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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족적인 남북공동선언 이행운동 벌이자”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 ‘4.27~9.19 활동기간’ 지정
금강산=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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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3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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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이 12일 오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남북해외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발표 1돐, 개천절 등을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 있는 날들에 민족공동행사, 부문별, 계층별 공동회합들을 성대히 기념하여 민족적 화해와 통일의 큰 물줄기가 남북 삼천리에 도도히 흐르게 하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전례없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해외 민간단체 대표단이 12-13일 금강산에서 11년만에 대규모 공동행사를 갖고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다짐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종단과 민화협 등 부문별 공동행사는 열린 적이 있지만 각계각층을 망라한 공동행사는 2008년 6.15공동행사 이후 처음이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 새해맞이 공동행사 추진위원회’는 12일 오후 3시 35분 금강산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개최하고 ‘8천만 겨레에 드리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남측은 공동단장인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과 김희중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251명의 대표단과 지원인력 등이 참석했고, 북측은 공동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박명철 6.15북측위원회 위원장,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대표단과 금강산지역 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해외측은 손형근 6.15해외측위 위원장과 차상보 6.15해외측위 부위원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 남북해외 대표가 '8천만 겨레에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솔 6.15북측위원회 부위원장, 김영희 6.15해외측위원회 사무부국장, 한충목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석자들은 공동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희망찬 새해 2019년에 역사적인 남북선언들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남북 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힘차게 전진시켜나가려는 드높은 결의와 의지를 안고 해내외 8천만 겨레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고 네 가지 사항을 밝혔다.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관계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함께 힘껏 열어나가자.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나가자.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자. △온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합쳐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자는 것이다.

특히 “4월 27일부터 9월 19일까지를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활동기간’으로 정하고 전 민족적인 선언 이행운동을 적극 벌여나가자”고 호소하면서 구체적으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1주년과 단군릉 개건 25주년이 되는 개천절을 적시했다.

최소한 올해 세 차례 남북을 오가는 대규모 공동행사가 예상되지만 남측이 제안한 3.1절 100주년 공동행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연관된 것으로 관측된다.  

   
▲ 남북해외 공동단장 등 주요인사들이 무대위에 자리잡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남측 251명, 북측 200여명, 해외측 15명이 참석해 박수로 공동호소문을 채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가자들은 또한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서로 마주앉아 평화.통일의 지름길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나가자”며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위에서 온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바람직한 통일의 설계도를 마련해나가자”고 호소해 주목된다. 북측은 최근 전 민족적 통일방안 마련과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우리 모두 함께 담대하게 떨쳐 일어나 남북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행진에 나서자”며 “올해를 우리 민족사에 빛날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의 해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첫 축하연설에 나선 김영대 북측 민화협 회장은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서 북과 남, 해외가 모여앉아 새해의 첫 통일행사인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성과적으로 개최하게 된 것을 열렬히 축하한다”면서 “나는 이번 새해맞이 연대모임이 올해 겨레의 통일운동을 힘차게 추동해 나가는데서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해서 다시한번 모임 참가자 여러분들을 열렬히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또한 “북남 수뇌분들의 드팀없는 의지로 하여 북남관계는 새로운 발전단계에 들어서게 되었고 우리 민족의 위상은 세계정상에 우뚝 솟았다”며 “북남선언들을 더 높이 추켜들고 수뇌분들이 마련하여 주신 새로운 평화의 궤도, 통일의 궤도를 따라 통일열차를 힘차게 몰아가자”고 호소했다.

   
▲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남측을 대표해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무대 위에 마련된 주석단에서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공동단장들. 앞줄 왼쪽부터 박명철 6.15북측위 위원장,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김영대 북측 민화협 회장,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축하연설에서 “남측에서는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 대표들, 그리고 지자체와 여야 정당의 의원들과 대표들, 그리고 경제인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며 “통일의 주인인 온 겨레가 더욱 굳게 손을 잡고,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 행동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남측 대표단에는 7대 종단 수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지자체 관계자들, 더불어민주당 설훈, 노웅래, 임종성, 심기준 의원과 평화민주당 최경환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민중당 이상규 대표 등 정치인,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문규현 평통사 상임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단체 대표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전경수 금강산기업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앞으로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비롯해 남과 북이 맺은 소중한 약속들을 더욱 철저히 이행해 나가자”면서 “분단의 적폐들을 청산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통일 조국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손형근 6.15해외측위 위원장은 축하연설에서 “우리들 해외대표들도 새해맞이모임의 중요성을 간직하면서 멀리 이국땅에서 대륙을 넘어 바다를 건너 이곳 금강산으로 달려왔다”며 “역사청산에 등을 돌리고 군사대국화와 전쟁의 길로 돌진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해 민족공동의 힘으로 단호하게 경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대표단은 일본 8명, 중국 6명, 호주 1명 모두 15명으로, 일본지역 대표들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 평양을 거쳐 금강산에 도착했으며, 귀환 경로도 역순으로 같다.

손형근 위원장은 “조속히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재개되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평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군사적 적대행위가 중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남북,해외 8천만 겨레가 강철과 같이 굳게 단결하여 통일운동을 추진한다면 그 누구도 우리의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13일 해금강에서 해맞이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13일 금강산 신계사를 찾은 7대 종단 수장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나란히 예불을 드리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양철식 6.15북측위원회 부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새해맞이 연대모임에서는 박명철 6.15북측위원회 위원장과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차상보 6.15해외측위원회 부위원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연설자로 나섰고, 공동호소문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김한솔 6.15북측위원회 부위원장, 김영희 6.15해외측위원회 사무부국장이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이어 분야별 상봉모임을 갖고 공동만찬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 뒤 이틀째인 13일 해금강에서 해맞이를 하고 신계사를 방문했으며, 남측 대표단 251명은 이날 오후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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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아이를 불구덩이에 던졌어요”

[단독]“그들이 내 아이를 불구덩이에 던졌어요”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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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개 ‘로힝야 학살 보고서’
수백명 난민들 심층 인터뷰 통해 세계 첫 마을 단위 종합·분석 작업
미얀마 정부의 조직적 범죄 증거로

로힝야 여성이 지난해 6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집단학살을 증언하다 괴로워하고 있다. 이 여성이 살던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의 쿠텐콱 마을에선 최소 148명의 로힝야 주민이 미얀마 군인들에게 숨졌다. 10세 미만 희생자도 33명으로 추산됐다. ⓒ조진섭

로힝야 여성이 지난해 6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집단학살을 증언하다 괴로워하고 있다. 이 여성이 살던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의 쿠텐콱 마을에선 최소 148명의 로힝야 주민이 미얀마 군인들에게 숨졌다. 10세 미만 희생자도 33명으로 추산됐다. ⓒ조진섭

 

2017년 8월25일 오전 3시쯤 빗소리에 섞인 총성을 처음 들었다. 미얀마 서쪽 라카인주 북부의 로힝야족 거주지 쿠텐콱 마을 주민 안다르(60·가명)는 딸에게 말했다.

“군인들이 여자에겐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남자들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모두 마을을 떠나면 저들(군인)이 집을 불태울 테니, 일단 남자들은 도망가고, 여자들은 집을 지키는 게 나을지도 몰라.” 

안다르는 딸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아들과 함께 마을 동쪽 숲으로 도망쳤다. 몸을 피한 뒤 멀찍이서 마을을 바라봤다. 마을 남쪽에서부터 군인들이 몰려왔다. 군인 400~500명은 초록색 군복을 입었다. 카키색 복장의 경찰도 보였다. 군인들은 총알을 퍼부었다.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안다르의 딸, 손자, 아내가 죽었다. 

쿠텐콱 마을뿐이 아니었다. 2017년 8월 말,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가 모여 사는 라카인주 북부 마을 곳곳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총성이 울린 마을에선 주민들이 자취를 감췄다.

살아남은 사람 중 돌아온 이들은 없다. 삶을 일구던 마을을 떠난 로힝야는 지금까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다. 모두 미얀마 정부와 군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를 탄압하는 불교도들을 피해 마을을 떠났다. 

유엔 자료를 보면, 로힝야 난민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매달 수천명이 미얀마 정부의 핍박을 피해 국경을 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의 ‘로힝야 학살 보고서’는 온통 핏빛으로 얼룩져 있다. 학살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로힝야 난민들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학살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어머니는 안고 있던 젖먹이를 빼앗겨도 막지 못했다며 울먹였고, 숲속에 피신한 주민들은 이웃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살 보고서는 로힝야에 대한 체계적인 심층 인터뷰를 담았다. 로힝야 학살을 마을 단위로 종합·분석한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로힝야 학살 보고서 - 마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2017년 9월13일, 나프강을 건너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많은 로힝야 주민들이 미얀마 군인의 학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인근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EPA연합뉴스

2017년 9월13일, 나프강을 건너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많은 로힝야 주민들이 미얀마 군인의 학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인근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EPA연합뉴스

지옥에서 탈출한 사람들 
2017년 8월 미얀마 정부군 습격
로힝야 마을 400여곳서 학살 자행 
목숨 걸고 방글라데시로 피란

학살 명분은 ‘테러리스트 토벌’이다. 2017년 8월25일, 로힝야 반군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미얀마 경찰 초소와 군영 등 30여곳을 습격했다고 알려진 뒤 미얀마 정부의 군사작전이 시작됐다. 대테러 작전이라던 군사행동은 민간인들이 살던 로힝야 마을 약 400곳에서 집단학살과 방화·강간·약탈로 이어졌다. 

아디는 2017년부터 난민캠프에 거주 중인 로힝야들을 출신 마을별로 분류한 뒤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향신문은 아디가 지난해 12월 우선 제작한 인딘·돈팩·춧핀·쿠텐콱·뚤라똘리 등 5개 마을의 학살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아디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5개 마을 출신 203명이다. 아디는 심층 인터뷰에다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살 피해 상황을 통계화했다. 그 결과 마을별로 80% 이상의 주민들이 직계가족의 사망을 경험했고, 학살 피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디는 올해 15개 마을의 학살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제작해 발표한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인터뷰를 완료한 로힝야 난민은 780여명이다. 이들의 인터뷰가 담긴 보고서는 학살 증거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된다. 

■ 동시다발적 군사작전, 조직적 집단학살 

쿠텐콱 마을에 총성이 울린 2017년 8월25일 미얀마 라카인주 서북부 해안마을 인딘에도 포탄이 잇따라 떨어졌다. 아이를 안고 있던 한 남성은 폭격을 피해 달렸다. 나무로 만든 가옥에 포탄이 떨어지면 불이 붙었다. 한가로이 돌아다니던 닭들도 도망가기 시작했다. 길옆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아이들이 타오르는 불길 사이를 소리치며 뛰었다. 뛰지 않으면 죽었다.

인딘마을 주민인 50대 여성 하디마(가명)는 이날 남편을 잃었다. 하디마는 소에 풀을 먹이던 남편을 집에서 바라봤다. 군인이 갑자기 마을에 몰려오자 남편은 숲속으로 피했다. 결국 붙잡힌 남편은 군인들 앞에 섰다. 군인들이 남편을 발로 차 쓰러트리고는 총의 개머리판으로 때렸다. 그리고 머리에 총을 쐈다. 군인들에게 섞여 있던 라카인주 민간인이 총에 맞은 남편에게 칼을 휘둘렀다. 다리를 잡아 뒤집어 보더니 죽은 것을 확인했다. 군인들은 남편 시신을 강에 던졌다. 하디마는 “남편을 구할 수 없었다”고 자책했다. 

이날 인딘마을에서 죽은 이들은 모두 147명으로 추산된다. 사망자 중 33명은 18세 이하였고, 90세가 넘는 노인도 1명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미얀마 군대와 경찰, 소수민족 탄압에 가담한 수많은 라카인주 출신 민간인들이 저지른 잔혹한 학살도 담겨 있다. 로힝야 마을 400여곳에서 며칠 사이 이뤄진 학살은 패턴으로 나타났다. 이른 오전 군경이 로힝야 마을을 사방에서 포위한다. 마을로 들이닥쳐 민가를 수색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인다. 학살이 끝나면 민가를 태우고 약탈한다. 학살자들은 시신은 땅을 파서 묻기도 했지만 대부분 내다 버렸다. 마을은 폐허가 됐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학살을 피해 수일에 걸쳐 맨발로 국경을 넘었다. 

아디가 제작한 ‘로힝야 보고서 - 춧핀’ 표지.

아디가 제작한 ‘로힝야 보고서 - 춧핀’ 표지.

■ 최악의 군사작전 벌어진 뚤라똘리 마을 

2017년 8월30일 오전 8시, 라카인주 북부의 마웅도 지역 뚤라똘리 마을 상공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마을 북쪽에서부터 이어진 강이 뚤라똘리 마을을 감싸듯 동쪽과 남쪽으로 흐른다. 마을 북동쪽 강변 백사장을 두고 사람들은 ‘데저트’라고 불렀다. 이날 데저트에는 1500~2000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마을행정관이 “군인들이 들이닥치면 도망가지 말고 데저트로 가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군인 공격을 피해 뚤라똘리 마을로 피신해 온 이웃마을 와이꽁과 디오똘리의 주민도 데저트로 갔다. 하지만 데저트에는 곧 총알이 쏟아졌다. 눈치 빠른 이들이 먼저 강에 뛰어들어 도망갔다. 수영할 줄 모르거나 아이를 돌봐야 했던 주민들은 꼼짝할 수 없었다.

무사히 강을 건넌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 물가에 아이들 시신이 떠다녔다. 젊은 남자들이 머리가 터져 죽은 갓난아이 시신을 물가로 건져냈다. 물가에 시신이 늘어섰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강을 건넌 주민들은 서둘러 물가를 빠져나왔다. 살아남은 이들은 강 건너 마을에서 벌어진 살육을 목격했다. 

뚤라똘리 마을주민 마리즈(30·가명)는 이날 목숨을 건졌지만, 생후 2년6개월 된 아이를 잃었다. “어떤 아기들은 총에 맞아 죽었고, 칼에 찔리거나 강에 빠져 죽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군인이 제 아기를 빼앗아가 (시신을 태우기 위해 파둔) 불구덩이에 던져버렸습니다.” 아이를 죽인 뒤 군인들은 5~6명씩 여성들을 민가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지옥을 증언하는 사람들 
인딘·돈팩 등 5개 마을 출신 203명
진술로 확인된 사망자만 1265명 
80% 이상 “직계가족의 죽음 경험”

로힝야에 대한 학살이 가장 대규모로 벌어진 곳은 뚤라똘리 마을이었다. 아디는 뚤라똘리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을 “미얀마 군부가 주도한 군사작전 중 최악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마을 주민 증언을 종합해 아디가 내놓은 사망자 숫자는 451명이다. 여성이 248명, 18세 이하 청소년과 아동은 251명이다. 이 중 10세 이하 아동이 169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37%를 차지했다. 이마저도 최소치의 추산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마을을 떠난 로힝야 사람들은 며칠씩 걸어 국경을 넘었다. 음식과 물이 없어 피란 중에도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돈팩 마을에 살던 에나울라(20·가명)는 총탄에 맞아 부상당한 뒤 방글라데시로 피신을 가기로 했다. 숲속을 나흘 동안 걸었다. 가족들이 에나울라를 부축했다. 그는 “강가를 지날 때 물 위에 시신들이 떠다녔다”고 했다. 

같은 마을 주민 나빌라(44·가명)도 고향을 떠나기 싫었지만, 이웃마을에서 학살이 벌어지자 피란을 결정했다. 도망가는 동안 먹을 게 없었다. 나빌라는 “아직도 피란 가며 느꼈던 슬픔과 어려움이 생각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숲속을 걸을 때 피 흘리는 로힝야들과 시신이 보였다. 국경을 완전히 넘기 위해선 배를 얻어 타야 했지만, 그와 가족들은 빈털터리였다. 나빌라는 “돈이 없어 몸에 있는 모든 장신구를 뱃사공에게 줬다”고 했다. 

그들은 왜 우리를 죽였나 
보복 두렵지만 증언 결심한 건
국제사회의 ‘정의’를 원하기 때문 
내년까지 보고서 완성해 ICC 제출

아디 인터뷰에 응한 로힝야 피해자들은 난민캠프에 거주하면서도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했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겪게 될까,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 고향에 돌아가서도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디와의 인터뷰에 응한 건 자신들의 증언이 로힝야에게 벌어진 학살을 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로힝야 피해자들은 “국제사회에 말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정의를 원한다”고 했다. 뚤라똘리 마을의 한 30대 여성은 “내가 살던 집과 정의를 되찾길 원한다. 왜 이런 폭행을 당해야만 했고, 그들은 우리를 왜 죽였을까. 국제사회의 정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내 부모를 죽이고 아내와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집을 불태우고 재산을 빼앗아간 데 대한 정의를 원한다”고 했다. 

학살이 벌어진 지 이미 500일이 지났다. 정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9월13일, 미얀마 군부의 군사작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로힝야 난민들이 라카인주 북부 부티다웅의 마유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사진 크게보기

2017년 9월13일, 미얀마 군부의 군사작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로힝야 난민들이 라카인주 북부 부티다웅의 마유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로힝야 학살 보고서’ 만들기까지 
 

방글라데시 난민촌 로힝야족이 직접 인터뷰… 
6~10명 조사관, 현지서 보고서 작성법 교육받고 법적 효력 갖는 증언·증거 수집 ‘총력’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가 제작한 ‘로힝야 학살 보고서’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로힝야족 조사관들의 손을 거쳐 나왔다. 난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겪은 학살 참상을 고발했다. 조사관 6~10명은 5개 마을 203명을 심층 인터뷰한 두 보고서를 작성했다. 학살이 벌어진 마을은 약 400곳이다. 

아디는 로힝야 마을 학살 보고서 제작 프로젝트를 2020년까지 진행한다. 조사관들은 최대한 많은 마을에서 학살 증거를 확보하려고 지금도 쉼없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학살 보고서의 조사관 아자쟈(40·가명)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힝야에게 벌어진 집단학살을 입증하려고 조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조사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를 상대로 저지른 학살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학살 책임자들을 기소할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사관들은 한국과 방글라데시를 오가는 아디 관계자들에게 교육을 받은 뒤 조사를 진행했다. 인터뷰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난민캠프를 다니며 출신 마을을 분류하고 피해자와 목격자를 정확히 구분하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대상이 선정되면 1시간30분가량 인터뷰한다. 

집단학살, 부상, 폭행, 강간, 사회제도적 탄압 등 피해 상황을 순차적으로 자세히 묻는다. 직접 목격한 학살은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발생 장소와 시간도 확인한다. 마을주민들이 촬영한 현장 사진이나 영상, 또는 진단서가 있으면 함께 수집한다. 부상 부위는 직접 촬영해둔다. 위임장도 함께 받아둔다. 조사를 마치면 영어 녹취록을 제작한다. 

로힝야 조사관들이 자신이 경험한 학살을 조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자쟈는 “인터뷰를 할 때면 (로힝야로서) 이 땅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고 했다. 무슬림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잔혹한 상황을 수없이 마주해왔다.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희생자 숫자를 들을 때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희생된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난민을 붙잡고 계속 질문해야 했다. 구체적인 상황과 희생자 숫자를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난민캠프에서 조사활동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캠프 안 활동은 자유롭지 못하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캠프 내 광범위한 학살 조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아자쟈는 “늘 허가 없이 난민캠프를 다니며 조사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가 조사관 활동을 계속하는 건 로힝야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아자쟈는 “우리가 직접 수집한 로힝야 생존자들의 증거와 증언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반인륜적인 범죄와 집단학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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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구역” 뒷짐진 매가 모래밭 가로막았다

“여긴 내 구역” 뒷짐진 매가 모래밭 가로막았다

윤순영 2019. 02. 12
조회수 1076 추천수 0
 

고성 해수욕장 터줏대감 다운 당당함과 여유로움 돋보여

 

크기변환_YSY_3585.jpg»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모래 해변에서 만난 매. 큰 짐승이 앞을 가로막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매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매 하면 군산시 어청도에서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매를 얼핏 보고 황조롱이라고 생각했다. 항구와 주택, 상가가 어우러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매가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황조롱이인 줄 알았던 매는 모래 해변을 선회하더니 훌쩍 사라진다.

 

며칠 지난 1월17일, 다시 찾은 아야진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변에서 매를 다시 만났다. 문득 ‘저 매가 이곳 해변을 지배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해변을 서너 번 돌더니 태연히 모래 해변에 내려앉는다. 가까이 앉아있지만 모래 턱이 있어 매의 상체만 보인다.

 

크기변환_YSY_3115.jpg» 모래턱에 가려 상체만 보이는 매.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멀리 몰아 자리를 옮겼다. 매의 멋진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사방을 살피는 기운찬 모습이다. 사람들이 있는 모래밭에 가까이 앉아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드문 일이다. 매는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고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강하다. 성격도 날카롭고 까다로운 편이다. 

 

어쨌든 필자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데 매가 자리를 뜬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행히 근처 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크기변환_YSY_3301.jpg» 매가 모래를 박차고 나간다.

 

크기변환_YSY_3303.jpg» 자리를 옮기고 있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YSY_3313.jpg» 바위로 자리를 옮긴 매.

 

잠시 후 바위에 앉아 있던 매가 자리를 뜬다. 매가 날 때마다 다른 곳으로 멀리 갈까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다시 모래밭으로 날아든다. 모래 해변은 매의 차지가 되었다. 이리저리 성큼성큼 걷기도 하고 짧은 거리를 날아가 앉기도 한다.

 

재미나 즐거움을 찾는 행동이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매를 만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아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매가 마음껏 촬영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 영역 ‘시찰’ 연속 동작



크기변환_YSY_3334.jpg» 해변가 바위에 앉은 매, 주변을 살핀다.

 

크기변환_YSY_3401.jpg» 스키점프 자세를 잡는다. 자리를 뜰 자세다.

 

크기변환_YSY_3403.jpg» 몸을 앞으로 내밀며 날개를 세운다.

 

크기변환_YSY_3404.jpg» 몸을 내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크기변환_YSY_3405.jpg» 매가 낮게 나는 것은 멀리가지 않을 행동이다.

 

크기변환_YSY_3409.jpg» 방향을 틀어 모래밭을 향해 보란 듯 앞으로 달려드는 매.

 

크기변환_YSY_3410.jpg» 필자 앞으로 날아와 모래밭에 내려앉는 매.

 

크기변환_YSY_3411.jpg» 발아래서 모래알이 튀어 오른다.

 

크기변환_YSY_3412.jpg» 모래에 앉는 것도 손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맨땅이 쉽다.

 

크기변환_YSY_3413.jpg» 날개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속도를 조절한다.

 

크기변환_YSY_3414.jpg» 발걸음을 옮기며 속도를 줄인다.

 

크기변환_YSY_3428.jpg» 매는 모래보다 절벽이나 나뭇가지에 앉힐 때 편히 앉을 수 있다.

 

매를 관찰하거나 만나는 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기 일쑤다. 연출하지 않고 매와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매의 노련한 행동이 눈에 띈다. 이곳 아야진해수욕장과 청간해수욕장 일대를 손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대범함에서 세월의 흔적이 풍긴다. 매는 이곳 해변을 앞마당 삼아 노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가 사람 가까이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서슴없이 행동 할 리 없다.

 

크기변환_YSY_3596.jpg» 필자를 빤히 쳐다보는 매. 아주 큰 짐승이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크기변환_YSY_3561.jpg» 하늘도 모자라 모래밭까지 지배했다.

 

청간 해변 뒤쪽 암벽 위에는 청간정이라는 정자가 아담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월출이 장엄하고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로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여 관동팔경 중 손꼽히는 곳이다. 매는 그곳 처마 위에 앉아 있다 모래 해변으로 달려든 것이다.

 

모래 해변에 앉아있던 매가 날아올라 하늘을 선회하더니 다시 내려와 필자 가까이 날아와 앉는다. 갑옷을 두른 듯 한 가로무늬 깃털과 노란 발가락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기세가 대단하다. 걷는 모습이 위엄 있고 당당하며, 절제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매가 오늘따라 더욱 커 보인다.

 

크기변환_YSY_3310.jpg» 하늘을 선회하는 매.

 

크기변환_YSY_3581.jpg» 다시 모래밭으로 내려오는 매.

 

크기변환_YSY_3582.jpg» 모래밭에 앉는 순간이다.

 

매가 늠름하게 걸어서 물가로 향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발걸음이 바쁘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시작된 천진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지점에 서서 매는 서둘지 않고 물 서너 모금으로 점잖게 목을 축인다. 다급하게 물가로 다가가서 허겁지겁 물을 마실 줄 알았지만 품위를 유지한다. 청간정 해변의 제왕답다.

 

돌아서더니 물가에서 모래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매가 향해 간 곳에는 먹이를 사냥해 먹었던 흔적이 보인다. 매가 모래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점검하는 행동을 처음 본다.



 물먹는 모습 연속동작

 

크기변환_YSY_3452_01.jpg» 물가로 달음박질하는 매. 목이 무척이나 말랐던 모양이다.

 

크기변환_YSY_3462.jpg» 다급한 걸음이다.

 

크기변환_YSY_3463.jpg» 매가 물가에 도착했다.

 

크기변환_YSY_3466.jpg» 발걸음이 성큼성큼 아주 넓다.

 

크기변환_YSY_3470.jpg» 물이 드디어 발 앞에 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인상적이다.

 

크기변환_YSY_3471.jpg» 그러나 물에 깊이가 있어야 매가 마실 수 있다.

 

크기변환_YSY_3472.jpg» 물을 마시러 가는 모습이 꼭 사냥감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크기변환_YSY_3474.jpg» 물에 발을 내딛었다.

 

크기변환_YSY_3492.jpg» 벌컥 벌컥 물을 들이마신다.

 

크기변환_YSY_3493.jpg» 입을 벌려 시원함을 두 배로 만끽한다.

 

크기변환_YSY_3522.jpg» 이제는 됐다.

 

크기변환_YSY_3533.jpg» 물속에서 돌아서는 매.

 

크기변환_YSY_3535.jpg» 빠른 걸음으로 물속에서 나오는 매.

 

크기변환_YSY_3549.jpg» 뒷짐 진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먹다 남은 먹이를 마무리하려고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버려진 찌꺼기 조각뿐 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아왔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영역에 사냥 흔적을 지우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주변을 다니면서 한참 서성이고 살피더니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슬며시 자리를 떠 멀리 사라진다. 그리고 해가 지도록 청간정 모래 해변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매는 수리과인 검독수리, 흰꼬리수리에 비해 작지만 겉모습과 행동 그리고 근성과 사냥술 하나하나가 수리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는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꿩 잡는 매’라는 말은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크기변환_YSY_3587.jpg» 먹다 남은 사냥감을 바라보고 있는 매. 

 

크기변환_YSY_3604.jpg» 그러나 먹을 것이 없다.

 

크기변환_YSY_3625.jpg» 이미 먹다 남은 찌꺼기일 뿐이다.

 

흔히 큰 맹금류를 보면 독수리, 작은 맹금류를 보면 매라고 한다. 그만큼 매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문화속에 뿌리를 내린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매사냥은 2010년 11월6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매과에 속하며 몸 길이는 수컷 38∼42㎝, 암컷 49∼51㎝인 중형의 맹금류로 길고 뾰족한 날개와 긴 꼬리를 가졌다. 수리류에 비해 폭이 좁은 날개로 빠르게 날갯짓을 하고 사냥할 때의 순간 속도는 시속 200㎞가 넘는다. 활공할 때는 날개를 수평으로 편다. 

 

번식기 외에는 단독생활을 하며 공중에서 정확한 판단에 의해 속도를 조절하고 숙달된 솜씨로 먹이를 낚아 채 사냥한다. 땅 위의 먹이는 확실한 기회를 포착하여 덮치고 발톱으로 움켜쥐어 잡는다. 한 번 쥐면 놓치는 법이 없다.

 

크기변환_YSY_3413_01.jpg» 당당한 모습의 매.

 

크기변환_YSY_3663_01.jpg» 자리를 뜨는 매. 모래밭에서 잘 놀다가 간다.

 

 

매는 성격이 날카롭고 매서워 사냥에 나선 매가 사냥감을 추적해 몰아세우는 것을 ‘매몰차다’ 하였다.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지만 대범하기도 하다. 용맹스러운 사냥꾼의 면모이다.

 

매를 보면서 엄청난 집중력과 시선을 잠시도 흐트러뜨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가 바람을 가르는 것은 빠른 속도를 의미하지만, 바람을 다스리는 매의 훌륭한 지혜가 사냥꾼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매는 해변가 모래밭에서 한 바탕 즐기는 날이었고 필자는 매를 만난 날이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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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 '5.18 망언' 국회의원 제명 "찬성"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TK·60대 이상 포함 모든 지역-성별-연령에서 찬성 여론 높아

19.02.13 07:40l최종 업데이트 19.02.13 07:40l

 

 

 5.18 매도 국회의원 제명 찬반 여론조사
ⓒ 봉주영  

 
여야 4당이 5.18 망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제소한 가운데,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위 국회의원들 제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5명은 "매우 찬성" 의사를 밝혀 의원직 제명 여론의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1명(8085명 접촉, 응답률 6.2%)을 대상으로 5.18을 매도한 국회의원 제명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이랬다.

"최근 여야 4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매도한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들을 윤리특위에 제소하고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들 의원들을 제명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64.3%가 제명에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한다는 응답 28.1%보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넘어 두배 이상 높았다. 특히 "매우 찬성" 49.9%, "찬성하는 편" 14.4%로 나타나 제명 찬성의 강도가 매우 셌다. 반면 제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매우 반대" 15.7%, "반대하는 편" 12.4%에 그쳤다.

찬성 64.3% vs 반대 28.1%... 세대·성별·지역 뛰어넘어 "의원직 제명 찬성"
 

 5.18 매도 국회의원 제명 찬반 여론조사
ⓒ 봉주영  

 
조사 결과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명 찬성 목소리는 모든 세대와 성별, 지역에서 높았다.

 

남성의 61.1%와 여성의 67.5%가 제명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각각 35.0%와 21.3%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의 경우 제명 찬성 응답이 82.3%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찬성 69.6% vs. 반대 26.8%)과 경기/인천(찬성 64.1% vs. 반대 28.3%) 등 수도권도 제명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대전/충천/세종과 강원 지역도 제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각각 54.6%, 56.1%로 과반을 넘겼다.

영남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구/경북의 경우 의원직 제명 찬성 응답이 57.6%로, 반대 32.8%를 훌쩍 앞섰다. 부산/경남/울산도 찬성 57.2% - 반대 29.5%로 나타나 대구경북과 결과가 비슷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68.1%, 30대의 74.6%, 40대의 79.1%가 의원직 제명에 찬성한다고 밝혀 일방적인 수치를 보였다. 50대 응답자도 56.7%가 찬성 의사를 밝혀 반대 31.3%보다 넉넉히 높았다. 전통적으로 보수·범야권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응답자 역시 찬성 49.9% - 반대 40.4%로, 찬성이 반대 응답보다 오차범위를 넘어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도 제명 여론

지지 정당에 따라서는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97.9%, 민주평화당 지지자의 81.6%, 정의당 지지자의 80.3%가 의원직 제명 찬성 의사를 밝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경우 반대로 70.7%가 반대 의견을 밝혀, 찬성 19.6%보다 거꾸로 압도적이었다. 바른미래당 지지자의 경우도 제명 반대 56.5% - 찬성 28.0%로 반대가 월등히 많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자신이 무당층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52.0%가 의원직 제명 찬성 의사를 밝혀 반대 22.9%보다 훨씬 높았다. 즉, 중간층 여론 역시 의원직 제명에 기운 것인데, 이런 모습은 이념성향별 분석에서도 나타났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90.4%는 의원직 제명 찬성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56.0%는 반대 의견을 밝혀 서로 갈렸다. 그런데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63.8%, 또 모름/무응답자의 62.3%가 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제명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혀 반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다. 통계 보정은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을 따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망] 국민 다수는 확실히 "제명" 쪽... 실제 이뤄질까?
 
 왼쪽부터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  왼쪽부터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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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듯이, 5.18 망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국민 다수의 여론은 확실히 분노를 넘어 명확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해당 의원 3명의 제명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예 '불가능'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12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징계안 발의는 현역 국회의원 20명의 동의만 받으면 가능하다. 해당 징계안이 상정되면, 우선 외부 인사가 포함된 윤리심사자문위에 요청해 자문을 받는다. 이후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거친 후 징계심사소위, 다시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그 다음 국회 본회의에 제명안이 상정된다. 제명안은 국회의원 징계안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안이다.

문제는 윤리특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징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데 있다. 징계안이 상정되고 윤리심사자문위가 윤리특위의 요청을 받으면 두 달 안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징계안 의결에 대한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26건의 국회의원 징계안 가운데 단 1건의 징계안도 윤리특위를 넘지 못했다. KBS '취재K' 보도에 따르면, 1991년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224건에 이르지만 본회의 회부는 1건에 불과하다. 

특히 국회 윤리특위는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더구나 윤리특위에는 서영교(민주당) 의원, 손혜원(무소속) 의원, 최교일(한국당) 의원, 심재철(한국당) 의원 등의 징계안이 올라와 있다. 5.18 망언 제명건이 '패키지'로 논의될 경우, 징계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3명 의원 제명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윤리특위 관문을 넘는 게 1차 관건이다.

설령 윤리특위를 넘는다해도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2/3 이상 의원들의 찬성을 얻어내야 한다. 현재 국회 재적 298석 중 최소 199표를 모아야 제명안 통과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128석)·바른미래당(29석)·민주평화당(14석)·정의당(5석)을 모두 합해도 176석이다. 민중당(1석)과 무소속(7석)을 모두 합쳐도 184석이다. 산술적으로 보자면 자유한국당에서 최소한 15석을 끌어와야 제명안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및 무소속 이탈표 등을 감안하면 '반란표 20석'은 가져와야 통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5.18망언 3인방 제명과 관련 "한국당 20여명 의원들의 협력이 있다면 국회가 청소되고 5.18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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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이석기 전 의원은 정치범, 빨리 석방돼야지”

[인터뷰] “내란음모 사건은 정치적 탄압, 문 대통령도 풀어주고 싶을 것”

고희철 보도국장
발행 2019-02-13 00:06:54
수정 2019-02-13 09: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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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편집자주ㅣ 한반도 정세 대전환 속에 맞이하는 3.1운동 100주년. 시민단체와 국제사회에서는 해묵은 과제인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존중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표방한 ‘촛불정부’의 색채가 묻어나는 3.1절 특사가 이뤄질지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민주화운동을 해온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정치범을 놔두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면서 “이석기 전 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범, 양심범을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헌영 소장을 인터뷰한 12일은 마침 자유한국당의 ‘5.18 모독 공청회’ 후폭풍으로 종일 온 나라가 들썩인 날이었다. 역사 문제를 천착해온 그에게 이 문제를 먼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임 소장은 “경제적으로는 우리가 이미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은 두 가지 요건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먼저 꼽은 선진국의 요건은 ‘세계시민의식’이다. “평화, 민주주의, 인권, 세계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국민소득보다 중요한다”는 것이 임 소장의 주장이다. 세계시민의식을 갖춘 이들이 80%가 넘어야, 이에 역행하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20%보다 적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극우인사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해 임 소장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하고 사회 지도자급 인사로 대우를 받는가? 유럽 가면 범법자로 기소되고 실형 받는다”면서 “이런 걸 용납하는 사회도 부끄럽고,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도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임 소장이 두 번째로 꼽은 선진국의 요건은 바로 ‘정치범이 없는 나라’였다. 그는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불법이다? 선진국이라면 이걸 상상할 수 있겠나”라며 “3.1절을 맞아서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범을 사면한다, 안 한다 하는데 정치범은 원래 없어야 한다. 언제든 빨리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범 없는 나라가 선진국 
5.18에 북한군 들어왔다는 식의 주장이 진짜 국가 위협“
 

그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이른바 ‘나치 금지법’ 또는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으로 불리는 법률이 있음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독일이든 어느 나라든 나치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나치화, 파시즘화 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파시즘적 주장을 규제할 법안이 우리나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내 생각 그대로 말하자면 그게 일종의 국가보안법이다”라고 말을 던졌다. 이어 “과거 국가보안법에서 국가는 이승만, 박정희 독재국가여서 독재자를 위협하는 것을 곧 국가 위협으로 봤다”면서 “이제는 국가 개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사회를 망치고 위협한다는 것도 ‘철지난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로 변모하면서 국민복지와 인권,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진짜 국가 위협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5.18 광주에 인민군이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국가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보다 더 해로운 반민주적, 반시민적 발언이 어디 있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임헌영 소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문인간첩단 사건과 남민전 사건, 두 차례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됐다. 이중 문인간첩단 사건은 지난해 6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44년 만에 누명을 벗은 바 있다. 오랜 기간 정치적 박해를 당했지만 진보적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2003년부터는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평생 민족통일과 민주주의를 지향해온 그에게 한반도 대전환을 지켜보는 감회를 물었다. 그는 “20세기는 민족사에서 가장 불행한 시대였다”고 말했다. 식민지, 동족상잔, 분단, 냉전, 군사독재로 이어진 20세기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을 대단히 호평했다. 임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근대사 이후의 흐름을 바꿨다”면서 “동학혁명도, 3.1운동도, 4.19혁명도 못 바꾼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식인과 국민들은 이런 시대가 올 때까지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탄압하고 가해한 자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임 소장은 “나라 팔아먹은 사람들, 독재하고 수탈한 사람들, 전쟁 안 해도 되는데 전쟁한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들에게 참회하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맞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름 뒤에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제재 완화, 나아가 평화협정까지, 이전에는 거론하기도 힘들었던 방안이 버젓이 보도되고 있다. 2013년 이석기 의원은 국회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이 제안은 불온하거나 황당한 주장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임 소장은 이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도 합당하고 합헌적인 주장이었다”면서 “우리 헌법은 남북의 평화통일을 명시하고 있지, 전쟁이나 북한 비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을 해체한 것은 당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이석기 전 의원)재판도 올바른 것이 아니었다”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치공학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지 법률 위반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견해를 분명히 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명백한 정치범, 풀려나야”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고 있고 석방시켜주고 싶을 것”
 

임 소장은 “이석기 전 의원은 명백한 정치범이고, 그러므로 풀려나야 한다. 이미 산 징역도 대단히 억울한 징역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는 무죄를 받았으나 내란선동 유죄로 9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부터 6년째 수감 중이다. 임 소장은 “정치범은 정치하다 투옥된 사람이 아니라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개념으로는 ‘확신범’에 해당하는 이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산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의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시국사범이 포함될 것인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 시절 ‘내란범’으로 낙인찍힌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이 최대 쟁점이다.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억울한 면이 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보수야당과 일부언론 등의 정치공세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그런 것을 봐주니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석기 의원 하나를 찍어서가 아니라 정치범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누구는 안 돼, 무슨 사건은 안 돼 라는 논리는 틀렸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임 소장이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나 여당도 석방시켜주고 싶을 것”이라면서 “반대세력의 비난으로 시끄러워지는 것 등 세부적 문제를 계산하겠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이 나보다 더 깊이 생각할 것”이라며 “나는 출마도 안 할 사람이니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 분들은 언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내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다 안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시민사회와 국민들에게 “정부가 의지가 있으니 평화번영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정부에게 힘을 모아주면 정부도 좋고 국민 모두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본 진보정당에게는 ‘반성’과 ‘화해’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건 ‘코미디’라며 유럽 가면 중도도 될까 말까한 보수당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세계 진보세력은 다 분열돼서 망했다. 진보정치세력이 똑똑할수록 진보정당이 안 된다”면서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분열되면 다 무너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교훈이 있기에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서 잘하면 어제의 원한을 씻고 힘을 합쳐서 뭉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쟁한 남북도 화해하는 판에 왜 반성하고 화해 못 하겠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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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이냐 '스몰딜'이냐, 트럼프의 결정에 주목

[정세현의 정세토크] 새로운 판을 짠 북한, 미국 호응할까
2019.02.13 08:23:34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6~8일 평양에 방문해 북한과 실무협상을 진행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단을 만나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일부터 2박 3일동안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가진 협상에서 북미 모두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다자협상을 언급했다. 이건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핵화만 떼놓고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뜻"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평화체제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이 비핵화와 무관하지 않으니, 비건 특별대표가 들어온 김에 이 부분에 대해 전체 그림을 그리자고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이건 기존의 협상과는 다른 새로운 판을 짜자는 이야기"라며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방안을 실무자들이 진행하는 후속협상에 맡겼더니 비핵화 이야기만 하고 평화체제 문제나 북미관계 수립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연계시키는 판을 짜자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한은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개선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결국 북미 간 핵심은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반출하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의 '스몰 딜'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는 비핵화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도가 나간 것이고 평화체제나 새로운 북미관계와 관련해서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그친 것"이라며 "미국은 이같은 주고 받기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한 것 같은데 여기서 북한이 비건 방북을 계기로 엎어치기를 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결국 북한이 비건에게 숙제를 많이 내준 셈인데, 북한과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할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 공이 넘어간 것"이라며 "다음주로 예정돼있는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 협상 때 일부 답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1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에 들어가 직접 실무협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계기가 됐을까요?  

정세현 : 비건 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생산적인 회담을 하고 왔다고 했다고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걸 보면 협상이 잘못됐다기보다는 미국이 생각했을 때 성과는 별로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개 외교적 수사의 이면에는 근사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진지하게 토론했다'는 건 양측이 서로 할 말 못할 말 다했다는 뜻이거든요.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의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즉 혹을 떼려고 갔는데 오히려 혹을 붙이고 나온 것 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다자협상을 언급했습니다. 이건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핵화만 떼놓고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뜻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평화체제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이 비핵화와 무관하지 않으니, 비건 특별대표가 들어온 김에 이 부분에 대해 전체 그림을 그리자고 했을 겁니다. 

이건 기존의 협상과는 다른 새로운 판을 짜자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방안을 실무자들이 진행하는 후속협상에 맡겼더니 비핵화 이야기만 하고 평화체제 문제나 북미관계 수립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연계시키는 판을 짜자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연계시키려면 북한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또 북미관계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연락사무소 개설 이후 수교로 가는 동안 양국 간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과정들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월 3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북미 간 "관계개선과 제재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면서 "관계개선의 기초가 존중과 신뢰라면 제재의 기조는 적대이고 대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자신들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겁니다. 제재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가기 어렵고 평화체제는 시작도 할 수 없으며, 비핵화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반출하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의 '스몰 딜'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는 비핵화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도가 나간 것이고 평화체제나 새로운 북미관계와 관련해서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은 이같은 주고 받기를 통해 성과를 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은데, 여기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지난 6~8일 회담에서 엎어치기를 하면서 판을 키운 것이죠. 비건 특별대표의 2박 3일 방북 과정에서 이른바 '빅딜'로 갈 수밖에 없는 북한의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을 겁니다.  

결국 북한이 비건에게 숙제를 많이 내준 셈인데, 북한과 '빅딜'을 할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에 공이 넘어간 것이죠. 미국은 다음주로 예정돼 있는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 협상 때 일부 답을 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에 대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적 여론을 띄워 놓았는데, 자신이 한 말을 이행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합니다. 북한은 이를 이용, 자신들의 제재 완화나 해제 요구를 회담 성과와 연계시켜 밀어붙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2박 3일 동안 평양에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마치고 남한을 찾은 스티븐 비건(왼쪽)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북한은 사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더라도 내부적으로 그렇게 큰 문제가 없는 체제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릅니다. 그렇게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주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즉 북한에 돈을 쓰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북한은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북한은 소위 말하는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 아닙니다. 미국은 채찍을 휘두르면서 경제적 비전이라는 당근을 보여주면 북한이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북한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겁니다.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이 비자본주의 국가이자 비서양문화권인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미스인 셈이죠.  

사실 북한과 베트남은 비슷한 것이 많습니다. 베트남은 미국에 끝까지 저항했고 결국 미국도 손들게 만들었던 국가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보다는 베트남 하노이가 훨씬 상징성이 크죠.  

북한, 하노이를 택한 이유는 

프레시안 : 정상회담의 장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쭤보자면, 사실 미국 입장에서도 베트남이 나름 의미가 있지 않나요? 베트남이 소위 '자유 세계'에 들어오게 되니까 이렇게 잘 살게 되지 않았냐는 걸 북한에 보여줄 수도 있고요.  

정세현 : 물론 미국은 베트남의 현재 경제적 상황을 북한에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베트남의 자주성을 더 강조할 것입니다. 

북한은 항미 전쟁에서 성공한 롤 모델로 베트남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월맹이 미국을 굴복시켜서 결국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이러한 베트남의 역사가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국제적 제재와 압박 속에서 끈질기게 저항해서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결국 미국과 일대일 회담을 하게 됐다면서 말입니다.  

즉 미국을 손들고 나가게 만든 베트남의 수도에서 미국의 수뇌부와 회담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김정은 입장에서는 금수산 태양궁전에 가서 보고해야 할 사안입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미국도 이러한 점을 의식했을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을 다낭으로 끌고 가서 베트남이 개혁 정책을 통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미국의 말을 잘 들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려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죠. 북한은 돈에 홀려서 가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다낭은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프레시안 : 미국이 하노이보다 상대적으로 다낭을 선호한 이유가 중국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세현 : 지난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 소련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손을 잡았죠. 중소 국경 분쟁까지 있던 상황에서 중국을 밑에서부터 압박한다면 중국의 전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지금도 이와 유사해 보입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인도양으로 진출하면서 사실상 이쪽을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미국이 베트남까지 가서 북한과 수교할 수 있는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한다면 이는 중국 견제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베트남과 북한이 노골적으로 반중친미로 갈 수는 없지만 중립적으로만 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훨씬 유리한 상황인 것이죠.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에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정세현 :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을 한다고 하면 베트남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국빈방문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베트남을 롤 모델로 삼으려고 한다면 앞으로 경제 분야에서의 실무 협력을 심화시켜야 합니다. 서로 파견 요원도 늘리고 연수단도 왔다갔다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AFP=연합뉴스


또 북한 입장에서는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일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 베트남으로부터 배워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네바 합의 이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의정서(합의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는데요. 북한에서 여기에 혹시 독소 조항은 없는지 확인하느라 늦어진 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북한은 베트남에게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프레시안 :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개발과 관련한 내용을 베트남으로부터 배우려는 것은 국제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죠. 북한은 그 대가로 비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 차제가 북한이 비핵화에 의지가 있다는 반증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통해 내놓을 결과물은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는 비핵화가 없으면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제재를 둘러싸고 상당한 입장 차가 있기 때문에 회담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에 대한 면제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세현 : 북한이 비핵화 속도를 내고 장차 제재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희망을 주려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경우 유엔 안보리의 마지막 제재가 나온 2017년 12월 이전에 이미 한국 정부에 의해 이뤄진 조치이기 때문에 면제 조치를 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역시 단순한 의지 표현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간 연말 즈음부터 꾸준히 물밑협상을 했을 거고 그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가능성을 본 것 같습니다. 즉 미국 측으로부터 일정한 언질을 받았다든지, 확답까지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 있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러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은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보고, 지금 '플러스 알파'를 논의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정세현 :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북한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여기에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이상으로 미국이 제재와 관련해 북한에 뭔가를 더 해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저스는 현금을 가지고 들어가서 투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북한에 간다는 것을 트럼프가 막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상당하죠. 사실 돈이 움직이는 곳에는 평화가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물론 미국도 그냥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즉 북한에 비핵화에 대해 뭔가 하나 더 내놓으라고 하겠죠. 결국 서로 계속 플러스 알파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회담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만 해도 지난 25년 동안 상당한 부침을 겪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정책이 북한의 선(先)행동 요구로만 전개되다가 중간에 적당한 핑계대고 없었던 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핵의 능력이 고도화됐고 판이 커지긴 했지만요.  

어쨌든 비핵화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번에는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새로운 북미관계를 설정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북한은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한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스탠포드에서 '동시적·병행적' 입장을 보였고 대통령이 종전 준비가 돼있다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또 연락사무소 설치와 인도적 지원 등도 언급했습니다. 이는 나쁘지 않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또 만날 수도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비핵화를 어느 정도 하면 제재를 어느 정도 풀겠다는 식으로 갈 겁니다.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면 제재 완화를 끌어내기 위해 또 회담을 해야 하고요.  

이런 부분을 실무협상에서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가져오는 미국 국내에서의 정치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트럼프는 몇 번 정상회담을 더 해야 합니다. 즉 이렇게 치고 나가면서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죠. 그렇게 계속 북미 정상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건 마음먹기에 따라 상당히 오래 우려먹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지금 여러 가지 측면에서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평화협정의 서명 당사자로 중국을 넣어주느냐 마느냐도 사실상 미국이 결정하게 돼있는 상황입니다. 또 미북 간 관계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일본이 몸이 달았습니다. 이것 역시 미국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안입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번 한 번으로 북미 회담이 끝나서는 안됩니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미 간 대화가 계속되도록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새롭게 구축되는 동북아 질서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등극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미국과 소련이 짜놓은 냉전 구조에서 수동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능동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겁니다.  

프레시안 : 북미 간 관계 개선으로 동아시아 질서가 바뀌게 되면 향후 동아시아의 공동 안보라는 개념도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이게 한국전쟁에 대한 평화협정 체결과 연결되는 문제인데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군비 통제로 시작해서 감축으로 가야 합니다. 감축은 북한에도 적용되지만 우리도 해야 합니다. 상호적으로 가야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군비 감축을 하려면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무기 문제도 거론될 수 있는데, 그러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략자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자신들도 빠지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로 가야하는데 이렇게 시작은 할 수 있으나, 실제 항구적인 평화 보장 체제를 만들려면 러시아와 일본도 여기에 대해 지지하는 공동선언문을 낸다는 식의 보장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의 안보 협력체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에서의 이같은 안보 협력을 동아시아까지 발전시키려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돼야 합니다. 유럽연합(EU)도 기본은 경제였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가 과연 이같은 경제적 협력관계로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또 1970년대 헬싱키 프로세스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객관적으로 소련의 힘이 위축되던 때였습니다. 미소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던 때가 아니었죠. 지금 동아시아의 경우 중국의 힘이 계속 부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즉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와중에 경제 및 안보 협력체가 수월하게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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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는 미국의 비극

[아침햇살12]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는 미국의 비극
 
북미대결, 사람 숭배와 돈 숭배의 대결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9/02/12 [09: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북미대결의 역사에서 미국은 과연 교훈을 찾았을까?

 

30여 년 북미 핵대결의 역사를 보면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사대결과 협상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군사적 위협을 극도로 끌어올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협상에 돌입, 일정한 합의를 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또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왜 미국은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이런 실패를 반복하는 것일까?

 

좀 더 역사를 거슬러 가보자. 북한과 미국이 처음으로 정면 대결한 것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5일 오산전투에서다. 오산전투의 내용은 위키백과에도 자세히 나온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맥아더 사령관의 명령으로 7월 1일 주일 미8군 제24사단 21연대 제1대대가 부산에 상륙했다. 이 대대는 찰스 스미스 중령이 이끄는 스미스특수임무부대로 여러 전투에서 명성을 떨치던 부대였다. 제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은 스미스 중령에게 오산 북방에서 북한 인민군을 방어할 것을 명령했고 7월 5일 새벽 3시 경 스미스부대는 방어 진지에 도착, 전투 태세를 마쳤다. 이때만 해도 미군의 사기는 높았고 맥아더 사령관은 미군 지상군이 투입됐다는 것만 알려져도 북한 인민군이 도망칠 것이라고 여겼다. 

 

아침이 되자 북한 인민군이 나타났고 첫 교전이 시작됐다. 스미스부대는 인민군 전차를 향해 포를 퍼부었지만 인민군 전차는 스미스부대를 무시하고 계속 남하했다. 일부 파괴된 전차에서 내린 인민군 병사의 공격에 첫 미군 전사자가 나왔지만 다수의 전차가 보병 진지를 지나쳐갔고 미군은 “인민군이 우리를 못 알아봐서 그냥 지나갔다, 미군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 되돌아갈 것이다”며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전차에 뒤이은 인민군 제4사단 주력부대가 쓸어 닥치면서 540명의 스미스 부대원 중에 150명이 전사하고 장교 5명이 실종, 82명이 포로로 붙잡히는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미군 장비 대부분도 빼앗겼다. 반면 북한 인민군 전사자는 42명에 불과했다. 

 

미군의 오산전투 참패는 이후 북미대결의 전형이 되었다. 맥아더의 후임인 리지웨이 사령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스미스부대의 참패는 맥아더의 판단 잘못과 오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신의 힘을 믿고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주관주의를 범했으며, 북한은 미군의 위세에 움츠러들지 않고 높은 기세와 면밀한 전술로 상대를 대했다. 

 

이후 대전전투에서는 윌리엄 딘 소장이 인민군 포위망에 걸려 길을 잃고 헤매다 포로로 붙잡히는 참사가 발생했다. 역설적이게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연대장이었던 딘 소장은 “전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것은 적에게 포로로 잡히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다. 사단장이 전쟁 중 포로가 된 것은 미군 사상 유일무이한 일이었다. 

 

한국전쟁 초반 참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전쟁 내내 주관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맥아더 사령관은 1950년 10월 15일 트루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참전 가능성이 극히 적다며 전쟁을 11월 23일 추수감사절까지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맥아더의 추수감사절 공세는 한국군 제6사단과 미군 제8기병연대의 와해를 비롯한 막대한 피해로 끝이 났다. 그러고도 맥아더 사령관은 전황 파악을 못하고 11월 24일 크리스마스 공세 작전을 명령, 바로 다음날부터 북한 인민군의 총반격에 묵사발이 되고 말았다. 당시 미 제2사단은 완전히 와해돼 사단장이 직위해제됐고 장진호 전투에서 미 제1해병사단은 1만2천명 가운데 8천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상을 겪었다. 

 

▲ 장진호 전투의 한 장면 [출처: 유튜브]     © 자주시보

 

미국의 오판은 정전협상 중에도 계속되었다. 새로 사령관이 된 클라크는 “공산주의자들과 싸워서 이기는 길은, 하나도 힘이요 둘도 힘이며 셋도 힘이다”며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미군은 정전협상장에서 일방적 휴회선언을 하고 퇴장해버렸다. 때마침 새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는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새로운 공세를 요구했다. 이에 클라크는 1953년 1월 25일 강원도 철원 역곡천 부근 T자형 고지에서 갈기작전(SMACK operation)을 개시하였다. 

 

미군은 동맹국 고위 인사들과 기자들을 초청했으며, 전투 시나리오가 담긴 칼라 팸플릿도 나눠주었다. 성공적인 전투작전을 홍보하여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군사지원을 요구할 구상이었던 것이다. 공군은 112톤의 폭탄을 투하했고, 탱크는 7만7천 발의 포탄을 발사했으며, 포병은 11만2천 발의 포를 발사했다. 4천5백 발의 박격포와 5만 발의 기관총알, 650개의 수류탄이 날아갔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미군은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채 후퇴하였다. 기자들은 정부 고관들을 초청해놓고 참패한 전투에 대해 혹평을 하였다. 북한은 이 고지가 T자형으로 생겼다고 하여 정형(丁形)고지 전투라 부른다. (Walter G. Hermes, 『Truce Tent and Fighting Front』, 1966, p385~389)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군이 왜 한국전쟁에서는 이런 수모를 겪었을까? 거듭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민군이 절대 미군을 이길 리 없다는 주관주의 때문이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전후에도 이어진다. 북한을 석기시대로 돌려놨기에 100년이 가도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지만 북한은 천리마 운동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사회주의 공업국으로 성장(1970년 노동당 제5차 당대회에서 선포)하였다. 푸에블로호 사건(1968년), 전자정찰기 EC-121와 헬리콥터 OH-23G 격추사건(1969년), 판문점 도끼사건(1976년) 등 전쟁위기가 다시 도래했을 때도 미국은 당장 전쟁을 개시할 것처럼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들을 한반도에 집결시켰다가 결정적인 순간 전쟁을 포기해 전 세계에 망신을 당했다. 미국은 매번 당하고도 북한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북미 핵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1993년 영변 폭격 직전까지 갔던 미국은 전쟁 시뮬레이션을 해보고서야 비로소 전쟁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후퇴하였다. 갑작스런 미국의 후퇴에 세계는 당황하였고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기가 전화로 전쟁을 반대한 덕분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였다. 1998년에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곧 망할 것이라 여기며 금창리 지하시설 소동을 벌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결국 꼬리를 내리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군사적 대결에도 밀리고 협상에도 밀리자 2005년에는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새로운 대결을 해보려다가 결국 북한의 핵시험에 놀라 테러지원국 해제를 하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미국은 패배를 반복하면서도 그간 아무런 교훈을 찾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제국주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해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보며 일각에서는 미국이 기나긴 북미대결 과정에서 드디어 교훈을 찾고 새로운 길을 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새로운 길로 이끌고 가는 지도자라며 환상을 품기도 했다. 미국의 제국주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 일으킨 착각이다. 

 

미국은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심리전에 능하다. 미국은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대통령의 평양 방문까지 약속해 많은 이들을 기대에 부풀게 하였다. 그러다 부시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북미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며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과연 그럴까?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의 미국 측 주역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은 트럼프 취임 직후인 2017년 3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아주 촘촘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에는 새로 출간한 책을 통해 북한을 ISIS(이슬람국가)에 비유하며 독재국가라고 비난하였다. 북미대화에 대해서는 북한의 ‘거짓말과 허황한 약속들’을 경계하라며 마치 자신이 과거 협상에서 속았다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사실을 따지자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북미공동코뮤니케 이행을 안 한 건 미국이었음에도.

 

▲ 매들린 올브라이트 [출처: 세계경제포럼]     © 자주시보

 

올브라이트의 언행을 보면 과연 당시 미국의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북미공동코뮤니케가 제대로 지켜졌을지 의문이다. 미국은 그저 북한을 속이고 시간을 벌기 위해 공동코뮤니케를 합의한 것 아니었을까?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최초의 흑인(정확히는 흑백 혼혈인 물라토) 대통령이라며 환상을 품은 이들도 있었다. 미국은 그저 전임 부시 정권의 막무가내식 외교로 인해 동맹국 사이에서 고립되자 ‘스마트 외교’를 내세워 동맹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세계 평화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미국 역사에 전쟁 대통령으로 남았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아래 대화를 거부해 임기 내내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 정치인 출신에 돌출발언과 돌발행동으로 인해 종잡을 수 없다보니 온갖 예측과 환상이 난무하였다. 그러나 집권하자마자 북한을 상대로 핵항공모함을 세 척이나 투입해가며 전쟁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전쟁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대화로 돌아선 것도 똑같다. 다만 이번에는 곧바로 정상회담을 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달라서가 아니라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통해 전략국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이 이번에는 교훈을 찾고 새 길을 걷는 것인지 우리는 정확히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미 주한미군 철수나 남북통일 승인을 정책으로 수립했다며 이후 한반도 정세가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여전히 한반도 정세는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그 수위와 형태만 조절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설사 북한의 힘에 밀려 종전선언을 한다 해도 평화협정 체결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공작을 펼칠 수 있다. 심지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남북통일이 이뤄진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구 소련을 붕괴시킨 것처럼 장기간에 걸쳐 공작을 펼 수 있다.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은 왜 교훈을 찾지 못하는가

 

만약 미국이 북미대결에서 교훈을 찾았다면 더 이상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패퇴는 동북아 패권의 몰락으로 이어지며 세계 패권의 유실로 귀결된다. 미국은 이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권, 이권을 결코 놓지 못하는 속성은 독점자본의 돈에 대한 독점적 욕망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로 독점자본이 국가를 직접 움직이는 나라다. 독점자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패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사람과 돈의 관계 문제다. 독점자본은 돈을 절대화하고 숭배하며 사람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는 일부 독점자본가의 성향 같은 게 아니라 독점자본의 기본 생리이며 존재를 규정하는 출발점이다. 독점자본은 끊임없이 더 많은 돈을 모으려고 하며 만약 이를 포기하면 경쟁에서 밀려 다른 자본에게 먹히고 만다. 억만장자들이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정글 세계와 같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문제는 결국 독점자본가도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는 점이다. 돈을 통해서는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존경받을 수도 없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돈으로 일시적인 만족은 느낄 수 있지만, 그리고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는 있지만 행복은 느낄 수 없으며 존경도 받을 수 없다. 돈이 많으면 남들이 자기를 숭배하기를 원하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리고 자기 심기를 거스르면 가차 없이 짓밟는다. 땅콩회항 사건을 떠올려보자. 

 

독점자본가에게 존경이나 행복이란 개념은 없으며 오로지 타인의 부러움과 공포심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어느 순간 돈은 숫자에 불과하게 된다. 자기 재산 뒤에 0이 하나 더 붙든, 덜 붙든 자기 삶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점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독점을 포기하는 순간 도태된다. 끊임없이 자신의 몸집을 불려야 한다. 이것이 독점자본의 운동 방식이며 자본가가 자본의 노예가 되는 원리다. 

 

돈을 숭배하고 사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사상이 바로 미국의 사상이다.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돈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미국이 올바른 교훈을 찾을 수 없다. 

 

우리 민족과 미국은 사상이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사상은 무엇일까?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은 인내천과 홍익인간이다. 인내천이란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뜻이며 홍익인간이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인내천과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의 출발점이며 우리 사상의 근본 특징이다. 

 

북한은 인내천과 홍익인간이 국가의 사상으로 됐다는 징후가 많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좌우명은 ‘이민위천’이었다고 한다. 이민위천이란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이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규정하고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모두 인내천과 홍익인간의 사상을 발전적으로 현대화한 것이다. 

 

한국의 촛불 역시 인내천과 홍익인간 사상을 구현하였다. 촛불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세월호를 꼽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때 사람들의 심장을 울렸던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우주 전체보다 더 무겁다.” 촛불국민은 304개의 우주를 기억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인내천 사상과 일치한다. 

 

한편 촛불국민이 가장 분노한 대상에는 정유라가 있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취직도, 결혼도, 장래도 포기하고 살 때 권력에 기대어 온갖 특권을 누린 것에 대한 분노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사상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사상과 촛불의 사상은 하나며 이미 통일을 이루었다. 통일의 가장 강력한 사상적 원동력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국민이 촛불을 들 때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길을 갔고, 집권 후에는 적폐청산하라고 촛불국민이 쥐어준 칼이 녹슬도록 방치하고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오늘도 제2, 제3의 김용균 씨가 쓰러져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다. 

 

미국의 두 가지 비극

 

미국이 사람과 돈의 관계에서 입장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이란 나라는 출발부터 돈을 위해 사람(아메리카인디언)을 학살하며 만들어진 나라다. 건국 후로도 돈을 위해서라면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필요하면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이라크를 쳐들어갔다는 건 미국인들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다. 전쟁을 하면 민간인 대량 학살을 습관적으로 할 정도로 미국은 인간멸시와 돈 숭배로 일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망할 때까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첫 번째 비극이다. 

 

두 번째 비극은 돈 숭배 사상을 버릴 수 없으니 주관주의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주관주의란 객관 사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국은 북한이 돈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 아무 효과 없는 대북제재에 수십 년 동안 매달린 이유다. 또 미국은 이미 전쟁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쟁의 방식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서도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쟁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있다. 패배에서 교훈을 찾기보다는 대충 넘어가고 어떻게든 상대를 공격할 여건을 만들려고 궁리하는 것이다. 

 

돈을 사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면 주관주의를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돈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무엇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기에 북한과의 대결도 돈으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긴다. 미국은 전쟁승리요소에서도 돈과 경제력을 중요하게 본다. 북한이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사상을 결정적 요인으로 보는 것과 정 반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 결정론에 빠진 미국은 북한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파악도 할 수 없다. 주관주의에 빠지면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스미스특공대의 패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돈 숭배 사상에서 사람 숭배 사상으로, 공존·공리·공영하는 홍익인간의 사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들의 역사를 봐도 그렇고, 현재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여기서 북미대결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북미대결은 단순한 군사적 대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돈 숭배와 사람 숭배의 사상전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이로워야 한다는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회주의와, 사유재산 보호라는 미명 아래 독점자본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는 자본주의의 대결이다. 이처럼 북미대결은 단순한 군사적 대결만이 아니라 사상, 체제, 군사 3대 영역의 총적인 대결이다. 

 

여기서 기본은 사상이다. 사람이 중요한가 돈이 중요한가의 대결이 북미대결의 근본 지점이기에 이 대결은 모든 걸 변화시키는 본질적 대결이다. 이것을 정확히 알 때 북미대결의 배경과 추이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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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접경지역에 10년간 13조 2천억 투자 계획

한국, 북한 접경지역에 10년간 13조 2천억 투자 계획
 
 
 
뉴스프로 | 2019-02-11 12:57: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스트레이츠타임스’ 한국, 북한 접경지역에 10년간 13조 2천억 투자 계획 
– 2030년까지 접경지역 225개 사업에 투자 
– 남북교류협력, 지역균형발전,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밑그림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화요일 South Korea to spend $16 billion in border areas with North Korea for next decade (남한, 향후 10년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160억 달러 투자 예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자금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투자할 액수로 중앙정부 5조4000억, 지방자치단체 2조2000억, 민간 5조6000억이 포함, 2030년까지 이 지역 225개 사업에 투입된다고 밝혀졌다.

또, 행정안전부는 이 자금이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 지역균형발전 기반 조성, 접경지역의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투입된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10년간 투자의 확대는 남북관계 개선과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 등 국내외 정세 변화를 반영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사는, 13조 2천억의 투자금 중 약 5조 1천 억원은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2차선 도로 건설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을 위한 21개 프로젝트에 배정되며 남북한이 한반도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철도와 도로 현대화와 상호 연결에 합의한 만큼 이 프로젝트에서 서울과 원산간 철도인 경원선의 남한지역구간 복원에 있어 남북한 문화교류센터가 경원선이 통과하는 철원에 건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3조 4천억원은 국경 접경지역 균형 개발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 창업환경개선 등을 포함한 54개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비무장 지대 인근의 둘레길 조성과 국경 접경지역의 생태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3조원 가량이 배정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 1조 7천억은 문화 스포츠 복지센터 확충과 액화석유가스 공급망 구축 등을 포함한 주거실태 개선 위한 42개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고 전한다. 과거 이 지역은 군사적 보안상의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어 왔으며 과거 8년간 관광사업과 산업단지 건설 및 교통기발 시설 확충에 총 2조 8천억 정도가 투입된 것이 전부이며, 남북한은 철도 도로 현대화를 위한 기공식도 작년 12월에 가졌으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글, 박수희)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https://bit.ly/2I6skAi

South Korea to spend $16 billion in border areas with North Korea for next decade

남한, 향후 10년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160억 달러 투자 예정

PUBLISHED 
FEB 7, 2019, 3:08 PM SGT

South and North Korean officials unveil a direction signboard during a ground-breaking ceremony to reconnect roads and railways across the divided Korean peninsula on Dec 26, 2018.PHOTO: AFP 
남북한 당국자들이 2018년 12월 26일 분단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는 기공식에서 이정표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

SEOUL (XINHUA) – South Korea’s government said on Thursday (Feb 7) that it will spend 13.2 trillion won (S$15.9 billion) in border areas with North Korea for the next decade.

서울 (신화) – 목요일(2월 7일) 한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13조2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he money, including 5.4 trillion won from the central government, 2.2 trillion won from local governments and 5.6 trillion won from the private sector each, will be spent on 225 projects in inter-Korea border areas by 2030.

이 자금은 중앙정부 5조4000억, 지방자치단체 2조2000억, 민간 5조6000억이 포함된 것으로 2030년까지 남북한 접경지역 225개 사업에 투입된다.

The projects were aimed to establish foundation for inter-Korea exchange and cooperation, lay the groundwork for a balanced regional development, stimulate ecological peace tourism in border areas and expand social infrastructure, according to the 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그 프로젝트는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 지역균형발전 기반 다짐, 접경지역의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목적으로 한다.

The development of the border areas had been limited for military security reasons.

국경 접경지역 개발은 군사적 보안상의 이유로 그간 제한되어 있었다.

For the past eight years, a total of 2.8 trillion won were spent on developing tourism projects, building industrial complexes and expanding transportation infrastructure.

과거 8년간 관광사업 개발, 산업단지 건설 및 교통 기반 시설확충 등에 총 2조8000억 원이 투입되었다.

The expanded investment for the next decade reflected changed situations at home and abroad, including improved inter-Korea relations and the need for balanced regional development, the ministry said.

행안부는 “향후 10년간 투자 확대는 남북관계 개선과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 등 국내외 정세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About 5.1 trillion won was allocated to 21 projects to establish foundation for inter-Korea exchange and cooperation, including the construction of a two-lane road between Yeongjong Island and Shin Island along the country’s western coast.

그 중 약 5조 1천억원이 서해안을 따라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2차선 도로 건설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을 위한 21개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South Korea and North Korea agreed to modernise and eventually connect railways and roads along the eastern and western Korean Peninsula.

남북한은 한반도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철도와 도로를 현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The two sides held a ground-breaking ceremony in December, but the construction had yet to be launched because of international sanctions on Pyongyang.

남북한은 12월 기공식을 가졌으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nd US President Donald Trump agreed to hold their second summit in late February in Vietnam. The first Kim-Trump summit was held in Singapore in June last year.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베트남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제1차 김-트럼프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Regarding the restoration of the South Korean section of the Gyeongwon Line, a train route between Seoul and the DPRK’s eastern coastal city of Wonsan, an inter-Korea cultural exchange centre will be built in Cheorwon, a border town of South Korea through which the Gyeongwon Line passes.

서울과 북한의 동부 해안도시 원산 간의 철도인 경원선의 남한 지역 구간 복원에 있어, 남북한 문화교류 센터가 경원선이 통과하는 남한 국경도시 철원에 건설된다.

To develop the border areas in a balanced way, 3.4 trillion won will be spent on 54 projects, including the creation of industrial parks and the improved conditions for business start-ups.

또한 국경 접경지역을 균형 있게 개발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 창업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 54개 프로젝트에 3조4000억 원이 투입된다.

Some 3 trillion won was earmarked to stimulate ecological peace tourism in border regions, including the creation of a walking tour route near the Demilitarised Zone (DMZ) that has left the Korean Peninsula divided since the 1950-53 Korean War ended with armistice.

한국전쟁(1950-1953)이 휴전협정으로 끝난 이후 한반도를 둘로 나눈 비무장지대 인근에 도보 관광로를 새롭게 조성하는 등 국경 접경지역의 생태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3조 원 가량이 배정되었다.

The remaining 1.7 trillion won was allotted to 42 projects to improve domiciliation conditions, such as the expansion of cultural, sports and welfare centres, and the construction of liquified petroleum gas supply networks.

나머지 1조7000억 원은 문화, 스포츠, 복지센터 확충과 액화석유가스 공급망 구축 등을 포함한 주거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42개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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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안을 거부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2/12 09:10
  • 수정일
    2019/02/12 09: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회는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안을 거부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2/12 [06: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미간 가서명한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안에 대한 국회비준 거부를 촉구했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지난 10일 한국과 미국이 8.2%인상된 1389억원에 방위비분담금협정 가서명을 한 가운데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민중당평화재향군인회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소속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평화행동)과 SOFA개정국민연대는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폭 인상된 한미방위비분담협정 가서명을 규탄 하고 국회에서 비준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정부는 인상근거를 설명하기는커녕 외통위간사인 여당의원이 국민이 구체적인 금액을 알아서 무엇하냐는 망발만 남긴체 미국의 난폭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였다며 한국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반하여 굴욕적인 협상으로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였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 등 평화협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 방향인 방위비분담금 묻지마 인상은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방위비분담금 인상 근거인 8.2%라는 숫자가 한국국방비 인상율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며 방위비분담금 묻지마 인상은 주둔비 걱정없는 주한미군을 강화시켜 무기강매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으로 어렵게 정착된 평화를 깨뜨리는 위험요소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정부가 가서명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비준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며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회비준 거부운동을 시작으로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대응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불평등한 한미관계 해소와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에 대한 근본적인 여론을 결집시켜 한반도평화의 시대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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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협정 묻지마 대폭인상을 규탄한다.

국회는 비준을 거부하라.

 

한국과 미국은 대폭인상된 1389억원의 방위비분담금협정에 가서명 했다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이 불법적인 전용을 일삼았음에도 불구하고 1조나 넘게 남아돌고 있는데서 보듯이 대폭 삭감이 마땅하다.

 

최근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여론도 인상반대가 찬성에 비해 두배로 높았다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인상근거를 설명하기는커녕 외통위간사인 여당의원이 국민이 구체적인 금액을 알아서 무엇하냐는 망발만 남긴체 미국의 난폭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였다한국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반하여 굴욕적인 협상으로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였다우리는 이에 분노하고 규탄한다.

 

2월말 열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를 평화의 시대로 확고하게 전환시키기 위한 논의가 예정되 있다평화협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는 불가피한 일이다그런데 이와는 정반대 방향인 방위비분담금 묻지마 인상은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다.

 

우리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근거인 8.2%라는 숫자가 한국국방비 인상율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국민의 삶이 이토록 힘든데도 불구하고 북핵을 막는다는 핑계로 미국산 무기구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썼다지금은 평화로 나아가는 시대이다평화정착을 위해서는 군축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그러자면 천문학적인 외국산 무기구입비부터 줄여나가야 하는데 미국은 평화를 말하면서도 주한미군을 미끼로 천문학적인 무기강매를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방위비분담금 묻지마 인상은 주둔비 걱정없는 주한미군을 강화시켜 무기강매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으로 어렵게 정착된 평화를 깨뜨리는 위험요소로 될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정부가 가서명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비준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그렇다면 국회가 제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우리는 주권과 국익그리고 평화정착을 위한 국민적 의지를 결집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을 거부하라.

 

2019년 2월 11일 

평화행동·SOFA개정 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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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 명단, 알권리 위해 공개해야" 맞는 말일까?

[팩트체크] 김진태 "이번엔 명단공개" 발언과 김순례 "가짜 유공자 걸러내야" 발언, 검증해보니

19.02.12 07:43l최종 업데이트 19.02.12 07:43l

 

 '5.18 망언'으로 비판 받고 있는 김진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  "5.18 망언"으로 비판 받고 있는 김진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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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대상] "국민 알 권리 위해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해야"

지난 8일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공동 주최로 '5.18 모독' 비판을 받고 있는 김진태 (강원 춘천) 한국당 의원이 11일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이종명, 김순례)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짜 유공자'분들께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5.18 유공자 중 '폭도'나 '가짜 유공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일부 보수진영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8일 5.18 공청회에 참석해 '5.18 폄하' 발언을 한 김순례 (비례) 한국당 의원도 11일 입장문을 통해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김 의원은 "(공청회 당시) 내가 이야기한 부분은 5.18 유공자 선정 관련해서 허위로 선정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좀 더 선정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서 '허위 유공자'를 철저히 걸러내는 게 '유공자'분들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김순례 의원의 '5.18 유공자 중 폭도·가짜유공자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 이 내용은 과연 사실일까? 맞는 말일까?

[사실검증 ①]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법원 "불가능"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2018월 12월 일부 시민들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5.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내용 공개 행정소송'에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사항은 유공자들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면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가보훈처 역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관련 법률에 따라 5.18 유공자 명단은 비공개 자료"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유공자 명단 공개와 관련한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독립유공자 명단을 제외하고 다른 유공자들 명단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성명은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하며, '공적 사유'는 당시에 사망이나 행방불명, 부상일시 및 장소, 구체적 경위, 질병 치료 등 장해 발생 내용 및 정도 등 구체적 사항이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일부 예외도 있다. 독립유공자 명단은 공훈록 자료로서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기록·보존하고 연구자료 및 공훈 선양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1986년도부터 책으로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6호에 근거).

'참전유공자'의 경우, 등록하고자 하지만 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참전자들이 전우나 참전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을 찾고자 할 때,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해놨다.

결론적으로 5.18 유공자 명단뿐 아니라 모든 유공자 명단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비공개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이걸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위법이다.

[사실검증 ②] 5.18 유공자 중 폭도? 법원 "허위사실"

5.18 유공자 중 '폭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은 전두환씨가 <전두환 회고록>에서도 비슷하게 기술한 적이 있다(일명 '교도소 습격 사건').

법원은 2018년 9월 이를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시민들이 무기고를 먼저 습격했다며 계엄군이 집단 발포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서술했으나, 이를 허위라고 본 것. 재판부는 약 7000만 원 배상과 동시에 해당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회고록의 출판·배포를 금지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다. 2017.4.3
▲  2017년 4월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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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공자' 논란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관계자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은 "유공자 신청 시 수차례 심사·확인 절차가 있다, 부상자의 경우 병원에서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다, 치료 기록이 필요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유공자로 인정받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 유공자가 존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오히려) 5·18 당시 행방불명이 됐는데, 시신을 찾지 못해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보상심의위)를 통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법 18조(사실조사 및 협조의무)에 따르면, 보상심의위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증 또는 필요한 조사 등을 할 수도 있다. 즉 보상심의위를 통해 보상을 받은 사람은 국가보훈처에 등록신청을 하면 보상사실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5.18 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5.18 유공자의 경우 광주시가 관련 법에 따라 보상심의위를 거쳐 금적적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보훈처에서는 별도의 금전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의료지원, 교육지원 등 기타지원은 국가유공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국가보훈처가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발표한 5.18 유공자 수는 4407명이다.

한편 광주시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관련 법률에 근거해 지난해 12월까지 보상을 받은 사람은 총 5807명이다. 신청자 총 9227명 중에서 심사를 거쳐 62%가 인정받았다. 통계에 따르면 보상자 중 사망자는 223명, 상이 후 사망자는 140명, 행방불명은 448명 등에 이른다(2018년 12월 기준).

[검증 결과] 김진태·김순례 주장은 틀렸다

서울행정법원이 2018년 12월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사항은 유공자들의 개인정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라고 밝힌 점, 법원이 5.18 유공자 중 폭도가 섞여 있다는 <전두환 회고록>의 서술을 '허위사실'로 판단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단된다.

 
 factcheck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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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1월 24일 보도된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이 요구가 황당한 까닭'에 기반해 작성된 팩트체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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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교류 활성화로 평화통일 앞당길 것”

금강산 새해맞이 대표단 252명, 기자회견 갖고 출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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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2  06: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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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 남측대표단 252명이 12일 오전 6시 서울 경복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발했다. 공동단장인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이 첫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번 새해맞이 연대모임은 전 민족적인 관심 속에서 민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에 있었던 판문점회담 또 평양회담에서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이번 모임을 통해서 협의하고 고민해볼 것이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12일 새벽 5시 40분 서울 경복궁 동편주차장에서 출발에 앞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창복 의장은 “민간교류의 활성화는 끝내는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조국의 평화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그러한 프로세스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특히 이번 모임은 각 종단의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서 여러 수장님들, 여러 시민사회단체, 민화협 의장님 모두 함께 출발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연희 6.15남측위원회 대변인은 “2019년 첫 공동행사이자 대단히 오랜만에 진행되는 민간의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면서 “252명 대표단과 실무진이 출발하게 되는데 준비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밝혔다.

남측 대표단은 이창복, 김희중, 지은희, 한충목, 김홍걸 공동단장을 비롯해 7대종단 수장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황영철 자유한국당,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등 정치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지차제 관계자들,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등 재야단체 관계자 등 220명 가량의 대표단과 실무진.취재진 등 총 252명으로 구성됐다.

북측 대표단 명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박명철 6.15북측위원회 위원장,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등을 공동단장 100여명 내외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측 대표단은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15명 내외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 출발에 앞서 경복궁 동편주차장에서 간략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연희 대변인은 “지금 취재장비 반입 문제도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 있어서 불투명하고, 아마 못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단 세 분에 대한 불허도 있었다”고 짚고 “아직 남북관계와 남북교류를 실현하는 데서 우리가 넘어야 될 벽이 많다는 것을 또한 확힌하게 되는 오늘의 모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행사 하루 전인 11일, 이번 행사에 동행하는 기자단 10명에게 노트북과 카메라, 녹음기 등 취재장비 반입이 어렵다고 공지했다. 이례적인 취재장비 반출입 불허는 대북제재가 그만큼 강화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통일부는 또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등 3명에 대해 방북을 불허해 선별 방북불허의 구태를 되풀이했다. 이규재 의장은 경복궁 주차장에 나와 출발을 앞둔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서운함을 달래기도 했다.

남측 대표단과 실무진 252명은 이날 오전 6시 경복궁에서 출발해 오전 11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 금강산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3시부터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진행하고 오후 4시 30분부터 6.15공동위원장회의 등 단위별 상봉모임을 가진 뒤 공동만찬으로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새해맞이 연대모임에서는 김영대 북측 민화협 회장과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손형근 6.15해외측위 위원장이 축하연설을 할 예정이며, 공동호소문을 발표한다. 공동호소문에는 남북 정상들이 발표한 공동선언 이행과 4.27~개천절까지 계기별 공동행사 추진, 각계각층의 교류.협력사업 활성화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틀째인 13일에는 해금강에서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고 오전 10시부터 단위별 상봉모임과 신계사 참관을 병행하며, 오후 3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돌아올 예정이다.

   
▲ 남측 공동단장이 나란히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 왼쪽부터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김희중 대주교,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희중 가톨릭 대주교는 종단을 대표해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자 고심분투한 모든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 기회를 함께 갖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천년 동안 함께 살아왔던 민족이 70여년 동안 갈라져 살았는데, 더 이상 분열이 계속되지 않고 다시 하나로 합해서 민족공동번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은 “2019년은 한반도 역사에서 정말 아주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평화운동을 함께한 모든 분들이 다 함께 지금 북을 만나서 평화체계와 공동번영을 함께 논의하는 그런 교류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새해 벽두, 남북해외가 함께 공동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다. 희망이다”며 “각계각층이 남북간에 교류하고 협력하는데 이번 새해맞이 공동행사가 대통로를 열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민화협도 이번 행사 이후에 3.1절에 남북 공동행사를 하게 돼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올해 크고 많은 행사가 이뤄질 것이고 그것을 대비하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번에 각계각층에서 모여서 상봉하게 되는데, 한반도 평화가 확실히 왔다는 것을 온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뉴스>는 새해맞이 연대모임 1박2일 일정을 동행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 제주 농민회에서 대표단을 위해 준비한 귤 등 지역 특산품.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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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묘한 답변, 긴 여운을 남겼다

[개벽예감 334] 트럼프의 묘한 답변, 긴 여운을 남겼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2/11 [11:0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오산기지에 잠깐 들렀다가 평양으로 되돌아간 특별기

2.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하면

3. 중대한 실천방안 합의할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4. 트럼프의 묘한 답변, 긴 여운을 남겼다 

 

 

1. 오산기지에 잠깐 들렀다가 평양으로 되돌아간 특별기  

 

2019년 2월 8일 오후 6시 35분 특별기 한 대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특별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코리아문제 담당관, 존 플레밍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 등이었다. 지난 2월 6일 오전 9시 오산미공군기지에서 특별기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한 그들은 평양에서 2박3일 동안 조선측과 진행한 실무협상을 마치고 돌아간 것이다. 

 

미국 실무협상단 성원인 앨리슨 후커는 원래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분석관으로 근무하였는데, 2014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코리아문제 담당관으로 전직하였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 직책에 계속 남아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백악관에서 코리아문제에 관한 정보에 가장 정통한 그가 조미협상에 관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협상을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맡겨두고 그에게서 가끔 보고나 받아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조미협상 관련업무를 틀어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미실무협상에서 전면에 나선 비건보다 막후에서 움직이는 후커의 비중이 더 커 보인다. 

 

조선 실무협상단과 미국 실무협상단은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무엇을 논의하였을까? 그 협상은 임박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협상이었으므로, 당연히 정상회담을 준비하는데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실무문제들을 논의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논의한 여러 가지 실무문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합의하는 것이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2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조선측과 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2019년 2월 9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담화에서 그는 정의용 실장에게 조미실무협상결과에 관해 설명하였다. 조선 실무협상단과 미국 실무협상단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데서 제기되는 실무문제들을 논의하였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합의하는 것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둘째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미국 실무협상단을 태우고 평양에 들어갔던 특별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산미공군기지에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원래는 다음날까지 평양국제공항에 머물렀다가 미국 실무협상단을 태우고 돌아갔어야 할 특별기가 갑자기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이다.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한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평양에서 진행되던 조미실무협상이 끝나기 하루 전인 2월 7일, 비건 특별대표가 아닌 미국 실무협상단 일부 성원들이 특별기를 타고 오산미공군기지로 갔다가 당일 오후 4시쯤 다시 특별기편으로 평양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특별기를 타고 오산미공군기지에 잠깐 들렀다가 평양으로 되돌아간 사람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코리아문제 담당관이다. 그가 조미실무협상 도중에 협상장에서 나와 특별기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산미공군기지에 잠깐 들렀다가 평양으로 되돌아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떤 급박한 사연이 있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자기 의견을 2019년 1월 18일 백악관을 방문한 조선대표단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 설명하였고, 지난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평양에 돌아간 김영철 조선대표단 단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관한 보고도 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조선 실무협상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안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였고, 미국 실무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안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 둘째날 오전에 미국 실무협상단은 자기들이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제의,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안을 뛰어넘는 매우 중대한 제의를 조선 실무협상단으로부터 받았다. 그래서 앨리슨 후커 담당관은 급히 특별기를 타고 오산미공군기지로 날아가서 백악관으로 직통하는 보안통신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격적이고 중대한 제의를 직접 보고하였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파격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후커 담당관의 긴급보고를 통해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을 급히 자기 집무실로 불러 긴급히 제기된 중대사안을 놓고 토의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결정한 내용을 오산미공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후커 담당관에게 전해주었고, 대통령의 결정을 받은 그녀는 곧바로 평양으로 돌아가 협상을 계속하였던 것이다. 

 

 

2.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파격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2월 8일) 자기의 트위터계정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의 대표단 성원들은 내가 김정은과 만나는 제2차 정상회담의 시간과 날짜를 합의하고, 매우 생산적인 회의를 마친 다음 방금 북조선을 떠났음. 제2차 정상회담은 2월 27일과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임. 나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하고 있음. 북조선은 김정은의 영도 아래서 경제강국이 될 것임. 그는 조금 놀랄지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알고 있으며 그가 얼마나 유능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것임. 북조선은 다른 종류의 로켓, 곧 경제로켓을 쏘아올리게 될 것임!” 

 

(한국에서 다른 나라 국호를 제멋대로 부른다. 이전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가 언제부터인가 베트남이라고 바꿔 부른다. 월남이라는 말은 越南이라는 중국식 국호표기를 우리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또한 베트남이라는 말은 Viet Nam을 일본식 발음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조선에서 쓰이는 윁남이라는 말이 그 나라 국호의 원음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다. 그 나라의 공식국호는 윁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8일 자신의 트위터계정에 남긴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그는 2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협상 둘쨋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 실무협상단을 통해 자기에게 제시한 파격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미국 실무협상단 성원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코리아문제 담당관으로부터 긴급히 전해듣고 위와 같은 트위터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는 트위터 메시지에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트럼프 대통령이 위와 같은 트위터 메시지를 쓴 시각은 2월 8일 오후 4시 33분인데,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시차를 계산하면 그 시각은 평양 시간으로 2월 9일 오전 6시 33분이다. 미국 실무협상단 성원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각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방금 평양을 떠났다고 트위터에 썼던 것이다. 미국 실무협상단이 평양을 떠나 오산미공군기지에 도착한 시각은 2월 9일 오후 6시 35분이었다. 그런 착오가 생긴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차계산을 잘못한 까닭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미국 실무협상단이 한시바삐 돌아와 자기에게 협상결과를 보고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조미실무협상에 그처럼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윁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안달이 난 나머지,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정상회담 개최지를 대통령이 사적으로 서둘러 발표해버린 것이다. 이것 하나만 놓고 봐도, 그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3)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에서 “나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썼다.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장이다.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하고 있다(I look forward to advancing the cause of peace)”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킨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중대사안을 합의한 바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한 합의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고 서술되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에 남긴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킨다”는 말은, 제1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것처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후반기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한 트위터 메시지를 발송하였다면, 평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한다고 쓰지 않고 비핵화의 원인을 진전시키기를 고대한다고 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서로 떼어놓지 않고 포괄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오는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진행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관한 중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3)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도하는 조선이 “경제강국(great Economic Powerhouse)”으로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을 경제강국으로 일으켜 세울 유능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단독대담을 진행할 때도 조선이 경제강국으로 일어설 기회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왜 이런 그런 말을 거듭하는 것일까?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놓은 것일까?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 2019년 1월 28일 보도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특별한 경제지원(special economic package)”을 제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하는 특별한 경제지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조선을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한 물질적 보상이라고 이해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물질적 보상을 ‘미끼’로 사용하여 조선을 비핵화로 유도하려고 생각한다면, 그런 헛된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조선은 핵동결 이상으로 나아가는 비핵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 중대한 실천방안 합의할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눈앞에 다가온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보다 더 중요한 회담으로 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미관계에 얽혀있는 모든 문제들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이후에 제3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릴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무박1일로 진행하였던 싱가폴 정상회담과 달리, 하노이 정상회담을 1박2일 동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서 최종담판을 결속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8월 15일 조국광복 75주년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지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미협상을 이른 시일 안에 결속해야 하고, 따라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최종담판을 단행하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할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조미협상타결을 자기의 가장 중요한 외교치적으로 내세워 재선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미협상을 이른 시일 안에 결속해야 하고, 따라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최종담판을 단행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하노이 정상회담은 최종담판의 기회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 회담은 최종담판의 기회다.  

 

그런데 미국 언론매체들과 한국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하여 앞뒤가 맞지 않는 억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머릿속에서 쥐어짜낸 몇 가지 억측을 살펴보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종전선언발표문제만 논의될 것이라느니, 미국이 조선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미사일을 폐기하라고 요구한다느니,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조선의 고급기술자들 명단을 달라고 조선에게 요구한다느니 뭐니 하는 헛소리들이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들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미 명시되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중대사안들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실천방안들을 합의하기 위해 열리게 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 있는 카펠라호텔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정상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날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 나오는 중대사안들은 2019년 2월 27일과 28일 윁남 수도 하노이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로 되었다. 다시 말해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중대사안들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실천방안들을 합의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중대사안들은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는 것,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하는 것 등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6월 12일에 진행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중대사안을 합의하였는데, 그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었다.

 

(1)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간다. 

(2)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3)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중대사안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실천방안들을 합의할 것이다. 실천방안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1)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는 관계정상화방안을 합의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정상화방안은 두 나라가 단계적으로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단번에 관계정상화를 실현할 수는 없으므로, 단계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실현해야 마땅하다. 단계적 실현과정에서 첫 단계는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대폭 완화하고, 조선과 미국이 공동이익에 맞게 상호왕래 및 상호교류를 추진하고, 조선과 미국이 상시적인 상호의사소통망을 설치하는 것이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할 것이다. 최종담판을 앞둔 쌍방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가 체결하게 될 것이다. 조선과 미국의 관계에서는 평화조약이 체결될 수 있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남북관계에서는 평화조약이 체결될 수 없으므로, 남북미중 4자는 평화합의라는 대체명칭을 쓸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동참하는 형식으로 4자 평화합의가 체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정전협정 체결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도자로 될 수 없고, 중국은 한반도에 자기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기 때문에 주도자로 될 수 없다. 

 

4자 평화합의를 체결하기 위한 실천방안은 이른 시일 안에 2+4 평화회담을 시작하는 것이다. 2+4 평화회담은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동참하는 양자-다자복합회담이다.  

 

그런데 왜 4자 평화회담이 아니라, 2+4 평화회담인가? 조선과 미국이 2자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이 따로 있고, 남북미중이 4자회담에서 다함께 논의할 사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자평화회담과 4자평화회담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과 미국이 2자평화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다. 이 문제 이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다른 사안들은 4자평화회담에서 다함께 논의될 것이다. 

 

조선과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2자평화회담에서 논의해야 하는 까닭은, 철군이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고, 워싱턴과 서울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철군반대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사국들끼리 제3자를 배제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철군반대파들에게 미리 알려지지 않도록 은밀하게 2자평화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지만, 협상결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최종담판을 벌여 조미협상을 결속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일정 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따로 만나는 단독회담이 철군문제를 논의할 최적의 기회로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워싱턴과 서울에서 철군반대파들은 주한미국군이 철수하면 무슨 변고나 재앙이 일어날 것처럼 공포를 느끼면서 말이 되지 않는 부언랑설을 세간에 퍼뜨리고 있다. 그들의 부언랑설은 미국의 반트럼프 언론매체들의 가짜보도와 한국의 종미반북 언론매체들의 가짜보도를 통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철수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요구와 무관하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이 하나로 합쳐지는 철군씨나리오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군을 요구하는 측면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철군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철군의사를 여러 차례 강한 어조로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합의할 것이다. 그런데 조미협상에서 제기된 비핵화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비핵화라는 개념과 다르다. 조미협상에서 제기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통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핵군비감축에 적용되는 특수한 개념이다. 그 특수한 개념을 핵동결이라고 부른다. 조미협상에서 제기된 비핵화라는 개념이 핵동결이라는 특수개념으로 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핵무기를 서로 폐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과 미국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비핵화를 실현한다면, 두 나라가 각각 자기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는데, 미국에게 있어서 핵무기 폐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미국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조선만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다. 따라서 조미협상에서 제기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무기를 서로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동결을 서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도 핵동결을 실행하고, 미국도 핵동결을 실행하는 것이다. 

 

조선의 핵무기 폐기는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은 핵무기 폐기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를 갖지 못한 이란이슬람공화국도 자국 미사일을 폐기하는 문제를 미국과 협상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는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핵무기를 대량생산하여 명실공히 핵강국으로 전변된 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조선의 핵동결은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고, 시험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전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핵동결은 핵무기를 한반도와 주변에 배치하지 않고, 한반도와 주변에서 연습하지 않고, 한반도와 주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한반도 비핵화 방안으로 합의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4. 트럼프의 묘한 답변, 긴 여운을 남겼다 

 

2019년 2월 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담진행자가 “한국에 있는 미국군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였다. 그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그렇다. 내 말은 우리가 그것 이외에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는 거다. 아마도 어느 날. 내 말은 누가 알겠냐는 거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 한국에 4만명 병력이 주둔하는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나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담에서 위와 같이 답변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철군반대파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느니 뭐니 하면서 헛소문을 한바탕 퍼뜨렸다. 그러나 그런 헛소문은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철군반대파의 ‘입맛’에 맞게 아전인수격으로 잘못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언론매체와 대담하면서 모두 털어놓을 수는 없다. 따라서 위의 답변 속에 들어있는 진의를 파악하려면, 철군문제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서로 연관시켜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1)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주한미국군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 어떤 것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가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철군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2)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끝에 “아마도 어느 날. 내 말은 누가 알겠냐는 거다(Maybe someday. I man who knows.)”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묘한 여운 속에 담긴 진의는 자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느 날 그 문제를 논의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싱가폴 정상회담에서는 철군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고 말한 것이다. 이런 발언내용을 새겨들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군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하여 대담진행자 마가렛 브레넌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대담진행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 있는 미국군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였다. 답변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끝에 "아마도 어느 날. 내 말은 누가 알겠냐는 거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묘한 여운 속에 담긴 진의는 자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느 날 그 문제를 논의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싱가폴 정상회담에서는 철군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고 말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주둔비용문제를 거론하였다. 철군문제를 질문했는데, 주둔비용문제를 거론하였으니 심상치 않아 보인다. 그는 미국이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그가 그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한미국군 주둔비용문제에 대한 그의 불만은 오래 전부터 덧쌓여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그의 답변은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액부담요구를 끝내 거부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제와 직결된 실제상황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은 주둔지원금 책정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제의하였다. 이것은 주둔지원금을 해마다 증액, 갈취하다가 몇 해 뒤에는 전액을 갈취하려는 강도적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그런 강도적 요구에 굴복하여 지난 2월 10일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였다. 특별협정문은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비해 8.2% 증액된 1조389억원(9억2437만달러)을 올해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으로 지불할 뿐 아니라, 책정유효기간은 1년으로 줄이도록 규정하였다. 미국의 강도적 요구를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주한미국군이 전격 철수될까봐 잔뜩 겁을 먹은 문재인 정부는 저들의 강도적인 요구를 받아들이는 굴욕을 선택하고 말았다. 하지만 주둔지원금을 대폭 증액하는 협상을 해마다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강도적 요구를 들이대면서 해마다 증액협상을 벌이는 척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반발하면, 그것을 빌미로 철군명령을 내리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음흉한 계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그 계책을 돌파할 방도가 없으므로, 철군은 불가피하다. 

 

(4)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한미국군 철수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다. 그는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려는 의지를 가졌지만, 철군계획까지 세워둔 것은 아니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월 하순 어느 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미국 국방부에 하달하려고 하였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철군명령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명령을 내렸더라도,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명령집행을 거부하거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명령집행을 회피하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국방부는 그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철군계획을 작성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철군을 반대하는 각료들이 대통령의 철수명령을 가로막았으니, 철군계획이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의 철군의사를 거스르는 각료들을 모조리 해임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결심대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임의의 시각에 철군명령을 내리면, 미국 국방부는 철군계획을 작성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철군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연방의회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철군을 막을 방도가 없다.  

 

(5)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또 다시 말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집필한,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라는 제목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에서 각료들과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논쟁을 벌여온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가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는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철군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철군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말은 참말이기도 하다. 그는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지만,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철군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철군논쟁도 막을 내렸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을 반대하는 각료들을 모두 해임했기 때문이다. 

 

철군을 반대하는 각료들을 모두 해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 들어와 자기의 철군의사를 마침내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수리아에서 미국군이 철수하기 시작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끝내고 미국군을 철수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하였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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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vs 진보’ 유튜버들의 격렬한 몸싸움 현장 (동영상)

공청회라고 써 놓고, 광기의 현장이라 읽다
 
임병도 | 2019-02-11 08:45: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2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이 주최하고 지만원씨가 발표하는 5.18 공청회 때문이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공청회는 이미 1시부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방문증을 발급하는 의원회관 입구는 북새통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도저히 시간 내에 방문증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후문을 통해 겨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벌어진 좌우익의 격렬한 싸움과도 같았다

▲극우와 진보 성향의 유튜버들이 카메라로 서로를 촬영하며 방송하고 있는 모습

도착해보니, 이미 공청회가 열리는 대회의실 앞에는 극우와 진보 성향 유튜버 십여 명이 휴대폰과 캠코더 등을 통해 현장을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방송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서로를 향해 ‘빨갱이’, ‘친일파’ 등의 막말이 오갔고, 급기야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 간의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목격한 몸싸움만 해도 5번이 넘었고,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가 주장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자며 토론도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내 ‘이 XX들은 모두 빨갱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고, 결국 욕설과 고성이 오갔습니다.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내내, 아이엠피터의 머릿 속에는 마치 해방 이후 좌우익 투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피투성이 싸움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사상이 다르다고 어떻게 서로를 죽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의문은 사라졌습니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거나 카메라만 없었다면 몸싸움이 아니라 더한 일도 벌어졌을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공청회라고 써 놓고, 광기의 현장이라 읽다

▲극우 지만원씨가 발표한 5.18 공청회에 나왔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

회의실 밖이 고성과 욕설, 몸싸움으로 시끄러웠다면, 내부는 마치 종교 집단과 같은 광기의 현장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대한민국 입법부라는 국회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망언들도 이어졌습니다.

공청회 공동주최자였던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저희가 방심하며 정권을 놓친 사이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 의원은 대한약사회 부회장이던 2015년 4월 28일 SNS 모임에 ‘시체장사’, ‘거지근성’ 등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긴 글을 공유했다가 대한약사회에서 직무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표를 맡은 지만원씨를 향해 ‘제가 제일 존경하는 지만원 박사님, 5.18 문제에서만큼은 우리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는 인사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청회(公聽會):공개적인 토론을 통하여 어떠한 행정작용에 대하여 당사자 등,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 또는 기타 일반인으로부터 의견을 널리 수렴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날 열린 행사의 공식 명칭은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였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들 발언의 요지는 ‘5.18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었고, 이에 반하는 의견은 깡그리 무시됐습니다.

5.18 관련 단체들은 ‘폭동이 아니라며 광주를 모욕하지 말라’고 하자마자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쫓아 내는 것은 이미 결론을 내고 의견을 받지 않겠다고 작정한 것입니다.


허접한 논리, 진실이 되어버린 가짜 뉴스

▲공청회 자료집에 나온 사진, 지만원씨는 광주인들 대부분이 북한 특수부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배포한 자료집에는 속칭 ‘제00광수’ (5.18 당시 시민들을 가리켜 광주 북한 특수군이라며 부르는 줄임말)의 근거라는 사진들이 수십 장 나와있었습니다.

지만원씨는 5.18 당시 사진에 나타난 인구들 대부분이 북한 사람들이며 고정간첩이거나 내국인 스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광주에 왔던 북한군들이 인민군 원수나 인민군 대장, 북한 노동당 비서라는 황당한 논리도 펼쳤습니다.

이날 공동주최자였던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육군 대령 출신입니다. 군 장교 출신이면 현실적으로 북한군 600명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첨단 과학화된 장비로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것을 하나하나 밝혀 나가는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개입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근거들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다
반론1, 당시에는 북한군 개념 자체 부존재
5.18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가설은 오로지 지만원 한 사람만 했다. (지만원씨가 발표한 5.18 공청회 자료집 중에서)

지만원씨는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가설은 오로지 본인만 했다’며 ‘대법원이 무슨 수로 북한군이 오지 않았다는 판결을 할 수 있었는가’라며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어이없는 논리를 자료집에 당당히 올렸습니다.

이런 수준의 주장과 논리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옹호하고 있습니다. 극우 성향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노령층은 가짜뉴스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 5.18 관련 단체 활동가는 ‘광주를 모욕하지 말라’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광주 북한군 개입설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5.18 공청회를 보면서, 아직도 대한민국은 최소한의 상식조차 무시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임을 깨달았습니다.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써야 저들이 믿고 있는 진실이 가짜뉴스인지 깨달을까라는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분에 겨워 말조차 하지 못하는 5.18 유가족의 모습을 보니 참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극우 vs 진보’ 유튜버들의 격렬한 몸싸움 현장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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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공동성명’에 김정은-트럼프 통 큰 거래 담길까

1박 2일 정상회담, 북미관계 개선 구체적 청사진 나올 전망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2-10 16:25:49
수정 2019-02-10 1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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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자료 사진)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자료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여 만에 다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1차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가 70여 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세 가지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는 2월 28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가 1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이행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북·미가 과연 어느 수준이나 어느 단계까지 합의를 성사시켜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 담아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내놓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구체적인 ‘상응 조치’ 내용이다. 현재는 영변 핵시설 폐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공동성명의 도출을 위해 북·미는 현재 치열한 실무회담을 펼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평양을 2박 3일간 방문한 데 이어 곧 추가 실무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그만큼 북·미가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방북한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로 다시 와서 이번 실무회담에 관해 “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생산적(productive)이었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는 미국의 대북 입장이 다소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전에는 제재 완화 등 일체의 보상을 제공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일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완화 불가’라는 기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동시·병행 원칙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지킨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단 이유이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유연성 여부가 성패의 핵심  

따라서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실제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얼마만큼의 유연성을 발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동시·병행 원칙만이 아니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미 간에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 이러한 문제에 관해 최종 타결을 이룰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쉽게 말해 ‘비핵화 완료 전 대북제재 완화 불가’라는 미국의 원칙을 실무급이나 고위급 차원에서는 깨기다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최근 북미정상회담은 기존 방식을 탈피한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1차 북미정상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수락과 개최 결정을 하지 않고, 실무선에만 맡겨 놓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격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한 배경도 ‘탑-다운’ 방식의 회담 성격을 잘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실무진에게 귀띔도 하지 않았고, 일부 실무진의 반대에도 군통수권자로서 회담 당일 이를 결정해 명령했다.

이는 북한이 1차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회담에서도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겠다고 나서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력, 사고방식을 믿는다”고 말한 대목도 이를 잘 말해준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뉴시스

28일 양 정상의 최종 결단 담은 ‘하노이 공동성명’ 발표 예정  

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이 바로 이번 베트남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처럼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간 개최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전날 새벽까지도 북·미 양측의 실무협상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미 정상 간에 통 큰 거래를 할 시간이 있는 셈이다. 

즉 2차 정상회담 첫째 날인 27일은 북·미 정상 간의 만남과 함께 실무진이나 고위급에서 풀지 못한 의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으로 이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 초안만 합의한 채, 상호 이견이 있는 안건은 각 정상의 최종 결단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최종 공동성명은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8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결과물인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이에 따른 관계 정상화,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제재 완화의 최종 칼자루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위해 이를 전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미국 국내 정치를 위해서도 홍보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최종 대면 담판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에 관해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단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tangible)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대북 문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이러한 비판론자(critics)들의 비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본질적인(substantial) 성과를 이루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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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 원 넘어

한미, 이르면 3월부터 내년 분담금 다시 협상해야
2019.02.10 17:38:33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이른바 '한국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 이하'는 관철되지 못했지만 미국이 애초 제시한 금액에 비해서는 상당 부분 줄어든 결과다. 

10일 한미 양측 정부는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가서명을 진행했다. 양국의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협정은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기간 1년을 한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총액에서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0억 달러(1조 1305억 원)보다 낮은 1조 389억 원 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분담액인 9602억 원에 올해 한국 국방 예산 인상률인 8.2%를 적용해 산출된 액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1억 원을 넘기게 된 결과에 대해 "최초 미국의 요구가 약 1조 4000억 원이었고 마지막까지 10억 달러(1조 1305억 원)를 고수했다. 최종적으로는 이보다 낮은 1조 389억 원이 된 것"이라며 "여러 여건을 감안해 최대한 총액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측은 우리의 위상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 미국은 어느 동맹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미국 측이 총액 증가에 대해 상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연내 타결을 목표로 10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간 서울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양측은 총액과 유효기간 등에 상당한 접점을 보이며 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돌연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그동안 협의 내용을 무시하고 총액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를, 유효기간 1년(기존 유효기간은 5년)을 제시했다. 

최상부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들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한국은 그동안 논의해온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후 한미 양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역시 '최상부의 지침'이라는 전제 하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500억 원)를 새롭게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한국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을 넘을 수 없고, 유효기간은 3~5년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이렇듯 지난해 12월 이후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결국 유효기간은 한국 측이, 총액은 미국 측이 양보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 장원삼(오른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 ⓒ외교부


미국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전략자산과 관련해 '작전 지원 항목'을 협정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하자고 요구했다.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분담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 이같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미국의 요구는 철회됐다.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분담금 협정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군사 건설 분야에서 예외적인 현금 지원을 철폐했고 설계·감리비에 대한 현금 지원 비율인 12%를 집행 실적에 따라 축소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현물지원 체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군수 지원 분야에서 그 해에 집행하지 않은 지원분이 자동으로 다음 연도로 이월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협정부터 양측은 사업연도 내에 계약이 이뤄졌거나 사업연도 12월 1일까지 입찰공고가 이뤄지는 경우에만 이월이 허용되도록 하는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군사 건설 사업을 선정할 때도 한국 측이 사업 목록 조정 및 추가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미국 측에 5개년 사업 계획을 제출하도록 결정했다. 이를 통해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이밖에 이번 협정에서는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정을 최초로 협정 본문에 삽입했다. 또 실질적 조치로, 한국 정부가 분담금을 통해 부담하는 인건비 비율 상한선인 '75% 이하'를 철폐하고 75% 이상 분담 노력 의무를 규정했다. 

한편 이번 협정은 가서명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 서명된다. 이후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의결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올해 겨우 끝냈는데…내년 분담금 협상 조만간 또 시작해야 

이번 분담금 협정은 협상 막바지 미국 정부 측 '최상부의 지침'이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결국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했다. 

이같은 절충안이 마련된 것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이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는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양측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내년 분담금 협상을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양측의 협상 기간을 고려했을 때 유효기간 1년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2020년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한국이 유효기간 3년 이상을 고수한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유효기간이 3년 이상으로 확정됐다면 다음 협상은 최소 2021년 이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연계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유효기간이 1년으로 정해지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와 일정 부분 연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왔다. 이에 자신의 재선 성공을 위한 외교적 성과의 일환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고,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대북 및 무역 사안에서 미국 측의 협조가 필요한 한국이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추후 협상에서 한국 측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다음번 협정이 적절한 시기에 타결되지 못할 경우 협정 공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되, 양측이 합의할 경우 협정을 연장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정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추후 협상과 관련 이 당국자는 언제 진행될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에 따라 분담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 원칙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됐을 때 우리가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에 비해 먼저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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