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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기자’ 노종면, “시민 위한 보도로 보답하겠다”

 

[인터뷰] 9년 만에 복직에 “YTN 구성원과 시민에 큰 빚”…3225일 만에 복직 타결 “언론정상화 이제부터”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8월 04일 금요일
 

노종면 YTN 해직 기자는 4일 발표된 해직자 복직 협상 타결 소식에 “YTN 구성원들과 시민들에 큰 빚을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알고 있어서 ‘새로운 감회’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공정방송과 복직 투쟁을 9년 동안 벌여온 YTN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사에서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측은 지난 정권에서 구성된 체제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정치 환경이 지금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복직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해직자들이 복직하면 YTN 보도가 바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 그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현실에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YTN 해직자 복직 문제는 비정상적이었던 언론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이를 계기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MBC, KBS 언론 노동자들이 힘을 얻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YTN 해직자 복직 협상 타결이 발표된 뒤 노사가 각각 대의원대회와 확대간부회의를 거쳐야 하고 YTN 이사회 의결 절차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사가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한 만큼 향후 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2008년 10월 이명박 대선 후보 방송 특보 출신인 구본홍 YTN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이 가운데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2014년 11월 대법원을 통해 복직했으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복직은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언론계에서는 언론 적폐 청산 과제로 YTN 해직자 복직 문제를 1순위로 꼽아왔던 만큼 공영방송 정상화 등 언론계의 언론 개혁 운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노 기자와의 4일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지난해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그의 얼굴에서 해직 9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사진=김도연 기자)
▲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지난해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그의 얼굴에서 해직 9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사진=김도연 기자)
 

- YTN 노사의 해직자 복직 협상이 타결됐다. 소회를 묻고 싶다.

 

“그동안 YTN 노사의 협상 과정을 알고 있어서 소회라고 할 것은 없지만 우리 YTN 구성원의 공정방송 사수 및 해직자 복직 투쟁은 언론 역사에서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에는 파트너가 있다. 현재 사측은 지난 정권에서 구성된 체제의 연장이다. 정치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촛불 시민들이 만들어주신 성과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쟁취해낸 우리 구성원들과 시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 부담도 클 것 같다.  

“상당한 부담이다. 시스템적으로 여러 관성이 남아있는 조직인데 하루아침에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순 없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제 해직자들이 복직했으니 YTN 보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계신다.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모두 YTN 내에서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젠 평가받을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에 봉착했다.” 

- 정권 차원의 통제로 빚어진 언론사 해직 사태에서 복직한 언론인들은 매우 드물다.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YTN 해직자 복직은 언론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정상화하고 있고 과거보다 진일보했음을 알리는 정도의. 다만 현재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MBC, KBS 언론 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 그 의미만큼은 컸으면 좋겠다. MBC 동지들도 ‘이제 우리 해직 동료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루빨리 MBC 해직 언론인 복직이 성사됐으면 한다. 언론계가 자신감을 얻고 힘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YTN에선 사장 재공모를 앞두고 있다. 사장 선임은 언론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현 경영진이 간부 인사를 하게 될 경우인데, 해직자 복직을 현 경영진의 성과로 삼아서 ‘대행 체제’를 조금 더 끌고 가려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각별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하루빨리 사장 선임 단계로 나아가고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질 때만이 복직이 완성된다. 미래가 불확실한 엉성한 경영 체제가 계속된다면 복직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지난 9년 동안 누구보다 복직을 바랐을 텐데?

“YTN 사장에 입후보했다가 공모가 파행이 된 뒤 아내에겐 복직 협상 상황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었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웃음) 아직 아이들은 이 소식을 모르고 있고. 복직 타결 소식도 아내가 알려줘서 알게 됐다.” 

-복직을 염원하던 시민들에게 한말씀한다면? 

“고맙다. 정말 고맙다는 말씀 밖에…. 2008년부터 우리 투쟁을 지지해주시는 촛불 시민들이 있다. 그분들은 입버릇처럼 ‘우리가 윤택남(YTN의 애칭) 지켜줄게요’라고 하셨다. 이제는 현장에 돌아온 만큼 시민의 보도, 시민을 위한 보도로 보답하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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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에 '한달 3억' 쏟아부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8/04 11:12
  • 수정일
    2017/08/04 11: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정원 적폐청산TF 밝혀... 심리전단 외곽팀 30개 운영하며 "반정부 여론 제압"

17.08.04 10:02l최종 업데이트 17.08.04 10:22l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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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아래 적폐청산TF)가 국정원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이른바 '댓글 사건'에 개입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국정원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댓글 조작에 나섰고, 3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쓴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3일 적폐청산TF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2012년 12월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심리전단 외곽팀 30개 운영... 1년에 30억 써

 

'외곽팀'의 운영 목적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게재해 국정 지지 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 공간의 정부 비판 글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고 적폐청산TF는 밝혔다.

2009년 2월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 5월 심리전단은 다음의 토론 섹션인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외곽팀' 9개 팀을 신설했고,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지속해서 팀을 확대해 2011년 1월에는 24개의 외곽팀을 운영했다.

이어 2011년 8월에는 사이버 대응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24개 팀을 '아고라' 담당 14개 팀, 4대 포털 담당 10개 팀으로 나눴다. 또 2011년 3월에는 트위터를 담당하는 외곽팀 4개를 신설했고, 2012년 4월에는 6개 팀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2012년 4월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외곽팀은 최대 30개로 늘어났다.

적폐청산TF에 따르면, 외곽팀 구성원은 대부분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 등 보수·친여 성향의 민간인이었고, 이들은 개인 시간에 활동했다. 국정원은 이들의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천만 원에서 3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2012년 한 해 동안 외곽팀이 사이버 공간의 여론 조작을 위해 쓴 돈만 30억 원에 이르며, 이들이 4년 가까이 활동한 점을 고려할 때 수십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적폐청산TF는 추정했다.

적폐청산TF 측은 "향후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해 관련자 조사 및 외곽팀의 세부 활동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외곽팀 운영 외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적폐청산TF는 또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의 '전부서장 회의시 지시강조 말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녹취록에서 36곳이 삭제돼 검찰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적폐청산TF는 이 가운데 18곳을 복구했으며, 복구한 내용은 보수단체 결성·지원·관리, 지자체장·국회의원 검증, 언론보도통제, 전교조 압박·소속 교사 처벌, FTA 관련 언론홍보, 특정 정치인·정치세력 견제 등의 지시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적폐청산TF는 삭제된 나머지 녹취록도 복구하는 한편 삭제 경위도 추후 확인할 예정이다.

18대 대선 흔든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앞 권은희 수사과장 대선을 몇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오후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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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지난 2013년 1월 4일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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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이른바 '댓글 사건'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2012년 대선을 이틀 앞둔 12월 16일 밤 "국정원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했던 아이디와 대선 여론을 조작하려는 게시글 상당수가 공개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민주당이 2013년 4월 원세훈 전 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하고 특별수사팀이 좌천성 인사를 받으며 박근혜 정부가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검찰은 두 달간 수사해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심리전단장 등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국정원 댓글 공작 지휘체계도
▲  국정원 댓글 공작 지휘체계도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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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자살 시도까지"...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공관병 밉보이면 최전방에 '유배'…"내 부인은 여단장급" 발언도
2017.08.03 11:48:32
 

 

 

 

'부인 갑질' 논란 끝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에 대한 비위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인권단체 '군인권센터'는 3일 추가 보도자료를 내어, 박 사령관이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이라며 "전방 가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최전방 부대에 파견 근무를 보냈으며, 공관병의 자살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의 (전역) 입장 발표 이후 분노한 다른 제보자들로부터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제보되고 있다"며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에도 부부의 '갑질'이 계속되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공관병 중 1인은 계속되는 갑질로 인해 누적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며 "근무 중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에게 물건 하나를 찾아오라 했고, 근무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내며 질책하고 다시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근무병은 수 시간 동안 지하 창고를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찾지 못했고, 사령관 부인에게 이를 보고할 시 당하게 될 질책이 떠올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낀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다행히 부관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제지해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령관 부부의 갑질이 한 젊은이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뻔한 끔찍한 사건이었다"며 "사령관 부부는 이와 같은 충격적인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행태를 고치기는커녕 해당 공관병을 타 부대로 전출시킨 뒤 다음 공관병들에게 악행을 이어갔다"고 비난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박 사령관 본인이 직접 공관병을 나무라며 "군기가 빠졌다"며 최전방 초소(GOP)로 파견 근무를 보낸 일도 있었다고 군인권센터는 폭로했다. 

이 단체는 "사령관 부인이 업무를 보던 공관병을 호출, 집에 있는 밀폐용기를 모두 가져오라고 지시해 공관병이 주방에 있는 밀폐용기를 모두 가지고 갔는데, 부인은 돌연 밀폐용기를 테이블에 내리치며 '더 있을텐데, 어디에 있느냐!'라고 고성을 질렀다"며 "그간의 '갑질'과 이유 없는 질책 등으로 누적된 스트레스를 간신히 참아오던 공관병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공관 밖으로 뛰쳐나가버렸고, 공관 대문을 빠져나갔을 때 함께 근무하는 공관병 동료와 전속부관 B 대위가 따라가 달래고 다시 데리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 때 박 사령관 부인은 수석부관인 A 대령과 남편 박 사령관(당시 참모차장)을 불렀으며, 박 사령관은 A 대령, B 대위, 공관병을 모두 일렬로 세워놓고 나무랐다고 한다. 박 사령관은 "관사 밖을 나서면 탈영"이라며 "내 부인은 여단장(준장) 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 "군기가 빠졌다. 정신 상태가 문제다. 전방에 가서 고생을 해봐야 여기가 좋은 데인 줄 안다"고 했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공관을 나섰던 피해자 공관병은 실제 육군 12사단 사천리중대에 1주일 간 파견되어 최전방 GOP 경계근무를 섰고, 다른 동료 공관병 역시 느닷없이 피해 공관병이 공관으로 돌아오는 날 교대해 동일한 최전방 GOP로 1주일 간 파견되었다"며 "해당 사건 이후 박 사령관은 새로 배정되는 공관병들을 이등병 시절 한 달간 원 소속 부대에서 선임들과 보냈게 했다. 군기가 바짝 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했다. 

전날 군인권센터가 '박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호출 벨을 누르면 울리는 전자 팔찌를 차게 했다'고 주장(☞관련 기사 : 불교신자 공관병 교회 데려가..."니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냐")한 데 대한 추가 제보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은 전자팔찌를 공관병에게 채운 적이 없다고 거짓으로 변명하고 있으나 새로운 제보자들 역시 전자팔찌를 상시 사용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사령관 부인은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 재임 당시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상시 착용하게 했고, 수시로 호출벨을 눌러 물 심부름 등의 온갖 수발을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그밖에 "공관병이 떡국을 끓이던 중, 떡이 몇 개 서로 붙어있는 것을 본 사령관 부인이 몹시 질책하고 떡이 한 장씩 붙지 않게 하라며 닦달하고 계속 재촉해 별 수 없이 끓는 국물에서 떡을 건져 맨 손으로 떡을 떼며 몹시 뜨거워했고 괴로워했다"는 내용, "박 사령관이 마셔야 한다며 밤 11시에 공관병들을 불러내 인삼을 달일 것을 지시, 공관병들은 새벽 3시까지 인삼을 달인 뒤 다시 5시에 기상해 아침 준비를 했다"는 내용, "부인이 키우는 식물의 잎이 떨어지거나 시들면 즉시 공관병을 호출해 '너는 물 먹지 마라. 네가 물을 안 줘서 죽인 것 아니냐?'라며 폭언했다"는 내용 등의 제보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상대가 고위 장성이기 때문에 숨죽이고 살아온 여러 제보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 변명을 일삼으며 피해자들과 국민을 조롱하는 박 사령관의 태도를 통해 그간 보여 온 반성하는 모습은 모두 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기획된 쇼에 불과했음이 명백해졌다"며 "국방부 감사에 대해 국민들은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즉각 불법행위 등에 대한 검찰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프레시안 자료사진


국방부는 이날 박 사령관 부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어제(2일) 국방부 직무감찰과장 등 4명이 현지에 내려가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제는 전현직 공관병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오늘은 공관병 일부와 사령관 부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만 했다. 

육군은 박 사령관이 전역 신청을 한 데 대해 "전역지원서는 1일 접수됐다"며 전역 승인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만 했다. 박 사령관에 대해 직무 배제 등의 조처가 이뤄졌는지 묻자 육군 관계자는 "현재 임무는 수행 중"이라고 답했다. 

국방부는 박 사령관에 대한 조치와는 별개로 공관병 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서는 문 대변인을 통해 "공관병 제도 운용에 대한 검토를 지금 진행하고 있고, 우선적으로 장관 공관병 운용에 관련된 부분부터 현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국방개혁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라고 했다. 문 대변인은 전군 공관병 인원에 대해 "육군이 약 100여 명 이상이고, 전체는 아마 200명 이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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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 상실한 트럼프 전쟁까지 운운, 걱정된다

판단력 상실한 트럼프 전쟁까지 운운, 걱정된다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8/02 [23:27]  최종편집: ⓒ 자주시보
 
 

 

kbs 9시 뉴스 등 2일 국내 대다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미 강경파 그레이엄 의원의 전언을 보도하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 2017년 8월 2일 북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한 한반도문제 해결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틸러슨국무장관     © 자주시보

 

물론 여론몰이용 압박성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지 북을 덜 자극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식으로 그레이엄 의원이 공개하였다. 

그래도 북이 발끈할 것이 우려되었던지 이와 동시에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북과 대화를 원한다.'며 틸러슨 입에서 나온 대북 대화제의 중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하였다.

 

▲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불사 발언  
▲ 전쟁이 나도 피해는 한반도에서만 발생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자주시보


그럼에도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이유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심한 정세인식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의원은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수천 명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한반도에서 끝날 겁니다. 여기는 희생이 없습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직접 말했습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수천 명 죽는 것으로 끝날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미군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92-93년 전쟁 위기 당시 미국에서 돌린 시뮬레이션 전쟁 결과 미군 수만 명, 한국군 수십만 명이 희생되고 민간인 피해는 상상조차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페리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 때와 달리 북은 수소탄에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성공시켰는데 트럼프는 수천 명 죽는 것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누가 이런 정보를 주는 지도 우려스럽고 그런 정보를 곧이 곧대로 믿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력은 정말 걱정된다.

 

지금까지 북이 공개한 화성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북극성 미사일만으로도 괌 미군 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도 모조리 북의 수소폭탄 세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수소폭탄은 무슨 명중이 중요하지 않다.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 상공에 한 발만 터져도 도시 전체에 잿가루만 날리게 된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못 해보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 우려가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언제든 미군에게 공격명력을 내리고도 남을 인물이다. 

실제 미 백악관은 '모든 옵션이 다 테이블 위에 있다'며 이런 트럼프의 전쟁불사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군사적 대응을 포함, 모든 대응 방법을 다 고려하고 있다는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괴팍한 행동으로 수많은 구설수에 오른 트럼프가 북과 전쟁불사 발언까지 내놓았다. 북은 유례없는 격한 대응을 할 것이다. 걱정되는 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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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사드 추가배치, 미국 협박에 못 버틴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8/03 11:30
  • 수정일
    2017/08/03 11:3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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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글… “우리 운명,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처지 안타깝다” 탄식도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일 “송영무 장관의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 추진’ 발언은 사실상 미국의 집요한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미국의 압력이 세긴 셌는가 보다’란 글에서 “국방부가 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하지만 저는 절대 이 말을 믿지 않는다”며 이렇게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27일 정부가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서 그 배치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임시 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고 외압설을 제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즉 “미국이 ‘사드 배치 늦추면 주한미군 빼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니까 버티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군사적 합리성도 결여되어 있는 엉터리 사드 배치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미국 압력설을 주장한 것. 그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임시 배치이기 때문에 이전과 같이 야지에 패드를 깔아놓고 4기를 더 얹겠다는 것”이라며 ”정말로 이건 아닙니다. 군사무기라면, 그것도 10억불을 상회하는 첨단 전략자산이라면 이렇게 엉터리로 배치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미국이 압력을 가한 이유에 대해 “중국도 보고, 북한도 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사드는 군사무기의 효용은 낮은 반면에 정치무기로서의 효용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괴물”이라며 “미국은 사드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드가 중국을 길들이는 데 정치적 효과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더불어 동맹국인 한국의 동맹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도 포착했다. 그러니 미국에게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이 사드 배치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하는 전략적 포인트로 부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처지. 자꾸만 눈치나 살피면서 연명이라도 모색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탄식하곤 “이렇게 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한 주도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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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외풍'보다 무서운 게 '내풍'이다

 
[인터뷰] 한승헌 변호사가 말하는 적폐, 그리고 개혁
2017.08.02 14:15:53
 

 

 

 

변호인이 피고인이 되었다. 유신 체제의 공포가 정점을 찍던 즈음이었다. 상식은커녕 법조차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그 시절, 변호사조차 '사법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42년 만에야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시국 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의 이야기다. 한 변호사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75년 유죄 판결을 받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굵직한 시국 사건 변호를 맡아 정부의 눈 밖에 난 탓이었다. 엄혹한 시대에서, 시국 사건의 변호인은 결국 시국 사건의 피고인이 되었다. 그리고 42년 만인 지난 6월 22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 피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서, 그리고 독재와 맞서 싸운 변호인으로서 그는 지난날을 한탄했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과오를 씻고 제대로 기능하는 것, 이는 한 변호사의 오랜 바람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최근 법조계 전반에 불고 있는 개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변호사를 만나 과거 사건 재심 판결부터 법조 개혁과 국가보안법 이슈,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까지 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시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한승헌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김규남의 '김'자도 없는데 용공 몰이 

숱한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가 반공법 피고인이 된 것은 한 편의 글 때문이었다. 1972년 9월 <여성동아>에 쓴 '어떤 조사'라는 제목의 수필로,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신문 한 귀퉁이에, 눈에 뜨이기도 힘든 일단 기사에서 당신의 죽음을 알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된 것입니다.(중략) 법에 사형을 규정한 조항이 너무나 많다는 입법의 과오, 생명형 아닌 다른 형벌 선택할 권한을 용기 있게 행사하지 못하는 사법의 과오. 이런 것이 어쩌면 당신을 이 세상으로부터 앗아갔을지도 모릅니다."('어떤 조사' 중) 

검찰은 여기서 등장하는 '당신'을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972년 7월 사형당한 김규남 전 공화당 국회의원이라고 지목하고, 간첩으로 처형된 자의 죽음을 애도한 것은 용공(容共)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조사'의 문제는 사실 허울에 불과했다. 그가 구속기소되기에 앞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신 이병린 변호사가 당시 재야 민주세력의 중심체인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위원을 맡고 있었는데, 중앙정보부 요원이 이 변호사에게 '대표위원을 사퇴하지 않으면 간통죄로 구속될 것'이라고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는데, 이튿날 신문에 '한승헌 변호사의 전언'이란 부제까지 붙은 기사가 크게 나간 겁니다. 바로 그날 중정 수사관이 제 사무실에 찾아와 몇 가지 묻고 가더니, 그다음날 밤 나를 집 앞에서 강제로 연행해갔습니다."
 

▲한승헌 변호사의 단행본 <위장시대의 증언>에 실린 '어떤 조사'. ⓒ프레시안(서어리)

끌려간 곳은 남산 중정 지하실이었다. 요원들은 '어떤 조사'가 실린 책을 꺼내 보여주며, 이 글은 용공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한 변호사는 "김규남의 '김'자도, 간첩의 '간'자도 없다"며, 이 글은 사형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글이지, 어느 특정인을 놓고 쓴 글이 아니라고 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자 가혹 행위가 시작됐다. 밤새 잠 안 재우기는 물론이고 몽둥이까지 등장했다. 말로만 듣던 대로의 곤욕을 치르고 사흘 만에야 풀려났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김지하 시인이 <동아일보>에 인혁당 사건의 조작설을 주장하는 기고를 했다가 다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전에 '오적' 사건 때도 그의 변호인이었던 한 변호사는 다시 변호를 맡고 나섰다. 그런데 변호인 선임계를 서울지방검찰청에 직접 제출한 그 날 바로 중정에서 전화가 왔다. 

"변호인을 사퇴하라는 요구를 하더군요. 그에 불응했더니 다시 두 번째의 전화가 와서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김지하 사건을 맡아도 좋다. 당신이 다른 시국 사건을 맡아도 좋다. 그러나 당신이 김지하를 변호하는 건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라고 큰소리를 치더군요. 저는 어찌 변호인 선임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그 중정 직원은 '상부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상부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거기에 있었다. 

 


두 번에 걸친 협박성 요구를 연달아 거절하자, 중정에서는 다시 한 변호사를 강제연행해 갔으며, 마침내 정식 구속영장이 떨어졌다. 명분은 앞서 문제 삼았던 '어떤 조사'의 반공법 위반 혐의였다.  


"때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한 변호사의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129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변호인단이 구성되었다. 국내외 많은 인권 단체 또한 석방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재판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1심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보석 청구와 기피 신청을 모두 기각하더니 결국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통상 이런 사건에서는 겁주기 식으로 기소와 재판을 하고 나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는데, 제 경우에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1심 판결문은 황당하리만큼 이상했다. 공소사실에서는 간첩 김규남을 애도했다며 문제를 삼았는데, 정작 판결문에는 그 점에 대한 아무런 판단이 없었다. 엉뚱하게도, 글에도 없고 따라서 단 한 번의 문답도 나온 바 없는 '반공법 폐지 주장'을 범죄사실로 내세웠다.

항소를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상고는 기각당했다.

"대법원 선고기일이 의외에도 빨리 잡혔습니다. 이상해서 알아보았더니, 정년 퇴임이 얼마 안 남은 주심 대법관이 '누가 해도 욕먹을 사건이라면 차라리 내가 안고 가겠다'라고 실토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결국 '사법 피해자'가 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변호사 등록도 취소됐다. 그러나 그의 사법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복역을 마친 뒤 변호사 자격을 회복할 때까지 그는 변호인석 대신 방청석을 드나들며 시국 사건 피해자들을 도왔다.

그렇게 42년이 지났다. 지난 6월 22일, 그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의 사과는 없었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지만, 그저 무죄 판결만으로도 고마웠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쁠 수만은 없었다. 

"저는 그래도 8년 만에 복권이 되어 다시 법조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왔지 않습니까. 반면,재심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고통 속에 여생을 보내고 있는 사법 피해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또 처형되거나 사망한 뒤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억울한 피해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제 재심의 계기가 된 유럽 간첩단 사건의 김규남 의원의 경우도 2015년에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피고인들은 이미 40년도 전에 처형됐습니다. 목숨은 이미 사라졌는데 무죄가 나온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고, 그래서 '때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윌리엄 그래드스턴의 말을 상기시키기도 했는데, 그 말이 마치 내 재심을 두고 한 말처럼 일부 언론에서 잘못 인용되는 바람에 곤혹스럽기도 했어요."

유럽 간첩단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당시에도 그는 슬픔에 젖었다. 자신의 명예 회복 기회가 왔다는 기쁨보단 오판으로 처형된 고인의 억울함이 더욱 사무치게 다가왔다. 그래서 재심을 꺼렸다. 그러나 동료·후배 변호사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뒤늦게야 그는 재심을 청구했다. 

 

 

▲1975년 5월 22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 변호사 사건.


사법부, 외풍보다 무서운 내풍 

과거 전두환 대통령 때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영섭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자기의 지임 시절을 "회한과 오욕의 나날"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과거 사법부가 정권에 휘둘렸다는 얘기다. 사법부의 회한과 오욕의 역사를 변호인으로서, 또는 피고인으로서 지켜본 한 변호사는 '추종 법관'들에 대해 "보기에 딱했다"고 술회했다. 

"왜 재판부에 대하여 서운한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들도 피해자였고, 권력에 굴복한 패배자였습니다. 자기 소신을 펴지 못하는 저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정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사법부도 한 변호사의 주장대로 일종의 피해자, 패배자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사법부는 그보단 가해자 그룹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역사학계와 법조계 일부에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부당한 재판에 관여했던 법관의 책임을 거론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과거사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 판사들이 선배 법관들을 대신해 법정에서 사과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선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비록 선배 법관이 저지른 일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같은 사법부의 일원이므로, 오판에 대한 고통에 대해 사죄하는, 이런 사례가 쌓이면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현 정부 들어 법조계 전반에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한 변호사는 사법 개혁의 요체는 독립이며, 사법부의 독립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사법부 밖으로부터의 간섭이나 침해, 즉 '외풍'과 사법부 내에서 정치적인 분위기에 영합하거나 편승하는 '내풍' 두 가지를 다 막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외풍보다 무서운 것이 내풍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외풍을 막아내지 못해 떠밀려서 많은 오판이 생겼지만, 지금은 사법부 내의 관료적 위계질서나 법관 상호 간의 친분이 작용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 세 번에 걸친 사법 파동 모두 외풍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풍을 간과했다는 성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금이 사법부의 내풍에 대해 거론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금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최근에 사실심 판사들이 대법원장에게 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재판권의 독립, 개별 법관의 독립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한승헌 변호사가 쓴 글씨를 새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현판. ⓒ프레시안(서어리)


"국보법 존치 논란, '북한=반국가단체' 등식부터 법적으로 살펴야"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도 개혁에 착수했다. 국정원은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적폐청산TF를 설치하고 13가지 적폐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정원의 존립 근거라 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국보법 폐지는 참여정부 당시 4대 개혁입법 과제 중 하나였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국 사건 변호인이자 반공법 피해자이기도 한 한 변호사는 국보법이 법리적 측면에서나 구체적 적용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 헌법과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및 남북 당국자 간 교섭 합의 사례 등을 본다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기 어려운 조항이나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일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면 마땅히 무력으로라도 궤멸시킬 의무가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는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 조항과 모순됩니다. 그리고 유엔 헌장 4조엔 평화 애호 국가만을 회원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는데,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면 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권유하여 함께 유엔에 들어갔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가장 놀라운 것은 1992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입니다. 합의서를 보면, 남과 북은 상호 관할구역을 인정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아니하며, 상대방을 파괴 또는 전복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남북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내용입니다. 이것도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등식과 맞지 않습니다. 정작 우리 정부가 나서서 그런 합의를 했을 때도 국민들이 '용공 정권'이라고 대거 규탄한 기억이 없습니다. 정부가 하면 영단이고 국민은 말만 해도 범죄라는 모순을 씻어내야 합니다."

"'물 먹인' 변호사 압박하는 검찰, 자해행위" 

정치 검찰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한 변호사는 과거 시국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까지 당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 조작 사건 등의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도 최근 검찰에 소위 '찍힌' 변호사다. 검찰은 장 변호사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시국 사건에서 검찰을 '물 먹였다'는 이유로 담당 변호사의 흠집을 잡아서 압박을 주는 것은 한 마디로 검찰의 자해행위"라며 "검찰이 지금까지 얼마나 분별없이 권력을 남용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선 권력자에 영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을 개혁 대상 1호로 선정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직접 검찰 개혁의 실패를 경험한 분이 아닙니까. 그 당시 검사들과 노 대통령이 소위 말해 '맞짱'을 뜨는 장면을 방송으로 본 사람 중에는, 검찰은 정권 초장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이던 검찰은 나중에 진짜 정권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듯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을 잡아들였습니다. 후일 노 전 대통령의 비운은 사실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그러나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검찰 조직 내부의 진통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당장은 검찰 개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노상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검찰총장 청문회를 보며 답답해했을 겁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은 총장 의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관 부처의 책임자 또는 관리자는 조직에 자극도 줘야 하지만 추스르기도 해야 하는 여러 입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총장도 청문회 과정에서는 무난하게 답변의 기조를 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인즉, 검찰 개혁의 제도적인 틀은 국회의 입법사항이란 점을 국민들이 이해하고 주시해주길 바랍니다."

 

 

 

ⓒ프레시안(최형락)


구치소에서 '러닝셔츠'로 맺은 文과의 인연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통합정부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선 후에는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 정부를 실현해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과 맞는 자리였다. 그는 "처음엔 이름과 시간을 좀 내주면 되는 줄로 알았는데, 막상 나가보니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여든 고령에 이제 와서'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 후보와 맺은 인연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1975년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구치소 옆방의 입소 선후배 사이였다. 

"구치소에 수감된 지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제 옆방에 데모 학생이 잡혀들어온 걸 알았어요. 더워지기 시작할 때라, 교도관에게 부탁해 제 방 선반 위에 있던 새 러닝셔츠 상하의 한 벌을 옆방에 전해주도록 했지요. 저는 옆 방 학생이 누군지 그땐 몰랐습니다.

이후 제가 징역을 다 살고 나와서 다시 변호사 생활을 하던 중,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노 변호사와 함께 온 문 변호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러닝셔츠 이야기를 해서 반가웠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출판된 당시 문 후보의 자서전 <운명>에도 그 이야기가 실려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지요." 

그 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과 사법개혁 상안 단계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은 이어졌다. 

한 변호사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당선 직후부터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국정에 관한 많은 결정과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여소야대 정국을 잘 극복해나가면 국민의 높은 지지율에 상응한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치를 당부하면서, "여러 분야의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지기를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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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예전부터 갑질로 유명 마사회 회장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스팟 인터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장 "마사회는 대표적인 적폐"

17.08.02 21:14l최종 업데이트 17.08.03 09:25l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와 고 이현준씨 사망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들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어머니들이 직접 연단에 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눈물을 쏟아냈다. 목숨을 끊은 그 이유가 열악한 노동환경과 모욕적인 '갑질' 때문이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 어머니들의 뒷모습을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함께 참석한 우원식 원내대표가 앞서 "억울한 죽음 앞에 죄송하고 참담하다. 마사회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민생119팀' 소속으로 현장 조사 활동을 벌인 신동근 의원 역시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당 민생상황실장으로서 이날 어머니들의 절규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했다. 

"책임 못 지는 사람이 어떻게 공기업 이끌 수 있나"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와 고 이현준씨 사망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고 이현준씨 아버지 이복근씨, 고 박경근씨 어머니 주춘옥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관석 민생상황실장 그리고 신동근 의원.
▲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와 고 이현준씨 사망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고 이현준씨 아버지 이복근씨, 고 박경근씨 어머니 주춘옥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관석 민생상황실장 그리고 신동근 의원.
ⓒ 윤관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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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농림부 그리고 노동부와의 당정 협의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그러면 최고 책임자인 회장과 관련 본부장 등의 지휘 감독 책임 여부, 위법 여부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특히 이양호 마사회장을 겨냥해 "지휘 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지역 책임자나 중앙 본부장 그리고 마사회장은 이번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사회장은 지난 번 '민생119' 간담회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책임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책임 못 지는 사람이 어떻게 공기업을 이끌 수 있나.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건 반드시 물어야 한다"면서 "회장의 진퇴가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신임 마사회장으로 임명을 강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마사회는 적폐의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적폐 세력이나 적폐가 남아 있고, 이로 인해 힘없는 '을'들이 엄청나게 고통받거나 희생당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중 하나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을 가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담하고 비통... 진땀이 나고 등골이 서늘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와 고 이현준씨 사망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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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어머니들이 말씀하시는 동안 뒤에서 지켜봤다. 그때 심정은?
"참, 마음이 안 좋더라(한숨). 울컥하기도 했고... 참담하고 비통했다. 한편으로는 진땀이 나고 등골이 서늘했다. 마필관리사란 단어 자체가 다소 생소하지 않나.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직업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갑질' 당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다 견디지 못하고... 

사회 구조적 모순의 희생자들 아닌가. 그런 분들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을들'의 눈물을 닦아준다고, '비정규직 제로화'라든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피해자들이 나왔다. 좀 더 빠르게, 가열차게 노력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그런 차원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땀이 나고 서늘했다."

-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필관리사 두 분이 혹독한 갑질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접 찾아가 그들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대변해서 새로운 정부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거나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반드시 국회에서, 여당에서, 민생상황실에서 앞장서 해결해드리겠다'고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보다는 현장에 직접 다녀온 신동근 의원이 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 지금,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사회가 이전부터 유명한 곳 아닌가. 사회와는 아주 동떨어진 형태로 구조적으로 왜곡돼 있는 곳인 만큼, 앞으로 노사 교섭 등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휘 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지역 책임자나 중앙 본부장 그리고 마사회장은 이번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사회장은 지난 번 '민생119' 간담회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 책임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반드시 책임 물어야"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사회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마필관리사 고 이현준씨 어머니 이시남씨 발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참석자 모습.
▲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사회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마필관리사 고 이현준씨 어머니 이시남씨 발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참석자 모습.
ⓒ 윤관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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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을까.
"마사회는 농림부(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다. 당정 협력 관계를 통해 이야기하겠다. 위법 사항 여부나 현장 지휘 감독 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해서 필요한 대책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내대표도 그렇게 하겠다고 아까 밝히지 않았나.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책임 못 지는 사람이 어떻게 공기업을 이끌 수 있나.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물을 건 반드시 물어야 한다."

- 유족들도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야 협상으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당정 협의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농림부나 노동부에서 진상 조사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근로감독관이 이런 사안 감독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최고 책임자인 회장과 관련 본부장 등의 지휘 감독 책임은 없는지, 위법 사항은 없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마사회) 회장의 진퇴가 결정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집권 여당으로서 농림부 그리고 노동부와의 당정 협의를 통해 책임을 명확하게 가려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마사회에도 적폐가 쌓여 있다고 보는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회 곳곳에 적폐 세력이나 적폐가 남아 있는 상태다. 적폐가 누적되면서 힘없는 '을'들이 엄청나게 고통받거나 희생당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중 하나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을 가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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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부서 '美 관계에 모든 힘 집중' 지시 내려와"

 
[정세현의 정세토크] 제재도, 세컨더리 보이콧도 안된다면 남은 방법은
2017.08.01 18:21:14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과 중국이 해결 방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1일(현지 시각) "북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제재)을 비롯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책임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양국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뾰족한 방안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는 상황으로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역시 중국의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국무부 내부가) 정비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던 2016년,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3.9%로 집계됐다는 점과 함께 중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발(發)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이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역할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해결방안은 이외엔 없다"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 평화협정 체결 이후 수교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미국은 상당히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필요 없다면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할까요?  

정세현 : 미국이 당장 북한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이 경질되고 쫓겨나고 난리더군요. 백악관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보니 한반도 문제를 다룰 동아태 차관보도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이랑 만나서 뭘 하려고 해도 창구가 있어야 할 텐데 접점을 찾을 공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SLBM이든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ICBM을 위한 일종의 검증 과정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제재 할거면 해보라고, 제재로 안되는 거 알고 있으면서 아직도 그 환상을 깨지 못하고 있냐고 할겁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로는 안되니까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프면 아픈 대로 더 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2016년 3.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방위적인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내수 경제가 굴러가도록 시스템이 완비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 경제의 원리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미국이 중국 단둥의 은행을 제재한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손들고 나올 리는 없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이 제재한다고 하면,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 그걸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지난 6월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교류 및 방문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당시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당 중앙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왔으니 당분간은 그런 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겁니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거부했는데, 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결국 계속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미국이 아쉬워서 회담의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이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게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잘 통하지 않으니까 자기들이 나서겠다고 하면서 선제 타격을 할 것처럼 흘렸죠. 그런데 또 군사력 사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메시지가 이렇게 나오면서 북한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은 군사적인 공격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일대일로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구나'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즉 트럼프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라고 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끌어내려면 자신들의 ICBM이 완성됐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면서 사거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죠.  

물론 미국도 내부적으로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은 정비가 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겁니다.  
 

▲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남한을 제쳐두고 비밀리에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쿠알라룸푸르를 시작으로 11월 제네바, 그리고 올해 5월 오슬로에서 1.5트랙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전직 관료 또는 현재 싱크탱크에 있으면서 미국 정부와 메신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사들이 북한과 만나왔습니다. 이들이 물밑 접촉을 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죠. 

더군다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월 2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은 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왜 우리가 중국 말을 들어야 하냐는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 늘리고 핵실험 제스처 취하는 등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에서는 일이 더 꼬이기 전에 1.5트랙이나 물밑 접촉 통해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찾아볼 겁니다. 그러다가 일정 기간 내에 미국 쪽에서 사인이 나오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식으로 접점이 생길 수 있죠.  

그동안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의 기 싸움과 힘겨루기 과정에서 우리가 넋 놓고 있다가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남한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을 당한 선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때 가서 따돌림당하지 말자는 겁니다.  

물론 양측이 만난다고 해도 협상 과정은 상당히 지지부진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외에 해결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 ICBM 대응 카드는 사드 배치?  

프레시안 : 북한의 ICBM 발사는 결국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잔여 사드 발사대 배치를 지시했고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협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ICBM은 미국에 메시지를 주는 건데요. 그런 와중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언급하며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요?  

물론 북한의 군사적 행태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측면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북미 간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이 이렇게 북한과 중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주면 전략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아닐까요?

정세현 :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면, 이건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통일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물론 미사일 발사가 탐지된 이후 바로 NSC 회의를 개최한 것은 신속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 이후 대통령이 거의 곧바로 사드와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이야기한 것은 성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부처 간에 입장을 조율해서 정제된 메시지가 나왔어야 합니다.  
 

▲ 지난 7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특히 국방부에서 이미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것이라고 사전에 알았다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지, 시나리오별로 준비할 시간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무기 이야기를 앞세웠습니다. 이는 메시지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 배치면 당연히 외교부는 한중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 배치로 완전히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외교적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어떤 표현을 쓸지도 중요한 문제인데, 사실상 국방부 장관이 발표할법한 이야기를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실에서 이런 문구는 조율해줘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두 번이나 ICBM을 발사한 것은 북미 간 사안이지만 우리도 안보적인 측면에서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사안이긴 합니다. 대비가 필요해 보이긴 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남한이 남북관계나 한중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즉자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의 대응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북한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자신들은 미국 상대로 이른바 '멱살 잡이'를 하고 있는데 왜 남한이 사드를 배치하고 있냐고, 번지수가 틀리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남한에서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논리는 한동안 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가 끊어진 지 1년 반이 가까이 됐는데도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야 이때다 싶어서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걸 남한 정부가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미 간에 협력해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향후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조금 과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잠수함만 움직여도 펄펄 뛰는 일부 언론들과 보수층에 정부가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을 달래는 것은 좋지만, 그게 꼭 사드 배치와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보수층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선과 정권이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정책 방향을 잘 고려해서 적절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선을 좀 넘은 것 같습니다. 

당장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 중국은 그동안 경고해왔던 것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지금 안그래도 현대자동차가 상당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아모레 퍼시픽과 롯데 등의 기업들까지 휘청거리면 우리 경제에도 그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중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하다못해 중국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회의라도 하면서 중국에 '우리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보내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측면부터 국제정치학자, 기업인 등 중국과 관계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한중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하다보면 실제로 엄혹해진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는 상황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냥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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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주시보> 김병길 대표 ‘보안법 위반’ 자택 압수수색

한호석 소장 칼럼 배포 혐의… 자주시보 “공안세력, 문 정부에도 변함없다” 반발
▲자주시보 김병길 대표 [사진 : 자주시보 홈페이지]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1일 오전 인터넷언론 <자주시보> 김병길 대표 자택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 수색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자주시보>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자주시보에 연재돼 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의 ‘개벽예감’ 칼럼을 김 대표가 지인들에게 배포한 것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제시했다고 한다. 보안수사대는 김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컴퓨터와 휴대폰을 복사하고 ‘민족의 진로’ 10권을 압수해갔다고 <자주시보>는 전했다.

<자주시보>는 이와 관련해 “한호석 소장의 ‘개벽예감’은 ‘북의 군사력에 대한 해설 및 남북, 북미관계’를 전망하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고 있어 국내외 많은 애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보안수사대가 한 소장의 글을 지인들에게 배포하였다는 혐의로 김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민들은 이제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화된 통일된 나라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열망에 못 미치고 있다”며 “특히 분단으로 인한 적폐, 국가보안법과 양심수 석방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안세력들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주시보>는 “공안세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정론지답게 계속 올곧은 글을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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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전망 암울” 미국도 원전 건설 4기중 2기 중단

 
등록 :2017-08-02 00:21수정 :2017-08-02 09:50
 
미, 원전 2기 건설 중단

건설비 크게 늘고 전기수요 정체
값싼 가스·재생에너지 등장에
핵발전 경쟁력 갈수록 떨어져
신고리 공론화 과정 참고할만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미국이 현재 건설 중이던 핵발전소 4기 가운데 2기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불어나는 공사비와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의 경쟁력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두고 공론화를 벌이고 있어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을 보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공서비스위원회(PSC)는 31일(현지시각) “시설위원회의 표결을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젱킨즈빌에 짓고 있는 버질 시 서머 핵발전소 2·3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너지기업인 스카나와 산티 쿠퍼가 함께 사업 시행사로 나서 2007년부터 건설을 진행해온 서머 핵발전소는 원자력 전문업체로 유명한 웨스팅하우스가 시공사로 실제 건설을 맡아왔다. 그러나 시행사들은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며 최근 공공서비스위원회에 사업 포기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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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 중단을 계기로 핵발전이 미국 안에서 비중 있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업 중단 원인에 대해 “수십억달러 규모로 늘어난 건설비와 정체되는 전기수요, 그리고 값싼 천연가스발전소 및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이라는 요인과 함께 시행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공사 중단) 발표는 미국의 원자력산업 전망이 얼마나 암울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 가운데 하나”라며 “명맥이 끊긴 원전 산업과 값싼 가스의 등장, 그리고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2013년 4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젱킨즈빌의 서머 2·3호기 공사 현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2013년 4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젱킨즈빌의 서머 2·3호기 공사 현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앞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톰 클레먼츠 상임고문은 서머 핵발전소에 대해 “건설 초기부터 비용이 초과되고 공사기간이 늦어졌으며, 검증 안 된 방식으로 시공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는데, 주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5169.html?_fr=mt1#csidx5757377a92ec07a8438f5308c1226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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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강행으로 촛불 염원 부정 말기를"

한국환경회의, '사드가동ㆍ추가배치 중단,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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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1  19: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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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가동 및 추가배치 중단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녹색연합, 원불교환경연대, 환경정의, 생태지평 등 40여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가동 및 추가배치 중단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방부가 지난 28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임시 가동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기 전에는 사전 공사도 금지하도록 되어 있는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라며, 먼저 지금 반입돼 있는 발사대 2기와 레이더의 가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지난 29일 새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잔여 사드발사대 4기 추가 설치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지난 5월 부지쪼개기 방식으로 진행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인정할 수 없으니 반려하고 '정책계획과 관련한 입지의 타당성 및 계획의 적절성 판단'을 핵심으로 하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국내법에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절차적 투명성,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사드배치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정부 스스로 약속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에 대해서도 보완 공사를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좋아 보완공사이지 사실은 영구기지로 만들겠다는 꼼수라는 것이다.

결국 국방부와 정부 당국자들의 머릿속에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가득차 있으니 법과 절차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불신만 쌓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환경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원래 골프장이 있던 지역을 군사보호지역으로 바꾸려는 것인데 여러가지 사회적 논란도 많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전략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계획의 적절성, 입지의 타당성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군사보호시설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평가가 끝나기 전에는 이미 들어가 있는 레이더시설과 발사대 2기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현철 신부는 문재인 정부는 유독 미군과 관련한 문제에서 약해진다며, 사드배치 문제와 함께 용산기지 오염문제와 한미 FTA 재협상 대응을 이유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다시 기용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 정부의 진정한 힘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미국에 의존하면서 끌려다니지 말고 국민을 믿고 의지하라"며, "사드에 대해서는 원래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 그대로 지키면 된다. 그 뒤에 우리 국민이 있다. 합당한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해 국내법을 준수하면서 사드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사드배치를 강행하면서  더 이상 자기 자신과 그 모태인 촛불시민의 염원을 부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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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단독]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입력 : 2017.08.02 06:00:01 수정 : 2017.08.02 06:01:01

 

[단독]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북한이 지난달 28일 밤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한·미 양국 군의 대비태세를 미리 알고 허를 찔렀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당초 한·미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자강도 무평리에서 ICBM급을 발사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에 따라 북이 미사일을 쏘는 순간 바로 맞대응해 한·미 양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앞당겨 ICBM을 발사하는 바람에 한·미 양국 군의 대북 경고성 미사일 발사는 6시간 이후에야 이뤄졌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 후 한·미 합참 간에 조율과정을 거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미는 북 ICBM 발사 징후와 장소는 정확히 예측했으나, 발사 시간은 놓친 꼴이 됐다.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해 한·미 양국 군은 지난달 29일 오전 5시 45분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사격에는 한국군의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 현무-2A와 미 8군의 전술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원됐다. 에이태킴스 1발은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지난 달) 26일 이전에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부분을 발표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가 북한의 동향을 낱낱이 보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았을 경우 북한의 정보 방어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가급적 우리가 사전에 알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노출됐다는 것을 알고 한밤중에 발사 시간을 정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양국 군의 미사일 발사 맞대응 조치를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맞대응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발사지역 해역에 항행경보령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코너에 가면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항행경보를 내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해 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 연합군의 대응 사격 시점을 알고, 이 시간대를 피해 한밤중에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립해양조사원은 합참 화력과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26~30일까지 오전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해에서 거진항 동남방 아래 지점을 순차 연결한 해역을 항행경보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이전에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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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산불, 수온 상승…2500만년 생태계가 흔들린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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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8/01 13:19
  • 수정일
    2017/08/01 13: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홍섭 2017. 08. 01
조회수 52 추천수 0
 
바이칼호 현지 취재 ② 기후변화
2015년 한 해 산불만 105건 발생
토양침식 늘어 호수 부영양화 가속
기후변화 영향 큰 3대 지역 중 하나
 
21세기말 수온 4.5도 상승할 전망
포식자 물범·규조류 번식에 지장
먹이사슬체계 바닥부터 흔들릴 듯

 

b2-1.jpg» 지난해 가을 바이칼호 바로 옆 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이깔나무와 소나무 등 침엽수가 모두 탔다. 그 영향으로 토양이 부슬부슬해져 홍수 때 토사가 호수로 쏟아져 들어간다. 

 
시베리아의 산불은 인공위성에서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잦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바이칼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리스트뱐카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을 따라 북상해 트레킹 장소로 유명한 에메랄드 바지에 닿았다. 지난해 가을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산비탈을 올랐다.
 
이깔나무(잎갈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이뤄진 침엽수림이 검게 탄 채로 빽빽하게 서 있었다. 고른 간격에 키도 비슷해, 이전 산불 뒤 형성된 2차림처럼 보였다. 강한 산불의 열기로 토양과 바위도 푸석푸석해졌고 빗물에 토양이 심하게 씻겨나갔다. 
 
b2-2.jpg» 산불은 시베리아 생태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산불로 열린 빈 공간에 분홍바늘꽃과 자작나무 등이 돋아난다.
 
죽은 나무 밑에는 산불지역에 가장 먼저 침입하는 자작나무가 벌써 싹을 틔웠고, 분홍바늘꽃을 비롯해 솔나물, 좁은잎해란초, 두메양귀비, 산부추, 장구채, 제비고깔 등 올해 핀 야생화가 검게 그을린 숲에서 생명의 시작을 알렸다.
 
바이칼의 산불은 더욱 잦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지난해 바이칼호 보전 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바이칼호 주변 보호구역에서만 모두 105건의 산불이 발생해 15만3000㏊의 숲을 태웠다. 산불이 나면 하층 식생과 토양이 물을 평소처럼 머금지 못한다. 가파른 산에 불이 나면 빗물이 하류로 흐르는 양은 평소보다 10~100배 늘어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바이칼호에서 산불이 나면 유출수는 불에 탄 재 등 영양물질을 호수로 실어날라 녹조 등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fire.jpg»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바이칼호 주변의 자연적 산불(붉은색). 미항공우주국(NASA)
 
메리앤 무어 미국 웰즐리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바이칼호 서쪽인 중앙 시베리아가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해져 화재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화재로 공중에 솟아오른 재가 생물 활동이 왕성한 호수 표면에 떨어져 질소와 인을 공급해 녹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칼호 주변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지만 한여름 기온은 30도에 육박해 더웠다. 중앙 시베리아는 북극, 남극과 함께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먼저 받는 곳이다. 지난 세기 이 지역 평균기온은 세계 평균의 2배인 1.2도 상승했고, 특히 겨울 기온은 2도나 높아졌다.
 
b2-3.jpg»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큰 3대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모습.
 
수온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시베리아의 한 과학자 집안은 1945년부터 3대에 걸쳐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볼시예 코티 마을에서 호수 안쪽으로 2.7㎞ 떨어진 수심 800m인 곳에 측정 지점을 정해 수심별 수온을 60년 동안 7~10일 간격으로 측정했다. 스테퍼니 햄프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 등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측정 자료를 분석해 2008년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에 실었는데, 녹조의 원인인 식물플랑크톤은 1979년 이후 3배로 늘어났고, 평균 수온은 1946년 이후 1.21도 높아졌다. 기후 모델링으로 추정한 금세기 말 바이칼호 표층수온 상승폭은 4.5도에 이른다.
 
b2-4.jpg 
 
수온 상승은 바이칼호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무어 교수 등의 예측을 보자. 21세기에 바이칼호의 결빙기간은 현재 4∼5개월에서 2개월로 줄어든다. 바이칼호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 이 물범은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눈과 얼음동굴에 숨겨 키우는데 얼음이 일찍 사라지면 포식자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표층수온이 올라가면 심층에서 표층 사이를 오가며 살던 다양한 동물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바이칼 고유 물고기인 골로먄카는 낮에 수심 300~1600m의 심층에서 지내다가 밤에 수심 50m 이내의 표층으로 올라온다. 표층 어류 생물량의 95%를 차지하며 물범의 주 먹이인 이 물고기는 수온 3.5~10도 범위에 분포하지만 12도가 넘으면 죽는다. 결국 물범은 앞으로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해 골로먄카를 사냥하거나 굶주릴 수밖에 없다.
 
nerpa_getty.jpg» 세계 유일의 민물 물범인 바이칼호물범.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 번식과 생장에 큰 타격을 받을 최상위 포식자이다. 게티 이미지 뱅크
 
바이칼호 생물의 기초먹이인 고유종 규조류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는다. 길이가 1.5㎝에 이르는 이 초대형 규조류는 강한 바람으로 눈이 쌓이지 않아 햇빛이 잘 투과하는 바이칼호의 투명한 얼음 밑에서 번성한다. 기후변화로 눈이 쌓여 투명도가 떨어지면 규조류의 광합성 능력이 저하되고 호숫물의 뒤섞임이 줄어 초대형 규조류가 호수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 결국 먹이사슬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흔들린다.
 
무어 교수는 “바이칼호에서 기후변화는 화학물질 유입량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산업공해와 인위적 부영양화가 특히 걱정된다”며 “이 호수가 지닌 고유한 특징인 빈영양 상태, 찬물, 긴 체류시간, 긴 먹이사슬, 잦은 지진, 높은 고유종 비율 등이 이런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칼호(러시아 이르쿠츠크)/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절반 이상이 고유 동물…심해까지 산소 풍부, 바닥엔 해면 
 
sb11.jpg» 바이칼호를 대표하는 무척추동물 에피슈라. 호수의 무한한 자정능력이 이 동물플랑크톤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바이칼호는 유라시아판과 아무르판이 벌어져 새로운 땅이 생기는 리프트밸리(구조곡)다. 두 지판 사이에 깊이 파인 2000㎞ 길이의 계곡에 물이 담겨 2500만년 전 형성됐다. 길이 636㎞, 너비 79㎞로 경상도 면적인 3만㎢인데, 최고 수심 1642m, 평균 수심 744m로 깊어 담수 보유량이 세계 최대다.
 
고유종 비율이 높아 동물종 2500종의 절반과 식물 1000종의 30%가 지구에서 이 호수에만 있다. 호수 생물종의 40%는 아직 미발견 상태다. 유네스코는 1996년 바이칼호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장기간 고립돼 진화론적으로 특별하며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독특한 담수 동물상을 이뤘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은 약 10만마리가 살고 있는데 북극해에 사는 고리무늬물범의 친척뻘이다. 200만~300만년 전 빙하기 때 북극이 얼어붙으면서 북극해로 흐르던 예니세이강이 범람해 빙하호를 이루면서 내륙에 고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칼호에 사는 물고기 52종 가운데 27종이 고유종이다. ‘오물’이란 연어과 물고기는 이 호수의 대표적 상업어종인데, 물범과 비슷한 이유로 육지에 갇혔을 것으로 보인다.
 
‘에피슈라’라는 새우 비슷하게 생긴 동물플랑크톤도 바이칼 고유종으로 호수 생물량의 80%를 차지한다. 골로먄카의 먹이로, 또 호수의 유기물을 왕성하게 섭취해 정화하는 생태계의 핵심이다. 바이칼호는 다른 깊은 담수호와 달리 강한 계절풍이 주기적으로 호숫물을 뒤섞어 심층까지 산소가 풍부하다. 호수 바닥에는 대형 무척추동물과 바다처럼 해면동물이 산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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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 외교인력 755명 추방’ 시사... ‘최악’으로 치닫는 미·러 관계

 

푸틴 대통령, “참을 만큼 참았다” 강력한 대미 보복 예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먹구름’ 드리울 듯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7-08-01 11:02:47
수정 2017-08-01 11:02:4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6.2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6.2ⓒ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맞선 보복 조치로 러시아에 상주하는 미국의 외교 인력 755명을 줄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외교관 추방’이라는 보복 카드를 지시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다시 냉전 시대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국영방송 ‘로시야1TV’와의 인터뷰에서 “외교관과 실무 지원 인력 등 1,000명이 넘게 (미국인들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 중 755명을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제시한 기한은 오는 9월 1일이다.

앞서,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28일, 미 의회가 러시아 제재 조치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 내에 상주하는 미국 외교 인력을 455명으로 줄이고 미국의 외교시설 2곳 압류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미국 외교 인력은 1,2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미국인은 333명이며, 867명은 외국인으로 운전사, 통역자, 회계원, 보안원 등 실무를 돕는 현지 인력들이다. 755명이 추방된다면, 사실상 러시아에서 미국의 외교 활동은 손발이 다 잘리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자제하고 참아왔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보복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이런 오만불손함(boorishness)을 한없이 참아낼 수는 없다”면서 강력한 대미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러시아 제재안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점령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 중인 러시아 석유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대거 담겼다. 미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악화한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나 시리아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상호 여러 보복 조치들을 펼쳐왔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는 한편, 미국 내 러시아 외교시설 2곳을 폐쇄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대응조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시사해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관해 “푸틴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푸틴의 발언은 1917년 공산주의 혁명 이래 미국의 외교관을 가장 많이 감축하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986년 냉전 시절 미·러가 자국 외교관을 맞추방했던 시절처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NYT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대미 추가 압박조치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과 어느 정도 공조해왔던 시리아 내전이나 석유 개발, 우주 로켓 개발 등에서도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러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그 여파가 전방위로 펴지면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며, 유엔 안보리 등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추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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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 성공으로 북미협상 ‘카운트 다운’

<해설> 미본토 북 사정권에, 추가제재시 6차 핵실험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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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1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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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8일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북미대결의 '게임 체인저'임에 틀림없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북한이 28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이 사거리 1만km 내외로 확인돼 미국 본토가 북한의 사정권에 놓이게 됨에 따라 북.미대결에 새로운 국면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일에 이어 28일 북한이 두 차례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명실상부한 ICBM으로 몇 가지 기술적 확인사항을 남겨둔 상태라 하더라도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임에 틀림없다.

미 본토 북 핵미사일 사정권에, 북미협상 ‘카운트 다운’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라는 사실상 방치 전략으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핵무기의 수량과 미사일 사거리가 미국 본토에는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전술적 판단이 깔려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이 50-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확보하고, 1만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개발, 실전배치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4년 중임제인 미국 대통령제에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골치 아픈 북핵문제는 미뤄둔 것.

특히 새롭게 등장한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경제건설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국가 전략노선으로 강력히 추진해 ‘중국 지렛대’ 등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방치된 뜨거운 감자는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략적 인내 시대(The era of strategic patience)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시험에 이어 올해 7월 두 차례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보유국 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자잘한 기술상의 문제점을 지적해봐야 북한이 핵무기보유국이라는 현실을 돌이킬 수는 없다.

   
▲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축하연을 30일 평양 목란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방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4일 1차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전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인데 이어 이번 2차 시험발사 성공 직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부 동반으로 연회에 등장한 것은 북한이 그만큼 ICBM 개발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보유국으로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둠으로써 북.미 간 대결구도는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북한을 상대하는 ‘배후’였다면 이제는 ‘당사자’ 위치에 놓인 것이다.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핵무기보유국으로서 자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을 상대로 무력 제압에 나서든지 협상을 벌여 합의를 만들어내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열도와 이제는 미국본토까지 상상하기 힘든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또 북한을 잃을 수 없는 중국이나 함께 쑥대밭이 될 한국도 이를 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답은 이미 협상으로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8월말부터 시작되는 UFG(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과 8월말께로 예상되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칠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북.미협상은 이미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 

미국의 이란, 러시아 연계는 ‘자충수’?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께 IC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들도 많았지만 평소 북한은 대북제재가 실행되면 대응조치로써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패턴을 보여왔다. 선제적 도발이 아닌 대응조치, 자위적 조치라는 명분을 토대로 핵.미사일 능력을 시험, 과시해온 것이다.

   
▲ 지난달 29-30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에 합의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도 미국 상원이 27일 북한에 대한 제재법률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ICBM을 발사했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대응조치는 약간 달랐다. 먼저, 미국 상원이 제재법률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률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가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하는데, 북한은 즉각 대응조치에 나섰다.

무엇보다도 이번 미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 이란 러시아’ 3국을 싸잡아 마련한 제재법안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란은 당일인 27일 인공위성 로켓 ‘시모르그’(불사조)를 발사했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즉각 ‘보복조치’를 공언했고 실제로 미국 외교관 퇴출 조치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시간을 잴 필요가 없는 정세가 조성된 것이다.

특히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는 주목해 볼 만하다. 오마마 대통령 시기 ‘전략적 인내’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계의 입김 탓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돼 ‘모국’ 이스라엘이 곤경에 처하는 상황 만은 피하기 위해 ‘비확산’을 위한 노력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란 미사일 커넥션은 미국의 주요 감시대상에 속한다.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러시아의 대미 보복조치와 나란히 사실상 3국 반미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특징이 있는 만큼 향후 유엔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 대북제재 조치에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하거나 반대입장을 낼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진핑의 고민, 문재인의 고민

결국 미국은 공을 중국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트윗에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북.중관계 전문가인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베이징을 통해 평양에 간다’는 오바마가 상속한 견해를 따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이 북한에 원유.석유를 끊고, 북한 노동자 송출을 차단하는 등 목줄을 조이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것이라는 트럼프식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오마바 대통령 시기 내내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이같은 일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과 인접한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배치를 추진하는 마당에 중국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오는 10월께 집권 2기 지도부 출범을 준비하며 권력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체면을 구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할 여지가 별로 없다. 물론 그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나 제재를 가하겠지만.

촛불 민심을 업고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향적 대북 대화제의에도 불구하고 뺨을 맞은 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김정은과 북핵이라는 높은 ‘북한 장벽’을 실감하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인국들의 힘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 북한의 ICBM 발사에 29일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하에 긴급 소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강경책을 담은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1시 긴급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배치 △유엔안보리 긴급 소집 요청 △대북 경계태세강화 등 준비된 강경 대응조치들을 쏟아내고 여름휴가를 떠나버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끌어들인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정당한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해온 현 정부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구실로 손바닥 뒤집듯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를 공표한 것은 현 정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외교안보라인 구성 때부터 제기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황스럽다.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하나도 없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조치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무망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북 제재조치는 다 시행하고 있고, 특별한 대북 제재도 없다”며 “대화를 제의해둔 상태인 만큼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대응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도 없다는 것.

현 정부가 ‘제재와 대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에서는 제재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의 28일 ICBM 발사에 통일부가 아니라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가 정부 성명을 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북 6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대통령 8.15경축사 주목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에 사드 배치를 연계시킨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의외”라며 “UFG 훈련과 8월 말경에 유엔안보리 결의가 나오면 북한도 대응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의 예상되는 대응조치에는 6차 핵실험도 포함된다.

지난 4일 1차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논의는 이번 2차 ICBM 시험발사까지 포함되더라도 중국이 원유.석유 공급 중단을, 러시아가 북한 노동력 송출 금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제재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적 목소리를 중국이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이 대북제재안에 대해서도 마냥 비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사드를 배치한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은 30일 오전 괌 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8월말 실시될 UFG연습에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제공-공군]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일각에서는 ICBM까지 발사했으니 이제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수정제의해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은 북미 간, 남북 간 긴장은 더욱 격화되고 있고,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무력 건설’ 추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8.15광복절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지 모른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은 문재인 정부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선언하고 민간교류와 경협 등에서 가시적인 정책 변화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특사는 공식 문건으로 제기하고 창구도 공식 창구를 통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이끌 운전석에 앉고자 한 것은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끌어들이고 사드를 추가 배치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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