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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극우개신교 동지’ 전광훈 뒤늦게 ‘손절’··· 둘 사이 무슨 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지난 2019년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으로 당선된 전광훈 목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2019.03.20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전광훈 목사로부터 공천 청탁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전 목사의 추천으로 입당한 이들을 “당에서 축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당내에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관심을 끈다.

황교안 전 총리는 과거 상당 기간 전 목사를 비롯한 극우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함께해온 바 있어 뒤늦게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자신이 당대표로 치른 총선에서 전 목사의 직·간접적 도움을 받고는, 이제 효용이 떨어지니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안검사 출신 전도사 황교안과
극우 목사 전광훈의 만남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의 과거 관계를 되짚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과거 황 전 총리는 극우개신교 세력에게 ‘정치세력화’를 이끌어 줄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 ‘국가보안법 전문가’이며, 검사 재직 시절 신학대학에 다녀 전도사 자격까지 갖춘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된 2013년과 총리가 된 2015년에 크게 화제가 됐다.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기 2년 전 한 발언을 살펴보면, 극우개신교가 그를 주목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는 부산고검장이던 2011년 5월 11일, 부산 호산나교회 특별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해 “이런 분이 대통령이 딱 되고 나니까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한직인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어 직접적 인사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하나님께 ‘환란’으로부터 도피를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을 ‘환란’이라 표현하며, 정치를 하나님과 악의 세력 간 대결처럼 묘사한 그의 표현은 극우개신교의 구미에 딱 맞았다.

이후 그는 박근혜 정부 법무부장관으로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 혐의’로 감옥에 보냈고,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제기해 소속 정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도록 했다. 그 후 2015년 총리가 됐고, 박근혜 씨가 탄핵되자 대통령 권한 대행 자리까지 올랐다. 정권이 바뀌고 잠시 야인생활을 하는 동안엔 교회를 돌며 강연과 간증에 나섰고, 그 다음엔 책을 내고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2018년 3월 1일 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황교안이 정치인으로 나설 준비를 할 동안 정국은 요동쳤다. 박근혜 탄핵 이후 극우개신교 세력을 중심으로 한 ‘태극기 부대’들이 등장했고, 전광훈 목사 등이 앞장 서 거리예배를 빙자해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었다. 탄핵 이후 재도약을 시도하던 자유한국당은 극우개신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지지세로 활용했다. 자연스럽게 공안검사 출신 전도사인 황교안은 극우개신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황교안 만난 전광훈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축복기도
“황교안 당 대표로 세운 건 하나님”


극우개신교의 정점에 있던 전광훈과 극우개신교가 주목한 ‘독실한’ 황교안은 2019년 운명처럼 손을 잡았다. 그해 1월 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5대 대표회장에 전광훈이 당선됐고, 황교안은 이보다 2주 앞선 그해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한 달여만인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종합 득표율 50.1%을 기록하며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해 3월 20일 황교안은 당선 인사차 한기총을 예방해 전·현직 임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기회에 좌파정부 폭정을 막자. 목사님들께서 1천만 크리스천과 함께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임원들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이은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청와대에 보내줄 것이다’ 등 노골적인 지지 발언을 했다.

특히 전광훈은 ‘황교안을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운 건 하나님’이라 주장하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고 그의 대통령 당선까지 기원했다.

 

 

 

이어 “황 대표의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확보)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00석을 (얻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확보’를 염원하는 축복기도 제안까지 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예수님은 기호 2번?... 선거법 비웃는 정치 교회’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등이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를 공개 지지하며 공직선거법 등 실정법 저촉도 개의치 않는 행보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MBC
이런 전광훈 발언과 황교안의 행보는 개신교 내부는 물론 여러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전광훈은 한기총을 앞세워 황교안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을 ‘공산주의’로 몰아갔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보도를 통해 위 전광훈과 황교안의 만남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논평을 내 MBC가 “공산주의 반기독교 언론”이라고 비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황교안이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하고도 불교식 의식을 거부한 것을 비판하자, “황교안의 개인 신앙을 가지고 사퇴 운운하는 것은 그 뒤 불교의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깐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목숨 걸고 자유대한 지켜야”
거리에서 함께 싸운 황교안·전광훈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다. 전광훈은 극우개신교 신자들을 거리에 끌어모았고,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채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거리와 청와대 앞에선 기도회가 연일 이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는 열기는 대단했다. 그 열기에 황교안도 동참했다. 제1야당대표인 그는 2019년 10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했고, 10월 25일엔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함께했다.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개신교의 후원을 받는 유력정치인 황교안은 이렇게 거리투쟁에도 합류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19년 10월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9.10.09 ⓒ김철수 기자

그리고, 한 달여 뒤인 11월 20~ 29일 동안 황교안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황교인이 단식을 마친 다음날 전광훈은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러분의 대장인 황교안 대표가 생명을 걸고 단식을 함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각성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뒤 황교안은 자유한국당 전체를 이끌고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투쟁에 나섰다. 그해 12월 14일 자유한국당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 및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엔 황교안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당원이 함께했다. 전광훈이 이끄는 범투본의 집회도 함께 열렸다. 두 집회는 자연스럽게 ‘따로 또 같이’ 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이틀 뒤인 12월 16일 국회 본관 앞에선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규탄대회가 열렸고, 이날 황교안은 극우개신교의 지지를 받는 ’거리의 투사‘로 재차 우뚝 섰다. 이날 대회엔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당원과 극우단체 회원들이 대거 국회로 난입해 함께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어, 국회 내부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다른 정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에게 폭언·폭행을 행사해 국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황교안은 마이크를 들고 시위대를 이끌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 저희가 앞장서겠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외쳤고 곳곳에선 ‘아멘’이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총선 참패 후 멀어진 황교안·전광훈
아무 반성 없이 전광훈 비난만?


2년 가까이 극우개신교를 매개로 계속된 이들의 동행은 2020년 4월 총선을 지나며 막을 내린다. 거리 투쟁을 이끌며 지지를 호소한 전광훈과 여러 방법으로 노골적 지원을 서슴지 않은 극우개신교의 도움에도, 미래한국당(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변경했다)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원내 진출을 노렸던 전광훈의 기독자유당도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미래한국당 내부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이 전광훈을 비롯한 ‘태극기 부대’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광훈과 손잡았던 황교안을 향해서도 책임론이 일었다. 

이후 황교안은 전광훈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험한 말이 오가기도 했고, 최근엔 황교안이 전광훈을 고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날은 거기에 더해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황교안 주장처럼 실체를 알게 돼 멀어졌다기보다는 총선 참패로 정치적 실익이 없어졌기에 멀어진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성 없이 전광훈만 욕할 수 있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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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적 최종형태는 남북연합, 통일미래는 열어놓고 구상하자'

김병로 교수, 통일硏 32주년 학술회의서 '신통일미래구상' 언급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4.08 03:25
  •  
  •  수정 2023.04.08 03:34
  •  
  •  댓글 0
 
통일연구원이 7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1세션 '한반도 통일환경 변화와 신통일미래구상' 라운드테이블. 왼쪽부터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김학성 충남대학교 교수,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 전현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연구원이 7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1세션 '한반도 통일환경 변화와 신통일미래구상' 라운드테이블. 왼쪽부터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김학성 충남대학교 교수,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 전현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변화된 환경속에서 통일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민족공동체라는 우산아래 정치공동체, 경제공동체, 생활공동체라는 각각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들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가는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

"통일의 최종형태는 통일국가보다는 잠정적으로나마 남북연합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남북연합이 지속될 수도 있고, 기존에 상정했던 우리(남측) 의도가 반영된 통일국가를 지향할 수도 있지만 북측이 말하는 높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것이 올 수도 있다. 이 세가지 형태의 통일 미래는 그냥 열어놓는 형태로 통일을 구상하는 것이 좋겠다."

통일부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중인 '신통일미래구상'에 대한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의 견해이다.

김 교수는 7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학술회의 1세션 라운드테이블에서 '신통일미래구상'의 개괄을 '잠정적 최종 형태로서의 남북연합과 개방형 통일국가 모델 추구'로 제시했다. 

신통일미래구상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4가지 쟁점과 개선사항을 고민한 결과인데, 4가지 고려 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민들의 통일의식이 민족보다는 안보·경제 등 실용주의 시각이 증가추세이므로 통일을 추동할 새로운 가치를 찾되, 민족개념이 약화됐다고 해서 그걸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는 점

△통일의 최종 형태를 전통적 국가형태로만 국한하지 말것. 그리고  '자유민주적 통일국가'로 못박았을 때 통일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의 반대가 있을 수 있으니 최종 형태는 '흐릿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단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각각의 단계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사회변화에 맞추어 국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참여와 국제협력의 수용성을 고려하는 통일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그렇다면 '남북연합과 개방형 통일국가 모델'라는 목표를 향해서 무엇을 할것인가.

김 교수는 '큰 방향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와 연결시켜 진출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인 체제로 만들어야만 목표 접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름하여 '북한 국제화 정책'을 향후 10~20년간 적극 추진해야 하며, 그에 필요한 여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조약'이 당연히 체결돼야 하고 '남북 공동시장'을 형성하며, '남·북·미·중의 4자외교'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학성 충남대학교 교수는 '지난 30년간 '진보의 햇볕과 보수의 강압'이 번갈아 추진되어 왔으나 북한은 자신의 체제와 이념, 현실적 필요에 따라 대응해 왔을 뿐'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결정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오해"라고 진단했다.

결론은 "우리의 정책은 상대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가면서 좀 더 높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어야 하며,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북한 내부 변화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여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는 "신통일미래구상 수립을 위해서는 국내적 거버넌스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 구상이 지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범국민협의기구 등 제도적 장치와 여야 정치권 및 시민사회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 입법에 의해 뒷받침할 사항을 위한 법적 적차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법적·제도적 통일보다는 평화담론과 '투 코리아'(양국체제)를 선호하는 여론을 통일담론으로 끌어들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현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통일 개념을 법적 통일과 사실상의 통일로 나누어 정립하고 통일방식도 '국가연합'(Korea Union)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북한이 체제위협으로 인식하는 자유, 인권, 소통, 개방 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다보면 과거 안보·경제지원 등 현안과 인권문제를 결부시킨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된 것으로 이해하는 북한으로서는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북한의 안보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동북아집단안보체제'구축과 핵사용이 불필요한 상황을 만드는 '항구적 평화체제' 등을 거쳐 남북 국가연합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장으로서 라운드테이블을 이끈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신통일미래구상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에 패널들이 평소 생각하던 내용을 자유롭게 말하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통일미래구상에도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1세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신통일미래구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중을 적극 대변하는 듯한 발표도 나왔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발표문에서 신통일미래구상을 위해서는 "첫째, 확고한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쳤다.

심지어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의 지배, 공화주의 등 헌법의 기본가치는 통일 추진과정에서 양보할 수 없는 요소"라거나 "평화적 통일의 관점에서 북한의 본질적 변화 필요성을 반영하지 않는 대북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지난 30년 남북관계의 교훈"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서로 다른 사회제도의 연방'이라는 체제방어와 전체주의적 독재체제를 영속화하기 위한 수단적 논리"라고 불신을 드러내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한과 북한이 유엔회원국으로서 국가간 보편적인 거래방식에 따라 호혜적 관계를 축적할 때 구현 가능"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7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7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축사에서 "금년에는 민관이 함께 하는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통해서 「신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해서 국민들과 함께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면서 "자유·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변화된 국제질서, 남북 간 격차 등을 반영한 새로운 구상으로, 국민들의 통일의식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통일공감대 또한 확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신통일미래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지난달 15일 첫 회의를 연 통일부 미래기획위원회는 매분기 1회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각계 간담회와 공개 세미나, 국제협력대화 등 활동을 벌이며 '통일미래 청사진과 추진 전략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는 △한반도 통일환경 변화와 '신(新) 통일미래구상' △가치‧국익 중심의 국제 질서 변화와 북한의 전략 △'담대한 구상' 추진을 위한 이행과제 등을 주제로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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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정희의 2배, 노무현의 4배…이승만 기념관 예산 46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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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건국 대통령’ 띄우기

지난 3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46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에 투입된 예산과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정부가 ‘건국 대통령’ 이승만 재평가라는 명목의 이념전을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관련 자료’를 보면,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축에 △2024년 설계비 24억7천만원 △2025년 공사비 174억1800만원 △2026년 공사비 261억1200만원 등 3년간 모두 46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 기념관에 투입된 국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설 건립에 각각 200억원, 59억원, 115억원을 썼다. 이전까지 가장 예산이 많이 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설과 비교해도,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은 2배 이상 많다. 책정한 예산은 전례 없이 많지만, 서울시와 부지 선정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을 뿐 어떤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로, 행안부는 지금껏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근거해 관련 사업을 지원해왔다. 국가유공자 지원 등이 주 업무인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근거해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만들고 관리한다.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이 1949년 건국훈장을 수여받은 독립유공자여서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 전 대통령은 독립유공자로서 건국훈장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본인에게 훈장을 준 것”이라며 ‘셀프 훈장’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보수 역사학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오고 윤석열 정부 들어 탄력받은 이승만 ‘건국 대통령’ 재평가 흐름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보훈처장은 “진영을 떠나 이제는 후손들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라고 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이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이렇게 ‘건국 대통령 띄우기’에 나서는 데는 이념 논쟁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지지율이 빠지니 결국 매우 보수적인 지지층에 기대는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승만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이런 흐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6·25 전후 민간인 학살 책임이 있는 인물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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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후보 전원 당선… 4월 정치방침 임시대대, 힘 받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4/07 10:33
  • 수정일
    2023/04/07 10:3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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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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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0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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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지지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이번에 치러진 9개 선거구 중 가장 큰 울산교육감에 천창수 전교조 조합원이, 하나뿐인 국회의원 선거인 전주을에 강성희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조합원이 당선되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천창수 후보는 61.94%를 득표해 보수 후보를 제치고 압승했다. 강성희 후보도 2위 후보를 7% 차로 따돌렸다.

 

민주노총은 일찍부터 두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정하고 조합원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해 왔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 천창수 교육감과 강성희 의원은 민주노총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색깔론과 흑색선전에 시달려야 했다.

천 후보에게는 “전과 3범에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없다”라는 상대측 후보의 거센 공세가 막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천 후보의 전과기록은 모두 민주화운동 과정에 치른 모진 고문과 옥고가 전부였다.

이에 과거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관련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천 후보 변론에 나서줌으로써 20%가 넘는 큰 표 차로 낙승할 수 있었다.

 

전주을 강성희 후보도 색깔론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공안탄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진보당을 싸잡아 간첩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가짜 뉴스와 비방 선전이 난무했다. 이에 강 의원은 타협하거나 물러섬 없이 정면 승부에 나섰다.

 

강 의원은 박근혜 국정 농단 세력에 항거한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으며, 윤석열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민주노총 조합원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한편 이번 4.5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후보가 모두 당선된 것과 관련해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부위원장)은 “힘을 하나로 합치면 흑색 공안탄압을 뚫고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며,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결정하는 4월 임시대대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오는 24일 민주노총은 정치방침 및 총선방침을 결정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임시대대에서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정당’ 건설 방침이 주되게 논의된다.

진보대연합정당 방침이 대대를 통과하면 민주노총은 내년 총선에서 10년여 만에 배타적 지지(오로지 한 개의 정당만을 지지한다는 조직방침) 정당이 다시 생기게 된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10석을 차지했고, 2012년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이 13석을 확보한 바 있다.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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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검찰공화국에서 생긴 일

[이관후 칼럼] 내년 총선은 '대선 연장전', 여야 아킬레스건은?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  기사입력 2023.04.07. 09:46:21

 

지난해 오늘, 윤석열 당선자는 평택 미군기지를 찾아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취임 첫날부터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치고 퇴임 기자간담회를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가 임박했고,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가 민주당과 합당 선언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두문불출 하고 있었고, 계양 출마는 아직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1년 뒤, 우리는 예측한 미래를 살고 있는 것일까? 지난 1년, 한국의 정치는 많은 면에서 변했다. 총선을 약 1년 앞둔 지금, 지난 1년을 복기하면서 내년 총선을 전망해보자.

 

먼저, 우리는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을 만났다. 그런만큼 통치의 방식도 신선(?)했다. '행정은 관료에게 맡기고 검사가 부정을 감시하면 통치는 이루어진다'는 '무위지치'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북극성처럼 자리를 지키고, 측근 검사들이 뭇별처럼 그 주변을 호위하면, 세상은 북극성 중심으로 운행하는 것이다. 

 

이 '검사+관료' 체제는 장관 임명 전에 차관들을 일괄 임명하면서 전원을 남성 관료 출신으로 배치할 때 이미 그 실체가 잘 드러났다. 검사 대통령에 관료 국무총리, 그 뒤에는 다시 검사 출신 총리비서실장, 이런 체계가 '검사-관료' 통치 체제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실의 요직도 검사와 검찰 수사관으로 채웠고, 금감원과 국정원에도 검사들을 보냈다.

 

이런 모양새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이상득의 보좌관 박영준이 당선자총괄팀장,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을 지내며 청와대를 컨트롤하고, 나중에는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왕차관' 역할을 하며 예산을 통해 여당 국회의원들을 관리하고, 장관보좌관들을 통해 각부터 장관들을 관리한 케이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확실히 이 정부의 많은 부분은, 이명박 정부의 것들에서 따왔다. 핵심 권력 주체가 검사들로 바뀐 것은 다르다. 요컨대 민정실 역할을 법무부가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주인이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 멀쩡한 청와대를 마다하고 수많은 물의를 일으키며 용산으로 간 이유는 지금도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우리는 첫 해외 순방부터 며칠 전 순천만 방문까지,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사진 중 대통령보다 김건희 씨의 것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배경처리되고 초점이 김건희 씨에게 맞춰진 사진들도 많다. 일정이나 인사는 물론이고, 정무적 사안에까지 김건희 씨가 많은 역할을 하리라는 추측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검사 출신들이 대통령실을 장악하고, 검사들을 총리실, 교육부, 고용부, 금감원, 국정원 등에 전면적으로 배치하면서, 이 정부에서 사라진 것은 '적극 행정'이다. 적극 행정은 우리 관료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능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진보·보수 정부 가릴 것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꽤 괜찮은 정책이었다. 

 

요컨대 꼭 필요한 정책인데 아직 법제도가 미비하거나, 상부의 지시나 명령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될 때,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된 일에는 승진 등 상도 줬다. 덕분에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도 많이 사라지는 추세였다. 일종의 공무원용 '착한 사마리아인법'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사라졌다.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새로운 정책을 제안해도, 대통령실에서 받아들여주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자체 검열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적극 행정'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장·차관들이 책임져주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교육부의 취학연령 변경 정책, 고용부 노동시간 확대 정책 등이 졸속으로 추진되다가 멈추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눈치보기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한 산업부, 지방행정이나 안전 문제에서 사전 대처가 필요한 행정안전부 등이 위축되어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 '이태원 참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여름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중·하위직 공무원들부터 핵심 업무를 회피하는 경향도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먼저 여당 국민의힘에서는 1년 만에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입문 초반에 당내 주류인 TK(대구·경북)와 거리를 두고, 당내 비주류인 윤핵관(권영세, 권성동, 장제원)과 대선을 치렀다. 당선을 위해 이준석 당대표와 불편하고 모욕적인 동거도 감수했다. 그러는 동안 TK는 윤석열과 이준석을 모두 경계하며, 2021년 여름부터 약 1년간 암중모색을 거듭했다. 

 

때가 왔다. TK는 역시 노련했다. 대선 승리 이후, TK가 윤석열에게 화답하며, 안철수, 오세훈계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당내 세력이 '이준석 비토'에 합의했다. 이준석을 '신주류'로 가만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요하게 공격을 해서 이준석을 징계하고 궐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드디어 당내 구주류인 TK가 기회를 잡았다. 대통령과 '판검사 출신 TK계'가 연합했다. 먼저 주호영 비대위원장 체제를 수립했고, 대통령 내외가 서문시장을 찾았다. 전통적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면서 20%대 지지율을 벗어났다. 여기서 학습효과가 생겼다. 대통령이 차기 총선때까지 당을 이끌 여당 대표로 점찍은 사람은 '김기현'이었다. 그리고 기어이 전당대회에서 '윤핵관+TK 법조계'라는 수직적 연합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꼬박 1년에 걸쳐서, 대통령이 원하는 유형의 여당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야당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지 않고 해외로 출국하거나 칩거했다면 대선과 지선에 대한 복기도 이루어졌을지 모르지만, 이 대표가 나서기로 하면서 모든 대안이 사라졌다. 이제 총선까지 '대선 연장전'으로 치르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 여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내부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압도적인 이재명 지지는 그에 대한 순수한 열성적 지지와 더불어서, 당내 여러 계파와 당원들의 합리적 선택이기도 했다. '계양 출마 등의 행보를 볼 때, 어차피 이재명이 한번 정도 당권을 쥐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빨리 당권을 쥐는 것이 낫겠다'는 지역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의 판단이 보편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측에서는 일정한 양보가 있었다. 김남국이 최고위원에 불출마했고, 당규 80조 원안을 개정하는 것을 포기했으며, 전당원투표의 권한을 확대하는 개정도 포기했다. 어느 정도의 타협이 이루어진 셈이다.

 

문제는 지난 12월부터 본격화되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측근들의 구속과 관련해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고, 이 대표와 검찰 간의 대립 이외에 야당의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야당이라고 해도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인데, 윤석열 정부 1년 간 드러난 많은 정책 실패에 대해 야당은 별다른 수습책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과의 투쟁은 투쟁대로 하더라도, '방탄 야당'이라는 비판을 뒤엎을만한 다른 무엇인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던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낮은 투표율, 그리고 전주 등 호남 전반에서 진보당의 약진은 국민의당에 안방을 내줬던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정의당은 현재로서는 자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 대선과 지선 이후 세대교체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늘 그렇듯이 정파주의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비례대표 교체 당원 투표' 등을 거치며 일부 계파가 탈당했다. 이후 민주당과 거리두기를 하며 독자적 정체성 찾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호남에서 진보당에 세가 밀리는 등,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불안한 외치'와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만나면… 

 

총선까지 앞으로의 1년은 어떻게 될까? 우선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가을 대통령실 개편 이후 적어도 대통령실에서는 더 이상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름까지 윤핵관들이 우왕좌왕하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대통령실의 정무 기획 능력이 크게 돋보인다. 

 

기자의 슬리퍼를 트집 잡아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는 데 성공했고, 전용기 문제로 기자들의 군기잡기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시선돌리기에 성공했고,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진압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켰다. 전당대회에서도 유승민·안철수·나경원을 모두 주저앉히고, 이준석계를 침몰시키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내용적으로 타당성이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지난 가을 이후 대통령실은 '계획한 대로' 일을 해나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3대 국정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국정 철학도, 국정 비전도, 국정 과제도 없는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는데, 일단 빠른 시일 내에 국정 과제를 만들어 냈다. '쓸 거리'가 생긴 보수 언론들이 환호작약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연금, 교육, 노동이라는 3개 과제는 국민에게 어필하기 좋을 뿐 아니라, 검사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과제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까지, 연금공단과 교육부, 고용부에 각각 검사들을 추천, 파견하는 일이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내부 감사, 수사, 압수수색, 사법 처리 등등의 수순으로 '나쁜 놈'들을 찾아내서, 왜 그동안 이 분야에서 '개혁'이 안되었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그 후에는 개혁일지 개악일지, 일방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이면 그 자체로 '성과'가 되는 것이다. 타임테이블을 내년 총선에 맞추어 일이 착착 진행될 것이다. 제도 개혁(개악?)은 내년 총선 이후에 구성되는 국회에 던지면 된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의 아킬레스건은 어디일까? 내치보다 외치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가안보실장, 의전비서관 교체 과정에 대통령실 내부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알력 심화가 노출되었다. 국내 정치가 정무실 중심으로 안정을 찾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주축이 된 외교안보 라인은 상대적으로 전략적 구심점이 약해보이고 다소 모험주의적 경향이 있어 보인다. 

 

우선 한미일 동맹의 강화, 대북 강경책 등이 성과를 내야하는데, 총선 전까지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뒤만 쫒아다닌다는 느낌이 강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 활발하게 진척되었던 신남방정책을 지워나가면서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들의 반발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첨단 기업들의 공급망이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주의적 경향이 더해지면,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외치에서 윤석열 정부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만약 외치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것이 국내정치로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다. 외교 실책을 이유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다시 나타나면 행정의 효율성과 집행력도 동시에 하락하고, 안전사고나 치안, 경제 및 산업 분야에서 조기적 사전 대응이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이 다시 발생한다. 당내 비주류가 다시 대통령실과 정부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설 수도 있다. 

 

여당의 최대 약점은 존재감 없는 지도부다. 다음 총선에서 예정된 변수는 대통령실에서 미는 검사 출신과 기존 여당 세력 간의 피 튀기는 공천 다툼이다. 그럴 때 지도부가 교통정리 역할을 잘 해주어야 하는데, 지금 여당은 사실상 용산 직할체제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당내 주류 간의 충돌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 요컨대 '비윤·반윤계 공천 학살 + 검사 낙하산'이 가능한가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양새다. 2016년, 박근혜의 무리한 유승민 찍어내기는 지지율 하락, 선거 패배, 레임덕, 촛불, 탄핵으로 이어졌다. 설사 보수 언론이 그때와 다른 태도를 보인다고 해도 무작정 유승민, 안철수, 이준석 찍어내기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여기에 당내 TK 주류를 일부 건드린다면,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김기현 당대표로 총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김 대표를 도울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선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도 변수다.

 

민주당의 변수라면, 역시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1심 판결이 중요하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야당 탄압 프레임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문제는 1심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다. 이 경우, 현재 민주당에는 이를 수습할 체제도, 사람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만약 이 대표가 어떤 상황에서도 대표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할 체제가 혁신위가 될지 선대위가 될지 불투명하다. 누가 그것을 맡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당장의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서 어떤 '타협'이 이루어질지 예측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타협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상당히 안일한 생각으로 보인다. 

 

정의당의 경우, 유권자 분석을 해보면 정의당의 지지층이 민주당 지지층에 완전히 잠식·흡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유권자 지형으로는, 총선 전에 다시 정의당이 지지세를 확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또 진보대연합을 추진한다는 것도 정치적으로 유의미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세력을 더하더라도 선거를 앞 둔 현실 정치에서 그것을 '대연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은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더라도 과거와 달리 정의당의 약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중대선거구제가 되더라도 지금 정의당에 지역에서 15% 정도를 득표할 수 있는 후보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될까?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정의당에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진보 독자 전략'을 선택했다면, 대중성·정치력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선발하고, 나중에 지역구에 내려보내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전략을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후속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 구상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유능하고 미래성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뽑고 육성하는 것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매번 불가능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차라리 '당내당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것은 지금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한국에서 진보정치의 가능성이 아예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정의당은 그 진보정치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역사성을 다 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파주의를 근본적으로 걷어낼 수 있는 개혁 없이는, 국민들은 정의당을 진보가 아닌 진보 기득권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관후

16대, 17대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적 대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경남연구원에서 일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을 지냈다. 정치의 이론과 현실에 모두 관심이 있다.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있으며, <프레시안>을 비롯해 <경향신문>, <한겨레>, <피렌체의 식탁>에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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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6명을 살리려 1000명이 모였다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4.07 07:30
  •  
  •  수정 2023.04.07 09:39
  •  
  •  댓글 0

[전국언론자랑 ⑧]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에서 만난 기자들과 후원회원들… 그들은 왜 뉴스민을 지키려 ‘뉴민스’가 되었을까

지역언론이 위기다. 지역이 소멸하고 있고 지역언론도 생사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한다. 지역언론은 상시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면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엔 턱없이 열악하다. 그럼에도 자생력을 잃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에 나선 지역언론이 있다. 수도권 집중을 비판하면서 지역 기득권을 대변하는 지역언론을 벗어나 인권과 사회진보를 지향하며 지역 시민의 입장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독립언론으로서의 지역언론도 있다.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자랑’을 통해 지역에서 건강한 언론의 역할을 해나가는 지역언론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기자 6명을 살리려 1000명이 모였다. 지난달 31일 저녁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의 ‘후원의 밤’ 행사는 반가운 인사와 웃음들로 시끌벅적했다. 뉴스민을 응원하러 들른 시민들은 어느새 소매를 걷어붙이고 기자들과 함께 손님들을 맞이했다. 음식 서빙을 도우러 온 열댓명의 20대 초반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뉴스민을 후원하는 청년들 혹은 후원자의 친구들이다. 새로 후원회원 신청을 하는 자리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후원회원들을 부르는 애칭 ‘뉴민스’에 걸맞게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토끼 로고를 오마주한 뉴민스 티셔츠 굿즈도 준비했다.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후원호프는 지난 1월 ‘경제적 이유로 해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천용길 대표의 말을 들은 후 이상원 편집장이 ‘뉴스민을 도와달라’는 칼럼을 쓴 직후 주변에서 먼저 제시한 아이디어다. 뉴스민 구성원들이 한 달반 간 틈틈이 준비했다. “언론사가 후원호프를 한다는 게 좋은 모습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끝까지 망설였지만 당장 기자들 월급을 줄 다른 방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후원호프에서, 기자들은 뉴스민을 응원하는 1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자정까지 이어진 후원의밤 행사에서 기자들이 준비한 후원 티켓은 모두 팔렸고, 후원회원은 약 400명에서 800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뉴스민 제공.

서울에서 기자 일을 하다 지난해 입사해 뉴스민에서의 경력은 1년 남짓인 김보현 기자는 티켓을 파는 일이 가장 걱정이었다. “선배들은 티켓을 팔면서 ‘그동안 우리가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도와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는 입사 1년밖에 안돼서 그러기가 어려웠다. 대신 ‘앞으로 어떤 취재를 더 열심히 하겠다, 이런걸 기획해보고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행사 현장. “대체 뉴스민이 지역에서 어떻게 취재해왔길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응원해주실까?” 김보현 기자는 이 풍경이 생경했다.

“뉴스민은 대체 어떤 기사를 써왔길래” 1000명의 사람들이 모였을까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인 오후 4시30분 경, 분홍색 조끼를 입은 6명의 중년 여성들이 가장 먼저 후원호프를 찾았다. 오늘 전국 총파업을 마치고 온 대구지역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볕이 잘드는 2층 창가 자리에 자리 잡은 조합원 A씨는 “뉴스민이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취재해줬다. 우리같은 비정규직들, 소외된 사람들, 학교 안의 작은 목소리들을 크게 내주는 뉴스민이 큰 언론사로 커갔으면 좋겠다. 뉴스민처럼 우리의 작은 목소리를 알려줄 수 있는 언론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 [급식실의 민낯] ③ 밥판 18kg, 국솥 90cm···어깨 근육이 다 삭았다 뉴스민 기사 사진 갈무리. 사진=뉴스민 제공.

김보현 기자는 지난해 학교 급식실 대체인력으로 투입돼 3일 동안 급식 조리원으로 일해보며 급식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 문제를 취재했다. 기자회견을 가거나 인터뷰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선택이었다. A씨는 “급식실 일이 마치는 시간이 되면 김 기자에게 계속 괜찮냐고 전화했다. 우리가 전달해주는 보도자료 내용이 아니고 본인이 경험한 걸 자세히 써서 교육청에서 기사를 보고 바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우리한테는 전국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실태에 대해 가장 자세히, 이해하기 쉽게 우리의 상황을 알려준 분이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대구에서 처음 퀴어문화축제를 조직한 활동가들도 일찍 후원호프를 찾았다. 뉴스민은 대구에서 처음 퀴어문화축제를 연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거의 유일한 언론사였다. 활동가 B씨는 “큰 언론에서는 관심 가져주지 않았는데, 뉴스민에서 계속 취재를 와줬다. 보통 시민들이 언론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향이 많은데, 뉴스민은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되어주기도 하고, 우리가 잘 비춰지지 않는 자리까지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해줬다”며 “이런 언론은 우리가 지켜줘야되겠다는 생각에 10년전부터 후원을 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이 뉴스민의 든든한 백이 되고싶다”고 했다.

▲ 대구퀴어문화축제, 장맛비 속 1천명 모여…“퀴어 해방” 뉴스민 기사 사진 갈무리. 사진=뉴스민 제공.

후원의밤 행사가 무르익던 오후 8시쯤 박중엽 뉴스민 기자가 9년 동안 해고·복직 투쟁 취재해 온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도 후원호프에 도착했다. 기자들과 반갑게 인사한 노동자 C씨는 “우리는 비정규직이었고, 처음 노동조합을 시작할 때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알리기가 어려웠다. 근데 뉴스민이 초창기부터 찾아와서 우리들 이야기를 계속 실어줬다. 9년째 싸우고 있는데 빠짐없이 계속 취재를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분들이 계속 어렵게 생활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 아사히글라스 항소심 무죄 여파···“태평양 파견 판사” 규탄 뉴스민 기사 사진 갈무리. 사진=뉴스민 제공.

 

다양한 목소리가 부족한 지역에서 살아남은 ‘지역 독립언론’

후원의밤에는 유독 뉴스민을 찾은 타사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참 못된 질문이네” 홍준표 말 뒤 광고 끊긴 ‘뉴스민’>이란 제목의 한겨레21 기사 등을 통해 언론계에서 뉴스민의 사정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기자부터 타 언론사의 대구경북 주재기자들까지, 뉴스민을 응원하는 이유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뉴스민이 필요해서’였다.

후원호프를 찾은 한 대구경북 지역언론 기자는 “대구 지역언론들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려고 사활을 걸고 노력한다. 그런데 사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다뤄야 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다. 지자체가 권위적이고 불투명한 부분이나, 거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데, 우리 언론사에는 취재할 때 성역이 있다. 그걸 뉴스민은 다룰 수 있어서 부럽다. 뉴스민이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023년 3월 31일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를 준비하는 천용길 대표(왼쪽)와 박중엽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실제 뉴스민 후원회원의 10%는 기자들이다. ‘뉴스민이 어려운데 뭐라도 해봐야되지 않겠냐’며 후원의밤을 제일 먼저 추진한 사람들도 뉴스민 기자들이 아닌 타사 기자들이었다. “지역의 다른 매체 평기자들 중에는 본인 매체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부적으로도 이야기를 해보지만 사실 내부에서 깨는 게 가장 힘들다. 그들의 조직은 우리보다 훨씬 크니까 운영을 위해서 적정 수준에서 타협해야 하는 게 있다는걸 이해는 하지만,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특정 사안을 지역 매체 기자들이 못쓰면 우리한테 연락해서 먼저 써달라고 한다. 그럼 우리도 따라갈 수 있다고.” 이상원 편집장의 말이다.

서울과는 달리 지역에는 지방행정기관에 권력이 몰려있다. 노동, 환경 등의 사안도 모두 행정 권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역언론사의 주요 수입은 대부분 행정기관에서 나와 행정 감시가 더 어려운 환경이다. 그 중에서도 대구 12명, 경북 13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한 정당 소속이다. 지방의회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지역 사업이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경쟁 없이 이뤄질 때가 있어 언론과 시민의 견제가 더 중요하다.

▲ 대구 동성로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이상원 편집장(왼쪽)과 천용길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이미 수많은 지역언론이 ‘독립’언론의 길을 걷고 있지만, 조금 더 이견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뉴스민은 지역언론이면서도 유독 ‘독립’언론의 정체성이 부각됐다. 뉴스민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10년을 버틴 원동력이자 지역 시민들이 뉴스민을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대부분 중요한 정책 의제는 중앙에서 결정하고 지역에서 집행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은데 그냥 놔두고만 보면 제대로 결정하지 않는다. 뉴스민이 정치적으로 진보를 지향해서, 특별히 대구경북 지역 행정권력이 보수 정치지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보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행정 권력을 감시할 뿐이다.” 이상원 편집장의 말이다.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박중엽 기자(가운데)와 천용길 대표(오른쪽) 사진=뉴스민 제공.

“현 대구시장이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인데, 시장이 특별법을 만들어서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이후 지역언론을 보면 매달 이런 보도가 나온다. ‘10월 신공항 특별법 통과’, ‘11월 신공항 특별법 통과’, ‘12월에는 통과’ 이런 식이다. ‘이번 달에는 통과 될거다’라고 시장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른 보도다. 사실 언론의 역할은 그게 아니라, 시장의 말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따져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보충하라고 말하는 게 진짜 그 법이 실현되게 하는 방법일텐데 그걸 안 하고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이 계속 된다고만 하는거다. 그런 면에서 지역언론이 권력 기관에 편향되어있는 측면이 있다.” (이상원 편집장)

기자들이 꼽은 뉴스민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도 ‘지역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들이 알고 변화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다. 현 대구시장이 들어오면서 홍보하고 있는 여러가지 대구 ‘최초’ 정책은 김보현 기자가 주목해 감시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작년에 새 시장이 들어오고 전국적으로 ‘최초’로 하는 게 많다. 대기업 유치, 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대구가 최초로 한다면서 홍보를 하고 ‘최초’에 방점에 찍혀서 좋은 의미의 언론 보도가 많이 되고 있는데, 나에게는 대구 사람들이 실험체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부작용이 있을텐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서 ‘이로 인한 영향은 누가 어떻게 받을까’를 주목해서 취재해보고 있다.” (김보현 기자)

‘지속가능한 언론사’를 꿈꾸는 뉴스민의 미래

천용길 대표가 바라는 뉴스민의 미래는 ‘지속가능한 언론사’다. 뉴스민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권력이나 돈에 휘둘리지 않고 기자 생활하기를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놓는 것이 천 대표의 목표다. 뉴스민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낙심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천 대표는 “애초 뉴스민의 목표가 지속가능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뉴스민이 사라져버리면 그게 끊어지는거니까 앞으로도 이런 지역 독립언론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우울했다”고 전했다.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뉴스민 제공.

지속가능한 뉴스민이 되기 위해 뉴스민은 더 작은 지역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더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만큼 대구와 경북의 격차도 크다. 대구 사람들은 경북의 작은 시나 군을 촌동네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 사람들이 갖고있는 기득권이 굉장히 크고, 언론도 마찬가지다. 좀 더 작은 지역이 겪고 있는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상황에서 힘의 차이가 나온다.” 천 대표의 말이다. 2014년 경북 청도 송전탑 공사, 2015년 영덕 원자력 발전소 추가 신규 부지 건설 문제, 2016년 성주 사드배치 문제 등 지역 곳곳에서 벌어진 현안을 쫓은 뉴스민의 취재에는 작은 지역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들에 집중해야겠다는 기자들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경북 23개 시군 출신의 기자들을 한 명씩 채용하는 것은 천 대표의 꿈이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뉴스민’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직접 지역 행정도 감시하고 지역 역사도 기록하게 하고싶다. 분명 문제가 눈에 보이는데, 인력이 없어서 기초의회 시군 단위의 지방행정을 다 못들여보는 게 제일 아쉽다.” (천용길 대표)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에서 인사말을 하는 천용길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이상원 편집장은 ‘동네마다 동네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처음 뉴스민을 만들 때부터 동네신문을 만들어서 같이 교육도 하고 기사도 쓰면 좋지 않을까 이야기했었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 애정이 생기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본인 지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 두명만 있어도 동네가 변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뉴스민이 지원을 하고 동네언론을 만들어 같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원 편집장)

뉴스민은 지난해 대구 마을공동체 방송국 6곳과 함께 교육을 진행했다. 올해는 각 동네 주민들이 뉴스민과 함께 기사도 쓰고 영상도 만들 수 있는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마을 방송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이를 통해 뉴스민과 기사를 공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뉴스민이 재정적 여력이 생기면, 뉴스민에서 직접 이분들에게 취재비와 원고료를 줄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다. 동네마다 한 두명씩은 전업으로 방송국에서 일할 수 있게끔 사람들을 양성해주는 역할을 시도해보려 한다. 결국 언론을 하는 이유는 좀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보자는건데, 사람들이 뉴스민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천용길 대표)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대구경북 지역의 역사를 기록해두겠다는 목표도 있다. 천 대표는 현재의 ‘파워풀 대구’ 슬로건 이전에 있었던 ‘컬러풀 대구’를 복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구는 역사적으로도 현재도 아주 역동적인 도시고, 새로운 운동이나 의제가 활발한 도시다. 해방 이후 일어났었던 대구 10월항쟁이나, 70년대 경북 농민운동들, 90년대 들어서게 되면서 활발해진 환경운동과 성소수자 운동도 그렇고, 대구라고 하는 지역이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대구는 박정희의 도시’가 아니라, 대구경북 사람들의 기억이 사회화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천용길 대표)

재정 위기에도 뉴스민이 새로운 기자를 뽑는 이유

존폐 위기에 놓일 정도로 어려웠지만 2021년부터 3명의 새로운 기자와 PD를 채용한 것도 ‘지속가능한 뉴스민’을 만들기 위해서다. 2012년 창간 후 계속 천용길, 이상원, 박중엽, 김규현 기자가 도맡아 운영해왔던 뉴스민은 2021년 처음으로 신입 공채를 진행해 장은미 기자를 뽑았다. 동시에 처음으로 김규현 기자가 타 매체 경력기자로 이직했다. 여종찬 PD는 2021년 대구시 보조사업으로 뉴스민에 합류했다가 사업 기간이 끝난 후 정식 입사했고, 지난해에는 김보현 기자가 경력기자로 합류해 현재는 6명의 인원이 뉴스민에서 일하고 있다.

“이상원 편집장과 나는 2007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고, 박중엽, 김규현 기자도 2010년부터 알고 지냈다. 뉴스민이 고인물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하면서 뉴스민이 언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선망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목표였다.” (천용길 대표)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뉴스민 제공.

뉴스민의 ‘후원의 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기자들은 후원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민들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마디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위기에 처한 뉴스민을 살리기 위해 모였고, 기자들은 대구경북 ‘지역언론’으로서 뉴스민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스스로 되새겼다. “재정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지역에서 독립이라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구나’라고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하면서 그 의문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대구 시민들이 뉴스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고, ‘어쩌면 가능하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김보현 기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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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장관 빠진 ‘주 69시간’ 토론회, 청년들 “지금도 너무 지칩니다”

청년 노동자들이 전한 현실 “하루에 1~4시간씩 추가 야근” “주말 출근 때엔 주 100시간도 일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청년단체, 정당소속 청년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양대노총 청년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청년들과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2023.04.06. ⓒ뉴시스
요양병원 노동자부터 고졸 노동자까지, 청년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노동 현실을 전했다. 오늘도 공짜 야근을 하고,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지칠 대로 지친 몸, 이렇게 10년을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 이들에게 정부의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은 절망 그 자체였다.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끝내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양대노총은 이 장관에게 청년 노동자와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장관이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청년 노동자들은 "본인도 부끄러워서 차마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들은 6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청년 노동자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비바람이 불어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싸늘한 날씨였지만, 국민의힘을 제외한 청년정당과 청년단체가 대거 참석해 정부의 개편안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요양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는 임미선 씨는 "저와 제 동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임 씨는 "요양병원에서 8시간 동안 뇌혈관 질환 또는 척수손상 환자분들의 재활을 위한 치료를 하고 있다. 30분 간격으로 환자들을 일대일로 치료하면서, 하루 12명에서 18명까지 치료를 하고 꼬박 8시간을 보내고 나면 제 몸은 너무도 지쳐있다"며 "저녁, 주말이면 집에서 꼬박 누워 휴식을 취해야 그다음 일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을 보내고 겨우겨우 한주 버텨가며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주 69시간을 얘기하느냐"고 성토했다.

임 씨는 "일 년에 몇억씩 오르는 집값에 대출이자에 각종 공과금 인상에 정말이지 내 삶이 10년을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주 40시간도 충분히 힘들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주 30시간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시계는 왜 거꾸로 가는지, 미래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청년 노동자로, 여성 노동자로 너무나도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성 씨는 "이전 직장에서 일이 많은 편이었는데, 입사 후 2개월 동안은 매월 마감 기간 2주에 걸쳐 하루에 1~4시간씩 추가로 야근했다. 그렇게 야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무기력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바로 잠들곤 했다"며 "주 50~55시간 일했지만 추가 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저처럼 지켜져야 할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거나 야근해도 대가를 받지 못하는 고졸 노동자가 많은데, 이 장관은 고졸 노동자의 현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안 그래도 노동법이 잘 안 지켜지고, 야근해도 대가도 못 받는 고졸 노동자에게 '주 69시간'이 도입되면 안 그래도 열악한 고졸 노동자의 현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일주일에 55시간 일할 때도 너무 고통스러웠고, 주말에 집안일을 하고 잠자면 끝났다. 69시간은 상상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강남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했던 박동균 씨는 "아침 11시 출근, 새벽 5시 퇴근, 프로젝트가 밀리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야 했다"며 "제 친구들은 그곳을 강남의 등대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하루 19시간, 주 95시간, 거기에 주말 출근이 있는 주면 주 100시간을 넘어가는 말도 안 되는 노동시간이었다. 퇴근 후 자칫 방에 들어오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씻지도 않고 출근하는 일의 반복이었다"며 "멀쩡히 존재하는 노동법도 지켜지지 않는데 주 69시간 노동을 하고, 장기 휴가를 받는다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잘못된 정책으로 노동자들이 과로사해야만 주 69시간 없애겠다고 할 것인가. 언제까지 억울한 죽음이 반복돼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일하는 한영수 씨는 "현업에서는 오늘도 공짜 야근을 한다. 주 5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근태 확인 지문을 찍지 않고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편향적인 소통을 질타했다. 이들은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시간 제도를 추진하면서 청년 노동자가 원하는 공정한 노동시장이 될 것이라며 청년 노동자들을 선별적으로, 편향적으로 일부의 청년들은 만나며 노조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며 "그러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 현재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야기조차 무시하는 모습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양대노총 청년의 공개토론을 거부한 이정식 장관을 규탄한다"며 "과로사 부추기는 장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 보완을 언급한 이후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IT기업 청년 노동자,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노동부 내 2030 자문단, 제조업 청년 노동자, 청년유니온, 경제5단체 등을 잇달아 만났다.

반면, 전국 단위의 가장 큰 노동단체인 양대노총과의 소통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민주노총 소속 청년 조합원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자 이 장관은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청년단체, 정당소속 청년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 공개토론회'를 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양대노총 청년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청년들과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2023.04.0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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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실언에 조선일보 “비웃음거리 만들어”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4.06 07:28
  •  
  •  수정 2023.04.06 10:21
  •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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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수진 의원 페이스북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관련 대담을 하면서 실언을 한 것에 대해 주요 언론사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이 야당과 정책대결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실언을 내놓으면서 비웃음거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마저 국민의힘을 두고 “안 그래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어겼다’ ‘말로만 청년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여당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동안 보여준 건 설화와 분란뿐”이라고 평가했다.

조수진 의원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농민 보호 방안에 대해 ““민생119(특위)에서 나온 것은 KBS에만 처음 얘기하는데 가령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아픈 현실 아니냐.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자 이런 것도 논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다른 식품이랑 비교하면 오히려 칼로리가 낮은데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하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 5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유튜브 갈무리

조수진 의원 주장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뉴스톱 보도에 따르면 체중감소를 시도한 여성 비율은 35.6%다. 이들이 하루에 쌀 150g을 추가로 섭취한다면 추가 소비량은 연간 41만 톤에 달한다. 이 경우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 뉴스톱은 “이론적으로는 쌀 초과생산량을 모조리 소비하는 것을 넘어 쌀 부족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쌀은 밀가루·귀리보다 칼로리가 낮지만, 다른 곡물과 비교하면 열량이 더 높다.

주요 아침신문 역시 6일자 신문에서 조 의원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면 <조수진 민생특위위원장 ‘밥 한공기 다먹기 운동’ 양곡법 대안으로 언급> 보도에서 “당 안팎에선 ‘먹방 정치냐’ 등의 비판이 나왔다”고 밝혔다.

▲4월6일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또 조선일보는 같은 면 <“헛소리 떠든 놈 색출” 당 기강잡기 나선 김기현> 기사를 통해 국민의힘이 최근 설화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근 “(제주)4·3 기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했으며,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또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영환 충북지사는 산불 사고 당시 골프장·술자리에 참석했다. 조선일보는 김기현 대표가 당 기강잡기에 나섰다면서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도 문제인데, 일부 인사들 때문에 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6일 중앙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4면 <사고뭉치 최고위원, 통제 못하는 대표… 불안한 김기현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라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말로 논란을 일으키면 기자들이 김(기현) 대표에게 입장을 묻고, 김 대표는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자리를 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도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김 대표의 리더십 부재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또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6년 당시 한나라당을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고 비판한 것을 거론하면서 “지금 여당 지도부의 모습이 꼭 그렇다”고 비판했다.

▲4월6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집권당 잇따른 실언과 폄하,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포퓰리즘’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튿날 여당 지도부가 내놓은 검토안이 ‘밥 더 먹기’라니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지금까지 야당을 향해 ‘입법 독주’라며 양곡법을 반대해왔는데, 여당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한숨부터 인다. 대통령의 노골적 당무 개입과 ‘당심 100%’ 룰 덕에 선출되어, 정책 대안 제시보다 대통령 감싸기와 반대 세력 비판에만 골몰하는 집권당 상황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6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역시 사설 <출범 한 달 보여준 건 설화와 분란뿐 與 지도부>에서 “어떻게 정부가 개인의 식생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나. 이것이 새 여당 지도부의 민생 특위 1호 정책 대안이라고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포퓰리즘에 대응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실효적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도리어 비웃음거리를 만들었다”며 “안 그래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어겼다’ ‘말로만 청년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여당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동안 보여준 건 설화와 분란뿐”이라고 규탄했다.

▲4월6일 한국일보 1면 기사 갈무리.

학폭 엄벌주의 방안에 “피해자 보호는”

정부·여당이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모집에 반영하고 생활기록부에 관련 기록을 장기적으로 남겨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논란에 엄벌주의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언론의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1면 <‘학폭 꼬리표’ 늘린다… 가해 기록, 취업 때도 반영 검토> 보도에서 “학폭 가해자 처벌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교육 전문가들은 엄벌주의에 따른 학폭 분쟁 증가·장기화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학폭에 따른 처벌이 강화될수록 법적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 학생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4월6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 <정시 반영한다는 학폭 대책, 엄벌주의 부작용도 살펴야>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교육과 선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며 대입 절차를 통과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를 막을 방책이 여전히 미흡한 것이다. 그 대처 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피해자 중심에서 학폭을 바라보는 엄정한 체계를 세우는 게 먼저다. 피해 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며 회복을 지원하는 대책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4월6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 <학폭, ‘취업 제한’ 처벌 우선보다 어른들 반성 먼저여야>에서 “폭력이 심각해진 이후에 가해자를 엄벌하는 대응보다 학폭이 발생하려 하거나 시작된 직후에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선도하는 조치가 훨씬 중요하다”며 “문제가 된 정 변호사 아들만 해도 재판 과정과 판결문에서 가해자 측과 학교의 대응이 미흡해 피해를 키운 사실이 드러났다. 당정은 가해 학생 처벌에 들이는 노력의 몇 배를 먼저 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쏟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에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KBS 수신료 논의’ 국민참여토론 조작 우려 “인민재판식”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토론을 진행 중인 ‘국민참여토론’ 사이트에서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복 추천, 중복 의견 게시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인이 최대 4개의 의견을 중복적으로 게시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 특히 수신료 통합징수 찬성·반대 댓글의 경우 한 계정으로도 무제한으로 글을 남길 수 있었다. 대통령실은 중복 의견과 중복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시인했으나 여론조작 가능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월6일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한겨레는 8면 <민주·언론단체 “공영방송 장악 시도 중단을”> 보도에서 여론왜곡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 사이트가 100% 실명제임을 강조했음에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4월6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또 한겨레는 사설 <대통령실 엉터리 ‘KBS 수신료’ 의견수렴, 의도가 뭔가>를 통해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찬반 의견을 여러 번 표시하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왜곡할 수 있으니, 국민 의견 수렴을 빙자한 여론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마음만 먹으면 특정 세력이 얼마든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토론에서 승리하고 수신료 폐지 이뤄내자’ 등의 제목을 단 영상으로 국민제안 응답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공영방송의 공공성·독립성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이슈를 놓고, 진지한 고민과 토론도 없이 이런 허술한 조사로 ‘여론전’을 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정부가 수신료 개편 논의에 힘을 싣는 것은 KBS를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재원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도 없이 정부·여당이 ‘인민재판'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방송 장악'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4월6일 조선일보 14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국민참여토론 사이트 조작 의혹은 언급하지 않고, 세계 공영방송이 수신료 개편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만 전했다. 조선일보는 14면 <NHK 수신 장치 빼 ‘수신료 안내도 되는 TV’ 일본서 완판> 보도에서 일본 한 기업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TV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영미권과 유럽에서도 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대통령실이 지난달 9일부터 국민 참여 토론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하는 안에 5일 오후 10시 현재 4만7110명이 참여해 4만5290명(96.1%)이 분리 징수에 찬성하고 3.9%가 반대했다. KBS 수신료 통합징수를 폐지하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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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0시간' 노동자 93% 과로사 산재 인정…이래도 '주69시간' 추진?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률 10%대…52시간 넘어가면서 70%, 주 60시간은 90% 승인률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04.06. 08:13:59 최종수정 2023.04.06. 08:15:27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 받은 경우가 9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6일 근로복지공단으로 제출받은 '최근 4년 뇌심혈관질병 업무시간별 산재 승인 및 유족급여 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주 60시간 이상 일한 그룹의 산재 승인율은 최대 93.4%에 이르렀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률은 10%대로, 80%가까이 차이가 났다. 뇌심혈관질병은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으로 꼽힌다.

 

추이를 살펴봐도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 중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의 산재 승인률은 89.6%(2019년), 93.5%(2020년), 91.8%(2021년), 93.4(2022년)을 기록하며 90%를 웃돌았다. 즉, 주 60시간을 일하다 과로질병인 뇌심혈관질병으로 숨져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산재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 경향성은 주 52시간 이상~60시간 미만 일한 그룹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 52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가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했을 경우 산재 승인률은 81.2%(2022년), 77.7%(2021년), 77.1%(2020년), 74.6%(2019년)을 기록했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사망 산재승인률은 10%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52시간 미만 일한 노동자가 뇌심혈관계빌병으로 사망했을 경우 산재 승인률은 지난해 17.3%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13.3%를 기록했다.

 

결국,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율이 10%대에 머물렀지만 52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70%대로 급증하더니 60시간을 초과하자 승인율이 90%대에 다다른 것이다.

 

'장시간 노동' 비판을 받으며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위험은 인지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고시를 통해 이미 과로사 인정 기준이 4주 평균 64시간이라고 고지를 하고 있다. 

 

노동부 고시에 따른 과로사(뇌심혈관 질병 등) 인정기준은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또는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일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다. 

 

또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60에서 64시간을 넘어가는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매우 강하다고 명시했다. 거기에 더해 '주 평균 52시간만 넘어도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증가한다'고 적혀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몰아서 일하고 기절한다'는 '기절 근무표'가 청년들 사이에서 유머처럼 돌았지만, 산재 통계를 통해 이는 더이상 '유머'가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정식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거듭 현재 노동시간 개편안이 "건강권과 선택권, 휴식권을 통해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실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시대흐름에 맞게 탈법과 편법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69시간 시간표'는 '기절 근무표'에 노동부 "시대 흐름")
 김주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의 선택권 확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입맛대로 산재 기준을 골라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며 "2023년 현재까지도 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시간을 줄이지는 못할지언정 정부가 앞장 서 과로사회로 국민을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공식 통계에 잡힌 최근 5년 뇌심혈관 질환 사망자만 2,418명에 이른다"며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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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미국 가서 이것 못하면 반도체는 끝장이다

[반도체 여섯 번째 특별과외] 블랙핑크에 묻히는 한국 반도체의 운명

23.04.06 04:49최종 업데이트 23.04.06 04:49

 

 

 

 

 

 

 

 (평택=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5.20 ⓒ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방문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시죠? 사실 지난 한 해 대통령님이 외교석상에만 오르면 사고를 치고 구설수에 올랐던 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앞섭니다. 그 와중에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 조율을 맡아 해 오던 청와대 외교담당자들 마저 그렇게 다 바뀌었으니 이번에 안 가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침과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님이 미국에 가서 꼭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마냥 피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제까지의 반도체 특강과는 달리 숙제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니 오늘 강의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에 서명을 했습니다.
반도체 R&D 및 제조, 인력양성 등에 500억 달러(약 65조원)를 투자하고, 첨단 시설·장비 투자에 대한 25% 세액 공제가 핵심입니다.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국가(대표적으로 중국)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장하거나 구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어 중국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벼락 같은 법이기도 합니다.
  

▲ 미국 반도체법을 주도하고 있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 NIST

 
반도체법이 발효된 지 7개월만인 지난 2월 28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의 세부 계획을 담은 '성공을 위한 비전'(Vision for Success) 발표했습니다. 전체 보조금 500억 달러 중 390억 달러(약 50조원)가 여기에 포함되었습니다.

보조금 지급조건으로 기업 정보 요구하는 미국 정부

보조금 지원 계획이 발표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설비 증설에 제한을 받게 되는 가드레일 조항과 기업이 당초 예상한 기대수익을 크게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경우 보조금을 75%까지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가드레일 조항이야 이미 지난  8월 반도체법이 발효되면서 나왔던 거니까 새로울 건 없습니다. 보조금 환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줬다 뺏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업체에 이익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발생한 초과이익에서 일부를 가져가는 게 아니라 지원했던 금액의 75%를 상한으로 정해 놓고 환수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초과이익이 발생했는지, 또 그게 얼마나 되는 지는 어떻게 누가 판단할까요? 그래서 미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담은 세부 지침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기업정보를 상세히 입력할 수 있는 엑셀파일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항목을 보면 반도체를 만드는 기본 재료인 웨이퍼의 종류별 생산량, 공장 가동률, 투입량 대비 완성품 수를 알 수 있는 수율 정보, 판매 가격, 소모품 비용에 직원 수와 인건비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이 엑셀 파일 하나만 있어도 새로 반도체 팹 하나 지을 때 건설비용과 운용비용을 잘 파악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KBS의 더라이브 프로그램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을 두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와 패널 모두 기술 유출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KBS 유튜브 채널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 기업의 비밀을 통째로 가져가겠다는 거냐' 하는 목소리가 여러 언론을 통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기업 비밀일까요? 웨이퍼 생산량이나 가동률 같은 건 반도체 기업의 투자설명회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언론들은 특히 웨이퍼 수율을 두고 이런 극비사항을 어떻게 공개할 수 있느냐고 많이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 경제신문은 업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4나노에서 TSMC의 수율이 80%, 삼성전자가 50% 수준으로 아직 격차가 크다."
"공격적인 투자로 비교 우위를 점하려면 최소한 TSMC 수준의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2월 22일, 서울경제)

이렇게 뉴스를 조금만 검색해 봐도 극비사항이라는 각 사의 생산제품별 수율이 자주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수율이 반도체 업체의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일 뿐 이것 자체가 특별한 비밀은 아닙니다. 오히려 파운드리 업체의 경우 높은 수율을 달성하면 그게 곧 생산과 품질의 안정성 그리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홍보 효과가 있어서 일부러 알리기도 하는 겁니다. 미국 정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보조금 정산을 위해 차후 공개하는 거라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 수, 인건비, 생산 경비, 영업이익, 공과금… 엑셀 파일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정보 역시 극비사항 혹은 영업비밀이 아니라 각 회사 홈페이지에만 가도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회계처리를 위해 어차피 공개해야 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걸 엑셀에 담아 제출하라고 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보도로 눈길을 끌고자 하는 언론들의 호들갑이라는 겁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얼마 전 조지타운 대학의 강연에서 이 대목을 두고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미국 납세자들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민간 영역에 대한 공공 투자이고 규모도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미국이 보조금 지급 대가로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건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고, 미국 국민 입장에서 볼 때는 정부가 잘하는 겁니다. 우리 정부도 이런 거 좀 하면 좋겠는데 K칩스법이라면서 반도체 회사 세금만 줄여주고 있느니 많이 답답합니다. 

  

▲ 위 표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요구하는 내용 중 일부이고, 아래 표는 SK하이닉스 홈페이지에 있는 인건비 지출 내역입니다. 많은 항목이 이처럼 공개해도 큰 무리가 없는 내용입니다. ⓒ 미국 상무부/SK하이닉스

미국 정부의 반도체팹 접근권 요구 어떻게 봐야 하나
미국은 국방부와 국가안보기관 등이 미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안보 차원의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기업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집결되어 있는 반도체 공장을 어떻게 외국 정부 관계자에게 공개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반도체 공장 내부를 공개하면 정말 안 되는 걸까요? 대통령님은 반도체 공장 안에 어떤 장비가 어떤 식으로 놓여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비밀이라고 생각하세요?

반도체 공장에는 해당 회사 직원들만 들어가서 일하는 게 아닙니다. 300미리 웨이퍼를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공장의 경우는 장비 역시 최첨단 기술의 결합체라서 장비를 공급할 때 장비 유지보수 계약을 추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비를 만들고 공급한 회사에서 파견한 엔지니어가 기본적인 유지보수도 함께 하는 겁니다. 장비 회사 엔지니어들은 고객사에 어떤 장비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다 압니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0%를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미국), ASML(네덜란드), 도쿄 일렉트론(일본), 램 리서치(미국), 이 상위 네 개 회사가 공급합니다. 반도체 팹에 어떤 장비가 있는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를 확인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사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면서 함께 제공한 VSPI(Visual Spare Part Identification) CD. 이 안에는 해당 장비의 사양 뿐만 아니라 장비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봉렬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장비를 공급할 때 VSPI(Visual Spare Part Identification)라는 파일을 같이 줍니다. 해당 장비에 사용된 부품의 부품번호와 이름 그리고 사진까지 넣어서 만든 겁니다. 한 회사에서 사용하는 같은 모델의 장비라도 개별 장비의 구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장비별로 하나씩 있습니다. 이걸 보면 어느 회사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부품단위까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업가들은 어느 나라 어느 팹에 어떤 장비가 있는지 대충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무원이 반도체 생산공장에 접근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알려진 정보일 뿐입니다.

반도체 팹 내부가 극비라는 건 그냥 허구적 신화입니다. 반도체는 설계, 지식재산(IP), 장비와 소재의 공급, 생산기술 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잘 돌아가느냐가 중요한 거지, 누군가가 기밀을 빼낼 목적으로 팹 안에 들어 가서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다른 곳에 팹 하나 뚝딱 지을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닙니다. 웨이퍼를 주고, 회로가 새겨진 마스크도 주고, 공장의 장비 배치도까지 손에 들려줘도 못 만들 회사는 팹 못 만듭니다.

그리고 기업이 제출한 정보, 미국 안보기관 공무원들이 팹에 들어 와서 가져간 정보들이 원래의 목적인 초과이익 환수 및 국가 안보 목적에 쓰이지 않고 미국내 한국의 경쟁기업에 제공된다면, 그래서 우리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되는 일입니다. 거기에 우리 정부가 할 일이 있는 거구요.

언론이 초과이익 환수와, 기업정보 제공, 생산시설 접근 같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국민의 불안을 조성하다 보니 대통령님도 거기에 맞춰 대응방안을 고민할까 봐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겁니다.

[숙제1] 가드레일 조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라

그럼 어떤 게 제일 중요할까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미국의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의 완화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가드레일에서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분리입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가드레일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거기에 작년 10월부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시작되었는데 우리 기업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10월부터는 새로운 장비로의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장비가 들어가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국의 한국 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한국 팹이 얼마나 된다고 이러느냐고요? 미국에다 다시 지으면 안 되느냐고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 팹은 자사 전체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팹은 자사 D램 반도체 생산의 50% 가까이를 맡고 있습니다. 이 팹들의 운명에 따라 두 회사 모두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두 회사를 믿고 중국에 공장을 지은 한국의 여러 소부장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팹 전경. 이 최신 팹이 어쩌면 쓸모없는 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SK하이닉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게 반도체입니다. 그리고 한국 반도체 생산량의 60% 이상은 중국(홍콩 포함)에 수출합니다. 미국이 중국 규제를 이유로 한국 반도체의 몰락을 방관 또는 유도한다면 더 이상 동맹이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가드레일을 만들고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규제를 한다고 해도 그건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스템반도체에 한정하고, 산업의 쌀인 메모리반도체는 예외로 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 하나만 성공해도 이번 방미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숙제2] 미래 반도체 생태계 설계에 한국도 동참해야

두번째는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에서의 우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겁니다. NSTC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 보시죠? 미국이 반도체법으로 확보한 예산이 500억 달러입니다. 다들 반도체 보조금에 쓰이는 390억 달러에만 관심을 가지는 동안 미국은 나머지 110억 달러를 가지고 반도체 R&D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생태계의 한 가운데 NSTC가 있을 예정입니다.
  

▲ 반도체법을 통해 110억 달러를 확보한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 향후 반도체의 새로운 기술표준을 만드는 곳이 될 예정입니다. ⓒ NSTC

NSTC는 스스로 "정부, 산업계, 고객사, 공급업체, 교육 기관, 기업가, 노동자 대표 및 투자자가 모여 반도체 생태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와 기회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공공-민간 컨소시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IMEC과 마찬가지로 NSTC는 미국에서 산학연이 함께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거기에 참여한 구성원이 함께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기관이 될 겁니다.

IMEC이 유럽의 여러나라가 함께 시작했고 우리 반도체 기업도 후원금을 내고 가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느슨한 연대의 연구조직인 반면, NSTC는 미국주도의 국가기구로 여기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절대적입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앞서 이야기한 대학 강의 자리에서 110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쏟아 붓는 "NSTC가 미국이 양자 컴퓨팅, 재료 과학, AI부터 우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미래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STC에서 개발한 기술을 표준으로 삼고 향후 반도체 설계와 장비의 개발을 위한 로드맵도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NSTC가 내놓는 기술과 표준에 따라서 앞으로 만들어질 팹의 모양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원천기술과 대부분의 장비를 미국에서 공급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한 때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름잡다가 지금은 몰락한 일본의 전철을 따라 반도체 주류에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보조금에 붙은 조건이 아무리 치사해도, 중국을 향한 가드레일 때문에 팹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미국이 주는 보조금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NSTC는 그들의 미션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시키면서 기존 연구 자산과 역량을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동맹국이 한국이 되어야 하며 지금의 반도체도, 향후 차세대 반도체도 제조만큼은 한국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못 박고 와야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 팹만 지어주고, 정작 차세대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대통령님께 반도체 관련해서 손만 대면 사고를 치니까 부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할 일은 이런 겁니다. 이야기가 복잡해서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우셔도 됩니다. 반도체 개발과 생산은 미국과 손을 잡고, 반도체 판매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외교에서도 산업에서도 그 어느 쪽과도 척을 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그 상대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우리의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일 때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이게 외교입니다.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의 공연 같은 건 이제 잊으시고 이번 방미 중에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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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전주을 국회의원 당선…진보당 원내 진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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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4/06 10:39
  • 수정일
    2023/04/06 10:3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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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정치개혁 일번지 전주시민의 위대한 선택,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 확신”

6일 저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와 윤희숙 당대표가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50)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당은 원내 정당이 됐다.

5일 치러진 선거 결과, 강성희 당선인은 39.07%, 1만7,382표를 득표해 2위 무소속 임정엽 후보(32.1%)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전주시민의 희망과 열망이 진보당 강성희로 표출됐다”며 “정치개혁 일번지, 전주시민의 위대한 선택이 전주를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선거과정에서 바로 이곳, 호남 전주에서 색깔론이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주 시민들이 이 색깔론 조차도 심판해준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2003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이끌며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이후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해온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 신인이다. 진보당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강 당선인은 선거 초반 한자리수 낮은 지지율에 머물렀다. 하지만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판세가 변했다. 진보당은 당력을 집중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진보당 정치 신인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며 급상승했다. 결국 방빅 승부가 점쳐지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넉넉한 표차로 앞서며 여유있게 승리했다. 강 당선인이 “전주시민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전주을 재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 당하면서 치러졌다. 민주당은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임정엽 후보는 당 방침에 반발해 탈당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투표율이 26%로 낮게 나오면서 지역 조직세가 강한 임 후보 당선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임기는 내년 총선까지 1년 2개월 남짓이다. 진보당은 지난 지방선거 성과에 이어 원내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으나, 짧은 기간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이번 승리는 진보 당원들의 헌신, 강성희의 진심, 그걸 알아봐주신 전주시민들의 민심이 만들어낸 승리”라며 “선명야당, 대안정당으로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전주 시민들 열망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는 전주을 전체 유권자 16만6,922명 중 4만4,729명이 참가했다. 투표율은 26.8%였다. 무소속 안해욱 후보는 10.14%를 득표했고 무소속 김호서 후보(9.15%),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8.0%), 무소속 김광종 후보(1.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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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은 전쟁전단'..즉각 살포 중단하라

민족위원회, 5월초까지 '대북전단 살포저지 집중운동'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4.05 18:33
  •  
  •  수정 2023.04.05 18:35
  •  
  •  댓글 1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민족위원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5월 초까지 한달간 대북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민족위원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5월 초까지 한달간 대북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전단 살포를 부추기며 반북 대결을 이어가는 윤석열 정권 탓에 전쟁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대북전단 살포는 곧 전쟁발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북한 인권문제를 빌미로 대북 적대의 파상적 공세가 이어지고, 언제라도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당한 나라 하나된 겨레'를 표방하며 2021년 발족한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민족위원회)는 5일 오전 통일부가 있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5월 초까지 한달간 대북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통일부와 종로1가 북한인권사무소까지 대북전단 살포 항의행진을 벌이고, 김포·파주 일대 전단 살포 예상지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이달 하순에는 임진각에서 전단살포 규탄 및 평화기원 집회 등 집중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와 '전단 뿌리다 전쟁난다'는 내용으로 현수막도 게시한다.

김성일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미국과 한국정부가 연초부터 잇달아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을 벌이더니 최근에는 인권을 무기삼은 공세까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 악마화'를 목적으로 하는 인권공세는 필연적으로 전쟁위기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계하는 건 매년 4월 따스한 봄기운을 틈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일부 탈북자들이 비밀작전하듯 대북전단을 살포해 왔다는 것.

그동안 북은 대북전단살포를 문제삼아 고사총을 발사하거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하기도 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 왔는데, 윤석열 정부는 수차례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지는 동안 '자제 요청' 이상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가하는 국민주권포럼의 한 회원은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위헌 취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지난 2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절대적 악법'이라고 언급하는 등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도와주는 대결적 인식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북전단 문제 뿐만 아니라 6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하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정작 남과 북이 평화 통일을 위해 서로 알아가고 교류할 수 있는 남북경제협력, 민간교류 사업, 금강산 및 개성관광 등을 다 정부가 차단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알 권리와 인권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결과 전쟁을 부르짓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부추기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한미 당국이 일부 탈북자단체의 전단살포 지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 그리고 전단살포를 부추겨 전쟁을 불러오는 권영세 통일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기간' 선포문 (전문)

전쟁을 불러오는 대북 전단 살포,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한미의 대북 적대시 행보가 전쟁을 부르고 있다. 연초부터 잇달아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 연습을 벌이더니, 최근 인권을 무기로 한 공세까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17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여는가 하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도 이에 발맞춰 북한 인권 공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통일부 장관 권영세는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전범국 일본과 ‘공조’하여 인권을 무기로 반북 공세를 펼치기로 하였고, 지난달 30일 통일부는 발간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 보고서를 공개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온갖 악의적인 보도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권 공세의 목적은 ‘북한 악마화’에 있으며, 이는 전쟁 위기를 높인다. 북한 ‘인권’ 공세는 명백히 ‘대북 적대시 행보’를 합리화하려는 시도이자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13일 인권 공세를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초강력 대응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인권 공세가 실제 전쟁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지금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서방이 나토 동진 압박으로 러시아를 자극하여 전쟁을 유도하고, 전쟁 발발 전후로 끊임없이 ‘러시아 악마화’ 작업을 해 온 것과 같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북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해 온 4월이 돌아왔다. 그동안 대북 전단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보인 모습을 보면 대북 전단 탓에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 불을 보듯 환하다. 

반북 탈북자단체가 윤석열 정부 들어 수차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동안 정부는 ‘자제 요청’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9일 ‘대북 전단 금지법’을 두고 “아주 절대적인 악법”이라며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등 윤석열 정권은 반북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조장하고 있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그동안 북한은 고사총을 발사하거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하는 등 대북 전단 살포와 같은 반북 선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한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여 전쟁 직전의 상태까지 간 적도 있다. 

이러한 지난 경험에서 교훈을 찾을 대신 대북 전단 살포를 부추기며 반북 대결을 이어가는 윤석열 정권 탓에 전쟁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대북 전단 살포는 곧 전쟁 발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오늘부터 ‘대북 전단 살포 저지 집중운동기간’에 돌입한다. 우리는 운동기간 대북 전단 살포 감시 활동 등 전단 살포를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전쟁의 위기를 타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다.

한미는 전단 살포 탈북자단체 지원 즉각 중단하라!
전단 살포 부추겨 전쟁 불러오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사퇴하라!
극단적인 반북 대결 행보로 전쟁 불러오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전단 살포 배후 미국을 규탄한다!

2023년 4월 5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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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목사들 “윤 대통령 자진 사임, 강제징용 배상안 철회” 촉구 시국선언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감리교 회관서 기자회견 열고 시국선언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들이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김리회관 앞 희망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사임과 강제징용 배상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시국선언’에 나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시국선언 준비위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들이 시국선언에 나선다. 이들은 오는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김리회관 앞 희망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사임과 강제징용 배상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시국선언’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시국선언 준비위’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기준 329명의 목사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고 한다. 준비위는 5일까지 시국선언 추가 참여자를 계속 취합할 예정이다.

5일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먼저 공개했다. 감리교 목사들은 “감리회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주의, 인권신장과 남북화해 등 각 부문의 발전을 선도한 자랑스러운 교회”라며 “윤석열 정권 아래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흘린 선조들의 피와 땀은 그 빛을 잃었다. 지금껏 힘겹게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며 일구어낸 민주주의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리회의 후예이자 시대의 예언자로 부름받은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만행으로 인한 역사의 후퇴를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비극적인 운명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윤석열 정권의 종일매국(從日賣國)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라며,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 독도 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배출 등 문제에 대한 태도를 짚었다. 관련해 “국가의 영토를 보전해야 한다는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외면하고,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자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사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검찰독재 정권인 윤석열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현 정권 아래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조항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임 정부 주요 인사와 정치적 경쟁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과 소환을 되풀이하며 혐의 뒤집어씌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범죄와 불법에는 눈을 감거나 진실을 감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힘겹게 쌓아 온 민주주의를 허물고 검찰독재로 전락시킨 책임을 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남북 갈등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윤석열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 윤석열 정권 아래서 남과 북의 대결은 격화되고, 전쟁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이와 같은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권이 선제타격 운운하며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이같은 행태가 “명백한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행위이며,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책임에 반하는 반헌법적인 행위”라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 사이의 대결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사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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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굴종외교, 국민심장 찔러"...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

[전문] 교수 14명 시국선언문 발표에 150명 학생 현장 응원... 윤 정부, 아둔함의 극치"

23.04.04 18:10l최종 업데이트 23.04.04 18:10l

사진: 권우성(kws21"

큰사진보기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와 지켜보던 학생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와 지켜보던 학생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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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기괴한 강제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

4일 오후 4시 30분, 경희대 교수 14명이 이 같은 제목이 크게 적힌 시국선언문을 들고 서울 경희대 청운관 앞마당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시국선언문엔 경희대 교수 126명의 실명이 적혀 있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엿새간 시국 선언에 서명한 교수들의 이름이다.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교수와 학생이 함께 구호 외쳐

그런데 이때부터 기자회견장 주변에 학생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국선언문을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나눠주는 학생들도 보였다. 교수들 숫자보다 10배 이상이 많은 150여 명의 학생이 길을 오가다 발길을 멈춘 것. 학생들은 교수들 발언에 박수를 보내고, 나중엔 연단에까지 올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피해자에겐 치욕감을 주는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이날 경희대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분하다"는 말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대법원 판결을 뒤엎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며 역사를 퇴행시켰고, '제3자 변제'라는 기괴한 방식으로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 '분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최근 윤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일본의 침략역사와 전쟁범죄를 승인하고 노골적인 역사 왜곡의 길을 터주는 항복 외교이자 굴종 외교"라고 규정하면서 "국내 기업의 돈을 피해자 호주머니에 찔러주기만 하면 우호적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함을 넘어 아둔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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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교수들은 "역사와 양심의 나침반을 깨버리고 정녕 이 나라를 어디로 향하게 하려고 하는가"라면서 "자국민의 심장을 찔러 정녕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하고 물었다.

끝으로 교수들은 "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들의 노력과 역사의식을 무시하지 말라"면서 "굴욕적 한일회담을 반성하고 기괴한 강제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보학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이 같은 시국선언을 모두 낭독하자, 학생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마이크를 잡은 박윤재 교수(사학과)는 "이번 윤 대통령의 해법은 한일 관계의 이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여지를 폭력적으로 없앴다"면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진단했다. 유원준 교수(사학과)도 "잘못된 한일 해법은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 교수 126명 시국선언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앞에서 열렸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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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던 학생들, 앞으로 나와... 더욱 커진 목소리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응원하기 위해 참여한 지소원 학생(사학과)은 "이런 순간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참여교수들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괴한 강제동원 해법을 철회하라."

하지만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잠시 뒤 응원을 하던 학생들이 앞으로 나와 교수들과 어깨를 맞댔다. 이들은 함께 같은 구호를 외쳤다. 목소리가 10배는 더 크게 들렸다. 교수들의 얼굴이 더욱 밝게 펴졌다.  

아래는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시국선언문 전문] 윤석열 대통령은 기괴한 강제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

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대법원 판결을 뒤엎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며 역사를 퇴행시켰다. '제3자 변제'라는 기괴한 방식으로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후에 구상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피해자들이 십수 년을 싸워 획득한 사법적 권리를 내팽개치고,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명확하다.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일본 기업의 책임이 분명하니 피해자들에게 강제징용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국가충동원법 (1938년)에 의거해 제국주의 일본과 전범 기업들은 정책적 조직적 집단적 폭력적 계획적으로 각종 산업현장에 조선의 민중들을 강제로 징용했다. 그들은 달콤한 취업 조건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강제 노동에 끌어들였다. 거짓말임을 알고 항의해도 붙잡아 두었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두들겨 팼고, 도망가면 잡아와 다시 두들겨 팼다.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비참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상한 몸과 빈손으로 해방을 맞이했다.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일본 기업의 전시 범죄에 대한 단죄인 것이다. 그동안 외롭게 법적 투쟁을 해 온 피해 당사자들의 노력은 인류 보편적 정의와 인권은 무엇으로도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확인받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식민 지배자들의 진솔한 사과와 전범 기업에 대한 배상 요구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왜곡하여, 개인청구권에 따른 사죄와 배상 의무를 함부로 거역할 권한은 누구도 부여받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치욕감을 주는 조치는 대승적 결단이 될 수 없다. '강제 징용'을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 왜곡하는 일본과 맺는 '건전한 양국 관계' 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침략역사와 전쟁범죄를 승인하고 노골적인 역사 왜곡의 길을 터주는 항복 외교이자 굴종 외교였다. 국내 기업의 팔을 비틀어 마련한 돈을 피해자 호주머니에 찔러주기만 하면 과거사가 잊혀지고 우호적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함을 넘어 아둔함의 극치라 말할 수밖에 없다.

침략역사를 왜곡하고 군사 대국화를 포기하지 않는 일본을 보라. 자유무역의 기본 질서를 훼손한 경제 보복 조치, 식민 지배에 대한 변함없는 미화, 일본군'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주변국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최근 통과된 일본 교과서만 봐도, 독도가 자신들의 고유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거나 강제 징용을 지원'이라고 표현하는 등 역사왜곡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을 뿐이다. 반성과 사죄는커녕 평화주의를 버리고 '전쟁 가능 국가'로 탈각하면서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말하듯, 일본이 '군국주의 집락사'에서 '협력 파트너가 된 것이 분명한가? 조만간 분쟁과 갈등의 시대는 가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한가? 우리는 믿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할 의무밖에 없다.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차별을 줄이며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 의무밖에는 없다. 역사와 양심의 나침반을 깨버리고 정녕 이 나라를 어디로 향하게 하려고 하는가? 실망과 좌절감으로 분노한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자국민의 심장을 찔러 정녕 무얼 얻으려고 하는가?

우리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굴종적인 강제동원 해법과 비상식적 해명에 속아넘어갈 정도로 우매하지도, 이를 묵과할 정도로 게으르지도 않다. 우리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반인권적 조치를 징검다리 삼아 신냉전 체제에 편입하려는 현 정부를 그대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사법부에서 인정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들의 권리를 배반하지 말라.
피해자들이 돈 몇 푼으로 입을 다물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
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들의 노력과 역사의식을 무시하지 말라.
굴욕적 한일회담을 반성하고 기괴한 강제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

2023. 4. 4.

강제동원 해법 철회를 위한 경희대학교 교수 일동 (1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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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양곡법 거부권 행사에 ‘정치 실종’ 질타한 언론들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4.05 07:38
  •  
  •  댓글 1

동아 “정치 실종의 예정된 귀결”·중앙 “악순환 정치 시작”…실효적 대안 요구도 이어져

재정적자 117조에 ‘문 정부때문’ 중점으로 보도한 경제지·조선일보

산불 경계령 속 골프 치고 술자리 찾은 도지사들에 이어진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3~5%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 정부 출범 후 거부권 행사는 처음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치가 심화되는 상황에 5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앞으로도 간호법, 방송법 등 야당 주도 입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야당 반발이란 악순환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협치 없는 정치’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한 소통 환경을 지적하는 언론도 다수였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7년 만의 대통령 거부권…‘협치 없는 정치’ 민낯>에서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는 ‘협치 제로’의 정치 현실을 재확인시켰다”며 “헌정사 초유의 야당 불참 대통령 시정연설, 장관 탄핵소추 등 극단적 대립 정치 징후가 쌓여온 데 이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7년 만에 발동됐다. 윤 대통령 역시 타협 없는 무한대치가 되풀이되는 데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양곡법 강행과 거부권 행사는 ‘정치 실종’의 예정된 귀결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발의 이후 여야 간에 농업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무조건 처리네, 거부권 행사네 하는 힘겨루기만 이어졌다”며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은 논의 과정에 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양곡법 강행 처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 실종’ ‘협치 부재’의 상징적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며 “거야는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사사건건 입법 힘자랑에 나선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은 야당의 이해나 협조를 구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마치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 중 누가 더 센지 끝장을 보겠다는 듯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마찬가지로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입법 독주-거부권 ‘악순환 정치’ 시작>에서 “국회를 장악한 169석 거야의 입법 독주에 윤 대통령이 헌법 53조의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정치실종’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 <민주당 거부권 예상하고도 입법 강행…발표 뒤엔 규탄시위>에서도 ‘입법 독주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지적과 함께 ‘대화와 타협이 없는’ 여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집권 이후 야당 지도부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 등 소통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1차 책임은 야당에 있지만 여권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며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책임은 전혀 없었는지, 대야 소통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참담한 모습은 입법 폭주와 협치 실종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비판에 집중했다. 1면 기사 <입법 폭주에 첫 거부권…총선까지 충돌정치>는 “정쟁 법안은 대부분 특정 이익 단체나 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어 야당의 내년 총선 ‘득표 전략’에도 연동된다”며 “여의도에는 연일 농민 단체, 간호사 단체, 노조 등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진 3면 기사에서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양곡법을 처리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활용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며 “야당이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국회와 민의를 무시한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해야 한다’고 돌아선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자신들 득표에만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이참에 법률안 거부권 행사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곡법처럼 국회 처리 절차부터 문제가 있거나 그 내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분명히 어긋나는 법안,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 법안 등이 그 대상”이라고도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정부가 정작 실효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쌀값 폭락 대책없이, 양곡법 거부했다>에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쌀값 폭락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작 그렇다면 쌀값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식량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 등 애초 이 개정안의 입법 동기에 해당하는 민생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민생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라며 “제대로 된 정부라면 거부권만 휘두르고 돌아설 게 아니라,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농민의 고통을 덜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여당은 야당과 진지하게 협상하지 않았고, 농가의 시름을 덜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이 사전에 대책을 제시하고 야당과 조율했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번지지 않았을 수 있다. 여권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 거부권도 국회 입법권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장치이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하고 보완책을 함께 찾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117조에 ‘문 정부때문’ 중점 두고 보도한 경제지·조선일보

지난해 국가부채가 230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부채의 절반 수준인 1181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117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경향신문은 16면 기사 <작년 나랏빚 1000조원 돌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금 증가로 1년 새 130조원 넘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2면 기사 <국세 52조 더 걷고도 ‘코로나 지출’에 빚 늘어>에서는 “국가채무가 1년 전보다 100조 원 가까이 증가한 데는 코로나19 지원 등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며 “정부 씀씀이가 커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고 했다.

▲ 동아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와 경제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파장이 윤 정부에까지 영향을 줬다며 이를 중점에 두고 보도했다. 8면 기사는 “나랏빚은 문 정부 시절 크게 늘었다. ‘세금 일자리’ 확대 등 확장 재정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탓”이라며 “지난해 국가 채무 규모는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해 440조8000억원 불었다”고 했다.

▲ 조선일보 8면 기사 갈무리.

서울경제 1면 기사의 제목도 <文정부 퍼주기에 나라살림 117조 적자>였다. 기사는 “5년 내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고질화됐던 재정 중독의 여파”라며 “이전 정부 방만 재정의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 속에 윤 정부도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리는 등 퍼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 서울경제 1면 기사 갈무리.

한국경제신문 2면 <국가부채 2300조 넘어 사상 최대…文정부 때 890조 폭증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관리재정수지 –112조원을 기록한 뒤 ‘연간 100조원대 적자’가 일상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지난 문 정부의 ‘재정 중독’ 탓에 국가부채는 5년간 62.3% 폭증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이’를 연 5조원 이상의 혈세로 메우고, 10조원 넘게 들여 노인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퍼주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한국경제신문 2면 기사 갈무리.

한편, 한겨레는 “윤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 감세’를 통해 세수 확보 기반을 허무는 모순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1면 기사 <‘건전재정’ 머쓱 적자 117조 ‘최대’>는 “재정 건전성 악화는 ‘건전 재정’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정부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건전성 훼손을 어느 정도 감내한 뒤 올해부터는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해 점차 건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수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지출을 줄이더라도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사설에서도 “특히 올해는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재정 운용은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주장만 되뇌고 있다. 부정적인 표현으로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워 복지 축소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아닌가 의심된다. 정부는 복지에 대한 부당한 선동을 그만두고 세수 결손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 경계령 속 골프 치고 술자리 찾은 도지사들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는데 일부 광역자지단체장들이 골프연습장을 방문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다. 한겨레는 13면 기사 <산불 났는데 골프연습장 간 김진태 강원지사>에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께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20분 정도 골프를 쳤다. 당시에는 산불위기경보 ‘경계’가 내려진 상황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영환 충북지사도 제천 봉황산에서 불이 났을 때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며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밤 9시30분께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 등과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사설을 통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사설은 “강원도는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며 지난 3월6일부터 4월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상황대응실도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김 지사가 대책본부장”이라며 “직원들에겐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본인은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장에서 총력을 다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해명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수준”이라며 “도는 김 지사가 1시간 연가를 냈다고 해명했는데, 연가 처리는 사흘 뒤에 이뤄졌다. 연가를 냈다 해서 면책될 사안도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레고랜드 채무 지급보증 이행을 거부해 기업어음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무책임 무능 행정이 고질적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산불 진화를 진두지휘해야 할 도지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도지사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 사람이 집권당 소속인 만큼 엄중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래야 나사 풀리듯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세우고 성난 민심의 분노에도 최소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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