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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귓속 귀지에 고래 삶 기록 있다

고래 귓속 귀지에 고래 삶 기록 있다

 
조홍섭 2013. 09. 17
조회수 3471추천수 0
 

고래가 분비한 호르몬과 환경속 화학물질 시기별로 저장한 '타임 캡슐'

선박 충돌로 사망한 대왕고래 25㎝ 귀지로 연구, 10살 성숙기 스트레스도 최고조

 

bluewhale_s_noaa.jpg » 헤엄치는 지구 최대 동물인 대왕고래. 이 고래의 거대한 귀지가 환경연구의 새로운 도구로 떠올랐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고래의 외이도에도 귀지가 낀다. 태어나서부터 쉬지 않고 지방, 왁스, 케라틴 등으로 이뤄진 귀지가 층층이 쌓인다.
 

고래는 여름철 극지방에 크릴 등 먹이가 풍부할 때 지방을 축적한 뒤 따뜻한 바다로 이동해 번식한다. 이동과 번식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이런 생활습성은 귀지에도 반영돼 6개월은 짙은 색, 6개월은 옅은 색의 귀지가 층을 이룬다. 귀지의 단면을 보면, 나이테처럼 고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미국 연구자들은 고래의 귀지가 단지 나이 추정이 아니라 고래가 평생 동안 환경에 노출된 화학물질과 고래 몸속에서 분비된 호르몬의 농도를 시기별로 알아낼 수 있는 ‘타임 캡슐’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결과는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대왕고래 한 마리가 선박과 충돌해 죽었다. 고래의 길이는 21m였다. 연구진은 이 고래의 귀에서 길이 25㎝ 무게 250g의 거대한 귀지를 확보했다. 귀지는 이 고래가 태어나서부터 사망할 때까지 삶의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whale.jpg » 그림 위: 대왕고래의 귀와 귀지(d). 귀지의 모습(B), 귀지 단면(C), 6개월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귀지의 층상 구조(D). 사진=시티픈 트럼블리, 피나스

 

나이 12살에 수컷인 이 고래는 10살 때 성적으로 성숙했음이 드러났다. 귀지에 포함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10살 때 최소값보다 400배로 늘어났다. 이 때쯤 이 대왕고래는 다른 수컷과 짝짓기 경쟁을 벌이고 암컷을 따라다니며 사회적 유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귀지 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농도도 비슷한 시기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티졸 농도는 평생에 걸쳐 두 배로 늘어났는데, 이는 사회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환경악화 등도 작용한 것으로 연구진은 평가했다.
 

귀지에는 다양한 잔류성 유기화학물질이 축적돼 있었다. 이 화학물질은 지방에 잘 녹기 때문에 고래의 지방층과 귀지 모두에서 검출된다. 살충제, 피시비, 유기 수은 등이 그런 물질이다.
 

bluewhale_noaa2.jpg » 대왕고래의 분수공. 이제까지는 지방층에 축적된 화학물질을 통해 환경오염 정도를 추정했으나 귀지로부터는 오염물질 노출 시점까지 알 수 있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이제까지는 고래의 지방층을 분석해 고래가 어떤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됐는지를 알아냈다. 그러나 지방층은 언제 그런 오염물질에 노출됐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귀지는 시기별로 층이 나뉘어 있어 언제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 지방층과 귀지에서 상당수 잔류성 화학물질이 같은 양 검출됐지만, 전체 양은 지방층에서 귀지의 90% 수준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래의 귀지는 사람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새로운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phen J. Trumblea et. al., Blue whale earplug reveals lifetime contaminant exposure and hormone profiles,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311418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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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벌어지는 기괴한 '인간 경매', "이름도 몰라요"

 

[반월·시화 공단서 본 파견 노동 현실·①] 불법·탈법 판치는 공단

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17 오전 11:34:29

 

외환위기 구제금융 사태로 신자유주의 개혁 조치가 본격화됐던 1998년 이후, 노동자들은 사회 곳곳에서 유랑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동 유연화' 정책이 15년 이상 꾸준히 지속한 결과,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느 회사에서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며칠, 몇 달 만에 일터를 수시로 바꾼다. 노동법의 기본 정신인 '직접 고용'이라는 말은 멀겋게 희석된 지 오래며, '간접 고용'은 그 틈바구니에서 사회 구조를 좀먹고 있다.

"이익을 보는 자가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은 상식이다. 조금 과장하면 사장이 노동자 여럿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사장을 여럿 두는 간접 고용이 만연하면서 이 상식은 깨져가고 있다. 간접고용을 통해 쌓인 이익은 사용자가 누리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가 전담하는 구조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듣도 보도 못한 채용 형태들이 늘어가면서 '노동 제공-임금 지급' 체계 자체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정치,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건강해야 한다. 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바로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하고, 선거에서 표를 던지는 우리 사회의 다수이자 '골격'이기 때문이다. 노동이 죽은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그 '골격'이 삭고 있다. <프레시안>은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함께 안산·시흥 지역의 반월·시화 공단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노동을 좀먹는 '간접 고용'의 '샘플'을 채취해 그 적나라한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
 

반월·시화 공단서 본 파견 노동자 현실
① 매일 아침 벌어지는 기괴한 '인간 경매', "이름도 몰라요"
② 고용시스템이 무너졌다…'파견'마저 '파견'하는 현실
③ 법대로 하자고? 불법파견·위장도급, 법이 키웠다


10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을 마치고 막 집 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문을 따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진아(28·가명) 씨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파견업체 사장이었다. 그는 무채색의 목소리로 '어 난데' 라더니 '너 일하던 데가 오늘이 마지막이었대. 내일부터 안 나가도 돼'라고 말했다.

당황한 진아 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내쳐버리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당장 내일부터요?'라고 다급하게 묻는 말에, 파견업체 사장은 '일단 오늘까지 일한 거 넣어줄게'라고 답했다. 며칠 전부터 난로 라인이 멈춘다는 소문이 돌아 걱정이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렇게 또,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의 반월·시화 공단 인근에서 만난 진아 씨는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허탈함을 누르기 어렵다. 길지 않은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진아 씨는 한참을 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일찍 들어가 잘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출근을 하지 말라니, 집에 들어가 잠을 잘 필요가 없어졌더라"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도 진아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함께 난로 라인에서 일하던 사람들 중 몇몇은 아침 출근길에 파견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근 버스를 타려다 '넌 안 타도 돼'란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선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칼부림이 난 거예요. 50명을 한꺼번에…. 그때 파견 노동자들은 그냥 소모품이란 걸 알았어요. 전화로 소모품 신청하듯이, 언제든 파견업체에 전화만 하면 사람을 대주고, 필요 없어지면 그냥 버리는 거예요…. (근로)계약서도 파견업체랑 썼으니, 해고도 아니고요. 해고는 없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생기는 이상한 구조예요, 이 파견이란 게."

매일 아침 벌어지는 기괴한 '인간 경매'

입주업체 수, 생산 실적, 고용 인원수 면에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산업단지, 반월·시화 공단. 최근엔 '안산·시흥 스마트 허브'란 새 간판을 달았다. 낡은 공단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위해서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공단에 만연한 불법성 초단기 파견 노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김진숙 정책실장은 "이곳의 삶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아 씨가 일했던 공장의 운영 방식만 봐도 그렇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전제품 제조공장. 그러나 그 안은 10여 개 파견업체에서 보낸, 서로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유일한 정직원인 공장 관리자들은 파견 노동자들을 '어이'라고 불렀고, 노동자들도 서로 이름을 물을 필요를 못 느꼈다.

이곳에선 매일 아침 "인간 경매"가 벌어졌다. 파견업체 사장들은 아침마다 "자기 애들"을 봉고차 등에 태우고 공장에 데려갔다. 공장에 당도하면, 노동자들을 휴게실에 쭉 앉힌 후, 칠판에 자신이 데리고 온 사람 수를 적었다. 그러면 공장 관리자가 나와 작업 배치를 위한 '경매'를 진행했다.

"용접에 남자 3명!"
"어 우리 3명!"
"도장에 남자 5명!"
"여기! 여기!"

경매를 마친 후, 다양한 공정으로 흩뿌려진 노동자들은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섰다. 진아 씨는 "경매가 끝나면 무작정 기계 앞에 데려다 세워놨다"며 "아무리 파견이라지만 캐비닛도 없었다. '가방이나 짐은 어디에 두느냐'고 물으니 대충 봉지에 쏴서 (기계) 아래에 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물함은 물론이거니와, 작업복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곳 노동자들은 각각 예전에 다니던 회사 작업복을 가지고 와서 입었다. 사람들의 가슴팍엔 서로 다른 회사 이름이 박혀 있었고, 색깔도 제각각이었다. 진아 씨는 "짜깁기해놓은 모습이 기괴했다"며 "어느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매일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인근에선 파견업체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저녁. ⓒ프레시안(최하얀)


"귀 뒤로 머리카락 넘길 시간도 없었다"

진아 씨는 스물다섯 살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안산으로 왔다. 이곳 공단에서 일하면 통근버스가 다니고 하루 세끼 밥도 줘서, 돈 모으기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아주 거짓말은 아니"라며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고, 잔업 마치면 집에 와서 자는 게 생활의 전부다. 안산 밖으로 나갈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파견 노동자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곳을 꼽아보라고 하니, 진아 씨는 ㄱ 식품의 한 커피 공장을 들었다. 그곳에 있다가 "정신병자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 공장 역시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나 ㄱ 식품에 고용된 정규직 직원을 공장 안에서 찾기는 어려웠다고 진아 씨는 말한다.

공장은 진아 씨와 같은 최저 시급 파견 노동자들만을 데리고,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돌렸다. 진아 씨가 한 일은 커피 기계에서 '뚝뚝' 떨어지는 믹스 커피 봉지를 150개씩 가지런히 포장하는 일.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커피 봉지가 저 앞까지 지나가 기계 사이에 끼어버렸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길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에 가려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잠깐만 봐주세요'라고 부탁한 후 재빨리 자리를 교체하곤 했다"며 "퇴근할 때도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바쁘게 움직이다, '어 왔어'하고 신속히 자리를 바꾼 후 '수고해'하고 퇴근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그래도 커피 공장이니 커피는 원없이 먹겠네"라며 부러워했다. 실제로 공장 안 정수기 위에는 언제나 불량 커피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림의 떡'. 진아 씨는 "그거 있으면 뭐해요. 기계가 안 멈추는데"라며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을 땐,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후다닥 (커피를) 탔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들고 가서 한 번에 들이켰다"고 말했다.

1년 365일 멈추지 않는 기계

진아 씨에겐 두 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동생 현아(26) 씨도 얼마 전 언니가 있는 안산으로 건너왔다. 지금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ㄴ 공장에서 일한다. 좀 더 정확히는, ㄴ 공장의 ㄷ 협력업체에 ㄹ 파견업체가 보낸 파견직으로 일하는 중이다.

형식적으론 ㄴ공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셈이지만, 입사 면접도 ㄴ공장 임원한테 받았고, 업무 지시 등도 모두 ㄴ공장 관리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현아 씨는 "처음 근로계약서 쓸 때 이후로 파견업체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며 "누군가 시끄러운 일을 만들어 파견업체 직원들이 '출동'하지 않는 한,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시급은 기본 5500원이라고 했다. 최저 시급에 딱 맞추어 주는 여타 공장들에 비해 급여 수준이 좋다. 반면 노동 강도는 엄청나다. 처음 공장에 들어갈 때는 3조 2교대로 일한다고 들었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 쉬는 날에도 특근을 시켰다. 오롯이 쉬는 날이 365일 중 단 하루도 없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납품량을 맞추려 밤낮으로 기계를 돌리는 모양이다.

"추석 때도 (근무가) 의무는 아니라고는 하는데 '다 나올 거지? 빠지는 사람 있어? 누구야?' 라고 하더라고요. 추석 때 집엔 못 갈 것 같아요. 여긴 돈은 좀 더 주지만 일이 워낙 힘들어 어린 애들이 많이 일해요. 보통 고등학교 막 졸업한 스무 살에서 스물 두 살 정도고, 전 나이가 많은 편이에요."

쉬는 날도 없이 하루 열두 시간 공장에 머무르는 이들은, 그래서 연애도 주로 공장 안에서 한다고 했다. 파견업체들은 '연인 동반 입사 가능'을 광고하고, 한 기숙사에 연인들을 같이 배정해주기도 한다. 현아 씨는 "그러다 보니, 동거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여기서는 결혼도 되게 빨리한다. '언니 나 결혼해'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 왼쪽은 반월·시화 공단 소재 한 제조업 공장 내 화장실 벽 낙서. 오늘쪽은 공단 내 부착된 파견업체의 인력 모집 광고.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센터 제공


"파견직들은 무슨 이유든 3일 쉬면 자동 퇴출"

몇 주 전, 진아 씨와 현아 씨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은 현아 씨는 회사에 연락해 휴가를 신청했다. 그러자 예기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파견직은 3일을 결근하면 자동 퇴사'라는 답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요?'라고 물으니 회사 관리자는 '예비군 훈련을 가도 파견은 3일 결근하면 무조건 자동 퇴사'라고 말했다.

황당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정직원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파견 노동자들에겐 가족의 삼일장을 치를 권리도 없다는 사실에 진아 씨와 현아 씨는 서러웠다. 하지만 일자리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는 일. 결국 현아 씨는 삼일장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장례 마지막 날, 야간 조로 복귀했다. 장례식장서 이틀 밤을 꼬박 세운 후였다.

복귀도 순탄치 않았다. 복귀 날 조회 시간, 관리자는 현아 씨를 사람들 앞에 불러 세운 후 면박을 줬다. 현아 씨는 "조회를 서는데 관리자가 갑자기 '야 너 나와봐' 하더니 사람들 앞에서 '쿠사리(핀잔)'를 줬어요. '그래, 삼일장은 잘 치르고 오셨어요?'라고 비아냥거리는데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결국 사태는 언니 진아 씨와 해당 관리자의 전화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울면서 사망 진단서를 보내달라는 동생 전화를 받은 후, 진아 씨는 현아 씨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막 성을 냈어요. 아무리 파견이라지만 3일 쉬면 자동 퇴사라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을 두는 곳이 어디있느냐고요. 정직원이라면 이랬겠어요. 우리를 인간으로 안 보는 거예요."

"불법인 줄 몰랐어요"…법망 피해 '6개월 파견 돌려막기'도 횡행

공단 내 파견 노동자들은 이렇듯, 노동자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파견업체, 파견을 받은 협력업체, 실제 노무를 제공받는 사용업체 등이 만든 복잡한 노무ㆍ관리 구조 속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다.

그나마 파견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만들어놓은 '파견근로자보호법'도 반월·시화 공단에서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법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의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다만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을 때에만 3개월 파견 사용(1회 연장 가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들은 물론, 이를 모르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김진숙 정책실장은 "공단 내에 이런 사실을 아예 모르고 파견을 계속 쓰는 공장들이 많다"며 "불법이라고 알려주면 '뜨악'하는 사장들을 많이 봤다. 그만큼 간접 고용이 만연하고, 그 가운데서도 불법성 초단기 파견이 공단 내에 깊숙이 뿌리내렸다"고 말했다.

법을 아는 사장들도 '꼼수'를 부려 파견직 계속 사용을 한다. 한 사람을 6개월 파견으로 쓴 후 버리고 새 사람을 6개월간 또 쓰거나, 6개월이 지난 후 1~2주 집에서 쉬게 하고, 다시 불러들여 6개월 파견으로 다시 쓰는 '돌려막기'도 횡행한다.

이날 공단 인근에서 만난 수한(46) 씨도 자신의 회사가 '불법'으로 파견을 쓰고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올해 초 회사에서 제때 수당을 받지 못해, 관련 상담을 전문가에게 받던 중에야 불법 파견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수한 씨는 "'사람을 이렇게 막 쓰면 안 되지 않나'란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뭐가 불법이고 뭐가 합법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진숙 정책실장은 "그간 대기업 사내하청 중심으로 불법 파견 문제가 수차례 제기되긴 했으나, 안산·반월 공단에서의 초단기 불법 파견은 잘 주목받지 못했었다"며 "고용불안과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파견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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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파주 경찰, 112 출동 시간 단축의 비밀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②] 경기 일부, 경찰1인당 담당 인구 1000명 넘어

13.09.17 14:37l최종 업데이트 13.09.17 15:22l
고정미(yeandu) 강민수(cominsoo)

 

 

2008년 이후, 전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시군구 지자체별, 5대 범죄 숫자는 얼마인지, 그에 따른 치안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오마이뉴스>는 유대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범죄 통계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를 작성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두 번째로 지역별로 편차를 보이는 평균 112 출동 시간, 1㎢당 방범용 CCTV,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순위를 공개한다. [편집자말]

전국 16개 지방결찰청의 범죄통계를 바탕으로 범죄지도를 그려본 결과 치안상황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 지역별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평균 112 출동 시간'은 행정구역 면적이 크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강원도가 가장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1㎢당 방범용 CCTV 대수'의 경우 서울 7개 구가 전국 상위 10권 내에 포함됐다. 또 베드타운이 밀집한 경기도 일부 신도시는 경찰 1인당 인구가 1000명을 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각 행정구역별 인구와 면적, 환경의 특성으로 치안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일한 치안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서 격차 최소화를 위해 불균형의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평균 112 출동 시간] 면적 넓고 산악 지형인 강원도, 112 출동 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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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112출동시간 평균 112 출동 시간은 행정구역 면적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가장 빠른 지역은 서울 종로로 2분 4초가 걸렸다. 가장 늦은 지역은 강원 평창으로 9분54초를 기록해 서울 종로와 7분 40초 차이가 났다. 전국 평균은 4분 10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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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12 출동 시간은 행정구역 면적에 따라 차이가 컸다. 112 출동 시간은 신고가 접수된 이후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출동 완료를 보고하기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출동 시간이 가장 빠른 지역은 서울 종로로 2분 4초가 걸렸다. 가장 늦은 지역은 강원 평창으로 9분54초를 기록해 가장 빠른 지역과 7분 40초 차이가 났다. 전국 평균은 4분 10초다.

대도시 지역은 대부분이 4분 이내였던, 반면 행정구역별 면적이 넓고 도서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9분 내외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면적이 넓고 산악지형인 만큼 경찰이 현장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경찰관 1인당 담당 면적이 전국 1위인 10.1㎢이며 산간 오지가 많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현장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군 단위 경찰서에 신임 경찰관이 다수 근무해 출동 시간이 평균 6분 40초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숙지 학습을 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양양군에 파출소를 신설하는 등 출동 시간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우범지대·취약시간에 경찰차 선배치로 출동 시간 단축

그러나 면적이 넓다고 해서 꼭 경찰 출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 면적이 672㎢인 경기 파주는 2분 32초를 기록했다. 전국으로 보면 2위로 빠른 속도다. 크기가 비슷한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출동 시간이 짧았다. 면적이 608.0㎢인 전남 나주는 5분 54초, 734.6㎢인 강원 속초는 6분 6초를 기록했다.

파주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해 넓은 면적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한 사례다. 파주의 출동 시간은 지난해 4분 20초를 기록했지만 2013년 상반기에는 2분 32초를 기록해 1분 48초를 단축했다. 단축율은 41%에 달한다.

출동 시간 단축은 파주경찰서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경찰차 선배치 계획'과 관련이 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graphic Profiling System)을 이용해 범죄 발생 시간대와 장소를 선정, 각 파출소에 시간대와 장소에 맞는 경찰차 근무 배치를 지시하는 방법이다. 우범 지대와 취약 시간에 경찰차를 미리 배치해 출동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문갑 파주경찰서 생활안전계장은 "경찰차 선배치는 우범자에게 경각심을 줘 범죄 예방 효과를 낳고 주민에게 만족스러운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며 "경찰청도 파주서의 선배치 계획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경기 일부 신도시, 경찰 인력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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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1인당 담당인구수 경기도 신도시 지역에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 1162명, 남양주 1138명, 군포 932명, 고양 928명, 파주 911명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598명에 견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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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신도시 지역에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 1162명, 남양주 1138명, 군포 932명, 고양 928명, 파주 911명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598명에 견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대단지가 조성되면서 최근 5년 사이에 인구가 늘어난 곳이다. 남양주의 별내 신도시, 파주의 운정 신도시, 고양의 화정 지구, 용인 동백·흥덕 지구가 대표적인 예다. 경찰 배치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높게 기록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 홍보운영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찰 채용 인력 4200여 명 중 경기청에만 1090명을 할당 받았다"며 "내년 1월경에는 이들이 용인· 남양주 등 부족한 지역으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기청과 경찰서 내근 인력을 각 파출소 외근 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경찰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은 대도시의 도심과 농어촌 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139명)-서울 종로(151명)-부산 중구(166명)-대구 중구(218명) 순이었다. 뒤이어 인구가 3만 명 이하인 전북 진안(214명)-경북 울릉(218명)-경남 의령(230명)을 기록했다.

[1㎢당 방범용 CCTV 대수]
재정자립도 높은 자치구, CCTV 설치 비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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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당 방범용 CCTV 대수 1㎢당 설치 대수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서울 자치구 7곳이 포함됐다. 서울 양천이 79.4대, 서울 동대문 68.4대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 38.0대, 서울 성동 37.0대, 서울 중구 35.2대, 서울 성북 31.8대, 서울 은평 30.3대를 기록했다. 반면 농어촌 지역(강원 고성, 경남 합천, 전남 해남 등 31곳)은 1㎢ 당 0.1대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전국 128개 지역이 1대 미만인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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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용 CCTV 대수도 지역별 편차가 눈에 띈다. 1㎢당 설치 대수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서울 자치구 7곳이 포함됐다. 서울 양천이 79.4대, 서울 동대문 68.4대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 38.0대, 서울 성동 37.0대, 서울 중구 35.2대, 서울 성북 31.8대, 서울 은평 30.3대를 기록했다. 1㎢는 약 30만2500평이며, 연세대 신촌 캠퍼스 크기다.

반면 농어촌 지역(강원 고성, 경남 합천, 전남 해남 등 31곳)은 1㎢ 당 0.1대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전국 128개 지역이 1대 미만인 것으로 나왔다. 이들 지역은 도시와 달리 산과 논 등의 지형 때문에 방범용 CCTV 숫자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방범용 CCTV 숫자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관련성이 높다. 지자체가 설치와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1㎢ 당 대수가 높은 10위 내 지역 중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216개 시·군·구 중에서 서울 중구가 3위, 경기 안양이 11위, 서울 성동이 19위, 경기 광명이 17위로 상위권이다.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 강남은 전국 최초로 CCTV 통합관제센터(이하 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센터는 방범용 외에 무단횡단 단속용, 쓰레기 무단배출 감시용, 불법주차용 등을 통합 관리해 범죄 단속 효과가 높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CCTV는 공공부문 36만5000대, 민간부문 332만 대에 이른다. 이 중 방범용은 2002년 서울 강남에 최초로 5대가 등장한 이후 지난해 말 전국 6만4596대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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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민적 저항”, 국민을 모르는 소리

 
야당을 북한 다루듯 하는 대통령, 갈 데까지 가보자?
 
육근성 | 2013-09-18 09:53: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민적 저항’ 운운하며 서로 치고 받았다. 3자회담 직후에 나온 격한 반응이다. 정치권의 못된 버릇인 국민을 싸움판의 도구로 끌어들이는 수법을 택한 것이다.

박근혜 VS 김한길, 서로 ‘국민적 저항’

박 대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할 것”이라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 시도지사들과 만나 “민주주의의 밤이 더 길어질 것 같다. 보름달은 차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이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이라고 말하자 이에 박 대통령이 발끈한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을 이렇게 직접 수위를 높여 비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여당 대표나 원내대표 정도가 할 수 있는 대야 비난을 대통령이 직접 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직까지 겸직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김한길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의 작심발언이 있자마자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되고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역공을 날렸다.

박근혜의 ‘민주-민생’, 김한길과 크게 다르다

상대에게 ‘국민적 저항’이라는 매질이 가해질 거라고 주장한 두 사람 모두 민주주의와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근혜의 민주주의와 민생’은 김한길의 그것과 천양지차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문제로 장기간 장외투쟁 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민의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외투쟁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 또한 국민의 ‘민의’에서 멀리 있는 것처럼 말했다. 국정원 사건을 크게 우려하는 국민들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발언이다.

야당의 책무와 역할 포기하라고 우기는 대통령

민주주의의 개념 또한 ‘박근혜식 불통’의 프레임에 넣어 해석했다. 국가정보기관이 부정선거와 불법 정치개입으로 헌정질서를 흔든 사건은 못 본 척 눈을 감고, 단지 청와대가 원하는 법안 통과에 발 벗고 나서는 게 국회의 역할이고, 이게 국민을 위하는 의회민주주의라는 황당한 주장을 편 것이다.

같은 편이니 여당은 ‘박근혜 당선’과 연관된 국정원의 불의를 눈감아 줄 수 있다손 치자.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게 야당이다. 여권의 중차대한 잘못을 강하게 지적하고 바로잡는 게 야당 본연의 역할이다. 여당의 일방통행을 제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야당이라는 기본원칙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대통령이 청와대를 지키고 있다는 게 비극이다.

박 대통령에게 야당이란 ‘없어져야 할 마땅할 루저’이거나 ‘꿀 먹은 벙어리’로 남아있어야만 하는 존재란 말인가.

국민 100%의 대통령 포기하고 52% 속에 갇히다

현 사태를 여야의 갈등으로 보는 건 속 좁은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대통령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는 책무를 무시한 채 직접 야당을 향해 최고 수위의 비난을 퍼부은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생각을 달리하는 48%의 국민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거나 다름없다. 국민 100%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7개월도 안 돼 52%만 바라보고 그들의 보호막에 의지해 운신하려는 ‘박근혜의 민낯’을 봐야 한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김한길의 민주주의와 민생’은 박 대통령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김 대표는 “민생이 힘겨운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민생은 민주주의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오늘의 민생이 너무 고단하고 힘들다”고 전제한 뒤 “민주주의를 회복해서 미래로 가느냐, 민주주의 없는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8대 대통령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어야

권력을 독점한 세력의 편의에 의해 민생이 재단 돼서는 결코 안 되며, 민주주의라는 진리적·보편적 가치에 의해 민생이 다뤄져야 한다는 게 민주당과 김 대표의 생각인 것이다.

3자회담이 청와대의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기관이 대선이나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 대통령이 사과한다' 왜 이 한마디를 못하는 것인지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국정원 사태와 선긋기를 하는 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18대 대통령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임기에만 국한된 대통령이 아니라 ‘역사적 대통령’으로 처신하는 게 대통령의 본분이다.

서로 ‘국민적 저항’을 외치며 박 대통령과 야당이 적처럼 대치하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보는 시각은 천양지차인데다 민주주의, 민생, 국민 등에 대한 해석도 양 진영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을 북한 다루듯 하는 대통령, 갈 데까지 가보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을 상대로 정책이나 현안을 끌고 나가려는 모습에서 벗어나 국회로 돌아와 여당과 모든 것을 논의하기 바란다”라며 야당의 지위를 대통령 아래로 끌어내렸다. 야당은 대통령의 상대가 아니란다. 비민주적인 주장이다.

이에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비난하며 “지금 지지율에 도취해 오만과 독선을 고집하면 그 지지율은 머지않아 물거품처럼 꺼져버릴 수 있음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적 저항’이 야당을 강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김 대표는 ‘국민적 저항’이 박 대통령을 향할 거라고 주장한다.

중차대한 의혹 덮기 어려워, 민주당 승리로 끝날 듯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거라고 말하며 박 대통령이 내세운 논리는 ‘야당이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이어가며 국회를 포기했다’는 것인 반면, 김 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과 검찰총장 흔들기를 덮으려는 박 대통령과 여당의 꼼수가 저항을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느 쪽 명분이 국민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까. 양쪽 모두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테지만 그 강도는 크게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피부와 와 닿지도 않는 ‘민생 얘기’로 국정원 대선개입과 NLL 대화록 불법유출, 검찰총장 찍어 내기 의혹 등을 죄다 덮을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민주당도 민생을 외면한다는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정원 부정선거 진상규명과 검찰 흔들기, 민주주의 후퇴 등을 받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국민적 저항 게임’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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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민간, 평양 단군릉서 '개천절 공동행사' 합의

남북민간, 평양 단군릉서 '개천절 공동행사' 합의

 

남북 단통협 선양 실무접촉, 6개항 공동보도문 발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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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7 15: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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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양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돌아온 김삼열 단통협 상임공동대표가 19일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남북 민족단체들은 ‘단기 4346년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평양 단군릉에서 공동개최하기로 하는 등 6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보도문을 17일 발표했다.

 

지난 14-16일 중국 선양(심양)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돌아온 김삼열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 상임공동대표는 “4346년 개천절 남북.해외 민족공동행사는 단군릉에서 공동개최하기로 한다”며 “정세와 상관없이 매년 공동 개최함을 쌍방이 명확히 확인한다”고 공동보도문을 낭독했다.

남북의 민족단체들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평양 단군릉에서 대규모 개천절 공동행사를 가졌으며, 당시 남측에서는 300여명의 대표단이 직항편으로 방북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30여명의 소규모 대표단이 평양에서 한 차례 더 공동행사를 가졌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윤승길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은 “남북교류가 원할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우선 100명 정도의 규모로 준비한다”며 “3국(중국)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은 또한 “양측은 쌍방이 상시적으로 함께 하는 3.1절, 8.15광복절, 개천절, 어천절과 백범 김구선생 추모제, 가쓰라-태프트 밀약 규탄, 을사늑약 규탄 뿐 아니라 8월 29일 국치일 상기와 독도, 일본교과서,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같이 대일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공동대응하는 등 외세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들을 이제까지와 같이 신속하게 함께한다”고 합의했다.

아울러 “대박산 단군사 발굴.개건과 같이 단군 관련 유적, 유물은 민족의 공동유산으로 발굴, 복원, 보전, 계발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했으며, 단군 관련 학술교류와 고조선 유물전, 단군문화 유적답사 등도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공동개최’를 위해 북측은 어떠한 경우라도 함께 행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혀 공은 남측 정부에게 돌아온 모양새다.

윤승길 사무총장은 “개천절 협의를 위한 실무회담이라는 명분을 명확히 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았다”며 “통일부가 개천절 공동행사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실무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달개비 레스토랑에서 열렸으며,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과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충환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이번 실무회담에는 단통협을 주축으로 한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에서 김삼열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유명준, 도천수 상임공동대표와 윤승길 이정희 사무총장이,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려정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최대룡 위원과 리재철, 김철용 부원이 참여했다.

한편, 고령의 류미영 북측 단통협 회장을 대리해 그간 실무를 총괄해왔던 강철원 부위원장이 타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 등 민족진영 원로들이 배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승길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실무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달개비 레스토랑에서 열렸으며,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과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충환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이번 실무회담에는 남측 단국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김삼열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유명준, 도천수 상임공동대표, 윤승길 이정희 사무총장이,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려정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최대룡 위원과 리재철, 김철용 부원이 참여했다.

한편, 고령의 류미영 북측 단통협 회장을 대리해 그간 실무를 총괄해왔던 강철원 부위원장이 타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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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우리민족끼리 하는 것"

"개성공단, 우리민족끼리 하는 것"

재가동 167일. 개성공단 현지를 가다

개성 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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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7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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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이틀째. 한 업체의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재봉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이 지난 16일 재가동됐다. 개성공단이 문을 다시 연 날, 북측 근로자는 3만1,474명이 근무했고, 53%의 공장이 가동됐다.

개성공단 가동 167일째인 17일. 개성공단 현지를 공동취재단이 방문, 재가동 상황을 둘러봤다.

재가동 이틀 째를 맞은 개성공단에는 북측 직원 3만5,027명이 출근했고, 56%의 공장이 가동됐다. 준비를 미쳐 마치지 못한 29개사의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개성공단 현지에서 만난 북측 근로자들은 자신의 업무에 열중했다. 한 기업의 근로자 대표는 취재진에게 "우리민족끼리 해야하는 것이니까 나오는 것이다. 다른 데 가서 해봐야 좋은 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빨리 통일이 돼야한다. 서로 왔다갔다하고. 법인장 선생도 통일이 안돼서 우리 집에도 못가지 않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다른 근로자는 "김정은 장군님께서 계시면 우리는 언제나 승리한다"며 "북남이 함께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재가동 느낌을 표현했으며, 다른 근로자도 "좋다"고 말했다.

 

   
▲ 기계금속 업체 소속 북측 근로자들이 작업을 의논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내의 제조업체인 'SK어페럴' 김용태 법인장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그 동안 애로사항과 피해가 많았다. 본연의 모습을 돌아와 기쁘다"며 "(북측 근로자들은) 전후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적극적으로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기왕 우리회사와 인연을 맺었으니 국제적 공단에 손색이 없는 회사를 만드는 데 힘을 합쳐야 겠다"고 강조했다.

'SK어패럴'은 총 1천11명의 북측 근로자가 출근, 가동률 100%를 보이고 있으며, 여성근로자 4백여명이 재봉틀 작업에 한창이었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의류제조업체 '오륜개성' 관계자는 "초창기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라며 "오랜만에 만난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살이 빠지고 새카매졌다"고 표현했으며, 이에 북측 근로자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모래찜질을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 한 업체의 북측 근로자들이 구두 본드 작업을 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아 건강이 우려됐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공장이 재가동된 지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한 공장은 본드, 가죽냄새로 가득해 북측 근로자들의 건강이 우려됐다.

해당 공장 내에는 '설비점검기준'을 마련, '종업원, 작업복, 마스크 착용상태'를 점검하도록 했지만 모든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도 눈에 띄었다.

건강이 우려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 근로자는 "마스크를 교체한다고 해서 반납했다"고 말했고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는 "너무 더워서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계작업을 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166일만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은 여전히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용수가 정상공급되고 있지만, 저수조 청소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개별 업체의 자체청소를 요청하는 공문이 게시됐고, 기업별 수질검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음용을 삼가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전력사용도 오전10시부터 낮12시, 오후2시부터 오후4시까지 절전을 요청하는 안내문도 걸렸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점차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5층에 위치한 체력단련실은 지난 16일부터 정상운영을 시작했고, 개성면세점 내 평양식당도 영업을 개시했다.

그리고 오는 19일 추석을 맞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합동차례와 민속놀이가 열린다.

 

   
▲ 개성공단 전경.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 근로자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오전근무를 마친 근로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현지 브리핑]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 어제(16일) 739명이 방문했다. 459명이 체류했다. 오늘(17일)은 315명이 방문했고 어제와 오늘 다 빠져나가면 오늘 계획은 269명이 체류한다. 추헉은 휴무인데 예상으로 150여명 정도 체류할 계획이다.

 

설, 구정, 추석에는 합동으로 차례를 지낸다. 가끔 윷놀이도 하고 식사도 식당에서 같이 한다.

■ 일부 보도됐는데, 어제(16일) 북측 직원 3만 1,474명, 165대 버스로. 3월말 경 5만 3천여명 기준으로 보면 59% 출근했다. 오늘(17일)은 3만 5,027명 출근했고 기존 기준으로 보면 65% 출근했다.

■ 출근 비율과 가동률은 차이가 있다. 사람은 오더라도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파악하니 생산가동률 53%(16일), 오늘(17일)은 56%이다. 첫날 가동하지 않은 기업은 33개사, 오늘(17일)은 29개사이다. 100%가동한 곳은 어제는 24개사, 오늘은 28개사이다.

■ 한전, 수자원공사, KT,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현대아산 ,LH 등 기관들이 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재발방지와 발전적 정상화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국제화를 정부가 강조하고 있다. 3통문제, 노무.임금.세무 등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외가공지역이 중요한데 핵문제가 걸려있어서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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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

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

 
고진하 2013. 09. 17
조회수 63추천수 0
 

 

 

고독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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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갑니다. 무려 수령이 팔백 년인 수도승 같은 은행나무. 그 큰 나무 그늘 밑에 작은 옹이처럼 몸을 낮춰 앉아 있으면, 노란 법어(法語)들이 바람결에 우수수 쏟아져 내리기도 합니다. 큰 말씀, 큰 사랑, 큰 인내를 품은 고독의 시 한 그루. 그 오랜 세월의 거대한 몸피를 우쭐우쭐 뽐내지도 않으면서, 무심코 풍성한 잎새를 비우고 채우며 건너왔을, 숭고한 고독의 무늬…. 나는 곧잘 그를 고독의 왕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요. 잠시도 홀로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장돌뱅이처럼 늘 저자거리를 헤매고, 존재의 중심에 뿌리박지 못한 채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속도의 악령에게 생을 저당 잡혔습니다. 생을 저당 잡힌 자는 아름다운 관계를 소유로 바꾸려 애면글면하지요. 미소와 친절, 여유, 경청과 같은 아름다운 잎새는 고요한 마음 둥치에서만 피어날 수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 나와 쉬어라!’는 예수님의 신성한 초대도 듣지 못한 채.


자기 주변이 텅 비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부릅니다. 톱날에 잘린 나뭇가지처럼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괴로움이지요.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나는 자주 그런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겠습니다. 진정한 고독의 내실로 들어가면 외로움의 상태는 극복되고, 나를 둘러싼 것들이 나와 하나라는 것을 또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휘묻이한 나뭇가지가 땅에 새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단절된 관계도 싱그럽게 복원되고, 우리 마음귀가 크게 열려 ‘고독의 빈들로 우리를 꾀어내는 하느님의 사랑의 속삭임’(호세아 2: 4)도 들을 수 있습니다. 존재의 결핍은 극복되고, ‘하느님, 당신 한 분으로 족합니다!’란 싹싹한 고백이 내 영혼의 뜰을 넉넉히 채우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자기 주변으로 좁혀 들어오고, 고독은 무한을 향해 뻗어나간다.”(켄트 너번) 그렇습니다. 나무가 길을 잃지 않고 홀로 푸른 가지를 허공으로 뻗어나가듯 고독의 심연에 머물기를 사랑하는 시인은 “영원의 먼 끝”인 무한을 향해 매순간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연둣빛 새싹 같은 신생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고독, 홀로 있음의 영광.” 신학자 폴 틸리히는 유한한 존재의 팔을 내밀어 저 무한의 하늘에 덥석 안기는 은총의 시간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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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고독을 ‘종교성’이라 일컬었지요. 실제로 많은 수도자들은 고독 속에서 하느님의 내밀한 숨결에 닿기를 소망했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내밀한 공간에 머물며 세상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 받았습니다. 이것을 ‘영적인 환경 보호’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으슥한 숲이나 동굴,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광야를 영혼의 보금자리로 삼았던 이들은 영혼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줄 ‘고독’이라는 보호구역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고독은 우리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창조성까지 선물합니다. 위대한 시인이나 예술가, 수도자들은 모두 고독 속에서 뛰어난 삶의 걸작(傑作)들을 꽃피울 수 있었지요.


사랑 또한 고독의 토양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니던가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종종 서로 떨어져 있어야 건강해집니다. 고독 속에 머물면서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사랑의 물기가 고여야 비로소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깊이 포용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 시간의 대화보다 한 시간의 고독이 사랑하는 이들을 훨씬 더 친밀하게 만드는 것. 고독이 베푸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이 놀라운 선물을 맛본 사람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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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누구보다도 대담하게 고독을 추구했고, 고독한 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지켜나갔습니다. 어느 날 예수가 빵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기적을 베풀어 수천 명을 먹이자 흥분한 군중들이 예수를 임금으로 세우려 했습니다. 그것을 눈치 챈 예수는 곧 흥분한 무리를 빠져나와, 따로 기도하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날이 이미 저물었지만, 그는 거기 홀로 있었습니다.(마태 14: 23)
예수는 어느 나무 밑이나 바위동굴 같은 데서 홀로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새벽이슬에 함초롬히 젖어 해님 같은 꽃얼굴로 하룻길을 떠났을 것입니다. 고독을 사랑함으로 존재의 중심을 잡고 홀로 우뚝 선 나무처럼 예수는 고독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고독의 공간 속에서 생명의 주재이신 하느님과 하나 되는 융융한 희열을 맛보았고, 생기에 가득 찬 목소리로 거친 길 위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했을 것입니다. 나는 예수가 걸어간 이 성스러운 고독에 김현승 시인의 ‘절대 고독’을 포개어봅니다.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 부분

 

 

우리를 ‘고독의 내실’(內室)로 초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준다.


시인은 고독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과 조우하고,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으로 그 희열을 노래했습니다. 그것은 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입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회복한 자의 기쁨이고, 만물과 내가 한 몸이라는 우주의 신비를 깨닫고 타인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는 자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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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자유혼 예수, 노자, 장자, 조르바를 영혼의 길동무 삼아 강원도 원주 근교의 산골짜기에서 산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쳤고, 대학, 도서관, 인문학카페, 교회 등에서 강의한다. <얼음수도원>, <수탉>, <거룩한 낭비> 등의 시집과 <이 아침 한 줌 보석을 너에게 주고 싶구나>, <목사 고진하의 몸 이야기>,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우파니샤드 기행> 등 책을 냈다.
이메일 : sols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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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PC에서 논의된 북의 삼중핵무력

EDPC에서 논의된 북의 삼중핵무력
 
한호석의 개벽예감 <79>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9/17 [09: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핵무력 탑재용 북에서 운용하는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실시한 핵전쟁도상연습

2012년 12월 5일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은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과 남코리아, 핵억제연습에 참가(U.S., South Korea Participate in Nuke Deterrence Exercis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미국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미국군 보도국은 핵억제연습이라는 낱말을 분별없이 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지만, 실전연습이 아니라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이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도상연습을 운용연습이라고 번역하였고, 영어약자로는 TTX라고 표기하였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남측의 군부인사와 외교관리 40명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2012년 1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된 도상연습에 참가하였다. 미국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관리하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는 연구원 9,000명이 연간 예산 22억 달러를 쓰면서 핵탄두 설계를 비롯한 핵무기 관련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핵억제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미국은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핵억제라는 개념을 쓰지만, 미국이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말은 사실을 왜곡한 말이다. 핵위협은 핵독점체제를 틀어쥐고 세계 곳곳에서 무력침공을 일삼는 미국이 조성한 전쟁도발위험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런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위협에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며 억지다. 전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각종 핵무력수단들을 수시로 들이밀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핵공갈범’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은 핵억제라는 거짓명분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주 쓰는 핵억제라는 말은 핵전쟁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문맥이 제대로 통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여, 이 글에서는 핵억제도상연습이라는 말 대신에 핵전쟁도상연습이라는 말을 쓴다.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였을까? 2011년 10월 27일과 28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 국방정책차관과 남측 국방정책실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 KIDD)를 내오기로 하였는데, 안보정책구상회의(SPI), 전략동맹2015공동실무단회의(SAWG), 그리고 확장억제정책위원회(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 EDPC)가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 포괄되었고, 그 중에서도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Omaha)시 인근 오풋공군기지(Offutt AFB)에 있는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에서 2011년 11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첫 번째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였다. 그 자리에는 마이클 쉬퍼(Michael Schiffer) 국방부 동아시아차관보, 브래들리 로벗츠(Bradley Roberts) 국방부 핵-미사일방위정책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측 국방-외교관리들과 임관빈 국방정책차관을 비롯한 남측 국방-외교관리들이 참석하였다.

그러므로 2012년 12월 6일과 7일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2011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한 목적은,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의 핵위협 및 대량파괴무기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쌍무억제전략(tailored bilateral deterrence strategy)”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군 보도국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오류를 하나 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전쟁전략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해도, 오해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단독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을 1급 국가기밀로 분류해놓고 외부에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미국이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마치 핵전쟁전략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서술한 것은 누가 봐도 오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에 관한 정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이 2005년 9월 28일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프로젝트에 발표한 글 ‘미국의 대북핵타격계획(U.S. Nuclear Strike Planning Against North Korea)’에서 읽을 수 있는데, 현 시기 미국의 대북핵전쟁전략은 2004년에 처음 작성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 수정되어온 이른바 ‘급변사태계획(CONPLAN) 8022’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미국이 자주 쓰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은, 북이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2006년 10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개념 대신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데, 북이 남측에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한다는 뜻으로 쓰는 전쟁개념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지므로, 전시행동계획(wartime action plan)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옳다. 군사학에서 전시행동계획은 군사전략의 부속개념으로 쓰인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맞춤형(tailored)이라는 말은 한반도상황에 부합된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부합되는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쌍무적(bilateral)이라는 말은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측을 참가시킨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남측이 보조하는 일련의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6일과 7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대응한 억제방법들”이 검토되었는데,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위한 개념, 의사결정과정, 필요사항”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북을 겨냥한 핵전쟁전략과 침공작전계획을 세워놓고 방대한 무력을 동원하여 그에 따른 각종 실전연습을 계속 실시해오면서 그 전쟁전략과 작전계획을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미국이 2011년 11월부터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며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한반도평화협정체결을 계속 거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지 않는 위태로운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이 언제까지나 존재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실수로 언론에 유출된 놀라운 정보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위해 2011년 11월과 2012년 12월에 각각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2013년 말에도 실시될 것인가? 2013년 9월 8일 <연합뉴스>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기사는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이 얼마 전에 완성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가 지난 10여 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하였고, “내달 2일(2013년 10월 2일을 뜻함-옮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회의에서 서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징후부터 실제 핵을 사용했을 때 양국이 실행에 옮길 정치, 외교, 군사적인 대응방안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이라고 한다. 미국군 보도국과 마찬가지로 <연합뉴스>도 전략과 행동계획을 혼동하였기 때문에 전시행동계획이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억제전략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도상연습을 실시하면서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2011년 11월 이전에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오래 전에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세상에 알려지기 않게 매우 조심하였지만, 전시행동계획이 이번에 완성되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결국 그 윤곽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를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이 국가정보력을 총동원하여 파악한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그 시나리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는 문필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한 핵전쟁소설이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이 수집, 분석한 심층정보에 근거하여 작성된 군사문서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들어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알고 있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TTX(도상연습을 뜻하는 영어약자-옮긴이)에서는 잠수함을 이용한 핵무기 발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핵미사일 발사, 항공기를 이용한 핵무기 투하 등 북한의 가능한 핵공격유형을 상정해 그에 적합한 억제전략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나오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정보란, 인민군 해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는 인민군 항공기에서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부정확하게 서술되었지만, 핵폭탄을 투하하는 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한다고 서술해야 옳다. 지금 북에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현대식 핵탄은 있지만,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1945년 식 핵탄은 없으며, 오늘날 그 어떤 핵보유국도 현대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원시적인 핵탄을 만들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대지핵무력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전략잠수함의 함대지핵무력과 전략폭격기의 공대지핵무력까지 갖추었다고 판단한 미국은 이번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그러한 북의 핵무력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을 세운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앞세워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은 그들이 이제껏 숨겨온 대북군사정보를 세상에 유출하고 말았으니, 그것은 북이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춘 것은 적국을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삼중핵무력(nuclear triad)을 완성한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춰야 적국의 선제핵공격에 맞서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고, 선제핵공격력과 보복핵공격력을 모두 가져야 핵보유국 수준을 뛰어넘어 핵강국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 지구에 존재하는 196개 나라 가운데 삼중핵무력을 갖춘 핵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제는 북이 삼중핵무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제4핵강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과 항공모함 함재기의 공대지미사일을 보유한 이중핵무력(nuclear dyad)에 의존하고, 영국은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만 보유한 단층핵무력(nuclear monad)에 의존한다.

내가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북은 세계 4대 핵강국이라고 서술한 것이 과장서술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에 미국의 실수로 유출된 대북핵정보에서도 입증되었다. 북에서 몇 해 전부터 인민군을 ‘백두산혁명강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삼중핵무력을 완성한 제4핵강국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압록강 인근 북 공군기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공대지핵무력 갖춘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나는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서 지대지핵무력과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이미 논증한 바 있다. 나는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군사행진에서 세상에 공개하였고 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전시한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글을 몇 차례 발표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지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과 같은 해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민군 해군의 전략잠수함에 관해 서술하면서 오늘날 인민군 해군이 스텔스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탄두를 장착한 잠대지미사일을 수중발사관에 실은 전략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음을 논증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논하는 것은,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 공대지미사일을 싣는 인민군 전략폭격기에 관한 정보다.

2004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출판사가 펴낸 논문집 ‘힘의 균형: 21세기의 이론과 실천(Balance of Power: Theory and Practice in the 21st Century)’에 따르면, 오늘날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 미국, 러시아, 중국 네 나라밖에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어떤 종류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군사전문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IL-28 또는 H-5 폭격기 80대를 보유하였다. 중국산 H-5 폭격기는 소련산 IL-28 폭격기를 모방생산한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통칭하여 IL-28형 폭격기라 한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IL-28형 폭격기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중폭격기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작전하는 중거리 경폭격기다. IL-28형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2,400km, 비행고도 12.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900km, 적재중량 3t이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운용하는 폭격기가 IL-28 폭격기라는 사실만 알고, 북에 TU-16 폭격기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소련은 TU-16 폭격기를 중국(1958년), 인도네시아(1961년), 이라크(1962년), 이집트(1967년)에 각각 수출하였고, 1960년대 말에는 북에도 수출하였다. 다른 수입국들은 부품을 구입할 길이 없어 1990년대 이후 TU-16 폭격기의 운용을 거의 중단하였으나, 중국은 자체 기술로 H-6 폭격기를 모방생산하였고,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핵탄두 장착 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로 개조하여 지금 12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북도 중국이 그러한 것처럼 TU-16 폭격기를 전략핵폭격기로 개조하고 성능을 개량하였다. TU-16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7,200km, 비행고도 1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1,050km, 적재중량 9t이다.

2007년 1월 어느 탈북자가 남측 언론매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인민군에서 복무할 때 항공정비병으로 있었던 폭격기연대에서 전략폭격기를 몰고 출격하는 조종사 전원이 여성조종사들이었다고 한다. 인민군 항공군에 여성조종사들로만 편성된 폭격기연대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실전연습을 통해 자기의 공대지핵무력을 시위하였다. <중앙일보> 2008년 10월 8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1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2008년 10월 초, 그리고 2011년 10월과 11월 초에 폭격기를 서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나오는 남측 정부 소식통은 인민군 폭격기에서 공대함미사일을 쏘았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인민군 항공군은 공대함미사일 발사훈련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공대지미사일 발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미사일은 200km 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고성능순항미사일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고성능순항미사일에 강력한 핵탄두가 장착될 것이다.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 장착 고성능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국 우전부(郵傳部)가 운영하는 ‘차이나넷’ 2013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이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바라다 보이는 신의주공군기지에 여러 대의 폭격기를 전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홍콩의 ‘봉황넷’은 신의주공군기지에 인민군 폭격기 6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을 2013년 4월 9일에 촬영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진을 보도하였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당시 신의주공군기지에 나타난 인민군 폭격기들이 소련산 IL-28 폭격기를 중국에서 모방생산하여 북에 수출한 H-5 폭격기들이었다고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강 건너 먼 데서 폭격기 외형만 보고 그렇게 서술한 것이다. 정확하게 서술하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은 핵탄두 장착 고성능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IL-28N형 전략폭격기를 여러 대 동원하여 공대지핵공격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IL-28N형 전략폭격기들이 신의주공군기지에 전개되던 2013년 4월 초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 최후결전태세를 갖추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개전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전부 동원한 삼중핵무력으로 ‘조국통일반미대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4월 초 북이 그런 결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3년 9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미관계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에서 논한 바 있다. 만일 2013년 4월 10일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동해와 서해로 각각 출격한 인민군 전략폭격기 편대들이 핵탄두가 장착된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발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하였더라면 남측과 일본에 산재한 미국군기지들은 깊은 구덩이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추려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ircraft)가 있어야 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으면, 삼중핵무력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 핵무력’으로 전락하게 되며, 지대지핵공격, 잠대지핵공격, 공대지핵공격 사이의 상호연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 북의 핵탑재용 항공무력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 항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J. Bermudez)가 2011년 4월 ‘KPA 저널(Journal)’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AN-24 수송기에 N-019 토패즈 펄스-도플러 레이더(Topaz Pulse-Doppler Radar)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하였다. AN-24의 모습은 <사진 3>에서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북이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개발하고 운용해온 경험은 30년 연륜을 쌓은 것이다. 그 30년 동안 인민군 항공군은 자기의 공중조기통제경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으며, 현재는 외형과는 딴판으로 첨단성능을 지닌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운용하는 중이다.



삼중핵무력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 그 전투적인 모습

북과 핵대결을 벌이는 미국은 원래 1945년부터 1959년까지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을 갖추고 있었고, 1959년에 애틀러스(Atlas)-D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를 수직갱발사대에 장착함으로써 이중핵무력을 갖추게 되었고, 1960년에는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삼중핵무력을 갖추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삼중핵무력은 수중발사관 24개가 들어있는 오하이오급(Ohio-class) 전략잠수함 14척, B-2 스텔스전략폭격기 20대 및 B-52H 전략폭격기 93대,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된 미니트맨3(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450기로 구성되었다. 오늘 미국 연방정부가 삼중핵무력을 유지하고 그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3,00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수치들만 놓고 생각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옹색한 꼴이 드러난다.

2012년 9월 17일 <디펜스 뉴스> 웹사이트에 실린 글 ‘삼중핵무력의 해체: 미국은 핵억제를 재고해야 한다(Deconstructing the Triad - U.S. Must Rethink Nuclear Deterrence)’에 따르면, 미국이 운용해오는 핵무력수단들의 퇴역시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존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국가재정파산위기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미국이 급속히 노후화되는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기 위해 2,000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핵무력수단의 급속한 노후화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 군부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삼중핵무력을 포기하고 전략잠수함만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의 삼중핵무력과 미국의 삼중핵무력을 물량적으로만 비교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훨씬 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을 못 보는 착시현상이다. 삼중핵무력만큼 중요한 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이다. 삼중핵무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칫 전쟁수행력 평가에서 외면을 받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이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어도,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려 얼이 빠지면 삼중핵무력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된다.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린 치욕스런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3년 8월 27일 백악관국가안보회의 직속 최종평가소위원회가 작성한 극비문서들 가운데 ‘구두보고서(Oral Report)’로 분류된 일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2006년에 가서야 기밀해제되어 세상에 공개된 그 비밀문서에는 이름도 생소한 최종평가소위원회가 나오는데, 그 위원회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경우 그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비밀기구였다. 당시 최종평가소위원회는 소련을 겨냥한 선제핵공격과 보복핵공격에 관한 비밀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핵전쟁을 벌이는 교전쌍방이 모두 막대한 물적 피해와 엄청난 인명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비밀연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극비문서에 따르면, 소련과 핵대결을 벌였던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우리쪽의 선제공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강력한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지만, 소련에 맞서 전면전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던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비겁한 모습을 말해준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보여준 그런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은 2013년 4월 초에도 반세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반복, 재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상대가 전혀 다르다. 반세기 전에 소련은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국의 허세에 속아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고 말았지만, 오늘 북은 정반대다. 북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 반드시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는 북의 시각에서 목적-방법-수단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북의 삼중핵무력은 반미대결전에서 승리하여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군이라는 미증유의 대사변을 일으킬 물리적 수단이고,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국군철군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달성하려는 당면목표이고,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 또는 대미군축회담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추구하는 양자택일의 해결방법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근본문제를 해결할 당면목표, 추진방법, 물리적 수단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국은 자기의 삼중핵무력으로 북의 삼중핵무력을 결코 ‘억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겁을 먹고 얼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의 전투적 기세 앞에서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다급하고 궁색한 처지를 감추고 있는 미국의 허세만 바라보고, 한반도정세변화를 거꾸로 파악한 허상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한 현실인식으로 실상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에 겁을 먹고 얼이 빠진 미국의 무분별한 좌충우돌이 얼마간 재발하겠지만, 한반도근본문제의 해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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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기석이는 왜 뇌사에 빠졌을까?

16살 기석이는 왜 뇌사에 빠졌을까?

[기고] 응급 환자는 주말엔 절대 아프면 안 된다?

엄호식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편집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17 오전 9:12:32

 

 

2011년 12월 5일, 건강한 16세 소년 김기석 군의 심장과 간, 폐, 췌장 그리고 2개의 신장이 말기 질환자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182cm의 훤칠한 키에 유난히 미소가 밝았던 기석이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응급 상황에도 환자는 병원 사정에 따라야 한다?

기석이가 상계백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2011년 12월 2일이었다. 학원에 가던 기석이는 심한 두통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빠는 인근에서 가장 큰 상계백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17시 50분께 병원에 도착한 기석이는 이내 따라온 아빠에게 별다른 이상 없이 자신의 증세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구토한 뒤 정신을 잃었다.

의료진은 급하게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를 하고 18시 23분 CT를 촬영했다. 병명은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출혈'이었다. 의료진은 수술팀에서 내려와 어떤 수술을 진행할지 논의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경대퇴 동맥혈관 촬영술' 실시 후 '코일색전술'을 실시할 것이라던 의료진은 20시 10분경 지금이 아니라 3일 후에나 수술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 기석이는 10km 단축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다. ⓒ김태현

3일 후 수술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라고만 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데 단순히 병원의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로 3차 의료기관인 상계백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을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급한 가족들은 전원해도 되는지 문의했고, 의료진은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중앙대학교병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이보다 빨리 수술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다행히 중앙대학교병원에서는 다음날 오후 1시에 수술할 수 있다고 했고, 가족은 상계백병원 담당 의사와 중앙대학교병원 의사를 서로 통화하도록 해 전원을 결정했다. 가족들은 의료진끼리 통화한 결과, 전원할 수 있다고 전해 들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중앙대학교병원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구급차는 한눈에 봐도 너무 낡고 오래돼 보였다. 앞에는 운전사와 아버지가, 뒤에는 기석이와 레지던트 한 명이 탑승했다. 중앙대학교 병원까지 걸린 거리는 35km, 시간은 채 30분이 안 됐다.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를 낸 구급차는 심하게 요동쳤고 아버지는 운전사에게 덜컹거리지 않게 조금 천천히 가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병원에 도착한 기석이는 한눈에도 상계백병원 때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아 보였다. 의료진은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CT를 촬영했고, 23시 30분경 바로 응급 수술을 했다. 의료진은 이튿날인 3일 13시에 수술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3일 오전 10시경, 가족은 수술을 4시간 앞뒀다면 이것저것 서류에 사인할 것이 많은데 아무런 조치가 없자 중환자실 벨을 눌렀다. 그리고 밤새 기석이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히 동공이 8mm가 열리면 뇌사로 판정되는데, 기석이는 벌써 7mm가 열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수술만 잘되면 동공이 돌아오는 줄 알았지만, 의료진은 수술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했다. 뇌사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천사 같은 아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암에 걸린 어머니를 둔 친구가 삐뚤어지지 않게 하려고 매일 친구를 집에 데려와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던, 엄마의 직장 일을 돕기 위해 전단 아르바이트도 마다치 않던 아들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을 모아 장기 기증을 통해 기석이의 삶이 이어지도록 결정했다. 아픈 기석이는 다시 한 번 구급차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가서 심장과 간, 폐, 췌장과 두 개의 신장으로 새로운 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줬다.

가족들은 기석이가 왜 뇌사에 빠져야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3일 동안 기다렸어야 했는지, 전원해서 바로 수술했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기석이의 죽음에는 몇 가지 물음표가 떠오른다.
 

▲ 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가 지난 10일 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 기석군의 마지막 18시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첫째, 과연 서울 동북부 지역과 의정부 주변 지역의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인 상계백병원이 응급 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던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3일 후 수술이 진행된다면 왜 의료진은 그간에 어떠한 조처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3일 후 수술해도 괜찮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둘째,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계백병원이 수술할 수 없다면, 왜 의료진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셋째, 절대 안정이 필요했던 기석이가 과연 전원할 수 있는 상태였을까? 만약 그렇다면 병원은 왜 가족에게 기석이가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등의 물음이다.

의료진 누구라도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며 현재 기석이의 상태가 이러해서 이러한 조치를 할 것이고, 그 상태라면 3일 후 수술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가족들은 중앙대학교병원으로 옮기기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의 사례는 기석 군만의 일은 아니다.

갈 곳 잃은 응급 환자, 의료진은 타박만…

 

▲ 이지혜 씨는 "저희 어머니는 '메디시티'라는 대구에서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택배 물건처럼 병원 네 군데를 돌고 돌아 겨우 수술을 받으실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구에 사는 강구화 씨는 2011년 1월 1일 심한 두통과 구토로 급하게 인근 보훈병원으로 옮겨졌다. CT 촬영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휴일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응급의학과장이 전원할 곳을 알아보려고 대구 응급 의료 정보 센터인 1339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할 병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응급의학과장이 경북대병원 의사인 지인을 소개해 경북대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는 "전산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요구했다. 가족은 결국 사방팔방 수소문한 끝에 급하게 굿모닝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 후 자료가 없다며 CT 촬영을 한 의료진은 "단순한 뇌출혈이 아니라 뇌동정맥기형성"이라며 굿모닝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씨는 다시 영남대 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강구화 씨의 딸 이지혜 씨는 "응급 환자를 침대에 눕혀놓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 자신들은 수술할 수 없다는 단 한마디 말로 환자를 이리저리 택배 보내듯 짐짝 취급했다"며 "전원할 때도 환자가 있는 병원의 구급차로 바로 옮기지 않고, 이동할 병원의 구급차가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며 눈물로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이지혜 씨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기던 중 전산상의 문제가 있어 수술을 못 한다고 연락받긴 했지만, 너무 늦게 연락을 받아 이미 병원에 도착해버린 환자와 가족에게 의사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왔느냐'고 타박했다"며 "그 의사의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응급실 이용자 37.5% 최초 진료자 누군지 몰라

정부는 1994년에 응급의료법을 제정하고, 지역별 응급 의료기관을 지정하며 응급 의료 체계를 정비하는 등 응급 의료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2012년 8월 5일부터는 야간과 휴일에 응급 환자를 당직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을 개정·시행하고 있다.
 

▲ 응급실 최초 진료 의사, 최초 의사의 진료까지 대기 시간, 응급실 이용 만족도. ⓒ'병원 응급실 이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한국소비자원, 2013.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응급실에 도착한 후 최초로 진료한 의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375(37.5%)로 가장 많았다. 최초 의사의 진료까지 대기 시간은 10분 이내가 28.2%로 가장 많았으나, 90분 이상도 7.1%에 달했다. 응급실 이용 만족도에 대해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자가 56.9%(569명), 불만족하다는 응답자가 23.3%(233명),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19.8%(198명)로 나타났다.

응급 의료의 혁신은 가능한가?

최근 보건복지부는 최상위 의료기관 전원 업무를 조정했던 1339의 역할을 대신해 '24시간 전원 조정 코디네이터' 시범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1339와 통합되면서 인력과 장비가 이관된 '119 구급 상황 관리 센터'에서 병원 간 전원을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이러한 조치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법 개정 전이라도 응급실에서 전원을 요청하면, 옮길 병원을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119에 '응급 의료 상황판 관리자 자격'을 제공해 당직 전문의의 연락처를 열람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24시간 전원조정 코디네이터'는 병원끼리 진행하던 응급 환자의 전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서,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을 끝까지 찾아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지역 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지역 내로 전원할 수 없으면 타 지역으로도 전원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응급(應急)은 '급한 대로 우선 처리함, 급한 정황에 대처함'이라는 뜻이 있다. 응급치료라는 것은 '갑작스러운 병이나 상처의 위급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임시로 하는 치료'라는 의미다.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환자가 현재 어떠한 상태이며, 어떠한 치료를 받고, 가족은 어떠한 조처를 해야 하는지,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환자와 보호자는 모든 것이 답답하고 궁금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어 그 어느 때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응급 상황일수록 환자와 보호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명확하고 알기 쉽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응급실에서의 환자 및 보호자 설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호식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편집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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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다시 천막으로 "민주주의 밤 길어질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17 10:10
  • 수정일
    2013/09/17 10: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 대통령 "채동욱 감찰 당연... 국정원 전 정권 일"

민주당, 3자회담 대화록 공개..."대통령, '법무장관 감찰 지시는 당연'"

13.09.16 18:15l최종 업데이트 13.09.16 22:0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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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자회담 장소로 향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하기 위해 국회 사랑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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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재보강 : 16일 오후 10시 8분]
박 대통령 "국정원 사과 못해...채동욱 감찰은 당연"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내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과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3자회담이 모두 끝난 후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과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등은 박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고 각각의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댓글의혹 사건이 재판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그 점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대표는 "이제까지 국가기관, 측근비리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예외 없이 검찰 기소 단계에서 했다"고 반박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의혹이 증폭되는데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채 총장이 의혹을 해명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마당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감찰 지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잘 한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가 "신문에 실린 소문 수준인데 사찰하고 뒷조사 해야겠느냐"고 반박하자, 박 대통령은 "당연히 진상규명 해야 하는 것이고 감찰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에 대해 "총장은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라며 "한가하게 총장이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안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총장 사퇴에 반발한 일선 검사들을 향해 "검찰에 근무하는 일반 검사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대표가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사퇴시키냐"고 재차 따져 묻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사표를 안 받았다,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 안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감찰 지시에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완전 사실 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1시간 30여 분 간의 회담 말미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3자 회동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주의 회복 기대 무망... 천막으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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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자회담 마친 박근혜-황우여-김한길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3자회담을 마친 뒤 나란히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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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의 대화록을 전한 노웅래 비서실장은 "국정원 개혁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채동욱 검찰 총장 사찰 부분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물어도 쳇바퀴식 대답만 나올 뿐 확실한 대답이 없었다"며 "국민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청와대는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끼쳤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 역시 이날 회담에 대해 "담판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희망 혹은 가망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나는 할 말을 다했고 정답은 없었다"며 "아쉽게도 민주주의 밤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어쨌든 옷을 갈아입고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장외 노숙 투쟁을 접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은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침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는 국회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면서도 의사일정에 합의를 안 해 주고 있다, 장외 투쟁을 하든 안 하든, 의사일정에는 합의해줘야 한다"며 "그렇게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 비서실장이 황우여 대표가 "여러가지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고 적절한 해명도 했으니 정부 여당에게 야당도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바를 전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뭘 양보해줬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상 청와대와 야당이 양보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여 비서실장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고, 채동욱 건도 진실 밝히겠다고 했다"며 "김한길 대표가 얘기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여상규·노웅래 비서실장이 전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황우여 대표의 대화록 일부다. 다만, 대화록은 먼저 대화 내용을 공개한 민주당의 전언을 바탕으로 하되 양 측의 전언이 다른 지점에 대해서는 괄호 안에 새누리당을 뜻하는 '새'라고 별도로 표시해 적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및 국정원 개혁>

김한길 대표 (이하 김한길):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사과 및 책임자를 처벌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이하 박근혜) : 국정원에 대해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받은 일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다면, NLL 회의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거 아니냐. 그렇지 않았다. 법원이 조사해서 결과가 나오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
김한길 : 대법원의 기소 무죄율은 0.6%에 불과하다.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공소 제기된 상태, 혐의 사실이 입증 상태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냐. 이제까지 국가기관, 측근비리에 대해서 대통령 사과하는 것은 예외 없이 검찰 기소 단계에서 사과했다.
박근혜 :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김한길 : 전 정권 때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과해야 한다.
박근혜 : 내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기 떄문에 대통령으로서 사과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국정원에 대해서 선거 개입, 정치 개입 안 하도록 매듭 짓겠다. (새 :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냐.)

김한길 : 지난 12월 대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없다'고 TV 토론에서 얘기한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
박근혜 : (대답하지 않음)

박근혜 :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국정원 개혁보다도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 (그 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일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김한길 : 2003년 한나라당이 만든 국가정보원 개혁법, 2006년 개정안 정도의 수준으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정원 국내 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분리해서 검찰이나 경찰에 맡기자.
박근혜 :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당면한 현실, 외국의 예 등을 참고로 국정원이 국내에서 대공 방첩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다. 수사권 역시 그런 국정원의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국내 파트 없애지 못했고 수사권을 계속 존치 시켰다. 다시 말하지만, 국정원 개혁안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고의 강도 높은 개혁안으로 마련하고 있다.
김한길 :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만드는 게 방법이다.
박근혜 : (민 : 구체적인 답변 하지 않음 / 새 : 국정원 개혁안은 정부가 국회로 넘기면 국회에서 알아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국정원이 만든 법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보완해달라.
황우여 : 현행 국회법과 국정원법상 국회에 국정원 개혁을 위한 별도 특위를 만드는 건 옳지 않다. 정보위원회를 제치고 별도 특위에서 논의하게 되면 정보위가 갖는 특수 지위가 없어지게 된다. 정보위의 위원들은 비밀 준수 의무가 부과돼있다. 특위는 여야가 비공개로 하자고 해도 법상의 의무가 아니다. 때문에 국회 정보위에서 법상 근거와 의무를 가지고 국정원 개혁을 논하는 게 맞다. (다만) 정보위를 개선해서 논의 활동이나 구성원에 대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를 반영할 수는 있겠다. 정보위 안에 별도 국정원 개혁 소위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게 맞겠다.

김한길 : 국정원 인적, 제도적 청산이 필요하다.
박근혜 : 국정원 인적 청산이라는 것을 정권 바뀔 때마다 해봤는데 별 효과가 없더라. (국정원) 개혁안을 공개할테니 그걸 보고 말해달라. 국정원 개혁 의지 확고하고 의심할 필요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박근혜 : 이 문제에 대해 채동욱 청장 비리가 터진 후에 사실을 알게 됐다. (이건)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난리가 났다. 공직 기강에 관한 문제다.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일로 할 수 있냐, 그걸 방치할 수 있냐.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일이 터져나오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적극 소명하고 오해 있으면 진실 밝혀야 한다. (새 :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의혹이 더 커진 점 안타깝다.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였다.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해명하거나 의혹을 밝히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마당에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건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다.) 법무부 장관이 진상조사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냥 놔둘 수 없다. 공직사회 청렴 신뢰 잃으면 안 된다. 청와대가 법무부 배후를 조정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김한길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 검찰 집단 평검사부터 반발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겠냐.
박근혜 : (답변없음)

김한길 : 신문에 실린 소문 수준이다. 그런 걸 사찰하고 감찰하고 뒷조사할 수 있냐.
박근혜 : 당연히 진상규명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감찰해야 하는 것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대기업에서 떡값 받았다는 의혹이 있을 때 감찰 받지 않았냐. (새 : 이후 떡값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서 임 총장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채 총장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쉬웠다)
김한길 : 유전자 검사 받겠다고 당사자가 얘기했는데 사퇴하게 할 수 있냐.
박근혜 : 그래서 사표 안 받은 거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 안 하겠다. (새 : 야당이 배후 운운하고 나선 건 완전한 정치공세다. 근거 없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청와대가 뒤에서 감찰을 지시하라고 하는 건 근거 없는 정략적 정치 공세다.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사표 수리 도지 않을 것이다.
김한길 :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채동욱 총장을 압박해서 사퇴시키려 한 거 아닌가.
박근혜 : 전혀 그런 일 없다. 오늘 민주당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검사 사이에 통화를 하면서 채동욱 총장을 사찰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완전 사실 무근이다. 채 총장 비리 의혹건과 관련해 검찰 신뢰도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데 법무장관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냐. 한가하게 검찰총장이 민간 언론사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결을 기다린 것은 안이했다. 검찰에 근무하는 일반 검사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김한길 : 김무성 본부장이 NLL 대화록을 인용해서 발표하지 않았냐.
박근혜 : 김한길 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대선 때 정상회담 회의록을 연설장에서 공개했다고 했는데, 그건 이미 정문헌 의원이 그 이전에 얘기한 것 아니냐. NLL을 무단으로 유출해서 얘기한 것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으면 그 때 NLL 대화록을 공개했을텐데 안 하지 않았냐.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화록 공개가 선거에 영향을 주기에 (공개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뒤에 공개가 된 건 박영선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돼서, (박 의원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신뢰 문제가 문제가 있어서 이걸 공개한 것이다. 불법으로 공개한 것 아니다. 합법적인 절차로 공개한 것으로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김한길 :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김무성 의원이 얘기한 것은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과 동일하다. 대화록 공개는 그 문서를 작성한 기관의 장의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황우여 : 2급 비밀 문서의 경우 기관장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1신: 16일 오후6시 9분]
"박 대통령, '법무장관에게 감찰 지시한 적 없어'"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 3자회담이 1시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감찰지시를 내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청와대가 황교안 장관에게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사과 요구에도 "1심 판결이 나오면 모를까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사과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은)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회담 종료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이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3자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채동욱 총장 사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구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회담 종료 후 양당 대표의 표정은 명확히 갈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서 야당의 요구에 대해 얘기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야가 회담 결과를) 따로 발표할 것이다, (채동욱 총장을 비롯) 민생 얘기를 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민주당 대표가 의총을 거치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할말은 다했다"며 "많은 얘기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에서는 "사실상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6시 의총을 거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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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노를 외친 대통령,양복입은 민주당 대표


 

 

 


어제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대표의 3자 회담이 국회 사랑재에서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여야 당대표,원내대표.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외국 순방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후 3시 40분부터 작은 방으로 이동하여 김한길 대표,황우여 대표와 3자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애초 예정시간인 1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난 1시간 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회담이 진행됐지만, 내용은 아무 결과도 합의문도 없는 만남이 됐습니다.

많은 국민이 정국 해결의 열쇠로 봤던 '국회 3자회담'의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노,노,노만 외친 대통령'

김한길 대표는 그래도 나름 박근혜 대통령에 정국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등 7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료도 준비하는 등 스스로 의제를 정해 회담장에 나갔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모두 발언으로 7가지를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복지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세법 개정안,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개혁, 검찰총장 사퇴 파문 등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역시나였습니다.

국정원 사건은 그냥 재판 결과가 나와야만 책임을 묻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느냐, 왜 집권시절에 안 했느냐'는 대답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사실 뭐라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당 대표와 정국 해결을 위해 만난 자리이지만 야당 대표가 준비한 7가지 의제에 대해서 변명과 반박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의 말에 '노,노,노'만 외치다가 끝나 국회 3자회담이었습니다.

' 그럴 줄 몰랐나요? 김한길 대표를 향한 답답함'

김한길 대표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 법무부 감찰의 부당성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 사표를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사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는 뻔히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채동욱 총장 사퇴 파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지는 김한길 대표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불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아예 '국회 3자회담'을 통해 야당과 정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 아이엠피터의 예상대로 코스플레이에 불과한 만남을 기획, 연출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의 드레스 코드로 양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장외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수염은 깎지 않고 회담장에 갔지만, 만약 김 대표가 장외투쟁 복장으로 그대로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차피 회담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 최소한 야당 대표의 강력한 장외투쟁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는 그마저도 실패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회담장을 무거운 얼굴로 나왔습니다.

이제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장외투쟁의 효과를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다지 효과도 없어 보입니다.

정국에 매번 끌려다니는 민주당을 향한 답답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어제였습니다.

' 박근혜,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그를 쏘아붙일 정도로 강력하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행동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반기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국회를 아예 식물국회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런 표정과 단호함은 국회를 자신의 발밑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자회담'을 하면 뭐합니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그저 들러리로 나와 별로 말도 하지 않았으며, 이는 새누리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청와대 2중대에 불과하다는 증거입니다.

 

 

 

 


 

청와대에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정보기관은 이미 정치공작의 달인이자 공안정국 기획 수사 전문 김기춘 비서실장의 손에 넘어가, 남은 것은 검찰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검찰또한 채동욱 검찰총장 밀어내기로 거의 다 넘어왔습니다.


청와대,국회,법무부,국정원,검찰을 장악한 그녀에게 60%대라는 지지율은 이제' 대한민국은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했으며, 아무도 자기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신시절, 국회는 그냥 해산시키면 되는 존재였고, 정보기관은 말을 하기도 전에 알아서 정치 공작을 펼쳐줬던 수족들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지금 2013년에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야당 대표에게 지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고 나왔으니 승리했다고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정국이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나라를 꿈꾸는 대통령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당당히 그녀를 향해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그저 국민이 뽑아준 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치는 계속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 추석은 아마 현직 대통령의 '하야와 촛불집회'를 가족들에게 강력하게 설명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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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공포, 나이 80에 이민 떠나는 친구

 
 
[이기명 칼럼] 그래도 뼈는 이 땅에 묻어 다오
 
이기명 | 2013-09-16 06:14: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 김윤상 검사의 ‘사직 이유’전부를 올리는 것은 바로 김윤상의 절통한 마음을 읽고 눈물을 함께 흘리며 나이 80에 이민을 떠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김윤상의 심정은 국민에게도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또 한 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 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주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손 한 번 잡아본 적도 없는 김윤상(경칭 생략)의 사직 이유를 읽으면서 침침한 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사표를 섰을까. 그렇게 힘들다는 고시에 합격을 했고 이제 감찰1과장이라는 요직에 오른 김윤상은 이미 선택받은 몸이다.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앞길은 비단길이다. 후배들이 그를 얼마나 부러워했을 것인가.

김윤상은 사표를 냈다. 이유는 위에 올린 내용 그대로다. 부모는 뭐라고 했을까. ‘달걀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대로 살아라. 네가 그런다고 세상 바뀌지 않는다’ 이러지 않았을까. 노무현대통령의 모친이 한 말 그대로 말이다. 그러나 사표를 냈다. 그의 행동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냥 눈물이 난다.

어디를 가도 조국은 대한민국

이민 간다는 친구는 고교동창이다.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난 친구다. 아쉬움 없이 산 친구였지만 운동권 아들이 감옥에 가고 자신도 마음고생을 무척 했지만 아들이 이민을 가자고 했을 때 한 마디로 거절한 친구다. 그런 친구가 이민을 간다니. 자식이 오라 하드냐니까 스스로 간다고 했다. 정나미 떨어져 더 못살겠다고 했다. 유신의 공포로 희망이 사라졌단다. 그날 술 많이 마셨다.

이제 다시는 못 볼 거라면서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더 살거라고 이민을 가느냐고 말리니 더 이상 마음고생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김윤상의 사표 이유를 보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꼴 저 꼴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겠지 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다. 과연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을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친구의 얼굴 뒤로 세상 떠난 수많은 친구들이 보였다. 죽어서는 마음 편하게 살려나.

개똥밭에 굴러도 내 나라가 좋다

미국에서 대학병원 원장급에 예우를 받는 친구가 얼마 전 귀국했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제 미국생활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50여년을 살아 온 성공한 의사친구의 말을 들으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 마음을 왜 모르랴. 이민을 간다는 친구가 ‘죽으면 뼈는 한국에 묻어 달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아는 법조인들이 있다. 검찰출신들도 있고 판사출신들도 있다. 모두 존경받는 분들이다. 검찰출신 법조인이 하는 말이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걸 늘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격지심일 것이다. 또한 스스로 검찰에 대한 세상의 평가를 자성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기춘도 남재준도 황교안도 세간에 떠도는 말들을 들었을 것이다. 판단 역시 자신들이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대통령도 같다. 법조인이라고 다를 것이 있으랴. 그들도 어디 가서나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대접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진짜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 못 받는 경우도 있고 대우는커녕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엉뚱하게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게 바로 모순이고 이래서 사이비 법조인도 생기는 것이다.

사법살인의 판결문을 읽고 방망이를 두들긴 법조인들이 행세를 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한 법률가도 있다. 거들먹거리고 산다. 존경받는다고 생각할까.

존경은 강요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검찰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시퍼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불의한 정권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해도 실은 자기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들끓고 김윤상을 칭찬하는 국민의 소리가 높은 것은 그들이 존경받을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무슨 죄목을 달아 채동욱을 쫓아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국민은 어리석은 듯해도 현명하다. 그래서 하늘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늘은 저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숨이 멎는 것만이 죽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하는 기막힌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15일의 청와대 발표는 또 한번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채동욱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채동욱은 아직도 검찰총장이고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채동욱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진실이 밝혀져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면 채동욱은 다시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가. 복귀할 것 같은가. 명예가 회복되는가. 인간은 숨이 멎어서만 죽는 것이 아니다. 채동욱을 이렇게 죽여놓고 죽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뻔뻔한 정권이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윤상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사표를 냈다. ‘전설적 영웅인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것을 긍지로 삼고 사표를 낸 것이다.’

검찰은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는지의 판가름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법이 정의라는 신념으로 살아 왔을 검사들이 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 옹달생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아무 힘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흘러가며 서로 모이고 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면 그 힘은 두렵다. 검찰에서부터 지금 강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

유신으로 회귀하는가

한국정치의 현상을 지켜보면서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유신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 그러나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다. 도처에서 그런 징조가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정보를 알 수 있는 기관이 어디인가. 채동욱도, 당사자라는 임 여인도 아니라는데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조선일보의 황당한 보도가 나오는 배경을 국민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은 무시무시한 국정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권안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자행한 것이 중앙정보부요 안전기획부요. 지금의 국정원이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이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총수를 근거없는 모함으로 사표를 내게 했다. 지금 검찰이 몸부림 치고 있다. 채동욱은 정정보도와 유전자 감식을 요구하며 정면대응하다 감찰카드라는 벼락을 맞고 사표를 냈고 바로 감찰과장인 김윤상은 이에 저하면서 사표를 냈다.

전국 검찰의 검사들이 정면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이 들끓는다. ‘어마 뜨거라’인가.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발을 뺀다. 이 역시 국민들은 꼼수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정도로 해야 한다. 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꼼수나 쓰다보면 버릇이 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는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병들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들 스스로를 망하게 만든다.

박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는 상대가 있다. 지금 국민과 야당이 무엇을 요구하는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개혁이다. 들어주면 된다. 손해날 것이 없다. 왜냐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원하는 것을 들어줬으면 정부에 협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목을 매서 끌고 갈 생각을 말고 함께 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유신의 공포를 잊지 않고 있다. 국민은 유신의 망령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도망가고 싶다. 몸은 이 땅에 있어도 마음이 떠난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 몸과 마음이 다 함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추석이 지나면 이민 간다는 친구가 이민을 단념했으면 좋겠다. 이민을 갔다 해도 바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빈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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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녕마을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의 '아름다운 만남'

"블랙아웃-방사능 공포? 우리 동네 발전소는 달라요"

[현장보고] 제주 김녕마을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의 '아름다운 만남'

13.09.16 08:09l최종 업데이트 13.09.16 08:28l
김시연(sta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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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 성세기 해변 뒤편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일대 풍력 발전기들 모습이 보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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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를 연상시키는 대형 풍력 발전기들과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 북동쪽 김녕마을 성세기 해변에서 바라본 이국적 풍경이다. 이 마을을 관통하는 제주올레길 20코스에 지난 14일 새로운 상징이 들어섰다. 풍력, 염분차 발전, 바이오매스 등 해양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공공예술작품들이 그것이다. 과연 이 작품들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법

건축과 예술, 과학을 결합한 공공예술 페스티벌인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제주 전시회 개막에 앞서 지난 12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에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JGRC)를 찾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황주호)은 원자력을 제외한 각종 에너지 기술을 연구해온 정부출연연구소로 대전 본원 외에 JGRC에서 해양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원자력, 화력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가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밀양 송전탑 갈등 등 환경오염과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구 8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새로운 에너지 원천을 찾으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파력, 조력 발전에 이어 해양 염분차 발전 등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량이 거의 무한대고 10~20년 뒤에는 상용화가 가능해 폐쇄 기로에 선 원전을 대체할 날로 머지않다.

지난 2011년 9월 김녕리에 둥지를 튼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서에선 풍력 발전을 비롯해 태양에너지, 해양 염분차발전, 해양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가 한창이다. 마침 취재진이 센터를 찾은 지난 12일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양 신재생에너지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외국 강연자들 가운데는 네덜란드 레드스택(Redstack)사 피에테르 하크(Pieter hack)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레드스택은 올해 말을 목표로 해양 염분차 발전 기술을 활용한 50kW(킬로와트)급 실험용 발전소를 짓고 있고 2018년 이후 원전 1기(1000MW) 1/5에 해당하는 200MW(메가와트)급 상용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레드스택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양현경 선임연구원 연구팀이다.

해양 염분차 발전이란 바닷물과 강물(민물) 사이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 기술이다. 바닷물과 민물 사이에 물 분자만 통과할 수 있는 분리막을 설치하면 염도를 맞추려고 민물이 바닷물쪽으로 흐르는 삼투압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수위가 높아진 바닷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게 '압력 지연 삼투(PRO)' 방식이다.

또 바닷물에서 식수를 뽑아내는 해수담수화 기술(전기 투석)과 반대로 이온의 흐름을 이용해 터빈 없이 직접 전기를 뽑아내는 기술이 바로 레드스택과 양현경 연구팀이 개발 중인 '역전기투석(RED)'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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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양현경 박사가 12일 제주 김녕 글로벌연구센터에서 해양염분차발전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위). 아래는 14일 제주 김녕리에서 열리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에 개막에 앞서 설치 작업 중인 '탕'. 양 박사가 예술작가, 건축가들과 함께 염분차발전 원리를 예술 작품에 투영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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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염분차 발전은 전세계 잠재량이 우리나라 최대전력 수요(2012년 6월 기준 0.073TW)의 35배인 2.6TW(테라와트)에 이르고 에너지 밀도는 240m 높이 수력발전용 댐과 맞먹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5대 강이 바닷물과 만나 입지 조건도 좋다. 무엇보다 시간이나 날씨 등에 상관없이 언제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양현경 박사는 "내년엔 32인치 TV를 구동할 수 있는 100W급 데모 모델을 만들 예정이고 2015년까지 50kW 연구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지난 2년 사이 레드스택 기술을 거의 따라잡았고 곧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염분차 발전을 이용하면 물 1톤으로 초당 약 2M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염분 농도가 20%에 이르는 사해를 이용하면 전력량이 5.9배 높은 11.7MW에 이른다. 심야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이용해 해수담수화 과정을 통해 고농도 염수를 저장했 뒀다 대낮 피크시간대에 발전해 전기를 얻으면 예비전력 부족에 따른 '블랙아웃'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야간에 물을 끌어 올렸다 낮 시간에 방류해 전기를 얻는 양수 발전과 비슷하지만 입지조건과 환경오염에서 더 유리하다.

"대형 건물에 물탱크만 있으면 어디든 발전 가능"

양 연구원은 "양수발전은 주변에 반드시 강이 있어야 해서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염분차 발전은 건물 지하나 옥상에 물탱크 2개만 있으면 돼 어디든 설치할 수 있고 다시 방류할 필요가 없어 환경 문제가 없다"면서 "50kW급 발전에 1시간당 200톤 이상의 물이 필요하지만 고농축 염수를 사용하면 물탱크 크기를 1/5에서 1/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돼 서울과 같은 도심에도 발전소가 들어서면 밀양 송전탑과 같은 초고압 송전을 둘러싼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같은 센터에 있는 김동국 박사 연구팀은 최근 '흐름 전극'을 이용한 축전식 탈염 해수 담수화 기술(FCDi)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축전식 탈염'(CDi)이란 바닷물이 다공성 전극을 통과할 때 염이온을 제거해 먹는 물로 만드는 기술인데, 전극을 흐르게 해 효율성도 높이고 탈염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절반 정도를 회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염분차발전이나 FCDi 해수담수화 기술이 아직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해상 풍력발전 기술은 이미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근접한 상태다. 현재 제주에는 연간 700가구 이상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2MW급 해상풍력발전기 2기가 설치돼 있다. 이는 수심 15~20m 정도 되는 바다 속에 경사형 2단 자켓을 먼저 설치하고 그 위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 물에 띄울 수 있게 해 수심 40~50m 이상 깊은 바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도 KAIST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장문석 JGRC 풍력연구실장은 "육상 풍력은 바람 효율이 좋은 1등급 지역은 거의 포화 상태고 민가에 가까워지면 민원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해상 풍력은 해안가에서 30km 이상 떨어져 대단위로 건설해도 경제성이 있고 육상과 달리 장애물이 없어 바람이 균질하고 강한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남호 박사 연구팀은 앞으로 국내에 10GW 용량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국내 총전력 수요의 5% 정도를 감당해 매년 3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처음엔 주민들도 반대했지만... 이국적 풍경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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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읍 월정 앞바다에 해상 풍력 발전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남호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STX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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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거둔 성과를 예술 작품을 통해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과 함께 진행하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도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올레길 20코스 곳곳에선 JGRC 연구자들과 예술가, 건축가들이 공동 작업한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양현경 박사가 참여한 '탕'이란 작품은 해양 염분차 발전을, 풍력연구실 곽성조 박사가 참여한 '풍루'와 유체역학 연구자인 김호영 박사가 참여한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풍력발전 기술을 예술로 형상화했고, 김대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여한 '사랑당: 푸른빛의 전설'은 해양 바이오 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발광 미세조류를 제주 민속신앙인 '당'과 결합했다.

지난 13일 취재진과 함께 올레길을 둘러본 박윤보 김녕리 이장은 대형 프로펠러가 도는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풍력발전이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땐 소음이 심해 주민들 반대도 심했다"면서도 "저 정도면 이국적 풍경도 나오고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굳이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도 친환경-신재생에너지는 지역 주민들과 융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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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3자회담' 처음과 다른 박근혜의 '막장드라마'

 


오늘 9월 16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회 사랑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이 열립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제의한 시점과 비교하면 꽤 시간이 지났으며, 회담도 야당 대표와 대통령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3자회담'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이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좋은데, 이 '3자회담'도 처음 박근혜 대통령이 제의한 모양새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엠피터가 왜 '국회 3자회담'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복장규제, 우리가 고딩인가?'

청와대는 민주당 비서실에 이번 '3자회담'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한 청와대의 복장규제에 대해 민주당은 '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복장을 규제한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와대의 복장규제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마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 정국이 해결되는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고 청바지를 입는 등의 복장으로 수염도 깎지 않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랬던 그가 말끔하게 수염도 깎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국회 사랑재에 등장해서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하면, 당연히 국민은 이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끝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청와대는 배석자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부분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결과 보고회를 하고 3시 30분부터 사랑재 작은방에서 회담하는 것은 어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사랑재에서는 각종 회담이나 행사가 자주 열리는 데, 어떤 공식적인 초청행사가 아니라면 대부분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만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국회 사랑재 자체가 말 그대로 사랑방으로 어떤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누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자기가 몸소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 노력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이 가니, 말끔하게 양복에 넥타이 매고 나와라'고 하는 말은 처음과 다른 권위적인 발상이자, 자신만 이득을 챙기겠다는 전략에 불과합니다.

' 공개하자고 해놓고 갑자기 녹음도 속기도 생중계도 안 하겠다는 심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9월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대통령의 '3자회담' 제의를 밝혔습니다.

'이번 순방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를 방문하셔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국익에 반영되도록 하고자 만남을 제의합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정파 등 모든 것을 떠나 회담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그 이후 연이어 여야 대표 3자회동을 통해 국정 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합니다.'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한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3자회담이 시작되려고 하자 청와대는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와야 한다는 규정까지 통보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하는 녹음이나 속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자체가 매우 수상합니다. 또한, 민주당이 청와대의 투명성에 맞춰 '3자회담'을 모두 TV로 생중계 하자고 했지만, 이것도 거부했습니다.

혹시나 회담에서 나온 얘기를 다르게 해석하여 정국을 뒤흔들었던 자신들의 수법을 지레 겁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고 저리 꼭꼭 숨기느냐는 의심도 듭니다.


'의제도 없고, 그냥 할 말만 하고 가겠다는 대통령'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지금 정국이 9월 12일과는 전혀 다른 정국이 됐기 때문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표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검찰을 자신의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통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면 회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선에서 큰 주제를 잡고 그 주제의 해결 방안을 위한 세부사항은 조율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제 사전조율은 없다. 특정 의제 조율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많은 얘기를 할 것 같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식의 회담은 그저 웃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섹스동영상 파문 때, 청와대와 법무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오히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변명을 그대로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서 말하면서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에는 어떠합니까?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유전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는데도 법무부는 다음날 바로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이미 그에 대한 내사가 경찰에서 진행 중에 있는데도 차관 임명을 단행했습니다. 브로커와 섹스 파티를 했다는 자체는 범죄이자, 공무원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짓인데도 그렇게 범죄자를 옹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진실규명과 공직기강'을 주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의제를 아예 없애고, TV 생중계도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약 아이엠피터처럼 '아니 김학의는 범죄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임명했던 대통령이 채동욱 사건 때는 왜 이러십니까?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닙니까?'라고 대통령에게 김한길 대표가 따지고 들고, 그것을 온 국민이 보고 진실을 알까 봐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쪽대본으로 만든 드라마 대부분이 시청률은 높지만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정치도 '막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진실을 알려주는 '정치 다큐멘터리' 시대가 오길 애타게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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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원수 평양 역도 선수권 대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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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 등록일
    2013/09/16 09:29
  • 수정일
    2013/09/16 09:2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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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역도연맹 관계자 김정은 원수에게 사의 표명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16 [09:06]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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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원수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2013년 아시아 역도선수권 대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 매체들이 전했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16일 신문에서 지난 15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성택 부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들과 함께 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 성인급 여자 63kg급과 69kg급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은 경기장에 나온 김정은 원수에게 국제역도연맹 부위원장 겸 아시아역도연맹 1부위원장과 아시아역도연맹 서기장, 아시아역도연맹 부위원장이 이번 대회가 훌륭히 진행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신데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 원수는 “온 나라에 체육열풍이 세차게 일어나고 체육에 대한 사회적관심이 날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속에 수도 평양에서 여러 나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시면서 아시아역도연맹과 국제역도연맹을 비롯한 해당 기구들에서 2013년 청년, 성인급 아시아컵 및 구락부(클럽)역도선수권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썼다.

이날 김정은 원수가 관람한 경기에서 조선의 리정화, 려은희, 조복향 선수들이 금메달을 쟁취하였다고 신문은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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