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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수요시위 “윤 대통령, 그토록 숭배하는 그 나라로 가시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23 08:57
  • 수정일
    2023/03/23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용수 할머니도 분통 “‘위안부’ 문제 해결하겠다던 분 어디 갔나, 10억엔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라”

진보당 당원 등 참가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8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22 ⓒ민중의소리


한일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수요시위에서는 분노의 발언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해준 데 이어 일본 언론을 통해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까지 논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치욕스럽다"는 성토가 빗발친 것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수요시위에서 평소와 달리 날 선 어조로 주간 보고를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참으로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처참한 역사 인식과 민족관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 국민과 나라를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또다시 내어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도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들고 그들이 세심하게 짜놓은 퇴행적 식민지 서사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 한반도 합법 지배, 식민지 근대화론, 구 조선 반도 노동자론을 모두 수용했다"며 "그것도 모자라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문제 해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 새로운 숙제만 잔뜩 짊어지고 왔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반성과 사과를 표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를 '걸림돌'로 표현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 등을 차례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주변인들이 어디에 서서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누구와 동일시하며 누구의 이익에 충실한지 다시 한번 명백해졌다"며 "무지, 오만, 대담성, 세상을 속이는 수순이 가히 일본 우익을 넘어선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당신들이 걸림돌로 치부하는 그 국민이 간절히 원한다"며 "그저 일본 권력자들의 반응을 세심히 살피며 마음을 얻었다 자부하고, 일본인의 박수와 환호성에 희희낙락 우쭐할 수준이라면 이제 그만 그토록 숭배하는 그 '아름다운 나라'로 가시라"라고 일갈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8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3.22 ⓒ민중의소리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이용수 할머니도 참석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 할머니는 "윤 대통령은 대선 전 꼭 역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길래 너무 기뻐서 펑펑 울기도 했다"며 "윤 대통령이 했던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 정부가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잔여 기금을 사용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 할머니는 "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절대로 안 된다"라며 "오히려 10억엔에 이자까지 보태서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수요시위를 주관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피해자를 외면하는 일본보다 더 기막힌 건 피해자를 지워버리려는 한국 정부"라며 "왜 정부는 일본에 면죄부를 주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윤 상임대표는 "일제 강점기에 주권을 빼앗기고 국민을 지키지 못했던 나라가 국민의 명예 회복 싸움마저 가로막고 있다. 참으로 염치없는 정부"라며 "진보당은 윤석열 정부에 맞서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을 폐기시킬 것이다. 다시는 전쟁범죄, 인권유린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외교를 바로잡고 끝까지 전범국 일본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수요시위 참가자와 진보당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고삐 풀린 친일 행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일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 친일외교 참사의 막장을 보여준다"며 "한일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어떻게 협의했는지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낱낱이 밝혀야 한다. 독도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위안부' 합의 이행 등 일본의 고압적인 요구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나라 경제를 살리라 했더니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윤석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친일매국 영업을 당장 중단하라"며 "정부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고 책임 있는 배상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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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거부하는 윤 대통령, 2030년 대한민국 위험해진다

[소셜 코리아]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 탄소 국경세 대책 요청... 기후전략·기후세력화 절실

23.03.22 04:59최종 업데이트 23.03.22 04:59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1 ⓒ 연합뉴스

 
작년 12월 20일 블룸버그는 기후가 무역의 핵심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산업계 싱크탱크인 기후리더십위원회(CLC)의 그레그 베르텔센 회장은 기후를 무역의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글로벌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2022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상품의 국제적인 이동에 기후 정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기후와 온실가스에 무심했던 20세기 무역 교리가 바뀐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변화를 거부하는 우리나라다.

국내 산업계는 일관되게 온실가스 규제를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온실가스를 규제 위주로 접근하면 투자 위축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기준 40%로 정하고, 산업 부문에서 14.5% 감축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에 대해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목표이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것"이라고 반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기존 산업 부문의 14.5% 감축은 할 수 없고, 5%만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산자부의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조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에 NDC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계와 정부는 온실가스 규제를 현실을 무시한 공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산업계가 기후 정책에 대해 반발할 수는 있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다. 작년 12월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세(CBAM)에 합의했을 때 유럽 철강 산업계가 반발했다. "수입 철강에 탄소국경세가 붙으면 유럽 철 가격이 상승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유럽연합 의회는 "철강산업계가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탈탄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탄소국경세 법조문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기후 목표를 낮추고, 유럽연합은 강화한다.우리나라 정부의 태도가 개별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까? 글로벌 시장에서 온몸으로 탄소국경세를 맞아야 하는 개별 기업들 사정은 어떨까?

작년 11월 '국회 1.5℃ 포럼'에 참여한 포스코 탄소중립 담당 임원은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이 유럽연합에 2021년에 43억 달러(약 5조 6천억 원)어치를 수출했는데, 탄소국경세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유럽연합 철강회사들은 지난 30년 동안 탈탄소를 준비한 반면 포스코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저탄소 철을 만들려면 수소 환원 공법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68조 원이 든다고 한다. 그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탄소중립이 경쟁력에 긍정적"
   

▲ 지난해 12월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세(CBAM)에 합의했다. 사진은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는 장면. 유럽의회 회기는 이날부터 16일까지다. 2023.03.14 ⓒ 이준호

 
이런 사정은 포스코만이 아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국경세 대상 기업들은 정부 대책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기업들에 탄소국경세는 살고 죽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온실가스목표관리제 대상기업 400곳을 조사했는데 그중 68.8%가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작년 동일 조사 때는 34.8%였는데 단 1년 만에 탄소중립이 대세가 되었다. 정부와 경제단체의 무심함과 달리 상품을 팔아야 살 수 있는 개별기업들에 기후정책은 절박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을까? 2월 16일 산자부는 '철강산업 발전 원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저탄소 철강, 수소 환원 제철 등에 24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실은 68조 원이 필요한데 정부 대답은 2400억 원이다. 정말 미미하다. 이는 철강산업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한다.

탄소국경세 대상인 알루미늄,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고탄소 제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22년 지구촌 GDP의 1.2%인 1조 1천억 달러(약 1430조 원)가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되었다 한다. 우리나라 2023년 에너지 전환 예산은 1조 2천억 원으로 GDP의 0.05%다. 지구촌 투자의 1천분의 1도 안 된다. 기후정책이 보이지 않는 나라다.

이처럼 기후정책의 부재가 계속되면 2030년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수출 붕괴와 해외 탈출로 일그러진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를 바꿀 신뢰할 만한 경로는 지금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해 온 대한민국은 위험하다. 우리나라가 위기에서 벗어날 길은 있을까? 그 길은 기후 전략과 기후 세력화로 출발할 수 있다.

전략은 대담한 목표, 정의로운 원칙, 다양한 방법에 근거해야 한다. 우선 탈탄소는 대담해야 한다. 문제가 크다면 해결책도 커야 기업과 시민들이 믿는다. 우리나라도 매년 GDP의 1.2%를 투입해야 지구촌 평균에 겨우 도달한다. 아울러 탈탄소 산업 전환과 극단적인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 노동자, 지역 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 이것은 기후 정의다. 기후 해법은 태양광과 같은 에너지 전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효율화, 토양 회복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 녹색 도시, 기후 교육 등 100가지도 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아울러 전략을 실행할 기후세력화는 필수다. 정치의 기후세력화도 필요하나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녹색공동체도 필수다. 아파트, 마을, 직장이 문제해결을 위해 녹색공동체를 만드는 데 정부와 정치는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기후 전략과 기후 세력화가 없는 우리나라는 현재 전략적 위기다. 탈탄소 무역교리를 무시하고 고립된 갈라파고스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회복할지 선택할 때다. 당연히 대담하고 정의로운 기후 정책으로 살길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오기출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오기출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7년부터 기후위기 현장에서 기후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해온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 영역은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기후위기와 인권, 식량, 전쟁, 테러의 상호 관계 ▲기후위기로 땅, 공동체가 붕괴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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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시간’은 어디서 나온 숫자냐…전문가들 “노동단축 역행” 비판

‘52시간 예외’ 소기업서 인용 추정
“건강권 위한 기준과 거리 멀어”
“유연근로제 도입 문턱 낮출수도”
유례없는 노동연장 비판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 ‘60시간’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시간 개편 관련 주 최대 노동시간으로 ‘60시간’을 공식화하자 이에 따른 의미와 영향에 대한 여러 추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60시간이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종 기준이나 노동시간 단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되지 않은 숫자이며, 기존 정부 개편안의 ‘주 69시간제’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주 6일 기준)이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의 ‘캡’(상한)을 60시간으로 하도록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60시간이라는 숫자가 나온 배경은 모호하다. 추정 가운데 하나는 현재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예받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최대 노동시간을 참고했다는 시각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현재 계도기간이라는 점을 들어 최대 52시간제에 예외적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발표한 주 최대 ‘69시간’과 관련해 퇴근과 출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을 넣을 경우 가능한 최대 노동시간으로, ‘연속휴식 없는 주 64시간’은 노동부의 뇌·심혈관계 과로사 관련 고시를 고려한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60시간이라는 새로운 연장근로 상한이 제시되면서, 연장 근로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틀은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다른 유연근무제도에 비해 사용자 입장에서 쓰기에 유리한 연장근로 몰아쓰기의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선 개편방안은 연장근로의 상한(최대 69시간)을 근무 일정을 미리 짜야 하는 등 도입 요건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탄력근로제(최대 64시간) 등 다른 유연근로제 상한보다 더 완화했다. 김성희 교수(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는 “60시간 제한이 노동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이라면 그나마 연장근로를 활용해 다른 유연근무제도보다 더 쉽게 장시간 노동에 놓이지 않게 된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개편방안을 재검토하며 이번에는 다른 유연 근로제를 한층 쉽게 도입하도록 만들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60시간’ 역시 여전히 대통령이 말한 ‘건강권 보호’와 거리가 먼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우 노무사(직장갑질119)는 “갑작스러운 노동 시간의 증가 등의 기준이 포함된 현재 과로사 기준을 놓고 봐도 ‘60시간’을 건강 보호를 위한 조처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국가에서 법정 노동시간(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제도 변화는 유례가 없다”며 “정부가 여전히 국민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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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 말 무슨 의미인지 파악해 보겠다”

보고 다 끝난 노동시간 개편안, 2주간 4번 입장번복...“정상적인 정부 맞나?”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는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중계화면 갈무리
이달 초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제 와서 해당 개편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봐야 한다고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말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논의하고 여당과 조율이 끝나 대통령실에도 보고한 뒤 발표한 정책인데, 아직도 윤 대통령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취지여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에, 환노위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시간에 정부 정책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수립되고 있는 것인지 묻는 데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정부안 추진할 수 있는 건가?’
“대통령 말 파악해 봐야”
‘국무회의에서 보고 안 했나?’
“보고 했다”
‘그런데 왜?...이게 정상인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은,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이 “오늘 대통령이 주60시간 상한을 두어야 한다고 했는데, 발표된 정부 안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묻자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 정확히 제가 내용을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재차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주60시간 상한을 지키라고 했는데, 고용노동부가 주60시간 이상으로 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한번 확인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이달 6일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개편안이 주69시간 노동까지 법적으로 허용하는 안이어서 “과로사 조장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개편안 발표로 대통령 지지율까지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달 16일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정부가 발표한 안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5일 뒤인 21일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인 생각에서 말한 것이지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입장 번복이 있은 지 하루 뒤인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며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2주 동안 고용노동부,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핑퐁게임 하듯 최소 네 번 이상 입장을 번복했던 것이다. 이 같은 혼선 때문인지, 이 장관은 발표한 안의 기본 취지를 그대로 살려 추진해도 되는지 아니면 멈춰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혼란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는 윤건영 의원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중계화면 갈무리

특히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6일 발표한 개편안을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한 적 있느냐?”,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권고한 내용을 보고한 적 있느냐?” 등의 질문을 이 장관에게 했다. 이 장관이 답변을 주저하자, 윤 의원은 재차 “정확히 말하라, 다 알고 묻는 것”이라며 “다 보고하지 않았나? 비서관 통해서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보고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에야, 이 장관은 마지못해 “그렇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대통령실 통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그런데도 엇박자 나고 좌충우돌 생기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이 더 잘 알겠지만,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실종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책이 이렇게 가면 어떻게 되겠나? 이게 무슨 정부냐?”라고 비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미래시장연구회, 당정협의, 국무회의 논의, 그거 다 거쳐서 3월 6일 개편안이라고 해서 비상경제장관 회의 후 장관 브리핑으로 발표한 내용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합의했고, 대통령실의 사회수석이 합의했고, 여당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 합의한 사안을 이렇게 한순간에 바꿔버리면 장관 그만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무슨 정책이 대통령 말 다르고 장관 말 다르고 대통령실 말 다른가? 이런 정책이 어디 있나? 국민 삶 두고 장난하나?”라고 비판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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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외교 무능 일말의 성찰 보여주지 않아”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3.22 07:34
  •  
  •  댓글 0
  •  
  • 한겨레 “윤 대통령, 굴욕외교 비판을 ‘정치공세’ 치부”

    혼선 거듭하는 노동시간 개편에 경향 “정부안 완전 폐기가 답”

    정부 ‘탄소중립 계획’에 조선일보 “문 정부 때문에 새 정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해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야 한다”며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고도 말했다. 22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모두 윤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지만 평가는 달랐다. 

    ▲ 경향신문 3면 사진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윤 대통령, 굴욕외교 비판을 ‘정치공세’ 치부>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역사·현실 인식을 거듭 드러내면서 역풍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 <대국민 여론전 직접 나선 윤 대통령, 남탓·갈라치기 논리만>에서는 “‘굴욕 회담’이라는 거센 비판을 의식해 여론전에 직접 나선 것이었지만, 일본에 거듭 양보를 언급하고 ‘국내 갈라치기 논리’를 펴며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식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의 특유의 갈라치기를 외교 사안에도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은) 일본 요구를 다 들어주고서도 어떤 가시적 상응조처도 얻어내지 못한 외교 무능에 대해선 일말의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이 우리 사법부 판결에 합리적 대응 대신 수출규제 카드를 들고나온 건 혐한 여론에 편승하려는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었음을 도외시한 것이다. 관계 악화를 모두 우리 탓으로 돌리니, 윤 대통령의 자학적 인식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이 간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선 조치 후 일 호응’만 반복…“국민 믿는다” 23분 일방소통>에서 “내용 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부안 반대에 구체적 설명을 하기보다 비판 여론을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으로 바라보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형식 면에서는 공론화와 여론 수렴 과정을 생략한 ‘사후 소통’이라는 문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가해자 일본에 면죄부를 주면서도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해 ‘굴욕외교’ 비판을 야기한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정당한 분노를 ‘배타적 민족주의’로 치부하다니 독선적 인식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박정희·김대중처럼…尹 “한일, 미래로 가야”>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징용 배상 해법과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 정파적 이익이 아닌 국익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갈무리.

    4면에는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5) 전 주한 일본대사 인터뷰를 실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와 닮았다”며 “한국 대통령이 (동북아 안전보장을 위해) 대단히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기사는 이를 두고 “나카소네는 당시 소련과 냉전 중이던 미국에서 한·미·일 연대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한국을 찾아 한일 양국 간 협력이 작동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의 방일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았다”, “한국이 먼저 불신의 덩어리를 녹이는 해빙 메시지를 냈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은 일본 정치의 ‘한국화’라는 악순환을 끊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이승헌 동아일보 부국장은 ‘오늘과 내일’ 칼럼에서 한일 문제 해결은 윤 대통령의 ‘새로운 승부처’라고 했다. 이 부국장은 “윤 대통령은 물러설 기색이 없다. 주변에는 ‘지지율이 한 자리로 떨어져도 한일 문제는 해결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라며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관계를 풀려는 속내가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외교관에게 “단임제 특성상 역대 대통령은 돌고 돌아 외교안보 이슈에서 자기만의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연인지 필연인지 윤 대통령은 새로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다. 그가 2023년 봄 미국과 일본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권 상반기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대국민 소통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며 “모두가 알다시피 한·일 관계는 지난 문재인 정부하에서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등 역대 최악으로 전락했었다. (야당이) 자신들의 책임에는 일언반구 성찰도 없이 도를 넘은 정치 공세만 편다면 윤 대통령 말대로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혼선 거듭하는 노동시간 개편에 경향 “정부안 완전 폐기가 답”

    윤 대통령은 21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두고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주 69시간’ 정부안에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방안에 대한 혼란스러운 메시지와 오락가락 행보로 혼선을 보이고 있다. 

    ▲ 동아일보 6면 사진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개편안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로부터 반감을 사며 누더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며 “기업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 주고,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개혁의 취지는 잊혀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부처의 정책 조율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책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는 모양새”라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왜 ‘60시간’인가에 주목했다. 4면 기사 <60시간은 어디서 나온 숫자냐?…전문가들 “노동단축 역행”비판>은 “전문가들은 60시간이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종 기준이나 노동시간 단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되지 않은 숫자이며, 기존 정부 개편안의 ‘주 69시간제’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아울러 “60시간이라는 새로운 연장근로 상한이 제시되면서, 연장근로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틀은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노동조건이 후퇴할 수 있는 중요 정책 논의에서 노동계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정부 개편안대로 연장노동시간 한도의 관리 단위를 바꾸려고 해도, 노동자 개인 동의는 물론이고 노동조합 대표자 등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해 당사자인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개편안 설계도 학계 위주로만 꾸려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손을 거쳤다”고 했다.

    경향신문 또한 사설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 개편을 물건값 흥정하듯 하는 경솔함에 분노가 치민다”며 “노동과 노동시간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광범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섣불리 개편안을 내놨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 스스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아닌가. 노동시간은 ‘생명과 삶, 시간에 대한 권리’의 문제”라고 했다. “혼선을 수습하는 길은 노동시간 연장이라는 퇴행적 생각을 깨끗이 접고, 정부안을 완전 폐기하는 것뿐”이라고도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6면 기사 <주 69시간 기절근무? 11시간 의무휴식 등 건강 3중 보호>에서 직접 주 최대 52시간→69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나는지 따져봤다며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기사는 “‘69시간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언론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69시간까지 가능하다’는 말을 하면서”라며 “(정부 입장은) 일감 등 회사 사정 또는 근로자의 개인 사정에 따라 어떤 주에 더 일하고, 어떤 주에 덜 일할지 탄력적 선택으로 운용할 뿐 주평균 52시간의 틀은 유지된다는 설명”이라고 했다. 

    아울러 “실제 사업장에서 악용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관건은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개편안에는 변경된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과반수 노조와 협상하도록 해놨다. 이렇게 되면 MZ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포괄임금제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 근로시간 체계 개편 방안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 중앙일보 6면 기사 갈무리.

     

    정부 ‘탄소중립 계획’에 조선일보 “문 정부 때문에 새 정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탄녹위)가 오는 2030년 달성해야 하는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를 유지하되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아 감축 책임이 큰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축소한 것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이번 정부안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이지 못한 채 산업계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데 그쳤다. 향후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추가 감축 방안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14.5%→11.4%’ 산업부문만 거꾸로 가는 탄소 감축>에서 “산업계의 현실적 부담은 덜어줬으나, 신기술이나 국외 사업을 통한 감축 등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 더 의존하게 됐다”며 “윤 정부 임기 동안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양은 미미하게 설정해, 차기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현 정부에 부담을 던져 놓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文 터무니없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 궁지 몰린 한국>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산업 부문 목표 감축) 대신 신재생 발전과 해외 감축 부문에서 문 정부 때 계획보다 각각 400만t씩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더 쌓아야 한다. 이것은 문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40% 감축’이란 총량 목표는 뒤로 후퇴시킬 수 없다는 국제 규칙 때문”이라며 “문 정부가 이전 감축 목표 26.3%에서 느닷없이 40%로 끌어올린 것부터가 합리적 근거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은 국제사회에 멋지게 보이고 다음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에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던져 놓았다. 그러고는 퇴임 열흘 전엔 바다를 메꿔 공항을 만든다는, 누가 봐도 선거용인 초(超)고탄소 정책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며 “문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아버려 새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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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굴욕외교, 윤석열 퇴진 1번 사유로 급부상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3.21 22:25
  •  
  •  댓글 0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이해해달라” 요청, 윤 대통령 대답은?

한국은 WTO제소 취하하는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독도, 위안부’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지만,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식사와 술자리에서 기시다 총리의 독도 언급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굴욕·굴종 외교 논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1%가 돼도 할 건 하겠다”라던 그 기세대로 정면돌파를 결심한 모양이다.

귀국 후 첫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적 반일 정서를 ‘적대적 민족주의’에 비유하면서 “반일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어 “한일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간다면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며 한일 합의의 충실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

일본에 굴종한 굴욕적인 친일 외교라는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윤 대통령이 말한 “우리가 스스로 어떤 걸림돌을 제거했는지, 그리고 일본은 무엇을 호응해 왔는지”를 따져보고, 이것이 왜 굴욕·굴종 외교로 비판 받는지 살펴보자.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이해해달라” 요청, 윤 대통령 대답은?

NHK,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한의원연맹 측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시하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IAEA의 검증 절차를 거쳐 상반기 내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IAEA 검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IAEA 예산 8.32%를 분담하며 17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며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IAEA는 결과를 숫자로 공개만 할 뿐이고 이것을 해석하는 것은 각 나라의 몫으로 남는 조건에서 단지 ‘IAEA의 객관적 사실을 중시’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답은 방류 4년 만에 제주 해안에 오염수가 도달하는 한국의 특수한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날 대답을 일본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가장 가까운 해안의 한국이 마치 용인한 것처럼 떠든다는 데 있다.

대통령실은 일본언론에 공식적인 정정 보도 요청을 미루고 있다.

한국은 WTO제소 취하하는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풀고,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해제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완전히 회복하는 게 아니어서, 우리 정부의 WTO 제소 취하가 이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한국은 그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말하자면 윤석열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국이 나서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대신 배상하는 불법적인 굴욕 해법을 일본에 선사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를 복원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WTO 제소를 취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처럼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다리겠다는 것” 인데,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국산화에 매진해온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그냥 말라 죽으란 소리 아닌가.

친일 굴욕외교, 윤석열 퇴진 1번 사유로 급부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 20일 저녁 신부, 수녀,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 매국 독재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날 미사에서 전주교구 김진화 신부는 강론을 통해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러나 단호하게 ‘헌법을 유린하고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니 그만 내려오시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기왕 대통령에 선출됐으니 그가 정말 잘하기를 기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쳐야 한다. 우리는 백성을 배신하고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토착왜구를 임금으로 모실 수 없다. 정신 차리라고 외치자. 하느님은 우리 편이다”라고 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청사에 길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고,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도 먼저 우리 생활방식을 뜯어고치자며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어 “새 길이 두려워 뒤로 돌아가려 함은 만민공통의 관성이다. 더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다. 하던 대로 할 수 없이 된 세상, 살던 대로 살아서는 망할 수밖에 없으니 근본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자던 3.1정신으로 오늘의 재난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연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굴종외교가 윤석열 퇴진 1번 사유로 급부상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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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 바뀐 대통령실 “주60시간 ‘상한’ 아니야…대통령 개인 생각”

 

  • 발행 2023-03-20 17:12:02

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정부의 입장이 연일 바뀌어 혼선을 더하고 있다. 노동자와 젊은층의 거센 반발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근로시간 상한을 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으나 다시 이를 뒤집는 입장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60시간 상한캡’ 대통령 지시로 논의가 59시간으로 갈 거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뜻은 장시간 근로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여론조사 등 여러 면에서 의견을 들어보라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개편안 입법예고 기간인데 앞으로 규제 심사나 국회 논의 등 절차에서 근로자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주 최대 69시간제 여론 악화에 노동부 탓

이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른바 ‘MZ노조’를 만났으나 이들 역시 근로시간 연장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최대 주69시간까지 가능한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재차 달라진 의미의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 무리’라고 인식한다는 사회수석 발표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렇게(장시간)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한 것이지 논의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니다”라며 “극단적으로 말해 의견수렴해서 캡(상한)이 적절치 않으면 고집할 이유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신 말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별도로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해 임금, 휴가 등 보상체계 불안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 강경훈 기자 qa@vop.co.kr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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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마저? 윤 대통령님, 이러다 나라 망가집니다

반도체 네 번째 특별과외] '300조 반도체 공장 건설'의 실상

23.03.21 07:37최종 업데이트 23.03.21 07:37

▲ 2022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 중 일부.

안녕하세요. 대통령님이 반도체에 관심은 많은데 아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기사를 통해 반도체에 대한 기본적인 것만 알려드린 게 작년의 일인데, 그 사이 과외를 좀 받은 것 같네요. 시스템반도체라는 걸 다 언급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발표한 내용을 보니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파운드리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대충 뭉뚱거려 시스템반도체라고 한 것 같아서 오늘 추가 과외를 하려고 합니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테니 긴장말고 편안하게 따라오세요.
메모리반도체 vs. 시스템반도체

우선 반도체의 기본적인 분류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예전부터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눠 왔습니다(이하 메모리와 비메모리).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에 특화된 반도체로, 저장 방식에 따라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도 날아가는 휘발성(DRAM 등) 및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비휘발성(NAND Flash 등)으로 또 구분이 됩니다.

메모리는 일반적으로 대량으로 생산해 놓은 후 판매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요에 따라 가격변동이 큽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재고가 부족해 비싸게 팔았는데, 재고가 일 년치 가까이 쌓여 있는 지금은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상황입니다. 재고가 더 쌓이는 걸 막기 위해 일부 업체는 감산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메모리는 한 회사가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종류는 그리 많지 않은데 대량생산이 필수적이거든요. 이렇게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회사를 종합반도체(IDM)회사라고 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의 57%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론, 일본의 키옥시아까지 더하면 메모리의 90% 이상을 한미일의 특정 반도체 회사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 반도체 소자의 종류와 구분 ⓒ KISTEP브리프. 시스템반도체

 
비메모리는 메모리를 뺀 나머지입니다. 반도체 시장의 30% 정도는 메모리, 나머지 70%는 비메모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메모리 시장이 훨씬 더 큽니다.

비메모리는 크게 시스템반도체와 광・개별소자로 또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연산이나 제어 등 정보처리 기능을 가지는 반도체를 시스템반도체라고 하는데 컴퓨터의 CPU, 휴대폰의 AP, 전기자동차에 들어 가는 온갖 반도체들이 모두 시스템반도체입니다.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 센서는 광・개별소자로 분류됩니다. 요즘은 이 둘을 묶어 그냥 시스템반도체라 부르기도 합니다. 비메모리반도체가 곧 시스템반도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겁니다.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일반적입니다. 그냥 쉽게 다품종이라고 말했지만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 전력, 보안, 안전성 등의 기준에 따라 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제품을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게 시스템반도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걸 한 회사가 다 설계하고 생산할 수 없어서 설계는 팹리스 회사가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 회사가 하는 식으로 분업화되어 있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시장이 크고 제품도 다양한데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형 생산 방식이라 가격 변동이 그렇게 크지 않고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시장도 안정적인 편입니다.

파운드리의 경우 대만의 TSMC가 50% 정도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인데 16% 정도 됩니다. 미국의 GF와 대만의 UMC를 더하면 세 나라의 네 회사가 전체 파운드리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도 그렇고 시스템반도체도 그렇고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이 네 나라의 반도체 회사들이 세계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것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자랑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시스템반도체의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쪽은 상황이 다릅니다. 팹리스 상위 열 개 회사를 보면 미국의 퀄컴과 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하이실리콘 등 미국, 대만, 중국의 업체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은 상위 50위로 확대를 해 봐야 겨우 LX세미콘(실리콘웍스) 하나가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앞에서 메모리반도체는 IDM이라 부르는 종합반도체 회사가, 시스템반도체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분업해서 생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고, 파운드리 역시 일정 수준의 위치에 올라와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팹리스만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겁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발표는 재탕에 삼탕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가 대충 이해가 되나요? 대통령님은 이번에 세계 최대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이자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팹리스에 대한 지원책은 별로 보이지 않고 민간기업들이 이미 계획해 놓은 투자계획만 취합해 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한 국가산단 만들겠다는 거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반도체 팹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 단지의 모습 ⓒ 삼성전자 유튜브


산업통상부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향후 5년간 투자한다는 340조원은 현재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팹처럼 기업들이 기존에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던 시설 투자 및 R&D 투자들을 단순 취합해서 더한 금액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건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체 투자금액을 다 더한 겁니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만든다는 300조원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2042년까지 (그 때 어떤 정부가 들어서 있을 지, 삼성의 회장은 바뀌지나 않았을지 모를 긴 시간이네요) 삼성전자가 짓겠다는 반도체 팹 다섯 개의 비용입니다. 10나노 이상의 최첨단 공정의 경우 팹 하나의 건설 비용을 대략 30조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향후 20년에 걸친 장기 계획이다 보니 여유있게 300조원이라 발표한 겁니다. 이거 정부가 지어 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투자할 금액을 정부가 발표한 것뿐입니다.

삼성전자가 300조원 투자해서 반도체 팹 다섯 개를 짓겠다는 발표를 왜 대통령님이 하는 지 전 이해가 잘 안 되네요. 그리고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2년 후인 2021년 5월에는 기존 133조원에 38조원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300조니까 2년에 한 번씩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금액도 더해지고 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네요.

삼성전자가 이렇게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를 하는데, 아니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는 계속 하는데 아직까지는 특별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시스템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19.1%에서 2022년 3분기 15.5%로 오히려 줄어들어 56.1%의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주력제품이던 모바일AP의 경우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2.0%에서 2022년 6%로 절반이 줄었습니다.
 

▲ 휴대폰에 쓰이는 모바일AP의 업체별 시장점유율. 대만의 미디어텍과 중국의 UNISOC가 점유율을 두배 가까이 늘이는 동안 삼성의 점유율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 STATISTA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호들갑과 상관없이 앞으로 20년간 300조원을 들여 만들겠다는 삼성의 반도체 팹 다섯 개가 한국을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그냥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딱 그만큼 올라갈 뿐입니다. 파운드리는 팹리스업체들이 주문을 하지 않으면 생산할 게 없습니다. 한국에는 그 공장 다섯 개를 가동시킬만큼의 반도체를 주문할 팹리스업체는 없습니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팹리스 회사들이 반도체 생산을 해 줄 파운드리 파트너로 삼성전자 대신 TSMC를 선택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에 주문을 감당할 팹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TSMC가 삼성에 비해 공정의 안정성에서 앞서고, 자사 제품이 없어 고객과 경쟁하지 않으니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에 다들 TSMC를 찾는 겁니다. 한국에 팹리스 업체가 많아지고 그 회사들이 삼성전자와 동등한 파트너 자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한국의 시스템반도체가 세계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시스템반도체 지원한다면서 삼성전자만 지원?

한국의 시스템반도체를 메모리반도체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파운드리 보다는 팹리스 쪽이라는 게 이해가 되나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 보도자료에 포함된 팹리스 관련 내용만 따로 찾아봤습니다.
 

▲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관련 보도자료 중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 항목 ⓒ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국내외 팹리스·소부장 선도기업 최대 150개 유치 및 우수인재 확보" 라든가, "디자인하우스-IP-파운드리 협력 강화", "2035년까지 유망분야(전력, AI 등) 지원으로 매출 1兆 스타팹리스 10개社 육성" 등의 항목은 딱히 뭘 하겠다는 게 보이지 않는 일종의 립서비스 같은 내용으로 읽힙니다. 전력, 차량, AI 등 3대 유망 반도체 R&D에 총 3.2조원 지원한다는 건 어떤 식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없고, 팹리스 쪽으로 얼마나 가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팹리스를 콕 집어 지원하는 항목은 "대기업-팹리스간 구매조건부 수요연계 프로젝트 지원(50~80억원/건)" 하나뿐입니다. 300조를 투자해서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웅대한 발표 옆에 이걸 놓으니 초라해 보이는 건 느낌 탓일까요? 2019년 기준 국내 팹리스 기업의 총 매출은 약 15억 달러 규모로 추정됩니다. 정부의 이 지원책이 팹리스 업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닐까요?

구체적인 대책이 안 보이니까 이번 정부의 발표에 언론만 신이 났을 뿐 팹리스 업체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치고 실망의 한숨만 내쉬는 겁니다. 한 팹리스 회사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출판사와 인쇄기만 마련해 놓으면 작가들이 좋은 작품 쓰느냐며 팹리스에 대한 지원 없이 파운드리 팹만 마냥 짓겠다는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대통령님, 그거 아십니까? 대통령님이 뜬금없이 삼성의 300조원 규모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대신 발표하던 날, 삼성은 300조원 팹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삼가는 대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60.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수도권에 공장부지를 이렇게 쉽게 확보하게 된 것에 대한 특혜 시비를 염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를 준비하는 지금까지도 삼성의 자잘한 소식들이 모두 올라오는 삼성 뉴스룸에는 60.1조원만 있고, 300조원 반도체 투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 삼성 뉴스룸에는 300조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팹 투자 소식은 없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60.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만 있습니다. ⓒ 삼성전자 뉴스룸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방소멸 문제에는 눈 감은 채 수도권에 대규모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발표를 하는 중에도 "지방 균형 발전의 기조를 지방이 스스로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대통령님에 비해서 삼성전자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삼성 뉴스룸까지 압수수색 하지는 말구요.

이번 정부의 발표를 보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나 팹리스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 대신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핑계로 토건개발업자들의 오랜 숙원인 개발제한구역을 풀고,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무너뜨리고, 재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는 게 주목적인 것 같습니다. 300조원으로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걸로 바람을 잡고, 실상은 수도권에 대규모 국가산단을 개발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너무 표나게 그러니까 새롭기는 한데 나라 망가지는 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지 모르겠습니다.

진정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길 원한다면 온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 국가산단 조성은 뒤로 미루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다시 처음부터 검토해 주기를 바랍니다. 한가지 더, 이런 국가적 과제를 검토할 때는 검사 출신들은 좀 뒤로 물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실무자들과 함께 하기를 권합니다. 공부 안 하고 급하게 발표한 게 너무 티나서 하는 말입니다. 다음에 또 뵙죠.

[관련기사]
반도체 특별과외①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https://omn.kr/1zj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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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과외③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 (https://omn.kr/206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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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어야 했나?”…돌풍에 타워크레인 멈추니 ‘태업’이래요

 
‘대형 거푸집 덮친 사고’ 정부 대응 논란
노조 “면허정지 압박에 위험해도 말 못해”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톤짜리 대형 거푸집이 바람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 계양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일 오후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고 관련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톤짜리 대형 거푸집이 바람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 계양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일 오후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고 관련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지난 16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타워크레인 사고 관련 원청의 작업지시가 보편적인 안전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설명하자 현장 노동자 등이 개별 현장의 다양한 위험성과 중대재해 예방의 원칙을 놓친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타워크레인이 옮기던 갱폼(대형 거푸집)이 조종석을 덮친 이 사고는,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안전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태업’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인천의 한 건설 현장에서 16일 벌어진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번 사고는 기계의 결함이나 무리한 작업지시로 인한 사고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집단이 진실을 왜곡하고, 건설 현장을 정상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사고와 이후 논란을 일축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사고는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톤짜리 갱폼이 바람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 앞유리를 덮치며 벌어졌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갱폼이 조종석을 밀고 들어와 조종사가 깔리거나 타워 자체가 넘어져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조종사 조아무개(41)씨는 사고 당일 <한겨레>에 “(바람이 부는 날이었지만 원청이) 태업이라고 할까 봐 말도 못하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고 당시 △사고 발생 장소에서 가까운 관측소에서 측정한 1분 평균 풍속이 초속 3.2m(작업중지 기준 초속 15m)에 그친 점 △작업 전 조종사의 안전조치 요구를 무시하고 작업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무리한 작업지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씨와 현장을 살펴본 건설노조 쪽의 설명이다. 현장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위험 요소와 이에 대한 노동자의 의견이 가로 막혀 벌어진 사고라는 것이다. 가령 노조는 당시 현장에 기상청 발표 평균 풍속과 무관하게 순간적인 ‘돌풍’이 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청 소속인 안전관리자도 조종사 조씨와 통화에서 돌풍을 인정했다고 한다. 더구나 사고가 난 건설 현장은 정부도 인정하듯 작업 반경이 좁아 인양물이 크레인 조종석과 부딪히기 쉬운 조건이었다.

 

이영훈 건설노조 인천·경기 타워크레인지부 조직차장은 20일 “정부가 태업을 판단한다며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어겼다고 판단될 경우 생계가 달린 면허 정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걱정해 현장 노동자가 위험을 얘기하는 데 주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2일 내놓은 ‘타워크레인 조종사 성실의무 위반 판단 기준’은 원도급사(원청)의 허락 없이 조종석을 이탈하거나 요청한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 태업으로 보고 조종사 면허 정지의 근거로 삼는다. 조씨가 사고 당일 조종석에 오르기 전 ‘위험’을 경고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정부가 “(원청이)안전조치 요구를 무시하고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본 이유다. 조씨는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게 ‘갱폼 비닐을 찢어놔 달라’는 요청 정도만 했으나 해당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조씨는 “(진실 왜곡이라는 정부 이야기는)내가 의도를 가지고 사고를 냈다는 얘기 같다. 죽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울먹였다.

 

이번 사고에서 정부가 단순 사실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사고가 벌어지기까지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장은 “현장마다 위험 요소가 다양한 상황에서 위험을 체감할 수 있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중대재해 예방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안전 보건 관리의 방향이었다”며 “태업을 구실로 안전 관리에 있어 노동자 의견을 배제하는 듯한 국토부의 태도는 현장의 안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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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 공방에 언론 보도는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3.21 07:5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했지만... 70대 경비원 극단 선택

지난달 1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제 개혁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예산은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30~50명 늘리는 안들이 나오고 있다. 80~90% 이상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같은 달 22일 김 의장은 국회의원의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데, 50명 모두 비례대표 의석으로 돌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제출했다.

지난 17일 정개특위 소위는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릴 3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는데, 이 중 2개 안에 의원 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 모두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했으나, 반대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에서 “의원 수가 늘어나는 안은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꼼수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21일자 동아일보 8면.

입장을 바꾼 국민의힘에 대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20일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국회 전원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의원 정수 확대는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태도 변화 탓에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변수가 등장한 모양새”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민의힘이 소위 의결 사흘 만에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개특위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57.7%로 동의한다는 응답(29.1%)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비례의원수를 늘리는 안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1일자 한겨레 6면.

동아일보도 8면 기사에서 “주 원내대표는 의원 정수 의원 정족수 확대 조항이 유지되면 27일로 예정된 전원위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의원 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고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전히 의원 정수를 일부라도 늘리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반면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앞서 민주당 김영배 이탄희 의원 등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늘리는 개정안들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정개특위 관계자는 ‘50석이 어렵다면 단 10석이라도 늘려야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의원 정수를 늘리면 정치 폐해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또 민주당은 여당이 전원위를 일주일 앞두고 의원 정수 확대 반대 뜻을 밝힌 것은 ‘정치 공세’로 보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대일 굴욕 외교라고 하는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여당이)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21일자 동아일보 8면.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국회의 의원 정수 확대 논의에 “염치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의원 수 스스로 줄인 독일 의회, 우리 국회선 절대 못 볼 일> 제목의 사설에서 “독일 연방의회는 현재 736석인 의석 수를 630석으로 줄이는 선거법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연립 3당이 주도한 이번 선거법 개정은 나라 규모에 비해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라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 70%가 반대하는 데도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할 정년을 늘리고 연금 수령 시점도 늦추는 내용이다. 연간 100억 유로(약 13조 원)씩 연금 재정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해외 사회를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한국에선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비례대표 의원 수를 현재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특위가 내놓은 3개 안 중 2개도 의석을 350석으로 50석 늘리는 내용이다. 정치 개혁을 하겠다더니 자기 밥그릇부터 늘리려 한다. 정치 싸움과 입법 폭주, 비리 의원 방탄과 의원 특권 지키기에 몰두하면서 이런 말이 나오나”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등 야권은 독일을 본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의원 수를 100명 가까이 늘리자고도 했다. 여야가 앞다퉈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면서 선거제도는 누더기 야바위판이 됐다. 그걸 바로잡자고 선거법을 개정하는데 또 의원 수를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도 검토하자고 한다. 염치가 없다”고 비판한 뒤 “여야는 마치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세비나 예산을 올릴 때는 의기투합한다. 이런 의원들이 스스로 보좌진을 줄이고 특권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했지만... 70대 경비원 극단 선택

19일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 자료와 한국고용정보원 ‘2022 고용동향 특징’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자 2808만9000명 중 585만8000명(20.9%)이 60세 이상이었다. 취업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선 건 196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처음이다. 이는 30대(18.9%)와 10·20대(14.2%)보다 많은 수치였다.

노령 취업 인구가 점점 반면 그냥 쉬고 있는 구직 포기 청년은 50만 명에 육박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구직 활동, 진학 준비 등을 하지 않고 지내는 청년(15~29세)들이 지난달 50만 명에 육박하면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고용 통계 조사에서 ‘쉬었음’으로 집계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무직으로 지내고 있지만,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2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어 “2월 청년 취업자는 385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5000명이나 줄었다. 2021년 2월(14만2000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현재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단기 단순노무직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취업인구 중 55세 이상 고령층 임시 일용직,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각각 27.8%와 37.1%로, 54세 이하 17.4%, 17.1%와 비교해 높았다. 정부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도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 공공형 일자리가 약 70%로 주류를 이룬다. 노인을 고용하려는 기업도 많지 않다.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상시 근로자 1인 이상 기업 중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비율은 31.3%(2022년 6월 기준)였다”고 보도했다.

▲21일자 동아일보 3면.

이런 가운데 강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 박아무개씨가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박씨는 숨지기 전 관리소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호소문을 남기고 숨졌다.

한겨레는 9면 기사에서 “경비원은 수직적 위계 구조 제일 아래에 위치하면서 동시에 파견자 신분이다. 이런 구조는 경비원을 갑질에 취약하게 만든다. 대치동 아파트의 경우 관리소장이 파견자 신분인 경비원에게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사례다. 한겨레가 확보한 이 아파트 관리소장과 경비대장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관리소장은 ‘내가 저번 12월부터 경비반장 교체하라고 했지, 근데 왜 아직도 교체하지 않았어’라며 경비대장에게 반말로 지시했다. 경비대장이 소장에게 ‘소장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했지만, 소장은 되레 ‘그게 왜 위반이냐’고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후 녹취록에서 ‘교체하라’고 거론된 경비반장 서아무개씨는 소장의 지시대로 지난 1월20일 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 처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했다. 숨진 박씨도 지난 1월부터 관리소장이 교체를 지시했던 대상이었다. 박씨는 지난 3월8일 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고 6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기 힘들게 만드는 또 다른 구조는 ‘3개월 초단기 쪼개기 계약’이다. 최근 아파트 관리소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1~2년 계약보다는 3개월 쪼개기 계약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자 한겨레 9면.

▲21일자 경향신문 10면.

경향신문도 10면 기사에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방지하겠다며 전국 10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노동자 인권 조례를 만들었으나 절반가량은 구체적인 사업이 뒤따르지 않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0일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이 노원노동복지센터 연구용역을 수행해 작성한 <노원 아파트 노동자·주민 상생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245개 광역·기초지자체 중 아파트 노동자 지원 조례가 있는 지자체는 100여곳으로 추정된다”며 “2020년 5월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경비원이던 최희석씨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각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남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의 절반 정도만 아파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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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독재 윤석열 퇴진을 명령한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독재정권 퇴진 촉구 첫 시국미사

  • 기자명 전주=이민재 통신원 
  •  
  •  입력 2023.03.21 07:47
  •  
  •  수정 2023.03.21 08:08
  •  
  •  댓글 0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0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권퇴진’을 외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0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권퇴진’을 외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주에서 ‘정권퇴진’을 외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시국미사에는 문규현 신부, 박창신 원로 신부를 비롯해 전국 13개 교구 100여 명의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석했으며 이들 사제단은 ‘이곳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고 박해의 상징인 순교지이기도 하며, 일제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이다’며 시국미사 첫 장소로 전주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20일 오후 7시가 되자,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전동성당을 출발하여 미사가 열리는 풍남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1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김영식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의 주례로 시작한 시국미사는 오후 8시 즈음 2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시국미사는 오후 8시 즈음 2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는 오후 8시 즈음 2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가 진행도니 전주 풍남문 광장에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가 진행도니 전주 풍남문 광장에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사제단과 10.29 이태원참사 전주분향소에서 준비한 1,800여 개의 초가 동나고도 참가자는 계속 광장으로 밀려들어 왔다.

김영식 대표 신부는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의 폭력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노동시간을 확대하는 것도 모자라 노동조합을 부패 집단, 간첩 집단으로 몰고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신부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강제동원 3자 변제안과 같은 충격적인 망언도 모자라 방일을 통해 또 다시 일본에 굽신거리며 희희낙락거리는 대통령을 보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진화 천주교전주교구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김진화 천주교전주교구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에는 문규현 신부, 박창신 원로 신부를 비롯해 전국 13개 교구 100여 명의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에는 문규현 신부, 박창신 원로 신부를 비롯해 전국 13개 교구 100여 명의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이어 강론에 나선 김진화 천주교전주교구 신부는 “윤석열 대통령은 전범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확정했던 대법원판결을 무효로 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했다”며 “강제노역으로 고통받고 와서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해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어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 무겁다”며 “윤석열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우리 민족이 일으켜 세운 대한민국을 왜구의 손에 넘기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정권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며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들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세 가지 헌법 위반 사례를 나열하며 ‘세 가지 팔을 꺾다’라고 비유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이들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세 가지 헌법 위반 사례를 나열하며 ‘세 가지 팔을 꺾다’라고 비유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사제단은 성명을 발표하고 시국미사 이후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사제단은 성명을 발표하고 시국미사 이후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이들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세 가지 헌법 위반 사례를 나열하며 ‘세 가지 팔을 꺾다’라고 발표했다.

첫 번째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팔을 비튼 죄”라 밝혔다. “징용 배상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던 검사였으면서 대통령이 되더니 최고법원의 역사적 판결을 무위로 돌렸다”라며 “이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요,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강제노역에 고통받은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며 “대통령의 통치권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무 돈이든 받으면 잠잠해지리라 믿는 모양이나 피해자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며 울부짖는다”라며 말을 이었다.

시국미사는 참가자들과 함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을 부르며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마무리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시국미사는 참가자들과 함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을 부르며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마무리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세 번째로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우리 기업들이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물도록 팔을 비틀었다”고 밝혔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구잡이로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지정한 권한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직권 남용이다”고 지적했다.

시국미사는 남원에서 올라온 노래패 ‘지리산’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소속인 고양곤 소리꾼의 공연을 이어갔으며 참가자들과 함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을 부르며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마무리됐다.

사제단은 성명을 통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읍소한다고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사제단은 성명을 통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읍소한다고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사제단은 이후 전동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이후의 시국미사 일정 등을 논의했다.

한편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2시경 전주 오거리광장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한일정상회담의 결과를 적극 지지한다”며 “천주교가 나라를 배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해체 구호를 외쳤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전문)

절체절명의 때에 읍소하오니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들의 망언·망동妄動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역사적 면죄에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아낌없이 보따리를 풀었지만 빈털터리로, 그것도 가해자의 훈계만 잔뜩 듣고 돌아왔다. 무례한 처신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통령이지만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윤석열 정부가 청사에 길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고(2022.8.29),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에도 먼저 우리 생활방식을 뜯어고치자며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2022.11.14),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

세 가지 팔을 꺾다

이 나라가 옛 어른들이 꿈꾼 아름다운 그 나라인지 돌아보는 삼일절 아침에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라며 조상을 탓했다. 그러므로 일본에 사죄나 배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면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는 다음 세 가지로 헌법을 위반하고 민족정기를 더럽혔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첫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팔을 비튼 죄. 그는 대법이 거듭 타당하다고 판단한,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토록 확정했던 판결을 무효화하였다. 삼권분립을 무참히 파괴하는 저 대담성에 말을 잊는다. 역대 어떤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의 판결 이행을 가로막았던가. 더군다나 그는 징용 배상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구속했던 검사였으면서 대통령이 돼서는 최고법원의 역사적 판결을 무위로 돌렸다. 명백한 사법권 침해요,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근래 검찰의 방탕放蕩은 대통령의 탈선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돌아와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지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 대통령의 통치권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무 돈이든 받으면 잠잠해지리라고 믿는 모양이나 백수白壽 고령의 피해자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며 울부짖는다.

셋째.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물도록 하느라 팔을 비틀었다. 소송 제기를 준비 중인 20만 이상의 잠재적 원고들도 똑같이 떠맡길 모양인데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구잡이로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지정할 권한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는 배임을 강요했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직권남용이다.

대법 판결을 뒤집어서 피해자들을 울리고 기업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떠안김으로써 대한민국의 존엄을 짓밟는, 반면 반성할 줄 모르는 가해자를 향해서 “아무 걱정하지 마시라”며 거듭 머리를 조아리는 대통령을 따라가면 과연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속으면 안 된다

싱거운 완승 후 일본은 “한국, 징용배상 조치 착실히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어이없는 훈계와 함께 “강제동원은 없었다. 이미 끝난 문제”라고 못 박았다. 적반하장 일본다웠다.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간 협력의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면서 반색했다. 일본과 순망치한의 관계인 제3자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일본 굴종 굴신을 환호하는 자들이 있다. “미래 향한 진정한 극일의 시작”, “주권과 국익 차원에서 내린 용기 있는 결단”, “대통령 결단은 지고도 이기는 길,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 언론도 호들갑을 떨었다. “강제동원 배상안 확정, 한미일 안보협력 속도 붙나”, “방일에 이은 방미로 한미일 3각 협력체제가 한층 견고해 질 것”. 대한제국의 대신들로서 매국의 대명사가 된 을사오적도 국권을 넘기면서 비슷한 말을 하였다.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는 그 이름처럼 한국을 위한 미일의 협력일까? 한중일의 항구적 평화를 구상했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한낱 잠꼬대였을까! ‘미국을 위한 일본 만들기’인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일본을 위한 한국 만들기’에 다름없는 한일협정이 만들어낸 ‘한미일 공조체제’에서 우리는 안보와 성장이라는 득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과 미일 의존체계를 영속화하는 실도 겪었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래야 하느냐 하는 것인데 전임자들이 애써 이룩한 화해와 교류협력의 성과를 비웃는 대통령은 한사코 일본에 기대고, 미국에 업혀 지내려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미래, 미래”를 외치지만 친일과 반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둡고 슬픈 과거로 우리를 잡아끄는 중이다.

그에게 실격을, 자신에게 삼일정신을

새 길이 두려워 뒤로 돌아가려 함은 만인공통의 관성이다. 더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다. “국권 강탈 10년도 못되어 동서고금에 드문 대혁명”(쑨원)을 일으켰던 기미년의 통찰을 되새기자. 하던 대로는 할 수 없이 된 세상, 살던 대로 살아서는 망할 수밖에 없으니 근본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자던 삼일정신으로 오늘의 재난에 맞서자.

하나. 성경의 억강부약(루카 1,46-55) 대신 가혹한 ‘강자독식’을 더 나은 미래로 믿으며. 서민 생존권을 무시, 노동자들을 적으로 대하고 파업을 ‘북한 핵위협’처럼 여기며. 4.19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를 경시하며. 검찰의 권능을 악용해서 정적 제거에 몰두하고 편중인사로 일명 ‘검찰 공화국’을 수립하며. 이태원 참사에서 보았듯이 재난 대비-대응-구조-수습을 위한 공권력을 일신의 안위를 위해 오남용하며. 사죄도 사과도 하지 않고 사사건건 진실을 감추고 남을 탓하며. ‘자주·평화·민족대단결’(7.4 남북공동성명)이라는 원칙을 깨고 전쟁불사에다 핵무장까지 주장함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극소수의 특권 유지 확대를 위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벼랑으로 내몰며. 탄소중립이라는 인류공동의 과제를 외면하고 한사코 원전강국으로 재도약하자는 시대착오적인 사람. 그는 “헌법 준수, 국가 보위, 평화적 통일과 자유, 복리,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심각하게 어겼다. 역사적 퇴장을 명령한다.

둘. 분단기득권 세력의 기사회생, 재집권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낙심은 금물이다. 민주주의는 점진적인 성취로 이룩되며 심각한 중단이나 퇴보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6.15공동선언(2000), 10.4선언(2007)으로 전진하다가도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정체와 역진이 있었다. 그랬지만 촛불들의 뜨거운 참여와 수고로 판문점선언(2018.4.27), 9월 평양선언이 가능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우리는 숱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놀라운 반전의 기회를 발굴해냈다.

셋.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적폐인 보수가 아니요, 노폐인 진보가 아니라면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 데 성심을 모으자. 지킬 것을 지키고, 고칠 것을 고쳐서 이룰 것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에서 모두 만나자.

넷. 믿음을 가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호소한다. 꼿꼿이 서서 몸을 태우는 제대 초의 듬직한 몸가짐처럼 병든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자.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다.

2023년 3월 20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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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로 밀려오는 전쟁의 기운... 윤 정부는 뭐하나

[넥스트 브릿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제언

23.03.20 04:56최종 업데이트 23.03.20 04:56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유라시아 대륙 서쪽에서 형성된 전쟁의 기운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있는 대만을 지나 한반도까지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 8월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감행하는 등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런 긴장을 이용해 일본은 군사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위협을 명분으로, 2027년까지 5년간 43조 엔(약 410조 원) 규모의 막대한 방위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대만 유사 사태를 대비해 신속한 대처 능력을 갖추기 위해 자위대에 적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미사일 부대를 만들고, 대만과 110㎞ 거리의 요나구니섬을 자위대 F-35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 거점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편을 먹고 전쟁 직전의 상황에 들어갔다. 아니, 사실상 유라시아 서편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미 전쟁을 감행하고 있다. 대만 주변에 작은 불꽃 하나만 일어도 큰 산불이 일어날 것만 같다.

우리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군사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이 대만 전쟁이나 위기에 동원될 경우 한국의 선택과 상관없이 한반도의 전역화(戰域化)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 "핵전쟁억제력 강화로 적들에 두려움 줘야"…ICBM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밝혔다. 통신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04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00.2㎞를 4,151s(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탄착되었다"고 밝혔다. 2023.3.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핵 무력 강화 및 미사일 무력 시위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와 불안을 그 어느 때보다 고조시키고 있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시간(3월 16일)에도 북한은 동해상에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3월 14일에 KN-23 추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지 이틀만이다. (북한은 19일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1월 1일 600㎜ 초대형 방사포(KN-25) 1발 발사,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2월 20일 600㎜ 초대형 방사포 2발, 3월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 발사, 3월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발사 등 7번에 걸쳐 장·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북한과 한국 합참의 주장이 엇갈리는 2월 23일 미사일 발사는 제외).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응이라도 하듯 3월 13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를 시작했다. 이번 훈련은 11일 동안 20여 개의 실기동 연습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역대 최대 규모와 최장 기간 훈련이다.

현재 남·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긴장은 신냉전체제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북한은 3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소집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5차 확대 회의에서 "현 정세에 대처하여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히며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이 발언은 미사일과 핵무기를 레버리지(leverage)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말하는 "현 정세"는 남·북과 주변 4강이 군사적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고, 여기에 북한이 대처해서 전쟁 억제력을 핵과 미사일로 갖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공포의 균형' 전략을 통한 전쟁 억제는 신냉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긴 설명이 없더라도 신냉전이 한국은 물론 세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정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위기 관리일 것이다.

구냉전도 끝내지 못했는데 신냉전까지

유라시아를 둘러싼 전쟁과 무력 충돌 위기와 북한의 무력 도발이 만나 전략적 문제, 즉 한반도를 경계선으로 미·일·한 대 중·러·북의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지만 국제정세가 강력하게 투사하는 이중 구조이자, 이 두 구조가 상호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신냉전 질서는 오랜 기간 북한을 압박해 온 국제사회의 제제와 고립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중국만 해도 북한 핵과 미사일에 비판적이었는데, 현재 상황이 미·일·한 대 중·러·북의 신냉전 구도로 흘러가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 관대할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중국·러시아와 외교·군사 협력 강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신냉전 구도가 형성·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곧 한반도의 지속적인 안보 불안을 더욱 가중하고, 국방 예산과 주식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커지는 등 우리의 일상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 EPA=연합뉴스

 

우리는 무력 충돌을 억지하기 위해서나 만약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 군사안보 태세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묘수는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 체제는 어느날 갑자기 소나기 내리듯 오는 것이 아니다. 신뢰와 환경이 마련되는 만큼 평화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수반한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단계적 접근은 평화 유지(peace-keeping), 평화 만들기(peace-making), 평화의 구조화(peace- building)가 그것이다.

평화 유지는 전형적인 소극적 평화 확보의 개념으로 군사력을 통한 도발의 억제를 의미한다. 군사적 억지(deterrence)와 동맹 강화가 이를 가능케 한다.

평화 만들기는 평화 유지보다는 한 단계 위 개념이다. 신뢰 구축이 평화 만들기의 핵심 개념인데 경제·사회·정치적 신뢰 구축의 단계를 거쳐 군사적 신뢰 구축이 이루어져야 평화 만들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평화 만들기 또한 불안정한 상황을 관리한다는 면에서 소극적 평화 유지책이라 할 수 있다.

평화의 구조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다. 이는 분쟁의 구조적 원인을 없앤 것이다. 적대적 쌍방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거나 선린 관계가 형성되어 추구하는 목표에 충돌 여지가 없어지면 분쟁은 구조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단계적 접근에서 알 수 있듯이 평화는 소극적 의미에서 적극적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군비 통제, 북미·북일 관계 개선, 동북아 안보협력 등 '안보레짐'이나 북한 비핵화와 연결한 경제협력 등으로 협소하게 봤다.

그러나 평화 체제의 범위는 국가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 안보와 같이 개인과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이런 적극적인 평화 개념과 평화 만들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평화의 개념을 단순히 전쟁의 부재라는 의미에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와 수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차별·불평등의 해소와 함께 전염병·기후위기·재해·생물권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안보레짐에만 매몰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 있는 한국의 운신의 폭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로 참여 주체도 국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한국에 필요한 평화 만들기는 적극적인 평화 개념에 입각한 접근이어야만 한다.

이런 적극적인 평화 개념에 입각한 평화 만들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시민의 힘과 참여로 만드는 평화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자율성과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정부는 때론 적극적으로 때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다.

성공의 열쇠는 신뢰, 시작은 대화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나 우리의 안녕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우리의 노력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평화 만들기다. 그러나 평화 만들기는 남·북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데 현재 남·북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남·북 간에 신뢰 구축이 어려운 이유는 북한의 마음이 안심되어야 신뢰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신뢰 구축을 통한 평화 만들기는 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 관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적극적인 평화의 출발점은 대화이며 대화는 상호 신뢰형성뿐만 아니라 당면해서 한반도 위기 관리를 위한 총체적 신뢰와도 직결된다. 적극적인 평화가 좋은 것은 현재와 같이 정부와 당국 간 대화가 막혀 있을 때에 다양한 주제와 영역, 주체들의 만남과 대화, 협력과 협업을 통해 여론과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경제 협력마저도 현재 세계 정세와 구도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코로나, 휴전선 지역 공동 방역, 기후 변화 공동 대응 등 인도적 측면이나 민간 협력을 위한 대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로는 다양성의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정치·군사적 해결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한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의 분단, 정신적 갈등과 적대감의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에게 통일과 평화를 대비하는 마음의 근간은 바로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철학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을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오히려 소중히 여기는 가치,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풍요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한반도 전쟁 반대,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 해결, 군비 경쟁 악순환 종식과 시민 안전을 위한 중단 없는 평화가 그것이다. 그리고 평화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평화 행동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며 민간을 지원하는 것이 현재 정부가 해야할 첫 번째 의무이자 과제일 것이다.

시민들 역시 현재 첨예한 정세와 상황이 우리와 나의 일임을 자각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는 긴장은 TV 화면을 통해 보이는 CNN의 보도가 아니다. 영구적인 평화가 오지 않았기에 한반도의 운명은 세찬 바람 속의 촛불이 아닐 때가 없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긴장과 전쟁 위기의 기로에서 늘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힘은 평화의 마음을 놓지 않은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난경에 들었다 하여도 평화의 마음을 놓지 않고 세상에 평화를 불러오는 주인된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깨어있고 행동하는 시민과 평화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정부가 절실한 오늘이다.

* 필자소개 : 서울디지털대 교수, 코리아연구원 이사, 민주평통 상임 위원으로 2001년 첫 평양 방문과 이어진 40여 차례의 방북 이후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한반도 평화 #평화 #한반도 전쟁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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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국회 전원위가 ‘아무 말 대잔치’가 안 되려면?

 

  • 발행 2023-03-19 16:36:01

21대 국회의원 뱃지.2020.04.13 ⓒ민중의소리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3월 23일부터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서 난상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논의하려면, 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 소위원회는 국회의장 자문기구가 낸 3개 안을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안을 만들지 못하고, 의장 자문기구가 낸 안을 그대로 논의에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원위원회가 개최되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수도 있다. 국회 전원위원회에서는 의장 자문기구가 낸 안에만 국한해서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이 3개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3개안은 모두 개혁방안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방안들이다.

의장 자문기구의 ‘프랑켄슈타인’ 선거제도

필자가 보기에는 국회의장 자문기구가 제시한 3개 안 모두가 짜맞추기식 방안일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의심스러운 방안들이다. ‘프랑켄슈타인’같은 선거제도인데, 그나마 현실성도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의 1안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배분은 병립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구는 1명씩만 뽑는 소선거구제로 하면서, 얼마 안 되는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것이 ‘병립형’ 방식이다. 그러나 ‘병립형’ 방식은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일치될 수 없는 방식이고, 승자독식과 거대양당 중심의 기득권 구조를 만든 원인이다. 바로 이런 병립형 방식의 문제점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 많은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어떻게 개혁방안일 수 있는가?

2안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배분은 준연동형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는 1안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100% 배분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반쪽짜리 ‘준연동형’을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이 ‘준연동형’인데, 개혁하겠다면 ‘제대로 된 연동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국가인 독일, 뉴질랜드는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이 배분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선진적인 정치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고 ‘반쪽짜리 연동형’을 하겠다는 것은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더구나 1안과 2안은 국회의석을 350석으로 늘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실현가능할까? 벌써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회의석을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민여론도 확대에 부정적이다. 의석을 늘리려면 국회의원 연봉삭감, 보좌진 축소, 특권폐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딱 공격받기 쉬운 방안이다.

필자는 국회의석을 늘리자는데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태도나 국민여론을 보면 국회의석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국회의석 확대가 안 된다면, 1안은 명백한 후퇴이고, 2안은 현상유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개혁안이라고 내놓는지 모를 일이다.

3안은 도·농복합선거구제를 하면서 비례대표는 병립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점이 없는 방식이다. 도시지역에서 3~10인을 선출한다고 하는데, 다수대표제 방식(지역구에서 후보를 보고 투표하고 득표순으로 당선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선출하겠다는 얘기로 보인다. 그러나 10등을 한 후보가 몇 %의 득표를 하겠는가? 1% 미만을 얻어도 10등을 해서 당선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 보는 대선거구제는 비례대표제 방식이다. 대선거구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 방식이라면 개혁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3~10인을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뽑는다는 것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고, 설득력도 없는 얘기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데, 영ㆍ호남의 농촌이야말로 특정 정당에 의한 일당지배가 강한 상황인 것을 무시한 방안이다. 오히려 농촌이야말로 대선거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상되는 ‘아무말 대잔치’

이런 상황이라면 23일부터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들, ‘아무 말 대잔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 자문기구가 내놓은 3가지 방안 자체가 짜깁기 방식이고 공격받을 지점들이 너무 많으니, 이 방안들 중심으로 논의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300명이 각자 자기 생각을 늘어놓는 ‘아무 말 대잔치’로 흐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고 지역일당 지배체제를 타파하는 것인데, 오히려 ‘의석 확대냐 아니냐’가 논의의 중심을 차지할 가능성도 크다.

벌써 홍준표 대구시장같은 기득권 정치인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이 국회에 있을 때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자기 고백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개혁론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자기가 썼던 특수활동비나 토해놓을 일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날인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주민센터 제5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6.01 ⓒ민중의소리

한편 홍준표 시장 같은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혁방안이 논의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 것이다.

‘아무 말 대잔치’를 막을 2가지

시간이 많지 않지만, 23일부터 열릴 국회 전원위원회가 ‘아무 말 대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부터 약속했던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당내 논의를 해 왔다고 하지만, 확실히 개혁적인 방안을 당론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준연동형’은 반쪽짜리 제도인데, 이를 개혁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덴마크·스웨덴식 대선거구(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든지 해야 개혁방안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민주당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지역에서는 개혁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정치개혁특위가 제안해서 지난 3월 4일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회가 덴마크·스웨덴식 대선거구(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의결한 바 있다. 이런 당내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민주당 지도부가 받아 안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제도 개혁논의가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나면 타격을 받는 것은 민주당이다. 국민의힘은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 때 공약을 했던 민주당은 개혁다운 개혁방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개혁논의가 좌초된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개혁적인 방안을 내놓고,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개혁 대 반개혁의 논의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한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둘째, 의석을 진짜 확대하겠다면,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보좌진 축소, 국회의원을 감사하는 독립기구 설치, 국회의원 소환제도 도입 등의 구체적인 국회 개혁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설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의석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홍준표 시장과 같은 ‘진짜 기득권 정치인’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해 줄 뿐이다.

예산동결과 인건비 동결을 거론하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들의 국회불신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1억 5천만 원이 넘는 국회의원 연봉을 1억 원 이하로 대폭 삭감해야 한다. 보좌진도 3분의2 수준 미만으로 축소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법위반, 윤리위반, 이권개입, 예산낭비 등을 감시ㆍ조사하는 독립적인 국회감사기구를 설치하고, 국회의원 징계위원회에도 외부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국회의원 소환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이 정도 방안을 제시해야 의석확대에 대한 국민동의도 받을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야말로 진짜 기득권세력임을 보여줄 수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23일부터 열릴 국회 전원위원회가 근본적인 정치개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인지, 국민들의 국회불신과 정치불신을 부추길 ‘아무 말 대잔치’가 될 것인지는 앞으로 남은 며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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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반격가상 종합전술훈련'..모의 핵탄두 장착

김정은, "핵보유만으론 안돼..핵공격태세 완비해야 전쟁억제할 수 있어"..딸 동행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20 08:12
  •  
  •  댓글 0
 
북한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이 '핵반격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이 '핵반격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이 '핵반격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핵반격가상 종합전술훈련'은 "핵타격 지휘체계 관리연습과 핵반격태세에로 이행하는 실기훈련, 모의 핵전투부(탄두)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싸일발사훈련으로 나뉘여 진행되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나라가 핵을 보유하고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수가 없다"고 하면서 "실지 적에게 공격을 가할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태세를 완비할 때에라야 전쟁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게"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핵보유' 뿐만 아니라 실제 핵공격태세를 완비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옆에는 김주애로 알려진 딸이 함께 서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핵보유' 뿐만 아니라 실제 핵공격태세를 완비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옆에는 김주애로 알려진 딸이 함께 서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18일에는 "전술핵무력에 대한 지휘 및 관리통제운용체계의 믿음성을 다각적으로 재검열하고 여러가지 가상적인 긴급정황속에서 핵공격명령 하달 및 접수절차의 정확성과 핵무기 취급질서, 각이한 핵공격방안에 따르는 가동절차를 엄격한 안전성 견지에서 검열하면서 핵공격에로 신속히 넘어가기 위한 행동질서와 전투조법들을 숙달하기 위한 훈련이 여러차 반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했다.

19일 오전에는 "전술핵공격을 모의한 탄도미싸일발사훈련이 진행되였다"고 알렸다.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실드'에 참가하기 위해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작전구역에 들어오기 직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탄도미사일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되어  800km 사거리에 설정된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폭발했으며, 핵탄두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또 "발사훈련은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9일 오전 11시 05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800 여 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다"고 알렸다.

통신은 "발사훈련에 앞서 최종 핵공격명령인증 절차와 발사승인체계 등 기술적 및 제도적 장치들의 가동정상성과 안전성을 검열하고 그게 따르는 행동조법들을 반복적으로 숙련시켰다"고 하고는 "이어 적 주요대상에 대한 핵타격을 모의한 발사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되어  800km 사거리에 설정된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폭발했으며, 핵탄두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되어  800km 사거리에 설정된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폭발했으며, 핵탄두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훈련이 진행되였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에는 핵 탄두를 가상한 시험용 탄두가 장착되었다고 강조했다.

사격훈련은 강순남 국방상과 전술핵운용부대를 총지휘하는 연합부대장과 산하 동, 서부전선 각 미사일군부대장들, 구분대지휘관들이 참관했으며, 당 중앙위원회 해당간부들과 미사일총국 지휘관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참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종합전술훈련을 통하여 중요화력습격임무를 수행하는 부대, 구분대들의 실전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모든 구분대들이 커다란 자신심에 충만되게 되였다"고 하면서 "우리의 핵전투무력이 전쟁억제와 전쟁주도권쟁취의 중대한 사명을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하에서도 신속정확히 수행할 수 있게 준비시키는데서 중요한 계기로 되였다"고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번과 같은 실전가상훈련들을 계속 조직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우리 군인들을 불의적인 정황에 익숙시키며 언제든 즉시적이고 압도적이며 능동적인 핵대응태세를 더욱 빈틈없이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훈련에도 김주애로 알려진 딸을 동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이번 훈련에도 김주애로 알려진 딸을 동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날 김 위원장은 "적들의 반공화국 침략책동이 날로 가증되고있는 오늘의 형세는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있다"며, "핵무력건설의 중요방향과 핵무력의 전쟁준비에서 나서는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우리의 핵무력은 고도의 림전태세에서 적들의 준동과 도발을 철통같이 억제하고 통제관리할 것이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다면 주저없이 중대한 사명을 결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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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뒷골목에서 벌어진 윤석열-기시다 밀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20 08:09
  • 수정일
    2023/03/20 08: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532] 긴자 뒷골목에서 벌어진 윤석열-기시다 밀담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3/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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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오부찌의 사죄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기시다

2. 일제의 식민통치를 합법화, 정당화해준 범죄조약

3. 렌가떼이 식당에서 벌어진 윤석열-기시다 밀담

4. 독도 밀약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 [사진 출처-대통령실 누리집]  

 

1. 오부찌의 사죄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기시다

 

2023년 3월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 외교부는 이른바 ‘강제징용 해법’이라는 것을 지난 3월 6일에 발표해놓고 일본 외무성에 은밀히 연락하여 “김대중-오부찌 선언에 명시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를 (윤석열-기시다 회담 중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언급해달라”고 구걸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대중-오부찌 선언은 무엇인가? 1998년 10월 8일 당시 대통령 김대중(1924~2009)과 당시 일본 총리 오부찌 게이조(小渕惠三, 1937~2000)가 도꾜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이다. 공동선언에는 다음과 같은 사죄 문구가 들어있다.

 

“오부찌 총리대신은 금세기 한일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많고도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히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하였다.”

 

위에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에 연락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의 사죄 문구를 한일정상회담에서 딱 한 번만 언급해주면 ‘강제징용 해법’을 반대하는 한국의 여론을 다독여줄 수 있고, ‘강제징용 해법’을 완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구걸했다는 것이다. 

 

일제의 식민통치 밑에서 상상을 초월한 고통과 불행을 겪은 피해자인 우리가 식민통치를 자행한 가해자의 의무와 책임을 역사적으로 계승한 기시다 내각에서 사죄를 받는 것은 너무도 응당한 일이다. 일본 내각의 초대 총리대신은 조선 침략 원흉 이또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이고, 기시다 후미오는 이또 히로부미의 뒤를 이은 100번째 총리대신이다.

 

그러므로 한일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회담 중에 사죄 문구를 언급해달라고 구걸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기시다 내각에 은밀히 연락하면서 사죄를 구걸했다. 이런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기시다 내각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처한 비굴한 짓이다. 그렇게 되어 윤석열-기시다 회담은 시작되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의 구걸 외교에 의해 그 형체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외무성은 한국 외교부의 사죄 발언 간청을 외면하고 일절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기시다 내각이 그처럼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였으면, 윤석열 정부는 한일정상회담을 연기하거나 취소함으로써 자존심을 지켰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사죄 발언을 언급해 달라고 기시다 내각에 구걸하다가 무시당했는데도, 도꾜로 가서 한일정상회담에 얼굴을 내미는 굴종을 택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부일굴종의 더러운 몰골을 드러낸 외교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일본과 화친하다’는 뜻을 지닌 친일이라는 말은 윤석열 정부의 비굴과 굴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친일이 아니라 부일이다. 부일이라는 말은 자기 민족의 이익을 외면하고 일본에 붙어 돌아간다는 뜻이다. 

 

2023년 3월 16일 일본 도꾜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윤석열-기시다 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1시간 23분 동안 계속되었다. 윤석열-기시다 회담의 전모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의 회담 계책이 실제로 회담 중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마친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계책의 일부가 모습을 살짝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 알쏭달쏭한 말에 기시다 내각의 간교한 회담 계책이 담겼다. 그 말의 속뜻은 무엇일까? 1998년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 이후 일본의 역대 내각은 오부찌 총리의 사죄를 오부찌의 개인행동으로 폄하하거나 오부찌 내각의 외교 실책으로 폄하했다. 다시 말해서, 1998년 이후 일본의 역대 내각은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에 명기된 오부찌 내각의 사죄를 계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속에는 기시다 내각이 역대 내각들처럼 오부찌 내각의 사죄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속뜻이 담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한다’는 형용구는 자기의 속뜻을 은폐한 외교 수사에 불과하다.  

 

2. 일제의 식민통치를 합법화, 정당화해준 범죄조약

 

제국주의 식민통치는 범죄다. 그것은 침략과 강점, 학살과 약탈, 억압과 착취를 자행하는 가장 잔인하고 악독한 범죄다. 그런데 기시다 내각을 포함하여 일본의 역대 내각은 우리 민족을 짓밟은 일본 제국주의의 잔인하고 악독한 범죄를 사죄하기는커녕 범죄 자체를 부인해왔다. 

 

일제가 자행한 식민통치 범죄들 중에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표면에 떠오른 강제징용 만행을 돌이켜보자. 조선총독부는 1938년에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했고, 1939년에 ‘국민총동원령’을 제정했고, 1941년에 ‘노무조종령’을 제정했다. 조선총독은 식민지 조선인 457만9,162명을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총동원련맹’에 가입시켰다. 조선총독부는 1942년에 ‘근로보국대’를 창설했고, 1944년에는 일본 본토에서 제정된 ‘국민징용령’을 식민지 조선으로 확대했다. 

 

조선총독부가 징용한 조선인들은 일본 각지, 사할린, 동남아 점령지, 남양군도(미크로네시아)로 끌려가 채탄장, 군사기지 건설장, 철도부설공사장 등에서 등뼈가 휘도록 가혹한 노예노동을 강요당했다. 자료에 의하면, 강제징용을 당한 조선인은 103만 2,684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 서울에서 살 때, 나의 어머니는 강제징용으로 ‘화태탄광’에 끌려간, 내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외삼촌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외삼촌은 조선이 해방되었어도 고향에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 하시던 어머니의 한 맺힌 목소리를 나는 잊을 수 없다. 나의 외삼촌이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화태탄광’이 로씨야 영토 사할린에 있는 어느 이름 모를 징용 탄광이라는 사실을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제는 중국 대륙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대륙 각지에서 수많은 중국인을 징용해 노예 노역을 시켰다. 1941년 12월 8일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일제는 전투에서 패해 일본군에게 붙잡힌 미국군 전쟁포로 12,000여 명에게 노예 노역을 시켰다. 

 

강제징용 범죄를 자행한 대표적인 전범 기업은 미쓰비시(三菱)였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사외이사 오까모도 유끼오(岡本行父)와 상무 기무라 히까루(木村光)을 2015년 7월 미국에 파견했다. 두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사죄 행사에서 미쓰비시를 대표하여 “우리는 전쟁포로를 가장 심하게 착취한 기업이었다. 미국인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3,765명과 그 가족들에게 사죄하고, 기념비를 세우고, 1인당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을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우리 민족에게 자행한 강제징용 범죄에 대해서는 사죄는커녕 범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는 사죄하면서도, 왜 우리에게는 사죄하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은 일본이 식민통치 범죄를 사죄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면죄부’는 박정희 부일우익정권이 1965년 6월 22일에 조인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기본조약)’이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already null and void)임을 확인한다”라고 명기되었다. 이 조항이 왜 일본에 ‘면죄부’로 되었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이미(already)‘라는 특정 단어를 조약문에 반드시 명기해야 한다고 미친 듯이 우겨댔다. 일본이 ’이미‘라는 특정 단어에 그처럼 광적으로 집착한 까닭은,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1858~1926)과 조선 통감 데라우찌 마사다께(寺內正毅, 1852~1919)가 체결했던 한일병합조약은 원래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이었는데, 1965년에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 시점에 “이미 무효가 되었다”라는 사악한 궤변과 억지를 합법화, 정당화하려고 광분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악한 궤변과 억지대로 만일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이라면, 일제의 식민통치도 합법적인 통치로 되고, 따라서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식민통치는 범죄가 아닌 것이다. 이런 사악한 궤변과 억지를 제2조에 그대로 박아 넣은 한일기본조약은 박정희 부일우익정권이 일본에 바친 ‘면죄부’였다. 

 

이런 참담한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한일기본조약은 우리 민족을 무참히 짓밟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범죄로 인정하지 않고 합법화, 정당화시킨 범죄조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끔찍한 범죄조약이 한일관계 전반을 규정하고 있기에 1965년 이후 일본의 역대 내각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범죄로 인정하지 않고 사죄도 하지 않는 것이다.

 

1998년 오부찌 내각이 김대중-오부찌 공동선언에서 일제의 식민통치를 사죄했다고 하지만, 이행 의무가 있는 국제법인 한일기본조약과 달리 공동선언은 이행 의무가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행 의무가 없는 종잇장을 내밀면서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의 비웃음을 자아낼 뿐이다. 해결책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합법화, 정당화해준 범죄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대일굴욕의 추악한 역사를 청산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자발적으로 굴종하고 있다. 그런 부일우익정권이 한일기본조약을 파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처럼 허망하다. 민족의 존엄을 짓밟는 한일기본조약을 파기하는 정치적 결단은 앞으로 수립될 자주적 통일정부만이 내릴 수 있다. 100년 넘도록 계속되는 일본과 미국의 식민통치 아래서 피눈물을 너무도 많은 흘린 우리 민족에게 통일정부 수립은 예속과 굴종의 역사를 청산하고 자주와 존엄의 역사를 창조하는 길이다. 

 

3. 렌가떼이 식당에서 벌어진 윤석열-기시다 밀담

 

 2023년 3월 16일 오후 7시 40분 일본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가 나타났다. 그들 부부는 일본식 소고기전골 스끼야끼(鋤燒)로 유명하다는 식당 요시자와(吉澤)에서 만찬을 즐기며 환담을 나누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말에 의하면, 기시다 총리가 직접 요시자와를 만찬 장소로 선정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의전 관례에 따르면, 외국 정상이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 총리가 외국 정상과 그를 수행한 고위 관리들을 영빈관이나 총리 관저에 초대해 공식 만찬을 베풀게 된다. 이것을 만찬 외교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시다 총리는 의전 관례에서 벗어나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영빈관도 아니고 총리 관저도 아닌 요시자와 식당으로 초대해 비공식 만찬을 베풀었다. 요시자와에서 진행된 부부 동반 비공식 만찬은 1시간 20분 동안 계속되었다.  

 

이전에 일본 총리들은 미국 대통령이 도꾜를 방문했을 때도 유명한 식당으로 초대해 비공식 식탁 외교를 하였던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그것은 영빈관이나 총리 관저에서 공식 만찬 외교를 하고 이튿날 진행한 비공식 식탁 외교였다. 그런데 이번에 기시다 내각은 공식 만찬 외교를 생략하고 외부 식당에서 비공식 만찬을 베풀었다. 기시다 내각은 윤석열 정부를 하수인으로 여기고 있으므로 공식 만찬을 생략하고 하대한 것일까? 

 

그보다 더 이상한 현상은 요시자와에서 비공식 만찬을 마친 직후에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꼬(岸田裕子) 여사와 떨어져 두 번째 만찬을 하기 위해 요시자와 식당에서 약 280m 떨어진, 긴자 뒷골목에 있는 일본식 경양식집 렌가떼이(煙瓦亭)로 갔다. 

 

▲ [사진 출처-대통령실 누리집]  

 

기시다 총리는 두 번째 만찬에서 배석자 없이 통역자만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밀담을 나누었다. 그들은 자기 두 사람만 알아야 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상회담에서는 외교 언사로 치장된 의제가 다루어지지만, 두 사람이 마주 앉은 밀담에서는 허심탄회하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한일정상회담보다 렌가떼이 식당에서 진행된 윤석열-기시다 밀담이 더 중요하다. 

 

2023년 3월 13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윤석열-기시다 밀담은 기시다 총리의 “세심한 배려”에 의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기시다 총리는 렌가떼이 밀담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놓고 그 자리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렌가떼이 밀담은 오후 9시 15분부터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2023년 3월 18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두 사람은 렌가떼이 식당 밀실에서 각자 넥타이를 풀어놓고 일본의 에비스 맥주에 한국의 진로 참이슬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들이키며 밀담을 주고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미리 준비해놓은 밀담계책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술잔에 폭탄주를 계속 부어주면서 그를 밀담의 늪으로 끌어갔다. 밀담계책에 말려든 윤석열 대통령은 거나하게 취한 불그레한 얼굴로 이렇게 뇌까렸다. 

 

윤석열 - “총리님, 저는 제 임기 중에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가장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시다 - “아하, 한일 우호의 맛이 진짜 맛있구나!”

 

위에 인용한 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려면 1965년 수교 이후 한일관계에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가장 중대하고 심각하고 민감한 미해결 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한일협상 과정에서도 그러했고,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된 이후 한일관계에서도 그러했지만, 한일관계에 제기된 가장 중대하고 심각하고 민감한 미해결 문제는 독도 영유권 문제다. 

 

기시다 총리는 공식 회담에서 거론하기가 좀 거북스러운 독도 영유권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그게 바로 렌가떼이 밀담이었다. 

 

2013년 2월 28일 당시 외무상 기시다 후미오는 일본 국회에서 발언하면서 “다께시마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지만, 앞으로 끈질기게 대응하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렌가떼이 밀담이야말로 그가 ‘다께시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하는 절호의 기회로 되었다. 일본에서는 독도를 다께시마(竹島)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2023년 3월 16일 일본 NHK 방송은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시마네현 다께시마에 관한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글의 논지를 좀 더 심화시키려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에 속한 독도가 시마네현 오끼군에 속한 ‘다께시마’라고 우겨대면서, 한국이 경찰을 상주시켜 ‘다께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사악한 궤변과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방위백서’를 주기적으로 발행하면서 2005년부터 독도를 일본 영토 ‘다께시마’로 계속 표기해오고 있다. 일본 ‘공직선거법시행규칙’에는 ‘다께시마’가 일본 국민들이 투표를 실시하는 선거지로 정해져 있다. 일본 각급 학교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에는 독도가 ‘다께시마’로 기술되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다께시마 반환 요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길이가 3m인 무인선박 두 척을 2016년 이후 독도 근해로 계속 들이밀면서 24시간 경계 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며, 일본 군함과 순시선을 수시로 파견해 독도 주변을 한 바퀴씩 순회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한일분쟁지역으로 만들어놓고,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어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미국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문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일본은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에 상륙한 때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1954년 9월 25일부터 지금까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보려고 집요하게 책동해왔다. 독도 영유권을 강탈하려고 광분하는 일본의 파렴치한 범죄적 기도는 기시다 내각이 수행하는 10대 외교 현안 중의 하나다. 

 

일본의 독도 강탈 야욕은 100년 이상 계속되었다. 이를테면, 일제는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일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10개년 군비 증강 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계획에 따라 동해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야욕을 품고 경상북도 울진, 울릉도, 독도를 연결하는 군사용 해저 통신선을 설치했고, 1905년 8월 19일에는 독도에 군사용 감시망루도 설치했다. 이렇게 전쟁 준비를 갖춘 일본은 로일전쟁을 도발하여 로씨야제국 발틱 함대를 대한해협과 독도 근해에서 격침시키고 로씨야제국을 꺾었다. 로일전쟁에서 일본은 동해 제해권을 장악하려면 반드시 독도를 빼앗아야 한다는 야욕을 품게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 미국 항모타격단을 주축으로 편성된 미일련합 함대는 동해에서 조선인민군, 중국인민해방군, 로씨야군과 무력대결을 벌이기 위해 동해 제해권을 장악하려고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 저들이 동해 제해권을 장악하려면 독도 강탈은 필수적이다. 한미일 대 조중로의 무력 대결이 날로 첨예해지는 오늘, 독도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고, 그래서 일본은 미국과 공모, 결탁하여 독도를 강탈하려고 광분하는 것이다.     

   

4. 독도 밀약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1951년 9월 5일 일본 방송을 인용한 민주신보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쌘프랜시스코 대일강화조약 초안을 작성하는 책임을 맡은 당시 미국 국무부 고문 존 덜레스(John F. Dulles)에게 서한을 보내 독도는 일본 영토의 일부이므로 마땅히 일본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쌘프랜시스코 대일 강화회의에서 영토 귀속 문제를 명백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일본의 요청을 받은 존 덜레스는 원래 “일본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및 독도를 포함하여 코리아(Korea)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써넣었던 초안에서 독도를 삭제해버렸다. 미국과 일본이 저지른 그런 범죄적 정치 농간에 의해 쌘프랜시스코 대일강화조약 제2조에는 “일본은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코리아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명기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범죄적 정치롱간에 의해 만들어진 조약은 1951년 9월 8일에 조인되었다.

 

당시 미국 국무부 원동(Far East) 담당 차관보 딘 러스크(David Dean Rusk, 1909~1994)는 주미한국대사 양유찬(1897~1975)에게 보낸 1951년 8월 9일부 공식 서한에서 ‘다께시마’를 일본 영토라고 확인했으며, 1954년 당시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의 특사로 서울을 방문하고 워싱턴에 돌아간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Van Fleet, 1892~1992)는 한국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에 근거해 그 섬이 일본 영토라고 결론하였다고 썼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미국이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독도를 일본에 불법적으로 넘겨주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자기들이 불법적으로 강점했던 식민지 조선의 영토를 한국에 반환하면서 독도는 반환하지 않고 여전히 강점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전후 영토 처리 과정에서 일본과 공모, 결탁하여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영토인 독도를 일본에 넘겨준 미국의 죄악을 우리 민족은 잊지 말아야 하며, 언젠가는 그 죄악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1965년 1월 1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범양상선 회장 박건석(1935~1987)의 집에서 박정희 부일우익정권의 국무총리 정일권(1917~1994)과 일본의 밀사 우노 소스께(宇野宗佑, 1922~1998)가 만났다. 독도 밀약을 체결한 비밀회담이었다. 일본은 비밀회담에서 간계를 부려 이른바 독도 밀약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박정희와 당시 일본 총리 사또 에이사꾸(佐藤榮作, 1901~1975)가 서명한 독도 밀약은 4개 항으로 되어 있는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독도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모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시에 이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위에 인용한 독도 밀약 제1항에 따르면, 한국은 ‘다께시마’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사악한 궤변과 망언을 인정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일본의 추악한 망동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공약한 것이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한 ‘다께시마 밀약’ 원본은 지금도 일본 외무성 비밀문서 보관소에 남아있는데, 그 밀약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서 불변의 기준으로 되고 있다.

  

1961년 11월 12일 일본 도꾜의 번화가 아까사까(赤坂)에 있는 가와사끼(川崎) 요정에서 다다미 위에 두 손을 짚고 일본 정계 거물들 앞에서 일본식 절을 올리면서 유창한 일본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숙한 소생을 지도해주십시오”라고 간청했던 박정희는 1965년 1월 12일 청와대에서 독도 밀약에 서명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을 포기하였다. 박정희가 독도 영유권을 포기한 독도 밀약을 체결한 것은 천추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1965년 독도 밀약을 체결하여 독도 영유권을 포기하고 일본에 굴종한 박정희의 추악한 역사는 2023년 3월 16일 렌가떼이 밀담에서 윤석열에 의해 계승되었다. 렌가떼이 밀담에서 폭탄주가 돌면서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때, 기시다 총리는 한일정상회담에서 거론하지 않았던, 밀담에서만 거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심각하고 민감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꺼내놓았다. 기시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거론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가장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해” 독도 밀약을 계승하겠다고 화답했다. 그 순간, 기시다 총리는 지난날 일본에 충성했던 만주군 소위 다까끼 마사오(高木正雄, 창시개명한 박정희의 이름)의 환생을 보는 듯했다. 기시다 총리는 간사한 웃음을 눈가에 지으면서 마지막 술잔을 치켜들더니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한 잔을 다음에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 다시 이어가자”라고 화답했다.

   

2023년 3월 18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기시다 총리는 렌가떼이 밀담을 마친 뒤에 자기 측근에게 “윤석열이라면 내가 믿을 수 있다. 그와의 신뢰 관계를 평생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칭찬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독도 밀약을 계승하겠다는 윤석열 부일우익정권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민중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도,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것이다. 해결책은 기시다 앞에서 독도 밀약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민중의 힘으로 대통령직에서 퇴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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