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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북선언 이행촉구 "북과 보조를 맞추며 진심을 보여야"

북, 남북선언 이행촉구 "북과 보조를 맞추며 진심을 보여야"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4/30 [10: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서명한 뒤 가진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 매체 ‘메아리’는 30일 “무슨 일에서나 성실한 땀과 노력을 기울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듯이 남조선당국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우리 공화국과 보조를 맞추며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 나간다면 북남관계는 보다 높은 단계에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고 실질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인터넷 소식에 따르면 매체는 ‘보조를 맞추며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판문점선언 1년이 지났지만)실질적인 이행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매체는 “지금 온 겨레는 북과 남이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에 조성된 평화적분위기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민족분열의 역사는 북과 남이 대결의 격화로 얻을 것이란 분열의 지속과 전쟁의 참혹한 재난밖에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새겨주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매체는 “그러나 민족의 지향과 열망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의 보수세력과 외세는 동족대결과 대조선(북)제재압박책동에 계속 매여달리며 북남관계개선의 흐름을 막아보려고 모지름을 쓰고 있다”며 “내외적대세력들의 책동으로 하여 우리 겨레의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현 사태는 북과 남이 그 어떤 풍파 속에서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매체는 “누구나 인정하는바와 같이 우리 공화국은 지난해에 판문점선언이 발표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북남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조선반도평화번영의 흐름을 적극 추동하기 위해 주동적이면서도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지금도 남조선당국과 손잡고 북남선언이행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결심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5일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공동선언들이 철저히 이행되어 한반도의 평화적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는데 “남조선당국은 민족의 지향과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기대를 외면한 채 과거의 체질화된 도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지난 22일부터 2주일 동안 진행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예로 들고 “남조선 군부는 대화상대인 우리의 면전에서 남조선강점 미군과 함께 <F-15K>와 <KF-16>, <F-16> 전투폭격기를 비롯한 숱한 비행대역량을 동원하여 우리를 겨냥한 도발적인 연합공중훈련을 벌여놓고 있다”며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북과 남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확약한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남조선 당국이 간판이나 바꾸어달고 <규모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릴 수 없다”며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마련이다.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체는 “남조선당국이 진심으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우리 공화국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매체는 “남조선당국이 말로만 평화와 관계개선을 떠들면서 북남관계가 저절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며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북남관계도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으며 북과 남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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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성공 회의실 변경에 허 찔린 한국당 "문 열어"

[현장] 긴박했던 2시간 30분... 정개특위-사개특위, 고성-항의 뚫고 표결 성공

19.04.30 00:26l최종 업데이트 19.04.30 10:17l

 

 

사개특위, 패스스트랙 지정 통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사개특위, 패스스트랙 지정 통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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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집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황영철 등 의원들이 회의를 막기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집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황영철 등 의원들이 회의를 막기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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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드러누운 나경원 "원천무효"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차수를 변경해 30일 새벽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하자, 회의장 앞 복도에 모여있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바닥에 드러누운 나경원 "원천무효"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차수를 변경해 30일 새벽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하자, 회의장 앞 복도에 모여있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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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 패스스트랙 지정 통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사개특위, 패스스트랙 지정 통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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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30일 오전 2시 30분 ]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마침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올라탔다. 지난 25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진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도 뚫렸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29일 밤 9시 56분께부터 급박하게 움직였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 의원총회 장소였던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집결했다가 동시에 움직였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인 국회 본청 445호실과 220호실 앞을 점거 농성 중인 한국당 의원·당직자들을 뚫기 위한 조치였다. 사개특위 일부 위원들은 국회 본청 220호실 앞을 들렀다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인 본청 507호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개특위 위원들은 아예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인 본청 607호실로 이동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각 특위 회의실로 쫓아갔다. 이들의 거센 항의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모두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채 회의가 진행됐다. 사개특위는 29일 밤 11시 53분께 표결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신설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정개특위는 30일 0시 32분께 표결을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모두 패스트트랙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인 11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다. 모두 여야 4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찬성표였다. 그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한국당은 앞서 비판 받았던 '육탄 저지'는 사실상 포기했지만 끝까지 회의를 방해하고 나섰다. 회의장 밖에선 한국당 의원·당직자들의 "독재 타도" 등의 구호가 이어졌다. 회의장 안으로 입장한 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와 거친 항의 발언을 이어갔다.

29일 밤부터 30일 자정 너머까지 긴박하게 이어졌던 특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사개특위]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 현수막 덮은 한국당의 결말
 
▲ 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집된 사개특위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문광위 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회의 자체가 원천 무효이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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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안 올 가능성도 있는 것 같은데..."
"경위 앞세우고 여기 올 수도 있어."
"여기 계속 있어도 되나..."


사개특위 회의 장소가 국회 본청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장으로 변경되기 전인 오후 10시께, 220호 기존 회의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의 입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20분 즈음, 민주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인 박주민, 표창원 의원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한국당 의원들의 점거 농성을 확인 한 뒤 5층으로 발을 돌렸을 땐 이미 한 발 늦은 때였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다급한 목소리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문체위 회의실로 의원 절반 다 오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명의 취재진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둘러싸여 입장조차 난망한 상황이 됐다.

"날치기하지 말고 문 열어! 이 날치기 같은 놈들!"

정태옥,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이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사보임 조치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유승민, 이혜훈, 지상욱 의원 등 같은 바른정당계 의원이 합세하면서 현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군사정권에서도 이렇게 안했어요!"
"날치기다 날치기!"  
 
현수막 덮고 누워 시위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회의장앞에서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가 적힌 현수막을 덮고 누워 항의하고 있다.
▲ 현수막 덮고 누워 시위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회의장앞에서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가 적힌 현수막을 덮고 누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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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에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열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에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열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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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문이 열린 뒤에는 이상민 위원장을 둘러싼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을 동반한 집단 항의가 이어졌다. 이장우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여당 위원들이 반박을 위해 추가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할 때마다 "원천무효!"를 연신 외치며 가로막았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취지 설명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장은 이에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고 국회 경위 직원들에게 장내 정리를 요청했다.

표창원 의원은 마이크에 입을 최대한 가까이 붙이고 "학생이 수업시간 내내 공부 안하다가 시험 직전 '내가 안 본거 내면 어떡하냐'고 하는 것과 같다. 이의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 제기해라. 사보임에 이의가 있으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를 신청하면 된다"면서 "여러분들이 아무리 난동 부려도 의사일정은 그대로 진행 될거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동시에 "창피하다 표창원!" 등을 외쳤다.
 
사개특위에서 투표하는 채이배 의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사개특위에서 투표하는 채이배 의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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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위원장의 투표 개시 선언으로 한국당을 제외한 사개특위 위원 11인의 투표가 시작됐다. 민주당 8인(이상민, 이종걸, 송기헌, 백혜련, 박범계, 박주민, 표창원, 안호영), 바른미래당 2인(임재훈, 채이배), 민주평화당 1인(박지원)의 찬성 투표로 의결정족수 5분의 3을 채웠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을 둘러싸고 "좌파 독재, 독재 타도"를 외치며 거친 항의를 이어갔다.

산회 직후인 오후 11시 55분께,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 미리 준비한 대형 현수막을 나눠 덮고 복도에 드러누웠다.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글귀가 적힌 펼침막이었다.

[정개특위] 김재원의 '기표소 점거'까지... 마지막까지 한국당은 저항했다 
 
회의장 바꿨다는 소식에 분개한 장제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회의장을 봉쇄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장제원, 정유섭 의원 등이 29일 오후 회의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 회의장 바꿨다는 소식에 분개한 장제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회의장을 봉쇄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장제원, 정유섭 의원 등이 29일 오후 회의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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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과 악수하는 심상정 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과 전체회의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 김성식과 악수하는 심상정 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과 전체회의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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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찌질하게. 이게 도둑질 아닙니까. 심상정 위원장 왜 이렇게 독재자가 됐나요?"

29일 밤 10시 38분. 정개특위 회의장을 뒤늦게 찾은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 장제원 의원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향해 거칠게 쏘아붙인 말이다. 김재원·이종구·임이자·정유섭·최교일 등 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도 그의 뒤를 이어 속속 입장했다. 회의장 문 밖으론 한국당 의원·당직자들의 "독재 타도" 구호가 계속 울려 퍼졌다.

장 의원은 "창피한 줄 아세요. 민주당 2중대, 3중대 이렇게 짬자미해서", "애들 술래잡기도 룰을 협의한다. 그런데 이건 선거제도다. 이걸 뒷구멍으로 야합으로 하면"이라며 항의를 계속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해선 "김성식 선배, 이게 대안이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심 위원장이 밤 10시 50분 회의 개의를 선언했을 땐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요구는 간사 협의를 통해 수용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재원 의원은 여야 4당 정개특위 위원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후안무치하고 정말 치졸한 방법으로 여러분들이 원하는 선거 룰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언젠가 역사에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의원 등이 "뭐하는 짓이냐, 동료의원들에게 죗값 을 치르라니, 어느 정도껏 해야지"라고 반발했을 땐 "부끄러우신가보다"고 응수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기동민 의원은 최근 국회 폭력사태와 선거제도 개편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특히 "(선거제 개편) 한 마디도 토론하지 않다가 패스트트랙 추진하니 '헌법 파괴', '독재 타도'라니 국민이 웃는다. 독재의 후신이 누군지, 헌법을 파괴한 사람이 누군지 국민들은 안다"고 쏘아 붙였다. 이에 대해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독재의 후예라고 말하지 마라, 저도 87년 민주화항쟁 때 넥타이부대로 나섰던 사람이다. 운동권인 당신들만 민주화 인사냐"고 반발했다.

의사진행발언은 오후 11시 46분께 잠시 중단됐다. 장제원 의원이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발언 순서를 무시하고 심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을 문제 삼고 나선 게 발단이었다. 그는 "(한국당 의원들이) 좌석에 앉은 채 평화롭게 회의 진행되고 있는데 왜 질서유지권 발동하나"며 질서유지권 해제와 한국당 의원들의 방청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질린다는 듯 "의사진행발언 중지하세요"라고 소리쳤다.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방해마!' 피켓 든 정의당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점거한 후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자, 정의당 의원들이 방해말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방해마!" 피켓 든 정의당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점거한 후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자, 정의당 의원들이 방해말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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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29일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원천무효라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29일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원천무효라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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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 '점거'로 투표 방해(?) 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표소에서 10분 가량 머무르고 있다.
▲ 기표소 "점거"로 투표 방해(?) 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표소에서 10분 가량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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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마지막 저항'은 30일 0시 25분께 진행된 표결 진행 때 이루어졌다. 장제원 의원이 표결 선언 직전 "3분 만 간사 협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이, 김재원 의원이 투표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그는 이후 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기표소를 사실상 '점거'했다. 심 위원장의 독촉에도 그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장 의원도 김 의원으로 인해 '무기명(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투표할 때까지 개표를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여야 4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결국 0시 32분께 표결이 이루어졌다. 기표소 시위는 결국 7분만에 마무리 됐다.

[후폭풍] 장외투쟁과 맞고발...나경원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끝냈지만 여야 4당과 한국당의 극한 대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오늘 좌파독재의 새로운 트랙을 깔았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지난 20일, 27일 광화문에서 열었던 장외집회 등도 계속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의총 후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가겠다"면서도 "오늘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일부터 나경원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를 논하겠다"면서도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발생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례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계속 고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만은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스스로 자진해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독재자' 플래카드 펼친 한국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정진석 의원 등이 회의장 앞 복도에 몰려와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문재인 독재자" 플래카드 펼친 한국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정진석 의원 등이 회의장 앞 복도에 몰려와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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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 앞 대치중인 한국당 vs 정의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정진석 의원 등이 회의장 앞 복도에 몰려와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서고 있다.
▲ 정개특위 앞 대치중인 한국당 vs 정의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정진석 의원 등이 회의장 앞 복도에 몰려와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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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번역] "아키히토, 퇴임 전 사과하시길"

[전문번역] 아키히토 일왕에게 보내는 편지
 
2019.04.29 08:00:28
 

 

 

 

지난 2016년 생전 퇴위 의향을 밝혔던 아키히토(明仁.86) 일왕이 오는 30일 물러나고 나루히토(德仁. 59) 왕세자가 5월 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한다. 이에 따라 30년간 계속된 '헤이세이'(平成·현재 일본의 연호) 시대가 저물고 일본은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 일왕은 신격화된 존재다. 하지만 제2차 세계전쟁 당시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책임도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생으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범죄의 수뇌 역할을 한 일왕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아들이다.

아키히토와 1960년생인 나루히토 일왕 부자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를 위해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아베 신조 총리 등 현재 일본의 수뇌부의 움직임 속에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범국가의 상징으로서 선왕 히로히토가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사망한 원죄로 일본 왕실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미국의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인 애덤 조너스 호로위츠는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에 앞서 선왕을 대신해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을 편지 형식으로 촉구했다. 그것만이 왕실의 앞날과 일본 정부의 잘못된 언행을 막는 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미국의 온라인매체 <카운터펀치>에 지난 24일 게재된 이 글의 전문 번역(☞원문보기)이다. 편집자
 

▲ 4월30일 퇴임하는 아키히토(오른쪽) 일왕과 5월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 ⓒEPA=연합


일왕에게 보내는 편지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한다. 대중적인 인기와 권위를 갖고 있는 아키히토 일왕이 이달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일본 현대사에서 자진 퇴위한 일왕은 처음이다. 

일왕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의 직계 후손이라는 신성한 존재라는 2600년된 일본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막중한 지위다. 물론 신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아키히토의 선왕 히로히토는 미국 점령군 사령관의 직접적인 명령으로 1946년 1월1일 스스로 신성을 포기했다. 히로히토는 왕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의문은 남았다. 일개 미국의 장군이 일왕의 신성을 제거할 수 있는가? 

또다른 의문들이 아키히토를 괴롭히고 있다. 아키히토는 히로히토를 대신해 전쟁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일본군은 히로히토의 명령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3500만 명을 살해했다. 

일본 제국군은 10여개의 나라를 침략해 학살과 다름없는 국제적인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난징 학살, 진주만 공습, 바탄의 죽음의 행진(필리핀 바탄 지역 필리핀 포로 학살), 마닐라 강간(1945년 2월, 28일에 걸쳐 10만 명 이상이 참혹하게 살해됐다) 등 역사적 이름까지 붙여진 범죄들을 저질렀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생물학적 전쟁공장으로 만주에서 운영된 731 부대는 인간을 실험동물 삼아 고문하고 살해하고, 중국 수십개 도시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제조하고 퍼트렸다. 

일본 국민과 군부에 대해 일왕이 행사하는 불가사의하고 실질적인 권력은 전쟁 말기에 더욱 극단적이 되었다. 패배에 직면하자 일본군은 아시아 전투지역에서 옥쇄를 명령했다. 일본 공군은 일왕을 위해 미군 전함에 비행기를 충돌시키는 자살공격을 감행할 조종사들을 파견했다. 

항복 이후에도 히로히토는 숭배의 대상으로 권력과 인기를 유지했다. 그의 전쟁 책임은 망각되고 사실상 면죄됐다. 미국의 설계에 따라 정교하고 허구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히로히토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이용당한 평화주의자라는 것이다. 히로히토가 사망한 후 국제학계에 의해 이런 신화는 허구로 드러났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일본인은 아키히토에게 선왕의 죄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러운 도발로 간주한다. 

하지만 가증스럽고 처벌받지 않은 전쟁범죄에 대한 아주 간략한 역사만 보더라도, 이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불경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서 생존한 희생자들에게 아키히토가 퇴임 전 사과를 하는 것은, 수십년 동안 지속된 왜곡과 은폐를 바로잡는 적절하고 마땅하고 필요한 행위다. 생존자들은 이런 사죄를 받을 권리가 있다. 

올해 아흔살이 된 이용수 씨는 이른바 '위안부' 출신으로 일본군의 공창으로 끌려갔다. 일본의 일으킨 제국주의 전쟁 시기에 일본군에게 끌려간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젊은 여성들 중 한 명이다.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이들은 하루에 50명에 달하는 군인을 상대해야 했다. 일부는 이런 상황을 몇 년이나 겪어야 했다. 그들중 90% 이상이 억류된 채 사망했다.

나는 이용수 씨를 한국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나는 일본군이 이름붙인 '위안부'가 아니다. 나는 조선의 소중한 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왕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쓰인 명함을 건넸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용수 할머니는 전세계 여성 인권 옹호자와 일반 시민에게 영감을 주는 활동가이자 영웅이다. 나는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 수천 명이 모인 집회에 참석한 할머니를 만났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앞장서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미국 의회에서 증언했다.도쿄에서는 일본 외교부를 찾아가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아키히토가 있는 왕궁 앞에서 항의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자신이 죽기 전에 일본 정부와 일왕이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소원 중 하나다.

국제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노력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즉시 시작됐다. 연합국은 전범재판소를 여러 곳에 동시에 설치하고 생존한 독일과 일본 지도자들을 공격적인 전쟁, 인종청소, 학살 등 '반인류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도쿄 전범재판에서 히로히토는 미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어떠한 조사나 처벌도 받지 않도록 보호받았다. 그는 기소, 처벌도 받지 않고 1989년 사망할 때까지 이후 45년 동안 일본 왕실의 최고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일왕 구하기'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의 핵심이자 토대였다. 미국은 히로히토를 일왕으로 보호하고 지위를 유지시켜주는 대가로 그가 항복할 뿐 아니라, 전후 일본의 평화로운 점령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다른 한편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히로히토에게 미국에 항복할 공적인 명분과 체면을 지키는 훌륭한 구실을 제공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될 때 사실상 일본의 거의 모든 도시는 미국의 재래식 무기의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잿더미가 됐지만 아키히토는 항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1945년 8월 8일 소련이 대일 선전포고를 할 때까지 히로히토는 항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소련의 침공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원폭 투하를 이유로 미국에게 항복하는 것만이 아키히토가 체면을 잃지 않고 전쟁을 끝내고, 살아남고, 왕실의 최고 지위를 유지할 방도였다.  

수많은 전쟁 희생자들과 모든 국가에게 사실상 정의를 부정한 것이라는 냉소를 받는 방안이었지만, 전쟁을 중단하고 황폐해진 일본을 재건하는 길을 열었다. 

미국에게는 히로히토와 다른 전쟁 지도자들을 볼모로 삼아 새로운 냉전 시기 일본에 항구적인 군사기지를 배치할 수 있는 권리도 안겨주었다. 

일종의 악마와의 거래로서 일본의 문화와 정치적 책임, 전쟁범죄에 대한 인식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부작용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일왕이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일본인 누구도 책임이 없는 것이 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어떠한 전쟁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도쿄 전범재판은 복수에 불과했으며, '승자의 정의'로 치부했다.  아베 등 일본 정치인들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생존자들을 거짓말쟁이, 창녀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일본에서 일왕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로 되어 있다. 무례한 행위, 심하면 일왕을 살아있는 신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신성모독으로 간주된다.

일본에서 히로히토가 전쟁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문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혹을 언급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금기다. 이런 의혹을 거론한 많은 언론인과 정치인들은 일본 우익 인사들로부터 살해와 폭력 위협을 받아왔다. 

히로히토와 아키히토 일왕 부자는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짧지만 드물게 '유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희생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아키히토가 이달말 사퇴 직전 그가 선왕 대신 이용수 할머니 등 희생자들의 고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선례를 남기기를 바란다. 

나는 이 편지를 빌려 일본인에게 사과를 한다는 것을 일왕에게 밝힌다. 나의 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시기에 미 공군 B-29 폭격기 조종사로 복무했다. 아키히토 일왕과 일본 국민에게 이 자리를 빌려 일본과의 전쟁 속에 미국이 고통을 준 행위에서 나의 아버지가 했을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또한 기소가 되었어야 마땅한 일본의 전범들에게 미국 정부가 면죄부를 줌으로써 '범죄 비호자'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미국의 시민으로서 사과한다.  

전후 일본의 평화로운 점령을 위해 일왕을 유용한 꼭두각시로 활용하기로 한 실용적인 결정을 용서할 수 있다고 해도,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는 히로히토를 일본의 왕으로 유지시켜준 결정에 대해 용서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히로히토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본 국민과 전세계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교훈으로서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최초의 일왕이 되었어야 한다. 

히로히토가 전쟁범죄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고 사과를 했다면, 아키히토가 퇴임에 앞서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히로히토가 온당한 책임을 지고 사과했다면, 일본 정부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전쟁 희생자들을 모욕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사과하는 것이 체면을 잃는 것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일왕 아키히토에게 말하고 싶다.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은 체면을 세우고, 책임감과 품위, 용기를 보여줘 태평양전쟁의 희생자들뿐 아니라 전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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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보수 유튜버’까지 끌어들인 자유한국당, 개혁입법 저지에 동원

자유한국당의 점거농성으로 혼란에 빠진 국회...유튜버도 전례 없이 활보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04-28 19:49:47
수정 2019-04-28 2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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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히의실 입장을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히의실 입장을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던 4개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자유한국당은 그 순간에도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활용해 사실과 동떨어진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지지층에 전달했다.

지난 24~26일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곳에는 카메라 또는 휴대폰 카메라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이 따라붙었다.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공개적으로 토론회 등에 유튜버들이 몰린 적은 있어도, 본회의와 각 상임위원회 회의 등이 열리는 국회 본청에 유튜버들이 몰려와 하루종일 생중계를 하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붙는 유튜버들 

자유한국당은 기자회견이나 점거농성을 벌일 때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찾아다녔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당직자에게 "'신의한수' 왔나? 유튜브, 유튜브"라고 물어봤다. 정 의장은 주변에 있던 기자들을 의식한 듯 "(우리의 목소리를) 다 내보내주지 않을 거라서 유튜브 방송이 와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신의한수'는 현재 66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보수 진영에선 유명한 유튜브 채널이다. '문재인 대통령 보톡스' 등 가짜뉴스를 유포하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한 유튜브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릴레이 농성을 벌일 때에도 '신의한수'는 자유한국당의 요청으로 국회 본청에 들어와 매일 농성장에서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국회 본청 내 유튜버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다. 자유한국당은 7층짜리 국회 본청 내 곳곳을 점거하고 있었는데, 그 곁에는 언제나 유튜버들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육탄전이 크고 빈번하게 벌어졌던 7층 의안과 앞에서도 한 눈에 봐도 5명이 훌쩍 넘는 유튜버들이 있었다.

26일 법안 제출이 모두 완료된 뒤 가까스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밖 복도에서도 3명의 유튜버들이 나란히 서서 자유한국당의 농성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농성과 집회 관련 영상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농성과 집회 관련 영상들.ⓒ유튜브 캡처

여야 몸싸움에 '참전'하거나 구호 외치는 유튜버도 

유튜버들의 등장에 국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실랑이들이 빚어지기도 했다. 33년만에 경호권이 발동될 만큼 국회 안은 삼엄한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유튜버들이 국회 안을 활보하고 다니자 국회 경위 및 방호원들은 이들의 방송을 제지했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신의한수'는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의 요청에 따라 국회 본청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신의한수'는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에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들이닥쳤을 때에도 이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신의한수' 진행자는 당시 국회 사무처 직원에게 촬영을 제지 당하자 "어제도 촬영을 했다"라며 "원내대표실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한수'는 "절차적으로 취재증을 받아야 한다"는 국회 직원의 제지에 하는 수 없이 방송을 접는 듯 했다. 하지만 '신의한수'는 그 이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농성 등을 생중계했다.  

'잔다르크tv'도 지난 25일 국회 본청에서 생중계를 하던 도중 국회 직원이 '출입증을 보여달라. 어떻게 여길 왔냐'고 묻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 관계된 사람"이라고 답했다. 결국 '잔다르크tv'도 현장에서 촬영 금지를 당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촬영하고 방송한 것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된다. 

국회 내 취재를 관리하는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신의한수'가 찾아오긴 했다. 하지만 취재를 허가해주진 않았다. 어떤 유튜브도 취재를 허가하지 않았다"라며 "언론사가 아닌 일반인에겐 취재증을 내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통상 언론사도 일정 수준의 요건이 돼야 취재증이 나온다. 상시 출입증을 얻기 위해서는 열흘 가량 소요되는 신원 조회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유튜버들이 국회 본청을 활보하며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원의 개별적인 허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청사에서의 촬영 등에 관한 내규(4월 17일 일부개정)'에 따르면, 방송 등 외부 공표를 목적으로 국회청사에서 촬영 등을 하려는 사람은 촬영일 전날 별지 서식의 국회청사 신청서를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다만,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회의원의 인터뷰 등을 위한 촬영으로서 해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가 그중 하나이다. 일반인인 유튜버가 국회 본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국회의원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외에는 국회에 출입할 수가 없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유튜브의 경우 방송을 해서 광고로 수익을 얻지 않나. 공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아서 (취재는) 안 된다고 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실 측에서 정당을 촬영하는 게 왜 공익이 아니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결국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라며 "우리도 고민이 많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저희가 취재와서 의원들을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면서도 "'신의한수' 외에는 우리가 부른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튜버들의 활동은 단지 '국회의원 인터뷰'에 한정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법안 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밀고 당기며 몸싸움을 벌일 때 이에 슬쩍 합세하는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자유한국당이 Y모 방송사를 향해 '사실 그대로 방송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외친 "공정방송" 구호를 따라 외치는 유튜버도 있었다. 반대로 한 유튜버가 구호를 선창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따라 구호를 외치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 안에서는 물론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인 정론관에서도 구호를 외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혼란 속에 기자들과 유튜버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생중계하고 있는 유튜버들.
2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생중계하고 있는 유튜버들.ⓒ민중의소리

보수 유튜브를 정치에 끌어들인 자유한국당,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직접 정치에 끌어들인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 의안과에 법안이 제출되는 것을 막고, 회의를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가로막고 있는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기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것이다. 또 하나는 민심이 그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다. 이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도 높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들 법안은 곧 "좌파독재"이며, 이를 막는 것은 "불법에 대한 저항"이라며 자신들의 폭력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가감 없이 그대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지층에 전달되고 있다. "헌법수호", "독재타도"와 같은 구호는 앞뒤 맥락을 모르면 마치 자유한국당이 '민주투사'가 된 듯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이는 주말인 27일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에서도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여기에서도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들을 쏟아내며 앞으로도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지지자들 앞에서 천명했다. 자유한국당의 집회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극우 성향의 '태극기부대'도 대거 합류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성제준(30)씨가 직접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집단과 집권여당은 대한민국의 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무시하면 저는 당당하게 제 신념을 가지고 '문재인 스톱'이라고 외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에 반대하여 폭력을 쓰는 게 무슨 방어권인가"라며 "불법점거, 특수 감금, 폭력점거 등을 방어권이라고 둘러대는 나 원내대표의 혹세무민에 말문이 막힌다. 나 원내대표는 그 뻔뻔한 입 다물라"라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19.04.27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19.04.27ⓒ사진 = 뉴시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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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항쟁 39년···“인간답게 살아보자” 잊혀진 광부의 절규

  • 입력 : 2019.04.29 06:00:02 수정 : 2019.04.29 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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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년 아픔 여전한 ‘사북항쟁’

    1980년 4월 사북항쟁 당시 철로를 점거한 광부들과 가족들. 이들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나흘간 투쟁한 뒤 일터로 복귀했지만, 돌아온 것은 계엄당국의 끔찍한 탄압이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1980년 4월 사북항쟁 당시 철로를 점거한 광부들과 가족들. 이들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나흘간 투쟁한 뒤 일터로 복귀했지만, 돌아온 것은 계엄당국의 끔찍한 탄압이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광부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1980년 4월 강원 정선군 사북읍, 당시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이던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광부와 가족 등 6000여명이 철로를 점거하고 쟁의를 벌였다. 21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광부들의 쟁의는 임금 인상에 대해 회사와 합의하며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약속은 금세 깨졌다. 5월6일 계엄당국은 정상 출근을 시작한 광부와 그 가족들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어진 고문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국가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았다. 글도 지도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를 북한에 몇 번이나 넘어갔다 온 간첩이라 불렀다. 광주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지기 불과 12일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광주민주화운동과 달리 강원도 두메산골 탄광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언론은 광부들을 ‘폭력적인 시위꾼’으로 몰았다. 사북항쟁은 못 배우고 험악한 이들의 난동처럼 그려졌다. 

    숨죽인 세월이 지났다. 운동 주모자 두 명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을 뿐이다. 광부들은 광주 5·18, 제주 4·3 등이 명예회복을 해나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탄광촌이었던 사북은 이제 카지노 도시로 변해 외지인들만의 땅이 됐다. 광부의 딸과 아들은 사북을 떠났다. 사북은 떠올리기 싫은 고향이 됐다. “광부들이 일하다 죽는 것은 당연했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원갑(79)·신경(77)씨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다. “폭도라는 이름을 벗고, 떳떳하게 사북에서 광부 동지들과 만나는 날”을.

    지난 26일 오후 사북항쟁 관련 행사를 위해 서울을 찾은 이들을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만났다. 이씨는 말했다. “광부들의 시커먼 손은 누구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커피잔을 쥔 이씨의 손에 눈길이 갔다.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굽어 있었다. 고문관의 군홧발에 밟혀 상처 입은 뒤 제대로 펼 수 없게 됐다. 마흔의 나이에 사북항쟁을 이끈 이씨에게 남은 상처였다. 

    그는 1964년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탄광 일을 처음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다녀오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였다. 스무 살에 결혼해 부인과 딸 둘, 어머니와 형제까지 모두 다섯이 하릴없이 이씨를 쳐다봤다. 탄광 일을 하면 돈벌이가 좀 될 것이라 생각했다. 9년을 일했다. 힘들고 처우도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1973년 동원탄좌 사북영업소로 옮겼다. 당시 최대 민영 광업소였다. 보안관리 자격증이 있어 ‘감독’으로 일할 수 있었다. 사북역에서는 매일 수천t의 탄이 외지로 흘러나갔다. 광부들 땀의 대가였다. 그러나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어용노조는 회사와 짜고 광부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참기 어려웠다. 1978년 노조지부장 선거에 출마했다. 대의원 간선제로 선출되던 노조지부장 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 “매년 쳇바퀴 기념행사…사북은 지금도 깜깜한 밤중입니다”

    잊혀진 광부의 절규 

    <b>사북항쟁을 기억하며 ‘토크콘서트’</b> 지난 26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기억을 말한다-사북항쟁’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신경·이원갑씨와 황인오 사북민주항쟁동지회 부회장(왼쪽부터). 이날 행사는 사북항쟁에 참여한 광부들과 진상규명에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dpplee@kyunghyang.com

    사북항쟁을 기억하며 ‘토크콘서트’ 지난 26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기억을 말한다-사북항쟁’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신경·이원갑씨와 황인오 사북민주항쟁동지회 부회장(왼쪽부터). 이날 행사는 사북항쟁에 참여한 광부들과 진상규명에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dpplee@kyunghyang.com

    광부들과 어용노조 대항조직을 만들어 항의하기 시작했다. 1980년 4월21일 경찰에 허락을 받고 집회를 열려 했지만, 이미 길이 막혀 있었다. 광부 옷을 입은 경찰들이 훼방을 놨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과 광부 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나흘간의 사북 점령은 이렇게 시작됐다. 동네 국밥집에서는 광부들 힘내라며 음식을 댔다. 

    ■ 탄 캐다 간첩으로 몰려 

    계엄당국은 공수부대 투입을 계획했다. 그들에게 탄광산업은 경제개발의 기반이었기에 이곳에 불어닥치려는 민주화와 노동 운동 물결을 묵과할 수 없었다. 광부들은 어쩔 수 없이 24일 회사와 임금 인상 등을 약속하며 합의했다. 29일 광부들은 정상 출근했다. 처벌이 없다는 약속은 5월6일 무산됐다.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단은 광부와 그들의 가족 140여명을 붙잡아 갖은 고문을 가했다. 국가는 이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이씨는 “통닭구이, 손에 각목 끼우고 때리기, 고춧가루 물 먹이기 등 갖은 고문을 다 당했다”며 “다른 사람들 조사받는 걸 봤는데, 여자들은 옷이 다 헤쳐져 맨몸이 드러났다. 군인들이 구둣발로 밟는데, 인간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에서는 광부들의 자질과 실력으로 봤을 때 이 같은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면서 불순분자가 개입돼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사돈의 팔촌까지 신원조사를 하고 동네에 우리가 빨갱이라고 소문을 다 냈어요.” 이씨는 계엄령포고령 위반 등으로 징역 1년6월을 살았다.

    이씨와 함께 운동을 이끈 신씨 역시 옥살이를 했다. “공소장을 보니 광부들 서이 너이 ‘골목집’이라는 식당 가서 밥 먹은 걸로 계엄법 위반이라고… 세상에 맥주 한 병 나눠 먹은 걸 도적으로 몰아서. 제일 억울한 게 우리는 산업역군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인데 빨갱이로 몬 걸 보고, 이게 무슨 법치국가인가….” 

    1982년 형을 끝내고 사북으로 돌아온 이씨에게 동원탄좌는 돈 500만원을 쥐여줬다. “당신을 추종하는 세력이 아직 남았으니 사북을 떠나달라고…. 못 받는다고 했더니 두 번을 더 불러 1500만원까지 제시했습니다. ‘나를 추종하는 세력이 정말 있다고 하면 더 낯부끄러운 짓은 못한다’고 거절하고 나왔습니다. 사실 그때 회사가 나를 떠나라고 안 했으면 오히려 사북을 떠났을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도 사북에 산다. 

    ■ 카지노는 “광부 배척 산업” 

    당시 회사에서 사택이라고 지어준 집은 얇은 합판을 덧댄 가건물 같았다. 방 두 개에 삼대가 모여 사는 집도 흔했다. 열 가구가 외부에 있는 화장실 한 개를 공동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아침이면 화장실 앞에 길게 줄 선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고 했다. 

    사람이 죽는 것도 예사였다. “한 달에 보통 광부 두세 명이 죽었습니다. 관이 없어서 ‘지장’이라고 종이에 시신을 둘둘 말아서 뒷산에 묻어 버리고, 그런 무덤이 숱했습니다. 아침마다 죽은 사람 때문에 사택 앞에서 누군가 울고 있었는데, 회사는 그냥 돈이나 몇 푼 쥐여주면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사람 목숨을 경시했습니다.”(신경씨) 

    1990년대 들어 석탄산업이 사양에 접어들며 사북 일대의 탄광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퇴직금도 못 받고 일자리를 잃는 광부들도 허다했다. 대체산업이라며 정선에 카지노가 들어섰다. 폐광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다. 이씨는 카지노가 “광산 대체 산업이 아니라 광부 배척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카지노는 지역 주민을 일정 비율 채용하며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카지노에 가서 일할 광부들은 없었다. 이씨는 “탄만 캐던 사람들이 사무를 볼 입장이 못되니, 광부들이 할 수 있는 게 청소, 빨래 이런 것뿐이었다”며 “결국 많은 광부들이 사북을 떠났다. 차라리 제조업 공장이 들어왔으면 사람들이 일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게 아니냐”고 말했다. 

    광부의 자식들도 사북을 떠났다. 광부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살기엔 사북이 남긴 기억은 너무 어두웠다. 사북항쟁 당시 이씨는 9남매의 아버지였다. 첫째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둘째가 중학교 3학년, 셋째가 초등학교 6학년, 막내아들이 두 살이었다.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너희 아버지 빨갱이라며’라는 질문을 듣고 살았다. 

    “아이들이 사북을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학교 안 다니겠다고 전학 보내달라고 울었어요. 넷째는 하도 고집을 부려 원주에 있는 학교로 보냈지만, 하숙비 등 돈이 감당 안돼 다시 사북으로 데려왔습니다.”(이원갑씨) 감옥에서 나온 이씨는 한동안 보험회사 외판원으로 일했다. 그간 식당, 옷장사 안 해본 것 없이 일하며 살았다. 그는 9남매에게 “내가 너희 모두 고등학교까지는 보내준다. 그 이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튀어나온 갈비뼈를 보여주면서도 당당했던 이씨의 눈시울이 자식들 얘기에 붉어졌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그 사건에 가담 안 했으면 우리도 대학 갈 수 있지 않았냐고, 걔들은 원망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고 어리광을 부리는 건데, 부모로서 그 얘기를 들으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사북항쟁 39년···“인간답게 살아보자” 잊혀진 광부의 절규

    ■ 사북은 지금도 ‘깜깜한 밤중’ 

    이원갑·신경씨 두 명만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
    6000여명 구제 못 받아
     

    사북항쟁은 올해로 39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기념식엔 강원도지사가 찾아와 사북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고 기념사업회 등 다양한 재조명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해까지는 큰 진척이 없다. 

    “5·18 광주는 성지 아닙니까. 그런데 사북은 아직도 다들 어둡게 기억하고 있어요. 기념행사는 매번 하는데 항상 쳇바퀴 돌 듯 그 행사고 사람들은 나이 들어가요. 이번 행사에도 매번 오던 사람이 안 와 물었더니 몸이 아파서 이제 못 온다고 했습니다.”(신경씨) 그는 “사북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명예라도 회복되는 게 희망 사항이다. 동지들과 웃으며 만나고 싶다”며 “그게 아니라면 사북은 지금도 깜깜한 밤중”이라고 말했다. 

    사북, 폭동의 땅이 아닌 
    민주화 땅 기억 됐으면

    신씨와 이씨는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둘뿐이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나머지 26명의 동지, 합수부에 끌려가 고문받았던 140여명의 사람들, 사북에서 경찰과 맞섰던 6000여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이씨는 현재 사북민주항쟁동지회 회장이다. 동지회에선 약 50명의 회원들이 활동한다. 그는 “동지회 일원이 이제 대부분 80대다. 광부들이 살아 있는 동안 국가의 사과를 받고 싶다”며 “사북이 폭동이 일어났던 곳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주목 못 받은 ‘사회적 참사’ 바닥부터 기록  

    ‘사북항쟁’ 추적한 서강대 ‘풀뿌리기억저장소’ 

    사북항쟁은 1980년대의 주요한 노동 운동이었다. 회사와 어용노조, 이들의 활동을 묵인하는 정부에 맞선 민주화 운동이었다. 

    하지만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교과서에도 제대로 실리지 못한 채 잊힌 이야기였다. 2020년이면 40주년을 맞는 사북항쟁을 제대로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목받지 못한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설립된 서강대학교 ‘풀뿌리기억저장소’에서는 사업 첫 주제로 사북항쟁을 꼽았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가 ‘기억을 말한다-사북항쟁’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항쟁에 참여했던 광부들과 진상규명에 힘썼던 이들을 불러 1980년의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연구소 내에 설치된 ‘풀뿌리기억저장소’의 사북항쟁 프로젝트 사업 일환이었다. 

    기억저장소는 사람들에게 잊힌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 설치됐다. 첫 기억 연구 주제로 사북항쟁을 선정했다. 사북항쟁 참가자들의 구술 자료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 사북항쟁 연구자로 2000년 당시 석사논문을 집필 중이던 박철한씨가 녹취한 자료였다. 사북항쟁 관련 구술 자료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1980년 이후 이때가 처음이었다. 요약본만 A4 용지 100장을 넘는 방한 자료다. 구술 자료가 있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기억저장소는 구술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문서화해 디지털 아카이브에 남기기로 했다. 다음 달 홈페이지 개설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기억저장소 담당 김정한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사북항쟁은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라 저장소 취지와 잘 맞았다”며 “5월 광주 한 달 전에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계엄군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일이라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 이름을 ‘풀뿌리’라 지은 이유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닥에서부터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억저장소는 사북항쟁 외에도 지난해 라오스댐 붕괴사고 등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참사에 대한 기억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기증받은 자료 등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앞으로 한국전쟁 참전 군인에 대한 잊힌 자료나 월남 전사들에 대한 생활사, 5·18 구술 자료 등을 더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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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4290600025&code=940702#csidxa6dc24010515a45baff977a7bb8a6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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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가능할까?

황교안,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
 
임병도 | 2019-04-29 08:25:5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불과 일주일 만에 참여인원 29만 명을 넘었습니다. (29일 오전 7시 기준)

4월 22일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참여인원은 4월 25일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폭력과 불법, 감금을 저지른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한달 내 20만 명 이상 참여’라는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정당 해산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연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 가능한지, 진짜 해산될 수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정당 해산 청구, 정부가 할 수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는 자체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헌법 제8조 4항에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정당해산 청구는 이미 2013년에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통합진보당 해산입니다.

2013년 11월 5일 법무부는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상정했습니다.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고, 해외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 결재를 받아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고,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는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할 수 있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가능할까?

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헌법재판소가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을 결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사례를 본다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내란음모’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선거구 여론 조작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해당 사건들이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 위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헌재의 결정과 지금 자유한국당이 벌인 일을 비교하면 국회 내 폭력과 감금, 의사 방해 등은 헌법에 명시된 정당 해산 요건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더 중요한 것은 통합진보당은 그저 말과 문서에 불과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직접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점입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실하게 위반한 것은 오히려 자유한국당입니다.


황교안,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

▲4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독재타도, 헌법수호 현수막을 들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아이엠피터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정당 해산에는 반대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을 반대하는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사상과 정치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였습니다. (관련기사:이승만-조봉암을 통해 본 ‘통진당 해산안’)

아이엠피터는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은 찬성합니다.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행위는 의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막는 행위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종변론에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며 진보당 해산을 요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를 폭력을 동원해 방해하는 행위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동물 국회’, ‘폭력국회’라는 말을 듣지도 보지도 않을 겁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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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산업재해사망자 추모날 유족의 한결같은 바람

국제 산재사망자 추모의 날, 고 김용균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
김미숙‧황상기‧강석경씨 등 모여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 나서지 않아… 시민이 힘 모아야”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28일 일요일
 

“유가족은 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처럼 살아야 하나요? 왜 이 나라는 국민의 목숨을 지켜주지 않나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국제 산업재해사망자 추모의 날’인 28일, 수많은 ‘김용균들’의 유족이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모였다. 산재피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유족과 동료들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묘비·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그를 추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 CJ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군,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양, 토다이 현장실습생 고 김동균군, tvN 고 이한빛 PD 등의 유족이 자리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와 어머니 김시녀씨, 아현동 강제철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박준경씨의 유족도 함께했다.

 

▲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미숙씨는 “날벼락으로 자식을 잃어도 미치겠는데, 사회로부터 죽임을 당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그렇게 새벽을 맞이한 지 4개월이 지났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여기저기서 자살하고, 떨어져 죽고, 눌려 죽는 희생들이 기업들과 정치인들의 선택에 비롯한다는 사실에 정말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국가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물어야만 ‘위험의 외주화’가 끝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거나 숨지면 정부책임자와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상기씨(고 유미씨 아버지)는 “정부가 노동자를 다치고 죽게하는 업장에 오히려 상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정신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고, 죽고 병들어도 정부는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산재보험료 혜택을 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위험한 환경을 방치한 데 엄벌을 가해야만 안전해진다”고 했다.  

김동준군 어머니 강석경씨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현장실습생이든 비정규직이든 그 누구라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만들지 않는 사람은 범죄자이며, 말하지 않는 이도 큰 죄”라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기업이나 정치인은 자기들 스스로 하지 않는다. 국민들과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정치인들이 떠밀려서라도 법을 제정하리라 본다”며 “시민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김씨의 조형물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김씨의 조형물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작에 참여한 조각가 나규환씨는 그 과정을 소개하며 소회를 밝혔다. 노란색 조형물은 김씨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묘비에는 아버지 김해기씨와 용균씨, 어머니가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나씨는 “융균님의 부모님은 그가 태안화력에서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가지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 가보니 그 공간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한 번 놀랐다. 다른 노동자들이 사진 속 용균씨와 같은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녀, 김용균들을 보는 것 같아 다시 놀랐다”고 했다. 주최측은 묘비 그림의 경우 김씨가 성인이 된 뒤 함께 찍은 사진이 없어 이미지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 고 김용균씨 아버지 김해기씨가 생전 용균씨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 탄 모습을 담은 노란색 조형물을 만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고 김용균씨 아버지 김해기씨가 생전 용균씨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 탄 모습을 담은 노란색 조형물을 만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고 김용균씨의 묘비. 사진=김예리 기자
▲ 고 김용균씨의 묘비. 사진=김예리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원엔 30년 전 원진레이온에서 일하다 수은중독으로 숨진 문송면 군이 잠들어 있다. 자신이 어떤 처지와 조건에서 일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루이틀 스러져갔다”며 “이제는 ‘노동자 한 사람의 목숨이 자본가 한 사람의 목숨과 다르지 않다’는 게 현실이 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의 목숨값을 요구한다면 그들은 이윤조차도 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시 기억하자. 사회가 기업의 잘못을 묻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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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가짜뉴스’ 해결사라고 생각하십니까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⑧-1] 미디어 리터러시 위한 언론의 노력, 투명한 뉴스룸·환경변화에 걸맞은 비평·이용자 소통기구 활성화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9년 04월 28일 일요일
 

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관련기사: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연재기사 모음] 

“가짜뉴스에 숨 막히는 세상, 신문이 세상을 깨끗하게 합니다.” 한국신문협회의 광고 문구다. ‘가짜뉴스’를 미세먼지에 비유하며 답답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신문을 ‘해결사’ 위치에 놓는다. 

 

뉴스 수용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4%가 가장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가짜뉴스 유형으로 ‘언론보도 중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를 꼽았다. 언론은 ‘가짜뉴스’의 해결사가 아니라 일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언론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 한국신문협회 광고.
▲ 한국신문협회 광고.
 

 

 

한국 뉴스는 투명하지 않다 

“기자들은 편집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룬 칼럼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음모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보여주라. 그리고 크든 작든 우리의 실수들을 인정하라.” 니먼리포트 ‘2016년 대선: 언론을 위한 교훈’은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로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한국 언론에서 기사를 쓴 과정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기사 신뢰도의 척도인 취재원조차 투명하지 않다. 2017년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종합일간지는 취재원의 신분이 드러나는 투명 취재원 수가 기사당 2.6명이었는데 이는 뉴욕타임스(8.4명)보다 터무니 없이 낮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대안으로 팩트체크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검증 자체의 중요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는데 검증 못지 않게 그 과정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강령을 통해 ‘투명성’을 강조한다. ‘정보원 투명성 준수’ 항목은 독자들이 팩트체킹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직접 검증할 수 있게 정보원을 최대한 밝힐 것을 권한다. 정보원을 드러낼 수 없을 때는 가능한 자세하게 배경 정보를 제공하라고 한다. 논증 과정에서 검증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조사하고 그 결과를 수정하고 편집하는지 설명할 것도 권한다. 좋은 팩트체크 기사는 독자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는 “팩트체크 역시 주관적인 생각을 조합해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일종의 판사 역할을 하는 건데 그 판단을 하게 만든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며 “한국 언론은 인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있는데 이건 저널리즘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인용을 하면 맥락을 함께 전할 수 있고 독자가 원문을 보면서 검증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있다. JTBC는 2016년까지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해외 주요국의 강간죄 규정이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난해 3월 팩트체크를 했으나 최근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11일 뒤 팩트체크를 정정했다. 

19대 대선 기간 SBS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해양수산부와 거래해 세월호 인양을 늦춘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SBS의 대응도 의미가 있다. 당시 SBS는 노조, 외부 인사들과 함께 진상조사에 나섰고 언론노조 SBS본부가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했다. 발제기사 초고, 데스킹 이후 버전 등 보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어 데스킹 과정에서 취재원을 검증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의미부여를 한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SBS 세월호 인양 관련 왜곡보도 논란 이후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 기사 작성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다.
▲ SBS 세월호 인양 관련 왜곡보도 논란 이후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 기사 작성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다.
 

 

 

미디어 비평, 텍스트 밖 이슈의 흐름을 추적해야 

왜곡된 언론 환경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한국 사회의 특성상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은 한국적 미디어 리터러시 운동으로 전개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모니터 활동과 한겨레 여론매체부 설립, 미디어오늘 창간, 공영방송 중심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미디어 비평은 활성화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줄줄이 폐지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디어 비평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비평이 언론사 구성원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주로 하면서 정작 시민들은 제 3자가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텍스트 비평에 그치지 않고 특정한 신문을 읽는 수용자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연합뉴스 정부 지원 폐지 청원과 같은 시민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비평이 활성화된 이래 언론 학계에서는 미디어 비평의 △정파성 △경쟁매체 공격 도구화 △전문성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해오기도 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한 오늘날, 비평 대상을 전환하는 과제는 시급하다. 더 이상 KBS 첫 리포트와 조선일보 1면이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 JTBC 태블릿 PC조작설이나 강원도 고성 산불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먹느라 대응이 늦었다는 허위정보에 주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 파급력이 컸다. JTBC가 정치인의 발언 검증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며 팩트체크를 한 사실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유튜브 속 정치 콘텐츠 문제를 진단한 점은 의미가 있다.

 

▲ 방통위의 임시중지 제도를 중국식 유튜브 차단 정책으로 여기는 유튜브 콘텐츠들. 정치권과 언론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 속에서 이 같은 의혹은 일파만파 퍼져 방통위는 곤혹스러워했다.
▲ 방통위의 임시중지 제도를 중국식 유튜브 차단 정책으로 여기는 유튜브 콘텐츠들. 정치권과 언론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 속에서 이 같은 의혹은 일파만파 퍼져 방통위는 곤혹스러워했다.
 

기성 매체와 온라인 공간 속 허위정보를 구분해 볼 게 아니라 정치권, 언론, 온라인 공간이 상호작용하며 파급력을 키우는 이슈의 흐름을 추적할 필요도 있다.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에서 활동한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팀장은 “5·18과 관련한 유튜브 ‘가짜뉴스’를 보면 종합편성채널에 나온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이 자주 인용된다. 기성 매체가 강력한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에 앞서 5·18의 정통성을 흔들려 한 정권의 시도 역시 이어져왔고, 그 맥락에서 보도도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독자위원회의 잠재력 

“디지털 혁신 사례들을 보면 시민과의 접점을 강조하더라. 한국은 이미 관련한 제도가 있음에도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 SBS 시청자위원을 지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방송법은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들은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하고 옴부즈맨 프로그램 편성을 강제한다. 연합뉴스, 일부 신문과 주간지도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구가 있다. 

그러나 매체력이 막강한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KBS시청자위원은 “방송을 비평은 하는데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게 문제였다. 지적을 하면 보도국에서 나와서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냥 듣고 만다”고 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형식적이다. 나 역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살펴보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지만 위원들의 태도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형식적인 운영 못지 않게 이용자와 소통하는 위원회의 비평 대상이 괴리된 문제도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가 온라인 기사를 통해 240번 버스 논란과 관련한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정보를 유포했고 한국경제는 온라인으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기사를 썼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지난해 TV조선은 트위터를 통해 “24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 연막탄 피운 흔적”이라는 글을 내보냈다 지웠다. 그러나 언론과 독자의 소통 창구는 ‘본판’만 두고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 240번 버스 논란 당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 조선닷컴 보도(위)와 논란을 커뮤니티 탓으로 돌린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 240번 버스 논란 당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 조선닷컴 보도(위)와 논란을 커뮤니티 탓으로 돌린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공영방송 정상화와 맞물려 시청자위원회의 개선 작업도 최근 시작됐다. KBS는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시청자 위원회 구성을 바꾸고 온라인 생중계를 도입했다. 최용수 KBS 시청자미디어부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와 접점을 넓히려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청자위원회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KBS가 청원사이트 만든 이유] 

 

※ 참고문헌 

월간 신문과 방송 2018년 8월호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팩트체크 저널리즘 
4차산업혁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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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 호주 딩고 재평가

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 호주 딩고 재평가

조홍섭 2019. 04. 26
조회수 3992 추천수 1
 
5천년 전 들여온 들개가 토종 킬러 들고양이 박멸
 
d1.jpg» 원주민의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외래종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천만년 동안 다른 대륙과 격리된 오스트레일리아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췄지만, 사람이 들여온 외래종이 종종 폭발적으로 늘어나 토종 생물을 위협한다. 유럽인보다 훨씬 앞서 3500∼5000년 전 원주민이 데려온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최초의 외래종 가운데 하나다.
 
딩고는 수가 크게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유럽인의 목장에서 가축을 노리는 ‘해로운 동물’로 기피 대상이 됐다. 1880년대 농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의 풍요로운 목장을 딩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길이 5614㎞의 세계에서 가장 긴 울타리를 쳤다.
 
아직 남아있는 이 울타리는 딩고라는 최상위 포식자와 외래종으로 들여와 퍼진 중간 포식자인 들고양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적절한 장소이기도 하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사이의 울타리는 주 경계를 따라 직선으로 설치돼,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단지 딩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절호의 조건을 제공한다.
 
d2.jpg» 딩고의 분포와 ‘딩고 울타리’의 위치. 울타리 중간의 직선 부분이 이번 연구 대상지이다. 갈색은 순종 딩고 서식지를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벤자민 페이트 스웨덴 농업과학대 생태학자 등 스웨덴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2011∼2017년 동안 주기적으로 울타리 양쪽에서 딩고와 들고양이의 배설물을 찾아 분석하고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개체수를 조사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생태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딩고가 들고양이에 대해 강력한 포식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집고양이가 야생에 흘러든 들고양이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10만∼630만 마리로 불어난 들고양이가 매일 잡아먹는 야생동물은 새 100만 마리, 도마뱀 등 파충류 200만 마리에 이른다.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도마뱀 40마리가 나온 일도 있다.
 
d3.jpg» 들고양이가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토종 앵무인 코카투를 잡아먹는 들고양이 모형. 마크 마라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울타리 안쪽으로 딩고가 침투해 들어오기는 하지만, 보이는 족족 사살하기 때문에 개체수는 극히 적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딩고가 없을 때 들고양이가 과연 늘어날까 아닐까였다.
 
딩고는 캥거루를 가장 즐겨 사냥한다. 무리 지어 캥거루가 지칠 때까지 추격해 기다리던 딩고가 목 뒤를 문다. 소와 유럽산 토끼도 주요 먹이이다. 연구자들은 딩고의 배설물에서 1% 비율로 들고양이 부위를 찾아내, 딩고가 들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기 조사 결과, 딩고가 극소수인 울타리 안쪽에서 들고양이 수는 먹이 동물인 토끼와 쥐가 풍부하면 늘어났다 먹이가 줄면 함께 감소했다. 기존 생태학 이론에서 예측한 대로였다.
d4.jpg» 딩고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지상 최장 구조물인 ‘딩고 울타리’ 모습. 피터 우다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딩고가 흔한 울타리 밖에서는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기존 이론 대로라면, 상위 포식자에 의해 들고양이 개체수는 낮게 유지되지만, 들고양이와 딩고의 수는 먹이 동물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변동을 거듭할 것이다.
 
먹이가 많으면 들고양이에 대한 압력도 줄어 들고양이가 줄어들지 않아야 정상이다. 딩고와 들고양이의 먹이는 70∼80% 일치한다.
 
그러나 딩고의 수는 줄곧 많았던 울타리 밖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먹이가 풍부한데도 들고양이의 수는 늘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들고양이가 울타리 밖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들고양이가 급격히 준 것은 딩고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딩고가 직접 들고양이를 잡아먹거나 서식지에서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포식자의 주요 먹이인 토끼와 토종 쥐는 모두 모래언덕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이곳에서 딩고와 들고양이는 만날 수밖에 없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울타리 밖의 먹이 자원이 울타리 안보다 10배 많았지만 들고양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딩고는 들고양이뿐 아니라 외래종 여우, 야생화한 돼지, 염소 등을 제거하고 캥거루가 과다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며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Jarrod Amoore_Dingo_walking.jpg» 한때 독약을 놓아 죽이던 딩고가 외래종을 퇴치하는 포식자로 생태적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제러드 아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정부는 1999년 딩고를 “1400년 이전부터 살았던 자생종”이라며 보호동물로 지정했지만, 지역 당국에 따라 유해동물로 지정한 곳도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jamin Feit et al, Apex Predators Decouple Population Dynamics Between Mesopredators and Their Prey, Ecosystemshttps://doi.org/10.1007/s10021-019-0036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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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을 들자

[시민정치시평]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
2019.04.28 11:07:45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토막이 났다. 지난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최대의 업적이라 할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에 대한 희망도 흔들리는 이 때, 무엇보다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 낳은 부작용이 크다는 온갖 공세가 여론을 움직인 모양이다. 게다가 몇 몇 인사 실패 같은 소소한 문제도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이야 어느 정도 예견되었지만, 이러다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개혁의제들을 슬그머니 하나씩 거두어들이고 아예 촛불의 정신을 지워 버리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촛불혁명이 기로에 섰다.  

'비판적 지지'를 넘어서  

많은 이유들이 제시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의 본원적 한계를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처음부터 '진보'와 거리가 멀고 어쩌다 촛불혁명의 과실을 독점하게 되었지만 우리 사회 근본 개혁을 바랐던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이래의, '진보-자유주의-보수'라는 낡은 유럽적 정립 체제를 상정한 진보 정치에 대한 이런 본질주의적 접근이 지금의 상황에서도 얼마나 적실성을 가질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나로서는 우리 집권 세력이 단지 진보적 지향과 의욕만 강했을 뿐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밀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실천 역량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는 점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문제는 특정 정치인 개인이나 집권 세력의 태생적 문제라기보다는 광의의 우리 진보 정치 전체가 지닌 역사적 한계라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우리 진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추상적인 진보적 가치와 도덕적 지향에는 충실했을지 몰라도, 세상을 실제로 조금이라도 바꾸어낼 수 있는 정책과 실천 역량을 준비하는 데는 소홀했다. 주로 도덕성을 내세워 집권하거나 성공했기에 조금이라도 도덕적 흠결이 드러나면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는 특유의 약점도 지니고 있는 데 더해, 국정 운영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정당한 권력을 쥐고서도 결국 관료에게 의존하여 상황을 관리하는 데만 급급하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까지 어느 정도는 '민주적' 정부의 통제 아래 있지만, 직업적 안정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자립화하여 국정 운영의 중요한 혈맥을 사실상 좌지우지 하고 있는 관료들의 농단과 저항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기득권 적폐 수구 세력의 너무도 집요하고 강고한 저항이다. 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의 개혁 의지와 역량 부족을 얼마든지 탓할 수 있지만, 그런 부족함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의 저 기득권 동맹의 막강한 사회적 권력과 그 정치적 힘을 배경으로 해서만 온전하게 타당할 수 있다. 그 부족함이라는 건 결국 그 핵심에서 저들의 저항과 반격을 제대로 넘어서지 못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되, 진짜 적이 누구인지 놓치면 안 된다. 그리고 저 오랜 '비판적 지지'의 망령도 떨쳐버려야 한다. 누군가는 정치적 진리를 독점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그에 근접하면 지지하고 벗어나면 비판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어떤 정치적 오만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를 실천이 아니라 형이상학으로 만들 뿐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저 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저항과 반격을 넘어 설 확고한 '개혁 동맹'의 구축이다. 준열하게 비판하되, 그리고 그건 너무도 마땅하지만, 그 어떤 정치적 이상과 가치도 저 수구 세력의 난동에 가까운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냥 구두선에 그칠 뿐임을 잊으면 안 된다.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 


그런데 저들이 저렇게 정치적 난동을 부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온갖 편법과 불의에 기대 형성된 저들의 사회적 권력의 막강함이 출발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권력이 언제나 곧바로 정치적 힘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는 바로 정치를 통해 그런 사회적 권력을 일정하게 길들이고 규제해서 그 권력이 공동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런데 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거의 무소불위의 정치적 힘도 누리며 이 사회의 온갖 불의를 심화시켜 왔다. 언론 같은 권력 보조 장치들을 이용한 기만 탓에 저들의 본질을 놓치기만 하는 대중들의 우둔함 때문인가? 어느 정도는 그럴 지도 모른다. 민주 진영의 무능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그에 따라 형성된 지역주의 기반의 정치 체제다. 바로 이 정치 체제가 오랜 세월 수구 기득권 세력이 막강한 정치적 힘을 누릴 수 있었던 진짜 핵심 비밀이다. 인간의 해부학은 원숭이의 해부학을 위한 열쇠라고 했다. 이번의 선거법 개정 시도에 대해 자한당이 '좌파의 장기집권 음모' 운운하며 부리고 있는 정치적 난동은, 바로 이 87년 체제가 얼마나 저들의 본질적 이익과 맞닿아 있는지를 새삼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은 오래 전 1987년 6월 항쟁으로 군부독재를 끝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교활했다.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선에서 막고, 모든 선거가 단순다수결 승자독식의 원리를 따르도록 했다. 모두 나름의 지역적 핵심 기반을 갖고 있던 당시 야권의 지도자들도 당장 정권을 놓치더라도 최소한 지역 맹주 자리는 지키겠다는 욕심에 그런 제안을 수용했지 싶다. 이렇게 탄생한 '87년 체제'는 그 사이 약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적인 틀을 유지 한 채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이 체제를 깨트려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의 제도가 자한당 궤멸에 더 좋을 수도 있다. 작년의 6.12 지방선거는 이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재현되기도 힘들 뿐더러,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고, 우리나라 보수 세력도 정치에서 정당한 자기 몫을 가져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지금의 제도가 승자독식의 규칙 때문에 특정 세력이 민주주의적 정의에 어긋나게 과다 대표되고 권력을 독점하면서 정치 세력 사이에 극단적인 '전쟁정치'를 일상화시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자한당은 지금의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자 한다. 아마도 약간의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부울경이라는 텃밭만 회복하면 결국 다시 제1당이 되고 그 바탕 위에서 다음 대선도 이기겠다는 계산을 하지 싶다.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단지 87년 체제의 여러 정부 중의 한 정부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체제의 모든 정부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한 개인이나 세력의 한계가 아니다. 최소한 그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근본적인 체제의 한계고 구조적 한계다. 중앙 정치 차원에서는 승자독식의 규칙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여러 세력들의 결사항전 식 쟁투로 나라가 병 들었고, 지역 정치 차원에서는 많은 곳에서 사실상 장기간의 1당 독재체제가 지속됨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 이것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태어난 우리 '결손 민주주의'의 지독한 운명이다. 이제 이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 

다시, 촛불을 들자 

이 체제를 끝낼 절호의 기회가 왔다. 아마도 마지막 기회이지 싶다. 여전히 부족하고 끝까지 불안하지만, 그나마 이 정치 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선거제 개혁안이 이른바 '패스트 트랙'에 태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자한당의 완강한 반대는 이미 예견된 바이고, 다른 정당들 안에도 내심 선거제 개혁을 달가워하지 않는 의원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그들을 욕하기는 쉬워도,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가 걸린 일인지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단지 그들의 정치적 선의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이제 시민들이 나서자. 다시, 촛불을 들자. 선거제 개편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감시해야 한다. 우리는 고작 제대로 된 개혁 입법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또 다시 실패를 반복할 운명을 지닌 정부를 세우려고 그 추운 겨울에 몇 달이고 계속 촛불을 들지는 않았다.  

우리가 원한 건 근본적인 사회 개혁이고, 그것은 정치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촛불을 든지 2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끝이 아니었다. 87년 체제라는 구조적 병리가 또아리고 있었음을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우리 사회에 개혁해야 할 다른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먼저 이 병리부터 치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을 닦달하자. 다른 개혁 과제들이 좌초한 데 대해서는 자한당의 기괴한 농성 정치와 의석수의 한계라는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그 동안 정치 체제 그 자체를 바꾸는 일에 엉터리 계산기를 두드리며 미적거린 데 대해서는 그 어떤 가혹한 비판도 부족하다. 내년 총선에서 자한당을 궤멸시킨 후 새로운 정치 구도 속에서 개혁을 하자고? 감히 단언컨대, 그런 일은 현재의 체제 속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다시는 이런 얄팍한 계산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궤멸할 것임을 경고해야 한다.

다른 정당들도 개혁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자. 지난 촛불혁명은 시민들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당시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시민들의 강렬한 열망에 투항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촛불, 한 손에는 정치'라는 촛불혁명의 성공 공식은 이번에도 타당하다. 의원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우리 시민들이 나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압박해서 그들이 그에 따르게 해야 한다. 

꼭 광장이 아니라도 좋다. 다시 추운 겨울에 길을 나서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카페에서든 술집에서든, 트위트에서든 페이스북에서든, 87년 체제를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기 위해 토론하고 새로운 정치 체제에 대한 비전을 퍼트리자. 다양한 방식으로 쉼 없이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압박하자. 다시 개헌에 대한 열망도 모아 정치권에 전할 수도 있겠다. 87년 체제를 끝장 낼 마지막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쩌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결손 민주주의의 어두운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제, 진짜로 징글징글한 이 87년 체제를 끝장내자.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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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판문점서 '반쪽짜리' 4.27 1주년 기념행사 개최

문 대통령, “잠시 숨 고르며 함께 길 찾아야”정부, 판문점서 '반쪽짜리' 4.27 1주년 기념행사 개최
판문점=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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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7  20: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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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한 정부 주관 ‘평화퍼포먼스, 먼 길’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한 정부 주관 ‘평화퍼포먼스, 먼 길’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북측이 배제된 단독행사로, 반쪽짜리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 대륙을 꿈꿀 능력이 있다”며 “우리는 이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지혜로워졌으며, 공감하고 함께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판문점선언은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진척이 더딘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소회를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이 햇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께도 인사를 전한다”고 마무리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난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는 미국 출신 린 하렐 첼리스트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 ‘프렐류드’를 연주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기념행사는 1년 전 판문점선언 당시 역사적인 장면이 담긴 곳곳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예술가들이 연주를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난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는 미국 출신 린 하렐 첼리스트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 ‘프렐류드’를 연주했다. 이어 남북 정상이 기념식수한 장소에서는 타카기 아야코 플루티스트가 윤이상의 ‘플롯을 위한 에튀드’를 연주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곡이 연주된 데 대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연출적으로 의도가 좀 있다”며 “남북 모두에게서 인정받은 작곡가이다. 그런 작곡가가 흔치 않다. 곡의 내용이 현대곡이라 어렵긴 해도 일본인 플루티스트가 연주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남북 정상이 기념식수한 장소에서는 타카기 아야코 플루티스트가 윤이상의 ‘플롯을 위한 에튀드’를 연주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사열장소에서는 중국 지안왕 첼리스트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했고, 가수 이수현은 노래 ‘바람의 빛깔’을 불렀다. 도보다리에서는 임지영 바이올리니스트가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했으며,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는 김광민의 피아노 연주에 가수 보아가 노래 ‘이메진’을 불렀다. 그리고 소리꾼 한승석이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에서 가사를 따온 ‘저 물결 끝내 바다에’를 열창하며 기념행사는 끝났다.

반쪽짜리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에 참가자들 “아쉽다”

이날 정부 주관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는 북측이 불참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행사 기획단계부터 북측은 제외됐고, 통일부는 북측에 행사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공식 초청을 하지 않았다.

행사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끼리만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를 하게 된 게 조금 씁쓸하다”며 “북한이 내부적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통일전선부장도 바뀌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데 나올 준비는 안 됐던 것 같다. 오늘은 좌우간 우리끼리만 하는 게 좀 그렇다”면서 아쉬워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북쪽에서도 내려오고 성대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문수영 동국대 학생은 “한반도 평화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면서 “북한과 잠시 살짝 경색된 것 같아서 아쉽긴 한데, 2주년 때는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이날 행사에서는 1년 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선보인 평화의 집 레이져쇼가 재현됐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기념행사에는 정부와 지자체, 외교사절, 서울.경기 시민 등 410명이 참가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본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만찬을 가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018년 4월 27일 이곳 판문점은 평화의 역사적 공간이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며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남과 북 모두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의 길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종착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나라들의 협력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그런 과정에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폭력과 대결의 산물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평화와 공존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한반도에는 평화와 공존과 번영, 그리고 전 세계에도 평화가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공동경비구역은 1976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무장화된 가장 작은 땅덩이였다. 하지만 작년 12월부터 비무장화 작업이 시작됐다”며 “9.19군사합의서 내용에 따라 진행됐던 것들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 같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 참가자들은 본 행사에 앞서 만찬시간을 가졌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천해성 차관, 조현 외교부 1차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 김용삼 문체부 차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 서호 통일정책비서관,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 김의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 백태현 통일부 정책기획관, 김종수 통일부 정책보좌관, 장재복 외교부 의전장, 배병수 외교부 의전기획관,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등 정부 인사가 참가했다.

또한, 박정, 윤후덕, 안민석 국회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등을 비롯하여 서울.경기 시민 209명 등 총 410명이 참가했다.

   
▲ 판문점 도보다리에는 1년 전 음식과 식기세트가 그대로 놓였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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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주년, '인간 띠 잇기' 평화 의지 다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28 11:44
  • 수정일
    2019/04/28 11: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사진] 판문점선언 1주년, '인간 띠 잇기' 평화 의지 다져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4/27 [21: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판문점 선언 1주년 맞아 4월 27일 농민들은 오후 2시 통일대교 남단에서‘대북제재 해제, 통일 품앗이, 전국농민대회’를 진행했다. 트랙터에 '통일트랙터야, 분단의 선을 넘자!!','판문점선언 이행','대북제재 해제' 구호가 적혀 있다.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우리운명 우리가 결정 미국은 빠져라' 통일트랙터.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통일트랙터.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대북제재 해제하라' 통일트랙터.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통일트랙터.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인간띠잇기 행사에 앞서 파도타기를 하는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4월 27일, 2시 27분에 인간띠 잇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일대에서 '인간 띠 잇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일대에서 '인간 띠 잇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일대에서 '인간 띠 잇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일대에서 '인간 띠 잇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빠가 아이를 목말 태우고 단일기를 흔들고 있다.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판문점선언 이행! 우리가 통일을 열자!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인간띠 잇기 행사를 마치고 풍물패와 함께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 한반도기를 휘날리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풍물패를 따라 행진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참가자들은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6.15경기본부.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인간 띠 잇기'행사를 마치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 노동자, 농민, 청년, 대학생 , 시민 등 1만 5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민간 행사가 열렸다.

 

이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주최로 오후 4시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분단을 넘자! 겨레를 잇자!'라는 주제로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앞서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DMZ(民)+평화손잡기'를 주제로 강화-고성 간 500㎞ 구간 평화 누리길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인근에서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기념대회장 인근에서는 열린 ‘인간 띠 잇기’행사는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 노래를 함께 부른 후 14시 27분을 기점으로 ‘만세 삼창’을 외쳤다.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단일기와 바람개비를 흔들며 흥겨운 사물놀이 행진을 따라 기념대회장으로 이동했다.

 

▲ 농민들은 오후 2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대북제재 해제, 통일 품앗이, 전국농민대회’를 진행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4·27 노동자 자주평화대회'에서 노동자들이 '판문점선언 이행하라', '대북제재 해제하라'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한편 농민들은 오후 2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대북제재 해제, 통일 품앗이, 전국농민대회’를, 노동자들은 오후 3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자주통일 새 시대, 투쟁 없이 오지 않는다. 판문점선언 이행하라. 대북제재 해제하라’는 주제로 ‘4·27 노동자 자주평화대회’를 각각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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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평화·번영·통일을 바라는 동포들이 있다

여기, 평화·번영·통일을 바라는 동포들이 있다

4.27판문점선언이 발표된지 1년이 됐다. 1년 전 선언이 발표될 당시, 누구보다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던 사람들. 바로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조국이 해방된 후에도 조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들이다.

지난해 8월 도쿄 ‘4.27판문점선언 시대의 의미와 우리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강이룩 조선신보사 편집국 부국장은 4월27일 그날의 동포사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초중고급 학교에서, 거리에서, 온 동포사회가 판문점선언을 환영하고 경축했다. 재일동포 1세들은 물론 6.15공동선언 발표 때에 태어나지도 않은 학생들은 10년간 북남관계가 좋지 않아 통일에 대한 표상이 없을 것인데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지난 19~21일 4.27판문점선언 발표 1주년을 기념해 열린 두 번째 공동토론회를 위해 방문한 도쿄. 여전히 남과 북이 하나 된 통일된 조국을 그리며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을 만났다.

“유골은 혼자 고향땅에 가지 못 한다”

국평사(國平寺). 나라를 평안하고 평화롭게 하는 절. 일본종교법인에 등록된 일본 사찰이지만 스님은 재일조선인이다. 1964년 스님이었던 할아버지께서 만든 국평사를 지금은 윤벽암(尹碧巖) 스님이 지키고 있다.

사찰에서 죽은 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혼을 달래는 불공을 드리듯, 국평사엔 조선인 유해가 모셔진 봉안소가 있다. 봉안소는 불국사 다보탑 모양으로 지어졌다. 벽암스님은 “할아버지가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 유골을 모으자고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유해는 1천여 구가 넘는다.

벽암스님은 1천여 유해 중 95%는 남쪽 지역 출신으로 제주도·경상남도·경기도 지역 출신이 많고, 함경도·황해도·평양이 고향인 유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에 혼자 끌려와 희생돼 고향이 어딘지 모르는 유해도 300여구나 된다고 했다.

벽암스님과 국평사는 지난 2004년 8월15일 처음으로 조선인 유해 100여구의 고향과 가족을 찾아 남쪽에 보냈다.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인들이 일본에 끌려올 당시 작성된 장부와 유골을 분석해 고향을 찾는 일은 조선대학교 조선문제연구센터가 맡고 있다.

▲ 오른쪽 빨간지붕의 건물(법당) 뒤에 보이는 다보탑 모양의 건물이 조선인 유해가 모셔진 봉안소다.

벽암스님의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국도 (분단 이전의)조선이다. 그러나 일본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호적(조선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재인조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평사를 찾아온 한 일본인은 재일조선인인 벽암스님을 보고는 “여기가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절인가?”, “왜 얼굴이 빨갛느냐”라고 묻기도 한다고 했다.

4.27판문점선언은 벽암스님에게도, 죽어서도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국평사에 유해로 남은 조선인들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판문점선언시대가 와서 처음으로 통일국적을 받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이건 기적이다.” 할아버지께서 지금의 국평사를 만들고 조선인 유해를 모시며 죽어서까지 일본 땅에 묻히지 말라고 했듯이, 벽암스님도 하루 빨리 조국이 통일돼 고향땅에 돌아가 일본 땅이 아닌 고향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으며 그 중 최고는 우리민족이다. 우리 8천만 겨레가 곧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통일국적을 받는 날을 고대한다는 벽암스님. “조국의 통일을 위해 피땀 흘린 우리 조선인들의 유해는 혼자 고향땅에 가지 못한다. 산 사람들이 모시고 가야 한다”면서 4.27판문점선언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자고 힘줘 말했다.

▲ 4.27판문점선언 발표 1주년 기념 공동토론회를 위해 도쿄를 찾은 남측 방문단과 인사하는 벽암스님(맨오른쪽)

“판문점선언이 가져다 준 ‘민족의 봄’”

박정문 화가는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2세다. 그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 온갖 차별과 억압 속에 자랐고, 일본에선 평양사람도, 서울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분단 이전의 조국을 그리며 살고 있다.

그는 북한(조선)으로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8점은 북한(조선)의 국보로 등록돼 평양의 조선미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도쿄 우에노미술관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된 180여점의 그림 중에 국보로 등록된 8점은 복제본이라고 했다. “일본 반동들의 제재로 원작을 갖고 오지 못했다”는 것.

▲ 박정문 화가가 남측 방문단에게 <저고리>라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작품엔 조국 분단의 아픔과 조국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저고리>라는 작품은 재일동포 3세인 그의 딸의 이야기,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내 딸이 우리말과 글을 배우러 우리학교(조선학교)에 다니면서 저고리를 입었다.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의 상징인 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가다가 ‘저고리 입은 사람들은 공화국(북한) 아이들’이라는 일본반동들로 부터 저고리가 칼로 찢겼다. 이를 고발하려고 그림을 그렸다.” 지금 조선학교를 다니는지 학생들은 등교할 땐 사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저고리로 갈아입는다.

작품 속 조선학교 학생의 눈에는 ‘왜 우리가 차별받아야 하는가’라는 분노와, 조선사람으로서 신념을 갖고 살아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했다. 이 작품은 평양에서 열린 국가미술전람회 1등작이기도 하다.

1980년 남녘땅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작품도 있다. 광주민중항쟁이 배경이다. “광주 학생들의 마음을 담아서 ‘통일’을 외치는 모습이다. 자기가 죽더라도 민주화 투쟁을 위해 어깨 걸고 나서겠다는 모습을 그렸다.”

▲ 5.18광주민중항쟁을 담은 작품 <소원은 통일>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또 하나의 작품은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환희 2018.4.27. 민족의 봄>이다.

“매화꽃이 만발한 조선(한)반도, 나뭇가지는 군사분계선을 의미하지만 이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가지를 꺾었다. 가지 위에 앉은 두마리의 참새는 두 수뇌분들이다. 판문점에서 다정하게 이야기 하고 계신다. 그리고 그곳에 날아 들어오는 또 다른 새는 우리 재일동포들이다. 환희에 넘쳐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5개월이 걸렸다. 판문점 상봉과 4.27판문점선언의 감격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심하면서 그리느라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 <환희 2018.4.27. 민족의 봄> [사진 : 조선신보 캡쳐]

전시회 촬영차 남녘땅에서 온 한 방송국 기자가 그에게 ‘재일동포 화가로서 일본, 서울, 평양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했다.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재일동포 2세인 그에게 조국은 하나다. 분단되기 이전의 조국, 하나 된 조국이다.

박정문 화가 아버지의 고향은 남녘땅 울산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군마현에 흐르는 큰 강을 보면서 아버지는 고향(울산)이 보인다면서 ‘고향땅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다’고 크게 우셨다.” 어머니 역시 14살에 일본에 와서 다시 고향에 방문하지 못했다. 그는 하루 빨리 아버지 유해를 모시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전시회장을 찾은 학생들을 보면서 “나의 작품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미술가로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박정문 화가. 그는 조국과 민족, 그리고 동포들에게,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미술가로서 ‘조국애’ ‘민족애’가 담긴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늘 고심하고 있다면서 남녘 동포들에게도 재일동포 미술가들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는 인사를 남겼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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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 마친 김정은, 무얼 남겼나?

다자협상 물꼬 트나…향후 북미 대화는?
2019.04.26 15:44: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박 3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은 26일 오후 3시 27분(이하 현지 시각)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북한으로 출발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역을 떠날 때 러시아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간단한 환송 행사를 가졌다.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전에 러시아함대 태평양사령부와 무역항 등을 시찰한 뒤 오후에는 공연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늦게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보다는 빨리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2시경 태평양사령부에 위치한 2차대전 전몰장병 추모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 헌화한 뒤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오찬을 함께하며 방러 일정을 마무리했다.  
 

▲ 26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러시아 역시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행위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기회가 됐다.  

또 푸틴 대통령이 6자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북한은 김 위원장이 거론했던 이른바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실제 실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향후 북핵 문제에서 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문제를 북미 간 대화에서 다자 차원의 협상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여전히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한 것을 보더라도 북한이 구상하고 있는 다자협상 구도는 실제 실행을 위한 것이 아닌,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역시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북미 양측이 겉으로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접점을 찾기 위한 탐색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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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10년전 언론인들의 ‘국회 투쟁’

국회서 종편탄생법 반대했던 언론인들 5년 재판 끝에 유죄… 형사처벌 규정 국회선진화법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26일 금요일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려 한 자유한국당이 고발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후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 회의를 방해한 혐의(국회법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언론계에서는 2009년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했다가 유죄를 받은 언론인들이 회자된다.  

노종면 YTN ‘더 뉴스’ 앵커는 26일 페이스북에 “2009년 7월22일 국회 로텐더홀을 거쳐 본회의장 방청석에 들어갔다. 당시 언론은 ‘난입’이라고 했다. 종편 태생법인 미디어악법 날치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고발을 당했고 오랜 수사를 받았다”고 썼다.

 

▲ 2009년 7월22일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심석태 언론노조 SBS본부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009년 7월22일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심석태 언론노조 SBS본부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때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현 SBS 특임이사),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 등 현역 언론인 30~40명은 국회 창문을 통해 본청에 진입했다. 

 

최 위원장이 “언론노조가 마지막 파업 지침을 내린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마지막 파업 지침”이라고 선언하며 결사 항전을 주문했으나 집권 여당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법안 처리를 막아내진 못했다. 

당시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국회 투쟁에 참여했던 김보협 한겨레 기자는 지난 2017년 6월 칼럼(노종면·박성제를 방송에서 보고 싶다)에서 “숨겨왔던 얘기 한 토막 이제 털어놔도 되겠다”며 2009년 국회 현장을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장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다. KBS 앵커 출신인 이윤성 당시 국회부의장(한나라당)이 언론 악법들을 상정하자마자 행동에 들어갔다. 우리의 언어로는 투쟁이었고, 그들에게는 난동으로 비칠 일이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국회 바깥 집회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막 상정했고 김보협 동지 혼자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 우리도 뚫고 들어가자.’ 국회 본회의장이 있는 건물 출입구는 이미 막혀 있어서 어떤 이들은 창문을 넘고 어떤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들어왔다.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기자회견을 한 사진이 다음날 한 신문에 실렸다. 그대로 증거가 돼 대부분 검찰에 불려다녔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수백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YTN 노종면은 200만원, MBC 박성제는 400만원이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혼자 난동을 피우던 나는 문제의 사진에 등장하지 않아 무사했다. 생방송까지 나간 탓에 검사들의 질문 공세가 집요했으나, 기소된 동지들은 ‘난 모르는 사람’이라고 버텼다.”

언론 노동자들에겐 ‘투쟁’이었던 그날 국회 진입에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다. 국회에 진입했던 언론인들은 ‘국회 내 불법 집회’, ‘국회 본관 공동주거침입’, ‘회의 방해’ 등 각종 사유로 재판에 불려 다녔다.  

 

▲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2009년 7월22일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친 뒤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2009년 7월22일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근거가 된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친 뒤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가운데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하고 3차례의 언론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상재 전 위원장은 2014년 8월20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최 전 위원장은 ‘국회 투쟁’ 5일 뒤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도 2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까지 5년 걸린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피고인(최상재·노종면)은 언론노조 조합원 30여명과 공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려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유기준과 그를 경호하는 국회 경위들을 몸으로 밀치거나 국회 경위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국회 입장을 저지해 유 의원의 입법 활동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과 국회 경위의 국회의원 경호에 관한 정당한 집무집행을 방해했다.”

“피고인들은 출입이 금지된 국회 본관에 창문을 통해 침입한 후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안 심의가 진행 중이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연설하고, 그곳과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집단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소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2012년 도입된 ‘몸싸움 방지법’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하는 물리력을 금지한다. 처벌 수위가 높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국회를 점거한 한국당 의원들이 이번 민주당 고발로 입건되면 이 법에 따라 형사 판단을 받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1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 제166조 2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노종면 앵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신에 따라 더 큰 가치를 지키려고 실정법을 위반한 책임을 지고 전과를 안은 것에 한치의 후회도 없다”면서도 “이번에 나선 이들도 분명하게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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