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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목표치 10배 달성한 '호랑이배꼽 막걸리'

[연수 탐방기 ①] '관계'를 중시한 생산·유통에 승부 건다

19.07.20 20:47l최종 업데이트 19.07.20 20:47l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진영채)이 지원하는 농업전문언론장학생 4명(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과 농업리더장학생 9명이 '다양한 가치, 새로운 농(農)'을 주제로, 가치를 추구하며 새로운 농업에 도전하는 농촌을 견학했다. 7월 2일부터 4일간 현장을 둘러보고 쓴 '2019 여름철 장학생 연수 탐방기'를 2회로 나눠 싣는다. [기자 말]
 

  '다양한 가치, 새로운 농'을 주제로 한 대산농촌재단 여름철 연수에서 연수단이 밝은세상영농조합법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   "다양한 가치, 새로운 농"을 주제로 한 대산농촌재단 여름철 연수에서 연수단이 밝은세상영농조합법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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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사회는 지역격차를 넘어 지역소멸 문제로 연결될 정도로 농촌지역에 특히 타격이 크다. 이에 따라 농민도 취약계층으로 보고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올 6월부터 해남에서는 농민기본소득제가 시작됐다. 전체 농가에 지급하는 건 최초다. 조건 없이 월 5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보상의 물꼬가 소액이나마 처음 열린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논의가 뜨거워진 배경에는 한국의 극심한 양극화 사회가 있다. 제한된 지역과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이미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취약계층인 청년, 아동,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 그리고 아동수당과 노인기초노령연금이 그 예다.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단은 충청남도 공주 충남연구원에서 오랫동안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연구해온 박경철 책임연구원에게 농민기본소득, 일명 '농민수당'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농민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이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에게 농민기본소득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이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에게 농민기본소득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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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기본소득은 모든 농민에게 영농규모, 영농형태 등에 상관없이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하는 제도다. 취약계층인 농민을 배려해 보편적 권리로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공업화, 도시화, 개방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희생돼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에게 사회적으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농업과 농촌의 지속성을 보장하려는 제도이기도 하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약 24조 원으로 추산돼 그 일부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농민의 삶이 파탄 난 이유는 농업선진국과 무리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시장을 개방해 놓고 농민에게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라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정부마다 여러 정책을 시도했지만 현실은 암울하고 소득 차이도 계속 벌어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더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농촌에서 이뤄지는 불필요한 각종 개발사업 등 사업성 예산을 축소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원래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수많은 예산을 그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각종 공모사업과 개발사업 등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특별세'를 확대하거나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균형발전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철 연구원은 농촌 붕괴를 막으려면 현행 제도의 개선 수준이 아닌 특단의 농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난관인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관해 그는 "소농이 대부분인 한국 농촌 실정에 맞지 않는 다수의 농업직불금 중 친환경농업직불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농가기본소득 재원으로 통합하면 농가 단위의 기본소득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소비를 위한 스토리텔링

10년 전 무렵 스토리텔링 관련 책들이 서점의 인기도서 코너를 채웠다. 자기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핵심이다. 선조부터 자신까지 이어진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농업의 가치를 창출한 이가 있다. '호랑이배꼽 막걸리'로 유명한 밝은세상영농조합법인 이혜인 대표다. 영농조합은 막걸리 이름처럼 한반도의 호랑이 배꼽 자리인 경기도 평택에 있다.

"우리 집안은 이 지역에 600년 동안 살아왔어요.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 우리 술을 빚습니다."

'호랑이배꼽 막걸리'는 비옥한 땅에서 생산한 평택쌀로 만들어진다. 햅쌀을 사용해 와인기법으로 빚어 100일을 숙성해 탄생한 생쌀 발효 막걸리다. 누룩 만들기부터, 원재료인 쌀을 다루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진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했다.  
 
  밝은세상영농조합 이혜인 대표가 ‘호랑이배꼽 막걸리’ 제조법을 설명하고 있다.
▲   밝은세상영농조합 이혜인 대표가 ‘호랑이배꼽 막걸리’ 제조법을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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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는데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제 얘기를 썼어요."

이 대표 가족은 스토리텔링에 '최적화'해 있다. 원로 서양화가인 아버지 이계송, 도예가이자 향토요리연구가인 어머니 이인자,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밝은세상영농조합 디자이너가 된 언니 이혜범씨로 구성됐다.

이 대표는 "10년 전 원래 술을 좋아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양조장을 차리고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조금씩 돕다가 5년 전부터는 아예 사업을 이어받아 직접 술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와 나의 연결고리,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뜻하는 게 배꼽"이라며 "전통주인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고 막걸리 이름에 의미를 부여했다. 
 
  와디즈 펀딩은 스토리를 통해 투자자와 서포터즈를 연결해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1월 9일부터 2주간 진행된 펀딩에 281명이 참여해 목표치의 10배를 달성했다.
▲   와디즈 펀딩은 스토리를 통해 투자자와 서포터즈를 연결해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1월 9일부터 2주간 진행된 펀딩에 281명이 참여해 목표치의 10배를 달성했다.
ⓒ 와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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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 1월 '호랑이배꼽 막걸리'를 이런 스토리로 소개하며 와디즈의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결과는 후원금 목표치의 10배 달성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시작부터 꽃길은 아니었다. 대기업의 유통과 마케팅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 모든 걸 스스로 한 이 대표는 현실의 벽에 자주 가로막혔다고 한다.

"정작 술을 빚는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유통체계가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매출이 크지 않지만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시작부터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면 노력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품 경쟁력을 키우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 게 우리 영농조합의 강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은 취향의 시대예요. 포장에도 예술적인 감각과 우리 양조장만의 스토리를 더하려고 노력해요. 그걸 젊은 친구들이 알아줘서 감사하죠."

강연을 들은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3학년 강태승씨는 "가치 소비를 하는 시대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통 창구를 늘렸는데 중간상인 안 거치고 6차산업을 하려는 자세가 입지를 다진 비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1x100이 아닌 10x10의 농사를 위해

이튿날, 연수단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있는 농장 꽃비원을 찾았다. 꽃비원은 '꽃비가 내리는 과수정원'을 줄인 말로,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이 담긴 농장이란 의미다.

"어떤 형태의 농사를 지을 것인가, 나는 농촌에서 어떤 모습의 삶을 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체적이고 자립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정광하(39) 꽃비원 대표는 자립하는 농촌생활을 꿈꿨다. <슬로라이프> 등 책을 읽으며 어떤 방향의 삶으로 나아가야 할지 숱한 고민을 했다. 2012년 아내 오남도(42) 씨와 함께 귀농을 했고 7년째 가족농으로 살고 있다.
  
  꽃비원 키친에서 설명을 이어가는 정광하 대표.
▲   꽃비원 키친에서 설명을 이어가는 정광하 대표.
ⓒ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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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통구조는 너무 복잡해요. 산지에서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무수한 단계를 거치고, 단계마다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불특정 다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금처럼 다수 농민이 경쟁해 작물을 유통시장에 파는 것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정 대표는 현재 유통구조를 '1x100(품목수x사람수)'로 표현했다. 이윤을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단일 작물을 재배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팔아야 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생산자는 자기 작물을 100명에게 팔지만, 그들을 만날 수 없고 거의 다 모른다.

생산과 유통에 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미국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이들 부부는 농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3년간 농산물 유통 관련 일을 했다. 월마트 등 큰 체인을 자주 이용했지만, 포장단위가 커서 2인가구가 구매하기 불편했다.

'WHOLE FOODS MARKET' 등 대형 유기농 마켓을 찾아갔지만 생산자가 가려지고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발견한 게 'Irvine farmer's market'이란 농부의 마켓이었다. 자신이 기른 작물을 소규모로 직접 판매하는 생산자들을 만나면서, 부부는 이들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맺으며 먹거리를 유통하는 생산자였다.

그렇게 꽃비원이 탄생했다. 자급자족, 다품종 소량생산, 소농, 유기농을 기치로 내건 농장이었다. 1x100이 아닌 10x10 형태로, 적정 규모와 관계를 유지하며 유통하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자가 재배하는 작물들을 온전히 이해하며 그 가치를 아는 이에게 온전한 먹거리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2200평 땅에 부부는 사과, 배 등 과수 묘목을 심었다.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유통할 곳을 모색했고, 서울에서 열리는 농부 시장 '마르쉐'를 알게 됐다.

'관계'를 획득하고 유통하다

매달 쉬지 않고 마르쉐에 참여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생활방식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단골 소비자를 만나게 됐다. '가까운' 이들을 대상으로 꽃비원이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1년에 12번, 한 번에 2만5천 원으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정성스레 꾸러미에 담아 발송했다.

"처음엔 30가구를 모집하기도 했지만 깊은 소통이 어렵다는 생각에 20가구로 줄였어요. 모든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 관계에 달렸습니다. 그에 따라 적정규모가 어디까지인지 정해집니다."  
 
  꽃비원 꾸러미를 받은 이들은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   꽃비원 꾸러미를 받은 이들은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 꽃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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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는 농장 옆에 '꽃비원 키친'을 시작했다. 밭에서 거둔 농작물을 맛있게 먹으려고 시작한 농사의 확장이자 자립을 위한 또 하나의 통로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음식, 식재료를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10평대 아기자기한 식당은 점차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주 5일, 점심 시간대 위주로 운영된다.

꽃비원의 목표는 전체 수익에서 마르쉐, 꾸러미, 꽃비원 키친이 각각 30%씩 담당하는 보다 균형 잡힌 수익 모델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더 다양한 경로로 더 다양한 이들을 균등하게 만나고 싶은 부부의 바람이다.
 
  제철 작물로 만든 꽃비원 키친의 메뉴들.
▲   제철 작물로 만든 꽃비원 키친의 메뉴들.
ⓒ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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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와 아내의 노동력으로만 농사를 짓는데, 1년차보다는 훨씬 적합한 규모를 찾은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빚은 다 못 갚았어요."

농사와 관련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꽃비원은 자립 농장으로서 지속가능한 잠재력을 지닌 듯하다. 꽃비원만의 또렷한 가치를 표방해 거기에 공감하며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는 3천 명, 페이스북에는 2천 명 친구들이 있다. 최근 온라인으로 판매한 감자는 12시간만 올렸는데도 300kg이 팔렸다.

결국 적정규모 농업이란, 또 적정한 유통이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뢰에 기반한 '가까운 관계'가 건강한 생산과 유통, 소비를 만든다. 꽃비원 부부가 일하는 동력과 삶의 즐거움도 관계라는 가치에서 빚어진다.

덧붙이는 글 | <단비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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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만으론 부족하다

[기고] 보유세 강화 로드맵 제시해야
 

강남 재건축아파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일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분양가를 통제하는 장치는 1963년 11월 공영주택법이 시작일만큼 연원이 깊다. 무주택자들을 상대로 시장 매매가격 보다 싸게 내집 마련을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 분양가 규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1989년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됐었고, 1998년 외환위기시에 전면 자율화됐다, 참여정부 들어 분양가상한제라는 이름을 획득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폭등한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낳은 가공할 폐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할 목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공격적이고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시장정상화 장치들을 거의 전부 형해화시켰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전면 자율화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취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1998년 평당 512만 원이던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2019년 5월 2569만 원을 돌파했다. 불과 20년 새 5배가 오른 것이다. 분양가가 이렇게 치솟다보니 내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이 지난해지고, 2014년 이후 최근처럼 부동산시장이 투기로 난장판이 된 상황에선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교란되기 마련이다. 폭등한 분양가는 당연히 공급주체(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 시행사, 건설사가 불로소득 형식으로 사이좋게 분점한다. 따라서 주변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분양가가 아니라 정부가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 정하는 분양가상한제를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오히려 늦은 감이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일거라고? 

일각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장기적으로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과거 보다 줄어들 뿐이다. 예컨대 어떤 시공사가 이익이 조금 줄어든다고 인원과 장비를 놀리며 건설수주를 보이콧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2007년부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민간택지 포함)의 결과로 그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는 소리를 한다. 곡학아세도 이런 곡학아세가 없다. 2008년에는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치명적이었던 글로벌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다. 투자와 소비가 꽁꽁 얼어붙는 건 정한 이치다. 이런 마당에 어떤 간 큰 건설사가 분양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시장전망을 두고 공급을 늘리겠는가? 공급 부족 운운하는 소리는 분양가상한제를 탄핵하려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분양가상한제를 보완할 장치 도입과 함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최초 수분양자가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분점하던 불로소득의 일부가 최초 수분양자에게 이전되는 셈이다. 따라서 최초 수분양자가 누리는 불로소득을 눅이는 장치도입이 긴절하다. 전매제한 및 채권입찰제 패키지 도입이 그 대안일 듯 싶다. 즉 전매제한기간을 8년으로 늘리고,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최초 수분양자가 누리는 불로소득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패키지가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무주택자들이 시장상황에 동요되지 않고 청약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기 신도시를 능가하는 입지에 3기 신도시들이 들어설 예정이니 이 역시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공급사이드의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공급대책만으로는 가격 하락에 어려움이 있다. 9.13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들고 가려 하기 때문인데, 이게 가능한 건 보유비용이 터무니 없이 낮은 탓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공표하기 바란다. 과세기준
을 낮추고 세율을 높이기 어려우면 적어도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와 일정표라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red1968@naver.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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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규탄 촛불집회 “아베와 일본 앞잡이들 제대로 단죄하자”

아베규탄 촛불집회 “아베와 일본 앞잡이들 제대로 단죄하자”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7/21 [10: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일 아베규탄 촛불집회에서 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고,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는 아베 정권에 보내는 시민들의 분노를 담아 욱일기를 찢는 상징의식을 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강제징용 사죄하라!”

경제보복 철회하라!”

평화방해 규탄한다!”

친일적폐 청산하라!”

자한당을 해체하라!”

조선일보 폐간하라!”

아베를 규탄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일본의 앞잡이처럼 행동하는 적폐 세력을 단죄하기 위한 시민들의 대규모 행동이 본격 시작되었다.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민주노총전농전빈련민중당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지난 17일 60개 단체에서 사흘 만에 102개 단체로 늘어난 속에서 열린 이 날 촛불집회는 서울겨레하나소속 청년과 대학생들이 독립군가의 가사를 바꿔 '강제동원강제노역 일본은 사죄하라파렴치한 아베 정권 온 국민이 분노하다'라는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은 이번 일본의 행동은 경제보복이 아니라 경제침략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보복을 당한단 말인가구순의 할머니가구순의 노동자가 미안하다’ 한마디 듣고 저세상을 가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 보복을 당해야 할 만한 얘기인가이것은 보복이 아니라 엄연한 경제적 침략이다이번에는 한일관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정치경제군사 그 어디에도 평등한 구조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이 되었다이 불평등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한일관계를 바로 잡을수 없다우리의 이번 싸움이 이 모든 것을 청산하고 바로잡는 계기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청년학생들이 직접 만든 선전물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자주시보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아베를 응징하는 청년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아베 규탄 촛불집회 무대에 섰다.

 

김 위원장은 발언에서 저들이 (강제징용에 대해사죄했나배상했나그 어느 것 하나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저들은 일본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으며조선인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를 모독하고다시 역사전쟁으로 끌고 가고 있다오늘날 한국의 노동자들은 과거 한국의 노동자들이 끌려간 그 자리에서 규탄할 것이다다음 주부터 당장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던 철도·지하철에 아베를 규탄하는 선전물을 붙이고 달릴 것이다전교조는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수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민주노총의 반일 투쟁 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는 발언에서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지금까지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반성 없는 범죄자이다남의 나라를 강탈하고 죽이고 빼앗은 범죄를 저질러놓고 도리어 큰소리치고 있다며 일본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계속해 김 교수는 범죄자 아베 일당을 몰아내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첫째는 이 나라에서 범죄자들과 함께하는 공범자들을 몰아내야 한다자유한국당조선일보를 몰아내야 한다두 번째는 1910년 한일합병이 불법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이것이 한일 관계를 푸는 시작이다미국도 한일합병이 불법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불법을 불법이라고 인정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세 번째는 새로운 한일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한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는 매국 행위라고 단죄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나오자마자조선일보는 언론인 척 일본과 (한국정부를 (동시에비판했다하지만 일본의 조치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그럴 빌미를 줬기에 십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우리 정부에 대해선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식으로 비난했다이후부턴 뻔뻔스럽게 일본 편을 들었다일본의 목소리를 자신들의 목소리처럼 그대로 전했다최근엔 일본 후지TV에서 보도한 것을 그대로 써서 보도했다이는 앞서 조선일보에서 나왔던 기사와 똑같았다그걸 또 반복해서 베껴서 보도한 것그러면서 합리적이라고 말한다이제 조선일보를 보수언론이라 말하지 말자매국 언론이다고 발언했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앞으로도 아베 정권 규탄 촛불을 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아베 정권이 다음 주 월요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의 개헌 가능성을 만들어 전쟁 국가로 가는 길을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번 소동을 벌이고 있다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을 지척에 두고 이런 일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자한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아베의 앞장이 정치 세력언론이 있기 때문이다아베와 이들의 심각 커넥션을 분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 마지막은 참가한 시민들이 대형 욱일기를 찢는 상징의식이었다촛불집회 사회를 본 윤희숙 씨는 욱일기를 찌는 상징의식에 대해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고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는 아베 정권에 보내는 (우리들의분노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오는 27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아베 정권 규탄을 위한 촛불집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다.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자주시보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노래공연을 하는 송희태 민중가수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서울겨레하나소속 청년과 대학생들이 독립군가의 가사를 바꿔 '강제동원, 강제노역 일본은 사죄하라. 파렴치한 아베 정권 온 국민이 분노하다'라는 공연을 하고 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일 저녁 6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민중당,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단체들 회원 1,500여 명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에서 ‘경제보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촛불’을 개최했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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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일본 경제보복! 한국 기자, 일본 기자가 10분 만에 설명해드림

등록 :2019-07-21 10:42수정 :2019-07-21 10:52

 

일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원인”
한국 “청구권 협정 놓고 외교적 해결 어려워”

 

지난 7월1일 도쿄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반도체 첨단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해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은 왜 지금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요? 발표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일본 언론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제대로 설명하고자 두 사람이 힘을 합쳤습니다. 조계완 한겨레신문 기자와 나카무라 아키히로 도쿄신문 서울 특파원이 만났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 장필수

 

촬영 장필수

 

편집 장필수 전광준 기자 fee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2633.html?_fr=mt1#csidx1ebaa3a4618b306a363f62b49ab0e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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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퍼진 “그래, 내가 빨갱이다” 2만 함성, 그리고 푸른 물결

이석기 석방대회, 2만여명 참여…이 전 의원 ‘옥중서신’ “누가 뭐래도 다가오는 미래는 민중의 것”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19-07-20 20:28:33
수정 2019-07-20 22: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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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푸른빛 소원지 아래서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2019.07.20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푸른빛 소원지 아래서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한 부녀가 석방을 촉구하는 소원지를 매달고 있다. 2019.07.20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한 부녀가 석방을 촉구하는 소원지를 매달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문화공연을 즐기고 있다. 2019.07.20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문화공연을 즐기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한때 우리 사회가 빨갱이라고 낙인찍은 사람들이었다. 가수 안치환은 노래 ‘빨갱이’를 열창했고 2만여 참가자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가 빨갱이라면, 그래 내가 빨갱이다’라는 가사가 나오자 열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머리 위에는 푸른 물결이 출렁였다.

이상규 민중당 대표는 “더는, 호소하지도 요청하지도 않겠다.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강조했고, 이석기 전 의원은 옥중서신을 통해 “누가 뭐래도 다가오는 미래는 민중의 것”이라고 독려했다.

20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 푸른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석기 구명위원회가 준비한 그늘막이었다. 가로 40m, 세로 210m 크기의 초대형 그물막을 10t 크레인 8대가 들어 올렸다. 그늘막에는 가로 15cm, 세로 65cm 크기의 고밀도 폴리에틸렌 필름으로 제작된 ‘소원지’ 10만 장이 주렁주렁 달렸다.

소원지는 흰색과 하늘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그러데이션이 인상적이었다. 하늘색과 푸른색은 이석기 전 의원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게 구명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석방이 정의다. 민주다. 평화다.이석기 의원 석방하라’는 글씨가 소원지에 인쇄됐다.

2만여명의 참가자와 푸른 그늘막 사이의 거리는 10m, 그 사이로 태풍 다나스가 만들어낸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초대형 그늘막이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은 거대한 파도를 연상케했다. 그늘막 아래서 하늘을 보니, 심해에서 유영하고 있는 듯 착각이 일었다. 구명위 관계자에게 ‘자유로움을 상징하느냐’고 물으니 “더우니까 그늘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우린 그렇게 복잡한 것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소원지 아래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20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 참가자들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소원지 아래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이석기 전 의원은 지난 17일 구명위에 옥중서신을 보냈다. 이 전 의원은 서신에서 “수원에서 대전으로 왔다. 답답했던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지내던 수원옥 시절에 비해 이곳에선 흙도 밟고 하늘도 볼 수 있으며 바람의 질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저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자기 땅에 든든히 자리 잡고 일하는지 정말 보고싶다. 오직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지들을 힘껏 안아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준동에 대해 “우리 사회를 촛불혁명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는 헛된 꿈”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 제 발로 설 때만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고 우리 민족의 새로운 백년을 출발하자면 오직 자주의 원칙 위에 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으며 사회의 변화는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주체의 강한 의지와 실천을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옥중서신은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대신 읽었고, 대열 세 번째 줄에 앉은 오병윤 전 사무총장은 검은색 모자를 쓰고 묵묵히 손뼉을 쳤다. 전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20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혹시나 하는 기대는 이미 지난 12일 중앙일보의 보도로 김이 빠졌다. 신문은 “민정라인을 통해 정치인 사면 불가 입장이 확인하면서 관련 논의가 종결된 것으로 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날 무대에서 8‧15특사를 언급한 것은 밴드 타카피가 유일했다.

무대에 오른 민중당 이상규 대표는 “더는, 호소하지도 요청하지도 않겠다. 우리 투쟁으로 이석기 의원을 구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지 못한 이 정권이 뼈아프게 후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저버린 민주당 정권이 자기 잘못을 알도록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도 열지 못한 소심하고 소심한 정권이 자기 민낯을 보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00만 조합원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했다. 대열에는 전국건설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공무원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조직 깃발이 펄럭였다.

사법 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 조작사건 재심청구 변호인단은 지난달 이 전 의원 등 7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최병모 전 회장은 “내란음모사건의 재판 내용을 보면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사건인데 과거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완전히 조작됐다”며 “변호인단은 이 의원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고, 조만간 재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옥중서신에서 “민주화를 위해 애써오신 원로 법조인들께서 나서 주신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이제라도 잘못된 판결은 바로 잡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민족을 반세기 넘게 옥죄어 온 최악의 적폐인 분단을 극복하는 시작”이라고 밝혔다.

가수 안치환은 노래 ‘빨갱이’를 열창했다. 빨갱이는 ‘내란음모’사건이 터졌던 2013년 작곡했고, 통합진보당이 해산됐던 2014년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자 단숨에 쓸어버리고 싶을 때,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면 돼, 빨갱이라 낙인찍어 버리기만 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가, 더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자가, 너희가 만든 빨갱이라면, 그래 내가 빨갱이다. 나는 빨갱이다.’라는 가사가 나오자 2만여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했다. 무대에 선 안치환은 “왜 아직도 양심수가 있나. 이석기 의원은 왜 아직 감옥에 있나. 전교조는 왜 합법노조가 아닌가. 우리가 이정권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왜 그러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가수 안치환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2019.07.20
가수 안치환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에서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2019.07.20ⓒ정의철 기자

석방대회 첫 무대는 ‘이석기 의원 석방 도보행진단’이 올랐다. 이들은 지난 13일부터 이 전 의원이 수감돼 있는 대전교도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총 224km를 걸었다. 구명위에 따르면 도보 행진에는 연인원 1천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서울 석방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부산‧울산‧경남‧전남‧광주‧전북 등에서 서울로 상경하던 시민들이 대전교도소에 들러 ‘사전 석방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석기 전 의원을 접견하고 온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모두 광장으로 달려가는 때, 저도 동지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달려가는 겁니다’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그의 옥살이는 지금까지도 그랬거니와 하루하루가 일분일초가 잔혹한 연쇄 범죄”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베른트 릭싱어 독일 좌파당 대표, 토비아스 플리거‧실비아 가벨만 독일 연방의회 의원, 클라우디아 하이트 유럽 좌파연합 중앙위원 등 세계 정치인들의 이석기 의원 석방 촉구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이들은 “평화를 애호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이석기 전 의원이 석방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이석기 전 의원이 보낸 옥중서신 겉봉투
이석기 전 의원이 보낸 옥중서신 겉봉투ⓒ제공 :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이석기 의원 옥중서신 전문

1.
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운 동지들!
벗들. 동지들과 떨어져 지낸 지 벌써 만 6년이 되어갑니다. 
그 사이 다들 얼마나 바뀌었는지, 어떤 고민과 구상을 하고 지내는지, 어떻게 자기 땅에 든든히 자리 잡고 일하고 있는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저는 그 사이 무려 7년을 끌던 사건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두고 이곳 대전으로 옮겨왔습니다. 답답했던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지내던 수원옥 시절에 비해 이곳에선 흙도 밟고 하늘도 볼 수 있으며, 바람의 질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동지들은 저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직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지들을 힘껏 안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저의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애써오신 원로 법조인들께서 나서 주신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내란음모의 멍에를 쓰기 1년 전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저에게 국고사기라는 황당한 덫을 놓았습니다. 무려 6년의 재판 끝에 촛불혁명 이후에야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습니다. 국고사기 사건이 저와 진보정치에 도덕적 흠집을 내기 위한 시도였다면, 그 뒤를 이은 내란음모조작사건은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민중을 위협하고 민중과 진보정치가 확고하게 결합하는 걸 방해한 모략이었습니다. 만약 공정한 법정에서 ‘내란음모’사건을 다루었다면 내란음모사건 역시 당연히 무죄였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잘못된 판결은 바로 잡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을 반세기 넘게 옥죄어 온 최악의 적폐인 분단을 극복하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내란음모조작사건은 분단체제가 낳은 괴물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민족의 평화와 번영은 빈 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사실, 촛불항쟁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동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작년의 남북정상회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보면서 이제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백년이 찾아오고 있다는 예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촛불혁명을 이뤄낸 민중의 요구는 그저 정권교체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실제 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이 변화했습니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난 것이나, 유례없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현장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 모든 변화의 현장에 여기 모이신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백년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정권교체를 넘어 온갖 억압과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돈이 중심이고 돈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주인인 나라입니다.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민족이 화해하고 협력하며 공동 번영하는 평화의 새 시대가 와야 합니다. 
민중의 나라. 자주의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백년의 깃발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금새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던 일들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은 낡은 시대를 되살리려 합니다. 그들은 낡은 분단질서를 붙잡고 시대를 거스르는 반북을 내세우며 대립, 갈등을 조장하며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 합니다. 물론 황교안씨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나,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를 촛불혁명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는 건 모두 헛된 꿈일 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지금처럼 좌고우면 한다면 역사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의 남북관계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린다면 평화와 번영도, 통일도 늦추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자주 없이는 통일도 없습니다. 
스스로 제 발로 설 때만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새로운 백년을 출발하자면 오직 자주의 원칙 위에 서야 합니다.

3.
동지들.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습니다. 사회의 변화는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주체의 강한 의지와 실천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후퇴, 자유한국당의 반동공세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민중의 정치역량 강화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민중 스스로 각성하고 조직하여 정치의 주인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럴 때 문재인 정부도 자신의 역사적 소임을 순조롭게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지여러분.
새로운 시대는 우리 목전에 이미 다다라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정치역량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민중의 아들, 딸로 태어나 민중의 기쁨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민중의 희망을 만들어 왔습니다.
맨 처음 자주의 깃발을 들었으며 민중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진보정치를 일구어낸 사람들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모진 탄압을 헤쳐 나온 사람들입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개척하는 것은 저와 동지들이 가진 자부심과 긍지의 원천입니다.

저는 비록 감옥 안에 있지만 늘 동지들과 함께 한다고 믿습니다. 동지들이 없다면 나는 없습니다.

여러분, 주변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동지가 좋아서 이 길을 나섰고, 지금 바로 옆에 동지가 있으니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결속된 우리의 걸음을 막을 자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누가 뭐래도 다가오는 미래는 민중의 것입니다.


2019. 7. 16 대전옥에서

이석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7.20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7.20ⓒ김철수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7.20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7.20ⓒ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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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커버스토리]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정리 | 배문규 기자·사진 | 권도현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9.07.20 06:00 수정 : 2019.07.20 11:19
 

일상과 생명의 ‘연결’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
작가 11명·시민들 ‘프로젝트’

[커버스토리]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버리는 물건을 부르는 말이다. 못 쓸 사람이나 몹쓸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인다. 사람들은 날마다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쓰레기는 바다 건너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더러는 태평양에 한반도 7배 크기의 무국적이면서 다국적인 쓰레기섬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닷새는, 바다동물은 쓰레기를 음식으로 착각해 삼키거나 우연히 쓰레기에 걸려 목이 졸리고 상처를 입는다. 끝내는 쓰레기 때문에 질식 혹은 중독되고, 굶어 죽는다.

몇 년 전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거북을 구조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엔 미국 작가 크리스 조던이 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찍은 사진, 즉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 속이 가득 찬 채 죽어 있는 앨버트로스의 모습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연민으로 소모되는 데 그쳤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동물들이 먼바다에서 죽은 일을 내 일처럼 여기기엔 너무나 멀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떠넘긴 쓰레기가 결국 버려지는 곳은 자연이다. 그리고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쓰레기를 떠안게 되는, 쓰레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바로 동물이다. ‘쓰레기’와 ‘동물’과 ‘시’.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단어를 묶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쓰레기와 동물과 시’(쓰동시) 프로젝트가 7월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시셰퍼드코리아·동물의사육제 등 환경단체에서 동물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주최한 이번 프로젝트에선 길거리 플래시몹 등 현장 캠페인, 시낭송과 백일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인다.

어떻게 먼바다의 생명과 나의 일상을 연결할 수 있을까. 쓰동시 프로젝트에선 매개체로 ‘시’를 소환했다. 문단에서 주목받는 11명의 작가와 일반 시민들이 저마다 쓰레기와 동물에 대한 고민과 안타까움을 담아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를 한 것이다. 언어를 절제한 시처럼 쓰레기도 줄임의 철학이 필요하다.

지난 1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50)와 박준 시인(36)이 글쓰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표해 ‘쓰동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냉장고 속 포장재에 대한 시를 쓴 박준 시인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시적 상상력”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었는데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생겨난 문제들을 시를 통해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은 아빠’ 유경근씨는 평소 생명에 대한 관심을 쓰레기 문제로 확장해 절박한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받는 거북이의 모습에 5년 전 바다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생명들을 투영시켰다. 젊은 시인과 세월호 유가족이 쓰레기를 주제로 시 얘기를 하는, 조금은 낯선 이날 만남은 서로 아파하고 때로는 웃고 공감하며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책임 없이 고통 겪는 일들이 떠올라 거북이가 바로 내 딸이라는 생각 들어

세월호 유족 ‘예은 아빠’유경근씨.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세월호 유족 ‘예은 아빠’유경근씨.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두 분은 어떻게 ‘쓰레기’로 시를 쓰게 되었나요.

박준 = 쓰동시 프로젝트에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라는 노래를 떠올렸는데요.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껍데기들(포장재)을 보니까 어느 순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서 도망치거나 벗어날 수 있을까…. 제가 쓰는 스타일의 시는 아닌데 아무튼 쓰고야 말았습니다.

유경근 = 시를 쓰려고 한 건 아니고 제목을 적지 못한 짧은 글 한 편을 썼습니다.

박준 = 시라고 하셔도 충분한데요.

|‘예은 아빠’ 유경근씨

코에 빨대 박힌 거북이를 보며
예전엔 ‘누가 저런 짓 했나’ 생각
이제는 ‘얼마나 억울하고 슬플까’
무심코 한 행위가 남긴 고통 보여

동물이 고통스럽게 사육당한다며
육식 그만둔 예은이 동생을 보며
동물권·환경 문제를 고민하게 돼

사람·동물이 각자의 삶 선택하고
부당하게 위협받지 않는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아닐까

유경근 = 시적인 기교가 들어간 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북이가 코에 빨대가 박혀 괴로워하는 사진을 보고 놀랐잖아요. 예전에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누가 저렇게 나쁜 짓을 했을까’ ‘왜 저런 일이 벌어진 걸까’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저 거북이는 얼마나 억울할까’ ‘저 동물들은 얼마나 아프고 슬플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책임이 없는데도 고통을 겪게 되는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제 딸 예은이도 그렇고요. 내가 무심코 하는 행위들이 어디선가 억울한 고통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거북이가, 내 딸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박준 = 기교 없이 적었다고 하셨는데 기교라고 하면 기교를 부린 제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시라는 게 간절하게 말하는 방식이거든요.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걸 간절하게 말하면서 기교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유 선생님은 말하는 간절함 때문에 그대로 시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원고 청탁이 6월3일, 마감은 25일까지였다고 들었습니다. 흔치 않은 주제인 데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다보니 부담도 됐을 것 같은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준 =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들으면 분노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잘 늦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흘밖에 안 늦었습니다(웃음). 26일에 독촉 전화를 받고 28일 새벽에 겨우 보냈어요. 사실 쓰는 게 쉽진 않았어요. 시인들은 자유 주제로 쓰는데, 주제가 정해진 시를 쓰는 건 이번이 세 번째였습니다(이전에는 세월호 생일시에 참여해 유예은양과 같은 반 장주이양의 생일시를 썼다). 주제 자체도 유희가 아니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네요.

유경근 = 저는 짧게 쓰면 된다고 들어서 그냥 묻어뒀어요. 그러다 마감이 내일이구나 생각나서 15분 만에 썼습니다.

박준 = 헉 천재들이 하는 이야기.

유경근 = 아니 전 시라는 생각을 안 해서…. 사실 이렇게 큰 행사인지도 몰랐고, 아는 사람들 친목모임 정도로 알았어요. 유명한 분들이 쓰는 건 줄 알았으면 못한다고 했을 거예요.

- 대화 주제가 쓰레기와 동물입니다. 혹시 키우는 동물이 있나요.

박준 = 현재 개 두 마리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랑 키우던 단비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 그중에 가장 예쁘게 생긴 달비(4)랑 가장 못생긴 하비(4)를 키우게 됐어요. 원래 달비만 키우려 했는데 하비가 다른 집에 갔다가 파양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못생겼다는 게 외모가 아니라 몸이 약한 애라서.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유경근 = 우리 집은 예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데려온 쿠키(11)랑 살고 있어요. 나이를 먹으니까 한쪽 눈에 백내장이 와서 여기저기 박고 다니더니 요즘은 적응했는지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어요.

박준 = 이전에 시인들과 반려견을 주제로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라는 시집에 참여했어요. 보통 시를 쓸 때는 강력한 감정을 가지고 쓰는데 그 감정이라는 게 어두운 쪽에 붙어 있거든요. 근데 키우는 개로 쓰려니까 사랑이 넘쳐 어렵더라고요.

유경근 = 어릴 때부터 토끼, 병아리, 닭 같은 걸 수시로 키웠어요. 중학교 때는 진돗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제가 밥 당번이었습니다.

박준 = 사실 이번에 유경근 선생님이랑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고민이 됐어요. 글 쓰는 사람들이랑 문학 얘기를 하면 무슨 얘기든 할 텐데 막막하더라고요. 근데 이 주제는 누구라도 말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와 동물에 대해서는 우선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하고, 말한 것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지킬 수 있는 말만 하자는 결심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단 말로 질러놓고 행동이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요. 유 선생님은 왜 한다고 하셨나요.

유경근 = 저는 46년을 살다 세월호를 겪었는데 이전까지 모든 삶이 사라졌어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동물권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딸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은이 동생이 생명에 대한 문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아이인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고기를 안 먹었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고통스럽게 사육당하고 고통스럽게 죽임을 당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거예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거기에 맞춰 현재도 생활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실천을 하나하나 전하기도 하고요. 그런 얘기를 재작년에 처음 들었는데 저는 ‘동물권’ 이런 게 이해가 잘 안되더라고요.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18세 때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행동도 변하게 된 거죠(유씨는 평소에도 커다란 텀블러를 상비하고 다닌다. 카페에선 플라스틱 빨대 대신 딸이 선물한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했다).

박준 = 세상을 떠난 예은이와도 관계가 있는 변화일까요.

유경근 = 예은이 죽고 나서 겪은 일은 본인들만 알겠죠. 내색은 안 하는데 종종 집에서 육체적으로 답답함을 호소할 때도 있어요. 근데 본인들이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생각이나 깊이를 가지게 된 것 같긴 해요. 그러한 과정에서 저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받았고요.

- 사람들은 동물권 이야기를 하면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무슨 동물의 권리까지 챙기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인데요.

박준 = 저는 뒤늦게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개를 좋아해서 그런가, 특히 개농장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공부를 했는데요. 처음 ‘쓰레기와 동물’이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얘기들이 떠올랐어요. ‘지금 사람도 힘든데 동물이 중요하냐.’ 경제가 중요하고, 노동자가 중요하고, 더 큰 의제들이 많은데 우선순위를 나누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모두가 동등하게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최근 해양쓰레기 문제로 관심을 받은 거북이나 고래도 애니메이션에나 있는 존재죠. 우리가 실제로 바다생태계를 경험해본 건 아니니까요. 근데 동물 문제를 이렇게 동떨어진 문제처럼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모른다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그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알려져 있다). 결국 죽음들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라면 모두 중요하게 대해야겠죠.

유경근 =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할 때 ‘인권이 유린당한 참사’라고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2년 동안 인권이라는 걸 갖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게 왜 인권 문제지?’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인권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나니 서로 연결된 문제가 맞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선택과 행동 때문에 나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그 권리가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단원고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는데 왜 그게 생명을 뺏어갔을까…. 제가 인권 문제를 생각하게 된 해외 영상이 있어요. 오리 엄마가 새끼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는데, 경찰이 길을 막고 보호하면서 무사히 건너도록 하는 영상이에요.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봤어요. ‘우리나라 경찰은 이렇게 못했을 거야. 외국이니까 가능하지’ 이런 반응이 제일 많았고, ‘이렇게 멍청한 사람들이 다 있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냥 오리를 구조해 옮기면 되지 왜 길을 막고, 2차 사고 위험까지 있는데 미련한 짓을 하냐는 거예요.

박준 = 경찰들은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셨어요.

유경근 = 오리 엄마는 그 길로 가야 할 이유가 있으니 새끼들을 데리고 그 길로 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찰은 최대한 그 결정을 존중하고 도와줬던 거죠.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권과 인권도 결국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각자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런 선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 어떤 선택 때문에 부당하게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 바로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겠죠.

- 거북이가 ‘불쌍해’라고 하는 것과 ‘억울해’라고 하는 것도 주체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 억울하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것이니까요.

유경근 = 그 생명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TV프로그램 <1박2일>에선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까 안 느낄까’를 얘기하더니 수의사한테 전화해 확인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얼마나 잘못된 질문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은 고통을 느껴서 생명 아닌가요. 아픔에서 오는 고통, 기쁨에서 오는 고통 등등. 모든 걸 나의 입장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면서 남의 고통에는 예민하지 못한 것이죠.

박준 = 눈앞의 사람들이 고통을 느껴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보셨죠….

유경근 = 그것도 결국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죠.

박준 = 최근 아이들의 감각을 키워준다는 ‘촉감놀이’라는 걸 보면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박스에 산낙지를 넣고 아이들이 손을 넣어서 (만져가며 무엇인지) 맞히게 하는 건데. (동물들은 몸부림을 치는데) 그 고통을 손끝에서, 고통의 촉수를 느껴서 아이들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것이잖아요. ‘동물축제’도 비슷하죠.

유경근 = 저는 인권과 동물권으로 나누는 표현 자체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생명이라는 모두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가장 기본은 자신의 선택으로 안전이나 생명을 위협받지 않을 권리라고 생각해요. 이런 데서 사람이나 동물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음속 말들을 잘 담아내는 게 좋은 시 그 상상력으로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

‘쓰레기와 동물과 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박준 시인.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쓰레기와 동물과 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박준 시인.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최근에 앨버트로스 어미새가 새끼에게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는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대란’을 겪으면서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준 = 우리에게 일종의 ‘패배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가장 큰 연례행사가 당대 최고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하던 SBS 환경콘서트 ‘내일이면 늦으리’였어요. 최근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미 늦은 거 아니야’ 이런 얘기들을 했는데요. 20년 전의 오늘이 된 이제는 정말로 늦어버린 것 아닐까 걱정됩니다. 사실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도 이미 늦어버린, 되돌릴 수 없게 된 일이잖아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벌어졌고,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일종의 패배의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저는 패배주의라고 하는 걸 없애는 게 소원입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패배주의를 느낄 수 있어요. ‘어차피 안되는 거 아냐, 거대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 하는 생각들이죠. 언젠가 유시민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청와대나 국회 앞에 안될 거 뻔히 알면서도 왜 피켓 들고 사람들이 나와 있는지 아느냐. 안될 거 알면서도 자기가 그렇게 살아야만 스스로 위안이 되고 그래서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대요. 엄청 슬픈 이야기인데 맞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왜 비슷한 사고,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멈춰지지 않는 것일까. 사람이 죽을 때마다 법을 바꾸고, 대책 만들어야 한다고 방송에 전문가들 나오고 심포지엄 하고, 논문 쓰고, 책 내고, 온갖 토론회를 해도 계속 반복되잖아요. 제가 생각한 문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 과정에 피해자들이 배제돼 그런 것 같아요.

박준 = 피해자들을 항상 ‘아파요, 슬퍼요’ 피해자의 역할로 가둬놓으려 해요. 피해자들이 의지를 갖고 무언가 얘기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하죠.

유경근 = 세월호 참사 재발 막자고 유가족들이 얘기하면 무슨 꿍꿍이가 있냐고 해요. 왜 당신이 안전한 사회 이야기를 하냐고요. 유가족들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받아들이지를 않아요. 환경이든 쓰레기든 다른 사회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에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당신들이 문제를 잘 아니까 나서보라고 피해자들에게 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준 = 유 선생님은 패배주의와 완강하게 싸우고 계시나요.

유경근 = 전 더 질 게 없잖아요. 잃을 게 없어요.

박준 = 그러한 이유로 패배주의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너무 많이 잃어서 힘이 드니까요.

유경근 = 저는 예은이 하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이걸 수사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는데 저는 정말 완전하게 예은이를 보러 가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근데 어쩔 수 없이 대충 살다가 나이 들어서 가면 예은이가 반겨줄까…. 안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얘기해요. 당신들은 잘 살기 위해 싸우지만, 나는 잘 죽기 위해 싸우는 거다.

- 쓰레기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도 패배의식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쓰레기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박준 = 전주에 종종 가던 막걸리집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업종을 바꾸셨어요. 그 전주에 안주 가득 나오는 가게들 있잖아요. 왜 바꾸셨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가짓수가 많으니까 반씩 남기곤 하는데, 그걸 계속 버리다가 어느 순간 공황이 왔대요. 더 이상은 못 버리겠다…. 그래서 메뉴를 두 개로 줄이셨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경근 = 재활용 분리수거 과정 자체가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를테면 분리수거일을 놓치면 쓰레기를 계속 안고 살아야 하잖아요. 왜 이렇게 많지, 뭘 더 버린 거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제 딴에는 포개고, 씻고, 부피를 줄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게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니까요.

|박준 시인

뒤늦게 동물권 관심 갖게 되면서
‘사람도 힘든데 동물이 중요하냐’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고민

동물을 먼 문제로 대하는 태도
사람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아
죽음 이어지는 문제는 모두 중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에
일종의 패배주의 생기고 있어
작가들이 쓴 시의 상상력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박준 = 저는 ‘플라스틱포비아’ 비슷한 게 생겼어요. 이전에 살던 집이 재활용 쓰레기를 금요일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만 내놓을 수 있었는데요. 그 시간을 놓치면 베란다에 태평양의 쓰레기섬처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게 되더라고요. 사실 쓰레기를 바로바로 치워버리면 그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데, 쌓이기 시작하면서 냄새가 나고 공간을 차지하니까 그때부터는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 쓰레기도 재활용하면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생산과 소비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혹시 쓰레기에 대한 추억 같은 것들이 있나요.

박준 = 저는 개인적으로 쓰레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구청 환경직 공무원이었어요. 난지도가 아직 쓰레기장이던 시절인데,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난지도에 가면 리어카나 수레를 끌고 와 물건을 가져가는 넝마주이들이 있었어요. 당시 넝마주이들이 아버지한테 차를 태워달라고 하고, 감사 표시로 팔 하나가 부러진 것 외에는 멀쩡한 변신로봇을 준다든지 그런 추억들이 있네요.

유경근 = 지금이랑 비교하면 예전이 더 편견 없고 평등한 사회였던 것 같습니다. 청소부 무시하는 것도 없고, 박준 시인 얘기도 넝마주이들이 ‘히치하이킹’을 한 거잖아요. 어른들 말 안 들으면 넝마주이가 잡아간다는 얘기들도 서로 친근하게 지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요즘은 어디 사냐, 몇 평 사냐, 임대 사냐 그런 거 따지는 세상이 됐다고들 하니까요.

- 오늘날 쓰레기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여러 작가분들이 시를 보내왔습니다. 이 중에서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있나요.

박준 = 전문적으로 시를 쓰지 않는 다른 장르 분들도 보내오셨는데요. 흔히 목을 가다듬고 고운 소리를 내는 게 시라고 착각하시는데 그냥 육성을 잘 담아내는 게 시라고 생각해요. 또 어떻게 얘기하냐보다는 무엇을 얘기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망하는 것 같아요. 근데 시인이 아닌 분들은 무엇을 얘기할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쓰다보니까. (보내온 시를 하나둘 넘겨보더니) 이건 시인들이 지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먹기 싫은 것은 음식물 쓰레기, 먹을 수 없는 것은 일반 쓰레기, 먹으면 큰일 나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입니다.” 손아람 작가님은 간명하게 정리를 잘하신 것 같아요. 흔히 일반, 비닐, 플라스틱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데 쓰레기를 다르게 생각해보도록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작가분들이 쓴 시를 통해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어떤 새들은 입을 벌리고 죽는다. 경이로울 줄 아는 순교자와 같이.” 이 시는 처음에 김연수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좋다고만 생각했지. 원래 시를 쓰시다가 소설을 쓰신 건데, 오랜만에 시로 돌아오셨네요. 특히 소설이랑 다르게 굉장한 냉소가 있습니다. 새들의 죽음은 순교인데 인간들은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모른 척하잖아요. “새 시대의 건강법을 익혔으니 그들은 오래오래 살아남으리라. 놀랄 일도, 신비한 일도 모두 사라질 내일부터의 지구와 같이.”(김연수 작가는 ‘앨버트로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원고 요청에 ‘저도 도움이 되고 싶네요’라며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유 선생님은 어떤 시가 좋으셨어요.

유경근 = 시를 잘 모르니까. 봐도 잘 못 고르겠어요. 그냥 보고 좋은 거지요.

박준 = 이번 주제에 쓰레기와 동물 사이에 왜 시가 끼었을까. 사실 쓰레기와 동물은 연결되어 있는 문제잖아요. 근데 ‘이거랑 저거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시라고 얘기되는 인간의 상상력이 겨우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봐요. 사실 시가 대변하는 상상력은 모두 세상에 있는 것들이거든요. 조기찜이 너무 맛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도 드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현실에 기반한 상상들인데. 이것과 저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깨닫는 데 필요한 생각을 시가 매개해주는 것이죠. 특히 상상은 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인들이 이번에 쓰레기로 시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저는 김숨 작가의 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은 새가 날아와 유리에 부딪쳐 죽었다 … 사람들은 유리를 치우는 대신에 새를 땅에 묻어주었다. 이름을 주었다.” 이 시에 나오는 모습이 대다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유리를 치울 생각은 안 하고 다른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특히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행동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야’ 양심에 마취제를 놓는 것이 아닌가…. 새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으니까 문제의 본질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 결국 내 일이 아니라 남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변화가 더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요.

박준 = 능력 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 사실 인간의 육신을 종합적으로 보면 다른 생명체에 비해 무능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은 유능하잖아요. 광합성만 하면 살 수 있고, 여기저기 뻗어나갈 수도 있고요. 근데 인간은 딱히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이 많으니까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유경근 = 사람들이 불편한 건 못 참는데 부당한 건 잘 참는 것 같아요. 최근에 학교 비정규직의 급식 파업 문제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당연히 불편은 발생하겠지만, 정작 문제의 계기가 된 노동 현실에 대해선 외면하는 태도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문제의 경우도 각자 조금만 불편을 참아내면 훨씬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장재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도 각종 민원 때문이잖아요. 이를테면 식당에선 국물이 조금이라도 새면 난리나니까 지나칠 정도로 꽁꽁 싸매는 거고요. ‘부당함을 인내하지 말고 불편을 참자.’ 이런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커버스토리]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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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서 동시 총파업대회...10개지역 5만여명 참가

노동개악을 저지하자...부산 대구 세종 광주 등 전역서 열려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07/2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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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가 18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렸다. 전국 10개 지역에서 1만 5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대회에 참가했다. 파업 참여는 전국 각 사업장에서 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시청 앞 도로에서 1천 2백여 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실행할 계획조차 없는 그럴싸한 말만 앞세우는 기만적이고 무능한 정부의 피해자는 결국 조직되지 못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라며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는 노동자들을 위해 멸시와 탄압에도 굴하지 말고 민주노총 답게 싸우자”라는 결의를 밝혔다. 또한 22일째 단식투쟁 중인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도 편지로 부산지역 총파업 대회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정 지부장은 “비정규직의 투쟁에는 반드시 정규직의 연대가 간절히 필요하다”며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손 내밀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차별받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이자 노동조합이 나아갈 길”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세종충남 지역본부는 천안 야우리 광장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했다. 세종충남지역본부 가맹산하 조합원 약 4천여 명이 모여”노동탄압분쇄! ILO 핵심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확대 쟁취! 노동법 개악 저지! 재벌 독과점 분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과 본대회를 진행했다. 문용민 세종 충남지역본부장은 “문재인 정권의 사전계획대로 진행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550만 최저임금노동자들의 생존임금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만큼도 안되는 삭감금액”이라고 주장하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아 재벌에게 상납하는 비열하고 악질적인 짓거리를 자행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에선 금속노조와 건설노조를 중심으로 1,300여 조합원이 총파업 대회에 결합했다. 대회에선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을 총파업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발언이 이어졌다. 총파업 대회를 마친 대오는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부지부장이 18일째 고공농성 중인 영남대의료원을 향했다.

이밖에도 전남과 전북, 광주, 경남, 경북지역에서 동시에 총파업대회가 진행됐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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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발행 2019-07-20 08:42:23
수정 2019-07-20 1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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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들이다. 당시 국정원을 통해 언론이 보도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당원이 기자고 있던 폭탄제조법 등은 이후 재판에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들이다. 당시 국정원을 통해 언론이 보도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당원이 기자고 있던 폭탄제조법 등은 이후 재판에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방송화면 등 캡쳐
 

2013년 8월 28일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주요 당직자 10명의 자택과 의원실 등 18곳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3명을 체포했다. 국정원이 내민 영장엔 ‘내란음모’라는 죄목이 적혀있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면서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던 그때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나 만날 수 있었던 ‘내란음모’가 부활하면서 모든 언론과 방송은 ‘내란음모’ 사건으로 도배됐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혐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내란음모죄’ 관련 기사는 신문과 방송을 뒤덮었다. 언론은 “이석기 의원, 총기 마련해 국가시설 파괴 모의” 등 국정원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사실 확인은 생략한 채 국정원이 불러주는 대로 이석기 의원과 관련자들을 ‘내란범’으로 몰아붙였다.

언론과 방송 그리고,
정치권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침묵과 동조 속에
‘내란음모’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도는 더욱 자극적으로 변했다. 조선일보는 8월 30일 ‘지하조직 비밀회의 녹취록 국정원 입수’를 전했다. 이른바 지하조직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단독보도’라며 녹취록 요약본을 실은 데 이어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의 내용은 이후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도 다시 등장했다. 이후 언론에선 ‘사제폭탄’, ‘기간시설 파괴’ 등 자극적 언어가 넘쳤다. 국정원이 흘린 녹취록에 따라 언론의 보도가 춤을 췄다. 이런 광풍엔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들도 함께했다.

9월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찬성 258, 반대 14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민주당은 물론 한때 같은 당에 있었던 정의당마저 침묵하며 동조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사건은 일주일 만에 언론과 방송 그리고, 정치권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침묵과 동조 속에 ‘내란음모’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고 말았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김재연 의원이 2013년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음모 혐의로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언론의 허위사실보도에 대해 강력대처 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김재연 의원이 2013년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음모 혐의로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언론의 허위사실보도에 대해 강력대처 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양지웅 기자

궁지에 몰리던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이 ‘내란음모’를 조작하며 어떻게 일순간에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함께 진보 운동을 했던 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은 왜 침묵한 것일까? 사회적인 낙인과 함께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당한 고통은 또 얼마나 컸을까? 과연 무엇이 문제였고, 왜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일까? 지난 2014년 연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중국 옛 진나라 시절 실권을 장악한 환관 조고가 황제와 조정 신하들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 우긴 뒤, 여기에 토를 단 사람들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와 십상시 국정개입 논란 등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한 ‘사자성어’다.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비판이고, 또 사슴임을 알면서도 무서움에 침묵한 이들을 향한 비판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경순 감독은 지난 2013년에도 이런 ‘지록위마’의 상황이 있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사건이다.

국정원이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터트리며
사슴(鹿)을 말(馬)이라고 주장하자
함께 싸웠던 진보진영조차도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피해버렸다

국정원이 여론재판을 시작했고, 언론과 방송은 마치 배심원이라도 된 것처럼 여론재판을 주도했다. 경순 감독은 “과거 독재정권에선 인혁당 사건 등을 폭력을 앞세워 조작하고, 이를 통해 공포정치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론이 그런 폭력을 대신해준다. 군대를 동원해 총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언론이 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 광장에서 경쟁하듯 나온 보도의 0.1% 정도만이라도 노력했다면 그런 보도는 안 나왔을 것이다. 이석기 의원을 애국가를 안 부르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고립시킨 뒤 내란사건으로 확산시켰다. 내란 선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강연해달라고 해서 초청을 받아서 강연한 것뿐인데 앞에 서 있었다고 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언론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고, 신상이 털렸다. 불과 1주일 만에 그렇게 됐다. 사건이 알려지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던 순간에 이 사건은 끝났다. 재판은 시작도 안 했지만, 판결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3년 9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병윤 원내대표, 김선동, 김미희 의원과 함께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258, 반대 14로 가결됐다.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3년 9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병윤 원내대표, 김선동, 김미희 의원과 함께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258, 반대 14로 가결됐다.ⓒ양지웅 기자

이런 과정 속엔 수많은 침묵과 동조가 있었다. 국정원이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터트리며 사슴(鹿)을 말(馬)이라고 주장하자 함께 싸웠던 진보진영조차도 사슴이 말이라는 주장을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피해버렸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2013년 당시 한겨레신문에서 일했던 허재현 기자는 이른바 ‘통합진보당 부정경선’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2012년 총선 직후 통합진보당은 내부 경선과 관련한 논란으로 인해 당내 분란을 겪었다.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해 당시 당내 다수를 이루고 있던 세력이 부정선거를 벌였다는 주장이 나오며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당이 갈라지는 결과를 맞게 됐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당시 논란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엔 ‘부정’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허 기자는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두고 ‘해도 너무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선거를 통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정당을 없애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취재하지는 않았다. 기자들도 다른 사건과 비교해 솔직히 적극적으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취재하지는 않았다.
기자들도 다른 사건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것”

‘이카로스의 감옥’의 저자인 문영심 작가도 “2012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종북낙인 찍기는 진보진영 내부에서 시작됐고, 진보당 내부 경선 사태를 악용한 박근혜 정권에 의해 종북몰이가 본격화됐다. 제도권 보수야당은 수수방관했으며, 보기 드물게도 수구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종북몰이에 가세했다. 그 결과 대중과 여론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통합진보당은 종북마녀사냥과 해산이라는 화형식을 당해야 했고, 그 불쏘시개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활용됐다”고 당시를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문 작가조차도 이석기 내란 사건 관련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는 “요즘 세상에 사제폭탄을 만들고 총기를 구입해서 폭동을 일으켜?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유류저장고를 습격해?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국정원과 언론에 의해 찍힌 낙인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이후 재판과정에선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통합진보당에 호전적 낙인을 찍었던 근거가 된 녹취록은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를 “전쟁을 준비하자”로 조작하는 등 수백 곳 넘게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내란음모를 실행한 조직으로 지목받은 이른바 ‘RO’는 재판과정에서 실체가 없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2015년 1월 22일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로 판결했다. 선동 즉 부추기는 언행이 유죄가 되려면, 그로 인해 유발되는 ‘구체적 행위’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구체적 행위 없이 ‘말’ 한마디로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 두달 전인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이미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진보당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판결과
이를 기초로 이뤄진 통합진보당 해산의 중심에
박근혜 정권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보수세력에 의해 여전히 소환되는 두 사건

사법부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증거도 드러났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와 협상할 사안이 담긴 문건에는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이 언급돼 있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을 ‘2대 과제’로 삼고 법조계는 물론 국정 전체를 움직인 사실도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드러났다.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판결과 이를 기초로 이뤄진 통합진보당 해산의 중심에 박근혜 정권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찍힌 커다란 낙인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 된 지 4년이 되던 지난 2018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당원들 시민들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과 의원직 박탈은 박근혜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악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 된 지 4년이 되던 지난 2018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당원들 시민들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과 의원직 박탈은 박근혜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악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서면질의를 통해 이석기 전 의원 내란 관련 대법원 판결과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지난 5일 윤 후보자는 서면답변을 통해 “원칙적으로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견해’에 대해선 “헌재의 (해산)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사건과 관련한 많은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이 두 가지 질문을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렇게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자주 소환한다.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건 당시 이석기 전 의원을 거론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RO(혁명조직)가 혜화전화국을 공격하자고 했었던 것과 오버랩 된다”며 “통신시설에 대한 습격, 공격 등의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매체들은 “‘혜화전화국 습격 준비하라’ 다시 주목받는 이석기 발언”(중앙일보), “‘KT 혜화전화국 습격’ 이석기 내란 선동 다시 주목”(조선일보) 등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며 위기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미 재판과정에서 RO라는 조직은 실체가 없음이 드러났고, 전화국 폭파 등의 발언을 이석기 전 의원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가짜뉴스’까지 유포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내란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훈장처럼 자랑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정점식 의원

아울러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공격의 수단인 동시에 ‘훈장’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올해 1월 22일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여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1월 22일 세종시를 방문해선 “통합진보당 해산의 주역”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황교안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자신의 추진력과 투쟁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경남 통영·고성에서 당선된 정점식 의원도 자신의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꼽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인 정점식 의원은 2014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재직 중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정 의원은 2017년 6월 검찰을 떠나면서 이임사를 통해 “거칠고 힘들더라도 주어진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편하게 처리하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올바른 결정을 찾으며 숱한 밤을 지새웠다”면서 “그중에서도 송두율 교수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당시 정 의원은 자신의 공안경력을 내세우며 “지난 70여 년 공안부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역사적 소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공안의 기능은 변함없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14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최종변론을 위해 들어가고 있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가운데)과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티에프 팀장(왼쪽). 두 사람은 현재 각각 자유한국당 대표와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최종변론을 위해 들어가고 있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가운데)과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티에프 팀장(왼쪽). 두 사람은 현재 각각 자유한국당 대표와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들이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자신들의 위기 탈출을 위한 ‘무기’로, 또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훈장’으로,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찍힌 ‘종북’이라는 커다란 낙인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영심 작가는 “사람들은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많은 건 언론의 책임이 크다. 잘못 보도된 것에 대해 아무런 정정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처음 보도 나온 그대로 믿고 있다. 심지어 지금도 보수언론 등을 통해 이미 법원에 의해 이석기 전 의원이 발언이 아니라고 밝혀진 발언들과 RO라는 법원조차도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조직이 언급된다”고 꼬집었다.

침묵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기자들

여전히 진실에 눈을 감은 건 진보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은 여전히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고,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찍힌 낙인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이석기 전 의원은 아직도 감옥에 갇혀있고,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침묵의 상황을 바꾸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고, 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셜록프레스의 이명선 기자는 지난해 10월 ‘통진당 해산 결정은 틀렸다’(https://www.neosherlock.com/archives/2081)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른 사람이 돌을 던질 때, 같이 돌을 드는 건 쉽다. 하지만 남들이 다 손가락질할 때, 홀로 용기 내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일은 어렵다. 통진당은 그렇게 ‘죽일놈’이 됐다. 2013년 8월, 당시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내란음모 관련 기사가 나오자마자 진보와 보수는 하나가 되어 ‘통진당 죽이기’에 나섰다”면서 통합진보당을 판결의 부당성을 고발했다. 이 기자는 2013년 당시 채널A 소속 기자로 활동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는 지난 4월 ‘누가 이석기를 악마로 만들었나’(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742)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정원발 의혹을 기정사실로 해 보도한 당시 언론을 비판했다.

2013년 당시 ‘한겨레’ 기자로 활동했던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도 최근 이석기 전 의원 내란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 허 기자는 리포액트 홈페이지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국정원 협력자 이성윤을 도웁시다’(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2)라는 글을 올리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실 밝히기에 뛰어들었다. 이성윤은 민주노동당 후보로 선거에 나선 적이 있는 통합진보당 소속 정치인이었지만, 2013년 당시 국정원 협력자로 등장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증언에 나섰던 인물이다. 국정원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꾸준하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진 그는 그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 허 기자는 그에게 공개적으로 나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국정원 협력자
이성윤을 도웁시다”

허 기자는 “예전에 문영심 작가가 ‘이카로스의 감옥’을 발간한 뒤 토크 콘서트를 할 때 초대받아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이 사건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꼭 진실을 찾고,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계속 고민했지만, 돌파구가 안 보였다. 국정원이 일으킨 이 사건을 당시의 수사관이 양심선언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른바 국정원 협력자였던 이성윤 씨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차원으로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허 기자는 “저는 수년 전 서울시공무원간첩증거조작 사건의 실체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변호사들과 함께 밝혀낸 적 있다. 그때 결정적 증거와 증언은 국정원의 부탁을 받고 증거 조작을 실행한 김원하 씨의 양심고백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김원하 씨는 비록 증거를 조작하는 나쁜 짓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결국에는 저를 만나 조작 사실을 털어놓았다”면서 “저는 그를 추궁 비난하기보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역사적 피해자의 범주에서 이성윤 씨를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순 감독
“수많은 이유를 듣는다. 그것이 ‘빌미론’이든,
그들의 구석기 사고를 운운하는 변명이든
여전히 회피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진실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문영심 작가도 지난 3년 동안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여는 등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경순 감독과 함께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제목의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2년째 제작하고 있는 것도 사슴이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침묵했던 모두에게 이제는 제발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거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문영심 작가는 “이 전 의원을 제외한 모든 내란 음모 사건 관련자들이 만기 출소했다. 이 전 의원마저 결국 계속 갇혀있다 만기 출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여론이 움직여야 하는데 진보언론조차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 대부분 사람이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이들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심이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도 무감각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 유독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보면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영심 작가가 2016년 12월 21일 오후 인천 구월동에서 이카로스의 감옥 북콘서트를 갖고 있다.
문영심 작가가 2016년 12월 21일 오후 인천 구월동에서 이카로스의 감옥 북콘서트를 갖고 있다.ⓒ양지웅 기자
영화 지록위마를 제작 중인 경순 감독
영화 지록위마를 제작 중인 경순 감독ⓒ양지웅 기자

지난 2년여 동안 다큐멘터리 ‘지록위마’를 찍으며 언론인과 진보진영의 여러 인사, 그리고 내란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왔던 경순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를 찍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왔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현실도 만날 수 있었다. 한번 침묵하면 다음부터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말하기 힘들어지고,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시에도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과 진실들이 진보진영 내부의 얽힌 감정과 입장 차이로 인해 묻혀 있었다.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수많은 이유를 듣는다. 그것이 ‘빌미론’이든, 그들의 구석기 사고를 운운하는 변명이든 여전히 회피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팩트는, 진실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가을에 ‘지록위마’를 완성해 공개할 예정이라는 경순 감독은 “이 영화가 진실을 찾고 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내란사건 재심 변호인단 단장
최병모 변호사
“이번 재심 청구는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사법농단,
사법부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수단으로 사용한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 잡을 기회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 책임은 법원에도 있다. 내란음모 등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은 이석기 전 의원 측은 지난 6월 5일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법원행정처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사법농단 수사에서 관련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의원 측이 재심청구를 하게 된 이유다. 재심 전망과 관련해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 조작사건 재심청구 변호인단’ 단장인 최병모 변호사는 “재심을 법원이 받아들였으면 하고, 법리적으로만 놓고 보면 충분히 재심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아직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조작사건 재심청구변호인단이 6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 앞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06.05.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조작사건 재심청구변호인단이 6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 앞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06.05.ⓒ뉴시스

최 변호사는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여론이 아직 비우호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여론이 비우호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 이건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국가보안법과 70년 넘게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냉전 이데올로기가 있는데 어떻게 여론이 우호적일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여론이 아니라, 체제이고, 법치이고, 법원이고, 정치라는 것이다.

재심 제도는 유죄 확정판결이 난 사건 중 법에서 규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할 경우 다시 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형사소송법은 재심 이유로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법원에선 자신들이 이미 판단한 사건에 대해 재심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법원의 분위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다른 일반적인 재심 사건과는 다르다는 것에 있다. 최 변호사는 “본래 재심제도는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사가 양심에 따라서 제대로 재판을 한다는 걸 전제로 이뤄진 제도다. 그런 전제 속에 판사도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봐서 문제가 있으면 다시 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비롯해 공안사건은 판사들이 처음부터 죄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유죄를 준 것이다. 제대로 된 법률가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 내린 판결이다. 이번 재심 청구는 단순한 재심청구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사법농단, 사법부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수단으로 사용한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10시 대전교도소 정문 앞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주최로 이석기 의원 석방 촉구 도보행진 발대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13일 오전 10시 대전교도소 정문 앞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주최로 이석기 의원 석방 촉구 도보행진 발대식 기자회견이 열렸다.ⓒ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법원은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번엔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감옥에 갇힌 이석기 전 의원은 풀려날 수 있을까?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진실을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13일 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9년 형을 확정받고 7년째 수형생활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수감 중인 대전교도소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함께 걷자 함께 열자, 이석기 전 의원 석방하라”고 외쳤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촉구 도보행진 발대식 기자회견에 함께한 시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까지 걸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하루 약 30km씩 총 224km를 걸어온 이들은 오는 20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한다. 20일 행진을 마친 뒤에는 광화문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를 열 예정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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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된 조선일보 오욕의 친일 행각

[기고] 오늘날도 일본의 악의적 '경제 보복'을 두둔
 
 
 
 
 

1920년 3월 5일에 창간된 조선일보는 '쇠는 나이’로 치면 올해로 꼭 100살이다. 같은 해 4월 1일에 첫 호를 펴낸 동아일보보다 27일이 앞섰으니 현존하는 인쇄매체 중에서는 '최고령'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역사는 물론이고 '현재 최고의 발행부수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스스로 '1등 신문'이라고 부른다. 과연 그런가? 한국사회에서 '1등 신문'이라고 자랑하려면 민족 구성원들의 최대 염원인 통일에 이바지하고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와 정반대 길로 치달아 왔다. 그러면서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지, 정권의 운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듯이 '안하무인' 격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주권자 대다수의 여론을 등지고 일본의 무분별한 '경제 보복'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와 논설로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일제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피해자들(조선인)의 손을 들어준 일이다.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므로 1965년 한·일 정부 간 청구권협정이 있었더라도 개인별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과거 야만적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신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총리 아베 신조는 그 판결이 '국제법 상식'에 어긋난다면서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사실은 한국의 극우정치세력과 수구언론이 그런 '논지'에 동조한 것이었다.  

 

대표적 언론은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사설('일 계산된 홀대 말려들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에서 "모든 일을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본의 특성상 이번 홀대 행위도 의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흥분하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일으키려는 것도 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 지난 4일자 사설은 "이번 사태는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외교 갈등 때문에 빚어진 정부 발 폭탄"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씌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자유언론실천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등 16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어안을 더욱 벙벙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보도태도"라며 "특히, 조선일보는 부당한 일본의 경제보복을 극복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국면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신문인지 우리 눈을 의심케 하는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지적도 나왔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가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통해서 일본에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 측을 두둔하는 댓글까지 일본어로 번역해 제공함으로써 일본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일본의 반한감정을 증폭시켜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이 조선일보에 있는 것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와 '궁합'이 척척 들어맞는 듯한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일본 무역 보복 조치, 수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경제 폭망'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고, 그 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지난 4일 국회 연설에서 "감상적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에만 젖어 감정 외교, 갈등 외교로 한·일 관계를 파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토착 왜구'라는 소리까지 듣는 것 아닐까?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은 역사가 오래고 뿌리가 깊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1919년의 3·1혁명에 화들짝 놀란 일제 조선총독부가 사탕 발림처럼 발표한 '문화정책'에 따라 1920년에 창간된 조선일보의 중심은 대지주계급과 예속자본가들의 친일단체인 대정친목회와 유정회 등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조선일보는 1934년 11월 11일자 석간 1면 기사('대원수 폐하 대본영에 나가시다')에서 일본 왕의 움직임을 이렇게 보도했다. "천황 폐하께서는 11일부터 거행할 올해 육군특별대연습을 어통재(御統裁)하시기 위하여 10일 동경어발 일로 대본영에 나가시다." 일본 왕의 생일인 '천장절'(1939년 4월 29일)을 맞아 조선일보가 조간 1면 머리에 올린 사설('봉축 천장가절')은 과연 이것이 우리 민족의 한 사람이 쓴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광명이 동천에 충일하고 생생한 기력이 모토(牟土)에 편만하여 있다. (···) 춘풍이 신록에 빛나는 이 청상한 계절에 제하여 만민일체로 천장의 가절을 봉축하는 것은 해마다 경하의 염을 새롭게 하고 감격의 정을 깊이 하는 바 있다."(참고로 말하면,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최근 조선일보의 친일 행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지난 17일 한 '커뮤니티'에 '조선일보 광고 불매운동'을 제창하는 글이 올랐다. 조선일보 보도가 일본 측 주장의 근거로 쓰이는 등 그 신문이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일본 극우 여론전에 이용되고 있는 가짜뉴스 근원지 조선일보 폐간 및 TV조선 설립허가 취소'라는 제안이 올랐다. 19일 현재 참여 인원은 5만1천명을 넘었다.  


조선일보를 응징하거나 폐간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 신문 사주와 종사자들은 오래 전에 이미 '안티조선 운동을 가볍게 이겨낸 바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까?  

 

cckim999@naver.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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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항일독립투쟁 각오로 불매운동 벌여나가겠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7/20 10:06
  • 수정일
    2019/07/20 10: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광복회 등, '일본경제침략저지불매운동범국민연대' 구성 제안(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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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9  15: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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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회를 중심으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제품에 대한 범국민적 불매운동을 결의했다. [사진제공-광복회]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광복회(회장 김원웅)를 중심으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과거사 관련 단체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국마트협회 등 중소 상인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제품에 대한 범국민적 불매운동을 결의하고 범국민연대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광복회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뒤 참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동결의문을 채택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천명했다.

김원웅 회장은 "여러 시민단체와의 공동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향후 참여단체와의 논의를 거쳐 '(가칭)일본경제침략저지불매운동범국민연대'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광복회와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평화나비대전행동,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과거사 관련 단체들이 참가했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전국새농민회 경기도회, 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 경기도 4-H지도자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생활개선회 경기도연합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경기도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연합회, 경기도친환경농업인 연합회, 한국화훼협회 경기도지부,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경기도 4-H연합회, 한국양봉협회 경기도지회,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등 농업인 단체, 그리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 상인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공동결의문에 함께 서명했다.

이들은 이날 광복회관 앞마당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대학생들이 낭독한 공동결의문에서 "파렴치한 일본정부의 민낯을 보면서 완전한 독립과 광복을 되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제2의 항일독립투쟁'을 벌여나간다는 다짐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당당히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힘차게 벌여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제품을 배격하는 정당한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일본이 백기투항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벌려나감으로써 그동안 한국인을 깔보았던 일본 관료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리 정부와 기업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고 호전되는 남북공조를 기회로, 오랫동안 반민족 친일기득권  세력의 득세 속에서 기형적으로 고착된 한일 양국 간 불평등한 산업체질의 구조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 토론회에서는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대법 승소판결과 일본 경제보복의 국제법적 문제점'에 대해 특강을 하고 이연희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처장,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 홍춘호 한국종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의 각 단체별 기조발제도 발표됐다. [사진제공-광복회]

 

 

결의문(전문)


한일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다수 한일 양국 국민들의 우호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비인도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본은 이번 사태가 한국이 국가 간에 합의한 '12·28합의'도 파기하고, 1965년 한일회담 시 끝난 징용배상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에 내린 조치라며,  경제보복을 정당화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속죄의식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가소롭고 뻔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참여단체들의 입장에 따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지만 경제보복의 본질을 이해하고, 한 뜻과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파렴치한 일본정부의 민낯을 보면서 완전한 독립과 광복을 되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제2의 항일독립투쟁'을 벌여나간다는 다짐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당당히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힘차게 벌여 나갈 것을  천명한다.

국제사회 여론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고 호전되는 남북공조를 기회로, 오랫동안 반민족 친일기득권  세력의 득세 속에서 기형적으로 고착된 한일 양국 간 불평등한 산업체질의 구조개선에 우리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한국인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이룬 한국 주재전범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에 법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일본제품을 배격하는 정당한 이유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  일본의 백기투항은 명약관화하다.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벌려나감으로써 그동안 한국인을 깔보았던 일본 관료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한다.

광복회와 토론회 참여 시민단체 일동은 오늘의 공동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향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19. 7. 18


일본경제보복 대응, 광복회와 함께하는 공동토론회 참여 시민단체 일동

광복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평화나비대전행동, 평화통일시민연대,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전국새농민회 경기도회, 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 경기도 4-H지도자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생활개선회 경기도연합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경기도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연합회, 경기도친환경농업인 연합회, 한국화훼협회 경기도지부,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경기도 4-H연합회, 한국양봉협회 경기도지회,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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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 “일본경제침략 저지 불매운동 범국민연대” 제안

김원웅 광복회장 “일본경제침략 저지 불매운동 범국민연대” 제안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7/18 [18: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인사를 하는 김원웅 광복회장     © 자주시보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결의문을 낭독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     © 자주시보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특강을 하는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 자주시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광복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다.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긴급토론회에는 광복회원과 시민단체 회원들 200여 명이 참석해 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긴급 토론회는 광복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이에 대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제안되었다.

 

긴급 토론회에서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대법 승소 판결과 일본 경제보복의 국제법적 문제점에 대해 특강을 했다.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단체별로 기조 발제가 있었다.

이연희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처장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중앙회 회장홍춘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이 각각 기조 발제를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여러 시민단체와의 공동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향후 참여단체와의 논의를 거쳐 ‘(가칭)일본경제침략저지불매운동범국민연대’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긴급토론회에서는 공동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긴급토론회는 독립유공자 후손 대학생 결의문을 낭독한 뒤에 참가자들의 결의를 담은 구호를 외치고 끝났다.

 

긴급토론회 공동주최는 광복회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평화나비대전행동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다.

 

아래는 긴급토론회에서 채택한 결의문 전문이다.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 18일 오후 2시 광복회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전략과 대책’을 주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와 시민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아래-----------------------------------

 

결의문

 

한일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대다수 한일 양국 국민들의 우호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인식과비인도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본은 이번 사태가 한국이 국가 간에 합의한 '12·28합의'도 파기하고, 1965년 한일회담 시 끝난 징용배상을 문제 삼아한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에 내린 조치라며경제보복을 정당화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속죄의식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가소롭고뻔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참여단체들의 입장에 따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지만 경제보복의 본질을 이해하고한 뜻과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파렴치한 일본정부의 민낯을 보면서 완전한 독립과 광복을 되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2의 항일독립투쟁'을 벌여나간다는 다짐으로일본의 경제보복에 당당히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힘차게 벌여 나갈 것을 천명한다.

 

국제사회 여론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고 호전되는 남북공조를 기회로,오랫동안 반민족 친일기득권 세력의 득세 속에서 기형적으로 고착된 한일 양국 간 불평등한 산업체질의 구조개선에 우리정부와기업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한국인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이룬 한국 주재전범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에 법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일본제품을 배격하는 정당한 이유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일본의 백기투항은 명약관화하다.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벌려나감으로써 그동안 한국인을 깔보았던 일본 관료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한다.

 

광복회와 토론회 참여 시민단체 일동은 오늘의 공동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향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희망한다.

 

2019. 7. 18

 

일본경제보복 대응,

광복회와 함께하는 공동토론회 참여 시민단체 일동

 

광복회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평화나비대전행동평화통일시민연대,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전국새농민회 경기도회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경기도 4-H지도자협의회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생활개선회 경기도연합회전국농업기술자협회 경기도연합회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연합회경기도친환경농업인 연합회한국화훼협회 경기도지부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경기도 4-H연합회한국양봉협회 경기도지회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국마트협회한국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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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세운 ‘굽히지 않는 펜’

대단한 인맥
 
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세운 ‘굽히지 않는 펜’
 
강기석 | 2019-07-17 17:38:1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16일) 자유언론을 염원하는 조형물 제막식이 있었다. 뭐 언론이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뽐내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못했으니(지금도 대단히 잘못 하고 있으니) 뜻있는 언론계 사람, 언론조직들이 앞으로라도 정말 잘 해 보자는 의지를 다지는 의식이었다.

120여 개 언론시민단체와 600여 명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해 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세운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은 앞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에 서서 제 역할을 못하는 언론인들의 가슴을 펜끝으로 콕콕 찌를 것이다.

식이 끝난 후 조형물 뒤에 새겨진 이름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는 아니어도 나와 인연을 맺은 이름들이 엄청나게 많이 눈에 띤다. 정확히 42년 언론계 인생이 맺어 준 인연이요, 어쩌면 ‘유유상종’의 표식일 수도 있겠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문재인’. 
개인적 인연보다도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인 이상 믿고 존경하는 대통령과 특별한 유대감이 없을 수 없다. 그리고 ‘민주언론’에 대한 열망이 정작 언론인인 나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덜 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잘 안다. 한겨레 창간 때 적지 않은 사재를 쏟아 부어 한겨레 부산 지사장을 맡은 일도 있다.

‘박원순’이란 이름도 내가 서울시민이기 때문에 각별하다. 
나는 박원순 시장이 만든 ‘희망제작소’를 15년 가까이 후원하고 있는데, 정작 박 시장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좀 섭섭한 마음이 있다.

그밖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언론계에 투신해 지금은 총리인 ‘이낙연’ 이름도 보이고, 언론계 한참 선배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름도 보인다.

이분들은 민주언론을 ‘염원하는’ 언론계 밖의 정치권 인사들이지만 언론 현장에서 민주언론을 ‘실천하고자’ 애쓰면서 고초를 겪은 인사들이 사실은 이날 세워진 조형물 ‘굽히지 않는 펜’의 의미에 더 걸맞는다.

먼저 조형물에 크게 새겨진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지론을 평생 지키신 ‘송건호(故)’ 전 한겨레 사장. 나는 송 사장이 돌아가신 후 한겨레가 만든 ‘송건호 언론상’ 첫 심사위원을 맡은 인연이 있다.

75년 동아일보를 언론답게 만들고자 송 사장과 함께 싸웠던 동투 멤버들.
김종철 김학천 맹경순 문영희 박종만 성유보(故) 신해명 심재택(故) 안성열(故) 윤활식 이명순 이부영 이해성 장윤환 정동익 정연주 조강래 최학래
이분들이 113명 동투 멤버 중 나와 조금이라도 개인적 인연이 있는 분들로 늘 내게 민주언론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역시 조형물에 이름을 새긴 백기완 이해동 함세웅, 이 세 분은 동투가 결성된 이래 늘 곁을 지키며 언론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온 분들이다.

또 75년 조선일보를 언론답게 만들기 위해 싸웠던 31명 조투 멤버중 내가 아는 분들.
성한표 신홍범 임재경 정태기

80년 5.18 당시 전두환의 검열에 맞서 싸운 경향신문 선배들.
고영재 박우정 이경일 표완수 홍수원

80년 언론통폐합 때 해직된 선배들.
김상균 김준범 김태홍(故) 노향기 윤후상 이원섭 현이섭

88년 권영길 선배를 중심으로 언노조를 만들어 단결된 힘으로 언론민주화의 기치를 본격적으로 들었던, 지금도 들고 있는 언론노동운동 동지들.
강성남 권정숙 권영길 김상훈 김기담 마권수 류일형 김환균 박강호 박래부 변상욱 손관수 손동우 신학림 안성일 양승동 오정훈 이강택 이경호 이광호 이근행 이원락 이완기 이영순 이정환 이주영 이채훈 이형모 정남구 정길화 정찬형 정필모 조능희 최병국 최홍운 최승호 한대광 한명부 현상윤

나와 이런저런 개인적 교분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언론학자들.
김서중 김세은 이효성 전규찬 정연구 정연우

언론이 제 길을 가도록 매섭게 채찍을 휘두르는 시민언론운동계의 맹장들.
김언경 김준일 박석운 이필립 임순혜 정한봄 최민희 최성주 한상혁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동시대 언론계에서 가깝게 지내면서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던 선후배.
고광헌(현 서울신문 사장) 김주언(전 기자협회장. 언론재단 이사) 민병욱(현 언론재단 이사장) 정규성(현 기자협회장) 정남기(전 언론재단 이사장)

그러고 보니 이 조형물에 이름을 새긴 6백여 명 중 1백 명 이상을 알고 가까이 지내고 있는 내 언론계 인맥이 대단하긴 하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들을 보라”고 했는데 이만 하면 내 인생이 제대로 정리가 되겠다. (떡 본 김에 제사)
그밖에 이외수 차범근 황지우는 덤이다.

※어떤 분은 조형물을 세운다는 소식이 늦어져서, 혹은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냐는 겸손 때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분들도 있다고 한다. 유감이다. 
※명단을 살펴 본 한 후배가 내게 “자유언론 조형물 추진위원회 1등으로 기재되셨던데요... 축하드립니다. 부모님께서 정말 좋은 이름을 주신 듯합니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부모님이 좋은 이름을 지어 준 외에 조상(강씨) 덕도 많이 봤다. 
※명단에 (故)자를 붙인 이름이 꽤 있는데 아마도 동투, 조투 선배들 아닌가 싶다. 
※식전 행사로 각계 인사들이 보내준 소장품에 대한 경매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보낸 ‘상표도 없는’ 넥타이가 무려 1백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받은 이는 강원대 김세은 교수인데 나와 함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로 일하고 계시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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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황교안 벽에 가로막힌 文대통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7/19 05:59
  • 수정일
    2019/07/19 05: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실질적 대책 담지 못한 추상적 합의, 이유는?
2019.07.19 00:46:12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청와대에서 3시간에 걸친 회동을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 촉구와 비상협력기구 설치 등 4개 항목을 담은 공동발표문에 합의했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하고, 기존 조치의 철회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예상되는 추가 조치에 한목소리로 경고음을 냈다는 데에 의미가 적지 않다.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범국가적 차원의 비상협력기구 설치에 의견을 모은 점도 국가적 위기 앞에 당파적 갈등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회동 결과물인 공동발표문은 추가경정예산 등 구체적인 국정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만남에 그친 듯한 뒷맛을 남겼다. 여야 5당 대표는 청와대 회동 뒤 국회로 돌아와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공개 회동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전했다. 

文대통령 10번도 넘게 추경 당부했지만...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경제적 위기 앞에 조속한 추경 처리를 야당에 거듭 요청했지만 끝내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다.

이해찬 대표는 "대통령과 내가 추경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국회 사안이라며 응답하지 않아 발표문에 못 넣었는데 그 점을 문 대통령은 아쉽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추경이 매듭되지 않아 내일 처리가 안 되면 언제 처리될지 모른다"며 "이런 부분을 외면하는 한국당에 유감스럽다"고 했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은 추경에 관한 얘기를 공동발표문에 넣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나는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았고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섣불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문 대통령이 10번도 넘게 추경 처리를 강조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당이 요구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여당이 받아들이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절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는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은 전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목선이라는 것은 1년에 수십 척이 내려오는데, 목선 내려왔다고 장관을 해임하면 아주 나쁜 국회의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법률적 지원 빼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해" 

공동발표문에는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명시되지 않은 채 '~노력한다'라는 표현으로 처리돼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해찬 대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넣는 것에 한국당의 반대가 많았다"면서 "(한국당이) 그것을 빼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문 대통령은 '관련 산업에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토록 하는 조항이 꼭 들어가야 구체적인 경제 대책으로 합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견해였지만, 황교안 대표가 '예산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를 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 내에서 논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예민한 법제도 문제는 충분히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발표문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발표문에 포함됐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문구를 담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당초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문구를 발표문에 넣을 것인지를 놓고 한국당의 (반대) 주장이 있어 논의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이밖에 심 대표는 "19일 본회의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한 규탄과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 대응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에 여야 4당 대표가 동의했지만, 끝내 황교안 대표가 그것은 원내 소관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낙연·최상용 등 대일 특사 파견 제안에는 문 대통령이 난색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이 "외교적 노력"에 방점을 두며 제안한 대일 특사 파견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난색을 표했다. 

황 대표는 "조속히 양국 정상이 마주앉을 것을 거듭 요청했다"며 "기업들의 손실과 우리 경제에 닥칠 후폭풍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특사를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특사 파견을 요구했다"며 "그냥 특사가 아니라 전문성이 있는 이낙연 총리를 (특사로) 생각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동영 대표는 "정부 특사와 민간 특사를 함께 보내는 게 좋겠다"며 "일본 국민들과 교감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준비했던 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민간특사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다양한 특사 파견 제안에 문 대통령은 "특사나 고위급회담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닐 것"이라며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동영 대표도 "문 대통령은 특사 파견으로 논의가 모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손학규 대표는 "문 대통령이 특사 파견이나 한일 정상회담을 검토해서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또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해법 차워에서 "기금을 통해 먼저 배상하고 구상권을 후에 청구하는 방식이 있다고 제안했다"고 배석했던 장진영 대변인이 밝혔다. 손 대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법적으로는 맞지만, (판결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정부이고 외교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변인에 따르면,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과거 위안부 협상 사례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하겠나"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수용, 국민적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외교적 협상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주장에 정의용 "상황에 따라 재검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도 상응하는 행동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산함으로써 일본을 단속하고 미국의 중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대표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한일관계와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발표문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7월 30일이나 8월 1일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보고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된다"고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일본의 조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하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협력 체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 부분을 일본에 분명히 경고하고 미국에도 팔짱 끼고 볼 일이 아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심 대표도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일본이 대한민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며 "행동 대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한미일 안보 공조와 동북아 안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협정을 파기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는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금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심 대표는 전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1년 단위로 효력을 발휘하며, 효력 만료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청와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정의용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며,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개혁, 경제정책, 노동정책도 논의됐지만… 

이밖에 이날 회동에선 손학규, 정동영, 심상정 대표 등이 선거법 개정과 개헌 등 정치개혁에 관한 주문도 했다. 손학규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고 개헌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을 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황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폐기와 경제정책 대전환 결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저의 주장에 대통령도 큰 틀의 동의를 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황 대표 등의 요구에 "시간이 없고, 여기서 구체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고 손 대표는 전했다. 

정동영, 심상정 대표는 노동정책과 재벌 대기업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30대 재벌 기업이 소유한 비업무용 토지에 중과세를 하고 토지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적극적으로 잘 챙겨서 검토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등 노동정책 후퇴와 ILO 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노동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년 4개월 만의 만남, 5당 대표 평가는… 

회동 뒤 각당 대표들은 1년 4개월 만에 이뤄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만남을 대체로 의미 있게 평가했으나 정례화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한일 경제 갈등이 증폭되는 엄중한 시기에 여야정이 함께 모여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일본의 경제적 침략 행위에 대한 집중적 논의와 함께 다양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5당 대표가 모여 얘기하다 보니 내가 준비한 얘기도 다 못했다"며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려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일대일로 만나서 현안들과 국가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손학규 대표는 "여야와 대통령 간에 대화의 장이 열렸다는 것이 의미"라며 "많은 분들이 이런 모임을 정례화 해달라고 요청했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정동영 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 앞에 여야를 넘어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확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불안감과 위기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께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대표도 "5당 대표들 간의 새로운 시작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회동 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은 각당 대표들에게 "같이 저녁을 하면서 더 얘기하자"고 제안했으나, 황교안 대표가 "일정이 있어서 함께 못하겠다. 다음에 하자"고 사양해 만찬 회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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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산 불매 대자보에 교장 선생님도 "동참합니다"

우리 학교에 '일본 경제보복 규탄 대자보'가 걸렸습니다... 학생-교사 함께 힘 모은 작품

19.07.18 18:18l최종 업데이트 19.07.18 18:34l

 

 학교 현관에 붙은 대자보. 학생들이 의견을 써 붙인 쪽지로 덮이고 있다.
▲  학교 현관에 붙은 대자보. 학생들이 의견을 써 붙인 쪽지로 덮이고 있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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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교 복도에서 '일본 너무 치사하다'며 일본 제품을 사야 할지 고민이라는 학생들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 말에 필자는 일본의 경제 보복 부당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어 무작정 펜을 들었다. 곧 방학이기에 학생들은 막바지 학생부 정리 및 발표를 하느라 바쁘고, 동료 교원들도 학생부 정리를 하느라 메신저를 볼 시간도 없다.

필자가 속한 학교의 학생회는 어느 학교보다도 자치활동이 활발해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다양한 주제로 대자보를 붙이며 활동한다.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을 가만히 보고 있을 학생회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학생회에 대자보 초안을 내밀었다.

15대 학생회장 및 부회장이 모레(19일)면 방학이라 할 일이 많아 너무 바쁘다며 주저 없이 학생회 단톡에 초안을 올리고 반장 등을 통해 학생회 입장을 말해 주겠노라고 했다. 필자는 교직원들에게 초안을 회람하며 동참 여부 및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교장 선생님이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로 '동참합니다' 답신이 왔고 대부분의 동료 교직원들도 동참한다는 뜻을 알려 왔다. 대자보 초안을 유심히 본 이선옥 교사(역사, 행복연구부장)가 일본의 과오와 식민지 시대 역사적 의미를 담아 왜 행동해야 하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수정, 보완해 격문이 완성되었다. 

비록 필자가 초안을 썼지만 대부분 이선옥 선생님이 수정하고 보충하여 좋은 글이 탄생했다. 학생회는 선생님들과 공동으로 논의해 같이 쓰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먼저 나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해 왔다. 대자보의 중심은 일본의 경제 보복 규탄과 불매운동에 있지만, 선생님들과 학생회가 짧은 시간에 방학을 앞두고 긴밀하게 소통해 이룬 일이라 더욱 뜻이 깊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 대자보 옆에 붙이는 학생들
 

 15대 학생회와 교직원이 함께 만든 대자보. 아울러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담았다.
▲  15대 학생회와 교직원이 함께 만든 대자보. 아울러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담았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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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이 자행한 경제 보복의 부당함은 한국인이라면 부정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글쎄' 하는 의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배려해 동참 의사를 묻고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게 되었다. 

시험 치느라, 공부 하느라,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 분쟁(실상은 일본의 경제 보복)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단 이틀이지만 대자보를 통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강대국의 횡포임을 알게 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생각하며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대자보를 붙인 행복인권부차장(하지현)은 "인권, 세월호 사건 등에 관심이 많아 교내행사를 많이 기획했는데 상대적으로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며 "일본이 진정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경제 보복을 스스로 거둬들여야 선진국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물건을 샀다고 해서 매국노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 선택도 우리 국민이 하는 것이다. 마녀사냥 하지 말아야 한다. 그 행동을 우리나라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반민족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매운동 동참 글에 대해 조롱하거나 욕설하는 행위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대자보에도 그것을 비판하는 글이 은연중에 녹아 있다. 그 선택과 동참 여부는 오롯이 국민(학생)의 몫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지나면 방학이라 못 볼 대자보이지만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학생들이 작은 종이에 한 자씩 자신의 생각을 적어 대자보 옆에 고이 붙인다. 대자보를 붙인 현관 앞 소녀상 할머니들이 '기특하다'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듯하다. 우리 학생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이 일본을 능가하는 나라가 되어 있으리라!
 
 
▲  2년 전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양지바른 현관 앞에 세운 소녀상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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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노동개악 중단을 촉구

7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대회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07/1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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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U신문 양지웅

민주노총은 1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부권 이상 대오 7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노동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재벌개혁! 최저임금 1만원 폐기 규탄!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노동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 공무원U신문 양지웅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ILO핵심협약 비준을 얘기했더니 노조파괴법을 들고 나오고, 비정규직 철폐를 말했더니 자회사 전적 안 한다고 1500명을 대량 해고하고, 재벌을 바꾸라고 했더니 최저임금 제도를 바꾸고, 이제는 150여개에 달하는 재벌 청부악법인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를 하려 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정부의 그럴싸한 모양새 갖추기에 들러리 설 생각이 없으며 민주노총의 모든 사업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노동정책 폭로와 투쟁일 것이며 노정관계는 전면적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대통령 문재인의 겉 다르고 속 다름을 보고 있고,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있고 이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삭감되던 11일을 잊지 말고 오늘 끝까지 버티는 싸움으로 노동의 역사를 새로 준비할 각오로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공무직 싸움을 제대로 준비하고 해 나가갈 것이며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끝내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금 현대중공업 불법 경영승계 물적분할 저지 투쟁은 정규직만이 아니라 사상처음으로 15년 동안 주는 대로 받았던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요구안을 스스로 만들어 찬성과 반대 총회를 열고 당당히 선언하는 역사를 쓰고 있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금속노조는 오늘이 1차 파업이고 8월에는 이보다 더 큰 시기집중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내몰려 있는 만큼 민주조총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저들의 가면을 벗겨내자”고 호소했다.

김영섭 강원본부장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이 결정을 못하고 공익위원이 결정하게 돼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공익위원을 움직이는 만큼 최저임금을 쥐꼬리만큼 올린 책임은 문재인 정부이고 투쟁의 목표”라면서 “이미 산입범위 개악으로 1만원은 아무런 의미 없어졌기에 더 이상 최저임금 1만원 틀에 갇히지 말고 주휴수당 포함과 결정구조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와 죽어버린 국회에 맞서 공정임금, 생활임금으로 1만원이 아닌 1만5천원 2만원 투쟁으로 나가자”고 주장했다.

이윤아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사무국장은 “우리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노무현 정부 때 모든 국가행사에서 공연했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유세 때 노래를 불러줬는데, 이제는 1년 계약직으로 해주겠다고 우리를 능욕하고 있다”면서 “10년 동안 쌍차, 콜트 콜텍 등 집회에서 노래로 연대공연 해 온 것은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있었기 때문이고, 곡기를 끊어본 적 없는 문대균지부장이 나흘째 단식투쟁으로 있는 지금 22일 서울역 국립극단 집회에 연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양경수 경기본부장은 “문재인의 청와대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기득권과 권력의 힘으로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있는 본질은 부산대병원의 정규직 노동자가 곡기를 끊고 있고, 해고자들이 옥상에 올라가 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탄압을 돌파하는 것은 투쟁뿐이며 투쟁할수록 저들의 가면은 더 빨리 벗겨질 것이고 우리의 요구는 더 빨리 관철될 것이기에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싸워 저들의 실정을 낱낱이 밝혀내자”고 강조했다.

ⓒ 공무원U신문 양지웅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및 최저임금제도 개악논의를 막기 위해 전력 투쟁할 것, 노동기본권 전면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 반노동 친재벌 문재인 정권과 집권당에 대한 규탄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의원회관 쪽과 순복음교회 쪽으로 나눠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한강공원 쪽 대오들은 경찰 병력들과 대치하며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경찰 병력은 125개 중대 약 2만여 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고, 400여대의 경찰버스가 국회 담벼락을 에워쌌다.

대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과 저지선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며 경찰병력과 대치했고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가 끝난 오후 5시경 파업가를 부르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 공무원U신문 양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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