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외면당한 청년노동자, 주69시간제 ‘분노 포인트’ 4가지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4.10 18:29
  •  
  •  댓글 0



- “정부 출범할 때부터 청년 갈등 조장하더니…”

-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석열 정부”

- “노사 합의로 가능?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조사하라”

- 포괄임금제… “또 잘못 짚은 정부”

“우리는 만난 적 없다.”

청년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청년팔이' 행태에 분개했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간 개편안에 청년들이 왜 반대하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청년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답시고 간담회를 하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청년만 선별·편향적으로 만난다는 지적이다.

6일, “이정식 장관과 만나겠다”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공개토론회 자리를 만들고 장관을 정식 초대했지만 이 장관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서울 고용노동청에서 기습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진 : 뉴시스]

‘이정식 장관 없는 토론회’에 쏟아져 나온 청년들의 분노 포인트를 4가지로 정리했다.

 

포인트 1> 갈등 조장… “정부 출범할 때부터 갈등 조장하더니…”

김 식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갈등 조장 정부”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총과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MZ노조) 구분해 청년 노동자를 갈라치며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 이 장관은 주69시간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MZ노조 청년 조합원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 그러나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예외였다.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이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를 찾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 피케팅을 벌였다. 당시 이 장관은 현장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민주노총 청년과 면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엔 불참을 통보했다.

김 대표는 “선거 때는 여성 청년과 남성 청년을 나누며 재미를 보고, 젠더갈등·세대갈등·지역갈등·노노갈등, 심지어 색깔론까지 온갖 차별과 배제, 혐오를 끌어들여 정권을 잡더니, 이젠 청년을 위한 정부인 양 행세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는 무시하고 청년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으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청년세대를 철저히 이용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포인트 2> 장시간 노동…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석열 정부”

경기도 일자리재단에서 일하는 공공서비스 노동자가 ‘현실 노동시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공공부문이 이럴진 데 사기업은 어떻겠는가?”라는 한숨이 뒤섞여 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경기도와 도내 시·군, 교육청, 중앙정부 등 공공·민간·유관 기관과 협력해 양질의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근태 확인 지문을 찍지도 않고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총인건비 제한으로 인해, 법에서 정한 주52시간 이내로 야근을 하더라도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고발했다.

금천 수요양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는 청년 노동자는 “뇌혈관질환 또는 척수손상 환자분들의 재활을 위해 하루 8시간 일한다. 30분 간격, 하루 12명~18명까지 꼬박 8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하루 지쳐 쓰러지기 일쑤다. 환자를 재활하면서 허리디스크에 목 디스크, 어깨·손목 통증까지 내 몸이 망가져 간다”고 토로했다.

그리곤, “정부가 69시간제를 내놨을 때, 그나마 그럴듯하게 포장된 논리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장기휴가도 가능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논리도 없고, 설득력도 없어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개토론회 이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부’를 향한 비난 댓글이 난무했다.

“노동부 장관부터 먼저 69시간 일하는 모범을 보여라.”, “탁상행정만 하지 마시고. 직접 몸으로 부대껴보고 말을 합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포인트 3> 노사 협의로 가능?…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조사하라”

정부는 주69시간제가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마치 합리적인 합의와 시행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중소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대표가 노동자를 대변할 수 없는 처지다.

“제가 있는 병원에서도 노동조합 생기기 전까지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대표가 누군지 질의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의를 제기하려 하면 소위 ‘찍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런데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할까?”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은 분기별로 노사협의회를 시행하고 그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고용노동부는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게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 합의에 대한 법적 이행 권한이 뒤따르지만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있다. “노동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교묘히 피해 가면서 장시간·공짜·편법 노동을 착취하는 사업주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포인트 4> 포괄임금제… “또 잘못 짚은 정부”

“악의적인 포괄임금이 낳은 공짜노동”, “포괄임금제 폐지 위해 투쟁할 것”

정부는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실제 근무한 시간과 관계없이 매달 연장·야간·휴일노동시간(시간외근무) 등을 정해두고 이에 상응하는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이를 적용할 경우,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무가 없다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을 해도 그림의 떡이다.

이정식 장관은 “포괄임금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포괄임금 폐지로 무마할 수는 없어 보인다.

유념할 것이 있다. 포괄임금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없는 계약 형태라는 것. 그러나 법원의 판례로 인정된 경우다.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기준법에 견줘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경우 등에만 포괄임금 약정에 따른 임금 지급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현실에선 부당한 방법의 포괄임금 약정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발표한 ‘2020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 가운데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한 사업체가 37.7%에 이르며, 사무·관리직의 경우 이 비중이 79.6%에 달한다.

포괄임금 폐지는 근기법에 없는 법의 원칙을 지키는 문제이지, 노동시간 유연화와 연결 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괄임금 형태로 임금이 지급된 사업체는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2018년) 전인 2015년 42.8%, 2017년 48.3%로 이미 만연한 계약 형태였다.

청년들은 “추가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공짜·편법 노동을 만연하게 포괄임금제가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청년단체, 정당소속 청년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청년 노동자들도 이미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수없이 경험했다.

2017년 넷마블에서 주당 78시간에서 89시간 일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2020년 10월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사망한 청년 노동자는 만 27세로 태권도 공인 4단의 건강한 청년이었다.

최근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이미 청년 3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번아웃 증후군(탈진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통신사 콜센터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 청년 노동자들은 또 다른 소희가 되길 거부한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에 속도를 낸다며 “곧 대국민 설문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으면 차별하고 배제하고, 해결책도 잘 못 짚는 정부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신뢰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일본 어민들 결사 반대하더라”

일본 내 반대여론 재확인한 야당의원들, 현지 목소리 전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대응 방일 결과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재갑 의원, 양이원영 의원, 박 원내대표, 위성곤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 저지 대응단장, 윤영덕 의원. 2023.4.10. ⓒ뉴스1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현지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고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밝혔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탓에 자녀가 강한 방사선에 피폭되는 일을 겪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사례 등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일본 정부는 대안이 있음에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아 왔는데, 개인소유의 땅을 빌려주겠으니 바다에 버리지 말고 땅에 보관해 달라 호소한 일본시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 저지 대응단’(단장 위성곤, 간사 양이원영))은 10일 국회에서 1박 3일 방일 활동 보고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민주당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1박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도쿄전력을 방문해 정확한 오염수 방류 개시 시점, 오염수 현황 자료, 오염수 방류 연기 및 저장탱크 확충 대안 검토 여부 등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또 구마모토 가즈키 메이지학원대 명예교수,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 시마 아케미 후쿠시마 타네시 의원, 곤노 스미오 전 원전 노동자, 후세 사치히코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 등을 만나 현안을 청취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소속 윤영덕·위성곤·양이원영·윤재갑 의원이 7일 일본 후쿠시마시를 방문해 후세 사치히코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을 면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실 제공) 2023.4.7. ⓒ뉴스1
 

일본정부·도쿄전력에 대한 불신
후쿠시마 소속 지자체 70% 반대
관광·농업·어업 단체 한목소리
오염수 바다에 버리지 말고
“내 땅 사용하라”는 일본시민


대응단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양이원영 간사는 “우리가 현장에 가서 봤을 때,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할) 땅이 굉장히 많았다”며, 심지어 ‘내 땅 빌려주겠으니 저장하라’고 나선 시민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위성곤 단장은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등과) 접촉해서 만나왔지만 늘 그래왔다고, 그래서 이번 방류 결정에 대해서도 믿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간사 또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등학생 아이 둘을 둔 엄마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측에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시의원이 되고, 그 정보를 제공받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라며 “또 원전 노동자의 경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다섯 살 자녀가 가장 높은 선량으로 피폭당했다. 그래서 (일본정부 등을) 못 믿으니까, 자신이 직접 여기저기 다니면서 선량 측정 계측기로 애들 등하굣길 중 안전한 곳이 어딘지 확인하고 있었다. 사고가 이어난 지 10년 지났는데도”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도 오염수 정보공개를 조직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후쿠시마 현 소속 지자체 70%가 반대하고, 관광·농업·어업 단체도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간담회 직후 양이원영 간사는 “15살부터 수산업을 했던 어민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얘길 했다”라며 “12년 만에 다시 어업활동을 재개하려는데 방류하면 우리는 다시 나락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그렇게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현지에서 청취한 내용을 전하며, 위 단장은 “다소 시급하게 추진된 일정이지만, 정희 방문단의 당초 목표했던 것은 달성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정부의 오염수 관리 문제를 확인했고, 대한민국 국민의 우려와 여론을 전달했으며, 방류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대여론을 재확인했다. 한국과 일본 국민의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성과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도쿄전력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투명한 정보공개 요구에 나설 수 있는 조건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간사는 “제일 중요한 것은 여론 환기였다”라며 “이분들 하는 얘기가, 이제 잊혀서 정치인들이 찾지 않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의원들이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응단은 이번 방일 활동에 이어 △ 정부TF와의 면담 △ 한일 전문가 토론회 △ 여야 공동 논의를 위한 국회 기구 신설 및 국정조사 △ 여야 공동 국제논의기구 창설 및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국가들과의 협력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의구현사제단 첫 전국 시국미사 "윤 대통령의 국민은 누구인가"

서울서 시작해 마산·광주로... "노동자, 농민, 시대의 피해자들과 함께"23.0 태그 4.10 21:32l최종 업데이트 23.04.10 22:35l글: 조혜지(hyezi1208)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국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부활절 다음날인 10일 오후 7시 서울시청 동편광장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지난달 20일 첫 시국미사를 진행하며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예고했던 '전국 순회 시국 미사'의 첫 시작이다.(관련 기사 : 사제들의 레드카드 "오늘이 윤석열 퇴진의 서곡이 될 것") https://omn.kr/2360w

서울서 "윤석열 퇴진" 구호 외친 정의구현사제단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나승구 신부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서 강론을 전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나승구 신부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서 강론을 전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정의구현사제단 첫 전국 시국 미사 "윤석열 이름만 들어도 부끄럽다”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이날 시국기도회 현장에선 윤석열 정부를 향한 사제단 소속 신부들의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현장에선 "약자는 안전하게 강자는 정의롭게" "일본 영업사원 윤석열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사제들의 발언마다 호응하기도 했다.

강론을 전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나승구 신부는 농민, 노동자, 강제동원 피해자, 이태원참사 피해자 등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언급하면서 "아픔에 신음하는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고압적이기만 하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과연 국민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한 뒤 "당선 후에 그 정의를 바꾼 것 같다.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를 따르면 국민이요, 자신의 독선을 따르지 않으면 패배자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특히 노동조합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비판하면서 "노동기본권인 단결권과 파업권을 시작도 전에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특히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국기도회를 이끄는 송연홍 정의구현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참가자들과 함께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단상에 올랐다. 송 위원장은 "매판매국 검찰독재 대통령, 부끄러운 건 우리 몫이다"라면서 "사제의 양심과 소명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시국기도회에 앞서 낸 성명문에서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던 젊은이들이 죽게 놔두었고(이태원참사) 농민을 무시하고(양곡관리법 거부) 노동자들을 적대시함으로써 유사 이래 궂은일과 힘든 수고를 도맡으면서도 대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천하지대본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기고 있다"고 했다.

사제단은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그의 안중에는 1%의 부자와 대기업, 일본과 미국 뿐인듯하다"면서 "내치와 외치 모든 면에서 국익, 국리민복에는 무관심하고 특권층의 기득권 수호에만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문 말미에서 "가만 둬도 윤석열 정부는 망할 수밖에 없다. 그를 움직이는 엔진이 욕망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의구현사제단의 전국 순회 시국기도회는 매주 월요일마다 17일 마산교구, 24일 수원교구, 5월 1일 광주교구 등의 순서로 진행될 계획이다. 마지막 순회는 오는 8월 16일 서울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 감청 사태에 조선 “미국만 하는 것 아냐” 한겨레 “저자세…미국 눈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4/11 09:19
  • 수정일
    2023/04/11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4.11 07:5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틀 연속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동아일보 “음주 시동 잠금장치 필요”

‘일광 횟집’ 소동 언급하며 서울신문 “민주당,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 어불성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포탄을 공급하는 것이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놓고 내부 논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정보기관이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감청함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며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도·감청 조작 가능성도 언급했다. 오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코앞에 두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11일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미국의 한국 외교안보라인 감청 소식을 다뤘다. 신문들은 일제히 사설도 썼는데, 매체마다 논조가 각기 달랐다. 조선일보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안보에 민감한 국가들 모두 다른 나라를 감청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미국에 당하고도 공식적으로 항의하지 않고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일자 아침신문들 1면.

 

미국 도·감청 사태에 조선 “미국만 하는 것 아냐” 한겨레·경향 “적극 항의해야”

 

미국 도·감청 사태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대통령실을 향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에 “저자세 외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1면 <도청 당하고도 저자세... 항의도 않는 대통령실> 기사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국가안보실 도·감청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부에 항의하거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실은 도·감청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며 파문을 줄이려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대통령실의 극도로 신중한 저자세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다. 방미를 통해 한-미 동맹 강화라는 외교·안보 성과를 부각하려는 대통령실은 도청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기류가 역력하다”고 했다.

▲11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

대통령실의 태도가 그동안 미국에 감청 피해를 본 다른 나라의 행태와 차이가 크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은 2013년 10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행태가 폭로된 뒤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2013년 벨기에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 회의에서 ‘친구 사이에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개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경향은 3면 기사에 용산 이전 문제를 문제 삼았다. 경향신문은 <용산 이전 때 여야 모두 ‘도청’ 경고... 우려가 현실 됐다> 기사에서 “대통령실 용산 졸속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옮기면 도청 등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된 터”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2005년 5월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다. 왜 15년이나 걸렸는지 혹시 아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보안 문제를 조금 더 설명하면 도청장치 때문이다. 도청’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고 보도했다.

▲11일자 경향신문 3면.

조선일보는 전직 외교·안보 부처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도청 사태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듣고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1면 <“정보전엔 피아 따로 없어... 첩보 대응력부터 점검을”> 기사에서 “외교·안보 원로들은 10일 미국이 한국 등 우방을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된 데 대해 ‘우방끼리 첩보전을 펴는 건 공공연한 비밀로 흥분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서 유출 경위에 관해 미국 얘기를 충분히 듣고 우리의 방청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로들은 ‘야당이 초당적 사안인 국가 안보 문제를 정부 비방 소재로 삼는 행태는 삼가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야당을 향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원로들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논란을 해결하는 데는 야당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야당 입장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보안에 허점을 보였다며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라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해선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1일자 조선일보 1면.

▲11일자 조선일보 3면.

한겨레·경향과 조선일보는 사설 내용도 반대됐다. 한겨레는 <‘도청’에 주권침해 당하고도 미국 눈치 보는 대통령> 사설에서 “지난 주말부터 미 언론 보도로 국제적 파문이 일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을 흔들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먼저 선을 긋고 미국의 잘못을 감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당연히 취해야 할, 미국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를 비롯한 공식 입장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태도”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미 CIA 용산 안보실 도청, 사과·재발방지 약속 받아라> 사설에서 “미국의 도청이 맞다면 심각한 주권 침해 사안이다. 미국 발표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지나친 저자세 아닌가”라며 “도청이 확인된다면 정부는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자 한겨레 사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국가 간 정보 전쟁엔 동맹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우리 능력 키워야> 사설에서 “대통령실은 특정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미 동맹을 이간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감청 의혹을 섣불리 사실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자체 조사 결과 감청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재발 방지 요구 등 적절한 외교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그러나 국가 사이의 정보 전쟁에는 우방도 동맹도 없다. 정보 세계의 상식이며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미국만 감청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정보 동일체인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은 전 세계를 감청한다. 이 감청 대상에 동맹국이라고 빠지지 않는다.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안보에 민감한 국가들 모두가 다른 나라를 감청한다. 하지 않는다면 무능이거나 바보일 뿐이다. 이는 안보 문제로서 정보기관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감청하는 정치적 비리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틀 연속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동아일보 “음주 시동 잠금장치 필요”

 

9일 오후 6시39분 경 경기도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9)씨는 오토바이로 떡볶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왕복 4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31)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8일 대전 스쿨존에서 배승아(10)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하루 만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보도했다.

▲11일자 동아일보 1면.

▲11일자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이어 “교통 안전 관련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2021년 2000명대(2916명)로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오히려 늘었다”며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만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이미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유럽연합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고 했다.

 

‘일광 횟집’ 소동 언급하며 서울신문 “방통위원 최민희 추천 어불성설”

 

지난 6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 회의에 참석했다가 인근에 있는 ‘일광(日光)’이라는 횟집에 들렀다. 이후 친야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일광이라는 지명이 일본과 긴밀히 연관돼 있으며 윤 대통령이 이곳에서 만찬을 가진 것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광은 일본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일자 서울신문 사설.

이에 11일 서울신문은 <가짜뉴스 전방위 대응 필요성 보여준 ‘일광 횟집’ 소동> 사설에서 “친야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황당무계한 소동의 발원지다. 일광이 욱일기를 연상케 하니 친일 식당이라는 것이다. ‘슈퍼챗’ 돈벌이를 하려고 윤 대통령 행보를 친일로 엮으려다 벌어진 일이다. ‘뉴스’라는 언급을 하기조차 입이 쓰다”며 “이번 소동 역시 아무 근거도 팩트체크도 없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져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돼 믿고 싶은 대로 믿게 유도했다. 평범한 횟집이 무차별 ‘별점 테러’까지 당해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 문제의 유튜브 채널은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를 퍼뜨려 재미를 크게 봤던 매체”라고 했다.

김의겸 의원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언급하며 서울신문은 “가짜뉴스 물의가 잦은 민주당은 심각하게 무감각하다.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최민희 전 의원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다.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할 자리에 가짜뉴스 유포 전력자를 앉히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날카로운 칼로 적을 베어버리는 전쟁연습



 

[개벽예감 535] 날카로운 칼로 적을 베어버리는 전쟁연습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4/10 [10:24]
  •  
  •  
  •  
  •  
  •  
  •  
  •  
  •  
  •  
 

<차례>

1. 전쟁연습이 72시간 만에 끝나는 이유

2.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1일

3.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2일

4. 날로 높아지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도발강도

5. 미국 국방부가 말하지 못하는 사연

 

 

1. 전쟁연습이 72시간 만에 끝나는 이유 

 

내가 이 글을 탈고한 지금, 중국인민해방군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 제2일 일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영국 로이터통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2023년 4월 9일(일) 오후 5시 현재 각종 작전기 70대, 각종 전투함 11척이 참가한 전쟁연습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전쟁연습의 명칭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Joint Sharp Sword Exercise)’으로 정해졌다. 2023년 4월 8일에 시작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4월 10일까지 사흘 동안 계속된다. (편의상 중국인민해방군을 인민해방군으로 약칭한다.)

 

주목되는 것은,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기간을 72시간으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을 72시간 만에 신속하게 결속하는 초단기 속결전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을 72시간 만에 결속하지 못하면, 미국 본토에서 집결, 출전한 방대한 규모의 증원부대가 태평양을 건너와 인민해방군을 공격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민해방군은 미국 증원부대가 태평양을 건너오기 전에 대만해방전쟁을 신속히 결속해야 한다. 인민해방군에 주어진 운명적인 시간은 72시간이다.   

 

그와 유사하게 조선인민군도 ‘남조선해방전쟁’을 신속하게 결속하는 초단기 속결전을 연습하고 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3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해방전쟁’ 72시간 씨나리오를 예상했었고, 그 이후 몇 년 동안 ‘남조선해방전쟁’ 72시간 예상 씨나리오를 몇 차례 수정, 보충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부터 조선인민군 핵전투부대들이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8종의 핵타격 수단들을 실전배치하고 30분 만에 핵습격을 단행하는 전술핵전법을 연습해오고 있다. 이런 놀라운 정황은 ‘남조선해방전쟁’ 예상 씨나리오가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수정되어야 필요성을 제기한다.

 

조선인민군이 ‘남조선해방전쟁’에서 전술핵탄두를 사용해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전쟁을 신속히 결속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로 인정되지만,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서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은 2013년 4월 22일 선제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 원칙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도 미국군의 핵공격을 받기 전에 인민해방군이 먼저 전술핵탄두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 제2일에 접어든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바다와 하늘에서 동서남북 전방위로 완전히 포위하는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을 계속 진행하였다. 중국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은 “연합작전체계에 의거하여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을 장악하는 작전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그런 훈련이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지금 인민해방군이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하고 있는 ‘연합작전체계’는 전면전을 수행하는 연합작전체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인민해방군이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을 진행하면서 “대만 주위에서 전투대비순찰을 동시에 조직해 대만을 전방위로 포위하는 억지 태세를 형성했다”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과 더불어 전투대비순찰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인민해방군은 왜 전투대비순찰을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에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다. 

 

2.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1일

 

인민해방군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1일에 대만해방전쟁 선제공격전을 연습했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1) 항공모함 산둥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인민해방군 해군 항모전투단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이 개시되기 사흘 전인 2023년 4월 5일 대만 동부 해안에서 약 370km 떨어진 해상에 미리 진출했다. 이것은 괌(Guam)에서 이륙하여 중국을 향해 날아오는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편대의 접근을 가로막으려는 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의 차단작전 연습이다. 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이 대만으로 다가오는 미국 전략폭격기 편대를 차단해야 인민해방군 상륙부대가 대만에 상륙할 수 있다. 

 

2) 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 여단들은 핵심 목표물을 제거하는 선제타격-정밀타격전을 연습했다. 전시에 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 여단들은 둥펑(東風)-11 탄도미사일 1,500발을 집중 발사하여 대만군 공군기지들을 몽땅 날려버릴 것이다. 중국 본토 푸젠성(福建省)과 장시성(江西省)에서 사거리가 600km인 둥펑-11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7~10분 뒤에 대만군 공군 기지들을 폭발 화염으로 몽땅 날려버릴 수 있다. 둥펑-11 탄도미사일에는 고폭탄, 산포탄, 전술핵탄두를 각각 장착할 수 있다. 2020년 6월 22일 타이완 뉴스 보도에 의하면,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2,740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는 3,000발 이상 늘었을 것이다.

 

지난 시기 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 여단들은 대만군 전략거점들을 제거하는 선제-정밀타격을 연습한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위성으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이동좌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다가 둥펑(東風)-21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항모타격단을 격침하는 항모타격전법도 연습하였다. 이번에도 항모타격전법을 연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만 인근 해상으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차단해야 인민해방군 상륙부대가 대만에 상륙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에서 자기의 전략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무인폭격기를 훈련에 참가시키지 않았지만, 대만해방전쟁 중에는 무인폭격기를 동원해 대만군 전략거점들을 맹폭할 것이다. 인민해방군 무인폭격기는 오래전에 퇴역한 젠(殲)-6 전투기를 개조한 것이다. 위성항법장치와 무선 제어장치로 비행하는 무인폭격기는 폭탄 500kg을 탑재하고 초음속으로 날아간다. 중국 홍콩에서 발간되는 화남조보 2022년 7월 28일 보도에 의하면, 대만에서 비행시간이 7분밖에 걸리지 않는 푸젠성 공군 기지들에 무인폭격기 수 천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3) 인민해방군 구축함들과 호위함들은 윈(運)-8 대잠수함 작전기를 앞세우고 적 잠수함을 탐색, 공격하는 대잠수함전을 연습했다. 이것은 인민해방군 연합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접근하는 미국 해군 잠수함과 일본해상자위대 잠수함을 탐색해 공격하는 연습이다. 대만 인근 해상으로 은밀히 접근하는 적 잠수함을 제거해야 인민해방군 상륙부대가 대만에 상륙할 수 있다. 

 

4) 인민해방군 전자교란전 부대들은 “해안과 해상과 공중에서” 적 레이더망 및 미사일방어망을 마비시키는 전자교란전을 연습했다. 대만군의 레이더망과 마시일방어망을 전자교란전으로 마비시켜야 인민해방군 공군이 대만을 공습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에서 자기의 전략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싸이버전을 연습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전 상황에서 인민해방군의 선제공격은 대만군의 정보통신체계를 마비시키는 강력한 싸이버전으로 시작될 것이다. 

 

2015년 12월 31일에 창설된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는 로켓군의 핵전쟁과 우주전쟁을 지원하고, 싸이버전, 전자전을 수행하는 군종이다. 2021년 11월 10일 대만 행정원 자동안전처 처장 지안훙웨이(簡宏偉)가 밝힌 바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 전산망은 매일 평균 약 500만 건의 싸이버 공격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 상당수는 중국의 싸이버 공격으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는 대만에 대한 싸이버공격을 평시에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5) 인민해방군 공군 젠(殲)-10 전투기, 젠-16 전투기, 젠-20 스텔스전투기로 편성된 전투기 편대들과 훙(轟)-6 폭격기 편대들은 쿵징(空警)-500 조기경보기, 뚜폴레브(Tupolev)-154 전자정찰기, 윈(運)-9 전자전기, 윈(運)-8 전자정보수집기, 윈여우(運油)-20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으면서 중거리 공중전과 장거리 공중전을 연습했다. 인민해방군 전투기 편대들은 지하공군 기지로 들어가서 미사일 집중 타격을 피해 살아남은 대만군 전투기들을 소멸하는 섬멸전을 연습하였을 뿐 아니라,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 미공군 기지에서 출격하여 인민해방군에 접근하는 미국 전투기 공격을 차단하는 공중전을 연습했다. 2021년 11월 29일 대만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인민해방군 전투기의 작전반경은 원래 1,500km이었는데, 윈여우-20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3,000km로 늘어났다고 한다. 대만군 공군력을 제거하고, 미국 전투기들의 대만 접근을 차단해야 인민해방군 상륙부대가 대만에 상륙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인민해방군 폭격기 편대들은 지하대피소에 들어가 미사일 집중 타격을 피해 살아남은 대만군 잔여 전투부대들을 공중폭격으로 소멸하는 섬멸전을 연습했다.   

 

3.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2일

 

인민해방군은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제2일에 대만해방전쟁 연합타격전과 상륙전을 연습하였다. 그 사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민해방군 육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무인기를 동원해 이동목표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밀타격과 다탄종 복합타격”으로 이동목표물을 소멸하는 타격전을 연습했다. 인민해방군 장거리포의 사거리는 24km이고, 대만해협의 폭은 약 150km이므로, 인민해방군 장거리 포병부대들이 본토 해안에서 장거리포를 쏘면 대만해협 건너편에 있는 대만군을 타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인민해방군 장거리 포병부대들이 무인기를 동원해 실시한 타격전 연습은 일본 오끼나와에서 출항하여 중국 본토 해안으로 접근하는 미국 해병대 강습상륙함과 호위함들을 격침하는 장거리 타격전 연습이었다. 

 

2) 구축함, 호위함, 미사일고속정으로 편성된 인민해방군 해군 연합함대는 대만해협 서남쪽 바다에서 함대지 미사일과 함대함 미사일을 집중 발사하여 대만군을 소멸하는 타격전을 연습했다. 인민해방군 연합함대는 대만군을 소멸하는 해상타격전만이 아니라, 대만으로 전급하는 미일련합 함대를 소멸하는 타격전도 연습했다. 

 

3) 인민해방군 공군 전투기 편대들과 폭격기 편대들은 실탄을 장착하고 조기경보기, 전자정찰기, 전자전기, 전자정보수집기,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으며 대만 상공으로 돌진하는 공중타격전을 연습했다. 

 

4) 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 여단들은 야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제2차 타격전을 연습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2차 타격전 연습은, 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 여단들이 훈련 첫째 날 대만군을 집중 공격하는 제1차 타격을 연습한 뒤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주일미국군 기지들을 공격하는 제2차 타격전을 연습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면, 인민해방군은 둥펑(東風)-17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여 주일미국 군기지들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인민해방군 해군 순찰함들은 대만 동쪽 바다로 고속기동하여 해안상륙연습을 실시했다. 대만 지도를 보면, 서부지역은 해발고가 3,000m 이상 되는 험준한 산맥이 병풍처럼 서 있으므로, 인민해방군 상륙부대가 대만 서부 해안에 상륙하는 경우 험준한 산맥을 넘어 동부 지역으로 진격해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산악지대에 숨어있는 대만군의 습격을 받을 수 있고, 진격 속도도 매우 느려서 대만해방전쟁을 72시간 만에 결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에서 인민해방군 상륙부대는 대만 동쪽 바다로 우회기동하여 지(直)-8 헬기, 지-9 헬기, 밀미(Mil Mi)-8 헬기를 앞세우고 대만 동부해안에 상륙하는 기습상륙전을 연습했다. 대만 동부지역은 대체로 평야지대이므로 대만 동부해안에 상륙한 인민해방군 상륙부대들이 진격하면 대만해방전쟁을 72시간 만에 결속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자기의 상륙전 능력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이번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에 순찰함 몇 척만 참가시켰으나, 대만해방전쟁에서는 해상륙전대가 강습상륙함과 공기부양함을 타고 선봉에 서고, 그 뒤를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함대로 편성된 수많은 상륙정들과 민간 여객선들이 상륙부대들을 싣고 대만 해안으로 물밀 듯이 돌격할 것이다. 중국 해상민병대에 소속된 선박은 약 700,000척에 이른다. 

 

대만해방전쟁이 시작되면, 인민해방군 특전려단 전투원들을 가득 실은 윈(運)-20 전략수송기들과 일루신(Ilyushin)-76 전략수송기들이 대만 상공으로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이들은 대만 총통부를 점령하는 연습과 시가전 연습으로 단련된 최정예 전투원들이다. 2023년 2월 미국 해군연구소가 발행하는 군사전문지 프로씨딩스(Proceedings)에 실린 분석 기사에 의하면, 인민해방군 특전려단은 지난 10년 동안 총통부 점령 연습과 시가전 연습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날카로운 칼 연합훈련’ 마지막 날인 2023년 4월 10일(월) 인민해방군은 대만 전역에서 대만군 잔여 병력과 저항 세력의 무장을 해제하고 대만을 진정시키는 안정화 작전을 연습할 것으로 보인다. 그로써 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72시간 속결전 씨나리오를 마감하고 결속되는 것이다.

 

4. 날로 높아지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도발강도

 

2023년 4월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르술라 폰 더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련합(European Union) 집행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리익 중 핵심”이므로 “만일 누가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타협하고 양보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며, 돌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언급한 대만 문제는 중국이 자기 영토의 일부인 대만을 귀속시킴으로써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후 아직 이루지 못한 영토완정 위업을 실현한다는 뜻이다.

  

2023년 3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4기 1차 회의가 폐막되었는데, 시진핑 주석은 폐막연설에서 중국은 “조국통일과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중국에서 말하는 조국통일은 대만의 국가분렬책동을 진압하고 영토완정 위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영토완정 위업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단호한 입장은 “군인 1,000명을 잃더라도 촌토는 잃을 수 없다(寧失千軍, 不失寸土)”는 말로 표현된다. 

 

그런데 중국이 영토완정 위업을 실현하려면, 미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2023년 3월 7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만일 미국이 제동기(brake)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도로안전 시설물(guard rail)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고, 두 나라 관계는 충돌과 대립에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중미관계가 충돌과 대립에 빠지면 재앙적인 후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중미전쟁으로 확전되는 까닭은 지금 대만이 미국의 손아귀에 장악되어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고, 대만의 종미우익정권이 미국을 맹종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야말로 미국이 대만을 어떻게 장악, 지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된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자기의 지배권 안에 더욱 깊숙이 끌어들여 영구히,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도발강도를 날로 높여가면서 미쳐 날뛰고 있다. 이를테면, 2023년 1월 25일 미국 연방하원 의원 18명은 미국이 대만을 독립적인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대만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연방하원에 상정했다. 

 

2023년 2월 19일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소속 연방하원 의원 4명은 대만을 방문해 자칭 ‘중화민국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을 비롯한 종미우익정권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2023년 3월 16일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 미국 연방하원의원 6명은 대만을 두 번째로 방문해 차이잉원을 비롯한 대만 종미우익정권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2023년 2월 21일 대만 외교부장과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대만협회에서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나 고위급 안보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2023년 4월 5일 미국 통치권 서열 3위인 연방하원 의장 케빈 매카시(Kevin O. McCarthy)와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 연방하원 의원들은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씨미밸리(Simi Valley)에서 만나 오찬을 나누고 회담했다. 매카시-차이잉원 회담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후 42년 만에 미국 영토에서 진행된 최초의 최고위급 회담이다. 매카시-차이잉원 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맥카시는 “대만인들과 미국인들의 우정은 자유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계속하고 무기가 제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떠들어댔다. 차이잉원은 “대만의 생활방식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에서 미국이 우리 편에 서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라고 아부하면서 비렬하기 짝이 없는 대미굴종 자세를 보여주었다.

 

2023년 1월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붕 보도에 의하면, 미국 하와이주 주방위군 군사훈련 교관들이 2022년 5월 이전에 대만에 몰래 들어가 대만군 전투훈련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2월 23일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 보도에 의하면, 대만에 몰래 들어가 대만군 전투훈련을 지도하는 하와이주 주방위군 군사훈련 교관들이 3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된다고 한다. 미국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산하 제1특전단은 대만군 훈련장에서 대만군 특전부대와 고공침투 강하훈련을 진행해왔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과 상륙준비전단은 남중국해에 들어가 인민해방군 후방을 공격하기 위한 전투훈련을 수시로 감행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2021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대만에 총 12차례의 무기 수출을 감행했다. 그 기간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총액은 35억600만 달러에 이른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중국이 중화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실현하려면 미국이 장악, 지배하는 중국 영토의 일부 대만, 그리고 미국에 빌붙은 종미우익정권이 반란군을 앞세워 점령한 중국 영토의 일부인 대만을 반드시 해방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중국이 대만을 미국의 지배로부터 해방하려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 반란군을 제압하고 종미우익정권을 제거하여야 하며, 대만의 종미우익정권을 정치군사적으로 비호해주는 미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5. 미국 국방부가 말하지 못하는 사연

 

인민해방군과 대적하는 미국군도 대만해방전쟁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이를테면,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국군 합참의장은 2023년 3월 31일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 원(Defense One)과의 대담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하면서, 현 정세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은 당연히 인민해방군과 대만군의 내전으로 되어야 마땅한데,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그 전쟁이 중국과 미국의 전쟁으로 확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을 저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무력 침공을 감행하려는 흉심을 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은 중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내전이지만, 미국은 중국의 내전을 국제전으로 확대, 변질시키려고 획책한다. 

 

미국이 획책하는 국제전의 근본 목적은 일본,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를 끌어들인 중미전쟁을 도발하여 중국의 영토완정을 저지하고, 중국 영토인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완전히, 영구히 장악, 지배하려는 데 있다. 최근 일본,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에 미국산 최신무기들이 제공되고, 그 나라들에 미국군이 증강배치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중미전쟁을 도발하려고 얼마나 집요하게 책동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그처럼 대만에 집착하는 까닭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을 유지하는 데서 대만만큼 유리한 군사요충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심각한 문제는, 중미전쟁에서 어느 쪽이 이길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데이빗 익네이셔스(David Ignatius)는 2020년 5월 12일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우리가 중국보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다시 생각해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실시된 수많은 중국-미국 모의전쟁시험들(war games)에서 미국이 "거의 매번(almost every single time) 패한, 거의 완벽한 기록(nearly perfect record)을 가지고 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주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10년 동안 반복해온 중국-미국 모의전쟁시험의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까닭은, 모의전쟁시험에서 미국이 번번이 패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더 깊은 사연이 있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미국 모의전쟁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까닭은 모의전쟁시험에서 번번이 패한 미국의 창피한 꼴을 보여주면 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말 못 할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말하지 못하는 사연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과 반드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 국방부가 지난 10년 동안 반복해온 중국-미국 모의전쟁시험은 사실상 조선과 중국을 한 편을 하고, 미국과 일본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4자 모의전쟁시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4자 모의전쟁시험에서 미국과 일본은 그냥 패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참패했다. 미국 국방부가 4자 모의전쟁시험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여야, ‘대통령실 졸속 이전’ 앞두고 도·감청 경고했다...“추후에 할 일 아니라니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4/10 10:33
  • 수정일
    2023/04/10 10: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정원·장성 출신 의원들 “조금이라도 의심 있다면 대통령실 이전 공사 새로 해야”, “이전 시설 강도 높은 보안 진단해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추후에 할 일이 아니라니까요”

지난해 5월 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을 너무 급하게 이전하다가 도·감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의 지적에도, 이 장관이 “추후에 그런 문제를”이라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지 않자 강한 어조로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용을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실 졸속 이전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8일(미국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군 당국 및 정보기관의 도·감청 내용이 포함된 기밀 물건이 소셜미디어에 대량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올해 3월 초 한국이 NSC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미국을 우회해 지원할지 여부를 고심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는 게 NYT 등의 보도내용이다.
 

국가정보원·장성 출신
여·야 의원 반복 강조
“도·감청 검사부터 해야”
“발견하면 다 중단해야”


이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병기 의원은 2005년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후 완공까지 15년이 걸린 이유, 우리나라 대사관 짓는데 정보기관 소속 방첩 전문가까지 3년 동안 파견됐던 이유 등을 설명하며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경고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국방부 제공

김병기 ▶ 2005년 5월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어요. 왜 15년이나 걸렸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종섭 ▷ 제일 중요한 것이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직접 자재를 가져와서...
김병기 ▶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고 계세요?
이종섭 ▷ 보안 문제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병기 ▶ 보안 문제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도청장치 때문입니다. 도청장치. (생략) 도청장치에 넌더리가 나 가지고 새로 짓기로 했는데, 건물을 거의 지었지요, 그렇지요? 건물을 잘 짓고 있는데 기상천외한 도청장치가 끊임없이 발견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벽과 벽 사이에 콘크리트를 했는데 벽과 벽 사이에서 발견된다든지 (생략) 참다못한 미국이 거의 다 지은 건물을 다 부숴 버리고 지금 말씀하신 대로 모든 자재를 미국에서부터 직접 가져와서 그 건물을 짓습니다. (생략) 우리나라 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략) 정보기관 소속 방첩 전문가가 3년 동안 직접 파견돼서 상주하면서 모든 자재, 인원 이런 걸 다 통제해서 그 건물을 짓고 수차례에 걸쳐 대도청 점검을 한 이후에 입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걸 갖다 비추어 봤을 때 지금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는데, 거기에 지금보신 것처럼 저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설 보안이 완벽하게 된다고 보세요?

그런데도, 이 장관은 추후에 보완하면 될 일처럼 치부했고 김 의원이 “추후에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도·감청 검사부터 우선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다면 대통령실 이전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병기 ▶ 우리나라의 가장 민감한 정보에 어느 나라가 관심 있을 것 같아요? 적성국이나 우방국 그다음에 혈맹,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의 정보에 관심 있는 나라, 세 나라 다 있습니다.
이종섭 ▷ 예, 모든 국가가 다 있습니다.
김병기 ▶ 그렇지요?
이종섭 ▷ 예.
김병기 ▶ ‘살펴보겠다’ 이러지 마시고요. 바로 가서 건의하셔서 대도청검사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시설 분야에 대해서. 아니면 정말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발견되면 다 중단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신원식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자료사진 ⓒ뉴스1

이 같은 김 의원의 지적에 여당 의원인 장성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동의한다”며 이 장관에게 몇 가지 확인해야 할 지점을 짚기도 했다.

신원식 ▶ 국방부에서 합참 신청사로 들어가는 그 부분 있잖아요. 도청 장비나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어차피 이사하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기 혹시 기무사나 근접하고 있는가요?
이종섭 ▷ 그 부분 제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아마...
신원식 ▶ 그리고 경호처는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경호처는 원래 어느 때보다 강하니까 아마 보안 진단을 할 것 같은데 후보자님도 장관이 되시면 현 시설에 대해서, 이전 시설에 대해서 아주 강도 높은 보안 진단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종섭 ▷ 예, 잘 알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임신중지 ‘합법화’ 4년인데…약 구하기도 막막 ‘각자도생’

등록 2023-04-10 05:00수정 2023-04-10 08:44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4년
‘대체입법’ 국회 논의 지지부진
정부는 후속 조처 마련에 손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는 임신중지를 권강권으로 보장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는 임신중지를 권강권으로 보장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가는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방안을 마련하라!”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1번 출구 앞 광장에 ‘보라색’과 ‘검은색’ 옷차림을 한 여성 100여명이 구호를 외쳤다. 보라는 성평등을, 검정은 ‘낙태죄 폐지’의 불씨를 댕긴 2016년 10월 ‘검은 시위’를 상징하는 색이다. 당시 여성들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허용범위(①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②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④혈족·인척 간 임신된 경우 ⑤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임신중지 시술을 시행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항의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몰려나왔다. ‘내 자궁의 주인은 나’라며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길 2년여, 2019년 4월11일 드디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이른바 ‘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는 66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됐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또다시 거리에 나온 여성들은 “헌재가 기본권으로 인정한 임신중지권을 지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임신중지 허용범위를 제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고,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가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어디인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시민들은 의논할 곳을 찾지 못해 인터넷 사이트를 헤매며 ‘각자도생’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방치 속에 3만2천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추정치)이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안전하게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4년…여전히 여성들은 위험에

 

최희수(가명)씨는 2021년 6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터라, 임신중지가 더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 등의 정부 누리집에서조차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임신중지를 한 당사자들을 통해 건너건너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알음알음 찾아간 산부인과 병원에선 ‘불편한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의사는 곤란한 표정으로 “원래는 안 되는데…”라고 운을 떼기 일쑤였다. “시술을 꼭 받아야겠다면 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는데, 최씨는 의료진이 자신을 죄지은 사람처럼 보는 듯했다.

 

국외 단체를 통해 ‘임신 10주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중지를 유도’한다는 ‘미프진’(미프지미소)이란 유산유도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최씨는 당시 임신 5~6주차였다. 약이 배송되려면 2~3주가 걸린다고 했다. 자칫 오배송이라도 되면, 제때 복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을 통해 ‘중국산 미프진’을 구입했다. 정품 미프진과는 사용법과 복용량이 달랐다. 중국어로 쓰인 설명서를 번역해 가며 불안한 마음으로 약을 복용했다. 반나절 동안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2~3주면 멎어야 할 출혈이 한달 넘게 지속된 끝에 결국 임신중지가 됐다.

 

지난 1월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김영서(가명)씨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병원을 찾았다. 산부인과 병원 누리집을 들여다보았지만, 병원마다 하는 말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낙태죄가 폐지돼서 여성이 단독으로 수술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모자보건법이 정한 허용범위까지만 가능하다’거나 아예 ‘시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결국 김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술 가능한 병원은 물론, 몇주차까지 시술이 가능한지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었다가 ‘큰일’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박수영(가명)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된 미프진 판매자로부터 임신 8개월까지도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180만원가량을 주고 약을 구매해 복용했다. 하지만 박씨는 며칠 뒤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뒤늦게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지만 이미 아이의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박씨는 영아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우후죽순 발의된 법안들…상임위서 진도 못 빼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이 이처럼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국회와 정부가 후속 입법에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헌재 결정 직후인 2020년,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다룬 형법 개정안(6건)과 임신중지 허용범위 삭제 등이 담긴 모자보건법(8건)이 우후죽순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3년 가까이 논의에 진척이 없다.

 

복지부 쪽에선 “현실적으로 법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며,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러브플랜’이란 누리집을 통해 임신중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집에는 임신중지 수술법과 후유증 등 기본적인 의학 정보만이 제공되고 있었다. 러브플랜에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안내 전화번호(1644-7373)가 게재돼 있으나, <한겨레> 취재진이 ‘임신중지를 위해 미리 알아야 할 정보’를 요청하자 “모자보건법이 개정되지 않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산유도제 미프진(미프지미소) 등의 판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 약품의 정식 판매 여부 결정도 미루고 있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미프지미소정에 대해 수입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년 넘게 검토 중이란 답변을 내놓자 결국 지난해 12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복지부가 최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복지부가 식약처와 여성가족부 등 타 부처와 유산유도제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한 건 2020년 10월이 마지막이다.

 

정부는 그나마 안전하게 미프진을 구입할 수 있던 경로조차 막고 있다. 캐나다의 비영리 법인 ‘위민온웹국제재단’은 누리집 ‘위민온웹’을 통해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와 함께 유산유도제를 우편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1년 12월13일 위민온웹 사이트의 국내 접속을 차단했다. 오픈넷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3월11일 방심위가 내린 차단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신중지 정보 제공’과 ‘유산유도제 도입’ 등 정부에 ‘낙태죄’ 폐지에 따른 후속 조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신중지 정보 제공’과 ‘유산유도제 도입’ 등 정부에 ‘낙태죄’ 폐지에 따른 후속 조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시술 따른 ‘처벌’ 안받지만…규정 모호해 의료진도 난감

 

대체입법 공백 속에 임신중지를 원하는 환자들을 맞이하는 의료진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혜연 삼성봄그린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임신중지 시술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면 네(의사)가 책임져’ 이게 지금 산부인과 의사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의료인이 임신중지 시술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됐지만, 임신중지 시술 허용 범위를 ‘강간에 의한 임신’ 등 5가지로 규정한 모자보건법이 남아 있는데다, 임신중지 시술 시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술에 따른 부담이 오롯이 의사 개인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희선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도 “모자보건법이 허용한 범위 외의 사례도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한 것인지 현재로선 모호한 상태”라며 “시술을 했을 때 환자에게 과다출혈,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임신중지 시술은 ‘시장의 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임신중지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행위다. 그 결과 병원마다 시술비는 천차만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임신중지 시술을 한 여성 592명 중 36.2%가 시술비로 30만~50만원을 지불했다. 50만~70만원을 낸 비율도 15.4%에 달했다.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들이 누리집을 통해 비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상담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혜연 원장은 “임신중지 시술비 산정 방식이 임신 주수와 병원의 인력 및 장비, 시설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일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한 공적 논의가 부재한 상황은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낙태죄가 실효성을 상실한 만큼, 정부가 서둘러 여성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후속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입법 공백을 핑계 댈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임신중지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유산유도제 도입을 제도화해 여성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임신중단이 가능한 필수의료시설이나 피임 관련 전문의료시설, 미성년자·성폭력 피해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적지원시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은 법 개정 이전에라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감청 당한 국가안보실…美, ‘우크라 포탄 우회 지원’ 논의한 김성한-이문희 대화도 들여다봤다

최서은 기자    유정인 기자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군의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대량 유출되면서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적대국뿐 아니라 한국 등 일부 동맹국들도 감청해온 사실이 함께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측의 동맹국 감청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나온 악재로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이 한·미동맹에 중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美,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의 내용도 감청…윤 대통령 순방에 악재

이번에 외부로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전황부터 러시아의 동향,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상황, 중동 정세 등이 담겨 있다. 유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미 고위 관리는 CNN에 “유출된 문건 대부분은 위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 동맹국을 도감청해 얻은 내용들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문건 중 최소 두 부분에는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포탄을 공급하는 것이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놓고 내부 논의를 한 내용이 담겨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분류된 한 문건에는 “한국의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자를 제공하라고 압력을 가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유출된 대화 내용은 이달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이문희 당시 외교비서관은 “(포탄 지원에 관한) 분명한 입장 없이 한-미 정상통화는 곤란하다”며 “한국은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을 어길 수 없으므로, 유일한 선택지는 원칙을 공식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이에 대해 3월2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도 언급돼 있다.

그러나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 시기적으로 ‘국빈 방문’과 ‘포탄 지원’을 맞바꾼 것으로 비춰질까봐 우려한 것으로 나온다. 결국 김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이므로, 155㎜ 포탄 33만발을 우크라이나 무기 전달 통로인 폴란드에 판매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공교롭게도 문건에 이름이 등장한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 모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말 불분명한 이유로 사직하는 바람에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문건에는 이같은 한국 내 논의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는지가 설명돼 있는데, NYT는 정보기관들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 등 모든 종류의 통신 감청에 사용하는 “신호 정보 보고”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문건은 미국이 한국 영토 내에서 불법적인 도·감청을 했으며, 대한민국 국가안보 기밀을 다루는 국가안보실 주변이 외부의 도·감청에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한다.

NYT는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냈다”면서 “이런 도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으로써 향후 외교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서방 국가의 고위 관리는 문건들을 살펴본 후 “고통스러운 유출”이라며 향후 미국과의 정보 공유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 변함없어”

이달 말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보름여 앞두고 불거진 감청 의혹에 대통령실은 곤혹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감청 내용이 보도된데 대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관련 우리나라의 기본 입장이 있고 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의약품과 방독면 등 인도적 지원은 하지만 살상무기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미국 측에 항의나 진상파악을 위한 상세한 설명 등을 요청할 계획을 두고는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과거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 등에 대해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동맹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미동맹이 굳건한 만큼 이번 의혹 역시 동맹 관계를 흔들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겨레, 미국 감청 사태에 "주권 침해 논란 불가피"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4.10 07:35
  •  
  •  댓글 0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손흥민 EPL 통산 100호골에 1면 상단 장식

    “가짜뉴스 근절” 정부 기조와 호응하는 보수신문

    조선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모두 특정 정치 세력이 가짜뉴스 생산‧유포”

    연이은 미국의 동맹국 감청, 한국 “흐지부지 넘어가면 외교 입지 흔들”

    손흥민(토트넘)이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자 10일자 아침신문 1면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 매 시즌 터뜨린 골의 공인구 진열대 등 손흥민 관련 사진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1면 사진을 제외하고 각 언론이 주목한 지점은 서로 달랐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연일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춰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했고,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감청에 주목해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 1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 기사.

    ▲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尹, 가짜뉴스 비판 “끝없는 거짓이 헌법정신 위협”>에서 “통상 대통령의 부활절 메시지는 종교적 취지에 맞춰 ‘사랑’과 ‘기쁨’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거짓’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팬덤특위)도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해 유튜브 언론중재 대상 추가 등 여러 방안을 제안했다. ‘가짜뉴스’는 정의가 확실하지 않은 단어로 학계에선 오남용을 막기 위해 생산자 의도에 따라 ‘허위조작정보’나 ‘오정보’ 등으로 구분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짜뉴스’로 뭉뚱그리다 보면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짜뉴스 딱지를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팬덤특위는 정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 용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사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꼽았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있었던 이른바 ‘날리면’ 사건, 그해 10월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엔 윤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들른 횟집이 ‘친일(親日) 식당’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실제 해당 횟집 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불경기에 단체 손님이 수십 명 온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그렇게 높은 분이 올 줄은 몰랐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바빠 정치에 관심도 없는데 장사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1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이어 3면에서 조선일보는 <야권의 가짜뉴스 친일 공세 … 尹,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거부 검토>에서 가짜뉴스 프레임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20대 총선 TV 토론’, ‘윤미향 의원 정의연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윤 대통령 강릉 음식점 사진’ 등의 사례들이 “최민희 방통위원 ‘가짜뉴스’ 및 설화”라며 “가짜뉴스 유포 전력자가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할 방통위원을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적격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엔 ‘친일 횟집’ 소동, 갈 데까지 간 가짜뉴스 테러>에서도 “가짜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은 모두 특정 정치 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했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그 덕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참에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과 포털, 소셜미디어 등 유포 채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가짜뉴스에 기댄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유튜버도 언론 중재 대상”… 폐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서 “일부 유튜버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이나 의혹을 생산, 유통하는 행태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라며 “유튜브를 하나의 언론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유튜버들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절한 제재를 피해가며 공적 책임에 눈을 감았다”고 했다.

    ▲ 10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계속되는 미국의 동맹국 감청 논란… 한국 “용납 못할 일”

    ▲ 1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는 미국의 한국 외교안보라인 감청 소식이 차지했다. 한겨레는 1면 상단에 <미 CIA, 국가안보실 불법 감청했다> 기사를 내 “2013년 미국 국가정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감청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코앞에 두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문제는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간)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와 미 극우성향 온라인 게시판인 ‘포챈(4chan)’ 등에 우크라이나와 중국·중동 관련 미군의 기밀이 담긴 문건이 유포되면서 불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이 생산한 기밀문서 100여 건이 소셜미디어(트위터, 텔레그램 등)를 통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미군 무기 정보뿐 아니라 동맹국 동향이 담긴 중앙정보국(CIA) 일일정보보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국가안보국(NSA)·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 10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3면 기사 <미 감청에 안보사령탑 뚫려… 윤 방미앞 ‘동맹신뢰’도 흔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영국·캐나다·이스라엘 등 동맹국에서 ‘비밀스럽게’ 수집한 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를 감청한 게 가장 심각한 내용으로 파악된다”며 “한·미가 밀접한 동맹이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민감 현안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내 내밀한 논의를 몰래 정탐하고 있었다면, 한국의 국익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 영토 내에서 불법적으로 감청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주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적극적인 항변은 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미 동맹을 흔들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은 과거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 등에 대해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동맹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美 한국 정부 감청 정황···동맹 관계에 용납 못할 일>에서 “뉴욕타임스(NYT)가 한미 관계 악영향을 우려할 정도”라며 “동맹에 대한 감청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사실 확인을 거쳐, 우리 정부는 미국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히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흔들 유사 사태가 반복되고, 한미 간 불신만 쌓일 것”이라고 했다.

    “양당 정치 타파엔 진영 없다”… 전원위 개최에 입모은 신문들

    1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국회 전원위원회를 놓고 정형화된 양당 정치를 타파할 선거제 개편 방향이 필요하다고 신문들이 입을 모았다. 보수‧진보를 떠나 다양성이 확대되는 쪽으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원위에는 현행 소선구제를 대도시 지역구에선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 10일자 한겨레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총선 1년 앞, 양당 독점과 대립 줄일 선거제 합의부터>에서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가 일상화한 데에는 거대 양당 독점 구조를 낳는 선거구제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소선구제에선 지역구 선거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 구조여서 상대 정당을 악마화하고 지지층만 의식하는 정치 활동이 반복된다”며 “거대 양당이 의석수 유불리부터 따지는 태도를 버려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선거제 개편’ 전원위, 요식절차로 끝나선 안 된다>에서 “의원들은 본격 토론에 앞서 왜 선거제를 다루는 전원위가 열리게 됐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현행 선거제는 여야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합의해 고친 것이다.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낯선 제도가 그때 처음 도입됐다”며 “비례대표를 확대해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의 괴리를 좁히고 사표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부린 탓에 일찌감치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므로 이번 토론은 무엇보다 비례성·대표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올린 3개 안을 바탕으로 삼되 그 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 여론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선거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회 전원위, 원론적 주장·상대 탓 말고 선거제 개편 성과내라>에서 “정치권은 인기영합성 발언과 공허한 원론적 주장을 펼치며 상대를 탓하는 식으로 선거제 개혁을 좌초시켜선 안 된다. 실효성 없는 백가쟁명식 주의·주장에만 머물고 문제를 정쟁화시킨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여야는 승자독식의 현 제도가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겸허히 새기고 현실적 대안을 찾으라는 국민 요구를 반드시 실천하기 바란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누가 님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라 하는가"

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8주기 추모제 개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4.10 00:02
  •  
  •  수정 2023.04.10 01:33
  •  
  •  댓글 0
 
박중기 4.9통일평화재단 고문이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도원 열사여, 도예종 열사여, 우홍선 열사여, 송상진 열사여, 이수병 열사여, 김용원 열사여, 하재완 열사여, 여정남 열사여"

추도사를 하는 헌쇠 박중기 4.9통일평화재단 고문의 목소리는 유난히 떨렸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

4.9통일평화재단이 주관한 4.9통일열사 48주기 추모제가 4년만에 공식 거행됐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19년 44주기 추모제가 열린 뒤 2021년 46주기 추모제는 대구칠곡현대공원 민족민주열사희생자묘역에서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소략해서 진행됐다.

한쪽 지팡이로는 지탱이 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힘겹게 무대에 오른 박중기 고문은 "해마다 4월 9일 그날이 오면 가신 님들의 영면에 회환에 찬 가슴을 친다. 조국의 자주통일과 민주사회 건설의 길에 함께 하자던 젊은 날의 명령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48년전인 1975년 4월 9일 박정희의 사법살인으로 한날 불귀의 길을 떠난 인혁 8열사를 추모했다.

"반공 독재의 사슬을 깨뜨린 1960년 4월 혁명의 폭풍속에 우리는 처음 만났다"며,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땅이 뉘땅인데 오도가도 못하느냐. 더 높은 함성으로 민주·자주·통일의 깃발을 추켜 세우고 투옥과 처형, 갖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끌어 왔다"고 열사들의 투쟁을 회고했다.

"님들은 그 역사의 격량속에 목숨을 던짐으로써 후진들에게 불굴의 투혼을 심어주었다. 누가 님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라 하는가. 누가 님들의 죽음을 억울한 죽음이라 하는가"라며 "님들의 붉은 혼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영원히 불타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인민이 진정한 자유 평등을 향유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열사들이여, 열사들이여...'를 외쳤다.

추모제 자료집에는 인혁 8열사와 함께 복역중 옥사한 장석구, 이재문 선생,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나 복역 후유증으로 운명한 전재권, 유진곤, 조만호, 정만진, 이태환, 이재형, 나경일 선생, 2016년 5월 24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성재 선생, 그리고 최근 3년간 숙환과 병고로 별세한 김한덕 선생(2020.11.8), 강창덕 선생(2021.9.3), 김종대 선생(2022.9.8)의 영정이 추가되어 4.9통일열사로 수록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와 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 이수병 선생의 아내 이정숙 여사, 김용원 선생의 장남 김민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 인혁 열사의 동지인 임구호 선생, 그리고 유가협 장남수 회장,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와 임방규 선생,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장영달 대표와 김학민·이철 선생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혁당 사법살인을 세계에 고발한 조지 오글 목사(2020.11.15)와 1964년 1차인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2022.10.25)이 별세하고 생존하는 선생들의 건강도 여의치 않아 날이 갈수록 추모제에는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다. 

김형태 재단 상임이사는 "돌아가신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자료집 형식으로 최근 발간 준비를 하고 있으며, 과거사 정리가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이제 새롭게 미래를 향해서 통일과 평화쪽에 좀 더 힘을 실으려고 한다"고 재단의 향후 활동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이창복 전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의 아들 이성호 시인은 법무부가 지난해 부친을 비롯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당이득금 지연이자를 원금분할납부 조건으로 면제하라는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였으나 이후 원금 납부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경기도 양평 소재 자택을 내놓았으니 의향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 전 의장은 이날 추모제 장소로 오던 중 사고를 당해 얼굴 부위를 다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이수병 선생의 장남인 이동우 시인이 '용서를 강요받을 때'를 낭송해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진심어린 사과없이 용서를 강요받았던 참담함을 이야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추모제에서는 이수병 선생의 장남인 이동우 시인이 '용서를 강요받을 때'를 낭송해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진심어린 사과없이 용서를 강요받았던 참담함을 이야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무브먼트 당당의 김현아, 최철욱, 최정현, 원채리씨가 열사들의 부인이 쓴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한 '꽃 필 사원의,'를 무대에 올려 추모제의 의의를 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무브먼트 당당의 김현아, 최철욱, 최정현, 원채리씨가 열사들의 부인이 쓴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한 '꽃 필 사원의,'를 무대에 올려 추모제의 의의를 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소선합창단 대표인 테너 임정현씨가 '진달래'와 '먼 훗날'을 불러 유가족들,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소선합창단 대표인 테너 임정현씨가 '진달래'와 '먼 훗날'을 불러 유가족들,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 캠프 때 내세운 외교전략 ‘자강’과 ‘전략적 다양성’은 어디 갔을까

김찬호 기자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마중 나온 인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프놈펜|강윤중 기자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마중 나온 인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프놈펜|강윤중 기자

 

[주간경향] “밖으로 나갈 때마다 문제를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명기된 권한에 따라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이에 따라 최소 5년간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용해 대외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적어도 외교 분야에선 대통령의 정책적 경쟁자가 없게끔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국민 역시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에 대한 책임만 나눠 갖는다.

이러한 구조의 문제는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두드러진다. 외교정책이 대부분 기밀, 안보 사항으로 묶여 있는 이상 사전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국제표준)’가 강조되는 상황에서는 사후 입장 선회도 쉽지 않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공식 부인하거나 폐기하지 못했다. 이미 확정된 외교사안은 정권을 교체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들은 주어진 권한의 사용을 절제하며 발생 가능한 위험을 관리해왔다. 국가 간 외교에서 ‘일방적 손해’를 보는 상황 자체가 희귀한 데다 역대 대통령들이 뛰어난 측면도 있었다. ‘미들파워(중견국)는 외교능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직업 정치인 출신의 대통령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국내 정치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다투었지만, 외교에서만큼은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는 뜻이다. 한국 외교를 도식화해 보면 한미동맹을 중심축에 두고 정해진 원 궤도를 그리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성향에 따라 원심력이 크냐, 구심력이 크냐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국내 정치의 일부인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외교정책의 실질적 궤도 변화로 보기는 어려웠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북한의 존재, 일본과의 역사문제, 미·중 간 세력 전이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궤도는 곧 한국의 생존선이 됐다.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준비된 대통령, 정부인지를 나타내는 표상이었다.

윤석열 정부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의 시작점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향한 구심력을 강조하며 기타 국제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위한 동력’으로 삼는 모양새다.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 ‘왜 위험한가’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긴 어렵다. 한·일 관계개선 문제가 대표적이다. 오히려 역대 정부의 궤도 유지를 ‘판단 오류’라거나 ‘결단력 부족’이라고 비판하며 정책 방향을 옹호한다.

반면 모순으로 지적받는 외교전략에 대해서는 설명을 아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빠르게 편승을 하고, 북한의 위협이 고조된다고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것 등이다. 근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악화로 인한 충돌 가능성 증대가 한반도의 안전을 강화시키는 것인가, 악화시키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충돌과 억지 사이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도 정부는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는 정책 결정자들이 아니다. 단순히 “책임은 내가 진다. 좋아 빠르게 가”만을 외치는 대통령의 발언이 허무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사후 책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교전략 다양성의 실종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난맥상은 정책 정합성과 인사문제 등을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주요 외교공략은 ‘한미동맹 강화’였다. 당시에도 북한의 위협이 고조됐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선거 캠프에서 외교안보전략을 총괄하는 간사는 지난 3월 30일 사퇴한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었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의견을 말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합리적 인사”라는 것이었다. 대선 당시 주간경향은 김 전 실장을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맞세우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양측 인사 이름을 가리고 보면, 전문가들도 어느 쪽이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대선후보의 참모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특히 김 전 실장은 인터뷰 동안 한국의 ‘자강’을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궁극적 목표로 이해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 전 실장은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했다. 관련 인사 중 예상치 못한 대목은 한 가지뿐이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재등장이었다. 이후 대통령이 내놓는 외교적 발언들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전 실장을 잘 아는 한 외교 전문가는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사람이 적어도 김성한 실장은 아닌 것 같다”며 “자강과 한·미·일 삼각공조의 하부구조로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보고 누락설, 김태효 1차장과의 갈등설 등 갖은 소문을 남기고 김 전 실장은 1년여 만에 퇴진했다. 캠프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이탈은 자연히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임기 동안 약속한 것을 얼마나 이뤘는가’와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하고 김 전 실장이 대변한 ‘외교전략의 다변화’와 ‘자강’이 지금도 유효한가이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관계개선과 관련해 구체적 전략을 말하긴 어렵지만, 핵심은 일본의 진솔한 사과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다”라며 “최소한 우리가 모든 것을 양보하는 협상이 아닌 역사와 안보는 분리해서 갈 수 있는 정도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보수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주요 논거 중 하나가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며, 별개 사안인 일본과의 경제, 기술, 안보, 문화적 교류를 파탄냈다’는 것이었다. 학계는 ‘원 트랙, 투 트랙’ 전략 등을 설명하며 비판의 논거를 제시했다. 대일관계에서 ‘원 트랙 전략’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일컫는다. 역사문제와 경제, 기술, 안보 등을 하나로 연동하는 식이다. 투 트랙은 역사문제와 나머지 것들을 분리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역사문제에 매몰돼 한·일 관계개선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오히려 성과를 내기 직전,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좌절된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대일정책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해볼 수 있다. 지난 3월 16일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강제동원 문제의 ‘제3자 대위변제’ 방안은 이미 회담 전부터 수차례 언급됐다. 윤 대통령 스스로 회담 직전 한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의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해당 질문이 또 나왔다. 이때 윤 대통령은 “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부족하면 제가 더 답변을 해드릴 수 있는데 질문을 더 해주시면 좋겠다”라고까지 말했다. 사실상 일본과의 경제, 기술, 안보 협력 의제에 역사문제가 원 트랙으로 실려가버린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를 둘러싼 논란을 ‘감정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상황 호도이거나 설명력 부재이다. 정확히는 한·일 관계를 두고 지속적으로 제기된 논리적·이성적 외교전략의 부재에 가깝다. 이마저도 일본은 ‘한국 정부의 태도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투 트랙 전략을 강조했던 학자들은 이번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김 전 실장이 대변했던 윤석열 후보의 입장과도 이는 분명히 다르다.

자강의 실종

자강 문제는 더욱 심하게 엇나갔다. 사실 한미동맹에 국가안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자강’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 그렇다고 주권국가가 ‘자강’을 말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결국 이는 한미동맹의 목표가 무엇이냐와 연결된다. 동맹이 국가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한미동맹 그 자체인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지금의 상황이 ‘자강’을 말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선 당시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외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이다”라며 “국제연대의 핵심요소는 한미동맹이지만 우리 스스로도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을 겨냥한 한미동맹 혹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가능성은 낮다”라며 “한미동맹이 강조되는 만큼 한·중 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미·중 패권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해 외교적 협력 공간을 좁히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과 오찬 회동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과 오찬 회동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정책은 사실상 정반대로 갔다. 한미동맹을 향한 구심력이 그 어느 정부보다 강하게 작동 중이다. 이를 통해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의 관여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정부는 성과라고 설명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가 결국, 미국이 제공하는 억지력임을 대통령 스스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강의 사전적 의미인 ‘스스로 힘을 키운다’와는 거리가 멀다. 오는 4월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기대되는 사안 역시 미국의 관여 확대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선을 그은 상태에서 가능한 것은 확장 억제, 한·미 연합 훈련 강화 등이다. 이미 이뤄졌거나 약속된 것들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강이 안보 분야에서만 어렵게 된 것도 아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한 미국의 경제 분야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까지 무리한 압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미동맹에 안보를 ‘올인’한 상황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또 이미 중국과의 연계 제거(디커플링)를 거의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했던 외교전략은 김 전 실장의 사퇴와 함께 꼬리를 감추고 있다. 사실상 외교전략이 ‘미국 편승’ 외에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남은 건 되돌리기 어려운 일본과의 약속뿐이다. 정부가 예고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면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두고 “가만있는 것이 차라리 더 낫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퇴진이 국익! 윤석열을 몰아내자!”…34차 촛불대행진 열려

 

“퇴진이 국익! 윤석열을 몰아내자!”…34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4/08 [18:39]
  •  
 

8일 오후 4시 반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34차 촛불대행진’이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연인원 1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2부 사회자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는 이날 집회의 핵심 내용을 구호로 외쳤다.

 

“퇴진이 국익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일본의 독도 침탈 묵인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은 윤석열의 대일 약속을 전면 거부한다!”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동맹 반대한다!”

“퇴진이 민생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양곡관리법 거부하는 윤석열을 거부한다!”

“재벌 천국 국민 지옥 윤석열은 물러가라!”

“미국 일본은 상전 국민은 뒷전 윤석열을 몰아내자!”

 

이날 집회 연설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행각과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부산 술판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한편 윤석열 탄핵에 나서지 않는 민주당 ‘수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임지웅 민주당 고양시 정 대학생위원장은 “국민의 자존심, 대한민국의 역사,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마저도 팔아넘기는데 그러면서도 자기가 팔아넘기는 줄도 모르는데 이런 자가 진정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 “지금 저와 뜻을 함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학생 당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퇴진 투쟁 당원 모임을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전국 대학생위원회도 윤석열 퇴진에 그리고 공정과 상식이 넘치는 대한민국에 뜻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 깃발을 들고 촛불을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칩시다”라고 촉구했다. 

 

▲ 임지웅 민주당 고양시 정 대학생위원장.     © 김영란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저지하기 위해 삭발한 서울시 농수산물 유통공사 백혜숙 전문위원은 “건설사 아파트는 사주고 농민 쌀은 못 사준다, 일본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백 위원은 “2021년 12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과잉된 쌀을 매수해서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윤석열이 국민의 66.5%가 찬성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과거를 부정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손바닥 뒤집듯이 약속을 뒤집는 이런 대통령 필요한가?”라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재정파탄 위험을 숨기기 위한 술수다. 속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튜버로 활약하는 진용호 목사는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는데 어떻게 일 년 만에 나라가 이 이처럼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하며 “(윤석열은) 어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지금껏 저지른 죄에 대하여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이 역사와 민족 앞에 할 수 있는 너의 최선의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라고 명령했다. 

 

▲ 진용호 목사.     © 김영란

 

촛불행동 사진작가 이호 씨는 “촛불행동 1차가 지난 2022년 8월 6일 청계광장 계단에서 백여 분 정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시작했던 그런 촛불행동이었다. 지금 여러분 주변을 한 번 둘러보면 엄청나게 많은 우리 촛불 동지들이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라며 감회를 밝혔다. 

 

이 작가는 “답답한 건 지금 민주당이 하는 꼬라지다. 아무도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라며 “시민 조직이 그들(수박)보다 커진다면 우리는 온전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다”라며 “이제 우리 스스로 조직된 힘을 만들고 우리가 주인 되는 정치로 분열을 극복하고 국가의 적폐 세력을 모두 척결해서 다시 한번 국격이 높아진 나라, 국민이 떳떳한 나라, 그 어떤 나라의 눈치도 보지 않는 나라, 사람이 높은 세상, 우리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라고 호소했다. 

 

▲ 촛불행동 사진작가 이호.     © 김영란

 

1부 사회자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현장 인터뷰에는 안산에서 온 청년, 11살 딸과 박물관 왔다가 집회에 참여한 어머니, 캐나다에서 온 교포, 유튜버 등 다양한 사람이 응했다. 

 

▲ 어머니와 박물관 구경을 하고 집회에 참석한 아이들.     © 김영란

 

특히 길음역에서 온 여성은 “먹고 살자고 나왔다”라며 “우리 자식들한테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 정직한 나라 물려주는 게 우리 어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이제는 나와서 행동할 때다”라며 촛불집회 참여를 촉구했다. 

 

김지선 대표는 ‘윤석열 부산 횟집 도열 사건’을 언급하며 용산 개고기파, 용산 멧돼지파 조폭 패거리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추미애 장관이 쓴 풍자시 ‘신농부시름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은 아래 첨부)

 

▲ 극단 ‘경험과 상상’의 4.3 항쟁을 주제로 한 공연 「4.3초혼」. 집회 참가자들은 숨죽이며 공연에 집중했다.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 김영란

 

▲ 4.3초혼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     © 김영란

 

이날 촛불대행진 주변에는 불법적으로 집회를 방해하던 수구집단의 집회가 없어 모처럼 조용한 환경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은 다음 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이 4월 15일 혜화역 3시에 모여 시청까지 행진하는 방식으로 열린다고 공지했다. 

 

© 김영란

 

© 김영란

 

▲ 캐나다에서 온 교포의 아들이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 김영란

 

© 김영란

 

© 김영란

 

© 김영란

 

© 김영란

 

© 김영란

 

© 김영란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금 술잔의 향긋한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 소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다)

 

신농부시름가

 

흉년이면 하늘이 미운데

나랏님은 풍년이라고 구박하네

 

양 많고 맛 좋고 찰진 신동진 쌀

앞으로는 짓지 말라 호령하네

 

시장경제니 자유니 잘도 노래하면서

쌀은 맘대로 짓냐고 구박하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사님의 춘향가

낭랑하게 울려 퍼질 때

 

70 인생 다 산 시골 노인네들 버릇 나빠진다고

유식한 석사는 훈수를 두고

 

아파트는 사주고 쌀은 사주지 마라더니

나랏님은 댕강 단칼에 거부권을 행사하네

 

어화 절씨구나!

나랏일 골치만 아프네

 

대구서는 돌직구 시구로 신나게 때리고

부산서는 화끈하게 횟집에서 술잔 부딪칠 때

 

타들어가는 우리네 가슴엔 촛농처럼 눈물만 고이누나

 

여사님을 기쁘게 한 춘향가란 어느 나라 노랜고?

 

그저 변사또를 혼내킨 노래만

귓가에 쟁쟁한데 누가 좀 불러 주소

용산궁 담 넘어 들리도록 불러보소

 

황금술잔에 담긴 아름답게 빚은 술은

일천명 백성의 피요

 

옥쟁반 위의 맛 좋은 고기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시 모인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파업 철회 121일만에 첫 대규모 집회 “화물연대 역사는 탄압과 패배 속에 꺾이지 않던 의지의 역사”

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화물 노동자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해 12월 9일, 파업 철회·현장 복귀 결정 이후 121일 만에 대규모 집회다.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촉구 결의대회’에 전국 5천여명의 화물 노동자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화물연대본부는 결의문에서 “화물연대 역사는 투쟁과 쟁취, 그리고 탄압과 패배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버텨내고 승리해 왔던 역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복귀를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 했지만, 복귀 후 제대로 된 대화는 없었다. 수차례 열린 제도 개선 위원회는 ‘안전 운임제 폐지’ 방향에 맞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화물연대 입장이다. 결국, 안전운임제는 일몰·폐지됐고 화주 처벌 조항이 빠진 표준운임제 개악안이 대안의 외피를 쓴 채 논의되고 있다.

“현장에선 운임 하락이 현실화 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무대에 오른 김승일 해운대지부 대건분회장은 “2022년 대비 운송료가 8% 이상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3차 운송사를 거치면 운송원가가 25% 이상 하락한 곳도 있다는 것이 김 분회장의 설명이다. 김 분회장은 수출용 컨테이너를 주로 운송한다. 1군 운송사라고 불리는 S사 컨테이너를 주로 운송한다. 최근 유가 하락을 운송원가에 반영했다는 것이 운송사의 주장이지만 “제대로 된 기준이 없이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표준운임제가 도입되면 화주·운송사 마음대로 운송료를 책정하던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고 김 분회장은 우려했다.

단가가 하락하면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화물 노동자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도로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우려다. 운송가 하락은 또 다른 위험, 과적을 부른다. 한 번 운송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규정된 적재량을 초과하는 것이다. 화주와 운송사, 화물 차주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과적이 유도되는 것이다. 과적은 제동 거리를 늘려 대형 사고 위험률을 높인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세계 최장 시간 노동을 통해 도로 위에서 졸음운전으로 죽어가고, 과적으로 인한 사고로 죽어가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과적 요구도, 운송료 인하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컨테이너운송위원회에 운송료 인상을 포함한 교섭을 정식 요청했다.

 

 

 

8일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광범위한 압박으로 안전운임제를 폐지한 정부는, 운송산업 전반을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입제 폐지다. 운송사업자 허가권으로 번호판을 얻고, 이 번호판을 화물차 기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판매하는 것이 지입제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물류 운송은 하지 않고 운송 수수료를 챙기거나 번호판 교체 시마다 작게는 몇백에서 몇천만 원의 목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지입전문운송사’ 부작용이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2월부터 약 한 달간 지입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총 79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운송사업자가 번호판 사용료를 요구·수취한다는 신고가 424건(53.7%)로 가장 많았고, 지입료를 받고 일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113건, 14.3%), 기존 화물차량을 폐차하고 새로운 차량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도장값’을 수취한다(33건, 4.2%)는 신고 등이 접수됐다. 지입제 폐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입제 폐지를 공언한 정부는 정작 실행엔 지지부진하다. 전방위 압박으로 안전운임제 폐지에 불과 한 달여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입제 폐지는 진척된 것이 없다는 것이 화물연대 판단이다. 화물연대본부는 결의문에서 “화물노동조합의 오래된 염원, 지입제 폐지 의지와 실천을 정부와 국회가 이행할 수 있도록 화물노동자의 결의를 모아내는 행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국회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이후 대체 법규가 없다보니 현장에선 운송료 하락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7월 총파업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대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건설노동자들만의 투쟁, 화물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론 승리할 수 없다”며 “건설노조는 7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적극 결합한다. 화물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 안전운임제, 건설안전특별법 쟁취하고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고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에 대한 공격은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민주노총을 해체시켜버리겠다’ 공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 반격의 시간이고 우리 투쟁의 시간이다. 윤석열의 폭주를 막지 않고서는 화물노동자 안전도 민주노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7월 총파업 투쟁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최초의 민주정은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프레시안 books] 조사이아 오버의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3.04.08. 08:17:44

 

역사에 기록된 민주주의의 최초 사례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다. 민주주의의 원어도 그리스어 '데모크라티아(Demokratia)'다. '인민'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지배'를 뜻하는 '크라토스(kratos)'가 합쳐진 이 말의 뜻풀이에 '자유'가 들어갈 곳은 없어 보인다. 일의 순서로 봐도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17세기 영국인 존 로크에게서 태동했다.

 

역사적 사정과 달리 어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만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에 시장경제와 반공주의를 담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는 데 쓰는 정치적 용법은 차치한다고 해도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로 보는 논변은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조사이아 오버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결합하지 않은 '원초적 민주정'이 이미 있었고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고유한 장점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다만 이 책에 '원초적 민주정'이 자유주의적 민주정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없다. 분배 정의도 이 책의 본격적인 논의 주제는 아니다.

 

오버의 이야기는 고대 아테네에서 자유주의 없이도 '원초적 민주정'이 출현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다. 오버는 아테네에서 민주정이 '시민에 의한 정당한 집단적 자기 통치'로 여섯 세대 동안 제대로 작동했고 당대 다른 국가의 전제정보다 나은 안전과 풍요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아테네 민주정은 구성원 모두에게 구속력을 지닌 몇 가지 규칙을 통해 작동했다. 그 중 하나는 시민에게 민주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시민은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대표적인 활동은 추첨으로 뽑히는 민회 의원, 법정 배심원으로 일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민의 의견이 통치에 반영됐고, 시민들은 자기 통치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다수의 폭정을 막기 위해 통치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권력은 제약됐다. 민회에서 제정되는 법률은 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는 헌정 질서의 제약을 받았다. 선출된 공직자의 임기는 1년이었고, 임기가 끝난 뒤에는 감사를 받았다. 널리 알려진 도편추방제는 1년에 한 번만 실시할 수 있었고, 최대 추방 기간은 10년이었다.

 

민주정적 토대가 갖춰지자 당대에는 이례적으로 25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도시국가였던 아테네의 크기와 다양성은 공동체의 자산이 됐다. 구성원 간 이해를 조율해 일부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과 행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아테네 민주정은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은 아테네 태생 남성이었다. 노예제가 있었고, 신에 대한 불경죄를 저지르면 사형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특히 여성 참정권 부인, 노예제 등에 대해 오버는 민주정에 반영되는 다양성을 제약해 아테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아테네 민주정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뒤 오버는 '데모폴리스'라는 가상의 원초적 민주정을 건국하는 사고실험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원초적 민주정에 필요한 규칙을 제시하고 그 효과를 살핀다. 동시에 원초적 민주정이 아테네와 같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만 가능한 체제가 아님을 보이려 시도한다. 

 

오버는 절대적 지배자가 없는 '비폭정'이라는 핵심 목표에 동의하고 정교한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지만, 경제적 수준이나 삶의 경험, 지식의 종류 등에서는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을 데모폴리스의 건국자로 설정한다. 이들의 또 다른 목표는 다른 모든 국가가 추구하는 안전과 물질적 풍요다. 이때 안전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물론 내부 갈등·전복으로부터의 위협도 포함한다. 

 

건국자들이 만드는 첫 규칙은 비폭정 유지를 위한 일에는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숙의, 투표는 물론 배심원 등 임무 수행을 위해 인력을 제공하는 것, 부자의 경우 추가적인 세금을 내는 것 등도 포함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은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규칙은 일부 구성원이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구성원의 정치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오버는 이를 위해 '시민적 존엄'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이때 시민적 존엄은 모욕이나 '어린애 취급(infantilization)'을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적 참여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거나 불가능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규칙은 안전, 풍요, 비폭정이라는 원초적 민주정의 목적을 위태롭게 하거나 앞선 두 규칙을 위반하는 규칙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버는 이 같은 규칙 하에 운영되는 원초적 민주정이 모든 구성원에게 사회성, 합리성, 언어적 의사소통이라는 인간 고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민주정 자체가 주는 좋음(goods)으로 규정한다. 직접 민주정 제도가 운영되는 주에서 행복감이 높다는 스위스의 경험적 연구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오버는 비폭정뿐 아니라 안전과 풍요를 위해서도 합리성과 언어적 의사소통의 자유로운 발휘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상대적 우위를 갖는 기술과 재능을 파악하기 쉽게 해 더 합리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효율적인 경제적 전문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자유주의적 교의 없이도 민주정은 다수의 폭정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으며, 자유주의자들의 관점과 달리 정치 참여는 최소화해야 하는 비용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간에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오버는 주장한다. 책의 말미에 그는 '원초적 민주정'을 토대로 다른 사상체계와 결합한 민주정, 자유주의 이후의 민주정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민주정에 단일한 정답은 없다는 관점인 셈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강남 한복판 ‘반경 1㎞’···이 사회 그늘이 담겼다

이홍근 기자    김세훈 기자
 

강남 한복판 ‘반경 1㎞’···이 사회 그늘이 담겼다

가상통화를 둘러싼 납치·살인 사건, 미성년 학생과 부모를 노린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망 사건.

최근 한 달 사이 터져나와 한국 사회를 들썩거리게 한 사건들이다. 언뜻 보면 개별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발생 장소를 중심에 놓고 보면 이들 사건은 서로 매우 가까운 지역에서 벌어진 일임을 알 수 있다. 사건 발생 지점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 그 점을 포함하는 큰 원을 그리면 서울 강남구 선릉로·도곡로의 교차점(한티역)을 중심으로 대치동과 역삼동을 아우르는 ‘반경 1㎞’의 원이 완성된다.

돈과 사람이 몰려드는 곳, 비싼 집값과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곳, 그만큼 계층 구분이 뚜렷하며 신분 상승의 욕망이 충돌하는 일도 잦은 서울 강남, 그 중에서도 이 ‘반경 1㎞’의 원 안에서 상징적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기자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지난달 29일 연지호(30)·황대한(36) 일당에게 납치된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이었다. 40대 여성인 A씨는 강남을 무대로 코인을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으는 일을 해왔다. A씨는 이번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를 코인 홍보행사에서 만났고, ‘윗선’으로 의심받는 유모씨·황모씨 부부를 알게된 것도 코인을 통해서였다.

일확천금을 목표로 한 배를 탔지만, 이들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1년부터 시작된 갈등이 폭발한 곳도 강남이었다. A씨는 이씨와 함께 다른 투자자들이 유씨 부부를 호텔에 감금하는 데 참여했다. 유씨 부부는 당시 부산에 살았지만 ‘코인 펌핑(가격 띄우기)’ 작업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당시에도 비슷한 이유로 강남 호텔에 숙박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코인 관련 회사도 강남구 테헤란로에 소재해 있었다. A씨는 여러 업체를 한 사무실에 등록해놓고 사업을 벌였다. 최근 압수수색을 받은 유씨 부부의 변호사 사무실도 강남에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에서 사업을 벌일 정도로 자본과 인프라가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인력 충원에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투자자를 모으는 데 유리한 곳”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은 계층 상승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라며 “다양한 계층의 욕망이 뒤섞여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 등 범죄에 취약한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대치동 인근에서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료수’라며 마약이 든 액체를 고등학생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용의자 2인.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대치동 인근에서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료수’라며 마약이 든 액체를 고등학생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용의자 2인.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를 나눠주고 이를 빌미로 부모를 협박했던 일당이 범죄를 실행한 곳도 강남 대치동 학원가였다. 40대 여성 B씨, 20대 남성 C씨 등 일당은 지난 3일 오후 6시쯤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라며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게 했다. 학생들로부터 번호를 알아낸 이들 일당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이 ‘강남 8학군’의 상징인 대치동을 범행무대로 삼은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대범한 범행을 꿈꿀 수 있었던 이면에는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학생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약’ ‘집중 잘되는 약’ 등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약물 또는 식품을 섭취하는 데 거부감이 덜한 대치동 문화를 범죄에 악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 교수는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거짓말이 아이들을 무심코 음료를 마시게 할 정도로 범죄에 취약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경비대장실 내부에 경비반장이었던 C씨의 죽음과 아파트의 잇따른 부당해고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호소문이 붙어있다. |전지현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경비대장실 내부에 경비반장이었던 C씨의 죽음과 아파트의 잇따른 부당해고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호소문이 붙어있다. |전지현 기자

 

지난달 14일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 사망 사건도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경비원 D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료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고, 관리업체는 목소리를 낸 경비대장 이모씨를 해고했다. 3개월짜리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이용한 조치였다.

사건 이면에는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경비노동자들 간의 ‘갑을관계’가 있었다. 입대의는 아파트 관리 책임자인 관리사무소를 선정하고 관리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 절대 권한을 쥐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 E씨는 “1년 전 입대의 회장이 바뀐 후 주민과 갈등이 이어졌고, 관리소장도 돌연 바뀌었다”며 “입대의 회장과 현 관리소장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경비원 D씨의 죽음 뒤에 불안정 노동과 직장내 괴롭힘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에 산다는 것 자체가 특수한 신분가치가 된 게 현실”이라며 “물질주의나 가족지상주의, 과시주의가 다른 지역보다 더한 곳에서는 약자를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문화가 지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