 국민 곁에서 함께 진실을 향해 싸웠다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쩌면 그는 힘들었을지라도 그의 진실을 믿는 국민에게는 위로와 빛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세상을 떠나 그가 원망스러우면서, 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글을 써도 이미 새누리당과 언론은 그의 무덤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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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동 박사의 삶과 통일의 절박성

오인동 박사, 통일만이 유일한 출로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0/07 [03:41] 최종편집: ⓒ 자주민보
 
 


5일 토요일 1시 용산 철도회관에서 10.4선언발표 6주년 기념 통일경연대회에 찬조 출연하여 통일강연과 새로 낸 책 ‘밖에서 그려본 통일의 꿈’ 북콘서트를 진행한 오인동 박사의 강연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많아 그 핵심 내용과 행사 후 만나 나눈 대담을 종합하여 보았다.
▲ 강연에서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통일의 절박성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오인동 박사 © 자주민보
 
▲ 10.4선언 6주년 기념 통일경연대회 사전 행사로 진행된 북 콘서트에서 아주 쉬운 말로 생동한 예를 들어가며 통일의 절박성을 강조한 오인동 박사 , 황선 사회자의 재치있는 사회가 곁들여져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 자주민보
▲ 오인동 박사와 황선 사회자 © 자주민보
 
▲ 주최측에서 오인동 박사에게 상과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더 열심히 통일의 전령사 역할을 다하라는 당부로 알고 상을 받겠다며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는 오인동 박사 © 자주민보


✦ 최근 평양의 동정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북의 김정은 최고지도자가 경제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인지 평양만이 아니라 온 나라 전체가 건설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전기 사정도 좋아져서 과거엔 수술하다가 전압이 일정치 못해 불이 꺼져 손전등을 켜고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 평양은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그간 허리띠 졸라매며 어렵게 살아온 북녘이기에 오죽이나 이날을 그려왔을까 생각하니 보란 듯이 건물 외벽에도 엘이디 전등으로 형형색색 불을 밝히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는 되더라.


택시가 갑자기 하도 많이 늘었기에 북 안내인에게 물었더니, ‘물론 요즘 더 많이 늘긴 했지만 예전에도 택시가 있었습니다. 다만 표시를 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라고 답하더라. 그래 택시는 누가 타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인민들이 타지 누가 탑니까!’라고 해서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역시 나도 여전히 북에 대한 편견을 다는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는 북에 있는 평화자동차 공장에서도 생산한 것도 있고 중국에서 수입한 것도 있다고 했다.

주목할 현상 중 하나가 전에 갔을 땐 고려호텔에 중국인들이 대다수였는데 이번엔 유럽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의료시설 등 세계 수준에 비춰보면 한참 뒤떨어진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금방 세계적 생활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북이 어려운 시기에도 무상의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의료장비나 시설, 선진의료기술만 안착시키면 되리라 본다.


북의 간부들도 대폭 세대교체를 이룬 상태다. 해외동포를 맞이하는 간부들도 모두 젊은 사람들로 교체되었더라.

근본 원칙이야 변할 가능성이 없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어 북의 움직임도 과거와 다른 과감하고 현식적인 면을 많이 보여줄 것 같다.

나도 그들에게 제발 남녘과 아웅다웅하기보다는 대폭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과거와 달리 과감한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주기를 당부하였다.


 
▲ 쉬는 시간에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과 담화를 나누고 있는 오인동 박사 © 자주민보

✦ 왜 통일인가!
 
▲ 오인동 박사 틈틈이 대화를 나누는 기자 ©자주민보
한 민족이 갈라져 싸우지 말고 하나로 합쳐 단란하게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민족사의 절대적 요구이다. 특히 외세에 의해 부당하게 분단된 것이기에 더욱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이에 대한 것은 너무 당연한 내용이고 당장 초미의 과제인 경제적 측면에서만 살펴봐도 통일만이 살길임은 분명하다.

약 1경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남측 정부 기관에서도 발표한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이용할 경우 남측 기업들에 막대한 이익이 생긴다. 한국 수출 1위 품목인 선박과 자동차 모두 쇠로 만드는데 북엔 철광석이 많다. 지금은 호주에서 주로 수입해오는데 북에서 가져다 쓰면 운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유라시아철도와 한반도 횡단철도가 연결되었을 때 통관비만으로 가만히 앉아서 20억 달러의 이득을 얻게 된다.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이 모든 수치는 정부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연구해서 발표한 것들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데 세계적 명승지인 금강산과 평창을 연계해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남과 북 모두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북도 지금 금강산 인근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런 북의 관광자원은 중국 등 해외에서도 투자하려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경우 수조원의 북의 부채까지 탕감해주며 북의 나진항을 임대하려 애쓰고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 동북3성도 태평양으로 나가기에 가장 좋은 북의 나진, 청진항 등을 이용하기 위해 선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북과 교류를 날로 확대해가고 있는데 남측은 북과 관계를 개선하지 못해 투자 기회를 다 날리고만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정답은 연합방 통일방안

이번에 새로 낸 책에서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연방제와 연합제의 공통성에 기초한 통일방식을 내가 ‘연합방’ 통일방안이라 이름 붙여 보았다.

이 방식으로 통일하면 남과 북의 제도와 체제는 그대로 존중되기 때문에 아무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대신 필요한 부문부터 인적 물적 교류를 활성화시켜가게 되면 상생효과로 남과 북 모두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통일이 되면 가난한 북 주민들이 잘 사는 남쪽으로 대거 내려와 남측의 일자리가 줄어들까 걱정한다고 하는데 전혀 가당치 않은 걱정이다.

독일식처럼 어느 일방이 체제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면 그런 혼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호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일을 이루면 혼란이 전혀 없게 된다.

물론 독일도 그렇게 혼란을 겪어 통일을 이루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유럽 최대 부국이 되었다. 그런데 혼란 없이 연합방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면 얼마나 큰 효과를 보겠는가.


북에서는 지금 전국 온 천지에 건설 붐이 일고 있다. 내려오려야 내려올 사람도 없다.

오히려 지금 남과 북이 통일이 되면 텔레비전, 냉장고, 자동차 등 남한 제품이 대부분 북으로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에 남측 경제가 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당장 북에 택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북의 평화자동차회사에서 자체 생산한 것도 있지만 중국 수입 자동차가 적지 않다. 왜 남한 자동차가 북에 수출되면 안 되는가!


남한의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는데 북의 철도, 도로 건설 사업, 관광 인프라 사업에 놀고 있는 중장비 몰고 가서 함께 하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가!


남한은 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외자도 많이 들어와 있다. 세계경제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길은 오직 남북경협뿐이다. 혼란 없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해서는 6.15공동선언에서도 밝히고 있는 연합방 방식의 통일로 가야한다고 본다. 너무 명백한 사실이다.


✦ 핵문제에 일희일비 말고 국익을 우선시해야

부국이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나. 특수한 환경 때문에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핵보유국이 되었지만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세계가 불안해지는 일은 없었다.


북은 미국의 일부 관료들도 인정하는 핵보유국이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미국도 내심으로는 북이 핵보유국이 되어 불량국가 딱지를 붙일 수 있어 꼭 나쁘게만 보지 않는 것 같더라 그 덕에 주변국에 무기도 팔아먹고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보면 짐작 가는 게 있지 않는가.


하기에 당장 북핵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남북대화는 없다는 식으로 나선다면 언제가도 북과 대화는 불가능하다. 6자회담 등 그간 해왔던 것을 이어 북핵문제는 북핵문제대로 풀어가면서도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 우리 민족의 운명을 남과 북이 스스로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명백한 사실은 그 누구도 우리민족의 운명을 우리 민족 입장에서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도 모두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대한다. 그런데 남측은 자국의 이익이 아니라 너무나 미국의 이익에 과잉충성하고 있다. 이렇게 자국의 이익은 내팽개치고 미국을 위하는 정책을 취하는 나라는 온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패권국이고 세계를 돌아다니면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있다면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미국의 이익에 있어서는 모두 한 목소리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미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미국 대통령이건 누구건 잘못하는 고위인사들에게도 쓴소리를 뱉을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측 정부도 국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자유를 보장하여 무엇이 국익을 지키는 길인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바른 정책을 잡고 이제는 미국에 무조건 애걸하는 데서 벗어나 민족의 이익,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본다.


✦ 통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전쟁 때 4살이었는데 피난을 내려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의학공부를 하고 20여년 간 미국에서 인공관절 수술법을 혁신하는데 모든 것을 다 바쳤다.

내가 디자인한 인공관절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등 성과도 얻고 이름도 얻었던 그 덕에 세계 각지를 다니며 발표도 많이 하였다.

동독도 가고 세계를 다 가보았지만 어느 행사에서도 북녘 의사들은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90년에 한 의사협회에 방북을 권유해와 가게 되었는데 첫 방문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알고 있는 북에 대한 생각이 많이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현대사 공부를 다시 하였다. 이후 분단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고 올바른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하게 되었다.

틈틈이 북에 인공관절의술을 전하기 위해 자주 방북하게 되었고 올해 북에서 준 명예의학박사증도 수여받았다.


의료지원 문제로 북을 자주 방문하게 되니 자연히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남과 북 모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한시적 특권을 가진 해외동포로서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려고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등 책도 쓰고 남북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조언도 하는 등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

그런 나의 마음을 남녘 동포들도 알아주어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이 2쇄가 다 나가고 3쇄를 찍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밖에서 그려본 통일의 꿈’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의사로서의 명예와 보람도 얻었지만 그보다 통일을 위해 살아온 삶이 더욱 뿌듯하고 더 큰 보람이었다.


6.15공동선언이 나오고 10.4선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는 이제는 되었다며 마음 푹 놓고 있었는데 다시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가니 가슴이 아파 이렇게 다시 통일전령사를 자처하며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일은 누가 그저 가져다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먼저 깨인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깨우치고 손잡고 나가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모두 통일을 위해 성심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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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적 내쫓고, 딱정벌레 지극 모정

지키고 적 내쫓고, 딱정벌레 지극 모정

 
조홍섭 2013. 10. 04
조회수 3679추천수 0
 

중미 열대림 잎벌레, 새끼에 접근하면 뛰어나와 발 구르고 잎 흔들어 위협

아 사회성 행동 새 사례…식물 독 나올쎄라 잎맥 씹고, 양떼처럼 몰고 다니기도

 

» 딱정벌레의 끔찍한 자식 사랑. 잎벌레의 한 종이 유충을 돌보고 있다. 사진=도널드 윈저

 

곤충은 대개 알을 많이 낳지만 알에서 깬 유충을 돌보지도 않는다. 뱃속에서 적은 수의 태아를 길러 낳은 뒤 정성껏 기르는 포유류와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지만 모든 곤충이 그런 건 아니다. 사회성 곤충인 개미나 벌은 육아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이뤄진다. 사회성 곤충처럼 명확한 사회구조를 이루지는 않지만 부모가 알을 낳은 뒤에도 새끼를 돌보는 곤충이 적지않다. 이를 ‘아 사회성 행동’(subsocial behavior)이라고 하는데, 알이나 유충을 적으로부터 지키고 둥지를 만드는가 하면 먹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퀴로, 알주머니를 꽁무니에 매달고 다니고, 알이 깬 뒤에는 페로몬으로 냄새 길을 만들어 새끼가 멀리 가지 않도록 한다. 어떤 바퀴는 날개 밑에 유충을 달고 다니고, 오대산에서 발견된 고산 바퀴는 새끼에게 ‘젖’을 먹여 기르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노린재목의 곤충도 새끼 돌보기로 유명하다. 물장군이나 물자라 등은 알을 지키거나 등에 지고 다닌다.

 

» 중앙 아메리카 잎벌레 암컷이 애벌레를 돌보고 있다. 사진=페르난도 프리에이로-코스타  

 

아 사회성 행동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딱정벌레이다. 최근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의 침침한 열대림 속에 사는 화려한 빛깔의 딱정벌레인 잎벌레 가운데 이런 자식 돌보기 행동이 밝혀져, 사회적 행동이 처음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규명할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파나마의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등 국제 연구진이 아메리카 잎벌레 무리의 3개 속 8개 종에서 이런 행동을 관찰한 결과가 온라인 공개학술지 <주키스>에 최근 실렸다.
 

파나마 열대림에 사는 ‘도리포라 파이쿨리’란 잎벌레는 매우 강력한 보호 행동을 나타냈다. 이 잎벌레 암컷은 알을 낳은 지 이틀 뒤 벌써 보호에 나섰는데, 알 무더기 위에 걸터앉아 지켰다.
 

» 가장 강력한 보호 행동을 보이는 잎벌레 도리포라 파이쿨리 암컷이 알과 일령 애벌레를 지키고 있다. 사진=수잔느 랑코프스키

 

연구자가 가는 막대를 들이대자 잎 가장자리까지 쫓아 나와 잎을 마구 흔들고 발을 구르는 등 격렬한 반응을 했다. 이런 행동은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2분 이상 계속됐다. 한 번은 개미가 알 자리에 왔다가 잎을 흔들어대자 혼비백산 달아나기도 했다.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자 다리 밑에 두고 보호했는데, 잎을 벗어나 멀리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그러나 새끼가 커가면서 보호 강도가 낮아졌고 자신도 먹이를 먹었다.
 

하지만 새끼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뒤에도 눈에 띄는 새끼를 돌보았고 양떼처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산란 12일 뒤에 남들은 다 번데기가 되기 위해 땅에 내려갔는데도 나무에 남아있던 늦둥이 유충을 돌보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 도리포라 파이쿨리 잎벌레 암컷이 새끼들을 새로운 잎으로 몰아 가고 있다. 사진=S. 반 바엘

 

다른 종들은 이보다는 강도가 약했지만 다양한 보호행동을 했다. 한 잎벌레는 어미가 알을 낳기 전에 새끼들이 먹을 잎의 맥을 씹는 행동을 했다. 이는 새끼의 먹이가 될 식물의 화학적 방어를 무력화시키려는 동작으로 추정됐다.
 

잎벌레는 모두 15개 아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아 사회성 행동을 보인 것은 2개 아과에 국한됐다. 연구진은 이들 잎벌레 새끼들이 동작이 느리고 미성숙한 상태로 천적이나 기생자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이런 돌봄 행동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보호 행동이 새끼의 생존율을 얼마나 높이는지 등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또 보호 행동을 하는 잎벌레가 먹는 식물은 협죽도과와 가지과 식물로 한정돼 있었는데, 이 식물을 선택하는 것과 보호 행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남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 책임자인 도널드 윈저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연구원은 이 연구소가 낸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이 두 분류군의 자연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포식자와 기생자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어미는 어떤 방식으로 새끼의 생존율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indsor DM, Dury GJ, Frieiro-Costa FA, Lanckowsky S, Pasteels JM (2013) Subsocial Neotropical Doryphorini (Chrysomelidae, Chrysomelinae): new observations on behavior, host plants and systematics. In: Jolivet P, Santiago-Blay J, Schmitt M (Eds) Research on Chrysomelidae 4. ZooKeys 332: 71~93. doi: 10.3897/zookeys.332.519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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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이 부른 종편 참극

신정아 해프닝, '벗고' 씹고' 막장 뺨치는 선정성 경쟁

[종편 생존 전략 ④] 시청률 경쟁이 부른 종편 참극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0-06 오후 1:29:43

 

 

2년 전,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탄생을 앞두고, 많은 언론학자가 미래를 예언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 시장에서 드라마와 연예·오락 등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 경쟁, 상업주의 경쟁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기업과 신문이 신규로 방송 진입하면 일부 채널의 광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광고는 댐과 같다. 물이 위에서 다 차야 아래로 흐른다. 콘텐츠 내용이 경쟁에 의해 선정성과 폭력성이 증대되는 건 뻔히 예상된다." (정상윤 방송균형발전연대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 경남대학교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


종편의 선정성 경쟁은 '예고된 참사'다. 출범 이후 1년간 종편은 수치를 맛봤다. 평균 시청률이 고작 0.4%~0.6%대에 머물렀다. 시청률에 목마른 종편은 갖가지 원색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누군가를 '쾌도'로 '난마'하고, '저격'했다. 이따금 출연자를 벗겼다.

덕분에 시청률은 올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종편 4곳의 지난 8월 평균 시청률은 각각 MBN 1.284%, TV조선 1.242%, 채널A 1.081%, JTBC 1.002%를 기록했다. 또, 7월 전체 종편의 시청시간은 1시간 31분, 시청률은 4.780%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종편은 부쩍 늘어난 시청률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 언론계와 시청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막장 방송의 일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3일 언론노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종편 4사 심의 내용 및 결과 집계' 자료를 보면, 종편 4사는 지난 2011년 12월 1일 출범 이후 2013년 7월 31일까지 허위 사실 공표, 품위를 떨어뜨리는 표현 사용 등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총 150건의 제재를 받았다. TV조선은 개국 이후 현재까지 40건('주의' 이상 법정 제재 18건)의 제재를 받았으며, 채널A 39건(법정 제재 23건), JTBC 38건(법정 제재 26건), MBN 33건(법정 제재 17건) 등이다.

지상파 방송과 비교해보면 더욱 심각성이 드러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간한 <선거 방송 심의 백서>를 보면, 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종편 4사의 방송 심의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 건수는 27건, 지상파는 5건을 기록했다.

채널A <쾌도난마>, 연예인 가정사 폭로에 정치인 외모 품평까지

종편 대부분이 제작비가 적은 데 비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면서, 시사 프로의 막장화가 제일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집단 토크쇼'를 표방한 온갖 시사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방통심의위원회의 관심 1순위는 단연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쾌도난마)>로 꼽힌다. 지금까지 방통위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는 총 17회에 달한다.
 

ⓒ채널A


지난 3월과 5월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에 대해 "각선미가 아주 예쁘다"고 표현하는 등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품평하는가 하면, 역사 다큐 <백년전쟁>을 '꽃뱀'에 비유했다. 이에 따라 채널A는 방통심의위로부터 각각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및 프로그램 중지'와 행정 지도 '권고' 조치를 통보받았다. <쾌도난마>는 또, 가수 장윤정의 가족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개인의 불미스런 가정사를 긴 시간 동안 흥미 위주로 전달해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제재 이후에도 <쾌도난마> 출연진의 입담은 거침이 없었다. 박종진 앵커는 지난 8월 29일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내란 음모 혐의로 압수 수색이 예정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조롱하는 말투로 "왜 이러십니까, 무슨 그리 좋은 일이 있다고 잇몸이 보이도록 환히 웃어 보이십니까"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을 포함한 통합진보당원들을 겨냥 "당신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출연한 김성만 해군작전사령관은 "복지 예산을 줄이면 안 되니까 다른 방향으로 북한이 빨리 무너지도록 군사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위험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앵커는 "군사 인사를 잘하면 북한을 금방, 몇 년 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냐"며 김 사령관의 말을 곱씹었다.

같은 날 출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채동욱 전 검찰청장과 내연 관계인 것으로 지목된 여성에 대해 술집 운영한 경력을 언급하며 "임 마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조평통 성명, 종북 좌파들 지금 기분 좋을 것"

채널A에서는 <쾌도난마>가 '막장 방송'의 선봉대에 나섰다면, TV조선에선 <돌아온 저격수다(저격수다)>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변 대표의 활약은 <쾌도난마>에 이어 <저격수다>에서도 이어진다. 변 대표는 지난 8월 8일 방송에서 "방심위에서 이번에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참 가관이었는데, 노골적으로 안철수 거짓말을 비호하다 보니까 헛소리들 정말 많이 했다", "아무리 여야 추천이라도 너무 그렇게 민주당의 충견 노릇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지난 25일 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 3인은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저격수다>는 최근엔 모 회사인 조선일보사를 도와 채 전 총장 혼외자 여부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11일부터 나간 16번의 방송 중 채 총장 관련 내용만 15번을 다뤘다. 딱 한 번 빠진 셈이다. 출연진은 혼외자 의혹을 기정사실화 했고, 진성호 전 의원은 혼외자와 내연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 여인은 어딨나. 수배령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또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통보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언급하면서, '이석기 의원이 북측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황당 발언을 남겼다. 진 의원은 "조평통 성명을 보면, 국정원 해체를 위해 이석기 동무 참 잘하고 있다. 진보민주인사들 열심히 하라는 보고다. 말하는 순간 종북 좌파들 지금 기분 좋을 것"이라며 "이석기 의원이 감옥 속에서 드디어 북에서 나 인정하는구나(생각할 거다.)"라고 말했다.

최근 보도국 개편으로 '공정 방송' 찬사를 받고 있는 JTBC도 선정성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종편사 가운데 제재를 가장 적게 받았지만, 막장 방송 후폭풍은 거셌다. 지난 2012년 6월 <사사건건>에 출연한 황상민 교수는 김연아 선수에 대해 "쇼"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고, 결국 '방송 출연 제한' 조치를 받았다.

예능 및 드라마 부문에서는 각 사가 돌아가면서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채널A는 <글로벌 한식 토크 쇼킹>에서 나온 "내 성X 얼마나 예쁜데", "나는 애인과 관계할 땐 꼭 'XX'를 쓴다"는 출연진 발언으로 방심위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TV조선은 <속설검증쇼 속사정>에서 "결혼도 안 하고 처녀라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못하겠어요" 등 출연진 발언이 문제가 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JTBC는 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모유 수유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의 신체를 지나치게 클로즈업해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또 현역 정치인들을 대거 투입시켜 주목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 <적과의 동침>에선 의원들이 막대 과자 게임을 하다가 입술을 부딪히는 낯 뜨거운 장면을 내보냈다.

"'신정아 캐스팅', 일단 시청률만 끌고 가보려는 값싼 계획"

종편의 선정성은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기도 전에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종편이 호출해 낸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을 적극 기용, 화제를 생산해내는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용석 전 의원이다. 강 의원은 과거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불구속 기소되며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불과 1년도 안 돼 각종 종편 프로그램 MC 자리를 꿰차며 '종편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다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폄하 발언, 개그맨 고소에 대한 거짓 해명 등 여전히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
 

▲ 신정아 씨. ⓒ프레시안(최형락)


최근 화제가 된 '신정아 캐스팅'은 종편의 노이즈 마케팅이 정점을 찍은 예다. TV조선이 새 시사 토크쇼에 학력 위조와 횡령, 고위 공직자와의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 씨를 진행자로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여론은 들끓었다. 담당 피디는 신 씨 섭외 이유로 "여성으로 큰일을 겪은 만큼 여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네티즌들은 "TV조선 시청 거부" 목소리를 높였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신 씨 캐스팅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졌다.

여론이 험악해지자 결국 TV조선 측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신정아 캐스팅'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떤 '문제적 인물'이라도 끌고 오려는 종편의 씁쓸한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사무총장은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신정아 캐스팅 논란은 마녀 사냥인 측면도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시사 이슈 프로그램 포맷에 적절한 진행자인지를 따졌을 때 그렇지 않다. 단지 대중성과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인물을 내세워서, 일단 시청률만 끌고 가보려는 값싼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 제재도 '씹었다'… 막말 환경 조장하는 종편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종편을 구해내기란 쉽지 않다. 방통위는 선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족족 종편에 '주의', '경고' 등 딱지를 붙였지만, 정작 종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막말 방송을 조장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법 제100조는 설령 제재가 출연자로 인해 이루어진 경우라도 방송 출연자에 대해 경고, 출연 제한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돼 있다.
 
ⓒ최민희의원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종편의 제재 조치 이행 결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종편은 출연자의 자극적인 발언으로 인한 제재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재 빈도가 높은 채널A는 결국 지난달 25일 사후 조치 불이행으로 건당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더욱이 채널A는 방송 승인 당시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막말 방송 3진 아웃제'를 약속한 바 있다. 결국 스스로 내건 약속을 뒤엎은 꼴이다. 하지만 종편은 시청률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널A 서영아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방통심의위 의결 진술 과정에서 "이봉규 시사평론가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오르더라는 경험이 있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좀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쓰게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추 사무총장은 종편의 선정성 전략에 대해 "그게 비판이었든 종편 주 시청자층의 과격한 동의였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편이 방통위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더라도 생존 경쟁을 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자본금마저 까먹을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청률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청률 경쟁의 심화, 그로 인한 극심한 선전성 경쟁이 예고되면서, 철두철미한 재승인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 의원은 "종편의 공적책임을 위한 약속이 거짓으로 밝혀졌다"며 "재승인 심사에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승인 심사 전망조차도 불투명하다. 지난달 5일 방통위는 전체 회의를 열고 2014년도 종편 재승인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심사안 가운데 관심을 모은 '방송의 공적책임·공공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과 '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 계획의 적절성'에 대한 과락 기준이 50%에 그쳤다. 당초 재승인 심사 연구반은 두 부분의 점수가 60% 미만이면 재승인을 거부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이보다 일 보 후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재승인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할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내년 3월 진행되는 심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종편의 선정성 문제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불씨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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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 매관매직, 충남교육감은 범죄자? 피해자?

[2013 전국투어 - 대전충청⑬] 1심 판결로 본 충남교육청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

13.10.06 12:22l최종 업데이트 13.10.06 12:22l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9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지역은 대전충청입니다. [편집자말]

"교육전문직(장학사) 시험 문제유출 대가로 돈을 수수하는 등 사실상 장학사직을 매관매직하여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행위로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다." (1심 재판장)
"죄를 저지른 직원들이 중형을 피하려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는데 재판부가 이에 눈을 감았다."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지난 달 4일 1심 재판부(대전지방법원)는 지난해 치러진 충남도교육청 제24기 교육전문직 공개전형과 2011년 23기 시험에서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성(64) 충남교육감 등 6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교육계 수장인 김 교육감에게는 징역8년에 벌금 2억, 추징금 2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김 교육감은 '덮어씌우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한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음독을 하기도 했다. 1심 재판과정에서도 내내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죄를 저지른 직원들이 중형을 피하려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는데도 재판부가 무죄주장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항소했다.

<오마이뉴스>가 검찰 조사내용과 판결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쟁점을 짚어 봤다.

# 장면 1. 누가 주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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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종성 충남교육감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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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은 김 교육감과 김아무개 장학사(공직감찰 및 교육지원청 감사업무 담당), 조아무개 장학사(장학사 시험 및 인사업무 담당), 노아무개 장학사(공개전형 면접평가 출제위원 및 논술평가 관리위원) 등이다.

지난해 6월 어느 날. 김 교육감은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김 장학사에게 조 장학사와 상의해 "이번 장학사 시험(24기)에서 김아무개 등 4명을 합격시키고 계열별로 합격시킬 사람들을 더 추천해보라"고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선거자금을 만들어 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김 장학사와 조 장학사는 즉시 만나 논의 끝에 논술평가 및 면접평가 문제를 특정 응시자들에게 미리 제공해 합격시키기로 결정했다. 김 장학사가 문제를 만들어 유출했고, 조 장학사는 자신이 선정한 출제위원장 등을 통해 유출된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공모했다.

이들은 노 장학사 등과 함께 미리 합격시킬 교사들을 선정한 다음 문제지를 건네주고 각각 1000만 원~3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모두 16명의 응시자들에게 문제지를 건넸다.

지난 2011년 6월 어느 날. 김 교육감은 이동하는 차안에서 김 장학사에게 "이번 시험(23기)에서 아산 사립학교에 있는 이아무개를 합격시키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추천받아 선거자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같은 해 10월경에는 교육감실에서 김 장학사에게 "박아무개 등 2명도 이번 전문직 시험에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김 장학사는 당시에도 조 장학사와 상의 후 합격시킬 부정 응시자들을 추천받았고, 이들로부터 그 대가로 각각 1000만 원~20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문제지를 건네받은 응시자들은 모두 6명이다. 23기와 24기 시험에서 모두 22명을 부정 합격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장학사는 합격시킬 대상자를 그때그때 김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승락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지시한 사실이 없고 보고 받은 일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결과 김 교육감이 직접 지시해 합격된 사람들은 모두 김 교육감의 선거운동원이거나 친한 지인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면 2. 받은 돈 어디로 흘러갔나

시험문제 유출대가로 응시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는 사건을 푸는 열쇠중 하나다. 검찰은 23기와 24기 시험과정에서 수수한 돈이 약 3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돈은 사건 경비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김 장학사를 거쳐 김 교육감의 측근인 이아무개씨에게 전달됐다. 이씨는 이중 일부는 입금 관리했고 일부는 김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땅을 매입하는 데 지출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결혼한 딸과 아들 축의금 2억 원을 김 장학사를 통해 이씨에게 보관하도록 했다.

김 장학사는 "'돈을 가져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관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고 김 교육감은 '축의금을 맡겨준 이아무개에게 맡겨 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장학사는 이어 "맡길 때마다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장학사는 자신의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땅과 관련해서는 "김 교육감이 퇴직을 하고 나서 막내아들이 직업이 불안전해 건물을 지어서 주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수한 돈 대부분이 결국 김 교육감에게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 교육감은 "결혼한 딸과 아들 축의금을 맡긴 바 있지만 부정응시자들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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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 비리와 연루된 4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는 대전지방법원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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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3. 대포폰 누가 먼저?

검찰은 김 교육감이 공모했다는 핵심 거증자료중 하나로 대포폰 통화내역을 제시했다.

김 장학사는 2010년 교육감 선거직후 김 교육감이 '편하게 통화하고 싶으니 핸드폰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육감이 지시로 타인 명의로 두 개의 대포폰을 만들어 김 교육감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반면 김 교육감은 "김 장학사가 '교육감님과 둘이만 통화했으면 좋겠다'며 먼저 대포폰을 건넸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장학사가 상관인 교육감에게 먼저 대포폰을 건넸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맞지 않는다"며 김 장학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대포폰의 사용 시기도 김 교육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339회에 걸쳐 대포폰으로 김 장학사와 통화했다. 통화기록 확인결과 휴일은 물론 설 연휴에도 통화했다. 특히 24기 교육전문직 공개전형을 앞둔 6월 중순과 말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검찰은 "김 교육감이 차명폰으로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김 장학사와 자주 통화한 것은 비정상적이고 은밀한 대화를 자주한 것을 의미하며 통화내역도 김 장학사 진술과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 장면 4. "징역사는 것뿐이 없지 뭐"

지난 2월 김 장학사는 경찰에 출석해 범행을 자백했다. 김 장학사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김 교육감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직후 김 교육감은 김 장학사를 대전 유성에 있는 한 모텔로 은밀히 불러 경찰조사 내용을 캐물었다. 당시 모텔방에서 김 교육감과 김 장학사가 나눈 대화 내용은 재판부가 김 교육감의 공모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 "앉아. 나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하쟎아"
김 장학사: "있는 사실대로 얘기를 했어요"
김 교육감: "어떻게 얘기했는지 알아야지 내가"
<김 장학사가 경찰 진술 내용을 설명한다(중략)>
김 교육감: "그래서 그랬구나. 그렇게 이야기가 됐으니까 들어오라고 그러지 경찰에서..."
김 장학사: "빼도 박도 못하는 거죠"
김 교육감: "빼도 박도 못하게 나를 ***가 되어 있네"
<중략>
김 장학사: " 예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벌어진 거 교육감님께서 이제 사실대로 인지하시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슨 방법인가..."
김 교육감: "징역사는 것뿐이 없지 뭐"
<(중략) 한동안 침묵>
김 교육감: "그려 내가 원망은 안 할게, 원망은 안 하고, 나도 똑 같지 뭐, 나도 막지 못한 것이 나도 책임이 있고...그 순간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한 거고..."

검찰은 이를 김 교육감이 김 장학사로부터 경찰 진술을 내용을 전해 듣고 낙담하면서 범행 관여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김 교육감이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범행이 저질러졌음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장면 5. 김 교육감은 왜 9000만 원을 김 장학사에게 줬나

김 교육감이 김 장학사에게 건넨 9000만원의 성격도 사건 공모 여부를 다투는 쟁점 중 하나다. 김 교육감은 김 장학사가 응시자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하고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9월 2일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1000만원과 지난 1월 8000만 원 등 9000만원을 김 장학사에게 건넸다. 모두 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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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충남교육감 퇴진을 촉구하며 충남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오던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1일 오전 '부패세력척결과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충남운동본부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 중단 및 각 시군 집회와 서명운동 돌입을 선언했다.
ⓒ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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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학사는 김 교육감이 "일부 문제가 불거진 부정응시자들에게 돈을 되돌려 줄 필요가 있다고 하자 돈을 건넨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나는 관여되지 않은 것으로 하고 지켜달라며 변호사 비용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이 돈의 대부분은 부정응시자 중 문제가 된 사람들에게 반환하는 데 쓰였다. 반면 김 교육감은 "김 장학사가 개인적으로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육감의 지시로 김 장학사에게 돈 가방을 전달한 최아무개 비서는 "김 교육감이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김 장학사에게 건넨 것은 돈이 아니라고 부인하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교육감이 김 장학사의 범행사실을 알고서도 돈을 준 것은 김 장학사를 회유하거나 부정응시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지급된 것으로 김 교육감이 사건범행 공모자임을 알 수 있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장면 6. 수사정보 왜 요청했나

김 교육감은 지난해 9월 경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에게 '장학사 시험비리 수사상황을 수시로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지인은 대전검찰청 직원을 통해 수사진행상황을 파악해 김 교육감에게 전달했다. 김 교육감은 또 김 장학사 등에게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으니 대비해라", "영장이 발부된 사람들의 전화번호이니 누구인지 알아봐라" 는 등 수사정보를 유출하고 수사 대비를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또 지난해 8월 경 다양한 경로로 다수의 직원들로부터 "합격자 중에 이해안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리의혹과 함께 자체 감사 필요성을 건의 받았다. 그런데도 김 교육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또 이례적으로 23기와 24기 교육전문직 전형 면접출제위원장으로 2년 연속 동일인이 선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부 직원의 지적에도 이를 묵살했다.

검찰은 "김 교육감은 수사 대상자들에게 진술 번복을 요구하고 교육전문직 시험의 문제점을 보고받고도 감사지시 등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사건 비리가 김 교육감의 지시에 의한 것이어서 그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 "뉘우치기는커녕 책임전가... 엄정 처벌 불가피"

1심 재판부는 판결이유를 통해 "충남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시험에 응시한 교사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여 직무의 엄결성을 해쳤고 교육계 위상과 권위를 실추시킨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개시된 이후 수사정보를 빼내어 공범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수사대상자들에게 진술을 번복할 것을 요구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상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2심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과 검찰 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김 교육감이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는지, 그의 주장처럼 음독을 할 만큼 억울한 상황에 몰렸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산이 높고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보인다.
 

김 교육감과 김 장학사 어떤 관계?... 재판부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이번 비리사건의 핵심 등장인물은 김 교육감과 김 장학사다. 김 교육감은 지인의 소개로 수 년 전 김 장학사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김 교육감이 도교육청 교육국장으로 있을 때 두 사람은 공주에서 대전까지 함께 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친분을 다졌다.

김 교육감이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김 장학사가 선거자금 1억 5000만원을 빌릴 수 있도록 지인을 김 교육감에게 소개한 것이다. 또 김 교육감이 당선되도록 적극 선거운동을 벌였다. 김 교육감이 당선 이후 김 장학사를 감사담당 장학사로 발탁했다. 김 장학사는 일선 학교현장의 분위기나 교육계 인사들의 동향 등 충남 교육계 전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수시로 김 교육감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돈독했던 두 사람이 서로 배신했다고 이를 갈고 있다. 김 교육감은 김 교육감은 "믿었던 장학사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놓고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장학사는 "김 교육감이 처벌을 면하려고 책임을 나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 장학사와 일을 벌인 조 장학사와 노 장학사도 김 교육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 장학사에게 징역 3년 6월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조 장학사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노 장학사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3000만원 및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배울 만큼 배우고 학생을 가르쳐온 선생들이 교육감이 시킨 일이라고 무조건 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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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대책위, 2차 민주찾기 토요행진 나서

공안탄압대책위, 2차 민주찾기 토요행진 나서
 
 
 
박경철 기자
기사입력: 2013/10/06 [11: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민주찾기 토요 행진 ©자주민보, 진보정치 사진제공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민주찾기 토요행진 © 자주민보, 진보정치 사진제공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원회(공안탄압대책위)’는 국정원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의 정치공작과 공안탄압에 대한 진실을 더 많은 국민에 알리기 위해 5일 오후 청계광장 인근 영풍문고에서 두 번째 민주찾기 토요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행진에 앞서 청계광장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박근혜 정권에 의한 신유신시대 부활을 규탄하면서 국정원 해체 등을 촉구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8월말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가 성과 없이 끝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전면개혁 요구가 더욱 높아지면서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터트렸다”며 “6월 중순 검찰이 국정원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자 벗어나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으로 공개한 것과 수법이 똑같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파기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남북정상회담 원본이 없다고 또 똑같은 수법을 썼다”고 비판했다.

장 집행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내란음모 사건 조작,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남북정상회담 원본 없다는 발표가 모두 국정원의 대선개입 선거조작을 숨기기 위한데서 나온 것”이라며 “정치인은 허수아비고 국정원이 뒤에서 조작하는 유신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장 집행위원장은 “언론이 죽은 상황에서 이 땅 민주주의 지키는 보루, 역사의 자랑인 우리가 더 큰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권 더불어사는시민회의 사무총장 “2008년 광우병때 일반시민에서 거리의 투사로, 사회활동가가 됐다”며 “촛불시민들이 작은 힘이지만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시민은 과감하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며 참가자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적 예수살기 목사는 “성서엔 거짓이 진실을 억압하고 불의가 정의를 비웃는다 할지라도 분명히 그들은 무너지고 진리와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나와있다”라며 “지금은 미미하지만 끝까지 잘못된 공안탄압 일삼는 무리 몰아내는 일에 힘을 모아서 함께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내자”고 호소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진보당 이렇게 가라앉게 할 수 없다”며 “난 당원도 아니고 진보당이 세상에서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진보당 탄압엔 함께 떨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명예회장은 “이것이 양심이고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구속된 사람이 양심수다. 양심수가 있어 독재체제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왔다”며 “낙관적 전망 갖고 열심히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300명의 참가자들은 결의대회에 이어 패션쇼 정치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의미로 한복을 입거나, 군복을 입고 유신독재 부활을 상징화했다. 또 내란음모 정치공작으로 국정원이 죽었다는 의미에 장례식 행렬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계광장 인근 영풍문고를 출발해 신세계백화점, 회현역을 돌아 서울역까지 50여 개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한 뒤 서울역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문화제에 결합했다.


공안탄압대책위엔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빈민연합,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여성연대, 한국청년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한국진보연대,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월혁명회, 새물약사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통합진보당,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노동자연대다함께, 노동전선, 예수살기, 노동해방실천연대, 현장실천노동자연대, 노동인권회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통일광장, 코리아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가톨릭농민회, 불교평화연대, 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 희망정치연구포럼, 청년미래교육원, NCCK인권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통일의길, 서울통일연대,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등 43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민주찾기 토요행진 © 자주민보, 진보정치 사진제공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민주찾기 토요행진 © 자주민보, 진보정치 사진제공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민주찾기 토요행진 © 자주민보, 진보정치 사진제공
 
 
 
 

글, 사진= 진보정치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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