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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속도 연연 않겠다”, 김정은 “환상 영화 같은 장면”

트럼프 “속도 연연 않겠다”, 김정은 “환상 영화 같은 장면”

등록 :2019-02-28 11:03수정 :2019-02-28 11:33

 

 

28일 오전 9시 이틀째 일정 시작
트 “핵·미사일 실험 안 한 김 위원장에 감사”
김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줄 때 됐다”
일대일 회담으로 ‘하노이 선언’ 조율 시도
이후 확대회담·업무만찬·서명식 이어져
확대회담 참석자 면면도 주요 관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두 정상은 1대 1대화 이후 확대회담을 통해 ‘하노이 선언’의 막판 조율에 나선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두 정상은 1대 1대화 이후 확대회담을 통해 ‘하노이 선언’의 막판 조율에 나선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김정은 위원장)

 

“북한의 앞날에 굉장히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오전 8시56분(한국 시간 10시56분) 베트남 소피털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메트로폴호텔)에서 ‘하노이 선언’의 막판 조율을 위한 일대일 회담에 돌입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4분 빠른 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그동안 많이 노력해왔고 이제 그것을 보여줄 때가 와서 하노이에 와서 이틀째 훌륭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역시 훌륭한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길게 이어졌다.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가 합의를 이룬 뒤에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제 만찬을 함께 하는데 굉장히 좋은 시간을 가졌다. 우린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면 신뢰가 있고 또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한 앞에는 앞으로 밝은 날이 펼쳐질 것이다.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우리가 일부분에만 도움을 제공하면, 분명히 북한의 앞날에는 굉장히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 또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는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 “김 위원장에게, 북한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한껏 추어올렸다. 그는 또 일거에 많은 것을 얻으라고 요구하는 미국 여론을 의식한듯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적이던 사람들도 우리의 만남을 환상 영화의 장면으로 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도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별로 시간이 없다”며 본격 회담을 서두르고 싶어 하는 자세를 보였다.

 

예상대로 북한에선 ‘뉴 페이스’ 신혜영 통역관 미 국무부에선 오랜 실무경험을 가진 이연향 통역관이 나섰다. 미 백악관의 발표를 보면, 회담 시간은 45분이다.

 

두 정상은 전날인 27일 밤에도 ‘친교 만찬’에 앞서 약 30분 정도 1대 1 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불신과 오해, 적대적인 눈초리들과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것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며 마주 걸어 260일만에 하노이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화에서 “30분간 시간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 많이 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무슨 얘길 했는지 들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농담을 던졌다.

 

양국 정상은 1대 1회담을 마친 뒤 선언문의 조율을 위해 2시간에 걸친 확대회담과 실무오찬을 이어갈 예정이다. 북-미 양국은 확대회담 참석자의 명단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대북 초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참석 여부가 핵심 관심사다. 1차 때 확대회담 때 미국 쪽 참석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볼턴 보좌관이었고, 북한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나섰다.

 

이어 오후 2시부터 두 정상은 공동문서 서명식에 나선다. 그러나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

 

두 정상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도 비슷한 형식의 서명식을 진행했다. 당시 배석자는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북한에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당시 기대했던 두 정상의 ‘포옹’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하노이 선언에서 싱가포르 합의보다 더 진전된 합의가 도출됐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두 정상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도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하노이/김지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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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연못 바닥서 ‘푸시업’ 하며 겨울을 버틴다

조홍섭 2019. 02. 27
조회수 296 추천수 0
 
분당 1∼2회 피부호흡 촉진 위한 행동 추정…북아메리카 자라에서 확인
 
800_16869-2.jpg» 자라는 물 밑바닥에 반쯤 묻힌 상태로 겨울을 난다. 이 기간에 자라가 산소를 흡수하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오픈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찬피동물인 자라는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10월 중순께 겨울잠에 들어간다. 연못이나 저수지 또는 강바닥의 모래나 펄 속에 몸을 반쯤 파묻고 수온이 오르는 이듬해 늦봄을 기다린다.
 
이 기간에 자라는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다. 이를 두고 자라가 겨우내 장내 호흡을 한다거나 아가미 조직이 있다거나 하는 논란이 계속됐다. 이런 수수께끼를 풀 가설이 나왔다. 북아메리카산 자라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푸시 업’을 하면서 피부호흡을 통해 물속 생활을 견뎌낸다는 보고가 나왔다.
 
Push-up-behavior-in-Apalone-mutica-A-Up-position-and-B-down-position-in-the-outdoor.jpg» 북아메리카 자라의 ‘푸시업’ 행동. A, B는 위에서 본 모습이고 C, D는 옆에서 본 모습이다. 플러머 외 (2019) ‘파충류 저널’ 제공.
 
마이클 플러머 등 미국 하딩대 연구자들은 북아메리카 고유종 자라(학명 Apalone Mutica)를 야외와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겨울잠을 자는 자라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주기적인 팔굽혀펴기 동작으로 피부의 산소 섭취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파충류학 저널’ 최근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야외 수조에서 기르던 자라가 겨울 동안 바닥에 반쯤 묻힌 상태에서 몸의 뒷부분을 규칙적으로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피부호흡 촉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실험에 나섰다.
 
자라는 허파를 통한 호흡과 피부호흡으로 산소를 공급한다. 거북과 달리 등딱지가 부드러운 자라는 등딱지를 통해 피부호흡을 한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추출해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피부호흡을 위해서는 산소가 풍부한 물이 피부와 활발히 접촉해야 한다. 겨울 동안 자라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활동을 중단하고, 종종 수면이 얼어붙기 때문에 피부호흡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 
 
자라는 피부로 산소가 풍부한 물이 쉽게 공급되는 얕은 강바닥에서 월동한다. 대조적으로 피부호흡을 하지 않는 거북은 자라보다 깊은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
 
E8976-Namdaemun-Turtles-sold-in-ginseng-shop-1.jpg» 자라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양식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12마리의 자라를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월동시킨 결과 자라들은 분당 1∼2회꼴로 팔굽혀펴기를 하듯 몸의 뒷부분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이런 행동은 개체마다 차이가 컸고 환경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연구자들은 자라의 푸시업 행동이 수온이 높을수록 잦지만, 여름철 활동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또 물속의 산소 농도가 낮을 때는 높을 때보다 푸시업 빈도가 2배로 잦았다. 수온이 매우 낮아 자라가 필요한 산소량이 많지 않고 또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풍부할 때 푸시업의 빈도는 떨어졌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라가 팔굽혀펴기를 하는 까닭은 피부호흡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행동이 피부와 물의 접촉을 늘려 산소가 흡수되기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푸시업 행동으로 몸속의 산소 포화도가 높아졌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다음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Rafetus_euphraticus_cropped.jpg» 유프라테스 강에 서식하는 자라. 팔굽혀펴기 행동이 관찰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중동의 유프라테스 자라에서도 확인됐지만, 자라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자라는 북아메리카산 자라와 같은 자라과에 속하지만, 종은 다르다.
 
자라는 기상천외한 생리작용으로 유명한 동물이다. 얼마 전 자라가 목의 특수기관 이용해 배설과 함께 산소를 섭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자라는 입으로 소변 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hael V. Plummer and Caleb S. O’neal, Aerobic Pushups: Cutaneous Ventilation in Overwintering Smooth Softshell Turtles, 
Apalone MuticaJournal of Herpetology, 2019, DOI: 10.1670/18-03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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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배신 코언의 '정치 핵폭탄' 美 톱뉴스 장식

개인 변호사의 '트럼프 스캔들' 의회 증언, 북미정상회담에 찬물
2019.02.28 10:16: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 핵폭탄'이 미국 의회에서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벌였던 온갖 의혹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증언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켰다고 자부해 왔지만, 정작 자신을 겨냥한 '핵폭탄'을 피하지 못한 채 김정은 위원장과 '핵담판'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됐다. 코언의 증언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을 끝낸 2시간 쯤 뒤에 시작됐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의회 청문회를 생중계와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 흥행은 '폭로 증언'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북한에 양보하고 큰 성과를 거둔 것처럼 과대포장한 '하노이 선언'을 발표하도록 합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주류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민주당도 이런 경고를 이용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 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11시(우리시간 오후 2시)부터 단독. 확대정상회담과 오찬을 거쳐, 오후 2시(우리 시간 오후 4시) 경 '하노이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언의 증언 내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의 회담에서 불리한 입장이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온갖 스캔들 의혹에 대해 폭로하는 증언을 쏟아낸 뒤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을 감고 있다. ⓒAP=뉴스


"코언의 증언, 흥미롭지만 새로운 증거 제시는 없었다"

 


코언의 의회 증언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에게 온갖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이다. 주요 증언은 4가지다. 

코언은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경쟁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되기 전에 사전에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언은 힐러리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수천 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당시 비공식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트럼프 후보에게 “며칠 내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을 타격할 엄청난 양의 이메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전화 내용이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와 자신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자료는 러시아 해커한테서 얻은 것이었다.

또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이던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적어도 6차례 이상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측에서는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은 2016년 1월까지 추진됐으며, 대선후보가 된 후 러시아와 사업 거래는 없었다고 밝혀왔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 폭로는 중대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코언은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 논의가 선거 기간 중에는 없었다고 의회에서 위증을 했다가 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 자체에 대해서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증언했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후보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가진 러시아 관계자들과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트럼프 주니어가 사무실에서 "회의 준비가 다 됐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 좋다. 알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커넥션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지 못했다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코언의 증언은 흥미로웠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다소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의 입막음을 위해 자신이 먼저 13만 달러를 주고 트럼프 측으로부터 11장의 수표를 받았다고도 폭로했다. 코언은 지난 2017년 8월 1일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기업집단) 재무책임자의 서명이 적혀있는 수표 사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성추문 여배우들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한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자신이 의회에서 위증하도록 지시하고, 학교 성적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0여 차례나 협박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트럼프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자신의 성적을 공개하지 말도록 위협하는 편지를 썼다고 증언하면서 편지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언은 이런 여러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이며, 사기꾼(conman)이고 협잡꾼(cheat)"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 의원들은 코언은 이미 의회 위증 등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거짓말쟁이라면서 그의 증언을 일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언이 의회 위증, 탈세, 은행사기, 선거자금 위반 등으로 중형을 피하기 어렵자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와 거래해 징역 3년으로 형량을 줄이는 대신 또다시 위증을 하는 것이라고 트위터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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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솔직하고 허심한 대화 나눴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2/28 10:49
  • 수정일
    2019/02/28 10: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정은 위원장, 솔직하고 허심한 대화 나눴다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2/28 [09: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양국 국기 앞에서 두번째 상봉을 하고 악수를 나눴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단독회담에 앞서서 기자들에게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걷는 모습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친교만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친교만찬의 모습     © 자주시보

 

조선중앙통신이 27일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상봉과 단독회담만찬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현지시간으로 2월 27일 18시 30분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의 역사적인 두 번째 상봉과 단독환담만찬이 이루어졌다며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을 끝장내고 새롭게 도래한 평화번영의 시대에 부응하려는 조미최고수뇌분들의 드높은 열망과 진취적인 노력비상한 결단에 의하여 역사적인 제2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윁남 하노이에서 시작되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으며 지난해 싱가포르수뇌회담 과정과 그 이후 여러 차례의 친서 교환을 비롯한 계기들을 통하여 친분이 두터워지신 조미최고수뇌분들께서는 반갑게 인사하시며 덕담을 나누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두 발언 불신과 오해적대적인 눈초리들과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며 다시 마주 걸어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왔으며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이번 회담에서 모두가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 발언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기쁘다우리는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번 회담이 대단히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용을 통신은 보도했다.

 

이어 단독회담에서는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으며친교만찬을 함께 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만찬에는 북측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리용호 외무상이 미국 측에서는 폼페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음을 전하고 두 나라 인사들이 원탁에 친근하게 둘러앉아 화기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만찬에서는 싱가포르수뇌상봉 이후 두 나라 관계에서 상당한 진전을 가져온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하노이수뇌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전 세계의 관심과 기대에 맞게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이며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의견들을 나누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는 2월 28일 다시 상봉하여 회담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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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태극기부대는 어디로 갔을까, 득표율 꼴찌 김진태의 미래는?

 
그 많던 태극기부대는 어디로 갔을까, 득표율 꼴찌 김진태의 미래는?
 
 
 
임병도 | 2019-02-28 09:26:1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당 대표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단상에 서 있었던 김진태 후보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김진태 후보는 단상을 외면하며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고, 투표 결과가 믿지 않은 듯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합동연설회와 전당대회의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김진태 콘서트 같았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것은 김진태 후보의 현수막뿐이었습니다. 입구에는 김진태 후보의 현수막만 무려 6개가 걸려있었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제1전시장 출입구 앞에는 김진태 후보 지지자 십 수명이 빨간색 카우보이 모자와 김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습니다.

▲전당대회에 김진태 후보가 등장하자 삽시간에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몰렸고, 극우 유튜버 대다수가 김 후보를 촬영했다.

12시 45분쯤 김진태 후보가 등장하자, 삽시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김진태’를 외치며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극우 유튜버 대다수가 김 후보를 중심으로 촬영했습니다.

십여 개가 넘는 극우 유튜버들의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보면 ‘김진태’ 이름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김 후보 중심의 동영상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김진태 후보 피켓을 든 지지자와 수십 명의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지역위원회 부스를 돌아다니는 김 후보를 연신 따라다녔습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온 것인지, 김진태 후보 콘서트에 온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투표함을 열었더니, 김진태가 꼴찌였다

▲2월 27일 제3차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개표 결과 ⓒ자유한국당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지지를 받았던 김진태 후보였지만, 투표함을 열어 보니 결과는 꼴찌였습니다. 3명의 후보가 나와서 3위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꼴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1위 황교안 후보와의 격차가 컸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후보는 선거인단 총 6만 8713표(50.0%, 선거인단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 합산)를 얻었습니다. 이에 반해 김진태 후보는 총 2만 5924표(18.9%)로 선거인단 , 여론 조사 투표 모두 최하위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여론 조사에서 2위 오세훈 후보가 50.2%를 차지한 반면, 김 후보는 고작 12.1%에 불과했습니다.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었지만, 투표 결과가 이처럼 차이가 날 줄을 김 후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나 봅니다. 실제로 김 후보는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단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으로 중도층은 단절(66%)을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포용(65%)이라고 응답했다. ⓒ리얼미터

태극기 부대 8000명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고 했는데, 왜 전당대회 투표는 이리도 다르게 나왔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김진태 후보가 나가도 너무 막 나갔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보수라고 하지, 극우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태극기부대는 일본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극우세력과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21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자유한국당의 입장으로 ‘단절'(57.9%)을 꼽았습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됐었습니다. (관련기사: 태극기부대를 향해 ‘김진태 데리고 나가 달라’ 외쳤던 조대원의 결말)

극우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도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왔고, 지역위원회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전당대회에서 표심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징계를 앞둔 김진태, 태극기 부대와의 끈은 놓지 않을 듯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김진태를 홍익 대통령으로’라는 내용이나 ‘김진태 없는 자유한국당은 빨갱이 정당’이라는 유인물이 등장했다.

5.18망언 3인방이었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중 유일하게 이 의원만 징계를 받았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순례, 김진태 의원은 유예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김순례 의원만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과연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 의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요? 사실 쉽지 않은 겁니다. 만약 김진태 의원을 징계할 경우 자유한국당 당사가 시끄러울 정도로 매일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전당대회 무효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2ZmXfclXA

김진태 후보가 전당대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숙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태극기 부대와 연합해 강짜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는 비록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극우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중심인물로 부상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극우세력을 ‘태극기 부대’라 부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에서 이들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황교안 대표가 김진태 의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을 매끄럽게 끌지, 분열로 치달을 지 결정될 것입니다. 결국, 김진태 의원의 미래는 황교안 신임 대표의 손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기:시작하기도 전에 아수라장 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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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맞은 기초연금, 40만 원 이상 올리자

[오건호의 연금개혁 완전정복] ⑧ 기초연금,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
 
2019.02.27 11:46:37
 

 

 

 

<1회> 문재인 정부 연금안 평가 : 재정 개혁 방기
<2회> 국민연금 재정 계산 :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3회> 국민연금의 특징 : 미래 재정 불안정
<4회>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 : 재정 균형
<5회> 외국에서 연금 재정이 안정적인 이유
<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
<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
<8회> 기초연금의 강점 :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
<9회> 퇴직연금의 잠재성 : 중상위계층 노후 소득 보장
<10회> 연금 개혁 대안 :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

 

한국에서 연금 개혁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앞의 글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서구처럼 부과 방식으로 가자는 제안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려운 대안이라 평가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국민연금 순혜택의 역진성과 낮은 보험료율을 감안할 때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방안이 있는가? 연금 개혁의 시야를 국민연금에서 다층 연금 체계로 넓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법적 의무연금으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연금을 조합해 노후 소득 보장의 두 가지 목표, '급여 적절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글은 기초연금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기초연금, 공적연금의 한 축으로 자리잡다 

2008년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이름은 조금 다르나 현재 기초연금의 전신이다. 어느새 11살이다. 처음에는 금액이 적고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도 있었으나 이제는 공적 연금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인상 속도가 빠르다. 2008년 처음 시작될 때 금액이 8만 4000원이었다(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168만 원의 5%).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이름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20만 원으로 올랐고,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까지 30만 원으로 오를 예정이다(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기준 12%).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 원씩 오른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는 기초연금 40만 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프레시안(이한나)

  
그 결과 이제는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할 때 기초연금은 핵심 항목이 되었다. 우선 수령 인원에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다. <표 1>을 보면, 2018년에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노인은 전체 765만명 중 312만 명, 41%에 달한다. 반면 기초연금 수급자는 503만명으로 노인의 66%를 포괄한다. 

기초연금의 금액도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평균 연금액이 37만 원이므로 2019년에는 조금 올라 약 40만 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4월부터 하위 20%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30만 원 받고 내년에는 하위 40%가 30만 원을 받는다. 일부 국민연금 수령 노인에게는 국민연금보다 기초연금이 많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을 때, 노인들은 기초연금 인상에 지지를 보냈다. ⓒ문재인 캠프


노무현 연금 개혁이 개악이라고? 

기초연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을 계기로 공적 연금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 연금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통 친복지 진영에서 2007년 연금 개혁을 개악이라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들은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주기도 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해 노후 보장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게 이유이다. 

과연 2007년 연금 개혁이 개악일까? 아니다. 거꾸로 이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 연금역사에서 가장 전향적인 개혁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 급여 인하만을 보는 건 편협한 시각이다. 2007년 연금 개혁의 핵심은 우리나라 공적 연금이 국민연금 단일 체계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이원 체계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두 연금을 결합해 2007년 개혁을 바라봐야 균형잡힌 평가를 얻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는 더욱 광범위한 사각지대, 낮은 보험료율로 인한 재정불균형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이러한 재정 상태에서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하기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친구로 기초연금이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대응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를 보전하는 의미도 지닌 제도이다.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역설적으로 현재 가입자에게 유리한 높은 수익비를 낮춘 결과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에서 평균 수익비가 2.6배이다(유족연금 포함, 기대여명 25년 가정). 당시 60% 소득대체율에선 수익비가 3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소득대체율 60% 국민연금에서는 미래 세대에 의존하는 재정 몫이 지금보다 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는 미래 세대로 넘기는 재정 몫의 축소를 의미한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물론 공적 연금 보장성이 낮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국민연금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개선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면서 보장성에선 새로운 공적 연금을 도입해 보완하는 균형적 조치였다. 동시에 기초노령연금은 기존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지닌 세대 내 계층 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발휘했다.

2007년 연금 개혁의 하후상박 효과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가입기간이 같더라도 고소득자가 얻는 국민연금 순혜택이 조금 더 많다. 이렇게 40% 소득대체율에서도 순혜택의 역진성이 존재하는데, 당시 60% 소득대체율에서는 계층 간 순혜택 차이가 더 컸다. 물론 소득별 가입 기간 차이까지 감안하면 순혜택의 역진성은 더 심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밖에 있는 사각지대 사람들은 국민연금에서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하는 처지였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가입자 소득별로 연금액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국민연금에서 60% 혹은 40%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의 수치이다. 실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당시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미래에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약 20~22년으로 전망되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60%라도 이 가입기간을 적용하면 가입자가 얻는 실질대체율은 평균 30~33% 수준이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3분의 1만큼 낮아졌으므로 가입기간을 감안한 실질 대체율 인하폭은 평균 10~11%이다. 

이런 구조에서 소득대체율 10%의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 대비 5% 수준으로 시작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지는 2028년에는 10%에 도달하는 내용으로 법제화되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 소득대체율 10%는 미래 재정 여건도 고려했지만 국민연금 실질 대체율(평균 10~11%)의 인하폭을 감안한 설계였다. 즉 국민연금 인하를 기초노령연금으로 보전한다는 취지를 지닌다. 

결국 소득대체율 인하와 추가 도입이 비슷하다면, 당시 제도를 그냥 놔두지 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는 변화를 취했을까? 국민연금에서 수지구조를 개선해 미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이원체계를 통해 계층간 연금액의 하후상박 조정을 위해서다.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을 200만 원이라 가정해보자. 여기서 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은 대상자 모두에게 동일하다. 기초노령연금은 가입기간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에 따른 연금액 삭감액은 소득별로 다르다. 가입기간이 동일하더라도 소득이 높을수록 국민연금액이 많기에 삭감율은 모두에게 3분의 1로 같지만 삭감액은 고소득자일수록 많다.  
 

ⓒ프레시안(이한나)

  
<그림 1>은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소득별로 가입자의 연금액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가입기간은 모두 20년으로 가정한 결과이다. 평균소득 2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이 20만 원 깎이고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 받는다. 총 연금액에서 변화가 없다. 반면 3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에서 25만 원 깍이고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 받아 총연금액이 5만 원 감소한다. 4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이 30만 원 삭감되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기에 총연금액이 30만 원 줄어든다. 

평균소득자 미만의 노인들은 어떨까? 1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에서 15만 원 깎이고 기초노령연금에서 20만 원을 받으니 총연금액이 5만원 늘어난다. 최대 수혜자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이다. 국민연금 인하 없이 기초노령연금을 통해 20만 원 혜택을 얻는다. 

실제 벌어지는 하후상박 효과는 그림보다 더 크다. <그림 1>은 모든 소득자가 20년을 가입하는 가정에서 분석한 결과이다. 현실에서는 소득별로 가입기간이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에 100만 원 소득자가 10년 가입하면 국민연금 인하액은 줄어들고 기초노령연금은 동일하니 총연금액은 12.5만 원 늘어난다. 300만 원 소득자가 30년 가입하면 국민연금 인하액이 더 커지므로 총연금은 17.5만 원 줄어든다. (2007년 연금 개혁의 소득별, 가입기간별 연금액 변화의 구체적 수치는 오건호의 <내가 만드는 공적연금>(책세상 펴냄) 100쪽의 표를 참고할 수 있다.) 

정리하면,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기존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지닌 세대 간 형평성, 세대 내 계층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아직도 두 형평성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전보다 개선되었다. 이 연금 개혁이 개악이라고? 나는 우리나라 연금 역사에서 2007년 연금 개혁을 가장 전향적인 개혁으로 평가한다.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국민연금-기초연금의 이원체계로 전환된 덕택이다. 바로 기초노령연금의 힘이다.  

기초연금이 지닌 강점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은 현재 연금 개혁 논의에 중요한 시사를 준다. 이제 기초연금으로 바뀌었고 금액도 오르고 있다. 기초연금이 지닌 강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초연금은 현재 빈곤 노인을 지원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재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조치이다. 지금 소득대체율이 아무리 올라도 이미 국민연금에서 은퇴한 현재 노인에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와 비교해 기초연금은 현재 노인에게 적용되는 연금이다. 노인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 무척 중요한 연금이다. 최근 소득 분배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하위 계층에 상당수 빈곤 노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기초연금의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둘째, 기초연금은 사각지대 대응에 효과적이다. 상위 30%는 제외하지만, 노후 빈곤에 취약한 하위 70% 노인을 포괄한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금액이 적은 노인에겐 상당한 의지가 된다. 또한 지금 노동시장에서 일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소득이 낮아 나중에 국민연금이 적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연금이다. 기초연금은 현재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도 주목하는 연금으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셋째,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므로 재분배 효과가 크다. 가입기간이 긴 고소득자일수록 순혜택이 많은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퇴직연금도 1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역진적이다. 현행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중상위계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층 간 노후 연금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나라 세 의무연금 중에서 사회연대를 구현하는 연금은 기초연금이다.

OECD 18개 나라도 기초연금 운영 

외국은 어떨까? 서구 여러 나라도 기초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기초연금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18개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18개국에서 기초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상시 노동자 평균 소득 대비 19.9%이다. 
 

▲ 출처 : OECD, Pensions at a glance 2017. 89쪽 재구성. ⓒ프레시안(이한나)

  
기초연금은 나라별로 설계도가 다양하다. 모든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적용하는 나라도 있고, 일부 노인에게만 차등화된 금액을 지급하는 나라도 있다. 특히 기초연금 소득대체율 수치는 최대금액 기준임을 유의하자. 기초연금 감액이 있는 나라의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 모두가 이 대체율 수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OECD 연금 체계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공공 부조로 분류된다. 아마도 2008년에 처음 도입될 때 기초노령연금법 제1조(목적)가 지급 대상을 "생활이 어려운 노인"으로 규정한 데서 비롯된다고 판단된다. 70% 노인에게 지급된다면 준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해석해야 하건만, 기초연금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OECD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으리라 추정된다.

2014년에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기초연금법 제1조(목적)의 대상도 일반 '노인'으로 수정되었다. OECD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받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감안하면, 세금을 재원으로, 70% 노인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이제는 기초연금으로 분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만간 OECD 기준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되리라 기대한다.

서구의 다양한 기초연금 유형들 

기초연금의 설계도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자신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연금 개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초연금의 유형을 살펴보자.  

지구상에서 기초연금이 가장 강한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이다. 2018년 우리나라 상시 노동자 평균소득이 약 400만 원이므로 한국 기준으로 월 160만 원이다(부부는 1.5배 받음). 기초연금의 재원은 전액 세금이고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면 소득, 자산을 따지지 않고 모든 노인에게 지급된다. 대신 뉴질랜드에는 국민연금이 없다. 기초연금 단일체계의 나라이다.  

일본은 소득비례연금과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나라이다. 2016년 기준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은 15.3%이다(한국 소득 기준으로 약 60만 원). 2014년에 노인 97%가 기초연금을 받으니 완전 보편연금으로 자리잡아 있다. 일본의 기초연금 재원은 가입자 보험료와 정부 국고가 절반씩 구성된다. 현재 소득비례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18.3%를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이 중 일정액(현재 1만6900엔)이 기초연금 보험료로 사용된다. 일본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합해 부부기준으로 약 5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레시안(이한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나라는 기초연금 설계도가 특별하다. 기초연금은 연금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제공된다. 원래는 모든 노인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수당으로 운영했으나 노인 비중의 증가와 국가 재정 압박으로 하위 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삼는 '최저보장연금'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7.4%이지만 수급자의 소득비례연금이 이 기준액을 넘으면 초과액의 절반만큼 기초연금을 감액한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노인 중 47%만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프레시안(이한나)

기초연금이 사실상 두 개, 즉 보편적 기초연금과 보충연금을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캐나다는 모든 노인에게 소득대체율 13.5%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상위 계층 약 5% 세금으로 환수). 여기에 노동자 평균소득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하위 계층 노인에게는 다시 보충연금을 제공한다. 이에 하위 계층 노인은 기초연금과 보충연금을 합해 약 30%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캐나다는 보충연금, 기초연금, 소득비례연금으로 구성된 다층 연금 체계를 통해 계층별 급여 수준을 확보한다. 

기초연금 30만 원,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의 3분의 1에 불과

한국의 기초연금 금액은 어느 수준일까? 국제 기준에서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한국 기초연금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프레시안(이한나)


<그림 5>에서 보듯이, 상시 노동자 평균 소득 대비로 2008년 기초노령연금 8.4만 원은 소득대체율로 3.0%였고, 2018년에 금액이 25만 원으로 거의 3배 올랐지만, 소득대체율은 6.3%에 머문다. 2021년에 30만 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소득대체율은 6.8%에 불과하다. 서구 기초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19.9%)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안에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두고 기초연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40만 원이 되어도 소득대체율은 9.1%에 머문다.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앞으로 40만 원 이상의 기초연금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기초연금 설계도의 문제점 : 물가 연동과 연계 감액 

한국의 기초연금은 추가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초연금액의 물가 연동이다. 기초연금은 매년 금액을 상향 조정한다. 과거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과 연동해 기초연금이 매년 올랐는데 2014년에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물가 연동으로 수정되었다. 보통 물가가 소득보다 덜 오르므로 이는 기초연금 인상 속도를 소득 증가보다 더디게 한다.  

물가 연동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그림 5>에서 소득대체율의 변화를 확인하자. 2016년 기초연금은 20만 4000원이다. 2014년에 20만 원으로 오른 후 물가만큼 오른 금액이다. 절대액에선 늘었지만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6.2%에서 5.5%로 낮아졌다.  

만약 2021년에 기초연금이 40만 원으로 올라 소득대체율이 9.1%로 오르더라도 물가 연동이 계속되면 다시 대체율은 하향할 개연성이 높다. 서구에서 기초연금액을 물가와 연동하는 나라도 있지만(캐나다, 스웨덴), 우리나라의 낮은 기초연금 수준, 높은 노인빈곤율을 감안할 때 우리의 기초연금은 소득연동으로 복귀해야 바람직하다(덴마크, 아일랜드는 소득 연동).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의 감액이다. 이 연계 감액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될 때 추가된 방식이다. 이는 나름 근거를 지닌 설계이긴 하다.  

국민연금 급여산식은 자신의 소득과 연동하는 소득 비례 급여와 가입자 평균 소득과 연동하는 균 등급여가 절반씩 구성돼 있다. 수익비가 2배를 조금 넘는 현재 국민연금 수지 구조에서는 가입자들은 대체로 균등 급여만큼 순혜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을 20만 원으로 올리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의 균등 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에 누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균등급여 혜택의 절대액도 커지므로 이를 일부 상쇄하기 위해 '가입기간 연계 기초연금 감액'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연계 방식은 연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향후 연금 개혁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한계를 지닌다. 국민연금에서 순혜택이 발생하는 제도 내부의 원인은 낮은 보험료율임을 주목하자.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꾸준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는 현재 가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보험료 인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려면 기초연금 감액 조항은 폐지해야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제도에서 발생하는 순혜택은 제도 내부의 개혁(보험료율 인상)으로 해소하는 게 정공법이다.

기초연금, 더 키워가자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으로 촉발된 연금 개혁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더 주목하자. 2007년 연금 개혁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세대 내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면서 노후빈곤에 직면한 하위계층 노인의 노후보장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까지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 하나였다. 2008년부터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구성된 이원 체계로 공적연금 2단계로 나아갔다. 이후 기초연금이 빠르게 인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소득대체율 수준이 낮다. 아직은 국민연금 중심의 이원 체계이다.  

한 걸음 더 가자. 이제 11살 맞은 기초연금, 더 커야 한다. 국민연금 중심에서 기초연금 중심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재설계하는 공적 연금 3단계로 나아가자. (9회에서 퇴직연금을 다룬 후, 마지막 10회에서 기초연금 중심 다층 연금 체계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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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전형 만드는 것"

 국가보안법에 할퀸 남북경협 사업가 김호 대표, 얼굴인식프로그램 개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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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6  18: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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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가 구속만기일을 얼마 앞두고 지난 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 대표는 일부 공안세력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My success will be history!"

세속적 성공을 꿈꾸는 여느 젊은이가 머리맡에 써놓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글은 지난해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 구속되었다가 6개월여가 지난 올해 2월 1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 프로필에 적혀 있는 글이다.

그가 꿈꾼 성공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협력해서 도달하는 '새로운 전형'이었고 세계를 향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성공은 역사가 될 것'이라는 프로필은 그의 신념이었고 자랑이었으며 고단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즐거움이었다.

9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해 나라와 민족의 일을 고민하며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청년은 2002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뛰어들어 북쪽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로 더 이상 사업 진행이 가능하지 않았지만, 남들 다 그만두던 그때에 그는 IT협력사업으로 분야를 바꾸고, 중국법인을 통한 제3자 무역방식으로 북측 개발인력을 고용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얼굴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 상무부에서 인정받은 세계 2위의 기술력을 좀더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해 북측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센터에 IBK기업은행의 투자유치를 성공해 지난해 9월 방북을 앞두고 있었다.

방북을 한 달 앞둔 8월 9일 김호 대표는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자진 지원 혐의로 체포돼 11일 구속됐다. 17일에는 두해 전 퇴사한 동료 이현재 씨와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언제였던가 싶던 시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싹트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4.27판문점선언으로 한창 무르익고 9월 평양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그때는 상상도 못했었다.

16년간 중도반단없이 남북경협의 한길을 걸어 온 40대 후반의 김 대표에게 이번 국가보안법 사건은 자신의 일상을 할퀸 괴물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려는 '공안세력'의 음모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보석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이례적인 결정으로 구속상태를 벗어난 김호 대표를 19일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공안세력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성숙해 가던 시기에 조직의 이익을 위해 남북경협의 새로운 전형을 찾아가던 한 유망한 사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 막 세계 시장의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는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소홀하게 평가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재기의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국정원과의 협조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가가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고 한 그의 말은 나직하게 떨렸다.  그날은 올 겨울 가뭄을 가시려는 듯 모처엄 눈이 펑펑내리던 정월대보름, 예전 같으면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아래는 김호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김 대표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치러야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만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재기 의욕을 내비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보석신청 받아들여진 건 예상 못한 일

□ 통일뉴스 : 지난 1일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형편인데, 향후 재판일정은 어떻게 되나.

■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 : 2월 1일 이후 재판 진행은 아직 없었다. 저의 구속 만기일이 3월 4일이었고 공판기일이 26일로 잡혀 있던 상황에서 법원 인사이동이 2월 24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조의연 재판장이 자신의 인사이동 전에 보석신청을 받아준 것인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실 구속만기를 채우고 나와서 재판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저는 구속 상태에서 6개월을 넘긴 상태였고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만한 내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 우선 재판이 매듭지어져야 할 텐데, 선고는 언제쯤 이뤄지나.

■ 2월 26일도 검찰 심리재판이 열리는 단계이다.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심리도 3월부터 시작될 것 같다. 심리가 끝나면 3월 말이나 검찰 구형이 나오고 4월 이후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검찰쪽 심리는 몇 번이나 진행됐나.

■ 좀 많이 진행했다. 탈북자들 부르고 업계 관계자들도 거의 다 불렀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관계자 등을 비롯해 많은 인원을 불렀는데, 검찰이 기소한 정황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판단한다.

□ 작년에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국정원과 협조관계에 있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 언제부터 내사를 했는지, 김 대표는 그 사실을 언제 알고 있었는지, 검찰이 나서서 기소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

■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보수대)의 수사기록을 보니까 제 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은 2006년부터 있었던 것으로 자료가 있었다. 2010년부터 내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온다. 까마득히 몰랐다. 왜냐하면 업무보고를 국정원에 실제로 했었기 때문이다.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 전후에 통일부에 계속 대북 접촉내용을 사후 신고했는데, 그때 이후 국정원에서 연락이 왔다. 

□ 국정원에 업무보고를 한 것은 5.24 이후인가.

■ 통일부에 신고하듯이 이 일(남북·중 소프트웨어 개발 3자 협력사업)을 국정원에 보고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진행 상황을 다 이야기했다. 2013년까지. 그쪽에서도 그렇게 요구했었다.

내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 보안수사대 수사기록을 보면 몇 줄 되지 않는 카메라 인식 조건값에 대한 데이터를 군사상 기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보수대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내사를 진행했다. 제가 보기에는 국정원과 관계없이 보수대 자체적으로 한 것 같다. 국정원과 별개로.

국정원은 정보취득 차원이었던 것 같고, 지령수수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만들려고 했던 보수대가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볼려고 계속 지켜봤었던 것 같다. 2013년에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분석했었다. 

이때 이미 우리 프로그램이 특정 사이버테러와 관련 없으며, 다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정도의 자체 보고가 있었다. 그러니까 2013년 군사상 기밀, 사이버테러 노출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2013년에 이미 조사는 다 되어 있었다. 이 일은 2017, 2018년에도 계속 진행했더라.

제 생각에는 검찰과 보수대의 이해가 맞아서 한번 사건을 터트린 것 같다. 

담당검사인 김영남(공안 담당. 팀장급)이 2017년 대검찰청 사이버수사대에 2013년부터 우리가 관공소에 납품했던 마스킹 프로그램을 특정하여 수사 의뢰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때도 역시 해킹 등에 사용되는 백도어(Backdoor)프로그램처럼 사이버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저는 디지털 증거를 처리하는 우리나라 컴퓨터 포렌식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김호 대표의 아버지 김권옥 씨가 지난해 12월 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폐지를 바라는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제 아들을 풀어고 나를 가둬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검·경 공안세력의 이해 일치, 국가보안법 적용은 정략적

□ 사이버보안과 관련한 최종 유권해석은 국정원에서 하지 않나.

■ 변호인들도 국가사이버안보에 관한 최종 권한은 국정원에서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정원에서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이것은 사이버테러 관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변론하기도 했다.

담당 검사인 김영남이 2017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해서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사이버테러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허술한 논리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국가보안법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2010년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고, 검찰은 최소한 2017년부터 이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검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 등을 하여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의아한 것은 이때 이미 관련 증거를 다 모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4.27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9월 평양공동선언 이전인 8월에 이 사건을 터뜨리는 것은 굉장히 정략적이라고 본다.

□ 국정원은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나.

■ 국정원이 경찰, 검찰과 협의한 것 같지는 않다.

국정원은 제가 이른바 간첩짓을 하는지 아닌지를 지켜봤을 수는 있었겠지만 사건을 조작하려고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공안검찰의 흔적은 2017년부터 명백하게 나타나고 경찰 보수대는 2010년부터 수사자료를 만들어왔으니까 분명하다. 

□ 국정원은 김호 대표가 자신들과 협조한 관계였다고 변론하지 않았나.

■ 국정원이 나를 위해 변호까지 하지는 않았다. 김호가 자신들에게 업무보고를 했지만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확인한 정도였다. 국정원도 부인하더라. 실제로 저는 일만 했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이 있을 수도 없었고 특히 국정원에 업무보고를 하면서는 도감청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통화내용을 단순히 전달한 것 정도였다. 

국정원 측은 진술서에서 김호가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자신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그의 사업을 승인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또 국정원은 정보기관이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등이 하는 일은 관련이 없다고도 말했다. 

국정원은 법정에서 대북정보를 얻기 위해서 김호 말고도 중국법인을 통해서 북쪽과 사업하는 한국사업가들을 많이 관리했다는 진술까지 했다. 사업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법원에 제출한 도감청 영장에는 사업과는 전혀 관련없는 과거 학생운동 전력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온 것으로 보아 애초부터 사건화 할 의도를 가지고 내사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한번 써먹으려고 하다가 그 타이밍을 작년 8월로 봤다는게 너무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던 거죠.

국정원에 협조는 사실...심각한 일은 없었다

□ 국정원의 요구 중에는 얼굴인식프로그램의 개발 책임자인 박두호 김일성대학 정보기술 연구소장을 데리고 오자는 내용까지도 있는데,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가 오고간 것 같아 놀랍다.

■ 사실은 술 먹다가 나온 이야기다. 선임자인 최 이사가 아니라 국정원 이 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나온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국정원에서 저한테 '김 사장, 게임 같은 불법적인 사업에 연루되지 말고, 또 학생운동 출신이니 친북적인 일에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고 한두 번 술자리에서 자기들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등 협박으로 들릴만한 이야기를 하면 일상적인 업무이야기를 보고하다가도 움찔하게 된다. 진짜 도움은 전혀 주지 않는데, 괴롭힐 수는 있으니까 겁을 주면서 관리는 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 같다.

이 실장이 그 자리에서 진지하게 이야길 한 건지, 그저 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했죠. '내가 그런 능력이 되냐. 소위 프로패셔널들이 하는 일 아니냐.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부탁인데 일상적인 업무보고는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사업도 망가진다"고 말하면서 넘어갔다. 

그런데 이 실장은 진술서에서 '만약 그 사람(박두호 소장)이 오면 관리도 안된다, 나에게 좋을 일도 아니다'라고 피해 나가더라. 

그런 일을 겪으면서 2013년 최 이사라는 국정원 직원에게 제가 이월됐는데 그해 2월 방위산업청 스펙 일부를 가지고 국가기밀 누출 운운하면서 내사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그걸 모를 리 없던 최 이사가 그해 10월까지 만났다.

□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과 접촉했던 것은 5.24대북제재조치 이후인데, 당시 중국법인을 통해 제3자무역 방식으로 북측과 거래를 한 것이 형식적으로는 5.24조치 위반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혹시 이런 문제 때문에 국정원에 협력하는 걸 피하지 못했던 것인가?

■ 거래 상대인 양성일 사장은 중국인이에요. 저는 그전에도 그 분이 사장으로 있는 중국법인과 계약하고 송금하고 그랬다. 외환은행에서 송금할 때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R&D) 항목이 따로 있다. 

무역거래에서 제품이 오면 그에 대한 인보이스를 첨부해야 하듯이 나는 얼굴인식프로그램 개발 항목으로 매달 월급으로 지급했던 것이다. 중국법인에서 어떻게 하는지는 사실 저는 모른다. 

5.24는 3자무역까지 금지시켰던 조치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많이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사업가로서는 보고를 하는 게 편하다고 봤던 것이다. 리스크라고 생각해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벌금정도는 감수할 각오는 있었다. 

그런데 공소장에 기록된 나의 범죄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고 △ 지령수수(박두호 소장이 지령자, 양승일 사장은 대남공작원, 김호 대표는 하수인) △ 회합통신(업무협의와 지시) △ 자진지원(개발비 준 것과 군사정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참조해 개발계획서 써준 것) △ 금품수수(외주개발비 지급 후 받은 얼굴인식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박두호 소장과 양성일 사장은 2008년 처음 만났고 그 뒤 얼굴인식프로그램 개발 업무협의는 다음메일과 휴대폰으로만 했다. 특히 박두호 소장은 그 뒤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 김 대표가 중국법인을 통해 북측과 3자협력사업으로 개발한 얼굴인식프로그램은 한때 미국 상무부 평가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할만큼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제품이다. [사진제공-김호]

얼굴인식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

□ 소프트웨어 관련 질문을 드리겠다. 북측과 개발한 얼굴인식프로그램은 첨단 영역에 속하는데, 중국에 1,2,3위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법인에도 개발자들이 있었는지, 김일성대 개발팀이 전적으로 개발한 것인지 궁금하다.

■ 기획은 제가 처음부터 한 것이다. 제가 2006년에 얼굴인식이라는 아이템을 중국법인에 하청을 준 것이다. 원래는 국내에서 제가 하청을 받아서 기획, 설계를 하여 2007년에 KT에 납품했다. 그 이후에는 계속 인식률을 높인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만날 일도 없었고 프로그램의 특성상 세밀한 업무지시 할 일도 없었다. 투자개념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한 것으로 이해하면 맞을 것이다.

제가 2014년 NIST(미국 상무부 운영 과학기술표준화위원회) 1차 시험 얼굴인식 분야에서 세계 2위를 했는데, 그때 중국업체는 순위권 안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따라온 것은 2016년부터이다. 그때부터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인공지능방식을 도입하고 데이터 학습을 많이 하면서 중국이 1, 2, 3위를 다 차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도 센스타임, 매그비, 이투 등 스타트업 기업 1, 2, 3위가 모두 얼굴인식프로그램, 영상인식프로그램 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수천억 원씩 투자를 받아 수백 명의 개발자를 두고 무제한의 데이터 학습을 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국업체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곳이 없다.

□ 2006년 최초로 얼굴인식프로그램 하청개발을 해서 2007년 KT에 납품했을 당시 외형 규모는 얼마나 되나.

■ KT에 납품했을 때 솔루션 개념이 아니라 하청 개발 개념이었기 때문에 인건비 정도만 받았다. 더군다나 2008년도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하청 줬던 회사도 문을 닫았다. 너무 일찍 시작한 서비스였다. 영상에서 IPTV를 보다가 사람의 얼굴을 클릭하면 인물정보가 나오거나 옷을 클릭하면 쇼핑몰로 이동하는 등의 서비스였는데 너무 일찍 나온 서비스였다. 

당시 하청을 줬던 기업에서도 중국법인을 통해 북측 개발자들이 개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무르익기 직전의 시장인데 10년 전에 시작했으니 시범서비스만 하고 중단하게 됐다. 얼굴인식과 객체인식을 IPTV에서 다 처리하고 정보를 하이퍼텍스트링크가 아니라 하이퍼비디오링크로 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중국법인은 있었지만 개발자들은 북에 있었다는 건가.

■ 북쪽 개발자들을 썼다. 중국이 북한이라고 해서 쉽게 봐주는 나라가 아니다. 정상적으로 취업비자를 발부받아서 공안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장기거주를 할 수 없다. 중국법인에서 취업비자를 내서 고용을 했던 것이다.

□ 그렇게 세계적 수준의 개발력을 인정받았고 계속 연구개발 투자를 한 것인데, 지금까지 투자규모는 얼마나 되나.

■ 저도 검찰이 정리해줘서 알게 됐다. 중국법인에 송금한 규모를 검찰이 집계한 것인데,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억원(90만 달러) 정도라고 하더라.

국내엔 원천기술조차 없어...개발 재개 필요

□ 어쨌든 사업이 중단된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 안타까운 것은 국내에 영상인식 원천기술 보유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분야가 인식률을 0.1% 높이는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알고리즘 짜는 데서도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단기간에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개발 분야가 아니다. 

2015년까지도 글로벌한 수위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 세계적인 업체들이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바람에 20명 정도 개발자로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저도 펀딩을 크게 받아야 하고 개발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북측 김일성종합대학에 첨단기술연구원이 마감단계에서 건설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만들자는 공식제안서를 IBK 기업은행에 제출해서 1차 승인을 받았다. 

북측과 진행하는 사업을 숨기지도 않았고, 그걸 경쟁력이라고 봤다. 

실은 IBK에서 저의 사업을 알고 먼저 투자제안서를 내달라고 요청을 했던 일이다. 저는 북의 지식경제가 부가가치가 높고 글로벌 수준으로 나갈 수 있다고 봤다.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ICT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남북교류사업에 가장 빠른 시너지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정말 분노가 치미는 것은 공안세력이 가장 유망한 '프로그램 교류사업'을 사이버 테러 등 프레임으로 공포를 덧씌워서 남과 북이 협력하기에 좋은 사업의 동맥을 끊어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완전히 위축시켰다.

□ IBK기업은행의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IBK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했고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에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북측이 승인했다는 것을 지난해 7월 중국법인을 통해 확인했다. 1차 투자규모는 10억 원 정도를 코리아인공지능센터에 투자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 생각보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글로벌업체들은 수천억 원씩 투자를 하는데.

■ 제 능력이 그렇게 밖에 안 되어서 그렇다. 1차 투자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실력을 증명하면 더 큰 투자로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김 대표는 이번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인해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소홀하게 평가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곧 프로그램 개발 고도화에 전념하겠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일성종합대학에 신규투자가 이루어질 시점에 김호 대표의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졌는데. 중국법인에서도 지금 벌어진 사태가 곤혹스러울 것 같다. 현재 사업 상태는 어떤가?

■ 거기도 지금 난처한 상황일 것이다. 어쨌든 투자도 무산됐고...

지금은 지난 6개월간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라 이달 말이면 직권폐업이 불가피한 파산상태이다.

같이 기소됐던 이현재 씨는 국내 영업을 하다가 회사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2016년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와 공범으로 취급해서 6개월간 구속까지 되어서 너무 억울한 상황이다.

얼굴인식프로그램은 미래사업이다. 관건은 투자유치이니까 희망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사용처는 어떤 곳이 있을 수 있나. 

■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시장 수요는 아직도 없다. 미래사업이다 보니까 시장형성이 안 되고 있다. 중국도 아직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에서 솔루션으로 서너 군데 납품된 적은 있다. 

SK 통해서 해외 공항 사이트에 납품된 적이 있었다. 국내보다는 일본과 미국에도 수출되어 그 규모가 더 크다. 통합관제에서 용도에 따라 요주의 인물과 VIP고객 인식하는 것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 북측도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나.

■ 북은 시장이나, 기술의 가치, 트렌드 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제가 미래가치에 대해 늘 알려주고 개발하자고 독려하는 입장이었다. 북은 개발만 집중했다. 

□ 북측 연구개발 역량은 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인데, 어떤 계획이 필요할까.

■ 인원도 늘려야 되고 개발을 고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대두하고  데이터학습을 하면서 이전보다 기술의 개발속도가 빨라졌다. 국내에는 경쟁상대가 없기도 하지만  특히 중국과 경쟁하려면 더 큰 자본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아서 그걸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 이대로 사장되기에는 아까운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는데...

■ 시장 수요가 이제 형성되는데, 한번 형성되면 국가 단위의 플랫폼을 짜야하고 큰 규모의 시스템을 깔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얼굴인식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전체 cctv를 통합해서 국가망을 써야 되는 큰 사업이다. cctv 사각지대까지 커버하기 위해 현재 중국 공안들이 스마트안경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학습이 이뤄지면 인식률은 더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앞서가고 있다.

얼굴인식, 영상인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딥러닝 시스템, 데이터학습 등 3대요소를 갖추고 발전하는 중국에 비해 우리는 저희(HB이노베이션) 외에는 알고리즘이 없다. 더 살려 나가려면 남북교류협력에 있어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남쪽의 IT기획, 설계, 투자와 북쪽의 고급 IT기술인력을 결합해서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확장성이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로 갈 수 있다. 개성공단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그런 사명감이 컸고 그런 일을 한다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싶었고 욕심이 났었던 것이다.

□ 공안세력들이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해서 가치 있는 남북교류협력 모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 남북교류협력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만한 이런 사업을 가치있게 만들어놨는데, 국가보안법으로 뭉개버렸다는 것이 이 사건의 포인트이다. 법정에서 검사들한테도 말했다. 새로운 남북협력사업의 전형을 만들어서 해외로 진출하려고 애썼던 나를 왜 구시대적인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느냐, 원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가장 불만이 뭐냐 하면 지난해 9월, 저에 대한 구속영장을 위조했던 경찰쪽 김건호, 박정배와 그 상급자에 대해, 그리고 검찰과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고소를 제기했는데 이들이 조사만 받고 그 뒤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 보석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데 건강엔 문제가 없나.

■ 안에서는 책읽고 바깥에서 많이 염려들 해주셔서 잘 지냈다. 나오니까 갑갑하다. 게다가 일도 다시 되살려야 하는 상황인데, 재판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어서 이중으로 고민이다.

이 사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려고 했던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보란 듯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좌절하지 않겠다.

(수정-27일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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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만 모르는 ‘종전선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2/27 11:24
  • 수정일
    2019/02/27 11: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남북-북미 실질적 종전 선언, 평화 체제로 가는 과정
 
임병도 | 2019-02-27 08:45: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회담 과정과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여겨볼 내용 중에 하나가 종전선언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의미의 내용이 합의된다면, 앞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평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유독 북미 정상회담의 종전선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2월 26일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는 사설에서 종전선언에 우리나라가 빠졌다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과연 조선일보의 주장이 논리적이고 합당한 지 , 종전선언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정전협정문에는 없는 한국군 서명, 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문. 북한, 중국, 연합군 사령관의 서명만 있다. ⓒ국가기록원

정전 (停戰)
<군사> 교전 중에 있는 양방이 합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

한국전쟁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전쟁을 멈춘 것입니다. 실제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협정문의 공식 명칭은 ‘정전협정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전협정문을 보면 우리나라의 서명은 없습니다.

정전협정문을 보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국 륙군 대장 마크 더블유 클라크’ 이 세 사람의 서명만 있습니다.

참석자를 봐도 ‘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단 수석 대표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과 ‘국제연합군 대표단 수석 대표 미국 육군 중장 윌리엄 K. 해리슨’ 두 명입니다.

정전협정문 어디를 봐도 한국군의 서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협정문 서언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一方)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 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 一方)으로 하는 하기(下記)의 서명자들은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하여서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하기 (下記)조항에 기재된 정전조건과 규정을 접수하며 또 그 제약과 통제를 받는데 각자 공동 상호동의한다. 이 조건과 규정들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며, 이는 오직 한국에서의 교전쌍방(交戰 雙方)에만 적용한다. (정전협정문)

정전협정문 첫 문장을 보면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이 한국전쟁에서 싸우는 대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한국군은 왜 빠졌을까요? 결론은 한국군은 국제연합군에 소속돼 있어 대표가 연합군 사령관이라 서명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부터 찾아와야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유엔사령관이 만나는 모습 ⓒ국가기록원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UN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합니다. 국제연합군과의 통합 지휘 필요성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작전지휘권(이후에는 전시작전통제권으로 명칭 바뀜)이 연합군에 있다는 것은 군에 관련한 작전이나 지휘는 모두 연합군 사령관에게 있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통수권이 상실된 것을 의미합니다.

반공포로 석방 사건
휴전 회담 중에 가장 걸림돌이 됐던 것이 포로였다. 이념 전쟁이지만, 강제로 징집된 포로도 있었고, 수만 명에 달하는 공산군(북한과 중국) 포로가 송환되면 군사적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미군과 연합군은 자국 송환을 원하는 포로는 돌려보내고, 이를 거부하면 최후에는 중립국으로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과 연합군의 지시 없이 경찰과 국군을 동원해 포로를 석방했다. 이후 미국은 이승만 암살작전 (에버 레디 작전)까지 세우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을 직접 수행하는 한국군이 아무런 힘도 없겠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도 정전협정이 있기 전에 반공포로 석방 사건이 발생하자 휴전회담의 휴회를 선포하고 클라크 유엔사령관에게 ‘국제연합군 사령부가 한국 군대를 통제할 수 있냐? 한국 정부가 과연 휴전에 협조할지 의심스럽다’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클라크 연합사령관은 ‘한국 군대는 한국에 대한 무장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격퇴하기 위해 국제연합군 사령부의 통제 하에 두었다. 만약 휴전 후에 한국군이 어떤 침략 행동을 취한다면 미국은 모든 원조를 철회하겠다’고 답합니다.

한국군은 연합군 통제하에 전쟁 임무를 수행하는 예하 부대에 불과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 이후에도 유엔과 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해 모든 권리를 포기한 셈입니다.

결국, 지금도 전시작전지휘통제권이 한국에 없기에 당사자이지만 북미 종전선언에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공식적인 절차상으로 따지려면 전시작전지휘권부터 찾아온 이후가 돼야 마땅합니다.


남북-북미 실질적 종전 선언, 평화 체제로 가는 과정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청와대

종전선언에 왜 한국이 참여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미 우리나라와 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선언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종전선언이라는 문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전쟁을 끝낸다’라는 표현 대신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단순 종전선언보다는 비핵화와 적대 행위 중지 등을 통한 평화 체제로 가는 과정을 합의하는 수준에서 끝내고, 나중에 ‘남·북·미·중’ 4개국이 공식적인 종전선언문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적대 관계가 한순간에 완전한 평화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정상회담을 평화를 향해 가는 과정으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시작도 전에 재를 뿌리는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월 27일 조선일보 1면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26일 의원 긴급총회 발언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사설을 통해 종전선언으로 가능 과정을 왜곡했던 조선일보는 당일인 27일에도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하노이 담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긴급총회에서 “한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평화 가면을 쓴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와해 및 안보 무장해제라는 칼날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전협정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종전선언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재를 뿌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극우보수의 강력한 무기였던 안보와 전쟁 위협이 더는 통하지 않을 위기감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관심이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기에 흥행에 실패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때문입니다.

정전협정 과정에 대한 기초 상식만 있어도 종전선언이 가진 의미를 왜곡 보도하거나 딴지를 걸지 않았을 겁니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상식을 갖추길 기대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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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북미실무 대표단 논의 결과 청취

김정은 위원장, 북미실무 대표단 논의 결과 청취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2/27 [09:1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26일 베트남의 동당 역에 도착해, 베트남 당과 정부 인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 자주시보

 

▲ 동당 역에서 전용 차량을 타고 하노이시로 이동하는 김정은 위원장, 연도에 김정은 위원장을 환영하는 인파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실무대표단의 논의 결과를 청취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28일까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그리고 3월 1~2일에는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한다.

 

북의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한 소식실무대표단의 보고 그리고 베트남 북 대사관 방문 소식까지 신속하게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정형을 보고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2차 조미수뇌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하여 조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 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26일 오후 베트남 주재 북 대사관을 방문한 소식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사관 방문에는 김영철동지리수용동지김평해동지오수용동지리용호동지김여정동지김성남동지조용원동지를 비롯한 간부들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성원들과 담화를 나누며 대사관 사업실태와 형편을 요해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에서 주재국과의 사업을 잘하여 김일성주석동지와 호지명주석께서 친히 맺어주시고 발전시켜 오신 두 당두 나라 사이의 뿌리 깊은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을 했으며 당의 대외정책을 철저히 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귀중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성원들과 가족들의 생활형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요해하고 대사관 성원들과 가족들이 앞으로도 건강하여 맡은 사업을 더 잘해나가기를 바란다며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 첫 일정으로, 북 대사관을 방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이들의 볼을 어루만지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사업정형을 요해하고, 대사관성원들, 가족들을 격려하면서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자주시보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한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영접하기 위해 윁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이며 선전교육부장인 보 반 트엉동지윁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판공실 주임 마이 띠엔 중동지외무성 부상 레 호아이 쭝동지윁남공산당 랑썬주위원회 비서 팜 티 흐엉 타잉동지를 비롯한 윁남당 및 정부간부들이 역에 나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김명길 베트남 주재 북 대사와 대사관 성원들이 동당 역에 나와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용 열차가 도착한 국경 역에서부터 숙소가 위치하고 있는 하노이시에 이르는 수백 리 연도에는 수많은 각 계층 윁남 인민들이 겹겹이 줄지어 늘어서 두 나라 기발과 꽃다발을 높이 흔들면서 최고영도자동지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멜리아 호텔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하노이시인민위원회 위원장 웬 득 쭝동지윁남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실 상임부주임 황 꽁 환동지윁남공안성 부상 상장 부이 반 남동지가 맞이했다고 통신은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당과 정부와 인민들의 뜨거운 환대와 각별한 예우에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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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들 네 갈래로 나뉜 북미회담 전망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일보 “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 가장 긍정적 
조선일보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해” 가장 부정적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9년 02월 27일 수요일

국민일보 가장 긍정, 서울·세계·중앙·경향신문 중립 속에 희망 담아, 한겨레·한국일보 엄정 중립, 동아·조선일보 부정적

북미 회담 관련 27일자 9개 아침신문 1면 제목은 크게 엇갈렸다.

국민일보가 회담을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서울, 세계, 중앙, 경향신문은 기사 제목에 ‘봄’, ‘평화’, ‘생산적’, ‘친서 9번’ 등의 단어를 넣어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담담하게 제목을 잡았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제재 못 푼다’, ‘장담 못할’ 같은 단어를 넣어 부정적 또는 우려를 담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국민일보는 27일자 1면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협상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핵) 해체 시점을 제시하고 그와 연동해 금강산 관광 재개 여건을 만드는 식”으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일보는 “(북미) 종전선언도 이번 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27일자 국민일보 1면
▲ 27일자 국민일보 1면
 

 

북미 회담 관련 27일자 아침신문 1면 제목들

국민일보 :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 
서울신문 : 김정은·트럼프 두 번째 핵담판… 한반도 봄 연다
 

 

세계일보 : 2차 핵담판 스타트… ‘한반도 평화’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 “생산적 회담 고대” “3000km 달려왔다” 
경향신문 : 260일 동안 친서 9번, 다시 만난 북미정상 몇걸음 더 나아갈까

 

한겨레 : 오늘 1대1 회동…빅딜 담판 시동 
한국일보 : 김정은·트럼프, 조용했던 하노이의 첫 밤
 

 

동아일보 : 美, 北에 “영변핵 폐기만으론 제재 못푼다” 
조선일보 :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하노이 담판’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4개 신문은 중립적 전망 속에 ‘긍정적 단어’를 제목에 넣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4개 신문이 사용한 희망적 단어는 서울신문 ‘한반도 봄 연다’, 세계일보 ‘한반도 평화’, 중앙일보 ‘생산적 회담 고대’, 경향신문 ‘친서 9번 (교환)’ 등이다. 

▲ 27일자 한국일보 1면
▲ 27일자 한국일보 1면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회담 전망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1면 제목에 ‘오늘 1대1 회동…빅딜 담판 시동’이라고 달았고, 한국일보는 ‘김정은·트럼프, 조용했던 하노이의 첫 밤’이라고 달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두 신문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동아일보는 ‘美, 北에 영변핵 폐기만으론 제재 못푼다’는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영변핵 폐기를 넘어선 폐기가 필요하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강하게 반영했다. 

조선일보는 영변핵 폐기조차 장담 못할 회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담은 제목을 1면에 실었다.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하노이 담판’이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선 회담을 앞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27일자 조선일보 1면
▲ 27일자 조선일보 1면
 

 

이번 회담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일보와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조선일보 둘 다 “알려졌다”는 서술어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

국민일보는 북한이 핵 해체 시점을 제시하면 이와 연동해 미국이 제재 완화 일정을 제시하는 하는 식으로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핵폐기와 종전선언이 ‘명문화’ 쪽으로 ‘의견 접근’했다고 한 반면 조선일보는 ‘영변핵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회담’이 될 것이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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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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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인가, 한반도 비핵화인가

[사설] 북 비핵화인가, 한반도 비핵화인가

아직도 북 비핵화타령인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협상을 앞두고, 이번에는 북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꼭 확인해야 한다면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북미 상호비핵화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미국내 의회, 전문가, 언론의 ”북 비핵화“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전했다. 미국의 전직 대북 담당관, 연구자들은 일치하게 ”북의 선비핵화 없이 대북제재를 풀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회 일부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의 선 비핵화 조치없이 대북제재 해제에 들어가면 입법을 통해 막겠다“고 강변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에 눈이 멀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까봐 걱정스럽다“는 식이다. 
국내 주요 언론들 논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트남 방문길 오른 김정은, 비핵화 진정성 입증해야”, “빅딜 기대감 커진 북미 정상회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본질이다” 등등의 제목을 보면 어느 나라 언론사설인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작년 6월 12일 싱가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공동성명 3항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못 박은 사항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해석하면 될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미국과 국내 수구세력은 집요하게 “북 비핵화”라고 해석하면서 쟁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의 반북적 세계관, 일방주의적 전략, 여론을 호도하는 프레임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 비핵화”라는 주장은 세계를 기독교적 선과 악으로 나누는 미 제국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한 마디로 북의 핵만 제거하고 미국의 핵은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논리인데, 북의 핵은 나쁜 것이고, 미국의 핵은 선한 것이라는 서방세계의 일방주의적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주장은 주장에 불과하다. 오직 팩트만이 거짓주장과 가짜뉴스의 침략적 본질을 드러낸다.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가장 먼저 만들었고, 가장 먼저 사용한 나라는 미 제국주의자들이다. 오히려 북은 한국전쟁 시기부터 끊임없이 미국의 선제핵공격위협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시달려왔다는 것이 역사적 팩트이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우환거리는 한국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에 의해 한반도에서 대북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 비핵화론”은 미국의 대북협상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이해하는가, “한반도 비핵화”로 이해하는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북 비핵화로 이해할 경우에는 북이 선비핵화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이 시혜나 보상차원에서 종전선언, 대북제재 해제를 베푸는 문제로 된다.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변핵시설 폐기를 뛰어넘어 핵리스트 제출, 비핵화 로드맵 등을 운운하는 모든 주장이 핵심에는 바로 “한반도 비핵화”는 “북비핵화”이며, 미국은 여기에 따른 보상조치를 취할 아량이 있다는 식의 접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가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일 경우에는 북이 영변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미국 역시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을 비롯하여 일체의 핵전략자산 한반도접경으로의 접근을 금지하고, 핵전략자산을 끌어들이는 핵심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을 협의해야 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의 문제로 된다. 북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란 바로 1차 북미협상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가 북미가 단계적 동시행동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호비핵화, 즉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의미이다.

북미회담이 열리게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이 애초에 북과 대화하겠다고 협상장에 나선 것, 싱가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에 합의한 것,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일차적인 목표가 미국의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 등은 북미간 협상의 본질이 핵보유국 사이의 대등한 평화회담임을 말해준다. 이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반도 인근에 전략자산을 투입해서 북을 핵으로 위협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북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것이 북미협상의 본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협상전략 차원에서 “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현실적 목표를 핵동결로 잡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북은 신년사에서 언명한 대로 부득불 “새로운 길”을 갈 것이 명백하고, 그 길은 미국에게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북 비핵화론”은 여론을 호도하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무수한 언론들이 습관과 관행에 따라, “북 비핵화론”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미국의 침략적 본질을 은폐하고, 일방적, 반북적 입장을 옹호하는 편에 서게 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를 “북 비핵화”로 집중시키는 프레임 전략은 결국 회담의 성과여부를 평가하는 가치기준으로까지 작동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성공적인 회담결과도 “북비핵화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협상, 뒤집어야 하는 협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호도하는 시선과 세계관, 전략과 프레임은 두 가지 점에서 유해하다.
무엇보다 반평화적이다. 총은 함께 내려놓아야 평화가 온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총만 내려놓으라고 하면, 협상을 깨지고 다시 총성을 울리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한반도의 평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그 무게를 우선 가늠해보는게 순서일 것이다.

다음으로 반민족적이다. 지금 남북이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통해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로 가고자하는 민족적 열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세계경제나 남북경제를 놓고 볼 때에도 남북공동의 평화번영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할 때 남북평화번영의 주된 걸림돌은 미국의 대북제재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한미동맹의 울타리안에서 남측의 대북경협을 가로막는 장애로 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남북공동의 발전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북미간 동시행동조처를 촉진해 한반도평화번영의 길을 열어갈 대신에 오히려 대북압박을 고창하는 주장은 북미협상의 성공에도 유해하고, 민족의 이익에도 어긋난다.
이런 점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비핵화”라는 프레임을 탈피하고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로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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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 사건 5년, 얼마나 달라졌을까?

[복지국가SOCIETY] 국민 14% 달하는 '비수급 빈곤' 문제 해결해야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있었던 게 꼭 5년 전이다. 2014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엄마 박모(60) 씨와 장녀 김모(35) 씨, 차녀 김모(32) 씨가 번개탄을 이용해 동반 자살했다. 현장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 집세와 공과금이 밀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메모도 함께 발견됐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려고 했던 선량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당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비판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더 커진 소득 격차, 왜? 
 
2월 21일, 통계청은 '2018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갈수록 더 커졌고, 지난해 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61만 원으로 전년도 4분기보다 3.6% 증가했다. 그런데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면, 가구 소득 상위 20% 구간의 2018년 4분기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2017년 동기에 비해 10.4% 늘었지만, 놀랍게도 소득 하위 20% 구간은 월 평균 명목 소득이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7%나 줄었다. 
 
그 결과,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분위(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47배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으로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참고로 가구 소득 하위 20~40% 구간(2분위)의 2018년 4분기 소득도 4.8% 줄어든 277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소득 하위 40~60% 구간(3분위)은 411만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8% 증가했다. 그리고 소득 상위 20~40% 구간(4분위)은 가구 소득이 557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늘어났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는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의 감소가 꼽힌다. 1분위 가구는 고령·여성·저학력자의 비중이 커서 임시·일용직이나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근로 소득(43만500원)과 사업 소득(20만7300원)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8%와 8.6%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지난해 4분기에 임시·일용직(-15만1000명)과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8만7000명)가 크게 줄었는데, 그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맞은 탓이다. 실제로 소득 1분위 가구주 가운데 무직인 비중은 55.7%로 전년 동기(43.6%)보다 12.1%포인트나 증가했다. 게다가 1분위의 가구당 취업 인원수는 0.64명으로 전년 동기(0.81명)보다 21%나 줄었다. 고령화도 소득 1분위의 소득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1분위의 평균 나이는 63.4살로 전년 동기의 61.7살보다 1.7살 많아졌다. 1분위에서 가구주가 70살 이상인 가구의 비중이 2017년 4분기 37%에서 지난해 4분기 42%로 5%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7년 현재 4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의 3배를 넘는다.
 

▲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메모. ⓒ서울지방경찰청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율은 17.4%(OECD 평균은 11.8%)이다. 이것은 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여기서 중위 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정렬한 상태에서 딱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중위소득의 크기가 형편없이 작은 편이다. 어떤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은 실제로는 절대빈곤에 가까울 정도로 충분히 가난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속하는 가난한 인구가 2017년 현재 전체의 17.4%나 된다.
 
2018년엔 상대 빈곤율이 전년보다 더 커졌을 개연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상대 빈곤자들이 얼마나 복지국가 체제와 공적 사회 보장의 보호와 도움을 받고 있는지다.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핵심적 목표는 격차 사회의 해소이고, 이를 위한 최우선적 과제가 바로 상대 빈곤율을 줄이는 것이다. 주요 선진 복지국가들의 상대 빈곤율이 5∼10% 수준이고 OECD 평균이 11.8%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상대빈곤율 17.4%는 높아도 너무 높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통해 상대빈곤율을 2017년 17.4%에서 2023년 15.5%로 낮추고, 2040년엔 OECD 평균 수준인 11.3%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지켜보며 많은 분들은 두 가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나는 왜 격차 사회의 해소를 위한 상대 빈곤 감축 속도가 이렇게 더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많은 상대 빈곤자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까?  
 
송파 세 모녀는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 생활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빈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공공 부조,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소위 '비수급 빈곤층'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자들 중 상당 부분은 절대 빈곤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만이 공공 부조의 제도적 도움을 받고 있다. 사각지대가 구조적으로 너무 크고, 그래서 앞으로도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방안으로 크게 두 갈래의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공공 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의 포괄 범위를 크게 확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와 복지 제도를 유기적·통합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공공 부조를 통해 빈자들을 더 넓게 보호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 체제를 통해 경제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최소화함으로써 빈자의 비중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이 두 가지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했을까. 돌아볼 필요가 있고 따져봐야 한다.
 
먼저, 공공 부조의 역할 강화부터 따져보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유도할 목적으로 공공 부조 법령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통합 급여 체계를 개별 급여 방식의 맞춤형 급여 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2014년 12월 30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했고, 2015년 7월 1일부터 개정 법률을 시행했다. 그래서 현재는 통합 급여가 아니라 생계·의료·주거·교육·자활·장제·해산 등 총 7종의 개별 급여가 소득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먼저 소득인정액 기준을 보면,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기준 중위 소득의 30% 이하라야 하고,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 44%, 교육급여는 50% 이하라야 한다.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없거나 혹은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법령으로 정한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 수는 2018년 말 기준으로 174만 명(생계 급여 123만 명, 의료 급여 140만 명, 주거 급여 153만 명, 교육 급여 31만 명)이다. 박근혜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기존의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개편한 가장 큰 목적은 급여를 단 하나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맞춤형 급여 개편 전후를 비교해보면, 수급자 수는 2015년 164만 명에서 2018년 174만 명으로 단지 10만 명 정도만 늘었다. 그런데 기준 중위 소득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생계 급여 수급자 수는 2015년 126만 명에서 2018년 123만 명으로 오히려 3만 명이나 줄었다.  
 
결국,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한국의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더 심해졌지만 공공 부조의 역할과 포괄 범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2017년 상대빈곤율 17.4%가 우리나라의 빈곤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담고 있다고 간주해보자. 2018년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74만 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이다. 그렇다면 17.4%에서 3.4%를 뺀 나머지 14%,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상대 빈곤자들은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을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은 극심한 민생불안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14% 모두가 비수급 빈곤층으로 공공 부조의 잠재적 포괄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또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최대한 위로 올라가서 자립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공공 부조 대상자에 당장 포함시키거나 잠재적 포괄 대상으로 간주하고 지원 체계를 갖추어야 할 대상자는 기존의 공공부조 대상자 수만큼은 될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비수급 빈곤층은 2014년 당시 거의 120만 명 수준이었는데 차츰 줄어들어 2018년 현재 89만 명이라고 한다. 2014년 당시 120만 명이라면 전체 인구의 2.4%가 비수급 빈곤층이라는 건데, 상대 빈곤율 17.4%에 견주어 상식적으로 판단해볼 때 이는 과소하게 평가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어찌됐든, 2014년 120만 명이던 비수급 빈곤층(이 숫자가 옳다고 간주한다면)이 2018년엔 89만 명으로 줄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생활이 어려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 장애인이 모두 포함된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그리고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8년 현재 비수급 빈곤층이 89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 장애인(장애인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그리고 수급자 가구에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및 보호종료 아동이 포함된 경우에도 생계 급여와 의료 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또 2019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기초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생계 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아울러 2022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기초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의 수를 47만 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보편적 사회보장 정책이 중요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던 2014년 거의 120만 명이나 되던 비수급 빈곤층이 현재 89만 명 수준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3일에도 중랑구에 살던 모녀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가족에겐 기초연금 25만 원 외에 어떤 정부지원금도 없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에 민생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크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달구어진 냄비처럼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다가 금방 식어버린다. 언론도 즉자적이고 피상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왜 그분들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 발로 뛰고 찾아내서 긴급 복지를 지원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극히 부차적인 해법이다. 당사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가 될 의지가 없거나 수급자 낙인을 거부하면 지방 정부가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찾아내더라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최소복지를 제공받는 공공 부조 수급자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구조적 해법을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의 3.4%만 보호하고 있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 상대 빈곤율 17.4%, 절대 빈곤율 5∼8%인 나라에서 3.4%의 빈자만을 보호한다는 건 지나치게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 부조에 지나치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해법이다.
 
그래서 보편주의 사회보장이 중요하다. 일자리와 소득 및 사회서비스 보장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서 누구에게나 사회보장과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 생활을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적정한 삶, 기본 생활을 잘 보장하려면 일자리 문제나 경제 문제와 함께 보편적 복지를 잘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애초에 빈곤층으로 잘 떨어지지 않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층으로 떨어지게끔 방치해놓고, 이들 중의 일부 극빈자들만을 공공 부조를 통해 보호하려니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끔 보편적 사회보장이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편적 사회보장의 중요성을 '송파 세 모녀' 사례로 설명해보자. 어머니 박 씨의 남편은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녀는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렸고, 만화가를 꿈꾸었던 차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그런데 두 딸은 신용불량자여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이들 가족의 생계는 식당 일을 하던 엄마 박 씨가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박 씨가 자살 한 달 전에 넘어져 오른쪽 팔을 다치면서 식당 일을 못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 집의 소득은 단절됐다. 두 딸은 소득이 없었으므로 엄마 박 씨가 식당 일을 해서 벌던 월 150만 원이 이 가구의 총 수입이었다. 이 정도의 가구 소득이면 절대 빈곤선을 넘나드는 상대 빈곤 가구에 속한다.
 
만약 송파 세 모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국민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빈곤을 이유로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4대 사회보험이 작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박 씨가 일하던 식당이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었을 것이고, 산재보험의 급여로 평소 받던 임금의 약 80% 정도를 수령했을 것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식당들 대부분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녀는 보편적 국민건강보장 제도를 통해 당뇨와 고혈압에 대한 치료와 건강 관리를 제대로 받았어야 했다. 차녀는 만화가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보편적 복지로 구직 수당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 획기적으로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 및 프리랜서 예술인으로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가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규모를 2018년 1343만 명에서 2023년까지 15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도 2023년까지 특수 형태 근로자 중 건설기계업종(11만 명)과 1인 자영업자(65만 명)로 확대하고 무급가족 종사자도 임의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고용보험에 포함되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고용보험이 없어도 공공 부조 대상자로 추락하는 것 대신에 직업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도의 소득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부터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하기로 했다. 중위 소득의 60% 이하에 해당하는 근로빈곤층과 청년층(중위 소득의 60~120%)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한 참여자에게 매월 50만 원씩 6개월간 구직 촉진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5년 후 우리가 더 행복해지려면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 후엔 현재 OECD 28위인 국민행복 수준을 20위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평균적인 행복 수준이 높아지려면 중하위 계층의 행복지수가 향상돼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 빈곤율을 낮추고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국가의 경제-일자리-복지가 유기적·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소득(사회보험+사회수당)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되, 먼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돌봄 경제 분야에 투자를 적극 확대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크게 늘려야 한다. 또 비숙련 노동자들과 고령자들이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범위를 넓히고 생계급여액도 확충해야 한다. 또 어려운 처지에 놓인 빈자들이 비교적 쉽게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비수급 빈곤층 문제의 갈등적 구조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대신에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6개월 또는 1년 이내에 '탈수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만, 부정수급에 대한 방지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돼야 공공부조의 제도적 강화가 보다 완전해질 수 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로부터 제도 확충에 대한 정치적 동의를 받기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고 급여 수준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 실직자를 위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최대한 앞당겨 도입해야 한다. 보건의료와 복지를 포함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보장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의 보고이자 동시에 삶의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을 줄여준다.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 투자이자 동시에 사회 임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이고 소득계층 간 불평등과 격차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돈을 많이 써야 하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와 함께 가는 '적극적 복지'의 요체다. 사람에 대한 적극적 투자이자 혁신적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건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적극적 재정 정책이 요구된다.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 즉 복지국가 증세에 대한 적극적인 정치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제주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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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아침햇살14]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허세뿐인 미국의 논리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09:15]  최종편집: ⓒ 자주시보
 
 

1. 북한은 북미협상을 깰 수 없다?

 

지난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국가 중 하나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 “북한은 경제대국이 될 기회가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한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대편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경제대국으로 될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번영하려면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핵을 폐기하라는 논리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준 동영상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한미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해 경제총집중 노선을 선포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이어가야 하고 그래서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결코 협상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북한이 핵시험, 미사일 발사를 안 하고 있는 지금 상태가 좋다’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아도 북한은 어차피 협상판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 즉 대북제재 해제 없이 경제 번영은 없다는 논리가 틀렸다면 북한이 협상을 못 깰 것이라는 전망도 틀리게 된다. 

 

2. 대북제재 유지하면 북한은 번영할 수 없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북한은 대북제재 아래에서 경제번영을 실현할 수 없을까?

 

일단 경제번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자.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자립경제노선을 밝혔다. 올해만 특별히 강조한 게 아니라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자력갱생노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북한이 경제건설을 위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주장과 상반된다. 

 

북한은 ‘경제건설을 위해 외자유치를 해야 한다,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 점은 중국, 베트남과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경제제재와 무관하게 오로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첫째, 북한은 역사적으로 자력갱생을 통해 승리해왔다. 

 

북한의 역사적 뿌리는 항일무장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동아시아를 재패하겠다며 기세등등한 일본에 맞서 전쟁을 선포한 항일유격대를 두고 일본군을 이기기는커녕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이기고 생존이나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있었다. 특히 일본이 유격대를 뿌리 뽑는다며 유격근거지를 원천봉쇄하고, 집단부락을 설치해 지역 주민과 유격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유격대는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그러나 밀림 속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유격대는 자체 힘으로 폭탄을 만들고 대포까지 만들어 일본군을 놀라게 하였고 끝내 일본군을 소탕하고 한반도의 38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았다. 당시 유격대 내에서는 소련의 무기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서 하나하나 재료를 찾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어이 화약을 만들고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 폭탄을 연길폭탄이라 불렀는데 기록에 따르면 일본군도 연길폭탄이라면 두려워했다고 한다. 

 

▲ 1930년대 이후 새 사조를 받아들인 젊은 조선인 반일,항일독립운동가들은 자체로 폭탄을 만들어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과의 전투에서 사용을 하였다. 연길폭탄 또는 연길작탄이라고 불리우던 자체 제작한 폭탄은 적들과의 전투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 이는 당시 항일혁명투사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은 사변이라고 볼 수 있다. 참으로 현명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조상들이다.     ©이용섭 역사연구가

 

이처럼 자력갱생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은 북한은 이후 한국전쟁에서도 미국과 비교도 안 되는 경제력 차이, 군사력 차이를 이겨냈다. 북한은 전후복구도 빠른 시일에 완료했고 70~80년대에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 자체의 힘이 기본이었다. 오히려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대국들은 북한에게 자신들의 노선을 강요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약속한 지원을 철회하는 등 방해가 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제재와 봉쇄가 극에 달했고 중국, 러시아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교역도 모두 끊겼다. 하지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였다. 

 

지금 북한 경제는 확연한 상승기의 한복판에 있다. 단순한 상승기가 아니라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세계가 인정한다. 2017년 7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대북 제재에도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 3.9%로 17년만에 최고」는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1.1% 포인트나 추월했다고 전했다. 또 김기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은 2018년 9월 11일 오마이뉴스 기사 「최대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 경제 잘 굴러간다」에서 한국은행 등의 북한 통계는 신뢰성이 낮으며 여러 자료를 분석해보면 중화학공업, 건설, 경공업, 유통 등 경제 전반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마트(the Diplomat)는 2018년 10월 16일 칼럼 「제재 속에서 북한 경제가 실제 성장할 수 있나?」에서 북한이 2017년에 3.7%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는 리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교도통신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해도 북한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애초에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으로 탄생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잘 성장하던 북한 경제가 앞으로 제재를 지속한다고 해서 갑자기 흐름이 바뀔 근거는 없다. 아마 북미관계가 정체돼도 북한 경제의 상승기는 계속될 것이다. 

 

둘째, 북한은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선포했다.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의 발전적 변화인 셈인데 국방을 핵무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재래식 국방력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축소한 만큼 경제건설로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게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총집중 노선으로 발전적 변화를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 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 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지난해 성과를 평가했다. 또 올해 군수공업부문 과제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 금성뜨락또르공장.     ©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을 더해 더욱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한다. 그런데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는 게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먼저 국방과학기술이 민간 산업에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컴퓨터, 인터넷, GPS 기술도 모두 처음에는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국방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예상치 못한 폭발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북한에 어떤 군사기술이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민간에 도입될 때 얼마만큼의 파급력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수 인력이 민간경제에 투입되는 효과가 있다.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북한의 최고 인재들과 최고 수준의 대학을 졸업할 우수한 인재들 다수가 경제개발에 투입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12월 22일 발표한 ‘2016 세계 군비지출 무기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간 구매력 평가(PPP)기준 GDP의 평균 23.3%를 국방비로 썼다고 한다. 이는 국가 전체 살림살이의 거의 4분의 1을 군사비에 쓴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 상황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미국이 추정한 북한의 GDP나 국방비가 정확한 값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방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처럼 높은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렸을 때 경제 성장 속도를 매우 높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끝으로 군수산업시설의 일부가 민수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의 전문군수공장이 44개, 인민무력성 소속의 일반군수공장이 136개 등 180개의 군수공장이 있으며 미확인된 군수공장까지 포함하면 3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공장 가운데 탱크 만들던 공장이 트랙터를 만들고, 군복 만들던 공장이 작업복을 만드는 식으로 전환이 된다면 민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런 전환은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총집중노선에 따라 국방경제의 일부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면 할수록 북한 경제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셋째, 대북제재가 유지돼도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재논의해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착수한 만큼 당연한 요구지만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의 처지도 한 몫 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는 끝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에 나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침햇살4]2019년 북한 신년사에 병진노선이 등장할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함께 대북제재의 주요 요소를 이루는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는 미국의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기에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점차 무력해질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뿐 아니라 대 이란 제재, 대 러시아 제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들이 갈수록 세계 여러 나라의 항의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6월 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맞서 EU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재 무력화 규정을 업데이트해 발동했다.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 강화는 북한의 경제성장에도 일정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은 최첨단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동력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은 최첨단 기술개발에서 나온다. 최근 세계 각국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부흥,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차원 프린팅, 나노기술, 양자암호 등이다. 

 

2009년 8월 11일 노동신문 정론 「첨단을 돌파하라」가 발표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최첨단 돌파전’ 열풍이 불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보기술과 나노기술, 생물공학기술을 핵심기초기술로 꼽고 국가적 투자를 집중하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르면서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의 첨단과학기술 성과들이 독자적 노력, 즉 자력갱생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자력갱생을 통한 북한의 최첨단 돌파전은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며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여러 요소들을 살펴볼 때 북한은 경제제재 아래에서도 부강국가 건설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3. 대북제재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번영을 막을 수 없다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부분만 살펴보자. 일단 미국의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악영향을 미칠까? 미국이 자국의 경제 피해를 감수하며 70년 넘게 대북제재를 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 상태에서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왜 미래 가치를 보는가. 자본주의에선 원래 현재 물질화된 가치뿐 아니라 미래 가치도 현재 경제력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지금은 안 보이는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 당장 석유 한 방울 시추하지도 않았음에도 유가가 들썩이고 그 나라 경제에 외부 투자가 줄을 잇는다. 사실 경제 성장의 측면에서는 미래 가치가 더 큰 영역을 차지할 수도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계속하면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기회가 사라진다. 북한의 미래 가치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현 양상을 볼 때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 최근에도 거물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국 자본가들의 대북 투자 의향은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제자본의 대북투자는 북한의 경제개방이 아니라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국제자본이 왜 투자하나. 그만큼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자를 막는 것은 분명 미국에게 손해다. 만약 미국이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고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무너뜨리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일까? 즉, 미국이 북한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남·북·중·러 경제협력을 추구한다. 이런 경제협력을 통해 동북아 공리·공영을 이루려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집한다면 한·미·일은 북·중·러 경제협력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북·중·러 경제협력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우수한 노동력, 낮은 임금, 국가 핵무력이 보장하는 평화적 환경,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첨단기술 등은 북한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여기서 잠깐 북한의 낮은 임금을 ‘노동 착취’로 바라보는 견해에 대해 짚어보자.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북한 노동자 임금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보다도 낮다. 예전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찾아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노동자 임금이 많이 올라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화가 많이 돼서 노동자들도 자기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 한 달이나 지속되는 중국 춘절 기간이 끝나면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을 찾아 떠나버려 연락도 없이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베트남보다 임금이 낮은데도 노동자들의 직장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노동자들은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배치’ 개념으로 기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을 받아 지정된 일을 하니 마치 전 국민이 공무원인 셈이다. 북한의 튼튼한 사회주의 복지제도에 의해 완성된 사회안전망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임금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고 국가로부터 생활비를 받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은 개성공단 기업주들에 의해 분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의 저임금은 ‘노동 착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아무튼 북한이 이런 경쟁력을 가지고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하면 지역 경제번영은 물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의 동북3성은 인구 1억910만 명에 달해 대규모 시장이 될 수 있으며 막강한 중국 자본, 5G 기술에서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린 화웨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력 등은 중국의 강점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역시 막대한 양의 시베리아 천연가스, 연간 어획고 220만 톤을 자랑하는 수산자원과 함께 최근 공개된 최첨단 무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기술력까지 더해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 러시아 모두 극동지역 개발전략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북·중·러 모두 미개척 영역이 더 많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수하면 한국은 이런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소외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러시아가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되지 않아도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해 물류 운송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동북아 경제협력은 세계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만약 미국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특성 상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자본은 도태하고 몰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몰락과는 반대로 북한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자력갱생을 통해 성장하고, 동북아 지역도 번영하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경제 영역에서 북·미는 누가 갑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경제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미국이 갑, 북한이 을이라는 소리다. 반면 북한의 논리는 대북제재를 하든 말든 자력갱생으로 경제부흥을 이루고 자국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와 협력해 공영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북아 경제협력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북한이 갑, 미국이 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논리보다 북한의 논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할 때가 아니라 과거를 덮고 경제협력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처지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얼마나 허세인지가 분명해진다. 

 

일반적인 국제관례와 인류 역사를 고찰해보면 핵무력에서 우위에 선 북한이 미국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동북아 지역의 미군을 모두 철수하고 대북제재 등으로 그간 북한에 끼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게 받은 막대한 피해도 배상 요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였기에 요구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하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원래 전쟁이 끝나면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문제를 꺼내지 않고 있다. 공존·공리·공영의 입장에서 미국 자본에게도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라면 이 기회를 덥석 잡으면 된다. 자기 처지가 ‘을’인 줄도 모르고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하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이다. 70년 넘는 대결에서 무수히 반복한 패배를 다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감안하면 아무리 봐도 미국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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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수보회의 주재, “신한반도 체제 주도적 준비하겠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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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5  16: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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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제공 - 청와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우리는 지금 식민과 전쟁,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 받던 시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손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을 눈앞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2시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와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한다는 내용”이라며 “이 신한반도 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3.1절 연설문에서도 더 구체화돼서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으로부터 100년의 역사가 흘렀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냉전질서에 묶여있는 현실을 넘어서서 ‘신한반도 체제’를 구축함으로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겠다는 역사적 맥락을 담은 발언으로 평가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기 목소리를 확실하게 낸 셈이다.

참고로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되자 송민순 당시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늘 우리에게 만들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앞으로 우리를 위한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북핵 외교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대담한 결단과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대북 외교를 직접 이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에 성공한다면 세계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핵 대신 경제 발전을 선택하여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두 정상을 성원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과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면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가 개방 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대북제재로 주변국들의 손발을 묶어둔 미국이 북한 경제를 선점해 정작 대북제재가 해제되더라도 한국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마음으로 회담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면서도 “힘들게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두가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고 주요 비서관들이 배석했다.

한편,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그것은 알 수가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고, 북미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2차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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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 여기에 사람이 산다

[어서 오너라, 벗고 놀자 ②] 미국 임페리얼 카운티 슬랩시티 온천

19.02.26 08:16l최종 업데이트 19.02.26 08:16l

 

마그마 수증기 덕에 자연온천이 발달한 미국 캘리포니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신성시하고, 백인들은 호텔과 리조트를 세운 이곳의 역사를 전현직 기자인 우세린 작가 부부가 충주 유순상 작가의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편집자말]
 왼쪽 멀리 슬랩 시티 지역 예술가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트럭이 있고 오른쪽에는 방문객들 차량이 주차돼 있다.
왼쪽 멀리 슬랩 시티 지역 예술가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트럭이 있고 오른쪽에는 방문객들 차량이 주차돼 있다.ⓒ 우세린
 
존재하나 기록되지 않은 곳이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슬랩 시티(Slab City)다. 슬랩(Slab)은 흔히 아버지 세대가 말하던 회색 단열재인 '슬라브'와 같은 단어로, 다시 말해 이곳은 판자촌을 뜻한다. 빈자들의 공동체, 그들의 무료 노천 목욕탕인 슬랩 시티 온천(Slab City Hot Springs)을 찾아갔다.
 
슬랩 시티 온천은 행정구역 상 임페리얼 카운티 닐랜드(Niland)에 있으며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에 자리하고 있다. LA에서 남쪽 309km 지점으로 111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비포장 길인 빌 로드(Beal Rd)로 접어들면 나온다. 길가에 별다른 안내판이 없어 외지인들은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지역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기념품 판매 트럭 뒤쪽에 있으니 구글 지도를 '굳게' 믿자.
 
 사막에서 자라는 키 작은 덤불을 사이에 두고 레저차와 폐차가 세워져 있다. 히피들은 이런 차량들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고물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든다.
사막에서 자라는 키 작은 덤불을 사이에 두고 레저차와 폐차가 세워져 있다. 히피들은 이런 차량들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고물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든다.ⓒ 우세린
 판자로 지어진 기하학적 집. 사막지대라 여름에도 그늘만 만들면 꽤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판자로 지어진 기하학적 집. 사막지대라 여름에도 그늘만 만들면 꽤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우세린
 
이곳은 공식적으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명의 도시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0월, 미 해군이 북아프리카 공격을 위한 대공 포탄 훈련지 캠프 던랩(면적 2.6㎢)을 세운 뒤 1961년 부대를 철수하면서 폐허로 남아 있던 공간이다. 그 전후로 LA와 샌디에이고 등 미 전역에서 노숙자와 히피들이 몰려와 텅 빈 탄약고와 무기고, 목욕탕 건물을 점거해 살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300여 명이 거주하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온 장기 여행자들이 더해져 인구가 10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카운티로서는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이곳이 골칫거리라 공식적인 행정구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전기∙수도 시설이 없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나 더러운 물이 흘러가야 할 하수시설도 없다. 그 대신 군부대 맨홀과 각종 물탱크만이 고대 화석처럼 곳곳에 남아 있다.
 
마지막 자유의 땅에서 보내온 우편물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자 사막에 레저 차량이 듬성듬성 모여 있다. 어떤 이들은 고급 레저 차량 앞에 파라솔을 쳤고, 어떤 이들은 낡은 레저 차량 지붕에 판자를 덧대 햇볕 가리개를 만들었다. 버려진 레저 차량 상판을 모래에 박아 놓고 낡아 부서진 벽에는 두꺼운 종이 박스로 막아 둔 집, 인근 태양광 발전소 기자재를 나르던 지게차용 팰릿을 붙여 만든 누더기 집, 노아의 방주를 뒤집어 놓은 듯한 기하학적인 판자 집도 있다.
 
영화 <디스트릭트9>에 등장하는 세기말 모습이나 영화 <판의 미로> 속 어둡고 괴상한 아우라가 풍기는 키치적 공간이다. 산악 전문작가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이자 동명의 영화 <인투더와일드>(In To The Wild)에도 등장하는 곳으로 주인공 크리스토퍼 매캔들리스가 알래스카로 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전 이곳에서 10대 소녀와 짧은 사랑을 나눴다.
 
이곳은 히피들의 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눈길을 먼저 붙잡는 것은 길 따라 버려진 군부대 검문소다. 히피들은 검문소에 색색깔 래커 스프레이로 다양한 메시지와 그림을 그렸다. 슬랩 시티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THE LAST FREE PLACE, ALMOST THERE'(마지막 자유의 땅, 곧 도착). 인생은 한번뿐(You only live once)이란 뜻의 'YOLO'(욜로), 외설적이란 뜻의 단어 'LEWD'를 써놓았다.
 
 슬랩시티를 걷다 만난 집. 대문과 안마당에 빨간색 하트 문양을 곳곳에 그려놓았다. 집을 지나자 주인장이 초콜릿을 먹고 가라고 우리 부부를 불렀다.
슬랩시티를 걷다 만난 집. 대문과 안마당에 빨간색 하트 문양을 곳곳에 그려놓았다. 집을 지나자 주인장이 초콜릿을 먹고 가라고 우리 부부를 불렀다.ⓒ 유순상
 
사막에 버려진 폐차에는 선풍기 날개 수십 개를 붙여 우주 로봇 괴물처럼 표현했고, 어떤 차에는 크레파스풍 원색을 칠해 레고 장난감처럼 만들었다. 마을 안 '버려진 곰 인형의 집'은 해가 지는 흐름에 따라 인형의 표정과 분위기가 바뀐다. 반려동물 공동묘지는 섬뜩하면서 가엾다. 마을이 마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흐물거리는 시계 같다.
 
이곳이 세상에 점차 알려지자 장기여행자와 이 문화를 체험하려는 속칭 '슬래버(Slabber)'가 찾아왔다. 종말을 대비해 생존 훈련을 하는 서바이벌리스트(Survivalist)와 무정부주의자, 각종 예술가 등 괴짜들이 모였다. 작가 찰리 해일리는 자신의 책 <슬랩 시티, 마지막 자유의 땅에서 보내온 우편물>(SLAB CITY, DISPATCHES FROM THE LAST FREE PLACE)에서 1985년 기준 겨울철 주민 수가 6천 명이었다고 기록했다.
 
주민끼리 논쟁거리가 발생하면 마을 이사회가 열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간혹 신분을 속이고 숨어 있는 도망자도 있다. 2016년 4월 뉴멕시코 주에서 여성을 목 졸라 죽인 40대 남성이 이곳에 은신해 있다가 석 달 뒤 또 다른 여성을 이 마을에서 총격 살해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유격훈련장 참호를 떠올리게 하는 온천
 
테니스 코트 크기의 온천은 진흙이 굳은 듯한 윤기 없는 거친 땅에 덜렁 있었다. 공사장 기초 작업을 위해 파놓은 대형 구덩이에 장맛비가 고인 모양새다. 온천 둘레도 콘크리트나 돌로 깔끔하게 마감이 돼 있지 않아 군부대 참호 같다.
 
 군부대 참호 같은 슬랩 시티 온천. 겉보기에는 지저분했지만 눈 딱 감고 입수하면 제법 후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군부대 참호 같은 슬랩 시티 온천. 겉보기에는 지저분했지만 눈 딱 감고 입수하면 제법 후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유순상
 깊은 곳은 2m가 훨씬 넘을 듯한 온천.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질 수 있으니 위험한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깊은 곳은 2m가 훨씬 넘을 듯한 온천.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질 수 있으니 위험한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다. ⓒ 우세린
 
물은 시멘트를 풀어 놓은 듯 짙은 잿빛이다. 유황이 흘러 계란 썩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온천 가장자리에는 수초가 동전 만한 크기로 뭉쳐 있고 날벌레가 여기저기 빠져 죽어 있다. 이것을 온천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뜨거운 물 웅덩이라고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마침 발가벗고 목욕을 하던 10대 후반 소녀도 아버지의 빛 바랜 하늘색 승용차를 타고 사막으로 사라졌다.
 
여긴 아니다 싶어 물에 손만 담그고 있는데 어디선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금발 백인 여성이 하얀색 호텔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이름은 안드레아. 그녀는 온천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대뜸 "이곳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해도 돼, 나는 벗고 목욕할 거야"라고 말하더니 가운을 벗어 던지고 물에 들어갔다. 순간 눈을 어디 둬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 남편도 따라 입수. 온도는 36도로 제법 후끈했다.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 물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유황 성분이라 물이 탁할 뿐 물 속까지 더럽지는 않았다. 온천 바닥에서 온천수가 보글거리며 계속 솟구쳐 작은 수로로 흘렀다. 수심 깊은 곳은 2m가 넘었다.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지면 위험할 수 있다.
 
 온천 바닥에 있는 진흙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해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온천 바닥에 있는 진흙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해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세린
 
안드레아는 자신을 사회학자라고 소개했다. 대학을 다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고 6년 전에는 완전히 이주를 했단다. 하는 일은 굶주린 개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개를 치료하는 것. 물론 그도 채소 한 포기 기를 수 없는 사막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샌디에이고로 나가 돈을 벌고 지인들에게 개 사료 등을 기부받아 돌아온다.
 
"내가 거의 수의사나 마찬가지야. 이 마을 사람들은 다들 가난해서 개들에게 먹이를 줄 형편이 안 돼. 내가 사료를 주고 치료도 해주고 있어."
 
슬랩 시티 온천은 수돗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이곳에서 안드레아와 같은 가난한 독지가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지역 예술가, 높은 집값에 허덕이다 해방구를 찾아온 노숙인들에게 안식처다. 누구도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비싼 차, 명품 옷을 입고 와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함께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 몸에 숨겨두었던 작은 상처까지 드러낸다. 시인 유하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처럼 이곳 온천은 허위를 씻어낸다.
 
"세상을 떠돌다 돌아온 옷들에게 나는 많은 걸 배운답니다. 그들에겐 새 옷이 지닌 오만과 편견이 없지요. 더러움의 끝에서 다시 순백의 빛을 보았으니까요."
 
안드레아는 온천을 떠나기 전, 아침 9시에 5달러짜리 샌드위치를 파는 오아시스 카페, 정크아트로 유명한 이스트 지저스(East Jesus) 등 마을 명소를 알려줬다. 그는 또 "매주 토요일 해가 지면 슬랩 시티 나이트클럽인 더 레인지(The Range)에서 밴드 공연이 있다"며 "오픈 마이크로 왜 자기가 이곳에 왔는지 등 사는이야기도 공유한다"고 추천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세상을 걷어찬 자들의 연대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 레오나드 나이트가 28년 동안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어 만들었다.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 레오나드 나이트가 28년 동안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어 만들었다.ⓒ 유순상
      
우리는 온천 욕을 끝내고 1.1㎞ 떨어진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Salvation Mountain)'을 찾아갔다. 샐베이션 마운틴은 미 동부 버몬트 주 출신의 레오나드 나이트가 36살에 종교에 심취해 이곳으로 온 뒤 종교 기념물로 만든 페인트 언덕이다. 처음에는 시멘트로 작은 기념물을 만들었는데 점차 커져 높이 46m짜리 대형 그림 언덕이 된 것이다.

투입된 시간만 28년, 쏟아 부은 페인트가 37만 리터다. 그는 청년 시절 한국전쟁에 징집돼 한국 땅도 밟았지만 열흘 만에 휴전이 되면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거대 페인트 산에는 빨강색과 분홍색, 연두색 등 원색 페인트로 나무와 계곡, 각종 기호들이 그려져 있다. 정상에는 하얀 십자가가 2~3m 크기로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신은 사랑입니다(GOD IS LOVE)'라는 문구가 부조로 만들어져 있다.  

또 아래에는 '예수여, 나는 죄인입니다, 제발 나에게 와 마음속으로 들어와 주세요'(Say JESUS I'M A SINNER PLEASE COME UPON MY BODY AND INTO MY HEART)라는 메시지가 같은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이밖에 다양한 성경 구절이 여기저기 적혀 있다.
 
사실 임페리얼 카운티로서는 이곳이 눈엣가시였다. 세금도 안 내는 불온한 자들이 정부 땅을 불법 점거해 개발을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종교 시설물이라 쉽게 부수지도 못했다. 카운티가 세운 전략은 환경 문제를 제기해 철거하는 것. 카운티는 1994년 독소 전문가를 고용해 주변 환경 조사를 했다. 결과는 납 성분 환경 기준치 초과. 카운티는 바로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
 
 샐베이션 마운틴 주변에는 폐차 등을 이용한 정크 아트가 많이 배치돼 있다. 성경 구절이 많이 적혀 있다. 사진작가와 종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샐베이션 마운틴 주변에는 폐차 등을 이용한 정크 아트가 많이 배치돼 있다. 성경 구절이 많이 적혀 있다. 사진작가와 종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우세린
 현재는 동명의 비영리단체인 ‘샐베이션 마운틴’이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으며 보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동명의 비영리단체인 ‘샐베이션 마운틴’이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으며 보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세린
 
주민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역 예술가와 종교인이 연대해 여론전을 벌이며 타 지역 민간단체에 환경조사를 다시 의뢰했다. 다행히 납 성분이 환경 기준치 미만으로 나왔다. 수성전에 성공. 나이트는 이후에도 이곳에 머물며 여러 작품을 만들다 2014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샐베이션 마운틴이라는 같은 이름의 시민단체가 유지보수작업을 한다.
 
샐베이션 마운틴 바로 아래 판잣집에 살고 있는 활동가 론은 "오전 10시쯤 사람들과 모여 보수작업을 한다"며 "여기를 더 크게 만들 수는 없고 매일 무너진 곳에 지푸라기를 짚어 넣고 페인트를 채운다"고 했다. 론은 샐베이션 마운틴을 오르는 방문객에게 종종 고함을 친다. "그쪽은 올라가는 길이 아니에요! 언덕에 앉아 있으면 안 돼요! 페인트가 다 무너져요!" 론이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차에서 내려 마을을 둘러 다니다 보니 하늘이 금세 어스름해졌다. 햄버거도 사먹을 겸 안드레아가 추천한 나이트클럽 '더 레인지'에 갔다. 늙은 기타리스트가 기타 줄을 튕기고 한 중년 여성은 하모니카에, 또 다른 남성은 탬버린을 친다. 노래는 슬랩 시티 주민인 마이크 브라이트가 만든 '슬랩 시티 송'(Slab City Song). 그들은 빠른 템포의 연주에 맞춰 "우리는 여기가 좋아,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We like it here and we ain't going back)라고 함께 불렀다.
 
노인 20명이 긴 의자에 앉아 음악과 밤공기를 즐기고 머리카락을 땋아 내려 드레드 머리를 한 청년들은 뒤편 의자에 앉아 마리화나 파이프에 불을 붙인다. 조끼 차림의 정체 모를 중년 남성들은 오른쪽 허리띠에 장도를 차고 공연을 지켜본다. 목줄 풀린 개들은 청중 사이를 마구 뛰어다니고 무대에 올라가 나른한 기지개를 켠다.
 
 공연장이자 마을의 유일한 나이트 클럽인 레인저. 햄버거를 팔며 술은 외부에서 사서 가져와야 한다.
공연장이자 마을의 유일한 나이트 클럽인 레인저. 햄버거를 팔며 술은 외부에서 사서 가져와야 한다.ⓒ 우세린
 
두 번째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한 여성이 올라와 드럼 스틱을 들었다. 주변에서 그의 이름을 외친다. "안드레아! 안드레아!" 낯익은 이름. 낮에 온천에서 같이 목욕한 금발 여성이었다. 안드레아의 드럼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그녀에게 환호를 보냈다.

읊조리듯 부르는 가수의 노랫말은 고요한 사막에 퍼지고 어느새 어둠의 커튼이 발 밑까지 내려왔다. 내 옆에 앉아 크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동네 개는 결국 내 햄버거를 차지했다. 객석도 어느새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세상에 낙오된 걸까, 아니면 스스로 세상을 걷어차 버린 걸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단비뉴스'와 브런치(brunch.co.kr/@name0904) 등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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