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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돌봄’ 학교 비정규직, 사상 초유의 신학기 총파업 “교육부 책임”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 고개 숙인 학부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임금차별복지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권리 쟁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급식과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1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폐암 환자가 속출하는 죽음의 급식실, 충분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돌봄정책, 차별적인 임금체계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새 학기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등이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전국에서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해 9월부터 집단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데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임금교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타결이 됐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작년 11월에 이어 처음으로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에 총파업을 다시 벌이게 된 이유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종별로 1유형, 2유형, 유형 외 등으로 구분하고, 서로 다른 임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러한 임금체계와 수준을 나누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일부 직종은 별도의 임금 기준이 적용되면서 직종 간·유형 간 기본급 차이가 발생하고, 기본급 외 수당은 지역별·직종별로 천차만별이다. 이에 연대회의는 단일 기본급 체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교육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총파업에 나선 건 임금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을 조장하는 노동환경 개선과 적정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돌봄 노동자들은 인력 확충도 없이 ‘늘봄학교’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 규모는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전국에서 2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교육공무직의 약 13%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전국에 있는 유·초·중·고교 가운데 상당수의 급식과 돌봄이 중단됐다. 교육당국은 식단을 간소화하거나 도시락을 지참하게 하고, 빵이나 우유 등의 대체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또 돌봄과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학교 내 교직원을 활용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가 열리는 서울시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대회 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도대체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각 지역 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교육당국의 책임을 요구했다. 수도권의 경우 학비노조는 숭례문 앞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교육청 앞에서 각각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특히 급식 노동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학비노조는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4차로를 가득 메우고 용산 대통령실부터 숭례문 앞까지 행진하며 대국민 호소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폐암으로 사망한 동료 노동자들의 영정을 안고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급실시에서 13년째 근무하다가 작년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현재 “스스로 회복 중”이라는 학비노조의 한 조합원은 “2시간 동안 23명이 1200인분을 만들어야 하는 학교 급식실의 인력을 관공서와 기업 배치 기준에 맞춰서 개선해달라”며 “조리실 시설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현장으로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총파업대회에서 “일주일 사이에 또 한 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오로지 우리 아이들의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전국의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똑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동일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집단 교섭을 통해서 요청했다”며 “하지만 어느 교육청도, 교육부도, 정부도 이 문제를 책임지고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위원장은 “이 투쟁을 준비하는데 얼마 전 어느 학부모 한 분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격려의 말씀을 보내주셨다. 여러분이 안전해야 아이들이 안전하다, 여러분들이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투쟁과 요구는 오늘의 이 총파업은 정당하다, 지지하겠다, 힘내라고 하셨다”며 “우리는 오늘 총파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투쟁으로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최진선 학비노조 경기지부장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30% 이상이 폐에 문제가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폐암이 의심된다는 동료들이 300명이 넘어섰다. 날마다 들려오는 폐암 확진 소식은 점점 더 우리의 마음을 움추리게 한다”며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우리는 살고 싶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그래서 밝은 얼굴과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마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한 “정부는 아이들의 돌봄 서비스를 늘리겠다고 한다. 시간도 늘리고 밥도 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정작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리지 않고 일한 만큼의 보상도 해줄 생각이 없다.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우리 비정규직 돌봄 선생님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강요된 희생에 굴복할 수 없다. 아이들의 더 행복한 학교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이윤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 역시 총파업대회에서 “학생을 위한 교육복지라는 건 좋은 방향이다. 학교의 모든 정책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야 말로 교육복지의 주체로서 교육복지의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교육복지 사업들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가. 우리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서 얼기설기 만들어온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교육복지 현실이다. 그렇게 착취를 견뎌온 우리 노동자들이 이제는 더 못 버티고 쓰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 노동자들의 위험은, 결국 학생들까지 위험하게 만든다”고 성토했다.

또한 이 본부장은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취약계층이다. 차별받는 당사자다. 심지어 우리 교육공무직 안에서도 지역차별과 직종차별 등을 조장하며 이중삼중 차별을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 그 차별을 누가 조장해왔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이야기한들, 결국엔 제 눈의 들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없애려는 것이 아닌, 그저 노동자들을 갈라치고 분열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우리를 분열시키려 할수록, 우리는 더 단단하게 단결할 것”이라며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차별을 꺾고, 우리를 옥죄는 부당한 처우와 저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단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가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실질임금 인상, 차별철폐 임금체계 쟁취, 안전한게 일할 권리 쟁취, 교육감이 책임져라' 3.31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뉴시스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고개 숙인 학부모 


각계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날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양육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온 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의 발언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로터 큰 호응을 얻었다.

초등생 두 자녀가 있다는 박 대표는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교 급식에 대해서 아이들이 맛은 있는지, 혹은 충분한 양을 먹는지, 좋은 식재료를 쓰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학교에 급식 모니터링 제도가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식자재 관리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급식실에 청결함은 어느 정도인지 그런 부분만 묻고 있지 급식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도 차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급식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해) 제가 매우 좋다고 체크했던 그 반짝반짝 빛나는 청결함이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과 맞바꾼 청결이었고, 아이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좋아한다고 반겼던 그 바삭한 튀김류와 볶음밥들이 급식 노동자들의 폐와 맞바꾼 급식이었다는 것에 부끄러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또한 박 대표는 “코로나 때 긴급 돌봄으로 학교를 지킨 이들 누구는가. 바로 돌봄 전담사들이었습니다. 그분들 없었으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한다”며 “지금 학교를 지켰던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지금 왜 학교에 있어야 될 이 분들이 길거리로 나와 투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식 노동자들을 비롯해 학교 안에 있는 모두가 아이들과 양육자들에게는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들의 건강과 영혼을 갉아먹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는 없다”며 교육당국이 책임있는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외 직업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환경의학 의사인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각계를 대표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한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정부 투쟁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안했다. 

양 위원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비정규직 철폐, 임금 차별, 급식실 안전의 문제 어느 것 하나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해결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은 노동개악을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의 차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윤석열 정부를 향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며 “노동개혁을 막아내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불평등 세상을 끝장 내고 노동자가 존귀하게 대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차별 없는 학교 현장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내자”고 당부했다.

연대에 나선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겠다고 하니까 ‘누가 급식실에서 일하라고 했냐’, ‘누가 비정규직 하라고 했냐’고 하더라. 이건 틀린 말이다”라며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을 짓고 아이들을 돌보는 학교를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법, 그리고 그 법을 만든 정치가 문제”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나쁜 정치를 우리가 함께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임금차별복지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권리 쟁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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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9개월 울면서 떠난 한국에서 제 흔적을 찾고 싶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22) "내 생일·이름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루이스 힐러럽 한슨루이스 힐러럽 한슨 해외입양인  |  기사입력 2023.04.01. 08:05:20

 

1976년 9월 21일. 내 (입양)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알 수 없는 사건이 이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 두 장의 사진은 서울에 있는 입양기관 홀트에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 중 한장에서 나는 울고 있습니다. 다른 사진에서 나는 울지 않지만 행복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다음 사진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공항에서 낯선 사람 (홀리스 씨)이 나를 (양)어머니에게 넘겨주는 사진입니다.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그때 나는 생후 19개월로 추정됩니다.

 

 

 

내(입양)부모님은 저를 데려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또 내가 도착했을 때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처음으로 내 얼굴이 밝아진 것은 (양)오빠(그도 한국 입양인입니다)를 처음 봤을 때입니다. 나는 걸을 수 있었습니다. 내 서류에는 한국어로 두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나는 돌보기 쉬운 아기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밤에 9시간을 내리 잤습니다. 나는 2세 때 덴마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3세 때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5세 때 덴마크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공부도 곧잘 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나는 덴마크에서 자란 것을 행복하다고 기억하고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감사'일 것입니다. (양)어머니로부터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준것 같습니다. (양)아버지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에게서도 사랑을 느꼈습니다. 

 

내가 36세 때 식도암으로 (양)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내가 44세이었을 때 (11년 동안 치매를 앓았던) (양)어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나는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멀리 여행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했지만, 나는 언제든 가족찾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양)부모님이 항상 충분하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 부모님이 살아 있는 동안 생물학적 가족을 찾기 시작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생물학적 가족을 찾기 위해 입양기관에 편지를 썼고, 그들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늦은 회신을 했습니다. (그들은 내 (양)부모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 DNA 샘플을 마이헤리티지(MyHeritage),앤세스트리(Ancestry), 23앤미(23andMe)에 보냈지만, 이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생물학적 가족 구성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DNA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DNA 매칭을 통해 생물학적 가족, 가족의 유전적 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해외입양인들의 다수가 입양기관을 통해 친생가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해 이런 방법을 통해 가족을 찾은 경우가 꽤 많다. 편집자주) 

 

44세에 처음으로 내가 태어난 나라인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서울에 있는 입양기관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테이블에 크리넥스를 가져다 주었지만,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유일한 이야기는 내가 9개월 때 거리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다른 많은 한국 입양인들과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입양기관은 내가 남겨졌던 서울의 한 거리의 구글 지도 좌표 세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내가 매년 축하하는 생일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내 서류에서 내 한국어 이름은 무작위로 선택되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기 위해 서울 마포 경찰서에 갔고 거기에 DNA 샘플도 남겼습니다. 서울에서 나는 친절을 만났고 곧 다시 방문하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나는 48세입니다. 나는 부모가 없고 나 자신도 아이를 갖는 운이 없었습니다.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이를 찾을 희망은 거의 없습니다. 흔적은 여기서 끝납니다. 

 

후기: 

나는 현재 덴마크와 전 세계에서 온 다른 입양인들과 함께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 납치, 서류 조작 등과 같은 불법행위가 저질러져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돕고 싶습니다. 나와 전 세계의 다른 입양인들을 위해 입양 절차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에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습니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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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자주평화원정단,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4.3~7일, 전국 미군기지서 ‘전쟁반대!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 기자명 김지혜 통신원 
  •  
  •  입력 2023.03.31 19:52
  •  
  •  댓글 0
 

오는 4월 3일부터 7일까지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전쟁반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2023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이하 원정단)은 4박 5일동안 전국 미군기지 곳곳을 다니며 전쟁반대와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원정단 활동은 1.5일에 한 번 꼴로 진행되고, 핵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 등의 전개가 일상화되어 있는 매우 공격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위험성과 미국의 한반도 전초기지화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이장희 원정단 공동단장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자주평화원정단은 전쟁을 반대하고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의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라며 “정전 70년인 올해 미국의 한반도 전쟁기지화의 문제점을 알리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원정단의 활동에 많은 국민의 성원과 관심, 응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원정단은 3일(월) 평택을 시작으로 4일(화) 군산, 5일(수) 성주/왜관, 6일(목) 성주/경남, 7일(금) 부산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원정단의 공동단장으로는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한국외대 명예교수),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은형 부위원장, 4.9 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이면서 평화바람 문정현 신부님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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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군사쿠데타 문건'... 윤 대통령 시험대에 오르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계엄문건 실무자 줄줄이 유죄... 검찰, 조현천 수사 뭘 더 보강한다는 건가

23.03.31 20:54최종 업데이트 23.03.31 23:10

 

 

 

 

 

 

 

 

 

 국군기무사령부가 만든 이른바 계엄령 문건 두 개의 표지. 두 문건에는 모두 결재선이 없다. ⓒ 국회 국방위원회

 
2017년 2월 10일, 박근혜 퇴진 촛불이 한창일 무렵의 일이다.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중장이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준장을 불렀다. 조 사령관은 계엄령 절차를 물었다.

소 처장은 다시 기무사 수사단장 기 아무 대령을 불러 '자필'로 계엄 절차 보고서를 써오라 지시했다. 기 대령의 지시를 받은 실무자는 5페이지 분량으로 계엄 발동 요건, 선포 절차, 과거 계엄 발동 사례, 합동수사본부 설치 기구도, 합동수사본부 내 각 부서의 임무와 기능,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의 차이 등에 대한 보고서를 손으로 써서 올렸다.

보고서는 2월 13일~14일경에 조 사령관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본 조 사령관은 위수령에 대한 내용도 없고, 내용도 빈약하다며 화를 냈다. 조 사령관은 일반적인 계엄 절차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월 16일, 조 사령관은 소 처장을 다시 불러 '(한민구 국방부) 장관님께서 현 위중한 상황을 고려하여 위수령이나 계엄 관련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보고서 작성을 명령했다.

소 처장은 다음 날인 2월 17일, 전국 각지의 기무부대에서 11명의 기무 요원을 차출하여 과천 기무사령부 수사단 208호실에 모았다. 이 방에는 군 인트라넷 망도, 기무 인트라넷 망도, 인터넷 망도 일절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군용 PC도 없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소 처장은 ▲ 비상계엄 선포 절차를 장관 건의부터 선포까지 상황별로 상세히 작성하고 국회가 반대 시 해산 건의 가부를 검토할 것 ▲ 계엄 선포 후 계엄사, 합수본부 수행 절차, 유관기관 조정, 통제 절차를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계엄 선포 이후 20여 가지 상황을 상정하여 구체적으로 보도 통제, 포고령 구체화, 집회 시위 통제, 정치인 가택연금 등의 상황을 정리할 것 ▲ 기 계획된 국방부, 청와대, 방호 계획을 확인할 것 ▲ 수도권 군부대 통제 계획을 고려할 것 등 계엄 문건 작성의 지침을 줬다.

TF의 이름은 '미래 방첩 업무 발전방안 TF'였고, 모든 문서 작업은 승인되지 않은 비인가 개인 노트북과 USB를 사용해 이뤄졌다. 계엄 문건이 장관에게 보고된 뒤엔 모두 포맷했고, 문서가 담긴 USB 하나만을 남겨뒀다.

계엄 문건은 철저한 위장과 보안 조치 속에 비밀리에 만들어졌고, 시작부터 위법하고 불순한 목적을 띠고 있었다. 이는 모두 소강원 처장의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건'의 항소심 유죄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소 처장은 벌금 1000만 원에 처해졌고, 상고를 포기해 해당 판결은 확정된 상태다.

계엄 문건? 군사 쿠테타 문건

법원은 기무사가 비정상적이고 위법적인 방법으로 계엄 문건을 작성하였고, 그 내용 역시 통상적인 계엄 상황을 넘어서는 정치인 연금, 국회 해산 등의 위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계엄 문건 작성은 기무사 임무 범위 밖의 일이라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조현천 기무사령관의 지시로 이루어졌으며, 계엄 문건이 한민구 장관에게 보고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사실로 확인해주었다.

한편, 소 처장과 함께 재판을 받던 실무자 전 아무개 중령도 지난 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은폐를 목적으로 계엄 문건을 '훈련 2급 비밀'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에 처해졌다.

2017년 5월 당시 전씨는 계엄 문건을 2017년 3월에 진행된 키리졸브 훈련 관련 2급 비밀로 조작, 보존 연한을 30년이나 지정해 놓곤 정작 비밀보관소에는 문건을 갖다 두지도 않았으며 문건이 담긴 비인가 USB는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씨는 계엄문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당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USB에 담긴 문건의 제목은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최종 수정일은 2017년 5월 9일이었고 문건에는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USB를 포렌식 하자 이전에 삭제된 문건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장관에게 보고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작성된 문건의 제목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고 해당 문건에는 국회 해산, 정치인 가택연금, 군부대 배치 계획 등이 담겨 있었다.
 

▲ 입국 직후 체포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2023.3.29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국가관 시험하는 시금석

지난 29일, 5년간 해외로 도주한 조 전 사령관이 귀국했다. 조씨는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공항에 나타나 기자들과 인터뷰까지 했다. 검찰은 수사 중 도주해 5년이나 잠적했던 지명 수배범을 수갑도 채우지 않고 연행했고, 내란음모죄를 뺀 정치 관여와 직권남용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31일 오후 구속됐다.

2018년 조 전 사령관을 수사하던 노만석 현 서울고등검찰청장 직무대리는 수사 당시 '내란음모죄는 성립된다고 본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노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다스, BBK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내란음모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한다. 이미 5년 전에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놓고, 무엇을 더 보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계엄 문건은 '계엄령 계획'도 아니다. 계엄사령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인을 집에 가둘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건은 '군사 쿠테타 문건'이라 명명하는 것이 옳다. 군인들이 비밀스러운 사무실에 TF까지 꾸려서 보름이 넘도록 밤낮없이 쿠데타 계획을 문서로 만들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까지 했는데 이것을 단순한 정치 관여, 직권남용으로만 의율할 수는 없다. 반드시 내란음모죄로 기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 전 사령관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 29일 열린 정정미 헌법재판관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조현천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기소된 게 하나도 없다"며 대놓고 거짓말까지 하며 조 전 사령관을 두둔하는가 하면, 지난 해 9월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등이 계엄 문건은 날조된 것이라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을 상대로 고발장까지 접수했다.

정치 논리 앞에 헌정 질서도, 법원의 판결도 무시 일색이다. 조현천 수사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국가관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헌정 질서 파괴를 시도한 내란범을 대하는 태도가 곧 그들의 헌법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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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사상 초유 ‘신학기 파업’까지 하는 이유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3.30 17:09
  •  
  •  댓글 0

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 8만여 명이 총파업에 나선다.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정부와 교육감의 책임 있는 교섭 ▲주먹구구식 임금체계 대책 마련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학교 급식실 폐암 대책 마련 등이 노동자들의 요구다.

▲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대회’ [사진 : 뉴시스]

학교 현장 ‘이중구조’가 초래한 총파업

집단교섭은 매년 구정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2년 여름에 시작된 이번 교섭은 유례없이 해를 넘겨 3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을까.

학비 노동자들의 총파업 배경을 살펴보다 보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임금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격차를 해소해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책이 현실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결과가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이다.

이들의 파업을 앞두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폐암 사망과 높은 폐암 발생률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폐암 대책 요구는 임금 문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하나씩 살펴보자.

실질임금 삭감… 더 벌어지는 ‘차별’

치킨값이 3만 원이 넘었다. 소비자 물가가 6% 인상, 초고물가 시대다.

2021년 4.6%, 2022년 5.3%.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통상임금 인상률이다. 학비 연대회의는 기본급 5% 인상(2유형 기준)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용자인 교육감협의회는 2% 인상으로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5%)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근속수당도 인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최근 3년간 학교비정규직 기본급(2유형)과 최저임금 비교표

* 학비 노동자 기본급은 두 개의 유형이 있다. ‘1유형’엔 교사 대체 직종(돌봄전담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이 속하고, ‘2유형’엔 급식실 노동자,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등이 속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강사 직군, 그리고 미화, 당직 등 특수운영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유형 외’로 분류된다.

고물가 시대, 사용자 측의 2% 인상안은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학비 연대회의는 이번 임금 교섭에서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감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게 한 10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 이전에는 학교장이 학비 노동자들의 사용자였는데, 학교장에게 채용권이 있을 때는 같은 학교 안에서 동일 직종의 일을 하면서도 서로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교장 마음대로 임금을 정했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각 시도교육감이 사용자이지만, 지금도 교육청마다 임금체계, 복지가 천차만별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 박미향 위원장의 말이다.

학교 비정규직엔 100여 종의 직종이 있다. 학비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급식실 노동자부터, 학교 안에 1명 있는 마필 관리사, 버섯 재배사 등과 같이 나 홀로 직종도 있다. 다양한 직종들 간의 임금체계는 지역마다, 유형마다, 직종마다 다르다.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주먹구구’식 임금체계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대비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근속이 오래될수록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명절휴가비만 봐도, 정규직은 근속이 반영돼 190~400만 원 이상 지급받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근속 반영 없이 평생 140만 원 정액을 지급받는다. 차별은 확연하지만 사용자 측은 ‘연 20만 원 정액 인상’ 외에 다른 입장이 없다.

▲ 정규직 대비 교육공무직원(학교 비정규직) 수당 차별 비교.

임금체계가 기본급, 상여금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학비 연대회의는 이런 임금체계를 단일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본격 협의를 요구했다. ‘임금체계 개편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임금체계 마련을 시작하자고 했지만, 사용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방법은, 2022년 집단임금교섭 완료 후 3개월간 사측 논의, 이후 7월부터 노사 양측 2회 주관하여 협의한다” 뿐이다.

“노력한다”는 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뜻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방법이라고 내놓은 것은 ‘2회 테이블에서 논의한 만큼 결론을 내거나 논의가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형식적인 절차만 제시하고 ‘이번 교섭만 지나고 보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학교 비정규직 차별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

▲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사진 : 전국학비노조 부산지부]

“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몰랐다”… 산재와 저임금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폐CT를 찍었는데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 튀김을 자주 맡아 했습니다. 약품 청소도 해야 하는데, 방독마스크 한번 써본 적도 없고, ‘위험하니까 써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판(부침 프라이팬)이나 튀김솥, 오븐이 뜨겁게 달궈져 있는 상태에서 크리너로 닦으면서 수증기를 마셔가며 일했습니다. 구역질이 나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치명적인 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부산의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확진을 받은 노동자의 얘기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요리 시에 발생하는 조리 연기와 가스에 노출돼 있다. 이를 ‘조리흄’이라 칭한다. 조리흄은 1급 발암물질로, 환기가 안 되면 폐암 발병률을 22.7배 높이는 특성이 있다.

최근 학교 급식노동자 폐CT 건강검진 결과 3명 중 1명 꼴로 폐 이상 소견이 나타났으며, 전체 검진 인원 중 폐암 의심 환자가 33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2학기엔 조리원 한 명이 그만뒀는데, 식수(급식노동자 1명이 책임지는 급식 인원)가 줄어들 거라는 이유로 대체 인력을 넣어주지 않아 720명의 식사를 5명이 만든 적도 있다”고도 했다.

2023년 신학기 학교 급식실은 ‘인원 미달’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최근 5년간의 조사에서 급식실 입사 1년 내 퇴사한 노동자는 25%에 달했다.

학비 연대회의는 폐암 산재와 저임금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폐암 및 빈번한 산재’가 ‘고강도 노동에 부합되지 않은 저임금과 차별정책’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모른 채 목숨을 바쳐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저임금이고 차별이다. 이러니 급식실 퇴사율이 높고, 남은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 골병이 들고 목숨을 위협받는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의 반복이다. 조선산업은 수주가 많아 호황인데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과 같은 경우다.

2019년 1월 국회 김종훈 의원실(당시 민중당) 자료에 따르면, 집단급식을 하는 국립대병원, 과학기술원, 국책연구기관, 국립수련원 등 8개 기관과 군대의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은 57명이다. 이에 비해 유·초·중·고등학교 급식실 1인당 식수 인원 평균은 146명이다. 타 기관의 2~3배다.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결과엔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폐암) 문제는 ‘식수 인원(배치기준)’과 연관돼 있다”고 밝혀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1인당 약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총 조리일수 중 조리흄에 노출되는 메뉴를 조리한 일수는 81%나 됐다. 보고서에도 ‘1인이 과도한 튀김요리를 조리하며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됐고, 이로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학비 연대회의는 ▲조리흄 다량 발생 메뉴 축소 ▲환기시설 개선 ▲급식실 인력 충원 ▲급식실 조리인력 법제화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 30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장에 들어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투쟁한 학비 노동자. 이 장관은 본인이 주재하는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 : 전국학비노조]

‘노동시장 이중구조’ 적나라한 학교 현장… “정부가 책임져라”

이렇듯,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임금, 그리고 최저임금밖에 안 되는 저임금은 급식실 폐암 문제를 가져오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저임금 문제 해결이 없이 급식실 산재율도 낮출 수 없고, 이 악순환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7만 명 중 절반 이상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들이 이번 파업의 선두에 설 예정이다.

노조는 ‘노사협의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현 교육감들의 임기 안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자고 하는데, 교육청은 ‘예산이 없다’며 정부 눈치만 볼뿐 일말의 개선 여지가 없다. 그것도 모자라, 단체교섭 사용자 측 대표인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몇 달째 교육청 앞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비웃는 등 망동까지 한다.

학교 비정규직 예산을 통제하는 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상생 임금’을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 정규직 비정규직의 이중구조가 적나라한 현장에서, 상생은커녕 폐암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의 신학기 사상 초유의 총파업은 시도교육청만이 아닌 윤석열 정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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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만에 ‘50억 클럽’ 압색에 ‘뒷북’ ‘늦장’ 신문들 일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31 09:14
  • 수정일
    2023/03/31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3.31 07:12
  •  
  •  댓글 2
  • [아침신문 솎아보기] ‘특검법’ 상정되자 뒤늦게 박영수 전 특검 압수수색

    조선 “봐주기 수사 지적 피하려는 측면” 동아 “시간 많이 흘러 증거 확보 우려”

    한미정상회담 앞둔 정부에 한겨레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 붕괴 직전”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찍어내기 수사 그만”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압수수색을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되고 나서야 진행한 것을 놓고 31일 아침신문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뒷북’, ‘방치’ 등 검찰이 1년 반동안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관련 무죄 판결에 이어 ‘50억 클럽’ 늦장 수사 의혹이 불거져 향후 검찰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31일자 경향신문 5면 사진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지난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엔 정의당 강은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발의한 특검법 3건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핵심 피의자가 이재명 대표인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 주도로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수사 대상자 측에서 (특검을) 주도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만배씨로부터 50억 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50억 클럽’의 주요 당사자들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조사한 뒤 더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고 2022년 2월 곽상도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 역시 2021년 말 소환이 마지막이다.

    ▲ 31일자 조선일보 사설.

    ▲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에 보수신문조차 검찰 대응이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면 기사에서 ‘1년 반만에 뒷북 수사’ 소제목을 달며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법조인 발언을 인용했다. 사설 <뒤늦은 ‘50억 클럽’ 수사, ‘재판 거래’ 의혹까지 다 밝혀야 한다>에서도 조선일보는 “늦었도 너무 늦었다”며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이라면 사법부가 무너질 심각한 국기 문란이다. 이런 의혹들을 다 규명해야만 대장동 수사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0면에서 “의혹을 받는 6명 가운데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 전 총장, 권 전 대법관 등 3명으로 수사 대상을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며 사설 <50억 클럽’ 특검 법사위 상정… 박영수 ‘뒷북’ 압수수색 나선 檢>에서 “대장동 초기 김만배 씨와 대책을 논의하고 변호사를 소개해 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와 단서들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50억 클럽의 진상이 끝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 참상 전한 신문과 당국 외교라인 붕괴 지적한 신문

    ▲ 31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450쪽 분량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발간되면서 31일 아침신문 1면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청소년‧임산부 공개처형’ 등 충격적인 북한 인권 현실을 1면 상단에 실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내부 알력 다툼설’ 등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이후 이어진 당국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중요 외교 일정이 차례로 예정돼 있어 정부의 대응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는 대중에 공개되는 첫 북한 공식 내부 실상 보고서다. 2017~2022년동안 탈북민 3412명을 면담해 작성됐고, 508명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1600여 개 인권 유린 사례가 포함됐다. 한국일보는 인권 침해 사례를 1, 2, 3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면 <북, 청소년‧임산부까지 공개처형> 기사에서 “범죄를 저지른 ᄌᆞᆨ 18세 미만이면 사형 선고를 하지 않으며 임신 여성도 사형 집행되지 않는다고 (북한이) 보고한 것과 다르다”며 보고서를 인용, “법적 근거 없는 즉결처형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2면 <여성 짓밟는 군대‧교화소… “남성 병사가 여성 수감자 알몸 검사”>에서 빈번한 성폭력, 인신매매, 강제 낙태 등 처참한 여성‧장애인 인권 실태를 전했고 <한국 영상물 봤다고 청소년 ‘총살’>, <무너진 배급제… “투잡 없인 배곯아”> 등의 사례를 전했다. 3면에서도 <‘말 반동’ 가족 하루아침에 실종… 조현병 장애인 생체실험 증언도>, <“이산가족 상봉 후 직장서 해고… 자녀들 감시당해”> 등 인권보고서 내용 전달을 이어갔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해 못할 안보실장 사퇴…불신만 널뛰는 ‘외교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교체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며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김건희 여사 개입설,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견해 차이설 등 다양한 억측이 나온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보실 내부 알력싸움의 결과다’ ‘김건희 여사 최측근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때문이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1면 <통상·북핵 위기 속 ‘총체적 외교안보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놓고 “이번 결정이 내려진 이유와 과정은 불분명하고, 사후 설명은 생략됐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미-중 전략경쟁을 비롯한 경제·안보 복합위기 심화 속에 한-미 정상회담이란 중요 외교 일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김 전 실장 경질 과정을 보면서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붕괴 직전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전임 정부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 발언을 인용했다.

    ▲ 31일자 한겨레 2면 사진기사.

    정부 외교라인에 대한 우려는 보수언론 사설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사실상 경질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 환경이 엄중한 마당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한 달 반이 우리 외교엔 중대한 시간이다. 다음 달 26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 11~13일엔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추진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낙타가 쓰러지는 게 깃털 하나 때문이겠나”>에서 ‘블랙핑크 공문 파문’과 관련해 “의전비서관 사퇴와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어 외교사령탑 경질로까지 이어질 사안인지는 의문”이라며 “한 여권 인사는 ‘낙타가 그 등짐 위로 깃털 하나가 떨어져 주저앉았다면 그 이유를 깃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 교체는 시간문제였을 뿐 진작 예정된 것이었고, 외교안보라인 전반의 개편도 준비 중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에 한겨레 “정부 방송 장악 의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법원은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혀 한겨레는 “검찰이 핵심 의혹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은 한겨레와 동아일보를 제외하면 31일 아침신문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 31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사설.

    한상혁 위원장은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로 점수를 낮추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서엔 한 위원장이 방통위 간부들에 직접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증거나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검찰이 6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설 <한상혁 위원장 영장 기각, ‘찍어내기’ 수사 더는 없어야>에서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 조사를 앞두고, ‘조작 지시’ 의혹을 계속 언론에 흘려왔다. 그런데 이 ‘조작 지시’ 의혹을 영장에 적시하지도 못했다”며 “검찰의 이런 행태는 이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목적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권력기관을 동원해 집요하게 ‘한상혁 흔들기’에 나선 데는 ‘방송 장악 의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이나 임명 권한을 지닌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검찰이 동원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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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50억 클럽, 이재명과 무관치 않아…특검, 되레 진실규명 방해"

특검법 법사위 심사 시작, 상정·대체토론 후 소위 회부…민주당 "김건희 특검법도 상정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검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0억 클럽'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수사 대상자 측에서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30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뤄진 특검법 관련 대체토론에서 "일단 특검법이 상정된 이상 논의는 국회 몫이지만,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특검은 수사능력·의지·인력이 부족한 경우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금 검찰은 과거 곽상도 전 의원을 수사한 검찰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고, 개인적 판단으로는 지금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을 독하게 끝까지 수사할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특검보다는 지금 수사팀의 수사를 (지켜)봐 주고, 결과물이 마음처럼 안 되면 다시 특검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이 특검 수사가 될 수는 없다. 이미 기소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이중기소는 금지돼 있고 일단 기소된 사람에 대해 강제수사는 방어권 문제로 불가하다. 곽 전 의원 사건은 검찰의 공소유지 강도를 높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이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법을 만들면 모를까 특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소위 '50억 클럽'은 성남시 관련자들이 주동이 돼서 브로커들과 짜고 조 단위의 배임행위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그것이 들키는 것을 막거나 처벌받지 않을 목적으로 힘 있는 사람에게 보험을 들거나 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한 것"이라며 "이 둘이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 앞 부분의 비리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 중단될 우려가 커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50억 클럽'은 대장동 비리를 저지른 이들이 법조계 유력 인사 등에게 로비를 한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면 대장동 비리 본건에 대한 수사에서 "진실 규명 방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한 장관의 주장이다.

 

한 장관은 특히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한 데 대해 "비리의 핵심 부분인 조 단위 배임 부분의 수사 대상자 측에서 (특검을) 주도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며 "그렇게 나온 결과를 국민들이 수긍할까"라고 했다.

 

한 장관은 또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중에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했다'고 했는데, 특검은 누구의 방어나 맞불놓기로 활용되면 안 된다"며 "진실규명이 아니라 '이 대표 수사가 강하니 균형 맞추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면서 왜 일이 있을 때마다 수사·기소가 결합된 특검을 주장하는지 그 논리적 모순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와 관련 "50억 클럽 특검 수사 대상은 이 대표와 관계가 없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하자,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와 50억 클럽이 무관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분이 이 대표이고, 그 로비는 배임의 사법방어를 위해 이뤄진 로비이다. 어떻게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겠느냐"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는 전날 법사위 간사 간 합의대로 이날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 3건을 상정, 심사 절차를 개시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이 각각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을 이날 전체회의에 일괄 상정하고 국회법 58조에 따른 대체토론을 시행한 후 이 법안들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이 대체토론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4월 14일 국회 본희의까지는 이 법안이 처리돼야한다"(진성준 의원, 제안설명에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대체토론에서 "특검법이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것이 다행스럽다"면서도 "느닷없는 법안들이 상정돼서 대체토론까지 하는 것이 본회의를 통한 패스트트랙을 사보타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실상의 핵심 피의자가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것은 대단히 말이 안 되고 후안무치하다"며 "그래서 '이재명 셀프 특검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돼야 한다"고 법사위 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는 별개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도입도 주장했다. 권인숙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국민께 송구하다"며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오늘 특검법 상정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은 빠진 반쪽짜리 상정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 몰라도 이건 국민이 원하시는 길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의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표출됐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날 특검법 상정이 전날 국민의힘-정의당 간 원내대표 회동에서 촉발된 것(☞관련 기사 : 여야, '50억 클럽 특검' 법사위 상정 합의)임을 지적하며 "국정운영 파트너를 민주당으로 삼아줘야지, 물론 소수정당 배려도 필요하지만 정의당과 줄기차게 상의하고 민주당과는 (그 후에) 상의하는 기형적 행태"라고 했다. 

 

기 의원도 박범계 의원과 비슷한 취지로 "어제 정의당과 합의한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이 무엇을 가리기 위한,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란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야 한다"며 "다음주까지 1소위에서 한두 번 토론해 결정할 문제이고, 아무리 늦어도 4월10일을 넘기면 안 된다. 그 시간을 넘겨서 심의가 지지부진한다면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합의가 다른 정치적 목적의 꼼수로 오해받을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법사위에 배정된 의원이 없어 현장에서는 이의 제기를 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법사위 산회 후 류호정 원내대변인을 통해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을 두고 정의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민주당 의원들 주장에 유감을 표한다"며 "특검은 50억 클럽의 실체를 규명할 수단이지 민주당의 정치적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50억 클럽 특검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발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강조하며 "국민의힘이 어렵게 상정된 특검법을 법사위에 두고 시간만 끈다면 정의당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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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기레기'가 스물여섯 번 나옵니다

[싫어도 살자] 대안-독립매체들을 대놓고 응원하기

23.03.31 04:52최종 업데이트 23.03.31 04:52
대안언론, 독립매체들에 대한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료광고는 아닙니다. [기자말]

▲ 2019년 10월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기레기 OUT"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바야흐로 기레기의 시대다. '기레기'가 너무 많다. 정부나 기업이 쏟아내는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읊어대기 바쁜 무능력한 기레기, 유명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일한 취재원인 양 물고 늘어지는 게으른 기레기,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만나는 사람만이 세계의 전부인 줄로 착각하는 좁아터진 기레기. 그 밖에도 권력과 재물에 눈이 먼 욕심쟁이 기레기에 성적 비하와 외설적 표현이 없으면 기사를 쓰지 못하는 천박한 기레기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1 한국 언론연감>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언론산업 종사자는 모두 6만 2000여 명, 그 중 기자는 3만 4000여 명이다. 2020년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인구는 모두 2766만 명이다.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446명 중 한 명은 언론사에서 일하고, 813명 중 한 명은 '기자' 명함을 갖고 있다. '기자'나 '언론인'을 자처하지만 통계엔 잡히지 않는 1인 미디어나 프리랜서 기자들을 감안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언론매체'라 불리는 곳은 5000곳이 넘는다. 2019년엔 4300여 개였던 언론사가 한 해 만에 800곳이나 늘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다. 그러나 매체 수와 기자 수의 증가에 비해 언론산업의 매출 총액은 별반 늘지 않았다. 2019년 언론산업의 매출 총액은 9조 2197억 원 가량이다. 2020년엔 그보다 463억 원 늘어난 9조 2660억 원이다.
2019년 언론산업계 매출총액을 매체 수로 나누면 매체당 21억 3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지만 2020년엔 매체당 17억 97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매체만큼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 자연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난립'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수없이 많은 매체에서 수없이 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쏟아낸다.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난립하는 기자와 기사들 속에서 주목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차마 기사라고 부르기 민망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

주목을 받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충격', '단독', '카더라', '혹시', '합리적 의심' 같은 말들이 득세한다. 사실과 관계없는 기사를 쓰고, 주목받기 위해 진실은 가끔 외면하는 기사를 쓰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줄법한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기레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독자들은 기레기를 욕한다. 앞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한 무리의 기레기들은 사실 욕먹어도 싸다. 높은 도덕성과 긍지, 품위를 바탕으로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키며 공공복지 증진과 다양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신문윤리강령의 다짐 따위 이미 잃어버린 이들은 숱하다. 불편부당하게 기사를 쓰라 했더니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이들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기레기들. 품위를 지키라 했더니 품위유지비를 요구하는 기레기들.

그런데 정말 기레기의 시대일까

그래서 이 기레기의 시대에 우리는 분노한 것일까. 오늘날 이 기레기의 시대는 기레기들이 못나고 욕심 많고 천박한 주제에 엘리트 의식만은 또 가득 차서 찾아온 것일까.

2009년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파업에 들어섰을 때,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잘라내는 것은 살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더니, 헬기를 띄우고 최루액을 뿌리고 토끼몰이하듯 사람을 두들겨 패던 그곳에도 기자들은 있었다.

<미디어 충청>과 <민중의 소리> 기자들은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나부터 열까지 끝까지 지켜봤고, 그 이야기를 공장 밖으로 전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온 사회에 알렸다. 그들은 강정마을에서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던 때에도,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과 용역 깡패들에게 괴롭힘당할 때도 현장을 낱낱이 기록하고 전달했다.
 

▲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 구성원들. ⓒ 뉴스민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 노동과 생태와 평화, 인권 존중 같은 보편의 가치를 십수 년째 전하고 있는 <뉴스민>이라는 매체도 있다. "누구누구네 집 딸래미가 서울 물 먹더니 지난 선거에서 2번 찍었다"고 동네에 수군수군 소문이 나는 그런 동네에서 '진보언론'의 가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매체다.

대공장의 하청업체들이 몰려있는 남동지역에서, 성주에 사드기지가 들어서던 모든 순간에, '서울촌놈'들은 도무지 관심도 주지 않는 이야기를, "그래도 박정희"를 외치는 어르신들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해내고 있는 매체다.

짤방과 스킵과 쇼츠와 릴스의 시대에 길고 진지한 텍스트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는 매체들도 있다. 여전히 행간에 진심을 담고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을 담는 매체들이 있다. 1991년 창간 이후 여전히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 글을 쓰고 읽는 <녹색평론>. 가난한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차별받는 성소수자, 장애인들의 시선을 포기하지 않고 삐딱하고 편파적이겠다는 <워커스> 같은 매체도 있다.

뿐일까. 서울과 서울 아닌 지역이 이미 신분처럼 나뉜 불평등의 세계에서 여전히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마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지역언론들, 장애인과 도시빈곤의 문제를 기어이 포기하지 않는 <비마이너> 같은 매체들도 있다.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매체들. 자본으로부터도, 권력으로부터도 자주와 독립을 선언한 매체들의 품위 있고 긍지 높은 기자들이 있다.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누구일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저런 매체들은 소수이고 힘도 없지만, 기레기들은 돈 많고 영향력도 큰 매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당신이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매체들 중 단 한 곳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조금 가혹하긴 하지만)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당신이다.

매체의 힘이란 '읽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많이 읽히는 매체일수록 힘이 생긴다. 그러니까 매체에 힘을 주는 것은 읽는 사람, 바로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뉴스민>을 읽고, <워커스>의 기사를 공유하고, <비마이너>의 기사를 팔로우하면 딱 그만큼의 힘으로 기레기가 아닌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이 실린다.

그러니까 지금 거대한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기레기들이 다른 매체들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돈 받아먹으며 기레기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레기는 우리가 키운 셈이다.

쌍용자동차의 투쟁과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 현장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밀착 취재하던 <미디어 충청>은 2016년 폐간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 5인 이상의 상근 인력을 규정한 신문법 시행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5인 이상의 채용인력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민>은 최근 재정난을 토로하며 독자들의 후원 증대를 부탁하고 나섰다. 많은 이들이 <뉴스민>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창간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재정적 체력도 기자들의 체력도 많이 소진됐다는 고백이었다. 재정난으로 30년 만의 휴간을 선언했다 최근 복간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평론>도, 최근 100호를 펴낸 <워커스>도 재정적 어려움, 대중의 무관심으로 지쳐가고 있다.

요즘 기사들을 욕하기 전에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율은 8.9%다. 2011년 44.6%였던 열독율은 10년 만에 9분의 1로 떨어졌다. 정기구독률 역시 떨어졌다. 80%에 가까운 언론수용자 대부분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같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뉴스 수용자들은 기사를 읽는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정말 기사는 '공짜'일 수 있을까. '보도자료 받아 붙여 넣는' 기사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심혈을 기울여 기사를 쓰는 기사가 어떻게 공짜일 수 있을까. 기자들이 흙 파먹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사의 수용자인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돈은 어디서 발생할까. 광고를 받아 기업이나 정부를 홍보해주거나, 광고라는 이름조차 붙이지도 않고 정부나 기업을 홍보해 주면서 돈을 버는 일이 발생한다.

언론사가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 권력이 없는 사람들, 일하고 월급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김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가 언론사를 지탱하고 있으면 될 일이다. 수십억 원 씩하는 광고료가 아니라, 한달에 만 원, 이만 원 하는 '구독료'로. 

앞서 언급했던 매체들은 대체로 광고를 통한 수익의 의존도가 적고 (몇몇 매체들은 아예 광고를 싣지 않고) 대부분의 재정은 구독료와 후원회비로 운영된다. 언론사가 대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라 독자들에게만 신경을 쓸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노력이다. 

글 첫머리에 밝혔지만 이 글에는 독립-대안 매체들의 광고가 담겨있다. 기레기짓을 하지 않는 좋은 매체에 대한 광고다. 이 광고의 수혜자이자 광고주는 우리다. 이 광고의 효과가 컸으면 좋겠다. 광고 없이 품위를 지켜가며 공정한 여론을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복원하는 좋은 언론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 테니.

가능하다면 후원을 하시라. 여의치 않다면 즐겨찾기에 저 매체들의 페이지를 담아두시라. 요즘 기사들은 죄다 기레기의 똥글이라고 욕하기 전에 저 소중한 매체들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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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용산 국가안보실 사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박2일 일본 방문 세부 일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3.03.14. ⓒ뉴시스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던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서 최근 벌어진 일에 대해 누구도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이달 12일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사표를 냈고, 최근에는 외교부 공무원 출신인 이문희 안보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전날에는 외교안보 라인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한 안보실장이 돌연 옷을 벗었다.

이번 정부 동안 가장 큰 외교 일정으로 기록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한 달여 남겨둔 중차대한 상황에서 안보실장과 핵심 비서관들이 옷을 벗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최소한의 사유 설명도 전무하다. 방미의 전초 격인 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평하고 있기에, 더욱 납득되지 않는 전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방미 이후까지는 진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의를 수용하면서, 곧바로 후임자까지 임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는 했으나, 상식적이라면 만류가 관철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니면 최소한 하루 정도는 고심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이러한 흐름을 보면, 결국 윤 대통령도 김 실장의 사의를 예상하고 있었고, 김 실장이 옷을 벗게 되는 이유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데
비서관 교체->안보실장 사퇴->신임 실장 발탁 과정은 지나치게 전격적
여전히 말끔하게 해소 안 되는 의문


김 실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이미 상황은 정리됐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일까?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상식선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각종 설들만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오후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성한 전 실장의 사퇴 배경’에 대한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조금 더 외교적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에는 학자 출신보다는 현장에서 외교했던 경험이 있는 조태용 실장이 적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 흐름 속에서 안보실장 자리에 변화가 왔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왜 하필 방미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냐는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규모 민간 기업에서조차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핵심 책임자가 사표를 쓰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방미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IRA와 반도체지원법,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반도 문제 등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중대사가 어느 때보다 많고 무겁다. 신임 조태용 실장이 이 같은 현안들과 관련해 갑자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리도 만무하다.

김 전 실장의 후임으로 바로 전날까지 현직 주미 대사 신분이었던 조태용 실장을 발탁하면서 이번 정부 최대 외교 일정인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주미 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안에 후임 주미 대사에 대한 미국 측의 아그레망(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실장 사퇴를 전후해 여권 및 대통령실발 보도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대통령실도 부인하지 않은 이야기는 ‘지난 2월부터 미국 측에서 윤 대통령 방미 기간에 진행될 국빈 만찬장에서의 문화 행사를 제안했는데, 국가안보실 쪽에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다른 경로로 이 같은 내용을 뒤늦게 인지해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두 비서관들이 교체되고, 김 실장까지 옷을 벗게 됐다는 것이다. 그 문화 행사는 미국 가수인 레이디 가가와 인기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의 합동 공연이다.

질 바이든 여사가 해당 행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있는데, 바이든 여사가 ‘문화 행사’만 언급한 것인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공연’까지 언급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미국 측에서 문화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안한 것이라면 비서관급에서 이와 관련한 대응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던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은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서 “너무 이상하다. 거기서 아이돌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만약 미국 측이 블랙핑크 공연을 제안했다면) 의전비서관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대박이다. 그것을 잊어버리겠나”고 의아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자료사진) 2022.06.20. ⓒ대통령실 제공

각종 보도를 통해 나온 파편적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측이 국빈 만찬장 문화 행사를 제안했는데, 우리 측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이 아이디어를 놓고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국 국빈 만찬 행사 성격상 해당 공연이 부적절하다는 정통 외교관 출신들의 입장과 합동 공연 아이디어를 관철하려는 입장이 충돌했을 가능성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같은 방송에서 “해외 행사를 놓고 대통령 측근 어공들과 외교부 늘공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며 “대통령 주변 어공들이 외교부 늘공들이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을 찍어누르려고 하다 보니, 외교부 늘공들이 반발하면서 ‘그러면 난 그만 두겠다’ ‘외교부로 돌아가겠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 사이에 김성한 실장이 끼었다가 튕겨져 나간 것 같다”며 “대통령 주변 실세 어공들과 프로토콜을 따져가며 일을 하는 늘공들 사이에서 김 실장이 좀 우유부단하게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튕겨져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방미 관련 문화 행사를 두고 발생한 내부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은 대통령실도 일부 인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디테일하게 어떤 사건이라든지, 그런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 말 뒤에는 “조금 더 큰 흐름에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사족을 붙였다.

용산의 외교안보 라인 안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이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보기엔 이번 상황은 지나치게 전격적이다.

일각에선 대일 외교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하는 등 윤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 아닌 설득에 직접 나서는 상황에 대해 참모들을 질타했고, 이에 대해 김 실장이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일 외교에 뒤따르는 문책이라거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관리 책임이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대일 외교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굴종 외교’, ‘항복 외교’ 등과 같은 여론의 평가와 달리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며, 심지어 여론 관리는 안보실 본연의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가 맞다고 한다면, 영국 여왕 조문 실패, ‘바이든 날리면’ 사태, 뉴욕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졸속 진행 논란, 그리고 일일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했던 각종 의전 실패 사례들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미 오래전에 외교안보 라인이 교체됐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결국 기존 외교안보 라인 중 살아남은 고위급 인사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이기도 했던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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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일정 차질 문책성?…석연찮은 교체, 외교안보축 ‘삐걱’

유정인·유설희 기자

대통령실 부인 하루 만에 전격 단행…김태효와 알력 다툼설도

주미 대사까지 바뀌어…내부 혼란 수습·방미 실질 성과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주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주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 관련 논란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행사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라인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교체된 데 이어 ‘안보수장’까지 바뀌었다는 것이다. 방미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안보수장 교체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김 실장은 오후 5시3분쯤 언론 공지문으로 사의를 전하면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복수의 관계자가 김 실장 교체 검토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 지 하루 만에 전격 사퇴가 이뤄졌다. 보고 누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논란을 일단락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본인 뜻이 완강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저로 인한 논란’은 미국이 제안한 양국 대통령 부부의 국빈 만찬 문화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 측에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하면서 행사 조율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윤 대통령이 관계자들을 질책하면서 지난 10일 김일범 의전비서관, 보름 뒤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 “공무원의 통상적 인사”라고 했지만 보고 누락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도 5차례에 걸쳐 보고를 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전격 사퇴 형식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쇄 사퇴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행사 조율 문제이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안보실장이 경질되면서 배경에는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다툼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의 중요한 조율을 뭉갠 것도 크지만 (안보실 내) 미스매치가 있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안보실과 외교부 간 갈등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안보 라인과 외교부 간 혼선이 이어졌고, 한·일 정상회담 대처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두고도 잡음이 불거지자 대통령이 전격 인사를 결단했다는 것이다.

당장 외교안보 라인의 보고 누락이 장기간 이어진 이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라인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 충돌설, 김성한-김태효 알력설이 파다하다”며 “누가 외교안보 라인 경질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사의 52분 만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후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안보실장이 바뀐 데다 미국에서 실무를 조율할 책임자가 비게 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조 대사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조 신임 실장이 내일(30일) 아침부터 대통령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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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없고 헛발질만 하는 민주당, 이재명의 길은?

[정희준의 어퍼컷] 이재명의 길, 문재인의 길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23.03.30. 06:07:41 최종수정 2023.03.30. 08:12:43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끈질기고도 전방위적인 수사는 정치 탄압, 정적 제거, 야당 죽이기 맞다. 비명계 의원들이 '성남시장 때의 일'이라며 굳이 당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당하는 고초는 윤석열 대통령에 맞섰던 민주당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민주당 분란은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또 다수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 출마했다. 주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성남시장 당선 이후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까지 '거침없이' 정치적 성장을 거듭한 때문인지 대선 패배 후에도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결국 분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적 판단에 정답은 없다. 결국 쟁점은 당대표로서 당무를 잘 이끌고, 특히 대선 기간 약속했던 당 혁신을 완수할 의지를 가졌느냐, 또 민주당을 실력 있는 강한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 대표가 제1당의 리더가 되어 민주당이 첫째, 당 혁신, 둘째, 대여 투쟁, 셋째, 실력 있는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비명계의 반발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혁신의 목소리는 간 곳 없고, 소속 의원들은 연이어 헛발질만 국민에게 선보였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지도자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새 당직 인선, 변화의 발판이 될 것인가 

 

27일 이재명 대표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당의 통합을 위해 비명계 의원들을 대거 발탁한 탕평인사라는 평이다. '호남'과 '친문'에 대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고 또 당내 686세력과의 연합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진짜 비명계는 없다'는 평가절하도 있다. 어쨌든 탕평인사를 통해 일단 분란은 잠재웠고 퇴진 요구도 당분간 잠잠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이번 당직 개편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당 혁신은 한 걸음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결국 선택한 통합과 화합, 다른 말로 절충과 타협은 결국 민주당을 '현상유지'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민주당의 현주소 

 

대통령은 나라 안팎에서 사고를 치고 정부는 종횡무진 엇박자에 대통령실은 온갖 혼선을 주워담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내년 총선을 희망적으로 본다. 국민이 바라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지난 대선 유권자들은 사상 최약체 대선 후보이자 '1일 1망언 제조기'였던 차관급 출신 정치신인을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사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왔더라도 당선됐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무능한 문재인, 민주당이 미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은 유능한 정당으로 변모했는가? 

 

수년째 지리멸렬한 당이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사실 이 대표 혼자 감당해야 할 책임은 아니다. 현재 당에 정치혁신위원회 등 20여 개의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활동하는 위원회가 하나라도 있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부르짖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놈의 탄핵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상민 탄핵도 마무리 못한 자들이 지금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을 떠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 철없고 대책 없는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심각한 것은 지금 민주당엔 방향도,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지지도는 단 한 번도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앞지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포함)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다시 2020년 총선까지 초유의 4연승을 거뒀다. 문재인 덕에 배지도 달았고 그 덕에 먹고 살았다. 그런데 2020년 최대 다수당이 된 이후 어떠했나. 2021년 서울·부산 보궐선거 포함 벌써 3연패다. 지금 민주당은 '꼼수 정당'이 된지 오래고, 소속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한동훈 장관과 김건희 여사 망신 주기 위한 말재주 경연에 여념이 없다. 국민과 고민을 함께하기 보다는 자신이 등장한 유튜브 조회수에 더 뿌듯해하는 족속들이다. 

 

혁신의 이유 

 

12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격 없는 국회의원 물갈이"를 언급하며 "영남 전체의 교체율을 50% 정도로 맞춰야 전체 평균이 35%를 맞춘다"고 내년 국민의힘 총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틀렸다. 우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TK 25개 지역구 중 16개 지역구(64%)의 공천자가 바뀌었다. 또 내년 국민의힘 공천에 검사 출신과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거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윤석열당'이 되어야 하기에 공천 물갈이율은 35%를 훌쩍 넘길 것이다. 서울 강남과 영남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오금이 저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의힘 공천쇄신에 긴장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다.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다. 집권여당이 공천 물갈이로 나오면 야당이 이에 맞설 전략은 더 센 공천 물갈이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달인 YS와 DJ가 총선 때마다 새로운 인물, '젊은 피'를 찾아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686들이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공천쇄신에 나서면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복수의 전문가가 예상하는 민주당 의석수는 120~130석으로 일치한다. 추가 관전 포인트는 국민의힘이 과반인 150석을 넘느냐이다. 흔히 사람들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고 하듯 국민의힘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이와는 별도로 축적된다. 당연히 싸늘하다. 

 

민주당이 실력 있는 정당,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례가 있다. 우선 문재인 당대표 시절.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선출된 문재인은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비노-비주류의 퇴진 요구에 직면했다. (그해 연말 분당사태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이 겪어야 했던 퇴진 요구는 지금 이 대표가 당하는 것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의 길, 김종인의 길 

 

위기상황에서 문재인이 택한 길은 당 혁신이었다. 5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 이전 민주당은 7년간 6개의 혁신안을 만들었으나 모두 내부 반발에 부딪혀 쓰레기통에 처박혔었다.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는 11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당헌, 당규에 반영하며 관철시켰다. 지금의 윤리 관련 조항들이나 공천 시스템이 모두 그때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기존 민주당 터줏대감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김한길,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이종걸, 박영선, 천정배, 정동영, 원혜영에 호남 중진들로부터 반발이 거셌을 뿐 아니라 '극좌적,' '수구패권주의,' '제2의 박근혜'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연말엔 소속 의원 67명이 "총선 공천 권한 일체를 선거대책위원회에 위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남 중진들이 탈당 조심을 보이자 박지원, 이종걸 등은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묵묵부답 혁신의 길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통합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해 7월 당직 개편에서 문 대표는 자기 사람을 단 한 명도 쓰지 않았다. 대표 비서실장엔 김한길과 가까운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고 핵심인 조직본부장엔 박지원의 측근인 이윤석 의원을 앉혔다. "김한길계가 문재인호 당직 장악"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과거 여의도정치의 문법은 당연히 서로의 지분을 보장하며 나눠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차라리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의 복심이라던 윤건영 의원도 당에 들어오지 못했고 비서실 부실장을 공석으로 남겼다. 금번 조정식 사무총장의 유임이 아쉬운 이유다.

 

이렇듯 문재인은 내 줄 것은 내주면서도 혁신을 확실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당대표 취임 1년 이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바로 리더십의 명분이었다. 이로 인한 여론의 지지는 덤이다. 문 대표가 당시 비주류 측과의 갈등 과정에서 대표직 재신임을 거는 등 때로 강경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혁신이 문 대표에게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며 영입한 김종인이다. 분란이 끊이지 않고 집단탈당까지 벌어졌던 민주당이 확 달라졌다. 과거 민주당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며 '전제군주'라는 세간의 평까지 있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은 물론 유인태, 정청래, 강기정, 전병헌, 김현 등을 공천 배제해 난리가 나기도 했다. 결과는? 참패가 예상되던 총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국민은 실력 있는 정당을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부 지지자들이 선명성을 요구하지만 선명성이라는 것도 실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유부단, 우왕좌왕으로 귀결된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렇지 않은가. 지지자들 장단에 춤을 추며 자기가 판 벌여놓고서는 그 판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또 우르르 몰려다니며 새로운 판 벌이자고 춤을 추는 저들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무려 16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기에 지금 민주당의 무능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결국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당 자체가 방향도, 목표도, 실력도 없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길은 무엇일까. 이 당을 계속 끼고 갈 것인가. 그러면 대권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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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구속영장 기각... "앞으로 무고함 소명, 직원들 억울함 풀 것"

법원 "주요 혐의 다툼의 여지 있고,방어권 제한"...검찰 기소 시 방통위 업무 차질 불가피

23.03.30 01:40l최종 업데이트 23.03.30 05:39l

신상호(lkveritas)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의혹' 관련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의혹' 관련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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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과 관련해 청구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방통위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검찰이 한 위원장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당분간 방통위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만료되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후속 인사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29일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후, 30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판사는 기각 이유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라며 "피의자가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한 위원장이 지난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의 점수를 고의로 낮춘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치소 나온 한 위원장 "무고함 소명하고 직원들 억울함 풀 것"

한 위원장은 이날 구속영장 기각 후 동부구치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에 걸쳐서 항변을 들어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무고함을 소명하고 우리 (방통위) 직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한 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위원장 교체를 위한 검찰의 표적수사"라며 한 목소리로 규탄해왔다.

언론비상시국회의와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원로언론단체를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연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도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방송통신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탄원' 온라인 서명에 동참한 시민도 5618명에 달했다.

방통위 현직 수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방통위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검찰이 만약 한 위원장을 기소할 경우, 한 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 방통위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임기 만료 상임위원 임명도 난항

합의제기구인 방송통신위는 방송 정책 등의 중요 안건을 처리할 때, 위원장과 상임위원 5인이 회의를 열고 위원들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등 방송통신위 중요 안건도 이 회의에서 논의 및 결정되기 때문에 회의 소집은 방통위의 중요한 행정 절차다.

만약 검찰이 한 위원장을 기소한다면 한 위원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이 열릴 때마다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법원 공판이 일반적으로 평일에 열리고, 검찰과 한 위원장과의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평일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회의는 열릴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을 보면,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는 위원장이 소집한다. 만약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면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대리해 소집할 수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안형환 위원(국민의힘 추천)인데 안 부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끝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부재시 김효재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김창룡 상임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 임기도 다음 달 5일 끝난다. 이들 위원들의 후임 임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4월 5일 이후 한 위원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재적위원 5인 중 김효재 위원과 김현 위원 등 2명만 남는다.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 요구가 있으면 소집할 수 있지만, 상임위원 2명만 남은 상황에서 회의를 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의 안건도 재적위원(5인 중 3인)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임위원 2인만으론 안건을 처리할 수도 없다.

임기가 만료되는 상임위원들의 후임 인선 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그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몫으로 추천을 받은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자로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을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최 전 의원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보은 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에 대한 추천은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안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했던 인사였던 만큼,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었었더라도 후임 역시 국민의힘이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 위원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상임 위원 임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방통위 측 관계자는 "상임위원들의 후임 인선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 기소까지 이뤄지면, 방통위 업무도 사실상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구속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방통위가 중요 현안들을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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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조선·경향 “지나치지 않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30 09:10
  • 수정일
    2023/03/30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3.30 08:04
  •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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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신문 솎아보기] 소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국민일보 “소아진료 수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이 가야”

    교체설에 휩싸였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성한 실장은 자신 명의의 대통령실 출입기자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김성한 실장은 이어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5시55분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김 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0일자 아침신문들 1면.

    김 실장의 사퇴에 앞서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된 바 있다. 이른바 외교안보라인이 연쇄적으로 교체된 것. 이들 교체는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과 관련 있다. 29일 채널A ‘뉴스A’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측이 국빈 만찬 일정으로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를 초청하고자 5~6차례 제안을 했으나, 외교안보라인 측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석열 대통령은 김 실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크게 질책했고 결국 줄교체로 이어진 것이다.

    30일자 9개 아침신문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다뤘다. 언론들은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지만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는 지나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블랙핑크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조선·경향 “지나치지 않나”

     

    질 바이든 여사가 오는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때 레이디가가와 블랙핑크의 합동공연을 제안했으나, 김성한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미국 측에 7차례나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김 실장 경질을 불러온 방미 행사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가가의 합동 공연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에선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뜻을 반영해 이런 제안을 담은 서실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3월 초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미 행정부 측 요청을 받아 7차례나 답변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냈지만 안보실에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이 윤 대통령에게 3월 초까지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3월 초 미국을 방문한 외교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 보고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뒤늦게 행사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 대통령은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그 결과 김 실장과 이문희·김일범 비서관이 책임이 있다고 보고 경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데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합류했고 대선 캠페인 때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수립을 주도했다. 이런 각별한 인연의 김 시장을 교체한 것은 그만큼 실책이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실장 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은) 외교·안보 라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책임 있게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연 한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누가 경질을 주도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30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가수공연 문제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일부에선 외교가에 널린 알려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과 갈등도 급작스러운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의제 등 한-일 관계를 두고 갈등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김태효 차장이 김 실장보다 더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말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30일 조선일보는 <가수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지나치지 않나> 사설에서 “지난 3주 사이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던 김일범 의전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마저 줄이어 사퇴한 것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실장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안한 가수 공연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졌다고 한다.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하지만 이 정도의 사안은 실무 책임자인 외교, 의전 비서관이 책임지는 정도로 매듭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 정도로도 다른 공직자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된다. 국가안보실장은 이보다 더 심각한 안보 외교 현안에 대한 국가 사령탑이다. 안보 외교 총책임자가 가수 공연 문제를 잘못 다뤘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나라가 또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같은 날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물러난 ‘방미 외교 난맥’ 진상이 뭔가> 사설에서 “대통령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김 실장은 자신으로 인한 논란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여러 정황과 보도상 내달 말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문화교류 행사 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될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중요한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할 정도의 잘못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김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최종 협의하고 일정을 발표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소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국민일보 “소아진료 수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이 가야”

     

    29일 오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더 이상 아이들 건강을 돌봐 주지 못하게 돼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는 운영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고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로, 동남아 국가의 10분의1이다. 도저히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소청과의사회가 29일 이같이 선언한 소청과 ‘폐과’는 전국의 소청과가 일제히 문을 닫겠다는 ‘폐업’ 선언은 아니다. 트레이닝센터를 열어 내과 등 일반과로 진료과목을 바꾸고 싶어하는 회원들을 의사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자 국민일보 2면.

    ▲30일자 서울신문 3면.

    국민일보는 <간판 내리겠다는 소아과 의사회... 의사 증원 수용하길> 사설에서 “필수 진료과목인 소아과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조차 의원급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픈런’을 해야 할 상황이고, 대형병원도 당직할 전문의가 없어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곳이 등장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소아의료 대책을 내놨다. 소아진료 수가를 인상해 보상 수준을 높이고, 공공진료센터와 응급의료센터 등 소아 의료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의사회는 이를 ‘빈껍데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인데, 복지부가 엉뚱하게 시설 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고 했다”고 했다.

    ▲30일자 국민일보 사설.

    의사회가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국민일보는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며 “핵심은 소아과 의사를 늘리는 것이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아과 수입을 높여 이 과목을 선택하는 의사가 많아지게 하는 것과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배출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고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온 의사회는 전자만 얘기하고 있다. 지금의 수가 인상 조치로는 부족하니 더 올리라는 주장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밥그릇을 지키면서 정부에 그 밥그릇의 질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필수 의료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면 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며 “병원 문을 닫아가며 의대 정원 확대를 막아섰던 의료계가 이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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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날까 불안하다. 위험천만한 공격·점령훈련 중단하라"

포항 '쌍용훈련' 현장, '하늘·땅·바다 뒤덮은 입체 고속기동작전'

  • 기자명 포항=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29 20:50
  •  
  •  수정 2023.03.29 23:00
  •  
  •  댓글 0
 
정전협정 70년 한반도평화행동에 참여하는 전국 평화시민단체들이 '23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 훈련이 시작된 경북 포항시 조사리와 화진리 해안가에서 '전쟁반대 평화행동'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3월 29일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 외곽 조사리와 화진리 해안가.

저 멀리 바다에서 위용을 자랑하듯 멈춰있던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에서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하늘에는 상륙기동헬기가 굉음을 울리며 연신 낙하산을 탄 해병대를 뿌리듯 내려놓는다.

돌격장갑차들은 수중에서 포를 쏘아대며 회색 포연으로 몸을 가린 채 해안가로 불쑥 모습을 나타내더니 조사교 아래로 진격하듯 달려와 강하 해병대가 모여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곧 이어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속 공기부양정 2척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육지에 상륙해 궤도 전차를 배출했다.

고속공기부양정과 전차상륙함, 상륙기동헬기 등이 하늘, 땅, 바다를 뒤엎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속공기부양정과 전차상륙함, 상륙기동헬기 등이 하늘, 땅, 바다를 뒤엎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날 밤 서울과 지방 각지에서 출발해 이날 아침부터 포항시 조사리에 모여든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 회원단체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훈련 현장에서 '전쟁연습에 반대하는 평화행동'을 벌이며 "막상 직접 훈련 모습을 보니 섬뜩하다", "'어린이날' 잠실운동장에서나 보던 낙하쇼도 아니고 '국군의날' 행진도 아니다.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압도적인 전쟁무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현실'때문이었을까. 조사교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외치는 '전쟁반대' 구호에선 가슴 답답한 쇳소리가 섞여 있다.

전국에서 동원된 약 2,000여명의 경찰 기동대과 경찰버스가 차벽으로 막아 세웠지만 참가자들은 '탄식'속에서도 준비해간 피켓을 들고 '위험천만 상륙훈련 지금 당장 중단하라', '전쟁날까 불안하다 상륙훈련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안간힘을 다해 평화의 의지를 밝혔다.

화진리 해안에서는 부산지역에서 올라 온 참가자들이 평화행동을 벌였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조천현]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조천현]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가 두눈으로 본,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이 무시무시한 각종 무기와 훈련은 침략하고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며, "우발적 충돌과 국지전을 비롯해 언제 어느 곳에서 전쟁의 위기가 현실화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패권이 무너지는 미국은 더욱 한미일 군사·경제동맹에 매달릴 것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에 호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북을 적이라 하고 그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손잡고 미국의 가랭이 밑으로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서 이땅의 평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보니까 더 많이 섬뜩하다. 이러다가 전쟁이라도 나겠다"며 "북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까지 적으로 돌려세우면서 한반도를 신냉전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박석진 활동가는 "한미연합사령관과 합참의장은 각각 '순수한 방어적 훈련이다'. '북한을 적대하는 훈련아니다'라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보이나"라고 반문하고는 "전쟁을 막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 이 훈련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 적대적 상륙훈련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조승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장은 "상륙훈련은 대표적인 공격훈련이며, 이번 상륙훈련은 한미연합군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작전계획에 따라 시행되고 F-35를 비롯해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무기체계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역대급 공격훈련임을 이곳에서 보았다"고 말했다.

또 "상륙돌격장갑차와 수많은 헬기에서 강습이 동시에 진행되는 '입체 고속기동 상륙작전'은  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된다는다는 것이 입증된 작전"이라며, "북이 전술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수중 핵폭파 시험까지 한 상황에서 1만3,000여명이나 되는 병력이 상륙훈련을 하는 것은 해병대 장병들의 목숨을 사지로 내모는 무모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온 진보대학생넷 노예진 학생은 "현장에 와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훈련은 더 공격적이고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하면서 "전쟁이라는 신제국주의적, 반평화적 방법은 절대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사교 위 평화행동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조사교 위 평화행동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평화행동 참가자들이 밤새 달려 온 포항시 조사리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사단급으로 규모를 키워 실시하고 있는 한미 연합상륙훈련 '쌍용훈련' 현장이다.

한국군 사단 지휘제대 및 해군 상륙함정이 최대 규모로 참가했고 유엔사령부 전력제공국으로서 영국군 해병대 특수부대가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병력규모만 한미 해군과 해병대 약 1만3,000명 규모.

이날 포항 앞바다에서 진행된 훈련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쌍용훈련' 중에서도 대규모 상륙군이 일제히 해안으로 상륙하여 목표지역을 확보하는 '결정적 행동단계'인 상륙돌격 현장.

이날부터 '23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훈련은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군 설명에 따르면, 대형수송함(LPH) 독도함, 강습상륙함(LHD) 마킨 아일랜드함 등 함정 30여 척, F-35,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등 항공기 70여 대, 상륙돌격장갑차 50여 대 등이 동원돼 하늘과 바다, 땅을 뒤덮으며 진행됐다.

'연례적'이라거나 '방어적' 훈련이라는 수식어도 생략됐다. '3차원 입체 고속기동 상륙작전'이라는 이름을 별칭처럼 붙이고는 '적 종심 신속투입과 전쟁승리의 결정적 역할'이 목표인 공세적 훈련임을 감추지 않았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훈련 현장에서 "이번 한미연합상륙훈련은 강화된 '전사의 방패(Warrior Shield, WS)'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일환으로 5년 만에 재개되는 의미 있는 훈련"이라며 "국가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적의 종심지역에 신속히 투입되어 전쟁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차와 보병을 해안에 상륙시키는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 'LST-683 향로봉'. 왼쪽은 고속공기부양정. 산 정상 흰색 부분은 지휘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차와 보병을 해안에 상륙시키는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 'LST-683 향로봉'. 왼쪽은 고속공기부양정. 산 정상 흰색 부분은 지휘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하훈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하훈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낙하산 강하훈련 병력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낙하산 강하훈련 병력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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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 농약 흡입 방치... 산림청이 은폐한 소나무 주사의 실체

[최병성 리포트] 백신 있는데도... 소나무도, 사람도, 꿀벌도 죽이는 산림청

23.03.29 04:36최종 업데이트 23.03.29 08:30

 

 

 

 

 

 

 재선충을 핑계로 멀쩡한 숲이 사라졌다. ⓒ 최병성

숲이 잘려 나갔다. 무슨 이유로 나무를 자르는지 물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재선충이 생겼다는 게 강원도 홍천 숲이 사라진 이유의 전부였다. 재선충은 벌목업자들에게 나무를 자르는 최고의 이유가 되었고, 산림청은 재선충 핑계로 숲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해왔다.
 

▲ 주변에 재선충병 걸린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는 이유로 이 큰 소나무가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 최병성


지난 2월, 충남 아산의 또 다른 벌목 현장. 두 팔로 안을 수 없는 거대한 소나무가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능선 한 면이 한 그루도 남김없이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이유도 소나무 두 그루가 재선충병에 결렸다는 것때문이었다.
 

▲ 재선충병 감염목은 두 그루에 불과한데 능선 한 면의 모든 나무들이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 최병성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가 있으면 주변 나무도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모두 잘려 나간 것이다. 재선충과 아무 상관 없는 활엽수까지 싹쓸이되었다. 이는 재선충 방제가 아니라 참혹한 나무 학살에 불과했다. 산림청이 지금까지 이렇게 잔인한 나무 학살극을 벌여왔지만,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산림청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시키는 치명성과 강한 전염성 때문에 삭쓸이 벌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산림과학원

 
산림청은 왜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나무까지 싹쓸이 벌목하는 것일까?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 및 방제대책'(국립산림과학원)에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100% 고사시키는 '치명성'과 감염목 1그루가 주변 나무 200그루를 감염시키는 '전염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선충 1쌍이 20일 후에는 20만 마리로 증식되어 소나무의 가도관을 막아 수분 상승을 차단하고, 독소인 셀룰라아제를 분비하여 조직을 파괴시켜 소나무를 고사시키므로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싹쓸이 벌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면 100% 고사한다는 산림청 홈페이지 ⓒ 산림청

 
산림청 홈페이지에서도 '소나무재선충은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정당화하고 있다.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정말 100% 고사하는 것일까? 아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치료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있다.

산림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을 속여 온 것뿐이다. 치료 방법이 없어 100% 고사한다고 해야 지금처럼 싹쓸이 벌목을 해 벌목상과 펠릿업자의 이익을 챙겨주고, 벌목 이후 조림을 이유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엄청난 예산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 현장
 

▲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으나 지금은 건강하게 살아 있다. 입간판 속의 소나무와 우측의 소나무가 동일한 나무다. ⓒ 최병성

 
최근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들이 다시 건강하게 회복된 기적의 현장을 다녀왔다. 제주도 월령리에 있는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 옆에 '세계유산 및 기네스북 등재 추진 소나무재선충병 완치 검증 단지'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입간판 속 사진에서 누렇게 재선충병에 결렸던 소나무가 바로 우측에 있는 싱싱한 소나무다. 소나무 기둥 모양을 통해 동일한 나무임을 확인했다. 입간판에 그동안의 과정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2016. 5. 10. 백신G810 투입
2016. 6. 1. 재선충 3만 마리 투입(솔수염하늘소 100마리 이상 섭식 감염효과 )
2016. 12. 24. 1차 시료 샘플검사. 재선충, 백신 동시 검출
2017. 3. 9. 2차 시료 샘플검사. 재선충 검출안됨


이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었다는 사실은 산림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입간판에 기록된 2016년 6월 1일 재선충 3만 마리를 이 소나무에 주입한 장본인이 바로 산림청이기 때문이다. 
 

▲ 2016년 산림청이 소나무에 3만 마리의 재선충을 감염시키고 있다. ⓒ 성창근

 
이곳은 산림청과 성창근 충남대 교수가 공동으로 실험한 현장이다. 2016년 사진에서 주사기로 재선충 3만 마리를 소나무에 주입하는 여성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이고 가운데서 지켜보는 이가 현재 산림청 대변인이다. 재선충 1쌍이 20일 후에 20만 마리로 증식되어 소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2016년 주입한 3만 마리의 재선충으로 인해 이 나무는 오래전에 고사했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다는 것을 산림청은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다. 지난 2022년 2월 25일, 박현 전 국립산림과학원장과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 직접 확인했다. 2016년 소나무에 3만 마리의 재선충을 주입했던 연구원도 동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림청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는 거짓말을 내세워 싹쓸이 벌목을 하고 숲을 황폐화시키는 악행을 계속하고 있다.
 

▲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잘린 나무 옆 소나무들은 재선충병과 상관 없이 건강하다. ⓒ 최병성

 
이곳은 경주 남산이다. 커다란 소나무 10여 그루가 잘려 나갔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렸다는 이유였다. 재선충병 소나무 한 그루가 주변 수백 그루를 감염시킨다는 산림청 논리라면 이곳 소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해야 한다. 그러나 잘린 나무 외의 주변 소나무들은 초록으로 싱싱하다. 
 

▲ 노란선이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가 천적백신 실험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노란 선 밖에 빨간 화살표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다. ⓒ 국립공원공단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팀이 재선충이 퍼져가는 경주 남산을 천적백신 실험 현장으로 선정했다. 2022년 6월 실험 구역 내 622본의 소나무에 성창근 교수가 찾아낸 천적곰팡이 G810 주입하고 명찰을 달았다.  
 

▲ 국립공원공단이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무와 사람과 환경에 위해성이 없는 친환경 재선충 방제를 했다. ⓒ 최병성

 
천적백신을 주입한 622본 중 589본은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목이었고, 33본은 잎이 누렇게 변한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이었다. 한태만 박사는 실험 결과를 지난 1월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병해충 관리방안 연구 4차년도'에 정리해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 33본 중에 29본이 천적백신을 통해 건강목으로 회복되어 87.8%의 회복률을 보였다. 천적곰팡이인 G810이 '재선충 예방효과'는 물론이고 이미 감염된 소나무도 회복시키는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천적곰팡이 G810을 맞고 건강하게 회복되었다. ⓒ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는 전체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 33그루 중 26본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현미경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확인한 12본 중 10본이 치료되었으며, 현미경을 통해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14본 중 13본도 건강목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한 박사가 현미경 검사와 유전자 증폭 조사인 PCR 검사를 통해 재선충 감염 여부를 확인한 이유가 있다. 2021년 8월 11일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https://omn.kr/1urs0)라는 기사가 보도된 후 당황한 산림청이 거제 화도 실험 현장을 찾아갔다.
 

놀랍게도 산림청은 실험 당사자인 국립공원공단이 아니라 거제시에 현장 안내를 요청했다.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모르는 거제시는 국립공원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산림청이 국립공원공단 모르게 조사하려다 발각된 것이다.

잎사귀가 조금만 변해도 회복할 수 없다며 벌목하고, 감염목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도 싹쓸이 벌목하던 산림청이었다. 그런데 거제 화도 실험 현장에 찾아온 산림청은 치료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냐고 한 박사에게 따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다는 국립공원공단 실험 결과를 인정하면 36년간 산림청이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 한태만 박사는 재선충병이 치료될 수 있음을 입증해냈다. ⓒ 한태만

 
한 박사는 천적백신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부인하는 산림청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남산 실험 현장에서 현미경과 PCR 검사를 통해 재선충병 감염 사실을 확인했고, 재선충병에 걸렸던 소나무들이 천적곰팡이 G810으로 치료된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 1월, 경주 남산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되었다가 천적백신으로 치료된 나무 번호를 하나하나 찾아 직접 확인했다. 누런 잎사귀 없이 건강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천적백신으로 재선충병 예방효과뿐 아니라, 재선충병 감염목도 치료됨을 공식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는 앞으로 산림청이 재선충병을 핑계로 싹쓸이 벌목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벌목 후 조림한다며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숲이 파괴되지 않으니 생태계도 보호되고, 홍수와 산사태 염려도 없고, 탄소 흡수 능력도 커진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 것이다. 

소나무 죽이는 산림청의 농약 주사
 

▲ 소나무 하나에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19개의 구멍을 뚫었다. 오른쪽에 주사 놓기 위한 구멍이 보인다. ⓒ 최병성

 
위 사진은 소나무에 19개의 구멍을 뚫었다고 기록한 명찰이다. 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뚫은 구멍이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두 그루 때문에 주변 소나무들을 싹쓸이한 아산시다. 감염목 두 그루 주변 나무를 모조리 잘라냈고,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의 소나무들은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  
  

▲ 세계보건기구는 아바멕틴을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

 
그동안 산림청은 주로 '아바멕틴'이라는 농약을 소나무에 주입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유해물질에 의한 살충제 분류와 분류 지침에 따르면 농약의 유해성을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저독성 4단계로 나누는데, 아바멕틴은 고독성 농약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하는 아바멕틴과 농약들이 오히려 소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 2015년 고사해 잘려나간 거대한 소나무 밑동이다. ⓒ 최병성

 
2주 전 제주도로 날아갔다. 200살이 넘어 제주도에서 가장 큰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지난 2015년 11월 10일 잘려 나갔다. 크레인을 동원해 하루종일 잘라야할만큼 엄청나게 컸다. 나무 밑동은 제주도에 장비가 없어 잘라내지 못하고 지금도 현장에 남아 있다. 둘레가 약 8.6m로 어른 4~5명이 에워싸야 할 만큼 큰 나무다.
 

▲ 잘린 지 오래되어 썩어가고 있는데, 둘레를 따라 썩지 않고 튀어 나온 물체들이 줄지어 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한 농약이었다. ⓒ 최병성

 
2015년에 잘렸으니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러 썩어가고 있었지만 웅장했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잘린 나이테 바깥 부분을 따라 동물 등뼈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아바멕틴을 주사한 자국이었다. 독성이 얼마나 강하기에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보전된 것일까?
  

▲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나무 속에 주입한 농약이 오히려 나무 물관을 막아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지키는 주범이 되었다. ⓒ 최병성

   
삐죽 솟아 올라온 막대 하나를 잡아당겼다. 나무가 썩은 탓에 쑥 빠져나왔다. 윗부분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길이가 53cm나 되었다. 2013~2014년에 주입한 농약이 지금까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빼낸 나무 중앙에 주사 구멍이 있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의 약해가 위쪽뿐 아니라 옆면과 아래쪽으로도 내려가며 물관과 체관을 막은 것이다. 

산림청이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한 농약이 오히려 소나무의 물관을 막아 고사시키는 물증을 확보한 것이다. 
 

▲ 잔류농약 분석 결과 수년 전에 잘린 나무에서 아바멕틴이 무려 34.439ppm 검출되었다. ⓒ 최병성

 
빼낸 나무 덩어리 하나를 공인 연구소에 보내 잔류농약 분석을 의뢰했다. 며칠 뒤 연구소로부터 고농도의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바멕틴이 무려 35.439mg/kg이 검출됐다.
 

▲ 소나무재선충병을 먹기 위해 주입하는 농약이 오히려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의 물관을 막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림이 농약 약해를 입어 물관을 막는 모습이다. ⓒ 구로다 게이코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주사가 오히려 건강한 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일본 학자의 연구 자료를 찾아냈다. 구로다 케이코의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의 나무줄기 주입으로 인한 물 흐름 정지와 고사 위험'은 이렇게 강조했다.

'농약을 살포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 감정을 고려해 나무줄기에 주사를 놓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사로 인해 재선충과 상관없이 나무가 말라 죽는 사례가 발생한다. 나무에 약제 주입으로 인해 수분 흐름이 정지하여 물 부족으로 고사하는 위험이 높으니 사용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을 위한 농약의 반복 주입은 나무 물관을 막아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를 오히려 고사시키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구로다 게이코

 
또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으로 인해 물관이 막혀 소나무가 고사한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한 또 다른 자료를 찾아냈다. 소나무 주사를 반복할 경우 수관을 막아 오히려 건강한 소나무가 고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했지만 재선충병은 막지 못하면서 오히려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농약 품은 송화가루에 무방비로 노출

농약 주입으로 인한 소나무 고사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을 산림청이 은폐해왔다는 점이다. 매년 4월 말 경 전 국민이 고독성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호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산림청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농약으로 아바멕틴뿐만 아니라 에마멕틴벤조에이트, 티아메톡삼, 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 등의 합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바멕틴만으로 재선충병이 예방되지 않자, 더 독성이 강한 살충제 성분을 혼합한 농약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 산림청 조사에도 소나무에 주사한 농약으로 인해 송화가루에 고농도의 농약이 잔류함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하면서 전 국민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 산림청

 
산림청이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조사한 '소나무재선충병 선제적 맞춤형 방제전략 및 기술연구 2016~2019'에 따르면, 에마멕틴벤조에이트 0.09mg/kg, 티아메톡삼 1.145mg/kg, 설폭사플로르 1.609mg/kg이 송화가루에 잔류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해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입으로 먹는 경구독성, 피부로 흡수되는 경피독성, 코로 호흡하는 호흡독성이다. 이 중에 제일 위험한 것은 코를 통한 호흡독성이다. 피부는 두꺼운 각질층으로 보호되고 있고, 입으로 먹는 것은 위와 장을 통하며 배설되기도 하며 소화기에 점막이 있어 독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

그러나 코로 호흡하는 유해 물질은 아무런 방어 장치 없이 폐와 뇌로 바로 전달된다. 코로 흡입한 송화가루의 농약이 폐에서 간과 신장 그리고 뇌까지 바로 이동하는 가장 위험한 노출 구조다.

2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습기 사건은 이미 호흡독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산림청이 국민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음이 바로 이점이다. 유독성 농약을 소나무에 주입하면 송화가루를 통해 국민들이 호흡을 통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해왔으며,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가 농약을 품은 송화가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농약의 후유증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농산물의 농약 잔류허용기준과 비교하면, 송화가루 잔류 농약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특히 송화가루는 코를 통해 폐와 뇌로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가중되는 것이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산림청이 밝힌 송화가루 잔류 농약 에마멕틴벤조에이트 0.09mg/kg, 티아메톡삼 1.145mg/kg, 설폭사플로르 1.609mg/kg은 어느 정도에 해당되는 것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농산물의 농약잔류허용기준에 비교해보면, 심각한 재앙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설폭사플로르의 경우 송화가루 잔류량이 1.609mg/kg인데, 가지 잔류 기준이 0.2mg/kg, 감 0.3mg/kg, 감자 0.05mg/kg, 배추 0.5mg/kg, 고구마 0.05mg/kg, 옥수수 0.08mg/kg 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은 입으로 먹는 경구독성인 반면, 송화가루는 아무런 방어 기제가 없는 코를 통해 폐와 뇌로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식품의 잔류농약 기준보다 우리 아이들이 코로 호흡하는 송화가루에 더 많은 농약이 잔류한다는 사실이다.  

산림청 고위 관계자에게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의 호흡 독성을 조사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사업을 오래 주관해 온 한 전문가는 송화가루에 잔류하는 농약이 두렵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실토했다. 

"사람에게 놓는 주사는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갑니다. 그러나 나무는 사람과 같은 혈관이 없습니다. 나무에 주입하는 농약은 두꺼운 세포막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침투독성'이 강합니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 온 송화가루뿐만 아니라, 몸에 묻은 송화가루의 농약이 피부로 침투해 들어오는 독성이 아주 강력하다는 끔찍한 사실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언제 어떤 후유증으로 나타날지 정말 두렵습니다. 산림청의 잘못된 소나무 농약 주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 아파트 마당에 있는 소나무마다 재선충병을 예방하는 고독성 농약을 주입했다는 명찰을 달고 있다. ⓒ 최병성

 
문제는 소나무가 깊은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나무가 정원수로 사랑받으면서 아파트 마당에 소나무가 가득하다. 도심 가로수도 소나무다. 골프장에도, 공원에도 빠지지 않는 게 소나무다. 그런데 아파트 마당에 있는 소나무에도, 도로에 있는 소나무에도 모두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주입했다는 명찰을 달고 있다. 산림청 탓에 전 국민이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마셔온 것이다.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 중단시키고 책임 물어야 
 

▲ 산림청은 수많은 예산을 퍼붓고도 재선충이 계속 확산하자 2003년과 2015년 재선충병을 박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하여가고 있다. ⓒ 산림청

 
국내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산림청의 방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3년, 5년 이내에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 박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산림청이 지난 2015년에도 2017년까지 완전 방제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 1조 30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 산림청

 
산림청이 작성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2016.5~2019.4)에 따르면, 1988년 부산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점점 더 확산하여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이미 소나무재선충병에 점령된 지 오래되었다.

전국으로 확산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가 두렵다. 저 지도에 표시된 도시마다 산림청이 고독성 농약을 살포해왔고, 국민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호흡해왔기 때문이다.
 

▲ 산림청이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은 송화가루를 통해 꿀벌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 조찬현

 
전국으로 확산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는 전국의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산림청이 전국의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산림청이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들은 꿀벌에 강한 독성을 지닌 것들이다(소나무 농약 주사로 인한 국민 건강과 꿀벌 피해는 후속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1988년 이래 소나무재선충병을 막는다며 지금까지 1조 3000억 원 넘는 예산을 퍼부었다. 그러나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은 막지도 못하면서,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으로 건강한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전 국민을 고독성 농약을 호흡하는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꿀벌을 죽이고, 주변 산림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을 중단시키고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산림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사람도, 나무도, 꿀벌도 죽이는 산림청의 잘못된 재선충 방제에 대한 기사가 계속 연재됩니다. 관련한 문제를 알고 계신 분은 cbs5012@hanmail.net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벌목, 임도, 산사태, 산불, 조림 문제도 연재합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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