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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전태일
-조선남-
우상과 신화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곳에 내가 있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 내가
오래된 사진틀에 갇혀
날마다 고통스럽게 상징과 신화를 생산하는
저들의 환한 미소에 찌들어 간다
내 소중한 벗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밤을 밝히며, 숨죽이고 있다
나는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 날 길 없는
어쩌면 노예의 운명과도 같은 하청노동자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가난한 몸뚱아리 불길로 타올라도 외면했던 그들
타성에 젖어 적당히 타협과 협상에 매달린 그들이
내 이름을 팔고, 다시 나를 죽이려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내 소중한 벗들이여!
나는 그대들과 함께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오늘 밤 그대들과 함께 굴리려하네
마지막 남은 가난한 몸뚱아리 불길에 휩싸여도
우상과 신화의 껍질을 벗겨내면
나는 그대들이다
그대들은 전·태·일 이다
노예의 운명을 거부하고 마지막 남은 생애를 다받쳐
투쟁하는 그대들은 전·태·일이다.
* 시월의마지막밤을보내고 낙엽이눈처럼쌓이는11월첫날, 이 시와 노래를 골백번도 더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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