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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만에"... 사과, 배 이어 미역도 '비상'

돌미역 채취철에 일손 놓은 동해안 어민들... 예년보다 낮은 수온에 미역 생장 느려

24.05.04 19:10l최종 업데이트 24.05.04 19:10l

진재중(wlswownd)

"이러다가는 일 년 농사 망칩니다."

한참 수확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아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들이 한숨을 내쉰다. 원래 동해안 정동진 어촌은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가장 바쁜 철이다. 맛 좋기로 소문난 돌미역 채취 시기이기 때문이다.

 

심곡항(2024/5/2) 강릉시 정동진리 심곡항 ⓒ 진재중

 

바다에 나가있어야 할 어민들이 정동진 심곡항에 삼삼오오 모였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미역을 수확해 말려야 할 시기인데 미역 채취조차 못했단다.

원도식 심곡 어촌 계장은 "미역이 한참 자라야 하는데 이제야 싹을 틔우고 있어요, 지금이 우리 어민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인데 이러다가는 미역 수확도 하지 못하고 올 한 해 넘기게 생겼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쉰다.

 

등명 앞바다의 암반과 해조류(2023/3/20) 바위틈에서 각종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 진재중

 

아래 사진은 2023년 3월과 2024년 5월 같은 해역에서 촬영한 것이다. 2023년에는 3월 중순경에 미역 채취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5월 초순인데도 미역이 자라지 않아 수확을 못하고 있다.

 

등명해변(2023/3/20) 암반사이로 검게 보이는 해조류가 미역이다. ⓒ 진재중

해조류가 보이지 않는 해안가(2024/5/2) 한참 풍성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은 해안 ⓒ 진재중

 

육지에 불어온 기후 위기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에게도 다가오고 있다.

창경바리 전통어법으로 매년 미역을 수확하는 정동 1리 어촌 계장 정상록씨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미역이 가장 왕성하게 자랄 시기인데 올해는 아카시아꽃도 늦게 핍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어민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창경바리로 미역채취하는 어민(2023/3/20) 전통어법인 창경바리로 미역을 채취하는 어촌계장 ⓒ 진재중

 

정동진과 심곡은 미역, 톳, 누덕 나물 등으로 봄 한철에 고소득을 올리는 어촌이다. 주변에 암반과 적절한 파도가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는 미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해조류(2023/3/20) 바위틈 사이로 다양한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 ⓒ 진재중

 

2023년도에는 바다 온도가 높아 미역 수확을 앞당겼는데 올해는 온도가 낮아 각종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바닷속을 촬영하는 한 수중촬영 전문가 B씨는 "지금은 바다 온도가 낮아 입수하기조차 힘듭니다. 바다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해조류가 잘 자라는데 많이 자라지 않았어요. 특히 미역은 지난해에 비해 반 정도도 자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등명해변 미역 잘 자라고있는 미역 ⓒ 진재중

 

이렇듯 기후위기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해조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해안에서 다시마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올해는 미역조차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기후는 과학을 떠나 어민들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과, 배에 이어 미역까지 밥상 물가를 위협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태그:#미역, #창경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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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파탄 국민우롱 참사정권 탄핵하자”…88차 촛불대행진 열려

특별취재단 | 기사입력 2024/05/04 [21:38]

 

기사: 이영석, 이인선 기자

사진: 김영란 기자

 

4일 오후 5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8차 촛불대행진’이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렸다. ‘민생파탄 국민우롱 참사정권 탄핵하자!’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3,500여 명이 함께했다.

 

본대회에 앞서 ‘영원한 건설노동자, 영원한 촛불행동 회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가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석원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작년에 우리는 2천 건에 달하는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34명이나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법원은 판단했다. 노동자가 일할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라고). 이제는 무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우리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작 범죄자는 나라를 이 꼴로 만들고 있는 윤석열이고, 한동훈”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놈들을 심판하고 윤석열 탄핵 될 때까지 힘차게 싸워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윤석열 끌어내리는 데는 양회동 열사 유지를 반드시 지킨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건설노조가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 석원희 건설노조 부위원장. © 김영란 기자

 

가수 류금신 씨가 노래 「건설 노동자의 노래」, 「또다시 앞으로」, 「희망을 품은 우리」를 부르며 추모 공연을 했다.

 

권 공동대표는 추모제를 마치며 양회동 열사의 아내 김선희 씨를 비롯한 열사의 가족들에게 촛불국민의 ‘따뜻한 위로’와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전했다.

 

한편 이날 저녁에 춘천에서는 ‘춘천촛불대행진’과 함께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제가 끝나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8차 촛불대행진’ 본대회가 열렸다.

 

사회자는 주요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를 시작했다.

 

© 김영란 기자

 

“민생파탄 국민우롱 참사정권 탄핵하자!”

“더 이상 볼 것 없다. 탄핵만이 해법이다!”

“국민이 주인 되어 탄핵정국 열어내자!”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기조연설을 했다. 김 공동대표는 “(촛불국민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윤석열 일당이 살아나지 못하도록 틈을 주지 말고 쉴 틈 없이 몰아치자고 했다”라면서 “이번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대표도 민심에 화답하고 그 힘으로 윤석열을 몰아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영수회담으로 위기 탈출을 하려 했던 윤석열의 꼼수를 또다시 파탄 냈다”라고 하며 “우리 국민이 정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나라와 정치의 주인인 우리 국민이 실질적인 주인의 역할을 다해가는 주권자 운동을 더욱 맹렬하게 벌여가자”라고 호소했다.

 

▲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은 “채해병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대해 ‘안타까운 죽음을 악용한 나쁜 정치’라고 한 것을 규탄했다.

 

이어 “안타까운 죽음을 수수방관하고 덮으려고 한 것이 어떤 놈들인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부권 행사, 반대 표결로 일관한다면 오늘은 예고편이며, 앞으로 우리 해병대 예비역들은 이곳에 함께 나와 윤석열 정권 퇴진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의 씨를 말려놓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 © 김영란 기자

 

정종성 서울촛불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리집회에서 “총선 이후 영수회담도 끝난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북한 괴비행체 NLL 침범, 군 격추’ SBS 보도와 ‘북한의 한국 대사관 테러 첩보에 따라 5개 재외공관의 테러 경보를 상향’했다는 정부 발표, ‘2026년까지 2배 이상의 드론을 확보해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발표를 언급했다.

 

이어 “모두 5월 2일에 일어난 일이다. 종합해 보면 북한이 전방에서, 후방에서, 외국에서 테러한다는 내용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또다시 북풍 냄새가 풍긴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권력 붕괴 위기를 느끼고 있을 윤석열에게 남은 유일한 탈출구는 북풍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며 “윤석열이 만약 섣부른 북풍 공작을 벌인다면 정권 붕괴의 시간은 더욱 빨라질 뿐이다. 윤석열이 북풍 공작을 아예 시도조차 못 하도록 탄핵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계속 몰아붙이자”라고 역설했다.

 

LA촛불행동 회원인 박신화 목사는 “(윤석열 정권이 총선 후) 변하는 척하는 연극과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꼼수와 무도함과 무지만이 판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독재 정권이 끝날 때까지 촛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왼쪽부터 정종성 집행위원장, 박신화 목사. © 김영란 기자

 

‘5월 윤석열 탄핵 문화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개사대회 경연’(공연)이 있었다.

 

전영심 씨가 「몰아쳐 일해」(「마음 약해서」 개사곡), 한덕균 씨가 「협치는 필요 없다 윤석열 탄핵」(「나팔바지」 개사곡) 노래 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사회자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영심 씨는 “22대 국회에서는 탄핵, 특검을 진행해 달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 한덕균 씨는 “제목 그대로 ‘협치는 필요 없다. 윤석열 탄핵’을 (가사에) 담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전영심 씨, 한덕균 씨. © 김영란 기자

 

‘권오민의 현장 인터뷰’에서 강북구에서 온 남성은 “‘이채양명주’에서 두 가지가 됐다. 계속 힘내서 단합해 윤석열 물리치는 그날까지 힘내서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또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이사장은 “(총선 승리로) 9부 능선을 넘었다. 조금만 힘내면 (윤석열을) 끌어내릴 수 있다”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2가 교차로, 청계천을 거쳐 광화문역까지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정리집회에서 사진작가인 이호 씨는 “총선이 여당의 대패로 끝나자 (윤석열 정권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꼼수를 쓰고 있다”라며 “야당 지지자들을 사분오열로 분열시켜 야당과 민주진보 진영이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간계를 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윤석열 탄핵까지 거세게 몰아붙여야 하는 것’이다”라면서 “이제 우리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대한 총공격을 가할 시간이다. 숨 쉴 틈도 없이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 그들의 역사를 종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당면 정치 정세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먼저 영수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80대 여성 이 씨는 “윤석열이 영수회담을 하자고 한 건 정권 위기에 몰리니까 자기가 살아나기 위해 쇼한 거다. 빨리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 탄핵밖에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온 60대 남성 강 씨는 “윤석열은 대화가 안 되는 존재기 때문에 결국 시간을 때울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의 허점을 잘 찔렀다”라고 평가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40대 여성 이 씨는 “윤석열을 말 못 하게 만든 것이 통쾌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음으로 양회동 열사 추모 1주기에 맞춰, 노동자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다.

 

60대 김 씨는 “윤석열 정권이 기득권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즉 돈 없는 사람 등쳐서 돈 있는 사람의 배를 불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60대 최 씨는 “대통령으로서 인문학적 소양도 없다. 막 싸우다가도 싸우던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설노동자들을 탄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30대 여성 김 씨는 “노동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먹고사는 것에 치중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려고 하면서 우병우 사단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들어봤다.

 

60대 강 씨는 “지금 검찰로는 정권을 유지하기 힘드니까 제2의 방어벽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김 씨는 “윤석열 본인이 워낙에 형편없는 사람이다 보니 자기에게 충성할 수 있는 이들을 많이 구해야 한다. 그런 윤석열에게 충성할 수 있는 건 국정농단을 저지른 우병우 사단처럼 국민에게 사람 취급 못 받는 이들”이라며 “자신의 감옥 동료들을 차곡차곡 잘 모으고 있다. 윤석열이 그런 재주가 있다”라고 조소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촛불행동이 촛불국민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행동이 준비한 카네이션 브로치를 단 어머님들. © 김영란 기자

 

▲ 다양한 선전물로 시민들의 이목을 끄는 석영식 씨. © 김영란 기자

 

▲ 류금신 씨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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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 작가

 

▲행진 대열에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촛불행동 자원봉사자가 청계천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구호 선전물이 잘 보이도록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청계천을 지나는 행진 대열.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 김영란 기자

 

▲ 함성을 지르며 88차 촛불대행진을 마무리하는 촛불시민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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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회 순조롭게 열릴까…법사위원장 쟁탈 ‘먹구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5/05 07:46
  • 수정일
    2024/05/05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32


‘법안 심사 길목’ 중요 상임위
4년 전 원 구성 때도 극한 대치
민주당 ‘법사위 가져와야’ 강경
김진표 의장, 법제위 분리 개정안

  • 수정 2024-05-05 07:30
  • 등록 2024-05-05 07:30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우리나라 국회의원 임기는 4년입니다. 4·10 총선으로 선출된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30일에 시작됩니다. 국회의원 임기는 왜 5월30일에 시작될까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뤄진 9차 개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대통령 직선제였습니다. 몇가지 중요한 경과 규정을 부칙에 두었습니다. 우선 개정 헌법 시행일과 개정 헌법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 시작일을 1988년 2월25일로 맞췄습니다. 1981년 2월25일 7년 단임으로 선출되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가 1988년 2월24일에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정 헌법에 의해 선출되는 국회의원 임기는 선거 이후 최초의 집회일에 시작되도록 했습니다. 1988년 4월26일에 13대 총선을 치렀습니다. 1988년 5월30일 13대 국회 첫번째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오전에 김재순 국회의장과 노승환·김재광 부의장을 선출하고 오후에 개회식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마다 5월30일에 시작됩니다. 국회의원 4년 임기는 헌법 규정입니다. 따라서 개헌 등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임기는 앞으로도 계속 5월30일에 시작될 것입니다.

참고로 12대 국회의원 임기는 1987년 개정 헌법 부칙에 의해 1988년 5월29일로 끝났습니다. 12대 국회의원은 1985년 2월12일 총선으로 선출돼 4월11일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1987년 개헌으로 임기가 1년 정도 줄어든 것입니다.

법사위원장 배분, 그때그때 달라

국회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2년입니다. 1948년 제정된 국회법은 의장과 부의장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같도록 정했지만, 1951년 개정 국회법에서 2년으로 줄였습니다. 상임위원과 상임위원장 임기는 처음에는 국회의원 임기와 같았지만, 2대 국회 임기 중인 1953년에 1년으로 줄었습니다. 1963년 6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중심 체제를 채택하면서 2년으로 늘었습니다. 그 뒤 2년마다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전반기와 후반기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이 정착됐습니다.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이 했을까요? 제헌 국회부터 자유당이 창당되기 전인 2대 국회 중반까지는 자유 경선으로 선출했습니다. 무소속이 과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독재와 박정희 대통령의 민주공화당 독재 때는 여당이 독식했습니다. 국회 부의장 1명만 야당 몫으로 줬습니다. 상임위원장을 야당도 맡기 시작한 것은 1988년 13대 여소야대 국회부터입니다. 1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정의당 7, 평화민주당 4, 통일민주당 3, 신민주공화당 2로 배분했습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대야소가 된 뒤 민주자유당은 다시 여당 독식을 시도했으나, 평화민주당의 강한 반발로 13 대 4로 배분했습니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는 정권교체로 처음 여야가 바뀐 국회였습니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여당’과 한나라당 ‘제1당’의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자민련의 박준규 의원이 3차 투표 끝에 당선됐습니다. 2000년 16대 전반기에도 같은 논리로 국회의장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새천년민주당 이만섭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2002년 16대 후반기에는 ‘자유 경선’으로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습니다. 야당 의원이 입법부 수장으로 선출된 첫 사례였습니다. 그 뒤 국회의장은 원내 1당 출신이 맡는 관행이 정착됐습니다.

그 이후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 출신 정당과 반대쪽 정당’이 맡는 관행이 정착됐습니다. 이에 따라 18대에 유선호·우윤근 의원, 19대에 박영선·이상민 의원, 20대에 권성동·여상규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은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였습니다. 민주당이 180석 압승을 하면서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법사위원장까지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해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부의장 자리를 비우고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1년 뒤 2021년 7월23일에야 원 구성에 대한 여야 합의가 겨우 이뤄졌습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습니다. 상임위원장도 11 대 7로 나눴습니다. 민주당이 뒤늦게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한 이유는 상임위원장 독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높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패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재명 “소국회·법맥경화 없도록”

그런데 4년 만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똑같은 장면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물론이고 여당이 맡아왔던 운영위원장까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5월3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확보해서 국회 운영을 책임 있게 주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4월29일 최고위원회 머리발언에서 민생 필수 법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법사위의 자구 심사 권한을 악용한 법맥경화, 이 문제가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구 심사를 한다는 이유로 법안을 사실상 ‘게이트키핑’ 하면서 소국회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맥경화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처럼 강경한 태도가 앞으로 벌어질 원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용’인지, 실제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고 밀어붙이는 ‘관철용’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원 구성 협상을 할 즈음의 여야 관계와 여론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안팎의 분위기는 4년 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4·10 총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입니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선출합니다. 국회의원이 유권자입니다. 민주당 의원 당선자들이 국회의장 후보자를 뽑으면, 22대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그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그게 관행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의원 및 당선자는 6선의 조정식·추미애, 5선의 박지원·우원식·정성호 등 모두 5명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들은 지금쯤 민주당 의원 당선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득표 활동을 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의원 당선자들 못지않게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신경쓰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을 받는 의원이나 당선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친이재명계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4월29일 총선 평가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 조정식·추미애·우원식·정성호 네 사람이 참석해 자신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이런 분위기라면 박찬대 원내대표의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발언도 ‘협상용’이 아니라 ‘관철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확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를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 개혁 이번엔?

문제는 국민의힘입니다. 5월9일 누가 원내대표로 선출될지 알 수 없지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순순히 내줄 리 없습니다. 따라서 4년 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원 구성 협상 결렬 및 국회 공전 사태가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니, 단순히 재연되는 것이 아니라 4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여야 모두 양보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큰일입니다. 국회가 마비되면 국정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국회 파행을 막을 묘수가 없을까요?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선 직후인 4월15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제위원회를 분리해 체계·자구 심사를 전담하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지금까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률안을 ‘붙잡고’ 있던 폐해를 없애는 것이 목적입니다. 과거 여야가 원 구성 협상 때마다 여러차례 약속했던 내용을 김진표 의장이 21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법 개정안으로 발의한 것입니다. 저는 김진표 의장의 이러한 제안이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확보 쟁탈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5월9일 새로 선출되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가장 큰 임무는 22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첫번째 작품으로 김진표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하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성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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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위기탈출용 북풍의 조짐들

 

[정조준58] 윤석열 위기탈출용 북풍의 조짐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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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도 끝나고 영수회담도 끝난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특이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상한 사건들

 

먼저, 지난 3월 말 괴비행체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군이 격추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이한 건 이 사건이 한 달도 더 지난 5월 2일 SBS 뉴스 단독으로 보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걸 왜 이제야 보도했을까요? 아마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발표했다가 북풍을 일으키려 했다는 역풍을 당할까 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총선을 앞둔 3월 말, 4월 초에 북풍으로 의심되는 여러 정황이 있기는 했습니다. 

 

통일부는 4월 2일 북한 노동신문이 기사를 써서 총선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기자들조차 ‘우리 국민 누가 노동신문을 본다고 그게 총선 개입이 되냐?’라고 반문할 정도였는데 통일부는 이에 제대로 답변하지도 못했습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검찰, 경찰 등과 공조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하면서 간첩단 사건을 만들려다가 3월 22일 발각됐습니다. 피해자들이 왜 몰카 촬영을 했냐고 항의하자 국정원 직원은 순순히 휴대전화 암호를 풀어서 찍은 사진은 물론 카카오톡 대화까지 다 보여주는 어설픈 공작 실력을 노출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통일부, 정보·수사기관, 군 등 여러 정부 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북풍을 준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해 볼 만합니다. 다만 통일부와 국정원은 어설퍼서 망신만 당한 채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군은 왜 작전을 진행하고도 이를 숨겼을까요?

 

선거 시기에 일어나는 북풍 사건에는 모두가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괜히 어설픈 공작을 하다가 들통이 나면 역풍이 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군은 북풍 작전을 해봤지만 어설퍼서 역풍이 불까 봐 숨겼던 것 아닐까요?

 

보도를 보면 NLL을 넘어온 괴비행체가 풍선 끝에 물체가 달린 기구 형태였고 길이가 1.5~2미터였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자세히 목격했다면 당연히 사진이나 영상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군은 2022년 연말 무인기 사건 때문에 크게 곤욕을 치렀기 때문에 증거를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사진 촬영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비행체가 풍선이면 그렇게 긴박한 상황도 아니니 사진을 못 찍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군은 아직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풍선이라면 바다에 가라앉지도 않았을 텐데 수거도 못 했습니다. 그러니 ‘괴비행체가 넘어온 게 사실인가? 근거가 있나?’라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없는 셈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비무장지대에서 이른바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군이 북한을 향해 155밀리미터 포탄 29발을 발사한 적이 있습니다. 군은 북한이 먼저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자기들은 쏜 적이 없고 한국군이 거짓 구실로 선제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들이 군 당국에 북한이 쏜 3발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물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맨눈으로 확인했다는 포연이 유일한 증거였는데 사진을 찍어놓은 것도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가 되었습니다. 

 

물론 군이 총선을 앞두고 북풍을 일으키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걸 왜 이제야 공개해서 보도하게 만들었을까요? 지금 북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요?

 

다음으로, 정부가 2일 중국 등 해외 공관 다섯 곳에 테러 경보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정원은 최근 외국 체류 중인 북한 엘리트들의 이탈이 속출해 이들을 관리하는 보위성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들의 탈북을 한국 공관원이 납치한 것으로 꾸미고, 보복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인을 테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뭔가 설명이 복잡한데 결론은 북한 공작원이 외국에서 한국인을 테러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이런 발표를 보면 일단 의심부터 듭니다. 정권 안보를 위한 공작을 해온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국정원의 발표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한국인이 테러당했는데 그걸 북한 공작원이 했다고 발표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국정원 원훈석.  © 국가정보원


그러고 보니 국정원이 지목한 해외 공관 중에는 중국 공관도 있습니다. 지금 중국 주재 한국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 정재호입니다. 정 대사는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한 것과 부정 청탁을 받은 일로 조사를 받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해 갑질을 해서 더욱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국 주재 대사관에서 뭔가 작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끝으로, 지난 4월 30일 국정원이 ‘2023년 테러 정세와 2024년 전망’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북한이 무인기,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 국내 후방 지역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하마스를 모방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글쎄요, 최신 전술핵 미사일과 정밀 유도 방사포, 극초음속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왜 하마스 흉내를 내며 패러글라이더를 날릴 것이라는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뭔가 좋지 않은 조짐이 느껴집니다.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 의해 후방에서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 아닐까요?

 

다시 종합해 봅시다. 최근 며칠 사이에 갑자기 북한이 전방에서, 후방에서, 외국에서 테러할지 모른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면 뭔가 다들 어설프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이걸 국내 정치 상황과 연결해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북풍이 절실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위기에 몰렸습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했고 다들 그 원인이 윤 대통령이라고 지목합니다. 그래서 영수회담으로 판을 뒤집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불러서 그럴듯한 사진도 찍고, 또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도 선별 지원 정도로 타협해서 받아주고, 이태원참사 특별법도 합의 처리를 전제로 동의해주면 소통과 협치 이미지를 만들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여겼을 것입니다. 동시에 야권을 분열시킬 수도 있습니다. 일부 요구안을 적당히 수용했으니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은 미룰 수 있으리라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이 대표에게 ‘꾸지람’ 듣는 사진만 잔뜩 찍히고, 채상병 특검도 통과됐습니다. 영수회담 직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2주 전에 비해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국지표조사 5월 1주 기준) 전체 대화의 85%가 혼자 떠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통과 협치 이미지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작전이 실패한 원인이 뭘까요? 영수회담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워낙 끓어오르니 민주당이 영수회담도, 특검도 원칙대로 처리한 것입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김건희 특검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은 윤 대통령의 목을 직접 겨눈 칼끝이나 다름없습니다. 거부권 행사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거부권을 행사하면 지지율이 20%대에서 더 떨어져 10%대, 아니 그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통령직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러면 검찰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김건희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마 윤 대통령 본인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절대 권력을 지향하던 사람은 자신의 권력이 조금이라도 새 나가면 금방 눈치챕니다. 

 

이제 윤 대통령의 탈출구는 북풍밖에 없습니다. 

 

북풍에도 여러 수위가 있습니다. 

 

북풍 최소치는 30% 콘크리트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키워 보수세력이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조선일보, 해병대도 안보가 위험하니 일단 대통령을 지키고 보자며 다시 돌아서게 만드는 것입니다. 

 

북풍 최대치는 제2의 네타냐후가 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전에 극우 독재 정치를 펼치다 강력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퇴진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반네타냐후 여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핑계로 버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역시 지지율이 10% 아래로 굴러떨어져도 물러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핑곗거리인 전쟁을 바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북풍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도를 모를 국민은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북풍에 매달릴수록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 요구를 더욱 강하게 들고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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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춘 "공개된 자료까지 압수수색, 왜 EBS를 정쟁에 몰아넣나"

유시춘 EBS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BS를 이 가파르고 험악한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EBS 이사장이자 유시민 작가의 누나인 유시춘 이사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몰아내기'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의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 위반 수사의뢰에서 시작된 일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해임 절차로 이어졌다. 급기야 검찰은 지난 4월 30일 EBS 사옥에 있는 유 이사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법인카드 영수증, 이사장 일정표, 자체 감사 자료 등을 가져갔다. 유 이사장은 "공개된 자료이고, 요청하면 줄 수도 있는 자료"라면서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공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지난 3월 방통위 해임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은 유 이사장에게 '휴게소에서 김밥 두 줄(1만2000원 지출)', '연희동 카페에서 커피 한 잔(5000원 지출)'의 사용처까지 물었다. 국가기관이 법인카드 영수증을 하나하나 모두 들여다보면서 유 이사장의 흠집을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 이사장은 "(영수증 사용을) 더 세부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만난 사람 실명을 거론했고, 그분들이 확인서까지 써줬다.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라고 했다.

범정부 차원의 압박 속에서도 유 이사장은 'EBS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TV수신료 2500원 중 EBS 몫으로 70원이 나오는데, 질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걸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EBS가 있어서 팬데믹 속에서도 교육을 멈추지 않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며 "EBS는 너무나도 중요한 교육 공적 자산이자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아래는 3일 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검찰 압수대상, 공개된 자료... 이게 압수수색까지 할 일인가"

 

유시춘 EBS 이사장이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왜 나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이정민

- EB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로 지난 4월 30일 압수수색을 단행한 건데 어떤 심경인가.

"EBS는 보도국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격랑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EBS 주업무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청소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과 '세계테마기행' 등 문화 교양 콘텐츠 생산이다. 나는 민주화운동을 하기 전, 15년간 고등학교 교사를 했다. 지난 2018년 이사장을 맡은 뒤, 교사의 마음으로 한국의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EBS 교육 콘텐츠를 고민해왔다.

특히 '지역에 소외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까', 오직 이 일념으로 일했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 유발 하라리 등 세계적 석학들의 강의 콘텐츠인 '그레이트 마인즈' 등을 기획했고, 부족한 콘텐츠 제작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백방으로 뛰면서 노력해왔다. 이념적 활동이나 그런 콘텐츠를 생산한 적도 없고 그런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다. 그런 나를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공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어땠나?

"그날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고양지청 검사로부터 '압수수색을 나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너무 놀랐다. 사무실에 가서 영장을 살펴보니까 압수수색 목록 1번부터 나열이 돼 있는데, 법인카드 영수증, 이사장의 일정표, 자체 감사 자료가 압수대상 목록이었다.

그런데 이건 공개된 자료이고, 자료를 요청하면 그냥 줄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압수수색 영장에서 X표된 목록을 보면서 더 놀랐다.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으로 올렸다가 판사가 반려한 목록인데 휴대전화, 자택, 개인PC, 내 다이어리 등이었다."

-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나.

"주로 백화점에서 물품 구입한 것들을 문제삼고 있다. 방송 출연자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샀던 물품들이다. EBS는 다른 방송국에 비해 출연료가 낮은데, 그럼에도 출연해주신 분들에게 드릴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와인, 농수산물, 육포 등이었고 백화점에서 배달해주니까 구입했던 거다.

그런데 그게 전부 사적 유용으로 몰린 것 같더라. 가령 와인 10병을 구매했다고 하면, 그걸 내가 다 마시겠나. 전화로라도 물어볼 수 있는 건데 (조사 과정에서) 일체 얘기가 없었다. 그런데 자기들도 보면 알거다. 이게 압수수색까지 할 건인가."

"밥값 2000원 초과, 5000원짜리 커피까지 문제 삼아"

- 이와 별개로 방통위에서도 해임 청문이 진행되는 등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방통위에서 문제삼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다. 법인카드를 쓰면 영수증과 함께 '교육계 관계자 00명' 이렇게 적어서 낸다. 교육계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나 학생들, 전직 교사들도 있다. 온라인 클래스 수업과 관련해서 학부모와 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을 모두 '교육계'로 통칭해서 적었는데, 교육계로 적은 영수증은 일률적으로 문제 삼은 것 같더라.

그래서 (김영란법은 교사 등 공직자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 원 이하여서) 교육계 5명을 만나서 15만 2000원을 썼다고 하면, 2000원 초과된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6년간 1700만 원을 쓴 것이 김영란법 위반과 사적유용으로 문제가 된다는 건데, 한 달에 평균 30만 원꼴이다. 그것도 초과한 금액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사용금액) 전체를 모두 넣은 거다. 결국 그런 거 하나하나를 모두 모은게1700만 원이고, 그 만큼 E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거다."

- 지난 3월 방통위에서 해임 청문도 있었는데 청문위원들은 뭐라고 하던가.

"청문위원이 했던 질문 2개만 말씀드리면, 하나는 2022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쓴 영수증이 있었는데, 5000원짜리 커피 왜 먹었냐고 물어보더라. 연희동에서 연극배우들 미팅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 배우들이 찻값을 계산했다. 그래서 '왜 너네가 냈나'라고 하는 와중에, 직원이 '한 잔 덜 계산됐다'고 했다. 그래서 경황이 없는 와중에 법인카드를 썼다.

또 하나는 '금산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만2000원을 썼는데, 왜 금산에 갔냐'고 하더라. 문재인 정부 당시 동료 이사가 상을 당해 조문을 다녀오는 길에 김밥 두 줄 먹은 거였다. 코미디였다. 더 세부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만난 사람 실명을 거론했고 그분들이 확인서도 써줬다. 'O월 O일 유 이사장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 그 과정이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부사장, 보이지 않는 손 작용"

 

"<월간조선>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 부사장이 오게 되면 EBS는 원하지 않아도 정쟁의 장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공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무슨 이념이 들어갈 수 있나"

ⓒ 이정민

- 오늘(3일)은 <월간조선> 편집국장 출신 인사(김성동)가 부사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이다(이날 김 부사장의 출근은 EBS노조 반발로 무산됐다). EBS의 앞날도 걱정인데.

"<월간조선> 재직 당시 그분이 쓴 글을 보시라. 신천지 이만희를 띄워주면서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운운하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할 당시에는 '취임식장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고 썼다. 보수를 존중하지만, 그분이 쓴 글을 보면 존중하고 토론할 수 있는 보수주의자로 보이지 않는다.

방송공사법에 보면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김유열 사장은 이 분을 모를 거다. 민감한 인사 문제여서 김 사장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단언컨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라고 본다.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월간조선> 편집장이 EBS에 오는 거다."

- 보수 정부에서 MBC나 KBS는 장악 대상이 됐지만, EBS까지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보나.

"MBC나 KBS는 정치적 유불리나 갈등이나 대립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겠으나, EBS는 그럴 이유가 없다. 근데 왜 이럴까. (알면 내게) 가르쳐달라. 관련 댓글들을 보면 '유시민(유 이사장의 동생) 어떻게 하기 어려우니까, 유시춘 넣는구나'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시민 어떻게 못하니까 유시춘 넣는다고들 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요구하는 KBS, MBC, EBS 이사들이 지난해 8월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맨 왼쪽이 EBS 유시춘 이사장.

ⓒ 권우성

- EBS 교육 콘텐츠에 뉴라이트 사관을 심을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합리적 의심도 있다. 허나 EBS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EBS는 철저하게 제작과 편집이 독립돼 있다. 그 누구도 PD의 콘텐츠 생산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

- EBS에 대해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이유가 있나.

"코로나 사태 당시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로 코로나 때 공부를 하니까 학교보다 훨씬 좋다는 거였다. 엄마가 가정교사처럼 지도를 해주니까 그게 좋았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온라인 클래스'를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EBS가 있어서 팬데믹 속에서도 교육을 멈추지 않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우리가 50년만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동력은 '교육'이었다. EBS는 너무나도 중요한 교육 공적 자산이자 공공재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BS 이사장으로 오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EBS를 무척 사랑한다. 정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서울과 지역이 이렇게 차별적인 나라는 별로 없다. 그래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중앙과 버금가는 동일한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저에게는 소중했다. 지역 격차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교육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관이 EBS다.

그런 EBS가 수신료 70원(TV수신료 2500원 중 EBS 몫은 70원)을 받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고 이걸 고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간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더 좋은 교육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EBS 예산 확충과 좋은 콘텐츠 생산에 전력을 다해왔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제발 EBS를 이 가파르고 험악한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말라. <월간조선>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 부사장이 오게 되면 EBS는 원하지 않아도 정쟁의 장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공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무슨 이념이 들어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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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EBS, #유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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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으로 돌아가서

2022년 11월 3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 또 다른 출발선 앞에 섰다. 159명 희생자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551일 만이다.

‘땅땅땅’ 법안의 상정을 알리는 국회의장의 의사봉 소리가 장내에 퍼지고, 가결이 확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 14초. 이 순간을 위해 유가족은 1년 6개월여를 안간힘을 다해 견뎌왔다. 이제 경찰도, 검찰도, 정부도 밝히지 못한, 혹은 찾아내지 않은 참사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룬다. 참사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진상규명과 책임을 하나하나 밝혀내야 한다.

특조위는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다. 누구든 특조위의 활동에 외압을 행사하고 방해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가족의 당부대로, 특별법 공포 직후 특조위 구성부터 운영까지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방해받는 과정을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는 특별조사위원회(2015년 3월~2016년 9월), 선체조사위원회(2017년 3월~2018년 8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018년 12월~2022년 9월) 등 8년 동안 3개의 공적 조사 기구를 거쳤음에도 아직 ‘미완’의 진상조사에 머물러있다. 침몰 원인조차 결론 내지 못한, 순탄하지 않은 10년이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는 위원 구성 단계부터 정치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의 권한과 조직 규모를 크게 축소해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을 강행했고, 인력과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2015년 11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당시 정부 고위인사들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첫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유가족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 그리고 많은 시민이 모인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의 구호도 “끝까지 진상규명”이었다. 더 이상의 기다림과 실망은 없어야 한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인 국가는 ‘진실을 향한 걸음’에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 국민의힘도 딴죽을 걸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재의결 절차를 밟으며, 합의 처리 조건으로 법안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윤 대통령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 온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 권한을 원안에서 삭제했다. 영장 청구의뢰권은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여러 조사위원회 관련 법안에도 있던 것이다. 그간 문제 된 적 없었지만 특별법 여야 합의 통과를 위해 유가족이 양보했다.

가족을 잃었는데 아무도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억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는 유가족은 폭염의 날씨에 곡기를 끊는 단식투쟁을, 폭우 속에 삼보일배를, 한파가 닥친 날에는 오체투지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순간이 더 고통스러웠던 유가족은 온몸으로 진상규명을 호소했고, 특별법 통과를 이뤄냈다. 내일을 살아가는 딸과 아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지낼 수 있도록, 더 큰 사회적 손실과 비극을 막기 위해 앞장서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유가족이 권력과 싸우고, 눈물짓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눈과 비가 내리는 날 목숨 건 행진에 나서지 않고 보고 싶은 얼굴을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으면, 시린 마음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가족이 지켜낸 또 다른 하나, 서울광장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오늘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바라보고 있는 영정사진 속 앳된 얼굴은 여전히 마음을 찌른다. 모든 넋이 모여 이제는 완전한 진실이 드러나길, 유가족의 몸이 더 문드러지기 전에 책임자가 처벌받길, 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이들이 치유의 순간을 마주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 국회 통과 추모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특별법이 담긴 서류를 영정사진 앞에 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02. ⓒ뉴스1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2.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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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이라 쓰고 '법무법인 윤석열'이라 읽는다?



[박세열 칼럼] 한동훈·이상민의 퇴조와 민정수석실의 갑작스런 부활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5.04. 05:04:38 최종수정 2024.05.04. 05:04:39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14일 통의동 집무실 첫 출근 날 민정수석 폐지를 선언한다. 그는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일명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라진 지 22년 된 '사직동팀'이 언급된 건 생뚱맞은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했지, 전직 대통령 네 명을 뛰어 넘고 김대중 정부를 거론한 이유는, 과거 민간인 사찰 '흑역사'의 상징인 '사직동팀'을 민정수석 폐지의 명분으로 삼은 건 왜일까. 그로부터 2년 후 총선에서 대패한 대통령은 다시 김대중 정부를 거론한다.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에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뜬금없이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은 건 역설적으로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업무를 '사정 정보 수집' 쯤으로 여기고, 민정수석실을 '사정 기관 통제 기구' 정도로 여겼다는 방증이다. 본인이 검사 출신이니 민정수석이 검찰 및 사정 기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행사하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구태여 '민정수석' 같은 거추장스러운 중간 단계는 필요 없었을 터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 보좌관을 지낸 황현선 씨의 책 <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에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온다.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동시에 정부 부처 안에 신설한 두 개의 조직에 주목한다. 하나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이다. 두 조직 모두 정부조직법에서 정하는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정권 초 힘이 센 대통령은 전국 총경들을 제압하고, 야당의 반대를 누르며 무리하게 신설안을 밀어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이 윤석열의 최측근인 한동훈과 이상민을 위한 설계라고 의심했다"는 황 씨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 폐지'라는 기만술을 펴는 한편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사정기관을 장악력을 강화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을 법무부장관에 두고 민정수석실의 인사 정보 검증 업무를 밀어 넣었다. 자신의 왼팔에 해당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 수사의 민주적 통제" 운운하며 경찰 조직 직할 통제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대통령은 과거 민정수석 기능을 정부 부처로 확장해, 정부 자체를 거대한 검찰로 재편했다. (여기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김대중 정부는 민정수석 기능을 없앤 게 아니고, 민정수석(차관급)을 민정비서관으로 격을 낮췄다. 지금처럼 지금처럼 아예 민정수석 기능을 자신의 측근이 포진한 정부 부처에 나눠준 게 아니다.)

 

총선 참패 후 민정수석 부활을 두고 많은 이들이 '민심 청취'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전달한다. 이런 게으른 분석엔 동의하지 않는다.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면 굳이 검찰 출신이자 대통령의 서울 법대 후배가 민정수석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이 설명되지 않는다. 김건희 영부인과 그 주변인들이 문제라면, 제2부속실 설치도 아니고, 특별감찰관 임명도 아니고 굳이 민정수석이어야 하는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참고'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을 부활시키면서 초대 민정수석에 검찰과 관계 없는 사회운동가 출신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임명했다.

 

결국 민정수석실 부활은 대통령의 양팔, 한동훈과 이상민의 퇴조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집권 2년차 막바지에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정치적 독립을 위해 기지개를 켰다. '정권 2인자'를 통해 관할했던 법무부와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은 약해졌다. 시스템 구축 대신 '측근'을 보내 조직을 장악한 손쉬운 결정의 후과다. 하필 서초동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영부인 소환 여부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정권 핵심부와 견해차를 보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경찰 쪽은 어떤가. 지난 18일 행안부 경찰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경찰행정의 발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행안부와 경찰의 바람직한 지휘관계를 정립하고 정부조직법, 경찰법 등 관련 법령 개정에 필요한 학술자료와 쟁점, 찬반 논거' 등의 수집에 나섰다. (4월 24일자 한국일보 "경찰국, 행안부 장관 '지휘권 확대' 착수... 경찰 장악 논란 재점화")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강화하려는 일환인데,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이런 식의 경찰 개혁(?)이 제대로 될 거라 보는 사람들은 없다. 이미 '식물 장관'이 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겨냥해선 '이태원 특조위'가 곧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그 자신'이다. 민심 청취 기능이 생긴다 한들 '59분 대통령'이란 비아냥을 떨치지 못한다면 그 기능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용산 대통령실의 모든 수석이 대통령 면전에서 제대로된 쓴소리를 하지 못해 총선 참패와 레임덕 위기에 처했는데, 갑자기 민정수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대통령에게 안 하던 '아니오'를 할 수 있다는 걸 믿으라는 말인가.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관리다. 문제는 영부인과 그 가족들이 연루된 의혹은 '관리'란 걸 하기도 전에 '이미' 발생해 있는 상태다. '친인척 관리'가 아니라, '친인척 비리 의혹 처리'를 관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필연적이다. 제2부속실도 안 만들고 특별감찰관도 두지 않겠다면서 갑자기 '민정수석'을 새로 만든다면 그걸 "민심 청취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민정수석을 정권 중간에 부활시키로 한 건 최악의 선택이다. 애초에 폐지하지 말았어야 했거나, 다음 정부가 부활시키는 게 맞는 일이다. 결국 한동훈도, 이상민도 없는 정부를 끌고 갈 자신 없는 '레임덕 대통령'의 고육지책이 '민정수석 신설'이다. 온갖 '특검 위기'를 앞두고 대선 때 확언한 공약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다. 참으로 궁색하다.

 

이 정부는 불리한 이슈만 있으면 김대중 정부를 팔았다.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김대중 오부치 정신'을 찾고, 남북 대결 정책 기조를 내놓으며 뜬금없이 "국민의힘이 김대중 정신에 더 가깝다"는 궤변을 붙인다. 왜 23년전, 지금 상황과 맞지도 않게 '김대중 정부'를 팔아가며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려 하는지, 수많은 합리적 의심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곳곳에 포진한 '윤석열 사단'이 이제 아예 대통령실에 통째로 들어가 '윤석열 로펌'이 될 거라는 세평이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앙골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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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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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채상병 사건 특검 이슈로 키운 건 대통령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5.03 07:56

  • 수정 2024.05.03 08:21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채상병 특검법을 168명 찬성 표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제외하고는 표결에 불참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 법안에 의하면,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 중 민주당이 선정한 2명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특검은 90일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 통과 90여분 만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을 직접 찾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향후 거부권(재의요구)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영수회담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하의 더불어민주당이 사흘 만에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21대 국회 막판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를 놓고 조선일보는 특검 이슈까지 키운 것은 대통령실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2024년 5월3일자 1면

중앙일보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 무기력”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총선 청구서 ‘채상병 특검’…“낙선 많은 與, 재의결 땐 모른다”>에서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다소 무기력했다”며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벌인 규탄 대회는 8분 10초 만에 끝났다”고 썼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놓은 것은 법안 통과 1시간37분 뒤였다는 데 주목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직접 찾았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2024년 5월3일자 3면

정 실장은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찬성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동아일보과 통화에서 “젊은이가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이 오히려 이를 수사하려던 사람을 항명수괴죄로 모는 모습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이라 밝혔던 안철수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안 의원은 “당 전체가 반대한다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재의표결 “어떻게 될지 몰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의(再議) 표결할 방침으로 예상된다.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현재 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野 “尹 거부권 땐 28일 재의결… 부결되면 다음 국회서 또 하겠다”>에서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113석)과 국민의힘 출신 자유통일당(1석)·무소속(1석) 의석이 115석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 17표가 찬성표를 던지면 의결 정족수(197석)를 채울 수 있다”며 “국회의장이 통상 투표를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에서 18표가 이탈해야 가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정도 이탈표는 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재적의원 296명 전원이 출석할 경우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55명이 불출마·낙천·낙선 등을 이유로 곧 국회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라며 “김웅 의원처럼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이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의 한 낙선 의원이 “오늘은 ‘나가자’는 말에 우르르 일어났으나, 다음에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법안 찬성 여부를 떠나,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여명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채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대통령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 ‘채 상병 특검’ 단독 처리, 지혜롭게 풀 방법 없나>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하자 민주당이 집단 린치를 가하며 김 의장을 굴복시켰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두고 “공수처를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 22대 국회 개원 후 특검법을 처리해도 늦지 않은데도 무조건 특검부터 밀어붙였다”며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정쟁이 목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애초에 채 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잘못 대처한 대통령실”이라며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기소하고,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까지 시켜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현재 다수 국민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특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과 함께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도 특검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두 기관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특검을 시작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동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절차적으로 과속한 느낌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특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총선도 끝난 만큼 선거에 악용될 여지도 사라졌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높다는 점을 두고 “특검까지의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되지만,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이처럼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혹시라도 대통령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서 나온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는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핵심 수사 대상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성 출국 의혹마저 샀다”며 “국민의 3분의 2가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런 정부의 무리수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고 썼다.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실을 반발을 두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는 건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병역 의무를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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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이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민심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그럼에도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 2024년 5월3일자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은 거부권 행사 대상이어선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작정이 아니라면 대승적으로 수용해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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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433건의 전세사기, '선 구제 후 회수'가 제대로 된 방법인가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5.03. 05:05:08

 

청년·서민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야기하고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끼치는 전세 사기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몇몇 임차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인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2024년 4월 17일을 기준으로 1만5433건의 전세 사기가 확인됐다.

 

이후 법 제정 당시부터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직접 매입하여 피해 임차인을 구제하라는 소위 '선 구제 후 회수' 방안 도입 요구가 거셌다. 이에 따라 '선 구제 후 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 아래 국회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은 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과연 효과적인 피해 임차인 구제 방법일까.

 

전세제도는 본질적으로 임차인의 주택 점유와 인도를 통해 전세보증금채권을 담보한다.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70%를 넘도록 계약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하여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채권 미반환 시 임차인이 물권과 같은 효력인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하게 해주고 경매 절차를 거쳐 주택의 환가를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했다.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은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 직접 참여하여 주택을 취득할 수 있고, 이 경우 취등록세 감면, 저리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대다수 전세보증금미반환 피해자의 대상주택가격은 자신의 전세보증금 언저리에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강제로 쫓겨나지 않는다.

 

특별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전세사기피해주택 임차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28조의2)할 수 있도록 했다. HUG 등 채권매입기관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채권매입기관의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한다(28조의4). '선 구제 후 구상' 절차다.

 

이는 전세보증보험 구조와 유사하다. 전세보증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보증기관이 우선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되돌려주고 사후적으로 경매 절차를 통하여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HUG에서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한도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126%로 제한하는 반면, 특별법은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둘의 차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 '전세보증채권의 공정한 가치평가'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전세보증금채권을 평가하려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채권 뿐만 아니라 해당 주택의 낙찰가격을 추정해야 하고, 전세보증금채권과 경합하는 다른 채권 가격도 모두 계산해야 한다. 국세, 지방세 등 조세채권 중에서도 법정기일을 따져서 전세보증금채권에 앞서는 선순위 채권이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면 근저당권 설정 시 약정된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에서 경매법원이 아닌 정부는 이를 알 수 없다.

 

실제 평가에 나설 경우 발생할 문제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5월 1일 기준 현재 서울시 경매 진행 건수는 2755건인데, 이중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의 경매 진행 건수만 739건으로 전체의 26.8%를 차지한다. 최근 2개월간 낙찰된 화곡동 소재 다세대주택 57건을 추출하여 분석해 보았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선순위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의 경우는 임대차보증금 합산 기준, 임차인 본인낙찰은 제외)은 최저 65%에서 최대 110%까지 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다. 임차보증금 대비 낙찰가격 또한 최저 74%에서 최대 170%까지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전세보증금 가격과 주택가격의 분포 범위가 넓어서 정확한 전세채권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현행 시스템상 전세보증금채권이 다른 채권과 경합하는 경우 타 채권의 정확한 금액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억지로 가격을 산출한다 해도 매우 부정확한 채권평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채권 평가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구제가 이루어진 후 해당 주택은 관리주체가 모호해진다. HUG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과 채권 회수 절차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하다며 비용투입에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HUG의 지난해 보증사고금액은 4조 원을 넘었고, 그로 인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3조8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구제가 이루어지고 난 후 임차주택은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그 결과 새로운 수요자를 찾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즉 중저가 다세대주택 임대·매매 매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 지금도 다세대주택 전세 기피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아파트 전세 쏠림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에게까지 선 구제 후 회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행정적·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해 큰 실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실무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주택건설업자와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전세 사기와 전세 및 매매가격 변동으로 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최초 건축 당시에는 전세 사기꾼 조직이 소유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신용불량자, 노숙자나 일반투자자에게 매도한 경우가 많은데, 신불자·노숙인은 사기꾼이 아니다. 전세 사기인지, 역전세인지, 단순 보증금 미반환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전세 사기꾼 소유 주택의 임차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수백, 수천 채를 갖고 있었던 전세 사기꾼의 임차인이라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지 않았다면 피해가 없다. 반면 일반 역전세 임차인이라도 과다한 보증금이나 주택가격변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정황을 개별적으로 살피고 피해자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선 구제 후 구상'이라는 과도한 지원이 아니라, 현 제도 상 지원책으로도 전세 사기 문제에 상당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한 선순위, 대항력을 잘 유지하고, 주택가격이 전세금을 회수할 만큼 충분하다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택가격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전세보증금을 주택 환가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경매 절차를 통해 시장 내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고가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물권과 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다수 채권 간 경합이 있는 경우에 순위를 정해주고 배분하는 것이 바로 경매 절차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경매절차를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경매 절차가 종료되어 자신의 보증금에 가까운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임차인은 기존 살던 주택에서 온전히 주거 유지가 가능하며, 주거를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통하여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임차인에게 소송 및 경매 절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미반환 주택은 문제가 예상되는 HUG의 구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하여 조속히 권리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안전하게 주택 수요자들에게 공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선 구제 후 구상의 범위를 모든 전세사기피해자로 넓혀놓으면 오히려 진짜 구제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주거 피해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피해사각지대는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인하여 전액 또는 일부 변제를 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나 신탁사기 피해자, 다가구주택 후순위 피해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사정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현행 법률의 범위와 한계를 점검해 보다 구체적인 구제책을 법률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들이야말로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있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충분한 검토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정말 임차인들을 보호할 생각이 있다면 법안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임차인 보호와 부동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만든 법안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준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전세사기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만든 데는 문재인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충분한 실태 파악도, 검토도 없는 졸속 법안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피해자 보호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에 숨이 막히는 국민이 야당에 과반의석수를 만들어줬건만, 진정 민생과 서민 삶을 돌보지 않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는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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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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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생토론회 한 번에 1억 4천... 벼락치기 수의계약



[용역 계약 분석①]14건 총 20억 원...13건 국가계약법 '긴급한 행사' 적용...행사일 계약 3건

24.05.03 06:58l최종 업데이트 24.05.03 06:58l

글: 안홍기(anongi)

조선혜(tjsgp7847)

그래픽: 이은영(ohmy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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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0 국회의원선거 직전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을 돌면서 정책·개발 공약을 남발,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부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이하 민생토론회)를 한 번 여는 데 평균 1억 4249만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부처별 신년 업무보고에 사용된 비용보다 2-3배 이상 초과된 금액이다. 민생토론회에 투입된 예산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 4일부터 4월 4일 2차 후속조치 점검회의까지 총 26회 열린 민생토론회 관련 조달 계약을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에서 검색한 결과, 정부 각 부처가 발주한 14번의 민생토론회 계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12회의 용역 계약은 나라장터에서 찾을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이 발주한 계약건은 나라장터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나머지 건들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민생토론회 비용은 주로 행사용역 비용으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의 '긴급한 행사'로 간주해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가 14번 중 13번이었다. 행사와 계약을 급조하다보니 행사일에 계약한 사례가 3번이나 있었고, 행사일 직전에 계약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14번의 민생토론회 계약 건은 발표자료 제작 용역 등을 뺀 행사 개최 용역만 총 19억 9486만 원으로, 1회당 평균 1억 4249만 원 꼴이었다. 따라서 자료 제작 용역 비용까지 포함될 경우 1회당 비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계약금액이 가장 컸던 경우는 6차 민생토론회(1월 25일)로, 국토교통부는 C 업체와 2억 2700만 원에 계약했다. 다음은 21차 민생토론회(3월 19일)로, 국토교통부가 1억 4301만 원에, 문화체육관광부가 7448만 원에 각각 C 업체와 계약해, 합계 2억 1749만 원이었다.

 

국토부의 경우 세 번 행사에 4억 4751만 원을, 국무조정실은 세 번 행사에 4억 1891만원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 수백~수천만원 들던 업무보고, 민생토론회로 바뀌자 억 단위로

 

2024년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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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토론회는 본래 각 부처별로 진행하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한 것이다.  2023년 청와대 영빈관 등에서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 든 예산은 부처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였다. 파워포인트 자료 작성이나 영상 제작 등을 외부 용역을 줘서 제작하는 정도에 그치던 것이 전국을 돌면서 열리는 민생토론회로 바뀌면서 소요 예산이 회차별로 억 단위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애초 민생토론회를 열기 위한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이 없는 것도 문제다. 5차 민생토론회(1월 22일)를 위한 용역 계약은 국무조정실이 진행했는데, 계약건명이 '24년 규제혁신전략회의 운영'이다. 국무조정실의 담당자는 "민생토론회지만 2023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 규제혁신 전략회의 건으로 계약했다"며 "민생토론회에서 규제혁신 내용으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른 부처들도 계약건명을 민생토론회 대신 '업무보고' '토론회 행사' '문화예술 정책발표 및 의견수렴' 등으로 표기해,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민생토론회 대신 비슷한 내용의 사업 예산을 민생토론회에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민생토론회 때문에 각 부처 사업 예산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 1~5일 전 수의계약, 사유는 '긴급한 행사'... "아전인수 법 해석"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14건 민생토론회 용역 계약 중 조달계약의 형식 요건을 그나마 갖춘 것은 한 건밖에 없었다. 17차 민생토론회(3월 5일)를 위해 국무조정실이 1억 4691만여 원에 계약한 건인데, 행사 한 달 여 전인 2월 8일에 이뤄졌고, 수의계약이 아닌 제한경쟁으로 진행됐다.

 

이를 제외한 계약은 행사를 앞두고 급히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행사일 1~5일 전에 계약된 것이 대부분이고, 3월에 진행된 19, 21, 22차 민생토론회는 행사날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7조는 일반경쟁 입찰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한 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하려면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민생토론회 용역 계약 대부분은 수의계약 사유로 시행령 26조 1호의 가목을 들었다. 이는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사고방지 등을 위한 긴급한 안전진단·시설물 개선,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했다.

 

수의계약을 진행한 정부 부처 담당자들은 민생토론회가 '긴급한 행사'라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정돼 있던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하는 성격의 행사가 3개월간 26차례 열렸는데, 이를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규정한 '긴급한 행사'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조달 관련 법리에 밝은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 건설자문 전문)는 "아주 중요한, 국가적 재난이라든지 긴급한 뭔가가 터졌을 때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수의계약 법 조항이 민생토론회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최용문 변호사도 "매년 열려온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대체한 행사이므로, 긴급한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과거 대통령실 리모델링공사, 외교부장관 공관 인테리어공사, 청와대 개방 관련 리모델링 공사 등에서도 대통령실이 모두 '긴급한 행사'라며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실에서 아전인수식으로 법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단독] '대통령 민생토론회' 수의계약 업체, 사무실 없거나 유령회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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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생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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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턱 넘은 채상병특검법, 이태원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통과도 눈앞

국민의힘, 채상병특검법 표결 반발하며 본회의장 퇴장...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자 방청하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02. ⓒ뉴시스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밝힐 특별검사 임명 법안이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도 같은 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 상정·표결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채상병 특검법’은 야당이 의사일정 변경을 신청하며 본회의 안건으로 추가 상정됐다. 여야 합의 원칙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안건 변경 수용 여부를 고심하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이 이미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상당 시간의 숙려기간을 채운 점, 이달이 지나면 21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는 점 등을 감안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방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을 다룬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은폐, 무마, 회유 등을 시도하며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실, 국방부 등 관계자들이 특검 수사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법안 표결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연 국민의힘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가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24.05.02. ⓒ뉴시스
이에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안건인 만큼, 의원 25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56명, 기권 3명(국민의힘 서병수·우신구·김근태)으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원안의 일부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재표결에 합의했다. 특별법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로 재의결을 앞둔 단계였다. 여야는 기존 법안에서 윤 대통령이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영장 청구 의뢰 권한을 삭제하고, 국회의장 추천 몫인 특조위 위원장을 여야 합의가 아닌 ‘협의’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추후 특별법 시행 절차를 고려해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수정안을 수용했다.

‘선구제 후보상’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 역시 야당 주도로 통과했다. 찬성 176명, 반대 9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정부 재정’ 등을 이유로 반대해 온 안건이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가 결정된 만큼,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는 건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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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명예훼손 소송, 불매운동 천명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02 15:18
  •  
  •  수정 2024.05.02 17:25
  •  
  •  댓글 0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위원단과 박종철기념사업회·이한열기념사업회·전태일재단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선일보는 더 이상 민주유공자법을 왜곡 보도하지 말 것, 그리고 △그같은 행위가 계속 이어질 경우 '민주유공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물론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것을 천명했다.

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가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민주유공자법)을 직회부한 사실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때도 같은 법안을 냈다가 2021년 스스로 철회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승리하자 안면몰수하고 다시 밀어붙인 '의회폭거'라고 비판하는 등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시종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데 대한 항의이다.

노성철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과 송승현 성신여대 권희정열사 추모사업회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성철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과 송승현 성신여대 권희정열사 추모사업회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같은 날 [조선일보]가 ''운동권 특혜' 논란에도...巨野, 입법권력 쥐고 유공자법도 강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절차적인 면, 내용적인 면 모두 민주유공자법이 아니라 반민주 유공자법'이라고 한 여당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을 인용하며, '운동권 셀프특혜법', '깜깜이 심사' 등으로 왜곡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 이어 지난 4월 27일 보도에서도 "이 법이 제정되면 방화로 경찰관 7명을 죽인 동의대 사건, 운동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 짓을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가 민주유공자가 돼 대를 이어 온갖 혜택을 누리게 된다"거나 "(민주당 법안대로라면)국보법 위반 전력자들까지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악의적 보도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인 국가유공자는 자격 여부를 보훈심사위원회가 심의·의결하지만 민주유공자 대상자 명단과 공적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이라고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날조'도 서슴치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남수 유가협 회장,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김남수 전민동 회장,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강새봄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 왼쪽부터 장남수 유가협 회장,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김남수 전민동 회장,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강새봄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조선일보는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로 꾸면서 보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며, "사과도 안하고 정정보도도 하지 않는 이런 신문이 도대체 어디있냐"고 항의했다.

동의대사건 관계자는 수혜 해당자에 없으며, 사망자로 분류된 대상자에도 국가보안법 사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장 회장은 [조선일보]의 사과와 정정보도가 없으면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현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의장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보상심의위원회가 발간한 『민주화운동 백서』를 들고 나와 "이 책자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가나다' 순으로, 또 사건순서로 기술되어 있다"고 하면서 '깜깜이'라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달리 모든 관련자들이 공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백서에는 동의대사건 관련 부상자가 한분 수록돼 있는데, 부상자이긴 하지만 등외 등급자로서 민주화유공자법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장 의장은 "그동안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항상 민주화유공자법에 대해 폄훼하기에 급급해서 그것이 갖는 긍정성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이번에 조선일보는 온갖 왜곡과 날조를 일삼으면서까지 이 법의 국회통과를 막고 있고 만약 통과될 때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조선일보는 그간 난항을 겪던 민주유공자법안이 이번에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되면서 21대 국회 회기말 본회의에서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되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차원에서 허위 날조기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강제 폐간은 반대하지만 이렇게 가짜뉴스를 만들고 대통령에게 거부권행사를 종용하는 이런 신문사는 시민들이 절독운동을 벌여 스스로 말라죽게 만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윤 대통령이 만약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것이고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기 때이며 당연히 탄핵사유"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지난 4월 23일 민주유공자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김학규 이사는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순방향에서 기여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진전을 막는 역할을 주로 해 왔다"며, [조선일보]의 각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남수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 회장은 "30년전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이제야 민주화운동을 같이 했던 벗들을 떳떳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조선일보가 또 다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준동하고 있다"며, "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인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는 "조선일보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가로막는 선동을 하겠다면 우리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선배님들이 밟아온 민주화운동의 길이 매우 가치있고 앞으로도 함께 기려야 할 일이라는 걸 알리는 '언론플레이'를 끊임없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가협 부모님들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문사 앞에 주저 앉아 항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가협 부모님들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문사 앞에 주저 앉아 항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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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계속 실패하는 악순환에 빠진 철도 정책

[철도 유감] ④ 신자유주의가 떨구고 간 곪디 곪은 종기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4.05.02. 08:00:54 최종수정 2024.05.02. 08:33:04

2024년에는 KTX가 스무살이 된다. KTX 개통 20주년은 한국 철도 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한국 철도가 처한 현실을 돌이켜보면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철도는 기술적, 정책적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지만, 그 이면엔 '민영화'의 그림자가 언제나 함께 따라 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KTX 노선을 떼서 민영화하겠다는 구상을 떠올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SRT를 새로 설립해 '같은 노선 위를 달리는 두 열차 운영 회사'라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민영화의 우회적 물꼬를 텄다.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데 이어 관제를 분리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진행됐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기후 위기 시대 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전국의 철도 노선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KTX 20주년, 감격스런 축하도 의미 있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현실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20주년을 맞아 [철도 유감]을 기획해 글을 싣는 이유다.편집자

 

앞선 글 보기

[철도 유감]①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철도 유감]② 역대급 삽질 '철도 지하화'에 80조? 그 돈이면 전국 철도망 하나 더 깐다

[철도 유감] ③ KTX 안전을 위해 상하분리의 덫 걷어내자

 

북위 37° 34′, 동경 126° 59′를 중심으로 그 반경 50KM 안팎에 사는 인류의 상당수는 평일 아침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 싸인다. 잘 조화된 매스게임이거나 거대한 자연 현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소용돌이의 실체는 출근길이다. 기껏해야 길이 200미터가 조금 넘고 폭이 10여미터 남짓한 공간을 꽉 채워 대기하던 사람들은 직육면체 깡통의 문이 열리면 작은 틈을 찾아 쇄도해 들어간다.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이토록 좁은 공간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목적을 가진 수 천 명의 사람들을 한날한시 한 곳에 모이게 하는 이 힘이야 말로 현대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원천이다.

 

금강하구둑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 떼 군무는 수천수만 마리의 새가 만들어내는 카오스 속 조화에 넋을 잃게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거대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평일 아침 경의중앙선 왕십리역 승강장이나 신도림역 환승 공간, 그리고 서울 지하철 4호선의 강북구간, 건대입구역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강남방면 7호선을 타면 된다. 조금 더 극적인 장면을 보고 싶다면 김포 골드라인이나 9호선도 있다. 더구나 이것은 새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다.

 

모빌리티 이론의 대가 존 어리(John Urry)는 인간의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의 많은 양상이 어떤 의미에서 '이동' 중이거나, 집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 집은 행복한 쉼터가 아니라 다음의 이동을 위한 대기 공간으로 변했다. 이동은 인간 삶 그 자체가 되었다.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을 가든, 2달 전 예약된 병원 진료에 가든, 일주일 동안 지은 죄를 사면받기 위해 교회에 가든, 팀장에 깨질 각오를 하고 밤새 만든 보고서를 챙겨 출근을 하든 우리는 이동해야 한다. 또 이런 이동을 위해서는 인간은 이동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모빌리티는 이제 사회적이며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계급적인 것으로 진화했다. 모빌리티를 정치학 관점에서 접근했던 미미셀러(Mimi Sheller)는 현대 사회의 이동은 차별과 양극화를 내재한 채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누가 이동하고 무엇을 움직일 수 있는가를 결정 짓는 거대한 불평등이 존재할 때, 이동이 에너지 소비에 기초한 권력의 행사일 때, 언제나 '이동 특권층’들은 에너지를 과잉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미미셀러)

 

미미셀러가 말하는 과잉 소비 에너지를 현재 한국 사회에 비추어 본다면 에너지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소비하는 연료로서가 아니다. 한 사회의 자산이 대단히 편향적이고 일방적으로 한 곳,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어느새 수도권 교통의 핵심은 강남 접근성이 되어 버렸다. 김포에서도 인천에서도 고양과 일산에서도 모든 길은 강남을 목적지루 두고 싶어 한다. 동탄, 용인, 안성, 평택 같은 서울 남쪽 도시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중심에 놓고 일정 거리를 불록화 시켜 색을 칠해보면 단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색색의 동심원들은 결국 소득 수준을 나타낸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강남에서 멀수록 더 많은 고생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강남과 수도권 사이,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간극은 차이 일까 차별일까?

 

놀라운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양극화라는 이면도로로 진입한 지 오래다. 경제적 격차는 교육과 생활환경, 문화 격차를 만들어냈고 지역 격차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 이 격차는 이동이라는 측면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어떤 격차들은 사람들이 차이조차 느끼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서는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린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그나마 시달릴 만원 버스나 기차조차 존재하지 않았거나 설령 존재했더라도 사라져 버렸다.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수서에 고속철도역이 생겼는데도 오랜동안 지방 도시와 수서를 잇는 고속 열차가 운행되지 않았고 최근에야 생색내기로 몇 편 달리는 현상도 자연스러운 일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네트워크는 기능하는데 관료들의 고집이 시민들의 편익을 무시한 결과이다. 관료들이 인식하든 못하든 이 역시 지독한 지역 차별의 다양한 종류 중 하나일 것이다.

 

모빌리티의 특성은 거대 인프라를 전제로 한다. 한 번 자리 잡으면 세기를 넘어 그 체제가 유지된다. 인프라는 그것이 포함한 도시와 지역의 생활 패턴을 규정해버리고 바꾸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불균등과 불평등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다.

 

KTX가 20년이 되었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고속 열차의 등장은 철도는 물론이고 한국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내기도 했다. 서울과 주요 도시 간 이동 시간 대폭 단축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성공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이 성공은 고속 열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발현될 때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다. 이 당연함 위에 전체 철도망의 유기적 발전을 통한 철도 수송분담률 확대가 동반되어야 했다. 철도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은 전체 망의 호환성과 조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이 조응하여 철도 역할이 더욱 강화되는 정책이 진행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KTX 20년 동안 나란히 진행된 국토부의 철도 정책은 KTX와 한국 철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국토부의 20년 철도 정책은 철도공사 코레일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경쟁체제 수립과 유지에 몰두했다. 이러다 보니 미래 지향적 대한민국 교통정책이라는 큰 그림이 아니라 철도공사가 수익을 얼마나 많이 올리는 것인가가 매년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이와중에 코레일의 주 수익원인 고속철도 운영을 쪼개 SR을 만들었다. 국토부는 경쟁체제란 매로 코레일을 채찍질해 경영효율을 이뤄내겠다고 장담했지만 국토부가 든 매는 사랑의 회초리가 아니라 쇠몽둥이였다. 고속철도 회사가 갈라지자 차량 운영 효율성도 떨어지고 지역 고속철도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다. 일반철도 기능 강화는커녕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주기적으로 밝히는 미래 철도 계획에는 자신들의 철도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이 깔려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신자유주의가 떨구고 간 곪디 곪은 종기가 커다랗게 퍼져있다. 문제는 철 지난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빈약한 논리와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정책은 바꿀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국토부가 기존 철도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20년 동안 일관된 신념으로 추구해온 자신들의 정책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계속 실패해야만 하는 악순환의 결계에 빠져 버렸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이끌어 간다는 관료들의 무한한 자신감이 관료 과두 지배체제와 만나면 대통령도 국회도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아성이 된다는 것을 지난 역사는 보여줬다.

 

총선이 끝났다. 거대 양당은 지난 선거 때 앞 다투어 철도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 공약들은 노골적으로 거대 토건 개발로 "당신들의 집값을 올려드릴게요"라는 시그널을 담아냈다. 이 공약들을 찬찬히 정리해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수도권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그 선두에 설 것이고 국토부는 앞장서서 깃발을 들것이다.

 

"공정한 차별"이 숭배되는 한국에서 모빌리티의 불균형은 배제의 방식을 더욱 넓고 정교하게 뿌리내리게 한다. 대규모 토건 사업의 종착역은 지역을, 장애인을, 세대를, 빈부를 갈라 차별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역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몰리고 있고, 인구절벽 밑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은 오늘만 살 것 같이 일하고 있다. KTX 교통 혁명 20년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다. KTX 20년, 성과는 품에 안고 문제는 극복하여 한국 철도가 더욱 탄탄한 공공철도로 거듭나는 반전의 역사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문화제조창 중앙광장에서 열린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사업 착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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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항의 전화... 그 시기만 되면 화가 치민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날, 벌써 134년에 이른 노동절, 오늘날 우리 사회는 노동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어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한다고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어떤 노동자는 ‘노동자’라고 불리지도 못한다. 저임금의 노동자는 초저임금을 강요받고, 그리고 또 어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했다고 받은 모욕을 견디지 못해 죽었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노동을 대하고 있나. 이 연재는 민주노총이 전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노동자들의 ‘일’ 이야기다. 우리의 일, 우리 일상의 이야기. [기자말]

한 초등학교 급식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학교 급식실 언니가 있다. 어느 날 늦은 밤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노조 조합비를 몇 달만 잠시 미뤄도 될까?"

수화기 너머 조심스럽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남편의 작은 사업이 어려워진 후 카드 돌려막기로 애써 버텼지만, 결국 빚만 남아 살기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방과후 교육에도 못 보내는 상황이 몇 달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언니는 "너무 미안한데 조합비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울음을 참는 건지 끅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짧은 순간에 오래된 기억들이 밀려왔다. 나도 삶이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다.

외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조합원들은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공과금에 월세, 대출금, 통신비까지 월급이 며칠을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 빠져나간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고 했나. 결국 투잡, 쓰리잡을 평일이고 주말이고, 낮이고 밤이고 찾는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몸이 재산인데 급식실에서 힘들게 일하고 그렇게 또 일하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조합원들에게 걱정의 말을 한다. 하지만 걱정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이까짓 걱정만으로는 삶이 나아질 것도 없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 우리들에게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적어도 걱정의 말이라도 서로 해 줄 수 있었으니까.

저임금에 높은 노동강도, 때마다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고도 노조 안에서 힘을 모아 위로하고 투쟁했다. 더 다행스럽게 그렇게 모은 마음으로 만들어 낸 노조 활동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환경은 더디지만 꾸준히 발전했다.

최저임금은 우리의 삶을 흔든다

 

2023년 6월 14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소속 학교비정규직, 마트, 요양, 콜센터 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시기만 되면 화가 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물론 지금도 연차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는 우리는 그저 '기본급이 최저임금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본래 의미란 것이 그것이니까, '아무리 적어도 이것보단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

그러나 2018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우리의 바람이 산산조각 났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가 싶더니 일방적으로 산입 범위를 확대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조합원들은 정작 월급이 오르지 않은 급여 명세를 받아 들곤 실망했다. 조합원들은 노조에 항의 전화를 많이도 했다.

"노조 탈퇴할래요. 아니, 왜 신입직원만 보전금을 줘요? 기분 나쁘게."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쏘아붙이는 언니는 급식실에서만 십 년 가까이 일했다. 연차에 따라 발생한 수당으로 신입직원보다 급여가 높았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직원에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만큼의 급여 보전금이 지급됐는데, 그 내용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언니들은 마치 신입들만 별도의 추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오해했다.

언니는 "일하다 골병이 들어 오늘도 퇴근하고 아파서 침 맞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월급 받아서 병원 다니느라 다 나간다"고도 했다. 현장에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생겼다. 서로 걱정하고 위해주던 사이였는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란 건 사람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몇 년 전, '민주'와 '진보'를 자임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많은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산입 범위 확대' 탓에 실질적인 임금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기본급은 그대로 둔 채 온갖 수당을 다 최저임금 안에 밀어 넣고 나니, 정작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이라 수당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전금' 같은 급여 명세가 생기고, 앞서 말한 것 같은 불필요한 오해도 생긴다.

저 높으신 분들에게 최저임금은 탁자 위에서 퍼즐 맞추듯 짜맞추는 숫자놀음인데, 우리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삶이 걸린 문제다. 10년 넘게 일한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고, 아이들 방과후 교육을 못 하게 하는.

학교 급식실은 유독 몸이 힘들고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 환기 시설도 제대로 없는 급식실에서 뜨겁고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고 쉴 새 없이 일한다. 그러나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퇴사자가 늘어나는 반면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히 업무량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은 열악해진다. 악순환.

최저임금 인상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다음 달의 급여 문제일 뿐 아니라, 내 일자리의 안전 문제, 일자리의 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임금 초고강도 노동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위험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삶을 '최저'만큼이라도 지켜낼 수 있도록

 

2022년 6월 15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급식노동자 등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급식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산업재해 예방 국정과제 이행, 학교급식실 적정인원 배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한끼 같이 먹읍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설 때면 언론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이들의 식사를 볼모로 잡는다"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

아이들이 급식 대신 빵을 먹고 도시락을 먹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만큼 삭발하고 단식하며 투쟁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힘들게 일하지만 도무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해서, 그래서 법이 보장하는 최저임금만큼만은 달라는 당연한 소리를 머리 깎고 밥 굶어가며 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10년을 같이 일하고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박정한 세상에 대해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참여한다. 어떤 말들이 오가게 될까. 이번에도 높으신 분들의 '오더'가 있을까. 온갖 숫자놀음과 법조문이 난무하겠지.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그저 하나다.

학교 급식실에도, 요양원에도, 편의점과 호프집에도 어떤 이들의 삶이 있다는 것. 그 삶을 '최저'에서라도 지켜주는 것이 최저임금이라는 것. 그러니 고작 탁자 위의 숫자놀음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수백만 명 노동자들의 삶을 흔들지 말라는 것.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미선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노동안전보건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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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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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채상병 사건 외압’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오늘 소환

공수처, ‘채상병 사건 외압’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오늘 소환

(자료사진)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일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소환한다.

공수처는 이날 박 전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8월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 초동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재검토하고, 과실치사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에게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사건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물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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