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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대외전략 이미 다 공개..반복 필요 느끼지 않았을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1/08 09:28
  • 수정일
    2022/01/08 09: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초점] 노동당 전원회의 분석..'농업혁명 직감, 식량자급 관건적 고삐 쥔 셈'

  • 기자명 강문 
  •  
  •  입력 2022.01.07 14:43
  •  
  •  댓글 1
 

많은 이들이 2022년 1월 1일 발표된 북한의 당 전원회의 관련 보도를 당혹감속에 접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신년사는 생략되고 당 전원회의나 당대회 결정서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번엔 특히 대남 및 대외전략을 비공개로 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와 결론, 결정서에 대해서도 극도로 보도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해 당 및 국가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년메시지는 언제나 주목받아왔으나 충분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자 전문가들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북에서 오랜 세월 대외경제일꾼으로 일하다 2018년 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문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주요 결정사항과 특징 등에 대해 정리했다.

강씨는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활동해 온 북측 중앙부처 간부급 대외경제일꾼이다. [통일뉴스]의 서면 질문에 서면으로 답변이 왔으며, 아래 강문씨의 답변을 중심으로 문맥 연결에 문제가 없도록 일부 문장을 수정하여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북한은 1일 당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대남 및 대외관계에 대해 원칙적 문제와 전술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짧게 언급하고 내용은 비공개했다. 전원회의 결정서는 물론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와 결론 등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은 1일 당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대남 및 대외관계에 대해 원칙적 문제와 전술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짧게 언급하고 내용은 비공개했다. 전원회의 결정서는 물론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와 결론 등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020년엔 당 전원회의 결정서, 2021년엔 당제8차대회 결정서, 올해는 제8기 제4차 당 전원회의 결정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당연히 2022년 신년사가 별도로 없었으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8기 제4차전원회의 결론을 신년사로 보아야할 것 같다.

구태의연한 허례허식과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현실과 실천을 중시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리더십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김 총비서는 굳이 좌석을 따로 만들어 신년사를 하는 것보다는 때마침 연말에 진행된 전원회의를 결속하면서 신년사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과 다름없는 결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특이한 기회나 조건이 조성되는데 따라 여러 형태로 신년사와 같은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신년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당 회의에 대한 보도에서는 보고와 결론의 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상세히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번 제8기 제4차 당전원회의 결정은 비공개에 가깝다. 특히 대남, 대외관계 결정은 철저히 비공개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일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대남·대미 문제와 달리 지난해 성과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개했는데, 상세히 표현이 안 된 부분은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5개년간 목표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진행하거나 항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남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즉, 한국이 나오는 태도만큼 반응하며, 북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와 이중기준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도 없고 종전선언도 의미가 없다는 의사표시로 읽힌다.

4.27선언 이행 분위기로 돌아가지 않는 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도 북으로서는  한갓 겉발림인 임기 말의 정치적 쇼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굳이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만큼 새로운 게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외관계에서도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북을 존중하는 평화공존적인 국가들과는 자주, 친선 평화의 대외적인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제재의 영향력을 극소화하는 방향에서 대외활동을 진행할 것지만, 미국을 비롯한 적대국들과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자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 대하여서는 한동안 기다려왔지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조건에서 미국이 실제적인 조건을 먼저 취하지 않는 한 절대로 양보하거나 회담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그들이 먼저 행동하고 회담장에 나올 때까지 압박하거나 안달이 나게 하는 지연전술을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도 그런 의도가 담긴 압박용이라고 본다.

북은 미국의 어느 정권이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을 핵 완성의 길로 가게 한 역대 부시,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에 조금은 고마워하고 '전략적 인내'로 질식시키려 했던 오바마,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에는 반대로 '조선식 인내전술'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은 이 기회에 핵무기의 부단한 현대화를 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어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 문제 또한 이미 공개할 만큼은 다 했으니 다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이나 그 공조세력이 북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게 만들려는 계산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전원회의 결정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공개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통상 당 대회 결정이나 신년사가 발표되면 전당적인 집중학습이 진행되고, 이는 다른 근로단체 조직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종과 직급, 소속단체에 따라 학습반이 구성되어 있고 여기 맞게 학습 제강이 제공된다.

당 정책 작성과 집행에 책임이 큰 학습강사에게는 학습토론을 지도할 토론 제강이 별도로 제공되며, 이 제강에는 충분히 세부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학습토론을 통해 전원회의 핵심사항을 파악하게 되고 서서히 주민들에게도 알려지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파악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나중에 당 문헌으로, 단행본으로 출판 배포되기도 한다.

또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은, 지난 8차당대회 이후 이번 당 전원회의까지 나타난 분과별 연구 및 협의회 절차에 주목해서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총의 수렴'방식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당 전원회의 분과별 회의는 지금까지 늘 진행되던 회의방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날짜가 오래 걸린 것으로 보아 더 심도있고 신중하게 논의한 것 같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전원회의가 열린 당 본부청사 등에 걸려있던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는 구호에는 '위대한 인민, 사랑하는 후대들을 위하여 5개년계획의 두 번째 해인 올해에 지난해보다 더 과감하고 정확한 실천행동으로써 당이 제시한 과업을 책임적으로 완수하여 현행생산을 활성화하고 정비 보강사업을 보다 힘 있게 추진하면서 인민생활의 안정 향상을 위한 실제적인 성과들을 이룩하기 위한 결사전을 벌여서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을 별도 의정으로 강조해 보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농업에서 뭔가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당 전원회의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문제를  별도의 의제로 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심을 가지게 하는 뚜렷한 진일보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데 대해서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북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했던 2021년에 농업생산계획을 완수했고 다수확농민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뭔가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데는 지난 한 해 동안 시험적으로 해본 어떤 농촌경영방법에서 확실한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의 노래 가사 중에 '쌀독이 곧 시회주의'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북에서 경제의 중심에는 항상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난의 행군'과 선군시기에도 농촌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미제의 과제로 남아 있었으며 이는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 매지 않도록 하며' '인민생활에서 실제적인 향상을 이룩하는'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결정적 문제이다.

지금과 같이 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절실한 문제이다.

이런  가운데 대내외에 보란 듯이 '우리나라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전원회의 의제를 공개했으니 자신감이나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밝힌 지난해 성과와 새해 과업 부분의 핵심은 농업문제라고 생각한다.

농업부문의 성과 요소는 크게 4가지로 본다.

첫째, 밀재배를 늘려 흰쌀과 함께 주식으로 바꾸어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이다. 겨울 작물인 밀은 경지면적이 제한된 북에서 유일하게 이모작 작물로 성공할 수 있는 알곡이다.

'흰쌀밥에 고깃국'을 인민생활 향상의 목표로 내세웠던 북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국수, 만두 등 분식과 함께 빵이 어느덧 주식을 대체할 정도로 밀가루를 즐겨먹고는 있지만 여전히 휜 쌀밥만 주식으로 여기는 관습적인 사고가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북에서는 논곡식의 왕인 흰쌀과 밭곡식의 왕이라 일컫는 '강냉이'(옥수수)만 주력할 뿐 밀 생산 확장에 거의 무관심 했다. 특히 빵을 만드는 밀가루는 대체로 수입에 의존했다.
    
밀농사가 여러모로 귀찮은 작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밀은 충분히 주식으로 대신할 수 있는 곡물이며 이번에 식생활문제로 언급된 것은 아마도 밀종자의 개량이나 재배방법의 혁신 또는 이모작 곡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원회의에서 공개된 것을 보면 이같은 추측이 더 이상 억측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김 총비서는 "우리 인민의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는 데로 나라의 농업방식을  지향시키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밝혔다"고 했다. 

또 전원회의 보도는 '농업부문에서는 국가의 벼와 밀소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게 필요한 재배면적을 확보하는 사업을 계획적으로 내밀고 선진적인 재배방법을 도입하며 영농작업에 기계수단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건조시설을 꾸리는 것과 함께 밀 가공능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 되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 올해부터 그 효과를 보게 된다면 북은 앞으로 식량을 충분히 자력 할 수 있는 관건적인 고삐 하나를 쥐게 된 셈이다.

둘째, 새로운 농촌관리체계인 분조관리제(포전담당제)의 효과로 수많은 다수확농민이 등장하였고 지난해 어려운속에서도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그들을 치하해 감사문을 보내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정치적 및 물질적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셋째, 매년 수십만 톤의 비료를 수입하던 북이 봉쇄로 막힌 속에서 비료도 자급자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공업에서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재해성 기상현상과 장애요인들에 예견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밀농사 현실화 △포전담당제의 효과로 다수확농민 등장 △비료 자급자족 △재해성 기후현상을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성과를 바틍으로 어떤 난관이 닥쳐도 버틸 수 있는 농업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공예작물과 잠업 생산문제는 그동안 알곡생산에 치우쳐  오래 동안 언급되지 않던 중요한 지표로서 자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북은 지난해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가 완성되어 내각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낡은 사업체계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사업방식 등을 제거하는데 품을 들였다고 했는데, 내각책임제로 여러 살림살이를 통일적으로 관리하는데 성공한 듯 싶다.

강철생산과 전력생산에도 전환이 일어났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북은 이미 자력자강의 문 어귀에 들어섰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을 위해 필요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 남측 및 국제사회의 대북 백신 제안 등에 응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은 코로나 뿐만 아니라 지난 시기 여러 팬데믹도 자력을 잘 대처한 충분한 경험과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있다. 그렇다고 북이 국제사회와 공조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교류하겠지만 미국과 한국의 제안에는 전술적으로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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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못 받는 당신, ‘3.3%’ 떼이고 있나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분식집 주방 모집합니다. 주5일 근무시간 9시~9시. 3.3 신고되는 분만 모집합니다.”

“카페 아르바이트 쓰시는 사장님들, 주5일 1시간인데 3.3 떼시나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이런 글들이 자주 보인다. 반복되는 ‘3.3’, 사업소득세 3.3%를 뜻한다. 의미를 알고 다시 글을 읽으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직원과 관련된 글에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라니.

거꾸로 생각해보자.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대상은 누굴까. 프리랜서다. 그렇다면 사장님들이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를 고용한다는 말이 된다. 분식집 주방장과 카페 서빙 아르바이트생이 프리랜서라니. 여전히 이상하다.

업종 불문 전국의 사장님들이 프리랜서를 찾고 있다.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해 근로기준법을 빗겨나가려는 꼼수다. 개인사업자인 프리랜서는 노동자와 달리 주휴수당, 연차, 4대 보험, 퇴직금, 해고 제한 등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한다.

일부 악덕 사장들의 일이 아니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노동자에게 노동자성을 빼앗는 고용 형태가 기본이다. 더는 택배/배달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일부 업종의 문제만이 아니다.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속인, 이른바 ‘가짜 3.3’ 사업장 고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권리찾기유니온의 정진우 사무총장을 만나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진우 사무총장ⓒ권리찾기유니온

4대 보험 미가입
노동자를 노동법 바깥으로 밀어내는 신호

‘가짜 3.3’ 고발 운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 과정에서 시작됐다.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피하려고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사용자들을 쫓던 중, 가족 등 명의로 서류상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서류 쪼개기형)보다 주된 꼼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직원 미등록형이다. 이른바 4+α(알파)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직원이 7명이라면 4명까지만 4대 보험을 가입시키고 나머지 3명은 가입시키지 않는다. 4대 보험 미가입으로 노동자의 존재를 감추고 상시 근로자가 4명인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식이다.

권리찾기유니온 기자회견ⓒ민중의소리

물론 ‘4대 보험 미가입자=노동자 아님’이 바로 성립되는 건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제도 등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노동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결정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 위장술의 효력은 강력하다. 부당해고로 노동청이나 무료 법률센터를 찾았을 때 문제의 사업장이 위장일지라도 5인 미만으로 분류됐다면 그대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일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α(알파)는 얼마든 늘어날 수 있다. 정 사무총장은 “상담했던 한 고객센터의 경우 관리인 1명만 4대 보험 가입자였고, 전화를 받는 직원 150명은 미가입자였다”고 말했다.

“4대 보험 미가입은 노동자를 노동법 바깥으로 밀어내는 신호”라고 그는 지적했다.

3.3%,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하는 꼼수

하지만 4대 보험 미가입은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드러나기 어렵다. 그래서 권리찾기유니온이 찾아낸 것이 바로 사업소득세 3.3% 원천징수다. 근로소득자(노동자)가 아닌 사업소득자(노동자 아님)로 위장하는 적극적 행위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3.3%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보통 식당, 카페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업장들이다.ⓒ아프니까 사장이다

사장님이 아니라면 익숙지 않은 개념이다. 우선 사업소득세는 독립된 사업으로 용역을 공급하고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특정 사업주에게 고용된 직원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은 급여에 대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와는 취지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도 근로소득세와 같은 방식으로 해당 비용을 지불한 사업주가 원천징수하여 세무서에 납부한다. 쉽게 말해 소득을 번 사업소득자가 아닌, 금액을 지급한 고용주가 대신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계약금이 100만 원이라면 고용주는 사업소득세 3만3천 원을 제외한 금액을 사업소득자에게 지급한다. 세무처리는 4대 보험 등록보다 간편하다. 고용주는 3만3천 원을 모아뒀다가 일정 기간(월별 또는 6개월)마다 세무서에 납부하면 된다.

세무서에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업소득자가 처리할 세금은 없다. 이에 사업주가 3.3%를 뗀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자신이 3.3% 환급대상(저소득자)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3.3을 대신 받아준다’며 환급금을 조회해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아주는 사이트가 흥행한 이유다.

사업소득세 3.3%를 대신 환급받아준다는 사이트. 편리하지만 민간 사이트라서 환급금의 2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국세청 홈텍스 사이트에서도 누구나 환급금을 조회하고 돌려받을 수 있다.ⓒ삼쩜삼

정 사무총장은 “사이트를 통해 환급받는 세금 평균이 20여만 원이라더라. 떼인 세금이 20만 원이면 떼인 임금은 얼마일까”라고 지적했다.

‘가짜 3.3’, 현실에선?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을 계약서 형식에 따라 A, B, C 형으로 나눴다.

A형:무작정형
A형의 계약서들은 막무가내다.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4대 보험 가입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계약서에 ‘세금은 3.3%로 적용한다’고 대놓고 끼워 넣거나 ‘4대 보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는다. 급여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으로 나눠 신고한다는 계약서도 있다.

처음 소개했던 글처럼 음식점·카페·숙박·노래방 등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노동자들이 A형과 같은 계약을 체결한다. 3.3%의 존재를 모르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알아도 채용 단계에서 거부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B형:이상한 계약형
B형은 A형만큼 허술하진 않다. 도급·위탁·용역 계약을 맺고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한다. 하지만 계약형식만 위장했을 뿐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노무 환경은 똑같다. 근무·휴게 시간, 업무보고, 해고 사유 등에 따라 일을 시키면서도 계약형식과 4대 보험 미가입을 근거로 사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식이다. ‘일할 땐 노동자, 해고할 땐 사장님’인 격이다.

B형 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을 경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한 노동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업주가 계약형식을 선택했는데 입증 책임은 노동자의 몫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 집회 자료사진.ⓒ뉴시스

C형:사장님 위장형
C형은 널리 알려진 택배·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이다.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등록시키거나 개인사업자 등록자와 노무 계약을 체결한다.

정 사무총장은 “대기업들이 계약형식뿐 아니라 전문적인 노무관리로 특수한 고용 형태를 도입했다. 이에 고용 형태가 전국적으로 표준화됐다. 직군이 한정적으로 표현되는 이유다. 법적으로 유리하도록 사 측이 근로관계 전반을 위장해 개별 대응으로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업자 등록증 없는 사장님?

C형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있다. 지휘·감독을 받아 일할지라도 세무법상 개인 사업을 이끄는 사장님이다. 그러나 A·B형은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 법적으로도 사장님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용주는 무슨 명분으로 사업소득세 3.3%를 뗄까?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에서 업종 분류코드를 ‘기타 자영업’으로 입력하면 문제가 없다. 원래 바둑기사·프로야구 선수 등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계약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분류코드가 악용되고 있다.

최근 기타 자영업이 크게 늘었다고 정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2019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기타 자영업에 300여만 명이 등록돼있다.

12일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호 진정 접수 기자회견'에서 권리찾기유니온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1.5.12ⓒ뉴스1

“A·B형은 급속도로 늘 수밖에 없다. C형은 무한 확장하기 어렵다. 해당 산업 자체가 커지지 않는 이상 정해진 틀이 있고, 노무관리에 비용이 들어 큰 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이 특별히 고용 형태를 안 바꿔도 마구잡이로 가능한 것이 3.3이다.”

“전체적으로 노동자를 노동자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손쉽고 비용도 절감되면서 안전한 노무관리라고 여기는 것이 정석이 됐다.”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 무궁무진하다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라고 하면 특수고용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정 사무총장은 이러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새로운 산업의 대두로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가 생긴다는 건 사용자들의 프레임이다. 근로기준법이 낡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의 노무관리 방식이 진화하고 간편해지고 보편화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라는 표현도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사각지대의 정의는 거울이 사물을 비출 수 없는 각도다. 노동권 보장이 어려운 곳은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지대가 의도적으로 설정되고 있다. 사각지대가 아니라 ‘차별 지대’라고 해야 한다.”

“사업주 맘대로 노동자성 빼앗는 구조 깨자”

소송을 통한다면 A·B형은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쉽다. 문제는 법원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분식점 주방장이 실업급여를 못 받게 됐다고 했을 때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 있을까. 장시간 고비용의 법정 싸움을 선택할 노동자는 사실상 없다. 설령 소송에서 이겨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주방장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까. 다음 직장에서 또 ‘가짜 3.3’ 계약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짜 3.3 권리찾기운동 출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위장수법으로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고 4대보험을 가입시키지 않는 이른바 ‘가짜 3.3’을 통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2021.10.6ⓒ뉴스1

이에 권리찾기유니온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변 노동위원회 등이 함께하는 입법추진단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사용자 정의를 넓혀 ‘가짜 3.3’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 근로조건에 실질적·지배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사용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사용자 재정의로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4대 보험 미가입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법에 쓰여있지 않지만, 현실에선 고용주가 4대 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노동자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는데, 비용과 시간뿐 아니라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입법추진단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핵심은 입증 책임 전환이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한 뒤, 사업주가 노동자 아님을 주장한다면 사업주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을 위한 개정안이다. 정 사무총장은 “사업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노동자성을 빼앗을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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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9조 '사상 최대' 매출 달성 삼성전자.."올해 더 좋다"

기사등록 :2022-01-07 09:45

2018년 반도체 슈파사이클 매출 넘어
영업이익은 51조원..역대 세 번째 높아
연말 특별격려금 지급으로 기대치 하회
올해 영업익 사상 최고치 달성 기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279조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지난 2018년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시절 매출을 뛰어넘는 액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1조5700억원으로 증권가 기대치를 밑돌기는 했으나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기준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279조400억원, 영업이익은 51조5700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236조8100억원) 대비 17.83%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누리던 지난 2018년(243조7714억원) 매출액을 뛰어넘는 액수다.

278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치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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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8 photo@newspim.com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5조9900억원) 대비 43.29% 늘었다. 증권가에서 53조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했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58조89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역대 3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76조원, 13조8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8%, 52.49% 늘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15조8200억원)와 비교해 12.77% 줄었다. 이는 지난해 말 삼성이 지급한 특별격려금을 반영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은 직원들에게 기본급 최대 200%의 연말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연말연시 내수 진작 및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잠정 실적의 경우 각 사업부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는다.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된다.

사상 최대 실적의 원동력은 단연 '반도체'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속도가 우려보다 늦춰지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단가 상승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률이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5나노 반도체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부문 역시 반도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 역시 부품 부족(Shortage) 상황이 개선되며 전 분기 대비 4분기 판매량이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중소형 OLED 패널 역시 견조한 실적을 지속하며 디스플레이 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동반 성장했다는 평가다.

가전부문 역시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연말 성수기를 거치며 안정적인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58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D램 메모리 반도체의 업사이클 진입이 예상되고 파운드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올해 매출액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액 330조원, 영업이익 68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44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상승 사이클 시작, 파운드리 단가 상승, 엑시노스 판매량 증가와 함께 스마트폰 사업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가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P 부문은 OLED 수요 확대로 5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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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던 진보단일화, 불씨 살아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1.06 14:44
  •  
  •  댓글 0
 
 
 

정의당, 후보단일화 논의 다시 하자
민주노총과 진보5당, 7일 대표자회의 열기로

▲대선후보 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왼쪽부터) 진보당 김재연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 이백윤 후보,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경선에 참여할 전망이다.
▲대선후보 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왼쪽부터) 진보당 김재연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 이백윤 후보,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경선에 참여할 전망이다.

꺼진줄 알았던 대선후보 진보 단일화 불씨가 재점화되었다.

여영국 정의당 상임대표가 6일 상임선대위원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과 진보5당 등이 다시 단일화 논의에 박차를 가하자”고 선언하면서다.

앞서 민주노총이 주관한 진보5당 대선공동기구는 12월 말까지로 정한 합의 기한을 넘김에 따라 후보단일화는 무산되는 듯 보였다.

여영국 대표는 이날 “기득권 양당 독점정치가 짓누르는 노동자들의 삶, 기후위기에 처한 모든 생명체의 울부짖음, 그리고 차별과 배제에 억눌린 소리 없는 비명을 외면할 수 없다”며, 오는 7일 예정된 대선공동기구 실무책임자 회의를 대표자회의로 전환하여 소집할 것을 제안했다.

대선공동기구를 이끌어온 민주노총 이양수 부위원장은 “정의당의 제안을 환영하고 진보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는 SNS에 “기득권 보수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진보정치 단결에 더욱 힘을 쏟겠다”며 여 대표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노동당 차윤석 사무총장은 “경선방식의 유불리가 아니라 진보단결의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며 단일화 논의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장혜경 사무총장은 “7일 예정된 대선공동기구 회의에는 참석한다”면서도, 후보단일화 참여와 관련해선 “긴급 전국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과 변혁당은 지난해 말 이백윤 변혁당 충남도당 대표를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한편 민중경선을 준비해온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은 재점화된 후보단일화 논의에 반색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역사적 합의를 만들어내자"라고 호소했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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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하루새 ‘충돌→“대표 사퇴”→원팀’ 혼돈의 전말

등록 :2022-01-06 22:24수정 :2022-01-07 07:47 



 
극한 충돌에서 불안한 봉합까지

이철규 전략기획본부장
임명안 놓고 고성 오가

의총서 이준석 대표 성토
이, 오후 5시20분 공개연설
“대선 승리 전략 고민” 항변

윤, 저녁 8시께 의총장 찾아
이 대표와 단독 대화 나눈 뒤
“힘 합쳐 대선 승리 이끌자”
이, 윤과 포옹 화해 모양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얼싸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얼싸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일 국민의힘의 상황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전날 ‘초슬림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안’을 발표한 뒤 첫 행보에 나서려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준석 당 대표와 인선안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고, 의원들은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저녁 8시께 예고 없이 윤 후보가 국회 의원총회장을 찾아 이 대표와 원팀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갈등의 시작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였다. 윤 후보가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을 제시했지만, 이 대표는 이 부총장 임명안 상정을 거부했다. 이 부총장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대표는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이 부총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선대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윤 후보는 이날 오전에 서울지하철 5·9호선이 있는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출근길 인사는 전날 이 대표가 ‘연습문제’라고 언급한 제안 중 하나여서 이 대표를 향한 화해의 제스처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후 당사에서 따로 회동했으나 언성을 높이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윤 후보는 이 대표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선 후보가 지닌 당무 우선권을 발동해 권 사무총장과 이 부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최고위 충돌 뒤에는 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아직 볼 수 없다”며 “당 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을 할 때가 됐고 여기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박수영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사이코패스·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양아치가 있다. 당 대표란 사람이 도운 게 뭐가 있나”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낮 1시까지, 점심 뒤 오후 2시부터 3시간 넘게 의총에서 이 대표를 강력히 성토했다.

오후 5시20분께 이 대표는 의총장을 찾아 약 30분간 공개 연설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고민의 결과’라고 항변했다. 그는 “제가 지난 2~3주 동안 선거 업무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우리 후보가 파격적 방법으로 다시 한번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 태동했으면 하는 진심이었다”며 “젊은 세대가 아직도 우리 당에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머리발언 뒤 비공개 의총이 이어졌다. 상황은 저녁 8시께 윤 후보가 예고 없이 의총장을 찾으면서 변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단독 대화를 한 뒤 의총 단상에 올라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며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세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말한 뒤 윤 후보와 포옹했다. 두 사람은 어떤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늘부터 1분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윤 후보와 함께 자신의 전기차를 타고 이날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김미나 김해정 기자 mina@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6346.html?_fr=mt1#csidxbdd76157c70ba5eb893c1986da400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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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자신한 코스피 5000, 정말 가능할까?

[정책 진단] 단기 과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장기적으론 산업구조 전환이 핵심

22.01.07 06:23l최종 업데이트 22.01.07 06:23l
코스피가 전날보다 포인트 0.47포인트(0.02%) 오른 2989.24, 코스닥지수는 6.17포인트(0.59%) 내린 1031.66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코스피가 전날보다 포인트 0.47포인트(0.02%) 오른 2989.24, 코스닥지수는 6.17포인트(0.59%) 내린 1031.66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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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닙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입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우리 증시가 성장성·투명성·공정성을 갖춰 코스피 4000 시대를 넘어 5000 시대를 향해 가는 원대한 대장정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 대담에서도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한 낙관적 의지를 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자본시장이) 불투명성 때문에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저평가됐다, 그 점만 정상화해도 4500 정도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제일 주력할 부분은 자본시장 육성이다, 이게 국부를 늘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4일 기준 코스피 종가는 2989.24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 7일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후 횡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2000포인트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에도 10년 이상 1800~2100 포인트 사이를 지루하게 오갔다. 이 때문에 코스피에는 '박스피(박스권과 코스피의 합성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일부 전문가나 증시 분석가들은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에는 우리 산업구조의 혁신과 질적인 전환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크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00포인트의 토대가 허약한 만큼 과거처럼 우리 증시는 3000을 기준으로 또다시 오르내림새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공언하고 있는 코스피 5000이 목표 제시라는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 실제 실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후보는 어떤 근거로 코스피 5000시대를 언급한 것일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이번엔 될까
     
우선 이 후보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 이 지수는 전세계 기관 투자자나 대형 펀드들의 운용 기준으로 사용돼 영향력이 크다.

현재 MSCI 지수는 안정성·성장성 등을 고려해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신흥국 지수에 속해 있다. 우리 증시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요한 이유는 편입 시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규모는 2조 달러(약 2400조원)이지만 선진국 지수 추종 자금 규모는 최대 12조 달러(약 1경4300억원)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선진국 지수 편입만으로 최대 65조원의 해외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세계적인 벤치마크 지수로 MSCI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FTSE 지수의 선진시장에 편입했다. 그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국계 자금은 4770억원에 불과했는데 선진 지수 편입을 전후로 3분기 자금 유입 규모가 3조원까지 늘었다.

이 후보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총생산은 세계 9위이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역시 세계 8위로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라며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도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올렸는데 자본시장만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62조원의 외국인 자금 순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난달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고려할 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편입까진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8년과 2015년, 지난해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편입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4시간 역외 원화 거래를 허용하고 공매도를 전면 실시하는 등 외국계 자본이 원하는 대로 국내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역외 외환시장을 열어줄 경우 시장 불안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공매도 전면 실시의 경우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 외환 관련 제도"라며 "우리 정부는 수출 기업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는데 앞으로는 수출 증대와 자본시장 발전 중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미 울리는 대주주의 횡포... 어떻게 막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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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수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들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소수의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들을 약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공분을 사고 있는 '물적 분할'이 대표적이다. 기업 분할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는데 인적분할은 사업부 분할로 새로 생기는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률대로 신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적분할의 경우 핵심 사업부를 쪼개 100% 자회사로 만든 후 따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에는 타격이 없지만 소액주주들의 경우 신주 발행에 따라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의 물적분할 사례다. LG화학은 핵심 사업부분인 2차전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 올 1월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기존 주주들은 하루아침에 LG화학의 석유화학·바이오사업에만 직접 투자하게 된 셈이다. 분할 전 LG화학의 주가는 최고 1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최근엔 60만원대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재벌이라 불리는 소수의 대주주가 다수의 일반 주주 몫을 가져간다는 데 있다"며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분을 따로 떼어냈는데 이로 인해 사라진 소액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사실상 지배주주인 구광모 LG회장 등이 가져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도둑질로 비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더라도 기업의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생겼을 경우 주주들이 집단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 기업들처럼 자회사를 쉽게 상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회사들을 상장하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막고 불만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관련 규정을 정비해 물적 분할 시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막거나, 자회사 상장 때 발행된 신주를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기업의 분할·합병에 대해서 소액주주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소액주주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자회사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 시 모회자 주주에게 신주의 일정비율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대주주와 다른 주주들과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 요인이었다"라며 "예를 들어 내가 한 기업의 주식을 사려면 경영진 등 내부 인사들이 '내 돈을 잘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퍼즐은 산업구조 전환

하지만 이같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만으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의 개편과 질적 도약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도 <삼프로TV> 대담 당시 '제조업 기반의 한국 산업구조가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를 만들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요소가 산업 전환"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 후보는 "국내 기업들은 한계비용이 높은 산업에 대부분 의존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트렌드는 미래 산업,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갈 것"이라며 "국가의 인프라 투자와 인재 양성,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스피는 우리나라 핵심산업으로 중화학 공업 중심의 제조업이 자리잡았을 때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이후 같은 제조업 기반이지만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과 수익성이 개선됐을 때 2000포인트, 반도체 등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IT 기반의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고 나서 3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4000포인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 등 새로운 산업들이 핵심 기반으로 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조업은 마진은 적은데 이익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적정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며 "반면 설계나 플랫폼,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 등 산업은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 고정비를 넘어서면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에 같은 수익을 벌어들여도 제조업보다 PER이 2~3배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전환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국내 산업구조가 4차 산업 위주로 변해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부 주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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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화재 참사 반복에 안전관리 소홀 책임 물어야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입력 2022.01.07 07:58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쿠팡 화재와 비슷…대형 창고 안전사고 예방 소홀했나
창고화재 가연성 물질 많아 위험 현장, “사명감에만 기대는 것도 문제”
국민일보 갈등과 봉합, 중앙일보 “이준석, ‘청년꼰대’로 전락했다”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현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숨졌다. 언론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숨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흡사하다며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전사고 예방이 소홀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창고 화재에서는 가연성 물질이 많아 매우 위험한 현장으로 분류돼, 화재진압 인력을 내부로 투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6일 내내 갈등을 보여줬던 국민의힘이 밤늦게 의원총회에서 봉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의 권력다툼을 지적하며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대표로서 갈등을 야기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표에 ‘청년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판했다.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는 1면에 모두 소방관이 3명 순직한 평택 냉동창고 화재를 다뤘다.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의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소방관 3명 순직”
국민일보 “또 물류창고 화재 소방관 3명 끝내 주검으로”
동아일보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서 화재 소방관 3명 순직”
서울신문 “세 명의 소방관이 돌아오지 못했다”
세계일보 “화마에 또 스러진 소방관들”
조선일보 “불길 뛰어든 26세 신입 소방관까지 끝내…”
중앙일보 “또 소방관 쓰러졌다, 평택 냉동창고 불끄다 3명 순직”
한겨레 “되살아난 불길 소방관 3명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일보 “또…3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7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7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 소방위(50), 박수동 소방교(31), 조우찬 소방사(25)가 6일 낮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는 지난 5일 지하1층~지상7층 연면적 19만9762㎡ 규모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5일 오전 큰불은 잡았지만 불길이 다시 커졌다. 소방당국은 1층에서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에는 산소용접 작업 등을 위한 산소통 및 LPG통, 가연성 물질인 보온재가 다량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2층에서 거세져 소방대원 5명이 현장에 고립됐고 2명은 탈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의 경우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이다 보니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이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개인안전장구를 착용했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갑작스럽게 고립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비슷…대형 창고 안전사고 예방 소홀했나

언론은 이번 화재가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숨진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역시 큰불이 한번 진화된 뒤 다시 불길이 치솟았고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당시 52세)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경향신문 10면. 
▲7일 경향신문 10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이어진 10면 기사 “반년간 뭐했나…또 목숨 앗아간 물류창고 화재”에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불길이 재확산한 이유는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평택 냉동창고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앞선 사례와 같이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공사는 물론 정부도 안전사고 예방 소홀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또 공사장 화재로 소방관 3명 사망,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에서도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한 게 불과 6개월 전”이라며 “사고 때마다 정부당국이 예방 대책을 내놓고 공사 현장의 안전을 강조하는데도 비슷한 형태의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선 사례와 같이 안전 조처가 미흡했다면 시공사나 감독 관청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 썼다.

소방대원들의 사연들도 전해졌다. 경향신문 10면 “예비신랑 포함 ‘한솥밥 동료’ 셋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들 오열” 기사에서는 “이날 순직한 소방관들은 모두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에서 근무하는 동료다”라며 “팀장인 이 소방위는 1994년 7월 임용된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 총괄을 맡았다.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박 소방교는 2016년 2월 임용됐고,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조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신참 소방관이다. 조 소방사는 올해 동료 소방관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고 전했다.

▲7일 조선일보 10면. 
▲7일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의 경우 1면 제목을 “불길 뛰어든 26세 신입 소방관까지 끝내…”라고 뽑기도 했다. 10면에도 소방관들의 사연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화재가 발생한 현장이 신축 공사 중인 창고여서 진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과, 작년 쿠팡 물류센터와 비슷하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가 인명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신축 공사장은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 완공 건물보다 위험요소가 많고 소화장치도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불을 끄기 어려운 조건이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에서는 약 1년 전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12월 20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 현장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부실 시공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평택시는 이번 화재와 관련,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밤샘 공사 지시와 공사 중 부주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경찰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위험 현장, “소방관 사명감에만 기대는 것도 문제”

한겨레도 6면에 “가연성 물질 순식간 다시 활활, 베테랑 예비신랑 신참 덮쳐”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이 기사 역시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를 언급하며 ‘공사 현장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한겨레에서는 소방당국의 상황판단 훈련과 교육을 언급했다.

▲7일 한겨레 6면. 
▲7일 한겨레 6면. 

이 기사에서 인용된 민세홍 가천대 설비소방공학부 교수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에서 봤듯이 대규모 물류·냉동창고 화재 때는 가연성 물질이 많아 다시 불길이 커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진압 인력을 내부로 투입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현장에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대책이 마련됐고,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알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상황판단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역시 이날 사설에서 “대형 화재로 소방관들의 희생이 늘어나는 점도 안타깝다. 최근 10년간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이 전국에서 49명에 이른다”며 “현장의 위험 요소를 충분히 판단한 뒤 소방관을 투입하는 등 안전 매뉴얼을 갖추고, 무리한 인력 투입을 방지할 드론·로봇 등 첨단 장비 확충에도 서둘러 나서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희생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이준석, ‘청년꼰대’로 전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정한 이철규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두고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인사로 지목해 국민의힘 갈등이 또다시 분출됐다. 의원들은 이 대표 퇴진까지 요구할 정도였는데 이날 밤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대표는 6일 의총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청년세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선거 승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가 의총장에 등장해 갈등이 봉합하는 모양새가됐고 윤 후보는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며 “지난 일을 다 털고 오해했는지, 안 했는지는 잊어버리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갈등과 갈등 봉합에 대해 언론은 전날 윤석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등 쇄신 선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낮부끄러운 권력투쟁이라고 비판했다.

▲7일 한겨레 사설. 
▲7일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가까스로 갈등 봉합한 국민의힘, 공당다운 모습 보여야”에서 “국민의힘은 조속히 국가경여의 비전과 정책을 다듬어내놓아야한다”며 “낯부끄러운 권력투쟁이 재연될 경우 회복 불능의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비판은 보수 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공통적이었다. 한겨레도 “국민의힘 극한 갈등 봉합, 더는 볼썽사나운 모습 없어야” 사설에서 “이 대표도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자중해야 한다. 선거 캠페인 일정이나 전략 문제로 사사건건 후보와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후보의 당선을 목표로 당을 이끌어야 할 대표가 내부 분열의 불씨가 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7일 중앙일보 사설. 
▲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이준석, 제1 야당 지도자 자격 있나”에서 “지난해 7월 윤석열 후보가 입당한 직후 ‘대표 패싱’ 논란을 제기하며 분란을 부추기기 시작했고, 네 달 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윤 후보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며 “그간 이 대표의 언행을 보면 진심이 담긴 고언이 아니라 감정이 실린 원색적인 비난과 극단적 행동으로 윤 후보에게 흠집을 내는 데 집중해 온 인상을 준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구태 정치를 확 바꿔 줄 새 바람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도를 넘은 내부 총질과 자기 정치로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의 열망을 저버리고 ‘청년 꼰대’로 전락했다”며 “제1 야당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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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남기고 ‘마이웨이 윤석열’, 성공할 수 있을까

등록 :2022-01-06 04:59수정 :2022-01-06 07:3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을 63일 앞둔 5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윤석열식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고 자신을 축으로 한 ‘초경량 실무형 선대본부’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결정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대책기구와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다”라며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제시한 선대위 개편안을 공식 거부하고, 김 위원장도 사실상 해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정책·정무·공보 등 핵심기능을 자신 직속의 총괄상황본부로 일원화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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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구설이 끊이지 않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도 이선 후퇴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저와 가까운 분들이 선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민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그런 걱정을 끼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핵관’으로 꼽히던 권성동 사무총장과 윤한홍 의원은 이날 당직과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했다.

 

아울러 윤 후보는 4선의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조직·정책·전략·홍보 등 핵심 기능만 선대본부에 남겨둔 채 나머지 본부는 모두 해체하기로 했다.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검사 출신인 그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지냈다.

 

선대위 해체, 김종인 위원장과의 결별로 요약되는 윤 후보의 결정은 자신의 방식대로 남은 60여일의 대선을 치르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쪽은 초심과 정권 교체를 부각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정권 교체를 위해 정치의 길로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망가진 공정과 상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며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섰던 뚝심과 강단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윤 후보는 급속히 이탈하는 청년층에게도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회견에서 “특히 지금까지 2030세대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의 결정에 긍정적인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이번 기회에 윤 후보도 심기일전해서 말조심도 하고 전문적인 것들은 공부해서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책과 정무 분야에서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중도층을 붙들어온 김종인 위원장과의 결별은 적잖은 손실이다. 여기에 윤 후보가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언을 한 만큼, 정권 심판론과 색깔론, 거친 표현을 앞세운 강경 보수 행보로 순식간에 지지율을 잃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선대위를 개편했어도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인 ‘후보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가 적절한 메시지와 정무적 판단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의 상식을 벗어난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으나 잘못된 언행과 실수가 이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26184.html?_fr=mt1#csidxa893308cdb84c4486cdd916e412f7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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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정과 상식 가치 내건 윤석열 모습 아니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1/06 09:08
  • 수정일
    2022/01/06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입력 2022.01.06 07:54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동아, 이준석 대표에 “끊임없이 분란 만들고 키워” 비판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도 결별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무형 선거대책본부 구성을 새롭게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선거대책기구와 국민의힘을 잘 이끌지 못했고,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라며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6일자 아침신문들은 2개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결단을 내린 윤석열 후보자의 소식을 1면과 사설에 다뤘다. 신문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문제는 선대위가 아닌 윤석열 후보자에게 있었다”고 지적한 뒤 “결국 윤석열 후보자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당 선대위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를 거부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6일자 경향신문 1면.
▲6일자 경향신문 1면.
▲6일자 아침신문들 1면.
▲6일자 아침신문들 1면.

신문들, “윤석열 지지율 하락, 선대위 아닌 윤석열 후보 자신” 비판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윤 후보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 ‘전혀 다른 모습’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라며 수차례 변화를 말했다. ‘모두 제 책임’,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몸을 낮췄다. 일주일 전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강공 모드를 보였던 데서 180도 바뀌었다”고 평가한 뒤 “이 같은 변화에서는 ‘이대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렸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도 3면 기사에서 “4분 동안 회견문을 읽으며 그중 절반 정도를 ‘죄송하다’ ‘깊이 반성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선거 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바로잡겠다’며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고 설명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윤 후보가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도 기존의 딱딱한 말투 대신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30분간 25명의 질문에 답한 윤 후보는 취재진에게 악수를 청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6일자 경향신문 1면.
▲6일자 경향신문 1면.
▲6일자 조선일보 3면.
▲6일자 조선일보 3면.

신문들은 윤석열 후보자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후보는 지난 연말 이후 잇단 말실수와 가족 논란, 당내 자중지란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했다. 그래서 선대위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쓴 것”이라며 “하지만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근본적으로 선대위 운영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후보 본인의 리더십 부족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후보는 아내의 허위 경력 논란이 제기됐을 때 빨리 사과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시간을 끌었다. 12일이 지나서야 김건희씨가 공식 사과했지만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였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가족 문제만이 아니라 윤 후보가 주변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고리’나 ‘윤핵관’이란 말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6일자 조선일보 사설.
▲6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게다가 야당이다. 스스로를 낮추고 경청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 뒤 “이제 윤 후보 스스로 다짐한 것처럼 완전히 환골탈태한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대본부는 중요하지 않다. 윤 후보가 겸허하게 경청하며 누구에게라도 고개를 숙이고 배우겠다는 진심을 가졌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당부했다.

▲6일자 동아일보 사설.
▲6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정치 참여 선언 반년이 지나도록 반문 정권교체의 깃발에만 매달렸을 뿐 ‘정권교체 그 후’에 대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준 게 없다”고 짚은 뒤 “이는 윤 후보도 인정했든 그 자신의 문제다. 김 전 위원장 배제, 선대위 해산 자체가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번 조치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지, 패착의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될지는 윤 후보 자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6일자 한겨레 사설.
▲6일자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윤 후보 스스로 지적했듯,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은 윤 후보에게서 비롯된 일이다. 윤 후보는 그동안 유권자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선대위라는 외형만 바꿔서는 될 일이 없다. 윤 후보 자신이 식견을 보완하고 쇄신하는 리더십으로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후보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 후보로선 이번 선거조직 개편이 ‘홀로서기’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 자평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볼 땐 그저 ‘그들끼리의 문제’일 분이다. 중요한 건 윤 후보 자신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다”고 했다.

조선·동아, 이준석 대표에 “끊임없이 분란 만들고 키워” 비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한겨레와 조선일보·동아일보는 다른 보도를 냈다. 한겨레는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며 이준석 대표에게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당부한 데 따라 ‘이준석 사퇴론’이 잦아들었다고 보도했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극한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6일자 한겨레 4면.
▲6일자 한겨레 4면.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선고조직 재편 과정에서 폭발 직전까지 가던 ‘이준석 사퇴론’이 5일 잦아들었다. 윤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며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지지율 추락으로 후보 자체가 흔들리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정리’된 상황에서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내홍까지 지속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 기자회견 이후 같은 날 오후 권영세 본부장에게 선거 운동 제안을 했지만 거부됐다며 사실상 선거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혀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권영세 본부장의 거부 의사 이후 이 대표는 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6일자 조선일보 4면.
▲6일자 조선일보 4면.
▲6일자 동아일보 4면.
▲6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이날 한때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까운 만큼, 윤 후보와의 관계를 개선할 ‘다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권 본부장과 만나 윤 후보와 국민 간 소통 접점을 마련할 방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윤 후보의 야전침대 숙식, 지하철역 인사, 라이더앱 주문 등의 제안이 닮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국민의힘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종일 ‘이준석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특히 재선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때 당 대표의 ‘내부 총질’을 더 용인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를 고립시켜 ‘식물 대표’를 만들자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면 의결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6일자 조선일보 사설.
▲6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당대표는 스스로 그만두지 않으면 사퇴시킬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제 이 대표는 당원들의 지지가 아니라 당규 뒤에 숨어 대표 자리를 유지하는 처지가 됐다”며 “대선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 대표가 한 것은 당내 분란 만들기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자연스레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줬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이 대표가 꼽힐 정도다. 실제 지금 민주당 사람들은 연일 이 대표를 지원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당 대표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긴박한 시점에 당내 분란의 한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을 느끼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당 내분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6일자 동아일보 사설.
▲6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이 대표의 메시지는 그동안 윤 후보와 주변을 비난하는 데 집중됐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후보와 긴밀히 협의해도 될 일인데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지적한 뒤 “후보 지지율 하락이 전적으로 이 대표 탓은 아니라고 해도 이 대표가 당 분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자리가 빈 당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 내분은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선대위 쇄신의 첫발도 내딛기 전에 당 대표가 다시 어깃장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로 아무리 정권교체를 외친들 뭐 하겠는가.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파격적으로 ‘30대 0선’ 당 대표를 밀었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이 대표가 숙고할 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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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턱걸이' 이재명, 남은 기회는 한 달

[분석] 3차 베이스캠프까지 등정 성공... 세 가지 풀어야 정상 보인다

22.01.06 06:08l최종 업데이트 22.01.06 06:08l
MBC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가 베이지안 동적선형모델(dynamic linear model)을 활용, 여론조사 선호도값을 도출해내는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프로젝트 홈페이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월 1일 기준으로 39.6%를 기록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4.3%였다.
▲  MBC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가 베이지안 동적선형모델(dynamic linear model)을 활용, 여론조사 선호도값을 도출해내는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프로젝트 홈페이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월 1일 기준으로 39.6%를 기록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4.3%였다.
ⓒ MB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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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MBC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가 베이지안 동적선형모델(dynamic linear model)을 활용해 2022년 1월 1일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도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호도 값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초만해도 31.7%까지 주저앉았다. 10%p 넘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뒤진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꾸준히 1%씩 쌓아 '마의 40%' 코앞까지 왔다. 반면 가족 비리 의혹과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윤 후보는 꾸준히 내려와 현재 34.3%를 기록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현재 '이재명 박빙 열세'라고 판단한다. 그간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와 가족 리스크에 내분까지 벌어진 반면,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의 등판,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등 차근차근 결집 행보를 보여왔다. 그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은 여론조사에 제대로 잡히지 않고,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로 과대표집되면서 '이재명 우위'라는 착시효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해 볼만 하다지만... 설 전에 '확고한 우위' 점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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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다만 선거구도는 '해 볼만한 싸움'이 됐다고 본다.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를 경험한 우상호 의원은 이 과정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산에 오를 때 한 번에 쭉 오를 수 없으니까 1차, 2차, 3차 베이스캠프를 치고 올라간다"며 "우리는 20% 중반, 20% 후반을 거쳐 3차 베이스캠프인 30% 중반까진 올라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선이 가능하려면 40% 초중반대에 베이스캠프를 쳐야 한다"며 "아직 3~4%p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6일 기준으로 3월 9일 대통령선거는 62일 남았다. 그런데 1월 말이면 설 연휴이고, 명절 후에는 동계올림픽, 그 다음에는 곧바로 공식 선거운동기간이다. 이때 가면 판세는 사실상 굳는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을 노리려면 설 전후엔 '불안한 40%'를 뚫고 나가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이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딱 한 달, 이 정도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5일 이재명 후보는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광주비전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민심이란 하늘의 뜻처럼 두려워해야 한다"며 "저희는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좀더 유능하고, 실천적이고, 더 많은 실적으로 증명할 거리가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로 두 가지 해법이 담겨있다. 겸손과 실력이다. 

[겸손] "다시 오만하면 끝... 수습할 시간 없다"

이번 대선은 한때 정권심판론이 60%에 육박했을 정도로 여권에 불리한 운동장이다. 민주당은 그 근본 원인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태도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그동안 오만하게 보여왔던 것들이 국민 뇌리에 있기 때문에 모든 메시지와 행보는 성찰, 반성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다시 오만하게 보이면, 수습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상황을 세월호 참사에 비유했던 일도 "비교할 데에 비교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5일 당 회의에서 "SNS에 치기어린 글을 올리거나 오만한 자세를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실력] "유권자들은 '먹고사는 문제' 제일 궁금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도 광명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이재명 신년 기자회견 “국민 대도약 시대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도 광명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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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반성과 더불어 실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민생대통령이 되겠다"며 '종합국력 5위(G5),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내일'을 약속했다.

'오늘'의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선지원 후정산' 원칙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한 일 등은 여론조사상에 긍정적인 지표로 나타나는 중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층에서 우리가 10%p 이상 이기는 것들이 많다"며 "'이재명은 뭔가 할 것 같다'고, (자영업자층)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회수 500만 회를 넘긴 유튜브채널 <삼프로TV> 방송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이 제일 궁금한 것은 '내가 먹고사는 것 어떻게 해결할 건데?'"라며 "우리는 계속 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능함을 부각시키고, 실천력을 강조하며 하나하나 포인트를 쌓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2017년과 다른 민심... "끊임없이 노력해야"

이재명 후보가 언급하지 않은 한 가지 숙제가 더 있다. '여성 표심'이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정례조사 흐름을 보면, 이 후보는 남성 사이에서 점점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층에선 다르다. 2021년 12월 26일~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87명을 조사했을 때도 남성(이재명 44%-윤석열 37%)와 달리 여성(38%-42%)들은 여전히 윤 후보를 좀더 선호한다고 나타났다. 또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에선 심상정 후보가 10% 안팎의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1.8%p).

2017년 대선 당시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크게 다른 상황에 민주당도 고민이 깊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5일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젠더 문제 관련해선 끊임없이, 얼마만큼 노력하는지가 결과값으로 반영된다는 게 저희 분석 결과"라며 "몇 가지 공약이나 어필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부족한 부분을 장기적으로 노력해서 채워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날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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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대통령 탄생, 지구 반대편에서 2차 '좌파 붐'이 전개되고 있다

[장석준 칼럼] 브라질뿐만 아니라 만년 우파 집권국 콜롬비아에서도  

 
 
 
 


 작년 12월 19일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정당연합 '존엄을 인준하라' 소속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극우파 호세 카스트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로써 칠레에는 피노체트 군부독재의 경제사회적 유산과 타협하던 기존 사회당-기독교민주당 세력보다 더 왼쪽에 선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선거로 집권했으나 1973년 쿠데타로 무너진 살바도르 아옌데 인민연합 정부의 맥을 잇는 정부의 출현이며, 2019-2020년 대중항쟁으로 시작된 새 헌법 제정 절차에 날개를 달아주는 칠레 민중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중남미 대륙 전체를 놓고 봐도 중대한 사건이다. 2000년대에 중남미 각국에서 좌파 세력이 연쇄 집권하면서 '라틴아메리카 좌파 붐' 혹은 '분홍색 물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10년대 들어 우파, 그것도 극우파 집권 붐이라는 반격에 자리를 내주는 듯 했다. 특히 2016년에 지역 내 최대국 브라질에서 노동자당(PT) 소속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탄핵을 받아 물러나자 좌파의 패배, 극우파의 승리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듯 보였다.  

 

지금 이것이 다시 정반대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회주의운동당(MAS) 소속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쫓겨났던 볼리비아에서는 모랄레스의 후계자 루이스 아크레가 2020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20년 전에는 정작 좌파 붐에서 비껴 있던 페루에서도 작년에 급진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대륙에 다시 한 번 분홍색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2000년대보다 더 강력한 것 같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역 내 또 다른 대국 멕시코에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애칭 암로AMLO)이 이끄는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 있다. 암로의 멕시코는 좌파 페론주의자들이 다시 집권한 아르헨티나와 함께 미 제국 남쪽에서 제국에 종속된 운명을 거부하는 세력들의 두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좌파 붐의 또 다른 고리인 칠레에서는 대중운동의 활기로 무장한 신진 좌파가 '분홍색 물결'을 더욱 붉은 색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은 새해에도 계속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2000년대 좌파 붐을 오히려 예고편으로 만들어 버릴 대변화의 해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올해에 대선-총선을 앞둔 두 나라,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민중에게 그 답이 달려 있다.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35)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뿐만 아니라 만년 우파 집권국 콜롬비아에서도


 

브라질에서는 10월 2일에 대선이 있다. 연방 대통령뿐만 아니라 연방 하원의원도 뽑고, 주지사, 주의원도 선출한다. 브라질 사회의 지형을 크게 바꾸는 그야말로 '총'선거다.


 

한데 대선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보든 노동자당의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1위다. 지지율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니 결선투표에서 둘이 맞붙을 경우의 판도도 보나마나다. 브라질과 아시아 어느 나라 축구팀이 겨룰 때처럼 결과가 너무 빤하다.

 

왜 이렇게 됐나? 이미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것처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극우파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이다.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AIDS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가짜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 퍼 나르니 코로나 대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정부의 무능과 방조로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이 되자 사법 당국의 대통령 수사가 시작됐고 의회는 다시금 탄핵 준비에 들어갔으며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의 반쪽만을 설명한다. 보우소나루의 추락은 설명해도 하필 룰라 전 대통령이 그 대안으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까지는 말해주지 못한다. 룰라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것은 한때 비리 혐의로 투옥되기까지 했던 룰라가 작년 봄에 연방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무효 결정을 받으면서였다. 물론 룰라가 선거 출마 자격을 되찾아서 지지율이 오른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룰라에게 쏟아진 비리 의혹이 대부분 근거 없음이 밝혀진 데 대한 대중의 화답이기도 하다.


 

룰라의 투옥도, 호세프의 탄핵도 이렇게 온통 의문투성이인 사건들이다. 노동자당, 공산당(PCdoB), 사회주의자유당(PSOL)만 빼고 상하원 내 모든 정당이 갑자기 거국연합을 결성해 노동자당 장기 집권을 만 14년으로 강제 종료시켜 버렸지만, 여러 모로 무리한 음모였고 더군다나 대안조차 준비되지 못한 파괴 행위였다. 노동자당 정부를 몰아내기는 했지만 막상 기득권 정당 중 어디에도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를 이길 카드가 없었다. 덕분에 군부 쿠데타를 찬양하던 괴짜 극우파 보우소나루가 돌연 유일한 선택지로 부상했고, 그 결과가 지금 브라질의 이 바이러스 참극이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올해 브라질 총선에서 룰라와 노동자당 및 그 연합 세력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억지 탄핵까지 관철시킨 브라질 기득권 세력이니 중간에 또 뭔 짓을 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현재 분위기는 그렇다.

 

이런 브라질 상황은 중남미의 제2차 좌파 붐에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멕시코,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구 2억의 브라질에도 좌파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때 대반격을 겪었던 분홍색 물결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하게 부활했음이 한층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룰라 제3기 정부가 과거의 노동자당 정부보다 훨씬 더 급진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라질의 지정학적 위상이다. 2000년대에도 그랬지만, 브라질의 정권이 어떤 색깔인지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선택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때에도 브라질에 룰라 정부가 있었기에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고 볼리비아에서도 쿠데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2020년대의 브라질 룰라 정부도 최소한 이 정도 역할을 할 것이다.
 

 

한데 제2차 좌파 붐이 제1차보다 더 강력해지리라 전망하는 것이 단지 브라질 때문만은 아니다. 또 한 나라가 더 있다. 바로 콜롬비아다.


 

콜롬비아. 제1차 좌파 붐 와중에도 중남미 우파의 버팀목으로 남아 있었던 나라. 우리에게는 이미 전설이 된 끔찍한 마약상들을 그린 영화나 TV 드라마로 더 잘 알려진 나라. 최근까지, 아니 사실은 지금도 밀림에서 정부군과 마약 카르텔, 좌파 게릴라, 극우 민병대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모를 이전투구를 거듭하는 나라.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극우 깡패의 협박을 받아 망명을 떠나야 했던 그 나라 말이다. 바로 이 콜롬비아도 3월 13일에 총선을 실시하고 두 달 뒤인 5월 29일에는 대통령을 선출한다.
  

 

한데 두 선거를 앞둔 콜롬비아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심상치 않다. 좌파 정치세력들이 모여 만든 정당연합 '역사적 협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다. 페트로는 2018년 대선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서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맞붙었던 인물이다.
 

 

한편 총선 결과를 예고하는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역사적 협약'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2위 역시 우파가 아니라 녹색당 등이 결성한 중도좌파 성향의 '희망 연합'이다. 마치 칠레처럼, 지금 콜롬비아에서도 몇 세대에 한 번 있을만한 커다란 변화의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콜롬비아 - 칠레처럼 대중투쟁을 기반으로 체제 교체를 향해
 

 

콜롬비아 정치는 2000년대 초까지도 보수당과 자유당이라는 전통적 양대 정당이 양분하고 있었다. 저 멀리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질 때에 총 들고 내전까지 벌였던 두 당은 1960년대부터는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패한 정치 체제를 공동 관리했다. 1960년대에 좌파 게릴라 활동이 시작된 것도, 1980년대에 메데인과 칼리, 두 전설적인 마약 카르텔이 부상한 것도 다 이러한 부패한 양당 독점 정치 아래에서였다.


 

그러나 양당 독점 체제는 중남미 다른 나라들에서 좌파 붐이 일던 그 시기에 서서히, 아주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했다. 자유당 출신이지만 보수당의 극우 이미지를 빼앗으며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알라보 우리베(2002-2010년 대통령 역임)가 보수당이 차지하던 정치 공간을 차지하면서 양당 독점 구도의 구심력에 변화가 일었다. 자유당과 보수당의 당세는 급격히 위축됐고, 선거 때마다 의회 내 기득권 정파의 합종연횡이 거듭됐다.


 

이런 기성 세력의 자중지란만 변화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변화를 더욱 앞당기려 한 노력들이 있었다. 원내 소수파이지만 대선에 계속 제3후보를 내 만만치 않은 지지를 받은 정치세력들이 있었다. 좌파 게릴라 중 제2의 세력이었다가 1980년대 말에 합법 정치 활동으로 전환한 '4월 19일 운동'의 후신 격인 '대안민주기둥'(PDA, 이하 대안민주기둥당)이 그런 세력이고, 녹색당도 비슷한 활동을 펼쳤다. 

페트로 후보도 대안민주기둥당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1960년생인 그는 불과 18살의 나이에 '4월 19일 운동'에 합류해 무장 투쟁을 벌였고, 이 때문에 18개월간 감옥살이도 했다. '4월 19일 운동'이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은 뒤에는 지방의원부터 시작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마침 전통적 양당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그는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가로 부상했다. 2002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옛 게릴라 동지들과 협력해 대안민주기둥당을 창당하는 데 앞장섰고, 언론에서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더 알린 것은 마약상들과 결탁한 우리베 정부의 부패에 맞선 목숨을 건 폭로전이었다. 콜롬비아에서 '목숨을 건'이라는 말은 결코 허세나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마약 카르텔의 협박도 페트로의 행보를 막지는 못했다.


 

페트로는 여세를 몰아 2010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대안민주기둥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때 그는 당 내 주류보다 더 급진적인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을 주창하며, 잔존 좌파 게릴라와의 평화 협정을 통한 내전 종식, 조직범죄 근절, 사법부 부패 청산, 토지 개혁 등을 주창했다. 이변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본선에서는 9.1%를 득표했다. 이 성과를 발판으로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대의 많은 시간을 우파 중앙정부와 대결하며 자신의 개혁 공약을 실현하는 데 보냈다.


 

그 사이에 당적도 바뀌었다. 대안민주기둥당 내 주류의 온건 노선과 빈번히 충돌하던 그는 결국 탈당하여 독자 조직을 결성했다. 2018년 대선에서 이 조직의 이름은 '진보 운동'이었고, 지금은 '인간적인 콜롬비아'이다. 이 조직이 좌파 게릴라 '콜롬비아 혁명군'(FARC)의 후신인 합법 조직 '커먼스', 콜롬비아 공산당, 대안민주기둥당 등의 다른 좌파 정치세력들과 함께 만든 정당연합이 '역사

적 협약'이다. 전에는 함께 모이기 거의 불가능했던 세력들이 페트로 후보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아니, 페트로 덕분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콜롬비아에서 계속된 치열한 대중투쟁이다. 2018년 대선에서 변화의 열망이 확인됐지만 실현은 되지 못한 뒤에 민중은 투표소가 아닌 거리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계속했다. 칠레에서 대중항쟁이 일어난 것과 같은 때인 2019년 말-2020년 초에 콜롬비아 혁명군과의 협상에 미온적인 두케 정부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다. 이 운동은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1년 4월에 간접세 인상과 의료 사유화 따위를 포함한 두케 정부의 사회'개혁'안에 맞서며 다시 폭발했다.


 

두 항쟁 모두 폭력 진압 탓에 격렬한 양상을 띠었다. 2019년에도, 2021년에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격랑 속에서 페트로가 속한 정당 '인간적 콜롬비아'는 거리의 민중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페트로 후보의 핵심 공약인 공공의료 확대, 금융 공공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토지 개혁 등은 지난 몇 년간 거리에서 시민들이 외친 요구들이다. 대중투쟁의 열기를 바탕으로 기성 정치를 뒤엎으며 새로운 경제사회 체제로 나아가려는 이러한 몸부림은 안데스 산맥 반대쪽 끝에 자리한 나라, 칠레의 최근 모습과 판박이다.

 

우리와 같은 위기의 시간 속에서 같은 과제에 도전하는 그들


 

이것이 올해에 중대한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한 중남미 대륙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 으레 따라붙는 반응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는 우리의 참고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 심하게는, 한국보다 못한 나라의 사례를 왜 마치 모범처럼 소개하느냐는 반문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서유견문'의 시간대에 갇힌 사고일 뿐이다. 남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게 꼭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전범이어서가 아니다. 배우기로 따지면, 남에게서는 아예 배울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모두가 모두에게 배워야 하는 법일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다만, 이제 지구 위의 모든 이들이 같은 위기의 시간을 살며 같은 과제를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의 보리치 당선자가 약속한, 그리고 콜롬비아의 페트로 후보가 공약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는 기후 위기에 맞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북반구 국가들이 남반구에 강요하는 자원 추출 중심 경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시대의 종말을 열망하는 이들의 최대 악몽은 지금도 목장을 넓히기 위해 불타고 있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며, 룰라의 당선이란 그 우림을 그나마 성실히 지켰던 정권의 복귀를 뜻한다. 이것은 브라질만이 아닌 지구의 허파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저들의 과제는 곧 우리의 과제다. 우리는 공동의 운명 속에서 함께 좌절하며, 다시 함께 전진한다. 그렇기에 라틴아메리카의 두 번째 분홍색 물결은 '우리'의 이야기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051023397836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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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30주년..“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될 때까지 변함없이 외칠 것”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1/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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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날까지 우리는 변함없이 외칠 것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1,525차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 2022년 1월 5일 1,525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로 수요시위는 30주년이 됐다. [사진출처-한국진보연대]

 

수요시위는 이날로 30주년을 맞았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한국정신대책문제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 회원 30여 명이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로부터 시작했다. 그에 앞서 1991년 8월 14일에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으나 일본은 여전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비롯한 범죄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수요시위에서 “기막힌 세월, 경이로운 여정, 믿기지 않는 시간”이라며 30년을 돌아보면서 “30년 세월 동안 일본대사관 앞 거리는 만남과 소통의 장, 이해와 공감의 장, 기억과 교육의 장, 상호돌봄과 상호권한 부여의 장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설치방해를 노골적으로 감행해왔다”라면서 일본을 비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날 영상으로 수요시위 30주년 소회를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특히 “일본은 우리를 강제로 끌고 가서 고생시킨 적이 없다고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라는 것, 그게 반성”이라고 짚었다.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525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했다. [사진제공-진보당]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는 수요시위 자유발언에서 “지난 30년간 피해자들과 청년, 대학생 등 시민들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와 시민에게만 외롭게 시위를 맡겨두고 관심을 쏟지 않았다”라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수요시위 30주년은 신발 끈을 다시 묶는 날이다. 우리의 질주는 결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라면서 “앞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때까지 더 큰 힘을 모아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신발 끈을 바짝 묶어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약 300여 명의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수요시위를 마치고 외교부까지 행진했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는 보수단체들이 기존 수요시위 장소인 평화의소녀상 앞에 집회신고를 먼저 내 자리를 선점하면서 소녀상 앞이 아닌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 1,525차 수요시위 모습 [사진출처-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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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북녘땅으로 가는 오솔길을 내겠습니다

기자명

  •  민병래 작가
  •  
  •  승인 2022.01.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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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37년 복역 장기수 양희철의 새해 소망
남도 북도 나의 조국

1934년생, 89세의 양희철은 새해에는 꼭 북녘땅을 밟으려 한다. 2차 송환을 바라는 이제는 딱 열 명뿐인 장기수들의 손을 잡고서 휴전선을 넘어가려 한다. 가서 106세이실 순길형님을, 돌아가셨다면 조카들이라도 만나고 싶다. 2000년 9월 1차 송환 때 북으로 먼저 갔던 63명의 동지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싶다. 또 남녘 동포들의 따뜻한 인사를 북녘 땅 여기저기에 전하고 싶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인도적 차원에서 인민군이나 공작원으로 장기복역하고 출소한 이들을 북으로 돌려보낸다고 합의했다. 통일부는 후속조치로 (박정희 정권에서 자행한 강제전향공작을 인정하지 않고) 비전향자이어야 하고 본인에 한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양희철은 전주교도소와 광주교도소에서 거듭 된 강제 전향공작을 이겨냈기에 신청이 가능했지만 포기했다. 당시 그는 1999년 출소해서 막 가정을 꾸린 상태, 아내와 헤어질 수는 없었다. 지금은 딸 아이가 성인이 되었고 아내는 북으로 가겠다는 남편의 뜻을 받아들였다. 양희철은 이제 홀가분하게 2차 송환을 요구한다. 2022년에는 양희철과 미송환 장기수들의 바램은 이뤄질 수 있을까?

양희철 간첩단 사건으로 196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양희철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올랐을 때 창문밖에는 경비교도대가 막아선 사이로 형수님이 겅중대며 얼굴을 내보였다. 아마도 늙으신 어머니를 대신해 어제 장수에서 올라와 면회를 신청했을 것이고 ‘면회금지’라는 말에 구치소 담장밑을 서성거리셨을 터인데 지난 밤은 어디서 보내셨을는지...

양희철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중앙정보부에선 학생들 앞에서 10분만 반공강연을 하면 곧 바로 석방해주겠다고 제안했었는데...형수님이 삶은 달걀 하나를 손끝으로 내밀면서 호송차로 다가오려 애쓰는 모습에 어머니의 얼굴이 포개지면서 양희철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양희철이 평양방문을 하게 된 건 61년 3월, 막 단국대에 들어갔을 때였다. 휘문중을 중퇴한 그는 독학으로 1956년 고려대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 헌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그는 사범대학이 아니어도 교과과목만 마치면 교원 자격이 부여되는 과정이 단국대에 개설되었기에 편입을 했다.

당시 대학가에는 4.19 이후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구호처럼 통일의 열기가 넘쳐났었다. 양희철도 새학기 초 그 세례를 흠씬 받고 있을 때 열여덟살이나 많아 아버지 같았던 큰 형님 양순길, 1950년 맥아더의 인천상륙 이후 헤어졌던 형이 돌연 나타났다. 양희철은 휘문중학교를 다닐 때 돈암동에서 형님과 자취를 했다. 와세대 대학을 다니며 항일운동에 가담했던 형은 어린 동생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안 했지만 해방 후 남로당에 들어가 서울시당에서 활동했었다.

그런 형이 10년 만에 찾아와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그간의 세월을 얼버무리고 몇몇 연락을 부탁했다. 양희철은 형이 북에서 내려온 것을 직감하고 “나를 평양으로 데려가달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남쪽 대학생들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며 형의 말을 무지르고 들어갔다.

형은 계속 일본얘기를 했지만 양희철은 “내 뜻대로 안 되면 차라리 신고하렵니다”하면서 고집을 부렸다. 결국 형은 양희철의 뜻을 받아들였고 형제는 충남 서산 바닷가에서 공작선을 타고 해주 용남포로 향했다. 그날 밤바다에는 3월의 검은 비가 장막처럼 펼쳐졌고 뱃머리에는 무쇠덩어리같은 어둠이 가득했다.

해주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양희철은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평양순안통일대학에 청강생으로 들어가 임춘추 총장의 배려 속에 유물변증법과 정치경제학, 특수과목으로서 정세분석을 배웠다. 주말에는 노동당의 지도원과 신의주와 회령 등 전국을 돌며 전후복구현장을 둘러보았다. 기업소나 협동조합에 마련된 잠자리에서 북녘의 청년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새나라 건설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흠씬 느꼈다 “남과 북의 청년들이 만나면 분단이라는 장벽이 솜사탕처럼 녹을거야, 통일조국은 멀지 않았어” 그렇게 양희철의 마음은 부풀어올랐다.

그런데 그 해 5월 17일 아침 당의 과장과 지도원이 양희철의 기숙사방으로 들어와 5.16 쿠테타 소식을 전했다. 양희철은 남쪽으로 내려가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의 과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그는 북에 올라올 때처럼 고집을 부렸다. “내려가서 친구들의 안전도 확인하고 여기서 만난 북쪽 청년들과 대학생들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해 7월 그는 ”동무를 위해 체코유학을 준비하고 있으니 거기에 전념하라“는 과장의 말을 뒤로 하고 난수표책을 챙겨서 서천 바닷가로 내려왔다. 그날 여름 장대비가 채찍처럼 퍼부었고 어둠은 작은 공작선을 암초로 인도할 것처럼 짙었다. 3개월을 기약하고 올라가면 동유럽으로 떠나겠다고 작정했기에 평안북도 강계에서 근무중이던 순길형에게는 인사도 안하고 내려왔다.

양희철은 서울에 와 고려대와 단국대를 찾았다. 반공을 앞세운 5.16에 공기는 확실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평양방문 이야기를 꺼내며 남북대학생들이 힘을 합하자. 청년들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며 대학로와 신촌을 부지런히 오갔다. 계획했던 3개월을 훌쩍 넘겨 2년이 가까워질 무렵 믿었던 동료 학생이 방첩대에 양희철을 신고했다. 그는 1963년 4월 12일 체포되었고 1심에서는 ’고려대 지하당사건‘이란 이름으로 기소되어 7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그가 평양에 다녀온 사실이 부각된 ’양희철 간첩 사건‘으로 공소가 변경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이다.

쥐 잡아 먹으며 버틴 징역 37년

1965년 3월 16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최종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옮겨왔을 때 양희철의 나이는 서른. 여전히 쇠도 씹어먹을 나인데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적은 밥에 그의 몸은 오그라들었다. 장기수에게 징역은 배고픔과 싸우는 것이었다. 비전향 장기수들은 교도소의 누진처우규정에서 급외인 D급으로 분류되어 4등식 가다밥(1홉으로 약 180ml 수준)을 받았다. 1957년 8월부터 전구알 크기만한 5등식 잡곡에서 4등식으로 바뀌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허기진 상태에서 떠먹는 한 줌 음식은 위를 헤집어놓아 더욱 고통스러웠다. 먹고 싶은 욕망은 온몸을 칭칭 감았다.

하루 20분간 주어지는 운동시간, 양희철은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대전교도소의 조그만 운동장에서 땅만 보고 걸었다. 봄철에 비 온 다음 날이면 담장밑으로 봉긋봉긋 풀들이 올라왔다. 크로바와 쑥은 물론 독성이 있다는 역귀풀까지 모아 손바닥이 퍼렇토록 짓이겼다. 그리고 털어넣으면 알싸하게 목구멍을 넘어가 허기진 속을 달래주었다.

풀이 동나면 양희철은 하늘을 바라봤다. 깨끔발로 안되면 제자리 뜀으로 솔잎과 고엽나무,감나무의 잎을 땄다. 대전교도소 1년 만에 양희철은 교도소 내 모든 나뭇잎과 풀잎을 맛봤다.

광주교도소로 옮겨간 1975년도부터 양희철은 식물을 넘어 고기 사냥에 나섰다. 당시 그는 전향공작반에게 당한 고문으로 몸이 망가진 상태였다. 영양부족까지 겹쳐 손발톱은 누렇게 변했고 장딴지는 푸르댕댕 부어올랐으며 어지럼증까지 있었다.

가을로 접어들던 어는 날, 양희철은 밥풀 몇 알로 쥐 한 마리를 방으로 유인했다. 몇 번을 망설이던 쥐가 마침내 사방 문짝 밑에 달린 배식구멍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녀석을 구석으로 몰았다. 천정의 희미한 형광등은 피내음의 기미를 느꼈는지 요동치듯 깜박거렸고 복도에서는 간수가 추위를 이기려고 제자리뜀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쥐는 찍찍거리며 빠져나갈 틈새를 엿봤지만 양희철은 앞발로 쿵 디디면서 빗자루로 내리쳤고 쥐는 널부러졌다.

그는 방안의 변소로 가서 통조림 뚜껑을 칼 삼아 머리부터 쥐 껍질을 벗겨냈다. 발목에 이르니 잿빛 가죽이 쏙 벗겨졌다. 배를 갈라 피와 내장을 빼내고 꼬리를 자른 다음 양희철은 머리부터 씹어먹었다. 불그스레한 살점은 고소하고 찰졌다. 핏물을 손바닥으로 훔쳐내며 발목까지 오독오독 씹었다. 가물대던 눈이 번쩍 뜨이고 장딴지엔 근육이 불끈 솟았다. 아 얼마 만에 먹어보는 고기덩어리인가?

광주교도소 5029번 양희철은 그날부터 쥐 사냥 선수가 되었다.

그는 동료 장기수들에게 삼백마리 넘게 잡아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죽하면 광주교도소 내 그득했던 들고양이들이 다른 교도소로 살림을 옮겼을까?

전향공작고문을 이겨내고

장기수들에게 징역의 고통은 배고픔만이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은 좌익사범들에게 수십년 혹은 무기징역을 살리면서도 내면의 양심까지 탄압했다. 73년 11월에 이어 74년 8월에 행해진 광주교도소의 전향공작은 잔인했다. 양희철의 광주교도소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새끼 묶어, 그냥 손도장만 찍으면 된다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네”

전향공작반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달려든 세 명은 양희철의 몸통을 포승줄로 감고 의자에 묶었다. 백열전구만 밝힌 지하방엔 곰팡이가 덕지덕지 앉았고 바닥에 고인 물구덩이에서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반장은 양동이 물에 적신 밧줄로 양희철을 내리쳤다. 손가락 굵기의 동아줄은 얼굴을 찢고 허벅지와 장딴지의 살을 파고들었다.

네가 끝까지 버티나 보자하는 악다구니, 촤아악 밧줄 감기는 소리, 차라리 죽여라하는 양희철의 비명이 지하실의 축축함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이 새끼 똥 싼 것 같은데요” 뒤에서 쪼그려 앉아 의자를 잡고 있던 공작반원이 코를 움켜쥐었다. 반장은 동아줄을 물구덩이에 던지며 “방에 쳐 넣어”라고 소리쳤다.

72년 유신체제가 만들어지고 반공을 국시로 이데올로기 전쟁에 나선 박정희정권은 감옥안의 장기수들을 ’방치‘할 수 없었다. 더더욱 한국전쟁이후 20년 정도 유기징역 선고를 받은 비전향수들의 출소시점이 임박했던 터라 박정권은 체계적인 전향공작 계획을 세웠다. 당시 장기수들이 있는 감옥에는 중정은 물론 보안사, 치안본부 대공국의 담당관이 배정되어 있었다. 중앙정보부법는 ’조정권‘을 갖고 대공심리전국이 주도하여 광주, 전주, 대전, 대구 등 교도소별로 전향공작반을 만들었다.

전향공작은 초기에는 금지였던 가족면회와 편지를 허용하고 운동시간을 늘려준달지 빵이나 일용품을 나눠주는 회유방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없자 끔찍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공작반 밑에 교도소내 폭력전과자들을 떡봉이라는 이름으로 동원, 마구잡이 폭력을 휘둘렀다.

장기수들이 수감되어 있던 네 군데 교도소의 고문 방법은 실로 다양했다. 웃통을 벗겨 바닥에 누인 다음 바늘로 등짝을 마구 찌르거나 방안 벽에도 성에가 끼어있는 추위에 찬물을 끼얹어 몸을 얼어붙게 했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을 0.75평의 방에 몰아넣었다. 눕는 것은 물론 앉지도 못하게 했고 날씨가 더우니 서로가 내쉬는 숨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까무러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방안의 스피커를 가장 높게 틀어 귀청이 찢어지게끔 하고 심한 고혈압환자나 당뇨환자에게 약 지급마저 거부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장기수들이 강제 전향을 당했다. 전향을 한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도장을 찍더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북한과 김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수시로 답해야 하고 사상전향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회에 나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고백과 참회를 낭독해야 한다. 전향수는 분류심사에서 C급에 속하게 되는데 C급은 전과 4범 이상이 포함되어 있는 구간이다. 결국 전향은 전과 4범의 잡범으로 전락하는 것이며 그 후부터 교도관들에게 일반수와 똑같은 모욕과 체벌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장기수들이 이에 도장을 찍은 것은 자살까지 할 정도로 그 고문이 가혹했기 때문이다.

양희철은 광주교도소로 오기 전인 68년 전주교도소에서도 끔찍한 경험을 했다. 이른바 헬리콥터고문. 팔을 뒤로 젖혀 수갑을 채우고 발목부터 어깨까지 누에고치처럼 밧줄로 온몸을 휘감은 다음 천정으로 끌어올려 팽글 팽글 돌린다. 밧줄의 압박으로 피는 통하지 않고 온 몸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정신은 멍해지고 공중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거의 정신을 잃게 된다. 한시간 반 정도 헬리콥터 고문을 받고 사방에 돌아왔을 때 양희철의 몸에서는 오가는 길이 막혔던 피가 땀구멍마다 새어 올라왔다. 교도소에서 던져준 건 빨간 소독약 한 통뿐.

그래도 양희철은 버텨냈다. 그는 전향공작이 마지막으로 극성을 부리던 74년 8월 광주교도소에서 여덟 번이나 생똥을 싸면서 ‘사상의 자유’를 지켜냈다고 기억한다. 이 전향공작은 그가 99년 3.1절 특사로 가석방이 확정되었을 때도 고개를 내밀었다. 담당 공안검사는 석방되기 한 달전쯤부터 찾아와 ‘전향서’를 내밀었고 거부하자 ‘생활계획서’를 쓰라고 했다. 이 또한 외면하자 ‘준법서약서’에 사인만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는 단호하게 물리쳤다. 어떤 경우에도 내 양심을 묶을 수 없다며 차라리 가석방을 취소하라고 외쳤다. 결국 그는 뜻을 관철했고 99년 2월 24일 37년의 징역생활을 마치고 장용주신부와 강신석목사의 신원보증으로 광주교도소 감옥문을 열어제쳤다.


우리 탕제원을 만들고

”불법 의료행위 중단하라. 중단하라“

양희철은 난감했다. 설마 했는데 한의사 조직에서 반대시위에 나설 줄이야... 손팻말과 구호소리가 요란하니 지나가던 사람들은 큰 구경이라도 난 듯 다들 발걸음을 멈췄다.

양희철은 출소해 장기수 임방규·권낙기·이두균이 운영하던 제기동 민중탕제원에 거처를 마련했다. 사실 그는 광주교도소의 이름난 침구사였다.

양희철이 침구에 관심을 가졌던 건 집안 내력이었다. 고향인 전라북도 장수에서 큰 아버지가 한약방을 했고 그의 아버지는 한의사밑에서 침을 놨다. 양희철은 그때 눈여겨보고 서울 휘문중으로 유학와서도 한의학 서적을 틈틈이 펼쳐봤다. 그가 평양에 갔을 때도 한 번의 계기가 있었다. 만경대유자녀학원을 견학갔을 때 눈에 들어온게 구리로 만든 사람 크기의 동인. 거기에는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을 포함한 인체전신경혈도가 그려져 있었고 침을 놓았을 때 반응과 효과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스치듯 접했지만 뇌리에 남아있었다.

광주교도소에서 전향공작의 파고가 지나가고 87년 6월 항쟁으로 교도소내에도 어느 정도 인권이 보호를 받게 되자 양희철은 한의학 공부로 마음을 달랬다. 교도소 도서관에서 황제내경과 침구경혈해설을 구해 공부했다. 침은 얇은 스프링을 구해 시멘트벽에 갈아서 만들었다. 때론 바늘을 구했고 소독은 머리칼 사이에 슥슥 문지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재소자들은 물론 교도관들까지 그의 침을 청해 맞았다.

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바로 광주교도소의 김병준 소장, 그는 광주에서 한약방을 하고 있는 춘곡 김동원선생과 양희철을 교류하게 하면서 1990년에는 아예 양희철에게 재소자를 치료하는 두 평짜리 진료실을 만들어주었다.

감옥안에는 일반의사인 ‘감옥의‘가 있다. 그 밑으로는 교도관중에서 선발해 의무부장을 두고 여호와의 증인 같은 재소자를 간병부로 두어 의무과를 구성한다. 언뜻 그럴 듯 해보이지만 감옥내 진료는 그저 두통약이나 감기약 처방이 전부다. 감옥의는 교도소내 교무과장이나 보안과장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지만 근무시간이 오전 나절에 불과하다. 그리고 감옥 안에 천국이라고 하는 병사에 들어가는 것은 감옥의의 판단에 달렸다. 기결수나 미결수가 건강이 나빠 병보석이나 형집행정지를 받을 때도 역시 감옥의의 보고서가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검사가 결정하기에 감옥의가 버는 돈이 개업의나 대학병원의 과장보다 몇 배 좋다는 소문이 공공연하던 때였다.

광주교도소의 감옥의는 돈 없는 재소자들을 위한 양희철의 침구치료를 별로 문제삼지 않았다. 덕분에 양희철의 특별한 경력이 쌓여갔다. 재소자들은 아프면 감옥의에게 가지 않고 양희철에게 달려왔다. 양희철의 생일날에는 그의 진료실에 재소자들이 보낸 건빵, 사과, 담요, 내복이 수북했다. 양희철은 출소할 무렵인 1999년에는 이미 수많은 임상경험을 가진 노련한 침구사였다. 그는 자연스레 출소 후 민중탕제원에 합류한 것이다.

그런데 천주교사목위원회에서는 양희철의 특별한 이력을 듣고 1억 2천만 원을 지원 그가 ’탕제원‘을 별도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양희철은 봉천 7동의 자그마한 단독주택 2, 3층을 얻어 ’우리탕제원‘이라 이름짓고 진맥을 보고 침뜸을 놓았다. 동료 장기수 조창손·안학섭·유한욱·신인영을 불러들여 약재를 다듬고 탕을 끓였다. 천주교에서는 수녀 한 분을 파견해 도왔고 시민운동단체나 전교조관련 인사들이 환자로 찾아오고 수시로 탕약을 단체주문했다.

생활터전을 마련한 양희철과 무리들은 기쁜 나날을 보냈다.

탕제원을 운영한지 1년 만에 사목위원회에서 지원해준 돈을 모두 갚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이런 소문이 나자 이들의 시술이 허가없는 의료행위라고 한의사협회에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다행이 관악경찰서장과 보건소장까지 나서 중재를 한 끝에 시위는 잦아들었고 ’우리탕제원‘은 그후 서서히 침뜸봉사와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돈을 받지 않으면 의료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우리 탕제원‘은 장기수들의 쉼터 낙성대 ’만남의 집‘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 후에도 ’탕제원‘은 양희철과 동료장기수들에게 삶의 활력이 되었다. 양희철에겐 부부의 인연까지 맺어주었으니 탕제원은 이래저래 소중한 공간이었다.


전국묘소 답사를 하며

양희철은 2018년 팔십 후반이 되면서 힘에 부쳐 ’탕제원‘운영을 그만두었다. 지금은 전국 묘지 순례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부터 시작한 발길은 충청남도까지 올라왔다. 장기수로 복역중에 옥중에서 사망했거나 출소해서 힘겹게 살다 죽어간 동지들의 묘를 돌아보는 일이다. 묘소가 산중에 있으니 이를 찾아다니는 일은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다. 그렇지만 이 순례는 2차 송환길이 열린다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대략 3~40기 묘소를 둘러봤다.

꼭 가고 싶었던 곳이 황필구의 묘소였다. 마을 이장이 가리킨 벌판 위에 봉긋 솟은 둔덕은 자그마한 대나무숲이었다. 그때가 85년이었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 분이 돌아가셨네 그예, 고문을 못이겨서” 대전에서 이감 온 동지가 소식을 전했을때 양희철은 입을 쫙 벌렸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뭐라구요” 토하듯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광주교도소의 5029번 양희철은 소식을 들은 그날 밤을 지샜다.

황필구는 익산농고를 나와 일본 릿쿄대학을 다닌 인물이다. 해방후 북쪽으로 넘어가 상업성에서 근무하다가 공작원으로 내려와 잡힌 후 대전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중이었다. 그는 양희철이 1963년 대전교도소로 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양희철보다 열여덟인가 많았던 그는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다 견뎌낼 수 있다고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 말을 듣고 양희철은 안기듯 황필구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68년 양희철이 전주교도소로 이감가며 헤어질 때도 “살아서 만나자”며 어깨를 두드려줬었는데,,,,

살아서 못 만나고 52년 만에 묘소에서 만나니 술잔을 올리는 양희철의 팔은 마구 떨렸다.

찾아봐야할 곳 둘러봐야 할 곳은 참으로 많다. 무연고 사체로 처리되어 화장터에서 한줌이 되었거나 출소 후 행방불명이 된 동지들이 많다. 그런 동지들을 모두 찾아내 제를 올리고 싶지만 힘에 부친다. 묘지가 온전히 있는 동지들만이라도 2차 송환 전에 모두 찾아가 술 한잔 올리고 동지의 삶을 기록하고픈 게 전국묘지순례를 하는 양희철의 뜻이다.

양희철과 함께 1차 송환에서 배제되거나 신청을 못했던 43명은 1차 송환 직후 2차 송환을 신청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숨을 거둬 이제 딱 열 명만 남았다. 1926년생 문일승·1928년생 이두화·1929년생 양원진·1929년생 최일헌·1930년생 박정덕·1930년생 박수분·1934년생 김영식 ·1935년생 박희성·1945년생 이광근. 적게는 77세부터 많게는 97세에 이르는 노인들이다.

양희철은 새해에는 이들과 함께 북으로 가는 길에 올라 끊어진 교류의 길에 다시 오솔길을 내려한다. 아내와 딸은 양희철의 뜻을 받아들여 생이별을 이겨내기로 했다. 문재인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를 사면했고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국민에게 ’혜량‘을 요구했다. 늙고 병든 이들의 요구는 그리 많은 고뇌가 필요하지도 않을 터인데 끊어진 교류의 길에 다시 ’오솔길‘을 내겠다는 이들의 마음을 문재인대통령은 임기 내내 몰랐던 것일까? 외면했던 것일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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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 vs '잊혀 질 권리'…원치 않는 임신·출산

[반복되는 영·유아 유기·살해 下] 법무부, 출생통보제 개정안 입법 예고…부모 확인 권리 우선

여가부, 보호출산제 도입 검토…미혼모 등 개인 사생활 우선
제도적 뒷받침 외에 양육 책임 묻는 사회적 분위기 개선돼야

미혼모의 선택 (사진=서울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표 캡처)
▲ 미혼모의 선택 (사진=서울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표 캡처)

 

최근 오산시에서 20대 친모가 탯줄이 달린 갓난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하는 등 영유아 유기‧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영유아 유기‧살인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신문은 영유아 유기‧살인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구조,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상‧하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누가 보호해줄까

② '알 권리' vs '잊혀 질 권리'…원치 않는 임신·출산

 

영유아 유기‧사망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출생통보제’, ‘보호출산제’ 등 제도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출생통보제는 출산 의료 기관에서 친모와 아이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것으로 법무부는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보호출산제는 아이 엄마가 원치 않은 출산으로 신원을 가리고 신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여성가족부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 중 ‘부모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우선인지, ‘원치 않는 출산을 한 개인의 사생활’이 우선인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출생통보제’…친부모 알권리는 기본권 해당

 

법무부는 지난 6월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 보장을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은 산모의 출산 사실과 아이의 정보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방치‧유기되는 아이들은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2017년부터 비극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과 권고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인권위 권고에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등을 통해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미혼모, 아동인권단체 등도 출생통보제의 빠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원치 않게 출생해 입양된 아이도 부모의 기록을 가져야 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최근 해외 입양인을 중심으로 친부모를 알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부모를 찾을지 말지는 아이의 권리다. 출생과 동시에 부모가 이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생통보제가 우선 시행되고 보완적 부분에서 보호출산제가 논의돼야 한다”면서 “원치 않은 출산으로 사생활을 침해를 받을 수 있는 산모는 별도 제도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사진=연합뉴스 제공)

 

◇ ‘보호출산제’…개인 익명성 보장해 아동 이익 고려

 

반면, 영유아 유기‧살해 방지를 위해서는 미혼모 등에게 익명성을 보장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보호출산제’다. 산모가 상담을 통해 양육을 포기하면 자신의 신원을 감추고 익명으로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으로는 산모가 익명으로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행하는 인권과정의에 실린 논문 ‘아동 이익 최우선 원칙과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실명 출생신고를 강제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있고, 이 중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원치 않은 출산을 한 엄마의 익명성을 보장해 사생활을 보장하고, 태어난 아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친부모와 아이의 이익 조화가 도모될 수 있고 길거리 등에 버려지는 아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성민 변호사는 지난 6월 열린 입양특례법·아동복지법 개선 토론회에서 “친부모가 유기해 사망하는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보호출산제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적기에 입양이 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보호출산제를 통해 시설이 아닌 입양이 될 수 있다”며 “입양 가정에서 아이들이 보호된다면 이 제도는 아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랑스, 독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영유아 유기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보호출산제를 도입했다. 친부모로부터 유기돼 사망 위험에 놓인 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친부모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도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고, 정치권에서도 보호출산 관련 법안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 법안’을,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위기 임산부 및 아동 보호, 지원에 관한 특별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 제도적 뒷받침 중요하지만…사회적 분위기 우선 개선돼야
 

한편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등 법률적 제도 외에도 양육 책임을 미혼모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출생신고 절차 간소화, 위기임신 출산 지원 대책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 가정일 경우 엄마 홀로 임신‧출산을 겪는데 이때 공적 지원체계를 통해 고민 상담과 실질적 도움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미혼모 등은 출생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영유아 유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울러 사회적 인식 개선도 뒤따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부도덕한 행위의 결과로 임신 출산을 바라보면 안 된다”며 “결혼을 해야만 출산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도 “정부는 공적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아이를 혼자 낳아도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원에 대한 정부의 접근성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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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적용 중단…정부 대책 전면 타격

법원 "방역대책 합리성 결여"…추후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교육 시설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려던 정부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방역패스 적용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미접종자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차단의 핵심 수단으로 방역패스를 꼽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추가 파장이 예상된다.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인용 대상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적용된 정부 특별 방역 대책 일환으로 이들 시설이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이 됐으나, 이번 법원 판단에 따라 이 시설은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역대책, 직업선택 자유 등 침해...합리성도 결여"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헌법 제10조, 11조의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실현을 꼽았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특별방역대책을 평가한 결과 "백신 미접종자는 48시간 이내의 PCR 음성확인서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채 그러한 시설을 이용하기 위하여서는 이틀에 한번 꼴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큰 생활상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이는 사실상 백신미접종자 집단에 대하여서만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접근·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집단에 비하여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라고 전했다.


 

이어 "백신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여 진학시험, 취직시험, 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이나 직업교육 내지 직업훈련을 수행하려는 사람은 그 시설을 이용한 학습권이 현저히 제한"되므로 정부 방역특별대책이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아울러 "진학, 취업, 직업훈련 등을 위하여 현실적으로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시설을 이용하기 위하여 그 의사에 관계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며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므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정부 특별방역대책의 합리적 이유도 일부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신접종자에 대한 이른바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으므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하여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근거로 재판부는 "2021년 12월 2주차에 12세 이상 백신접종자 집단의 코로나 감염 위험이 약 57% 적다는 국내 통계 자료가 있지만, 이는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정도"여서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그 한 주간 12세 이상 전체 백신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15%(1000명 중 1.5명), 12세 이상 전체 백신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07%(1000명 중 0.7명) 정도로서 각 집단의 감염비율 자체가 매우 낮"다며 "두 집단의 감염비율 차이만으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현저함이 과학적으로 밝혀졌고 부작용 위험이 다른 백신보다 크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다만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백신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며 결코 경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았다.  

 

또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으로 이르게 될 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으므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백신미접종자의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이용마저 제한하여 그들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직접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적용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정부 방역대책 큰 타격 불가피... 추후 소송도 관심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방역패스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방역패스 확대 실효성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중요 쟁점이 됐다.


 

이 자리에서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해서 그분들을 보호하는 목적"이 있고 "미접종자로 인한 의료체계 부담이 워낙 과해서 (미접종자를 통한) 감염을 줄여 의료체계 여력을 보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대본이 배포한 브리핑 자료를 보면, 최근 8주간(10월 31일~12월 25일)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29.8%, 위중증 환자의 53.1%, 사망자의 53.2%가 미접종자(1차 접종자 포함)였다.


 

전체 수로 보면, 이 기간 확진자 20만9566명 중 미접종자가 5만4842명으로 26.2%였고 1차 접종자가 7545명으로 3.6%였다. 

위중증 환자 3598명 가운데는 미접종자가 1819명(50.6%), 1차 접종자가 91명(2.5%)이었다. 사망자 1818명 중에는 미접종자 891명(49.0%), 1차 접종자 76명(4.2%)이었다.


 

일반 확진자 가운데는 오히려 접종 완료자 비율이 컸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중에는 미접종자 비율이 급격히 커졌다. 18세 이상 성인 중 6.2%인 미접종자가 최근 8주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가 "미접종자 보호 필요성"을 방역패스 확대 적용 근거로 세운 부분이다.


 

앞서 이날 정부가 "질환이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접종을 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예외확인 범위에 대해서 현장의 의견을 들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법원 판결로 당장 급제동에 걸리는 형국이 됐다.

 

일단 법원 판결 소식이 나온 직후 정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전 입장대로 미접종자 보호와 의료체계 확보를 위해서는 방역패스 확대 적용이 불가피함을 재차 피력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결과가 방역패스 전면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현직 의사 등 시민 1023명이 정부를 상대로 방역패스 실행 효력 정지를 요청한 소송이 오는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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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패스 지침에 반발해 온 자영업자 등은 힘을 받게 됐다. 소상공인들은 방역패스를 두고 정부가 져야 할 방역 최일선 책임이 자영업자들에 떠넘겨진다며 이 정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041928577569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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