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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주을에서 봄이 옵니다

전주에 부는 민주당 비토 바람, 어딜 가나 진보당…유권자 새로운 요구에 부응, 헌신적 선거운동에 호응

 

진보당 강성희 지지율 25.9%, 오차 범위 접전.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지 후보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22일 공표됐다. 눈을 의심했다. 조사가 잘못됐나 싶었다. 진보당은 정당 지지율에 잘 잡히지 않는다. 지지율 1% 내외, 늘 ‘기타 정당’으로 묶여 있던 정당이다. 그런 정당 후보가 25.9%라니.

2위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다. 지지율은 21.3%. 임 후보는 무소속이라고 쓰고 민주당이라 읽는다. DJ시절 청와대 행정관부터 완주 군수 역임까지 그의 가슴팍엔 늘 민주당 기호가 박혀 있었다. 그런데 2위였다. 그것도 전북 전주에서.

이전 여론조사표를 뒤졌다. 올 들어 진행된 여론조사는 모두 세 번이었다. 2월 12일(1차), 2월 26일(2차), 그리고 3월 22일 전주MBC 여론조사(3차)까지, 40일간 세 차례 조사가 공표됐다.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흐름이라고들 한다. 절대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뜻이다. 오차범위 내라면 더 그렇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지지율은 9.4%(1차), 15.5%(2차), 25.9%(3차)로 나왔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28.2%(1차), 30.0%(2차), 21.3%(3차)였다. 흐름은 강성희 후보 상승, 임정엽 후보 약보합 혹은 하락이라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모르는 금융위기가 전주에서만 터진 것일까. 지난 40일간 일어난 일이 궁금했다. 일개 경제부 기자가, 민심 르포를 하겠다며 주말 출장에 나선 이유다. (여론조사 자세한 정보는 기사 하단 참조)
 

2023 재선거 전주시을 후보 지지율 추이_2월 12일, 백경오 의뢰, 조사기관-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 2월 26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조원씨앤아이, 3월 22일 전주MBC 의뢰, 조사기관-리얼미터, 3월 26일 민중의소리 의뢰, 조사기관-STI ⓒ민중의소리

 

전주을 최고 득표율 1.03%, 1위 후보의 미스터리

전주을. 전주시 완산구 19개 동 중 9개 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이라 불리는 서신동(롯데백화점 전주점이 서신동에 있다)부터 1·2층 단독주택·저층 빌라와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반반 섞인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에 속한다. 8만8천세대, 19만7천명이 산다.

지난해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에서 전주을은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후보가 75%,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선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었다. 2015년 6대 지선은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고,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최근 다섯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네 번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딱 한 번,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됐다. 당시 2위인 민주당 최형재 후보와 표 차는 111표였다.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전주시장은 민주당 외 다른 당이 당선된 적 없다. 현재 전주시의회 의원 35명 중, 30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나머지 무소속 3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각각 1인씩이다. 투표 결과를 아무리 뒤져도, 당선은 물론, 득표 상위 1~3위에 이름을 올린 진보당 후보(전신인 민중당, 통합진보당 포함)는 없었다.

진보당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에서 총투표수 9만4천여 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11만6천여표 중 55표를 받았다. 당시 허경영 후보는 629표를 받았다. 9개월 전인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천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였다.

개표 기록을 확인할수록 ‘진보당 강성희 지지율 25.9%’는 점점 더 미스터리했다. 
 

2023년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을 지역에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텃밭의 본심을 만나다

지난주 토요일(25일) 오전 10시 35분,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렸다. 민심 취재에 택시는 국룰, ‘누가 될 것 같아요’ 질문 하나에 십중팔구 일장 연설을 해준다. 주말 오후, 사람이 많이 모일 것 같은 서부신시가지로 이동했다. 10분 정도 걸릴 터, 기사님께 물어봤다.

“나라가 이 꼴인데, 누가 거서그(거시기란 말 같은데 거서그로 들렸다) 되던 관심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라가 어떤데 그러냐”고 했더니 “옆에 있었으면 귀쌰대기를 한대 올릴 것”이라고 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외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취지의 말을 기사로 옮기기 부적절한 욕설과 함께 쏟아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언급하며 “그 XX는 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친다”고 말했다. 비속어가 불쾌하긴커녕 정겨웠고, 솔직히 속이 시원해졌다. 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민주당은 어떠냐”고 물으니 “그놈들이야말로 00 같은 XX들”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민주당에 179석을 몰아줬으면 뭐라도 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지 칼잡이한테 정권을 뺏겼다“는 게 그 이유다. 기사님 열변은 이어졌고 결국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엔 답을 듣지 못하고 서부신시가지에 도착했다.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20~30대 청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장 한편에서 혼자 ‘트렌드2023’을 읽고 있던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트렌드2023’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경제전망 서적이다. 투자자들이 즐겨 읽는다. 

20대인 줄 알았는데, 올해 서른한살이었다. 발전소를 정비하는 박현우씨였다. 박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주는 민주당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아버지 세대 이야기”라고 했다. 전주 개발사업이 “말 만 많고 실제 추진은 더디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만금, 옛 대한방직 터, 전주종합경기장 등 전주시 각종 개발사업은 인허가와 의견 대립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지만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한 건 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집값이나 올려놓고…”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국힘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비밀투표인데 그런 걸 왜 묻나”라고 정색했다. 머쓱했다.

전주 경기 침체에 대한 박탈감은 중·장년층이 더 커 보였다. 현대자동차 남전주대리점 딜러 엄지훈(44)씨를 만났다. 엄씨는 전주에서 나고 자라 수입차 딜러를 거쳐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한다. 18년 차다. 완산구 S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 반에 42명 있었는데, 지금 전주에 남은 친구는 열대여섯 명뿐이라고 했다. 잘 돼서 서울로 간 친구도 있지만, 잘 되기 위해, 먹고 살려고 고향을 떠난 친구가 더 많다. 그는 “자리가 없다. 몇몇이 살 구실을 찾으면, 나머지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엄지훈씨나 박현우씨의 박탈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주가 있는 전라북도는 전국 18개 시도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늘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2021년 전북 GRDP는 50조원 규모로 서울(432조원)의 1/8, 경남(104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남(77조원) 보다 27조원 적다. 지난 10년 GRDP 성장률을 보면 1위인 경기도가 43% 성장할 때 전북은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방이 잘살게 되는 동안, 전북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1인당 지역총소득은 3,115만원으로 전국 18개 시도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다. 1위인 울산광역시 5,93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2021년 기준)

엄지훈씨는 2016년 총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딱 한 번, 민주당 이외에 정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그때다. 당시 정운천 후보를 찍었다. ‘민주당으론 안된다’는 생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당이 뭘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주와 전북 경기 침체가 모두 민주당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의 숙명 아닐까. ‘수십년 믿고 찍어 줬는데…’라는 유권자 박탈감은 예상보다 커 보였다.

어김없이 “이번 투표에 누굴 찍을 건가”라고 물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이름이 튀어나왔다. 민주당은 싫고, 국힘은 더 싫다. 메기 효과라고 했다. 엄씨는 “국회의원 한 석으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진보당이 열심히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전주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고 덧붙였다. 
 

어딜 가나 진보당

“어딜 가나 진보당”이란 엄씨 말은 사실이었다. 전주을 곳곳에 진보당 운동원이 있었다.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에서 진보당 운동원과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힌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늘색 색 점퍼를 입은 사람, 그냥 사복입은 사람이 함께 있었다. 선거법상 허용된 등록 선거원은 기호와 정당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을 수 있었다. 후보 지지도 호소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는 같은 색 점퍼를 입을 수 있지만, 준비한 점퍼보다 자원봉사자 수가 월등히 많아 사복을 입는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원봉사자는 후보 지지 대신 사전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완산구 효자동1가 전주탑마트 앞에서 만난 사복 차림의 자원봉사자 손에는 ‘투표하세요’라고 적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종이 박스를 찢어 위에 하얀 도화지를 입히고 그 위에 손글씨로 썼다. 광주에서 왔다는 그는 장을 보고 나가는 시민과 함께 걸으며 “사전 투표는 31일, 1일 이고요, 본투표 5일이에요, 꼭 투표하세요”라고 말했다. 70대 할머니는 “잉, 잉, 알어, 안당께”라고 했다. 기호와 정당명이 없는 푸른색 점퍼를 입은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쇼핑을 마친 시민의 손에서 카트를 받아 제자리에 반납하길 반복했다.

가만히 몇분을 지켜봤다.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우두커니 서서, 영혼이 약간 없어 보이는 인사를 수백번 반복하는 것이 그간 내가 봐온 선거운동원 아니었나. 두 사람은 뭔가 달랐다. 카트를 받아 대신 반납하고, 나가는 사람마다 함께 걸으며 투표를 호소했다. 적극적이었고, 때론 헌신적으로까지 보였다.

전주탑마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만경강 지류 중 하나인 삼천이 나온다. 완주군 구이면을 지나 전주시 완산구를 관통하고, 덕진구에서 전주천을 만나 만경강으로 흐르는, 그냥 동네 하천이다. 하천 주변엔 반쯤 벌어진 벚꽃이 봄을 알렸다. 수변엔 산책로가 나 있다.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더니 산책로에도 선거운동원이 있었다.

높이 1.5m 정도 되는 사람 모양의 하늘색 풍선 인형에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혔다. 175cm 쯤 돼 보이는 선거운동원이 인형을 매니 높이가 3m는 돼 보였다. 풍선 인형 양팔에 1m짜리 막대기를 달아 팔을 움직인다.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연신 팔을 흔들며 인사하고, 때론 악수를 청한다. ‘풍선 강성희’의 악수 요청에 시민들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어르신들에겐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인사를 받고 지나가던 김난희(72)씨가 선거운동원에게 말을 건다. 후보 때문에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 아들 이름이 강성희인데, 뉴스에서 강성희가 여론조사 1등을 했다고 하니 “서울 친구가 축하 전화를 했다”며 웃었다. 김씨에게 “진보당 사람들이 자주 보이냐”고 물었다. 그는 “저 사람들 정치는 모르겠는데, 청소는 참 열심히 한다”고 했다. 강성희 후보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천변에 나와 쓰레기를 줍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덕분에 산책로가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 진보당


진보당은 지난 1월 전주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주을 재선거에 당력을 집중하자고 의결한 바 있다. 이후 매일 100여명의 당원이 전주를 찾아 정당연설회, 청소, 서명운동 등을 했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주말엔 1천명 이상 당원이 강성희 후보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평화동 3가에 가면 성진여객 차고지가 있다. 새벽 5시 첫차부터 운동원이 인사를 나간다. 출근길, 점심시간 식당 앞, 식사 후 커피숍, 퇴근 후 마트에서, 저녁 산책길까지, 전주 시민들은 항상 진보당과 강성희 후보를 만난다”고 했다.

열정과 진심으로만 되는 건 없다. 실력을 입증해야 선택받는다. 유권자 요구를 대변하는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내야 정치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쯤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은행은 예금 이자를 낮게 주고 자금을 끌어왔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받고 내줬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압박을 느낀 정부는 은행 예대 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했다. 공시 결과, 전주에 본사를 둔 전북은행이 압도적 1위였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1%대였는데, 전북은행은 5%에 육박했다. 진보당 전북도당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하’ 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금리인하운동본부장이 강성희 후보였다. [인터뷰] 강성희 “당장 절실한 민생 대책은 대출금리 인하”

캠프 관계자는 “금리인하 운동은 전주 시민들, 특히 고금리에 시달리던 상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보당은 이슈 대응에 집중했다. 가스비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 검찰의 야당 표적 수사, 50억 클럽 뇌물 무죄, 최근 일본과 굴욕 외교까지 굵직한 이슈마다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어필했다. 10년째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유미란(56)씨는 “진보당 현수막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전권희 진보당 전북도당 정책위원장은 “‘이대론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전주 시민들의 의지가 진보당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는 구도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무공천을 선언했고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 없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후보자는 국민의힘 김경민(기호2), 진보당 강성희(기호4), 무소속 임정엽(기호5), 무소속 김광종(기호6), 무소속 안해욱(기호7), 무소속 김호서(기호8) 등 모두 6명이다.

강성희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후보는 임정엽 전 완주군수다. 임 후보는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쌓은 중앙정치 경험, 재선 완주군수로 재직하며 다진 지방행정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진보당 후보가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임정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 비전에 대한 기획력, 실천력을 전주 시민들에게 꾸준히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중앙당이 무공천을 결정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에게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민주당은 ‘탈당 후 출마한 후보에게 복당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캠프 생각은 다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선으로 전주 민심이 확인된다면, 중앙당에도 인식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정엽 후보측은 “여전히 대세”라 했지만, 지난 TV토론회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두고 임정엽·김호서 전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협공이 이어졌다. 1위 후보를 견재하는 2,3위 후보의 전형이었다. 임 후보는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옳다는 것이냐. 잘못됐다는 것이냐. 똑바로 대답하라”고 쏘아붙였고 김 후보는 “노조 시절 범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강성희 후보는 “북한을 적대시하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고 했고 “내가 십수년 일한 공장에 들어가 파업한 걸 사측이 주거침입이라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중의소리와 만난 강성희 후보는 “궁지에 몰리면 색깔론 꺼내고, 반노조로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강성희 당선이 유력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을 빨갱이로 몰려 핍박받았던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정당계 후보가 이렇게 나오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인 결과다. 전주가 정치개혁 1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봄이 온다

이튿날(26일 일요일) 아침 9시, 완산구 효자동 2가에 있는 강성희 후보 선본 사무실을 찾았다. 7층짜리 신축 상가 건물 3층에 사무실이 있다. 건물 출입구부터 계단, 엘리베이터까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50평쯤 되어 보이는 사무실 안은 발 디딜 틈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진보당 당원들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주말을 맞아 1,200명이 자원봉사를 왔다”고 했다. 전주을 내에 더 배치할 곳이 없어 전주갑 지역인 한옥마을까지 청소 자원봉사를 보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벌써 몇주째 일요일 아침마다 반복된 일이다. 일당 20만원씩만 잡아도 매주 2억4천만원이다. 지역 정가에선 “정부가 돈을 대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무엇이 이들을 전주로 모이게 한 것일까. 이들은 왜 이토록 성실하고 헌신적인가.
 

지난 2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진보당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진보당원들이 모여 있다. ⓒ민중의소리


10년 전 일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이 탄생했다.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 이후 갈라졌던 여러 진보 세력과 일부 민주당 개혁 세력이 의기투합했다. 2012년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3명을 배출했다. 진보정당 최고 의석이었다. 창당 1년 만에 내홍으로 분당됐다. 이듬해엔 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으로 누명을 쓴 채 해산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진보정당이 3년 만에 분해됐다. 차마 글로 쓸 엄두가 나지 않는, 모진 세월이다. 일요일 아침 전주로 모여든 진보당 당원 대부분이 겪었을 지난 10년이다.

여야가 번갈아 집권했다. 정권교체 운운하지만 그사이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열망은 있었으나 선택지는 없었다. 진보당은 그 선택지가 되고 싶었을 것 같다.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한 희망, 그 희망이 매주 이들을 전주로 부르는 것 아닐까. 

이날 저녁, 민중의소리 의뢰로 진행된 또 다른 여론조사(4차)가 공표됐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29.1%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보다 4.8%p 올랐다. 희망은 그만큼 더 커졌을까.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자원봉사자들이 배정받은 곳으로 떠나고, 벽면을 가득 채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강성희 후보 뒤에 분홍 글씨로 적혔다. 

‘봄이 온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걸려 있는 대형 홍보 플래카드 ⓒ민중의소리

 

여론조사 정보

조사 1차)
의뢰자 : 백경오
조사기관 : 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기간 : 2월 10~1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1003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 1.9%

조사 2차)
의뢰자 :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 : 조원씨앤아이
조사기간 : 2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29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6%포인트
응답률 : 6.8%

조사 3차)
의뢰자 : 전주MBC
조사기관 : 리얼미터
조사기간 : 3월 19~2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506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 2.6%

조사 4차)
의뢰자 : 민중의소리
조사기관 : STI
조사기간 : 3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7%포인트
응답률 : 1.4%

각 조사별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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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일본은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키면서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서 선제적 면죄부를 준 뒤 ‘호응을 기대한다’고 해왔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월 말쯤 발표되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첫 시험대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말했지만 일본 측의 가시적 호응은 추후 과제로 미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의 ‘셀프 배상’으로 풀기로 한 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이 드러날 기회라는 점에서도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일본 측 호응 방향은 ‘역주행’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약화하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주장도 강해졌다.

선제적 양보 후 일본의 호응을 기다린다고 해온 정부 입장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명시적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도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며 반대 여론을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답습한 초등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미래세대 교육에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 청사로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 대리인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절부터 한·일 정상회담, 이후 대국민 메시지까지 한·일관계가 핵심 화두였던 이번 달에 윤 대통령이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인식과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경우는 전무했다.

통상 3·1절 기념사에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 대통령들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진 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표현하는 단락만 들어갔다.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문과 ‘대국민 담화’ 성격의 지난 1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도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내용은 없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권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면서 분리대응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방적으로 양보한 정상회담이란 비판 여론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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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무기병기화 사업 지도.."위력한 핵무기 생산에 박차가해야"

'화산-31' 핵탄두 실물 공개,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검증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28 09:51
  •  
  •  수정 2023.03.28 1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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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를 위한 최근 몇년간의 사업실태를 검토하는 등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동지께서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핵무기 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라 공화국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하여 김정은동지께 보고올리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뒷편에 걸려있는 패널에는 ' 화산-31'장착 핵탄두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 '전투부' 도식 8장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 뒷편에 걸려있는 패널에는 ' 화산-31'장착 핵탄두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 '전투부' 도식 8장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소형화, 규격화된 핵탄두로 보이는 '화산-31'이 최소 10기 이상 진열돼 있고  다른 한편에는 최소 3종의 서로 다른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소형화, 규격화된 핵탄두로 보이는 '화산-31'이 최소 10기 이상 진열돼 있고  다른 한편에는 최소 3종의 서로 다른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이 공개한 사진속 김 위원장 뒷편에 걸려있는 패널에는 '<화산-31> 장착 핵탄두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 '전투부' 도식 8장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 옆으로는 '화산-31' 핵탄두로 보이는, 꼭대기를 붉게 칠한 장치가 최소 10기 이상 진열돼 있고 맞은 편에는 최소 3종의 서로 다른 미사일이 도열하듯 배치돼 있다.

'각이한 무기체계의 호환성', '핵무기 통합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미루어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핵탄두의 소형화와 함께 규격화, 대량 생산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전술핵무기들의 기술적 제원 및 구조작용 특성 △각이한 무기체계들과의 호환성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의 정보화기술 상태 등을 파악했다.

'핵방아쇠'는 최근 진행된 핵반격 가상종합전술훈련에서 과학성과 믿음성, 안전성이 엄격히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전술핵무기'는 '핵무기 적용수단과 작전의 목적 및 타격대상에 따라 다른' 여러 무기체계를 통칭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 <핵방아쇠>는 '다각적인 작전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최근 진행한 핵반격 가상종합전술훈련에서 실전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준비된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하고는 "핵무기연구소가 다각적인 작전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할데 대한 당중앙의 전략적 구상과 기도에 맞게 우리의 핵무력을 임의의 핵긴급정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며 커다란 성과를 이루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참으로 간고하고도 머나 먼 핵보유의 길을 굴함없이 걸어왔다"고 하면서 "강력한 억제력을 비축한 우리 핵무력이 상대할 적은 그 어떤 국가나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쟁과 핵참화 그 자체라고, 우리 당의 핵력량 증강로선은 철두철미 국가의 만년안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수호에 그 목적이 있다"고 또 다시 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다져나가는 사업에서 절대로 만족을 몰라야 하며 핵력량의 끊임없는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출 때라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우리 국권과 제도와 인민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된다"고 하면서 핵무력 보유의 근본목적은 전쟁억제에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핵무기연구소와 원자력부문에는 "핵무기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생산을 전망성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핵무기병기화 지도에는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군수공업부 일꾼들, 핵무기연구소와 미사일총국 일꾼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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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채울 거라던 물컵 반이 교과서 왜곡인가”

  • 기자명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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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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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 “일, 교과서 역사 왜곡 노골화…‘호응’ 커녕 퇴행”

    ‘변죽만 울려’, ‘그 나물에 그 밥’ 언론 비판 이어진 윤 정부 저출산 대책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우려한 언론들

    일본이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모든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들어갔다. 29일 주요 진보 언론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 노골화에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를 편 윤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 29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1면 기사 <일, 교과서 역사 왜곡 노골화…‘호응’ 커녕 퇴행>는 “윤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한 것을 두고도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대통령부터 과거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는데 일본이 들을 리 만무하다. 일본이 채울 거라던 ‘물컵의 나머지 반’이 교과서 왜곡인가”라며 “역사는 부인한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가 기억하고 지키지 않는데 가해자가 책임의식을 가질 리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사·영토 문제의 중차대함을 깨닫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5면 기사 <일, 침략역사 지우기 고착화…‘성의·호응’ 기대 애초 무리>에서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일본의 태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난 것은, 윤 정부가 6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은 뒤였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를 한국이 알아서 배상하기로 하는 등 일본에 ‘백기투항’ 외교를 하고 ‘성의’를 기다렸는데 돌아온 결과”라며 “우리가 알아서 먼저 내어주면, 일본도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그림판 갈무리.

    그러면서 “과거사, 독도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먼저 일본에 명분을 쥐어주며, 일본의 부당한 조처에 대응할 외교 원칙을 허물어뜨려 버렸기에 이번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더욱 뼈아프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를 개선했다고 자화자찬해온 것과는 너무나 다른 냉엄한 현실이다.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후쿠시마 오염수, ‘초계기 레이더 조사’ 등 한일 현안에서 일본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한국은 쩔쩔 매는 굴욕외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일본이 뒤통수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일본에 섣부른 기대 말고 냉정한 외교를 해야한다고 했다. 사설에서 “앞으로도 일본에선 4월과 7월쯤 역시 독도와 한일 관계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와 방위백서가 나온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런 일본의 일정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보니 일본에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잇달아 나오고 ‘일본이 뒤통수친다’ 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일본이 윤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 감동해서 역사 문제에서 사죄하고, 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국력이 커진 이후 일본에선 과거 식의 관용이 사라졌다. 일본은 앞으로도 역사 왜곡 교과서를 내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전제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냉정하게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변죽만 울려’, ‘그 나물에 그 밥’ 언론 비판 이어진 윤 정부 저출산 대책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육아기 재택근무제가 확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고, 난임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발표됐다. 하지만 29일 대다수 신문들은 윤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대책안을 합계출산율 0.78명의 인구쇼크 속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그간 나온 해법을 진척시켰거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없는 정책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출산율 꼴찌에도…‘변죽’만 울린 정부대책>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저출생)·고령사회 대책이지만 이전 정부 대책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2면 기사 <경력단절·독박육아 현실인데…‘성평등’ 문구 아예 사라졌다>에서는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요소’의 기본 바탕이 되는 ‘성평등’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성평등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저출산 대책은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8면 기사 <있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데 육아기 재택·단축근무 가능한가>에서 “육아기 재택·단축근무제 도입과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이미 제도가 확입된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설에서는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의 원인인데 정부는 청년세대 반발에도 ‘주 69시간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한데 정부 대책은 안 보인다”며 “이 와중에 여당에서는 저출생 대책이라며 애 셋 낳으면 병역을 면제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부자 편익 정책을 검토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민생과 괴리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8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인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는 출산율 0.78의 절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문가들과 시민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어제 ‘현장과의 소통’을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입버릇처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의 릴레이 대책 제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어제 방안은 과감·특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경우가 7년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임 정부 비판에 힘을 쏟았다. 3면 기사 <7년만에 대통령이 직접 회의 주재…尹 “국가가 육아 책임지겠다”>에 이은 기사 <文, 취임 이후 한번도 저출산 회의 직접 주재 안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 위원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위원들과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를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문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저출산위 주재, 정부 무관심이 이 지경 만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한 것이 무려 7년 만이라고 한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이 회의를 정식 주재한 적은 한 번도 없고 2017년 말 위원회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했을 뿐”이라며 “대통령이 무관심한데 어떤 공무원이 공직 생활을 걸고 문제 해결에 달려들겠나”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우려한 언론들

    한일 정상회담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27일에는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9일 아침신문들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전하며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에 외교라인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美제안 국빈만찬행사’ 5차례 무응답에 무산될뻔> 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기사는 “윤 대통령의 다음 달 국빈 방미 준비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빈초청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이 지연돼 한때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검토 얘기가 나온 배경엔 이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의 실책이 누적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핵심 인사들 간 알력설, 주무 부처와도 정보 공유를 꺼리는 국가안보실의 비밀주의 등에 대한 지적도 흘러 나오고 있다”며 “외교안보 라인이 흔들릴 경우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상대국과의 소통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뭐가 문제인지 밝힐 건 밝히는 게 구구한 억측을 막는 길이다. 또 외교 안보 공백이 없도록 조속히 내부 혼란을 추슬러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안보실 전원이 혼연일체가 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물러난 데 이어 이제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돌고 있다”며 “북핵 위협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동맹과 우방 외교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안보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난맥상이 보인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대통령실이 내놓지 않으면서 억측과 괴담으로까지 번지는 지경”, “대통령실 주변과 정치권에선 해외 일정과 관련해 부속실 측과 외교·안보 쪽 실무자 간에 빚어진 마찰이 잇따른 경질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급기야 내부 암투설도 터져 나왔다”며 “가장 집중적인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에 배경도 확인되지 않은 채 갑자기 인사 소식만 전해지니 혼란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을 내고 “대통령실은 경위를 시급히 가리고 공개해 불필요한 억측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잡음을 속히 해소해 방미·방일 준비에 한 치의 지장이 없도록 기강을 다잡기 바란다. 이와 함께 작년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실책 논란에 이어 3·16 한일 정상회담이 여론 다수의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외교라인 전면 쇄신의 필요성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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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입국 직후 공항서 체포 “수사에 협조...나와선 5·18 유족에 사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마약범죄수사대로 이송돼 조사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2023.03.28.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경찰이 28일 오전 한국에 들어온 고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27)씨를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체포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새벽 5시 58분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전우원 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했다. 

전 씨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086편을 타고 입국했다. 경찰은 그가 입국하자마자 신병을 확보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서울 마포구 소재 마약범죄수사대로 데려가 마약 간이 검사 및 피의자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전 씨가 SNS와 유튜브 채널 생중계 등을 통해 공개한 발언과 모습을 근거로, 그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내사를 진행해 그를 입건했다. 

전 씨는 경찰과 함께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수사에 최대한 열심히 협조하겠다. 받고 나와 빨리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5·18 희생자들에게 사과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죄인이니까"라며 "제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다.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 안 계시니까 제게 죄가 있다"고 답했다.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한 질문엔 "(SNS)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 병원 기록도 다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을테니 그걸 확인해보시면 될 것"이라고 범행을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전 씨는 지난 14일부터 SNS에서 연이어 전두환 가족의 비리를 폭로하고, 지인들의 마약범죄 및 성범죄 연루 의혹도 제기했다. 27일 경찰 관계자는 그가 언급한 지인들 중 2명에 대해 마약 투약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최근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아끼거나, 또는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그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한편, 전 씨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예고했던대로 바로 5.18 유가족에 대한 사죄를 할 수는 없게 됐다. 그는 26일 SNS에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매했음을 공개하고, "(입국해) 짐만 풀고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려서 유가족분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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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미 항공모함 ‘니미츠’, 28일 부산 입항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3.27 08:21
  •  
  •  수정 2023.03.27 16:33
  •  
  •  댓글 0
 
북한이 지난 19일 시험발사한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19일 시험발사한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사진출처-노동신문]

27일 아침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우리 군은 오늘(3.27) 07시 47분경부터 08시경까지 북한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각각 370여 km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으며, 이에 대한 세부제원과 추가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8일만이자, 지난 21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이후 6일만이다. 

이날 북한의 발사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3.13~23)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야외실기동훈련 ‘전사의 방패’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 미국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등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합참은 “우리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진행 중인 연합훈련(전사의 방패)을 강도 높게 지속 시행하는 가운데,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이끄는 미국 제11 항모강습단이 “한미 우호협력 증진과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내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다”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장도영 해군 공보팀장은 “한미 해군은 오늘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워리어실드’(전사의 방패)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한다”면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고 미 전략자산의 전개를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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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퍼주기 외교, 경제·안보 다 망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28 08:52
  • 수정일
    2023/03/28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소셜 코리아] 세계경제 블록화·균열, 국익에 부정적... 과거 정부, 전략적 모호성 유지

23.03.28 04:54최종 업데이트 23.03.28 04:54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201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등이 그것이다.

세계화가 진전되고 자본 이동이 증가하면서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진보 진영은 판단한다. 피케티를 통해 잘 알려진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실제로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개혁이 불평등을 크게 증가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증진, 즉 자본 이동성 증가와 해외 직접투자 확대, 교통혁명과 통신혁명을 동반하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구축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가 간 불평등은 크게 감소했다. 해외 직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은 해외 직접투자로 인한 생산 이전과 기술 학습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남아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 결과 경제 지형도 달라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0년 미국, 유럽, 일본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였지만 2019년 4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절대 빈곤층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망(GVC)이 촘촘히 구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비용 국가들에서 제품이 생산되자 전 세계적으로 가격 상승 요인이 억제되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이 흐름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고, 동유럽과 동남아도 이에 참여하면서 공급 부문의 가격 상승 압력은 크게 줄었다.

한국, 세계화·개방화로 크게 성공
     

▲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이머징 마켓뿐 아니라 선진국의 생활비를 크게 낮춰 선진국 저소득 가구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교통혁명, 통신혁명을 동반하는 물류비용 감소로 인해 에너지, 상품, 서비스의 이동 장벽이 제거되면서 값싸고 질 좋은 제품들을 사용할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중국 제품 없이 한 달 생활하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 토론자료에 따르면 1944~2014년 전후 역사에서 한국은 무역(수출입 합계)과 1인당 총생산 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자유무역, 세계화, 개방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전후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체제에 진입한 이후 급성장했으며 1994년 이후 중국 개방화가 확대되면서 제2의 도약기를 거쳐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한다. 한국은 자유무역과 개방화된 세계 경제의 조건에서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모든 신흥국들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내적 역량과 세계 시장의 개방이라는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잘 알려졌듯이 세계화에 대한 불만도 크다. 선진국에서는 블루칼라 노동자계급의 고용 및 소득이 불안정해진 반면 고학력-고숙련 노동에 유리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나 첨단산업이 확산되면서 임금노동자 내부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노동절약적-편향적 기술진보의 결과다.

더불어 자산소득자에게 유리한 형태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소득-자산불평등이 심화된다. 상위 0.1%, 상위 1%로의 부의 집중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반세계화, 대안세계화 운동은 이에 대한 글로벌 민중들의 반란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중심부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확산되고 있다. 심화되는 지경학적 균열이 그것이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제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조치가 두 강대국 대립의 전초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역-교류 단절 과정에서 필수제 공급에 위기를 느낀 많은 국가들이 수출품 규제를 통해 식량, 보건제품 등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일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보복은 전 지구적인 에너지, 식량 위기를 심화시켰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질서에 기초한 첨단제품의 무역 및 해외 직접투자 규제는 명시적으로 중국의 성장(경제적, 군사적 고도화)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유럽-일본과 중-러의 진영간 대결이 전략물자(에너지, 식량, 무기, 첨단산업 소재부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 장벽, 투자 제한, 서비스 이동 억제를 초래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결제시스템의 균열, 달러 본위제로부터의 부분적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진영 간 균열과 상호규제 강화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전략적 경쟁 국가에 대한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탈동조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의 기술 확산을 제한함으로써 신흥공업국들이 이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억압한다. 진영 간 대립은 전략물자의 수출제한이나 규제를 동반한다. 이는 다시 에너지와 곡물, 첨단산업 핵심소재의 가격을 높여 세계적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필수재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에 충격이었지만 지정학적 균열은 그 충격을 항구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보자면 이는 저발전 국가들과 선진국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더불어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기업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수입 원자재 오르고 수출시장 줄어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국익은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균열에 있지 않다. 앞서도 보았지만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데는 전후 자유주의 무역체제와 개방 후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있었다. 과거에 한국은 조립가공품을 수출했고 현재는 첨단부품과 고부가가치 최종재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자재는 수입된 것이며 중간재-최종재는 수출된다. 자체적으로 원자재도 없고 상품시장도 없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의 지경학적 균열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은 수입·수출 양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공급망 교란은 원자재의 공급가격을 높이고, 경제의 블록화와 진영 간 균열은 수출시장을 제한한다. 세계경제의 균열 심화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최근 대중국 수출의 급속한 감소는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주된 요인이지만 미중 갈등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강하게 동조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에서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는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동맹이 곧 경제동맹이라고 외치며 미국-일본에 치우친 외교를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최근 일본에 대한 퍼주기 외교도 그 일환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한국 정부에 청구서를 날리고 있는데도 현 정부는 한미일 동맹에 맹목적이다. 뚜렷한 실익이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진영 간 대립을 확대하는 미국의 전략에 일방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제쳐두더라도 한반도 평화에조차 도움이 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 경제와 안보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이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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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헌재 결정 대놓고 무시”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3.28 07:3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여야, 헌재 결정 아전인수 해석… 국민 “법 허점 보완 필요”

정부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조선 “이승만 재평가, 화해와 통합의 길”

윤경림 KT 사장 내정자 사퇴 “정부, 검찰 동원 오해사기 알맞다”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유효하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야당과 정부·여당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정부가 검찰수사권 복구를 골자로 하는 법안 시행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를 두고 주요 아침신문은 정치권이 헌재 결정을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것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한겨레는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한동훈 장관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헌재 결정 취지를 대놓고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결과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충돌이 불거졌다. 헌법재판소는 개정안 자체는 유효하지만, 민주당이 위장탈당 등 방법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라는 것. 이날 여야는 각자 유리한 방향대로 헌재 결정을 해석했다. 한동훈 장관은 “(헌재 결정을) 동의할 만한 사람이 있겠는지 의문”이라며 검수완박 시행령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위장 탈당 문제를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 취지를 고려해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고 맞섰다.

▲3월28일 한겨레 1면.

이에 대해 한겨레는 1면 <“시행령 더 중요해졌다” 한동훈 ‘검수원복’ 강변> 기사에서 “한 장관과 여당 스스로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질문을 던져 나온 결론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태도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한겨레는 3면 <헌재 ‘꼼수탈당’ 지적에도 침묵하는 민주당> 기사에서 “민주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복당을 추진할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향한 공세의 의의도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여야 모두 이번 헌재 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3월28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헌재 결정 무시, 민주당엔 역공…안하무인 한동훈 장관>에서 “아무리 헌재가 민주당의 ‘꼼수 탈당’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 해도, 법무부 장관이 헌재 결정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은 헌재가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재판관 9명 중 4명은 청구인 자격을 인정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마치 어린아이 떼쓰는 듯하다”며 “헌재 결정은 ‘5 대 4’든 ‘9 대 0’이든 다수의견이 법정 의견으로 효력을 갖는다. 법무부 장관이 자기 뜻과 다르다고 최고재판소 결정을 이렇게 깎아내려도 되는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법원 판결도 당사자 마음에 안 들면 불복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오죽 답답했으면 다수의견을 대표 집필한 김기영 재판관이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일갈했겠는가”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장관이 이번 소송을 낸 것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검찰 수사권 축소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월2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 역시 정치권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사설 <헌재 결정 입맛대로 해석 대신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를 통해 헌재의 결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내려진 헌재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정치권과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만 앞세운 아전인수식 해석과 주장이 아니다. 관련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민주당은 시행령 원상회복을 주장하기에 앞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며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역시 헌재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헌법재판관을 향해 ‘얄팍한 법 기술자’ ‘곡학아세’라고 인신공격하는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마오쩌둥과 비교하는 매일경제

▲3월28일 경향신문 2면.

정부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처는 기념관 건립 후보지 선정을 위해 사전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공과 과가 명확한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뜻을 모았다는 것.

경향신문은 2면 <‘이승만기념관’ 띄우는 정부…국민은 “3·15 의거 진상 규명을”> 보도를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5.9%는 3·15 의거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3·15 의거는 마산 지역 시민들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김주열 군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으며, 이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3월28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보수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19 혁명 주역들이 이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4·19 주역들의 이승만 재평가, 나라에 희망 주는 화해와 통합>에서 “이 전 대통령에겐 집권 연장과 독재라는 큰 과오가 있다. 말기엔 고령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거대한 공적을 세우고도 철저하게 과오만 부각된 지도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는 김일성 족벌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누가 부정하겠나. 4·19 주역들의 이승만 재평가는 모처럼 나라에 희망을 주는 화해와 통합의 길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3월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보훈처는 서울에 후보지 3곳을 잠정 압축했고 오는 6월 보훈부 승격 출범식에 맞춰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건국 대통령의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참담한 상황에 마침표가 찍히게 된 것”이라고, 한국경제는 “기념관도 중요하지만 건국 대통령의 지난했던 나라 만들기 과정을 온 국민이 공유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3월28일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을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중국이 마오쩌둥을 우상화하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이제서야 '건국 대통령' 이승만 기념관 건설, 만시지탄이다>를 통해 “무엇보다 모든 권력자에게는 공(功)과 과(過)가 있게 마련”이라며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의 측근들은 중국사의 비극인 문화대혁명으로 최대 2000만명의 동족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간 마오쩌둥을 단죄하라고 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공은 7이고 과는 3’이라며 톈안먼 등 나라 곳곳에 그의 초상화를 걸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는 “반인륜적인 그 몹쓸 짓을 자행했는데도 오늘날의 중국을 건국한 것만으로도 공이 과보다 크다고 본 것”이라며 “마오쩌둥과 비교한다면 이 전 대통령의 공은 과를 압도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민간기업 개입 나쁜 선례 남겨”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퇴했다. KT를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는 1면 <사내이사 0명…KT, 초유의 '리더십 공백'> 기사에서 “KT가 2002년 민영화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3월28일 한국일보 11면.

윤경림 전 내정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2명을 승인하는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이번 주총까지는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전 내정자가 사내이사로 활동할 수 있지만, 주총 이후에는 사내이사 3자리가 공석이 된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만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는 11면 <또 ‘선장’ 사라진 KT… 새 CEO 선출안 캄캄> 보도에서 “완전 공개 형식으로 진행된 경선에서 뽑힌 윤 사장까지 낙마하자 회사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CEO 선출 방식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구체적 대안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월28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KT 윤경림 사퇴, 지배구조 개선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사설을 통해 “KT는 대표 선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노골적 개입으로 5개월을 헛되게 보냈으며, 이런 혼란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권이 KT 사장 선임에 개입하며 내세운 명분은 ‘KT 내부 이권 카르텔 해체’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그 명분을 실현할 능력을 갖춘 차기 대표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3월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 <KT ‘낙하산 대 카르텔 충돌’ 언제까지 이런 구태 봐야 하나>를 내고 정부의 KT 개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는 “KT 안팎에서는 결국 여권이 원하는 인사가 내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카르텔 치웠더니 낙하산이 떨어지는 셈”이라며 “정부와 KT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정부는 민영화된 지 이미 20년도 더 지난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를 다시 남겼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요직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가뜩이나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 정부가 아무 절차적 하자 없는 민간기업 CEO 선임을 무산시키려고 검찰을 동원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알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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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경향이 죽기살기로 윤 대통령 공격…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이두리 기자

5·18 발언 논란 후 최고위 세 번째 불참

26일엔 조지아주 보수단체 강연회 참석

“광화문,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

“경향신문 등 좌파 언론은 죽기살기로 공격”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강연하고 있다. 미주한인문화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강연하고 있다. 미주한인문화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2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16일과 23일에 이어 세 번째 불참이다. 그는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보수단체인 북미자유수호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연단에 올라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을 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3·8 전당대회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꾸려진 뒤 27일까지 총 6번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23일에 이어 27일에도 불참했다. 그의 회의 출석률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위원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17.55%)로 당선된 김 최고위원은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원회의마다 김기현 대표 바로 옆에 자리가 마련된다. 최근 2회 연속 회의에 불참하며 김 대표 옆자리는 2위로 당선된 김병민 최고위원이 대신 채웠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연을 위해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강연한 북미주자유수호연합은 미주 교민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보수단체다. 이 단체는 홍보물에서 김 최고위원을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학과·검사 출신”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친윤(친윤석열)계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의 주일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며 “그냥 전라도에 립서비스하려고 (말)한 것”이라는 전 목사의 발언에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동조해 비판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발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23일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해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전에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당에 회의 불참을 통보한 뒤 뒤늦게 “병원 진료가 잡혀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기현 대표는 27일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회의 불참에 대해 “참석 여부를 일일이 감독하는 게 아니고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제가 누가 참석하고 안 하는지 설명하고 어나운스먼트(공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처음에는 5·18 발언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개인 사정상 못 나온 걸로 안다”며 “원래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해서) 공개 발언하는 걸 누가 강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미국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면서 “그나마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중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택동(마오쩌둥)이나 등소평(덩샤오핑)처럼 생각하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혁명 2세대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토론에 출연해 보면 저는 제정신을 갖추고 얘기하는데 보수진영에서 이준석·유승민 계열이 나와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한다”며 당내 비윤 세력을 비판하면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좌파 언론은 아직도 죽기살기로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북미자유수호연합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당선되기 전인 지난 1월에 지인을 통해서 김 최고위원을 강연자로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김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SNS에 김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수석 최고위원의 분별 없는 행동과 발언들이 일반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수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질까 너무 두렵다”고 썼다. 김웅 의원은 SNS에 “미국으로 건너간 당심 100% 최고위원은 5·18 정신을 지우겠다고 하는 자가 천하통일을 했다고 한다”며 해시태그로 “천하통일 좋아하면 삼국지14(게임)나 하시라, 우리 당 괴롭히지 말고”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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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아내를 “1살 지능” 만들어도, 국가는 너무 멀리 있다

 

등록 :2023-03-27 05:00수정 :2023-03-27 07:42

[잊혀진 헌법 30조, 홀로 남은 범죄 피해자]
① 벌이부터 붕괴된 삶
경찰 ‘부실대응’ 속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
치료 월 500만원 드는 데 지원은 단기로 끝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제공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제공

자신이 범죄 피해를 당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선 1년 동안 100명당 2.8명꼴(2021년 기준)로 범죄 피해가 발생한다. 범죄는 누구에게든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범죄 책임은 가해자에게 물어야 하지만, 피해 회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한겨레>는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족 1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이 사회에 도와달라 외치는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전한다.

 

아내는 이제 겨우 숟가락질을 한다. 김혜성(가명·65)씨가 밥 위에 김치를 올려주면, 천천히 움직여 밥을 먹는다. 젓가락질은 아직 할 수 없다. 아내는 왼쪽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오른쪽 몸이 마비됐다. 말도 하지 못한다. 20대인 딸은 은둔형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딸의 오른쪽 뺨에는 7㎝ 길이의 꿰맨 흉터가 있다. 평생 레이저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딸은 그런 얼굴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방에 틀어박혀 매일 페트병으로 술을 마신다.

김씨 가족은 가난하지만 단란했다. 부부는 함께 택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딸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아들까지 네 식구는 밤마다 식탁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런 가족이 무너지는 데는 채 한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2021년 11월15일, 인천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가 바로 김씨 가족이다.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을 무단이탈하며 난동을 막지 못해 국민적 비난을 산 바로 그 사건이다.

“가해자보다, 그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

4층 남자는 아래층에서 가족의 웃음소리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올라와 시끄럽다며 뻑하면 문을 두드렸다. 바닥을 망치로 내리치며 보복 소음도 냈다.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발뒤꿈치를 들고 다닐 만큼” 조심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을 네번이나 불렀다.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4층 남자가 흉기를 들고 내려와 아내와 딸을 찌른 그날은, 이사 하루 전이었다.

목에 치명적 상처를 입은 아내는 2분20초간 심장이 멎었고, 산소 공급이 멈추면서 뇌가 손상됐다. 두개골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아내는 “1살 지능”이 됐다. 치료와 재활, 간병에만 한달에 400만~500만원이 든다. 김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를 종일 수발한다. 간병인도 써봤지만, 아내를 구박하는 바람에 소변 의사도 피력하지 못했던 아내가 방광이 헐어 또 수술을 받았다. 단기 근로를 찾으려 해도 여의치 않아 벌이가 사실상 끊겼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센터부터 구청까지 안 다녀본 데가 없다.

법적 절차도 복잡했다. 아내 명의로 나가는 통신비 등을 정리하고 통장을 쓰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 자격을 얻는 데만 4개월 걸렸다. 가족관계증명서만 몇번 발급했는지 모른다. “경찰도, 그놈도 밉죠. 하지만 우선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하고 싶어요.”

헌법 제30조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나락의 끝에서 손을 내밀어준 건 인천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정부 위탁을 받아 범죄자들이 낸 벌금에서 일정 액수를 떼어낸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김씨는 센터에서 간병비와 병원비 등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처음 두달 동안은 친구들한테까지 손을 벌렸어요. 하지만 센터에서 신경을 많이 써줬습니다. 지금도 그 양반들을 잊지 못해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평소 복용해야 하는 약들. 김씨 제공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평소 복용해야 하는 약들. 김씨 제공

하지만 이 지원도 한시적이다. 지난해 8월 아내의 장애등급(1급)이 결정된 뒤에는 지원이 종료됐다.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몸에 장해가 남을 경우 일시금으로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장해구조금’이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지금 추세라면, 그 구조금으로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붕괴된 김씨 가족의 고통은 한시적이지 않다.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가족 간의 애정마저 앗아갔다. “딸이 애교도 잘 부리고, 처가에 함께 놀러도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싫어질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요.”

“1차 출동, 복도에 피 흥건해도 돌아간 경찰”

김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시시티브이(CCTV) 조회수가 순식간에 300만이 되었던, 사건 당시 출동 경찰 2명의 현장 무단이탈 문제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4~5시간 전 홀로 집에 있던 딸의 신고로 다른 경찰 2명의 1차 출동이 있었는데, 그때 흉기로 김씨 집 문을 강제로 열려던 4층 남자가 손을 다치며 흘린 피가 복도에 흥건하게 쏟아져 있었다. 딸이 그걸 지적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가 “경찰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2012년 8월 ‘중곡동 살인 사건’ 범인 서진환에게 살해된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11년 만인 올해 2월에야 원고 일부승소 결정이 났다.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법적 절차 역시 범죄 피해자들에겐 늘 먼 곳에 있다.

지난해 말, 김씨는 오랜만에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사건 당시 살던 집 근처로 산책을 갔다. 평소 움직임이 없던 아내가 옛날 그 집을 알아봤는지 김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를 안고 펑펑 울었다. 앞으로 몇번의 눈물을 더 흘려야 할지, 김씨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천/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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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일해라, 아이도 낳아라…육아휴직은 “안돼!”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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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그러나 2023년에도 여전히 한국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노동시장 약자’나 ‘청년세대’일수록 육아휴직·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중은 더 높았다.

‘있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 이런 상황에서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가 도입되면 출생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생률(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사오디는 자녀의 수)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이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기준에 따라 수집된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 결과 직장인 45.2%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비중은 ‘비정규직’에서 58.5%, ‘5인 미만 사업장’에서 67.1%,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 60.3%로 평균보다 높았다. 직급별로는 ‘일반사원’의 55.0%가, 임금수준별로는 ‘월 150만원 미만’의 57.8%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세대별로는 ‘20대’에서 4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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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도록 다양한 유형으로 압박했다. 직장인 A씨는 직장갑질119에 “육아휴직 후 복직했는데 급여도 깎였고, 만 6개월이 돼 가는데 특별한 보직도 없다”며 “복귀 시 경황이 없어 당일 실수로 계약 동의를 해버렸는데 6개월 간 깎인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다른 직장인 B씨는 “근속연수에 따라 안식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올해부터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원은 그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출산휴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조사 결과 직장인 39.6%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56.8%), ‘5인 미만 사업장’(62.1%), ‘월 임금 150만원 미만’(55.0%) 등 노동시장 내 약자일수록 출산휴가를 쓰기 어려웠다. 세대별로 보면 ‘20대’에서 45.5%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자녀 등 가족의 긴급한 돌봄이 필요할 때 쓰도록 돼 있는 ‘가족돌봄휴가’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53.0%는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63.5%), ‘5인 미만 사업장’(67.7%), ‘5~30인 미만 사업장’(67.1%), ‘일반사원’(62.5%)에서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은 58.4%, ‘20대’는 55.1%가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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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출산휴가처럼 법에 명시된 권리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출생 해결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종수 노동법률사무소 ‘돌꽃’ 노무사는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일·생활 균형의 기본이 되는 법상 제도 사용마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의 끝은 결국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주 69시간제는 말할 것도 없고, 주 60시간 일해도 주 5일 내내 밤 11시 퇴근해야 하는데 누가 아이를 낳고 기르겠나”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휴가를 확대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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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저출생 대책 비판하는 신문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27 08:53
  • 수정일
    2023/03/27 08: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03.27 07:46
  •  
  •  수정 2023.03.27 07:47
  •  
  •  댓글 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향해 강성 지지층 법적 조치하라는 요구도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나타나면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정치권이 내놓는 대책은 황당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3명 이상 자녀를 낳은 20대 아빠의 병역 면제에 이어 자녀 수별로 증여재산 공제를 확대한다는 방안을 검토했다. 27일자 주요신문들은 저출생 사회에 대한 현실 진단과 정치권 논의의 괴리를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여당의 저출생 해법 인식이 부유층 친화적”이라 지적했다. <‘있는 집’ 감세, 민생 아닙니다> 기사는 증여재산공제 차등확대라는 국민의힘 방안에 대해 “1자녀 부모는 1억원, 2자녀 부모는 2억원, 3자녀 부모는 4억원까지 조부모에게 증여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구체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증여재산공제 차등 확대안의 경우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3명 이상 자녀를 낳은 20대 아빠의 병역 면제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아이 낳을 여유가 있는 ‘부자 부모’에게 접근성 높은 방안으로 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검토된 저출생 대책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혼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부연했다.

동아일보는 20~39세 청년 60명 설문조사,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 집단심층면접(FGI) 기반으로 <“내 아이 키워주는 세상보다 내가 키울수 있는 세상 원해”>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사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7%가 출산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가장 중요한 정책 분야로 꼽았다. 반면 어린이집 무상 보육과 아이 돌봄 서비스 등 ‘보육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청년은 전체의 8.3%에 불과했다. 청년들은 아이를 ‘키워주는’ 정책보다 ‘직접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을 중시한다는 뜻”이라며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자금 저금리 대출 등 주거 지원 대책은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부부 합산 소득 연 6000만∼7000만 원 이하’라는 조건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인터뷰에 기반한 <“저출산 정책, 5년내 2030의 냉소 없앨 방안 찾아야”> 기사는 저출산 정책에 대한 2030 세대의 냉소적 인식, 서울로 자원이 집중되는 현실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3월2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동아일보는 사설도 <“내 아이 키워 주는 세상보다 내가 키울 수 있는 세상 원한다”>라는 제목으로 썼다. “출산율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으로 꼽은 것은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이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 준다’는 식의 보육 지원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내 아이는 내가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라며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엔 체감도 높은 정책들이 담기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수요 중심 정책’이 아닌 각종 ‘제한’이 산재한 제도가 문제라고 봤다. <“저출생 대책 혜택, 내 주변엔 왜 없나요”> 기사는 대표적 사례로 매월 아동 양육자에게 10만 원을 지급하는데,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8세 이상부터 받지 못하는 문제를 꼽았다. 올해 들어 0~1세 영유아에게 지급되는 최대 70만 원 부모급여 등은 정부 양육지원이 영유아기에 편중된 사례로 언급했다. 필요한 방안으로는 세액공제 자녀 범위를 현행 20세에서 상향, 34세 이하로 설정된 청년 나이 상향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3월27일자 경향신문 기사

▲3월27일자 서울신문 기사

이어진 <“280조 쏟고도 저출산 반전 실패…부처별 따로 정책에 효과 뚝”> 기사는 김영미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의견을 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월간지 3월호에서 김 부위원장은 “저출산 대응과 관련한 수백개의 부처별 사업이 우선순위 없이 포함되었고, 실제 저출산 대응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사업들까지 저출산 대책의 꼬리표를 달았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실질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이 참여한 ‘최저임금 적용 없는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법’ 등도 비판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도 건의한 내용이다. 문주영 경향신문 전국사회부장은 <[아침을 열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극복 대책이라는 정부> 칼럼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적절한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현 정부가 주는 시그널은 오히려 그 반대다. 정부의 가르침대로라면 젊은이들은 이제 주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는 셋 이상 낳아 국가에 이바지해야 하며, 그 아이들은 늘봄학교에서 저녁 8시까지 남아 부모 없이 저녁을 먹어야 한다”며 “MZ세대가 정부의 출생대책과 노동대책에 대해 조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저출생 해결한다며 ‘주69시간’ 추진하는 모순

 

육아휴직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로 꼽힌다. 노동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3~10일 진행한 조사(26일 공개)에서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39.6%에 달했다. 비정규직(56.8%)·5인미만사업장(62.1%)·일반사원급(51.5%) 응답자는 과반이 출산휴가를 못 쓴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가 결국 ‘주69시간제’로 불리는 정부의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 방안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주 69시간제 땐 아예 ‘출산 포기’ 내몰릴 것”> 기사에서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노동시장 약자’나 ‘청년세대’일수록 육아휴직·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중은 더 높았다”고 했다. 사설 <육아휴직도 절반이 못 쓰는데, 여당은 황당한 저출생 대책만>은 “한국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저출생 원인 중 하나인 장시간 노동을 외려 악화시킬 ‘주 69시간제’를 포기 못하고 밀어붙이는 중”이라며 “여당은 저출생을 핑계로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킬 사실상의 부자 감세를 만지작거린다”며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된 여성을 고려한 성평등 정책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월27일자 경향신문 기사

▲3월27일자 국민일보 기사

한겨레는 <직장인 절반 육아휴직 눈치보는데 아이 낳겠나> 사설에서 “임신·육아 등을 위해 노동자가 회사에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실질적인 권리로 자리잡지 못한 건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출산과 육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한주에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 일을 시킬 수 있도록 노동시간 제도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육아도 ‘몰아서’ 할 수 있다고 보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시간빈곤’ 관점에서 주69시간제의 맹점을 짚었다. <주 69시간 일하면 주 4.5시간 ‘적자’> 기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한 주 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면 99시간이 남는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취업자의 주당 평균 ‘필수·의무시간’은 103.5시간이다. 노동시간을 제외하고 수면과 식사, 출퇴근, 가사노동 등 개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이만큼이다. 여기에 여가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주 69시간을 일하면 4.5시간 ‘적자’가 발생한다”며 “소득이 모자란 가구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려 시간 빈곤에 빠진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가족 돌봄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족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가족을 대신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그만큼 지출이 늘어나 경제적 어려움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이런 만성적인 시간 빈곤은 저출생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양육비나 보육서비스 지원 등의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결국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은 ‘홍보와 설득’을 통해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일보 <‘주69시간제’ 후폭풍에 놀란 與…앞으로 정책 혼선 줄인다> 기사는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책 역량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 선봉장은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이라며 “정책 역량 강화의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과 같은 ‘실수 줄이기’다. 다른 하나는 MZ세대·저소득층·소상공인 등 대상을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는 ‘마이크로(Micro) 타기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강성지지층 비판, 이재명 대표 법적조치 요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강성 지지층에게 자제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일 울산에서의 국민 보고회에선 비명계 비하성 발언인 ‘수박’(비명계 비하성 표현)이라 하지 말자고 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에 대한 프로필 이미지가 조작과 시위에 대해선 “설마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들일까 의심이 된다”며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달라”고 페이스북에서 호소했다. 조만간 비명계 의원들을 당 요직에 올리는 인적개편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를 다룬 신문들은 강성 지지층을 비판하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경향신문 사설 <민주당, 도 넘은 강성 지지층 행태 제어 못하면 희망 없다>은 강성지지층에 대해 “이들은 조국 사태, 위성정당 설립, 서울·부산 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선택을 하도록 사실상 압박했다”며 “이 대표도 그동안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이 같은 행태를 방치하거나, 때로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대표가 이날 자제를 촉구한 것이 진심이라면, 보다 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친문재인(친문)계도 작금의 사태 책임을 이 대표에게만 돌릴 일은 아니다”라며 “당 차원에서 당원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월27일자 중앙일보 사설

국민일보 사설 <민주주의 위협하는 ‘개딸’…李대표, 단호히 대응하라>은 “내 편이 아니다 싶으면 좌표를 찍고 집단으로 몰려가 ‘18원 후원금’과 문자 폭탄을 쏟아붓고 일방적으로 비방·매도하는 것은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니라 집단 광기이자 폭력”이라며 “이 대표도 이런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말로만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립서비스’일 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도를 넘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당 차원에서 수사 의뢰하고 신속히 사실 규명과 징계 절차를 밟는 등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 <극렬 지지층에 장악된 黨, 그 黨에 장악된 국회>는 “이 대표는 말만 할 게 아니라 폭력과 다를 게 없는 ‘개딸’의 집단행동을 분명한 해당(害黨) 행위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을 믿기 어려운 이유들>의 경우 “국민들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면 이미지 조작 등 허위 비방 포스터 제작 및 유포자에 대한 고발 등 즉각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이 대표가 취해야 한다. 또 개딸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법안 둘러싼 여야, 충돌 말고 해야 할 것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둘러싼 여야간 충돌이 거세다. 한국일보는 “2009년 종합편성채널 도입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개정 표결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법안 처리의 주도 여부에 따라 여야 간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검수완박 ‘유효’ 결정에 ‘내로남불’ 찬반…14년 전 정치 반복하는 국회> 기사에서 지적했다.

<‘검수완박’ 결정, 아전인수 정쟁 말고 제도 보완 나서야> 제목의 한국일보 사설은 “지금 정치권이 매달려야 할 것은 관련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은 검찰 견제라는 입법 취지는 합당한 면이 있으나, 내용은 부실하고 불완전한 법”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정치권 수사인 ‘부패’ 수사는 검찰에 두고, ‘방위사업’ 수사는 못 하게 하는 게 과연 입법 취지에 맞나.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박탈한 조항도 비판 대상”이라면서 “한동훈 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일명 ‘검수원복’)한 문제점도, 법안을 조정하며 큰 틀에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월27일 한국일보 기사

경향신문 사설 <판사 출신 집권당 대표가 헌법재판관을 모독·겁박하다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민·우·국(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의 반(反)헌법 궤변”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집권여당 대표가 헌재를 모독하고 헌법재판관들을 겁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에는 <[조선칼럼] 헌법재판관은 ‘9인의 현자’가 되어야 한다> 제목의 김영수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 칼럼이 게재됐다. 김영수 교수는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3‧23판결을 보며 이 경구가 떠올랐다. 지난해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온갖 꼼수와 편법, 불법이 판쳤다. 그런데 헌재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법률안은 유효하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망가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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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의 인공해일, 미국 항공모함 덮친다

 

[개벽예감 533] 50m 높이의 인공해일, 미국 항공모함 덮친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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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11년 걸린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  

2. 해군력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하는 전략사업

3. 포세이돈과 오르카 다음에 출현한 ‘해일’

4. ‘해일’ 예선한 무역선은 어디로 가나?

 

 

1. 11년 걸린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 

 

2023년 3월 21일 조선의 비밀병기 핵무인수중공격정이 마침내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출현은 조선의 핵무력 건설사에서 또 한 번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한 거대한 의의를 가진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전략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뜻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다.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출현을 세상에 알린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 획기적인 전략핵무기를 개발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의문이 생긴다. 사회주의 건설에서 속도(speed)를 매우 중시하는 조선에서 전략무기 개발사업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척되는데,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은 왜 11년이 걸렸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출현을 보도한 2023년 3월 24일부 기사에 들어있다. 보도기사가 전해주는 사연은 다음과 같다.

 

“우리 국방과학연구기관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2년부터 새로운 시대의 전쟁 양상을 연구하고 제국주의 침략 군대의 군사기술적 우세를 견제하기 위한 자위력 강화의 발전 방향을 규제하면서 새로운 작전개념으로부터 출발한 수중 핵전략공격 무기체계 개발사업을 진행하여 왔다.”

 

위의 인용문은 다음과 같은 사연을 말해준다. 조선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을 2012년에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가 2012년에 제시한 방침에 따라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방침을 우연한 기회에 제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시대의 전쟁 양상을 연구”하면서 파악한 “새로운 작전개념”을 가지고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11년 전에 연구한 “새로운 시대의 전쟁 양상”은 무엇이며, 11년 전에 제시한 “새로운 작전개념”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물음의 해답을 찾아야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출현이 조선의 핵무력 건설사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김정은 총비서는 앞으로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무기체계가 출현하여 전쟁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견하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인류의 생산활동과 생활환경을 변화시킬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전쟁 양상도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견을 이미 11년 전에 하였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김정은 총비서는 “제국주의 침략 군대의 군사기술적 우세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개념”을 제시하였다. 제국주의 침략 군대의 군사기술적 우세라는 말은 미국군이 가진 우세한 선제타격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군이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을 도발하고,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의 주도권을 틀어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전쟁사 연구가 트레버 두푸이(Trevor H. Dupuis)는 “선제공격으로 개전 72시간 만에 적 전투력의 36%를 손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1년 전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의 군사기술적 우세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개념을 찾아내기 위해 비대칭 전략에 사색과 탐구를 집중하였다. 군사기술적으로 우세한 미국이 선제타격으로 북침 전쟁을 도발하려는 판에 조선이 대칭적인 선제타격으로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 그래서 미국의 선제타격에 비대칭 전략으로 대응할 새로운 작전개념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총비서가 오래전부터 사색하고 탐구해온 중대한 과제였다. 그리하여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의 선제타격을 압도하는 새로운 작전개념을 11년 전에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불시타격이라는 작전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선제타격이라는 작전개념은 적의 공격징후가 나타났을 때, 적을 먼저 타격한다는 작전개념이다. 그와 달리,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불시타격이라는 작전개념은 적의 공격징후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도 적을 불시에 타격한다는 새로운 작전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민군의 불시타격은 한미련합군의 선제타격을 완전히 압도한다. 

 

2. 해군력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하는 전략사업

 

조선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핵무인수중공격정 개발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거쳐야 했던 선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0년 12월 5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2009년 3월 김정일 총비서는 “조선의 핵무력을 공중핵무력과 수중핵무력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교시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에 주었다고 한다. 군수공업부는 핵무기 개발과 생산을 총괄하는 131지도국에 김정일 총비서의 교시를 하달하였다.  

 

김정일 총비서가 교시에서 언급한 공중핵무력은 전략핵미사일과 전술핵미사일을 의미하고, 수중핵무력은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발사미사일, 핵어뢰, 핵기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김정일 총비서는 2009년 3월 교시에서 전략핵미사일, 전술핵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발사미사일, 핵어뢰, 핵기뢰를 개발하는 방침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131지도국 산하에는 공중핵무력과 수중핵무력을 연구, 개발하는 10여 개의 핵무기연구소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핵어뢰와 핵기뢰를 연구, 개발하는 기관은 108연구소다. 위에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108연구소는 2009년 3월부터 핵어뢰와 핵기뢰를 만드는 수중핵무력 개발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은 108연구소가 김정일 총비서의 교시를 받들어 수중핵무력 개발사업에 즉각 착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핵어뢰와 핵기뢰를 만드는 수중핵무력 개발사업과 더불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수중핵무력 개발사업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제작하는 수중핵무력 개발사업도 각각 다른 연구소들에서 추진되었다. 

 

위에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2009년 당시 108연구소가 핵기뢰를 개발하는 데서 기술공학적 난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핵기뢰를 만들 수 있었지만, 핵어뢰를 개발하려면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하였다. 이런 보도내용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추출할 수 있다. 

 

1) “공중핵무력과 수중핵무력을 중심으로 조선의 핵무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김정일 총비서의 2009년 3월 교시는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총비서의 서거 이후 조선이 관철해야 할 유훈으로 되었다. 유훈을 계승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의 비핵화’를 노리는 미국의 방해와 협박을 물리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개발사업에서 끝없이 제기되는 기술공학적 난관을 돌파하면서 김정일 총비서의 핵유산을 더욱 심화, 발전시켰다. 2012년부터 오늘까지 11년 동안 조선이 추진해온 핵무력건설은 김정일 총비서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과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 소형화되고 경량화된 전술핵무기가 없으면, 핵기뢰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2009년 당시 108연구소가 핵기뢰를 당장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고도의 핵기술을 조선이 이미 12년 전에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조선이 소형화, 경량화, 규격화된 각종 전술핵무기들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지난 시기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경량화하는 사업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3) 일반적으로, 핵어뢰는 핵폭탄, 추진장치, 유도장치로 구성되는데, 조선은 핵어뢰에 들어가는 소형화, 경량화된 전술핵폭탄을 2009년 당시에 이미 만들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핵어뢰를 개발하는 데서 제기된 기술공학적 난제는 핵어뢰에 들어가는 추진장치와 유도장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9년 당시 조선인민군 해군은 직주어뢰와 유도어뢰를 보유하고 있었다. 직주어뢰(straight running torpedo)는 사전에 입력된 방향을 따라 일직선으로 타격 대상을 향해 주행하는 어뢰이고, 유도어뢰(guided torpedo)는 타격 대상에서 발생되는 음파를 감지해 타격 대상을 추적하는 어뢰다. 

 

직주어뢰는 특수연료를 사용하는 발동기(motor)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다. 직주어뢰에 고출력 발동기를 장착하면 시속 100km로 쏜살같이 나아갈 수 있지만, 고출력 발동기가 돌아가면서 수중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의 수중음향탐지기에 걸리기 쉬운 단점이 있다. 

 

직주어뢰와 달리, 유도어뢰는 축전지(battery)에서 나오는 전기로 추진력을 얻는다. 유도어뢰는 발동기를 돌리지 않기 때문에 소음이 적어서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추진력이 약해서 시속 55~70km로 느리게 주행하는 단점이 있다. 

 

11년 전, 108연구소는 주행속도가 빠르면서도 수중소음은 적게 나고, 타격 대상에서 발생되는 음파를 감지해 타격 대상을 추적하는 새로운 유형의 핵공격 유도어뢰를 개발하려고 하였다. 직주어뢰는 단거리 어뢰이고, 유도어뢰는 장거리 어뢰인데, 엄청난 수중핵폭발을 일으키는 핵어뢰는 반드시 먼 거리에서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108연구소는 장거리를 주행하는 핵공격 유도어뢰를 만들려고 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도어뢰는 적의 전투함선에서 돌아가는 엔진의 진동 소음을 감지하고 추적한다. 전투함선에서 돌아가는 엔진의 진동 소음은 고주파가 아니라 저주파다. 파장이 짧은 고주파는 멀리 퍼지지 못하지만, 파장이 긴 저주파는 멀리 퍼진다. 꽹과리 소리보다 징 소리가 더 멀리 들리는 까닭은 징 소리의 파장이 더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도어뢰의 수중음향 감지장치는 수십 km 밖에서도 저주파 진동소음을 감지해 적의 함선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도어뢰의 수중음향 감지장치는 전투함선에서 발생되는 소음과 민간선박에서 발생되는 소음을 구분하지 못한다. 만일 전투함선과 민간선박이 오가는 서해나 동해에서 유도어뢰를 발사하면 민간선박을 전투함선으로 오인하고 타격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조선은 수중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의 벡터(vector,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갖는 양)를 분석해 특정한 음향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수중음향 감지장치가 가진 기술공학적 한계를 넘어섰다. 이를테면, 미국 항공모함에서 발생하는 엔진 진동 소음을 추출해, 그것을 유도어뢰 수중음향 감지장치에 입력하면, 그런 입력자료를 가진 유도어뢰는 구축함이나 민간선박에서 발생하는 엔진 진동 소음을 외면하고 오직 항공모함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소음만 추적하는 것이다. 조선은 수중음향구별기능을 가진 유도어뢰를 이미 2000년대 초반에 개발하였다. 

 

위에 서술한 맥락을 이해하면, 2009년 3월 당시 108연구소는 강한 출력을 내는 고성능 축전지를 개발하면, 잠항 속도가 빠르면서도 수중소음이 적게 나고, 오랜 시간 동안 장거리를 주행하는 핵공격 유도어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타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식의 타산은 기존 공학기술에 의존하는 고정격식화된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기존 공학기술에 의존하는 고정격식화된 관념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개발사업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혁신적인 개발사업은 북침 전쟁 도발에서 중추역할을 하는 최강의 전략무기인 미국 항공모함을 단숨에 수장시켜버릴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새로운 유형의 수중전략핵무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혁신적인 개발사업이 시작되기까지 조선에서 어떤 연관사업들이 선행되었는지 살펴보자. 

 

2011년 8월 22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2011년 4월 조선에서 무인조정어뢰정이 개발되었고, 그해 8월에 시험 운행이 실시되었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의 무인조정어뢰정은 어뢰 1발을 장착하고 무인자동조종장치에 의해 해상목표물을 어뢰 공격으로 파괴하는 무기체계라고 한다. 혹시 어뢰가 빗나가더라도, 무인조정어뢰정이 해상목표물을 향해 자동으로 돌진하여 자폭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런 보도내용을 보면, 2011년 당시 조선이 개발한 무인조정어뢰정은 어뢰를 1발밖에 장착하지 못하는 소형 무인조정어뢰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당시 조선은 2011년 12월 말까지 소형 무인조정어뢰정 80척을 건조할 것이라고 하였다. 

 

조선이 2011년에 무인조정어뢰정을 개발한 것은, 해군력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하는 전략사업이 2011년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군력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하는 조선의 전략사업은 무인조정어뢰정이 개발된 이후에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13년에는 무인전투함선이 건조되었다. 2013년 8월 25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에서 첫 무인전투함선이 건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되어 “항해와 사격 조종을 비롯한 모든 전투 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으며 각종  대상물들에 대한 타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21세기의 전투함선”의 기동훈련을 지도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무인조정어뢰정이나 무인전투함선에서 핵어뢰를 발사하는 식으로는 주변에 구축함과 잠수함을 거느리고 강력한 방어망을 구축한 미국 항공모함을 수장시킬 수 없었다. 

 

3. 포세이돈과 오르카 다음에 출현한 ‘해일’ 

 

조선인민군이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것은 전쟁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문제로 된다. 전 세계 6대양이 좁다하게 돌아치면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도발하는 아메리카제국의 괴물 거함 핵추진 항공모함은 격침당한 적이 없으며, 격상당한 적도 없다. 

 

그래서 지난 50여 년 동안 조선인민군은 그 괴물 거함을 바닷속에 처박아버릴 항모 타격 전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이를테면, 전투기의 전자 장비와 전기장치를 모두 끈 전투기 결사대가 무전파 초저공비행으로 출격하여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전법도 개발되었고, 탄도미사일 60발을 동시다발로 집중발사하여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전법도 개발되었고, 전투기-잠수함 연합부대가 공중과 수중에서 동시에 기습돌격하여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전법도 개발되었고, 전술핵탄두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여 항공모함 상공에서 전술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전자기파 공격으로 미국 항공모함을 작동 불능상태에 빠뜨리는 전법도 개발되었다. 

 

그러나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이 개발한 항모 타격 전법들은 선제타격 작전개념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런 실정을 파악한 김정은 총비서는 불시타격 작전개념에 의거한 새로운 항모 타격 전법을 창안하였다. 다시 말해서, 미국 항공모함이 동해 작전구역으로 출동해 북침 공격징후를 드러냈을 때 선제타격으로 수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 항공모함이 주일미 해군기지에서 출항하기 전에 불시타격으로 항만 수중에 수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핵무력을 보유한 핵강국이라고 해서 불시타격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시타격은 핵공격 결정권자가 무비의 강한 담력을 가지고 있어야 단행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이 불시타격으로 적을 제압했던 1968년의 푸에블로호 나포, 1969년의 EC-121 정찰기 격추, 2010년의 연평도 포격전 같은 담대한 작전을 계승, 발전시켜 불시의 전술핵타격으로 한미련합군을 제압하는 핵무력과 핵전법을 완성하였다. 최근 몇 해 동안 조선인민군이 연속적으로 실전배치한 각종 핵무기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불시타격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 완성된 ‘맞춤형 핵무기’들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인민군이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불시타격 전략을 수행하려면 미국 항공모함이 주일미 해군기지에서 출항하기 전에 불시타격으로 수장시켜야 하는데, 조선로동당 군수공업부는 그런 새로운 전법을 수행하기 위해 해군력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하는 기존 전략사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에서 다시 추진해야 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주일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에서는 엔진 진동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조선인민군이 무인조정잠수정이나 무인전투함선에서 수중음향 감지장치가 달린 핵공격 유도어뢰를 발사해도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없다. 그래서 조선로동당 군수공업부는 핵공격 유도어뢰를 개발하려던 기존 계획을 접어두고, 자동으로 잠항하여 주일미 해군기지로 접근한 다음, 자동으로 적함을 공격하는 무인화되고, 자동화되고, 지능화된 핵공격 잠수정을 개발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핵공격 잠수정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공학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사업인가? 이 분야에서 기술공학수준이 가장 앞선 나라는 로씨야와 미국이다. 로씨야는 올해 2023년에 포세이돈(Poseidon) 무인잠수정을 생산했고, 미국은 오르카(Orca) 무인잠수정을 개발하였는데, 올해 안에 시험 운항을 실시하게 된다. 로씨야와 미국이 무인잠수정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으며, 얼마나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입했는지를 여기서 구체적으로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로씨야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조선도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핵공격 잠수정을 만들어내기까지 숱하게 제기되는 기술공학적 난관을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돌파해야 하였다. 조선이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핵공격 잠수정을 만드는 개발사업을 11년 만에 자력으로 완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정은 총비서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와 지도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2년 동안 조선의 핵공격 무인잠수정이 통과한 50여 차례의 각종 시험들 중에서 29차례는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은 시험이었다고 한다. 

 

그런 간고분투의 노력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조선은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 최첨단 핵공격 잠수정을 만들어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1년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조선의 핵공격 무인잠수정의 명칭이 ‘해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조선에서는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된 핵공격 잠수정을 핵무인수중공격정이라고 부른다. 

 

2023년 3월 21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이 동해의 거친 바다 속으로 잠항했다. ‘해일’은 타원형 침로와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2일 11시간 12분 동안 잠항하여 3월 23일 오후 적의 항구를 가상한 함경남도 홍원만 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하여 시험용 전투부를 수중에서 자동 폭발시켰다.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축전지 동력으로 잠항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무인잠수정 오르카와 유사하다. 미국의 오르카 무인잠수정은 길이가 26m이고, 최고 잠항 속도가 시속 14.8km이고, 최장 잠항 거리가 12,038km다. 하지만 오르카 무인잠수정은 핵공격 능력을 갖지 못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하여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한다고 한다. 이처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전략핵공격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로씨야의 핵공격 무인잠수정 포세이돈과 유사하다. 

 

 

주목되는 것은, 로씨야의 핵공격 무인잠수정 포세이돈에 메가톤급 수소폭탄이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핵무기 연구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로씨야의 핵공격 무인잠수정 포세이돈에 장착된 20메가톤급 수소폭탄이 수중에서 폭발하면 100m 높이의 초거대 해일(megatsunami)이 발생해 미국 해군기지를 덮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100m 높이의 초거대 해일이 미국 해군기지를 덮치면 어떤 가공할 사태가 벌어지는가? 지금으로부터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이 메히꼬 유까탄 반도에 떨어진 엄청난 충격으로 100m 높이의 초거대 해일이 발생하여 여러 대륙의 해안지대를 덮치는 바람에 공룡이 멸종되는 대재앙이 일어났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꾸(東北) 해저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의 높이는 6~8m였고, 1896년 일본 산리꾸(三陸) 해저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의 높이는 38.2m였다. 2011년 지진해일로 15,500명이 사망했고, 1896년 지진해일로 22,066명이 사망했다.

 

4. ‘해일’ 예선한 무역선은 어디로 가나?

 

물론 조선은 그런 참혹한 대재앙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선은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에 장착되는 수소폭탄의 폭발위력을 미국 항공모함을 수장시킬 수 있는 만큼 약하게 조절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사용하여 미국 항공모함을 인공해일로 수장시키려면, 10메가톤급 수소폭탄을 장착한 ‘해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항공모함 비행 갑판의 높이는 해수면으로부터 약 20m이므로, 미국 항공모함을 인공해일로 덮쳐 수장시키려면 인공해일의 높이가 50m 정도는 되어야 한다. 50m의 높이의 인공해일을 일으키려면, 수중에서 10메가톤급 수소폭탄을 터뜨려야 한다. 10메가톤급 수소폭탄의 폭발위력은 히로시마 핵폭탄보다 690배 더 강하다. 엄청나다.

 

주목되는 것은,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수상 선박에 예선하여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선은 큰 배가 작은 배를 끌고 간다는 말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남조선해방전쟁’을 결심한 최후 결전의 날,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예선하여 남포항을 출항한 조선의 평범한 무역선이 일본 요꼬스까(橫須賀) 해군기지에서 약 700km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해일’을 잠항시키면 48시간 뒤에 요꼬스까 해군기지에 정박한 미국 항공모함은 수장될 것이다. 항공모함만이 아니라 그 곁에 정박한 미국 구축함들과 일본해상자위대 구축함들까지 인공해일이 덮쳐 모조리 수장될 것이다. 

 

무역선이 예선하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공격대상은 요꼬스까 해군기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역선이 항해하는 5대양 어디에서도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전략핵공격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일본 오끼나와(沖繩)에 있는 미국 군사 기지들, 미국 하와이(hawaii)에 있는 진주항 해군기지(Naval Station Pearl Harbor)를 비롯해 태평양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 침략 기지들을 수장시킬 수 있다. 이것은 태평양에 전진 배치된 미국의 침략무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작전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 결정에 따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2023년 3월 현재 작전 배치된 것이 분명하다.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불시타격에 사용될 가장 위력적인 전략무기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은 적군은 하지 못하고 아군만 할 수 있는 천하무비의 비대칭 전략이다. 조선인민군의 비대칭 전략은 불시타격으로 선제타격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후 결전의 날이 오면, 조선인민군은 초강력한 불시타격으로 개전 72만에 전쟁을 결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3월 16일 김정은 총비서는 “광란적으로 감행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 괴뢰 역도들의 도발적이며 침략적인 대규모 전쟁 연습 소동으로 하여 조선반도 지역에 가장 불안정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엄중한 형세”를 지적하면서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이 지속되고 확대될수록 저들에게 다가오는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엄중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미국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두 귀를 스스로 막고, 김정은 총비서의 엄중한 경고를 듣지 않았다. 한미련합군은 ‘자유의 방패’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핵타격 수단을 동원하는 씨나리오에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북침 전쟁 연습을 3월 13일부터 11일 동안 밤낮 계속함으로써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였고 우리 민족 전체를 위험한 상황으로 끌어갔다. 더욱이 한미련합군은 ‘자유의 방패’를 11일 만에 끝냈다고 하면서도, ‘쌍룡훈련’이라는 또 다른 간판을 걸어놓고 사상 최대 규모의 북침 상륙 훈련을 감행하면서 지금도 조선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험악한 정세 속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공개하여 한미련합군에 불안과 공포를 안겨준 조선은 앞으로 또 다른 비밀병기를 공개하여 그들에게 절망과 전율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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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 “윤석열 심판” 한목소리..퇴진투쟁 대장정 시작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3.25 21:48
  •  
  •  댓글 0

2만 참가자, “탄압에는 항쟁! 윤석열 퇴진 대장정, 반격을 시작하자”

노·농·빈, 진보당, 시민사회 서울 곳곳 자체 결의대회로 투쟁 결의 높여

윤석열 정부를 향한 성난 민심이 서울 도심을 뒤덮었다.

25일, 서울시청 앞, 종로, 대학로, 서울시의회가 있는 덕수궁 돌담길까지…. 노동자, 농민, 빈민 대표단체는 물론, 여성, 청년학생, 진보정당, 풀뿌리 시민단체 등 869개 단체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쳤다.

▲ 25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3.25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퇴진 대장정 시작”

서울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 모여 ‘윤석열 정부 심판의 날’ 포문을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대한 비상선언이 발표되고 시국회의가 구성되는 가운데, 서울은 지난 4일 143개 단체를 모아 가장 먼저 ‘서울시국회의’를 결성했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10개월, 한미군사동맹 강화로 남북관계가 파탄났다. 윤석열은 한반도 전쟁만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민중들과도 전쟁 중”이라며 “노동자 부패집단 조작, 간첩 조작, 그리고 역사 정의를 실현하려는 민중들을 상대로 역사를 팔아먹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 대표는 “서울시민이 앞장서 윤석열 심판과 퇴진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자”고 외쳤고, 참가자들은 이에 호응하며 시청을 출발, 광화문 사거리-종로1가를 거쳐 다시 서울시청 앞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 시청광장을 돌아 행진을 시작한 서울시국회의 단체 회원들.

‘윤석열 심판의 날’ 외침은 4시에 더욱 확장됐다. 농민, 빈민 참가자들이 각각 사전대회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에 도착하자 대오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먼저 시청 앞에 자리 잡고 있던 서울 각계각층 단체들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적힌 붉은 팻말과 호루라기를 불며 이들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 나아가 ‘퇴장’의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다. 농민, 빈민들 역시 호루라기를 들고 속속 결합했다.

▲ 농민대회를 마치고 ‘윤석열 정권 심판 3.25 행동의 날’ 참가를 위해 서울시청 앞으로 들어오는 농민들.

오후 4시를 기해 ‘3.25 시민행동 대회’가 선포됐다. 한데 모인 참가자들은 거세게 호루라기를 불며 윤석열 정부 심판의 함성을 더욱 높였다. 이어 민생파탄, 민주실종, 평화파괴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정권 심판 이유 “민생파탄, 민주실종, 평화파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님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무대에 올라 “자식을 잃은 억울함과 분노로 이 자리에 왔다”고 인사했다. 조 씨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가원수로서 이태원 참사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능죄, 노동자 민중을 간첩으로 내몬 죄, 친일굴욕외교를 저지른 죄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리곤 “이태원 참사에 대한 450여 가지의 의문을 밝혀내기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조미은 님.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농사일로 가장 바쁜 시기에 있는 농민들을 아스팔트 농사로 불러냈다”면서 “국민 생명 지키는 농민을 무시하는 정부, 식량주권도 못 지키는 정부를 갈아엎는 싸움에 물러섬 없이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철 지난 간첩몰이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윤석열 정부가 9년 전 있었던 노점상 강제철거 반대투쟁을 문제 삼아 전현직 간부 6명을 잡아 가뒀다”고 분노했다. 그는 “지금도 정부와 서울시의 개발 광풍 정책으로 강제 철거, 강제 단속이 계속되고 있다”고 규탄하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이 똘똘 뭉쳐 윤석열 심판 투쟁을 승리로 만들자”고 외쳤다.

2만 참가자, “탄압에는 항쟁이다”

오후 5시가 되자 “윤석열 심판”의 목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대학로에서 노동자대회를 연 민주노총 1만 3천여 조합원이 대회장에 들어서면서 이날 ‘윤석열 심판 3.25행동의 날’ 참가자 2만여 명이 모두 집결했다.

노·농·빈, 그리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은 대회사를 통해 ‘윤석열 심판이 필요한 이유’를 공표했다.

대표단은 ▲서민들은 물가·난방비 폭등, 부자들 세금 대폭 감면, 역대 최대 자산불평등 ▲전쟁 위기 고조, 일본 식민 지배에 면죄부 ▲곽상도 무죄, 노점상은 구속, 무전유죄 유전무죄 ▲쌀값 폭락, 식량주권 농민생존권 말살 ▲노조탄압, 노동개악, 장시간 노동강요, 최저임금 삭감 등을 꼬집으며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친재벌 정책의 끝을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대회사 낭독하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공동대표, 빈민해방실천연대 남경남 공동대표, 전농 하원오 의장,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참가자들은 “탄압에는 항쟁이다. 이제 우리는 반격에 나선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 민중은 독재 정권에 맞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왔던 것처럼 오늘 우리는 민중승리의 대항쟁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윤설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4차 범국민대회’를 이어갔다.

▲ 윤석열 정부 심판해야 하는 이유가 적힌 현수막.

▲ 윤석열 정부의 죄목이 적힌 만장행렬.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문제는 윤석열이다”

농민대회, ‘양곡관리법 거부권’ 규탄

빈민대회, “노점말살·강제퇴거 중단”

진보당 “5월10일, 취임 1년 윤석열 심판의 날”

3.25대회에 앞서 노동자, 농민, 빈민단체는 각각 사전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대학로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민생, 민주 파괴범,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에 맞선 2023년 대투쟁을 선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진행되는 노동시간 개악, 물가폭등, 대일 굴욕외교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며 “최근 건설노조, 민주노총을 향해 폭력집단화, 색깔론을 앞세워 진행되는 탄압의 본질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노예노동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며, 검찰 독재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개악에 맞선 총파업 태세를 구축해 5월 총궐기 투쟁, 6월 최저임금 투쟁, 7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끝장내자”고 외쳤다.

▲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문제는 윤석열이다. 민생파탄! 검찰독재! 윤석열 심판!’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사진 : 뉴시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영풍문고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누더기 양곡관리법’을 비판하는 한편, 시장격리 의무화를 거부하는 국민의힘,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준비 중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농민의 힘으로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하고 스스로 생존권 쟁취에 나설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갈아엎는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 농민대회를 마치고 ‘3.25 행동의 날’ 대회장으로 행진하는 농민들.

빈민해방실천연대는 ‘노점말살 저지, 철거민 강제퇴거 중단, 윤설열 정권 공안탄압 규탄 투쟁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민원이 세 번 발생하면 노점 강제철거를 집행하는 ‘노점 삼진아웃제’” 조례를 추진하는 것에 강력 반발했다.

이날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단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대형건설사들의 무분별·무책임한 개발을 용납하는 윤석열 정권, 노점상 대표와 간부를 구속하며 공안탄압을 일삼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투쟁을 결의했다.

▲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열린 빈민해방실천연대 결의대회. [사진 : 민주노련]

한편, 진보당은 정당 중 유일하게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 당원대회’를 열었다.

윤희숙 상임대표는 “굴욕외교로 나라를 팔아먹고, 국민을 일하는 기계로 여기고, 검찰권력을 사유화하여 나라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윤석열 정권 이대로 둘 수 있겠느냐”며 “5월 10일 윤석열 정권 취임 1년이 되는 날을 ‘윤석열 심판의 날’로 만들자”고 밝혔다.

▲ 서울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진보당 당원대회’. [사진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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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당 설득'마저 일본 야당에 '외주' 준 기묘한 한국 대통령

[박세열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다 틀렸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3.25. 08:45:08

 

많은 언론이 지난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석상 발언을 두고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 언론이 고생이 많다. 이 글에선 윤 대통령의 심리 상태와 정세 인식을 살펴보겠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여있는지 추적해 봐야겠다. 

 

"저는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3월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확신한다는 표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론보다는 본인의 확신이 먼저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다. 확신한다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국민들이 아닌) 한 발언을 국민들에게 먼저 직접 했어야 했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던 1300자 3.1절 기념사는 전조였다. 닷새 후인 3월 6일 윤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쏙 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9일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사이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 흔한 '대국민 소통'이라든지, 기자회견이라든지 하는 것도 없었다. 도어스테핑을 폐기한 마당에 그런 자리를 만들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을지 모른다. 대신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해 '일본인'들에게 먼저 설명을 했다. 한국의 시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건 바로잡고 싶다", "어차피 할 것 아니냐. 그러면 미리 매를 맞는 게 낫지, 내년 총선 앞두고 할 것인가." 

 

매를 맞을 줄 알고 있었고, 지지율 0%, 1%로 떨어질 것까지 각오했다고 한다. 이걸 모두 예상했다면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미리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저는 현명하신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3월 21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 스스로 내린 결단을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고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뒷북 고뇌'다. 한국 시민들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 야당과 한국 야당을 비교해 '국익 앞에 정파가 없는' 일본 야당을 보며 부끄럽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부끄럽다'가 아니라 '부럽다'는 말을 한 것 같다고 했지만, 일본 야당을 보며 부끄러워하든, 일본 야당이 부럽든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도 틀렸다. 일본 야당이 윤 대통령의 결단을 받아들인 여당의 기시다 총리를 비판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일본 국익'에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익의 문제를 '정파'의 문제로 치환했다. 이것은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문제다.  

 

만약 기시다 총리가 육성으로 통절한 반성을 언급하고, 강제징용 가해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반성과 성의를 표했다면, 한국 야당이 일본으로 건너가 궁지에 몰린 기시다 총리를 위해 기꺼이 일본 야당을 설득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면 윤 대통령의 외교 레버리지는 강해졌을 것이고, 매를 미리 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며, 지지율 0% 가 될 걸 걱정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윤 대통령이 '일본의 야당'을 언급했다니 하는 말이다. 지금 한국 정가와 일본 정가는 분위기와 상황 자체가 180도 다르다. 

 

정확히 하자. 일본 야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한국 야당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부끄러운" 한국 야당은 이번 대일 외교에 대해 10명 중 6명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여론을 따라간다. 어떤 야당이 집권 세력의 실정에 동조하겠는가. 이건 윤 대통령이 미워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확신'에 동조하자마자 지지율 하락을 각오해야 할 일이란 걸 아는, 정치적 생존 본능 같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한 긍정 평가는 58%를 기록했다. 대략 60% 정도가 기시다 후미오의 이번 대한국 외교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야당이 여기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이 당연한 사실을 대통령은 갑자기 '발견'이라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양국 정당의 정치적 생존 본능을 두고 '일본은 여야 한목소리로 환영하는데, 한국 야당만 반대하고 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먼저 주면 나중에 받을 것이다'라는, 외교 초짜의 '나이브'한 생각은 그렇다치더라도, 이건 정치마저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 한국 야당이 문제라 치자. 그런데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두고 '한국 야당'을 설득하려고 직접 만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나? 없었다. 엉뚱하게 일본 야당만 만났다. '한국 언론'을 설득하려고 직접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나? 없었다.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었을 도어스테핑은 자체 폐지했다. '한국 국민'의 마음을 열기 위해 대국민 담화 한번이라도 발표했었나? 없었다. 그리고나서 일본인의 마음을 열었다고 자찬하고 '일본 야당'을 보며 스스로 우리 정치가 부끄럽다고 한다. 혹은 일본 야당이 '부럽다'고 한다. 다 걷어내고 나면 '한국 야당 설득'마저 일본 야당에 '외주'를 주고 있는 초라하고 기묘한 골자만 남는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인은 정직하다"고 했다. <NHK>는 관방부장관의 말을 빌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고 흘리고, <마이니치> 신문은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하고, <산케이>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나 일본의 기자들, 그리고 일본의 정치인들도 '정직한 일본인'일진대, 왜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의 보도를 두고 "독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멍게라는 말은 안 나왔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한가. 왜 일본의 언론과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인가. 이것도 윤 대통령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이를테면 일본인은 정직하다. 한국인도 정직하다. 그런데 정치의 영역에서 '정직'은 국익 앞에서 멈춘다.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정말 나이브한 것인가?

 

윤 대통령의 말처럼 '국내 정치'에 이번 일을 활용하고 있는 세력은 분명히 있다. 극우파를 달래기 위해 말해봐야 택도 없는 '독도' 이야기를 꺼내고, '위안부 합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언론을 통해 흘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으로 한국의 수입 금지 지역에 포함된 이바라키현이 지역구인 일본 의원은 안될 걸 알면서도 '멍게 수입 재개'를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이걸 언론에 흘린다. 아마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은 <마이니치> 신문 칼럼에 실린 '멍게 스토리'를 지역구 주민들에게 뿌릴 것이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활용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한다. 일본 자민당은 4월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활용할 선물을 일본 집권당에 안겨주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온갖 민원이 한국 대통령에게 쏟아진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정치를 마치 국익의 걸림돌이나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 속에서 내린 고독한 '결단'은 정치보다 우위에 있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고 일본이 깜짝 놀랄만한(한국도 다른 의미로 깜짝 놀라긴 했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정치적 이득'은 선거를 앞둔 일본 자민당 내각이 고스란히 주워가고 있다.

 

국민도 언론도 없었던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독백은, 시점도 방식도 내용도 모두 다 틀렸다. 슬픈 일이지만.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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