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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태, 공작정치 냄새가 짙다"

[남재희 인터뷰]<7> "朴대통령, 권모술수 버리고 덕치의 외피를 입어라"

임경구 기자,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7 오전 8:16:17

 

 

트라우마일까? 아니면 고도의 정치 전략? 복지 공약 후퇴 논란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부여잡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알 길 없는 속내를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두 갈래로 살폈다.

먼저 트라우마. 1977년 박정희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신설했다. 그에 대한 조세저항은 이듬해 총선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이어져 박정희 정부 몰락의 도화선이 됐다. 남 전 장관은 "세제 문제를 잘못 다뤄 박정희 정권도 몰락을 했는데, 이번에도 증세를 잘못 다루면 내년 지방선거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증세에 대해 엄청난 알레르기 증상이 그런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정치 전략. 남 전 장관은 "야당과 국민 여론이 증세로 기울면 그 때 국민의 반발 없이 증세로 돌아가서 복지를 하겠다는, 그런 정략적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야당과 언론이 증세론을 키우고 그에 따라 국민여론이 숙성하면 정치적 위험부담이 큰 증세를 비교적 안전하게 추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증세에 대한 대국민 교육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의 속내가 후자 쪽이라면 그나마 솔깃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 하지만 이상한 대목이 있다. 박 대통령이 증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상식적으로 첫 단추가 돼야 할 대기업들의 법인세 인상에는 왜 그리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을까? 남 전 장관은 "그렇게 되면 저항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낮춘 것은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증세를 하려면 먼저 상층에 대한 증세로 가야 한다. 논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 전 장관은 "복지 문제를 경제가 어렵다고 연기하면 하층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가 안 좋다고 복지를 미룬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선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 전 장관은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는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과정에 너무 공작정치적인 냄새가 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그 사안을 고발하고 기소한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라고 했다.

공작정치의 냄새를 짙게 풍기면서까지 박 대통령이 이 일에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강한 부정에서 연원한다. 남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은 48%를 "무서운 숫자"라고 했다. 박 대통령과 불과 3%포인트 차이. "박 대통령이 만약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면 부정 선거, 부정 대통령, 가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며 "결국 그걸 인정해버리면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정통성이나 정당성에 흠집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 "여우와 사자만 남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공안검사(김기춘 비서실장), 국정원의 군인(남재준 국정원장)을 비유한 말이다. 남 전 장관은 "여우와 사자, 즉 권모술수만 설치는 형국은 너무 불행하지 않나. 그래서 우려스럽다. 권모술수가 아니라 덕치로 넘어가야 한다. 정권에 덕치의 외피를 좀 입혀야 한다"고 고언했다.

다음은 기초연금 후퇴에 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나온 직후인 26일 오후에 가진 남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경제 어렵다고 복지 연기하면 부담은 하층민에게 간다"

프레시안 : 노인 기초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공약 후퇴는 아니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핵심적인 복지공약이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남재희 : 한 마디로 얘기하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것 아닌가?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니까 자가당착이 된 것이다. 세금은 전문가들한테 들어보면 참 어려운 문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세금을 올리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민주당 정권 때 복지 공약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증세를 못했다. 우리의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득세 인상을 못하고 민주당 정권은 단명을 하고 무너졌다. 이후에 들어선 자민당 정권이 지금 세금 인상 문제를 실행하겠다는 건데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후보일 때는 좀 쉽게 생각한 것 같은데 막상 정권을 맡고서 예산, 세제 등을 다 검토해보니 증세하기도 어렵고 현재의 재원 가지고는 복지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아마 이번에 조치가 대단히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이 아닌가 싶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20.2%라고 한다. 그런데 2010년 기준 OECD 국가들의 조세부담률 평균이 24.6%이다. 여기서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조세부담률을 올려도 매년 60조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재원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10대 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10대 기업이 3년 동안 감면받은 액수가 8조 5천억이라고 하더라. 그럼 이명박 정부가 줄였던 법인세 감면을 회복만 시켜도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건 저항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감면하면 적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적하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결국 적하효과 없이 대기업들만 도움을 준 셈이 됐다. 그러니까 우선 이명박 정부가 감면한 것을 회복시키면 국민 저항도 적고 용이하게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간단한 일반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증세 조치도 안하고,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니까 이러한 상황을 맞는 것이다.

최근 어떤 분이 박정희 대통령 말기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했던 이야기를 하더라. 박근혜 7인회 참모 중 한 사람인 김용환 전 재무장관이 재직했던 1977년의 일이다. 당시 국민들에겐 부가가치세가 생소했지만 국제적인 안목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도 있는 합리적인 세제였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준비기간이나 설득기간을 충분히 안줘서 그런지, 그 결과 박정희 정권이 1978년 총선에서 야당에 1.1%포인트 차로 졌다. 이 패배가 공화당 정권 몰락의 하나의 중대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공화당 정권 몰락에는 이외에 다른 이유도 많긴 하지만 우선적인 원인을 꼽아보면 부가가치세로 인한 총선에서의 1.1% 차 패배를 들 수 있다. 이것이 야당 성향의 국민들에게 기세를 올려주고 공화당과 지지 세력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더라. 세제 문제를 잘못 다뤄 박정희 정권도 몰락을 했는데, 이번에도 증세를 잘못 다루면 내년 지방선거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증세에 대해 엄청난 알레르기 증상이 그런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정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증세 없이 복지 공약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서 오히려 국민여론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이 증세를 받아들이는 심리적 상태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증세를 안 해 복지를 제대로 못한다는 인식을 심으면, 앞으로 언론도 증세 쪽으로 기울어 질 것이고 국민들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교육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 야당도 증세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렇게 야당과 국민 여론이 증세로 기울면 그 때 국민의 반발 없이 증세로 돌아가서 복지를 하겠다는, 그런 정략적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다. 증세에 대한 트라우마와 정략적인 측면에서 증세에 대한 대국민 교육효과를 노린 것이다. 야당이 증세를 지지하고 찬성하고 나오는 상태에서 증세를 하면 큰 저항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OECD 평균까지는 증세를 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돌아보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던 적이 있고, 국민대타협위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종의 조세타협위원회 같은 것이다. 말씀대로 여기서 증세론이 확인되면 증세를 추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식적인 증세의 순서는 법인세 감면 철회가 먼저라고 한다면,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이에 대해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건 증세의 입구를 틀어막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남재희 : 그렇게 되면 저항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낮춘 것은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증세를 하려면 먼저 상층에 대한 증세로 가야 한다. 논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경제민주화 대신 대기업들의 법인세를 현행으로 유지하겠다는 부분에서는 경제 및 복지 정책이 완전히 유턴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남재희 : 그렇게도 볼 수 있다. 현재 방식대로 나간다고 한다면 우려스럽다. 지금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데 장관까지 지냈던 모 인사가 상당히 걱정을 하더라. 양극화가 너무 심화돼서 자기가 보기에도 불행하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복지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전문가는 지금의 복지정책이 소비성 복지라고 한다. 바로 경기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부 구매로 이어지는 금액이니까 그것이 오히려 경제를 자극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 좀 도와준다고 해봐야 그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부 도로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보류하더라도 이젠 복지를 해야 한다. 재분배를 해서 조금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좀 도와줘야 할 필요는 있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완화시켜줘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공약 파기는 아니라고 했다. 임기 중에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복지는 의지보다는 재원이 문제다. 박 대통령이 세계 경제 상황과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경제 여건이 주관적 희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이것은 사실상 공약 파기에 대한 면피성 해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재희 : 복지 문제를 경제가 어렵다고 연기하면 하층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은 예측하기 참 어려운데 현재로서는 좋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경제가 어려우면 그 부담이 하층 사람들에게 간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가 안 좋다고 복지를 미룬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채동욱 사태,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여우와 사자만 남았다"고 말씀하셨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관련한 그 진단이 인상에 남았다. 채 총장의 도덕성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남재희 : 여성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채동욱 검찰 총장 문제에서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는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과정에 너무 공작정치적인 냄새가 짙다. 그게 우려스럽다. 혼외자식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동안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정보·공작정치 냄새가 너무 짙어서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프레시안 : 공작·정보정치라고 하시면 여기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의 전제가 설명돼야 할 것 같다.

남재희 : 대개 어떤 사건이 나면 몇 년이 지나야 진상이 밝혀진다. 어느 때는 10년은 가야 밝혀지는 것도 있고 미궁에 빠지는 것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 심증이 대개는 정확히 맞는다. 내가 접촉하고 판단하는 국민의 심증이라는 것은 이건 분명히 정보정치, 공작정치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증거를 대라고 하는데 증거대기 참 어렵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야나오니까.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게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관련자들에 대해 채동욱 총장의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밉보이지 않았겠냐는 추론에 일리가 있다는 것인가?


남재희 : 그럴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그 사안을 고발하고 기소한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채 총장이 사표를 냈는데 또 수리를 안 하는 이상한 상태까지 된 것이다. 그럼 이런 것이 사회 분위기나 재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사건이 재판 사상 큰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채동욱 총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황으로만 보자면 석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게다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3자회담을 했을 때도 책임질 일이 없다고 했다.

남재희 : 최근 윤보선 씨의 측근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1963년 박정희 장군과 윤보선 전 대통령과의 첫 대결에서 양측 표차가 15만 표였다. 이건 아슬아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이 그 때도 부정개표가 있었다고 하더라. 어느 지방에서는 윤보선 표가 너무 많이 나와서 경찰서장이 야당의 지역 지도자를 붙들고 통사정을 했다고 한다. 자기 목 날아간다고. 그래서 비슷하게 표수를 만들어서 냈다고 하더라. 조봉암과 이승만 대통령이 두 번째 붙었을 때 어마어마한 개표부정이 있었다. 그건 정보기관 사람들이 나에게 얘기한 것이다. 조봉암 표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 한다.

1963년 당시 박정희 장군은 공명선거를 하자고 했다. 그 의지는 분명했다고 본다. 그러나 군 강경파들은 윤보선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뒤집어 엎겠다고 한 것이다. 살벌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공명선거 하자고 해서 15만 표 차이가 나온 것인데, 그랬는데도 부정은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8%의 지지를 받았다. 이건 어마어마한 숫자다. 전라남·북도 합쳐봐야 경상북도·대구 정도에 그치는 영남패권사회다. 수적으로 우세하지 않나. 또 선거에서 여당은 항상 프리미엄이 있다. 그러니까 동점이면 사실은 여당이 졌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후보의 득표가 48%인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MB의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수량화할 수 있나? 결국 그걸 인정해버리면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정통성이나 정당성에 흠집이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으로서는 거기에 강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원세훈 전 원장이 기소됐는데도 박 대통령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야 정통성 손상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정치후진국인데 장난질이 있었던 거지. 그래서 48%라는 것이 무서운 숫자라는 것이다. 무서운 숫자니까 박 대통령이 여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만약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면 부정선거, 부정대통령, 가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아주 강렬한 부정이 현실과는 부딪히는 것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기소되고 권은희 수사과장이 결정적인 이야기를 했고 등등.

거듭 말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공작·정보정치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

프레시안 : 사표 수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채 총장이 총장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자와 여우만 남았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남재희 : 국가라는 것은 폭력의 독점이다. 그 핵심은 군대와 경찰이다. 국정원은 군대와 경찰의 잡종, 일종의 하이브리드다. 세상이 바뀌면서 적나라한 폭력으로만은 어렵다, 권모술수를 써야 하는 쪽으로 변화됐다. 즉, 경우에 따라 여우가 재주도 부리고 사자가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마키아벨리 이론 아닌가. 하지만 (현대정치가)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공자, 맹자가 이야기했던 덕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숙녀다. 숙녀의 우아함이 있다. 그 때문에 국가와 정부가 아름다운 것으로 됐는데, 공안검사 출신과 군 출신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포진하면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갔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숙녀로서의 우아함도 날아가 버렸고 공자와 맹자가 이야기 했던 덕치도 어디로 갔는지 없다. 공안검사와 군 출신의 권모술수만 너무 적나라하게 나타나서 박근혜정부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서운 조직을 갖고 있어 공포의 대상도 되고, 아주 어두운 면이 있었다. 반면 경제발전을 했던 밝은 면도 있다. 그건 17년을 집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5년 단임이고 벌써 반년이 지났다. 또 앞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처럼 경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는 경제는 계속 어렵고 여우와 사자, 즉 권모술수만 설치는 그런 형국은 너무 불행하지 않나. 지금 모습만 보면 권모술수를 통해 조이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권모술수가 아니라 덕치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정권에 '덕치'의 외피를 좀 입혀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덕치의 일환으로 야당과의 관계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추석 전 3자회담에서 야당을 끌어안지 못했다. 야당은 더 강경해졌다. 이런 식이라면 정기국회에서 입법과제와 예산 처리가 급한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재희 : 지난번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 리더십을 시험기라고 했다. 이번에 다시 평가하자면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본다. 김 대표가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로 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순서라고 본다.

3자회담이 단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관계는 몇 번의 고비가 있는 것이다. 단박에 타협되고 그런 것이 아니라 길게 생각해야 한다. 야당에서 정부에 누구보고 책임지라고 할 때마다 책임지면 정권이 정신을 못 차린다. 좀 버티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버티다가 하나 양보하고, 그렇게 나가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지난 3자회담과 민주당의 원내복귀, 이런 것들이 특별히 이상하진 않더라. 일부에서 김한길 체제의 원내복귀를 비판적으로 말하기도 하던데, 정치란 몇 번 서로 여야 간에 부딪히다 보면 크게 타협할 때도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재희 : 이번 정기국회에서 뭔가 있겠지. 정기국회 안건들을 처리하는데 국회선진화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석수에서도 민주당은 막강한 야당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의사진행이 봉쇄될 수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그동안 청와대에서 물을 좀 먹은 것 같은데, 또 그만한 인물도 없는 거 같다. 정기국회 진행 과정에서 황 대표에게 힘이 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야당과 청와대가 직접 부딪히면서 새누리당이 중재를 한다거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황우여 대표를 중심으로 정국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모습은 미약했다. 일부에서 새누리당이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남재희 : 우선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가 일단락이 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없는 선에서 일단락이 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황우여 대표가 판사를 해서 그런지 그 안에서 좀 괜찮은 사람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전교조 조이기, 정보라인이 조절했나?"

프레시안 : 교학사 교과서 문제, 김무성 의원의 역사 모임, 이승만 예찬론자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 등 정부와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 전체가 역사문제에 만큼은 우경화로 치닫는 것 같다.

남재희 : 국편위원장 얘기는 말을 좀 아끼고 싶다. 다만 김무성 의원은 일본 자민당 극우파를 흉내 내는 것 같다. 대권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파논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일본 자민당은 야스쿠니 신사, 위안부 문제, 전쟁책임 문제 등을 내세우는데 김 의원도 그렇게 해서 우파세력을 규합하려는 것 같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와 같은 정치인과 비슷한 행태다. 걱정스럽다.

프레시안 :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서도 강한 압박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남재희 : 이번 정권은 노조 쪽을 상당히 조이는 것 같다. 전교조 문제도 양론이 있는데 나는 ILO를 기준으로 삼는다. ILO가 UN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 그래서 UN이 산하기구로 ILO를 인정한 것이다. ILO는 권위를 가진 국제 노동기구다. ILO는 전교조를 법외로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ILO는 해직자 및 실직자가 좀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전교조의 합법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도 그래서 아무말 없었다. 그런데 노동부 국장급이랑 전교조는 합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상호 묵계가 되어 있었는데 정보라인에서 조절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판단이 어려우면 일단 ILO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단수노조만 인정했던 시절에 ILO는 단수노조가 비민주적이니 복수노조 인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 연합체만 인정하다가 기업체도 복수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ILO가 제시한 기준이 맞는 것인데 이 원칙에 거꾸로 가고 있다. 이 말은 곧 노조를 조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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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나온 중간수사 발표,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27 08:47
  • 수정일
    2013/09/27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내란음모' 사건 무리한 수사?... 변호인단 "무죄 확신"

13.09.26 14:45l최종 업데이트 13.09.26 18:14l
김도균(capa1954) 소중한(extremes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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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수원지검 검사장이 26일 경기도 수원 수원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혐의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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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맞은편에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과 당원들이 검찰의 중간수사발표에 맞춰 이석기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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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6일 오후 5시 53분]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합진보당 내 지하혁명조직(RO)을 구성해 폭동을 모의한 혐의 등으로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구속기소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이날 오후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의원을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은 같은 혐의로 지난 25일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이례적으로 김수남 수원지검 지검장이 직접 수사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서'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언론에 알려졌던 '반국가 단체구성'이나 '여적죄' 등의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김 지검장은 이 사건에 대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지하혁명조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RO는 폐쇄적 조직으로 북한의 대남 투쟁 3대 과제인 '자주·민주·통일'을 활동 목표로 하고, 행동 강령에서 김일성 주체 사상을 조직과 사업 전반의 지도 이념으로 삼고 있어 내란 음모와 선동 혐의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RO가 2004년 적발된 민혁당과 인적 연관성과 조직운영상의 유사점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지하혁명조직이라고 판단했다. 민혁당은 지난 1992년 '강철'로 알려진 김영환씨 등이 북한의 지시와 지원을 받아 결성한 지하당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이른바 'RO'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전쟁 상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하거나 폭동을 수행하기로 모의하는 등 내란음모를 꾸몄다고 밝혔다.

또 이 의원은 "북에서는 모든 행위가 애국이고, 남에서는 모든 행위가 반역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북한 핵실험, 선군정치 등을 찬양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했으며, 이적 표현물을 다수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RO 조직원들이 권역별로 통신·철도·유류 등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의하는 등 혐의가 인정되고, KT 혜화지사, 평택 LNG 기지 등 구체적인 타격 대상을 거론하고, 인터넷을 통해 총기 제조법, 폭탄 제조사이트를 지목한 점으로 보아 실제 실행에 옮길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이 평소 도청탐지기를 소지하며 수사에 대비하고, RO의 총책으로서 전쟁 상황에 대비한 전담 경호팀의 경호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 이후 한 달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외의 새로운 범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검찰이 수사 중이라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을 텐데, 언론에 알려진 녹취록 이외에 추가 증거를 얼마나 더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결정적 증거 없어 무죄 확신"

한편 이 의원의 '공동변호인단'은 "이 의원의 무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오후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끝난 4시께 수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공소제기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소된 내용은 녹취록에 기반하고 있다"며 "내란음모죄가 성립되려면 북한과의 연계성, RO조직의 실체와 체계, 내란의 수단, 방법 등이 특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소사실에는 북한과의 연계성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며 검찰의 공소제기가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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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 지난 4일 저녁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강제 구인돼 수원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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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김 지검장의 수사결과발표 발언 전문.

사건개요

수원지검과 국가정보원은 2010년 5월경 제보자 신고로 통진당 당시 민주노동당 내부에 지하혁명조직 알오가 활동중이라는 수사단서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 통화내역, 이메일 확인 등을 통해 알오의 활동을 추적. 그러던 중 2013년 5월경 알오 조직원들이 북한의 전쟁도발에 호응해 국가 기관시설 파괴 등 폭동을 음모한 사실 등을 확인했으며 핵심관리자 10여명의 주거지 압수수색 통해 604점 압수물을 분석해 다량의 증거물 확보.

그에 따라 총책인 이석기 비롯해 핵심 과계자 4명 구속 수사한 결과 피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며 서명날인까지 거부하고 있으나 각종 녹취록, 압수된 문건과 디지털 증거에 비추어 알오의 실체와 비밀회합에 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어제 홍순석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오늘 이석기를 구속 기소.

공소사실요지

이석기에 대한 기소요지는 2013년 5월 당시 전쟁상황이 임박한 것이라는 인식하에 물질적, 기술적 준비를 지시하고 국가기관시설 타격 등 폭동을 수행하기로 모의하여 내란 선동 및 음모를 하였고 북에서는 모든 행위가 애국이고, 남에서는 모든 행위가 반역이다는 취지로 발언해 북한 핵실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등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 동조했으며 이적표현물을 다수 소지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홍순석 등 3명도 내란 음모, 반국가단체 찬양 동조와 이적표현물 소지반포로 등으로 기소했다.

수사결과 확인된 알오의 실체 및 주요활동을 발표. 2003년 8월 이석기 가석방 출소 전후 영도체계, 사상 학습과 검열 등 한층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지하혁명 조직을 구상하였고, 이 알오 조직은 민혁당과 유사점 갖고 있는 것을 확인. 즉 알오는 민혁당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동조하고 북한의 대남투쟁 3대 과제인 자주, 민주 통일 활동 목표로 설정하여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기로 기획하고 있고, 그 전단계인 혁명준비기에는 조직원사상학습 실천투쟁 등을 통해 조직 관리하며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는데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목적.

또한 알오는 강령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이 조직과 사업의 주도 이념임을 명백히 하고 있고,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 된 사람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며, 조직의 우두머리를 김정일 비서 동지라 선언하고 김일성 김정일 등 북한 영화 등을 교재로 주체사상 학습을 전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엄격한 지휘체계 구축 한편, 보안 수칙 강조. 알오는 총책임 이석기를 보위하고 그 지시에 철저히 복종하는 영도 체계를 갖추고 있고, 각정 보안 수칙을 세밀히 규정하고 조직원들은 이를 철저히 준수했다.

한편 국회를 사회주의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하고 2012년 4월 이석기는 비례대표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진출. 이석기는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주한미군 관련 자료등 다수의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과

2013년 접어들면서 북한 장거리미사일, 핵실험 정전협정 무효화 등 군사적 위협상황 계속. 그에따라 이석기는 2013년 5월 10일 130여명 모여 비밀회합을 했다. 그날 이석기는 전쟁상황 전제하며 새로운 전환 시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혁명적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다가 일부 조직원의 태도 등 지적하며 바로 해산을 지시했다. 그런 다음 이틀만에 다시 전 조직원 소집령 발령해 5월 12일 강당에서 130여 명 모여 2차 비밀회합을 가졌다. 그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전쟁에 대비한 물질적, 기술적 준비 및 토론을 지시하고 홍순석, 이상호 등은 권역별, 부문별 토론 통해 국가기관시설 파괴 등 모의하고, 토의 결과 발표.

이석기는 마무리 발표를 통해 대남폭력혁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참석자들에게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각 동지들이 각 초소에서 창조적 발상으로 임무를 수행하라는 발언, 회합 마무리했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주체사상 추종하고 알오 조직원들이 비밀리에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통해 회합하고 총책 이석기가 전쟁상황이란 정세 판단 하에 발언한 후, 국가시설 파괴 구체적으로 모의. 국가기관시설에 대한 파괴는 전형적으로 사회혼란 획책하고 구체적인 타격대상 거론하면서 그 방법으로 인터넷상 총기 제조법, 폭탄제조 등에 주목한 점에 비춰 그 행위의 가능성과 위험성도 매우 크다.

또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 조직원들이 사회 혼란 획책은 더 큰 문란 목적도 뚜렷해 내란 선동음모에 해당하는 명백한 행위이다

향후 수사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한 사건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 국정원은 향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진행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수사로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다만 자수하면 국가보안법과 형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감경, 면제하는 등 그 정상을 참작. 상세한 수사결과는 배포해 드린 중간수사결과 발표자료를 참조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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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파기' 말장난 박근혜, 박수치는 새누리당

'공약파기' 말장난 박근혜, 박수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이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에 관련하여 '죄송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이 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20만원 차등 지급하겠다는 수정안을 확정했습니다.

대선 공약이 파기됐던 부분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과 다르게 '기초연금안이 도입되면 기초연금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이 20만원을 받게 된다'고 하면서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변명이 합당할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이 시행되면 대상자가 353만명이 된다고 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현재 대한민국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노인가구는 236,617 가구(2012년 통계)입니다. 대략 40만명인데, 이들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 금액만큼 공제된 생활비를 지원받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들은 아예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고 포기합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손해 본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유체화법입니다.
 

 

 

 

기초연금 대상자인 노인들은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5년 미만입니다. 그러나 현재 50대 이하가 2028년도에 기초연금을 받으면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으로, 결국 기초연금이 줄어듭니다. 완전 조삼모사로 지금 당장만 적용되는 궤변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국무회의에서 실제 생계가 어려운 노인은 외면하고, 지속가능한 기초연금의 실체가 아닌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국민에게 말장난을 친 것입니다.

' 박수치는 새누리당, 대통령의 보디가드 조중동'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대선 공약 파기에 따라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데, 책임져야 할 새누리당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축소가 당연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에서는 9월 26일 '글로벌 경제위기의 향방과 한국경제의 활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와 여당이 너무 경직된 약속 지키기에 빠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복지 공약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장했던 '복지공약 수정 불가피론'을 옹호하면서, 국민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라고 강조하는 강봉균 전 장관의 발언은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로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9월 27일 오늘 조선,중앙,동아일보의 1면은 2014년 예산 적자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조중동 신문이 <적자>라는 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나라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복지를 할 수 있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수정 불가피론>을 옹호하기 위한 밑밥입니다.

동아일보는 <복지공약 예산 줄이고도 내년 26조 적자>를 통해 복지공약 예산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한술 더 떠서 <재정적자 88조, 증세없는 복지될까>라는 기사에서 재정적자를 2017년까지 늘려 88조로 부풀리고, 이럴 경우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합니다.

증세하면 당연히 국민은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부자들은 세금을 내기 싫어서,서민들은 매번 증세해도 월급쟁이들만 세금을 정확히 징세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공약을 남발했다는 질책이나, 집권하고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은 문제점은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충심을 조중동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 MB 공약 파기 때는 그렇게 난리 치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라고 변명을 늘어 놓았습니다.

2011년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국민과 약속을 어겨서 유감스럽다,국민과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예측가능한 정치가 된다>면서 MB를 비판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하는 이유가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인 입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MB를 비난하자, MB는 다음날인 4월 1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했습니다.

앞서 아이엠피터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복지공약 수정 불가피론>을 옹호하며 박수를 치고, 언론도 재정적자를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견제할 세력이 아무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치는 신뢰다. 약속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느냐, 이는 결국 당의 존립문제>-2009년 박근혜 의원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입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지킨 약속이 얼마나 됩니까? 벌써 약속이 무너졌는데, 그녀가 다시 약속을 한다고 그 누가 믿겠습니까?

대선 기간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강조했던 박근혜 후보의 말은 '대선 기간에 대선 후보가 했던 약속은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면, 국민은 특별법을 만들어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은 1년 이내에 강제 사퇴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법이 없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대선은 <콩가루 대선>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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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빙하기 야생동물의 피난처였다

한반도는 빙하기 야생동물의 피난처였다

 
조홍섭 2013. 09. 25
조회수 4542추천수 0
 

너구리, 다람쥐, 참개구리 등 한반도서 춥고 건조한 빙하기 피했다 다시 확산

유전자 분석 이용한 계통생물지리학 연구로 진화 수수께끼 속속 풀려

 

imgThumb.jpg » 북아메리카에 사는 도롱뇽과 흡사한 이끼도롱뇽. 계통생물지리학은 이들이 어떻게 한반도에 살게 되었나를 해명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

 
미국 도롱뇽이 한반도에 산다
 
축축한 계곡에 사는 양서류인 도롱뇽이 가장 풍부한 곳은 북아메리카이다. 전 세계 도롱뇽 535종의 70% 가까이는 허파도 아가미도 없이 피부로만 호흡하는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데, 이 무리의 99%는 북미와 중미에 서식한다. 미주 대륙 밖에 서식지가 두 곳 있는데 하나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서부이고 다른 한 곳은 바로 한반도이다.
 

2005년 2월17일치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아시아 서식 미주도롱뇽 처음 발견”이란 논문이 민미숙 서울대 수의대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박사를 제1저자로 해서 실렸다. 미주도롱뇽이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것을 두고 양서류 학계는 온통 흥분에 빠졌다. 이동능력이 미미한 북미의 도롱뇽은 어떻게 한반도까지 간 걸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학계의 대체적인 가설은 이렇다. 한반도의 미주도롱뇽인 이끼도롱뇽은 북미의 친척과 6000만년 전에 갈라졌다. 미주도롱뇽은 북미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 베링해협이 폭 1600㎞의 육교로 연결된 적도 있다.

 

그런데 무언가의 이유로 유라시아의 미주도롱뇽은 거의 멸종하고 북미에서만 번창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미주도롱뇽이 살아남은 까닭은 뭘까. 우연인가 아니면 한반도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나.
 

이런 수수께끼를 풀어줄 강력한 수단을 계통생물지리학이 제공하고 있다. 생물종이 어떻게 현재의 지리적 배치를 하게 됐는지를 분자생물학을 통해 밝혀내는 학문 분야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하는 것이 피난처이다. 지난 250만년 동안 지구에는 4만~10만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왔다. 생물들은 피난처에 움츠러들어 극심한 기후변화를 피했다가 다시 퍼져나가곤 했다. 그런 역사의 흔적은 생물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빙하기 때 한반도와 일본은 연결됐지만 너구리는 건너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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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숙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이 동아시아가 고향인 너구리가 가장 최근의 빙하기가 한창이던 약 2만년 전 어느 곳에 피난했다가 어떻게 확산했는지를 계통생물지리학을 이용해 규명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동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현재 너구리는 한반도와 중국·러시아 동부, 일본, 그리고 인위적으로 유입된 유럽에 분포한다. 온대지방에 사는 너구리는 춥고 건조한 빙하기 동안 피난처에서 버텼을 것이다.
 

당시 바다에서 증발한 수분이 눈과 얼음으로 육지에 쌓여, 해수위는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다. 건조한 초원지대로 바뀐 황해에는 매머드 무리가 돌아다녔고, 한반도와 일본은 육지로 연결됐다.
 

이상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등이 최근 경기도 하남의 퇴적층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만1100~2만61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이곳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5~6도 낮고 강수량도 40% 적어, 백두산 근처 아고산대에서 볼 수 있는 가문비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숲이 펼쳐졌다.
 

민 박사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일본의 너구리 147마리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채취해 비교분석했다. 그랬더니 최근 빙하기 때 너구리는 한반도와 중국 동부, 일본에 따로 형성된 소규모 피난처에 모여 있다가 이후 유라시아 대륙으로 급격히 팽창했음이 드러났다.
 

Raccoon_dog_12.jpg » 모피를 얻기 위해 사육 중인 너구리.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반도는 직접 빙하에 덮이지 않았지만 춥고 건조한 기후변화 영향을 받았고, 특히 백두산에는 빙하가 형성돼 중국과 한반도 너구리를 격리하는 장벽 구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반도와 일본은 육지로 연결됐지만 너구리의 이동은 없었다.
 

유전적으로 한반도의 너구리는 일본보다는 베트남 너구리와 더 가까웠다. 한반도와 일본 너구리의 유전적 차이는 2.4%인데 견줘 한국-러시아는 0.4%, 한국-중국 0.6%, 한국-베트남 0.6% 등의 차이를 보였다.
 

민 박사는 “매머드와 사슴 등 큰 동물은 빙하기 때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행동반경이 좁은 너구리는 그런 이동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너구리는 100만년 이상 전 빙하기 때 한반도에서 이동해 간 무리가 격리돼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너구리는 염색체수가 38개로 한반도나 중국 너구리의 54개보다 적으며 외형 상으로도 차이가 난다.
 

이처럼 한반도가 너구리의 주요한 피난처가 된 결과로 유전다양성이 매우 낮은 현상이 나타났다. 민 박사는 “소수의 너구리가 한반도 남쪽에서 살아남으면서 일종의 병목현상을 일으켰고, 이후 집단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유전다양성이 낮은 결과를 빚었다. 여기엔 산업화 이후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인한 영향도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구리의 확산에 지질학적 기후변화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람의 인위적 방사였다. 소련은 모피를 얻기 위해 1920년대부터 시베리아와 아르메니아 등에 러시아 너구리 1만 마리를 풀어놓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핀란드에서만 2010년 16만 마리의 너구리를 포획하는 등 너구리는 유럽에서 퇴치할 외래종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한반도는 빙하기 너구리의 세계적 피난처였다' 기사 참조)
 
백두산 얼음이 가로막아 별개 종이 된 한반도 다람쥐
 
squirrel04.jpg » 둥지에 모여있는 어린 다람쥐. 사진=김성호 서남대 교수  

 

세계적으로 다람쥐 무리에는 25개 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24종이 북아메리카에 산다. 유일하게 미주 밖에 있는 다람쥐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러시아 동부에 걸쳐 서식한다.

 

그런데 이들도 빙하기 때 몇 곳의 피난처에 고립됐다 팽창했으며 한반도는 그런 피난처 가운데 하나였음이 드러났다. 또 그런 고립의 결과 한반도 다람쥐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러시아 다람쥐와는 종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한국·러시아·중국 연구진은 이들 3개 나라 다람쥐 72개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분자와 세포>에 발표했다. 그 결과 빙하기 때 한반도와 러시아-중국 동북부에 적어도 2곳의 피난처가 있어 여기서 살아남은 다람쥐가 간빙기 때 동북아에 확산됐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백두산 일대의 빙하가 장벽 구실을 해 한반도 다람쥐와 동북아 다른 개체의 교류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반도 다람쥐와 러시아-중국 동북부 다람쥐는 유전적 차이가 11.3%에 이르렀는데, 이는 격리 시간이 293만~58만 년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 형태나 생태적으로 한반도 다람쥐와 동아시아 다람쥐를 동일한 종으로 보아 왔지만 유전적으로는 별개의 종으로 구분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빙하기 기후변화에도 한반도의 반달가슴곰과 호랑이 등 대형 포유류는 중국 동북부, 러시아 개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너구리는 아종으로 구분되고 더 소형인 다람쥐는 아예 다른 종으로 나뉜 것이다.
 

frog.jpg » 빙하기 때 한반도를 피난처로 살아남은 참개구리.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자원포털

 

한반도는 이밖에 참개구리, 꼬리치레도롱뇽, 흰넓적다리붉은쥐 등 동아시아 생물들이 빙하기 때 살아남은 피난처 구실을 했음이 다른 계통생물지리학 연구로 차츰 밝혀지고 있다.
 

이항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베리아·이탈리아·발칸 반도가 빙하기 때 피난처 구실을 했음이 밝혀졌다. 동아시아는 유럽보다는 지리적으로 복잡하고 이제 연구가 시작단계이지만 한반도가 주요한 피난처의 하나였음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통생물지리학 연구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지리산에 러시아 반달가슴곰을 도입해 복원한 것은 바로 이런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반달가슴곰은 한국·중국 동북부·러시아가 하나의 ‘보전 단위’이다. 다른 종도 계통생물지리학으로 어느 범위를 지켜야 유전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 S. Min et. all., Discovery of the first Asian plethodontid salamander, Nature 435, 87-90 (5 May 2005), doi:10.1038/nature03474

 

S.-I. Kim et.al.,Phylogeography of Korean raccoon dogs: implications of peripheral isolation of a forest mammal in East Asia
Journal of Zoology 290 (2013) 225–235, doi:10.1111/jzo.12031


Mu-Yeong Lee et. al., Mitochondrial Cytochrome b Sequence Variations and Population Structure of Siberian Chipmunk(Tamias sibiricus) in Northeastern Asia and Population Substructure in South Korea, Mol. Cells OS, 566-575, December 31, 200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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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무상보육 공약도 파기…박원순 "절망 느껴"

박근혜, 무상보육 공약도 파기…박원순 "절망 느껴"

국고 보조율 10%p만 인상…지자체 "부담 떠넘기기" 부글부글

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6 오전 7:46:20

 

박근혜 정부가 첫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재원 등을 조달해야 하는 지자체는 예산 고갈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육 대란'과 관련해 총대를 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장들과 복지 공약 대폭 후퇴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정부간 '총성 없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기획재정부는 26일 357조 7000억 원의 2014년 예산안을 종합 발표했다. 예산안에 포함된 정부의 지방 재정 강화안은 △영유아보육료 국비 지원 확대를 위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인상 △지방소비세 전환율 확대(2013년 5%→2014년 8%→2015년 11%)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25일 성명을 내고 지자체의 현실을 무시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예산안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라는 취지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복지 예산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에 대한 정부의 '화답'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부담은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를 상쇄하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특히 서울시는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불통의 벽"으로 표현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 박원순 시장이 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보육예산관련 서울시 입장 및 대책을 발표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부 예산안에는 지자체의 무상보육 대책이 없다

가장 큰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부분이다.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대로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불발됐고, 지난 3월 1일, 지자체의 재원 고갈에 대한 아무 대책 없이 0~5세 무상보육 정책이 전면 시행됐다.

서울시는 정부가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 인상한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이뤄졌던 정부 추가 지원금(서울시 1423억 원)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는 3월부터 무상보육이 시행됐지만, 내년에는 1월부터 시행된다. 총비용은 1조 1654억 원으로, 2개월분의 예산이 추가로 늘어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시 부담 비용의 경우 금년 대비 1000억 원, 무상보육 시행 전보다는 3257억 원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시는 5일,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지방채 2000억 원을 발행키로 했다.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다.

지자체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재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서울시의 재원 부담률은 80%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유독 부담률이 높다. 게다가 무상보육 대상자로 새로 편입된 소득 상위 30% 계층은 서울시에 밀집돼있다. 서울시는 "올해 뼈를 깎는 마음으로 빚을 내는 결단까지 했는데, 정부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 정부의 어려움엔 눈 막고, 귀 막은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1월 13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던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보육 대란이 벌어지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시는 이어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정부의 합리적이고 슬기로운 대답을 끝까지 기다렸음에도 돌아온 것은 너무도 높고 단단한 불통의 벽이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방 자치단체의 일관된 목소리에 귀를 막고, 협의를 거부하는 정부의 태도에 절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발표된 예산안을 보니 서울시가 굉장히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며 "올해는 3월부터 무상보육이 시작됐지만 내년은 1월 1일부터라서 1000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편성 제출이 11월이니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며 "그때까지 상황을 보면서,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실망스러운 대책을 내놓은 만큼 방법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는 것밖에 없다. 법안 처리를 위해 새누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무상보육 약 3257억 원과 현재 발표를 앞두고 있는 기초연금제 도입 시 지방비 부담이 2배 늘어날 것이라는 언론 보도처럼 서울시 부담이 추가로 2000억 원이 늘어난다면 경기침체로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감당이 가능하겠느냐"며 "지방재정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보육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상임위에서 통과된 내용이니 반드시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한 박 시장과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는 새누리당간 '전선'은 더욱 분명해졌다. 새누리당은 현 사태와 관련된 문제를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책임으로 돌려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서울시가 무상보육 대란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 서울시의 무상보육 광고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박 시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었다.
 

지방소비세, 기초연금은 어쩌나

2015년까지 6%포인트 인상되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에 대해서도 불만이 거세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북지사)는 2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2009년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2013년 현행 지방소비세 5%를 10%로 인상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며 "취득세 감소분 보전을 위한 지방소비세 6%포인트와 2009년 약속한 5%포인트를 합해 총 11%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초연금 역시 지자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10만∼20만 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국비는 5조 2000억 원, 지방비는 1조 8000억 원(내년 기준)이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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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에서 활동하는 이진경 교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9/26 10:08
  • 수정일
    2013/09/26 10: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그들은 북한 정부 관점에서 정세를 판단했다
이석기, 국회 들어왔으면 지하조직 탈퇴했어야"

[연쇄인터뷰-이석기 사태와 진보⑥] '수유너머N'에서 활동하는 이진경 교수

13.09.26 09:41l최종 업데이트 13.09.26 09:51l
구영식(ysku) 이희훈(habijako) 이주영(imjuice)

 

 

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과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폭력사태를 거쳐 최근 '이석기 사태'(내란음모 의혹)까지 터지면서 진보운동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석기 사태를 진보운동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진보운동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진보운동은 이석기 사태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얻어야 하나? <오마이뉴스>는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서 활동해온 인사들과 연쇄인터뷰를 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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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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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황당했다."

연구자들의 공동체 '수유너머N'에서 활동하는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24일 만난 취재진 앞에서 연신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교수는 "거기서 한 얘기들이 완전히 생소한 것들이 아니었다"라며 "예전에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들어봤거나 직접 해본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멈춰 있구나, 그 멈춘 시간 속으로 우리가 불려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 교수는 "사회가 변하는 데 따라 운동도 계속 달라졌어야 하는데 그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이석기 그룹이 멈춰 있는 시간은 '1950년대'였다. 그가 철학을 공부해온 것을 헤아려 기자가 "이들이 성찰할 만한 철학자가 있느냐?"고 묻자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시대착오는 특별한 철학자를 빌리지 않아도…. 특별히 현대 철학자를 동원할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북한 정부의 관점에서 정세 판단"

이 교수는 25살 대학원생이던 1987년 5월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펴냈다. 이 책은 '사사방'으로 불리우며 당시 운동권에 전설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NL진영에서 김영환씨가 '강철서신'으로 남한 주체사상파의 원류를 만들어 냈다면, PD진영에서는 그가 <사사방>으로 남한 사회를 맑스-레닌주의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입론을 처음 세웠다. <사사방>의 출간으로 한국사회 'NL-PD 논쟁'은 좀더 정교화됐다.

이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녹취록에 나온 내용 중 제일 황당했던 것은 지금을 전쟁 상황이라고 파악한 것이었다"며 "어떻게 봐도 전쟁 상황이라고 감지되지 않았는데 이들은 난데없이 전쟁 상황이라고 총을 준비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보니까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선언 때문이었다. 제가 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은 (정전협정 등과 같은) 법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반영하지만 '부분'만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사고하면 안 된다. 필요에 따라서 법을 지킬 수도 어길 수도 있다. 법에 매여서 무슨 운동을 하겠나? 그래서 법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보다는 실체적 관계를 가지고 사고해야 하는데 그들은 법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60여 년 전에 체결된 정전협정의 폐기를 바로 전쟁 상황으로 등치시키는 그들의 정세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는 독특한 관점에 바탕을 둔 그의 주장은 계속됐다.

"정전협정이 폐기됐다고 해서 전쟁이 벌어질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정전협정 폐기를 가지고 전쟁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들이 완전히 법에 얽매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정부 관료들의 사고방식과 같다. 관료들의 경우에는 법조항이 바뀌면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특히 그들은 한국 정부보다는 북한 정부의 관점에서 판단한 것 같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폐기했다고 선언해도 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국가의 관점에서 법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이 교수는 "'정전협정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이었기 때문에 남한 사회는 식민지이고, 정전협정이 폐기되었기 때문에 전쟁 상태다'라고 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논리적인데 그 논리가 현실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라며 "법적으로 사고했을 때 얼마나 세상을 잘못 볼 수 있는지 그것이 이번에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석기 사태와 관련해 정의당에서 '헌법 안의 진보론'을 제기한 것에도 "말의 문제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사고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법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식민지 해방투쟁이 아니어도 미국과 싸울 수 있어"

이 교수는 5·12 합정동 모임 녹취록에 뚜렷하게 나타난 '반미 자주' 사상에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미군기지가 위치한 일본 오키나와를 끌어왔다.

"일전에 오키나와에 가보고 놀랐다. 도시의 25%가 미군기지였다. 밀림을 빼니까 반은 미군 기지더라. '미제 식민지가 여기 있네'라고 생각했다. (웃음) 용산 미군기지를 보면서 크다고 했는데 오키나와에 비하면 크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키나와 사람들은 오키나와가 미제 식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미군기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군에 반대해 운동을 하지만 식민지 해방투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에서 미군에 반대하며 운동을 하는 분들이 미국에 칼날을 세우는 것과 한국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크게 다를까?"라며 "이것은 미국이 통치하는 지구적 상황에서 마주하는 일반적 문제이고, 6·25라는 전쟁당사자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기 있는 연구실 친구들과 평택에도 가고, 제주 강정마을에도 가서 싸웠다. 기지(미군기지, 해군기지)를 만드는 데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싸우는 것이지, 그것을 식민지 해방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민지 해방투쟁이 아니어도 미국과 대결하고 싸울 수 있다. 식민지 해방투쟁으로만 싸운다고 생각하면 1950년대와 같게 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의 사고는 60년 전인 1950년대에 머물러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이 교수가 내놓은 대답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1950년대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였다.

이 교수는 "북한과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다음 북한은 미국에 폐쇄적이고, 미국도 북한을 봉쇄해 오는 등 계속 대치관계에 있었다"며 "북한은 그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보지 않고, 이라크가 미국에 깨지는 걸 보면서 미국을 실질적 위협으로 느껴 마지노(방어)선으로서 핵을 개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는 1950년대 이후 근본적 변화가 없었다. 북한 체제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한미관계는 1950년대 그대로 동결된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시대가 각각 다른 시간 속에 있다. 북미관계와 한미관계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정세를 읽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멈춘 시간으로 돌아가고, 동결된 시간 속에 멈춰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 정부의 관점을 가지고 한미관계를 설정한 시점에 서 있으니까 남한에 살고 있는데도 남한에서 흐르는 시간이 아닌 동결된 북미관계 시간 속에 멈춰 있었던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들이 "정전협정이 세워지고 지속되는 시간을 축으로 만들어진 북미관계의 동결된 시간 속에 멈춰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석기 그룹은 자신들이 발딛고 있는 시간(2013년)과 공간(남한)을 부정한 채 '1950년대'와 '북한'의 관점에서 정세를 판단하고 운동적 실천을 해왔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이 다른 운동에 비해 특권적 위치를 갖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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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는 노동문제, 환경문제, 미군기지문제 등 가운데 하나이지 그것을 특권화할 이유는 없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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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교수는 "남한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여기 사는 사람들의 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하고 대결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는 노동 문제, 환경 문제, 미군기지 문제 등 가운데 하나이지 그것을 특권화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경우 남한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여러 가지 사안 중에서 어떤 변수가 되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며 "포지션(자리)을 통일이나 민족에 선다고 하면서 거기에다 북한 입장(관점, 의견)을 가져다 놓으면 오류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NL친구들은 남한에서 벌어지는 노동운동,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 물론 노동운동을 하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이들이 전태일의 정서를 가지고 노동운동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비정규직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관점도 다르고, 거기에 비중도 두지도 않는다. 이들은 주로 통일운동을 해오지 않았나? (비정규직운동 등) 나머지는 통일운동에 종속된 것이다. 그것이 오류다. (통일운동이) 다른 운동에 비해 특권적 위치를 갖는 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NL그룹이 통일운동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은 분단에 있긴 하다. 하지만 "분단이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은 '분단의 특권화' 혹은 '분단 환원주의'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80년대 주사파 NL운동이 등장했을 때 그들이 사람들의 인식을 치고 들어온 것이 '왜 북한문제,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고민하지 않느냐?'였다. 북한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취급하지 않으면 '너도 반북 이데올로기에 침윤돼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에 '맞아'하는 순간 북한의 처지에서 세상을 보는 것으로 관점이 확 바뀐다. 북한의 처지에서 세상을 보게 되면 남북문제, 북미문제의 핵심고리는 통일문제이기 때문에 남북분단은 모든 것의 중심고리가 되고, 특권적인 문제가 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것은 의미가 없게 된다."

이 교수는 "그렇게 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 상황을 보는 눈 자체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틀 속에서 남한문제를 보게 된다"며 "노동문제든 뭐든 다 그것에 포섭되는 방식으로 이해했고, 정부가 바뀌는 문제도 그런 차원의 문제로 해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한 정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면 그것이 사고방식만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도 결정하게 된다"며 "특히 일상어까지 (북한에) 맞춰갈수록 확고한 입장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녹취록에 자주 등장하는 북한식 언어구사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석기, 국회에 들어왔으면 지하조직에서 탈퇴했어야"

이 교수는 "(합법정당과 지하운동조직) 두개가 겹쳐지지 않도록 분리해야 했다"며 "분리할 수 없을 때 지하 얘기를 지상에서 해야 하는 난점이 생기거나 (지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 둘 중에 하나는 선택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둘 다 하면서 겹쳐놨으니 이것(지하운동조직)이 문제가 됐을 때 이것이 깨지고, 이것의 제약으로 인해 여기(정당) 활동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석기 의원 등이 대의에 충실했다면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조직에서 떠났거나 말단직으로 내려갔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 (지하운동) 조직의 중심적 역할을 하려고 했다면 국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국회의원이 했기 때문에 다 책임져야 하고 대중을 설득하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특히 이 교수는 통합진보당 등에서 이석기 사태를 '사상의 자유'로 맞서는 것에는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 취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조작이라고 비판하면서 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뭐가 잘못이냐?'며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는 '그래,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했다, 왜 그런 주장을 했냐면'식으로 재판투쟁을 벌였다. '안했다, 조작이다'가 아니었다. 정치범의 경우는 '맞아, 그런데 뭐가 잘못됐나?'라고 싸우고, 조작인 경우에는 '조작이고 거짓이다'라고 싸우는 건데 사상의 자유를 얘기하려면 전자여야 한다. 조작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상의 자유를 걸고 싸울 수 없다."

당시 최대 노동운동조직이었던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의 활동가들도 재판정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해명이 '조작이다→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런 발언을 안했다→ 그런 발언은 했지만 농담이었다'로 바뀐 점도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 교수는 "그 이후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며 "이러한데 어떻게 사상의 자유라고 싸울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들이 아직까지도 '그래, 우리의 확신이다'라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 '이게 뭐가 잘못됐어? 우리는 이렇게 할 거다'라고 하면 사상의 자유를 가지고 싸울 수 있다. 저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사상을 가질 수는 있다'고 얘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조작이라고 주장했을 때는 조작 여부를 밝히는 증거싸움이 된다. 거기에 사상의 자유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이 교수는 "그들도 이런 얘기가 대중은 물론이고 운동권한테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녹취록이 나왔는데도 '그래, 우리가 했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했다'고 하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럴 경우 신념(사상의 자유)을 가지고 싸울 수 없는데 이것이 그들에게 가장 난감한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진영 전체에 타격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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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사람들 누가 보더라도 그들(이석기 그룹)의 상황인식, 전략전술 등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해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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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관련기사 : "MB정부 5년간 진보정당 주변화˙자폐화")에서 "이석기 사태는 1기 진보정치세력화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러한 비관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진보운동 내부가 무너질 사건은 전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진영 전체에 치명타를 안겼다. 대중들로 하여금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사람들이었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건(이석기 사태)은 진보진영 전체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석기 그룹이) 진보진영에서 가진 상황인식, 운동방식, 운동관 등이 아주 다르고, 조직적으로도 분리됐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사람들 누가 보더라도 그들의 상황인식, 전략전술 등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해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국정원 등 정권에서도 이것을 진보진영 전체에 뒤집어 씌우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에 어려운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이 교수는 "(진보진영) 뒤에서 이런저런 매카시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잠시 지나는 일에 불과하다"며 "우파들도 이것을 운동권 전체의 일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얘기해봤자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운동은 현재를 바꾸는 것이고, 특히 변화된 상황 속에서 현실보다 반 걸음 앞서 가야지 전위가 될 수 있거나 전위가 못되더라도 앞에서 끌고 갈 위치가 된다"며 "지금 (이석기 그룹처럼) 이렇게 60년 뒤처진 세력만 남아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붕괴 이전 상황 속에서 가지고 있던, 오래되고 낡은 관념들도 남아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지금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운동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주류 틀에 들어가 비정규직운동이나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외면해서 비난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나 노동자연대 조직을 중심으로 운동을 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이런 것도 다시 물어야 한다. 이런 것을 묻지 않으면 공허한, 비현실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안고 간다면 30년 뒤에 우리도 저 꼴이 날 수도 있다. (이석기 사태가) 그것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그들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시대착오가 그들만의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들을 비판하는 진영에도 그런 요소가 없는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진경 교수는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연구자들의 공동체 '수유너머N'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체사상비판1>, <철학과 굴뚝청소부>,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수학의 몽상>, <자본을 넘어선 자본>, <미-래의 맑스주의>, <외부, 사유의 정치학>, <코뮨주의>,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대중과 흐름> 등을 썼다. 80년대 맑스와 레닌을 만난 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는 푸코와 들뢰즈, 가타리 등의 철학을 사유하고 있다. 여전히 스스로 '맑스주의자'(Marxist)를 자처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터뷰 어록] 국정원과 이석기 그리고 시뮬라크르
"국정원과 이석기 그룹의 관계가 현대철학자들이 얘기하는 '시뮬라크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셸 푸코(Michel Paul Foucault)는 '감옥이 시뮬라크르다'고 얘기했다. 감옥은 실패했다는 거다. 감옥이 사람을 교정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교정한 게 아니라 가르친 게 됐으니까. 그런데도 감옥이 저기 왜 존재하느냐? 그 감옥이 없다면 거대한 통제장치를 대중들이 어떻게 용인하겠나? 감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용인하면서 CCTV를 설치해 달라고 하는 거다. 이런 걸 위해서 여기 감옥이 따로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위험스러운 존재가 여기 있다고 가시화하면서 도청이나 탄압을 합리화한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감옥이 따로 있는 건 이 사회 전체가 감옥이라는 걸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했다. 그게 없다면 이 사회가 감옥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텐데, '감옥이 저기 따로 있으니 여기는 감옥이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이석기 그룹을 국정원에서 오랫동안 감청하고 감시했다는데 이번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압수수색해서 '웬일이야?' 했다. 사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은 '그쪽이 감시되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거야'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까지 나서서 민간인을 사찰했다. 사찰과 감시가 일상화돼 있는 건데 그들만 하는 것처럼 분리시켜서 '우리는 감시되지 않아'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를 만들낸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뮬라크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북 정부가 필요에 의해 (적대적으로) 공존했던 것처럼 양자가 필요로 하는 존재들 가운데 이석기 그룹과 같은 집단이 없어지면 가장 곤혹스러운 건 국정원이다. 국정원을 위해서 그런 집단이 있어야 하는 거다. 반대의 면도 있다. 이석기 사건이 처음 났을 때 누가 '경기동부연합에 프락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왜 그러냐?' 했더니 이석기 그룹 등 경기동부연합은 잊힐 만하면 사고를 터뜨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한다는 거다. 하고 싶어도 쉽지 않는데 거기에 국정원 프락치가 있는 게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하겠나? 뒤집어 얘기하면 그쪽도 그게 필요했을 거라 생한다. 그게 없었다면 그런 시대착오적 사고를 누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겠나? 역시 저렇게 탄압하고, 유신시대 방식으로 탄압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들도 존재 이유를 찾는다는 거다."

"의회를 전술적 단위로 생각했다면 전술적 단위를 분리, 독립시키고 관여하지 않는 상태로 갔어야 했다. (의회와 지하운동조직 간의) 연결도 간접적이어야 한다. 의회라는 전술단위 중심이 지하조직의 중심이 되니 이것은 자살이다. 이 사람은 좋든 싫든 빛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고, 대중의 시선이 모이는 자리인데,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얘기를 해야 하고 감시를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지하조직 수장이라는 것은 감시를 감당할 수 없는 자리다. 그들이 생각한 전술은 대중 시선을 감당할 수 없다. 두 가지 다 하려고 욕심을 부린 거다. "

"지금 많은 경우 지하조직은 없다. 합법정당을 만들어서 운동하는데 그렇게 운동하려고 했을 때 당 개념이 정말 타당한가 생각해봐야 한다. 당 개념이 근대적 대의제정당을 모델로 하는데 대의제라는 게 근본적 위기에 빠져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거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투표해서 대표를 뽑아봤자 별 소용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지역에서 대표자를 만들고, 이들이 대의제로 운영되는 정당개념이 적절한지, 꼭 당이어야 하는가도 다시 물어야 한다. 당도 그런 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다른 방식이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저번에 안철수 의원이 대선에 나왔을 때 당없이 대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저는 그걸 높이 평가한다. 성공여부를 떠나서 그건 실험이다. 어떤 혁신적 사고를 하는 사람도 '어떻게 당 없이 대선을 치러?'라고 하는 상황에서 당 없이 대선을 치르겠다? 다른 정치의 가능성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이 200년 넘은 조직인데, 이런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면, 부르주아 기득권층은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인다. 지배세력을 돈과 조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다들 돈과 조직이 없이 당이 안된다는 건 알잖아? 그러면 당 없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다른 걸 창안해야 하는데 그걸 안한다. 오히려 이런 것도 낡은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걸 묻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별로 희망이 없을 거다.

최장집 교수의 주장은 대의제로 귀속시키는 논리다. 2008년 촛불집회가 쓸 데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제도로 귀속된 사고, 법에 얽매인 사고다. 제도와 법을 바꾸는 요소가 있을 때만 성과라고 생각한다. 운동은 그렇게 사고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전태일 분신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이 무얼 바꿨나? 제도나 뭐 하나 바꾼 게 없지 않나. 하지만 그것이 의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국운동사적 의미를 모르는 거다. 전두환 시대에 돌을 던지면서 무얼 바꿨나?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잠재적 형태로 남는다. 잠재성은 눈에 안보인다. 나중에 한참 있다고 터져 나온다. 특히 합법정당에 들어가면 제도를 통해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제도화, 법조문된 것을 사고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계속 못 보게 된다. 촛불집회가 즉각 반영되어야 의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은 예외적이다. 예를 들어 87년 전두환이 직선제를 받아들인 게 87년만의 투쟁이라고 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집권 내내 있었던 것(움직였던 것)이 87년을 만든 거고, 이것이 그때 반영된 거다. 잠재적인 것과 현행화되는 것에는 시차가 언제나 있다. 심지어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자꾸 제도에 반영되는 걸 통해서 세상을 보려하면 이석기 그룹과 똑같아진다."

"주체사상이 뭔가? 남한에서도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이 주체사상이다. 저는 이석기그룹이 주체사상과도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주체사상파라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자기 조건에서 자신이 주체로 서야 하는데 그들은 북한의 관점에서 그렇게 하는데 그게 무슨 주사파인가? 주체사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주성도 전혀 없다. 제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자주적이지 않았다. 북한 이야기를 따라서만 했다."

"가장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내부에서 신념이 무너져 갈 때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가 그랬다. 옛날에는 사회주의권 붕괴로 무너졌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사회주의를 한 것도 아닌데 뭐 있겠나? 그게 사람의 내부, 신념을 와해시키고 그로 인해 운동 전체가 크게 몰락한 것이다. 전두환 시절에는 얼마나 물리적, 신체적 탄압과 고문이 심했나? 하지만 신념이 유효했기 때문에 그걸 감내하려 했다. 그런 점에서 탄압보다 남간한 건 내부에서 붕괴하는 거다. 내파(內波)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내파 위험은 전혀 없다. 운동하는 어떤 사람도 이 파가 아닌 사람이라면 이거에 의해 신념이 무너지고 '이제 안되겠다'고 할까? 다 우스울 것 같다. 이석기 그룹은 내파되어야 한다. 내파되면서 자신들의 운동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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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기본계획, '북한 비핵화, 서해평화지대 빠져'

 

통일부, 25일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 심의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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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5 18: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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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 주재로 '201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2013~2017)을 심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향후 5년 남북 정책의 골자인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이 25일 심의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 주재로 '201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2013~2017)을 심의했다.

이번에 심의된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에는 1차 계획과 달리 목표와 추진방향에서 '북한 비핵화'가 항목에서 빠졌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은 아예 삭제됐다.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안에는 2대 목표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 △실질적 통일준비(작은 통일→큰 통일)를 설정했다.

그리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있는 추진, △북한의 변화여건 조성, △통일미래를 단계적.실질적으로 준비, △동북아 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북정책 추진 등 4대 기본방향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당국간 대화 추진 및 합의 이행 제도화,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추구, △호혜적 교류협력의 확대.심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추구,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추진,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정착지원,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통일교육,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 △통일외교를 통한 국제적 통일공감대 확산 등을 10대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1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추진방향과 2010년 수정계획 중 첫 번째 목표로 '북한의 비핵화'가 명시되어 있어 2차 기본계획안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1차 기본계획에는 7대 전략목표와 추진과제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이 명시됐으나 2차 기본계획안에는 빠졌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는 이번 계획 큰 제목에는 없지만 작은 제목이 있다"며 "1차 계획과 2차 계획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북핵문제 관련 표현이 추진계획서에 충분히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용어는 2차 계획에 없다"면서도 "10대 중점 추진과제 중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추구에 포괄적으로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2차 계획안에는 북한 비핵화가 목표로 설정되어있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1차 계획과 달리 축소표현되거나 빠져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통일부 장관이 수립하도록 되어있으며, 통일부는 민간전문가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 2차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심의된 2차 기본계획안은 통일부 장관이 확정, 국회에 보고한 뒤 국민들에게 고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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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을 강타했던 '기초노령연금'의 황당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을 며칠 앞둔 12월 12일 많은 국민이 시청하는 KBS뉴스에서 공식적인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3차 TV연설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 연설에서 '이제 나라에서 어르신들을 보살펴드릴 차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인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해서,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급여의 2배 수준인 월 20만원을 드릴 것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모두 드린다고 공언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에서 나왔던 내용이지만, 공중파에서 이와 같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말이 나오자, 모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그녀의 말을 들고 노인정을 찾아가 노령층 표심을 잡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노인정은 물론이고 교회,친목계, 시장통에서는 <65세이상 모든>이라는 말에 주목해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무조건 20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부푼 희망에 찼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서로 입을 모아 자녀들에게도 '이 늙은 부모에게 네가 용돈을 주지 못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매달 20만원씩 준다고 하니, 너도 박근혜 후보를 찍어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후보는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노인들은 2013년부터 이제 매달 20만원씩 받을 것이라며, 이 돈을 모으면 최소한 자신의 장례비라도 쓸 수 있다는 마음까지도 가졌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그녀를 믿었지만, 그녀의 말은 이제 뻥튀기 장사꾼의 말처럼 '뻥이요'가 되어 버렸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65세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던 말을 뒤집어, 소득 하위 70%에게만 그것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계산하여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대선 후보가 TV에 나와 공언했던 대선공약을 포기한 사례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녀의 공약에는 황당한 얘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 대선공약 수정?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단다'

박근혜 후보가 발간한 대선공약집에는 <기초연금 도입>이라는 항목이 정확히 들어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아 노인계층의 삶의 질이 낮으며, 국민연금이 노인 빈곤해소에 기여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기초 노령연금은 급여수준이 너무 낮아 어르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하겠다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이런 공약이 무슨 재원 때문에 수정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발표는 아예 그녀가 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2007년에 부분 개정된 <기초노령연금법> 제3조에는 <국가는 2008년 7월 1일 이후 최초로 연금을 지급하는 때는 수급자가 65세 이상인 자 중 100분의 60 수준이 되도록 하고, 2009년 1월 1일 당시 수급자가 65세 이상인 자 중 100분의 70 수준이 되도록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지금도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자의 70%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의 100%에서 후퇴했다고 나온 소득 하위 70%만 지급이라는 말은 기존 법령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행동에 불과합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인상액은 이미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법과 연동하여 100분 10까지 인상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차등 지급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공약의 수정이니 개선이니 하는 말을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한번이라도 봤던 사람이라면 웃음만 나오는 말입니다. 뭐 한 것이 있어야 그런 말을 할 텐데, 그냥 대선공약집의 문구와 TV연설문을 포장하기 위한 단어에 불과했었습니다.

'생색내기에 불과했던 사진촬영용 어머니의 마음'

박근혜 후보는 대선 기간 유독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여성과 어머니라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말을 유난히 많이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노인들을 위한 정책과 복지를 위해 실현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이런 컨셉은 과거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국모'로 기억하는 노인들의 마음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그녀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노인들을 대했다면, 실제로 기초노령연금의 문제점을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이라도 만들었어야 합니다.

 

 

 


소득하위 70%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래 재원이 없으니 없는 사람이라도 받으며 살아야지'라는 동정론으로 포장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진짜 소득이 없어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을 아예 받지 못합니다. 최저생계비를 받는 노인이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해 받으면 그만큼 최저생계비가 차감되어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최저생계비+기초노령연금을 받아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했던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은 그냥 그림의 떡이고,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이라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더 원했던 것입니다.

마치 돈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경제력이 없는 노인에게 무엇인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수정된 공약을 통해 그나마 이들에게는 혜택이 지원될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했던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책임조차 질 마음이 없습니다. 최소한 MB도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그녀는 누군가에게 대독하여 유감이라는 말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할 것이다'라고 웃으며 국민에게 던졌던 그녀의 말을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대통령이 되면 아무것도 안 할 것이다'라는 말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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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를 만들어준다고 옥수수를 받았다가 그냥 다시 옥수수를 돌려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을 못하겠으면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 국민이나 대통령이나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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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연재 36> 제3세계의 눈으로 서구열강을 파헤친다
 
유태영 박사
기사입력: 2013/09/25 [14: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유태영 박사 ©자주민보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끝까지 버티는 힘이며, 스스로 서 나가는 정신이다

민족주의란 <내 나라>라고 하는 정치, 경제, 문화체제의 형성을 기본으로 하여 민족과 인민이라고 하는 집단이 결성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 민족주의란 민족의 자주와 자립적 행동이념으로서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희생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집단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민족주의는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민족의 한 성원으로서 출생하며 민족의 성원으로 소속되어 삶을 영위한다. 이것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민족의 소속감이며 성장하면서 보다 더 민족적 형태를 띠고 민족에 대한 존재감이 스스로 확인된다. 그럼으로 민족주의란 민족과 조국을 위하여 봉사하는 일에 있어서 세금과 군복무 등 다양한 책무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민족주의이다.


둘째, 민족주의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집단체이며 민족적인 국가를 껴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사회적 인간결사체적로서 애민애족 정신을 뜻한다. 그럼으로 민족주의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자아집단의식을 강화한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또 다른 한편으로 타민족의 집단체제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 평화적 교류와 친선을 장려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럼으로 참된 민족주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평화를 위하여 화해와 교류의 역할에도 공헌한다.


셋째, 불행하게도 인류의 민족과 국가라고 하는 단위들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오랜 역사 속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생했다. 대표되는 전쟁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세계의 강대국들이 이기주의적인 침략행위를 국제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약소 민족국가들이 저마다 민족적인 <민족의 정체성확립>을 위하여 국제적으로 긴장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럼으로 참된 민족주의는 오늘 21세기 국제사회에 있어서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어떤 원칙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정확히 밝힘으로서 공정한 국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 제3세계의 국제사회는 매우 유동적이다. 오랜 동안 군사적으로 서구의 착취와 지배를 받아오던 민족들이 제국주의에 대응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제3세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주객이 전도되는 새로운 민족주의적 국제질서가 새롭게 세계적으로 태동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의 정세 아래에서 제3세계 나라들은 민족의 자주성을 확고히 견지하며 동시에 <민족주의>를 기초로 하여 민족의 본성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1. 민족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

민족주의란 개별 민족들의 독특한 특성에 의하여 정의한다. 민족주의의 기본적으로, 문화, 가치관의 차이점 등을 통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선언한다.


그럼으로 민족주의는 인류의 생활적 전반에 있어서 각 민족마다 지니고 있는 특징에 대하여 민족주의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 각 민족은 민족적 고유한 유산으로서 문화와 문학, 노래와 예술, 역사적 신화 그리고 독특한 종교적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민족주의는 민족국가를 형성하며 세계역사에 있어서 정치와 지역과 지리적 구분 등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민족주의적 민족국가들은 제각기 독특한 정통성을 지니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막강한 군사주의적 행동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민족주의를 고찰함에 있어서 제기되는 문제는 <동양의 민족주의>와 서구적 배경에서 말하는 <서양의 민족주의>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으며 또 제3세계 민족주의의 다양성과 차별의 문제들이 자연히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하여 민중들의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됐는가 하는 것을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럼으로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민족주의에 대하여 극히 간략하게 기본적 이해를 돕기 위하여 ㄱㄴㄷ 순으로 고찰을 시도한다.


ㄱ. 서구의 민족주의

서구의 민족주의는 유대인의 민족주의를 제외하고, 17세기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영국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대륙에 맞서면서 영국의 민족주의라고 하는 배타적 집단의식과 Anglo-Saxon이라는 민족주의 정체성이 형성됐다.


프랑스는 18세기에 혁명을 통하여 민족주의가 발전했는데 프랑스인들의 애국심을 일으키는 프랑스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형성됐다.


하지만 서구의 민족주의는 민족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약소민족들을 마구 침략하고 지배하면서 서구의 제국주의, 파시즘, 나치즘 등의 제국주의 국가의 이념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변질된 서구 제국주의는 사이비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적 인종차별주의와 결합하여 분열적인 민족주의를 세계적으로 조장했다. 제1차, 2차 세계대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5개 민족국가들로 구성된 유럽의 <국가연합>은 미국의 세계화 지배체제하에서 친미적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국가연합>은 또 다른 한편으로 각 나라들이 제 각기 민족주의 국가의 정체성과 독자적인 문화적 유산을 유지하면서 전 유럽의 거대한 단일화 시장경제체제와 규범과 제도를 건설하여 상호간에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의 많은 유럽의 식민통치에서 해방 되어 반서구적인 독립을 요구하는 열풍이 몰아치면서 제3세계의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독립국들이 창건됐다. 아프리카의 신생국가들은 스스로 단결하여 반 유럽 민족주의를 주장하였다.


아무튼 유럽 서구의 민족주의 나라들은 300년간의 제국주의 침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근대적인 세계 역사에 있어서 매우 복잡한 민족주의 관련 정치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ㄴ. 동양의 민족주의

동양의 민족주의는 주로 관주도의 민족주의이면서 동시에 민중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함께 전개되고 있었다. 과거 동양의 민족주의는 외세에 대한 저항적 민족주의가 주로 전제되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동양의 민족주의 자체는 자연히 외세를 물리치는 정의로운 항쟁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있어서 동양의 민족주의는 거대한 이주민시대와 전자통신 시대를 맞아 분산되어 원거리 민족주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그럼으로 동양의 민족주의는 오늘 서구의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과 동양 민족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동시에 조명하고 분석하면서 서구의 세계화의 허상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화 주장은 하나의 허구에 불과한 것임을 동양의 민족주의는 주시하고 있다.


동양의 민족주의는 서구 300년 역사의 세계지배체제가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오늘 미국이 패권유지를 위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삼아 일삼고 있는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동양적인 <반제반식민주의>의 대처로 21세기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세계화는 희망이 아니라 불안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오늘 미국이 중동의 시리아와 이란 등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패권연장 시나리오는 미국이 주장하는 세계평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의 균열과 반작용만을 세계적으로 표출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럼으로 동양의 민족주의는 21세기의 혼란을 관망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빙자한 미국의 세계화 정치의 폭력과 패망의 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ㄷ. 제3세계 민족주의

제3세계 민족주의는 나라마다 민족의 내용이 다양하고 개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대한 일률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3세계 민족주의는 대외적으로 자주와 자립을 주장하고 대내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제3세계의 민족주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역사를 능히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왜 제3세계 민족주의를 억압하는가? 미국의 논리는 미국은 (선)하고 제3세계는 (악)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3세계 나라들의 민족해방투쟁을 가로 막기 위하여 미국이 지원하는 안정된 독재정권을 세워 놓고 뒤에서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이 제3세계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개입하는 정책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민족주의 정권을 군부 쿠데타로 전복시키고 친미적 군사정권을 창출한다.

2) 친미적 군부 정권에 대하여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여 정권을 안정시킨다.

3) 위의 두 가지 정략과 정책을 성공하는데 미국 CIA 의 공작이 절대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에 제3세계에 새로 등장한 세계 역사는 <국제적 이념투쟁>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가 자리 잡게 됐다. 서구 열강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새로 등장한 제3세계 민족주의에 대하여 변형된 식민지 이념논쟁을 강화주입시킴으로서 제3세계 분열을 책동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패권을 계속 하여 견고히 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 식민지 피치지배 민족들은 독립이라고 하는 값진 시대적 역사발전에 고무되어 신생 독립국들이 우후죽순처럼 창건됐다.


그런데 우후죽순 창건된 제3세계의 많은 민족주의 신생 독립국들은 자의든 타의든 다음 세 가지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었다.

1) 소련의 사회주의 제도권에 편입하거나 혹은 자주적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했다.

2) 친서방 자본주의 노선을 선택하는 극소수의 나라들이 있었다.

3) <비동맹 중립적 노선>을 형성하여 독자적으로 반제국주의와 사회주의 지향적인 민족주의 이념을 앞세우는 길을 독자적으로 선택했다.


이 가운데 셋째 비동맹 중립노선을 선택한 나라들이 단연코 많았다. 1955년에 비동맹국 77 나라들이 <반둥회의>를 결성하여 미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민족주의적 중립의 길을 집단적으로 확고히 선언했다.


제3세계 민족주의 운동은 기본적으로 미제국주의 착취와 억압에 대항하여 세계적으로 항쟁을 일으켰다. 제3세계의 자주화 민족주의 투쟁은 미국이 부정할 수 없는 중대한 21세기의 세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제3세계의 민족주의 항쟁과 이에 대립하는 미국의 침략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은 21세기에 있어서 최대의 정치적 화두로 정립되고 있다.


2. 우리나라 민족주의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말하자면 지금 우리나라는 위태로운 민족 분단의 위기에 처해있는 다급한 민족의 처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쓸데없이 여러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분단된 비극을 생각할 때 남쪽만을 생각하지 말고 북쪽까지도 포함하여 함께 하나의 민족으로서의 분단의 고난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68년의 역사 속에 살고 있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민족분단>이라고 하는 말을 하나의 형용사적 단어가 되어버렸다.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른다는 말처럼 우리는 분단의 고통은 알면서도 분단의 원인적 고통의 아픔은 모르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다.


1945년에 소련- 미국이 우리나라를 분열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이념이 우리 민족이 스스로 분단시키고 있다.


68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 세계는 이념 시대는 지나갔고 <실리주의> 시대가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사실 이념은 약소민족과 힘없는 민중을 묶어 놓고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술책이었다.


그러면 오늘 이 시대의 <실리주의>란 무엇인가? 실리주의는 사상과 조건이 좀 달라도 다른 사람의 사상을 이해하고 허용하면서 깨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정치와 경제적으로 실리와 유리한 조건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정치적 실리주의이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은 한때 서로 치열한 적대국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손을 잡는 실리주의적 시대가 왔다. 이것을 보고 그들은 문명국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우리 민족도 한 단계 높아 질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여 실리적인 민족통일을 추진해가야 하겠다.


순진한 것은 <덕>이 되지만 어리석은 것은 <악>이 뒬 뿐이다.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우리 민족의 통일의 길은 오직 순진한 <덕>으로 통일의 길을 찾아야 하겠다.


어리석은 마음 (악)으로 미국을 68년 동안이나 믿고 따른 결과는 무엇인가? 죽기까지 외세를 의존해야만 하고 뼈 속까지 악성적인 친미적 종속병으로 인하여 중환자가 되고 있음을 이제는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하겠다.


민족주의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정치로 해결 못하는 문제를 민중들의 민족주의 정신의 힘으로 능히 고칠 수 있다. 한 예를 들어 말 해보자.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받고 있을 때 천도교는 반외세적 우리 민족의 전통사상인 민간신앙 풍토를 앙양하여 천도교 제3대 교주인 손병희는 농민대중과 서민층의 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하여 3.1독립운동과 개화주의운동을 주도했다.


오늘 급변하는 국제사회는 다원화되어 여러 민족들 속에서 제각기 자주적 사상이 고개를 들고 자주화 운동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민족도 서양의 낡은 종속주의를 탈피하고 극복하여 가치 있는 한국사, 한국학, 한국정신의 고전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동시에 한 거름 더 나아가 현대적 민족자주사상에 기초하여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통일운동에 총력을 기울려야 하겠다.


민족 통일에 있어서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를 간추려 생각해 본다.


첫째, 주입식 이념 극복

우리 민족의 분단은 정치문제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분단의 문제는 이대올로기의 가면을 쓰고 순진한 민중들이 서로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도록 부추기는 속임수 이념의 노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세의 <속임수> 이념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보수주의 기독교는 신앙과 이념을 혼합하여 민족분열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속임수란 무엇인가? 속임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헛수고>를 하도록 유인한다.

오늘 남쪽의 우익 보수세력은 <죽으라면 죽으라>는 식으로 분단이 영원토록 계속된다할지라 반공반북주의는 좋은 것이니 분열을 계속되어도 좋다는 사고방식에 완전히 얽매여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한국에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조건에서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미국은 소련 다음으로 지금은 중국과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동양에서 정치와 군사적 전략의 거점으로서 우리 민족에게 반공 이념을 강화하여 조금도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기로 지금 까지 한국을 보호한다고 위협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북도 핵무기 보유국이 되어 미국 핵무기 카드는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미국은 아작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이 아직도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카드는 <유신론>과 <무신론>이라고 하는 종교적인 대립으로 유도하여 종교적 <이념> 논쟁의 노예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이른바 <북한 선교>라고 하는 미명하에 북한을 기독교화 하는 것이 민족통일을 촉진하는 최상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인들의 종교적 열정을 이용하여 민족통일을 가로 막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는 이제는 분명히 알아야 하겠다.


그러면 오늘 미국인들의 삶은 어떠한가?

오늘 미국인들은 물질주의와 향락주의로 타락하여 신없는 기독교국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이념 논쟁은 어리석고 유치한 옛 이야기로 여기고 있다.


오늘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유일한 관심은 경제적 실리를 따지고 있는 것뿐이다. 미국은 해마다 신년 백악관 조찬기도회에 세계적 유명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초청한다. 하지만 미국의 백악관 주찬기도회는 정치적 선전이 목적일 뿐이며 종교적 의미는 전무하다.


도대체 한국의 위정자들이 미국의 속임수를 뻔히 알면서도 이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의 정치적 독재자들에게 이념은 정권을 유지 유지하는데 있어서 생명처럼 귀중한 것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들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교권주의자들에게도 이념은 교권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방패가 되고 있다.


그럼으로 오늘 우리 민족이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것은 1945년에 조선반도의 허리르 자른 것은 미국-소련이지만, 오늘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있는 것은 이념의 장난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을 추종하는 종미주의자들이 말하는 민족통일은 잠꼬대에 불과하다. 분단문제를 종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이 외치는 소리도 역시 잠꼬대 같은 망발일 뿐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에 대하여 민족적 양심으로 올바른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마치 스핑크스가 나의 물음에 바른 대답을 하지 못하는 놈은 사정없이 잡아먹는다고 주장한 비극처럼 우리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는 정치와 군사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깨달아야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이 주입식으로 강요하는 이념 <속임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분단은 68년이 또 다시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생각되는 우리의 통일문제를 손 하나 되지 않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강요하고 있는 주입식 이념을 물리치고 분열의 이념을 극복하는 길이다.


둘째, 앞을 내다보는 눈

앞을 내다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보는 것은 눈만이 아니라 보는 마음과 보는 생각과 사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 보는 민족의 역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목적의식을 밝힌다는 뜻이다.


본다는 것은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역사의 초점을 맞추지 않은 관점은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초점은 통일이다. 통일을 바라는 민중에게 물대포를 쏘는 정권을 앞을 내다보는 눈이 없는 것이다.


민족 통일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세계 평화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며 민족배반이다.
자식이 못생겼지만 잘 사는 것을 보기 원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우리 민족의 불행 운명을 올
바로 관찰하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원대한 목표를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을 뜻한다. 북극성에 가본 사람은 없지만 북극성을 정확히 바라보고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방향감각 잃지 않는다. 우리는 통일의 북극성을 내다 봐야 한다.


지난 68년 동안 암울한 반역의 역사 속에서 통일운동 “통” 자도 쓸 수 없는 때가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통일의 앞길을 내다보는 것은 허황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사적 확신의 눈으로 보는 미래는 환하게 빛나고 있다.


통일의 별은 정치보다 더 높은 하늘에 떠 있다. 그럼으로 민족주의에 대하여 우경이니 좌경이니 떠드는 소리는 잡소리일 뿐이다. 정치에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민중들의 양심에는 확실한 것만 있을 뿐이다.


분단된 우리 민족의 살 길은 암울한 외세의 발부리만 내려다 보지 말고 민족적 양심의 눈을 크게 떠서 통일의 꿈을 꾸면서 앞을 내다 봐야 하겠다.


셋째, 부르짖는 소리

땅에 묻힌 씨앗은 엄동이 지나면 싹이 트고 생명체가 되어 다시 태어나 재생의 소리로 봄소식을 부르짖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 태어나 통일을 염원하는 부르짖는 소리가 민족의 역사 속에서 큰 소리로 들려오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셀러는 말하기를 역사란 세계를 심판하는 부르짖음이라고 했다. 셀러의 말은 천고의 명언이다. ‘오늘 21세기에 68년 분단된 우리 민족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가!’ 부르짖는 소리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한국 정부가 마녀사냥 식으로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구속하고 있다. 이것은 오래 전에 있었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망령이 되살아난 형국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은 기원전 8세기에 있었던 마이다스왕의 정권이 가졌었던 욕망을 그대로 모방하여 터무니없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


마이다스 왕은 불행하게도 왕과 제일 가까이 있는 이발사의 폭로적인 부르짖음으로 인하여 <마이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의 귀이다>라고 하는 비밀이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고 말았다.


마이디스 왕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발사의 폭로의 부르짖음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왕의 이발사의 부르짖음은 현대어로 표현한다면 <현실고발>의 부르짖음이었다.


현실이라는 공간 속에는 이상이 숨어 있다. 또 이상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조건 아래에서만 있을 수 있다. 그럼으로 현실과 이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지만 현실이 그냥 한곳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죽은 현실이 되고 만다. 누에가 꼬치 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죽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현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에 너무 오래 빠져 불변의 늪에 갇히다보면 이상적 정의로운 부르짖음은 죽고 만다.


이상이란 무엇인가? 이상은 뜻이며 의미이다. 뜻과 의미 없이 역사는 발전할 수 없다. 오늘 한국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뉴라이트의 극우적인 역사왜곡 미화사건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현실적 기득권에 주저앉아 있으면서 당파적인 이득추구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뉴라이트의 망국적인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나타난 것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친일파들의 망국적 역사를 왜곡 미화하여 이승만–박정희 독재 정권을 정당화하는 편집을 했다. 이와 같은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대하여 298건의 간출인 잘못된 내용들이 폭로됐다.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의 부르짖음이다.


이와 같이 힘든 작업은 담당한 기관들은 <한국역사 위원회, 역사문제 연구소, 민족문제 연구소, 역사학 연구소> 등 단체들의 진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하여 분명히 밝혀졌다.


이와 같이 부르짖는 소리가 없으면 분단 68년의 암흑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뼈 속까지 친미 사대주의 집단이 부정선거로 정권을 탈취하고 출발한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을 동원한 공안정국조장 공작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증거가 망국적인 뉴라이트 역사교과 편찬사건을 통하여 또 다시 여실히 표출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정원 배후에서 조정하고 있는 미국 국정원 (CIA)의 국제적 공작정치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차원에서 한국 정치를 일일이 관리하고 있는 것도 확실해졌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교수인 초토스프스키 교수는 ‘오늘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핵 문제에 대하여 역사상 핵폭탄을 제일 처음 사용한 나라가 미국이며 현제 핵무기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역시 미국이다. 또 다른 나라들의 핵 보유를 끝까지 문제 삼고 괴롭히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1894년 프랑스가 수년 동안 양분되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유출된 어떤 비밀문건의 암호가 (ㄷ)자로 시작됐다. 그런데 유대계 육군 포병대 장교 소령 드레퓌스의 이름이 암호로 사용되는 (ㄷ)자로 시작된다.


드레퓌스 소령은 이름의 (ㄷ)자 때문에 억울한 간첩의 누명을 쓰고 1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다가 12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에서는 무조건적인 유대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강했기 때문에 무죄한 드레퓌스 육군 소령은 (ㄷ) 자로 시작되는 이름 때문에 억울하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1991년 노태우 정권 당시는 강경대와 김기설 등 반정부 항의 분신과 투신자살사건에 있었다. 그런데 노태우 정권은 억울하게 무죄한 강기훈에게 강경대와 김기설의 <유서대필자>라고 조작하여 3년형을 선고 했다. 노태우 정권이 민주화세력들에게 타격을 주기위하여 국정원 조작극을 연출했던 것이다.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으로 대통령 선거결과를 뒤집어엎고 정권을 탈취한 박근혜 정권은 태생적으로 범죄 집단이다. 그럼으로 박근혜 정권은 태생적 원죄를 원천봉쇄를 하기 위하여 정치적인 음모로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건을 조작하여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을 모방하여 21세기 마녀사냥극을 연출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자체는 국정원 하수인으로 전락했으며 박근혜 정권이 등용한 검찰과 경찰들은 마녀사냥을 위한 사냥개로 변신하고 있다.


이제 오늘 분단 68년 이라고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남과 북, 북과 남 민중들의 역사적 사명은 무엇인가? 진리가 부르짖는 소리는 바로 민중이 부르짖는 소리이며 동시에 민중이 부르짖는 소리는 바로 진리가 부르짖는 소리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니고 남과 북의 민중들이 조국통일을 함께 부르짖어야 하겠다.

<개는 짖으라고 있고 언론은 정의의 나팔 불라고 있다.>라고 소설가 송기숙은 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개는 여전히 짖고 있는데 지금 언론들의 정의의 나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언론이 개만도 못하다는 말 아닌가?


개는 약하고 작을수록 더 많이 짖는다. 개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짖는 것이다. 만일 사람이나 다른 동물 자신의 영역 안에 가까이 들어오면 거부의 표시로로 개는 부르짖는다.


그럼으로 우리는 개만도 못하지 않기 때문에 <양키 고홈>을 개처럼 부르짖어야하겠다.


전두환은 나라 돈 1,672억 횡령하고도 33년 동안 끄떡 없이 감옥 가지 않고 잘 살고 있는데 대하여 민중들은 개처럼 부르짖어야 하겠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대통령과 각료 18명이 국가안보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15명이 병역의무를 기피자들이라고 한다. 이런 대한민국에 대하여 민중들은 개처럼 부르짖어야 하겠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박근혜 양자 회담에서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국정원 프락치매수 사건, 내란음모날조공작 사건 등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유신독재 망령으로 되살아나 활개치고 있는데 대하여 민중들은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모두 분개하여 개처럼 부르짖어대야만 하겠다.


이 글을 끝맺으며...

나라의 주인인 노동자, 농민, 학생들이 소수의 모임을 만들고 집회와 어떤 결의를 하게 되면 무슨 큰 일이 날 것처첨 국정원과 검찰과 경찰이 출동하여 압수수책을 강행하고 고무찬양과 좌경이라고 하는 엉뚱한 이름으로 체포한다.


그 다음날 신문들은 침소봉대하여 불순한 단체로 낙인을 찍는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 선지 1년도 채 안됐는데 나라꼴이 이런 지경이 되고 있다.


죽음을 배워야 하고 죽는 연습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삶의 유머와 위트를 피천득 수필가는 말했다. 이 얼마나 인생의 삶을 도통한 의미심장한 말인가? 문학적이고 사회적으로 인간미가 풍부히 넘치는 폭넓고 깊은 사고방식이다.


박근혜에게 그런 폭넓고 깊은 사고방식의 삶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박근혜가 제 아무리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독재 정권을 물려 받았다고 할지라도 박근혜의 집권초기에는 그래도 민주주의 정치를 좀 배우고 연습이라도 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국민들에 과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근혜가 박정희 아버지의 정치적 범죄행위에 대하여 정치적인 위트를 나타내어 극적인 변화를 국민들에게 나타내 보이는 능숙함을 기대하는 것은 도대체 불가능한 망상이란 말인가? 그런 망상은 지옥에서 평화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망상이란 말인가?


지난 68년 동안 독재정권은 적화통일을 가상논리로 삼고 반공주의 일변도의 통치를 했으며 또 필요하면 관제빨갱이도 쉽게 만들어 연행과 구속을 함으로서 정권을 유지해 왔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68년 동안 귀가 닳도록 듣고 또 들은 남침-북침 논리와 논쟁은 우리 민족에 대한 미국 침략정책을 위하여 <황금 다리 (황금교)>를 설치해 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부르짖고 또 부르짖고 싶다는 것이다. (유태영, 1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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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부당한 것은 금세 드러나는 시대.. 거기에 희망을 걸죠"

[단독] 권은희 "부당한 것은 금세 드러나는 시대.. 거기에 희망을 걸죠"

'국정원 댓글 사건의 분수령' 권은희 수사과장 언론 첫 인터뷰
"수사의 부당함 공개 후 오히려 흔들림 없이 직무수행"
한국일보|송은미기자|입력2013.09.25 03:35|수정2013.09.25 10:43

 

'3각 커넥션' 의혹

그런 통화 있는지도 몰랐는데

국정원ㆍ서울경찰청이 사안마다 보이는 반응 똑같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밝힌 이유

내부에선 말할 절차도 없고 말하도록 놔두지도 않아

전보 직후 어려웠지만 후회 안 해
 

↑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에서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해야 할 일, 경찰이 따라야 할 가치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 권은희 과장이 인터뷰 도중 "많은 분들의 응원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며 편지들을 꺼내 보여 주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조직서 고립감 느낀 적 없어

증인들 진술 상반되지만 신빙성 판단은 재판부의 몫

시민편지ㆍ문자메시지에 감사… 응원해준 동료들도 큰 힘

"사건 수사 중 겪은 부당함을 밝히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수사과장 직을 수행할 수는 없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서 수사과장)은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경찰의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을 공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권 과장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터뷰를 사양해왔던 그는 이날 만남 내내 담담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힐링'을 자주 언급해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내비쳤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구속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불구속,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국정조사와 민주당 장외투쟁, 그리고 어쩌면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수사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까지 지난 수 개월간 정국을 뒤흔든 사건들의 단초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불법 선거개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이 신고가 접수됐을 때부터 수사를 지휘하다 두 달 만에 교체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서서 수사과장)은 석연찮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다음 날인 4월 19일 "경찰 윗선의 개입으로 수사가 축소됐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수사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어진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재판 과정에서 그는 줄곧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2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에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신중했지만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했다. 그의 말대로 "수사과장으로 한 점 흔들림이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목전에 둔 12월 11~16일 국정원 2차장 산하 직원들이 당시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ㆍ과장, 수서경찰서장 등과 조직적으로 접촉했다. 여권 유력 정치인과도 통화를 해서 '3각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권 과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나.

"없었다. 그런 식의 통화, 대인 마크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하는 말이 똑같은 것을 보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원 측 이야기는 기자들을 통해, 서울경찰청 이야기는 지시를 받으면서 들었는데, 보도가 나오거나 수사 방향을 설정할 때 양측의 반응이 사안마다 똑같았다."

-외압이 있었을 때, 예컨대 12월 12일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막았을 때 수사과장이라면 강행할 수는 없었나.

"만약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감지한 서울경찰청의 의도를 12일 김 전 청장의 전화를 받았을 때 알았다면 영장신청을 강행했을 것이다."

-1월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외압 때문이었나.

"그렇게 볼 수 있다. 당시 한국일보가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수사 자료를 넘겨주려 해도 경찰에서 안 받으려 했다'며 '경찰 상부에서 수사 확대를 막았다'고 보도(2월 8일자 1, 5면)했는데 사실이었다. 자료를 받는데 일주일 이상 소요되면서 수사가 늦어졌고, 소환에 불응하는 중요 참고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에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4월 수사결과 발표 후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경찰 내부가 아닌 언론에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절차도 없고, 이야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은 했었나.

"3월 중순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하려 했었다. 서울경찰청의 부당함을 밝히지 않고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외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경찰청장 인사가 나면서 기회를 잃었다."

-경찰 안에서는 권 과장에 대해 '사법고시 출신이니 나가서 변호사 해도 되겠다' '결국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나'라며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어서 외압을 폭로했다는 시각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사실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었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현장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경찰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경찰이 됐다. 앞으로도 경찰 수사 분야에 도움이 되고 싶다."

-경찰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자기목적적인 조직이 아니다. 경찰로서 해야 할 일, 따라야 할 가치, 법이 있다. 이를 도외시한 말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며, 맹목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조사, 재판에서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는 등 주관적인 판단을 증언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이 아니라 수사 책임자 신분으로 말한 것이다. 수사과장은 증거를 수집, 피의자를 특정하고 기소와 불기소, 혐의 있음과 없음을 판단한다. 이는 법률 지식과 축적된 경험에 의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국정조사, 재판에서 경찰 측 증인들의 말은 한결같이 본인의 진술과 상반되는데.

"증인과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얼마 전 제가 조직에서 고립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는데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 없다. 조직 내에서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공개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공개하기 전 2월 송파서로 전보된 직후가 오히려 어려운 시기였다. 부당함을 밝히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수사과장으로서 직원들을 지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고,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커져 괴로웠다. 하지만 공개 이후에는 한 점 흔들림 없이 수사과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사건의 실체와 수사 상황을 밝힌 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과정을 보면서 조직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 후회하지 않는다."

-경찰 조직에 회의를 느끼나.

"많은 분들이 사회가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당한 것이 금세 드러나는 시대다. 거기에 희망을 건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을 거치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 확보가 요원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사권을 우리 경찰 내부에서 제대로,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이다. 상부에서 함부로 지시하지 않고, 수사 현장에서 증거를 갖고 판단하는 경찰들에게 권한이 주어져야 비로소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

"(종이봉투에 담긴 응원 편지를 한 장 한 장 꺼내 보여주며) 편지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 경찰 내부망을 통해 응원해준 동료들이 많다. '순수하게 감동받았다', '힐링이 됐다'고들 했다. 평범한 제가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것에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 같다.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큰 힘이 됐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 권은희 수사과장은

1974년 2월 전남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한 권은희(39) 과장은 97년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5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경정 특별채용을 거쳐 경찰에 발을 디딘 그는 2006년 3월부터 1년간 경찰청 경무기획국 법무과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6개 경찰서를 돌며 줄곧 수사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보통 총경 승진을 위해 여러 보직을 거치기를 권하지만 가능하면 수사형사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문성을 더 기르기 위해 올 2월 연세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3월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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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도 두 손 든 커피

달마대사도 두 손 든 커피

 
원철 스님 2013. 09. 25
조회수 225추천수 0
 

 

남양주 수종사 찻집 이병학-.jpg

남양주 수종사의 찻집 사진 이병학

 

 

 

커피 내리기-.jpg

커피 내리기 사진 <한겨레> 자료

 

 

커피콩 푸기-.jpg

커피콩 푸기 사진 <한겨레> 자료

 

 

1. 커피가 대세다

 

한류를 말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가수는 싸이다.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노래의 도입 부분은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파라솔 밑에서 유머스러운 표정으로 졸다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랫말 역시 커피로 시작된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여자…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두 얼굴의 커피라는 절묘한 대비를 통해 여유와 바쁨이라는 현대인의 양면적 삶을 동시에 그려낸 수작이라고 하겠다. 문 닫은 가게가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문을 열면 셋 중에 한곳은 커피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커피문화는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유명 커피집에서는 잔 받침을 뒤집거나 커피잔을 이마까지 들어올려 ‘명품’임을 확인하는 모습도 더러 접하는 풍경이다. 커피값이 하도 비싸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라는 답변을 기대하고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 가게는 물컵도 명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는 이야기는 대세의 극치가 보여주는 또다른 허세의 풍속도이기도 하다.

 

 

2. 커피에서 온고지신을 배우다

 

오래전에 일본 불교 진언종의 총본산인 고야산 성지를 찾았을 때 일이다. 사찰 진입로를 따라 양쪽에 자리한 1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영탑공원 안을 걷다가 돌로 만든 커다란 커피잔과 마주쳤다. 다소 생경한 광경인지라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일본 유명 커피회사인 유시시(UCC)그룹에서 세운 위령탑이었다.

 

함께한 지인은 그 회사 제품인 ‘우에시마 커피’는 연륜이 환갑줄에 이르렀으며, 유시시는 캔커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라는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유시시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끼 낀 전통 부도와 사각형이 주종인 비석의 숲 속에서 현대적 디자인의 둥근 커피잔 영탑은 또다른 이미지 공간을 연출했다. 그 틈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말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옛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온고지신의 또다른 현장이기도 했다.

 

 

3. 주체적인 커피문화로 수용되다

 

이제 우리의 커피문화 역시 추종적 답습형을 벗어나고 있다. 기존의 서구식인 수동으로 원두를 가는 기계인 핸드밀에 만족하지 않았다. 두부콩을 갈던 솜씨를 발휘하여 원두 콩을 소형 맷돌로 갈기도 했다. 한약재용 절구를 이용해 찧는 방법으로 손맛을 더해 맛과 향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커피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실험이 여기저기서 시도되었다.

 

 서울 도심의 어느 절을 찾았을 때 한약재를 손으로 갈아내는 도구를 사용하여 커피콩을 분쇄한 뒤 핸드드립으로 내려 준 커피를 마신 호사를 누린 적이 있었다. 최근 공중파의 인기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 가?>의 무대가 되었던 강원도 강릉 현덕사의 ‘커피 템플스테이’는 사발만한 다완(차 그릇)에 반쯤 채운 커피를 말차(분말녹차를 물에 타서 마시는 차)처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마시는 예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매스컴의 영향으로 얼마 전에 그 절을 몇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규모도 커지고 스님도 주변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 되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어눌한 말투와 ‘뭔가 도와주고 싶도록 만드는’ 그 소박함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강릉은 해마다 10월 말이면 커피축제가 열린다. 한국 커피 1세대 원로들이 이곳에 하나둘씩 정착하면서 새로운 ‘커피 메카’로 불리게 된다. ‘보헤미안’ 주인장의 명성은 서울 안암동에서 익히 들은 터이다. 개운사에 들를 때마다 이미 주인이 떠나버린 지하의 그 커피집을 고려대장경연구소 종림 스님과 함께 가끔 찾곤 했다. 하지만 강릉 커피는 그런 외부적 요인과 함께 간과할 수 없는 그 도시만이 가지는 내부적 요인이 합쳐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즉, 예부터 유명한 초당두부를 만들면서 콩을 갈던 솜씨가 커피콩 가는 솜씨로 응용될 수 있는 저변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킨다.

 

 

맷돌에 커피갈기-.jpg

맷돌에 커피 갈기 사진 원철 스님

 

 

 

커피 가는 맷돌등-.jpg

전통 맷돌과 절구

 

 

4. 깨 볶는 실력와 커피콩 볶는 솜씨는 같다

 

경남 합천 해인사 일주문 근처에서 차문화원을 운영하는 해외파 바리스타 주인장은 가마솥을 사용하여 직접 볶은 원두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덤으로 한잔을 더 줬다.

 

주방의 솥 온도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까닭에 원하는 맛을 제대로 얻지 못했노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노천의 부뚜막에 큰솥을 걸고 참나무 장작불을 이용한다면 고온도 충분히 가능하며 또 ‘불맛’까지 가미되어 상업적으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긴 원두 볶는 실력이나 옛날 할머니들의 깨 볶는 솜씨나 알고 보면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도 온도와 시간의 절묘한 조화가 깨의 고소함을 좌우하는 노하우였다. 참기름을 짜는 용도와 깨소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볶는 온도와 시간이 달랐다. 멀리서 소포로 부쳐온 커피콩은 가게에서 마신 원두에 비해 항상 볶은 정도가 약했다. 미루어 보건대 커피 역시 바로 먹는 것과 오래 두고 마실 것은 가공법에서 당연히 차이를 둔 것이었다.

 

 

5. 깨 볶는 기계로 커피 볶는 기계를 만들다

 

 수입품 일색이던 커피콩 볶는 기계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도 원래 깨 볶는 기계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 기계를 만들게 된 동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어느 날 방앗간 앞을 지나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기름을 짜기 위해 손으로 오랜 시간 힘들게 깨를 볶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이후 자동으로 깨 볶는 기계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다. 커피가 유행할 징조를 보이던 90년대 끝 무렵이었다. 어느 커피수입 회사의 독일제 커피기계가 탈이 났다. 제대로 수리하려면 해외에서 기술자가 오든지 그 나라로 기계를 보내든지 해야 할 형편이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았다. 고심하던 회사는 재야 실력자인 그를 알아보고 수리를 요청했다. 보란 듯이 수입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단숨에 고쳤다. 그것을 계기로 아예 그 기계를 직접 만들어볼 것을 권한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깨 볶는 원리나 커피콩 볶는 이치는 같은 것이었다. 주저 없이 수월하게 로스팅 기계를 만들 수 있었다. 수입품 일색이던 국내 시장을 일거에 평정하고 이제 해외 시장까지 넘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깨 볶는 기계를 만든 아저씨는 커피콩 볶는 기계도 만들 수 있고, 깨를 잘 볶을 수 있는 아주머니라면 커피콩도 잘 볶을 수 있으며, 두부콩 맷돌을 잘 돌리는 할머니는 커피콩도 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6. 대세는 성인도 어찌할 수 없다

 

 수도원의 커피처럼 차 역시 잠을 쫓는 효능에서 시작되었다. 절집에는 달마 대사와 차나무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그 옛날 달마 대사가 참선을 하고 있는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졸릴 때 눈꺼풀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참아도 참아도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비몽사몽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떼낸다면 졸음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망설임 없이 눈꺼풀을 잘라 마당으로 던져버렸다. 얼마 후 그 자리에서 새싹이 돋더니 이내 나무로 성장했다. 그리고 좁고 긴 푸른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고 그 잎을 따서 우려 마셨더니 잠이 확 달아났다. 이것이 차나무의 시원인 셈이다.

 

 이후 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제자들의 잠을 쫓아주는 커피열매가 찻잎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달마 대사는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대세는 성인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인지라 꾹꾹 참아야 했다. 하긴 내심으로는 제자들이 그동안 나름대로 ‘절집 스타일’의 커피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가상히 여기던 터였다.

 

 원철 스님/해인사 문수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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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해인사로 출가했다. 오랫동안 한문 경전 및 선사들의 어록을 번역과 해설 작업,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했다. 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 : munsu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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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장부에 14년째 '이승만 거짓말 동상'

[편집국에서] 역사에 대한 반역…철거가 답이다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5 오전 9:14:51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 하나의 동상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다. 그 옆엔 이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명문(銘文)도 있다.

건립 경위는 이렇다. 이승만기념사업회가 1997년 국회에 초대 국회 의장이던 이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 추천서를 제출했다. 1999년 '의회 지도자상 건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0년 5월 15일 제막식이 열렸다.

그런데 이 명문 내용이 기묘하다. 동상의 주인공을 좋게 그리는 것이 명문의 기본 속성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명문은 너무 나갔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다음은 명문 전문이다.

우남 이승만 박사

우남 이승만 박사(1875-1965)는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부터 조국의 근대화와 반식민지 투쟁에 투신하셨다. 이후 미국에 건너가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였으며, 3.1운동이 난 그해 12월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 선임되셨다.

1948년 제헌국회의 초대 의장이 되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된 헌법을 제정, 공포하시고 이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1948년 7월 24일 취임하였으며, 6.25 한국전쟁 당시 "국회의원들을 우선적으로 피신시켜야 한다"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할 만큼 진정한 의회주의자셨다.

이에 우리들은 건국의 기초를 닦고 탁월한 외교로 국권을 수호, 신장하고 의회 정치 발전에 초석을 놓으신 우남 이승만 박사의 뜻을 기리고,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동상을 국회에 건립한다.


'나 홀로 피난' 이승만이 국회의원들을 피신시켰다?
 

▲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 있는 이승만 동상. ⓒ프레시안(선명수)

역사적 평가가 적절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는 대목부터 보자. 한국전쟁 당시 행적에 관한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안위를 염려해 그들부터 피신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명문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그날부터 이 전 대통령은 피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이 전 대통령을 만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950년 6월 27일 새벽 이 전 대통령은 열차로 서울을 떠났다. 명문에 적힌 것처럼 국회의원부터 피신시키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도, 장관들도 대통령의 '나 홀로 피난'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 시기 국회의원들은 신성모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조금도 염려할 것 없다"는 거짓 보고를 듣고, 수도 사수를 결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은밀히, 홀로 서울을 떠나 대구까지 내려갔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기도 전에 혼자 너무 남쪽으로 내려가서였을까. 이 전 대통령은 대전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27일 밤 그곳에서 악명 높은 '거짓말 방송'을 내보낸다. 국군이 이기고 있으니 안심하고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후인 28일 새벽, 윗선의 지시로 한강 다리가 폭파됐다.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아 서울에 그대로 있던 수많은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은 발이 묶였다. 신익희 국회 의장과 조봉암 국회 부의장도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김규식, 안재홍, 조소앙처럼 이승만으로선 껄끄러웠던 저명인사들은 납북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해 9월 28일 서울을 되찾은 후 이승만 정부는 피난을 못 간 이들을 대상으로 '빨갱이 사냥'을 했다. 한강을 건너 몸을 피한 '도강파'가 서울을 떠나지 못한 '잔류파'를 거칠게 심사했다. 대통령의 거짓말 방송과 한강 다리 폭파 때문에 제때 떠나지 못한 시민 수만 명을, 적에게 협력한 이른바 부역자로 몰아갔다. 피난을 못 간 국회의원들의 부역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될 정도였으니, 부역자로 몰린 평범한 시민들의 고초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거짓말 방송과 '나 홀로 피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일축했다. (관련 기사 : "공산군 물리친 이승만의 공? 잘한 게 없다")

"진정한 의회주의자" 이승만? 국회, 제정신인가

이처럼, '국회의원부터 피신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명문의 내용은 거짓이다. 그럼 이 문구 하나만 조정하면 명문과 동상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명문에 담긴 역사적 평가 자체가 지극히 편향돼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이승만이 임정 대통령이었던 것만 적었을 뿐, 자신의 잘못 때문에 1925년 탄핵된 사실은 쏙 빼놓는 식이다. 이승만 집권기에 학살된 수많은 민간인들의 피눈물도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의회주의자"라는 것 역시 듣기 민망한 소리다. 이 전 대통령의 삶과 치세는 의회주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전장에서 병사들이 피 흘리던 1952년 국회를 겁박해 헌법을 고치고 재집권한 이승만이다(부산 정치 파동).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47명이 헌병대로 연행되고, 이름도 요상한 '땃벌떼'를 비롯한 정치 깡패들이 이승만에게 비판적인 국회의원들을 위협했다. 1954년에는 또다시 권력을 잡고자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이승만 집권기,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그 절정이 1960년 3.15 부정 선거였다. 그러다 4월혁명으로 이승만이 쫓겨나고, 시민들이 그 동상을 끌어내린 것 아닌가. 국회는 그런 인물을 '의회 지도자'로 떠받들며 동상을 세우고 거짓말까지 담긴 명문을 새겨 넣었다.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면서. 한마디로 국회가 역사에 대한 반역에 앞장선 꼴이다. 초대 국회 의장이었기에 의회 지도자로 기린다고 한다면,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유신 체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도 '한국적 민주주의 창시자'로 기릴 건가?

이승만 '거짓말 동상'은 그렇게 14년째 국회 심장부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사실 기자가 이 문제에 관한 글을 처음 쓰는 건 아니다. 2005년 1월, 이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로부터 8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제도권 교육 바깥에서 변죽을 울리던 뉴라이트는 '이승만 살리기, 박정희 띄우기' 교과서를 들고 10대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관련 기사 : 뉴라이트 '괴담 교과서', 방사능만큼 위험하다). 이승만 찬양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 새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역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반역이 거듭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막아야 한다. '이승만 거짓말 동상' 철거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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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12월 되면 굴복할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25 10:00
  • 수정일
    2013/09/25 10: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릴레이 단식·의원직 사퇴? 국민 눈엔 장난
'돈' 필요한 박 대통령, 12월 되면 굴복할 것"

[스팟인터뷰]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13.09.24 18:56l최종 업데이트 13.09.24 18:5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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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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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까지만 버티면, 저쪽에서 항복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만, 그는 "내분이 없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12월 예산법안을 두고 여권과 마지막 싸움을 벌일 때, 민주당 의원 127명 전원이 단식을 하든, 의원직 사퇴를 걸든, 모든 것을 내놓고 올인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돈(예산)이 필요한" 박근혜 대통령이 접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게 민병두 본부장의 판단이다.

다만 12월까지 긴 싸움을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다시 강온파가 지지고 볶고 싸우면 질 수도 있는 싸움이라고 했다. 거창하게 전략이고 전술이고 따질 일이 아니라고 했다. 민 본부장은 거듭 "담력과 단결력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23일 전병헌 원내대표를 본부장으로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광장 노숙을 접는 대신 버스를 타고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는 것은 모두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민 본부장은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장과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선거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23일 오후 민 본부장과 진행한 인터뷰 요지이다.

"대통령과 3자회담, 득이 컸다"

-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성과 없이 마쳤는데.
"김한길 대표는 3자 회담에서 득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1대1로 논쟁을 벌이는 게 쉽지 않은 거다. 누구 말이 더 설득력 있는가 분명하게 보여주자, 그렇게 실제로 임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신이 사과해야 한다'고 1시간 동안 붙잡고 늘어지는 게 쉬웠겠나. 그러나 우리 얘기를 강하게 했고, 그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나. 국민의 60%가 국정원 개혁을 선호하고, 48% 패자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1대1로 붙으면 당연히 대통령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3자 회담에서 '아버지를 넘어서서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국정원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 국정원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정말 나쁜 짓이고, 앞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앞으로 이런 짓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가 많이 힘들어졌을 것이다."

- 추석 전 장외투쟁에 실렸던 힘이 이젠 원내투쟁으로 넘어오는 분위기인데, 그 배경은?
"3자 회담 성사와 상관없이 추석 끝나고 국정감사에 임한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지난 8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번이나 했던 얘기다. 이른바 우보 전술이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면 투쟁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 김한길 대표가 투쟁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이고, 추석 끝나면 국회에 들어간다는 플랜까지 세워져 있었다. 그 다음 4단계는 예산 법안과 우보 전술로 간다는 것이다. 그런 정세판단 기조 하에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다."

-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속도전을 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연말에 승부를 내자는 우보 전술이다.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면 10·30 재보선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두 지역 밖에 안 치러진다. 그러니까 편하게 애초 기조대로 밀고 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일부 강경파들은 '국회의원 127명이 단식을 하자'고 한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을 했고, 그 싸움에서 이겼다. 그만큼 권력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단식하고 15~17일까지는 본인만 힘 든다. 진짜 싸움은 18~19일 정도부터 시작된다. 20~21일 넘어가면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 싸움을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돌아가면서 릴레이 단식을 하자고 하는데, 국민들은 장난으로 본다. 또 일각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자꾸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 퇴로가 없어진다. 원내외 병행투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의원직 사퇴는 의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정론관(브리핑룸)도 이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누가 우리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나."

- 그만큼의 강경한 의지를 보여 달라는 요구 아닐까?
"그래서 결국 12월에 가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때 가면 단식도 할 수 있고, 의원직도 걸 수 있는 것이다. 모두 걸기를 할 시점에 해야지, 지금 단식을 해서 20일 싸움하고 꼬꾸라지면, 그 날로 이 싸움도 끝나는 것이다. 지금은 지구전이다. 지구전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를 쓰는 것이다. 김한길 노숙 투쟁으로 20여일 버텼다. 그게 한계가 있으니, 전국 순회투쟁을 하면서 국감 대비 24시간 국회 비상대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40여 일을 또 가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예산법안 투쟁이다. 그 때쯤이면 시민들의 촛불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주 전 천막 접었으면 '회군' 소리 들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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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국회사무실 외벽에 ‘24시간 국회 비상본부 1일차’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의원 집무실 안에는 이날 밤 민 의원이 덥고 잘 침낭이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윗에 “민주당은 금일(9/23)부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합니다.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국정원 개혁 등 7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원내외 투쟁을 강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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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투쟁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나 긴급현안 질의 등에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여권을 꼼짝 못하게 할 새로운 것을 잡아내야 한다. 국회의원이 할 일이 바로 그거다. 국회의원 한 명이 촛불 들고 앉아 있으면 5만 명이 하는 것과 같다. 국회 안에서 5만 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그동안 국정감사를 많이 지켜봤지만, 야당이 그런 정도의 성과를 낸 적이 있었나.
"그래서 본래의 야당성에 불을 지펴야 한다. 24시간 비상국회를 하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24시간 열공 투쟁인 거다. 열심히 공부해서 정부를 포위하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예전에 이해찬·노무현·이상수... 이런 사람들이 청문회 잘해서 야당이 여당보다 훨씬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 아닌가."

- 국회의원이 초등학생도 아니고, 의원회관에 붙잡아 놓는다고 공부하나? 그걸 누가 통제할 건가?
"그러니까 그런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면 되는 거다. 예전에 공천권을 가지고 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밤에 의원회관 지나다가 불 켜진 것 보고, '아니, 누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하고 봤는데, 바둑을 두고 있어서 그 두 명은 나중에... (공천 안 줬다.)"

- 그러니까 공천권도 없는 김한길 대표가 어떻게 소속 국회의원들을 장악할 수 있나?
"민주적 정당이 됐기 때문에 자기들의 생각과 체험으로 터득하게 해야지, 예전처럼 '당신, 이거 해' 할 수 없다. 어떤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전략·전술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하는데, 그럼 본인들이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지난 10년간 패턴이 그랬다. 강경파가 당권을 잡아서 뭐 하려고 하면 온건파가 안 된다고 하고, 온건파가 당권을 잡으면 또 그 반대였다. 그러니 지난 10년간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민주당 또 내분, 강경파·온건파에 휘둘려...' 정도다. 그래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비주류가 됐으면 주류가 하는 대로 놔둬야 한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론관에 가서 언론 상대로 얘기하지 말고 조용히 당 지도부 회의에 와서 조언해주면 된다."

- 장외투쟁을 접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원내에 복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식의 '같기도' 대응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모호함을 주지 않을까?
"말을 풀어서 하면 이해가 되는데, 국민들이 볼 때 '아, 저거 하자는 거구나' 하는 게 없다. 그렇게 하려면 사실 천막을 딱 접어야 한다. 김한길 대표는 2주 전부터 천막 접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안 된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천막을 접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막은 상징처럼 놔둔 것이고, 그러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됐다. 그런데 천막을 접고 갔다면 언론에서 바로 '회군'이라고 쓰지 않았을까?"

- 그러게 애초에 왜 천막을 치고 나갔나? 그냥 주말 촛불집회만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강경파든 온건파든 공부를 시킨 것이다. 그렇게 안 하면 강경파가 무슨 난리라도 날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러나 자기들도 이번에 장외투쟁을 해보고 나서 원내외 병행투쟁의 효용성을 느낀 것이다. 그 다음에 동력이 떨어졌을 때, 김한길 대표가 몸소 희생을 한 것이다. 페트병에 오줌 눠가면서, 밤에 비맞아가면서, 이빨 덜덜 떨어가면서, 23일간 버텨주고 나서 의원들에게 할 말이 생긴 것 아닌가. '자, 이제 원내에서 당신들이 그 다음 기폭제를 만들어 달라'고."

- 국정원 개혁 특위는 어떻게 되는 건가?
"어차피 정부 안이 국회로 올 것이다. 그럼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할 테고, 우리는 절대 응할 수 없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처럼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도 정치 공방만 할 거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어차피 12월에 가서 모두 걸기 하는 거다. 죽느냐 사느냐는 거기서 판가름 날 거다."

"12월까지 내분없이 버티면 이 싸움 이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그건 이미지 때문이다. 남북관계 잘하고 있다거나, 외국 가서 패션쇼 잘한다, 뭐 그런 거다. 그런데 내용상 뜯어보면 경제민주화 잘하고 있나? 복지공약 잘 하고 있나? 그런 것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이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더 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 누가 이미지만 보고 지지하겠나. 기초노령연금 발표까지 하게 되면 과연 국민들이 박수를 칠까?"

- 박 대통령이 민주당을 무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지지율 때문이 아닐까?
"우리 당의 업보다. 국민은 그 정당의 정책을 잘 이해 못한다. 이미지, 태도, 문화 등을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다. 결정하는 것도 없이 친노하고 비노하고 만날 싸우고... 그런 거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그걸 잘 봐야 한다. 민주당의 온건파든 강경파든, 자기가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살고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걸 10년 동안 한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안 오른 것 아니냐. 그러면 가만히 두고 보든가, 도와줘야 한다. 할 얘기 있으면 의원총회장에서 얘기하지 말고 최고위원회의나 원내 지도부에게 와서 조언해주면 된다."

- 12월에 올인한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나?
"일단 저쪽이 힘들 거라고 본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고 박 대통령이 겁을 냈나? 우리가 천막 친다고 박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할까? 아니다. 북한이 왜 박 대통령에게 굴복했나. 결국 돈이 필요해서 아닌가.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돈이 필요한 시점은 12월 말이다. 그래서 싸움을 단계별로 나눠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약점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 가지고 있다. 이 싸움은 12월 말까지 간다. 돈이 필요한 것은 저쪽이다.

예전에는 여당이 욕 한번 먹더라도 날치기해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야당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원내대표 사퇴하고 1월에 전당대회 하냐 마냐 했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이 패턴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저쪽은 준예산을 편성할 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항복하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내가 의원들한테 '전략·전술 얘기하지 마라. 이건 담력과 단결력 싸움이다. 12월까지 굉장히 긴 싸움인데, 내부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면 진다. 누구 간땡이가 더 큰가 겨루는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한 달만 맞아 죽을 생각해라. 그 대신 무조건 사보타지(태업)가 아니라 우리 것을 딱 내놓고 누구 것이 맞나 해보자는 거다. 그래서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고 한 달만 맞을 생각해라'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목소리를 하나로 내서 버티면, 12월까지 내분만 없으면, 저쪽에서 항복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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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의 외갓집과 VS 안철수의 시계

 


새누리당이 10월 재보궐 선거에 대한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10,30 재보궐 선거는 화성갑과 경부 포항 남울릉 단 두 곳만 치러지게 되는데, 화성갑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5명이, 포함 남울릉은 7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원래는 10월 재보궐 선거는 최대 10곳까지도 예상됐지만, 이상하게 대법원의 판결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현재는 단 2곳으로 초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모두 새누리당 강세지역이기 때문이고, 2개 지역이라 대중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화성갑에 후보 등록을 신청한 서청원 전 대표의 모습은 현재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정치 행동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 차떼기당, 공천 헌금의 70대 정치꾼이 다시 나오다니'

서청원 전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1981년 민주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11,13,15.15.16.18대 국회의원을 한 6선 의원입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연도가 1980년도이고 6선 의원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서청원은 한 마디로 구시대적인 정치인물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가 단순히 다선 의원이고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가장 정치적 악습이었던 정치 자금으로 정치를 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LG그룹이 상납한 현금 150억원이 실린 트럭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건네받아 대선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일명 '차떼기'로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 되었고, 한나라당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겨우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서청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서청원은 친박연대를 구성했고, 총선에서 양정례,김노식 등은 공천을 받기 위해 수십억 원의 돈을 서청원에게 당비 등의 명목으로 제공했습니다. 서청원은 이 사건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어 다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차떼기당 사건에서 서청원은 단순히 당 대표였고, 친박연대에서는 정치 관행 때문이었다는 변명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런 정치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인 정치 악습입니다.

다선 의원이지만 정치적 악습을 진행했던 구시대의 정치인이 2013년에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 안철수가 결혼 시계를 못 차는 이유'

국민일보는 안철수 의원이 명품 손목시계 '까르디에'를 차지 못하는 이유가 '자칫 공격 댕상이 될 수 있다'는 측근들의 만류 때문이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차고 다녔던 시계는 까르띠에 산토스 모델로 프랑스 대표 명품 시계 중의 하나이며 현재 매장 판매가는 600만원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시계는 그가 정치에 출마하면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사실 1990년대 신혼부부들이 결혼 예물 시계로 가장 많이 구입했던 시계를 안철수 의원이 찼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이상할 따름입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수백억 원의 자산가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민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유행이 지난 양복을 고수하거나 5만원짜리 구두를 신는 일은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의 외형적인 모습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행위도 아니고 정치인이 되기 전에 샀던 결혼 예물 시계 차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인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청원 화성갑 출마는 외갓집 때문?'

새누리당은 화성과 포항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후보당 10분 정도 하는 면접심사에서 유독 서청원은 30분이나 면접을 진행됐습니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인 홍문종 당 사무총장은 서청원이 오자 직접 엘리베이터 근처까지 나와 영접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객관성 있는 공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주장이 문제이고, 이것은 단순히 나이 많은 다선 의원이기 때문에 이루어진 행동이고, 관행이라고 봐야 할까요?
 

 

 


홍문종 공심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청원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를 가지신 분이 화성에 와서 지역구를 키웠으면 좋겠다'면서 서청원의 외갓집이 화성이기 때문에 전혀 연고가 없다고 그를 두둔한 바 있습니다.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렇게 서청원을 감싸는 이유는 그가 친박연대를 이끌었던 수장인 동시에 친박계 원로이기 때문입니다. 즉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 때문에 정치적 시스템이 퇴보되고 있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청원과 안철수 의원의 시계라는 이 글을 통해서 아이엠피터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짜 새로운 정치는 정당의 공천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결혼 예물 시계이지만 명품시계라는 이유만으로 시계를 차지 못하는 모습에는 관심이 많지만, 박근혜의 측근이자 새누리당 당적이면, 구시대적인 인물이라도 그냥 표를 찍어주는 국민이 존재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정치 수준은 국민이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관심조차 없는 재보궐 선거이지만,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한 장으로 서청원과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은 제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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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국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성염 “우리의 시국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23일,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발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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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4 14: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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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문양효숙 기자
“역시 핏줄은 못 속여!”
한가위 명절에 어딜 가나 들려온 국민의 탄식이었습니다. 지금의 정국을 염려하는 백성들의 한탄이었습니다.

 

우리는 4.19를 거치면서 목격하였습니다. 국민을 지켜주는 경찰이 이승만의 손에서 국민 학살 무기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5.18을 겪으면서 체득하였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진 군대, 그 중에서도 최정예 공수특전단이 군사반란자 전두환의 손에 쥐어진 광주 시민 학살병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사위원회 5년의 조사에서 대한민국 경찰과 대한민국 국군에 의해서 학살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100만 명이라고 추산되었습니다.

또, 박정희와 전두환 · 노태우의 군사반란으로 인한 군사독재 30년을 거치면서 국민은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수십 년 역사가 헌법을 위반한 범죄로 판결난 유신정권의 하수인으로서, 민주인사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고문과 간첩조작을 일삼아 왔고, 급기야 지난 12월에는 선거 부정의 주역으로 드러났음을. “역시 핏줄은 못 속여!”라는 탄식이 가슴 아픕니다. 어쩌면 유신정권 술수 그대롭니까.

1500년 전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정의를 갖추지 못하면 공권력은 사법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외친대로,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모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 부정에 앞장섰으므로 사법적 권한을 갖지 못하며, 국가정보원은 영구히 해체되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이 오늘 여기 모인 것은 먼저 하느님과 국민 앞에 가슴을 치며 고개를 숙이기 위함입니다. 독재정치와 경제편중과 인권유린으로 점철된 지난 50년 갖가지 사회악에 눈을 딱 감고 입을 꼭 다물어온 신자들의 비겁함을 하느님과 국민 앞에 사죄하기 위함입니다. 종교는 사회악에 편승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맛보여주는 ‘중산층용 아편’이 아닙니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취임 첫날부터 가톨릭 신자들에게 “밖으로 나아가라”고, 사회와 국가와 환경을 책임지라고 외치고 있건만 우리는 선거철마다 “우리가 남이가?”하며 지역감정의 집단 이기심에 놀아났고, 군사반란자들과 매춘언론들이 조작하고 연출하는 ‘국가안보’라는 굿판에 놀아났습니다. 내 주먹에 쥔 것을 지켜주겠다는 집단을 무조건 지지하고, 재물의 신 맘몬을 섬기면서 우상숭배자로 살아온 죄악을 하느님과 국민 앞에 뉘우치기 위함입니다.

6.25 전후해서 남한에서만도 군경에 학살당한 민간인의 수를, 과거사위원회는 100만으로 어림잡았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나누어진 세계는 죄의 구조에 종속된 세계’(사회적 관심 36)라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자유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집단주의 양편에 다 같이 비판적인 입장”(사회적 관심 21항)이라는 교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 100만 겨레의 무죄한 죽음을 두고도, 근자에는 용산 철거민과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자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와 평화의 보루’여야 할 한국 천주교가 ‘반공의 보루’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불린 사실을 국민들께 사죄하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무죄한 겨레들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 위에 쏟아질까 두려워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최근 시리아에서 내란으로 죽은 10만 명의 무죄한 시민들을 생각해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저지하러 나선 노력도 같은 명분에서 나왔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가르침대로, ‘정의 없는 국가는 이미 국가가 아니고 강도떼’라고, 따라서 강도떼의 주구 노릇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국정원을 해체하자고, ‘평화는 오로지 정의의 열매이며 정의 없는 질서는 감옥살이일 따름’이라고, 따라서 공안정국으로 국민주권을 말살하려는 정권을 저지하러 신앙인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30여 년 전입니다. 저는 경향잡지에 ‘성서인물전’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었습니다. 1979년 10월호에 다니엘 예언자를 다루면서 “유신정권이 아무리 겨레를 싱싱한 먹이 정도로 낮추보더라도, 아무리 경찰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어느 벽엔가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이라고 쓰는 손가락이 있나 살펴보라”고 독재자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예언자에게서 그 문자를 ‘하느님이 너의 무게를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 그래서 너의 나라를 끝장내셨다’라고 풀이해 받은 칼데아 임금 벨사차르는 그날 밤으로 살해당합니다.

1979년 10월 26일 새벽, 한 달 만에 남산 지하실에서 풀려나온 저는 그날 저녁 궁정동에서 김재규의 권총 한 방에 끝장난 유신 정권을 보면서, 황소 뒷걸음질 치다 개구리 밟은 떨떠름한 심경을 지금까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신 잔당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용산 길머리에서, 한강 두물머리에서, 강정마을에서, 대한문 앞에서 거행되는 가톨릭 사제들과 신자들의 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로마 제국 300년 박해를 이겨낸 가톨릭입니다. 이씨조선 100년에 이르는 박해를 딛고 선 천주교입니다.

이 자리는 현 정권의 회개를 비는 기도회 자리이므로 우리는 누구를 저주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를 주재하시는 하느님의 저울에 무게가 모자랄 때, 또 국민의 매서운 함성 앞에서 총잡이들에게마저 여러분의 용도가 폐기될 때, 또다시 10.26의 총성이 들리지 않기를 우리와 전 국민이 바라기 때문에 우리가 시국기도회를 하는 것입니다.

성염 (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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