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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바로잡으라 항의한 게 죄입니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1/18 09:45
  • 수정일
    2022/01/18 09: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고] 비정규직 17명에 대한 검찰의 징역 21년 구형,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알린 것입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30일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김수억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을 비롯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 총 21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형량만 보면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고, 검찰이 21년을 구형하며 적시한 행위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서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거기에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불법 파견’ 문제라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나라 사법과 행정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의 영역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2004년과 2005년, 노동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습니다. 이후 법원이 15년에 걸쳐 32번의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치국가라면 정부의 판정과 법원의 판결에 따른 조치가 이어지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노동부는 회사에 '직접 고용’을 하라는 시정 명령을 하지 않았고 검찰에 기소 의견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김수억 당시 지회장은 47일간의 단식으로 항의했습니다. 기업은 그렇다 치고 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등을 돌린 것입니다. 한국지엠도 마찬가지입니다.0


 

2005년 이후 노동부는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두 번 내렸고 대법원도 두 번이나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기서 멈췄습니다. 16년이 흐른 오늘도 한국지엠 불법파견은 여전합니다.


 

▲ 2019년 9월 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하며 법원 판결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하고 있는 노동자들.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자들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항의했을 뿐입니다. 노동부와 검찰이 할 일을 했다면 기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검찰이 범죄라고 기소한 행동을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결과인 노동자들의 행위를 법적으로 따지려면 그에 앞서 원인을 제공한 노동부와 검찰과 기업의 책임을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정부 부처인 노동부와 검찰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절박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법적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합니다.

 

이번에 기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기들만의 문제를 넘어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고, 이런 죽음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여전히 한 해 평균 800명 넘는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고, 사망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입니다.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청년은 아르바이트 일용직이었고, 11월 여주에서 홀로 전기 작업하다가 사망한 노동자, 12월 31일 인천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망한 노동자 모두 하청 업체 소속입니다. 신년 초 광주에서 외벽이 어이없게 무너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실종된 6명도 모두 하청 노동자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비참한 현실이 일상이 된 상황을 바로잡으라는 이들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집회를 연 것도 정당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 나가는 참혹한 현실이 이들을 행동하게 했습니다. 이들은 사실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 것입니다.

 

검찰이 자신의 기소와 구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모든 정황을 빼버릴 때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맥락을 뺀 채로 이들의 행위를 평가하는 것이, 공정과 정의는 제쳐놓고, 과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은 이 물음에 이미 등을 돌렸고, 그렇게 자기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습니다.


 

선고 공판을 앞둔 지금 재판부에 동정이 아니라 이 물음을 진지하게 고려해줄 것을 바랍니다. 이들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포함한 불이익을 각오하고 외쳤던 불법과 불의는 고발되었고 단죄되었는지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 나아가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론이 나길 바랍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어떤 중대한 문제가 있는지 알렸습니다. 검찰이 형식적으로 법조문을 적용하여 이들의 몸을 가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노동을 존중하라는 목소리는 가둘 수 없습니다.

 

 아니,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이윤만 생각하며 불법파견이 계속되고 일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는 일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에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요구에 조금 더 귀 기울일 때, 그만큼 노동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가까이 올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이들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알린 것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170948203102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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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박근혜 나락 밀어넣었던 최순실” 소환한 까닭은

기자명

  •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1.18 07:41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김건희 언행 방치하면 문제 일으킬 수 있어” 경고
‘진보정치 대의’ 이뤄내길, 심상정 활동 재개 주목한 한겨레 

 

세계일보가 지난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부와 친분있는 무속인이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한다고 보도한 가운데 18일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황당한 얘기”라고 부인했고, 국민의힘은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고 (인사 등에) 개입할 여지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윤 후보와 스스럼없는 관계로 보이는 해당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선대본 사무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서울의소리 기자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일부가 공개된 이후 한겨레, 오마이뉴스, 서울의소리 등에서 일부 녹취를 추가로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에서 “돈 안 줘 미투 터졌다”는 김씨 발언에 대해 “공인임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김씨의 언행을 방치하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중단했던 선거운동 일정을 17일 재개한 가운데 한겨레가 비중있게 이 소식을 다뤘다. 이번 대선에서 거대양당 중심의 네거티브 등으로 ‘노동’, ‘여성’, ‘기후위기’ 이슈가 실종된 가운데 심 후보가 이러한 주요 의제들을 진보정치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 18일 아침신문 1면 모음
▲ 18일 아침신문 1면 모음

 

‘무속인 개입’ 해명 바뀌는 국민의힘 

앞서 세계일보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씨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고 전씨 자신은 ‘국사’(왕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인재영입에 관여하며 윤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에 관여하며 선대본부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씨는 서울 역삼동에서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됐다고 알려졌다. 

▲ 지난 17일 세계일보 6면 보도
▲ 지난 17일 세계일보 6면 보도

 

세계일보는 18일 취재과정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해명이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세계일보 질의에 대해 선대본부는 당초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가 “캠프에 몇 번 드나든 적이 있다”거나 “윤 후보가 한두 차례 만났다고 한다” 등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이 신문은 윤 후보가 새해 첫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대본을 방문했을 때 무속인 전씨와 스스럼없는 관계인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확인했다. 또한 전씨뿐 아니라 그의 가족이 홍보, 수행 등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 1일 전씨는 본부 내 팀들을 차례로 호명하며 윤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게 했다. “유세팀들 빠지고 다문화 팀들, 빨리, 동작을 빨리 해야 돼”, “직원들 다 이리로 와, 전부 다. 김형준 본부장 옆으로~”라며 직원들은 물론 네트워크본부 김형준 수석부본부장(전 청와대 춘추관장)에게도 거리낌 없이 대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찾은 영상을 보면 전씨는 윤 후보의 몸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기도 했다. 

이에 선대본부는 “많은 분들이 신년 하례 차원에서 후보의 선대위 순회 인사를 맞았을 뿐”이라며 “전씨는 임명장을 받거나 공식 직책이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18일 세계일보 정치면 기사
▲ 18일 세계일보 정치면 기사

 

세계일보는 윤 후보 선대본부에 전씨 가족이 관여한 사실도 보도했다. 처남인 김아무개씨가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했는데 윤 후보가 정치활동을 선언한 지난해 6월29일 촬영한 영상이나 지난해 7월6일 윤 후보가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영상에 김씨가 윤 후보를 수행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한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때부터 이달 초까지 윤 후보 관련 SNS, 사진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을 포함해 정치권 경력이 전무한 전씨 측 인사들이 선대본부와 외곽조직에서 활동 중이라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선대본부는 전씨에 대해 “무속인이 아니고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해명했고 윤 후보는 기자들 질문에 “당 관계자한테 그분을 소개받았는데 스님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난 무속인을 만난 적 없고,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전씨)은 우리 당 관계자 분께서 ‘이분이 많이 응원하신다’고 해서 인사한 적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계일보 취재 결과, 전씨는 무속활동을 했으며 법당에서는 ‘마고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선대본부가 언급한 대한불교종정협의회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측은 “전혀 관련 없다”고 했고 전씨에 대해서도 “우리 출신 스님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던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그가 국민 앞에 공개되지 않은 ‘비선 실세’라는 데서 시작했다”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장막 뒤에 숨어 사사로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속인과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 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손사래만 치지 말고 지금 의혹을 깨끗하게 털고 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 18일 경향신문 만평
▲ 18일 경향신문 만평

 

조선 ‘후보 아내 리스크’ 지적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미투가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깐 터지는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 고발한 미투를 모욕한 발언”이라며 “공인 자격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노정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성폭력으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불쌍하다”며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김씨 자신뿐 아니라 윤 후보도 같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서울의소리에서 직접 공개한 미방영 녹취 추가본에는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까지 들어있다고 하는데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했다. 

MBC 서면답변을 통해 김씨는 “일부 여권 진보인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김씨는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캠프로 와서)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며 ‘정보업’을 제안하거나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주문하고, 비판 언론을 상대로 ‘내가 정권 잡으면 해당 언론사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수사한다’ 등의 발언도 논란이다. 

▲ 18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 18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 “후보 아내 리스크”에선 김씨의 언행이 향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칼럼에선 “김씨가 윤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공개된 곳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일부에선 그런 김씨에게 ‘화끈하다’는 식의 호평을 하는데 사사로운 부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유력 대선 후보 중 한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김씨의 녹취록이 일부 공개되면서 예상과는 달리 효과가 크지 않자 국민의힘은 안도한다고 한다”며 “하지만 김씨의 언행을 이렇게 방치하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심상정 초심으로 돌아가야

심상정 후보가 닷새 만에 일정을 재개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지하철을 타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심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또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정치면과 사설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 18일 한겨레 정치면
▲ 18일 한겨레 정치면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함께 우는 것을 넘어 더 큰 힘으로 우리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며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여당과 협조하며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 여당 편을 든 일을 언급한 것이다. 

한겨레는 심 후보의 여러 발언을 전한 뒤 “조 전 장관 사태 때 신뢰를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양당 정치를 흉내내지 말고 국민이 의지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 의견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겨레는 사설 “심상정, 초심으로 돌아가 ‘진보정치의 대의’ 이뤄내라”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서 정치인 심상정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은 물론, 20년 넘게 이어온 한국 진보정당의 운명마저 갈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의 표현일 것”이라며 “심상정은 단순히 양당 구도의 틈새를 노리는 ‘제3후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심 후보의 진단대로 이번 대선은 ‘노동’ ‘여성’ ‘기후위기’ 이슈가 실종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중대한 의제들을 차별화된 캠페인을 통해 공론화하는 일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과 정의당에 주어진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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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실전배치 염두

국방과학원·제2경제위원회 등 계획에 따른 시험..'정확성 검증' 목적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1.18 07:47
  •  
  •  수정 2022.01.18 08:07
  •  
  •  댓글 0
 
북한이 공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미사일. 북은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KN-24로 추정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공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미사일. 북은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KN-24로 추정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미사일은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의 일환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검수사격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전술유도탄들을 선택적으로 검열하고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위 검사와 정확성 검증이 목적이라는 것.

국방과학원과 함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인 제2경제위원회 등의 계획에 따라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실전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우리 나라 서부지구에서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은 조선 동해상의 섬목표를 정밀타격하였다"며,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말했다.

현재 동계훈련 중인 북한 군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지난 14일 신의주에서 철도기동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올들어 4번째인 이날 미사일 발사를 3면 하단에 사진과 함께 짧게 보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7일 "08시 50분경과 08시 54분경 북한 평양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탐지하였다"고 하면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80km, 고도는 약 42km, 속도는 마하 5 내외라고 추정,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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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복종을 강요한 '집'…버텼다면 달라졌을까

조해람·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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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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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방’은 공포였다.

보육원의 규칙을 어긴 여자아이들은 언니들이 지내는 언니방으로 보내졌다. 이하은씨(19·가명)도 자주 언니방에 끌려갔다. 밥을 먹다 반찬을 남기거나 외출 복귀가 늦거나 청소를 잘 못하면 그랬다. “언니방 가!”라는 말을 끝으로 선생님들은 그 안에서 벌어질 일을 묵인했다. 10대들에겐 어른보다 한 두 살 위의 선배가 더 무섭다는 것을 선생님들은 잘 알고 있었다.

‘선도부원’이 된 언니들은 위임받은 권력을 거리낌없이 행사했다. 엘리베이터가 언니방이 있는 5층에 도착하면 이씨는 벽을 본 채 무릎을 꿇거나 양배추 잔반을 꾸역꾸역 삼키는 벌을 받아야 했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초등학생 시절 방아깨비를 잡다가 수업에 늦었을 때도 폭행을 당했다. 남은 잔반을 죄다 섞어서 화장실에서 먹으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몰래 수면양말에 버리다 들켰을 때도 맞았다.

같은 시설 출신인 김서연씨(19·가명)도 한 마디 거들었다. “맞는 게 익숙했어요. 뭐 어쩔 수 없죠. 워낙 어릴때부터 그렇게 살아서…. 언니들은 또 자기 언니에게 맞고.” 통제와 규율이라는 명목 하에 묵묵히 대물림되는 폭력이었다.

이씨는 결국 중학교 1학년 때 보육원에서 도망쳤다. 주변에는 “가출했다”고 말했다. 시설 이전의 기억이 없는 이씨에게는 보육원이 곧 집이었다. 집을 나온 순간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가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잡혀 심사원(위탁·유치 소년을 일시적으로 수용하며 비행의 정도를 분류하는 시설)에 보내졌을 때는 매일 울었다. 2주 뒤 다시 보육원에 돌아가야 했지만 언니방은 죽어도 가기 싫었다. 차 창문을 열고 도망쳤다. 도망치고 잡히고, 또 도망치고 잡혀 들어가고…. 남자친구 집에 얹혀 지낼 때는 불쑥 찾아오는 경찰을 피해 세탁기 안이나 침대 밑에 숨었다. 안정적 거처 없이 떠도는 삶은 스트레스성 위염을 불렀다.

가출하지 않았으면 이씨는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집(보육원)이 집다웠다면 이씨가 가출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아동복지법 4조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법전의 내용과 무서운 언니방, 잔반 담긴 수면양말의 거리는 아득히 멀다.
 

보호대상 아동 매년 4000여명
그중 3분의 2가 보육원 등 시설행
만 18세 이후 자립정착금·자립수당
시설 만기까지 머물러야 지급

■“견뎌야 했다. 열여덟까지…자립지원금을 받기 위해”

매년 4000여명의 보호대상아동이 생기고 상당 수가 시설에 맡겨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보호조치된 아동 4120명 가운데 3분의 2인 2727명이 시설로 갔다. 보육원 등 양육시설이 11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동생활가정(그룹홈) 712명, 보호치료시설 451명, 일시보호시설 343명 등의 순이었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아동복지시설 274곳에서 1만1356명이 지낸다. 그 중 1만352명이 양육시설(237곳)에서 산다.

영원히 시설에서 살 수 없기에 언젠가는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국가는 그 나이를 만18세(희망 시 만24세)로 정했다. 500만~1000만원의 자립정착금과 월 30만원 자립수당 등을 받을 자격은 모두 그 나이에 주어진다. 자립수당 지급은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2년 이상 연속 이용’(보건복지부 시설) 또는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3년 중 2년 이용 및 퇴소 직전 1년 이용’(여성가족부 시설)이라는 조건이 더 붙는다.

폭행을 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꾹 참는 구조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려면 무탈하게 시설 이용기간을 채워야 하고, 당연히 시설의 규칙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 외출 제한, 잔반 남기지 않기, 취침시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이 착한 아이의 조건이다. “그런 규칙들은 시설이 이 아동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를 말해 줍니다. 존중받는 경험을 잘 못하는 거예요.”(이윤경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 활동가) “일반 가정에서는 내 아이가 외출했다고 내치지 않는데, 시설에서는 쫓아내죠. 그러면 주거와 관련해서도 여러 혜택을 못 받게 됩니다.”(신인성 고아권익연대 사무국장)

<picture><source type="image/webp"><img src="https://img.khan.co.kr/news/2022/01/17/l_2022011701001985200168573.jpg" class="__se_object" s_type="attachment" s_subtype="image" style="display: block; border: 0px none; vertical-align: top; max-width: 710px;" width="700" jsonvalue="%7B%7D" alt="폭력과 복종을 강요한 '집'…버텼다면 달라졌을까" /></picture></source>

김서연씨도 엄격한 규칙과 폭력을 참기 어려워서 보육원을 나왔다. 보육원의 1~5단계 벌점체계에서 그는 항상 가장 낮은 1단계였다. “1단계 가면 핸드폰도 안 주고 귀가도 오후 5시에 해야 했어요. 항상 언니들 눈치를 봐야 하고. 지들이 먹은 걸 우리가 설거지 하고….” 그룹홈, 쉼터, 자립지원관, 친구 집을 전전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수도권과 지방을 계속 오갔지만 ‘지낼 만한’ 시설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 생활시설을 운영하던 교수는 수면바지를 입고 PC방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룹홈은 종종 말도 없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룹홈에 김씨의 이름으로 나오는 지원금이 있었지만 시설장은 “말을 안 듣는다”며 용돈을 주지 않았다. 같이 살던 언니와 공금으로 마련된 시설 내 저금통을 깼고,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절도 혐의로 소년보호시설에 갔다.

“자기들이 한 행동을 생각하고 내가 왜 엇나갔는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네요.” 김씨는 환대보다 외면과 괄시를 자주 겪다 보니 어른은 다 싫어하게 됐다. ‘안 좋게’ 시설을 나온 그는 재정적으로 자립지원도 받지 못했다. 취약계층 아동 앞으로 나오는 디딤씨앗통장을 깨 스스로 원룸을 마련했다. 마음 붙일 안정적 주거가 있었다면 “담배도 안 피고 집도 안 나오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갔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내부 구성원 사이서 되물림되는 폭력
남긴 잔반 억지로 먹이고, 때리고…
그저 견디거나 도망쳐 여기저기 전전

■‘자립’을 앞두고 ‘복종’을 강요한 시설

김씨와 이씨가 꾹 참고 시설의 모범생으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질문을 바꿔 불합리한 생활을 애써 견디며 만기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감정일까. 김소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20년 보호종료아동 8명을 심층 면담하고 논문에 이렇게 적었다. “(당사자들의) 논의는 결국 시설 내에서의 긍정적 생활, 만기퇴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인과관계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립 후 퇴소했던 시설을 통해 오는 지원이 자립 지원의 거의 전부인 상황에서 긍정적 시설 생활은 그것을 유용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기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자립 지원 대부분이 시설을 통하기 때문에 싫든 좋든 참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보육원을 만기 퇴소하고 대학까지 다닌 A씨(26)에게도 시설은 속 터지는 곳이었다.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만 편애했다. 그들은 외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설거지도 면제받곤 했다. 불합리한 것을 참지 못하는 A씨가 “공평하지 않다”며 문제제기 하면 “넌 왜 이렇게 비관적이니”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곧 선생님들이 주시하는 아이가 됐다. “우리끼리 민주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선생님이 아이들을 관리하기 쉽게 규칙을 정해요.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말하면 낙인이 찍히죠. 복종해야 관리하기 편한 환경이니까요.” 예쁨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견뎠다.

자립 이전에는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여야 한다. 주체성을 기르기 어렵다. 자립 이후에는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안 그래도 홀로서기 연습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갑작스러운 변화가 더 혼란스럽다. 황정아 아동권리보장원 자립지원부장은 “시설 아동들은 가정이 아닌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이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 일상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월세·공과금 납부 등을 위해 재무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른다면 불안정 주거에 빠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신인성 사무국장은 “단체생활만 하다가 자립훈련이 부족한 채로 갑자기 혼자가 되면 집을 어떻게 관리할지 모른다. 집을 방치하다가 결국 돈이 떨어져 전전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이 자신의 경제적 자립준비 정도를 10점 만점에 4.8점으로 인식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종사자가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열정이 있더라도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소진되기 쉽다. 2019년 서울시 기준 아동양육시설 종사자 1인당 담당하는 아동은 1.83명이지만, 여기서 영양사·사무직원·안전관리원 등을 뺀 보육사는 7세 이상 아동 7명당 1명 수준이다. 시설에 14명의 아동이 있다면 2교대 시 1명이 14명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생활복지사는 보호아동이 30명일 때 1명, 30명을 초과했을 때 2명이 배치될뿐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육시설 종사자들은 급여 수준부터 다른 사회복지 종사자들에 비해 낮으며, 인원도 빠듯하고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소진도 빠르다”고 했다. 예산상 이유로 지역에 따라 인프라 격차가 생기기도 한다.
 

보육 인력난 속 복종은 ‘편한 관리법’
한계 뚜렷한 시설에서 벗어나
10대 공공주택 등 선택지 다양화해야

■“아동의 이익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홀로서기의 시작점은 시설일 수밖에 없다. 괜찮은 시설을 만나 제대로 된 자립지원을 받으며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쁜 시설’을 만나 부당한 대우를 꾹 참거나 도망나와야 할 때가 문제다. 좋은 시설에서 자랄지, 나쁜 시설에서 자랄지를 아동 스스로 선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좋지 못한 시설을 만난 탓에 자립의 첫발을 위태롭게 떼면 주거 상실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보금자리를 잃는 순간 노동, 건강, 인간관계까지 쓰러지는 연쇄효과가 일어난다.

시설 퇴소 후에 일어나는 이 연쇄효과를 중간에 멈춰세울 방법이 필요하다. 보호종료를 마치고 아름다운재단의 자립지원 프로그램 ‘열여덟 어른’에서 활동하는 박강빈씨(26)는 “말 그대로 보호만 받다가 보호종료 후엔 생활공간만 마련받고 그 이상의 뭔가는 거의 없다”며 “누군가 나를 들여다봐주는 지속성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는 보호종료 후 5년까지 이들의 자립을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지만 인력·예산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정책연구센터장은 “위기와 탈위기의 반복 속에서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싸구려 고시원을 잃은 순간 모든 미래가 무너졌다[오늘은 또 어디서, 보호아동 홈리스 되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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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고 퇴소한 시설보호아동들은 불안정한 주거에 쉽게 내몰린다. 사진은 시설보호아동 출신 A씨가 지냈던 서울의 한 고시원 복도.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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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궁극적으로 ‘탈시설’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하게는 폭력과 학대로 또는 비민주적 규칙 등으로 주체성을 기를 기회를 억압하는 공간이 ‘집’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윤경 활동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시설은 구조적으로 민주적인 공간일 수 없다. 종사자 탓이 아니라 ‘시설성’ 자체의 문제”라며 “10대 청소년도 청년 공공주거정책 대상에 포함시키고 시설퇴소아동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는 등 선택지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석 교수는 “대규모 집단생활에서는 원장부터 생활복지사를 거쳐 원아로 이어지는 위계가 생기고, 다양한 가시적·비가시적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며 “대규모 시설은 아동에게 개별화되고 맞춤화된 관심과 보호를 주기 어렵다. 정부가 대규모 시설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당장 대규모 시설을 없애기 어렵다면 소규모 그룹홈, 위탁가정 등 더 나은 환경을 활성화할 방안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시설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빨리 시설을 없애자’는 말보다 조금 더 큰 이야기다. 떠돌거나 떠돌게 될 아동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자리를 마련해줄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논의가 시작 단계인 만큼 아직 결론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위치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아동복지법 2조3항) 결국 다시 법전이다. 이 조항에 담긴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기조이기도 하다. 적어도 ‘착한 아이’의 상에 맞춰 지원 여부를 가르는 지금의 체계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단 부딪혀 봐라.” “사회는 만만치 않다, 긴장해라.” 떠돌이 생활을 해 본 시설보호아동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겪을 후배들에게 남긴 조언들이다. 사회가 책임지고 이들에게 안정된 자리를 제공했다면 조언의 온도는 달라졌을까. 시설퇴소아동으로 노숙을 경험한 김모씨(33)는 한때 자신을 외면한 사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저처럼 홀로 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더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도 결국 혼자가 아니라 여기 대한민국 사람들인데. 어떻게 혼자 두나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몇 번의 기로 끝에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래 이들을 홀로 방치했는지 모른다.<iframe src="https://adv.khan.co.kr/RealMedia/ads/adstream_sx.ads/www.khan.co.kr/pvcheck@x01" width="1" height="1" frameborder="0" scrolling="no" marginheight="0" marginwidth="0" title="본문 배너 통계" hspace="0" vspace="0" allowtransparency="true" data-gtm-yt-inspected-1_12="true" data-gtm-yt-inspected-9656621_264="true" data-gtm-yt-inspected-55135588_83="true" style="display: block; margin: 0px; padding: 0px; font: inherit; overflow: hidden; border-width: initial; border-style: none; width: 0px; height: 0px;"></i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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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발사빈도는 증가하고, 제국주의무력은 분산되고

[개벽예감 476] 미사일발사빈도는 증가하고, 제국주의무력은 분산되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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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2022년 1월 11일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2.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긴급대응

3. 전국적 범위에서 조직된 철도기동미사일체계

4.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한반도로 분산되는 미국의 무력

 

 

 

1. 2022년 1월 11일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2022년 1월 10일 <자주시보>에 실린 ‘눈부신 섬광, 장엄한 폭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2022년 1월 5일 조선에서 진행된 제2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분석, 고찰한 바 있다. 그 글의 핵심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은 두 종인데, 오징어형 극초음속활공체가 장착된 것과 원뿔첨두형 극초음속활공체가 장착된 것이 있다.

2)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사거리는 2,5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3)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속도는 마하 7~8인 것으로 추정된다.   

4)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탄도정점은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50km다. 

 

그런데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나의 글이 <자주시보>에 실린 바로 그 이튿날 2022년 1월 11일 뜻밖에도 조선에서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제1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와 제2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았는데,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는 참관했다. 최고령도자가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극초음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된 것은, 그 시험발사가 최종적인 성능판정시험이며, 따라서 앞으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판정시험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최종적인 성능판정시험을 통과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은 곧바로 계렬생산에 들어갔으며, 앞으로 1개월 후 전략군 부대들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보유한 둥펑(東風)-17 극초음속미사일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에 시험발사를 9번이나 진행하고 나서 2019년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했는데,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석 달 반 동안 시험발사를 3번 진행했고, 2022년 안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의 미사일개발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조선의 미사일부문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2022년 1월 12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는 극초음속활공체가 탄도미사일에서 분리되어 “거리 600km 계선에서부터 활공재도약하며 초기발사각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방위각에로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하여 1,000km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하였”는데, 이런 “최종시험발사를 통하여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뛰여난 기동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되였다”고 한다. 

 

위에 인용한 보도내용만 읽어보면,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힘든데,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날의 시험발사정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2022년 1월 22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수행원들과 함께 탑승한 특수차량 내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미사일시험발사를 지도할 때 전자통신장비가 설치된 그 특수차량을 타고 현장에 나간다. 보도사진에는 특수차량 내부 앞쪽 벽면에 걸린 4개의 컴퓨터영상화면들이 나타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도 위에 미사일비행궤적이 선으로 표시된 컴퓨터영상화면인데, 보도사진을 촬영한 거리가 좀 멀어서 컴퓨터영상화면에 나타난 글씨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

 

다행히도, 미국의 군사전문가 네이든 헌트(Nathan J. Hunt)가 그 컴퓨터영상화면을 확대하여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놓았다. 그 확대영상을 보면, ‘극초음속미싸일 시험발사계획’이라는 제목을 식별할 수 있다. ‘시험발사계획’이라고 했으니, 미사일비행궤적을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표시한 것은 아니고, 예정된 미사일비행궤적을 지도 위에 표시한 것이다. 그날 극초음속미사일 성능판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예정된 미사일비행궤적과 실제 미사일비행궤적은 일치된 것이 분명하다. 지도 위에 표시된 미사일비행궤적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점으로부터 600km 떨어진 상공에서 활공도약기동을 시작했고, 발사점으로부터 700km 떨어진 상공에서 측면선회기동을 시작했으며, 일본 홋까이도(北海道) 삿뽀로(札幌)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공해상에 설치된 해상표적을 명중했다. 지도 위에 표시된 미사일비행궤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탄도비행구간 -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점으로부터 600km 떨어진 상공까지 탄도궤적을 따라 비행했다. 

 

2) 극초음속활공체 분리 -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점으로부터 600km 떨어진 상공에서 미사일추진체와 극초음속활공체를 서로 분리시켰다. 

 

3) 활공도약비행구간 - 극초음속활공체는 미사일추진체에서 분리된 다음, 활공도약기동으로 100km를 더 날아갔다.  

 

4) 측면선회비행구간 - 극초음속활공체는 발사점으로부터 700km 떨어진 상공에서 활공도약기동을 측면선회기동으로 전환하더니 240km를 더 날아갔다.  

 

5) 수직락하비행구간 - 극초음속활공체는 발사점으로부터 940km 떨어진 상공에서 측면선회기동을 수직락하기동으로 전환하더니 60km를 더 날아갔다. 

 

6) 표적명중 - 극초음속활공체는 수직락하기동으로 해상표적을 명중하였다.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탄도정점은 약 50km이었으므로, 600km의 탄도비행구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 고도가 약 50km였다. 따라서 탄도비행을 마치고 미사일추진체에서 분리된 극초음속활공체는 340km의 비행구간을 활공도약기동과 측면선회기동으로 날아갔는데, 이 변칙기동구간의 비행고도는 탄도정점보다 낮은 30~40km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는 탐지레이더가 30~40km 고도로 매우 낮게 날아가는 비행체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탐지레이더는 지구곡률(earth curvature)에 가려진 음영구역으로 들어간 비행체를 포착하지 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탐지레이더가 발신한 전파신호는 지평선 또는 수평선 너머 914m 고도 아래쪽에 있는 음영구역에서 날아가는 비행체에 닿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340km의 변칙기동구간에서 30~40km 고도로 날아가는 조선의 극초음속활공체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조선의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이 실제로는 1,000km를 날아갔는데도,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340km의 변칙기동구간에서 날아간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궤적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군 합참본부는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거리가 700km라고 발표하여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 한국군이 탐지레이더로 극초음속활공체를 포착했다고 해도, 한국군이 활공도약기동과 측면선회기동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활공체를 요격하는 것은 전연 불가능하다.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기 하루 전인 2022년 1월 10일 나는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에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마하 7~8인 것으로 추정했는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그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후 탄도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상승구간의 비행속도가 마하 10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런 발표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속도를 신뢰할 수 없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미사일의 비행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미사일에 장착된 원격측정기(telemetry)가 실시간 전송하는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위각, 비행궤적 등을 측정한 자료(data)를 지상발사기지에서 수신해서 컴퓨터로 종합, 분석해야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탑승한 특수차량 내부 앞쪽 벽면에 4개의 컴퓨터영상화면이 설치되었고, 거기에 도표들과 수치들이 복잡하게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원격측정기가 실시간 전송하는 측정자료를 지상발사기지에서 수신해서 컴퓨터로 종합, 분석한 정보를 보여주는 영상화면이다. 그러므로 원격측정기가 없으면, 미사일의 비행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데 한국군은 조선의 미사일에 장착된 원격측정기가 전송하는 측정자료를 수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들의 탐지레이더에 나타난 부정확한 수치만 가지고 추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군은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후 탄도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상승구간의 비행속도는 마하 10이었으나, 하강구간에서는 마하 10의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사일추진체에서 분리된 극초음속활공체가 활공도약기동과 측면선회기동으로 날아간 340km의 변칙비행구간에서 비행속도가 마하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발표내용은 전혀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조선의 극초음속활공체가 지구곡률에 가려진 음영구역에서 변칙기동으로 340km를 날아간 비행궤적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영구역의 비행궤적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는데도, 음영구역에서 마하 10 미만의 속도로 날아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2.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긴급대응

 

2022년 1월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참본부가 국방부에 출입하는 취재기자들에게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를 알려준 시각은 조선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때로부터 무려 7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3시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탄도비행을 하였던 600km의 궤적만 포착했을 뿐, 나머지 400km의 변칙기동궤적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한국군 합참본부는 7시간 30분 동안 정신이 얼떨떨해져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참본부 관계자는 조선에서 시험발사가 또 다시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어도,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내다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북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을) 저렇게 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한국군 합참본부와 청와대의 반응은 망연자실이라는 말에 어울린다.   

 

그렇다면, 조선의 제3차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을 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알류샨렬도(북태평양 북쪽) 상공에서부터 로스앤젤레스(북태평양 남쪽) 상공까지 북조선 미사일 기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긴급통보를 각 공항 관제소들에 전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1월 10일 오전 7시30~32분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안전을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하와이(북태평양 중앙부), 앵커리지(알래스카주 남부), 씨애틀(워싱턴주 서부), 오클랜드(캘리포니아주 북부),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공항들에서 모든 항공기들이 이륙하지 말고, 공항 인근 상공을 비행하는 민간항공기들도 즉시 공항에 착륙하라는 긴급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여기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긴급대응시간이다. 미국의 긴급대응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시각은 오전 7시27분쯤이었고,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간공항들에 이륙금지명령이 하달된 시각은 오전 7시30~32분쯤이었다. 그러므로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시간은 약 5분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때로부터 불과 5분 만에 미국이 긴급대응행동을 취한 것은, 미국이 적국의 미사일발사를 24시간 감시하는 우주기반적외선체계(Space-Based Infrared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더 힐(The Hill)> 2021년 5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우주기반적외선체계는 적도 상공 36,000km 고도에서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정지궤도에 적외선탐지위성을 올려놓고 지구 북반구의 어느 특정지역을 24시간 감시하면서 미사일발사정황을 탐지하는 위성체계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우주기반적외선체계는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사일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를 24시간 감시하는 위성체계인 것이다. 조선 상공에 고정된 미국의 적외선탐지위성이 조선의 미사일발사정황을 24시간 감시하기 때문에, 미국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되자마자 5분 만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행동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난다. 그것은 2022년 1월 11일 시험발사에서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1,000km를 날아갔는데, 미국 정부당국은 조선으로부터 5,000km 이상 멀리 떨어진 하와이, 앵커리지, 씨애틀,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민간공항들에 이륙금지명령을 하달한 것이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된 자강도 룡림군에서 앵커리지까지 직선거리는 5,900km, 하와이까지 직선거리는 7,300km, 씨애틀까지 직선거리는 8,100km, 오클랜드까지 직선거리는 8,840km, 로스앤젤레스까지 직선거리는 13,300km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1,000km밖에 날아가지 않았는데, 미국은 왜 5,900k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항공기이륙을 금지시킨 것일까?  

 

정지궤도에 떠 있는 적외선탐지위성은 미사일의 비행방향과 비행속도는 탐지할 수 있어도, 비행고도는 탐지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그날 조선에서 발사된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고도를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미사일의 비행고도를 알지 못하면,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계산할 수 없으므로, 미국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어디까지 날아갈 것인지 예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날아가는 비행방향과 비행속도만 보고 그 미사일이 북태평양을 넘어 미국 알래스카주와 미국 본토 서부해안 대도시들로 날아갈 위험성을 직감했던 것이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1,000km밖에 날아가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5,900k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황급히 항공기의 이륙을 금지시킨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우주기반적외선체계를 통해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정황을 포착하고, 5분 만에 긴급대응행동을 취했다고 해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극초음속활공체를 요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사일방어체계는 포물선형 탄도궤적을 따라 날아가는 비행체는 요격할 수 있어도, 활공도약비행과 측면선회비행으로 날아가는 비행체는 요격하지 못한다. 그렇게 때문에 미국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두려움을 느낀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1,000km밖에 날아가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5,900k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황급히 항공기의 이륙을 금지시킨 까닭이 거기에 있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날아간 1,000km는 사거리가 아니라 비행거리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저각으로 발사되었으므로, 사거리가 2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상각으로 발사했다면, 일본 홋까이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까지 2,500km 이상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거리가 2,500km 이상인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한국군기지들과 주한미국군기지들이 아니라 일본자위대기지들과 주일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 미야꼬지마(宮古島)에 있는 일본자위대기지는 자강도 룡림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인데, 룡림군에서 미야꼬지마까지 직선거리는 1,800km다. 

 

이처럼 일본자위대기지들과 주일미국군기지들이 전부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타격권 안에 들어갔는데도, 미국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022년 1월 14일 성명을 통해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의 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강도 룡림군에서 일본 도꾜 중심부까지 1,270km를 극초음속으로 불과 7분 만에 날아갈 뿐 아니라, 그 어떤 미사일방어망도 뚫고 들어가는 것으로 하여 일본자위대기지들과 주일미국군기지들이 치명적인 위험에 빠졌는데도, 미국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상투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치명적인 위험에 빠진 일본자위대와 주일미국군의 불안을 해소해주려는 애절한 위로성명으로 보인다.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을 막아낼 방어수단이 없어서 위로성명이나 발표해야 하는 미국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처지가 가긍해 보인다.   

 

 

3. 전국적 범위에서 조직된 철도기동미사일체계 

 

미국이 두려워하는 조선의 극초음속미사일은 화성-8형 개발로 끝난 게 아니다. 2022년 1월 10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자강도 룡림군, 전천군, 성간군을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구역에 갱도기지를 더 많이 건설하라는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2022년 1월 5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하달되었다고 한다. 자강도 룡림군에는 미사일시험발사장과 미사일발사훈련장이 있고, 전천군에는 전략군 갱도기지들과 지하운송로가 있고, 성간군에는 전략군 기술발사련대와 관리시설들이 있는데, 그것에 더하여 룡림군, 전천군, 성간군에 더 많은 갱도기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국방성 건설총국과 전략군 지휘부 직속 공병국은 2022년 1월 12일부터 7월 3일 전략군절까지 1단계 지상시설공사를 끝내고, 2023년 말까지 2단계 갱도기지건설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인용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참모부의 지시문에 따르면, 자강도 룡림군, 전천군, 성간군은 “남조선과 태평양작전지역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특별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자강도 전지역을 앞으로 전략군의 주둔지, 발사기지로 꾸리는 것이 최고사령부의 계획”이며, 그런 계획에 따라 “적들의 전선과 후방, 동해로 기어드는 적 증원군까지 단매에 소탕할 수 있는...미사일 아성을 자강도에 완비한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자강도 전지역을 전략군의 주둔지, 발사기지로 꾸리는 방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철도기동미사일련대를 자강도에 가장 먼저 배치했다. 2021년 11월 8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2021년 9월 중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11월 4일 자강도에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도기사가 나온 2021년 11월 8일 나는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자강도에 배치되었다는 소식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는데, 조선에서 철도기동미사일련대의 실전능력판정을 위한 검열사격훈련이 2022년 1월 14일에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싸일련대는 “(1월) 14일 오전 총참모부로부터 불의에 화력임무를 접수하고 신속히 지적된 발사지점으로 기동하여 2발의 전술유도탄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목표를 명중타격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검열사격훈련에 참가한 미사일부대가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련대라는 사실이다. 자강도와 평안북도에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각각 배치되었다는 소식은 조선의 각 도마다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한 개씩 배치되어 전국적인 철도기동미사일체계가 수립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이번에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련대 검열사격훈련을 지도한 조선인민군 지휘관들은 “전국적인 철도기동미싸일운용체계를 바로 세우고 우리 식의 철도기동미싸일전법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훈련현장에서 토의한 것이다. 조선에 있는 9개 도마다 철도기동미사일련대 1개씩 배치되었으므로, 전국적인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총 9개 연대로 편성된 것이다. 

 

2021년 9월 15일 처음으로 진행된 철도기동미사일련대 검열사격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은 “철도기동미싸일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타격수단으로 된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14일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당일 오후 2시41분과 2시52분경 평안북도 내륙에서 동쪽으로 미사일 2발이 발사되었는데, 비행거리는 430km이고, 비행고도는 36km이고, 비행속도는 마하 5 이상으로 각각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추정발표는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미사일 2발을 연속 발사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21년 9월 15일 철도기동미사일련대 검열사격훈련이 진행되었을 때, 미사일은 800km를 날아갔는데, 2022년 1월 14일 검열사격훈련에서는 미사일이 430km밖에 날아가지 않았다. 동일한 검열사격훈련인데도,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이처럼 커다란 차이를 보인 것은 검열사격훈련의 목적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15일 검열사격훈련에서는 실제 사거리를 변칙기동으로 비행하는 능력을 검열했고, 2022년 1월 14일 검열사격훈련에서는 정밀타격능력을 검열한 것이다. 이번 검열사격훈련 중에 평안북도 한복판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함경북도 남부 앞바다에 있는 작은 알섬에 설치된 표적을 명중했다. 표적명중장면을 촬영한 보도사진은 조선의 언론매체에 실렸다. 변칙기동으로 날아간 미사일이 430km 밖에 있는 작은 표적을 명중한 것은 철도기동미사일의 타격정밀도가 고도화되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조선 각지에 분산배치되어 철로 위에서 이동하는 9개의 철도기동미사일련대가 동시다발로 발사한 미사일 초탄 18발이 초저고도(30~40km)에서 변화무쌍한 변칙기동을 하면서 한미련합군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날아가면, 한미련합군은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도의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조선인민군 철도기동미사일이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간다는 말은 한미련합군이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련합군은 치명적인 위험에 빠졌다. 

 

 

4.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한반도로 분산되는 미국의 무력 

 

2022년에 들어와서 조선은 1월 5일과 1월 11일에 극초음속미사일을 각각 1발씩 발사했고, 1월 14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처럼 조선이 2022년 1월 상순에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지난 1월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미국은 조선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느니 뭐니 하면서 조선에 또 다시 독자적인 경제제재를 가했다. 미사일시험발사와 미사일발사훈련을 아무런 제약 없이 어느 때라도 제멋대로 하는 미국이 조선의 미사일시험발사와 미사일발사훈련만 일방적으로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라는 것을 조선이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멍청한 생각이다. 조선은 그런 멍청하고 부당하고 불의한 제재결의를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조선은 앞으로 제재결의 따위에 전혀 구애 받지 않고 자기의 자주적인 의사와 결정에 따라 미사일시험발사와 미사일발사훈련을 계속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에도 조선은 미사일시험발사와 미사일발사훈련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특히 올해에 들어서는 발사빈도를 부쩍 증가시켰다. 조선이 올해 들어와 미사일발사빈도를 부쩍 증가시킨 까닭은 올해 대만해협과 우크라이나에서 무력충돌위험이 극도로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위험이 고조되었는데, 올해는 거기에 더하여 우크라이나에서 무력충돌위험이 급속히 고조되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폭발을 예고하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무력충돌위험을 고조시킨 주범은 미국이다. 미국은 로씨야 인접국인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켜, 그 나라 영토에 무력을 전진배치하여 로씨야를 근거리에서 위협하려는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 이처럼 급박해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로씨야는 2022년 1월 10일 미국과의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이 너무 완고하게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실패했고, 1월 12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협상을 벌였지만 그것도 실패로 끝났고, 1월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와 협상을 벌였지만 그것도 실패로 끝났다. 모든 협상이 실패로 끝났으니, 이제는 충돌위험밖에 남지 않았다. 

 

2022년 1월 14일 세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로씨야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여 로씨야를 위협하려는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면서 “우리의 인내심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추종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지 않고, 로씨야 인접국들에 무력을 전진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요구한 로씨야의 외교문서에 대한 문서화된 답변을 다음 주까지 받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무슨 뜻인가? 미국이 로씨야의 외교문서에 대한 응답문서를 2022년 1월 23일까지 내놓지 않으면, 로씨야는 더 이상 인내하며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는 최후통첩이다. 로씨야는 2021년 12월 15일 로씨야-미국 안보조약 초안과 로씨야-북대서양조약기구 안보조약 초안을 각각 미국에 전달했는데, 그에 대한 응답문서를 받는 시한을 2022년 1월 23일까지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로씨야의 안전보장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침략과 약탈을 일삼는 제국주의국가에게서 어떤 평화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사나운 맹수가 풀만 뜯어먹으며 고분고분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을 잘 알고 있는 로씨야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 뿐이다. 북대서양기구에 하루빨리 가입하여 미국의 무력이 자국 영토에 배치되기를 갈망하는 우크라이나 친미정권을 무력으로 전복시키고, 반미정권을 세우는 것이 로씨야의 마지막 선택이다. 

 

올겨울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흑토지대(Chernozam)가 꽁꽁 얼어붙어야 차체가 매우 무거운 로씨야군 전차, 방사포, 보병전투차량이 흑토에 푹푹 빠지지 않고 진격할 수 있는데, 3월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크라이나 흑토지대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면, 3월이 오기 전에 단행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1월에 얼어붙어야 할 우크라이나 흑토지대가 지구온난화로 아직 얼어붙지 않았다. 그러므로 1월 하순과 2월 중에 우크라이나에 강추위가 몰려와 흑토지대가 얼어붙으면, 로씨야군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최근 로씨야군은 약 100,000명의 전투병력과 수많은 전차, 보병전투차량, 지상공격기, 공격헬기, 수송헬기를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집결시켰고, 2022년 1월 11일에는 약 3,000명의 전투병력과 약 30대의 전차와 보병전투차량이 참가하는 실전훈련을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진행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감지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2022년 1월 14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Reuters)>와 프랑스 통신사 <아에페프뻬(AF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로씨야군이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이미 몇 주 전부터 폭파전문요원들을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은밀히 침투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은 핵추진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8항모타격단을 지중해에 전진배치했으며, 약 40,000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 신속대응군은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다른 한편, 중국인민해방군은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대만해방전쟁준비를 완료하고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맞선 미국은 2022년 1월 11일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1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함 에식스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원정타격단을 남중국해에 출동시켰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에서 각각 무력충돌위험이 극도로 고조된 오늘, 조선이 미사일발사빈도를 부쩍 높이는 것은 미국의 무력을 여러 방면으로 분산시키는 군사행동으로 생각된다. 반제국주의핵강국들인 로씨야, 중국, 조선이 미국의 무력을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한반도로 각각 분산시키면, 미국의 패배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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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의 '성사조건'과 '한계'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대선을 50여 일 앞둔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다. 두 후보는 과연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할까,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후보단일화 결정 방식은 무엇이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아니면 끝내 후보단일화가 불발된 상태로 대선을 맞이할까…. 궁금증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지만 이런 의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보 본인들조차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 후보단일화에서 도출해낸 '공식'과 '이론'에 대입해 미래를 유추해보는 것이다. 대선 후보단일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 논문이 그리 많지는 않다.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전 세계일보 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 대통령선거의 연합정치 연구>, 지난해 9월 <후보단일화 게임>이라는 책을 펴낸 황두영씨의 석사학위 논문 <후보단일화의 성사조건 분석>, 손성민·김준석의 <후보단일화 그리고 권력나누기의 메커니즘-한국 대통령 선거연합 형성의 신호게임(Signaling Game) 접근> 등이 눈에 띄는 연구물이다. 이 논문들은 '합리적 선택이론' '게임이론' 등의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런 분석 틀을 활용해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를 예측해보면 어떤 분석 결과가 나올까.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후보단일화의 출발점은 두 후보 모두 독자적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면 기껏해야 2, 3위에 그칠 것이라는 절박감에 사로잡혀야 비로소 오월동주(吳越同舟) '한 배'를 탈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대등한 후보단일화'와 '종속적 후보단일화'로 나뉜다.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을 때 이뤄지는 게 전자이고,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이뤄지는 게 후자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는 대등한 후보단일화의 대표적인 예이고, DJP연합으로 불리는 김대중-김종필 후보단일화는 종속적 후보단일화의 좋은 예다. 종속적 단일화는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낮은 후보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대가로 후보를 포기하게 만드는 일종의 '흡수 통합'이다.

 

대등한 후보단일화는 어느 때 가능한가. 이것은 지지율이 엇비슷한 두 후보가 각자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양쪽의 승리 가능성이 50대 50인 팽팽한 균형 상태, 어느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단일화 협상 개시의 엔진인 셈이다.


 

윤석열-두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현재로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보다 훨씬 앞서 있다. 여론조사 기관과 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윤 후보는 대략 30%대 이상인 반면 안 후보는 아직 1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지지율 격차만 보면 윤 후보가 주도하는 흡수통합식 후보단일화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안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곧바로 윤 후보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실제로 윤 후보가 여러 악재로 비틀거리는 사이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무서운 속도로 수직상승했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자신의 지지율이 윤 후보와 비슷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흡수합병식 단일화가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안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 이후의 본선 승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게 나오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단일 후보 자리를 선뜻 양보할 리는 만무하다.  

 

다른 한편으로, 후보단일화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오히려 지금이 후보단일화 협상의 적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는 윤 후보가 앞서지만 후보단일화 지지율은 안 후보가 앞서는 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 설문조사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게 나올 수 있다. 윤-안 후보 모두 '설문조사 문항만 유리하게 만들면 내가 단일화 후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현재는 양쪽이 모두 후보단일화에 대한 절박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윤 후보는 독자 승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굳이 후보단일화 경쟁이라는 '위험한 모험'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지지율이 더 올라간다고 확신하고 있는 안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더라도 자신의 지지율이 높아진 뒤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지금이 후보단일화 협상의 적기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후보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만약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에 근접해지면 어떻게 될까. 윤 후보는 단순 지지율이 앞서는 지금도 단일 후보 승산이 불투명한데 지지율마저 비슷해지면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윤 후보로서는 후보단일화 협상에 응하기 힘들어진다. 만약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멈추면 어떤가. 반대급부 보상을 통한 흡수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의 핵심은 권력 공유다. '단일화된 대선 후보'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대신 단일화 후보가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것은 대등한 후보단일화든 종속적 단일화든 마찬가지다. DJP연합은 국무위원 배분 등 공동정부 구성과 운영에 대한 철저한 권력 공유에 기초해 이뤄졌다. 했다. 반면에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는 권력 공유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없었다. 그래서 전자의 후보단일화는 결국 파기됐고, 후자는 '아름다운 단일화'에 이르지 못했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 아래서 권력의 공유는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0윤석열-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어떨까. 권력의 속성 자체가 공유와 나눔이 쉽지 않은데다, 두 사람의 캐릭터도 그런 것을 용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나서려면 이번에는 대선 후보가 못 되더라도 '차기 대선의 가능성'은 커진다는 판단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윤 후보의 경우 정권교체론 강풍 말고는 자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대선 재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안 후보의 경우도 여야 거대 정당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의 영향으로 뒤늦게 지지율 상승의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결국 양쪽 후보 모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후보단일화는 결국 협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협상에는 양쪽의 관계, 협상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개입돼 있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과 친밀감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나 감정적 대립은 후보단일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다. 그런데 지금 두 후보 진영의 관계를 보면 감정적 대립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노련한 중재자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그나마 후보단일화 판을 만들 사람 정도로 꼽혔으나 이제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너무 출렁이는 것이 후보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지율이 고착되고 더는 변동이 없다고 판단될 때야 각 후보가 비로소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한 결심을 굳힐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지지율이 너무 출렁인다. 며칠 사이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수직상승하는 모양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후보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마음을 결정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 대선 후보단일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리란 보장은 없다. 변화무쌍한 정치의 속성상 후보단일화 물길이 어디로 흐를지 속단하기란 힘들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도출된 이론적 틀에 대입해보면 윤-안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어쨌든 낮아 보인다.  

 

후보단일화는 '권력투쟁 전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사회 균열을 부분적으로라도 해소하는 '사회통합 전략'의 측면도 있다.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은 DJP연합의 경우 이념적·정책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속을 통해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균열 완화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탈색을 통한 사회적 유대 강화(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정치적 무관심층의 정치 참여 유도와 '새정치'의 과제 제시(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등 과거 후보단일화에는 나름 사회통합적 측면이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는 권력투쟁 전략 이외의 어떤 사회통합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런 메시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170802251062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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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명령 막아낸 베를린 소녀상... 못다한 이야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1)

22.01.17 06:06l최종 업데이트 22.01.17 06:06l
베를린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막아내어 이름을 널리 알린 '코리아협의회'는 창립 30년이 지난 독·한 시민단체이다. 소녀상 이외에도 남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 분단과 통일, 국제교류, 교육, 이주민 등 광범위한 주제로 활동한다. 베를린에서 'Korea Verband'(코리아협의회)란 이름으로 살아오는 동안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이 지면을 빌어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독일사회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박하지만 야심찬 한 시민단체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직 목소리를 찾지 못한 이들의 삶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기자말]
큰사진보기2020년 10월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2020년 10월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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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내 소녀상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영구 존치 결정이 이미 났다는데 이 엄동설한, 코로나 와중에 왜 데모는 계속 하는 거냐고 의아해하기도 한다(독일의 코로나 상황은 국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험악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녀상은 아직도 안녕하지 않다.

설치 허가는 1년만 연장됐고(2023년 9월 28일까지), 담당공무원들과의 신경전은 간헐적으로 진행중이며,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로비활동과 미테구(Mitte 區) 대응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측의 압력과 공격은 더욱 정교해졌다. 코리아협의회(아래 KV)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학교, 도시에 연락을 취해 협업을 방해하고, 극우들은 일본에 대한 혐오 메시지로 가득 찬 트롤(악플성) 이메일을 한국인 이름으로 담당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에게 뿌리는 등 공격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실 2020년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이 온 뒤로 KV는 정작 평화로울 새가 없었다. 독일에서, 그것도 공공 부지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허가를 내주는 관청의 입장에서는 조형물 설치 후 누군가 꾸준히 조형물 관리를 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서 KV는 2018년, 일부러 지층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사무실 내에 일본군 위안부 및 전시 성폭력 주제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면, 건물 부근에 비슷한 주제의 조형물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형물 설치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동의가 필수라 하여 이사를 한 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좁은 사무실 공간을 쪼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작은 전시를 시작했다. 또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기반 행사에 참가하여 KV를 알리기 시작했다. 불고기도 굽고, 한국 록밴드와 전통무용단도 부르고, 공동체 텃밭에 깻잎까지 심으면서 주민들, 지역단체들과 친분을 쌓았다.

지역사회 동의, 전시공간 마련... 소녀상 설치 위한 노력들
 
 회원들. 코리아협의회가 회원단체로 가입한 <reunion>은 소녀상 주변지역 내 상점, 기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Zusammenschluss der Nachbarschaft)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reunion>
▲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축사를 하는 <reunion>회원들. 코리아협의회가 회원단체로 가입한 <reunion>은 소녀상 주변지역 내 상점, 기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Zusammenschluss der Nachbarschaft)</reunion></reunion>
ⓒ ⓒDong-Ha C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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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의 첫 전시는 일본인 사진작가 츠카사 야지마의 피해생존자 연작과 이미래(kate hers RHEE)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오프닝에는 미테구청의 다양한 공무원들을 초청했다. 그 중 미테구 문화환경부 소속 공무원이 며칠 후 우리를 찾아왔다. 이에 소녀상 설치 의사가 있음을 설명하고 전시의 의미를 알렸다.

공무원은 영구 설치 허가는 대체로 쉽지 않기 때문에 도시공간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 신청할 것, 주변에 있는 이웃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예술위를 통한 조형물 설치제도는 기본적으로 1년 설치 허가를 받은 후, 별 문제가 없고 주민들의 반대가 없으면 계속해서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V 내에 마련한 전시 공간.
▲  KV 내에 마련한 전시 공간.
ⓒ ⓒDong-Ha C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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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년간 문화전문가 3명의 추천서까지 추가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2월 19일에 제출한 신청서가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은 건 3월 말이었다. 예술작품을 대상으로 신청할 경우 해당 구청의 예술위에서 통과가 돼도 도로청과 녹지청의 최종 허가가 필요하다. 신청장소에 세울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바짝 마음을 졸이고 있던 7월 초에야 최종 허가가 났다.

고르고 고른 문장으로 정리한 13쪽짜리 신청서에는 소녀상의 예술적 가치, 비슷한 주제의 동상들과의 비교, 작품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하지만 신청서를 내기 전날 밤, 설치 후에는 틀림없이 일본대사관에 시달릴 공무원들한테 미안해서 밤새 잠이 안 왔다.

신청서 접수 막판에 과거 일본 정부의 소녀상 관련 행보에 대한 추가 설명을 상세히 달았다. 이 사실을 알면 설치 허가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당시의 이 결정이 차후 소녀상 존치의 정당성을 지켜줄 줄은 몰랐다.

독일 측 답변... '일본이 왜 그렇게 개입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술위는 우리 신청서에 대해, 소녀상이 보편적인 여성 인권과 전시 여성 성폭력을 반대하는 조형물임을 잘 밝혔다고 했다. 또한 일본정부가 왜 그렇게 개입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일단 신청단체가 이 기념비를 통해 교육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선발했다고 했다.

신청서 통과 후 일본정부의 공격이 우려가 되어 미테구청에 전화를 하니,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터키정부와 티베트를 억압하는 중국을 예로 들며, 미테구청 홍보과는 벌써 훈련이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던 공무원도 있었다.

소녀상 설치 예정 날짜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8월 14일이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허가서를 받은 즉시 소녀상 설치 현장으로 달려갔더니, 별안간 도로공사 차량 하나가 멈춰 섰다.

당시 7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가스 파이프라인 정비를 위해 포장도로를 전부 뜯는단다. 말이 9월 7일이지, 통상 독일에서의 공사는 언제 정확히 끝날지는 점쟁이도 모르는 영역에 속한다. (다음 기사에 계속) 

[관련 기사] 
일본 외무상, 독일에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해달라" http://omn.kr/1p3a3
베를린 소녀상 영원히 지키기로... 지역의회, 영구설치 논의 결의 http://omn.kr/1qsof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재독 한인언론인 <교포신문>에 동시 게재됩니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 및 회원가입 문의는 https://www.koreaverband.de/en/do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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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방송에 한겨레 “충격적” 조선일보 “정치공작 냄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1/17 08:59
  • 수정일
    2022/01/17 08: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1.17 07:51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MBC ‘스트레이트’ 김건희 통화 방송에 조선·중앙은 취재 윤리 위반 논점으로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방송 내용은 국민의힘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MBC에 항의 방문을 하고, 이후 법원 판단을 거쳐 방송이 이뤄지는 등 소동을 거쳤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16일 방송 이후 반응은 두갈래로 갈렸다. 김건희씨가 기자에게 ‘캠프로 오라’고 ‘내가 시키는 것을 하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미투 사건과 관련해 ‘보수쪽에서는 돈을 챙겨주니까 미투가 안터지는 것’과 같은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한쪽이다.

한편으로는 ‘이 내용이 정말 공적인 영역이 맞느냐’,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켜야 했나 싶은 수준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이 통화가 사적인 내용 위주라며 취재 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치공작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17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7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에, 김건희씨와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면에 해당 보도 없음
국민일보 “김건희 ‘미투, 돈 안줘서 터져’ 더 혼탁해진 대선판”
동아일보 “김건희 ‘돈 안챙겨주니까 미투 터지는 것’ 매체 직원에 도움 요청하며 ‘1억 줄 수도’”
서울신문 “돈 안챙겨줘서 미투 터지는 것, 조국의 적은 수사 키운 민주당”
세계일보 “尹부부와 친분있는 무속인 선대본서 고문으로 일한다”
조선일보 1면에 해당 보도 없음
중앙일보 1면에 해당 보고 없음
한겨레 “김건희 ‘캠프로 와,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한국일보 “김건희 유튜브 기자와 52번 통화 ‘캠프로 와라, 잘하면 1억 줄 수도’”

대부분의 주요 종합 일간지가 이를 1면 기사로 배치했는데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1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로 이 이슈를 다루며 취재 윤리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경향신문은 이 이슈에 대해 5면에 MBC 보도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만 배치하고 사설도 쓰지 않았다.

통화 내용 중 미투 관련 발언과 기자 회유 부분 문제로 지적

수많은 통화 내용 중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미투’와 관련해 김건희씨가 “돈 안챙겨주니까 미투 터지는 것”이라는 말을 1면 제목으로 뽑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서울의 소리 기자에게 김건희씨가 “캠프로 와,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잘하면 1억 줄 수도 있지”라고 말한 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한겨레 1면. 

한편 세계일보는 MBC의 보도가 아닌,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 전모씨가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해당 보도를 배치하지않고 ‘김건희 통화 녹음 공개, 취재 윤리 위반 논란 확산’이라는 소개글만 배치했다. 해당 기사는 6면에 있다. 6면 “김건희 녹음 공개, 여당은 침묵 야당 ‘문제될 것 없다’” 기사에서 MBC 보도 내용을 다루고 “‘형수 욕설’ ‘7시간 통화’ 음성 파일 공익적 동기 있을땐 공개 가능”이라는 기사에서 해당 녹음 파일이 “사적 대화가 녹음된 것”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공직선거법 251조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가족을 비방할 경우에 처벌한다. 이때 ‘비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며 “다만 이 조항에는 예외가 있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하고, 공익을 위해서 알렸다는 동기가 인정되면 처벌 대상에서 배제된다. 만약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 경우, 꼭 공익이 사익보다 크지 않더라도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 왔다.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공익성의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17일 중앙일보 6면. 

6면 기사 내용만 보면 해당 녹음 파일 공개는 사적인 통화여도 공익을 위해서 알렸다면 처벌 대상에서 배제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1면에 적힌 6면 기사 소개글은 ‘취재 윤리 위반 논란 확산’이라고 돼있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앙·조선 사설서 취재윤리 위반 논점으로 

해당 이슈는 9개 주요 종합지 중 5개 신문에서 사설로서도 다뤄졌다.
서울신문 “빈 수레처럼 요란만했던 김건희 녹취록 보도”
조선일보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중앙일보 “김건희 녹취록 대결, 어디까지 추해질 것인가”
한겨레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
한국일보 “김건희 통화방송, 유권자가 판단해야”

▲1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사설 등을 통해 해당 녹음 파일 공개가 취재 윤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녹취록’ 대결, 어디까지 추해질 건가”에서도 취재 윤리 위반을 강조하고 싶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설은 “이 기자가 김씨에게 초기에 ‘기자’란 신분을 밝혔다고 해서 녹음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방송분만 보면 김씨가 녹음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이 기자가 사실상 정보원 내지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하며 김씨의 답변을 유도한 대목이 적지 않다. 취재 윤리에 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1면이 아닌 5면에 해당 이슈를 다뤘는데, 3개의 기사 중 1개는 MBC 보도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였고 “모친 편드는 척하면서 김건희에 떡밥 던졌다” 기사는 ‘누가 어떻게 녹음했나’라는 부제를 달고 이 기자가 작년 7월6일 김건희씨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한 후 한달새 서로 ‘누님’,‘아우’ 호칭을 하는 등의 과정을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에서 중앙일보의 사설과 같이 취재 윤리에 대해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며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 기자 회유 문제와 미투 관련 발언 두고 비판

이러한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의 사설은 한겨레의 사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에서 김건희씨가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라는 이야기를 자주한 점과 “이 기자가 홍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 좀 해봐”라는 식의 이야기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썼다.

▲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자리를 미끼로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회유하려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라며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도 “성범죄와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건희 통화 방송, 유권자가 판단해야”에서 특유의 중립적 논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공개된 김씨 발언이 진짜 심각한 흠결인지, 정치 공세에 가까운 의혹인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다시 내실 있는 선거가 되도록 정계와 언론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이런 정도의 시시콜콜한 사적인 대화를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해야 할 일이었는지, MBC의 보도 윤리를 비난하는 지적까지 나온다”며 “특히 대선을 불과 50여일밖에 안 남긴 민감한 시점에 해당 녹음과 방송 자체가 처음부터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 아니냐는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언론 자유와 공정보도의 책무 차원에서 짚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썼다.

이어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과연 이런 사적 대화의 폭로가 국민 알권리에 부합하는지 따져 볼 일인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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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의 영화뜰] 영화계 배급 체질, 완전히 바뀌게 될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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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꽃 무비스트 기자 
  •  
  •  입력 2022.01.16 08:41
  •  
  •  수정 2022.01.16 08:44
  •  
  •  댓글 0
 
 

올해 개봉하려는 한국 상업 영화, 60편 넘는다?

 

관객을 만나려는 한국 상업 영화가 개봉 일을 잡지 못하고 줄줄이 밀려 서 있다. 새해 첫 달 배급사별 라인업을 집계해보니 60편이 넘는다. 코로나19가 잠식한 지난 2년 동안 영화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탓인데, 유례없는 현상이다.

영화관의 1년은 53주로 돌아간다. 배급사는 여름 휴가나 명절, 공휴일 같은 ‘시즌’은 물론이고 경쟁작의 개봉 전략까지 고려해 관객과 만나는 최적의 타이밍을 정해왔다. 매주 수, 목요일쯤 개봉해 관객이 많아지는 첫 주 금, 토, 일 3일 성적을 잣대로 영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식이다.

이 전통적인 방식은 2022년에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 같다. 60편 넘게 밀려 있는 한국 상업 영화가 한 주에 한 작품씩 바쁘게 개봉한다고 해도 53주로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더 배트맨>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히어로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아바타2> 같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대작도 2022년 개봉을 예고했다. 독립, 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까지 합세하면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한국 상업 영화가 제 몸에 꼭 맞는 개봉 시기를 찾아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올해 개봉 예정인 ‘더 배트맨’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영화 포스터
▲ 올해 개봉 예정인 ‘더 배트맨’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영화 포스터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몇몇 작품이 승부를 걸기 시작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배급한 <경관의 피>는 다른 한국 상업영화 경쟁작이 없는 2022년 1주 차(5일)를 선점했다. 뒤이어 NEW의 <특송>이 2주 차(12일)를 택했다. <경관의 피>는 조진웅, 최우식이 각자의 신념으로 부딪히는 경찰 역을 연기하는 범죄 영화물이고, <특송>은 특송 전문 드라이버 역을 맡은 박소담이 도심 한복판 추격전을 벌이는 액션물이다.

기대가 모이는 시점은 주말을 낀 긴 설 연휴(1월29일~2월2일)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킹메이커>가 바로 그 앞자락인 4주 차(1월26일) 개봉을 확정했다. 1971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설경구)과 선거전략가 엄창록(이선균)의 관계를 다룬다. 물론 다른 배급사가 황금연휴를 <킹메이커> 홀로 독식하게 둘 리는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도깨비 깃발>도 같은 자리로 들어간다.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성공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후속작이다. 강하늘이 의적단 두목을, 한효주가 해적선 주인, 권상우가 보물을 차지하려는 역적 역을 맡았다. 

고민스러운 건, 코로나19라는 위협이 종식되지 않는 한 이 일정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주연의 항공재난물 <비상선언> 경우가 그렇다. 쇼박스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당초 설 연휴로 염두에 두었던 개봉 일을 선제적으로 연기했다. 전통의 강호 CJ ENM도 걱정이 큰 건 마찬가지다. <국제시장>(2014)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안중근 의사 뮤지컬 영화 <영웅>, <도둑들>(2012) <암살>(2014) 최동훈 감독이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했다는 SF물 <외계+인>,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가 호흡한 <헤어질 결심>까지 작품이 쌓여간다.

▲ 지난 1월5일 개봉한 ‘경관의 피’와 1월26일 개봉 예정인 ‘킹메이커’ 영화 포스터.
▲ 지난 1월5일 개봉한 ‘경관의 피’와 1월26일 개봉 예정인 ‘킹메이커’ 영화 포스터.

박 터지는 경쟁이 예고됐으니, 손해를 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입장이라면 자연스럽게 OTT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관 관람에 특화된 히어로물 <블랙 위도우>마저 개봉과 동시에 디즈니+에서 스트리밍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주연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관 매출에 연동된 수익금 권리를 따져 물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영화관 배급만으로는 제대로 된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월트디즈니의 판단은 쉽게 접힐 것 같지 않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SF물 = 큰 화면’이라는 공식을 깨고 <승리호>가 넷플릭스 단독 공개, <서복>이 영화관과 티빙 동시 공개를 택했으니까. 올해는 이 모든 선례가 더욱 다채로운 계약 옵션 안에서 논의될 것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 영화관에서 살아남고 어떤 작품이 OTT에서 웃게 될까. 영화계 배급 체질이 완전히 바뀌게 될 길목에 서 있는, 2022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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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만에 찾아온 우리 땅... 인천 사람들이 해냈다

[스케치에 비친 인천] 캠프마켓

22.01.15 17:58l최종 업데이트 22.01.15 17:58l
'인천, 그림이 되다.' 낡은가 하면 새롭고, 평범한가 싶으면서도 특별한. 골목길만 지나도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 인천. 추억이 그리움으로, 때론 일상으로 흐르는 공간이 작가의 화폭에 담겼다. 그 따뜻하고 섬세한 붓 터치를 따라 인천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간다. 이번 호에는 80여 년을 기다린 끝에 다시 찾은 땅 '캠프마켓'. 담 너머 닿을 수 없던 그곳을 긴 시간 지켜본 이승희 화백이 그렸다. 아픔을 딛고 솟아나는 새 희망을 담아.[기자말]
▲ 캠프마켓(350x270mm, Canvas, Gouache, Acrylic_2021) 80여 년을 기다린 끝에 다시 찾은 땅, 캠프마켓. 아픔이 켜켜이 쌓인 언 땅을 딛고, 새 희망이 돋아나 자라고 있다. ⓒ 그림 이승희

벽이 허물어진 그날

"육, 오, 사, 삼, 이, 일... 영!" 높다란 콘크리트 벽이 허물어지고 가시 돋친 철조망이 잘려 나갔다. 캠프마켓 B구역이 인천시민에게 품을 더 활짝 연, 2021년 11월 25일. 그날은 인천 청년 박보민(33)씨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수많은 인천시민이 한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함성 속에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그제야 '캠프마켓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우리 땅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는 캠프마켓 서포터스인 '캠프파이어' 2기 회원이다. 캠프마켓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닫힌 공간 속 기억의 파편을 그러모아, 오늘 역사의 앨범에 가지런히 꽂아두었다.

처음부터 높다란 담장 너머 세상에 관심을 둔 건 아니다. 인천의 많은 청춘이 그러하듯, 그 역시 생애 가장 빛나던 시절을 부평 한복판에서 보냈다. 당시 친구들과 한참을 어울려 놀다 해 질 무렵 그 앞을 지날 때면 스산하고 낯선 기운과 맞닥뜨리곤 했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저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을까'.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시간이 흐르는, 도심 속 외딴섬. 그렇다고 담 너머 세상을 더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일제강점기 무기와 탄약을 쏟아내던 조병창이 있고, 한국 전쟁이 끝난 후 오래도록 미군이 머물던 자리.

훗날 그 안에 서린 역사를 어렴풋이 알게 됐을 때야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일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도 지나온 시간에 관심을 두지 않은 자신을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이후 "역사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자"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늘, 캠프마켓 안에서 세상 밖을 바라보는 박보민.
▲ 오늘, 캠프마켓 안에서 세상 밖을 바라보는 박보민. ⓒ 임학현 포토디렉터
 시민의 함성 속에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캠프마켓은 온전한 우리 땅이 되었다.
▲ 시민의 함성 속에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캠프마켓은 온전한 우리 땅이 되었다. ⓒ 임학현 포토디렉터
 
우리 땅, '그들만의 세상'

'한국 안의 작은 미국', 우리 땅에 뿌리내린 그들만의 거대한 도시였다. 1945년, 미 제24군수지원 사령부가 부평 한복판에 미군 기지 '애스컴 시티(ASCOM City)'를 세웠다. 일제강점기에 인천육군조병창이 있던 아픈 역사의 땅이었다. 일본이 떠난 후에는 다시 미국의 차지가 됐다.

오늘날 부평구 산곡동과 부평동 일대를 아우르던 그들만의 세상. 맞닿은 곳에서 우리네 삶도 계속됐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 배고프던 시절, 그 안에서 새어 나오던 불빛을 따라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들었다. 미제 물건이 양키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클럽에선 대중음악이 울려 퍼졌다. '남과 다른' 삶을 운명처럼 짊어진 파란눈, 검은 피부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우리 어머니들은 냉대 속에서도 악착같이 자식을 길러내고 삶을 살아냈다.

그 질곡의 세월을 지나 1973년, 애스컴 시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진 캠프마켓.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엔 아픈 역사와 고된 삶이 엮어낸 거미줄이 얽히고 먼지가 자욱이 쌓여갔다. 가까이 아파트 숲이 들어서고 새로운 삶이 깃들었지만, 담장 너머는 여전히 닿을 수 없는 땅이었다. 두 공간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캠프마켓 B구역 내 1595번 건물. 1987년에 지은 공연장으로, 새 단장 후 '음악 창작소'로 문을 연다.
▲ 캠프마켓 B구역 내 1595번 건물. 1987년에 지은 공연장으로, 새 단장 후 '음악 창작소'로 문을 연다. ⓒ 임학현 포토디렉터
적막한 함성(242x333mm, Canvas, Gouache, Acrylic_2022) 시민에게 일부 개방한 캠프마켓 B구역. 운동장 안의 낡은 전광판이, 그 옛날 홈런을 날리던 시절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 적막한 함성(242x333mm, Canvas, Gouache, Acrylic_2022) 시민에게 일부 개방한 캠프마켓 B구역. 운동장 안의 낡은 전광판이, 그 옛날 홈런을 날리던 시절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 임학현 포토디렉터
 
시민 힘으로 이룬, 오늘

그리고 2019년 12월,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드디어 '그날'이 왔다. 캠프마켓 A·B구역 반환이 결정돼 인천시민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 하반기면 남은 D구역까지 인천 사람들 품에 온전히 안긴다.

1996년 불을 지핀 시민운동이 그 시작이었다. 부평 주민 스스로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맨몸으로 맞섰다. 미군 기지 앞에서 한목소리로 부르짖고, 두 손을 맞잡고 나아갔다. 그 시간은 부평 사람들에게 가슴속 응어리를 도려내고 불굴의 의지로 일궈낸 자부심이기도 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간 띠를 이루어 캠프마켓을 둘러싸던 때가 기억나요. 약 2000명이 함께했는데, 대부분 부평 주민이었죠. 그렇게 모두의 힘으로 부평 미군 기지 반환을 이룬 2002년 3월 29일,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부평미군기지공원화추진시민협의회 곽경전(60) 집행위원장은 25년간 시민운동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리고 '캠프마켓 문지기'를 자처하며 오래전 지어진 작은 초소를 지켜왔다. 그 안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캠프마켓의 오늘을 기록해왔다.

"물론 캠프마켓은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곳이에요.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가까이에 넓은 운동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합니다." 며칠 전엔 눈이 내려 동네 아이들이 한참 눈싸움을 하다 갔다. 그 풍경을 뷰파인더 너머로 보다 찰칵, 마음에 새기었다. 그는 곧 이 자리를 떠나지만, 그가 남긴 오늘 우리의 모습은, 내일을 살아갈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1595번 건물, 역사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캠프마켓 문지기 곽경전.
▲ 1595번 건물, 역사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캠프마켓 문지기 곽경전. ⓒ 임학현 포토디렉터
 
아픈 역사 딛고, 내일로

자그마치 80여 년이다. 캠프마켓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 2002년 3월, 캠프마켓 반환이 결정된 후에도 18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주민들에겐 길고 긴 시간이었다.

"참 오래 기다렸지. 공원이 된다, 된다, 하는 사이 지쳐서 떠난 이웃도 많아. 그래도 지금껏 함께한 주민들은 '꿈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로를 다독여. 하루빨리 숲이 우거진 공원이 생기면 좋겠어."

매일 집 앞 공원을 거니는 평범한 일상이, 캠프마켓 너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오래전 품은 그 소망은 오늘 현실로 다가왔다.

문부(77) 어르신은 캠프마켓환경정화민관협의회의 주민 대표다. 캠프마켓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만 1,031㎥에 이르는 대규모 다이옥신 오염토를 완전히 정화 했다. 캠프마켓환경정화민관협의회는 지난해 9월 30일 A구역 토양을 채취해 다이옥신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목표치인 100(pg-TEQ /g)보다 훨씬 낮은 2.18pg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100pg은 독일 등 유럽에서 놀이터에 사용하는 흙에 적용하는 기준. 그만큼 안전하게, 마음 놓고 땅을 밟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하늘을 자주 올려보며 살면 좋겠어." 네온사인이 휘황한 휘청거리는 밤거리, 그의 유년 시절을 지배하는 고향에 대한 기억이다.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숲이 펼쳐진 풍경으로 기억되길, 그는 바란다.
 
캠프마켓은 지금 토양오염 정화 작업과 공사가 한창이다. 80여 년, 간절한 기다림 끝에 다시 찾은 땅. 시민 품에 온전히 안기는 그날이 오면, 긴 시간을 견뎌온 사람들의 상처도 희미해져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이제 다시 봄, 아픔이 켜켜이 쌓인 언 땅을 딛고 새 희망이 돋아나 자라고 있다.

캠프마켓 오늘&내일 : 안내소와 전시시설을 갖춘 시민 소통 공간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은 휴무. 요청 시 문화 관광해설사로부터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의 : 032-512-4522)

취재영상 보기(https://youtu.be/DVAV9-SXnxw)
 
 옆 아파트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캠프마켓. 하늘 아래 푸른 숲을 품은 마을, 꿈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옆 아파트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캠프마켓. 하늘 아래 푸른 숲을 품은 마을, 꿈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임학현 포토디렉터
 캠프마켓환경정화민관협의회 문부 주민 대표.
▲ 캠프마켓환경정화민관협의회 문부 주민 대표. ⓒ 임학현 포토디렉터
 이승희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인천에 머물러왔다. 현재 인천미술협회와 부평구예술인협회 소속. 부평 캠프마켓 높다란 담장 너머에서 살아온 지는 30년이 됐다. 그간 우리 땅이면서도 다가설 수 없던, 세상과 단절된 그곳을 오랜 시간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오늘, 오래 기다린 끝에 다시 찾은 캠프마켓을 화폭에 담는다.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희망을 담아, 밝은 내일을 기다리며.
▲ 이승희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인천에 머물러왔다. 현재 인천미술협회와 부평구예술인협회 소속. 부평 캠프마켓 높다란 담장 너머에서 살아온 지는 30년이 됐다. 그간 우리 땅이면서도 다가설 수 없던, 세상과 단절된 그곳을 오랜 시간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오늘, 오래 기다린 끝에 다시 찾은 캠프마켓을 화폭에 담는다.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희망을 담아, 밝은 내일을 기다리며. ⓒ 임학현 포토디렉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2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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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타파 민중총궐기,여의도서 1만5,000명 진행

민중진영 상설투쟁 '전국민중행동' 공식 발족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1.15 21:42
  •  
  •  수정 2022.01.15 21:43
  •  
  •  댓글 0
2022 민중총궐기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1만5,000여명의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22 민중총궐기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1만5,000여명의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중행동(준)이 주관한 2022 민중총궐기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1만5,000여명의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불평등을 갈아엎자! 기득권 양당체제 끝장내자! 자주평등사회 열어내자'를 요구로 내걸고 대회를 주최한 전국민중행동(준)은 이날 앞으로 진보민중진영의 상설적 연대투쟁체가 될 전국민중행동의 발족을 선언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전국민중행동 발족 선언문을 통해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최악의 자살률, 최악의 산재사망률은 변하지 않았으며, 부동산값 폭등과 불평등은 심화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한반도 위기도 4.27선언 이후 잠시 나아지는 듯하더니 한미동맹에 얽매인 채 남북합의를 스스로 파기했고 급기야 4.27 이전 시대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제 우리는 사회 불평등을 혁파하고 사회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자주, 민주, 평등, 생태, 평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예속과 자본과 권력의 어떠한 탄압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전국민중행동의 깃발을 높이 들고 불평등한 세상을 갈아엎고, 평등사회로의 체제 전환을 위해 굳센 걸음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옥회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회장(왼쪽)과 김형균 노동전선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옥회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회장(왼쪽)과 김형균 노동전선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중행동은 양옥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과 김형균 노동전선 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분단 냉전체제가 흔들리는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건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는 동안 재벌그룹 총수 53명은 한해 배당금으로 1조 7,800억원을 챙겼고 상장기업 배다금의 40%에 해당하는 14조원이 외국주주들의 주머니에 들어갔으며, 그 사이 코로나 시국에 263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1,1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평균 171만원의 월급으로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의료.교육.돌봄, 교통 공공성 강화를 통한 평등사회로의 체제 전환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중대재해 근본대책 관련법 개정, 일자리 국가보장, 여성에게 가중된 무급 가사노동, 사회가 책임져라! △신자유주의 농정 철폐, 공공농업 실현! CPTPP 참여 반대, 식량주권 실현 △노점관리 대책중단, 노점상 생계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강제퇴거금지, 순환식 개발 시행, 철거민 주거 생존권보장 △기후 위기 민중주도의 체제 전환 △차별 금지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자유 보장.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 즉각 퇴출, 세월호 참사 성역없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 △자주평화통일 실현,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 대북적대정책철회, 사드 및 전략무기도입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민중총궐기 7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우려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절박함"이라며, "이게 나라냐! 적폐를 청산하자!는 우리의 요구는 지난 5년간 외면당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또 "불평등과 양극화는 견딜 수 없을만큼 심화되어 우리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공정을 앞세운 능력주의를 용납할 수 없고 자본의 탐욕을 보장하는 비정규직은 철폐되어야 하며,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준은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CPTPP는 농민의 목숨을 자본가에게 팔아먹는 짓"이라며, 모든 농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를 결의한 CPTTP 가입을 정부가 선언한다면 농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농정 대전환의 시대를 열고, 이제 정권교체가 아닌 농민이 개혁의 주체가 되고 민중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체재교체로 나아가자'고 했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노점상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자랑스러운 직업이다. 노점상도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하라"고 하면서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운동을 통해 당당한 노점상임을 선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백윤 사회변혁노동자 당 및 노동자당 대선 단일후보(왼쪽)와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백윤 사회변혁노동자 당 및 노동자당 대선 단일후보(왼쪽)와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추진했으나 지난 1월 9일 결국 성사되지 않은 진보 5개정당 등의 후보단일화와 관련, 김재연 진보당 후보와 이백윤 사회변혁노동자당 및 노동자당 단일후보도 이날 대회에 나와 정책 포부를 밝혔다.

김재연 후보는 대한민국 GDP규모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 1위를 점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예고된 위기를 민생파국이 아닌 체제전환의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과 질서를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백윤 후보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모든 인간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사회,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하면서 "재벌을 국유화해서 노동자를 위해 쓰자, 그래서 국가예산을 1,000조로 늘리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자. 사회주의해서 전 국민의 철밥통 시대를 열어가자"고 주장했다.

이날 사전대회와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부문대회는 정부의 금지통보로 인해 별도로 진행되지 못하고 민중총궐기 본대회와 함께 진행됐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종희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회 사전발언을 통해 각각 7년간 성역없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안전사회 실현의 요구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한미동맹을 신주단지로 여기면서 미국 주도의 신냉전체제에 휩쓸려 사드 도입을 강행하면서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가는 '대한민국'의 절망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에만 22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숨지면서 지난 30년동안 동결됐던 택배요금을 5,000억원 이상 올렸지만 그들의 목숨값인 이중 3,000억원은 CJ 대한통운 등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이 곡기를 끊어가면서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느냐고 절규했다.

노동문예창작단 '가자'가 모둠북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민중총궐기는 정부의 방역지침과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병행하여 두루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전국민중행동(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부 당국이 금지통보를 거두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었다.

박석운 대표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끝내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를 강행했다"고 비판하고는 "감염병 방역과 헌법상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어느 하나를 선택할 일이 아니다. 오늘의 민중총궐기는 정부가 어긴 약속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민중이 자력 구제에 나선 것"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경찰은 민중총궐기가 열린 여의도 문화공원을 빙 둘러 경찰버스로 막고 집회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하면서도 집회 참가자들의 출입은 막지 않았다.

불평등을 갈아엎자.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
불평등을 갈아엎자.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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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에 진심인 ‘끼니로그’의 저널리즘

기자명

  •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1.15 09:48
  •  
  •  수정 2022.01.15 09:49
  •  
  •  댓글 0
 
 

[인터뷰] 음식·쿠킹으로 영역 확장하는 언론사① 경향신문 끼니로그
경향신문 식생활 뉴스레터 “맛·영양 리터러시 향상에 기여하고파”

2020년 12월 말 기준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232개국에서 디지털 유료 구독자 66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쿠킹·게임 같은 비(非)뉴스 콘텐츠 구독자가 160만명이다. 관련 매출은 같은 기간 936만 달러에서 5470만 달러로 급증했다. NYT 쿠킹 콘텐츠와 레시피 뉴스레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한국 뉴스 콘텐츠에도 음식 이야기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초복, 중복, 말복마다 포털 랭킹 뉴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사 중 하나는 삼계탕 레시피다. 동지가 되면 팥죽 레시피가 인기다. 계절마다 인기있는 제철 식품 소개 콘텐츠를 비롯해 셰프들의 맛깔난 에세이, 맛집·여행 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맛집 스토리까지 음식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생소하지 않다. 식품 산업계 보도자료도 쏟아진다. 

단순히 음식, 먹방 콘텐츠를 넘어 저널리즘으로서 음식 콘텐츠는 어때야 할까? 언론사 사업으로서 음식 콘텐츠는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 한국 미디어도 NYT처럼 음식을 주제로 구독자를 모으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영역을 넘어 사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음식 콘텐츠를 주제로 두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향신문 식생활 뉴스레터 ‘끼니로그’ 제작진과 중앙일보 쿠킹팀을 인터뷰했다. 두 인터뷰를 순서대로 싣는다. -편집자주. 

첫 번째 인터뷰는 경향신문 식생활 뉴스레터 ‘끼니로그’다. 끼니로그는 경향신문 편집국 뉴콘텐츠팀 최미랑 기자가 ‘도토리 에디터’로서 음식 재료와 건강한 식습관을 이야기하는 뉴스레터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오후 끼니로그를 연재하는 최 기자를 만나 저널리즘으로서의 음식 콘텐츠는 어때야 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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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 뉴스레터 끼니로그를 운영하는 경향신문 최미랑 기자. 

- 끼니로그의 기획 의도는?

“우리 신문을 포함한 언론이 음식, 먹거리 문제를 너무 작게 다룬다. 방송은 ‘먹방’류 예능이 아니면 상품 광고다. 먹는 일은 개인 건강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미래와도 직접 연관돼 있다.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위해 행할 1순위가 식생활 전환이다. 이런 이야기를 기존의 딱딱한 기획으로 내면 누가 볼까. 내 삶에 도움 되는 정보라고 여길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정치, 사회 문제로 빽빽한 신문에 자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먹는 일에 관심 많은 2030세대를 타깃으로 시작한 것이 끼니로그다. 뭘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건지. 쏟아지는 정보가 너무 많으니, 검증이든 큐레이션이든 정보를 ‘더하는’ 것 말고 ‘빼고 걸러’ 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끼니로그 콘텐츠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끼니로그 ‘커피’ 편(커피를 마시며 얻는 것, 놓치는 것)은 조선일보의 지난해 10월11일 1면 기사 덕분에 나왔다.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으로 처음 나왔는데, 요즘 관심이 높아서인지 1면에 배치했더라. 다들 ‘커피 마시면 오래 산대’라고 말할 때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이때 기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찾아보니 ‘잠’이 문제였다. 커피는 건강에 나쁠 것이라는 의심을 많이 벗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고 과다 복용하면 수면 질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지금처럼 카페인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이에 무감하기 쉽다. 해당 레터에 반응이 꽤 뜨거워서 새해에 신청한 끼니어분들과 함께 ‘카페인 줄이기 챌린지’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지난해 10월1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끼니로그 커피 편 일부. ‘커피 1잔은 사망 위험을 낮게 한다’는 신문기사를 검증하는 형식이다. 
▲끼니로그 커피 편 일부. ‘커피 1잔은 사망 위험을 낮게 한다’는 신문기사를 검증하는 형식이다. 

- 끼니로그가 레시피나 맛집, 음식 산업을 다루는 타 음식 콘텐츠와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음식에 대한 진지한 태도다. 전문가들 말이라고 그냥 듣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돌려보며 허점을 찾아내고 질문하는 게 기자의 전문 영역이다. 음식이나 영양과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를 그대로 싣지 않고 제대로 검증하고, 남들이 유행을 얘기할 때 돌아가는 게 끼니로그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에 대한 기본 지식은 정립하면 적당히 업데이트하면서 평생 써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 떠도는 이야기나 유행하는 다이어트 같은 것들 때문에 정확하게 알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면서 궁극적으로는 구독자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을 정립해 나가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 끼니로그 독자, ‘끼니어’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바쁜데 밥도 잘 챙겨 먹어야 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살림이 서툴지만 잘해보고 싶은, 잘 먹고 건강하고 싶은, 음식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20~4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했는데 실제 독자님들 패턴을 보니 40대 이상도 많이 계신 것 같다.”

- 끼니로그의 그동안 성과는? 

“구독자 수 목표가 있는데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메일을 빠뜨리지 않고 다 읽는 열성 구독자 비율이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받은 메일을 70% 이상 열어보는 구독자가 전체의 3분의 1(33.5%)이다. 오픈율이 90% 이상인 구독자도 다섯 명 중 한 명(21%)이나 된다. 내부적으로는 편집국의 다른 기자들에게도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게 장려한 점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의외로 기사 이외의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글에 주관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7개월 간 10여명 기자들과 식생활 에세이 ‘내가 사랑한 한끼’를 매주 한 편씩 연재해왔다.
포털 댓글을 보면 ‘기자가 뭐 이런 걸 하냐’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읽고 또 쓰면서 우리 식생활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사람들이 음식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세세히 알게 됐다. 바쁜 편집국 구성원들을 어떻게 프로젝트에 더 참여시킬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성스러운 한끼’ 저자인 박경은 기자와는 팟캐스트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음식 역사와 식문화를 주로 다룬다.”

▲끼니로그를 만들고 있는 경향신문 최미랑 기자의 모습. 사진=최미랑 기자 제공.
▲끼니로그를 만들고 있는 경향신문 최미랑 기자의 모습. 사진=최미랑 기자 제공.

- 끼니로그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첫 3개월 간 ‘현타’가 너무 많이 왔다. 잘 나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처럼 ‘기깔나게’ 재미있는 건 할 줄 모르고, 상품이나 식당을 리뷰하며 ‘나 기자입네’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히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됐다. 기자는 선정성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어떤 언론이든 마찬가지다. 홍수 속에 돋보여야 읽히고 파급력이 생긴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며칠 전에 식생활 에세이에 살짝 자극적 제목을 달았더니 바로 독자분께서 ‘이런 담백한 글은 제목도 담백하게 가도 될 것 같은데 꼭 낚시를 한다’고 일침을 가하셨다. 수긍이 가는 부분이라서 담아뒀다. 뉴스레터는 문법이 다르다. 기자 최미랑은 ‘빵 터지는 기사’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 파워를 확인하려면 업계 관계자, 그러니까 신문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 도토리 에디터는 ‘아니야, 지금은 거르는 게 중요해. 독자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게 중요해’ 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다.”

- 저널리즘 영역으로서 음식 콘텐츠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음식은 아주 중요한 영역이다. 안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언론사가 잘 쓰는 단어로 표현하면 노동, 복지, 돌봄, 농업, 과학, 스타트업, 미래, 기후위기. 이 단어들이 다 포개지는 데가 바로 음식, 식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NYT 쿠킹을 부러워했다. 회사 인력은 정치·사회 현안에 매달릴 기자도 항상 모자란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독자적 모델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경향신문에는 음식과 관련해 좋은 글을 써온 필자들이 많이 계신다. 박찬일 셰프, 고영 문헌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권은중 칼럼니스트. 이런 분들의 주옥같은 글을 어떻게 더 홍보할까 하는 고민도 한다.”

우리 식생활, 저널리즘이 모른 척하면 안 돼

- 음식 콘텐츠를 요리사나 음식 전문가들이 아닌 기자가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 편집국 기자가 음식 콘텐츠를 다룰 때 어떤 점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요즘 같은 대선 국면에서 관련 취재에서 벗어나 소금이라든지 브로콜리 같은 이야기를 하니 좀 한가해 보이잖나?(웃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내가 국내 레거시 미디어 문법에 물들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저널리즘이 모른 척 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황윤 감독의 ‘사랑할까 먹을까’ 같은 작품들은 저널리즘의 빛나는 성과다. 끼니로그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결이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그런 걸 쓰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취재하고 레터를 쓴다.”

▲
▲끼니로그 뉴스레터 중 일부. 

- 앞으로 언론사 콘텐츠와 사업 영역에서 음식 콘텐츠 확장성이 더 커질 것이라 판단하는지?

“먹는 일은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그럴 것이라 본다. 끼니로그는 식문화까지 다루는 가치 지향적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정보는 너무 많다. 소비 관점에서 먹는 이야기를 제일 잘 다루는 곳은 아마도 ‘배달의민족’이나 ‘마켓컬리’ 같은 업체일 것이다. 어떤 상품에든 스토리를 입혀 판매한다. 끼니로그는 삶의 결을 잘 다듬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돼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국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확장성이 큰 소재지만 경쟁력이 있는지는 치열하게 가 봐야 알 것이다.”

- 앞으로 끼니로그 계획은?

“상업적 목적에 휘둘리지 않고 가치 있는 정보를 나누는 데 뜻이 맞는 전문가를 찾아 협업하는 콘텐츠를 내놓을 생각이다. 우선 팟캐스트에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먹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음식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혁신가들, 꼭 지켜야 할 영양의 기본을 강조하는 전문가 등등. 이들 의견과 조언을 검증해가며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이 내용을 정리해 연내 ‘끼니로그 식생활 가이드’를 출간하는 게 목표다. 맛과 영양에 대한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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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4일 철도기동미사일 2발 발사..지난해 이어 두번째

전국적 운영체계 구축·철도기동미사일 전법 향상 등 지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1.15 08:59
  •  
  •  댓글 0
북한은 14일 오후 평안북도에서 동해안으로 철도기동미사일 연대의 검열사격 훈련 일환으로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인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4일 오후 평안북도에서 동해안으로 철도기동미사일 연대의 검열사격 훈련 일환으로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인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4일 오후 평안북도에서 동해안으로 발사한 2발의 미사일은 철도기동미사일 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의 일환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 연대의 실전능력판정을 위한 검열사격훈련이 14일 진행되었다"고 하면서 "철도기동미사일 연대는 14일 오전 총참모부로부터 불의에 화력임무를 접수하고 신속히 지적된 발사지점으로 기동하여 2발의 전술유도탄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목표를 명중타격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이다.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에 따라 이동하는 열차에서 설정된 표적을 타격하는 발사는 지난해 9월 15일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이번이 두번째이다.

통신은 이번 훈련이 군 지휘성원들과 국방과학원 지도간부들의 지도아래 이루어졌으며,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전투원들의 전투준비 태세를 검열하고 화력임무 수행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또 훈련을 끝낸 후 강평에서는 "훈련에서 신속한 기동성과 명중성을 보장한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 연대의 전투동원 태세가 높이 평가되었으며 전국적인 철도기동미사일 운용체계를 바로 세우고 우리 식의 철도기동미사일 전법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알렸다.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에 따라 이동하는 열차에서 설정된 표적을 타격하는 발사는 지난해 9월 15일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이번이 두번째이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에 따라 이동하는 열차에서 설정된 표적을 타격하는 발사는 지난해 9월 15일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이번이 두번째이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동하는 열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동하는 열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정된 발사지점으로 이동하여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이 동해상의 설정 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정된 발사지점으로 이동하여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이 동해상의 설정 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 연대'가 이번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미루어 전국적 체계를 갖추기 위해 주요 도 단위에 철도기동미사일 연대가 편성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발사지점과 발사거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첫 시험발사 당시 이 부대가 "새로운 국방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필요한 군사작전 상황시 위협세력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집중타격 능력을 높이며 각종 위협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을 강력히 향상시키기 위하여" 8차당대회에서 조직되었다고 밝혔다.

8차 당대회에서는 △핵무기의 소형화와 전술무기화의 촉진 △초대형 핵탄두의 생산 △1만 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의 개발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의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군사정찰위성의 운영 △500㎞ 전방종심까지 가능한 무인정찰기의 개발 등을 국방공업발전을 위한 전략적 과업으로 언급한 바 있다.

'철도기동미사일체계'에 대해서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타격 수단"이라고 평가하고는, 앞으로 지형조건과 실정에 맞게 '전법'도 연구하고 실전경험도 쌓아 철도기동미사일연대를 여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문제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후 2시 41분과 2시 52분경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탐지했으며,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30㎞, 고도 36㎞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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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통화' 방송된다... 수사 중 사건 등 일부만 금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1/15 10:34
  • 수정일
    2022/01/15 10:3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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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김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중 일부만 인용... "보도 공익성 인정"

22.01.14 18:29l최종 업데이트 22.01.14 18:45l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허위 이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나오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허위 이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나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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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의힘은 김건희씨 전화통화 음성 공개를 막지 못했다.

14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오는 16일 김건희씨 전화통화 음성을 공개하려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내용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방송금지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방송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MBC가 방송하려는 내용을 두고 단순히 사적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MBC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소송 비용의 4/5를 김건희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은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발언, 언론사에 대하여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 에 대해서만 방송을 금지했다.


앞서 13일 김건희씨 쪽은 전화통화 음성을 공개하려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14일 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졌다(김건희 측 "연약한 여성 인격 짓밟아"... MBC 측 "국민이 알아야 할 대상" http://omn.kr/1wwb2).

법원 "김건희씨 통화내용 보도 공익 위한 것"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박병태)는 "MBC가 보도하려는 내용은 이아무개 기자가 김건희씨 동의 없이 사적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그 수집절차가 위법하다"는 김건희씨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은 대화당사자인 채권자(김건희씨)와 이아무개 기자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 등을 금지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점, MBC가 이 사건 녹음파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또한 MBC가 보도하려는 김건희씨의 전화통화 내용을 두고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 방송 내용은 '이 사건 녹음파일의 입수 및 보도 경위', '윤석열 후보의 정치행보에 대하여 채권자가 조력자 역할을 한 내용', '여러 정치 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채권자가 밝힌 견해', '채권자가 반론 내지 해명을 할 경우 보도할 예정'이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고, (중략) 채권자(김건희씨)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하여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채권자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내지 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 등에 기여하는 내용이라고 봄이 상당한바,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또한 MBC가 방송하려는 내용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 채무자(MBC)는 이 사건 방송의 목적으로 향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배우자가 정치적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러한 목적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 대통령 후보자 배우자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나 정치적 견해는 유권자에게 알려져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투표의 판단자료로 제공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 설령 이러한 내용으로 인하여 채권자의 사생활 및 인격권이 일부 침해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선거에 있어서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를 도모하는 공공의 이익에 의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비방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용인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공익성을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방송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재판부는 또한 "채권자(김건희씨)에게 불리한 내용만 악의적으로 편집, 방송하거나 채권자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채권자의 발언을 왜곡하여 허위사실을 방송할 우려가 있다"는 김건희씨 쪽 주장을 물리쳤다. "채무자(MBC)는 2021년 12월 29일 경부터 채권자 내지 채권자측 관계자들에게 채권자의 반론 내지 해명 등을 듣기 위한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채권자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 수사중인 사건 관련 발언 ▲ 언론사에 강한 불만 발언 ▲ 일상생활 대화는 방송 금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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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쪽은 "이 사건 방송 내용에 일상생활에서의 지극히 사적인 대화 내용에 불과하거나 상대방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기 위한 발언, 배우자로서 쉽게 언급할 수 있는 발언 등이 포함되어 있는 바, 이에 대한 방송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무자(MBC)는 위 내용이 이 사건 방송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 바, 채권자(김건희씨)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수사 중인 사건 관련 김씨의 발언을 공개했을 경우 향후 형사절차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진술 거부권 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언론사에 불만을 표현하는 부분 역시 "국민들 내지 유권자들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 역시 방송금지가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었다.
태그:#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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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원인은? "우유·고기까지, 기업들이 팬데믹 악용해 가격 올리고 있다"

[워싱턴 주간 브리핑] 美 인플레 대기업 독점 탓?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건 착취다. 이것이 지금 육류와 가금류 산업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독립 육류 가공업자와 축산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육류 가격은 2021년 10월 기준 전년 동월에 비해 19%나 올랐다.(<워싱턴포스트>(WP), 1월 12일자 보도)

 

美, 40년 이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육류 가격은 20% 가까이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올랐다고 미 노동부가 12일 밝혔다. 이는 1982년 2월(7.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했다. 2021년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 올라 40년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프레시안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적체 현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육류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다. 이 배후에 '기업 독점' 현상이 있다고 보는 것인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의 육류 가격은 상위 4개 회사(카길, 타이슨푸드, JBS SA, 내셔널 비프 패킹)가 전체 시장의 55%에서 85%까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노동 집약 산업인 육가공업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고 가격 상승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위 4개 정육회사들의 총이익은 120%나 증가했다면서 일부 기업들이 팬데믹을 기회 삼아 초과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는 바이든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우유부터 휘발유까지 기업들이 팬데믹 악용해 가격 올려"


 

이런 문제의식은 민주당내 진보진영에서 전부터 공유되던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기업들이 "우유부터 휘발유까지 팬데믹을 악용해 소비자들을 상대로 비싼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런 보좌관 출신 몇 명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를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노동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전 노동부 장관도 '대기업 독점'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는 작년 11월 <가디언>에 기고한 "우리는 미국 인플레이션의 진짜 이유에 대해 말해야 한다(We need to talk about the real reason behind US inflation)"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독점금지법 시행을 거의 포기한 이후, 미국 산업의 3분의 2가 더 집중되어 왔다"며 '독점'이 물가 상승의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G 등 제지회사, 코카콜라와 펩시 등 음료회사, 보잉 등 항공사, JP 모건 등 금융회사 등 독점적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 구조적 문제는 오직 하나 독점금지법의 공격적인 적용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P>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반독점 전문가로 상원 예산위원회  정책 고문을 지낸 매트 스톨러는 초과 이윤을 얻으려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인플레이션 상승의 약 60%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미국 기업들은 올해 1조70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2019년 1조 달러에 비해 급등한 수준이다.

 

이런 근거로 백악관은 대기업들이 인플레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육류업계 뿐만 아니라 휘발유 등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에 대해 연방기관을 동원해 반독점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재무부 장관 "중국산 제품 관세 인하가 효과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WP>는 10일 백악관과 경제부처 사이에 존재하는 입장 차이에 대해 보도했다. 재무부 등 경제부처에는 대기업 독점이 분명히 문제 있지만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지난 몇개월 사이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엔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들도 다수라는 설명이다. 경제관료를 포함해 래리 서머스, 딘 베이커 등 중도나 진보성향의 일부 경제학자들도 백악관의 시각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들은 '공급망 적체' 현상이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경제 관료들은 가격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관세 완화'가 보다 직접적인 대응책이라고 본다. 자넷 옐런 재무부 장관도 지난 12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전임인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된 관세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백악관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관세 철폐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반중국' 정서에 거스른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영향은 클 수 있어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위기도 독점 때문에 발생한 것" 

한편, 진보성향 잡지인 <워싱턴 먼슬리>는 12일 "애초에 공급망이 왜 그렇게 취약하냐를 따져보자"면서 "해답은 독점, 특히 산업합병과 금융계(월스트리트)의 단기 이익에 대한 요구에 기인한 산업 공동화 현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인 반도체를 생각해 보라.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엄청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 최대 제조업체인 인텔이 다른 경쟁업체 대부분을 사들이거나 몰아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제조 능력을 매각했다. 이는 인텔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아시아 반도체 공장의 운영이 멈췄을 때 공급량을 늘릴 국내 여력은 부족했다. 이는 결국 자동차에서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반도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의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또 미국으로 운송되는 화물선의 문제도 독점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 해운은 25년 전 미 정치권(워싱턴)이 규제를 풀기 이전에는 규제가 엄격한 산업이었다. 규제 완화로 인해 3대 거대 운송동맹은 모두 외국자본이 소유하게 됐고, 이들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게 됐다. 또 이들은 로스앤젤러스와 롱비치와 같은 일부 항구에만 정박할 수 있는 초대형 화물선을 건조했고, 이들 항구가 미국 운송량의 40%를 차지하게 됐다. 이처럼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은 운송 가격을 낮게 유지했지만, 이 취약성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기여하고 있다."

당초 바이든 정부나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예상보다 팬데믹이 더 장기화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서둘러 금리 인상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룸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식료품, 주택, 교통비 등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당초 계획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이슈를 최대한 정치적 이슈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통과시킨 코로나19 부양책, 1.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 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의 한 슈퍼마켓의 텅 빈 육류 제품 진열대. 공급망 위기와 오미크론 사태, 겨울 폭풍 등이 겹쳐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생필품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140411146809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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