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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위안부 정상회담 언급논란… 한겨레 “능멸 당하고도 몰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20 08:03
  • 수정일
    2023/03/20 08: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3.20 07:31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정상회담 내용 구체적 말하는 건 부적절”

    한겨레 “대통령 그저 희희낙락” 중앙 “일본의 언론플레이”

    보수언론 ‘윤석열 시계’ 찬 공명당 대표 사진 부각하며 성과 강조

    2년5개월만에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혼잡 출근길 착용 권고”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언론이 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와 독도 문제가 다뤄졌다고 보도하면서 보수언론조차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우려했다. 대통령실이 언급 사실을 부정했다가 모호하게 답변하는 등 해명이 오락가락해 의혹은 증폭됐고 일본은 위안부, 독도 문제가 거론됐다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모습이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굴종외교’ 비판에 박차를 가했고, 중앙일보는 일본의 ‘언론플레이’를 지적했다.

    ▲ 20일자 5면 경향신문 사진기사.

    ▲ 20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해당 이슈에 대한 답을 피하다가 지난 17일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8일 YTN에서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정상들의 대화는 다 공개할 수가 없다”고 한 데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18일 KBS에서 독도나 위안부 문제는 의제로서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앵커가 의제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기시다 총리가 그 부분에 대해 말을 꺼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고 묻는 질의엔 “정상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복했다.

    이에 손원제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대한민국 대통령 면전에 대고 했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능멸을 당하고도 당한 줄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저 희희낙락”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일본 측이 의제에도 오르지 않은 민감한 역사·영토 문제를 일방적으로 거론한 뒤 내부 정치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며 “언론플레이 성격이 다분한 보도를 근거로 우리 야당이 정상회담을 친일 행위로 몰아가는 것도 과도하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 사과를 피했다. 대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했다.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데 대한 분석이 20일 아침신문에서 이어졌다. 정치적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기시다 총리의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와 한국의 ‘저자세 외교’가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공존했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다음 방한 때 전격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석열 시계’ 찬 공명당 대표 전면 부각한 보수신문

    ▲ 20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일부언론은 경제‧안보협력과 신뢰구축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았다. 국민일보는 1면에서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를 12년 만에 복원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등 경제·안보 협력의 물꼬를 텄다. 양국 경제계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통해 청년세대의 교류를 지원하기로 한 것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양국 정상이 신뢰를 쌓은 것도 뚜렷한 성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4면에서 정상회담을 향한 경제단체장들의 시각을 한 면에 소개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힘을 합쳐서 해야 할 게 많은데 너무 오랫동안 협력을 못해 왔다”고 했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업인은 전쟁통에도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논리에 의해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풀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 20일자 서울신문 4면 사진 기사.

    ▲ 20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가 지난 17일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당시 ‘윤석열 시계’를 찼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서울신문은 윤석열 시계를 차고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사진을 활용했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기사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켰다. 조선일보는 “작년 12월 방한해 윤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선물로 받은 기념시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번 회담을 ‘외교참사’로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협상 없이 내어준 ‘외교참사’ 안과 밖의 ‘청구서’만 남았다>에서 “한·일 정상회담으로 정부 간 강제동원(징용) 해법 논의의 문을 닫은 대신 방일 후폭풍 정국의 문을 열었다”며 “피해 당사자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소통 부재, 일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외교력 부족 등 윤석열 정부가 노출한 한계가 정국 혼란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론 추이에 따라 윤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 20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20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한겨레 역시 1면 <‘선물’ 건네고 짐보따리만 받아온 윤 대통령>에서 “일본에 현물로 선물을 잔뜩 안기고, 어음과 청구서만 오히려 받아들고 온 ‘일방 외교’라는 비판”이라며 “한·일 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가 16일 각 10억원씩 모두 20억원 규모의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사과와 배상이 없는 ‘제3자 변제안’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반발을 억누르려 ‘미래’를 명분으로 급조한 기금인데, 구체적 사업계획과 기금에 참여할 일본 기업도 정해지지 않은 전형적 개문발차”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내 한일관계 전문가 6인의 진단을 1면에 실었다. 한국일보는 “강제동원 해법도 국내 여론의 반발과 일본 전범기업의 미온적 태도를 감안하면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다. 이를 놓고 ‘80점은 받을 만하다’는 긍정평가와 ‘F학점짜리 회담’이라는 혹평이 엇갈렸다”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기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탓에 더 진전된 발언을 당장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했고,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언론이 판을 깔아줬으니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진전된 답변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화염 휩싸인 프랑스 연금개혁안… 동아 “마크롱 결단 새겨들어야”

    ▲ 20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기사.

    일반 근로자의 은퇴연령(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프랑스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단독 입법을 강행해 시위에선 ‘마크롱 화형식’까지 등장할 정도다. 조선일보는 1면 <반대 70%에도… 연금개혁 밀고나가는 마크롱>에서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연금개혁 법안의 하원 표결을 앞두고 의회 동의 없이 정부 단독 입법을 가능케 하는 ‘헌법 49조 3항’을 전격 발동했다”며 “프랑스 야당과 노동 단체들은 국민이 반대하는 입법을 강행하려 의회를 패싱했다며 강력 반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마크롱의 결단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소식을 1, 3, 4면에 할애한 데 이어 그리스 등을 사례로 들며 “개혁 시기를 놓친 나라는 국가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모든 자유를 중시한다는 이 나라의 경찰이 엊그제 콩코르드·샹젤리제 주변에 집회를 일절 금지한다고 밝혔다.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은 연금개혁이 화염병과 폭죽으로 멈출 순 없기 때문”이라며 “마크롱-엘리자베트 정권은 정치생명을 걸었다. 사실상 5년 임기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인데 아차 하면 벼랑이다. 그러나 버리는 게 없다면 선택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한국과 상황을 연결시켰다. 사설 <‘미래 위한 연금개혁’ 정치생명 걸고 추진하는 마크롱>에서 동아일보는 “예고된 재앙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판알만 튀기며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연금개혁의 동력이 사라지기 전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며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할 순 없다. 이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마크롱 정부의 결기 어린 호소를 우리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2년5개월 만에 마스크 해제 “출근길 착용 권고… 아직 안심 말아야”

    ▲ 2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 기사.

    2020년 10월13일 이후 888일 만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20일 아침신문은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당국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마트나 쇼핑몰 내 개방형 약국 종사자 등은 마스크를 항상 써달라”고 권고했다. 개인 스스로 ‘상황별 맞춤형 착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 의무인 곳도 남아 있다. 일반 약국(독립 매장), 병원·보건소, 요양병원·요양원, 정신 건강·장애인 복지 시설 등 의료기관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여러 규제가 사라졌지만 의료기관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7일 의무 격리 등 두 가지는 여전히 지켜야 하는 셈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2년5개월 만에 벗는 마스크, 취약지대 방역 유의해야>에서 “이번 조치를 두고 코로나19 이전의 ‘노 마스크’ 시대가 곧 돌아오리라는 기대와 감염병 재확산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에, 이럴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로 불편을 감내해야 했던 3년간의 코로나19를 확실히 떨쳐내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각오로 자율방역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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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을] 강성희, 이유 있는 ‘수직상승’… 1석의 기적 가능할까?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3.18 14:48
  •  
  •  댓글 0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민심의 현장

- ‘무조건 민주당’은 전주 자존심 건드는 것

-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거운동

- 진보당에 끌리는 이유

오는 4월 5일 예정된 재보궐 선거. 전주을(서신·삼천·효자) 지역은 전국 유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무공천과 정운천(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로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지난 17일 후보 등록 결과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23일 본선 선거운동을 앞두고, 초반 승기를 잡은 건 강성희(진보당), 민주당을 탈당한 임정엽(무소속) 후보다.

▲ 진보당 강성희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16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무엇보다 8%대에서 15%대 돌파, 지지율이 수직상승 중인 진보당의 대약진이 무섭다.

본선을 앞두고 이번 주말을 거쳐 또 한 번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지지율 20%는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게 강성희 선본의 예측이다.

전주을에 부는 ‘진보당 바람’ 실체는 무엇이고, 결말은 어떨까? 민플러스가 전주를 찾아 직접 들어봤다.

“무조건 민주당”은 전주 자존심 건드는 것

전주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그러나 요즘 주민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은 “여긴 ‘내 편’이 없어”다. ‘호남은 민주당’이란 등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속된 말로 “속옷 색깔 같다고 내 편이다?”, “민주당 흉내 내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앞뒤 보지않고 민주당만 찍는다는 편견은 전주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는 소리다”라며 언짠해 하는 기색도 보인다.

효자1동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두고 “기회주의자”라고 혀를 찼다. 7번의 탈당 또는 당적 변경에 놀라는 눈치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그는 “전주을 재선거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상직 의원직 상실)이 무공천 결단을 내렸”는데, 당을 탈당한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로 나오자 “이건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정운천 의원이 우리 가게에 찾아왔을 때도, 나는 ‘정치 똑바로 하라’고 면박을 줬다”면서, “이젠 서민들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내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엔 진보당 강성희만한 인물이 없다”고 여러 차례 읊었다.

택시를 운전하는 B씨 역시 “민주당이라 찍어준 게 아니라 인물이 민주당 후보밖에 없으니 찍어 준 것”이라면서, “인물만 되면 꼭 민주당이 아니어도 밀어준다”며 강성희 후보에 관심을 가졌다. 1억 가까운 연봉을 내려놓고, 택배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택배 일을 하며 노조를 만든 강 후보를 두고 “사리사욕이 없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임정엽, 김호서 후보를 겨냥해 주민들은 “민주당 아닌 것 같은데, 왜 민주당이라고 하냐”는 비판이 높다. 과일가게 A대표의 말대로 “철새 정치”에 대한 반감에 더해, “원래는 같은 당이었다가 공천이 안 되자 무소속으로 나와 서로 헐뜯는 모습”에 대한 거부감의 반영이다.

▲ 택배노동자들과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강성희 후보.

진보당에 끌리는 이유

탈당 후 무소속 후보가 난무해진 전주을 선거. 무소속 후보 간의 혼탁 선거 기미에 진보당 강성희 후보에 대한 지지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진보당을 알리는 문자를 200명에게 보내면 예전엔 10명에게 답이 왔어요. 이젠 50명에게 답문이 옵니다.” 강성희 후보 선거 관계자의 말이다. 거리에서 진보당 당원들을 만난 주민들은 ‘강 후보의 명함을 받고 싶다’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찍어주기도 한다.

본선을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의 의사 표현도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지율이 15%대였을 때 만해도 갈팡질팡하던 눈빛이, 이젠 달라지는 게 보여요. ‘강성희 엄지척’에, 당원들 손잡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강 후보 내가 많이 알리고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도 많이 하십니다.”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버금가는 활동으로 지지를 표하기도 한다. “저희보다 먼저 알고 ‘경쟁(상대) 후보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정보를 주시는 분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처음 ‘진보당’을 ‘금은방’으로 알던 전주시민들이 진보당을 이렇게까지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을에서 ‘정치교체’, ‘정치혁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진보당을 주민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소개한 분이 계셨어요. 90평 집에 살면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신다는 분인데, ‘은행 대출금리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졌고, 난방비 폭탄으로 150만 원이 넘는 난방비를 내게 됐다’고 하면서, ‘내가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서민들은 정말 피나게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보당 지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대출금리 인하 운동에 나서고, 난방비 폭탄을 꼬집는 진보당을 많은 주민들이 지지하는 이유다.

본지가 선본 사무실을 방문한 날, 진보당에 입당한 신입 당원들도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들이 진보당에 가입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집은 1채씩만 가져야 한다는 진보당 정책과 내 생각이 딱 들어맞았다”며 이날 신입 당원이 된 C씨. “그간 ‘예산 몇천억 확보’라고 자신들의 업적을 떠들던 의원들은 많았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는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자 장사로 돈을 버는 은행들의 문턱이 서민들에겐 너무 높다. 이걸 깨보자는 진보당”에 신뢰를 보낸다. “강성희는 아직 잘 몰라도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을 믿는다”면서 “강성희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도 밝힌다.

▲ 강성희 후보 활동 모습. [사진 : 후보 선본]

“진보당은 가족 같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거

이날 신입당원 C씨를 진보당으로 이끈 사람이 있다. “진보당과 내가 ‘코드’가 딱 맞아서 2주 전에 진보당에 가입했다”는 60대 신입 당원은 이날 지인 명단을 선본에 내밀었다. 자신이 이들에 대한 진보당 지지를 책임지겠다는 표현이다.

이들과 함께 사무실을 방문한 또 한 명. 자신을 보수정당 지지자라고 말한 그는 “눈에 띄는 후보들이 없다. 진보당의 ‘정성표’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표? 진보당 당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진보당 지지자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보당의 바람은 어쩌면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한 당원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임금이 없다. 그러나 전주에 내려와 진보당을 알리고 있다. 돌봄노동자도 휴직하고 한달음에 전주로 왔다. 강성희 당선을 위해 “짐 싸서” 온 사람들이 자그마치 200명(평일)이 넘는다. 주말엔 당원 1천 명이 찾아온다.

“진보당이 다니는 거 보면 가족 같애….”

새벽 4시 경매시장부터, 종교시설, 학교 앞, 상가, 그리고 골목골목, 이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택시 운전기사 B씨는 “매일 휴지 줍고 인사하고 다니는 진보당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본다. 마치 후보 가족같이 하더라. 담배 필 때는 당 점퍼를 벗고 구석에 가서 안보이게 피더라, 돈 받고 알바하는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들의 절박함이 아무런 인연 없는 나를 감동시켰다. 진보당 후보 이름도 모르지만, 이번엔 진보당에 좋은 일 있을 거다”고 말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진보당 바람은 2주 전부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 당원 가입은 물론, 진보당을 선택해줄 지지명단을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다. 선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주 전부터 자발적으로 ‘지인들에게 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주민들의 뜻이 물밀듯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 두달 간 이렇게 진보당을 알린 사람들이 200명이라고 가정하고, 이들이 만난 주민 중 100명씩의 지지를 얻었다면, 진보당 지지는 족히 2만 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전주에서 통하게 될지 모른다.

▲ 주민과 대화하는 강성희 후보. [사진 : 후보 선본]

“이번엔 현수막 뭐 걸어?”

‘진보당 새바람’의 단적인 예는 전주 곳곳을 뒤덮은 ‘현수막’에 있다. 지난해 옥외광고물법이 바뀌면서 정치 관련 현수막 게시도 자유로워졌다. ‘현수막 정치’ 시절이 온 것.

난무하는 현수막에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한데, 진보당 현수막에 대한 반응만은 뜨겁다. “속 시원하다”, “역시 진보당”이라는 말을 듣는다.

삼행시를 활용해 게시한 “윤 검찰왕국, 썩 물렀거라, 열받아서 못살겠다”는 현수막에 어떤 주민은 “‘썩을×’라고 써야 하지 않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

“나라 팔아먹은 일본 1호 영업사원! 월급은 일본에서 받아라!”는 현수막을 본 초등학생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니네 나라로 가라”는 말로 답변한다. 진보당이 현수막을 걸면 “와~ 또 진보당이다”라는 소릴 듣고, “현수막 보고 지지정당 정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선거 관계자는 “괴물 정부 탄생, 윤 정부의 실정에 제대로 대항할 수 있는 정당이 진보당이라는 것을 주민들이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진보당이 내건 현수막.

‘됐으면?’에서 “된다!”

현수막 하나에도 민심을 술렁이게 만드는 전주는 바야흐로 선거 국면이 곧 시작된다. ‘진보당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아직 더 가야 한다”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온다.

본선을 앞두고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되면 진보정당을 공격하는 18번이 있다. 바로 ‘종북’ 공세다. 진보당을 두고 하는 ‘종북몰이’를 차단하는 것도 이제 민심이 되는 것일까? “종북몰이하는 건 다 윤석열 패거리들이여~”라는 말로 왜곡·비방 선거의 싹을 자르고 있는 것도 지역 주민들이다.

선거 관계자는 진보당의 상승세를 보면서 “소싯적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주민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시절 당원이었던 사람들이 진보정치의 부활을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진보당 당원들을 만나 “이번엔 해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을 여럿 만났다는 전언이다. ‘됐으면?’에서 “된다!” 나아가 “걱정 마시여”라는 목소리가 늘었다고 했다.

본지 신년 대담에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전주을 재선거 강성희 후보 당선이 최고의 총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현역 비례 국회의원 정운천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전주을에서 ‘1석의 기적’을 꿈꾸는 진보당. 진보당의 절실한 꿈이 현실이 되는 결과는 4월 5일에 나온다.

▲ 2월13일, 진보당 4.5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사진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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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용'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하라"... '최악 외교'에 분노한 시민들

18일 '한일정상회담 규탄 3차 범국민대[2신 : 2023년 3월 18일 오후 7시 53분] 회'...광장 가득 메운 시민들

23.03.18 18:43l최종 업데이트 23.03.19 00:36l

 

큰사진보기‘친일역적 윤석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 3월 전국집중 촛불 집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친일역적 윤석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 3월 전국집중 촛불 집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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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을 하는 가운데 대열 선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의 여사를 풍자하는 가면이 등장했다.
▲  집회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을 하는 가운데 대열 선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의 여사를 풍자하는 가면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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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한일정상회담 규탄 3차 범국민대회'가 마무리된 뒤 서울 숭례문 앞 대로에서도 '친일역적 윤석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3월 전국 집중 촛불' 집회가 개최됐다. 경상·전라·충청·강원·인천·제주 등에서 서울을 찾은 수 많은 시민들이 대로를 가득 메웠다.

이어진 집회에서도 '빈 손' 외교를 펼친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는 양희원씨는 "대한민국 국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는 묻지도, 듣지도 않은 자가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눈치는 그렇게 본다"며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까지 찾아가 '일본의 이익이 곧 한국의 이익'이라고 했다. 윤석열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윤석열이 대한민국 사람이 맞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이라는 것은 전쟁으로 가는 첫 걸음 아닌가"라며 "우리가 '예스(YES) 재팬' 세대라고?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말라. 규탄으로 끝내선 안 된다. 윤 대통령 퇴진만이 정답이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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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앞까지 행진을 벌인 참가자들이 욱일기를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그려진 현수막을 찢기위해 펼치고 있다.
▲  일본대사관앞까지 행진을 벌인 참가자들이 욱일기를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그려진 현수막을 찢기위해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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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 기업들이 과거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봉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해법을 보라. 한국 기업들의 돈을 받아 전범 기업들의 책임을 면제해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1943년 당시, 전쟁 잘하라고 전범 기업들을 위해 집집마다 숟가락 뺏은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국 대법원 판결 때문에 한일 갈등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자발적으로 구제하라는 것이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의 결론"이라며 "또 일본 미츠비시의 경우 2012년에 '사죄하겠다', '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일본제철도 마찬가지다. 안중근 의사가 부활한 것처럼 함께 싸워달라.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고 목소리 높였다.

약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집회가 마무리되자 시민들은 "대일굴욕 매국협상 윤석열을 타도하자", "친일망국 검사독재 윤석열을 타도하자" 등 구호를 외치면서 경복궁 인근까지 행진했다.

[1신 : 2023년 3월 18일 오후 6시 43분]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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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니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친일파 윤완용'이라고 부릅니다."(김귀옥 한성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구상권 청구 포기 등 조처에 이어 한일정상회담도 '빈 손'으로 마무리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1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다", "망국적 한일정상회담 규탄" 등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611개가 모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린 '한일정상회담 규탄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서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118년 전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의 교훈, 58년 전 잘못된 한일규약을 체결한 박정희 정권의 교훈, 2015년 피해자들의 권리를 깡그리 지우려했던 박근혜 정권의 교훈을 윤 대통령은 알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간도, 쓸개도 다 빼줬다"며 "단 한 줄의 공동선언문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의 2015년 12월 27일 약속(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을 지키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윤 대통령은 역사를 잊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고, 피해자들의 기본 권리마저 짓밟고 있다.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하라"고 했다.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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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청년' '미래' 악용...당장 자리에서 내려오라"

이날 대회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의 일환으로 한·일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미래청년기금'을 거부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백휘선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는 "한일정상회담에서의 선택은 미래가 아닌 118년 전 일제에게 찬탈당했던 을사늑약의 시간으로 역행한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자꾸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대통령은 어떻게 청년들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은 채 청년을 위한다고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미래청년기금이 과연 청년을 위한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강제징용 해법안을 조속히 철회하고, 역사를 부정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사죄하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도 "일본 정부가 지금 강력하게 추구하는 가치는 전쟁, 침략, 군사대국, 역사 부정"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중 단 한가지라도 일본과 공유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지금 당장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청년과 미래를 잘못된 상황에서 악용한다. 어떤 청년을 의미하는지, 무슨 미래를 이야기하는지 모를 곳에 갖다 붙인다"며 "윤 대통령은 청년들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국민을 팔아먹는 친일·매국 정치에 우리가 역사의 심판을 내리자"고 말했다. 

이재명 "제3자 변제, 명백한 위법...국민이 주인, 보여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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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에는 야권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강도 높은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며 "피해자 동의 없는 제3자 변제는 명백한 위법이다. 아무리 위헌적이라도, 아무리 상식에 반하더라도, 일본의 비위만 맞출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굴욕적 태도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며 "국민을 거역하고, 역사를 져버린 무도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이 퇴행을 막고 국민이 이 나라 주인임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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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왜 우리 대통령은 일본 총리 면전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로 우리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짓밟아선 안 된다고, 단 한마디 안 하고 왔나"라며 "국익도 팔아먹고, 시민들의 존엄도 팔아먹고, 동북아의 평화도 팔아먹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됐다.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윤석열 굴욕외교 심판' '무지 대통령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주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는 지금 당장 사죄하라", "전범 기업들은 지금 당장 배상하라"고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진보당 윤희숙 대표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진보당 윤희숙 대표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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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제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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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라!"

한일정상회담 규탄 3차 범국민대회.."대한민국 미래는 오직 국민만이 결정한다"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18 19:51
  •  
  •  수정 2023.03.18 20:58
  •  
  •  댓글 3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분노한 민심이 주말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주권, 국익 철저히 훼손한 망국적 한일정상회담', '그랜드 퍼주기', '조공외교', '처참한 역사인식', '역사적 참사의 신기원' 등등. 분노한 민심은 이같은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누가 당신에게 그런 권리를 쥐어주었는가'를 물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구호는 "이제 그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결의로 바뀌었다.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이 공동주최한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3차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은 이틀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사죄·반성없는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WTO 제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효력정지도 공식 폐기한 윤 대통령의 처사에 대해 "역사정의, 경제, 군사안보, 피해자 인권 모두를 팔아넘긴 조공외교"로 규정했다. 

또 일본 총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한마디 사죄, 반성도 하지 않은 채 회담 이후 추가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 이행, 독도영유권 논의를 비롯해 소녀상 철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출 양해를 요구하면서 '화이트리스트 복구'는 한국측 대응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등의 후속보도가 나오는 상황을 접하며 차마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이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그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 참가자들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이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그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 참가자들은 이장희 6.15남측위 상임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장혁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한반도 불법강점,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정하고 사죄도 배상도 거부하며 영토 주권마저 위협하는 일본 정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모든 것을 쥐어주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제 그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국익과 주권, 국민을 내팽개치고, 헌법을 위반했으며, 민주주의를 뿌리째 훼손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선물보따리는 잔뜩 들고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빈손도 아니고 청구서만 잔뜩 들고 왔다"고 혹평했다. 

강제동원 해법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동의없는 제3자 대위변제 자체도 명백한 위법인데,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위변제를 강행했다"고 하면서 "이는 아무리 불법이고 위헌이고 상식에 반하더라도 일본 비위만 맞출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굴욕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지소미아 원상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의 항구적 위협이 될 일본의 군사대국화, 평화헌법 무력화에 동조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고 일본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직 국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국민을 거역하고 역사를 저버린 무도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국민을 믿고 서로 손을 잡아 이 퇴행을 막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이 어찌 보수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보수'도 '자유'도 '민주주의'도 아닌, 그저 뿌리깊은 '친일매국세력'"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친일의 과거로부터 시작된 이 거악을 뿌리뽑아야, 우리는 비로소 다음 시대로 나갈 수 있다"며, "광장의 분노를 하나로 모아 한국정치의 거악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정당 대표 결의발언에 앞서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전 민교협 상임의장인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가 무대에 올라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청년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한일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언급하며 "강제동원이 들어간 그 어떠한 곳에도 돈내기 싫다는 전범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미래청년기금, 윤석열이 일본정부에게 잘보이려고 청년팔이한 기금,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짓밟고 만는 기금"이라고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저의 미래, 청년들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그런 쓰레기 같은 돈 주면 좋아할 걸로 알았나 본데,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최측 발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외교부를 거쳐 일본대사관까지 30여분에 걸쳐 행진을 한 뒤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더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위해 오는 25일 오후 5시 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4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시청에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에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시청에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에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만여 시민들은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구호를 앞세우고 '독립군가'를 부르며 외교부,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만여 시민들은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구호를 앞세우고 '독립군가'를 부르며 외교부,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퇴진! 이게 나라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퇴진! 이게 나라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독립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독립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매국역적 윤석열 퇴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매국역적 윤석열 퇴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대사관 앞.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대사관 앞.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결의문] 이제 그만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라! (전문)

너무도 참담하다. 

피땀으로 일으켜 세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 앞에 억장이 무너진다. 파괴의 주역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니 부끄럽고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역사적 참사다. 역사정의, 경제, 군사안보, 피해자 인권 모두를 팔아넘긴 ‘그랜드 퍼주기’식 조공외교로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수치심을 안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의 잔혹한 강제동원으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들이 30년 넘게 법정에서 싸워 쟁취한 한국 최고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며 사실상 강제동원을 부정한 기시다 총리의 망언을 들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정부 입장과 다르다’라며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대놓고 부정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무책임하게 내질렀다.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가해자의 사과도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누가 당신에게 그런 권리를 쥐어 주었는가.

일본의 부당한 통상공격에 대한 정당한 대응조치인 WTO 제소와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도 허망하게 폐기했다. 그렇게 다 퍼주고도 모자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찬성해주었다. 자위대 사열을 받으며 침략의 상징 일장기에 머리를 숙이고,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며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의 안보문서 개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아베가 창안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부구조로 들어가 자위대와 군사협력도 약속했다. 심지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와 ‘독도 문제 해결’이라는 일본 정부의 새로운 숙제까지 들고 왔다. 반성 없는 전범국가의 군국주의적 야욕에 디딤돌을 놓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국제법상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를 묵살하며, 동아시아 시민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권리를 누가 당신에게 쥐어 주었는가.

그러고도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제국의 길로 들어섰던 1895년 설립된 돈카츠 집에서 먹고 마시며 웃었다. 제국주의 침략의 토대를 놓았던 인종차별주의자가 설립한 대학에서 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서 ‘조선’을 멸시하고 식민지배에 적극적이었던 인물의 말을 인용했다. 너무도 처참한 역사인식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는 말에 ‘국민’은 누구인지, ‘새로운 시대’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로써 명백해졌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차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일본의 오만함은 하늘을 찔렀다. 식민지 지배, 사죄, 반성이라는 단어는 일본 총리의 입에서 끝끝내 나오지 않았고, 예정에도 없던 만남에서 제1야당 대표는 ‘소녀상’ 문제까지 거론했다 한다. ‘사이비 미래관’으로 청년들을 기망하기 위해 급조된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이 내겠다는 건 단돈 10억 원에 불과하다. ‘너무 많이 남는 장사’에 일본 정부조차 당혹스러울 것이다. 제발 무르지 말라며 일본 언론은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이 가공할 사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외교참사, 무능외교, 굴욕외교, 굴종외교, 망국외교...무슨 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 그야말로 역사적 참사의 ‘신기원’이다. 한반도 불법강점,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정하고 사죄도 배상도 거부하며 영토 주권마저 위협하는 일본 정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모든 것을 쥐어주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를 포기한 것 아닌가! 

이것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일 수는 없다. 이것이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일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익과 주권, 국민을 내팽개치고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뿌리째 훼손하는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일 수는 결코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제 그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라. 

“돌아가신 피해자들에게 떳떳한 결과를 바란다”는 이춘식 할아버지, “동냥같은 돈은 받지 않겠다”는 양금덕 할머니, “일본은 사죄하라”는 김성주 할머니의 말씀을 기억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우리는 역사정의를 되찾고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 뜻을 같이 하는 전 세계 시민들과 연대해 동북아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다. 

2023년 3월 18일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의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3차 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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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대일 굴종 외교, ‘강제동원’ 항복하고 ‘위안부 합의’도 살려줬다

  • 강경훈 기자

 

  • 2023-03-17 19:03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최근 진행된 일련의 대일 외교는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양국 간 가장 첨예한 현안은 과거사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 한국은 모든 것을 양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일본의 부담을 덜어줬다.

우선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배상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시켜주면서, 양국 간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라는 외교적 현안을 삭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달라는 요청을 기시다 총리로부터 받았고, 우리 정부는 그 합의를 존중하고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후퇴시키는 모습이다.
 

강제동원 배상 책임 삭제해주고 일본에 사실상 항복 선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6일 정상회담에서 이달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법’을 공유하고,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이 해법을 극찬했다. 한국 정부의 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다. 일본 전범기업의 재정적 기여는 아예 없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얼마 전 한국 정부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다”며 “일본 정부로서는 그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한국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기시다 총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윤 대통령은 ‘한국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 상당의 자금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구상권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한국 정부는 1965년 협정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정부 재정으로 처리했으나,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과 1965년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됐다”고 답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선언을 일본 총리 앞에서 한 셈이다. 모두발언에서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구상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만약에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을 판결 해법 발표 취지와 관련해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국 사법부 판결이 1965년 청구권 협정 해석과 어긋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사법부 판결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당시 청구권 협정이 개별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까지 포괄한 것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었는데, 한국 대법원은 판결에서 청구권 협정으로 개별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우리 정부 재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개념의 보상을 해준 것은 일본 기업의 법적 책임과는 무관하다.

현재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와 관련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재단의 ‘공탁’을 통한 피해자들의 채권 소멸을 주장할 방침이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법정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해주는 것으로, 일본 기업으로선 사후적인 법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강제동원 문제는 한일 간 피해자-가해자 싸움에서 철저하게 국내적 분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형식적 사과조차 못 받아내


이처럼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라는 외교적 현안에서 한국이 일본 측의 부담을 덜어준 반면, 일본 측은 포괄적 사죄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았다.

한국이 일본 측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줬기 때문에 일본 측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도의적 책임 인정이나 포괄적 사죄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건 매우 굴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 사열 중 양국 국기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와 관련해 언급한 건 “1998년 10월에 발표했던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를 피한 것이다.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국 사법부에서 일본의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퇴행적이다. 당시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담겼었는데, 이 선언에 기초한다면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이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 측은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사과를 또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한 기시다 총리의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이라는 말 자체도 불명확하다. 일본의 역대 내각 중에는 침략 행위에 대한 도의적 사과 입장을 밝힌 경우도 있는 반면, 2012년 이후에는 아베 전 총리의 장기 집권 시기는 침략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등의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흐름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아베 정부 등 일제 침략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 내각의 인식까지 포함하는 것이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불법성 자체를 인정한 내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아닌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썼다. 불법성은 물론 강제성마저 담기지 않은 표현이다.
 

예상 밖의 ‘위안부 합의’ 현안 돌출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 입장이 일본과 공유된 건 이번 달 6일 외교부 발표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 시절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양국의 교감은 예상 밖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이 합의에 대해 ‘파기’나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기존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합의 내용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 조치는 애초 피해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라는 외교적 실책을 어느 정도 정상화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박근혜 정부 때 합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일방적으로 담긴 점, 일본의 사죄 표현에 책임의 주체가 명확히 담겨 있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점, 우리가 소녀상 철거를 약속한 점 등으로 인해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일본이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는 형식에 대해서도 일본 측의 법적 책임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이미 무효화 된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이를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말했고, 일본 매체들은 일제히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며 이를 존중한다는 기조를 토대로, 향후 그 합의를 이행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적 합의를 되돌려놨더니, 다시 문제적 상황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로지 대통령실만 해당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17일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문에서 “어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입장대로면 일본 관방부장관과 언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독도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안에서조차 쩔쩔 매다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강제동원 및 위안부와 같은 과거사 문제 외에도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국내에서 매우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우리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독도와 관련한 현안을 언급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어떤 반응을 했는지도 관심사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현지 기자들로부터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 위안부 문제, 레이더 조사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교환했냐”는 질문을 받고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제반 현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해 나가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 현안 중에는 당연히 지적해 주신 ‘다케시마’ 문제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공영방송 NHK 등 일본 언론도 이 말을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독도에 대한 일본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독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독도’를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고만 못 박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일본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논의된 내용을 전부다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 (독도와 관련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오후 낸 공지문에서 “독도 문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통상 정상 외교에서 양국 간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현안을 직접 특정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다만 그랬을 때 정부 차원에서 회담 직후 곧바로 자국의 입장에서 회담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건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다만 우리 측이 이에 대해 일본 측에 항의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담 직후 우리 측이 불쾌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일본 정부 고위급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가운데,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만찬을 즐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친교 만찬을 마치고 도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긴 하지만,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전했는데, 이를 들은 윤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굴욕적 결과다. 기시다 총리의 우회적 표현이 독도에 관한 이야기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일본 측에 어떠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쿄 시내 호텔에서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일한의원연맹 등 정계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의 관계자들의 말에 원론적 답변으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

NHK와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 등의 말을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IAEA를 기본으로 투명하고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견해를 중시하겠다”며 우리 정부의 기존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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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균, “노동자, 자기 당 만들어 집권해야 세상 바꾼다”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3.17 10:26
  •  
  •  댓글 0



민주노총이 ‘정치방침, 총선방침’을 결정하는 4월 임시대대를 예고했다. 민플러스는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지도위원)을 만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노동과 세계

한상균 지도위원은 “거리와 광장에서의 직접 정치가 바탕이 되지 않고 상층 중심의 정치협상에 그친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희망을 찾기 힘들다”라고 전제하고, “노동자가 계급 투표가 가능한 당을 만들어 직접 정치를 통해 집권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가 오히려 반격의 기회”라며, “정치판을 바꾸고, 가장 불평등한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가 정치 주체로 서겠다는 100만 노동자 선언을 아래로부터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한 지도위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속도는 민주노총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렸다면서, “노동자 정치의 매력적인 내비게이션을 마련하고,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기득권 질서를 엎어버리고 말겠다는 집요한 실천이 절실하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원칙은 “노동 중심성이 확고하고, 계급 투표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대원칙만 지켜지면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법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있다”고 했다.

한편 한 지도위원은 “선거연합당을 만들어 선거 끝난 후 자기 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제가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선거가 끝나도 돌아갈 이유가 없는 총선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면서, “윤석열 정권과 맞서 제대로 싸워낸 결과가 노동자 정치의 동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4월 민주노총 대대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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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 대리주의 반드시 극복해야

거리정치 광장정치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바탕

노동자, 자기 당 만들어 집권해야

Q. 과거 겪은 우여곡절 때문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아직 회의적인 조합원이 많은데,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는지?

▲ 한상균 : 해결 방안은 이미 많은 동지가 내놓았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배려와 포용으로 신뢰를 쌓지 않으면 다른 왕도는 없다. 지난 시절 야권연대, 패권, 대리주의, 지역 농사 회피, 현장의 노동자를 정치의 중심에 세워내지 못한 문제까지 주체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저부터 반성문을 들고 조합원을 만나겠다.

Q. 지난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좌절한 원인은?

▲ 한상균 : 현장과 멀어진 의회주의, 노동자 직접 정치가 아닌 대리주의가 1차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좌절한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하면서 투쟁력도 무너졌다. 특히 막가파 정권이 들어선 지금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적대시한 정권은 반드시 몰락한다는 상식을 세워내야만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의 일상 투쟁 대정부 투쟁이 노동자 정치라는 상식에 공감할 것이고 노동자 정치의 몸통을 자처해야 한다는 자각도 생겨날 거라 생각한다.

Q.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한상균 : ‘노동자가 모든 노동자를 위해서 스스로 정치의 주체를 자임하는 것.’ 여기서 정치는 정당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와 광장의 정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 속에 역동적 에너지가 연대연합으로 또는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자 정치로 분출하게 된다.

지금까지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정치는 그럴싸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노동자가 노동자 정치의 몸통이 되어야 보수 양당 기득권 정치와 근본이 다른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재집권은 이런 이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물론 브라질 피티당도 16년의 집권 과정을 거치면서 상층이 관료화되어 광장을 멀리하고 변혁을 게을리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도 집권을 목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계급 내 기득권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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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노동자의 마음에 울림 있어야

노동자 정치의 로드맵 제시해야

세상을 바꿀 100만 노동자 선언해 보자

Q.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주의할 점은?

▲ 한상균 :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만 총선을 앞두고 급박하게 당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두면 안 된다. 계급투표 시대를 열 노동자 정치라면 전체 노동자가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동기와 신뢰 비전 목표가 명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분열된 상태로 선거하면 쫄딱 망하니까 ‘후보 단일화하자’, ‘선거연합당 만들자’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할 것이다.

Q. 과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 찾아야 할 교훈이 있다면?

▲ 한상균 : 진보 정당은 분당과 통합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당 만들고, 선거 치르고, 분당하는 과정을 지켜본 민주노총 조합원의 심경이 어땠겠나? ‘돈 대고, 몸 대고 다 했는데 분당하고 통합할 때는 우리에게 물어나 봤냐, 너네끼리 다 했잖냐?’ 이렇게 생각한다. 1기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참여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다가 나와바리(구역) 쟁탈전으로 흘러가면서 조합원들은 나의 정치, 우리가 지지할 정치로 보지 않게 되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노동자 정치의 현장 토론과 공동 실천을 통해서 기반을 닦아가자.

Q.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어떻게 밟아야 하나?

▲ 한상균 : 민주노총당 만들자, 선거연합당 만들자, 진보연합당 만들자. 이런 주장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가 오히려 반격의 기회다. 사회 근본을 바꾸는데 피를 보지 않고 되겠나. 피를 같이 보자. 대표자 몇 명이 선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힘을 조직하자. 정치판을 바꾸고, 한국 사회 근본개혁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가 정치 주체로 서겠다는 100만 노동자 선언과 투쟁을 조직하자. 그런 힘이 모이면, 진보 4당도 잘못은 반성하고 말로만 노동이 중심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계급정당으로 거듭나게 할 '연대·연합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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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 투쟁이 노동자 정치의 동력

민주노총 주도하는 노동 중심 정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모든 노동자의 꿈

Q. 노동 중심의 진보연합당은 어떤 경로를 통해 건설되나?

▲ 한상균 : 우선 민주노총의 투쟁이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줘야 한다.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1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가 노동자 정치의 동력임은 수십 번이라도 강조하고 싶다. 이런 정치 투쟁을 통해 모인 힘으로 수도 서울 광역도시 전 지역선거구에서 정치 농사를 지어서 진검승부를 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선거를 주도한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과 태세, 그리고 물적 토대를 실질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다. 노동 중심성이 확고히 해서 계급 투표를 견인해 내고 집권전략까지 큰 틀에 합의하자.

Q. 내년 총선 준비 어떻게 해야 하나?

▲ 한상균 :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의 계급 투표를 견인할 선거연합을 이루어내고 그것이 노동자 민중의 참여와 지지로 이어지게 하자. 이를 위해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에 맞서는 거리와 광장투쟁을 조직하는 것. 보수정치 패거리들과 차별화되는 대안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신뢰 회복 과정이 가장 위력적인 총선방침일 것이다. 대안 세력은 전문가 아이디어로 탄생 될 수 없기에...

제 정당과 민중 진영 민주노총이 함께 많은 지역구에 노동자 후보를 대거 출마시켜야 한다. 민주노동당 창당 때는 정치의 상과 목표 보다 함께해야 한다는 대의가 우선했다면, 총선을 앞둔 2023년 지금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진단을 넘어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노동자 정치의 새집을 지을 각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 정치가 집권을 실현하고 있다. 그걸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다. 노동자 정치 1번지 울산에서 노동당·정의당·진보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어떻게 해야 다시 조합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지난 시기 후보단일화보단 한 걸음 더 진전된 방안을 찾게될 것이다. 울산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을 때 승리한다는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Q. 한상균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 한상균 :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모든 노동자의 꿈이다.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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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세일즈맨' 尹 상상 속 '그랜드 바겐 세일', 현실은?

[박세열 칼럼] 이명박 전 대통령 전철 밟는 윤석열 대통령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3.17. 15:50:21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전임 정부가 망친 것처럼 얘기했지만, 일제 식민지배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정세 인식이 우려스러운 것처럼, 실상은 매우 복잡하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2021년 6월 29일 정치 개시 선언문에서 "이 정부 들어와서 망가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간 안보협력이나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의 '바겐세일' 간판에 일본 고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갑을 꽁꽁 여미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있기 불과 일주일 전, 일본 정부는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 공무원을 파견하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로 가자'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오무라이스를 먹고 일본 맥주에 한국 소주를 타 마셨다. 일본 총리의 입에서 "사과" 한마디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것도 없었다. 냉탕에서 곧바로 온탕으로.  

 

정치권 이력 없이 '특채'로 고용된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의 단순한 영업 방식은 수십년 베테랑 거래처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러운 꽃놀이 패다. 오늘날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을 평가하기 전에 우린 시간을 최소 20여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기까지였다. 

납북일본인 문제가 부상하고, 우정 민영화와 같은 국내 정치 상황을 돌파해야했던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우익들의 독도 영유권 도발, 역사 왜곡 교과서 논란 등을 방치하다 2006년 국내 강경 여론에 완패를 선언한다는 듯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고이즈미 담화 1년만의 야스쿠니 참배는 냉온탕을 오간 그의 외교 행보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후에 노골적으로 극우 세력을 등에 업은 1차 아베 내각이 출범하며 한일관계는 경색된다. 한일 관계가 경색된 것을 한국의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 '네오콘'과 부시 정부, 그리고 일본 내각의 우경화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인해 더욱 강화됐다. 남북미일 4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마치 지금의 상황과 묘한 기시감이 감도는데, 2008년 일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식 직후 '한일 관계 복원'을 내세우며 한일 정상회담에 연 데 이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일 이후, 3년 4개월 만인 2008년 4월 2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당시에도 일본 언론은 이 전 대통령의 방일을 대서특필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희망을 잔뜩 품었다. 이 전 대통령과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보다 미래의 비전을 중시하는 '신시대' 개척에 합의한다. 이 전 대통령은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한일 신협력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했고, 후쿠다 총리는 "한일 관계는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만큼 좁은 강)"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을 가지고 놀았다. 2008년 7월, 일본 홋카이도 토야코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이명박과 회담한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 교과서에 다케시마 (독도의 일본명) 를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일본 유수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으나 일본 언론은 이 보도를 철회하지도 않았고 언론플레이의 '정보원'으로 의심되는 일본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다. (NHK는 윤-기시다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언급됐다는 보도를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있다. 이런 언론플레이, 우연일까?) 일본 정치인들은 여전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독도, 과거사 문제 관련 망언들은 이어졌다.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이 노골화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에 '지소미아'를 몰래 올려 '도둑처리'하려다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러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는 초강수를 둔다. 온탕과 냉탕, 이 모든 게 5년 안에 벌어진 일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냉온탕' 외교가 결국 실패로 끝난 것처럼, 이명박의 '냉온탕 외교'는 한일 관계를 더욱 경색되게 만들었다. 묘하게 닮아 있는 실패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된 데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내 임기 5년 동안 일본 총리가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일본 정치의 불안정성은 극우 포퓰리즘이 더욱 확산되는 토양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일본의 불안과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한일 과거사는 물론 중국 등 아시아와의 과거사에 대한 망언이 줄을 이었다. 그간 양국 정치인들이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과 반성이 있었다. 이번 일도 민주당이 3년 여 집권하고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여론 정치에 이용한 측면이 크다. 아베 총리가 등장한 후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한 것도 이같은 흐름의 결과였다."

 

이 발언은 누구의 것일까? "죽창가"를 부른다는 야당 정치인이 쓴 것처럼 보이는 이 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적어내려간 글이다. 냉온탕 외교로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자신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 탓을 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깨지기 쉬운 유리잔과 같은 것이다. 한일 관계는 분위기가 좋다가도, 일본 정치인의 작은 망언 한마디에 깨지고, 일본 초계기의 미세한 비행 항적에도 금이 간다. 피해자인 한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이성과 감정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 이것은 잠재돼 있다가 언제든지 휘발될 수 있고 증폭될 수 있다. 곳곳에 '트리거'다. 이 트리거는 언제 어떻게 격발될 지 모른다. 정치인이 한일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국 국민의 감정과, 역사적으로 쌓여 온 한일 관계의 모든 맥락을 무시하고 제3자 변제 방식이 "나의 생각"이라며 "구상권 청구하지 않는다", "변제가 이뤄지면 논란도 수습될 것"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우리는 우려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는 '다케시마의 날'의 예로 설명할 수 있다. 1905년 2월 다케시마가 시마네현의 행정구역으로 편입 고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시마네현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 2006년부터 매년 2월22일 기념행사를 연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한국이 이 기념행사를 그만 둬야 일본에게 성의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요구한 적 있었나? 일본 정부는 한국의 비판에 대해 "일본은 지방 분권이 확립돼 있으며, 지자체의 일에 중앙정부가 간섭하기 어렵다"는 일관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데 왜 윤석열 정부는 "한국은 3권 분립이 확립돼 있으며, 법원의 일에 행정부가 간섭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지 않나. 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처럼 하지 못하나?

 

다케시마의 날, 역사교과서 문제, 일본 방위백서 문제는 항상 도사려 있었지만, 한일 양국은 어떻게든 '현상유지'를 해 왔다. 그걸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지금 모든 한일관계 문제의 원인을 '강제동원' 하나로 수렴해버리고, 이 매듭을 풀어내면 모든 게 풀릴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 '1호 세일즈맨'의 저돌적 영업에 '당혹스러운 꽃놀이패'를 쥔 일본 입장에서 보면,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한 장을 "5년 대통령이 100년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채웠다. 대통령이 '역사와의 대화'에 빠지면 왜 위험한지 이 전 대통령은 잘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부쩍 '역사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위험하다. 윤석열 개인의 신념이 곧바로 국가의 결단이 된다. 그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국가의 결단 앞에 힘을 잃는다. 여기에서 대화와 설득은 없다. 오로지 결단이다. 그리고 모든 공무원들이 입을 모아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칭송'인가, '책임 회피'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청구서는 5년 짜리 단임 대통령이 받아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은 '온탕'에 들어와 있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을 '가지고 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고이즈미나 이명박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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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화성포-17형 발사훈련 실시.."적들에 두려움주어 실제 전쟁 억제"

김정은, '핵전략무력 가동체계 확신' 美 겨냥 메시지..시험발사 단계 넘어선듯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17 10:12
  •  
  •  수정 2023.03.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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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6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6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 나온 가운데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달 18일 '화성포-15'형 발사 이후 올해들어 두번째이다.

북 매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초강력 대응태세에 대한 시위'라는 제목으로 발사훈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3월 16일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 발사훈련을 단행하도록 하였다"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의 발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고 당 중앙위원회 주요간부들과 미사일총국 지휘관들이 함께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의 훈련 수행, 미사일총국 지휘관들의 참관 등을 감안하면 이번 훈련이 개발단계를 넘어 완성을 향한 시험발사의 성격과 함께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포-17형 발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포-17형 발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포-17형 발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포-17형 발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통신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04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00.2㎞를 4,151s(1시간 9분 11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탄착되였다"고 알렸다.

통신은 "발사훈련은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면서 훈련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싸일부대의 림전태세와 공화국 전략무력의 비상한 전투성이 확인되고 신뢰성이 엄격히 검증되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사가 우리 정부의 예상과 달리 16일 시작된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 발신에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사일 탄착 지점을 일본과는 더 멀어진 동해 북부 러시아 인접 수역으로 설정한 것도 메시지 발신에 혼선을 줄이려는 북의 계산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화성포-17형 발사 소식과 함께 3면에 '폭발전야에 이른 조선반도 정세의 근원을 론함'이라는 제목의 논평원 글을 게재해 '임의의 시각에 핵 선제공격'을 할 수있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도발책동을 계속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훈련 참관을 마친 김 위원장은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고는 "더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우리 핵전략무력의 가동체계들에 대한 확신과 담보를 다시한번 뚜렷이 립증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망적인 국가의 안전환경과 적들의 위협에 대처해나가기 위한 우리의 활동방향과 로선에는 변함이 없다"며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핵전쟁억제력 강화로써 적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실제 전쟁을 억제하며 우리 인민의 평화적인 삶과 사회주의건설투쟁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공화국을 로골적으로 적대시하며 조선반도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연습을 빈번히 벌리고있는 미국과 남조선에 그 무모성을 계속 인식시킬 것"이라며, "반공화국 군사적준동이 지속되고 확대될수록 저들에게 다가오는 돌이킬수 없는 위협이 엄중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차 확인하고는 "그 어떤 무력충돌과 전쟁에도 림할 수 있도록 전략무력의 신속대응태세를 엄격히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통신은 "전략무기발사훈련은 우리의 엄중한 경고를 외면하고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군사적위협에 계속 매달리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있는 적들에게 보다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위협적인 현실로 다가온 무력충돌 우려를 인식시키며 언제든 압도적인 공세조치로 대응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실천적인 행동의지를 더욱 선명히 보여준 계기로 된다"고 훈련 의도를 설명했다.

화성포-17형에서 찍은 지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이 딸과 함께 ICBM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이 딸과 함께 ICBM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날 "우리 군은 오늘(3.16) 07시 10분경부터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하였다"고 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오전 이효정 부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과 책임이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며,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은 이제라도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올바른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사진을 통해 화성포-17형이 찍은 지구의 모습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여러 고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보아 이번 훈련 과정에서 당초 예고한 4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위성사진촬영과 데이터 전송 등 준비도 겸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김주애'로 알려진 딸과 함께 훈련 장면을 참관하는 모습도 실려있어 앞으로도 이같은 연출이 계속될 것임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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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9] 예측 불허 변칙 운용에 능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3/1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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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여러 종류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제원을 공식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이를 추적해 여러 제원을 추정한다. 그래서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다. 심지어 미사일 이름도 정확하지 않아 임의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는 비교적 최근에 북한이 공개하거나 발사한 미사일만 살펴본다. 구형 미사일은 최근 열병식에도 나오지 않고 발사 훈련도 하지 않으므로 성능이 더 좋은 신형 미사일로 대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단거리 탄도미사일

 

 

■ 화성포-11나형

KN-24

일명 ‘북한판 에이태큼스’

사거리: 450킬로미터

최고 고도: 42킬로미터

최고 속도: 마하 6.1

원형공산오차: 35미터

최초 공개: 2019년

 

2019년 8월 10일 시험 발사 장면이 처음 공개된 미사일로 북한의 최신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운데 유일하게 정식 명칭이 공개된 미사일이다. 이후 5번의 발사가 더 있었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은 화성포-11나형의 원형공산오차가 35미터에 불과해 매우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발사 차량 1대에 2발의 미사일이 실리며 탄두에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같은 집속탄을 탑재할 수 있다. 

 

최고 고도가 사드의 최저 요격고도인 50킬로미터보다 낮으며 하강 도중 상승하는 풀업 기동을 할 수 있어 요격이 쉽지 않다. 

 

사거리로 볼 때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북한은 2022년 1월 17일 발사를 두고 검수 사격 시험이라고 발표했다. 실전 배치된 미사일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발사해보는 것으로 이미 이 미사일이 대량 생산, 실전 배치되었음을 암시했다. 

 

▲ 화성포-11나형.     

 

■ ??

KN-23

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

사거리: 800킬로미터

최고 고도: 50킬로미터

최고 속도: 마하 7.2

길이: 7.2미터

원형공산오차: 10미터

최초 공개: 2018년

발사대: 일반 차량, 무한궤도 차량, 열차, 잠수함, 저수지 수중

 

여러 면에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과 유사한 제원을 가진 미사일이다. 풀업 기동이 가능하며 최고 고도도 낮아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이다. 심지어 최고 고도 20킬로미터의 초저공 비행도 가능하다. 정밀도도 높은 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원형공산오차를 10미터로 추정했다. (「[최초 시뮬레이션] 北신형탄도미사일 핵탄두 장착 시 파괴력」, 『신동아』 2019년 7월호.)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일부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2018년 2월 8일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후 2019년부터 지금까지 12차례 19발(SLBM 개량형 포함) 이상 발사하였다. 발사대가 바퀴 차량, 무한궤도 차량, 열차, 잠수함, 저수지 수중 발사대 등 다양해 북한이 상당히 공들여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수지 수중 발사는 세계 최초이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해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변칙 운용 능력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발사대를 자랑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위에서부터 바퀴 차량, 무한궤도 차량, 열차, 저수지 수중 발사대.

 

■ 신형 전술유도탄

KN-23 개량형

사거리 600킬로미터

탄두: 2.5톤

최초 공개: 2021년

 

 

2021년 3월 25일 처음 시험 발사한 미사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탄두 부분의 형태가 비슷한데 몸통은 훨씬 긴 형태로 전체적으로 약 2배 크다고 한다. 북한이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밝혔는데 사거리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보다 훨씬 짧은 걸로 보아 탄두 무게가 훨씬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월 28일 두 번째 발사가 있었다. 

 

■ 신형전술 유도무기

일명 ‘북한판 케이티즘(KTSSM)’

사거리 110킬로미터

최고 고도: 25

최고 속도: 마하 4

최초 공개: 2022년

 

2022년 4월 16일 처음 발사한 미사일로 북한은 ‘신형전술 유도무기’라고만 표현했다. 이후 6월 5일, 11월 2일에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한다. 

 

▲ 2022년 4월 16일 발사 모습.     

 

2023년 3월 9일 북한의 화력 습격 훈련에 다시 등장했는데 북한은 “서부전선의 중요 작전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화성포병부대”가 운용한다고 하였다. 화성포병부대는 전략군 산하 부대로 화성포 계열 미사일들을 다룬다. 따라서 이 ‘신형전술 유도무기’도 화성포 계열임을 알 수 있다. 

 

또 북한은 이날 훈련을 “서부전선 방면의 적 작전비행장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 관하 제8화력습격중대”가 하였다고 밝혀 이 미사일이 한국의 군용 비행장을 기습 공격하는 것이 임무임을 알 수 있다. 

 

▲ 2023년 3월 9일 발사 모습.     

 

흔히 ‘북한판 케이티즘(KTSSM)’이라 부르는데 한국군이 운용하는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 케이티즘(KTSSM: Korean Tactical Surface to Surface Missile)과 모양이나 크기, 사거리 등이 비슷해서 붙은 별명이다. 

 

케이티즘은 구경 400밀리미터에 사거리 180킬로미터인 I형과 구경 600밀리미터에 사거리 290킬로미터인 II형이 있다. I형은 고정 발사대에 실리며, II형은 다연장로켓 천무의 발사대에 2발씩 실린다. 케이티즘은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가 운용하는 현무 미사일에 비해 사거리나 탄두 무게에서 한 급 낮지만 매우 저렴한 무기로 육군 군단급에서 운용한다. 

 

이에 비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는 차량 발사대에 4발씩 실리며 전략군 산하 부대가 운용하는 차이가 있다. 

 

▲ 발사 대기 중인 차량.     

 

문화일보는 2023년 3월 10일 자 보도 「‘북한판 KTSSM’ TEL 6대 동원 초대형 도발…“수도권에 치명적, 요격 불가”」에서 전문가를 인용해 이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한 것이며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유도무기 3종의 장점을 모두 가미한 북한 미사일 기술의 결정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이 고도 20~25킬로미터의 초저고도로 비행하고 하강 단계에서 다시 상승하는 풀업 기동까지 가능해 현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2023년 3월 9일 훈련에 등장한 것처럼 여러 대의 발사 차량에서 전술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각 4발씩 수십 발을 발사하면 수도권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 평양을 중심으로 100, 400, 600킬로미터 반경의 동심원을 그려보면 대략 이와 같다.     

 

다음에는 북한의 중거리·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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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팀장들 “우리가 가짜 근로자? 업체서 할 일까지 대신 합니다”

[건설노조가 죄인인가⑧] ‘일 안 하고 돈만 받는다’ 매도하는 원희룡 장관에 분노한 건설노동자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① [인터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비정상적 건설업계 놔두고 노조만 때려잡나”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원인은 건설사에 있는데 노조만 때리는 정부
③ 건설현장 고용문제 외면한 정부, 대신 나선 노조에 이제 와서 “조폭”
④ [인터뷰] 조선소→건설사 관리직→건설노동자, 그가 말하는 ‘건설노조’
⑤ 외국인에 밀려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이면엔 건설사 ‘이윤 욕심’
⑥ [현장] “노조에 빌미 잡히지 말자” 불법에 이중 잣대 보인 원희룡의 ‘황당 연설’
⑦ ‘건폭’ 핵심 한국노총 출신 건설산업노조, 1년 전 ‘윤석열 지지’ 선언했다

"건설현장 정상화는 가짜 근로자 퇴출부터! 일도 안 하고 돈만 받아 가는 팀장들, 이들을 데려다 앉힌 것이 바로 건설노조입니다. 능력이 없어도 노조 집행부에 우호적이면 팀장을 시켜줍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린 글이다. 건설현장에서 "망치 한번 잡지 않으면서 일당만 챙겨가는" 가짜 근로자가 있으니, 이들을 건설현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건설사를 한 데 불러 모아 '일 안 하고 임금만 받는 근로자 실태 점검 간담회'까지 열었다. 한 보수 언론은 31개 건설현장에서 팀·반장 89명이 일하지 않고 총 46억원을 받아 갔으며, 이중 민주노총 소속은 53명, 한국노총은 14명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정부는 "가짜 근로자의 근태 기록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 세부 실태를 분석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원 장관의 주장은 팀장의 역할을 지나치게 간과한 '왜곡 공세'에 가깝다. 오히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원 장관이 지목한 건설현장의 '가짜 근로자'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다양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민중의소리가 만난 건설노조 소속 팀장들은 '원 장관이 건설현장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니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팀장은 건설노조가 앉혔다? 팀장은 일을 안 한다?
말도 안 되는 원희룡 장관의 건설노조 공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2.26 ⓒ뉴스1


건설현장은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일한다. 이는 노조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팀'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들로 구성된 '일반팀'도 마찬가지다. 노조팀에만 팀장이 있는 게 아니라 일반팀에도 팀장이 있다. 

건설현장은 다양한 공정으로 진행되고, 각 공정 단위로 팀이 존재한다. 철근을 연결해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철근공이 모인 팀은 철근팀, 망치질로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목수가 모인 팀은 형틀팀이다. 각 팀에서 팀장은 팀원인 건설노동자를 관리하고 해당 공정을 책임지는 책임자로 보면 된다. 일반 회사에서 과장, 부장이 담당하는 역할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팀장이 주로 하는 일은 도면을 확인한 뒤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 규모로 구성된 팀원들에게 각각의 특성과 기능도에 맞는 작업을 지시하는 것이다. 작업 중간중간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잘못된 구간이 있다면 직접 바로잡기도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경우 팀마다 숙련도가 낮은 양성공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들에게 직접 기술을 가르치고 기능공으로 육성하는 일도 팀장이 담당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팀원들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자재를 챙기고 다음 공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팀장의 몫이다. 이 외에도 팀원들의 출결 관리나 안전 관리 및 교육 등도 담당하고 있다.

이 중에는 건설노동자인 팀장보다는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사가 할 법한 일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건설사는 현장에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하고, 각 공정별 팀장에게 작업 구간을 알려준 뒤 최종 공정 상태만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건설사가 해야 할 일도 팀장 등 건설노동자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건설사 중에는 제대로 된 인력을 갖추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서 공사를 수주하고, 실제 시공은 팀에게만 맡겨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92,599개의 건설사가 등록됐는데 이중 최근 5년간 늘어난 건설사만 헤아려 봐도 21,132개다. 건설노조는 이중 상당수를 시공 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있다.
 

노무 관리, 작업 지시, 기술교육까지
실제 건설현장에서 팀장들이 하는 일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들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20여년간 수도권 건설현장에서 형틀팀장으로 일한 김 모 씨(60)는 "아파트 10동을 지어도 건설업체에서 나오는 인력은 두세명 정도다.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일할 자리를 표시해주고, 도면만 주면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원 장관은 건설현장에서 팀장을 퇴출시킨다는데, 그러면 건설사는 현재 팀장들이 맡고 있는 일을 담당할 인원을 따로 고용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씨는 자신을 가짜 노동자라고 매도한 원 장관을 향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형틀목수가 몇천 개의 핀을 쓰는데, 그중 하나만 잘못 써도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거푸집이) 터져 버린다. 그 정도로 제일 기술을 요하는 일인데 건설사는 각 팀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팀장들은 도면을 보고 팀원들에게 '이쪽 넓이는 몇으로 해라', '저쪽 높이는 몇으로 해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해야 일이 진행된다. 원 장관의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김 씨는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건 (노조팀이 아닌) 일반팀 팀장의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팀 팀장이란, 대부분 불법 하도급 구조에서 기인한 '오야지', '십·반장', '시다오케' 등으로 불리는 도급 팀장들이다.

하청 건설사는 도급 팀장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주고, 이들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소규모 팀이나 팀원에게 일을 준다. 도급 팀장 중에는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건설노동자를 모집, 소개해준 대가로 건설노동자로부터 불법 수수료를 받아 가는 이들도 있다. 건설노동자를 중간착취할수록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늘어난다. 이런 구조 탓에 한 명의 팀장이 여러 개의 팀을 거느리는 경우가 많다. 원 장관의 주장처럼, 일은 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챙겨가는 팀장이 생겨나는 배경이다.

반면, 건설노조는 중간착취를 거부하며 모든 건설노동자가 건설사와 직접 고용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된다. 팀장 한 명이 한 개의 팀을 담당하는데, 조합원의 팀 배치는 노조에서 결정한다. 또한, 팀원인 조합원의 월급을 중간착취하거나 일하지 않고도 일을 했다고 허위로 출력하는 경우는 벌칙 사유로 규정하고 엄격히 제재를 가한다. 건설노조는 지부 세칙에 팀장의 역할을 설명하며 "조합원 팀원이 돈벌이 대상이 아니며, 조합원 팀원은 건설현장 개선을 위한 협력자로서 임금 갈취, 부정 출력 등을 행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김 씨 역시 건설노조에 가입하기 전에는 일반팀을 이끌던 '오야지'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 노동자의 일당 일부를 가져가는 생활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건설노조를 찾아가 가입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일반팀 팀장은 현장을 2~3개씩 맡아서 하니, 아침에 와서 팀원들에게 일만 시키거나 출근을 안 할 때도 많다"며 "그런데 뉴스를 보면 노조팀 팀장이 출근 도장만 찍고 간다고 하더라. 그건 절대 아니다. 노조 활동과 관련한 일이 있어서 한 시간만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 회사에 얘기해야 하고, 노조 세칙에도 팀장이 자리를 비우면 반드시 보고하라는 세세한 규정이 다 있다"고 반박했다.
 

"사장도 직접 일 안 하니 퇴출하란 얘기?"
원희룡에 '역지사지해보자' 꼬집은 건설노동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장옥기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28 ⓒ민중의소리


올해로 3년째 철근팀장을 맡고 있는 김상윤 씨(36)는 직접 건설노조 조합원이 지켜야 할 세칙이 담긴 조합원 수첩을 꺼내 보여줬다. 여기에는 노조팀 팀장의 역할과 평가 기준, 벌칙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김 씨는 "기본적으로 팀장이 조합원 근태나 기능도 관리를 다 한다"며 "이 일은 단순 반복하는 작업이 아니라, 치수를 재고 각도를 재서 일정한 품질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팀장은 조합원의 작업도와 숙련도에 맞게 작업을 지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조합원들이 도면을 보지 않고도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도면대로 바닥에 수치를 적어두거나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는 일도 한다"며 "젊은 조합원들의 기능도를 올려주기 위해 팀장이 일대일로 붙어서 직접 일을 가르쳐 주고, 팀의 근태를 위해 전반적인 팀 분위기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다양한 팀장의 역할 중, 김 씨는 가장 중요한 팀장의 역할로 '팀에 대한 책임감'을 꼽았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김 씨는 "한 현장이 끝나면 팀장도 팀원도 실업자가 된다. 그러면 팀장은 팀원들을 다른 팀에 분산 배치하든 어떻게 해서든 팀원들의 일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을 놓은 건설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 문제 역시 노조가, 팀장이 해결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노조 집행부에 우호적이면 팀장을 시켜준다'는 원 장관의 주장 역시 사실과 큰 차이가 있었다. 김 씨는 "팀장을 한다는 건, 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마스터했다는 의미고, 회사에서도 이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라며 "팀장에 대한 기준도 다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팀장에게 일정한 자격을 요구한다. 팀장 경험이 있거나, 노조팀에서 반장(부팀장) 등 현장을 관리한 경험이 6개월 이상이거나, 지부의 신규팀장 양성 교육 과정을 이수한 자 등이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이들 중 지대장의 추천을 받아, 지부장의 승인을 받으면 팀장이 된다. 이 과정에서 도면 독해와 작업 배치·지시 등 기술력과 도덕성 등을 두루 평가하고 별도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팀장이 된 이후에도 반기마다 한 번씩 작업 능력과 팀원의 근태 등을 평가받는다. 단순히 경력만 쌓인다고 팀장이 되고, 직책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팀장의 역량 부족이 문제가 될 경우, 팀장에서 직위 해제되는 등 내부 통제 장치도 작동하고 있다. 노조팀이 아닌 일반팀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과정들이다.

김 씨는 "건설사도 팀별로 물량을 계산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팀장도 그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도 다 치열한 사회이고, 조합원들끼리도 일에 대한 평가를 한다"며 "역량이 안 되는 팀장은 본인 스스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매일 욕하고, 조합원도 욕하는데 그걸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노조 차원에서도 다음 현장을 주지 않거나, 팀을 해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건설노동자들의 반발에도 '가짜 근로자'를 퇴출시키겠다는 원 장관의 으름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역지사지 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건설사가 배치한 현장소장은 실제 시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현장소장도 가짜 근로자니까 없앨 것인가"라며 "회사 사장도 직접 일을 하지 않는 가짜 근로자니 나가라고 할 수 있나. 제발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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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의 말인가 "우리 국익은 일본 국익과 배치되지 않아"

윤 "구상권 청구 안한다"... 흡족한 기시다, 사과 표명 한마디도 없어

23.03.16 20:19l최종 업데이트 23.03.16 23:23l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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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12년간 멈춰섰던 한일 셔틀외교의 재개를 알리는 양국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 최대 쟁점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을 공식화하고는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신은 "3월 6일 발표됐던 한국 정부의 (3자 변제 해법) 조치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 발표문에도, 한일 양국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일제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곧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각각 회담 결과를 담은 회견문을 읽고서 한일 양측의 취재진 각각 1명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때 일본 기자가 '구상권 청구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면서 양 정상을 향해 물었다.

윤 "구상권 행사, 상정하지 않아"... 기시다, 흡족한 미소

이 질문에 먼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이번에 한국 재단이 판결 대금 등등을 지급하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대해 잘 안다"면서 "금번 조치 취지를 생각해 구상권 행사 관련해서는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저는 알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앞으로 이와 같은 조치 실시하고 한일간 정치 문화 경제 등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교류를 앞으로 더욱더 강력 추진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은 구상권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 관련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정부 재정으로 처리했다"면서 "그러나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 또 정부의 1965년 협정 해석과는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것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 협정에 대해 해석해 온 일관된 태도와 이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기금에 의한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만약에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판결 해법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 취지와 관련해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을 맺었다. 덧붙여 "부족하면 제가 더 답변을 해드릴 수 있는데..."라며 질문을 요구하는 여유도 보였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기시다 총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큰사진보기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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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북핵 미사일 발사-항적 정보 양국이 공유해야"

이어 한국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평소 '국익'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을 향해 '이번 회담의 결과로 우리가 얻을 국익은 무엇이고, 만족시켜줄 만한 수준인가'를, 기시다 총리에게는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복 측의 호응이나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직접 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저는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해법 발표로 인해 양국 관계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의 안보 위기 문제가 거기 대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저도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우리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북핵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양국의 경제계에서도 환영하듯이 다양한 첨단 분야에 있어서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면서 "이번에 반도체와 관련된 3개 수출품목에 대한 규제 해제 조치가 발표됐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양국의 산업의 형태라든지, 발전 방향에 비춰서 양국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예를 들었다. 여기에 한일 양국 국민의 교류 활성화, 문화·예술·학술교류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그것이 국익이고, 우리 국익은 일본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답변했다.

이어 답변한 기시다 총리는 "먼저 일본 정부는 3월 6일 발표된 한국 정부의 조치를 2018년에 대법원 판결로 인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금번 발표를 계기로 이 조치를 실시하고, 또한 한국과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를 더욱더 강력하게 확대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호응 조치에 대해서는 "오늘도 그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성과를 냈다"면서 "앞으로도 한일 양국이 자주 연계해서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인 결과를 내어나가고 싶다"고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덧붙여 "금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국 정상이 일본 방문하는 건 12년만이다. 그리고 셔틀외교 재개 합의,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의 정부간 의사소통을 도모해 나가고 강화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 합의했고, 앞으로 저 자신도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긴밀하게 의사소통해나가고 싶다. 이런 노력을 해나가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하나씩 하나씩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의 답변에는 형식만 있을 뿐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성은 없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앞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각각 발표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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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민주노총 건설노조 ‘표적 수사, 범죄 날조’ 혈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17 08:42
  • 수정일
    2023/03/17 08: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3.16 17:08
  •  
  •  댓글 0
  •  
  • 건설현장 단속, ‘의도된’ 결과 발표… 건설노조 “조작”

    단속 성과 없자 ‘증거 찾기’ 위한 탄압 공세 높여

    건설노조, 범죄·공안조작 맞서 “물러섬 없이 총파업”

    다음은 누구의 말일까?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 지부’의 위세를 잠재우고, 이들을 견제함과 동시에 추가 여죄 발생을 방지하지 않는다면 커져만 가는 건설노조를 등에 업고 또 다른 불법적인 행위로 추가 피해 상황들이 속출하게 될 것.”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구속 시 울산지방검찰청이 제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있는 내용이다. 건설노조 탄압은 이렇게 계획적이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팀’ 이름으로 건설현장에 지침을 내린다.

    이 지침엔 “불법행위 및 이권 개입(악명높은 노조)이 심각한 노동조합 단체명과 악명높은 노조간부 및 조합원 현황”이라고 적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현직 지부장의 특징(예, 꽁지머리)까지 써가며 집중관리 대상으로 추천하라는 지침이다. 건설노조 조합원에 대한 ‘표적수사’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 9일 국토부가 건설현장에 배포한 '건설노조의 불법, 부당행위 집중관리 대상 현장 추천' 문서.

    단속 결과, ‘의도된’ 조작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건설노조 탄압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콕 찍어 말하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다. 

    지난 1월19일을 시작으로 전국의 건설노조 사무실에 13차례 압수수색 했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에만 4곳을 압수수색 하고 6명을 구속했다.

    지난 8일, 경기중서부건설지부의 전현직 지부장 등 3명이 법정구속 됐고, 9일 강원건설지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13일, 검찰은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타설분회장과 부산건설기계지부 펌프카지회장, 굴삭기지회장을 구속했고, 14일 경찰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3곳(수도권북부지역본부,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전북타워크레인지부)을 압수수색 했다.

    지난 9일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특별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범죄자 만들기’ 계획을 위해 발표내용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풍긴다.

    경찰은 이날 16가지 사례에 해당하는 2,863명을 단속해 29명을 구속했는데, 그중 2,214명(77.3%)이 ‘양대노총’이라고 발표했다. 마치 민주노총에 엄청난 범법 사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속사례 16건 중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겨우 2건이며, 구속 인원도 8명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하나지만, 한국노총 산하의 건설노조는 여러 곳이 있으며 제명된 노조도 존재한다. 그러나 경찰은 ‘양대노총’이라고 뭉뚱그리고, 단순히 드러나는 수치를 합산해 발표하면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싸잡아 범죄의 크기를 커 보이게 했다. 경찰은 당시 구체적 자료 제시를 요구하는 언론사들의 물음에도 답변을 회피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다분히 민주노조를 흠집내기 위한 의도된 통계 발표 아닌가”라며 “교묘한 조작”이라고 분노했다.

    성과 없는 결과 발표 후 증거 찾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자신들을 범죄집단으로 만들기 위한 여론몰이에 책임 있는 행동으로 나섰다.

    10일 전직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3명이 구속된 건의 경우, 노조는 이미 지난해 10월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11월 징계위원회를 통해 전부 제명 조치 한 바 있다. 이들 중 2명은 제명될 당시 이미 타 노조로 소속을 옮긴 상태다.

    앞선 8일,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전현직 지부장의 구속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고 고용된 상황에서 소속 조합원 일부가 ‘불법하도급’, ‘부당한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정책에 반대해 다른 노조로 이탈하며 조합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는 원청과 하청건설사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건설사는 노노갈등을 조장했다. 이에 반발해 집회를 진행한 것이 구속 사유가 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억울하고 분노할 만하다.

    이처럼 경찰 국수본의 9일 발표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사에 대해 사실상 ‘성과 없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이를 성과로 포장하고, 건설노조를 연이어 타격하기 위해 검경은 탄압공세를 계속했다.

    범죄 성립을 위해 증거를 파고 파냈지만 역시 성과는 없었다. 14일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결과물은 노조 회의자료 몇 개와 건설노조 소개자료집, 조합원 일부의 가입서와 탈퇴서 등에 지나지 않았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연관 짓기 어려운 자료들을 압수했을 뿐이다.

    범죄조작, 공안조작… 건설노조 “물러섬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공정거래위를 통해 건설노조를 탄압하다가 성과가 미미해지자 ‘채용 강요’ 등을 씌워 범죄자 여론몰이를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당한 노조활동이라고 인정했고, 그러자 다음으로 ‘월례비’ 문제를 걸고 들었다. 월례비조차 건설업체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이고 관행적인 금품’으로 판결 났지만 탄압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젠 하다 하다 건설현장 단속에 대한 거짓 성과 조작과 표적수사를 일삼으며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계획적이고 노골적인 ‘범죄조작’ 사건을 만드는 중이다. 공안 조작이 아닐 수 없다.

    윤 정부의 건설현장 단속 ‘200일 작전’에 1계급 특진이 내걸리자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찰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이은 압수수색을 벌이고, 검찰도 때를 기다렸다는 듯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를 구속하는 데에 혈안이다.

    고용불안, 임금체불, 산업재해, 불법 재하도급 등 건설현장의 불법을 뿌리뽑기 위해 단결해 싸우는, 조직력이 튼튼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윤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받아 저항할 강력한 힘이라는 걸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주69시간제를 비롯해 노조법, 근로기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윤 정부의 노동개악 사안이 산적할수록 건설노조를 ‘깡패, 부패, 범죄집단’으로 만드는 탄압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경찰의 200일 작전은 6월까지 이어진다. 민주노조 회계장부를 공격하는 등 신종 노조탄압까지 벌이는 윤 정부가 또 어떤 범죄조작을 낳을까.

    조작 정부에 맞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심한 대로 “5월 총력투쟁, 7월 10만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까지 물러섬 없이 투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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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일본 태도 실망, 용서할 기회 놓쳐"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3.17 07:53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배상안에 쐐기를 박아”

조선일보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며 관계 회복 강조

윤석열 “주 60시간 이상 무리”… 한국경제 “노동개혁 후퇴”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12년간 중단됐던 상호 방문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는 요원하게 됐다. 경향신문·한겨레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놨지만, 조선일보는 “계속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며 한일 양국이 관계 회복을 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와 1시간 반가량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한일관계의 새로운 기회를 열게 됐다고 자평하고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일본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17일 주요 아침신문 1면.

주요 아침신문들은 17일 이 소식을 1면에 실었다. 아래는 주요 아침신문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한·일 정상 “미래로”… 과거사는 끝내 묻었다>

국민일보 : <尹 “한·일 새 시대 열자” 기시다 “셔틀외교 재개 합의”>

동아일보 : <日, ‘징용 사과’ 계승… 韓해법 호응조치 언급안해>

서울신문 :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 선언… ‘경제안보대화’ 창설>

세계일보 : <셔틀외교 복원한 韓·日정상… “새 시대 열겠다”>

조선일보 :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신설>

중앙일보 : <한·일, 지소미아·셔틀외교 복원>

한겨레 : <기사다, 강제동원 사과커녕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

한국일보 : <손잡은 한일 “미래 함께 준비하자”>

경향신문·한겨레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명확한 사과를 내놓지 않은 점을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4면 <일본 호응 없었던 ‘3무 회담’… ‘면죄부 배상안’ 결국 쐐기> 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안을 두 정상이 공식 확인하면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배상안에 쐐기를 박았다”며 “과거사 관련 핵심 사안 세 가지가 모두 빠진 ‘3무 회담’으로 피해자 반발 확산 등 후폭풍이 기정사실화했다”고 썼다.

▲경향신문 4면 갈무리.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일·한 공동선언을 토한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계승해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말하는 역대 내각의 인식에는 아베 신조 전 정부의 극우적 인식도 포함된다”며 “일본의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강제동원 문제는 ‘끝나지 않은 문제’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배상안에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확산 기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겨레 17일 3면 갈무리.

한겨레는 3면 <일본 ‘성의있는 호응’ 전무… 저자세 윤대통령 ‘외교참패’> 보도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일본 쪽 주장만 관철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최대 관심사였던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사죄와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 등 일본 쪽 ‘호응 조치’는 전무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사과 안한 일본에 ‘구상권 청구 없다’ 약속한 윤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발전적 계승’을 이야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선언에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겼다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 보기는 했는가”라고 했다.

▲한겨레 17일 사설 갈무리.

또 한겨레는 “일본이 이날 상응조처처럼 내놓은 조처들은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일본 정부가 2019년 취했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이날 풀기는 했지만, 완전한 원상복구가 아닌 절차 완화로 보아야 한다. 아직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백색국가 목록)에 다시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벌써 취하한 것은 너무 성급한 양보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일본이 외교적으로 압승을 거뒀다면서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 국익과 윈윈’이라고 단언했다. 이 말에 동의할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17일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韓日 어렵게 다시 돌아온 출발선, 앞으로 갈 길이 멀다>에서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간접 표현으로 대신했고, 일본 측 피고 기업의 배상도 ‘한일 미래기금 참여’라는 우회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며 “일본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일본은 용서받을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 과거사 갈등은 일단 접어뒀다지만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3면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3면 <양국정상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기시다, 과거사 추가언급 없어> 보도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 온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하면 일단 ‘봉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두 정상 모두 법대 출신… 尹>은 사시 9수, 기시다 대입 3수>, <尹, 국빈급 의장대 사열… 2차 친교 자리선 韓소주·日맥주 곁들여>, <재일동포들 “어렵던 징용문제 해결, 우리에게 힘이 돼”> 보도를 통해 이번 일본 방문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17일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 <韓 대통령 12년 만의 방일과 日의 유보적 태도>에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하며서도 “하지만 계속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한일 경제안보 협의체와 차관급 전략 대화를 비롯해 분야별 소통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양국 정상의 만남이 거듭되고 신뢰가 쌓인다면 과거사를 비롯해 이번에 풀지 못한 현안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 17일 사설 갈무리.

윤석열 “주 60시간 이상 무리”에 한제 “노동개혁 후퇴” 반발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논란을 빚은 지 열흘 만에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대통령실 입장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둥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지들은 “노동개혁 후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사설 <근로시간 개편안 되물리기, 노동개혁 후퇴 아니고 뭔가>를 내고 “근로시간 개편안에 젊은 직장인들의 오해와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을 때 하되, 월·분기·반기 등의 총 근로가능시간은 오히려 줄이는 제도 개편 취지가 ‘주 최대 69시간’이란 극단적 프레임에 가려버린 영향이 컸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이젠 회사도 근로시간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전하지만, 사측이 과로로 몰고갈 것처럼 과장하는 반대론도 여전하다”며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되물리는 노동개혁 후퇴란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매일경제 17일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 <주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근로시간 유연화가 핵심이다>에서 “일이 몰릴 때 일을 더하고, 일이 적을 땐 일을 덜하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을 하자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라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도 ‘주 69시간 근로제’로 오도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썼다.

▲경향신문 17일 사설 갈무리.

하지만 경향신문은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 행정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성난 여론에 갈팡질팡 주 69시간제, 졸속 행정 책임 물어야>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일주일 120시간 노동’을 거론해온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그런데 마치 이 정책을 자신은 몰랐던 것인 양 노동부에 보완을 지시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노동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하는 등 가볍게 접근하는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7일 사설.

전두환 손자 ‘검은 돈’ 폭로… “검찰은 추징금 환수 의지 다져야”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 씨가 가족 비리를 폭로하고 나선 것에 대해 한겨레가 사설 <손자 폭로로 다시 주목되는 ‘전두환 비자금’>을 통해 당국이 사실확인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씨는 전두환 일가가 ‘검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법원에서 확정된 이른바 ‘전두환 비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미납 상태에 있는 만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전두환씨에게 1997년 확정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지난해 10월까지 환수한 금액은 58%(1279억원)에 불과하다”며 “1996년생인 손자 전씨가 말하는 일가의 재산은 판결 확정 뒤 검찰의 추적을 피한 검은돈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손자 전씨의 말에 일부 전언이나 추측이 섞여 있긴 하지만, 내용이 매우 상세하다. 관련 당국은 진실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경제 17일 칼럼.

서울경제 이건율 기자는 칼럼 <전두환 추징금 926억, 검찰이 찾아 와야>에서 “전 씨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한 사항을 전 씨의 가족이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정의와 상식에 맞게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말했다. 상식은 복잡하지 않다. 잘못된 것은 늦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은 추징금 환수에 의지를 다시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매일경제 칼럼.

MBN 민원성 기고 지면에 실은 매일경제

매일경제는 MBN의 업무정지 처분 해결을 요구하는 기고를 지면에 게재했다. MBN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매일경제가 올해 지면에 MBN 업무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한 것은 4차례에 달한다. 자사 이기주의 보도로 볼 수 있다.

기고문 작성자는 지난해와 올해 MBN 공적책임·공정선 외부기관 진단을 도맡은 전희락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다. 전 교수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기고문에서 “6개월 동안 방송 업무를 중단하면 MBN은 지난 10여 년 동안 어렵게 쌓아온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재기불능 상태로 추락할 것”이라며 “이미 두 번의 재승인 과정을 통과했음에도 10년 전 잘못으로 언론사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봉착하는 제재를 받는다면, 향후 언론사들 모두 행정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검열을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권위주의 시대로의 민주주의 후퇴가 두렵다”고 주장했다.

전희락 교수는 업무정지가 적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단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해 2심 재판부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전 교수는 “책임져야 하는 사람과 벌 받는 사람이 다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종편 설립 당시 일부 경영진인데도 6개월 업무 정지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힘없는 MBN 종사자들과 제작 협력사 근무자들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불법 자본금 충당 재판 당시 경영진뿐 아니라 MBN 법인에도 벌금이 부과됐다.

또한 전희락 교수는 MBN이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배경에는 정부의 실책도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문제가 된 MBN의 편법적 선택은 대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결과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추진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며 “문제의 자본금(556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MBN이 자본금 문제로 종편 사업자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썼다. 전 교수는 끝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MBN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허술한 행정 관리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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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말해주는 것들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3.03.16 09:26
  •  
  •  댓글 0

광속 뱅크런 : 어디까지?

저금리의 재앙 - 고금리의 충격 : 이제 시작

장단기 미스매칭의 공포 : 어디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한치 앞을 못 보는 한국정부 : 반복되는 오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국제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원인과 파장, 시사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나온 밥이라는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SVB 고객이었다는 이 남성은 파산한 SVB에 돈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 뉴시스

1. 광속 뱅크런 : 어디까지?

실리콘밸리은행은 자산 276조원, 미국내 은행 16위 규모로 스타트업에 특화된 상업은행이다.

1983년 창립한 SVB는 테크, 헬스케어, 바이오 등 스타트업 신생업체들이 벤처캐피탈(VC)의 펀딩을 받고 그 자금을 SVB에 예치해 왔다. 덕분에 SVB 자산규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단 2년 만에 3배로 증가하였다. 막대한 예치자금을 대출해 줄 곳이 마땅치 않은 SVB는 수익창출에 문제가 발생하자 미 장기국채에 투자하였다.

그런데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문제가 생겼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테크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스타트업체들이 예금인출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SVB 예금잔액은 작년 한 해 동안만 160억 달러 감소하고, 올해 1, 2월에 80억 달러가 감소했다. SVB는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 국채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여 예금인출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채권손실액이 18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약 23억 달러 증자를 시도했으나, 이 증자시도를 자본잠식의 위기로 감지한 예금자들이 마침내 뱅크런을 일으켰다. 지난 10일 은행 전체 예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2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광속 뱅크런이 진행되었다. 컨퓨터기술을 이용한 금융기법이 이제는 초스피드 뱅크런의 역사를 쓴 것이다. 결국 SVB는 현금잔고가 마이너스 10억 달러로 떨어져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은 48시간 만에 SVB파산을 선고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법정 관리인으로 나섰다. 미 재무당국은 애초에 예금보험 한도(25만달러, 약 3억3천만원) 내의 예금은 돌려주겠으나 그 이상의 구제금융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SVB의 예금계좌 중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계좌가 전체의 9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스타트업 줄도산과 금융권 2차, 3차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재무부와 연준, FDIC는 결국 예금자를 전면보호한다는 사실상의 구제금융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녹녹치 않다. SVB가 파산한 지 이틀 만에 뉴욕에 있는 자산 1100억 달러 규모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시그니처 은행은 다수의 암호화폐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은행이다. 신용펑가기관 무디스는 14일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해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자이언스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UMB파이낸셜, 인트러스터 파이낸셜 등 지역은행 6곳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미국 대형은행은 아직 건재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특화은행들에 이어 일반 지방 중소은행들의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전반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14일 스위스크데딧은행(CS) 주가가 폭락했다.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자금지원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벌써 뱅크런 조짐이 보이고 파산을 경고하고 있다. 유럽 대형은행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올 것이 오고 있다는 분위기이다.방귀가 잦으면 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2. 저금리의 재앙 - 고금리의 충격 : 이제 시작

SVB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 시대의 막대한 금융팽창에 있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미 연준은 저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엄청난 달러를 살포하였다. 풍부해진 유동성은 성장산업인 테크산업, 벤처산업의 주가폭등과 과잉유동성을 공급하였고, 테크산업의 자금줄이었던 SVB와 같은 특화은행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이같은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을 발판으로 SVB는 안전자산인 미 장기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미 연준이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하자 미 장기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미 연준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추진한 것은 파월의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판도 작용했다. 처음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긴축시기를 뒤로 미루다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 구조화되기 시작하자 너무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추진한 것이다. 미 장기국채금리가 4%선에 진입하면 반드시 한계기업에서 사고가 나는 것이 일반적 상례이다. 결국 저금리 시대의 수익원천이었던 장기채가 고금리시대에는 독으로 변하였다. 이미 미 장기국채 보유하고 있는 미국내 다수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이 800조원(6200억 달러)에 달한다. 미실현 손실이란 미 국채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 국채를 판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액을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 다량의 미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SVB가 고금리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장기채의 손실을 떠안고 쓰러진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SVB파산의 여파로 미 연준이 3월 21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 빅스텝 금리인상을 접고 0.25% 베이비스텝으로 갈 것이고, 이후에는 어쩌면 금리를 인하할 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이 말은 미 연준이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고, 금리를 계속 올리거나 5%대를 유지하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져 경제위기, 금융위기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 연준의 본격적인 줄타기가 시작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파월 의장이 물러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3. 장단기 미스매칭의 공포 : 어디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사실 SVB가 미 장기국채를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어떠한 손실도 보지 않고, 안전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문제는 만기 전에 손실을 보더라도 국채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는데 있다. 이것을 장단기 미스매칭이라고 한다. 장단기 미스매칭은 테크산업 생태계의 특성과 SVB 재무구조 양 측면에서 발생했다.

테크산업은 성장산업이라고 하여 장기투자가 기본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수익이 나기까지는 적자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시대, 과잉유동성 시대에는 테크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벤처투자, 사모펀드가 몰려 잘 나가는 산업이었다. 그러나 고금리시대에는 경기가 침체하고 가장 치명타를 받는 산업이 또 테크, 바이오 스타트 업계이다. 수익은 먼 미래에 있고, 당장은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같은 테크 산업의 장단기 미스매칭은 은행에 예치한 투자금을 인출하여 버티기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SVB 역시 테크분야 편딩자금을 예금이라는 단기부채로 예치를 받아 장기성 채권에 집중투자하면서 장단기 미스매칭이 극대화된 경우이다. SVB는 벤처, 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기 때문에 대출상품이 취약하고 사업모델이 다변화되지 못한데다가 미 국채라는 특정자산에 집중하는 투자모델을 보였다. 게다가 채권 이자를 활용한 위기관리 상품투자도 소홀히 함으로써 테크기업들이 예금인출을 시작하자 급격하게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몰락한 것이다.

이같은 장단기 미스매칭의 공포는 한국에서 ‘레고랜드사태’나 ‘부동산 PF’를 상기시킨다. 레고랜드 사태는 단기자금을 부채로 조달하여 먼 미래에 수익이 나는 장기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이같은 단기부채-장기수익 모델에서 일시적인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 부동산 PF는 건설사들이 증권사 등을 통해 단기자금인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대출 등으로 공사비를 충당한 뒤 발주처에서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폭등에 힘입어 금융사들이 PF 규모를 크게 늘려왔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천465억원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최근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주요 금융기관 연체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도 장단기 미스매칭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드업계는 금리가 높아지자 수익율 제고를 위해 단기 자금 조달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나 비카드영업 자산을 확대하면서 만기구조가 장기화하여 미스매칭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금융, 장기카드론 등 영업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자금의 만기구조가 복잡해져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97년 IMF 위기 역시 단기외채를 빌려와 장기대출로 수익을 얻던 종금사의 장단기 미스매칭이 달러부족으로 자금경색을 겪으면서 발생한 외환위기였다.

이같은 복잡하고 중층화된 장단기 미스매칭구조를 금융당국이 다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PF처럼 일부 알고 있다하더라도 고금리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는 한계금융기관의 파산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 것은 언제고 오고야 마는 것 아닐까.

4. 한치 앞을 못 보는 한국정부 : 반복되는 오류

최근 윤석열 정부는 국내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한다면서 ‘특화은행’ 설립구상을 내놓았다. 그 대표적인 특화은행 모델이 실리콘밸리은행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거대은행의 이자수익급증과 성과금 잔치를 비판하며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계가 문제라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재벌의 진출을 허용하더라도 새로운 은행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지난 3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 업무 범위를 세분화한 특화은행 설립을 논의했다.

일단 IMF 이후 세계적인 금융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메가뱅크(거대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시중은행들을 인수합병, 통폐합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는 과점이 문제라니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은행 경쟁체제 도입을 안한 것도 아니다. 카카오뱅크니, 케이뱅크니 하면서 무슨 ‘메기론’, ‘핀테크산업 발전론’을 이야기하며, 테크산업은 금산분리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통신사업체에 인터넷 은행 설립을 허가해준 것이 몇 년 지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은행들 이자수익은 욕은 먹어야 하지만 고금리 현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그런데 은행들의 이자 잔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가 진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금산분리원칙을 허물고 재벌들의 은행업 진출의 길을 열자는 것이다. 그리고 검토한 것이 특화은행이었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 모델인 SVB가 파산하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에 한국 산업은행이 리만 브러더스와 인수협상에 나섰던 것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산업은행이 리만을 인수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똑같은 오류가 반복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떤 법칙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에 집요하게 봉사한다는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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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의있는 호응? 정상회담 성과 기대하기 어렵다"

[인터뷰] 이수훈 전 주일본한국대사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3.16. 06:19:40 최종수정 2023.03.16. 08:20:19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을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가 이행하는 것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한일 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며 발전적 한일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입장문 발표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부의 안이 이미 문재인 정부 때도 검토되던 것이었다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세력은 이번 정부안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당시 첫 주일본한국대사를 지냈던 이수훈 전 대사는 15일 <프레시안>과 만나 현 정부의 입장문과 문재인 정부의 방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2019년 6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일 관계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며 피고인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자는 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지금 정부의 입장문은 일본 기업의 참여가 완전히 빠지고 제3자가 변제하겠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안과는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소위 '문희상 안'의 경우에도 현 정부의 입장문과는 다르다. 기금 마련은 기업과 국민이 같이 하지만, 일본 기업의 사과, (원고인) 피해자의 동의,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특별법 제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전임정부를 끌어들이고 문희상안을 현 정부 입장문과 유사하다고 끌어들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표가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행의 마무리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공방을 부르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사는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자 3명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고 국민 여론이 정부 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정부가 원하는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 관계'를 만들 수가 없다. 크게 어긋난 상태로 출발하는 셈인데,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일 수 없는 패착"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사는 이번 입장문 발표로 "역사의 시계를 1965년으로 회귀시켜버렸다"며 "일본이 한일 관계의 근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의 뼈대는 '역사 봉인'과 '반공 연대'인데, '역사 봉인'은 그대로이고 '반공 연대'는 '반(反) 중국 연대'로 변화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강제동원 문제를 한국이 해결하고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이를 절대시하는 것은 국가의 관리자들이 보일 태도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사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영혼'까지 실어버리면 전략적 사고와 균형잡힌 태세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한미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 세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일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에 일본 기업의 배상은 빠져있다. 피고인 일본 기업들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기금을 내는 방식도 완전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8년 직후에는 어땠나?

이수훈 : 외교부가 그간 일본과 협의하면서 피고인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 참여 등 두 가지를 요구했고 그건 최소한의 '성의있는 호응'이라고 했는데 이 해결안은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제안하기도 했고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제기했던 이른바 '문희상 안'도 대동소이다. 

 

우선 정부는 당시 일본에 피고인 일본 기업(1)과 한국에서 지난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받은 기업(1)이 같이 기부금을 내서 해결하자는 방안인 이른바 '1+1'을 제안하고 이를 협상하자고 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이를 일거에 걷어차버려 아무 진전이 없었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직하던 때였는데 입장이 아주 강경했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징용" 문제가 해결됐는데 한국 대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문희상 안은 정부의 협상 시도 이후 나왔는데,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에 일반 국민들의 성금이 추가된 것이었다. 이 안에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 전부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자는 특별법 제정도 포함돼 있었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대로 지금 정부의 입장문 발표가 이미 문재인 정부 때 모색했던 해결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야당 등이 지금 정부의 발표를 비판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수훈 : 그건 사실과 다르다. 지금 정부의 입장문과 문재인 정부 때 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가지고 행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일 관계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며 피고인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자는 안을 제안한 것이었다. 지금 정부의 입장문은 일본 기업의 참여가 완전히 빠지고 제3자가 변제하겠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안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문희상안의 경우에도 현 정부의 입장문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기금 마련은 기업과 국민이 같이 하지만, 일본 기업의 사과, (원고인) 피해자의 동의,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특별법 제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전임정부를 끌어들이고 문희상안을 현 정부 입장문과 유사하다고 끌어들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전임 정부도 지금 정부 입장문과 유사하게 계획했는데 당시는 한일 양국 정부가 상호 신뢰가 부족해서 이뤄지지 못했고 지금은 가능했다고 선전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했다시피 그 내용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었던 가와무라 다케오 일본 중의원이 문희상안을 듣고 일본에 가서 이것을 잘 설명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2019년 연말 당시 일본은 어떤 안을 내놓아도 못 받아들인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이미 그해 7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했는데, 이것이 소위 '레드라인'을 넘은 행동이었다. 이는 다른 외교 협상은 없다는 아베 정부의 신호이기도 했다. 당시 내가 느끼기에 일본은 한국의 다음 정부를 기다린다는 태도를 가졌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6월 제시했던 방안도 '고육지책'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하는데 한일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냈던 방안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시정해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대법원 판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육지책을 구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입장문은 대법원 판결을 폄훼했을뿐더러 일본기업은 빠지고 한국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판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한일관계와 대일외교에서 큰 패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최소한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좀 더 진중하게 기울이는 한편, 국내적으로 피해자를 설득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접근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없이 발표만 하다 보니 벌써부터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장 지난 13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자 세분이 재단에 판결금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는 내용증명을 제출했다. 그럼 외교부는 공탁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추후 법적 공방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어마어마한 2차 가해다. 

 

정부는 야당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야당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혔고 국민들의 약 60% 정도도 이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14일에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정부안에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정부가 원하는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 관계'를 만들 수가 없다. 과거가 없이 미래가 있을 수 없지 않나. 크게 어긋난 상태로 출발하는 셈인데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일 수가 없는 패착이다.

 

오히려 이 발표가 문제를 한층 꼬이게 만들었다. 마치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에도 합의 발표 이후 바로 피해자의 반발이 있었고 이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 움직임이 커지지 않았나.

 

이후 2017년 치러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위안부 합의 파기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국민적 동의와 피해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결국 윤석열 정부의 입장문도 위안부 합의의 재탕이 될 수밖에 없다. 두고두고 화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가 이번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후 한국이 일본과 다른 사안의 협상에서도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이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곳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수훈 : 사도광산도 그렇고 지금 수출규제 현안도 있는데, 일본은 정부의 입장문 발표 이후에도 수출규제를 철회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한테 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가 제소를 먼저 취하하고 그 기초 위에서 정책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외교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는 과거사와 관련된 것이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 문제도 동해나 부산, 제주도 등에 직접 들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 우리가 강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사안인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도 관련해서도 우리 대응이 어물쩡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개정 국가안보전략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는데, 이 문건은 일본의 국가 안보에 굉장히 중요한 문건이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해서 향후 일본의 방위나 안보 등의 기반이 되는데, 여기에 독도가 영토로 기록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데도 정부는 논평과 초치만 하는 등 기존에 의례적으로 하던 대응 수준에 머물렀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정상화 문제만 해도 수출규제 조치와 연동돼있는 사안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올라와있을 것 같은데 이미 우리가 이와 연동된 WTO 제소를 하지 않기로 했으니 지소미아 정상화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정부의 외교 상황은 권투로 비유하자면 가드를 내리고 있는 상태에서 엄청 두들겨 맞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레시안 : 정부 입장문 발표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 뜻대로 매듭짓고 나서 이뤄졌는데, 시각에 따라서는 상당히 굴욕적인 회담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떤 결과를 들고 돌아와야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수훈 : 일본 정부가 지금은 기고만장한 상황이다.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가 먼저 강제동원 관련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일본이 '성의있는 호응'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지도자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 등에서 역사인식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한일관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초다. 우리 대통령은 비록 관철되지 않더라도 그런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영혼'까지 싣지 않길 

 

프레시안 : 강제동원에 대한 정부 입장문 발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 사안의 배후에 결국 미국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한국이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수훈 :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이 현재 한일관계의 근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협정은 '역사 봉인'과 '반공 연대'가 그 뼈대다. 그런데 협정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의 국력 및 그에 따른 위상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인권 존엄성에 대한 감수성이 커진 데다가 탈냉전까지 맞물리면서 1965년 체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반영된 것이 무라야마 담화, 고노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이었는데, 이번 입장문 발표는 역사의 시계를 1965년으로 회귀시켜버렸다. '역사 봉인'은 그대로이고 '반공 연대'는 '반(反) 중국 연대'로 변화됐다.

 

1965년 청구권 협정 체결 이후인 1970~80년대 한국은 미일 동맹의 종속변수였다.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 지역 순방하면 일본에 주로 머물고 한국은 잠시 들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위상이 변하고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면서 우리의 자율성이 제고되는 동맹으로 진화했다. 즉 우리가 더 이상 미일 동맹의 종속 변수가 아닌 상태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강화라는 정책기조 아래 스스로 알아서 미일 동맹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한미 동맹이 독립 변수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미일을 축으로 하고 한미 동맹이 여기에 붙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우가 든다. 과거로의 퇴행이 일어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재임시절 3각 안보협력의 틀을 무척 강조하고 한국을 그 틀에 엮어두려고 굉장히노력했다. 북한과 평화 및 화해 프로세스를 견제하고 한일관계도 틈만 나면 격하시켰다. 아베가 이런 전략을 취했는데 지금 딱 그렇게 돼 버렸다. 아베 총리가 지하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한미 훈련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실질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그 필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절대시하는 것은 국가의 관리자들이 보일 태도는 아니다. 좀 더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갖고 안보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면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향후 한일 간 군사 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수훈 :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일본이 차곡차곡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확대해 왔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2015년 안보법제 제정하면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대한 교두보를 이미 확보했다.

 

지금은 한미일 군사협력, 한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면서 동해에서 수차례 해양훈련을 하고 독도 인근에서도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앞서 말한대로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무력 법제화 등으로 인해 군사협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영토와 영해는 수호하는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안보협력을 강화돼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가다보면 자칫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 22일 한미일 3국이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미시알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했다. 앞쪽부터 세종대왕함, 배리함, 아타고함. ⓒ해군

 

프레시안 :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이수훈 : 방안을 언급하기 전에 일단 이 정부가 철학과 인식이 빈곤하다는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직전 보수정부였던 박근혜 정부 때만해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나름의 지향점이 있었다.

 

정부도 그렇고 전문가도 그렇고 '한반도적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는 남한만의 안보, 남한만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산적한 외교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큰 돌파구를 찾을 수도 없다.

 

윤석열 정부가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는데 거기에도 해양만 있지 대륙이 없다. 왜 북방은 없는지 모르겠다. 보수정권이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DNA는 다 어디로 갔나. 러시아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반도적 시각을 가져야만 넓은 시야가 열린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하더라도 향후 국익을 위해 러시아와 관계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또 중국을 포함한 대륙의 국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그 때 그 때 상황에 잘 대응하면서 국익을 추구해나가는 유연한 태도가 절실하다. 

 

신냉전구도가 심화되는 것은 우리한테 절대 불리하다.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서 이 구도가 심화되지 않도록 좌표를 잡고 그런 방향의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우리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해본 적도 있지 않나. 그런 역량을 발휘해 미국과 중국 간 대결구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 유지를 지지한다고 했다. 즉 대만해협의 갈등과 분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미국과 중국의 활동 또는 정책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미중 간 신냉전 구도 속에 한 쪽에 서서 휘말려 들어가지 말고 균형을 취하면서 우리 국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는 가운데 지역 질서를 가능한 협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좌표를 설정하고 그 좌표위에서 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에 올인하여 돌아온 게 배터리 분야나 반도체 분야의 뒷통수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때문에 중국에 투자한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되고 있다. 미국에만 편중하여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산업에 오히려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활로를 찾기도 힘든데다가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저출산, 인구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위기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북한과 경제협력 등 제반 협력을 이뤄내며 활로를 만들어야간다는 생각은 못하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고 여차하면 사용한다고 하니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힘에 의한 평화' 노선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 우리 안보가 잘 지켜지고 평화가 오긴 하나. 연일 연합 훈련에 북한은 미사일로 도발하는 등 한반도가 평화는커녕 군사 연습장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데 아무런 실행이 없다. 미국에 대고 한반도 비핵화 정책 목표 이뤄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우리가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사실상 북한의 핵 무장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4년이나 남았다. 당장 노선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다.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모두 좋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영혼까지 싣지 말라는 것이다. 영혼을 실으면 전략적 사고와 균형잡힌 태세를 잃어버리게 된다.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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