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핵발전소 없는 여름] 한국의 미래, 독일 VS 프랑스?

천만 영화의 거대한 착각! 쓰나미 덮치면 '해운대'는 사실…

[핵발전소 없는 여름] 한국의 미래, 독일 VS 프랑스?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2 오후 6:59:33

 

2013년 6월에 큰 일이 있었습니다. 에너지정의행동이 한국전력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에서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이후 28년 만에 2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연간 핵 발전 비중이 각각 29.9퍼센트와 28.3퍼센트로 역시 1985년 이후 최초로 3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럴 만했습니다. 6월 한 달 내내 가동한 핵발전소는 전체 23기 중에서 단 13기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불량 부품 스캔들, 월성 1호기 수명 만료 등을 이유로 핵발전소 10기가 가동을 중단했죠.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초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심각한 전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심각한 전력난" 따위는 없었죠.

어렸을 때부터 핵에너지로 움직이는 로봇 '아톰'에 열광하며 "원자력 에너지는 미래 에너지"와 같은 메시지를 주입 받다 보니, 우리는 어느 새 핵발전소 없는 미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핵발전소 수출에 그토록 열심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죠.

하지만 어떻습니까? 당장 대한민국이 멈추기라도 할 것처럼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핵발전소 10기가 멈춰서도 큰일은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핵 발전 비중을 59퍼센트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핵 마피아'라 불리는 이들의 자충수 탓에 오히려 핵 발전 비중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죠.

자,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여기서 핵 발전의 비중을 더 줄인다면 우리는 독일의 길을 좇아 핵발전소와 작별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계획을 좇는다면 우리는 전력의 75퍼센트를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프랑스의 길을 뒤따를 것입니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하는 '과학 수다'는 이번에 핵발전소의 이모저모를 살핍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돕고자 핵폭탄과 핵 발전의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핵 발전의 문제점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고려대학교 윤태웅 교수(전기공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종필 박사(물리학과), 천문학자 이명현 기획위원, 강양구 기자가 핵에너지에 대한 애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수다에 참여했습니다. 강 기자가 특별히 선택해 소개하는 세 권의 책은 핵발전소 없는 여름을 나기 위한 필독서입니다.

자, 독일입니까, 프랑스입니까? 여러분이 바로 그 선택의 주인공입니다.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종필 박사. ⓒ프레시안(손문상)


원자력 에너지 vs. 핵에너지

강양구 : 8월의 '과학 수다' 주제는 핵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수다를 시작하기 전에 배경 설명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애초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던 3월이 아닌 8월의 주제로 핵에너지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묵시록적 사건에서 좀 거리를 두고서 핵에너지를 살펴보자는 의도예요.

이명현 : 그런데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죠. 최근에 핵발전소 불량 부품 스캔들이 일어나서 난리법석이니까요. 반핵 운동 진영에서나 통용되던 '핵 마피아'를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 인사도 사용하는 상황이니 격세지감입니다. (웃음) 아무튼 오늘은 애초 기획 의도대로 조금은 깐깐하게 핵에너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강양구 : 우선 <프레시안>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혹은 '원자력 에너지'보다는 '핵발전소' 또 '핵에너지'와 같은 용어를 선호합니다. 저부터 웬만하면 '핵발전소' 또는 '핵에너지'라고 사용하죠. 왜냐하면, '원자력 발전소' 또는 '원자력 에너지'라는 표현이 부정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이종필 : 핵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 핵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 핵폭탄이나 원자 폭탄…. 모두 한 가지 실체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그 뿌리는 모두 핵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 그러니까 원자부터 다시 한 번 살펴보죠. 19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원자'로 여겼었어요.

그러다 1897년에 영국의 조지프 존 톰슨(1856~1940년)이 전자를 발견하면서, 원자 안에 더 작은 물질로 이뤄진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최근 힉스 입자를 발견하기까지 그 구조를 해명하고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했죠. (☞관련 기사 : 힉스 입자가 뭐냐고?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

톰슨에 이어서 1911년 어니스트 러더퍼드(1871~1937년)가 원자핵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 전기'를 띤 원자핵 주위에 '- 전기'를 띤 전자가 분포하는 원자의 기본 구조가 확립되죠. 사실 원자핵의 본질은 '+ 전기'를 띤 입자들이 결합력으로 뭉쳐 있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핵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이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결합력입니다.

강양구 : 그 결합력이 바로 '핵력'이죠. 그리고 그 핵력이 깨질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바로 핵발전소나 핵폭탄의 원천인 핵에너지고요.

이종필 : 맞아요. 핵발전소의 연료인 우라늄은 원자 번호가 92번이잖아요. 이 원자 번호는 바로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의 숫자거든요. 그러니까 우라늄은 '+ 전기'를 가진 양성자가 92개 뭉쳐 있는 거예요. 거기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 약 140개가 붙어 있죠.

이렇게 원자핵을 구성하며 뭉쳐 있는 양성자, 중성자를 '핵자(nucleon)'라고 부르죠. 240개가 넘는 핵자가 뭉쳐 있는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게 바로 핵에너지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흔히 쓰는 '원자력 에너지'가 아니라 '핵에너지'가 맞아요.

이명현 : 핵에너지, 핵폭탄이 정확한 표현이군요.

이종필 :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원자력'은 '원자력 에너지'나 '원자력 발전소'처럼 긍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고, '핵'은 '핵무기'나 '핵폭탄'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죠. (웃음)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원자력 에너지'나 '원자력 발전소'를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확한 용어가 '핵에너지'나 '핵발전소'라는 사실은 알아야죠.

윤태웅 :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어떻습니까?

이종필 : 물리학자들도 '원자력 에너지', '핵에너지'를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구분을 해야 할 경우에는 '핵에너지'를 사용하죠.
 

▲ 윤태웅 고려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손문상)


'핵배낭' 테러가 가능한 까닭은?

이명현 : 그럼, 이제 어떻게 핵에너지가 만들어지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이종필 : 원자 번호가 92인 우라늄의 예를 들어보죠. 아까도 얘기했듯이 원자 번호는 양성자의 숫자와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라늄의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가 92개 들어 있죠. 이 양성자의 숫자와 원자핵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중성자의 숫자를 합친 것을 '질량수'라고 부릅니다(질량수=양성자+중성자).

강양구 : 언론에서 "우라늄 235", "우라늄 238" 이렇게 쓸 때, 우라늄 뒤에 붙는 숫자가 바로 질량수죠?

이종필 : 맞습니다. 그러니까 우라늄 235는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지고 있는 거죠(235=92+143). 우라늄 238은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6개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지고 있는 거고요(238=92+146).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중성자야 전기를 띠고 있지 않지만, 양성자는 한 개 한 개가 다 '+ 전기'를 띠고 있어요.

'+ 전기'를 띠는 양성자가 92개나 뭉쳐 있으니 마치 자석이 같은 극끼리 밀어내듯이 자기끼리의 반발력이 크겠죠. 그런데 그런 전기적 반발력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그것을 모조리 묶어서 원자핵을 만들어내거든요. 이 힘이 바로 양성자, 중성자를 강력하게 묶어주는 '강한 핵력(Strong Interaction)'입니다.

일본의 유가와 히데키(1907~1981년)가 바로 이 '강한 핵력'과 그것의 작동 방식을 최초로 제안해,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강한 핵력은 (+ 전기를 띤 양성자끼리의 반발력 같은) 전자기력보다 100배 정도 셉니다. 우라늄의 양성자가 거의 100개에 가까운 92개잖아요.

강양구 : 양성자 92개가 서로 밀어내니 아무리 강한 핵력이 있더라도 약간 불안정하겠죠.

이종필 : 맞습니다. 이런 우라늄을 외부에서 충격을 주면 강한 핵력이 더 이상 양성자나 중성자를 잡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원자핵이 깨지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 우라늄의 원자핵이 깨질 수 있는 현상을 1938년 발견한 과학자가 바로 독일의 오토 한(1879~1968년)입니다. 이런 현상 자체도 경이로운 일이죠.

이명현 : 원자핵을 쪼개서 새로운 종류의 원자가 만들어지는 현상이잖아요.

이종필 : 네, 이게 바로 연금술이거든요! 그리고 곧 과학자들은 이 때 방출되는 에너지로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가진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대표적인 과학자가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핵폭탄의 위험을 경고한 레오 실라드(1898~1964년)입니다.

반복하지만 이 에너지가 바로 핵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우라늄처럼 덩치가 큰 원자에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로 외부 자극을 주면, 우라늄의 원자핵이 쪼개져 다른 원소로 바뀌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그 에너지를 바로 핵폭탄 혹은 핵발전소에서 쓰고 있는 것이죠.

강양구 : 여러 원자 중에서 특히 우라늄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비교적 쉽게 깨지기 때문이죠?

이종필 : 맞아요. 그렇게 원자핵이 쪼개지는 현상을 바로 '핵분열(fiss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중성자를 포격해서 원자핵이 쉽게 쪼개지는 성질을 가진 원자를 '핵분열성 원자(fissionable atom)'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런 핵분열성 원자 중에서 '피사일(fissile)'한 성질을 가진 게 있어요.

중성자를 포격하면 원자핵이 쪼개지죠. 그런데 핵이 쪼개지면서 쏟아져 나오는 중성자가 또 다른 우라늄 원자핵을 쪼개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중성자가 또 다른 우라늄 원자핵을 쪼개고. 이런 연쇄 반응이 바로 '피사일'한 성질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 우라늄의 경우에는 우라늄 238이 99.3퍼센트입니다. 이 우라늄 238보다 중성자가 3개가 모자란 우라늄 235가 0.7퍼센트예요. 우라늄 238 역시 방사성 물질이긴 합니다만, 원자핵을 쪼개려면 고에너지 중성자로 때려야 할 뿐만 아니라 쪼개지고 나서도 거기서 나오는 중성자의 양이 많지 않아요.

강양구 : 피사일하지 않군요.

이종필 : 맞아요. 그런데 우라늄 235는 위험한 물질입니다. 저에너지 중성자로 때려도 원자핵이 쉽게 쪼개질 뿐만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중성자 개수가 많습니다. 이 중성자가 다시 옆에 있는 우라늄 원자핵을 때리고, 또 거기서 나오는 중성자가 다시 우라늄 원자핵을 때리고….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우라늄 235는 불을 한 번 붙이면 끝없이 타오르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죠.

이명현 :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건가요?

이종필 : 여기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E(에너지)=m(질량)×c(빛의 속도)2' 공식이 나오죠. 그러니까 우라늄 원자가 가지고 있었던 질량과 원자핵이 쪼개지고 나서 생긴 원자의 질량의 차이(m)에 빛의 속도(c=2.99792458×108m/s)를 곱한 만큼의 에너지(E)가 나온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질량의 차이잖아요. 아주 거칠게 계산을 해보면, 우라늄 235 같은 경우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235개 있어요. 양성자 한 개의 질량이 10의 -27승 킬로그램입니다. 그게 한 100개 있으면 10의 -25승 킬로그램인데, 그램으로 환산하면 10의 -23승 그램입니다. 그럼, 우라늄 1그램 안에는 대략 10의 23승 개의 원자핵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원자핵 하나가 분열할 때는 미미한 에너지가 나오더라도, 우라늄 1그램만 하더라도 10이 23승 개만큼의 에너지를 얻는 거니까, 그 양이 엄청난 거예요. 바로 그렇게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시킬 때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이 바로 핵폭탄의 실체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듣고 보니, 우라늄 핵폭탄 만들기가 아주 쉬울 것 같군요. (웃음)

이종필 : 실제로 그래요. (웃음) 우라늄 235로 폭탄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쉬워요. 순수한 우라늄 235를 특정한 질량(임계 질량) 이상으로 모아서 뭉쳐 놓으면 자기들끼리 연쇄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폭발합니다. 그런데 그 임계 질량이 고작 52킬로그램이에요. 그러니까 순수한 우라늄 235 약 50킬로그램만 있으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이 우라늄 235는 순식간에, 즉 한 100만분의 1초 동안 80세대까지 내려갑니다. 한 번 핵분열을 할 때 중성자가 2개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순식간에 2의 80승 개의 중성자가 생기는 거예요. 2의 80승 개의 중성자가 원자핵을 무차별 포격하며 에너지를 만드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그 짧은 시간에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니 폭탄이 되는 거죠.

강양구 :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우라늄 235 폭탄이었죠?

이종필 : 맞아요. 실제로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우라늄 핵폭탄은 사전 폭발 실험도 안 했어요. 우라늄 235를 30킬로그램, 40킬로그램 이렇게 따로 분리해 놓은 다음에, 나중에 투하할 때 재래식 폭탄을 터뜨려서 둘을 임계 질량 이상으로 합치는 거예요. 그럼, 그 순간부터 핵분열이 일어나서 '펑' 터진 거죠.

강양구 : 흔히 언론에서 "우라늄 농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것이 바로 천연 우라늄에서 우라늄 235만 추출하는 과정이죠?

이종필 : 맞습니다. 바로 그 우라늄 농축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우라늄 핵폭탄 만드는 일은 정말 쉽죠. 그런데 우라늄 농축은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강양구 : 맨해튼 프로젝트 때도 그 우라늄 농축에 굉장히 많은 인력과 시설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명현 : 그럼, 핵분열의 원인이 되는 중성자가 많아지거나 혹은 임계 질량 자체가 작아진다면 폭탄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이종필 : 맞아요. 일정 수준 이상의 임계 질량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중성자 때문입니다. 질량이 늘어나면 부피가 커지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중성자가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게 아니라 다른 원자핵을 포격할 확률도 커지죠. 그런데 이렇게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중성자를 다시 안으로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임계 질량을 줄일 수 있겠죠?

그래서 중성자 반사재를 씁니다. 베릴륨 같은 원소는 중성자를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요. 이런 베릴륨을 집어넣으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나온 중성자를 베릴륨이 반사해서 계속해서 안에서 원자핵을 포격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반사재를 이용해서 임계 질량을 4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우라늄 235 폭탄은 15킬로그램 정도면 충분합니다.

강양구 : 그러니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핵배낭은 이런 반사재를 넣어 임계 질량을 낮춘 거군요.

이종필 : 그런 핵배낭은 대부분 플루토늄 폭탄입니다. 플루토늄은 핵 분열할 때 중성자가 세 개 나와요. 그러니까 임계 질량이 우라늄 235보다 적습니다. 반사재까지 사용하면 임계 질량이 6킬로그램 정도예요. 플루토늄은 밀도가 높기 때문에 6킬로그램이 350밀리리터 생수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플루토늄 폭탄은 우라늄 폭탄보다 만들기가 힘들죠.
 

▲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천문학자). ⓒ프레시안(손문상)


핵발전소도 '펑' 하고 폭발할까?

강양구 : 핵발전소도 핵폭탄과 다를 게 없죠? 다만 우라늄 235의 농도만 낮춘 것뿐이죠?

이종필 : 그렇습니다. 핵발전소 핵 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우라늄 235는 2~5퍼센트 정도예요.

강양구 : 흔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 핵폭탄이 터지듯이 폭발하는 상황을 연상하는데, 절대로 핵발전소가 '펑' 하고 폭발하는 일은 없죠?

이종필 : 핵폭탄처럼 폭발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라늄 235의 농도가 굉장히 낮기 때문이죠. 맨 처음 원자로를 만든 사람이 이탈리아 출신으로 파시즘을 피해서 미국으로 망명한 엔리코 페르미(1901~1954년)입니다. 그런데 페르미는 아예 전혀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그 연료로 사용했어요. 천연 우라늄 속에는 우라늄 235가 약 0.7퍼센트 들어 있죠.

핵폭탄과 핵발전소는 알코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순도가 높은 알코올은 램프가 되잖아요. 불을 붙일 수 있죠. 그게 바로 핵폭탄입니다. 알코올 농도가 4도 정도 되면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는 맥주가 되잖아요. 그게 바로 핵발전소죠. 맥주에다 아무리 불을 붙이려고 해도 불이 붙지 않잖아요.

강양구 : 우라늄 235의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감속재도 넣잖아요? "경수로" 할 때 그 경수가 바로 감속재죠.

이종필 : 경수는 그냥 보통 물(H2O)입니다. 경수로의 경우에는 이 경수가 감속재, 그러니까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제어봉도 중요하죠.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하는 카드뮴, 붕소 등으로 만듭니다. 이 제어봉으로 원자로 안에 있는 중성자의 숫자를 조절해서 연쇄 반응이 과하지 않도록 조절하죠.

우라늄 235는 한 번 불을 붙이면 꺼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정말로 효과적인 무기죠. 순간적으로 '쾅' 터뜨리면 도시 하나를 날려버리는 건 시간문제니까요. 적절히 제어만 할 수 있다면 에너지원으로서도 훌륭하죠. 연료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항공모함, 핵잠수함의 동력으로 핵에너지가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명현 :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핵에너지를 이용한 우주 탐사선도 선호되죠.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하지만 1956년 영국에서 최초로 상업 발전을 시작한 이후에 핵에너지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죠. 반세기가 넘었지만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라는 31개뿐입니다. 핵발전소 숫자도 434기에 불과합니다. 1979년 스리마일 섬,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등 사고도 끊이지 않았죠. 우리는 핵에너지를 정말로 통제하고 있는 걸까요?

윤태웅 : 제어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례를 하나 소개할게요. 한 공학자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어 장치를 설계했어요. 그리고 그 제어 장치의 변수를 동료 공학자에게 이메일로 전했습니다. 이 변수를 전달받은 공학자는 확인 삼아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했죠.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제어 장치가 불안정한 거예요. 알고 보니, 이메일로 변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를테면, 소수점 다섯 자리 이하 숫자를 생략해서 얘기해 준 게 원인이었어요. 아주 작은 양적 차이가 심각한 질적 차이로 나타난 겁니다. 불확실성에 최대한 둔감하게 제어 시스템을 설계해 놓았는데, 그 의도하지 않았던 사소한 변화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거죠.

핵발전소는 굉장히 복잡한 인공물입니다. 사고를 예방하고자 수많은 안전장치들이 상호 작용하죠. 방금 언급한 몇 번의 사고를 거치면서 핵발전소의 안전망은 더욱더 보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강된 안전망은 핵발전소를 더욱더 복잡한 인공물로 만들었죠.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소 간의 상호 작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예측 불가능성이 더 커질 수도 있거든요. 체르노빌 사고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예상치 못한 사고가 핵발전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죠.

미션 임파서블, 10만 년의 봉인

이명현 : 이제 화제를 좀 바꿔보죠. 핵발전소의 문제점 중 딱 한 가지만 들라면 방사성 폐기물이죠.

윤태웅 : 맞습니다. 핵발전소 자체는 심각한 사고의 위험은 항상 있지만, 어찌됐든 제어가 가능한 인공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은 정말로 제어가 불가능하죠.

강양구 :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한 달에 한두 차례씩 시민들과 핵발전소를 놓고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다들 방사성 폐기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얘기를 해주면 정말로 놀라시죠. 거의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을 하세요. (웃음) 일단 왜 방사성 폐기물이 골칫거리인지부터 알아보죠.

이종필 : 우라늄을 태우면 찌꺼기가 남아요. 그런데 이 찌꺼기가 몸에 굉장히 안 좋은 것들이에요. (웃음)

강양구 : 몸에 안 좋은 수준이 아니죠. (웃음)

이종필 : 네, 찌꺼기 중에는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플루토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루토늄 239 같은 경우는 반감기가 약 2만4000년이에요. 반감기는 플루토늄 안에 들어있는 방사능의 절반이 소진되는 기간을 확률로 계산을 해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2만4000년이 지나도 플루토늄은 여전히 위험하죠.

강양구 :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장종훈 옮김, 살림 펴냄)으로 유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뮬러는 대략 반감기가 서른 번 정도는 지나야 외부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는 수준으로 방사능이 떨어진다고 공언했더군요. 그러니까 플루토늄의 경우에는 거의 60만 년 동안 외부와 격리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죠.

지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해서 건설 단계까지 간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핀란드가 유일합니다. 핀란드는 이곳에 2020년부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계획입니다. 핀란드는 이곳에서 약 10만 년 정도 플루토늄과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외부와 격리되어 있기를 희망하죠.

그런데 10만 년이 감이 오십니까? 10만 년 전에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이명현 : 10만 년 전이면…. (웃음)

강양구 : 우리의 조상인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유럽에서 조우했던 때가 바로 10만 년 전 즈음이라고 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이요! (웃음) 그러니까 도대체 10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할 위험한 쓰레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우리가 용인해야 하는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핵폐기물 처리에 관심을 갖고서 이것저것 찾아보면 머리가 더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지질학적으로 100퍼센트 안정된 곳을 찾아서 땅속 깊숙이 방사성 폐기물을 묻었다 칩시다. 그러면 이제 이런 고민이 생기는 거예요. '이곳에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 묻혀 있으니 접근 금지!' 이런 경고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경고를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17~18세기에 쓰인 한글 작품을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해독할 수 없었잖아요. 언어는 200~300년만 지나면 해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한 곳을 수천 년, 수만 년 후에 지나갈 누군가에게 현대 언어로 경고를 하는 건 정말로 소용없는 짓이에요.

이명현 : 소용없는 짓이죠.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몇 번 소개하긴 했습니다만, 움베르토 에코는 장클로드 카리에르와의 대담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죠.

"그냥 나 혼자만 해본 생각입니다. 핵폐기물을 묻되, 매우 희석된 상태, 즉 방사능이 아주 약한 상태의 폐기물을 맨 위층에 두고, 점차로 방사능이 강한 층들을 깔아 나가는 겁니다. 만일 외계인(혹은 미래 세대-인용자)의 실수로 그 폐기물이 손이나 혹은 손처럼 사용하는 다른 기관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는 단지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될 뿐입니다.

만일 더 해본다면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겠죠. 하지만 그가 더 이상 파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책의 미래>(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8~199쪽)


오죽하면 에코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겠어요. 솔직히 저는 회의적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그 지역에 외부인이 접근하는 걸 아예 차단하고, 대를 이어서 그곳의 접근을 막는 집단을 만드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자력 족(族)' 정도의 이름이 적당하겠군요. (웃음) 처음에야 접근 금지를 하는 이유를 알겠지만, 나중에는 '금기'만 남겠죠.

윤태웅 :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사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해온 일이 그런 거잖아요. 신화, 종교 같은 것도 사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대의 지혜를 전달하는 방법이고요. 방사성 폐기물을 놓고도 그런 방법이 거의 유일한 해법 같아요. 그런데, 과연 수천 년 이상 그런 전승이 가능할까요?

이명현 : 1977년에 발사한 우주 탐사선 보이저 호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보이저 호는 지금 태양계 바깥쪽 어딘가를 외롭게 항해하고 있지요. 이 보이저 호에는 항해 도중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인의 존재를 알리고자 인간 그림, 수학 공식 또 한국어를 포함한 세계 59개 언어의 인사말, 지구 사진 등이 실린 골든 레코드가 실렸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이 골든 레코드 제작 과정의 해프닝이 떠오릅니다. 우주 공간의 혹독한 상황에서도 골든 레코드가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이 골든 레코드는 몇 억 년을 견디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는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아예 인공 혜성 같은 걸 쏘면 어떨까요? (웃음) 주기적으로 지구를 방문해서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거죠.

강양구 : 상당히 진지한 제안인거죠? (웃음)

이명현 : 그럼요. (웃음)

이종필 : 과거 10만 년과 앞으로 10만 년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어쨌든 우리는 문자도 없었고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 문명도 없었죠.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지의 문제는 아까도 언급했듯이 결국 문명의 전승을 안정적으로 어떻게 할지와 연결됩니다. 옛날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강양구 :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놓고서 걱정을 늘어놓으니까, 한 분이 항의조로 이렇게 물으시더라고요. '공무원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웃음) 제발 공무원이 천년만년 방사성 폐기물을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윤태웅 : 지금 이런 얘기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상황을 전제한 것이죠. 방사성 폐기물 처분 방법을 찾고서, 일단 묻어 놓은 다음의 일을 걱정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과연 앞으로 100년, 200년 동안 핵발전소 또 핵발전소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배출한 방사성 폐기물을 우리가 과연 안전하게 관리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이 들면 아득해집니다.
 

ⓒ프레시안(손문상)


박근혜 대통령은 왜 '재처리'에 목매는가?

강양구 : 막상 얘깃거리를 늘어놓고 보니 할 얘기가 산더미 같군요. 방사성 폐기물을 걱정하면 곧바로 "재처리" 운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처리를 통해서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원자로의 연료로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핵심도 이 재처리를 하자는 것이에요.

이명현 : 미국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문제인가요?

이종필 :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때문입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로 재처리를 하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의 6개국뿐입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이른바 '습식 재처리'를 하고 있어요. 이 방법으로는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쉽게 얻을 수 있죠.

강양구 : 애초 미국 등도 재처리를 했었는데 플루토늄 같은 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안 해요. 물론 미국은 이미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축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 하겠다는 건 습식 재처리가 아니잖아요?

이종필 : 네, 우리나라는 미국을 설득하고자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는 '건식 재처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재처리를 하면 플루토늄에 다른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어서 핵폭탄의 원료로 곧바로 활용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순물이 많이 섞인 플루토늄을 왜 만들지, 이런 의문이 곧바로 생기고요.

강양구 : 파이로-프로세싱 공장도 약 1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설비를 개조하면 플루토늄 단독 추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재처리한 플루토늄 혼합물을 다시 한 번 습식 재처리를 하면 핵폭탄 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죠. 그러니까 재처리는 사실상 핵폭탄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거예요.

이종필 : 하나 더 있죠. 많은 이들은 파이로-프로세싱이 고속 증식로 개발의 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고속 증식로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하는 또 다른 방식의 원자로입니다. 한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활발히 개발 중이고요. 일본에서는 몬주 고속 증식로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윤태웅 : 몬주 고속 증식로는 실패한 프로젝트죠. 국내의 연구자들이 고속 증식로 같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만….

이종필 : 국내에서는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나트륨 고속 증식로를 개발 중입니다. 그런데 나트륨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에요. 만약에 나트륨이 고속 증식로에서 폭발이라도 하면 정말 그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겠죠. 몬주의 예에서 보듯이 고속 증식로는 기술적으로도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죠. 거기다 심각한 안전 문제까지 제기됩니다.

강양구 : 최근에는 우라늄 대신 토륨을 원료로 사용하는 핵발전소 얘기도 나오더군요. 사실 애초 핵 발전을 시작할 때도 우라늄 대신 토륨을 원료로 쓰자는 얘기가 있었죠? 그런데 왜 토륨 핵발전소는 좌초된 건가요?

이종필 : 핵폭탄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웃음) 위험한 물질은 대개 질량수가 홀수인 거예요. 우라늄 235, 플루토늄 239…. 토륨은 우라늄 238처럼 한 번 불이 붙는다고 계속해서 타는 위험한 물질이 아닙니다. 그러니 발전을 하려면 중성자로 계속해서 때려줘야 합니다. 그러니 초기에는 매력이 없었죠.

우라늄 235는 한 번 불이 붙으면 계속해서 타는 데다, 플루토늄 같은 핵폭탄 원료도 부산물로 얻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최근에 핵발전소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토륨이 부상하고 있죠. 특히 인도는 토륨 매장량이 많대요. 그래서 인도에서 토륨 핵발전소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명현 : 토륨 핵발전소의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이종필 : 198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입자 물리학자 카를로 루비아가 있어요. 이 루비아가 최근에 새로운 에너지로 토륨 핵발전소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요. 루비아의 아이디어는 중성자 가속기로 만든 중성자를 대량으로 토륨에게 쏴주면 상업적인 핵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륨은 우라늄 235와는 달리 계속해서 핵분열 연쇄 반응을 하지 않아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안전하죠. 방사성 폐기물의 문제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알고 있어요.

윤태웅 : 현재의 핵발전소가 문제가 많긴 하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로 핵에너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보는 이들에게는 토륨 핵발전소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겠군요.

이종필 : 네,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양구 :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재처리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핵무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거든요.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재처리를 주장하는 분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도 언젠가는 핵폭탄을 가져야 해!' 이런 게 분명히 똬리를 틀고 있고요. 그런 흐름에 비하면 토륨 핵발전소를 대안으로 궁리하는 흐름은 훨씬 더 건강해 보이긴 합니다.
 

ⓒ프레시안(손문상)


영화 <해운대>가 포착 못한 불편한 진실

이명현 : 이제 좀 얘기를 정리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요. 우선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현재의 우라늄 235를 원료로 사용하는 핵발전소에 회의적이죠?

이종필 : 핵발전소가 주는 장점과 비교하면 그 단점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저는 부산이 고향입니다. 그런데 부산 기장군에 핵발전소 단지가 있잖아요. 만약 이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 인구만 350만 명이에요. 울산, 포항, 경주도 근처에 있습니다. 정말로 대난리가 날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보수적인 어머니도 막연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강양구 : 그럴 만해요. 예를 들어, 영화 <해운대>가 2009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진해일(쓰나미)이 지나고 나서 뭔가 안도하면서 끝나죠. 그 장면을 보면서 실소했었죠. 지진해일이 해운대를 덮치면 고작 20킬로미터 떨어진 핵발전소 단지는 무사하겠어요? 대재앙이죠. 실제로 2011년 후쿠시마에서 그런 재앙이 일어났잖아요.

윤태웅 : 다른 건 몰라도 방사성 폐기물만 놓고 봐도 핵 발전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생 가능 에너지가 과연 핵 발전의 대안인지도 의문이에요. 지금부터 투자하고 연구해서 바람, 햇빛 등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과연 핵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예요.

과학기술에 대한 관점의 일관성 문제도 짚고 싶어요.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이들의 가장 큰 오류는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분명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방사성 폐기물은 그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이런 모습을 비판하는 핵발전소 반대자는 어떤가요?

혹시 그들도 재생 가능 에너지를 놓고는 똑같은 맹신을 하는 건 아닐까요? 재생 가능 에너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을 텐데, 모든 걸 낙관적으로만 보려는 역편향이 있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알 수 없는지 또 할 수 없는지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본자세가 그런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강양구 : 중요한 지적입니다. 기왕에 과학기술을 대하는 태도 문제가 나왔으니까, 저는 좀 다른 얘기를 덧붙여볼게요. 언젠가 서울대학교의 최무영 선생님께서 상기시켜 준 내용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핵발전소를 최신의 하이테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창조"를 외치면서 핵발전소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그런데 사실 핵발전소의 기본 원리는 우라늄을 태울 때 나오는 열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데서 시작하거든요. 그 증기로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는 겁니다.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익숙하죠? 맞습니다. 증기 기관이죠. 우라늄을 태우는지 화석 연료를 태우는지만 다를 뿐 물을 끓일 때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기본 원리는 화력 발전소와 다를 게 없어요.

그러니 핵발전소는 올드테크입니다. 올드테크가 꼭 나쁜 건 아니죠. 하지만 이런 올드테크에 집착하는 것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측면은 분명히 있어요. 만약에 지난 수십 년간 핵발전소 개발에 쏟는 노력을 재생 가능 에너지를 비롯한 더 깨끗하고 더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찾는 데에 들였다면 지금 세상은 분명히 달라졌으리라 확신합니다.

독일은 좋은 예죠. 독일은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단을 내렸죠. 애초 세계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나라긴 했지만, 이런 결단 이후에 재생 가능 에너지의 혁신이 눈부셔요. 바람, 햇빛 에너지의 단점을 차근차근 극복하면서 50퍼센트 이상을 재생 가능 에너지에서 얻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독일이냐? 프랑스냐? 선택의 갈림길
 

ⓒ프레시안(손문상)

이명현 : 그럼, 여기서 우리만의 탈핵 시나리오를 한 번 그려볼까요? 환경 단체나 녹색당에서 주장하듯이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기하면 좋겠지만 현실의 역관계를 고려하면 현실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이 고리를 풀어야 할까요? 혹시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윤태웅 : 찬핵, 탄핵 이렇게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전력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 중에서도 분명히 더 이상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에게 찬핵이냐, 탈핵이냐 입장을 강요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 전략일지 의문인 거죠.

더구나 지적 호기심 때문에 핵에너지를 연구하는 이들도 있지 않겠어요? 이들에게 갑자기 '핵 마피아' 딱지를 붙이면 오히려 반감만 더 사겠죠. 핵에너지의 문제점에 대해서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합의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연대해서 같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찾아보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종필 : 그러니까, 이런 질문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한국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핵발전소의 최대치는 몇 개일까? 지금은 23기가 가동 중이잖아요.

강양구 : 지금도 한국은 국토 단위 면적당 핵발전소 시설 용량을 따져보면 단연 세계 1위에요. 한국은 명실상부한 핵 발전 대국이에요. 미국(100기), 프랑스(58기), 일본(50기), 러시아(33기) 다음이 한국입니다. 인도가 20기로 한국 뒤를 바짝 좇고 있지요. 중국도 18기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가 일곱 번째로 많은 나라죠. 한국은 또 5기를 추가 건설 중이고요.

윤태웅 : 그러니까 이미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핵발전소를 더 짓는 건 곤란하니 이제는 대안을 찾아보자, 이런 합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는 거예요.

이종필 : 그런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한 발 더 양보해서 건설 중인 5기까지 포함해서 28기까지를 최대치로 하자는 식으로도 안 될까요?

강양구 : 일단 28기 중에는 노후화한 핵발전소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제 그런 핵발전소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럼, 그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핵 발전 비중을 줄일거냐 아니면 그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핵발전소를 이어서 지을 거냐의 문제가 또 제기됩니다. 당연히 핵발전소 옹호론자들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지으려 하겠죠.

바로 이 지점에서 핵발전소를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왜냐하면, 지금 시설 용량 기준으로 보면 전체 전력의 35퍼센트 정도를 핵발전소에 의존하고 있어요. 지금 수준이라면 핵발전소 외에 다른 대안을 찾는 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비중이 더 높아져서 50퍼센트까지 육박하면 어떨까요?

프랑스가 좋은 예죠. 프랑스는 현재 전체 전력의 75퍼센트를 핵발전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랑스는 '핵발전소 없는 미래'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좌우 정치가 또렷하게 나뉘는 프랑스의 정치 지형 속에서 좌든 우든 유독 핵발전소를 놓고는 한목소리예요. 강한 프랑스를 위해서는 핵발전소가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금 한국은 딱 갈림길에 서 있어요. 독일로 가느냐 아니면 프랑스로 가느냐. 물론 현실만 놓고 보면, 프랑스로 갈 가능성이 크죠. 더 늦기 전에 정말로 사회적 대토론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정작 핵발전소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분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답답할 따름이죠.

이종필 : 그러니까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라도 타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거죠. 50퍼센트가 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강양구 : 그런 타협이 안 될 것 같아서 자꾸 딴죽을 걸게 되는데요. (웃음)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고 갈게요. 개인적으로 제일 고민하는 핵 사고는 산둥 반도에 지어지는 핵발전소들이예요. 중국은 현재 18기를 가동 중이고 28기를 건설 중인데, 그 중 상당수가 산둥 반도에 모여 있어요.

만약 산둥 반도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어떨까요? 편서풍을 타고서 그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수도권을 덮치는 거예요. '황사'가 아니라 '핵사'가 한반도를 덮쳤을 때, 한국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사실 일본의 환경 단체가 한국 동해안의 핵발전소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것도 똑같은 이유 때문이죠.

윤태웅 : 그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그래서 핵에너지의 문제는 한국, 중국, 일본이 공동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죠. 한국이 탈핵의 길로 나아가면 중국, 일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 현실이 그렇듯이 그 반대로 서로 치킨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요. 그러다 큰일이 날 테고요.

이종필 :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핵무기까지 넓혀서 생각해 봐도 그렇습니다. 사실 중국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주변 국가들이 보기에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한국과 일본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에요. 거기다 북한도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죠. 사실 북한 핵무기는 큰 문제에요. 한반도가 항상 핵전쟁의 공포 속에서 떨어야 하니까요.

거기다 한-중-일 3국이 핵발전소 경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한 북한도 여기에 어떤 식으로든 가세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핵폭탄이나 핵발전소에 대한 시민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같아요. 일부 진보 진영 역시 마찬가지고요. 탈핵은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거부하는 것까지 포함하거든요.

강양구 : 오늘 얘기를 나눠보니 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과학 등 전 분야에 걸쳐서 한국 사회의 수준을 재는 척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얘기 말고도 재생 가능 에너지의 한계, 전기 요금의 문제점 등 할 얘기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일단은 이 정도로 정리하죠. 오늘 주제넘게 말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웃음)

이명현 : 현장에서 10년 넘게 고민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참아줄게요. (웃음)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핵폭탄과 핵발전소는 '동전의 양면'!

'내가 거부했더라도 누군가는 언젠가 핵폭탄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거야.' 핵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늘 이런 식의 자기변호가 등장한다. 인간이 핵에너지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핵폭탄의 등장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가정 속에 슬그머니 핵폭탄을 만드는데 참여한 자신의 행동은 불가피한 어떤 것이 되고 만다.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이들은 여기에 한 가지 주장을 덧붙인다. '핵에너지는 양날의 칼이야!' 이런 주장 속에는 핵에너지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어서, 그것이 핵폭탄으로 쓰이면 인류에게 해가 되지만 다른 용도 예를 들어 핵발전소로 활용하면 인류에게 득이 되리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런 주장 속에서 핵발전소는 인류에게 긍정적인 어떤 것으로 자리매김한다.

<원자폭탄 만들기>
 
▲ <원자폭탄 만들기>(리처드 로즈 지음, 문신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문신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이런 가정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 보여준다. 이 책은 20세기의 물리학 혁명 그러니까 핵물리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의 역사부터 시작해 맨해튼 프로젝트를 거쳐서 히로시마의 지옥까지 말 그대로 원자폭탄이 만드는 전 과정을 샅샅이 훑는다.

특히 이 책의 백미는 과학자의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핵폭탄이 전쟁의 광기 속에서 점점 더 실체를 갖는 과정을 생생히 묘사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는 결코 어쩔 수 없는 소극적 동조자가 아니었다. 그 중 몇몇은 정치인에게 핵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했고(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누구는 핵폭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로버트 오펜하이머).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 이들 중 대다수는 강하게 핵폭탄의 실전 사용을 바랐거나 적어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레오 실라드나 제임스 프랑크 같은 과학자는 폭탄을 일본에 떨어뜨리는 대신 제3국의 참관 하에 무인도에서 실험해 일본의 항복을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힘을 실어준 과학자는 극소수였다.

결국, 일본과 물밑에서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이던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그 해에만 다수의 조선인을 포함한 20만 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그 핵폭탄의 고통은 지금까지도 대를 잇고 있다. 그 고통을 확인하고 싶다면, 원폭 2세 김형률의 삶을 그린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전진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를 읽어보자.

로즈는 이 방대한 책에서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뜻언뜻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대목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유럽에서 전운이 감돌던 1938~39년 과학자들이 조금만 더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그 때 과학자들이 핵폭탄의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핵분열'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조금만 늦췄더라면? 그래도 핵폭탄을 만드는 일이 가능했을까? 로즈는 이 질문에 침묵한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우리는 그 질문에 잠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적어도 핵폭탄이 전쟁 중에 등장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에 전쟁 중에 핵폭탄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 후에도 오랫동안 핵폭탄은 가능성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반쯤 미친 전쟁 상태가 아니고서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는 일은 전쟁 중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한 번 생각해보자.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3000여 명의 과학자가 모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설 회사와 화학 회사가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고용해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235'를 농축하고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거대한 공장을 단기간 내에 짓고 가동했다. 과연 이런 일이 평시에도 가능했을까?

로즈는 1986년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고 나서, 핵무기에 초점을 맞춘 세 권을 더 펴냈다. 수소폭탄 개발 과정을 다룬 <Dark Sun>(1995년), 미소 군비 경쟁을 다룬 <Arsenals of Folly>(2007년), 핵무기 폐기를 다룬 <The Twilight of the Bombs>(2010년)가 그 책들이다. (<Dark Sun>은 사이언스북스에서 조만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원자폭탄 만들기>는 훌륭한 저널리스트가 때로는 과학자 혹은 역사학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어떻게 동시에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20세기 현대 물리학의 탄생 과정을 어떤 과학자보다도 유려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가 어떻게 역사로 엮이는지를 어떤 역사학자보다도 더 훌륭하게 보여준다.

<야누스의 과학>
 
▲ <야누스의 과학>(김명진 지음, 사계절 펴냄). ⓒ사계절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은 이어진다. 만약에 핵폭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195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경쟁하듯이 핵발전소가 지어졌을까? 김명진의 <야누스의 과학>(사계절 펴냄)의 제3장은 바로 이 질문에 짧지만 명쾌한 답을 준다.

김명진은 <야누스의 과학>에서 상업용 핵발전소의 등장을 부추긴 것이 미군 해군의 핵잠수함 개발 노력과 1949년 소련의 핵폭탄 개발 성공으로 인한 미국과 소련의 역관계 변화였음을 보여준다. 핵발전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따위는 애초 공허한 수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이렇다.

전쟁이 끝나자, 미국 해군은 비로소 육군이 독점하던 핵에너지 개발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해군은 핵에너지를 이용한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해 웨스팅하우스(!)를 끌어들여 잠수함에 부착할 가압경수로를 만든다. 핵분열 반응을 하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서 물을 끓여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는 핵발전소의 기본 원리가 핵잠수함에서 구현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이 등장한다. 소련은 1949년 핵폭탄을 개발한 데 이어서, 핵에너지를 이용한 핵발전소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은 소련의 원조로 핵발전소를 도입한 제3세계 국가들이 소련으로 넘어가 이른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사이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는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했던 '평화를 위한 원자(Atoms for Peace)' 선언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미국이 보유한 핵에너지 기술을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이 선언은 사실 소련을 의식한 냉전의 무기였던 것이다.

1957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미국 최초의 핵발전소를 둘러싼 사정은 더 적나라하다. 세계 각국에 시급히 미국산 핵발전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미국은 핵잠수함에서 사용하던 원자로를 그대로 가져다 이 최초의 핵발전소를 만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 원자로의 70퍼센트 이상이 미국의 핵잠수함에서 사용하던 가압경수로인 것이 바로 이런 사정 탓이라니!

흥미롭게도 이미 이때부터 핵발전소의 경제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 1950년대에 이미 상당수 과학자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놓고서 골머리를 앓았다. 방사성 폐기물은 이미 핵발전소가 시작하던 그 때부터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핵발전소를 둘러싼 모든 걱정거리는 뒷전으로 미뤄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폭탄의 엄청난 위력을 본 세계 각국이 핵발전소를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발전소에 그렇게 집착한 이유가 핵무기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핵폭탄과 핵발전소는 핵에너지의 명암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동전의 양면이다. 만약 전쟁 중에 핵폭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핵발전소가 세상에 등장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류의 선택에 따라서 지금 우리는 핵발전소가 아닌 전혀 다른 에너지원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RHK 펴냄). ⓒRHK
그렇다면, 우리 옆에 있는 핵무기나 핵발전소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안전하게 관리만 잘하면 되는 걸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불운이 닥치지 않기를 빌면서?

많은 이들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일을 '예외 상태'로 생각한다. 하지만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찰스 페로의 <정상 사고(Normal Accidents)>(최근에 국내에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로 번역 출간됐다)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사고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준다.

특히 이 책은 1장에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살피며, 이것이 과연 예외 상태였는지 묻는다. 왜냐하면, 스리마일 섬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 역시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실수에 불운이 다섯 가지 이상 겹치면서 발생한 '정상 상태'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일어났으면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을 일들이 '우연히' 여러 개가 겹치면서 예상치 못한 상호 작용을 통해서 거대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일상생활에서도 많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은 어떤가? 어느 날 정오까지 보내야할 중요한 글이 있었다. 그런데 ①문서를 집 컴퓨터에 저장만 해두고 가져오지 않았다. ②오전에는 대개 집에 있던 동생도 그날은 일찍 학교로 나갔다. ③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는데 길이 막혀서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④얼른 집에 달려갔더니 주머니에 열쇠가 없었다. 아침에 열쇠를 챙기지 않고 나온 것이다. ⑤집을 잠그고 나간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수업 중인지 휴대전화를 꺼놓았다. 결국 강제로 문을 따고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이미 오후 1시였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도 서너 개의 불운이 겹쳐서 때로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인공물 중 하나인 핵발전소에서 스리마일 섬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페로는 바로 이런 정상 사고의 예를 스리마일 섬 사고를 비롯한 여러 예를 들면서 보여준다.

찰스 페로는 <정상 사고>에서 위험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대단치 않은 조치만으로도 감소시킬 수 있는 위험, 둘째 대응하는 데 중대한 노력을 요구하는 위험, 셋째 어떤 편익도 훨씬 능가하는 위험이 그것이다. 일단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인공물을 놓고서 이것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따져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그래서 첫 번째, 두 번째의 경우에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위험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위험의 경우에는 그것을 폐기하고, 대신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를 가진 시민들 사이의 논쟁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핵폭탄과 핵무기로 상징되는 핵에너지와 그 위험을 놓고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 세대가 답할 차례다.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과 ‘천막’, 만나서 하나가 돼야 한다

시민의 촛불과 야당 천막이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저들
 
육근성 | 2013-08-03 09:03: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보수언론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2만5000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촛불을 들어도 못 본 척 해왔다. 촛불에 카메라를 대기 싫어하던 저들의 태도가 돌변한 건 이틀 전 부터다. KBS와 MBC, 조중동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촛불집회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관련 보도 갑자기 ‘봇물’

외면당하던 촛불집회가 보수언론의 메인 뉴스에 등장하게 된 것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겠다며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친 그 날 부터다. 특이한 점은 여권이 촛불집회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연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6월부터 매주 주말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만나 하나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의 장외투쟁과 시민들의 촛불이 만나 지난 대선을 관권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대규모 국민집회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게 보도 기사의 행간에서 쉽게 읽힌다.

기사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

“시민단체가 이번 주 토요일에 열 예졍인 촛불집회에 의원(민주당)들의 참여을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촛불집회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TV조선)

“(민주당) 최고의원 회의에서는 대선 불복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채널A)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이 아닌 민생으로 경쟁할 때라면서...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내일(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국민보고대회가 제2의 촛불집회를 염두해 두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KBS)

“새누리당은 민생을 위해 민주당이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국정원에 붙인 주홍글씨는 절대 국정원 스스로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MBC)

“민주당이 결국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연대하는 형식으로 합류한다.. 형식적으로는 두 개의 집회(장외투쟁과 촛불집회)지만 사실상 이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신문)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촛불집회 참여 여부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민주당, 결국 대선 불복세력과 손 잡는 것 아닌가... 대선 불복 이슈는 민주장에 ‘양날의 칼’이다... 하지만 객관적 정황은 사실상 대선 불복 투쟁의 길로 접어든 형국이다.” (문화일보)

보수언론들이 이틀 동안 쏟아낸 촛불집회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면 여권이 크게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시민의 촛불과 만나 촛불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과 ▲12.19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국민운동으로 전개될 가능성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촛불과 천막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저들

새누리당이 시민의 촛불과 야당의 장외투쟁이 함께 만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직접 행동으로 입증한 사건이 일어났다.

2일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6명과 서울시 의원 등 30여명이 민주당의 서울시청 천막당사 장외투쟁 이틀 째인 2일 서울시청을 찾았다. 김성태, 김용태 의원 등은 민주당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사고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이라고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 천막 현장인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 새누리당 의원들>

박 시장이 휴가를 취소하고 취약 현장의 안전 점검을 하고 있어 부재중이었지만 극구 시장을 만나겠다며 시장실 진입을 시도한 새누리당측과 10여명의 청원경찰이 충돌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청원경찰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들은 박 시장의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냈다. 인명사고와 재난을 야당 자치단체장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서울시청 청원경찰>

여당 서울시청 항의방문은 천막 현장 ‘물타기’

야당의 장외투쟁이 야당 소속 자치단체의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다는 게 무척 마음에 걸렸나보다. 어떻게 하든 야당의 장외투쟁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물타기 하기 위해 안달이다.

조선TV는 1일 ‘민주당의 서울시청 천막 당사가 위법’이라며 이를 속보로 내보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자는 최소한 사용예정일 5일 앞서 신고하고록 돼 있는데 민주당이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해 천막을 철거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5일전에 신고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보도는 과장된 것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5일전에 신고했더라면 국회 파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민주당이 신고 없이 천막을 친 행위가 5일간 서울광장 무단 사용에 해당한다며 5일치 변상금 81만8000원을 부과했다. 변상금을 납부할 경우 별다른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그간의 관례다.

‘촛불’과 ‘천막’, 둘은 하나가 돼야 한다

새누리당이 수십명의 당원을 이끌고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 행위는 촛불집회가 열릴 때마다 맞은편에서 피켓을 들어온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의 어용 맞불집회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걱정 되고 불안했으면 야당의 장외투쟁 현장으로 달려가 ‘맞불집회’를 열었을까.

여권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촛불집회도 아니고 야당의 장외투쟁도 아니다. 이 둘의 ‘만남’을 두려워한다. 둘이 만나 엄청난 힘을 발휘할까 전전긍긍고 있다.

촛불집회가 성공하려면 야당의 장외투장과 연대해야 하고, 장외투쟁이 성공하려면 촛불과 함께 해야 한다. 둘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진실이 규명될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25 참전 미군 방북 후 쓴 편지 내용은?

미국무부 장관에 “인민군 관계자 눈 보고 믿음 갖게 됐다”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8/03 [07:2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미군출신 노병이 방북 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cnn를 통해 보도된 사실을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미국의 소리방송은 3일 “동료의 유해를 찾기 위해 63년만에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조선)이 미국과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소리방송은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인 토머스 허드너 씨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며 “허드너 씨는 편지에서 북한이 지난 2005년 중단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미국과 재개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허드너 씨는 지난 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인민군 관계자들이 정치적 사안들과는 상관없이 유해 발굴이라는 인도주의적 임무가 지속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하느더씨는 “자신이 만난 북한 군 관계자들은 군인이자 전문가들이었으며, 그들의 눈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 사실과 함께 “자신의 이번 북한 방문이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며, 이런 바람이 순진한 생각일 수 있지만 어쨌든 오는 9월 다시 방문해 달라는 북측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보도 매체에 따르면 하드너 씨는 6.25전쟁 때 전사한 동료의 유해를 찾기 위해 63년만에 북한을 방문했다며 지난 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미 해군 최초의 흑인 조종사 제시 브라운 소위가 그 주인공으로 허드너 씨는 당시 동료인 브라운 소위가 몰던 콜세어가 중공군에 피격 당해 추락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콜세어가 부서지는 것을 마다 않고 근처에 동체착륙 시켰으나 다리가 기체에 심하게 끼인 브라운 소위를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영하의 추위와 기체 폭발 위험, 중공군의 기습 가능성 등 때문에 동료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그 뒤 63년만에 동료의 유해를 찾기 위해 다시 북한(조선) 땅을 밟았지만, 폭우 때문에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고, 장진호 지역에 파견된 북한 군(조선인민군) 특별팀 마저 폭우로 고립됐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느더씨에 따르면 조선은 앞으로도 제시 브라운의 유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소리방송은 그러나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실종자 담당국’은 지난 달 26일 `VO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때문에 북한(조선)과 공동으로 진행해온 유해 발굴 작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해 하느더씨의 소망이 이루어 질지는 미지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한식 교수 “광복절 이전 개성공단 열릴 수 있다”

건국대서 강연, "김정은 1위원장 위상 훨씬 공고해졌다"

정창현 <민족21> 대표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8.02 19:59:10
트위터 페이스북

 

정창현 (월간 <민족21> 대표)

 

 
   
▲ 최근 평양을 다녀온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1일 건국대에서 ‘정전 60주년,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정창현]
지난달 25∼31일 평양을 다녀온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15일 전에 개성공단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박 교수는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인문학관에서 ‘정전 60주년,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며 “개성공단이 문을 꽁꽁 닫고 있던데 (남북 양쪽이)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며 “남북관계가 동결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서로 통신도 안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안해서 그렇지 할 여건은 다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과정 등을 돌이켜 봤을 때) 청와대가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여는 것을 원치 않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든다면서도 “개성공단이 열릴 길이 있다. 그 뒤에 누가 있을지, 그 때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애초의 합의대로 개성공단이 추진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통일에 있어서) 개성이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다. 개성은 여기(남한)있는 사람이 개성 가서 장사 좀 하고 (북한은) 노동력 좀 팔아먹으려고 만든 게 아니다”라며 “개성은 공단에 앞서 통일을 엿볼 수 있는 종합적인 통일촌을 만들기 위해 정주영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밤새 약주 먹으면서 (논의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향후 개성공단의 발전전망과 관련해 그는 “(통일촌 맥락에서)우리나라에서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려면 개성에 통일대학교도 만들고 그래서 복합적인 발전을 하려는 블루프린트를 가지고 개성에 다시 착수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 아래서 (그걸 만드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양 ‘전승절’ 행사에 나타난 3가지 메시지

 

   
▲ 강연에 앞서 필자와 인사하고 있는 박한식 교수(왼쪽). [사진제공 - 정창현]
또한 박 교수는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정전협정 60주년 행사 열병식을 직접 지켜본 소회를 이야기하며 3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첫째는 지난해 4월 방북해 봤을 때보다도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상이 훨씬 공고해진 것을 느꼈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상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살리기기에 매진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박 교수는 그 근거로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나왔던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번 열병식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과 평화조약 체결을 원하고 군사적 대결은 싫어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외국기자 150여명을 초청한 것도 미국과 전쟁할 마음이 없다는 걸 분명히 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남쪽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북한이 개혁개방에 적극 나설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핵 보유를 통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중국식 개방모델을 더욱 폭넓게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정권이 상당히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에 북측의 고위층과 대화를 해보니 북한은 두 가지 조건, 즉 정전상태를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북한에 불가침선언을 한다면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제1위원장이 경제성장을 하려면 일정한 수준의 개혁.개방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미국도 북한을 계속 고립시키는 외교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모종의 혁신적 변화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즉 3년 이내에 생길 것으로 본다.”

이같은 전망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는 질문에는 “(카터 대통령이)갈 것 같다”면서도 “카터 대통령 방북에 대해서는 내가 오랫동안 애를 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런 (윗)선이 가면 최소한의 성과와 최대한의 성과를 미리 정해놓고 갈텐데 카터 전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그런 걸 정해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면담이 약속돼야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다.


   
▲ 박한식 교수가 강연을 마친 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소속 교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정창현]
한편 박 교수는 남북관계의 미래와 관련해 “안보 패러다임은 이제 끝났다”며 평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를 강조한다고 해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통해서만이 진정한 안보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90년대부터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평양을 찾아 메신저 역할을 했던 박한식 교수의 이날 강연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소속 교수와 대학원생, 취재기자 등 30여명이 방청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당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믿어야

[제안] 민주당! 호랑이 등에 올라 타 원새훈을 정조준하라
 
조시형 | 2013-08-01 20:39: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김한길 민주당체제가 마침내 장외투쟁을 선포했다.
6월 항쟁으로 성립된 87년 체제를 부정선거로 능멸한 이명박그네 정권의 집요한 물귀신 작전에 더 이상 끌려 다니다간 공멸할 것임을 뒤늦게나마 자각한 것이다.

8할이 지치지 않고 싸워온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공이다.
지난 주 연 인원 10만에 육박하는 서울 광장에 모인 촛불의 힘이다.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 펄떡이는 노무현 정신의 부활이다.
그것은 모든 불의와 반칙에 맞서 외치는 원칙과 상식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온 국민의 염원인 것이다.

돌아보면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개입은 총체적 부정선거의 빙산의 일각이다. 어디 국정원뿐인가? 경찰은 국정원을 비호하고 박그네를 지원했다. 선관위는 끝까지 편파적인 선거운동과 티브이 토론을 감행했다. 언론과 방송은 노골적인 박그네 편향 보도를 했다. 끊임없이 듣보잡 안철수를 대선승패의 상수로 옹립하면서 그의 발언은 몸짓과 표정, 심지어 복장까지도 의미를 부여하며 야권분열을 기도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역시 가장 충격적인 부정선거의 실체는 선관위와 방송사까지 공범으로 얽혀있는 전산개표조작의 의혹이다.

왜 국정원은 집요한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의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려 들었을까? 진정 자신들의 그 허접한 논리들을 수십만 번 퍼 나르고 댓글을 달면 그걸 보고 유권자가 박그네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꿀거라 믿었을까?

아니다.
이른바 밴드-웨이건 효과를 노린거다.
박그네 대세론의 확장으로 나는 비록 아니지만 의외로 박그네를 지지하는 여론이 꽤있구나.. 박그네가 당선되어도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런 사회적 여론을 조작하려는 거다. 신문과 방송의 열독률과 신뢰도가 현격히 낮아진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사이버세계에까지 북과 징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려는 거였다.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아무리 방송에서 떠들어도 대세론이 먹히지 않고 문재인 지지자들은 대역전을 자신하고 있었으니 어찌 초조하지 않으랴?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미 3차 토론을 전-후로해서 문재인의 여론조사상의 지지도는 골든-크로스를 넘어서 박그네를 앞서갔다.(여기에 경찰의 국정원댓글 사실무근이라는 심야결과 발표 후 박그네가 재역전했다는 최근 모 여론조사 기관 대표의 발언은 신빙성이 적다. 추세는 변치않고 문재인이 계속 앞서갔다. 방송3사를 제외한 다른 조사기관의 공통된 결과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고 듣는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이를 은폐하였다. 오히려 박그네의 대세론이 여전함을 보이기 위해 급조된 여의도 박그네의 유세장에 모인 인원수를 편집-조작하여 실시간으로 퍼뜨렸다. 반면 문재인의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진행된 유세장에 모인 인파는 그 세배가 넘었음에도 일부만 클로즈 편집했다.

왜 그랬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선거를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었다고 나는 단언한다.

그게 바로 12.19 오전 투표율에 놀라고 오후 끝도없이 이어지는 젊은 층의 투표참여 열기에 대경실색한 새누리의 김무성의 입에서 튀어나온 버스를 동원하라는 명령의 실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고서라도 정권을 기필코 연장해야하는 부패한 범죄집단이 목숨걸고 감행한 전산개표조작은 그렇게 감행된 것이다.

방송3사와 선관위 ,국정원 그리고 집권여당 새누리의 박그네 선본이 합작한 5.16 개표부정이 현재 벌어지는 국정원 선거개입의 최종 목표였던 것이다. 가히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최악의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자행된 것이다.

증거가 뭐냐고 묻지마라! 숱하게 말했다. 도저히 다른 전혀 다른 물리법칙이 작동하는 또 다른 우주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문재인-박그네의 득표율이 로지스틱 함수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무슨 프랙탈 원리처럼 전국 그래프와 기초 선거구 그래프 즉 전체와 부분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자연스런 투표과정에서 이런 기묘함을 가질 확률은 거의 0으로 수렴된다.지구 탄생 확률에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킬 확률을 곱한 것보다 낮다. 로또 당첨 확률보다도 훨씬 낮다. 고로 이것은 인위적 외부의 수치입력이 빚어낸 공학의 산물이다. 도대체 이 이상의 개표조작의 증거가 있는가?

절차적으로 수작업이 없이 개표기를 돌려서 표계산 한 것만으로도 무효인데 5.16 득표율에 더하여 로지스틱 쌍둥이 그래프라면 할 말 다한 것 아닌가?

왜 세계의 유수 언론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 규탄 집회를 연일 대서특필하는 지 아는가? 지들이 봐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선거거든. 이걸 그냥 넘어가면 한국은 완전히 사기꾼과 조작으로 만들어진 나라거든..

그러므로 민주당의 이번 장외투쟁 선언은 만시지탄의 굼뱅이 행보이다. 민주당과 입진보들이 작년 대선결과 발표 후 보여준 모습은 패배주의와 기회주의에 다름 아니었다.

지금도 조경태류들은 안철수류 보다 더 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이 저들의 개표조작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맞서 정치적 생명을 걸고 건곤일척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칼을 꽂는 행위는 눈에 보이는 적보다 더 유해하다.

박그네의 지난 6개월의 행보는 모든 게 선거 개표부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NLL 대화록 문건을 왜곡-발표한 것도 그러하고 전두환 비자금 조사도 그러하며 심지어 일부러 개성공단을 폐쇄하려는 강경정책도 복잡한 배경이란 없고 오로지 자신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뿌리뽑을 부정선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려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포하자 박그네가 저도에서 청와대로 급경한 이유이기도 하다.감옥에 가둔 원세훈의 입을 꿰맬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전두환처럼 짜고 칠 묘수의 고스톱을 궁리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의 차단! 전국적 쟁점화의 봉쇄!
세계가 조롱하든 말든 박그네를 끌어내릴 유일한 헌법상의 힘!
대한민국 국민의 각성과 성토 거리로의 진출과 항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때마침 계엄법 개정도 거론된다. 결코 오비이락이 아니다.

그러나 깨어있는 시민의 힘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불의와 반칙에 맞서 산화해간 선배들의 유훈은 별처럼 가슴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좌절을 모른다. 우리는 부드럽지만 성난 물처럼 온갖 장애와 험로를 뚫고 전진할 것이다.

겁쟁이와 기회주의자, 입만 산 양비론자들은 안전한(?) 회색지대에 몸을 숨겨라! 우리는 오늘을 산다. 시청에 가서 만나서 외치고 싸울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시민의 힘을 믿어라. 깨어있는 시민은 호랑이다.
그 위에 올라타서 원세훈을 정조준 하라.
부정선거의 실체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끌려나올 것이다.

이 힘으로 말하자면 김대중을 4차례나 위기에서 최고의 자리로 밀어 올렸으며 고졸 출신의 변방 정치인 노무현을 또한 불러일으킨 힘이며 노무현이 목숨 걸고 지키려한 대한민국의 실체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정원 직원 '셀프 추천'에 "크크크"

경찰 수사관들도 처음엔 열심히 찾았다

[녹취록 전문분석①] 아직 은폐 작업에 나서기 전까지

13.08.01 20:10l최종 업데이트 13.08.02 08:58l

경찰은 3일 간 잠도 못자고, 옷도 못 갈아 입었다. "단체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이라도 (사자)"라며 농담도 건넨다.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는 말이 수차례 나온다. 스스로 "우리가 이렇게 공정하게 냉정하게 열정적으로 했는지 세상 사람들이 믿어줄까"라고 묻기까지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은 밤샘 작업 끝에 김아무개(29)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확인했다. '한건'했다면서 "고기를 사달라"고 하거나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또 "엄청나게 나오는 구나" "노다지다 노다지"라고 감탄했다. 이 모든 대화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일 공개한 127시간 38분 분량의 녹취록 전문에 나와 있다. 이미 일부 내용이 지난 6월 검찰의 수사발표와 지난 7월 25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전문은 처음 나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12일 김씨를 고발하자, 김씨는 그 다음날인 13일 자신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임의 제출했다. 수서경찰서는 같은 날 서울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서울청 분석관 11명은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디지털증거분석 3실과 4실에서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한 방에 보낼 수 있다' 자신하던 경찰
 
기사 관련 사진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서 경찰이 그 수고를 얼마나 물거품으로 만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 말대로 '열정적'으로 분석했지만, 이번 녹취록에서는 그들의 부끄러운 맨 얼굴이 공개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개입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처음으로 아이디(ID)를 발견하자 서로 격려했다. "파이팅"을 외치며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베스트 게시글을 만들기 위해 '셀프 추천'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은 삭제해 달라고 신고해,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2012년 12월 14일 오후 5시 45분]

분석관1 : "파이팅 너에 달렸다. 난 하나 분명히 이거 찾아줬어."
분석관2 : "좋은걸 찾으셨네요. 한방에 보낼 수 있는 건데."

[2012년 12월 14일 오후 9시 53분]

분석관1 : "MB를 까는 글이 있어. 삭제를 신고해. 삭제를 해달라고. 그런 일을 하는 거지. 지금 여당쪽에 좋지 않은 글쓴 애들 있지. 걔네들 신고해서 다 삭제시켜 버린거야. 그 일 하고 있는거야."

[2012년 12월 14일 오후 11시 32분]

분석관1 : "베스트글이 만약 선동글이다. 그러면 그게 베스트로 올라가서 메인에 올라가는 것에 방지하기 위해 반대 10회 이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런 것을 싹 정리해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석관2 : "베오베 게시판 있네."
분석관1 : "그래서 반드시 반대가 필요하다. 밀어내기."

[2012년 12월 16일 오전 1시 23분]

분석관1: "자기가 글 쓰고 자기가 추천하네요. '숲속의 참치'가 글을 쓰고 '진짜진짜라면'이 추천해요."
('숲속의참치'와 '진짜진짜라면'은 모두 김씨의 아이디 - 기자 주)

분석관2 : "크크크(웃음)"

증거 없다고 보도?... 경찰 "더 큰 게 있지"

한 분석관이 문재인이 당선될 수 없는 이유를 국정원 직원 아이디인 '토탈리콜'이 추천했다고 하자 다른 분석관이 "이거 많이 추천해, 별일이다 진짜"라며 "그나마 (대선 후보 지지·비방에) 제일 가까운 걸 찾았다"고 말했다.

분석관들은 다수의 아이디를 여러 명이 돌려가며 썼다는 추정도 내놓는다. 12월 16일 오후 6시 21분께 3분석실의 한 분석관은 "근데 또 하나 추정했던 게 있다"며 "그 다수의 아이디를 과연 얘 혼자 쓴 거냐, 이게 전부 다 얘네 아이디면 돌려가며 쓴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분석관은 "우리말대로 우리도 같은 팀"이라며 "저런 일을 받았다면 한명 잡혔다고 안 하고 그런 거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가 여러 누리집에 같은 글을 4번 이상 올렸다는 것도 경찰은 확인했다. 한 분석관은 "보배드림에 '나도한마디'가 해외순방 관련해서"라고 말하자 다른 분석관은 "어 이거 저기(오유)서 봤는데 '나도한마디' 맞는 거 같아, 왜냐면 오유에서도 같은 글 봤거든, 얘는 같은 글을 네 번이나 올렸어 똑같은 글을"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보도에서 경찰 수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보도되자 "더 큰 게 있다"며 말했다.

[2012년 12월 15일 오전 4시 46분]

분석관1 : "기사에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분석관2 : "언제 나왔어요?"
분석관3 : "증거 없다? 더 큰 게 있지."
분석관4 : "동아일보 한 시간 전에? 기사가 있었는데?"

분석관들은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될 것을 의식하기도 했다. 대화 도중 CCTV 볼륨을 줄이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월 14일 오후 11시 30분께, 3분석실의 CCTV 영상에서 한 분석관이 "우리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잖아요, 좌파니 우파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라고 말하고 나서 뜸을 들인 뒤 "볼륨을"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는 "위에 마이크 (볼륨을) 죽였거든요"라고 전한다. 조사실에 대한 CCTV녹화를 의식한 것이지만, 그 말까지도 생생하게 녹음됐다.

국정원 증거인멸 방관한 경찰, '증거 없다' 기습 발표
 
기사 관련 사진
▲ 경찰, 대선기간 '국정원 정치개입' 확인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경찰과 마주친 12월 11일, 그가 증거를 은폐한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의 수사협조에도 문을 굳게 잠그고 있던 김씨는 그 시간 자신의 컴퓨터에서 범죄 혐의를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12월 14일 오후 6시 51분]

분석관1 : "인터넷 히스토리를 봤는데, 11일 날 그 사건 있는데 다 지웠어요. 컴플레인 식으로 다 지웠어요. 11일은 의미가 없어요."

다른 대화에서는 분석관이 "하여간 지웠다는 사실만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며 "지웠다, 게시판 글 지운 흔적을 발견을 했다, 그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화에서 한 분석관은 "가장 마지막에 지운 게 12월 11일"이라고도 말했다.

또 실시간으로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김씨가 노트북을 이미 제출했는데도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것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다른 직원들을 동원해 광범위한 증거 인멸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은 국정원의 증거 인멸을 방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4시께의 대화 내용이다.

분석관1 : "자도 돼요?"
분석관2 : "지금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대체로) 댓글을 삭제하는 편이더라고요."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이광석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장(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은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전날 밤 11시 기습적으로 중간수사결과 보고서를 내자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서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서장과 배석했던 한 분석관도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때는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 127시간 38분, 총 340쪽 분량의 녹취록은 아래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소 많은 분량이지만 <오마이뉴스>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뉴스 맞아? 장외투쟁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8/02 10:28
  • 수정일
    2013/08/02 10: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어제부터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김한길 당 대표와 지도부 소속 의원 90여명이 참석한 의원총회와 대국민 홍보전에 나섰습니다.

김한길 당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파행에 거리로 나왔으며,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간사는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 없는 김새는 청문회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증인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는 국정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토요일 '국정원 시국회의'와 연대해 1시간가량 무대를 빌려 쓰고 이후 민주당 의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예상되는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시작되자, 이상한 변화가 시작됐으며, 이런 변화가 앞으로의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 어~~뉴스 맞아? 갑자기 변한 뉴스들'

국정원 대선개입과 촛불집회, 국정조사 관련 부분에서 언론은 철저히 침묵을 지키거나 단신 내지는 왜곡보도를 일삼았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책임을 홀로 지기도 했으며, 국민들의 지지를 그리 많이 받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외면하던 언론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시작되자, 갑자기 변했습니다.

 

 

 


8월 1일 KBS,SBS,MBC 저녁뉴스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Top 뉴스로 다뤘습니다. (SBS는 국세청장 수사 다음으로) TV뉴스에 민주당이 Top으로 나온 일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찾기도 어려울 지경이라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NLL 소식은 언제나 Top으로 보도하던 방송 3사는 유독 국정원 국정조사는 늘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였던 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아예 방송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SBS는 22초 보도)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소식은 이틀 연속으로 보도하면서 촛불집회와 국정원 사태는 늘 소극적이던 KBS 9시뉴스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Top으로 다뤘다는 점은 일단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일로 예정된 촛불집회도 아마 보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촛불집회 소식은 아마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는지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촛불집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마, KBS.MBC는 교묘하게 무대 위의 민주당 의원 화면만 내보내고, 무대 아래에서 촛불을 든 수만의 시민들 모습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민주당의 언론 담당자들은 방송국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한다.>

' 갑자기 꼬리 내리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시작되자 엄청난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민주당의 의도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탄 내기 위한 것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민주당을 공격했습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월 31일에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자폭 행위'라면서 격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8월1일에는 "광장에서 길을 잃을 것인지,국회에서 길을 찾을 것인지,그 답과 선택은 민주당 안에 있다. 민주당이 민생이라는 단어를 찾아올 수 있도록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하루 만에 독설에서 조언으로 바뀐 윤상현 의원의 발언은 지금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현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의장 단독으로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회의 안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가 가능할 수 있으며,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단독으로는 의결이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임위에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해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어야 할 법안 통과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약조차 포기하는 상황에서 국회조차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하락할 것이며, 경제 등의 문제도 계속 꼬여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운영이 힘들어지자, '국회선진화법'이 악법이라는 주장을 다시 꺼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번에도 정부개편안이 막히자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의 공약인 동시에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던 법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회선진화법'이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현재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강경발언을 자제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정조사 파행'이라는 단어를 통해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 민주당,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우선 민주당 장외투쟁의 첫발은 성공적입니다. 언론의 주목과 함께 새누리당의 강경발언을 한편으로는 잠재우고 있기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도 지도부가 휴가를 끝내고 오면 잠잠해질 수 있음)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자극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든 국회로 끌고 들어가려고 예전에는 없던 국정조사 특위에 대한 양보안을 자꾸 내놓고 있습니다.

권성동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간사는 국정조사 파행이 민주당의 강경파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정조사 기한이 15일까지니 6일까지만 증인 채택이 합의되면 된다는 중재안을 내놓으며 민주당의 국정조사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권성동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간사의 다양한 제안을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그들의 간교함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고, 이는 일단 민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이번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국조특위 증인 출석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청문회에 증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요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새누리당은 '불출석 앞에 정당한 사유 없이'까지는 봐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라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증인의 불출석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원세훈,김용판은 현재 재판 중이고 이를 정당한 사유라고 새누리당은 주장하기 때문에 결국 국정원 청문회에 증인이 나오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됩니다.

새누리당은 양보하는 척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국정조사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절대로 이들의 전략에 말려들면 안 됩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친노 강경파' 때문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섰다는 주장입니다. 범죄를 밝혀내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투쟁은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것이 어떻게 계파에 끌려간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 의원이 지금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만약 문재인 의원이 나오면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를 고려해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나오면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들었다고 비난할 것이며, 또 나오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확히 문재인 의원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밝혀야 합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난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어리석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똑똑한 아이들이 그 핵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다음 선거엔 일진 동원하고 시험지 공개해도 되죠?'

국정원과 언론이 개혁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는 부정으로 계속 얼룩질 것이고 결국 민주주의는 유린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이 아이들보다 못하면 안 됩니다. 잘 모르면 이 아이들에게 가서 무릎 꿇고 배우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이라는 기득권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대강 녹조,자원외교 부정축재..왜 이명박은 수사안하나??

 
 
안티MB 백은종, 이명박을 역사단죄하라!
 
이호두 기자
기사입력: 2013/08/01 [20:57] 최종편집: ⓒ 자주민보
 
 

1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안티MB(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등의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은 '이명박 검찰소환, 압수수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이명박을 구속수사하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 이호두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비리 사기극 자원외교 원자력 비리 등 끝없이 지난 정권의 악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얼마전 감사원에서 국토부가 숨겨온 4대강의 충격적인 사건전모마저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명박을 수사하라'고 밝혔다.

특히 2008년 이명박의 취임직후 발족하여 이명박 정권의 부정비리를 고발해온 안티MB 운영자 초심 백은종 씨는 발언을 통해 "법대로 하면 되는게 없다는 불법의 정신을 온국민에게 심어 아이들부터 썪어가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반드시 '역사징벌'을 해야하며 전임 대통령이라고 하여 피해갈 수 없음을 강조했다.
 
▲ 이명박 정권의 비리를 즉각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퍼포먼스 © 이호두 기자

4대강으로 인해 현재도 4대강 주변의 나무들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심각한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 출처: 인터넷 블로그 http://blog.hani.co.kr/kyoung62/56134
 
▲ 출처: 인터넷 뉴스.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4대강 의혹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전직 대통령 비리에 대한 현정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간토 조선인학살, 국가차원 진상규명 할 수 있어"

간토 조선인학살 현장조사 다녀온 김종수 목사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8.01 12:26:07
트위터 페이스북

 

 

   
▲ 김종수 목사가 '간토 조선인학살 현장 한국조사단' 활동 결과에 대해 지난달 22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국 진상조사단이 가서 쭉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덕상 교수 같은 경우에는 “아, 이제 나에게도 조국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라고 하는 말씀을 들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7월 2일부터 6일까지 일본의 간토(關東) 조선인학살 현장을 조사하고 온 ‘1923한일재일시민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수(50살) 목사는 22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간토 조선인학살 90주기를 맞아 진상규명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토 조선인학살은 일제시기인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일본 간토(관동) 대지진 당시에 6천여 명의 재일동포들이 집단 학살당한 사건으로 그간 유언비어에 동요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살해했다고만 알려졌지만 실상은 일본 정부와 군의 주도하에 자행된 조선인 집단학살(코리안 제노사이드)임이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등은 ‘간토제노사이드희생자 90주기 추도행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6월 국회에서 ‘간토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고, 7월초 일본 현지조사에 나섰다.

김종수 목사는 “우선 일본 분들이 한국에서 특히 국회에서 행사를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또 적극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한 것에 굉장히 고무돼 있었다”며 “일본의 현장 활동가들이 지난번에 갔을 때와 달리 굉장히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재일동포로서 1970년대부터 외롭게 이 사건을 연구해온 강덕상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이 이번 한국 조사단의 활동을 지켜보며 “아, 이제 나에게도 조국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상황이 진전된 것이다.

김종수 목사는 “그동안 책에 나왔던 기록물들을 보면서 현장에 가서, 지금은 변해버린 상황이지만 이 지역에서 이러이러한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안내받으며 설명을 들었다”며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안내해줬다”고 전했다.

 

   
▲ 이번 현장 조사과정에서 새롭게 입수한 사진. 아사쿠사 지역에서 사지가 잘리고 목까지 잘려나간 조선인 사진으로 당시의 잔혹한 조선인 학살을 웅변하고 있다. [사진제공 - 김종수 목사]
특히 “아사쿠사 지역에서 조선인이 사지가 완전히 잘리고 목도 잘려진 사진”도 새로 접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은 이미 다른 책에 실린 사진이지만 그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으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간토 조선인학살 현장 한국민간조사단 활동보고 (일부)

<7.2 치바지역> 나기노하라

나기노하라(나기 들판)에서는 군에 의해 ‘배급된’ 조선인이 일본민중에 의해 학살된 장소이다. 다까쓰의 한 농민이 남긴 일기로부터 학살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9월 7일에 나라시노 수용소로부터 조선인을 줄 테니 받으러 오라는 말이 있어, 주민들이 15명을 받아 이들을 각 구별로 나누었고, 다까쓰 구는 세 명을 받아오게 되었다. 다음날 8일에 또 두 명을 더 받게 되어, 도합 다섯 명의 머리를 베고 그 사체는 나기노하라에 구덩이를 파서 매장했다. 9일 늦은 밤에 또 한 사람을 받아와 곧 살해해, 지난번과 같은 구덩이에 묻었다.”

<7.3사이미타, 군마지역> 조선인 강대흥 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경계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서 조선인 학살이 자행됐는데, 강대흥 씨는 24살이었다. 우라와 방면에서 이곳으로 도망쳐 와 저기에 있는 벼랑에서 그 아래 고구마 밭으로 뛰어 내렸다가 그 곳에서 자경단에 잡혀서 살해를 당하게 됐다. 잡히자마자 농기구로 다짜고짜 베고 중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이송 도중에 사망하게 됐다. 처음에는 자경단, 민중들이 ‘내가 죽였다’고 앞을 다투어 자랑을 했다. 나중에 경찰이 ‘살인사건’으로 바꾸게 되자 ‘자신은 관련 없다’며 서로 발뺌했다. 결국 대표 다섯 명이 잡혀들어 갔다. 당시 제 할아버지가 자치회의 대표를 맡고 있어서, 정부의 명령에 의해 민중들이 학살했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왜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는가, 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지만 쉽게는 풀려나지 못했다.”

군마지역 위령의 비

이 추도비에는 “조선인 폭동 소문이 전해져 각지에서 많은 희생자를 내게 되었다. 후지오카시에서도 도쿄, 사이타마 방면으로부터 피해온 17명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적고 있어, 학살의 주체를 명시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

<7.4 도쿄지역> 에이타이 다리 동쪽 끝

군대자료에 의해 증언되고 있는 사실이다. 경찰 세 명과 군인 다섯명이 조선인 32명을 이송하여 히비야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었다. 도중에 조선인 한 명이 도망을 쳤고, 이것을 빌미로 17명이 도망하였다. 도망하는 조선인 전원에 대해 군대가 총을 쏴 죽였고, 나머지 15명의 사람들은 주변에 있던 일반인이 학살하였다. 당시 학살을 묘사한 그림에는 병사, 경찰, 민중이 함께 그려져 있다. 당시 목격 증언에 의하면 목이 없는 시체가 널려져 있었고, 시체 위에는 죽창이 꽂혀져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또 시체가 묶여있는 사진이 있는데 그 상태로 강에 던져지기도 했다.

 

2006년 안성지역에 탈북 청소년과 저소득계층 청소년을 위한 ‘아힘나 평화학교’를 개교한 김종수 목사는 역사캠프에서 10살 때 간토 조선인학살을 목격했던 야키가야 타에코 할머니의 증언을 들으면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7년 11월 ‘간토 대진제 조선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 시민연대’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진상규명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9월 하반기 국회가 열리게 되면 그때 의원들과 더불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며 “학살된 사람들의 구체적 신원이 밝혀진 경우, 누가 어떻게 살해했느냐는 사실확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90주년 추도행사는 한일 민간단체들의 주도로 8월 31일 일본 현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여기에 우리 국회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8월 22,23일 학술행사를 개최하고, 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한 종교계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간토 문제, 식민지 청산 문제를 가지고 한일 간의 평화문제를 고민해나가면 좋겠다”면서 “한국의 시민들도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재외동포의 학살 문제를 통해 지금 일본사회에서 또다시 야기될지 모르는 ‘코리안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7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커피숍에서 김종수 목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유언비어(풍설)를 사실로 만들어라”


   
▲ 한국민간조사단은 일본 각 지역에 있는 조선인 학살 현장을 찾았다. [사진제공 - 김종수 목사]
□ 통일뉴스 : 이번 일본 방문 개요를 설명해 달라.

 

■ 김종수 목사 : 7월 2일부터 6일까지 일본을 다녀왔다. 첫날은 치바, 둘째날은 사이타마, 셋째날은 도쿄, 넷째날은 요코하마, 다섯째날은 다시 도쿄로 가서 최종적으로 평가회를 하는 일정으로 다녀왔다.

□ 방문단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에서 저하고 처음부터 진상규명 노력을 해왔던 아힘나학교 조진경 교사, 시민연대 연구원 김강산, 사무국장 김영순, 그리고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이해학 목사와 이세우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기자, 이렇게 7명이 다녀왔다.

□ 네 지역을 방문했는데, 각 지역에서의 주요한 활동은 무엇이었나?

■ 이번에 보려고 했던 것은 첫째, 일본 각 지역에서 어떻게 학살이 이루어졌는지, 각 지역마다 학살 특징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조사과정에서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새로운 자료들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한국정부가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면, 지금까지 연구하면서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자료라든지 사실들을 밝혀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네 번째는 학살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일본에서 진상조사를 했던 지역활동가들과 연대해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를 협의하는 것이었다.

이 네 가지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다녀왔다.

□ 직접 가서 보니까 어땠나?

■ 우선 도쿄와 요코하마에서 학살이 먼저 일어났고, 치바 지역은 나중에 일어났다. 그 다음에 사이타마 경우는 지진 피해지역이 아니어서 지진과 상관이 없었는데, 계엄령이 내려지면서 철저하게 자경단에 의해서 조선인 대량학살이 일어난 특징이 있다.

치바 지역의 경우는 9월 5일을 기해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군대나 경찰에 의한 학살은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그 대신에 “유언비어(풍설)를 사실로 만들어라”는 지령을 내린다. 유언비어에 의해 계엄령이 선포됐기 때문에 계엄령의 불법성을 없애고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언비어가 사실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떠도는 유언비어를 조선인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했다는 것을 사실화시켜라”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이에 따라 수용돼 있던 조선인들을 그전까지는 군대가 사살하다가 9월 5일부터는 군대가 조선인들을 각 민간 자경단에게 불하한다. 하루에 5명씩, 몇 명씩 불하해서 그날 저녁에 자경단들이 학살한다. 그런 지역적 특색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하나 공개됐다. 아사쿠사 지역에서 조선인이 사지가 완전히 잘리고 목도 잘려진 사진이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 이 같은 지역적 특징들은 이전에도 언급된 적이 있나?

■ 그렇다. 그동안 책에 나왔던 기록물들을 보면서 현장에 가서, 지금은 변해버린 상황이지만 이 지역에서 이러이러한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안내받으며 설명을 들은 거다.

해방이후 독립정부가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왜 못했을까?

 

   
▲ 한국민간조사단은 현지에서 지역 활동가들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사진은 니시자키 마사오 씨가 도쿄 스미다구에서 발생한 조선인 학살을 목격한 아이들의 그림일기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김종수 목사]
□ 지역에서 이 사건을 조사 내지는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조선인 후세들인가 아니면 일본인들인가?

 

■ 우선 간토 조선인학살 문제를 연구로서 일본 사회에 알린 것은 70년대 강덕상 교수가 처음이다.

그 이전부터 치바 지역 등 각 지역에서 일본인 교사들, 주로 사회과 교사들이 지역에 대한 역사를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다가 그 지역에서 조선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한테 듣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조사 작업에 착수해서 수십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지금까지 계속 그 일을 해온 거다.

그분들에게 축적된 자료가 굉장히 많다. 한국에는 아직 그 자료가 번역돼 나온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단행본으로는 강덕상 교수가 쓴 『학살의 기억』과 야마다 쇼지 박사의 『관동대지진 1923.9.1-조선신학살에 대한 일본 국가와 민중의 책임』이 있다.

자료들을 통해서 많은 진실들이 사실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는데 한국 정부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하지 못했던 거다.

□ 왜 한국 정부는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나?

■ 저희들도 한국 정부한테 묻고 싶은 사실이다. 왜 안했을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식민지시대였기 때문에 진상조사를 하기에 여러 가지 역부족이 있었다 치더라도 해방이후 독립정부가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왜 못했을까?

문제는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마 대부분 친일적 인사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사건의 진상조사를 착수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올해가 간토 대진제 90주기이기도 한데, 이번에 다녀온 소감은?

■ 우선 일본 분들이 한국에서 특히 국회에서 행사를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또 적극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한 것에 굉장히 고무돼 있었다.

그리고 한국 진상조사단이 가서 쭉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덕상 교수 같은 경우에는 “아, 이제 나에게도 조국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라고 하는 말씀을 들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왜 한국 정부가, 국가가 이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왔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 일본의 현장 활동가들이 지난번에 갔을 때와 달리 굉장히 많은 것을 준비했다. 제가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안내해줬고. 어떻게든 90주년을 맞아서 한국과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결의도 다지는 계기가 됐다.

□ 정치권의 약속이란 게 알다시피 쉽게 실현되는 것은 아닐 텐데.

■ 오늘 두 의원을 만나고 왔는데 유기홍 의원도 임수경 의원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 구체적으로 임수경 의원은 동북아역사왜곡특위 차원에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말도 있었다.

유기홍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결의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8월 광복절 즈음에 이번 조사단이 활동했던 것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그때 기자회견을 하자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정치인들 쪽에서도 90주년을 맞이해서, 특히 일본의 선거 이후 일본이 극도로 우경화 될 것이 뻔한 이 상황 속에서, 간도문제를 통해서 ‘헌법 9조’가 곧 개악될 것을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한다면,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뭔가의 계기를 마련해야 되지 않겠나 공감하고 있다.

특별히 현재 일본에서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가 날뛰고 있는 상황은 간토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간토문제를 제대로 청산해 가는가라고 하는 것이 재특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시초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지금 재일동포들이 위축돼 있다.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고, 위협을 당하고 있다. 간토문제를 함께 공감해서 이 문제를 부각시켜낸다면, 이 차별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비롯됐는가를 역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국가가 이 학살의 주범이다”


   
▲ 6월 19일 국회에서 간토 조선인학살 진상규명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특별법 제정 추진을 다짐했다. [사진제공 - 김종수 목사]
□ 일본 현지에서 이번에 특히 정성스럽게 조사단을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새롭거나 특징적인 것 몇 가지만 소개해 달라.

■ 이번에 새로 발견된 이 사진 같은 경우도 이미 출판된 책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일본 곳곳에 이런 사진들이나 자료들이 이미 다 나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 지역에서 재판기록도 상당수 많이 있다. 그 당시의 재판 내용을 제가 잠깐 재구성해 스케치 한다면, 재판 과정에서는 주로 재판장하고 피고인들하고 농담이 오고갈 정도로 장난스럽게 이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학살자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그리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본인들은 “왜 국가가 조선인을 죽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죄를 뒤집어 씌우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재판기록들은 지역의 역사책에 기록돼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미 사법적으로 이 부분을 다뤘었고 아주 우습게 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국가가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으로 전부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 재판 기록에 나타나 있다.

또 하나, 1923년에 일본 중의원 회의에서 나가이 류타로 의원이 “지금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국가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지금 조사 중이다”라고만 대답했다.

다른 하나는, 2003년에 일본 변호사연합회가 재일교포 2세 문무선 의원이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서 조사했더니, “국가가 이 학살의 주범이다. 또 군대가 학살했다라고 하는 것이 이미 기존 자료를 통해 다 드러났다. 따라서 일본이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지금도 차별적인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처를 취해달라”라는 것이 변호사연합회의 권고문이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에게 권고문을 보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아무런 대답을 안했다. 일본의 변호사연합회는 진보적 단체가 아니고 대한변협 같은 곳인데, 이들이 객관적으로 조사했더니 그 같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일본 의회와 사법부에 대해서는 자료를 통해 진실규명을 하는데 있어서 근거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의원들에게 1923년에 ‘진상조사 중’이라고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을 수 있다. 또 사법부에서는 이런 재판을 했는데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실관계 확인 소송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곳곳에 이런 학살된 사진들을 통해서 학살된 사람들의 구체적 신원이 밝혀진 경우, 누가 어떻게 살해했느냐는 사실확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 피학살자 신분이 확인된 명단은 이미 일부 있지만, 연고자나 살해 경위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난번 국회 토론회 이후 제보가 들어온 것이 있나?

■ 그 이후에는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학살자 주소가 있는 각 지역 노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족들을 찾아내는 작업들을 교단의 사업으로 끌어안겠다고 약속해줬다.

□ 이후 ‘1923한일재일시민연대’의 주요 추진사업은?

■ 9월 하반기 국회가 열리게 되면 그때 의원들과 더불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 올해 90주기 기념행사는 어떻게 준비되나?

■ 지금은 종교 단위에서 하게 되는 것,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 8월 31일 모든 단체들이 모여서 연합 추도행사를 하는 것이 확정됐다. 추도행사에는 한국 의원들 몇 명과 같이 그 행사에 참여해서 한일이 함께 연대해서 진상규명을 해나가자고 격려도 하고 연대 의지도 다지는 그런 프로그램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8월 22,23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간토 90주년을 맞아 학술행사가 있는데, 이때도 민간단체 가 해야 할 구체적 작업들을 제가 정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특별법 제정과 아울러서 두 번째는 무엇보다도 학살희생자들의 유족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금 간토 지역 특히 요코하마 지역에서 학살의 주체를 명확하게 기록한 중학교 역사 부교재가 2012년에 만들어졌지만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우익의 집중공격을 받고 그 책들을 회수했다.

현재는 두리뭉실하게 ‘유언비어에 의해서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고 왜곡된 역사기술이 실려있다. 학살도 개인적인 살해로 돼 있는 이 왜곡된 교과서를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함께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공동의 역사교재를 만들어서 양심있는 교사들에게 이 교재를 쓰라고 권하는 것이다. 특히 재일동포학교나 조선학교 등 민족교육 현장에서 이 교재로 공부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해서, 아마 9월쯤 되면 뭔가 구체적인 과정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 2009년 아힘나 평화학교 학생들이 세워놓은 추도목비를 들고 2013년 민간조사단의 이해학목사가 진실규명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 - 김종수 목사]
□ 이번 방일 과정에서 조선인 차별이나 위축에 대해 느낀 것이 있나?

 

■ 우선 선거 벽보에 ‘혐한(嫌韓) 발언’들이 그대로 찍혀서 마을 구석구석마다 붙여져 있었다. 이것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왜곡된 의식을 보여주는데 굉장히 큰 효과가 있다.

또 우리는 직접 재특회가 연설하는 현장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신문 보도를 통해서 계속 그런 시위나 집회가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조속하게 재일동포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는 책임있고 실효성 있는 조처를 외교부를 통해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김 목사가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활동한 계기는?

■ 대부분의 일본 지역활동가들이 교사였듯이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특별히 한일 근대사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 청소년들과 함께 역사캠프를 열었다. 캠프를 하면서 과거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공동인식 없이는 미래의 동북아평화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역사캠프에서 당시 10살 때 간토 조선인 학살을 목격했던 야키가야 타에코 할머니 증언을 들으면서 단순히 역사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이것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야키가야 할머니는 올해 1월에 돌아가셨다.

저는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유언비어에 동요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살해했다고만 배웠는데 일본 국가가 조직적으로 학살에 관여하고, 그리고 은폐하고 또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 이것은 한 국민이기도 하지만 종교인으로서도 그냥 단순하게 교육적 차원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가 한 번도 진상조사를 안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이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2007년부터 조직을 만들면서, ‘간토 대진제 조선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 시민연대’를 만들게 됐다. 그때가 2007년 11월이었다.

그래서 그분들과 같이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면서 심포지엄을 열고 학살현장을 아이들과 더불어서 ‘스터디 투어’를 하고,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과거사정리위원회도 찾아가고 국회의원도 만나고 특별법 제정에 대한 호소도 하고 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르게 된 거다.

그러나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법적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특별법 제정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의원과 계속 준비하던 차에 90주년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게 된 거다.

처음 출발은 아이들하고 교육을 통해서 하게 됐고, 문제가 점점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게 되면서 결국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깨달음까지 진전하게 된 거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역사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학자가 없었다. 물론 단편적으로 소논문을 발표한 것은 있었지만 그것도 재일동포 역사를 다루면서 짧게 언급된 논문들 뿐이다. 제 아들이 간토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아힘나학교 학생들도 같이 다니던데, 2007년부터 함께 했으면 오래된 학생들도 있겠다.

■ 우리 아이들하고 같이 2009년 한국에서 소나무를 가져가서 ‘조선인 학살의 진상규명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담아서 추도 목비를 10개정도 만들어 곳곳에 세웠다.

목비는 일본에서는 토바라고 하는데, 석비가 있으면, 추도하는 사람들이 오게 되면 새롭게 얇게 추도 목비를 만들어 그 뒤에 꽂는다.

저희도 이번에 갔더니 날씨 때문에 많이 낡아져 버린, 그래서 글자도 희미해져 버려 그때 의지를 담았던 사람들의 서명도 잘 안 보였지만 그 추도 목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진상조사단으로 갔던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도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 선생님들과 함께 진상조사 노력을 해왔는데 국가가 정말 나서야 되는구나 그런 책임감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목사님들이 많은 느낌을 가지고 절실한 기도도 해주었다.

□ 아힘나학교는 언제 어떻게 출발했나?

■ 2006년도에 작은 대안학교로 출범했다. 목회자들은 목회활동을 많이 다니는데 제가 안성지역에 터를 잡게 된 것은 2004년이다. 처음에는 무연고 새터민과 한국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같이 남북통합교육을 한 것이 ‘아힘나 평화학교’의 출발이었다. 지금은 일반 대안학교의 모습이다.

□ 목회자로서, 교육자로서 이런 일을 해오면서 보람이나 어려움, 개인적 소회가 있다면?

■ 학교란 아이를 키워내는 곳인데, 제가 목사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아이를 키워낼 것이냐 고민하면서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을 만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새터민 아이도 남북의 여러 아픔을 끌어안고 통일동이로, 통일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키워가고 동북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아픈 역사를 딛고서 정말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아이로 키워가고 싶다.

이 같은 이유로 역사문제로 접근했다. 역사교육을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자기들이 어떤 일을 할 건가 많은 생각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1기 졸업생들은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새터민 아이들도 평화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졸업생 중 한 명은 일본의 동북아 역사문제를 다루는 대학에 진학했는데 지금은 군대에 가 있다.

아이들이 좀더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로 커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 국민들과 네티즌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현재 동북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점점 우경화 되어가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의 전체적인 우경화 문제도 그렇고 식민지 과거사 문제가 전혀 청산되지 않은 채 한일 간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무조건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국민은 물론 정치권도 자제하고 올바른 역사, 사건에 근거해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차분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서 간토 문제가 접근됐으면 좋겠다.

특별히 선거 끝나고 난 다음에 아베 정권이 한동안 계속 보수적 리더십을 발휘할 텐데 헌법 9조가 개악된다든지 아니면 재일동포 차별이 더 심해진다든지 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한일의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특히 간토 문제, 식민지 청산 문제를 가지고 한일 간의 평화문제를 고민해나가면 좋겠다. 이것은 우리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의 시민들도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재외동포의 학살 문제를 통해 지금 일본사회에서 또다시 야기될지 모르는 ‘코리안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벽보를 통해서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고, 재특회는 아주 위협적인 발언을 통해서 조선인에 대한 이지메를 가하고 있다. 재외국민들도 당연한 우리 민족으로서 같이 함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생각을 넓혀가야겠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서명도 하고 관심도 가져주고, 재정적 후원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 일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재원마련이 고민돼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바다로 간 제돌이 등지느러미 '낙인'을 생각한다

바다로 간 제돌이 등지느러미 '낙인'을 생각한다

 
최예용 2013. 08. 01
조회수 108추천수 0
 

"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려고 하는가", 역사적 돌고래 야생방사에 오점

이미 부착한 위성추적장치와 사진촬영 통한 지느러미 식별법으로 충분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동결낙인 방법으로 일련번호를 새긴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동연구와 생태관광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란 주장이 맞선다. 후자의 견해를 최예용 환경련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들어 본다. 물바람숲은 이와 관련한 토론과 논쟁을 환영한다.


04772489_P_0.jpg » 지난 7월 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목지곶 해안 인근 가두리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방사행사에서 제돌이(지느러미 표식 1번)가 가두리 곁에서 헤엄치고 있다. 제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3년 7월18일 오후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사들은 ‘제돌이, 춘삼이 그리운 제주 앞바다로’, ‘고향바다로 간 제돌이-다시 찾은 자유’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돌고래 제돌과 춘삼의 자연방사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부 신문은 “제돌이와 춘삼이 등 지느러미에 새긴 일련번호는 야생으로 돌아가 돌고래 무리에 합류한 뒤에도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드라이아이스와 알코올을 이용해 고통없이 일련번호를 새겼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법” 이라는 설명과 함께 제돌이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가 제공한 등지느러미에 1번 글자가 선명한 제돌이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날은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공연용으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3주 앞서 선상의 가두리 그물을 빠져나간 삼팔이를 따라서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삼팔이의 귀향은 ‘사람들로부터 자력 탈출’이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귀향은 ‘인간에 의한 자연방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한 일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기념하기 때문에 춘삼이가 그물을 빠져나간 6월26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겠지만 사실 이날이 한국과 아시아 최초의 공연 돌고래 자연복귀일입니다.

dol1.jpg » 7월 18일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제주 현지에 가지 못한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장맛비 속에 광화문에 모여 이들의 귀향을 축하했습니다. 사진=최예용

 
최초의 야생해양동물 자연방사, 공연 돌고래의 최초 자연방사, 환경단체와 동물단체의 주도로 야생 해양동물을 인간의 품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첫 사례, 행정부(해경, 당시 국토해양부), 자치단체(서울시), 사법부(제주법원과 검찰) 등의 정부기관과 민간환경단체가(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카라) 공동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을 자연으로 복귀시킨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 등등의 평가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서울 광화문과 서울동물원 그리고 제주 현지에서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집회, 일인시위 등을 통해 돌고래 자연방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연방사 결단을 내리면서 전문가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에 자연방사에 필요한 일들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제돌이가 제주로 갈 때 배편으로 이동하면 20시간 넘게 걸려 동물복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회원들의 거금을 항공운송비용으로 부담했습니다. ‘복순’과 ‘태산’의 서울행에 아시아나 항공사가 저가로 화물기를 제공했으며 어떤 기업은 방사 훈련에 필요한 활어먹이를 후원해 주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었고 시민들은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제돌이의 자연복귀를 찬성해 주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돌고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등 돌고래 세 마리의 자연방사는 대부분의 국민이 뜻을 모아 실현한 획기적인 사회적 사건이었고, 환경운동을 생각하는 시민들에게는 1997년 동강 살리기운동 이후 오랜만에 맛본 국민적 환경운동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dol2.jpg » 등지느러미 낙인에 항의하는 제돌이 퍼포먼스. 사진= 최예용

 
이 글에서는 제돌이 자연방사 과정에서 발생한 ‘동결낙인’이라는 대단히 유감스런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민위원회는 반대의견이 제기되었음에도 회의안건으로 다뤄 진지하게 토론 한번 해보지도 않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어 영원히 인간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말입니다.
 
사실 방사 후 모니터링을 수월하게 한다는 취지라지만 시민위원회는 제돌이에게 이미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사실, 이 장치를 달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뚫는 과정은 지켜보기 힘들어서 이 방법도 바람직한 방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방사 후 살아 있는지, 어느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위성추적방식은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등지느러미의 모양만으로 개체식별이 가능한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식별방법이 개발되어 있어 등번호 낙인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dol3.jpg

 

dol4.jpg » 위의 사진 두 장은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모양으로 개체를 구분하는 식별방식입니다. 제돌이는 이러한 방식으로 2004년 이전에 찍힌 사진판독으로 제주 앞바다에서 살던 개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진=고래연구소


제돌이의 방사 적응훈련의 핵심은 공연 돌고래로서 그동안 사람들이 주는 먹이와 훈련에 길들어진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멀어지기, 즉 야생성 회복입니다. 시민위원회는 그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때문에 서울동물원에서도 제주 가두리 그물에서도 아무나 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활어를 먹이로 줄 때도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멀리서 던져줄 정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번호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는 인간의 흔적을 영원히 남겨 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겠다는 잠재적 의도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생동물을 보는 인간의 한계였습니다. 낙인제안에 대해 처음 갸우뚱하던 동물단체 대표들마저 전문가들의 ‘아프지 않고 안전하다’는 말에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대표한 위원 세 명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찬반논쟁 내내 가만히 있다가 제주 성산에서 김녕으로 육상이송하기로 한 전날에 ‘시간이 없으니 다수가 찬성하므로 낙인을 찍겠다’고 이메일로 통보했습니다. 정식으로 시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마저 무시했습니다.
 

dol5.jpg »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2012년 4월 1차 시민위원회가 열린 이후 16개월 동안 12번의 회의가 열렸지만 한 번도 안건이 무시되거나 다수결로 처리된 적이 없는 시민위원회였기에 ‘동결낙인 다수결 이메일 처리’는 성공적인 돌고래 자연방사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결낙인’에 대해 해외자료를 찾아봤습니다. 2008년에 발간된 ‘해양 포유동물 백과사전’은 고래류의 인식방법을 자연표식, 일시적 표식, 흉터 및 낙인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 ‘동결낙인’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이 자료가 소개하는 동결낙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의 몸통이나 등지느러미에 5~8㎝ 크기의 금속을 이용한 번호를 10~20초 동안 찍는 방법으로 큰돌고래 등 작은 크기의 고래류에 광범위하게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얀 표식은 낙인 뒤 2~3일 내에 분명하게 보인다. 동결낙인 표식은 시간이 감에 따라 사라진다. 따라서 야외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는데, 화질이 좋은 사진촬영을 통한 번호 인식은 몇 년 동안 가능하다. 낙인번호가 사라지는 현상은 해당동물의 나이와 관계가 높은데, 어린 개체의 낙인은 빨리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지고, 11세 또는 그 이상의 나이 든 성체는 좀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 오랫동안 고래보호운동을 해오면서 교류해온 해외의 고래보호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더니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철학의 문제’라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dol6.jpg »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1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결낙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낙인이라니? 옛날에 노예나 동물에게 찍었던 그 낙인?“이라는 생각에 전율했던 느낌은 자료를 찾아보고 국내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냐‘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를 대표하여 시민위원회를 참여해 왔는데 7월10일 열린 시민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사퇴했습니다. 제돌이에게 낙인을 찍어 버리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시민위원회에 더는 참여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낙인 찍으며 하는 자연방사는 제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행위를 하는 모임의 일원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가 주도하고 시민단체 출신 시장의 결단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위원회이기에 사퇴라는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했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지적해야 했고 낙인 찍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dol7.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 방사 후 시민위원회 최재천 위원장은 동결낙인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자연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칫 자연에 관한 연구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려 상당히 어려웠다. (중략)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동결낙인이 아니라 동결표지라고 하면 좋겠다. 이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적했던 대로 시민위원회는 방사 후 모니터링을 위해 사전합의를 통해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생태적인 방식인 등지느러미 자연형태의 사진인식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등번호 낙인을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결낙인을 찬성한 다른 전문가는 말합니다. “많이 알아야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연구가 훨씬 용이하게 진행되면 남방큰돌고래의 생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1번, 2번이 선명한 제돌이와 춘삼이를 바다에서 본 사람들은 ’돌고래 보호‘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dol8.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과연 그럴까요?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자연에 대한 연구가 등지느러미 사진인식 방법이 가능하고 위성추적장치까지 장착한 제돌이와 춘삼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니….
 
서울대공원과 제주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우고 내달리던 제돌이의 모습, 조련사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 튀어오르는 춘삼이의 애처로운 모습과 등에 선명한 1과 2번 등번호 낙인이 찍힌 채 제주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의 모습이 겹쳐 떠오릅니다.
 
제돌이 자연방사과정의 동결낙인 논쟁을 겪으며 한가지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극단적 자연주의’ 입장에 선 사람으로 평가받은 일입니다.
 
사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제가 직업적 환경운동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나에게 근본적 생태주의적 관점이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물음을 던져보곤 했습니다.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를 찾아가 법과 제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나는 일상적 환경운동방식은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게 해주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바다위원회의 현장활동은 제가 자연속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늘 일깨워줍니다. 제돌이, 춘삼이를 귀향시키는 과정은 저의 삶이 아스팔트 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환경운동가만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나아가 ‘극단적 자연주의’라는 말도 듣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를 철저히 배제하려는 사고를 ’근본적 자연주의‘라고들 하는데 그런 비슷한 입장에 설 기회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제돌아 춘삼아, 잘 가…. 그리고… 미안해….

dol9.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으로 돌아간 지 5일 뒤 대한민국 고래보호운동의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습니다. 7월23일 상괭이 누리와 마루 두 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크기가 사람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주로 삽니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다르며, 돌고래처럼 입이 길쭉하지 않고 짧은 게 특징이죠.
 
누리와 마루는 부산아쿠아리움에 있다가 방사 얼마 전에 그물에 혼획된 현장인 경남 거제 해안의 가두리로 옮겨져 방사 적응훈련을 받았고 7월23일 남해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고래연구소는 이들 중 한마리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붙여 자연복귀 후의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몸통에 천을 입히고 위성추적장치를 달았더군요.
 
상괭이는 서해안과 남해에 주로 서식하지만 등지느러미가 없고 물위로 튀어 오르는 행동을 하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상괭이를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삼팔이, 제돌이, 춘삼이의 뒤를 이어 인간에 잡혀 수족관신세를 졌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네번째와 다섯번째 귀향고래로 기록된 누리와 마루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기를 기원합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울시 경전철 자료 거짓…박원순은 속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8/01 12:08
  • 수정일
    2013/08/01 12: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책쟁점 일문일답] <43> 경전철 사업 철회가 최선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1 오전 11:48:14

 

1.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전철 확대 재추진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추진할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하네요.
⇨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경전철을 포함한 도시 철도는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교통) 복지"라며 다른 것은 다 줄이더라도 이것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다른 지자체가 추진한 경전철 사업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서울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지방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을 이들 도시와 비교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며 경전철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박원순 "경전철, 세금 먹는 하마 아냐"…과연 그럴까?)

2. 박 시장은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고 주장했는데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할아버지 4인이 파리를 여행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통계를 통해 파리와 서울의 지하철을 비교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옵니까?
⇨ 지난달 31일 서울시로부터 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은 54쪽 분량의 문서 파일을 받았습니다. 문서 제목은 '서울시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인데요.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15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발표할 날, 박 시장이 기자들 앞에서 설명한 자료라고 합니다. 이 문건이 인용한 자료들을 추적해 보면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는 박 시장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많이 궁금합니다. 파리 도시 철도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 이 문건 5쪽을 보면 런던, 파리, 도쿄, 그리고 서울의 도시 철도 연장(길이)을 비교한 도표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도표 아래에는 자료 출처가 "World Metro Database(세계 지하철 데이터베이스)"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World Metro Database(WMD)에는 어떤 자료들이 들어 있을까요? 반갑게도 뜻밖에 풍부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자료에 담긴 내용을 보면 서울의 1만 명당 도시 철도 길이는 0.33km로, 자료 확보가 가능한 137개 도시 중 21번째로 길었습니다. 반면 파리는 0.22km로 42번째에 그쳤습니다.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박 시장 주장이 옳다면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파리를 체험한 4인의 할아버지들과 그를 돕는 40대 연예인이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겠습니까?
 

▲ 지난달 24일 도시 철도 기본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프레시안(김하영)


4. 지난달 24일 서울시는 경전철 재추진과 관련된 15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파리의 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가 0.43km이고 서울은 0.31km라 주장하지 않았던가요?
⇨ 황당한 것은, 서울시가 파리의 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를 발표하면서 그 출처를 "World Metro Database"로 표시했는데 그 내용은 WMD와 전혀 달랐다는 것입니다.

5. 자료의 출처는 World Metro Database인데 그 내용은 WMD와 전혀 달랐다? WMD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 만에 하나 WMD 자료에 오류가 있다면 서울시가 WMD 자료를 쓰면 안 되는 겁니다. 또 WMD 자료를 쓰면서 WMD의 오류를 수정하려면 WMD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오류라고 판단하고 수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보고서에 확실히 기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임의로 WMD 수치를 변경했습니다.

6. 갈수록 World Metro Database 자료가 궁금해지는데요. WMD에 실린 137개 주요 대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를 좀 더 상세히 소개해 줄 수 없나요?
⇨ 아래 도표가 WMD의 자료 일부입니다. 이에 따르면 영국 런던(인구 857만 명)의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는 0.47km로 137개 도시 중 11번째로 깁니다. 그러나 미국 뉴욕(인구 1900만 명)은 0.19km로 51위에 그치고 있고, 로스앤젤레스(인구 1250만 명)는 0.05km로 123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인구 1130만 명)도 0.12km로 78위에 그치고 있고, 호주 시드니(인구 433만 명)는 0.05km로 121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요 대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

순위

 

도시

 

1인당 도시 철도

길이(km)

 

인구

(만 명)

 

1

 

스톡홀름

 

0.84

 

126

 

11

 

런던

 

0.47

 

857

 

16

 

베를린

 

0.43

 

341

 

19

 

부산

 

0.38

 

348

 

21

 

서울

 

0.33

 

980

 

22

 

싱가포르

 

0.33

 

444

 

25

 



 

0.32

 

232

 

36

 

홍콩

 

0.24

 

721

 

37

 

바르셀로나

 

0.24

 

492

 

42

 

파리

 

0.22

 

990

 

43

 

대구

 

0.22

 

246

 

51

 

뉴욕

 

0.19

 

1900

 

55

 

헬싱키

 

0.19

 

112

 

57

 

시카고

 

0.19

 

899

 

69

 

나폴리

 

0.14

 

225

 

71

 

광주

 

0.14

 

144

 

73

 

보스턴

 

0.14

 

447

 

78

 

오사카

 

0.12

 

1130

 

83

 

인천

 

0.12

 

255

 

108

 

시애틀

 

0.07

 

307

 

121

 

시드니

 

0.05

 

433

 

123

 

로스앤젤레스

 

0.05

 

1250

 

136

 

디트로이트

 

0.01

 

410

 

출처 : World Metro Database

7. 서울시는 시내 도시 철도 길이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자료를 보면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이 경전철 추진론자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 시장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제가 박 시장에게 권하는 최선책은 경전철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는 겁니다.

8. 차선책은 무엇입니까?
⇨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2012~2016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도로 건설비로 6275억 원을 책정해 놓았습니다. 2015년도에는 6351억 원을, 2016년에는 4506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박 시장이 굳이 경전철 사업을 추가로 하겠다면 이 도로 건설비를 반 토막 내서 경전철 사업비로 비축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한 개 정도의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그 재원은 전액 계획된 도로 건설비를 삭감하여 조달해야 합니다. 둘째, 지금처럼 시민을 속이는 경전철 관련 보고서는 전부 폐기하고 새로운 연구팀으로 새로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서 그것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셋째, 새로 만들어진 보고서 원본은 1000만 서울 시민들에게 다 공개되어야 하고 시장은 시민들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9.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에는 어떤 내용의 재원 조달 방안이 들어 있습니까?
⇨ 그 문건에 따르면 9개 경전철을 추가로 건설할 총 사업비는 8조5533억 원입니다. 이 중 3조9494억 원은 민자로, 3조550억 원은 서울시가, 1조1723억 원은 중앙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10. 박 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게 전해 주시죠.
⇨ 며칠 전에 제가 다른 칼럼에서 썼던 문구를 그대로 박 시장에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그 어느 것도 진실 위에 설 수 없습니다. 또 투명하지 않은 그 어떤 행정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박 시장이 무분별한 경전철 추진론자들에게 속아서는 안 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국정원게이트>국정원은 ‘국민감시’만 하는 데가 아니다.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8/01 [10:29]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당신은, 혹시 휴대폰으로 이런 문자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햇볕이 정수리로 곧 바로 내려 꽂이고 있었다. 장마비가 잠시 그친 틈 사이로 선보이는 더위의 위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차마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더운 오후 3시 11분에 그는 그러한 문자를 받았다.

죽을 것 같은 공포와 충격을 받았을 것인가?
아니라고 했다. 섬뜩함이 일순 몰려왔다고 했다. 그 순간, 더위가 그 더움을 잃어버리고 말더라고 했다. 1분 뒤인 3시 12분. 문자는 한 번 더 왔다. 똑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시골에 있는 노부모님 그리고 서울에 함께 있는 형과 형수 그리고 이쁘고 귀여운 조카.

테러였다. 바로 신고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신고할 수가 없었다. 신고할 만한 경찰이 그에게는 없었다.

 
▲mbn방송화면 캡쳐 © 한성 기자

지난해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3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CCTV 녹화영상을 자체 분석한 자료와 녹취록을 발표해 경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여론조작' 유형을 대부분 파악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이 없었다"는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는 정면에서 상치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혐의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경찰은 하나라는 인식이 파다하게 퍼져있는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한 경찰을 그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국정원으로부터 거액의 자금까지 은밀하게 지원받는다 말까지 돌았다. 7월 31일 MBN이 보도한 내용이었다.

시민단체로부터 제보받았다고 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서 나오는 자금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예로부터 유명했다. 정보나 사건 수사,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들어가는 경비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다이다. 사용금액이 얼마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사용내역을 모르는 것 역시 당연하다. 국정원 내부에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눈 먼 돈’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그렇게 만든 것은 국가였다. 법을 통해 그렇게 만들었다. 1980년대, 국무회의에서 당시 안기부의 특수활동비를 '2급 비밀'로 처리해 의결한 것이다.

각 경찰서 대공 또는 정보부서가 매달 국정원으로부터 지급받은 자금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의 경찰 지급액은 수십억 원이나 된다.

이 모든 것들은 경찰이 국정원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다하더라도 그 수사는 결코 철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길고 긴 한숨을 가닥 가닥 가다듬었다. 그때서야 더위는 그 위력을 다시 발휘하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았다. 더위 때문이었다.

“이 빌어먹을 더위!”
그는 더위를 피해 그늘로 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민주주의가 도둑맞아버렸는데 학생들이 방구석에 쳐박혀 공부나 게임을 하고 있어서야되겠습니까?” 최근 광화문 동아일보에서 있었던 촛불집회에서 전남 무주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의 발언이 떠올라 그는 피식 웃었다.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촛불만이 희망이었다. 그랬다. 그리고 촛불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들고 있었다. 테러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촛불인 것이다.

그는 서서히 카톡을 열었다.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어제 서초경찰서 가서 국정원 정문에 집회신고를 냈다.
8/2~8/15 까지 노숙하며 24시간 추악한 살인마들을 감시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
드디어 나의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서초경찰서 정보과 경찰이 국정원 직원과 통화를 하던데...
국정원 댓글이 떠오른다.
최소한 국정원이 너의 빽이리라.


추악한 범죄증거가 널려 있고 그 더러운 역사의 흉악범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아는데 잡으러 가는 사람이 없다.

국정원 앞으로 오너라.
국정조사가 끝날 때까지 너희들의 낯 빤대기에 웃음기를 없애주마.
전인류사적 범죄를 저지른 너희놈들은 최소한 지금 웃고 있으면 안된다.
우선 그거부터 한다.


그가 일어나 다시 햇볕 속으로 걸어갔다. 정수리에 더 이상 강렬한 햇볕은 쏟아지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다.
 
▲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당 '장외투쟁'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

민주당 '장외투쟁'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무산됨에 따라 '장외투쟁'을 선포했습니다. 원래 8월7~8일로 예정된 청문회를 진행하려면 7월 31일까지 증인채택이 끝났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의 휴가 등으로 여야 합의가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증인채택이 합의되지 못하면서 국정조사는 사실상 무산됐고,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강력한 '장외투쟁'을 통해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민주당은 기존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김한길 당 대표가 직접 본부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민주당의 이런 행보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보면서, 한편으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성공하려면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엠피터가 생각한 민주당의 장외투쟁 성공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비난은 한 귀로 흘리고, 언론의 끈은 놓지마라'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포하자, 새누리당은 즉각 반격에 나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를 민주당 스스로 포기하는 자폭행위"라며 민주당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조선,중앙,동아와 MBC,KBC뉴스도 하나같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김한길의 리더십 부재와 위기감으로 몰아, 국정조사 파행의 원인이 아닌 그저 정치적 내분과 갈등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민주당이 잘해도 비난하는 것이 그들의 생리입니다. 그렇다고 언론을 완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포기해도 방송3사 TV뉴스의 끈은 절대 놓으면 안 됩니다.
 

 

 


민주당 내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대책위를 구성해서 상시로 방송 관계자와 기자들과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송 3사 뉴스를 모니터링하면서 잘못된 보도나 왜곡보도가 나오면 방송국을 항의 방문해서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물론, 민주당이 압력을 가한다고 언론이 제자리를 찾거나 올바르게 보도할 리는 만무합니다. 그러나 이런 대책위를 구성한다면 언론도 어느 정도는 왜곡의 수준을 낮출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생각으로는 방송3사에 담당 의원을 배치해 아예 언론에 왜곡 보도가 나오는 즉시 항의 방문 내지는 1인 시위까지 벌여야 합니다. 이런 강경한 모습을 보인다면 방송국 입장으로도 무시할 수 없기에 최소한 극단적인 왜곡보도만큼은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소식과 화면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 민주주의 연대를 구성해라'

1994년 민주당은 이기택 대표를 중심으로 '12.12 군사반란자 재판회부를 위한 국민궐기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게 된 배경은 검찰이 '12.12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 지금과 비슷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이 12.12기소 장외투쟁을 벌이자 김영삼 대통령과 김종필 민자당 대표는 단독 국회를 강행하는 등 여야간 치열한 대립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나 종교단체,한국노총 등 광범위한 재야단체들과 손을 잡는 일부터였습니다. 기존에는 재야가 민주당에 장외투쟁을 제의했었다면 지금은 민주당이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나가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강경투쟁에 대한 문제에도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지도력입니다.
 

현재 '국정원 시국회의'는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들을 단순히 자신들의 장외투쟁의 머슴으로 이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들과 연합하는 협력기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들과 협력한다면 단순히 지금의 국정원 사건뿐만 아니라 외부세력을 통해 낮아진 민주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기존의 성공사례처럼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가진 아집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가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이 그럴 수 있느냐는 의문도 듭니다.

즉 민주당은 국정원 장외투쟁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나가야 하며, 편협한 마음이나 약은 잔꾀를 절대 부려서는 안 됩니다.


' 새누리당의 장외투쟁 사례를 자꾸 거론해라'

민주당의 장외투쟁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중앙,동아는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마구 펜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신문에서 <민주당,장외투쟁선언,,서울광장에 천막당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천막당사'라는 표현을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의 천막당사와 무엇이 다른지는 별로 언급이 없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불법 정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천막당사를 선택한 것이고, 지금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의 민주주의 훼손과 국기문란'을 위해 천막을 설치했다. 왜 그런 점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는가?>


민주당은 박근혜 대표가 이끌었던 한나라당 천막당사와 비교해서 자꾸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해야 합니다. '그녀는 괜찮고 우리는 나쁜가?'를 통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어떤 정치적 싸움이 결코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말을 이끌어내 줘야 합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거론하면 즉각 '2004년 국보법 폐지 반대를 위한 박근혜의 장외투쟁과 무엇이 다른가?'를 말하면 됩니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가수호비상대책위원회'라는 무시무시한 현판을 걸고 장외투쟁을 벌였고, 이들은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나 '종북논란'을 퍼뜨려 보수우익의 결집을 이끌어 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를 말하면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당연한 정당 투쟁의 한 방법으로 만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 사건의 연관성을 자꾸 거론하며 이슈를 '국정원 사건,박근혜,부정선거' 키워드로 몰고 가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는 정치에 관심 없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면 됩니다. 만약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면 '왜 당신은 괜찮고 우리는 나쁜가?'를 거론하며 그녀의 과거를 들춰내야 합니다.

도대체 누구의 투쟁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토론회를 하자고 하는 방안도 좋습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할 것입니다. 과거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한길,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했고, 이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주장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당 대표는 원내 투쟁도 병행한다고 했기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무조건 건넌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선포한 '장외투쟁'이 좋은 결말로 끌날 수 있다는 희망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결말을 어떻게 끝내고 싶은지를 미리 정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을 이끌고 '사학법 촛불집회'를 이끌었을 때, 그녀를 구원했던 사람이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였습니다. 그녀의 장외투쟁이 안팎으로 비난받고 있던 시점에서 김한길 원내대표가 양보하여 '정상화 합의문'을 마련했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당시에 양보했던 것을 꺼내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대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앞으로 민주당을 대하는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중대한 요소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민주당이 더 빨리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국정조사와 장외투쟁을 병행했어야 하지만 지금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이번에 보여주고 발휘하면 됩니다.

[정치] - 진선미,김현 국조특위 사퇴? 민주당은 거리로 나와라
 

 

 


민주당은 지금까지 국정조사에서 국민을 실망하게 했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든 그들은 국정조사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의원들이 국정원 사건을 파헤치려고 애를 쓴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노력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언론과 새누리당의 공작에 매번 패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어도 대학에 떨어지면 대학생이 되지 못하듯, 국정조사를 위해 노력했어도 국정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그 노력은 헛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부해서 대학에 못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실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전략에 패배해 거리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가진 힘과 능력을 보여주고 국민과 함께 손을 잡아야 합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성적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듯이, 말로만 '국민'을 외치면 안 됩니다.

이제 밖으로 나온 민주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것만이 당신들이 이제 살 길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제는 흙과 나무를 살리는 토목(土木)으로"

"이제는 흙과 나무를 살리는 토목(土木)으로"
[4대강 사업, 죽은 것은 강만이 아니다 ⑤] 김정욱-홍성태 대담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입력 2013.08.01 09:20:34

 

 

(편집자주) '광기의 시대'. MB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4대강 사업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흔은 뚜렷하다. '한국형 뉴딜사업'으로 일컬어졌던 4대강 사업이 불과 몇년만에 '위장 대운하 사업'이었으며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게 드러났으나 적극적인 왜곡 혹은 자발적인 침묵으로 4대강 사업을 도왔던 언론들은 아무런 자성도 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이 감사원 감사결과로 드러난 지금, 미디어스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언론이 보였던 행태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언론이 부재했던 암흑의 시기"를 기억하고자 한다. 기획은 교수/활동가/종교인이 '기자 역할'을 대신했던 시대에 대한 조명, 방송사 불방일지 정리, 언론계 안팎 인사 인터뷰, 현직 언론인 기고를 거쳐 우리에게 4대강 사업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대담으로 마무리된다.

사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했던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언론인들의 자성은 이 기획을 읽는 언론인 당신 스스로의 몫이다.

 

 

MB정부의 4대강 사업은 언론과 정부, 전문가들의 '합작품'이라고 일컬어진다. 감시에 앞장서야 할 언론은 침묵했고 사업을 검증해야 할 전문가들은 양심을 뒤로 한 채 정치, 경제적 이권에 따라 움직였다. 현재 이들 중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4대강 사업에 반기를 들면 반정부세력으로 몰리는 가운데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부실성을 비판해온 이들이 있다. <미디어스>는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4대강 반대 투쟁의 선두에 나섰던 전문가들을 만났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와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김정욱 교수는 2400여 명의 교수들이 모여 지난 2008년 발족한 '전국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공동대표다. 현재는 '한강시민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청계천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인물이며 전국운하반대교수모임의 집행위원이기도 하다. 이들과의 대담을 통해 우리에게 4대강 사업을 무엇이었는지 고찰해본다. 아래는 대담 전문.

 

   
▲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4대강사업 감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원의 감사결과 22조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 주장하며 사업 검증을 촉구했다.(뉴스1)

 

언론의 뒤늦은 받아쓰기

미디어스 : 감사원의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정욱 : 우리는 처음부터 '운하'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학 교수들이 모였을 때도 '운하반대교수모임'으로 이름을 지었고. 4대강 사업과 대운하 사업은 공사비와 수로 형태, 댐의 개수 등이 똑같았다. 다른 사업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말할 때는 제대로 듣지도 않더니,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자 언론들이 받아쓰더라. 원래 감사원이 그렇게 믿을 만한 곳인가?(웃음)

홍성태 : 이런 반응에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이 기여한 거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관은 철저한 언론장악이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언론들은 철저한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방송사들은 이를 어떻게든 저지하고자 했다. 감사원의 결과는 몇 년 전부터 지적됐던 것들이다.

김정욱 : 언론 이야기를 하니 과거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다. 4대강 사업 시작하면서 라디오 방송 녹음을 한 적이 있다. '강에 대형댐을 만들어서, 물이 고였고 썩었다'는 말을 했더니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 그 사유가 '보를 만들었는데, 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와 '고인 물이라고 다 썩는 게 아니다'였다.(웃음) 보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사실 국제대형위원회 규정에 의하면 다 대형댐이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그간 많았다.

미디어스 : 박근혜 정권도 이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태 : 과거 정부와 차별적이고자 노력하지만, 그 어떤 정부도 이런 사업의 문제를 짊어지고 갈 수 없다. 그만큼 이 '대운하사기극'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불가피하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 사업들은 계속되고 있고 구조적 측면에서는 개선 의지가 없다. 즉 면피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욱 : 이 사업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수두룩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정권 때, 4대강 사업 시행과 관련해 침묵을 고수했다. 범죄를 보고 침묵하는 것도 범죄다. 친박 세력들은 4대강 사업에 다 동조하고 도와줬다.

또 자꾸만 박 대통령은 "중립적,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엄밀히 조사·평가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 이미 끝난 사업을 다시 편을 나누어 찬성, 반대를 운운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관련 사업, 이를 테면 임하댐 연결사업과 같은 것은 빨리 중단시켜야 한다.

미디어스 : 학계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전문가도 적지 않다.

홍성태 : 정치인들, 공무원뿐 아니라, 학계에서 엉터리 조사로 '과학 사기'를 보여줬던 전문가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대다수의 교수들이 거대한 이권을 바라보며 대운하 사업에 참여했다. 대운하에 반대했던 교수들이 만든 자료들을 가짜라고 매도했고, 심지어 '빨갱이'로 낙인찍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벌은커녕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한 축으로는 언론이, 다른 한 축으로 학계가 카르텔을 이뤄 '과학 사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 홍성태 상지대 교수 ⓒ미디어스

 

"단군 이래 최대 비리 사업"

미디어스 : 대운하 사업의 숱한 문제점들이 많다. 대표적 문제점들은 무엇이 있었나?

김정욱 : 다 얘기하자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웃음) 일단 비용 측면에서 22조 사업이 아니다. 50조 내지 100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절을 하게 되면 지층에서 물이 빠지지 않게 되고, 지하수위도 올라가게 된다.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없다. 사후적으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조정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앞서 말했지만 보를 만든다 해놓고 댐을 만들었다. 댐은 원래 암반 위에다 공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외형은 댐인 보를 모래 위에다 세웠다. 그렇다 보니 모래와 물이 새는 부실 공사가 됐다.

홍성태 : 결국 외형은 댐인데 보식으로 설계를 한 것이다. 원천적으로 안정성 확보할 수가 없다. 이명박 정권 내에서 완공을 보려 했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 홍수를 막는다면서 상습침수지역을 만들었다. 용수를 공급한다면서 지하수를 파괴, 오염시켰다. 뿐만 아니라 모래는 계속 쌓인다. 또 영주댐를 비롯하여 후속으로 추진되는 영양댐, 지리산 댐 등이 대운하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절차적인 문제는 거의 빼먹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나, 사실상 불법하게 진행해왔다.

김정욱 : 낙동강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추진 사업 쪽은 EFDC(Environmental Fluid Dynamics Code)를 이용한 보고서를 제출했더라. 이 평가서를 2달 반만에 썼다고 했다. EFDC 입력, 출력 자료를 가져오라고 요청했지만 관련 자료들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모델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린다. 물의 흐름을 3차원적으로 예측해야 하고 입력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현장 조사를 오랜 시간에 걸쳐 해야 한다. 또 분석 자체도 계수들이 복잡해 오래 걸린다. 그런데 2달 만에 완료했단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는 소리다. 이 분석 자료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성태 : 뇌물, 비리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토건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뇌물, 비리 자금의 수준은 적게는 사업비의 5%, 많게는 40%까지 달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담합으로 빼돌린 혈세만 1조원이 넘고, 운반 장부를 속여 착복한 규모가 1조 원이다. 착복된 자금들은 다시 뇌물로 사용되거나 투기로 흘러들어가는 악순환을 거칠 것이다. 사실상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난 30일 노컷뉴스의 보도로 이명박 정부가 "1단계로 국토부안(수심 2.5~3m)을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 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둑되면 대운하안(수심 6.1m)을 추진"하려 했던 계획이 알려졌다. (노컷뉴스 관련 화면 캡처)

 

 

토건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미디어스 : 하천의 인공화,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떠한가?

김정욱 : 과거 미국도 하천 정비를 많이 했다. 그 결과 70년대 이후로 문제가 생겼다. 피해가 속출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클린 워터 액트(Clean Water Act), 즉 '깨끗한 물법'을 통해 함부로 강에다 도로, 댐, 둑 등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EU 역시 '물관리기본지침'을 통해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을 하천 '복원'이라고 했지만 이는 복원이 아니다.

홍성태 : 이명박 정권에서 언어가 타락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복원'도 대표적 단어일 것이다. (웃음)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 시절부터 복원을 내걸고 청계천 살리기를 내세웠지만 이는 복원이 아니라 '개발'이다. 외국은 100년 전 강행했던 인공화 작업에 문제가 생겨 50여 년 전부터 자연화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와 반대로 인공화 작업에 열을 올리며, 이를 자연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스 : 무모한 사업이 추진된 배경으로 토건 국가와 개발에 대한 욕망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홍성태 : 지역 개발을 명분으로 해서 주민들을 매수하는 방식은 독재 때부터 있던 방식이다. 이 문제는 민주화 이후 더욱 심해진다. 강제적으로 국가가 개발을 강행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개발 관련 보상비를 늘리거나 개발이 투기와 이어지도록 외부 자금을 유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거대 토건으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결국 전국적 반대 운동이 있더라도 관철되게 된다.

김정욱 : 강 옆에서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땅값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기를 쓰고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반도 대운하한다고 했을 때 개발로 제한이 풀어질 것이라고 좋아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 '4대강 농경지 리모델링' 등으로 땅값이 두세 배 오르고, 관광지와 공단으로 개발될 것라는 기대감을 심어 주었지만 현재는 농사도 못 짓는 형국이다.

 

   
▲ 낙동강 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가 촬영한 대구 화원유원지의 사문진교하류 모습. 단체는 "본류의 정체로 인해 지천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고 수변부의 나무들은 거의 대부분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

 

 

홍성태 : 정경유착이 민주화 이후에는 '정경민유착'으로 변화했다. 사업자들과 정치인들이 이 사업을 위해 자금을 지역주민들에게 풀었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사라지고, 지역 주민간의 싸움이 돼 버린다. 보상비 책정의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또 국가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개발 이익이 특정인에게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에서 수자원공사 쪽이 저지른 행각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정욱 : 근본적으로 개발 이득은 주민에게 돌아가기보다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 캐나다가 그런 방식이다. 영주댐 지역도 빨리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비를 많이 주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매장시킨단다. 국가가 되레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꼴이다.

미디어스 : 대규모 토건 사업은 정치 권력과 뗄 수 없는 문제 같다. 최고 정치 권력은 '당선'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 최고 권력자는 자신의 공약을 당연하게 추진하며, 이후 모든 국가기관이 동원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홍성태 : 구조적 차원의 인식이 필요하다. 예산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 토건 예산이 병적으로 비대하다. 최근 토건 예산이 늘어난 나라는 한국뿐이다. GDP 대비 최대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토건 사업은 시장의 경제성에 맡기더라도 자연 조정될 부분이다. 그러나 예산 감축에 대한 개발 관련 공적 영역들의 저항은 상상을 넘어선다. 만약 토건 예산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적으로 관련 부처들의 통폐합이 이루어질 것이고, 대규모 토건 사업은 크게 축소 조정될 것이다.

또 이 문제는 복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복지국가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토건 예산의 축소가 필연적이다.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세출 관리가 필수적이다. 복지예산을 위해 세출 관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은 토건과 국방뿐이지만 현실적으로 토건 쪽이 용이하다.

 

   
▲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미디어스

 

나쁜 토건에서 살리는 토목으로

미디어스 : 망가진 자연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김정욱 : 강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 위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생태적 가치,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잠실 수중보도 만들고 난 뒤에 모래가 자꾸 쌓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대운하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람 위주로 모든 것을 바꾸다보니 각종 폐해가 잇따르잖나.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작년 서울시는 한강 생태계 복원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한강시민위원회'를 만들었다.

한강시민위에서 설문을 한 결과, 많은 분들이 강의 자연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자꾸만 정책에 의해 180도 뒤바뀌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한강과 관련해서 힘을 쓰고 있지만 4대강도 연장선에 있다.

홍성태 : 인공수로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매립한 한강변을 값싸게 재벌에게 제공해 투기 이득을 봐왔던 것이 토건 세력이다. 서울 한강도 마찬가지다. 신곡보 철거와 일부 구간의 콘트리트 제방 철거가 시급하다. 제방 철거를 해서 자연 그대로 복원한다면 강이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대운하 사업의 미래는 제대로 된 '서울 한강 복원'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스 : 한국식 토건, 토목은 외국의 경우와는 이질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홍성태 : 토건 국가라는 '워딩'으로 비판적 발언을 하면 '운하반대교수모임'의 박창근 교수가 "토목이 다 잘못된 게 아니라 '나쁜 토건'이 문제"라고 말한다.(웃음) 본래 'Civil engineering'으로 번역되는 게 토목이다. 우리의 토목은 그동안 흙과 나무를 파괴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흙과 나무를 지키는 토목이 돼야 한다. 시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토목이 돼야 한다.

김정욱 : 동의한다. 살리는 토목이 돼야 한다. 뉴저지 주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하다. 거기는 주 환경청에 7000명에 달하는 환경 인력이 있다. 이 환경청 건물이 우리 환경부 건물보다 크다.(웃음) 그 고급인력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지 고민을 한다. 이들은 "총량규제를 하니, 공장이 들어오기 위해선 다른 공장들이 오염을 줄여야만 한다"고 못을 박는다. 또 환경청에 정한 토지 이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도 가서 "여기 환경부서에는 몇명이나 있냐"고 물으니 7명 일한다고 하더라. 나중에 전체적으로 보니 100명 정도는 일하더라.(웃음) 천지차이인 것이다.

홍성태 : 토목 고용 계수는 '8'이다. 우리나라식 토건에 10억을 사용하면 8명 고용되는 것이다. MB정권은 34만명 고용한다고 떠들었지만 정규직으로 된 인력이 최대 200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살리는 토목으로 예산과 구조가 재편되면 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세계 130위권 수준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40위권이며, 이는 아프리카와 서남 아시아 수준이다. 그만큼 부패했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바로 자살, 스트레스 비율과 같은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으로 복지국가 담론 아래 토건국가 개혁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쇠똥구리가 굴리는 경단은 ‘이동식 에어컨’

쇠똥구리가 굴리는 경단은 ‘이동식 에어컨’

 
조홍섭 2013. 07. 31
조회수 374추천수 0
 

동물들의 기발한 여름나기…체온 조절 위한 오랜 적응과 진화

'코끼리는 귀와 성긴 털로, 새는 부리로, 그리고 사람은 땀으로'

 

더위를 이기는 것은 동물에게 종종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동물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과 몸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쇠똥구리에서 코끼리까지, 그리고 사람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 경단에 올라 증발열로 식혀
 

heat1.jpg » 배설물 경단 위에 오른 남아프피카 사바나 쇠똥구리의 적외선 사진. 푸른색이 낮은 온도, 붉은색은 높은 온도를 가리킨다. 사진=요켄 스몰카


남아프리카 사바나의 한낮 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땡볕에 고스란히 노출된 흙 온도는 57도까지 오른다. 여기서도 쇠똥구리는 부지런히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둥글게 뭉친 경단을 굴린다.

 

변온동물인 이 딱정벌레는 어떻게 익어버리지 않을까. 스웨덴 룬트대학의 동물행동학자는 현장 실험을 통해 배설물 경단 굴리기 자체에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냈다.
 

지면 온도가 50도 이하이면 쇠똥구리는 부지런히 경단만 굴렸다. 하지만 온도가 높아질수록 쇠똥구리는 경단 위로 올라가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지면 온도가 60도일 때 경단 위에서 70%의 시간을 보냈다.
 

경단 위에 올라가서는 앞다리로 반복해 입 주변을 쓰다듬었다. ‘방향 잡기 춤’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보니 앞다리로 게워낸 액체를 머리에 발라 그 증발열로 몸을 식히는 행동이었다.
 

지면에 앞다리를 딛고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경단을 굴리는 쇠똥구리에게 앞다리는 가장 쉽게 지열로 달궈진다.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경단을 한 번 굴릴 때마다 앞다리의 온도는 10도씩 올라갔다. 그러나 경단 위에 올라가면 10초 안에 7도가 떨어졌다.
 

경단이 온도를 떨어뜨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름 3~4㎝에 지나지 않지만 경단은 땅바닥에 견주면 고도가 높아 공기가 더 잘 흐른다. 따라서 경단 위로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쇠똥구리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갓 배설된 똥으로 빚은 경단에는 습기가 많아 증발열 때문에 경단의 온도는 주변보다 훨씬 낮은 31.8도에 지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경단은 쇠똥구리가 일하는 경단 아래 모래의 온도도 1.5도 떨어뜨렸다.
 

결국 쇠똥구리에게 똥 경단은 먹이이자 알을 낳는 번식지에 더해 ‘움직이는 에어컨’ 구실까지 하는 것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쪼이는 그늘 한 점 없는 사바나의 평원에서 굴려가는 먹이 자체가 온도를 낮춰준다는 얼개는 기발하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 코끼리는 털로 열 식힌다, 컴퓨터처럼
 

heat3.jpg » 아프리카코끼리의 성긴 털. 열을 방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사진=코너 미르볼드


덩치가 큰 동물은 체온조절이 골칫거리다. 단위 무게당 표면적이 작아 열을 방출하기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뇌나 내장이 손상되는 치명적 사태가 온다. 그래서 코끼리는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대개 물가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특히 코끼리의 귀는 에어컨의 방열기 구실을 하는데, 표면적이 넓은 귀에 혈관이 많이 나 있어 이곳에서 피의 온도를 식힌다. 체온이 높을수록 귀로 보내는 혈액량이 늘어나고 귀를 부채처럼 자주 펄럭인다.
 

하지만 귀만으로 코끼리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학계의 논란거리였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자들은 코끼리의 몸에 성글게 돋아난 털의 기능에 주목했다. 열을 방출하는 핵심 기관인 귀에도 돋아난 성긴 털은 보온이 아닌 냉각 기능을 하며 체온을 상당히 낮추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털은 공기의 흐름을 막아 체온을 유지하는 단열층을 형성한다. 그런데 털의 밀도가 성겨지면서 차츰 그런 기능이 줄어들어 어느 한계에 이르면 더는 단열 기능을 하지 않고 오히려 냉각 기능으로 전환된다.

 

성긴 털의 윗부분의 공기 흐름은 털 아래보다 빠르기 때문에 털 자체가 열을 바깥으로 뿜어내는 통로 구실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과도한 열을 식히는데 쓰는 ‘핀-휜 형 방열판’도 코끼리의 성긴 털처럼 뾰족한 침이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다.
 

Muhammad%20Mahdi%20Karim_800px-African_elephant_warning_raised_trunk.jpg » 아프리카코끼리. 혈관이 밀집한 귀를 펄럭여 열을 식힌다. 사진=무하마드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코끼리의 털이 평균 5% 이상의 열 조절 능력이 있으며, 특히 체온 조절이 절실한 풍속이 낮은 때에 그 효과는 23%에 이른다고 밝혔다. 피부 ㎡당 털이 30만 개보다 적을 때 털은 단열에서 방열로 기능을 바꾸는데, 코끼리의 털은 ㎡당 1500개 정도이다.

 

선인장의 성긴 가시도 코끼리 털처럼 냉각기능을 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공공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 자세한 내용은 '코끼리 털은 냉각장치로 밝혀져' 기사 참조)
 
◇ 새들의 부리는 방열기
 
heat2.jpg » 세계에서 가장 부리가 큰 토코큰부리새. 혈관이 겉에서도 보일 정도로 밀집해 있어 혈액을 식힌다. 사진=새라와 레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새는 비행을 하기 때문에 몸의 대사량이 많고 체온도 높다. 무더위 때 체온을 식히는 게 급선무이지만 몸이 깃털로 덮여있어 열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고, 또 입을 열어 헐떡이다간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건조한 곳에선 그럴 수도 없다.
 

다행히 부리가 열을 내보내는 방열판 구실을 한다. 부리는 새의 몸에서 깃털로 덮이지 않은 드문 부위인데다 계속 자라기 때문에 혈관이 밀집해 있어 체온을 식히기엔 맞춤한 기관이다.
 

브라질의 연구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부리를 가진 토코큰부리새의 부리가 몸속 열의 60%까지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새가 몸길이의 3분의 1이 부리일 만큼 큰 부리를 지닌 이유를 놓고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려는 용도라거나 열매를 먹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분분했지만, 적어도 중요한 기능 하나가 밝혀진 것이다.
 

실험 결과 이 새의 부리는 몸 표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혈관이 겉에서 보일 정도로 잘 발달해 휴식 때 내는 열의 4배를 방출하는 능력을 지닌다. 특히 비행 때 급격히 오르는 체온을 식히는 일이 중요하다.

 

이 새는 몸길이가 64㎝나 되는데, 30도이던 체온이 비행 10분 만에 37도로 솟아올랐다. 연구자는 “열을 내보내는 창문으로 코끼리에게 귀가 있다면 큰부리새에겐 부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bird%20bill.jpg » 울참새의 적외선 사진. 혈관이 몰려있는 부리가 주변보다 10도쯤 높다. 사진=러셀 그린버그 외, <진화>

 

최근의 연구에서는 울참새 등 작은 새의 부리도 열 방출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 자세한 내용은 '새들이 더위를 이기는 뾰족한 방법, 부리' 기사 참조)
 
◇ 잊히는 사람의 특권, 땀 흘리기
 

03986820_P_0.jpg » 땀 흘리는 사람.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넥타이를 풀고 반소매 셔츠를 입는 시원한 복장(쿨맵시)을 하면 에어컨 설정온도를 2도쯤 높여도 쾌적하다고 정부가 적극 권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실내온도가 25도일 때는 일반복장보다 쿨맵시를 한 사람의 피부 온도가 훨씬 낮게 나오는데, 온도가 27도로 오르면 그 차이가 거의 없어지고 기존 복장을 입은 어떤 이는 오히려 피부 온도가 더 낮다. 땀이 나면서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다른 연구에서도 이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에어컨을 트는 시원한 사무실에서는 쿨맵시의 효과가 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땀의 힘’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여름엔 땀을 부채나 선풍기로 식히고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사실, 그것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획득한 썩 괜찮은 냉각 방식이다.
 

포유류 가운데 땀을 흘리는 동물은 꽤 있지만 사람처럼 대량의 땀을 흘려 몸을 식히는 동물은 사람과 말뿐이다. 피부의 땀 1㎖가 수증기로 증발할 때 빼앗아 가는 열은 580㎈에 이른다.

 

피부 근처로 혈액을 많이 보내 증발열로 식힌 뒤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체온을 낮춘다. 사람은 하루에 최고 8~14ℓ까지 땀을 흘릴 수 있다.
 

게다가 땀에는 ‘덤시딘’이란 항균물질이 들어있으며 땀과 함께 분비되는 페로몬이 미묘한 메시지 전달 기능도 있음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여름엔 어느 정도 땀을 흘리는 것도 나쁠 것 없다.
(■ 자세한 내용은 '여름철 땀은 내몸 안 천연 에어컨' 기사 참조)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chen Smolka et. al., Dung beetles use their dung ball as a mobile thermal refuge, Current Biology Vol 22 No 20

 

Myhrvold CL, Stone HA, Bou-Zeid E (2012) What Is the Use of Elephant Hair? PLoS ONE 7(10): e47018. doi:10.1371/journal.pone.0047018

 

Glenn J. Tattersall et al., Heat Exchange from the Toucan Bill Reveals a Controllable Vascular Thermal Radiator Science 325, 468 (2009); DOI: 10.1126/science.1175553

 

Greenberg R, Cadena V, Danner RM, Tattersall G (2012) Heat Loss May Explain Bill Size Differences between Birds Occupying Different Habitats. PLoS ONE 7(7): e40933. doi:10.1371/journal.pone.004093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