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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은 왜 여론조사 전화를 끊어버릴까

[取중眞담] 지금 이재명이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 이들에게 '믿음의 단서' 줘라

22.02.10 06:03l최종 업데이트 22.02.10 06:03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적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적었다.
ⓒ 윤석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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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싶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극적 화해' 후 가장 먼저 내건 공약은 '여성가족부 폐지'(1/7)였다. 이후 이준석 대표는 <오마이뉴스> 인터뷰(1/20)에서 "20대 여성이 그들만의 어젠다를 형성하는데 뒤처지고 있다"라며 20대 여성 유권자의 정치적 요구가 '구체화가 어렵다'라며 사실상 여성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윤 후보는 <한국일보> 인터뷰(2/7)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2/8)에 <한겨레>의 성평등 관련 공약 질의에 네 후보중 유일하게 '답변 거부'했다는 내용의 도표를 보란듯이 올려놓았다. 

그들이 이런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여론조사로 드러나는 지지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놓고 성평등에 반대한다고 하면, 정치 고관심층인 '적극적·공격적 반 페미니스트'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올려줬다. 반면 20대 여성들의 표는 빠지거나, 민주당으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30% 넘지 못하는 20대 여성 이재명 지지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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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리얼미터 주간집계 여론조사에서 12월 5주차부터 2월 1주차까지 6주 동안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이재명·윤석열 지지율변동은 다음과 같다. 

[20대 남성] 
이재명: 38.3%→30.1%→17.5%→21.3%→26.4%→25.3%
윤석열: 25.0%→24.8%→59.2%→55.6%→45.1%→52.5%

[20대 여성]
이재명: 28.4%→29.2%→29.6%→28.2%→29.4%→29.1%
윤석열: 31.3%→27.1%→28.2%→28.6%→29.7%→29.3% 20대 남성 여론조사는 해석이 간단하다. 1월 둘째주, 윤-이 화해와 윤 후보가 안티 페미니즘 쪽의 메시지를 반영한 이후, 윤 후보가 압도적 고공행진이다. 반면 이 후보는 20대 남성 지지율도 떨어지고, 20대 여성 지지율은 윤 후보와 비등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대 여성 지지율은 굉장히 파편화되고 있다.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10% 이상의 지지율이 나온다(2월 첫째 주 심 12.2%, 안 12.4%). 심지어 1월 둘째주에는 안 후보가 지지율 22.4%를 기록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평등·소수자 이슈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도 출연했고,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도 "남녀갈등 부추긴다"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나아가 n번방 성착취를 최초 고발한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도 영입했는데, 여전히 여성들에겐 어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도 역시 27.4%→24.7%→28.5%→32.4%→29.3%→27.2% 추세다. 반면 문 대통령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올해 들어 계속 40%를 넘었고, 1월 넷째주에는 긍정(46.4%)이 부정(44.7%)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는 난제다. 집토끼로 여겨왔던 이들이 '산토끼'로 돌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20대 여성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히 '젠더' 관점에서만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이 후보의 마초적 이미지,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가 아니라는 부정적 인식을 넘어설만한, 20대 여성에게 믿음을 줄만한 의제를 각인시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무려 3배 차이가 난다
 
큰사진보기윤석열 후보- 이준석 대표 화해 이후 1월 2주차 여론조사의 응답자 수. 20대 남성은 322명이 응답했지만, 20대 여성은 104명밖에 응답하지 않았다.
▲  윤석열 후보- 이준석 대표 화해 이후 1월 2주차 여론조사의 응답자 수. 20대 남성은 322명이 응답했지만, 20대 여성은 104명밖에 응답하지 않았다.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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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주간 3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한다(2월 첫째주만 1500명). 응답자 비율이 남성이 6~6.5 여성은 3~3.5 정도다. 조사 방식에서 전화면접 방식과 자동응답 시스템(ARS)을 혼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율상 ARS가 많다(최근 기준 70%). ARS 여론조사의 경우 정치에 관심이 높고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의견이 더 강하게 반영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여론과 다르다고 '정신승리'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여론조사가 계속 언론에 노출될 경우, 결국 특정 세대나 지역, 나아가 전체 판에서의 '대세론'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편승(밴드왜건)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러한 여론조사 효과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젠더 갈라치기'를 활용하고 있다.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안티 페미니스트, 남초 커뮤니티 유저에게 '우리가 너희를 대변하겠다'는 믿음을 주면서 20대 남성, 더 나아가 20대 안에서의 대세론을 굳히는 방식이다.

일례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화해한 뒤의 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은 322명이 여론조사에 응답했다. 273→269→322명으로 전주에 비해 53명이나 더 많이 조사에 응했다. 11월 마지막주부터 시작한 3000여명 대상의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300명이 넘은 것이었다.

반면 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은 고작 104명밖에 응답하지 않았다. 여성과 남성의 응답률이 무려 3배나 차이난 것이다. 이후의 양상도 다르지 않았다. 1월 3주차는 292:126, 1월 4주차 318:118, 2월 1주차 144:59명(총 1500명)이었다. 20대는 모든 세대 중 여성과 남성의 응답자 수 격차가 가장 크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전체 성비를 고려했을 때, 20대 남성은 너무 응답을 많이 하고, 20대 여성은 응답을 너무 적게 한다.

즉, 전화를 받았을 때 20대 여성이 훨씬 더 많이 끊어버린다는 것인데, 원래부터 20대 여성이 이렇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당지지도와 대통령 지지도 등을 물어본 2019년 11월 1주차 YTN·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서는 185:111(전체 2500명), 10월 1주차는 146:96(전체 2000명)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성비 역시 현재 대선 여론조사들과 비슷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11월 2주차 tbs/cbs·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선 146:125(전체 2500명)이었다. 이는 당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성비가 7:3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심지어 12월 1주차 YTN·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선 아예 143:148로 20대에선 여성 응답자가 더 많았다. 대통령 지지도가 20대 여성 63%, 20대 남성 29%로 나와서, '이대남' 현상의 시발점이 된 12월 2주차 YTN·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서도 143:138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조사를 통한 20대 남성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훨씬 늘어났고, 반면 20대 여성의 의사 표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0대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자신을 대의해줄 집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믿음의 단서 : 이준석의 '세대 포위론' 균열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길
 
큰사진보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9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인삿글을 올리면서 해당 사진으로 '직접 등판'을 인증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9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인삿글을 올리면서 해당 사진으로 "직접 등판"을 인증했다.
ⓒ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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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에 변화가 없다면 '안티 페미니즘'을 더욱 노골적으로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남성들을 추동해서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항할 방법이 마뜩잖다. 20대 여성은 민주당과 이재명 지지를 '피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같은 민주당이지만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미지가 다르다"라며 "살아온 이력 등이 성평등을 실천할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권 대표는 이 대표가 선거 초반에 에펨코리아에 글을 쓴 것 역시 현재의 낮은 지지율 원인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가장 여성혐오가 심하게 일어나는 곳에 글을 쓰면서 지지를 호소하다가, 그러면서 지금 와서 성평등을 이야기하니까 진심이 의심받는다는 지적이다.

이어 민주당 역시 권력형 성폭력 2차가해 논란에 휩싸이고, 군 가산점 부활 등을 이야기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여성들을 민주당이 스스로 차버린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후보와 민주당에게 방법은 없을까? 20대 여성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꽤 적극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이 후보를 찍어줄 수 있는 명분과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지를 한 번에 쇄신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니었고, 문 대통령을 찍었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20대 여성에게는 '믿음의 단서'가 절실히 필요하다. 민주당이 명확하게 국민의힘과 '젠더' 부문에서 대립각을 세워야만, 그래서 '지지'를 얻어야만, 국민의힘이 '젠더 갈라치기'를 했을때 20대 여성 지지율에 변동이 일어난다. 그래야 이준석 대표가 주장하는 소위 '세대 포위론' 등의 논리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20대~50대는 여성이 남성보다 투표율이 높았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20대의 경우 20대 여성 전반은 79.1%, 20대 여성 후반은 79%가 투표를 했다(남성 전반 75.4%, 후반 71.1%).

*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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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재택치료 방침에 언론 ‘각자도생’ ‘자포자기’ 비판 봇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2/10 09:41
  • 수정일
    2022/02/10 09: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2.10 07:52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확진 폭증하자 자가격리 추적 중단, 밤사이 지침 바꿔
김혜경씨 사과에 “만시지탄” 평가 온도차, 윤석열 “적폐수사” 예고 파장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이르며 정부가 오늘부터 국가 주도에서 개인 책임으로 방역과 의료체계를 전환한다. 대책 골자는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이 아니면 재택치료 모니터링과 동선 추적을 중단하는 것이다. 아침신문은 정부가 사전 예고 없이 정책 대전환을 한 데다 밤사이 지침을 바꿔 혼선을 빚고, 새로운 절차도 미비한 상황을 지적했다. ‘방역 자포자기’이자 ‘재택 방치’, ‘총체적 난맥’이라는 우려도 쏟아냈다.

오늘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대다수는 집에서 알아서 몸 상태를 관리하고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엔 모든 재택치료 대상자가 하루 1~2회 전화 모니터링을 받았지만, 오늘부터는 재택치료 대상자 가운데서도 60세 이상이나 50대 기저질환자 등을 ‘집중관리군’으로 정해 전화모니터링을 이어가고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관리하다 상태가 안 좋아지면 동네 병의원에서 주로 비대면(전화)으로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이 같은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10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10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1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그런데 정부는 ‘셀프치료’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전화 모니터링을 받는 ‘집중관리군’에서 50대 기저질환자 등을 제외했다가, 늦은밤 다시 포함시켰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집중관리군 범위를 ‘60살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50살 이상 고위험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에서 ‘60살 이상, 먹는 치료제 기처방자 중 지방자치단체장이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으로 좁힌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50대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 가운데 이를 처방받지 못한 대다수를 건강 모니터링 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기저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질환(천식 포함), 암, 과체중(BMI 25 이상) 등이다.

그러나 비판이 쏟아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밤 11시 보도자료를 내 집중관리군 범위에 50대 기저질환자와 면역저하자를 도로 포함시키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대다수 신문이 재택치료 시행 소식을 1면에 실은 가운데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가 정부의 예고 없는 대책 시행과 혼선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한겨레 1면에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며 의료현장과 시민들의 혼란을 키웠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과도기를 잘 넘어가려면 정부 메시지가 보다 더 명확해야 한다. 방역정책이 180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된 불가피성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오락가락 바뀌는 정부 방침에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는 1면에서 보건복지부가 밤사이 집중관리군 대상 범위를 번복한 소식은 다루지 않았지만 각각 “하루가 멀다 하고 방역지침을 바꾸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현장에 혼란만 더하고 있다”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기준을 시행 전날 축소하고, 동네 병·의원 교육은 하루에 그치는 등 대응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새로운 재택치료 시스템은 일반 확진자를 정부의 의료시스템 밖으로 밀어낸다”며 “의료계는 정부가 재택치료 관련 지침을 바꾸면서 전문가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고 즉흥 결정했다고 성토한다”고 했다.

▲10일 세계일보 1면
▲10일 세계일보 1면
▲10일 서울신문 1면
▲10일 서울신문 1면

한편 이번 개편에 따르면 확진자 동거인은 관련 안내를 받지 못한다. 경향신문은 “동거인은 수동감시(접종완료자)나 격리(미접종자)를 해야 하지만 별도 연락 없이 확진자를 통해 전달받게 되는 것”이라며 “격리 중 이탈 여부도 사실상 확진자에 맡긴다. 집중 관리군이 아니면 건강 모니터링 전화도 없다”고 했다.

전격 ‘자율방역’ 전환이 이뤄졌지만 관련 대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정작 재택치료자들은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어느 병·의원에 연락해야 상담할 수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한국일보는 “9일 방역당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전국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총 412곳”이라며 “신속항원검사나 PCR검사는 이들 기관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재택치료자가 아플 때 전화상담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빠른 시일 내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0일 한국일보 4면
▲10일 한국일보 4면

세계일보는 “재택치료자에 처방된 해열제 등 의약품은 전국 500여곳인 재택치료자 담당약국에서만 받을 수 있는데, 각 지역 담당약국이 어디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 불편이 예상된다”며“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진료를 본 병의원이 대처해야 하는지, 확진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국민일보는 “정부의 정책 변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발표 후 제기된 여러 우려를 보완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말만 ‘재택치료’지 ‘재택방치’ 아닌가”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정부가 개개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각자도생’식의 방역정책은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고 했다.

▲10일 세계일보 사설
▲10일 세계일보 사설

김혜경 사과에 “늦었지만 다행” “의문 해소 못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지난달 말 의혹이 제기된 뒤 첫 사과다. 신문들은 ‘박스권 지지율 돌파구’ 시도로 풀이하는 한편 ‘만시지탄’이라는 평을 내놨다.

김씨는 지난 설연휴 불거진 과잉의전 논란에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제보자를 향해 “그만두면 될 텐데 왜 다녔느냐”는 등 부적절한 비난을 한 데 대한 사과다. 구체적 의혹에 관련한 질문엔 “감사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라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관련 첫 보도가 나온 1월28일 오후 관련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경기도청 5급 사무관 배아무개씨의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대신 배포했다. 이후 배씨는 지난 2일 자신이 부하직원인 제보자에게 요구한 일이었다며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했다. 김씨는 2일 입장문에서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공무원 배모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는 입장이었다.

김씨 사과에 신문들은 뒤늦은 사과라고 평했지만 신문마다 비판 수위는 달랐다. 경향신문은 “늦은 감이 있지만 김씨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제보자) A씨를 ‘피해자’라고 분명히 밝힌 점도 다행”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혹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는 포괄적 사과를 했을 뿐 세부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답을 피했다”며 “수사와 감사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했다.

▲10일 한겨레 사설
▲1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처음부터 이렇게 국민과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의혹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그동안 보여온 부적절한 태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의혹을 평가절하하거나 제보자를 공격했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과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 등의 발언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경기도 공무원이 법인카드로 소고기 등을 결제해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피해간 셈”이라며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이 사안에 대해 사과하며 연일 몸을 낮췄으나 민주당 인사들은 어설픈 감싸기로 화를 더 키운 측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씨는 이날 거론되는 의혹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이 후보 측은 A씨의 첫 폭로가 나온 후 5일간 ‘허위사실’이라고 하다가 법인카드 영수증 등 물적 증거까지 잇따라 나오자 돌연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허위’가 ‘사실’로 바뀌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다”고 했다.

▲10일 조선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윤석열 ‘적폐수사’ 발언 파장, 한겨레 “한동훈 동원해 수사? 섬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진영 갈등 부추기기’ ‘보복 수사 의지’라며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중앙일보 물음에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한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고도 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인데”라며 재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내 윤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을 가리켜 “유능하니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며 “이 정권에 피해를 입어서 서울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나”라고도 했다.

이에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를 내고 사설에선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해 문재인 정부 수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측근 중용, 검찰 장악, 보복 수사 등 국민들의 우려를 키우는 섬뜩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의 인터뷰는 ‘반문 세력’의 결속을 다져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지금 국민들은 어느 후보가 편가르기가 아닌 통합의 비전과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1면 머리기사
▲한겨레 1면 머리기사
▲10일 한겨레 사설
▲10일 한겨레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국가를 분열시키고 적대적 정치를 심화시키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보복 수사를 예고하는 것은, 안 그래도 심각한 진영 갈등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러니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게 아닌가”라며 “윤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수사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 했는데 원래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10일 경향신문 사설
▲10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정치 입문 후 ‘극악무도한 집단’으로 매도해 온 현 정부를 적폐 수사 대상으로 예고한 것”이라며 “집권 시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거라면서 벌써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는 A(한동훈)검사장이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이라며 다시 중용될 능력이 있다고 했다. A검사장은 현 정부에서 급등락하는 인사 끝에 좌천됐고, 막판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의 잦은 사적 통화도 도마에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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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신규 환자 5만명 육박…서울서도 1만 명 초과

9일 새 확진자 4.9만명…하루사이 1.3만명 급증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만 명에 바짝 다가갔다. 서울에서 1만 명이 넘는 새 확진자가 발생했다. 재택 치료자는 17만 명에 육박해 관리 체계가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대비 4만9567명으로 집계돼 누적 확진자가 113만1248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3만6719명) 보다 1만2848명 늘어났다. 한주 전인 지난 2일(2만270명)의 2.4배, 두 주 전(1월 26일, 1만3012명)의 3.8배 규모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확진자 수의 급격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까지 나흘 연속 3만 명을 기록한 후, 이날 4만 명대로 늘어났다. 5만 명에 바짝 다가선 현황을 고려하면, 빠른 시간 안에 5만 명 선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1만 명을 넘어선 후 이달 1일까지 7일간 1만 명대를 유지했다. 이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2만 명대를 유지한 후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3만 명대를 기록했다. 

통상 주중 확진자 수가 수요일 급증한 후 토요일까지는 증가세를 유지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금주말까지 4만~5만 명선을 오르내리는 대규모 확진자가 유지되거나, 5만 명선도 빠른 시간 안에 넘어서는 대규모 확산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1만 명을 초과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를 시도 지자체별로 나눠 보면 경기 1만3651명(해외 유입 10명), 서울 1만1682명(52명)이었다. 

경기에서는 지난 5일(1만449명), 6일(1만1952명), 8일(1만2138명)에 이어 이날 네 번째로 1만 명을 웃도는 새 확진자가 발생했다. 서울의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인천 3931명(19명), 부산 3035명(1명), 대구 2415명, 경북 1958명(5명), 경남 1947명(4명), 충남 1768명(7명), 전북 1564명(2명), 광주 1503명(8명), 충북 1377명(2명), 대전 1130명(2명), 전남 1128명(3명), 강원 946명(4명), 울산 791명(2명), 제주 412명, 세종 287명(2명)을 각각 기록했다. 

감염 경로별로 전체 신규 확진자 4만9402명이 국내 지역 발생, 165명이 해외 유입으로 분류됐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7명 증가한 285명이었다. 지난 6일과 7일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보다 감소하는 모습을 유지했다. 

사망자는 21명 증가해 누적 6943명이 됐다. 누적 치명률은 0.61%로 나타났다. 전날보다 0.05%포인트 급락했다.

확진자 급증에 따라 정부의 재택치료 관리망이 바짝 한계에 다다랐다. 

이날 오전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재택치료자 수가 증가해 오늘 기준 16만8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정부가 집계한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은 601개소며 최대 관리 가능 인원은 18만3000명이다. 

따라서 이날부로 재택치료 관리 여력이 92%에 이르러 사실상 한계점에 도달했다. 

다만 내일(10일)부터 정부가 중증환자 중심 치료체계로 전환하면서 재택치료 의무 모니터링 대상을 60세 이상 고령자와 50대 이상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으로 줄이면서 관리 여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집중관리군 20만 명까지 관리 가능하도록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을 650개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일반관리군은 자가 격리 중 증상을 자가 진단하며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게 된다. 사실상 완전한 개인 자율 치료 체계로 전환하는 셈이다. 

정부는 전체 재택치료 환자 중 집중관리군 비율은 15% 수준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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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64]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반응

이형구 | 기사입력 2022/02/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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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월 한 달 동안 미사일 발사를 7차례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대응과 한국과 미국의 민심 동향이 특징적이다. 또한, 북한 변수가 막바지로 치닫는 한국 대선의 태풍이 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정국에 대해서 국제적, 국내정치적으로 살펴보자.

 

1. 북한 미사일 동향 특징

 

북한이 1월 5일부터 30일까지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 발사에서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를 확인하고 위력을 시위했다.

 

북한이 1월에 발사한 미사일의 성격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초반인 5~14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미사일과 철도기동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이 가지지 못한, 미국을 압도하는 초현대적인 무기이다.

 

중반인 17~27일에는 전술유도탄과 장거리순항미사일,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각 시험이 무작위 성능시험, 체계 갱신 시험, 위력 확증 시험이었다고 밝혔다.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실전용 미사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후반인 30일에 발사한 화성 12형은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북한은 2017년 화성 12형 4발을 동시 발사해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경고했던 적이 있다. 

 

북한이 한 달에 7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처음이다. 한 달 동안 엄청난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1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는 2018년에 한 선제조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결정했다. 그 선제조치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치국 회의 결정으로 북한은 머잖아 핵시험 또는 ICBM 발사시험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2. 국제 반응

 

1) 미국 반응

 

미국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강경대응과 저자세를 동시에 보여 혼란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은 독자 대북제제를 추가하고 올해 벌써 네 차례나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유엔 제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으며 북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것조차 실패했다.

 

한편, 미국은 말로는 북한을 규탄한다면서도 정작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행동은 고사하고 군사적으로 응징하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미국은 2017년만 해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북한에 거친 말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거나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며 폭언을 했다. 또 항공모함을 집결시키고 전략폭격기를 띄우는 등 고강도의 군사적 압박을 가하였다.

 

지금 미국은 북한에 미사일 발사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월 24일 미 국방부는 북한에 미사일 발사를 멈춰달라며 긴장 완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요청했다. 1월 31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확실히 우리는 그런 일(북한이 미사일 실험)이 있을 때마다 (북한과) 대화를 했다”라며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응의 특징은 얼빠진 사람처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규탄한다면서도 강경하게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저자세를 취한다. 미국이 나름의 대북 전략전술을 수립했으면 일관된 흐름으로 북한을 대할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우왕좌왕 헤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헤매는 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대표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2월 4일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미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을 북한 압박에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추구해왔지만 이미 실패했다. 올해만 해도 네 차례나 중국의 반대로 유엔 대북제재가 무산됐다.

 

볼턴 전 보좌관이 바보여서 ‘불가능한 대안’ 같은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이런 얼빠진 넋두리나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2) 유엔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는 물론 북한 규탄 성명도 채택하지 못하자 브라질,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알바니아, 8개 나라와 함께 별도의 북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 비상임이사국 중 인도, 케냐, 멕시코, 가나, 가봉, 7개 나라는 성명에 불참했다. 유엔 내 여론 지형이 50 대 50을 이루는 것이다.

 

과거 유엔은 미국의 거수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중국, 러시아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엔이 미국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다.

 

3) 한국

 

한국에서는 정부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강경입장을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량응징 보복 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힘당 대선후보는 ‘주적은 북한’, ‘사드 추가 배치’, ‘선제타격’ 운운하며 호전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북강경태도를 뽐내고 있는데, 미국보다 용감(?)한 태도다. 한국의 태도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튄다. 한국만큼 북한에 강경한 나라는 일본 말고는 없다.

 

일본은 사사건건 북한에 강경하게 맞선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한국 정부나 대선 후보의 강경한 입장도 일본처럼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 

 

3. 민심동향

 

1) 미국

 

윤석열 후보가 북한 선제타격론을 주장하자 미국에서 윤석열 후보를 비웃는 댓글이 달려 화제가 됐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의 1월 21일 <대북선제타격론이 퍼지고 있다> 기사엔 “호전적인 미치광이”, “냉전 시대 멍청이는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멍청이 같으니.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원하지 않는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이동식 ICBM 시스템을 갖춘 북한을 미국이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용감하게 어리석은 짓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미국인 속에 북한을 상대로 전쟁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2) 한국

 

한국의 관련 뉴스 댓글을 보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전문가 수준의 내용이 많다.

 

“미국놈들. 항상 외교적 해법이라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전략, 정말 지긋지긋하다. 내가 북한이라도 인내심에 한계가 오겠다”

- 다음 포털, 뉴스1, 2022.01.31., <美국방부 “김정은 다른 길 가길 원해..군사적 대비도 확실히 해야”>

 

“여태 북한이 미사일 안 쏘고 (미군) 유해 보내주고 핵실험장 폭파하고. 많이 했다. 그런데 아직도 조건 없는 대화. 장난하냐? 규제를 조금이라도 풀고 시작해라”

- 다음 포털, 서울신문, 2022.01.31., <美정부, 北에 ‘조건없는 대화’ 거듭 촉구..핵·ICBM 시험 재개 우려>

 

“대화가 되겠니? 미국의 대화라는 게 무조건 핵포기인데”

- 다음 포털, 연합뉴스, 2022.01.31., <美당국자 “北 핵·ICBM 시험 재개 가능성 우려”..北에 대화 촉구(종합2보)>

 

댓글 민심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문제의 본질임을 지적하고 미국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라는 기만을 조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특징

 

이런 한미 여론은 작년과 비교해도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작년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을 땐 ‘종전선언 하자’*라며 새로 집권한 바이든 정부에 기대감을 드러내거나 ‘이건 조건 없이 항복하라는 경고다’, ‘북한이 스스로 대화하자고 나올 때까지 제재해라’**라면서 미국이 북한을 응징할 것이라는 식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다음 포털, 아시아경제, 2021.08.04., <“조건없는 대화 제안 유효” 북한에 공넘긴 미국>

**다음 포털, 연합뉴스, 2022.01.31., <미·영, 러시아에 또 ‘으름장’..“우크라 침공시 전례없는 제재”>

 

그런데 지금은 여론의 논조가 바뀌었다. 북미대결이 격화되는 건 미국 책임이라는 여론이 크다.

 

왜 작년과 올해 여론이 다를까? 그 사이에 있었던 변화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이 작년 9~10월, 그리고 올해 1월에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작년 여름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여론은 이 사건을 통해 힘의 우위가 바뀌었다는 걸 느낀 듯하다.

 

여론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명분과 역량관계가 있다. 

 

명분 측면에서는 댓글 여론을 보면 북한이 미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한은 선제조치를 하고 일부 경제제재만 완화하면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 이로써 북한이 명분을 얻고 미국은 명분을 잃었다. 

 

명분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역량관계다. 여론은 힘이 더 강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미국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게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탈레반에 쫓겨 나오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두고도 미국이 약해졌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은 작년 6~7월 흑해에서 32개국 군과 함께 ‘시 브리즈’라는 대 러시아 연합해상훈련을 벌였다. 그렇다면 미국은 실제로 전쟁이 임박한 지금 ‘시 브리즈’ 훈련을 한 군대를 소집해 오늘 밤에라도 당장 전쟁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연합군을 소집하지 않는다. 부른다고 병력이 모일지도 미지수다. 이런 모습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꺼린다는 걸 볼 수 있다.

 

국민은 이런 미국을 비웃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이 경제제재로 대응하겠다는 기사엔 “제재? 러시아가 콧방귀나 뀌겠다. 자신 있음 미군이 먼저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든가? 그건 못하겠지? 미국도 힘 많이 빠졌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다음 포털, 연합뉴스, 2022.01.31., <미·영, 러시아에 또 ‘으름장’..“우크라 침공시 전례없는 제재”>

 

또 다른 뉴스엔 “미국은 아프간도 가차 없이 버렸다”, “미국 믿다가 아프간 꼴 된다”*라며 미국에 대한 불신이 터져 나온다.

*다음 포털, 뉴스1, 2022.01.31., <美국방부 “김정은 다른 길 가길 원해..군사적 대비도 확실히 해야”>

 

힘은 국제 여론을 좌우한다. 2003년 미국은 유엔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라크를 독단적으로 침공했다. 이라크전 발발 전 유엔 나라들은 이라크침공에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자 찍소리 내지 못하고 동조했다. 

 

당시 미국의 이라크침공 작전명은 “충격과 공포”였다. 목표 지역을 초토화함으로써 이라크군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작전에 이라크군 51기갑사단과 11사단이 집단투항하기도 했다. 상대방을 완전하고 잔인하게 제압해 공포에 몰아넣음으로써 저항을 포기하고 굴복하게 만드는 건 전쟁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여론이 힘의 우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미국이 힘에 밀려 북한과 러시아에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자 여론도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국에 비우호적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4. 대선 관련

 

1) 대선 동향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엔 대선이 한창이다. 대선 동향에서 특징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지지율이 일정 범위에 갇혔다는 것이다. 어떤 악재가 터져도 두 후보 지지율은 5%포인트 이내의 격차를 유지한다.

 

가.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갇힌 이유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적폐언론이 일방적으로 윤석열 후보에 유리한 보도를 쏟아내면서 겨우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을 뿐이다.

 

한겨레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2월 3~4일에 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중 65%가 ‘정권교체를 위해서’였고 ‘후보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답변은 4%에 그쳤다. 이준석 국힘당 대표는 1월 1일 “(윤석열 후보가) 가만히 있으면 이길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국힘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는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공식일정이 아예 없다. 다른 날에도 일정이 한두 개에 그치는 때가 많다. 이마저 당내 행사나 꼭 참여해야 하는 행사일 경우가 다수다.

 

윤석열 후보 본인이 지지율 상승에 기여하는 게 없으니 지지율이 지금 이상으로 오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국민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막고 깎아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적폐언론의 행태는 정말 집요하고 악질적이다. 예를 들어 김건희 7시간 녹취록만 해도 핵폭탄급 문제인데 적폐언론은 침묵한다. 김건희는 녹취록에서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부인인 김혜경 씨가 이런 말을 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적폐언론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물타기를 한다.

 

이런 적폐에 맞서 분투하고 있는 건 촛불국민이다. 촛불국민은 열심히 ‘짤’을 만들고 퍼 나르며 여론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는 작년 하반기부터 검언개혁 온라인집회를 여는 등 대선투쟁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8차에 걸쳐 진행한 촛불행동연대 집회는 대체로 집회 당일 누적조회수 2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많을 때는 하루만에 100만 누적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로 치면 전국 20만~100만 촛불집회가 코로나시국에 맞는 형태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촛불행동연대는 온라인집회에 조선일보 앞 언론개혁 투쟁, 아크로비스타 차량행진과 같은 거리투쟁를 결합시켜 촛불행동의 위력을 배가해가고 있다. 그리고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현수막을 게시하는 ‘시민 현수막 행동’을 벌여 온라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촛불국민의 주장을 전국민에게 퍼트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촛불국민의 투쟁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저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 이재명 후보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갇힌 이유

 

① 언론 환경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일정 범위에 갇힌 주된 이유는 역시 적폐언론 때문이다. 

 

2월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이 있었다. 애초 이재명 후보는 토론을 잘하고 윤석열 후보는 지식과 말주변이 부족하기 때문에 TV토론을 하게 되면 지지율이 요동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TV토론 이후에도 큰 지지율 변화가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명백히 우월했다. 윤석열 후보는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아예 잘못된 주장을 하고, 다른 후보가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알려줘도 아니라고 우겼다. 예를 들어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추가 사드배치가 필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윤석열 후보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막무가내로 고집했다. 또한 윤석열 후보는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를 폐지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면서 그런 적이 없다고 성질을 부렸다. 

 

그런데도 적폐언론은 윤석열 후보가 토론에서 우세했던 것처럼 묘사한다. 조선일보는 2월 4일 <“尹 장악력 돋보였다”…대선 후보 첫 TV토론, 전문가 평가는?>이라는 보도를 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처럼 ‘모르겠다’를 연발하고 사실관계를 오인해 우겼다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다.

 

② 불리한 환경을 자초했다

 

이재명 후보는 편파적인 언론환경이 무척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편파적이라는 걸 몰랐던가. 작년 11월 14일 이재명 후보는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너무 심각한 언론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재명 후보는 “우리가 언론사가 되자.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라고 호소했다.

 

선거에서는 ‘내가 불리했다’라고 아무리 탓을 해도 패배하면 그걸로 끝이다. 언론 환경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전략을 세워 돌파해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

 

특히 여기서 짚어야 할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이런 상황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언론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언론에 휘둘리게 되었다.

 

대장동 논란과 한미연합훈련 사례를 보자.

 

이재명 후보는 작년 9월 대장동 논란이 불거진 후 개발이익 공공환수제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공약으로 개발이익 공공환수제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왜 못했느냐면 조선일보가 민간 자유 침해한다, 사회주의 국가냐고 공격할 거 같아서 안 했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처음부터 개발이익 환수제 공약을 냈으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으로 지금처럼 곤욕을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1회전: 색깔론 공방

 

이재명 후보 말처럼 개발이익 환수제를 먼저 공약으로 내걸었으면 조선일보는 사회주의적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폈을 것이다.

 

2회전: 비리 논란

 

적폐세력은 대장동 논란 초기 이재명 후보가 비리를 저질렀을 거라는 식의 공세를 폈다.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이 생겼는데 뇌물을 안 받았을 리가 있냐는 식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서 비리혐의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곽상도, 윤석열 등 국힘당 쪽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3회전: 특혜 제공 의혹

 

그러자 적폐세력은 이재명 후보가 개발 이익을 충분히 환수하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며 공격 방향을 바꿨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TV토론에서도 이 점을 집요하게 공격당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기는 민간 사업자가 독차지할 수 있었던 이익을 환수한 사람이라는 걸 내세워 방어한다. 특혜를 제공할 거면 뭣 하러 그랬겠냐는 것이다. 

 

만약 개발이익 환수제를 먼저 공약으로 내걸었으면 어땠을까.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이재명 후보는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빼앗으려는 사회주의자’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것이다. 그러면 훗날 대장동 논란이 터졌을 때 조선일보는 차마 이재명 후보가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했어야 한다고 공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무리하게 개발이익 환수를 주장하면 이재명 후보는 ‘언제는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하더니 이제는 사회주의를 하라고 한다’라면서 역공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적폐청산 바람이 대선판을 휩쓸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공약으로 내지 않았다. 대장동 문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논란이 아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선거법 위반 등 다방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는 대선을 준비하면서 적폐가 대장동 사업을 문제 삼으리란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꺼낼지 말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대장동에서 민간 업자의 이익을 환수했는데 여기다 개발이익 환수제까지 꺼내면 사회주의자라고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공약을 내걸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길 바란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꺼내지 않아도 저들은 대장동 문제를 반드시 공격할 것이다’라고 적폐언론의 특징을 정확히 인식해 판단했어야 한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개발이익 환수제를 꺼내 색깔론 논란으로 유도했어야 한다. 그러면 적폐언론은 대장동을 가지고 더는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폐언론은 이재명 후보가 자기 눈치를 보고 회피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 이재명 후보를 난타했다. 국민도 이재명 후보가 눈치 보는 걸 보고 ‘뭔가 잘못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해버린다. 

 

이재명 후보는 색깔론 논란을 두려워했지만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충분히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 

 

2019년 8월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때 적폐세력이 가장 먼저 공격했던 건 바로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전력, 즉 색깔론이었다. 이때 조국 전 장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다”라고 정면 대응했다. 그러자 색깔론 공세는 힘을 잃었고 적폐세력은 공격 방향을 바꿔야 했다.

 

색깔론을 정면돌파했으면 이재명 후보는 여론의 힘으로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국힘당과 적폐언론을 제압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한미연합훈련 사례를 보자.

 

이재명 후보는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상대를 자극하는 한미연합훈련이 아니라 신뢰를 키우는 남북협력훈련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에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2021년엔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수 없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재명 후보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동맹, 기동 훈련이 없어 북한이 양해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2020년에도 똑같았기 때문에 입장을 바꾼 이유가 될 수 없다. 누가 봐도 색깔론 시비에 휘말릴까봐 적폐의 눈치를 본 것이다. 아마 이재명 후보는 색깔론 시비에 걸리면 표 떨어지고 필패한다고 벌벌 떠는 듯하다.

 

이재명 후보가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면 물론 한국 사회에 논쟁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설득하면 충분히 분위기를 전환시켜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한미연합훈련 강행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라는 명분도 제시할 수 있었다.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면 북한이 괌 포위사격 등 미국을 향해 공세를 펼 수 있다. 미국은 이걸 감당할 수 없다.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 북한이 공세를 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건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용주의다’라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최첨단무기를 시위했다. 더 나아가 선제조치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곧 핵시험과 ICBM 발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괌포위사격이나 그보다 더 미국에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도 북한을 감당하지 못하고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며 저자세를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꾸준히 설득했다면 지금쯤 ‘내가 주장한 대로 작년에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이 문제 삼는 미국산 첨단무기 반입을 중단시켰다면 오늘날 북한에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빌미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분을 더욱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여론의 공감을 얻는 건 물론이고 미국의 동의까지도 받아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입장을 바꾸기에 너무 늦었다. 이미 1월에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여론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작년부터 여론 설득 작업을 했어야 했다. 

 

이재명 후보가 연합훈련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1월 북한 미사일 발사 때도 자연스럽게 강경한 입장을 표시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북강경대응은 적폐세력의 전통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국힘당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이재명 후보가 적폐세력의 눈치를 보다가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다.

 

③ 시대정신의 실종

 

이재명 후보가 적폐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생겨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대선에서 시대정신이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적폐와 국민의 대결 전선은 민주화였다. 만약 당시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 후보와 맞서면서 색깔론 공세를 피하기 위해 민주화나 평화통일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복지공약만 내세웠다면 어땠겠는가. 대선은 시대적 의미를 잃고 김대중 후보는 무맥하게 완패했을 것이다.

 

오늘날 이재명 후보가 딱 이런 모습이다. 적폐의 눈치를 보느라 적폐청산이나 평화·번영·통일 같은 시대정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대정신이 실종된 대선엔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 같은 소확행만 남았다.

 

적폐세력 눈에 거슬릴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적폐의 공격을 피하게 되는 게 아니다. 눈치를 보고 달아나면 적폐세력은 기세등등하게 쫓아와 더욱 철저히 짓밟는다.

 

2) 막판 변수

 

가. 여러 의혹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없다

 

선거는 바람이다. 2021년 재보궐선거 땐 LH사태가 일어나 부동산 바람이 선거판을 휩쓸었다. 이렇게 부는 바람은 용을 써도 넘을 수 없다.

 

지금은 바람이 없다. 최근 뉴스를 뒤덮고 있는 건 김건희의 7시간 녹취록과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다. 이런 의혹은 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 아들의 도박 문제 등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런 의혹들이 선거 바람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이런 의혹들은 시대정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논의되어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상당히 엄중하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대만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국민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안다.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국민이 전문가 수준의 분석을 척척 내놓는다. 

 

“미국은 또 경제제재만 하고 끝. 미국에 국가안보를 의존하면 안 된다. 자주국방 해야 되고 전작권도 환수해라”, “미국은 관전하며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고, 나토는 힘이 없고, 유럽은 자기들 경제에 불똥 튈까 머뭇머뭇. 힘없는 국가가 이렇게 된다”

- 다음 포털, 머니투데이, 2021.12.12., <“30분이면 초토화”..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려는 3가지 이유> 댓글

 

“저 꼴(우크라이나 꼴) 안 당하려면 우리나라도 핵미사일 가져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 트럼프가 우산은 공짜가 아니라고 누차 얘기해서 이제 귀에 딱지가 앉았다. 그러니 자체적으로 핵우산을 만들어야 우크라 꼴 안 당한다”

- 네이버 포털, 머니투데이, 2021.12.12., <“30분이면 초토화”..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려는 3가지 이유> 댓글

 

“러시아는 죽어도 우크라가 서방 영향력 아래 있는 꼴은 못 볼 거고 미국은 웬만하면 판을 벌이고 싶진 않은데 물러서는 순간 쿠르드족에 이은 또 하나의 토사구팽이 될까 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 우크라가 러시아에 넘어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토사구팽이 또 일어나면 미국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되는 거고 신뢰도가 무너지는 순간 미국 중심 질서가 무너지게 되는 것”

- 다음 포털, 헤럴드경제, 2022.01.24., <“외교로 풀자”던 美, 군사적 옵션 꺼내들었다..러시아에 강경 대응 예고>

 

과거 국민은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우리 편도 아니고 우리를 지켜줄 만한 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북한이 핵무장을 한 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측면에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국민은 지금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답을 주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중요한 문제에 비하면 김건희 7시간 같은 건 중간 정도 급의 사안이다. 

 

여러 의혹들이 선거 바람이 되지 못하는 건 둘째로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나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두 후보 모두 도덕적으로 약점이 있다고 여긴다. 윤석열 후보에게 김건희 문제가 있으면 이재명 후보에게도 부인이나 아들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적폐세력은 마지막까지 이재명 후보의 가족 문제로 바람을 일으키려고 몰아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 도덕성 문제로 바람을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것 같진 않다. 어찌 됐든 국민이 보기엔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덕성 문제가 대선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다. 

 

나. 태풍이 될 북한 변수

 

특별한 바람이 불지 않고 흘러가는 대선 막바지, 북한 변수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라 태풍급으로 휘몰아칠 수 있다.

 

북한은 1월 한 달 동안 미사일 발사 시험을 휘몰아쳐서 단행했다. 지금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문인지 중단한 상태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2월 20일까지다. 그 후 북한이 행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광명성절부터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태양절까지를 “혁명적 기상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행동을 재개하면 “만천하에 과시”할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을 것이다.

 

1월 30일 북한이 마지막으로 쏘아 올린 건 중장거리 미사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어서 급이 더 높은 ICBM 무기를 시연할 수 있다. 혹은 인공위성 발사나 유인우주선 같은 우주개발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2월 북한 공세도 1월 공세처럼 매우 전격적일 것이다. 북한이 1월에 7차례나 미사일을 몰아쳐 발사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2월에도 예측을 뛰어넘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2월 말, 1주일에 두어 번씩 ICBM이나 그에 준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 대선 정국이 북미대결의 태풍으로 뒤덮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독특한 현상이 있다.

 

앞서 1월 북한 미사일 발사를 세 부류로 설명했다. 초기에 발사한 1부류는 초현대적인 첨단무기, 중기의 2부류는 실전용 미사일, 말기의 3부류는 미국을 겨냥한 무기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1, 2부류의 무기가 치명적이고 3부류의 미사일은 한국 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1월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직접 주재한 것이 한 번 있는데 바로 북한이 3부류 미사일을 시험한 1월 30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건 2021년 1월 21일 신년 업무보고 청취 후 1년 만이었다.

 

한국 정부엔 자국의 위험보다 미국의 위험이 더 큰 안보문제인 것일까? 무슨 살신성인이라도 하는지 자기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보호에만 전심전력을 다 바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정치권이란 참 이상하고 독특하다.

 

이런 특성까지 고려하면 2월 북한이 미 본토를 직격할 능력이 있다고 해석할 만한 우주개발 활동을 하거나 무기를 시연하면 한국과 미국이 온통 난리 날 것이다. 북한이 중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부는 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런 반응이 훨씬 증폭될 것이다.

 

사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든 말든 무시하면 된다. 어느 나라나 자유롭게 무기를 개발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무기개발을 무시하지 못하고 꼬박꼬박 극단적인 긴장에 빠져 반응을 내놓는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월 4일 “북한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에 대한 대응은 미국에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미국 폭스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모닝 컨설트에 의뢰해 1월 16~19일에 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68%)가 꼽혔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비율은 62%였다. 

 

미국의 수뇌부는 물론이고 평범한 미국인들도 사람이 죽는 전쟁보다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미사일 시험에서 더 위협을 느낀다. 이것도 참 특이한 현상이다. 하여튼 이런 인식 때문에 미국은 일일이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이 더욱 큰 반발을 불러와 일을 점점 키운다.

 

미국은 물론 대선을 앞둔 한국 정부와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도 북한이 행동을 재개하면 파르르 떨면서 극도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더욱 파괴력을 키우면서 대선 정국을 강타할 것이다. 모두 한국과 미국이 자초한 상황이다.

 

만약 북한이 행동에 나서면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할까?

 

윤석열 후보는 북풍이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색깔론 공세를 펼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왜 아무 말 하지 않느냐, 북한에 저자세를 보인다며 떠들 것이다.

 

여기서 미국이 북한에 강경군사대응을 하면 윤석열 후보에게 힘이 실린다. 

 

반면, 미국이 1월처럼 2월에도 북한에 대화를 하자는 등 저자세를 보이면 윤석열 후보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된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하자는데 윤석열 후보는 자기가 뭔데 아는 것도 없으면서 함부로 날뛰느냐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미 2월 3일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선제타격 발언이 매우 경솔하다며 대통령은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는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강경태도를 보이는 중이었다면 윤석열 후보는 당연히 북한을 제압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당당하게 맞섰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저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입장이 궁색해지고 한순간에 바보가 됐다.

 

윤석열 후보는 2월에 북미대결의 태풍이 몰아치면 자기가 선제타격을 떠들었던 것이 자기 무덤을 판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쏠지 모르는 이동식 ICBM, 레이더 경보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목표물을 타격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가진 상대를 선제타격하겠다고 하다니, 얼마나 생각이 없고 무능한 짓이었는지 현실에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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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이재명 회동] 윤 "경제 모르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포"

'당선시 뉴노멀준비위' 윤여준 제안에 이재명 "위원장 맡아달라"... '통합정부, 정치개혁' 공감대

22.02.08 22:58l최종 업데이트 22.02.09 00:19l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저녁 서울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함께 이동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저녁 서울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함께 이동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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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중도 확장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만났다. 두 사람은 허심탄회하게 국정운영 방향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고, 윤 전 장관은 많은 질문을 던진 이재명 후보의 모습에서 '고민'을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능은 해악"이라고 조언했다. 또 향후 국정운영에서 시대의 변화, 정치개혁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월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나머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점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이 후보를 만나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며 "현재 유지되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절대적 공존관계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낼 수 없다"고 당부했다. 이 맥락에서 이재명 후보가 최근 꺼낸 '통합정부 구상'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저녁 서울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비공개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저녁 서울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비공개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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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의 견해에 적극 공감하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 등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졌다. 두 사람이 물 흐르듯 대화를 주고받느라 회동은 점점 길어졌고, 금방 2시간을 채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이 후보가 폭넓게 물으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에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만나면 질문이 거의 없는데, 이 후보가 평상시에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해졌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이 제안한 뉴노멀시대준비위와 관련해 '(당선 뒤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그때 위원장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윤 전 장관은 '저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이 그런 걸 하겠냐'며 웃었으나 8일 회동 상황을 종합해보면, 두 사람은 상당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줄곧 '여야 후보 누구든 만날 수 있어도, 선대위 합류는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이날 만남 역시 '윤여준 등판'은 아닌 셈이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 후보 쪽에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면 이 후보는 거의 자료를 안 보고 얘기하는 반면 윤 후보는 전부 보고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TV토론이 벌어지면 윤 후보는 상당히 토론 자체가 힘들지 않겠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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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정서 대선 변수 될 거라는 전망은 언론 희망사항?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2/09 09:49
  • 수정일
    2022/02/09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2.09 07:42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요 일간지 1면, 베이징 올림픽으로 불붙은 ‘반중’ 정서 집중
대권 단일화 움직임에 “유권자에 예의 아냐” “安心은 아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 논란이 반중 정서를 부르고 있다. 지난 개회식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중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나온 일에 이어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의 실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한층 더 들끓고 있다. 9일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편파판정 논란을 1면 기사에서 언급했다. 아래는 이날 신문들 1면의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들 제목이다.

경향신문: ‘반중 정서’ 고조… ‘혐중’ 미끄럼 주의
국민일보: 벌써 4건 편파 판정 ‘中 체전’ 된 올림픽
동아일보: 反中 감정에 기름 부은 ‘불공정 올림픽’
서울신문: 공정 깨버린 중국 ‘NO 올림픽’ 폭발
세계일보: 판치는 편파 판정…‘불공정 베이징 올림픽’
조선일보: 중국 올림픽 편파판정에 6국 항의
중앙일보: 중화주의, 올림픽 정신 삼켰다
한국일보: 편파판정 없는 빙속서… 김민석, 메달 물꼬 텄다

대한체육회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결정하고, 베이징에 있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8일엔 베이징의 올림픽 미디어 센터(MMC)에서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일보는 이를 다룬 관련 기사(“80억 인류가 편파 판정 지켜봐”…CAS 제소하고 바흐에 따진다)로 주요 내용과 함께 “중국의 편파 판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기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제대로 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항의가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2월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월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중앙일보는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2030세대의 불공정 분노’로 연결했다. ‘중국, 스포츠까지 꼼수…불공정 민감한 2030 폭발했다’ 제목의 기사는 “일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 등을 사용하며 중국에 강한 적개심을 보인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의 고유문화를 중국이 원조인 것처럼 주장하는 ‘문화공정(工程)’ 논란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을 통해 ‘중국은 불공정한 방식을 쓴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라 해석했다.

이런 반중 정서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서울신문 기사(‘꼭꼭 숨겨라, 회사명도 로고도’ 1200억 쓰고 마케팅 접은 기업)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동네잔치’ 수준으로 변질되면서 이번 올림픽에 각각 1000억원 이상 후원한 글로벌 기업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은 애초 중국 내 인권 탄압을 문제 삼은 미국과 유럽 각국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올림픽 보이콧’ 요구에도 거대 시장인 중국과 대형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에 거액의 후원을 결정했지만,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내재했던 ‘반중 정서’가 폭발하면서 올림픽 마케팅을 사실상 접은 상황”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불공정’ 문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권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쇼비니즘(맹목적 국수주의)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중 정서’의 과열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관련 기사(‘반중 정서’ 고조… ‘혐중’ 미끄럼 주의)에서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편에선 홍콩,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에서 비롯한 비판적 시각이, 또 한편에선 극우화된 청년층의 혐오 발현의 일종으로 나타나는 혐중 정서 등이 혼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을 보지 않고 정치권이나 언론까지 손쉽게 반중 정서에 올라타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미 지금의 논란이 대선 변수로 옮겨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여야 모두 “분노”…대선 돌발변수로 떠오른 ‘中風’ 조의준 주형식)에서 “민주당은 편파 판정 논란에 내부적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20일까지 열리는 만큼, 이번 이슈가 대선 막판까지 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국민의힘도 반중 정서를 선거 전면에 내걸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지난 2016년 중국 CCTV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한 발언 등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후보나 당 차원이 아닌 지지자들을 통한 온라인 여론전에 나서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명 배우자 ‘과잉의전’ 논란, 대응 방식이 기름 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를 둘러싼 과잉의전 논란을 민주당 대응이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월9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2월9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한국일보는 이날 기사(與, 김혜경 엄호하다 실언 쏟아내… 뒤늦게 발언 자제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대선 승부를 가를 수도 있는 대형 악재다. 그러나 민주당 대응엔 그러나 정교한 전략이 없다. 오히려 실언, 무리수 등으로 ‘화’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며 “해당 의혹을 폭로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공격하거나, 틀린 팩트로 반박하고, 의혹 자체를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식”이라 지적했다.

한겨레 기사(김혜경 논란 ‘꼬리 자르기’ 당 내부서도 쓴소리)는 “민주당의 이런 대응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원인을 측근의 ‘과잉 충성’ 탓으로 돌리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 도리어 반감을 자초한다는 것”이라며 “선대위 관계자는 “배씨가 논란 초기(지난달 28일)에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던 것 때문에 이미 신뢰가 깎인 상황”이라며 “과잉 충성이었다고 해도 배우자가 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일인데 선긋기 전략이 먹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 안에서는 무턱대고 이 후보자 쪽을 두둔하며 책임 떠넘기식 대응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후보 부부가 한차례 더 직접 사과에 나서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정치권 단일화 논의, 흐린눈으로 보는 언론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그 중심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안 후보는 “당선이 목표이지 완주가 목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경향신문 기사(“난 당선이 목표”…단일화에 계속 선 긋는 안철수의 생존법)는 “이는 안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할 수 없는 상황과 관련 있다. 단일화를 먼저 언급할 경우 지지율이 빠질 수 있고, 지지율 하락은 실제 단일화가 진행될 경우 협상력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또 대선 출마 명분인 양당 체제 극복과 단일화는 모순된다. 안 후보로선 시기나 명분상 단일화를 언급하기 어려운 셈”이라 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기사(단일화 카드에 선 그었지만… 대선판도 ‘安心’ 안되는 이유)는 “안 후보는 후보 단일화 제안을 물리치기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달 10%대를 찍은 안 후보 지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대선 완주'를 확언할 수 없게 됐다”며 “안 후보의 단일화 거부로 보수 표가 갈려 정권교체가 무산되면, 보수 진영의 원망은 윤 후보보다 안 후보로 향할 공산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단일화에 전격적으로 나선다고 ‘꽃길’이 보장된 건 아니다”라며 “협상을 할 공간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을 덧붙였다.

▲2월9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2월9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단일화 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사설(명분 없는 후보 단일화, 유권자에 대한 예의 아니다)은 “유권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려면 적어도 명분은 갖춰야 한다.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 정책 연대, 가치 연대의 내용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 후보를 양보하면 총리를 준다느니 몇 개 부처를 준다느니 하며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단일화가 승리의 보증수표도 아니다”라며 “2012년 18대 대선에서 안 후보 사퇴로 문재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지만,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습관적인 단일화 논의는 성사되기도 어렵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 했다.

서울신문 사설(尹·安 단일화, 정책·비전 빨아들이는 블랙홀 안 돼야)은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2012년 문재인ㆍ안철수 단일화 등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건전한 선거문화를 선도하기보다는 ‘권력 나눠 먹기’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며 “후보 단일화 논란이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정책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과거의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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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간을 통해 알게된 진실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2.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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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간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들어 큰 정치적 사변이 일어난 곳들이다. 모두 미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수립한 친미정권이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린 공통점도 있다.

미얀마 아웅산 수치의 실각, 아프간에서 미군의 완전 철수에 이어 최근 친미 성향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마저 “미국이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경지역 병역 배치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라고 말해 미국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미국의 지원과 비호를 받으며 정권을 유지하던 세계 각지의 친미 세력들이 하나 둘 권좌에서 쫓겨나고, 미국과 ‘손절’한 이유는 뭘까? 바로 미국의 국제적 지위 하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2013년 11월 일명 ‘유로마이단’ 사태를 일으켜 폭동으로 정권을 찬탈한 우크라이나 친미 세력은 미국의 원조를 기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경제원조를 이행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까지 겪게 되자,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친미 세력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등을 돌렸다.

여기에 NATO를 앞세운 미국의 군사 위협에 러시아가 끄떡도 하지 않는 데다 국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등 일전불사를 각오해 나서자 미국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NATO와 EU 가입을 포기하고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미국과 ‘손절’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얀마

미얀마 아웅 산 수치의 실각도 우크라이나와 유사하다.

1988년 이른바 ‘8888항쟁’이라 불리는 대규모 반공 시위(색깔 혁명)가 발생해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던 수치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1995년 첫 선거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은 패배했지만 미국과 서방의 꾸준한 지원으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차지한다.

국경을 맞댄 미얀마에 친미정권이 들어서자 중국은 미얀마와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2017년에는 중국에서 벵골만을 통해 미얀마 국토를 관통하는 송유관 및 가스관까지 개통하면서 우호관계가 조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친미정권인 미얀마와 중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미얀마에 있어 경제위기를 자초한 꼴이 되었다. 여기에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열세인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한 선거 미실시, 불법 사전투표와 투표지 수거, 투표함 분실, 유권자보다 860만명 많은 집계 투표지 등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부정선거를 인정하지 않자, 직전까지 정권을 잡았던 사회주의 군부가 2021년 2월 수치와 대통령 윈 민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 그리고 여당 소속 의원들을 감금해 버렸다. 결국 수치는 실각하고, 친미 세력은 이렇게 미얀마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다시 '8888항쟁'같은 대규모 반공 시위를 공모하기는 쉽지 않다.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가 지난 1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 공항에 도착해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교장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괴뢰 정부를 세운다. 그러나 미국의 비호 아래 20년 간 연명한 아프간 친미 정권은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가 카불에 무혈 입성하면서 종말을 고한다.

카불에서 미군이 완전히 패퇴하자, 아쉬라프 가니 당시 아프간 대통령은 저만 살겠다고 자기 재산을 4대의 차에 나눠 싣고 허겁지겁 도망갔다.

아프간에서의 20년 전쟁에 패배한 미국, 그것도 정규군이 아닌 탈레반에 당한 치욕적인 패전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군에겐 국제적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간의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진실은 이제 미국은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친미 정권을 보위할 능력이 매우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신냉전'으로 인해 친미 동맹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친미 정권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자국 국민의 이익과 미국의 요청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친미 노선을 유지하면 불가피하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미국과 ‘손절’이 답인데, 과연 세계 유수한 친미 정권들 중에 ‘자주의 길’을 선택할 용기 있는 국가 지도자는 얼마나 될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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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원전’만 외치는 윤석열 “핵폐기물? 처리할 곳은 많다”

“어차피 지하 500m 이하에 방폐시설 갖춰 묻으면 돼, 경제적 보상할 것”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span style="font-size: 0px; letter-spacing: -0.8px;"> </span>
  • 발행 2022-02-07 18:10:01
  • <span style="font-size: 0px; letter-spacing: -0.8px;"> </span>
  • 수정 2022-02-07 22: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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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경제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02.07. ⓒ뉴시스
 
 연일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핵폐기물 처리 문제와 관련해 "처리할 곳은 많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figcaption>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 강연에 참석해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법과 장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어차피 지하 500m 이하에 잘 방폐시설(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을 갖춰서 묻으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금은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그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부지에 묻을 수밖에 없는데 그건 거의 95% 정도 찼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대로 원전을 계속 사용하려면 이미 포화 상태인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윤 후보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안일한 해결책뿐이었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부지를 물색해왔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30년 이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윤 후보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단순한 해답만 내놨다.

그는 "기술의 진전과 함께 핵폐기물 처리장을 허용하는 지역에는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함께 해줘서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들어 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언급한 '기술의 진전'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 중인 'SMR(소형 모듈형 원자로)'과 '파이로프로세싱'을 의미한다. 문제는 윤 후보 역시 두 기술이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는 문제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기술이 발전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두 가지 다 빠른 시일 내 상용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그 부분에 대해 기술적 축적이 돼 있다"며 "이 부분을 정부가 많이 투자해 기술을 빨리 상용화시킬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거듭 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달성할 수 있는 건 극히 일부분이고 천연가스와 원전 없이 산업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을 더 강화하고 원전이 '님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더 안전하고 간편한 방식으로 기술적인 진전을 이뤄 당분간 이 원전이 산업에 계속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특별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원전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늘릴 정책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재생에너지라고 하는 건 기술 발전이 더 돼야 한다"며 "지금 우리의 산업 수요에 필요한 전력량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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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확진 나흘째 3만명대…재택치료 하루새 1만2724명↑

등록 :2022-02-08 09:54수정 :2022-02-08 09:58

1433명 늘어 3만6719명
재택치료자 15만9169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5천286명을 기록한 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5천286명을 기록한 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6719명으로 또 다시 역대 최다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이후 나흘 연속 3만명대로 집계됐다. 재택치료자는 15만9169명으로 전날보다 1만2724명 늘었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6719명(국내 3만6619명, 해외 유입 10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3만5286명)보다 1433명 늘어났다. 지난 5일 처음 3만명을 넘은 뒤 나흘째 3만명대 집계다. 일주일전 화요일(1만8340명)보다는 1만8379명 많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08만1681명이다.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확진자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의 2배 이상이고, 가족 중 2차 발병률도 델타 변이와 비교해 매우 높다며 이달 말 하루 13만∼17만명의 대규모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예견된다고 밝혔다.이날 0시 기준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 1만2123명, 서울 5901명, 인천 2976명 등 수도권에서만 2만1천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부산 1918명, 경남 1894명, 대구 1788명, 경북 1541명 등 비수도권에서도 다수 확진자가 나왔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전날 270명보다 2명 줄어든 268명이다. 신규 입원 환자는 1369명이며 사망자는 80살 이상 25명, 70대 5명, 60대 4명, 50대 1명, 40대 1명 등 총 36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6922명이다. 누적 치명률은 0.64%로, 지난달 초·중순 0.91%까지 올라갔던 누적 치명률은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18.4%(2527개 중 466개 사용)로, 전국에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2061개 남아있다. 재택치료자는 이날 0시 기준 15만9169명이다. 전날 14만6445명에 비해 1만2724명이 늘었다. 재택치료자는 지난 4일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뒤 빠르게 늘고 있다. 재택치료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 4만5975명, 서울 3만5760명, 부산 1만1052명, 인천 9780명, 경남 8008명 등이다.

전체 인구 대비 예방접종률은 1차 87.1%, 2차 86.0%, 3차 55.4%다. 3차 접종률은 고위험군인 60살 이상 고령층이 86.4%, 18살 이상 성인 기준으론 64.1%다.

방역당국은 전날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에 대비한 재택치료 체계를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 청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질병청과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2월 말경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17만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기존의 선제적이고 촘촘한 3T(검사·추적·치료) 전략에서 대규모 확진자·격리자 발생에 대응하면서 사회필수기능 유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방역대응 전략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는 10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완화 조치에 나선다.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되는 60살 이상이거나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인 50살 이상 고위험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만 하루 2회 유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재택치료 키트도 집중관리군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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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 여러분, 이런 대선 정국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서울 지역 대학에 김건희 씨 규탄 대자보 붙어

안성현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2/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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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   ©안성현 통신원

 

▲ 홍익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   ©안성현 통신원

 

서울 지역의 대학교에 또다시 김건희 씨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부착되었다.

 

홍익대학교에 부착된 ‘제2의 최순실, 김건희는 자수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김건희 씨는 주가 조작, 허위 경력 위조 등 심각한 범죄혐의를 받는 사람입니다... (중략)... 김건희 씨가 우리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입니다. 모두의 관심과 힘으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듭시다”라며 김건희 씨에게 제기된 여러 범죄 의혹들을 비판하였다.

 

또한 연세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는 “비선 실세로 국정농단을 일으킨 최순실을 기억하십니까...(중략)... 이런 최순실과 너무나 똑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건희입니다”라며 “무려 허위경력 기재 사실이 18개나 드러났습니다. 제2의 최순실, 김건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자수하고, 수사받아야 합니다”라면서 김건희 씨의 의혹들에 대해 자수와 수사를 촉구했다.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에도 대자보가 부착되었다. 대자보에는 “국민의 의지로 선택된 자가 아닌 범죄자인 비선실세, 무당놀음에 빠진 비선실세가 다시 등장해 국정농단을 일삼는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순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대학에 김건희 씨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부착되었다.

 

▲ 연세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 .   ©안성현 통신원

 

▲ 이화여자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   ©안성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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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1.8%를 한국이 차지, 이보다 더한 망신은...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해양포유류 보호 국가 이끌 대통령을 원한다

22.02.08 06:03l최종 업데이트 22.02.08 06:03l
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하동의 어느 양식장에서 발견한 상괭이. 햇빛이 등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  하동의 어느 양식장에서 발견한 상괭이. 햇빛이 등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 조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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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1년 한 해 동안 바다에서 2000시간을 보냈다. 1년간 돌고래 다큐멘터리 팀에서 조연출로 일하며 몇 달간 항구와 섬에서 지냈다. 내가 팀에 합류하게 된 건 대단한 이유가 아니었다. 여느 20대와 같이 취업을 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배우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활동하던 단체에서 캠페인을 하다가 알게 된 돌고래 다큐멘터리 감독님께 '일을 하고 싶다'고 메일을 썼고, "함께 일해보자"는 답변을 받았다. 처음으로 일이란 걸 하게 되어 기뻤다. 조연출이라는 멋진 직업에, 게다가 바다에서 돌고래를 매일 볼 수 있다니! 그저 싱글벙글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목격하게 될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

촬영할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상괭이였다. 상괭이는 해양환경단체에서 1년 반 동안 활동한 내게도 생소한 동물이었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던 3월, 나는 하동의 어느 양식장에서 이 동물을 처음 만났다. 상괭이는 밝은 회색빛을 띤 매끈한 돌고래였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큰돌고래와 다르게 등지느러미가 없고 얼굴이 둥글다. 아침마다 양식장 인부가 상태가 좋지 않은 숭어를 솎아내어 버리면 상괭이 몇 마리가 그 숭어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상괭이는 그중에서도 살아 있는 숭어만 먹었다. 입으로 숭어를 한번 툭 건드려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붉은 아침 햇살, 그 햇빛에 반짝이는 상괭이의 등, 푸우우- 시원하게 내뿜는 숨소리... 시야에 담긴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후로도 부산, 가덕도, 군산 등을 다니며 바다를 누비는 상괭이를 만날 수 있었다. 양식장에서 만난 우아한 상괭이들과 다르게 부산에서 만난 상괭이들은 힘차게 점프하고 빠르게 수영했다. 그 다음 촬영지는 충청남도 태안의 서쪽 끝에 있는 신진도라는 섬이었다. 나는 또 어떤 아름다운 장면을 보게 될지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독님을 따라나섰다. 카메라를 들고 방문한 곳은 한 냉동창고였다. 왜 상괭이를 만나러 바다가 아닌 냉동창고에 가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창고의 문을 열자마자 밝혀졌다.

창고에는 상괭이 백수십 마리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 죽은 상괭이들은 먹색으로 변해 있었고 반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작은 생선을 문 채로 죽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된장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창고의 주인은 옷이나 신발이 벽과 바닥에 닿지 않게 주의하라고 말했다. "한 번 묻으면 몇 개월이 지나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그날 내 몸에 무언가 묻혀온 게 분명하다. 코를 찌르던 그 냄새가 이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상괭이 죽음의 원인은 거대한 그물 상괭이는 '안강망'이라고 불리는 고깔모자 같은 자루그물에 잡혀 질식사한다. 먹이를 쫓아 그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물의 크기는 가로 40m에 깊이가 약 100m에 달한다. 입구의 높이는 수면에서 바닥까지 닿을 정도다. 입구가 거대하기 때문에 상괭이는 처음에 본인이 그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지 인지하지도 못한다. 깊이 들어가고 나서야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죽는 상괭이만 연평균 800~1000마리에 달한다. 문제는 혼획되는 상괭이의 대부분이 미성숙 개체라는 것이다. 어린 개체는 수영 능력이 미숙하고 그물에 관해 충분히 학습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21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 아래 MARC)와 국립수산과학원은 3월에서 6월까지 태안 일대에서 수거한 상괭이 224구를 실측하였는데, 조사 결과 전체 사체의 97.8%가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상괭이였다.

MARC 장수진 연구원은 이에 대해 "그 연령의 재생산 가능한 개체들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제거한다면 이미 이전 10년에 걸쳐 급격하게 줄어든 상괭이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다시 숫자를 늘리는데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며 "멸종 위기에 가까워진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 해 1835마리 고래를 잡는 나라
 
큰사진보기연구를 위해 마당에 늘어놓은 상괭이 224구
▲  연구를 위해 마당에 늘어놓은 상괭이 224구
ⓒ EBS <여섯 번째 대멸종>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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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수협위판장에 놓여있는 상괭이 사체. 위쪽에 아주 어린 개체로 추정되는 사체가 있다.
▲  수협위판장에 놓여있는 상괭이 사체. 위쪽에 아주 어린 개체로 추정되는 사체가 있다.
ⓒ 조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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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획은 단지 상괭이와 안강망의 문제는 아니다. 밍크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와 같이 한국에 서식하는 수많은 고래가 안강망, 정치망, 자망 등에 걸려 죽는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2000마리 고래가 혼획되었다(고래 학살로 악명높은 일본 타이지에서 2020/21 시즌에 죽은 돌고래 687마리보다 많다). 학살을 뛰어넘는 규모로 한국에서 고래류가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고래류 혼획 수를 크게 웃돈다. 2014년에 국제포경위원회에 보고된 국가별 고래 혼획량에 관한 통계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호주, 브라질, 덴마크, 한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스페인, 영국, 미국 등 10개 국가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그물에 혼획된 고래가 총 2008마리였는데 그중 1835마리가 한국에서 잡혔다. 전 세계 혼획량의 무려 91.8%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망신도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물에 질식사한 고래 일부를 고기로 유통한다. 밍크고래의 경우 아직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위탁판매가 가능하다. 혼획되는 밍크고래는 고래고기로 유통된다. 의도적인 포획 흔적이 없는 '우연한' 혼획임이 증명되면 해양경찰이 어민에게 유통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러한 밍크고래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거래된다. 상괭이와 같이 밍크고래도 어린 개체가 주로 그물에 잡힌다.

이종희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혼획된 밍크고래 체장을 조사했더니 평균 5.1m"라고 말했다. 그리고 "체장을 근거로 나이를 추정해봤을 때 주로 2살 전후의 어린 개체가 많았고 1살 미만의 개체도 18%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린 개체가 성체가 되지 못하고 계속 줄어가면 해당 종은 멸종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큰사진보기국내 연간 고래 혼획 수 그래프.
▲  국내 연간 고래 혼획 수 그래프.
ⓒ 시셰퍼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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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미터 싸움에 상괭이 등 터진다

해양수산부와 유관기관이 해양포유류 혼획 문제를 아예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먹이를 따라 그물에 들어온 상괭이가 중도에 빠져나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해양 포유류 탈출 장치(아래 탈출 장치)를 개발해오고 있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3월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해양 포유류 탈출 장치는 그물 중간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으로 상괭이를 유도하는 '길'을 그물 중간에 덧붙이는 방식이다. 거대한 그물 중간에 또 다른 그물로 된 '벽'이 세워지는 형태다. 이 탈출유도망은 목표어종은 지나갈 수 있으나 상괭이는 지나갈 수 없는 크기로 그물코를 만들어 상괭이가 '벽'을 지나지 못하고 탈출구를 따라 안강망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원리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탈출유도망의 최소 그물코의 크기를 370mm(상괭이의 머리둘레)로 제한했으나, 어민들은 상괭이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하나 광어와 홍어 같은 대형 어류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유로 탈출유도망 그물코를 400mm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출유도망의 크기가 상괭이의 머리둘레보다 크면 상괭이도 '벽'을 지날 수 있어 유도 장치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또한 상괭이 탈출망 유도장치로 인한 실제 어획 손실률은 5% 미만에 불과하나 해양수산부는 '어민들이 반대해서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기껏 개발한 해양포유류 탈출장치 부착 안강망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탈출 장치 설치는 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물에 탈출 장치를 달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해당 고시 제1조에 따르면 "이 고시는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의 설치가 필요한 어업에 대하여 혼획 저감장치의 구성, 어구의 그물코 규격 및 사용 시기 등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해당 고시는 탈출 장치의 규격이나 사용 시기를 정하는 목적으로 제정됐을 뿐, 탈출 장치 설치를 강제하지도 유도하지도 않는다.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개정안인 것이다.
 
큰사진보기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안강망. 그러나 실제로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안강망. 그러나 실제로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MBC <상괭이가사라진다 >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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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이하 고래 고시)'를 개정했는데 좌초∙표류한 고래와 불법포획의 정황이 있는 고래의 판매만을 금지할 뿐, 혼획으로 폐사한 고래는 여전히 유통할 수 있게 했다. 좌초∙표류한 고래는 전체 고래 사체 중 19%에 불과하고 혼획되는 밍크고래의 대부분은 정치망이나 자망, 안강망에 잡혀 올라와 작살 흔적이 남지 않기에 의도적인 혼획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고래가 질식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그물 내에 방치하는 방식의 불법포획이 '우연한' 혼획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현행법으로는 '고래 자원을 보존'할 수 없다. 정말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혼획에 의해 폐사한 고래의 유통을 막고 밍크고래 등을 해양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처럼 '고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되었다고 주장하는' 두 정책은 상괭이와 밍크고래를 포함한 수많은 해양포유류의 죽음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고래 혼획을 막으려는 두 정책이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니라,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2017년 개정된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라 해양포유류의 우발적 사망이나 부상을 야기하는 어업으로 생산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에 의한 수산물 수출 규제를 면하기 위해서 등 떠밀려 만든 자구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 고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해양환경을 지킬 정부는 없는 걸까?

불법 어업 확실히 단속하라

상괭이 탈출망은 혼획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370mm가 어린 상괭이의 머리둘레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해당 탈출 망을 달았을 때 더 작은 상괭이가 혼획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 상괭이 탈출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어획물 역시 5%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서 그물코의 규격을 370mm로 정한 것도 과학적으로 합당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 대안의 실행을 이익집단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어민이 반대해서 정책을 이행할 수 없다'라는 변명으로 상괭이 보호 정책을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 된다. 상괭이가 어민에게 상업적 가치가 없는 데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상괭이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실제로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하게 상괭이 혼획률을 줄이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불법 어업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이다. 현재 안강망 어업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그물 수보다 2~3배, 많게는 5배 되는 그물을 투망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현행법상 규정 그물 수가 근해안강망은 20틀, 연안개량안강망은 5틀로 제한되어 있는데 각각 100틀, 25틀 가까이 그물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근해안강망이 205척, 연안 안강망이 400척 정도 되는데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전국 바다에 6000개의 거대한 안강망이 뿌려지는 셈이다. 이러한 어업 방식은 상괭이를 무자비하게 혼획할 뿐만 아니라 파괴적으로 바다를 텅 비게 만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관리단, 해양경찰과 협력하여 규정 틀 수를 위반하는 불법 어업을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법을 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래류의 의도적인 혼획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예 유통이 불가한 해양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나 이것만으로는 고래류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 상괭이의 경우 2016년에 보호 생물로 정해졌지만, 혼획 저감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후로도 4년간 연평균 1400마리씩 혼획되었다. 게다가 '돈벌이'도 안 되는데 해양경찰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 탓에 어민들이 죽은 상괭이를 해상에 버리는 일이 빈번해져 결과적으로 상괭이가 얼마나 혼획되는지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역시 2012년에 보호 생물로 지정됐지만, 현재 관광 선박과 모터보트의 굉음과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보호종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로 안심과 무관심 속에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해양포유류를 비롯한 해양생물 자체가 바다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 보전 노력에 함께 노력을 기울일 때만 유의미한 해양환경 보전 정책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5월 고래 고시를 개정하며 2022년에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3종 보호종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 약속을 이행하고 실제로 해양생물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약속대로 조업 금지구역 포함한 해양보호구역 30% 이상 지정하라
 
큰사진보기보트에서 찍힌 조해민 활동가의 모습. 상괭이 프로젝트에 다큐멘터리 팀 조연출로 참여해 상괭이를 촬영했다.
▲  보트에서 찍힌 조해민 활동가의 모습. 상괭이 프로젝트에 다큐멘터리 팀 조연출로 참여해 상괭이를 촬영했다.
ⓒ 조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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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이 보호종답게 고래가 고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바다, 어업 활동이 일절 일어나지 않으며 해양 관광도 제한되는 곳, 생물 다양성이 점점 늘어나고 전체 생물량은 주변보다 2.5배 더 많은 바다, 그리하여 주변 바다의 어획량도 2배 이상 증가하게 만드는 바다. 비현실적인 낙원처럼 보이는 이 바다가 가능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 Area)이다.

해양보호구역은 바다의 그린벨트 역할을 하는 장치로, 세계 해양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의 최소 30~5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양환경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국이 2030년까지 이러한 바다를 전 세계에 30% 확보하자는 목표를 지정해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지난 2021년 한국 정부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1월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2.46%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조업불가구역은 0%라 실제로 선순환을 일으키는 해양보호구역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상괭이 탈출 장치도 도입하기 어려워하는 정부가 2030년까지 영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직접 목표수치를 선언한 만큼 구체적인 계획과 진행과정이 따라와야 하나 이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말뿐인 정책으로는 그 어떤 결과도 거둘 수 없다.

20대 정부는 확고한 생태적 리더십을 발휘해 바다가 모든 국민의 공공재이자 수많은 해양동물의 터전임을 인식하고 이를 보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바다를 어민의 소유물로만 인식하고 설득과 협상에 급급했던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뿌리 깊이 퍼져 있는 불법 어업을 근절하고 해양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래류를 보호하며 마침내 진정한 해양환경 선진 정책을 이뤄내는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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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옷깃만 스쳐도 실격? 쇼트트랙 판정에 뿔난 언론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2.08 07:22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황대헌·이준서 선수 연달아 실격, 대신 중국선수 진출 편파판정 시비
집단감염·교주횡령 등 잠잠했던 신천지, 조·중·동·서울·세계·한국 6개 일간지에 뒷면 전면광고 

지난 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황대헌, 이준서 선수가 연달아 영상판독 결과 반칙이 선언돼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중국에 대한 편파판정 비판이 거세졌다. 한국 선수들이 패널티로 떨어진 자리에 공교롭게 중국선수가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전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1등으로 들어왔지만 역시 석연찮은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8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편파판정을 비판했다. 

코로나 역학조사 방해, 교주의 횡령 등으로 사회적 활동을 자제하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이 주요 일간지에 홍보광고를 실었다. 6개 일간지에 뒷면 전면광고로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요한계시록 유튜브 특강 행사를 알리는 내용이 실으며 대대적인 활동을 예고한 셈이다. 

연일 언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보수 언론이 반복해오며 단일화 여론을 만든 가운데 사실상 안 후보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아직 단일화 협상이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8일자 신문에선 한발 앞서 단일화 명분을 만들 것을 주문했고, 한겨레는 안 후보가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단일화 이슈를 띄운다고 보도했다. 

▲ 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4년전 “베이징 대회 공정할 것” 주장한 중국
“선넘은 편파” “격 잃은 올림픽” 격분한 언론

국민일보는 1면에서 황대헌 선수가 중국선수 두명을 제치는 장면을 사진기사로 보도하며 “이게 반칙이라니…”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 신문은 2면 기사에서 “대회 전부터 한국 쇼트트랙은 베이징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개최국 중국의 존재가 같은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대표팀에 편파판정 등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서”라고 전했다. 대표팀 맏형인 곽윤기 선수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판정을 예로 들며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현실화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중국 대표팀은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모든 국가 중 가장 많은 실격을 기록했다”며 “당시 중국 선수들은 심판이 한국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2022년 베이징 대회는 공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석에 따라 보복판정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에서 중국 대표팀은 선수교대 당시 터치가 되지 않았는데도 금메달을 땄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 

▲ 8일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 8일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동아일보는 2면 “황대헌, 中선수 2명 절묘한 추월…‘레인 변경 반칙’ 석연찮은 실격”에서 “황대헌은 선두로 경주를 마쳤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이 늦어 신체 접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격 처분을 받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해설위원들의 평가도 전했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황대헌이 세계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2014년 소치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황대헌은 추월 과정에서 어떤 신체접촉도 없었다”며 “오히려 황대헌의 왼쪽 무릎을 손으로 친 리원룽에게 실격을 줘야하는 상황,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들도 쇼트트랙 판정에 의문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1면 “선 넘은 편파 판정…쇼트트랙 ‘쇼크’”, 서울신문 2면 “‘바람만 불어도 실격’…곽윤기 예언, 현실이 됐다”, 세계일보 1면 “황대헌 준결승 1위에도…어이없는 실격”, 한국일보 1면 “황당한 실격·실격…격 잃은 올림픽”, 한겨레 “‘옷깃만 스쳐도 실격’ 최악 편파 판정”, 조선일보 2면 “중국과 스치지도 않았는데…황대헌·이준서 황당 실격” 등 한목소리로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중국 런쯔웨이 선수가 결승에서 1위로 달리던 헝가리 류 사오린 선수의 팔을 잡아당기는 사진을 싣고 “이래도 중국은 금메달”이란 제목의 기사를 전했다. 

▲ 8일 조선일보 1면 기사
▲ 8일 조선일보 1면 기사

 

SBS는 지난 7일 쇼트트랙 경기 생중계를 마치면서 그동안 중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저지른 노골적인 반칙장면 10개를 모아 송출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의 빙질 문제도 논란이다. 여자 500m 준준결승부터 빙질 문제로 미끄러지는 선수가 많았고, 한국의 최민정 선수도 넘어졌다. 황대헌 선수가 경기 전 “빙질의 성질이 계속 변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했는데 빙질이 장벽이 된 셈이다. 

지난 5일자 경기에서도 다수의 선수들이 특정 구간에서 넘어졌고, 혼성 계주에서 박장혁 선수도 미끄러져서 예선탈락했다. 비슷한 구간에서 여자 500m 세계랭킹 1위인 쉬자너 스휠팅(수잔 슐팅·네덜란드)이 혼성 계주 준결승 도중 넘어졌다. 7일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는 박장혁 선수가 2위로 무난한 레이스를 보이다 넘어지면서 중국 선수 스케이트에 손을 다쳐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경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윤홍근 선수단장은 8일 오전 11시 전날 판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신천지, 일간지에 대대적 광고하며 본격 활동

8일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 6개 신문은 뒷면 전면광고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온라인 특강 홍보내용을 실었다. 

▲ 8일자 6개 종합일간지에 실린 신천지 관련 뒷면 전면광고
▲ 8일자 6개 종합일간지에 실린 신천지 관련 뒷면 전면광고

 

기독교계 대안매체인 ‘뉴스앤조이’는 지난달 7일 “신천지 반사회적 모습 드러났는데도…‘조선일보’·‘한겨레’ 등 대대적 광고 게재”란 기사에서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2020년 2월경, 언론들은 신천지의 문제점을 비롯해 역학조사 방해, 교주 이만희 횡령 등에 관한 보도를 쏟아 냈고 한동안 신천지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신천지는 대내외 활동을 축소했다”며 “한동안 잠잠하던 언론들이 또다시 신천지 광고를 받아 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지난해 10월이후 지난달 5일까지 신문 뒷면 전면광고로 온라인 세미나 행사를 알렸다. 또한 여러 지방지나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형광고’로 의심할 만한 신천지 홍보 기사가 대거 실린 사실도 보도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러한 무분별한 광고 게재를 비판하며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측에서 “신천지 광고를 싣는 건 피해자에겐 2차 가해”라는 비판 목소리도 보도했다. 사실상 신천지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8일 종합일간지 뒷면광고뿐 아니라 해당 특강을 홍보하는 기사가 다수 지방신문에 보도됐다. 관련 기사 제목이다. 

전국매일신문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천국 비밀 계시록 증거’ 특강…유튜브 통해 중계” 
일간경기 “신천지 15일 요한계시록 유튜브 특강” 
경북신문 “이만희 총회장, 천국 비밀 계시록 증거 특강”
경도신문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요한계시록 특강 ‘천국 비밀 계시록 증거’ 유튜브 생중계”
경인종합일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오는 15일 요한계시록 특강”
충청신문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라’ 하신 성경 속 ‘물’의 바른 증거는?”
대전투데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오는 15일 요한계시록 특강”
서울매일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야 천국 들어가”

▲ 경인종합일보 8일자 신천지 관련 기사
▲ 경인종합일보 8일자 신천지 관련 기사

 

동아 “정권교체 이상의 명분과 비전이 관건”
한겨레 “안철수 완주한다는데”

국민일보는 지난 3~6일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관련 국민의힘 의원 105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일보는 101명과 전화통화를 했고 이중 67명(63.8%)이 단일화에 찬성 입장이라고 전했다. 단일화에 반대 의견을 낸 의원은 16명(15.2%)에 불과했다. 

최근 보수성향 신문에서는 칼럼이나 사설에서 직접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해왔다. 단일화 실패 상황을 “국민에 대한 배신”, “오판” “죄악”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단순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라는 차원의 분석을 넘어 언론이 선수로 뛰는 모습이었다. 

[관련기사 : ‘역사의 죄인’ ‘국민 배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압박 선수로 뛰는 언론]

이런 가운데 8일 동아일보는 사설 “尹-安 단일화 논의, 정권교체 이상의 명분과 비전이 관건”에서 “단일화 협상이 개시될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면서도 “정권교체는 야권의 목표는 될지언정 그 자체가 단일화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공정과 상식’ ‘555 성장전략’을 각각 내세운 두 후보가 어떤 국정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지, 대선에 승리한다면 어떻게 정권을 공동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청사진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주장이 나오자, 아직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단일화 명분부터 찾아 놓는 꼴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설에서도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 기간 내낸 ‘안일화’ ‘윤일화’ 하며 옥신각신하고, 내각 지분이나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놓고 다투기만 하다간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재차 단일화를 주장했다. 

▲ 8일자 국민일보 만평
▲ 8일자 국민일보 만평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 “단일화 논의, 선거공학적 이벤트면 역효과 명심을”에서 “단일화 자체가 당선을 보장하는 만능 열쇠일 수 없다”며 “안 후보는 그간 ‘정권교체가 되고도 달라지는 게 없으면 정권교체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닥치고 정권교체’에 선을 그었다. 비전과 가치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 셈이다. 단일화 논의에서도 이런 점이 빠진다면 설사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권력 나눠 먹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 이벤트 때문에 정책 경쟁이 뒤로 밀리고 후유증도 상당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 줄다리기가 재연된다면 유권자들의 염증과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 1면 기사 “안철수 완주한다는데…‘단일화 이슈’ 띄우는 국민의힘”에서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완주 의사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론’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단일화 카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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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시, 윤석열 ·안철수 모두 이재명에 10%p ↑ 앞서

등록 :2022-02-07 05:00수정 :2022-02-07 10:36

한겨레 여론조사: 단일화 가상대결
윤 43.5%-이 32.7%…안 47.5%-이 28.9%
단일화 필요 43.6%-불필요 46.4%…
윤 지지층 “필요” 응답이 2배 많아
윤석열 단일후보 땐 안 지지층 분화…안철수 되면 윤 지지표 대부분 흡수

대선의 막판 변수로 꼽히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현실화했을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가운데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더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안정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을 물은 결과, ‘필요하다’는 답변이 43.6%,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46.4%로 조사됐다. ‘단일화 필요성’은 윤 후보 지지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윤 후보 지지층 가운데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답은 66.7%로 필요하지 않다(30.2%)는 답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반면 안철수 지지층에선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답이 57.6%, ‘필요하지 않다’는 답이 36.4%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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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로 단일화한 ‘이재명-윤석열-심상정’ 3자 가상대결에선, 이 후보 32.7%, 윤 후보 43.5%, 심상정 정의당 후보 4.0%로 나타났다. 안 후보로 단일화한 ‘이재명-안철수-심상정’ 가상대결에선 이 후보 28.9%, 안 후보 47.5%, 심 후보 3.3%로 조사됐다. 윤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이 후보를 10.8%포인트 앞서지만,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면 이 후보와의 격차가 18.6%포인트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한편 윤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은 분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 3자 구도를 가정했을 때, 안 후보 지지층의 투표 의사는 이 후보 13.5%, 윤 후보 33.9%, 심 후보 9.2%, 없다·모름·무응답 39.8%로 나뉘었다.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 쪽으로 모두 이동하지 않고 약 40%가 ‘부동층’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층은 대부분 안 후보에게 이동했다. ‘이재명-안철수-심상정’ 가상대결 결과, 이 후보 3.0%, 안 후보 73.3%, 심 후보 1.0%, 없다·모름·무응답 17.9%로 나타났다. 이는 ‘정권교체’ 요구가 높은 윤 후보의 지지층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층 가운데 ‘국정운영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89.6%로 압도적인 반면, 안 후보 지지층은 ‘정권심판론’ 응답이 60.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일화 신경전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6일 야권 단일화를 두고 엇박자를 노출했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단일화 여부로 박빙의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다. 선대본에서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고, 이준석 대표는 “자꾸 후보를 모시는 분 중 일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군불을 때는 것에 굉장히 우려를 표한다. 아주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달라서 싸우고 있는데 제가 거기에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말했다.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 어떻게 조사했나조사 일시 2022년 2월3~4일조사 대상 전국 거주 만 18살 이상 남녀 1000명조사 방법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응답률 19.0%가중치 부여 방식 권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 셀 가중(2021년 10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조사 기관 ㈜케이스탯리서치조사 의뢰 한겨레신문사

※자세한 내용은 케이스탯리서치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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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강' 때문에 TV토론 깨진 날 밤, 술자리 가진 윤석열

제주에서 공식 일정 마치고 기자들 저녁 자리 나타나 소맥 여러 잔... '건강상 이유'는 핑계였나

22.02.07 06:04l최종 업데이트 22.02.07 06:04l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입당 전인 지난해 7월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입당 전인 지난해 7월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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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선후보 TV토론 연기를 요청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후보의 건강'을 꼽은 가운데, 정작 같은 날 저녁 윤석열 후보는 술자리에 참석해 술(소맥)을 여러잔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애초에 윤 후보의 건강 문제를 TV토론 연기의 이유로 진지하게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의 저녁 자리에 나타나 약 1시간 정도 머물렀고 이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도 여러 잔 마셨다. 제주 일정을 동행한 기자들이 한 횟집의 3개 방에 흩어져 식사 중이었는데, 윤 후보는 이곳을 찾아 각 방을 돌았고 방별로 술을 2~3잔 정도(총 6~9잔) 마셨다.

이날 서울에선 한국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 관계자가 모여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던 대선후보 토론회의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주관 방송사(JTBC)의 편향성과 윤 후보의 건강을 거론하며 토론회 연기를 주장했다. 결국 '8일 TV토론'이 무산됐고 한국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의 불참 선언으로 대선후보 초청 합동토론회가 무산됐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토론 주제와 형식에 대해 논의하던 중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건강상 이유로 토론회를 2~3일 정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라며 "또한 국민의힘은 한국기자협회가 특수정당과 특수관계에 있다고 주장했고 주관 중계방송사를 이미 정해놓고 토론회 틀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번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술은 한 두 잔 인사 차원"... 건강이상설 부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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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측은 윤석열의 후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 술자리에 있었던 이양수 의원(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건강상의 이유'가 토론 연기의 한 사유였는데 제주 술자리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는 <오마이뉴스>의 전화에 "몸이 안 좋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라며 "몸이 안 좋아서 토론을 미루자고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5일)도 술을 많이 먹은 게 아니고 그냥 테이블별로 한두 잔씩 인사 차원에서 마신 것"이라며 "건강에 문제될 정도로 마신 것도 아니었다. 만약 몸이 안 좋았다면 오늘(6일) 광주 일정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일정을 동행한 김병민 선대본부 대변인 역시 윤 후보의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TV토론 협상단인 황상무 선대본부 공보특보는 전화통화에서 "(협상 과정에서 윤 후보가) 기침을 좀 하니 가라앉은 다음에 하자고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한국기자협회가) '국민의힘이 건강상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힌 건 음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5일 제주를 찾아 ▲ 오후 1시 제주4.3평화공원 참배 ▲ 오후 2시 30분 강정마을 방문 ▲ 오후 4시 30분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 ▲ 오후 5시 50분 동문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주해군기지(강정마을) 인근을 찾아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라고 말하며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4.3평화공원을 찾아선 방명록에 "무고한 희생자의 넋,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윤 후보는 다음날인 6일 광주로 이동해 국립5.18민주묘지,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 등을 찾았고, 광주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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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3만명대…오늘부터 백화점 판촉 금지·학원 띄어앉기

거리두기 '6인·9시' 유지…50대 기저질환자도 먹는치료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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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연일 신규확진자 최다 기록이 작성되면서 새로운 방역·의료체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7일부터는 백화점, 학원 등 방역패스 제외 시설에 강화된 방역 수칙이 적용된다.

 

사적모임 인원을 최대 6인으로,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날부터 20일까지 2주간 연장 시행된다.

 

확진자는 연일 최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주말인 지난 5일과 6일에도 신규 확진자는 각각 3만6천347명, 3만8천691명으로 최다 기록이 나왔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도 3만명대 중반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방역·의료체계는 전파력은 강하고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 특성을 반영해 설계됐다.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에 50대 기저질환자가 포함되고, 역학조사 방식은 대상자가 직접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 방역패스 대신 띄어앉기…6인·9시 거리두기 '그대로'

 

백화점·대형마트,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는 지난달 18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서 제외됐다.

 

이들 시설은 그러나 이날부터 더 강해진 방역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학원은 칸막이가 없다면 2㎡당 1명씩 앉거나 '한 칸 띄어 앉기'를 해야 한다. 독서실도 칸막이가 없는 시설이라면 좌석 한 칸 띄어 앉기를 지켜야 한다.

 

학원·독서실의 띄어 앉기 등 밀집도 제한은 오는 25일까지 3주간 계도기간이 운영된다.

 

기숙형 학원에 입소하는 학생들은 접종을 완료했어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백화점·마트 등 면적이 3천㎡ 이상인 대규모 점포에서는 취식이 금지된다. 매장 내 취식 금지는 '권고'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의무' 규정이 됐다.

 

백화점·마트에서 큰 소리를 내는 판촉, 호객 행위와 이벤트성 소공연도 할 수 없다. 판촉·호객 행위 자체가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 방역패스 해제 시설인 영화관·공연장,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은 자율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은 예약제를 운영하고 칸막이를 자체로 설치한다.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전날까지 시행한 '6인·9시' 거리두기를 오는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같은 조치를 5주 동안 유지하는 셈이다.

 

사적모임 최대 인원은 전국에서 최대 6명으로 제한된다. 식당·카페·실내체육시설·노래방·목욕탕·유흥시설 등은 오후 9시까지, 학원· PC방·키즈카페·안마소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식당·카페와 유흥시설,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실내 스포츠경기장 등 다중이용시설 11종에 적용되는 방역패스 제도도 유지된다. 미접종자는 지금처럼 식당·카페를 혼자서만 이용할 수 있다.

 

◇ 50대 기저질환자도 먹는치료제 처방…동네병원 참여↑

 

이날부터 화이자의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이 50대 기저질환자로 확대된다. 기저질환은 당뇨,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천식 등 만성폐질환, 암, 과체중 등이 해당한다.

 

팍스로비드가 지난달 14일 처음 국내 도입됐을 때는 투여 대상이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로 제한됐지만, 지난달 22일 60세 이상으로 연령 기준이 낮아졌다. 이 처방 기준으로 지난 3일까지 총 1천275명이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다.

 

확진자 급증으로 보건소에 역학조사 업무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기존 역학조사는 전화 문답식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조사 대상자가 시스템에 직접 답변을 입력하는 식으로 바뀐다.

 

새로운 역학조사 방식을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앞으로는 스스로 감염 위험을 파악해서 행동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이날 779곳으로 늘어난다.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이 처음 도입된 지난 3일에는 200여곳만 참여했지만 참여 의료기관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음압시설 등 감염 관리 시설을 갖춘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지난 5일 기준 40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달 중 431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서는 전문가용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로 코로나19 감염을 검사해준다. 기관에 따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자체 시행하거나 재택치료 관리까지 연계해 담당하기도 한다.

 

급증하는 확진자 추세를 고려하면 동네 병·의원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어서 새 의료체계 전환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오미크론 대응 방역·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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