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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칼럼> 김근식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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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6 0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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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개성공단 회담이 타결되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즈음에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책자를 발간했다. 여전히 애매하고 불충분한 대목이 있지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원칙과 추진기조 등도 큰 틀에서 그리 흠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항상 그렇듯이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은 좋고 바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추진방향과 추진과제 등도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도 설명책자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책자에 설명된 내용과 과제를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접근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희망적인 남북관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 북한변화론’의 접근방법을 고수했고 그것도 북의 근본적인 변화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은 관계 파탄과 최악의 안보위기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책자에 설명된 대로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밝혔던 신뢰와 균형의 접근방법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갔다고 보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에 강경일변도로 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alignment)을 통해 그리고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trust politik)하겠다는 접근방법으로 설명된다. 북에 대한 원칙을 지키되 신뢰형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접근방법은 화해협력의 대북정책과 대북강경의 대북정책이 모두 가능한 사실상 애매한 접근일 수 있다. 대북 원칙 고수에 경도될 경우 강경기조로 흐르고 신뢰 형성에 경도될 경우는 유화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매개 국면에서 정부의 선택과 결정 여하에 따라 대북 접근이 강경으로 치닫기도 하고 화해협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6개월의 남북관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접근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대북 대화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합의과정에서 남과 북을 공동주체로 한 재발방지 표현을 수용한 점 등은 남북간 신뢰축적을 위한 유연한 접근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 대화를 제의해 놓고 갑자기 최후통첩 하루 만에 개성공단 철수결정을 내린 것이나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북측의 회담 대표를 특정인과 특정 ‘격’으로 고수한 것 등은 잘못된 북을 바로잡겠다는 대북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강경한 결정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의 신뢰를 형성해가겠다는 접근방법을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진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우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은 상황과 국면에 따라 때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때로는 교류협력을 결정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북한의 긴장고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보를 강화하고 북의 실용적 관계개선 시도에 대해서는 응당 교류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보 강화와 교류협력 진전은 국면과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교류협력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류협력 국면에서도 안보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서해교전 상황에서도 단호한 안보적 대응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남북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약속과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한다는 접근방법 역시 약속을 어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부정적 경고와 함께 합의된 약속은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서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긍정적 의지를 반드시 북에게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 신뢰형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축적 방법이 자칫 북이 약속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쌍방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과 똑같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선의를 갖고 반드시 합의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북이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부정의 경고만 반복하지 말고 북과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긍정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에 대해 공단폐쇄도 각오하겠다는 응분의 경고를 보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북과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이치다. 신뢰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노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셋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론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문제는 진행형이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유지와 진전을 가로막는 ‘조건부’ 접근이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그랜드 바겐’ 접근이 그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됨으로써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고조의 위험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서는 북핵협상을 더욱 추동하고 진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지금까지의 북핵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결코 박근혜 정부는 북핵해결의 유혹에 빠져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교류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고수하고 견지해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형성을 가능케 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버릇 고치기라는 잘못된 원칙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오히려 이 원칙을 위해 더 큰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제발 남북관계에서 올바른 원칙을 고수하길 기대해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국방부, 청와대 자문위원 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역임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역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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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 당선 위한 것? [2013.09.30 제979호]
 
[표지이야기] 교학사 교과서, 이승만은 42회 이름 나오고 5장 사진 내며 독립운동사 주역으로 재탄생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식민통치 미화론’
역사학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

 

애초에 불량품이었다.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이하 <한국사>)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의 검정·보완 과정에서 이미 다른 교과서의 2배가 넘는 479건의 오류가 지적됐다. 대부분 연도·인명·단체명·사건명 등 상식 이하의 치명적 오류였다. 만주의 무장 독립운동 단체 ‘북로군정서’를 ‘북로군정서군’이라고, ‘조선사편수회’를 ‘조선사편찬위원회’로 쓴 것이 그렇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은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였으니 검정에서 탈락시키는 게 마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편은 친절한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 8월30일 <한국사>에 국가공인교과서 자격증을 안겨줬다.

일제 식민지 설명할 때 등장하는 ‘융합주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도 ‘투하’라는 게 일반적인 표현이라서 다른 교과서들은 다 그렇게 썼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사>에서만 ‘피격’이란 단어를 고집했다. 피격은 일본인들이 태평양전쟁의 전범이면서도 원폭의 피해자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게 됐다. 국편이 잡지 못한(않은) 오류·왜곡을 국회·언론들이 앞다퉈 날이면 날마다 발표했다.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와 함께 교학사 <한국사>를 사흘간 긴급 검토한 결과, 오류·왜곡 사례가 298건이나 된다고 9월10일 밝혔다. “전체 500~600건에 달하는 문제점 가운데 다른 교과서에서도 있을 수 있는 오류들을 제외한 최소한의 수치”라고 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다룬 근대사(40%)에서 왜곡·오류가 많았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후쇼사 교과서(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보다 더 일본의 입장에서 쓴 교과서”라고 평했다.


일제강점기를 요약한 첫머리를 읽어보자. “일본은 식민지를 자신들의 체제와 문화에 일치시키는 ‘동화주의’를 채택하였고, 나아가 ‘융합주의’를 적용하였다.”(230쪽) 융합주의? 생소한 단어다. 다문화 사회를 설명할 때 일부 외국 학자들이 사용하는, 한국사와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란다. 인종과 민족이 다르고 따라서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 차이를 극복하고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을 ‘융합’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준식 정책위원은 “뉴라이트가 보기에 일제강점기는 식민지가 아니라 다민족·다문화 사회 정도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일제 식민통치가 한국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를 옹호하고 독립운동을 폄하하는 ‘식민통치 미화론’까지 등장했다. 일제강점기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다루면서 ‘발전’ ‘성장’이라는 단어를 반복한 게 그 징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주제 열기’라는 코너에서 “(1930년대 명동 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 거리의 생활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278쪽)라고 묻는다. 질문 안에 답이 있다. 1930년대 서울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아 당시 사회·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한다.

일본 입장에서 깨알같이 사용한 단어도 수두룩하다. 일본인들의 의병 ‘학살’을 ‘소탕’ ‘토벌’이라고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은 한국 병합을 실현하기 위해서 의병을 소탕해야 하였다. 일본은 1909년 9월부터 2개월에 걸쳐 ‘남한 대토벌 작전’으로 의병을 토벌하기 시작하였다.”(265쪽) “의병 4천여 명이 체포되거나 학살당하였다”(미래엔·214쪽), “대대적으로 의병을 공격하였다”(두산동아·187쪽), “2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의병장과 수천 명의 의병이 체포되거나 피살되었다”(지학사·248쪽) 등 다른 교과서의 서술과는 분명히 다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도 ‘투하’라는 게 일반적인 표현이라서 다른 교과서들은 다 그렇게 썼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사>에서만 ‘피격’이란 단어를 고집했다. 피격은 일본인들이 태평양전쟁의 전범이면서도 원폭의 피해자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다.

 

 
 
» 교학사 <고교 한국사>의 대표적 문제점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안창호의 부재, 김성수·홍난파의 활약 

독립운동사는 과감히 축소·왜곡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창호의 부재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최고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인물인데도 교학사 <한국사>의 독립운동사에서 안창호가 자취를 감췄다.

 

교학사 <한국사>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던 그가 말이다. 반면 국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김성수·장덕수·이종린·김활란·홍난파·유치진과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현상윤·최승희·안익태·이상도·이병도는 친일에 대한 적절한 묘사 없이 독립운동(민족운동) 분야에 집어넣었다. 친일파로 교학사 <한국사>가 명시한 인물은 단 한 명, 이광수뿐이다. 이마저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이렇게 변론한다. “일제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굴종과 전쟁에 대한 협력을 요구하였고, 강요를 이기지 못한 이들은 이를 따랐다.”(288쪽) “일제 시기 고등 교육 기관을 세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제와의 협력도 필요하였다.”(260쪽)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묻는다. “국가기구나 법원의 친일 반민족 결정·판결도 부정하는 사람들이 쓴 교과서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사의 주역으로 재탄생한다. 일제강점기에 68쪽을 할애했는데, 11쪽에 ‘이승만’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횟수는 42회다. 사진도 5장이나 나온다. 반면 안중근이나 윤봉길은 아예 사진이 없고 김구는 인물사진 한 장이 고작이다. 교학사 <한국사>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293쪽)

마구 칭송하다보니 어이없는 오류를 저질렀다.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한 토머스 윌슨 전 대통령의 사진 설명에 교학사 <한국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도 교수이기도 했다”(296쪽)라고 적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외교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사실관계가 틀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1910년 7월, 윌슨 전 대통령은 같은 대학의 총장이었다. 당연히 학생을 지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총장 자격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을 뿐이다. 혼돈이 발생한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하버드대학 석사 때 윌슨이라는 사람의 강의를 들었고 그때 함께 사진도 찍었기 때문이다. 윌슨이라는 성이 같다는 이유로 이승만 추종 세력이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취급하고 지도교수라는 과장까지 더해 인터넷에 퍼뜨렸다. 그리고 결국 교과서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어처구니없는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 

공을 지어내는 만큼 과는 교묘히 감추었다. ‘3·15 부정 선거와 4·19 혁명’을 다루면서 교학사 <한국사>는 “정부는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서 부정 선거를 자행하였다”고 썼다. 실제 3·15 부정 선거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였다.

 

 

제2차 조선교육령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라고 밝혔지만 조선교육령의 ‘국어’를 ‘한국어’로 착각한 탓에 저지른 어이없는 오류다. 조선교육령의 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를 뜻한다.

 

 

 

왜곡·편향에도 미치지 않는, 미천한 실력을 드러내는 어처구니없는 오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합국은 카이로선언(1943)으로 일본에게 항복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하였다”(238쪽)라고 적었지만, 연합국이 일본에 항복을 요구한 것은 포츠담선언(1945년 7월)이다. “징병을 독려하는 마쓰가끼 조선군 사령관의 모습”(248쪽)이라고 사진 설명을 달았지만, 사진 속 인물은 이타가키다. 이타가키는 육군대신까지 지낸 뒤 조선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군인으로 해방 뒤 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48년 7월17일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명시하였다”(256쪽)고 교학사 <한국사>는 적고 있지만, 실제 제헌 헌법 전문에는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고 돼 있다. 1987년에 개정된 헌법 전문과 착각한 탓이다. 또 제2차 조선교육령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260쪽)라고 밝혔지만, 조선교육령의 ‘국어’를 ‘한국어’로 착각한 탓에 저지른 어이없는 오류다. 조선교육령의 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를 뜻한다.“미국과 독일에서 활동하던 안익태는 해외에서 ‘애국가’와 ‘코리아환상곡’을 작곡하였다”고 교학사 <한국사>는 썼다. 하지만 안익태의 ‘애국가’와 ‘코리아환상곡’은 다른 곡이 아니다. 코리아환상곡의 일부가 나중에 애국가로 불렸을 뿐이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저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는 역랑 자체를 갖췄는지 회의적”이라고 총평했다.

 

“8종 교과서 전체 수정·보완하겠다” 

학계와 정계 등에서 검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부는 교학사뿐 아니라 국편 검정 심사를 합격한 8종 교과서 전체를 수정·보완하겠다고 9월11일 밝혔다. 검정 취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고 ‘물귀신 작전’으로 교학사 <한국사>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노림수다. 이런 식이면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가 2014학년도 고교 신입생들의 책상 위에 올라갈 상황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또 가래로 막게 생겼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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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까지 방문했는데.... 밀양은 달라진 게 없다

공사 강행 수순밝기 평가... 반대 주민들 더 격앙 "목숨 걸고 막겠다"

13.09.14 16:26l최종 업데이트 13.09.14 16:56l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다녀간 뒤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 총리의 밀양 방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갈등을 풀기 위한 의도로 밀양을 찾았다. 정 총리는 먼저 산외면사무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정 총리는 송전탑 찬성 측 주민대표와 한국전력, 경남도, 산업부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위원들을 만나 격려했다. 이날 특별지원협의회는 주민보상과 지원 협의경과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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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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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면사무소를 방문하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 총리는 단장면사무소에 들러 반대 주민대표들과 면담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 김준한 대표(신부)와 경과지 4개면 주민대표가 정 총리와 면담했는데, 10여분 만에 결렬되고 말았다. 면담 결렬 뒤 주민들은 정 총리가 탄 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후 정 총리는 밀양시청에서 열린 '밀양 선밸리 태양광사업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 사업은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 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데, 한국전력은 '밀양태양광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발전수익을 주민들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이날 지역특수보상사업비(185억)를 확정했는데, '마을별 지원 금액의 최대 40%(74억)까지는 세대별 균등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송전탑 경과지 주변 가구는 1800세대 정도인데, 세대별 지급금액은 각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주민 "공사 재개하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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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밀양시 산외면사무소를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함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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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8월 사이 몇 차례 밀양을 방문한 데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했지만,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총리 방문 이후 반대주민들의 더 격앙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국무총리 방문이 추석 뒤 공사 강행의 수순밟기였다고 받아들인다. 고준길(단장면 용회마을) 씨는 "국정의 2인자인 총리께서 오신다고 할 때 처음에는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그런 기대가 산산이 무너지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갖고 오지나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보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에 절망하게 되었다"며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싸울 때 보상문제는 말하지 않았고, 삶터를 철탑에 내어줄 수 없어 '우회송전'이나 '지중화'를 요구했던 것인데, 그동안 산업부 장관과 한국전력 사장이 해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총리 면담에 참여했던 주민대표 안영수(산외면) 씨는 "총리도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산업부와 한국전력에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가 꼼수를 부렸으며,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싶다"며 "총리 방문 뒤 주민들은 더 격앙된 상태이고, 공사 재개하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대별 보상금 400만 원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종범(부북면) 씨는 "총리가 방문했다고 해서 변화는 없다"며 "우리는 그동안 보상이 필요 없다 했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세대별 400만 원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집과 주변 땅까지 합치면 2500평은 되는데, 아무리 못해도 송전탑 때문에 땅값이 평당 10만 원 이상 내려갔고, 그러면 2억5000만 원 손해다"며 "그런데 400만 원 보상이라고 하니 말이 안 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과 비교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가 방문한 다음 날에도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이 모여 의논했다"며 "한국전력은 추석 뒤 공사 재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사 강행한다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막을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은 국무총리한테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이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주민들은 그대로다. 반대 주민들은 동요가 없다. 오히려 괴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총리가 왔다고 해서 공사를 막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다"며 "12일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서울을 다녀왔는데, 거리 전광판에 보니 '보상 400만 원 합의'라고 알리고 있더라. 반대주민들은 보상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그야말로 허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송전탑 반대에 함께 해왔던 주민들은 총리가 다녀갔다고 해서 동요는 없는 것 같다"며 "한국전력이 공사재개를 할 것 같은데, 동네마다 투쟁 전술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주민 "타당한 보상 해주고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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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렬된 뒤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며 도로에 드러눕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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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찬성 주민과 밀양시, 밀양시의회, 한국전력공사는 반대 측과 평가가 조금씩 다르다. 박상문(상동면)씨는 "송전탑 하는데 누가 찬성하겠느냐. 송전탑 좋다고 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책사업을 해야 하는 것 같으면, 타당한 보상을 해주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밀양시청 경제투자과 관계자는 "총리 방문 전후 큰 변화는 없다"며 "전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총리 방문 때 신성장동력산업 발전과 관련한 방안이 나온 것에 환영하지만,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피해를 입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특별지원협의회의 합의사항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밀양시의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필호 밀양시의회 의장은 "특별히 변화는 없는 것 같고, 전체 밀양시민들은 더 이상 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동안 중간 입장을 취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홍 밀양시의원은 "시민들은 총리가 '나노산업' 등 밀양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국도확포장사업 등 총리 방문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관계자는 "반대쪽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데 거세게 거부하지는 않으며, 주민들은 개별보상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아 설명해 주기도 한다"며 "공사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첫 심리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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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가 정 총리한테 전달하기 위한 호소문을 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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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4일 오후 밀양 영남루 앞에서 '118회 송전탑 중단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국전력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와 이계삼 사무국장, 경과지 주민 24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냈는데, 오는 17일 첫 심리가 열린다.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는 최근 간이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놓았는데, 반대주민들은 추석 직후인 23일경 공사 재개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보상금 수령 여부와 '간접공동보상'뿐만 아니라 '직접개별보상'도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지켜봐야 하기에 공사 재개는 10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8년 전부터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 가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20일 공사 재개했다가 1주일여 만에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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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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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내친 박근혜 정권…국민 심판 받을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15 12:12
  • 수정일
    2013/09/15 12: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채동욱 내친 박근혜 정권…국민 심판 받을 것
 
耽讀  | 등록:2013-09-15 09:50:43 | 최종:2013-09-15 10:02: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파도미'

채동욱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때 유행된 말입니다. 파도 파도 미담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들이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낙마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해 낙마한 공직자들은 김용준 국무총리후보자를 비롯해, 축구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정판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채동욱을 내쳤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동욱은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권 정통성을 위협할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원세훈과 김용판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조선일보는 채동욱 총장이 혼외아들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막이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게 눈엣가시였던 채동욱 총장은 조선일보에게도 눈엣가시였습니다. 임아무개씨가 자신의 아들이 채 총장 아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편지 내용이 오히려 자신의 보도를 뒷받침해준다고 했습니다.

결국 채 총장은 물러났습니다. 검사들은 반발합니다. <머니투데이>기사에서 한 검사는 "점심 먹은 뒤 보도를 보고 감찰 지시 사실을 알게 됐는데 '지나치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검찰조직의 수장을 이렇게 모욕적으로 대우하는 경우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정말 모욕주기입니다.

누리꾼들 반응도 비슷합니다. "참 대단한 정권. 다음 검찰총장은 ㅂㄱㅎ 입맛대로", "감사님들,자존심 상하시죠? 이번참에 시국선언 좀 하시죠", "정권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검사는 모두 탄핵한다는 박그네의 의지다 검찰들아 존심도 없냐? 채총장이 검사로서 잘 못한게 없으면 당신들도 정권을 향해 촛불을 들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권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입니다. 검찰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정권 말기가 되면 당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채 총장 사퇴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권 부담이 작용한 것입니다. 더 이상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당했다면 채 총장에게 오히려 더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거꾸로 갔습니다. 지금 당장은 웃음이 나오겠지만, 정권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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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의심은 대결 믿음은 화해 협력

북, 의심은 대결 믿음은 화해 협력김관진 장관 발언, 내란음모 사건 발목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15 [10: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선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의심을 앞세우면 대결을 불러오지만 동족의식을 가지고 믿음을 앞세우면 화해와 협력의 넓은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며 신뢰에 의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금 북과 남 사이에는 화해와 협력을 위한 여러 갈래의 회담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의 정상화와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았으며 금강산관광재개를 위한 회담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들을 강조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조평통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파탄 났던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온 겨레는 지난 5년간의 대결적인 북남관계가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러자면 북남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키고 평화적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화를 해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고 협력을 해야 민족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으며 평화가 보장되어야 그 모든 것을 순조롭게 전진시켜나갈 수 있다.”며 남북 쌍방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건으로 동족에 대한 믿음을 들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과 북의 제도와 사상의 차이 속에서 불신과 오해, 전쟁의 긴장한 정세도 있었지만 동족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풍어가야 한다고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이신문은 “구태의연한 오해와 불신에 사로잡혀 상대를 터무니없이 의심하고 대화와 협력에서 대결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또 상대의 선의를 무시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하다.”면서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의 대북 적대 발언과 국정원의 소위 내란 음모사건을 지적하고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나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자는 입장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고 북남대화에서 할수 있는 성의를 다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신문은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으며 대화와 협력사업도 전진할 수 없다.”며 “의심을 앞세우면 대결을 불러오지만 동족의식을 가지고 믿음을 앞세우면 화해와 협력의 넓은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남북은 여러 가지 우여 곡절 속에서도 최근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예정 되어 있는 등 대화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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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범국민행동 '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

12차 범국민행동 '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23일 천주교 시국미사, 28일 대학생대회 합류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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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4  14: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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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차 범국민행동의날이 13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주최측 추산 3만명의 시민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

13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날' 대회에서는 '특검으로 진상규명. 박근혜대통령이 책임져라'는 기존 구호와 함께 '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는 새 구호가 나부꼈다.

새 구호앞에는 추석명절을 앞둔 분위기를 반영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정원 OUT'이라는 참신한(?) 글귀도 선보였다.

하루 종일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최측 추산 3만명(경찰 3천명 추산)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가족 단위로 또는 연인끼리 서울광장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 등 이른바 'RO조직원들에 의한 내란음모사건'이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에 등장한 이후 첫 촛불집회였던 지난 달 31일 서울역앞 10차 대회와 지난 7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11차 대회가 각각 2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데 비하면, 추석 명절을 앞둔 총집결 대회라는 명칭이 어색할 정도로 참여 시민의 숫자나 열기, 동력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날 오후 채동욱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에 전격 사퇴한 사건이 앞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재판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민주당과 청와대가 합의한 16일 3자회동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리고 국정원발 내란음모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이며 정국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서울광장에 몰려 들었다.

   
▲ 대회를 주관한 국정원 시국회의를 대표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민주당에 오는 16일 박근혜대통령과의 3자회동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해체 수준의 국정원 개혁안을 받아올 것을 주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근용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열린 대회는 당초 예정된 오후 7시를 훌쩍 넘겨 8시 10분 전에 시작돼 10시 무렵에 끝났다.

앞선 두차례의 대회에서처럼 정당 대표연설은 배제하고 사전에 접수한 시민 자유발언과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국정원 시국회의 대표자 연설을 중심으로 대회는 진행됐다.

시국회의를 대표해 연단에 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당일 오후 있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퇴를 거론하며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이를 압박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와 그 윗선의 의도를 비난하고, 향후 국정원에 의해 자행된 대선 개입 정치공작에 대한 재판 진행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박석운 대표는 "오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임한 일이 있었다"라며 "과연 이 순간 물러나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하고 "황교안 장관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던 인물"이라며 "황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서 당장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민주당이 청와대와의 3자회동을 16일 갖기로 합의한 데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해체 수준의 국정원 개혁'을 회동 성과로 가져올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참가시민들에게 이를 독려하는 격려의 박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국정원 등 집권세력과 한 통속이 돼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는 조선일보과 KBS, MBC 등 공영방송을 거론하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비난하고 "민족의 명절 추석에도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며 "촛불이 들불되고 들불이 횃불될 때까지 국정원이 망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촛불이 지킨다, 진실이 끝내 승리한다"며 대회 참가 시민들을 독려했다.

   
▲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아내인 윤소영씨가 자신의 승용차에 누군가 페인트로 '간첩'이라고 휘갈겨 쓴 사진을 들어보이며, '내란음모사건' 이후 자신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회에는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중인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아내인 윤소영씨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 등 5명의 시민이 자유발언을 했으며, 이광철 변호사가 대회 말미에 무대에 올라 20분간 국정원의 대선개입 공작 전말에 대해 슬라이드를 곁들인 강의를 했다.

윤소영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의 구속을 전후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에 자신과 어린 자녀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하소연하며 사건의 진상규명과 시민들의 격려를 호소했으며, 이재화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권영세 주중 대사, 김무성 의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피고인으로 해 국정원법,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가상 공소장을 낭독하기도 했다.

   
▲ 대학생시국회의에 참가한 각 대학 대표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28일 학생대회를 연 후 촛불집회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또 김혁래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대학생시국회의 대표자들이 이날 무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이달 28일 대학생시국회의가 주최하는 학생대회를 열고 촛불집회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해 참가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오는 23일에는 최근 각계의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과 신도들이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관으로 시국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 왼쪽부터 '다함께'활동가, 광주에서 온 시민, 윤소영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왼쪽부터 전국공무원노조 김중남 위원장, 이재화 변호사, 이광철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가수 백자씨와 밴드 타카피의 공연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로 구성된 노래패와 부천에서 온 기타모임 '띵까띵까', 그리고 촛불대회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국정원감시단 유앤탁 등이 공연 및 퍼포먼스를 통해 참가시민들을 위로, 격려했다.

   
▲ 국정원 사망을 호기롭게 표현한 국정원 감시단의 퍼포먼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특히 국정원감시단은 "대선개입 정치공작을 공안통치 공작으로 덮으려는 최근 국정원의 행태는 그들 스스로 이미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해 14일 국정원 사망에 따른 발인과 노제, 장례식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해 참가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국정원 시국회의는 두달 반 정도 진행되고 있는 11차 촛불대회까지 시민모금을 통해 총 1억 9천여만원이 모금됐으며, 무대 구성 9천여만원을 포함해 지출액이 1억6천9백여만원이라고 회계보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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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못 생긴 동물, 호주 블로브피시

가장 못 생긴 동물, 호주 블로브피시

조홍섭 2013. 09. 13
조회수 9003 추천수 0
 

영국 '못생긴 동물보호협회'가 선정, 생물다양성 보전 위해

심해서 떠다니며 게 포식, 저인망에 부수어획돼 멸종위기

 

S. Humphreys, Australian Museum.jpg» 호주의 심해어 블로브피시. 사진=S. 험프리스,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영국에 ‘못생긴 동물 보호 협회’란 단체가 있다. 우스개가 아니라 진지한 생물다양성 보전 단체이다. 귀엽고 인기 있는 동물뿐 아니라 못생겼지만 중요한 동물에도 보호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는 이념을 지니고 있다.
 

이 협회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과학 축전에 참가해 색다른 행사를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을 투표로 뽑는 것이었다. <유튜브>에 약 10만 명이 참가한 이 투표에서 ‘블로브피시’란 물고기가 1등으로 뽑혔다고 <비비시>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생물학자이자 이 단체 대표인 시이먼 와트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못생긴 얼굴을 한 멸종위기 동물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대중이 큰 관심을 보여 기쁩니다. 여태껏 귀엽고 복슬복슬한 동물만이 각광을 받았는데, 이제 블로브피시가 늘 잊혀 왔던 매력 없는 동물들을 대변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NOAA Alaska Fisheries Science Center.jpg» 블로브피시의 모습. 긴 코와 부릅뜬 눈이 독특하다.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 알래스카 수산학센터

 

블로브피시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와 태즈메이니어 섬 근처에 사는 물수배기과의 심해어이다. 커다란 코와 큰 입, 흐물흐물한 몸통을 지닌 이 물고기는 수심 600~1200m의 깊은 바다에서 해류를 따라 떠다니며 심해 게 등 갑각류를 먹고산다.
 

살의 밀도가 물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흐물거리는데다 근육이 거의 없어 수영을 잘 하지 않는 독특한 물고기이다. 길이는 약 30㎝이며 상업적 어획 대상은 아니지만 게 등을 잡는 심해 저인망 그물에 부수적으로 잡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 대회에서 후보로 오른 다른 못생긴 멸종위기 동물은 다음과 같다.
 

■ 올빼미앵무새

 

Mnolf_Strigops_habroptilus_1.jpg»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 고유종 올빼미앵무새. 사진=엠놀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지 못하며 가장 큰 앵무새이다. 섬에 격리돼 새로운 종으로 탄생한 고전적 예이다. 걷거나 기어오르는 습성을 지녔지만 외래종 포유류가 도입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 액솔로틀 도롱뇽
 

667px-Ambystoma_mexicanum_1.jpg» 멕시코 고유종인 액솔로틀 도롱뇽. 영원한 청춘을 누린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멕시코시티 근교의 호수에 사는 이 도롱뇽은 다른 도롱뇽과 달리 평생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피터팬처럼 영원한 청춘을 지녔다. 물속에서 평생 살며 다리를 잃으면 재생시킨다. 이 때문에 노화와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질오염 때문에 서식지가 위험하다.
 

■ 티티카카 물 개구리
 

slide_314531_2844435_free.jpg» 피부 호흡을 위한 여러 겹의 피부를 지닌 티티카카 물 개구리.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호의 고유종이다. 허파가 축소되는 쪽으로 진화해 여러 겹으로 이뤄진 피부로 호흡하는 독특한 개구리이다. 호수 바닥에서 물살을 일으켜 산소공급을 늘리려고 팔굽혀펴기 동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코주부원숭이

 

Drew Avery_701px-Probiscis_Monkey_Nasalis_larvatus.jpg»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코주부원숭이. 배와 코와 모두 크다. 사진=드류 애버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열대림에 서식하는 이 원숭이는 수컷이 거대한 코를 지니고 있다. 또 덜 익은 과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매우 뚱뚱한 몸집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위기종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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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언론이 아니야!"

"너흰 언론이 아니야!"

[10만인클럽 특강] 팔순의 대기자 김중배가 날리는 일갈13.09.13 20:43l최종 업데이트 13.09.13 21:0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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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우리 공부합시다'에서 "언론은 사회의 목탁, 거울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참 언론이라는 것이 이렇게 피폐해질 수 있는가 하는 시대의 해찰을 하고 있다"며 "언론은 끝없는 겸손함, 자기점검과 사실과 진실에 임해야 한다는 경고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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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11일 밤은 깊었고 낯빛은 불콰해졌다. 서울 무교동 야외 술집들은 마치 대낮인 양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1957년 <한국일보> 기자로 출발해 2013년 현재까지 영원한 현업 기자로 살고 있는 팔순의 김중배 선생. 편찮으신 뒤로 정기간행물에 연재하는 칼럼은 중단했지만 지금도 늘 기자의 시선으로 살고 있는 56년간의 대기자. 그는 취기가 돌자 옛날의 그 노래를 팔뚝질과 함께 흥겹게 불러재꼈다. 우렁찬 김 선생의 노랫가락은 광화문 빌딩숲을 지나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마치 에코가 한껏 들어간 노래방 마이크에 대고 부르는 것처럼 노랫소리는 크고 힘찼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주최한 '공부합시다' 강연에 나선 김중배 선생은 강연 후 뒤풀이에 이어 기어코 2차 맥주 집으로 후배들을 몰고 갔다. "딱 한 잔만 더 하자"는 그의 손에 이끌려 불혹의 후배들은 종종걸음을 쳤다.  

"조그마한 대포집이 사라져서 너무 슬퍼. 안주도 많이 필요 없고 딱 한잔만 하면 좋을 그런 작은 술집들이 없어. 전부 대형화 되니까 그것도 서러워. 아쉬워."

한 개비 담배에 불이 꺼질 때마다 곧바로 라이터에 다시 불을 붙여 그 다음 담배를 훅 빨아들이는 김 선생의 모습은 흡사 20년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서울역 광장에 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던 그 모습과 같았다. 한동안 많이 편찮으셨던 그분이 병마와 싸워 이기고 돌아온 것일까? 아주 오랜만에 '청년 김중배'와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일보> 기자, <동아일보> 기자, 논설위원, 편집국장, <한겨레> 사장, <MBC> 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언론광장 상임대표. 일생토록 말과 글로 살아온 그는 한동안 현업에서 떠나 있다가 대중 앞에 섰다. 그것도 '해찰 전문기자'로. 

비루한 이 시대의 언론

- 선생님, 해찰이 무엇입니까. 
"우리 사전을 보니까 쓸데없이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뒤적이고 뭐 그런. 그러니까 방황과 배회의 뜻이 있지만 동시에 안 좋은 뜻도 있지. 사방을 직접 거리면서 해코지를 한다, 그런 뜻이 있다. 그러나 나는 용기나 능력이 없어서 해코지는 못하고. 방황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음... 이것저것 직접 거리면서 세상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는 것을 해찰이라고 생각해. 그냥 방황 배회하면서, 세상을 방랑하는 이웃사람들, 낯선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니라 이미 돌아가신 분들과도 만나는. 그러니까 주로 책을 통해서 만나는 거지." 

가끔 부인 안행자씨와 산에도 가지만 대개 도서관 정기간행물실과 열람실을 오가며 해찰한다는 김 선생은 다독가로도 유명하다. 가끔은 무식한 후배들에게 요모조모 차분히 설명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코치도 해주시는 김 선생은 최근 니콜라스 루만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어렵긴 해도 위르겐 하버마스만 읽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했다. 그러니, 너희들도 하버마스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니콜라스 루만도 함께 읽으며 생각의 균형을 맞추라는 뜻으로 들렸다.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 가면 희끗희끗 김 선생 또래의 노인들이 <조선일보>를 붙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여러 신문을 읽지만 왜 유독 <조선일보>에 눈길을 주는 것일까. 몇몇 말을 붙여봤으나 생각의 절벽을 느껴 그만두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니 김 선생 눈에 비친 모든 현상과 사람들은 취재거리인 모양이다. 반평생이 넘도록 말과 글로 살았으니 그렇지 않다면 그 역시도 거짓일 것 같았다. 

김 선생은 당일 강연에서 파주 아울렛을 해찰한 뒤 우리 언론의 현주소와 연결했다. 

"파주 아울렛에 가면 커다란 세 개의 거울이 서 있습니다. 가운데 거울에 저를 딱 비춰보니까 물구나무 선 모습이 보여요.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그 옆을 보니까 제가 갑자기 키다리가 됐어요. 참 신기하구나. 이쪽을 보니까 아주 난쟁이가 됐어요. 우리가 흔히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말하는데 거울 중에는 이런 거울도 있다는 것을 어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작품을 내건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을 가지게 됐죠. 지금 50여 년 동안 이쪽에 몸 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지금 현역에 있는 후배 중에서 제가 알만한 후배들은 소위 언론의 중진이 되어 있는 이 시대의 언론이라는 것이 이렇게 비루해질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입니다. 

왜곡, 날조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었으니 제가 구태여 재방송 할 필요는 없고, 어느날 주류언론이라는 어떤 신문이, 나는 주류언론이라는 표현도 못마땅하지만, 여하튼 그 신문의 사설을 보니까 이런 제목이 있었어요. '민주당 촛불 세력과 손잡으면 국민 지지 못 받는다.' 

아니, 촛불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닌가. 도대체 누구의 지지를 말하는 것인가. 촛불 세력, 촛불 집회,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비국민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제가 또 해찰에 나섰습니다."

"언론이 무엇인가" 묻고 또 묻는 김중배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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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우리 공부합시다'에서 "소위 먹물들이 자기 이론의 수렁에 빠져서 자기 이론에 매몰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며 "소위 언론종사자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이런 자기 관념, 이념에 매몰돼서 사실을 제대로 못 보고 왜곡하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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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은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해찰을 나갔다고 했다.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사회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꼼꼼하게 청취자들에게 옮겼다. 

"사회자가 그래요. 일부 참가자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지만 시국회의는 그런 입장과 관련이 없다, 다만 국정원이 저지른 국기문란, 민주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을 규탄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 말도 좋았지만, 당시 청문회 정국에서 사회자가 청문회를 살려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거예요. 예전에는 박살내자, 타도하자, 죽이자 구호가 많았는데 살려내자, 얼마나 좋은가. 참 좋은 진전이구나 생각했어요. 

또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는데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어떤 국회의원이 당신은 광주 경찰이야 대한민국 경찰이냐고 그래요. 그러면 광주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광주도 대한민국인데 어떻게 저런 말이 가능한가. 말길의 왜곡이 불쑥불쑥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그러니 우리가 휴전 된 지가 60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전쟁상태구나, 대결이로구나, 전쟁이라는 게 뭐예요? 배제의 논리. 내 편이 아니면 배제해야 하는 것. 그런 것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침통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57년 기자생활을 한 김 선생은 팔순이 넘어서도 "언론이 무엇인가" 묻고 또 물었다. 언론은 말과 글인데, 소위 주류언론에 속해 일하는 저널리스트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가 묻고 또 물었다. 주류언론이라는 표현도 거슬리지만 그 부류에 속한다는 사람들은 현재의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감쌌다.

김 선생은 이날 강연에서 "언론은 사회의 목탁, 거울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참 언론이라는 것이 이렇게 피폐해질 수 있는가 하는 시대의 해찰을 하고 있다"며 "언론은 끝없는 겸손함, 자기점검과 사실과 진실에 임해야 한다는 경고를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김 선생은 소위 '먹물'들에 대해 비판했다. 지식인 비판인 것이다. 김 선생은 "소위 먹물들이 자기 이론의 수렁에 빠져서 자기 이론에 매몰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며 "소위 언론종사자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이런 자기 관념, 이념에 매몰돼서 사실을 제대로 못 보고 왜곡하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선생은 '신문방송=언론'이라는 법칙도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언론이 마치 신문방송의 과점물인 양 착각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선생의 육성이다.

"<뉴스타파>를 소위 주류언론들이 뭐라고 하냐면 폭로인터넷매체, 좌파인터넷매체라고 합니다. <오마이뉴스>도 인터넷매체지요. 그건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언론이 과연 그런 것인가."

김 선생은 한동안 입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그는 "소위 주류언론이라는 언론이 언론의 지평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깊다"며 "민주사회에서 새로운 미디어, 소셜미디어, 인터넷미디어들이 새로운 공공성을 획득해가고 있는데 왜 너희들(주류언론)만 언론이라는 거대한 명사를 갖고 있나, 그것은 대단히 부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MB정부 이후 언론에 많은 퇴행이 있었다"며 "한동안 없었던 해직기자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고 언론사의 파업도 많아졌다 그것은 어느 쪽의 정당성 시비를 넘어 불행한 사태가 연출된 것이고 그것은 분명한 이 시대의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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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우리 공부합시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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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났고 여러 사람이 김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노년의 퇴임 교수나 20대의 여성 직장인이나 똑같이 80년대 <동아일보> 칼럼의 팬이었노라 고백했다. 김 선생은 조용히 웃었다. 기억해주어 감사하다면서. 

우리 시대 언론에 대해 김 선생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김 선생은 팔순의 나이로 해찰을 시작하면서 '역사의 낙관'을 찾고 있다고 했다. 비관적이지만 결코 낙관을 잃지 않는, 그런 마음으로 말길과 살길을 찾아 해찰에 나선다는 것. 

김 선생은 등산복 차림의 일명 해찰복을 입고 낡은 검정 가방을 든 채로 오늘 또 어딘가에서 해찰 중일 것이다. 56년간 기자로 살고 있는 김 선생의 해찰이 언제 어떻게 종료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후배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독자들은 여전히 김 선생의 해찰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노령의 은퇴자나, 갓 대학에 입학한 손주뻘의 대학생들이나 아니면 그밖의 어떤 사람들도. 

우리는 과연 방랑 중인 김 선생의 '해찰 전문기사'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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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주최로 열린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 초청 특강에서 참가자들이 강연을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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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의 '채동욱 몰아내기'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의 여파로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가 단순히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의 근거도 미약하거니와, 채 총장이 스스로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굳이 검찰총장을 그만두라는 여론도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수장으로 단 5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 검찰 총장 사건에 담긴 숨겨진 얘기를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내가 원했던 검찰총장은 당신이 아니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 사건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그가 검찰총장이 됐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후보로 나와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시작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심사에 올랐고, 박근혜 당선인은 이들을 검찰총장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공안통과 헌법재판관이라는 부분,사정 문제 등으로 탈락했습니다.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채동욱 서울고검장이 확정됐는데, 그중에서 김진태 대검차장은 포용력 부족으로 소병철 대구고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15기)가 낮아,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최종 후보자로 나왔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적격 판정을 받고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여야 간의 어떤 정치적 협의가 있었다고 봤던 시선도 있지만, 당시 박근혜 당선인이 좋아하지 않는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의 면면이 다른 후보에 비해서 더 낫다는 평가가 있었던 점은 사실입니다. 

결국, 채동욱 검찰총장은 처음부터 박근혜 정권이 원하지 않은 인물이었고, 이는 지금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 중의 하나입니다. 

'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의 작품명 '채동욱 몰아내기'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은 처음부터 청와대가 감독하고 조선일보가 주연배우로 두드러지게 활약했던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이 어떻게 나왔는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하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 제보를 4월에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내보낸 기사들은 일반 기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적부,출입국기록,혈액형 등의 개인 자료입니다. 
 


 조선일보는 4월부터 무려 5개월 동안 당사자인 임모씨와 인터뷰는 물론이고 통화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보도를 했습니다. 제대로 취재하지 못했는데 보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 뒷조사를 했던 자료를 민정수석실에 넘겼고, 이를 조선일보가 받았다는 예상을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채동욱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법무부 감찰팀은 뉴스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감찰관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매우 급하게 지시가 나왔으며, 이는 단순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아닌 청와대의 지시로 봐야 합니다.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무런 논평이 없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권의 인물이 아니기에 어떤 거리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침묵하는 모습은 너무 이상합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 '채동욱 몰아내기'는 단순히 조선일보의 보도로 불거진 사건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조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작품입니다. 

' 땡큐 청와대, 웃고 있는 원세훈,김용판'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가장 웃고 있는 사람은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등을 위반한 이들은 지금 재판 중입니다. 그런데 이 재판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검찰 소속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5개월간 매달렸던 화두는 '공정한 수사'와 검찰개혁'이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원세훈,김용판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들의 범죄가 '18대 대선'으로 확장된 사건입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지만, 채동욱 총장은 밀고 나갔습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면 얼마나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원세훈,김용판 선거법 재판에서 서상기 새누리당 정보위원장과 차문희 국정원 2차장,권영세 박근혜캠프 종합상활실장의 통화내역이 검찰에 의해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9일 국정원 재판 문답>
박형철 검사 : 재판장님 오늘 증인 심문과 관련해서, 그 증인 심문 말미에 통화나 000 부분이 조금 
이범균 판사 : 추가로. 
박형철 검사 :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 해당되는 통화내역을 일단 증거로 제출을 하고, 추가로 더 입증이 필요하면 추가 통화내역이 있으면 추후에. 
이범균 판사 : 일단 변호인께서 동의 하시겠습니까? 원본은 아직 주시면 안될 것 같고, 동의를 해야.. 동의를 안하신다면.. 뭐. 박형철 검사 : 일단 제출한 것은 통화내역 2012년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 오늘 증인으로 나온 이종명 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이나, 경찰관계자들 통화내역이구요. 
이범균 판사 : 저 많은 양이 전부다 통화내역입니까? 

 

 

 


새누리당이 수사 중인 사건에 그것도 대선 직전에 관련자들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이들 통화 내역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이석기 의원 사건도 검찰 내부에서는 '내란음모죄' 적용이 어렵다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정원과 정부는 '공안 정국'을 조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가장 큰 무기는 검찰의 수장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채동욱 검찰총장은 그들의 계획대로 검찰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완벽한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했던 <중수부 폐지>나 <전두환 비자금 수사>, <원세훈,김용판 공직선거법 적용> 등은 충분히 그가 검찰총장의 몫을 5개월 동안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하는데도 청와대는 이미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나가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심 검찰총장 후보로 생각했던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검찰총장이 됐다면 아마 유일무이 검찰총장 섹스동영상 파문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법무부 차관의 동영상과 비교하면 청와대의 이중적인 잣대와 행태가 얼마나 비열한지 알 수 있습니다. 

[검찰] - 청와대 '고위층 성접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무서움은 저널리즘 같지도 않은 기사로 한 나라의 검찰총장을 몰아내는데 주연 역할을 할 수 있는 뻔뻔함에 있습니다. 물론 그 주연을 시켜준 사람이 청와대라는 점은 경악할만합니다. 

언론 권력, 검찰 권력을 장악한 청와대의 유신정치는 끝이 아니라 공포영화의 개봉처럼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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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개선이 조국통일 앞당겨

북, 외국군대 철수. 군비 축소 강조
 
남북관계개선이 조국통일 앞당겨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14 [09:19]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선은 남북관계 개선이 평화적 환경을 만들고, 이에 기반하여 조국통일이 하루 빨리 이루어 질 수 있다며 평화적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 할 것을 남측에 요구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14일 조평통 서기국 관계자의 기고 글을 통해 최근 사이 남북 대화를 통해 얻은 성과를 언급하며 “이러한 흐름은 그동안의 북남관계파국을 우려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관계개선을 바라온 내외에 커다란 고무로 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 조국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해나가려는 것은 우리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염원”이라며 “온 겨레는 비정상적인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개선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고 “북과 남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록을 실었다.

이 신문은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북남관계를 개선하는데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남관계를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되게 개선해나가자면 그에 유리한 평화적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한편 북남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마련에 유리한 조건으로 된다. 북남관계개선과 조선반도의 평화적환경은 서로 뗄 수 없이 연결되어있다.”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문은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들을 7.4 공동성명으로 시작 된 남북관계 역사로부터 찾으며 “우리 공화국정부(조선)는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의 중지,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군대와 군비의 축소, 외국으로부터의 무기반입의 중지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남조선당국에 제안하여왔다.”며 1973년 조국통일 5대방침 제의. 1974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제5기 제3차 대회에서 채택한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에 요구하는 편지 등을 거론하고 이는 평화를 위한 애호적 조치였다고 상기했다.

또한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총력안보태세》의 간판밑에 전쟁준비를 다그치고 《반공》소동을 벌리면서 긴장격화의 길로 나갔다. 이로 하여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개선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북남공동성명의 이행이 엄중한 장애에 부딪쳤던 사실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냉각 된 것은 남측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에 6. 15공동선언이 채택되었던 2000년 6월 북과 남은 이전까지 진행되어오던 비방 중상을 중지하고 6. 25전쟁발발 50년을 민족화해의 분위기에 맞게 보냄으로써 공동선언이행의지를 내외에 보여주고 북남관계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며 “6. 15통일시대에 내외 반통일 호전세력의 방해책동은 우심하였지만 자주통일과 반전평화수호가 대세를 이루었으며 그 흐름을 타고 북남관계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였다. 6. 15공동선언의 실천강령으로 역사적인 10. 4선언이 채택됨으로써 북남관계발전과 평화, 번영을 밀접한 연관 속에서 실현해나가려는 우리 민족의 의지가 힘 있게 과시되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에서의 단절 된 남북관계를 최악의 사태로 규정하고 “지나온 과정에서 교훈을 찾고 진실로 북남관계를 개선해나가려면 조선반도에 모처럼 조성된 대화와 협력의 흐름이 계속 이어져 귀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우리는 대화를 귀중히 여기고 온 겨레의 염원에 맞게 북남관계를 전진시켜나가려는 원칙적 입장으로부터 북남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는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를 오판하거나 악용하면서 대화분위기에 배치되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면 이것은 북남관계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 행위로밖에 달리 볼ㅜ수 없다. 남조선의 각계층 인민들은 최근 남조선당국이 《북인권》소동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반공화국전쟁소동을 벌리는 등 모처럼 마련된 대화분위기를 해치는 엄중한 행위들이 계속 감행되는데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배격하고 있다.”고 전해 모처럼 마련 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깰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문은 6.15와 10.4 정상 선언의 중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외세와의 반민족적야합을 절대시하고 동족과의 대결자세를 고집하면서 말로만 《신뢰》를 외쳐서는 그 누구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며 “북남관계가 악화를 거듭하는 방향이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작용해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하루빨리 분렬과 대결, 긴장격화로 하여 우리 민족이 당하는 피해와 고통을 줄이고 민족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앞당겨나갈 수 있다.”고 남북관계가 개선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문은 끝으로 “당면하여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저해로 되는 일체 행동을 삼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처럼 마련된 북남대화를 계속 전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될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을 해 칠 수 있는 언행을 삼가 할 것을 남측에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한편 남과북은 최근 어렵고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감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의 전망을 열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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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을 물러나게 한 배경, 황교안과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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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이 글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임 전 작성되었으나,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배경을 잘 그리고 있어 재게재합니다. 원문은 다람쥐주인의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05년의 황교안: 검찰의 시대착오전 색깔론

“장관이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매우 충격적인 일로서 그간 검찰이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2005년 수사지휘권파동으로 물러난 김종빈 검찰총장의 이임사중 일부입니다. 그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모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습니다. 검찰이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하려하려 했습니다.

이에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이 이에 대해 강력하게 맞서면서 초유의 수사지휘권파동이 일어났습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강정구 교수의 기소 뒤에는 황교안이 있었다.

강정구 교수의 기소 뒤에는 황교안이 있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달리하는 사안입니다. 당시 진보진영은 검찰의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보수진영은 공개문서를 통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 장관의 행동을 비난했습니다.

2005년 수사지휘권파동의 원인을 제공했던 인물이 바로 황교안 현 법무부장관입니다. 당시 강 교수를 구속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매카시즘을 동원한 학문·사상 연구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강정구사건을 수사하던 황교안 검사는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혐의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천정배 장관은 끝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2013년의 황교안: 이제는 반대 입장에서 국정원을 지켜라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 동안 영장 청구를 막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27일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로 원세훈 원장 형사처벌 방안을 법무부에 보고하자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적용은 안 된다’며 압력을 행사했고, 이에 대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수사팀 의견은 절대 바꿀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개문서와 구두라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이번 황교안 법무장관과 vs 채동욱 검찰총장간의 갈등은 2005년의 수사지휘권파동과 양상이 같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습니다. 2005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행사에 맞서던 공안검사가 이제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검찰을 압박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천정배 전 장관이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 궁금합니다.

으쓱! 으쓱!

으쓱! 으쓱!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쓴 공안통 황교안 VS 전두환을 감방에 넣은 특수통 채동욱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거쳐 공안분야를 총괄하는 2차장검사를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공안수사에 정통하며, 별명이 ‘황공안’일 정도로 뼛속까지 공안검사라는 것이 그를 바라보는 일관된 평가입니다.

이에 반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1995년 서울지검 강력부 재직 당시 대검 중수부의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차출되어 전두환 씨의 12·12 군사반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건의 검찰 논고문을 작성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03년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를 파헤쳐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구속했고, 2006년에는 중수부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맡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으며,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에는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전·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지휘하는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맡아오면서 엄정함을 지켜왔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본래 공안(公安)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공안’이란 말은 공공의 안녕과는 무관한 ‘정권의 안녕’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공안검사가 법무부장관이 되었으니 그가 정권의 안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공안통’ 황 장관에 맞서 맞서 ‘특수통’ 채동욱 총장이 검찰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때의 악수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때의 악수는 어떤 의미였을까…

 

원세훈 혐의 왜 중요한가?

이제 원세훈 전 원장은 혐의가 무엇이든 사법처리를 피할길이 없습니다. 어차피 구속 될 인물이지만 그가 받게 될 혐의가 무엇일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원 원장의 혐의가 국정원법 위반에 국한된다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꼴이 됩니다. 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미칠 영향에까지 단단히 바리케이트를 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원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까지 함께 적용한다면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검찰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승인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은’을 입은 황 장관이 이를 기꺼워할리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황 장관의 입장에서 현 정권에 미칠 국정원게이트의 파장을 차단하려면 원세훈 원장의 혐의를 국정원법 위반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1만여건의 대선개입 관련 게시글·댓글을 달아온 사실이 확인된 이상 수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검찰은 황 장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수사의 역풍을 직접 감당해야 할 채동욱 총장과 행정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는 황교안 장관은 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이렇게 다릅니다.

황교안_참여연대

참여연대의 목소리는 묻혀지고, 작금의 사태에 이르렀다.

 

삐뚤어진 충정 용납말아야

채 총장 역시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인물이며, 정권의 비위를 거스른 적이 없는 역대 검찰총장들의 전례로 볼 때 그가 밝힌 수사의지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둘의 갈등관계에서 ‘악인’의 역할을 맡은 것은 황교안 장관 쪽이라는 것입니다.외부(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검찰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채 총장의 뜻은 분명 선의(善意)로 비춰지며, 이에 대해 ‘외압’역할을 맡은 쪽은 황 장관입니다. 이처럼 선악구도가 선명하게 갈리는 갈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안팎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공안검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목적이 이것이었을까요? 검찰수사에 대한 황 장관의 외압사실이 전해진 뒤 법조계와 사민사회에서 황 장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임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온 나라에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판국에 국정원의 대선개입사실을 부정하려 하는 황 장관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아둔함입니다.

황 장관의 어긋난 충정은 오히려 국정원사건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를 되살리고 있으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은 정권퇴진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엄정수사를 천명한 채동욱 총장의 어깨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더 이상 황 장관과 같이 ‘오판’을 하는 각료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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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식어 빙하기? 엉터리 기사의 전말

'북극해 식어 빙하기? 엉터리 기사의 전말

조홍섭 2013. 09. 12
조회수 10418 추천수 0
 

영국 일요판 타블로이드 신문 엉터리 보도, NASA 발표인 것처럼 인용

북극해 얼음 작년 기록적 축소 대비 증가일뿐 평균보다 작아, 장기추세는 그대로

 

arc1.jpg»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북극해 얼음 위성 사진. 왼쪽은 지난해 8월 기록적으로 줄어든 면적을 오른쪽은 이보다 커진, 그러나 평균보단 훨씬 작은 얼음 면적을 보여준다. 사진=나사

 

“북극해에 얼음이 60%나 늘었다네요. 언제는 전부 녹는다더니….”
 

11일 오후 동료 기자가 포털에 인기검색어로 ‘북극해 얼음’이 떴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연, 포털에 줄줄이 올라 있는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지구가 더워지기는커녕 이제 곧 빙하기가 올 것이란 얘기도 있고,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설국열차 타야 하나” 등 흥밋거리 제목도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언론사와 방송사 온라인 판에도 이 뉴스가 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보도는 엉터리이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얼음이 줄어드는 장기 추세는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지구온난화가 중단되고 빙하기가 온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황당한 보도가 검증 없이 확산된 이유는 뭘까. 이 문제를 따져 보면 외신, 특히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보도는 9월8일 오후 2시께 <뉴스1>이 한 것으로 <네이버> 뉴스목록에 나와 있다. “북극 빙하 1년 새 오히려 60% 늘어…지구 온난화 맞아?”란 제목의 이 기사는 들머리에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위성사진을 비교한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이라고 돼 있어, 마치 기자가 전문가들을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학설이 타격을 입고 빙하기가 올 것이란 엄청난 얘기를 하면서, 전문적인 해석을 한 그 기상학자 이름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사실, 기상학자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이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나사가 위성 촬영한 북극해 얼음 사진이다. 지난해 8월 조그맣던 얼음이 올 8월엔 제법 커다랗게 나와 있다. 이 얘기를 다룬 기사가 빠짐없이 나사의 위성사진 2장을 올려놓고 있는 것도 두 말이 필요없는 사진효과 때문일 것이다.
 

첫 보도 후 묻히는 듯하던 이 소식은 이틀 뒤인 10일 <세계일보> 인터넷판이 “온난화라더니… 북극 빙하 되레 60% 늘어”라는 기사를 계기로 다시 살아난다. 이 기사는 출처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임을 밝힌다.
 

그러나 나사의 사진이 워낙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이후에도 <동아> <중앙> <한국> 등 상당수의 매체의 인터넷판은 이 소식의 출처를 나사의 발표인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데일리 메일>을 출처로 명기한 <조선> <경향> 등의 인터넷판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사가 북극해 얼음 위성사진을 매일 찍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내용의 발표를 한 적은 없다. 영국의 한 기자가 나사의 자료를 이용해 나사의 의견과는 무관한 자신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mail.jpg» 북극해 얼음 증가를 다룬 <메일 온 선데이> 지난 8일치 온라인 판 모습.

 

이 기사는 <데일리 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 8일치에 실렸다. 보수적 논조의 이 신문은 약 200만 부를 발행하는 영국 최대의 일요판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정론지와 대중지로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는 영국에서 대표적인 대중지이다. 
 

다시 말해,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처럼 그 신문에 실린 것만으로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는 그런 종류의 매체가 아니다. 당연히 이런 신문에 실린 뉴스는 조심해서 다루는 것이 기자들의 상식이다.
 

게다가 <메일 온 선데이>라는 매체와 이 글을 쓴 기자인 데이비드 로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근거가 부족한 회의론을 주로 다뤄 서구에선 ‘악명’이 높은 사람이다.
 

 “이제 지구는 식고 있다! 북극해의 얼음이 1년에 60% 커지는 기록적 회복을 보였다.”라는 제목을 단 로즈의 기사는 부제목으로 “2012년 비해 100만 평방 마일 면적의 바다가 더 얼음에 덮여” “<비비시>는 2007년 지구온난화 때문에 2013년 여름에 얼음 사라진다고 보도”라고 적었다.
 

기사를 보면, 이제 북극 항로는 닫혀 열리지 못할 것이며, 저명한 과학자들은 이제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지구는 한랭기로 접어든다고 보고 있고, 이런 새로운 사태 때문에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가자 기후변화 회의론이 간신히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국과 유럽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 근거가 희박한 터무니없는 내용의 ‘흘러간 옛 노래’가 다시 나온 데 대해 개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톰 율스만은 <디스커버> 온라인판 9일치에 올린 글에  “기후 언론이 이렇다면, 누가 소설을 사 볼까?”라는 제목을 달았다. 율스만은 미국 콜로라도 대 환경저널리즘센터 부소장인데, 30년 이상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사에서 환경과 과학 담당 기자를 한 사람이다.
 

그는 로즈가 전모를 보여주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데이터만 골라 이야기를 만드는 전형적인 오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가 9월4일 발표한 자료이다. 이 자료는 마치 이런 오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렇게 적고 있다.

 

(2013년 8월의 북극해 얼음 면적은) 1981~2010년 8월의 평균치보다 103만㎢ 작지만 전년도에 기록한 수준은 훨씬 넘어섰다. 2012년의 기록은 인공위성으로 9월에 관측한 기록 가운데 가장 작은 값이었다. 올해 8월의 북극해 얼음은 2008~2010년 사이와 비슷했다. 이처럼 해마다 얼음 범위에 나타나는 큰 차이는, 전반적으로 해빙 범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나는 연간의 변동성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이 센터가 발표자료에 첨부한 도표를 보면 북극해 얼음이 지난 3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Figure31-s.jpg» 북극해 얼음 면적의 변화. 전체적인 감소 추세 속에 해마다 부침이 있다. 증가할 때마다 해빙이 회복되고 온난화가 중단됐다고 할 것인가.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지난해 기록적인 북극 얼음 감소를 보였다면 올해 얼음 면적이 작년보다 늘어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한 일이다. 지난해 데이터만을 가지고 올해와 비교해 놓고, 지구온난화가 중단된다는 둥 한랭기가 온다는 둥 장기간의 추세를 얘기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
 

다나 누치텔리 <스켑티컬 사이언스> 기자는 <가디언>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기후 회의론자들이 어떻게 기후변화의 전체 양상 가운데 입맛에 맞는 부위만 잘라내 자의적 주장에 이용하는지를 그래프로 보였다.

 

■ 기후 회의론자들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편리한 방식 
 

graph.jpg» 북극해 얼음 면적의 변화. 전체적인 감소 추세 속에 해마다 부침이 있다. 증가할 때마다 해빙이 회복되고 온난화가 중단됐다고 할 것인가.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graph4.jpg» 지구온난화의 장기 추세.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graph3.jpg»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부분적(파란선)으로 온도 하락의 일시적 변동이 있다.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자료를 보면, 올해 북극해 얼음이 지난해보다는 넓지만 장기적인 평균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 8월 얼음 면적은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6번째로 작은 수준이라고 이 센터는 밝혔다.
 

그 이유는 온난화 와중에도 우리나라의 겨울이 부쩍 추운 것과 마찬가지의 변동성 때문이다. 북극점 부근은 올 들어 매우 추워 1981~2010년 평균보다 0.5~3도가 낮았지만 북극해 해안에서는 평균보다 2도 높은 온도를 보였다.
 

제5차 평가보고서 발표를 앞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가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보도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치텔리는 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에드 호킨스 영국 리드 대 기후학자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로즈 기자에게 지난 목요일 전화와 이메일로 IPCC 절차와 ‘긴급’ 회의가 없었다는 얘기를 했다.”
 

graph2.jpg» 북극해 얼음의 면적과 부피를 함께 고려한 장기 추세. 그림=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다행히 북극해 얼음 감소에 관한 보도는 12일 들어 잠잠해졌다. 이날 오전 <한국방송> 인터넷판은 나사의 얼음 증가 사진을 소개하면서도 오미림 국립기상연구소 박사를 인터뷰해 “북극 얼음 면적은 줄었다 늘기를 반복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장기추세로 봤을 때 해빙의 면적이나 부피가 모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 면적이 다소 늘어났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아뿔싸, 어찌된 일인지 내용을 제대로 짚은 이 기사에도 전날의 모든 잘못된 보도와 똑같은 제목이 달렸다.  기사는 “지금 추세라면 지구기온이 2도가량 상승하는 2040년대엔 북극의 빙하는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라고 마무리했는데 제목은  “북극해 얼음, 지난해보다 60%↑…빙하기 오나?”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기후변화나, 외신 보도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보도와 선정적 제목의 문제가 아닌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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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경찰 업무 보는 저보고 '미스 리'래요"

[공공부문 비정규직 ①] 경찰서 무기계약직 주무관

김윤나영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13 오전 8:01:26

 

 

 

 

 

 

 

 

 

 

 

 

11일 오전 서울의 한 경찰서 종합민원실. 운전면허를 재발급 받으려는 사람, 속도위반 딱지를 뗀 사람들이 오갔다. 제복을 입은 경찰들 사이로 사복을 입은 이경민(44) 씨가 보였다. 이 씨는 경찰과 똑같이 대민 업무를 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다.

"경찰서에도 비정규직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잘 몰라요."

이 씨가 경찰서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12월. 경찰서에 전산 프로그램이 도입되자,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경찰 조사관 대신 그는 교통사고 공문을 쓰는 일용직으로 고용됐다. 경찰 조사관들이 이전까지 자를 대고 손으로 그렸던 사고 지점 약도를 컴퓨터로 그리고 경위를 작성했다. 그렇게 하루 평균 60건, 많게는 120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지금은 종합민원실에서 일하며 한 달에 세후 120만여 원을 받는다.

'아줌마, 미스 리'에서 주무관 직명 받기까지 2년
 

▲ 이경민 주무관. ⓒ프레시안(김윤나영)

이 씨의 공식 직책은 '주무관'이다. 그 전까지는 "아줌마, 미스 리" 등으로 불렸다. 2010년 '주무관'이라는 직명을 받아내기까지 이 씨는 2년 동안 싸웠다. 이전에는 경찰서 안에서 커피 타기, 쓰레기 버리기, 화장실 청소까지 했다고 했다. 이 씨는 "우리도 경찰서 직원인데 경찰이 자기 얼굴에 침 뱉기를 했다"고 꼬집었다.

"경찰 계장조차 저를 '아줌마'라고 부르고 저한테 커피 심부름을 시켰어요. 그러니 민원인(시민) 눈엔 제가 어떻게 보이겠어요. '아줌마, 여기도 커피 주세요'라고 해요. 제가 제 자리에 앉으면, 간혹 화난 민원인이 '왜 저 커피 타는 여자가 경찰 조사관 자리에 앉느냐'고 저한테 화풀이를 하기도 했어요. 직원을 '다방 마담'처럼 대했으니 제 얼굴에 침 뱉기죠."

그는 "경찰청은 수사권이 있고, 개인 정보를 다루는 특수 기관인데, 보안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를 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쓰면 공문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도 강조했다.

"보통 공문서 작성자 직명이 '경사'나 '경위'로 나가는 것과는 달리, 우리가 작성한 공문서 작성자는 '임시'라고 나갔어요. 공문서의 신뢰성에는 직명이 중요한데, 경찰서장 직인이 찍혀 나가는 공문서에 '임시'라고 나가면 경찰의 신뢰가 떨어지죠.

게다가 경찰은 보통 1년 단위로 다른 곳으로 발령 가요. 우리는 길게는 수십 년씩 일해서 숙련도가 뛰어나거든요. 새 경찰이 오면 업무 가르쳐주고, 다 가르쳐줘서 일 좀 한다 싶으면 (그 경찰은) 1년 뒤에 가고 또 새 경찰이 와요. 새 경찰에게 또 가르쳐주고…."


"민원인이 칭찬해도 나는 경찰이 아니라고 말 못해"

어정쩡한 신분 때문에 말 못할 고충도 많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민원인에게 "나는 경찰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기를 당하거나 물건을 분실하거나 성추행을 당하거나, 임금 체불을 당한 민원인들이 찾아와요. 민원인이 제게 '경찰이 이렇게 친절한 줄 몰랐다'고 칭찬하면 '저는 경찰이 아니'라고 말 못해요. 민원인이 따질 때도 마찬가지예요. 교통사고를 접수하는데, 조사가 늦어져서 사고 확인서가 늦게 나올 때 민원인이 왜 확인서가 안 나오느냐고 따질 때도 난감하죠."
 

▲ 경찰서 종합민원실 ⓒ프레시안(김윤나영)


묵묵히 일하던 이 씨가 변한 것은 2005년 '시간 외 수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나서다. 공무원은 제 수당을 다 받지만, 비정규직은 법정 수당인 초과 근로 수당조차 받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만족도 순위를 매겨서 성과급에 포함하는데, 똑같이 100점을 받아도 경찰은 포상을 받고 비정규직은 못 받는다"며 "우리도 같이 올려놓은 민원 처리 성과를 경찰들이 자기들끼리 나눠먹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황당한 일도 겪는다고 했다.

"다른 경찰서 비정규직 한 분이 여경과 동명이인이었어요. 그 분이 휴일에 업무 처리를 했는데, 민원인이 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란에 고맙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위에서 그 분에게 '너는 상 받아도 소용없지 않느냐'고 하고, 동명이인인 여경에게 포상을 줬다는 거예요. 그 분 심경이 어떻겠어요?"

그는 경찰청이 비정규직의 인권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2-3년 전 경찰, 기능직 공무원, 행정직 공무원이 고충을 토로하는 경찰 내부 '인권 워크숍'에 갔을 때였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무기 계약직 노동자의 설움을 말할 계획이었으나, 끝내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기능직 공무원, 경찰관도 인권이 있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우리 인권이 짓밟힌 거예요."

"무기계약직도 해고 쉬워"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자, 무기계약직이 된 주무관들은 2011년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경찰청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1654명 가운데 1457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 씨는 지난 3월부터 노조위원장이 됐다.

이 씨는 무기계약직이 됐어도 고용이 안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임금이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책정된 까닭에 사업비를 삭감하면 얼마든지 해고될 수 있는 탓이다. '경찰청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관리규칙'을 보면, '업무 수행 능력 부족'이나 '신체 이상', '예산 감축' 등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그는 "특히 '신체 이상' 조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를 신청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이 씨의 목표는 경찰청 주무관도 '경찰 직원'으로서 정당한 처우를 받는 것이다. 당장 체불 임금이 걸린다.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2교대로 일하는 교통 센터 조합원들의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수당 미지급 자료를 1000건 정도 확보한 상태다.

이 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도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이 된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서에 컴퓨터 한 대만 덜 들여도, 우리 처우가 나아지는데, 왜 우리는 직원이 아니라 유령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민에게는) 경찰서에도 비정규직이 있다는 걸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찰서, 공항, 병원, 학교 등 공공기관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가 받는 공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손을 거친 것입니다. <편집자>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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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농담, 아주 오래된 / 홍세화

등록 : 2013.09.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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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사상의 자유란 꿈꿀 수 있는 자유 
여야 한다. 그것이 어떤 꿈이든, 설 
사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농담처 
럼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인간에게 
초월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진보정치의 새로운 영토는 
더 열리고 확장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오류를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힐 뿐이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상은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던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에 나오는 어떤 구절이다. 1967년에 발표한 이 소설 때문만이 아니었겠지만, 쿤데라는 1968년 이후 공직에서 해직되고 책이 압수당하는 수모를 겪다가 몇년 뒤 파리로 망명해야 했다. 이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혁명’ 이후 귀향의 이야기를 다룬 그의 소설 <향수>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새삼스런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의 처지 역시 동유럽 망명자들의 처지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 향수에 사로잡힌 자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서두에 떠올린 쿤데라의 냉소적인 서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향수란 기억과의 싸움에 다름 아니었다. 그 싸움에는 당연히 나를 내동댕이쳤던 과거로 되돌아가 사태를 되돌려놓고 싶다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현재의 시간 속에서 과거의 역사가 바로잡히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었을 터이다. 그래서 기어이 귀향하고 싶었던 것이고, 이제 그 귀향으로부터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은 지나간 인생 전체를, 방금 앞에 지나간 과거의 시간 전체를 짓궂게도 한순간에 하찮은 ‘농담’처럼 여겨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내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말하자면 ‘민주화’ 덕분이었다. 그리스어로 귀향은 ‘노스토스’(nostos)다. 여기에 ‘괴로움’을 뜻하는 ‘알고스’(algos)가 합쳐져 ‘노스탈지’(nostalgie)가 되었다. 귀국 후 나는 간혹 어느 자리에서 긴 시간의 기억과의 싸움에 담겨 있던 괴로움을 잊고서 과거 어두웠던 시대를, 그 시대와 맞서고자 했던 나 자신까지 포함한 우리의 싸움을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늘 돌아서 오는 길이 문제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의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낯설고, 이 낯섦의 틈으로 자기 환멸이 스며들곤 했다.

 

<농담>의 주인공 루드비크는 여자친구 마르케타에게 보낸 엽서에 담긴 짧은 농담으로 말미암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자이다. 엽서에는 단 세 마디가 적혀 있었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에는 우둔의 악취가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스탈린이 해방시킨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트로츠키 만세!’를 부르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것이 설사 치기 어린 농담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1970년대를 지배했던 유신독재 시절도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내가 속한 ‘남민전’의 ‘10만장의 삐라’와 ‘무기 탈취’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그저 실없는 농담 취급 당할 수도 있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시위대를 탱크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고 호언할 수 있는 군사정권에 대해,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여덟 사람의 목숨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유신권력에 총신이 없는 카빈소총으로 맞서보겠다던 나의 벗들은 얼마나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몽상가들이었던가. 땅에 떨어져보지도 못하고 애드벌룬에 묶여 날아가다 어디엔가 추락하여 버려졌을 ‘10만장의 삐라’는 또 어떤가. 그로 인해 두 사람은 죽임을 당했고, 나의 벗들은 긴 세월 감옥에 내던져졌으니 농담이라면 이것은 얼마나 잔인한 농담인가.

 

모든 것은 잊힐 뿐이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쿤데라의 말을 나는 박근혜 시대에 다시 상기하고 있다. ‘민주화’가 과거의 암흑시대를 농담처럼 이야기하게 하는 동안 잊고 있던 과거의 망령이 다시 현실이 되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일거에 사회적·정치적 이성의 작동을 멈추게 만드는 국가정보원. 이미 처음 군부 라인이 청와대에 포진한 때부터 예고된 것이기는 하나 ‘민주화 이후’를 운위하던 우리를 하루아침에 무색하게 만드는 이 공안통치에 우리는 다시 운명을 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어떤 말과 행위든 그 시대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 그것과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실존적 떨림도 동반하지 않고, 지하실에서는 혁명이 되던 말이 마이크 앞에서는 농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인가. 나의 과거는 정당했고 지금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무거운 고뇌가 느껴지지 않는 미숙한 자들이 불러낸 극우의 망령과 싸워야 하는 것은 어차피 우리 모두의 몫이므로, 우리는 ‘우리 안의 미숙아’들의 ‘사상의 자유’를 두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정원을 두둔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이 곤경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묻고 싶은 것이다. 한편으론 ‘뼛속까지 평화주의자’가 되고 다른 한편으론 ‘총 한 자루의 사상’으로 무장하자고 선동하는 혁명가가 되기도 하는 이 변모의 바탕에는 어떤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얼굴 한쪽은 희화적이고 다른 쪽의 얼굴은 순교자의 표정을 짓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심리적 바탕에는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 엄연히 진보운동의 지배적 주류라는 의식이 깔려 있으며, 나아가 여기에는 이제 와서 그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된 진보정치의 다른 일파도 함께 공유했던 ‘민중권력’에 대한 그릇된 갈망(혹은 환상)이 드리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압력밥솥 폭탄’이 농담이었다고 태연히 말하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말보다 그들(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이 비밀리에 활동해서 그런 사람들인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말이 내 귀에는 더 얄궂은 농담처럼 들렸다. 경기동부가 지배주주인 민주노동당과 서둘러 통합을 하여 만든 통합진보당에서 이석기 의원은 비례대표 2번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노동사회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다수인 이른바 엔엘(NL)의 지지로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지난 당내 선거부정 사태로 탈당하여 만든 당이 지금의 정의당인 것이다. ‘과연 몰랐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공안권력의 법적 제재에 단호히 반대하지 않고 ‘낡은 진보’를 앞장서 비판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노동사회, 언론과 정치 부문에서 이른바 진보에 속한다(고 믿어지)는 우리 모두의 어떤 ‘비겁함’에 대해서도 재론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말처럼, 북한 체제는 진부하며 이 체제를 미래의 체제로 인식하는 이른바 주사파도 너무 낡았다. 그러나 진보의 전면적 갱신이 이석기 일파와 결별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안이할 뿐 아니라 기회주의가 엿보인다. 오늘 공안세력들에 의해 폭로된 ‘어긋난 혁명가’들 초상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남긴 업보가 맞다. 이 상처의 극복은 극우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그 속에서 생성되는 언어와 행위 속에서 치유되고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정치 질서에 적응하거나 생존하기 위해 극우적 히스테리 앞에 체념하는 것, 바로 그것이 다른 진보의 꿈들을 외면하고 서둘러 낡은 진보와 통합함으로써 진보정치를 황폐하게 했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헌법’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대의제 민주주의로부터도 도망쳐 버려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과정은 결코 압축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다른 민주주의’에 대한 상상조차 오늘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묵살하거나 배척해 버리는 자유주의로의 투항을 ‘합리적 진보’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사상의 자유란 꿈꿀 수 있는 자유여야 한다. 그것이 어떤 꿈이든, 설사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농담처럼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인간에게 초월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진보정치의 새로운 영토는 더 열리고 확장되어야 한다. 지금 오지 않은 미래를 살려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시간은 그래서 모욕인 것이다.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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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침묵... 떳떳하다면 국민 앞에 서라"

천주교 광주대교구, 6월 항쟁 이후 첫 거리행진

남동성당서 1000여 명 묵주 기도 행진... 다음달부터 '목요미사' 진행

13.09.12 20:53l최종 업데이트 13.09.12 21:2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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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도들은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마친 후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외치며 북동성당까지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거리행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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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광주대교구가 12일 오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을 벌였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남동성당)에서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시국미사에는 김희중 광주대교구장(대주교), 이영석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사제단,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가 열린 본당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신도들이 꽉차 신도 200여 명은 밖에서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는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이 집전했다.

광주대교구, 26년만의 거리행진..."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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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시국미사를 열었다. 미사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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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는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과 체계가 잘 보존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였으면 하자"며 "이 땅에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참 평화가 체험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드리자"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오랜 시간 독재에 항거해 피와 땀, 심지어 목숨까지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 체계와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며 "이런 상황을 맞이 한 것은 정의와 진리를 위해 헌신했던 그 숭고한 정신과 삶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발언 공개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데 대통령 발언을 공개한 것은 역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이로인해 국격이 실추될 대로 실추되었다"고 비판했다.

강독에 나선 이영선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 위원장은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원하지만 침묵하고 있다"며 "정녕 떳떳하다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나서 국가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훼손한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선 위원장은 "좌절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며 냉소주의에도 빠지지 말자"며 "우리의 바람을 정당하게 끊임없이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미사를 마친 후 광주대교구 정평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특검 실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사과와 국정원 개혁 등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또 정평은 "오늘의 상황은 유신독재 시절로 회귀한 것이며 독재자의 전유물이었던 공안정국 속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며 "보수언론은 국민을 기만하는 불공정 보도를 중단하고 진실을 보도하라"고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 "중단없이 하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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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었다. 1000여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는 김희중(대주교) 대구교장이 집전했다. 김 대주교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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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친 김희중 대주교와 신도들은 "국정원 개혁", "책임자처벌"을 외치며 남동성당에서 광주광역시 북구 북동성당까지 40여 분 동안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행진을 마친 김희중 대주교는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우공이산이 생각난다, 한 할아버지가 흙을 파서 삼태기로 산을 옮기고 있는데 사람들이 '멍청하다, 어떻게 산을 옮길 수 있느냐'고 말하자, 그 할아버지가 '내가 죽으면 아들하고 아들이 죽으면 손자하고 그렇게 대대손손 하면 옮길 수 있다"며 "그들 입장(정부 여당)에서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이 바위에 계란 던지기라도 계속한다면 이루어 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대주교의 당부처럼 광주대교구는 10월 3일부터 한 달 동안 북동성당에서 매주 목요일 시국미사(목요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대교구는 목요미사와 함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김선수 변호사 등을 초청해 국정원 사태와 민주주의 회복 등에 대한 특별강연도 추진한다.

'목요미사'는 1980년 7월 15일부터 남동성당에서 열렸던 '월요미사'를 연상하게 한다. 월요미사는 5월 민중항쟁이 끝난 후 희생자와 구속자를 위해 1년여 동안 열렸다. 남동성당은 5·18사적지 중 한 곳으로 2005년 5·18기념성당으로 지정됐으며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이 곳에서 열렸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한 관계자는 "사제단 등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대구교 차원의 미사와 대규모 거리행진을 처음"이라며 "민주주의 항쟁의 역사를 함께 해온 남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하고 거리행진을 하게 된 것은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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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도들은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마친 후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외치며 북동성당까지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거리행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지나 금남로에 들어서는 신도들의 모습.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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