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경찰이 구속한 ‘건설노조 빙자’ 조폭, 양대노총 소속은 없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건폭 단속’ 중간 결과, 그 속에 숨어 있는 ‘교묘한 프레임’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성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건설폭력' 특별단속을 시행한 결과, 총 581건에 대해 2863명을 단속해 2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기자 nsy@
  •  
    • 발행 2023-03-09 18:58:08
    •  
    • 수정 2023-03-09 19:25:25
    • 2023.3.9 ⓒ뉴스1


    •  
    경찰은 9일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실제 조폭이 노동조합을 빙자해 건설사로부터 돈을 갈취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월 7일까지의 특별단속 현황을 발표하며 이 같은 '조폭 가담 사례'를 공개했다.

    경찰이 제시한 조폭 관련 주요 단속 사례를 보면,  인천 지역 폭력조직 J파 조직원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협박해 1천100만원을 갈취했다. 이들 단체는 과거에 한국노총 소속이었다가 제명됐지만, 제명된 이후에도 한국노총이라고 속인 채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북에서는 P파, S파 조직원 단 2명이 '가짜 노조'를 만들어 8개 건설현장에서 8천100만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조폭 중 양대노총 소속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물론, 이날 발표된 경찰의 단속 결과에는 위 사례와 같은 '가짜 노조'만 포함된 게 아니었다. 경찰은 지난 3개월간 2천863명(581건)이 적발됐고, 이 중 102명이 검찰로 송치됐으며, 29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윤승영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은 "2016년에도 경찰청 주관으로 유사한 특별단속이 있었는데, 같은 기간 단속 인원은 17배, 구속 인원은 14배 정도 이번에 성과를 더 많이 냈다"고 자평했다.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단속 대상 중 2천214명(77%)이며, 나머지 23%는 군소 노조 또는 환경단체, 지역 협의 단체 등이라고 설명했다. 송치된 102명 중 양대노총은 63명(61.8%), 기타 노조 및 단체는 39명(38.2%)이다. 구속된 29명 중에서는 양대노총 소속이 12명(41.4%), 기타 노조·단체가 17명(58.6%)이다. 단속, 송치 대상은 양대노총 소속이 많았지만, 정작 구속된 이들은 양대노총이 아닌 자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찰이 9일 공개한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특별단속 중간 성과' 자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찰이 제시한 통계만 보면 마치 건설현장 폭력행위의 대부분은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는 '교묘한 프레임'에 불과했다.

    우선 경찰이 밝힌 단속 대상은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 ▲전임비, 월례비, 발전기금 등 명목의 금품 갈취 ▲출근방해, 공사 장비 출입 방해 등 업무 방해 ▲건설현장 폭행, 협박, 손괴 등 폭력행위 ▲건설현장 떼쓰기식 불법 집회시위 등이다. 건설노조의 채용 요구나 건설사와 체결한 단협으로 보장된 전임비, 노동3권을 행사하기 위한 쟁의행위 등 건설노조가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활동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도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한 타워크레인 월례비의 경우도 '갈취'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월례비 등 금품 갈취' 사례는 경찰이 단속한 대상 중 2천153명(75.2%)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월례비의 구조적인 부분은 어차피 국토부나 노동부, 노사 간에 판단할 문제"라며 "저희들은 불법적 금품 갈취가 있다면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의 불법 재하도급,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 문제 등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름만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일 뿐, 사실상 건설현장 노조를 겨냥한 수사만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중간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도 '건설사의 불법 행위는 수사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불법 고용이나 불법 하도급은 경찰에 각자 맡은 수사 분야가 있으니 신고가 들어오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불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흠집"이라고 표현하며 불법성을 축소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수사 대상을 넓혀, 건설사 불법도 수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현재까지는 없다"며 "오늘 말한 건 건설현장 폭력행위 중간 성과에 대한 부분이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예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속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굳이 양대노총의 단속 결과를 합산한 수치만 공개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민주노총에는 건설노조가 하나뿐이지만, 한국노총에는 건설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제명된 노조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전국건설산업노조는 진병준 전 위원장이 조합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뒤, 노조 내부의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및 비민주적 노조 운영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7월 22일 한국노총에서 제명됐다.

    경찰이 공개한 16가지 주요 단속 사례에서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관련된 사례는 극소수였다. 사례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을 보더라도 한국노총과 관련된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양대노총' 또는 '건설노조'라고 뭉뚱그려 설명하면서 일부 언론 보도에는 왜곡된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무관한 범죄 행위도 마치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벌인 일인 양 자료화면을 내보낸 보도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각각 단속된 인원과 건수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특정 단체를 지칭해 인원이나 통계를 알려주는 게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양대노총을 합산한 숫자만 확인해드리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거듭된 확인 요청에는 "저희들이 양대노총이라고 하는 부분만 확인해드릴 수 있다. 비율이나 인원이 나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돼서 그런 것"이라며 "특정 단체나 특정 노조에 대해서 대상을 정한 게 아니고 건설현장 전체로 대상을 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단속된 77% 중에 양대노총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는 말씀만 드리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의 특별단속은 오는 6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남은 기간 수사역량을 집중해 특별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투입된 경찰 인원에 대해서는 "경찰력이 다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진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찰은 건설현장 폭력행위 단속 수사와 관련해 50명의 특진 인원을 내걸었는데,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향후 수사 계획과 관련해 "일선 수사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특진 인원을 대폭 확대해 추진력을 확보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성과에 따라 특진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남은 수사 기간이 있어서 각 시도청마다 사건의 난이도와 중요성에 따라 특진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분양에도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 이것이 시장주의인가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소비되는가?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3.03.09. 06:04:19 최종수정 2023.03.09. 06:13:20

미분양인데 분양가는 왜 상승하나?

지난 2월 28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5만8027건이던 미분양 주택은 12월 6만8148호, 올해 1월 7만5359호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 상품을 만들어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은 채 쌓이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시장을 통하여 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에 도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그런데 시장경제의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균형 원리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비 인상으로 인하여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이 감소하여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데, 건축비 인상을 원인으로 공급가격인 분양가를 더 높이겠다는 소리다. 지난 2월 28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산정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를 3개월 만에 2.05%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건설사들의 공급원가 인상을 공식적으로 용인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모든 분양아파트의 건설원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 일부 아파트의 분양가에만 적용되는 건설원가의 기준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였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매우 제한적인 지역 단위에 핀셋 적용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3일 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는 규제 완화를 단행하는 등 제한적인 규제마저 풀었다. 이에 따라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분양 아파트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설사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본형 건축비의 인상폭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주택 공급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 최근 급등했다고 알려진 건설원가 중 레미콘가격, 합판 거푸집 가격, 시멘트 가격 등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시멘트업계 주장에 따르면 시멘트가격이 분양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하다. 30평 아파트 공사비 산정 시 시멘트 구매비용은 186만 원이라 한다(가격 올려도 분양가 영향 0.1%수준... 시멘트업계의 항변, 2022.8.24. 한국경제). 

 

최근의 환율 급등, 수급불안으로 인하여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맞지만 원자재가격 상승, 공사비 상승으로 인하여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공사비 상승 이전 종전의 분양가가 분양원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사비가 상승하기 이전의 원래 분양가가 공사비를 반영한 분양원가보다 월등히 높은 고분양가였다면,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부동산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방법 중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합산하는 방식의 평가방법을 원가법이라고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분양가격은 일종의 원가법을 적용한 부동산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공사비 급등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공사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아파트가격과 유사 부동산의 매매가격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 가격 간 괴리가 컸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닌 주택의 분양가는 천정부지 치솟았으나, 저금리에 기반하여 무한정 유입되는 투기적 가수요는 주택의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먹어치웠다. 가격 급등기 끝자락의 분양가와 거래가격은 상단 꼭대기를 찍었고, 긴 유동성 파티 기간 동안 금융사와 건설사들의 기대이익 수준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들은 투기적 가수요에 기대어 끝 모르고 치솟은 거래가격과 분양가격을 자본주의 시장원리라 불렀다. 규제로 인하여 공급이 위축되고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테니,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제관료였던 홍남기 부총리의 논리이기도 했다. 

 

이제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미분양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유효수요의 위축으로 시장의 거래는 얼어붙었고,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의 교환가치는 급속히 하락했다. 반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원가법에 따른 부동산 가치는 상승하였다. 원가법에 따른 건설원가보다 시장의 거래가격인 교환가치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하여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시장원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변동하면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조절되고, 공사비 원가에 포함되는 토지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등 토지원가가 조절되면서 균형가격으로 수렴한다.

 

그런데 부동산가격 폭등기에는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는 것이 시장주의라고 부르짖던 건설사들이 이제 시장원리에 따라 조절되는 균형가격이 아니라 공사원가를 들고 나와 분양가를 올리겠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왜 분양가를 올리려고 할까?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 수요자들의 가격접근성을 높여 분양가를 낮춰야하지 않나?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특성, 부동산 가격결정원리에 따른 건설사들의 수입극대화 전략이 숨어 있다.

 

가격차별이란 독점기업의 수익극대화 전략이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독점 기업이 수익극대화를 위하여 동일한 상품을 상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의 조조할인제도, 택시 심야할증요금, 숙박업소의 성수기 비성수기 이용요금 차이 등이 그것이다. 가격차별로 소비자잉여를 생산자가 모두 가져가게 되므로,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불완전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진위를 알 수 없는 실거래가격 정보가 여과 없이 국토교통부의 공식 통계를 통하여 제공된다. 실거래가 한건으로 수십 건의 광고성 기사와 유튜브 방송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보의 압도적 다수는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폭등장을 경험한 사람들의 상승기대심리가 아직까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수요자들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가격이 상당기간 오래 지속되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력하였고, 새 정부는 한술 더 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지금은 혼돈의 시장이다. 실거래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편차가 매우 크므로, 부동산 가격을 종잡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 하고, 누군가는 장기하락이 이어질 것이라 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심리, 시장 전망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정도는 수요자의 개별적 투자 성향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서울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2022년 2월 첫 분양에서 일반분양 142가구 모집에 933명이 신청해 6.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약자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다. 6월 완공 이후 분양가를 15% 내려 재분양했으나, 아직 미분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2022년 9월 당시 7차 무순위 청약안내 공고문상 잔여세대 공고가 23가구로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결국 100세대 이상 분양에 성공한 셈이다. 입지와 주위환경을 고려했을 때 전유면적 78제곱미터(㎡)타입이 10억 원이 넘는 등 분양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분양가 또는 분양가의 15% 할인금액 수준에서 100세대 이상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의미이다. 시행사가 가격 기대치가 높은 극소수에게 가장 높은 분양가로 판매하고, 그보다 낮은 기대를 갖는 그룹에게는 다소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등의 가격차별 전략을 취해 잉여를 극대화한 사례다.

 

공사비 원가가 올라서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는 종전의 분양가가 공사비 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제가 틀렸다. 원가 타령을 하는 건설사의 태도는 판매자가 가격 독점권을 갖고 있는 불완전한 시장에서 정보독점력을 이용하여 소비자 잉여를 최대한 생산자 잉여로 전이하기 위한 가격차별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건설사들은 가격이 천정부지 상승할 때는 시장 존중과 자유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며 원가중심의 가격인 분양가상한제를 비판하고,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라더니, 공급가격이 너무 치솟아 이를 소화할 수요가 감소하자, 공사비 상승을 이야기하며 분양가 상승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의 증가는 부동산시장 경착륙, 건설사 줄도산, 금융권 부실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담보로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조절 기능을 하던 각종 제도를 무력화하고, 다주택자 감세정책,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출규제 완화, 임대사업자등록 제도 확대 등을 통하여 일관되게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종전 가격이 유지되는 것을 음으로 양으로 조력하고 있다. 

 

동일한 아파트단지의 분양 아파트이지만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과 기대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에 실거래가격은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불특정 다수의 기대와 전망, 개별적 사정과 소득과 신용이 무작위로 조합되므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실거래가는 이렇게 극소수의 특수한 사정이나 기대가 반영된 개별성이 매우 강한 가격 추정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절대적으로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이 가격은 주로 부동산에 대해 낙관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행위와 결합되어 '실질 가격'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실거래가 혹은 분양가는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설정된 공급자 중심의 가격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세팅되어 유통되는 부동산 가격정보는 불완전한 부동산 시장 환경, 부동산 투기를 조장·방조하여 경기를 부양하거나 조세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부 정책,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를 바라는 자산 기득권들의 이기심이 수십 년 간 누적되어 만들어낸 부동산공화국의 작동원리이다. 부동산공화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급자가 만들어낸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균형을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실거래가는 실제 거래된 것이 맞는지 아닌지 진위여부와 상관없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검증하지 않고, 미분양 이후에 시장에서 어떤 방식과 어떤 가격으로 소진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칸타빌수유팰리스 36가구를 공공임대로 매입했다. 공공임대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85%선에서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분양가격 또는 LH공사의 매수가격은 적정한 가격인가?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아파트다. 분양가에 분양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주변의 실거래가와 비교할 때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이 아파트의 적정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르면 145세대 중 100세대가 넘는 분양 및 실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분양가를 적정한 가격으로 보아야 한다. 실거래가격이 존재한다면 이를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나? 칸타빌수유팰리스의 매입 사례는 실거래가 또는 분양가를 그대로 부동산의 적정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때 공히 감정평가 3방식을 활용하여 상호 검증,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건설원가를 의미하는 재조달원가를 합산하는 방식의 원가법, 유사한 부동산의 거래사례와 비교하는 방식의 거래사례비교법, 대상 부동산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환원하여 가격을 산출하는 수익환원법을 모두 고려하고, 시장상황과 평가 목적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여 적정가격을 평가한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하여,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가격이다. 반면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 절차는 대출이나 조세제도 등과 결합해 부동산 가치의 3면성, 즉 원가성, 시장성, 수익성의 가격형성원리에 따라서 다각적으로 가격형성 요인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가격을 견제하고, 정상적인 시장을 분석하여,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조절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적절히 분배되도록 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균형에 수렴하도록 이끄는 임무를 띤다.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실거래가의 내용이나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원가성과 수익성을 함께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거래가만을 추종하는 방식의 부동산가격 산출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우리는 부동산 가격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여야 하는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기현 지도부 출범, '윤석열 사당'이 탄생했다

[분석] 용산 직할체제 평가, 공천 개입 우려... "내년 총선 결과, 대통령이 뒤집어쓸 것"

23.03.08 21:28l최종 업데이트 23.03.09 07:14l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윤석열의 사당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이 '친윤(친윤석열)' 지도부로 결론 난 3.8 전당대회를 두고 내린 평가다. 그의 평가대로 8일 오후 열린 전당대회 결과는 '윤심'의 압승이었다. 김기현 후보가 득표율 52.93%로 결선투표 없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또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등 친윤계 인사들이 지도부에 진입했다.

이처럼 '윤심'에 따른 친정 체제가 확립되면서 '일사불란한 목소리를 낼 원팀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반색하는 당내 여론도 있지만,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 짙게 깔리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유승민·나경원 찍어내기, 대통령실 행정관 '김기현 홍보물' 전파 등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기 총선 결과가 도리어 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 대통령이 다 뒤집어써야 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최고위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최고위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 당은 이제 완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이 된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역할이 있겠느냐. 대통령과 잘 소통해서 대통령 하고 싶은 것 해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내년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 그때 돼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떠넘길 공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원들이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 잘될 거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한 걸 텐데, 중도층이 이것을 보고 잘 된 결과라고 생각할 것 같진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꼴인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년 총선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통령이 다 뒤집어써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지도부를 봤을 때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망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수원이나 대전 같은 격전지에 있는 후보들이, 지금 당 대표를 비롯해서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에게 지지 유세를 부탁하겠느냐. 누가 와도 아마 표를 깎아먹는 일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덕적 기준을 상실한 당"이 됐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 최고위원은 완전히 조직표로 봐야 하는데, 장예찬 후보가 여러 구설에 올랐는데도, 25만 표를 준다는 건 우리 당에 지금 도덕적 기준이 상실됐다는 것"이라며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외하곤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중량감이 떨어지는데, 윤심으로 당선된 것이라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과반 득표가 확고한 리더십 증명? 친윤 최고위원들에 오히려 포위

'김기현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도 찍힌다. 김 신임 대표가 이날 선거인단 과반을 넘긴 24만 4163표(52.93%)를 얻었지만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다 아는 건데, 압승을 못 하면 이상한 것"이라며 "이 정도 밀어줬으면 사실은 70% 이상은 나와야 정상인데, 과반이라는 건 대통령이 체면치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준석계'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의 탈락은, 내년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막말로 김기현 대표가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를 거부한다면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대책위를 세울 수도 있는 구조"라며 "윤 대통령이 측근들을 대구·경북, 강남 3구에 꽂더라도, 김 대표가 오히려 용산에 꼼짝도 못 하고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정 직할 체제... "공천도 윤석열이 개입한다고 봐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정치 평론가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을 용산 대통령실 아래로 수직 정렬시킨 전당대회 결과라는 혹평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정을 넘어서 직할 체제가 된 것이다. 김기현 후보는 본인의 힘으로 당선된 게 아니지 않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힘으로 당선이 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너가 아니라 CEO다. (당) 내부에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인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천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한다고 봐야 하고, 당직이라든지 당 운영 기조라든지 모든 것들이 용산 대통령실의 하청 구조화가 진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다음 총선 때 지지자들의 특성상 대통령의 뜻에 그대로 따라가고, 풍향계를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리라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의중이 그대로 관철되고, 과반 이상 지지를 해버렸으니 대통령에게 추인받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빼앗긴 들에는 항쟁의 봄이 온다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3.03.08 14:39
  •  
  •  댓글 0



3월의 대지 위에 매국의 독버섯이 솟아오르고, 새봄의 푸른 하늘에 친일의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국권을 짓밟힌 나라의 백성은 길가에 버려진 개만도 못한 신세인가. 대법의 판결로도 얻을 수 없는 배상이고, 95살의 나이에도 받을 수 없는 사과이며, 31년 외로운 저항의 세월로도 외면당하는 서훈이라면 도대체 이 나라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일제강점의 나날에 뼈와 살을 도륙당하고 이제 돌아와 인생의 석양길에 선 촌로들의 그 조그마한 인권 하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가 무엇에 필요한가.

일제에 유린당해 한 생이 망가진 피해자들도 “우리가 거지냐? 누가 그런 돈 달라고 했나”며 절개를 지키는데, 일본 기업의 범죄를 대신 책임지려는 윤석열 정부를 어찌 일본 정부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가.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5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3.1 기념사, 희대의 친일선언이었지만 국민 눈치 보느라 강제동원 문제는 뒤로 미루었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의 염원과 국민의 힘이 연기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일제가 과거의 군국주의 국가에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 변했다고 망언할 때 제꺽 알아봤어야 했다.

5분의 짧은 연설이 일제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밀어붙이겠다는 신호탄인 줄 누가 알았겠나. 따져놓고 보니 굴욕이든, 매국이든, 친일이든, 졸속이든 그것은 윤석열의 신념이었다. 누울 자리가 있어야 발도 뻗을텐데, 이 땅에 인권이 머물 자리, 자주가 설 자리는 없었다.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따로 있었고, 나라를 지키는 백성 따로 있었다. 임진왜란 때 임금은 도망가고 백성은 피를 흘렸다. 박정희가 팔아먹은 식민지 배상을 바로잡은 것은 힘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고, 일그러진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워온 것은 국민이었다.

그러나 민초들이 선잠을 자고, 오돌오돌 떨며 힘겹게 쌓아놓은 자존의 돌탑이 또다시 짓뭉개져버렸다.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매국노들은 떵떵거리고 산다.

미래청년기금이라고? 청년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이지 말라.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되었을 때 12살 꽃다운 나이였다. 조선의 꽃다운 청춘들이 일제의 대포밥, 총알받이로 징용당하고, 성노예로 끌려다닌 피눈물의 세월이었다.

일본과 함께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한다고? 지금 일본이 벌이는 일이 반격능력 확보, 군비확충, 군국주의 부활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제일 밑바닥에 한국을 갖다 붙이자는 수작이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다시 한반도와 아시아에 대한 재침략의 야욕을 불태우는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 그 전쟁굿판을 짜는데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것이 강제동원 ‘제3자변제’ 해법 아닌가? 이 전쟁판에 현재와 미래의 청년들이 또다시 80여 년 전 전쟁 때처럼 다시 끌려나갈 판이다. 그런데 일본 경단련 ‘미래청년기금’이라고? 친일을 하지 못해 환장한 자가 아니고서야 어디 감히 이런 안을 내는가? 국민들을 멍청한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감히 입에나 올릴 안인가.

한때 잠시 그가 고초도 감내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칼잡이 검사인줄 알았다. 그가 검찰제일주의자인 줄 알았을 때도 뭐라도 할 줄 알았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쳐대니 인권만은 소중이 여길 줄 알았다. 물가대책이 없다고 할 때도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았다.

부자감세할 때부터 불안했다. 선제타격 일전불사할 때부터 위험스러웠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때려잡을 때 선을 넘기 시작했다.

3월의 그날. 그가 매국노인 줄 너무도 늦게 알았다. 이제 권좌를 틀고 앉았으니 힘 좀 쓰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다 안다. 길가는 어린애도 다 안다. 그 뒤에 신냉전을 추구하는 미 제국의 마수가 어른거린다는 것을.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뒷바라지로 집권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고, 이승만은 없는 나라도 팔아먹은 것이 매국의 역사인데, 이 계보를 완벽하게 계승한 것이 윤석열 검찰파시스트 일당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3월이다.

국민과 싸우려는 자의 종말을 우리는 안다. 군주시대에도 민심은 천심이었다. 민심의 노도가 배를 뒤집어 엎는 것이 역사이다. 이승만은 하와이로 쫓겨갔고, 박정희는 총맞아 죽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감옥에 갔고 이명박, 박근혜 역시 철창신세를 졌다. 이제 누구 차례인가.

우리 국민은 어젯날의 국민이 아니다. 빼앗긴 들에는 반드시 항쟁의 봄이 오기 마련이다.

 

편집국news@minplusnews.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중단하라”

각계각층 “공안탄압중단 국가보안법폐지 원로 기자회견” 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3.09 07:10
  •  
  •  댓글 0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중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원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중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원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60여명이 연명 참여한 원로들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와 모든 양심수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하기에 앞서 사회자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먼저 “소위 ‘창원간첩단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있는 정유진 동지가 40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원로선생님들의 권유로 단식을 풀어야 한다”고 전달했으면 하는 양해를 구했다.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기자회견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기자회견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먼저, 병원에서 어렵게 외출 허가를 받아 이 자리에 참석한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여는말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북 반공만 하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광화문에서 한때 휘날리던 태극기 부대는 태극기뿐만 아니라 성조기, 이스라엘기 심지어 일장기까지 들고 나온 사람들과 남북관계법을 위반하고 경찰들의 묵인 하에 전단살포로 못된 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아닌 국가보안법 체계 속에서만 기생하는 족속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기 위해서 미국이 조장한 이른바 일제의 강제동원해법은 왜놈까지 끌어 들어서 북을 고립시키고 공동으로 괴멸시키려고 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체계”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국가보안법 체계의 이 못된 관행들은 전부 미국이 조종하고 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동맹 때문에 존재하는 반민족 반인권 악법”이라고 규탄했다.

계속해서 “국가보안법은 유엔과 세계 인권선언,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인권을 유린하고 있으며, 법 자체의 애매모호성 때문에 죄형 법정주의에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기자회견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기자회견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 명예회장은 최근 진보정당, 단체들에 대한 공안탄압 간첩 조작진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어떤 혐의가 있다는 것을 아직까지 저들이 말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아마 가설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하려고 하다가 아마 안 될 것 같다”고는 “국가보안법이기 때문에 특히, 오늘 40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정유진 동지가 단식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라며 간절한 심정으로 의사를 표명했다.

끝으로 권 명예회장은 “우리 힘 모아서 국가보안법 철폐합시다”, “미국을 몰아 냅시다.”, “한미 동맹,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시킵시다.”, “윤석열을 끌어냅시다.”라면서 힘차게 끝맺음하였다. 

사회자는 “아픈 몸 이끌고 오셔서 말씀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전면 철폐되고 양심수가 완전히 석방되는 그날까지도 건강하시라고 이렇게 저희들이 마음으로 빌고 있다.”는 감사를 표시했다. 

종교계를 대표해서 퇴휴스님(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종교계를 대표해서 퇴휴스님(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종교계를 대표해서 퇴휴스님(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은 “국가보안법이 75년만이 아니라 일제시대 때 우리 국민들을 탄압했던 법으로부터 시작한다면 한 100여년 된 것 같다”면서 “그동안 무수하게 독립운동가들을 또 통일운동가들을 그리고 민 운동가들을 또 살아보겠다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데 잘 이용해 먹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금도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적절하게 잘 이용하고 있고, 우리 시민들을 탄압하고 겁주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면서 “우리가 자기 검열이라고 하듯이 이 보안법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고, 쓰고 싶은 말을 쓸 수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계속해서 “국가보안법이 오늘에 와서 통일을 방해하는 악법일 뿐만 아니라 이어령비어령(耳於玲鼻於玲)하는 식으로 우리 시민들을 탄압하는 좋은 무기로 쓰고 있다”고 하면서 “지금 75년 동안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과정 속에서 너무나도 억울한 사람들이 많이 희생을 당했고 또 심지어 죽음까지도 당했다”면서 “이제는 국가보안법을 더 이상 악용하지 말고 아주 땅 속 깊이 깊이 묻어버려야 될 법”이라고 단죄했다.

박재동 화백은 촛불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재동 화백은 촛불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문화예술계를 대표해서 박재동 화백은 “촛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시대가 지금 현실이 되고, 끊임없이 악몽을 꾸고 있다.”면서 “그런 중에 시청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는 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인데 이거는 아니다 해서 나왔다, 또 어떤 할머니 한 분은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TV를 보고서 이거는 안 된다 해서 가족 몰래 병원에서 탈출을 해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탄 분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서 지금도 외치고 있고, 매주 토요일마다 지금 6개월, 7개월째 참석하고 있다”고 하면서 “거기 나가 보면 정말 우리 민족, 우리 동포들, 우리 시민들이 이렇게 훌륭하시구나, 참 인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10만이 넘고 40만까지 가고 이러한 촛불이 매주마다 끊이지 않고 켜지고 있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친일 매국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김건희 특검하라! 공안 정국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화백은 “그러나 사회적인 압박이 심해서인지, 초조해서인지, 드디어 공안 정국에 국가보안법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하였다”면서 “이것은 이 정권이 이제 굉장히 말로를 향해서 치닫고 간다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히면서 “필요할 때마다 칼을 꺼내서 쓰고 있는 국가 보안법은 반드시 철폐되고 또 양심수도 석방되어야 한다” 강력히 주장했다.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도숙 전 전농 의장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라면서 “국가가 국민들의 큰 몫으로 인권의 확장에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용납할 수 없는 국가보안법으로 민중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79년 봄에 감자를 심었던 농민들이 싹이 나지 않은 감자를 심어서 그 감자 씨앗을 보상해 달라고 군청으로 쳐들어갔는데 오원춘이라는 농민이 중앙정보부에 의해서 울릉도로 납치당해서 폭행 감금당했던 일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계속해서 “이들이 하고자 했던 것은 오원춘을 비롯해서 불량 감자에 항의했던 농민들을 빨갱이로 몰아가고자 했던 것이다”라고 하면서 “1979년도 10월 26일, 유신정권은 쓰러지고 말았으며, 지금 농민들을 가두고, 노동자들을 가두고 그리고 진보 인사들과 양심수를 이렇게 만들어 내는 것은 이 정권의 끝이 확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다.”라고 규탄했다.

한 전 의장은 또한 국가보안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2억 농민들의 조직이고 국제 농민운동 조직인 비아캄페시나(LaVia Campesina)가 현재 구속돼 수사받고 있는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즉각 석방하라는 성명서를 냈다”면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녹슨 법을 꺼내드는 정권을 끌어내리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모두 다 매진하자. 국가보안법 페지하라!”고 강렬하게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기자회견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사회자는 이번 공안 탄압은 아주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면서 공안 탄압이 경상남도 창원뿐만 아니라 서울 그리고 전라북도 제주도까지 지금 탄압하고 있고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용중 제주민주동지회 대표, 전교조 제주초대지부장이 제주지역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용중 제주민주동지회 대표, 전교조 제주초대지부장이 제주지역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용중 제주민주동지회 대표(전교조 제주초대지부장)는 “제주4.3 학살과 여순 학살의 도구로 국가보안법이 탄생했다”면서 “독재정권 시절에 조작 간첩 조작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사건들 대부분이 재심 청구하고 무죄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소 조항만은 개정해서 조작 간첩이라는 이야기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우리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서 빠른 시간에 매듭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원했다.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이 진보민중을 대표하여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이 진보민중을 대표하여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덕용 4월혁명회 상임의장은 “해방된 지 78년이 됐는데 반공악법 국가보안법, 살인 도깨비 방망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까?”라면서 “49년인지 50년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없으나 논에 아직 벼를 심지 않은 때이고, 국민학교 등교를 하는데 조선옷을 입은 키가 훤칠한 청년과 쪽지머리를 한 그의 부인이 논바닥에 총살을 당해 드러누워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계속해서 “나중에 들으니까 좌익 운동을 했다고 그러는데 지서에서 남편을 잡아다가 법이고 필요없고, 고추가루 고문을 하고 그랬는데, 본서로 인계한다고 거짓말하고서는 아이들 다니는 길가에서 총살을 하였다.”고 전하면서 “부인은 쪽지머리에 총을 맞아서 피가 이렇게 거꾸러져 있고, 그 젊은 청년은 조국의 푸른 하늘을 향해서 누워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공부가 안됐다.”, “유리창 밖으로 계속 시선만 돌리고 앉아 있었다.”라며 그때의 심정을 토로했다. 

전 의장은 “여러분! 이 살인악법은 미국놈이 존재했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식민지 땅이 아니면 이 국가보안법은 있을 수가 없으며, 심지어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폐지하라고 권유를 하는 법이 아닙니까?”라고 격정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쳤다.

김동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공동대표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이 공동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동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공동대표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이 공동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기자회견문은 김동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공동대표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이 공동으로 낭독했다.

이날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에는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문정현 신부,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양희철 비전향 장기수,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조헌정 목사, 최병모 전 민변 회장,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황금수 선생 등 각계각층 260여명 원로들이 연명 참여하였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윤석열정권과 공안기관이 합심하여 간첩단 조작에 여념이 없다. 지난 11월부터 민주노총, 전농, 진보당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활동 해오고 있는 진보민중진영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구속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수구 적폐 언론들은 정권의 나팔수처럼 공안기관이 흘려주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 적으며 피의사실과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판 한번 진행되지 않았지만 간첩단의 낙인이 구속자들에게 찍히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공안기관, 수구적폐언론이 하나되어 간첩단 조작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이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외교참사, 인사참사, 민생파탄, 전쟁위기 고조로 인해 집권세력으로 향하는 국민의 분노를 틀어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공수사권을 지켜야 하는 국정원, 내년 총선승리를 통해 반민생 반노동 친일 친미 친재벌 개악에 더욱 복무해야 할 정부 여당이 합심하여 지금의 공안정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와 더불어 수사과정에서도 온갖 반인권, 반헌법적인 위법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정되는 것이 없다. 간첩을 잡는 것이 피의자의 인권과 법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기반은 국가보안법이다. 해방 이후 80년 가까이 수구 적폐 세력이 정권의 반대자를 숙청하고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목소리를 가로막는데 쓰였던 악법중에 악법이다. 수많은 인권유린과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는 법이다. 국가보안법과 이를 무기로 사용하는 공안기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민주주의도, 인권도, 자주국가도, 평화통일도 모두 요원하다.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에게 경고한다. 국가보안법과 공안탄압으로 정권을 연장해온 지난 독재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끝을 모든 국민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정권들의 어두운 과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다. 공안탄압과 간첩조작을 즉각 중단하고, 민생파탄과 굴욕외교에 대해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국가보안법과 공안기관을 해체하고 구속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공안기관을 해체하라.
 
2023년 3월 8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신 호평’ 전하면서 피해자 목소리 지운 대통령실

  •  
  • 해외홍보비서관실, 사흘 연속 ‘외신 보도가 짚은 의미’ 알림

    의미 짚는 대목 부각해서 전달…국내 피해자들 언급은 없어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아닌 국내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외신의 호평’을 연일 전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비판과 우려, 야권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기사 중에서도 정부에 유리한 대목만을 발췌한 경우가 확인된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이래 사흘째 대통령실 출입기자 대화방에 해외 언론의 보도 사례들을 공지하고 있다. 특히 발표 당일인 6일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발표 이후 주요 영미권 언론들이 한국과 일본 측 발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환영 입장 등을 반영해 동 발표의 의미를 평가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례로는 뉴욕타임스(NYT), AP, 로이터,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AFP 등 매체의 보도 8건이 소개됐다.

    미국 중심의 주요 영미권 언론은 한·미·일 협력 강화와 중국 견제라는 미국 중심의 실익에 초점을 두고 배상안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의 기사들은 해외홍보비서관실의 설명처럼 ‘긍정적 의미’만을 평가하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일례로 6일자 블룸버그 보도(https://tinyurl.com/2p8prc5e)를 꼽을 수 있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이 보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무역에서 안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대에 악영향을 끼친 분쟁을 끝내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시작”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양국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실제 기사는 윤 정부 배상안이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여전히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은 이날을 ‘수치스러운 날’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 대한 굴종’이라 비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한 단체는 윤 대통령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배상이 아닌 기부금이라는 부당한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한 것. 이 기사는 또 로렌 리처드슨 호주국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를 통해 집권 정당의 성향에 따라 한국 정부의 배상안 관련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같은날 해외홍보비서관실이 소개한 NYT, AP, AFP 등의 기사들도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과와 일본 기업의 보상 없는’ 배상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링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튿날인 7일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외신들은 주요 국제기구 및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평 등을 중심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 보도에는 ‘협력과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 ‘과감한 지도력’, ‘리더십과 전략적 결단의 승리’ 등 평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MSNBC,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도쿄경제신문, 미국의소리(VOA) 기사들에 대한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은 이날 이코노미스트 보도(https://tinyurl.com/24aun87f)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수십 년 동안 양국 관계를 악화시켜온 분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한일) 양국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환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이 기사는 올해 95세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사 사진 속엔 휠체어에 앉아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선 그의 모습이 담겼다. 13살 나이에 유학인 줄 알고 찾아간 일본의 미쓰비시 공장에서 월급 한 푼 없이 일해야 했던 양씨가 “내가 죽기 전에 가해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라는 희망을 말했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의 목소리도 기사에 담겼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과의 더 나은 관계를 원한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64%가 일본의 추가적인 사과와 과거 잘못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답했다”며 “촛불을 든 시위대는 윤 대통령의 ‘굴욕적인 친일외교’와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비난했다”고 했다. 이 기사는 “가장 큰 의문은 윤 대통령이 분노를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는지, 분노를 부추겼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대통령실이 인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영 발언은 9개 문단으로 이뤄진 전체 기사 가운데 두 번째 문단에 등장한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참여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배상안을 발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를 환영했다는 대목이다. 외신 중에서도 피해자 목소리에 집중한 보도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떼어내 소개한 것이다.

    이후 해외홍보비서관실의 기사 소개는 한일관계와 미국의 관계에 집중한 미국 전문가들의 기고글을 중심으로 보도 사례를 전했다.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주장했던 빅터 차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존스톤 CSIS 일본 석좌,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국장, 맥스 부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등의 주장 등이다.

    ▲3월6일 이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의 외신 반응 설명을 인용한 주요 보도들. 사진=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그간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외교활동 괸련보도를 주로 전해왔다. 특정 현안에 대해 며칠 연속 주요 보도 사례들을 소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와 야권 반발이 높은 국내 여론과 달리 배상안을 호평할 가능성이 높은 영미권 및 일본 언론의 목소리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윤 대통령과 정부의 언론관 논란을 비판하는 외신에 대해 무대응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것과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런 해외홍보비서관실의 대응은 ‘주요 언론’으로 꼽히는 일부 매체의 기사화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었다. 강제징용 보도 사례가 배포된 직후부터 <韓정부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에 외신…“韓-日 관계개선 첫발”(매일경제)> <대통령실 “주요 외신,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첫 발’ 평가”(조선일보)> <대통령실 “주요 외신, 징용해법‘ 韓-日 관계개선 첫발 평가”(동아일보)> <尹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외신 “한미일 협력 강화 위해 일본이 조치 취할 차례”(조선비즈)> <정부, 강제징용 해법에…주요 외신 “한일 협력 새로운 장 열었다”(노컷뉴스)> <외신,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호평…“일본 화답해야”(MBN)> 등의 기사가 이어진 것이다.

    외신이 피해자와 야권 반발을 조명했다고 밝힌 경우는 대통령실 설명을 고려하지 않은 개별 매체의 자체적인 외신 모니터링 기사에 그쳤다. <외신들 “강제징용 해법에 피해자들 반발” 일제히 언급(뉴시스)> <[강제징용 해법] 외신 “한일 반목 끝낼까…피해자들은 반발”(연합뉴스)> <외신 “尹, 日강제징용 3자변제 야당 거센 비판 직면”(아시아경제)> 등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측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설득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외신 #강제징용 #강제동원 #위안부 #해외홍보비서관실 #강인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尹식 '강제동원 해법'은 반자유·반인권·반법치·반시장주의

[박세열 칼럼] '엄중한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개인의 자유'와 거래됐나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3.07. 21:36:14 최종수정 2023.03.07. 23:15:04

 

윤석열 대통령의 뚝심.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나오는 평가다. 재밌는 건 모든 사람들이 이번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이 '윤 대통령의 의지'이고 '생각'이고 '추진력'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점이다. 여당과 외교부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왜 그들 스스로 '업적'이라 전력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번 일의 처음과 끝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일단 이런 문제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해법'의 내용이야 언론에서 익히 따져왔던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는 이런 결정을 발표하게 된 윤석열 정부의 '명분'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문'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끝난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결정을 '왜' 내렸는지에 대한 이유가 추상적이지만 함축적 언어로 담겨 있다.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강제동원 해법은 정부 발표문 속 언급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만들어내기엔 궁색한 결과물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온갖 모순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개인의 자유 문제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이 '강제력'을 통해 자유를 박탈당했고, 그 피해와 관련한 합당한 처우를 해달라는 요구, 즉 피해자 개인의 권리가 뭉개졌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정부의 '발표문'에 적시된 대로, 한국의 대법원 판단을 두고 일본의 행정부가 '수출 규제'라는 반시장적 조치를 한 것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제거, 일본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에 사실상 스스로 굴복한 선례를 남겼다. 이는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은 '수출 규제'가 '일본의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들어 안보의 문제라 주장, 강제동원과는 별개라고 일관되게 선을 그어왔는데, 한국은 WTO 제소했던 소송을 먼저 포기해 전 세계에 일본의 주장이 맞다는 인상을 줘 버렸다. 일본은 자국 전략 물자가 남한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될 우려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일본은 수출 규제라는 '반시장주의적' 행태에 대한 아무런 상황 변화도 없다. 

 

셋째, 강제동원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을, 행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것에서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 그 중에서도 행정, 사법, 입법의 3권 분립 원칙이 일그러졌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넷째, 법원 판결에 의해 가해가 입증됐는데 가해자는 가타부타 말이 없는데다 되레 떳떳하고,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사과 한 번 받지 못하고 '덮으라'고 강제받는 상황을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국제 정세라는 말은 어떤가.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 정부의 그간 언행에 따라 원인을 '북핵 위협'이라고 상정하자. 북한과 직접 협상의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상대의 성의 있는 조치'가 먼저라며 남북 대화를 외면해 온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이를테면 지난해 8월 15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스스로 만든 해법을 차버리고, 영 반대편에 있는 일본을 향해 '담대한 구애'를 던진 것은 어떤 연유인지 알 길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강제동원 문제가 군사협력 문제와 연계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저 문구다.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국제 정세'는 왜 '강제동원 해법'과 연결되어야 하는가?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군사협력이 불가능한 일인가? 근본적으로 일본과 군사협력이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다루는 유일한 해결책인가? 그 해결책을 위해 '엄중한 한반도'와 전혀 별개인 '강제동원 희생자' 문제를 제물로 올리는 게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가 할 일인가?

 

이 수많은 물음들을 남기고 있는 강제동원 해법이 결국 '인기 없는 해법'이란 걸 윤석열 정부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어차피 할 것 아니냐. 그러면 미리 매를 맞는 게 낫지, 내년 총선 앞두고 할 것인가"라는 말을 했다고도 하고(국민일보 3월 7일자), "윤 대통령이 한번은 식사자리에서 '지지율 1%가 나오더라도 (나라를 위해) 할 일은 하겠다'고 하더라. 이게 윤 대통령의 진심이구나 싶더라"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뉴스1 3월 7일자). 지지율 1%를 각오할 '의지'가 이번 강제동원 해법 발표 추진에도 반영됐다는 의미다. '매'를 맞을 줄도 알았고, 지지율 1%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국내 여론엔 신경 쓰지 않고 가겠다는 거다. 

 

요컨대 모든 말이 다 껍데기다. 이런 모순투성이의 상황은 '결국 힘에 의한 논리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스스로 '탈은폐' 해 준 셈이다. 

 

외교에서는 '현상 유지'도 하나의 전략이 된다. 적절한 긴장감 속에 매듭지을 수 없는 일은 미루고, 매듭지을 수 있는 일은 매듭짓는 게 외교다. 윤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에서도 '검사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를테면 검사는 법률 판단의 주체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검사는 마치 법률 판단의 주체처럼 행동한다. '수사의 목적은 유죄판결'이라는 건 검사가 수사 착수에서 판결까지 모든 것에 관여해, 끝내 '유죄'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한국 검사들만의 괴이한 논리다. 법률 판단 주체도 아닌 행정부가 법률 판단을 우회해 뭔가를 무력화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에서 많이 목격된 것들이다. 화물노조의 '불법 파업 엄단' 때도 그랬고, 별건 수사로 점철된 현 정부 검찰의 스타일도 그렇다. 수사의 목적은 유죄라는 식, 외교의 목적은 해법이라는 식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해법'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다며 불도저처럼 사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실패로 끝난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숱하게 목격해 왔다. 모든 것이 '의지'로 가능하다고 믿는 윤석열 대통령의 멘탈은 어쩌면 위험한 것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있었던 남북협상을 돌이켜봐도, 당시엔 남북 정상간의 의지가 수위는 다를지언정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확인됐었고, 미국 정상의 의지도 확인되면서 일이 진행됐었다. 그런데 지금 한일 문제에선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내 보여 주는 악수를 두고 있다. 외교의 장기 전략과 향후 발생 가능한 무수한 변수들은 '오늘'의 이 '해법' 아래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단순한 전략이다. 지도자는 지나치게 신중할 필요도 없지만, 지나친 의지는 오히려 국가에 독이 될 수 있다. 

 

당장 5월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출 금지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런 문제들에서도 '엄중한 한반도' 정세 때문에 대통령의 모종의 의지가 발현될 것인가?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잘린 내 손가락 던지던 일본 공장감독... 월급은 단 1엔도 없었는데"

[현장] 10대에 끌려가 95세 된 두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 "이처럼 억울한 건 처음이요"

23.03.07 18:11l최종 업데이트 23.03.07 23:44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해 굴욕적인 외교를 규탄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해 굴욕적인 외교를 규탄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나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습니다. 내 동생 국민학교 담임 선생이 일본인 선생님이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한 3개월 집에 있는데, (선생이) 동생을 시켜 언니 학교 좀 나오래, 그래서 갔지요. 그 선생이 하는 말이 '너 일본에 가면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도 할 수 있고 돈도 벌고 하니 가거라'. (그러니) 너희 집 가서 아버지 도장 갖고와서 찍어야 한다고 했어. 

그때 아버지도 징용가시고 안 계셨어. 책상에서 도장을 빼다 갖고가서 선생님께 드렸어요. 도장을 찍더라고. 난 할머니 그늘에서 자랐는데, 할머니가 하는 말이 '너 없이는 우리 집 살림 못한다,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울면서 선생님한테 '난 엄마가 일찍이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이 너댓살 묵었습니다' 했지. 그랬는데 도장을 찍어서 안 된다고, 가야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가게 됐습니다.


일본 가서 집에 보탬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가서보니까, 기계를 돌려다 (부품을) 잘랐다. 어느 날 자잘한 부속을 작두에 자르고 있는디, 손가락을 집어 넣었는데 처음에는 아픈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피가 뚝뚝뚝 흘러서 악을 쓰고 우니까... (공장) 감독님이 그 손가락을 줏어다가 '오끼(大きい: 크다), 아이고 크다' 하늘로 손가락을 던지고... 나는 막 울고... 

그런데 어느날 남동생이 죽었다고, 작은아버지가 엽서를 보냈드라고. 그때 사감선생님한테 '내가 업어 키운 동생이 엄마도 안 계신데 죽었당게 보내주세요' 했는데, '안된다' 하더라. 쪼깐 있으면 귀환 될 것인디 그때까지 안 보내준다고. 저녁에 둥근 달이 뜨면, (그날부터) 달아달아, 너는 우리집 들여다 보겠지? 나는 가도오도 못한 신세가 됐다 그럼시롱 날이면 날마다 울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중략) 그래서 걸음도 못 걷고, 그 고생을 하는데 약값도 안 주고 있다가 나왔어요. 

그래서 일본에 대해 사죄를 받고자 하는데, 엄한 소리만 하고... 일본의 잘못은 명확히 가려야 합니다. 그렇게 고통을 받고 살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말 한자리 하면 끝내겄는디, 그것도 저것도 아니고. 일본은 오히려 우리한테 의지하려는 심보만 가지고 있습니다."


1929년생(95세)인 김성주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15세 나이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 공장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날들을 생생히 떠올렸다. 공장관리자가 자신의 손가락을 '오자미 놀이'하듯 하늘에 던지던 순간을 묘사할 땐 움직임이 불편한 두 팔이 하늘로 번쩍번쩍 솟구쳤다. 할머니는 7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진행한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규탄' 비상시국선언에서도 "미쓰비시 사죄 배상" 손팻말을 쥐었다. "일본은 사죄,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칠 땐 오른주먹이 올라갔다. 

"내가 누굴 위해 싸웠간디... 아흔다섯 묵어갖고 이처럼 억울한 건 첨이요"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굶어 죽어도 우리 기업 돈 안 받아”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여러분, 나랑 똑같이 (말) 합시다. 윤석열 퇴장! 완전히 퇴장!"
"아흔다섯이나 묵어갖고 이처럼 억울한 건 첨이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사람인가 모르겄소."
"나는 그런 돈은 곧 굶어 죽어도 안받아요. 나가 와 그런 돈을 받아요. 우리나라 힘으로... 내가 누굴 위해 싸웠간디. 윤석열 말은 다 내던져 버리고, 맘 합해서 나라를 이끌어갑시다."


김성주 할머니 옆에는 역시 1929년생으로, 같은 공장에서 끔찍한 강제노동에도 임금을 받지 못한 양금덕 할머니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안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김성주 할머니의 뜻도 같았다. 김성주 할머니는 "일본 사람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가 사죄를 요구하겠나"라면서 "일본사람들은 양심이 있으면 말을 해봐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사죄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가 일본에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까."

'충분히 이해를 구했다'는 외교부의 설명과 달리, 생존 피해자의 가족들과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조속한 해결'에 대한 공감만 전달받았을 뿐, 우리나라 기업이 전범기업 대신 판결금을 내는 '제3자변제' 등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가 유가족들을 개별 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 왈, 누가 문 두드려 나가니 '정부 사람'이라며 번호 물어봤다고 해"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해 굴욕적인 외교를 규탄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해 굴욕적인 외교를 규탄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국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유가족의 경우엔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려 나가니 사전 통화도 없이 남성 두 명이 '정부에서 왔다'고 신분증을 꺼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 전화번호를 한 사람씩 물었다고 했다. 가르쳐주지 않고, 복도에서 한 10분쯤 이야기했다고 한다"면서 "(구체적인 방식을) 말했다면 동의했겠나. (그래놓고) 그걸 의견수렴이라고 하고 있다. (다른 분의 경우) 딸의 남편을 통해 접촉해왔는데,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싶었다"고 전했다.

김성주 할머니의 장남인 문병창씨는 "어느날 외교부에 계신 분한테서 연락이 와서는 (제가) '할머니들을 내일 찾아가도 되냐'고 하셨다. 듣고 싶은 말 못 들으실 거라고 했다. 그 이틀 뒤 다른 분한테도 전화가 왔다. (직접) 오지 마시고, 변호사 통해 오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문씨는 이번 정부안에 대해 "양금덕 할머니나, 어머니 말씀처럼 비단 이 두 분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강제동원 피해로 이름 모르게 돌아가신 분들도 많은데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런 분들을 봐서라도 정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께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상시국선언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 인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7일 오전 11시 45분 기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교수, 황석영·현기영·신경림 작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안재웅 목사, 명진 스님 등의 인사를 포함, 9020명의 개인과 1464개 단체가 비상시국선언 연명에 참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외에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강제동원은 배상하면서 왜 한국만 예외적으로 배상할 수 없다고 하나. 차별하는 건가"라면서 "이 차별을 왜 윤석열 정부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어 "양국간 합의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 선언이라 되돌리기조차 어렵다는 거다. 과거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께서 이 자리에 계시지만 (제가)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우리 정치가 할머니들의 존엄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냉전에 포섭돼 전범국가인 일본의 재무장화를 용인하고, 위험천만한 파국 도구로 우리 국민의 뼈 아픈 과거사를 팔아넘겼다는 냉엄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생도 강제동원 피해자... 대법원 마지막 판단 남았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 대리인들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반대, 일본 측의 공식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함께 추심 절차와 남은 대법원 소송까지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비상시국선언에 참여한 김성주 할머니는 자신에 이어 두살 터울 여동생인 김정주 할머니까지 일본 후지코시 주식회사로 강제동원돼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김정주 할머니의 경우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 후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주 할머니는 이날 국회의원과 취재진들을 향해 '마무리 인사'로 "여러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에 "저희가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는 참석자도 있었다. 피로를 걱정하는 아들 옆에서, 어머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길 하고 있는디,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도 안 하고... 자기들이 반성을 해야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조금도 우리에게 미안한 생각을 안 합니다. 자기네 나라에서 일을 시켜먹고 월급을 줘야하는데 단돈 1엔도 월급이라는 것은 없고. 우리를 이렇게 골병 (들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나고..."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할머니를 응원하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할머니를 응원하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등 참석자들이 할머니들을 응원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등 참석자들이 할머니들을 응원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투는 젊은 여성만의 일이라 생각했다…중년의 미투

 

박고은 기자 사진

 
오세진 기자 

등록 :2023-03-08 06:00

수정 :2023-03-08 07:21

 
미투 5년, 지금은…
40대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씨
“숨 막히는 고통 당하니 알겠더라
피해 공개, 살려고 했다는 것을”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씨가 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차고지 버스 안에서 ‘중년 여성 향한 직장 내 성폭력 근절하자’라고 적힌 손팻믈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씨가 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차고지 버스 안에서 ‘중년 여성 향한 직장 내 성폭력 근절하자’라고 적힌 손팻믈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젊은 여성들이 참 딱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고발한다’(#미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던 2018년의 일이었다. 미투 피해자로 언론에 소개된 이들은 주로 30대 이하 여성이었다. 당시 40대 중반을 향해가던 홍혜숙(48)씨는 관련 보도를 접하며 안타깝다는 생각만 했을 뿐,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법무부 간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당시 검사가 또래였지만, 그가 고발한 일 역시, 30대 때의 일이었다.

 

홍씨의 생각이 무참히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0년 8월, 서울지역 시내버스 운수업체인 ㅂ운수에 버스 청소노동자로 입사한 뒤, 그는 상사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 해당 상사는 홍씨가 소속된 정비팀 관리자인 ㄱ반장이었다. 그는 홍씨에게 ‘행실이 왜 그러냐’며 남자 운전기사들과 대화하지 말라고 하거나, 홍씨가 여름철 출퇴근용으로 반바지를 입으면 “각선미 자랑하냐. 사람들이 쳐다보니 반바지는 입지 말라”고 했다. 최근 <한겨레>와 만난 홍씨는 “사람들이 반장님과 무슨 사이냐고 물을 정도로 ㄱ반장이 나를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홍씨는 정비팀 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ㄱ반장의 통제는 성적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홍씨는 “ㄱ반장이 ‘대시하면 튕기지 말고 만나달라’고 하거나 ‘남자는 가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도 만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 ‘좋은 향기가 난다’며 머리 냄새를 킁킁 맡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ㄱ반장이 음료수를 건넬 때마다, 슬쩍 몸을 더듬었다고 홍씨는 밝혔다. 홍씨는 “그가 음료수를 주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마치 성적 요구를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ㄱ반장의 성적 괴롭힘을 겪은 건 홍씨만이 아니다. 홍씨와 같은 지점에서 버스 내부를 방역하는 방역원으로 일한 박아무개(48)씨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박씨는 “하루는 ㄱ반장이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 거기(신체 일부)가 다 비친다고 하던데?’라고 말하면서 내 가슴 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정말 비참했다”고 했다.

 

홍씨나 박씨처럼 직장 내 성폭력에 노출된 중년 여성의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년 일하는 여성의 권리찾기 이야기’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상담 184건 가운데 40~50대 여성의 상담 건수는 26.1%였다. 20~30대 비율이 71.1%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상담 여성 10명 가운데 2~3명꼴은 중년 여성인 셈이다. 7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2018년~2022년 10월)간 직장 내 성폭력에 따른 여성 노동자의 산재 신청 185건 가운데 40~50대 신청 건수는 34.5%(64건)였다.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씨가 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차고지 앞에 서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씨가 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차고지 앞에 서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문가들은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중년 여성의 수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부장제에 장기간 노출된 중년 여성일수록, 성적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참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너머서울 젠더팀이 발표한 ‘5060 지하철 청소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성적 괴롭힘을 당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90명)의 86.6%(78명)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했다’는 응답은 5명(6.4%)에 불과했다.

 

여미애 너머서울 젠더팀 공동팀장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 문화 속에서 자란 중년 여성들은 성희롱 등을 범죄로 인식하기 어렵고,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지지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씨도 1년여 동안 피해가 지속된 뒤에야 이를 공론화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반장 혼자 그랬겠냐’고 할까 봐, 아들이 ‘엄마가 행실을 제대로 못 한 것 아니냐’고 할까 봐 두려웠다”고 홍씨는 말했다. 한 지방정부 산하 돌봄기관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김아무개(52)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돌봄 대상자로부터 특정 신체 부위 접촉을 요구받는 등의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1년6개월여 동안 참으며 가해자를 돌봤다. 김씨는 “우리 세대는 ‘여자는 참아야 한다’고 배우며 컸다. 평생을 그렇게 살다 보니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을 ‘무성애적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피해자의 침묵에 영향을 끼친다. 김씨는 “사회는 중년 여성을 여성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다 늙어서 유난 떠냐’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그냥 버텼다”고 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성폭력은 성적 매력 있는 젊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 탓에 중년 여성 피해자들을 망설이게 만든다”고 짚었다.

 

홍씨는 지난해 12월 경찰서를 찾았지만 고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민원실에서 더 확실한 증거를 모아오라고 했다”며 “접수 단계에서부터 막히니 절망적이었다. 나이 든 여자라 (피해 사실을) 안 믿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 변호를 주로 맡아온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수사기관을 찾은 중년 여성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납득시키기 위해 젊은 여성 피해자보다 훨씬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한다. 수사기관조차 ‘젊은 여성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에 ㄱ반장을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두달 이상 차일피일 조사를 미루던 ㅂ운수는 근로감독관이 ‘자체 조사를 하라’고 권고한 뒤에야 조사에 나섰다. ㅂ운수 관계자는 <한겨레>에 “ㄱ반장과 홍씨를 분리 조처했다”며 “진상 규명이 돼야 ㄱ반장의 직위해제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2일 ㅂ운수로부터 자체 조사 보고서가 제출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현재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잔다. 그마저도 2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 아들과 당뇨·천식을 앓고 있는 노모와 함께 살려면 홍씨는 어떻게든 일을 해야만 한다. 홍씨는 말했다. “가끔 숨이 안 쉬어져요. 내가 당해보니까, 젊은 여성들이 왜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피해 사실을 알렸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살려고’ 그랬겠구나, 싶어요.”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피해자’ 없는 강제동원 해법에 경향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3.08 07:43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속도전에 인권위도 우려 표명 “이번 해법 실패작”

    대법원판결 외면에 “법치주의 내건 대통령이 최고법원 판결을 무시”

    조선·중앙은 정부 비판하는 민주당 비판하고 나서

    3월8일 여성의날, 한겨레·경향 여성 인권 기획기사

    조선·중앙은 정부 비판하는 민주당 비판하고 나서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공동 이익과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고 했다.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는 윤 대통령이 피해자 설득에 나서지 않은 것이며, 법치주의를 그토록 중요시하면서 최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개별 소통을 시작해 정부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 방안에 동의한 피해자도 있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 3명은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제3자 변제의 방식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정부 방안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고 자평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윤석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3.07 ⓒ민중의소리

    이에 대해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8일 아침신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피해자 입장 존중”,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윤 대통령 인식> 사설에서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위로·설득하는 설명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월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번 정부 방안을 고육책으로 이해할 순 있지만 설명과 설득 작업은 없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 합의보다 훨씬 더 굴욕적이라는 여론이 많다. 피해자들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손상한 것을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라도 되는 양 강변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를 내건 대통령이 최고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며 “일본 측 반응을 봐도 이번 해법은 실패작이다. 일본은 아무런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번 정부 방안을 비판하는 사설 2편을 냈다. 한겨레는 <일본 ‘경제보복’에 무릎꿇은 정부, 뒷일도 책임져야> 사설에서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관련 분쟁해결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완전히 굴복한 모양새를 고스란히 연출했다”고 했다.

    ▲3월8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정치 업적’ 몰두, 고언도 뿌리친 대통령 ‘항복 외교’ 폭주> 사설을 내고 “윤 대통령의 조급증은 일본과의 타협을 ‘결단’으로 포장해 보수층에 ‘정치적 업적’을 과시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가 악화시켰다’고 비판해온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치적을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일본도 윤 대통령의 이런 외교적 자세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등 현안에서 한국의 굴복을 이끌어낼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모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일본은 한국 정부 방안이 나왔음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는 3면 <성의없는 일본… “반도체 규제·징용은 별개”> 보도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3월8일 한국일보 3면 기사.

    또 한국일보는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일본 측이 유일하게 참여할 수단으로 꼽혔던 미래청년기금이 성공을 거두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미래청년기금은 아직…” 당황한 전경련> 보도에서 “기금이 현실화되려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며 “한국 측에서 '숙제'를 먼저 하지 않으면 기금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전경련 기금 모금에 나선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가 전경련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모금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3월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번 방안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당 눈엔 ‘한일 정상화’ 환영한 유엔과 EU도 ‘친일’인가>를 내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갖고 해묵은 갈등을 계속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보기에도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국내 재단이 변제 책임을 떠안는 방식 자체가 일반 국민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대국이 있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해법이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번 정부 방안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두고 “민주당이 국제사회와 이렇게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반일 몰이로 이를 희석시키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3월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을 내고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죽창가’ 내세우던 민주당, 미래지향적 해법 비난 자격 있나>에서 “안 그래도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며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원색적으로 헐뜯기에 앞서 한·일 관계를 절벽으로 내몰았던 자신들의 과오를 먼저 성찰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3월8일 경향신문 1면.

    3월8일 여성의 날, 여성인권 1면서 조명한 경향신문·한겨레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여성의 날 기획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가사도우미·캐디 등 홀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다뤘다. 경향신문은 <가사도우미는 ‘그 집’이 두렵다>에서 “‘남의 집’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의 성폭력·성희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며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3회에 걸쳐 다루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한국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조명했다. 한겨레는 5면 <“나이들어 유난 떤달까봐” 신고 않고 참고 또 참았지만…>에서 직장 내 성폭력에 노출된 중년 여성들의 고충을 소개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40대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 씨는 2020년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지만 회사·경찰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

    ▲3월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중년 여성의 수가 통계로 드러난 것보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부장제에 장기간 노출된 중년 여성일수록, 성적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참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중년 여성을 ‘무성애적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피해자의 침묵에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3월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세계 여성의날, 한국 유리천장지수는 올해도 OECD 꼴찌>에서 “윤석열 정권은 성평등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정치적 이해에 활용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성평등·재생산권 표현을 삭제하고,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했다. 이어 “유리천장지수는 윤 대통령이 부인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 사회가 수십년간 일궈낸 성평등·여성 인권의 성과를 퇴행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8일 동아일보 사설.

    대통령실 개입 논란까지 불거진 국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용산 개입’ 논란 파장을 빚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당원에게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물 전파를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8일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 <막판까지 ‘용산 개입’ 논란으로 얼룩진 與 진흙탕 전대>에서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진 이번 전대는 역대 최고 당원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진행 과정은 국민 기대와 동떨어졌다. 윤심 논란으로 시작해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과 막말 공방 등 이전투구로 치닫더니, 대통령실 선거 개입 논란으로 막을 내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누가 대표가 되든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전망하면서 “집권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전대가 친윤의 승리냐, 비윤의 승리냐를 넘어 집권당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3월8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흥행 성공했으나 막판까지 ‘추태 경쟁’ 벌인 與 대표 경선>에서 “국민의힘 경선은 높은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내용상으로는 국민 기대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그 후유증은 크고 깊을 것이다. 시종 윤심 개입 논란이 거셌던 터라 패자의 승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3월8일 한겨레 사설

    윤석열 대선공약인 제주도 제2공항 “환경부, 간판 바꿔 달아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한겨레는 사설 <개발 공약 거수기 전락한 환경부, 존재 이유 잊었나>에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5곳의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를 내준 바 있다. ‘답정너 환경영향평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환경부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흑산도공항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개발 공약 뒤치다꺼리나 할 생각이라면 환경부 간판을 ‘국토난개발부’로 바꿔 달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역시 사설 <제주 제2공항 추진, 객관성·투명성 높여야>에서 “국립생태원은 환경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맹꽁이와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미흡하고 항공기 이착륙 방향에 따라 조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검토보고서에서 맹꽁이를 비롯한 멸종위기생물과 숨골, 상수원 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며 “사업 대상지의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두 기관의 공통된 결론”이라고 했다.

    ▲3월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그런데도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국립생태원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부정적인 의견을 일부러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월8일 매일경제 사설.

    반면 매일경제는 이번 정부 발표에 환영을 표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환경부 문턱 넘은 제주2공항, 국제관광도시 도약 기회다>를 내고 “새 공항 건설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많은 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면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공항을 건설하고, 환경 파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파해 설득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3월8일 제민일보 사설.

    제주 지역 일간지 제민일보는 사설 <제2공항 건설, 도민이익이 우선이다>에서 충분한 정보제공, 환경 보호 대책, 항공소음 대책 수립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제민일보는 “특히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국토부의 정보 공개 및 절차적 투명성 확보는 필수다. 이전처럼 제주도와 도민 의견을 배제하면 제2공항 건설은 삐걱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은 조선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가?”

각계각층 시국선언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3.07 23:06
  •  
  •  댓글 0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7일 오후 1시 국회본청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피해자,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각계의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석열 퇴장, 퇴장, 윤석열 완전 퇴장! 윤석열은 조선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가?”

7일 오후 1시 국회본청 계단에서 진행된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피해자,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각계의 긴급 시국선언’에 참여한 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강렬한 외침이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하여 3월 6일, 윤석열 정부가 사상 최악의 강제동원 굴욕해법을 발표했다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제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기어코 면죄부를 주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굴욕적인 해법안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쏟아지고 있으며 비상시국선언에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단체 1532개, △개인 9632명(03.07. 오전 11시45분 기준)이 연명하였다고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참가자들은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민주노총 김은형 부위원장,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등이 낭독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먼저,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가해기업의 사과도 배상도 참여도 없이 우리 기업의 기부를 모아 국내재단이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안을 강제동원 ‘해법’으로 공식 발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강제징용 문제가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로 불거졌다”며 “죽어도 배상 못하겠다는 일본 정부와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결단’을 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사실을 부정하고 피해국에게 해법을 가져오라 윽박지르던 일본 정부는 의기양양 오만한 태도로 사과나 배상 참여 없이 과거 정권의 담화 계승 의사만 외무상의 입을 통해 표명했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머리 조아리며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난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은 “소송당사자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리셨다.”면서 “‘이번 해법은 ‘한반도 불법강점은 없었다’, ‘강제동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다 해결되었다’,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는 등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 되었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의 ‘미래청년기금’ 조성이라는 후속 조치는 이런 치욕적인 상태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요, 미래세대를 식민화하려는 음모”하면서 “‘양국 기업이 나서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국주의 정신에 투철한 인간을 체계적으로 길러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말인가?” 하고 되물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특히, 참가자들은 “고노담화 계승을 말로만 외치며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인하고 역사 교과서 왜곡을 자행하며 피해자들을 모독했던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잊었는가?” 하고 꾸짖고는 “일본이 진정으로 ‘통절한 반성’을 한다면,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면 될 일이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 민중들이 어렵게 쟁취한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 윤석열 정부 스스로 국가의 존립 근거와 헌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라면서 “역사를 망치고 민중의 피와 삶을 지우고 사법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된 ‘주고받기식’ 야합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며 명확히 했다.

참가자들은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이 희한한 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은커녕 고국 땅조차 밟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일제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 우리는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고 분노를 마중물 삼아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면서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김은형 부위원장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시국선언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공동대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 대표 김상희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라는 팻말을 들고 함께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편, 주제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향후 투쟁계획에 대하여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무효선언 전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며, 당면해서는 3월 11일 오후4시 서울시청광장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규탄, 일본의 사죄배상촉구를 위한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어서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요약이다.

 “일본에 가면 좋은 일이 있다. 공부할 수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왼쪽부터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 문병창 씨(김성주 할머니 아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성주 할머니는 1929년 9월8일생으로 지금은 순천 당시 순천 남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한 2개월 정도 있다가 1944년 5월경에 학교 담임선생이 김정주(여동생)를 통해 학교로 불렀다.

“일본에 가면 좋은 일이 있다. 공부할 수 있다. 중학교를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당시 집안 환경은 아버지가 징용으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었고, 어머니는 일찍 여의어서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집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까 하고 또 하나는 이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려고 했지만 집에서는 반대했었다.

하지만 도장을 한 번 찍어서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고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비행기를 만드는 곳에서 일했다.

김성주 할머니는 “거기서 일을 하다가 듀라늄이라고 하는 절단하는 일을 하다가, 쉽게 말해서 프레스에 왼쪽 검지 손가락이 잘려서 흉터가 있습니다” 하고는 “그런데 이 잘려진 토막을 주어가지고 오장이 공기돌 놀이 하듯이 이렇게 높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크다’ 하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며 당시를 상기했다.

그리고 작업 도중에 업어서 키웠던 남동생이 죽었다라는 작은 아버지로부터의 전보를 받았는데, 내가 집을 비우다 보니까 사고가 난 것 아닌가 하고 집에 잠깐만 보내달라고 했지만 결국 보내주지도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리고 이제 김성주, 양금덕 두 할머니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큰 지진이 났다. 그래서 동료로 끌려갔던 6명의 소녀들이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압사당하여 죽었다.

당시 끌려갔던 나이는 13살 14살, 그리고 안타깝게 죽는데 그 과정에서 양금덕 할머니는 옆구리에 부상을 입어서 지금도 상처가 있고, 김성주 할머니는 당시 발목을 곁들려 가지고 젊은 시절에도 조그마한 정도의 높이 있는 굽이 좀 있는 신발은 신어본 적이 없단다.

김성주 할머니가 일본에 간 뒤 언니를 신고했던 그 여동생마저 담임선생님이 불렀다.

그때가 1945년 2월경인데 일본에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언니랑 같이 있다가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어머니 일찍 돌아가셔서 집에 안 계시지, 아버지 징용 가 있지, 그다음에 언니를 사실 엄마처럼 의지하고 살던 처지에 정말 어머니가 온 것처럼 그래서 당연히 갈란다고 했더니, 전혀 엉뚱하게 고야마의 후지코시(후지코시강재 1928년 설립)라고 하는 한 회사에 보내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마찬가지로 강제노역을 하고 돌아왔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와 관련 이국언 이사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일본 소송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동생 김정주 할머니 역시 후지코시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패소를 했고, 다시 이제 2012년 10월달에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해서 2018년 최종 대법원 판결을 얻으셨고 김정주 할머니는 2014년 서울중앙지법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1심 2심 승소해서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생 김정주 할머니까지 세 할머니들이 한일 간 어용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일본 동쪽에서 한국에서까지 몇 십 년 동안 이 싸움을 해왔는데 이것이 오늘의 결과인 것입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시국선언문]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가해기업의 사과도 배상도 참여도 없이 우리 기업의 기부를 모아 국내 재단이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안을 강제동원 ‘해법’으로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 “우리 국민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는 조치”이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다시 구걸했다. 정부 관계자와 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강제징용 문제가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로 불거졌다’며 ‘죽어도 배상 못하겠다는 일본 정부와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결단’을 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에 맞서 제기한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절차를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가해사실을 부정하고 피해국에게 해법을 가져오라 윽박지르던 일본 정부는 의기양양 오만한 태도로 사과나 배상 참여 없이 과거 정권의 담화 계승 의사만 외무상의 입을 통해 표명했다. 피고기업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도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되었다”며 추후에도 나설 뜻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머리 조아리며 면죄부를 주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주고,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을 안기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

실로 참담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던가. 윤석열 정부에게 국민은 누구이며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소송당사자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리셨다.

피해자들이 오랜 세월 투쟁해 쟁취한 법적 권리를 소멸시키고 강제동원과 청구권협정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무시한 굴욕적 해법이 검찰출신 대통령과 검찰출신들이 장악한 행정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고 자의적 법의 잣대로 무고한 시민들을 겁박하고 탄압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제가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 이로 인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중 하나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법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강제동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해법은 ‘한반도 불법강점은 없었다,’ ‘강제동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다 해결되었다,’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는 등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 되었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요, 최소한의 국가의 역할조차 방기한 대참극이다.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의 ‘미래청년기금’ 조성이라는 후속 조치는 이런 치욕적인 상태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요, 미래세대를 식민화하려는 음모다. 일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이 한반도 불법강점, 강제동원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양국 기업이 나서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국주의 정신에 투철한 인간을 체계적으로 길러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말인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대신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내미는 것도 면피용 계책에 불과하다. 당시 오부치 일본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조건이 일본정부의 책임 인정, 반성과 사죄임을 명시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인정이나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 사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이후 그 추상적인 약속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퇴행에 퇴행을 거듭해 왔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자기합리화와 역사지우기를 위한 영혼 없는 면피용 선언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입증해 왔다. 고노담화 계승을 말로만 외치며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인하고 역사 교과서 왜곡을 자행하며 피해자들을 모독했던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잊었는가. 일본이 진정으로 ‘통절한 반성’을 한다면,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면 될 일이다.

그러므로 초점은 5여년 간 지속된 ‘배상 문제 해결,’ ‘이를 통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다.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 민중들이 어렵게 쟁취한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 윤석열 정부 스스로 국가의 존립 근거와 헌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처참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역사적 퇴행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구실로 일제 피해자들을 제물삼아 미일 안보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머리 숙이고 들어가려 했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다. 1910년 경술국치일,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들이 자화자찬하고 일왕에게 그 은공을 칭찬받으며 작위를 받던 날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역사를 망치고 민중의 피와 삶을 지우고 사법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된 ‘주고받기식’ 야합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 ‘미래’와 ‘기회’라는 사탕발림으로 가린 채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와 역사를 가해국에 팔아먹은 대가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고 분노를 마중물 삼아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이 희한한 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은커녕 고국 땅조차 밟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일제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존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2023년 3월 7일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등은 강제동원 계묘5적"…분노 폭발한 시민·사회

[현장] 강제동원 해법 규탄 긴급촛불 "삼권분립 무시한 정부 해법, 탄핵감"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3.06. 22:02:45

 

'굴욕외교' 논란을 빚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 등 시민·사회가 분노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모인 과거사 대응 시민사회연대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저녁 서울시청광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강행을 규탄하는 긴급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광장에 모인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의 시민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 등을 '을사오적'에 비유한 '계묘오적'이라 칭하며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요구를 배제한 강제동원 해법을 강행하면서, 지난 1일 '친일외교' 논란이 일었던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이어 현 정부의 대일외교 리스크가 점점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에 지난 1997년부터 20여년 이어온 투쟁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미쓰비시 중공업을 대상으로 한 배상 판결을 받아낸 생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굶어 죽어도 이런 돈은 안 받는다"라며 반발했다.

 

 

긴급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사회 단체들도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강행된 정부의 해법안을 집중 비판했다. 

 

현장을 찾은 김은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들이 70년 넘는 세월을 정부의 도움도 없이 피눈물 흘리며 쌓아온 성과"라며 "정부는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주며 피해자들의 피값을 동의도 없이 (일본에) 갖다 바쳤다"라고 강조했다. 

 

강제동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시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정부의 해법안이 "삼권분립을 위반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라며 "법을 잘 안다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인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발상을 실행한 것을 시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정무직 공무원인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금 실정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직무집행을 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직무집행을 하면, 이는 탄핵 소추의 사유"라며 정부 해법안을 강력 성토했다. 

 

▲6일 저녁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강행을 규탄하는 긴급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어올리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6일 저녁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강행을 규탄하는 긴급촛불집회에 모인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현장에선 시민들 사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하자", "윤석열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가 빈번히 연호됐다. 시민들은 "대체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는 박 대표의 말에 "일본 대통령이다"라고, "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는 말에는 "일본 정부다"라고 호응했다.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경단련)가 '미래청년기금'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서는 청년 당사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연합 평화나비네트워크의 백희선 대표는 이날 현장을 찾아 "(피해배상 대신) 청년기금을 준다고 하면 우리 청년들이 좋다고 받겠나" 되물으며 "피해자들의 피눈물이 묻어난 청년기금을 반길 청년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대표는 "방금 대통령실에선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무산된 데 대해서 트라우마가 있다고 밝혔다"라며 "2015년 한일 합의가 체결됐을 때도 우리 청년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부와 일본은) 그 트라우마에 계속 벌벌 떨길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레시안(한예섭)

 

집회 말미에 주최 측은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 등 과거 친일파 '을사오적'의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박진 장관, 김성한 실장, 김태효 차장, 서민정 국장의 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며 윤 대통령 등의 사진엔 '강제동원 계묘5적'이라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피해자 입장을 무시하는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 즉각 철회 △군국주의 부활을 전제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움직임 반대 △강제동원·성노예 문제 등 일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오는 7일 오후엔 국회 본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어 오는 11일을 비롯한 매주 토요일마다 시청광장에서 지속적인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임을 밝혔다. 집회가 진행된 시청광장 동편에는 과거 전범기업 미쓰비시 강제동원피해자를 형상화한 동상이 놓였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부, ’강제동원 배상금 지원재단이 지급‘ 발표

박진 외교, “모든 분야 한일 협력이 대단히 중요”(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3.06 14:36
  •  
  •  수정 2023.03.06 17:59
  •  
  •  댓글 0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11시 30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정부 방안을 발표,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대법원 판결 5년여 만에 피고 일본기업(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신 한국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받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대신 배상금(판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3자 변제’ 방식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피해 배상은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가해 일본기업은 한 푼도 배상하지 않는 방안이다.

(오른쪽부터) 외교부 조현동 1차관과 서민정 아태국장 등이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른쪽부터) 외교부 조현동 1차관과 서민정 아태국장 등이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박 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률적인 가능성에 대해서 우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과 자문을 다 거쳤다”며 “제3자가 변제하는 판결금을 피해자들이 받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을 가지고 이 해법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원고측인 피해당사자 등이 3자 변제 방식의 정부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데 대해 박 장관은 “정부와 또 우리 재단은 앞으로 이런 피해자, 또 유족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갈 것”이라며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성실히 또 설멍을 하고 또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법리적으로는 끝까지 판결금 변제를 수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고 일본기업이 판결금을 한 푼도 내놓지 않은 방식의 해법은 법리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진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진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진 장관은 “경색된 이런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 정부의 그런 대승적인 결단에 대해서 일본 측이 일본 정부의 포괄적인 사죄 그리고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기여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수혜를 받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과 공사 등으로부터 기금을 갹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재단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합법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그런 지적이 많다”며 “접촉해 본 적이 나는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정부가 기업과 자발적 기여에 대해서 논의하거나 접촉한 바가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한국 재단에 출연하지 않고 우리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경단련;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한국 유학생 장학금과 청소년 교류 등을 지원하는 민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호응조치’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도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측 사죄 문제에 대해 박 장관은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을 포함한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또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진 장관은 기자 3명의 질문만 받고 퇴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진 장관은 기자 3명의 질문만 받고 퇴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장관은 “이번 해법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과 또 국위에 걸맞은 우리의 주도적인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이라며 “이것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국제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나아가 “지금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외교, 경제, 안보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번 해법이 한일 양국에게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역사의 기회의 창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번 정부 해법안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핵심쟁점인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가 체결한 65년 한일협정을 존중하고 조약 체결 당사자로서 당연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한편으로 우리 대법원의 판결도 행정부에서 존중한다”고 우회적으로만 답했다.

대법원은 2018년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피해기업의 위자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104년 전 이완용은 지금의 윤석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오전 외교부 청사 앞에서 “반인권⸱반헌법⸱반역사적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한다” 주제로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오전 외교부 청사 앞에서 “반인권⸱반헌법⸱반역사적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한다” 주제로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박진 장관의 발표 시점에 맞춰 6일 오전 11시부터 외교부 청사 앞에서 “반인권⸱반헌법⸱반역사적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한다”는 주제로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으며, 오후 7시 30분에는 서울시청광장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타! 윤석열 친일굴욕외교 규탄!’ 긴급 촛불‘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는 규탄발언에 나서 “오늘 외교부의 발표는 104년 전 경술국치에 다를 바 없는 친일 매국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104년 전 이완용은 지금의 윤석열이다”고 단죄했다. 나아가 “100년 숙적 일본에 대한 우리 민족의 사죄 배상 요구와 청산의 요구는 정권이 바뀌거나 어떤 합의를 하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재하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전국민을 능멸하고 우리 자존심을 망가뜨리게 한 오늘 발표는 무효”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무효이다. 전 민족의 이름으로 무효선언이다”라고 선언하고 “오늘 이 발표가 취소될 때까지 우리는 투쟁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낮 박진 외교부 장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 기자회견에 맞춰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낮 박진 외교부 장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 기자회견에 맞춰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상임대표는 “21세기 친일 매국정권 윤석열 정권 심판할 것”이라며 6일 오후 7시 30분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7일 오후 1시 국회본청 계단에서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토요일 오후 4시 시청앞광장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는다고 예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전문)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
발표일시 : 2023.03.06 11:30 장소/발표자 : 서울별관브리핑실(203호) / 박진 장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박진 외교부 장관입니다.

오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 간의 긴밀한 우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 8월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통보하였습니다. 이로써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적교류 단절 등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사실상 방치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5월 윤석열정부가 새로 출범하였습니다.

윤석열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 4차례의 민관 협의회와 올해 1월 공개 토론회, 외교장관의 피해자·유가족 직접 면담 등을 통해서 피해자 측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차례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 고위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 왔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적 의견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다음과 같은 방안을 발표합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또한, 동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동 재단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며 미래 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또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국제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질문> 장관님, 정부의 이번 강제동원 해법 발표는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그간 한일 간 협의를 이어 왔지만 결국 일본 피고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금 참여는 견인하지 못했습니다.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관님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으실 텐데 이번 해법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 부탁드리고요.

그리고 이번 해법 발표를 두고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짜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외교부의 입장과는 달리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 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관련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변> 이번 해법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과 또 국위에 걸맞은 우리의 주도적인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입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과거의 기억... 과거를 기억하는 또 새로운 노력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것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외교, 또 경제, 또 안보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장기간 경색된 이런 한일, 경색된 관계를 방치하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해법이 한일 양국에게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역사의 기회의 창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반쪽짜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질문 내용 중에 우리 외교부의 입장과 대통령실의 입장 말씀하셨는데,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기시다 총리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 역사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일 두 정상은 작년에 뉴욕과 프놈펜에서 두 차례 만나서 양국 정상이 강제징용 판결 관련해서 조속한 문제 해결의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또, 이것을 위해서 외교당국 간의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정부는 피해자 측을 포함해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또,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한일 간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속도감 있게 협의를 추진해 왔습니다. 오늘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저희들이 도출한 해결 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국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저희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질문> 지금 일본의 명확한 호응 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한국 정부가 먼저 배상안을 발표한 건데요. 방금 물컵의 반이 먼저 찼다고 하셨는데 그럼 나머지 반은 어떻게 채울 것이냐, 특히 일본이. 이 부분에 지금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요. 특히, 재원과 관련해서 그럼 일본 기업도 배상에 확실하게 참여를 하게 되는 건지,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만 배상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신하시는지 궁금하고요.

지금 발표하신 내용을 봤을 때 일본에 비해서 한국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 아니냐, 이 협상 결과에 대해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경색된 이런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 정부의 그런 대승적인 결단에 대해서 일본 측이 일본 정부의 포괄적인 사죄 그리고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기여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합니다.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을 포함한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또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도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합니다.

<질문> ***

<답변> 질문 감사합니다. 정부는 그동안에 해법 모색을 위해서 피해자 및 유족과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해 왔습니다. 또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 구상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네 차례에 걸친 민관 협의회 그리고 국회에서 있었던 공개 토론회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의 단체 면담을 통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진정성 있게 수렴해 왔습니다.

많은 유족분들께서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서 이해를 표해주셨고, 또 상당수의 유족분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정부와 또 저희 재단은 앞으로 이런 피해자, 또 유족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갈 것입니다. 또 향후의 진전 상황을 충실하게 설명을 드리고, 또 의사를 확인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성실히 또 설멍을 하고 또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끝>

(자료 출처 - 외교부 e브리핑)

 

관련기사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강제동원 책임 지워주려 노력한 흔적들, 발표문에 고스란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07 09:21
  • 수정일
    2023/03/07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06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6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문 곳곳에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일본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드러냈다. 피해자를 배제하고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등 이번 해법의 본질적 문제점을 축소하고자 노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우선 발표문에서 ‘강제동원’이라는 표현 대신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고 일본의 불법성을 희석시키는 ‘강제징용’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징용’의 사전적 의미는 전시나 사변과 같은 비상사태에 국가권력으로 국민을 강제로 일정 업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대신 ‘동원’이란 단어는 합법성 여부를 포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동원’이란 표현으로 불법성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징용’이라는 표현은 일본 측이 지속적으로 고수해온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측과 소통한 경과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피해자 측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외교부는 “확정판결 피해자 기준 15명 중 13명의 피해자, 유족, 가족분들을 직접 접촉해 의견을 청취했다”며 “직접 소통한 결과 상당수 유가족들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시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속한 해결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 이야기는 달랐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견은 나눠져 있다”면서도 “(정부 발표안에 따른 배상금 수령에 대해) 적지 않은 분들이 그런(반대) 입장을 취하신다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마치 피해자와 유가족 대부분이 ‘정부안으로 조속한 해결’을 희망한 것처럼 표현했지만, 피해자 측은 정부안에 대한 입장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상당수는 반대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대일 협의’와 관련해서도 외교부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와 관련한 일본의 반응이 줄곧 미온적이었다는 점, 특히 피고이자 전범기업의 배상금 조성 참여에 일본이 단호하게 반대해왔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일본 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한일관계 개선 및 현안 해결 의지에 호응하여 진지한 자세로 협의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의 ‘대일 협의’ 평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문에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그동안 일본이 담화 등을 통해 과거 침략 행위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외교부가 평가한 대목도 있는데, 여기서는 마치 일본이 그동안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온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외교부는 설명자료에서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1995년 8월 15일),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 10월 8일), ‘전후 60주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2005년 8월 15일), ‘간 총리 담화’(2010년 8월 10일) 등에서 ‘일본이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심정을 표명’하고, 간 총리 담화에서는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일본이 위 담화들에서 침략 및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한계는 짚지 않았다.

또한 외교부는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문제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라고 평가했는데, 당시 일본 측 발표에서 무슨 가해 행위에 대한 사과인지, 피해의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진단한 점도 문제가 됐었다. 국가 범죄의 주체인 군대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축소시키고자 ‘군의 관여’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었는데,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라고 평가하면서 마치 일본이 국가 범죄를 인정한 것처럼 표현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교 족쇄' '굴욕' 비판 봇물 속 '대승적 선택'이라는 신문은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3.07 07:09
  •  
  •  댓글 1
  •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정부가 대신 변제, 경향 “대일 족쇄” 한겨레 “굴욕 외교”

    경향 “주69시간 공식화, 과로사회로 퇴행” 한겨레 “주 최대 80.5시간, 과로할 자유는 자유 아냐”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돈으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가 추진하던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배상 참여’는 빠졌고 일본의 사과도 이전 내각들 입장을 재확인하는 ‘간접 사죄’ 형식으로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일부 언론에선 일본의 사과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굴욕 외교’로 평가했다.

    반면 중앙일보 등 또 다른 언론에선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 대신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등 양국 경제계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등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인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개편을 추진한다. 이대로라면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주6일), 80.5시간(주7일)까지 노동이 가능해진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과로사회로 퇴행하나…정부 ‘주69시간 노동’ 공식화>란 기사에서 이 소식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정부안 대로면 주 64~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지고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 또는 ‘휴식 없이 주 64시간 상한’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 7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대일 외교 족쇄’ ‘굴욕외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판결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부 안 발표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승계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간 협력에 획기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의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7일 경향신문 1면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은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책임’ 빠진 3자 변제…대일 외교 ‘족쇄’ 찼다>, 2면 톱기사 <“역사인식, 역대 내각 입장 계승”…일본은 꿈쩍도 안 했다> 등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게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준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 <‘반쪽 해법’ 일제 강제동원 배상, 끝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에서 “이날 발표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반쪽 해법”이라며 “우선 일본의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이 내야 할 위자료를 재단이 대신 지급하기로 했음에도 일본 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한 피해자 3명 모두 이번 해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가해자가 사죄라고 하지 않는 것을 피해자에게 사죄가 맞으니까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 7일자 경향신문 1면

     

    한겨레도 1면 톱기사 <윤석열 정부 ‘최악의 굴욕 외교’>, 2면 톱기사 <양금덕 할머니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아” 격분> 등의 기사에서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사설 <역사 후퇴시킨 최악의 강제동원 굴욕 ‘해법’>에선 “1997년부터 25년 넘게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한일 시민사회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기금 참여는 있었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시했다가 좌초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도 훨씬 후퇴한 외교참사”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1면 톱기사 <한국 정부 결단에도…일본 사과는 없었다>, 2면 톱기사 <양금덕 할머니 “그런 돈은 죽어도 안 받겠다” 정부 해법 규탄> 등에서 일본의 사과가 없는 부분을 비판했다. 다만 사설에서는 다소 온건한 톤으로 접근했다. 사설 <징용 해법, 납득할 후속 조치 있어야 실패 반복 않는다>에선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에선 ‘강제동원’, 다른 매체에선 ‘강제징용’으로 표기하고 한 매체 안에서 두 용어를 혼용하기도 한다. 강제동원은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용어로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징용’은 비상사태때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특정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강제성은 있지만 불법성을 지운 표현이다. 군징집(징병) 등에서 발생한 피해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다. ‘강제징용’은 강제성을 두 번 넣은 동어반복이다. 외교부의 공식 용어는 ‘강제징용’이고 행안부 산하 피해지원재단에선 ‘강제동원’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불법성과 강제성을 모두 희석하기 위해 ‘징용’이라고 표기한다.

     

    강제동원 해법에 호평도, 한일 관계 정상화 돌파구

     

    정부의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언론도 있다.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 <한·일 돌파구…바이든 “동맹 획기적 새 장”>에서 “‘전범 기업이 1엔이라도 내야 한다’는 일부 피해자의 반발과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날 지난 4년간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고육책’ 징용 해법…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로 살려 가길>에서 ‘반쪽해법’이란 비판을 언급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승적인 선택에 무엇보다 일본 자민당과 정부가 양심적이며 성의 있는 응답을 할 것을 함께 촉구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강제동원 ‘반쪽 해법’ 미흡하지만, 이제 미래·국익 봐야 할 때>에서 “정부는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사를 잊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는 미래와 국익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야당을 비판했다. 사설 <민주당 식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 친일, 굴종 외교 아닌가>에서 윤 정부가 피해자 15명에게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호응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25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따른 결정을 ‘친일’ ‘굴욕’이라고 한다면 김 전 대통령이 친일이고 토착왜구라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2의 경술국치이자 대일 굴종외교”라고 평가하고 이재명 대표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지금 북핵 위협과 중국 패권주의로 한미일,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김대중 계승 정당이라면 아무런 대안 없이 비난하지 말고 ‘김대중-오부치 선언’부터 다시 보기 바란다”고 했다.

     

    노동시간 늘리기 나선 정부, ‘과로할 자유’ 비판

     

    정부는 현재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노사 합의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주당 52시간은 기본 40시간에 최대 12시간 연장노동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를 월 단위로 하면 4주를 모두 한 단위로 통합해 1개월에 208시간 한도로 연장노동이 가능해진다.

    경향신문은 사설 <‘과로사회’ 조장할 주 69시간 근무제, 재검토해야>에서 “이 방안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노동시간이 ‘발병 전 4주 연속 주 64시간’인데 이번 개편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분기로 늘릴 경우 과로사 수준까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연장근로를 하면 나중에 긴 휴가로 보장한다는 것도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며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쓰는 기업이 40.9%(2021년 기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연차휴다고 다 못쓰는 마당에 언제 저축휴가를 쓴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노동시장의 어떤 개편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큰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라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노동계와 대화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도 유감”이라고 했다.

    ▲ 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정부가 주6일을 일한다는 전제로 주69시간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주7일 일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주 80.5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사설 <주 최대 80.5시간, ‘과로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에서 “개편안대로 연장근로 허용시간을 40.5시간으로 늘리면 ‘주80.5시간제’가 되는 셈”이라며 “정부는 굳이 주 7일이 아닌 6일로 셈을 해 ‘주69시간’이라고 한다”며 “주 7일 일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도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단호하게 ‘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길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주 52시간제 유연화…노동자 ‘일할 선택권’ 늘리는 길>에서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의 인력 운용을 쉽게 하고,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이라며 “‘공장 시대’에 만들어진 획일화된 근로시간은 한국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