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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일하기

 

여름철 게으런 탓에 여럿이 모여서 하는 텃밭이 완전히 풀밭으로 변해버렸다. 공산주의식으로 하니 안된다며 일부는 자본주의 방식을 도입했건만 여전하다. 좀 성실하면 모를까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밭은 병들어가고 있다.

 

얼마전, 두 고랑정도 할당받아서 완전히 풀을 제거했다. 우선 낫으로 대강 비고 나머진 대충대충 뜯었다. 풀약을 뿌릴까 하다가 관두고, 올 아침에 가서 삽으로 두 고랑을 완전히 까 뒤집어놓고 왔다.

 

저번에 세시간, 오늘 1시간 30분 정도....약간의 노동력을 투여하니까 그런대로 밭의 모양새가 난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이라 웃통을 완전히 벗어제끼고 했다. 다행히도 구름이 약간 가려져 있어 도움이 되었다. 역시, 노동으로 지난날의 술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음을 다시금 깨닫았다. 주르럭 주르럭 흐르는 땀으로 어제의 알콜기운이 금새 달아난 듯.

 

두 고랑을 거의 다 할 무렵, 시원한 비가 쏟아진다. 웃통을 벗은 탓인지 그 느낌이 얼빵 직인다. 미쳐 찬물을 준비해가지 못한 탓에 갈증이 온몸으로 발산돼 땀범벅인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하다. 계곡산행을 하다가 철퍼덕 알탕을 하는 맛보다 몇백배 시원하다.

 

이제 씨 뿌리는 일만 남았다. 올해는 가을배추와 무를 심어야지. 근데 삽질을 마니해서 그런지 벌써 양손에 물집이 잡힌다. 고작 1시간 30분 정도 일을 했는데 물집이 잡히다니.

 

그 옛날, 논밭에서 살다시피한 우리 부모님들은 아마도 손에서 물집이 마른 날이 없을 것이다. 그것 생각하면 지금의 것은 아무것도 아닌디. 물집이 인 것은 아무래도 서툼보다는 익숙하지 못한, 게으른 증거일 것이다. 정작, 노동의 가치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가을 텃밭, 잘 가꾸어야겠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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