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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9월말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 오도록”

관훈토론, 기자와 ‘미국 대변인-북한 대변인’ 언쟁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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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2  16: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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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하고 패널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항상 미국 게 옳고 우리는 항상 미국 것 따라야 된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도 항상 옳은 건 아니니까.”
“제가 미국 대변인 입니까?”
“대변인 같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향해 일침을 가했고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고 맞섰다.

같은 시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국회와 프레스센터에서 짜고치듯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으로 호명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미숙 기자는 “개성공단, 금강산을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추진을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공격적 질문을 이어갔고, 문정인 교수는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정도 되는 사람이 ‘노’라고 해서, 그러면 대한민국이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항상 이걸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있고, 그래서 어떤 때는 조율해 나가고 어떤 때는 충돌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 이날 토론은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먼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문 교수는 “귀책사유가 양측에 다 있다. 귀책사유는 양측의 국가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갑자기 빅딜로 나왔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흐름에 있어서 우리가 볼 때 판을 깼다라고 하는 건 미국이 판을 깬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던 그는 “쌍방 귀책 사유가 있고, 북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을 것이다... 북이 상당히 실망을 많이 했을 거다”라고 정정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머물며 많은 미국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비관주의자와 냉소주의자, 회의주의자들이 80%에 달했다며 “영변만 해서는 미국이 안 받을 것 같고, 영변 플러스 알파인데, 알파라고 하는 건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최소한 신고를 하고, 영변 1단계 교환이 잘 이뤄지면 그 다음 단계에서 신고와 해체로 나간다면 미국측에서 거절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자신의 ‘영변 플러스 알파’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과 베트남 하노이 회담 기간 동안 북한은 약 6개의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음을 보여주는 정보가 있다”고 한데 대해 그는 “북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안하겠다고 했지만 핵활동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미국의 북한 관련 ‘정보 실패’ 사례를 들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며 “북이 지금 동창리, 신원리부터 해서 핵활동을 한다는 미국측 정보보고가 나오는데 이런 사소한 악수(惡手)가 상황을 상당히 재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만약 북한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서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너무 늦으면 모멘텀을 잃는다”면서 “역동성을 살리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궤도 이탈하면 붙이는 작업은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라는 것.

   
▲ 이날 관훈토론은 내외신 기자들이 대거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북미 지도자 역시 협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외교분야에서 성공이 하나도 없다. 아마 유일하게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한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반반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꼽고 “한국, 중국, 일본 이런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금 미국하고 각 세워서 제재 막 심화되고 그래서 다시 선군정치로 돌아가야 되는 입장, 그걸 김정은 위원장은 원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하여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뭔가 만들고 싶어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변수에 대해 “우선 미중 무역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특히 미국하고 중국의 무역협상이 성공적 타결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가 상당히 가까워질 거고, 그걸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면 돌아갈 때 뭔가 가지고 가야 될 텐데,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보이는 방안은 결국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하는 것 자체가, 그런 것들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으로서 서울 답방해서 평양에 선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이후 수순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재역을 요청했음을 상기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처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아주 심층적인 토론”을 갖고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해서 “가장 바람직한 건 9월말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까지 와서 남북미, 더 나아가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같은 걸 한다고 하면, 지금 하노이 이후 패닉을 반전시키는 상당히 좋은 구상”이라고 제시하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꿈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가 문정인 교수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관훈토론에는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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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13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 단체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난 것에 대해 미국 측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민중당전농한국진보연대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평화행동)은 12일 오후 1시 30분 미 대사관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평화행동은 “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는 신뢰관계구축평화정착비핵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전진시켜 갈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미국이 막판에 말을 바꾸어 회담을 파행시켰다며 미국의 행태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행동은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듯이 오만하고 패권적인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이룰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법은 없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을 용병 삼아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를 강화하여 한반도평화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평화행동은 오직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 손으로 이루어야 한다며 그 방도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대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것을 제안했다.

 

특히 평화행동은 민간이 앞장에서 범국민적 평화의지를 결집시켜 그 힘으로 정부를 견인할 때 미국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주한미군 주둔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기로 내모는 일체의 행태에 대해 투쟁한반도 평화정착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극우보수집단의 완전한 청산 등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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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평화행동 시국선언문>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갑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직전에 미국의 말바꾸기로 파행이 되면서 확고한 평화정착으로 흐르던 한반도의 정세가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의 핵위협과 완성된 북한의 핵이 뒤섞인 한반도의 핵 문제는 일방의 비핵화를 강요해서 해결될 방법은 영원히 없으며그렇게 된다고 해서 평화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오직 북미양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때 평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향에 의견이 모아져 열릴 수 있었던 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는 신뢰관계구축평화정착비핵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전진시켜 갈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그런데 미국은 막판에 말을 바꾸어 회담을 파행시켰다.

 

정상회담을 열어놓고서도 다시 판을 깨는 미국의 행태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규탄한다정상회담을 깨는 과정에서도 미국 국내정치를 포함한 패권주의 속성에 기초한 온갖 공작정치가 난무하였지만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상회담 뒷얘기를 지어내고 흘리는 등 정상국가 외교관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오만하고 패권적인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패권주의를 자행하는 것은 평론가의 입장이라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한반도를 자손만대 평화의 터전으로 물려주어야 하는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듯이 오만하고 패권적인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이룰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법은 없다미국은 주한미군을 용병 삼아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를 강화하여 한반도평화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 손으로 이루어야 한다방법이 없다면 한숨 짓겠으나 우리에게는 확고한 방법이 있다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대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1조 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선언 1조 1항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지난 일 년간의 놀라운 정세의 변화가 증명해주듯 미국의 승인에 기댈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로 나아가면서 미국을 끌고 가야 한다.

특히지금의 국면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민간이 앞장에서 범국민적 평화의지를 결집시켜 그 힘으로 정부를 견인할 때 미국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다.

 

이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은 힘을 합쳐 다음과 같이 실천해나가자.

 

하나,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고 실천해나가자.

 

하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남과 북 우리 손으로 재개하자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시작도 남과 북의 합으로 시작하였으며그 중단도 제재때문이 아니라 보수정권의 대결정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남과 북이 하고자 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하나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강화하고 그를 통해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무력증강을 꾀함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기로 내모는 일체의 행태에 대해 투쟁해 나가자.

 

하나미국과 일본 아베에 결탁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조중동을 비롯한 극우보수집단을 완전히 청산하자.

 

2019년 3월 12

전쟁반대평화실현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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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기준 국가범죄 청산의 기념비

국제인권기준 국가범죄 청산의 기념비
 
 
 
장동욱 기자 
기사입력: 2019/03/12 [08:5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가 11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람일보 장동욱 기자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공동대표 전창일 박해전)는 11일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구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경의를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드높인 이번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인혁당재건위사건 근본해결을 촉구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의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난수 공동대표가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국제인권기준의 국가범죄 청산을 명백히 선언한 기념비적 결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청산연대는 또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올바른 청산을 권고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초석을 마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존중해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의 정당한 청산을 실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한맺힌 고통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인 전창일 공동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 환영사에서 “4.9통일평화재단은 2017년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호소했는데, 이번 대통령에게 올린 피해자 구제 의견 표명은 그에 대한 화답”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명한 권고에 충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 공동대표는 또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조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굳게 믿으며 대통령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이사장은 환영 발언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3월6일 발표한 권고사항은 국가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지고 그 모든 피해에 대해서 피해배상을 해야 하며, 그 피해배상은 피해자 중심 원칙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사소송 판결이 났더라도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못한다면 그것과는 관계없이 국가가 책임지고 완전한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화 변호사는 “5공 아람회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가 2007년 7월3일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진실 규명을 하고 ‘국가는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 결정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는 합당한 조치를 방기해왔다”며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굴절시키는 판결을 한 것은 과거사청산의 대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해전 공동대표는 “반인륜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통령 직속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근본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국가범죄 청산 특별법을 제정해 유신독재와 5공 국가범죄 주범 박정희 전두환을 심판하고 유럽의 나치 국가범죄 청산법처럼 확증된 고문조작 국가범죄를 부인하거나 가해자를 찬양하는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일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 환영기자회견에는 김정숙 이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회장과 회원들, 이석기 전의원 누나 이경진 선생, 김선희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사무국장, 리미일 6.15공동선언실천미국동부위원회 공동대표, 전경란 선생, 박희성 비전향장기수, 전창일 전 4.9통일평화재단 감사, 김병태 새날희망연대 상임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이사장, 김영옥 통일인사, 강상기 시인, 김상구 저술가, 정해숙 김난수 김창근 김현칠 박해전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들이 참석했다.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성명서와 공개서한을 동봉한 국가범죄 청산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가범죄 청산연대 성명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성명서>

 

대통령의 인혁당재건위사건 근본해결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구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경의를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드높인 이번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국제인권기준의 국가범죄 청산을 명백히 선언한 기념비적 결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의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 구제 의무와 관련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은 물론 그 관할 범위의 누구나 생명과 신체의 온전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유지되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인혁당재건위사건이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확인된 이상, 국가는 조직적으로 반인권적 탄압행위를 하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 반인권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피해 배상의 국제법적 원칙과 관련해 “유엔인권피해자 권리장전은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적절하고, 실효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하며, 위반행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례하여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만족 등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원상회복은 자유의 회복, 인권, 정체성, 가정생활, 시민권의 향유, 원래의 거주지로 복귀, 고용회복, 재산의 반환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히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손해배상소송의 결과와 관련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은 77명이 2009년 법원 판결에 따라 위자료 및 지연손해금으로 총 490억원을 국가로부터 가지급 받았는바, 대법원 판결로 지연손해금 기산점이 34년 늦추어짐으로써 판결이 확정된 2011년 당시에 이미 이들에게 211억원의 초과 가지급금이 발생하였다”며 “이후 2013년 국가(국가정보원)는 법무부, 서울고등검찰청과 협의하여 피해자 77명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하였고, 2015년 법원은 77명 모두 국가에 부당이익금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 “이에 따라 피해자들 중 34명은 임의 변제하고 다른 34명은 재산이 없는 등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여 국가는 나머지 9명에 대해 소유 부동산의 경매절차를 진행하고, 일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예금채권 압류 등 절차도 진행하였다”며 “피해자들이 국가에 반환해야 할 금액은 2017년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할 시점에는 받은 금액의 95% 가량이 되어 있었고, 임의 변제한 피해자들은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거나 집을 매각하였기 때문에 실제 이들이 부담한 반환금은 지급받았던 금액을 초과하여, 모든 피해자들이 오히려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기 전보다 생활이 악화되거나 이자 부담으로 빚이 쌓여가는 형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국가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우리는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요청합니다> 제하의 문재인 대통령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달했다.

 

우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유신독재와 5공의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가해자 박정희 전두환 심판에 나서기는커녕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을 표적 삼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부당하게 가로막았다”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후예들의 이러한 만행은 국가가 약속한 과거사 청산을 짓밟은 또하나의 국가범죄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또 “국가는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장이 대통령 특별보고를 통해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이 하루빨리 실현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25일 국민의 기본적 인권 실현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하였음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여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올바른 청산을 권고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초석을 마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존중해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의 정당한 청산을 실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한맺힌 고통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

 

2019년 3월11일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 전창일 박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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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판을 뒤엎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 수법

[사설] 협상판을 뒤엎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 수법
  • 현장언론 민플러스
  • 승인 2019.03.11 20:53
  • 댓글 0

예상대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제재를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지는 미국 내 대북제재 유지, 강화 캠페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미간 핵대결의 역사속에서 중요한 국면마다 언제나 반복되어왔고, 언제나 실패했던 미국의 민망스러운 추태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역사에서 미국의 협상판 뒤집기는 1차 핵대결이 벌어진던 90년대 초, 이른 바 핵물질량 불일치 논쟁 속에서 발생했다.
1990년대초 미국이 남한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고,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 중단하자,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핵사찰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은 북이 신고한 핵물질량과 실제로 자신들이 계산한 핵물질량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생했다면서,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이는 북이 받을 수 없는 제기였다. 결국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NPT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해 대북제제안을 결의하고 1994년 6월 16일 영변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김영삼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 핵전쟁 위기는 카터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제네바 합의로 이어지면서 일단락 되었다. 한반도 핵전쟁의 일보직전까지 갔던 1994년 핵위기는 미국이 한국정부와 논의없이 대북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고, 한반도 핵전쟁의 먹구름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확인해 준 역사적 사례로 남아있다.

1998년, 빠르면 3일, 늦어도 3개월, 아무리 늦어도 3년안에 망한다던 북이 건재하자 미국은 다시 ‘금창리 핵시설론’이라는 것을 퍼뜨리며 대북공세에 나섰지만, 3억달라 참관료만 지불하고 빈동굴만 구경하였다. 오히려 북이 첫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하자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에 합의함과 동시에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약속까지 하기에 이른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네바 합의와 조미공동코뮤니케를 뒤엎고 2차 핵위기를 야기한 것 역시 미국이었다.
네오콘세력을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한 부시정권은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존 볼턴과 켈리의 합작으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한다. 부시정권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마치 '북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호도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호기롭던 부시정권 역시 북의 ‘핵보유 선언’에 놀라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그 합의문 서명이 마르기도 전에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9.19공동성명을 또 다시 파기한다. 결국 북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미양자회담을 열고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였다. 답이 없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무대책으로 8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낯설지 않은 '미국의 협상판 깨기' 데자뷰를 보게된다.
2017년 북이 미국 본토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을 집중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결국 북미회담장으로 끌려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2018년 북미간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북미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며, 8천만 민족과 전세계의 적극적 지지와 찬동을 받았다.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이렇게 좋게 시작된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가지고 한 단계 전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중대한 국면에서 또 다시 협상판을 뒤집고 말았다. 새로운 북미관계로의 진전과 대북제재의 부분해제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기득권을 너무 빨리 잃게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야 협상판을 깨고 자기들끼리 대북제재 캠페인 놀음 벌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평화와변영, 통일의 길로 가야할 절박함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주인이다. 이제 북미협상을 관전하며 박수치는 시간은 끝났다. 언제까지 북녁의 외로운 반미항전을 구경만 할 것인가.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위협, 제재위협의 볼모가 되는 길에서 벗어나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미국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것이 아니라,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제압해야 하며,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민족의 힘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겨야 할 때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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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개혁 70주년, 이제 '제2의 토지개혁'이다

[장석준 칼럼] '무소속'이 성공시킨 1949년 농지개혁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이 나라의 출발점이라 밝히는 대사건의 100주년이니 떠들썩하게 기념할 만도 하다. 한데 기념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더 있다. 2019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규모와 영향이 가장 컸던 사회 개혁이 국회에서 법률로 처음 채택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바로 농지개혁법이다. 1949년 4월 27일 제헌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농지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농사를 짓지 않는 자가 보유한 농지나 총면적이 3정보(9000평)가 넘는 농지를 국가가 유상 매수해 땅 없는 농민에게 유상 분배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였다. 이로써 일제 강점기에 농민의 숙원이던, 아니 수천 년 동안 농민의 염원이었던 '경자유전(耕者有田)'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올해는 농지개혁법 통과 70주년  

농지 개혁이 대한민국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다. 이들 연구는 하나같이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를 농지 개혁의 단행에서 찾는다. 대토지 소유를 해체하고 자작농을 육성한 덕분에 산업 자본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요소는 사라지고 새로운 경제 주역이 급성장했다. 지주 대신 자본가가 부상했고 자기 땅을 일구게 된 농가에서는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미래의 노동자들이 배출됐다. 

이게 산업화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는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비교에서 드러난다. 동아시아에서 후발 산업화에 기적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일본, 남한, 대만)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농지 개혁을 실시했다. 반면 최근까지도 토지 소유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만큼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지주 계급을 해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리고 말았다. 

이토록 중요한 역사적 계기이지만, 농지개혁법의 탄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농지개혁법이 해체 대상으로 삼은 지주 계급은 당시 한국 사회의 주류 지배 집단이었다. 물론 농지 개혁이 실시되더라도 지주들이 지배 집단에서 탈락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주들은 농지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증권을 통해 산업 자본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되고 익숙한 불로소득 확보 방식에서 벗어나 새 길을 찾기란 역시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지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더구나 남한의 지주 계급에게는 그들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강력한 정당까지 있었다. 한국민주당이었다. 한국민주당은 미군정 시기에 과도입법의원에서 농지 개혁 관련 법안이 처음 논의될 때부터 개혁의 진전을 가로막으려고 갖은 수를 다 썼다. 일본인 지주들이 버리고 간 이른바 귀속농지에 한해 분배 방안을 논의하는데도 그랬다. 그러니 제헌국회에서 농지 전체의 개혁을 논의했을 때는 오죽했겠는가.  

그 희생양이 된 것이 초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이었다. 현대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농지 개혁의 최대 공적자로 흔히 조봉암을 떠올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사회주의 노선에 따라 항일투쟁을 벌인 조봉암은 농림부 장관에 임명되자 농지개혁법안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 점에서 그는 분명 중요한 공로자였다. 그러나 그는 농지 개혁을 직접 지휘하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농지개혁법안의 가결조차 그가 장관직을 사임한 뒤의 일이었다.  

한국민주당과 그 후신 민주국민당의 정치 공작 때문이었다. 사사건건 농림부 장관의 발목을 잡던 한국민주당 세력은 1949년 1월 감찰위원회(지금의 감사원 격)의 농림부 장관 감사 결과(공금 유용 혐의 등)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다. 졸지에 조봉암은 비리 혐의자가 됐고, 국회 차원의 조사위원회까지 꾸려졌다. 결국 2월 22일에 조봉암은 취임 6개월만에 농림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임 이유가 된 비리 혐의는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공작의 냄새가 짙은 한바탕 소동이었다.  

법안 입안자만 고통 받은 게 아니었다. 법안 자체도 운명이 기구했다. 농지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49년 4월이었지만, 농지 개혁은 곧바로 시행되지 못했다. 국회 심의가 충실히 이뤄지지 못해 농지개혁법에 부족하거나 모순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는 농지개혁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국민당 의원들은 지주에게 해당 농지의 연간 평균 작물 생산량의 150%를 지가로 보상한다는 규정을 200% 이상으로 개정하려 했다. 지주 계급의 마지막 난동이었다. 반면에 전 농림부 장관 조봉암을 비롯한 제헌국회 내 개혁파 의원들의 입장은 150% 보상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꿋꿋이 막아낸 덕분에 난동은 이내 진압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농지개혁법 개정안이 1950년 2월 2일에 통과됐다. 농지 개혁 작업이 실제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 4개월 전인 이때부터였다.  

누가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만한 한 편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당대 사회 구조의 핵심을 건드리는 높은 수준의 개혁도 결코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반발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장애물을 돌파하며 사회 개혁을 성사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을 바라는 다수 대중의 열망이 있고 이를 온전히 받아 안는 정치 세력이나 흐름이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바로 이 점을 입증하며 첫 걸음을 뗀 나라다. 결코 쉽지 않은 토지 개혁을 성사시키며 기틀을 다진 나라이고, 이와 함께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스스로 연 나라다. 농지개혁법 통과 70주년에 우리는 이 사실을 새삼 확인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를 통한 세수 증가분을 공공주택 확대에 쓰자 

그로부터 70년이 지났다. 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정부 수립 직후처럼 토지 소유 모순으로 신음하고 있다. 70년 전에는 대지주의 농지 독점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택지와 주택, 건물이 소수의 손아귀에 몰려 있는 게 문제다. 부동산을 독차지하며 투기를 일삼는 소수 기득권층이 다수 서민에게서 불로소득을 갈취하며 주거권을 침해한다. 

다들 이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라고 지적하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아파트 값 상승이 주춤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황이 나아지는 중이라 하기 힘들다. 워낙에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오히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변주인 '부동산 백약 무효론'에 빠져드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할 때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자마자 토지 개혁을 성공시켰고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 이 나라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 백약 무효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 사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만 제2의 토지 개혁, 즉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개혁이다. 첫 번째 토지 개혁이었던 농지 개혁을 성공시킨 전례가 이미 있다면, 민주주의의 저력이 훨씬 더 강해진 이 시대에 두 번째 토지 개혁으로서 주택 소유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허황된 약속도 아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다.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다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정책일 것이다. 농지 개혁의 기본 원칙을 주택 소유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실거주용 외에 집을 여럿 소유한 이들에게 주택을 처분할 기간을 주고 그 기간 이후에는 높은 부담금을 물릴 수 있다. 나는 1년 전에 이 지면을 통해 이런 자산 재분배 방안을 소개한 바 있다("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말 '자유 시장'인가?", <프레시안> 2018년 3월 6일). 

그러나 다른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 소유를 제한하지는 않더라도(혹은 소유 제한 정책과 병행하여) 지금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를 통해 '제2의 토지 개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주창하는 국토보유세 안이 그런 방안이 될 수 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오래 전부터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국토보유세라는 새로운 부동산 보유세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와는 달리, 건물을 제외한 모든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안에 따르면,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별 없이 인별 합산해 과세하며, 과세 표준은 공시지가다. 다만 지방세인 현행 재산세는 그대로 유지하며, 재산세 납부액 중 토지분은 환급한다. 

2018년에 실시한 추계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신설에 따른 세수 순증분은 개인 소유 토지에서 16조3383억 원, 법인 소유 토지에서 3조3136억 원, 총 19조6520억 원이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을 적용하면, 세수 순증분은 약 15.5조 원으로 추산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이 세수 증가분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배당(=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고 한다. 토지배당 추정액은 1인당 연간 약 30만 원이다(남기업 ‧ 전강수 ‧ 강남훈 ‧ 이진수,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 <사회경제평론> 54호, 2017).

나는 이 제안에서 한 부분만 수정하고 싶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토지배당으로 지급하자는 내용이 그것이다. 토지배당 제안에는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 하지만 1인당 연간 지급액이 30만 원 수준이라 과연 얼마나 정책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간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해소가 참으로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며,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토지배당이 좀 태평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보유세 강화를 통한 세수 증가분을 일단 주거 불안을 줄이는 데 활용하는 쪽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가령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공공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거권 신장에는 흔히 두 가지 처방이 있다. 하나는 무주택자가 실거주 주택을 소유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무주택자가 굳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아도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추진해야 하지만, 저축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으로 더 시급하거나 유리한 방안은 후자다. 바로 이러한 공공주택 확대에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공공주택을 늘리는 주된 방식은 공공임대용 공동주택 단지를 신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건설 부지가 부족해(특히 수도권) 공공주택 물량을 확대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존 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 확대 방식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주거 형태인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에 임대하는 형태의 공공주택이 늘어나야 한다. 이는 대안적인 주거 환경 정비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 주택 흐름과 결합할 수도 있다(주거협동조합에 대한 토지 임대, 공공-거주자 공동지분제 등등).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늘리는 데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을 투입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주택 문제가 특히 심각한 지역에서 주거 취약층의 주거권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또한 매년 15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공공주택 확대에 투입됨으로써 부동산 소유 및 거래 구조 전반이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관련 구조가 주거권 보장에 유리하게 바뀌고 난 뒤에는 국토보유세 세수의 용처를 국토보유세 원안 제안자들의 구상처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토지배당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할 수도 있고, 임대주택(공공이든 민간이든) 세입자에게 주거수당으로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제2의 토지 개혁에 나서야 할 때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책 제안이 아니다. 다만, 정치적 의지다. 이 점에서 70년 전 제헌국회의 개혁파 의원들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그들은 변변한 정당조차 없는 무소속 국회의원들이었다. 마음으로는 여운형이나 김규식, 김구의 노선을 따랐지만, 원내에 버티고 있는 정당다운 정당이라고는 지주들의 당, 한국민주당-민주국민당뿐이었다. 국회가 열리는 중에도 나라의 다른 한 쪽에서는 무장 충돌과 학살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은 개혁파 국회의원들조차 상당수가 이른바 '프락치' 혐의로 감옥에 갇혀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피하지 않았다. 민중의 염원에 자신의 운명을 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험난한 시절에 토지 개혁이 단행될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제2의 토지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그때만 못한가? 아니면 민주주의 훈련을 70년이나 더 거치고 난 작금의 한국 정치가 그때보다 오히려 자질이 떨어지는가? 두 물음의 답이 모두 '아니요'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2019년 우리에게는 '제2의 토지 개혁'이 필요하다. 

 

 

▲ 조봉암.ⓒ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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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붙든 광주시민들, 재판장에게 편지 전달한 이순자

[현장] 취재진·경호원 뒤섞여 차에 못 오르고 '허둥지둥'... 광주시민 항의 속 겨우 빠져나가

19.03.11 19:13l최종 업데이트 19.03.11 21:00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거센 항의 받으며 광주법원 떠나는 전두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참석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거센 항의 받으며 광주법원 떠나는 전두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참석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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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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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 이놈아!"
"차에서 내려 사과하고 가라, 인마!"


11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을 거부한 채 유유히 법원 안으로 들어갔던 전두환씨(관련기사 "이거 왜 이래!"... 전두환, 취재진 밀치고 짜증내며 등장). 하지만 재판을 마치고 차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5.18 피해자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다.

이날 오전 12시 30분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전씨는 법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이 진행하는 재판에 출석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은 약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으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전씨 측의 주된 주장이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관련기사 : 전두환 명예훼손 첫 재판 종료…공소사실 전면 부인).

전씨는 재판에서 재판장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동혁 부장판사는 재판 초반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알리고, 생년월일·직업·주소·본적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씨는 "잘 안 들립니다"라고 말했고, 헤드셋(청각보조장치)을 쓰고야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 중간 전씨는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내 이순자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씨 옆에 앉았다.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이씨는 재판장에게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 부장판사는 "신뢰관계인이 재판부에 글을 줬다, 재판부에 당부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나"라며 그 자리에서 편지를 자세히 확인하진 않았다.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 꿇어라!"
   
▲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전두환씨가 차량을 이용해 법원을 빠져나가려 하자, 광주 시민들이 전씨가 탄 차량을 막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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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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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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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전남 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자 시민들이 차량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  11일 오후 전남 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자 시민들이 차량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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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앞에 드러누운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우며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앞에 드러누운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우며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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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의 재판은 오후 3시 45분께 마무리됐지만, 한동안 전씨는 법원을 빠져나오지 않았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은 오전 전씨가 들어갔던 법원 후면 출입구에서 한 동안 대기하며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오후 4시 10분께, 입구에 주차돼 있던 전씨의 차량이 갑자기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씨가 나오기로 한 곳이 바뀐 것이다. 주변을 지키던 경찰도 갑자기 법원 전면 출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도 급히 달려 자리를 옮겼다.

법원 전면 출입구는 이미 경찰로 가득했다. 오후 4시 30분께 법원에서 전씨가 아내와 함께 나왔다. 경찰 너머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을 꿇어라!" 등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전씨는 경호원의 엄호 속에 차량으로 향했으나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섞여 잠시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당황한 듯 뒤를 돌아보기도 한 그는 취재진을 겨우 밀쳐낸 경호원에 의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전씨에 이어 아내 이씨도 겨우 차에 올랐다.

하지만 한동안 전씨의 차는 법원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변을 둘러싸 항의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씨뿐만 아니라 경찰을 향해서도 "독재자를 보호해주는 경찰이 어딨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항의하는 이들을 막아 세워 겨우 조금씩 이동하던 전씨의 차는 약 20분이 지나 법원을 벗어났다. 그 시간 동안 전씨의 차엔 피켓과 종이더미, 우산 등이 날아들기도 했다. 전씨의 차가 법원 인근을 완전히 빠져나가자 일부 피해자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조대영 신부 “광주시민 학살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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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광주시민 “학살자 전두환은 죄값을 치뤄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씨의 사진을 밟고 서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분노한 광주시민 “학살자 전두환은 죄값을 치뤄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씨의 사진을 밟고 서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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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단체 "학살 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광주 5.18단체 "학살 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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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씨는 '5.18 학살 책임자 전두환 구속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두환은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광주시민에게 즉각 사죄해야 하며 역사 앞에 즉각 회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 당시 군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한 사실은 조비오 신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광주시민들에 의해 목격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서도 공식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전씨는 이를 부인하고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라며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린다. 광주시민들은 성숙하고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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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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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과 한반도 운명의 주인공

 하노이회담 결렬과 질긴 ‘53년 체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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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17: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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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2.27~28)이 결렬되자 문득 몇 차례의 파탄난 한반도 평화의 결정적 계기들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결정적 시점에 김일성 주석이 서거했고,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목전에 두고 부통령 앨 고어 후보의 대통령선거 재검표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05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되고 방코델타아시아(BDA)라는 걸림돌을 넘어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까지 이뤘고,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10.4선언까지 발표했지만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넘어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냉전의 벽이 허물어진 지 만 30년, 한 세대가 흐르도록 유독 한반도만 냉전과 분단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상태인 이른바 ‘53년 체제’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함석헌 선생처럼 숨겨진 하늘의 ‘뜻’으로 보자면 우리 민족은 엄혹한 시련을 거듭 겪으며 단련되고 각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역사에 ‘우연’이나 ‘만약’이 없다면 역사의 ‘필연’을 곱씹어볼 필요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고 ‘하노이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 딜’(no deal)을 택해 뒷통수를 쳤다. 한마디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밀쳐지거나 내팽개쳐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똑똑히 목도한 셈이다. 하노이 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을 빼놓고는 출발부터 성립되지 않았던 점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잘 아다시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가깝고 인상적인 사례로는 9.11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2006년 미군 전범재판에서 사형당했다. 핵을 포기하고도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는 2011년 미군이 지원한 반군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책임져야 할 남과 북이다.

미국 CNN 방송의 사후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하노이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고위급 접촉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제재 일부 해제를 관철시키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고 협상장을 떠나려 하자 허둥지둥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심야 기자회견에 이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불평조의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상황파악 없는 낙관과 수습에는 별 도움도 안 되는 자존심 깎이는 모습까지 노출한 것.

중재자를 자임한 한국의 역할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측이 접촉에 나서지 않아도 파트너인 강경화 외교장관을 찾지 않았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담장인 하노이로 향하는 중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기로 해놓고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끌어들여 한미일 3자회동을 역제안해 사실상 회동을 무산시키고 제 갈길을 갔다.

   
▲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신한반도 체제' 비전을 제시했지만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인해 맥이 빠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목전에 둔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하노이 회담이 진행 중이던 28일에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포석을 놓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전제로 김칫국부터 마신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야심차게 제시하려 했던 ‘신한반도 체제’는 맥이 빠졌고, 아직도 한반도의 주인은 남과 북이 아니라 강대국들의 각축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만 또렷이 부각됐다.

여기에 더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쌍수를 들어 가장 환영한 곳은 일본이었고, 볼튼으로 상징되는 미국 강경파와 일본 네크워크가 하노이 회담 일정에 맞춰 미국 하원 청문회에 ‘코언 증언’을 기획했는가 하면, VOX 뉴스에 합의문 초안을 흘려 판을 흔들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또한 북한이 상응조치로 남북경협을 넘어선 민수분야 유엔제재 해제를 들고 나온 데는 중국의 희망사항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사실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 하에서 거족적인 3.1운동이 전개된 지 100년,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 하노이 회담 결렬은 남과 북 모두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역량이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고.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총화’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한 뒤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인공위성 발사 등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면서 “사상사업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도식과 경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0대의 김기남이 당 중앙위원회 고문 자격으로 김 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비화와 도식·경직을 넘어선 객관적 총화와 합리적 대응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북미가 인내심을 갖고 이탈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해 “재개 방안을 마련해서 미국과의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실토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0~16일 예정돼 있던 아세안 3개국 순방에 올랐고, 순방에 앞서 8일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장밋빛 기대감 만 잔뜩 심어주고 정작 어떤 중재역도 해내지 못한 외교안보라인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문 대통령의 개각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각은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맞아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위해서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한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 등에 대해서는 “변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이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담당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남과 북이 ‘하노이와 트럼프’ 문턱을 넘지 못하면 ‘53년 체제’는 그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남북간의 의사소통과 협력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임에 틀림없다. 남북협력을 넘어 남북공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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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입력 : 2019.03.11 06:00:01 수정 : 2019.03.11 06:01:01
 

‘에너지 소비량’ 남한의 25분의 1에도 오염물질 더 많이 쏟아내
장작 등 생물성 연료·석탄 사용비율 높은 탓에 대기오염 가중
남북 간 경제협력 활발히 진행 땐 급속 악화할 가능성 높아져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지만 정확한 파악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오염물질 배출원이 있다. 바로 대부분 내부상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이다. 최근 수도권을 덮친 고농도 미세먼지에도 중국과 국내 배출량 다음으로 북한의 배출량이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외부에서 북한 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의 자체적인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석탄보다 더 미세먼지 많은 장작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인선씨(박사과정)와 화학신소재공학과 김용표 교수가 지난달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에너지 사용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특성’ 논문을 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25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기준으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각각 2.6배, 2.3배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차에너지 소비량은 2015년 기준 0.46쿼드릴리온Btu로 전 세계 75위였다. 같은 해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11.10쿼드릴리온Btu로 세계 9위였다. 쿼드릴리온은 1000조를 뜻하며, Btu(영국 열량 단위)는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너지의 단위로 1Btu는 252.161㎈다. 북한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은 남한보다 적었지만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2008년 기준 5137Gg(기가그램)으로 690Gg을 배출한 남한보다 7.44배 많았다. 2008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량은 291Gg, 초미세먼지는 128Gg이었다. 같은 시기 남한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10Gg, 초미세먼지는 56Gg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가 남한보다 극히 적은데도 오염물질 배출량이 이처럼 많은 까닭은 장작, 농업 부산물, 동물 폐기물, 목탄을 비롯한 생물성 연료와 석탄의 사용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로도 불리는 생물성 연료는 석탄, 석유를 사용해서 같은 열량을 낼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특히 산업 부문보다는 가정 부문에서 사용되는 생물성 연료가 일으키는 환경오염 및 건강 악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석탄, 석유보다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미세먼지,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이 배출되는데 이들 물질은 호흡기계열의 급성 및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북한에서 생물성 연료 사용이 증가한 것은 석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의 공급량이 감소한 것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큰 홍수피해와 채굴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석탄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생물성 연료 사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석탄 생산량은 제한적인데 2010년 이후 수출량이 증가한 것 역시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산출한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은 1997년 29.1TJ(테라줄=1조줄, 줄은 에너지의 단위)에서 2016년 31.9TJ로 증가했다. 전체 에너지원 소비량에서 생물성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10.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과 비율은 생물성 연료의 정의와 조사방법 등에 따라 통계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 37.4%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이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가정의 취사를 위해 도시에서는 63%가 석탄을, 28%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7%가 생물성 연료를, 19%가 석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정 난방을 위해 도시에서는 64.3%가 석탄을, 25.7%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5.3%가 생물성 연료를, 20.5%가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북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빈곤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자원의 사용은 생태수용력을 감소시키고, 환경악화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불완전연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유기탄소(OC), 블랙카본(BC) 등이 다량으로 배출된다. 실제 생물성 연료의 비율이 높은 탓에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한 유기탄소와 블랙카본 배출량에서도 북한은 각각 남한의 2배, 1.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은 18Gg가량의 유기탄소를 배출했고, 15Gg 정도의 블랙카본을 배출했다. 같은 시기 남한의 유기탄소 배출량은 9Gg, 블랙카본 배출량은 13Gg이었다.

이화여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물성 연료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물질은 유기성분 비율이 높고, 그로 인한 인체위해성도 높다”며 “북한의 유기성분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인체위해성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는 (한국의) 대기환경 및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 수도권까지 내려오는 북한 미세먼지 

기존의 다른 연구결과들에서도 북한의 오염물질이 남한, 특히 수도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이화여대 연구진의 200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관측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20% 정도는 북한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또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연구진이 지난해 4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 모사: 북한 배출량 영향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중 북한발 미세먼지는 14.7% 정도로 추정된다. 유기탄소의 경우는 더욱 영향이 커서 초미세먼지 가운데 북한발 유기탄소는 27.4%가량으로 추정된다. 1~2월에는 이 비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 역시 북한의 주된 오염원이다. 1990년에서 2016년 사이 북한의 1차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한 비율은 최소 43.2%에서 최대 71.4%로 추정된다. 북한이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2015년 당시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한 중국, 인도와 비교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중국은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66.7%에 달했고, 인도는 43.2%였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 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모니터링을 통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정부는 엄격한 대기환경기준을 정해놓았지만 자금 및 설비 부족, 관련 시스템 미구축 등으로 인해 규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북한 정부가 참여해 발간된 유엔환경계획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은 대상 대기오염물질과 대상 지역의 한계로 인해 체계적인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같은 에너지 써도 더 많은 질소산화물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경우 북한발 대기오염물질 역시 급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 및 소비구조가 대기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형태이고, 당분간은 석탄과 생물성 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연구진이 지난해 1월 환경영향평가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생태적자 추이 및 영향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2038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산림자원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얻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2030년에 2009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양이 많은 것도 문제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3.9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산화황은 7.7배, 이산화탄소는 2.1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염물질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북한에도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수급구조와 소비형태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대기질에 큰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협력사업 중 에너지 부문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국민건강 관점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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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10600015&code=610102#csidx4dd17ef48390df59df68750b93cab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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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5월의 아버지 “전두환, 진실을 말하라”

등록 :2019-03-11 04:59수정 :2019-03-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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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아버지 윤석동씨 ‘39년 일기’
‘헬기 사격’ 조비오 등 증언 기록
1989년 전두환 백담사 복귀회견 땐
“용서받을 기회마저 잃고 말아”
이낙연 총리를 만난 윤석동씨.
이낙연 총리를 만난 윤석동씨.
“오늘 (청문회에서) 송기숙, 명노근 전남대 교수와 광주상고 윤모 교원, 천주교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있었다. 모든 증인들은 한결같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으며, 정치군인들이 정권욕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런 과오를 범하였다고 증언하였다.”(1989년 2월23일)

 

조비오(1938~2016) 신부가 국회 청문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대해 처음 증언한 날, 윤석동(93)씨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윤씨는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진압군 총에 맞아 숨진 윤상원(1950~80)의 아버지다.

 

이날 조 신부는 “5월21일 오후 1시30분에서 2시 사이 (옛)도청 쪽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면서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연속 3차례에 걸쳐 지축을 울리는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1994년 <사제의 증언: 진실을 말해도 안 믿는 세상>이라는 책에서도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거듭 증언했다. 그러나 군당국은 완강히 부인했다. 헬기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쏜 사실이 드러나면, 5·18 당시 군의 발포는 자위권 발동이었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이런 조 신부에 대해, 광주 시민 학살의 실질적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썼다. 전씨는 11일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지법 재판정에 출두한다. 전씨는 회고록을 내기 전인 2017년 1월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 전일빌딩 총탄 자국이 1980년 5월에 생긴 헬기사격 흔적이라는 감정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거짓말쟁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써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

 

190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을 맞고 숨진 윤상원의 아버지인 윤석동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39년 세월을 묵묵히 기록으로 남겼다.
190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을 맞고 숨진 윤상원의 아버지인 윤석동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39년 세월을 묵묵히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 8일 광주시 광산구 신룡동 천동마을 집에서 만난 윤씨는 ‘12·12 반란 수괴’이자 ‘5·18 학살 주범’인 전두환씨가 광주로 재판받으러 온다는 소식에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쁜 놈은 나쁜 놈대로 벌을 받어. 죄를 안 짓고 살아야지”였다. 윤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39년 세월을 묵묵히 기록으로 남겼다.

 

윤씨에게 전두환은 ‘1980년 5월27일 새벽 광주 재진입 작전을 강행하도록 명령해 특공조 부대원들의 총격으로 (윤상원 등) 18명을 살해한 혐의(내란목적 살인죄) 등 13가지 죄목으로 유죄가 확정돼 처벌받은 범죄자다. 윤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39년 세월을 묵묵히 기록으로 남겼는데, 거기에는 전씨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일찍부터 등장한다. “전두환씨가 국회 답변을 성실히 하지 않아서 (…) 전씨는 더욱 반성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필요로 한다고 느꼈다.”(1990년 1월3일)

 

백담사에 있던 전씨가 국회 광주청문회에 출두했던 날의 일기는 준엄하다. “청문회가 중단되고 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하고 나서 12시5분 다시 백담사로 떠났다. (…) 모든 것을 청산하고 90년대를 맞자는 국민의 여망을 스스로 저버리고 용서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 불행을 초래하고 말았다.”(1989년 12월31일)

 

아들의 묘에 꽃을 바치고 젯밥을 올리면서 느낀 심경 묘사는 절절하다. “광주특위 청문회에 민정당이 신청한 증인으로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장이었던 임수원 대령이 나왔다. 27일 도청평정작전에서 우리 상원이도 죽었다. (…) 또 상원이가 거론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상원이가 자주 다녔던) 녹두서점 이야기가 나오기에 (서점을 운영했던) 김상윤에게 전화를 걸어놓고 말을 못 하고 눈물만 흘리고 말았다. 괜히.”(1989년 1월27일)

 

아버지는 아들이 죽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들의 뜻과 아들의 죽음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상원이에 대한 기사가 적혀 있었다. 이 글을 보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그놈이 평소에 그렇게 살아왔다. 이런 것들을 접할 때면 막 그 시절 위정자들이 원망스러웠다. (상원이의 삶은) 역사를 위해 희생된 인생이라고 느꼈다. 상원이가 아니면 그 누구인가 그런 희생을 당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역사는 그리하여 발전한다.”(1989년 5월4일)

 

10여년의 시간은 젊은 아들의 죽음이 가져다준 상처를 다스리기엔 너무도 짧은 세월이었다. 아들의 12주기가 다가오는 1992년 5월16일의 일기는 기록한다. “5·18 특집을 만들기 위해서 (방송국에서) 취재하여 갔다. (…) 그 당시 상원이가 부모에게 마지막 한 말을 하여 달라고 하기에 그때를 회상하다 가슴이 뭉클하여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부자지간의 떼어놓을 수 없는 정인 것 같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하게 되었다.” 1년여 뒤 윤상원의 음력 제삿날 남긴 일기 역시 마찬가지다. “상원이 제일(제삿날)이다. (…) 이토록 허망할까? 산 자들은 무엇을 하여 왔는가. 광주 문제가 진상규명되고 역사에 바로 반영될 때에 (상원이 삶도) 빛을 보게 될 것이다.”(1993년 6월2일)

 

윤씨는 이후 5·18유족회장을 맡아 진상규명을 위해 싸웠다. 서울 연희동 전씨 집 앞에서 농성을 했던 일도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9시에 광주역에서 버스 4대로 5월 단체들이 5·18 광주민중항쟁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 청와대로 김영삼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서 약 200명가량이 서울로 갔다. (…) 청와대 부근에서 기동경찰이 막고 있기에 그 이상 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연좌농성을 세시간가량 하고 8시경에 연희동으로 전두환 노태우를 만나기 위해서 갔으나 역시 그곳도 경찰이 막고 있기에 30분가량 그곳에서 농성하고 외치고….”(1993년 6월15일)

 

전씨가 사면복권됐을 때는 이를 담담히 수용하면서 그들이 반성하길 바라는 마음도 일기에 함께 담았다. “우리 유족회에서도 인정하기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를 하였다. (…) 당신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국민 대통합에 협력하여 주기를 바란다.”(1997년 12월20일)

 

전씨가 석방돼 자택으로 귀가하는 장면도 기록한다. “오늘 마을 사람들이 모여 김대중 대통령 당선 축하를 겸하여 즐겁게 잔치를 하였다. (…)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석방이 되어 전두환은 안동교도소, 노태우는 서울교도소에서 11시경에 모두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갔다.”(1997년 12월22일)

 

17살 때인 1943년 광산군 송정리 농업실습학교(현 송정중)에 다니며 일기를 쓰기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하루에 단 한 단어를 적더라도 일기 쓰는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이런 그를 닮아 아들 윤상원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자신의 생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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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개벽예감 338]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3/11 [08: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마지막 5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2. 트럼프가 저지른 공약위반

3. 중앙정보국장의 비공개청문회 발언

4.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5. 협상전략 전부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1. 마지막 5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지난 한 주간 동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미국 언론매체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새로운 사실들을 살펴보면, 회담결렬내막을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워싱턴을 출발한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9년 2월 26일 윁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에 도착하였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공동선언 초안을 합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은 2019년 2월 21일부터 25일까지 하노이에서 김혁철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 사이에서 진행되었는데,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이 끝난 이튿날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각각 하노이에 도착하였으니 김영철-팜페오 고위급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런데 하노이에 도착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협상을 제의하였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응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9년 3월 6일 보도에 따르면,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은 “미국 관리들이 바랐던 것보다 덜 진전되었고, 팜페오는 (정상회담 하루 전에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북조선의 협상의지를 알아보려고 간절히 바랐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기사에는 당시 정황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미국 국무장관은 만나자는 제안에 김영철이 응답하기를 바라면서 그를 여러 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결국 실망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북조선 관리들이 미국측 회담상대자를 기다리게 만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앉기 하루 전에 고위급에서 냉대를 받은 것은 제2차 정상회담이 트럼프가 바랐던 승리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근심어린 신호였고, 최종적으로는 불길한 신호였다.”   

 

위에 인용된 <CNN> 보도기사는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어떤 요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선이 거부하는 바람에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는 것, 그래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그 요구를 관철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마저 좌절되었음을 말해준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2)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제기하였으나 조선이 거부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회담과정에서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위에 인용된 <CNN> 2019년 3월 6일 보도내용을 알지 못하고, 위에 인용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발언을 들으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녕변핵시설 이외에 다른 핵시설을 하나 더 폐기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바람에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위에 인용된 <CNN> 2019년 3월 6일 보도기사가 나오기 전인 3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트럼프의 저급한 거래수법은 통할 리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CNN> 2019년 3월 6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당시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한 것이 아니었으며, 어떤 다른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정상회담이 중지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합의로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긴박하게 돌아갔던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둘째날 회담이 진행되었던 2019년 2월 28일 회담장으로 사용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 마련된 정상회담 오찬장 모습이다. 만일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당일 오전 11시 55분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후 두 정상과 핵심수행간부들이 여기서 오찬을 함께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확대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오찬이 취소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9시 45분부터 시작한 정상회담을 오찬일정까지 취소하면서 2시간 50분 동안 계속하였으나, 어떤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바람에 회담은 결렬되었다. 정상회담이 중지되고, 쌍방이 각기 다른 방에서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던 긴장된 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마지막으로 전한 긴급제안을 받아들이기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오판이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9시 45분 확대정상회담이 시작되었다. 

- 11시 55분에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으로 사용된 호텔에서 오찬이 예정되었으나, 확대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오찬일정이 취소되었다. 

- 12시 35분 백악관 대변인 쌔라 쌘더스는 취재진에게 회담일정이 바뀌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뒤에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 13시 25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회담장을 떠났다. 

- 13시 29분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장을 떠났다.  

 

위의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백악관 대변인이 취재진에게 회담일정변경을 통보하였던 12시 35분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을 떠난 13시 25분까지 50분 동안 회담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회담일정이 변경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뒤에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는 백악관 대변인의 통보는 정상회담이 12시 35분에 이미 중지되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9시 45분부터 시작한 정상회담을 오찬도 취소하면서 2시간 50분 동안 계속하였으나, 어떤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바람에 회담이 결렬되었던 것이다.  

 

12시 35분 정상회담이 중지되고, 쌍방이 각기 다른 방에서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던 긴장된 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CNN> 2019년 3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에게 달려갔는데, 그가 전한 메시지는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대조선제재 일부를 해제한다는 제안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이 전달한 제안을 받은 미국 대표단은 녕변핵시설을 전체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폐기범위를 밝혀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 요청을 받은 최선희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두 번째 메시지를 미국 대표단에게 전했는데, 그 메시지는 녕변핵시설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전했으나, “미국 대표단은 감동을 받지 않았으며, 협상을 재개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녕변핵시설 전체를 폐기하는 경우,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 중에서 인민경제에 관련된 제재조치를 우선 해제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제안은 정상회담 중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회담이 중지된 긴장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선희 부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긴급제안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긴급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녕변핵시설폐기문제보다 더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끝까지 주장하였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줄 수 없었던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처럼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배경설명이 요구된다.  

 

 

2. 트럼프가 저지른 공약위반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9년 3월 2일 오후 10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4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은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건의한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한 동맹의 결정을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합연습 및 훈련이라는 것은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의 전쟁지휘예행연습 및 한미연합군부대들의 합동야전기동훈련을 뜻한다.   

 

한국 국방장관과 미국 국방장관 대행의 승인에 따라 2019년 3월 4일부터 3월 12일까지 7일 동안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보도당일 정경두 국방장관은 박한기 한국군 합참의장, 로벗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사령관, 한국군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관들, 주한미국군 지휘관들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전쟁지휘소를 찾아가 “이번보다 발전된 지휘통제시스템(C4I)과 작전수행체제 등을 충분히 활용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군사대비태세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면서 “연합야외기동훈련을 내실 있게 실시하고, 각급부대는 계획된 교육훈련에 매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전쟁지휘예행연습에는 한국측에서 국방부, 합참본부, 육해공군작전사령부, 국방부직할 합동부대가 참가하였고, 미국측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국군사령부,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 등이 참가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이 전쟁지휘소에 들어가 7일 동안 계속하고 있는 전쟁지휘예행연습의 작전명칭은 ‘동맹 19-1’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1954년에 시작되어 65년 동안 지속되는 대조선전쟁연습에 변함없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비해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키리졸브’라는 간판을 ‘동맹’이라는 간판으로 바꿔단 것과 2주간의 예행연습일정을 1주간으로 줄인 것밖에 없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전쟁지휘예행연습은 간판만 바꿔달고 재개되었다. 이 심중한 사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뉴스1>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해병 제3원정군사령관 에릭 스미스가 ‘동맹 19-1’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그가 지휘하는 미국해병 제3원정군은 어떤 부대인가?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해병대는 방어부대가 아니라 공격부대다. 일본 각지에 있는 군사기지들에 배치된 제3원정군은 전시에 미공군이 선제전술핵타격으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즉시 가장 먼저 조선의 동해안에 상륙하여 원산을 점령하고 평양으로 진격하겠다고 떠들어대는 북침돌격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은 7일 동안 전쟁지휘소에서 조선을 침공하기 위한 선제전술핵타격연습과 기습상륙전연습을 지휘통제하는 예행연습을 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6년 3월 미국해병대 제31원정부대 전투원들이 경상북도 포항시 동해면에 있는 도구해변 앞바다에서 상륙돌격장갑차를 타고 기습상륙전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누가봐도 명백한 북침전쟁연습이다. 일본 각지에 있는 군사기지들에 배치된 미국해병대 제3원정군은 전시에 미공군이 선제전술핵타격으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즉시 가장 먼저 조선의 동해안에 기습상륙을 감행하여 원산을 점령하고 평양으로 진격한다고 떠들어대는 북침돌격대다. 지금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은 7일 동안 전쟁지휘소에서 이른바 '동맹 19-1'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조선을 침공하기 위한 선제전술핵타격연습과 기습상륙전연습을 지휘통제하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연합뉴스>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전에 ‘키리졸브’라는 명칭의 전쟁지휘예행연습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2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오늘 ‘동맹’이라는 명칭의 전쟁지휘예행연습은 “2부 반격연습은 생략하되 1주일 훈련기간에 ‘ROC-Drill(작전개념예행연습)’과 같은 개념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올해부터 생략된 반격연습은 전시에 한미연합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반격으로 넘어가는 작전연습인데, 올해부터 한미연합군이 반격연습을 하지 않는 것은 방어하다가 반격으로 넘어가는 연습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공격하는 연습만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동맹 19-1’에서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은 조선에 대한 선제전술핵타격연습, 동해안상륙전연습, 평양점령연습을 컴퓨터모의프로그램을 통해 지휘통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것은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완전히 중단하는 약속이었지, 간판만 바꿔달고 계속하는 약속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저버리고 군사지휘관들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을 강행하라고 지시하였다. 명백한 공약위반이다. 다른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채택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을 공약하였고,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채택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도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해소로 이어나가기로” 거듭 공약하였으면서도, 전쟁지휘예행연습을 벌여놓았다. 명백한 공약위반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위반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원인들 가운데 하나인데, 이 문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3. 중앙정보국장의 비공개청문회 발언

 

‘동맹 19-1’ 같은 대규모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려면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군사예산배정, 군사작전모의, 군사작전용 컴퓨터프로그램 작성, 군사지휘관 집결, 사령부직할부대 이동배치, 군사통신망 가동, 현장점검 같은 작전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작전준비에 요구되는 기간은 약 3개월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에 이르는 기간에 ‘동맹 19-1’ 작전준비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동맹 19-1’을 은밀히 준비했어도, 그 징후는 조선인민군 정찰부대들이 운용하는 정보망에 일찌감치 탐지되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하였던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고에 들어있는,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라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미핵대결 25년 동안 미국의 대조선전쟁도발책동에 대응하여 지하핵시험 또는 장거리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때마다 조선은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라는 표현을 썼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중단하겠다고 한 공약을 지키지 않고, 이전처럼 전쟁지휘예행연습을 또 다시 감행하는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조선은 지하핵시험장을 핵동결조치의 일환으로 이미 폐기하였으므로, 조선이 미국의 전쟁도발책동에 대응하여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단행할 수 있는 조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학생 수준의 판단력만 있어도 능히 알아들었을 엄중한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고,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동맹 19-1’ 작전준비를 지시하였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위반한 엄중한 사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1월 29일 지나 해스펄 중앙정보국장이 대니얼 코우츠 국가정보실장, 크리스토퍼 워리 연방수사국장과 함께 연방상원정보위원회 비공개청문회에 출석한 장면이다. 해스펄 국장은 그날 청문회 발언 중에 "조선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장거리핵탄두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답변은 첩보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정보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해스펄 국장의 답변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그로부터 38일이 지난 2019년 3월 8일 미국 언론매체가 상업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보도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9년 1월 29일 연방상원정보위원회 비공개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국가정보기관 수장들은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였다. 답변에 나선 국가정보실장 대니얼 코우츠는 “조선이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조선에게 핵포기의사가 없다는 사실, 이제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언급한 발언이 아니었고, 막연하게 추측한 발언도 아니었다. 그 답변은 정보판단에 의거한 발언이었다. 코우츠 실장이 어떤 정보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렇게 답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첩보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정보판단에 의거하여 그렇게 답변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답변이 있었다. 당시 코우츠 실장과 함께 비공개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중앙정보국장 지나 해스펄도 코우츠 실장의 답변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9년 2월 2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해스펄 국장은 그날 비공개청문회 발언 중에 “(조선)정권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장거리핵탄두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전념하고 있다”는 표현이 시선을 잡아끈다. 해스펄 국장의 답변도 코우츠 실장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첩보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정보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해스펄 국장의 답변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그로부터 38일이 지난 2019년 3월 8일 세상에 알려졌다.

 

 

4.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2019년 3월 8일 미국의 언론매체 <NPR>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 22일 평양 인근지역을 촬영한 상업위성영상자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뚜렷한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중대하고, 예민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NPR> 보도기사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나타난 곳은 평양 인근에 있는, 산음동이라는 지명으로 외부에 알려진 미사일조립시설단지다. 미국에서는 그곳을 산음동미사일연구소라고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주간조선> 2019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수백 명에 이르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근무하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조선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비밀공장들에서 생산된 로켓엔진, 항법장치 등 주요부품을 실어와 미사일동체에 최종 조립하는 곳이라고 한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씨큐리티>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평양 북쪽에 있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탄도미사일을 연구, 개발, 생산하는 수많은 시설들이 집결된 방대한 미사일종합개발단지인데, 거기에서 가동되는 각종 설비들은 미국의 미사일연구시설, 생산시설들에서 가동되는 현대적인 설비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주간조선> 2019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약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 <NPR>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상업위성영상자료에서는 자동차들과 화물수송차량들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 경내에 주차되었고, 연구소로 직통하는 철로에 수송렬차와 두 개의 기중기가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런 정황은 이전에 그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립할 때 나타났던 현상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화물수송차량에 실을 수 없는, 길고 커다란 대륙간탄도미사일동체와 매우 무거운 로켓연료탱크 등이 특별수송렬차에 실려 산음동미사일연구소까지 운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평양 북쪽에 있는 방대한 규모의 미사일조립시설단지다. 미국에서는 그곳을 산음동미사일연구소라고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수백 명에 이르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근무하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조선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비밀공장들에서 생산된 로켓엔진, 항법장치 같은 주요부품을 실어와 미사일동체에 최종 조립하는 곳이다. 거기에서 가동되는 각종 설비들은 미국의 미사일연구시설, 생산시설들에서 가동되는 현대적인 설비들과 같은 수준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9년 2월 22일 서방측 상업위성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촬영한 영상자료다. 그 영상자료는 자동차들과 화물수송차량들이 경내에 주차되었고, 연구소로 직통하는 철로에 수송렬차와 두 개의 기중기가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정황은 이전에 그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립할 때 나타났던 현상들과 일치한다. 이것은 조선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이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2019년 1월 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미국 첩보위성에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은, 한미연합군의 전쟁지위예행연습준비를 중단하라는 경고신호를 미국에게 보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서방측 상업위성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를 촬영한 날은 2019년 2월 22일이다. 이것은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시설개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위성발사준비징후를 운운하는데, 그것은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이다. 주시해야 할 곳은 서해위성발사장이 아니라 산음동미사일연구소다.  

 

(4)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미국 첩보위성이 감시하는 주요대상들 가운데 하나다. 조선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훨씬 전부터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의도적으로 미국 첩보위성에 노출해온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9년 1월 29일 미국 연방상원정보위원회 비공개청문회에서 “(조선)정권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장거리핵탄두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해스펄 중앙정보국장의 답변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의도적으로 노출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지적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2019년 1월 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미국 첩보위성에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런 의도적 노출은 미국에게 보내는 경고신호였다. 한미연합군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준비하는 징후를 정보보고를 통해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 대응하는 조치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면서 전쟁지휘예행연습준비를 중단하라는 경고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5)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적어도 2019년 1월 초부터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를 분석한 정보자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 보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비정보를 외부에 발설할 수 없었지만, 특별한 징후를 분석한 정보자료를 보고받을 때마다 남모르는 불안과 긴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2019년 1월 18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하였다. <중앙일보> 2019년 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18일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문제를 거론하였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는 대륙간탄도탄이 없다”고 하면서 “반농담조로”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은 “허허 웃었다”고 한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선대표단을 접견할 때,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문제를 거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2019년 1월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징후에 대한 걱정이 가실 줄 몰랐다. 그런 착잡한 심정을 안고 그는 하노이 회담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하였으나 두 정상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정상회담을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 다시 말해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회담과정에서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던 것”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폐기문제였다. 

 

(6)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폐기하면 미국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 왜냐하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그 어떤 경우에도 폐기할 수 없는 전략시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산음동미사일연구소폐기문제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빠졌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선희 부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대안으로 긴급히 제시하면서 정상회담을 재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대안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없었고, 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런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준비를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받아들였다면 회담은 결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오판은 그에게 다가온 좋은 기회를 가로막았다. 

 

 

5. 협상전략 전부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2019년 3월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매체 세 군데에 잇달아 얼굴을 내밀면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의 언론대담발언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협상문서를 건넸다고 한다. 우리말과 영어로 각각 작성된 협상문서에는 조선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하여 미국이 제안하는 포괄적인 방안이 전부 담겼다고 한다. 

 

2018년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한미실무단 제2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나타났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은 비핵화협상로드맵을 완성했다”고 말했는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이 이전에 말했던 비핵화협상로정도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던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협상전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부 보여준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사진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에 웅스그리며 앉아서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공약을 위반하고, 올해 한미연합군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지시한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공약위반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조미협상을 재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권은 언제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다급한 협상재개요청을 받아주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조바심과 초조, 불안과 긴장이 교차하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약위반자가 겪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협상전략을 상대에게 공개하지 않아야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모든 정치협상에서 통용되는 일반공식이다. 더욱이 적대감과 불신이 뒤엉킨 조미관계에서는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척시켜나가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도로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포괄적인 협상방도가 담긴 문서를 건넨 것은 정치협상의 공식을 깨고, 적대감과 불신이 뒤엉킨 조미관계현실을 무시한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였을까?

 

<뉴시스> 2019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오르자마자” 기내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보안전화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2019년 3월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당대표 모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2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서 무려 7번이나 중재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내상을 입고 조바심에 사로잡혔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만 그런 조바심에 사로잡힌 게 아니다. 그를 보좌하는 핵심각료들도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9년 3월 4일 아이오와주 대중연설 중에 “앞으로 몇 주 안에” 실무협상단을 평양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고, 2019년 3월 3일 볼턴 보좌관은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을 계속할 준비도 되어 있고,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을 1년 6개월로 단축시켰다. 촉박한 시간이 그의 조바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에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공약을 위반하고, 한미연합군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지시한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공약위반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조미협상을 재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권은 언제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다급한 협상재개요청을 받아주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조바심과 초조, 불안과 긴장이 교차하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약위반자가 겪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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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하면 벌어지는 일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11 10:38
  • 수정일
    2019/03/11 10:3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사직서만 제출하면 의원직을 그만둘 수 있을까?
 
임병도 | 2019-03-11 08:37: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거듭 경고한다. 선거제 패스트트랙 태우면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3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겠다는 것은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을 패싱하고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거래하는 사상 초유의 선거법 쿠데타를 강행하고 나섰다”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를 말하게 된 배경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야 4당은 3월 10일까지 선거제 개편안 관련 당론을 정리해달라고 수차례 한국당에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 상태입니다. 국회가 이런 상황이니 여야 4당은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선거제 개혁안이 적용되려면 상임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의 총사퇴 협박 카드는 자신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회가 해산될까요?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사직서만 제출하면 의원직을 그만둘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곧바로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회의 의결을 통하거나 국회의장이 허가를 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하려면 먼저 전원이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에 국회 본회의에 사직 여부에 대한 안건을 상정합니다.

국회의원 사직은 일반 안건이라 출석 의원들의 표결에서 과반만 넘기면 의원직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재적 의원 과반의 출석이 필요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도 표결에 참석할 수 있으니, 진짜 사직할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표결까지 가는 부분이 있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진심으로 그만 둘 생각이 있으면 사직서만 빨리 제출하면 됩니다. 국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쉽게 본회의 의결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원 사퇴하면 국회가 해산된다?

<헌법>
제3장 국회
제41조 ①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③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1조를 보면 ‘국회의원의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사퇴를 하면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상관없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회의원의 수를 정해놨을 뿐, 국회 해산에 대한 조항은 없습니다. 물론 과거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 제9차 개헌을 하면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국회가 해산한 사례>
① 1960년 4.19 혁명 이후 국회가 자진해서 해산을 의결
② 1961년 박정희 5.16 군사쿠데타
③ 1972년 박정희 10월 유신 친위 쿠데타
④ 1979년 전두환 12.12 군사쿠데타

국회의원 몇 명이 유지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원 사퇴를 해도 국회는 유지됩니다.


재보궐 선거? 내년 4월에 총선을 치르면 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임기 중에 사직, 의원직 박탈, 사망 등으로 자리가 비면, 보궐 선거를 치릅니다. 만약 3월 중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면 2019년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될까요? 아닙니다.

3월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퇴한다고 해도 다음 달 3일에(4월 3일) 치러지는 보궐 선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올해 안에 보궐 선거를 또 할 수는 없습니다. 보궐선거는 연 1회만 하게 되어 있도록 2015년에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2020년에 보궐선거를 치르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보궐선거를 따로 하지 않고, 선거일에 합니다.

내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선거일이니 2020년 4월 15일에 그냥 선거를 하면 됩니다.

결론은 자유한국당 전원이 사퇴해도 별다른 선거 없이, 내년 총선에서 새로 국회의원을 뽑으면 됩니다.


민주당에 유리한 자유한국당 총사퇴

20대 국회 의석수 현황을 민주당이 129석, 자유한국당이 113석입니다. 바른미래당(29석),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 (5석), 민중당(1석), 대한애국당(1석), 무소속(7석)을 합치면 57석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모두 사퇴하면 298석이 185석이 됩니다. 민주당이 128석이니, 민주당 만으로도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 총사퇴는 민주당에게 아주 유리하다는 뜻도 됩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이 총사퇴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 뿐인 협박, 속칭 ‘구라’입니다. 만약 몰랐다면 국회의원 자질이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정치혐오 유발자들 ‘자유한국당’

▲3월 7일 오전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황교안 당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의원정수를 10% 줄여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폐지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럴 경우 현재 253석인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는 오히려 17석이 늘어납니다.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은 시민단체와 국민의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는 겁니다. 시대적 흐름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방안입니다. 또한, 개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에 명시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여야 4당이 자유한국당의 당론을 묻기 전에 이미 개혁안을 내놨을 겁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의원 총사퇴를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끼리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 정치 혐오를 유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싸우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 기존 선거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입니다.

국회의원이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도 없고, 책무를 다하지 못할 바에는 사직서를 내고 국회를 떠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만약, 국민이 직접 의원들을 소환해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있었다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라는 ‘가짜 협박’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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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갑질과 을들의 반란

<칼럼>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정영철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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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0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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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문 없이 끝났다. 지난 싱가포르 합의 이후, 교착국면을 이어가던 북미관계가 이번 회담으로 무언가 돌파구를 찾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새 역사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던 낙관적 전망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또 한번 밀고 당기기의 오랜 긴장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극적인 합의점을 찾고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젖힐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국가간 협상에서 합의와 결렬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때론 협상이 합의에 이르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결렬이 되면서 두 국가의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강대국과 약소국의 입장에서 협상 결렬이 미치는 충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협상에 임하는 자세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강대국의 입장에서 약소국과의 협상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여타의 대외적인 관계의 단지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약소국의 입장에서 강대국과의 협상은 때론 자신의 모든 국가적 역량을 다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자 동시에 그 결과의 충격은 전 국가적인 것이 된다. 따라서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때론 강대국과 약소국의 협상에서 모든 힘을 다한 약소국이 강대국에 비해 더 많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강대국과 약소국이 모두 협상에 성실히 임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협상의 원칙을 기켰을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만일 강대국이 자신의 힘을 믿고 비-합리적이며, 약소국의 뒷통수를 치는 협상을 해 왔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여러 분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는가 하면, 북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하고, 애초부터 미국은 판을 뒤집으려고 했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미국 국내정치의 영향까지 다양한 각도에서의 분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분석과 평가를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서 원인을 찾는 입장은 북미간 불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이 주장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을 거부하는 미국의 논리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고, 북의 비핵화 진정성을 문제삼는 측에서는 북이 처음부터 비핵화에 관심이 없고 시간을 끄는 것에 불과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정상회담 기간 중에 미국 사회를 달구었던 코헨의 의회 청문회 등의 미 국내정치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의 약화 때문에 합의문에 서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중 북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문제삼는, 어쩌면 북에 대한 근본주의적 시각을 제외하면 결국 결렬의 요인은 미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협상의 문제를 둘러싼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무리한 요구 혹은 자신들의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협상을 결렬시킨 것이다.

흔히 협상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두를 실망시키지도 않는다고 한다. 즉, 협상은 서로가 마주 앉아 무언가를 주고받는 것이며, 따라서 이득과 양보의 함수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앞세우는 즉,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많은 것을 일방적으로 얻기만을 요구한다면 이는 공정한 협상이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상대방보다 힘의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하여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말과 행위를 ‘갑질’이라고 한다. 사회에 갑질이 넘친다면 그 사회는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로 구분되는 말 그대로의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 될 것이며, 그 사회의 법과 질서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어쩌면 전형적인 강대국의 ‘갑질’이라 할 것이다. 이를 ‘제국의 갑질’이라 이름붙일까 한다. 사실, 강대국 미국의 갑질은 새삼스럽지 않다. 1994년 모두의 기대를 모았던 ‘제네바 합의’의 일방적인 파기부터 시작하여, 2002년 소위 특사 방북을 통한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켰고, 2005년에는 ‘9.19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BDA’ 사태를 일으켜 협상을 뒤로 돌리고자 했던 것까지.....

역사적으로 제국의 갑질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남북의 관계 개선을 막아왔고, 우리에게 더 많은 인내를 강요해왔다. 그렇다면, 갑질에 대처하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갑질에 대해 ‘을들의 반란’이라는 말이 있듯이, 갑질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연대와 협력’일 뿐이다. 남북의 연대와 협력, 지금 당장 미국의 갑질에 불편해하는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미간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당사자이자 한반도 미래의 설계자여야 하고, 남북의 연대와 협력의 힘을 통해 문제 해결의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에도 북미가 서로에게 결렬의 책임을 묻기는 하지만 협상의 파국을 선언하지는 않고 있고, 여전히 협상의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미 신년사 분석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정부가 또 다시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제국의 갑질’에 부응하는 것이거나 그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을들의 반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핵심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듯이 바로 ‘남북의 연대와 협력’일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문학박사, 2001)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방문연구원(2002-2003)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위원(2004-2006)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원(2007)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중 

주요저서로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2004), 김정일 리더십 연구(2005), 서울과 도쿄에서 평양을 말하다(2008), 북한과 미국: 대결의 역사(번역서,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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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23년 만에 다시 피고인석 선다

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 11일 재판
2019.03.10 13:55:28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11일 다시 법정에 선다. 1996년 내란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에 다시 피고인석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광주지방법원은 오는 11일 오후 2시 30분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사망자 유가족들은 회고록 발간 즉시 전 전 대통령을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전 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은 수차례 재판 연기 요청을 하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7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이후 두 차례 공판기일은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공전됐다.

지난해 8월 27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 7일 재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담당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했고, 결국 전 전 대통령은 11일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이번에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1996년 재판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부인인 이순자 씨의 법정 동석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전 씨의 연령 등을 고려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자진 출석과 고령을 이유로 수갑은 채우지 않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로 향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재판 당일 오전 서울 자택에서 구인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전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11일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과 광주지법 앞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력이 투입된다. 당일 오전 7시 30분쯤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 등은 연희동 자택 앞에서 '전두환 대통령 광주재판 결사반대' 집회를 연다. 200~300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평소 자택 경비 인원 외 별도의 경비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평소 전 전 대통령 자택 경비에는 의경 1개 중대(60명)가 배치됐다. 경찰은 당일 상황에 따라 경비 인력을 늘릴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은 '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 다만 법정 내 질서 유지를 위해 참관 인원은 총 103석으로 제한됐다. 이번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방청권은 모두 동이 났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청사 주변도 경호할 예정이다.  

'헬기 사격' 알고도 회고록에 '거짓'이라고 썼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고의성'으로 압축된다. 재판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와 이후 시점 광주에서 헬기사격의 실체를 알고서도 자신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 조 신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실제 있었던 것으로 입증됐다.

광주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앞두고 건물 10층 외벽 등에서 외부에서 날아든 탄흔이 다수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호버링(hovering·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하던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5개월간 진상 조사를 통해 육군이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고, 공군이 무장 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전투 상보 등 일부 군 기록이 왜곡돼 있고 당시 조종사들이 무장 상태로 비행했을 뿐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조사에 불응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군의 다수 지시문서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출동 헬기 40여 대 중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에서 광주시민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고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당시 광주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판단, 기소에 이르렀다. 

전 씨 측은 그러나 '5.18은 자신과 무관하게 벌어졌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망한 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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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의 십자가 문동환 가다

북간도의 십자가 문동환 가다

조현 2019. 03. 10
조회수 220 추천수 0
 

 

문1.jpg» 9일밤 9시께 별세한 문동환 목사

 

살아있는 근현대 박물관으로 불렸던 문동환 목사가 9일 오후 550분께 별세했다향년 98.

고인은 해사스런 귀공자형의 외모처럼 편하게 한평생을 살 수도 있었지만한맺힌 민중들을 놓을 수 없어그 자신의 표현대로 떠돌이를 자청한 삶을 살았다또한 그는 일제시대 북간도 한인사와 독립운동사교육사민중사민주화운동사기독교사를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었다그러면서도 그는 100살이 다 되도록 과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혁명하면서 거짓들과 싸운 종교개혁가이자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려는 공동체운동가였다.

 

고인은 1921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독립신문기자이자 목사였던 부친 문재린과 여성운동가였던 모친 김신묵의 3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고인은 그곳에서 형 문익환윤동주 시인 등과 어린시절을 보냈다명동촌은 한국적 개신교의 맹아였을 뿐 아니라 민족교육의 산실로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됐던 곳이다명동촌은 문동환의 고조부인 문병규와 김약연 등 네가족 142명이 함경도에서 두만강을 넘어 옛 고구려땅에 정착해 개간했던 한인집단공동체였다그곳에 세운 명동학교에서 문익환윤동주나운규 등이 공부했고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된 뒤 용정에 연 은진중학교에서 문동환과 안병무강원용 등이 수학했다은진중 교목이 기독교장로회와 한신대 설립자인 김재준이었다.

 

고인은 어린시절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김약연 같은 이가 되고싶어 목사가 될 꿈을 꿨다고 한다평생의 사표였던 김약연은 간도의 대통령으로 불린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자 목사였고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기 전에 명동촌 뒷산에 권총 연습을 할 은거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인은 1938년 은진중학교를 마치고 은사인 김재준의 안내로 일본에 유학해 도쿄신학교와 일본신학교에서 공부한 뒤 고향 용정 만보산초등학교와 명신여중고에서 3년간 교사로 재직했다해방 후 1946년엔 김재준이 설립한 조선신학교를 1년간 다닌뒤 경기도 장단중학교와 서울 대광중고에서 교편을 잡았다그는 신학교를 다니면서도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성에 회의가 생겨 7년간 씨름했다고 한다그러다 형 문익환과 여행 중 경상도 금오산을 지나면서 너무도 함들게 살아가는 민초들을 보고서 고난받은 민초들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가는 게 구원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훗날 회고한바 있다그는 그 이후 거제도 아양리라는 농촌으로 내려가 1년간 목회했다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1951년 미국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고 1961년 모교인 한신대 교수로 초빙받아 귀국길에 올랐다유학중 만난 평생의 반려자인 미국인 부인 페이문(문혜림)과 함께였다.

 

부패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박정희 독재가 시작된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고인은 남다른 교육관으로 학교 현장과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켰다특히 번지르르한 말만을 배우지않고제대로된 가치관을 심어서 신앙인이기에 앞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었다.
아무리 교실에서 그럴 듯한 소리를 하고강단에서 감명 깊은 설교를 한다 해도 그의 생이 사람답지 못하면 자신과 남을 위해서 비참한 일이다한국에 있어서 비극 중의 비극이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큰소리를 하는 사람일수록 흔히 그 생이 더 냄새가 난다는 것대중 앞에 나설 때앞에 마이크가 많은 사람일수록 뒤에서는 연막을 더 쳐야 하다는 사실이다.’

 

문2.jpg» 문동환(뒷줄 왼쪽 넷째)·문혜림(왼쪽 다섯째)씨 부부가 형수 박용길(왼쪽 여섯째)씨 등 가족들과 2002년 2월 중국 룡정시 동커우의 생가터를 둘러보고 있다.

 

그가 1972년 낸 <자아확립>이란 책의 서문에 쓴 글이다그는 토론하고 발표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천케하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했다그의 제자였던 정호진 목사는 고인의 <세계와 나>라는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철저하게 학습자가 중심이 되는 혁명적 전환으로 스스로 세계와 역사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이를 실천케 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특별한 점은 관념에 머무르지않고 늘 실천이 뒤따랐다는 것이다그는 학생들이 삶을 배우기 원했고캠퍼스 자체가 민주적 삶의 체현장이 되도록 했다이를 위해 그가 학생과장으로 재직 때 학생교수직원교수부인들까지 동원해 만든게 캠퍼스생활위원회였다이 생활공동체를 통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평등의식과 참여의식을 배우고 실천케 한 것이다.

 

그가 주도적으로 만든게 선교신학학대학원이었다이곳에서 그는 세가지를 통해 배우도록 했다첫째 선각자의 글과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둘째 그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배우고세째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회현실과 부딪친 것을 다시 대화하면서 배우라는 것이었다그가 교수로 있으면서 1972년 만든 새벽의집’ 공동체도 실천의 장이었다새벽의집에서는 6가정 50여명이 개인 집들을 처분하고 가족연합체를 만들어 살았다.

 

그러나 전태일의 분신과 박정희 정권의 삼선개헌 파동유신헌법 공포는 그를 더욱 세상으로 이끌어냈다삭발을 하며 투쟁을 하다 1975년 해직됐던 그는 동료 해직교수인 서남동안병무이문영 등과 갈릴리교회를 설립해 민중교회의 모태가 되게 했다. 1976년 31일엔 함석헌윤보선김대중이문영서남동문익환이우정 등과 함께 ‘3·1민주구국선언에 서명해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22개월간 옥고를 치뤘다와이에이치(YH)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었다가 유신정권의 몰락 시점에 출옥해 복직했지만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이 시작되자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그는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풀려나 미국에 온 김대중을 만나 도움을 준 인연으로, 1988년 평화민주당에 수석부총재로 참여하고 국회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3당합당에 반대해 정계에 은퇴한 뒤 1992년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2013년 귀국했다.

 

그는 90대 중반까지도 집필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예수정신을 드러내려 애썼다그 대표적인 것이 4년전 출간한 <예수냐 바울이냐>그는 책에서 바울이 예수의 본정신을 망친 인물로 질타했다예수를 메시아로 만든 바울의 영향을 받은 콘스탄티누스의 황제신학에 의해 기독교인들이 권력과 야해 식민지 쟁탈과 이방인 살육에 앞장서면서 메시아와 왕조절대권력권위주의선민의식을 거부한 예수의 정신과는 다른 종교제국주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 개신교계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그는 “80살이 지나면서 민중신학에도 회의가 생겼다면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민중을 민중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그러면서도 그는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우리가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음성을 듣고 노무현이 거기에 응한 것처럼 우리도 응해야 이 험악한 세상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았다그는 공동체를 이루려 했던 자신의 꿈을 실현해 가는 서울 수유동 밝은누리를 방문해 최철호 목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들끼리만 멋있게 사는 것이 아니라 깨닫고기존의 잘못된 삶을 단호히 끊은 젊은이들이 집단적 예수집단적 모세가 되어 새로운 문화권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의 한신대 제자였던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안으로는 동병상련의 따뜻한 심성을 지닌 분이었다며 밖으로는 대형교회의 성장 축복 신앙을 맘몬 숭배로 규정하고 현대사회 악의 본질을 분명히 깨닫고 이를 끊어내기 위해 개인과 집단의 단호한 회개를 주창하며 새벽을 열었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혜림씨와 아들 창근·태근딸 영혜·영미(이한열기념관 학예실장)사위 정의길(<한겨레선임기자)씨 등이 있다문성근(영화배우)씨가 조카이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발인은 12일 오전 8장례예배 오전 9시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원 채플실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02)2227-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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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하지만 GDP는 틀렸다!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9-03-09 10:40:50
수정 2019-03-09 10: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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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대통령의 주도로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라는 것이 출범했다. 정식 명칭은 ‘경제실적과 사회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이 위원회를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라고 불렀다.

이유는 이 별칭이 진보를 꿈꾸는 경제학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를 뜻하고, 센은 1998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을 지칭한다. 피투시는 프랑스 진보 경제학의 거장인 장-폴 피투시(Jean-Paul Fitoussi)다.

진보 경제학계에서 이 세 사람을 한 데 묶은 건, 축구로 치면 펠레-마라도나-메시를 한 팀에 넣은 격이고, 농구로 치면 마이클 조던-매직 존슨-코비 브라이언트가 한 팀인 셈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진보 경제학계에 매우 인색한 상이다. 이 상이 만들어진 이후 명백히 진보경제학자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스티글리츠와 센, 그리고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 등 단 세 명 뿐이었다.

이 중 뮈르달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현존하는 진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두 명이 남아있다. 그런데 이 두 명이 한 팀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피투시가 포함됐으니 이 위원회는 말 그대로 진보 경제학계의 드림팀이었다.  

위원회는 18개월 동안 회의를 연 끝에 2009년 결과물을 내놓았다. 보고서의 제목은 『우리 삶을 잘못 측정하고 있는 것:왜 GDP는 앞뒤가 맞지 않는가?(Mismeasuring Our Lives:Why GDP Doesn't Add Up)』였고, 이 보고서의 국내 번역본 제목은 『GDP는 틀렸다』였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잘 모르겠는데!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마침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349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00만 원 정도로 집계됐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3만 달러를 넘어선 일곱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한국 외에 ‘인구 5000만 명 이상 +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뿐이다. 얼핏 봐도 한국이 마침내 쟁쟁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가 실감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3500만 원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연평균 소득이 1억 4000만 원이다. 이 수치부터 현실성이 없다. 국민소득 중 기업과 정부 몫을 뗀 가계소득만 집계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 수준이다. 70%를 넘기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계의 몫이 매우 작다.

게다가 가계의 몫만 계산해도 4인 가구 기준 연평균 소득은 8400만 원이나 된다. 이게 평균이라고? 대기업 현장 노동자들이 1년에 8000만 원 받으면 보수 언론은 귀족이라고 난장을 부리는데! 뭔 놈의 귀족이 평균소득에도 못 미치느냔 말이다. 그러니 “연소득 8400만 원이 평균”이라는 말도 당최 실감이 나지 않는다. 

GDP의 결정적 오류는 그것이 민중들의 삶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평균값을 적어놓았다는 데 있다. 통계학에서는 이것을 ‘평균의 오류’라고 부른다. 반 평균이 70점이라고 그 반 학생들이 대충 70점 언저리를 맞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소득불균등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칠레, 멕시코 다음으로 나쁘다. 이러니 평균값이 의미를 지닐 수가 없다. 부자들은 저 위에 있고, 민중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실감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다.  

삶의 지표를 전혀 측정하지 못하는 GDP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가 지적하는 GDP의 두 번째 문제점은 측정 방법이 엉망진창이라는 점에 있다. GDP는 나라에서 새로 생긴 소득을 모조리 포함한다. 그렇다면 4대강을 파헤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여기에 든 돈 대부분이 GDP로 잡힌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4대강에 집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으로 당선된 이명박은 어떻게 해서든 GDP 수치를 마사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멀쩡히 잘 흐르는 강을 파헤쳐 녹조라떼로 만든 것이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에 따른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에 따른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더 웃긴 문제가 남아있다. 망가진 4대강을 복구해야 하는데, 복구할 때 드는 공사비용도 대부분 GDP로 잡힌다는 점이다. 망치는 것도 GDP, 복구하는 것도 GDP다. 그래서 우스갯소리고 “GDP 높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멀쩡한 건물 때려 부쉈다가 다시 짓고, 다시 때려 부쉈다가 다시 짓는 것”이라는 말까지 있다.  

플라스틱 사용은 어떤가? 많은 뜻있는 시민들이 1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중이다. 지구 환경을 위해 매우 옳은 일이다. 하지만 GDP의 시각으로 이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써야 GDP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쓰레기더미를 처리하는 데 또 산업이 가동돼 GDP가 높아진다. 환경을 오염했다가 정화하고, 또 오염했다가 정화하면 GDP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사실 GDP는 민중들의 삶이 불편해질수록 높아지는 경향마저 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교통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건강이 악화돼도 병원과 제약회사 매출이 늘어 GDP가 좋아진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 매출이 GDP를 높이고,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 우울증 치료제 매출이 GDP를 높인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도 GDP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지난해 은행권이 거둔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은 모두 GDP에 잡힌다. 이 따위로 측정되는 GDP 지표가 실제 국민들의 삶을 평가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의 결론이다.

그래서 민중들에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이명박은 GDP 7% 성장을, 박근혜는 4%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그거 달성하겠다며 한국 경제에 오만 패악질을 다 하고 떠났다. 하지만 다행해도 현 정부는 GDP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당연한 일이고 옳은 일이다.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가 내린 담대한 결론처럼 결국 GDP는 틀렸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국병(大國病)도 버려야 한다. 국민이 가난한 대국(大國)은 아무 짝에도 쓸 모가 없다. 경제의 목표가 이런 허황된 숫자가 아니라, 민중들의 삶 그 자체에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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