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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0
    [펌] 일본공산당, 당원이 급증한다는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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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일본공산당, 당원이 급증한다는데...

“청년 공산당원 급증 비결? 비정규직 문제 파고든 덕”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지역별 상담망 통해 사회 취약층 밀착 활동 / 생활보호 신청·채무 해소 도우며 당세 약진
“파견노동 확대로 일회용품 노동자 양산 / 최소한 ‘룰 있는 자본주의’ 전환 꾀해야”

 

세계 2위 자본주의 대국 일본에서 요즘 공산당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1만5천명이 당원으로 가입했다. 같은 기간 외국 언론 스물두곳이 일본공산당을 취재해 갔다.

자민당 등 일본 주요 정당들의 당원이 줄고, 무당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본 공산당만 유독 약진하는 까닭은 뭘까?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식 구조개혁과 규제완화의 부작용으로 비정규직과 ‘워킹 푸어’(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계층)가 늘어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또 공산당의 풀뿌리 활동이 호소력을 얻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다른 두가지 요인도 거론되고 있다. 열악한 노동현실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를 그린 프롤레타리아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의 80년 전 소설 <게공선>이 최근 다시 각광받으며 50만권이나 팔려나가 공산당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나머지 요인은 바로 일본 공산당 최고책임자 시이 가즈오(55) 위원장의 활약이다. 지난해 2월 일본 정기국회에서 시이 위원장이 날품팔이 파견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지적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그는 스타가 됐다. 당시 인터넷 댓글에 올라온 ‘잘했어, 시이’라는 뜻의 시지제이(CGJ, ‘시이 good job’)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시이 위원장은 이달 열린 올 정기국회에서도 막대한 흑자로 돈을 쌓아놓고도 비정규직을 잘라내는 대기업의 행태를 지적하며 ‘룰 있는 자본주의’를 주창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시이 위원장은 도쿄대 물리학과 1학년 때 일본 공산당에 입당해 1990년 35살에 당 중앙위 서기국장에 취임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6년 일본 공산당 당수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대문형무소 터를 찾아가 헌화했다. 지난 1월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신년모임에 참석해 재일 외국인에게 선거권·피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13일 도쿄 요요기의 일본공산당 당사에서 만난 시이 위원장은 시종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일본공산당의 당세가 크게 신장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일본의 노동조건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의 40%까지 늘었습니다. 1999년 파견노동 금지를 풀어 2004년 제조업까지 확대하는 등 노동을 완화시킨 결과입니다. 젊은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워킹 푸어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사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괴로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당에 들어왔습니다. 20~30대의 젊은층이 20~30%쯤 됩니다. 20대 커플이 나란히 입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당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공산당은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있나요?

“저희는 각 지역에서 생활 노동상담 활동을 펼칩니다. 어떤 노동 상담도 가능합니다. 생활보호 신청에 대한 지식부터 다중채무자를 위한 노하우까지 공산당만큼 생활문제에 대한 지식이 축적된 곳이 없습니다. 구청이나 경찰서에 도움을 청하면 ‘정말 생활이 곤란하면 공산당과 의논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 당을 창당한 근본 이유입니다. ”

일본 공산당은 전국 40만 당원들과 2만여 지부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한때 ‘1억 총중류’라고 할 정도로 중산층 평등사회였던 일본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으로 허술해지면서 공산당이 구축한 전국 조직망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구실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왜 이렇게 빈곤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보는지요?

“노동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제 완화를 극단적으로 진행하면서 ‘일회용품 노동’이 급속도로 확대됐죠. 연수입 200만엔(한화 3170만원 정도) 이하 저임금 노동자가 1천만명이 넘는 사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경비절감을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대기업들이 한때 유례없는 흑자를 올렸는데도 일본 사회 전체를 보면 빈곤화되는 구조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일본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빈곤대국이 되었습니다.”

 

-일본공산당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을 규제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파견노동은 전문직 말고는 금지해야 합니다. 유럽에선 비정규직도 같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꿔도 기업으로선 비용절감 혜택이 별로 없어요. 비정규직이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휴업수당도 넉넉합니다. 반면 일본의 자본주의는 노동자와 중소기업, 환경을 지키려는 룰이 없어요. 사회보장 제도도 선진국 중 가장 빈약합니다. 일본 실업자의 20%에게만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가 나옵니다. 일본처럼 룰이 없는 자본주의에서는 세계적 불황이 오면 문제점들이 ’노숙자 양산’ 등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대기업이 내부유보금을 조금만 풀어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지난 10년간 제조업 대기업들의 내부유보금은 88조엔에서 120조엔으로 늘었습니다. 그중 1%만 풀어도 비정규직 40만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경기에는 배당을 동결하고 고용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미국식 경영 방식으로 주주 배당을 중시합니다. 소니의 경우 1만6천명 해고를 발표해놓고 이번 회계연도 주주배당을 늘리고 있어요. 이런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공산당이 주장하는 파견노동 금지 요구에 대해 여당과 경제계는 일본 기업의 국제경제력을 갉아먹는다며 반대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경비를 줄여 경쟁력을 높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정말로 우수한 인재를 잃어버리고 기술향상과 새 분야 개척 역량을 기업 스스로 떼어내는 게 될 수 있습니다. 인재, 인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어디가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저희는 지금 사태를 공황의 표면화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른바 ‘카지노 자본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자유화를 극단적으로 진행시켜 1929년 공황의 교훈으로 만든 금융과 증권의 분리를 1999년 폐지했습니다. 그 결과 전세계 자본을 버블처럼 부풀려 각종 금융투기를 확대시켰죠. 가장 심한 예가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론입니다. 서브프라임론이 다른 증권과 섞여 금융 파생상품을 만들어 우후죽순처럼 전세계에 퍼져나갔습니다. 그 도박이 파탄난 것이 리먼 브러더스 파산입니다. 그러나 실물경제를 파괴하는 것은 현상적인 면에 불과합니다.”

 

-더 심각한 이면이 있는 건가요?

“그 근본에는 상품의 과잉생산이란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은 2002년부터 6년 동안 수출이 1.6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외주 덕분에 기업은 엄청나게 돈을 벌었지만 근로자의 급료는 2조엔이 줄었습니다. 생산은 늘어나도 소비는 점점 줄어든 거죠. 그런 자본주의의 모순이 아래에 깔려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특징인 이윤제일주의가 생산을 위한 생산, 곧 과잉생산을 일으켜 노동자의 빈곤와 소비저하가 드러난 게 공황이라는 거죠.”

차분하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모습은 정치가가 아니라 마치 경제학자처럼 비쳤다. 실제 그는 12권의 저서를 낸 지식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분석하고 타파하는 데 공산주의가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요?

“자본주의 안에서는 공황은 피할 수 없지만 적어도 ‘룰 없는 자본주의’에서 ‘룰 있는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투기자본이나 공황을 해결하려면 이윤제일주의, 곧 자본 이익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생산으로 사회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부릅니다.”

-자민당이 독주하는 일본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할까요?

“이번 선거에서 정권 교체 여부를 떠나 공산당의 약진 여부가 최대 초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요타나 소니 같은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파견해고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인가가 중요하죠. 이런 말을 할 수 있고 실제 하는 당이 공산당입니다. 자민당과 민주당은 매년 일본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으로부터 성적표를 받습니다. 이런 정당은 국민의 생계를 지킬 수 없다고 봅니다.”

 

-진전이 없는 북-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돌파구는 있습니까?

“역시 6자 회담 틀 안에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일 국교정상화는 평양선언에 근거해서 해야 합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 일 중에서 가장 평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사일 핵문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과거청산 문제 등 두 나라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선 북핵 문제가 진전되면 납치 문제가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어느 한쪽이 먼저 해결되는 것은 다른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촉진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공산당은…

지부 2만곳…지방의원 3천여명 / “가장 강력한 풀뿌리 정당” 평가

    

“일본 공산당은 전세계에서는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비집권 공산당이다.” “일본 공산당은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풀뿌리 조직을 갖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

2007년 미국 시사잡지 <타임>에 실린 내용이다. 얼핏 ‘정말 그런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한 내용이지만 일본 공산당을 들여다보면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1991년 옛 소련 붕괴와 소련 공산당 해체 이후에도 일본 공산당이 허물어지지 않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1922년 창당)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 및 중국 공산당과 일정한 선을 긋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몇 해 전에는 ‘천황제’도 인정했다.

여기에 40만명이 넘는 당원, 2만개가 넘는 지부, 3천명 이상의 지방의원 등 하부조직도 튼튼하다. 전성기 때 40명이 넘던 의원 수는 비록 16명(중의원 9명, 참의원 7명)으로 줄었지만 지난 총선거에서 7.25%의 득표율을 과시했다. 궁극적인 목표로 ‘사회주의·공산주의’ 실현을 내걸고 있지만 당면 목표로는 자본주의 틀 안에서 대미 종속과 대기업 지배 타파를 지향하고 있다.

 

도쿄/글 김도형 특파원, 사진 황자혜 <한겨레21> 전문위원, 기사등록: 2009-02-19 19:45, 기사수정: 2009-02-20 08:46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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