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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무속교회 무당 목사를 보게 된 대선판

그래서 할아버지가 제사상 앞에 지방을 붙여두면 거기에 십자가를 그리고, 빨랫줄을 걷어 놓으면 다시 걸어 놓고 문을 열어 놓으면 닫는 등 방해 공작을 펼쳤다.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손녀의 철없는 행동이니 할아버지도 크게 혼내진 못하시고 난처해하셨던 기억이 있다. 내 경험은 아주 소소한 일화다. 내 경우는 잠시의 경험이었고, 이후론 추도예배로 바뀌어 서로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제사도 우상숭배고 타 종교와 화합하는 것도
신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던 목사들.
나라와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와 이슬람을 막기 위해
순교할 각오라던 목사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에서도
대면 예배를 고집하면서 방역에 훼방을 놓던 목사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무속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 가운데 명절만 되면 제사가 큰 고민인 집들을 적잖게 봐왔다. 게다가 명절에 친인척을 만나면 제사 문제로 싸우게 되니 차라리 가지 말라고 하는 교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교인들을 교회에만 묶어 두고, 친구는 물론 친인척이나 가족과도 단절하게 만드는 교회들의 이야기를 지난 해에만도 여러 건 들었다. 그 가운데는 교회 규모가 꽤 크고 개신교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목사도 있다.

 

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2020년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그뿐인가. 타 종교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여도 몹쓸 말들을 듣게 되는 게 한국 교회 현실이다. 수년 전 개신교인이 훼손한 불상을 복원해 주기 위해 모금 운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파면당하고 복직되기까지 5년간 눈물겨운 투쟁을 벌인 손원영 교수(서울기독대학교)의 사례만 봐도, 보수개신교의 배타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동성애가 창궐해 한국의 성 윤리가 무너지고 교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목사들, 이슬람과 신천지 등에 장악돼 교회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거품을 물고 반대하던 목사들의 행동력은 매우 과감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사도 우상숭배고 타 종교와 화합하는 것도 신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던 목사들. 나라와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와 이슬람을 막기 위해 순교할 각오라던 목사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에서도 대면 예배를 고집하면서 방역에 훼방을 놓던 목사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무속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무속도 상관없다. 정권교체만 이루만 된다”?


2년 전 법무부의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거부한 게 건진법사 전 모 씨의 조언을 들은 탓이라는 보도가 나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신천지는 보수개신교가 얼마나 경계하는 대상인가. 그래도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면, 신앙적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보수 목사 10여 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봤더니 한결같이 “어떤 사안인지 모른다”, “관여하지 않겠다”며 부담스러워했다. 그동안 본인들이 내 건 후보로 개신교가 혐오의 종교가 됐다고 비난을 받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던 기백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무속도 상관없다. 정권교체만 이루만 된다”는 답변을 낸 목사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뉴시스


아예 이런 와중에도 노골적으로 서울의 모 호텔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윤석열 후보를 만나 힘을 모아주는 극우 목사들도 있다.(호텔에서 비싼 밥도 드셨을 텐데, 그 또한 교인들의 헌금일 것을 생각하면······.) 29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건희 씨가 윤 후보의 권유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을 만났다고 한다. 김 씨의 주술적 사고와 정치적 욕망을 꾸짖기는커녕 “인내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기도로 위로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평화나무 기사에 달린 어떤 이의 댓글이 떠오른다. ‘동업자라서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뼈 때리는 비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이 선거철에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자유겠지만, ‘무속 정치’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나라 사랑을 그처럼 외쳐온 목사들이 비판 한마디 하지 않는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에게서 기독교 신앙의 양심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던 게다. 최순실 사태를 겪고도 깨닫는 게 없다니, 역사를 통해 배운 게 없는 이들이고, 그간 교인들에게 자신들이 해 온 말들이 있는데 이중성을 시시때때로 드러내는 자들이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무속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치인 치고 점 한 번 안 본 사람이 있겠냐”는 식으로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눈만 돌려도 사주까페나 타로 점집들을 가까이서 보고 무속인 유튜버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힘들고 어렵고 억압받던 시대 민중의 한을 풀어주던 무속의 역할도 분명 존재할 터다.
 

손바닥에 왕(王)자 대신 십자가를 그리고 나와 토론을 한다 한들,
교인들을 길들이며 자신의 세를 키우고 배를 불려온 목사들의 말에
휘둘린다면 그게 주술에 휘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


그러나 무속이 정치에 개입해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위해 활용됐다면 그건 매우 다른 얘기지 않나. 나라의 중요한 수사 상황이 누군가의 출세를 위해 무속인의 조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면, 과연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넘길 일인가. 향후 국정 운영이 무속인의 말을 따라 합리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되고, 국정이 파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목사들을 보면서 그동안 외쳤던 ‘애국’, ‘교회사랑’은 무엇이었나 싶은 게다.
 

그래서 또 우려하는 것이다. 윤 후보 주변 이런 무속적 목사들의 연대를 말이다. 기독교 은행을 설립하겠다며 교인들로부터 23억 원을 갈취한 혐의로 7년간 옥살이한 강보영 목사, 뉴라이트의 대부 김진홍 원로목사, 2011년 불거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금권선거의 주역이자 길자연 원로목사, 그런 길자연 원로목사 등의 지지를 받으며 막말에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도 자칭 선지자 행세를 하는 전광훈 목사 등, 사실상 뒤에 목사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이들이 모두 한결같이 직·간접적으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단다. 더구나 전광훈은 설교 시간 김건희 씨를 향해 ‘X같은 X’라고 욕설을 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다루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게 전광훈 측근 조나단 목사의 설명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에 출연해 손바닥을 펼치며 상대 후보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손바닥에는 임금 왕(王) 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출처 :화면캡쳐


윤 후보가 이런 목사들을 향해 선을 긋지 않는 것도 무속논란 못지않게 더 안타까운 일이다. 아니, 이 역시 주술적 무속 논란의 연장성장으로 보이는 건 나뿐인가. 유력 대선 후보의 행보에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까지 든다. 만약, 손바닥에 왕(王)자 대신 십자가를 그리고 나와 토론을 한다 한들, 교인들을 길들이며 자신의 세를 키우고 배를 불려온 목사들의 말에 휘둘린다면 그게 주술에 휘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이다.
 

‘복채’를 내듯 헌금을 내고, 못 살던 사람이 잘살게 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간증이랍시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서
본받자고 기도하고, 그 이면에 어떤 불의한 일이 있었는지에는
눈 감았던 신앙과 결별하고 기복이란 고질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무속 논란에 무교인들이 꽤나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건진법사 등의 무속인들과 같이 싸잡혀지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라고 한다.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무교인 중에서도 종교로서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속보다 기독교, 불교 등의 종교를 고등종교로 여기는 이유는 그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개인의 길흉화복에 머물지 않고 공공성과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봤을 때, ‘다루기 좋은 후보라서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전광훈류 목사들의 사고는 가장 주술적 형태의 정치 개입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교인이라도 깨어날 때다. ‘대형화’와 ‘성공’, ‘성장’ ‘높은 자리’를 쫓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사회 정의에도 눈이 멀어버린 무늬만 아니, 이름만 목사인 자들의 상술에서 더는 놀아나기를 거부해야 한다. ‘복채’를 내듯 헌금을 내고, 못 살던 사람이 잘살게 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간증이랍시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서 본받자고 기도하고, 그 이면에 어떤 불의한 일이 있었는지에는 눈 감았던 신앙과 결별하고 기복이란 고질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음’으로 위장해 세속적 복을 미끼로 교인들을 현혹하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멘 할렐루야’를 동시에 외치며 성장해 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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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겪는 청소년들에게…좌절 금지! 변화는 원래 오래 걸린다"

[프레시안books] <볼 영화 없는 날> 펴낸 교사 김수진·김시원·황고운씨 인터뷰

ⓒ프레시안(이상현)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2.01.31. 07:02:08 

"저희가 성인지 감수성을 가르쳐서 졸업시킨 학생들이 청소년이 된 뒤 더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그 때 저희가 곁에 없어도 학생들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으면 해요."

26일 서울 강남구 한 모임공간에서 만난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김수진(32), 김시원(27), 황고운(35)씨는 최근 영화를 통해 젠더 감수성을 길러주는 책 <볼 영화 없는 날: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을 펴 내고 "청소년들에게 차별적인 세상을 넘어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고 연대하는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책의 소재로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한 편의 잘 만든 영화가 미치는 영향력과 전달력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영화를 통해 수업을 진행해 보니 학생들과 더불어 저희도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아웃박스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2016년 고양시 일산 지역 한 초등학교에 첫 부임한 다섯 명의 교사들의 독서 모임으로 시작한 아웃박스는 일 년 만에 성별고정관념을 깨는 수업을 연구하고 새로운 성교육 교안을 고안해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연구회로 성장했다. 지금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20명 가량의 교사들이 함께 활동한다. 황고운 교사는 "독서 모임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되면서 이야기가 자연스레 젠더 문제로 흘러가는 일이 많았다. 토론에서 젠더 문제를 풀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가 바로 그 교육자였다. 젠더 교육을 현장에 도입하자는 취지로 연구회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힘'으로 차별 너머에 있는 다양성의 세계 보여주고파" 

▲<볼 영화 없는 날: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 (김수진·김시원·황고운) ⓒ서해문집

책 <볼 영화 없는 날>은 여성들이,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모든 이들이 관람했을 때 '불편한 점'이 없는 영화 17편을 통해 청소년들이 생각해 볼만한 젠더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영화 줄거리 설명이나 평가 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사용해 주목 받지 못하는 여성 서사, 여전히 존재부터 '인정'을 갈구해야 하는 성소수자 이야기, 대상화되는 여성의 몸,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 차별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차별의 다층적인 구조 등 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이를 넘어서기 위한 페미니즘 관련 주제를 폭넓게 다뤘다.  

책은 영화 <벌새>(2019)를 통해 '평범하게 폭력적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 청소년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너무 평범해서, 혹은 너무 달라서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일단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 보라'고 공감과 위로를 건내는 것으로 시작해 <아이 필 프리티>(2018)를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모두을 옭아매는 외모 강박에 대해 다루고 <톰보이>(2011)를 통해 성별 이분법에 대해 질문한다.  <페르세폴리스>(2007)로 성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함께 다루며 차별은 언제나 다층적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옥자>(2017), <모노노케 히메>(1997)를 다룬 장에서는 억압과 착취의 구조가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동물과 자연에까지 걸쳐 있다고 설명하며 인간 중심성을 탈피해 보다 넓은 생명들과의 연대를 제안하는 것으로 시야의 확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각 장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최근 시사 이슈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팽배한, 사실이 아니거나 심각하게 왜곡된 해석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청소년들의 시야를 흐리는 것을 막는다.

책에서 다룬 영화는 모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골랐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영화에 대해 질문하자 김수진 교사는 "소수자를 존중하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며 <윤희에게>(2019)를 꼽았다. 그는 "지인에게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의했을 때 '동성애 영화는 안 본다'며 거절당한 적이 있다. 다른 영화와 다르지 않게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금지된 영화"라며 성소수자가 더 많이 '용기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시원 교사는 가장 추천하는 영화로 <모노노케 히메>를 꼽았다. 그는 "성차별을 유발하는 권력 구조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구조로 사고가 확장된다. 책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소개하고자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황고운 교사는 "동물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일과 약자에 대한 폭력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고운 교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2019)를 추천했다. 이 영화는 1993년 미국에서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대법관 자리에 올라 2020년 타계할 때까지 여성과 소수자 차별을 막는 수많은 판례를 남긴 긴즈버그의 삶을 조망한 다큐멘터리다. 황 교사는 1933년생인 긴즈버그가 무언가를 성취할 때마다 '남성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백래시에 맞닥뜨렸던 현실과 재판 하나하나를 공들여 준비하며 긴 호흡으로 차별적인 구조를 바꿔나가려 했던 모습에 주목했다. 그는 책에서 "세상이 진보하려 할 때마다 지금의 통념이 편하고 이득인 사람들은 반발하고 있다. 백래시에 움츠러들어 차별과 폭력의 해소를 미룬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다르게 쓰일 것"이라며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려는 일상의 작은 노력은 어쩌면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가게 될 씨앗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황 교사는 "페미니즘이나 젠더 이슈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은 백래시로 인해 잦은 좌절을 겪을 것이다. 이들에게 원래 변화는 오래 걸리는 것이고 그렇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책 <볼 영화 없는 날: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을 펴낸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김시원·김수진·황고운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26일 서울 강남구 한 모임 공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상현)

"학교 체육의 역할은 차이가 있어도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저자들이 펴낸 내용은 교실에서 마주친 현실과 연결돼 있다. 책은 <아이 필 프리티>를 통해 외모 강박을 다뤘다. 저자들은 어른 여성들뿐 아니라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외모에 대한 강박을 흔히 목격한다고 했다. 마른 여자 연예인들을 영상으로 계속 접하며 자기 몸을 대상화하는 과정을 초등학교 여학생들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시원 교사는 "어른들 시각에서 보면 다른 능력이 뛰어나서 외모에 신경 안 쓸 것 같은 아이들도 외모 강박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밥도 적게 먹고 사진이 자동으로 보정되는 휴대폰 카메라앱을 사용해 실제 자신의 얼굴과 대조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저자들은 어른들도 벗어나지 못하는 외모 강박을 아이들이 완전히 벗어버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모 평가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교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황고운 교사는 "서로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무례한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면 관련 대화가 적어진다. 그 빈 공간에 다른 이야기가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이 몸의 모양에 너무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실에서 거울을 없애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또 <당갈>(2016), <야구소녀>(2020)를 통해 여성이 스포츠에서 배제되는 모습,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모습을 여성 운동선수들의 풍부한 예시를 통해 다뤘는데 이 역시 저자들이 실제 체육 수업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체육 교육을 할 때 관성적으로 성별로 종목을 나누거나 역할을 나누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또 운동 능력 등 개인 별로 기량이 다르다고 해도 "차이가 있어도 같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학교 체육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황고운 교사는 "경험적으로 보면 여학생들은 운동을 싫어하고 특히 축구 등 구기 종목을 싫어한다는 통념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단지 늘 축구만 하면서 노는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의 기량 차이가 나고 이에 따른 성취감 차이도 나는 것"이라며 "모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지 훈련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진 교사는 "아이들 간 기량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는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고안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젠더 폭력 예방의 출발점" 

책은 영화 <피의 연대기>(2018)를 소개하며 월경을 감춰야 할 것으로 여기는 관습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실제 수업 때 이뤄지는 월경 교육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저자들은 월경 관련한 수업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며 직접 월경 용품을 만져 보는 것을 학생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고 남학생들의 경우 월경을 겪는 여자형제를 이해할 수 있어 유익했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했다.  

저자들은 지난해 월경 관련 내용을 포함해 성폭력 예방교육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성교육 교안을 고안하기도 했다. 계기는 'n번방 사건'이었다. 김수진 교사는 "n번방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이었다. 초등학생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젠더 폭력은 잘못된 성인식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교육은 '피해 예방'이 아닌 '가해 예방'에 초점을 둔다. 황고운 교사는 "가해 예방 교육을 해 보면 학생들이 대체로 피해자에 이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육 진행 때 '가해 하지 말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새로 연구한 성교육 교안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수요가 높고 학부모들이 성교육 관련 서적 등에 대한 문의를 해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성교육에 모두가 목말랐다는 이야기다. 황고운 교사는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의 신체가 변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이미 온라인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많이 접한 상태여서 궁금증이 크다. 안전한 공간에서 교사들과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젠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수진 교사는 "학생들이 계속 자라고 있으니 일 년 동안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특정한 모습으로 변화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평등한 공간'에 대한 인식이 생긴 학생들이 중등학교에 가서 차별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졸업생이 성평등 인권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김시원 교사도 "싹이 날 지 안 날 지는 몰라도 씨앗을 심는 마음"이라며 "학생들이 불평등을 감지했을 때 '내가 예민해서'라는 식으로 자책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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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는 예방전쟁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1/31 09:42
  • 수정일
    2022/01/31 09: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477]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는 예방전쟁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1/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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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암흑기는 2008년에 막을 내렸다

2. 반로씨야군사동맹에 인입된 14개 나라들

3. 정치협상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 선택은 예방전쟁

4. 예방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5. 예방전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6. 예방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 

 

 

1. 암흑기는 2008년에 막을 내렸다

 

로씨야-우크라이나 전쟁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전쟁위기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는 로씨야와 로씨야의 공격을 막아내려는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발생된 것이지만,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위기는 현상에 불과하며, 본질이 아니다. 그 전쟁위기의 본질은 미국이 끊임없이 자행해오는 반로씨야적대행동이다. 미국이 자기의 반로씨야적대행동에 우크라이나를 변수로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반로씨야적대행동은 어제오늘 일어난 것이 아니라,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국가들이 사회주의체제를 버리고 자본주의체제로 복귀하여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력이 우세했던 1990년대 세계사의 대전환기에 반소련적대행동의 변종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언론매체들은 이러한 세계사의 전환기를 냉전해체기라는 알쏭달쏭한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그 전환기는 미국이 우세한 제국주의지배력으로 세계 전체를 장악하려고 광분하였던 세계사의 암흑기였다. 여기서 관찰범위를 로씨야와 미국의 양국관계로 국한시키면, 미국이 우세한 제국주의지배력으로 세계 전체를 장악하려고 광분했던 암흑기는 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련방(CCCP)이 세계 지도에서 사라진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장장 17년 동안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로씨야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의 주도로 우크라이나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벨로루씨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자캅카스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이 1922년 12월 30일 단일련방국가로 통합되었던 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련방은 1991년 12월 26일 해체되었다. 자캅카스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은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구성된 합중국이었다. 인류력사에 처음 등장한 사회주의련방국가 소련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혁명적 구호를 국가표어로 제시하고, 미국과 대결하는 반제투쟁의 험난한 길에서 사회주의건설의 깃발을 휘날렸지만, 국가 내부에서 자라난 반사회주의세력의 국가전복책동을 제압하지 못하고 결국 혁명의 붉은 기를 내렸다. 

 

그런데 로씨야-미국 관계에서 로씨야가 열세하고, 미국이 우세했던 암흑기가 2008년에 종식되었다고 보는 것은, 2008년 8월 7일부터 8월 12일까지 계속된 로씨야-그루지야 전쟁에서 로씨야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로씨야-그루지야 전쟁은 로씨야와 그루지야가 각각 깊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연고관계로 얽혀있는 남부오쎄찌야의 국가적 지위를 놓고 격돌한 무력충돌이었다. 

 

남부오쎄찌야의 인구구성을 보면, 오쎄뜨인이 89.1%, 그루지야인이 8.9%, 로씨야인이 1.0%이다. 이처럼 남부오쎄찌야 인구구성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오쎄뜨인들은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1991년 11월 28일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루지야는 남부오쎄찌야를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어, 그루지야와 남부오쎄찌야는 적대관계로 들어섰다. 

2008년 8월 7일 그루지야가 남부오쎄찌야를 공격했고, 로씨야는 남부오쎄찌야를 방어하기 위해 그루지야-남부오쎄찌야 무력충돌에 개입했다. 그루지야-남부오쎄찌야 무력충돌이 일어난 때로부터 사흘째 되던 날, 로씨야는 그들의 무력충돌에 개입하여 불과 3일 만에 그루지야의 항복을 받아냈다. 

 

당시 로씨야는 전쟁에서 승리하여 그루지야의 항복을 받았지만, 군사적으로 낙후한 로씨야군의 모습이 전쟁과정에서 드러났다. 다른 군사강국에 비해 당시 로씨야군은 지휘통제, 무장장비, 훈련수준, 전투행동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반성과 분발의 계기로 삼고, 로씨야는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군사력이 급속히 약화되었던 로씨야는 군사력 재건에 국력을 기울여 마침내 군사강국의 지위를 회복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그리고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계속된 체츠냐 내전을 힘겹게 진압했을 만큼 군사력이 약화되어 2류 국가로 전락했던 로씨야를 세계 정상급 군사강국으로 다시 올려 세운 것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로씨야를 이끌어온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위쯔 뿌찐(Vladimir Vladimirovich Putin) 대통령이 이룩한 불멸의 공적이다. 

 

 

2. 반로씨야군사동맹에 인입된 14개 나라들

 

로씨야가 군사강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국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바로 그 기간에 미국은 반로씨야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앞세우고 제국주의지배체제를 유럽 전역으로 계속 확장해나갔다. 보수언론매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확장(Eastward Expansion)’이라는 알쏭달쏭한 개념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로씨야 주변국가들을 반로씨야군사동맹에 끌어들이는 반로씨야적대행동을 집요하게 추진한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동안 로씨야 주변에 있는 14개 나라를 반로씨야군사동맹에 단계적으로 끌어들였다. 그 인입과정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9년 3월 12일 - 체스꼬, 마자르, 뽈스까

2004년 3월 29일 - 벌가리아, 에스또니야, 라뜨비야, 리뜨바, 로무니아, 슬로벤스꼬, 슬로베니야

2009년 4월 1일 - 알바니아, 흐르바쯔까

2017년 6월 5일 - 쯔르나고라

2020년 3월 27일 - 북부마께도니아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보자. 2005년 12월 6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와 당시 로무니아 외무장관 미하이-라즈반 운구레아누(Mihai Razvan Ungureanu)가 국방협력합의서(Defense Cooperation Agrement)를 채택했다. 그 합의서에 따라, 미국은 로무니아에 있는 미하일 코갈니체아누(Mihail Kogalniceanu) 국제공항,  데베셀루(Deveselu) 공군기지, 깜삐야 투르지(Campia Turzii) 공군기지, 씬꾸(Cincu) 군사훈련장의 사용권을 장악했다. 

 

2006년 4월 28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와 당시 벌가리아 외무장관 이바일로 칼핀(Ivaylo Kalfin)이 국방협력합의서를 채택했다. 그 합의서에 따라 미국은 벌가리아에 있는 베즈머(Bezmer) 공군기지, 그라프 이그나띠예보(Graf Ignatievo) 공군기지, 노보 쎌로(Novo Selo) 군사훈련장, 아이토스(Aitos) 병참기지의 사용권을 장악했다.  

 

미국군은 2007년에 로무니아군, 벌가리아군, 그리스군을 미국 유럽사령부와 유럽주둔 미국 육군의 지휘통제 아래로 끌어들여 동방합동대응군(Joint Task Force-EAST)을 창설했는데, 나중에 그 명칭을 흑해지역지원단(Black Sea Support Group)으로 바꿨다.  

 

동유럽에서 미국이 추진해오는 제국주의군사정책은 두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동유럽대응군(Eastern European Task Force)의 무력을 증강시키는 것이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된 제1단계에서는 동유럽대응군이 주둔하는 군사기지들을 동유럽 각지에 건설하는 것이고, 2007년 6월부터 시작된 제2단계에서는 대대급 전투부대를 로무니아와 벌가리아에 각각 순환배치하고, 그것을 여단급 전투부대로 증강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전진작전단지(Forward Operating Site)라는 명칭의 항구적인 군사거점을 그 두 나라에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구축해놓은 전진작전단지들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영국 남서부 글라우스터셔(Gloucestershire)에 있는 페어포드 공군기지(Royal Air Force Fairford)인데, 이 공군기지에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 산하 전략핵타격부대가 운용하는 각종 전략핵폭격기들과 미국 공군 산하 제99원정정찰비행중대가 운용하는 U-2S 고고도정찰기가 전진배치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이 동유럽에 구축하려는 전진작전단지는 단순한 군사거점이 아니라 로씨야의 국가안보를 파탄시킬 핵공격거점으로 전변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2008년 8월 20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와 당시 뽈스까 외무장관 라도슬로우 시코르스키(Radoslaw Sikorski)는 탄도미사일방어협정(Ballistic Missile Defense Agreement)을 채택했는데, 그 협정에 따라 미국은 뽈스까에 미사일방어기지를 구축했다. 또한 미국은 뽈스까에서 뽀즈난(Poznan) 육군기지, 오르지쯔(Orzysz) 육군기지, 라스크(Lask) 공군기지, 레드지꼬보(Redzikowo) 해군기지, 드라우스꼬 뽀모르스끼(Drawsko Pomorskie) 군사훈련장의 사용권을 장악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이 동유럽에서 추진해오는 제국주의군사정책은 로씨야의 국가안보를 치명적인 위험에 밀어넣으려는 반로씨야적대행동의 핵심이다. 2022년 1월 현재 로씨야 주변국가들 가운데 미국이 반로씨야군사동맹에 아직 끌어들이지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인데, 이 두 나라는 반로씨야군사동맹에 들어가지 않았으면서도 미국이 지휘통제하는 반로씨야전쟁연습에 적극 가담하면서 반로씨야군사동맹에 가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를테면, 2014년 9월 16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은 영국, 캐나다, 도이췰란드, 뽈스까, 로무니아, 리뜨바, 라뜨비야, 아제르바이잔, 몰도바에서 파견한 약 1,300명의 전투병력을 거느리고 ‘민첩한 삼지창(Rapid Trident)'이라는 작전명을 붙인 반로씨야전쟁연습을 감행했는데,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가 그 전쟁연습에 참가했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가 반로씨야군사동맹에 가입한 14개 나라들의 전철을 밟아가며 반로씨야군사동맹에 가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루지야는 작은 나라이고, 우크라이나는 큰 나라이므로, 로씨야의 심각한 우려는 당연히 우크라이나에 집중되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 미국은 제국주의침략무력을 우크라이나 영토에 전진배치하여 로씨야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유럽의 추종국들을 거느리고 로씨야를 위협하는 제국의 광란은 로씨야의 국가안보를 파탄위험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인 다음, 로씨야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49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제국주의침략무력을 전진배치하면, 로씨야군이 모스크바를 향해 마하 5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국군 미사일을 요격할 시간적 여유는 약 5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로씨야의 국가안보는 파탄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로 끌어들이려는 제국의 광란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지해야 한다. 로씨야의 사활적 안보리익이 거기에 달렸다.

 

 

3. 정치협상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 선택은 예방전쟁

 

로씨야는 미국과의 정치협상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으로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려고 했다. 정치협상으로는 제국의 광란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사가 가르쳐주는 엄정한 교훈이지만,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다급해진 로씨야는 대미정치협상에 걸어놓은 실낱같은 기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계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은 로씨야에 특별한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미정치협상을 통해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려던 로씨야의 노력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로씨야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했다. 이것은 미국이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보여준 엄중한 사건이었다.     

 

대미정치협상이 실패한 이후, 로씨야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다. 고민에 빠진 로씨야의 견지에서 보면, 우크라이나를 반로씨야군사동맹에 끌어들이려는 제국의 광란 앞에서 수세적으로 미적미적 대처하다가 국가안보가 파탄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제국의 광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비할 바 없이 유리한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밀어가던 끝에 로씨야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는 로씨야의 선제적 대응은 예방전쟁(preventive war)밖에 없다는 것이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예방전쟁이란 무엇인가? 어떤 국가가 외부에서 발생한 심각한 안보위협을 평정하기 위해 자위권을 행사하는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예방전쟁이라 한다. 국가의 자위권 행사가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무력행사로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자위권을 행사하는 예방전쟁도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무력행사로 인정된다. 하지만 제국주의침략전쟁은 외부에서 발생한 안보위협을 평정하기 위해 자위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무력행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자주권을 무력으로 짓밟는 범죄적인 군사행동이므로 예방전쟁으로 될 수 없다. 제국주의무력위협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제국주의무력위협을 평정하는 예방전쟁은 언제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지금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미국의 제국주의무력위협을 평정하기 위해 자위권을 행사하는 반제국주의예방전쟁을 앞두고 있다. 로씨야의 반제국주의예방전쟁은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로씨야와 미국의 무력충돌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 로씨야-우크라이나 전쟁위기의 본질이다.  

 

 

4. 예방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로씨야가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시작하려면, 우선 정치협상이 실패로 끝나야 하고, 예방전쟁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진행한 로씨야와 미국의 정치협상은 실패로 끝났고, 로씨야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정치협상도 역시 실패로 끝났다. 그러므로 어떤 명분만 있으면 로씨야는 예방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 어떤 명분이 필요한 것일까? 

 

돈바스(Donba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의 동부지역에 있는 도네쯔끄주와 루간스끄주를 통칭하는 지역이다. 그 지역의 친로씨야세력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를 로씨야의 영토로 귀속시키기로 결정했을 때, 도네쯔끄인민공화국의 수립과 루간스끄인민공화국의 수립을 각각 선포했다. 그렇게 되자, 돈바스에서는 로씨야군의 지원을 받는 도네쯔끄인민공화국 무장군과 루한스끄인민공화국 민병대가 미국군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에 각각 맞서 싸우는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그런데 상황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 문제는, 프랑스의 중재로 전투행위는 중지되었으나 무력충돌위험이 여전히 고조된 돈바스에 로씨야 국적자 약 70만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로씨야 정부로부터 로씨야 여권을 발급받으며, 로씨야군에 입대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씨야는 돈바스에 거주하는 로씨야 국적자 약 70만명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경우, 무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2022년 1월 29일 뿌진 대통령은 돈바스에 거주하는 로씨야 국적자들에게 로씨야 정부가 지급하는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5월 1일까지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총리에게 지시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만일 어느 날 돈바스에서 무력충돌의 작은 불꽃이라도 튀기만 하면, 로씨야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로씨야 국적자 약 70만명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명분을 내걸고 즉각 예방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돈바스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22년 1월 29일 도네쯔끄인민공화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쯔끄인민공화국에 포사격을 가해 민간인 1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런 정황은 로씨야의 예방전쟁을 불러올 ‘도화선’이 돈바스에서 시시각각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씨야가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개시하는 날, 로씨야군은 압도적인 무력을 집결시켜 적을 포위한 다음, 예고 없는 선제타격, 기습타격, 싸이버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고속기동전을 전개하여 적의 심장부를 짧은 시간 안에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브에서 160km 떨어진 벨라루씨 국경지대에 전진배치되어 선제타격전, 기습진격전, 고속기동전 준비를 완료했으며, 개전시각에 우크라이나의 전략시설들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싸이버공격 준비도 완료했다. 

 

이를테면, 로씨야 육군은 2022년 1월 17일부터 전투병력 17만5,000명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를 북쪽, 서쪽, 남쪽에서 3면을 포위했다. 로씨야 육군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기습진격전과 고속기동전에 최적화된 대대급 전투단 22개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전진배치했다. 이 대대급 전투단 22개는 전차, 장갑차, 자행방사포, 미사일발사차량을 비롯한, 기습진격전과 고속기동전에 필요한 무장장비를 완비했으며, 로씨야 공군 전폭기들의 근접공중지원을 받으면서 진격할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다. 

 

그런데 진격준비를 완료한 로씨야군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너무 한심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낡아빠진 구식 무기를 움켜쥐고 초췌한 몰골을 한 채 약 3,000km에 이르는 엄청나게 긴 방어선에 늘어서서 우세한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로씨야군 정예병력 17만5,000명의 집중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매우 난감한 지경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400km의 전선을 방어하려면, 약 35,000명의 병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3,000km의 전선을 방어해야 하므로 26만2,000명의 병력을 전선에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15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전투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로씨야군의 전면공격이 언제, 어느 쪽에서 예고 없이 개시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 공포를 느끼고 있다.  

 

임박한 전쟁징후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22년 1월 17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로씨야는 우크라이나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관 및 영사관들에서 근무하던 외교관과 가족 70여 명을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2022년 1월 30일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은 그 나라에 체류하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신변안전이 예고 없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즉시 이웃나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2022년 1월 28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방대한 규모의 공격무력을 전진배치한 로씨야군은 전시에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물자와 혈액을 전투부대들에 보급했다고 한다. 

 

2022년 1월 2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미국 대통령은 1월 27일 볼로지미르 젤렌스끼(Volodymyr O. Zele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2월 중에 땅이 얼어붙을 때, 침공은 사실상 확실하다고 하면서, 로씨야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Bide warned his Ukrainian counterpart that a Russian attack may be imminent, saying that an invasion was now virtually certain, once the ground had frozen in February)”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월 중에 땅이 얼어붙을 때,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흑토지대(Chernozem)가 아직 꽁꽁 얼어붙지 않았는데, 오는 2월 중 어느 날 강추위가 엄습하여 흑토지대가 꽁꽁 얼어붙으면,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뜻이다. 로씨야군의 예방전쟁에는 전차, 장갑차, 자행방사포, 미사일발사차량을 비롯한, 무게가 70t 안팎의 육중한 무장장비들이 총동원되어 기습진격전과 고속기동전을 펼치게 되는데, 우크라이나 흑토지대가 꽁꽁 얼어붙지 않으면, 그런 육중한 무장장비들에 달려있는 무한궤도와 바퀴들이 흑토에 깊이 빠져 흙덩이가 달라붙게 되므로 고속으로 기동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로씨야군은 오는 2월 중 강추위가 몰아쳐 흑토지대가 꽁꽁 얼어붙는 날, 총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날짜가 3월로 넘어가면, 흑토지대에서 해빙이 시작되므로 로씨야군은 해빙기가 오기 전에 예방전쟁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다.   

 

 

5. 예방전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초췌한 몰골을 하고 3,000km의 방어선에 늘어서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로씨야군의 적수가 전혀 되지 못한다.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아주 간단히 돌파할 수 있다. 

 

그런데 로씨야군이 정작 우려해야 할 것은,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미국과 추종국들이 결집한 제국주의련합함대들이 로씨야 주변해역에 출동하여 로씨야를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을 예견하였기에 로씨야군은 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 동안 로씨야의 광활한 영토를 둘러싼 동해,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흑해, 북극해, 발트해, 백해, 바렌쯔해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과 실탄사격훈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월 24일 영국 언론매체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로씨야 해군은 2022년 2월 초에 우크라이나 수도 끼예브에서 서쪽으로 약 3,000km 떨어진 아일랜드 남서부 해역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훈련은 140척 이상의 전투함, 60여 대의 항공기, 1,000여 대의 군사장비, 10,000여 명의 전투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해상군사훈련이라고 한다. 또한 로씨야 해군 발트함대 소속 전투함과 지원함 20척이 발트해 해상훈련구역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2022년 1월 24일 로씨야 통신사 <인테르팍스> 보도에 따르면, 수호이-27SM 전투기, 수호이-30SM2 전투기, 수호이-34 전폭기 등 60대 이상의 각종 작전기들로 편성된 로씨야 해군 남부군관구 소속 항공대와 흑해함대 소속 해상항공대가 로씨야 남서부에서 로씨야 해군 흑해함대 및 카스피해함대와 함께 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한다고 한다. 

 

2022년 1월 26일 로씨야 해군 북해함대 공보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로씨야 해군 북부함대는 극초음속순항미사일 지르콘(Zircon)을 각각 탑재한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잠수함, 지원함을 비롯한 30여 척으로 편성된 함대, 전투기 및 헬기 20대, 각종 무장장비 140대, 전투병력 1,2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해상군사훈련을 북극해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전문가들 가운데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미국군과 로씨야군이 격전을 벌이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과 로씨야는 이제껏 한 번도 전면전을 벌인 적이 없으므로, 그런 우려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도 그 전쟁에 미국군을 파병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22년 1월 2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은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군사지원을 제공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젤렌스끼에게) 말했다(Biden said Ukraine would not be offered significantly more military help)"고 하는데, 이것은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도 미국이 그 전쟁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역사적 사례를 돌이켜보자. 2008년 8월 로씨야가 남부오쎄찌야를 방어하기 위해 그루지야를 공격했을 때, 미국은 무력개입을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을 했다.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대응군은 전투병력 25,000명, 육군 전투려단 10개, 공군 전투기 40대, 해군 전투함 10척으로 편성되었지만, 실전경험이 전혀 없었고 군사훈련을 여섯 차례밖에 받지 못한 그들은 오합지졸이었다. 2014년 2월 26일 로씨야가 이전에 소련 영토였으나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흑해의 크림반도를 공격하여 점령했을 때도, 미국은 무력개입을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을 했다. 

 

주목되는 것은, 남부오쎄찌야가 속했던 그루지야와 크림반도가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그 나라를 방어해줄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러므로 로씨야가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단행해도, 그 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그 전쟁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1월 30일에 진행된 영국 텔레비전방송 <BBC>와의 대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이 아니므로 로씨야가 그 나라를 침공하더라도 그 나라에 북대서양조약기구 군대를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해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앞세워 무력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이번에 로씨야가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서 정치적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면서 미적거리면,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신청을 승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로씨야는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려고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우크라이나를 ‘방어’해줄 미국을 상대로 매우 힘든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 따라서 로씨야가 우크라이나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여 제국의 광란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 로씨야는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로씨야의 예방전쟁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쟁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22년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지중해에서 진행되는 해상합동훈련 ‘해양신의 타격(Neptune Strike)-22’에 핵추진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USS Harry S. Truman)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8항모타격단을 참가시켰다. 미국 해군 제8항모타격단은 원래 페르시아만에 배치될 계획이었는데, 로씨야의 예방전쟁에 긴급히 대처하기 위해 지중해로 이동배치되었다. 2022년 1월 24일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 전투병력 8,500명을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신속대응군(NRF)으로 편성하여 동유럽에 파병할 준비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이 제8항모타격단을 지중해로 이동배치하고, 전투병력 8,500명을 동유럽에 파병할 준비를 갖춘 것은 우크라이나를 지켜주려는 군사행동이 아니라 로씨야의 예방전쟁위험에 잔뜩 불안감을 느끼는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을 안심시키려는 군사행동이다. 존 커비(John F. Kirby)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군 전투부대를 동유럽에 파병하는 목적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 예방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 

 

2021년 12월 17일 미국의 관영 대외선전매체 <자유유럽방송(Radio-Free Europe)>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무력을 갖춘 로씨야군이 공격을 개시하는 경우 “우크라이나 공군은 빠르게 소탕될 것(The air force would likely be wiped out quickly)”이고, 우크라이나 수도 끼예브는 불과 몇 시간 만에 함락될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 중앙부에 있는 수도 끼예브,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꼬브(Kharkiv), 남부에 있는 흑해의 항구도시 오데싸(Odesa)를 짧은 시간에 동시점령하면, 우크라이나는 항복을 하는 수밖에 없으며, 예방전쟁은 로씨야의 압도적인 승리로 결속될 것이다.

 

로씨야군은 젤렌스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고위각료들이 해외로 도주하지 못하게 포위망을 좁혀 그들을 전격 체포하고 대통령궁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 각지의 전투현장들에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집단투항시키고,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을 전쟁포로로 체포하고, 우크라이나군의 무장을 해제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젤렌스끼 친미정권이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중립정권이 수립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중립정권이 수립되면, 예방전쟁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므로 로씨야군은 철수할 것이다. 

 

2022년 1월 26일 중국의 영어언론매체 <남중국조간신문(SCMP)> 보도기사에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다. 보도에 따르면, 로씨야는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밀고 당기는 정치협상의 진행정황을 중국에 “실시간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통보한다는 말은 로씨야와 중국이 긴밀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씨야와 중국이 공동의 적인 미국에 대항하여 전략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였다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이처럼 대미전략에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만큼 밀착되었는지는 그 동안 외부에서 알 수 없었다. 

 

공동의 적인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과 로씨야를 공고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결합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로씨야의 예방전쟁과 중국의 해방전쟁이다.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반로씨야군사동맹에 끌어들이려는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전쟁을 앞두고 있고, 중국은 대만을 반중국군사동맹에 끌어들이려는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기 위한 해방전쟁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중국과 로씨야는 힘을 합하지 않을 수 없다. 

 

뿌찐 대통령은 2022년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될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고, 그 기회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 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로씨야의 예방전쟁과 중국의 해방전쟁의 전략적 연관성에 관해 협의하면서, 중국과 로씨야가 힘을 합해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는 전략적 방도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핵강국이며 군사강국인 중국과 로씨야가 이처럼 힘을 합했으니, 제국의 광란을 저지하는 무적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로씨야군이 기습진격전과 고속기동전을 펼치며 우크라이나 흑토지대를 순식간에 통과하여 끼예브로 진격할 때, 중국인민해방군도 기습진격전과 고속상륙전을 펼치며 대만 해안지대에 순식간에 상륙하여 타이베이로 진격할 것이다. 중국과 로씨야가 힘을 합해 제국의 광란을 저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로씨야의 예방전쟁과 중국의 해방전쟁이 위태로운 정전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의 군사상황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집필하던 2022년 1월 30일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왜곡에 이골이 난 보수언론매체들은 조선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것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떠들어댔지만, 탄도정점이 약 2,000km에 이르렀으니,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분명하다. 이번 시험발사는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거두고, 고강도 군사행동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한 오늘, 조선의 미사일련속발사와 로씨야의 예방전쟁은 미국과 추종국들의 시선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켜 제국주의무력이 대만해협으로 집중되지 못하게 하는 전략적 군사행동이다. 조선의 미사일련속발사는 로씨야의 예방전쟁과 중국의 해방전쟁이 일어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조선의 미사일련속발사에 시비를 걸면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분위기를 고조시키면, 조선은 그 기회에 마지막 방도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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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보도

실전배치 위한 검수사격시험..탄두 설치 카메라로 찍은 지구 모습 공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1.31 07:49
  •  
  •  댓글 1
북한은 30일 발사한 미사일이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라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30일 발사한 미사일이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라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30일 발사한 미사일이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이라고 31일 확인했다.

또 미사일 발사는 실전배치를 위한 검수사격시험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가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검수사격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 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제원을 밝히지는 않고 "국방과학원은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서북부지구에서 조선 동해상으로 최대고각 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하였다"고만 알렸다.

전날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우리 군은 오늘(30일) 오전 07시 52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하였다"고 하면서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000km"라고 추정했다.

정상각도로 쏘았다면 3,500~5,500km를 날아갈 수 있는 거리로 미국의 아태지역 전진기지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은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발사 성과를 알렸다. 

솟구치는 '화성-12'형을 위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솟구치는 '화성-12'형을 위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12'형 탄두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찍은 지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12'형 탄두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찍은 지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12'형 탄두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찍은 지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화성-12'형 탄두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찍은 지구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날 통신은 이동형 미사일 발사체 TEL(Transporter Erector Launcher)에서 발사되는 '화성-12'형과 솟구치는 미사일을 드론으로 찍은 듯한 사진, 그리고 미사일 탄두에 설치된 카메라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 등 4장을 공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후 14일과 17일 각각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씩을 발사했으며, 25일에는 순항미사일 2발,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2발, 30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새해들어 1월에만 7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이번 '화성-12'형 발사는 지난 19일 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동적으로 취해 온  신뢰구축조치 전면 재고 △잠정중지한 모든 활동 재가동 검토 지시를 통해 모라토리엄 유예를 시사한 이후 이에 가까이 다가간 조치로 파악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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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까지 일 극우와의 역사전쟁 시작됐다"

[인터뷰] 호사카 유지 교수가 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전망

22.01.29 20:04l최종 업데이트 22.01.29 20:04l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하는 사도금광 전경.
▲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하는 사도금광 전경.
ⓒ ANN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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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논리 싸움입니다."

일본 정부가 28일 결국 문제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한일문제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관련기사 : 극우에 무릎꿇은 기시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신청 강행).

호사카 교수는 이 결정이 "정치적 기반이 약한 기시다 정권이 아베 전 총리 등 극우세력의 압력에 밀린 모양새"라며 "오는 7월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보수지지층의 이탈이 우려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논리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즉, "조선인이 겪었던 것은 불법적인 강제노동이 아니라 합법적인 징용이기 때문에 등재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일본 측이 내세울 것이라고 호사카 교수는 예측했다.

호사카 교수는 인터뷰 내내 '논리싸움'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면서, "이번 싸움이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세계에 알릴 기회"라면서도, 그러려면 "두루뭉술하지 않게 사실에 입각해 정확하게 분석한 논리를 개발해 일본 극우의 논리를 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통과되든 말든 올해 꼭 신청해야 하는 이유는..."

-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추천을 강행한 이유는 역시 아베나 극우 압박 때문인가.

"그렇다. 그건 확실하다. 자민당내 우파 의원들의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쪽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극우의 대표격인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보류한다고 해서 등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한국이) 역사 싸움을 걸어온 이상 피할 수 없다'며 기시다 총리를 강하게 압박했고, 아베를 추종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도 '추천할 수 없는 이유나 장애물은 없다, 올해 꼭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차피 한국 반대 때문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텐데.

"그들로선 통과되든 말든 지금 신청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건 상당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목적이 아주 강하다. 7월에는 참의원선거가 있고 그때까지 다른 크고 작은 선거들이 있다. 아베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을 경우 보수층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은 일주일 전 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반대 때문에 신청 보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그 이후 아베와 다카이치의 굉장한 반대가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그들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듯하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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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기반 약한 기시다 총리, 아베 등 극우파 공세에 밀려"

- 기시다 총리는 매번 아베 등 극우파에게 밀리는 모습이다.

"기시다의 기반이 확고하게 되려면 7월 참의원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그 후 3년 정도는 큰 선거가 없다. 이기면 기반이 상당히 안정돼서 장기집권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내 파열음이 나면 공천 과정에서 극우와 리버럴파 사이에서 싸움이 격화될 수도 있다. 그러면 기시다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린다.

또 오미크론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도광산 문제로 기시다를 비판하는 사람까지 많이 나타나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베이징올림픽에 정부관료를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문제에서도 사실상 극우에 밀렸지 않나. 중국이 지난번 도쿄올림픽에 장관급을 보냈기 때문에, 원래 기시다도 답례로 스포츠청 장관을 보낼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와 다카이치의 공세에 밀려 결국 보내지 못하게 됐다."

- 기시다 총리의 스타일도 한몫 하는 것 같다.

"기시다는 아직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의원선거에서 이길 때까지는 참자는 생각인 것같다. 이번에 사도광산을 세계문회유산으로 신청하면 양국간 논쟁이 계속되겠지만 물밑에서는 교섭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벌써 시작했을 것이다. 일 문화청 담당자가 한국과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기시다의 스타일은 모든 것이 등거리다. 정치적 스타일도 외교도 모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사실 자신이 외상일 때 맺은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도 아베와 한국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당시 그래서 양쪽 모두로부터 욕을 먹었다."

"일, 합법적인 '징용'일뿐 '강제노동' 아니었다고 주장할 듯"

- 향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일단 신청하고, 실제 심사는 내년 2023년 7월에 이뤄진다. 그땐 21개 국가가 심사국이고 2/3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한국은 가맹국이지만 이번엔 심사국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이것은 기록유산뿐만 아니라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은 대화에 나설 것이고 아울러 논리공세를 시작할 것이다."

- 논리공세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논리를 말하는 건가.

"당시 사도광산에서 일어났던 것은 '강제노동'이 아니었다는 논리를 펼 것이다. 즉 '징용'일뿐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비상사태에 국민을 징용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그때도 지금도 인정돼있다. 일본은 그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반면, 강제노동이란 것은 ILO 규정에 불법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전쟁포로를 노동시키는 것은 징용이 아니다. 강제노동인 것이다. 그래서 군함도에서도 전시 강제노동문제가 된 전쟁포로들에게는 사죄를 하고 피해보상을 했다. 대만인이 아닌 중국인들도 중국은 전쟁 상대국이었기 때문에 징용이 아니라 강제노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이제부터는 논리 싸움인 것이다."

- 반대로 한국 사람은 당시 일본인이었으니까 징용이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건가.

"일본은 대만인이나 조선인이나 모두 강제적으로 끌고 와서 노동을 시킨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한국은 이것을 한국은 불법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합법이라고 한다. 당시 한국이나 대만은 일본이었고 그들이 노동한 것은 국가에 의한 합법적인 징용이었다는 논리다."

-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 아닌가.

"물론 한국의 논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자체가 불법이니까. 한국은 1910년 8월 22일 이전 한일 간에 맺어진 협정이나 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일제강점기는 불법이라는 입장이 한국의 법적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의 법적 입장은 1945년 8월 15일 이후가 무효이고, 일제 강점기는 합법이었다는 데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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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먹혀들 수 있는 정확한 대응 논리 개발해야"

- 한일간 과거사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는 역사 논쟁이 되겠다.

"그렇다. 그러나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일본 간 논쟁을 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기 때문에 양국의 논리가 부딪친다. 그래서 군함도 땐 일본도 한국도 그런 논리 싸움을 지양하고 역사적 사실 그대로 전시관에 전시하자고 약속한 것이다.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한 것은 사실이니까."

- 그러나 일본은 결국 그 약속 마저도 안 지켰잖나.

"작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가 일본측에 약속을 지킬 것을 지적했으나 현재까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극우들은 '징용'이 합법적이었고 조선인들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상당히 고생했었다고 주장한다."

- 오히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논쟁 과정에서 세계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알게 될 것이라는 얘긴데,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쪽의 논리가 정확하게 세계에 먹혀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일본은 일제강점기 때 같은 국민이었기 때문에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노동자간 차별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일본은 당시 같은 국민이었던 조선인들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차별대우를 했다. 이것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일본에도 있을 것이다. 두루뭉술하게 하지 말고 사실에 입각해 정확하게 분석해서 언론에 내놓을 수 있는 쉽고 명료한 논리를 내놔야 한다.

그리고 그런 논리를 국제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한번에 그치지 말고 계속 말해야 한다. 한번 말했으니까 세계가 알게 됐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베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거짓말을 몇 번이라도 반복하지 않나."

-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다는 자료는 충분한가.

"충분히 있다. 한국 내에 연구자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연구자가 적고 그 작업을 이어갈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 일본과의 치열한 역사 전쟁이 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정말 논리 싸움이다. 극우 계열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같은 경우는 대단한 논리파이다. 연설하는 것을 봐도 굉장히 자료에 입각해서 한다. 비록 왜곡된 극우쪽의 자료이지만 일단 논리성이 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깰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내년 7월까지 그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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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토사 순식간에 '와르르'…설 연휴 첫날 처참한 사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1/30 09:00
  • 수정일
    2022/01/30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피할 새도 없이 작업자 3명 매몰된 듯…중대재해법 1호 가능성

  •  

 

&nbsp;29일 경기 양주시의&nbsp;삼표산업 석재 채취장 내 토사 붕괴 현장에서 관계 당국이 야간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매몰돼 실종된 상태다. (사진=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29일 경기 양주시의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 내 토사 붕괴 현장에서 관계 당국이 야간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매몰돼 실종된 상태다. (사진=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미처 대피를 시도할 새도 없었던 듯하다.

 

30만㎥ 규모의 토사와 돌들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작업자 3명을 덮쳐버린 참사가 설 연휴 첫날인 29일 오전 10시께 발생했다.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의 석재 채취장에서 연휴임에도 일을 하던 3명은 석재 채취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업장은 평소에도 휴일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오후 6시 현재까지 구조작업에서 매몰자 3명 중 2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관계 당국의 전언을 종합하면 사고 당시의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당시 채취 작업은 절벽 쪽 벽면을 계단식으로 파 내려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던 중 맨 꼭대기에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가 갑자기 무너져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60m 정도의 토사가 쌓여 있다.

 

쌓인 토사의 높이는 아파트 8층에 해당하는 20∼25m가량으로, 무너져내린 토사의 양을 추산해본 결과 대략 30만㎥라고 한다.

 

당시 매몰된 3명 중 2명은 천공기(구멍 뚫기) 작업 중이었고, 나머지 1명은 굴착기 작업 중이었다.

 

이 가운데 굴착기 작업자 A(55)씨는 이날 오후 4시 10분께 굴착기 조정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당시 작업자들이 사고를 감지한 뒤 대피할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후 1시 45분께 발견된 천공기 작업자 B(28)씨의 시신은 A씨와 약 10m 이내에 있어 그 역시 무너진 토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작업은 인근에 물웅덩이가 있고 주변 일부에서 2차 붕괴 위험까지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사고가 난 채취장은 전체 면적이 약 43만㎡로 광대한 규모다.

 

이날 채취장에서 일했던 작업자는 매몰자 3명을 포함해 약 1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사고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채취장을 운영해온 삼표산업은 지난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기업이어서 처벌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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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오셨던 고난의 삶”

남민전 서기 이재문 선생의 부인 고 김재원 여사 추도식

  • 기자명 안영민 (사)평화의길 사무처장 
  •  
  •  입력 2022.01.30 02:10
  •  
  •  댓글 1

지난 1월 27일 아침, 남민전의 서기로 사형 선고를 받고 1981년 옥사했던 이재문 선생의 부인, 김재원 선생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1월 28일 저녁 남민전 동지회 주최로 열린 ‘고 김재원 여사 추도식’에 다녀온 안영민 (사)평화의길 사무처장이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추모기사를 보내왔다. / 편집자 주

 

‘고 김재원 여사 추도식’이  2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농협장례문화원에서 진행됐다.[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고 김재원 여사 추도식’이  2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농협장례문화원에서 진행됐다.[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어머니는 유복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셨죠. 도회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보기 드문 엘리트 여성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버지는 경북 의성 산골마을의 엄격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셨죠. 어찌 보면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집안 분위기 모두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분이 연애하고 결혼하셔서 저희 두 남매를 낳았습니다.”

2022년 1월 2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농협장례문화원 202호실. 오후 6시부터 열린 ‘고 김재원 여사 추도식’에서 고인의 딸인 이경실 씨가 담담하게 유가족 인사를 했다.

“아버지가 수배 받고, 다시 체포 당해 감옥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어린 저희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생애와 유지를 알리기 위해 곳곳으로 뛰어다니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는 고인의 딸 이경실 씨.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는 고인의 딸 이경실 씨.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고 김재원 선생은 남민전 조직의 지도자로 사형 선고를 받고 1981년 11월 병마로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 이재문 선생의 부인이다. 남민전 동지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이 함께 모여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했다.

김재원 선생은 1935년 1월 4일 원산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서울로 이주한 뒤 1941년 계성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경기여중에 입학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6.25전쟁이 나면서 대구로 피난한 뒤 효성여고를 졸업했다. 이후 효성여대를 다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서울대 불문학과 청강생을 거쳐 성균관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엘리트 여성이었다.

대학 졸업 후 1958년부터 가톨릭출판사에서 근무했고, 가톨릭시보사(지금의 가톨릭신문사)로 옮겨 기자로 활동했다. 이재문 선생을 알게 된 것도 가톨릭시보사 기자 시절이었다. 이재문 선생이 1961년 2월 창간된 민족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할 때, 김재원 선생도 가톨릭시보사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던 것이다.

민족일보가 강제 폐간된 뒤 이재문 선생은 대구매일신문으로 옮겨 국회 출입기자로 재직하다 1964년 소위 1차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때 김재원 선생은 구속된 이재문 선생의 옥바라지를 자청하고 나섰다. 기자 생활을 하며 곁에서 지켜본 이재문 선생에게 오래 전부터 마음이 끌렸고, 왠지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불의 앞에서는 타협할 줄 모르는 강직함을 지녔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몸에 밴 이재문 선생의 성품을 지켜봐 왔기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재문 선생이 1965년 2심에서 집행유예로 나온 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고, 이듬해 큰딸인 경실이 태어났다. 1967년에는 대구로 이사를 했고, 1968년에는 둘째인 아들 원준이 태어났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김재원 선생은 1968년부터 효성여대 학보사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이재문 선생이 신문사를 그만두고 대구 지역의 혁신운동 인사들과 교류를 확대하며 분주히 뛰어다니는 동안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것은 김재원 선생의 몫이었다. 당시에 대해 김재원 선생은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지만 남편이 뭔가 큰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느꼈고, 왠지 불길함 속에서도 자기가 집안을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불길한 느낌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1974년 소위 인혁당 사건이 터진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남편의 각별한 지인들이었다. 특히 이재문 선생이 대구 인근 와룡산에서 염소농장을 운영할 때 자주 찾아와 모임을 했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검거를 피한 이재문 선생은 도피 생활을 시작했고, 남은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중앙정보부의 감시 앞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김재원 선생도 중정의 압력으로 효성여대에서 해직됐다.

추모객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추모객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그 다음부터는 어린 두 남매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생계를 위해 대구 서문시장에서 노점을 했지만 남편을 찾기 위해 수시로 드나드는 경찰들 때문에 이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어린 두 남매와 떨어져 혼자 서울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 1976년 인천 송현성당 최분도 신부님의 도움으로 인천에 정착했고, 성당에서 전교 회장 일을 하면서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생사를 알지 못했던 남편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1979년 10월 4일이었다. 다름 아닌 남편의 체포 소식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인 10월 9일 신문에는 해방 이후 최대 지하당 간첩조직이라는 설명과 함께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건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이재문 선생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병마에 시달리다 결국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김재원 선생은 남편의 구명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끝내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다른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의 석방을 위해 또 뛰어다녔다.

당시의 모습에 대해 남민전 사건 무기수였던 고 이해경 선생의 부인 소혜련 선생(전 민가협 실행위원)은 추도식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도 다른 구속자들의 석방운동을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활동하셨죠. 재원 형님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성당에서도 전교 활동에 참 열심이었죠. 형님이 전교 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 ‘간첩 남편’ 하면서 이런저런 뒷말도 있었지만 원체 똑 부러지게 일을 잘 하니 나중에는 그런 말들이 쏙 들어가더군요. 남민전 구속자 가족들에게는 정말 든든한 형님이었습니다.”

권오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김재원 선생의 삶에 대해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오셨던 고난의 삶”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김재원 선생의 삶에 대해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오셨던 고난의 삶”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남민전 사건 구속자였던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이렇게 회고했다.

“제가 감옥에서 나온 1983년 습한 여름날에 사모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인천의 아주 조그만 성당에 딸린 소박한 부속건물에서 사셨죠. 이재문 선생님 돌아가시고 3년상도 안 되었을 시간이지만 1982년 사형집행 당하신 신향식 선생님과 감옥에 갇혀 고통 받고 있는 남민전 동지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속죄인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내내 마음에 아렸습니다.”

남편을 먼저 보낸 슬픔을 표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민전의 서기로 조직을 책임졌던 남편, 하지만 그런 남편을 믿고 자신의 목숨까지 맡겼던 동지들이 끝내 고초를 겪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김재원 선생은 결코 슬픔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이재문의 아내’로서 남편의 동지들과 그 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1985년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이 처음 결성됐을 때, 남민전 가족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민가협 결성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민전은 구속자 가족들 내에서 ‘왕따’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우리는 남민전과 다르다, 우리는 순수하게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남민전은 다르지 않나.” 이런 인식들이 팽배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남민전 가족들은 묵묵히, 또 헌신적으로 활동했고, 그 결과 남민전 가족들도 ‘민주화 실천 가족’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재원 선생은 큰 역할을 했다.

1988년 12월,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석방되고 난 뒤에도 김재원 선생은 남편의 뜻을 잇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성당에서 북녘동포 돕기 운동과 제3세계 어린이 돕기 운동을 꾸준히 벌여나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목도리나 모자를 뜨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1999년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이 출소해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되자 이들을 찾아가 식사를 챙기지 시작했다. 장기수 선생님들을 위해 주방 일을 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 분들이 건강하게 북녘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식단도 건강하고 안전한 재료로 꼼꼼하게 챙기며 정성을 다했다. 그 뒤로도 2015년 병마로 자리에 누울 때까지 꾸준히 누군가를 위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김재원 선생의 삶에 대해 권오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오셨던 고난의 삶”이라고 평가했다.

“남부럽지 않은 학력과 탄탄한 일터를 갖고 있었지만, 혁명가의 아내로 온갖 고난을 감내해야 했고, 홀로 두 자녀를 훌륭히 키우셨고, 스스로는 밀알이 된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2022년 1월 29일 오전 6시 발인을 마친 김재원 선생은 이날 오전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 있는 남편의 묘소에 함께 안장됐다. 40년 만에 남편이자 같은 언론인이었던 이재문 선생의 곁으로 돌아와 비로소 옛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름답고 빛나는 혁명가의 아내는 이렇게 그 삶의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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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권력형 성범죄 사과해야 여성 표심 돌아온다"

[인터뷰]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한 '추적단 불꽃' 박지현씨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온상이던 'n번방'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불'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다. '언젠가 강간하겠다'는 가해자들의 위협에 얼굴과 이름을 감추고 활동해온 그가 "이제는 선두에 나서서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세상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 특위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씨다.

권력형 성범죄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에 합류한 성범죄 추적자의 행보에 의외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28일 <프레시안>과 만난 박 위원장은 민주당을 "성범죄 문제에 대처를 잘못한 당, 반성이 필요한 당"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보호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과 반성할 부분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변화시키기 위해 왔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20·30대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까지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여성들의 외면에 박 위원장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인권에 대해 얘기하던 박원순 전 시장과 안희정 씨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2030 여성들이 배신감 느꼈을 테고, 저도 그당시에 너무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해호소인' 논란부터 민주당 인사들이 가한 수많은 2차 가해까지. 박 위원장은 그런 민주당에 더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만드는 작업, 피해자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선 전까지 민주당이 마쳐야 하는, 주요하게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만 권력형 성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나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 여성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주장이 담긴 온라인 커뮤니티 '홍카단' 글을 공유해 논란이 됐던 점에 대해선 "'이대남'의 표심을 잡고싶은, 조급한 마음에 했던 섣부른 행동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라면 각 집단의 표심이 너무 중요하다. 공감대 형성을 해서 표를 얻어내고 싶은 건 당연한데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세대를 소위 '이대남'과 '이대녀'로 나누어 바라보는 시각이 '젠더갈등'을 더욱 부추긴다고 분석하며 "'백래시'가 2030 남성의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의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후보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머뭇거리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면 안된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내에는 통과되어야 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인터뷰 전문.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가 28일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 박정연

프레시안 : '추적단 불꽃'의 '불'로서 어떤 활동을 해왔으며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박지현 :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한 기자단이자 활동가 집단이다. 나는 '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해온 27살의 활동가다. 텔레그램 'n번방' 안에서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욕설을 해댄다. '너네 여기 있는 거 다 안다. 나와라', '언젠가 보면 강간해야지', '강간치고 싶다'라는 말까지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안전하게 활동을 이어가려면 신상을 밝히지 말고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또 n번방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증언도 하면 가해자들이 보복을 할 수 있을거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프레시안 : 이번에 이름과 신원을 공개했는데. 

박지현 : 적어도 피해자가 혼자 끙끙 앓다가 묻히는 일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됐든, 권력형 성범죄가 됐든 뿌리를 완전하게 뽑고 싶다. 잠깐의 망치질로 막아놓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끊어내는 것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고, 신상을 밝히게 된 이유다. 

프레시안 : 2020년 9월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뿌리 뽑히지 않았다면서 입법을 촉구했던 것도 활동만으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가? 

박지현 : 피해자는 좌절하고 우리는 그 상황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n번방 최초 신고자, 보도자이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지 우리 말을 언론이 계속 대서특필해주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 글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뭘 더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책을 만드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하면서 2021년 초 권인숙 의원을 만났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치라는 게 밖에서는 좋지 않은 모습이 주로 보이지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다. 정치를 잘 활용하면 많은 여성들과 시민들이 바라는 성범죄 근절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다. 

프레시안 : 신지예 씨도 국민의힘에서 정치 활동을 계획했지만 일시적으로 소모되고 말았다.

박지현 : 주변에서 나에게 가장 많이 우려한 것이다. 당에서 (내 존재가) 이용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2030 여성들이 배제됐다고 느끼고 있다. 그 소외감에는 신지예 씨 논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민주당을 보호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 민주당이 부족하고 반성할 점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변화시키기 위해 왔다. 민주당이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밖에서 본 민주당은 어떤 정당이었으며, 이재명 후보를 택한 이유는? 

박지현 : 지난 과오들(권력형 성범죄)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 가해자들과 민주당 사람들이 너무 잘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분들이 있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모인 분들이 있다. 성범죄 문제에는 대처를 잘못한 당, 반성이 필요한 당이지만 더 바른 세상을 위해서는 희망과 기대가 있는 당이다.

2030 여성으로서 국민의힘이 집권한 미래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무고죄 처벌 강화 등 남성들의 이야기만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대위 여성위원회와 접촉하면서 많은 공약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알게됐다. 또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때나 성남시장 때 공약 이행률이 높았으니까 공약을 실행해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런 여러 요인이 작용해 민주당에 오게 됐다.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가 28일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 박정연

프레시안 :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지만,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선 등을 돌렸고 대선에서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박지현 :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인권에 대해 얘기하던 박원순 전 시장과 안희정 씨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2030 여성들이 배신감 느꼈을 테고, 저도 너무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이재명 후보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형수 욕설 문제는 안 좋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후보가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것도 여성 입장에서 보기에는 좋지 않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보가 유튜브채널 <닷페이스>에 나와 "여성 커뮤니티에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가입이 안되어 못 썼다"고 했는데, 혹여 오해가 있다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카단' 글을 공유해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박지현 : 불안함에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대남'의 표심을 잡고싶은 조급한 마음에 했던 섣부른 행동이 아니었을까 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각 집단의 표심이 너무 중요하다. 공감대를 형성해서 표를 얻어내고 싶은 건 당연한데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선대위 내에서도 유튜브 채널인 <닷페이스>와 <씨리얼> 출연 계획 자체가 논란이 됐다. 결국 <씨리얼> 출연은 무산됐고 <닷페이스>는 일정을 연기해서 촬영했다. 

박지현 : 사실 나에게도 결심을 재고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씨리얼> 일정이 결국 취소됐다는 사실에 황당했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몇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약자를 다양하게 다룬 매체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페미 유튜브'라는 의견이 올라오니 그걸 수용한 선대위의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프레시안 : 권력형 성범죄 이후 민주당은 충분히 반성했다고 보나? 

박지현 : 아니다. 더 해야한다. '피해호소인'이라고 이야기 한 것은 잘못이다. 피해자에게 너무 큰 상처다. 여성 의원들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고민도 했다. 믿어왔던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장 배려받아야 할 분은 피해자다.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건 큰 잘못이다.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작업, 피해자에게 있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선 전까지 민주당이 마쳐야 하는, 주요하게 해나가야할 과제다. 그래야만 2030 표심도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이재명 후보가 사죄의 절을 하며, 당의 내로남불과 '조국사태'에 사과했지만 권력혁 성폭력을 직접 언급하며 사과 한 적은 없다. 

박지현 :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니더라도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사과를 해야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기쁘게 돕고 싶다. 후보도 권력형 성범죄가 잘못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후보는 잘못을 알면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다.  

민주당도 함께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후보를 비롯해 여성 의원, 남성 의원 가릴 것 없이 <김지은입니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 '김지은입니다'를 읽으며 책이 젖을 정도로 눈물이 뚝뚝 흘렀고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2차 가해에 바쁘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사회가 피해자 이야기를 당연하게 듣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는 젠더와 관련한 이슈가 특히 많다. 청년세대를 소위 '이대남', '이대녀'를 나누어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지현 : 자극적인 이슈 몰이가 소위 '젠더갈등'을 더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백래시'가 2030 남성의 전체를 대변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일부의 의견이다. 또, 언론의 프레이밍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나오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단어들로 '젠더갈등'이 더 심화된다. 그런 부분은 언론도 지양 하면 좋겠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 제정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지현 : 차별금지법 제정은 필요한 입법이다. 이 후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잘못된 정보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오래걸리면 안 된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에 통과되어야 하는 법안이다. 

프레시안 : 정치에 입문한 사람으로서의 포부는? 

박지현 : '불'로서는 베일에 쌓여진 익명의 활동가였다면, 박지현으로서는 선두에 나서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재명을 뽑기 싫은데, 이재명이 안 되면 박지현은 없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재명을 뽑겠다'는 글을 보고 어깨가 무거웠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니 40일 동안 불태워서 해보겠다.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가 28일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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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지 못한 수입 계란만 2125만개…예산 낭비 논란

지난해 무관세로 들여온 수입란,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처분
앙계업계 “계란값 잡겠다는 정부? 사실상 과한 살처분 기준서 온 패착” 비판

&nbsp;aT이천비축기지에 미국산 계란 2125만개가 쌓여있다.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  aT이천비축기지에 미국산 계란 2125만개가 쌓여있다.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이 늘면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수입 계란을 투입했지만, 다 팔지 못한 채 보관창고에 쌓인 재고 계란이 212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미국에서 수입한 계란을 폐기 처리할 용역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다. 지난해 9~10월 경 들여온 수입산 계란의 유통기한 만료로 더 이상 판매가 어려워지자 폐기 처분에 나선 것이다.

 

실제 aT 서울경기본부 이천비축기지에 보관된 폐기 물량은 2125만개로 총 1275톤에 이른다. 30구짜리 계란이 총 70만8412판 쌓여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입 계란을 들여온 이래로 총 56차례에 거쳐 직배 업체를 모집했지만 재고를 소진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유통기한 임박 수입 신선란 긴급 직배’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한 달에만 6차례 거친 공고 올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계란값 안정을 위해 무관세로 수입계란은 총 3억8000만개다. 폐기 물량은 총 수입량의 5.6% 가량을 차지한다.

 

유통업계와 양계농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란을 선호하지 않을뿐더러 해외에서 유통되다 보니 신선도나 안전성 면에서 다소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유통업 관계자는 “수입 초반에는 일부 마트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유통업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큰 편이 아니다”라며 “소비자 정서상 국내는 백란보다는 갈색란이 더 우세하다. 유통업자들도 국내에서 자급할 능력이 되는데 수입산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aT이천비축기지 전경. (사진=박해윤 기자)
▲ aT이천비축기지 전경. (사진=박해윤 기자)

 

폐기 용역 예산은 총 4억8450만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당시 정부는 수급 대책 차원에서 기본 관세율이 8~30%인 신선란 등에 대해 긴급할당관세 0%를 적용했는데, 여기에 또 폐기 예산까지 투입하다 보니 혈세 낭비가 이중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천의 한 양계 농가는 “농림부가 2020년과 2021년 AI가 확산되면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으로 발생 농장 3km 이내 기준을 적용헀으니, 당연히 산란계가 다 죽임을 당했고 공급량이 주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한 기준을 적용해 계란값을 올려놨으면서, 수입산 계란을 대거 들여오고 다 팔지도 못하고 또 예산을 투입한다. 물가는 시장 질서에 맡기고, 정부는 국내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했는데 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양계업계는 정부가 계란 수급 정책으로 소비자의 물가 안정에만 신경을 쓸 뿐 예방적 살처분으로 아비규환 상태에 놓인 농가의 어려움은 외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당시 재입식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계란에는 무관세에 항공료까지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여기에 또 폐기 비용까지 든다 하니 비판이 나올수 밖에 없다. 실제 물가를 잡는다고 했지만, 물량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계란가격이 높게 형성 되다보니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 유통기한이 만료된 수입란은 규정에 따라 폐기 절차를 밟는다”라며 “올해는 수입 신선란 수입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해윤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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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순실, 김건희를 체포하라!”..촛불행동연대 전국 곳곳에서 선전전 진행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1/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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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가 28일 서울과 수원,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지에서 “김건희를 체포하라! 제2의 최순실이다”라는 내용으로 선전전을 진행했다. 서울역 귀향선전전 모습.     ©이인선 객원기자

  

▲ 서울역 귀향선전전에서 대학생들이 ‘김건희=최순실’ 선전물을 들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서울역 귀향선전전에 '건빵 도사'가 출연해 김건희 씨 구속을 비는 굿을 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설 연휴를 앞둔 28일 오후 서울과 수원,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지에서 “김건희를 체포하라! 제2의 최순실이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이하 촛불행동연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8차 촛불행동 ‘허위경력, 비리범죄 김건희를 체포하라’를 진행했다. 8차 촛불행동은 선전전을 진행하는 지역을 생중계로 연결하면서 유튜브 방송으로 송출됐다. 

 

촛불행동연대는 먼저 최근 사법부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주에 김호 대북사업가 국가보안법 위반 실형 선고 및 구속, 개성공단 폐쇄 합헌 판결, 정경심 교수 유죄 확정판결이 있었다. 그리고 김학의는 무죄 선고, 윤석열 국힘당 대선 후보의 장모인 최은순 씨 무죄선고가 있었다.

 

이런 판결이 나오자 국민은 사법부가 국민에게 등을 돌리고 적폐세력에 빌붙기 위해 작정한 모양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 8차 촛불행동은 선전전을 진행하는 지역을 생중계로 연결하면서 유튜브 방송으로 송출됐다.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촛불행동연대는 “사법 정의가 무너진 1주로 기억될 것 같다. 사법부가 권력에 기생하고 있다. 검찰, 사법, 언론개혁이 절실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국민이 멈추지 않고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서울역에서 진행된 귀향선전전에서는 김건희 씨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과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그리고 김건희 잡는 ‘건빵 도사’가 출연해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건빵 도사는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속인들을 조롱한 의미이다. 건빵 도사는 풍물패와 함께 김건희 씨의 구속을 비는 굿을 했다. 

 

서울역 귀향선전전 사회자는 “김건희 씨가 대선을 망치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왜 김건희 씨 문제에 대해 수사를 안 하는가. 김건희 씨를 처벌하는 것이 법치를 바로 세우고 대선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범죄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 울산 선전전 모습.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건설된 울산촛불행동연대는 김건희 씨 녹취록으로 만들어진 선전물 게시와 녹취록 내용을 틀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김건희 씨 녹취록 선전물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대구의 2.28민주공원에서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구촛불행동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된다면 김건희 씨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라면서 “우리의 소중한 5년을 이들에게 줘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광주촛불행동연대는 광주터미널 인근의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촛불행동연대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귀향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만약 김건희 씨가 영부인이 된다면 제2의 국정농단이 일어날 것이다. 절대 막아야 한다”라고 시민에게 호소했다.

 

수원촛불행동연대는 수원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김건희 씨를 보니 제2의 최순실을 보는 듯하다. 아니 더할 것 같다. 김건희 씨 범죄에 대해 즉각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연대는 지역 선전전 이외에도 거제와 제주 등지에서 김건희 씨 녹취록 발언이 적힌 현수막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촛불행동연대는 2월에는 총력전을 벌이겠다며, 현수막 행동과 봉화 운동을 예고했다. 

 

봉화 운동은 김건희 수사 촉구 선전물을 들고 산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다. 봉홧불이 번지듯이 전국 곳곳에서 김건희 씨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이 일어서자는 의미라고 촛불행동연대는 설명했다. 2월 9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된다. 

 

그리고 2월 19일에는 전국적으로 차량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촛불행동연대는 마지막으로 촛불국민이 나서서 더 좋은 세상, 더 멋진 세상, 더 개혁된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호소했다. 

 

▲ 서울역 귀향선전전에서는 김건희 씨 수사촉구를 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서울역에 붙은 현수막.  © 이인선 객원기자

 

▲ 시민이 김건희 씨에게 항의의 글을 적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최순실과 김건희..이들의 공통점은? 대구의 기자회견 모습.  © 조석원 통신원

 

▲ 김건희 씨 구속을 바라는 상징의식.  © 조석원 통신원

 

▲ 부산에서 진행된 선전전 모습.  © 이선자 통신원

 

▲ 김건희 씨 자수를 촉구하는 선전물을 든 부산 시민.  © 이선자 통신원

 

▲ 광주 선전전 모습.  © 김태현 통신원

 

▲ 검찰에 김건희 씨 수사를 촉구하는 선전물을 든 광주 시민,  © 김태현 통신원

 

▲ 수원역에서 진행된 선전전 모습.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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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 이재명-윤석열 양자 토론·4자 토론 성사

  • 기자명 조준혁 기자 
  •  
  •  입력 2022.01.28 18:16
  •  
  •  수정 2022.01.28 18:30
  •  
  •  댓글 8
 
 

이재명-윤석열 양자 토론 31일·4자 토론 내달 3일
지상파 주관 토론은 4자 토론으로 내달 진행 예정
국민의당 반발 기류 감지됐지만 토론은 참석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양자 토론이 오는 31일 진행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함께하는 4자 토론은 내달 3일 이뤄진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KBS에서 사전 룰미팅을 진행했다. 이들 3개 정당은 이 자리에서 내달 3일 지상파 3사(KBS·MBC·SBS) 주관 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룰미팅이 진행됐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4자 해당 토론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에서 이재명-윤석열 간 양자 토론을 수용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됐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 연합뉴스

이날 룰미팅 직후 민주당 방송토론콘텐츠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지상파 방송토론 실무회담 결과, 2월3일 오후 8시에 4자 토론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국민의힘은 2월3일 4자 토론 참여를 확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31일 양자 토론을 제안했다. 31일 양자 토론 참여를 재차 확인한다”며 “31일 양자 토론과 2월3일 4자 토론의 진행을 위한 각 각의 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 이 후보가 31일 양자 토론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으니, 윤 후보도 더 이상 조건을 달지 말고 4자 토론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상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제안한 1월31일 양자 토론과 2월3일 4자 토론 제안을 각각 수용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에 따라 곧바로 실무협상의 개시를 요청한다. 금일 늦은 시간이라도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즉시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양당 입장문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룰미팅 자리에서 31일 양자 토론을 진행한다는 민주당에게 입장 철회를 요구했다. 다만, 이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국민의당 입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달 3일 예정된 토론 진행만을 전제로 둔 채 협의가 타결됐다고 발표한 것이 문제라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자 토론 진행은 법원의 결정 취지를 무시한 담합행위임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에게 양자 토론 합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며 “오늘 진행된 KBS 룰미팅은 2월 3일로 진행될 지상파 3사 방송토론에 대한 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고, 민주당과 어떤 합의도 한 것이 없다”고 했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다만, 양자 토론이 진행되더라도 내달 예정된 4자 토론에는 참석할 전망이다. 룰미팅에 함께 참여했던 지상파 측 역시 불참한다는 이야기는 확정적으로 전해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정적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토론에 참석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했다.

KBS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는 “국민의당에서 토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이라며 “원칙적으로 내달 3일 4자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단으로 인해 양자 토론은 지상파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송출돼야 한다. 지상파에서의 첫 토론은 4자 토론으로 이뤄지는 내달 첫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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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다’…확진자 1만6096명, 수도권에서만 1만명 넘었다

등록 :2022-01-28 09:34수정 :2022-01-28 10:26

3일째 1만명대…주간 일평균확진자도 1만619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1만6096명을 기록한 28일 오전 서울역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1만6096명을 기록한 28일 오전 서울역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26일 1만명을 넘은지 이틀 만에 1만6천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6096명(국내 1만5894명, 해외 유입 202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만4515명)보다 1581명 많다. 지난 26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1만3010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뒤 27일 1만4515명까지 오른 바 있다. 1주일 전 금요일(6767명)과 비교하면 9329명이 많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1만619명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총 누적 확진자는 79만3582명으로, 80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날 수도권에서만 1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기 5175명, 서울 3991명, 인천 1244명 등 1만410명이다. 다른 시도는 대구 866명, 부산 821명, 경남 603명, 경북 538명, 충남 536명, 광주 422명, 전북 381명, 대전 370명, 전남 327명, 충북 299명, 강원 212명, 울산 158명, 세종 59명, 제주 44명 등으로 집계됐다.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전날(350명)보다 34명 줄어든 316명이다. 지난주(1월16일∼22일) 평균 위중증 환자가 517명인데 비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1주일 일 평균 재원 위중증 환자는 389명이다. 28일 0시 기준 사망자는 24명이 추가돼, 총 사망자는 6678명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산세가 두 달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앞으로 5∼8주 정도까지는 증가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고, 증가율이 매우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이번주는 지난주보다 확진자가 거의 100%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증가 속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새로운 방역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내달 3일부터 전국 256개 선별진료소에서 개편된 검사 체계가 시행된다. 60살 이상,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우선 대상이 된다.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자가검사키트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방역당국은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부터 치료, 재택치료 모니터링까지 담당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체계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네 병·의원 진료체계 전환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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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박근혜 개성공단 중단' 합헌…개성공단 기업들 "남북경협 사형선고"

"국제사회 제재 방식에 부합…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가 법적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재산권 침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7일 나왔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이날 2016년 5월 제기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2016헌마364)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기본권을 법으로 제한할 때 적용되는 기준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했는지 따져봤다. 

우선 헌재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당시 상황에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졌으며 적합한 수단이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개성공단은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지구로, 그 운영 중단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며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핵 개발을 무력화한다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에 부합하므로 중단조치는 적합한 수단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의 폐쇄가 아닌 전면 중단을 택했다면서, 이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해소되는 등 여건이 조성되면 공단을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전면 폐쇄가 아닌 중단조치를 취했다"며 "따라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이 필요한 한도를 넘는 과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익의 문제에서도 헌재는 개성공단 내 기업들 피해보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는 그보다 우위에 있는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공단 내 기업들의 피해보다 경제적 제재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및 계속성을 보장하는 이익이 더 크다는 대통령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개성공단 중단이 국무회의 심의, 국회와 협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가지므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북 제재로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이라는 정책을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그 결정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다거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헌재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제한이나 재산적 손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가 헌법 규정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기업인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번 결정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헌재가 개성공단 불법 폐쇄에 합헌 결정을 했다"며 "오늘자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그 존재의미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마지막 보루라 여기고 5년이 넘는 기다림이 있었는데, 이번 기각 결정은 개성공단, 나아가 남북경협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이 결정으로 개성공단 태동 이전으로 후퇴하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협회는 "우리 기업들은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일방적이고 위법적인 조치에 경종을 울리고 개성공단 재개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 부분에서 헌법재판소가 현실적인 어려움만을 고려한 게 아닌지 실망과 함께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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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윤석열처럼 하면 ‘신냉전’, 다 죽자는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1/28 10:28
  • 수정일
    2022/01/28 10: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석열 외교·안보 공약 조목조목 비판...“이명박·트럼프식 안보 포퓰리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발표한 외교·안보 공약의 핵심 노선은 ‘반북’ ‘반중’이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을 두고 “이명박, 트럼프와 유사한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노선대로 가면 ‘신냉전’, ‘글로벌 이념전쟁’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과 개별 공약간 상충되는 점도 짚었다.

김 전 원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인근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윤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김철수 기자


 

“윤석열이 만든 가상의 적 '공산주의'
공산주의 없는 세계에서 멸공이라니?”

 


미중 갈등 구도에서의 미국 쏠림,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강하게 드러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약을 봤을 때 어떠셨습니까?


“일단 윤 후보가 삼프로 티비 같은 데 나가서 박살이 나지 않았습니까? 이재명 후보와 토론을 하게 되면 디테일에서 지겠다는, 좀 불리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안보 포퓰리즘 전략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첫 번째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반중 감정과 반북 감정들을 선동하는 거고, 두 번째는 그가 검찰 수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흑백논리를 내세우는 겁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포퓰리즘과 흑백론은 어떤 겁니까?


“북한과 중국에 대한 냉전적 반감, 즉 ‘미국은 좋은 놈, 북한·중국은 나쁜 놈들 아니냐’는 거죠. ‘중국은 맨날 우리 역사 왜곡하고 김치를 자기 거라고 얘기하고, 사드 핑계로 제재를 한다’는 방식으로 악마화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무조건 저자세고 비굴하고, 우리는 강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건 멀게는 박정희·전두환, 가깝게는 이명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멸공’ 논란도 그 일환이겠군요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후보가 부인하는 게 아니잖아요. 가상의 적을 만드는 겁니다. ‘멸공’ ‘멸콩’ 얘기하는데, 지금 전세계에서 ‘공산주의’라는 건 없어요. 지금 어느 나라가 공산국가에요? 지금 중국이 공산주의입니까? 자본주의면서 권위주의지. 북한도 족벌 체제지 공산주의가 아니란 말이에요. 세력화된 공산주의가 없는 상황에서 멸공을 말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윤 후보의 외교 부문 공약의 핵심 내용은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반인권적 탄압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기조 하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며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쿼드 산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 참여 ▲중국과는 ‘상호존중’ 기반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김 전 원장의 평가는 어떨까.
 

윤 후보가 말하는 ‘인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반인권적 탄압’은 미국이 중국에 끊임없이 문제 삼는 신장 위구르, 대만, 홍콩 얘기잖아요?


“인권 부분에 대해 우리가 얘기할 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중국을 적대시하는 접근은 그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우리가 불러왔고, 미국은 버리고 왔죠. 이런 부분에서 미국의 이중성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우리가 숟가락을 얹어서는 안 됩니다.”

 

윤 후보가 말한 또 하나, ‘포괄적 전략동맹’은 좋게 들리는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포괄적 전략동맹’이 어디서 시작됐냐면, 이명박 때에요. 주변에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명박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나요. ‘전략동맹’이라는 말은 되게 좋은데, 두 가지 뜻이 있어요. 하나는 우리가 전략적인 자율성을 갖고 미국에 딜을 하는 건 바람직해요. 그런데 기울어진 상태에서 전략동맹으로 가면 우리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서빙을 하는, 연루되는 동맹이 되는 거죠. 정확하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전략동맹이 그랬어요.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조금 업그레이드가 됐죠.”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등을 거치면서, 과거와는 달리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외교적 위상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의 외교가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군사·안보 분야에 비중을 둔 수혜적 외교였다면, 작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상호 동등한 관계에서의 호혜적 파트너십이 엿보였다.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기후 문제 등 경제·환경 영역으로 논의가 확대됐고, 공동성명에서는 쿼드나 대만 문제 등 중국과 연관된 국제 현안과 관련해 한중 관계의 특수성이 상당 부분 고려되는 등 미국 일방주의적 메시지가 빠졌다.

 

이명박 때와 같을 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이미 증거가 다 나왔죠. 윤석열이 뭐라고 했나요?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고, 쿼드에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이게 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우리가 한 부속품이 되겠다는 말이에요.”

 

문재인 정부 때 가까스로 중국과의 관계를 돌려놨고, 외교 무대에서도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윤 후보 말대로 하면 퇴행 아닙니까?


“맞습니다. 다시 되돌리겠다는 뜻입니다.”
 

“무책임한 ‘중국 때리기’, 선동적 효과만
트럼프식 안보 포퓰리즘, 그게 ‘스트롱맨’들의 특징”

 

윤 후보 말대로 간다고 했을 때 실용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죠. 윤석열이 하는 말엔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가 들어가 있고, 그다음에 ‘미국’, ‘반중 연대’, ‘반북’이 들어가 있죠. 그걸 다 합쳐놓으면 결국 이념전쟁이고, 우리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아시아에서 앞장서서 담당하겠다는 겁니다.”

 

윤 후보는 반중 노선을 노골적으로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과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경제협력을 한다”고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깐 앞뒤가 안 맞는 거예요. 우리가 쿼드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중국이 미쳤다고 경제협력을 하겠습니까? 지금 중국이 올림픽 보이콧 가지고도 리투아니아와 호주를 제재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가 쿼드에 들어간다고 하면 중국이 사드 때보다 더 이상의 무언가를 할 겁니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30%가 중국인데, 경제 망가지는 건 누가 책임집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혁신적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제로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4. ⓒ뉴스1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건 분명한데, 그다음 스텝이 없다는 것 역시 불안 요소인 것 같습니다.


“엄청난 타격이죠. 정치가로서 굉장히 무책임한 겁니다. 우리가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고 수출하고 다 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대화시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번에 시사인에서 나온 걸 보면 80% 이상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하잖아요. 중국 때리기가 먹히고 선동적 효과가 있으니까요. 트럼프식 안보 포퓰리즘이에요. 그게 ‘스트롱맨’들의 특징이죠.”

 

우리의 ‘운신의 폭’ 같은 걸 고려했을 때,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처럼 중국과 너무 많이 (경제적으로) 커플링되어 있는건 좋지 않아요. 우리 수출 30%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한테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잖아요. 우리가 돈을 벌어온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기를 가지게 되는 거란 말이에요. 사드 때도 그랬잖아요.”

 

중국과 과도하게 커플링되어 있는 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요. 당장 미국부터 중국과 디커플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하잖아요.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조금씩 조금씩 디커플링 시켜야 돼요. 당장 끊어버리면 다 죽자는 거죠. 윤 후보가 지금 말하는 게 그런 겁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중요한 나라 아니겠습니까?


“사실은 지금 중국이 좀 많이 달라졌어요. 사드 때 한국을 너무 밀어붙였다는 자체 판단이 있는 거죠. 그래서 ‘한국이 자칫 일본처럼 미국한테 붙어버리면 전략적으로 불리하다’, ‘한국이 미국에 너무 쏠리지 않고 중립만 지켜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들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요. 사드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와 있는 건 어쩔 수 없고, 추가 배치를 하지 않는다는 수준의 양해가 한중 사이에서 이뤄져 있는 상황이고요.”
 

“윤석열이 말하는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는 환상이자 신화다”


윤 후보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준비 및 협력 ▲킬체인을 포함한 3축 체계 구축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이행 등을 내세웠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패했다는 윤 후보의 규정에 동의하십니까?


“기대만큼 안 됐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실패라고 보는 건 잘못된 거죠.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찬성 여론이 80%가 넘었습니다. 국민들이 그만큼 평화를 원한다는 말이죠. 주변 상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대를 한 것만큼 안 된 측면은 있지만, 적어도 4~5년 동안 남북 사이에서 아주 작은 사고 외에는 없었어요. 충돌도 없었고. 북한이 전략 도발을 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오히려 지금 현상을 유지하는 게 괜찮다고 판단할 정도에요. 사실 그래서 지금 급하게 북한을 설득시키지 않는 면이 있잖아요. 북한이 지금 (미사일 시험) 쏘는 건 현상 유지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이고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의 방법이나 속도를 갖고 얘기할 순 있겠지만, 윤 후보 말처럼 폐기하거나 할 사안은 아니다는 것이죠?


“그렇죠. 100번 양보해서 우리가 외교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면 ‘OK’에요. 그러나 이 전체 패러다임을 아니라고 보는 건 결국 전쟁 패러다임이나 대치 패러다임으로 가자는 거잖아요.”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은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그게 CVID 아닙니까? 그건 미국에서도 이미 환상이라고 결정이 났어요. 100번 양보해서 북한이 핵무기 다 없애겠다고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두 가지가 남아요. 하나는 북한이 어디 숨겼을 거라는 의심은 계속될 겁니다. 두 번째, 기술자들은 다 어떻게 할 겁니까? 그 사람들을 어디 데려가서 기억상실증 약을 먹일 겁니까? CVID는 신화에요. 미국도 그렇게 얘기를 해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조지 부시 행정부 1기 때 수립된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혹은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말했을 때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태도를 버리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냈어요. 어떻게 보면 평화협정이란 건 종전선언 다음 단계인데, 윤 후보는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협정을 말하니 앞뒤가 안 맞는 느낌입니다.


“맞지 않죠. 북한에서 적대시 정책 버리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미국의 지금 방식은 ‘언제나, 어디서나, 뭐든지’ 얘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그걸 한 게 2018년(싱가포르 정상회담)부터 2019년(하노이 정상회담)까지에요. 지금 북한은 ‘우리가 미국 믿고 나가서 했는데 결국 너희들이 뻥뻥 차지 않았냐? 지금은 우리가 이벤트 들러리가 되어선 안 되니, 어떤 의미 있는 조치를 할 건지 미리 밝혀라’는 것이고, 그걸 듣고 나가겠다는 말이죠. 그런데 지금 윤석열 방식으로는 안 맞는 거죠.”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김철수 기자
 

- 윤 후보는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건 당장 체제를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1975년 체결한 헬싱키 협약을 이행한 ‘헬싱키 프로세스’처럼 그때 인권 문제를 집어넣어서 압박해서 실질적으로 소련이 붕괴됐으니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러나 그건 완전한 역사 왜곡이에요. 그때 세 가지 바스켓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불가침 협정이에요. 종전선언 같은 거죠. 이건 서로에게 좋은 겁니다. 두 번째는 경제협력이죠. 이건 동구권에 좋은 거죠. 세 번째가 인권이에요. 그건 동구에서 양보해야 했던 거예요. 그런데 이것들이 각각 시차가 있었죠. 불가침 먼저, 그다음 경제협력을 하고, 인권 문제는 뒤에 다룬다는 게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걸 그대로 가져오려면, 북한 인권 문제 역시 경제협력이나 평화 문제 먼저 해결하고, 북한 체제 정상화 직전에 해야 하는 거죠. 북한도 그걸 알고 있어요.”
 

 

- 북한도 대비를 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북한도 인권 문제는 반드시 다뤄야 할 때가 온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요. 북한도 양자적으로 자신들의 인권 문제로 압박하는 건 반대하지만, 나름의 인권 백서를 가지고 준비를 다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변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전부 입구에다가 놓고 입구를 막을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모든 걸 출발점에 갖다 놓으면 북한이 하겠습니까? 그건 지금 당장 체제 무너지라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실제 나토와 바르샤바 동맹 35개 회원국들이 유럽의 안보협력을 위해 1975년에 체결한 헬싱키 협약의 핵심 부분은 ▲정치·군사 분야 신뢰구축 조처, ▲경제·과학기술·환경 분야 교류협력, ▲인도주의 교류 등 세 개의 포괄적 조항이다. 마지막 인도주의 조항에도 정작 인권개선 조처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인적·정보·문화 분야 교류 협력이 강조됐다. 당시 동구권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해 내정불간섭 원칙을 포함하는 등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이다. 결국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건 냉전이 종식된 이후인 1990년부터였다.

 

선제타격, 즉 킬체인을 포함한 3축 체제를 구축한다는 얘기는 왜 위험합니까?


“북한을 훨씬 더 긴장 속에 있게 하고, 오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판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선제타격론이 한반도에 적용된다고 하면, 북한은 남한에서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격하겠죠. 킬체인은 최단시간으로 해도 30분인데, 북에서 극초 미사일을 쏘면 1~2분 만에 날아와요. 2017년에 코피 작전 같은 게 나왔을 때 못한 이유는 미국이 아무리 정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지하화된 북한 시설을 궤멸시킬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이에요. 그 말은 뭘까요? 킬체인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북한 시설 타격을 완벽하게 못하면 역으로 북에서 핵 하나만 쏘더라도 우리는 치명적이게 되는 거죠. 그러니깐 정치가는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굉장히 무식한 소리죠.”

코피(Bloody Nose)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으로 검토한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 제한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구상이다.
 

위험할 뿐 아니라 현실과도 맞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우리가 선동의 정치가 먹히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세게 나가면 북한이 쫄 거라는 건데, 물론 쫄겠죠. 근데 쫄기만 하겠어요? 대비책을 마련해서 준비하겠죠. 그러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킨단 말이에요. 윤석열이 대통령 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두 가지겠죠. 정말 말한 대로 한다면 나라가 절단 나는 거고, 선거 끝났으니 평화 분위기로 가자고 하면 다행인 거겠죠. 근데 너무 위험하죠.”

 

선동이 아니라 보수진영과 진지한 논의는 불가능한 걸까요?


“그쪽에선 진지한 대화를 안 하려고 하겠죠. 왜냐면 윤석열의 말 뒤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거든요. 원 클릭은 되는데, 다음 클릭이 안 되는 거예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깨자고 하는데, 그럼 무엇을 할거냐고 했을 때 대안이 없는 거예요.”

 

결국 윤 후보의 노선은 한반도에 어떤 미래를 불러올까요?


“안보 포퓰리즘의 결과는 안보 딜레마에요. 안보를 강하게 한다는 건 군비경쟁을 하겠다는 것이고, 상대방과 적대적인 진영 대결을 하겠다는 겁니다. 분단된 상황에서 미국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면 북한과 중국은 가만히 있을까요? 그때부터는 ‘신냉전’이에요. 다시 한반도는 냉전의 중심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요? 북한과 대치하면서 미중 사이에 낀 우리가 제일 앞에서 매를 맞게 됩니다. 한국전쟁까진 아니겠지만 신냉전 체제에서 세계적으로 받게 될 압박을 대신 해소해주는 대리전 역할을 우리가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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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지대지 전술유도탄·장거리순항미사일 등 시험발사

올해들어 6번째 미사일 발사..국방과학원 지도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1.28 0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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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월 25일과 27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 갱신을 위한 시험발사와 지상 대 지상 전술유도탄 상용전투부 위력 확증을 위한 시험발사를 각각 진행하였다"고 전했다.

27일 진행한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들은 목표 섬을 정밀타격하였으며 상용전투부의 폭발위력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된다는 것이 확증되었다"고 하면서 "국방과학원은 산하 미사일전투부연구소가 앞으로도 계속 각이한 전투적 기능과 사명을 수행하는 전투부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5일에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앞서 25일에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앞서 25일 발사한 장거리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발사된 2발의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을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9,137s(2시간 35분 17초)를 비행하여 1천800㎞계선의 목표 섬을 명중하였다"라고 하면서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의 실용적인 전투적 성능은 나라의 전쟁억제력 강화의 일익을 믿음직하게 맡게 된다"고 알렸다.

25일 발사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발사 다음날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이날 27일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와 함께 보도함으로써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확인됐다.

각 시험발사는 당 군수공업부 일꾼들과 국방과학원 지도간부들이 현지에서 지도했으며, 당 중앙위원회에 성공적인 시험발사 결과가 보고되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8시와 8시 5분 북한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았다며, 미사일 비행 거리는 약 190㎞, 고도는 약 20㎞로 추정 발표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후 14일과 17일 각각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씩을 발사했으며, 25일에는 순항미사일 2발,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2발까지 새해들어 6번째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동해상 목표지점을 타격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동해상 목표지점을 타격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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