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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최순실이 설계한 그 어떤 프레임도 먹히지 않았다

 

[프레임전쟁] ⑮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언론과 시민이 만들어낸 명예혁명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7년 07월 22일 토요일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여성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동안 발을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 재판부가 ‘몸 상태가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7월14일자 뉴시스) 

7월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자신과 최순실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36차 공판. 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의 오늘은 초라했다. 박근혜는 무너졌다. 1년 전, 아무도 이런 오늘을 상상할 수 없었다.

2017년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킨 한국사회 명예혁명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됐던, 박근혜와 이재용으로 상징되던 권위주의정권과 재벌, 그 구체제에 대한 심판이었다. 박근혜와 함께 수구 보수 세력도 함께 무너졌다. 검찰과 언론을 손에 쥐고 있던 살아있는 권력 박근혜는 어떻게 무너진 걸까. 집권초기부터 불통과 소송으로 언론을 상대했던 박근혜는 결국 조선일보마저 ‘부패기득권세력’으로 명명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박근혜와 사사로운 관계로 형성된 비선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영화 같은 프레임은 너무나 강력했다. 이 프레임은 TV조선이 시작하고 한겨레가 숨을 불어넣고 JTBC가 완성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눈앞에 보이던 정해진 최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이 프레임을 부술 수도, 덮을 수도 없었다.

 

▲ 7월17일 재판에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연합뉴스
▲ 7월17일 재판에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연합뉴스
 
이 사건이 국정농단 프레임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상징적 사건을 꼽으라 한다면 2016년 10월7일을 꼽고 싶다.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 김형민 SBS CNBC PD는 “정부여당의 모든 관심은 최순실 가리기가 아닐까”라며 해시태그운동을 제안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든 포스팅에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겠다는 주술과도 같았다. 기자들은 이 주문에 응답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와 함께 심판 당할 운명이었다.

 

 

‘국정농단 프레임’ 덮고 싶었던 박근혜
이정현 단식→김제동→송민순 회고록→개헌 

 

 

국정농단 프레임의 시작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9월20일 1면 톱기사 ‘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에서 민간인 최순실을 공공재단 설립과 운영의 숨은 실세로 지목했다.  

박근혜는 언론에 등장한 최순실을 덮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KBS는 북핵 도발가능성 기사를 연일 주요하게 배치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단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직 최순실 보도만 안 나가면 그만이었다.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벌이는 사이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체하고 관련 자료를 파쇄 했다. 당시 국감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전방위적으로 최순실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국감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까지 증인에 세울 수 없었다.  

10월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공권력에 의한 외인사였던 백씨의 사망진단서엔 ‘병사’라고 적혀있었다. 언론은 백남기 사인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워졌다. 비슷한 시기 김제동씨가 뜻밖의 논란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김 씨 출석을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군 장성 아내를 아주머니라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는 발언이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것. 종편은 시간 날 때마다 김제동 영창 논란을 띄웠다.  

10월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미르·K스포츠재단의혹을 쟁점으로 다룬 보도는 35건. 이중 JTBC보도가 25건이었다. 다른 방송사는 사실상 입을 닫고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처럼 덮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부여당은 “최순실이 누군데 왜 그리 목을 매느냐”(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며 오히려 기자들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안이한 인식이었다. 당장 조선일보가 청와대와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 운영자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됐고 재단 사무실과 마사지센터, 최씨 집, 박근혜 대통령 사저는 다 한곳에 모여 있다”며 정부여당이 관련 증인채택을 막는 것을 두고 “국민 무시”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로선 이미 프레임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10월15일, 정부여당은 그 흔한 종북 프레임을 꺼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 때 정부가 기권 결정 전 북한 의견을 물었고, 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회고록에 등장했다. 친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 종속 국가도 아닌데 북한에 알아봐서 결정하자? 국기를 흔들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문재인 종북’ 프레임이었다. 새누리당은 “내통”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방송은 이 논란에 집중했다. MBC는 2012년 NLL대화록 파문을 언급하며 야당의 안보관은 틀렸다는 새누리당 논리를 적극 선전했다. KBS도 다르지 않았다. TV조선은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했다. 이 프레임은 사실 한겨레-조선일보-중앙일보-경향신문-동아일보가 최순실을 매개로 느슨히 걸려있던 ‘논조의 연대’란 고리를 잘라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당시 동아일보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여권이 국면 전환 카드라도 잡은 듯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데 박수 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쏘아붙였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대 학사비리의 경우가 그랬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10월17일자 칼럼에서 “130년 전통의 사학이 5년 임기 대통령 측근, 심지어 공식 직함도 없는 학부모에게 휘둘려 학칙까지 바꾼 것보다 비선 실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대 영문과 출신인 김 실장의 이 칼럼은 큰 화제를 모았다.  

 

▲ 2016년 10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다루고 있는 KBS 보도화면.
▲ 2016년 10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다루고 있는 KBS 보도화면.
 
그리고 운명의 10월24일. 박근혜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프레임을 덮기 위해 개헌 프레임을 들고 온 것이었다. 이는 좋은 판단이었다. 이날 KBS 메인뉴스는 1~7번째 꼭지에, MBC 메인뉴스는 1~8번째 꼭지에 개헌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다. 주요 일간지도 1면부터 주요 면을 개헌에 할애했다. 모두가 개헌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이날 밤, JTBC ‘뉴스룸’의 특종이 등장한다. 손석희 앵커가 말했다. “JTBC 취재팀은 최순실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이전이었습니다.” 영화보다 영화 같았던 ‘아젠다 키핑’의 한 장면이었다. 이 보도로 JTBC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프레임을 개헌 프레임으로부터 지켜냈다. 

 

정부-여당-극우단체의 ‘손석희 죽이기’ 
집회→형사고발→인신공격→농성→가짜뉴스

 

 

JTBC는 민간인 최순실이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한 각종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전달받았으며, 최씨의 지시에 따라 연설문이 고쳐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TV조선은 마치 JTBC보도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0월25일 민간인 최순실이 강남 모처에서 대통령 박근혜의 옷을 ‘손수’ 고르는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그리고 25일 오전 한겨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충격적 인터뷰를 내보냈다.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 10월26일, 여야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합의하며 박근혜는 무너졌다.

하지만 박근혜와 최순실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10월26일 이후 100일 동안 국가(청와대와 국정원)-자본(전경련과 대기업)-극우집단(극우시민단체와 새누리당)은 조직적으로 JTBC 흔들기에 집중했다. 집회→형사고발→인신공격→농성으로 이어진 일련의 흐름은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박근혜의 마지막 악수(惡手)였다. 이는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을 경우 메신저를 공격하는, 고전적인 수법이기도 했다.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친박 돌격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최순실 태블릿PC는 다른 사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을 부정하는 프레임이었다. 이 프레임은 훗날 최순실의 ‘작품’으로 밝혀진다. 최순실은 같은 날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던 노승일과 통화에서 “걔네들(JTBC)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 되고…”라며 사건 은폐 지시를 내렸다.

 

최순실이 만든 프레임은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언론에 전파되며, 어버이연합·박사모·엄마부대 등 박근혜 지지단체에 ‘임무’를 부여했다. 이들 친박·극우성향 단체는 당장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상암동 JTBC 사옥 앞에 집회를 신고하고 태블릿PC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11월4일, 검찰이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라고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소용 없었다.  

이들 단체는 JTBC를 자극하기 위해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과 JTBC 기자가 죄수복을 입은 합성이미지를 제작해 유포하는가 하면, JTBC 기자가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프레스센터 행사장까지 쫓아가 압력을 행사했다. 11월10일에는 어버이연합 등이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수사해달라며 손석희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친박·극우성향 단체는 “JTBC 태블릿PC 조작이 없었다면 탄핵은 불가능했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새누리당은 당내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린다고 호들갑을 떨며 동조했다.

2017년 1월10일 박사모·엄마부대·자유총연맹·어버이연합 등 친박·극우성향 단체들은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라는 결사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해 1월17일부터 방송통신심의위가 위치한 방송회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JTBC 심의제재를 주장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JTBC 태블릿PC 조작’프레임을 매게로 한 가짜뉴스는 ‘여당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일부 극우성향 인터넷매체와 MBC 같은 소수 주류매체의 호응 속에 확대 재생산됐다.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는 “제대로 취재하는 곳은 MBC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최순실의 태블릿PC는 시빗거리가 될 수 없었다. 검찰은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의 인터넷망을 추적해 태블릿PC 이동경로와 최 씨의 동선이 겹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라고 결론 냈다. 무엇보다 태블릿PC에 대한 증거능력 의혹 제기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국정농단 증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각종 음모론과 조작설들은 전염병처럼 번졌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연시키고 어떻게든 현 국면을 반전시키고 싶은 의도의 결과물이었다.  

이 무렵 변희재는 “손석희·홍정도를 국가내란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측 변호인단은 변희재를 ‘태블릿PC 전문가’로 재판에 증인 신청하면서 변희재는 JTBC 공격의 중심인물이 됐다.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섭외할 의향이 없는 변희재를 박근혜·최순실이 ‘키맨’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그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반증이었다. 2017년 2월12일 변희재 등 200여 명은 평창동 손석희 집 앞에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손석희를 죽이러 왔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국정농단 세력 최후의 프레임 
“이번 사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 언론사의 보복” 

 

“지금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쟁입니다. 광화문 촛불의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닙니다. 국가전복입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 태극기집회에서 등장한 구호의 공통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조중동을 포함한 대다수 보수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자 친박·극우세력의 ‘설계자’들은 대응논리가 필요했다. 이들은 언론을 사태의 원인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박근혜가 단독인터뷰 대상으로 제도언론이 아닌 ‘정규재TV’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대응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 탄핵반대를 요구하던 서울역 보수단체 집회모습. ⓒ연합뉴스
▲ 탄핵반대를 요구하던 서울역 보수단체 집회모습. ⓒ연합뉴스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으로 태극기집회에 적극 참여한 조갑제씨는 박근혜 탄핵국면을 아예 “언론의 난”으로 규정했다. 이는 친박·극우세력에서 이번 사태의 시작점을 2016년 10월 24일자 JTBC 태블릿PC 보도로 규정짓는 것과 맥락이 맞닿아 있었다. 조갑제씨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 언론사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복적 차원의 반감이 팽배했다”며 최근 태극기집회 규모의 증가는 “언론의 선동적 보도에 의한 분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탄핵국면을 국가전복사태로 규정하며 박정희세대에게 ‘총력전’을 요구했다.

 

조갑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은 최순실이라는 비선과의 부적절한 관계였는데 언론보도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며 탄핵 사안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식은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대중의 인식과 유사했다.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언론개혁’을 주장했다. 이노근 전 새누리당 의원은 JTBC 등 언론사들을 가리켜 “쓰레기 언론을 소각로로 보내자”고 주장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언론조작·왜곡보도’ 프레임이 친박·극우세력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된 것을 가리켜 “한국 언론은 긴 불신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허위·왜곡보도의 주체로 언론을 설정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문화적 상징으로 태극기를 선택했다. 태극기집회의 관념은 ‘조작·왜곡보도→탄핵→좌파의 국가전복→대한민국 위기’로 이어지는, 확장성을 잃어버린 낡은 구호의 반복이자 구체제의 집단 기억이 쏟아내는 ‘최후의 발악’을 의미했다.

가짜뉴스는 태극기의 세를 늘려나가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3월 내놓은 ‘가짜뉴스 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경우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뉴스를 접한 비율이 45.6%로 나타났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분석한 중앙일보-구글 뉴스랩 팀에 따르면 이들의 타임라인에선 ‘손석희 거짓말’, ‘변희재의 의혹 제기’, ‘태극기집회 수백만 명 참가’와 같은 뉴스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3월10일, 박근혜가 파면됐을 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나라가 망했다고 절규했다.

시간은 흘러 4월 21일 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참여한 손석희 사장은 국정농단 국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광장의 프레임은 ‘이게 나라냐’였다. 국가에 대한 실망이었다. 이것이 헌법 수호로 넘어갔다. 동시에 ‘세월호 7시간’ 프레임이 강력하게 등장했다. 이것은 이번 사건의 주체가 되는 집단들을 연결시켰다. 블랙리스트 역시 헌법의 문제였다. 중요도에 비해 대중적 인식은 ‘그게 뭐 이번 정부만 그랬을까’ 같은 게 있었지만 우리는 이 사안을 중시했다.” 

그는 국정농단 국면에서 등장했던 ‘태블릿PC조작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음모에 의한 정권전복 사건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이 태블릿PC 조작이었다. 집중적 공격을 받았다. 내가 시내에 많이 다녔다.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웃음) 연구해볼만 한 사건이다. 한참을 참다 법적 대응을 했지만, 결론이 나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일일이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조작프레임은) 굉장한 집요한 노력과 인프라 제공이 있었다. 저널리즘 자체가 중대한 이슈에서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박근혜가 무너진 자리에 들어선 새 정부는 ‘적폐 청산’을 주요 아젠다로 들고 나왔다. 겨울 내내 광장을 비췄던 촛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아젠다였다.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정의로운 언론과 시민이 만들어낸 명예혁명은 현실 속 끝없는 프레임 전쟁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프레임 전쟁’ 연재를 마칩니다. 

참고문헌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메디치 
<손석희 저널리즘>, 정철운,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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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난폭자 물장군, 개구리 송사리에 수컷까지 포식

 
이강운 2017. 07. 23
조회수 145 추천수 0
 
알 지키는 헌신적 수컷, 먹이 부족하면 암컷에 몸 내주기도
습지 감소와 먹이 농약 오염, 가로등에 로드 킬로 멸종위기
 
4령.jpg» 어린 물장군이 자기 몸집보다 큰 버들치를 잡아먹고 있다.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땅이 팍팍한 끝 모를 가뭄으로 아주 오랫동안 비를 기다렸는데, 그 끝에 장마가 왔다. 비만 내리면 장마라도 좋다했는데, 장대비가 몇 날 며칠을 쏟아 부어 큰물이 나가면서 수련원 둑이 터지고 제방이 무너졌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갈라져 있지만 아직 수습을 못하고 있다. 날이 가물어도,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이니 산속 생활이 만만치 않다.  
 
14.jpg» 수해로 무너진 수련원 둑을 고치고 있다.
 
장마가 오락가락하고 햇살이 뜨겁다. 가뭄에 굴하지 않고 잘 버텨온 식물들이 뜨거운 햇살과 많은 물을 받아 산을 검푸른 숲으로 덮었다. 오늘은 해가 지구에 거의 수직으로 서 있어 가장 더운 대서(大暑). 고온과 다습에 끈적끈적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뜨거운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시적 생명력인 해와 물로 한창 열매를 맺는 여름, 그 한 가운데에 있다. 
 
맑은 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화려한 모습과 은은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자귀나무 꽃이 폭죽처럼 터질 때쯤 장마가 온다. 올해로 연구소 만든 지 21년이 되었지만 자귀나무 꽃필 때 장마가 오지 않은 적은 작년밖에 없다. 자귀나무와 장마의 동시적 발생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늘 물에 푹 젖어 싱싱한 자귀나무 꽃을 온전하게 보지 못한다. 
 
8.jpg» 누에나방 애벌레의 방적돌기 전자현미경 사진.
 
자귀나무를 영어로 ‘비단 나무’(Silk tree)라 하는데 이는 비단실 모양의 꽃을 보고 이르는 것이고, 진짜 값비싼 비단을 만드는 놈은 방적돌기에서 뽑아낸 실로 고치를 만드는 말 그대로 ‘비단 벌레’인 누에나방이다. 누에나방의 변태 과정에서 번데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고치를 물에 풀어 이렇게 우아한 직물을 만들어 낸 곤충 산업이 이미 3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한낱 벌레에서 그렇게 아름답고 귀한 비단이 나올 줄은 서양에서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누에나방에서 비단을 만드는 원리를 모르던 서기 200년경 유럽에서는 꽃에서 비단을 만들어 낸다고 믿었는데 아마도 그 꽃이 비단실 모양의 자귀나무 꽃이 아니었나 싶다. 
 
 
 
이맘때면 붉은 꽃 4인방인 자귀나무, 노루오줌, 부처꽃, 꼬리조팝나무가 한창이다. 모두 붉은색으로 숲 속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많은 곤충을 유인한다. 4꽃 4색. 맛과 향이 달라 찾아오는 곤충 종도 다르다. 자귀나무 꽃에는 늘 제비나비 종류의 큰 나비와 꼬리박각시 종류가 자리를 차지하고 부처꽃엔 흰나비와 호박벌이 큰 손님이고, 꼬리조팝나무에는 온 몸을 파묻고 열심히 꿀을 먹는 꽃무지 무리와 붉은산꽃하늘소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노루오줌은 기다란 꽃대에 조그마한 꽃벼룩과 점날개잎벌레들이 조화를 이룬다. 붉은 꽃 4인방이 무리지어 무지갯빛 화려한 색으로 피어있는 연구소 연못 주변은 온갖 곤충이 늘 꼬이는 그야말로 곤충들에겐 천상의 낙원이다. 
 
5-1.jpg» 꼬리조팝나무 꽃에서 짝짓기 중인 붉은산꽃하늘소.
 
6.jpg» 꼬리조팝나무 꽃에서 짝짓기 중인 호랑꽃무지.
 
7.jpg» 노루오줌 꽃을 먹고 있는 점날개잎벌레와 꽃벼룩.
 
아름다운 꽃에, 빛나는 곤충에, 여름 더위를 막아주는 넉넉한 꽃그늘이 있는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온전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참 황홀하다. 
 
1.jpg» 물장군 어른벌레의 당당한 모습.
 
노린재목에 속하는 물장군(학명 Lethocerus deyrollei (Vuillefroy))은 탄탄한 근육의 굵직한 앞다리 갈고리로 먹이를 꽉 움켜잡고 뾰족한 주둥이를 꽂아 사냥한 체액을 빨아먹는다. 세 시간 이상 남김없이 빨아먹고 나면 나중엔 커다란 개구리나 버들치 같은 먹이도 너덜너덜 빈 껍질만 남는다. 크기뿐만 아니라 위엄과 무시무시한 용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물장군’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2.jpg» 물장군의 동종포식.
 
물속의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잡아먹는 왕성한 식욕에 알에서 부화하여 어른이 될 때까지 대략 8그램짜리 물고기 52마리를 먹는 대식가인데다 ‘동종포식同種捕食’이라는 잔인함까지 있다. 동종포식이란 말 그대로 같은 종을 잡아먹는 것인데, 사마귀 암컷은 짝짓기 도중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짝짓기에 집중하도록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다. 끔찍해 보이지만 수컷도 기꺼이 동의한 확실한 번식 전략이다. 이에 비해 물장군 암컷은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 닥치면 배고픔 때문에 속도가 빠른 물고기보다는 단지 사냥하기 수월하다는 이유로 수컷을 잡아먹는다. 그저 물속의 망나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jpg» 짝짓기 뒤 산란하는 물장군 암컷.
 
무시무시한 난폭자에다 크고 위험한 곤충이지만 부성애는 정말 특이하고 감동적이다. 가장 강력한 포식자이지만 알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될까 두려워 물위의 수초나 나무에 알을 낳는다. 물 바깥이라 늘 건조할 수밖에 없어 물을 보충하면서 발육을 돕는 포란은 당연하다, 알을 지키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 먹는 것도 잊은 채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아 그 상태로 굳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꼼짝하지 않는다. 수컷의 헌신적 노력 없이 무사히 부화하기란 불가능하다. 암컷에게 먹이로 몸을 내주기도 하고 몸 바쳐 새끼 키우는 물장군 수컷은 가장 안쓰러운 곤충이다.  
 
11.jpg» 암컷이 낳은 알에 규칙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며 극진하게 돌보는 수컷.
 
극진한 수컷의 돌봄으로 알에서 무사히 깨어난 지 65일 만인 엊그제 다섯 번의 탈피를 거친 새끼 물장군은 마침내 우람하고 건장한 어른 물장군으로 변신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 동네 웅덩이와 연구소 연못에 낳아놓은 개구리 알이 부화하기 전 다 말라 버려 2㎝ 미만의 작은 물고기를 사서 먹이는 바람에 경제적인 부담이 더 컸다. 자연의 도움 없이 인위적 노력만으로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물장군은 평생 물속에서 사는 수서곤충으로 논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친근한 곤충이었다. 예전의 논은 언제나 물이 차 있었다. 그러나 보를 만들면서 모를 심는 봄이면 물을 채우고 벼 베기를 할 즈음이면 물을 빼버리는, 물이 들락날락하는 논은 불안정 서식처가 되었다. 게다가 논에 농약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농약에 오염된 물고기를 많이 먹는 물장군은 먹이에 있던 모든 농약을 몸에 축적(생물 농축)하게 되어 물에서 사는 생물 중 가장 먼저 멸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또 불을 보면 이끌리는 야행성 곤충인데다 몸에 비해 날개는 작은 편이라 불빛보고 쫓아갔다가 도중에 도로에 떨어져 로드 킬을 많이 당한다. 시골 구석구석 가로등 설치 안 된 곳이 없으므로 이제 편하게 살 곳이 전혀 없어진 셈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넓은 자연 서식지인 논이 봄부터 가을까지만 물에 잠겨있어 습지로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먹이는 부족하고 오염된 탓에 물장군은 멸종위기 곤충으로 지정되어 인공 사육, 증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3.jpg» 물고기를 공동 사냥하는 물장군 새끼들.
 
짝짓기 후 산란을 마치면 동종포식을 막기 위해 우선 암컷을 분리하고 수컷이 편안하게 알을 돌볼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 주어야 한다. 알에서 막 깨어난 1령 애벌레와 1번 탈피한 2령 애벌레들은 작고 연약하지만 식욕은 왕성하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먹이를 잡아먹는 것은 아주 어려운 도전이라 때때로 협력하여 공동 사냥을 하기도 한다. 1, 2령 애벌레는 작은 송사리나 올챙이를 먹어야 하니 부화하기 전 수 천 마리의 올챙이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아직 사냥 능력이 부족한 물장군 새끼에게는 먹이를 잡아 입에 대 주기도 하고 애벌레들이 먹고 난 사체는 최대한 빨리 치우고 배설물을 깨끗이 닦아줄 뿐만 아니라 수조에 깔아 놓은 모래도 수시로 갈아 물이 썩지 않도록 한다. 커갈수록 먹이양이 점점 많아져 3령 이후에는 크기에 맞는 붕어부터 큰 미꾸라지, 개구리까지 제 때에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어른이 되기 직전인 4령부터는 힘을 확신한 듯 꼭 먹지 않더라도 눈앞을 지나가는 물체만 있으면 공격하는 난폭함 때문에 방 한 칸에 한 마리씩 공간을 나눈다. 
 
 
 
먹이를 충분히 주고 힘껏 몸을 움직여 열심히 키워도 애벌레가 어른까지 크는 확률은 겨우 30% 내외. 겨울을 나면서 또 30% 죽고. 고생에 비해 생존율은 낮다. 멸종 위험이 있는 귀하디귀한 물장군을 보전한다 하지만 올챙이부터 물고기까지 다른 생명을 먹이로 제공하는 일이 늘 꺼림칙하다. 생물다양성의 씨앗을 확보하는 마음으로 키우지만 때때로 물장군 사냥 장면을 보는 아이들이 물고기가 불쌍하다고 할 때마다 내 마음도 아프다. 그나마 최근 들어 실험을 통해 국내 생태계에 치명적 해를 끼치는 침입 외래종인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불루길 밀도를 조절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확인하여 다행이다. 
 
요즘 연구소의 거의 모든 일손은 물장군 사육이다. 실험 방식이나 기자재는 첨단화됐지만 사육 시스템은 앞으로도 전혀 바뀔 게 없고 오직 노동력으로만 가능하다. 새벽부터 밤까지 또 다시 도시에서와 같은 바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자연이 좋아 선택한 시골의 여유로움은 뒤로 한 채 멸종위기종을 사육하느라 우리가 멸종될 처지다. 
 
9.jpg» 물장군의 포란 부화율을 발표하는 포스터.
 
지난 5월부터 지리산 국립공원의 아고산 주요 수종인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고사 원인을 곤충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중 만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지리산 댐을 다시 들고 나와 이 아름다운 지리산을 수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가리왕산 숲을 벗겨 스키장을 만들고 4대강을 막아 시퍼렇게 멍들게 한 것도 모자라 설악산을 넘보고 국립공원 제 1호인 지리산을 들쑤셔 불길한 불씨를 만들겠다고? 이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어디서 볼 수 있다고 자연에 갑질을 하나! 법대로 원칙대로만 해서 낙동강을 깨끗이 하면 한 번에 해결될 일을. 
 
녹색과 생명 앞에 놓인 장애물은 케이블카와 4대강에 부채가 있는 환경부가 치워야 한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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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블로그 : http://m.blog.naver.com/holoce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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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시작한 지 10년, 귓전 때리는 군함 뱃고동 소리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⑥] 강정에서 보내는 노신부의 편지

17.07.22 19:56l최종 업데이트 17.07.22 19:56l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이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아름다운 연산호도, 구럼비 바위도 사라졌습니다. 작년에 완공된 해군기지에는 미국 군함들이 수시로 드나듭니다. 강정 뿐만이 아닙니다. 제주 전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강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주민 동의 없는 제2공항이 성산에 지어지려 합니다. 제주 전역을 행진하며 제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7/31~8/5)을 앞두고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기자 말

☞이전기사 : 제주 바다 망가뜨리더니, 오름 싹둑 잘라 제2공항까지?

 인간띠잇기가 진행되면 문정현신부는 춤추는 사람들 근처에 서서 진행하는 차량에게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  인간띠잇기가 진행되면 문정현신부는 춤추는 사람들 근처에 서서 진행하는 차량에게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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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벌써 7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섬의 여름은 습도와 함께 오더군요. 태평양에서부터 불어오는 후텁지근한 바람은 두터운 해무가 되어 강정마을에 덮쳐 옵니다. 처음 강정에 와 여름을 보낸 곳은 구럼비 바위였습니다. 작렬하는 햇살에 바위는 맨발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에 땀이 줄줄 흐르던 그 여름을 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병을 낫게 해주고 아이를 갖게 한다는 할망물에서 물을 길어 먹으며, 버틸 수 없이 더울 때에는 용천수에 몸을 맡겼습니다. 구럼비 곳곳에서 솟아오르던 용천수는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했고,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뼛속까지 차가웠습니다. 이 물이 없었다면 그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구럼비에서 해가 지고 뜨는 모습을 바라볼 때에 제가 믿는 하느님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더 이상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평화롭고 따뜻했던 구럼비와 중덕바다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2011년 9월 2일 구럼비로 향하던 모든 곳에 팬스가 쳐지고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깊은 절망에 매일 미사 때마다 '구럼비야 사랑해'를 힘차게 불렀고 그 외침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애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이래 해마다 마을의 모습은 급격히 달라졌고 마을의 해안선은 해군기지에게 점령당했습니다. 2016년 2월 26일 준공식을 앞두고 우리를 가로막던 팬스가 하나둘 철거되기 시작했습니다. 구럼비로 향하던 작은 길, 곳곳에 있던 하우스와 밭들, 그리운 구럼비 바위는 꿈처럼 사라졌고 그 위에 불의와 폭력의 해군기지가 불을 번쩍이며 완공 되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물론 이곳에 이주해 온 지킴이들은 깊은 절망 속에 그 기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운동을 시작합니다
 

 6월 20일 미군함 입항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6월 20일 미군함 입항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엄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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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투쟁10년을 알리는 인증샷캠페인을 시작하며 마을에 살고 있는 지킴이들과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  강정투쟁10년을 알리는 인증샷캠페인을 시작하며 마을에 살고 있는 지킴이들과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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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에서 트는 군가 소리가 마을에 들려오고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군함의 뱃고동 소리는 온 마을을 때립니다. 한국 군함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강정 해군기지에 와 군사작전을 논의합니다. 미군을 중심으로 해 외국군함이 강정해군기지에 기항하며 군사작전을 펼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중국을 자극합니다. 사드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높아진 것처럼, 이곳에서의 미군주도의 외국군 훈련이 정례화 되고 빈번해 질수록 군사적 대립과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에 공군기지를 만들려는 시도도 계속되어 현재 연구용역예산까지 책정된 상태라고 합니다. 지난 10년의 투쟁과정에서 한 목소리로 우려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저는 더욱 이곳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군사기지, 군사주의에 맞선 평화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매일 강정의 평화를 노래합니다. 고맙게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들리기도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오기도 합니다. 그동안 못 와봐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힘에 부쳐 주저앉고 싶지만 아직까지 강정을 기억하고 함께 하는 분들의 힘으로 하루하루 버텨나갈 수 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 올해에도 어김없이 평화대행진이 열린다고 합니다. 첫해에는 저도 걸으며 함께 했는데, 이제는 걷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쉬는 장소에 맞춰 가 사람들과 악수하고 격려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강정에, 제주에 오는 마음이 고마워서 저도 힘을 내 함께 하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특별히 강정과 더불어 제주의 군사화문제를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제주평화대행진'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비록 강정에 해군기지가 지어졌지만 더 이상의 군사화를 막고자함입니다. 또, 제주 해군기지가 전 세계의 외국군이 기항하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일에 저항하고자 함입니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현장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에 여기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이곳에 와 불의의 현장을 함께 목격하고 평화를 배워 나갑시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끝까지 함께 해 나갑시다. 
 

 2011년부터 시작된 매일미사, 지금도 여전히 오전 11시면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  2011년부터 시작된 매일미사, 지금도 여전히 오전 11시면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 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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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신청 바로가기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주의 소리'에도 공동게재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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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에게 여름휴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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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지영 변호사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이다. 최저기준이라는 것은 첫째, 최저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조건은 효력이 없고 최저기준으로나마 노동조건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 둘째, 최저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가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근거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노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힘의 불균형을 속성으로 하는 노사관계에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함으로써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함이다. 특히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대항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도 이러한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이 절실한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1. 당사자들의 현실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중 임금, 근무시간 및 휴일, 해고에 관한 주요 규정, 즉 노동조건에 관한 주요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규정들이 적용되기는 한다.) 연차휴가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여름휴가를 떠날 수도 없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이 이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휴식이다.

4인 이하 사업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나 상황을 이야기할 경우 사용자는 가차 없이 해고한다는 점, 둘째,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기의 권리를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점, 셋째, 그 결과 주휴수당처럼 4인 이하 사업장에 일부 적용되는 제도들도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임금도 최저임금에 간신히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도 현재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적용 비율은 35.1%(전규모 평균 71%), 근로계약서도 작성해야 하지만 적용 비율은 33.8%(전규모 평균 61.4%)에 불과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청소년 및 노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요컨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은 지위와 노동 여건이 취약한 사람들, 특히 사용자 대 노동자의 비중이 낮아서 자기 권리를 말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용이 안 되는 현실이다. 사용자에게는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탈출구로서, 노동자에게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게 하는 족쇄로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4인 이하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허구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경영 상태는 제각각이다. 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7년 3월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있었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16만6000명인데, 이중 64.7%가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원이 4인 이하 사업장이다 보니 시간외수당, 연차휴가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주 발제 내용이었다. 고소득 자영업자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직업은 아직도 의사이건만, 이들 역시도 근로기준법을 따질 때에는 영세사업자로 취급되는 것이다.

또한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에 의하면, 한 명이라도 고용하는 사업장의 연간 매출액은 1억5천만 원 내지 3억 원이고, 4명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68.1%는 연간 3억 원 이상이다. 이는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영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4인 고용 사업장과 5인 고용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만큼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4인 이하, 5인 이상의 기준은 작위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이 앓는 소리를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높은 임대료와 원청이나 가맹본사가 가져가는 막대한 수수료, 카드 수수료 등이다.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4인 이하 사업체는 도소매업(26.0%), 숙박․음식업(22.0%),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11.0%), 제조업(10.4%), 사업지원·출판영상·방송·오락·문화(9.1%) 순으로 많다. 이들 업종에만 80% 가까이가 몰려 있다. 그런데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은 가맹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고, 제조업, 사업지원·출판영상·방송·오락·문화은 위탁과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 4인 이하 사업주들의 상부에는 재벌, 공공기관,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은 4인 이하 사업주들을 착취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결국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당장의 영향은 영세사업주들에게 미치겠지만, 그 본질은 재벌의 이익 극대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물주보다 높이 있다는 건물주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효과를 과연 누가 누리고 있는지 따져 볼 일이다.


3. 영세사업주와 노동자들을 오히려 힘들게 할 것이라는 주장의 허구

4인 이하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논리는 따라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사업주가 인력을 감축하고 도산해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고용을 줄이겠다는 비중은 4%에 불과하고 고용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비중이 94%에 이르렀다. 사업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이기 때문에 고용을 줄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4인 이하 사업체들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의 18.7%를 차지하면서 소득 하위계층인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삶의 수준이 나아지면 경기 활성화로 인한 매출 확대로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역이론도 가능하다. 노동 빈곤층의 축소, 사회 양극화의 축소를 통해 사회의 불안정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국가 경제에도 이롭다.


4. 근로감독이 어렵기 때문에 적용 배제한다는 논리에 대한 반박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근거로 근로감독의 어려움도 자주 지적되었다. 근로감독의 한계가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차지하고서라도, 실제로는 4인 이하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때 근로감독은 보다 편이하고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됨으로써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인지 여부를 두고 복잡하게 판단해야 하는 불편은 사라졌다. 또한 그만큼 최저임금의 의미 및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단속의 효과는 커졌다. 지금은 어정쩡한 상태로 적용되는 조항과 그렇지 않은 조항이 나뉘어 있다 보니, 근로감독을 하면서도 하나하나 따져야 하는 불편이 크다. 특히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항과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 서로 얽혀 있다 보니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근로기준법의 의미와 효과도 새삼 강조될 것이다.


5.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제도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그간 적용에 있어서 애매모호했던 부분들이 해소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의미도 강조되고 근로감독도 수월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법의 적용 여부를 두고 시비할 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본은 그동안 끊임없이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려 시도했고,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노동자들을 줄이려 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노동자들이 줄어들게 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은 원칙에서 예외로 변질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특권이나 시혜인 것처럼 오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귀족 노동자의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게 뻔하다.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 근로기준법이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때에 노동권의 의미도 되살아난다.


6. 외국법과의 비교

일본 노동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우리나라처럼 사업장의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적용상의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독일은 근로시간․휴가․해고 제한에 관한 각각의 개별 법률(근로시간법, 영업법, 폐점시간법, 연소자보호법, 임금계속지급법, 연방휴가법, 해고제한법 등)을 두고 있는데, 해고제한법이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적용을 제외시키고 있는 것을 빼고는 특별히 사업장의 노동자수를 적용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단일 노동법전을 가지고 있는데,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의 적용범위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것으로 나뉘는데, 개인 적용의 경우 공무원을 제외한 노동자가 이에 해당하며, 기업 적용은 사업자가 2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을 것과 연간 매상․거래총액이 50만 달러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의 경우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법적용을 배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7. 시대에 맞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적용 범위에 변동이 있어 왔다. 15인 초과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던 것이 몇 번의 변동을 거쳐 1998년에 지금의 제도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동은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87년에는 민중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파급 효과로서 적용 범위와 적용 규정의 대폭 확대가 있었다. 노동기본권의 적용 범위는 고정된 원칙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로서 시대적 배경과 투쟁 속에서 쟁취되어 온 것이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기본권의 적용 확대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적용범위의 변화가 멈춘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노동기본권 전면 확대를 주장할 시기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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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제제재 무색하게 지난해 3.9% 경제성장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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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7/22 12:38
  • 수정일
    2017/07/22 12:3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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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이래 최대치, 남북교역량 대폭 감소‧전기가스수도 22.3% 증가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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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1  16: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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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제재가 무색하게, 북한이 지난해 3.9%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2015년 -1.1%에 비해 상당히 성장했고, 90년 이후 최대치이다.

한국은행은 21일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발표,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수치상으로 남한 2.8%를 앞섰다.

   
▲ 북한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65억 5천만 달러로 2015년 62억 5천만 달러에 비해 4.7%증가했다. 여기에 수출은 28억 2천만 달러로 2015년에 비해 4.6%증가했으며, 동물성생산품(74%), 광물성생산품(8.9%)등이 수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북한 수입은 37억 3천만 달러로 2015년에 비해 4.8% 증가했고, 식물성생산품(24.8%), 섬유류(20.5%)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남북교역량은 2015년에 비해 87.7% 감소한 3억 3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 이전 수치이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산업구조는 건설업, 서비스업 비중이 2015년에 비해 하락했지만, 농림어업(27.7%), 광공업(33.2%), 전기.가스.수도업(5.2%) 비중이 상승했다.

   
▲ 남북 경제성장률 비교.[자료제공-한국은행]

산업별 동향으로, 농림어업은 농산물 및 수산물 생산이 늘어 2015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광업은 석탄, 연 및 아연광석 등 생산이 늘어 8.4% 증가했다. 제조업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4.8% 성장했다.

또한, 전기.가스.수도업은 수력 및 화력발전이 크게 늘어나면서 22.3% 증가했고,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곤설이 모두 늘어 1.2% 증가했고, 서비스업은 교육 등 정부서비스를 중심으로 0.6% 성장했다.

한은은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6조 4천억 원으로 남한의 1/45수준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6만 1천원으로 남한의 1/22수준이라고 추산했다.

한은이 발표한 북한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의 가격과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하여 북한 경제 지표를 매년 산출하고 있어 북한 경제의 변화 추이를 살피는 데는 유용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와 직접 비교에는 적합치 않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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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국정과제 재정 충당 필요” 정치권에서 ‘증세 논쟁’ 불붙나

 

문재인 대통령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증세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부유층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나서면서다.

국정기획자문위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증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확정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며 증세 공론화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

국정기획위는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앞으로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위해 세입 확충으로 82조6천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서 증세 논쟁을 촉발시킨 부분은 바로 세입 확충 방안이다. 국정기획위는 세입 확충의 73%가 넘는 60조5천억원은 초과세수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재원 확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여당 현직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다음 날인 20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구간을 조정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방안은)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며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TV토론에서 "제 공약은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고액상속세를 높인다는 것"이라며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과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법인세 명목세율까지 (증세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5년 청사진을 그리면서 증세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김 장관의 지적이다.

여당 대표도 나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오후에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추 대표는 "세입 부분과 관련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천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면서, 2천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대표는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2조9천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고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지원,4차산업혁명 기초기술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되어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21일 열린 2차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이것은 증세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정상화"라며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표 500억 기준을 말씀하셨지만, 당은 2천억원으로 대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안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원래 재원 대책 중에는 증세가 포함돼 있었지만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인데, 어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줬다"며 "대체로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충분히 반영해서 방안들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며 "다만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며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정치권 논쟁 불붙나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증세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당은 추 대표의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우윈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추 대표의 제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동의를 거치면서 논의해야 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현재) 초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 중심으로 세금이 적다.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세금이) 줄였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정상화하는 논의를 이제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가 신경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는 게 지방선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오히려 중소자영업자, 비정규직에 제대로 일한 만큼 대가를 줘서 내수가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사내유보금만 늘어나고 지나치게 대기업으로 몰려있지 않나"라며 "이걸 정상화시켜서 기업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고 있는 이 소득을 비정규직과 중소자영업자 보호하는 데 쓰고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부분에 좀 더 쓰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한쪽으로만 몰린 돈을 이제 정부를 통해서 소득재분배하는 그런 모양을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국무위원들도 추 대표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추 대표의 이야기하는데 딱히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같은 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을 위한 졸속 정책, 준비와 대책없는 증세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는 정부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부자 증세'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 합리적 증세 논의를 물타기하고 속내를 숨기려는 행태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더 가진 사람이 더 내는 구조는 맞지만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하는 식은 곤란하다. 지금은 정치권과 국민이 솔직하게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증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이찬열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재정투자를 줄이고 세입을 늘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스럽다"며 "재정지출 절감이나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오던 것으로 과연 문재인 정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허구로 드러났다"며 "대통령께서는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공약 과제 중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히고 특히 증세의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해야 된다고 본다"고 당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제가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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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오 미CIA국장, 북과 대타결 암시

폼페오 미CIA국장, 북과 대타결 암시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7/22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국장

 

미국 중앙정보국(CIA) 폼페오 국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타결을 은근히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제도권 언론에서는 정 반대로 '김정은 축출'을 시사했다고 해석 보도하고 있는데 그의 발언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틀렸음이 명백하다.

 

21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핵무기에 있어 가장 위험한 건, 이를 통제하는 인물”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 둘을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 '분리'라는 말을 국내 언론들은 '축출'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폼페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무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김 위원장의 손에서 그 능력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분리'라는 말을 더 이상 완전한 핵무기를 갖추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폼페오 국장은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미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선택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발언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미국의소리나 연합뉴스 등에서 공히 보도하였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길은 김정은 위원장 축출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대화를 통해 더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을 막아 완전한 핵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꼭'이란 수식어를 붙여 축출 가능성 여지도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기본은 축출이 아니다.

21일 연합뉴스의 관련보도를 보면 폼페오 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이성적인 인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자신이 보기에는 정권유지라는 핵심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상적 인간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폼페오 국장은 정권 교체 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축출이 미국에 "전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번째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런 이어진 말들을 보면 핵무기와 김정은 위원장의 분리가 '축출'로 해석하기보다는 전격적인 북미대화를 암시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폼페오 국장은 바로 전격적인 북미대타결을 암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쏘면서 완전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핵무장력 강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미국에게 마구 선물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벌써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준비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둥,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준비를 위해 북 잠수함이 기동하기 시작했다는 둥, 북의 대미 압박성 움직임 보도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그 안전 담보는 주한미군철수를 포함한 북미평화협정체결이 될 것이다.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전후 배상문제 처리와 종전선언, 양국관계정상화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엄청난 세계사적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이런 암시성 발언을 한 두번만 날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북미대화가 추진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북미대타결은 사실상 미국 패권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번 폼페오 국장의 발언을 김정은 위원장 축출 의사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며 미국도 이제는 북미대화를 심각하게 모색하거나 전쟁을 해서라도 북핵을 없애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는 것이다.

 

폼페오 국장도 이번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1의 고민은 북핵문제라고 분명히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며 일단 기본 가닥은 대화로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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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무지인가, 오만인가?

 
중앙일보 사설, 무지인가, 오만인가?
 
 
 
김용택 | 2017-07-21 10:16: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개개인의 삶을 국가가 다 책임질 수는 없다’

어제 날짜 중앙일보 사설 제목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라더니 이 무슨 소린가? 개개인의 삶을 국가가 다 책임 못진다니…? 그렇다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은 누구이고 책임지지 않아도 될 국민은 누구인가? 이 글은 마치 계급사회에서 귀족이나 양반은 국가가 책임질 존재이고 천민은 국가가 책임질 존재가 아니라는 뜻인가?

<사진 출처 : 전자족보 도서관에서...>

권리와 의무는 양면성을 가진다. 의무 없는 권리란 공허한 소리다. 권리란 무엇인가?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한 힘’ 또는 ‘법이 보호하려는 이익’이다. 보호될 이익이 없이는 권리가 발생할 수도 존재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실현하는 민주국가에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국민이 있다니…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중앙일보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신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사설에다 버젓이 내걸다니…

7월 20일 중앙일보의 사설에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비판하면서 ‘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지… 포용적 복지를 넘어 ‘나라에서 다 책임져 준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국민 개개인의 삶을 국가가 다 책임질 수는 없다.’고 질타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헌법이 존재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헌법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34조는 사회적기본권 (생존권)에 관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1항), 사회보장 및 복지(2항), 여자의 권익(3항),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4항),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5항)에 이어 6항에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란 국가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개인의 주관적 공권(公權)다. 이 기본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으로 간주되어 프랑스 혁명 시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 엄숙하게 선언되었다. 1789년의 프랑스 인권 선언은 불가침(不可侵)·불가양(不可讓)의 자연권이다. 이를 국가가 외면한다면 국가가 존재근거를 상실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국가는 이 천부인권설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실현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뜻은 법을 적용할 때 성별, 인종, 지위 또는 돈이나 다른 것으로 차별을 줘서 누구에게는 유리하게 누구하게는 불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마치 불문율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권력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중앙일보는 사시(社示)에서 ‘사회정의에 입각하여 진실을 과감하게 보도하고 당파를 초월한 정론을 환기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고취한다’고 했지만 그런 보도를 하고 있을까? ‘온갖 불의와 퇴영을 배격함으로써 자유언론의 대경대도(大徑大道)를 구축’하고 ‘사회공기로서의 언론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이성과 관용을 겸비한 건전하고 품위있는 민족의 목탁’ 노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이 스스로 만든 ‘사람을 받든다’는 중앙일보의 길에서 밝힌 ‘독자제일주의,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나침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중안일보의 이러한 독자를 기만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보도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유신을 찬양하고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을 찬양하기도 하고 때로는 권력에 때로는 자본에 복무해 왔다. 시류에 편성해 불의한 권력의 호위무사 역할조차 마다하지 않았으며 국내 첫 재벌신문답게 반노동자적인 편파보도를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답하라. 그들이 보호해야 할 국민은 누구이며 보호하지 않아도 될 국민이 누구인지를… 국가가 개인을 골라가며 보호해야 한다는 인간관으로 어떻게 언론이 지향하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인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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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8월 세제개편안 포함 가능성 커”

靑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8월 세제개편안 포함 가능성 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추 대표가 제안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를 제안했고 일부 국무위원들은 이에 대해 공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지출 개혁 등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목표로 하는 재원조달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어 공평과세 실현과 재원확보를 위해 세율 인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부에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소득세·법인세율 인상을 장기적 과제로 봤지만 당에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틀째인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에 대한 조율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개편안을 늦어도 8월 초에는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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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진실'은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7/21 11:18
  • 수정일
    2017/07/21 11: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정원 지적사항.hwp'부터 '제주 해군기지'까지... 차고 넘치는 의혹
2017.07.21 08:53:07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여러 기관‧업체가 청문회, 재판 등을 통해 책임 추궁을 받았다.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선사인 청해진 해운, 심지어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까지 소환됐다. 그러나 단 한 곳, 국가정보원만이 화살을 피해갔다. 세월호 도입부터 운영, 참사 인양 과정에까지 국정원과의 연관성이 끝없이 제기됐지만, 쉽게 루머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국정원과 세월호를 엮는 것이 과연 아무런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할까. 지금까지 나온 국정원과 세월호의 '특수 관계' 의혹의 근거들을 차근차근 짚어본다.

'실소유주' 아니라면서 세월호 직원 휴가까지 꼼꼼 관리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설(說)이 처음 제기된 것은 참사 후 100일이 지난 2014년 7월 25일, 청해진해운 직원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hwp' 파일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해당 노트북은 여객부사무장 양대홍이 사용한 것으로, 이날보다 한 달 앞선 2014년 6월 24일 선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업무 노트북에 '국정원 문건'이…왜?)

'선내여객구역 작업예정사항'이란 부제로 2013년 2월 27일 최종 수정된 이 문건에는 '천장 칸막이 및 도색 작업', '자판기 설치', '해양안전수칙 CD준비', '침대 등 가구 교체', '화장실 휴지, 물비누 보충' 등 세월호에 대한 상세한 작업 지시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심지어 '3월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2월선용품 사용현황제출', '2월 작업수당 보고서' 등과 같이 직원 복지와 관련된 보고와 계획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지적사항은 100가지에 이르렀다. 

 


문건 작성 시기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세월호는 청해진해운이 2012년 10월 경 일본에서 사들여와 2013년 2월까지 증개축을 한 뒤, 2013년 3월 15일 첫 출항을 했다. 문건대로라면, 국정원은 세월호 출항 약 보름 전에 세월호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한 것이다.

당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므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울러 "국정원이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구입, 증개축 그리고 운항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데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0가지의 지적사항은 유관기관 지적사항이거나 세월호 자체의 작업사항으로 보인다", "세월호 관계자가 내부 작업예정사항을 기재하면서 여러 기관이 지적을 하니까 대표적으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양 사무장이 국정원과 관련 없는 점검사항을 한 가지 문서에 섞어 작성했다는, 실무자의 단순 착오라는 얘기다.

국정원은 그러나 사전 보안점검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100개에 이르는 지적사항 중 15-18번만 국정원의 보안 측정 필요사항으로 언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해진 내부공문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하드디스크에는 보안 측정과 관련된 여러 문서가 있고 그 가운데 '3.18지적'이라는 문서에 나온 국정원의 지적 사항이 스무 가지에 달했다. △주차장 입구 경비초소내 CCTV 설치(사무실에서 확인용), △전시장, 옥상광장등에도 CCTV추가, △갑판,기관,사주부 모두 시간대별 각 담당구역 순찰 및 일지 작성, △선박내, 브릿지, 기관실등 출입시 명부 작성 후 각 부서장 확인서명, △EXIT등 영어나 일어로만 써 있는 푯말 한글이나 병행표기, △탑승 에스카레이타 출입문 내측 도장 안 됨 등이다. 

 

 

▲세월호 청문회. ⓒ프레시안(최형락)


"세월 타고 제주 관광"...청해진해운, 국정원 수시로 접대

인천과 제주를 자주 왕복하는 화물기사들 사이에서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사이의 관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화물기사 김동수 씨는 특조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세월호가 처음와서 바로 출항을 안 해서 화물기사들 사이에서는 국정원에서 그 배의 쓰레기통, 전등, 페인트칠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어서 출항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제주도까지 세월호를 타고 관광을 목적으로 왔다 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공개된 이성희 전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 일기장에는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내려 관광 후 세월타고 가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청문회를 개최한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접대기록, 영수증, 업무 일지 등에서 보이듯 청해진 해운이 국정원 관계자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수시로 접대했다"고 했다.

또,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세월호에 특실이 아닌 선원실에 머무른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 내부 공문과 결재 서류에 "국정원 정기모임 참석" 등이 적혀 있는데,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이 참사 이전 3년간 최소 12차례 이상의 모임을 가졌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접대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참사 국정원에 최초 보고, 왜?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긴밀한 관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오간 연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를 참사 당일 오전 9시44분에 YTN 방송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전화로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돼 있고, 그 보고는 세월호 선원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한 것.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해양경찰청 기관보고에 따르면, 국정원은 9시 44분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세월호 침몰 사실을 파악했다. 참사 당일 오전 9시 28분, 국정원 직원은 해경 본청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원인은 아직 현재 기초적인 것만 확인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원인을 묻는다는 것은, 사고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세월호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보고받은 기관이 국정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국정원의 참사 인지 시점에 대해 "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 등은 사고 직후인 4월 16일 오전 9시10분쯤 국정원에 문자메시지로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에 최우선으로 보고된 이유는,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때문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해양경찰,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는 그 다음 순서이다. 민간 회사가 국정원에 직접 사고 사실을 보고토록 한 것은 상식과 동떨어진 일이다.(☞관련 기사 : "2천톤 여객선 17척 중 세월호만 국정원 보고"

국정원은 세월호 보고 계통도에 국정원이 포함된 데 대해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 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국정원 의지와는 무관하게 청해진해운이 임의로 국정원에 보고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당시 해경본청과의 전화 통화에서 유독 사고 원인을 캐묻는다. 위 질문에 해경 측이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답하자, "만들고 계세요. 바로 좀 도와주시고요. 암초라던데 맞나요?"라고 재차 묻는다. 그러자 해경 측은 "원인 미상이고요. 그냥 침수된 겁니다"라고 답한다. 국정원이 민간 선박의 사고 원인을 다급하게 파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정원은 참사 당일뿐 아니라 다음날까지도 수차례 청해진해운 직원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하 씨는 16일 오전 9시 38분(2분 01초)과 10시 23분(14초)에 청해진해운 김재범 기획관리부장과 통화를 했고, 저녁 8시 12분경에도 통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다음 날 2시 22분경엔 청해진해운 해무팀의 홍아무개 대리와 47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 이후 2시 36분경에는 청해진해운 김아무개 물류팀 차장과 2분 23초간 통화한다. 김 차장은 화물담당자로, 세월호 참사 직후 '화물적재전산시스템'에 접속해 화물량을 180톤 축소 조작한 인물이다. 

 

 

▲청문회장 바깥에서 피켓 시위 중인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그 많던 철근이 향한 곳은 제주 해군기지 

국정원 직원 하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과 그 다음날 청해진해운 업체 직원들과 통화한 내용, 목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정황 증거들이 나왔다. 

여객선으로 알려졌던 세월호가 철근과 생수 등 화물 운송에 주력했던 것은 사고 초기부터 세월호 이용객 증언 등을 통해 알려졌던 바다. 세월호는 출항 직전 차량 150대, 화물 657톤을 신고했지만, 실제 배에 실린 차량은 180대, 화물은 1000톤이 넘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의 주력한 원인으로 과적이 꼽혔다. 그렇다면 과적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의 용처는 무엇일까. 

<미디어오늘>은 그 많은 철근이 향한 곳이 바로 제주 해군기지였다고, 복수의 청해진해운 거래처, 제주 소재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혔다. 이 매체는 참사 당일 적재된 일반 화물이 약 1094톤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410톤이 철근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청해진해운 한 관계자의 말을 통해 "세월호에 실리는 철근은 보통 20%는 다른 곳으로 가고, 80%는 제주 해군 기지로 간다"며 "다만 당일(2014년 4월 15일 화물 적재 당시)은 100% 해군 기지로 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세월호 무리한 출항, 제주 해군기지 가는 철근 때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또한 "(참사 당일) 세월호에 적재된 철근은 명성물류 410톤, 제주선덕통운 16톤(차량 적재) 총 426톤이었다"며 "이 중 278t의 철근은 도착지가 해군기지였다"고 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화물을 손해 본 물류회사들이 해수부에 배보상 신청을 한 내용을 집계해 작성된 문서를 토대로 밝힌 내용이다. 세월호에 철근이 실렸고, 이 중엔 제주해군기지 건설용 자재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해수부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철근의 용처가 제주 해군기지로 밝혀지면서, 국정원이 왜 세월호 도입과 운항에 개입했는지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대 중국 전초기지'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국정원이 관여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을 나른 화물선인 세월호 또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세월호가 침몰 전날 무리하게 출항한 것 또한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국정원이 압박했기 때문이 아닌지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과 세월호의 특수 관계 의혹은 현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TF 13개 과제 가운데 포함됐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청와대와 더불어 오히려 청와대보다 더욱 성역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성역 없는 조사를 당부한 바 있다. 적폐청산TF가 수면 아래 가라앉은 진실들을 건져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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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부자 증세’ 논의, ‘질색’하는 언론들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삼성 뇌물죄 핵심증거도 있나?…박근혜 정권 특정 이념 부추겼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7년 07월 21일 금요일
 

정부가 증세 논의에 착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20일 증세 필요성을 건의했고 청와대는 바로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에 “달콤한 복지의 꿈이라는 함정에 빠져”(동아일보)에 섣부르게 증세결정을 내렸다며 “과속질주”(중앙일보)라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은 증세 외에도 최저임금의 상승에도 “과격한 인상안”이라며 “정부의 강압적 분위기”(조선일보)라고 썼다.  

다음은 21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증세 논의 첫발” 
국민일보 “당청, 법인세 인상·부자 증세 공론화” 
동아일보 “5대그룹-고소득 6680명 겨눈 증세” 
서울신문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드라이브” 
세계일보 “줄잇는 朴정부 문건…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조선일보 “민주당이 깃발 든 부자 증세론” 
중앙일보 “문 정부 부자 증세 카드 꺼냈다” 
한겨레 “박근혜 청와대 문건 속 이념전…보수논객 육성에 SNS·포털 통제 지시”
한국일보 “검찰 힘 뺀다더니 적폐 수사 떠안기는 청와대”
 

 

문재인 정부가 증세 논의를 시작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세입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비과세·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확대를 주장한 것이다.  

 

 
▲ 21일 경향신문 1면.
▲ 21일 경향신문 1면.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과세안은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2조9300억원 세수효과가 있고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자영업자 재정 지원, 4차 산업혁명 기초기술 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이른바 ‘부자 증세’에 따라 올 파장 등을 고려해 증세 타깃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로 좁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도 바로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추 대표 발언을 전한 뒤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 정부(당정)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장관도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한 만큼 증세 필요성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조금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21일 중앙일보 1면.
▲ 21일 중앙일보 1면.
빠르게 진행되는 증세논의에 언론은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기사에서 이를 두고 “19일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발표 이후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번지자 재빨리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세논의에 일제히 ‘부자 증세’우려하는 보수언론 

보수언론은 증세논의에 대해 일제히 ‘부자 증세’이며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민주당이 깃발 든 부자증세론’이라고 뽑고 “증세는 국민의 세금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인기 없는 정책으로 통한다. 박근혜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급증하는 복지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증세를 추진했다가 조세 저항에 직면했다”고 국민의 저항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말을 인용하여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전 세계적인 감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 21일 조선일보 1면.
▲ 21일 조선일보 1면.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증세론은) 지나치게 즉흥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전략보고서인 ‘비전2030’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달콤한 복지의 함정에 빠져 재원대책에서 우왕좌왕하며 재정적자만 키운다면 정권 후반에 때늦은 후회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증세에 대한 사설에서 “초우량기업과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삼아 세금을 더 걷자는 여당의 제안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증세방안이 토론되기를 바란다”고만 썼다.  

하지만 또 다른 사설에서는 결국 증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일보는 사설 ‘문재인 정부의 과속질주를 경계한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탈(脫)원전 △최저임금 인상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 등을 열거하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생략되고 지나치게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며 “2009년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던 일본 민주당이 3년 만에 정권을 내놓고 오늘날까지 지리멸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역시 무리한 복지를 추구하다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21일 중앙일보 사설면.
▲ 21일 중앙일보 사설면.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박근혜 정권 특정이념 부추겼다

 

청와대가 20일 삼성물산 합병 의결에 대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이러한 청와대 문건은 504건에 달한다. 해당 기록물은 ‘일반 기록물’로 분류되며 공개됐다. 

세계일보는 이를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라고 표현했다. 세계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1 국정목표를 ‘적폐청산’으로 잡은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의 적극적인 공개는 사정 정국 기류와 무관치 않다”라며 “검찰은 당장 청와대 문건 수사팀 인력을 보강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실상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라고 썼다.  

청와대는 20일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 관련 문건 제목을 공개했다. 문건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등이다. 국정농단 재판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과 삼성 간 ‘거래’ 의혹이 부각될 수 있는 문건들이다.  

 

▲ 21일 한겨레 2면.
▲ 21일 한겨레 2면.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특정 이념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카카오톡 ‘#검색’ 기능 관련,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개선 주문’,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검색까지 정부가 관리한 것은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 검토’ 문건 등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할 목적으로 보이는 문건도 발견됐다. 이 문건에는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문건 공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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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우글거리는' 4대강, 살리는 유일한 방법

 
녹조라떼 해결방법은 단 하나, 보의 수문 열어 강물 흐르게 하는 것

17.07.21 05:20 | 최병성 기자쪽지보내기

▲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이곳은? ⓒ 최병성

"우~웩. 구더기다!"

뚜껑을 열자, 토할 것 같은 악취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우글거렸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마다 붉은 마대자루가 가득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죽은 강을 살렸다는 4대강사업 현장이다. 풀밭에 줄지어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는 강에서 걷어낸 녹조를 마대자루에 담아 넣어뒀다. 풀밭 저 너머로 금강 부여보가 보인다.  
 
▲ 강변에 놓인 커다란 통 안에 녹조 자루가 가득했고, 구더기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풀밭 너머로 금강 부여보가 보인다. ⓒ 최병성

녹조가 썩어가며 그 안에 구더기들이 우글거렸고, 녹조 통 아래 달린 꼭지에선 썩은 녹조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 드넓은 강에서 녹조를 어떻게 걷어낸 것일까? '녹조제거선'이라는 배가 등장했다. 방수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한 강을 오가며 녹조를 걷어 마대자루에 담은 것이다. 
 
▲ 녹조제거선. 걷어 올린 녹조가 담긴 자루가 보인다. ⓒ 최병성

녹조라떼 해결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의 모래를 파내고 16개 대형 댐 규모의 보를 건설했다. 물은 많아졌으나 녹조라떼가 되었다. 국민 먹는 물을 독극물 녹조라떼로 만들었으니, 가만히 두고 볼만큼 무책임한 이명박근혜 정부는 아니었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4대강의 녹조라떼 해결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녹조제거선을 비롯하여 수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녹조라떼는 변함없었다. 강은 흐르는 것 외엔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녹조라떼 해결을 위한 이명박근혜 정부의 눈물겨운 수고를 함께 살펴보자.   

금강 부여보 창고에 이상한 포대들이 가득 쌓여 있다. 시멘트 포대 아래, WATER-CLEAN(워터-클린)이라는 생소한 포대가 있다. '녹조·적조 제거용'이라는 설명이 함께 적혀 있다. 
 
▲ 금강 부여보에 가득 쌓여 있는 녹조제거제. 녹조제거제 뿌리면 4대강 녹조가 해결되는 것일까? ⓒ 김종술

녹조 가득한 강에 녹조제거제를 뿌렸다. 녹조가 사라졌다. 근원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녹조를 강바닥으로 가라앉게 한 것뿐이었다. 

강바닥에 침전된 녹조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것이다. 기온 변화로 수면과 강바닥의 수온 차이가 발생하면, 어느 순간 바닥에 있던 침전물이 부유한다. 이는 물고기를 죽이는 원인이 됐다. 
 
▲ 강을 살렸다는 4대강에서 수시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녹조 제거를 위해 뿌려진 녹조제거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정수근

비단 물고기 떼죽음만 문제가 아니다. 녹조제거제가 뿌려진 강, 과연 국민이 먹는 물은 안전할까? 

낙동강 한 가운데서 녹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방법일까? 강 바닥에 강한 미세 기포를 쏘아 녹조를 부상시킨 후, 응집된 녹조를 수거해 탈수시켜 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이다. 
 
▲ 초록빛 낙동강 한 가운데서 녹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방법일까? ⓒ 신병문

미세기포를 이용한 녹조 제거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또 이 방법이 먹는 물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미세기포를 이용한 녹조제거는 물의 흐름이 전혀 없는 호수나 연못을 정화하는 방법이다. 호수 바닥에 미세기포를 쏘아 오랜 시간 침전되어 수질을 악화시키는 퇴적물을 걷어낸다. 

이 분야에 특허를 가진 분이 녹조를 제거하는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효과는 놀라웠다. 호수 바닥에 쌓여 있던 침전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연못의 수질이 몰라보게 개선되었다. 
 
▲ 물이 썩은 호수에서 미세기포를 이용해 침전물을 부상시켜 수질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 최병성

그러나 이 수질개선 방법은 물의 흐름이 없는 호수나 연못의 퇴적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4대강처럼 면적이 넓은 곳엔 소용없는 짓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4대강에 보가 건설되어 물의 흐름이 차단되긴 했다, 그러나 유속이 느려진 것이지, 호수처럼 완전히 정지한 것은 아니다. 

4대강은 국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물이다. 비록 느리지만 유속이 남아 있는 4대강에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알루미나 성분의 화학물질을 응집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녹조를 감추고자 강물 속에 알루미나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결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 미세기포를 이용한 녹조제거선 위에 커다란 통들이 가득하다. 강물 속으로 넣는 알루미나 성분의 물질이다. ⓒ 최병성

송어 양식장으로 전락한 4대강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새 창조 현장엔 이전의 강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것들이 많다.  4대강 곳곳에 수차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수차는 송어양식장에서 물에 산소를 불어 넣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다. 그런데 4대강에서 수차를 만나다니, 4대강이 언제 송어 양식장으로 변한 것일까? 
 
▲ 여러개의 수차를 연결하여 돌리고 있지만, 녹조라떼의 위용은 여전하다. ⓒ 최병성

4대강에 송어 양식장 수차가 등장한 이유가 있다. 한반도대운하 영상에 '운하에 화물선이 지나가며 스크루 물보라가 수질을 개선한다'고 홍보했다. 

꿩 대신 닭이라던 옛말처럼, 변종운하인 4대강에 화물선 스크루 대신 송어 양식장 수차를 돌린 것이다. 그러나 흐름을 잃어버린 4대강에 수차를 아무리 돌려도 녹조라떼는 변함이 없다. 
 
▲ 화물선의 스크루가 수질을 개선한다던 한반도대운하 홍보영상. 4대강에 화물선 대신 송어양식장 수차를 돌리고 있는 중이다. ⓒ 한반도 대운하

낙동강에 강정보에 모터 소리가 침묵을 깨고 있다. 이건 또 뭘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모터에서 전깃줄이 강물 속으로 이어져 있다. 아하~, 물방울을 일으켜 강물 속에 공기를 공급하는 폭기조 장치다. 죽어가는 강을 살리려 이렇게까지 애쓰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 변종운하인 4대강에 화물선 스크루 대신 수차와 함께 폭기조가 등장했다. 그런다고 4대강 녹조라떼가 사라질까? ⓒ 최병성

4대강 녹조라떼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있다. 빠르게 달려가는 모터보트다.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도 없는데, 4대강에 모터보트는 쉼없이 바쁘게 오간다. 왜 일까? 녹조라떼를 흩트리는 작업 중이다. 녹조라떼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사람들 눈에 쉽게 눈에 띄니, 녹조라떼가 있는 곳을 모터보트로 오가며 녹조를 사방으로 흩뜨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 4대강 녹조라떼를 흩뿌리기 위해 하루종일 모터보트가 강을 오간다. ⓒ 최병성

4대강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부에선 4대강 녹조라떼를 해결하기 위해 녹조제거제와 수차와 폭기조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그러나 녹조라떼는 변함없다. 백약이 무효였다. 보를 세워 강의 흐름을 차단한 상태에선 그 어떤 방법도 녹조라떼를 해결할 수 없다. 

강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물의 흐름은 사람의 심장이요, 강에 산소를 공급하는 여울은 허파라 할 수 있다. 변종운하인 4대강사업은 수로를 만들기 위해 여울을 다 파 없앴고, 보를 건설하여 물의 흐름을 차단했다. 4대강사업은 인체에서 심장과 허파를 떼 낸 것과 같다. 

심장과 허파 떼 낸 사람이 살 수 없듯, 물의 흐름이 막히고 여울을 잃어버린 강이 녹조라떼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억지로 공기방울을 불어 넣는 수차와 폭기조로 인공호흡한다고 죽어가는 4대강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4대강 녹조라떼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다. 강물이 흐를 때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저절로 해결된다. 이뿐 아니라 강물은 흐르며 스스로 여울과 소를 만들고, 나무가 자라는 습지를 만들며 강물 스스로 정화작용을 회복하게 된다. 

더 이상 쓸데없는 짓 하느라 예산을 낭비하지 말라. 4대강은 국민의 생명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4대강의 녹조라떼를 해결하고, 강을 다시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강을 흐르게 하라!
 
▲ 여울은 강에 산소를 불어 넣는 천연 정수기다. 수문을 열어 강이 흐르면, 여울이 만들어지며 강이 스스로 살아날 것이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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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걸은 간데없고 곰팡내 무성한 '통일의 집' 방문

문익환.박용길의 품, 그대 정녕 잊었는가<르포> 인걸은 간데없고 곰팡내 무성한 '통일의 집' 방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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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0  14: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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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 스러져가는 '통일의 집'을 지난 17일 <통일뉴스>가 방문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 목은 이색의 싯구가 떠올랐다. 서울시 도봉구 수유동 251-38번지. 골목 끝자락 흰색 문설주 위에 걸린 '통일의 집'. 바로 늦봄 문익환 목사와 부인 봄길 박용길 장로가 마지막까지 기거한 집이다.

늦봄과 봄길이 떠난 '통일의 집'을 지난 17일 <통일뉴스>가 찾았다. 4.19민주영령이 안식하고 있는 4.19민주묘지를 향하는 길목. '통일의 집'을 가리키는 표지판은 녹이 슬었다. 표지판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 골목 끝 '통일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 목사의 부모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가 이 동네를 왔다가 마음에 들어 정착한 집은 1960년대에 지은 단층 주택으로, 상공부가 당시 관사로 활용하려고 지었다고 해 '상공부 주택'으로 통했다. 

1970년대 문 목사 가족들이 이사했다. 1994년 문익환 목사 사후, 홀로 거주하던 박용길 장로를 위해, 1997년 건설노동자들이 붉은 벽돌집은 흰 색으로 칠하고, 지붕에 창문을 내는 등 수리를 했다. 

'누구나 통일을 논의할 때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통일의 집'은 문 목사 사후 박용길 장로가 붙인 이름이다. 

   
▲ 녹슨 표지판이 '통일의 집'을 안내하고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2011년 박용길 장로 소천 이후 방치된 '통일의 집'.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 장로 생전 방문한 적이 있던 기자는 '통일의 집'을 바라보자, 꼿꼿이 서서 주름진 얼굴로 어서오라 손짓하는 박 장로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대문을 열고 들어간 '통일의 집' 마당은 풀만 무성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축대는 쓰러지려 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곰팡내와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 목사가 생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안방에는 수많은 선물과 상패, 유품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했다. 문 목사의 부모가 살았고, 훗날 '기도하는 방'으로 쓰이던 방은 정리되지 못한 창고였다. 세 아들이 살고, 후에 박 장로가 기거하던 방은 수많은 상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문 목사가 책상머리에 두던 장준하 선생의 사진액자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각계에서 받은 유묵은 겹겹히 쌓여 먼지가 앉았다. 박 장로가 직접 쓴 각계 인사의 전화번호판은 역사를 증언했지만, 그냥 끄적인 종이로만 남았다. 2만 5천여 점에 달하는 유품은 삭고 있었다.

그 누가 이곳이, 문 목사 내외와 동지들이 민주화와 통일을 논하던 곳이라 생각할 수 있으랴. 주인없는 집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 집안을 둘러보니 '아이고' 소리가 절로 가슴을 쳤다. 개미와 좀벌레가 제집 삼아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띠자 억장이 무너졌다.

북간도 명동촌에서부터 이어온 밥 한 숟갈을 50번 씩 씹으라는 말을 열심히 실천하며, 민주와 통일을 토론하던 문 목사 가족의 밥상머리 교육의 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2011년 박 장로의 소천과 함께, '통일의 집'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통일의 집'은 폐허의 길을 걸었다.

   
▲ '통일의 집' 내부. 박용길 장로가 정리해 둔 모습 그대로이지만, 먼지가 켜켜이 쌓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통일의 집' 안방. 2만 5천여 점에 달하는 유물 보존 및 정리가 시급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문 목사 사후 박용길 장로가 기거한 방은 상자들로 가득했다. 정리된 듯해보이지만, 상자 속 유물은 삭는 중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집에서 만난 문영미 '이한열기념사업회' 학예연구실장과 김준엽 '문익환 통일의 집' 사무국장은 연신 안타까움을 보였다. 이 두 사람은 오는 2018년 6월 1일 문익환 목사 탄생 100돌을 맞아 '통일의 집'을 박물관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문영미 실장은 "가옥이 너무 낡아서 많이 훼손될 위기이다. 화급하다. 사료들이 잘 보관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자료가 분실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사료들이 처박혀있다"며 "집을 소독하고 자료를 제대로 정리하고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공간이 필요하다. 시작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준엽 사무국장도 "통일 등과 관련한 사료가 2만 5천여 점이다. 우리사회의 가치이자 유산이다. 그런데 방치되어 있다"며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통일의 집' 보존의 시급성을 알렸다.

'통일의 집'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이들의 아쉬움은 '그래도 비는 안 샌다'라는 위안만이 묻어있었다. 문 목사와 박 장로의 숨결이 담긴 89.97㎡의 '통일의 집'이 '비는 안 새는' 데 만족해야 하는 탄식.  이 탄식이 과연 몇 사람만의 것이어야 하는가.

   
▲ 정원철 추계예대 교수가 제작한 문익환 목사 초상화.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박용길 장로 생전에 걸린 문 목사 관련 액자만이 예전 '통일의 집'을 떠오르게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차디찬 거리에서 이뤄낸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목사가 꿈꾸고 박 장로가 그리던 민주.평화.통일의 세상이 이제 다시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시민사회는 잔뜩 부풀어 있다. 하지만 '통일의 집'을 둘러보며 시민사회가 정작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문익환 목사 탄생 100년인 2018년 6월 1일을 기념해 '통일의 집'을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난해 '사단법인 통일의 집'(이사장 최찬환)이 설립됐다. 하지만 아직 시민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어려운 상황이다. 

의구한 '통일의 집'을 지키고 보존하는 '인걸'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흩어진 민주.평화.통일운동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뜻을 모으면 문익환.박용길의 꿈은 되살아날 수 있다.

'통일의집' 후원은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문익환.닷컴/board/write.html?pid=101&fno=3

   
▲ 박용길 장로가 직접 쓴 전화번호판. 고은, 임종석, 장영달, 함세웅 등의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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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한미 군사훈련 중단하면 북한도 곤란해진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베를린 구상까지는 괜찮았는데…"
2017.07.20 11:13:01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당국 회담을 꺼내 들었다. '인도적 문제 해결'과 '군사적 긴장 해소'라는, 남북 간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풀어가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남한의 제안에 아직 침묵하고 있다. 이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두고 상당히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군사 당국 회담은 받고 싶을 것이다.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등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것만 날름 받아먹고 10.4 선언 10주년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그러면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조건환경론'을 내세워 두 사안 모두를 거절하거나, 두 사안 모두를 아우르는 장관급 회담을 역제안하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1970년대에도 회담이나 이산가족 문제에 응하기 싫을 때 '조건 환경론'을 들고 나왔다"며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봉을 하려면 그에 적절한 환경이 돼야 한다'면서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걸고 넘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역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경제 협력 문제나, 이산가족 문제, 군사회담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회담으로 급을 높이자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할 경우 정부가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이야기했던 이산가족 상봉,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금지, 정상회담 중에 정상회담을 제외한 세 가지 사안을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9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북한과 첫 대화 의제로 군사 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습니다.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베를린 구상에서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입구로 이산가족과 군사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명분이 큰 이산가족을 걸고 들어가고 북한에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확성기 방송 등을 걸어서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 것이죠.  

전체적인 방향이랄까 틀은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방법론적으로는 비정치적인 분야부터 시작하는 일종의 기능주의적 접근인데, 그렇게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당국 회담 등을 시작하면서 이후에는 정상회담까지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놓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 활성화되면 장관급회담도 할 수 있다는 복안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대해 북한은 아직 답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주 금요일에(21일) 군사 당국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정세현 : 답을 빨리 주지 않는 것은 나쁜 신호는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이 걷어찰 제안이었다면 진작에 거부했겠죠. 지금 나름 숙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군사 당국 회담은 받고 싶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군사분계선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했는데, 여기에는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등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것만 날름 받아먹고 이산가족 상봉은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습니다. 명분이 서질 않는 거죠.  

물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지난해 4월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과 김련희 씨를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고 역제안하면 10.4선언 10주년 및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걷어차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는 셈이 됩니다.  

그렇다고 남한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버리면 그동안 자기들이 계속 주장해왔던 식당 종업원과 김련희 씨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갈등 이슈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조건 환경론'을 들고 나오면서 남한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봉을 하려면 그에 적절한 환경이 돼야 한다"면서 군사회담에서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걸고 넘어지는 겁니다. 

실제 북한은 1970년대부터 남북 간 회담을 거부하거나 응하고 싶지 않을 때 조건이나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당시 남한은 북한에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추진하자고 했는데, 북한은 "주한미군이 있고 보안법이 살아있는데 어떻게 가냐"라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죠. 결국 상봉은 무산됐습니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


이미 북한은 조건 환경론을 들고 나올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단일팀 구성 이야기가 나오자 "체육 위에 정치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이 화해‧협력하려는 모양새를 취하려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조건에서만 평창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비롯해서 다른 회담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받아버리면 북한도 곤란해집니다. 자기들도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지해야 하거든요. 뱉은 말이 있기 때문에 군사 훈련 중지만 받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이게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운 대목일 겁니다. 

물론 북한이 핵 동결을 하면 좋긴 하죠. 그런데 이걸 시작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이라는 출구로 나오자고 하면, 북한은 자기들이 판을 주도하기에 불리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받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은 '조건 환경'의 핵심 요소인 군사 훈련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들의 핵 활동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남한과 대화를 어느 범위까지 해야 할 것인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예전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가 서해상에서의 남북 함정 간 충돌 방지를 위한 무선 교신을 먼저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북한에서 군사분계선 인근의 확성기 방송 중단을 연계하자고 했죠. 그렇게 협상이 이뤄진 적이 있는데요. 

북한은 이때의 협상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확성기 방송과 무선 교신 등을 주고 받는 선에서 군사 회담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본인들이 스스로 정치‧군사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남한이 그 이야기를 하자고 판까지 깔아 놨는데, 군사 훈련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북한 입장에서 '훈련 중단'이라는 일종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협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자기들이 미국과 일정하게 협상을 하고 거기서 가능성을 봐야 하는 것이죠.  

프레시안 : 그런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북한이 남한 제안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이게 북미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정세현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남한의 대화 제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 군사 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 미사일 동결을 맞바꿀 수도 있는데, 미국이 저렇게 나오면 먼저 이 안을 제안할 리가 없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미국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군사 회담으로 들어가서 미북 간 군사적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는 출구로 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때문에 회담에 나가는 것이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또 북한 입장에서 핵 동결이든 비핵화든 핵 카드를 통해 받아내야 할 반대 급부가 미북 수교나 평화협정 체결인데, 이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부분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고민을 하다가 답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기다려야 할까요?

정세현 : 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7일부터 상호 적대 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지키려고 할 겁니다. 날짜가 좀 지나가서 군사 당국 회담을 미뤄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거절하지 않는다면 남한의 안을 수용하거나 역제안 둘 중 하나인데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할까요?  

정세현 : 회담 격을 높여서 정치 문제부터 풀어 나가자고 역제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관급 회담을 하자는 식이겠죠. 경제 협력 문제나, 이산가족 문제, 군사회담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회담으로 급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장관급 회담으로 급을 높여서 종합적으로 '판'을 짠 뒤에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당국 회담 같은 세부적인 사안에 들어가자는 것이죠. "체육 위에 정치 있다"고 말한 걸로 보면 이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세부 사안에서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로 올라가는 방식이 아닌, 중간 단계 정도의 장관급 회담을 통해 세부 사안도 논의하고 정상회담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역제안한다면 정부는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이야기했던 이산가족 상봉,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금지, 정상회담 중에 정상회담을 제외한 세 가지 사안을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박근혜 정부 당시 장관급 회담이 거론됐을 때 소위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가지고 시끄러웠습니다. 그래서 2015년 12월 남북은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 당국 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정세현 : 당시 북한 체제의 특성을 모르는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규정해버린 겁니다. 우리는 회담 대표가 어느 정도의 결정권이 있지만 북한은 어차피 뒤에 있는 사람들이 다 결정합니다. 내각책임참사든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북한의 대남 기구) 서기국장이든 간에 대표자로 나오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어떻게 회담을 이끄는지가 중요하죠. 

또 과거 1990년 남북 총리급회담 북측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안병수(또는 안경호) 당시 조평통 서기국장은 한국 언론에서 장관급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된다구요? 왜 달라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습니다.  

협상에 나온 사람은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통로이지, 누가 와도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격'을 따지기보다 회담 내용을 잘 살펴야 합니다. 
 

▲ 가장 최근에 열린 남북 당국회담인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사진기자협회제공


남북 대화에 떨떠름한 미국?  

프레시안 :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였다"라고 명시돼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이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과 군사 당국 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는 식으로 사실상 환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정세현 : 미국 반응을 두고 어떤 의도인지 당장은 추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이미 발표한 것을 미국 측이 뒤집은 것이라고까지 해석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보통 이번처럼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오히려 국내에서 남한 정부가 북한과 대화든 뭐든 하려면 미국에 충분히 사전에 설명해서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감히 우리가 어떻게 마음대로 상황을 주도하냐는 건데, 실제로는 우리가 먼저 이렇게 치고 나가는 것이 일을 만들어내는 데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좀 떨떠름하게 생각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기정사실화하고 거기에서 성과가 생기면 그걸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일을 성사시키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외교부, 국가안보실 등이 사전에 미국을 잘 설득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주도권까지 받아 오면서 이런 중대한 제안을 한 마당에 미국이 삐딱하게 보지 않도록 사전에 보다 철저하게 미국과 교감을 이뤘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도 베를린 구상까지는 괜찮았는데 G20 회의 계기에 만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제재와 압박 이야기를 강조했는데요. 이건 북한에게 남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국내 보수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도, 국내 보수 세력도, 북한도 만족할 수 있는 제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설득을 해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모들과 사전에 충분한 타당성 검토 회의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만 해도 북한이 식당 종업원을 걸고 넘어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김련희 씨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정부는 이걸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이냐는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고요. 

대통령이 단일팀을 언급한 것도 좀 성급해 보였습니다. 북한이 거절한 게 문제가 아니라 남한 내 여론과 국가대표 선수들 입장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실제 1984년 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북한과 협의를 할 때 당시 정치권은 적극적이었지만 선수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러한 전례를 참모들이 살펴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외교‧안보의 사령탑이 없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몸값 높아졌다 

프레시안 : 한편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전 국방부 장관은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북핵 동결론'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정세현 : 그런 로드맵이 이제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돼버린 겁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나오게 된 원인은 지난 9년 동안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북한에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방치했으니까요. 인정하기 싫지만,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들고 떠난 셈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목표를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런데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이야기가 또 나왔습니다. 오바마 정부때만 해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정도까지만 언급됐었는데요. 아무튼 정부는 게이츠 전 장관처럼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 5번하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상황에서 비핵화에 호응할 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같으면 북미 수교나 평화협정 정도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몸값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프레시안 :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정세현 : 주한미군 문제가 붙어있어서 쉽지는 않을 겁니다. 김일성-김정일 정권에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평화협정과 수교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된 이후에는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방식으로만은 북핵을 해결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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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 교수들 보며 과학기술연구자로서 창피했다”

 

[인터뷰]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 “원자력 학자들‧한수원 노조 이해안돼…일부 언론, 자극적 얘기만 보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17년 07월 20일 목요일

문재인 정부의 탈핵‧탈원전 선언에 두차례나 반대 성명을 낸 원자력 학자들에 대해 공공기관의 과학기술연구자 집단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가 비판에 나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원자력 학계와 같은 과학기술연구자로서 학자들이 내놓은 주장을 보고 창피했기 때문이라고 해당 노조 책임자는 전했다.

폐쇄적인 원자력계를 포함해 우리 과학기술계의 연구 시스템 자체가 적폐라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위원장 김준규) 소속 신명호 정책위원장은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위원장은 원자력 학계 뿐 아니라 현재 신고리 5‧6호기 건설 임시중단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의 행태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정부출연 기초과학‧생명‧화학‧항공우주 등 과학기술분야 연구원 또는 연구기관 소속 조합원들로 구성된 노조이며, 신명호 정책위원장은 항공우주연구원지부장도 함께 맡고 있다. 여기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조합원도 포함돼 있다.

신 위원장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 “과학기술하는 입장에서 창피했다”며 “원자력 관련 학자들이 성명을 두 번이나 냈다. 거기에 들어 있는 417명의 교수들 명단을 봤더니 내가 잘 아는 교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다고 당장 잘리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원전이 추진되면서 과제도 있을 수 있고, 원자력 안전 분야 측면에선 할 일이 더 많을텐데 학자들이 이런 성명을 내는 것은 과학기술연구자로 창피하다고 했더니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 내자고 해서 빨리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이기 때문에 ‘탈핵’의 기조가 있기도 했으며, 대전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도 연대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성명을 낸 이후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KINS) 쪽 있는 사람 중에서 속시원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원자력 교수들의 탈핵‧탈원전 반대 주장에 대해 신 위원장은 “지금 정부만이 문제이고, 이전 정부가 원전 건설 뿐 아니라 폐기시설, 고속로, 재처리시설 등을 맘대로 결정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틀렸다”며 “이런 주장을 펴는 건 이들의 특혜의식(특권의식)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는 연구자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기 때문에 (연구의 방향에)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원자력계는 폐쇄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작업이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 작업이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값싸고 안전하며 깨끗한 에너지를 왜 말살하느냐는 원자력 교수들 주장의 ‘진정성’에 대해 신 위원장은 “학자로서 자신의 확신에 따라 반대한 학자들도 있겠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부여되는 연구과제 수가 떨어지고, 자신의 실험실 운영을 할 여력이 줄어 (교내) 영향력이 사라질 수 있는 점도 이런 반대목소리를 낸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당장 모두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라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것이고, 문제가 생길지 안생길지는 그 길을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인데도 왜 가지도 못하게 하느냐”며 “417명 연서명해서 두 번 씩이나 성명 발표할 정도로 큰 조치가 벌어졌는가. 바뀐 것은 정부의 기조와 경향성만 바뀐 것 뿐인데, 이들은 그것을 꺾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이들의 명분과 논리는) 빈약하고 특혜의식이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심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신 위원장은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계 자체가 적폐일 수 있다”며 “과제를 만들거나 기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정상적인 절차대로 이뤄져온 것이 아니다. 정부부처가 예산을 주면서 과제를 만들고 적당히 하면서 돌아가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민주적 기획과 민주적 통제가 모두 다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단적인 한 사례가 이번 원자력계의 반발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 출연 연구원이나 대학, 나아가 대한민국의 학문연구의 근본적인 한계일 수 있으나 이는 새 정부가 척결해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임시 중단에 이사회 저지에 이어 이사회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내는 등 결사반대하고 있는 한수원 노조에 대해서도 신 위원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회사의 손해를 입히는 법리적 문제에 대해 싸울 수 있지만, 그 싸움이 대중적 보편성을 띄지 않으면 작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이번 한수원 노조의 싸움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19일 오후 한수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낸 후 “천문학적 국고 손실이 발생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날치기 이사회를 통해 강행하는 것을 본 원전 노동자들은 가슴이 콱 막힌다”며 “진영 논리에 갇힌 무조건적 선호와 극단적인 혐오 논리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미래 에너지정책은 비전문가에 의한 공론화가 아니라 전문가가 검토해 국민이 이해한 뒤 결정해야 하는 중요 사안”이라며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은 “적어도 공기업이라면 공공성이나 공적인 임무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뭘 해야 하느냐.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공적인 임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게 아니라 원자력 마피아라 불리는 원자력계의 병폐를 한수원노조가 척결하는데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신명호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항공우주연구원지부장). 사진=본인제공.
▲ 신명호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항공우주연구원지부장). 사진=본인제공.
 
탈원전 반대에 앞장서는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신 위원장은 “한수원이나 원자력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과거부터 언론에 엄청나게 홍보해온 것으로 안다”며 “(언론과의 이런 관계가) 이것이 실질적이고, 새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론으로서의 언론보도 기능이 있는 지에 대해 “탈원전이 정말 문제라면 전력수급문제, 사용후 핵연료, 가스발전소를 지을지 여부, 재생에너지가 가능할지 등을 따져야 하는 데도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추상적이거나 대중을 자극하는 얘기들 뿐이다. 분란만 일으키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공연구노조는 지난 13일 저녁 ‘“책임성 있는 에너지”운운하는 원자력 학계 교수들은 국민들에 대한 협박을 멈추라!’는 성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며 공공기관 연구자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촛불시민들이 우리 과학기술자들에게 묻고 있다”며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연구하고 있는가’라고 밝혔다. 공공연구노조는 “탈핵정책은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민주적 통제와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가름하는 시금석”이라며 “정말 교수로서의 학자적인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갖고 있다면, ‘국가 경쟁력과 국민생활’을 운운하는 저열한 행동을 멈추고 원자력 산업과 학계의 적폐를 일소하고 거버넌스와 의사결정체계를 민주화하며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전국의 원자력 관련 공과 교수 417명이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정부 탈핵정책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전국의 원자력 관련 공과 교수 417명이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정부 탈핵정책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수원노조가 지난 13일 신고리5·6기 건설 임시중단을 위한 이사회저지를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수원노조가 지난 13일 신고리5·6기 건설 임시중단을 위한 이사회저지를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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