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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찾기..(1)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도, 헤어진 직후의 검은 안경테와 곱슬머리, 어눌한 표정만 있을 뿐. 생생함이 없다. 죽고 못사는 관계는 아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기억을 못 해내다니.

 

내가 아는 어느 동무의 모습이다. 한 십년의 인연,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런데 고작 나는 그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

 

이 동무는 제주 출신이다. 엄니 밑에서 자라고 스무살쯤, 제주에서 뭍으로 나와 데모와 술로서 세상과 맞섰다. 그때 그는 모든 것을 다 얻을 것 같았고, 나이어린 사람들에겐 항상 후덕하고 술을 잘 사 주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어린 나이에 여식아와 동거를 하고 아이들 셋이나 있다. 지금은 이들 가족은 헤어지고 따로 산다고 알려졌다.(뭐땜에 그렇게 된 것인지 잘 모른다)

 

그와 마지막으로 헤어진 것이 어느때인지, 뭐땜에 헤어졌는지 까마득하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누가 먼저할 것도 없이 땅으로, 하늘로 날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남녀사이도 아닌 것이, '너와 더 이상 만나기 싫다. 헤어지자'고 하고 헤어진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언제쯤 헤어진 것인지 흐릿한 기억이 분명치 않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의 소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의 소식이 궁금해진 것인지?

 

가끔씩 사람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었다. 홀엄니가 돌아가셨다, 제주에 내려가서 음주운전을 했다 등등 단편적으로 사실반, 소문반, 반신반의하는 소식들이였다. 그 녀석이 j시에 머물렀땐 그의 애들과 만난적도 있다. 그 아이들은 지금쯤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이건 짐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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