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2일(월요일, 30일차) : 라오까이→하노이→하롱베이→하노이

 

- 아래층 친구가 깨워주기 전에 난 이미 깨어 있었다. 기차는 연착된 듯하다. 우리가 탄 11번 객실에는 출입구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롱 비엔 역의 플랫폼 길이보다 기차의 길이가 길다는 뜻이다. 그래서 열차 앞 칸으로 가서 기다려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출구를 찾아 앞 객실을 지나는데 일반 객실은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1990년대초 우리 통일호 풍경 같기도 했지만 더 열악했다. 자리는 비좁고 불편하고 게다가 의자는 나무로 되어 있었다.
 

- 곧 롱 비엔 역에 도착했다. 역이라기보다는 간이 정거장처럼 보였는데 그저 플랫폼과 개찰구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아래층 친구는 우리를 위해 마일린 택시를 전화로 부른다. 그도 오늘부터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먼저 택시를 양보한다. 택시가 도착하기 전 그와 그의 부인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행복을 기원했다. 아름다운 신부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그의 20대는 이주노동자로 힘들게 살아온 시간이었다.
 

- 추옹극장 앞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이 극장 앞 카페를 보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 호텔, 저 호텔을 기웃거렸다. 프린스호텔은 자기네 호텔들은 20달러 이하는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번 묵었던 Apple Hotel 바로 옆인 Prince Cafe Hotel로 왔다. 15달러짜리 방을 봤는데 그저 그랬지만, 하노이에서 뭘 기대하랴. 하롱베이 투어를 물었더니 18달러란다. 방값과 투어값을 각각 12달러, 17달러에 퉁치자고 했더니 그러잔다. 이 시각이 7:30am.
 

- 하롱베이 투어 출발하기까지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옷을 갈아 입고, 물 사고, 반미 사고, 사이공 담배 한 갑을 샀다. (각각 물 10,000VND, 반미 5,000VND×2개=10,000VND, 사이공 12,000VND=32,000VND)
 

- 하롱베이 버스가 왔다. 타자마자 이 지긋지긋한 그룹 투어가 정말 하기 싫어졌다. 중국, 싱가폴, 일본, 베트남, 서양인들이 섞인 버스. 다국적으로 떠드는 소리도 시끄러웠고 가이드에 끌려다니는 이 여행 형태가 이제 지긋지긋해졌다. 짜증이 밀려 왔다.
 

- 차는 1시간 30분을 달렸다. 홍강을 건널 때 보니 정말 넓은 백사장이 나타났다. 또 홍강 유역에는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고 바나나 밭과 논, 알 수 없는 작물들을 키우는 밭들이 펼쳐졌다. 한참을 달리니 호치민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 지은 대규모 공단, 발전소로 보이는 설비들이 보였다.
 

- 휴게소에 차가 멈추고 잠시 쉬는 타임에 환타 캔 1개를 마셨다. (12,000VND)
 

- 다시 올라탄 차에서 1시간 30분을 또 달렸다. 하롱베이가 나타났다. 하롱베이 근처에는 한국어 간판이 어찌나 많던지. 선착장에서 표를 나눠 받았다. 하루 있을 사람, 이틀 이상 있을 사람들이 나뉘었다. 1일 투어 참가자들은 Minh Hang 08이라 적혀 있는 배에 올라탔다. 유람선은 엄청 많았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곳 하롱베이의 배는 모두 500척이 넘는다고 한다. 그것이 유람선만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하노이의 옛 이름인 탕롱과 하롱베이의 하롱은 하늘(즉, 천국 Heaven)에 있는 용이 하늘로부터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격이니, 결국 우리가 하롱베이로 가는 것은 지옥(Hell)에 가는 거나 다름 없다는 식의 썰렁한 농담을 베트남식 영어 발음으로 빠르게 지껄였다.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배가 출발하고 한참 후 하롱베이가 나타났다. 뱃길은 섬들을 잘 조망할 수 있는 적당한 항로였다. 바다는 놀라울리만치 잔잔했고, 배의 모터는 조용했다. 호수 같은 바다를 미끄러갈수록 해미를 헤치고 섬들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왔다. 모터를 단 작은 배들이 유람선으로 다가오더니 달리는 배에 바짝 붙여 사람들이 올라탔다. 과일 행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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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롱베이를 누비던 배는 어느 수상가옥에 배를 댔다. 수상가옥의 밑창에는 물고기 양식을 하고 있었다. 사진 몇 컷을 찍었지만 낯선 열국의 생선들에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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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식사가 차려졌다. 6명이 한 테이블이라 이리저리 옮겨 앉았다. 두부, 야채볶음, 생선구이, 감자튀김, 그리고 껌. 뭐 그런대로 훌륭한 정찬이었다. 베트남 와서 배에서 식사를 한 건 몇 번 되지만 가장 훌륭한 식단은 하롱베이였다.
 

- 다시 배가 출발하고 하롱베이의 다른 쪽을 향했다. 거기는 카약을 하는 곳이었다. 일본 애들 몇몇만 카약을 탔다. 나머지는 하릴 없이 배에 앉거나 눕거나 자거나 하면서 경치를 즐겼다. 하롱베이 절벽 위에는 까마귀로 보이는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았다.
 

- 배 주위로는 과일을 파는 작은 배들이 모여들었다. 이건 모터가 달리지 않은 배인데, 바구니배의 밑바닥에 물이 새지 않도록 방수 처리를 하고 기본틀을 나무로 보강한 배였다. 나무와 대나무의 조합인 셈이다. 노를 젓는 아이들의 노젓는 숙련도는 놀라웠다. 배는 미끄러지듯 이 배에 붙었다가 팽그르르 돌며 저 배에 붙는다. 과일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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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킹을 하고 돌아온 일본 사람들의 표정은 좀 지쳐보였다. 오늘 따라 일본인 관광객들을 엄청나게 많이 보았다. 하롱베이에 온 관광객의 1/3쯤 돼 보였다.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었다.
 

- 배는 다시 석회암 동굴로 향했다. 석회동굴 치고 큰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천정의 높이나 동굴의 면적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난 용암동굴인 제주 만장굴이 훨씬 좋다. 동굴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 동굴에서 나와 배에 앉아 아직 오지 않은 투어 참가자들을 기다리다가 그만 갑판에서 생수통을 바다에 떨어뜨렸다. 지금도 하롱베이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지 모르는 내 생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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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는 다시 항구로 향했고 도착해서는 이내 곧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는 이미 캄캄해진 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일본애가 오줌 마렵다며 차를 세웠고 마치 베트남 사람들처럼 길에서 오줌을 눴다. 뒤에 앉은 스웨덴 애와 싱가폴 애가 "남자들이란..." 하고 혀를 끌끌 찼다. 또 버스는 달리더니 이번엔 자신이 오줌 마려워 차를 세운 운전 기사. 그리고 잠시 쉬어간 휴게소 말고는 줄곧 달렸다. 8:40pm에 하노이 여행자 거리에 내렸다.
 

- King Cafe에 가서 밥을 먹었다. 야채볶음밥 25,000VND+Beef Fried Rice 35,000VND=60,000VND. 킹카페는 양은 많이 주지만 소금을 많이 넣어 밥이 짰다.
 

- 그리고서 단골 길거리 집에서 비아 허이 4잔 16,000VND, 땅콩 3,000VND×2잔=6,000VND, 소계 22,000VND.
 

- 호텔에 들어와 이제 자려고 한다. 현재시각 10:40pm. 라오까이에서 하롱베이를 거쳐 다시 하노이까지. 긴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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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1:51 2010/12/16 11:51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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