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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설 단상>북의 화려한 유화공세는 또 하나의 강력한 대미공격
 
한성 
기사입력: 2014/01/31 [15: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1-북의 집요한 대미공격
북의 대미공격이 지속적으로 쉼 없이 전개되고 있다. 북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대미공격의 맨 앞장에 서 있다.
 
"푸에블로호 사건 때보다 더 비참한 신세를 면치 못할 것"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 46주년인 지난 23일 노동신문은 미국이 '도발 책동'을 계속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이는 계기별 사안에 대한 정치적 언급으로 된다. 특별할 리가 없다. 원칙적인 것이라 할 만했다. 그렇지만 그 원칙은 보다 구체적인 것들을 짚어나가기 위한 첫 출발이 된다는 것을 노동신문은 보여준다. 
27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력을 증강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신냉전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에 대한 공격이었다. ‘아시아로의 회귀’에 대한 북의 공격은 단순히 미 군사정책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미국이 중동지역을 포기하고 새롭게 수립한 미 세계지배전략에 대한 공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아태지배전략에 대한 공격이었다. 북이 미 아태지배전략을 공격하는 것은 미국이 아태지배전략의 기둥으로 한미일3각동맹을 설정하고 있다는 판단을 해서일 것이다.
노동신문은 28일에는 미국이 특수전 무력을 증강하는 것을 북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으로 대미공격을 이어갔다. 
29일에는 대미공격의 본령에 맞추어졌다. 2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군사연습으로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주 있는 공세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의례적인 것으로 볼 수가 없다. 
27일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에 대한 공격이 있었던 뒤라 미국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미국의 아태지배전략과 결부하여 공세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 아태지배전략의 기둥을 한미일3각군사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면 수십년 동안 지속강화되어왔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미일3각군사동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을 것이다. 북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공격이 언제라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미국 아태지배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에 걸맞는 위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이유이다. 
글 제목은 '조선반도에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을 몰아온 주범'이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긴장한 조선반도 정세를 최악의 사태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도발행위”라고 규정을 했다. 노동신문은 특히 ‘키 리졸브’가 평양 공격을 염두에 둔 미국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의 집중적인 대미공격은 유엔주재 신선호 대사의 기자회견과 결부됨으로써 보다 화려해졌다. 1월 25일이었다. 신선호 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한국이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실시할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공격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미국의 ‘책동’을 더 이상 허용하지말 것을 주문했다.
사람들이 신선호 대사가 대미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지난해 였다. 신 대사는 지난해 6월 21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 주둔 중인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긴장완화와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는 내용의 발언문을 발표했었다.
신 대사는 발언문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조직 초기부터 유엔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유령기구이며 본질에 있어서 미군사령부라고 주장함으로서 기자회견의 모든 내용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지재룡 주중 북 대사 역시 반미공격의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29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내용과 지난 16일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중대제안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 관련 언급을 함으로써 대미전선을  선명하게 쳤다. 
"우리는 6자회담의 재개를 지지한다"
지 대사는 "우리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먼저 타고 자리를 잡았으니 나머지 참가국들이 빨리 타서 이 쪽배가 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 대사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의 변함없는 정책적 목표라는 것을 강조했다. 방식은 북의 일방적인 선핵포기가 아니라 동시행동이라고 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원칙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이어 지 대사는 9·19 공동성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미국에게 책임을 돌렸다. “미국 등 일부 다른 참가국들이 저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우리의 의무만 부각시키면서 이행문제를 떠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지 대사는 자신들의 핵무기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공격 위협의 산물임을 그리고는 북핵문제의 해결 방도를 그렇듯 명확히 밝혔다.
지 대사가 북핵문제와 관련해 밝힌 입장에는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 북이 세워놓고 있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북 대사가 직접 외국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 대사관 안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6년 반 만이다. 이것들은 지 대사의 기자회견이 대미공격을 하기 위해서 조직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유화공세는 대미압박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인가?
사람들은 북의 집요한 대미공격들이 일반적인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북의 유화공세가 끊임없이 그것도 화려한 수준에서 구사되고 있는 것과 직접 맞물려있다는 것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북미대결전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양상이다. 
"북은 왜, 우리정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유화공세를 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공격의 고삐를 잔뜩 움켜쥐는 것일까?"
많은 대북전문가들이 던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그랬다. 화두 급 문제의식이었다. 
이에 대한 답은 29일 주재룡 대사의 기자회견에서 그 기미를 찾을 수가 있다. 
기자회견에 외신 기자만 받겠다던 당초 언급을 깨고 SBS를 비롯한 일부 한국 언론의 입장을 허용한 것은 단연 주목할 만했다. 한국기자들을 자신의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은 국내언론들이 크게 취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극히 중요한 조처이다. 북의 유화공세에 대해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위장유화공세라고 했던 말을 일거에 무색하게 해버리기에도 충분했다. 
다음으로 지 대사가 자신들의 핵개발과 관련, "철두철미하게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말은 북핵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하는 것 그리고 한미합동군사훈련 취소를 촉구하는 말과 연동되어 나온 것이었다. 
  
지 대사의 기자회견은 유엔에서의 신선호 대사의 기자회견과 함께 북의 유화공세가 우리정부를 뛰어넘어 국제적 범주로 확장되는 등 점점 화려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음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북의 유화공세가 우리정부를 뛰어넘어 국제적 범주로까지 확장되는 데에서 중요하게 확인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북의 화려한 유화공세가 강력한 대미압박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북이 우리정부에 대해서 연일 유화공세를 펴면서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를 통해 ▲상호 비방중상 행위 중지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핵재난 막기 위한 상호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중대제안을 발표했었다. 
이를 객관적으로 접근해보면 우리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첫 번째 내용밖에 없다. 나머지 사안은 우리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것들인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정부에 대한 북의 유화공세에서 성과가 나느냐 안나느냐는 우리정부가 아니라 미국이 결정적으로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그 어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은 그르든 그르지 않든 상관없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은 북이 유화공세를 국제적 범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 대미압박전술임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북이 유화공세를 펴면서도 대미공격을 집요하게 구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적확한 설명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음처럼 던지는 말은 언제라도 중요하다. 
“북의 화려한 유화공세 그리고 대미공격에 미국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우리민족이라면 남과 북이든 함께 즐기는 설명절을 보내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민족끼리’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한편,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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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日 전 총리 “아베 신사참배는 매국행위”

무라야마 日 전 총리 “아베 신사참배는 매국행위”

디지털뉴스팀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전 총리가 30일 아베 신조 총리의 작년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매국행위’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3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전날 도쿄에서 열린 사민당 회합에 참석,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나쁜 일이 될 것을 알면서 참배하는가’하고 격노했다”고 소개한 뒤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총리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당 내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불리는 총리 관저 인사에게 ‘왜 당신들이 막지 않는가’라고 물으면 ‘뭐가 잘못됐는가. 이것이 국민의 마음이지 않나’라며 내게 반론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는 “차분히 생각해보면 역시 전범들이 (야스쿠니에) 합사돼 있다”며 “일본이 일미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조약)을 받아들여 국제사회에 복귀했으니 그 약속을 생각하면 총리가 참배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자국 태평양전쟁 전범들을 단죄한 ‘도쿄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사회당(현 사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당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하면서 “앞으로는 국민들 목소리뿐”이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당 장기 집권체제 붕괴로 연립여당이 구성된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재임 중인 1995년에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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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쉼터, 나눔의 집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1/31 16:43
  • 수정일
    2014/01/31 16: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빼앗긴 청춘"…명절도 눈물 쏟는 '아흔 소녀' 아리랑

[르포] 설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쉼터, 나눔의 집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빨리 가야지 이제는 너무 지쳐.”

밑지고 파는 거라는 장사꾼의 말, 시집 안 간다는 말과 젊은 여성의 말, 그리고 이젠 가야지라는 노인의 말이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노인은 습관처럼 “죽어야지” 소리를 했다. 능청을 떨며 “에이 할머니, 여전히 정정하신데요”라고 했다. 노인은 빙긋 웃고는 “그래” 했다. 다 안다는 표정이었다. 거짓말쟁이는 자신이 아니라 지금 제 앞에 앉은 젊은 아가씨라는 걸.

 

 

▲나눔의 집 입구를 서성이는 할머니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나눔의 집 입구를 서성이는 할머니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내 청춘 돌려다오… 오늘도 눈물 쏟는 아리랑”

올해 아흔을 넘긴 배춘희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다. 배 할머니는 아홉 분의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 여성 쉼터 ‘나눔의 집’에 살고 있다. 1997년 이곳에 처음 왔으니, 이번은 나눔의 집에서 17번째 맞는 설이다.

28일 오후 두 시. 평소 같으면 점심을 먹고 방에서 쉴 시간이지만, 이날은 느긋하게 쉴 틈이 없었다.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이 몰려오는 탓이다. 고령의 할머니들은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거실로 나와 손님을 기다렸다. 거실 한쪽엔 선물꾸러미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화장지, 과일, 김 박스. 조억동 경기도 광주시장이 보낸 선물이라고 했다.

선물보다 늦게 도착한 조 시장과의 만남은 짧았다. 안부 인사 한두 마디, 두 번의 기념촬영이 끝나자 조 시장이 일어섰다. 할머니들은 “놀다 가라”고 성화였다. 배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는 서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조 시장은 “다음에 꼭 듣겠다”며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손님이 왔다 간 자리가 휑했다. 잠시 들떠 보였던 할머니들은 다시 입을 닫았다.

삼십여 분 후 다음 손님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손자 손녀 40여 명. 인근 지역 고등학교 봉사동아리 학생들이다. 의자에 앉은 할머니들 앞에 둘러앉아 질문세례를 퍼붓더니, 이젠 재롱잔치를 하겠다며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를 부른다. 잔뜩 부끄러워하며 노래하던 학생들이 맹랑하게 이젠 할머니들 차례라며 마이크를 넘긴다.

풍류에 일가견 있기로 소문난 배 할머니가 냉큼 마이크를 잡았다. 시장님 앞에서 노래를 못한 한을 풀 기회가 왔다. 배 할머니는 가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했다.

“봉숭아꽃 꽃잎 따서 손톱 곱게 물들이던 내 어릴 적 열두 살 그 꿈은 어디 갔나. 내 어릴 적 13살 내 청춘은 어디 갔나. 내 나라 빼앗기고 이내 몸도 빼앗겼네. 타국만리 끌려가 밤낮없이 짓밟혔네. 오늘도 아리랑 눈물 쏟는 아리랑. 내 꿈을 돌려다오 내 청춘 돌려주오."

할머니의 아리랑은 구성지다 못해 구슬펐다. 이 노래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 ‘소녀 아리랑’이었다. 할머니가 노래를 불러준다기에 까르르 웃으며 신나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19살에 중국 만주로 끌려갔다는 배 할머니는 유독 ‘옛날 얘기’를 꺼렸다. 다른 할머니들은 매주 열리는 수요시위에서, 또 언론 인터뷰에서 끔찍한 그 시절에 대해 고발하고 일본 정부를 꾸짖는다. 그러나 배 할머니는 말수가 적은 것도 아니면서 옛일을 증언하기를 거부했다. 과거 참상을 또다시 떠올리고,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이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내가 이런 일을 당했었다’며 속 시원히 말하는 대신, 늘 이렇게 노래를 하며 속을 풀곤 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도 노래뿐이다. 자식도, 손자 손녀도 없는 배 할머니는 명절에도 나눔의 집에 남아있을 예정이다.

“난 공부도 못 하고, 노래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TV에서 나오는 노래 따라 부르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가.”

 

 

 

▲ 학생들에게 과거 증언을 하는 강일출 할머니. ⓒ프레시안(최형락)

▲ 학생들에게 과거 증언을 하는 강일출 할머니. ⓒ프레시안(최형락)


“아흔 다 됐지만 엄마, 아빠 생각만 하면” 

 


“나도 어렸을 땐 독창도 잘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노래를 못해.”

강일출 할머니는 배 할머니를 옆에서 부러운 듯 쳐다봤다. “난 노래만 부르려고 하면 엄마, 아빠 생각이 나서 부를 수가 없거든. 목이 갈라지고 떨려서.”

열두 남매 중 막내딸이라 무척 여렸다던 강 할머니는 씩씩한 할머니가 됐다. 배 할머니가 나눔의 집 공식 가수라면, 강 할머니는 자타공인 공식 웅변가다.

“우리는 나라가 힘이 없어서 중국으로 끌려갔어. 중국에 부모님도, 친척도 없었어. 그런데 할 수 없이 끌려갔어. 그러다 2000년에 한국 정부에서 나를 찾아주고 생활을 다 책임진다고 해서 아들 둘 딸 하나 손자들을 데리고 한국 왔어. 나는 고향이 곶감 나고 대추 밤 많이 나는 경상북도 상주인데, 와서 보니 엄마 아빠도 죽고 오빠들도 다 죽었어. 그게 너무 슬프지만 가족들이 없어도 우리나라 정부가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야.”

학생들 세배를 받고 덕담 한마디 한다는 게 말이 조금 길어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빨려 들어갈 듯 강 할머니 얘기를 들었다. 

“중국에 살면서 내가 얼마나 고향에 가고 싶었는지 몰라. 나라를 지키려면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해야 돼. 그럼 우리들처럼 이렇게 강제로 끌려가지 않을 거야. 일본놈들이 말야. 아베 (총리)도 보면, 지금도 배상도 안 하고 고개를 쳐들고 다니잖아. 이런 걸 안 보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국 땅을 밟았지만, 강 할머니의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중국에 함께 ‘공출’로 보내졌다가 나눔의 집에서 다시 만난 벗도 고단한 삶을 마감했다. 지난 2008년 돌아가신 고(故) 문필기 할머니 얘기다.

“길림성 장춘이라는 곳에 있는 위안소에 같이 있었어. 그 사람하고 나하고 거기서 ‘언제가 되면 우리가 고향에 가보갔나’ 이런 얘기를 했어. 그러다가 할매 돼서야 여기 왔는데, 그 사람은 죽었잖아. 가끔 생각나.”

 

 

▲설을 앞두고 나눔의 집에 배달된 선물 꾸러미들. ⓒ프레시안(최형락)

▲설을 앞두고 나눔의 집에 배달된 선물 꾸러미들. ⓒ프레시안(최형락)

 

 

 

"이제 몇 명 안 남았는데 저기선 헛소리만"


강 할머니는 지난 26일 돌아가신 고(故) 황금자 할머니 얘기도 꺼냈다.

“그 사람이랑은 수요집회 가서 많이 봤지. 이렇게들 다들 가. 정말 몇 명 안 남았어.”

강 할머니와 배 할머니 모두 ‘위안부’ 할머니들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고 했다.

“우리도 얼마 안 남았어. 이제 지쳤어. 몸도 예전 같지가 않아. 다들 빨리 죽어야지….”

할머니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크고 작은 명절 선물들이 끊임 없이 배달됐다. “선물을 받으니 기분 좋으시겠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고맙다”면서도 “죽을 때 다 되어서 선물 받아야 뭣해. 모아두기만 하지.”라고 말했다. 배 할머니는 선물들을 쓰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방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할머니들이 받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아니, 받아야 할 게 있다. 바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다.

“저기선(일본에선) 헛소리만 하고 있으니, 어찌 될는지….”

강 할머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237명 가운데 이제 생존자는 단 55명. 이들은 앞으로 몇 번 더 있을지 모를 설을 맞이했다.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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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좀비가 아니었구나, 너도 외롭구나

 

등록 : 2014.01.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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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객차에서 승객들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od@hani.co.kr

[표지이야기] 멀리 있는 당신을 찾아 안부를 묻는 ‘안녕들 하십니까’와 ‘응답하라’의 열풍
진정한 개인을 찾기 힘든 한국, 공동체를 향한 열망과 옛날 그리운 향수 공존
한겨레21 바로가기

너도 너를 찾고 있었구나.

 

상념은 뒤늦게 찾아온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지나가고 <응답하라 1994> 드라마도 끝나고. 그러나 여전히 끝없이 패러디되며 울림이 끝나지 않은 두 문장은 모두 ‘너’를 찾고 있다. 옆에 있는 당신이라기보다는 멀리 있는 너. 나와 비슷하게 ‘안녕하지 못한 당신’, 나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당신. 그것은 당신도 나처럼 고립돼 있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나만 좀비가 아니었구나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고, 몸은 어쨌든 하루를 견디고, 일은 그럭저럭 굴러가고, 다행히 집안에 큰 우환은 없다. 해고되지 않았으니 잡혀가지 않았으니 아프지 않으니까 감히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헛헛하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처럼. 가까이 있는 이에게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고, 멀리 있는 당신에게 응답하라고 호소하는 아우성, 그것은 남의 목소리가 아니다.

 

 

 

“의미는 나로부터가 아니라 너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은 나를 너로 만드는 과정이다. 성장이 나로 사는 것을 받쳐줬다. 경제도 성장하고 집 평수도 느니까 그나마 헛헛함이 채워졌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끔찍할 정도로 너가 되는 연습이 안 돼 있다.”-사회학자 엄기호

 

 

 

태초부터 외로움은 있었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외로움은 세상에 세들어 사는 월세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시인은 쓰지 않았던가.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가수는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일찍이. 묵묵히 견뎌야 마땅할 터인데, 자꾸만 아우성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잉여들.” 엄기호 사회학자가 말했다. 어머, 나만 좀비가 아니었구나, 위안이 든다. 헛헛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의미는 나로부터가 아니라 너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가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은 나를 너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힐링을 설파하는 이들은 “나로부터 의미를 찾으라”고 속삭인다. “나한테도 너가 있고, 나도 누군가한테 너가 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나 아니면 남이다.” 하루이틀 이렇게 살아온 것도 아닌데, 지금 더 헛헛한 이유는? “성장이 나로 사는 것을 받쳐줬다. 경제도 성장하고 집 평수도 느니까 그나마 헛헛함이 채워졌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끔찍할 정도로 너가 되는 연습이 안 돼 있다.”

 

너가 되어야 하는구나. 그런데 너가 되기엔 힘이 달린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다시 엄기호씨는 “‘굳이’에 비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지는 영육을 붙잡고 ‘굳이’ 무언가를 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너가 된다는 말씀. 그는 대학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 청년들은 굳이 연애를 하려 하지 않고 연애가 끝나도 굳이 이어붙이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 요즘 젊은이를 만나보자. 40대의 외로움은 나를 통해, 노년의 쓸쓸함은 어머니를 통해, 느낌 아니까.

 

회사에 인턴으로 온 20대 남녀에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대학교 졸업반, 그녀의 일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9시에 등교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의와 학교 내 알바를 정신없이 오간다. 그리고 저녁 6시부터 밤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 외로울 시간도 없겠다. 그러나 혼자 있는 밤이면 “모든 사람이 중력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찾아온다. 의미 있는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뜨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같은 오늘의 태양이라고 느끼는 아침도 있다.” 옆에 앉은 그도 하루 종일 공부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공부한 게 쓸모가 있나?” 회의에 시달린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 “연애는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굳이 누구를 배려해가면서 만날 마음이 지금은 없다”고 답했다.

 

 

SNS, 로맨틱 코미디 혹은 자기복제

 

 

누구나 하나쯤 중독을 달고 산다. 외로운 당신의 마지막 동아줄, 네트워크에 매달린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20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온 그는 “이상향은 부산, 현실은 대구에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웃기는 동영상을 보면서 향수를 달랜다. 친구가 누른 페이스북 ‘좋아요’는 여기로 오지 못하는 친구가 가져온 동영상 같다. 그만이 아니다. 나의 말을 아는 너, 나의 추억을 공유하는 당신과 연결되기 위해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달린다. 지금 여기 삶의 자리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관계는 쉽지 않다. 그러니 자꾸만 멀리 있는 너를 부른다. 그러나 SNS의 신기루를 경험한 뒤다. 이제는 안다. 그렇게 연결되는 것이 난망한 일이란 것을. 엄기호씨는 이런 SNS를 통한 관계를 “쌉쌀한 것은 빼고 달짝지근한 것만 취하는 로맨틱 코미디 같다”고 비유했다.

 

 

 

“개인화가 진행돼 공동체에 대한 역진적 그리움이 발생한 결과는 아닌 듯싶다. 오히려 개인화가 덜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 ‘응답하라’에서 보이는 회고는 집단적 회고다. 원래 노스탤지어는 복원 불가능한 것에 대한 회한의 정서다. 지금 한국은 1990년대를 즐겁게 회고한다.” -노명우 교수

 

 

 

네트워크에 매달려도 헛헛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예전엔 당신과 연결될 방법이 없어서 외롭다는 변명이 있었지만, 이제는 연결될 망이 있는데도 외롭다. 자책감이 더해진다. 그러니 더욱 외롭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문학·문화비평)는 “끝없는 자기복제”라고 지적했다. SNS는 나와 다른 타자와의 소통이 아니라 나와 의견이 같은 이들을 모으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복제를 통한 자기확인은 허망하기 십상이다.

 

그리하여 청년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구)는 ‘안녕들’에 대해 “고독의 원인을 개인의 취향으로 보지 않고 경제·노동·도시·주거의 사회문제로 규정해 함께 풀어보자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질문에는 “공동체 문화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열망은 2008년 촛불처럼 번지지는 않았다. ‘안녕들’에 담긴 ‘껄끄러운 진실’을 말하는 이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자기계발의 흔적’을 지적했다. “안녕들의 타자는 윤리적 타자다. 자기계발의 벽에 부딪히자 ‘왜’를 고민하다 너에 대한 호출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비판을 통해서 완성되는 나. 여기서 너는 또 다른 나로서 너다.”

 

지금 여기서 가장 잘 팔리는 향수는 ‘응답하라’다. 마케팅 수단으로 숱하게 패러디되는 ‘응답하라’는 대형마트에서 1990년대 유행했던 브랜드 옷을 다시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저기서 나와 추억을 공유하는 당신, 응답하라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한쪽은 민주화, 한쪽은 종북 논리, 정치도 자꾸만 과거로 회귀한다. 한국적 향수의 향기에 대해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화가 진행돼 공동체에 대한 역진적 그리움이 발생한 결과는 아닌 듯싶다. 오히려 개인화가 상대적으로 덜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 ‘응답하라’에서 보이는 회고는 집단적 회고다. 과거를 같이 회고할 누군가를 열심히 찾는다. 원래 노스탤지어(향수)는 복원 불가능한 것에 대한 회한의 정서다. 지금 한국은 1990년대를 즐겁게 회고한다. 더구나 현재적 복원에 가깝다.” 마침 ‘아이러브스쿨’의 동창회 열풍은 ‘네이버 밴드’로 다시 살아났다. 수도권에 2천만여 인구가 몰려 살고, 인터넷 인프라는 지구촌 최고 수준이다. 누군가 찾으면 찾아질 것 같은데 찾아지지 않는다. 찾아도 외로움은 풀리지 않는다. 손에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다.

 

 

종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매체는 외로움을 보여주고 외로움을 판매한다. 이택광 교수는 ‘문화적 거울’에 대해 말했다. “외로움은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면서 성찰할 때 발생한다. 자신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은 매체가 발달할수록 커지고 강화된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것처럼, ‘응답하라’고 호명하자 사람들은 외로움을 발견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문화적 거울은 훨씬 상징적이고 정서적”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적들도 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이름도 희미한 옛날옛날 유명인들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 종편의 핵심은 정치가 아닐지 모른다. 종편의 극우적 정치에 공감하지 않는 중·장년도 자신의 시대와 함께했던 이들이 등장하는 방송을 보면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확인한다. ‘샤우팅’하는 정치쇼가 아니라 당신의 어제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하는 토크쇼가 종편의 핵심이다. 혼자만의 방에 우두커니 앉은 노년은 이들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것이 거짓 위로라 해도 달콤하다. 달콤한 옛 얘기는 당신의 쓸쓸한 오늘을 위로한다. 노년을 현재형 인간으로 만든다. 그래서 종편은 일종의 향수 산업이다. 엄기호씨는 “말의 세계에서 추방된 노인들을 종편과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말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표현했다. 그들을 외면한 민주화 세대가 어쩌면 자초한 일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그들을 역사적 주체로 호명하는 순간 박정희라는 상징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엄기호씨는 딜레마를 지적했다.

 

고독은 이제 독신의 문제만이 아니다. 진정한 소통이 없는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존재에 대한 사랑과 인정은 산소와 같다”고 표현했다. 존재 자체로 사람을 주목하고, 존재 자체로 서로를 축복하는 관계는 점점 줄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에 집중하기에 교사는 버겁다. 정혜신 박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었냐’ 손 잡아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는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가정에서는 비교의 스트레스에 지친다. 홀로서라고 하지만, 홀로서기는 홀로 하지 못한다. 정혜신 박사는 “축복받고 사랑받고 위로받는 관계를 경험해야 비로소 홀로서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홀로서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 소리가 넘친다. 엄기호씨는 “그런데 자기 고통만 넘쳐난다. 대통령부터 걸인까지 내 고통을 들어달라 호소하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고통의 소리를 들어주는 너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너가 되지 못한 너는 불편한 너가 된다.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에서 ‘굳이’ 소모되느니 차라리 안전한 너를 택한다. 비판이 어려운 멀리 있는 너다. 그러나 멀리 있는 너의 응답은 얻기 어렵다. 이런 고통을 잊으려 누구나 하나씩 가벼운 중독에 기대어 산다. 무심코 반복적으로 ‘무슨 짓’을 하다가 외로워서 이러나 의심한다.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부터 찾는다. 엄기호씨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슬기로우냐가 아니라, 어떤 레퍼런스(참조) 집단을 가지고 있느냐다. 다들 이런 집단이 별로 없다. 이것을 인터넷 정보로 대체하려 하지만 정작 인생의 문제가 닥치면 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독하기도 친교를 나누기도 어려워

 

 

고독과 친교의 이분법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고전연구가 고미숙 박사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도 있듯이, 고독 안에서 편안할 수 있어야 우주적 인드라망(우주 만물이 한 몸이자 한 생명이라는 깨달음)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근대는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고독을 누리는 능력도, 친교를 나누는 소통도 점점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현상의 근원에 자연과 인간의 단절이 있다고 보았다. “문명이 발달하면 혼자서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 대해 무관심해진다. 근대 이전에는 먹고사는 행위 자체가 공동체적 연대를 전제했다. 그리고 이 공동체적 전제는 천지만물에 대한 변화를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해도 이런 연결 고리가 무의미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현상은 운명적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몸이다. 그는 “몸에서 출발하면 소통이란 결국 몸을 적극 활용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삶의 근본 문제가 소통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도 있듯이, 고독 안에서 편안할 수 있어야 우주적 인드라망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근대는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고독을 누리는 능력도, 친교를 나누는 소통도 점점 어려워졌다.” -고전연구가 고미숙

 

 

 

그렇다고 외로움이 모두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로움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문제다.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쓴 노명우 교수는 “외로움을 선택하는 것이 희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로움을 통해 얻게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책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다 함께 홀로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동연 교수는 이런 집단의 출현에 대해 “소외감과는 다른 개인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공동체는 사라지고 있으나 개인은 나타나지 않은 자리에 혼란은 더해진다. 가족이나 직장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우리는 ‘나와 같은 너’ ‘확장된 나’다. 그 배경에는 가족주의가 있다고 여겨진다. 노명우 교수는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가족주의의 유지냐 약화냐가 아니다”라며 “가족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기 때문에 같아야 한다는 논리가 모두를 괴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역시 사회처럼 이질적인 정서와 사회관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미 있는 너가 되기에 서투른 이유를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 사회의 초고속 근대화, 불균형 발전, 토건 자본주의는 근대적 주체의 개별화와 분화를 가져왔다. 사람을 유기체적 연대의 존재로 향하게 하기보다는 자기 생각만 하는 일중독 상태로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이들은 지금 더 이상 일에서 보람을 찾기 어려워한다. 아니, 현 상태의 유지조차 버겁다. 사회가 구성원을 섭섭함과 배신감에 몸을 떠는 존재로,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존재로, 좀비로 만들어버렸다.”

 

 

공포와 직면하지 않으면 좀비가 된다

 

 

때로 타자는 공포다. 그러나 공포와 직면하지 않으면 좀비가 된다. 가끔 자신이 좀비가 아닐까 의심하는 당신, 혼자가 아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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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외엔 답이 없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1/31 11:09
  • 수정일
    2014/01/31 11:0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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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군사적 증강에 대처하려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남북관계 개선 외엔 답이 없다

이재봉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31 07:33:53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이 눈부시다. 그리고 이를 통한 군사력 증강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14일 달 탐사위성을 무사히 달에 올려놓았다. 지구에서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을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초정밀 타격’ 기술을 충분히 갖췄음을 보여준다. 우주에 떠 있는 미국의 위성을 정확하게 타격함으로써, 위성을 이용해 전투기 항로를 결정하는 ‘위성항법’ 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월 9일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됐다. ‘음속’은 흔히 ‘마하’로 나타내는 ‘소리의 속도’로 시속 1224 킬로미터 인데,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10’ 또는 시속 12240 킬로미터로 비행했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미국이 구축해온 ‘미사일방어망(MD)’을 뚫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 중국은 자체 기술로 항공모함과 세계 최대 규모의 수륙양용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항공모함’이란 수십 대의 전투기와 각종 군 장비를 싣고 다니는 군함으로, 이동하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합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을 뛰어넘는다. ‘수륙양용기’는 말 그대로 바다나 육지 어디에서든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기를 가리킨다.

 

 

중국의 이러한 과학기술 발전과 군사력 증강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률에 맞춰 군사비 지출도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군사비지출 7대국 가운데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2000년대 이전까지는 맨 꼴찌였지만, 2010년부터는 미국을 제외한 어떤 군사 강국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포위 전략이다. 미국 국방비는 중국 국방비의 다섯 배 정도 되고, 미국을 뺀 세계 군비지출 10대국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데, 미국은 군사력의 절반 이상을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협은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핵잠수함이다.

 

여기서 미국의 핵무기 전략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서 2010년 러시아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 (New START)’을 체결해, 2018년까지 각각 핵무기를 1550개씩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작년 6월 “핵무기 사용 전략 (Nuclear Weapons Employment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을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 주도로 작성하고 대통령이 확정한 이 전략의 핵심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핵무기 수량은 줄이되 품질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실어 나르고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폭격기와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이다. 미국이 2013년 현재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놓은 핵무기는 약 2000기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잠수함에 실려 있다. 미국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실은 이른바 ‘핵잠수함’ 14척을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9척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으니, 대략 700~800기의 미국 핵무기가 중국 및 한반도 주변 해역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 그리고 핵과학자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들에서 찾을 수 있다. ☞국방부 자료 바로가기 ☞백악관 자료 바로가기 ☞핵과학자협회 자료 바로가기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으니, 두 나라 사이의 군비경쟁이 그치기 어렵다.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나라를 견제하려는 것도 당연하고, 급격하게 떠오르는 2위 국가가 자신을 포위하려는 나라를 따라잡으려는 것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에 직접 그리고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덩달아 군비경쟁에 끌려들어가기 쉽지만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작년 11월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박근혜 정부는 서둘러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고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군사적 대응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돈도 많이 들기 마련이다.

 

평화적이고 큰돈도 들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세련된 중립적 외교’일 것이다. 문제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미국에든 중국에든 이런 외교를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한이 세계 200여 개 나라 가운데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10위 안팎의 강국에 속하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력이나 외교력은 갖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하면서 어찌 미국에 자주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이재봉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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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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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4/01/30 14:33
  • 수정일
    2014/01/30 14:3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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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9 18:36수정 : 2014.01.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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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박은호(가명·18)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어머니는 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침 9시에 나가 밤 10시에 들어왔다. 집에는 정부에서 지원해준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었다. 박군에게 컴퓨터는 학습과 정보생활의 도우미가 아닌 모든 걸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사이버 세상이었다.

 

방학이면 온종일 인터넷 게임을 했다.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고 자폐 증상도 나타났다. 그렇게 5년이 흘러 고등학교에 올라갈 나이가 됐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던 어머니는 박군을 지역아동센터에 보냈다. 센터 교사가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집의 컴퓨터를 압수했다.

 

그 뒤로 박군의 생활은 점차 제자리를 찾았다. 공부에 전념해 고2 때는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다. 박군은 올해 3월 자신이 원하던 전문대 진학을 앞두고 있다. 박군은 “센터 선생님이 그때 제 컴퓨터를 없애지 않았더라면 전 아직도 게임에 빠져 어머니 걱정만 시키는 아들이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지역별 학생조사결과 
스마트폰 ‘위험·주의 사용군’ 
금천·구로·영등포, 강남·서초보다↑ 
소득 낮을수록 중독위험 높아져 
저소득층 학생들 ‘정보화 지원’에도 
중독 등 부작용 방지책 미흡 지적 

 

 

■ 저소득층이 인터넷 중독률 높아 정부의 디지털 격차 완화 정책이 하드웨어 지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양적 접근에 집중된 결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소득이 낮은 지역의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현상이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서울시교육청 스마트폰 및 인터넷 이용습관 전수조사’(2013년 4월) 결과를 보면, 남부교육지원청 학생 중 ‘인터넷 위험 및 주의 사용군’에 속한 학생은 4.1%(2만1896명 중 900명)로 강남지역교육청의 2.8%(2만8784명 중 795명)보다 높았다. 남부교육지원청 관할인 금천·구로·영등포구 지역은 강남교육지원청이 담당하는 서초·강남구보다 소득 수준이 낮다.

 

박홍근 의원은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선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한부모가정인 경우가 많아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부교육지원청 관할 지역에서 학생들의 과다사용률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는 ‘초중고 학생 교육정보화 지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3년까지 5900억원을 들여 197만2000여명의 학생이 수혜 대상이었다.

 

이 사업은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 게임 과다 사용 같은 부작용을 막는 데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교육청에선 이 학생들의 인터넷 사용 실태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1년에 1차례씩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을 한다. 또한 정부가 1년에 한 차례 전국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습관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위험 또는 주의 사용군으로 나온 학생들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통신비를 지원받는 학생만 따로 관리를 하면 낙인 효과가 우려돼서 별도 관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스마트폰으로 격차 배가 인터넷만이 아니다. 스마트폰도 디지털 격차를 키우는 데 가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살면서 단대부고에 다니는 조아무개(18·고2)군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피처폰(2G)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용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조군 스스로 학업에 방해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반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관한 뉴스를 보던 어머니가 “스마트폰은 놀거리가 많아서 방해되니까, 대학 가서 스마트폰으로 바꾸자”고 말한 뒤로, 조군은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조군은 “학교 친구들도 고3 올라갈 때가 가까워지면서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 바꾸는 경우가 우리 반에서 5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사는 황아무개(16·중3)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방학인 지금 하루에 4~5시간가량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낮에 스마트폰을 하면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 때문에 밤 11시부터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쓴다. 웹툰을 보고 게임과 카카오스토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 4시가 된다. 황양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 검사를 한 결과 ‘고위험 사용자군’으로 분류됐다. 황양은 “가끔은 스마트폰을 그만 해야 하는데 싶어도 습관적으로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이 고소득층 가정 자녀들보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위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 ‘스마트폰 위험 및 주의 사용군’ 학생은 강남교육청에서 4.6%(2만6430명 중 1213명)지만 남부교육청은 7.8%(1만8768명 중 1458명)로 현저히 높았다. 이는 스마트폰 보유 비중과 반대된다. 스마트폰 보유율에서 강남교육청 관내에 사는 학생들(91.3%)은 남부교육청 관내 학생들(84.5%)보다 높지만, 실제로 스마트폰 과다사용률에서는 남부교육청 학생들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 저소득층 부모는 스마트폰 몰라 자녀들에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을 지도하기 위해서 저소득층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잘 알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3년 발표한 ‘2012 신디지털 격차 현황 분석 및 제언’ 보고서를 보면, 일반 국민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뒀을 때 저소득층은 46.1%에 머물렀다. 진흥원은 2012년 8~11월 전국의 일반인과 4대 소외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 북한이탈주민과 결혼이민자 등 모두 1만7500명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 중 저소득층엔 전국 만 7~76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3000명이 해당된다.

 

연구 책임자인 이재웅 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저소득층의 모바일 정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기본 기능만 탑재한 저사양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저렴한 요금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소외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모바일 활용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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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뼈만 남은 누렁이를 '안락사'했나

2012년 순창 소 아사사건 생존소의 최후... '경제가치'만 좇은 결과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2년 5월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50여 마리의 소들은 축사에서 굶어 죽었고, 뼈만 남은 25마리의 소만 생존했다. 2012년 5월 22일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살아남은 25마리 중 9마리 소를 구출해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찾아갔다.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남은 16마리의 소도 구출하려 했지만, 농장주는 소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동물사랑실천협회와 농장주 그리고 순창군은 협의를 통해 지자체가 먹이를 제공하고 1년 동안 농장주가 16마리의 소를 맡는 방식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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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순창에서 굶어죽은채로 발견된 소의 사체.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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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 아사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2013년 4월 5일부터 고의로 급수·급식을 하지 않아 동물을 죽이면 동물학대죄로 처벌받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16마리의 소는 삶의 평안을 되찾지 못했다. 

2013년 현재 16마리의 소 중 12마리가 죽고 4마리의 소만이 남았다. 농장주는 더 이상 4마리의 소를 맡을 수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2013년 12월부터 사실상 4마리의 소가 갈 곳은 없게 된 것. 대한민국에서 소는 먹기 위한 자원인 만큼 일정 정도 보호하고 도살장에 보내는 게 상식이다. 소를 죽음의 순간까지 반려동물처럼 보호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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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있는 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장면, 뒷모습에서 이미 뼈가 앙상한 것을 볼 수 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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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전주시의회 오현숙 시의원과 박정희 녹색당 전북 공동위원장·동물사랑실천협회의 노력으로 4마리의 소는 전주 지역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이게 2013년 12월 19일의 일이었다. 이제 소들은 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그런 바람도 잠시. 2014년 1월, 4마리의 소를 임시보호하던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중 누렁소가 쓰러져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며칠째 아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시름시름 앓다 죽게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수명을 다한 것이라면 이제 먼 곳으로 떠나야 할 때. 그러나 질긴 목숨은 그 고통을 연장시키고만 있다. 

임시보호를 하는 분도, 주변의 많은 분들 모두 안락사 이야기를 꺼냈다. 회복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고통스러운 삶이 지속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안락사였다. 보호소에서 개나 고양이를 안락사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으나, 막상 소를 안락사한다니…. 막연하고 낯선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동물의 긴급 안락사,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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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저앉아있는 누렁이에게 다가갔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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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인 안락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는 순간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여러 수의사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동시에 외국 동물단체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했다. 

영국동물보호협회(RSPCA)의 안락사 규칙과 가이드라인(Euthanasia rules and guidelines, 2014)에는 소, 양, 염소, 돼지, 말, 당나귀와 같은 대동물을 안락사할 경우, 캡티브 볼트(captive bolt, 가축총으로 불리며 금속봉을 발사하며 가축을 도살하기 전 기절시키는 용도로 쓰임)를 이용하거나 펜토바비톤 소듐(pentobarbitone sodium)을 정맥으로 주사(1.5kg 당 1ml)하는 방법을 쓰도록 조언하고 있다. 

안락사를 도와줄 수의사 선생님을 찾았다. RSPCA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펜토바비톤 소듐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어 급하게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약물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렇다고 아파서 주저앉은 소를 위해 캡티브 볼트를 구해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그 장비를 사용하는 데는 숙련자가 필요했다. 캡티브 볼트는 아무나 조작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소를 도살 처분할 때 많이 쓰이는 근육이완제 석시니콜린(succinyncholin)을 단독으로 쓰면 인도적인 안락사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석시니콜린은 짧은 시간에 작용하는 근육이완제로, 근육이 마비돼 통증에 반응하지는 못하지만 의식이 또렷해 그대로 고통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통을 경감 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마취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연락을 시도한 수의사 선생님들 모두 시원한 답변을 주지는 못했다. 

지난 1월 23일 안락사를 도와주시겠다는 수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안락사할 때 어떤 약물을 쓰시나요?'라는 질문에 그 선생님은 짐짓 놀라는 듯했다. '왜 물어보냐'는 반응. 나는 인도적 안락사가 누렁이에게 이뤄져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수의사 선생님은 그제서야 럼푼(Rompun)을 쓴 뒤 석시니콜린을 쓰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나는 럼푼은 전마취제로 진정제일 뿐, 충분히 정신을 잃게 만들 수 없으니 마취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수의사 선생님은 마취제로 그간 많이 쓰였던 케타민(Ketamin)은 2006년 2월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케타민 외에 많이 쓰였던 졸레틸(Zoletil) 역시 2013년 12월부터 임시 마약류로 지정돼 관리 대상이 됐기 때문에 긴급하게 마취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소의 경우 개와 달라 마취제가 있어도 고용량이 필요하다. 결국 소 같은 대동물의 긴급 안락사는 매우 어렵다는 결론. 결국 다른 수의사 선생님을 찾기로 했다. 

어렵게 다른 수의사로부터 안락사를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 1월 24일 약속을 잡고 나는 동물사랑실천협회 활동가들과 전주로 향했다. 농장에 도착하니 수의사 선생님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AI 방역 중이니 소우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역복을 입으라고 했다. 우사 안으로 들어가니 구석에 주저앉아 있는 누렁소가 보였다. 보기에도 이미 뼈가 앙상했다. 배설한 뒤에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소의 항문 아래는 배설물이 가득했다. 누렁소를 처음 본 수의사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락사하는 소가 거의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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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은 이미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모습. 몇 차례 수의사선생님이 찾아와 치료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상태까지 갔다고 한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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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일찍 연락하지 그랬어요. 이렇게 말랐을 정도면 고통이 심했을 텐데…." 
"왜 며칠째 밥을 못 먹고 있을까요?" 
"그때 얼마나 굶었다고 했죠?"
"두 달간 물만 먹였대요." 
"아마 그때 내장기관이 많이 상했을 거예요. 이미 신체기관이 거의 손실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거죠."

고통을 덜어주자. 이미 살아날 가능성은 0%. 수의사 선생님이 가방에서 주사기와 약병을 꺼냈다. 

"소를 안락사할 때 마취제는 거의 안 써요. 하지만 동물단체에서 그렇게 부탁하니까…,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알게 됐다. 소에게 안락사가 없는 이유를. 소는 식용을 위해 인간이 키워낸 존재가 돼버렸다. 즉, 먹기 위한 재료이니 몸이 아파 쓰러져 죽어갈 때까지 키울 이유가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안락사에도 비용이 소요되므로 그냥 방치하거나 도살장으로 보내면 그만인 동물이 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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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이 들어가자 옆에 누운 모습.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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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럼푼으로 소를 안정시킨 뒤 마취제를 주입했다. 소의 눈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시니콜린을 주입. 수의사 선생님이 "약간의 경련이 있을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말라"고 말했으나 생각만큼 경련이 심하지는 않았다. 몸이 약간 흔들리고 잠시 후, 눈이 완전히 감기고 몸의 작은 움직임마저 멈췄다. 수의사 선생님은 손으로 호흡과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이제 호흡이 멈췄네요." 

그렇게 누렁이는 세상을 떠났다. 누렁이는 2009년도 생이니, 5살 정도가 됐다. 내가 누렁이를 처음 본 날은 누렁이가 죽은 날이 됐다. 지금까지 나는 동물이 죽어가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런 상황은 익숙했지만, 그날 내가 본 장면은 마음 속에 편하지 않은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음이 모두에게 행복은 아니다. 적어도 이윤을 위해 동물을 굶겨 죽이는 게 동물학대라는 상식을 넘어 법이라는 강제규정이 됐다. 

'가축'이라는 슬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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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있는 세 마리의 소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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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멀리 너른 농토가 보였다.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AI가 충청·전라 지역을 강타하면서 겨울철새가 먹이를 구하는 곳은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죗값은 말 없는 철새가 뒤집어쓰고 있다. 

야생상태에서 철새가 AI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병이 발생해 대량으로 죽어 나가는 일은 없다. 적어도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그들은 자신만의 생태계 흐름 내에서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가축'인 오리와 닭은 인간의 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유전자는 단일하며 환경도 열악하다. 개체 한 마리 한 마리 삶의 행복을 모두 고려하다가는 이윤은커녕 손해만 보고 농장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가 '많이' '자주' 그리고 '풍족하게' 먹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축'을 생산해냈다. '가축'으로 태어나 죽어가는 그들의 삶. 누렁이는 그나마 우리들의 '극성스러운' 부탁으로 진정제·마취제·안락사 약물까지, 최대한 인도적인 처우와 배려를 받았다. 우리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누렁이의 뺨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가축들은 이름도 없이, 최소한의 마지막 배려도 없이 땅에 묻히고 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 매우 공허한 말이다. 자식 같은 닭을 땅에 묻는다고 토로하는 분들의 말이 되레 냉혹하고 차갑게 다가왔다. 생명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더 우선인 사회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식 같은 소를 왜 굶겼을까. '가축'은 그저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식을 키우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 자원이 '똥값'이 됐으니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됐을 뿐이다.

2014년 1월 27일 현재, 전국적으로 64만4000마리의 오리와 닭이 도살 처분됐다고 한다. AI로 인한 농가보상액은 2008년의 경우 1817억 원, 2010년에서 2011년에는 807억 원에 달했다. '가축'에 경제적 가치만을 부여한다면 누렁이 같은 굶어 죽어가는 소들, 자루에 담겨 땅에 집단으로 묻히는 오리·닭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2000년부터 거의 매년 발병하는 가축 질병에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축이 땅에 묻혔다. 대한민국, 동물에게는 공포의 킬링필드다.

덧붙이는 글 | 전주 인근의 농가에 임시보호되고 있는 남은 3마리 역시 곧 농가를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소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태그:동물보호법, 순창소, 동물학대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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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그 후, '파업둥이' 아버지의 명절 나기

[르포] 해고 처분 앞두고 어머니가…"철도 노동자는 명절 없어요"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30 10:11:06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 서울기관차승무본부장은 지난 철도파업 때문에 해고 위기에 처했다. 곧 '배제징계(해임, 파면 등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 예상되는 상황에서 처분서를 받아들 것이다. 그는 최근 어머니가 위독해져 고향인 전라북도 부안에 내려갔다. 설 연휴(1월 30일~2월 1일)가 지나면 처분서가 올 것이다. 설상가상이다.

 

지난 2013년 12월 9일 오전 9시, 철도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 반대', '수서발KTX 설립 취소'를 요구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23일간의 파업은 놀라운 현상들을 만들어냈다. 난생 처음으로 여고생의 편지를 받아봤다는 김성주(가명, 36) 기관사는 파업 기간 동안 이어졌던 시민들의 관심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는 가혹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파업 철회를 호소했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파업 시작과 동시에 4000여 명을 직위해제했다. 총 8773명에 대한 직위해제, 7790명에 대한 징계 회부, 191명에 대한 업무 방해 고소 고발, 490명에 대한 중징계 회부, 손해배상 152억 원 청구, 가압류 116억 원 신청 등.

 

철도 노동자들은 그렇게 '민영화'라는 단어를 대한민국 한 복판에 던져 놓았다. 공공재,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함께 던져 놓았다. 그리고, 파업이 끝난지 한달여 만에 상처 투성이 명절을 맞이했다.

 

 

▲ 서울 수색차량기지 ⓒ프레시안(박세열)

▲ 서울 수색차량기지 ⓒ프레시안(박세열)

 

 

징계 앞두고 '국민 대수송'에 나선 '파업둥이' 아버지 김성주 씨 이야기 

 

서울기관차승무지부의 휴게실에서 만난 김성주 기관사는 설 직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4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2009년 철도 파업에 참여했다가 사소한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후 '해고' 날벼락을 맞았다. 2월이었던 구정 명절을 며칠 앞두고.

 

서기지부 교선부장이었던 김 기관사가 징계를 받게 된 이유도 황당했다. 행신역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에 늦게 갔던 김 기관사는 선전물에 실을 사진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끝난 공간을 돌아다니며 사진기 셔터를 몇 번 눌렀다. 그 모습을 본 경찰이, 김 기관사를 현장에 남아 있는 시위대로 생각하고 연행해버린 것이다.

 

파업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경찰에 연행될 당시 어떤 불법적인 행동도 하지 않은 그는, 사측의 해고 통지를 받아들고 지노위(서울지방노동위), 중노위(중앙노동위)를 들락거렸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잠재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사측의 주장은 황당한 수준이었다. 가족들은 걱정했다.

 

"지노위, 중노위에서 다 해결 되니 걱정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김 기관사의 어머니는 한숨만 내쉬었다. 결국 그는 승소했고, 1년 반 만에 일터로 돌아오게 된다.

 

김 기관사는 그러나 2014년, 또 다시 명절을 앞두고 징계위 출석 요구서를 받아들게 됐다.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꾸 생각났다. 파업 기간에 생긴 아이여서 "파업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아이었다. 파업 중에 경사가 난 것이다. 아내는 그가 파업에 참여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아내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만난 이름 모를 시민들이 모두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철도 민영화 저지'의 명분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 같아 흥분도 느껴졌다. 23일이나 파업을 이끌게 된 동력이었다.

 

 

▲ 서기지부의 조합원 '사랑방' ⓒ프레시안(박세열)

▲ 서기지부의 조합원 '사랑방' ⓒ프레시안(박세열)

 

 

많은 기관사들은 이야기꾼이다. 이야기를 잘 한다. 더군다나 지부의 교선부장을 지냈을 정도면 말글 깨나 다룰 줄 안다는 이야기다. 올해 서른 여섯인 김 기관사는 철도청이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로 분할되면서, 코레일 공채 1기로 입사했다. 한국항공대학교 출신인 그는 철도 기관사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운전 직열에 지원하면 차장이 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차장이면 높은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에 지원서를 넣었다. 그는 "차장이 운전하는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었다"며 웃었다. 그렇게 기관사가 됐다. 항공대에 진학한 계기도 "항공대에 가면 스튜어디스를 많이 만날수 있다"는 외삼촌의 주장 때문이었는데, 스튜어디스 지망생은 항공대에 입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학에 와서 알게됐다고 했다. 시커먼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대학을 다녔다.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던 그는 "징계를 받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다소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에 대한 징계보다 지부장의 해고 여부가 더 걱정인 듯 보였다. 그는 "그래도 할 일은 해야죠"라고 답했다.

 

김 기관사는 설 당일인 31일 새벽 2시에 출근한다. 그날 운행할 객차를 조성(운행할 열차를 편성해 이어붙이는 일)하는 일을 하게 된다. 입환(차량의 분리, 결합, 전선(轉線) 등을 하는 작업)용 기관차를 몰고 객차를 살펴 운행 가능하도록 이어붙이는 작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문제가 생긴 객차가 있으면 골라내야 한다. 마치 구슬을 꿰면서 불량 구슬을 골라내는 것과 같다.

 

 

▲ 수색차량기지에서 한 기관사가 차량을 살피고 있다. ⓒ프레시안(박세열)

▲ 수색차량기지에서 한 기관사가 차량을 살피고 있다. ⓒ프레시안(박세열)

 

 

그가 레버를 쥐자 수십 톤 쇠뭉치가 움직였다

 

김 기관사는 다행이 집이 서울이어서, 설 근무가 끝난 오후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수 있다. 고향이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명절이라도 해도 별 의미가 없다. '명절 추억'을 공유할 상대도 모두 동료들이다.

 

"명절이요? 철도 노동자는 명절같은 거 없습니다. 그냥 평상시랑 똑 같아요." 서울 경의선 수색역에 있는 서기지부 조합원 '사랑방'의 뜨끈한 온돌 위에 누워있던 기관사들이 입을 모았다.

 

"저 친구는 집이 여수고, 이 형은 집이 안동이예요, 명절때 고향에 간 기억이 없네요. 대수송기간이라, 귀향길, 귀성길 사람들 실어 나르고, 서울본부에 떨어지면, 다음 돌아올 근무자가 누군지부터 확인합니다. 근무자를 확인하면 전화를 걸죠. 그렇게 시간 맞는 기관사들끼리 한잔 걸칠 때가 있는데, 그게 우리한테 명절이예요."

 

 

김 기관사는 동료를 한명 가리키며 "저 형님도 명절 지나면 징계위에 출석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동료는 웃음을 슬쩍 지어보였다. 그는 "징계는 사실 두렵지 않아요. 과거에도 몇 차례 당한 적이 있어서..."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기관사는 "본가에도 처가에도 '아시죠? 저 바빠서 집에 못 갑니다' 전화 한통이면 귀향길 안가도 되니 오히려 얼마나 편합니까"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직위해제는 대부분 '원상복귀'됐다. 열차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처분서를 기다리고 있는 150명 가량의 배제징계 대상자와 500명 가량의 경중징계 대상자들이 남았을 뿐이다. 인터뷰 시간이 끝나간다. 김 기관사는 검은 색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메고 굉음을 내고 있는 디젤 기관차에 올랐다. "출고선 위에 선 묵직한 쇳덩이를 가볍게 움직이는 손맛"이 기관사가 돼 맛보는 행운이라고 한 기관사가 말했다.

 

명절과 징계와 파업을 뒤로하고, 가슴에 "철도 민영화 반대" 리본을 단 기관사가 레버를 쥐고 가볍게 힘을 주니 수십 톤 쇠뭉치가 '철컹' 하며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차창 밖 세상이 진짜로 움직였다.

 

 

▲ 디젤 기관차 안에서 본 풍경 ⓒ프레시안(박세열)

▲ 디젤 기관차 안에서 본 풍경 ⓒ프레시안(박세열)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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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vs 한선교 ‘5억 꿀꺽’ 공방 들여다보니

 
한선교, 뉴스타파를 고소? 국민 상식 분노할 것
 
육근성 | 2014-01-30 09:56: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유령단체나 다름없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문체부로부터 5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정산 지 않는 채 1년 이상 버티고 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가자 한 의원 측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뉴스타파 “한선교 5억원 꿀꺽”, 한선교 측 “오보다”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뉴스타파는 한 의원이 국고보조금 5억원을 ‘꿀꺽’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 의원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는 모두 오보”라고 강변한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 의원이 국회 문방위 간사였던 2012년 1월 16세기 성리학자 조광조의 호를 딴 ‘정암문화예술연구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문체부에 등록한다. 

19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2012년 4월 26일. 이 단체는 문체부에 5억원의 국고지원을 요청한다. 그러자 문체부는 단 하루만인 4월 27일 보조금 전액 지원을 결정한다.

사업비 5억원 중 5900만원만 사용하고 4억4000여만원이 남은 상태. 2013년 1월 중 국고에 반납됐어야 했지만 문체부는 두 차례나 반납 기한을 연장해 줬다. 마지막 반납 기일인 올 1월 초를 넘겨 지금까지도 보조금 반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5억 국고지원이 단 하루만에?

문체부에 국고지원 타당성을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 한 의원이 국회상임위 간사와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특혜를 누린 건 아닌지, 정당한 사유로 국고반납을 연기한 건 지 등에 대해 질의를 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다는 게 뉴스타파의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한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실체가 없는 부실단체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 증거로 회원 실태와 단체의 사무실에 대한 취재결과를 공개했다. 

이 단체 회원은 119명. 한 의원 보좌진과 보좌진 가족 8명, 한 의원 지인 10명, 문체부 사화기관 소속 11명, 새누리당 전현직 당원 31명, 보좌진이 섭외한 지난 15명 등 75명이 한 의원과 관련된 사람들. 비영리민간단체 설립 요건인 ‘100명 이상 상시 회원’에 충족시키기 위해 ‘서류상만의 회원’을 대거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단체가 등록된 본사와 지부 사무실에는 각각 다른 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들 모두 ‘한 의원실과의 친분으로 임시로 주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무실을 빌려 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단체 회원 태반 ‘서류상 회원’, 사무실은 빌려준 주소에

또 뉴스타파는 “한 의원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으며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의원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는 한 마디로 오보”라며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쓴 4억여원에 대해 작년 12월 22일 반납하겠다고 문체부에 공문을 보낸 상태”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뉴스타파’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문체부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논란이 되자 입을 열었다.

문체부는 보조금을 신청한 때가 2012년 4월 26일이 아니라 19일 이었다고 주장하며 “일주일 이상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이 단체(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조광조 관련 뮤지컬의 사전 작품까지 무대에 올렸지만 출연자 섭외 등 성사가 안 돼 본작품을 만들지 못한 채 사업을 종료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공방의 진실, 드러난 얘기만으로 판단 가능하다

뉴스타파와 한선교 의원 측의 공방. 어느 쪽의 말을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드러난 얘기만 가지고도 판단이 가능하다.

▲단순 행사에 5억원 국고보조금? 너무 과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조광조 탄생 530주년을 계기로 이를 기리는 예술행사(뮤지컬)를 하겠다며 5억원을 요청했고, 문체부는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뉴스타파 주장은 1일, 문체부 해명은 일주일)하게 전액 지원했다. 성리학자를 기리는 행사에 국민혈세 5억을 쓴다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회원 대부분이 성리학이나 뮤지컬과 관계없는 사람들

친목단체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갖고 설립된 단체라면 목적에 부합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한 의원과 단순한 지인 관계인 사람들이란다. 이러니 단체의 정체성과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빛의 속도’로 국고지원 이뤄진 건 분명 특혜

국고지원 요청이 있자 하루 혹은 일주일 만에 5억원이 전액 지원됐다는 건 분명 특혜다. 국회 해당 상임위 간사와 위원장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보통 비영리민간단체가 이 정도 규모의 국고지원을 받으려면 최소 수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야 겨우 가능할 수 있다. 

▲본작품을 만들지 못해 사업 종결됐다는 문체부 변명 말 안 돼

작품 하나 무대에 올릴 자격과 능력이 없는 단체에게 덜컥 5억원을 줬다니 황당할 뿐이다. 제대로 된 지원 심사가 없었다는 걸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배우들은 많다. 출연진 섭외가 잘 안돼서 불발로 끝났다는 주장도 상식밖의 해명이다.  

▲사무실조차 없는 단체에 5억원 지원했다?

문체부가 볼 때 5억원은 큰 돈이 아닐지 모르나 서민들에게는 만져보기 힘든 거액이다. 이런 큰돈을 지원하면서 사무실과 상근 인력이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니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잔액 반납 버티다 1년 넘겨 겨우 공문 발송? 변명 참 군색하다

2013년 1월 사실상 이 단체의 사업이 종결됐다면 벌써 1년이 경과된 상태다. 잔액을 반납하는 데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말이 되나. 작년 12월에 반납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라며 문제없다고 우기는 한 의원 측의 주장이 더 엉뚱하다. 그냥 반납하면 됐지 공문 먼저 보내놓고 한달 이상 뜸들이는 이유는 또 뭔가. 

‘한선교 5억원’을 보도한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한선교의원이 실체가 모호한 단체를 만들어 국고보조금을 5억이나 받아내고 남은 돈을 반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3주나 뉴스타파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보도가 나가니 고소한다네요”

한 의원 측의 변명은 국민 상식과 거리가 멀다. 만일 한 의원이 뉴스타파를 고소한다면 ‘국민의 상식’은 한 의원에 대해 크게 분노할 것이다.

(이미지: 뉴스타파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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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과학이다, 중·일 과학자도 "좋네"

조홍섭 2014. 01. 29
조회수 6497 추천수 0
 

한반도서 꽃피운 풍수, 동아시아 전통지식으로 주목…제1회 아시아 풍수 학술회의 열려

동구릉, 신륵사, 보룡마을 둘러보며 현대화 가능성 공감, "아시아 공유 가치로 키워야"

 

3조선의 시조 태조가 묻힌 최고의 명당 동구릉의 건원릉에서 바라본 전경.jpg» 조선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태조 이성계의 왕릉 건원릉에서 바라본 전경. 풍수의 요건을 두루 갖춰 부드럽고 안온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 묏자리를 정한 뒤 시름을 덜었다는 뜻에서 ‘망우리’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성계의 뜻을 따라 봉분에는 억새가 자란다.

 
지난 25일 조선 왕조를 일으킨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에서 풍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였다. 봉분(능침)이 있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이들은 하나같이 “아, 좋다!”라는 탄사를 내놓았다.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을 대표하는 곳이다. 동구릉에서 가장 먼저 1408년 조성된 건원릉은 태조의 묏자리를 찾아 전국의 명당을 뒤진 끝에 고른 최고의 길지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이란 뒤에 찬바람을 막아 줄 큰 산이 있고 앞은 탁 틔어 햇볕이 잘 들며, 좌우 양쪽에는 낮은 산자락이 비바람을 막아주고 포근하게 둘러싸인 안쪽을 냇물이 휘감아 흐르는 곳이다. 이른바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의 사신사를 갖춘 배산임수의 지형을 가리킨다.
 

2동구릉에서 이 왕릉의 옛지도를 검토하는 회의 참가자들.jpg»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의 지은이 이현군 박사가 회의 참가자에게 동구릉의 옛 지도로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건원릉은 주산인 검암산 산줄기가 내려오다 봉긋 솟아오른 봉우리 조금 아래 위치한다. 문외한이 보기에도 안온하고 전망이 좋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는 “조선 최고의 명당 형국을 갖추었다. 앞에 놓인 안산이 다섯 겹의 산줄기로 생명의 기운을 가두는 형상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풍수 연구자들이 명당을 구경하러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 교수) 등이 주관해 24~26일 동안 열린 제1회 아시아 풍수 학술회의 참가자들은 풍수가 동아시아 각국에서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지속가능한 토지관리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논의했다.
 

건원릉에서도 즉석토론이 벌어졌다. 량뤄후이 일본 국제연합대학 학술연구관은 “중국에서도 왕릉을 산 중턱에 만들지 평지에 조성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늘 남향은 아니며 지역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린 쥔촨 대만대 교수도 “한국의 왕릉이 산자락의 능선에 자리 잡는다면 중국은 능선과 능선 사이의 평지에 만드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1건원릉에서 본 전경.jpg» 건원릉 옆에서 본 전경.

 

시부야 시즈아키 일본 중부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왕릉을 일반 건물처럼 평지에 만들기 때문에 풍수가 조성원리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는 풍수의 영향이 분명히 남아있는 곳이 있다. 천비샤 일본 유구대 교수는 “오키나와에도 왕릉을 전망 좋은 높은 곳에 조성하지만 방향은 반드시 토착 종교의 영향을 받아 서쪽을 향한다”고 말했다.
 

풍수는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동아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까지 번져나갔고 지역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며 응용됐다.
 

5풍수 국제회의.jpg» 지난 24일 서울대 아시아센터에서 열린 젭회 아시아 풍수 학술회의에 동아시아 풍수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기찬 토론을 벌였다.

 

량뤄후이 박사는 24일 서울대에서 열린 학술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 운남성의 소수민족 하니족이 아이랴오산 중턱에 자리 잡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바탕은 풍수에 따른 전통지혜라고 주장했다. 계단식 논으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기도 한 하니족 마을은 북향이란 점만 빼면 풍수의 명당 입지이다. 량 박사는 “추운 북풍이 불지 않고 오히려 마을 북쪽에 있는 강에서 수분을 날라오기 때문에 풍수를 이렇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는 독립국가였던 약 300년 전에 풍수를 국가 정책으로 도입했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의 풍수 원리는 태풍이 잦고 평지가 많은 오키나와에서 집이나 마을을 숲으로 둘러싸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구불구불한 녹색 회랑으로 마을과 집을 잇는 이런 독특한 풍수 경관은 2차대전 뒤 거의 사라지고 현재 타라마 섬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다고 천비야 교수는 밝혔다.
 

4최창조.jpg»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한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며 흠 있는 땅을 고치는 자생 풍수의 특징을 설명했다.

 

중국이 풍수 이론을 만든 기원지라면 우리나라는 그것을 꽃피운 나라였다. 최원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풍수의 영향은 불교와 유교보다 강력했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풍수가 일본에서 문화적 요소의 하나로, 오키나와나 베트남에서 공간적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면, 우리나라에는 문명사적 전환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날 기조강연에서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 풍수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개벽사상과 비보를 들었다. 풍수는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 백성에게 널리 퍼졌으며 홍경래에서 전봉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명당이 있었다. 비보는 풍수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중국에도 비보는 있지만 한국만큼 다양하고 풍부하지는 않다.
 

6마을 풍수에서 허한 곳을 숲으로 보충한 보룡리 수구막이숲.jpg»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 풍수마을의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보룡1리의 비보숲. 느티나무로 풍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학술회의 참가자들이 찾은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보룡1리는 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인 풍수 마을로 꼽는 곳이다. 이 마을은 마을 들머리(수구)가 허술한 것을 빼면 완벽한 풍수 형국을 갖추었고, 이곳에 터를 잡은 무안 박씨는 느티나무로 마을숲을 만들어 그것을 보완했다. 또 부족한 좌청룡 산줄기에는 상수리나무를 심어 보했고, 수구막이 숲 밖에는 연못을 조성했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수구막이와 연못 등의 비보를 통해 이 동네 생태계가 문을 닫은 것처럼 물질 순환을 이뤄 지속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수구막이 숲은 숲 안쪽 마을의 온도변화와 풍속을 누그러뜨리고 함께 설치한 연못은 마을의 영양분 유출을 막아주며 상수리숲은 구황작물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이런 비보숲이 우리나라에 1340개나 된다고 밝혔다.
 

7남한강 범람을 막기 위한 상징물로 세워진 신륵사의 고려 전탑을 답사하는 참가자들.jpg»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의 강월헌 앞에서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고려 다층전탑이 남한강의 홍수를 상징하는 용마를 제어하기 위한 사찰 비보라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풍수가 땅이 발전해가는 경로를 관찰하고 분류한 뒤, 그 발전방향 혹은 경로를 유지·보완해 나가는 방향으로 땅을 이용하는 인식체계라는 점에서 토지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현대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열게 된 것도 “풍수가 아시아적 가치이자 전통지식으로서 공유할 만한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도 “역사, 문화, 생태 등 전공이 다른 동아시아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수를 토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발상지인 중국에서 제대로 계승·발전하지 못한 풍수를 우리나라가 앞장서 인류 문화유산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리산에만 500여개의 풍수 형국이 있을 정도로 풍수는 자연환경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유력한 도구였지만, 이를 전통지식으로 계승하는 일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도원 교수는 “이대로 방치하면 10~20년 뒤에는 풍수를 영어로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풍수는 왜 과학적인가

 

지반 안정·물질 순환

생태학적 원리 담겨

 

풍수는 흔히 좋은 묏자리를 보는 미신으로 치부되지만 실은 땅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사고체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출간된 책 <전통생태와 풍수지리>(지오북)를 통해 이를 알아본다.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문화지리)는 기를 받아서 잃지 않는 것이 풍수의 핵심 목적인데 기가 전달되는 길목인 산줄기를 파헤치려는 시도를 죽기를 각오하고 대항하는 식으로 마을의 변형을 막았다고 말한다.
 

또 환경용량을 넘지 않도록 개발을 억제하는 구실도 한다. 그는 전북 장수군 장수읍 선창리에 있는 양선부락의 사례를 들었다. 배에 해당하는 ‘행주형’ 풍수 형국을 지니고 있는 이 마을에는 집이 40호가 넘으면 운수가 기울지만 그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흥한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마치 배에 실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를 둔 것 같은 형국이 마을 개발의 한계를 두어 지속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윤 교수는 설명한다.
 

행주형 풍수형국에서는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해 우물을 파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고, 실제로 이 형국인 평양에서 우물을 파지 않고 대동강 물을 길어 마셨다. 김선달이 한강이 아닌 대동강에서 물을 팔아먹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지형학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평양이나 안동 등은 강물이 구불구불하게 흐르면서 이뤄진 퇴적 지형이어서 이런 곳에 구멍을 뚫어 지하수를 채취하면 지반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풍수의 사신사 지형 
 

98_geo1.jpg

 

■ 풍수를 따른 전통마을 공간 배치

 

51_geo1.jpg

 

풍수는 ‘환경’이란 용어의 원형인 셈이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는 “풍수가 마을의 자연환경적 조건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마을의 풍수를 본다’는 말은 ‘마을의 환경을 평가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조선시대 풍수지식인(승려, 유학자, 지관 등)이 어떤 마을을 지나치면서 ‘이 마을은 풍수가 안 좋으니 동구에 숲을 조성하라’고 했다면 ‘마을의 기상과 경관생태적인 환경관리를 위해 숲을 조성하라’는 당시 환경전문가의 조언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풍수는 생태학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생태학)는 “터진 마을 앞을 수구막이로 막는 공간구조를 유지하면 영양물질이 내부순환을 통해 최대한 이용되는 물질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자연히 이런 곳에는 생물다양성도 풍부하다.
 

풍수에서 명당으로 치는 좌청룡 우백호, 배산임수의 지형은 우리나라에서 광범하게 나타나며 지형 발달과정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서서히 융기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융기하고 깎이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계단 형태의 지형이 생기는데, 먼 높은 산줄기부터 차츰 고도가 낮은 산줄기가 나타나고 산자락이 평지와 만나는 곳에 사신사 지형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신사 지형은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자기조직화 지형이라고 말한다. 곧, 부분 안에 전체의 모습이 무한 반복되는, 예컨대 해안선과 같은 모습을 띤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신사 지형을 갖춘 서울 안에 다시 명당의 마을 터가 있고 그 중에서도 명당 자리에 묘를 쓰는 것이 그런 예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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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득표 2% 미만 정당 등록취소는 위헌"

"집행유예자, 수형자 투표권 보장해야"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28 16:40:27

 

 

 

 

 

 

헌법재판소가 일정 이상의 총선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정당등록을 취소시키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등록이 취소된 정당명과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규정도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지난 2012년 4.11 총선 이후 진보신당(현 노동당), 녹색당, 청년당이 공동으로 제기했던 정당법 44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당법 44조의 1항의3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에 선관위로 하여금 해당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게 하고 있고, 법 41조 4항은 "등록 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등록 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면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며 (이로 인해 헌법상 권리인)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한 세 정당은 6.4 지방선거에 기존 정당명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단 진보신당은 지난해 당 노선 등에 대한 토론을 거쳐 정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꾼 상태여서, '진보신당'명칭을 다시 사용하지는 않는다. 
 
녹색당 "이름 되찾았다" 환영…노동당 "선관위, 피해에 적절한 조치해야"
 
녹색당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2년이 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녹색당이라는 세 글자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녹색당은 지난 총선 이후 정식 정당명을 '녹색당 더하기'로, '녹색당'은 약칭으로 사용하는 우회로를 뚫어야 했다. 
 
녹색당은 위헌 결정이 난 해당 법규에 대해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반(反)헌법적 기구에 의해 만들어진 악법조항이 지금까지도 남아 녹색당을 '녹색당'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어이없는 일을 발생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이것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기득권 중심의 정치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악법조항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분명하다. 철저하게 기득권정치를 위한 진입장벽이고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6.4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1.13%의 득표에 머물렀던 구 진보신당은 바로 이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이 취소되는 고통을 겪었다"며 "진보신당은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이름으로 정당등록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고, 노동당으로 재창당해야 했다"고 지난 일을 짚었다. 노동당은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면서 간판을 바꾸어야만 한다면 정당의 책임정치는 불가능하다. 일관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강과 정책을 펼 수 있을 때 정당의 존속 가치가 있다"고 헌재 결정을 평가했다. 
 
노동당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구 진보신당이 겪어야 했던 불행한 과거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중앙선관위 등 관련 기관은 부당한 정당등록 취소로 인해 노동당이 받았던 피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당 측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청년당재건위'의 김유신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총선 때) 괜찮은 청년 활동가들이 많이 모여 당까지 만들었는데 강제종료되고 당 재산도 환수되더라. 힘을 뺏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조항이 아니었다면…"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그래도 그때 가졌던 이상 중 하나는 실현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정당법 41, 44조에 얽힌 사연은 지난 2012년 구 진보신당과 통합된 구 사회당에 더 많다. 진보신당은 2008년, 녹색당과 청년당은 2012년 창당됐다. 사회당은 1998년 청년진보당으로 출발한 뒤 2000년 총선 후인 2001년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2004년 총선 후 정당등록이 취소돼 당명을 희망사회당, 한국사회당으로 바꿔야 했다. 2008년 총선 이후에는 다시 '한국사회당' 명칭의 등록이 취소돼 도로 '사회당'으로 돌아와야 했던 해프닝까지 겪었다.  

현재 노동당 소속인 조영권 전 사회당 대변인은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를 해온 부분인데 지금이라도 받아들여져 기쁜 마음"이라면서도 "돌이켜보니 그런 조항이 진작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조 전 대변인은 "그 조항 때문에 재창당 과정이 지난해지고, 내부 논쟁들이 생기고, 진보정치의 내부 역량이 소진되는 결과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집행유예자, 수형자 선거권 제한도 각각 위헌, 헌법불합치
 
한편 헌재는 이날 별건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집행유예 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18조 1항2에 대해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집행유예 중인 사람도 6.4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해 말까지 개정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도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이 즉시 정지되는데 반해,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기는 하나 즉시 폐지될 경우의 혼란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시키려 할 때 내린다.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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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부당 심의, '대통령 옹위 위원회'인가

[분석] 방심위의 '정치 심의' 논란 가속...법원 '부당 심의' 판결

14.01.28 21:22l최종 업데이트 14.01.28 21:5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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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만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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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의 첨병', '공안검열위원회', '박통옹위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을 이렇게 규정했다. 이날 방심위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 신부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을 내렸다. 관례대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주의 처분을 확정하면, CBS는 재허가 심사 때 벌점 등 불이익을 받는다.

앞서 방심위가 지난해 12월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한 JTBC <뉴스 9>를 두고 '관련자 징계·경고'라는 처분을 내린 것과 맞물려, 정부 비판 언론을 옥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인 방송에는 솜방망이 제재를 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심위 내부에서도 이중 잣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방심위 야당 추천 위원인 박경신 위원은 23일 회의에서 "TV 조선 등 종편은 크게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서, 왜 <김현정의 뉴스쇼>는 법정 제재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27일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여권 추천 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정치권력에 알아서 충성한다"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지난 2011년 5월 2기 집행부가 꾸려진 뒤, '정치 심의', '편파 심의' 논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 같은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장악을 시도했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방심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노조 등은 '방심위 해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어떤 곳인가?] 친박, 정권친화적인 인사 일색

방심위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5월 출범했다. '방송통신융합'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꾸리면서, 방송·통신을 심의하기 위해 방심위를 마련했다. 방심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로 설립됐다. 

하지만 방심위는 사실상의 행정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명의 위원을 뽑는다. 모두 9명의 위원 중 여권은 6명을 추천하고 야당은 3명을 추천한다. 6:3의 비율이다.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은 합의가 아닌 여권 추천 위원들의 밀어붙이기로 의결된다.  

21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방심위가 의결한 1083건 중 44.2%인 479건이 다수결로 의결됐다. 여권 추천 위원들의 뜻에 따라 처리됐다는 뜻이다. 방심위의 전신인 방송위는 2007년 458건의 의결 안건 중 단 3건(0.7%)만 다수결로 의결했다. 방송위 부위원장을 지낸 최민희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출범한 방심위가 정치심의기구로 전락했고, 다수결이 이런 심의에 악용됐다"고 지적했다.

다수결의 횡포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보수 편향적이거나 '친박 인사'로 불리는 여권 추천 위원들이 있다. 박만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송두율 교수의 구속을 직접 지휘했던 공안 검사 출신이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박정희 정권의 한 축이었던 공화당 출신이다. 두 사람은 KBS 이사였던 2008년 8월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주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은 당시 언론노조로부터 '공영방송을 파괴한 6적'으로 꼽혔다.

엄광석 위원은 2011년 8월 인천 옹진군의 한 식당에서 지역주민 19명에게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인천희망포럼' 가입을 권유하면서 70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그는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80만 원의 유죄를 받았다. 엄 위원은 2007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인천경선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친박 인사'다. 구종상 위원은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박 대통령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노골적인 색깔론을 펴기도 한다. 23일 방심위 회의에서 김택곤 위원(야당 추천)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권혁부 부위원장은 "NLL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택곤 위원은 "부정하면 종북이냐"고 되물었다. 또한 엄광석 위원(여권 추천)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 박창신 원로 신부의 발언을 두고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해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법원, 방심위에 철퇴 가하다] '부당한 심의'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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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회원들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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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바라기' 위원들이 주도하는 방심위의 심의가 '사망선고'를 받은 지 오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잇따라 방심위의 심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택곤 위원은 "심의의 결정과 판결이 다르다면 누가 접어야 하느냐"면서 "이렇게 하니까 방심위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은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받은 주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2012년 1월 <김미화의 여러분>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출연시켰고, 방심위는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CBS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강조하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 모두 CBS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24일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뉴스 화면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MBC 뉴스데스크>가 받은 '관계자 징계·경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공기를 배치한 것은 뉴스 구성상 필요했다고 판단되고 뉴스를 본 일반인들이 북한을 찬양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로 인공기를 사용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뉴스 배경화면의 배치와 정렬은 방송 편성의 자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보도를 심의한 지난해 6월 회의에서 권혁부 부위원장은 "숨은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든다"면서 최고 수위 제재인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엄광석·박성희 위원은 해당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와 동일한 수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TV조선 <뉴스쇼 판>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의 주장을 내보냈다. 방심위는 지난해 12월 이 방송이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배했다면서도 가장 낮은 행정제재인 '의견 제시' 처분을 내렸다. 특히,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문제 없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아나운서가 이재명 시장과 김성환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더욱 거세지는 논란] "추상적인 방송심의규정... 위헌성 제기될 것"

문제는 방심위의 편파 심의 논란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방심위는 최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가 방송심의의 새로운 기준으로 추가됐다. 이 조항은 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이유로 들었던 것으로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민언련 등은 이를 두고 "국가보안법의 방송심의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과 같이 방심위 위원들이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정치적 비판방송에 대한 징계를 남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면서 "여야 추천 6:3이라는 위원 구성 하에서 이중 잣대에 의한 정치심의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독소조항은 유지됐다.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지난해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무리한 수사를 다룬 KBS <추적60분>은 관련 조항을 위반했다며 '경고'를 받았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27일 오후 국회에서 연 '대한민국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주최 민주당 공정언론대책특별위원회)에서 "과거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권력은 방송사·언론사에 보도지침을 전달하고 이를 무시한 보도를 징벌하며 언론을 통제했다, 방송통신 심의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석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방송 심의 규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 명확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위헌성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방송 제재를 명령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방송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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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해산심판’에 전격 등판한 권성 전 재판관

그가 내세운 새로운 논리는?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4-01-28 21:17:18l수정 2014-01-28 22:10:33 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법무부 대리인 맡은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첫 변론기일에서 정부측 대리인을 맡은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이 법무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인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의 첫 변론기일인 28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직접 변론에 나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다시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이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색적인 모습이 또 하나 있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인 정부 측의 대리인으로 나서기 위해 전날인 27일 언론중재위원장 직에서 사임한 권성 변호사가 직접 재판정에 나서 정부 측 주장의 요지를 밝히는 모습이었다. 권 변호사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관'이기도 하다.

이날 권 변호사의 급작스러운 등장과 그가 내세운 논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 측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러모로 시사했다. 

'전관' 내세워 헌법재판소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

권성 변호사는 27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의 법무부 측 대리인을 맡게 됐다며 돌연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의 잔여임기는 채 3개월이 되지 않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언론중재위의 수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서는 데 대한 비판이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권 변호사가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배경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단 그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헌법재판소 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내밀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한참 선배인 권 변호사를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내세워 재판관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헌재가 자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전날 언론중재위원장 직을 사퇴시키고 바로 다음날 '등판'시키는 '무리수'까지 뒀다는 얘기다. 

권 변호사는 사시 8회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사시 23회)과 이번 사건의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사시 26회)의 '대선배' 격이다. 게다가 2000년부터 6년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있었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로서는 부담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권성 전 재판관, 보수기득권층 대변하는 새로운 논리 여러 차례 만들어내 

이와 더불어, 이날 변론에서 권 변호사가 직접 나서서 한 진술 내용과 논리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권 변호사는 판사 및 헌법재판관 시절 보수기득권 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소수' 의견을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해당 판결이나 의견을 제시함에 있어서 기존과 다른 논리를 만들어내 여러 차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96년에 있었던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12ㆍ12 반란 및 5ㆍ18 내란 사건 항소심이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2심을 맡았던 권성 당시 판사는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때 그가 내세운 논리가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는 '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고사다. 전 전 대통령이 87년 직선제를 수용해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항복'을 했으니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냐는 '희한한' 논리였다.

권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재판장 시절인 1997년에는 '친일파 조상땅 찾기 소송'에서 친일파 이완용 후손의 손을 들어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해당 재판에서 "일제시대 반민족적 행위를 한 사람들이나 그 후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률도 현재 제정 시행되고 있지 아니한 마당에 일제시대의 반민족행위자나 그 후손이 자신의 재산권을 보존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을 구하는 경우에 단지 정의나 국민정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구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간단히 말해, '관련 법이 없으니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권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있던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그는 소수의견으로 '인용'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두구육' '정명가도'...법적 근거가 아니라 '머리속 생각'을 근거로 판단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

28일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도 권성 변호사는 '새로운' 논리를 꺼내들었다. 이날 그가 주장한 내용은 '양두구육(羊頭狗肉)'과 '정명가도(征明假道)'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진보당은) 선량하고 성숙한 시민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품을 진보와 민주주의로 포장해서 유인, 강요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비유해서 양두구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양두구육'은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진보당의 정강 정책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대로라면, 진보당이 법적으로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속마음을 증명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아닌 재판관의 주관적 판단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는 성립되기 힘든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교묘한 논리를 동원해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간 정부 측이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따른 것이다'라는 증명해야 하는 논리를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권 변호사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 '명나라를 치려고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정명가도'라는 말을 언급하며 "(진보당 주장은) 자유민주주의 길 비키라는 것인데, 그렇게 길 비키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안방에서 내쫓고 대신 안방을 차지해서 북한식 사회주의 잔치를 벌이겠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달리 말해, 진보당의 주장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명분이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현재의 사실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기 힘든 '머리속 생각'을 판단 근거로 삼아야 된다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다.

아울러 전날 정부 대리인을 맡은 권 변호사가 이날 바로 변론에 나선 데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건 내용 자체가 방대한 데 비춰볼 때 이날 내세운 논리를 하루만에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언론중재위원장 시절부터 이미 정부 측에 자문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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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광역단체 6곳 여론조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1/29 10:32
  • 수정일
    2014/01/29 10: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 2014.01.29 08:07수정 : 2014.01.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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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광역단체 6곳 여론조사
광주시장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 후보보다 앞서

6·4 지방선거를 120여일 앞두고 <한겨레>가 주요 관심지역인 서울 등 광역자치단체 6곳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충남·인천 등에선 민주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선 ‘안철수 신당’의 예상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새누리당 김문수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도의 경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안철수 신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상당한 우세를 보이고, 부산에서도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하면 오차범위 안에서지만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최근 실시한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부산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 쪽 후보의 출마를 가정한 ‘3자 가상대결’에서 각각 최소 7.9%포인트, 9.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새누리당 예상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최소 19.4%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앞섰다.

 

반면 민주당의 자존심이 걸린 광주시장 선거에서는 안철수 신당 쪽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민주당 유력 예상 후보들을 10.7~6.2%포인트 차로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이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올 경우를 가정한 가상대결에서 새누리당·민주당의 예상 후보를 최소 4.1%포인트에서 최대 11.3%포인트까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또 ‘독자후보와 야권연대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광주(38.6% 대 56.2%)를 뺀 나머지 5개 지역에서 ‘독자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54.9%(서울)~49.0%(인천)로 더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의견이 수도권 3곳에서 60% 이상, 충남·부산은 각각 54.2%, 광주는 68.6%를 보였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6개 시·도 모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보다 훨씬 더 높게 나왔다. 광주의 경우 68.4%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리서치플러스가 지난 22~25일 진행했으며,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부산지역의 만19살 이상 시민(지역별 700명씩 42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절반씩 섞어 조사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7%, 응답률은 최대 17.9%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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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먹이주기 금지, AI 방제에 역효과 

주용기 2014. 01. 28
조회수 541 추천수 0
 

먹이 찾아 이동 부추겨, 이미 볏집 감싸는 곤포사일로로 먹이 부족 상황

근본적으로 공장식 가금 농장 환경개선해야…가창오리 `주범' 근거 없어

 

ai4.jpg» 소 여물로 쓰기 위해 볏짚을 알뜰하게 말아놓은 곤포 사일로가 들판에 늘어나면서 철새들은 벼이삭 구경하기가 힘들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확산일로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생조류에서 비롯된 것처럼 발표가 나오고 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야생조류 먹이주기가 금지됐고 이것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과를 돌아보면서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그리고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 야생조류가 집단폐사한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는 조류연구자들과 탐조객, 사진촬영가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다. 필자도 지난해 말부터 자주 찾아 가창오리의 개체수 변동을 조사해 최대 20여만 마리부터 최소 10만 마리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가창오리 말고도 큰고니 68마리, 큰기러기 128마리,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 등이 발견되는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ai3.jpg» 2014년 1월 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10만여 마리의 군무 모습.

 

ai5.jpg» 2014년 1월 4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20만여 마리의 군무.

 

특히 가창오리는 야행성으로 저녁노을이 질 때 먹이인 낙곡을 먹기 위해 낮 동안 머물렀던 저수지에서 주변의 농경지로 이동하면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하지만 군집성이 강한 종이어서 강력한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2000년 10월에도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 가금 콜레라로 가창오리와 고방오리 등 1만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1월21일까지 동림 저수지에서 걷어낸 죽은 새가 가창오리 124마리, 큰고니 1마리, 큰기러기 7마리, 물닭 1마리 등 134마리였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죽은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가 급격히 감소는 상황에서 야생조류는 한 곳에 밀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병원체가 개체 사이에 더 빨리 전파되고 독감 변종이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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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비닐로 싸인 커다란 둥근 덩어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곤포 사일리지라고 불리는 이것은 소 사육용 여물로 먹이기 위해 거의 모든 볏짚을 말아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농경지에 떨어져 있는 낙곡(벼이삭)이 부족해지면서 겨울철새들이 먹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또 먹이를 찾아 가금류 농장 근처의 농경지까지 접근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들이 한군데 모인다는 것은 집단폐사의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조류들이 분산해서 서식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낙곡이 많은 넓은 농경지를 끼고 있는 방해를 받지 않는 커다란 저수지를 여러 군데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야생조류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일정거리 안에는 가금류 사육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기존에 들어선 시설은 지금이라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공장식 집단 사육방식을 개선해 충분한 공간 확보, 사육면적 허가제, 사육 개체수 조절 등 동물복지까지 고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밀식 방식으로 집단사육을 하다 보면 병에 저항하는 능력과 자가치유 능력이 떨어지고 조류인플루엔자 변종이 더 급속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사육 가금류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해서 야생조류에게 옮겨질 수 있고, 그 야생조류가 독감에 걸려 가금류에 전염시키면 때 병의 저항력이 부족한 가금류가 집단 폐사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 해결책은 가금류가 스스로 병원균에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육방식을 바꾸도록 면밀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ai7.jpg» 2014년 1월 18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체를 수거할 때 출입금지 간판만 있고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또 야생조류가 죽었을 때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방제복을 착용한 일부 전문가만이 현장에 접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치명적이고 전파성이 강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었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우려도 있고, 폐사한 인근 가금류 축사장에서 바이러스가 자연 서식지로 전파돼 야생조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8일 오후, 방송 인터뷰를 하러 ‘출입금지’ 간판 앞에 도착했을 때 간판만 있고 누구도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방송기자의 말을 들어보면, 취재 현장에 행정공무원, 경찰, 방송 취재기자, 조류 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방진복도 입지 않은 채 몰려 있었다.

 

ai8.jpg» 고창 동림 저수지 주변에 방제복을 입지 않은 채 사람들이 통제없이 들어가 있다.

 

ai10.jpg» 2014년 1월 22일, 정읍시 소성면 어느 축산농가에서 오리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이 보인다는 신고가 있자,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방제복도 입지 않은 체 축사 근처까지 접근한 모습.

 

ai9.jpg» 2014년 1월 21일, 외부인들이 고창 동림 저수지 근처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모습. 하지만 통제구간 안쪽에 사는 주민들이 통과할 때 소독약품을 뿌리는 분문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조류가 모여 있는 서식지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취재경쟁까지 벌어지다 보면 새들은 편안히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쫓기게 된다. 한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워 접근하는 바람에 새들이 많은 위협을 받았을 것 같다. 
 

 

만일 병에 걸린 새라면 저항력이 떨어져 죽을 수 있고, 죽지 않더라도 이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해 병을 전파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된다. 
  

새들은 이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죽은 새와 같은 종, 특히 집단폐사가 우려되는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가 주로 서식지로 이용하는 금강호, 해남 지역의 영암호와 고천암호, 금호호, 천수만 간월호, 주남저수지 등에는 모니터링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들이 긴밀히 협력해 상당기간 현장조사와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가창오리는 집단성이 강하고 하루에도 이들 지역까지 오고 갈 수 있다.

 

■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야생조류 현황(1월21일 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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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부터 이들 지역의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함께 연계해 공동으로 개체수 확인과 서식지 및 주변 농경지의 상황을 조사해 왔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이후, 각 지역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함께 더욱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하고 폐 사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공동조사를 하면서 농경지 먹이가 많이 줄어들고 서식지 교란행위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가창오리는 2012년 5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에서 제외되기도 해 더욱 우려가 크다. 
 

 

가창오리 무리는 지난해 11월초 전후로 천수만과 금강호를 들르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곧바로 해남의 영암호로 이동을 해 버렸다. 염암호에서 11월30일 조사한 결과 대략 40만 마리가 왔고, 12월31일에는 이들 중 절반이 북상을 해서 고창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에서 각각 10만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는 1월6일 20만 마리까지 증가하였다. 1월5일에는 금강호에서 15만 마리가 관찰되었다. 그 이후에도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 사이를 가창오리들이 무리지어 하루 만에 오고 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라 병에 쉽게 걸리거나 굶주려 죽을 수 있고, 살아남아 번식지로 이동한다 해도 영양부실로 번식에 실패하는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멸종위기종으로 다시 지정하고, 종 및 서식지의 보호와 관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ai6.jpg» 2014년 1월 6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 가창오리 20만여 마리가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폐사한 종과 개체수, 폐사 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분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기자회견과 보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1월18일 밤, 농림축산식품부가 긴급 브리핑을 하면서 배포한 자료에 “18일, 고창 동림 저수지(오리 농장과 10㎞)에서 철새 천여마리 떼죽음. 겨울 철새 10만여 마리 찾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걷어낸 폐 사체가 1월17일 27마리, 1월18일 62마리였다. 이후 1월19일 9마리, 20일 32마리, 21일 4마리 등 총 134마리였다. 
 

 

그리고 실제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 개체수는 20만 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농림부는 폐사체 숫자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철새가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면 전·남북 뿐만 아니라 충청이나 다른 지역 즉 철새 이동경로에 있는 곳도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입니다. 현재 철새들이 발생하는 지역들이 전북 해안가인데 그 철새들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어느 기자가 “철새 이동 경로 파악 못 했나? 설명해 달라”라는 질문에는 “가창오리가 남북으로 이동하는 그런 때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서남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럼 충청 지나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전북 해안을 타고 들어와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거죠. 추우니까”라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가창오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말에 해남 염암호에 40여만 마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이들의 일부가 북상해 최소 10만 마리씩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로 이동했다. 그 이후에는 동림 저수지와 금강 호 간에 가창오리 무리가 하루 간격을 두고 이동해 오고 가고 했다. 따라서 남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북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가창오리들의 서식지 모두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1월20일에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죽은 가창오리 32마리가 수거되었는데 며칠 전에 죽은 사체가 얼음에 갇혀있다가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동림 저수지에서 죽은 새들이 많이 발견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다시 죽은 새의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를 해야 한다. 조사지역을 방문해 모니터링 할 때는 방진복 착용, 소독제 사용 등 조사자가 갖추어야 할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사체를 확인하는 현장 조사자가 있는 상황이다.

ai2.jpg» 2013년 12월 3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10만여마리의 군무 / 사진5711 : 2014년 1월 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만여마리가 먹이터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1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림 저수지에서 건져낸 가창오리 폐사체에서 H5N8 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창오리가 먼저 조류인플루엔자(H5N8)에 감염된 후 가금류에 옮겼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만약 가창오리가 번식지에서 감염되어 우리나라까지 이동해 왔다면, 2013년 10월 말부터 관찰되기 시작해서 최대 40만 마리까지 늘어난 뒤 지금까지 최소 2만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해남 영암호에서는 왜 죽은 가창오리 사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2013년 12월 말부터 동림 저수지와 함께 1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관찰된 뒤 최소 5만 마리까지 머물렀던 금강호에서도 폐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데도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가창오리가 가금류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겼는지, 아니면 가금류가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에게 옮겼는지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섣불리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가 감염된 후 가금류에 전파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 검사 등 명확하고 심도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공식발표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1월20일 이후, 동림 저수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가창오리 사체에서 ‘H5N8’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앞으로 가창오리의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고, 다른 가금류에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의 개체수와 사체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최소한 죽은 새들이 관찰되지 않을 때까지 가창오리들이 옮겨갈 수 있는 집단서식지의 일정 범위 안으로 관련 전문인력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 
 

 

만약 가창오리가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새에게 위협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 체력을 유지해 자가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제기간과 통제범위를 정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이 통제에 따라 주는 것이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며, 피해 확대를 막는 길임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ai11.jpg» 방제차량이 제방 위에까지 올라와 소독액을 뿌려 새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한 가창오리와 기러기류의 먹이가 부족해지는 시기가 되면서 새들이 먹이를 먹으려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고,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서 이동을 하고 있다. 야생조류들이 먹이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철새들의 체력을 떨어뜨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더욱이 감염됐다 하더라도 스스로 퇴치할 수 있는 치유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에너지원이 되는 먹이를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야생조류들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야생철새를 대상으로 제한적이고 안전한 먹이주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로 낙곡(벼이삭)을 먹는 가창오리와 기러기류에 먹이를 주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영양분을 제공해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야생철새들이 머무는 곳 주변에 일정한 범위를 정하고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 않도록 통제한 상태에서 농경지에 벼이삭을 뿌리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먹이를 주는 사람과 이동차량은 철저하게 방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일을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차들이 불필요하게 무분별하게 소독액을 뿌리고 있어 문제다. 새들이 먹이를 먹는 곳으로 다가가 뿌려대거나 물에 떠 있는 새들에도 뿌려대고 있다. 
 

 

이는 예산만 낭비할 뿐만 아니라 새들에 위협을 주어 이동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병을 확산시키는 행위이다. 가금류 사육장에 대한 소독과 출입자들의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 만이 아니라, 조류를 담당하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와 협력해서 공동발표를 하고, 외부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연계해서 관련 지역을 모니터링 하고 확산에 대한 대책을 체계적으로 새워야 진행해야 하겠다.


 
 
 
글 ·사진 주용기/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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