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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의 경제비평] 전진하는 노동운동

침강하는 한국경제, 이륙의 조건을 묻다 ⑧

 

산업혁명의 역사는 경제가 성장해도 민중의 경제적 형편이 저절로 나아지는 법은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더 많은 이윤과 더 빠른 경제성장을 탐하는 자본의 가치 증식 욕망이 견제되기 어렵다. 자본가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두 가지 관념은 특히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어 유해한 것이었다.

첫 번째 관념은 어떤 결정이든 편익과 비용을 금액 가치로 환산해서 저울질해야 한다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믿음이었다. 예컨대 아동노동을 금지하면 아동의 건강이 개선되는 ‘편익’은 있겠지만 반면에 아동노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자본가의 이윤이 상실되는 ‘비용’도 존재하므로 그 둘을 돈으로 따져서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윤 상실이 충분히 크다면 아동노동도 유지할 수 있다는 억지였다.

두 번째 관념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었다. 그것은 사적 계약에 대한 공적 개입의 정당성을 부인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업장으로 향하는 노동자라 해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자기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사적 고용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노동조건이나 산업안전 문제를 놓고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윤리적 가치 기준을 저버린 그런 관념들은 우리한테 낯설지 않다. 2023년 오늘도 한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관철되는 자본의 논리이자 시장원리주의 경제학의 변함없는 가르침인 탓이다. 
 

1830년 9월 개통한 영국 철도를 오가는 증기기관차 모습 ⓒ위키피디아


변곡점이 된 19세기 후반

 
참혹했던 산업혁명 초기를 지나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영국 노동자계급의 처지에는 개선의 조짐이 나타났다.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를 임금 상승 속도가 처음으로 따라잡은 것이었다. 노동조건이 개선되면서 미숙련 노동자의 소득이 늘었고 노동시간도 줄었다. 공중 보건상의 진전도 괄목할 만했다. 대도시의 위생 여건이 호전되었고 전염병 통제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단축되기만 했던 노동자들의 수명도 반등했다.

19세기 중엽만 해도 악화일로였던 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었나. 그것은 자연적인 결과도 아니었고 자본가들의 자발적인 선택 덕분도 아니었다. 당시 공동체의 생활여건이 개선될 수 있었던 극적인 변화의 배경으로 연구자들은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해왔다. 첫 번째는 철도 산업에서 나타난 기술 변화의 효과였다. 두 번째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였다.

노동 배제로 이어지지 않았던 철도 산업 혁신

19세기 초까지 기계화와 자동화는 주로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를 앗아갔다. 당시 혁신은 임금을 낮췄다. 초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면직 공업에서 특히 그랬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철도 산업의 기술 변화는 양상을 달리했다. 증기기관차 보급은 직접적으로는 마차와 마부의 설 자리를 앗아갔지만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철도 운영에 필요한 기본 직무 외에도 건설 및 유지보수 등 새로운 연관 직무가 만들어졌다. 운송비용 하락으로 석탄 가격이 떨어진 것도 주효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고용이 확대되었다. 금속 공업과 기계 공업이 대표적이었다.

철도 산업에서의 혁신은 임금도 끌어올렸다. 당시 철도 회사들은 시중노임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했다. 그렇게 하면 효율이 보장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판단은 옳았다. 보수적인 주류경제학에서는 생산성이 임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낮은 임금은 생산성이 낮은 탓일 뿐 다른 이유가 없으니 사장 탓은 하지 말라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꾸로 임금 수준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아이디어의 현대적 경제학 개념인 ‘효율 임금’이 이미 19세기 후반 영국 철도 산업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그것은 생산성 향상의 이득을 자본과 노동이 공유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했다.

차티스트 운동과 정치적 각성

당대의 사회정치적 변화도 그와 같은 기술 변화의 방향성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동자들이 도시와 공장으로 집중되고 일터에서 공장주의 횡포와 부딪히면서 노동운동의 싹이 텄다. 노동자들은 공장주가 저임금을 강제해도, 노동시간을 늘려도, 노동 강도를 올리고 작업 규율을 강화해도 스스로를 조직하지 않는 이상 그에 맞서 대항할 방법이 없음을 자각했다. 불법이었음에도 노동조합 조직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1834년 전국 단위 노조 상급단체(우리로 치면 민주노총)의 결성과 1838년 역사상 최초의 노동자 대투쟁인 ‘차티스트 운동’이 그 결실이었다.

차티스트 운동은 선거권이 없었던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지향을 ‘인민 헌장’에 담았다. 헌장은 일정 연령 이상의 누구한테나 투표권을 부여할 것과 재산이 많지 않으면 출마를 못하게 막았던 자격 제한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섰다.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투옥되었다. 파업과 봉기가 뒤따랐다. 저항은 1840년대 말이면 거의 와해되었다. 하지만 노동과 자본 간 역관계가 불균형인 조건에서 노동운동의 직접 정치 참여로 집단적 대항력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계급적 각성은 그 과정에서 확고해졌다.

 
1848년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 케닝턴 코먼에서 열린 런던노동자정치협회가 주최한 차티스트 운동 집회 모습. 차티스트 운동은 노동자들의 보통선거권을 쟁취하려 했던 운동이었다.  ⓒ위키피디아

노동의 정치세력화야말로 변곡점을 이끌어낸 원동력

노동자계급은 포기하지 않았고 19세기 후반 정치개혁운동을 거치며 점차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세력화의 길로 나아갔다. 노동운동은 피와 희생을 딛고 전진을 거듭했다. 대중적 압력 속에 개정된 1867년 선거법은 처음으로 도시의 가난한 보통 사람인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인정했다. 1871년에는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법이 제정되어 노동조합이 합법화되었다. 1900년 노동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그와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은 진정으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조직되고 파급력이 커지면서 사회적 합의점의 위치를 진보적인 쪽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이웃 유럽에서 번져가는 혁명의 기운이 두려웠던 보수파들로서도 차라리 입법을 통한 점진적인 개혁으로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수용하는 편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아동노동이 제한되었다. 공공서비스 공급이 확대되었다. 공중보건 개선을 위한 도시 기반시설 확충도 이루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바라던 사회 개혁 조치들이 조금씩 실행에 옮겨졌다. 그렇게 국가의 역할도 변화되었다. 
 
산업혁명의 역사는 경제가 성장해도 민중의 경제적 형편이 저절로 나아지는 법은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더 많은 이윤과 더 빠른 경제성장을 탐하는 자본의 가치 증식 욕망이 견제되기 어렵다. 자본가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두 가지 관념은 특히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어 유해한 것이었다.

첫 번째 관념은 어떤 결정이든 편익과 비용을 금액 가치로 환산해서 저울질해야 한다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믿음이었다. 예컨대 아동노동을 금지하면 아동의 건강이 개선되는 ‘편익’은 있겠지만 반면에 아동노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자본가의 이윤이 상실되는 ‘비용’도 존재하므로 그 둘을 돈으로 따져서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윤 상실이 충분히 크다면 아동노동도 유지할 수 있다는 억지였다.

두 번째 관념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었다. 그것은 사적 계약에 대한 공적 개입의 정당성을 부인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업장으로 향하는 노동자라 해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자기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사적 고용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노동조건이나 산업안전 문제를 놓고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윤리적 가치 기준을 저버린 그런 관념들은 우리한테 낯설지 않다. 2023년 오늘도 한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관철되는 자본의 논리이자 시장원리주의 경제학의 변함없는 가르침인 탓이다. 

 
1830년 9월 개통한 영국 철도를 오가는 증기기관차 모습 ⓒ위키피디아

변곡점이 된 19세기 후반
 
참혹했던 산업혁명 초기를 지나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영국 노동자계급의 처지에는 개선의 조짐이 나타났다.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를 임금 상승 속도가 처음으로 따라잡은 것이었다. 노동조건이 개선되면서 미숙련 노동자의 소득이 늘었고 노동시간도 줄었다. 공중 보건상의 진전도 괄목할 만했다. 대도시의 위생 여건이 호전되었고 전염병 통제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단축되기만 했던 노동자들의 수명도 반등했다.

19세기 중엽만 해도 악화일로였던 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었나. 그것은 자연적인 결과도 아니었고 자본가들의 자발적인 선택 덕분도 아니었다. 당시 공동체의 생활여건이 개선될 수 있었던 극적인 변화의 배경으로 연구자들은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해왔다. 첫 번째는 철도 산업에서 나타난 기술 변화의 효과였다. 두 번째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였다.

노동 배제로 이어지지 않았던 철도 산업 혁신

19세기 초까지 기계화와 자동화는 주로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를 앗아갔다. 당시 혁신은 임금을 낮췄다. 초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면직 공업에서 특히 그랬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철도 산업의 기술 변화는 양상을 달리했다. 증기기관차 보급은 직접적으로는 마차와 마부의 설 자리를 앗아갔지만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철도 운영에 필요한 기본 직무 외에도 건설 및 유지보수 등 새로운 연관 직무가 만들어졌다. 운송비용 하락으로 석탄 가격이 떨어진 것도 주효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고용이 확대되었다. 금속 공업과 기계 공업이 대표적이었다.

철도 산업에서의 혁신은 임금도 끌어올렸다. 당시 철도 회사들은 시중노임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했다. 그렇게 하면 효율이 보장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판단은 옳았다. 보수적인 주류경제학에서는 생산성이 임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낮은 임금은 생산성이 낮은 탓일 뿐 다른 이유가 없으니 사장 탓은 하지 말라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꾸로 임금 수준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아이디어의 현대적 경제학 개념인 ‘효율 임금’이 이미 19세기 후반 영국 철도 산업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그것은 생산성 향상의 이득을 자본과 노동이 공유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했다.

차티스트 운동과 정치적 각성

당대의 사회정치적 변화도 그와 같은 기술 변화의 방향성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동자들이 도시와 공장으로 집중되고 일터에서 공장주의 횡포와 부딪히면서 노동운동의 싹이 텄다. 노동자들은 공장주가 저임금을 강제해도, 노동시간을 늘려도, 노동 강도를 올리고 작업 규율을 강화해도 스스로를 조직하지 않는 이상 그에 맞서 대항할 방법이 없음을 자각했다. 불법이었음에도 노동조합 조직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1834년 전국 단위 노조 상급단체(우리로 치면 민주노총)의 결성과 1838년 역사상 최초의 노동자 대투쟁인 ‘차티스트 운동’이 그 결실이었다.

차티스트 운동은 선거권이 없었던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지향을 ‘인민 헌장’에 담았다. 헌장은 일정 연령 이상의 누구한테나 투표권을 부여할 것과 재산이 많지 않으면 출마를 못하게 막았던 자격 제한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섰다.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투옥되었다. 파업과 봉기가 뒤따랐다. 저항은 1840년대 말이면 거의 와해되었다. 하지만 노동과 자본 간 역관계가 불균형인 조건에서 노동운동의 직접 정치 참여로 집단적 대항력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계급적 각성은 그 과정에서 확고해졌다.

 
1848년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 케닝턴 코먼에서 열린 런던노동자정치협회가 주최한 차티스트 운동 집회 모습. 차티스트 운동은 노동자들의 보통선거권을 쟁취하려 했던 운동이었다.  ⓒ위키피디아
노동의 정치세력화야말로 변곡점을 이끌어낸 원동력

노동자계급은 포기하지 않았고 19세기 후반 정치개혁운동을 거치며 점차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세력화의 길로 나아갔다. 노동운동은 피와 희생을 딛고 전진을 거듭했다. 대중적 압력 속에 개정된 1867년 선거법은 처음으로 도시의 가난한 보통 사람인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인정했다. 1871년에는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법이 제정되어 노동조합이 합법화되었다. 1900년 노동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그와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은 진정으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조직되고 파급력이 커지면서 사회적 합의점의 위치를 진보적인 쪽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이웃 유럽에서 번져가는 혁명의 기운이 두려웠던 보수파들로서도 차라리 입법을 통한 점진적인 개혁으로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수용하는 편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아동노동이 제한되었다. 공공서비스 공급이 확대되었다. 공중보건 개선을 위한 도시 기반시설 확충도 이루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바라던 사회 개혁 조치들이 조금씩 실행에 옮겨졌다. 그렇게 국가의 역할도 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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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오르던’ 시절 끝…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지속

입력 : 2023.12.23 09:00 수정 : 2023.12.23 09:01

안광호 기자

해외 순방 중 재벌 동원 술자리 등 반감 불러

내년 총선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도 악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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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다. 재계 총수들과 ‘먹방’을 하고 십수 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도 지지율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을 동원하는 것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열세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도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쓸 수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에서 소폭 하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2월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6.3%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11월 4주 38.1%에서 37.6%→37.4%→36.3% 등으로 3주 연속 하락세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 오른 61.2%다.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리얼미터가 12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2%포인트 낮은 36.7%, 더불어민주당은 1.0%포인트 오른 44.7%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응답률 2.7%),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응답률 2.6%)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2%)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직전 조사(지난 5~7일) 32%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른 62%로, 4월 4주차 조사(63%) 이후 최고치다.

12월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경제·한국갤럽의 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8.9%)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6월 38.3%에서 33%로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56.7%에서 63%로 증가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40%, 34%로 집계됐다. 양당 간 격차는 직전 10월 조사에서 4.2%포인트(민주당 38.1%·국민의힘 33.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6%로 확대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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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2월 1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른 외교 구설수에 여론 싸늘

윤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답변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던 항목은 외교 분야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12월 네덜란드까지, 2023년에만 13차례에 걸쳐 15개국(중복 제외)을 방문했다.

그러나 최근 외교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면서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의 처참한 실패,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 총수들과의 술자리, 네덜란드 국빈 방문(12월 11~15일) 관련 과도한 의전 요구 논란과 이에 따른 대사 초치 등이 잇따랐다.

‘재벌 동원’ 논란도 최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 24일 프랑스 파리 한 식당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술자리라기보단 저녁식사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6일 엑스포 유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7명의 재계 총수와 부산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이를 두고 말이 많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19일 “대통령 순방에 재벌들을 그렇게 데리고 다녀도 되느냐. 부산에 가서 떡볶이 먹방한 것은 정경유착 아니냐”고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통상 지지율이 오른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자신했던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했고, 대통령실에선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외교) 전략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계 총수들이 동원된 것을 두고 ‘(정치적) 사익 추구에 총수들을 동원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싸늘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정경유착 혐의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감옥에 보낸 윤 대통령이 각종 행사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고 몰래 술자리를 가졌다. 자기모순적 태도다. 총수들도 여기저기 불려가는 게 싫겠지만 그들도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규제 풀어달라’, ‘감옥 안 가게 해달라’와 같은 로비가 안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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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 동원해 국민 지지 받기 힘든 시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초대형 악재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법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통칭하는 ‘쌍특검’ 법안을 오는 12월 28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수사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할지, 아니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략적 총선용 특검”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2월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응답률 10.9%)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0%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답은 20%에 그쳤다. 특히 여권 강세지역인 대구·경북(TK)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19%)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박도 거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김건희 방탄’ 프레임으로 맞서며 총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아갈 태세다. 참여연대 등은 김건희 여사의 고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19일 윤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했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오동현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대표 변호사 등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조국 전 장관은 앞선 12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산궁 ‘환관(宦官)’들은 김건희 특별법(특검법) 거부권 행사/불행사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경로를 제시했을 것이다. 현 상태로 거부권 행사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해 25% 이하로 떨어질 것이기에”라고 적었다.

재벌 중심의 과거 ‘박정희식 통치’ 방식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6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0월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저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아울러 정상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과 2023년 11월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한 바 있다. 박상인 교수는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는 것은 그간 여러 차례 존경심을 보인 박정희 전 대통령 방식의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대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제공한) 경제모델과 (재벌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는) 통치행태를 따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던 개발도상국 단계에나 있을 법한 일이며, 민간과 시장 중심의 정책기조를 천명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배치된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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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 나이롱 환자… 윤 정부의 약자혐오, 파편화 만들고 있다"

[‘누칼협’의 시대] 전수경·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좌담 上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3.12.24. 04:03:14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자신의 선택에서 오는 결과물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하소연하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느냐’며 다그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곳은 게임 커뮤니티였으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노동이슈에도 사용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자신의 노동조건을 푸념하는 글을 올리면 '누칼협'이라는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푸념 글을 올리는 사람이나, 댓글을 다는 사람이나 모두 후퇴하는 노동조건에 힘든 건 매한가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주69시간' 노동시간 논란부터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 실업급여 논란, 산재카르텔까지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와 여당발로 발표된 노동안건들로, 대다수가 기존 노동조건에서 후퇴된 안들이었다. '누칼협'이라는 시니컬한 신조어가 노동이슈에도 전파된 배경이다.

'누칼협'으로 요약되는 지금의 세태에서 노동자들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대기는 요원하다. 자신이 일하는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식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프레시안>은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프레시안 기획위원)와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첫번째 좌담으로 2023년 한해 노동계에서 이슈가 된 사안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후퇴되는 노동현실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이것이 노동자 개인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아래 두 사람의 대담 주요 내용.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은 한계 있는 법, 마법탄환과 같은 해결책 아니다"

프레시안 : 2023년을 되돌아보면, 노동계에서는 '주69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란', 그리고 최근에는 '산재 카텔' 등 여러 이슈가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오랜 시간 요구해서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뒤로 되돌리는 후퇴안이라는 점이다. 하나씩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하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부터 이야기해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2021년 법 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내년 1월 법안 확대 시행을 앞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기간을 2026년으로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예해야 한다는 논리는 무엇인가.

이상윤 :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첫째는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점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지난 2년으론 부족하다는 논리다. 둘째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필요하냐는 논리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에도 계속 나왔던 주장이다.

그러나 제정 이후 2년 동안 적극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를 줄이기 위해 형사법 처벌 말고 다른 부분, 즉 노사 간 자정노력 등으로 효과를 봤다면 이런 논리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전수경 : 문제는 민주당에서도 유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건, 국민여론도 일정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왜 차별하느냐'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유예 연장안을 막을 수 있다.

이상윤 : 시민사회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이슈로 다시 문제제기를 하든, 노동자 권리로 이슈화 하든, 지금의 유예 연장안이 문제라는 점을 부각해서 여론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수경 : 사실 키(key)는 민주당에서 쥐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50인 미만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연장과 관련해 3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 지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일처리를 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 사과 △ 유예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 앞으로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은 이것을 합리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것에 비하면 저희를 비롯하여 시민단체는 충분히 정책적으로 가져가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이상윤 : 시민의 공분을 불러와 여론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의 공분이 지금도 존재했다면 유예는 꺼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공분이 없으니 유예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왜 그러한 사회적 여론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나.

이상윤 : 코로나 이후 경제 상태가 안 좋아진 게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 망한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이전과 달라진 국민 정서 속에서 '노동자를 죽이는 건 살인이다. 살인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다'는 당위에 대한 동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전수경 : 경제단체들이 50인(억)미만 기업을 구실로 삼아 많은 준비와 로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경제단체들은 이 기회를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할 기회로 만들고 싶기에 여론전도 체계적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윤 : 노동자가 더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다들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있느냐는 체감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시행 이후 회의감이 든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재계나 현 정부는 이런 점을 잘 파고든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마법탄환과 같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법과 더불어 어떤 수단이 함께 가야 하느냐는 것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계와 정부의 마타도어 속에서 그러한 방법과 수단을 토론하고 찾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 전수경 대표. ⓒ프레시안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이라는 명목 하에 노동자를 통제하려 한다"

프레시안 :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서 현장의 변화도 상당하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사업주가 구속되지 않도록 여러 장치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전수경 : 노동현장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부정적인 문제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 개인에게 스스로 안전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조나 노동자가 관련해서 문제의식을 느껴도 대응하기에는 꽤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앞으로 상당히 문제가 되리라 본다. 사업주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상윤 : 중대재해처벌법이 열어놓은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노동자의 행동과 관련된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조사해보면 안전모를 쓰지 않았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거나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이 사고의 근본원인이냐고 묻는다면 또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이라는 명목 하에 이처럼 노동자의 행동과 복장 등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노동자의 자율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양면성을 잘 인식하면서, 작업장 내 미시적 권력 관계를 이동시킬 수 있는 후속 작업을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프레시안 :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이상윤 : 현장에서 사업주와 노동자의 권력 구조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이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라고 하면, 경영자 입맛대로 지키는 방식이 도입된다. 그것은 노동자를 억압하고 규율하는 식이 된다. 그런 방식으로 되지 않으려면 미시적 권력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꼼짝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수경 : 기업에서 인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직원이 준수해야 할 작업 수칙을 만들어놓고 '세이프티 골든 룰(Safety Golden Rules)'이라고 조어(造語)를 한 대기업을 봤다. 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은 변한 게 없는데 안전을 이유로 상당히 체계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식이다.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부터 안전에 투자를 하긴 하지만, 노동자를 통제하고 책임을 비껴가는 것에 더 신경 쓴다. 사회가 환경과 생명, 안전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하는 듯하다. 기업으로는 나쁘지 않는 상황이다.

이상윤 : 제도라는 게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라서 시행된다 해도, 이것이 현실에서 유리하게 작동되도록 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시행됐다고 끝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적용해서 집행할 것인지를 계속해서 논의하고 싸워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 사망을 줄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나.

이상윤 : 그렇지는 않다.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줄기는 할 것이다. 다만, 이 법이 산재사망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는 노동자를 통제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안전을 이유로 노동자를 억압하는 장치로 사용될 수 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상윤 대표. ⓒ프레시안

" 시간 통제, 기업이 직접 하지 않지만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통제하는 식"

프레시안 : 이야기를 돌려보자. 11월 13일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제'를 철회하고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유지하되 특정 업종과 직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69시간제'를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상윤 : 모든 직종이나 산업에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 필요한 산업이나 직종 중심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한국 사회도 장시간 노동으로 산업,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이 사라지는 식이 아니라 전체 분야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인한 셈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같은 8시간을 하더라도 야간 8시간 노동이라든가, 유연성을 강화하는 노동시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갉아먹는 비표준적 노동시간 등 노동시간의 양이 아닌 질에 방점을 두는 식으로 논의 방향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전수경 : 코로나 이전에는 노동자의 직무교육 같은 경우, 업무 시간에 진행됐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콜센터의 경우를 보니 노동자에게 자료만 주고는 스스로 습득하라는 식이다. 코로나 시기에 노동자 집합교육을 하지 않아도 노동자가 알아서 습득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상윤 : 코로나를 거치면서 노동자에 대한 시간 통제는 기업이 직접 하지 않게 됐다. 대신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통제하는 식이 됐다. 이제는 노동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퇴근 이후에도 일을 싸들고 오든가, 아니면 직무연수를 위해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이런 시간은 노동시간에 들어가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카톡 등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형태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과거엔 출퇴근 도장 찍는 게 노동시간으로 책정됐지만, 이제 이런 시간은 점차 줄어들면서 대신 비표준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전수경 : 가장 심각한 게 프리랜서다. 그런데 이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자유롭다고 위장된 노동자들이 노동시장 주변부에 존재한다. 이들은 휴식도 없고, 노동시간의 경계도 의미 없는 노동자들이다.

이상윤 : 다른 관점에서 소비자로서 노동을 해야 하는 것도 늘어났다. 서비스노동자가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사라진 이들 노동자로 인해 소비자들은 무언가 하나를 사려 해도 노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점에 가서는 무인 판매기에서 일정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앱으로만 접수받는 제품들은 일일이 앱을 깔고 자신의 정보를 기입하는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변화된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도 진척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 전수경 대표와 이상윤 대표. ⓒ프레시안

"주변부로 밀려나고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끈을 놓지 말라"

프레시안 : 최근 논란이 되는 '산재 카르텔'을 이야기해보자. 지난 10월 2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산재 카르텔' 주장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각종 견제 장치가 사라져 '나이롱' 산재 환자가 급증하면서 공단과 직영 병원은 과잉진료로 잇속을 챙겼지만, 산재보험기금은 누수가 발생했다는 게 이 의원 주장이다. 이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기금 재정 부실화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실제 이러한 '산재 카르텔'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전수경 : '산재 카르텔'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회적 약자, 취약 계층을 옥죄는 수순이라고 생각된다. 윤석열식 자유라고 할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상윤 : 새로운 건 아니다. 정당성 없는 정치권력이,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 갈등과 위기가 많은 시기에 대표적으로 취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희생양을 만들고 이들을 도덕적으로 공격해서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존재로 만들어 다수가 혐오하게 하는 식이다. 그렇게 정치권력은 자신이 받는 혐오를 대신 받는 희생양을 만들어내면서 자기에게 제기된 비난과 분노에서 벗어난다.

프레시안 : 산재 관련해서 '나이롱' 환자가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산재 보험기금도 매우 많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윤 : 산재보험이 전체 보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 줄일 수 있는 돈을 넘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산재 카르텔'이라며 부정 수급을 이슈화하는 것은 종국에는 산재 신청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하다 다쳤는데 병가를 내는 것이 일탈적인 행동 내지는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식이다.

산재 신청 내지는 병가를 내지 않는 게 당연한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 '산재 카르텔'이다. 이는 현장에서 경영 측 권한이 잘 작동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수적 효과는 윤석열 정권에서 일관되게 노동자에 대한 공격, 즉 노동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부터 건설노동자, 그리고 이번엔 산업재해자다. 노동자가 가진 자긍심을 허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대중으로부터의 비난도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비난의 굴레 속에서 위축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업급여 논란도 그렇다. 사회보장 재정을 '세이브'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정치적 목적이 있다.

전수경 : 그동안은 노동과 산재를 연결해서 '너는 생산성이 다 떨어진 기계야. 너는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해' 이런 식의 공격이 주기적으로 진행돼 왔다. 지금은 스케일이 커졌다. 전반 사회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약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실업급여 논란은 고용시장에서도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년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다.

이상윤 : 실업급여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은 ‘부정수급자가 있다 없다’ 식의 사실 관계를 놓고 싸우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 방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롱' 환자로 공격하는 산재보험의 경우, '나이롱' 환자가 있다 없다의 논리가 아니라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 기업에 산재보험료를 깎아주는 행태가 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 정부의 기업 봐주기 등이 심각하지만 그런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산재보험의 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

전수경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듯싶다.

이상윤 :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그리고 '주69시간' 노동시간 논란 등에서도 드러났는데, 더는 노동자가 사망사고로 죽는, 한국경제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살인적 노동시간은 대기업에서조차도 요구하지 않는 식이다.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좀더 지능적인 방식으로 통제와 관리를 바꿔가는 중이라고 본다. 그런 과정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의 노동 배제, 노동혐오,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정치적 스탠스가 공공연해지면서 사회운동 진영이 위축되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실정이 많은데, 그것이 지금까지 누적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다시 다잡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수경 : 실업급여 논란에서 눈여겨 본 대목은 집단화 돼 있지 않는 특정 청년 여성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조직이 없었다.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해프닝처럼 지나갔다. 결국, 그들에게는 낙인만 남았고 이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지금 정권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개별노동자를 통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까 언급했듯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파편화하고 개별존재로 만들고 있는 듯하다. 방어하지 못하고 상처받는 그들에게 서로 연결돼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부로 밀려나고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끈을 놓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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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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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도, 성탄절 앞둔 주말 "김건희 특검" 외친 시민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24 08:32
  • 수정일
    2023/12/24 08: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대통령 집무실 앞 '70차 촛불대행진'..."특검 거부권  쓰면 심판할 것"

23.12.23 18:43l최종 업데이트 23.12.23 19:37l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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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김건희 (여사) 특검' 목소리를 함께 내려고 나왔어요."(박아무개씨, 22세)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빨간색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개사해 '윤석열 탄핵'을 강조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오후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70차 촛불대행진'에는 20대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집회에 나온 김태우씨(54세)는 "(크리스마스 전이어도)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 빨리 탄핵돼야 한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수정 헛소리...더 이상 용납 못 해"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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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에 찬성했음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한동훈(전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특검은 독소 조항이 있는 악법이기 때문에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70%가 넘는 국민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며 "김건희는 주가를 조작하고, 고속도로를 휘게 만들었지만 그 어떤 조사도 받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지어 뇌물을 받고, 국가기관 인사에 개입하는 국정농단을 버젓이 벌이고 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며 "김건희의 불법, 비리, 국정농단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할 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은 반의회주의자, 부적격자"라며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든가,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꼼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후보 지지·낙선 운동 계획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빨간색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참석자들의 모습.
▲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 체감온도 -4.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빨간색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참석자들의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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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부권을 쓰든, 꼼수를 쓰든 국민은 심판할 것"이라며 "2024년 촛불의 봄은 반드시 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진을 주최한 촛불행동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 지지·낙선 운동 등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촛불행동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대통령) 탄핵 질의서에 답을 보내온 국회의원은 고작 6명이었고, 탄핵에 긍정적으로 답 한 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며 "이런 정치 상황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국민 삶이 더욱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 지지·낙선 운동과 촛불행동 소속 후보 출마, 비례정당 창당 등 총선 계획안을 마련했다"며 "총선을 계기로 정치의 영역까지 국민 목소리를 확산시켜 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이 왜 정치에 참여하냐' 이런 말씀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가 지금 하는 것(행진)도 정치 행위"라며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그것이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 촛불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삼각지역 앞에서 출발, 녹사평역과 이태원역을 지나 윤 대통령 관저 인근인 한강진역까지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태그:#윤석열#김건희#김건희특검법#한동훈#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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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일을 함께한 '대통령 문재인의 마음'

[프레시안 books] 최우규 전 연설기획비서관 <대통령의 마음>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24세 청년이 참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희망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영면한 고 김용균 씨 명복을 빕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으로 망연자실하고 계실 부모님께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동료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2018년 12월 1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故) 김용균 씨와 유족에게 이렇게 위로를 전했다. 이 발언의 초고는 최우규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썼다고 한다. 최우규 전 비서관은 최근 펴낸 <대통령의 마음>에서 이 발언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라고 썼는데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로 고쳤다는 것.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다. '대통령의 아픔'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이어야 했다"면서 '대통령의 마음'에 미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일간지에서 24년간 일한 기자 출신인 저자는 문재인 청와대 원년 멤버로 합류해 1년8개월을 홍보기획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책은 "600일간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과 생각의 분투를 함께한 메시지비서관의 기록"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을 기획해 육화(肉化)하는 일"을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다양한 회의에 배석해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칭송하려는 의도도, 부인하려는 의도도 없다. 그때 일을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코끼리 전체 모습은 아니어도 코나 귀쯤은 본게 아닐까 싶어서"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썼다고 한다. 

 

▲2018년 4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부제를 '문재인의 진심'으로 뽑은 것처럼, 대통령 문재인이 진심을 다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이 계기로 만들어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상징하는 노동 문제, 남북정상회담과 평양 방문,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대통령이 진심을 다해서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대통령의 진심과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가 이런 '간극'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도록 이끈다. 문재인 정부가 직면했던 어려움은 문재인 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의도한 '미시사'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당시 어려웠던 시기에 청와대가 어떤 생각, 어떤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살펴볼 수 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을 추천하며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의 마음>, 최우규 지음, 다산북스 펴냄. ⓒ다산북스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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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창고에 양곡은 없고, 웬 책과 그림만 잔뜩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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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2/23 16:09
  • 수정일
    2023/12/23 16: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완주여행] 책방, 카페, 전시장으로 변모한, 삼례의 양곡창고들

23.12.23 14:25l최종 업데이트 23.12.23 14:29l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다 쓰러져가는 양조장 건물이 젊은 연인들이 즐겨찾는 카페로 변하고, 한때 약품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젊은 작가들을 위한 예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뒤바뀌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일찌감치 허물고, 그 자리에 요즘 세상에 맞는 번듯하고 깔끔한 형태의 새 건물들을 지어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고 모두 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사람들이 그 건물들에서 어딘가 예스러운 분위기를 발견했다. 한편으로는 그 생경한 분위기가 색다른 멋으로 다가온다는 걸 감지했다. 고졸하다는 말을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기교를 모르는 소박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이 푸근해지는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성낙선
 
여하튼 그곳에 요즘 건물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세월이 녹아든 편안함도 있다. 그같은 정경들로 해서, 누군가는 그곳에서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철거 직전의 옛날 건물들이 이처럼 요즘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삼례(전북 완주군)의 '양곡창고'들도 그런 건물 중에 하나다. 전국에, 양곡창고를 카페나 전시 공간 등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곳이 꽤 있다. 전주나 군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전주와 군산에서 가까운 삼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삼례를 전주나 군산과 동일시할 수 없다. 삼례는 좀 더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전주나 군산보다 한 발 더 진일보한 모습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성낙선

양곡창고의 시대를 초월한 쓰임새

삼례는 일제강점기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일제가 자행한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다. 이곳의 양곡창고들은 일본인들이 만경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이곳에 대량의 쌀을 보관했다가 그 쌀을 삼례역에서 철도를 이용해 운반해 갔다. 이 창고들이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증거물들이다.

비옥한 곡창지대였던 까닭에, 삼례에는 많은 수의 양곡창고가 지어졌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된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쓸모를 유지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2010년까지 농협 창고로 사용됐다. 일제시대를 포함해 그때까지 양곡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인 세월이 무려 90년이다. 그사이 얼마나 거친 시간을 보냈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창고들이 지금 문짝까지 그대로 달려 있다. 수없이 보개수를 거친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세월을 완전히 감출 순 없다. 2010년 이후로는 그저 쓸모를 다한 창고에 불과했다. 그냥 두면 저절로 없어질 건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뜻밖의 상황이 전개된다. 2013년 지자체에서 이곳 양곡창고들을 되살려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는 현재 목조 4동, 조적조 2동의 창고가 남아 있다. 이들 창고들이 시대를 초월해, 모두 전시관이나 공연장, 혹은 카페로 탈바꿈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양곡창고로 쓰일 당시의 목조 구조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구조물이다. 그런데 그 구조물이 전시 작품들과 잘 어울린다.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지금 '한국화시리즈전'과 지역작가 공모전시인 '600℃ moon 최용선 작가전' 등이 열리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은 담이 매우 낮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사방으로 문이 열려 있다. 굳이 정문으로 입장할 필요가 없다. 후문이 삼례역 주차장과 상당히 가깝다. 삼례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로 바로 후문을 통해서 예술촌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삼례성당 쪽으로도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해, 예술촌을 돌아본 뒤에는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성낙선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 또 전시회

삼례문화예술촌 정문을 나서면 왼쪽으로 '쉬어가삼[례:]'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그냥 지나쳐 가기 쉬운데, 삼례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삼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비롯해, 삼례역의 역사가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과, 1930년대 삼례에서 학생만세운동과 삼례독서회사건 등 항일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성낙선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읍내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왼쪽으로 '삼례책마을'이 보인다. 이곳에는 3개의 크고 작은 창고가 남아 있다. 가장 큰 창고에는 책마을카페와 삼례헌책방, 고서점 호산방 등이 들어서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창고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목조 구조물이 나무로 만든 책장과 역시 나무로 만들었을 헌책들과 한몸이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된다. 

나머지 두 개의 창고는 전시관이다. 한 전시관에서는 '만경강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제강점기 완주-전주-춘포 지역에서 만경강을 젖줄 삼아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문서, 책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에서는 '안서와 소월- 시 <못 잊어>는 김억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김억이 쓴 편지 등을 전시중이다. 이 전시회는 소월의 시로 알려진 <못 잊어>가 실제는 안서 김억의 작품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 내부.
▲ 그림책박물관 내부. ⓒ 성낙선
 
삼례책마을을 나오면, 그때는 삼례에 있는 양곡창고는 죄다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양곡창고가 더 남아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책마을을 나와서 몇 걸음 더 걸어 올라가면, 길가에 '그림책박물관'이라는 글자가 적힌 표지석이 보인다. 그 표지석 안쪽으로 창고가 하나 더 있다. 창고 유람도 계속되고, 전시회도 계속된다. 이번엔 그림책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랜돌프 칼데콧 등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이 열리고 있다. 이 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옛날 창고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쓸모를 다한 건물이라고 해서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건물들을 되살려 보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단순히 그 건물들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물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옛날 창고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또 하나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양곡창고 하나도, 거기에 가야만 찾아볼 수 있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곡창고가 거기가 다 거기 같지만, 실제 가 보면 또 다르다. 무엇을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느냐도 꽤 중요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감동도 다르다.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을 나와서는 다시 삼례책마을 쪽으로 되돌아간다. 삼례책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삼례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앞을 지나간다. 최근에 소녀상이 시련을 겪는 일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곳 삼례에서는 적어도 그처럼 볼썽사나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소녀상에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한 모자와 털옷을 입혀 놨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풍경이다.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삼례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문화 향유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곳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오래된 것은 오래된 것대로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삼례문화예술촌은 201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7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됐다. 이곳의 창고 건물들은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성낙선
 

주요 지리정보

태그:#삼례문화예술촌, #양곡창고, #삼례책마을, #그림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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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 뒤집은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 ‘쏘카’는 진짜 사장”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

타다 ⓒ민중의소리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플랫폼 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 주목된다. 법원은 타다 운영사의 원청인 ‘쏘카’가 ‘진짜 사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가 운전기사들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고 당시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21일 판결했다.

 

 

쟁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느냐 


앞서 VCNC는 2019년 7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A씨를 포함해 운전기사 70여 명에게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서 쏘카가 이용자에게 임대한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력파견 업체는 당시 운전기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타다 본사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인원 참축을 진행하게 됐다’며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명단에 포함된 A씨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2020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5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쏘카는 A씨를 실질적인 지휘.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쏘카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쏘카는 A씨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A씨는 쏘카에 전속돼 있지 않는다며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A씨는 쏘카의 취업 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했고, 근무내용도 스스로 결정하는 프리랜서였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보수도 근로 자체의 대가성을 갖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쏘카는 설령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는 인력파견 업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쏘카가 A씨의 사용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인원 감축 통보는 주말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일 뿐 운전기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여전히 배차될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A씨는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반박했다. 운전기사는 사실상 복무 규정 에 해당하는 각종 규율을 준수해야야 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원고로부터 경고·대면교육·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쏘카는 운전기사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했고, 운전기사는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가 받은 보수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돼 근로 자체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A씨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의 타다 서비스에 필요한 운전기사를 공급한 것에 불과하고, 운전기사인 자신이 근로제공을 한 상대방은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인 쏘카라고 지적했다. 설령 VCNC가 타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실질적 주체라고 보더라도, 쏘카는 VCNC와 공동사업주의 지위에서 타다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였으므로 공동사업주의 법리에 따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원 감축 통보 역시 단순히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취지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쏘카의 주장에 맞섰다.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


이에 대해 작년 7월 1심은 “출발지와 목적지, 경유지 등 운전기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됐고,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A씨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운행시간 동안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한 점, 타다 앱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해야 한 점, 각 서비스 단계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 외엔 대화 시도가 불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드라이버를 위한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은 따로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이 제공됐다”며 “A씨는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 등을 통해 업무 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는 ‘지휘·감독을 한 적이 없다’는 쏘카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매주 운행시간과 운행조가 특정된 배차표를 배부받았고, 프리랜서 드라이버 계약서에 운행시간을 명시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도 사실상 없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비롯한 프리랜서 운전기사는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었다”면서도 실제 운전기사가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시 각종 압박과 패널티가 주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어 사실상 배차 수락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가 운행 시간 외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므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A씨가 지급받은 돈도 운행 횟수와 무관하게 근로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제공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의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진짜 사장’임을 분명히 확인하기도 했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에게 A씨를 소개하고 공급한 업체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며 쏘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근거로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이 인력파견 업체와 체결한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은 인력파견 업체와 쏘카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점, 프리랜서 운전기사 채용 시 ‘타다 드라이버 채용’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는 점, 인력파견 업체는 VCNC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외에는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근무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쏘카이고, VCNC는 쏘카로부터 타다 서비스 사업을 위한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와 VCNC 사이에 체결된 예약중개계약에 따르면, VCNC의 업무 범위에는 ‘타다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합의한 제반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VCNC는 타다 서비스 중개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해 사전에 쏘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VCNC가 타다 앱을 운영하면서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결국 VCNC 자신의 사업을 위한 업무를 행한 것이 아니라 타다 서비스 운영자인 쏘카를 대행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그 사업 운영에 필요한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후, VCNC를 통해 참가인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확대 위한 제도적 논의 착수해야”


항소심의 이러한 판단이 타다 운전기사들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5월 타다 운전기사 20여 명은 쏘카와 VCNC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를 겪었던 드라이버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대노총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이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램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번 판결이 그동안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감독을 해왔지만,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 했던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쏘카는 VCNC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고 2018년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다 서비스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인 쏘카가 VCNC가 개발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타다 앱)을 기반으로 해 타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에게 쏘카가 소유한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해줄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한 운전기사를 알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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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어용?‥ 미국, 핵전쟁에 한국 동원이 목적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22 07:57
  •  
  •  댓글 0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한미 양국은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핵협의그룹(NCG)에서 공동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했다.

▲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가 열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기항과 10월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억제력 강화의 현시”라고 평가하고, “향후 전략자산 전개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올해 미국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이는 작년의 5회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2차 NCG 성명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NCG는 한반도와 역내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의미한다. 즉 한국이 공격받는 것을 억제하고, 공격받았을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NCG는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명에는 “한반도와 역내”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는 지리적 범위는 ‘한반도’를 넘는다. ‘역내’는 미국이 즐겨 사용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명에서 언급한 “한반도와 역내”는 사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한국 사회에서 확장억제는 ‘안보 공약의 최고 표현’으로 평가된다. 즉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최고 수위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신화’에 불과하다. 확장억제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가 아닌 ‘한반도와 역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 방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개념이 아니다. NCG 성명에서 “모든 범주의 미국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언급은 큰 의미가 없다. 바로 다음 문장에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국은 1/N일 뿐이다. 다른 모든 동맹국도 1/N의 비중을 갖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비슷한 논의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공격”은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이 포함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는 것은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 방어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미국 전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단지 한국 방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2022년 3월 3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미 공군 폭격기 B-52와 B-1 폭격기를 시찰하고 있다. ‘확장억제’라는 미명 아래 미국의 이런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방부 사진

결국 확장억제라는 개념은 한국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개념보다는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이 되었건, 한국이 되었건 혹은 다른 나라가 되었건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이다. 또한 확장억제는 지역 범위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북 확장억제’만이 아닌 ‘대중국(그리고 대러시아) 확장억제’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 경우가 되었건 확장억제는 한국 방어 개념이 아닌 미국 전쟁 개념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 능력을 확보하는 목적을 갖는다.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NCG는 자기의 과업을 갖는다. 과업의 내용을 보면 NCG 역시, 확장억제 개념처럼, 미국의 전쟁을 핵심으로 하여 설정되어 있다.

이번 NCG 성명은 ▶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 ▶ 핵 및 전략기획 ▶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등을 NCG의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과업이 NCG 회의를 통해 심화하고 있음을 평가했다.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는 위기가 발생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와 역내에 전개하는 협의절차를 의미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폭격기와 잠수함 등)에 관한 작전계획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전략무기가 어느 지역의 어느 대상을 향해 출격하고 공격할 것인가 하는 사항을 다룬다.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닌 미국 전쟁용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핵 협의절차”는 한국과 역내 지역에서 사용할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출동시킬 것인가를 협의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한국과 역내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작전계획(즉 공격 계획)을 다룬다.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은 더 심각한 내용을 갖는다.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어떻게 통합한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과 한국의 무기가 통합되는 것은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통합이 완료되면 한반도와 역내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전쟁에 한국은 자동으로 연루된다.

이와 관련하여 7월 1차 NCG 회의에서는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이라고 표현했다.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지원”이라고 표현했다. 모두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는 비교적 간단하다. 위의 세 가지(핵 협의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핵 및 재래식 통합)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많은 연습과 시뮬레이션, 훈련 그리고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 지역과 한국군 그리고 한국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결국 NCG는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핵작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이다. 그 일차적 대상은 북이 될 것이며, 대만 상황 등에 따라 중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2차 NCG 회의가 끝나고, 미국의 핵잠수함인 미주리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한국에 대한 억제력 시현 차원이 아닌 미국의 전쟁 무기를 한반도에 빠르게 보내는 절차에 숙달하려는 것이다.

 

▲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북은 미국의 구상을 정확히 꿰뚫어 본 듯하다. 12월 17일 북 국방성은 한미 양국의 일련의 움직임을 “로골적인 핵대결선언”으로 간주하고, “적대세력의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성 성명에서 천명된 입장은 18일 ICBM 발사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북은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적들의 대결적 군사 위협 행위들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화성포-18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합참도 인정했듯이 화성포-18형은 “1만 5,0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것으로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고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라면서, “워싱톤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즉 미 본토를 향한 핵선제 타격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제의 대결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중략>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 전개는 두 가지를 함축한다.

첫째, 현재 한반도 전쟁 위기의 본질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북은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과 북의 미 본토 핵타격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현 정세의 본질이다. 윤석열 정부는 NCG의 과업 달성에 충실하다. 즉 미국의 한반도 전쟁론에 편승하고 있다.

둘째, 2004년 정세는 올해보다 더 격화될 것을 예고한다. 한미 양국은 NCG 과업 달성을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한반도에 더욱 빈번히 전개할 것이며,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미 본토 핵타격 능력 역시 더욱 과시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는 상수가 되고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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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한동훈’ 1면 채운 신문들 “윤석열 아바타 극복” 주문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12.22 07:31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동훈 향한 언론 수식어 “윤석열 아바타” “조선제일검”…극복 과제로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입 모아

22일자 주요 일간지 1면이 ‘정치인 한동훈 데뷔’ 소식으로 채워졌다. 한 전 장관은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의를 수락하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각 신문 1면의 한 전 장관 기사들을 보면 경향신문은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윤석열 대통령 직할체제로 치르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검사 대통령에 검사 여당 대표 체제’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고 했다.

▲2023년 12월22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검사 출신”, 동아일보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0선’의 50세 검사 출신”이라며 정치 경험 유무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일보는 한 전 장관이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여의도 기성 정치의 틀을 깼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그를 1면 기사에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칭하는 한편, 이어진 3면 기사에서 “보수진영의 위기를 돌파하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엘리트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 ‘조선 제일검’ 별칭을 얻었던 한 전 장관은 이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고 썼다.

정치인으로서 한 전 장관 앞에 놓인 과제로 ‘김건희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꼽힌다.

경향신문은 “명품백 수수의혹 보도 이후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져 당내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 내지 대외활동 중지 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선거 이슈가 특검이 내놓는 김 여사 수사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과 당간 일방적 수직적 관계에 대한 우려도 돌파해야 할 과제”라고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한 전 장관을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 황태자”로 칭했다.

 

동아일보는 “한 전 장관은 2003년경부터 인연을 맺은 윤 대통령에 대해 ‘맹종(盲從)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실제로 윤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에서 직언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소통, 인사 문제 등에 직언하고 실제로 바꿔내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3년 12월22일 경향신문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킬 정도로 어렵게 된 것은 윤 대통령 탓이 크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지시와 소통 부족, 무리한 인사의 연속,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로 지지율이 가라앉았다”며 “수직 관계가 그대로라면 한 위원장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에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정애 중앙선데이 편집국장 대리는 “윤 대통령 부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문제는 대통령 부부가 상황을 통제 또는 개선하려는 듯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기야 김 여사가 국정을 논하고 명품 백을 받는 장면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어 “해법은 나와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그제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다만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한 게 예다.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도 방법”이라고 했다.

노석철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스타일에 브레이크를 걸고 쓴 소리를 자주내야 한다. 그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이라며 “윤 대통령과 함께 특검법에 반대하자니 ‘아바타’ 이미지가 걱정되고, 찬성하자니 내년 총선악재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요즘 윤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떡볶이시식과 해외술자리, ‘김건희명품백’ 의혹 등으로 여론이 최악”이라고 했다.

▲2023년 12월22일 중앙일보, 한국일보 칼럼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려면 언론관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군데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1월 김성태 쌍방울 그룹 회장이 자신이 머물던 태국에서 KBS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는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가 귀국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강철원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질문을 평가하며 받아치는 것은 익숙한 화법이지만, 언론이 정치권 사주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한참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언론사와 기자들을 수사하는 모습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검찰 조사를 받은 기자들 얘기를 들어 보면, 검사는 ‘왜 이런 걸 취재하지 않았느냐’ ‘왜 사실관계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느냐’ ‘왜 반론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느냐’ ‘왜 그렇게 급하게 보도했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이 언론사 내부에서 물어볼 내용을 검찰이 조사하는 걸 보면 취재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미있는 사실은 한 장관이 언론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이란 점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치적 자산도 없는 한 장관이 단박에 여당의 수장이 되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 재원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이 21일 당정협의에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며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이용자를 현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2024년) 7월부터 1년6개월간 요양병원 10곳 600명 대상, 이후 2026년 2차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 1월 본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겨레는 “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의료서비스 필요성이 매우 큰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를 지원하려면 연간 1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2026년 2단계 시범사업 때 사회적 논의를 병행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라며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확대와 함께 불필요한 입원 병상을 줄이고 요양원과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요양병원 입원 환자 47만5949명 가운데 의료서비스 필요도가 큰 환자는 14만2739명(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법, 일본기업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 책임 인정

대법원이 21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재확인했다.

▲2023년 12월22일 국민일보 사진 기사

외교부는 이날 ‘제3자 변제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한국기업 등 기여로 재원을 마련해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대응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을 넘겼다.

경향신문은 “이미 40억 원을 출연한 포스코 외에 상당수 기업은 기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교도통신에 따르면 소송 피고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도 자신들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피고(손해배상 주체)도 아닌 제 3자(정부)에 의한 변제 방식을 법원이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15일까지 법원의 공탁관이 피해자 지원 재단의 공탁을 거부한 사례는 수원지법(지원 포함) 5건, 전주지법·광주지법 각 2건, 서울 북부지법·창원지법· 춘천지법 강릉지원 각 1건 등 총 12건”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날 판결로 재단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총 11억 7천만원인데,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20억원을 훌쩍 넘긴다. 아울러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강제동원 소송도 7건 가량”이라며 “이 사건들에 대한 배상금을 모두 합하면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국가가 손해배상하라” 첫 판결

1975~1987년 부랑자 선도를 명목으로 일반 시민과 어린이가 공권력에 의해 불법 납치, 감금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21일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 29부(재판장 한정석)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시, ‘박정희 추모 사업’에 500억 원 추가 투입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 건립 사업에 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당초 사업비에서 절반 정도 줄인 규모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 추모 시설이 많은 상황이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미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으로 현재까지 1200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고 했다. 구미시는 새마을 운동테마공원 조성에 사용된 907억 원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은주 조선일보 부국장 겸 에디터는 “노무현 시민센터에 온기가 도는 건‘ 사람’ 때문이다. 창덕궁이 보이는 입지, 정오 요가, 영화 상영, 서가 형 인테리어 때문에 노무현에게 관심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끌린다. 공간을 환경, 여성, 웰빙 같은 대중 키워드로 포장하는 기술까지 썼다. 국고(30%)와 시민 기부금을 모아 땅부터 산 게 탁월했다”면서 “소액 기부자를 모아 동상 대신 땅과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놀면서 시위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땀 흘리는 보수시민의 놀이터가 되고 유치원이 되고, 혁신에 성공한 이들이 자기노하우를 대중과 공유하는 그런 공간. 한마디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스며들기’ 가 좌파의 전유물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졸업식 ‘교육감 표창’, 왜 부활했나

강원도교육청이 초중고 졸업생에게 주는 교육감 표창이 6년 만에 부활한다. 2018년 “성적으로 인한 서열화, 수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교사업무 가중” 등의 이유로 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단체협약에 따라 폐지했던 제도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신경호 현 강원도교육감이 21일 “지난 2월 민족사관고 졸업생 때 도지사, 도의회의장, 횡성군수, 안흥면 우체국장상이 있는데 교육감상은 없어 무척 아쉬웠다”고 한다.

 

지지율 30% 대통령, 프랑스에선

▲22일자 동아일보 지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프랑스5 생방송에서 전날 상·하원에서 가결된 이민법은 “프랑스에 필요한 방패”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마크롱 대통령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법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에 이은 이민법 강행으로 지지율이 30%에 머물러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우려에 “내 임기는 3년 반이나 남았고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스 프랑스 2024’에 선발된 여성이 짧은 머리 스타일로 비판을 받은 점에는 “머리가 짧다고 해서 사람들이 혐오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라 말했다.

 

방통위, 유튜브·넷플릭스 요금 점검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유튜브 등 주요 OTT의 요금 인상 내용과 이용약관, 이용자 고지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 행위를 위반했는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이달 초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기본(베이직)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외부 거주인과의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와 동법 시행령 42조는 전기통신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전기통신 서비스 이용요금·약정조건·요금할인 등 중요 사항을 설명·고지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 EBS 임직원 만나라?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EBS의 재정 위기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EBS를 방문해서 교육방송의 임직원을 만나 보면 어떤가. 재원 지원 등의 방안을 논의하며 공교육 개혁의 불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논설위원은 “(EBS는) 지난해 256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3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수신료 수입,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재 판매 수입,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광고 수입하락 등 경고 등이 켜진 지 오래”라며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내걸고 교육 카르텔 척결과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 자구책을 전제로 공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봄’ 언급된 칼럼들

 

▲ 영화 '서울의 봄' 속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석열 정부 이전엔 차별금지법에 대한 뜨거운 논의라도 있었다. <괴물>은 인간의 내면이나 혹은 사회의 구조적 억압 내지는 남자다운 과 같은 형용사가 주는 폭력을 질문한다. 아름답고 섬세한 문제를 다루는 <괴물>이 애틋하고도 부럽다. 우리 사회는 그 사이 <서울의 봄>과 같은 커다란 악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 환경으로 뒷걸음쳤다. 윤석열 정부 이후 우리 사회는 30여년 전에 매듭지어졌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합의에 대한 동요를 경험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유정 강남대 교수-공감 지능과 연민의 능력]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생 시절 ‘전두환 재판’을 방청하고 쓴 글에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다음 세대에 유훈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절차와 과정이 뒤집어진 군사 반란의 교훈을 새기려던 뜻으로 짐작된다. 검사 입장에서 이는 위법과 합법을 규정하는 선명한 잣대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합법, 불법의 이분법이 검찰청을 떠나 사회, 정치 현안으로 연장될 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데 있다. 정부 3대 개혁 과제인 노동 교육연금이 회계부정, 사교육 카르텔 등 불법 문제에 자리를 내주고 논의가 중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검찰 스타일이 빚어낸 것임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법전에서 실정법을 끄집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새 소통 방식이 아니면 길을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이태규 논설위원실장-여권의 눈사람 만들기]

“12·12군사 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을 보려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한 보수단체가 며칠 전 중학생이‘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했다는 이유로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 것이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주 대검 간부들과 단체로 ‘서울의 봄’을 봤는데, 보수단체 주장대로라면 이 총장이 간부들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영화관에 간 셈 아닌가. 게다가 영화를 호평하며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으로 어렵게 이룩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소감도 밝혔는데, 이 총장은 더더욱 고발 대상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이념과잉 시대라지만 문화조차, 학교조차 이념의 잣대로 갈라놓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일보: 손병호 논설위원- ‘서울의 봄’ 단체관람]

 

노지민 기자jmnoh@mediatoday.co.kr

#윤석열#전두환#전두광#서울의봄#넷플릭스#유튜브#구글#신문#방송통신위원회#한도훈#조선제일검#구원투수#윤석열아바타#김건희#김건희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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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인가 뒷거래인가"… 검사 44명 공수처에 고발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김보경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3.12.22. 05:02:59

 

"검찰의 무능일까요? 은밀한 뒷거래일까요? 법이 유독 의사들, 의료기관에게만 더욱 관대해 온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기사를 보고 한 시민이 남긴 댓글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엘리트 계층으로 꼽히는 의사와 검사. 그런데 의사는 범죄를 저질렀고, 검사는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돈도 벌었다.

 

그동안 셜록의 기사에는 불법 안마방을 운영하며 약 40억 원의 수익을 낸 의사(관련기사 : <안마방으로 40억 번 의사, 검찰 덕에 면허취소 피했다>)와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관련기사 : <‘영적인 힘’ 믿다가… 환자는 죽었고 한의사는 살았다>)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기사를 본 시민들은 쉽게 그들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의심했다. 위에 소개한 댓글 외에도, “의사와 법기술자들은 무슨 잘못을 해도 다시 살아나는가”, “공짜 없는 세상이죠. 저 검사들과 가족의 계좌가 궁금해지네요”라는 댓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손쉽게 하는 이런 의심을 정작 검찰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감사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지적을 받고 나서도. 

 

그 의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셜록이 나섰다. 셜록은 의료면허 취소 위기의 의료인들을 ‘살려준’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셜록은 20일, 검사 44명을 직무유기 혐의(형법 122조)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유죄를 확정받고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 등(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지 않은 검사들이다. 셜록은 직접 작성한 고발장과, 취재를 통해 수집한 증거자료 약 1500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검찰에겐 유죄 확정 의료인 등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대상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사람’.(11월 20일부터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료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유죄 판결을 받은 의료인 등의 면허를 취소하지 못했다. 감사원을 통해 밝혀진 사례만 총 47건이다.(사건 중복에 따라 담당 검사는 44명으로 집계)

 

▲ 공수처 고발을 위해 고발장에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모습. ⓒ셜록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각각의 사건에서 검사는 왜 의료인 등의 의료면허 취소 사건을 주무관청에 통보하지 않았는지 우선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두 번째, 그중에서도 왜 ‘특정 인물’이 피고인인 사건의 결과만 통보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같은 검찰청 내에서도 어떤 사건은 정상적으로 주무관청에 통보가 된 반면, 일부 사건은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각 관할 검찰청은 모두 같은 시스템에 따라 일한다. 이들 모두 ‘인·허가 관련 범죄통보 지침’(대검찰청 예규)에 명시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통보 의무가 뒤죽박죽 이뤄진 건 의아한 지점이다. 

 

 

 

 

 

검찰의 미통보로 면허 취소가 늦어지는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료인 및 약사 중 일부는 ‘취소되지 않은 면허’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가 포함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유독 특정 의료인에 대해서만 통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통보가 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 때에도 해당합니다.(셜록의 공수처 고발장 일부)

셜록은 지난 9월부터,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 47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관련기사 :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47건 리스트, 모두 공개합니다>) 

 

감사원은 2021년과 2023년 정기 감사보고서에서 검찰의 재판결과 미통보로 인해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 등 총 47명을 확인해 지적한 바 있다. 이중 25명은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여기엔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 일부가 포함된다. 

 

16곳의 불법 안마방을 운영한 의사도,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도 그 47명에 속한다. 또한 △징역 3년의 중형을 받고도 의료면허가 즉각 취소되지 않은 한의사 △유죄 판결 이후 3년 8개월이나 지나도록 면허를 유지한 약사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가지고 매달 8602만 원씩 돈벌이를 계속한 한의사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다른 기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영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검찰이 통보해야 할 사건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면허취소 대상이 되는 의료인의 수는 1년에 평균 20명도 되지 않는다. 

 

2017년부터 2020년 4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은 고작 65명. 그중 검찰의 미통보로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이 15명이다. 네 명 중 한 명 꼴, 약 23%다. 면허취소 대상 전체 의료인 수에 비해, 검찰이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건 비중이 너무 높은 상황이다. 

 

▲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셜록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선물한 검사들. 이들은 합당한 책임을 졌을까. 셜록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감사원이 지적한 미통보 사건 담당 주임검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감찰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 13일, 징계 및 감찰 계획에 대해 “대검찰청 정보공개 세부시행지침 제5조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건 그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나 감찰 계획을 밝히지 않기 때문. 공수처 고발과 별개로, 셜록은 대검찰청이 책임 검사들을 직접 징계하고 감찰을 진행하는지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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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2024년, 윤석열 정부 어쩌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한미일 삼각동맹 위기... 하락세의 미국 대통령, 지지율 무너진 일본 총리

23.12.22 05:51최종 업데이트 23.12.22 05:51

▲ 지난 5월 21일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 삼각동맹의 주역들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하락세는 뚜렷해지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 여정 역시 가시밭길이다. 한미일 동맹에 외교안보 정책의 성패를 건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불길한 2024년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점점 희박해지는 바이든 재선 가능성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점차 그를 향하고 있는 전방위적 압박에 확실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동향이 그렇다. 이 시점에 현직 대통령이 상대 (예비)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경우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정도다. 특히 단임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는 전례가 없다.
물론 바이든-트럼프 구도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변수는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세는 여전하지만 그를 겨냥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희망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외 다른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트럼프 외 다른 후보를 대상으로 가정했을 때마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뉴스웹사이트 '더 메신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의 여론조사가 주목을 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마저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에 7%포인트 앞섰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4%였다. 헤일리 전 대사의 경우도 응답자의 41%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의 37%에 4%포인트 앞선 결과를 얻었다. 이 둘 사이의 결정 유보 응답은 22%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헤일리 전 대사와 2위 자리를 다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우, 41% 지지율의 바이든 대통령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대등한 지지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는 미국 민주당으로서는 절망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비호감에 기댈 희망마저 사라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헤일리 전 대사나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맞대결로 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고령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공화당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점점 다져지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CBS 뉴스가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44% 지지율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 포인트 차이로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두 후보 간 격차가 조사 기관에 따라 3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거슬리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가족 리스크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은 찬성 221 대 반대 212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 특혜와 관련해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공화당의 판단에서다.

공화당의 정치 공세 성격이 크고 실제 탄핵 가결까지 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헌터가 연루된 크고 작은 혐의는 대선이 본격화될수록 그를 괴롭힐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지난 9월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금 포탈 혐의까지 기소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동생 제임스마저 형의 이름을 개인 사업에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하원 감독위원회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미시시피주 변호사 리처드 스크럭스가 맡은 여러 소송에서 지인 제임스 바이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치가 점점 진흙탕 싸움에 익숙해져 자극적인 상대 흠집내기가 정책 차별화를 압도하는 양상으로 흐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불리해지는 대선 판도를 뒤집을 묘수보다 위험 요소들이 더 널려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일본] 붕괴 초읽기 들어간 기시다 내각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임시 국회가 끝난 지난 13일 도쿄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선두에 서서 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내각제 정치의 '퇴진 신호'인 20% 지지율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지지통신이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7.1%를 기록했다.

이처럼 낮은 지지율은 기시다 내각은 물론이고 2012년 이후 자민당 연속 집권 역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자민당이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놓기 직전 아소 다로 당시 총리가 이끌던 내각이 받아 든 지지율은 13.4%였다. 14년 시간차를 두고 3.7%포인트까지 접근했지만 이 간격이 더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일본 검찰의 본격적 수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당내 정치인들의 비자금 의혹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익금에 대한 장부 기재를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정치자금 수입을 위해 파티 초대권을 매매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다. 다만 판매 수익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할당된 초대권의 수입만 정상 기재하고, 초과분은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아베파는 이런 방식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총액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5억 엔(약 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검찰은 관련 의원이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파와 내각의 핵심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파 이외도 지수회(니카이파) 등 다른 계파도 검찰 수사망에 포함돼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 정계에 큰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심지어 최대 계파인 아베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의혹 대상인 마쓰노 관방장관을 포함 아베파 각료 4명을 경질했지만 무너지는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 대상인 니카이파 소속 고이즈미 류지 법무상의 경우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질의 대상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기시다 총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 본인 역시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까지 거듭 부인하고 있던 통일교와의 연계설 관련 거짓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불거지고 있는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깊은 연루설에 기시다 총리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심지어 자민당 의원 전원에게 통일교와의 유관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하던 기시다 총리였다. 하지만 통일교가 세운 천주평화연합(UPF)의 가지쿠리 마사요시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되면서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작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일·미·한이 연대해 세계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기시다 내각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기시다 총리 본인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 한 해 세 정상이 다져온 한미일 공조가 2024년에도 굳건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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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개발 기준 바꾸겠다는 윤석열에 전문가들 “누가봐도 표 얻으려고”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찾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도심 주택공급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앞으로는 재개발 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며 안전진단 규제완화를 언급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2동 ‘모아타운(소규모 노후 저층 주택 정비사업)’ 사업 현장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아서 이를 통해서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되다보니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를 바라는 그런 웃지 못 할 상황이 또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제가 방문한 모아타운과 같이 소규모 도시정비 사업은 국가의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 재정 지원과 이주비 융자를 확대해서 국민들의 거주 환경을 속도감 있게 개선하겠다”며 “정부는 국민이 각종 규제를 합리화해서 근본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집을 찾아서 도시 외곽으로 갈 것이 아니라 직장 가까운 도시 내에 집을 구해서 살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개발 재건축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바꾼다는 건 돈만 되면 얼마든지 멀쩡한 건물도 부수고 다시 짓게 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환경 문제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친환경 저탄소 시대라는 전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태경 토지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제2의 뉴타운과 비슷한 얘기다. ‘재건축 재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돈 벌게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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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 고도화 기반..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으로 간다

[2023년 송년특집③] 북한 내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2.21 21:20
  •  
  •  수정 2023.12.21 21:43
  •  
  •  댓글 1
 

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핵무력의 급속한 질량적 강화

북한이 12월 18일 오전 발사한 고체엔진 신형 ICBM '화성포-18'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2월 18일 오전 발사한 고체엔진 신형 ICBM '화성포-18'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9월 26~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 제4장 58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명기해 국가 핵무력정책을 '헌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한데 이어 1년만에 '헌법화'까지 한 것은 핵무력 고도화를 기반으로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이자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공화국의 핵무력건설정책이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다칠수 없게 국가의 기본법으로 영구화된 것은 핵무력이 포함된 국가방위력을 비상히 강화하고 그에 의거한 안전담보와 국익수호의 제도적, 법률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촉진시킬수 있는 강위력한 정치적무기를 마련한 력사적인 사변'이라고 밝혔다.

'안전담보'와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 정책 결정의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현 단계 핵무력강화의 중대과제는 '핵무력의 급속한 질량적 강화', 즉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증산 △핵타격수단 다종화 실현 △여러 군종에 강력한 실천배치라고 말했다.

북은 올해에만 △잠수함(신포급 8.24영웅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발사(3.12)  △핵무인수중공격정(해일-1,2형) 수중기폭실험(3.21~23, 3.25~27) △전략순항미사일(화상-1,2형) 발사훈련(3.22) △고체연료 사용 신형 ICBM '화성포-18'형 발사(4.13, 7.12, 12.18) △전술핵공격잠수함(김군옥영웅호) 진수(9.6)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실험(11.11, 11.14) △정찰위성(만리경-1호) 발사(11.21) 등 새로운 무기체계의 실험, 개발을 진행했다.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된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 현장을 알리는 과정에는 각종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소형화, 규격화, 대량 생산 가능한 핵탄두와 함께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를 과시하듯 보도하기도 했다.

신냉전·다극화 인식.. 중·러와 연대 강화

북한이 이처럼 핵능력 고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지난 2년간 급변하는 국제관계 구도를 '신냉전 체계 전환과 다극화 흐름 가속화'로 인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반제자주의 깃발을 선명하게 들고 '혁명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외활동을 폭넓고 전망성있게 벌이겠다'는 것을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협으로 느끼는 러시아·중국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분야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등 다방면적인 협력에 합의한 뒤 앞서 두차례 실패했던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직 최고위급까지는 아니지만 중국과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며 핵 및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거부하는 우호세력이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국가로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북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려는 미국과 일본, 이에 협력하는 한국에 대해서는 '핵협의그룹'(NCG) 가동과 핵전략자산의 준 상시배치,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 대규모 핵전쟁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는 '실제적인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한미일 협력에 앞장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 '괴뢰'라는 '조롱'과 '비아냥'섞인 표현으로 호칭하며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2021년 벽두에 열린 당 제8차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밝힌 북한은 장기전 성격의 '정면돌파전'을 결심한 뒤 연초에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남 투쟁원칙'을 천명하면서 이같은 기조를 3년째 심화, 확대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이미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핵교리를 명시적으로 변경했다. 또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다.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은 군사적 긴장 고조를 예고한 것이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우리의 구상과 결심대로, 우리가 정한 시간표대로'...장·중·단기 종합 발전계획

2023년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제시 과업과 수행결과 [출처-통일연구원]
2023년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제시 과업과 수행결과 [출처-통일연구원]

북은 제6차 전원회의에서 2023년 한해 국가사업의 총적 방향을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5개년계획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압축하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수행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여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만들자'는 것을 국가사업의 목표로 정한 것이다. 

인민경제 각 부문에서 12개 중요목표를 정해 무조건 점령하고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강조했다.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세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수송량 등 2023년에 무조건 점령해야할 12개 중요고지를 점령해야만 8차 당대회 이후 3년차에 접어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도약을 이룰 수 있고 국가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실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2023년에 단기적으로 인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 변화를 달성하면서도 생산력 하락을 막고 내구력을 키우기 위한 중기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보강 계획도 기본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인데, 이들 중·단기 목표의 지향점은 203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도달하려는 중장기 전략 수행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실제 도달 가능한 계획일까?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8월 겨레하나 평화포럼 발표에서 "북한이 장기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되어야 할 역량과 자원을 당장의 성과를 위해 소모적으로 '당겨쓰는' 현상을 질타하는 등 장기적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단기와 장기의 상충관계'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한다"며, "과제는 산적해 있고 해야 될 일들은 많으며, 정책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핵심은 인적 및 물적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이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짚었다.

특히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이라는 안건을 중심으로 당 제7차 전원회의가 개최되어 눈길을 끌었다. 농업문제 단일 안건으로 당 전원회의가 개최되자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외부의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그보다는 12개 중요고지의 첫번째 고지인 알곡생산목표 점령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농업부문이 자체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동원되어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으로 제시됐다.

△5개년계획 기간에 이상기후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관개체계 완비 △기계공업부문과 농업부문에서 농기계부문을 혁신적으로 개건 △간석지 개간과 경지면적 확대 △농업과학기술발전 수준 고양 등 농업발전 목표와 과제가 제시되었고, 이후 △황주긴등 물길공사와 청천강-평남관개물길공사, 강령호 담수화 공사 완공 △많은 영농물자와 농기계 보장 등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인 북 내부 상황과 관련해 국내 곡물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세계식량계획(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하는 북한의 연간 식량총수용량 550만톤에 비해 여전히 75만~85만톤의 식량이 부족하여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 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환율 변동폭도 그다지 크지 않아 식량난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또 제재 장기화와 오랜 국경봉쇄, 코로나 등 재해로 인해 산업연관이 퇴행하는 등 경제위기 또는 성장 한계를 점치는 견해에 대해서도, 체질화된 자력갱생에 과학기술이 접목되고 중·러 등 우호적 대외관계 환경으로 인해 그다지 심각하게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북한은 주요 정책집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기 위해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소집된 당 제8차전원회의도 정해진 목표와 과제를 무조건 수행하는 엄격한 규울확립과 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구축하는 사업에서 미진함이 있다는 지적을 통해 인민경제 각 부문의 분위기를 일신했다.

새로운 군중동원 방식으로 '전인민적 애국운동 중시사상'이 제시되면서 △사회주의애국탄증산운동 △전 사회적 원군 및 탄원열품 △애국미헌납운동 △애국적기금운동 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를 통해 여성들의 역할을 부각한 것도 이 무렵이다.

오직 자체의 힘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한 북한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노동신문]은 12월 20일자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기 위한 올해의 투쟁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였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오직 자체의 힘으로 걸음걸음 부닥치는 난국을 결연히 타개하며 우리 당의 구상과 결심대로, 우리 당이 정한 시간표대로 새시대에로의 진군을 가속화하여왔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12월 18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포-18'형 발사 △첫 정찰위성 '만리경-1'호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등 핵무력 강화와 함께 △무연탄을 이용한 고품질 마그네샤클링커 생산 성공 △평양시 강동지구 종합 축산농장 건설 △평강군민발전소와 세포군민발전소 등 성과를 열거하면서 '그 어떤 요행수나 외부의 도움이 아니라 오직 자체의 힘으로' 이룬 성과임을 내세웠다.

11월 19일자 [노동신문]은 12개 중요고지에서 새로운 생산공정을 세우거나 약한 고리를 착실히 보강하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립경제의 쌍기둥이라 부르는 금속부문과 화학공업부문에서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김철)에 건설된 '새형의 에네르기(에너지)절약형 산소열법 용광로'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서 김철까지 연결된 대형장거리정광수송관 △황해제철연합기업소(황철)에 건설된 '새로운 중주파 유도로(교류의 유도작용을 이용해 금속을 녹이는 전기로)' △12월5일청년광산의 '결정망초생산공정' 확립이 주요 성과로 소개됐다.

전력공업부문에서는 △화력발전소의 터빈날개 교체와 공기예열기함 교체 및 보수를, 수력발전소에서는 △발전설비 보수와 퇴적물 준첩 △발전소운용 효율 증대 등을 통해 올해 정비보강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건설건재공업부문에서 천내리세멘트공장의 크링카 냉각설비와 고온공기연소기술에 의한 내화벽돌 생산공정, 대안친선유리공장의 자동차시창유리생산공정 생산능력 확대 등이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었고, 기계공업과 철도운수, 채취공업, 임업, 경공업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정비보강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자체 역량과 한계를 모두 확인한 바탕위에 선 '자령갱생'의 힘이 있고 북한에 우호적인 대외 환경의 변화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필요한 시급한 문제들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025년까지 정책을 잘 추진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생산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와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즉 제재완화, 교류협력 등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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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있어야만 살아남는...참으로 '인간다운 삶'

  • 김준 기자
  •  
  •  승인 2023.12.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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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괴물이 됐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정치의 목적은 수단으로 변질됐고, 표가 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정치인의 명분 놀이에서 탈락한다.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하얀 눈길에 엎드린 유가족의 모습이 그 증거다. 국가의 부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피눈물 젖은 꽃을 보고도 무시해도 되는 정치가 그 증거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보라색 꽃다발을 나눠주는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지나쳐가고 있다. ⓒ 뉴시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지만, 여당의 고집으로 상정되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사흘 동안 오체투지로 호소했던 특별법이 20일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다. 여야는 21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 합의를 이어가겠다 밝혔다.

민주당은 “연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말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의사가 완강하다. 여야 합의를 고집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안건 상정하지 않는 이상 연내 처리는 어렵다.

특별법은 6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자동으로 국회에 부의됐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김 의장은 안건 상정을 머뭇거린다. 이대로라면 국회법에 따라 60일의 논의 기간 이후인 1월 하순에나 자동으로 상정된다.

유가족들은 이번 본회의(20일)에서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며 18일부터 국회 둘레를 오체투지로 돌고 있다. 최저 영하 14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몰려와도, 눈이 쌓여있어도 이들의 오체투지는 계속됐다.

눈이 내린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20일 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윤재옥, 홍익표 각 정당 원내대표와 70여 명의 국회의원에게 보라색 꽃을 전달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리시안서스 꽃을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전달하며 다시 한번 특별법 통과를 호소했다.

유가족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폭염과 폭우, 한파와 싸웠고 특별법 통과를 거부하는 여당을 규탄하면서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국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유가족은 그저 몇백 개 정도의 표로 보이나 보다.

특히 여당은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김미나 의원에게도 솜방망이 처벌 외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나라 구한 영웅이냐’, ‘시체 팔이 족속들’, ‘자식 팔아 장사한다’ 등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김 의원은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에도 ‘제가 공인인 줄을 깜빡했네요’라며 해명인지, 조롱인지 모를 답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의 제명은 여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항의의 표시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30일 참석 정지안이 가결됐다. 이마저도 보조금 및 활동비는 그대로 지급되는 것이 알려졌다. 사실상 30일의 유급휴가였다.

책임자들의 처벌이 요원한 가운데, 18일 참사와 관련해 현장 대응 상황이 기록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경찰 간부가 실형을 구형받았다. 1년하고도 2달이 지난 뒤 처음 내려진 구형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보관이 생산한 특정정보요구 보고서 등 4건의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성민 전 부장은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고, 김진호 전 과장은 “박 부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법정에서 방청하던 고 임종원 씨의 아버지, 임익철씨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데 혈안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2월 14일 예정됐다.

민주당은 이후 열릴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50억 클럽, 김건희 특검)을 예고하고 있다. 사안 자체가 민감하고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20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오늘도 민주당은 물러섰다.

 

 

1월 하순이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과정이다. 민주당의 소극적이었던 태도, 주권을 가진 국민을 무시한 국민의힘의 태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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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김건희 호위무사 자처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 저버려"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12.21 07:35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유력한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명품 수수 의혹’ 대응 발언들 연일 도마 위

중앙일보 “야당 무시 태도, 대다수 국민 혐오 초래해 소탐대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이끌 것이 예상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놓고 일부 아침신문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연일 화제가 되는 한 장관의 공격적인 화법에 중앙일보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했고 한겨레는 “자기정치 하지 말고 공직부터 내려놓으라”고 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쏟아냈던 발언들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혼자 궁금해 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민주당이)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 대표 옹호에 바쁘니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라고 했다.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 주장에 대해서도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

▲ 2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중앙 “부적절한 언행 소탐대실” 동아 “한동훈이 세대교체해야”

▲ 2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한동훈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 비대위원장 잘할 수 있을까> 사설에서 해당 발언들을 모두 나열하며 “상대의 잘못을 같은 방식으로 되받는 것은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며 “총선 정국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게 집권당 비대위원장의 핵심 책무다. 한 장관이 ‘자신감을 갖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식의 화법만을 고수한다면 비대위원장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비대위원장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감정의 배설이나 상대방에 대한 조롱식의 말만으론 정치의 본질인 타협은 실종되고 소모적인 정쟁 프레임이 판치게 된다. 비아냥식 화법은 상대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자기편 강성 지지층을 일시에 결집시킬 수 있을진 몰라도 대다수 국민의 혐오를 초래해 결국에는 소탐대실을 부를 뿐”이라며 “자신의 입장에 앞서 상대방 입장을 경청하며 역지사지로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비대위원장 자리는 맡지 않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역시 한동훈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이 ‘악법’이고 명품백 수수 의혹은 ‘공작’이라 발언한 것을 놓고 “이처럼 노골적으로 ‘김 여사 비호’에 나설 거면, 장관인지 정치인인지 거취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사설 <한동훈, 비대위원장 발표 때까지 장관직 유지할 텐가>에서 한겨레는 “‘법 앞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더니 김 여사에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역시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해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 장관은 그간 장관직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가 대통령 배우자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 위상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는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 21일자 한겨레 칼럼.

권태호 한겨레 논설실장은 <‘한동훈 비대위’가 ‘공공선’일까> 칼럼에서 “모든 말에 민주당 혐오와 적의가 배어 있다. 이런 장관은 없었다”며 “김 여사 명품 백 물음에 ‘민주당이 저한테 물어보라고 (기자들에게) 시키고 다닌다’는 말부터 했다. 기자들이 꼭두각시인가. 기자로서 모욕감을 느꼈다. 사실도 아닌 풍문 전언을 공식 석상에서 장관이 함부로 얘기하는 건 자질 문제”라고 했다.

권 실장은 “1년 반가량 장관으로 무얼 했는지, 무슨 능력을 보여줬는지 알 수가 없다. 온갖 큰소리치던 인사검증은 참혹하다”면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 미국 출장비 내역 ‘정보공개 청구’ 요청 소송, 검찰총장 때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2심 패소 등을 거론하며 “정부 소송 패소 전문 장관”이라고 했다.

▲ 21일자 동아일보 칼럼.

한동훈 장관에 대한 우호적인 칼럼도 있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73년생 한동훈, 가짜 민주화세력 끝장내고 세대교체를> 칼럼에서 “한동훈이 ‘윤석열 아바타’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때 일 잘해 윤 대통령 총애를 받았다지만 첫째, 한동훈은 술을 입에도 못 대기 때문이다. 둘째,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다. 셋째, 옷도 잘 입고 정제된 언어로 말도 잘해서”라고 했다.

김 대기자는 “‘후진 정치’를 세련되게 질타한 사람이 한동훈이다. 시대착오적 ‘×팔육 정치’를 종식시키고 전대협보다 극단적 좌파인 한총련의 정치 진입을 막으면서, 지긋지긋한 보스정치 팬덤정치를 끝내고, 멀쩡한 보수를 넘어 태도 또한 괜찮은 쿨한 보수로 가려면 73년생 신세대 정치인 한동훈이 ‘세대교체’를 들고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독소조항? 한국일보 “최순실 특검법에도 있었다”

 

▲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오는 28일 통과가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을 놓고 여당이 독소조항 등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무리한 특검법이지만 시중 여론이 많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납득할 수 없는 처신 탓이 크다”며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당당히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사설 <‘김건희 특검’은 여야 합의 추천하고 총선 직후 실시로>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친문 검사들을 투입해 1년 반 넘게 이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그 후 지금까지 김 여사 관련으로 무슨 새로운 단서나 사실이 나온 것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이것이 특검 찬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해 이 사건을 다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면 정략적 이용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 뭔지 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검이 수시로 수사 과정을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해 사실상 수사를 생중계하도록 한 것도 문제 소지가 크다. 특검이 진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총선용 정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김 여사가) 대통령 선거 때는 ‘내조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선거가 끝나자 다르게 처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반발을 살 것”이라고 했다.

▲ 21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여당이 특검법 독소조항으로 꼽는 수사 과정 ‘언론 브리핑’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3면 <한동훈이 꼽은 ‘김건희 특검법’ 독소조항 확인해 보니>에서 “특검의 언론 브리핑은 지난 몇 년간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며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는 게 한 장관 판단이겠지만, 특검 수사가 필요할 만큼의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악법’의 근거로 내세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지금껏 수사 뭉개다… ‘총선 후 김건희 특검’ 띄우는 한동훈>에서도 “수사과정 브리핑 조항은 ‘드루킹 특검법’은 물론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법’에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영부인을 겨냥한 특검은 정치적 비극인 데다 총선 시기 수사는 정치적 악용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다만 이런 상황이 초래되기까지 검찰과 여당의 책임도 크다. 법안은 올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여당엔 8개월 협상 시간이 있었고,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1심 판결까지 나왔지만 ‘보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뭉개왔다. 이런 형편을 무시한 발언은 선택적 언어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의혹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총선과 별개이긴 하나 그 시기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여야가 국회에서 협상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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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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