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강 씨의 평화 메시지, 정부가 해야 할 역할"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기업 아닌 정부가 풀어야
2017.10.12 08:14:0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 시각) 또다시 모호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까지 북한과 협상은 매번 실패했다면서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군사적 선택지를 실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군 지도부를 상대로 필요할 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보유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이건 아직 군사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며 "결국 한 가지 방법이라는 건 경제적 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어떠한 군사적 행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마치 ICBM을 발사할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그런데도 실제 발사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움직임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북미 간 접촉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면서, 러시아와 독일 등이 양측을 중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한국 정부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거의 한 달 동안 사고를 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신들과 양자 협상 테이블에 나와주길 바란다는 고도의 계산된 행위다. 이럴 때 한국 정부가 미국에 북한과 양자접촉의 틀을 짜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는 과도하게 미국에 경도돼있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하고 있다. 정부의 외교 안보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남 말 하듯이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미국에 읍소라도 해서 현재 상황이 종결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국민들도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 이후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를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앞서 호명한 것을 두고 정 전 장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견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경제 쪽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에서는 군이 핵무력 건설을 했으니, 이제는 이대로 가면 되겠다는 판단으로 경제 쪽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에 신경을 쓰려면 당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는 1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북한과의 협상이 매번 실패했다면서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결국 군사적 선택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정작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몇 주째 잠잠한 상황입니다.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북태평양 방향으로 발사한 이후 거의 한 달 동안입니다. 북한은 무슨 생각으로 지금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일까요? 또다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세현 : 북한이 마치 ICBM을 발사할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긴 합니다.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의원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실제 발사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움직임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이야기한 한 가지는 군사적 선택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군 지도부를 상대로 필요할 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보유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뒤집어보면 그런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자꾸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말 그 선택지를 실행하기 위해 준비가 됐다면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물론 우발적으로 전쟁이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우발적으로 직접 일을 저지를 수는 없습니다. 결국 한 가지 방법이라는 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기에는 중국과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있습니다. 결국 해상 봉쇄와 같은 다양한 고립 방식을 여러 가지로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현 국면이 정리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과 미국이 만나야 할 것 같은데요. 양측의 접촉이 가능한지가 의문입니다.  

정세현 : 양측 접촉을 러시아가 중재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필요하다면 본인이 나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사실 양측에 만남을 권고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정부입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주도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건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면서 나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담대한 상상력을 가지고 용기있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현 정부에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프레시안 : 오는 11월 트럼프가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이렇게 아시아 순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정세현 :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하지 않는 한 트럼프는 상황 관리만 할 것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한국의 무기시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카드로 북한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박성이 없습니다. 다만 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감만 고조시키면 됩니다. 이런 위기감이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는 과도하게 미국에 경도돼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하고 있어요. 정부의 외교 안보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남 말 하듯이 이야기하면 어떻게 합니까? 미국에 읍소라도 해서 현재 상황이 종결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국민들도 불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거의 한 달 동안 사고를 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 지금 또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트럼프가 트위터에 메시지 쏟아내고 북한이 여기에 대응한답시고 말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하면 다시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한 달 이상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자신들과 양자 협상 테이블에 나와주길 바란다는 고도의 계산된 행위입니다. 이럴 때 한국 정부가 미국에 북한과 양자접촉의 틀을 짜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본인의 승리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이 필요합니다. 소위 '트럼프의 푸들'이라고 불리는 아베가 트럼프를 살살 꼬드겨서 트럼프가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게 만들고, 이 때문에 북미 간에 말폭탄이 오고가서 긴장이 고조되면 아베 총리는 좋을 수 있지만 한국 정부는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는 겁니다. 

소설가 한강 씨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미국 정부에 전해서 한반도에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설득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면, 평화를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봉사의식이 없는 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업습니다. 국민들이 전쟁 대비 배낭을 주문하지 않게, 안보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정부 및 관료의 임무입니다. 

황병서보다 최룡해‧박봉주가 먼저 호명된 이유는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었는데요. 인사 부문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북한 매체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4번째로 호명했고 대신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습니다. 박봉주 내각총리도 황병서를 앞섰는데요. 그저 한 번의 호명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향후 북한 지도부의 판도가 달라지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세현 : 최룡해가 당 내에서 조직 담당 비서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야 합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의전서열로는 최룡해 부위원장보다 앞서지만 상징적인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면 최룡해 부위원장이 실질적인 '넘버 2'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건 북한이 당 중심성을 더 확고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에 따르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하면서 핵 능력 강화는 이제 이 정도 페이스로 진행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병진노선을 견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경제 쪽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뜻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선군정치보다는 당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봉주 내각총리의 호명 순서가 황병서보다 앞으로 나온 것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 북한이 일종의 시장경제 요소를 받아들여서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박봉주 총리의 역할이 컸습니다. 지금 박봉주가 총리가 된 지 4년이 넘어가는데, 민간 영역도 있지만 어쨌든 박봉주를 기용하면서 경제가 돌아간 측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는 북한이 향후 경제를 당과 행정부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데 군이 많은 역할을 했고 이게 미국과 협상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정도의 역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러면 이제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체제를 안정시키고 인민들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박봉주 총리의 위상을 올려준 이유에는 이러한 측면도 포함돼있다고 봅니다. 

김일성이 집권했을 당시에는 당이 행정부를 지휘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은 1994년 김정일 사후에 당은 경제에서 손을 떼라며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시작했죠. 당의 관료주의 병폐가 체질화돼서 매너리즘에 빠졌고, 일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당보다는 군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김정일 사후 시장경제요소가 들어가면서 군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할 수 있는 역할을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 시대에서는 군이 핵무력 건설을 했으니, 이제는 이대로 가면 되겠다는 판단으로 경제 쪽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7일 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이번 인사에서 김기남 당비서와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고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이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섰는데요. 북한 지도부의 일종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김기남 비서가 노동당에서 선전 선동 책임비서였을텐데, 꽤 오래 했죠. 그리고 김여정이 부부장으로 있다가 지금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된 것 아닙니까? 김기남 밑에서 배운 걸로 이제는 김여정 본인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김기남이 이제는 김여정 혼자서도 잘할거라는 식으로 김여정을 소위 '인증'해주면, 김정은 입장에서도 자기의 할아버지뻘 되는 김기남보다는 동생인 김여정이 좀 더 상대하기 쉽기 때문에 김기남의 역할을 김여정에게 넘기라고 했을 겁니다.  

프레시안 : 김정은의 장악력이 더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정세현 : 일종의 친정체제가 확립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번 전원회의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김정은은 지금까지 국내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데 열을 올렸고요. 올해 10번 이상 미사일을 쏜 것도 이러한 목적도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행태를 보도하며 미국이 아무리 겁을 줘도 우리 원수님은 굴하지 않고 미국을 제압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선전할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중 하나가 이번에 인사로 나타난 것이겠죠. 

프레시안 : 북한이 이제 경제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경제발전에 매진하려고 해도 이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상당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데요. 외부 투자를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경제를 신경쓴다고 해도 실제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60년이 넘게 자급자족 체제를 운영해왔습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경제에서 자립을 내세웠는데 국제적 정세 때문이었죠. 당시 소련과 중국의 분쟁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편을 들었습니다. 소련의 수정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소련은 스탈린의 1인 지배 체제에서 벗어난 상황이었습니다.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식의 통치를 비판했죠. 그런데 북한의 김일성은 스탈린과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해서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소련이 스탈린 방식을 부정하고 있으니 소련과 가까워질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에 의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결국 북한은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죠. 그래서 북한에는 '내부 예비', 즉 국가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끌어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북한은 이러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핵과 미사일 문제로 유엔이 북한에 가하고 있는 제재가 10개나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 과정에서 내부 예비를 총동원하며 박봉주 내각이 경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박봉주의 관리 방식에 대해 상당히 높은 평가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규모가 커지려면 내부 예비를 총동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밖에서 투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더구나 북한이 중국과 국경지역에 특구를 만들어놓고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제재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박봉주 내각이 아무리 경제를 잘 운영하려고해도 내부예비는 시간이 갈수록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밖으로부터 자본이든 뭐든 들어와야 하는데 그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과 접촉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상황이 풀리기를 기대하면서, 미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도록 자꾸 미사일을 발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 개성공단 가동,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프레시안 :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지난 2일 북한이 개성공단의 임가공 공장 일부를 무단으로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실제로 북한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까요? 

정세현 :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 중에 봉제공장 정도를 돌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봉제공장은 어렵지 않게 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지난 2013년 재가동된 개성공단 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봉제 업무를 하고 있다. ⓒ개성공동취재단

 
중국에서 원자재를 사다가 실을 사고 재봉틀을 돌리는 정도는 개성시 입장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출퇴근하던 노동력도 있지 않습니까? 또 봉제공장이면 그렇게 많은 전기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전기를 조금만 가져오면 기계는 돌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낮 시간에 쓸 수 있는 가정용 전기를 끌어다가 배전해서 공장 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북한의 공장 가동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장 남북한 채널도 모두 막혀있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해 보입니다.  

정세현 : 이 문제는 남북 당국간에 풀어야 합니다. 아무리 공장 설비가 북한 땅에 있다고 해도 남한의 재산권을 마음대로 쓰면 안된다고 항의를 하든, 아니면 로열티를 지불하고 쓰라고 하든,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하든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당국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이 사고친 것을 비난만 하고 있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닙니다. 발만 동동 구르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기업들에게 떠밀어서는 안됩니다. 북한은 일단 당국이고, 우리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및 당국이 관여하고 있으니 기업인들의 현장 방문 및 조사를 등을 통일부가 당국 차원에서 북한에 제안해줘야 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들어가고 싶어도 북한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북한에서 방문 신청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북한이 거절하더라도 정부는 당국 간의 접촉을 시도해야 합니다. 비록 전 정부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현 정부에서도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북한과 접촉해서 무단 가동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당국 간 접촉이 일어난다면 다른 문제들에 대한 대화 모멘텀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접촉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한반도의 긴장을 다소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8살 넷마블 개발자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넷마블이 삼킨 청춘①] 2014~2016년, 넷마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17.10.11 18:00l최종 업데이트 17.10.11 19:02l

 

지난 2016년 넷마블게임즈에서 3명의 젊은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습니다. 그해 11월에 일어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이듬해 6월 과로사로 확인됐습니다. 3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하면서, 넷마블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국정감사 때도 넷마블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다뤄집니다.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맞춰,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넷마블 잔혹사를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넷마블게임즈(주)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권영식 대표 등 임직원들이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넷마블게임즈(주)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권영식 대표 등 임직원들이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9일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국내 주식시장의 실질적 황제주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반 주가로는 삼성전자가 주당 256만4000원으로 최고가지만, 서로 각각인 액면가를 5000원으로 맞춰 비교하면 757만5000원의 넷마블이 최고의 황제주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넷마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신흥 부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넷마블은 게임 산업의 성공신화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넷마블에서 지난해 7월 한 게임개발 노동자가 돌연사했다. 38세였던 이 청년은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9월 또다른 한 노동자가 본사 사옥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또 한 명의 게임개발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청년의 나이는 28살이었다.

어마어마한 부를 끌어 모은 기업이자 수조 원 대의 주식상장을 앞둔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던 청년노동자가 돌연사하고 자살한 것이다. 2016년 11월 23일부터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서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두고 들끓기 시작했고, 5일 만에 545명의 노동자들이 노동건강연대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넷마블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왜 2013~2015년을 악몽으로 기억하는가?

 

이 설문조사에는 언론에 알려진 것 말고도 특이점이 있었다. 넷마블을 퇴사한 전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현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현격하게 달랐다. 

퇴직자들은 하루 13시간 이상 일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1.0%나 됐다. 당시 재직자들에게서도 이 비율은 14.8%나 되었지만 퇴직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억의 차이인지 경험의 차이인지 당시로서는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넷마블 개발사들 2012~2015년 근로기록을 조사하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꼭 시정되도록 부탁드립니다."

느닷없이 들어온 이 상담 문자메시지의 의미를 헤아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게임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두고 초장시간 밤샘 근무를 하는 '크런치 모드'가 오늘의 넷마블을 있게 한 성공 비밀 중 하나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한 넷마블 노동자들의 기억은 달랐다. 

"3000억 원의 매출을 1조 원 매출로 신장시킨 것은 내가 재직했던 2014~2015년의 일이다. 모두 중국에서 고생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 돌아온 건 권고사직이었다. <다함께 던전왕> 중국 진출이 실패했다는 게 이유다. 그때 그만둔 동료들이 40명이다."

배신감과 원망에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중국에서 그땐 한두 시간 쪽잠자면서 3~4일씩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100시간 동안 쪽잠 자며 일해본 적도 있다. 숙소에서 잤다고 충분히 쉬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전 5시에 들어가면 다시 10시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4시간 정도 머리만 대다 다시 나오곤 했다."

넷마블 노동자들은 당시 회사가 요구했던 일정에 따라 데드라인을 맞추고, 크런치 모드를 묵묵히 견뎌냈다. 야근 수당도 없이 성공보수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 자신이 속한 팀의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권고사직을 종용받는다고 한다. 물론 권고사직을 제안 받기도 전에 야근이 힘들어 먼저 그만 둔 경우도 많다. 주 5일 밤샘 야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넷마블을 떠난 퇴직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2013~2015년 넷마블에서의 근무 기억은 악몽일 수밖에 없다.

넷마블 게임개발 잔혹사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 화면캡처

관련사진보기


넷마블은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유통·공급하는 회사다. '넷마블 게임' 개발사들은 대부분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이거나 관계사들이다.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본사(넷마블게임즈) 직원들도 야근을 하지만, 게임 개발 중간 점검 기간을 뜻하는 '빌드 주간'에 밤샘하고, 크런치 모드 속에서 주말과 저녁을 반납한 채 집중적으로 야근을 하는 건 자회사나 관계사의 게임개발 노동자다. 넷마블 네오, 마이어스 같은 개발사들 말이다.

마이어스는 넷마블이 개발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던 2011년 인수된 개발사다. <길드오브아너> 게임을 개발했다. 2014년 마이어스의 <골든에이지>가 성공하지 못하자 이듬해 바로 글로벌화를 목표로 새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길드오브아너>다.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A씨의 2015년 4~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A씨의 2015년 4~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노동자의 미래

관련사진보기


마이어스 게임개발자 A씨가 <길드오브아너>를 출시하기 위해 일한 근무시간을 그래프로 옮긴 것에 따르면, 그는 2015년 7월에만 주당 평균 71.1시간을 일했다. 게임 출시를 앞둔 8·9·10월은 물론 11월에도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기며 근무했다. 산재보험법에서는 보통 12주 동안 6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과로사로 인정하는데, A씨는 무려 21.5주를 60시간 넘게 일했다.

게임 개발은 출시로 끝나지 않는다. 매월 업데이트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모델을 갱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유지·보수 업무를 할 때에도 노동자들은 밤샘 야근을 한다. 본사의 빌드 점검은 다음날 오전에 이뤄지고, 게임 업데이트는 게임 유저의 편의를 위해 새벽에 이뤄질 때가 빈번하다.

2016년 업데이트 업무를 수행했던 <길드오브아너> 개발자들도 예외 없이 밤을 샜다.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B씨는 매월 있었던 업데이트를 위해, 1월에는 주 61.0시간, 2월에는 62.8시간, 3월에는 주 75.3시간을 일했다.

2016년 3월 이 게임개발자의 출퇴근기록은 정말 혹독했다. 3월 9~10일, 17~18일 밤샘 야근을 했고, 3월 21~22일, 23~24일에는 연이어 밤을 샜다. 전날 밤을 샜건 안 샜건, 거의 매일 밤 12시에 퇴근을 했고, 토요일에도 6~8시간씩을 일을 했다.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 마이어스의 노동자들은 넷마블 본사가 제공하는 200만 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를 받았고, 20층 카페테리아 이용권도 얻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급성심정지로 돌연사한 노동자가 바로 <길드오브아너>를 개발하던 아트 디자이너였다. 그 역시 다른 동료들처럼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은 과로사일 거라 의심했지만, 유독 넷마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달여 뒤 넷마블이 언론에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다. 

"돌연사한 직원의 경우, 유족들이 과로사는 아니라고 확인해줬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과로사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28살 청년의 과로사는 막을 수 있었다

넷마블이 "과로사는 절대 아니"라고 한 사이, 넷마블 게임개발사들의 노동자들은 예전처럼 똑같이 일했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관계사 중 하나였던 인피니티 게임즈는 <나우>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나우>는 2016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였다. 이 게임을 개발하던 노동자도 <길드오브아너> 게임 개발자처럼 런칭을 앞두고 21.5주 동안 매주 60시간을 넘기며 일했다.
 

 <나우> 게임개발자 B씨의 2016년 1~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나우> 게임개발자 B씨의 2016년 1~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노동자의 미래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7월 <길드오브아너> 게임 개발자가 돌연사하자, 8월 주 근무시간이 54.5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9월부터 개발자들은 다시 60시간을 넘겨 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출시되지 못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인피니티 게임즈는 넷마블 네오에 인수합병됐다.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둔 게임개발자들이 2016년 하반기에도 밤샘 야근을 계속한 사이, 넷마블 네오에서 <킹오브파이터즈>를 개발하던 28살 청년이 과로로 사망했다. 11월 21일의 일이다.

이 노동자가 왜 사망하였는지는 이듬해에야 밝혀졌다. 9월과 10월 사이 이 청년에게도 야근이 집중됐다. 10월 첫 주에만 95시간 55분, 넷째 주에는 83시간 4분 동안 일한 것이다. <킹오브파이터즈>는 2017년 2월에 출시될 예정이었고, 그도 다른 게임개발자들처럼,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로 밤샘야근을 했다. 그렇게 일하다, 주말 집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지난 8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을 과로 등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했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환경에서는 누가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4개월 동안 넷마블이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이, 우리 사회가 넷마블 게임개발 환경을 방치하지 않았다면, 28살의 청년의 죽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넷마블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장시간 노동, 과로로 노동자가 고통 받거나 사망하면, 그의 소속 (원청) 법인과 사업주는 최소한 세 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 

①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
② 원상복구 및 각종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
③ 재발방지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책임을 지는 것

과로사나 과로자살에는 피해당사자의 과실이라는 게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고, 무엇인가에 의해 조장되었으며, 구조적인 원인들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넷마블은 이 모든 책임의 첫 관문인 진상규명부터 어렵게 했다. '유족들이 과로사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업무연관성에 대한 모든 합리적 의심을 배격하려 했다. <킹오브파이터즈> 개발자 과로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넷마블은 과로사 직후 노동건강연대가 시도한 설문조사 자체를 불온시 했고, 조사중단과 함께 발표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부터 보냈다.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넷마블은 원상복구나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밤샘야근을 줄이려는 노력도 지난 2월 <경향신문>이 대서특필하고 시민사회가 들끓고 난 뒤에야 "야근 최소화" 계획을 발표했다. 

"보상은 업계 최고"라며 적어도 임금만큼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 일관하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이후 44억 원의 임금체불액을 지적당하고 난 뒤에야 야근수당을 지급했다. 

3년치 체불임금 지급도 마찬가지였다. 무료노동신고센터가 진정인들을 모아 증언대회를 준비하고, 의원실이 산재 인정사실을 알리고 난 뒤에야 움직였다.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그제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여전히 넷마블은 연장근로 제한 한도를 훌쩍 넘기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에 대해 법적·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기업이 과로사는 물론 공짜야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렇게 내놓은 대책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한 건지, 효과가 있기는 할 것인지, 지역시민사회의 감시 없이도 스스로 지속할 의사는 있는 건지, 우리는 모두 의문을 가지고 있다.

10월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넷마블 서장원 부사장이 출석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뒤늦게라도 넷마블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21세기를 새로운 부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진 기업이라 소명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년들의 꿈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박준도 기자는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으로,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정책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태그:#넷마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8년 경력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본 문제점

 

[주장] 반복되는 타워크레인 사고, '깜깜이 신호수'부터 바꿔야... 신호수 국가 자격증 제도 필요

17.10.10 22:08l최종 업데이트 17.10.11 11:45l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
▲  지난 5월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잊을 만하면 건설 현장의 대형 타워크레인이 넘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늘(10일)도 경기도 의정부시 낙양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이 사고로 작업 인부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타워크레인 사고는 여러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아 가는 것은 물론, 엄청난 물적 피해를 입힌다. 지난 5월 YTN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은 5800여 대에 이른다. 그런데 일선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삼면의 사각지대, 100% 신호수 무전에 의존해 작업하지만...

 

어느 현장이건 타워크레인을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경험이 풍부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뿐만 아니라 유능한 신호수가 있어야 한다. 신호수는 한쪽에서 물건을 잘 매달아 주고 필요한 곳에서 곧바로 되받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일어난 의정부 사고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5월 1일 일어난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의 경우, '소통의 부재'가 사고 원인이었다. 신호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 건설 현장에서 이런 업무를 맡는 사람은 신호를 전문으로 하는 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흔히 알고 있는 철근, 목수 반장이나 현장의 팀장들이 무전기로 대충 신호수 역할을 한다. 이마저도 자신의 작업을 위해 마지 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이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신규 현장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신호수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어떤 식으로 무전 신호를 보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어떤 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향해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곤 마치 전화를 받는 것처럼 자기 귀에다 무전기를 대고 기다린다. 이런 사람은 보나마나 완전 초보다. 

신호를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겐 무전기를 건네주지 말아야 하고, 또 잡지도 말아야 한다. 아무런 요령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신호를 보냈다간 뜻하지 않은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사 초기라면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지정된 신호수에게 맞춤 교육을 몇 차례 시도하면 어느 정도 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특성상, 자신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일은 신호를 잘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각 분야별로 신호수를 한 명씩 지정하여 작업을 진행하지만, 그런 중요한 사람이 수시로 그만두고 새로 충원되는 변수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매번 신호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시각으로는 건물 층수가 더 높이 올라 갈수록 잘 보이지 않는 곳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타워크레인은 신축 중인 건물 외벽에 가까이 세워져 있다. 그러므로 조종석에서 훤히 보이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마저도 꽤 높은 곳에 떨어져 있다 보니 신호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외 나머지 삼면의 사각지대는 100% 신호수가 휴대한 무전기 신호에 의존해 가며 작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호수가 제대로 된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면 어찌 될까.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이어지고 있는 고공 작업 중에 단 한 차례도 신호수의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어느 곳이든 공사현장 바로 옆 인도엔 많은 행인과 자동차가 수시로 지나다닌다. 그런 곳에서 유능하지 못한 신호수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작업 신호를 보낸다면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현실이 이런데, 무수히 많은 건설현장에서 아직도 신호를 잘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등을 떠밀려 타워크레인 신호 업무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종사의 손발이 되어주는 신호수, 아무나 맡긴다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1일 오후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지난 5월 1일 오후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 경남소방본부

관련사진보기


타워크레인은 사각의 철재 기둥 위에 얹혀 있는 거대한 철 구조물이다. 공중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기준으로 했을 때 뒤쪽 구조물 끝부분엔 사각형 모양의 무거운 콘크리트가 몇 개씩 얹혀 있다. 콘크리트 수량은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콘크리트 블록이 뒤에 얹혀 있는 이유는 앞쪽에 있는 붐의 어느 위치에서나 정해진 중량물을 보다 안정적으로 들어 올리도록 밸런스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신호수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신호수는 운반하고자 하는 물건을 꼼꼼하게 잘 매단 뒤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들어 올리라는 무전 신호를 보내야 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역시 신호수의 지시대로 호이스트(무거운 물체를 상하로 이동시키는 데 사용하는 장치) 상승 레버를 최대한 천천히 작동시켜야 한다. 신호수는 도중에 들어 올리려고 하는 물건의 정중앙에 훅이 위치해 있는가를 확인하고, 잘못됐을 때는 언제든 정지 신호를 보내 바로 잡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함부로 물건을 들어 올렸다가는 큰 사고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적게는 몇백 Kg에서 수십 톤까지 나가는 물건이다. 만약 신호수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갑자기 중량물이 움직일 수도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원칙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면 신호수는 물론 그 근처에서 함께 일을 거들고 있는 사람까지 순식간에 협착 또는 압착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신호수는 타워크레인으로 이동해야 할 물건과 해선 안 될 물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서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훅에 매달 중량물에 비하여 줄걸이용 와이어나 샤클(체인 등의 연결에 쓰는 경철구 일종)이 규정에 미달해도 그냥 매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 도중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늘 신경 쓰고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사각지대에선 힘들다. 미숙하더라도 전적으로 무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의 신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타워크레인은 그 어떤 장비보다 정교하고 예민한 기계다. 그래서 성격이 차분한 사람이 타워크레인 조종 레버를 잡아야 훨씬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매번 빈 훅이 힘을 받아 물건이 바닥에서 살짝 떠오를 때까지는 최대한 저속으로 들어 올려야 한다. 

위로 올려야 할 물건이 타워크레인 운전석에서 가까우냐 머냐에 따라서 상당한 시간 차이가 생긴다. 앞쪽 붐 전체가 마치 낚시대의 끝에 물고기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인양하고자 하는 물건의 무게만큼 자연스럽게 밑으로 숙여진다. 물건의 중량이 많이 나가는 것을 들어 올릴 땐 타워크레인 기둥도 앞으로 조금 당겨지면서 앞쪽 붐 끝 부분은 최대 2미터까지 숙여진다. 

그러므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와 신호수는 물건이 땅에서 살짝 떠오를 때까지 매번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물건을 들어 올리게 되면 50톤 이상 나가는 타워크레인 상부 전체가 갑자기 앞으로 당겨지게 된다. 또 그와 동시에 붐이 밑으로 빠르게 숙여지면서 장비가 심하게 흔들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와 반대로 공중에서 고속으로 물건을 내릴 때에도 땅바닥에 닿기 몇 미터 전부터 속도를 충분히 줄여서 매우 느리게 닿도록 신호를 보내야 안전하다. 이렇게 하지 않고 고속으로 땅바닥에 물건이 닿도록 신호를 보내면 타워크레인 상부 전체가 뒤로 넘어가며 앞 붐이 물건을 매달 때 숙여졌던만큼 위로 튀어 오르게 된다.

이때 심한 충격을 받게 된 타워크레인은 앞뒤로 계속 흔들리면서 쉽게 멈추질 않는다. 타워크레인은 이런 식으로 흔들리게 되면 끝내는 약한 부위의 볼트가 절단되어서 중심을 잃고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타워크레인 기사는 이상한 소음이 들리거나 장비가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어떨 땐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신호수의 충분한 사전 지식과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금 비전문 신호수들이 전국의 건설현장을 누비고 있다.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계속 이어진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대체할 만한 효율적인 중장비는 아직 없다. 예전보다 층수가 훨씬 더 높이 올라가고 갈수록 규모가 큰 현장이 많아지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신호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타워크레인 신호수 국가 자격증 제도를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학교비정규직 노조 “단식은 중단한다…교섭재개 및 총파업 병행”

 

학교비정규직 노조와 교육부·교육청 교섭을 재개하기로 결정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7-10-11 13:31:55
수정 2017-10-11 13:31:55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5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5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보름 동안 단식농성을 이어온 학교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교육부·교육청과의 교섭을 재개한다. 다만 노조는 조속하고 성실한 2017년 임금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예정대로 총파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는 11일 서울시교육청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교섭 파행과 단식사태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히 교섭하겠다는 사용자 측의 의견을 존중하여 집단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노사 간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부로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교섭재개 및 25일 총파업을 준비한다. 정식교섭 시작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서로의 안에 대한 검토 등 사전 조율이 필요해 정식 교섭이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연대회의와 교육부·교육청은 지난 8월18일부터 9월26일까지 총 8차례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근무하면 근무 할수록 벌어지는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완화해 보고자 근속수당 1만원 인상(근속수당 2만원→3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교육청은 애초 교섭의제에 포함돼 있지도 않은 통상임금 산정시간(243시간→209시간) 변경을 요구했고, 이를 전제해야만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버텼다. 노조는 “통상임금 산정시간 변경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간부 18명은 추석 전 마지막 집단교섭을 앞두고 집단삭발을 감행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추석연휴 전 집단교섭이 파행에 이르자 3개 노조 40여명의 간부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추석연휴 기간 중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간부 4명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지만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오후 늦게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유감을 표명하고 새롭게 교섭 자리를 제안했다. 이날 김 장관과 농성장을 함께 방문한 조히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으로 새롭게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조 간부들이 11일 집단농성을 풀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장휘국 광주시-김석준 부산시-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4일째 단식 중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농성장을 찾아 지도부를 면담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장휘국 광주시-김석준 부산시-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4일째 단식 중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농성장을 찾아 지도부를 면담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3개 노조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내용 없는 성실교섭 약속만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총파업을 선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예정된 25일 총파업 전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며 “이제 정부와 교육청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간 끌기 식 교섭태도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중단하고, 노조의 초소한의 요구안인 2년차부터 근속수당 3만원 인상 제도를 올해부터 우선적으로 도입해 학교비정규직 차별해소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참여해 “정부가 앞장서서 최저임금 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교육부·교육청이 노조 측에 요구한 통상임금 산정시간 월 243시간에서 월 209시간 변경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최저임금 1만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편법·탈법”이라며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기본급은 160만 수준으로, 이는 현행 243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시급 6,588원이 된다”며 “올해 최저임금 6,470원 대비 118원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토요일을 무급화하여 기준시간을 209시간으로 조정할 경우, 시급은 7,660원이 된다”며 “이는 내년 최저임금 7,530원보다 높아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전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大)고조선인가, 소(小)고조선인가?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10) 고조선의 강역논쟁
  • 박경순 우리역사 연구가
  • 승인 2017.10.10 10:02
  • 댓글 0

고조선은 기원전 30세기 초에 건국되어, 기원전 108년까지 2800여 년 동안 존재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고대국가이다. 고조선의 역사는 우리나라 5000년 역사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고조선에 관한 역사기록이 대부분 소실돼 버린 탓에 고조선의 구체적 면모를 알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 발전에 힘입어 문자기록의 부재부분을 상당정도 보완할 수 있게 됐고, 고조선의 면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고조선의 중심지와 강역문제를 이해하는데 고고학적 연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조선의 중심지와 강역문제는 고조선의 건국연대 못지않게 고조선에 대한 논쟁점 중에서도 매우 뜨거운 분야에 속한다. 고조선의 중심지 문제는 요동설과 평양설, 중심지 이동설로 대별되는데, 요동설을 강하게 주장하던 북한의 역사학계에서 단군릉 발굴을 계기로 평양설로 정리함으로써 남북 사이에 이견이 많이 해소됐다. 하지만 고조선의 강역문제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고조선의 강역문제가 중요한 까닭은 고조선-한 전쟁 이후 설치된 한사군의 위치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조선 명칭의 유래

고조선은 당대에 쓰던 국호가 아니다. 당대에 쓰던 국호는 조선이다. 이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안다. 그런데 고조선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흔히 후대의 조선(이씨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고조선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그렇지 않다. 고조선이란 명칭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유사>이다. 이 책은 알다시피 고려 충렬왕 때(1281년경) 중 일연이 쓴 우리나라 역사책이다. 그 책 첫머리에 단군신화가 기술돼 있는데, 그 제목이 ‘고조선古朝鮮(왕검조선王儉朝鮮)’으로 돼있다. 삼국유사에서 처음 고조선이라는 명칭을 썼을 때, 그 의미는 이씨조선과 구별되는 고조선이라는 뜻이 아니라, 세칭 기자조선으로 알려져 있던 후조선과 구별되는 옛 조선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고조선이란 명칭은 후조선에 앞선 단군조선 왕조를 지칭하는 역사적 개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근대이후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봉건 조선왕조(이씨조선 왕조)와 구별되는 옛 조선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되어 사용돼 왔다.

봉건 조선왕조와 구별되는 옛 조선(고조선)은 기원전 30세기 초에 건국되어 기원전 108년에 붕괴되기까지 2800여 년간 존속했는데, 이 기간동안 단군조선(전조선), 후조선, 만조선 세 왕조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사용돼는 고조선은 단군 조선, 후 조선, 만 조선, 세 왕조를 포함된 개념이다. 고조선의 첫 왕조인 단군조선은 최근 단군릉 발굴로 기원전 30세기 초에 건국됐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단군조선 붕괴와 후조선 건국의 경위와 연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삼국유사>, <삼한 시귀감> 등 단군조선을 다룬 여러 역사책들에서 단군조선 1500년 설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삼국유사>에서 제기한 단군조선 건국연대(요임금 즉위 50년 경인년)와 붕괴연대(주 무왕 원년 기원전 1122년)를 계산하면 12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중 일연은 이것을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군 조선 1500년 설을 주장했다. 왜 그랬을까? ‘ 단군조선 1500년설’이 중국 요 임금 즉위나 주 무왕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 따로 전해오던 유력한 연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고유의 전승으로 단군조선 1500년설이 대대로 전해져 와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사실로 고착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단군조선의 붕괴와 후조선의 건국연대는 기원전 15세기경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것은 최근연도에 발굴된 유적 유물들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후조선은 자신의 전성기 때 서쪽지역으로 영역을 크게 확대해 난하 유역에 이르렀는데, 이를 보여주는 유적 유물이 바로 위영자 문화(기원전 14~12세기)와 그를 계승한 능하 문화(기원전 11~4세기)이다. 위영자 문화와 능하 문화는 비파형동검 문화, 좁은 놋단검(세형동검) 문화에 속하며, 후조선 시기에 고조선 사람들이 서쪽으로 이주해 창조한 문화이다. 이 문화의 연대로 볼 때 기원전 15세기 말~14세기에 후조선 왕조가 안정돼 서부 영토를 크게 확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단군조선의 붕괴연대는 기원전 15세기경으로 보는 게 옳다. 후조선 왕조는 기원전 15세기부터 만이 후조선 왕조를 붕괴시키고 만왕조를 세운 기원전 194년까지 1200여 년간 존속했다.

대고조선인가, 소고조선인가?

고조선의 중심지 수도는 줄곧 평양이었다는 것을 남북 역사학계에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고조선의 강역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매우 크다. 강역에 대한 견해 차이는 강역의 크기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조선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를 담고 있다. 소(小)고조선론자들은 고조선이라는 나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크지 않은 영역을 갖고 있던 작은 나라에 불과해, 한반도 전체의 문명화(고대화)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치 않았다고 본다. 즉 한반도의 본격적인 문명화 과정은 삼국시대에 비로소 본격화됐는데, 여기에 고조선의 영향은 별로 크지 않았다고 본다. 반면에 대(大)고조선론자들은 단군조선(전조선)에 의해 한반도 전체의 문명화(고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 단군조선이 처음 건국됐을 때에는 평양을 중심으로 압록강 이남, 강화도를 포함한 임진강 이북 오늘날의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을 포괄하는 나라로부터 시작됐으나, 건국이후 신석기 시대 이래 우리겨레가 살고 있었던 지역들(한반도, 만주, 연해주)에 고대문명 전파를 통해, 고대화(문명화)를 촉진하고, 자신의 강역으로 편입시켰다. 그리하여 단군조선 전성기에는 한반도 전체와 만주 연해주 남부지역을 다 포괄하는 대국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 고조선(단군조선) 강역도 (BC 30세기 초~ BC 15세기 중엽)

고조선의 강역에 관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이 단군조선의 강역에 포함됐었는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대체로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은 단군조선의 강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 근거로 고인돌의 형태 차이를 들고 있다. 탁자식(북방식) 고인돌의 분포지역만이 단군조선의 강역에 속하는데, 한강이남에서는 탁자식 고인돌이 없기 때문에 단군조선에 강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한강 이남지역에서도 탁자식 고인돌이 다수 발견됨에 따라 설득력이 없게 됐다. 고인돌의 유형을 남방식, 북방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일제 식민사학의 잔재이다. 일제 강점기 어용사학자들은 한반도 남과 북의 고인돌의 기원이 서로 다른 것처럼 왜곡하기 위해 남방식, 북방식이라는 비과학적 용어를 조작해냈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반도 고인돌의 기원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원에서 발전해 왔다. 그것은 평양근처 침촌리에서 발굴된 초기형 고인돌 무덤(침촌형 고인돌 무덤)으로부터 기원해 오덕형(탁자식) 고인돌 무덤 양식과 묵방리형(개석식) 고인돌 무덤으로 발전해 왔다. 즉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발전해 왔으며 한강이남 지역에서도 이 세 가지 유형의 고인돌 무덤 양식이 모두 발견됨으로써 서로 기원이 다른 것처럼 묘사된 남방식, 북방식이라는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 한강이남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남방식으로 불렸던 기반식 고인돌 역시 한강 이북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이 단군조선의 강역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는 사라졌다.

반면에 대고조선론자들은 한반도 중남부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 만주, 연해주 지역을 단군조선 강역으로 본다.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이 단군조선 강역이었다는 것은 역사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으며, 유적 유물 자료로써도 확증될 수 있다고 본다.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 역시 단군조선의 강역이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역사자료는 <제왕운기>(고려 충렬왕 때 유학자 이승휴가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시로 쓴 역사책)이다. <제왕운기>에서 시라, 고례, 남북옥저, 동북부여, 예, 맥이 다 단군의 통치 지역이었다고 한 것은 단군조선의 강역이 실제로 요하하류 동쪽, 북류 송화강 유역 남쪽, 연해주 남부지역, 한반도 전체까지 광대한 지역을 다 포괄하고 있었던 사실을 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시라는 후기 신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 지역이 다 단군조선의 통치지역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는 단군조선의 강역을 대표하는 표지 유적 유물을 통해서 보다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단군조선의 강역을 보여주는 표지 유적 유물로 비파형동검과 고인돌을 들고 있다. 비파형동검과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 지역이 단군조선의 강역이라는 것은 학계에서 대체적으로 합의된 견해이다. 그러므로 이 유적 유물의 분포지역을 확인해 보면 단군조선의 강역을 확증할 수 있다. 특히 비파형동검은 형태와 제작방법에 있어서 매우 독특해, 이웃지역의 청동제품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청동검인 동주식 동검은 검몸과 손잡이가 일체형으로 제작됐으며, 북방지역 오르도스 동검 역시 일체형이다. 반면에 비파형동검은 검몸과 손잡이가 분리된 조립식이다. 이러한 청동검 제작방법은 이후 세형동검(좁은 놋단검)으로까지 계승돼 고조선의 고유한 문화양식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비파형동검과 고인돌이 함께 발굴되는 지역은 단군조선의 정치적 문화적 통치력과 영향력이 미쳤던 단군조선의 강역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한강이남 한반도의 중남부 지역 역시 단군조선의 강역에 속했다고 확증할 수 있다.

한강이남 한반도 중남부지역 전역에서 고인돌과 비파형동검이 발굴됐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인돌의 문화적 뿌리가 다른 것처럼 왜곡했던 남방식, 북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고인돌 문화의 뿌리는 평양지역 근처 침촌리에서 발굴된 침촌형 고인돌에서 연원한다. 고인돌의 초기형인 침촌형 고인돌은 한강 이남지역에서도 발굴됐다. 강원도 춘천시 천전리, 충북 제천시 황석리, 대구시 대봉동 등지에서 발견된 고인돌 무덤은 평양일대에서 발견되는 침촌형 고인돌 무덤(3, 4형식)으로, 축조 시기는 대체로 기원전 3000년기 후반기에 해당된다. 또한 한강이북 지역에서만 발굴되었다는 오덕형 고인돌 무덤(탁자식 또는 북방식 고인돌 무덤)이 충북 제천시 황석리, 옥천군일대, 전북 고창군 도산리 죽림리 일대, 전남 나주시 일대, 전남 완도, 노화도, 대당리, 영암군 신북면 장산리, 강진군 지석리 고인돌 무덤을 비롯해 낙동강 영산강 한강유역 일대에서 많이 발견됐다.

▲ 고창 도산리 오덕형 고인돌(탁자식, 북방식)
▲ 평안남도 개천군 묵방리 노동자구 일대 묵방형 고인돌 무덤(남방식)

또 한강이남 지역에만 있다 해서 남방식이라고 불리던 고인돌 무덤은 키 큰 오덕형고인돌 무덤(탁자식)을 제외한 키 낮은 고인돌 무덤 전반을 가리키는데 1980년대 말 평양근처 남포시 용강군 석천산 고인돌 무덤떼의 발굴을 시발점으로 평남 개천시 묵방리, 숙천군, 평원군, 대동군, 증산군, 성천군 및 평성시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조사 발굴됐다. 이로써 한반도 고인돌 무덤은 남이나 북이나 그 기원이 다른 게 아니라, 하나의 기원(침촌형 고인돌무덤)에서 유래된 동일한 문화권에 속한다는 것을 확증해 준다.

단군조선과 우리 민족

단군조선은 기원전 30세기초 평양을 수도로 건국됐다. 초기 영토는 강화도를 포함한 한강이북에서 압록강 이남에 이르는 지역으로 지금의 황해도와 평안남북도에 해당된다. 단군조선은 건국이후 신석기 시대이래 우리겨레들이 살고 있던 한반도와 만주, 연해주 남부지역에 단군조선이 창조한 비파형동검 문화를 비롯한 고대문화를 전파해, 이 지역들의 고대화를 촉진하면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그리하여 기원전 3000년기 중후반에 이르게 되면 한반도 전체를 비롯해 우리겨레가 살고 있던 전 지역의 고대화가 이룩되고, 단군조선의 영역에 편입됐다. 우리 겨레는 단군조선이 붕괴되기까지 1000년 이상 단일한 국가권력의 통치아래 생활했는데, 이 과정에서 핏줄과 언어, 문화의 공통성이 더욱 더 높아지면서 하나이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를 갖는 단일민족으로 발전해 갔으며, 우리나라 정치와 문화의 기초가 마련됐다.

박경순 우리역사 연구가  minplusnews@gmail.com

icon관련기사icon기자조선은 없었다icon우리나라 국가 성립, 중국보다 빨랐다icon고조선을 세운 건국시조는 단군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한반도 전쟁은 세계 열핵 전쟁화

북, 한반도 전쟁은 세계 열핵 전쟁화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7/10/11 [09:2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은 한반도 에서의 전쟁은 세계 열핵 전쟁화를 의미 한다며 미국의 조선 적대시를 경계했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북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면 세계는 열핵 전쟁화 하게 된다며 미국의 전쟁 의도를 짓부셔 버릴 것이라고 경고해 나섰다

 

지난 10일부 민주조선에 실린 개인필명의 논평 인류의 멸살을 노린 음흉한 기도를 이 같이 밝혔다

 

민주조선은 미국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수위를 더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지난 9월 21일부터 미국은 나토성원국들과 함께 우리의 탄도 로켓공격을 가상한 요격연습을 진행하고 있다10월 18일까지 근 한달동안 진행되는 이 군사연습에는 미국과 함께 영국카나다프랑스이딸리아스페인네덜란드의 함선 및 전투기들3,300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말이 로켓 요격훈련이지 본질상 우리 공화국을 불의에 군사적으로 타격하기 위한 다국적 공격훈련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군사훈련에 나토성원국들까지 끌어들인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우리는 이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기 주권국가들에 대한 실제적인 군사적 공격에 미국은 항상 나토성원국들을 동원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볼 때 우리는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맹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미국의 악랄한 대조선적대시정책에 의해 지금 조선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삽시에 전면적인 무장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조선반도정세를 주시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사태발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스러움을 나타냈다

 

아울러 미국 당국자들이 지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를 자극시키는 행위가 어떤 엄청난 후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데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언행을 조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당국자들의 처신은 이와는 너무도 상반되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의 처신에 주목했다

 

특히 대통령이라는 자가 직접 유엔총회무대에 올라가 상식이하의 반 공화국 악담질을 함부로 해댔는가 하면 실제적인 군사행동전야에만 볼 수 있는 반공화국도발행위들을 거리낌 없이 감행하고 있다 심지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기간에도 끌어들이지 못했던 핵 항공모함 타격단을 또다시 조선반도에 끌어들이려고 획책하고 있다이제 곧 로널드 레이건호 핵 항공모함 타격단이 기어들어 조선동해상에서 남조선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조선은 조선반도 정세가 최대로 악화되고 있는 시기에 미국이 나토무력을 동원하여 북 미사일 요격훈련을 강행 한다 로널드 레이건호 핵 항공모함 타격단을 조선반도에 끌어들인다 하고 야단 법석이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으며 미국은 조선반도정세를 최대로 고조시켜 우리의 자위적대응을 유도함으로써 전쟁도발의 명분을 마련해보려고 꾀하고 있다고 명백히 고발했다

 

이것은 미국이 조선반도정세를 완화할 아무런 의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직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압살하고 전 조선을 타고 앉으려는 흉심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면서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군사적으로 압살하기 위한 미국의 승냥이본성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우리는 이를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이어진 글은 얼마전 폴란드 인터넷 잡지 흐 뽈리띠쩨는 미국이 조.미 충돌시 나토를 끌어들이는 방안도 추구하고 있다고 전하였다 조선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세계적인 열핵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못 박았다

 

특히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세계적인 열핵전쟁의 불꽃을 튕기려는 미국의 기도는 인류를 핵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극히 위험천만한 망동으로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끝으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자위적인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해나감으로써 인류를 세계지배야망실현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적 기도를 철저히 짓 부셔버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조.미 사이의 팽팽한 대결 국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아지 않고 있어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이 여구 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군부가 장악한 '유사 민주주의' 태국의 앞날

 
[아시아 생각]군사정권과 새 국왕과의 공생모델 구축중
2017.10.11 02:08:49
 

 

 

태국에서 2014년 5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다. 하지만 차기 총선일자마저 확정되지 않았다. 헌법개정안은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통과했지만 이후 선거관련 기본법 제정이 지연돼 2019년 상반기 중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태국에서 1980년대 쿠데타 이후 총선을 통한 민간정부로의 이행기가 지금보다 오래간 적은 없었다. 

당시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국가평화유지위원회'는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쿠데타 당시 육군사령관)를 비롯해 최고사령관, 해군사령관, 공군사령관, 경찰청장 등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13개 정부 부처의 장관을 포함해서 모든 국가 주요 부서의 최종 책임자로 임명되어 있다. 또 군부가 지명한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 250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전·현직 군인출신이다.  

쿠데타 후 만들어진 임시헌법 44조는 국가평화유지위원회 위원장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했다. 국가질서와 안보, 왕실에 위협을 가하는 일체의 행동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위원장인 총리 1인이 갖고 있다. 5명 이상의 정치집회를 금지시키고, 영장 없이 7일간 구금할 수 있으며, 유언비어 유포라는 구실로 언론을 통제하고, 군사법정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사실상 계엄령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태국 군사정권 실력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 부부가 지난 10월2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만나고 있다. ⓒAP=연합


새 헌법과 군부 정치개입의 제도화 

태국 민주주의 위기의 심각성은 지금과 비슷한 정치상황이 새 헌법이 완성되고 총선이 실시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2016년 8월 7일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민정복귀 이후 군부의 지속적인 정치개입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투표였다. 투표결과 찬성 61.35%, 반대 38.65% (투표율 59.4%)로 새 헌법 초안이 통과했으며, 군부는 총선 후에도 정치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새 헌법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안은 완전한 문민 통치가 복원되기까지 잠정적으로 5년 동안을 민정 이양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상원의원은 군부가 임명한다. 군부 지도자들도 상원의원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태국은 2014년부터 약 10년이라는 기간을 군사정권 (또는 군부 주도의 정권) 아래 있게 되는 것이다. 총리 선출과 관련해서도 선출직 의원이 아닌 자도 임명될 수 있게 해 군 출신 인사의 총리선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또 국가 위기 시에는 최고사령관, 3군사령관,경찰청장 등이 포함된 위기관리위원회가 행정과 입법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도 모자라 사회 경제 발전에 관한 20년 국가 전략법안을 국가입법회의에서 심의 중인데 2018년 중반기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차기정부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국가전략위원회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반부패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다. 국가전략위원회는 6개의 소위원회-안보, 국가경쟁력, 인적자원개발, 사회평등, 환경, 공적영역 관리-로 구성되며 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다. 이것은 정부 위 옥상옥의 기구로 차기 정부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혀놓을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 

군사정부의 막강한 정치권력과 비교해 정치적 반대세력의 힘은 왜소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쿠데타로 물러난 잉락 친나왓 총리는 얼마 전 실형이 예상되는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상태이다. 잉락은 총리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정책으로 농촌 지역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가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시켰고, 검찰은 정부의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며 잉락을 법정에 세웠다.  

민사소송에서 10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 잉락은 지난 9월 25일 형사소송 판결 직전 해외로 도피했으며 잉락이 부재한 상태에서 치러진 재판에서 대법원은 5년형을 선고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씬 친나왓은 2008년 권력남용 및 부정부패 혐의로 실형을 받기 2주 전에 해외로 도피했으며 2010년 2월 대법원은 탁씬 가족의 국내 동결 재산 23억 달러 중 14억 달러를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판결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놀라울 정도로 닮음꼴이다. 

지난 3월 태국 군부는 탁씬 전 총리에게 세금미납 혐의를 적용해 수천억 원을 추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탁씬은 친코퍼레이션 주식을 자녀들에게 양도하고 이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태국법에는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조항이 없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지난 7월 군부가 주도하는 국가입법회의는 부패 정치인의 재판 절차에 관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부패 혐의를 받는 정치인이 해외로 도피한 경우라도 대법원 형사부가 궐석재판 진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은 과거 행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망명중인 탁씬에게도 해당이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현 군사정권 최대 정적인 탁씬 일가의 정치적 재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탁씬을 지지하는 레드셔츠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이나 2014년 쿠데타 직전 집권여당이었던 프어타이당은 외부압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 의장인 짜뚜펀 프롬판은 얼마전 1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2009년 행한 연설에서 당시 아피씻 웻차치와 총리를 모독한 혐의 때문이다. 전 의장이면서 현재 고문의 직을 맡고 있는 티다 타원쎗은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레드셔츠와 프어타이당의 상황을 아주 비관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지금은 레드셔츠와 프어타이당은 몸을 낮추어야 할 때이다. 프어타이당은 새로운 정부 구성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차기총선에서 누가 총리가 되어도 법적분쟁이 발생해서 구속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18년 정치환경은 프어타이당에게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며 정권 장악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가까스로 정권을 잡는다 해도 레임덕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군이 지지하지 않고 상원이 지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당이 유지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과거 시위 관련해서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의 더 많은 지도부들의 구속이 예상된다. 짜뚜펀의 구속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될 일종의 정치적 신호이다. 따라서 차라리 의장 없이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짜뚜펀 구속과 달리 그와 악연을 갖고 있는 아피씻 전 총리는 2010년 레드셔츠 거리시위 당시의 유혈진압에 대해 지난 8월 대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0년 4~5월 반정부 시위자 수천 명은 수도 방콕의 도심을 점령한 채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탁씬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들 레드셔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91명이 숨지고 1800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아피씻 전 총리와 쑤텝 트억쑤반 전 부총리의 '살인 및 살인 모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호응하듯 쑤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쁘라윳 총리가 국정운영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계속해서 적극 지지할 의사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2014년 쿠데타 후 군사정부는 어느 때 보다 왕실모독죄를 가혹하게 적용해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는 군사정권의 통제뿐 아니라 새롭게 즉위한 라마 10세 와치라롱껀의 후계구도를 강화시키고자하는 의도로 보인다. 

 

 

2015년 8월 방콕 군사법원은 동일인물이 페이스북에 올린 몇 건의 글을 문제 삼아 60년 형(후일 30년으로 감형)을 선고했다. 왕실모독죄 혐의로 구속된 용의자 중 적어도 세 명이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인규명 전에 급히 화장해 버린 일도 있었다. 심지어 국왕의 애완견을 모독한 혐의로 한 남성이 투옥 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2015년 말 데이비드(Glyn Davies) 태국 주재 미국대사가 왕실모독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데이비드 대사는 2015년 11월 태국 외신기자클럽에서 형법 112조 이른바 왕실모독죄의 가혹성을 비난한 바 있었다.  

와치라롱껀이 즉위한 후에는 태국 학생운동가 짜뚜팟 분팟타라락싸가 왕실모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실형을 살고 있다. 학생운동 단체 '다우딘' 회원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왕실모독 논란을 일으킨 BBC타이의 국왕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석방됐으며, 이후 또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구금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구속 중인 그를 대신해 그의 아버지가 올해 광주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컨깬대 법학부 학생인 짜뚜팟은 지난해 8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개헌안 반대 유인물을 살포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는데 현재 쿠데타에 대항하는 태국 민주화운동의 핵심인물로 부상되고 있다.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최대 악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왕실모독죄에 대해서 지난 6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국제법에 따라 왕실모독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는 왕실모독죄를 엄격하게 단속해 어느 시기보다도 많은 수의 구속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국가 안보 위협 및 왕실모독 내용을 담고 있는 게시물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태국에서 페이스북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정권과 왕권의 강화 

군사통치의 장기화, 정치개입의 제도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 군이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유는 새롭게 탄생한 왕권의 강화와 깊은 관련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하고 장남 와치라롱껀 왕세자가 라마 10세로 즉위하면서, 70년 만에 새로운 군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호감 인물이던 와치라롱껀이 차기 국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론이 꽤 만연했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한 왕세자는 여성문제가 복잡하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쿠데타 발생 이후였다. 쿠데타 실세들이 왕세자를 지지하고 이미지 쇄신에도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은 항상 왕세자 편에 섰던 어머니 씨리낏 왕비의 근위대 출신들인 '동부 호랑이 파벌' 이었다. 쁘라윳 총리를 비롯해 현 군사정권 실세들이 모두 이 파벌에 속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집권 후 자전거 타기 등 몇 차례 이벤트 행사를 통해서 젊고, 효심 깊은 이미지의 왕세자 띄우기에 적극 나서 후계구도를 공고히 했다. 

와치라롱껀은 즉위하면서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발휘했다. 푸미폰 국왕의 서거 직후, 선왕을 애도한다는 명목으로 즉위시기를 미루어둠으로써 군부에서도 통제가 쉽지 않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돌발적인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2월 즉위한 와치라롱껀은 이어 지난 1월에는 새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그 내용은 국왕의 일시적인 부재 시 섭정자를 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원래 조항에서는 왕실 자문기구 추밀원이 국왕 부재시 섭정을 지명하고 의회승인절차를 밟도록 규정했다.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차기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고 둘째 공주 씨린턴 공주를 지지했던 추밀원 의장 쁘렘 띤쑬라논을 견제한다는 목적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그는 추밀원을 개편해 자신의 사람들을 임명하고 군부에 대해서도 각별한 배려를 했다. 모두 18명의 위원 중 7명을 해임했다. 그들 중 4명은 전직 원로 군장성들이었다. 이들을 대신한 사람들은 '국가평화유지위원회' 위원이면서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던 장성출신 2명(교육부 장관 다퐁랏따나쑤완 장군, 법무부장관 파이분 쿰차야 장군)과 전 육군사령관(티라차이 낙와닛)출신으로 모두 2014년 4월 쿠데타 핵심세력이었다. 

지난 1월 국가입법회의는 국왕이 불교계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불교계는 승왕 선출을 앞두고 불교계 내부의 대립, 정부와 불교계 간의 대립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국왕에게 승왕임명권을 주기로 함으로써 일거에 문제를 해결했다. 1992년 개정된 승왕 임명 조항에서는 원로회의에서 승왕을 추천하여 국왕이 임명토록 했는데 국왕이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승왕 임명에 관한 절대적 권한을 돌려 준 셈이다.  

무엇보다 새 국왕의 권한을 막강하게 만든 것은 지난 8월 국가입법회의가 왕실재산관리국을 국왕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왕실재산관리국은 싸얌 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과 싸얌 시멘트회사(Siam Cement Company)를 소유하고 있으며 방콕과 전국에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왕실재산관리국은 원래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사무총장을 포함한 4명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나 국왕이 직접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국가입법회의는 왕실재산관리국에 관한 규정을 바꾸기 전에 왕실관련기구들의 운영주체를 정부에서 왕실로 바꾸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은 와치라롱껀의 새로운 왕권을 강화시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대부분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왕권강화의 댓가로 군부는 정치개입의 제도화를 꾀한다고 볼 수 있겠다.  

향후 정국전망 

현 군사정권이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일까? 2016년 8월 군부주도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 후 쁘라윳 현 총리가 차기 임명직 총리에 올라 80년대식 "쁘렘 모델"의 통치방식이 적용될 것이라는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쁘렘 모델"이란 1980년대 초반 육군사령관 출신 쁘렘 띤쑬라논이 주요정당들과 임명직 상원의 지지를 받아 임명직 총리가 되었고, 다당제 하에서 정당간의 정치적 갈등을 무난히 조정해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룬 정치적 모델을 일컫는다. 얼핏 보면 앞으로 총선 후 전개될 정치상황과 유사할 것 같다.  

하지만 현 정권이 선호하는 임명직 총리제가 실현된다 해도 1980년대식 "쁘렘 모델"에 따른 정치적 안정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쁘렘의 경우는 정치권내에 절대 비토세력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정당간의 갈등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인물로 선택되었으나 쁘라윳은 프어타이당과 친 탁씬 레드셔츠 세력이라는 절대 비토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총선 후 프어타이당을 배제한 다당제 연립정부 구성을 이상적인 정치구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강력한 야당으로 남게 될 프어타이당의 존재는 여전히 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정치불안의 상수로 작용할 것이다. 2006년 쿠데타 후 친 탁씬계 정당은 번번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 해산되면서도 타이락타이당, 팔랑쁘라차촌당, 프어타이당으로 당명을 바꿔 집권해 오면서 그 현실적인 정치적 힘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 배후에는 탁씬이 있었다. 그는 해외 망명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례의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고 3명의 총리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탁씬과 지지세력들이 지금은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할지 모르나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무시 못할 세를 과시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 

탁씬과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것은 와치라롱껀과의 관계이다. 정국의 향방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탁씬은 총리에 오르기 전부터 와치라롱껀 왕세자의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탁씬이 물러난 후 2014년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왕세자가 대체로 친 탁씬 편에 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금년 7월과 8월 사이 두 명의 태국측 주요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와치라롱껀과 탁씬 관계에 대해서 두 명의 대답은 달랐다. 한 명은 "양자 관계는 탁씬에 의해서 부풀려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관계가 좋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한 명은 탁씬이 해외 망명한 후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나만큼 왕세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탁씬이 반문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2014년 쿠데타 후 군부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새로운 국왕에 즉위함으로써 탁씬과 와치라롱껀과의 관계는 애매해졌다. 와치라롱껀은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군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하고, 군부는 왕권의 지지 속에 정치개입을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군사정권과 새로운 왕권의 호혜적 공생모델이 구축 중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태국 사람들(왕실에 대해서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조차)은 와치라롱껀이 국민의 마음속으로부터 지지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와치라롱껀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막강한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었던 푸미폰 국왕과는 다르다. 그럴수록 동북부와 북부 농민, 도시 빈민층의 지지를 확고히 받고 있는 탁씬과 레드셔츠 세력의 지지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바 같이 푸미폰 국왕의 정치개입은 상황적응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곤 했다. 그 주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왕실보전과 왕권강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군사쿠데타를 지지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 운동세력을 지지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왕권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치라롱껀이 지금은 탁씬의 정치적 기반을 철저히 말살하려는 군부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상황에 따라서 그 관계는 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군부와 친 탁씬 정치세력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복원되는 상황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다른 글 보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홈페이지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2000년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위원회는 △아시아 인권, 민주주의 연대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감시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통한 국내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 △참여연대 활동 해외 소개 등을 주 활동 영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근혜 국정원’ 곧 수사…‘NLL 대화록 폭로’ 김무성도 포함

[단독] ‘박근혜 국정원’ 곧 수사…‘NLL 대화록 폭로’ 김무성도 포함

등록 :2017-10-10 05:01수정 :2017-10-10 08:51

 

 

NLL대화록·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원개혁위, 검찰 수사의뢰 등 권고 방침
대선 ‘NLL 폭로’ 김무성·권영세도 포함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 수사로 이어질듯
국가정보원의 적폐청산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점차 ‘박근혜 국정원’을 향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4월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아 기자
국가정보원의 적폐청산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점차 ‘박근혜 국정원’을 향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4월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아 기자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대화록’의 무단 유출·공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사찰 등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각종 정치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곧 본격화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 의뢰가 이뤄질 예정이어서다. 이번 수사 의뢰 대상에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9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추석 연휴 직후 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생산을 비롯한 불법 사찰, 정치권을 통한 엔엘엘 대화록 무단 공개 등 주요 사건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순차적으로 수사 의뢰하도록 (국정원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 의뢰 대상에는 김무성 의원과 함께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적폐청산티에프는 김 의원이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자료의 출처가 국정원인 사실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사도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으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엔엘엘 대화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6월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 때도 다시 한번 무단공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검찰도 추석 연휴 직전 국정원 쪽에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 의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가 국정원에서 누구의 지시로 생산돼 청와대에 보고되었는지 등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재임했던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서영지 기자 hcka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3818.html?_fr=mt1#csidx0362b8138399dd9abb5a6875f30aab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비날론섬유공장에서 고난도 로켓연료 생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0/10 12:30
  • 수정일
    2017/10/10 12: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비날론섬유공장에서 고난도 로켓연료 생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0/10 [11: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의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 북이 지난 14일 평안북도 구성일대에서 진행한‘화성-12형'발사모습.<사진-인터넷> 

 

9월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 함흥의 비날론 화학섬유 공장에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액체 연료인 '비대칭디메틸 하이드라진'(UDMH, 약칭 하이드라진 혹은 히드라진)을 자체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DMH는 로켓연료로 2012년과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됐으며 북의 기술로 생산이 어려워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공식 과학 저널인 '화학과 화학공학'에서 UDMH 개발 정황을 의심케 하는 논문을 찾아냈다며 북한이 이미 UDMH를 자체 생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013~2016년 작성된 이 논문은 언뜻 보기에는 독성이 있는 폐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 원론적인 내용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로켓연료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런 로켓연료 연구가 오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루이스 연구원은 논문 저자의 이름을 북의 화학 관련 연구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 저자 중 한 명인 차석봉이 함흥에 있는 한 비날론 화학섬유 공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며 북이 '주체 섬유'라고 부르는 비날론이라는 싸구려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핵연료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 공장에서 UDMH가 비밀리에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에서는 아마 핵연료 연구자가 미사일연료 연구도 함께 하는 것 같다.

 

북의 기존 화성미사일(스커드미사일)은 UDMH라는 로켓연료와 적연질산이라는 산화제를 적절히 배합하여 로켓엔진을 가동해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도 그렇지만 이와 함께 사용하는 산화제 적연질산도 상대적으로 보관이 용이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하이드라진이 맹독성 발암물질이라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어 북이 이 연료 독성중화에 대한 연구를 오랜 동안 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지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북에서 비날론 공장의 유해물질 정화기술 관련 연구 도중 상온핵융합과 관련된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너무 엄청난 기술이라 공개를 금지시키고 북의 군사과학분야에서만 극비리에 활용하게 했다는 정보를 모 탈북과학자에게 확인한 적이 있는데 이번 루이스 연구원의 분석이 그와 맥을 함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북이 지난 3월 18일 시험에 성공하여 화성-12형, 화성-14형 신형 로켓에 적용한 신형 로켓엔진은 이전의 로켓 화염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어 연료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미 한 물 간 기술이어서 북이 잡지에 그것을 공개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즉, 북의 미사일 기술 개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그 수준을 결코 얕볼 수 없다는 것을 은근히 외부에 알리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만 바뀌었나 달라진 게 뭐지?

대통령만 바뀌었나 달라진 게 뭐지?
 
 
 
김용택 | 2017-10-10 09:00: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성과급 폐지, 법외노조 철회될 줄 알았는데…’

전교조가 발행하는 교육희망지에 나온 기사 주제다. 전교조로서는 교육위기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성과급문제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문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만 지나고 있으니까 답답해 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보배드림>

오마이뉴스 10월 7일자 “북한법으로도 ‘동결’된 개성공단, 누구도 손 못 대”라는 기사에서도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 재가동문제에 대한 문제를 말하면서 “지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문재인정부의 개성공단문제에 대해 해법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현실을 답답해했다.

생각이 다르면 적대시 하고 마치 군사작전 하듯 이적단체나 불법단체로 만든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정책들이 하나같이 그랬다. 9년간 쌓였던 적폐를 하루아침에 원상회복해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 문제는 바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래서 열과하며 지지했다. 그런데 취임 5개월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니 왜 아니 답답하겠는가?

숨 가쁘게 달려온 문재인정부… 답답한 쪽도 있겠지만 문재인정부는 나라를 완전히 적대시하고 짓밟던 지난 9년간 저질러 놓은 국정농단을 청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권위주의 청산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대통령의 행보는 국민들의 80%를 웃도는 지지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이런 거구나 하며 이게 나라다’라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다 청산하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한일이라고 모두가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문제들이니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특히 적폐청산 저항세력은 예상보다 강고하다. 적폐청산이 곧 사망선고가 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조중동이야 오죽하겠는가? 죽기 살기로 저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5천만이 넘는 국민들이 사는 대한민국. 이들의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하나같이 다른데 하루아침에 쌓인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에는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기 마련이다. 정치란 이렇게 이해관계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통합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당장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가지를 다 잘해도 이 한 가지 문제만은 양보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외교와 안보문제가 그렇다. 자칫 잘못 풀었다가는 우리 민족구성원이 피땀 흘려 지키고 쌓아올린 공든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남북문제와 국방문제가 그렇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족성원의 대헌장이요, 원칙이요, 가장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한반도 전쟁을 남의나라 얘기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방이라고 이해관계와 무관할 리 없다. 한반도 전쟁은 더없이 좋아할 무리들이 있다. 군수 마피아들이 그렇고 한반도 전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일본이 그렇다. 지금 종편을 비롯한 전파매체들은 마치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논조로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그렇다. 야 3당이 그렇고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들이 그렇다. 여기다 문재인정부조차 후보시절의 공약도 한반도 평화원칙도 저버리고 사드를 배치하고 미국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외교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 수 있느냐고…

조중동을 비롯한 야 3당과 수구세력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창이나 칼로 하는 전쟁 혹은 보병들이 벌이는 영토 수호전쟁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정은 제거 작전이란 마술사가 벌이는 쇼처럼 김정은만 제거하고 끝나는 게임인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란 바로 핵전쟁으로, 남북과 미중 그리고 세계대전으로 비화 될게 뻔하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에 앞서 조건 없는 남북대화에 나서라. 무기로 어떻게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3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여야, 추석 민심 '동상이몽'

 
"적폐 청산이 민심" vs. "정치 보복 반대가 민심"
2017.10.09 17:51:23
 

 

 

 

길었던 추석 연휴 이후, 여야는 각자 '추석 민심'을 듣고 왔다며 자신들이 파악한 민심이 어떻다고 목소리를 높여 설파했다. 그러나 주장하는 정당에 따라 그 '민심'의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추미애 "적폐 청산이 민심" vs. 홍준표 "정치 보복에만 집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의 핵심은 역시 '적폐를 제대로 청산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하며 한국당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을 겨냥,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 운영과 통치 행위에서 상실된 공적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했다.  

추 대표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비리 엄단을 강조하며 "정치 보복이라는 개인적 감정에서의 낡은 프레임으로 아무리 호도한다 한들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했다. 추 대표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부추겼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지 개탄스럽게 그지없다"며 "야당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는데,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 사건을 언급하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앞장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세계 속에 우뚝 솟았던 것을 부정하려고 한 일종의 반역행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려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파악한 민심은 이와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긴 연휴였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을 두루 들어봤는데, 정부 출범 5개월 동안 이렇게 실정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13가지 실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든 문재인 정부의 실정 '13가지'는 이런 것들이었다.  

"첫째, 원전 졸속 중단, 영화 한 편을 보고 원전을 중단했다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된 정책 판단이냐? 두 번째, 최저임금을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급속히 인상하면서 세금으로 보전해 줌으로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지금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세 번째,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것은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할 일을 대통령의 명령 하나로 강제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전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채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네 번째, 평화 구걸로 북핵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다섯 번째, 공정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기업들이 전부 해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여섯 번째, 노사정위원장, 노동부 장관을 모두 노조 출신으로 하면서 '노조 공화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곱 번째,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사회주의 배급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여덟 번째,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국정원·검찰을 동원해서 정치 보복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홉 번째, 홍위병 언론노조를 동원해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열 번째, 인사 참사 문제다. 코드 인사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열한 번째, 퍼주기 복지로 SOC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성장이 제로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열두 번째, 연말에 다가올 일자리 대란, 청년실업 대란이 눈앞에 와 있다. 열세 번째, 한미 FTA 재협상으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다. 이 열세 가지가 추석을 민심을 들어 본 이 정부의 실정이다."

홍 대표는 이어 "지금 전 대통령(박근혜)에 이어 전 전 대통령(이명박)까지 정치 보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저희 당에서는 정치보복대책특위를 만들어서 정부가 하고 있는 정치 보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당도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추석 민심은 민생과 개혁, 그리고 외교안보였다"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과거로 돌아간 듯한 '적폐 논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잘못된 과거를 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을 보고 싶다는 국민들의 바람은 정치권이 그 어느 것보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목소리"라며 "권력구조 개편, 권력형 비리 척결, 권력기관 권한 분산 등 집중되어 있는 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대통령과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적폐 청산 문제에 대해 "노벨상 수상 (철회) 공작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내용으로, 진상을 밝혀야 된다"고 이전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당장 위기에 처한 경제나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양면적 태도를 보였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탈핵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제가 다녀본 경로당 대표 어르신들은 나라가 어려운데 이렇게 막 퍼줘도 되느냐는 걱정이 많았다"고도 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적폐 청산을 앞세워 지난, 지지난 정부를 뒤지고 있는데 이렇게 싸우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언제 앞을 보고 나가겠느냐 걱정도 있었고 '그 이전 적폐는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많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 지역구는 대구 수성구다. 

반면 정의당에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적폐 청산과 중단 없는 개혁을 실현하라는 확고한 민심을 확인했다"며 "박근혜·이명박,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법을 어기고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받아야 하고 헌정질서 농단과 부패·부정의 뿌리를 완전히 끊어버릴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추석 밥상은 반성과 변화는커녕, 적폐 세력의 부활을 도모하며 대한민국을 촛불 이전으로 돌리려는 한국당의 퇴행적 행태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이른바 '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추석 민심을 빌려 언급이 나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안으로는 '혁신우혁신'하고 밖으로는 보수우파 대통합으로 탄핵 이전의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민심이었다"고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80~90%가까운 분들이 '보수정당이 빠른 시간 안에 통합해서 단일대오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주문이 있었고, 반면 10~20% 되는 분들은 '그래도 긴 호흡을 가지고 제대로 된 보수를 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당장 급하다고 아무 변화 없이 통합하면 도로 새누리당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조금 어렵더라도 중심을 잘 잡고 내년 6월 지방선거만 잘 겪고 나면 될 테니까 용기를 가지고 자강해라' 하는 주문도 있었다"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박근혜·홍준표식 낡은 보수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한국당은 수구, 극우, 철새의 가짜 보수 잡탕 정당"이라며 "국민들이 지난 겨울 탄핵한 것은 보수의 수권 능력이다. 부패한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데 나라를 왜 맡기겠느냐"고 "보수 혁신 초심"을 강조했다.  

민주·정의 "한반도 평화" vs. 한국·바른 "안보 불안"…FTA 재개정 논란 가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민주당은 "추석 민심에서 확인된 것은 한반도의 평화였다"(추 대표, 9일 최고위)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 전쟁만은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당부하셨다"고 했다. 추 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 한 가지 방법'은 반드시 평화적인 해법이어야 한다"며 "최근 소설가 한강 씨도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평화적 해법이 아닌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무엇보다 엄중한 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접했다"며 "중차대한 위기 국면을 맞아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께서는 한목소리로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서 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초당적 대처를 해달라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계셨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평화 구걸로 북핵 위기를 초래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라는 주장(홍준표 대표, 9일)을 내놓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추석연휴 기간 중에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와 걱정은 단연 북한의 핵무장 위협이었다"며 "정부는 무대응, 무반응,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핵 공포를 실감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탈춤 장에 가서 어깨춤을 추고 있으니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 분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보도를 언급하며 "한 마디 항의조차, 또 대응 조치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이 정부가 과연 무엇을 하는 정부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외교가 제대로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경제는 여전히 어려워 추석을 느낄 여유도 없을만큼 취업걱정, 소득걱정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외교안보 라인의 무능력함과 잡음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는 진단(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놓으며 "한미 FTA, 사드 보복,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 등 민생과 직결된 대외 요소에 대한 미흡한 정부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는 국민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안보 문제에 관해서 국민들이 믿을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좌파 정부 곳곳에 주사파 출신들이 들어가서 그런 사고로 북한 보기 때문 아니냐, 바른정당이 앞장서서 국민들이 안보 걱정 않도록 철저히 대비책 세워주고 정부를 촉구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주호영 원내대표)라며 '주사파'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민심은)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과 공포를 끝내기 위해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대국적 해결을 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정부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번도 전쟁 위기의 제거를 위해 대타협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대담한 외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의 비판은 이어졌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FTA 문제를 '13실정'의 하나로 들었고, 정 원내대표는 "FTA 개정을 둘러싸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데 이 정부는 'FTA 재개정은 없다'고 그 동안 국민들을 속여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고 아마추어 수준의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부·여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이 'FTA 재협상은 없다'고 했지만 다시 (재협상을)하겠다고 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든지, 재협상이 없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였든지 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능력이 없어서 못 막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이면합의를 하고 국민을 속였는지 그것을 밝혀야 한다"며 전날 자신이 같은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여당에서 '정치 공세'라고 비판한 것을 "당연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우선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FTA 재개정 협상 처리 과정에서 최대로 국익을 지키는 잘 된 협상을 하기 바라고, 우리 바른정당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대승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인 민주당은 과거 한미 FTA가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매국행위라고 비판을 직접 했던 사람들"이라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한미 FTA 재개정 공약까지 했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에 많은 도움이 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그대로 지키자고 하면 앞의 말을 부정하는 셈이 되고, 개정 쪽으로 입장을 잡으면 국익에 지장이 되니까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비꼬는 말을 덧붙였다.  

진보 야당인 정의당에서도 FTA 관련 비판이 나왔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달 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일방적 무역 협박에 굴복해 FTA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며 "정부는 협상 개정 절차 추진에 합의한 것일 뿐 본격적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가 'FTA의 효과부터 분석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에 비하면 명백한 후퇴이며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FTA에 대한 면밀하고 다양한 검토는 추후에 수행하더라도 미국의 일방적 태도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태에 대해 분명히 지적하고 이후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의당은 "'개정 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보수 야당 측의 '말 바꾸기' 논란은 핵심을 비껴난 것"(이정미 대표)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기존 협상을 쥐어짜 자국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바꾸려 한다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등 기존 독소 조항을 포함해 여러 불리한 요소들을 바꾸기 위해 여차하면 우리도 FTA가 필요 없다고 대담하게 맞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미 대표는 그러면서 "문제는 통상 전쟁 사령관을 맡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라며 "그간 행보를 볼 때 그는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FTA의 존속 그 자체를 우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저히 우리 국익에 맞게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사령탑으로 교체하고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FTA 개정 협상을 하려면 국내 통상법에 따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첫 단계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 단계는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는 동시에, 개정 협상이 시작되면 관련 부처, 이해 관계자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들어 우리측 관심 이슈를 도출해 이를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에서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에서 "한미 양국 정부가 FTA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데 대해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FTA 개정 문제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일정 부분 예견됐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미동맹 약화, 대통령 사과를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이고 견강부회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정부에도 한 말씀 드리겠다"며 "FTA 재협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두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첫째는 투명하고 균형 잡힌 태도로 협상에 임해줄 것, 둘째 양국 간 이익의 균형 없이는 타결도 없다는 결연한 자세로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주 지진에 주목하는 연구자들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④] 핵발전소 지진 위험은?

17.10.09 19:44l최종 업데이트 17.10.09 19:44l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 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어린이날 공휴일이었던 지난 5월 5일 오후 4시쯤, 하얀색 중형 승용차 한 대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경주 시내 첨성대 부근에서 약 10킬로미터(km) 떨어진 현곡면 가정리 구미산 계곡으로 달렸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48) 교수. 그는 학부생인 두 제자와 함께 공터에서 내린 뒤 차 트렁크에서 삽, 호미 등 연장과 방수비닐을 꺼내 들고 군데군데 잡초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풀밭으로 들어갔다.

비 오는 날 구미산 계곡으로 달린 이유는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인 두 남학생이 장갑을 끼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최동형(23·부산대 지질환경과학3)씨는 풀밭 한쪽에서 파란 방수용 덮개에 싸인 채 땅에 고정돼 있던 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아이스박스처럼 보이는 이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은 지진계측기 배터리와 기록계. 최씨는 기록계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이찬서(26·부산대 지질환경과학4)씨는 박스 왼쪽으로 연결된 고무 튜브를 따라 "감자 캐듯 이렇게 해야 한다"며 호미로 땅을 파헤쳐나갔다. 잠시 후 투명 방수비닐에 싸인 지진계측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조심스럽게 땅에 올려놨다. 일행은 지진계측기를 연구실로 옮기기 위해 차에 싣고, 유쾌한 분위기로 현장을 복구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최동형(왼쪽) 씨와 이찬서 씨가 땅에 묻혀있던 지진계측기를 꺼내 방수비닐을 풀고, 해당 지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수신용 안테나를 꽂고 있다.
▲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최동형(왼쪽) 씨와 이찬서 씨가 땅에 묻혀있던 지진계측기를 꺼내 방수비닐을 풀고, 해당 지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수신용 안테나를 꽂고 있다.
ⓒ 윤연정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지진 후 여러 차례 발생한 여진을 측정하기 위해 경주 지역 39곳에 지진계측기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 주기적으로 나온 데이터들을 모아 땅의 움직임을 보려고 하는 것이죠."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계로 지진을 관측한 기간이 100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빈약한) 자료를 토대로 한반도에 큰 지진이 안 일어난다고 단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 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에서 찾을 수 있다.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서기(AD) 2년부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의 지진이 약 1800회 발생했다. 특히 신라 혜공왕 때인 서기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역사지진을 고려해 과거 2000년 동안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지진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라며 "앞으로 이 지역에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해양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나기 전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지진이 자주 났어요. 2004년도에 경북 동해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어요. 2014년도에는 서해에서 규모 4.9, 5.1 정도 규모의 지진이 여러 개 났었죠. 한두 해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은 지진들이 엄청 많이 났어요."

김 교수는 "(해양지진을 함께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6.5~6.8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후쿠시마처럼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켜 동해안 원전을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 기술로서는 그게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단비뉴스] 부산대학교 경주 여진 관측망 연구 김광희 교수가 진행하는 연구는 경주 지진이 발생한 내남면 부지1리 주변 반경 30km내 지하구조를 자세히 보는 작업이다. 내남면 부지1리는 월성원전 30km 반경에 들어간다.
ⓒ 윤연정, 강민혜

관련영상보기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더 무서운 경주 지진

전문가들은 경주 지역의 지반이 '연약층'이어서 지진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경주와 같은 평야지대는 큰 강과 하천이 오랫동안 흐르면서 날라 온 흙이 강 주변에 쌓여서 형성된다. 부유물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평야의 지반은 대부분 연약층이다. 김 교수는 "경주처럼 사람이 많이 사는 평야 지역일수록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지반 조건이 취약하면 작은 여파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경주에 위치한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기의 핵발전소 반경 30km 내에는 경주, 울산, 포항 일부 지역 등의 주민 110만 여명이 살고 있다.
 

 1978년에서 2016년 사이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시간이 흐를수록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  1978년에서 2016년 사이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시간이 흐를수록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 기상청

관련사진보기


남한 지역에 어느 정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는 북한 지역의 지진 자료도 참고가 된다.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194km 해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질조사업체인 ㈜지아이 부설 지반정보연구소 김성욱(50) 소장은 "신고리나 신월성 원전 설계 당시에는 계기지진으로 최대 잠재 지진 규모를 예측했을 때 5.0정도가 산출됐다"며 최근 발생한 5.8 규모 경주 지진과 6.3 규모 나진 지진은 원전 설계 당시 예측되지 않은 것임을 환기했다.
 

 지난 해 9월 12일 경주 내남면 부지리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지 열 달 후인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지도.
▲  지난 해 9월 12일 경주 내남면 부지리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지 열 달 후인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지도.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김 소장은 "2009년 시행된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계기지진 등을 토대로 최대 잠재 지진을 예측해 원전을 설계하도록 했는데, 단순히 이번에 발생한 (경주) 지진이 내진 설계 당시 기준이 된 설계지진(최대 규모 6.5)을 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것은 안이한 대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에 발생한 5.8 규모 경주 지진이나 6.3 규모 나진 지진을 반영해서 최대 잠재 지진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인근에 한반도 동남부의 주요 활성단층이 모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
▲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인근에 한반도 동남부의 주요 활성단층이 모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
ⓒ 환경운동연합

관련사진보기


국책연구기관도 '중규모 이상 지진 가능성 상존'   

국책연구기관도 우리나라에서 추가적으로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선창국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지난 7일 경주 힐튼호텔 우영미술관에서 열린 지진방재대책 국제세미나에서 "경주 지진은 점진적으로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한반도 지진환경을 고려할 때 규모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 강현철 선임행정원은 지난달 19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역사지진은 '큰 지진으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서술할 뿐, 진도와 규모 등 정확한 자료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연구원에서 향후 지진 전망을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97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지진연구센터는 2006년에 생겼으니 (지진연구를 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지진 자료가 최근 10년 치밖에 없기 때문에 분명한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진연구를 위한 자료와 관련, 김광희 교수는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이 (원전 아래에) 있는지 먼저 봐야 하는데, 그런 지반 정보는 대외비로 처리돼 공개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현철 선임행정원은 "경주 원전을 짓기 전에 미리 지진 단층 조사부터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진 단층에 관한 면밀한 조사 없이) 먼저 지역 주민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부지를 선정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5일 경주시 구미산 계곡 지진계측기 설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광희 교수.
▲  지난 5월 5일 경주시 구미산 계곡 지진계측기 설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광희 교수.
ⓒ 윤연정

관련사진보기


"경주 지진 당시 월성원전 자유장계측기 작동 안 해"

원전 일대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수력원자력과 일부 방재전문가들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주 월성2, 3, 4호기와 영광 한빛 원자력 발전소 전체 내진설계 심의를 봤던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김준경(62) 교수는 "우리나라 원자력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며 원전 안전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내진 설계 등 기술적으로 한층 더 안전성을 강화했다"며 "후쿠시마 사고 같은 경우 (원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진에 잘못 대처해서 벌어진 인위적 재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독립기관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감시하는 제도는 꼭 필요하지만 <판도라> 영화도 그렇고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이지, 기술력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우리나라 원전이 높은 수준의 지진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진해일로부터 원자로를 지키는 방어체계 개념도.
▲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우리나라 원전이 높은 수준의 지진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진해일로부터 원자로를 지키는 방어체계 개념도.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관련사진보기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9.12 경주 지진 당시 월성 1호기의 자유장계측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장계측기는 원자로 바깥에 설치한 지진계측기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자로 가동중지 등에 필요한 경보를 내리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전태훈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언론홍보2팀 차장은 지난 8월 30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2014년 월성 1호기 자유장계측기의 위치가 부적합하다고 지적해서 이를 옮기는 사이에 지진이 발생했다"며 보조건물기초지진계측기를 대신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국정감사 당시 "지진이 났을 때 자유장계측기가 작동되지 않아 월성 1,2,3,4호기를 수동 정지시키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며 원전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다.

노후 원전, 내진 설비 보강하면 안전한가

경주에 있는 원전 중에서도 30년의 설계수명을 넘긴 채 연장 가동되고 있는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특히 우려가 많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35년째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 중단됐다가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동연한을 2022년까지로 늘려줬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수명연장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한수원은 항소했고, 월성 1호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박종운(53)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 30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당시원안위는 '안전도를 최신 원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원천기술국(캐나다)의 수명연장 규정을 반영한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신 안전기준은 거의 적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원천기술국이 폐기한 기준을 계속 인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핵연료봉 노출 등 중대 사고가 났을 때 격납건물 밖으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격리요건 6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대외협력팀은 지난달 11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는) 월성1호기 계속 운전 소송과 관련돼 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설명을 거부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자 원고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가동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자 원고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가동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관련사진보기


한수원은 월성1호기 공사 당시 내진설계가 철저히 이뤄졌고, 수명 연장 과정에서 내진설비가 보강되었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 당시 부지반경 320km 이내 지역의 지진기록 및 지질 특성을 조사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력을 산정했고, 여기 안전여유를 두어 규모 6.5 지진까지 견딜 수 있는 0.2g(지: 지반가속도)로 내진설계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수원 전태훈 차장은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성 1호기는 안전정지, 노심냉각 등 주요설비의 내진성능을 0.3g(규모 약 7.0 지진에 대응) 수준으로 최근에 보강 완료했다"고 답했다.

한수원은 또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설비인 압력관(중수로 내 핵연료를 장전하고 있는 관)과 제어전산기(발전소 주요기기를 자동제어하는 설비)를 포함한 노후설비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전 차장은 "월성 1호기는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계속 운전에 대한 점검을 받아 안전성에 문제없음을 확인했고, 최종적으로 원안위의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아 안전 운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과 원전 관련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원전이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로의 5중 방호구조.
▲  한수원과 원전 관련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원전이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로의 5중 방호구조.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지아이지반연구소 김성욱 소장은 "1970년대 당시에는 컴퓨터도 없었으니 지반 조사가 지금의 수준으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지반경 320km 이내의 지진기록을 조사하려면 동해와 남해는 물론 일본 규슈 지역까지 들어가는데, 최대 지진을 평가할 때 동해나 남해의 해양 지질이라든가 일본 활성단층, 역사지진 등은 포함하지 않았고 육상만 고려했다"고 말했다. 내진설계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내진설비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이는 부속품 등의 내진 성능을 강화한 것일 뿐, 지반과 격납구조를 강화한 게 아니므로 완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잘 나지 않는 미국 동부 지역의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했다"며 "이후 (지진 발생 상황이)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지각의 판구조(노란선)위에 규모 5이상 지진 진앙을 표시한 세계 지도. 김성욱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드문 미국 동부의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건설됐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지각의 판구조(노란선)위에 규모 5이상 지진 진앙을 표시한 세계 지도. 김성욱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드문 미국 동부의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건설됐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설계·제작·시공결함 등으로 사고도 잦은 원전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43) 사무국장은 "정부가 월성 원전과 주변의 단층이 어떻게 분포돼있고 어떤 위험성이 있으며, 위험성 대비 원전의 안전성은 어떤지 설명해야 하는데, 단층 분포에 대한 조사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성이 파악될 때까지 월성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 지난 1일 한수원에서 받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원전 25기에서 제작결함, 시공결함, 부품결함, 설계결함 등으로 일어난 45건의 사고 중 월성 1호기 사고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월성 1호기는 사고로 인해 가동 정지된 날이 149일나 됐다. 한수원의 공언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 관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낡은 원전일수록 사고가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자료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경주지진#경주#내진설계#나진지진#월성1호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시들어가는 발광전략, 막바지에 이른 조미핵대결

[개벽예감269]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시들어가는 발광전략, 막바지에 이른 조미핵대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0/09 [12: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나는 2017년 9월 25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따라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40여 년 전에 파산된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의 미치광이전략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94). 나는 그 글에서 언론매체들이 사용하는 미치광이전략(madman strateg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가 닉슨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을 닉슨의 미치광이전략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미치광이전략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발광전략(derangement strateg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로 했다.    

 

요즈음 백악관의 소란스러운 행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대외활동을 자기의 발광전략과 결부시키고 있다. 그가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여러 가지 국제현안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군사현안들은 대조선 핵대결, 대러시아 무력대치, 대중국 해양주도권 갈등, 아프가니스탄전쟁 무력증파 등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정치현안들은 대이란 핵합의 파기위협, 대쿠바 외교압박, 베네수엘라 내정간섭, 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의 부담금 증액요구 등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통상현안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대중국 무역전쟁,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이다. 

 

▲ <사진 1>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착하고 있는 발광전략은 발작강도와 발작범위에서 리처드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능가한다.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가 2017년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의 적대세력들을 향한 난폭한 협박발언을 계속 늘어놓고 있지만,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국제사회도 그의 발광전략을 위험하게 보면서 외면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진 1>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밀고 나가는 추진방법은 2017년 10월 1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액시오스(Axios)>에 실린 보도기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초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쏘니 퍼두(George Ervin Sonny Perdue) 농무장관, 로벗 라잇하이저(Robert E. Lighthizer) 무역대표부 통상교섭대표를 참석시킨 가운데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 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다고 한다. 

 

트럼프 - (라잇하이저에게) “당신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는데, 만일 당신이 (한국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 나는 (미국을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시킬 것이오.”

라잇하이저 - “알았습니다. 우리는 한국측 협상대표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겠습니다.”

트럼프 -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오.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지 마시오. ‘이 사람이 아주 미쳐버려서 아무 때라도 탈퇴할 수 있다(this guy's so crazy he could pull out any minute)’고 그들에게 말해주시오. 그들에게 아무 때라고 말해주시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난 그렇게 할 수도 있지 뭐. 당신들 모두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하지만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는 건 말하지 마시오. 만일 그들이 30일 기간을 갖게 되면, (협상에서) 그걸 이용할 것이오.” 

 

미치광이처럼 발광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해버릴 것처럼 한국측 협상대표들을 협박하여 재협상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라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협상방법이다. 

2017년 8월 22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제1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통상교섭대표단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였으나, 한국 통상교섭대표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그 추진방법이 제법 교묘하였다. 이를테면, 그 추진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준 것이다. 2017년 9월 2일 <워싱턴포스트>가 그 ‘정보’를 기사화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깨버리겠다는 발광전략공세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4일 한미자유무역협정 제2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재협상을 시작하자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결국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0월 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장면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강하게 압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주면서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그런 발광전략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대화록을 읽어보면, 오두발광으로 협상상대를 윽박질러 협상목적을 달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돈을 뜯어내는 조직폭력배 두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하는 발광전략의 실체는 상대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조악한 협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며, 지금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악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어력이 약한 약소국들에게 통할지 모르는 협박으로 조미핵대결에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지와 오판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처해도 패할 수밖에 없는 조미핵대결을 그처럼 무지와 오판으로 대처하고 있으니 미국의 참담한 패배를 앞당기는 것 이외에 다른 결말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말이 예상한 것보다 일찍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실들을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2017년 9월 30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그가 베이징을 방문한 목적은 오는 11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예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즈음 언론매체들의 관심은 극도로 격화된 조미관계에 집중되었으므로, 취재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나온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캐물었다. 그는 이 민감한 질문을 받고 뜻밖의 답변을 꺼내놓았다.  

 

“우리는 탐색하는 중이며, 그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에게) 대화하겠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에게는 평양과 소통하는 연락통로들이 있다. 현 상황은 어둡거나 캄캄하지 않다. 우리는 평양과 직접 소통하는 몇 개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통로를 통하여...” 

 

원래 취재기자의 질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는데,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 술 더 떠서 미국이 조선과의 연락통로를 차단하지 않았으며, 그 연락통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인데, 틸러슨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은 그런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뜻밖의 답변을 들은 취재기자들은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가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이 이어졌다. 

 

“우리는 회담을 통하여 이 문제(조미핵대결을 뜻함-옮긴이)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행동은 현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좀 과열되었는데, 나는 우리가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9월 3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조미핵대결의 위험한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며,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놓였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틸러슨 국무장관과 취재기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취재기자가 상황을 진정시킨다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을 향해 쏟아내는 극단적인 발언들을 삼간다는 뜻도 들어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였을 때,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사진 3>

 

“현재 상황은 좀 과열되었다. 나는 모두들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본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현 상황을 크게 진정시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놓여있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이 조미핵대결에서 더 이상 통할 수 없음을 인정한 솔직한 답변이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던 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여느 주말처럼 골프를 즐기려고 뉴저지주 벳민스터(Bedminster)에 있는 골프클럽에 전날 밤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베이징 기자회견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그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무장관이 자기의 발광전략과 배치되는 발언을 거침없이 꺼내놓았으니 어찌 그렇지 않았겠는가. 화가 치민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하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당일 오전 7시 30분에 아래와 같은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한 트위터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우리의 훌륭한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에게 로켓 쏘는 사람(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욕하는 말-옮긴이)과 협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해주었다. 렉스, 당신의 정력을 좀 아끼시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그런 면박을 준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골프를 친 뒤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 또 다시 아래와 같은 문장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지난 25년 동안 로켓 쏘는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나 실패하였는데, 이제 왜 그 일을 다시 하려는가? 클린턴도 실패했고, 부쉬도 실패했고, 오바마도 실패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조선의 최고영도자를 친절하게 대했다고 착각하는 그의 인식능력은 미국의 고질적인 대조선적대정책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저급한 인식능력밖에 없는 사람이 전임 대통령들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했으나 자신은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니, 벳민스터 골프장 옆을 지나는 젖소가 듣고 웃음보를 터뜨릴 노릇이다.   

 

국무장관은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으나, 대통령은 그런 그를 노골적으로 면박하면서 그의 대화의지를 완전히 부정해버린 괴이한 장면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괴이한 장면의 뒤에 과연 어떤 내막이 깔려있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언론계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이를테면, 트럼프와 틸러슨의 불화가 격화되었다는 불화격화설, 트럼프가 틸러슨을 곧 쫓아낼 것이라는 경질임박설, 틸러슨을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중앙정보국장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국무장관 교체설 등이다.  

그런데 2017년 10월 3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뜻밖의 사건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속적인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명한 것이다. 이 발언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런 발언을 꺼내놓은 다음날, 그가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 정말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나왔다. 백악관 고위관리 세 사람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한 고위관리들의 회의가 진행된 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부르며 그를 비난하였고,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년단(Boy Scout) 전국대회 연설에서 자기 정적들인 미국 언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를 싸잡아 조롱하는 막말을 쏟아냈을 때 그의 한심한 작태에 절망한 나머지 국무장관직을 내놓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폭로기사로 사태가 일파만파 번져가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각각 수습발언을 꺼내놓으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런 수습발언으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백악관의 내부균열을 덮을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언론매체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7월 하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해 오판하여 무력증파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다고 한다. 어떤 다른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우라질놈의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도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 3인방인 틸러슨, 매티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되고,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와 중앙정보국장 팜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된다고 한다. 지금 내홍에 빠진 백악관은 발광전략을 둘러싸고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심각한 파벌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폭로기사는 백악관의 내부균열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아래와 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주었다. 폭로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실망하여 국무장관직을 사임하려던 틸러슨을 설득하여 다시 눌러앉게 만든 사람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인데, 그 두 사람은 틸러슨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동맹자들(strongest allies)”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태가 트럼프와 틸러슨의 개인적 불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파벌대립으로 확대, 심화되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백악관의 내부균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와 그것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갈라진 파벌대립으로 번진 것이다. 백악관의 파벌대립과 관련한 미국 언론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되고,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비서실장은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하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늘 끼고돌면서 발광전략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5일에도 적국들을 향해 조악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이번에는 미국군 수뇌부와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면서 조선과 이란을 상대로 상투적인 협박발언을 또 다시 늘어놓았다. 만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1부인 멜라니아를 대동하고 취재진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아내를 동반한 군수뇌부 성원들과 함께 취재기자들에게 사진촬영을 하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알쏭달쏭한 소리를 꺼내놓았다. 

 

트럼프 - “여러분은 폭풍 전의 정적(calm before the storm)이 뭔지 아시오?”  

취재기자 - “폭풍이라니 그건 무슨 뜻입니까?”

트럼프 - “그건...정적일 거요, 폭풍 전의 정적 말이요.”

취재기자 - “대통령님, 폭풍이라면 이란입니까? 이슬람국가(ISIS)입니까?”

트럼프 - “내가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인들이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멋들어진 저녁시간을 보낼 것이오. 참석해준 분들에게 감사하오.”

취재기자 - “대통령님, 무슨 폭풍입니까?”

트럼프 - “곧 알게 될 거요.”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뜻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말을 취재진에게 던져놓고 만찬장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는데, 이 장면은 협박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놓고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수뇌부 성원들과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성대한 만찬을 베풀기 직전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의 정적'이 뭔지 아느냐고 취재기자들에게 묻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것은 발광전략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도 그는 역대 미국 행정부들은 대조선정책에서 실패하였으나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찬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 성원들만 데리고 각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북조선에게 있어서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다. 우리는 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을 상상을 초월한 인명손실로 위협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니, 나를 믿어라”고 군수뇌부에게 말했다고 한다. 수다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를 자기 앞에 앉혀놓고 그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만 떠들어댔는데,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수많은 말들 중에서 유독 조선에 대한 협박발언만 채집하여 미국 언론에 흘려준 것은 전형적인 발광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7일에도 트위터에서 조선을 향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그 전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전임 대통령들과 역대 행정부들은 지난 25년 동안 북조선과 대화하였고, 합의에 도달하였으며,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선은)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위반하여, 미국측 협상대표들을 우롱하였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Sorry, but only one thing will work!)”

 

위의 인용문에 나온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들이 미국 언론보도에 나돌았지만, 그가 그런 알쏭달쏭한 협박발언을 너무 자주 꺼내놓는 바람에 이제 사람들은 “저 늙은이가 입만 열면 또 저런 소리를 하네”라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자기들 입맛에 맞춰 정보를 가공처리하는 한국의 친미언론매체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 협박발언이 유통기간을 넘긴 폐기처분대상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면서 크게 보도해주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협박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를 앞에 앉혀놓고 “이란은 강대국들이 그 나라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합의정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도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를 깨버리는 파기결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백악관 고위관리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위반이라는 생트집을 잡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면, 미국과 이란의 적대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무력충돌위험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다. ‘폭풍 전의 정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알쏭달쏭한 어법은 그가 이란 핵합의를 깨버리고 중동정세를 고의적으로 격화시켜 이란을 공격하려는 흉심을 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광전략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움직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이란의 코람샤흐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주석단 앞을 지나는 장면이다. 만일 이란이 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중동지역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군사전략거점들과 이스라엘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타격할 수 있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작전계획을 이미 만들어놓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려고 한다. 이란에 대한 공격위험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이란은 사거리가 2,000km이며,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를 장착할 수 있는 코람샤흐르(호람샤르, Khoramshahr) 중거리탄도미사일을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하였고, 그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을 텔레비전방송을 통해 세상에 공개하였다. 이것은 바레인(Bahrain)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와 미국 해군 제5함대는 말할 것도 없고, 터키 남부지역 인씨를릭공군기지(Incirlik AFB)에 주둔하는 미국 제3공군 산하 제39공군기지비행단, 그리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Tel Aviv)와 이스라엘군 전략기지들이 모조리 코람샤흐르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핵강국인 미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위험에 처한 이란은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억제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술책과 협박을 동원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사업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것으로 예견된다. 서방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공습으로 파괴할 기습타격계획을 이미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에너(Vienna)에서 채택된 ‘통합적 포괄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라는 이름의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타격시각을 뒤로 늦춰놓았을 뿐, 공격위험을 해소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란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미국-이스라엘 합동작전으로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타격하려고 할 것으로 예견된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실에서 군수뇌부 성원들과 담화하는 중에 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폭넓은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요구될 때, 아주 신속하게 그것을 나에게 제출해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소. 나는 정부기구의 관료체제가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관료체제의 장애를 넘어서는 문제는 귀관들에게 달려 있소.”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취재기자에게 전해준 위의 인용문에서는 생략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 중에 군수뇌부에게 이란을 공격하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지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위험에 대비하여 핵억제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나, 아직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이란에게 전쟁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2017년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그의 발광전략을 격멸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력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확언한 문장이다.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즉흥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런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견하고 준비한 답변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2017년 9월 3일 조선은 열핵탄두기폭시험에 성공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은 앞으로 핵탄두기폭시험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열핵탄두기폭시험만 하면 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답변에서 그런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지난 9월 3일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의 폭발위력은 1메가톤에 이르렀는데, 이에 대해 나는 2017년 9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해발고 2,205m 화강암산 통째로 뒤흔든 거대한 폭발진동(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583)’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리용호 외무상이 언급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라는 말은 폭발위력이 역사상 가장 큰 수소탄을 기폭시키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폭발위력이 가장 큰 수소탄은 1961년 10월 30일 소련이 기폭시킨 ‘짜르 밤바(Tsar Bomba)’라고 부르는 수소탄이었는데, 그 폭발위력은 50메가톤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그 수소탄이 터졌을 때 하늘로 솟구쳐 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은 56km 고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리용호 외무상이 조선이 50메가톤급 수소탄보다 폭발위력이 더 강한 수소탄을 시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였다는 점이다. 수소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조선이 수소탄 폭발위력을 50배 이상 증폭시키는 것은 핵공학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일 조선핵무기연구소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분렬 및 열핵장약을 비롯한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무기급 핵물질생산공정으로부터 부분품정밀가공 및 조립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들이 주체화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 먹은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폭발위력이 50메가톤 이상인 초강력 수소탄을 터뜨리는 기폭시험은 조선 영토 안에서 진행할 수 없다. 엄청난 인공지진으로 조선의 북부지대와 중국의 동북지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초강력 수소탄은 태평양 한복판에서만 할 수 있다.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하였던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그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그것을 장착하여 태평양 상공으로 날려보낼 수 없다. 비행 중 안전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할 수 있는 방도는 수소탄을 실은 전략잠수함을 태평양으로 보내는 것이다. 선박들이 오가는 북태평양 해상교통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해상으로 나간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수소탄을 해수면에 띄워놓고 안전수역으로 빠져나온 뒤에 원격조종으로 기폭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장거리작전능력을 가진 3,000톤급 전략잠수함들을 보유하였으므로, 운반수단도 이미 준비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위에 서술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발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상하는 대미보복조치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 앞바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찌(RIA Novosti)> 2017년 10월 6일부에 주목할 만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연방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소속 성원인 안똔 모로조브(Anton Morozov)의 발언이 실린 러시아와 미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가 전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촬영한 것이다. 왼쪽부터 알렉싼드르 마쩨고라 주조러시아대사, 한성렬 조선 외무성 부상, 안똔 모로조브 자유민주당 조선방문대표단 단장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방문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간 모로조브는 러시아와 미국 언론에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2,000km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며, 곧 발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격멸하고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에 따른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종결판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들(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담이 평양에서 만난 조선의 고위인사들-옮긴이)은 우리들에게 그들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는 말하지 않았으나, 곧 발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과의) 대결을 진지하게 준비하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였다. 조선의 관리들은 그 미사일의 사거리가 12,000km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학적 계산까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그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려면,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게 될 것인데, 만일 미국이 그 미사일을 요격하면 러시아에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조선에는 전반적으로 호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단호한 결의와 호전적인 언사를 보여주었다.” 

 

한국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7년 9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9월 14일 오전부터 평양 인근과 평안북도 어느 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실은 발사대차와 군용차량이 이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에 조선을 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극악한 폭언을 토해내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기 며칠 전부터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발사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다발로 쏘는 대미위협발사를 단행하려는 것일까? 

 

트럼프의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는 조선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어법을 빌리면, “곧 알게 될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붉은불개미는 지구의 경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붉은불개미는 지구의 경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이강운 2017. 10. 08
조회수 308 추천수 1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한로
기후변화로 6년 새 20일이나 일러진 호랑나비 우화 시기
식상한 경제논리가 위기 불러…생태와 환경이 경제
 
h1.jpg»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작은 논에서도 벼를 수확했다.
 
어설피 내린 가을비 한 번에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바람 한 번 휙 불면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 바람 소리 스산하고 공기가 차다. 한 뼘 한 뼘 하늘이 높아져 하늘 끝까지 간 것 같고,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가을 첫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오늘은 한로(寒露). 그러나 아직 한낮 햇빛은 쨍쨍하고 온도도 높아 벼가 잘 익었다. 올 초봄에 조성한 ‘논’에서 가뭄과 장마를 잘 버틴 황금빛 벼를 수확했다. 
 
꽃만큼 아름다운 노랗고 빨간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마른 낙엽이 숲 바닥을 뒹굴며 서걱거릴 이때쯤 양지바른 곳에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국과 산비탈의 희고 연한 보랏빛의 구절초, 길가에 보라 꽃 무리 지어 흔들리는 쑥부쟁이에서 가장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낀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h2.jpg» 산국 꽃에 앉은 중국별뚱보기생파리.
 
한가위로 연구원이 뭉텅 빠져나가 연구소가 텅 비었다. 어릴 적 살던 집 앞마당과 장독대 근처 돌 화단에 피워있던 꽃과 아버지! 명절이 되면 이상하게 나 살던 데, 고향으로 가고 싶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은데... 뵙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한 채 가장 긴 추석이 지나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모든 생물이 움츠러들지만 이제 막 번데기에서 우화한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날갯짓은 사그라지는 계절과는 반대로 오히려 힘차다. 얼마나 힘이 넘치는지 손으로 잡고 있어도 날개를 격하게 퍼덕여 혼자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가만히 가슴을 만져보면 힘찬 심장 소리가 전해오는 듯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의 힘이 있어야 겨울을 날 수 있겠지.
 
h3.jpg» 쑥부쟁이 꽃에 앉은 큰멋쟁이나비.
 
이처럼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는 가을에 날개를 달고 나와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까지 버티다 알을 낳고 죽으니 어른벌레 수명이 약 여섯 달은 되는 셈이다. 자주 받는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나비는 얼마나 살아요?”인데, 종류마다, 또 같은 종 안에서도 어느 계절에 나오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간단하게 답할 수는 없다. 
 
h5.jpg» 작은멋쟁이나비.
 
이제 가을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대부분 곤충도 서둘러 겨울 준비를 한다. 몸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단단한 고치를 만드는 노랑쐐기나방도 있고, 애벌레 몸 색깔을 바꿔 팽나무 줄기에 스며들 준비를 하는 왕오색나비와 수노랑나비도 있고 산호랑나비 애벌레들은 이미 마지막 껍질을 벗고 튼튼한 실로 몸을 묶어 번데기를 만들어 겨울 날 준비를 마쳤다. 곤충의 월동은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처럼 형태적 차이도 있고 낙엽 밑, 돌 아래, 땅속, 나무껍질 속 혹은 자기 스스로 안식처로 만든 고치까지 장소도 다양하다. 
 
h4.jpg» 왕오색나비애벌레.
 
마지막 번데기를 만들어야 하는 때인 지금, 발육할 시간도 없는데 산제비나비가 알을 낳고 있다. 개나리도 꽃을 피우고. 어떻게 이런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이런 나비도 있고 저런 나무도 있어, 살아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때는 맞춰야 하는데 철모르는 놈들이 있다. 사람으로 붐비면서 더 많은 개발 욕구가 팽창하고 그래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이때까지의 절기와 맞지 않는 돌발적 변수로 지구가 더워짐을 실감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그리고 어정쩡한 봄과 가을. 세상이 아프고 힘들다.
 
h6.jpg» 산제비나비 산란(2017.10.4)
 
h7.jpg» 개나리 개화(2017.10.3).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으므로 자연의 시간보다 빨리 혹은 늦게 가는 현상이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얼마나 세상이 바뀔지 곤충을 재료로 실험하였다. 그 땅에 사는 식물은, 곤충은, 인간은 모두 땅을 닮게 되어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라 변화할 나비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이야기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후변화, 특히 온도에 민감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구조 변화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분류군이다. 특히 번데기로 월동하는 호랑나비과 곤충은 크기도 크고 움직임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가장 좋은 재료다. 
 
2008년부터 호랑나비과의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월동형 번데기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터를 이용한 실내 온도 발육 실험과 야외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 비교하는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했다. 온도 발육 실험을 근거로 우화 실험을 시작한 이래 10년 차.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3 종 모두 2014년 이후 2008년보다 무려 평균 20일이나 빨리 날개를 달고 나오고 있다. 따뜻해지면서 봄이 조금씩 빨라지고 점점 더 우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이면 3종 나비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더 발생할(Voltinism: 화성)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h8.jpg
 
h9.jpg
 
연구 결과를 연차별로 원주지방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3권의 보고서를 냈고, 실험 시작 8년 만인 2014년에 1차 결과를 에스시아이(Sci) 논문인 <아시아 태평양 곤충학 저널>(JAPE)에 논문으로 게재했다.1) 벌써 10년에 걸친 자료가 누적되고 있으므로 계속 좋은 논문으로 쓰일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를 나비에 국한하지 않고 곤충의 범위를 확대하면 심각한 사태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다양한 병원체를 옮길 수 있는 위생 해충인 모기가 더 빨리 번식을 시작하고 겨울 초까지 더 많이 번식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수를 포함한 농작물의 병해충도 직접적이고 파괴적으로 연관돼 이들을 없애기 위한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할 것이고 살충제 잔류 농산물은 또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추석 연휴에 국무조정실장 주재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주인공은 침입 외래종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였다. 경계색인 붉은색과 시뻘건 불을 합쳐 만든 붉은불개미니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 외래종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된 꿀 4분의 3 이상에 살충제 및 농약 잔류량이 검출 돼 안전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살충제 달걀에 이어 꿀까지 더는 해결을 위해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식상한 경제논리만 주장하고 있다. 이미 생태나 환경이 가장 큰 경제인데. 
 
지금 있는 모든 것을 다 써도 부족해 늘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단한 삶을 사는 다른 생명을 고려하여 ‘조금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자’ 라고 이야기하면 한가로이 생태환경 운운하느냐고 비아냥대거나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이 살자고 ‘벌’을 통해서, ‘개미’를 빗대어 자꾸 말하는데 듣지 않고 있다. 
 
하늘을 이기는 식물도, 곤충도, 사람도 없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1) ‘Temperature-dependent development of overwintering Sericinus montela Gray (Lepidoptera: Papilionidae) pupae and its validation’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란, 미국이 새 제재 가하면 사실상 선전포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0/09 12:47
  • 수정일
    2017/10/09 12: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란, 미국이 새 제재 가하면 사실상 선전포고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0/09 [01: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란혁명수비대 장병들이 걸프 해역에서 취역한 고속 쌍동선을 지켜보고 있다.

 

9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에 새 제재를 가하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밝혔다.

 

이란 관영 언론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을 인용해 “대이란 제재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다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인 2천km 밖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미국의소리는 이를 공격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실 미사일 공격을 가하지 않고서는 현재 이란 국경 500KM 안에 있는 바레인과 이라크, 오만,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미군기지를 축출할 방법이 없기는 하다.

 

▲ 이란혁명수비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 

 

특히 이란혁명수비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사령관이 지역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거부하고, 만약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면, 이란도 미군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S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 제재는 미국과 이란 간 관여나 협상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새 제재를 사실상 선전포고, 전쟁선언으로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까지 이란과의 협정 준수에 대한 인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동안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최악의 합의라며 비판해왔기에 인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이란 핵 협상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며 유럽은 이미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고 경제협력사업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란 핵 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도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점검해 의회에 보고하게 돼 있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합의 준수를 인증하지 않을 경우, 의회는 60일 안에 제재를 다시 부과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란 핵합의서가 휴지장이 되는 것이다.

이란은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준수 인증을 해야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미국 대이란 제재 재개에 대해 이란이 이렇게 미사일 공격까지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의외다. 국제정세전문가들 속에서도 정말 그렇게 하겠는가라는 의문의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경고는 외교적 수가가 아니라 현 국제정세를 치밀하게 분석한 데 기초해서 나온 실전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과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란은 아직 핵개발까지는 하지 않고 있으며 미사일도 신형을 끊임없이 개발을 하면서도 사거리를 2,000KM는 넘기지 않고 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자극하지 않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지역의 전쟁의 불길을 확장시키지 않으려는 정치적 결단 측면이 크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이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착착 성공시켜가고 있는 북이 더욱 더 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2017년 9월 22일 이란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코람샤흐르(호람샤르) 신형 다탄두 미사일, 북의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과 같은 최근 북이 개발한 3.18엔진을 사용하는 미사일로 추정된다. 즉, 사거리를 북처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느데 굳이 2,000KM까지만 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에게 북과 이란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 따라서 이란이 초강경으로 나가더라도 미국은 감히 이란과의 전쟁에 선뜻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치밀한 판단에서 나온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북과의 대결전 때문에 핵심 군사력을 태평양으로 집중시키고 있으며 쌍둥이 적자 즉, 재정적자, 무역적자의 심화로 전쟁 군비 충당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전쟁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어쨌든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런 초강경 경고는 패권국 미국의 힘이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수뇌부에게 또하나 고심거리가 생긴 것이다. 추종국을 총동원하여 북을 봉쇄 압박하려던 미국이 되려 이란과 북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