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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암매장... 세월호 때처럼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

[소셜 코리아]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것 없는 이태원 참사

23.03.16 05:10최종 업데이트 23.03.16 05:10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4일,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은 철제 울타리와 경찰버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만 눈에 띌 뿐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100일 추모대회를 열려던 곳이었고, 서울시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한 곳이었다. 서울시와 경찰의 응답은 '원천봉쇄'였다.

영정을 품고 이태원에서부터 걸어온 희생자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이 봉쇄되자 발길을 돌려 서울시청광장으로 향했다. 유가족들은 경찰과 서울시청 용역들을 상대로 두어 시간의 몸싸움 끝에 지붕만 갖춘 임시 분향소를 완성했다. 영정을 올린 가족들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서울시는 밤늦게 계고장을 들고 왔고, 분향소를 강제철거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경찰은 1인 시위를 위한 피켓과 추위를 견디기 위한 난로의 반입도 막았다. 이러한 대치와 실랑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으로 대표되는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참사에 대한 추모와 애도도, 추가적인 진상규명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3년 대한민국의 참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참사는 계속된다

2022년 10월 29일과 30일 참사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다. 참사의 현장은 CCTV가 촘촘히 깔려있는 도심 한복판,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과 불과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재난안전 관리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정부도 국가도 없었다. 참사 당시 제 역할을 방기했던 정부와 고위공직자들은 참사 직후부터 정부 책임을 부인하고 축소하기에 바빴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을 배치했다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니"라며 정부의 책임을 부인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축제를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며 지자체의 관리 책임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세워지고, 뿔뿔이 흩어진 유가족들은 서둘러 장례를 치르게 된다.

전대미문의 참사에 온 나라와 국민들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을 때 기민하게 움직인 국가조직은 정보경찰이었다. SBS가 공개한 정보경찰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찰과 정부는 참사의 책임이 정부와 윗선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 중 거의 매일 조문을 다니며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이 참사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112 녹취록이 공개되고 민심이 들끓자 대통령은 사과 대신 '격노'하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지목해 형사처벌을 요구한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공직자들은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거나 증거를 훼손하기 시작한다. 수사의 착수는 진상규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장 책임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꼬리 자르기에 가까웠다.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움직이기 시작한 유가족과 시민들
 

▲ 2022년 11월 12일 서울 남대문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 촛불에 참여한 시민이 핸드폰에 촛불을 켰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참사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1월 말 국회는 국정조사를 결정한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여야의 전격 합의였다. 참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여당도 반대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예산안 처리 후부터 국정조사를 시작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45일간으로 합의된 국정조사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기약없이 연기된다. 국정조사를 막기 위해 여당이 예산안 합의를 거부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지경이었다.

자신의 가족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권리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모임을 가지기 시작한다. 12월이 돼도 국정조사가 시작될 기약이 없자 유가족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알음알음 연락처를 구해 만난 유가족들이 100가족을 넘어섰다. 그들은 12월 3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를 구성한다. 참사 35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와 진상규명의 움직임도 시작된다. 국가가 책임을 부인하고 애도와 진상규명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났기 때문이다. 추모와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중순부터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고 12월 7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발족시켰다.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광장에 분향소를 함께 차리고, 12월 16일 49재를 기점으로 공동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국정조사, 절반의 진상규명 불과
 

▲ 2022년 12월 7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발족식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국정조사가 기약없이 미뤄지자 유가족들은 국회를 찾아가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국정조사 착수를 호소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이에 응답해 12월 19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현장조사와 기관보고, 청문회 일정을 의결한다. 마침내 12월 21일 현장조사를 시작하고,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현장조사와 청문회 일정에 맞춰 진상규명 과제를 제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갔다.

어렵게 시작한 국정조사였지만 현장조사와 기관보고 과정은 부실한 보고와 자료 미비, 일부 여당의원의 방해로 졸속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1월 4일 1차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국면은 바뀐다. 국민 앞에 선 공직자들의 의미있는 증언이 나오고, 이상민 장관이 재난안전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청문회는 두 번뿐이었고, 남은 국정조사 기간도 단 이틀뿐이었다.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월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정조사의 연장과 충실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1월 6일 우여곡절 끝에 국정조사 기간이 10일 연장된다. 애초 유가족이 참여하기로 한 3차 청문회 대신 재발 방지 관련 1차 공청회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2차 공청회로 진행됐다. 국정조사의 맨 마지막에 가서야 유가족의 참여가 이뤄져 공식적으로 국정조사에서 증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는 1월 17일  여당이 퇴장하고 야 3당 소속 위원들만으로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 결과보고서에는 참사가 국가책임임을 확인하고, 이상민 장관의 책임 확인과 파면 요구, 독립적 조사기구의 구성 등을 조치사항으로 담았다.

이번 국정조사는 청문회까지 진행하고 결과보고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 때와 비교된다. 행정부가 역할과 책임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래도 유가족과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준 것은 국회였다. 절반의 진상규명, 미완의 국정조사였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900쪽이 넘은 결과보고서는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소중한 디딤돌이자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다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유
 

▲ 2022년 12월 16일 이태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49일 추모제. 이종철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국회의 국정조사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마무리되었다고 진상규명이 끝난 것일까?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의 1차 원인이 드러나고, 이상민 장관과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지만 참사의 구조적 원인 규명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국정조사는 미완이었다.

특수본의 수사는 현장책임자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구속하고 20여 명의 공직자를 재판에 넘겼지만 진짜 책임자들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들도 수사에서 사실상 제외되었다. 한편 국회는 이상민 장관을 재난안전관리법 위반으로 2월 8일 탄핵소추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의 잘잘못을 철저하게 가리고, 재발 방지대책까지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행정안전부, 경찰은 물론 행정부에 속한 검찰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대표적인 구조적 원인 규명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이들 과제를 위해 독립 조사기구의 설치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첫째, 왜 행안부와 경찰은 인파 밀집과 압사 위험을 일정하게 예상하고도 대비하지 않았는가? 국정조사를 통해 대비가 없었던 것은 확인했지만 그 이유는 분명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경찰이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이유가 용산 대통령실 경호 때문인지, 아니면 마약수사나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둘째, 왜 재난 안전관리 체계와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가? 재난안전기본법 등에 따르면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정상황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황 전파와 임무 조정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센터나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 직후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이 개정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기관의 직무유기인지 밝혀야 한다.

셋째, 경찰과 소방은 왜 구조에 실패했는가? 시민들의 긴급한 구조요청에도 경찰과 소방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구조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한 참사 발생 한참 후에도 경찰과 소방이 구조와 응급이송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어떠한 구조적 원인이 구조의 실패를 가져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넷째, 왜 정부는 피해자들이 모이는 것을 방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했는가? 참사 직후, 정부는 유가족이 모이는 것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왜 정부가 앞장서서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했는지, 누가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등은 국정조사와 수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애도의 암매장이 진영 대결 유발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 연속으로 조문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조문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박진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안보실2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김일범 의전비서관, 천효정 부대변인이 함께 조문했다. 2022.11.5 ⓒ 유성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거대한 슬픔을 가져온 이태원 참사는 왜 추모와 애도가 사라지고 사회적 갈등과 진영 대결로 격화되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국가가 애도를 독점하고 유가족과 국민들이 슬퍼할 권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추모와 애도의 암매장이다.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영정과 위패도 없이 설치된 분향소는 기괴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근조 리본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어떤 광역자치단체는 청사 4층 한구석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강제로 주어진 일주일의 국가애도기간 이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가의 일방적 애도 기간 설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11월 중순 이태원에서 자발적인 추모 촛불을 켜고, 12월 녹사평에 분향소를 설치하며 추모와 애도는 비로소 사회적으로 호명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유는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참사에 대한 책임 요구가 정부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경찰이 작성하여 지난해 10월 31일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정보문건에 따르면 정부와 경찰은 겉으로는 애도를 말하면서도 속은 달랐다. 이들은 주요 단체 등을 사찰하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또한 추모와 애도의 요구, 진상규명 요구를 사실상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하고 대응했다. 애도나 추도, 진상규명은 권리로 보장받지 못했다.

한편 신자유연대가 녹사평 분향소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를 비난하고 조롱해도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롱과 혐오를 막기 위해 유가족들이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은 집회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다. 2014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조롱했던 '폭식투쟁'을 연상시키는 조롱과 혐오는 올해 2월 분향소를 서울시청 앞으로 옮길 때까지 지속됐다.

세월호처럼 하지 마라?
 

▲ 2023년 2월 4일 이태원에서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를 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정부·여당의 정치인 또는 이들을 지지하거나 대변하는 사람들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세월호처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세월호를 정쟁거리로 삼아 정권에 대한 반대 수단으로 삼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참사의 진상규명이었고, 이들을 정치적 반대자로 규정하고 국가기관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방해한 자들이 바로 정권과 국가기관이었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진상규명 요구가 지속된 근본 이유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행정력은 물론 경찰과 검찰, 국정원, 기무사 등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진상조사기구의 활동을 방해하고 진상규명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시행령 제정을 미루고, 인력과 예산 지원을 늦췄다. 기무사와 국정원 등은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사찰했고, 검·경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를 탄압했다. 그러므로 '세월호처럼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애도와 추모,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나선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아니다.

세월호처럼 하지 말라.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주무장관과 해경 책임자를 경질했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참사의 국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책임 인정도 직접 사과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의 해임과 파면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비호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오세훈 시장과 경찰은 분향소 설치를 원천봉쇄하고, 임시분향소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벌써부터 서울 시청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대책회의 관계자들에게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소환장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처럼 하지 말라. 세월호 때처럼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참사의 책임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장관과 행안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윤희근 청장과 경찰 등 국가기관 전체이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의 길로 가지 말라. 유가족 등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에 답하여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고, 이상민 장관 등 책임자를 문책하고, 독립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협조하라.

잊지 않겠다는 다짐
 

▲ 2023년 1월 17일 국회 본관 앞에서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및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그동안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외면하고 지우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억울한 죽음과 거대한 슬픔이 외면한다고, 지우려 한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는 유가족들을 뿔뿔이 흩어놓았지만 그들은 기어이 서로를 찾아내어 유가족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추모하고 애도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할 의무를 버리고 사라진 국가의 빈자리는 참사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지켰다. 시민들은 시민추모제 열고 진상규명을 외치며 때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건넸고, 영정을 모신 시민분향소를 유가족과 함께 마련해냈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향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었던 것도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픔도 힘이 된다. 지난 시간은 슬픔과 분노, 절망을 위로와 연대, 희망으로 바꿔내는 시간이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깊은 슬픔 속에서 외치는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목소리에 함께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연대해야 한다.

이제 그만 매듭짓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이들에 맞서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엉킨 진실의 매듭을 함께 풀자고 말하자. "세월호의 길을 가지 말라"며 갈라치는 이들에 맞서 "정부야말로 세월호처럼 하지 말라"고 외치자. 10.29 이태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곁에서 함께 비를 맞자.

[관련기사] "진보 정부에서 이런 일 일어나도 똑같이 요구했겠죠"(https://omn.kr/232so)
 

▲ 이재근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간사 ⓒ 이재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으로 활동했고, 20여 년간 참여연대에서 행정·의정·사법감시 등 권력감시 활동을 해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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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윤석열 방일’ 맞춰 동해로 탄도미사일 발사

북, ‘윤석열 방일’ 맞춰 동해로 탄도미사일 발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3.16 08:16
  •  
  •  수정 2023.03.16 08:22
  •  
  •  댓글 0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16일 아침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이 발표했다.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 최대 속도를 비롯한 세부 제원은 알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지 이틀 만이다.

일본 [NHK]는 방위성을 인용해 16일 오전 7시 9분께 북한 서해안 쪽에서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며, 8시 18분께 한반도 동쪽 해안에서 약 550km 해상에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우선 지난 13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에 대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방문길에 오르는 날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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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尹, 일본 위해 한국의 3권 분립 훼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16 08:52
  • 수정일
    2023/03/16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3.16 08:02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경제 위해 정치 부담 무릅써”

주 69시간 개편 부정 여론 커지자 한발 물러선 정부에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 자체가 문제” 지적도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 배상을 결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사이 “모순이 있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나중에 정권교체 등으로 강제동원 해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일본 내 우려에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일본 맞춤형’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지난 6일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 규제 조치 해제와 안보 대화 재개 등을 논의할 예정이고 협력 사업을 준비하는 한일미래준비위원회(가칭) 발족에도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진전이자 성과”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에 지난 15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일부 조정하겠다는 방침인데 부정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 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정상회담 앞두고 대법판결 부정, 일본엔 “걱정말라”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제강점기 관련 피해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일본 주장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국 대통령이 일본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5년 협정과 2018년 대법 판결에 대해 “모순되거나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고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대법원은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 대상 소송에서 ‘강제동원은 1965년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일본 기업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모순’ 발언은 마치 일본 정부가 1965년에 식민 피해를 배상했는데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려 분란을 일으켰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부정하면서 강제동원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않는 일본 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더욱이 현재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추후 확정 판결이 나와도 ‘제3자 변제’를 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려도 행정부가 뒤집겠다고 예고한 셈”이라고 설명한 뒤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국의 3권 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은 보편적 인권과 상식의 문제이고, 역사 정의에 대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에선 ‘강제동원’, 다른 매체에선 ‘강제징용’으로 표기하고 한 매체 안에서 두 용어를 혼용하기도 한다. 강제동원은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용어로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징용’은 비상사태 때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특정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강제성은 있지만 불법성을 지운 표현이다. 군징집(징병) 등에서 발생한 피해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다. ‘강제징용’은 강제성을 두 번 넣은 동어 반복이다. 외교부의 공식 용어는 ‘강제징용’이고 행안부 산하 피해지원재단에선 ‘강제동원’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불법성과 강제성을 모두 희석하기 위해 ‘징용’이라고 표기한다.

▲ 16일 국민일보 만평

관련해 만평에서도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윤 대통령의 일본 맞춤형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국민일보 만평은 일본 출국을 앞두고 “방일 자체에 큰 진전”이라며 일본에 선물보따리를 가져다주는 그림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방일 자체가 큰 진전”이라는 평가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정상회담이 양국간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회담 전부터 이미 모든 카드를 다 썼기 때문에 정상회담으로 일본이 무언가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만평이다. 

한겨레 만평 역시 ‘군사 협력’, ‘제3자 변제’, ‘WTO 제소 취하’ 등 선물 보따리를 들고 일본에 방문하는 윤 대통령 모습을 그리면서 윤 대통령을 ‘1호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온 것을 두고 “뭐지? 보이스피싱 같은 건가?”라면서 조건 없는 선물들을 오히려 의심하는 상황으로 표현했다. 정상적 거래가 맞는지 의심할 만큼 일방적 퍼주기라는 취지의 만평이다. 

▲ 16일자 한겨레 만평

오늘 한일정상회담, 엇갈린 평가와 전망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방일, 한일 경제협력 복원도 미룰 수 없다>에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비판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에 초점을 뒀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 요리무리신문 인터뷰 중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가 매우 많다”며 반도체, 우주 과학기술, 첨단 바이오 산업을 대표 협력 분야로 꼽은 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제조업 강국인 한일은 5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며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 역시 한국 시장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일 경제협력의 틀이 전 정부 시절 갈등으로 크게 흔들렸다”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절반 가까이 철수했다. 지난 3~4년간 한일이 경쟁적으로 자해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 16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미중의 첨예한 전략 경쟁과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한일의 경제협력 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 부담을 무릅쓰고 징용 문제 해법을 선제시한 것은 이런 경제적 이유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매듭을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는다”며 “정제된 문구를 다듬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말인가”라며 “만약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다면 윤 대통령은 두고두고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에 할 말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안보관도 문제 삼았다. 일본 정부가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고 반격 능력을 갖추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평화헌법 폐기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높다. 게다가 일본의 군비 증강은 동북아 군비 경쟁에 기름을 부을 중대 사안”이라며 “이렇게 함부로 동의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 69시간 노동, 정부 한발 물러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은 MZ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 권익 보호에 있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종래 주 단위로 묶여있던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다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의견 수렴을 거쳐 방향을 잡겠다고 했다.

▲ 16일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은 <‘주00시간’ 숫자만 손본다는 정부…논란의 ‘본질’은 외면>이란 5면 기사에서 “정부안 골격을 유지하면서 부정 여론을 타파하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안이 ‘집중노동’으로 노동자 과로를 양산할 수 있다며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여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사업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습 시위를 열고 “청년들이 반대하는 주 69시간 제도를 폐기하라”고 했다. 이 장관은 “나중에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앞서 “우리나라는 연장 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 근로가 빈발하고 있다”며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 조정이 아닌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주당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이번 정부 개편안에 우려를 내놨다. 세계일보는 사설 <주 52시간제 개선 취지 살리되 과로 우려 불식시켜야>에서 “합법적인 연차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포괄임금제를 악용한 ‘공짜 야근’이 적잖은 현실에서 몰아서 일하고 연장 근로 시간을 모아 휴가로 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는 정부가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방안에 대해서도 노동단체 반발이 큰 만큼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재검토에 나섰으니 개선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업자 악용이나 과로 우려를 씻어낼 안전판을 마련하는 등 세밀하게 다듬기를 바란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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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의 폭로 “할아버지는 학살자···가족들 ‘검은돈’ 쓰고 있다”

이유진 기자

차남 전재용씨 아들, SNS에 사진·영상 올려

이순자 추정 인물 스크린 골프 “연희동 자택”

“25만원밖에? 전효선 자녀는 초호화 결혼식

전재용, 미국 시민권 절차···전도사 사기행각

전재만,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검은돈’ 냄새

가족, 정신과 치료 기록 이용 프레임 씌울 것”

 

 

A씨가 자신의 어린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중 일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운데)가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 A씨 인스타그램

A씨가 자신의 어린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중 일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운데)가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 A씨 인스타그램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손자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 일가의 호화생활을 폭로했다. A씨는 “전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며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15일 A씨의 인스타그램에는 전씨 부인 이순자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영상을 올라와 있다. A씨는 이씨 추정 인물이 골프를 치고 있는 시설이 “연희동 자택에 구비돼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전씨 딸 전효선씨의 자녀 B씨의 결혼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초호화 결혼식 사진”이라며 “25만원밖에 없다던 전두환씨 가족에서 어디서 이런 행사를 할 돈이 생겼는지 의문이다“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손자 A씨가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희동 자택에 구비되어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영상. 전씨 부인 이순자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골프를 치고 있다. A씨 인스타그램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손자 A씨가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희동 자택에 구비되어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영상. 전씨 부인 이순자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골프를 치고 있다. A씨 인스타그램

 

전씨는 1997년 4월 군형법상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선고 직후 전씨 재산 313억원을 찾아내 추징했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씨는 2003년 4월 재산목록 명시 관련 재판에 출석해 “예금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A씨가 자신의 어린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중 일부. A씨 인스타그램

A씨가 자신의 어린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중 일부. A씨 인스타그램

 

A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씨의 아들인 전재용씨에 대한 글도 올렸다. 그는 “현재 전재용씨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며 “법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전도사라는 사기행각을 벌이며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은아버지이자 전씨의 셋째 아들인 전재만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A씨는 “전재만,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적었다.

A씨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한다며 전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포함해 가족사진과 여권 사진, 학생증 등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뉴욕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가족 외에도 지인들의 실명, 사진, 프로필 등을 올리며 성범죄, 마약, 부정 입학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일부 게시글은 신고로 인해 삭제됐다.

A씨는 영상을 통해 “자신 역시 범죄자”라며 “저의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들이 저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이용해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저는 작년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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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청산’ 의혹 한국와이퍼 생산설비 반출 시도에 노조 반발

 

  • 발행 2023-03-15 09:42:35

한국와이퍼가 15일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사외로 반출하려고 하자 노동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는 한국와이퍼의 회사 청산은 기획 청산, 위장 청산이라고 보고,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위장 청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와이퍼가 15일 회사 청산을 위해 일방적으로 생산설비를 사외로 반출하려고 시도하면서 노동조합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한국와이퍼 공장 안으로 사측 관계자 20여 명이 들어왔고, 트럭 17대가 공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동시에 경찰력도 공장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오늘 설비반출을 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회사 청산과 설비반출에 발하고 있는 노조 조합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공장 입구를 막으면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설비를 반출하기 전에 해야 할 해체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현재 금속노조 경지지부는 조합원들에게 한국와이퍼 공장으로 집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와이퍼가 15일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사외로 반출하려고 하자 노동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는 한국와이퍼의 회사 청산은 기획 청산, 위장 청산이라고 보고,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앞서 한국와이퍼는 회사 청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21일 노조에 통보했다. 한국와이퍼는 당시 노조에 보낸 공문을 통해 “회사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해고를 제외한 자산 처분 등 회사 청산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와이퍼가 회사 청산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회사 청산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노사간 단체협약과 부당 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에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일방적인 회사 청산을 반대해왔다. 특히 단체협약엔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측이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산을 처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자산 처분을 강행하는 사측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명시한 ‘제3의업체‘가 혹여라도 용역깡패나 기타 폭력을 유발한 경험이 있는 업체라면 더더군다나 형사적,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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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망할 듯 호들갑... 지금이 기회입니다

합계출산율 0.78 쇼크? 차분히 따져보면 보이는 것들23.03.15 05:11l최종 업데이트 23.03.15 05:11l박진도(jd5285)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0.78로 떨어지면서 언론에 난리가 났다. '인구 소멸'이니, '청년 소멸'이니, '대한민국 소멸'이니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듯 호들갑 떨고 있다.
그렇지만 인구감소는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겪고 있으며, 인구감소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토록 특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결과

 
아이는 열등재(inferior goods)인가. 근 50년 전 대학원 석사과정 시절의 미시경제학 기말시험 문제였다.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 갓 돌아온 젊은 교수였다.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가 늘어나는 재화를 정상재(normal goods)라고 하고, 소비가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라고 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를 덜 낳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이를 열등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게 시험문제의 요지였다고 생각한다.

시카고 대학의 게리 베커(Gary Becker)는 1960년경부터 출산과 결혼의 경제학을 연구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베커는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낳을 것인가는 자녀를 키우는 효용과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였다.

자녀는 부모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돌아오는 효용성은 감소한다. 반면에 자녀를 양육하면 다른 활동(경제활동 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녀 양육의 기회비용은 자녀 양육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소득이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여 임금과 일인당 GDP가 증가할수록 자녀 양육의 비용은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베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는 아이가 열등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이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자녀의 수보다 자녀의 질을 더 중시하여 교육투자를 늘린다. 자녀의 수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여 과거보다 더 높은 효용을 누리려고 한다.

실제로 출산율 감소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19세기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일찍 시작된 장기 추세다. 조출생률(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인 15세에서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모두 2차 대전 이후의 베이비붐 시기를 제외하면 20세기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오늘날 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1명의 합계출산율이 필요하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고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민이 인구 감소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22년 약 80억 명에서 2050년에 100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저소득국의 인구 증가로 인한 것이다.

베커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가져온 것이다. 인구가 소멸되거나 대한민국이 소멸될 일은 결코 없을 테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고, 요즘 말로 하면 K-성장이 K-저출산(저출생)을 가져왔으니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다.

1970년에서 2022년까지 합계출산율이 4.53명에서 0.78명으로, 출생아 수는 101만 명에서 4분의 1인 24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에 일인당 국민소득은 280달러에서 3만 5000달러로 증가하였다. 고도성장은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와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의 기회비용 증가를 가져왔다.

부모들은 자녀를 많이 낳기보다는 자녀 수를 줄이고 교육 투자를 늘렸다. 고등교육 진학률은 급속히 높아져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활발해졌다. 피임약이 널리 사용되면서 출산 결정에 대한 여성의 통제권이 증가한 것도 출산율 저하에 기여했다.

인구 감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삶이 반드시 악화하는 것도 아니다. 인구 소멸 운운하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감소해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을 과도하게 염려하는 성장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복지비용 증가를 가져와 성장에 저해가 될 것을 염려한다.

그렇지만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가 아니라 인간(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인 기후 변화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자원 사용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생태 발자국을 줄여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 다양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구 감소는 여성이나 소수자 그룹에 경제적 기회를 늘려주고,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저개발국 사람에게 더 나은 취업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78명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일찍이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조차 합계출산율이 1.3명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왜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을까?

경제성장 이외에 인구 정책의 실패가 하나의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족계획사업이란 이름으로 저출산을 장려하였다. 1970년대 정부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피임 시술의 무료 보급, 인공 임신 중절의 허용,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1980년대 들어와 전두환 군사정권은 예비군 훈련 중 정관 수술을 하면 잔여 훈련 시간을 면제해주고, 셋째 아이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하지 않고, 공무원의 경우에는 가족 수당도 주지 않는 폭압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다자녀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죄악시되었다. 심지어 1983년에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마지노선인 2.1명을 밑돌 게 되었는데도 1996년에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였다.
  
큰사진보기인왕산에 오른 시민들이 빌딩이 가득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2021.9.11
▲  인왕산에 오른 시민들이 빌딩이 가득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2021.9.11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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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공화국, 서울공화국의 폐해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저출산율은 단순히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도성장의 질이 좋지 않다. 정부의 불균형 성장 정책은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세계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을 가져왔고, 불평등도가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으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오른 주거비로 몸뚱이 하나 편하게 쉴 공간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학력 간, 직종 간,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하고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니, 부모들은 어떻게 하든 자식들을 대학으로 보내야 하고 그것도 좋은 대학으로 보내야 하니 엄청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결혼은 생각도 못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 없다. 자식을 낳아서 잘 기를 자신이 도저히 없는 부모들을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 없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고, 그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출산장려금과 양육 수당을 주고, 세금 혜택을 주고, 아동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출산 휴가를 확대하고, 공공주택 우선 분양권을 줄 테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엉터리 통계로 여론을 호도해서도 안 된다. 언론들이 지난 16년간 출산 정책에 280조 원을 사용했지만 합계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신생아 수는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으니 '백약이 무효다'라고 야단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80조 원 가운데 실제로 가족이나 출산과 관련된 예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중앙정부의 저출산 예산 43조 원 중에서 양육·보육·가족복지 등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은 약 14조 원으로 32.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부동산 관련 임대, 융자 사업이 25조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 외에 그린스마트스쿨 조성(낙후 지역 학교 리모델링 사업) 1조 8294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지원 1조 3천억 원,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3248억 원 등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저출산으로 입대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첨단무기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987억 원을 넣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인구정책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12.2%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31%)와 독일(25.9%)의 절반 이하이다. 특히 가족 관련 지출은 2018년 기준 1.2%로 프랑스(2.9%)와 독일(2.3%)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 이하이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공공사회복지 지출 그 가운데서 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예산을 늘린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다만 감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리모델링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사회학 교수 왕펑(Wang Feng)은 지난 1월 30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지난 시기 인구 증가 패닉이 잘못된 산아제한 정책을 가져왔듯이 출산율을 높이려는 헛된 노력은 여성을 출산 기구로 보는 위험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경고하였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혼하고 출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핵심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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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개편안’ 보완 지시에 신문들 “미세 조정으론 역부족”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3.15 07:46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대통령 근로시간 개편안 재검토 지시

동아 등 “69시간 부분 조정 가능성”…“청년 내세웠지만 청년마저 반대”

“일터 현실 반영 안하는 개편 돌아봐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주 69시간 근무제’ 도입 법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장시간 노동 확대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에 떠밀려 8일 만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하며 “MZ세대 의견을 청취하라”고 강조했다. 15일 다수 아침신문은 정부가 ‘최장 69시간 근로 방안’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여론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이날 전했다.

▲15일 아침신문

정부는 지난 6일 현재 주 최대 52시간으로 한정한 노동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연 단위로 푸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4주 평균 근무시간은 64시간으로 유지하라는 것인데, 주 7일로 일요일 근무를 합하면 주 80.5시간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와 청년이 주축인 8개 노조 연합체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정부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청년세대 내세웠지만…청년 포함 노동계 전체 반발, 구상 흔들려

▲15일 경향신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원점 재검토는 전혀 아니다”라고 하며 “노동개혁이 MZ세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당초 프레임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가 노동자들의 예외없는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는 “‘우군’이라고 여긴 청년 노동자까지 비판에 가세하며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는 ‘집중해 일하고 몰아서 쉰다’고 개편방안을 홍보했으나, 노동계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비현실적 방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15일 서울신문

경향신문은 1면 보도에 이어 3면을 관련 기사로 채웠다. “노동조건 개악안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게 영향을 미쳤다”며 “‘MZ세대’를 콕 집어 언급한 데는 그간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미래세대를 내세우고 청년세대 지원을 개혁 동력으로 삼으려 한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노동부는) 극단적 가정에 기초한 장시간 노동 시나리오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보고 있어 보완책은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최종 정부안이 미세조정 수준에 그칠 경우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국민일보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MZ세대 노조도 개편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자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여론을 받아들여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며 “주 최대 69시간 근로 방안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15일 국민일보

동아일보도 “주 7일 근무를 가정하면 1주일 최대 80.5시간을 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며 “주 최장 69시간 근로 부분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15일 동아일보

노동계와 야당은 주 69시간제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결국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은 다수의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제도임이 확인된 것”이라며 “노동시간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진정한 노동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지시는) 장시간 압축노동과 과로사를 조장하는 주 69시간제를 폐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를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들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분석 기사에서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부를 수 있는 일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개편방안을 설계해 보통 직장인들의 분노에 부딪혔다”며 “보완 지시를 계기로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문가 중심의 노동개혁 추진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개편방안은 대선 후보 시절 “주 120시간 바짝 일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대통령 뜻에서 출발해 전문가 위원회를 거쳐 확정됐는데, 당사자 노동자 의견을 소외하면서 직장인들이 이미 있는 연차 휴가도 쓸 수 없는 현실이나, 제도가 구현될 복잡한 노동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또 “휴가 사용의 어려움, 몰아치기 노동, 예측 불가능한 근무 스케줄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개편방안으로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정부 주장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국민일보는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유연화’라는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여 장시간 근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며 “(법안에는) 노조가 없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선 사측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어 사용자 재량권만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재검토 지시 배경으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고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개편을 추진했지만, 그 취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주 52시간제’가 ‘주 69시간제’로 바뀌는 것으로 잘못 인식됐다”는 대통령실 입장을 전했다. 같은 면 ‘팔면봉’에선 “일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푹 쉬자는 걸 ‘주 69시간’으로 설명하는 놀라운 재주”라며 장시간 노동에 대한 여론 반발을 조롱조로 풀이했다.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경향신문은 “호주 언론이 한국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메인 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고 전했다. 호주 ABC방송은 한국사회에서 용어로 굳어진 ‘과로사’를 발음 그대로 로마자로 옮긴 ‘kwarosa’로 표기하며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ABC에 따르면 호주의 주 최대 근무시간은 38시간이다.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합리적인 초과 근무’를 요구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이 초과 근무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신문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주 평균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는 과로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전공의 2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법이 제한하는 주 평균 근무 시간을 초과해 일한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현행 전공의법은 4주 평균 주 80시간 넘게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지만 주요 9개 과 전공의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80시간을 넘겼다. 필수의료 과목인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100시간을 넘겼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한국일보 ‘조선소 2등 시민, 이주노동자’ 기획 1면

한국일보는 1면 ‘일손 없어 불러놓고… 횡포에 멍든 코리안드림’ 기획기사로 차별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한국 조선소의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을 전했다. 베트남에서 온 후이 씨는 용접기술을 배우고 2021년 특정활동 비자(E-7)를 받아 한국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주말근무를 포함해 주 30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지만 E-7 노동자 최소 수준인 270만원을 받고, 허리를 다치고도 산재 처리는 받지 못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15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조선업 현장에선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E-7 용접공과 도장공의 연간 입국 인원 제한을 폐지하고 비전문취업 비자(E-9) 쿼터 한도를 대대적으로 늘리는 등 외국인력 도입을 대책으로 내놨다”고 했다. 한국은 “이미 조선소 하청업체에 이주노동자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며 “그러나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렵게 한국까지 온 이주노동자들을 조선소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조선업 호황의 그늘, 차별 받는 이주노동자’ 주제로 기획 보도를 이어간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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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황남 장연군서 지대지 탄도미사일 2발 발사..'실전 운용능력 강화' 암시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15 07:50
  •  
  •  댓글 0
 
북한이 14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4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4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서부전선의 중요 작전임무를 담당하고있는 조선인민군 미싸일부대에서 3월 14일 구분대교육을 위한 미싸일시범사격훈련을 진행하였다"고 하면서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발사된 미싸일은 611.4㎞ 떨어진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방진동 앞 목표섬 피도를 정밀타격하였다"고 밝혔다.

훈련에 참가한 군부대 산하 제11화력습격중대는 "지상대지상 전술탄도미싸일 2발을 중등사거리체제로 교육시범사격을 진행하였다"고 알렸다.

또 이날 '시범사격훈련'에는 군부대 산하 각 구분대 지휘관들과 전투원들이 참관했다고 덧붙였다. 

'중등사거리체제'는 탄도미사일의 말기 유도단계까지 세밀하게 원격 관측하기 위해 최대사거리에 못미치게 조절하여 발사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이용된 정황이 파악된다.

일차적으로는 전날 시작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 Freedom Shield)에 대항하는 성격이며, 산하 부대원들을 참관시킨 가운데 사거리를 줄여 정밀도를 높이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아 실전배치된 미사일의 운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전날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오늘(3.14) 07시 41분 경부터 07시 51분 경까지 북한이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격훈련에는 산하 부대원들을 참관시킨 가운데 사거리를 줄여 정밀도를 높이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아 실전배치된 미사일의 운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진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이용된 정황이 파악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번 시범사격훈련에는 산하 부대원들을 참관시킨 가운데 사거리를 줄여 정밀도를 높이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아 실전배치된 미사일의 운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진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이용된 정황이 파악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훈련에 참가한 군부대장은 "싸우면 적을 반드시 괴멸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당의 훈련혁명 방침을 높이 받들고 모든 화력습격중대들에 대한 훈련강도와 요구성을 더욱 높여 임의의 순간에 임의의 화력습격임무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철저히 갖추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F.S 시작을 하루 앞둔 12일 새벽 처음으로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수중발사훈련을 진행했다.

이에 국방부는 14일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로 FS 연습을 방해하려 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연습과 훈련을 정상적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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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긴급진화 나선 바이든,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14 10:09
  • 수정일
    2023/03/14 10: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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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고,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예금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장의 공포를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SVB 예금주는 자신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고, 보호 기준 이상의 예금주도 지급을 보증하겠다고 했다. 은행 규제 강화도 추진한다. 전임 정부에서 완화된 은행 규제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뱅크런 사태가 조기에 차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상화폐 주요 거래 은행이었던 실버게이트은행, SVB, 시그니처은행까지 최근 1주일 새 3개의 은행이 문을 닫으며 공포는 확산했다. 은행마다 어려움에 빠진 사정은 달랐지만 붕괴의 방아쇠는 예금주들의 뱅크런이었다. 주말사이 미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한 이유다.

전날 미 재무부는 SVB,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긴급 예금자 보호 조치를 내놨고, 연방준비제도는 SVB 파산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었던 자금조달 방안을 내놨다. 연준은 은행이 가진 미국 국채·기관채·주택담보부증권(MBS)을 담보로 저리 대출을 내주는 프로그램(BTFP_Bank Term Funding Program)을 발표했다. ‘유동성 경색 -> 자금조달 실패 -> 뱅크런 발생 -> 은행 파산’이라는 SVB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 증시 변동성 예측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은행주는 급락했다. 씨티그룹(-7.45%), 웰스파고(-7.13%), 뱅크오브아메리카(-5.81%), JP모건체이스(-1.80%) 등 초대형 은행 주가 급락했다. 파산설이 돌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1.83%가 폭락하며 시장의 버림을 받았다.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IT업계에 편중된 수익 구조, 국채 중심 투자 관행 등 SVB만의 특성이 파산을 만들어낸 이유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 정부의 중·소 은행 규제 실패, 고금리 시대의 지속이라는 보다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금융시장에서는 은행 및 금융시스템 어딘가에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 나왔다”며 “자산규모 기준 10위권 중반의 은행에서 예금 지불정지가 발생한 것에 대해 금융시장은 ‘파열음’의 전조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제공 : 뉴시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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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인정 않는 챗GPT, '검찰 대통령'에게 경고?

[강인규 리포트] 인공지능의 '막말 대잔치' 속에서 깨달은 교훈

23.03.14 04:55최종 업데이트 23.03.14 04:55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다시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퍼센트 중반에 근접했었습니다. 한길 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4-6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시민들 가운데 44.1%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던 것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작년 여름 이래 최고를 기록한 셈이었는데, 그조차 부정평가가 53.8%로 더 높은 데다,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4.3%에 달했습니다. 반면에 '아주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5%에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온전히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지율이 오르는 동안에도 정작 윤 대통령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거듭된 '막말 사태'와 이태원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도어 스테핑)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야당 대표의 검찰소환과 구속영장 청구, 여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등의 굵직한 이슈로 대통령의 존재감이 희석된 가운데 긍정평가가 상승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본 모습을 감춘다고 해서 시민들의 정서와 괴리된 윤대통령의 행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는 결국 납득할 수 없는 강제동원 보상안을 밀어붙였고, 지지율은 다시 30%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바닥에서 잠시 떴다 가라앉는 이 독특한 딜레마 상황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지켜본 대통령의 행적에 비춰 보면,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까지는 대통령 자신이 공개 여부와 폭을 결정했지만, 이 통제권은 점차 측근이나 당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뒤 물러나지만, 측근과 당에 남은 이들은 계속 살아남아야 하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내가 당신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후보 말실수를 바로 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해명이 당사자를 자극해 둘이 갈라서는 계기가 됐지만, '연기'와 '은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피하기 어려운 운명으로 남을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참모부터 기자들까지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호령하는 모습에서 약하디 약한 내면을 봅니다.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후배를 앉히는 것으로 모자라, 검찰총장, 법제처장, 법무부 차관, 공직기강비서관은 물론, 금융감독원장과 국민연금 상임전문위원까지 모조리 검사 출신에, 그들 중 상당수는 검찰에서 자신이 지휘했던 사람들을 앉히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불안감을 한층 더 자극한 것은 대통령이 된 과정 자체일 것입니다. 자신을 선택해 준 대통령을 '들이받고'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라는 위계조직 내에서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던 이들을 심어 놔야만 자신이 '들이받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참으로 얄궂은 게 사람들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챗지피티, 검찰 대통령의 한계를 말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 '챗지피티'가 화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과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언론간담회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챗지피티가 있으면 2주일 동안 밤을 안 새우고 하루만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두 주간 할 일을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시대인데, 왜 주당 노동시간은 52시간에서 최대 80.5시간으로 늘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윤 대통령의 제안이 제게 영감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챗지피티'의 성능평가 항목으로 윤석열 정부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기로 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앞의 기사에서도 다뤘습니다만(우스개 된 윤 대통령... 챗GPT가 그에게 남긴 4가지 주문, https://omn.kr/22ubc), 저는 개인적 관심사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물었고, 일부 답변은 꽤 쓸 만했습니다.

비록 챗지피티는 한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답하지 못했지만, 고통 받는 서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부와 더불어, 한국의 극단적 정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북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습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2021년 한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 대통령의 약점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잠재적 한계"에 대해 질문한 것이지요. 영어와 한국어로 물었는데, 챗지피티는 두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대한민국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검찰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인식의 편향일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최고지도자로서 검찰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해왔기 때문에, 검찰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검찰이 수사나 기소 등을 결정하는 경우, 대통령의 역할이나 입장이 검찰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대통령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 챗지피티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검찰 출신 대통령은 '정치적 인식의 편향', '검찰과의 이해 상충', '검찰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로 인한 중립성 논란'이 우려됩니다. 아울러 '국가 지도자로서의 경험 부족', '검찰총장과 대통령의 다른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 부족'의 문제도 언급합니다. ⓒ 강인규

 
"이해관계의 충돌 가능성"을 "이해관계가 높아질 가능성"이라고 어색하게 표현한 것을 제외하고는 꽤 훌륭합니다. '검찰이 수사나 기소를 결정할 때 대통령이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분은 현 상황에 대한 논평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답변에 저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한계는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경험 부족일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권한을 행사하는 직책이므로, 행정부나 국회, 정치권과의 상호작용 경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통령으로서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에 기반하여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챗지피티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로 "대통령 역할의 경험부족"을 말합니다. 검찰의 권한을 행사하던 과거 직책에 매몰돼,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인공지능은 "대통령의 역할과 검찰총장의 역할은 다르다"고 일갈하기까지 합니다. 계속해서 들어볼까요?

"마지막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검찰총장으로서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 차이로 인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희망에서 실망과 우려로

그동안 실망스럽던 챗지피티가 위의 답변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갖가지 오류 문제가 제기됐던 이 인공지능의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모른다는 알고리즘이 이처럼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 보기로 했고, 챗지피티가 가장 능숙해하는 영어로 질문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2021년 9월에 국한한 제 지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입니다. 문재인은 2017년 5월 10일에 19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 3월 13일 현재까지 챗지피티는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체로 답하지 못합니다. 며칠 전 물었을 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고 답했습니다. ⓒ 강인규

  
이 황당한 답변에 놀란 저는 "확실하냐"고 다시 물었고, 챗지피티는 자신의 답변이 잘못됐다며 "2022년에 재선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한국어로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영어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던 인공지능은 한국어로 더 기막힌 답변을 합니다.

"현재(2023년 3월 9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부겸 대통령님입니다."
 

▲ 챗지피티가 한국어로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김부겸'이라고 말합니다. ⓒ 강인규

 
대화형 인공지능이 긴 대화를 이어가다가 간혹 기괴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기초적인 질문에조차 오류로 점철된 답변을 내놓는 것은 챗지피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 줍니다. 이런 오류는 '일부의 사실'과 결합할 때 더욱 위험한 결과를 낳습니다.

저는 앞의 기사에서 한 유명 무용수에 대해 영어로 물었고, 챗지피티가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최근 한국어로 "아나스타샤 콜레고바에 대해 말해달라"고 주문했고, 아래의 답변을 얻었습니다.

"아나스타샤 콜레고바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로, 197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또한, 콜레고바는 1992년 러시아 국제 쇼팽 대회에서 제1위를 수상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챗지피티가 무용수에 대해 묻자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며, 허위로 가득한 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이 터무니 없는 오류는 챗지피티 등의 대화형 인공지능을 새로운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 강인규

 
챗지피티는 이제 콜레고바가 무용수가 아닌 피아니스트라고 합니다. '콜레고바'가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동명이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피아니스트'에 대한 설명이 독자께는 어떻게 들리나요?

챗지피티 주장과 달리,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러시아가 아닌 폴란드에서 열립니다. 무엇보다, 5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1992년에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입니다. 이는 앞으로 챗지피티가 그릇된 정보를 유포하는 '비정보의 온상'이 될 위험성을 보여 줍니다.

물론, 대화형 인공지능은 잘 이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한 사실을 묻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오히려 잘 아는 정보를 종합하는 용도에 적합해 보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오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챗지피티, 잘 아는 정보 종합용으로 써야

챗지피티는 새롭고 구체적 사실보다, 널리 쓰여 온 추상적인 개념을 더 잘 다룹니다. 예컨대 (종교적) '구원', (법적) '사면', (개인적) '용서'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꽤 흥미로운 답변을 들려줍니다. 제가 테스트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ideology)', 미셸 푸코의 '담론(discourse)', 롤랑 바르트의 '신화(myth)' 개념을 비교하라는 요구를 하자, 챗지피티는 상당히 수준 높은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더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말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 챗지피티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보다 이미 잘 아는 내용을 정리하거나 프로그래밍 용도로 쓰기에 더 적합합니다. ⓒ 강인규

 
저는 코딩 과제(자바스크립트)를 내는 것으로 챗지피티 성능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대한 답변이 설득력이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어 보시지요.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객관성 부재: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게 되면, 해당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검사의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잘못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인권 침해: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게 되면, 사건의 피고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검거에 필요한 법적 규제와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서 이러한 규제나 절차를 무시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과도한 권한 집중: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서, 수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과 책임이 검사에게 집중됩니다. 이는 검사의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고, 검사의 능력과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 생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에게 집중된 권한은 검사의 잘못된 판단이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챗지피티 테스트를 마치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엉터리 답변으로 저를 실망시켰던 인공지능이 질문에는 꽤 쓸 만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 강인규

 
덧붙여 챗지피티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검사와 수사기관 사이의 엄격한 분리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에서 살핀 대로, 챗지피티는 자주 터무니없는 답변을 내놓곤 합니다. 하지만 위의 답변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는 그 이유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이미 아는 내용'이어서라는 결론을 내린 뒤 컴퓨터를 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선 전화면접 11.0%·무선 ARS 89.0% 방식, 응답률 3.6%.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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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정치의 위기…‘한 표의 가치’ 동등해야

국회의원 선거제도, 이번엔 바꾸자!

입력 : 2023.03.13 21:09 수정 : 2023.03.13 23:08

① 선거제 개편, 왜 필요한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이 지난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범시민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권자전국회의 등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이 지난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범시민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권자전국회의 등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제도, 이번엔 바꾸자!] ‘승자독식’ 정치의 위기…‘한 표의 가치’ 동등해야

총선 앞두고 국회 논의 급물살
정당 득표율·의석수 균형 위해
비례성 확대·양당제 개혁 과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1박2일 워크숍 등 논의를 거듭해 2개 최종안을 추릴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말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4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결정하겠다고 벼른다.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 확대와 양당제 폐해 극복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어렵게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범으로 빛이 바랜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비례대표 확대, 지역주의 완화 등 개혁과제를 담아낼 선거제 개편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의석 비율을 독과점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의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제도로 인한 정치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필요도 제기된다.

여기에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대표성 확보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2020년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꼼수’로 지적받은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편은 필수적이다. 이대로 두면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비례성 확대의 긍정적인 사례는 많다. 2004년 정당명부 투표 도입으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기존 정치판을 흔들고 무상급식 등 진보 의제를 이끌었다. 뉴질랜드는 1993년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바꾼 후 마오리족 등 소수인종 대표성이 증가했다. 1993년 21%였던 여성 의원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60명) 처음으로 남성 의원(59명) 수를 넘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독일처럼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높은 나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로 흡수해 복지국가로 성장하기에 유리했다는 정치학자들의 분석도 많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국회 선거제도 토론회 발제에서 “트위터에서 상대 정당을 리트윗하는 비율로 국가별 정치 양극화 정도를 조사하니,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제·양당제 국가에서 양극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 의석 비율이 소선거구제인 영국 의회보다 비례제를 적용한 유럽연합(EU) 의회(영국은 현재 탈퇴)에서 크게 높았다”며 “비례제가 진보에만 유리하지 않다. (이념과 관계없이) 다당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권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 2020년 시도한 준연동형 비례제는 끝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위성정당 사태로 이어졌다.
 ‘위성정당 편법’ 싹 자르고…‘지역소멸 대응’ 묘책도 찾아야 위성정당 등장으로 비례성 위축…정치의 다양화 위해 개선 시급 “양당제·소선거구제 국가선 정치 양극화 더 강해”…머리 맞대야

영남대 홍은주·박영환·정준표씨가 현대정치연구 2021년 봄호에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의당은 5석이 아닌 12석, 국민의당은 3석이 아닌 8석, 열린민주당은 3석이 아닌 6석을 얻을 수 있었다. 위성정당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비례성이 확대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 의장은 최근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받아 3가지 선거제 개편 대안을 제시했다.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50석을 늘려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안,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늘려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는 안(위성정당 출현 방지 방안 필요), 인구밀집 지역을 중대선거구로 바꾸면서 지역구를 줄이고 줄어든 만큼 비례 의석을 늘려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선거제도와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맞물리면서 정치가 극한대립을 되풀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승자독식인 현재의 선거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론과 의원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딜레마다. 예를 들어 비례성을 높이려면 비례대표 확대가 필요한데 국민 다수는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한다. 그렇다고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하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결국 비례성 확대를 위해선 여론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국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만명보다 훨씬 많다. 의원 수가 늘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는 상·하원을 합친 의원 수가 925명, 영국은 1450명이다. 국회에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들의 총세비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비례성 확대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문제는 제도마다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데 있어 굉장히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성도 보강돼야 한다”며 “정말로 대표성 있는 후보들이 나온다면 의원 정수 확대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원 정수 확대는 결국 국민적 신뢰의 문제”라며 “세비 동결, 보좌진 숫자 축소, 의원 출석률에 따른 페널티 강화, 정당 보조금 삭감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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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 첫 인사 친윤 일색에 ‘연포탕 어디갔나’ 비판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03.14 07:55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부 해법 거부, 조선일보는 지면에 게재 안 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3명이 13일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 한겨레는 유일하게 1면 머리기사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식을 다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 ‘제3자 변제’ 공식 거부> 기사에서 한겨레는 “그러나 대리인단과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재단에 전달한 내용증명에서, 피해 당사자 동의 없이는 제3자가 채권을 변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법 제469조 1항에서는 제3자의 채무 변제가 가능하지만,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3월14일자 주요 신문 1면

경향신문은 3면 <생존 피해자 3명, ‘3자 변제’ 공식 거부...“정부, 접촉 멈춰라”> 기사에서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외교부가 6일 해법을 발표하기 전에도 피해자들에게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했다”면서 “변제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계속 만나겠다는 건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피해자에 대해 접촉을 시도하거나 무례한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4면에 한덕수 국무총리 인터뷰 <“징용해법 성급? 오히려 늦어...미래세대, 과거사 얽매여선 안돼”>를 통해 한 총리가 피해자가 원할 때 만나겠다고 강조한 대목을 전했다. 한 총리는 동아일보에서 “현안(강제징용 문제) 때문에 한일 양국이 전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의 발전이 가로막혀선 안 된다”며 “(전문가들은) 제3자 변제가 대법원 판결의 기본 취지와 부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면서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일본의 1차적인 반응은 사과 문제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일본 정부의) 전체적인 입장을 다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대로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3월14일자 한겨레 기사

서울신문 사설 <韓 ‘강제동원’ 결단에 日 성의 있는 자세로 화답해야>의 경우 “한미일 협력의 한 축(軸)이자 수혜자인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목전을 두고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성을 보여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배상보다 ‘사과와 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일본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향후 일본 태도에 중점을 뒀다.

조선일보는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의 <한일 협력 강화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시대적 요구> 칼럼만이 확인된다.

김기현 ‘친윤’ 인사에 ‘연포탕 어디 갔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주요 당식 인선이 ‘친윤’ 일색이라 비판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약속했던 이른바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성민 의원, 조직부총장에 배현진 의원, 수석 대변인에 유상범 의원과 강민국 의원을 임명했다. 원외 대변인은 김예령 전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택위원회 대변인과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김민수 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이 맡게 됐다.

한겨레는 1면에 <말잔치로 끝난 김기현 ‘연포탕’> 기사를 통해 “ 검사 출신인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초선 그룹 내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며, 윤희석·김예령 대변인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 선대위 대변인 출신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강민국 수석대변인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도왔던 김민수 대변인도 친윤계와 가깝게 분류된다. 김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강대식 의원을 임명했다. 강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됐었지만, 지난 1월 나경원 전 의원을 공격하는 초선 의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며 친윤계로 자리매김했다”고 지적했다.

▲3월14일자 조선일보 기사

경향신문은 5면 <역시나 친윤 일색, 총선 공천라인 장악> 기사에서 “김 대표 체제 첫 인사의 특징은 ‘친윤 전면 배치’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장에도 친윤계 박수영 의원이 내정되는 등 공천과 관련한 실권을 갖는 자리는 친윤계가 모조리 차지했다”며 “당 요직까지 친윤계 일색으로 채워지면서 여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국민일보 사설 <친윤 일색 국민의힘 인사, 통합도 없고 감동도 없다>은 “임 최고위원들도 이준석 전 대표 계열 ‘천아용인’ 후보들을 ‘훌리건’ 등의 표현을 쓰며 비판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분란을 일으켰다”며 “당내 경선이 끝나면 빈말이라도 통합을 얘기하는 게 정치권의 모습인데, 국민의힘은 통합 대신 분열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연·포·탕’ 인사 한다며 친윤·영남 대거 기용한 김기현>, 한국일보 <여당 집행부도 친윤 일색…김기현, 연포탕 노력을> 등도 사설을 통해 이번 인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5면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의 13일 용산 대통령실 만찬을 머리기사로 올렸다. 조선일보는 <尹대통령 “노동개혁에 당이 역할해 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노동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당이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노동개혁 문제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5면 <당정 첫만남 “원팀 돼 노동개혁”…김기현, 尹에 정기회동 건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당에서 여론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잘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다만 동아일보도 사설 <與 핵심 당직 친윤 일색…‘연포탕’은 全大용 공수표였나>에서 “이번 전대에선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이 막판까지 쟁점이 됐다. 김 대표와 다른 경쟁 후보 간 친윤 대 비윤·반윤 구도도 선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핵심 당직마저 친윤 일색으로 채워지면 여당은 윤심(尹心)에 포위됐다는 우려만 커질 뿐이다. 여당은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더 폭넓게 민심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공고] 미디어오늘 사장 후보자를 공모합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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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북,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3.14 08:10
  •  
  •  수정 2023.03.14 08:15
  •  
  •  댓글 0
 

북한이 14일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혔다.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 세부 제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전날 시작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에 대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도발 책동이 각일각 엄중한 위험계선으로 치닫고 있는 현정세에 대처하여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토의결정되였다”고 알린 바 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략순항미싸일 수중발사훈련이 3월 12일 새벽에 진행되였다”며,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동해 경포만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싸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합참도 “우리 군은 어제(3.12. 일) 아침 북한 신포 인근 해상 北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하였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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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2시간 연속 근무’ 나흘째 숨지다…야근 뒤 당직만 3차례

 
서울 고층빌딩 경비직 팀장…49살에 급성심근경색
유가족 “생전 사람 부족해 고민”…사쪽은 ‘병사’ 주장
나흘에 걸쳐 62시간 근무하다 숨진 경비노동자의 유가족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속 당직근무일이 표시된 숨진 노동자의 근무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흘에 걸쳐 62시간 근무하다 숨진 경비노동자의 유가족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속 당직근무일이 표시된 숨진 노동자의 근무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한복판 고층 빌딩에서 나흘 동안 퇴근하지 못하고 62시간 연속으로 일한 경비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라며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장 노동자 실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집중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아침 7시10분께 서울 종로구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그룹 본관) 지하 사무실에서 빌딩 관리업체 소속 보안팀장인 이민우(49)씨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이날 새벽 6시34분 “아침 출근 때 소화제 있으신 분 가져다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온 보안대원 ㄱ씨가 그를 발견했다. ㄱ씨는 119 구급차를 불러 빌딩에서 600m 떨어진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씨를 옮겼지만, 두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8시9분 그는 숨을 거뒀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타살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유가족은 지병이 없던 고인이 ‘급작스러운 과로’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이 제공한 근무표를 보면, 이씨는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야간근무를 시작해 9일 새벽 4시까지 닷새에 걸쳐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야 했고, 휴일 없이 10일도 출근하도록 돼 있다. 6~8일에 적힌 ‘당’은 24시간 일하는 당직을 뜻한다. 결국 이씨는 출근 나흘 동안 약 62시간(8시간+24시간+24시간+6시간)을 일한 뒤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이 업체에서 일한 이씨는 팀장이었기 때문에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보안대원들의 퇴사로 결원이 생기자 이를 메우려고 무리하게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일 이 빌딩에서 만난 보안 직원도 “팀원 2~3명가량이 부족해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팀장님이 근무했다”고 증언했다.

 

나흘에 걸쳐 62시간 근무하다 숨진 경비노동자의 유가족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속 당직근무일이 표시된 숨진 노동자의 근무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흘에 걸쳐 62시간 근무하다 숨진 경비노동자의 유가족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속 당직근무일이 표시된 숨진 노동자의 근무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내 양애리(50)씨와 딸 이아무개(15)양은 “(고인이) 2월 초중반부터 회사에 사람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했다”며 “3월부터는 ‘집에 들어오더라도 잠만 잘 거니까 깨우지 말라’, ‘사람이 구해질 때까지는 회사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이불을 들고 나가며 ‘9일 새벽 4시30분에 들어올 테니까 문을 잠그지 말라’고 한 게 아빠의 마지막 말이었다”며 “지난해 11월 아빠가 사무실에 소파가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그곳에서 자면서 근무했던 것 같다”고 했다.

 

관리업체는 이씨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닌 ‘병사’라며, 유족에겐 산재 인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 1억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씨는 “회사 쪽은 남편이 ‘자발적으로 근무’한 것이라고 하지만, 인원이 부족한데 팀장으로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는 “제가 병으로 일하지 못하자 생계를 위해 (남편이) 그렇게 일을 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 회사 쪽 관리소장은 이날 <한겨레>에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비·보안 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방안’에서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건강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방안은 ‘연구 과제’로 남겨둬 미흡한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씨 같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은 한 주 64시간만 넘지 않으면 퇴근과 출근 사이 연속 11시간 휴식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일반 노동자도 나흘 연속으로 62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나흘간 연속 근무했다면 젊고 지병이 없는 사람도 급작스러운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과로사”라며 “정부 추진안에 따라 근로시간이 연장된다면, 일반 노동자도 과로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곧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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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제동원 해법, 대법원 판결 무력화하는 참사”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3.13 07:45
  •  
  •  댓글 0
  •  
  • 윤 정부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 두고 ‘미래지향적’ 긍정 평가한 보수언론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에 국내 금융 시장 타격 우려한 언론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선정성 논란, ‘OTT 저널리즘 논의 필요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부 등이 변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 말했다. 이번 조치가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정신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등이 대선 때 외교정책이었다며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을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로도 제작해 공개했다. 

    13일 진보 언론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의 불법성을 외면한 ‘해법’을 제시하자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실었다. 반면, 보수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하면 일본에 있는 재일교포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싣고, 이번 해법을 ‘미래지향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13일 아침신문 1면.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소녀상 철거”·수요시위 방해…곳곳서 ‘역사 지우기’ 시도>에서 사회 곳곳에서 일제강점기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역사적 건물을 철거하는 등 퇴행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외치며 ‘이제 그럴 만한 국력이 됐다’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일 메시지가 일으킨 파장이 여러 현장에서는 ‘역사 지우기’를 가속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위안부 성노예제 피해자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하자는 주장과 수요시위에 대한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기사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지난 7일 세종시 세종호수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소녀상은 그릇된 역사인식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투영된 증오의 상징물’이라며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3·1절 전후로는 소녀상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메시지와 조치들이 강제동원과 위안부 성노예제를 부정하는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일부 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한겨레는 4면 제목을 ‘강제동원 ‘굴욕’ 해법’으로 정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기고문에서 “정부 해법은 식민지배 불법성을 전제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참사다”라며 “우리 사법부가 저지른 국제법 위반 상태를 우리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일본 정부가 강요한 프레임을 그대로 따랐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우리가 잘못해서 망했다는 인식은 3·1절 기념사에 그대로 드러났다”며 “사실관계가 맞지 않을뿐더러 매우 정략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정서로 한일관계를 망친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반조국 정서’에 올라타 한일관계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누가 정치를 대일 외교에 이용하는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4면 갈무리.

    사설에서는 “윤 정부가 6일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을 내놓은 뒤, 일본 정부의 ‘성의’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참담한 모습”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이번 ‘해법’을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국익’을 얻는단 말인가. 오히려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명분으로 미-일 방위체계의 하위주체로 한국이 편입돼 국제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한국서 돌던지면 일본인 대신 우리 동포가 맞는다”>에서 재일대한민국민단의 여건이 단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여건이 단장은 “한국에서 일본 욕을 하고 반대한다고 말하면 기분이 후련하겠지만, 그 피해는 누가 받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라며 “현해탄 건너편에서 던진 돌은 일본인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재일교포들이 맞는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기사는 “우리 정부가 최근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 배상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뒤, 한국 내에서 반일(反日) 여론이 다시 일고, 일본에서도 맞대응으로 혐한(嫌韓) 분위기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건이 단장은 “일본은 서로의 잘잘못은 물에 흘려보내는 문화”라며 “전쟁에서 서로 죽이던 관계라도, 사죄할 때 한 번 받아들이면 모든 걸 흘려보내고 재차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문화가 세계에서도 통용된다고 믿는 일본인들로선 식민지 시대 사과했는데도 한국이 왜 ‘물에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 사죄를 요구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고도 말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최훈 주필은 <최훈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중도 온건 성향인 기시다 총리 때 풀고 가는 게 낫고, 그 시기는 지금이라는 게 현실적 판단이었다”고 했다. 최훈 주필은 “양국 모두 차분히 큰 성과로 키워가려는 미래지향, 대승적 안목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큰 방향 물꼬의 주역을 자임한 윤 대통령 역시 성과를 위해선 야당을 포함한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옳다. 성공하는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설득’”이라고 했다. 과거사에 대한 굴욕적인 조치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한 칼럼이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에 국내 금융 시장 타격 우려한 언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글로벌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했다. 13일 아침신문들은 1면에 해당 소식을 전하며 국내 금융 시장이 받을 타격을 우려해 대응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한국경제신문은 1면 기사에서 “총자산 2000억달러가 넘는 대형 은행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스타트업 업계에 돈줄이 마르고 제2의 금융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SVB 사태로 국민연금도 손실을 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SVB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 지분 10만795주(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267달러 선이던 SVB파이낸셜그룹 주가는 파산 소식이 전해진 9일 106.04 달러로 폭락했다. 이후로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 한국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이번 사태가 스타트업 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파가 된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는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이어져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SVB 붕괴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신축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환율, 자본 유출입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금융사 수익성 악화 등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정부도 수출 활력을 높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환율 맷집을 키우고,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제어해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경제도 사설에서 “SVB의 파산은 잠재돼 있던 고금리의 충격파가 미국을 진원지로 삼아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며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개인의 대출금 상환 압박을 가중시키는 수준을 넘어 금융 부실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SVB의 파산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줄도산하면 리스크는 금융권에 전이될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실업 사태까지 발생하면 미국의 경기 호황도 끝나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 수 있다”며 “경제·금융 수장들은 12일 간담회를 열어 SVB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 시장의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우리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 서울경제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해외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쉽게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최근 1년간 금리 인상 이후 금융환경 변화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불안 요소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SVB 폐쇄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인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선정성 논란, ‘OTT 저널리즘 논의 필요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선정적 연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적용해야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는 <양성희의 시시각각> 칼럼에서 “프로그램의 사회적 파장, 성과와 무관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 태도는 논란거리”라며 “이 프로를 다 보고 나서도 정작 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사이비 종교가 활개 치는지, 그걸 용인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무엇인지, 교주의 성폭력을 신과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스라이팅(세뇌)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 본질적 질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건 어찌 봐야 할까. 피해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제작진은 참혹한 피해의 전시·재연을 넘어 피해자 보호에 더 방점을 찍어야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이걸 선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선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맥락이 제거된 채 자극적으로 소비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게 연출자의 윤리적 태도가 아닐까”라며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당한 피해자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던데, 그것이야말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 다큐가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OTT 저널리즘’에 주목했다. 20면 기사 <‘OTT 다큐’ 상업주의 논란…“심의 사각지대 해법 찾아야”>는 “이 시리즈는 정씨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의 실제 음성이 담긴 녹취록과 피해자의 증언·영상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비록 ‘나는 신이다’ 시리즈가 유료 이용자 대상의 ‘19금’(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이지만, 지상파 방송사 등 대다수 언론이 지양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피해 사실에 대한 전시’까지 허용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건 피해자·관련자의 피해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현실도 지적했다. 기사는 “당장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언론사가 아니기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지상파 방송사 프로듀서가 소속사 아카이브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라 하더라도 오티티에서 공개하면 방송법에 따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며 “국회와 몇몇 미디어 전문가는 오티티 산업 진흥을 위해 ‘최소 규제’의 원칙은 유지하더라도,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생기는 피해구제 및 심의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 자율규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기사에서 “정부가 사후 규제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 내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콘텐츠를 평가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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